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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해져버린 숲. 더 이상 생물들이 살 수 없는 이곳에서 벌레들은 너나 없이 짐을 싸서 떠나기 시작한다. 아주 아주 작은, 가장 작은 벌레 ‘치코’만 빼고 말이다. 깨알처럼 작아 한참 들여다봐야 찾을 수 있는 치코는 혼자서 숲의 먼지를 쓸고 닦기 시작한다. 이곳을 버리고 그냥 떠날 수 없어서다. 물론 치코의 그런 노력을 다른 벌레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폴짝폴짝 뛰어가다가 치코가 정리한 땅을 다시 어지럽히기도 하고, 짓밟기도 한다. 그때마다 울고 싶어지는 치코. 유일하게 치코를 응원하는 건 보토 할아버지다. 황폐한 숲에서 지켜낸 씨앗을 치코가 가꾼 흙에 심어 함께 키워간다. 과연 이 둘은 황폐해진 숲을 다시 꽃과 나무, 풀로 만개한 멋진 곳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 치코는 스페인어로 ‘작다’, 보토는 ‘희망’이란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작지만 소중한 희망이 있다면, 그곳에 새로운 생명과 미래가 움틀 수 있음을 작디작은 벌레 이야기를 통해 재미있게 그려냈다. 특히 흰 바탕에 아주 작은 검은 점만으로 가득 채운 배경과 그림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사는 거대한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작지만 소중한 것들의 힘을 글과 그림이 같은 온도로 따뜻하게 전해준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라벨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기연주회 “라벨, ‘라 발스’”(포스터)를 선보인다. 격동의 시대를 관통한 베토벤과 라벨의 대표작을 통해 두 작곡가가 새롭게 개척했던 음악적 미학을 조명한다. 공연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로 포문을 연다. 오케스트라 서주 뒤 협연자가 등장하는 방식을 깨고 피아노 독주를 도입부터 등장시킨 곡이다. 협연자로는 영국 피아니스트 폴 루이스가 오른다. 2010년 BBC 프롬스에서 베토벤 협주곡 전곡(1∼5번)을 연주한 최초의 피아니스트다. 라벨 탄생 150주년을 맞아 그의 음악 세계도 집중 조명한다.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2번은 여명이 밝아 오는 자연의 경이를 서정적으로 펼쳐낸 작품. 반면 ‘라 발스’는 우아함 속에 스며든 불협과 뒤틀림을 통해 전쟁 이후 유럽 사회에 드리운 혼란과 불안을 암시한다. 대비를 이루는 두 작품을 통해 라벨 특유의 상상력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계획이다.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은 “격동의 시대를 지나며 변화와 혁신으로 자신만의 음악 언어를 확립해 간 베토벤과 라벨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예술가들의 통찰을 따라가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라벨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기연주회 ‘라벨, 라발스’를 선보인다. 격동의 시대를 관통한 베토벤과 라벨의 대표작을 통해 두 작곡가가 새롭게 개척했던 음악적 미학을 조명한다.공연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로 포문을 연다. 오케스트라 서주 뒤 협연자가 등장하는 방식을 깨고 피아노 독주를 도입부터 등장시킨 곡이다. 협연자로는 영국 피아니스트 폴 루이스가 오른다. 2010년 BBC 프롬스에서 베토벤 협주곡 전곡(1~5번)을 연주한 최초의 피아니스트다.라벨 탄생 150주년을 맞아 그의 음악 세계도 집중 조명한다.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2번은 여명이 밝아오는 자연의 경이를 서정적으로 펼쳐낸 작품. 반면 ‘라 발스’는 우아함 속에 스며든 불협과 뒤틀림을 통해 전쟁 이후 유럽 사회에 드리운 혼란과 불안을 암시한다. 대비를 이루는 두 작품을 통해 라벨 특유의 상상력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계획이다.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은 “격동의 시대를 지나며 변화와 혁신으로 자신만의 음악 언어를 확립해 간 베토벤과 라벨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예술가들의 통찰을 따라가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02-523-8947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그리스가 낳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진두 지휘하는 ‘클래식 레볼루션 2025’가 8월 28일부터 9월 3일까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그리스 출신 바이올리니스트로, 탁월한 음악적 통찰과 연주로 잘 알려진 카바코스는 올해 롯데콘서트홀의 새로운 예술감독으로 취임했다. 여름철 클래식 대표 축제로 손꼽히는 클래식 레볼루션의 올해 주제는 ‘스펙트럼’. 부제는 ‘바흐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다. 바흐는 대위법의 정수와 신학적 이상을 바탕으로 한 음악적 질서를, 쇼스타코비치는 정치적 탄압 속에서 예술의 윤리와 인간성을 음악으로 대변한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클래식 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작곡가의 실내악과 오케스트라를 하나의 스펙트럼 안에서 다양하게 선보일 계획이다. 카바코스는 “음악은 시간과 감정을 초월한 언어”라며 “바흐의 구조와 쇼스타코비치의 고뇌처럼 다른 시대의 음악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실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축제에서 카바코스는 예술감독의 역할을 넘어 직접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롯데콘서트홀에 따르면 카바코스는 예술감독 직을 수락한 뒤 세계 유명 연주자들에게 무대에 함께 서 줄 것을 요청했다. 8월 29일에는 고음악 해석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아폴론 앙상블과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전곡을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말로페예프,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등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교류해 온 아티스트들과도 협연한다. 8월 31일 카바코스와 양인모의 동반무대는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블 콘체르토’란 애칭으로 불리는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 BWV 1043’을 함께 연주한다. 두 사람은 모두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와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등 국내 대표 관현악단의 무대도 만나 볼 수 있다. 서울시향은 8월 28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6번을, KBS교향악단은 9월 3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5번을 연주한다. 실내악 공연은 4만∼9만 원, 오케스트라 공연은 5만∼12만 원.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텅 빈 학교 운동장 가장자리에 선 아이. 아무것도 없다. 텅 빈, 고요한 운동장. 심심한 자리. 아마도 이곳에 막 이사 온 듯한 아이는 마을 곳곳을 돌아다녀본다. 가장자리에 머무는 아이의 눈길, 그곳에서 보이는 풍경이 계속 이어진다. 길 가장자리에 핀 꽃, 발가락을 간지럽히는 파도가 들이치는 해변 가장자리, 방 가장자리 이불 위에 누워 떠나온 그곳의 친구가 준 편지를 꺼내 읽어보는 그리운 시간. 며칠이 지나고 아이는 다시 학교를 찾는다. 여전히 심심한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다가온다. 딱 봐도 잘 통할 것 같은 새로운 친구다. 학교 가장자리가 갑자기 가장 설레고 두근거리는 자리로 변한다. 마음의 가장자리를 맴돌던 이들이 서로의 가장자리로 다가서는 용기를 내는 것. 아마도 그게 우정이 시작되는 순간일지도. 가장자리에 있는 작은 것들에 머무는 시선, 가장자리를 맴돌기만 하는 수줍은 마음, 서로의 가장자리를 채워주는 만남의 순간을 ‘가장자리’란 문구를 반복해 읊으며 따뜻하게 그려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1000명, 2000명의 관객을 놀라게 하는 연주를 하는 것보다 한두 명을 변화시키는 연주를 하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3월 프랑스 롱티보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세현(18)은 실력만큼 의젓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우승 뒤 첫 간담회에서 그는 “한 분 한 분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연주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들려줬다. 김세현은 롱티보 콩쿠르에서 심사위원단 만장일치로 우승과 청중상, 평론가상, 파리특별상을 한꺼번에 수상하며 세계 클래식계에서 주목받는 신예로 떠올랐다. 1943년 창설된 롱티보 콩쿠르는 만 16세부터 33세까지 젊은 음악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피아니스트 임동혁도 2001년 같은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김세현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큰 상과 과분한 관심을 받아 감사하다”며 “우승 이후 연주 기회가 많이 주어져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막중한 책임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김세현은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5월엔 ‘유럽 전승 기념일’ 평화음악회에 초청 받아 파리 개선문에서 쇼팽의 녹턴을 연주했다. 다음 달 14일 프랑스 혁명기념일엔 에펠탑 앞 마르스 광장 ‘파리 콘서트’ 무대에서 솔로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같은 달 23일에는 유럽 최대 피아노 축제 중 하나인 ‘라 로크 당테롱 페스티벌’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그는 “에펠탑 앞에서 펼칠 솔로 연주가 기대된다. 라 로크 페스티벌 역시 워낙 큰 무대라 설렌다”고 했다. 2018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김세현은 예원학교 등을 거친 뒤 현재 미국 하버드대 영문학 학사와 뉴잉글랜드 음악원 복수 학위 프로그램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예술가의 상상과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생명력을 갖게끔 고민한다는 점에서 문학과 음악의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며 “인문학을 공부하는 게 피아노 연주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데뷔 음반은 클래식 레이블인 워너클래식에서 준비하고 있다. 내년 봄 발매될 예정이다. 김세현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꾸밈없이 현재 하고 있는 음악을 들려 드릴 것”이라고 다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1000명, 2000명의 관객을 놀라게 하는 연주를 하는 것보다 한두 명을 변화시키는 연주를 하는게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프랑스 롱 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세현(18)은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분 한 분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연주를 하고 싶다”며 이렇게 밝혔다. 김세현은 지난 3월 프랑스 롱 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과 청중상, 평론가상, 파리특별상을 받으며 주목받는 신예 연주자로 떠올랐다. 한국인 음악가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22년 이혁이 공동 1위에 오른 뒤 3년 만이다. 롱 티보 우승에 대해서 김세현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큰 상과 과분한 관심을 받아 감사하다”며 “우승 이후 연주 기회가 많이 주어진 덕분에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고 막중한 책임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대회에 출전한 건 파리란 도시에서 받은 인상 때문이었단다. 그는 “대회에 나가기 전 파리에 간 적이 있는데 어둑어둑한 밤 빛이 깔린 센 강변을 걷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꼈다“며 ”파리라는 도시에 끌려 참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김세현은 롱 티보 국제콩쿠르 우승 후 각국에서 연주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5월 8일에는 ‘유럽 전승 기념일’ 평화음악회에 초청 받아 파리 개선문에서 쇼팽의 녹턴을 연주했다. 다음 달 14일 프랑스 혁명기념일에는 파리 에펠탑 앞 마르스 광장에서 열리는 ‘파리 콘서트’ 무대에서 솔로 연주를 선보인다. 같은 달 23일에는 유럽 최대 규모의 피아노 축제 중 하나인 ‘라 로크 당테롱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트, 포레, 라벨, 바흐, 리스트의 곡들로 리사이틀을 갖는다. 김세현은 “에펠탑 앞에서 펼치는 솔로 연주가 기대된다. 라 로크 페스티벌 역시 워낙 큰 무대라 설렌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영문학 학사와 뉴잉글랜드 음악원 복수 학위 프로그램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예술가의 상상과 아이디어를 현실세계에서 생명력을 갖게끔 고민하다는 점에서 문학과 음악의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며 “ 인문학을 공부하는 게 피아노 연주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클래식 레이블인 워너클래식에서 데뷔 음반을 준비 중으로, 내년 봄 발매될 예정이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꾸밈없이 지금 제가 현재 하는 음악을 들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뉴욕 필하모닉은 관악기의 경우 35년 동안 계시던 분이 은퇴하면서 처음으로 자리가 난 거였어요. 그 무렵 자리가 난 것도 신기했고, 당시 학생이던 제가 몇백 명이 지원한 오디션을 세 차례 통과해서 들어왔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2012년 한국인 최초로 뉴욕 필하모닉 관악기 정단원이 됐던 플루티스트 손유빈(40·사진)은 내한 공연을 앞두고 가진 최근 인터뷰에서 “오디션 과정이 ‘내가 어떻게 그걸 뚫고 들어왔을까’ 싶을 정도로 어려웠다”며 “아직도 가끔 내가 이 대단한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했다. 1842년 창단된 뉴욕 필하모닉은 26일 인천 연수구 아트센터인천,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11년 만에 내한공연을 연다. 그 역시 단원으로서 함께 한국을 찾는다. 서울에서 태어난 손유빈은 미국 커티스음악원과 예일대 음대, 맨해튼 음대를 거쳐 2012년 뉴욕 필하모닉에 합류했다. 1960년대 히트곡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를 만든 고 손석우 작곡가의 손녀이기도 하다. 뉴욕 필하모닉 소속으로 내한 공연을 가지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손 씨는 “11년 전 입단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첫 한국 공연을 했고 그때가 마지막이었다”며 “정신 없이 참여했던 당시와는 달리 이젠 중견 멤버로 한국 공연에 참여하게 돼 더 자랑스럽고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멤버들의 기대도 아주 커요. 한국에 처음 오는 멤버들도 있는데, 특히 젊은 멤버들은 이미 맛집도 알아보고 가족들이 동반하는 경우도 많아요. ‘왜 한국을 이제야 가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예요.” 이번 내한 공연은 핀란드 출신 지휘자인 에사페카 살로넨이 게스트 지휘자로 참여한다. 손 씨는 “1년에 180회 이상 공연을 하기 때문에 만나는 지휘자, 솔리스트도 다양한데 살로넨과 함께한 연주는 전체 오케스트라 생활에서 손꼽을 만큼 전율이 흐르는 순간이었다”며 “관객들도 충분히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상상 사무국’에서 일하는 스파키 요원. 세상 사람들이 하는 모든 반짝이는 생각, 아이디어는 모두 상상 사무국으로 보내진다. 상상 사무국에는 여러 부서가 있는데, 각 부서로 분류된 이 생각들을 배송하는 것이 바로 스파키의 임무다. 모든 부서를 신나게 돌아다니는 스파키지만, 딱 한 곳 멀리서 지켜만 보고 절대 가지 않는 장소가 있다. 드래건 브렌다가 지키고 있는 ‘꼭꼭 숨어라 이야기 동굴’이다.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이야기들이 쌓인 곳이다. 그런데 어느 날 위험한 일이 발생한다. 바로 그 동굴이 폭발할 위기에 놓이게 된 것. 너무 많은 비밀 이야기가 쌓인 탓이다. 브렌다의 요청에 용기를 내 동굴에 가득 쌓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 스파키는 놀라게 된다. 거기서 썩히기엔 너무 아름답고 기발한 상상이 많아서다. 심지어 스파키 자신이 아무도 몰래 매일 쓰고 있던 시도 거기 쌓여 있다. 스파키는 좋은 생각이 세상에 더 많이 알려지기 위해 모두가 더 용감해져야 함을 깨닫는다. 부끄러움과 망설임 때문에 진짜 꿈이나 바람을 숨긴 경험이 있다면 공감할 수 있는 책. 좋은 생각과 상상의 가능성, 그것을 세상에 펼칠 용기의 중요성을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그려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사색의 피아니스트(The Thinking Pianist)’로 불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알프레트 브렌델(사진)이 17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4세. 1931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난 브렌델은 유고슬라비아(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와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0대 때 음악원에 몇 년 다녔지만 16세 이후로는 대부분 독학으로 실력을 쌓았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가야 했다”면서도 “(덕분에) 특정 거장의 영향력에 물들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1949년 페루초 부소니 피아노 콩쿠르에서 4위로 입상하며 피아니스트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으나 초창기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건 1970년대 런던으로 이주한 뒤 필립스와 음반을 내면서부터였다. 그는 “젊었을 때의 커리어는 전혀 센세이셔널하지 않았다”며 “스스로도 마음에 들지 않는 프로그램을 런던 퀸엘리자베스 홀에서 연주했는데 다음 날 대형 음반사에서 계약 제안 3건이 들어왔다”고 회고했다. 브렌델은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5번 초연, 슈베르트 후기 피아노 음악,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 등 수많은 명반을 남겼다. 특히 고인은 ‘베토벤 음악 해석의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1960년대에 미국 레코드 레이블 복스에서 베토벤 피아노 독주곡 전곡을 세계 최초로 녹음했다. 깊은 사색과 지성이 담긴 연주로 ‘사색하는 피아니스트’라 불리며 사랑받았다. 2008년 12월 빈 필하모닉과의 고별 공연을 끝으로 은퇴한 뒤엔 주로 강연이나 집필 등에 천착했다. 에세이집 ‘소리가 된 음악’(1990년), 시집 ‘원 핑거 투 매니’(2004년) 등을 남겼다. 바이마르,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예일, 줄리아드 등 세계 23개 대학 및 음악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프로그램을 구상할 때 항상 ‘여기서 내게 중요한 건 무엇이고 어떻게 전달하고 싶은가’를 고민해요. 그 이후의 모든 일은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이에요. 맨발로 연주하는 건 클래식 규칙을 깨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게 제게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라 하는 것뿐이거든요.”‘맨발의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일본계 독일인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37)가 다음 달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독주회를 연다. 개성 있는 음악 해석뿐 아니라 맨발의 연주, 관객과의 대화 등 클래식 문법을 벗어난 무대로 국내에서도 팬층이 두껍다. 오트는 최근 가진 화상 간담회에서 “맨발 연주는 우연한 계기에서 시작됐다. 20대 초반 피아노 높이가 너무 낮아 하이힐을 벗고 연주한 적이 있는데 그때 편안함을 느껴 맨발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며 “음악이 우리를 제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19세 때부터 권위 있는 클래식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음반을 내온 그가 지금까지 발매한 앨범의 누적 스트리밍 횟수는 약 5억 회에 이른다. 최근 발매한 앨범 ‘존 필드: 녹턴 전곡’은 애플뮤직 클래식 차트에서 4주 동안 1위를 기록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그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아일랜드 작곡가 존 필드(1782∼1837)의 야상곡과 베토벤 소나타 14번, 19번, 30번을 연주한다. 팬데믹으로 봉쇄 조치가 내려졌던 시기에 우연히 필드의 야상곡을 듣고 매료됐다는 오트는 “처음 듣는 곡인데도 왠지 모를 향수와 애틋한 느낌을 받았다”며 “시작은 매우 단순하고 차분하지만 그 안에 슬픔, 고통,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이 담겼다. 연주가 마무리되면 무거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 존 필드 야상곡의 매력”이라고 했다. 비슷한 느낌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도 프로그램에 함께 넣었다. 오트는 맨발 연주 외에도 업라이트 피아노로 연주회를 열거나 원하는 음향을 찾기 위해 피아노를 분해해 보는 등 다양한 실험을 즐긴다. 그는 “피아노가 가진 가능성을 실험하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음악 교육에서 이런 창의적 접근을 거의 배우지 못한다는 게 아쉽다”고 했다.“음악뿐 아니라 모든 일에서 더 많은 포용이 있으면 좋겠어요. 경청이야말로 음악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그런 태도야말로 음악을 진정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방식이니까요.”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수영 교실에 간 ‘나’. 수영은 잘 못해도 자신감은 만점이다. 친구들과 반대 방향으로 스트레칭하고, 거북이등 벨트도 제대로 못 채워 헤매면서도, 사실 ‘일부러 못하는 척’ 하는 것이라고 계속해서 주장한다. 이런 정신 승리는 물속에서도 계속된다. 친구들이 앞으로 힘차게 나아갈 때, 한참 뒤처지기 시작하는 아이. 대열에서 떨어져서 혼자 좌우로 갈피를 못 잡으면서 수영하지만, 역시나 또 ‘일부러 못하는 척하고 친구들을 먼저 보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혼자 덩그러니 남아 열심히 발차기를 하는 그 순간이 너무 좋다고 말한다. “앞사람이랑 멀어질까 봐 조마조마하지도 않고 뒷사람이 쫓아올까 봐 두근두근하지도 않아.” 자신만의 속도로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 친구들은 이미 한 바퀴를 다 돌고 다음 바퀴를 시작했는데, 아이는 이제 겨우 반대편 레인 끝에 도착해서 말한다. “아, 너무 빨리 와 버렸나.” 다른 사람보다 서툴고 느릴 수 있다. 하지만 기죽을 필요 없다. 못해서 뒤처진 게 아니라, 단지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항해’를 해나가는 게 더 잘 맞는 타입이라 그런 거니까. 스스로를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도와주는 책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어느 회사에 채용 연계형 인턴이 왔다. 마지막 출근 날 인턴이 감사 인사와 함께 직접 산 책을 한 권씩 선물했다. 막내 팀원이 받은 책은 기욤 뮈소의 소설 ‘구해줘’였다. 과장은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 차장은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를 받았다. 팀장이 받은 책은 뭐였을까.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였다. 다들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걸 겨우 참았지만, 왠지 자신이 받은 책에 대해서도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오래전 한 회사에서 있었던 실화다. 책 제목에 대해 들은 이야기 중 가장 재밌는 이야기였다. 거론된 책들은 모두 당시를 풍미했던 베스트셀러. 인턴이 팀원들 특성에 맞춰 절묘하게 책을 고른 거였다. 불의의 화신이던 팀장, 매너리즘에 찌든 차장, 줏대 없는 과장, 그리고 그들 모두의 ‘밥’이던 막내 팀원. 궁금한 건 딱 하나였다. “그래서 걔 붙었어?” 이야기를 전해준 지인은 그걸 왜 묻느냐는 듯 답했다. “떨어졌지.” 그게 책 선물을 빙자한 ‘교양 있는 돌려까기’였는지, 아니면 진심은 넘치지만 눈치는 부족했던 큐레이션이었는지. 진실은 당사자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이 웃긴 이야기는 책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대개 제목은 그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의 정수를 한 줄에 압축한다. 그래서 이 인턴처럼 제목만으로 누군가에게 뼈아픈 돌직구를 날릴 수 있다. 반대로 그 제목이 영감이 돼 자신의 삶에 즉각적인 성찰과 변화의 자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독서법 중 하나는 그래서 ‘제목 독서’다. 책 한 권을 다 읽으려면 아무리 빨라도 한 시간은 걸리지만 제목 독서는 눈으로 본 즉시, 완독 뒤 기대할 수 있을 법한 ‘실천적 각성’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코가 그려진 표지에 ‘호흡하는 법, 숨만 제대로 쉬어도 건강하다’고 써진 책을 봤다면? 보자마자 코로 심호흡을 해보게 된다. ‘함부로 칭찬하지 마라’라는 책 제목을 본 뒤라면 아이에게 영혼 없는 찬사를 늘어놓으려던 것을 잠시라도 멈춘다. 서점가에 쏟아지는 ‘저속노화’ 책을 반복해 접하다 보면, 그런 삶의 방식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는 기분이다. 어떤 책은 제목만으로도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라는 ‘원씽’은 사실 제목이 책 내용의 거의 전부다. 핵전쟁 종말 시나리오를 검토한 ‘24분’은 어떤가. 24분 안에 모든 게 끝날 수 있다는 바로 그 사실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런 경우는 제목만 봐도 교양이 쌓인다. 15년 차 대형서점 MD가 최근 독서 노하우를 집약해 펴낸 ‘책 고르는 책’에는 실제로 ‘표지 독서’라는 흥미로운 개념이 등장한다. 표지의 제목과 부제, 저자 소개, 뒷면의 발췌나 추천사 등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 책을 읽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제목 읽기도 일종의 독서다. 책 읽을 때 강박적으로 생기는 ‘엄근진’ 모드를 잠시 내려놔도 괜찮단 뜻이다. 주말에 뭐 할지 고민이라면, 당장 가까운 서점으로 나가 매대와 책장에 꽂힌 수많은 제목들을 한번 훑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이유다. 그 한 줄 안에 담긴 수많은 영감, 정보, 조언들. 제목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한번 시도해 보면 아마 놀라게 되지 않을까.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현대 첩보 소설의 대부’로 불리는 영국 소설가 프레더릭 포사이스(사진)가 별세했다. 향년 86세.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포사이스는 9일(현지 시간) 런던 북부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인은 고교 졸업 뒤 19세에 영국 공군에 입대해 조종사 훈련을 받았으며, 로이터통신과 BBC방송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작가로 전업해 처음 쓴 장편소설 ‘자칼의 날’(1971년)은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킬러를 다룬 작품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밖에 ‘오데사 파일’ ‘전쟁의 개들’ 등을 집필해 세계적으로 75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미국 에드거 앨런 포 상 등을 수상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슈크림이 없는 슈크림빵이 있다. 텅 빈 속을 채우려다 보니 이것저것 잡동사니를 많이 모으게 됐다. 만물버스 주인이 된 슈크림빵. 이 버스를 여러 종류의 빵들이 찾아온다. 먼저 찾아온 건 호밀빵이다. 호밀빵은 울퉁불퉁한 자신이 싫다. 시럽을 발라 버터롤빵처럼 매끈해지고 싶다. 호밀빵을 위해 버스를 뒤지는 슈크림빵. 시럽은 없지만 손선풍기가 있다. 손선풍기를 틀자 어디선가 퍼지는 구수한 향기. 호밀빵은 비록 매끈하진 않지만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구수한 냄새가 장점이었다. 마치 호밀밭에 온 것만 같다. 뒤이어 퍽퍽하고 심심한 맛이라 인기가 없는 게 걱정인 건빵, 서로 자신들이 빵인지 떡인지를 놓고 끊임없이 싸우는 쌍둥이 찰떡빵 등 저마다의 고민을 가진 빵들이 찾아온다. 이 빵들의 고민과 걱정은 실은 한 겹만 벗겨 보면, 자신만의 개성과 장점으로 연결된다. 빵들의 고민을 척척 해결해 준 슈크림빵. 하지만 정작 슈크림빵은 텅 빈 자신을 채울 딱 맞는 물건이 없어 고민이다. 이번엔 빵 친구들이 고민을 해결해준다. 슈크림의 속은 따뜻한 마음으로 이미 가득 차 있음을 알게 해준 것. 스스로의 고유성을 받아들이는 긍정적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귀여운 그림체로 표현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ending)이 미국 공연계 시상식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The Drama Desk Awards)에서 6관왕을 차지했다.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69회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뮤지컬 부문 작품상, 연출, 음악상, 작사상, 극본상, 무대디자인상 등 6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올해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단일 작품 중 가장 많은 수상이다.드라마 데스크 어워즈는 공연계 비평가와 작가, 출판계 관계자들로 구성된 단체 드라마 데스크가 1955년부터 주관해온 공연계 시상식이다.‘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로 2016년 국내 초연 후 지난해 11월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개막하며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8일 열리는 제78회 토니상에서도 뮤지컬 작품상을 비롯해 연출상, 각본상, 음악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오랜 꿈을 가지고 있던 아이. 산책하다 우연히 강아지를 한 마리 발견한다. 아무리 봐도 강아지보다는 곰 같아 보이긴 하는데, 어찌 됐건 아이는 그 강아지를 데리고 집에 간다. 겁에 질려 어쩔 줄 모르고 있다면서, 자기가 잘 돌봐줄 수 있다며. 강아지는 아이의 좋은 친구가 된다. 혹시나 싶어 주변에 물어봐도 강아지를 잃어버린 이웃은 없다. 정말 이 강아지는 영원한 나의 강아지가 되는 것일까? 마당 구석에 작은 집을 짓고, 먹이를 주고, 신나게 놀면서 비밀스러운 일상을 즐긴다. 하지만 행복에 가득 찼던 것도 얼마뿐이다. 함께 산책하던 날 강아지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만다. 대체 강아지는 어디로 갔을까. 되돌아올 수 있을까. 상심에 빠졌던 아이는 어느 날 산책길에서 다시 눈을 반짝일 만한 뭔가를 발견한다. 고양이다. 아무리 봐도 사자같이 생긴 거대한 고양이.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데 부모의 반대로 좌절해 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 그래서 상상의 반려동물을 친구로 삼아본 경험이 있는 모두가 웃으며 공감하기 좋은 책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서울시합창단이 다음 달 13, 14일 이틀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가곡시대’ 공연을 연다. 2022년 첫선을 보인 ‘가곡시대’는 우리 가곡에 스토리텔링을 더한 서울시합창단의 대표 레퍼토리다. 올해 ‘가곡시대’는 ‘아버지의 노래, 딸의 이야기’를 부제로 작곡가 김순남(1917∼1983·사진)의 대표 가곡 10편을 시 낭송과 함께 무대에 올린다. 한국 현대음악 작곡의 선구자이자 피아노 협주곡 작곡가인 김순남은 1948년 월북했다. 1988년 월북·납북 음악인 작품에 대한 규제 해제를 계기로 재조명받았다. 이번 공연에선 그의 외동딸인 방송인 김세원 씨가 시를 낭송해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김 씨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 SBS ‘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맡아 대중에게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해설은 이금희 아나운서가 맡는다. 공연은 김소월 시에 곡을 붙인 김순남의 대표곡 ‘진달래꽃’을 시작으로, ‘상렬’ ‘탱자’ 등 노래에 시 낭송과 해설이 입체적으로 어우러진다. 세계의 음악가들이 기억하는 김순남의 발자취 등도 소개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예술을 나누는 건 인간이 가진 가장 직접적인 소통 방식입니다. 오케스트라가 투어를 떠나는 이유도 결국 지구 반대편에 사는 매혹적인 문화의 사람들과 인간의 보편적 진실을 함께 즐기고 나누기 위해서겠지요.” 6년 만의 내한공연을 앞두고 동아일보와 서면으로 만난 스위스 대표 관현악단인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조너선 노트는 “위대한 예술이란 인간의 보편적인 진실을 함께 즐기고 나누는 우화(allegory)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유럽의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다. 특히 프랑스 및 러시아 근현대 음악 레퍼토리에 강점을 가진 이들은 스트라빈스키, 라벨, 드뷔시 등과 긴밀한 작업을 하며 독자적 음악 해석을 구축해 왔다. 7월 5,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지는 내한 공연 프로그램도 이런 전통적 강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짜였다. 5일에는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를 들려준다. 6일에는 스위스의 현대음악 작곡가인 윌리엄 블랭크의 ‘모포시스’를 아시아 초연한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도 선보인다. “스트라빈스키의 두 발레 작품은 ‘폭력’이라는 주제를 다루는데 음악을 통해 어둠의 에너지를 빛으로 바꾸는 힘을 지니고 있어요. 페트루슈카의 리듬은 장난기 어린 멜로디에 숨겨진 불안감이, 봄의 제전은 정면으로 내리치는 강렬함이 있죠. 두 개의 대비되는 쌍으로 구성된 하나의 이야기책처럼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싶었습니다.” 모포시스 초연을 이번 프로그램에 넣은 이유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듣다 보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많은 현대음악을 발견하게 된다. 미래가 나아지려면 언제나 새로운 경험에 대해 열려 있어야 한다”며 “음악은 연주될 때마다 생명을 얻는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이틀에 걸쳐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협연자로 나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각각 선보인다. 양인모는 2022년 제12회 시벨리우스 국제바이올린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연주자다. 노트는 “몇 차례 리허설과 시벨리우스 협연 공연을 함께 해봤는데 정말 훌륭했다”며 “그는 놀라운 바이올리니스트일 뿐만 아니라 정말 훌륭한 음악가였다. 협주곡이 끝난 뒤 우리 둘 다 미소를 짓고 있었다”고 했다. 노트는 2014년 처음으로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와 말러 교향곡 7번을 연주해 찬사를 받았으며, 2017년 1월 음악감독으로 임명돼 지금까지 악단을 이끌어 왔다. 이번 내한공연은 노트가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진행하는 마지막 시즌 투어다. “2014년 첫 연주부터 쌓은 경험과 관계가 음악을 더 정교하게 다듬었고, 음악이 진심으로 ‘말을 걸 수 있게’ 만들어 준 것 같아요. 결국 우리가 공유한 경험이 인생의 여정을 만들어 내는 것 아닐까요?”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예술을 나누는 건 인간이 가진 가장 직접적인 소통 방식입니다. 오케스트라가 투어를 떠나는 이유도 결국 지구 반대편에 사는 매혹적인 문화의 사람들과 인간의 보편적 진실을 함께 즐기고 나누기 위해서겠지요.”6년 만의 내한공연을 앞두고 동아일보와 서면으로 만난 스위스 대표 관현악단인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Orchestre de la Suisse Romande)’의 지휘자 조나단 노트는 “위대한 예술이란 인간의 보편적인 진실을 함께 즐기고 나누는 우화(allegory)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유럽의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다. 특히 프랑스 및 러시아 근·현대 음악 레퍼토리에 강점을 가진 이들은 스트라빈스키, 라벨, 드뷔시 등과 긴밀한 작업을 하며 독자적 음악 해석을 구축해왔다. 7월 5,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지는 내한 공연 프로그램도 이런 전통적 강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짜여졌다. 5일에는 드뷔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르슈카’를 들려준다. 6일에는 스위스의 현대음악 작곡가인 윌리엄 블랭크(William Blank)의 ‘모포시스’를 아시아 초연한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도 선보인다. “스트라빈스키의 두 발레 작품은 ‘폭력’이라는 주제를 다루는데 음악을 통해 어둠의 에너지를 빛으로 바꾸는 힘을 지니고 있어요. 페트루슈카의 리듬은 장난기 어린 멜로디에 숨겨진 불안감이, 봄의 제전은 정면으로 내리치는 강렬함이 있죠. 두 개의 대비되는 쌍으로 구성된 하나의 이야기책처럼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싶었습니다.” ‘모포시스’ 초연을 이번 프로그램에 넣은 이유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듣다보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많은 현대음악을 발견하게 된다. 미래가 나아지려면 언제나 새로운 경험에 대해 열려 있어야 한다”며 “음악은 연주될 때마다 생명을 얻는다는 걸 잊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이번 공연은 이틀에 걸쳐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협연자로 나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각각 선보인다. 양인모는 2022년 제12회 시벨리우스 국제바이올린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연주자다. 노트는 “몇 차례 리허설과 시벨리우스 협연 공연을 함께 해보았는데 정말 훌륭했다”며 “그는 놀라운 바이올리니스트일 뿐만 아니라 정말 훌륭한 음악가였다. 협주곡이 끝난 뒤 우리 둘 다 미소를 짓고 있었다”고 했다. 노트는 2014년 처음으로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와 말러 교향곡 7번을 연주해 찬사를 받았으며, 2017년 1월 음악감독으로 임명돼 지금까지 악단을 이끌어왔다. 이번 내한공연은 노트가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진행하는 마지막 시즌 투어다. “2014년 첫 연주부터 쌓은 경험과 관계가 음악을 더 정교하게 다듬었고, 음악이 진심으로 ‘말을 걸 수 있게’ 만들어 준 것 같아요. 결국 우리가 공유한 경험이 인생의 여정을 만들어 내는 것 아닐까요?”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