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박성민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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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부터 죽음까지, 보건복지 분야를 취재합니다. 원인의 원인의 원인이 뭘까 고민합니다.

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1~2025-12-21
보건33%
사회일반28%
사건·범죄6%
인사일반6%
복지6%
대통령6%
칼럼6%
건강6%
경제일반3%
  • 40대이상 80% “고통 심한 말기 환자, 조력 존엄사 합법화 찬성” [품위 있는 죽음]

    40대 이상 10명 중 8명은 의료진이 처방한 약물을 고통이 심한 말기 환자에게 주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는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찬성 비율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호스피스, 생애 말기 돌봄 확대 등 임종기 삶의 질을 개선하지 않은 채 조력 존엄사를 합법화한다면 빈곤한 노인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죽음으로 내몰릴 수 있어 많은 대비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동아일보가 40대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생애 말기 돌봄과 임종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9.7%가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대해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대는 10.5%였다. 연령대별로는 60대 84.1%, 70세 이상 83.3% 등 고령층으로 갈수록 조력 존엄사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다. 또 남성(81.4%)이 여성(78.2%)보다 조력 존엄사 합법화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조력 존엄사 합법화를 찬성하는 이유는 ‘삶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29.3%)가 가장 많았다. 회생 가능성 없는 환자의 생존 연장은 무의미하기 때문(26.5%), 환자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일 수 있어서(21.5%), 가족이나 보호자의 부담 경감(16.9%) 등이 뒤를 이었다.반대하는 이유는 생명 경시 풍조가 확산될 수 있음(26.2%)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삶의 마지막은 스스로 결정할 수 없음(24.2%), 가족 부담을 이유로 원치 않는 죽음 선택 가능(20.0%), 조력 존엄사를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 증가(13.1%) 순으로 조사됐다.지난해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만큼 조력 존엄사를 포함해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극심한 고통을 피하고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다혜 한국존엄사협회장은 “죽음을 개인의 문제로 방치하지 말고 존엄한 삶의 마무리가 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하지만 현 상황에서 조력 존엄사가 합법화될 경우 노인이 자신의 의지에 반해 죽음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38.2%를 기록했다. 김율리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노인은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며 “이런 부분이 사회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력 존엄사가 허용된다면 악용될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간병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부 지원과 호스피스 시설, 생애 말기 돌봄 서비스 등을 먼저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누구나 생의 말기에 충분히 돌봄을 받고 온전히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을 때 존엄사 합법화가 의미 있게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조력 존엄사 합법화는 사전 생애말기 돌봄계획 수립과 호스피스 병상 확충 등의 문제와 병행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기자}

    •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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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절반 ‘재가 임종’ 원하지만 실제 16%뿐… “재택의료 확충을” [품위 있는 죽음]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의 한 주택. 3평 남짓한 방에 미동 없이 누운 윤화수 씨(91)의 몸을 의료진이 옆으로 돌리자 등에 주먹만 한 욕창이 보였다. 의료진 김주형 집으로의원 원장이 “오늘은 그래도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고 말하자 윤 씨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간호사는 간단한 연고를 바른 뒤 드레싱 처치를 했다. 치매와 당뇨를 앓고 있는 윤 씨는 방문진료를 받기 전엔 심장내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여러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았다. 딸 유관희 씨(69)는 “90kg이 넘었던 엄마를 휠체어에 태워 여러 병원에 다니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이젠 집에서 진료받으니 약 처방이 중복될 일도 없어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유 씨는 어머니를 임종까지 집에서 돌볼 계획이다. 그는 “엄마도 병원이나 요양원에 가는 걸 싫어한다. 원하는 곳에서 덜 아프다가 가셨으면 한다”고 했다.● “재가 임종 희망”… 현실은 병원이 75%동아일보가 40대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생애 말기 돌봄과 임종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0.1%는 희망하는 임종 장소로 ‘자택’을 꼽았다. 병원 임종은 25.4%, 요양시설은 17.1%였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2023년 기준 임종 장소는 의료기관이 75.4%였고, 주택은 15.5%에 그쳤다. 임종기 간병 부담이 큰 데다, 사망 시 경찰 신고와 검안부터 시신 이송까지 재가 임종 절차가 까다롭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 어디서 임종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도 20.8%만이 ‘자택’을 꼽았다. 병원 37.1%, 요양시설 30.3% 등 국민 3명 중 2명은 집이 아닌 곳에서 임종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재가 임종이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재택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가 임종 시 사망 진단 등을 위해 연락하는 재택의료센터는 전국 113개 시군구에만 지정돼 있다. 2019년부터 1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됐지만, 올 6월 기준 등록 기관은 986곳으로 전체 의원 3만7234곳 중 2.6%에 불과하다. 진료 환자는 2020년 1545명에서 올 1∼6월 1만7517명으로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 의료계에선 거동이 불편해 방문진료가 꼭 필요한 노인과 장애 인구가 1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박건우 대한재택의료학회 이사장(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은 “선진국일수록 아픈 노인을 찾아가는 재택의료가 발달해 있다. 생애 말기를 대형병원에 의존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망 진단 방문 수가 신설, 임종기 돌봄 가족 유급휴가 등 의료기관 참여를 늘리고, 가족의 부담을 덜어줄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형 집으로의원 원장은 “먼 거리 환자, 야간 환자를 봐도 수가는 똑같다. 방문진료가 활성화되려면 보상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다사 사회’ 진입에도 죽음 언급 꺼려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 한국은 2020년부터 출생보다 사망이 많은 다사(多死) 사회에 진입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문화 탓에 임종 계획을 세우고 생의 말기를 보내는 사례는 흔치 않다. ‘생애 말기 돌봄과 임종을 고민하거나 가족과 상의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38%가 ‘없다’고 답했다. 임종 계획을 세우지 않은 이유로는 ‘가족과 죽음을 얘기하는 것이 불편해서’라는 의견이 25.8%로 가장 많았고, ‘죽음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답변도 25.4%로 비슷한 응답률을 보였다. ‘호스피스 등 생애 말기 의료·돌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15.2%, ‘계획에 대한 필요를 못 느껴서’라는 답변은 14%를 나타냈다.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선 노인 가구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응답자들은 노년기 가장 큰 고민으로 ‘간병비 등 의료·돌봄 비용’(26.6%)을 꼽았다. 72.1%는 ‘의료비, 간병비, 주거비 등 노년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간병 부담을 덜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중증환자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38.4%)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월평균 간병비는 약 370만 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증환자의 요양병원 간병비 본인부담률을 3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간병비 급여화를 위해선 대상 환자 범위와 간병인 배치 기준 등에 따라 연간 최소 1조9770억 원에서 최대 7조3881억 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순둘 이화여대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장은 “재원 마련을 위해선 건강보험료 인상 등 국민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정부가 솔직히 밝혀야 한다”며 “호스피스와 재택의료 지원은 늘리고 요양병원의 불필요한 입원은 줄이는 등 지출 재구조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 (이상 정책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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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품위 있는 죽음 위한 ‘엔딩플래너’ 필요, 정부가 적극 도와야” [품위 있는 죽음]

    “죽음은 삶을 빛내주는 마지막 장식 같아요.” 6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교회에서 열린 웰다잉 수업. 스크린에 띄운 영상에서 한 초등학생이 죽음을 이렇게 정의하자 몇몇 수강생이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죽음을 삶의 한 단계로 받아들이고, 아름다운 마지막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건 이날 교육의 핵심 메시지이기도 했다. 강사로 나선 대한웰다잉협회 이계상 대외협력팀장은 “입시, 취업, 결혼, 출산을 준비하듯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선 임종에도 계획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남은 삶의 가치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임종 계획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데서 시작한다. 웰다잉 교육에선 생의 행복과 불행을 그래프로 나타낸 ‘인생 곡선’ 그리기, 자기소개서 쓰기 등을 권한다. 경기도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일하는 권소진 씨(35)는 “방문하는 어르신들에게 인생 노트와 사전 장례 계획을 써 보길 권한다. 처음에는 죽음을 떠올리는 것에 두려움과 거부감이 크지만, 삶을 한번 돌아본 뒤 홀가분해졌다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수강생들은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미리 상상하면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했다. 대학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로 오래 일한 전소연 씨(49)는 최근 중학생 자녀에게 연명치료를 받지 않고,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전 씨는 “가족에게 부담되는 화려한 장례식보다는, 조촐한 ‘생전 이별식’으로 주위에 감사와 용서를 전한 뒤 떠나고 싶다”고 했다.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선 집과 지역 사회에서 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원미선 씨(54)는 “80세 어머니가 ‘집에 있다가 죽기 전 일주일만 병원에 있고 싶다’고 하더라. 가족들이 충분히 임종기 돌봄을 감당할 수 있도록 가정 호스피스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300만 명이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처럼 구체적인 사전돌봄계획(ACP) 수립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은 2018년부터 ‘인생회의’라는 이름으로 사전돌봄계획 수립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연명의료와 완화의료 중 무엇을 선택할지부터 생의 마지막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과 장소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윤영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가정의학과 교수)은 “임종 계획을 세우는 것은 누구나 막막하다. 정부가 존엄한 삶의 마지막이 가능하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며 “결혼의 웨딩플래너처럼 ‘엔딩플래너’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 (이상 정책사회부) 기자}

    • 20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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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10명중 3명만 “인지장애 증상 초기에 병원 가겠다”

    국민 10명 중 6명은 ‘치매 전 단계’로 불리는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도인지장애 증상이 나타난 초기에 병원을 찾겠다는 국민은 10명 중 3명에도 못 미쳤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치매학회가 12일 개최한 ‘초고령사회 치매 예방과 치료, 미래 대응 방안’ 심포지엄에선 이런 내용의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일까지 20세 이상 성인 103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경도인지장애는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로, 대체로 일상생활은 수행할 수 있다. 기억력 저하 등 인지 능력이 부분적으로 저하된다.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 10~15%가 치매로 진행된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47.4%는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11.7%는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용어 정도만 들어봤다’는 27.3%, ‘전혀 모른다’는 13.6%였다. 3년 전 학회 조사에서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는 응답이 58%였던 것에 비하면 경도인지장애 인지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경도인지장애가 치매 예방에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자도 60.3%로, 3년 전 26%보다 많이 증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치매 인구는 97만 명으로 추산된다. 내년엔 100만 명을 넘고, 2044년엔 2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그러나 인지 능력이 저하됐을 때 조기에 병원에 방문하겠다는 응답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내원 시점을 묻는 말에 응답자의 28.6%만 ‘(기억) 깜빡임이 시작된 초기’라고 답했다. 45.7%는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때’, 21.1%는 ‘가족이나 타인이 인지 저하를 지적할 때’라고 답했다. 1.7%는 ‘중증 치매로 진행된 후’라고 답했다.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겨도 병원에 가지 않는 이유로는 ‘자연스러운 노화로 생각해서’라는 답변이 45.2%로 가장 많았고. ‘치매 진단이 나올까 봐 두려워서’ 26.3%, ‘시간이 없어서’ 25% 순이었다. 최호진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인지 기능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느끼면 되도록 일찍 전문가 상담을 받아야 치매 진행을 막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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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RM, 생일 맞아 고대의료원-아산병원에 각각 1억씩 기부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이 12일 생일을 맞아 국내 병원에 총 2억 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RM은 생일에 맞춰 서울아산병원에 후원금 1억 원을, 고려대의료원에 발전 기금 1억 원을 각각 기부했다.RM은 “생일을 맞아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에 후원을 결심했다”며 “치료가 꼭 필요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서울아산병원은 후원금을 불우 환자 치료비와 수술비 지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고려대의료원 역시 기부금을 진료 환경 개선과 다양한 의료 서비스 확충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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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녀 임금격차 더 커져…작년 男 9780만원 vs 女 6773만원

    지난해 국내 기업의 성별 임금 격차가 전년보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시 대상 기업 2980곳의 남성 평균임금은 9780만 원, 여성 평균임금은 6773만 원으로 집계됐다. 남녀 임금 격차는 30.7%로 전년(26.3%) 대비 4.4%포인트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제출된 공시 대상 기업 2980곳의 2024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남성 평균임금 감소폭(―0.8%)보다 여성 평균임금이 감소폭(―6.7%)이 컸던 것이 임금 격차 확대로 이어졌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임금 격차가 지난해 29.1%로 전년 대비 9.1% 증가했다. 정보통신업은 30.3%에서 34.6%로, 금융 및 보험업은 30.2%에서 31.2%로 격차가 커졌다. 산업별 성별 임금 격차는 도매 및 소매업(44.1%), 건설업(41.6%), 정보통신업(34.6%) 순으로 컸다. 반면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15.8%), 숙박 및 음식점업(17.7%),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 조절 공급업(22.5%) 등은 격차가 적었다. 지난해 공시 대상 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남성 11.8년, 여성 9.4년으로 격차는 20.9%였다. 전년(23%) 대비 2.1%포인트 감소했다. 통상 근속연수 격차가 줄면 임금 격차는 완화되는데 지난해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여가부는 “임금이 근속연수 외에 직급, 근로 형태 등 다양한 요인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공공기관 344곳의 성별 평균 임금은 남성 7267만 원, 여성 5816만 원이다. 임금 격차는 20.0%로 전년(22.7%) 대비 2.7%포인트 줄었다.공공기관의 평균 근속연수는 남성 10.5년, 여성 8.4년으로 성별 근속연수 격차는 19.9%이었다. 격차는 전년(29.0%) 대비 9.1%포인트 감소했다.여가부는 “성별 임금 격차 분석 시 연령, 직급, 고용 형태, 경력 단절 여부 등 다양한 변수를 포함해 격차 원인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이를 기업별로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고용평등임금공시제’ 도입을 통해 격차를 해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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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병원급 비급여 진료비 약 7조원…1인실- 도수치료-임플란트 순

    지난해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가 7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됐다. 비급여 중 규모가 가장 큰 항목은 1인실 상급병실료였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항목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4년 하반기 비급여 보고제도’ 분석 결과를 4일 공개했다. 비급여 보고제도는 비급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내역 등을 보고하는 제도다. 올 상반기 전체 의료기관에 이어, 하반기엔 병원급 의료기관의 9월분 비급여 진료내역이 보고 대상이다. 병원급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 치과병원 등이 포함된다. 병원급 의료기관 4166곳의 1068개 비급여 항목 진료비는 5760억 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3월분)와 비교해 38억 원 늘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6조9124억 원으로 추정된다. 항목별로는 상급병실료(1인실)가 553억 원(9.6%)으로 가장 많았고, 도수치료 478억 원(8.3%), 치과 임플란트(1치당)-지르코니아 234억 원(4.1%) , 척추·요천추 자기공명영상(MRI) 진단(3.7%) 순이었다. 진료과목별로는 정형외과가 1534억 원(26.6%)으로 가장 많았고, 신경외과 816억 원(14.2%), 내과 592억 원(10.3%) 순이었다. 진료비 규모 상위 항목 중 연조직(근육, 피부 등) 재건용 치료 재료, 인체 조직 유래 2차 가공 뼈 등 치료 재료의 진료비 규모 증가가 크게 나타났다. 권병기 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비급여 자료를 활용한 비급여 정보 제공을 지속해서 확대할 방침”이라며 “국민에게 의료비 부담을 주는 과잉 비급여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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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차만별 도수치료 평균 10만원… 60만원 받기도

    광주 한 의원의 도수치료 최고가는 60만 원이다. 2시간 동안 관절가동술 및 교정술, 개인 운동 교육 등이 포함된 가격이다. 반면 경기 성남시의 한 의원에서는 물리치료를 받는 환자를 대상으로 간단한 수기 치료만 하는 300원짜리 비급여 도수치료를 제공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진료비를 전액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3일 이런 내용의 ‘2025년 비급여 진료 비용’을 심평원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조사 대상은 693개 비급여 항목으로, 지역별 가격순 검색이 가능하다. 환자가 많이 찾는 의원급의 도수치료 중간 가격은 10만 원, 최고 가격은 25만5000원이다. 체외충격파도 전체 의료기관 중간 금액은 7만 원, 최고는 31만9000원으로 4배 이상으로 차이가 났다. 근골격계 통증 완화 주사인 증식치료는 전체 의료기관 중간 금액 5만 원, 최고 금액은 25만 원으로 5배 차이가 발생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같은 비급여 항목도 시술 부위, 난도, 소요 시간, 투입 장비 등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임플란트는 중간 금액이 120만 원이지만, 최고 금액은 의료기관 종류에 따라 200만∼461만 원으로 차이가 컸다. 비교 대상 571개 항목 중 48.7%(278개)는 의료기관 간 가격 편차가 지난해보다 커졌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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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급여 진료비 천차만별…평균 10만원 도수치료, 60만원 받기도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등 근골격계 질환 시술의 의료기관별 중간 금액과 최고가 차이가 3~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별 임플란트 가격 편차도 지난해보다 커졌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3일 이런 내용의 ‘2025년 비급여 진료 비용’을 심평원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조사 대상은 693개 비급여 항목이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진료비를 전액 부담하는 항목이다. 병원이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의료계는 “같은 시술도 인력과 시설, 시술 난도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분석 결과 공통 항목 571개 중 367개(64.3%) 항목의 평균 가격이 인상됐다. 도수치료는 전년 대비 1.3%, 체외충격파는 1.6% 올랐다. 571개 중 48.7%는 기관 간 가격 편차가 지난해보다 커졌다. 다만 조사 시점인 지난해 6월과 올 6월의 물가상승률(2.2%)을 고려하면 평균 금액이 인하된 항목이 75.1%로 더 많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의료기관별 가격 차도 컸다. 전체 의료기관의 최저 금액은 300원, 중간 금액은 10만 원, 최고는 60만 원이었다. 일반 국민이 흔히 찾는 의원급은 중간 가격 10만 원, 최고 25만5000원이다. 다만 최저가와 최고가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는 게 복지부와 의료계 설명이다. 심평원 홈페이지를 보면 최저가는 경기 성남시 한 의원으로 간단한 수기 치료 가격이다. 이 병원도 최고가 치료는 15만 원이다. 반면 광주광역시 한 의원은 가장 비싼 도수치료가 60만 원이다. 2시간 동안 관절가동술, 관절교정술, 개인 운동 교육 등을 진행한다.체외충격파도 병원급 중간 금액은 7만5000원, 최고는 31만9000원으로 4배 이상 차이가 났다. 근골격계 통증 완화 주사인 ‘증식치료’는 전체 의료기관 중간 금액 5만 원, 최고 금액은 25만 원으로 5배 차이가 났다. 임플란트는 중간 금액은 120만 원이지만, 최고 금액은 병원 종류에 따라 200만~461만 원까지 차이가 컸다. 시술 숙련도와 재료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는 게 의료계 설명이다. 올해 처음 공개된 샤임프러그 사진 촬영 검사도 편차가 컸다. 이 검사는 백내장 등 안과 질환 진단 시 진행한다. 광주의 한 의원에선 중간값인 10만 원이었지만, 서울의 한 의원은 200만 원을 받았다. 병원급 중간 금액은 5만7000원, 최고는 16만5000원이었다. 복지부와 심평원은 “합리적인 비급여 선택을 위해서 심평원 홈페이지를 통해 의료기관 간 가격 차이를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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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수도권 흉부외과 전공의, 82명 모집에 4명만 복귀

    전남대병원은 심장혈관흉부외과 레지던트가 4년 차 1명뿐이다. 지난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한 1년 차 레지던트 2명은 올 하반기(7∼12월) 모집에 지원하지 않았다. 한 명은 지난해부터 연락이 끊겼고, 다른 한 명은 다른 진료과에 지원했다. 정인석 전남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전공의가 없으면 교육 및 연구 병원 역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방 흉부외과의 토대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모집 결과 비수도권 수련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복귀자는 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82명 모집에 충원율은 4.9%. 대상을 전국으로 넓혀도 21.9%(46명) 충원에 그쳤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의정 갈등 전에도 충원율이 낮았다. 높은 업무 강도 대비 낮은 보상, 의료 분쟁 부담, 개원의 어려움 등이 이유다. 지난해 3월 기준 전국 레지던트는 107명에 불과했다. 의대 졸업생 약 3000명 중 매년 20∼30명만 심장과 폐, 식도 질환 외과의를 지망한다는 의미다. 1년 7개월 동안 의정 갈등을 거치며 이마저도 상당수 수련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국 수련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전공의는 총 68명으로 의정 갈등 전의 63.6%만 남았다. 정의석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기획홍보위원장(강북삼성병원 교수)은 “흉부외과는 기간산업과 비슷하다. 거점 병원 조성 등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지방 필수과 복귀율은 특히 저조했다. 비수도권 소아청소년과는 총 289명 모집에 23명(8.0%), 산부인과는 203명 모집에 56명(27.6%)만 채웠다. 의정 갈등 전 대비 전공의 복귀율은 소아청소년과 59.7%, 응급의학과 59.9%, 산부인과 73.8%로 집계됐다. 미래 기대 수익이 높은 인기 과는 90% 이상이 수련에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과·영상의학과는 각각 95.3%, 피부과 92.6%, 성형외과 91.1%, 재활의학과 90.1%로 의정 갈등 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이번 모집에서 복귀한 전공의는 총 7984명이다. 이미 수련 중인 인원을 포함한 전체 전공의는 1만305명으로 의정 갈등 전 대비 76.2%가 복귀한 것으로 집계됐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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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사연 “2050년 국민연금 206조-건강보험 45조원 적자 전망”

    2050년 국민연금 적자 규모가 200조 원을 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보장 장기 재정추계 통합모형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총지출은 올해 50조3000억 원에서 2050년 322조2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총수입은 58조 원에서 116조5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는 연금 수입이 지출보다 7조7000억 원 많지만, 25년 후엔 지출이 수입보다 206조 원가량 많아지는 셈이다. 이는 국회예산정책처(2020년)와 국민연금공단(2023년)이 추산한 2050년 적자 예상치보다 168조3000억 원, 195조4000억 원보다 큰 규모다. 연금 재정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저출생 고령화다. 연구진은 저출생 영향으로 국민연금 가입자가 올해 2194만 명에서 2050년 1549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수급자는 같은 기간 약 753만 명에서 1692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활동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건강보험 재정도 위협한다. 건강보험료 수입은 올해 106조1000억 원에서 2050년 251조8000억 원으로 늘고, 같은 기간 총지출은 105조2000억 원에서 296조4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2050년 예상 적자는 약 44조6000억 원에 이른다. 사회보험뿐 아니라 고령자와 취약계층에 들어가는 일반 재정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 재정은 올해 26조1000억 원에서 2050년 66조6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저소득층 생계급여 재정도 같은 기간 11조5000억 원에서 22조4000억 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연구진은 “사회보장 분야를 구성하는 사회보험과 일반재정 모두 미래 재정 여건이 심각하게 나빠질 수 있다”며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3년생)가 고령인구 및 후기 고령인구로 편입되는 2040년대 말까지의 고령화 재정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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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공의 돌아와 진료 숨통” “근무시간 단축 등 요구 지나쳐”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각 진료실 앞 대기실은 빈자리가 없을 만큼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였다. 병원 관계자는 “수술과 진료가 의정 갈등 초기보다 많이 회복됐는데, 마침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돌아와 숨통이 트인다”고 했다. 췌장암 환자 김모 씨(66)는 “더 이상 진료가 밀릴까 봐 마음 졸이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수술-진료, 의정 갈등 전으로 회복” 기대 1년 7개월간의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 온 의료진도 전공의 복귀를 반겼다. 이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에서 만난 비뇨의학과 간호사는 “우리 과는 전공의가 다 돌아와서 일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주치의가 많아야 환자 한 명 한 명 더 세심하게 돌볼 수 있다”고 했다. 김수진 응급의학과 교수는 “하루 종일 인턴, 레지던트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센터에 손이 부족해 서둘러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숙련도가 높은 고연차 전공의는 곧바로 진료나 수술에 투입됐다. 정형외과 복귀 전공의는 “오전부터 환자를 보느라 1년 반의 공백을 느낄 틈도 없었다”고 했다. 병원은 당직 근무표를 새로 짜고 신규 외래 환자도 조금씩 늘리는 등 의정 갈등 전으로 진료량을 회복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필수과 교수는 “다행히 고연차는 거의 복귀했고, 저연차도 한두 명 외엔 돌아왔다. 다만 1년 반의 공백이 있었고, 새 연차로 수련을 재개했기 때문에 몇 주간 적응 기간이 지나야 수술이나 진료량이 회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수련 시간 줄이고, 잡무 안 맡겨” 병원들은 전공의들이 요구해 온 수련 환경 개선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젊은 의사의 이탈이 많은 필수과일수록 전공의 처우에 신경 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주당 근무 시간(80시간) 준수는 물론이고, 시범사업 수준인 72시간으로 단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수도권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4년 차 레지던트는 “앞으로 고연차는 외래 실습, 진료 참관에만 집중하고, 저연차도 검사 예약 등 그동안 해 왔던 부수적인 일을 맡지 않는다고 안내를 받았다”고 전했다. 전공의 공백을 메워 온 진료지원(PA) 간호사와의 업무 분담도 과제다. 수도권 대학병원 성형외과 3년 차 레지던트는 “근무 시간 단축 등 전공의 수련의 질을 높이려면 PA 간호사가 없어선 안 된다. 다만 각 시술이나 처치를 어떻게 분담할지 정리가 안 돼 있어 당분간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갈등을 빚었던 교수나 사직하지 않고 병원을 지켜 온 전공의들과 서먹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수도권 대학병원 복귀 레지던트는 “‘중간 착취자’라고 비판해 온 교수들과 다시 사제 관계로 돌아가는 게 편하지 않다”며 “근무 시간을 줄이고 잡무를 안 맡으면 교수들이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는 구조라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 3년 차 레지던트는 “사직하지 않고 병원에 남았던 후배가 같은 연차가 되고, 동기는 선배가 됐다. 의국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전했다. 전공의의 요구가 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수련병원 교수는 “주당 근무 시간을 60시간까지 줄이면 현재 3∼4년인 수련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 어디까지가 잡무인지 기준도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 “인턴 절반 이탈” 지방 필수과 궤멸 우려 전공의 복귀율 70∼80%의 수도권 수련병원과 달리 지방은 거점 국립대병원조차 복귀율이 50% 안팎에 그쳤다. 특히 필수과는 저연차를 중심으로 이탈자가 많아 수련과 진료 차질이 우려된다. 부산대병원은 인턴 63명을 모집했지만 35명(55.6%)만 채웠다. 지난해 2월엔 정원을 거의 채웠는데, 20여 명이 서울 소재 수련병원에 신규 지원하면서 도미노처럼 빈자리가 생겼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1년 차 레지던트 3명 중 2명이 복귀하지 않았다. 신용범 부산대병원 교육연구실장은 “합격한 인턴도 내년에 인기과 위주로 레지던트 지원을 할 게 뻔하다. 5년 후엔 지방에서 신규 필수과 전문의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일부 전공의는 근무 첫날 노조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노동조합은 이날 “국내 모든 수련병원을 포함할 수 있는 전국 단위 조합이다. 전공의의 인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겠다”고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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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개월 기다려 수술… 다시는 이런 고통 없길”

    “진료 예약이 조금 더 수월해질 거란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놓이네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신경과 진료실 앞. 치매와 당뇨병을 앓는 남편을 부축하며 나온 오모 씨(79)는 “젊은 의사들이 이제라도 돌아와서 참 다행”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1년 7개월 만에 이날 수련병원으로 복귀했다. 서울대병원 사직 레지던트 복귀율은 약 72%. 병원 곳곳엔 흰 가운을 입은 전공의가 눈에 띄었다. 환자들은 국민을 볼모로 한 의정 갈등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호흡기내과 진료를 기다리던 김모 씨(68)는 “지난해 종합병원에서 못 고치는 폐렴이라고 해서 대학병원에 왔더니, 올해 초 수술까지 5개월을 기다렸다. 정부도, 의사도 다시는 환자에게 이런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형병원과 달리 지방 필수과는 전공의 복귀가 미미하거나 아예 돌아오지 않은 곳도 있어 의료공백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방 국립대병원 수련 담당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심장혈관흉부외과 등은 명맥이 끊길 위기”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 202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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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공의 돌아왔다, 수술-진료 숨통…“수련시간 줄이고 잡무 안 맡겨”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각 진료실 앞 대기실은 빈자리가 없을 만큼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였다. 병원 관계자는 “수술과 진료가 의정 갈등 초기보다 많이 회복됐는데, 마침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돌아와 숨통이 트인다”고 했다. 췌장암 환자 김모 씨(66)는 “더 이상 진료가 밀릴까 봐 마음 졸이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수술-진료, 의정 갈등 전으로 회복” 기대1년 7개월간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 온 의료진도 전공의 복귀를 반겼다.이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에서 만난 응급의학과 교수는 “하루종일 인턴, 레지던트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센터에 손이 부족해 서둘러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비뇨의학과 간호사는 “우리 과는 전공의가 다 돌아와서 일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주치의가 많아야 환자 한 명 한 명 더 세심하게 돌볼 수 있다”고 했다.숙련도가 높은 고연차 전공의는 곧바로 진료나 수술에 투입됐다. 정형외과 복귀 전공의는 “오전부터 환자를 보느라 1년 반 공백을 느낄 틈도 없다”고 했다.병원은 당직 근무표를 새로 짜고 신규 외래 환자도 조금씩 늘리는 등 의정 갈등 전으로 진료량을 회복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필수과 교수는 “다행히 고연차는 거의 복귀했고, 저연차도 한두 명 외엔 돌아왔다. 다만 1년 반 공백이 있었고, 새 연차로 수련을 재개했기 때문에 몇 주간 적응 기간이 지나야 수술이나 진료량이 회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수련시간 줄이고, 잡무 안 맡겨”병원들은 전공의들이 요구해 온 수련환경 개선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젊은 의사 이탈이 많은 필수과일수록 전공의 처우에 신경 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주당 근무시간(80시간) 준수는 물론이고, 시범사업 수준인 72시간으로 단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수도권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4년 차 레지던트는 “앞으로 고연차는 외래 실습, 진료 참관에만 집중하고, 저연차도 검사 예약 등 그동안 해 왔던 부수적인 일을 맡지 않는다고 안내를 받았다”고 전했다.전공의 공백을 메워 온 진료지원(PA) 간호사와의 업무 분담도 과제다. 수도권 대학병원 성형외과 3년차 레지던트는 “근무시간 단축 등 전공의 수련의 질을 높이려면 PA 간호사가 없어선 안 된다. 다만 각 시술이나 처치를 어떻게 분담할지 정리가 안 돼 있어 당분간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갈등을 빚었던 교수나 사직하지 않고 병원을 지켜 온 전공의들과 서먹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수도권 대학병원 복귀 레지던트는 “‘중간 착취자’라고 비판해 온 교수들과 다시 사제 관계로 돌아가는 게 편하지 않다”며 “근무 시간을 줄이고 잡무를 안 맡으면 교수들이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는 구조라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 3년 차 레지던트는 “사직하지 않고 병원에 남았던 후배가 같은 연차가 되고, 동기는 선배가 됐다. 의국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전했다.전공의 요구가 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수련병원 교수는 “주당 근무시간을 60시간까지 줄이면 현재 3~4년인 수련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 어디까지 잡무인지 기준도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 “인턴 절반 이탈” 지방 필수과 궤멸 우려전공의 복귀율 70~80%의 수도권 수련병원과 달리 지방은 거점 국립대병원조차 복귀율이 50% 안팎에 그쳤다. 특히 필수과는 저연차를 중심으로 이탈자가 많아 수련과 진료 차질이 우려된다.부산대병원은 인턴 63명을 모집했지만 35명(55.6%)만 채웠다. 지난해 2월엔 정원을 거의 채웠는데, 20여 명이 서울 소재 수련병원에 신규 지원하면서 도미노처럼 빈자리가 생겼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1년 차 레지던트 3명 중 2명이 복귀하지 않았다. 신용범 부산대병원 교육연구실장은 “합격한 인턴도 내년에 인기과 위주로 레지던트 지원을 할 게 뻔하다. 5년 후엔 지방에서 신규 필수과 전문의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한편 일부 전공의들은 근무 첫날 노조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노동조합은 이날 “국내 모든 수련병원을 포함할 수 있는 전국 단위 조합이다. 전공의 인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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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月400만원 수당도 안먹혀… ‘지역 필수의사제’ 전문의, 96명 모집에 56명 지원 그쳐

    지방 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올해 7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역 필수의사제’에 지원한 전문의가 모집 인원의 6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고, 전남은 지원율이 33.3%에 그쳤다. 지역 근무수당 월 400만 원, 각종 정주 지원책도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기준 지역 필수의사제에 지원한 전문의는 전체 모집 인원 96명 중 58.3%(56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경남이 19명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 15명, 제주 14명, 전남 8명 순이었다. 진료과목별로는 내과(27명)와 외과(10명)에 총지원자의 3분의 2가 쏠렸다. 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각 5명, 신경과 4명, 심장혈관흉부외과·신경외과 각 2명에 그쳤다. 지역 필수의사제는 종합병원급 이상인 의료기관에서 산부인과 등 8개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월 400만 원의 근무 수당을, 지방자치단체가 주거 등 정주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역별로 5년 차 이하 전문의 24명씩을 모집해 5년 안팎의 계약을 맺는다. 의료 기반이 취약하거나 정주 인센티브가 적은 지역일수록 의사 확보가 어려웠다. 전남 참여 병원 4곳 중 공공병원인 목포시의료원과 순천의료원은 지원자가 1명도 없었다. 목포시의료원 관계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4명 중 3명이 내년에 전역하는 공중보건의사라 급히 구인 공고를 냈지만, 내과 외과 등 모든 과에 지원자가 없다”고 말했다. 순천의료원 관계자는 “기존 인원 이탈을 막기도 버거운데 지방 의료원이 5년 차 이하 젊은 전문의를 채용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지원율이 양호한 강원 역시 지역별 편차가 컸다. 서울과 가까운 춘천·원주 소재 병원 3곳은 모집 인원을 거의 채웠지만, 영동권인 강릉아산병원은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강원도 관계자는 “강릉은 춘천, 원주보다 지역 상품권을 2배(월 200만 원) 지급하는데도 지원자가 없다. 수도권과의 거리가 중요해 보인다”고 했다. 젊은 의사가 부족한 필수과일수록 구인난이 심각했다. 최동석 목포시의료원 산부인과 과장은 “의료 취약지는 배후진료 역량이 부족해 고위험 임산부 대응이 어렵다. 사법 리스크 부담에 지방에 남기를 꺼린다”며 “요양병원이나 피부과로 가는 젊은 의사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정의석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이사는 “의정 갈등 전에도 한 해 배출되는 전문의가 20∼30명에 불과했다. 지방은 거점 병원 구축 등 일할 토양이 안 갖춰져 있어 젊은 의사들이 근무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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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지역 필수의사제’ 산부인과 지원 0명, 흉부외과도 2명뿐

    지방 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올해 7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역 필수의사제’에 지원한 전문의가 모집 인원의 6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고, 전남은 지원율이 33.3%에 그쳤다. 지역 근무수당 월 400만 원, 각종 정주 지원책도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31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기준 지역 필수의사제에 지원한 전문의는 전체 모집 인원 96명 중 58.3%(56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경남이 19명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 15명, 제주 14명, 전남 8명 순이었다. 진료과목별로는 내과(27명)와 외과(10명)에 총지원자의 3분의 2가 쏠렸다. 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각 5명, 신경과 4명, 심장혈관흉부외과·신경외과 각 2명에 그쳤다.● 전남 지원율 33% “젊은 의사 구하기 어려워”지역 필수의사제는 종합병원급 이상인 의료기관에서 산부인과 등 8개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월 400만 원 근무 수당을, 지방자치단체가 주거 등 정주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역별로 5년 차 이하 전문의 24명씩을 모집해, 5년 안팎의 계약을 맺는다.의료 기반이 취약하거나 정주 인센티브가 적은 지역일수록 의사 확보가 어려웠다. 전남 참여 병원 4곳 중 공공병원인 목포시의료원과 순천의료원은 지원자가 1명도 없었다. 목포시의료원 관계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4명 중 3명이 내년 전역하는 공중보건의사라 급히 구인 공고를 냈지만, 내과 외과 등 모든 과에 지원자가 없다”고 말했다. 순천의료원 관계자는 “기존 인원 이탈을 막기도 버거운데, 지방 의료원이 5년 차 이하 젊은 전문의를 채용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공공 의료원 모집 정원을 줄이고, 민간병원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상대적으로 지원율이 양호한 강원 역시 지역별 편차가 컸다. 서울과 가까운 춘천·원주 소재 병원 3곳은 모집 인원을 거의 채웠지만, 영동권인 강릉아산병원은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강원도 관계자는 “강릉은 춘천, 원주보다 지역 상품권을 2배(월 200만 원) 지급하는데도 지원자가 없다. 수도권과의 거리가 중요해 보인다”고 했다.젊은 의사가 부족한 필수과일수록 구인난이 심각했다. 최동석 목포시의료원 산부인과장은 “의료 취약지는 배후진료 역량이 부족해 고위험 산모 대응이 어렵다. 사법 리스크 부담에 지방에 남기를 꺼린다”며 “요양병원이나 피부과로 가는 젊은 의사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정의석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이사(강북삼성병원 교수)는 “의정 갈등 전에도 한 해 배출되는 전문의가 20~30명에 불과했다. 지방은 거점 병원 구축 등 일할 토양이 안 갖춰져 있어 젊은 의사들이 근무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 정부 ‘지역의사제’는 정착할까 지역 필수의사제는 지난 정부에서 의료개혁 과제 중 하나로 추진됐다. 새 정부는 일본과 유사한 ‘지역의사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의대 정원의 일부를 지역 의사 전형으로 뽑아 학비 등을 전액 지급하되, 의사 면허 취득 후 일정 기간을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르면 2028학년도부터 지역의사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의료계는 지역의사제 도입에 반대 목소리가 높다. 의무 복무 기간이 지나면 이탈 확률이 높고, 민간인 신분인 의사를 일정 기간 특정 지역에 의무 복무 시키는 것이 위헌적이라고 주장한다. 정 이사는 “지방은 필수과를 가르칠 교수도 부족하다. 국립대병원 인프라 확충, 거점 병원 투자 등 중장기 계획과 함께 진행돼야 지역 필수 의사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부와 국회에서 지역의사제가 검토되고 있지만, 이미 시행 중인 지역 필수의사제 시범사업에 대한 성과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며 “지자체 지원 수준에 따라 지역별 지원율 편차도 크다. 현장에서 수용 가능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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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정신질환 안락사 가능, 부부 동반 선택하기도… “삶에 대한 의지 꺾어” 비난도 [품위 있는 죽음]

    “저는 죽고 싶은 게 아니라 단지 삶이 너무 힘들어 감당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16세부터 성적 학대를 당한 아이리스 하위징아 씨는 10년 이상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오랜 기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았고, 여러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결국 정신질환을 이유로 안락사를 선택했고 지난해 9월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네덜란드에서는 정신질환에 따른 안락사, 동반 안락사 등이 법적으로 허용됐지만, 자기 결정권과 자살 방조 사이에서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네덜란드 지역 안락사 검토 위원회(RTE)에 따르면 정신질환에 따른 안락사는 2010년 2건에서 2023년 138건, 지난해 219건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정서적 불안정을 이유로 젊은이들이 너무 쉽게 선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정신질환에 따른 안락사를 선택한 219명 중 29명(13%)은 20대였고 16∼18세 청소년도 있었다. 테오 보어 흐로닝언 프로테스탄트신학대 교수는 “힘든 일을 헤쳐 나가는 게 인생의 중요한 경험인데 안락사가 삶에 대한 젊은이들의 의지를 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에는 드리스 판아흐트 네덜란드 전 총리가 자택에서 한 살 연상 부인과 동반 안락사를 선택해 93세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판아흐트 전 총리는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계속 건강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반 안락사는 네덜란드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지만 최근 들어 증가하는 추세다. 네덜란드에서 처음 동반 안락사 사례가 보고된 2020년 26명(13쌍)이 동반자와 함께 생을 마감했으며 2023년 94명(47쌍), 지난해에는 108명(54쌍)이 동반 안락사를 택했다. 배우자에게 동반 안락사를 강요한 사례도 발견돼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20년 네덜란드 자유민주당이 발의한 일명 ‘완성된 삶 법안’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심각한 질환이 없더라도 75세 이상은 삶이 어느 정도 완성됐기 때문에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내용이다. 안락사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네덜란드에서조차 이 법안은 하원에 계류 중이다. 의사인 마르욜라인 세브레흐츠 씨는 “자기 결정권은 의학적 상태로 한계를 지을 수 없다”며 “의학적 근거가 없는 사람도 자기 삶이 완성됐다고 느낄 때 이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노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법안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많다. 이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현재도 안락사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많은 노인은 죽음에 대한 사회적 내면적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암스테르담·위트레흐트=특별취재팀▽ 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 (이상 정책사회부) 기자}

    • 2025-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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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엄한 삶의 마지막”… 논란 속 생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 ‘안락사’ [품위 있는 죽음]

    “아버지께서 오래전부터 마지막을 준비해 오셨습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다른 치매 환자처럼 몇 년간 더 고통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안락사 지원단체인 네덜란드안락사협회(NVVE) 사무실에서 만난 마리아 흐레이프마 씨(65)는 2023년 4월 치매를 앓던 90세 아버지를 안락사로 떠나보냈다. 아버지는 10여 년 전 ‘안락사 사전 의향서’를 작성하며 “중증 치매 진단을 받거나, 건강 문제로 혼자서 생활할 수 없게 되면 살고 싶지 않다”고 적었다. 이후 매년 주치의와 상의하며 서류를 갱신했다. 아버지는 2018년부터 치매를 앓았고 2022년 건강이 크게 악화했다. 흐레이프마 씨는 “치매가 악화해 제대로 말하지 못했고 아버지 자신을 잃고 있다고 느껴졌다. 아버지에게는 매우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2023년 1월 주치의에게 안락사 의사를 전했다. 주치의 등 안락사 평가 의료진은 아버지가 매우 심각하게 고통스럽다는 점을 인정했고 안락사를 허가했다.● 네덜란드 안락사 20여 년 새 5배 증가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허용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가진 신체적 정신적 환자는 의료진 확인 등 상당한 절차를 거쳐 안락사를 허가받을 수 있다. 보통 약물을 주입하거나 먹는 방법이 사용된다. 안락사 논의는 1973년 법원 판례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의사인 딸이 난치성 질환인 루게릭병을 앓는 어머니에게 치사량의 모르핀을 투입해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해 법원은 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후 안락사와 관련해서 의료 가이드라인과 판례가 쌓였고 2002년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네덜란드안락사협회 활동가 롭 에던스 씨는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들의 요청으로 안락사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지역 안락사 검토위원회(RTE)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안락사는 2002년 1882건에서 지난해 9958건으로 22년 만에 약 5.3배 증가했다. 전체 사망자 중 안락사가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1.32%에서 5.8%로 약 4.4배 늘었다. 지난해 안락사 9958명 중 8970명(90.1%)은 60세 이상이었다. 현재 네덜란드에서는 ‘참을 수 없는 고통’과 ‘회복 불가능’을 전제로 신체적 질병 말기 환자뿐만 아니라 치매 환자, 정신질환자 등에게도 안락사를 허용한다. RTE에 따르면 지난해 안락사 약 86%(8593건)는 신체질환 관련이었다. 이어 치매(427건), 고령 질환 누적(397건), 정신질환(219건), 기타 질환(232건) 등의 순이었다. 네덜란드가 치매 환자나 정신질환자까지 안락사 대상을 넓히면서도 사회적 합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철저한 절차 덕분이다. 환자는 반드시 주치의와 여러 차례 면담을 거쳐 고통의 심각성과 대안 부재를 입증해야 한다. 주치의는 단독으로 안락사를 허가할 수 없으며 반드시 안락사 자문 의사 네트워크(SCEN) 등 독립된 의사들의 2차 의견을 받아야 한다. 특히 치매, 정신질환 등은 이런 절차를 거쳐 안락사 허가까지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안락사 시행 후에는 변호사 의사 윤리학자 등이 참여하는 네덜란드 지역 안락사 검토위원회가 안락사 절차의 적법성을 심사해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다. 실제 지난해에도 6건이 부적절하다는 판정을 받아 검찰 조사가 진행됐다. 비영리 단체인 네덜란드안락사협회는 전국에 7개 지부를 두고 안락사에 대한 상담을 제공한다. 지난해 3만3500건의 문의를 받았고 8000건에 대해 심층 상담을 진행했다. 네덜란드안락사협회 법률고문 변호사 이베트 스카우트 씨는 “협회는 안락사 준비 및 시행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환자들의 ‘죽을 권리’ 보장에 앞서고 있다”며 “문의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안락사에 대한 이해와 제도가 사회에 어느 정도 안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락사 논란은 현재도 진행 중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안락사나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국가는 없다. 법적 논쟁을 떠나 유교, 불교 등의 정서가 깔려 있는 아시아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 외에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 등 일부 국가가 허용하고 있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은 조력 존엄사가 가능하다. 20년 넘게 유지된 제도이지만, 네덜란드 내에서도 안락사에 대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안락사를 지지하는 이들은 인간의 자기 결정권, 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 환자의 극심한 고통 경감 등을 이유로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40명의 안락사에 관여한 의사 베르트 케이저르 씨는 “현대 의학은 환자를 불행한 상태에서도 살려낼 수 있을 만큼 발달했다. 하지만 ‘좋은 죽음’을 망칠 수도 있다. 중환자실에서 죽는 것은 최악의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종교계를 중심으로 “인간의 생명은 스스로 끊을 수 없는 신성한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강하다. 테오 보어 흐로닝언 프로테스탄트신학대 교수는 “안락사가 죽음의 당연한 방식(normal way to die)이 돼 버렸다”라며 “죽음을 일종의 ‘프로젝트’로 생각하는 흐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암스테르담·위트레흐트=특별취재팀▽ 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 (이상 정책사회부) 기자}

    • 2025-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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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의과학대 14대 총장에 서영거 교수

    차의과학대는 14대 총장에 서영거 교학부총장(사진·73)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미 피츠버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서울대 약대 학장, 대한약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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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 찾은 자해-자살 환자 10년새 3.6배로…10~20대 급증

    지난해 의정 갈등 여파로 응급실을 찾은 손상 환자가 전년 대비 절반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해·자살·폭력 등 사고가 아닌 의도적 손상 환자 비율은 2006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10%를 넘었다. 질병관리청은 28일 이런 내용의 ‘2024년 손상 유형 및 원인 통계’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응급실 23곳에 내원한 손상 환자는 총 8만6633명으로 전년(20만3285명) 대비 57.4% 줄었다. 내원 환자 중 입원한 비율은 23.7%로 전년 대비 7.6%포인트, 사망률은 2.6%로 1.4%포인트 올랐다. 질병관리청은 “응급실 이용이 제한되면서 경증 환자 방문이 감소하고, 중증환자들이 주로 응급실을 이용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손상 환자 중 자해·자살, 폭력·타살 등 의도적 손상으로 내원한 환자는 11.1%였다. 자해·자살 환자는 8.0%로 10년 전 대비 3.6배로 늘었다. 자해·자살 시도 환자 중 10, 20대 비율도 같은 기간 26.7%에서 39.4%로 올랐다. 전체 손상 환자의 발생 유형은 추락·낙상(40.0%)이 가장 많았고, 둔상(15.2%), 운수사고(15.1%) 등의 순이었다. 운수 사고 손상 환자 중 70세 이상 고령층 비중은 10년 전 8.3%에서 지난해 17.4%로 약 2배로 늘었다.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를 포함한 ‘기타·미상 육상 운송수단’ 비율도 같은 기간 0.4%에서 5%로 크게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1세 미만 환자의 손상 원인은 가구가 35.8%로 가장 많았다. 운수 사고로 내원한 3~6세는 보행 중 사고 비율이 40%, 7~12세는 자전거 사고가 54.9%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7~12세 자전거 헬멧 착용률은 5.3%에 그쳤다. 추락 사고로 내원한 13∼18세의 44.3%는 자살 시도로 추정되는 의도적 손상이었다.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통계는 청소년기 자살·자해 증가와 가정과 생활 공간에서의 손상 위험 등 심각한 사회적 의료적 과제를 담고 있다”며 “청소년 건강 지원과 가정 내 약물 안전 관리 지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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