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정미경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253

추천

안녕하세요. 정미경 기자입니다.

mickey@donga.com

취재분야

2024-05-17~2024-06-16
국제정치68%
칼럼13%
미국/북미13%
경제일반3%
산업3%
  • 챗GPT가 스테로이드를 맞았다고?[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AI will be like photoshop on steroids.”(인공지능은 강력한 포토샵처럼 될 것이다)최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나왔습니다.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청문회였습니다. 페이스북, 구글 등 이전에 열린 정보기술(IT) 청문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었습니다. 올트먼 CEO가 AI의 위험성과 규제의 필요성을 지적하자 의원들은 환영했습니다.‘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올트먼은 AI의 미래를 포토샵에 비유했습니다. 이미지를 편집할 수 기능의 포토샵이 처음 개발됐을 때 실제보다 보기 좋게 수정해준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경탄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뽀샵’이 과장된 이미지라는 것을 압니다. AI도 마찬가지로 혼란의 기간을 거치면서 적절한 활용법을 터득해나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steroid’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스테로이드를 말합니다. ‘on steroids’는 스테로이드를 맞은 것처럼 ‘강력하다’라는 뜻입니다. ‘처럼’이라는 뜻의 ‘like’와 함께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Al가 미치는 영향력은 포토샵과 비슷하지만, 강도는 훨씬 셀 것이라는 뜻입니다. 미국 의회는 사회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관계자들을 출석시켜 청문회를 엽니다. 상원, 하원, 상하원 합동으로 위원회별로 열렵니다. 상원 법제사법위원회가 주재한 이번 청문회는 AI와 관련해 처음 열리는 청문회라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청문회 출석자들은 의원들의 다양한 질문에 즉각 답변을 해야 하므로 순발력이 중요합니다. 예상 밖의 발언으로 ‘청문회 드라마’가 펼쳐지기도 합니다. 미국 역사상 유명한 청문회들을 알아봤습니다.What difference at this point does it make?”(이 시점에서 그게 무슨 상관이냐?)벵가지 사태는 2012년 이슬람 무장단체가 리비아 벵가지에 있는 미국 영사관을 습격해 미국대사 등 4명이 사망한 사건입니다. 벵가지 지역의 반미 시위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전에 대처하지 않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책임자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2013년 상원 외교위원회 주재로 열린 벵가지 청문회에 출석했습니다. 공화당 의원들이 벵가지 사태 자체보다 반미 시위의 원인에 질문을 집중시키자 클린턴 장관은 “지금 시점에서 그게 무슨 상관이냐”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벵가지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what difference does it make’는 ’그게 무슨 차이를 만드느냐‘ ’그래서 뭐가 달라지느냐‘라고 상대의 행동을 나무랄 때 쓰는 의문문입니다. 당시 클린턴 장관의 발언만큼 외모도 화제였습니다. 평소와는 달리 화장기 없는 얼굴에 도수 높은 안경을 쓰고 청문회장에 나타났습니다. ‘힐러리 시력’이 인터넷 화제어로 오를 정도였습니다. 당시 클린턴 장관은 뇌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The difference between cigarettes and Twinkies is death.”(담배와 트윙키스의 차이는 죽음이다)1994년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청문회에 대형 담배회사 CEO 7명이 단체로 참석했습니다. 담배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던 시점이었습니다. 법정에 불려나온 7명의 CEO 모습이 우스꽝스럽다고 해서 ‘7명의 난쟁이들’(seven dwarfs)이라고 불렸습니다. 이들이 일제히 오른손을 들고 “진실만을 말하겠다”라고 선서하는 장면은 다음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카멜 브랜드를 생산하는 RJ레이놀즈의 제임스 존스턴 CEO와 청문회를 주최한 헨리 왁스먼 보건환경 소위원회 위원장 사이에 오간 ‘트윙키스’ 대화가 유명합니다. 존스턴 CEO는 “담배는 커피, 차, 트윙키스보다 중독적이지 않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왁스먼 위원장은 “트윙키스가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죽는 사람은 없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담배와 트윙키스의 차이는 죽음”이라고 하자 청문회장은 숙연해졌습니다. 트윙키스는 크림이 들어있는 카스텔라 스낵입니다. 1930년부터 생산된 미국의 국민스낵이라 얘깃거리도 많습니다. 1978년 샌프란시스코의 성소수자 운동가 하비 밀크를 죽인 범인이 트윙키스를 많이 먹어 우울증에 걸린 탓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변호 전략을 생각해낸 이후로 ‘트윙키 변호’(Twinkie defense)는 설득력 없는 변호를 가리키는 말이 됐습니다.I came here to tell you the truth, the good, the bad, the ugly.”(나는 좋고 나쁘고 추한 진실을 말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이란-콘트라 스캔들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적성국 이란에 몰래 무기를 팔고, 그 대금으로 니카라과의 좌파 정부 전복을 위해 우익 콘트라 반군을 돕다가 발각된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올리버 노스 중령이라는 청문회 스타가 탄생했습니다.1987년 상하원 합동 청문회에 출석한 노스 중령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서부 영화 ‘the Good, the Bad, the Ugly’(한국명 석양의 무법자)를 거론하며 “진실은 좋고 나쁘고 추악하다”라고 했습니다. 이란-콘트라 사건은 추악한 범죄 행위지만 애국심에서 벌인 일이라는 뜻입니다. 청문회장을 나서는 노스 중령에게 야유 대신 박수가 터졌습니다. 이후 ‘the good, the bad, the ugly’는 이란 콘트라 스캔들의 부제목처럼 여기저기서 쓰이게 됐습니다. 명언의 품격1991년 아니타 힐 오클라호마 법대 교수는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사 청문회에서 토머스 지명자가 과거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힐 교수가 청문회에 나오겠다고 자청한 것은 아니고 다른 경로로 성추행 의혹을 접수한 연방수사국(FBI) 수사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되면서 출석을 요청받았습니다.TV로 생중계된 청문회는 두 가지 면에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우선 성추행 의혹의 강도입니다. 토머스 지명자의 과거 언행을 말하는 과정에서 힐 교수의 입에서 높은 수위의 성적(性的) 단어들이 마구 등장했습니다. 웬만한 성적 묘사에 꿈쩍도 않는 미국인들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둘째, 질문을 던진 의원들의 태도였습니다. 전원 백인 남성인 의원 12명은 힐 교수를 집중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성추행 주장은 불안한 정신상태의 여성이 만들어낸 ‘fantasy’(공상)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힐 교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I am not given to fantasy.”(나는 공상하는 버릇이 없다)미국인들이 많이 쓰는 ‘be given to’는 ‘어떤 쪽으로 주어지다,’ 즉 ‘어떤 습관이 있다’라는 뜻입니다. 힐 교수는 자신이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반박한 것입니다. 이어 “자신이 하려는 말에 완전한 확신이 없이는 여기는 나올만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차분하게 답했습니다. 의원들은 더는 ‘공상’ 이론을 펴지 않았습니다. 토머스 지명자는 인준 표결을 통과해 대법관이 됐습니다. 하지만 힐 교수의 증언은 많은 변화를 끌어냈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청문회에서 보여준 남성 의원들의 낮은 성인식지수에 충격을 받은 여성들은 대거 의회에 진출했습니다. 당시 청문회 위원장으로 힐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인들을 채택하지 않았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19년 공식 사과했습니다.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100세를 맞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최근 영국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정한 모습이었습니다.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얘기도 나눴습니다. 2021년 에릭 슈미트 전 구글 경영자와 함께 AI에 대한 책을 펴낼 정도로 조예가 깊은 키신저 장관은 “세계는 아직 AI를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전쟁 상황에서 AI 무기들이 인간의 명령을 받기도 전에 스스로 결정을 내려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We may well wind up destroying ourselves.”(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wind’는 명사로 ‘바람’이라는 뜻이지만 동사로는 ‘둥그렇게 감다’ ‘구부러지다’라는 뜻입니다. 발음도 ‘윈드’가 아니라 ‘와인드’가 됩니다. ‘wind up’은 ‘어떤 결과를 낳다’라는 뜻입니다.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을 때 자주 씁니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에게 충고할 때 “you are going to wind up in prison”이라고 하면 “그러다가 감옥에 간다”라는 뜻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10월 2일 소개된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사 청문회에 대한 내용입니다. 캐버노 청문회는 여러 면에서 토머스 대법관 청문회와 흡사했습니다. 크리스틴 포드 팰로알토대 교수는 청문회에 출석해 과거 10대 시절에 캐버노 지명자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증언했습니다.▶2018년 10월 2일자 PDF요즘 화제는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사 청문회입니다. 많은 미국인들이 TV로 생중계된 청문회를 지켜봤습니다. 두 주인공인 캐버노 지명자와 크리스틴 포드 팰로알토대 교수는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쳤습니다.I never drank beer to the point of blacking out.”(정신을 잃을 정도로 맥주를 마신 적은 없다)‘frat boy vs choir boy’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교클럽(fraternity) 소년이냐, 성가대(choir) 소년이냐’는 말입니다. 전자는 주로 부유하고 자유분방한 청년, 후자는 신앙심이 깊고 규율을 잘 따르는 청년을 가리키는 상반된 개념입니다. 그런데 캐버노 지명자는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가졌습니다. 어린 시절 그는 ‘성가대 소년’ 이미지가 강했는데 고교 시절 15세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사교클럽 청년’ 스타일로 바뀌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술을 마셨느냐”라는 의원들의 질문에 캐버노 지명자는 “맥주를 잘 마셨고 지금도 잘 마신다”라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취중 성폭행은 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black out’은 정신이나 이성을 잃을 때 씁니다.I was calculating daily the risk/benefit for me of coming forward.”(사실을 밝히기 위해 나서는 것의 위험 대비 수익을 매일 계산했다)의혹을 제기한 포드 교수는 35년 전 일어난 사건을 폭로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일을 공개하는 것을 ‘come forward’(앞으로 나오다)라고 합니다. 의원들은 “왜 오래전의 일을 계속 침묵하고 있다가 지금 밝히기로 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포드 교수는 결정하기까지 겪은 심적 고통을 “jumping in front of a train”(기차 앞으로 뛰어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을 밝히기 위해 나서는 것의 위험 대비 수익을 매일 계산했다”라고 속마음을 밝혔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구절로 꼽았습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6-03
    • 좋아요
    • 코멘트
  • “한국 증강현실(AR) 제품 6∼9개월 내 10만 세트 보급”

    “기술력, 콘텐츠, 디자인 모든 면에서 지금까지 봐온 증강현실(AR) 제품들과 차원이 달랐습니다. AR피디아는 교육열 높은 중화권에서 통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확신한 ‘스튜디오A’의 제프리 청 대표는 한걸음에 한국으로 달려와 AR 독서 솔루션 AR피디아를 만드는 웅진씽크빅과 계약을 맺었다. K에듀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웅진씽크빅은 24일 대만에 거점을 둔 폭스콘 관련 기업으로 폭스링크 그룹 자회사인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 기업 스튜디오A와 AR피디아 수출·유통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웅진씽크빅은 대만은 물론 중국, 홍콩, 마카오 등 광대한 중화권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AR피디아는 책 속 등장인물, 그림 등을 증강현실 기술로 구현해 입체적인 시청각 경험을 제공하는 독서 제품이다. 태블릿과 책 세트로 구성됐으며, 단순히 실감 나는 화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가 직접 소방관이 돼서 불을 끄고, 개구리를 해부하는 등의 실험을 3차원(3D)으로 체험할 수 있다. 계약 체결 후 웅진그룹 청계사옥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청 대표는 예상 판매량에 대해 “6∼9개월 내에 10만 세트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튜디오A의 다양한 유통망을 활용할 계획이다. 스튜디오A는 대만 내 4000여 개 학교와 160만 명의 학생 회원을 대상으로 애플 기반의 교육 기기를 보급하고 있다. 한국에 오기 전 대만 타오위안, 가오슝, 신베이 지역의 교육기관들과 AR피디아 보급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켰다는 것이다. 우선 해당 지역의 공교육 현장에 제품을 공급한 뒤 애플 매장 등의 B2C(기업 대 소비자) 채널을 통해 고객층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중국, 대만 등지에서 AR피디아를 아이패드만큼 인기 높은 정보기술(IT) 기기로 만드는 것이다. 중화권은 애플 제품군이 두꺼운 사용자층을 확보한 곳이다. 청 대표는 “대만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는 아이패드 수준으로 AR피디아를 보급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 홍콩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직영 애플숍을 운영하는 스튜디오A는 재구매율이 80%에 달하는 충성도 높은 회원 234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 인터뷰에 함께 참석한 이재진 웅진씽크빅 대표는 “AR피디아의 글로벌 경쟁력이 구체적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중화권 시장을 시작으로 일본, 중남미 국가들로도 수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그동안 각종 국제 교육 박람회에서 입소문을 탄 AR피디아는 굵직한 상을 다수 수상했다. 그중에서 이 대표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상은 세계 최대 교육 박람회인 영국 ‘Bett’에서 어린이 심사위원들이 뽑은 ‘2022 Kids Judge Bett’을 받은 것이다. 타깃 고객인 어린이들이 많은 제품을 체험해본 뒤 AR피디아를 뽑은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에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2년 연속 혁신상을 받은 것도 국내 교육기업 최초의 성과다. 청 대표가 AR피디아를 처음 접한 것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행사에서 AR피디아 부스를 방문했을 때였다. 제품을 직접 체험해본 그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기존에 중화권에서 출시된 AR 교육 제품들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뛰어난 제품이었다. 부스에서 받은 명함 한 장 달랑 들고 웅진씽크빅을 수소문하기 시작한 그는 여러 경로를 거쳐 4개월여 만에 초스피드로 한국에 와서 계약까지 체결한 것이다. 청 대표는 계약하기 전 AR피디아 시제품을 대만 교육 현장에서 시장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쳤다. 타이베이 초등학교 1학년 영어 수업과 신베이 초등학교 3학년 대상 자연 수업에서 AR피디아를 활용했다. 청 대표는 시장 테스트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인터뷰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동영상 속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선생님들은 “수업 몰입도가 높아졌다” “AR피디아를 켜기만 하면 학생들이 좋아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AR피디아를 접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북’이라는 이름으로 2019년 출시돼 20만 세트 가까이 판매됐다. AR피디아는 ‘인터랙티브북’의 해외 버전인 셈이다. 청 대표는 “교육 제품은 언어, 교과 과정이 달라 해외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데 AR피디아를 직접 써본 결과 문화적 이질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계약 체결 후 곧바로 대만으로 돌아가 AR피디아 마케팅 및 현지화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중화권에서 AR피디아의 경쟁력을 확신하느냐’라는 마지막 질문에 청 대표는 “그렇다. 확신한다”라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6-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대선 슬로건 만들었더니 ‘뒷골목 단어’ 같다는 미국인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Let’s Finish the Job.”(일을 끝내자)최근 내년 대선 도전을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캠페인 슬로건을 이렇게 정했습니다. 바이든 선거본부는 패기와 역동성을 강조한 슬로건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습니다. 우선 “신선함이 없다”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재선에 도전하는 대통령이 흔히 정할 수 있는 슬로건이라는 겁니다. 4년 동안 벌여놓은 일을 끝낸다는 것은 대통령 본인에게 중요할지 몰라도 국민들에게도 중요할지는 미지수입니다.‘job’이라는 단어 때문에 어둠의 세계 분위기를 풍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폭들이 살인 명령을 내릴 때 “hit job”(힛잡)이라고 하는 것처럼 ‘job’은 ‘범죄 건수를 올린다’라는 의미가 강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나치게 의식한 슬로건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슬로건과 함께 공개된 동영상에서는 첫 화면부터 2021년 워싱턴 의사당 폭력사태 장면을 나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극렬주의자들에게 빼앗긴 자유를 되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합니다. 당시의 혼란상을 다시 떠올려야 하는 국민들은 피곤합니다. 짧은 구절로 메시지를 전하는 슬로건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후보들은 유권자가 공감할 수 있는 슬로건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합니다. 미국 역사에 성공적인 대선 슬로건을 알아봤습니다.It’s the Economy, Stupid.”(어리석게도, 문제는 경제야)1992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은 캠페인을 지휘했던 선거 전략가 제임스 카빌의 머리에서 나왔습니다. 당시 아칸소 주지사였던 클린턴 대통령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게 도전하고 있었습니다. 아칸소 선거본부에는 많은 운동원이 들락거렸습니다. 클린턴 선거본부는 부시 본부만큼 조직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운동원들은 유권자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받지 못했습니다.운동원들로부터 “캠페인 메시지가 뭐냐”라는 질문을 하도 많이 들어 머리가 아픈 카빌은 책상 앞에 3개의 메시지를 내걸었습니다. ‘변화 대 현상 유지’(Change vs more of the same), ‘어리석게도, 경제야’(The economy, stupid), ‘의료보험을 잊지 마’(Don’t forget health care)였습니다. 두 번째 메시지가 운동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자 카빌은 슬로건으로 채택했습니다. 이 슬로건으로 당시 클린턴 대통령에게 따라붙었던 제니퍼 플라워스 성추문을 잠재우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슬로건에 나오는 “stupid”는 “바보야”라고 딱히 누군가를 지칭한다기보다 “그것도 모르냐” “어리석게도”라는 탄식의 의미가 강합니다. 이후 카빌은 캠페인의 귀재로 인정을 받게 돼 영국, 이스라엘, 브라질 등 해외 선거로 진출했습니다. 이 구절은 다양하게 변형됐습니다. “It’s the deficit, stupid!”(재정적자가 문제야), “It’s the corporation, stupid!”(기업이 문제야), “It’s the voters, stupid!”(유권자가 문제야)Better a Third Termer Than a Third Rater.”(3회 연임이 3류보다 낫다)1940년 대선에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3선에 도전했습니다. 2회 연임, 8년까지만 하고 물러나는 전통을 깨고 3선에 도전하는 대통령을 민심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정면돌파를 택했습니다. 마침 헨리 애셔스트 상원의원(애리조나)이 “3회 연임이 3류보다 낫다”라는 근사한 발언을 하자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를 공식 슬로건으로 채택했습니다. ‘third term’ ‘third rate’ 뒤에 사람을 뜻하는 ‘er’을 붙여 의인화했습니다.‘3류’는 도전자였던 공화당의 웬델 윌키 후보를 말합니다. 민주당이었다가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겨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지명도가 떨어졌습니다. 3류로 낙인찍힌 윌키 후보는 “No Man Is Good Three Times”(대통령을 3번 할 정도로 잘난 사람은 없다)라는 슬로건으로 반격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선거는 85%의 지지를 얻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Don’t Change Horses Midstream.”(강 한가운데서 말을 갈아타지 말라)루즈벨트 대통령은 3선뿐 아니라 4선까지 성공했습니다. 4선 도전 때 슬로건은 무엇이었을까요? “강 한가운데서 말을 갈아타지 말라”였습니다. 이는 원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슬로건이었습니다.링컨 대통령은 두 차례 대선에서 모두 ‘horse’(말)가 들어가는 슬로건을 정했습니다. 당시 주요 교통수단이던 말을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쉽게 어필하려는 의도였습니다. 1860년 슬로건은 “Vote Yourself a Farm and Horses”였습니다. 링컨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은 홈스테드법(Homestead Act)이 주요 공약이었습니다. 토지에 일정 기간 거주해 경작하면 나중에 싼 가격에 토지를 구매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링컨에게 투표하면 토지와 말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입니다. 1864년 대선에서는 “강 한가운데서 말을 갈아타지 말라”였습니다. 강은 한가운데(midstream)가 가장 깊습니다. 여기서 말을 갈아타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당시 미국은 남북전쟁 때였습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는 대통령을 바꾸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훗날 루즈벨트 대통령이 이 슬로건을 택한 것은 당시가 제2차 세계대전 때였기 때문입니다. 링컨의 슬로건은 명언이 돼서 오늘날에도 널리 쓰입니다. ‘change’ 대신에 ‘swap’을 써도 같은 뜻입니다. 비즈니스에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일 때 팀리더를 바꾸면 안 된다는 의미로도 쓰입니다.명언의 품격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연합군을 이끈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총사령관은 ‘전쟁의 영웅’ 대접을 받았습니다. 대선 출마 러브콜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컬럼비아대 총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최고사령관 등을 지내며 정치와 거리를 뒀습니다. 그렇게 7년을 보낸 뒤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I Like Ike.”(나는 아이크가 좋아)가장 성공적인 슬로건으로 꼽히는 아이젠하워 후보의 1952년 대선 슬로건입니다. 이 구절은 사실 “나는 아이크가 좋다”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대선 슬로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공약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가장 성공적인 슬로건으로 꼽히는 것은 3개의 짧은 단어를 통해 후보의 개인적 매력을 극대화했기 때문입니다. ‘Ike’는 아이젠하워 후보의 애칭입니다. ‘I’와 ‘Like’를 합치면 ‘Ike’라는 합성어가 됩니다. ‘Ike’와 ‘Like’는 운율이 맞아 발음하기가 쉽습니다.이 문구는 재클린 카크런이라는 여성 비행사가 만들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도 했던 그녀는 아이젠하워 선거 참모로 일하다가 “We Like Ike”(우리는 아이크가 좋아)라는 구절을 생각해냈습니다. 디즈니사가 선거 광고로 만드는 과정에서 “I Like Ike”로 바꿨습니다. 얼마나 반응이 좋았는지 1956년 재선 출마 때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still’(여전히)이라는 단어를 추가해 “I Still Like Ike”라고 슬로건을 택했습니다. 2020년 대선 때 민주당에서 출마했던 마이크 블룸버그 뉴욕 시장의 슬로건 “I Like Mike”도 여기서 유래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CNN 방송에 출연해 타운홀 미팅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 부정, 의사당 폭력사태 옹호, 성추행 혐의 부인 등 기존의 거짓 주장을 되풀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송 시간을 할애한 CNN도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방송 후 바이든 대통령이 올린 트윗입니다.Do you want four more years of that? If you don’t, pitch in to our campaign.”(4년 더 저런 모습을 원합니까? 아니라면 우리 캠페인에 합류하세요)야구에서 피처는 공을 던지는 선수입니다. 동사인 ‘pitch’는 ‘던지다’라는 뜻입니다. ‘pitch in’은 ‘안으로 던져넣다’라는 뜻이 됩니다. ‘너도 나도 안으로 던져넣다’라는 것은 ‘힘을 보태다’ ‘조직의 일원이 되다’라는 의미입니다. 과거 농부들이 건초더미를 한군데로 던져 모으며 일을 도운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pitch’는 명사로도 많이 씁니다. 마케팅 용어 ‘sales pitch’(세일즈 피치)는 상대를 설득하는 행위를 말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0월 19일 소개된 캠페인 상품에 관한 내용입니다. 선거철이 되면 후보들은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유세 상품을 제작 판매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선거 운동을 하고 조직을 운영합니다. 2020년 대선 때 캠페인 상품들을 소개합니다.▶2020년 10월 19일후보 얼굴이 그려져 있거나 지지 문구가 쓰인 티셔츠, 머그잔, 스티커 등은 중요한 유세 도구입니다. ‘캠페인 상품’(campaign merchandise)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품들이 판매되는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후보의 공식 온라인 쇼핑몰을 들여다봤습니다.‘You Ain’t Black’ Tee(‘당신은 흑인 아니야’ 티셔츠)얼마 전 바이든 후보는 흑인 대상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you ain’t black”(당신은 흑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됐습니다. “어느 후보를 찍어야 할지 모른다면 당신은 흑인이 아니다”라고 말한 겁니다. 흑인이라면 당연히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을 찍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흑인들로부터 “우리한테 설교하지 말라”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공화당은 곧바로 이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를 제작해 바이든 후보를 조롱했습니다.‘Truth over Flies’ Fly Swatter(‘파리들을 넘어서 진실을 택하다’ 파리채)최근 열린 부통령 후보 TV 토론의 주인공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머리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 파리였습니다. 민주당은 이를 조롱하려고 파리채를 캠페인 상품으로 만들어 온라인숍에 내놓았습니다. 10달러짜리 파리채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현재 품절 상태입니다. 파리채 이름은 ‘Truth over Flies.’ 민주당 슬로건 ‘Truth over Lies’(트럼프 대통령의 수많은 거짓말을 넘어서 바이든 후보의 진실을 선택해 달라)를 살짝 바꿨습니다. 파리채는 ‘fly swatter’(플라이 스와터)라고 합니다.‘No Malarkey’ Button(‘허튼소리 그만해’ 단추)바이든 후보는 “no malarkey”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malarkey’(말라키)는 ‘말이 안 되는 소리’라는 뜻입니다. “no malarkey”는 “허튼소리 그만하라”입니다. 그런데 ‘malarkey’는 구식 영어라서 젊은 세대는 무슨 뜻인지 잘 모릅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후보는 아예 버튼까지 만들어 민주당 온라인숍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내친김에 버스 유세 투어 이름도 ‘No Malarkey’라고 정했습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5-27
    • 좋아요
    • 코멘트
  • “당신 늙었잖아” 비판을 받아친 대통령의 한 마디[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Call me old, I call it being seasoned. You say I am ancient, I say I‘m wise.”(당신들을 나를 나이가 많다고 한다. 나는 연륜이라고 하겠다. 당신들은 내가 케케묵었다고 한다. 나는 현명하다고 하겠다)요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바쁩니다. 한국 대통령을 위한 만찬을 개최한 지 사흘 만에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정색 선글라스를 끼고 무대에 오르자 환호가 터졌습니다. 나이 문제를 꺼낸 바이든 대통령. 고령(高齡)을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old’와 ‘seasoned,’ ‘ancient’와 ‘wise’를 대치시켰습니다. ‘you say, I say’(당신들이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라는 식으로 대치시키면 됩니다.“White House Correspondents’ Dinner”(WHCD)라고 불리는 백악관 기자단 만찬은 워싱턴의 전통입니다. 1924년 시작돼 내년이면 100주년이 됩니다. 1962년까지는 남성 기자들만 참석할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여성 기자들이 참석할 수 없다면 나도 안 가겠다”라고 보이콧을 선언해 여기자에게도 문호가 개방됐습니다. 그때 케네디 대통령을 설득한 사람이 ’백악관 터줏대감‘ 여기자 헬렌 토머스입니다.만찬에서 기자들은 무대에 오르지 않습니다. 하이라이트는 대통령 연설입니다. 대통령 연설의 성공의 척도는 ‘객석에서 얼마나 많은 웃음이 터지게 했느냐’입니다. 그냥 웃기는 게 아니라 날카로운 풍자를 넣어서 웃겨야 합니다. 내년 대선 도전을 공식 발표한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약점인 나이를 꺼낸 데에는 선거 시즌 때 문제 삼지 말고 지금 웃고 넘어가자는 희망이 깔려 있습니다. 성공적인 기자단 만찬 연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It’s been said that preparing me for a press conference was like reinventing the wheel. It‘s not true. I was around when the wheel was invented, and it was easier.”(내가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것은 헛수고라고 한다. 틀린 말이다. 바퀴가 발명될 때 내가 있었는데 훨씬 쉬운 일이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1988년 기자단 만찬에서 나이 문제를 꺼냈습니다. 당시 77세였던 레이건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자주 말실수를 했습니다. 말실수 때문에 기자회견을 망쳐 열심히 준비한 참모들을 허탈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바퀴는 고대 발명품으로 지금도 생활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바퀴는 이미 존재하니까 지금 바퀴를 다시 발명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reinvent the wheel’(바퀴를 재발명하다)은 ‘헛수고’를 말합니다.레이건 대통령은 “나를 위한 기자회견 준비는 헛수고라는 얘기가 나온다”라고 운을 떼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틀렸다는 겁니다. 이어 “바퀴가 발명됐을 때 내가 있었는데 바퀴 발명이 기자회견보다 쉽더라”라는 펀치라인이 나옵니다. 바퀴가 발명됐을 때 자신이 있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자신의 많은 나이를 슬쩍 비꼬는 것입니다. ‘be around’는 ‘살다’ ‘활동하다’라는 뜻입니다. 미국인들은 “또 보자”라고 작별 인사를 할 때 “I’ll be around”(내가 근처에 있을게)라고 합니다.I wanna buy a smoked ham!”(훈제 햄을 사고 싶단 말이야!)대통령이 물러나는 해에 열리는 기자단 만찬은 서글픈 분위기가 감돕니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6분짜리 동영상을 제작해 만찬장의 우울한 분위기를 날려버렸습니다. ‘Final Days’(마지막 나날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 시기여서 할 일이 없습니다. 중요한 기자회견을 해도 기자가 참석하지 않고, 참모들은 모두 자리를 비웠습니다. 뉴욕 상원의원에 출마한 부인 힐러리 여사를 위해 점심 도시락을 만들어 쫓아가 보지만 유세로 바쁜 힐러리 여사는 차를 타고 떠나버립니다.너무 한가해 인터넷 쇼핑에 재미를 붙인 클린턴 대통령의 대사입니다. 대통령이 아닌 가정주부의 쇼핑 품목이라서 한바탕 웃음을 터졌습니다. 훈제 음식을 한국에서는 그냥 ‘스모크’라고 하지만 ‘연기에 그을렸다’라는 뜻이므로 ‘smoked’(스모크트)입니다. ‘smoked ham’(스모크 햄), ‘smoked salmon’(훈제 연어), ‘smoked rib’(훈제 갈비) 등이 인기가 높습니다.George and I were just meant to be. I was the librarian who spent 12 hours a day in the library yet somehow I met George.”(조지와 나는 천생연분이다. 하루 12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내는 사서인 내가 조지와 만나게 됐으니 말이다)기자단 만찬에는 퍼스트레이디도 참석합니다. 대부분 조용히 앉아 있는 역할이지만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가 무대에 올라 부시 가문의 이미지를 부숴놓았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터프한 부시 대통령이 실은 저녁 9시만 되면 잠자리에 드는 바른생활 사나이라고 했습니다. 시어머니인 바바라 부시 여사는 따뜻한 할머니 같지만 실제 영화 ‘대부’의 냉혈한 마피아 두목 돈 코를레오네와 비슷하다고 했습니다.로라 여사는 부시 대통령과 결혼하게 된 스토리도 얘기했습니다. ‘mean’의 수동형인 ‘meant’와 ‘to be’가 결합되면 ‘의미되어지다’ ‘운명이다’라는 뜻입니다. 남녀관계에서 쓰면 ‘천생연분’이 됩니다. 부시 대통령은 젊은 시절 방탕한 생활을 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루의 절반을 도서관에서 보내는 사서 출신인 자신과 도서관과 한참 거리가 먼 부시 대통령이 만난 것은 천생연분이라는 겁니다. ‘somehow’(썸하우)는 ‘어찌저찌 해서’ ‘어떻게 하다보니’라는 뜻입니다.로라 여사의 연설이 히트를 치면서 각본을 쓴 랜든 파빈이라는 스피치라이터까지 주목을 받았습니다. 파빈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개그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로라 여사가 수차례 리허설을 했으며 로라 여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앞서 무대에 오른 부시 대통령의 연설을 일부러 재미없게 구성했다는 뒷얘기를 전했습니다.명언의 품격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한차례도 거르지 않고 기자단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2011년 연설입니다. 이 자리에는 기업가 시절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참석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버서 운동’을 벌이던 트럼프 대통령을 한껏 조롱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객석에 앉아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화가 나서 얼굴이 벌개졌습니다.대통령들은 연설 때 각기 다른 ‘클로징 멘트’ 스타일이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라크전쟁에 참전했던 아들에 대한 기억 때문에 “May God bless our troops”(신이시여 미군에게 축복을 내리소서)라는 구절로 끝맺는 것을 좋아합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클로징 멘트에서 미군의 안전을 별로 언급하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그런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 기자단 만찬 연설을 이렇게 끝냈습니다.God bless America and may God bless our troops and keep them safe.”(신이시여 미국을 보호하소서, 미군에게 축복을 내리시고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소서)오바마 대통령은 만찬 직전에 스피치라이터 존 파브로에게 특별 주문까지 했습니다. “연설 중에 미군 축복 클로징 멘트를 잊지 말라는 사인을 보내 달라”라는 것이었습니다. 파브로는 대통령의 주문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대로 따랐습니다. 기자들도 색다른 클로징 멘트에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그냥 지나갔습니다.이유는 다음날 밝혀졌습니다. 다음날 미군 특수부대는 파키스탄에서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에 성공했습니다. 극비 작전에 대해 밝힐 수 없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전에 투입되는 군의 안전을 기원한 것입니다. 역사적인 군사작전을 코앞에 두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연설 무대를 휘어잡은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습니다.실전 보케 360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단 만찬에서 자신의 나이를 얘기할 때 CNN 앵커 돈 레몬을 언급했습니다. “사람들은 나더러 ‘한물갔다’(over the hill)라고 하지만 돈 레몬은 나를 향해 ‘저 사람 한창 때야’(in his prime)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객석에서 폭소가 터졌습니다. 요즘 “in prime”은 미국의 유행어입니다. 최근 레몬은 방송 중에 여성 정치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를 가리켜 “50대 여성은 한창 때(in her prime)가 지났다”라고 말했다가 성차별적 발언이라는 비난이 빗발쳐 해고됐습니다.레몬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 CNN의 스타 앵커였습니다. CNN 앵커들 중에서 가장 독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시대는 지났습니다. 레몬은 강성 발언 스타일로 수차례 구설수에 올랐다가 이번에 해고된 것입니다. 레몬은 트위터에 해고된 것이 억울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After 17 years at CNN I would have thought that someone in management would have had the decency to tell me directly,”(CNN에 17년 동안 근무했으니 경영진이 나에게 직접 말해주는 품위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decency’(디슨시), ‘decent’(디슨트)는 일상대화에서 자주 쓰는 단어들입니다. ‘제대로 된 품성’ ‘기본적인 예절’이라는 뜻입니다. 상대가 “심성이 바른 사람”이라고 칭찬할 때 “he is a decent person”이라고 합니다. 방문을 노크하면서 “are you decent?”라고 물어보면 “지금 네 상태가 품위가 있느냐” 즉 “문을 열어도 될 만큼 옷을 갖춰 입고 있느냐”라는 것입니다.‘have the decency’는 ‘품성을 갖추다’라는 의미입니다. “He didn’t have the decency to apologize”라고 하면 “그는 사과하는 예절도 없었다”라고 나무라는 것입니다. 레몬의 입장에서는 CNN에 오래 근무한 정을 봐서 경영진이 자신에게 직접 해고 통보를 전하는 정도의 품위는 가지고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했다는 겁니다. 해고된 것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된 것이 기분 나쁘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CNN 측은 해고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사전에 면담 기회를 줬지만 레몬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9월 14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기자의 관계에 대한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4년 동안 한번도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기자들은 코로나19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폭발 직전이었습니다. 대통령이 방역수칙을 무시해 근접 취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2020년 9월 14일자코로나19의 위험성을 무시하고, 남의 탓으로 돌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적지 않은 갈등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런 갈등의 최전선에 기자들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참모들을 밀착 취재해야 하는 기자들은 백악관이 기본적인 방역수칙도 지키지 않아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If you don’t take it off, you are very muffled.”(마스크를 벗지 않으면 소리가 안 들린다)얼마 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마스크를 쓴 채 질문을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짜증을 내며 벗으라고 독촉을 했습니다. 마스크를 쓴 채 말하면 잘 안 들린다는 겁니다. 소리가 답답하게 들리는 것을 “you are(또는 sound) muffled”라고 합니다. ‘muffle’(머플)은 ‘덮다’ ‘덮어서 소리를 죽이다’라는 뜻입니다. 자동차의 머플러, 겨울철 목에 두르는 머플러 등이 여기서 유래했습니다.There was absolutely no social distancing.”(전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았다)백악관 담당 기자들은 좁은 공간에서 취재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협소하고 밀폐된 에어포스원 내부 취재는 위험도가 매우 높습니다. 한 기자는 에어포스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취재한 경험에 대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에어포스원을 타고 대통령을 취재할 기회가 있어도 거절하는 기자들이 많다고 합니다.We are doing more than they are out of an abundance of caution.”(만약을 대비해 우리는 그들보다 잘해야 한다)코로나19 시대에 ‘out of an abundance of caution’은 필수 단어였습니다. ‘caution’은 ‘주의’라는 뜻이고, ‘abundance’는 ‘풍부’라는 뜻입니다. ‘주의를 풍부하게 해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만약을 대비해’라는 뜻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행사가 취소되면 ‘the event is canceled out of abundance of caution’이라는 공고문이 붙습니다. 백악관 기자들도 자주 썼습니다. 그들(트럼프 행정부 사람들)은 방역수칙을 안 지키지만 우리는 만약을 대비해 잘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5-20
    • 좋아요
    • 코멘트
  • 尹 노래에 감탄한 바이든, 무심결에 내뱉은 이 속어[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 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 had no damn idea you could sing!”(이렇게 잘 부를 줄 몰랐네!)최근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백악관 만찬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었습니다. 열정적인 환호 세리모니였습니다. 세리모니로는 부족했는지 비속어 “damn”(제기랄)까지 섞어가며 감탄을 표했습니다.미국인들은 많은 사람 앞에서 자기 의견을 똑 부러지게 밝힐 줄 알지만, 노래를 부르는 것은 두려워합니다. 노래방도 없고 노래 장기자랑 문화도 없기 때문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낯설게 느낍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 대통령이 용감하게 마이크를 잡고 무반주로, 그것도 자신들의 국민가요인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으니 열렬한 환호를 보낸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마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겁니다. “You nailed it.”(당신 해냈어) 노래가 끝나자 만찬장의 분위기는 한층 부드러워졌습니다. 미국 언론은 한국 대통령이 가사도 안 틀리고 음정 박자를 잘 맞춰가며 노래를 부른 것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이렇게 ‘singing president’(노래하는 대통령)는 인기가 높습니다. 대통령은 음악을 통해 딱딱한 이미지의 국가 지도자가 아닌 여흥을 즐길 줄 아는 감성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뛰어난 음악적 소질을 가진 미국 대통령들을 알아봤습니다.Don’t worry, Rev, I cannot sing like you.”(걱정하지 말아요. 목사님. 나는 당신만큼 노래 못 하니까요)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자금 모금을 위해 뉴욕의 유서 깊은 흑인 극장 아폴로 씨어터에 섰습니다. 무대에 올라 연설 대신 “I’m so in love with you”(당신과 정말 사랑에 빠졌어요)라는 멜로디를 흥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흑인 가수 앨 그린의 노래 “Let’s Stay Together”(우리 함께 합시다)의 첫 구절이었습니다. 대통령의 즉석 노래에 처음에는 영문을 모르던 관객들은 곧 박수를 치며 흥을 맞췄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이 노래를 부른 것은 관객들과 교감하려면 연설보다 노래가 더 효과적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물론 노래 뒤에 연설도 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록적인 액수의 정치자금이 걷혔습니다. 관객 중에는 원래 이 노래를 부른 그린도 있었습니다. 가수에서 목사로 변신한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무대에 오르기 전 노래를 불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노래를 마친 뒤 그린에게 농담을 건넸습니다. “나는 당신 만큼 노래 실력이 안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라고 했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은 3년 뒤 또 한 번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번에는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였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흑인교회 총기 난사 사건 추모식이었습니다. “아무리 무자비한 폭력을 겪더라도 인간이 가진 자비(grace)의 마음을 믿어야 한다”라는 내용의 연설을 마친 뒤 조용히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자 추모객들은 너도나도 따라부르기 시작했습니다.I knew I would never be John Coltrane or Stan Getz.”(나는 내가 결코 존 콜트레인이나 스탠 게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1992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심야 토크쇼 ‘더 아세니오 홀 쇼’에 출연해 색소폰으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하트브레이크 호텔’을 연주했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바로 다음날 이뤄진 아세니오 홀 쇼 출연은 젊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습니다.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에 뮤직룸까지 꾸밀 정도로 색소폰 연주를 좋아했습니다. 색소폰을 외교에도 활용했습니다. 1994년 체코공화국을 방문했을 때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은 프라하의 재즈 클럽으로 그를 안내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하벨 대통령이 선물한 색소폰으로 즉석에서 ‘My Funny Valentine’(마이 퍼니 발렌타인’ ‘Summertime’(서머타임) 등의 재즈 명곡을 연주했습니다. 그 어떤 서류 서명보다 양국의 우애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친아버지 사별, 새아버지의 가정폭력 등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색소폰과 학교 성가대에서 즐거움을 찾았습니다. 하루 4시간 이상 맹연습을 한 덕분에 고교 시절에는 아칸소주 합주단에서 수석 색소폰 주자로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진로를 선택해야 할 때가 되자 자신의 색소폰 실력이 프로급 연주자 수준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나중에 자서전에서 “내가 결코 존 콜트레인이나 스탠 게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콜트레인과 게츠는 미국의 유명 재즈 색소폰 연주자들입니다. My choice early in life was either to be a piano-player in a whorehouse, or a politician. And to tell the truth, there’s hardly any difference.”(젊은 시절 내 선택은 사창가의 피아노 연주가와 정치인, 둘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 이 둘은 별로 차이가 없다)“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일본 원자폭탄 투하, 한국전 참전 등의 결정을 내린 선 굵은 정치가입니다. 하지만 사석에서는 섬세한 피아노 연주가였습니다. 베토벤, 쇼팽, 모차르트의 작품을 즐겨 연주했고, 수백 장의 클래식 음반을 모았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당대 유명 여배우 로렌 바콜을 울려다 보며 피아노를 연주한 적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장병 위로용으로 워싱턴 기자클럽에서 촬영된 사진입니다. 트루먼 대통령과 바콜 사이에 오묘한 분위가 흘러서 그런지 부인 베스 여사는 이 사진을 가장 싫어한다고 합니다.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트루먼 대통령은 술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학비를 벌었습니다. 나중에 자서전에서 “젊은 시절 사창가 피아니스트와 정치인의 길 중에 선택해야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창가 피아니스트보다 낫지만, 정치인도 그다지 내키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뉘앙스입니다. 정치에 대한 트루먼 대통령의 냉소적인 시각을 알 수 있습니다. 명언의 품격‘아메리칸 파이’는 1971년 발표돼 4주간 빌보드 1위를 차지한 노래입니다. 이 곡을 부른 가수이자 작사 작곡가인 돈 매클레인은 ‘American Pie’라는 제목에 대해 ‘as American as apple pie’를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미국인들은 미국적인 것, 애국심을 말할 때 “as American as apple pie”(애플파이만큼 미국적)라고 합니다. 건국 당시 미국인들이 유럽에서 들여온 각종 파이를 합쳐서 미국 특유의 애플파이를 만든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애플파이가 유명해진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입니다. 젊은 군인들은 전쟁에 나가는 이유에 대해 “for mom and apple pie”(엄마와 애플파이를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엄마가 애플파이를 만들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참전한다는 의미입니다.‘아메리칸 파이’는 가사가 심오하고 상징적입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쿠바 미사일 위기, 연쇄살인마 찰스 맨슨 사건, 인권운동가 피살 등 1960년대의 역사적 사건들이 가사 중에 상징적인 단어들로 언급됩니다. 음악 전문가와 역사가들은 가사 해석을 두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구절은 반복적으로 나오는 후렴구입니다.The day the music died.”(음악이 죽던 날)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만찬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이 후렴구까지 부를 것인지 관심 있게 지켜봤다고 합니다. 후렴구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거기까지 부르지 않으면 노래의 묘미가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온전히 후렴구까지 불렀습니다. ‘음악이 죽던 날’은 1959년 록가수 버디 홀리 등이 비행기 사고로 죽은 날을 말합니다. 이후 각종 사회적 혼란을 겪으면서 순수성이 사라지는 것을 ‘음악(미국)이 죽던 날’에 비유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백악관 만찬에 앞서 로즈가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회견에서는 정상회담 결과와 양국의 공동 관심사 외에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 방문 기간에 2024년 재선 도전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재선된다면 86세에 임기를 마치는 것인데 괜찮겠냐?”라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It doesn’t register with me,”(나이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register’는 ‘등록하다’ ‘기재하다’라는 뜻입니다. ‘register with me’은 ‘나에게 등록하다’가 됩니다. 등록은 기억에 남기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나이는 나에게 등록되지 않는다”라는 것은 “나이는 나에게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고민거리가 아니다”라는 의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심지어 자신이 지금 몇 살인지 모를 정도로 나이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3월 9일 소개된 ‘노익장 대선’에 대한 내용입니다. 2020년 대선은 나이 많은 후보들의 각축장이었습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과 버니 샌더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모두 70대의 나이에 대선에 도전했습니다.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트럼프 후보가 다시 맞붙는다면 누가 당선되든 80세를 넘긴 나이에 임기를 마치게 됩니다.▶2020년 3월 9일올해 미국 대선의 키워드는 ‘백발’과 ‘70대’입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은퇴해서 여생을 즐길 나이에 대통령에 도전한다니 존경스럽기도 하고, 혹시나 건강에 무리가 없을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후보들의 건강 상태가 매우 중요한 대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Biden accepts incremental, half-a-loaf-is-better-than-none politics, while Sanders demands go-for-broke maximalism.”(바이든은 점차적이고, 빵 반쪽이 아예 없는 것보다 낫다는 정치를 한다. 반면 샌더스는 한 번에 전부를 걸자는 최대주의자다)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바이든 후보와 샌더스 후보의 차이점을 이렇게 말합니다. 바이든 후보는 현실주의자입니다. 조금씩 변화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빵 반쪽을 얻은 것이 아예 못 얻는 것보다 낫다’라는 주의입니다. 반면 샌더스 후보는 맥시멀리스트(최대주의자)입니다. 단번에 사회를 확 바꾸자는 주의입니다. 군대용어인 ‘go-for-broke’는 부서진다는 각오로 공격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If you say ‘Yeah’, everyone says, ‘Whiner.’ And if you say ‘No’, about a bazillion women think, ‘What planet do you live on?’”(‘그렇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나를 ‘불평주의자’라고 할 것이고, ‘아니다’라고 하면 수많은 여성이 ‘저 여자 도대체 어느 별에서 온 거야’라고 생각할 것이다)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레이스를 포기했습니다. 한 기자가 “유세에서 성차별을 느껴본 적이 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yes”와 “no”로 대답하기 힘들다는 워런 의원의 대답입니다. ‘whine’(불평하다)을 잘하는 사람을 ‘whiner’(화이너)라고 합니다. ‘billion’(10억)과 ‘zillion’(막대한)이 결합한 ‘bazillion’(버질리언)은 ‘방대한 수’를 말합니다.There’s something going on there.”(무슨 일이 있다)바이든 후보는 피곤해 보입니다. 말실수도 자주 합니다. 대통령이 아닌 상원의원에 출마할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슈퍼 화요일”을 “슈퍼 목요일”이라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눈치채지 못할 리 없습니다. 그는 “거기(바이든 건강)에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일부 정신과 전문의들은 바이든 후보의 인지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립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5-13
    • 좋아요
    • 코멘트
  • “기밀 유출 사건은 ‘전면 조사’ 중입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There is a full-blown investigation going on.”(전면 조사가 진행 중이다)최근 미국에서 군사기밀이 온라인상에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범인은 잭 테세이라라는 21세의 공군 일병이었습니다. 그는 게임 채팅 플랫폼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관한 정부 기밀을 올렸습니다. 그중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해 한국 정보 당국자들이 나눈 대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조 바이든 대통령은 유출 사실이 알려지자 “전면 조사 중이다”라고 밝혔습니다. ‘full-blown’(풀블로운)은 범죄사건이 일어나면 수사당국이 쓰는 단골 단어로 뒤에 ‘investigation’(조사)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 그대로 ‘크게’(full) ‘부풀린’(blown)이라는 뜻입니다. ‘blow’는 활용도가 높은 단어입니다. ‘blow away’는 ‘감동하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blow out of proportion’은 ‘뻥치다’입니다. ‘out of proportion’(프로포션)은 ‘비율에서 벗어난’ ‘과도하게’라는 뜻입니다.기밀 유출은 대개 내부자 소행입니다. 기밀을 유출하는 이유는 잘못을 바로잡고 싶은 정치적 신념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이런 중요한 정보를 다룬다’라고 과시하고 싶은 욕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테세이라 일병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whistleblower’(내부고발자)라고 합니다. 주변에 알리기 위해 호루라기를 분다는 뜻입니다. 여기 또 ‘blow’가 나오네요. 미국 역사상 유명한 내부고발자를 알아봤습니다.I’m the guy they called Deep Throat.”(내가 바로 딥스로트라고 불리는 사람이다)‘딥스로트’라고 불리는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내부고발자는 마크 펠트 전 중앙정보국(FBI) 부국장입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불법 도청을 알리겠다는 신념과 FBI 국장 자리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내부고발자가 됐습니다. 펠트 부국장이 딥스로트라는 소문은 끊이지 않았지만 사실로 확인되기까지는 30여 년이 걸렸습니다. 2005년 존 오코너라는 연방검사 출신의 변호사가 시사잡지 베니티페어에 펠트 부국장의 딸 조앤 펠트를 만나 사실을 추적하게 된 경위를 밝힌 기사를 게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당시 92세의 펠트 부국장은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태였지만 정신이 맑을 때 딸에게 자신이 딥스로트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딥스로트의 정체를 공개한 베니티페어의 유명한 기사 제목입니다. ‘guy’ 대신에 ‘one’(바로 그 사람)을 써도 됩니다. ‘they’는 불특정 다수를 가리킵니다.I felt that as an American citizen, as a responsible citizen, I could no longer cooperate in concealing this information from the American public.”(미국 시민으로서,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 더는 정보를 미국 대중으로부터 숨기는 일에 협조할 수 없었다)해리 트루먼부터 리처드 닉슨에 이르기까지 4개 행정부에 걸친 미국의 베트남전 불법 개입의 역사를 폭로한 것은 대니얼 엘스버그 연구원입니다. 랜드연구소의 군사 분석가였던 그는 베트남전을 포함한 인도차이나반도에서 미국의 역할을 기록한 보고서 ‘펜타곤 문서’(Pentagon Papers)의 주요 내용을 뉴욕타임스에 유출했습니다.엘스버그 연구원은 펠트 부국장과 달리 자신이 내부고발자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인정하고 간첩죄, 음모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1971년 그는 검찰에 자진 출두하면서 기밀 유출에 대해 양심에 따라 행동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용기 있는 보도와 더불어 널리 알려진 발언입니다. 닉슨 대통령이 엘스버그 연구원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혐의로 풀려나 반전운동가로 변신했습니다. People tried to say, ‘This all happened because you were trans.’ It’s like, no.”(사람들은 내가 성전환자라서 이런 일을 벌였다고 한다. 아니거든요)2010년 이라크에 파견된 정보분석가 브래들리 매닝은 내부고발 전문 인터넷 매체 위키리크스에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기밀문서 75만 건을 넘겼습니다. 사건 당시 매닝은 23세로 테세이라 일병과 비슷한 나이였습니다. 20대 초반의 낮은 계급 군인이 국가 기밀문서를 다룰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은 당시에도 큰 논란이 됐습니다. 매닝은 또 다른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성정체성 문제였습니다. 매닝은 2013년 유죄 판결을 받은 직후 이름을 ‘브래들리’에서 ‘첼시’로 바꾸고 성별도 ‘he’(그)에서 ‘she’(그녀)로 바꾼다고 밝혔습니다. 내부고발자라는 것보다 성전환자라는 사실이 더 화젯거리였습니다.매닝은 2022년 자서전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성전환 과정의 혼란 때문에 기밀을 유출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미국인들은 성전환자를 의미하는 ’transgender’ ‘transsexual’을 짧게 ‘trans’(트랜스)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내부고발자처럼 자신도 권력의 비리를 알리기 위해 기밀을 유출했다고 했습니다. 매닝이 유출한 문서 중에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가졌다는 증거가 없고 미군이 이라크 민간인을 살상했다는 등의 민감한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었습니다.명언의 품격기밀 유출의 원조는 미국 건국의 주역 중 한 명이자 100달러 화폐에 그려진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독립 전인 1773년 우정공사 자격으로 영국에서 근무 중이던 프랭클린은 이상한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식민지 매사추세츠주를 다스리던 토머스 허친슨 주지사가 몇 년 전 영국 본국에 보낸 편지였습니다. 식민지 주민들의 본국 정부에 대한 반감이 날로 커지고 있어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매사추세츠 보스턴 출신인 프랭클린은 영국 정부의 강압적인 정책은 무시한 채 반발 제압에만 초점을 맞춘 편지 내용은 옳지 않다고 봤습니다. 사실 확인을 위해 비밀리에 편지를 보스턴의 독립운동가들에게 보냈습니다. 편지는 여러 명을 거쳐 ‘보스턴 가제트’에 보도됐습니다. 이 사건을 ‘허친슨 편지’(Hutchinson Letters) 사건이라고 합니다. 사건은 큰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보스턴 주민들은 편지에서 “반발을 통제해야 한다”라는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주민들의 분노는 지역 특산물인 차(茶)를 바다에 내다 버리는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으로 이어져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영국 정부는 허친슨 편지를 프랭클린에게 보낸 범인 색출에 나섰습니다. 프랭클린은 편지를 전달받은 경위를 추궁받았습니다. 3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사건에 가담했다는 누명을 쓰자 프랭클린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편지 유출은 자기 혼자만의 책임이라는 내용입니다. I think it incumbent on me to declare that I alone am the person who obtained and transmitted to Boston the letters in question.”(문제의 편지를 받아서 보스턴에 보낸 것은 내가 혼자 벌인 일이라고 분명히 밝히는 것이 의무라고 본다)‘incumbent’(인컴벤트)는 ‘자리에 있는’ ‘재임 중인’이라는 뜻입니다. 현직 대통령을 ‘incumbent president’라고 합니다. 뒤에 ‘on’이 붙으면 ‘책임을 지다’ ‘의무다’라는 뜻이 됩니다. 우정공사에서 해임돼 미국으로 돌아온 프랭클린은 영웅 대접을 받았습니다. 허친슨 편지 사건을 계기로 프랭클린은 건국의 핵심 주역 7인 중 한 명으로 떠올랐습니다. 프랭클린에게 문제의 편지를 보낸 인물은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실전 보케 360미셸 오바마 여사는 백악관을 떠난 지 7년이나 됐지만 아직도 인기 있는 전직 퍼스트레이디입니다. 요즘은 두 번째 저서 ‘The Light We Carry’(한국명 ‘자기만의 빛’) 홍보에 여념이 없습니다. 첫 번째 책 ‘비커밍’이 자신의 성장 과정을 다룬 자서전이었다면 이번 책은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삶의 교훈을 담은 내용입니다.미셸 여사는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결혼 생활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요즘 젊은이 중에는 결혼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뛰어들었다가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If I fell out with him for 10 years, and we had a great 20 years, I’d take those odds anytime,”(만약 그와 10년간 사이가 좋지 않고, 20년간 행복한 내기가 있다면 나는 언제라도 그 내기에 응하겠다)‘odds’(오즈)는 ‘내기’ ‘게임’이라는 뜻입니다. ‘chance’와 비슷한 뜻입니다. ‘take odds’ 대신에 ‘take chances’라고도 합니다. ‘내기를 받아들이다’ ‘게임에 응하다’라는 뜻입니다. ‘내기를 받아들이다’라는 것은 ‘수긍한다’라는 의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30년간 결혼 생활을 한 미셸 여사는 20년은 행복한 시간이었고 10년은 그렇지 못했다고 합니다. “3분의 2만 행복해도 결혼이라는 게임에 응하겠다”라고 하는 것은 “결혼은 행복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사람과 ‘가까워지다’ 또는 ‘멀어지다’라고 할 때 ‘fall in(또는 out) with’라고 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9월 30일 소개된 ‘우크라이나 스캔들’ 내부고발자에 관한 내용입니다. ▶2019년 9월 30일 PDF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 조사까지 몰고 간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자신의 정적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부자가 연루된 우크라이나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압박했고, 이런 사실이 공개될 조짐을 보이자 통화 녹취록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백악관에 배속됐던 중앙정보국(CIA) 소속 내부고발자가 “통화 내용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된다”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정보당국 감찰관실에 보내면서 우크라이나 스캔들 조사에 불을 댕겼습니다. 이 고발장은 내용과 형식이 모두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기자는 글을 쓰는 직업입니다. 논리적이고 유려하면서 상대방을 이해시킬 수 있는 글을 써야 하지요. 하지만 사실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조사의 도화선이 된 내부고발자의 고발장이 바로 그런 글입니다. 9쪽으로 구성된 이 문건은 내용도 중요하거니와 스타일도 훌륭합니다.This had to be the best composed, best written, best documented complaint I've ever seen.”(내가 본 것 중에서 가장 구성이 잘 돼 있고, 가장 잘 썼고, 가장 사실관계가 잘 기록된 문건임에 틀림없다)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DNI)이 CNN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국가기밀과 관련된 모든 내부고발자 문건은 DNI에게 보고됩니다. 클래퍼 국장은 7년 동안 DNI를 맡으면서 얼마나 많은 고발장을 봤겠습니까. 자신이 본 것 중에서 가장 뛰어난 문건이라고 합니다.The whistleblower gets right to the heart of the matter.”(내부고발자는 바로 핵심으로 들어간다)고발장을 심층 분석한 뉴욕타임스 기사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고발장은 첫 문장부터 핵심을 치고 들어갑니다. “긴급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보고를 하겠다”라는 구절로 시작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를 조사하도록 압력을 넣었고, 백악관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문장이 나옵니다. ‘get right to’는 ‘곧바로 가다’라는 뜻입니다. ‘right’는 생략 가능합니다. ‘heart of the matter’(사건의 본질) 대신에 짧게 ‘point’(요점)라고 해도 비슷한 뜻입니다.The whistleblower uses active verbs.”(내부고발자는 능동형 동사를 쓴다)한국말도 그렇고 영어도 그렇고 행동 주체가 확실하지 않거나 숨기고 싶을 때 수동태 동사를 써서 살짝 넘어갑니다. 반면 고발장에서는 능동태 동사가 자주 등장합니다. 예컨대 고발장에는 “White House officials intervened to lock down all records of the phone call”(백악관 관리들이 통화에 대한 모든 기록 제거에 나섰다)이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이것을 “All records of the phone call were locked down”이라는 수동형으로 썼다면 밋밋했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5-06
    • 좋아요
    • 코멘트
  • 암투병 ‘블랙 팬서’가 명문대 졸업생에 강조한 이 말[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 This is no time to be on the sidelines.”(지금 방관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다음 달 미국의 졸업 시즌이 시작됩니다. 한국과 학제가 다른 미국에서는 주로 5월에는 대학, 6월에 고교 졸업식이 열립니다. 지난 몇 년간 팬데믹 때문에 못 열렸던 대면 졸업식이 재개되면서 올해 졸업생들은 기대감에 부풀어있습니다.졸업식의 꽃은 축사입니다. 학교들은 졸업식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유명 인사에게 축사를 맡깁니다. CNN 통계에 따르면 인기 높은 연사들은 시즌당 다섯 건 이상 졸업식에 참석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인기 연사입니다. 지금은 대통령이 돼서 많이 자제하지만, 상원의원 시절에는 불러주는 곳마다 대부분 참석했습니다. 모교인 델라웨어대 연단에는 1978년, 1987년, 2004년, 2014년, 2022년 등 다섯 차례나 섰습니다. 지난해 졸업식에서는 대통령이 됐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마음속에 담아뒀던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는 2015년 맏아들 보 바이든이 세상을 떠난 뒤 모든 정치적 야망과 의욕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위를 보고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더는 구경꾼으로 있을 수 없다고 결심했습니다. 스포츠에서 유래한 ‘on the sidelines’는 ‘출전선 밖으로 나가다’ ‘게임에 참가하지 않고 지켜보다’라는 의미입니다. “he is sidelined”처럼 동사로 쓰면 “주목받는 자리에서 밀려나다”라는 뜻이 됩니다. 미국 졸업식의 특징은 ‘셀럽’ 연설자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학생과 가족, 대학 당국은 연예인이 연설자로 나서는 것에 대해 별로 거부감이 없습니다. 성공을 최고의 가치로 보기 때문에 어떤 분야든 성공한 인물의 연설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셀럽 연사들은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추구하는 연설, 지루하지 않은 연설로 인기가 높습니다. 졸업식을 빛낸 셀럽 연설을 알아봤습니다.If I am going to fall, I don’t want to fall back on anything except my faith. I want to fall forward.”(만약 내가 넘어진다면 종교적 신념 외에는 기댈 곳이 없기를 바랍니다. 나는 앞으로 넘어지고 싶습니다) 영화배우 덴젤 워싱턴은 졸업식 시즌마다 섭외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연예인 중 한 명입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쌓은 업적, 깨끗한 이미지, 정확한 발성 등이 그가 각광받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워싱턴이 연단에 선 것은 2011년 펜실베이니아대, 2015년 딜러드대 등 두 차례뿐입니다. 두 번 모두 열정적인 연설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워싱턴은 명예박사 학위도 받은 펜실베이니아대 졸업식에서 ‘fall forward’(앞으로 넘어져라)라는 제목의 연설을 했습니다. 졸업식에서 넘어질 것을 권하는 연설은 흔치 않지만 반대 의미의 ‘fall back on’(뒤로 넘어지다)과 함께 묶어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fall back on’은 ‘힘든 상황에 대비해 안전판을 마련해두다’라는 뜻입니다. 미국 부모들은 무작정 꿈을 좇는 자녀에게 안정된 미래를 준비하라는 뜻에서 “you need something to fall back on”(뒤에 기댈 곳이 필요하다)이라고 충고합니다.“앞으로 넘어져라”라는 워싱턴의 충고는 뒤에 안전판을 두면 앞을 향해 전력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려한 것입니다. 뒤로 자빠져도 기댈 곳이 없다면 전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라는 메시지입니다. It was so important for me to lose everything because I found out the most important thing was to be true to yourself,”(모든 것을 잃는 것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나다운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토크쇼 진행자이자 코미디언인 엘렌 드제너러스는 뉴올리언스 출신입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하자 그녀는 이 지역에 있는 툴레인대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4년 뒤 다시 졸업식에 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카트리나의 피해를 입은 해에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할 때 다시 연단에 서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2009년 그녀는 다시 툴레인대 연단에 섰습니다.드제너러스는 처질 수 있는 졸업식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습니다. 흰색 목욕가운을 입고 “만약 여러분이 아침 10시에 이 가운을 입고 있다면 볼 장 다 본 것”이라는 농담으로 좌중을 웃겼습니다. 졸업한 뒤 가운을 입은 채 집안을 돌아다니는 실업자가 되면 안 된다는 충고였습니다. 할리우드의 유명한 동성연애자인 드제너러스는 자신이 받았던 차별에 관해 얘기했습니다. 1997년 동성연애자라는 사실을 밝힌 후 몇 년 동안 일거리가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역시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true to yourself”는 “자신에게 진실하다” “진정성을 가지고 행동하다”라는 뜻입니다. 동성연애자라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많은 것을 잃었지만 진지하게 자신을 대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는 메시지입니다.You can fail at what you don’t want, so you might as well take a chance on doing what you love.”(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일에 기회를 걸어봐야 합니다)2014년 코미디언 짐 캐리는 아이오와주 페어필드에 있는 마하리쉬대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그의 주특기인 다양한 몸개그를 선보이자 졸업식장에서는 폭소가 터졌습니다. 캐리는 감동적인 연설을 했습니다. 그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가족애였습니다.캐리는 아버지 얘기를 꺼냈습니다. 아버지 역시 꿈은 코미디언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위해 회계사라는 안전한 직업을 택했습니다. 아버지는 어린 캐리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코미디 클럽까지 태우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회사에서 해고되면서 이마저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캐리는 꿈을 접었습니다. 힘들게 재취업을 한 아버지는 캐리에게 다시 코미디언에 도전하도록 격려했습니다. 캐리는 코미디언 클럽에 다니면서 가족을 돕기 위해 하루 8시간씩 타이어 공장에서 청소부와 경비원으로 일했습니다.캐리는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사랑하는 일을 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얻었습니다. 대개 사람들이 좋아하지도 않는 분야에서 일하는 것은 안정된 미래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직업조차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럴 바에야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도전해야 한다는 메시지입니다.명언의 품격마블 히어로 ‘블랙 팬서’의 주인공 채드윅 보스만이 2020년 43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많은 이들이 보스만의 죽음을 안타까워한 것은 단순히 그가 재능있는 배우여서가 아니라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진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보스만에게 목표는 흑인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는 것이었습니다. 2018년 그의 모교인 하워드대 졸업식에서 색다른 축사를 했습니다. 대다수 졸업 연설이 희망에 초점을 맞춘다면 보스만의 연설은 투쟁을 강조했습니다. 이미 대장암 말기 선고를 받은 상태였던 그는 “목표를 가진 삶을 위해 싸워야 한다”라고 후배들에게 충고했습니다. You would rather find purpose than a job or career. Purpose is an essential element of you. It is the reason you are on the planet at this particular time in history. Whatever you choose for a career path, remember, the struggles along the way are only meant to shape you for your purpose.”(직업이나 커리어를 택하기보다 목표를 찾으세요. 목표는 당신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역사의 이 특별한 순간에 당신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어떤 진로를 택하든 기억하세요. 앞으로 만나게 될 고난은 목표에 도달하도록 당신을 성숙시켜 주는 과정입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얼마 전 뉴욕시가 연봉 2억여 원(12∼17만 달러)을 내걸고 모집한 ‘rat czar’(쥐 퇴치 책임자)에 전직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캐슬린 코라디라는 여성이 임명됐습니다. 그녀는 시 교육부에서 일할 때 학교 쓰레기 배출을 줄여 쥐 개체 수 증식을 억제하는 공로를 세운 바 있다고 합니다.쥐와의 전쟁은 뉴욕의 절박한 문제입니다. 지난해 뉴욕에서는 6만여 건의 쥐 목격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2021년에 비해 2배 늘어난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음식점의 실내 영업이 제한되면서 야외에서 음식을 먹는 비율이 높아진 것이 쥐가 늘어난 주요 원인입니다. 뉴욕의 쥐 퇴치 정책을 진두지휘할 코라디 책임자의 소감입니다.I look forward to sending the rats packing.”(쥐를 몰아내기를 고대한다)‘send packing’은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표현입니다. ‘send’는 ‘보내다’라는 뜻이고, ‘packing’은 ‘짐을 싸다’라는 뜻입니다. ‘send packing’은 ‘짐을 싸서 보내다,’ 즉 ‘내쫓다’ ‘해고하다’라는 뜻입니다. “I wanted to live alone, so I sent him packing”이라고 하면 “나는 혼자 살고 싶어서 그를 쫓아냈다”라는 뜻입니다. 원래 사람에게 쓰는 말인데 코라디 책임자는 쥐를 상대로 쓴 것이 재미있습니다.이런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2월 23일 소개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실력에 관한 내용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화려하고 감동적인 연설을 하는 실력은 부족합니다. 그래도 적재적소에 농담을 섞어가며 재미있게 연설을 할 줄 압니다.▶2020년 11월 23일앞으로 미국을 이끌어갈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연설 실력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1970년대 정계에 진출한 그의 주요 연설 들을 살펴봤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화려하고 감동적인 연설에 능하지는 않지만, 옆 사람에게 얘기하는 것처럼 친근하게 설득하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If you’re giving me the honor of serving as your President, clear the decks for action.”(만약 여러분이 나에게 대통령으로 봉사할 기회를 준다면 전투에 나설 준비를 하겠다) 지난달 말 조지아주 웜스프링스 유세 연설에서 자신이 존경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을 수차례 인용했습니다. ‘clear the decks for action’은 대공황과 싸웠던 루스벨트 대통령이 자주 했던 말입니다. ‘전투를 위해 갑판을 치우다’라는 뜻입니다. 당면 과제인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추겠다는 의미입니다.People ask if I can compete with the money of Hillary and Barack. I hope at the end of the day, they can compete with my ideas and my experience.”(사람들이 나에게 ‘힐러리와 버락의 자금력을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라고 묻는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두 명이 내 생각과 경험을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일 것이다)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은 “별들의 전쟁”으로 불립니다.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조 바이든이 모두 출사표를 냈습니다. 당시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와 힐러리에 밀려 일찍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그래도 출마 발표 때만 해도 꿈은 다부졌습니다. 오바마와 힐러리보다 자신이 앞서는 점은 오랜 정치적 경륜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at the end of the day’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점,’ 즉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뜻입니다.Make sure of two things in Washington DC. Be careful, microphones are always hot, and understand that a gaffe is when you tell the truth.”(워싱턴에서는 두 가지만 기억해라. 마이크는 언제나 뜨겁다, 그리고 말실수는 진실을 말할 때 생기는 것이다)바이든 대통령은 2012년 부통령 시절에 한 기자 모임에서 워싱턴에서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법에 대한 유머를 풀어놓았습니다. ‘hot mic’(핫 마이크)는 마이크가 켜진 줄도 모르고 공개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가 창피를 당하는 것을 말합니다. 말할 때는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별명이 ‘gaffe machine’(말실수 기계)일 정도로 말실수를 자주 합니다. 말실수 속에 진실이 담겨있다고 변명하는 것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4-29
    • 좋아요
    • 코멘트
  • “성추문 같은 추잡한 질문 말라” 화낸 미국 대통령[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The king has been dethroned.”(왕은 권좌에서 밀려났다)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법정에 섰습니다. 두 차례 탄핵 위기를 넘기는 등 재임 시절을 파란만장하게 보내더니 퇴임해서도 여전히 논란을 몰고 다닙니다. 이번에는 2016년 대선 직전 스토미 대니얼스라는 전직 성인영화 배우의 혼외정사 폭로를 막기 위해 13만 달러(1억7000만 원)에 달하는 뒷돈을 전달하고, 이를 회사 장부에 ‘법률 자문 비용’으로 허위로 기재한 혐의입니다.대니얼스는 트럼프 대통령 기소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권좌에서 쫓겨난 왕’에 비유했습니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 중에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입니다. 미드 제목 ‘Game of Thrones’에도 나오듯 ‘throne’은 왕좌, 왕이 앉은 의자를 말합니다. ‘de’는 반대의 의미이므로 ‘dethrone’(디쓰론)은 왕의 자리에서 쫓겨난다는 뜻입니다.트럼프 대통령이 기소된 혐의는 문서 위조이지만 사건의 출발점은 섹스 스캔들입니다. 권력자의 성추문은 지대한 관심을 받기 마련입니다. “porn star”(포르노 스타), “adult film”(성인영화), “playboy model”(플레이보이 모델) 등 평소 보기 힘든 단어들이 요즘처럼 자주 미국 언론에서 등장한 적도 없습니다. 유명 정치인의 섹스 스캔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You are perpetuating the sleaze by even asking the question.”(그런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추잡한 소문을 영구화시키게 된다)‘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부인 바버라 여사와 73년 동안 모범적인 결혼생활 보냈습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에게는 제니퍼 피츠제럴드라는 개인 비서와 수십 년간 연인관계였다는 소문이 따라다녔습니다.1973년 부시 대통령이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시절에 시작된 이들의 관계는 중앙정보국(CIA) 국장, 부통령, 대통령 때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75년 나란히 앉아있는 부시 대통령과 피츠제럴드 뒤쪽에서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어두운 표정의 바버라 여사의 모습이 카메라에 찍히기도 했습니다. 2019년 발간된 자서전에서 바버라 여사는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우울증의 상당 부분은 부시 대통령과 피츠제럴드의 관계 때문이라고 바버라 여사의 친구들은 말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피츠제럴드와의 관계를 부인했습니다. 1992년 백악관에서 인터뷰하던 중에 NBC방송 앵커가 “소문이 진실이냐”라는 질문을 던지자 “그런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추잡한 소문을 영구화시킨다”라며 화를 냈습니다. ‘sleaze’(슬리즈)는 추잡한 사람이나 행동을 말합니다. ‘sleazy lawyer’ ‘sleazy politician’ 등 형용사 형태로 많이 씁니다. Monkey Business”(속임수)1988년 대선 때 콜로라도 출신의 게리 하트 상원의원은 민주당 후보 중에 선두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womanizer’(바람둥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언론은 그의 여자관계를 집중적으로 파헤쳤습니다. 특히 도나 라이스라는 젊은 여배우 겸 모델이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하트 의원은 라이스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유세 지원자일 뿐”이라고 답했습니다.타블로이드지 내셔널인콰이어러가 이들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진을 게재하면서 하트 의원 대통령의 꿈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요트 여행 중에 선착장에서 라이스가 하트 의원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무릎에 앉아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사진 밑에는 “그가 나에게 결혼하자고 했어요”라는 도발적 제목도 실렸습니다. 미국인들 사이에 화제가 된 것은 하트 의원이 입고 있던 티셔츠에 적힌 ‘monkey business’라는 문구였습니다. 이들이 타고 있던 요트의 이름이기도 했습니다. 원숭이는 짓궂은 장난을 잘 치는 동물입니다. 수상쩍은 거래, 속임수를 뜻하는 ‘몽키 비즈니스’는 이들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명언이자 그해 최고의 유행어가 됐습니다.I’ll run you out of the Army and keep you from ever drawing a peaceful breath again.”(당신을 군대에서 쫓아내고 편히 살지 못하게 하겠다)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군 총사령관 시절에 케이 서머스비라는 운전병 겸 비서를 만났습니다. 그에게는 부인 마미 여사가 있었지만 전쟁 중에 서머스비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니면서 친밀한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서머스비를 “Ike’s shadow”(아이젠하워의 그림자)라고 불렀습니다.서머스비에게 빠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친구인 조지 마샬 참모총장에게 “아내와 이혼하겠다”라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마샬 총장은 “만약 자네가 이혼하면 군대에서 쫓아내고 편히 살지 못하게 하겠다”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정신 차리라는 충고였습니다. ‘draw breath’는 ‘숨을 들이마시다,’ 즉 ‘살다’라는 뜻입니다. 전쟁이 끝나자 서머스비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하지만 정치인으로 변신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마샬 총장의 충고대로 서머스비와의 관계를 청산했습니다. 생활이 궁핍해진 서머스비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지만 보좌관으로부터 “다시 연락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이날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고 합니다. “과거 나의 비서가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전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잘 이겨낼 것이라고 믿는다.”명언의 품격 1914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여사는 루시 머서라는 여성을 비서로 채용했습니다. 어느 날 엘리너 여사는 남편의 가방 속에서 머서가 보낸 러브레터를 발견했습니다. 남편과 비서의 불륜관계를 눈치챈 엘리너 여사는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남편은 머서와의 관계를 인정하며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여성 편력을 다룬 책 ‘프랭크와 루시’에 나오는 내용입니다.루즈벨트 대통령의 어머니가 중재에 나섰습니다. 아들에게 “만약 이혼을 하면 유산을 한 푼도 남겨주지 않겠다”라고 선언했습니다. 당시 해군성 차관보였던 루즈벨트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가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혼은 대통령이 되는 데 치명적인 결함이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혼을 포기했습니다. 이혼 위기를 넘긴 부부는 애정은 식었지만 정치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반자 관계가 됐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당선되자 엘리너 여사는 내조보다는 독립적인 대외활동으로 새로운 퍼스트레이디상을 확립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머서와 계속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엘리너 여사는 훗날 자서전에서 남편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I have the memory of an elephant. I can forgive, but never forget.”(나는 코끼리의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용서를 해도 잊지는 못한다)각종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끼리는 영리하고 똑똑한 동물입니다. 특히 기억력이 뛰어나서 “elephants never forget”이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기억력이 출중한 사람을 가리켜 “he has the memory of elephant”라고 합니다. 자신을 코끼리에 비유해 남편의 외도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잘 표현한 엘리너 여사의 명언입니다. 미국을 전후 최강대국으로 만든 일등공신이 루즈벨트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만약 그가 이혼해서 대통령의 꿈을 이룰 수 없었다면 미국의 미래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아직도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미 역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을 기소한 맨해튼 지방검사실의 앨빈 브래그 검사장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들은 기소 타이밍을 대선 시즌에 맞춘 이유, 기업문서 위조와 선거법 위반의 연관성, 유죄 입증을 자신하는 근거 등에 관해 물었습니다. 마지막 질문을 던진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입막음 의혹이 당초 알려진 전직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 건 이외에 2건 더 있다고 하자 브래그 지검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I’m glad you put finger on that.”(그걸 확실히 지적해줘서 기쁘다) ‘put’은 ‘놓다,’ ‘finger’는 ‘손가락,’ ‘on’은 ‘위에’라는 뜻입니다. 어떤 것 위에 손가락을 놓는다는 것은 ‘콕 집어서 지적하다’라는 의미입니다. ‘identify’(아이덴티파이)와 같은 뜻이지만 ‘put finger on’이 더 의미가 확실히 와닿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즐겨 씁니다. 긍정문보다는 ‘not’과 함께 써서 부정문 형태로 더 많이 씁니다. “I can’t quite put my finger on it”이라고 하면 “딱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지만”이라는 뜻입니다.이런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4월 22일 소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에 관한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만큼 스캔들이 많은 대통령이 있을까요. 취임 전부터 여러 건의 섹스 스캔들이 있었고 재임 중에는 러시아 스캔들,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스캔들이 많은 대통령을 ‘scandal-prone president’라고 합니다. ‘prone’(프론)은 ‘취약하다’라는 뜻입니다.▶2019년 4월 22일자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 의혹,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위해 2017년 5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임명됐습니다. 뮬러 특검 등장 후 약 2년간 미국 정치권에는 ‘러시아 스캔들’이란 초대형 폭풍이 몰아쳤습니다. 최근 뮬러 특검의 수사보고서 전문이 공개되면서 대단원의 막이 내렸습니다. 승자는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갖가지 치부가 드러나 망신을 당했고, 민주당 역시 전략 부재 상태임을 보여줬습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러시아 스캔들을 풍자하는 각종 농담이 유행하고 있습니다.He has Americans reading again.”(그는 다시 미국인들을 책을 읽도록 만들었다)미국인들은 책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닙니다. 하지만 뮬러 특검 보고서는 너도나도 읽겠다고 합니다. 448쪽이라는 만만치 않은 분량인데도요. TV 심야 토크쇼를 진행하는 지미 키멀은 이런 농담을 던졌습니다. “누가 트럼프 대통령을 나쁜 사람이라고 했어? 미국이 다시 책을 읽게 한 건 순전히 그의 공로야.”Robert Mueller is now a best-selling author.(이제 로버트 뮬러는 베스트셀러 작가야)448쪽짜리 PDF 파일을 컴퓨터로 보려면 눈이 아픕니다. 인쇄하려면 한참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출판사들은 뮬러 특검 보고서를 바로 책으로 발간했습니다. 가격은 약 10달러. 현재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 1위, 2위, 9위에 뮬러 보고서가 올라있습니다. 직업이 작가도 아닌 뮬러 특검이 베스트셀러 작가의 영광을 안게 됐습니다.Congress has finally located a computer with a CD-ROM. Now they are looking for a dot matrix printer.”(의회가 드디어 CD롬 컴퓨터를 찾아냈다. 이제 닷매트릭스 프린터만 찾으면 된다) 소셜미디어에서 인기 높은 농담입니다. 뮬러 특검으로부터 보고서를 제출받은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이를 의원들에게 ‘CD’ 형태로 배포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고색창연한 CD라니요. 의원들은 CD를 작동시킬 CD롬이 장착된 컴퓨터를 찾느라 창고를 뒤지고 난리를 쳤다고 합니다. 이제 인쇄를 하려면 ‘닷매트릭스’ 프린터만 있으면 됩니다. CD롬 컴퓨터에는 역시 ‘올드 패션’ 닷매트릭스 프린터가 어울립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4-22
    • 좋아요
    • 코멘트
  • 美대통령이 “내가 미국을 버렸을 때”라고 말했다고?[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So, with your help, the United States will again lead not just by the example of our power but the power of our example.”(여러분들의 도움으로 미국은 다시 세계를 주도할 것이다. 우리 힘의 본보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우리 본보기의 힘을 통해서)최근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안보실장이 교체되는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백악관이 마련한 만찬 행사 건에 대한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였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정가에서 알아주는 외교통입니다.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10년 넘게 활동했고 위원장을 두 차례나 지낸 그는 외교 행사의 중요성을 아는 정치인입니다.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를 철회하고 다자 협력주의를 강조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우리 힘의 본보기(the example of our power)가 아니라 우리 본보기의 힘(the power of our example)을 통해 세계를 리드해야 한다”라는 명구절이 나옵니다. 정상회담에서 만찬으로 이어지는 국빈 초청 행사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베푸는 최고의 예우입니다. 사소한 파티도 RSVP(참석 여부 회신)를 챙기는 것이 미국 문화인데 상대국에서 국빈 만찬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을 대접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외교 행사는 철저한 각본에 따라 움직이지만, 종종 대형 실수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미국 외교의 난처한 순간들을 알아봤습니다.*RSVP : 프랑스어 Repondez s‘il vous plait의 약자, 반드시 회신을 달라는 의미.▶참조기사: I desire the Poles carnally.”(나는 폴란드인들을 육체적으로 갈망한다)외교 행사에서는 통·번역 실수가 종종 벌어집니다.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폴란드를 국빈 방문했을 때 대형 오역 사건이 터졌습니다. 카터 대통령의 방문 소감을 통역 담당자가 폴란드어로 잘못 전달한 것입니다. “I hope to learn about the Polish people’s desires for the future”(나는 폴란드인들의 미래에 대한 바람을 알고 싶다)라는 카터 대통령의 발언은 “나는 육체적으로 폴란드 사람들을 갈망한다”라는 의미의 폴란드어로 통역됐습니다. “when I left the United States”(내가 미국에서 출발했을 때)라는 구절은 “when I abandoned the United States”(내가 미국을 버렸을 때)라는 의미의 폴란드어로 통역됐습니다. 이밖에도 두세 군데에서 더 실수가 발견됐습니다.문제의 통역은 스티븐 시모어라는 미 국무부의 파트타임 통역사가 담당했습니다. 미국 측은 오역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통역 내용을 이상하게 여긴 폴란드 기자가 며칠 후 국무부 측에 문의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카터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을 앞두고 급히 채용된 시모어는 러시아어 통역이 진공이고, 폴란드어는 부전공이었습니다. 폴란드에서 4년 동안 공부했지만, 통역 실력은 부족했습니다. 폴란드어를 영어로 바꾸는 것이 아닌 영어를 폴란드로 바꾸는 통역이라 더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집니다.시모어 통역사는 즉시 해고됐습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통역 내용이 이상하다는 점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I thought I had done a hell of a job.”(나는 내가 통역을 멋지게 해낸 줄 알았다)Bush rubs Merkel up the wrong way.”(부시가 메르켈을 화나게 만들다)“부시가 가는 곳마다 사건이 따른다.” 미국 외교가의 속설입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성급한 성격 때문에 자주 실수를 한다는 의미입니다. 2007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주요8개국(G8)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에게 마사지해준 사건이 벌어졌습니다.부시 대통령은 다른 정상들이 둘러앉은 테이블에 늦게 입장하면서 갑자기 메르켈 총리의 어깨에 손을 얹고 주무르는 시늉을 했습니다. 놀란 메르켈 총리는 반사적으로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빨리 치우라는 의미였습니다. 당시 모습이 담긴 5초 정도의 짧은 동영상은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상대의 동의 없이 신체를 접촉했다는 점에서 성희롱 논란도 벌어졌습니다.이 사건을 보도한 미국 언론의 기사 제목입니다. 미국인들은 ‘massage’(마사지) 대신에 ‘rub’(럽)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문지르다’라는 뜻입니다. ‘rub up the wrong way’는 ‘잘못된 방향으로 마사지를 해주다,’ 즉 ‘의도치 않게 상대를 화나게 만들다’라는 뜻입니다. 귀엽다고 해서 동물의 털을 잘못된 방향으로 문지르면 동물이 오히려 성을 내는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1년 뒤 메르켈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부시 대통령은 이런 농담을 건넸습니다. “No back rubs.”(등 마사지는 이제 안 하겠다)Bush’s V sign has different meaning for Australians.”(부시의 V 사인은 호주인들에게 다른 의미다)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H W 부시 대통령도 외교 결례를 빚은 적이 있습니다. 1991년말 호주를 방문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캔버라에서 차를 타고 지나가던 중에 평화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를 보고 지지한다는 의미로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V’ 사인을 보냈습니다. ‘V’ 사인은 ‘승리’ ‘평화’ 등을 상징합니다.그런데 손의 방향이 문제였습니다. 손등을 바깥쪽으로 해서 ‘V’ 사인을 보낸 것입니다. ‘V’ 사인을 그릴 때는 손등을 자기 쪽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미국에서는 손의 방향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국, 호주, 영연방 국가들에서는 손등이 바깥쪽으로 향한 ‘V’ 사인은 상대에 대한 욕을 의미합니다. 셋째 손가락을 올리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AP통신은 부시 대통령의 실수를 “호주인들에게는 다른 의미다”라고 보도했습니다. ‘V’ 사인은 중세시대부터 있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자주 사용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처칠 총리는 연합군과 독일에게 보내는 ‘V’ 사인의 방향을 각각 다르게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연합군에게 보낼 때는 지지의 의미로 손등을 자기 쪽으로 향하게 했습니다. 반면 독일을 향해 ‘V 사인을 보낼 때는 전투 의지를 꺾기 위해 바깥쪽으로 향하게 했습니다.명언의 품격2009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취임 2개월 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났습니다. 힐러리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줄 선물로 ‘peregruzka’(페레그루스카)라고 적힌 붉은색 버튼을 준비했습니다. 기자들 앞에서 버튼을 선물하며 “러시아어로 ‘reset’(재설정)을 뜻한다”라는 설명과 함께 라브로프 장관에게 “맞느냐”라고 물었습니다. 러시아와 갈등을 빚었던 전임 부시 행정부와 달리 우호적 관계로 재설정하겠다는 의미였습니다.“You got it wrong.” 라브로프 장관의 입에서 이런 대답이 나왔습니다. “you get it wrong” “you get me wrong”은 “오해하다” “틀리다”라는 뜻입니다. ‘peregruzka’는 ‘reset’이 아니라 ‘overcharge’를 뜻한다는 겁니다. 힐러리 장관은 ‘과부하’ ‘‘바가지를 씌우다’라고 적힌 버튼을 선물한 것입니다. 그래도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어로 된 버튼까지 준비한 힐러리 장관의 정성에 감동했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마친 두 장관은 함께 버튼을 누르는 포즈를 취했습니다.I do hope that Russia and the United States would never ever push any other buttons associated with initiation of destructive hostilities.”(러시아와 미국이 파괴적인 갈등과 관련된 다른 버튼을 누르지 않기를 바란다) 버튼을 누르면서 라브로프 장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붉은 버튼은 인류의 대재앙 핵전쟁을 시작할 때 누르는 버튼입니다. 오늘 말고는 붉은 버튼을 누를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의미입니다. ‘never’(결코)를 강조하기 위해 ‘ever’를 붙였습니다. 붉은 버튼 때문에 생긴 어색한 상황을 훈훈하게 마무리 지은 명발언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폐막한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습니다. WBC를 주최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분위기가 좋습니다. 올해 대회에서 명승부가 여러 차례 펼쳐지면서 야구팬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미국과 일본의 결승전이 열리기 전 마이애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WBC가 월드시리즈처럼 커나갈 수 있겠느냐”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의 대답입니다.I don’t see it as an either or proposition.”(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A와 B 중에서 선택해야 할 때 “either A or B”라고 합니다. 그런 양자택일의 상황을 ‘an either-or proposition’이라고 합니다. ‘proposition’(프로포지션)은 ‘문제’ ‘제안’이라는 뜻입니다. 앞에 ‘not’이 오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뜻이 됩니다. 양자택일이 어려울 때 “it’s not an either-or proposition”이라고 합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어느 한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 힘든 입장이므로 이런 식의 대답으로 빠져나갔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6월 21일 소개된 미-러 외교관계에 대한 내용입니다. 지금은 미국의 적수가 중국이지만 오랫동안 그 자리를 차지했던 것은 러시아입니다. 두 나라의 치열한 첩보전을 보여주는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미-러 관계에서 중요했던 사건들을 알아보겠습니다.▶2021년 6월 21일자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러시아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치열한 기 싸움을 벌였습니다. 미-러 관계를 결정지은 역사적 사건들을 알아봤습니다.From Stettin in the Baltic to Trieste in the Adriatic an iron curtain has descended across the Continent.”(발트해의 슈체친부터 아드리아해의 트리에스테에 이르기까지 철의 장막이 유럽 대륙에 드리워졌다)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1946년 미국 방문 중 “iron curtain”(철의 장막)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처칠 총리가 만들어낸 단어는 아니지만, 그가 쓴 것이 가장 유명합니다. 냉전시대 소련과 그 영향권 내에 있던 동유럽 국가들을 가리킵니다. 커튼은 ‘가리다’라는 뜻입니다. ‘behind the curtain’(커튼 뒤)은 ‘막후’ ‘몰래’라는 뜻입니다.We′re eyeball to eyeball. I think the other fellow just blinked.”(우리는 서로 노려보고 있다. 저쪽 친구가 지금 막 눈을 깜빡였다) 1962년 미사일 장비를 실은 소련 선박이 쿠바 앞바다로 들어오자 미국이 해상봉쇄로 맞선 사건을 쿠바 미사일 위기라고 합니다. 팽팽한 대치 상황이 며칠간 이어진 뒤 소련은 후퇴를 결정했습니다. 양쪽이 정면 대치하는 것을 “eyeball to eyeball”(안구 대 안구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서로 노려본다는 의미입니다. 이럴 때는 먼저 눈을 깜빡이는 쪽이 지는 겁니다. 소련이 후퇴하는 순간 백악관에서는 대책회의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딘 러스크 국무장관이 옆자리에 앉은 맥조지 번디 국가안보보좌관에게 건넨 말입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한 이 발언은 미국 외교사에 길이 남는 명언이 됐습니다.Mr. Gorbachev, tear down this wall!”(미스터 고르바초프, 이 벽을 허무세요!)1987년 독일을 방문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연설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정책을 추진하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에게 베를린 장벽을 허물 것을 호소했습니다. 연설 당시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2년 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냉전의 종말을 뜻하는 명언이 됐습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4-15
    • 좋아요
    • 코멘트
  • 대통령도 중독시킨 그 맛 ‘PB&J’[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e has a taste of a 5-year-old.”(그는 5살짜리 입맛이야) 최근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오므라이스 만찬’이 화제입니다. 윤 대통령이 오므라이스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일본 정부가 도쿄의 오므라이스 전문점에서 대접했습니다. 정상회담 만찬에서는 이렇게 상대국 대통령의 식성을 사전에 파악해 준비하는 것이 관례입니다.조만간 윤 대통령이 만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이스크림을 좋아합니다. 지방에 갈 때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르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그가 즐겨 먹는 또 다른 음식은 ‘peanut butter and jelly sandwich’(PB&J)입니다. 식빵 한 쪽에 땅콩버터, 다른 한쪽에 과일잼을 발라 포갠 평범한 샌드위치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addiction”(중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좋아합니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평균 1500개를 먹는다는 통계를 있을 정도로 PB&J는 미국의 국민 음식으로 통합니다.바이든 대통령 보좌관은 아이스크림, PB&J 등을 좋아하는 대통령의 식성을 가리켜 “5살짜리 취향”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식으로 하면 “초딩 입맛” 정도 되겠습니다. 그렇다고 바이든 대통령이 어린이 취향의 음식만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이탈리아 혈통이기 때문에 파스타도 즐겨 먹고, 치즈 스테이크, 클럽 샌드위치 등도 좋아합니다. 미국 대통령들이 좋아한 음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I like pork rinds. But that doesn’t fit the mold.”(나는 돼지껍질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건 내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좋아한 음식은 돼지껍질입니다. ’pork rinds’(포크 린즈)라고 합니다. 돼지껍질을 주로 구워 먹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바삭하게 튀겨먹습니다. 감자칩처럼 포장된 스낵 형태로 많이 팝니다.1988년 대선에 출마한 부시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돼지껍질을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으면서 “내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서민 음식’으로 통하는 돼지껍질은 필립스아카데미와 예일대 졸업, 제2차 세계대전 영웅이기도 한 부시 대통령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mold’(몰드)는 규격대로 찍어내는 ‘판형’을 말합니다. ‘fit the mold’는 ‘판형에 맞다’, 즉 ‘이미지에 맞다’라는 뜻입니다.워싱턴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의 돼지껍질 사랑 고백을 “brilliant political move”(뛰어난 정치적 수완)라고 평했습니다. 귀족 이미지를 지우고 폭넓은 지지를 얻는데 돼지껍질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부시 대통령 덕분에 돼지껍질의 인기는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돼지껍질 스낵 최대 생산업체인 루돌프사는 근로자들을 초과 근무시키며 주문량을 대기 바빴다고 합니다. Jimmy makes grits, puts the dishes in the dishwasher and makes the bed.”(지미는 그리츠를 만들고, 설거지하고, 침대를 정리한다)조지아주 출신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남부 음식인 ‘grits’(그리츠)를 좋아했습니다. 그리츠는 옥수수죽을 말합니다. 과거 남부에서는 수확한 옥수수 중에서 거친 알들을 골라서 버리지 않고 죽을 만들었습니다. 그냥 옥수수만 넣으면 심심하니까 요즘은 치즈, 새우, 햄 등을 넣어 맛을 냅니다.대선 유세 때 부인 로잘린 카터 여사는 아침 일상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남편은 그리츠를 만들고, 설거지하고, 침대를 정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정치에 흥미를 잃었던 국민들은 볼품없는 옥수수죽을 좋아하는 대선 후보에게 호감을 느꼈습니다.카터 선거운동 본부는 보통사람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그리츠를 핵심 컨셉으로 사용했습니다. ‘Grits and Fritz’(그리츠 앤 프리츠)라는 슬로건을 만들었습니다. ‘프리츠’는 카터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였던 월터 먼데일 부통령의 중간이름 ‘프레더릭’의 줄임말입니다. 로잘린 여사는 직접 그리츠를 만드는 시범을 보였습니다. 카터 대통령이 입양한 백악관 반려견까지 ‘그리츠’라는 이름을 지을 정도였습니다.Abe, gimme a man, gimme that other‘n.’”(에이브, 나에게 진저브레드맨을 줘, 다른 진저브레드맨도 줘)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진저브레드를 좋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gingerbread’는 ‘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쿠키’를 말합니다. 사람 모양으로 굽는다고 해서 ‘gingerbread man’으로도 불립니다. 진저브레드맨이 부엌을 탈출했다가 여우에게 잡아먹히는 내용의 동화도 유명합니다.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손님을 접대할 때 자주 진저브레드 쿠키를 내놓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어린 링컨은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배고픈 날이 많았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모처럼 구워주신 진저브레드 쿠키 3개를 들고 나무 밑에 앉았습니다. 쿠키를 먹고 있을 때 친구가 다가와 “에이브, 쿠키 하나만 줘”라고 부탁했습니다. 링컨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친구였습니다. 링컨은 쿠키 1개를 건네줬습니다. 금방 먹어 치운 친구는 남은 쿠키 1개도 달라고 했습니다. “other‘n’”은 ‘other man’(다른 진저브레드맨)의 줄임말입니다. 그것마저도 내준 링컨 대통령은 결국 쿠키 3개 중의 1개밖에 먹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 양보하는 링컨 대통령의 착한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 명언의 품격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취임하자 백악관에는 수많은 편지가 밀려들었습니다. 젊고 멋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중에는 ‘린 제닝스’라는 몸이 불편한 소녀의 편지도 있었습니다. 제닝스는 편지에서 대통령에게 물었습니다. “What do you like to eat?”(어떤 음식을 좋아하세요?)보좌관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제닝스의 편지를 전하며 이런 메모도 함께 올렸습니다. “Please reply to her, She will be extremely happy. Do not mention anything in the letter about her handicap please!”(꼭 소녀에게 답장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매우 기뻐할 것입니다. 장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아 주세요!)New England Fish Chowder.”(뉴잉글랜드 피시 차우더)케네디 대통령은 메모의 의미를 이해했습니다. 얼마 후 소녀는 백악관으로부터 답장을 받았습니다. 편지에는 “뉴잉글랜드 피시 차우더”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 이름뿐 아니라 조리법과 재료까지 상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편지와 함께 친필 서명이 적힌 케네디 대통령 사진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답장은 지금도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에 보존돼 있습니다.뉴잉글랜드는 지명이 아니라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뉴햄프셔, 버몬트, 로드아일랜드, 메인 등 미 북동부의 6개 주를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매사추세츠주 출신의 케네디 대통령은 뉴잉글랜드에 대한 애착이 컸습니다. 뉴잉글랜드는 바다에 인접해 있어서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습니다. 해산물 수프의 일종인 차우더는 뉴잉글랜드의 대표 음식입니다. 주재료로 생선을 넣으면 ‘피시 차우더,’ 조개살을 넣으며 ‘클램 차우더,’ 게살을 넣으면 ‘크랩 차우더’가 됩니다.●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미 의회에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규제를 논의하는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틱톡의 추쇼우즈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습니다. 그는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조종을 받은 회사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의원들은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라고 반박했습니다. 5시간 넘게 진행된 틱톡 청문회에서 웃음이 터진 장면입니다.I gotta hand it to you.”(이것만은 인정해주지)틱톡에 대한 공격의 선봉에 섰던 어거스트 인플루엔자가 공화당 하원의원이 갑자기 추 CEO를 추켜세웠습니다. ‘hand’는 명사로 쓸 때는 ‘손’이라는 뜻이고, 동사로 쓸 때는 ‘넘기다’라는 뜻입니다. ‘hand to’는 ‘에게 넘겨주다’라는 뜻입니다. “have to(또는 gotta) hand it to”는 “칭찬을 넘겨줘야만 하다,” 즉 “이것만은 인정해줘야 한다”라는 뜻입니다.무엇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일까요. 민주당과 공화당은 평소 의견 대립이 심합니다. 그런 정치권의 분열을 극복하게 만든 것이 틱톡의 공이라고 비꼬는 것입니다. 틱톡 규제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플루거 의원의 발언이 이어집니다. “You’ve actually done something that has not happened except for the exception of maybe Vladimir Putin. You have unified Republicans and Democrats.”(틱톡이 블라디미르 푸틴 말고는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결속시켰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21년 10월 25일 칼럼에 소개된 대통령이 좋아하는 음식에 관한 내용입니다. 앞서 소개된 부시, 카터, 링컨, 케네디 대통령과는 다른 사례들입니다.▶2021년 10월 25일자최근 빌 클린턴 대통령이 요도 감염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올해 75세인 클린턴 대통령은 재임 시절 햄버거 감자튀김 등 고지방 고열량 음식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퇴임 후 채식주의자로 변모해 비교적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해오다가 이번에 병원 신세를 진 것입니다.I’ll have guacamole coming out of my eyeballs.”(과카몰레가 눈에서 나올 지경이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좋아하는 음식은 나초입니다. 나초는 튀기거나 구운 토르티야에 다양한 재료를 곁들여 먹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초에 과카몰레를 곁들여 먹는 걸 좋아합니다. 과카몰레는 으깬 아보카도를 말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얼마나 나초를 좋아하는지 과카몰레가 눈에서 나올 지경이라고 합니다. ‘come out of eyeballs’(안구에서 나오다)는 과식을 했을 때 유용한 표현입니다.I might not be around if I hadn’t become a vegan.”(만약 내가 비건이 되지 않았다면 오늘날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클린턴 대통령은 2010년 육류 유제품을 딱 끊고 ‘비건’(채식주의자)이 됐습니다. 2016년 부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대선 유세 때 레스토랑에 들러 샐러드를 시키면서 클린턴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be’ 동사 다음에 ‘around’가 나오면 ‘근처에 있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아직 살아있다’라는 의미가 됩니다.You can tell a lot about a fella’s character by whether he picks out all of one color or just grabs a handful.”(젤리빈을 한 색깔만 고르느냐, 그냥 되는 대로 한 움큼 쥐느냐에 따라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알록달록한 모양의 젤리빈을 좋아했습니다. 젤리빈을 손이 닿는 곳에 준비해놓고 입이 심심할 때마다 먹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젤리빈에 관한 명언을 남겼습니다. 먹는 방식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handful’은 ‘한 움큼’이라는 뜻입니다. 부모가 자녀에 대해 “he is a handful”이라고 하면 “손에 가득 차는 아이,” 즉 “다루기 힘든 아이”라는 뜻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4-08
    • 좋아요
    • 코멘트
  • 누가 탔느냐에 따라 편명이 바뀌는 비행기가 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Air Force One is going to be the top of the line.”(에어포스원은 최고급이 될 것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전용기를 타고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한국 대통령 전용기는 ‘공군 1호기’로 불립니다. 전용기 하면 미국 대통령이 타는 ‘Air Force One’(에어포스원)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flying White House”(움직이는 백악관)로 불리는 에어포스원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 에어포스원 디자인을 취소했습니다. 재임 초 트럼프 대통령은 2027년 도입될 새 에어포스원을 빨간색, 흰색, 남색을 혼합한 디자인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성조기를 연상시키는 에어포스원을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에어포스원은 ‘robin’s egg blue’(개똥지빠귀알 파란색)라고 불리는 하늘색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조기 스타일의 에어포스원이 완성되면 “최고의 상품”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케팅 용어인 ‘top of the line’은 다양한 제품군 중에 최고급품이라는 뜻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취소 이유를 페인트의 화학작용 때문에 비행에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애국심 몰이’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애써 성조기를 두르지 않아도 에어포스원은 충분히 대통령의 권위를 상징한다는 것이 미국인들의 생각입니다.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 에어포스원은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에어포스원에 얽힌 역사적인 사건들을 알아봤습니다.I’m coming.”(가겠다) 에어포스원에서 펼쳐진 최고의 드라마는 2001년 9·11 테러 때였습니다. 플로리다주 초등학교에서 테러 소식을 접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급히 에어포스원에 올랐습니다. 워싱턴으로 가려고 했지만, 펜타곤이 폭격을 당했다는 소식에 목적지룰 정하지 않고 서쪽으로 기수를 돌렸습니다. 텍사스 휴스턴 상공에서 위험한 상황을 맞았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폭격기 2대가 꼬리 쪽에 접근했습니다. 에어포스원 탑승자들은 “이제 죽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폭격기가 “여기는 카우리 4호, 5호다”라는 무선을 보내왔습니다. 텍사스 군부대에서 에어포스원 경호를 위해 급파된 F16 전투기였습니다.루이지애나 공군기지에서 급유를 마친 에어포스원은 계속 서쪽으로 향했습니다. 네브래스카 오마하에 있는 공군 전략사령부(STRATCOM)에서 부시 대통령은 비로소 화상 연결을 통해 국가안보회의를 열 수 있었습니다. 워싱턴 당국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가겠다”였습니다. 대국민 연설을 하려면 백악관에 한시바삐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I’m going”이 아니라 “I’m coming”이라고 했습니다. ‘간다’라는 의미로 ‘come’과 ‘go’를 모두 쓸 수 있습니다. 대화 상대를 향해 ‘간다’라고 할 때는 ‘come’을 씁니다. 초인종이 울리면 문을 열기 위해 가면서 “I’m going”이라고 하지 않고 “I’m coming”이라고 소리칩니다. 반면 ‘go’는 단순히 장소 이동일 때 씁니다. 부시 대통령은 워싱턴 당국자들과 대화하면서 그곳을 향해 가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come’을 썼습니다. 7시간 넘게 서부 상공을 비행한 에어포스원은 오후 4시 30분 워싱턴으로 향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8시 30분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할 수 있었습니다.Call sign changed from Air Force One to SAM 27000.”(콜사인이 ‘에어포스원’에서 ‘샘 27000’으로 바뀌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도 에어포스원과 인연이 깊습니다. 1972년 역사적인 중국 방문 때 에어포스원을 탔고, 2년 뒤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난 그를 집으로 데려다준 것도 에어포스원입니다. 닉슨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을 타고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집으로 향하자 곧바로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렸습니다. 에어포스원이 미주리주 상공을 지날 때쯤이었습니다. 조종사가 “지금부터 콜사인을 ‘에어포스원’에서 ‘샘 27000’으로 바꾼다”라는 교신을 관제탑에 보냈습니다. 포드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마친 순간이었습니다. 에어포스원 비행 도중에 대통령이 바뀐 유일한 사례입니다. 에어포스원은 원래 조종사가 관제탑과 교신할 때 사용하는 ‘call sign’(호출신호)입니다. 대통령이 탑승하지 않았을 때는 “에어포스원”이 아닌 비행기 꼬리에 찍힌 “SAM”(샘)이라는 콜사인을 사용합니다. Those things happen.”(그럴 수도 있지 뭐) 에어포스원에 오르는 계단은 “마의 계단”으로 통합니다. 폭이 좁고 경사가 가팔라서 넘어지기 쉽습니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은 계단을 오르다가 발이 꼬이면서 넘어졌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도 계단에서 넘어질 뻔하다가 가까스로 난간 손잡이를 움켜쥐고 균형을 잡은 적이 있습니다. 아예 계단에서 구르는 대참사를 겪은 대통령도 있습니다. 포드 대통령입니다. 포드 대통령은 원래 잘 넘어져서 “clumsy Ford”(어설픈 포드), “bumbling Ford”(갈팡질팡 포드) 등의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1975년 오스트리아 방문길에 에어포스원 계단 위쪽에서 아래쪽까지 굴렀습니다. 마침 비가 내려 계단이 미끄러웠습니다. 경호원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선 포드 대통령은 옷을 추스른 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환영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나중에 포드 대통령은 넘어진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럴 수도 있지 뭐”라고 웃어넘겼습니다. “those things happen”은 창피한 순간을 수습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일어난다”라는 뜻입니다.명언의 품격에어포스원에서는 대통령 취임식도 열렸습니다.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텍사스 댈러스에서 암살되자 당시 부통령이던 린든 존슨 대통령 취임식이 댈러스 공항에 대기 중이던 에어포스원에서 열렸습니다. 남편의 시신을 입관하느라 늦게 도착한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존슨 대통령의 왼쪽에 섰습니다. 오른쪽에는 존슨 대통령의 부인 ‘레이디 버드’ 여사가 섰습니다. 취임 선서는 존슨 대통령의 친구인 새라 휴즈 텍사스 지방법원 판사가 주재했습니다. 여성 법관이 대통령 취임 선서를 주재한 유일한 사례입니다. 선서할 때 손을 얹는 성경이 없어 에어포스원 침실에 비치돼 있던 미사집으로 대체했습니다.취임식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존슨 대통령은 취임식이 끝난 뒤 재클린 여사를 바라봤습니다.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넬 수 없었습니다. 그때 부인 레이디 버드 여사가 재클린 여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후임 대통령 가족 간에 오간 유일한 대화입니다. The whole nation mourns your husband.”(모든 미국이 당신 남편을 애도한다)‘mourn’(모언)은 ‘애도’ ‘비통’이라는 뜻입니다. ‘애도 기간’을 ‘mourning period’라고 합니다. ‘mourn’은 격식을 차린 단어이고, 일반적으로 애도를 표할 때는 “I’m sorry for your loss”(당신의 상실감을 위로한다), “he will be missed by everyone”(모두가 그를 그리워할 것이다)이라고 합니다. 같은 시간 CBS 뉴스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는 케네디 대통령 타계를 알리는 방송을 했습니다. “President Kennedy died at 1 p.m. Central Standard Time, 2 o‘clock Eastern Standard Time, some 38 minutes ago.”(케네디 대통령이 38분 전쯤인 중부표준시간 1시, 동부표준시간 2시 세상을 떠났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동적인 수상 장면이 많이 연출됐습니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미셸 여(중국 이름 양쯔충)도 그중 한 명입니다, “한물간 액션 여배우”라는 조롱을 이겨내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오스카 트로피를 안은 그녀는 이렇게 수상 소감을 전했습니다.Ladies, don’t let anybody tell you you are ever past your prime.”(여성들이여, 당신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말라)‘prime’은 ‘최고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prime cut’(프라임컷)은 ‘최상등급의 육류’를 말합니다. 여기서는 인생에서 ‘전성기’ ‘황금기’라는 뜻입니다. ‘past’는 ‘지나다’라는 의미의 전치사입니다. 미국인들의 대화에서 “nothing gets past you”라고 말하는 것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아무 것도 너를 지나가지 못한다”라는 의미로 자기 의견을 밝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6월 10일에 소개된 케네디 대통령 연설에 관한 내용입니다. 오늘날까지 케네디 대통령이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는 것은 그가 남긴 수많은 명연설 때문입니다. 그의 연설 중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연설들도 많습니다. 1963년 암살됐을 때 텍사스에서 하려고 했던 연설도 최근 발굴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2019년 6월 10일자 요즘 미국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이 화제입니다. 이른바 ‘텍사스 연설’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텍사스 민주당위원회 행사에서 연설하러 가던 중에 암살됐습니다. 이 연설문은 거의 묻혀 있다가 최근 다시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왜 지금 케네디 연설이 화제일까요.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혼란한 정치에 지쳤기 때문이 아닐까요.Neither the fanatics nor the faint-hearted are needed.”(광신자도 겁쟁이도 필요 없다)케네디 대통령은 미국의 혼란상을 “the fanatics”(광신자)와 “the fainted-hearted”(겁쟁이)라는 두 개의 ‘f’로 시작하는 단어로 정리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대외적으로 냉전과 베트남전 개입, 국내적으로 민권운동으로 시끄러웠습니다. 위기 때는 앞에서 떠드는 광신자들이 있고, 뒤쪽에는 현실에 순종하는 겁쟁이들이 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두 부류의 사람들이 모두 필요없다”라고 말합니다.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합니다. So let us not be petty when our cause is so great.”(하찮은 일에 연연하지 말자. 미국의 임무는 막중하다)케네디 대통령은 “미국의 임무는 막중하다”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하찮은 일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don’t be so petty”는 “속 좁게 굴지 마”라는 뜻입니다.Let us not quarrel amongst ourselves when our Nation’s future is at stake.”(미국의 미래가 걸려 있는데 우리끼리 다투지 말자)그렇다면 ‘하찮은 일’이란 뭘까요. 바로 우리끼리 싸우는 것입니다. 미국의 미래가 걸려 있는데 내부적 분열로 허송세월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케네디 대통령 연설에는 유난히 “let us”(합시다)가 많이 등장합니다. 웬만한 대통령이 하면 이런 설교가 설득력이 없지만, 케네디 대통령이 하니까 명연설이 됐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4-01
    • 좋아요
    • 코멘트
  • 대통령 만찬은 건배사도 비교대상이 된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They are pros’ pros.”(프로 중의 프로다)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위한 만찬을 열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첫 번째 국빈 만찬이었습니다. 만찬은 대성공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만찬을 주최한 바이든 대통령 부부를 가리켜 “프로 중의 프로”라고 추켜세웠습니다. ‘pros’ pro’는 ‘프로들의 프로,’ 즉 ‘프로 중의 프로’라는 뜻입니다.미국에서 정치와 파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정치인들은 은밀한 만남을 피하고 파티처럼 공개된 행사를 통해 협상하고 합의를 끌어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40년이 넘는 공직생활 동안 수많은 파티를 열고 참석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진정한 ‘파티의 프로’입니다. 그런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이니 성공한 것은 당연하다는 의미입니다.마크롱 대통령을 위한 만찬은 메뉴 선정, 테이블 세팅, 좌석 배치, 초대객 구성, 출연 가수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프랑스 문화를 적절하게 조화시켰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정계 재계 문화계를 대표하는 인사 300여 명이 골고루 초대됐습니다. 정계에서는 민주당에만 편중되지 않고 공화당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초대됐습니다. 마크롱 대통령 부부는 손님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습니다. 미국의 건국 정신인 ‘we the people’(국민 주권)과 프랑스 대혁명의 3대 정신인 ‘liberté, égalité, fraternité’(자유 평등 박애)의 공통점을 강조한 건배사는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다음 만찬 주자는 한국 대통령입니다. 다음 달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고 만찬에 참석합니다. 미국은 회담만큼 만찬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한국 대통령은 만찬에 입장하기 위해 백악관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수많은 의전과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만찬에 어울리는 대화법도 익혀야 합니다. 앞서 열렸던 국빈 만찬들을 눈여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Maybe we can get some bookings.”(예약 좀 들어오겠어)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87년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소 양국이 중거리 지상발사 미사일을 제거하는 ‘중거리 핵전력조약’(INF) 을 체결했습니다.INF 체결이 논리적 차원의 냉전 종식을 의미했다면 이어 열린 만찬에서는 감성적인 데탕트(화해)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의 반주에 맞춰 즉석에서 소련인들의 애창곡 ‘Moscow Nights’(모스크바의 밤)를 불렀습니다. 반 클라이번은 소련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코프스키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해 미국은 물론 소련에서도 널리 알려진 연주자입니다. 소련 지도자와 미국 피아니스트의 협연은 역대 백악관 만찬의 명장면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지자 레이건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서기장에게 “예약이 밀려들 것 같다”라는 찬사를 건넸습니다. 같은 ‘예약’이라는 뜻이지만 ‘booking’(부킹)과 ‘reservation’(레저베이션)은 차이가 있습니다. ‘장부에 기재하다’라는 의미에서 출발한 ‘booking’은 예약금을 거는 형태의 예약을 말합니다. ‘reservation’은 금전적 거래 없이 진행되는 예약을 말합니다. This is what too much love can do.”(사랑이 넘쳐서 일어난 일이다)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를 위한 국빈 만찬이 열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절친인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다른 유럽 국가들이 주저할 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전쟁 지원에 대한 보답으로 퇴임 전 마지막 국빈 만찬의 주인공으로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택했습니다.미국인들은 부정부패와 성추문이 끊이지 않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분위기를 띄워보려고 총리의 방문 날짜를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날인 ‘콜럼버스 데이’에 맞추는 묘수까지 동원했습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만찬장에서 보인 지도자답지 못한 처신은 부정적인 여론을 부채질했습니다. 부시 대통령과 친한 사이임을 과시하기 위해 포옹하려고 달려들다가 연설대를 부수는 사고를 냈습니다. 부서진 연설대를 들고 “이건 사랑이 넘쳐서 일어난 일”이라고 변명하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진이 미국 언론을 도배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나라 망신”이라는 비판이 뒤따랐습니다.There will be rare, medium and well-done foreign policy.”(살짝 익힌, 중간 정도로 익힌, 완전히 익힌 외교정책이 있다)1963년 10월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됐습니다. 한달 뒤 루드비히 에르하르트 독일 총리의 국빈 방문이 예정된 상태였습니다. 대통령직을 승계한 린든 존슨 대통령은 에르하르트 총리에게 방문 연기를 요청하려다가 대외적으로 미국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계획대로 만찬을 열기로 했습니다.대신 만찬 장소를 바꿨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존슨 대통령은 고향 텍사스 목장에서 바비큐 만찬을 열기로 했습니다.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주관하는 세련된 백악관 만찬에 익숙한 워싱턴 정치인들은 바비큐 만찬 계획을 반대했습니다. 존슨 대통령은 “협상도 고기를 익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득했습니다. ‘rare’ ‘medium’ ‘well-done’ 스타일로 외교정책을 이뤄나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바비큐 만찬은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에르하르트 총리는 독일로 돌아가 바비큐 만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서부 개척시대를 연상시키는 바비큐 만찬은 존슨 대통령의 단골 행사가 됐습니다. “barbecue diplomacy”(바비큐 외교)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존슨 대통령은 바비큐 고기를 굽는 데 그치지 않고 로데오 경기, 인디언 원주민 거주지 재연 행사 등을 추가하면서 만찬의 규모를 확장했습니다. 명언의 품격지난해 타계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여섯 차례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방문은 1976년 미국 독립선언 200주년 기념행사 때입니다. 여왕은 독립의 발상지인 필라델피아에 도착해 ‘200주년 종’(Bicentennial Bell)을 선물한 뒤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맞춰 워싱턴을 찾았습니다.미국에서는 독립 기념행사에 영국 왕실을 초청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비판이 많았습니다. 양국은 가장 친한 동맹이지만 1776년 독립선언 때만 해도 서로 총을 겨누고 싸운 상대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스캔들 후 침체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독립 20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열기로 하고 영국 여왕을 초청했습니다.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만찬에서 포드 대통령은 “1776년 우리 사이에 생긴 상처는 이미 오래전에 치유됐다”라는 화해의 건배사를 했습니다. 여왕도 “영국과 미국은 언어와 전통을 공유한 사이”라고 화답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습니다. 포드 대통령과 여왕이 춤을 추기 위해 만찬장 한가운데로 나갔을 때였습니다.The lady is a tramp.”(헤픈 여자)해병대 군악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와 발음이 비슷한 ‘tramp’(트램프)는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거지’라는 뜻으로 현대에 와서는 ‘정숙하지 못한 여인’을 의미합니다. 여왕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영국인들은 ‘헤픈 여자’라는 노래를 선곡한 백악관의 결례에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여왕은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웃어넘겼습니다. “That’s hilarious.”(재미있네)‘the lady is a tramp’는 1937년 뮤지컬 ‘베이브스 인 암스’(Babes in Arms)에 삽입된 노래로, 프랭크 시내트라 등에 의해 리메이크됐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토니 베넷과 레이디 가가가 듀엣으로 부른 2011년 버전이 알려져 있습니다. 가난한 여성이 쇼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의 뮤지컬에는 이 노래 외에 또 다른 명곡 ‘my funny valentine’도 수록돼 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때의 참담했던 기분을 고백했습니다. 2017년 남편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미셸 여사는 최근 팟캐스트 방송 ‘라이트 팟캐스트’에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라고 그때의 기분을 전했습니다.I had to hold it together.”(평정심을 유지해야 했다)하지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울 수는 없는 일입니다. 참아야만 했습니다. ‘hold’는 ‘잡다’ ‘붙들다’라는 뜻이고, ‘together’는 ‘함께’라는 뜻입니다. 가운데 ‘it’을 넣은 ‘hold it together’는 ‘평정심을 유지하다’라는 뜻입니다. 한국식으로 하자면 ‘정신줄을 잡고 있다’라는 뜻입니다. 충격을 받은 사람을 위로할 때 “you need to hold it together”(정신 차려야지)라고 합니다.미셸 여사는 취임식이 끝난 뒤 백악관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30분 동안 울었습니다. 참담한 심정에 정든 백악관을 떠나는 아쉬움까지 겹쳐서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미셸 여사는 지난해 두 번째 자서전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인기가 높은 전임 퍼스트레이디의 이런 행보를 두고 내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3월 7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리다이언 만찬에 관한 내용입니다. 매년 미국 대통령들은 언론이 주최하는 두 개의 만찬에 참석합니다. 하나는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주최하는 만찬(WHCD)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다이언 기자클럽 만찬(Gridiron Dinner)입니다. 주최자만 다를 뿐 형식은 비슷합니다. 대통령의 ‘말발’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언론과 사이가 나빴던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내내 기자 만찬을 멀리했지만 2018년 그리다이언 만찬은 유일하게 참석했습니다.▶2018년 3월 7일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그리다이언 기자클럽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기자들과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주류 언론 기사를 “가짜뉴스”라고 몰아대기 바빴던 트럼프 대통령이 드디어 화해의 첫걸음을 뗀 걸까요. 그리다이언 기자클럽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 유력 매체 30∼40곳 기자들의 친목 단체입니다. 매년 대통령을 초청해 만찬을 개최할 정도로 언론계에서 위상이 높습니다. 지난해에는 참석하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는 아내 딸 사위까지 거느리고 나타났습니다. ‘독설의 대가’인 트럼프 대통령이 연단에 오르자 기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습니다.I’m here to singe, not to burn.”(활활 태우러 온 것이 아니라 그슬리려고 왔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불에 태우다’라는 의미의 단어로는 ‘burn’ ‘scorch’ ‘singe’ ‘char’ ‘tan’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태우는 강도로 볼 때 ‘burn’과 ‘singe’는 정반대입니다. ‘burn’은 활활 태우는 것이고, ‘singe’(신지)는 살짝 태우는 것, 즉 그슬리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맹렬하게 비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니라 모두 웃을 수 있는 뼈 있는 농담을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걱정하지 말라”라고 기자들을 안심시키는 겁니다.I’m a New York icon. You’re a New York icon. The only difference is, I still own my buildings.”(나는 뉴욕의 아이콘이고 당신도 그렇다. 유일한 차이는 나는 아직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사이가 나쁜 뉴욕타임스를 화제에 올렸습니다. 먼저 자신과 뉴욕타임스가 모두 뉴욕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라고 비행기를 태웠습니다. 그런 뒤 자신은 아직 빌딩, 즉 트럼프타워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뉴욕타임스가 본사 건물을 매각한 것을 비꼬는 겁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가짜뉴스”라는 비난을 들었을 때보다 이런 농담을 들었을 때 더 기분이 나빴을 겁니다. 상대를 대놓고 비난하지 않고, 약점을 찾아내 허를 찌르는 농담을 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치인들의 전형적인 대화법입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고성에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종종 국회의사당을 박차고 나가 장외투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반면 미국 정치인들은 뼈 있는 농담으로 치고받으며 협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정치 자체가 바로 ‘singe, not burn’인 셈입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3-25
    • 좋아요
    • 코멘트
  • 정의의 이름으로 ‘셀럽’을 용서하지 않겠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Trial of the Century.”(세기의 재판)최근 미국인들의 눈과 귀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콜레턴 카운티 지방 법원에 쏠려 있습니다. 인구 4만 명도 안 되는 작은 도시 법원에 뉴욕타임스, CNN 등 전국 언론사들이 몰려와 야단법석을 떤 것은 알렉스 머독이라는 유명 변호사가 저지른 살인사건 때문입니다.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하는 변호사가 살인이라는 중죄를 저지른 데다가 피해자가 가족이라는 점 때문에 이번 재판은 한 달 넘게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결정적으로 관심을 끈 것은 머독의 부와 명예였습니다. 이 지역은 “머독 왕국” “머독 왕조”라고 불릴 정도로 100년 이상 머독 가문이 지배해 왔습니다. 하지만 머독은 검사장을 지낸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사진이 걸린 법정에서 아내와 아들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로 2차례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존경받는 법조인의 사기 행각과 마약 사용 등 부도덕한 사생활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많은 할리우드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듯이 미국인들은 재판을 좋아합니다. 특히 사회 지도층 인사가 피고석에 앉는 재판은 더욱 그렇습니다. 방송국들은 정규 프로그램을 수시로 중단해가며 머독 재판을 생중계했습니다. 언론이 머독 재판에 붙인 별명은 “trial of the century.” “세기의 재판”이라는 단어가 남발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만큼 유명인이 연루된 사건·사고가 잦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미국 역사에 길이 남는 ‘세기의 재판’을 알아봤습니다.“Send Hauptmann to the chair!”(하우프만을 의자로 보내라!)‘세기의 재판’ 시초는 1935년 비행가 찰스 린드버그 아들 유괴사건입니다. 범인은 5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하는 편지를 남기고 린드버그의 20개월 된 아들을 유괴했습니다. 유명 정치 가문 출신의 린드버그는 1927년 대서양을 논스톱으로 단독 횡단해 영웅 대접을 받고 있었습니다. 아들을 찾는데 대통령을 비롯해 전 국민이 나섰습니다. 당시 감옥에 있던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까지 조폭 네트워크를 활용해 범인을 잡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50여 일 후 아들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경찰은 몸값에 사용된 지폐 일련번호를 추적해 브루노 리처드 하우프만이라는 독일계 이민자를 체포했습니다. 재판이 열린 뉴저지 법원은 군중들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밖에 모인 군중들은 “하우프만을 의자로 보내라”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chair”는 “electric chair,” 즉 사형집행용 전기의자를 말합니다. 하우프만은 무죄를 주장했지만, 배심원들은 상황증거만으로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듬해 하우프만의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지금까지도 유죄 여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후폭풍을 몰고 와 일명 ‘린드버그법’으로 불리는 ‘연방납치법’이 제정됐습니다. 어린이가 실종 또는 유괴됐을 때는 자동으로 연방수사국(FBI)이 개입해 수사를 담당하게 됩니다. “There comes a point when a man must refuse to answer to his leader if he is also to answer to his own conscience.”(인간이 양심에 답하려면 자신의 지도자에게 답하기를 거부해야 할 때가 온다)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독일의 전쟁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재판이 열렸습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등 승전 4개국의 판사 8명과 검사 4명으로 구성된 국제군사재판소가 독일 뉘른베르크에 개설됐습니다. 피고는 나치 고위간부 24명이었습니다. 아돌프 히틀러와 그의 양팔 격인 파울 요제프 괴벨스, 하인리히 힘러는 종전 직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에 제외됐습니다.검사들의 입에서 많은 명언이 쏟아졌습니다. 영국 검사인 하틀리 윌리엄 쇼크로스 남작의 발언이 가장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는 모두진술에서 “인간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려면 지도자의 명령을 거부해야 할 때가 온다”라고 말했습니다. 상급자의 명령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전범들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논지였습니다. ‘answer’는 ‘대답하다’라는 뜻 외에 ‘들어맞다’라는 뜻으로도 많이 씁니다. 광고 문구에서 “this machine will answer your needs”라고 하면 “이 기계는 당신의 요구에 부합한다”라는 뜻입니다. 피고 24명 중 12명에게 사형이 선고됐습니다. 사형수 대부분은 나치 광신자들이었기 때문에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담으로 뉘른베르크 재판은 통역 기술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4개국과 독일은 각기 다른 언어를 썼기 때문에 동시통역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통역 조달은 IBM이 맡았습니다.“This is the Academy Awards of protests and as far as I‘m concerned it’s an honor just to be nominated.”(이건 시위의 아카데미상이고, 나로 말하자면 그저 후보에 오른 것만도 영광이다)‘시카고 세븐’ 재판은 1968년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7명의 반전운동가가 기소된 재판을 말합니다. 이들에 대한 무죄 판결은 기득권 저항의 승리라는 점에서 미국 재판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합니다. 1968년은 진보주의자들에게 충격적인 해였습니다. 4월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된 데 이어 6월 대통령에 출마했던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이 암살됐습니다. 절망감을 분출할 곳이 없던 젊은이들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몰려들었습니다.경찰은 강력한 진압 작전을 위해 3만명의 병력을 대회장 주변에 배치했습니다. 시위대 1만명을 훨씬 능가하는 병력이었습니다.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습니다. 반전단체 리더 7명은 음모죄 및 폭동선동죄로 기소됐습니다. 이들은 법정에서 소요사태는 경찰의 과도한 폭력 사용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재판을 거부한다는 의미로 각종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판사 복장을 하고 피고석에 등장하는가 하면 증거물을 가지고 장난을 쳤습니다. 검사의 질문을 조롱하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7명 중 한 명인 리 와이너는 시위 가담 여부에 대한 질문에 “주동자로 낀 것만으로 영광”이라는 답했습니다.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영광”이라는 아카데미상 수상자들의 단골 소감에 빗댄 것이었습니다. 방청석은 웃음바다가 됐습니다. 7명에게는 법정모독 혐의까지 추가됐습니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재판부의 공정성 결여를 이유로 무죄로 뒤집혔습니다. ‘시카고 세븐’은 사회운동계의 스타가 됐습니다. 이들 중 한 명인 톰 헤이든은 이듬해 여배우 제인 폰다와 결혼해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명언의 품격정치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에 쓰였던 ‘세기의 재판’이라는 단어는 1990년대부터 ‘셀럽’ 문화의 등장으로 연예인이나 갑부와 관련된 흉악 사건에 쓰이게 됐습니다. 그 시작은 ‘OJ 심슨 사건’입니다. 미식축구 선수 출신의 영화배우이자 스포츠 해설가인 심슨이 전처 니콜 브라운 심슨과 식당 종업원 론 골드만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입니다.“If it doesn’t fit, you must acquit.”(맞지 않으면 무죄다)재판에서 나온 가장 유명한 발언은 심슨 변호사인 쟈니 코크란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검찰이 심슨이 범행 때 착용했다고 주장한 가죽장갑이 심슨의 손에 맞지 않자 코크란변호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짧은 구절에 운율이 잘 살아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마지막 단어인 ‘fit’(피트)과 ‘acquit’(어퀴트)의 ‘t’ 발음이 맞아떨어집니다. 한국말로 하면 발언의 온전한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심슨 변호인단의 일원이던 제럴드 울먼 산타클라라 법대 학장이 고안해낸 구절입니다. 코크란 변호사가 재판 중에 두 차례 말했습니다. 심슨이 장갑을 착용하는 시범을 보였을 때와 변론을 마무리하는 최후진술 때입니다. 최후진술 때가 더 효과가 컸습니다. 숙의를 시작하는 배심원들에게 맞지 않는 장갑을 상기시키며 무죄 판결이 ‘must’의 의무라는 점을 주지시켰습니다. 배심원들은 나중에 언론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마디로 꼽았습니다.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러시아 외무장관이 망신살이 뻗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인도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질문을 받고 “러시아가 침략을 당한 전쟁”이라고 답했습니다. 청중들로부터 폭소로 터졌습니다. 폭소를 무시하고 “러시아는 이 전쟁을 멈추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하자 청중들로부터 이런 야유가 쏟아졌습니다.“Come on!”(왜 이러실까!)‘come’은 미국인들이 자주 쓰는 단어이고, ‘on’도 그렇습니다. 이 둘이 결합한 ‘come on’은 다양한 상황에서 쓸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쓰는 상황은 이번처럼 상대방이 말한 내용을 부정할 때입니다. 청중들은 라브로프 장관의 어이없는 주장을 반박하려고 “come on”이라고 했습니다. 이럴 때는 뒤쪽의 “on”을 길게 빼면서 강조합니다. 두 번째는 “힘내” “덤벼 봐”라는 의미로 응원할 때입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기합을 넣을 때 씁니다. 이때는 앞쪽의 “come”에 강세가 옵니다. 마지막으로 남녀관계에서 유혹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때는 “come-on”이라는 명사 형태로 많이 씁니다. “He ignores come-ons from many women”이라고 하면 “그는 많은 여성의 유혹을 뿌리쳤다”라는 뜻이 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7월 3일 소개된 미국의 시위 문화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국 시위는 한국과 다릅니다. 시위 구성원들이 ‘즐기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좋게 말하면 사위가 자유롭고, 나쁘게 말하면 어수선합니다.요즘 미국이 시끌시끌합니다. 불법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격리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때문입니다. 이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벌어졌습니다. 가족 단위의 시위대가 눈에 띄게 많았습니다. 집에서 만들어온 듯한 형형색색 피켓을 들고나온 시위대는 초대연사의 연설을 듣고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가족 축제 같았던 이번 시위에 등장한 구호들을 소개합니다.“Families belong together.”(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시위대의 피켓과 플래카드에 가장 많이 걸린 구호입니다. 한국 시위에 등장하는 “결사반대” “물러가라” 같은 자극적인 구호가 아닙니다. 하다못해 “no family separation”(가족격리 반대)도 아닙니다.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라는 긍정의 메시지입니다. 이처럼 미국 시위는 상대의 잘못을 공격하고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고쳐나가자’라는 공감대 조성에 초점을 맞춘 구호들이 많습니다.“We are better than this.”(우리는 이것보다 낫다)짧은 구호지만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we”는 미국의 정신을 말합니다. “this”는 이번에 문제가 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말합니다. “우리는 이것보다 낫다”라는 것은 “미국은 이런 정책을 수용할 정도로 추락하지 않았다”라는 자존심의 표현입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나은 지도자를 만날 자격이 있다”라는 의미까지도 포함돼 있습니다.“You will come of age with our young nation.”(너는 우리의 젊은 나라에서 성장할 것이다)시위대가 부른 노래에 이런 구절이 등장합니다. 브로드웨이 인기 뮤지컬 ‘해밀턴’에 나오는 노래 ‘Dear Theodosia’(시어도시아에게)의 가사입니다. ‘해밀턴’의 제작자 겸 배우인 린마누엘 미란다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시위에서 직접 노래를 불렀습니다. 미란다는 반(反)트럼프 운동가로도 유명합니다. ‘come of age’는 소년이 청년에서 성인으로 커나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성장 영화’를 ‘coming-of-age movie’라고 하죠. “너는 우리의 젊은 나라(미국)에서 커나갈 것이다”라며 부모와 헤어지게 된 불법이민자 자녀들을 격려하는 내용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3-18
    • 좋아요
    • 코멘트
  • “전화했다간…” 이 대통령이 손으로 목 그은 이유[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One year later, Kyiv stands, and Ukraine stands. Democracy stands. Americans stand with you, and the world stands with you.”(1년이 지난 지금 키이우는 건재한다, 우크라이나는 건재한다. 민주주의는 건재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함께 맞설 것이다. 세계가 우크라이나 함께 맞설 것이다)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짧은 구절 안에 ‘stand’라는 단어가 다섯 번 나왔습니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stand’는 ‘서다’라는 뜻 외에 ‘참다’ ‘맞서다’라는 뜻으로 더 많이 씁니다. “I can’t stand it anymore”는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다”가 아니라 “못 참겠다”라는 뜻입니다.대통령이 한창 전쟁이 벌어지는 곳에 간다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우크라이나에는 미군이 주둔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성은 더 컸습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갈까 말까를 두고 고민을 해왔습니다. 백악관은 이번 방문의 위험성을 설명하면서 “heads-up”(헤즈업)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Moscow was given a heads-up”이라고 했습니다. 조종사가 전방의 위험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다’에서 유래한 ‘heads-up’은 ‘사전 통보’라는 뜻의 외교 용어입니다. 혹시 모를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러시아에 이번 방문에 대해 미리 알렸다는 뜻입니다.자유 진영을 대표하는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개입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이전에도 전쟁지역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은 적지 않습니다. 전장에 간 대통령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I shall go to Korea.”(내가 한국에 가겠다)대통령의 전장 방문은 예고 없이 이뤄집니다. 경호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surprise visit’(깜짝 방문), ‘secret visit’(비밀방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52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 땅을 밟기 전부터 “한국에 가겠다”라고 수차례 공언했습니다.당시 대선에서 한국전쟁은 최대 이슈였습니다. 한국전에 참전한 해리 트루먼 행정부에 여론은 비판적이었습니다.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아이젠하워가 “I shall go to Korea”라는 공약을 내걸자 국민들은 환영했습니다. “내가 직접 한국에 가서 전쟁을 끝낼 방안을 찾겠다”라는 의미였습니다. 지도자의 결단력을 보여주는 유행어가 됐습니다. 대선에서 이긴 아이젠하워는 정식 취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당선자의 신분으로 한국에 갔습니다. 11월 말의 추운 날씨에 거침없이 최전방까지 진출해 작전 보고를 받고 군인들과 어울려 식사를 했습니다. 당시 착용했던 공군 점퍼는 지금까지 아이젠하워 박물관에 전시돼 있을 정도로 히트 패션 아이템이 됐습니다. 그는 귀국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 United States would have to prepare to break the stalemate(미국은 교착상태를 깰 준비를 해야 한다). 한반도의 운명이 휴전으로 귀결되는 순간이었습니다. 8개월 후 정전협정이 체결됐습니다.“No calls, got it?”(전화 통화는 안 돼. 알겠나?)테러와의 전쟁을 주도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전장을 가장 많이 방문한 대통령입니다. 이라크에 4번, 아프가니스탄에 2번 갔습니다. 가장 위험한 방문은 2003년 추수감사절 때 이라크 첫 방문이었습니다. 당시 이라크는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터였습니다. 대통령의 해외 방문에는 기자들이 따라가는 것이 관례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동행 기자들이 방문 정보를 누설할 가능성을 염려했습니다. 방문 사실이 사전에 알려지면 대통령 자신뿐 아니라 주둔 미군들까지 이라크 반군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에어포스원이 출발하기 전 활주로에서 기자들에게 당부했습니다. 비행기 엔진 소리 때문에 목소리가 안 들리자 손신호를 보냈습니다. 첫째 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뻗어 귀에 댄 뒤 목을 긋는 시늉을 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나중에 자서전에서 “전화를 걸면 끝장이다”라는 손신호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정해진 보도 시간 전에 회사에 연락해 기사를 부르지 말라는 의미였습니다.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get it”과 “got it”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시제의 차이가 아니라 어감의 차이입니다. 둘 다 ‘understand it’(알다, 이해하다)이라는 뜻입니다. ‘get it’은 ‘잘 알겠다’라는 긍정의 의미입니다. 방금 상대방이 해준 설명을 온전히 이해했을 때 “oh, I get it”(아, 알겠다)이라고 합니다. 반면 ‘got it’은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을 염려하는 부정의 의미가 강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게임을 하지 말라고 꾸중을 한 뒤 “내 말 알겠어?”라고 다그칠 때 “you get it?”이 아니라 “you got it?”이라고 합니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전화하지 말도록 주의를 환기하는 것이므로 “got it?”이라고 했습니다. 이라크 현지에서 부시 대통령은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추수감사절 식사에 모인 군인들 앞에서 부대장은 “최고 선임자가 감사 기도를 해야 하는데 여기 나보다 더 높은 사람이 있나”라며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그러자 뒤편에서 부시 대통령이 “여기 있소”라며 깜짝 등장했습니다. 군인들의 환호에 부시 대통령은 눈물까지 글썽거렸습니다. 칠면조 고기를 나르느라 식사도 못 한 채 3시간 후 다시 에어포스원을 타고 미국으로 향했습니다.“Get down, you damn fool!”(빨리 몸을 숙여, 이 빌어먹을 바보야!)1864년 남북전쟁 때 워싱턴 근교 포트 스티븐스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백악관 코앞에서 전투가 벌어진 것입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부하들의 피신 권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군 사기를 북돋우려고 직접 전장에 갔습니다.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오는 교전 상황이었습니다. 195cm의 장신인 링컨 대통령은 표적이 되기 쉬웠습니다. 옆에 있던 백악관 군의관이 남부연합군의 총을 맞고 픽 쓰러졌습니다. 누군가 대통령을 향해 다급하게 외쳤습니다. “빨리 굽혀, 이 바보야!”‘damn’은 ‘빌어먹을’이라는 뜻의 비속어로 다음에 나오는 단어를 강조할 때 씁니다. 아무리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대통령을 향한 심한 욕설은 전례가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백악관은 발설자 추적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북군 부대를 통솔했던 올리버 웬델 홈스 주니어 대령이 유력한 후보로 지목됐습니다. 홈스 대령은 제대 후 사법계를 주름잡는 연방대법관이 된 인물입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법률가가 대통령을 향한 불경스러운 욕설의 주인공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는 지금도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옵니다. 한편 링컨 대통령은 포트 스티븐스 전투에서 간발의 차이로 총알을 피했지만 9개월 후에는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듬해 남북전쟁이 끝나고 6일 후 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던 중 피격당해 세상을 떠났습니다.명언의 품격1941년 12월 7일 진주만이 일본군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공습 소식은 미국을 불안에 몰아넣었지만 기뻐한 나라도 있습니다. 영국입니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자서전에서 “공습 소식에 축배를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 영국은 나치에 홀로 맞서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처칠 총리는 진주만 공습 2주 후 워싱턴을 찾았습니다. 백악관에 짐을 푼 처철 총리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과 긴급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3주간이나 태평스럽게 머물렀습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미국에서 맞고, 플로리다에 여행까지 다녀왔습니다. 곧 갈 줄 알았던 손님이 계속 버티고 있자 루즈벨트 대통령과 부인 엘리너 여사 사이에 부부싸움까지 벌어졌습니다. 처칠 총리의 의도는 영국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해 참전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상하원 의원들이 모인 합동회의에서 기념비적인 연설을 했습니다, 지난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 했던 지지 요청 연설의 시초가 처칠 연설입니다. 처칠 총리가 명연설가라는 것을 알고 있던 미국인들은 라디오 앞에 모여 연설에 기울였습니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입니다.“What kind of a people do they think we are?”(저들은 우리가 도대체 어떤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미국과 영국을 하나로 묶어서 ‘a people’(민족, 국민)이라고 했습니다. 양국이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입니다. ‘they’는 선전포고도 없이 공격을 감행한 일본을 가리킵니다. “연합군이 이런 공격을 받고도 가만히 있을 것 같으냐”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약간 변형돼 “who do you think you are?”(너는 네가 대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라는 말이 있습니다. “너는 뭐가 그리 잘났냐”라는 의미입니다. 상대의 기를 꺾고 싶을 때 하는 말입니다.처칠 총리의 연설이 끝나자 승리의 ‘V’자가 쏟아졌습니다. 연합군의 주도권은 미국에 내줬지만, 미국의 지원을 받아낸 것만으로도 영국에게는 엄청난 성과였습니다. 미국을 접수한 처칠 총리는 여유롭게 영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영국 언론은 “처칠의 미국 방문은 전쟁의 터닝포인트가 됐다”라고 전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나중에 처칠 총리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습니다. “It is fun to be in same decade with you.”(당신 같은 사람과 한 시대에 살 수 있어서 즐겁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억만장자 투자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최근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투자 서한을 발표했습니다. 서한이라고 하지만 실은 1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보고서입니다. 미국과 세계 경제 전망, 투자 실적 등이 종합적으로 나와 있습니다.“It takes just a few winners to work wonders.”(몇 개의 승자가 기적을 낳는다)버핏은 버크셔헤서웨이의 투자 실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wonder’는 동사와 명사로 많이 씁니다. 우선 동사로 썼을 때는 “I wonder” 형태로 “궁금하다”라는 뜻입니다. 만약 뒤에 “if you could”가 나오면 예의를 갖춰 부탁하는 것입니다. “I wonder if you could help me”는 “나 좀 도와주실래요”라는 부탁입니다.명사로 썼을 때는 ‘경탄’ ‘경이’라는 뜻이 됩니다. ‘work’와 ‘wonders’가 결합하면 ‘경탄을 만들어내다,’ 즉 ‘놀라운 성과를 내다’라는 뜻입니다. 광고 문구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this cream will work wonders on your skin”이라고 하면 “이 크림 덕분에 당신의 피부는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버핏은 “모든 투자 종목이 잘 되기는 힘들다”라는 의미에서 한 말입니다. “몇 개의 승자 주식이 월등한 성과를 내면 된다”라고 합니다. 버크셔해서웨이에게는 코카콜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이 그런 효자 주식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10월 16일 소개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에 관한 내용입니다. 최근 폼페이오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외교 비화를 다룬 회고록을 출간했습니다. ‘Never Give an Inch, Fighting for the America I Love’(한 치도 물러서지 마라.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이라는 긴 제목의 회고록입니다. 여기에는 북한에 관련된 내용도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때 북미회담 성사를 위해 북한을 자주 방문한 경험이 있습니다.▶2018년 10월 16일자미국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성과에 대해 많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으로부터 “gangster”(강도) 취급을 당했던 3차 방북 때보다는 낫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번 방북도 별로 성과가 없다는 비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It’s like you are standing at the altar.”(당신 꼭 결혼식 제단에 서 있는 신랑 같다)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기다리는 폼페이오 장관에게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이런 농담을 건넸습니다. ‘altar’(얼터)는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가 주례 앞에 서는 제단을 말합니다. 먼저 입장해 제단에서 신부를 기다리는 신랑의 기분은 긴장도 되고 기대도 큽니다. ‘stand at the altar’는 미래에 대한 기대로 부푼 상태를 말합니다. 나워트 대변인이 정말로 폼페이오 장관이 새신랑처럼 보여서 이런 말을 한 것은 아닐 겁니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온갖 지시를 내리고 통제했습니다. 북한의 간섭에 지친 폼페이오 장관에게 전하는 위로가 아닐까요.“Brilliantly selling the same horse twice.”(똑같은 말을 멋지게 두 번 팔아넘기다)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제안했습니다. 이미 5월에 풍계리 실험장을 폭파한 북한이 이번에 사찰을 제안한 속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도 그런 비판자 중 한 명입니다. 그는 북한의 전략을 ‘같은 말을 두 번 파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북한 쪽에서 보면 ‘sell’이지만 반대편 처지에선 ‘buy the same horse twice’가 됩니다. ‘똑같은 거짓말에 계속 속다’라는 뜻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비밀리에 핵능력을 확장하는 북한에 대해 “I’m tired of buying the same horse twice”(똑같은 거짓말에 계속 속는 것도 지긋지긋하다)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3-11
    • 좋아요
    • 코멘트
  • 바이든 영부인이 부통령 남편과 키스를 했다고?[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Kiss isn’t just kiss.”(키스는 단순히 키스가 아니다)최근 미국에서 이런 속담이 유행입니다. 계기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 때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의 ‘키스 사건’입니다. ‘키스는 단지 키스가 아니다’라는 것은 ‘키스는 단순히 접촉이 아니라 깊은 감정이 숨어있다’라는 의미입니다. “대통령 부인과 부통령 남편 사이의 깊은 감정?” 모두 야릇한 시선으로 이번 사건을 보고 있습니다.미국인들은 키스를 좋아합니다. 입에도 하고, 볼에도 하고, 이마에도 하고, 눈에도 합니다. 각기 용도가 다릅니다. 입에 하는 ‘lip kiss’ ‘kiss on the lips’는 부부나 연인 사이의 애정 표현입니다. 질 여사와 엠호프 변호사는 부부 관계가 아님에도 연설장에 입장할 때 입맞춤을 했습니다. 키스하면서 손도 꼭 잡았습니다.이들의 밀착 스킨십이 찍힌 동영상은 수많은 댓글로 도배가 됐습니다. 재미있는 댓글도 많습니다. “the GOP is having a collective heart attack”(공화당 집단 심장마비)은 이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을 보수적인 공화당을 조롱하는 댓글입니다. 최근 개봉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애쉬턴 커처와 리즈 위더스푼의 어색한 연인 연기에 빗대 “Jill Biden and Kamala Harris‘ husband having more chemistry than Ashton Kutcher and Reese Witherspoon”이라는 댓글도 있습니다. 질-엠호프 쪽이 “더 케미가 산다”라는 뜻입니다.당사자들은 아무런 변명이 없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묵묵부답입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 장면을 보지 못했다”라며 한 발 뺐습니다. 이 장면을 심층 분석한 네티즌 수사대의 추리에 따르면 볼에 키스하려다가 ‘각도가 잘못 맞아서’ 우연히 서로의 입술이 닿았다는 것입니다. 스캔들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매우 실망스러운 설명입니다. 정치인들은 수많은 관중이 보는 앞에서 키스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매우 긴장된 순간입니다. 각도를 맞추기 힘들고, 상대가 거부하면 공개 망신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오리처럼 입을 쭉 내밀어야 하는 키스 장면은 ‘카메라발’이 안 받기로 유명합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정치인의 키스에는 유난히 구설수가 자주 따릅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키스 사건들을 파헤쳐 보겠습니다.I wasn’t treated that way by Jacques Chirac.”(나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대접을 못 받았다)‘입 키스’ ‘볼 키스’ 외에 ‘hand kiss’(손 키스)도 있습니다. 중세시대 기사들이 여성의 손등에 키스하며 경의를 표할 때 썼던 인사법입니다. 현대에는 거의 사라진 인사법이 2003년 등장했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가 남편 없이 나홀로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그녀의 손에 키스했습니다. 교육 증진과 문맹 퇴치라는 원래 방문 목적보다 손 키스가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아내가 손 키스를 ‘당한’ 것에 대해 “시라크 대통령이 나한테는 저렇지 않았는데”라는 농담으로 주변을 웃겼습니다. ‘treat’에는 ‘손님을 대접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시라크 대통령의 손 키스는 단순히 예의를 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전쟁에 프랑스가 반대하면서 양국은 갈등 상황이었습니다. 프랑스는 미국 퍼스트레이디에게 손 키스를 건네며 관계 회복의 신호를 보낸 것입니다. 시라크 대통령은 로라 여사의 손에 키스할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Let bygones be bygones.”(지난 일은 잊읍시다)If anything will bring Trump down, it‘s that airkiss.”(트럼프를 물러나게 할 방법이 있다면 바로 저 에어 키스다)‘air kiss’도 있습니다. 볼 키스를 하는 듯 마는 듯하면서 입술만 오므리는 시늉을 하는 것입니다. 허공에 키스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건성으로 키스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례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건넨 에어 키스가 대표적입니다.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확정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인디애나 주지사였던 펜스 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발표했습니다. 자신이 뽑은 부통령 후보와 열렬한 볼 키스를 나누며 팀워크를 과시해도 부족할 판에 트럼프 대통령은 어정쩡한 에어 키스로 끝냈습니다. 당시 무대 앞에 마련된 텔레프롬프터에는 ‘embrace’(포옹해라)라고 쓰여있었습니다. 펜스 부통령의 얼굴도 아닌 엉뚱한 방향으로 입술을 내밀고 키스하는 시늉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일대 화제였습니다. 얼마나 그 장면이 웃긴지 “만약 트럼프를 몰아낼 방법을 찾는다면 바로 저 에어 키스가 해답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을 만날 때 에어 키스 애용자였습니다. 에어 키스도 생략하고 악수로 끝내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신체 접촉을 싫어하는 결벽증과 애정 표현을 꺼리는 성격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임기 내내 위태로웠던 트럼프-펜스 관계는 2020년 의사당 난입 사태를 계기로 완전히 틀어졌습니다.My God, Help Me to Survive This Deadly Love.”(신이시여, 이 치명적인 사랑으로부터 살아남게 해주세요)동성 간에 입으로 하는 키스는 흔치 않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놀랄만한 일도 아닙니다. 사회주의 지도자들은 형제애의 표시로 공식 석상에서 입을 맞추는 것이 관례입니다. ‘socialist fraternal kiss’(사회주의 형제 키스)라고 합니다. 1979년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건국 30주년을 맞은 동독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서독에 크게 뒤졌던 동독은 소련의 지원이 절실했습니다. 브레즈네프 서기장은 에리히 호네커 동독 서기장에게 연료와 핵기술 지원이라는 선물을 안겨줬습니다. 협약을 체결한 두 리더는 찐하게 입을 맞췄습니다.브레즈네프-호네커 키스는 서방세계에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베를린 장벽 붕괴 후 화제가 됐습니다. 1990년 장벽이 무너진 자리에 마련된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에 이들의 키스 장면을 그린 벽화가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그림을 그린 소련 화가 드미트리 브루벨은 위쪽에 러시아로, 아래쪽에 독일어로 ‘신이시여, 이들의 끔찍한 사랑으로부터 살아남게 해주소서’라고 적었습니다. 사회주의 동맹의 파멸적 관계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의미입니다. 키스 벽화는 관광객들이 찾는 평화의 인증샷 명소가 됐습니다. 명언의 품격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키스 장면은 뉴욕 한복판에서 군인과 간호사가 나눈 키스입니다. ‘V-J Day in Times Square’(제2차 세계대전 종전일 타임스스퀘어)라는 제목의 사진입니다. 이 사진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연출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키스 장면이기 때문입니다.종전일인 1945년 8월 14일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마주친 군인과 간호사는 모르는 사이였습니다. 군인은 해군 소속의 ‘조지 멘도사’ 하사로 휴가를 마치고 이날 귀대 예정이었습니다. 그는 애인과 함께 뉴욕에 왔던 길에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애인을 뒤에 두고 혼자 길거리를 걷다가 ‘그레타 짐머’라는 여성 치과 보조사와 마주쳤습니다. 인근 치과에서 일하던 짐머는 종전 뉴스 호외를 얻기 위해 뉴욕타임스 건물로 향하던 중이었습니다. 멘도사 하사는 전장에서 병사들을 돌보던 간호사가 연상돼 순간적으로 짐머의 허리를 잡고 키스를 했습니다. 마침 그 자리에 ‘라이프’ 잡지의 사진기자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가 있었습니다. 그는 연속적으로 4컷을 찍었습니다. 두 번째 컷이 역사에 길이 남는 명사진이 됐습니다. If she had been dressed in a dark dress I would never have taken the picture. If the sailor had worn a white uniform, the same.”(만약 그녀가 검은색 옷을 입었더라면 사진을 찍지 않았을 것이다. 군인이 흰색 유니폼을 입었더라도 마찬가지다)아이젠슈테트는 자서전에서 사진의 탄생 배경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녀 주인공의 뚜렷한 흑백 대비가 셔터를 누른 결정적인 이유라고 합니다. 멘도사 하사는 군청색 해군 유니폼, 짐머는 흰색 간호사 유니폼을 입고 있었습니다. 사진은 일주일 후 12페이지에 걸친 종전 축하 특집판 기사에 실렸습니다. 수십 장의 사진 중에서 유독 이 사진만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멘도사 하사와 짐머는 40여 년이 흐른 1980년대가 돼서야 자신들의 키스 장면이 역사적 사진이 됐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해리 왕자-메건 마클 부부는 미국에서는 ‘셀럽’이지만 영국에서는 거의 ‘public enemy’(공적) 취급을 받습니다. 왕실의 뒷이야기를 폭로한 자서전 ‘스페어’ 출간 후 해리 왕자에 대한 영국인들의 반감은 더욱 커졌습니다.Imagine bleating about privacy then doing a kiss-and-tell reality series about your private lives?”(사생활이 없다고 징징대더니 사생활을 알리는 리얼리티쇼를 찍는다고?) 최근 영국의 유명 언론인 피어스 모건은 해리 왕자 부부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건은 해리 왕자를 강하게 비판해온 언론인입니다. 해리 왕자는 2020년 넷플릭스와 5년간 1억 달러의 콘텐츠 제작 계약을 맺었습니다. 첫 번째 결과물이 자서전 출간에 맞춰 넷플릭스에 공개된 6부작 다큐멘터리 ‘해리와 메건’입니다.‘kiss-and-tell’(키스하고 말하다)은 셀럽의 사생활을 미주알고주알 보도하는 타블로이드 언론이 인기를 끌면서 생겨난 단어입니다. ‘kiss’는 과거에 셀럽과 맺었던 ‘성관계’를 말합니다. ‘tell’은 성관계에 대해 가십 언론에 ‘말한다’라는 뜻입니다. 그냥 말하지 않고 돈을 받고 ‘판다’라는 의미입니다. ‘kiss-and-tell’은 ‘은밀한 속사정을 공개해 돈을 벌다’라는 의미입니다.‘해리와 메건’은 해리 왕자 부부의 미국 생활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입니다. 과거 해리 왕자는 언론이 사생활을 침해한다며 자주 불평했습니다.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언론을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모건은 사생활 보호를 외치던 해리 왕자가 넷플릭스로부터 막대한 돈을 받고 자신의 사생활을 스스로 공개하는 리얼리티 쇼를 만든 것을 ‘kiss-and-tell’이라고 비판합니다. ‘bleat’은 염소나 양이 우는 소리를 말합니다. 한국말로는 “메에”하고 우는 반면 영어로는 “블릿”이라고 웁니다. 여기서 유래해 ‘푸념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모건은 해리 왕자의 사생활 보호 주장을 들을 가치도 없는 ‘징징거리는 소리’라고 조롱한 것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5월 11일 소개된 바이든 대통령의 스킨십에 대한 내용입니다, 최근 질 여사가 부통령 남편과의 키스 때문에 논란이 됐지만 원래 과도한 스킨십 때문에 자주 문제를 일으켜온 쪽은 바이든 대통령입니다. 2020년 대선 때 과거 성추행 의혹 때문에 진땀을 빼기도 했습니다.▶2020년 5월 11일자 미국에서는 볼에 키스하고, 포옹하고, 어깨에 손을 얹는 행위를 친근감의 표시로 봅니다. 하지만 포옹이나 키스를 할 때 너무 오랜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됩니다. 스킨십은 짧을수록 좋습니다. 질질 시간을 끌면 “creepy”(오싹하다)는 욕을 듣기 십상입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도 이런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치인입니다. 최근 그는 27년 전 성추행 의혹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I complained to a supervisor, but it was in one ear, out the other.”(상사에게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타라 리드’라는 여성은 1993년 바이든 후보가 상원의원 시절에 자신을 자신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성추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7년 전 사건을 왜 지금에서야 공개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그동안 꾸준하게 이 사실을 주변을 알려왔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사건 발생 당시에 상사에게 보고했지만 무시를 당했다고 합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를 ‘in one ear, out the other’라고 합니다.I’m a tactile politician.”(나는 접촉형 정치인이다)바이든 후보는 과도한 스킨십 논란이 있을 때마다 “tactile politician”이라고 자신을 변호해왔습니다. ‘tactile‘(택틀)은 ‘촉각’이라는 뜻입니다. 신체 접촉을 통해 상대방과 공감하는 정치인이라는 겁니다. 오래전에는 설득력이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 같은 시대에는 통하지 않는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He gave himself a pat, a squeeze and a rub on the back.”(그는 자신을 쓰다듬고, 꽉 껴안고, 등을 문질렀다)바이든 후보의 ‘접촉 정치’는 토크쇼에서 자주 도마 위에 오릅니다. NBC 토크쇼 진행자 지미 팰런은 이런 개그를 펼쳤습니다. “바이든은 민주당 대선 후보 중에서 지지율 1위다. 그는 자신이 자랑스러워서 쓰다듬고, 껴안고, 등을 문질렀다.” 팰런이 말한 “pat” “squeeze” “rub”은 모두 성추행과 관련된 단어들입니다. 바이든 후보가 이런 행동들에 익숙하다고 조롱하는 농담입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3-04
    • 좋아요
    • 코멘트
  • 바이든의 이 애드리브에 야당은 한 마디도 못 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Folks, as we all apparently agree. Social Security is off the books. We got unanimity!”(여러분들, 우리 모두 동의했으니 사회보장 문제는 해결된 거네. 만장일치다!)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이렇게 말하자 백악관 참모들은 무릎을 탁 쳤습니다. ‘winning moment’(승리의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큰 박수가 터졌습니다. CNN이 “the most eye-catching moment”(가장 눈길을 잡는 순간)이라고 평가한 이 발언은 놀랍게도 국정연설 원고에 없습니다. 73분간 진행된 연설 원고 어디를 뒤져봐도 이런 구절은 없습니다. 사회보장 예산을 둘러쌓고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다가 즉석에서 나온 발언입니다.공화당은 사회보장 예산 축소를 요구하면서도 이에 대해 쉬쉬합니다. 복지 축소를 반길 국민은 없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공화당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반발을 유도한 것입니다. 정곡을 찔린 의원들이 벌떡 일어섰습니다.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야유에 발끈하지 않고 오히려 “folks”(친구들)라고 부르며 야당과의 즉석 합의를 끌어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협치에 능한 노련한 정치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명장면이었습니다. ‘off the books’는 원래 세금 용어로 ‘장부에서 빼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빼놔도 되는 이슈,’ 즉 ‘해결된 이슈’라는 뜻입니다.이번 국정연설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더는 “나이 많은 대통령” “말실수 기계”라는 오명을 달고 살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활력 넘치고 소통할 줄 아는 모습이었습니다. 미국 역사에 길이 남는 국정연설 명장면을 알아봤습니다. “The State of the Union is not good.”(국가의 상태는 좋지 않다)상원과 하원 의원들이 모인 합동회의에서 국정 상황에 대해 알리는 것은 미국 헌법 2조 3항에 나온 대통령의 의무입니다. 국정연설이 ‘the State of the Union’(연합의 상태)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건국 초기 대통령들이 연설의 대부분을 연방 결속 문제에 할애했기 때문입니다.역대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보면 “the State of the Union is good”(국가의 상태는 좋다)이라는 구절이 꼭 등장합니다. “good” 대신에 “strong” “stronger than ever”을 넣기도 합니다. 국정연설이 연초에 열리기 때문에 향후 계획을 밝히는 자리 같지만 실은 과거 성과를 평가하는 연설입니다. “good” “strong” 등의 단어를 쓰는 것은 “지난 한 해 동안 국가를 잘 운영했다”라고 자평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good’의 전통을 깬 대통령이 있습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입니다. 그는 1975년 국정연설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I‘ve got bad news. the State of the Union is not good”(나쁜 소식이 있다. 국가의 상태는 좋지 않다). 그만큼 국가 상황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난 바로 이듬해였습니다. 국가적 위신은 땅에 떨어졌습니다. 인플레이션, 실업률 급증으로 경제도 위기였습니다. 포드 대통령은 위기를 타개할 방안도 내놓았지만 국민의 뇌리에 남는 것은 “not good”이라는 두 단어였습니다.비관적인 내용으로 연설을 시작하는 전략을 ’bad news first’(나쁜 뉴스 먼저) 모델이라고 합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전임 포드 대통령의 전략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1979년 국정연설에서 국가의 상태를 “crisis of confidence”(신뢰의 위기)라고 규정했습니다. 이 연설은 얼마나 분위기가 암울한지 ‘malaise speech’(불안감 조성 연설)라고 불립니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Let’s Make America Great Again’(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공약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1970년대 후반 포드와 카터 대통령이 조성해놓은 비관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입니다. “Talk about a suck up!”(누가 아첨꾼인지 얘기해볼까!)2014년 국정연설에서 화제의 주인공은 바이든 대통령이었습니다. 당시 그는 연설자가 아니었습니다. 부통령 자격으로 대통령 뒤쪽에 앉아있었습니다. 그가 주목받은 이유는 ‘핑거건 사건’ 때문입니다. 상대를 가리킬 때 둘째 손가락을 들어 올려 총을 쏘는 시늉을 하는 것을 ‘finger gun’(손가락 총)이라고 합니다. 바이든 부통령은 한창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할 때 청중석을 향해 핑거건을 쏘기에 바빴습니다. ‘딴짓’ 하는 부통령을 비꼬는 인터넷 패러디가 쏟아졌습니다.나중에 토크쇼에 출연한 바이든 부통령은 핑거건을 쏜 이유를 “기립박수 때문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국정연설에서 대통령이 강조하는 부분에서 참석자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냅니다. 바이든 부통령은 연설 전에 동료 의원으로부터 “아첨꾼 같아 보이니까 너무 자주 일어나서 박수를 치지 말라”는 농담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농담을 건넨 의원이 정작 더 자주 일어나서 17차례나 박수를 보내자 그를 향해 핑거건을 쐈다는 것입니다. “Talk about a suck up!”(당신이야말로 아첨꾼이잖아!) ‘suck’은 ‘빨아들이다’ ‘실망하다’ 등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life sucks”라고 합니다. 사람을 가리켜 “suck up”이라고 하면 ‘들러붙는 사람,’ 즉 ‘아첨꾼’을 말합니다. 바이든 부통령의 재치 있는 답변은 핑거건 포즈만큼이나 화제가 됐습니다. 기립박수가 수시로 터질 만큼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좋았다는 칭찬이기 때문입니다.“The British government has learned that Saddam Hussein recently sought significant quantities of uranium from Africa.”(영국 정부는 사담 후세인이 최근 아프리카에서 상당량의 우라늄 구입을 시도한 정황을 확보했다) ‘쇼킹한 국정연설’ 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입니다. 2002년 국정연설에서 “axis of evil”(악의 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이듬해 국정연설에서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폭탄선언을 했습니다.한국에게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2002년 연설이 유명하지만 9·11테러 후 대테러 전쟁으로 정신이 없던 미국에게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폭로한 2003년 연설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발언의 글자 수를 따서 ‘Bush’s 16 words’(부시의 16개의 단어)라고 하면 2003년 국정연설을 의미합니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 2개월 후 이라크 전쟁을 개시했습니다. 하지만 연설 내용이 거짓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정체불명의 소문을 ‘팩트’로 둔갑시키기 위해 중앙정보국(CIA)이 불법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조지 테닛 CIA 국장은 나중에 이렇게 반성했습니다. “These 16 words should never have been included in the text written for the president.”(이 16개의 단어는 대통령 연설 원고에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었다)명언의 품격제5대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1823년 국정연설에서 밝힌 외교방침을 ‘먼로 독트린’이라고 합니다. 미국이 대외적으로 천명한 최초의 외교원칙입니다. 당시 국정연설은 의원들 앞에서 구두로 밝히는 것이 아니라 서류로 만들어 의회에 전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먼로 독트린은 먼로 대통령이 의회에 보낸 국정연설 서류 더미 속에 한 장짜리 종이로 끼어있었습니다. 미국 최초의 외교원칙이 자칫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었습니다. 의원들이 찾아서 읽어보니 의외로 중요한 내용이었습니다. 핵심 구절입니다.“The American continents, by the free and independent condition which they have assumed and maintain, are henceforth not to be considered as subjects for colonization by any European powers.”(미주대륙들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상황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대상으로 고려되지 않을 것이다)먼로 독트린은 미국은 물론 남미를 포함한 미주대륙 전체, 즉 ‘Western Hemisphere’(서반구)에 대한 유럽의 불간섭 원칙을 밝히고 있습니다. 먼로 대통령은 스페인 견제를 위해 영국과 힘을 합쳐 불간섭 원칙을 만들려고 하다가 존 퀸시 애덤스 국무장관이 “영국도 식민지의 야심이 큰 나라이니 빼야 한다”라고 해서 단독으로 만들었습니다.처음 공개됐을 때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듣보잡’ 외교원칙에 코웃음을 쳤습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의 군사력은 보잘것없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먼로 독트린도 힘을 얻었습니다.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소련에 물러날 것을 경고했을 때도 먼로 독트린을 내세웠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쓰는 쉬운 단어로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 때 ‘the lady in a white coat’(흰색 코트의 여인)이 화제였습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을 말합니다. 검은색 옷을 입은 다른 의원들 사이에서 나홀로 흰색 코트를 입었으니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린 의원의 흰색 코트에는 ‘깊은 뜻’이 있다고 합니다. 보좌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정찰 풍선에 늑장 대응한 것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풍선이 흰색이라 옷도 흰색으로 맞춰 입었다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그냥 튀는 것을 좋아하는 그린 의원의 성격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그린 의원의 흰색 코트보다 더 주목을 받은 것은 행동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할 때 큰 목소리로 “liar”(거짓말쟁이)라는 야유를 보내며 손으로 ‘thumbs down’ 표시를 했습니다. 엄지를 아래로 향하게 하는 ‘thumbs down’은 불만의 뜻입니다. 무례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그린 의원은 2021년부터 의정 생활을 시작한 초선급 의원이지만 화제성에서는 고참급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각종 돌출 행동으로 언론에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습니다. 언론은 그녀 이름 약자를 따서 ‘MTG’라고 부릅니다.그린 의원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야유 사건을 벌인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친분을 은근히 과시하며 “제재를 받을 걱정도 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If the American people had been on that House floor listening to that speech, it would have been a lot worse names than I called him.”(만약 국민들이 연설장에 있었다면 나보다 더 심한 욕을 했을 것이다)‘call’은 ‘부르다’라는 뜻이고, ‘name’은 ‘이름’을 말합니다. 이 둘이 합쳐지면 ‘욕하다’ ‘조롱하다’라는 뜻입니다 ‘name’은 원래 ‘reputation’(평판)을 의미합니다. ‘이름을 부르다’라는 것은 ‘평판을 소환하다, 문제 삼다’라는 의미입니다. 평판은 다양하므로 ‘욕하다’라는 의미일 때는 복수형 ‘names’를 써야 합니다. “나한테 욕하지 마”는 “don’t call me names”라고 합니다. 명사형은 ‘name-calling’(욕하기)이 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2년 3월 7일 소개된 국정연설 손님에 관한 내용입니다. 국정연설에는 손님들이 초대됩니다. 레이건 대통령 때 시작된 전통입니다. 올해는 환경운동가 겸 가수 보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타이어 니콜스의 부모 등이 초청됐습니다.▶2022년 3월 7일자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정연설을 했습니다. 대통령은 국정연설에 맞춰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상징하는 인물 11명을 초대했습니다. 이들은 퍼스트레이디 옆쪽 게스트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Please rise if you are able and show that, ‘yes, we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with the Ukrainian people’.”(모두 일어나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인들과 함께한다’라는 지지를 표해 달라)연설 중에 대통령이 손님들을 소개하면 박수가 터집니다. 이렇게 소개하는 것을 ‘acknowledge’(알린다)라고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먼저 ‘알린’ 초대객은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였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녀를 소개하며 의원들에게 모두 일어나 경의를 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일어서다’에는 ‘stand up’을 많이 쓰지만 국정연설처럼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rise’가 더 적절합니다.“In recognition of all you have done for our nation.”(국가를 위한 당신의 공로를 인정해서)TV 리얼리티쇼를 진행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도 쇼처럼 진행했습니다. 2020년 국정연설 때 손님으로 초대한 극우 성향 언론인 러시 림보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깜짝 행사로 자유의 메달 수여식을 열었습니다. 상장이나 훈장을 수여하면서 ‘공로를 인정한다’라고 할 때 ‘in recognition of’라고 합니다.“We can restore an economy where everyone gets a fair shot, everyone does their fair share.”(누구나 공평한 기회를 얻고 공평하게 분담하는 경제를 재건해야 한다)2012년 국정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억만장자 투자가 워런 버핏의 여비서를 초대했습니다. ‘부자 증세’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버핏과 여비서에게 부과되는 세율의 불합리성을 비교하자 카메라가 여비서를 비췄습니다. ‘fair’는 ‘공정한’ ‘전시회’ ‘베이지색’ 등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공정’을 의미할 때는 ‘shot’(기회), ‘share’(책임)이라는 단어가 따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2-25
    • 좋아요
    • 코멘트
  • 최고 권력자도 무릎꿇리는 그들만의 아킬레스건은[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Lots of luck in your senior year.”(좋은 시절 맘껏 즐겨)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최근 미 하원 감독위원회는 그에 대한 조사 착수를 발표했습니다. 아버지의 정치적 지위를 이용해 해외에서 거액의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입니다. 헌터 바이든은 불법 사업거래 외에도 문란한 사생활 때문에 갖가지 의혹을 몰고 다닙니다. 그의 이름 뒤에는 ‘scandal-plagued son’(스캔들 메이커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변호사, 군인, 로비스트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요즘은 로스앤젤레스에서 화가로 살고 있습니다. 헌터 바이든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 ‘survivor syndrome’(생존자 증후군)으로 설명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헌터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별한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 낳은 3명의 자녀 중 유일한 생존자입니다. 여동생은 어머니와 함께 교통사고로 죽었고, 형은 2015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형을 따랐던 헌터는 형의 사망 후 심리적 상실감 때문에 본격적인 ‘문제아’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바이든 대통령은 53세나 된 아들을 변호하느라 바쁩니다. 조사 착수를 발표한 공화당에게 “고3 시절을 잘 보내”라고 인사를 전했습니다. 한국에서 ‘시니어’는 ‘노년’을 의미하지만 원래는 ‘계급이 높다’라는 의미입니다. ‘senior year’는 미국 K-12 교육 시스템의 최고 단계인 ‘고교 3학년’을 말합니다. 한국에서 고3은 공부에 올인하는 시기지만 미국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추억을 만드는 때입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탈환한 뒤 대통령 아들 조사를 벼르는 공화당을 고3에 비유한 것은 “좋은 시절은 짧으니 누리라”는 조롱이 담겨있습니다. 미국 역사에는 헌터 바이든처럼 스캔들을 일으킨 대통령 자녀들이 많습니다. 대통령은 한 나라를 책임지는 리더지만 집에서는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평범한 부모일 뿐입니다. 스캔들을 일으켜 부모에게 시름을 안겨준 대통령 자녀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His heart is good, and he means no harm.”(아들이 심성은 착하다. 나쁜 의도는 없다)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은 ‘헌법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여러 명의 건국의 주역 중에서 가장 주도적으로 헌법 제정에 참여했습니다. 법에 통달한 매디슨 대통령이었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자식 문제였습니다.매디슨 대통령에게는 존 페인 토드라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부인이 데리고 온 아들입니다. 매디슨 대통령은 43세 때 26세의 돌리 페인이라는 여성과 결혼했습니다. 토드는 돌리 여사가 첫 결혼에서 낳은 아들입니다. 매디슨 대통령은 돌리 여사와의 사이에 평생 자식을 낳지 않고 토드를 입양해 키웠습니다.토드는 역대급 ‘문제아’였습니다. 일정한 직업 없이 술에 의지해 살았고 도박에 중독됐습니다. 매디슨 대통령은 토드가 자신의 뒤를 이어 법대에 들어가기를 원했지만 그는 유럽에 건너가 유흥에 빠져 살았습니다. 귀국 후에는 수차례 사기 사건을 일으켜 감옥 신세를 졌습니다. 그때마다 매디슨 대통령이 ‘몽펠리에’라는 대농장을 저당 잡혀 빚을 갚아줬습니다. 토드는 매디슨 대통령 사후에는 유산으로 받은 몽펠리에 농장까지 날렸습니다. 돌리 여사는 아들 때문에 빚에 쪼들려 말년에는 매디슨 대통령이 남긴 서류들을 의회에 팔아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매디슨 대통령 부부는 아들이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심성은 착한 애”라고 두둔했습니다. ‘mean no harm’은 ‘손해를 의미하지 않다,’ 즉 ‘악의가 없다’라는 뜻입니다. 채찍을 쓰지 않고 사랑으로만 감싼 매디슨 대통령의 자녀 교육법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나라를 세운 주역 중 한 명이지만 가정을 세우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입니다. “If fault there be it is mine.”(잘못이 있다면 내 탓이다)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맏아들 로버트는 군대에 가지 않았습니다. 노예해방을 위해 남북전쟁까지 불사한 대통령의 아들이 입대를 피한 것은 당시 엄청난 스캔들이었습니다. 비판에 직면한 링컨 대통령은 “내 탓이오”라며 아들을 감쌌습니다. “if fault there be”는 “if there is fault”에서 ‘fault’를 앞으로 빼서 강조한 것입니다. ‘mine’ 대신에 ‘my own’을 써서 책임감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로버트가 입대를 피한 것은 아버지보다 어머니인 메리 토드 여사의 뜻이었습니다. 둘째 아들을 병으로 잃은 메리 토드 여사는 맏아들까지 전쟁에서 잃을 수 없었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부인을 이렇게 설득했습니다. “Our son is not more dear to us than the sons of other people are to their mothers”(우리에게 아들이 귀하다면 다른 부모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메리 토드 여사는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자 링컨 대통령 부부는 전쟁이 끝날 무렵 몇 개월 동안 안전한 보직에 앉힌다는 조건으로 아들을 군에 보냈습니다.“I can run the country or attend to Alice. I cannot possibly do both.”(나는 국정을 운영하거나 앨리스를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는 없다)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에너지가 넘치는 대통령이었습니다. 열정적인 연설로 청중을 몰고 다녔고 퇴임 후에는 아프리카 등지로 오지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래서 별명도 ‘wild president’(거침없는 대통령)였습니다. 그런 루즈벨트 대통령보다 더 와일드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맏딸 앨리스였습니다. 앨리스의 생모는 그녀를 낳고 사망했습니다. 앨리스는 새어머니와 갈등을 겪었습니다. 백악관 안주인이 된 새어머니보다 자신이 더 주목을 받고자 했습니다. 공개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고, 밤새 파티를 하고, 남성들과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등 반항적인 방식으로 갈등을 표출했습니다. 아버지의 집무실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업무를 방해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나는 국정을 운영할 수 있고 앨리스를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다”라고 하소연할 정도였습니다.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못 한다”라고 할 때 “cannot possibly do both”라고 합니다. 하지만 루즈벨트 대통령은 딸을 말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치행사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딸의 심정을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앨리스의 자유분방한 행동을 보고 대리만족을 얻는 국민도 많아서 루즈벨트 대통령보다 더 인기가 높을 정도였습니다. 명언의 품격최근 영국 해리 왕자가 왕실 가족에 대한 뒷얘기를 폭로한 ‘스페어’라는 자서전을 내놓자 쓴소리를 건넨 미국 대통령 자녀가 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맏딸 패티 데이비스입니다. “Be quiet!”(조용히 해!)원래 데이비스는 해리 왕자보다 더 부모와 사이가 나빴습니다. 레이건이라는 성을 버릴 정도였습니다. 아버지 레이건 대통령은 위선자이고, 어머니 낸시 여사는 자신을 학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버지의 위선을 비판한다는 목적으로 1994년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에 누드 사진을 찍었습니다. 대통령 자녀로는 전례가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Please Patti, don’t take away our memories of a daughter we truly love and whom we miss.”(제발 패티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딸에 대한 우리의 기억만은 가져가지 말아다오)플레이보이 사진이 출판되기 며칠 전 레이건 대통령은 딸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완고한 아버지였던 레이건 대통령의 딸을 향한 진솔한 애정이 담겨있는 명구절입니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치매가 상당히 진전된 상태였습니다. 점점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붙잡고 싶은 마음도 담겨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편지를 부치지 않았습니다. 낸시 여사가 나중에 서랍에서 발견해 딸에게 전해줬습니다. 데이비스는 편지를 본 뒤 미움을 거뒀습니다. 10년 후 아버지에 대한 후회를 담은 자서전 ‘the Longest Goodbye’(가장 긴 이별)를 출간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중국 정찰풍선 사건으로 미국이 시끄럽습니다. 처음에는 풍선의 목적을 놓고 미국과 중국 정부가 공방을 벌이더니 이제는 풍선 최초 등장 시기를 놓고 전·현직 행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도 중국 풍선이 최소 세 차례 미국 영공을 침범했다”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이렇게 올렸습니다.“Now they are putting out that a balloon was put up by China during the Trump Administration, in order to take the heat off the slow moving Biden fools.”(느림뱅이 바이든 바보들이 책임 회피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 때도 중국이 풍선을 띄웠다고 주장한다)화가 나는 상황을 “열 받았다”라고 합니다. 이처럼 ‘heat’(열)은 ‘분노’와 직결됩니다. ‘take the heat’은 ‘분노를 얻다,’ 즉 ‘타인의 질책 비난을 받아들이다’라는 뜻입니다. “I’ll take the heat”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내가 비난을 감수하겠다”라는 뜻입니다. 뒤에 ‘off’를 붙이면 반대의 뜻이 됩니다. ‘take the heat off’는 ‘비난을 면하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때도 중국 풍선이 했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주장은 늑장 대응에 대한 책임 회피라는 것입니다. 안전을 이유로 며칠을 기다렸다가 풍선을 격추한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을“slow-moving Biden fools”(느려터진 바이든의 바보들)이라고 비웃었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 칼럼 중에서 핵심 하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의 행복한 결혼생활 비결에 대해 알아봤습니다.▶2021년 2월 22일자요즘 미국인들은 “PDA”라는 단어를 즐겨 씁니다. ‘Public Display of Affection’(공개적인 애정 표현)의 약자입니다 ‘PDA’가 유행어가 된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 때문입니다. 무척 냉랭해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는 달리 조-질 바이든 부부는 공개 석상에서 스스럼없이 손잡고 포옹하고 키스하면서 애정을 과시합니다.  “I’m gonna sound so stupid, but when she comes down the steps, my heart still skips a beat.”(바보처럼 들리겠지만 그녀가 계단을 내려올 때 아직도 내 심장은 쿵쾅거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질 여사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결혼생활 45년이 지났지만 아직 첫사랑을 앓는 사춘기 소년 같습니다. ‘heart skips a beat’은 ‘심장이 박동을 건너뛰다’ 즉, ‘막 빨리 뛴다’라는 뜻입니다. 즐겁고 놀랍고 무섭고 다양한 상황에서 쓸 수 있습니다.“I married way above my station.”(나는 급이 높은 사람이랑 결혼했어)대선 유세 때 시위대가 갑자기 무대로 뛰어올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접근하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질 여사가 남편을 보호하려고 경호원보다 더 날쌔게 시위대를 막아섰습니다. 고마운 아내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던진 농담입니다. 자신보다 조건이 좋은 배우자와 결혼하는 것을 ‘marry above my station’이라고 합니다. 반대의 경우는 ‘above’ 대신 ‘below’(아래)를 쓰면 됩니다.“How do you make a broken family whole? The same way you make a nation whole. With love and understanding.”(결손가정을 어떻게 온전하게 만드냐고요? 국가를 하나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 방법으로요. 사랑과 이해가 있으면 됩니다.)결손가정을 ‘broken family’라고 합니다. 반대 개념은 ‘whole family’(온전한 가정)입니다. 질 여사가 과거 자신이 가르쳤던 학교를 방문했을 때 “결손가정을 어떻게 온전한 가정으로 만들 수 있느냐”아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국가 화합의 메시지가 가정 화합에도 적용된다고 답했습니다. 구성원들의 사랑과 이해가 있으면 된다고 합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2-18
    • 좋아요
    • 코멘트
  • 거짓말과 조작으로 얼룩진 미국史의 한 페이지[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 said I was Jew-ish.”(나는 내가 ‘유대인 같다’라고 말했을 뿐이다)요즘 미국 뉴스에서 ‘조지 산토스’라는 이름이 빠지지 않습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뉴욕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된 그는 선거 때 내세운 학력 경력 혈통 등이 모두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어떻게 미국처럼 검증력이 뛰어난 나라에서 가짜투성이의 사기꾼이 의회까지 진출할지 있었는지에 대해 다들 어이가 없어 하는 분위기입니다.사퇴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산토스 의원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그의 거짓말 퍼레이드 중에서 유대인 행세를 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는 유세 때마다 유대인 출신이며 조부모가 홀로코스트를 피해 독일에서 브라질로 이주했다는 눈물겨운 사연을 들려줬습니다. 그러나 유대인 단체들의 추적 결과 거짓말로 판명됐습니다. 그러자 산토스 의원은 이렇게 변명했습니다. “나는 내가 유대인(Jewish)이라고 말한 적 없다. 유대인 같다(Jew-ish)고 말한 것뿐이다.” ‘ish’(이쉬)는 말하는 내용이 확실치 않거나 자신이 없을 때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접미사입니다. “그 사람 30살 정도 돼 보인다”라고 할 때 “he is thirtyish”라고 합니다. “내 코트는 갈색 계열이다”라고 할 때 “my coat is brownish”라고 합니다.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하는 산토스 의원 같은 사람을 ‘serial liar’(연쇄 거짓말쟁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거짓말을 중대한 악으로 봅니다. 거짓말쟁이와 사기꾼에게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확실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미국을 뒤흔든 굵직한 거짓말 사건들을 알아봤습니다.“Let the chips fall where they may.”(순리에 맡겨라)펜타곤 문서(Pentagon Papers)는 미국 정부가 베트남 전쟁에 개입한 역사를 담은 국방부 1급 기밀문서입니다. 미국이 베트남전에 개입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이 문서에는 해리 트루먼부터 린든 존슨 행정부까지 30년에 걸쳐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갖가지 불법적인 방법으로 전쟁을 확대한 내용이 상세히 기술돼 있습니다. 베트남전 개입의 구실로 삼았던 1964년 통킹만 사건이 실은 미국이 꾸민 자작극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1971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펜타곤 문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문서 작성에 관여한 대니얼 엘스버그라는 국방부 분석가가 문서를 언론에 전달했습니다. “let the chips fall where they may”는 엘스버그가 문서를 몰래 전해줄 때 한 말입니다. 워싱턴포스트의 펜타곤 문서 보도 과정을 다룬 영화 ‘더 포스트’에도 이 대사가 그대로 나옵니다.‘chip’(칩)이 나와서 도박에서 유래한 것 같지만 1800년대 서부 개척시대 벌목 용어입니다. ‘chip’은 ‘부스러기’를 말합니다. 부스러기들이 떨어지는 것을 염려하지 말고 나무를 벨 때는 베야 한다는 것입니다. 용기 있는 행동을 할 때는 순리에 맡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I landed in this country with $2.50 in cash and $1 million in hopes.”(나는 2달러 50센트의 현금과 백만 달러의 희망을 품고 이 나라에 도착했다)미국에서는 금융사기 사건이 자주 일어납니다. 사기를 당해 수십 년 동안 모은 연금을 홀라당 날렸다는 은퇴자들의 사연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습니다. 사기 수법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폰지 사기입니다. 폰지 사기는 실제 이윤을 창출하지 않으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모은 뒤, 그들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다단계 사기 기법입니다. 일명 ‘돌려막기’ 수법입니다. 알기 쉽게 ‘borrowing from Peter to pay Paul scheme’(피터로부터 빌려 폴에게 지급하기 수법)이라고도 합니다. 폰지 사기의 창시자인 찰스 폰지는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입니다. 무일푼이지만 비상한 머리를 갖고 있던 그는 해외 우표 거래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배짱 좋게 뉴욕타임스를 초대해 인터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 기사 제목 “2.50 달러의 현금과 100만 달러의 희망으로 이 나라에 왔다”는 폰지가 남긴 명언입니다. 그는 8개월 만에 1500만 달러를 벌어들일 정도로 수완이 좋았지만 1920년 한 가구회사 직원과의 수익 배분 소송 때문에 사기 행각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AF is short of water.”(AF는 물이 부족하다)미드웨이 해전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과 일본군이 태평양의 미국령 미드웨이 섬에서 맞붙은 전투입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계기로 연합군이 유럽에서 승리했듯이 미드웨이 해전을 계기로 미군은 태평양 전쟁에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미드웨이 승리는 거짓말의 승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 해군은 일본군의 암호를 해독해 ‘AF’에 대대적인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입수했습니다. 문제는 ‘AF’가 어디를 의미하는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 암호가 ‘AH’였던 것으로 미뤄볼 때 ‘AF’는 하와이 부근의 미드웨이 섬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확신이 없던 미군은 일본군을 테스트하기 위해 “미드웨이 증류시설이 고장으로 물 공급이 필요하다”라는 거짓 교신을 주고받았습니다. 이 교신을 감청한 일본군이 “AF에 물이 부족하다”라는 무선을 발신하자 미군은 쾌재를 불렀습니다. 미국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인 암호 해독 사례이자 성공한 거짓말로 꼽힙니다.명언의 품격1919년 프로야구 구단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승부를 조작해 신시내티 레즈에게 일부러 져준 사건을 ‘블랙삭스 스캔들’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 연루돼 8명의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야구계에서 영구 제명됐습니다. 8명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대 3위에 해당하는 높은 타율을 가진 ‘맨발의 조’(shoeless Joe) 잭슨이었습니다. 타석에 신발을 신지 않고 등장해 그렇게 불렸습니다. 잭슨이 제명된다는 소식에 그의 재능을 아까워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Say it ain’t so, Joe.”(조, 그렇지 않다고 말해줘요) 승부조작 재판이 열리자 많은 야구팬들이 잭슨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한 아이가 잭슨을 붙잡고 “그렇지 않다고 말해줘요, 조”라고 간청했습니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말해달라고 부탁이었습니다. ‘블랙삭스 스캔들’이 낳은 명언입니다. 하지만 잭슨은 더 이상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Yes, kid, I’m afraid it is”(얘야, 미안하지만 그렇단다). 잭슨은 이렇게 말하고 야구계를 떠났습니다. 영화 ‘꿈의 구장’(Field of Dreams)에는 야구를 잊지 못하는 잭슨이 농부 레이(케빈 코스트너 분)가 만든 구장에 찾아와 야구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가 고향 자메이카의 금융회사에 맡긴 돈을 사기를 당했습니다. ‘스톡스 앤 시큐리티즈’라는 투자회사에 은퇴자금으로 맡긴 1280만 달러(157억 원) 중에서 1만 2700달러(1560만 원)만 건졌습니다. 소셜미디어에는 자메이카의 후진적인 금융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넘쳐납니다.“No stone will be left unturned,”(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겠다)국가 이미지가 추락하자 자메이카 정부가 나섰습니다. 나이절 클라크 재무장관은 “자메이카 금융산업를 부정적으로 보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며 해결 의지를 밝혔습니다. ‘leave no stone unturned’는 ‘샅샅이 조사하다’는 뜻입니다. ‘그 어떤 돌도 뒤집지 않은 채 남겨두지 않는다’는 돌 아래쪽에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비밀을 캔다는 의미입니다. 좀 더 쉽게 ‘turn over every stone’(모든 돌을 뒤집는다)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소개된 ‘대통령의 외출’에 대한 내용입니다. 국민은 관저에서 일만 하는 대통령보다 밖으로 나오는 대통령을 좋아합니다. 집무실에만 있으면 민심을 살필 수 없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외출하는 이유입니다.▶2021년 6월 7일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소탈 행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백악관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시간 날 때마다 바깥세상으로 나가 국민과 소통하는 것을 즐깁니다. “Would you like to get a selfie?”(나랑 셀카 찍을래?)바이든 대통령은 아이스크림 가게에 자주 들릅니다. 최근 오하이오 주를 방문했을 때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매니저로 일하는 20세 여대생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주로 학교생활에 관해 물었다고 합니다. 가게를 나오기 전 “나랑 셀카 찍을래?”라고 묻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이 여성이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도록 사진을 같이 찍어주겠다는 겁니다. 영어로는 “셀카”가 아니라 “셀피”라고 해야 하는 것 아시죠.“A president who scopes out local establishments makes our city look so much more vibrant.”(지역 상권을 잘 살피는 대통령은 도시의 인상을 활기차게 만든다)얼마 전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워싱턴의 ‘르 디플로마트’라는 레스토랑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와 식사를 했습니다. 식당에 들어가는 대통령 부통령 부부를 본 인근 주민들로부터박수가 터졌습니다. 레스토랑 매니저는 “대통령의 방문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라며 고마워했습니다. ‘지역 상권’을 ‘local establishments’라고 합니다. “I never thought of it.”(그런 줄 몰랐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4년 동안 워싱턴에서 외식을 딱 한 번 했습니다. 그것도 자신 소유 호텔 안에 있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주변에서 “대통령이 백악관에 머물기보다 자주 외출해야 이미지가 좋아진다”라고 귀뜸해주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처 몰랐다”라고 솔직히 답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후회할 때 “I never thought of that”이라고 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2-11
    • 좋아요
    • 코멘트
  • 백악관도 씁니다, “국설 라방 많관부~”[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POTUS set to deliver SOTU on February 7.”(대통령이 2월 7일 국정연설을 할 예정이다)최근 CNN에 이런 기사가 떴습니다. ‘POTUS’ ‘SOTU’가 무슨 뜻일까요. ‘POTUS’는 많이 알려졌습니다.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미국 대통령’의 줄임말입니다. ‘@POTUS’는 미국 대통령이 사용하는 트위터 아이디입니다. 대통령의 부인 ’First Lady of the United States’는 ‘FLOTUS’라고 합니다. 연방대법원은 ‘SCOTUS’(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입니다.‘SOTU’는 매년 초 대통령이 의회에서 하는 국정연설 ‘State of the Union’의 줄임말입니다. 뒤에 연설을 뜻하는 ‘Address’가 붙지 않아도 국정연설을 의미합니다. CNN 기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 7일 국정연설을 할 예정이다”라는 뜻입니다. 기사 제목은 간결해야 하므로 줄임말을 썼습니다. ‘set’은 수동형으로 ‘정해지다’ ‘계획이다’라는 뜻입니다.긴 단어나 구절의 머리글자를 따서 줄인 것을 ‘abbreviation’(어브리비에이션) 또는 ‘acronym’(애크로님)이라고 합니다. POTUS, SOTU 외에도 줄임말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줄임말을 모르면 미국인들의 대화에 끼기 힘듭니다. 미국인들이 많이 쓰는 줄임말을 살펴봤습니다.“Would love to see you soon IRL!”(조만간 만나고 싶어!)우선 초급입니다. 가장 흔한 줄임말 ‘IRL’은 ‘In Real Life’의 약자입니다. ‘실제 세상’ ‘실제로’의 뜻입니다. ‘in reality’와 같습니다. 젊은 세대가 익숙한 온라인 세상과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온라인으로 친해진 뒤 대면하고 싶을 때 “love to see you IRL”이라고 합니다. 유명인을 실물로 봤는데 매우 친절했다면 “he was very nice irl”이라고 합니다. ‘ROFL’은 ‘Rolling on the Floor Laughing’의 약자입니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웃기다’는 뜻입니다. ‘LOL’(Laugh Out Loud)보다 강한 버전입니다. “That photo made me ROFL”는 “그 사진 때문에 정신없이 웃었다”라는 뜻입니다. 강조하고 싶다면 “ROFLMAO”를 쓰기도 합니다. “Roll on the Floor Laughing My Ass Off”(엉덩이가 닳을 정도로 구르다)라는 뜻입니다. ‘TMI’도 많이 씁니다. ‘Too Much Information’의 줄임말로 ‘너무 많은 정보’라는 뜻입니다.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얘기를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을 때 “TMI”라고 하면 “인제 그만 됐다”라는 뜻입니다. 실은 초급보다 쉬운 예비급도 있습니다. 소셜미디어가 나오기 이전부터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적인 줄임말들입니다. 특히 비즈니스 서신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LMK’는 ‘Let Me Know’(나에게 알려 달라)를 줄인 것입니다. 팀장이 팀원에게 보낸 e메일에 “LMK if you know”라고 적혀 있으면 “알게 되는 즉시 나에게 보고해 달라”는 뜻입니다. ‘ETA’는 ‘Estimated Time of Arrival’로 ‘도착 예정 시간’을 말합니다. ‘NBD’는 ‘No Big Deal’(별일 아니다), ‘OMW’는 ‘On My Way’(지금 가는 중이다), ‘NVM’은 ‘Never Mind’(신경 쓰지 말라)입니다.“TFW your boss asks you to hop on a quick video call”(상사가 갑자기 화상회의 하자고 할 때의 바로 그 기분)중급에는 속마음을 말해주는 것들이 많습니다. 대놓고 말하면 쑥스러우니까 줄임말로 암호처럼 말합니다. ‘TFW’는 ‘That Feeling When’의 줄임말로 ‘바로 그 기분’이라는 뜻입니다. 인터넷에는 재미있는 사진이나 동영상들이 많습니다. 그런 동영상의 제목이나 댓글에서 ‘TFW’를 볼 수 있습니다. 팬데믹 시대에 장난치다 들킨 아이 사진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사진 옆에 “TFW your boss asks you to hop on a quick video call”이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습니다. “당신의 보스가 갑자기 화상회의 하자고 할 때의 바로 그 기분”이라는 뜻입니다. 딴 짓하다 들킨 재택근무자의 난감함을 말해줍니다. TFW 뒤에 얼마나 날카로운 현실 풍자가 나오느냐가 관건입니다. ‘FOMO’는 ‘Fear of Missing Out’(놓치는 두려움)을 줄인 것입니다. 파티, 모임이 많은 미국에서는 초대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FOMO’라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원래 ‘FOMO Syndrome’(포모 증후군)이라는 심리학 용어로 출발했습니다. ‘포모 마케팅’도 발달했습니다. “Don’t get FOMO. Get a ticket now!”(소외되기 싫다면 지금 표를 사라!)“I’m sorry you had to quit your job. I think you made the right decision, FWIW.”(직장을 그만뒀다니 유감이야. 하지만 내 의견을 말한다면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해)고급은 미국 문화를 알아야 온전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대화 예절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은 상대방의 면전에서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을 꺼립니다. 반대 의견을 꼭 말하고 싶다면 ‘FWIW’를 써서 상대의 기분을 떠봅니다. ‘For What It’s Worth’의 줄임말로 ‘내 의견이 가치가 있다면’ ‘내 의견을 말한다면’이라는 뜻입니다. 내 의견이 상대보다 낫다는 조롱의 뉘앙스도 포함됩니다. ‘IMHO’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In My Humble opinion’(내 변변치 않은 의견을 말하자면)의 약자입니다. ‘FWIW’가 ‘의견’이라면 ‘IIRC’는 ‘기억’을 의미합니다. ‘If I Recall Correctly’를 줄인 것으로 ‘내 기억이 맞는다면’이라는 뜻입니다. 명언의 품격 ‘OMG’는 ‘Oh My God’의 줄임말입니다. 놀라움, 기쁨, 혐오감, 창피함 등 다양한 감정이 포함된 감탄사입니다. 미국에서는 여성들이 감정을 과장되게 표현할 때 자주 씁니다. 미국 드라마를 보면 젊은 여성들이 또래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 “오! 마이! 갓!”이라고 한 단어씩 힘줘서 말하는 장면이 곧잘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Valley Girl English’(밸리걸 잉글리시)입니다. 캘리포니아 주 샌페르난도 밸리에 사는 허영심 강한 여성들이 쓰는 영어라는 뜻입니다.“O.M.G.(Oh! My God!) - Shower it on the Admiralty.”(오마이갓 - 그것을 해군에게 내려주십시오)그런데 ‘OMG’의 유래를 따져보면 뜻밖에도 남성적입니다. 군대가 배경입니다.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때 존 아버스넛 피셔 제독이 윈스턴 처칠 해군 장관에게 보낸 서신에 ‘OMG’가 처음 등장합니다. 피셔 제독은 드레드노트급 전함 개발을 주도한 유명한 군인입니다. 그는 자신의 상관인 처칠 장관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독일군에 대항하는 영국 해군의 전투력에 대해 통탄하면서 “O.M.G.”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처칠 장관이 줄임말을 이해하지 못할까 봐 괄호 속에 ‘Oh! My God!’라는 설명도 붙였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영국 억만장자 제임스 다이슨에 관한 내용입니다. 진공청소기와 헤어드라이어로 유명한 다이슨사를 설립한 제임스 다이슨은 영국에서 두 번째 부자로 꼽힙니다. 그는 최근 데일리 텔레그래프지 기고에서 영국 정부의 경제정책이 “근시안적이고 어리석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대로 나가면 2030년에는 영국 경제가 폴란드보다 못한 지경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Growth should not be seen as a dirty word.”(성장은 더러운 단어가 아니다)다이슨은 영국 정부가 만든 각종 규제가 기업들의 성장 의지를 꺾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성장’을 ‘더러운 단어’로 보는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dirty’는 ‘더러운’이라는 뜻입니다. 외관적인 ‘지저분함’보다 사회 통념상 ‘추잡함’이라는 뜻이 강합니다. 외관적인 더러움에는 ‘messy’라는 단어를 더 많이 씁니다. ‘dirty little secret’(감추고 싶은 비밀) ‘dirty cop’(부패 경찰)처럼 불법적이고 음침한 분위기를 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9월 11일 소개된 워싱턴의 줄임말 문화에 관한 내용입니다. 줄임말은 사회 전반에서 쓰이지만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정치권입니다. 정치 현상을 간결한 줄임말로 쓰면 풍자 효과가 큽니다.▶2018년 9월 11일자최근 워싱턴 정가가 시끄럽습니다.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와 뉴욕타임스(NYT)에 실린 행정부 고위관리의 익명 기고 때문입니다. ‘공포’와 NYT 기고 모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비판하는 내용입니다.“Op-ed sparks high-stakes whodunit in Washington.”(기고문은 워싱틴에서 고강도 추리게임을 촉발했다)NYT는 기고문 필자를 “senior administration official”(행정부 고위관리)이라고만 소개했을 뿐 실명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전직 관리도 아닌 현직 관리가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한 매체는 “워싱턴에서 필자에 대한 추리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whodunit’(후더닛)은 추리 소설이나 영화를 말합니다. ‘who has done it’(누가 그 일을 했느냐)의 줄임말입니다. “How many individuals are there in the administration who fit the bill?”(행정부에서 몇 명이 조건을 충족시키느냐?)기고문 필자가 궁금한 NYT 독자가 올린 댓글입니다. ‘bill’은 ‘청구서’를 말합니다. ‘fit the bill’은 ‘고지서에 맞추다,’ 즉 ‘조건을 만족시키다’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몇 명이 ‘고위관리’에 포함되느냐”라는 의미입니다. NYT는 “we don’t know either”(우리도 모른다)라는 솔직한 답글을 달았습니다. ‘고위’(senior)의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Only the Obama WH can get away with attacking Bob Woodward.”(오바마의 백악관은 밥 우드워드를 공격하고도 무사한 유일한 행정부다)‘공포’가 출간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 기자를 “바보” “거짓말쟁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드워드 기자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2013년 우드워드 기자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하는 책을 썼을 때 트럼프는 “오바마의 백악관이야말로 밥 우드워드를 공격하고도 무사한 유일한 행정부일 것”이라며 우드워드 기자를 치켜세웠습니다. ‘WH’는 ‘White House’의 줄임말입니다. “The book is a total BS.”(그 책은 완전 헛소리다)트럼프 대통령 밑에서 일하는 존 켈리 비서실장은 우드워드 기자의 책을 “total BS”(완전 헛소리)라고 평가절하를 했습니다. ‘BS’는 비속어 ‘bullshit’의 줄임말입니다. ‘Total BS’를 줄여서 ‘TB’라고도 합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2-04
    • 좋아요
    • 코멘트
  • 바이든 대통령을 ‘다이아몬드 조’라고 부르는 이유[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She is a real beaut, ain’t she?”(그녀 정말 죽여주지?)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뜻밖에 좋은 성적을 거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요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여세를 몰아 조만간 2024년 재선 도전을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한 미국 매체가 그런 바이든 대통령을 이렇게 비꼬았습니다. “The Return of Diamond Joe.”(다이아몬드 조의 귀환)바이든 대통령은 ‘Joe’가 붙는 별명이 많습니다. 우선 ‘미국 평균남’이라는 뜻으로 “Average Joe”(애버리지 조)라고 불립니다. 활력 없는 모습을 보일 때면 “Sleepy Joe”(졸린 조)로 통합니다. 철도 애용자라서 “Amtrak Joe”(암트랙 조)라고도 불립니다. 또 다른 별명은 “Diamond Joe”(다이아몬드 조)입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함과 유일함을 상징합니다. ‘Diamond Joe’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는 ‘명물 조’라는 뜻입니다. 이 별명이 생기게 된 배경은 ‘어니언’이라는 잡지에 동명의 제목으로 연재된 유머 기사들이 인기를 끌면서부터입니다. 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주제 파악 못 하는 정치인으로 그려집니다. ‘쿨하다’고 자부하지만 실은 분위기를 못 맞추고 아재개그를 남발해 기피 대상입니다. 기사가 연재됐을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이었습니다. 부통령이 얼마나 실권 없는 자리인지 풍자하는 내용입니다. 그중에서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한 기사는 2009년 ‘다이아몬드 조’가 웃통을 벗고 자신의 애마인 1981년형 폰티액 트랜스앰을 세차하는 내용입니다. 업무 시간에, 그것도 백악관 대로에서 웃통을 벗고 썩소(썩은 미소)를 날리는 사진도 실렸습니다. 물론 합성된 사진입니다. 차를 바라보며 “정말 죽여주지?”라고 감탄합니다. 미국의 마초형 남성들은 자동차를 여성에 빗대 “beauty”(미녀)라고 즐겨 부릅니다. 신세대 감각을 과시하고 싶은 ‘다이아몬드 조’는“beaut”(뷰트)라고 줄여 부릅니다. 표준어인 “isn’t” 대신에 “ain’t”라고 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요즘 미국인들 사이에 ‘다이아몬드 조’라는 별명이 부쩍 자주 등장합니다. 나이도 많으니 재선에 출마하지 말았으면 하는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자신이 인기가 높다고 착각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둔한 정치감각을 비꼬는 것입니다. ‘다이아몬드 조’처럼 대통령의 별명은 민심을 날카롭게 반영한 것들이 많습니다. 미국 대통령들의 별명을 알아봤습니다.“Dubya”(더브야)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사랑’이 지극합니다. 텍사스에서 자랐고 텍사스 주지사를 지냈으며 텍사스에 크로퍼드 목장을 가지고 있고 은퇴 후에도 텍사스에 살고 있습니다. 그의 텍사스 사랑을 가장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텍사스 사투리입니다. “촌스럽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당당하게 텍사스 사투리를 썼습니다. 국민들은 그런 부시 대통령을 “Dubya”(더브야)라고 불렀습니다. ‘Dubya’는 ‘W’(더블유)를 텍사스 사투리로 발음한 것입니다. ‘W’는 부시 대통령의 미들네임 ‘Walker’의 약자입니다. 미국인들은 부시 대통령을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구분을 짓기 위해 흔히 ‘W’라고 부릅니다.‘Dubya’에는 ‘바보스럽다’라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문법에 맞지 않는 황당 영어를 쓰는 등 ‘머리가 나쁘다’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아예 “Dumb Dubya” “Dumbya”(덤브야)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Snowflake-in-Chief”(유리멘탈 대왕)‘snowflake’(스노우플레이크)는 ‘눈송이’를 뜻합니다. 눈송이는 아름답지만 금방 녹습니다. 이 단어를 사람에게 쓸 때는 겉으로는 당당해 보이지만 속은 허약한 유형을 말합니다. 미국인들은 유리멘탈형 인간을 가리켜 “he is a snowflake”라고 합니다. 심리적 압박을 잘 견디지 못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snowflake generation’(눈송이 세대)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snowflake’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별명입니다. ‘스트롱맨’을 꿈꾸지만 실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트위터로 보복해야 직성이 풀리는 허약한 멘탈을 겨냥한 별명입니다. 영국 가디언지가 ‘America: Behold, Your Snowflake-in-Chief’(미국이여 주시하라, 유리멘탈 대왕을)이라고 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조롱하는 심야토크쇼들을 비난하자 심야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멜은 “what a snowflake!”(이런 유리멘탈을 어쩌나!)라고 놀렸습니다. “American Cincinnatus.”(미국의 킨키나투스)현대의 대통령들이 부정적인 별명을 가진 것과는 달리 초창기 대통령들은 훈훈한 별명 일색입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별명 ‘미국의 킨키나투스’에는 국민들의 존경심이 담겨 있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민주적 리더십의 상징입니다. 독립전쟁 때 대륙군 총사령관에 취임해 전쟁을 승리를 이끈 뒤 미련 없이 총사령관 자리를 내려놓고 낙향했습니다. 헌법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중앙무대로 돌아와 제헌의회 의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성공적으로 헌법 제정을 끝낸 뒤 또다시 낙향했지만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돼 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치로 돌아서 대통령이 돼서 국가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장기집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2선(8년)만 지내고 물러나 영원히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이후 2선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대통령도 깰 수 없는 황금의 규칙이 됐습니다. 그는 권력의 위치에 있을 때마다 빨리 고향인 마운트버넌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I want to return home and plough”(고향에 가서 쟁기질을 하고 싶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물론 그는 대지주였기 때문에 직접 쟁기질을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워싱턴 대통령은 고대 로마 시대 집정관 킨키나투스에 비유됩니다. 킨키나투스 역시 로마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뛰어난 리더십으로 나라를 구한 뒤 권력욕에 휘둘리지 않고 물러났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실제로 킨키나투스를 존경해 ‘킨키나투스 협회’를 조직해 초대회장을 맡기도 했습니다.명언의 품격한국은 ‘DJ’ ‘YS’ ‘MB’ 등 대통령의 영어 이니셜(약자)을 별명으로 부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미국에도 이니셜로 통하는 대통령들이 있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이후 생겨난 전통입니다. 국민들은 30여년 먼저 대통령을 지낸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과 헷갈리지 않기 위해 그를 “FDR”로 불렀습니다. ‘Franklin Delano Roosevelt’의 약자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업적이 많고 재임 기간도 길어 ‘FDR’은 그의 확실한 브랜드가 됐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을 존경한 존 F 케네디 대통령 역시 이름 대신 “JFK”로 불리기를 좋아했습니다.케네디 대통령 암살로 갑자기 권력의 자리에 오른 린든 존슨 대통령도 “LBJ”라는 이니셜로 불리기를 원했습니다. ‘Lyndon Baines Johnson’의 약자입니다. ‘FDR’ ‘JFK’처럼 뛰어난 대통령이 아니었던 그는 직접 자신의 이니셜을 알리고 다녔습니다. 대선 구호도 “all the way with LBJ”(LBJ와 함께 나가자)라고 정했습니다.“Hey, hey LBJ! How many kids did you kill today?”(이것 봐 LBJ, 오늘은 애들을 몇 명 죽였어?)“LBJ”가 자주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베트남전 반대 시위대가 대통령 이니셜을 시위 구호로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LBJ, 오늘은 몇 명 죽였어?”는 대통령이 젊은이들을 강제로 입대시켜 전장에서 죽게 했다는 의미입니다. 이 구절이 후렴구로 반복되는 반전 데모송은 지금까지도 유명합니다. 베트남전 참전 정책을 고수했던 존슨 대통령은 반전 시위대의 ‘LBJ’ 구호가 곤혹스러웠습니다. ‘LBJ’ 이니셜과 멀어지게 됐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6살 아이가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이는 자신을 훈계하는 선생님과 언쟁을 벌이다가 가지고 있던 권총을 발사했습니다. 총기 규제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We stand at the ready to help in any way we can.”(우리는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의 성명입니다. 총기 규제론자들은 주지사 성명에 사건 수습 얘기만 나올 뿐 총기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성명은 사건이 발생한 초등학교를 도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at the ready’는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라는 뜻입니다. “학생들이 필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할 때 “students with pens and notebooks at the ready”라고 합니다.한국인들은 “레디 고”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틀리지는 않지만 불완전합니다. 미국인들은 ‘ready’와 ‘go’ 사이에 ‘set’ 또는 ‘steady’를 넣어줍니다. ‘ready set go’가 한 세트로 움직입니다. ‘ready’는 ‘주목해라’, ’set’은 ‘준비 동작을 취하라’, ‘go’는 ‘행동을 개시하라’라는 뜻입니다. 달리기 대회에서 선수들이 출발 선상에 있을 때 심판이 외치는 3단계 출발 신호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트럼프 대통령의 별명 짓기에 관한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별명 짓기가 취미였습니다. 나쁜 별명을 지어서 상대방을 약 올리는 데 능했습니다.▶2018년 6월 26일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name calling’의 일가견이 있습니다. ‘네임 콜링’은 별명 짓기를 말합니다. 그냥 별명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모욕적인 별명을 지어 부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네임 콜링’을 하는 이유는 조롱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극도로 사이가 나빴을 때 ‘little rocket man’(작은 로켓맨)이라고 불렀습니다. “Cryin’ Chuck, I’m going to ask him who is his acting coach.”(울보 척에게 가짜 눈물을 가르친 연기 코치가 누군지 물어봐야겠다)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감정이 풍부한 사람입니다. 의회 연설 중에 몇 차례 울먹인 경험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Cryin’ Chuck”(울보 척)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눈물이 가짜 눈물이라고 놀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울보 척에게 가짜 눈물을 가르친 연기 코치가 도대체 누구냐”고 조롱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 한바탕 폭소가 터졌습니다. “Wacky Jacky is campaigning with Pocahontas.”(정신 나간 재키가 포카혼타스와 함께 유세를 벌이고 있네)‘포카혼타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 출마했던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붙인 별명입니다. 인디언 원주민 후손 논란을 빚은 워런 의원을 조롱하기 위해 붙인 별명입니다. ‘왜키 재키’는 네바다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재키 로즌 후보에게 붙인 별명입니다. ‘정신 나간 재키’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즌 후보가 워런 의원과 함께 유세 무대에[ 오르자 “왜키 재키가 포카혼타스와 함께 유세를 벌이고 있다”고 비웃었습니다. 한꺼번에 2명에게 모욕적 별명을 붙이는 ‘더블 네임 콜링’입니다. “It may be Prime Minister Abe. It may be Justin from Canada.”(아베 총리일 수도 있고 캐나다의 저스틴일 수도 있다) “Justin from Canada”(캐나다의 저스틴)는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싸운 저스틴(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는 깍듯하게 ‘총리’ 직함을 붙이면서 트뤼도 총리에게는 그냥 ‘캐나다의 저스틴’이라고 했습니다. 외교 결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를 비난할 때면 꼭 “캐나다의 저스틴”이라고 업신여기듯이 말합니다. 역시 ‘네임 콜링’입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1-21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