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정미경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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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미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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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9~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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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대통령 아들도 ‘아빠찬스’를 쓴다고?[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Wow! The corrupt Biden DOJ just cleared up hundreds of years of criminal liability by giving Hunter Biden a mere ‘traffic ticket.”(놀랍다! 부패한 바이든 법무부가 헌터 바이든이 받게 될 수백 년의 형사책임을 달랑 교통티켓으로 말소시켰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요즘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탈세 및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혐의가 크지 않아 징역형을 받거나, 아버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를 위협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뿔이 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헌터 바이든이 아버지가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수사 특혜를 받은 것이라며 “달랑 교통티켓을 받은 것”에 비유했습니다. 기밀서류 불법 반출 등 갖가지 중대 혐의로 기소된 자신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바이든 대통령은 큰 법적 고비를 넘긴 아들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끈끈한 가족 사랑으로 유명한 바이든 대통령은 아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변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지해왔습니다. 해외 방문 때 수행원처럼 데리고 다니고, 최근 헌터 딸의 대학 졸업식에도 참석했습니다. 헌터 바이든은 주로 ‘trouble’(골칫거리), ‘scandal’(스캔들) 등의 단어를 동반합니다. 미국 역사에는 헌터 바이든처럼 대통령 가족과 관련된 사건사고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통령 가족 스캔들을 알아봤습니다.You don’t want to see a grown woman cry, do you?”(다 큰 여자가 우는 걸 보고 싶은 건 아니죠?)‘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6명의 자녀를 뒀습니다. 자녀 중에는 대통령도 있고 주지사도 있지만 닐 부시처럼 잘 알려지지 않는 인물도 있습니다. 넷째인 닐 부시는 석유관련 회사를 경영하면서 ‘실버라도’ 저축대부조합의 사외이사를 맡았습니다.1980년대 실버라도 금융은 부실 대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했고, 구제 과정에서 1억 3000만 달러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습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 실버라도 사태에 대한 의회 조사가 진행되면서 사외이사를 맡은 닐 부시의 역할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경영 감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실버라도로부터 10만 달러 부정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습니다.1990년 닐 부시는 실버라도 청문회에 출석해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대통령의 아들이라서 오히려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식의 명예를 확신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라며 “닐의 결백을 위해 다른 형제들이 나설 준비가 돼 있다”라고 했습니다.어머니인 바버라 부시 여사도 나섰습니다. 여장부 스타일의 바버라 여사는 기자들 앞에서 눈물을 글썽거리며 “성인 여자가 우는 걸 보고 싶으냐”라고 했습니다. 미국인들은 다른 사람 앞에서 우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인은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식 문제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바버라 여사 덕분에 비판 여론은 크게 줄었습니다. 닐 부시는 형사 기소를 피했고, 관련 민사소송에서 5만 달러를 변상하는 것으로 해결됐습니다. I hope this testimony will show that Billy Carter is not a buffoon, a boob or a wacko.”(나는 이 증언이 빌리 카터가 어릿광대도 아니고, 바보도 아니고, 정신이상자로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중동 평화를 위해 동생 빌리 카터를 리비아에 특사로 파견했습니다. 빌리 카터는 심각한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리비아의 극진한 대접을 받은 그는 리비아 정부의 공식 로비스트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리비아로부터 거액의 불법 로비 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의 친구들은 리비아로부터 마약을 밀수했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빌리 카터가 일으킨 스캔들을 ‘빌리 게이트’라고 합니다.카터 대통령은 동생을 캘리포니아 중독 재활 시설에 보내 치료를 받게 했습니다. 퇴원 후 빌리 카터는 상원 청문회에 나왔습니다. 모두발언 첫마디부터 “나는 어릿광대도 아니고, 바보도 아니고, 정신이상자도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buffoon’ ‘boob’ ‘wacko’ 등은 청문회에서 쓸만한 단어가 아닙니다. 바보가 아니라고 주장하면 바보 이미지는 더욱 강해지기 마련입니다. 빌리 카터는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았지만, 기소는 되지 않았습니다. 술을 끊고 1988년 51세를 일기로 췌장암으로 사망했습니다.I hope I haven’t been responsible for losing the election.”(선거에서 진 것이 내 책임이 아니길 바란다)195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시절 동생 도널드 닉슨은 ‘닉슨스’(Nixon’s)라는 햄버거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닉슨 버거’ 등을 메뉴로 내놓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경영이 어려워지자 도널드 닉슨은 억만장자 사업가 하워드 휴즈로부터 20만 달러를 빌렸습니다. 하워드 휴즈는 영화 ‘에비에이터’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1960년 리처드 닉슨과 존 F 케네디가 대선전을 벌이던 때였습니다. 케네디는 리처드 닉슨과 휴즈가 밀착관계이기 때문에 도널드 닉슨이 대출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Huges loan’(휴즈 대출)이 유행어가 됐습니다. ‘Hughes loan’(휴즈 론)이 ‘거금 대출’이라는 뜻의 ‘huge loan’(휴지 론)과 발음이 비슷한 데서 유래했습니다.휴즈의 대출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닉슨의 햄버거 사업은 망했습니다. 리처드 닉슨은 대선에서 케네디에게 패했습니다. 리처드 닉슨 자서전에 따르면 선거 패배 후 동생은 “내 탓이 아니길 바란다”라면서 울었습니다. 동생이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동생도 도청한 것으로 워터게이트 스캔들 조사에서 밝혀졌습니다.명언의 품격빌 클린턴 대통령의 동생 로저 클린턴도 사고뭉치였습니다. 하도 사고를 많이 쳐서 백악관 경호원들 사이에 암호명이 ‘headache’(두통거리)였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로저 클린턴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이던 시절 위장 경찰에게 마약을 판매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1년을 복역했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2001년 퇴임 직전 발표한 사면 명단에 동생도 포함됐습니다. 사면으로 로저 클린턴의 범죄 기록은 말소됐습니다.이 과정에서 로저 클린턴이 지인들을 대상으로 ‘사면 장사’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당시 마약사범으로 감옥에 있던 마피아 두목 로사리오 갬비노를 사면해준다는 조건으로 롤렉스 시계와 5만 달러를 받았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사기죄로 복역 중인 텍사스 사업가로부터는 22만5000달러의 받았습니다. 의회 조사에 따르면 로저 클린턴은 친구와 사업 동료 6명의 사면을 부탁하는 편지를 형에게 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사면을 받지 못했습니다. 사면 후에도 계속 문제를 일으켜 2001년, 2016년 음주운전으로 체포됐습니다.I’m not the black sheep of the family. I’m the dark horse.”(나는 우리 가족의 사고뭉치가 아니다. 나는 복병이다)로저 클린턴은 부적절한 처신 논란이 가열될 때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black sheep’과 ‘dark horse’의 공통점은 검정색 때문에 무리에서 튀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미는 정반대입니다. 17세기 목축 용어에서 비롯된 ‘black sheep’은 ‘골칫거리’를 말합니다. 흰 양 떼에 섞여 있는 검은 양은 주인에게 처치 곤란입니다. 검은 양의 털은 색깔이 진해서 염색을 할 수도 없습니다. 가족이나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진 조직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구성원을 ‘black sheep’이라고 합니다.반면 ‘dark horse’(다크호스)는 좋은 의미로 씁니다. 예상 밖의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후보나 선수를 말합니다. ‘복병’이라고 합니다. 19세기 영국 소설에서 흰 말들 사이에 섞인 검은 경주마가 앞으로 치고 나가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black sheep’ ‘dark horse’ 외에 ‘약자 응원 심리’를 말하는 ‘underdog’(언더독)도 있습니다. 동물 비유 3대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미연방 대법원이 대학 입학에 적용되는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에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보수 성향의 대법원이 내린 판결입니다. 이번 판결은 백인 지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고, 흑인과 히스패닉계는 불리해졌습니다. 명문대 합격률이 높은 아시아계는 득실이 복잡해서 좀 더 두고 봐야 합니다.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결정을 내린 대법원을 비판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반대 뜻을 밝혔습니다. 학생을 뽑아야 하는 대학들은 어떨까요. 대학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양성(diversity)을 존중하겠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일정 자격 기준을 갖춘 소수인종에게 가산점을 줘서라도 다양성을 이뤄야 한다는 것은 ‘affirmative action’의 기본 이념입니다. 대학들은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든 소수인종을 배려하는 방법을 찾아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하버드대의 로런스 바카우 총장은 판결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Harvard will continue to be a vibrant community whose members come from all walks of life, all over the world.”(하버드는 세계 각국, 각계각층의 구성원들이 만들어내는 활기찬 커뮤니티로 유지될 것이다)‘walk’는 ‘걷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유래해 ‘길’(path)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할리우드에 가면 유명 연예인의 별들이 찍힌 명예의 거리를 ‘walk of fame’이라고 합니다. ‘walks of life’는 ‘삶의 모든 갈림길에서’ ‘사회 각계각층’을 말합니다. 리더가 통합, 결속을 강조할 때 “from all walks of life”라는 구절이 자주 등장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7월 3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분리 이민정책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가족을 중시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입국자의 자녀들을 부모로부터 격리하는 정책을 시행했다가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 정책이 발표되자 미국 전역에서 반대 시위가 불붙었습니다.▶2018년 7월 3일요즘 미국이 시끌시끌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이민정책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가족격리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열렸습니다. 가족 단위의 시위대가 많았습니다. 집에서 만들어온 듯한 형형색색 피켓을 들고 유명인의 연설을 듣거나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가족 축제 같았던 이번 시위에 등장한 슬로건들을 소개합니다.Families belong together.”(가족은 함께여야 한다)가장 많이 등장한 슬로건입니다. 한국 시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결사반대’ ‘물러가라’ 같은 자극적인 구호가 아닙니다. 하다못해 ‘no family separation’(가족격리 반대)도 아닙니다. 타인의 잘못을 공격하기보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고쳐나가자’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합니다.We are better than this.”(우리는 이것보다 낫다)be 동사 또는 know 뒤에 ‘better than this’가 나오면 현재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인도적 이민정책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자’라는 행동 구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나은 지도자를 만날 자격이 있다는 의미도 포함됩니다.You will come of age with our young nation.”(너는 우리의 젊은 나라에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 ‘해밀턴’에 나오는 노래의 한 구절입니다. 이 뮤지컬을 작곡한 린 마누엘 미란다가 시위에 나와 직접 불렀습니다. 미란다는 반(反)트럼프 운동가로도 유명합니다. ‘come of age’는 ‘나이에 오다,’ 즉 ‘성인이 되다’라는 뜻입니다. 성장담을 다룬 영화를 ‘coming-of-age film’이라고 합니다. ‘너는 우리의 젊은 나라(미국)에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라며 부모와 헤어지게 된 불법 이민자 자녀를 격려하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너를 위해 싸울 것이고, 피를 흘릴 것이다’라는 가사가 이어집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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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최고의 ‘패피’ 대통령을 알아보자[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When I need a job, Ray Ban may have me as a sponsor.”(내가 일자리가 필요할 때 레이밴이 후원해줄지도 모른다)재선 도전을 발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제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전국을 도는 ‘미국에 투자하기’(Investing in America)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각 부처 장관들을 대동하고 20개 주 이상을 방문하는 이번 투어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끼고 다니는 선글라스입니다.바이든 대통령 하면 애비에이터(조종사) 스타일의 선글라스가 떠오릅니다. 분신 같다고 해서 ‘시그너처 룩’(signature look), ‘시그너처 스타일’(signature style)이라고 합니다. 그가 처음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었을 때 첫 포스트에 올린 것은 책상 위에 놓은 선글라스를 클로즈업한 사진이었습니다. 이 선글라스는 이탈리아 선글라스 회사 레이밴(Ray Ban)의 디자인입니다. 선글라스를 홍보한 공로가 있으니 레이밴으로부터 후원 제의를 받아야 한다는 농담도 했습니다.바이든 대통령은 패션 센스가 좋은 지도자입니다. 고령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젊은 스타일의 남색 양복을 즐겨 입고, 그 밑에 하늘색 셔츠를 받쳐 입는 센스가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옷을 타이트하게 입는 것도 활동적인 인상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바이든을 가장 바이든답게 만드는 것은 선글라스입니다. 자신만의 시그너처 룩이 있다는 것은 대중 앞에 자주 나서는 정치인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시그너처 룩을 알아봤습니다.He has it all – the looks, the hair, the smile, and the fashion sense to bring it all together.”(그는 모든 것을 가졌다. 얼굴, 헤어, 미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패션 센스까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시그너처 룩은 싱글 여밈에 단추가 2개 달린 정장(single breasted two button suit)입니다. 지금은 싱글 투버튼이 표준 정장이지만 1950년대까지만 해도 더블 정장이나 싱글 쓰리버튼 정장이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은 43세의 젊은 케네디에게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약간 헐렁한 스타일의 투버튼 정장을 유행시켰습니다.1960년 최초의 TV 대선 후보 토론에서 말쑥한 투버튼 정장의 케네디 후보는 구겨진 쓰리버튼 정장에 연신 땀을 흘리는 리처드 닉슨 후보를 압도했습니다.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어라”라는 취임 연설을 할 때도 투버튼 정장을 입었습니다.시사잡지 라이프는 케네디 특집 기사에서 “그는 모든 것을 가졌다”라고 평했습니다. 잘생긴 얼굴, 풍부한 머리숱, 자연스러운 미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패션 센스까지 4박자가 맞아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양복 단추 2개를 모두 잠그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허리 통증 때문에 차고 다녔던 보호대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Tact is the ability to step on a man’s toes without messing up the shine on his shoes.”(신발의 광을 망치지 않으면서 발을 밟는 것도 요령이다)“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딱딱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패션에 조예가 깊었습니다. 젊은 시절 고향 캔자스시티에서 ‘트루먼 앤 제이컵슨’이라는 양복점을 운영하면서 터득한 패선 감각입니다. 대통령이 된 뒤 백악관 전속 재단사가 아닌 고향 재단사에게 옷을 주문해 입었습니다.필리핀의 이멜다 여사만큼은 아니지만, 트루먼 대통령도 유명한 신발 애호가였습니다. 대통령 시절 그가 신었던 신발 96켤레는 지금도 트루먼 대통령 도서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구두, 부츠, 샌들, 슬리퍼 등 다양합니다. 시그너처 스타일은 흰색과 갈색이 배합된 투톤(two-tone) 옥스퍼드 구두입니다. 바로 집 앞에 산책하러 나갈 때도 투톤 옥스퍼드 구두를 갖춰 신을 정도로 패션에 신경을 썼습니다.트루먼 대통령은 신발에 비유한 명언을 남겼습니다. ‘tact’는 ‘요령’이라는 뜻입니다. ‘step on toes’는 ‘발가락을 밟다’ ‘간섭하다’라는 뜻입니다. 발을 밟을 때 신발의 광을 망치지 않는 것은 어려운 기술입니다. 도움을 줄 때는 생색을 내지 말고 상대의 기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The new jacket has to be very short, very comfortable, and very natty looking.”(새 군복은 매우 짧고, 매우 편안하고, 매우 세련돼 보여야 한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정장보다 군복이 어울리는 대통령입니다. 아이젠하워 장군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입은 야전용 재킷을 ‘아이젠하워 재킷’이라고 합니다. 디자인에는 아이젠하워 장군이 직접 참여했습니다. 전쟁을 지휘하기도 바쁜 그가 디자이너 역할까지 맡게 된 것은 기존 군복의 불편함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미군 상의는 엉덩이를 덮고 허리에 벨트를 매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거추장스럽고 후줄근해 보인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보기 흉한 유니폼은 군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론을 가진 아이젠하워 장군은 새로운 디자인을 고안하도록 했습니다. 새 디자인은 혁신적이었습니다. 허리길이를 줄여 활동성을 강조했습니다. 허리 부분에 버클을 넣어 조절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러 군데 주름을 넣어 움직임이 편하게 했습니다. 아이젠하워 장군은 조지 마셜 육군 참모총장에게 새 디자인의 군복을 채택하도록 설득하는 편지를 썼습니다. 새 제복의 특징을 짧음, 편안함, 말쑥함 등 3가지로 정리했습니다. 그의 제안이 받아들여져 1944년 보급된 군복을 ‘M-1944 필드 재킷’이라고 합니다. ‘아이젠하워 재킷’ ‘아이크 재킷’이라고도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미군 복식사에서 가장 중요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아이젠하워 재킷은 일선 군인들로부터 대환영을 받았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참전용사들은 평상복으로 입고 다녔습니다. 미 우정국은 색깔만 바꿔 집배원 유니폼으로 채택했습니다. 아이젠하워 재킷은 다양한 스타일로 변형돼 지금도 패션 아이템으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명언의 품격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옷을 잘 입는 지도자입니다. 마른 체형에 키가 커서 대충 입어도 스타일이 산다는 평을 듣습니다. 그런 오바마 대통령이 ‘패션 참사’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일명 ‘tan suit gate’(갈색 양복 게이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IS)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 갈색의 여름 양복을 입고 나왔습니다.다음날 언론 보도는 기자회견 내용보다 대통령 의상에 집중됐습니다. 공화당은 “unpresidential”(대통령답지 못하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폭스뉴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 ‘yes we can’(우리는 이룰 수 있다)에 빗대 ‘yes we tan’(우리는 갈색을 입는다)이라고 비웃었습니다, 오바마 슬로건 ‘audacity of hope’(담대한 희망)를 비틀어 ‘audacity of taupe’(대담한 갈색)이라고 놀렸습니다.지도자는 옅은 색의 양복을 피합니다. 우유부단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기자회견은 ISIS 공세에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결단력 부족 이미지는 더욱 부각됐습니다. 8년 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2022년 백악관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 부부 초상화 공개 행사였습니다.You’ll note that he refused to hide any of my gray hairs, refused my request to make my ears smaller. He also talked me out of wearing a tan suit, by the way.”(보다시피 그는 흰머리를 가려달라는 내 요청을 거절했다. 귀를 작게 보이게 해달라는 청도 거절했다. 그러나저러나 갈색 양복을 입지 말아 달라고 나를 설득하더라)초상화를 그린 화가를 칭찬하는 내용입니다. 화가는 흰머리를 감추고 귀를 작게 그려달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부탁을 무시할 정도로 예술적 심지가 곧은 사람입니다. 갈색 양복을 입지 말아달라는 직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talk out of’는 ‘하지 말도록 설득하다’라는 뜻입니다. 반대는 ‘talk into’(하도록 설득하다)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동시에 대통령의 외모와 패션에 지나치게 관심을 두는 정치문화를 비꼬는 것이기도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대의 표시로 오바마 60세 생일 때 갈색 양복을 입고 공식 석상에 나타났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미국 대통령에 출마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습니다. 최근 CNN 인터뷰에서 8년간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경력을 얘기하며 “국민들은 좌파, 우파로 극단적으로 분열된 정치에 신물이 나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당파 정치에 물들지 않은 자신이 출마하면 쉽게 당선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It’s a no-brainer.”(식은 죽 먹기다)‘brain’은 ‘뇌’ ‘지능’을 말합니다. ‘brainer’(브레이너)는 ‘머리를 쓰는 것’을 말합니다. ‘brainer’만으로는 쓰지 않고, 앞에 ‘no’를 붙여서 씁니다. ‘no brainer’는 ‘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는 쉬운 일’ ‘식은 죽 먹기’라는 뜻입니다. “you are a no brainer”처럼 사람을 향해서는 쓰지 않습니다. 결정이나 임무가 쉬울 때 씁니다. 비슷한 의미로 ‘child’s play’가 있습니다.슈워제네거는 “출마하면 당선은 식은 죽 먹기”라고 했지만, 출마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고민입니다. 미국 대통령은 미국 출생자만이 입후보할 수 있습니다. 설사 출마 자격이 있다고 해도 외도로 아들까지 낳은 혼외정사 스캔들을 유권자들이 용서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은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9월 21일 소개된 미국 대선 유세에 관한 내용입니다. 후보들은 표심을 잡기 위해 다양한 공약을 제시합니다. 상당수는 지키기 힘든 공약입니다. 눈물겨운 아부성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 후보들의 과장 왜곡 발언은 선거 때마다 문제가 되지만 지나가면 흐지부지되게 마련입니다.▶2020년 9월 21일요즘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팬더링’(pandering)이라는 단어를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영합’이라는 뜻의 선거용어입니다. 특정 유권자 그룹의 표를 얻기 위해 아부성 발언을 한다거나 선심 공약을 내세우는 전략을 말합니다.If I had the talent of any one of these people, I‘’d be elected president by acclamation.”(내가 이 가수들처럼 재능이 있었다면 만장일치로 대통령이 됐을 텐데 말이야) 최근 플로리다 유세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갑자기 마이크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갖다 댔습니다. 전화에서 2017년 빌보드 차트 1위 곡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의 ‘데스파시토’가 흘러나왔습니다. 신나는 라틴 댄스곡입니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들을 폭풍 칭찬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음악 취향을 추측해 보건대 ‘데스파시토’를 알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런데도 이 노래를 칭찬한 것은 플로리다가 중남미 출신 유권자들이 많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소셜미디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오글거림의 극치” “도대체 누구 아이디어냐” 등의 야유가 쏟아졌습니다.I think hot sauce is good for you, in moderation.”(적당량의 핫소스는 건강에 좋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뉴욕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언제나 가방에 핫소스를 휴대하고 다닌다”라고 밝혔습니다. 매운 맛의 핫소스는 주로 흑인들이 좋아합니다. 진행자가 “흑인들에게 아부하려는 것이냐”고 하자 힐러리 후보는 “핫소스는 건강에 좋다”라고 했습니다. 그녀의 음식 취향을 살펴보니 진짜 오래전부터 매운 소스를 좋아한 듯합니다. 하지만 흑인 대상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마치 준비해온 듯이 그런 말을 하면 “속 보인다”라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What he deserves is a Nobel Prize for Political Pandering.”(그는 정치 영합 부문에서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를 방문해 이 지역 일대의 석유 시추 금지를 10년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평소 환경보호는 뒷전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보호론자가 된 것은 대다수 플로리다 유권자들이 석유 시추 금지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노벨상 수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꿈입니다. 플로리다 일간지 올랜도 센티 널은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비꼬았습니다. 그가 원하는 평화상 부문이 아니라 정치 영합 부문에서.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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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방문을 꿈에 비유한 퍼스트레이디[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 believe the youth of Egypt. just like your peers around the world, are our future.”(나는 이집트의 젊은이들이 세계 곳곳의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미래라고 믿는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최근 해외 순방을 마쳤습니다. 일주일에 걸쳐 포르투갈, 요르단, 이집트, 모로코 등 4개국을 방문했습니다. 이집트의 유서 깊은 알 아즈하르 사원을 방문했을 때 미리 준비해간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신발을 벗고 입장했습니다. 질 여사뿐 아니라 동행한 딸, 여동생도 똑같은 차림으로 사원을 둘러봤습니다. 이슬람에 대한 의미 있는 배려라는 평을 들었습니다.이번 방문은 남편과 동행하지 않는 질 여사의 단독 해외 방문이었습니다. 스카프를 두른 모습만큼 연설도 화제였습니다. 알 아즈하르 사원에서 ‘this I believe’(내가 믿는 이런 것들)이라는 주제로 이집트의 젊은 여성들에게 교육의 필요성, 문화적 포용을 강조했습니다. 미국 퍼스트레이디들은 남편과 별도로 자신이 벌이는 사회운동 캠페인이 있습니다. 질 여사가 주도하는 ‘this I believe’ 캠페인은 취약계층 지원과 자립심 고취 운동입니다. 대통령 부인은 한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 사절입니다. 남편과 함께, 또는 남편 없이 홀로 다른 나라를 방문해 국익을 위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질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2년 동안 미국 내 40개 주 100개 도시, 해외 10개국을 방문했습니다. 72세라는 적지 않는 나이를 감안하면 정력적인 활동입니다. 전쟁이 벌어지는 우크라이나를 나홀로 방문했고, 미국과 중국의 원조 경쟁이 펼쳐지는 아프리카에는 올해 두차례나 갔습니다. 화제를 뿌렸던 미국 퍼스트레이디의 해외 방문을 알아봤습니다.You certainly have left golden footprints behind you.”(당신은 확실히 귀중한 인상을 남겼다)퍼스트레이디가 단독 해외 방문을 시작한 것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여사 때부터입니다. 1942년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루즈벨트 대통령은 엘리너 여사에게 영국 방문을 제안했습니다. 영국이 어떻게 독일에 맞서 싸우고 있는지 직접 보고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활동적인 엘리너 여사는 이 제안을 적극 환영했습니다.엘리너 여사는 한달 넘게 영국에 머물렀습니다. 미군 지프를 타고 군사시설 공장 병원 학교 대피소 등을 샅샅이 누비고, 영국 전선에 파견된 미군들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오전 8시부터 밤중까지 이어지는 일정에 그녀를 수행한 영국 군인들까지 녹초가 될 정도였습니다. 전장을 둘러본 엘리너 여사는 ‘마이 데이‘(My Day)라는 일기를 써서 미국에 송고했습니다. 이 일기는 미국 신문에 보도돼 유럽의 전쟁 상황을 빨리 접할 수 있는 귀중한 정보가 됐습니다. 엘리너 여사는 섬세한 관찰력으로 개선점까지 찾았습니다. 고국의 가족들로부터 받는 편지가 늦어져 실망하는 미군들을 보고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보고해 군 우편 체계를 개편하도록 했습니다. 일선의 군인들이 양말 때문에 발에 물집이 생기자 군 당국에 제안해 양말 재질을 바꾸도록 했습니다. 윈스턴 처칠 총리는 엘리너 여사의 열성에 감동했습니다. 엘리너 여사가 귀국할 때가 되자 “당신은 금발자국을 남겼다”라고 말했습니다. ‘leave footprints behind’는 ‘인상을 남기다’라는 뜻입니다. 그냥 발자국도 아닌 금발자국이라고 한 것은 엘리나 여사가 양국관계에 미친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것입니다. 영국 방문이 큰 성공을 거두자 엘리너 여사는 1년 뒤 태평양전쟁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했습니다.It’s been a dream.”(꿈만 같았다)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부부는 유럽을 방문했습니다.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재클린 케네디 여사는 남편보다 더 큰 화제를 몰고 다녔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 때 “I’m the man who accompanied Jackie Kennedy to Paris”(나는 재키 케네디를 프랑스까지 수행한 사람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유럽 방문을 계기로 재클린 여사는 케네디 행정부의 둘도 없는 외교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습니다. 이듬해 케네디 대통령은 외교 마찰을 빚는 인도를 친선 방문해 줄 것을 재클린 여사에게 제안했습니다. 당시 인도가 포르투갈령인 고아 지역을 무력으로 병합한 것 때문에 미국-인도 관계는 껄끄러웠습니다. 바쁜 케네디 대통령을 대신해 재클린 여사의 여동생 리 라지윌이 동행했습니다. 재클린 여사는 미국 국적기 대신에 에어인디아를 타고 인도 땅을 밟았습니다. 인도 9일, 파키스탄 5일 등 총 14일의 긴 일정이었습니다. 짐 트렁크만 62개에 달하는 대이동이었습니다. 재클린 여사는 인도 방문 9일 동안 22벌의 의상을 갈아입는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언론의 관심이 재클린 여사의 의상에 집중되면서 “외교 방문이 아니라 패션쇼”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타지마할 구경, 폴로 게임 관전, 민속 댄스 관람 등으로 이뤄진 일정을 두고 “인도의 빈곤을 외면했다”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하지만 재클린 여사의 방문이 패션이나 관광에만 치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출발 전 인도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라다크리슈난의 책들을 독파한 재클린 여사는 인도 역사에 해박한 지식으로 현지인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만나는 사람들의 특징을 적은 메모지를 들고 다니며 대화를 이끌어나갔습니다. 재클린 여사는 귀국 후 “꿈만 같았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인도 방문은 재클린 여사의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미쳐 나중에 뉴욕에서 편집자로 일할 때 다시 인도를 찾아 예술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도 했습니다.I worked in a peanut warehouse, and I didn’t think about being a woman working in a peanut warehouse.”(나는 땅콩 창고에서 일했지만, 땅콩 창고에서 일하는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가장 정치성이 강한 퍼스트레이디의 해외 방문은 1977년 로잘린 카터 여사의 남미 방문입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 불린 로잘린 여사는 남편 취임 5개월 만에 남미 7개국 단독 방문에 나서며 영향력을 과시했습니다. 브라질과는 핵 개발과 인권을 논의했고, 자메이카와는 채무 보증 문제가 테이블에 올랐습니다. 대미 소고기 수출량을 늘려달라는 코스타리카 대통령의 부탁에 딱 잘라 “노”라고 답했습니다.철저한 직업정신으로 무장한 로잘린 여사는 떠나기 전부터 남미 전문가 40여 명으로부터 1회 5시간씩 남미 특별과외를 13회나 받았습니다. 남미에 가서는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서류를 읽고,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담당자들을 깨워 추가 브리핑을 받았습니다. 정치 현안을 논의하는 로잘린 여사의 자신감에 상대국 정상들은 “보기 드문 여성” “남편(카터 대통령)과 대화하는 줄 알았다”라며 놀라움을 표했습니다. 귀국 비행기 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퍼스트레이디로는 전례가 없다”라는 기자들의 평가에 로잘린 여사는 남편과 함께 힘들게 땅콩 농장을 경영하던 시절 얘기를 꺼냈습니다. 땅콩 창고에서 허드렛일을 했지만, 여성으로서 한 것이 아니라 남편의 동등한 비즈니스 동반자로서 한 것이라고 의미입니다.명언의 품격1994년 퍼스트레이디 힐러리 클린턴 여사가 야심 차게 이끌던 건강보험 개혁안이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 여파로 민주당은 그해 중간선거에서 참패했고, 공화당은 42년 만에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이른바 ‘공화당 혁명’을 이뤘습니다. 힐러리 여사는 ‘워싱턴의 방사성 물질’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모두 피하고 싶어 하는 존재가 됐습니다.그렇게 정치 무대에서 사라지는 듯했던 힐러리 여사는 이듬해 3월 중국에서 열린 유엔 제4차 세계여성회의에서 부활했습니다. 미국 대표 자격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힐러리 여사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여성 인권유린 사태를 고발하며 여성의 권리를 인간의 기본권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연설을 했습니다. If there is one message that echoes forth from this conference, let it be that human rights are women‘s rights and women’s rights are human rights, once and for all.”(이 콘퍼런스에서 울려 퍼지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면 최종적으로 인권은 여성의 권리이고, 여성의 권리는 인권이라는 것이다)핵심 구절은 ‘women’s rights are human rights’이라는 뒷부분으로 1800년대 미국 여성운동의 대모인 그림케 자매가 처음 썼던 구절입니다. 아메리칸 레토릭이 선정한 미국 100대 명연설 35위에 오른 연설이자 뉴욕타임스가 “정치인 힐러리 최고의 순간”으로 꼽은 연설입니다. 연설 곳곳에서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중국 인권 상황을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힐러리 여사는 나중에 회고록 ‘리빙 히스토리’에서 “중국의 반발이 예상됐지만 여성 문제에 관한 한 소신 있게 밀고 나가고 싶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힐러리가 2016년 대선 때 이렇게 뛰어난 연설을 했더라면”이라며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아마존 정글에서 40일 동안 버틴 콜롬비아의 원주민 부족 4남매가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4남매는 경비행기 사고로 추락한 뒤 밀림의 거친 환경 속에서 평소 어머니가 가르쳐준 대로 식량과 거처를 구하면서 한 달 넘게 생존했습니다. 콜롬비아의 희망이 된 4남매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심리치료 중에는 그림을 그리는 치료도 포함돼 있습니다. 4남매의 삼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Sometimes they need to let off steam.”(긴장을 풀 필요가 있다)‘let’은 “let’s go”처럼 조동사로 쓰일 때도 있고 본동사로 쓰일 때도 많습니다. 본동사일 때는 주로 ‘let on’ ‘let off’의 형태로 씁니다. ‘let off’는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내놓는 것을 말합니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고 싶다면 버스 기사에게 “let me off at the next stop”이라고 하면 됩니다. ‘let off steam’은 ‘열을 밖으로 꺼낸다’라는 뜻입니다. 생존한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충격을 그림을 통해 발산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let off steam’ 대신에 ‘blow off steam’(열을 끈다)이라고 해도 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6월 22일 소개된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에 관한 내용입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다른 퍼스트레이디들과 다른 점이 많습니다. 미국 출생이 아니라는 점, 전직 모델이라는 점 등 배경부터가 다릅니다. 공식 활동이 활발하지 않았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멜라니아 여사의 단독 해외 방문은 2018년 아프리카 4개국 방문이 유일합니다. 워낙 비밀스러운 이미지라서 언론 보도에서 미스터리’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습니다.▶2020년 6월 22일 PDF워싱턴포스트 기자 매리 조던이 쓴 ‘그녀의 협상 기술: 멜라니아 트럼프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출간됐습니다. 그동안 멜라니아 여사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이 공개된 책은 아닙니다. 뉴욕타임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라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모아놓은) 긴 기사를 읽는 것 같다”라고 평했습니다. ‘차가운 미소 뒤에 숨은 철저히 계산된 처세술’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숨겨진 일등공신’ 등 책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이미 널리 알려진 것들입니다. 그래도 재미있는 뒷얘기와 주변인들의 생생한 증언이 꽤 많이 등장합니다.This is not some wallflower.”(내성적인 여자가 아니다)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친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멜라니아 여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wallflower’(월플라워)는 ‘꽃무’라는 풀입니다. 내성적인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파티에서 춤을 청하는 사람이 없어 벽 앞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꽃 같다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멜라니아 여사가 공식 석상에 잘 나서지 않는다고 해서 내성적인 성격은 아니라는 겁니다. 막후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입니다.When she goes and does something, it is well executed, it is well thought-out.”(그녀가 무슨 일을 할 때는 치밀하게 계획해서 빈틈없이 행동한다)트럼프 행정부 초대 대변인을 지낸 숀 스파이서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용의주도한 사람을 가리켜 ‘well thought-out, well-executed’라고 합니다. ‘치밀하게 계획해서 빈틈없이 행동한다’라는 뜻입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무슨 일이든 서두르지 않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서 행동하는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One of the most lethal places to find oneself is in Melania’s crosshairs.”(멜라니아의 표적이 되는 것만큼 치명적인 것은 없다)멜라니아 여사의 보좌관이 한 말입니다. 총기에 부착된 조준경에는 가느다란 십자선이 있습니다. 이를 ‘cross hairs’라고 합니다. ‘표적’을 뜻합니다.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장소는 멜라니아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라는 것은 결국 그녀의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의미입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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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7년까지 청년농부 3만 명 키운다

    농업이 미래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청년농업인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요즘 많은 젊은이들은 농촌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도전에 발맞춰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권재한 농업혁신정책실장으로부터 청년농업인 육성 정책, 발전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농업이 미래성장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청년농업인 육성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농업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법과 시설 도입 및 영농기술 고도화 등을 통해 미래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청년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디지털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농업이 미래산업으로 발전하려면 청년들의 진입 확대가 필수적이다.”―지난해 발표한 청년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을 통해 청년농업인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가. “농식품부는 지난해 10월 제1차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청년농업인 3만 명 육성이 목표다. 영농 진입부터 전문 농업인 성장까지 생애 전 주기에 걸쳐 밀착 지원할 계획이다.”―청년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한 주요 정책은 어떤 게 있나. “농업에 관심 있는 청년들을 위해 진입 초기부터 농지, 주거, 자금 등 필요한 지원을 한다. 소득 안정을 위한 영농 정착 지원사업은 올해 대상 인원이 400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2000명에서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정착 지원금 액수도 최대 월 110만 원으로 상향됐다. 농지의 경우는 농지은행의 비축 농지 물량을 지난해 1만2144ha에서 올해 1만4000ha로 확대했다. ―청년농업인에게는 자금과 주거 지원도 절실하다. 청년농 대상 정책자금의 상환 기간과 대출 한도를 확대했다. 구체적으로 상환기간 확대(15년→25년), 금리 인하(2%→1.5%), 한도 상향(3억 원→5억 원) 등이다. 주거 분야에선 청년농촌보금자리 사업지구를 지난해 5개에서 2026년까지 35개(누적 기준)로 늘릴 계획이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농촌공동아이돌봄센터도 확대된다.”―청년들의 관심이 높은 스마트농업, 농촌융복합산업 등 맞춤형 창업 지원정책은 어떤 게 있나. “스마트농업에서는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중심으로 청년 스마트팜 창업 전문과정(연간 208명)을 운영한다. 초기 설비 투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임대형 스마트팜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지역 농산물을 가공 유통하거나 관광, 서비스업과 연계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농촌융복합산업 인증제가 확대 운영된다. 맞춤형 정책들을 통해 농업과 농촌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도록 뒷받침하겠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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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으로 농사? “생산량 30%, 품질 20% 개선 효과 얻었죠”

    농업회사법인 아이오크롭스를 운영하는 조진형 대표(33)는 일반적인 농부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일터는 논밭이 아니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사무실이다. 대부분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낸다. 그가 주로 쓰는 언어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로봇 등과 관련된 기술 언어와 경영 용어들이다. 조 대표는 첨단기술을 농업에 활용하는 신세대 청년농부다. 원격재배를 통해 경남 밀양, 전북 김제, 경북 상주 등에 4만 ㎡(약 1만2000평)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오크롭스는 국내 애그테크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애그리컬처(농업)와 테크놀로지(기술)의 합성어인 애그테크는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농법이다. 경작지 감소, 인구 고령화에 따른 농촌 문제 해결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애그테크 시장은 2025년 225억7000만 달러(약 29조5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가족농과 소규모 농가가 많은 국내에서는 발전이 더딘 편이다. 조 대표가 농사에 활용하고 있는 기술은 로봇 비전, 환경 제어 등 크게 두 가지다. “비전 기술은 카메라를 단 로봇으로 작물 상태를 촬영해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 생산량은 어느 정도일지 등을 알아내는 생육 측정 자동화 기술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온도, 습도, 햇빛량 등 농사에 필요한 환경정보를 모아서 분석하고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이런 기술로 생산량은 30%, 품질은 20% 개선됐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에너지 난방 비용은 12% 절약하는 효과를 얻었다. 원격재배를 하니까 아이오크롭스 정규 직원 26명 중에서 농사 현장에 파견된 직원은 2, 3명에 불과하다. 서울 본사의 기술연구와 영업 인력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농사 경험이 전혀 없는 직원들을 현장에 보냅니다. 주요 의사결정은 본사의 재배 전문가들이 하므로 현장 직원은 시설물 유지 보수, 작업인력 관리만 신경 쓰면 됩니다. 발상의 전환인 셈이죠.” 조 대표는 창업 초기에 데이터 분석 플랫폼 개발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직접 농사를 짓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자체 농장을 운영하면 데이터 활용이 쉽고 기술 적용이 편리해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 솔루션을 개발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은 많지만, 실제 농사를 짓는 회사는 아이오크롭스가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생산과 기술 역량을 모두 갖춘 농업 기업을 만들고 있습니다.” 조 대표는 포항공대 기계공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쳤고, 대학원 연구실에서 로봇공학을 공부했다. 기숙사 방에서 키우던 화분이 시들어 죽자 호기심이 발동해 초보적 수준의 ‘스마트 화분’을 만든 것이 농업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다. 현장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에 충남 천안의 토마토 농장으로 향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그때 농장에 간 것이 시골에 처음 가본 것이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하며 농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창업으로 직행했다면 결코 배울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수습 농부를 마친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국내 실정에 맞는 스마트팜을 연구하며 직접 1000㎡(약 300평) 비닐하우스에서 토마토 농사를 지었다. KIST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2018년 농업 전문 스타트업 아이오크롭스를 세웠다. 창업 초기인 2020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농업인공지능대회에서 3위를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한국 디지로그 팀에서 AI 기술을 담당한 아이오크롭스는 6개월에 걸쳐 네덜란드 농장에 심은 방울토마토를 서울에서 원격 재배하는 방식으로 인간 팀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올렸다. ‘농업판 알파고’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해 3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식품 우수 벤처 창업기업 발굴 사업인 A벤처스 기업(제47호)에 선정됐다. 농식품부의 호주 지능형 농장 수출 활성화 패키지 지원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7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설립 5년 만에 누적 투자금은 91억 원에 이른다. “자식이 미래가 보장된 길을 버리고 농업으로 진로를 바꾼다고 하니까 부모님은 처음에는 반대하셨죠. 대학 동기들은 대부분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 취직하니까요. 지금은 대견하다고 생각하십니다.” 조 대표의 목표는 AI에 의해 자율로 제어되는 첨단온실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다. 수확, 가지치기 등 다양한 농작업에 적용할 수 있는 로봇 플랫폼을 개발해 농업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고 지능형 농장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때 아이언맨 같은 로봇 개발을 꿈꿨던 청년 과학자는 지금은 파프리카, 토마토에 관심이 많은 농부로 변신했다. “후회는 없느냐”라고 묻자 “농사가 내 체질”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농업에는 과학 이론이 전부 들어가 있습니다. 생물 화학 지구과학 물리에 경영까지 알아야 하는 종합 학문입니다. 첨단농업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이 분야를 개척한다는 사명감은 덤이죠.”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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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샌드백 된 대통령, 무슨 일이길래[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I got sandbagged.”(모래주머니에 걸렸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잘 넘어집니다. 최근에도 낙상 사고를 당했습니다. 콜로라도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연설하다가 무대 위의 모래주머니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텔레프롬프터가 넘어지지 않도록 바닥에 받쳐놓은 모래주머니였습니다.넘어진 뒤 백악관에 복귀한 바이든 대통령은 모래주머니 탓으로 돌렸습니다. 나이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모래주머니에 걸린 것은 단순한 주의 부족 때문으로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사고라는 의미입니다. 해명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양팔을 번쩍 들고 뛰는 제스처도 취했습니다. ‘건강에 문제 없다’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입니다. ‘샌드백’ 하면 한국에서는 권투용 샌드백을 연상하지만, 미국에서는 말 그대로 모래주머니를 뜻합니다. 권투용 샌드백은 ‘punching bag’(펀칭백)이라고 합니다.지도자가 넘어지는 것은 창피한 일입니다. 리더는 강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넘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뒷수습’이 중요합니다. 리더는 넘어졌을 때 다양한 방식으로 뒷수습을 합니다. 첫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는 유형입니다. 해외 방문길에 에어포스원 계단에서 구른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매우 아팠을 텐데도 벌떡 일어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악수를 했습니다.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유형도 있습니다.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경사진 램프를 내려가다가 넘어질 뻔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램프를 미끄럽게 만들어놓았다고 학교 측에 분노를 폭발시켰습니다. 마지막으로 바이든 대통령처럼 농담으로 상황을 정리하는 유형입니다. ‘웃고 넘어가자’ ‘더는 언급하지 말자’라는 의미입니다. 유머 실력이 좋은 미국 대통령들이 선호하는 유형입니다. 대통령이 아닌 누구라도 피하고 싶은 순간, 넘어졌을 때 대응법을 알아봤습니다.I was so fired up, I missed a stair.”(너무 흥분해서 계단을 건너뛰었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플로리다에서 재선 유세를 벌일 때 계단에서 발을 헛디뎠습니다.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습니다. 대통령의 엉거주춤한 모습에 연신 카메라 셔터가 터졌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넘어질 뻔한 얘기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fire up’은 ‘작동시키다’ ‘불을 붙이다’라는 뜻입니다. “I’m fired up”이라고 하면 “장전됐다” “준비됐다”라는 뜻입니다. 빨리 무대에 오르려고 계단을 건너뛰다가 넘어졌다는 것입니다. ‘fired up’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가 있습니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선거 구호이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fired up, ready to go’(예열, 발사 준비 완료)라는 역동적인 구호를 내세워 대선에서 승리했습니다. 넘어지는 상황을 선거 승리와 연결 짓는 재치있는 리액션입니다.I just earned my third purple heart going over the rail.”(난간에서 추락하면서 세 번째 퍼플하트 훈장을 받았다) 밥 돌 상원의원은 19세의 나이에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중상을 입었습니다. 전쟁에서 용감히 싸운 공로를 인정받아 2개의 퍼플하트 훈장을 받았습니다. 부상 후유증으로 오른쪽 팔을 쓰지 못했지만, 정계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1996년 73세의 나이에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그는 유세 중에 무대 난간이 부서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고령과 거동 불편이라는 약점이 드러나는 사고였습니다. 바닥에서 일어선 돌 의원은 “세 번째 퍼플하트 훈장 감”이라고 말했습니다. 퍼플하트는 전투작전 중에 적을 공격을 받아 사망, 부상을 당한 군인에게 수여되는 훈장입니다. 유세하다가 넘어진 것이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부상을 입은 것과 동격이라는 유머로 상황을 돌파한 것입니다. 돌 의원은 대선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패했지만 상황을 반전시키는 유머 실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정계 은퇴 후 ‘정치 셀럽’이 돼서 비아그라, 펩시콜라 등 다수의 광고에 출연했습니다. 2018년 정치 라이벌이자 2차대전 참전 동지인 조지 H W 대통령 장례식에 휠체어를 타고 참석해 불편한 몸을 일으켜 거수경례해서 감동을 줬습니다.I need to call Philip just to let him know that I’ve been holding hands with another man before it hits the media.”(다른 남자와 손을 잡은 것이 언론에 나오기 전에 빨리 필립에게 알려야 한다) 2017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손을 꼭 잡고 등장했습니다. 처음 만난 두 정상이, 그것도 남녀 정상이 손을 잡고 나타나자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이유는 몇 개월 뒤 밝혀졌습니다. 메이 총리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사 공포증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사진 곳에서 넘어질 것 같은 공포를 느끼는 트럼프 대통령이 로즈가든으로 향하는 램프 경사에 다다르자 메리 총리에게 손을 잡아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것입니다. 메이 총리로서는 손을 뺄 수도 없는 어색한 상황이었습니다.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보좌관에게 “필립(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남자와 손을 잡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빨리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는 것입니다. ‘hit the media’는 ‘언론을 타다’ ‘언론에 쫙 퍼지다’라는 뜻입니다. 앞서 소개한 트럼프 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연단을 내려갈 때 엉금엉금 기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경사 공포증 때문이었습니다. I’m still in one piece.”(나는 온전하다)피델 카스트로는 50여 년 동안 쿠바를 통치했습니다. 2000년대부터 건강이 나빠지면서 공식 석상에 등장하는 기회가 줄었습니다. 2004년 아바나 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그는 연설을 마친 뒤 계단을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습니다. 열띤 박수를 보내던 3만여 명의 청중은 그가 쓰러지자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쇼맨십이 뛰어난 카스트로는 일어서자마자 마이크부터 찾았습니다. “in one piece”는 “몸이 한 개의 조각이다,” 즉 “다 붙어있다”라는 뜻입니다. “나는 멀쩡하다”라는 메시지입니다.하지만 카스트로는 멀쩡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고로 무릎뼈가 산산조각이 나고 오른쪽 팔이 금이 가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2개월 후 어린 소녀의 부축을 받으며 다시 공식 석상에 나타난 그는 몰라보게 쇠약한 모습이었습니다. 이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을 접견할 때 잠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거의 은둔 상태가 됐습니다. 얼마 후 동생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에게 정권을 이양하고 정계를 은퇴했습니다.명언의 품격1982년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공산화 이후 중국을 방문한 첫 영국 총리입니다. 중국 최고 실력자 덩샤오핑과 회담을 마치고 걸어 나오던 대처 총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 계단에서 넘어졌습니다.회담의 충격 때문이었습니다. 회담에서는 영국과 중국의 최대 이슈인 홍콩 반환 문제가 처음 논의됐습니다. 1800년대 아편전쟁을 통해 영국은 중국으로부터 홍콩을 99년 동안 임차하는 협정을 맺었습니다. 영국령이 된 홍콩은 아시아의 무역 중심지로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홍콩의 발전상을 자랑스럽게 여긴 대처 총리는 지배권을 당분간 유지한다는 협상 전략을 가지고 회담에 임했습니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공개된 기밀문서에 따르면 덩샤오핑은 대처 총리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I could walk in and take the whole lot this afternoon.”(오늘 오후라도 홍콩에 가서 점령할 수 있다)‘whole lot’은 ‘홍콩 땅덩어리’를 말합니다. 무력을 써서라도 홍콩 통치권을 회복하겠다는것입니다. 급부상하는 중국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덩샤오핑의 명언입니다. 충격을 받은 대처 총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There is nothing I could do to stop you, but the eyes of the world would now know what China is like.”(그렇게 한다면 막을 수는 없지만, 세계는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 알게 될 것이다)2년 뒤 두 나라는 홍콩 반환 협정에 정식으로 서명했습니다. 12년 동안 ‘철의 여인’으로 군림했던 대처 총리는 자서전에서 홍콩 반환을 재임 중 가장 가슴 아픈 사건으로 꼽았습니다. 홍콩 반환으로 기세가 등등해진 중국 언론은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The Iron Lady finally succumbed to Mr Deng, an opponent who was harder than steel.”(철의 여인이 철보다 더 강한 적, 덩샤오핑에게 굴복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영국 해리 왕자가 런던 법원에 출석했습니다. 타블로이드 언론을 상대로 제기한 불법 정보수집 소송에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데일리미러 등 미러그룹 뉴스페이퍼(MGN) 기사 150여 건이 자신의 전화, e메일을 해킹해 불법적으로 수집한 정보라는 증언을 했습니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변호인이 재판에 출석한 소감을 물었을 때였습니다. 해리 왕자는 한참 생각에 잠긴 뒤 감정이 북받친 듯 이렇게 답했습니다.It’s a lot.”(큰일이다)공개된 법정에 나와 증언을 한다는 것이 감정적으로 매우 힘든 경험이라는 의미입니다. ‘a lot’은 ‘많이’라는 뜻으로 ‘many’ ‘much’와 같은 의미입니다. ‘many’는 뒤에 셀 수 있는 명사, ‘much’는 셀 수 없는 명사가 옵니다. ‘a lot’ 뒤에는 셀 수 있는 명사, 없는 명사가 모두 올 수 있습니다. 해리 왕자가 한 말을 좀 더 길게 풀어보자면 “I have to go through a lot of emotions”(만감이 교차한다) 정도가 될 것입니다.‘a lot’은 일상적인 대화에서 많이 쓰는 반면 ‘many’ ‘much’는 좀 더 격식을 차리는 상황에서 씁니다. 친구 사이에서는 “thank you very much”보다 “thanks a lot”을 많이 씁니다. “it means a lot to me”(나에게 많은 것을 의미한다)도 영어권에서 많이 쓰는 감사 표현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8월 17일 소개된 대통령의 신변 안전에 관한 내용입니다. 대통령이 쓰러지면 경호원들이 날쌔게 주변을 에워쌉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상황입니다. 미국 역사에는 이렇게 긴박한 순간이 적지 않게 발생했습니다.▶2020년 8월 17일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인근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져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피신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대통령과 관계없는 총격 사건이었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대통령이 피신한 것입니다. 대통령의 안위와 관련된 긴급 상황들을 모아 봤습니다.Do I seem rattled?”(내가 놀란 것 같으냐?)10여 분 후 상황이 정리되고 다시 회견장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놀랐느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 정도 상황쯤이야”라는 의미입니다. ‘rattle’(래틀)은 ‘덜컹거리다’라는 뜻입니다. ‘rattled’는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상황,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을 말합니다.I had hoped it was a KGB agent. On second thought, he would have missed.”(범인이 KGB 요원이었으면 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만약 KGB였다면 나를 맞히지 못했을 것이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총에 맞았습니다. 정신병을 앓는 존 힝클리라는 청년이 여배우 조디 포스터의 관심을 끌려고 벌인 일이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회복 후 범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배우의 관심을 끌려는 정신질환자의 소행이 아니라 소련 비밀경찰(KGB)의 소행이었으면 하고 바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KGB였다면 자신을 맞추지 못하고 빗나갔을 것이라고 합니다. 당시 미국과 군비 경쟁을 벌이던 소련을 조롱하는 유머입니다. ‘on second thought’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이라는 뜻입니다. 조금 전에 자신이 했던 말을 부정하거나 수정할 때 씁니다.From Dallas, Texas, the flash apparently official, President Kennedy died at 1 p.m. Central Standard Time, 2 o’clock Eastern Standard Time, some 38 minutes ago.”(텍사스 댈러스에서 들어온 긴급 뉴스에 따르면 케네디 대통령이 38분 전인 중부시간 오후 1시, 동부시간 2시에 세상을 떠났다)1963년 11월 22일 CBS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가 전한 존 F 케네디 대통령 타계 소식입니다. 미국인들의 뇌리에서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장면입니다. ‘the flash apparently official’은 언론계 용어입니다. 당시 밀려드는 통신 내용 중에서 “이건 공식 긴급 속보인 것 같다”라는 뜻입니다. 통신 속보에는 여러 등급이 있습니다. ‘flash’(플래시)는 최고 긴급 수준의 속보를 말합니다. 2001년 9·11 테러 뉴스는 ‘flash’ 속보였습니다. 2011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뉴스도 마찬가지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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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악관에는 대통령보다 인기 있는 존재가 산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Our hearts are heavy today as we let you all know that our beloved German Shepherd, Champ, passed away peacefully at home.”(우리의 사랑하는 독일 셰퍼드 챔프가 평화롭게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마음이 무겁다)최근 한국 대통령이 관저에서 반려동물들과 지내는 모습이 한 동물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됐습니다. 대통령은 11마리의 반려동물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려동물 하면 백악관입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때부터 백악관에서 동물을 키웠습니다. 지금까지 46명의 미국 대통령 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은 대통령은 3명에 불과합니다. 현대 대통령 중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2021년 반려견 챔프가 세상을 떠났을 때 애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 어떤 백악관 성명보다 대통령의 진심이 가득 담긴 글이었습니다. 첫 문장부터 “our hearts are heavy”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습니다. 이어 챔프가 생전에 어떤 개였으며, 투병 기간 동안 상태가 어땠는지 등이 자세히 담겨 있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챔프와 비슷한 시기에 반려견 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트위터에, 미셸 여사는 인스타그램에 각각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백악관에서 대통령만큼 반려동물도 스타입니다. 백악관이 공개하는 사진 중에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는 것은 반려동물 사진입니다.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받는 질문의 상당수는 “반려동물은 잘 지내고 있느냐”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주인들은 반려동물에 대해 지극한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습니다. 미국 대통령들의 못 말리는 반려동물 사랑을 알아봤습니다.He’s Scotch and all these allegations have made his little soul furious. He has not been the same dog since.”(우리 개는 스코틀랜드 출신이어서 지금 혐의 때문에 그의 작은 영혼이 분노하고 있다. 더 이상 옛날의 그 개가 아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4선에 도전할 때였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반려견 팔라를 데리고 북태평양 알류샨 열도에 휴가를 다녀온 뒤 이상한 소문이 퍼졌습니다. 실수로 팔라를 휴가지에 남겨두고 왔으며, 팔라를 데려오려고 해군 구축함을 급파해 수백만 달러의 국민 세금이 낭비됐다는 소문이었습니다. 야당인 공화당이 선거를 앞두고 퍼뜨린 흑색선전으로 사실이 아니었습니다.루즈벨트 대통령은 유머로 대응했습니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팔라가 세금 낭비 혐의에 분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성격이 불같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스코티시 테리어 종의 팔라는 스코틀랜드 혈통이어서 다혈질 성격을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Scotch’(스카치)는 스코틀랜드 출신을 말하는 구식 단어로 요즘은 ‘Scottish’(스카티시)라고 합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더 이상 예전의 팔라가 아니다”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습니다.루즈벨트 대통령은 라디오로 생중계된 유세 연설 중에 팔라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팔라는 연설의 주제가 아니었지만 가장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연설을 들은 국민들은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팔라를 언급한 대목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 영화배우 오손 웰즈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려견에 대한 재치있는 유머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이미지를 순화시키며 4선에 기여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가는 곳이면 어디나 동행했던 팔라는 워싱턴에 건립된 루즈벨트 대통령 기념관 동상에 함께 등장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대통령 반려견 동상이 있는 것은 팔라가 유일합니다.I did better with the Palestinians and the Israelis than I‘ve done with Socks and Buddy.”(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중재하는 것이 삭스와 버디 중재보다 쉽더라)빌 클린턴 대통령은 두 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웠습니다. 취임 초부터 반려묘 삭스를 키웠고, 퇴임을 1년 여를 앞두고 반려견 버디가 합류했습니다. 삭스와 버디는 극도로 사이가 나빴습니다. 당시 백악관 안주인이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 따르면 삭스는 버디가 백악관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주인의 사랑을 빼앗겼다는 질투심이 발동했습니다. 백악관 직원들은 삭스와 버디가 싸우지 못하도록 거처를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을 정도였습니다.역대 미국 대통령들에게 최대 난제는 중동 평화 정착입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 어렵다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중재보다 반려견-반려묘 중재가 더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클린턴 대통령 부부는 퇴임 후 삭스와 버디를 비좁은 뉴욕 자택에서 함께 키울 수 없었습니다. 삭스를 보좌관에게 넘겼습니다.I’d like to know who did the ‘Best and Worst.’ I’d like to know how you picked the ugliest dog. President George Bush.”(최고와 최악 기사를 누가 담당했는지 알고 싶다. 가장 못생긴 개를 어떻게 뽑았는지 알고 싶다. 나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다)‘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반려견 밀리를 키웠습니다. 밀리가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시사잡지 ‘워싱토니언’에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이 잡지는 워싱턴에서 가장 잘 생기고 못생긴(Best & Worst) 개를 선정하면서 밀리는 가장 못생긴 개로 뽑았습니다.워싱토니언은 스프링어 스패니얼 종인 밀리의 큰 귀, 축 처진 입 등을 못생긴 개 선정 이유로 꼽았습니다. 발끈한 부시 대통령은 잡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접수원이 전화를 받자 “개 순위 기사 담당자가 누구냐”라고 물었습니다. 접수원이 찾는 이유를 묻자 “못생긴 개 순위를 어떻게 정했는지 알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접수원이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으니 누가 걸었는지 말해달라”라고 하자 “조지 부시 대통령”이라고 답했습니다.이 사건 후 밀리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개가 됐습니다. 바버라 부시 여사는 여기서 힌트를 얻어 ‘Millie’s Book’(밀리의 책)을 내놓았습니다. 개의 시각에서 본 백악관 생활을 바버라 여사가 받아쓴 형식입니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부시 대통령 자서전보다 더 많이 팔렸습니다. 바버라 여사는 인세로 받은 100만 달러를 자신이 운영하는 문맹 퇴치 재단에 기부했습니다.명언의 품격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때 부통령을 지냈습니다. 닉슨의 반려견인 코커스패니얼종의 체커스는 그를 부통령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부통령 러닝메이트 결정을 앞두고 닉슨이 1만8000달러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러닝메이트 결정을 미루고 자체 조사에 들어갔습니다.닉슨은 대국민 연설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불법 재산을 축재하지 않고 청렴하게 살아왔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반려견 체커스가 등장합니다. 체커스는 어린 딸들이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텍사스의 한 지지자로부터 받은 선물이라는 것입니다.I just want to say this right now, that regardless of what they say about it, we’re going to keep it.”(이것만은 말하겠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우리는 체커스를 키울 것이다)강아지를 지지자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은 불법 정치모금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법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키우겠다는 것입니다.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을 반려견에 대한 지극한 사랑,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전환시켰습니다. 이후 논리는 약하지만, 유권자의 감정에 진국으로 호소하는 연설을 ‘체커스 연설’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연설 덕분에 체커스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1년을 먹고도 남을 식량과 수백 개의 목줄이 선물로 답지했습니다. 연설을 들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부인 마미 여사는 감동을 받아 남편에게 “닉슨은 정말 따뜻한 사람”이라며 러닝메이트로 정할 것을 설득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반려견 보가 죽었을 때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애도 성명에서 ‘empty nester’(엠프티 네스터)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빈 둥지 부모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면 집을 떠나기 때문에 이때 상실감을 느끼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두 딸이 집을 떠난 뒤 적적함을 보와 함께 보내면서 이겨냈다고 합니다.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피플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날(6월 18일)에 자녀들로부터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을 “함께 식탁에 앉아 식사하는 것”이라는 말했습니다. 소박한 소망입니다. 빈 둥지 부모인 오바마 대통령은 식탁에서 오가는 대화가 그리웠던 것입니다. Nothing beats it.”(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만 한 것이 없다)‘beat’에는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동사로 썼을 때 ‘때리다’ ‘이기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이기다’라는 뜻입니다. ‘nothing beats it’은 ‘어떤 것도 그것을 이길 수 없다’ ‘그것만 한 것이 없다’라는 뜻입니다. “I am beat”이라고 하면 “내가 졌다” “나는 녹초가 됐다” 등의 뜻입니다. 미국 광고를 보면 “nothing beats the real thing”이라는 문구가 자주 나옵니다. “진짜만 한 게 없다” “우리 상품이 진짜”라는 뜻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4월 5일 소개된 바이든 대통령의 반려견 메이저에 관한 내용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려견 2마리와 함께 백악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한 마리는 세상을 뜬 챔프이고, 다른 한 마리는 메이저입니다. 메이저는 자꾸 사람을 물어 백악관을 포기하고 바이든 대통령 친구 집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챔프와 메이저가 모두 떠난 자리에 커맨더가 새로 들어왔습니다.▶2021년 4월 5일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챔프와 메이저, 두 마리의 독일 셰퍼드를 백악관에서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린 메이저가 자꾸 문제를 일으킵니다. 두 차례나 사람을 물어 의료진이 출동하는 사태가 빚어졌습니다.Out of an abundance of caution, the individual was seen by WHMU and then returned to work.”(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그 사람은 백악관 의료팀의 치료를 받고 업무에 복귀했다)메이저는 얼마 전 백악관 직원을 물어 바이든 대통령의 델라웨어 자택으로 이송돼 특별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백악관 복귀 후 다른 직원을 또 물었습니다. 백악관은 경내에서 발생한 사건 사고를 공개할 의무가 있습니다. 퍼스트레이디 질 여사의 대변인은 메이저가 자꾸 문제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 “아직 새로운 환경에 적응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out of an abundance of caution’은 ‘풍부한 경계심에서’ ‘혹시 몰라서’라는 뜻입니다. 가벼운 사고였지만 혹시 몰라서 의료 처치를 받았다는 것입니다.Oh man, not a very exciting story.”(아이고, 별로 유쾌한 얘기는 아니지)지난해 대선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한동안 절뚝거리며 다녔습니다.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메이저였습니다. 흥분한 메이저를 진정시키려다 미끄러져 발목을 삔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개를 쫓다가 상처를 입은 자신의 처지에 대해 “별로 즐거운 얘기가 아니다”라고 한탄했습니다. Eighty-five percent of the people there love him. All he does is lick them and wag his tail.”(거기에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메이저를 사랑한다. 메이저가 하는 일은 핥고 꼬리를 흔드는 것뿐이다)그래도 바이든 대통령은 메이저에게 무한 애정을 보여줍니다. ABC방송 인터뷰에서 “85%의 백악관 직원들은 ‘메이저를 사랑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ighty-five percent’(85%)는 바이든 대통령이 무작위로 거론한 숫자가 아니라 ‘대다수’(most)라는 의미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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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스트롱이 달을 밟고 한 말에서 ‘a’가 없는 이유[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The work you’re doing is going to inspire countless people around our country and the world.”(당신들이 하는 일은 미국과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한국 독자 기술로 개발한 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습니다. 우주를 산업 기자로 활용할 수 있는 첫발을 내디딘 셈입니다. 우주 프로그램은 각 나라들이 사활을 걸고 도전하는 분야입니다. 미국은 약 반 세기 만에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얼마 전 아르테미스 2호에 승선할 비행사 4명에게 전화를 걸어 역사적인 임무에 선발된 것을 격려했습니다.바이든 대통령이 전한 축하의 말 중에서 ‘inspire’(영감을 주다)라는 단어가 눈에 띕니다. 우주에 관한 명사들의 발언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입니다.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긴 우주 탐사의 역사를 가진 미국은 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세계인들에게 영감을 준 미국의 우주 도전 사례들을 알아봤습니다.That’s one small step for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한 사람의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1969년 미국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딛는 순간 한 말입니다. 위대한 진보나 발견의 순간에 두루 쓰이는 유명한 발언입니다. 얽힌 뒷얘기도 많습니다. 우선 암스트롱이 그토록 긴장된 순간에 ‘어떻게 이런 멋진 구절을 생각해 냈느냐’하는 것입니다. ‘반지의 제왕’ 작가 J.R.R.톨킨의 ‘호빗’에 나오는 비슷한 구절을 암스트롱이 슬쩍 가져다 쓴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암스트롱은 “훈련 때부터 생각해온 구절”이라고 반박했습니다.잃어버린 ‘a’도 화제입니다. 이 구절의 의미가 성립하려면 ‘man’ 앞에 ‘a’가 붙어야 합니다. ‘a man’(한 명의 인간)과 ‘mankind’(인류)가 대치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a’가 없는 ‘man’은 ‘mankind’와 비슷한 의미라서 동어반복이 됩니다. 하지만 착륙 순간을 생중계한 미항공우주국(NASA) 녹음본을 들어보면 ‘a’가 들리지 않습니다. 암스트롱은 30년 뒤 인터뷰에서 “그 순간에는 ‘a’를 말했다고 100% 확신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나도 안 들렸다”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언어학자들이 녹취록을 정밀 감정해 ‘a‘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만족할만한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중요한 발언이라는 의미입니다.Weightlessness is a great equalizer.”(무중력은 위대한 평형장치다)샐리 라이드는 1983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에 승선한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 비행사입니다.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라이드는 NASA 최초의 여성 우주 비행사 모집 공고를 보고 응모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습니다.라이드는 우주여행 이듬해 PBS 과학 프로그램 노바(NOVA)에 출연해 “무중력은 위대한 이퀄라이저(평등장치)다”라고 말했습니다. 흔히 무겁고 힘이 드는 일은 남성이 담당하지만, 무게를 느낄 수 없는 무중력 상태에서는 성별을 가릴 필요가 없습니다. 여성과 남성 우주인은 똑같은 훈련을 받고 똑같은 강도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재치있게 성평등의 필요성을 말한 것입니다. 여성 우주인 양성에 힘을 쏟는 라이드는 2012년 61세를 일기로 췌장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죽은 뒤에도 레고가 샐리 라이드 인형을 내놓고, 미 우정청이 ‘샐리 라이드 영원히’ 우표를 출시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The future doesn’t belong to the fainthearted, it belongs to the brave.”(미래는 마음 약한 자의 것이 아니다. 용감한 자의 것이다)1986년 7명의 우주인을 태운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습니다. 사고 원인은 로켓 접합용 패킹 불량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비행에는 민간인 최초로 승선한 초등학교 교사 크리스타 매컬리프가 타고 있었습니다. 미국 전역 학교들에게 발사 장면 시청을 장려했던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충격을 받은 아이들을 위로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레이건 대통령은 이날 예정됐던 국정연설을 취소하고 추모 연설을 했습니다. 4분 정도의 짧은 연설이었습니다. 연설 중반쯤에 “발사 장면을 지켜본 학생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라면서 “미래는 마음 약한 자의 것이 아니라 용감한 자의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참사에도 불구하고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fainthearted’는 ‘faint’(약한)와 ‘heart’(마음을 가지다)의 합성어입니다. 명사형으로 써서 ‘faint heart never won fair lady’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용기 없는 자는 미인을 얻지 못한다’라는 의미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아름다운 시 구절로 연설을 마쳤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19세의 나이로 공중폭발 사고로 사망한 조종사 시인 존 길레스피 매기의 명시 ‘고공비행’(High Flight)을 인용했습니다. “They waved goodbye and slipped the surly bonds of earth to touch the face of God.”(그들은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하고 신의 얼굴을 만지기 위해 이 땅에서 벗어났다)명언의 품격소련은 1957년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이 큰 충격을 받은 현상을 ‘스푸트니크 쇼크’ ‘스푸트니크 모먼트’라고 합니다. 4년 뒤 소련은 유리 가가린을 태운 첫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발사해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위기감을 느낀 존 F 케네디 행정부는 달 탐사 계획인 아폴로 프로젝트를 개시했습니다.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10년 이내에 인간을 안전하게 달에 착륙시키고 지구로 귀환시키겠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아폴로 계획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돈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케네디 대통령은 1962년 대학생들 앞에서 아폴로 계획의 필요성을 설득했습니다. 연설 장소는 NASA 센터가 있는 텍사스 휴스턴의 라이스대였습니다. 4만여 명의 청중 앞에서 케네디 대통령은 ‘뉴 프런티어’(새로운 개척자) 정신을 일깨웠습니다. 케네디 명연설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연설입니다.We choose to go to the Moon in this decade, not because they are easy, but because they are hard.”(우리는 10년 안에 달에 가는 것을 택했다. 그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려워서다)‘달에 간다’ 대신에 ‘달에 가는 것을 선택한다’라고 ‘choose’를 넣었습니다.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연설은 이어집니다. “Because that challenge is one we are willing to accept, one we are unwilling to postpone, and one we intend to win”(왜냐하면, 그 도전은 우리가 받아들일 만한 도전이고, 우리가 미루지 않을 도전이며, 우리가 승리하고자 하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케네디 대통령의 약속대로 미국은 1969년 인류 최초로 달 착륙을 실현했습니다.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쓰는 쉬운 영어를 활용해 영화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가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연설했습니다. 로런스 바카우 하버드대 총장은 “Wilson’s bestie, Buzz’s buddy, Ryan’s savior, America’s dad”라고 행크스를 소개했습니다.‘Wilson’s bestie’는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무인도에 표류한 행크스가 윌슨 배구공을 친구처럼 여긴 것에 유래했습니다. ‘bestie’(베스티)는 ‘베스트 프렌드’의 줄임말입니다. ‘Buzz’s buddy’(버즈의 단짝)는 영화 ‘토이 스토리’에서 행크스가 맡은 ‘우디’가 ‘버디의 단짝 친구’라는 의미입니다. ‘Ryan’s savior’(라이언의 구조자)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행크스가 맡은 밀러 대위 일행이 라이언 일병을 구한 것을 말합니다. ‘America‘s Dad’(미국의 아빠)는 널리 알려진 행크스의 별명입니다.행크스는 연설에서 미국인을 3가지 부류로 나눴습니다. 자유와 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미국인, 그렇지 않은 미국인, 이런 가지에 무관심한 미국인입니다. 첫 번째 미국인만이 완벽한 통합, 분열되지 않은 국가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두 가지 부류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The others get in the way.”(나머지 것들은 방해한다)‘get’은 ‘얻다’라는 뜻이고, ‘in the way’는 ‘길에’ ‘진로에’라는 뜻입니다. 이 둘이 결합되면 ‘진로에 들어오다,’ 즉 ‘방해하다’라는 뜻입니다. “Don‘t get in my way”는 “내 앞길을 방해하지 말라”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가는 길을 말하기도 하고, 계획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Don’t let your emotions get in the way”라고 하면 “감정에 휘둘리지 마”라는 뜻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6월 8일 소개한 아이템으로 민간 우주회사 스페이스X에 관한 내용이 포함됩니다. 미국의 우주 프로젝트에는 NASA와 함께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민간 우주회사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0년 스페이스X는 자체 기술력으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해 화제가 됐습니다. 이밖에 다른 첨단기업 경영자들의 발언도 알아봤습니다.▶2020년 6월 8일자우리는 갑부들의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부자들의 습관’ ‘부자 되는 법’ 등의 책들은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권에 자주 오릅니다. 지금처럼 코로나 19, 인종차별 반대 시위 등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는 그들의 언행이 더욱 주목받습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첨단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발언을 알아봤습니다.I doubted us.”(나는 우리가 해낼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최근 일론 머스크가 경영하는 민간 우주회사 스페이스X가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발사 후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걱정이 많았다고 고백했습니다. ‘과연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us’는 스페이스X를 말합니다. “I doubt it”(아닐걸, 과연 그럴까)이라는 말도 자주 씁니다. 상대방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때 완곡한 표현법입니다.It has no history of being read as a dog whistle.”(그것은 개 호루라기처럼 읽힐 만한 전력이 없다)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한창일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될 것이다”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습니다. 시위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한 것입니다. 트위터는 이 발언이 폭력을 조장한다며 ‘숨김’ 처리를 한 반면 페이스북은 그대로 뒀습니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내부 반발이 계속되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개 호루라기처럼 읽힐 만한 전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dog whistle’(개 호루라기)은 인간은 들을 수 없는 초음파 신호를 발산해 개를 불러 모을 때 씁니다. 폭력을 조장하는 잠재적 메시지가 트럼프 대통령의 글 속에 숨어있다고 볼 이유가 없다는 의미입니다.Why we swing for the fences.”(우리가 큰 목표를 세우는 이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부부가 세운 자선재단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았습니다. 빌 게이츠가 재단 홈페이지에 올린 기념사 제목입니다. 홈런을 치려면 펜스를 목표로 크게 스윙을 해야 합니다. ‘swing for the fences’는 ‘큰 걸 노리다’라는 의미입니다. 빌&멀린다 재단은 다양한 목표에 조금씩 자선금을 할당하기보다 한 가지 목표를 정했으면 거기에 올인(다걸기)하는 전략을 택한다는 의미입니다. 자선에서도 빌 게이츠의 사업가적 기질이 엿보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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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가 스테로이드를 맞았다고?[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AI will be like photoshop on steroids.”(인공지능은 강력한 포토샵처럼 될 것이다)최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나왔습니다.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청문회였습니다. 페이스북, 구글 등 이전에 열린 정보기술(IT) 청문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었습니다. 올트먼 CEO가 AI의 위험성과 규제의 필요성을 지적하자 의원들은 환영했습니다.‘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올트먼은 AI의 미래를 포토샵에 비유했습니다. 이미지를 편집할 수 기능의 포토샵이 처음 개발됐을 때 실제보다 보기 좋게 수정해준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경탄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뽀샵’이 과장된 이미지라는 것을 압니다. AI도 마찬가지로 혼란의 기간을 거치면서 적절한 활용법을 터득해나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steroid’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스테로이드를 말합니다. ‘on steroids’는 스테로이드를 맞은 것처럼 ‘강력하다’라는 뜻입니다. ‘처럼’이라는 뜻의 ‘like’와 함께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Al가 미치는 영향력은 포토샵과 비슷하지만, 강도는 훨씬 셀 것이라는 뜻입니다. 미국 의회는 사회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관계자들을 출석시켜 청문회를 엽니다. 상원, 하원, 상하원 합동으로 위원회별로 열렵니다. 상원 법제사법위원회가 주재한 이번 청문회는 AI와 관련해 처음 열리는 청문회라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청문회 출석자들은 의원들의 다양한 질문에 즉각 답변을 해야 하므로 순발력이 중요합니다. 예상 밖의 발언으로 ‘청문회 드라마’가 펼쳐지기도 합니다. 미국 역사상 유명한 청문회들을 알아봤습니다.What difference at this point does it make?”(이 시점에서 그게 무슨 상관이냐?)벵가지 사태는 2012년 이슬람 무장단체가 리비아 벵가지에 있는 미국 영사관을 습격해 미국대사 등 4명이 사망한 사건입니다. 벵가지 지역의 반미 시위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전에 대처하지 않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책임자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2013년 상원 외교위원회 주재로 열린 벵가지 청문회에 출석했습니다. 공화당 의원들이 벵가지 사태 자체보다 반미 시위의 원인에 질문을 집중시키자 클린턴 장관은 “지금 시점에서 그게 무슨 상관이냐”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벵가지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what difference does it make’는 ’그게 무슨 차이를 만드느냐‘ ’그래서 뭐가 달라지느냐‘라고 상대의 행동을 나무랄 때 쓰는 의문문입니다. 당시 클린턴 장관의 발언만큼 외모도 화제였습니다. 평소와는 달리 화장기 없는 얼굴에 도수 높은 안경을 쓰고 청문회장에 나타났습니다. ‘힐러리 시력’이 인터넷 화제어로 오를 정도였습니다. 당시 클린턴 장관은 뇌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The difference between cigarettes and Twinkies is death.”(담배와 트윙키스의 차이는 죽음이다)1994년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청문회에 대형 담배회사 CEO 7명이 단체로 참석했습니다. 담배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던 시점이었습니다. 법정에 불려나온 7명의 CEO 모습이 우스꽝스럽다고 해서 ‘7명의 난쟁이들’(seven dwarfs)이라고 불렸습니다. 이들이 일제히 오른손을 들고 “진실만을 말하겠다”라고 선서하는 장면은 다음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카멜 브랜드를 생산하는 RJ레이놀즈의 제임스 존스턴 CEO와 청문회를 주최한 헨리 왁스먼 보건환경 소위원회 위원장 사이에 오간 ‘트윙키스’ 대화가 유명합니다. 존스턴 CEO는 “담배는 커피, 차, 트윙키스보다 중독적이지 않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왁스먼 위원장은 “트윙키스가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죽는 사람은 없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담배와 트윙키스의 차이는 죽음”이라고 하자 청문회장은 숙연해졌습니다. 트윙키스는 크림이 들어있는 카스텔라 스낵입니다. 1930년부터 생산된 미국의 국민스낵이라 얘깃거리도 많습니다. 1978년 샌프란시스코의 성소수자 운동가 하비 밀크를 죽인 범인이 트윙키스를 많이 먹어 우울증에 걸린 탓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변호 전략을 생각해낸 이후로 ‘트윙키 변호’(Twinkie defense)는 설득력 없는 변호를 가리키는 말이 됐습니다.I came here to tell you the truth, the good, the bad, the ugly.”(나는 좋고 나쁘고 추한 진실을 말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이란-콘트라 스캔들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적성국 이란에 몰래 무기를 팔고, 그 대금으로 니카라과의 좌파 정부 전복을 위해 우익 콘트라 반군을 돕다가 발각된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올리버 노스 중령이라는 청문회 스타가 탄생했습니다.1987년 상하원 합동 청문회에 출석한 노스 중령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서부 영화 ‘the Good, the Bad, the Ugly’(한국명 석양의 무법자)를 거론하며 “진실은 좋고 나쁘고 추악하다”라고 했습니다. 이란-콘트라 사건은 추악한 범죄 행위지만 애국심에서 벌인 일이라는 뜻입니다. 청문회장을 나서는 노스 중령에게 야유 대신 박수가 터졌습니다. 이후 ‘the good, the bad, the ugly’는 이란 콘트라 스캔들의 부제목처럼 여기저기서 쓰이게 됐습니다. 명언의 품격1991년 아니타 힐 오클라호마 법대 교수는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사 청문회에서 토머스 지명자가 과거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힐 교수가 청문회에 나오겠다고 자청한 것은 아니고 다른 경로로 성추행 의혹을 접수한 연방수사국(FBI) 수사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되면서 출석을 요청받았습니다.TV로 생중계된 청문회는 두 가지 면에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우선 성추행 의혹의 강도입니다. 토머스 지명자의 과거 언행을 말하는 과정에서 힐 교수의 입에서 높은 수위의 성적(性的) 단어들이 마구 등장했습니다. 웬만한 성적 묘사에 꿈쩍도 않는 미국인들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둘째, 질문을 던진 의원들의 태도였습니다. 전원 백인 남성인 의원 12명은 힐 교수를 집중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성추행 주장은 불안한 정신상태의 여성이 만들어낸 ‘fantasy’(공상)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힐 교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I am not given to fantasy.”(나는 공상하는 버릇이 없다)미국인들이 많이 쓰는 ‘be given to’는 ‘어떤 쪽으로 주어지다,’ 즉 ‘어떤 습관이 있다’라는 뜻입니다. 힐 교수는 자신이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반박한 것입니다. 이어 “자신이 하려는 말에 완전한 확신이 없이는 여기는 나올만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차분하게 답했습니다. 의원들은 더는 ‘공상’ 이론을 펴지 않았습니다. 토머스 지명자는 인준 표결을 통과해 대법관이 됐습니다. 하지만 힐 교수의 증언은 많은 변화를 끌어냈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청문회에서 보여준 남성 의원들의 낮은 성인식지수에 충격을 받은 여성들은 대거 의회에 진출했습니다. 당시 청문회 위원장으로 힐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인들을 채택하지 않았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19년 공식 사과했습니다.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100세를 맞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최근 영국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정한 모습이었습니다.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얘기도 나눴습니다. 2021년 에릭 슈미트 전 구글 경영자와 함께 AI에 대한 책을 펴낼 정도로 조예가 깊은 키신저 장관은 “세계는 아직 AI를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전쟁 상황에서 AI 무기들이 인간의 명령을 받기도 전에 스스로 결정을 내려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We may well wind up destroying ourselves.”(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wind’는 명사로 ‘바람’이라는 뜻이지만 동사로는 ‘둥그렇게 감다’ ‘구부러지다’라는 뜻입니다. 발음도 ‘윈드’가 아니라 ‘와인드’가 됩니다. ‘wind up’은 ‘어떤 결과를 낳다’라는 뜻입니다.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을 때 자주 씁니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에게 충고할 때 “you are going to wind up in prison”이라고 하면 “그러다가 감옥에 간다”라는 뜻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10월 2일 소개된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사 청문회에 대한 내용입니다. 캐버노 청문회는 여러 면에서 토머스 대법관 청문회와 흡사했습니다. 크리스틴 포드 팰로알토대 교수는 청문회에 출석해 과거 10대 시절에 캐버노 지명자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증언했습니다.▶2018년 10월 2일자 PDF요즘 화제는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사 청문회입니다. 많은 미국인들이 TV로 생중계된 청문회를 지켜봤습니다. 두 주인공인 캐버노 지명자와 크리스틴 포드 팰로알토대 교수는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쳤습니다.I never drank beer to the point of blacking out.”(정신을 잃을 정도로 맥주를 마신 적은 없다)‘frat boy vs choir boy’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교클럽(fraternity) 소년이냐, 성가대(choir) 소년이냐’는 말입니다. 전자는 주로 부유하고 자유분방한 청년, 후자는 신앙심이 깊고 규율을 잘 따르는 청년을 가리키는 상반된 개념입니다. 그런데 캐버노 지명자는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가졌습니다. 어린 시절 그는 ‘성가대 소년’ 이미지가 강했는데 고교 시절 15세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사교클럽 청년’ 스타일로 바뀌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술을 마셨느냐”라는 의원들의 질문에 캐버노 지명자는 “맥주를 잘 마셨고 지금도 잘 마신다”라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취중 성폭행은 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black out’은 정신이나 이성을 잃을 때 씁니다.I was calculating daily the risk/benefit for me of coming forward.”(사실을 밝히기 위해 나서는 것의 위험 대비 수익을 매일 계산했다)의혹을 제기한 포드 교수는 35년 전 일어난 사건을 폭로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일을 공개하는 것을 ‘come forward’(앞으로 나오다)라고 합니다. 의원들은 “왜 오래전의 일을 계속 침묵하고 있다가 지금 밝히기로 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포드 교수는 결정하기까지 겪은 심적 고통을 “jumping in front of a train”(기차 앞으로 뛰어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을 밝히기 위해 나서는 것의 위험 대비 수익을 매일 계산했다”라고 속마음을 밝혔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구절로 꼽았습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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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증강현실(AR) 제품 6∼9개월 내 10만 세트 보급”

    “기술력, 콘텐츠, 디자인 모든 면에서 지금까지 봐온 증강현실(AR) 제품들과 차원이 달랐습니다. AR피디아는 교육열 높은 중화권에서 통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확신한 ‘스튜디오A’의 제프리 청 대표는 한걸음에 한국으로 달려와 AR 독서 솔루션 AR피디아를 만드는 웅진씽크빅과 계약을 맺었다. K에듀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웅진씽크빅은 24일 대만에 거점을 둔 폭스콘 관련 기업으로 폭스링크 그룹 자회사인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 기업 스튜디오A와 AR피디아 수출·유통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웅진씽크빅은 대만은 물론 중국, 홍콩, 마카오 등 광대한 중화권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AR피디아는 책 속 등장인물, 그림 등을 증강현실 기술로 구현해 입체적인 시청각 경험을 제공하는 독서 제품이다. 태블릿과 책 세트로 구성됐으며, 단순히 실감 나는 화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가 직접 소방관이 돼서 불을 끄고, 개구리를 해부하는 등의 실험을 3차원(3D)으로 체험할 수 있다. 계약 체결 후 웅진그룹 청계사옥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청 대표는 예상 판매량에 대해 “6∼9개월 내에 10만 세트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튜디오A의 다양한 유통망을 활용할 계획이다. 스튜디오A는 대만 내 4000여 개 학교와 160만 명의 학생 회원을 대상으로 애플 기반의 교육 기기를 보급하고 있다. 한국에 오기 전 대만 타오위안, 가오슝, 신베이 지역의 교육기관들과 AR피디아 보급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켰다는 것이다. 우선 해당 지역의 공교육 현장에 제품을 공급한 뒤 애플 매장 등의 B2C(기업 대 소비자) 채널을 통해 고객층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중국, 대만 등지에서 AR피디아를 아이패드만큼 인기 높은 정보기술(IT) 기기로 만드는 것이다. 중화권은 애플 제품군이 두꺼운 사용자층을 확보한 곳이다. 청 대표는 “대만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는 아이패드 수준으로 AR피디아를 보급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 홍콩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직영 애플숍을 운영하는 스튜디오A는 재구매율이 80%에 달하는 충성도 높은 회원 234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 인터뷰에 함께 참석한 이재진 웅진씽크빅 대표는 “AR피디아의 글로벌 경쟁력이 구체적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중화권 시장을 시작으로 일본, 중남미 국가들로도 수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그동안 각종 국제 교육 박람회에서 입소문을 탄 AR피디아는 굵직한 상을 다수 수상했다. 그중에서 이 대표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상은 세계 최대 교육 박람회인 영국 ‘Bett’에서 어린이 심사위원들이 뽑은 ‘2022 Kids Judge Bett’을 받은 것이다. 타깃 고객인 어린이들이 많은 제품을 체험해본 뒤 AR피디아를 뽑은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에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2년 연속 혁신상을 받은 것도 국내 교육기업 최초의 성과다. 청 대표가 AR피디아를 처음 접한 것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행사에서 AR피디아 부스를 방문했을 때였다. 제품을 직접 체험해본 그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기존에 중화권에서 출시된 AR 교육 제품들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뛰어난 제품이었다. 부스에서 받은 명함 한 장 달랑 들고 웅진씽크빅을 수소문하기 시작한 그는 여러 경로를 거쳐 4개월여 만에 초스피드로 한국에 와서 계약까지 체결한 것이다. 청 대표는 계약하기 전 AR피디아 시제품을 대만 교육 현장에서 시장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쳤다. 타이베이 초등학교 1학년 영어 수업과 신베이 초등학교 3학년 대상 자연 수업에서 AR피디아를 활용했다. 청 대표는 시장 테스트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인터뷰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동영상 속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선생님들은 “수업 몰입도가 높아졌다” “AR피디아를 켜기만 하면 학생들이 좋아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AR피디아를 접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북’이라는 이름으로 2019년 출시돼 20만 세트 가까이 판매됐다. AR피디아는 ‘인터랙티브북’의 해외 버전인 셈이다. 청 대표는 “교육 제품은 언어, 교과 과정이 달라 해외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데 AR피디아를 직접 써본 결과 문화적 이질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계약 체결 후 곧바로 대만으로 돌아가 AR피디아 마케팅 및 현지화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중화권에서 AR피디아의 경쟁력을 확신하느냐’라는 마지막 질문에 청 대표는 “그렇다. 확신한다”라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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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슬로건 만들었더니 ‘뒷골목 단어’ 같다는 미국인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Let’s Finish the Job.”(일을 끝내자)최근 내년 대선 도전을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캠페인 슬로건을 이렇게 정했습니다. 바이든 선거본부는 패기와 역동성을 강조한 슬로건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습니다. 우선 “신선함이 없다”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재선에 도전하는 대통령이 흔히 정할 수 있는 슬로건이라는 겁니다. 4년 동안 벌여놓은 일을 끝낸다는 것은 대통령 본인에게 중요할지 몰라도 국민들에게도 중요할지는 미지수입니다.‘job’이라는 단어 때문에 어둠의 세계 분위기를 풍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폭들이 살인 명령을 내릴 때 “hit job”(힛잡)이라고 하는 것처럼 ‘job’은 ‘범죄 건수를 올린다’라는 의미가 강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나치게 의식한 슬로건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슬로건과 함께 공개된 동영상에서는 첫 화면부터 2021년 워싱턴 의사당 폭력사태 장면을 나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극렬주의자들에게 빼앗긴 자유를 되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합니다. 당시의 혼란상을 다시 떠올려야 하는 국민들은 피곤합니다. 짧은 구절로 메시지를 전하는 슬로건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후보들은 유권자가 공감할 수 있는 슬로건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합니다. 미국 역사에 성공적인 대선 슬로건을 알아봤습니다.It’s the Economy, Stupid.”(어리석게도, 문제는 경제야)1992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은 캠페인을 지휘했던 선거 전략가 제임스 카빌의 머리에서 나왔습니다. 당시 아칸소 주지사였던 클린턴 대통령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게 도전하고 있었습니다. 아칸소 선거본부에는 많은 운동원이 들락거렸습니다. 클린턴 선거본부는 부시 본부만큼 조직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운동원들은 유권자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받지 못했습니다.운동원들로부터 “캠페인 메시지가 뭐냐”라는 질문을 하도 많이 들어 머리가 아픈 카빌은 책상 앞에 3개의 메시지를 내걸었습니다. ‘변화 대 현상 유지’(Change vs more of the same), ‘어리석게도, 경제야’(The economy, stupid), ‘의료보험을 잊지 마’(Don’t forget health care)였습니다. 두 번째 메시지가 운동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자 카빌은 슬로건으로 채택했습니다. 이 슬로건으로 당시 클린턴 대통령에게 따라붙었던 제니퍼 플라워스 성추문을 잠재우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슬로건에 나오는 “stupid”는 “바보야”라고 딱히 누군가를 지칭한다기보다 “그것도 모르냐” “어리석게도”라는 탄식의 의미가 강합니다. 이후 카빌은 캠페인의 귀재로 인정을 받게 돼 영국, 이스라엘, 브라질 등 해외 선거로 진출했습니다. 이 구절은 다양하게 변형됐습니다. “It’s the deficit, stupid!”(재정적자가 문제야), “It’s the corporation, stupid!”(기업이 문제야), “It’s the voters, stupid!”(유권자가 문제야)Better a Third Termer Than a Third Rater.”(3회 연임이 3류보다 낫다)1940년 대선에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3선에 도전했습니다. 2회 연임, 8년까지만 하고 물러나는 전통을 깨고 3선에 도전하는 대통령을 민심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정면돌파를 택했습니다. 마침 헨리 애셔스트 상원의원(애리조나)이 “3회 연임이 3류보다 낫다”라는 근사한 발언을 하자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를 공식 슬로건으로 채택했습니다. ‘third term’ ‘third rate’ 뒤에 사람을 뜻하는 ‘er’을 붙여 의인화했습니다.‘3류’는 도전자였던 공화당의 웬델 윌키 후보를 말합니다. 민주당이었다가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겨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지명도가 떨어졌습니다. 3류로 낙인찍힌 윌키 후보는 “No Man Is Good Three Times”(대통령을 3번 할 정도로 잘난 사람은 없다)라는 슬로건으로 반격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선거는 85%의 지지를 얻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Don’t Change Horses Midstream.”(강 한가운데서 말을 갈아타지 말라)루즈벨트 대통령은 3선뿐 아니라 4선까지 성공했습니다. 4선 도전 때 슬로건은 무엇이었을까요? “강 한가운데서 말을 갈아타지 말라”였습니다. 이는 원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슬로건이었습니다.링컨 대통령은 두 차례 대선에서 모두 ‘horse’(말)가 들어가는 슬로건을 정했습니다. 당시 주요 교통수단이던 말을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쉽게 어필하려는 의도였습니다. 1860년 슬로건은 “Vote Yourself a Farm and Horses”였습니다. 링컨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은 홈스테드법(Homestead Act)이 주요 공약이었습니다. 토지에 일정 기간 거주해 경작하면 나중에 싼 가격에 토지를 구매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링컨에게 투표하면 토지와 말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입니다. 1864년 대선에서는 “강 한가운데서 말을 갈아타지 말라”였습니다. 강은 한가운데(midstream)가 가장 깊습니다. 여기서 말을 갈아타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당시 미국은 남북전쟁 때였습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는 대통령을 바꾸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훗날 루즈벨트 대통령이 이 슬로건을 택한 것은 당시가 제2차 세계대전 때였기 때문입니다. 링컨의 슬로건은 명언이 돼서 오늘날에도 널리 쓰입니다. ‘change’ 대신에 ‘swap’을 써도 같은 뜻입니다. 비즈니스에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일 때 팀리더를 바꾸면 안 된다는 의미로도 쓰입니다.명언의 품격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연합군을 이끈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총사령관은 ‘전쟁의 영웅’ 대접을 받았습니다. 대선 출마 러브콜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컬럼비아대 총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최고사령관 등을 지내며 정치와 거리를 뒀습니다. 그렇게 7년을 보낸 뒤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I Like Ike.”(나는 아이크가 좋아)가장 성공적인 슬로건으로 꼽히는 아이젠하워 후보의 1952년 대선 슬로건입니다. 이 구절은 사실 “나는 아이크가 좋다”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대선 슬로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공약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가장 성공적인 슬로건으로 꼽히는 것은 3개의 짧은 단어를 통해 후보의 개인적 매력을 극대화했기 때문입니다. ‘Ike’는 아이젠하워 후보의 애칭입니다. ‘I’와 ‘Like’를 합치면 ‘Ike’라는 합성어가 됩니다. ‘Ike’와 ‘Like’는 운율이 맞아 발음하기가 쉽습니다.이 문구는 재클린 카크런이라는 여성 비행사가 만들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도 했던 그녀는 아이젠하워 선거 참모로 일하다가 “We Like Ike”(우리는 아이크가 좋아)라는 구절을 생각해냈습니다. 디즈니사가 선거 광고로 만드는 과정에서 “I Like Ike”로 바꿨습니다. 얼마나 반응이 좋았는지 1956년 재선 출마 때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still’(여전히)이라는 단어를 추가해 “I Still Like Ike”라고 슬로건을 택했습니다. 2020년 대선 때 민주당에서 출마했던 마이크 블룸버그 뉴욕 시장의 슬로건 “I Like Mike”도 여기서 유래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CNN 방송에 출연해 타운홀 미팅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 부정, 의사당 폭력사태 옹호, 성추행 혐의 부인 등 기존의 거짓 주장을 되풀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송 시간을 할애한 CNN도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방송 후 바이든 대통령이 올린 트윗입니다.Do you want four more years of that? If you don’t, pitch in to our campaign.”(4년 더 저런 모습을 원합니까? 아니라면 우리 캠페인에 합류하세요)야구에서 피처는 공을 던지는 선수입니다. 동사인 ‘pitch’는 ‘던지다’라는 뜻입니다. ‘pitch in’은 ‘안으로 던져넣다’라는 뜻이 됩니다. ‘너도 나도 안으로 던져넣다’라는 것은 ‘힘을 보태다’ ‘조직의 일원이 되다’라는 의미입니다. 과거 농부들이 건초더미를 한군데로 던져 모으며 일을 도운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pitch’는 명사로도 많이 씁니다. 마케팅 용어 ‘sales pitch’(세일즈 피치)는 상대를 설득하는 행위를 말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0월 19일 소개된 캠페인 상품에 관한 내용입니다. 선거철이 되면 후보들은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유세 상품을 제작 판매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선거 운동을 하고 조직을 운영합니다. 2020년 대선 때 캠페인 상품들을 소개합니다.▶2020년 10월 19일후보 얼굴이 그려져 있거나 지지 문구가 쓰인 티셔츠, 머그잔, 스티커 등은 중요한 유세 도구입니다. ‘캠페인 상품’(campaign merchandise)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품들이 판매되는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후보의 공식 온라인 쇼핑몰을 들여다봤습니다.‘You Ain’t Black’ Tee(‘당신은 흑인 아니야’ 티셔츠)얼마 전 바이든 후보는 흑인 대상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you ain’t black”(당신은 흑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됐습니다. “어느 후보를 찍어야 할지 모른다면 당신은 흑인이 아니다”라고 말한 겁니다. 흑인이라면 당연히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을 찍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흑인들로부터 “우리한테 설교하지 말라”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공화당은 곧바로 이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를 제작해 바이든 후보를 조롱했습니다.‘Truth over Flies’ Fly Swatter(‘파리들을 넘어서 진실을 택하다’ 파리채)최근 열린 부통령 후보 TV 토론의 주인공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머리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 파리였습니다. 민주당은 이를 조롱하려고 파리채를 캠페인 상품으로 만들어 온라인숍에 내놓았습니다. 10달러짜리 파리채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현재 품절 상태입니다. 파리채 이름은 ‘Truth over Flies.’ 민주당 슬로건 ‘Truth over Lies’(트럼프 대통령의 수많은 거짓말을 넘어서 바이든 후보의 진실을 선택해 달라)를 살짝 바꿨습니다. 파리채는 ‘fly swatter’(플라이 스와터)라고 합니다.‘No Malarkey’ Button(‘허튼소리 그만해’ 단추)바이든 후보는 “no malarkey”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malarkey’(말라키)는 ‘말이 안 되는 소리’라는 뜻입니다. “no malarkey”는 “허튼소리 그만하라”입니다. 그런데 ‘malarkey’는 구식 영어라서 젊은 세대는 무슨 뜻인지 잘 모릅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후보는 아예 버튼까지 만들어 민주당 온라인숍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내친김에 버스 유세 투어 이름도 ‘No Malarkey’라고 정했습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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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 늙었잖아” 비판을 받아친 대통령의 한 마디[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Call me old, I call it being seasoned. You say I am ancient, I say I‘m wise.”(당신들을 나를 나이가 많다고 한다. 나는 연륜이라고 하겠다. 당신들은 내가 케케묵었다고 한다. 나는 현명하다고 하겠다)요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바쁩니다. 한국 대통령을 위한 만찬을 개최한 지 사흘 만에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정색 선글라스를 끼고 무대에 오르자 환호가 터졌습니다. 나이 문제를 꺼낸 바이든 대통령. 고령(高齡)을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old’와 ‘seasoned,’ ‘ancient’와 ‘wise’를 대치시켰습니다. ‘you say, I say’(당신들이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라는 식으로 대치시키면 됩니다.“White House Correspondents’ Dinner”(WHCD)라고 불리는 백악관 기자단 만찬은 워싱턴의 전통입니다. 1924년 시작돼 내년이면 100주년이 됩니다. 1962년까지는 남성 기자들만 참석할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여성 기자들이 참석할 수 없다면 나도 안 가겠다”라고 보이콧을 선언해 여기자에게도 문호가 개방됐습니다. 그때 케네디 대통령을 설득한 사람이 ’백악관 터줏대감‘ 여기자 헬렌 토머스입니다.만찬에서 기자들은 무대에 오르지 않습니다. 하이라이트는 대통령 연설입니다. 대통령 연설의 성공의 척도는 ‘객석에서 얼마나 많은 웃음이 터지게 했느냐’입니다. 그냥 웃기는 게 아니라 날카로운 풍자를 넣어서 웃겨야 합니다. 내년 대선 도전을 공식 발표한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약점인 나이를 꺼낸 데에는 선거 시즌 때 문제 삼지 말고 지금 웃고 넘어가자는 희망이 깔려 있습니다. 성공적인 기자단 만찬 연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It’s been said that preparing me for a press conference was like reinventing the wheel. It‘s not true. I was around when the wheel was invented, and it was easier.”(내가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것은 헛수고라고 한다. 틀린 말이다. 바퀴가 발명될 때 내가 있었는데 훨씬 쉬운 일이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1988년 기자단 만찬에서 나이 문제를 꺼냈습니다. 당시 77세였던 레이건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자주 말실수를 했습니다. 말실수 때문에 기자회견을 망쳐 열심히 준비한 참모들을 허탈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바퀴는 고대 발명품으로 지금도 생활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바퀴는 이미 존재하니까 지금 바퀴를 다시 발명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reinvent the wheel’(바퀴를 재발명하다)은 ‘헛수고’를 말합니다.레이건 대통령은 “나를 위한 기자회견 준비는 헛수고라는 얘기가 나온다”라고 운을 떼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틀렸다는 겁니다. 이어 “바퀴가 발명됐을 때 내가 있었는데 바퀴 발명이 기자회견보다 쉽더라”라는 펀치라인이 나옵니다. 바퀴가 발명됐을 때 자신이 있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자신의 많은 나이를 슬쩍 비꼬는 것입니다. ‘be around’는 ‘살다’ ‘활동하다’라는 뜻입니다. 미국인들은 “또 보자”라고 작별 인사를 할 때 “I’ll be around”(내가 근처에 있을게)라고 합니다.I wanna buy a smoked ham!”(훈제 햄을 사고 싶단 말이야!)대통령이 물러나는 해에 열리는 기자단 만찬은 서글픈 분위기가 감돕니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6분짜리 동영상을 제작해 만찬장의 우울한 분위기를 날려버렸습니다. ‘Final Days’(마지막 나날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 시기여서 할 일이 없습니다. 중요한 기자회견을 해도 기자가 참석하지 않고, 참모들은 모두 자리를 비웠습니다. 뉴욕 상원의원에 출마한 부인 힐러리 여사를 위해 점심 도시락을 만들어 쫓아가 보지만 유세로 바쁜 힐러리 여사는 차를 타고 떠나버립니다.너무 한가해 인터넷 쇼핑에 재미를 붙인 클린턴 대통령의 대사입니다. 대통령이 아닌 가정주부의 쇼핑 품목이라서 한바탕 웃음을 터졌습니다. 훈제 음식을 한국에서는 그냥 ‘스모크’라고 하지만 ‘연기에 그을렸다’라는 뜻이므로 ‘smoked’(스모크트)입니다. ‘smoked ham’(스모크 햄), ‘smoked salmon’(훈제 연어), ‘smoked rib’(훈제 갈비) 등이 인기가 높습니다.George and I were just meant to be. I was the librarian who spent 12 hours a day in the library yet somehow I met George.”(조지와 나는 천생연분이다. 하루 12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내는 사서인 내가 조지와 만나게 됐으니 말이다)기자단 만찬에는 퍼스트레이디도 참석합니다. 대부분 조용히 앉아 있는 역할이지만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가 무대에 올라 부시 가문의 이미지를 부숴놓았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터프한 부시 대통령이 실은 저녁 9시만 되면 잠자리에 드는 바른생활 사나이라고 했습니다. 시어머니인 바바라 부시 여사는 따뜻한 할머니 같지만 실제 영화 ‘대부’의 냉혈한 마피아 두목 돈 코를레오네와 비슷하다고 했습니다.로라 여사는 부시 대통령과 결혼하게 된 스토리도 얘기했습니다. ‘mean’의 수동형인 ‘meant’와 ‘to be’가 결합되면 ‘의미되어지다’ ‘운명이다’라는 뜻입니다. 남녀관계에서 쓰면 ‘천생연분’이 됩니다. 부시 대통령은 젊은 시절 방탕한 생활을 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루의 절반을 도서관에서 보내는 사서 출신인 자신과 도서관과 한참 거리가 먼 부시 대통령이 만난 것은 천생연분이라는 겁니다. ‘somehow’(썸하우)는 ‘어찌저찌 해서’ ‘어떻게 하다보니’라는 뜻입니다.로라 여사의 연설이 히트를 치면서 각본을 쓴 랜든 파빈이라는 스피치라이터까지 주목을 받았습니다. 파빈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개그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로라 여사가 수차례 리허설을 했으며 로라 여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앞서 무대에 오른 부시 대통령의 연설을 일부러 재미없게 구성했다는 뒷얘기를 전했습니다.명언의 품격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한차례도 거르지 않고 기자단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2011년 연설입니다. 이 자리에는 기업가 시절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참석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버서 운동’을 벌이던 트럼프 대통령을 한껏 조롱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객석에 앉아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화가 나서 얼굴이 벌개졌습니다.대통령들은 연설 때 각기 다른 ‘클로징 멘트’ 스타일이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라크전쟁에 참전했던 아들에 대한 기억 때문에 “May God bless our troops”(신이시여 미군에게 축복을 내리소서)라는 구절로 끝맺는 것을 좋아합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클로징 멘트에서 미군의 안전을 별로 언급하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그런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 기자단 만찬 연설을 이렇게 끝냈습니다.God bless America and may God bless our troops and keep them safe.”(신이시여 미국을 보호하소서, 미군에게 축복을 내리시고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소서)오바마 대통령은 만찬 직전에 스피치라이터 존 파브로에게 특별 주문까지 했습니다. “연설 중에 미군 축복 클로징 멘트를 잊지 말라는 사인을 보내 달라”라는 것이었습니다. 파브로는 대통령의 주문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대로 따랐습니다. 기자들도 색다른 클로징 멘트에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그냥 지나갔습니다.이유는 다음날 밝혀졌습니다. 다음날 미군 특수부대는 파키스탄에서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에 성공했습니다. 극비 작전에 대해 밝힐 수 없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전에 투입되는 군의 안전을 기원한 것입니다. 역사적인 군사작전을 코앞에 두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연설 무대를 휘어잡은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습니다.실전 보케 360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단 만찬에서 자신의 나이를 얘기할 때 CNN 앵커 돈 레몬을 언급했습니다. “사람들은 나더러 ‘한물갔다’(over the hill)라고 하지만 돈 레몬은 나를 향해 ‘저 사람 한창 때야’(in his prime)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객석에서 폭소가 터졌습니다. 요즘 “in prime”은 미국의 유행어입니다. 최근 레몬은 방송 중에 여성 정치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를 가리켜 “50대 여성은 한창 때(in her prime)가 지났다”라고 말했다가 성차별적 발언이라는 비난이 빗발쳐 해고됐습니다.레몬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 CNN의 스타 앵커였습니다. CNN 앵커들 중에서 가장 독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시대는 지났습니다. 레몬은 강성 발언 스타일로 수차례 구설수에 올랐다가 이번에 해고된 것입니다. 레몬은 트위터에 해고된 것이 억울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After 17 years at CNN I would have thought that someone in management would have had the decency to tell me directly,”(CNN에 17년 동안 근무했으니 경영진이 나에게 직접 말해주는 품위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decency’(디슨시), ‘decent’(디슨트)는 일상대화에서 자주 쓰는 단어들입니다. ‘제대로 된 품성’ ‘기본적인 예절’이라는 뜻입니다. 상대가 “심성이 바른 사람”이라고 칭찬할 때 “he is a decent person”이라고 합니다. 방문을 노크하면서 “are you decent?”라고 물어보면 “지금 네 상태가 품위가 있느냐” 즉 “문을 열어도 될 만큼 옷을 갖춰 입고 있느냐”라는 것입니다.‘have the decency’는 ‘품성을 갖추다’라는 의미입니다. “He didn’t have the decency to apologize”라고 하면 “그는 사과하는 예절도 없었다”라고 나무라는 것입니다. 레몬의 입장에서는 CNN에 오래 근무한 정을 봐서 경영진이 자신에게 직접 해고 통보를 전하는 정도의 품위는 가지고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했다는 겁니다. 해고된 것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된 것이 기분 나쁘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CNN 측은 해고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사전에 면담 기회를 줬지만 레몬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9월 14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기자의 관계에 대한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4년 동안 한번도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기자들은 코로나19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폭발 직전이었습니다. 대통령이 방역수칙을 무시해 근접 취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2020년 9월 14일자코로나19의 위험성을 무시하고, 남의 탓으로 돌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적지 않은 갈등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런 갈등의 최전선에 기자들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참모들을 밀착 취재해야 하는 기자들은 백악관이 기본적인 방역수칙도 지키지 않아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If you don’t take it off, you are very muffled.”(마스크를 벗지 않으면 소리가 안 들린다)얼마 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마스크를 쓴 채 질문을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짜증을 내며 벗으라고 독촉을 했습니다. 마스크를 쓴 채 말하면 잘 안 들린다는 겁니다. 소리가 답답하게 들리는 것을 “you are(또는 sound) muffled”라고 합니다. ‘muffle’(머플)은 ‘덮다’ ‘덮어서 소리를 죽이다’라는 뜻입니다. 자동차의 머플러, 겨울철 목에 두르는 머플러 등이 여기서 유래했습니다.There was absolutely no social distancing.”(전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았다)백악관 담당 기자들은 좁은 공간에서 취재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협소하고 밀폐된 에어포스원 내부 취재는 위험도가 매우 높습니다. 한 기자는 에어포스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취재한 경험에 대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에어포스원을 타고 대통령을 취재할 기회가 있어도 거절하는 기자들이 많다고 합니다.We are doing more than they are out of an abundance of caution.”(만약을 대비해 우리는 그들보다 잘해야 한다)코로나19 시대에 ‘out of an abundance of caution’은 필수 단어였습니다. ‘caution’은 ‘주의’라는 뜻이고, ‘abundance’는 ‘풍부’라는 뜻입니다. ‘주의를 풍부하게 해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만약을 대비해’라는 뜻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행사가 취소되면 ‘the event is canceled out of abundance of caution’이라는 공고문이 붙습니다. 백악관 기자들도 자주 썼습니다. 그들(트럼프 행정부 사람들)은 방역수칙을 안 지키지만 우리는 만약을 대비해 잘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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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노래에 감탄한 바이든, 무심결에 내뱉은 이 속어[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 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 had no damn idea you could sing!”(이렇게 잘 부를 줄 몰랐네!)최근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백악관 만찬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었습니다. 열정적인 환호 세리모니였습니다. 세리모니로는 부족했는지 비속어 “damn”(제기랄)까지 섞어가며 감탄을 표했습니다.미국인들은 많은 사람 앞에서 자기 의견을 똑 부러지게 밝힐 줄 알지만, 노래를 부르는 것은 두려워합니다. 노래방도 없고 노래 장기자랑 문화도 없기 때문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낯설게 느낍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 대통령이 용감하게 마이크를 잡고 무반주로, 그것도 자신들의 국민가요인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으니 열렬한 환호를 보낸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마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겁니다. “You nailed it.”(당신 해냈어) 노래가 끝나자 만찬장의 분위기는 한층 부드러워졌습니다. 미국 언론은 한국 대통령이 가사도 안 틀리고 음정 박자를 잘 맞춰가며 노래를 부른 것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이렇게 ‘singing president’(노래하는 대통령)는 인기가 높습니다. 대통령은 음악을 통해 딱딱한 이미지의 국가 지도자가 아닌 여흥을 즐길 줄 아는 감성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뛰어난 음악적 소질을 가진 미국 대통령들을 알아봤습니다.Don’t worry, Rev, I cannot sing like you.”(걱정하지 말아요. 목사님. 나는 당신만큼 노래 못 하니까요)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자금 모금을 위해 뉴욕의 유서 깊은 흑인 극장 아폴로 씨어터에 섰습니다. 무대에 올라 연설 대신 “I’m so in love with you”(당신과 정말 사랑에 빠졌어요)라는 멜로디를 흥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흑인 가수 앨 그린의 노래 “Let’s Stay Together”(우리 함께 합시다)의 첫 구절이었습니다. 대통령의 즉석 노래에 처음에는 영문을 모르던 관객들은 곧 박수를 치며 흥을 맞췄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이 노래를 부른 것은 관객들과 교감하려면 연설보다 노래가 더 효과적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물론 노래 뒤에 연설도 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록적인 액수의 정치자금이 걷혔습니다. 관객 중에는 원래 이 노래를 부른 그린도 있었습니다. 가수에서 목사로 변신한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무대에 오르기 전 노래를 불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노래를 마친 뒤 그린에게 농담을 건넸습니다. “나는 당신 만큼 노래 실력이 안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라고 했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은 3년 뒤 또 한 번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번에는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였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흑인교회 총기 난사 사건 추모식이었습니다. “아무리 무자비한 폭력을 겪더라도 인간이 가진 자비(grace)의 마음을 믿어야 한다”라는 내용의 연설을 마친 뒤 조용히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자 추모객들은 너도나도 따라부르기 시작했습니다.I knew I would never be John Coltrane or Stan Getz.”(나는 내가 결코 존 콜트레인이나 스탠 게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1992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심야 토크쇼 ‘더 아세니오 홀 쇼’에 출연해 색소폰으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하트브레이크 호텔’을 연주했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바로 다음날 이뤄진 아세니오 홀 쇼 출연은 젊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습니다.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에 뮤직룸까지 꾸밀 정도로 색소폰 연주를 좋아했습니다. 색소폰을 외교에도 활용했습니다. 1994년 체코공화국을 방문했을 때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은 프라하의 재즈 클럽으로 그를 안내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하벨 대통령이 선물한 색소폰으로 즉석에서 ‘My Funny Valentine’(마이 퍼니 발렌타인’ ‘Summertime’(서머타임) 등의 재즈 명곡을 연주했습니다. 그 어떤 서류 서명보다 양국의 우애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친아버지 사별, 새아버지의 가정폭력 등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색소폰과 학교 성가대에서 즐거움을 찾았습니다. 하루 4시간 이상 맹연습을 한 덕분에 고교 시절에는 아칸소주 합주단에서 수석 색소폰 주자로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진로를 선택해야 할 때가 되자 자신의 색소폰 실력이 프로급 연주자 수준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나중에 자서전에서 “내가 결코 존 콜트레인이나 스탠 게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콜트레인과 게츠는 미국의 유명 재즈 색소폰 연주자들입니다. My choice early in life was either to be a piano-player in a whorehouse, or a politician. And to tell the truth, there’s hardly any difference.”(젊은 시절 내 선택은 사창가의 피아노 연주가와 정치인, 둘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 이 둘은 별로 차이가 없다)“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일본 원자폭탄 투하, 한국전 참전 등의 결정을 내린 선 굵은 정치가입니다. 하지만 사석에서는 섬세한 피아노 연주가였습니다. 베토벤, 쇼팽, 모차르트의 작품을 즐겨 연주했고, 수백 장의 클래식 음반을 모았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당대 유명 여배우 로렌 바콜을 울려다 보며 피아노를 연주한 적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장병 위로용으로 워싱턴 기자클럽에서 촬영된 사진입니다. 트루먼 대통령과 바콜 사이에 오묘한 분위가 흘러서 그런지 부인 베스 여사는 이 사진을 가장 싫어한다고 합니다.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트루먼 대통령은 술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학비를 벌었습니다. 나중에 자서전에서 “젊은 시절 사창가 피아니스트와 정치인의 길 중에 선택해야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창가 피아니스트보다 낫지만, 정치인도 그다지 내키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뉘앙스입니다. 정치에 대한 트루먼 대통령의 냉소적인 시각을 알 수 있습니다. 명언의 품격‘아메리칸 파이’는 1971년 발표돼 4주간 빌보드 1위를 차지한 노래입니다. 이 곡을 부른 가수이자 작사 작곡가인 돈 매클레인은 ‘American Pie’라는 제목에 대해 ‘as American as apple pie’를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미국인들은 미국적인 것, 애국심을 말할 때 “as American as apple pie”(애플파이만큼 미국적)라고 합니다. 건국 당시 미국인들이 유럽에서 들여온 각종 파이를 합쳐서 미국 특유의 애플파이를 만든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애플파이가 유명해진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입니다. 젊은 군인들은 전쟁에 나가는 이유에 대해 “for mom and apple pie”(엄마와 애플파이를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엄마가 애플파이를 만들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참전한다는 의미입니다.‘아메리칸 파이’는 가사가 심오하고 상징적입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쿠바 미사일 위기, 연쇄살인마 찰스 맨슨 사건, 인권운동가 피살 등 1960년대의 역사적 사건들이 가사 중에 상징적인 단어들로 언급됩니다. 음악 전문가와 역사가들은 가사 해석을 두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구절은 반복적으로 나오는 후렴구입니다.The day the music died.”(음악이 죽던 날)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만찬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이 후렴구까지 부를 것인지 관심 있게 지켜봤다고 합니다. 후렴구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거기까지 부르지 않으면 노래의 묘미가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온전히 후렴구까지 불렀습니다. ‘음악이 죽던 날’은 1959년 록가수 버디 홀리 등이 비행기 사고로 죽은 날을 말합니다. 이후 각종 사회적 혼란을 겪으면서 순수성이 사라지는 것을 ‘음악(미국)이 죽던 날’에 비유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백악관 만찬에 앞서 로즈가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회견에서는 정상회담 결과와 양국의 공동 관심사 외에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 방문 기간에 2024년 재선 도전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재선된다면 86세에 임기를 마치는 것인데 괜찮겠냐?”라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It doesn’t register with me,”(나이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register’는 ‘등록하다’ ‘기재하다’라는 뜻입니다. ‘register with me’은 ‘나에게 등록하다’가 됩니다. 등록은 기억에 남기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나이는 나에게 등록되지 않는다”라는 것은 “나이는 나에게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고민거리가 아니다”라는 의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심지어 자신이 지금 몇 살인지 모를 정도로 나이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3월 9일 소개된 ‘노익장 대선’에 대한 내용입니다. 2020년 대선은 나이 많은 후보들의 각축장이었습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과 버니 샌더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모두 70대의 나이에 대선에 도전했습니다.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트럼프 후보가 다시 맞붙는다면 누가 당선되든 80세를 넘긴 나이에 임기를 마치게 됩니다.▶2020년 3월 9일올해 미국 대선의 키워드는 ‘백발’과 ‘70대’입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은퇴해서 여생을 즐길 나이에 대통령에 도전한다니 존경스럽기도 하고, 혹시나 건강에 무리가 없을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후보들의 건강 상태가 매우 중요한 대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Biden accepts incremental, half-a-loaf-is-better-than-none politics, while Sanders demands go-for-broke maximalism.”(바이든은 점차적이고, 빵 반쪽이 아예 없는 것보다 낫다는 정치를 한다. 반면 샌더스는 한 번에 전부를 걸자는 최대주의자다)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바이든 후보와 샌더스 후보의 차이점을 이렇게 말합니다. 바이든 후보는 현실주의자입니다. 조금씩 변화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빵 반쪽을 얻은 것이 아예 못 얻는 것보다 낫다’라는 주의입니다. 반면 샌더스 후보는 맥시멀리스트(최대주의자)입니다. 단번에 사회를 확 바꾸자는 주의입니다. 군대용어인 ‘go-for-broke’는 부서진다는 각오로 공격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If you say ‘Yeah’, everyone says, ‘Whiner.’ And if you say ‘No’, about a bazillion women think, ‘What planet do you live on?’”(‘그렇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나를 ‘불평주의자’라고 할 것이고, ‘아니다’라고 하면 수많은 여성이 ‘저 여자 도대체 어느 별에서 온 거야’라고 생각할 것이다)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레이스를 포기했습니다. 한 기자가 “유세에서 성차별을 느껴본 적이 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yes”와 “no”로 대답하기 힘들다는 워런 의원의 대답입니다. ‘whine’(불평하다)을 잘하는 사람을 ‘whiner’(화이너)라고 합니다. ‘billion’(10억)과 ‘zillion’(막대한)이 결합한 ‘bazillion’(버질리언)은 ‘방대한 수’를 말합니다.There’s something going on there.”(무슨 일이 있다)바이든 후보는 피곤해 보입니다. 말실수도 자주 합니다. 대통령이 아닌 상원의원에 출마할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슈퍼 화요일”을 “슈퍼 목요일”이라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눈치채지 못할 리 없습니다. 그는 “거기(바이든 건강)에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일부 정신과 전문의들은 바이든 후보의 인지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립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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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밀 유출 사건은 ‘전면 조사’ 중입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There is a full-blown investigation going on.”(전면 조사가 진행 중이다)최근 미국에서 군사기밀이 온라인상에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범인은 잭 테세이라라는 21세의 공군 일병이었습니다. 그는 게임 채팅 플랫폼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관한 정부 기밀을 올렸습니다. 그중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해 한국 정보 당국자들이 나눈 대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조 바이든 대통령은 유출 사실이 알려지자 “전면 조사 중이다”라고 밝혔습니다. ‘full-blown’(풀블로운)은 범죄사건이 일어나면 수사당국이 쓰는 단골 단어로 뒤에 ‘investigation’(조사)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 그대로 ‘크게’(full) ‘부풀린’(blown)이라는 뜻입니다. ‘blow’는 활용도가 높은 단어입니다. ‘blow away’는 ‘감동하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blow out of proportion’은 ‘뻥치다’입니다. ‘out of proportion’(프로포션)은 ‘비율에서 벗어난’ ‘과도하게’라는 뜻입니다.기밀 유출은 대개 내부자 소행입니다. 기밀을 유출하는 이유는 잘못을 바로잡고 싶은 정치적 신념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이런 중요한 정보를 다룬다’라고 과시하고 싶은 욕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테세이라 일병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whistleblower’(내부고발자)라고 합니다. 주변에 알리기 위해 호루라기를 분다는 뜻입니다. 여기 또 ‘blow’가 나오네요. 미국 역사상 유명한 내부고발자를 알아봤습니다.I’m the guy they called Deep Throat.”(내가 바로 딥스로트라고 불리는 사람이다)‘딥스로트’라고 불리는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내부고발자는 마크 펠트 전 중앙정보국(FBI) 부국장입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불법 도청을 알리겠다는 신념과 FBI 국장 자리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내부고발자가 됐습니다. 펠트 부국장이 딥스로트라는 소문은 끊이지 않았지만 사실로 확인되기까지는 30여 년이 걸렸습니다. 2005년 존 오코너라는 연방검사 출신의 변호사가 시사잡지 베니티페어에 펠트 부국장의 딸 조앤 펠트를 만나 사실을 추적하게 된 경위를 밝힌 기사를 게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당시 92세의 펠트 부국장은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태였지만 정신이 맑을 때 딸에게 자신이 딥스로트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딥스로트의 정체를 공개한 베니티페어의 유명한 기사 제목입니다. ‘guy’ 대신에 ‘one’(바로 그 사람)을 써도 됩니다. ‘they’는 불특정 다수를 가리킵니다.I felt that as an American citizen, as a responsible citizen, I could no longer cooperate in concealing this information from the American public.”(미국 시민으로서,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 더는 정보를 미국 대중으로부터 숨기는 일에 협조할 수 없었다)해리 트루먼부터 리처드 닉슨에 이르기까지 4개 행정부에 걸친 미국의 베트남전 불법 개입의 역사를 폭로한 것은 대니얼 엘스버그 연구원입니다. 랜드연구소의 군사 분석가였던 그는 베트남전을 포함한 인도차이나반도에서 미국의 역할을 기록한 보고서 ‘펜타곤 문서’(Pentagon Papers)의 주요 내용을 뉴욕타임스에 유출했습니다.엘스버그 연구원은 펠트 부국장과 달리 자신이 내부고발자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인정하고 간첩죄, 음모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1971년 그는 검찰에 자진 출두하면서 기밀 유출에 대해 양심에 따라 행동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용기 있는 보도와 더불어 널리 알려진 발언입니다. 닉슨 대통령이 엘스버그 연구원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혐의로 풀려나 반전운동가로 변신했습니다. People tried to say, ‘This all happened because you were trans.’ It’s like, no.”(사람들은 내가 성전환자라서 이런 일을 벌였다고 한다. 아니거든요)2010년 이라크에 파견된 정보분석가 브래들리 매닝은 내부고발 전문 인터넷 매체 위키리크스에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기밀문서 75만 건을 넘겼습니다. 사건 당시 매닝은 23세로 테세이라 일병과 비슷한 나이였습니다. 20대 초반의 낮은 계급 군인이 국가 기밀문서를 다룰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은 당시에도 큰 논란이 됐습니다. 매닝은 또 다른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성정체성 문제였습니다. 매닝은 2013년 유죄 판결을 받은 직후 이름을 ‘브래들리’에서 ‘첼시’로 바꾸고 성별도 ‘he’(그)에서 ‘she’(그녀)로 바꾼다고 밝혔습니다. 내부고발자라는 것보다 성전환자라는 사실이 더 화젯거리였습니다.매닝은 2022년 자서전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성전환 과정의 혼란 때문에 기밀을 유출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미국인들은 성전환자를 의미하는 ’transgender’ ‘transsexual’을 짧게 ‘trans’(트랜스)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내부고발자처럼 자신도 권력의 비리를 알리기 위해 기밀을 유출했다고 했습니다. 매닝이 유출한 문서 중에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가졌다는 증거가 없고 미군이 이라크 민간인을 살상했다는 등의 민감한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었습니다.명언의 품격기밀 유출의 원조는 미국 건국의 주역 중 한 명이자 100달러 화폐에 그려진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독립 전인 1773년 우정공사 자격으로 영국에서 근무 중이던 프랭클린은 이상한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식민지 매사추세츠주를 다스리던 토머스 허친슨 주지사가 몇 년 전 영국 본국에 보낸 편지였습니다. 식민지 주민들의 본국 정부에 대한 반감이 날로 커지고 있어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매사추세츠 보스턴 출신인 프랭클린은 영국 정부의 강압적인 정책은 무시한 채 반발 제압에만 초점을 맞춘 편지 내용은 옳지 않다고 봤습니다. 사실 확인을 위해 비밀리에 편지를 보스턴의 독립운동가들에게 보냈습니다. 편지는 여러 명을 거쳐 ‘보스턴 가제트’에 보도됐습니다. 이 사건을 ‘허친슨 편지’(Hutchinson Letters) 사건이라고 합니다. 사건은 큰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보스턴 주민들은 편지에서 “반발을 통제해야 한다”라는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주민들의 분노는 지역 특산물인 차(茶)를 바다에 내다 버리는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으로 이어져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영국 정부는 허친슨 편지를 프랭클린에게 보낸 범인 색출에 나섰습니다. 프랭클린은 편지를 전달받은 경위를 추궁받았습니다. 3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사건에 가담했다는 누명을 쓰자 프랭클린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편지 유출은 자기 혼자만의 책임이라는 내용입니다. I think it incumbent on me to declare that I alone am the person who obtained and transmitted to Boston the letters in question.”(문제의 편지를 받아서 보스턴에 보낸 것은 내가 혼자 벌인 일이라고 분명히 밝히는 것이 의무라고 본다)‘incumbent’(인컴벤트)는 ‘자리에 있는’ ‘재임 중인’이라는 뜻입니다. 현직 대통령을 ‘incumbent president’라고 합니다. 뒤에 ‘on’이 붙으면 ‘책임을 지다’ ‘의무다’라는 뜻이 됩니다. 우정공사에서 해임돼 미국으로 돌아온 프랭클린은 영웅 대접을 받았습니다. 허친슨 편지 사건을 계기로 프랭클린은 건국의 핵심 주역 7인 중 한 명으로 떠올랐습니다. 프랭클린에게 문제의 편지를 보낸 인물은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실전 보케 360미셸 오바마 여사는 백악관을 떠난 지 7년이나 됐지만 아직도 인기 있는 전직 퍼스트레이디입니다. 요즘은 두 번째 저서 ‘The Light We Carry’(한국명 ‘자기만의 빛’) 홍보에 여념이 없습니다. 첫 번째 책 ‘비커밍’이 자신의 성장 과정을 다룬 자서전이었다면 이번 책은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삶의 교훈을 담은 내용입니다.미셸 여사는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결혼 생활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요즘 젊은이 중에는 결혼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뛰어들었다가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If I fell out with him for 10 years, and we had a great 20 years, I’d take those odds anytime,”(만약 그와 10년간 사이가 좋지 않고, 20년간 행복한 내기가 있다면 나는 언제라도 그 내기에 응하겠다)‘odds’(오즈)는 ‘내기’ ‘게임’이라는 뜻입니다. ‘chance’와 비슷한 뜻입니다. ‘take odds’ 대신에 ‘take chances’라고도 합니다. ‘내기를 받아들이다’ ‘게임에 응하다’라는 뜻입니다. ‘내기를 받아들이다’라는 것은 ‘수긍한다’라는 의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30년간 결혼 생활을 한 미셸 여사는 20년은 행복한 시간이었고 10년은 그렇지 못했다고 합니다. “3분의 2만 행복해도 결혼이라는 게임에 응하겠다”라고 하는 것은 “결혼은 행복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사람과 ‘가까워지다’ 또는 ‘멀어지다’라고 할 때 ‘fall in(또는 out) with’라고 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9월 30일 소개된 ‘우크라이나 스캔들’ 내부고발자에 관한 내용입니다. ▶2019년 9월 30일 PDF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 조사까지 몰고 간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자신의 정적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부자가 연루된 우크라이나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압박했고, 이런 사실이 공개될 조짐을 보이자 통화 녹취록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백악관에 배속됐던 중앙정보국(CIA) 소속 내부고발자가 “통화 내용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된다”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정보당국 감찰관실에 보내면서 우크라이나 스캔들 조사에 불을 댕겼습니다. 이 고발장은 내용과 형식이 모두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기자는 글을 쓰는 직업입니다. 논리적이고 유려하면서 상대방을 이해시킬 수 있는 글을 써야 하지요. 하지만 사실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조사의 도화선이 된 내부고발자의 고발장이 바로 그런 글입니다. 9쪽으로 구성된 이 문건은 내용도 중요하거니와 스타일도 훌륭합니다.This had to be the best composed, best written, best documented complaint I've ever seen.”(내가 본 것 중에서 가장 구성이 잘 돼 있고, 가장 잘 썼고, 가장 사실관계가 잘 기록된 문건임에 틀림없다)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DNI)이 CNN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국가기밀과 관련된 모든 내부고발자 문건은 DNI에게 보고됩니다. 클래퍼 국장은 7년 동안 DNI를 맡으면서 얼마나 많은 고발장을 봤겠습니까. 자신이 본 것 중에서 가장 뛰어난 문건이라고 합니다.The whistleblower gets right to the heart of the matter.”(내부고발자는 바로 핵심으로 들어간다)고발장을 심층 분석한 뉴욕타임스 기사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고발장은 첫 문장부터 핵심을 치고 들어갑니다. “긴급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보고를 하겠다”라는 구절로 시작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를 조사하도록 압력을 넣었고, 백악관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문장이 나옵니다. ‘get right to’는 ‘곧바로 가다’라는 뜻입니다. ‘right’는 생략 가능합니다. ‘heart of the matter’(사건의 본질) 대신에 짧게 ‘point’(요점)라고 해도 비슷한 뜻입니다.The whistleblower uses active verbs.”(내부고발자는 능동형 동사를 쓴다)한국말도 그렇고 영어도 그렇고 행동 주체가 확실하지 않거나 숨기고 싶을 때 수동태 동사를 써서 살짝 넘어갑니다. 반면 고발장에서는 능동태 동사가 자주 등장합니다. 예컨대 고발장에는 “White House officials intervened to lock down all records of the phone call”(백악관 관리들이 통화에 대한 모든 기록 제거에 나섰다)이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이것을 “All records of the phone call were locked down”이라는 수동형으로 썼다면 밋밋했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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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투병 ‘블랙 팬서’가 명문대 졸업생에 강조한 이 말[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 This is no time to be on the sidelines.”(지금 방관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다음 달 미국의 졸업 시즌이 시작됩니다. 한국과 학제가 다른 미국에서는 주로 5월에는 대학, 6월에 고교 졸업식이 열립니다. 지난 몇 년간 팬데믹 때문에 못 열렸던 대면 졸업식이 재개되면서 올해 졸업생들은 기대감에 부풀어있습니다.졸업식의 꽃은 축사입니다. 학교들은 졸업식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유명 인사에게 축사를 맡깁니다. CNN 통계에 따르면 인기 높은 연사들은 시즌당 다섯 건 이상 졸업식에 참석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인기 연사입니다. 지금은 대통령이 돼서 많이 자제하지만, 상원의원 시절에는 불러주는 곳마다 대부분 참석했습니다. 모교인 델라웨어대 연단에는 1978년, 1987년, 2004년, 2014년, 2022년 등 다섯 차례나 섰습니다. 지난해 졸업식에서는 대통령이 됐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마음속에 담아뒀던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는 2015년 맏아들 보 바이든이 세상을 떠난 뒤 모든 정치적 야망과 의욕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위를 보고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더는 구경꾼으로 있을 수 없다고 결심했습니다. 스포츠에서 유래한 ‘on the sidelines’는 ‘출전선 밖으로 나가다’ ‘게임에 참가하지 않고 지켜보다’라는 의미입니다. “he is sidelined”처럼 동사로 쓰면 “주목받는 자리에서 밀려나다”라는 뜻이 됩니다. 미국 졸업식의 특징은 ‘셀럽’ 연설자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학생과 가족, 대학 당국은 연예인이 연설자로 나서는 것에 대해 별로 거부감이 없습니다. 성공을 최고의 가치로 보기 때문에 어떤 분야든 성공한 인물의 연설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셀럽 연사들은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추구하는 연설, 지루하지 않은 연설로 인기가 높습니다. 졸업식을 빛낸 셀럽 연설을 알아봤습니다.If I am going to fall, I don’t want to fall back on anything except my faith. I want to fall forward.”(만약 내가 넘어진다면 종교적 신념 외에는 기댈 곳이 없기를 바랍니다. 나는 앞으로 넘어지고 싶습니다) 영화배우 덴젤 워싱턴은 졸업식 시즌마다 섭외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연예인 중 한 명입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쌓은 업적, 깨끗한 이미지, 정확한 발성 등이 그가 각광받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워싱턴이 연단에 선 것은 2011년 펜실베이니아대, 2015년 딜러드대 등 두 차례뿐입니다. 두 번 모두 열정적인 연설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워싱턴은 명예박사 학위도 받은 펜실베이니아대 졸업식에서 ‘fall forward’(앞으로 넘어져라)라는 제목의 연설을 했습니다. 졸업식에서 넘어질 것을 권하는 연설은 흔치 않지만 반대 의미의 ‘fall back on’(뒤로 넘어지다)과 함께 묶어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fall back on’은 ‘힘든 상황에 대비해 안전판을 마련해두다’라는 뜻입니다. 미국 부모들은 무작정 꿈을 좇는 자녀에게 안정된 미래를 준비하라는 뜻에서 “you need something to fall back on”(뒤에 기댈 곳이 필요하다)이라고 충고합니다.“앞으로 넘어져라”라는 워싱턴의 충고는 뒤에 안전판을 두면 앞을 향해 전력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려한 것입니다. 뒤로 자빠져도 기댈 곳이 없다면 전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라는 메시지입니다. It was so important for me to lose everything because I found out the most important thing was to be true to yourself,”(모든 것을 잃는 것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나다운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토크쇼 진행자이자 코미디언인 엘렌 드제너러스는 뉴올리언스 출신입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하자 그녀는 이 지역에 있는 툴레인대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4년 뒤 다시 졸업식에 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카트리나의 피해를 입은 해에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할 때 다시 연단에 서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2009년 그녀는 다시 툴레인대 연단에 섰습니다.드제너러스는 처질 수 있는 졸업식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습니다. 흰색 목욕가운을 입고 “만약 여러분이 아침 10시에 이 가운을 입고 있다면 볼 장 다 본 것”이라는 농담으로 좌중을 웃겼습니다. 졸업한 뒤 가운을 입은 채 집안을 돌아다니는 실업자가 되면 안 된다는 충고였습니다. 할리우드의 유명한 동성연애자인 드제너러스는 자신이 받았던 차별에 관해 얘기했습니다. 1997년 동성연애자라는 사실을 밝힌 후 몇 년 동안 일거리가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역시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true to yourself”는 “자신에게 진실하다” “진정성을 가지고 행동하다”라는 뜻입니다. 동성연애자라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많은 것을 잃었지만 진지하게 자신을 대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는 메시지입니다.You can fail at what you don’t want, so you might as well take a chance on doing what you love.”(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일에 기회를 걸어봐야 합니다)2014년 코미디언 짐 캐리는 아이오와주 페어필드에 있는 마하리쉬대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그의 주특기인 다양한 몸개그를 선보이자 졸업식장에서는 폭소가 터졌습니다. 캐리는 감동적인 연설을 했습니다. 그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가족애였습니다.캐리는 아버지 얘기를 꺼냈습니다. 아버지 역시 꿈은 코미디언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위해 회계사라는 안전한 직업을 택했습니다. 아버지는 어린 캐리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코미디 클럽까지 태우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회사에서 해고되면서 이마저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캐리는 꿈을 접었습니다. 힘들게 재취업을 한 아버지는 캐리에게 다시 코미디언에 도전하도록 격려했습니다. 캐리는 코미디언 클럽에 다니면서 가족을 돕기 위해 하루 8시간씩 타이어 공장에서 청소부와 경비원으로 일했습니다.캐리는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사랑하는 일을 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얻었습니다. 대개 사람들이 좋아하지도 않는 분야에서 일하는 것은 안정된 미래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직업조차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럴 바에야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도전해야 한다는 메시지입니다.명언의 품격마블 히어로 ‘블랙 팬서’의 주인공 채드윅 보스만이 2020년 43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많은 이들이 보스만의 죽음을 안타까워한 것은 단순히 그가 재능있는 배우여서가 아니라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진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보스만에게 목표는 흑인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는 것이었습니다. 2018년 그의 모교인 하워드대 졸업식에서 색다른 축사를 했습니다. 대다수 졸업 연설이 희망에 초점을 맞춘다면 보스만의 연설은 투쟁을 강조했습니다. 이미 대장암 말기 선고를 받은 상태였던 그는 “목표를 가진 삶을 위해 싸워야 한다”라고 후배들에게 충고했습니다. You would rather find purpose than a job or career. Purpose is an essential element of you. It is the reason you are on the planet at this particular time in history. Whatever you choose for a career path, remember, the struggles along the way are only meant to shape you for your purpose.”(직업이나 커리어를 택하기보다 목표를 찾으세요. 목표는 당신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역사의 이 특별한 순간에 당신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어떤 진로를 택하든 기억하세요. 앞으로 만나게 될 고난은 목표에 도달하도록 당신을 성숙시켜 주는 과정입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얼마 전 뉴욕시가 연봉 2억여 원(12∼17만 달러)을 내걸고 모집한 ‘rat czar’(쥐 퇴치 책임자)에 전직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캐슬린 코라디라는 여성이 임명됐습니다. 그녀는 시 교육부에서 일할 때 학교 쓰레기 배출을 줄여 쥐 개체 수 증식을 억제하는 공로를 세운 바 있다고 합니다.쥐와의 전쟁은 뉴욕의 절박한 문제입니다. 지난해 뉴욕에서는 6만여 건의 쥐 목격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2021년에 비해 2배 늘어난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음식점의 실내 영업이 제한되면서 야외에서 음식을 먹는 비율이 높아진 것이 쥐가 늘어난 주요 원인입니다. 뉴욕의 쥐 퇴치 정책을 진두지휘할 코라디 책임자의 소감입니다.I look forward to sending the rats packing.”(쥐를 몰아내기를 고대한다)‘send packing’은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표현입니다. ‘send’는 ‘보내다’라는 뜻이고, ‘packing’은 ‘짐을 싸다’라는 뜻입니다. ‘send packing’은 ‘짐을 싸서 보내다,’ 즉 ‘내쫓다’ ‘해고하다’라는 뜻입니다. “I wanted to live alone, so I sent him packing”이라고 하면 “나는 혼자 살고 싶어서 그를 쫓아냈다”라는 뜻입니다. 원래 사람에게 쓰는 말인데 코라디 책임자는 쥐를 상대로 쓴 것이 재미있습니다.이런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2월 23일 소개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실력에 관한 내용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화려하고 감동적인 연설을 하는 실력은 부족합니다. 그래도 적재적소에 농담을 섞어가며 재미있게 연설을 할 줄 압니다.▶2020년 11월 23일앞으로 미국을 이끌어갈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연설 실력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1970년대 정계에 진출한 그의 주요 연설 들을 살펴봤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화려하고 감동적인 연설에 능하지는 않지만, 옆 사람에게 얘기하는 것처럼 친근하게 설득하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If you’re giving me the honor of serving as your President, clear the decks for action.”(만약 여러분이 나에게 대통령으로 봉사할 기회를 준다면 전투에 나설 준비를 하겠다) 지난달 말 조지아주 웜스프링스 유세 연설에서 자신이 존경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을 수차례 인용했습니다. ‘clear the decks for action’은 대공황과 싸웠던 루스벨트 대통령이 자주 했던 말입니다. ‘전투를 위해 갑판을 치우다’라는 뜻입니다. 당면 과제인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추겠다는 의미입니다.People ask if I can compete with the money of Hillary and Barack. I hope at the end of the day, they can compete with my ideas and my experience.”(사람들이 나에게 ‘힐러리와 버락의 자금력을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라고 묻는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두 명이 내 생각과 경험을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일 것이다)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은 “별들의 전쟁”으로 불립니다.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조 바이든이 모두 출사표를 냈습니다. 당시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와 힐러리에 밀려 일찍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그래도 출마 발표 때만 해도 꿈은 다부졌습니다. 오바마와 힐러리보다 자신이 앞서는 점은 오랜 정치적 경륜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at the end of the day’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점,’ 즉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뜻입니다.Make sure of two things in Washington DC. Be careful, microphones are always hot, and understand that a gaffe is when you tell the truth.”(워싱턴에서는 두 가지만 기억해라. 마이크는 언제나 뜨겁다, 그리고 말실수는 진실을 말할 때 생기는 것이다)바이든 대통령은 2012년 부통령 시절에 한 기자 모임에서 워싱턴에서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법에 대한 유머를 풀어놓았습니다. ‘hot mic’(핫 마이크)는 마이크가 켜진 줄도 모르고 공개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가 창피를 당하는 것을 말합니다. 말할 때는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별명이 ‘gaffe machine’(말실수 기계)일 정도로 말실수를 자주 합니다. 말실수 속에 진실이 담겨있다고 변명하는 것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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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추문 같은 추잡한 질문 말라” 화낸 미국 대통령[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The king has been dethroned.”(왕은 권좌에서 밀려났다)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법정에 섰습니다. 두 차례 탄핵 위기를 넘기는 등 재임 시절을 파란만장하게 보내더니 퇴임해서도 여전히 논란을 몰고 다닙니다. 이번에는 2016년 대선 직전 스토미 대니얼스라는 전직 성인영화 배우의 혼외정사 폭로를 막기 위해 13만 달러(1억7000만 원)에 달하는 뒷돈을 전달하고, 이를 회사 장부에 ‘법률 자문 비용’으로 허위로 기재한 혐의입니다.대니얼스는 트럼프 대통령 기소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권좌에서 쫓겨난 왕’에 비유했습니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 중에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입니다. 미드 제목 ‘Game of Thrones’에도 나오듯 ‘throne’은 왕좌, 왕이 앉은 의자를 말합니다. ‘de’는 반대의 의미이므로 ‘dethrone’(디쓰론)은 왕의 자리에서 쫓겨난다는 뜻입니다.트럼프 대통령이 기소된 혐의는 문서 위조이지만 사건의 출발점은 섹스 스캔들입니다. 권력자의 성추문은 지대한 관심을 받기 마련입니다. “porn star”(포르노 스타), “adult film”(성인영화), “playboy model”(플레이보이 모델) 등 평소 보기 힘든 단어들이 요즘처럼 자주 미국 언론에서 등장한 적도 없습니다. 유명 정치인의 섹스 스캔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You are perpetuating the sleaze by even asking the question.”(그런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추잡한 소문을 영구화시키게 된다)‘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부인 바버라 여사와 73년 동안 모범적인 결혼생활 보냈습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에게는 제니퍼 피츠제럴드라는 개인 비서와 수십 년간 연인관계였다는 소문이 따라다녔습니다.1973년 부시 대통령이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시절에 시작된 이들의 관계는 중앙정보국(CIA) 국장, 부통령, 대통령 때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75년 나란히 앉아있는 부시 대통령과 피츠제럴드 뒤쪽에서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어두운 표정의 바버라 여사의 모습이 카메라에 찍히기도 했습니다. 2019년 발간된 자서전에서 바버라 여사는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우울증의 상당 부분은 부시 대통령과 피츠제럴드의 관계 때문이라고 바버라 여사의 친구들은 말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피츠제럴드와의 관계를 부인했습니다. 1992년 백악관에서 인터뷰하던 중에 NBC방송 앵커가 “소문이 진실이냐”라는 질문을 던지자 “그런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추잡한 소문을 영구화시킨다”라며 화를 냈습니다. ‘sleaze’(슬리즈)는 추잡한 사람이나 행동을 말합니다. ‘sleazy lawyer’ ‘sleazy politician’ 등 형용사 형태로 많이 씁니다. Monkey Business”(속임수)1988년 대선 때 콜로라도 출신의 게리 하트 상원의원은 민주당 후보 중에 선두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womanizer’(바람둥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언론은 그의 여자관계를 집중적으로 파헤쳤습니다. 특히 도나 라이스라는 젊은 여배우 겸 모델이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하트 의원은 라이스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유세 지원자일 뿐”이라고 답했습니다.타블로이드지 내셔널인콰이어러가 이들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진을 게재하면서 하트 의원 대통령의 꿈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요트 여행 중에 선착장에서 라이스가 하트 의원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무릎에 앉아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사진 밑에는 “그가 나에게 결혼하자고 했어요”라는 도발적 제목도 실렸습니다. 미국인들 사이에 화제가 된 것은 하트 의원이 입고 있던 티셔츠에 적힌 ‘monkey business’라는 문구였습니다. 이들이 타고 있던 요트의 이름이기도 했습니다. 원숭이는 짓궂은 장난을 잘 치는 동물입니다. 수상쩍은 거래, 속임수를 뜻하는 ‘몽키 비즈니스’는 이들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명언이자 그해 최고의 유행어가 됐습니다.I’ll run you out of the Army and keep you from ever drawing a peaceful breath again.”(당신을 군대에서 쫓아내고 편히 살지 못하게 하겠다)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군 총사령관 시절에 케이 서머스비라는 운전병 겸 비서를 만났습니다. 그에게는 부인 마미 여사가 있었지만 전쟁 중에 서머스비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니면서 친밀한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서머스비를 “Ike’s shadow”(아이젠하워의 그림자)라고 불렀습니다.서머스비에게 빠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친구인 조지 마샬 참모총장에게 “아내와 이혼하겠다”라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마샬 총장은 “만약 자네가 이혼하면 군대에서 쫓아내고 편히 살지 못하게 하겠다”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정신 차리라는 충고였습니다. ‘draw breath’는 ‘숨을 들이마시다,’ 즉 ‘살다’라는 뜻입니다. 전쟁이 끝나자 서머스비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하지만 정치인으로 변신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마샬 총장의 충고대로 서머스비와의 관계를 청산했습니다. 생활이 궁핍해진 서머스비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지만 보좌관으로부터 “다시 연락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이날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고 합니다. “과거 나의 비서가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전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잘 이겨낼 것이라고 믿는다.”명언의 품격 1914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여사는 루시 머서라는 여성을 비서로 채용했습니다. 어느 날 엘리너 여사는 남편의 가방 속에서 머서가 보낸 러브레터를 발견했습니다. 남편과 비서의 불륜관계를 눈치챈 엘리너 여사는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남편은 머서와의 관계를 인정하며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여성 편력을 다룬 책 ‘프랭크와 루시’에 나오는 내용입니다.루즈벨트 대통령의 어머니가 중재에 나섰습니다. 아들에게 “만약 이혼을 하면 유산을 한 푼도 남겨주지 않겠다”라고 선언했습니다. 당시 해군성 차관보였던 루즈벨트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가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혼은 대통령이 되는 데 치명적인 결함이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혼을 포기했습니다. 이혼 위기를 넘긴 부부는 애정은 식었지만 정치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반자 관계가 됐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당선되자 엘리너 여사는 내조보다는 독립적인 대외활동으로 새로운 퍼스트레이디상을 확립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머서와 계속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엘리너 여사는 훗날 자서전에서 남편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I have the memory of an elephant. I can forgive, but never forget.”(나는 코끼리의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용서를 해도 잊지는 못한다)각종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끼리는 영리하고 똑똑한 동물입니다. 특히 기억력이 뛰어나서 “elephants never forget”이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기억력이 출중한 사람을 가리켜 “he has the memory of elephant”라고 합니다. 자신을 코끼리에 비유해 남편의 외도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잘 표현한 엘리너 여사의 명언입니다. 미국을 전후 최강대국으로 만든 일등공신이 루즈벨트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만약 그가 이혼해서 대통령의 꿈을 이룰 수 없었다면 미국의 미래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아직도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미 역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을 기소한 맨해튼 지방검사실의 앨빈 브래그 검사장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들은 기소 타이밍을 대선 시즌에 맞춘 이유, 기업문서 위조와 선거법 위반의 연관성, 유죄 입증을 자신하는 근거 등에 관해 물었습니다. 마지막 질문을 던진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입막음 의혹이 당초 알려진 전직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 건 이외에 2건 더 있다고 하자 브래그 지검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I’m glad you put finger on that.”(그걸 확실히 지적해줘서 기쁘다) ‘put’은 ‘놓다,’ ‘finger’는 ‘손가락,’ ‘on’은 ‘위에’라는 뜻입니다. 어떤 것 위에 손가락을 놓는다는 것은 ‘콕 집어서 지적하다’라는 의미입니다. ‘identify’(아이덴티파이)와 같은 뜻이지만 ‘put finger on’이 더 의미가 확실히 와닿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즐겨 씁니다. 긍정문보다는 ‘not’과 함께 써서 부정문 형태로 더 많이 씁니다. “I can’t quite put my finger on it”이라고 하면 “딱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지만”이라는 뜻입니다.이런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4월 22일 소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에 관한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만큼 스캔들이 많은 대통령이 있을까요. 취임 전부터 여러 건의 섹스 스캔들이 있었고 재임 중에는 러시아 스캔들,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스캔들이 많은 대통령을 ‘scandal-prone president’라고 합니다. ‘prone’(프론)은 ‘취약하다’라는 뜻입니다.▶2019년 4월 22일자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 의혹,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위해 2017년 5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임명됐습니다. 뮬러 특검 등장 후 약 2년간 미국 정치권에는 ‘러시아 스캔들’이란 초대형 폭풍이 몰아쳤습니다. 최근 뮬러 특검의 수사보고서 전문이 공개되면서 대단원의 막이 내렸습니다. 승자는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갖가지 치부가 드러나 망신을 당했고, 민주당 역시 전략 부재 상태임을 보여줬습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러시아 스캔들을 풍자하는 각종 농담이 유행하고 있습니다.He has Americans reading again.”(그는 다시 미국인들을 책을 읽도록 만들었다)미국인들은 책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닙니다. 하지만 뮬러 특검 보고서는 너도나도 읽겠다고 합니다. 448쪽이라는 만만치 않은 분량인데도요. TV 심야 토크쇼를 진행하는 지미 키멀은 이런 농담을 던졌습니다. “누가 트럼프 대통령을 나쁜 사람이라고 했어? 미국이 다시 책을 읽게 한 건 순전히 그의 공로야.”Robert Mueller is now a best-selling author.(이제 로버트 뮬러는 베스트셀러 작가야)448쪽짜리 PDF 파일을 컴퓨터로 보려면 눈이 아픕니다. 인쇄하려면 한참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출판사들은 뮬러 특검 보고서를 바로 책으로 발간했습니다. 가격은 약 10달러. 현재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 1위, 2위, 9위에 뮬러 보고서가 올라있습니다. 직업이 작가도 아닌 뮬러 특검이 베스트셀러 작가의 영광을 안게 됐습니다.Congress has finally located a computer with a CD-ROM. Now they are looking for a dot matrix printer.”(의회가 드디어 CD롬 컴퓨터를 찾아냈다. 이제 닷매트릭스 프린터만 찾으면 된다) 소셜미디어에서 인기 높은 농담입니다. 뮬러 특검으로부터 보고서를 제출받은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이를 의원들에게 ‘CD’ 형태로 배포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고색창연한 CD라니요. 의원들은 CD를 작동시킬 CD롬이 장착된 컴퓨터를 찾느라 창고를 뒤지고 난리를 쳤다고 합니다. 이제 인쇄를 하려면 ‘닷매트릭스’ 프린터만 있으면 됩니다. CD롬 컴퓨터에는 역시 ‘올드 패션’ 닷매트릭스 프린터가 어울립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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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대통령이 “내가 미국을 버렸을 때”라고 말했다고?[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So, with your help, the United States will again lead not just by the example of our power but the power of our example.”(여러분들의 도움으로 미국은 다시 세계를 주도할 것이다. 우리 힘의 본보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우리 본보기의 힘을 통해서)최근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안보실장이 교체되는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백악관이 마련한 만찬 행사 건에 대한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였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정가에서 알아주는 외교통입니다.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10년 넘게 활동했고 위원장을 두 차례나 지낸 그는 외교 행사의 중요성을 아는 정치인입니다.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를 철회하고 다자 협력주의를 강조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우리 힘의 본보기(the example of our power)가 아니라 우리 본보기의 힘(the power of our example)을 통해 세계를 리드해야 한다”라는 명구절이 나옵니다. 정상회담에서 만찬으로 이어지는 국빈 초청 행사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베푸는 최고의 예우입니다. 사소한 파티도 RSVP(참석 여부 회신)를 챙기는 것이 미국 문화인데 상대국에서 국빈 만찬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을 대접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외교 행사는 철저한 각본에 따라 움직이지만, 종종 대형 실수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미국 외교의 난처한 순간들을 알아봤습니다.*RSVP : 프랑스어 Repondez s‘il vous plait의 약자, 반드시 회신을 달라는 의미.▶참조기사: I desire the Poles carnally.”(나는 폴란드인들을 육체적으로 갈망한다)외교 행사에서는 통·번역 실수가 종종 벌어집니다.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폴란드를 국빈 방문했을 때 대형 오역 사건이 터졌습니다. 카터 대통령의 방문 소감을 통역 담당자가 폴란드어로 잘못 전달한 것입니다. “I hope to learn about the Polish people’s desires for the future”(나는 폴란드인들의 미래에 대한 바람을 알고 싶다)라는 카터 대통령의 발언은 “나는 육체적으로 폴란드 사람들을 갈망한다”라는 의미의 폴란드어로 통역됐습니다. “when I left the United States”(내가 미국에서 출발했을 때)라는 구절은 “when I abandoned the United States”(내가 미국을 버렸을 때)라는 의미의 폴란드어로 통역됐습니다. 이밖에도 두세 군데에서 더 실수가 발견됐습니다.문제의 통역은 스티븐 시모어라는 미 국무부의 파트타임 통역사가 담당했습니다. 미국 측은 오역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통역 내용을 이상하게 여긴 폴란드 기자가 며칠 후 국무부 측에 문의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카터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을 앞두고 급히 채용된 시모어는 러시아어 통역이 진공이고, 폴란드어는 부전공이었습니다. 폴란드에서 4년 동안 공부했지만, 통역 실력은 부족했습니다. 폴란드어를 영어로 바꾸는 것이 아닌 영어를 폴란드로 바꾸는 통역이라 더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집니다.시모어 통역사는 즉시 해고됐습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통역 내용이 이상하다는 점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I thought I had done a hell of a job.”(나는 내가 통역을 멋지게 해낸 줄 알았다)Bush rubs Merkel up the wrong way.”(부시가 메르켈을 화나게 만들다)“부시가 가는 곳마다 사건이 따른다.” 미국 외교가의 속설입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성급한 성격 때문에 자주 실수를 한다는 의미입니다. 2007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주요8개국(G8)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에게 마사지해준 사건이 벌어졌습니다.부시 대통령은 다른 정상들이 둘러앉은 테이블에 늦게 입장하면서 갑자기 메르켈 총리의 어깨에 손을 얹고 주무르는 시늉을 했습니다. 놀란 메르켈 총리는 반사적으로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빨리 치우라는 의미였습니다. 당시 모습이 담긴 5초 정도의 짧은 동영상은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상대의 동의 없이 신체를 접촉했다는 점에서 성희롱 논란도 벌어졌습니다.이 사건을 보도한 미국 언론의 기사 제목입니다. 미국인들은 ‘massage’(마사지) 대신에 ‘rub’(럽)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문지르다’라는 뜻입니다. ‘rub up the wrong way’는 ‘잘못된 방향으로 마사지를 해주다,’ 즉 ‘의도치 않게 상대를 화나게 만들다’라는 뜻입니다. 귀엽다고 해서 동물의 털을 잘못된 방향으로 문지르면 동물이 오히려 성을 내는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1년 뒤 메르켈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부시 대통령은 이런 농담을 건넸습니다. “No back rubs.”(등 마사지는 이제 안 하겠다)Bush’s V sign has different meaning for Australians.”(부시의 V 사인은 호주인들에게 다른 의미다)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H W 부시 대통령도 외교 결례를 빚은 적이 있습니다. 1991년말 호주를 방문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캔버라에서 차를 타고 지나가던 중에 평화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를 보고 지지한다는 의미로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V’ 사인을 보냈습니다. ‘V’ 사인은 ‘승리’ ‘평화’ 등을 상징합니다.그런데 손의 방향이 문제였습니다. 손등을 바깥쪽으로 해서 ‘V’ 사인을 보낸 것입니다. ‘V’ 사인을 그릴 때는 손등을 자기 쪽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미국에서는 손의 방향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국, 호주, 영연방 국가들에서는 손등이 바깥쪽으로 향한 ‘V’ 사인은 상대에 대한 욕을 의미합니다. 셋째 손가락을 올리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AP통신은 부시 대통령의 실수를 “호주인들에게는 다른 의미다”라고 보도했습니다. ‘V’ 사인은 중세시대부터 있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자주 사용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처칠 총리는 연합군과 독일에게 보내는 ‘V’ 사인의 방향을 각각 다르게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연합군에게 보낼 때는 지지의 의미로 손등을 자기 쪽으로 향하게 했습니다. 반면 독일을 향해 ‘V 사인을 보낼 때는 전투 의지를 꺾기 위해 바깥쪽으로 향하게 했습니다.명언의 품격2009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취임 2개월 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났습니다. 힐러리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줄 선물로 ‘peregruzka’(페레그루스카)라고 적힌 붉은색 버튼을 준비했습니다. 기자들 앞에서 버튼을 선물하며 “러시아어로 ‘reset’(재설정)을 뜻한다”라는 설명과 함께 라브로프 장관에게 “맞느냐”라고 물었습니다. 러시아와 갈등을 빚었던 전임 부시 행정부와 달리 우호적 관계로 재설정하겠다는 의미였습니다.“You got it wrong.” 라브로프 장관의 입에서 이런 대답이 나왔습니다. “you get it wrong” “you get me wrong”은 “오해하다” “틀리다”라는 뜻입니다. ‘peregruzka’는 ‘reset’이 아니라 ‘overcharge’를 뜻한다는 겁니다. 힐러리 장관은 ‘과부하’ ‘‘바가지를 씌우다’라고 적힌 버튼을 선물한 것입니다. 그래도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어로 된 버튼까지 준비한 힐러리 장관의 정성에 감동했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마친 두 장관은 함께 버튼을 누르는 포즈를 취했습니다.I do hope that Russia and the United States would never ever push any other buttons associated with initiation of destructive hostilities.”(러시아와 미국이 파괴적인 갈등과 관련된 다른 버튼을 누르지 않기를 바란다) 버튼을 누르면서 라브로프 장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붉은 버튼은 인류의 대재앙 핵전쟁을 시작할 때 누르는 버튼입니다. 오늘 말고는 붉은 버튼을 누를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의미입니다. ‘never’(결코)를 강조하기 위해 ‘ever’를 붙였습니다. 붉은 버튼 때문에 생긴 어색한 상황을 훈훈하게 마무리 지은 명발언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폐막한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습니다. WBC를 주최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분위기가 좋습니다. 올해 대회에서 명승부가 여러 차례 펼쳐지면서 야구팬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미국과 일본의 결승전이 열리기 전 마이애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WBC가 월드시리즈처럼 커나갈 수 있겠느냐”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의 대답입니다.I don’t see it as an either or proposition.”(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A와 B 중에서 선택해야 할 때 “either A or B”라고 합니다. 그런 양자택일의 상황을 ‘an either-or proposition’이라고 합니다. ‘proposition’(프로포지션)은 ‘문제’ ‘제안’이라는 뜻입니다. 앞에 ‘not’이 오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뜻이 됩니다. 양자택일이 어려울 때 “it’s not an either-or proposition”이라고 합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어느 한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 힘든 입장이므로 이런 식의 대답으로 빠져나갔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6월 21일 소개된 미-러 외교관계에 대한 내용입니다. 지금은 미국의 적수가 중국이지만 오랫동안 그 자리를 차지했던 것은 러시아입니다. 두 나라의 치열한 첩보전을 보여주는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미-러 관계에서 중요했던 사건들을 알아보겠습니다.▶2021년 6월 21일자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러시아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치열한 기 싸움을 벌였습니다. 미-러 관계를 결정지은 역사적 사건들을 알아봤습니다.From Stettin in the Baltic to Trieste in the Adriatic an iron curtain has descended across the Continent.”(발트해의 슈체친부터 아드리아해의 트리에스테에 이르기까지 철의 장막이 유럽 대륙에 드리워졌다)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1946년 미국 방문 중 “iron curtain”(철의 장막)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처칠 총리가 만들어낸 단어는 아니지만, 그가 쓴 것이 가장 유명합니다. 냉전시대 소련과 그 영향권 내에 있던 동유럽 국가들을 가리킵니다. 커튼은 ‘가리다’라는 뜻입니다. ‘behind the curtain’(커튼 뒤)은 ‘막후’ ‘몰래’라는 뜻입니다.We′re eyeball to eyeball. I think the other fellow just blinked.”(우리는 서로 노려보고 있다. 저쪽 친구가 지금 막 눈을 깜빡였다) 1962년 미사일 장비를 실은 소련 선박이 쿠바 앞바다로 들어오자 미국이 해상봉쇄로 맞선 사건을 쿠바 미사일 위기라고 합니다. 팽팽한 대치 상황이 며칠간 이어진 뒤 소련은 후퇴를 결정했습니다. 양쪽이 정면 대치하는 것을 “eyeball to eyeball”(안구 대 안구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서로 노려본다는 의미입니다. 이럴 때는 먼저 눈을 깜빡이는 쪽이 지는 겁니다. 소련이 후퇴하는 순간 백악관에서는 대책회의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딘 러스크 국무장관이 옆자리에 앉은 맥조지 번디 국가안보보좌관에게 건넨 말입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한 이 발언은 미국 외교사에 길이 남는 명언이 됐습니다.Mr. Gorbachev, tear down this wall!”(미스터 고르바초프, 이 벽을 허무세요!)1987년 독일을 방문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연설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정책을 추진하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에게 베를린 장벽을 허물 것을 호소했습니다. 연설 당시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2년 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냉전의 종말을 뜻하는 명언이 됐습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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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도 중독시킨 그 맛 ‘PB&J’[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e has a taste of a 5-year-old.”(그는 5살짜리 입맛이야) 최근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오므라이스 만찬’이 화제입니다. 윤 대통령이 오므라이스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일본 정부가 도쿄의 오므라이스 전문점에서 대접했습니다. 정상회담 만찬에서는 이렇게 상대국 대통령의 식성을 사전에 파악해 준비하는 것이 관례입니다.조만간 윤 대통령이 만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이스크림을 좋아합니다. 지방에 갈 때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르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그가 즐겨 먹는 또 다른 음식은 ‘peanut butter and jelly sandwich’(PB&J)입니다. 식빵 한 쪽에 땅콩버터, 다른 한쪽에 과일잼을 발라 포갠 평범한 샌드위치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addiction”(중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좋아합니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평균 1500개를 먹는다는 통계를 있을 정도로 PB&J는 미국의 국민 음식으로 통합니다.바이든 대통령 보좌관은 아이스크림, PB&J 등을 좋아하는 대통령의 식성을 가리켜 “5살짜리 취향”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식으로 하면 “초딩 입맛” 정도 되겠습니다. 그렇다고 바이든 대통령이 어린이 취향의 음식만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이탈리아 혈통이기 때문에 파스타도 즐겨 먹고, 치즈 스테이크, 클럽 샌드위치 등도 좋아합니다. 미국 대통령들이 좋아한 음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I like pork rinds. But that doesn’t fit the mold.”(나는 돼지껍질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건 내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좋아한 음식은 돼지껍질입니다. ’pork rinds’(포크 린즈)라고 합니다. 돼지껍질을 주로 구워 먹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바삭하게 튀겨먹습니다. 감자칩처럼 포장된 스낵 형태로 많이 팝니다.1988년 대선에 출마한 부시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돼지껍질을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으면서 “내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서민 음식’으로 통하는 돼지껍질은 필립스아카데미와 예일대 졸업, 제2차 세계대전 영웅이기도 한 부시 대통령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mold’(몰드)는 규격대로 찍어내는 ‘판형’을 말합니다. ‘fit the mold’는 ‘판형에 맞다’, 즉 ‘이미지에 맞다’라는 뜻입니다.워싱턴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의 돼지껍질 사랑 고백을 “brilliant political move”(뛰어난 정치적 수완)라고 평했습니다. 귀족 이미지를 지우고 폭넓은 지지를 얻는데 돼지껍질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부시 대통령 덕분에 돼지껍질의 인기는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돼지껍질 스낵 최대 생산업체인 루돌프사는 근로자들을 초과 근무시키며 주문량을 대기 바빴다고 합니다. Jimmy makes grits, puts the dishes in the dishwasher and makes the bed.”(지미는 그리츠를 만들고, 설거지하고, 침대를 정리한다)조지아주 출신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남부 음식인 ‘grits’(그리츠)를 좋아했습니다. 그리츠는 옥수수죽을 말합니다. 과거 남부에서는 수확한 옥수수 중에서 거친 알들을 골라서 버리지 않고 죽을 만들었습니다. 그냥 옥수수만 넣으면 심심하니까 요즘은 치즈, 새우, 햄 등을 넣어 맛을 냅니다.대선 유세 때 부인 로잘린 카터 여사는 아침 일상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남편은 그리츠를 만들고, 설거지하고, 침대를 정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정치에 흥미를 잃었던 국민들은 볼품없는 옥수수죽을 좋아하는 대선 후보에게 호감을 느꼈습니다.카터 선거운동 본부는 보통사람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그리츠를 핵심 컨셉으로 사용했습니다. ‘Grits and Fritz’(그리츠 앤 프리츠)라는 슬로건을 만들었습니다. ‘프리츠’는 카터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였던 월터 먼데일 부통령의 중간이름 ‘프레더릭’의 줄임말입니다. 로잘린 여사는 직접 그리츠를 만드는 시범을 보였습니다. 카터 대통령이 입양한 백악관 반려견까지 ‘그리츠’라는 이름을 지을 정도였습니다.Abe, gimme a man, gimme that other‘n.’”(에이브, 나에게 진저브레드맨을 줘, 다른 진저브레드맨도 줘)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진저브레드를 좋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gingerbread’는 ‘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쿠키’를 말합니다. 사람 모양으로 굽는다고 해서 ‘gingerbread man’으로도 불립니다. 진저브레드맨이 부엌을 탈출했다가 여우에게 잡아먹히는 내용의 동화도 유명합니다.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손님을 접대할 때 자주 진저브레드 쿠키를 내놓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어린 링컨은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배고픈 날이 많았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모처럼 구워주신 진저브레드 쿠키 3개를 들고 나무 밑에 앉았습니다. 쿠키를 먹고 있을 때 친구가 다가와 “에이브, 쿠키 하나만 줘”라고 부탁했습니다. 링컨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친구였습니다. 링컨은 쿠키 1개를 건네줬습니다. 금방 먹어 치운 친구는 남은 쿠키 1개도 달라고 했습니다. “other‘n’”은 ‘other man’(다른 진저브레드맨)의 줄임말입니다. 그것마저도 내준 링컨 대통령은 결국 쿠키 3개 중의 1개밖에 먹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 양보하는 링컨 대통령의 착한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 명언의 품격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취임하자 백악관에는 수많은 편지가 밀려들었습니다. 젊고 멋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중에는 ‘린 제닝스’라는 몸이 불편한 소녀의 편지도 있었습니다. 제닝스는 편지에서 대통령에게 물었습니다. “What do you like to eat?”(어떤 음식을 좋아하세요?)보좌관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제닝스의 편지를 전하며 이런 메모도 함께 올렸습니다. “Please reply to her, She will be extremely happy. Do not mention anything in the letter about her handicap please!”(꼭 소녀에게 답장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매우 기뻐할 것입니다. 장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아 주세요!)New England Fish Chowder.”(뉴잉글랜드 피시 차우더)케네디 대통령은 메모의 의미를 이해했습니다. 얼마 후 소녀는 백악관으로부터 답장을 받았습니다. 편지에는 “뉴잉글랜드 피시 차우더”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 이름뿐 아니라 조리법과 재료까지 상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편지와 함께 친필 서명이 적힌 케네디 대통령 사진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답장은 지금도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에 보존돼 있습니다.뉴잉글랜드는 지명이 아니라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뉴햄프셔, 버몬트, 로드아일랜드, 메인 등 미 북동부의 6개 주를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매사추세츠주 출신의 케네디 대통령은 뉴잉글랜드에 대한 애착이 컸습니다. 뉴잉글랜드는 바다에 인접해 있어서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습니다. 해산물 수프의 일종인 차우더는 뉴잉글랜드의 대표 음식입니다. 주재료로 생선을 넣으면 ‘피시 차우더,’ 조개살을 넣으며 ‘클램 차우더,’ 게살을 넣으면 ‘크랩 차우더’가 됩니다.●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미 의회에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규제를 논의하는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틱톡의 추쇼우즈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습니다. 그는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조종을 받은 회사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의원들은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라고 반박했습니다. 5시간 넘게 진행된 틱톡 청문회에서 웃음이 터진 장면입니다.I gotta hand it to you.”(이것만은 인정해주지)틱톡에 대한 공격의 선봉에 섰던 어거스트 인플루엔자가 공화당 하원의원이 갑자기 추 CEO를 추켜세웠습니다. ‘hand’는 명사로 쓸 때는 ‘손’이라는 뜻이고, 동사로 쓸 때는 ‘넘기다’라는 뜻입니다. ‘hand to’는 ‘에게 넘겨주다’라는 뜻입니다. “have to(또는 gotta) hand it to”는 “칭찬을 넘겨줘야만 하다,” 즉 “이것만은 인정해줘야 한다”라는 뜻입니다.무엇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일까요. 민주당과 공화당은 평소 의견 대립이 심합니다. 그런 정치권의 분열을 극복하게 만든 것이 틱톡의 공이라고 비꼬는 것입니다. 틱톡 규제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플루거 의원의 발언이 이어집니다. “You’ve actually done something that has not happened except for the exception of maybe Vladimir Putin. You have unified Republicans and Democrats.”(틱톡이 블라디미르 푸틴 말고는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결속시켰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21년 10월 25일 칼럼에 소개된 대통령이 좋아하는 음식에 관한 내용입니다. 앞서 소개된 부시, 카터, 링컨, 케네디 대통령과는 다른 사례들입니다.▶2021년 10월 25일자최근 빌 클린턴 대통령이 요도 감염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올해 75세인 클린턴 대통령은 재임 시절 햄버거 감자튀김 등 고지방 고열량 음식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퇴임 후 채식주의자로 변모해 비교적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해오다가 이번에 병원 신세를 진 것입니다.I’ll have guacamole coming out of my eyeballs.”(과카몰레가 눈에서 나올 지경이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좋아하는 음식은 나초입니다. 나초는 튀기거나 구운 토르티야에 다양한 재료를 곁들여 먹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초에 과카몰레를 곁들여 먹는 걸 좋아합니다. 과카몰레는 으깬 아보카도를 말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얼마나 나초를 좋아하는지 과카몰레가 눈에서 나올 지경이라고 합니다. ‘come out of eyeballs’(안구에서 나오다)는 과식을 했을 때 유용한 표현입니다.I might not be around if I hadn’t become a vegan.”(만약 내가 비건이 되지 않았다면 오늘날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클린턴 대통령은 2010년 육류 유제품을 딱 끊고 ‘비건’(채식주의자)이 됐습니다. 2016년 부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대선 유세 때 레스토랑에 들러 샐러드를 시키면서 클린턴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be’ 동사 다음에 ‘around’가 나오면 ‘근처에 있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아직 살아있다’라는 의미가 됩니다.You can tell a lot about a fella’s character by whether he picks out all of one color or just grabs a handful.”(젤리빈을 한 색깔만 고르느냐, 그냥 되는 대로 한 움큼 쥐느냐에 따라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알록달록한 모양의 젤리빈을 좋아했습니다. 젤리빈을 손이 닿는 곳에 준비해놓고 입이 심심할 때마다 먹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젤리빈에 관한 명언을 남겼습니다. 먹는 방식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handful’은 ‘한 움큼’이라는 뜻입니다. 부모가 자녀에 대해 “he is a handful”이라고 하면 “손에 가득 차는 아이,” 즉 “다루기 힘든 아이”라는 뜻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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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 탔느냐에 따라 편명이 바뀌는 비행기가 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Air Force One is going to be the top of the line.”(에어포스원은 최고급이 될 것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전용기를 타고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한국 대통령 전용기는 ‘공군 1호기’로 불립니다. 전용기 하면 미국 대통령이 타는 ‘Air Force One’(에어포스원)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flying White House”(움직이는 백악관)로 불리는 에어포스원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 에어포스원 디자인을 취소했습니다. 재임 초 트럼프 대통령은 2027년 도입될 새 에어포스원을 빨간색, 흰색, 남색을 혼합한 디자인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성조기를 연상시키는 에어포스원을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에어포스원은 ‘robin’s egg blue’(개똥지빠귀알 파란색)라고 불리는 하늘색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조기 스타일의 에어포스원이 완성되면 “최고의 상품”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케팅 용어인 ‘top of the line’은 다양한 제품군 중에 최고급품이라는 뜻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취소 이유를 페인트의 화학작용 때문에 비행에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애국심 몰이’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애써 성조기를 두르지 않아도 에어포스원은 충분히 대통령의 권위를 상징한다는 것이 미국인들의 생각입니다.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 에어포스원은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에어포스원에 얽힌 역사적인 사건들을 알아봤습니다.I’m coming.”(가겠다) 에어포스원에서 펼쳐진 최고의 드라마는 2001년 9·11 테러 때였습니다. 플로리다주 초등학교에서 테러 소식을 접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급히 에어포스원에 올랐습니다. 워싱턴으로 가려고 했지만, 펜타곤이 폭격을 당했다는 소식에 목적지룰 정하지 않고 서쪽으로 기수를 돌렸습니다. 텍사스 휴스턴 상공에서 위험한 상황을 맞았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폭격기 2대가 꼬리 쪽에 접근했습니다. 에어포스원 탑승자들은 “이제 죽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폭격기가 “여기는 카우리 4호, 5호다”라는 무선을 보내왔습니다. 텍사스 군부대에서 에어포스원 경호를 위해 급파된 F16 전투기였습니다.루이지애나 공군기지에서 급유를 마친 에어포스원은 계속 서쪽으로 향했습니다. 네브래스카 오마하에 있는 공군 전략사령부(STRATCOM)에서 부시 대통령은 비로소 화상 연결을 통해 국가안보회의를 열 수 있었습니다. 워싱턴 당국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가겠다”였습니다. 대국민 연설을 하려면 백악관에 한시바삐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I’m going”이 아니라 “I’m coming”이라고 했습니다. ‘간다’라는 의미로 ‘come’과 ‘go’를 모두 쓸 수 있습니다. 대화 상대를 향해 ‘간다’라고 할 때는 ‘come’을 씁니다. 초인종이 울리면 문을 열기 위해 가면서 “I’m going”이라고 하지 않고 “I’m coming”이라고 소리칩니다. 반면 ‘go’는 단순히 장소 이동일 때 씁니다. 부시 대통령은 워싱턴 당국자들과 대화하면서 그곳을 향해 가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come’을 썼습니다. 7시간 넘게 서부 상공을 비행한 에어포스원은 오후 4시 30분 워싱턴으로 향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8시 30분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할 수 있었습니다.Call sign changed from Air Force One to SAM 27000.”(콜사인이 ‘에어포스원’에서 ‘샘 27000’으로 바뀌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도 에어포스원과 인연이 깊습니다. 1972년 역사적인 중국 방문 때 에어포스원을 탔고, 2년 뒤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난 그를 집으로 데려다준 것도 에어포스원입니다. 닉슨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을 타고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집으로 향하자 곧바로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렸습니다. 에어포스원이 미주리주 상공을 지날 때쯤이었습니다. 조종사가 “지금부터 콜사인을 ‘에어포스원’에서 ‘샘 27000’으로 바꾼다”라는 교신을 관제탑에 보냈습니다. 포드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마친 순간이었습니다. 에어포스원 비행 도중에 대통령이 바뀐 유일한 사례입니다. 에어포스원은 원래 조종사가 관제탑과 교신할 때 사용하는 ‘call sign’(호출신호)입니다. 대통령이 탑승하지 않았을 때는 “에어포스원”이 아닌 비행기 꼬리에 찍힌 “SAM”(샘)이라는 콜사인을 사용합니다. Those things happen.”(그럴 수도 있지 뭐) 에어포스원에 오르는 계단은 “마의 계단”으로 통합니다. 폭이 좁고 경사가 가팔라서 넘어지기 쉽습니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은 계단을 오르다가 발이 꼬이면서 넘어졌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도 계단에서 넘어질 뻔하다가 가까스로 난간 손잡이를 움켜쥐고 균형을 잡은 적이 있습니다. 아예 계단에서 구르는 대참사를 겪은 대통령도 있습니다. 포드 대통령입니다. 포드 대통령은 원래 잘 넘어져서 “clumsy Ford”(어설픈 포드), “bumbling Ford”(갈팡질팡 포드) 등의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1975년 오스트리아 방문길에 에어포스원 계단 위쪽에서 아래쪽까지 굴렀습니다. 마침 비가 내려 계단이 미끄러웠습니다. 경호원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선 포드 대통령은 옷을 추스른 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환영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나중에 포드 대통령은 넘어진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럴 수도 있지 뭐”라고 웃어넘겼습니다. “those things happen”은 창피한 순간을 수습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일어난다”라는 뜻입니다.명언의 품격에어포스원에서는 대통령 취임식도 열렸습니다.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텍사스 댈러스에서 암살되자 당시 부통령이던 린든 존슨 대통령 취임식이 댈러스 공항에 대기 중이던 에어포스원에서 열렸습니다. 남편의 시신을 입관하느라 늦게 도착한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존슨 대통령의 왼쪽에 섰습니다. 오른쪽에는 존슨 대통령의 부인 ‘레이디 버드’ 여사가 섰습니다. 취임 선서는 존슨 대통령의 친구인 새라 휴즈 텍사스 지방법원 판사가 주재했습니다. 여성 법관이 대통령 취임 선서를 주재한 유일한 사례입니다. 선서할 때 손을 얹는 성경이 없어 에어포스원 침실에 비치돼 있던 미사집으로 대체했습니다.취임식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존슨 대통령은 취임식이 끝난 뒤 재클린 여사를 바라봤습니다.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넬 수 없었습니다. 그때 부인 레이디 버드 여사가 재클린 여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후임 대통령 가족 간에 오간 유일한 대화입니다. The whole nation mourns your husband.”(모든 미국이 당신 남편을 애도한다)‘mourn’(모언)은 ‘애도’ ‘비통’이라는 뜻입니다. ‘애도 기간’을 ‘mourning period’라고 합니다. ‘mourn’은 격식을 차린 단어이고, 일반적으로 애도를 표할 때는 “I’m sorry for your loss”(당신의 상실감을 위로한다), “he will be missed by everyone”(모두가 그를 그리워할 것이다)이라고 합니다. 같은 시간 CBS 뉴스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는 케네디 대통령 타계를 알리는 방송을 했습니다. “President Kennedy died at 1 p.m. Central Standard Time, 2 o‘clock Eastern Standard Time, some 38 minutes ago.”(케네디 대통령이 38분 전쯤인 중부표준시간 1시, 동부표준시간 2시 세상을 떠났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동적인 수상 장면이 많이 연출됐습니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미셸 여(중국 이름 양쯔충)도 그중 한 명입니다, “한물간 액션 여배우”라는 조롱을 이겨내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오스카 트로피를 안은 그녀는 이렇게 수상 소감을 전했습니다.Ladies, don’t let anybody tell you you are ever past your prime.”(여성들이여, 당신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말라)‘prime’은 ‘최고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prime cut’(프라임컷)은 ‘최상등급의 육류’를 말합니다. 여기서는 인생에서 ‘전성기’ ‘황금기’라는 뜻입니다. ‘past’는 ‘지나다’라는 의미의 전치사입니다. 미국인들의 대화에서 “nothing gets past you”라고 말하는 것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아무 것도 너를 지나가지 못한다”라는 의미로 자기 의견을 밝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6월 10일에 소개된 케네디 대통령 연설에 관한 내용입니다. 오늘날까지 케네디 대통령이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는 것은 그가 남긴 수많은 명연설 때문입니다. 그의 연설 중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연설들도 많습니다. 1963년 암살됐을 때 텍사스에서 하려고 했던 연설도 최근 발굴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2019년 6월 10일자 요즘 미국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이 화제입니다. 이른바 ‘텍사스 연설’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텍사스 민주당위원회 행사에서 연설하러 가던 중에 암살됐습니다. 이 연설문은 거의 묻혀 있다가 최근 다시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왜 지금 케네디 연설이 화제일까요.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혼란한 정치에 지쳤기 때문이 아닐까요.Neither the fanatics nor the faint-hearted are needed.”(광신자도 겁쟁이도 필요 없다)케네디 대통령은 미국의 혼란상을 “the fanatics”(광신자)와 “the fainted-hearted”(겁쟁이)라는 두 개의 ‘f’로 시작하는 단어로 정리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대외적으로 냉전과 베트남전 개입, 국내적으로 민권운동으로 시끄러웠습니다. 위기 때는 앞에서 떠드는 광신자들이 있고, 뒤쪽에는 현실에 순종하는 겁쟁이들이 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두 부류의 사람들이 모두 필요없다”라고 말합니다.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합니다. So let us not be petty when our cause is so great.”(하찮은 일에 연연하지 말자. 미국의 임무는 막중하다)케네디 대통령은 “미국의 임무는 막중하다”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하찮은 일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don’t be so petty”는 “속 좁게 굴지 마”라는 뜻입니다.Let us not quarrel amongst ourselves when our Nation’s future is at stake.”(미국의 미래가 걸려 있는데 우리끼리 다투지 말자)그렇다면 ‘하찮은 일’이란 뭘까요. 바로 우리끼리 싸우는 것입니다. 미국의 미래가 걸려 있는데 내부적 분열로 허송세월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케네디 대통령 연설에는 유난히 “let us”(합시다)가 많이 등장합니다. 웬만한 대통령이 하면 이런 설교가 설득력이 없지만, 케네디 대통령이 하니까 명연설이 됐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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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만찬은 건배사도 비교대상이 된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They are pros’ pros.”(프로 중의 프로다)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위한 만찬을 열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첫 번째 국빈 만찬이었습니다. 만찬은 대성공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만찬을 주최한 바이든 대통령 부부를 가리켜 “프로 중의 프로”라고 추켜세웠습니다. ‘pros’ pro’는 ‘프로들의 프로,’ 즉 ‘프로 중의 프로’라는 뜻입니다.미국에서 정치와 파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정치인들은 은밀한 만남을 피하고 파티처럼 공개된 행사를 통해 협상하고 합의를 끌어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40년이 넘는 공직생활 동안 수많은 파티를 열고 참석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진정한 ‘파티의 프로’입니다. 그런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이니 성공한 것은 당연하다는 의미입니다.마크롱 대통령을 위한 만찬은 메뉴 선정, 테이블 세팅, 좌석 배치, 초대객 구성, 출연 가수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프랑스 문화를 적절하게 조화시켰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정계 재계 문화계를 대표하는 인사 300여 명이 골고루 초대됐습니다. 정계에서는 민주당에만 편중되지 않고 공화당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초대됐습니다. 마크롱 대통령 부부는 손님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습니다. 미국의 건국 정신인 ‘we the people’(국민 주권)과 프랑스 대혁명의 3대 정신인 ‘liberté, égalité, fraternité’(자유 평등 박애)의 공통점을 강조한 건배사는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다음 만찬 주자는 한국 대통령입니다. 다음 달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고 만찬에 참석합니다. 미국은 회담만큼 만찬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한국 대통령은 만찬에 입장하기 위해 백악관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수많은 의전과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만찬에 어울리는 대화법도 익혀야 합니다. 앞서 열렸던 국빈 만찬들을 눈여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Maybe we can get some bookings.”(예약 좀 들어오겠어)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87년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소 양국이 중거리 지상발사 미사일을 제거하는 ‘중거리 핵전력조약’(INF) 을 체결했습니다.INF 체결이 논리적 차원의 냉전 종식을 의미했다면 이어 열린 만찬에서는 감성적인 데탕트(화해)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의 반주에 맞춰 즉석에서 소련인들의 애창곡 ‘Moscow Nights’(모스크바의 밤)를 불렀습니다. 반 클라이번은 소련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코프스키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해 미국은 물론 소련에서도 널리 알려진 연주자입니다. 소련 지도자와 미국 피아니스트의 협연은 역대 백악관 만찬의 명장면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지자 레이건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서기장에게 “예약이 밀려들 것 같다”라는 찬사를 건넸습니다. 같은 ‘예약’이라는 뜻이지만 ‘booking’(부킹)과 ‘reservation’(레저베이션)은 차이가 있습니다. ‘장부에 기재하다’라는 의미에서 출발한 ‘booking’은 예약금을 거는 형태의 예약을 말합니다. ‘reservation’은 금전적 거래 없이 진행되는 예약을 말합니다. This is what too much love can do.”(사랑이 넘쳐서 일어난 일이다)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를 위한 국빈 만찬이 열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절친인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다른 유럽 국가들이 주저할 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전쟁 지원에 대한 보답으로 퇴임 전 마지막 국빈 만찬의 주인공으로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택했습니다.미국인들은 부정부패와 성추문이 끊이지 않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분위기를 띄워보려고 총리의 방문 날짜를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날인 ‘콜럼버스 데이’에 맞추는 묘수까지 동원했습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만찬장에서 보인 지도자답지 못한 처신은 부정적인 여론을 부채질했습니다. 부시 대통령과 친한 사이임을 과시하기 위해 포옹하려고 달려들다가 연설대를 부수는 사고를 냈습니다. 부서진 연설대를 들고 “이건 사랑이 넘쳐서 일어난 일”이라고 변명하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진이 미국 언론을 도배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나라 망신”이라는 비판이 뒤따랐습니다.There will be rare, medium and well-done foreign policy.”(살짝 익힌, 중간 정도로 익힌, 완전히 익힌 외교정책이 있다)1963년 10월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됐습니다. 한달 뒤 루드비히 에르하르트 독일 총리의 국빈 방문이 예정된 상태였습니다. 대통령직을 승계한 린든 존슨 대통령은 에르하르트 총리에게 방문 연기를 요청하려다가 대외적으로 미국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계획대로 만찬을 열기로 했습니다.대신 만찬 장소를 바꿨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존슨 대통령은 고향 텍사스 목장에서 바비큐 만찬을 열기로 했습니다.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주관하는 세련된 백악관 만찬에 익숙한 워싱턴 정치인들은 바비큐 만찬 계획을 반대했습니다. 존슨 대통령은 “협상도 고기를 익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득했습니다. ‘rare’ ‘medium’ ‘well-done’ 스타일로 외교정책을 이뤄나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바비큐 만찬은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에르하르트 총리는 독일로 돌아가 바비큐 만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서부 개척시대를 연상시키는 바비큐 만찬은 존슨 대통령의 단골 행사가 됐습니다. “barbecue diplomacy”(바비큐 외교)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존슨 대통령은 바비큐 고기를 굽는 데 그치지 않고 로데오 경기, 인디언 원주민 거주지 재연 행사 등을 추가하면서 만찬의 규모를 확장했습니다. 명언의 품격지난해 타계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여섯 차례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방문은 1976년 미국 독립선언 200주년 기념행사 때입니다. 여왕은 독립의 발상지인 필라델피아에 도착해 ‘200주년 종’(Bicentennial Bell)을 선물한 뒤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맞춰 워싱턴을 찾았습니다.미국에서는 독립 기념행사에 영국 왕실을 초청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비판이 많았습니다. 양국은 가장 친한 동맹이지만 1776년 독립선언 때만 해도 서로 총을 겨누고 싸운 상대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스캔들 후 침체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독립 20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열기로 하고 영국 여왕을 초청했습니다.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만찬에서 포드 대통령은 “1776년 우리 사이에 생긴 상처는 이미 오래전에 치유됐다”라는 화해의 건배사를 했습니다. 여왕도 “영국과 미국은 언어와 전통을 공유한 사이”라고 화답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습니다. 포드 대통령과 여왕이 춤을 추기 위해 만찬장 한가운데로 나갔을 때였습니다.The lady is a tramp.”(헤픈 여자)해병대 군악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와 발음이 비슷한 ‘tramp’(트램프)는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거지’라는 뜻으로 현대에 와서는 ‘정숙하지 못한 여인’을 의미합니다. 여왕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영국인들은 ‘헤픈 여자’라는 노래를 선곡한 백악관의 결례에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여왕은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웃어넘겼습니다. “That’s hilarious.”(재미있네)‘the lady is a tramp’는 1937년 뮤지컬 ‘베이브스 인 암스’(Babes in Arms)에 삽입된 노래로, 프랭크 시내트라 등에 의해 리메이크됐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토니 베넷과 레이디 가가가 듀엣으로 부른 2011년 버전이 알려져 있습니다. 가난한 여성이 쇼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의 뮤지컬에는 이 노래 외에 또 다른 명곡 ‘my funny valentine’도 수록돼 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때의 참담했던 기분을 고백했습니다. 2017년 남편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미셸 여사는 최근 팟캐스트 방송 ‘라이트 팟캐스트’에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라고 그때의 기분을 전했습니다.I had to hold it together.”(평정심을 유지해야 했다)하지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울 수는 없는 일입니다. 참아야만 했습니다. ‘hold’는 ‘잡다’ ‘붙들다’라는 뜻이고, ‘together’는 ‘함께’라는 뜻입니다. 가운데 ‘it’을 넣은 ‘hold it together’는 ‘평정심을 유지하다’라는 뜻입니다. 한국식으로 하자면 ‘정신줄을 잡고 있다’라는 뜻입니다. 충격을 받은 사람을 위로할 때 “you need to hold it together”(정신 차려야지)라고 합니다.미셸 여사는 취임식이 끝난 뒤 백악관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30분 동안 울었습니다. 참담한 심정에 정든 백악관을 떠나는 아쉬움까지 겹쳐서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미셸 여사는 지난해 두 번째 자서전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인기가 높은 전임 퍼스트레이디의 이런 행보를 두고 내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3월 7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리다이언 만찬에 관한 내용입니다. 매년 미국 대통령들은 언론이 주최하는 두 개의 만찬에 참석합니다. 하나는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주최하는 만찬(WHCD)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다이언 기자클럽 만찬(Gridiron Dinner)입니다. 주최자만 다를 뿐 형식은 비슷합니다. 대통령의 ‘말발’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언론과 사이가 나빴던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내내 기자 만찬을 멀리했지만 2018년 그리다이언 만찬은 유일하게 참석했습니다.▶2018년 3월 7일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그리다이언 기자클럽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기자들과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주류 언론 기사를 “가짜뉴스”라고 몰아대기 바빴던 트럼프 대통령이 드디어 화해의 첫걸음을 뗀 걸까요. 그리다이언 기자클럽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 유력 매체 30∼40곳 기자들의 친목 단체입니다. 매년 대통령을 초청해 만찬을 개최할 정도로 언론계에서 위상이 높습니다. 지난해에는 참석하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는 아내 딸 사위까지 거느리고 나타났습니다. ‘독설의 대가’인 트럼프 대통령이 연단에 오르자 기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습니다.I’m here to singe, not to burn.”(활활 태우러 온 것이 아니라 그슬리려고 왔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불에 태우다’라는 의미의 단어로는 ‘burn’ ‘scorch’ ‘singe’ ‘char’ ‘tan’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태우는 강도로 볼 때 ‘burn’과 ‘singe’는 정반대입니다. ‘burn’은 활활 태우는 것이고, ‘singe’(신지)는 살짝 태우는 것, 즉 그슬리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맹렬하게 비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니라 모두 웃을 수 있는 뼈 있는 농담을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걱정하지 말라”라고 기자들을 안심시키는 겁니다.I’m a New York icon. You’re a New York icon. The only difference is, I still own my buildings.”(나는 뉴욕의 아이콘이고 당신도 그렇다. 유일한 차이는 나는 아직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사이가 나쁜 뉴욕타임스를 화제에 올렸습니다. 먼저 자신과 뉴욕타임스가 모두 뉴욕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라고 비행기를 태웠습니다. 그런 뒤 자신은 아직 빌딩, 즉 트럼프타워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뉴욕타임스가 본사 건물을 매각한 것을 비꼬는 겁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가짜뉴스”라는 비난을 들었을 때보다 이런 농담을 들었을 때 더 기분이 나빴을 겁니다. 상대를 대놓고 비난하지 않고, 약점을 찾아내 허를 찌르는 농담을 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치인들의 전형적인 대화법입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고성에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종종 국회의사당을 박차고 나가 장외투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반면 미국 정치인들은 뼈 있는 농담으로 치고받으며 협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정치 자체가 바로 ‘singe, not burn’인 셈입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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