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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추가 조사 없이 일반이적 혐의로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특검은 군통수권자였던 윤 전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기 위해 ‘평양 무인기(드론) 작전’을 승인했다고 보고 있다.박지영 특검보는 16일 “전날 윤 전 대통령 조사에서 준비한 질문을 모두 했다”며 “추가로 불러 조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특검 질문엔 모두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그는 조서에 남기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면서 “일일이 보고받지 않았고 외환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특검은 조만간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이승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김용대 전 드론사령관을 일반이적 혐의 공범으로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일반이적죄는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치거나 적국에 이익을 제공했을 때 적용된다.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11월 북한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알고도 평양과 남포 일대로 드론을 날려보내도록 해 전방의 군사 긴장수위를 높이는 등 안보에 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11일 “한국이 드론을 침투시켰다”며 국경 인근 포병연합부대에 사격준비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고, 나흘 뒤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시켰다.특검은 드론사가 드론 해킹에 대비한 ‘암호화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평양에 드론을 날려 주적인 북한을 이롭게 했다고 보고 있다. 추락한 우리 드론의 비행 경로와 원점 등을 북한에게 알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작전을 최종 승인하고, 김 전 장관이 총괄 지시했으며 이 본부장을 통해 지시를 하달받은 김 전 사령관이 작전을 수행하는 등 공모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또 대통령경호처장 시절 김 전 장관이 ‘평양 드론 작전’을 염두에 두고 육사 후배인 김 전 사령관을 ‘핀셋 임명’했다고 보고 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피의자가 윤석열 본인이 맞는가요.”(특검 파견 검사) “….”(윤석열 전 대통령) 15일 ‘평양 무인기(드론)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파견 검사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7월 10일 재수감된 이후 특검 수사와 재판을 전면 보이콧해 온 윤 전 대통령은 이날은 이례적으로 저항 없이 특검 사무실로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이 재수감된 지 97일 만에 처음이었다. 하지만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윤 전 대통령은 조사가 시작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인정신문 단계에서부터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입을 떼지 않았다.● 체포영장 집행 시도하자 자진 출석해윤 전 대통령은 15일 오전 7시 30분경 서울구치소 독거실을 찾은 김도형 서울구치소장으로부터 “특검이 체포영장을 집행할 것”이라고 전해 들었다. 앞서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지난달 24일과 30일 “평양 드론 의혹 관련 외환 및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으라”며 출석을 요구했는데, 윤 전 대통령이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이다. 다만 이날 조사는 체포영장 집행이 아닌 임의 출석 방식으로 이뤄졌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소장과의 면담에서 “내가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측 관계자들은 “구치소에 부담을 주기 싫고, 교도관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 영치품으로 보관돼 있던 양복으로 갈아입은 뒤 손목에 수갑을 차고 교도관들과 함께 법무부 호송차량에 올랐다. 이날 조사는 오전 10시 14분 윤 전 대통령 측 김홍일 배보윤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뒤 시작됐다. 조사를 담당한 박향철 부장검사와 문호섭 검사가 미리 준비된 질문을 던졌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51분까지 약 8시간 40분 동안 이어진 조사 내내 일절 답하지 않았다. 진술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은 “(앞서 6, 7월) 특검 조사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충분히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특검은 이달 중 윤 전 대통령에게 일반이적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기겠다는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10∼11월경 평양과 남포 일대로 전단통이 부착된 드론을 날려 전방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등 안보에 위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승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김용대 드론사령관도 이 같은 일반이적 혐의 공범으로 기소할 방침이다.● 잇따른 영장 기각에 특검 수사 제동 서울중앙지법은 15일 오전 1시 35분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구속의 상당성이나 도주, 증거인멸 염려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특검은 “신속히 법원 판단을 다시 받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구속영장 재청구 방침을 밝혔다. 박지영 특검보는 “법무부 장관의 지위나 헌법적 책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했을 때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영장판사가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는데 특검이 추가 수사 없이 곧바로 ‘다른 판사 판단을 받겠다’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과도한 사법부 압박이 될 수 있고 사법 신뢰를 훼손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기각되면서 특검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관련 수사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피의자가 윤석열 본인이 맞는가요.”(특검 파견 검사) “….” (윤석열 전 대통령) 15일 ‘평양 무인기(드론)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파견 검사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7월 10일 재수감된 이후 특검 수사와 재판을 전면 보이콧 해 온 윤 전 대통령은 이날은 이례적으로 저항 없이 특검 사무실로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이 재수감된 지 97일 만에 처음이었다. 하지만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윤 전 대통령은 조사가 시작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인정신문 단계에서부터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입을 떼지 않았다.● 체포영장 집행 시도하자 자진 출석해윤 전 대통령은 15일 오전 7시 30분경 서울구치소 독거실을 찾은 김도형 서울구치소장으로부터 “특검이 체포영장을 집행할 것”이라고 전해 들었다. 앞서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지난달 24일과 30일 “평양 드론 의혹 관련 외환 및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으라”며 출석을 요구했는데, 윤 전 대통령이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이다. 다만 이날 조사는 체포영장 집행이 아닌 임의 출석 방식으로 이뤄졌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소장과 면담에서 “내가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측 관계자들은 “올 8월 김건희 특검의 무리한 체포영장 집행 후 구치소 직원들의 고충이 컸다고 (윤 전 대통령이) 변호인들에게 언급해 왔다”며 “구치소에 부담을 주기 싫고, 교도관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 영치품으로 보관돼 있던 양복으로 갈아입은 뒤 손목에 수갑을 차고 교도관들과 함께 법무부 호송차량에 올랐다.이날 조사는 오전 10시 14분 윤 전 대통령 측 김홍일 배보윤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뒤 시작됐다. 조사를 담당한 박향철 부장검사와 문호섭 검사가 미리 준비된 질문을 던졌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51분까지 약 8시간 40분 동안 이어진 조사 내내 일절 답하지 않았다. 진술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은 “(앞서 6, 7월) 특검 조사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충분히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특검은 이달 중 윤 전 대통령에게 일반이적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기겠다는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10~11월경 평양과 남포 일대로 전단통이 부착된 드론을 날려 전방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등 안보에 위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승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김용대 드론사령관도 이 같은 일반이적 혐의 공범으로 기소할 방침이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이 특검 수사에 응하면서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검토하기로 했다. ● 잇따른 영장 기각에 특검 수사 제동서울중앙지법은 15일 오전 1시 35분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구속의 상당성이나 도주, 증거인멸 염려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소명 정도, 수사 진행이나 출석 경과 등을 고려하면 도주·증거인멸 염려보다는 불구속 수사 원칙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특검은 “신속히 법원 판단을 다시 받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구속영장 재청구 방침을 밝혔다. 박지영 특검보는 “법무부 장관의 지위나 헌법적 책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했을 때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영장판사가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는데 특검이 추가 수사 없이 곧바로 ‘다른 판사 판단을 받겠다’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과도한 사법부 압박이 될 수 있고 사법 신뢰를 훼손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기각되면서 특검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관련 수사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첫 공판에서 “통일교 간부에게 받은 샤넬 가방과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김건희 여사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 씨가 앞서 특검에서 “가방과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 진술한 내용을 뒤집고 김 여사 측에 물건을 건넸다고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전 씨 측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의 첫 공판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전 씨의 변호인은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로부터 샤넬백과 천수삼농축차, 그라프 목걸이를 제공받아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전달한 것은 인정한다”며 “이후 목걸이, 가방과 교환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들을 2024년경 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유 전 행정관은 전 씨에게 받은 샤넬백 2개를 샤넬 매장에서 다른 제품으로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은 통일교의 5대 현안에 대한 청탁을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선처와 배려, 편의 제공을 부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색 양복 재킷을 입고 출석한 전 씨는 피고인석에 앉은 채 관련 내용에 대해 별도로 발언하지 않았다. 전 씨가 김 여사 측에 샤넬 가방과 목걸이를 전달했다고 진술을 바꾸면서 김 여사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특검 수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김 여사에 대해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사위를 고위 공직자로 임명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반클리프아펠 목걸이 등 귀금속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도 이날 오전 열렸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법무부 간부들을 통해 실무진에게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와 출국규제팀 대기, 수용공간 점검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내년 10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이후 수사기관 간 수사 대상과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현장에서 벌어졌던 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검찰청법을 개정해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참사 사건에 한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와 기소를 동시에 할 수 있었던 검찰의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수사 개시 범위를 해당 범죄로 축소한 것이다. 이마저도 2022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로 국한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시행령 개정으로 수사 대상 범죄를 1395개까지 늘렸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법무부는 올 9월 다시 시행령을 손질해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545개로 대폭 줄였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으로 수사 대상을 나눌 경우 중첩된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 간 관할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당시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경쟁적으로 내란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수사기관들은 서로에게 “사건을 이첩하라”고 요구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영국 등 해외에선 사건 유형별로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조정 절차를 체계화해 수사기관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가령 금융사기·뇌물·부패 등을 수사하는 영국 중대부정수사청(SFO)은 수사 영역을 정해 두는 게 아니라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복잡도와 난도를 기준으로 수사 개시를 정한다. 동시에 경찰과의 수사 중복을 피하기 위해 상시적인 협의체를 가동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현실은 복잡하고 범죄는 서로 엮여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하나의 유형으로 자를 수는 없다”며 “검찰의 권력 통제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형사체계의 복잡성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향후 검찰개혁 논의 과정에서 기관별 수사 대상을 효율적으로 나눌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구민기 기자 ko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4조 원대 피해 규모가 발생한 다단계 ‘스캠(사기) 코인’ 사건인 콕(KOK) 코인 사건은 2022년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해자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피해자만 90만 명에 이르는 콕 코인 사건은 울산경찰청과 서울동부지검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피해자들의 고소가 접수되며 검경이 각각 수사에 착수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직접 수사 개시를 할 수 있는 사건은 제한적이었지만, 부패 범죄와 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2대 범죄에 대해선 검찰도 수사할 수 있다 보니 1, 2차 수사기관이 동시다발적으로 수사하게 된 것이다. 콕재단은 2021년 4월부터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토큰 1개당 100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한때 개당 7달러까지 상승했던 가격은 지난해 초 0.01달러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었다. 콕재단 측은 시세를 끌어올리기 위해 더 많은 투자자를 모아오면 수당을 더 지급하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 수법으로 돈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수사기관 교통정리 안 돼 6개월 날려” 다단계 사기 사건의 특성상 신속한 초동 수사가 필요했지만 1, 2차 수사기관은 중복 수사를 이어 갔다. 결국 사건이 접수된 지 수개월 뒤에야 울산경찰청이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아 통합 수사에 착수했다. 콕 코인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인 강모 씨는 14일 “경찰이든 검찰이든 한 곳에서 빠르게 수사가 되길 바랐지만, 그렇지 못해 초기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수사기관끼리 교통정리가 안 돼 고소한 뒤 6개월 가까이 시간을 허비했고, 지난해 겨우 울산지검이 주범 등을 기소했지만 피해 회복은 여전히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울산지검은 지난해 12월 30일 콕재단 운영자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유사수신행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올 6월 공범 5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그나마 구속됐던 운영자도 올 6월 10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보석 소식에 당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냈던 피해자들은 울산지검으로 사건을 이송한 데 대해 “수사 축소”라고 주장하며 담당 검사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내년 10월부터 검찰청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분리되면 수사기관 구조가 복잡해져 중첩 수사로 인한 피해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와 공수처에 더해 중수청까지 신설되면 사건 관할을 둘러싼 기관 간 혼선은 불가피하며, 특히 대형 경제 사건이나 비리 사건에서는 충돌 양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어느 기관이 어떤 사건을 수사할지, 신설되는 중수청을 포함해 수사 범위와 권한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하지 못하면 한 사건을 두고 여러 기관에서 중복 수사해 불필요한 수사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로 수사 책임을 회피해 어느 곳에서도 수사하지 않는 수사 공백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조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개정안에 따르면 중수청은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참사 △마약 △내란·외환 등 8대 범죄 수사를 맡게 된다.● 고위 공직자 둘러싼 ‘핑퐁 수사’ 벌어져2020년 7월 공수처가 신설된 후 이 같은 혼란이 몇 차례 나타나기도 했다. 감사원 3급 간부의 뇌물수수 의혹은 검찰과 공수처 간 ‘핑퐁 사건’이 된 대표적 사례다. 고위 공직자가 저지른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공수처는 감사원 3급 간부인 김모 씨의 15억여 원 뇌물 사건을 수사한 뒤 2023년 11월 검찰에 특가법상 뇌물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해 달라며 사건을 넘겼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갖고 있고 나머지 고위 공직자에 대해선 수사권만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공수처는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는 공수처법에 나와 있지 않아 법적 근거가 없다”며 접수를 거부했다. 결국 해당 사건은 1년여간 방치되다가 지난해 11월이 돼서야 검찰이 보완 수사해 처분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김 씨에 대한 처분이 내려지지 않으면서 공수처 신설 당시 공수처법에 보완 수사 주체, 요청 근거, 기소 범위 등을 명확히 하지 않아 발생한 혼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하이브 방시혁 의장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의 수사 주도권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신경전을 벌인 상황도 이 같은 수사권 조정 미완의 단편으로 볼 수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2월 방 의장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당시 서울남부지검은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는 금융감독원 조사가 진행 중이란 이유로 이를 두 차례 반려했다. 그러다 세 번째 신청 만에 올 6월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돼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 7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도 방 의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검찰은 해당 사건을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내려보내 수사 지휘를 하며 중복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민감 사건, 수사기관장 협의 절차 만들어야”전문가들은 이 같은 혼란을 막으려면 중수청법을 꼼꼼하게 설계하고 이와 연계될 수밖에 없는 공수처법과 경찰법 등 수사기관 관련 법률도 함께 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새로운 수사기관을 만들면서 사건 이첩의 기준 같은 기본적인 것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는다면 앞서 보인 수사기관 사이 ‘핑퐁 게임’이 재연될 것”이라며 “비리의 정도가 심하거나 복잡한 사건일수록 여러 인물이 얽혀 있는 만큼 경찰, 중수청, 공수처, 국수본을 포함해 앞으로 관할과 범위 등에 대한 규정을 촘촘하고 구체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의 피해가 크거나 고위 공직자가 얽혀 있는 민감한 사건에 대해서는 관할과 수사 주체를 정리하기 위해 수사기관장 간 협의 절차를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경찰은 현재 포괄적인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데 그 외의 수사기관들은 특수한 분야에 대한 제한적인 수사권만을 가지고 있다”며 “중수청이 다룰 ‘중대범죄’의 기준은 물론이고 공수처도 다시 범위를 정립하지 않는다면 수사기관 간 경쟁 과열만 심해져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첫 공판에서 “통일교 간부에게 받은 샤넬 가방과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김건희 여사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 씨가 앞서 특검에서 “가방과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 진술한 내용을 뒤집고 김 여사 측에 물건을 건넸다고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전 씨 측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의 첫 공판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전 씨의 변호인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로부터 샤넬백과 천수삼농축차, 그라프 목걸이를 제공받아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전달한 것은 인정한다”며 “이후 목걸이, 가방과 교환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들을 2024년경 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유 전 행정관은 전 씨에게 받은 샤넬백 2개를 샤넬 매장에서 다른 제품으로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변호인은 통일교의 5대 현안에 대한 청탁을 김 여사에 전달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선처와 배려, 편의 제공을 부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색 양복 재킷을 입고 출석한 전 씨는 피고인석에 앉은 채 관련 내용에 대해 별도로 발언하지 않았다.전 씨가 김 여사 측에 샤넬 가방과 목걸이를 전달했다고 진술을 바꾸면서 김 여사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특검 수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김 여사에 대해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사위를 고위 공직자로 임명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반클리프 목걸이 등 귀금속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도 이날 오전 열렸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법무부 간부들을 통해 실무진에게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와 출국규제팀 대기, 수용공간 점검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대법, 16일 오전 10시 선고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태원 SK그룹 회장(65)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64)의 이혼 소송에 대한 선고 기일을 16일 오전 10시 진행한다. 최 회장이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한 지 8년 3개월 만이자, 지난해 5월 항소심 선고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앞서 1, 2심 재판부는 핵심 쟁점인 ‘특유재산’과 ‘노태우 비자금’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혼에 따른 노 관장 몫의 재산 분할 규모가 1심은 665억 원, 2심은 1조3808억 원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대법원의 선고 결과가 최 회장뿐 아니라 SK그룹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대법원이 심리에 착수한 지 1년 3개월 만인 16일 오전 10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 대한 선고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최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일지, 항소심 판단을 유지할지 관심이 쏠린다.●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판단이 핵심 쟁점 최 회장은 앞서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협의 이혼을 위한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이듬해 2월 소송전에 돌입했다. 1, 2심 재판부 모두 혼인 파탄이 최 회장의 책임이라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노 관장의 몫으로 돌아가야 할 재산에 관해선 판단이 극명히 갈렸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665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본 반면에 항소심에선 재산 분할 액수가 1조3808억 원으로 20배 이상 늘어났다. 노 관장이 1심에서 제출하지 않았던 약속어음 300억 원(1992년 선경건설 명의 발행) 등을 항소심 과정에 증거로 제출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최종현 SK 선대 회장에게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금이 유입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1991년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 상당량의 자금이 유입됐다. SK가 모험적인 사업과 경영을 시도할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방패막이’가 되어 사업을 성공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선고 이후 최 회장 측은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내며 “300억 원을 받은 사실이 없고, 퇴임 후에 그 액수만큼을 주기로 약속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선 만약 노 관장 측 주장대로 300억 원이 SK에 흘러갔다고 인정하더라도 불법 비자금일 수 있는 돈을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할 게 아니라 국고 환수 대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노 관장 측은 “불법 자금이라고 볼 증거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 전합 대신 소부 선고… 예상보다 선고 빨라져 당초 대법원이 ‘세기의 이혼 소송’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실제 대법관 전원이 관련 기록을 들여다보고 지난달 18일 전합에서 이 사건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고는 전합이 아닌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에서 내기로 결정했다. 이에 선고 기일이 10월 중순으로 예상보다 다소 빠르게 잡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대법원 측은 “판례 변경이 필요하거나, 소수 의견 등을 달아 선고해야 하는 경우 등에는 반드시 전합이 선고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그런 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상고심의 결과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2심 결론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이 경우 노 관장 몫의 재산 분할액이 조정될 수 있다. 전합을 통해 기존 판례를 바꾸지 않더라도 사실 관계 등을 오인했다면 2심 판단을 뒤집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대법원이 최 회장의 상고를 기각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이 1조3000억 원이 넘는 재산 분할액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주식 상당 부분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특검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지 보름 만이다. 역대 법무부 장관 출신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이번이 여섯 번째다.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9일 브리핑에서 “박 전 장관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 당시 법무부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를 지시하고,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 업무인원 대기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교정본부에 포고령 위반자 구금 목적으로 수용공간 점검을 지시했다는 혐의도 수사 대상이다. 특검은 비상계엄 당일 박 전 장관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구속 기소)의 지시를 받은 후 심우정 전 검찰총장, 임세진 전 법무부 검찰과장, 배상업 전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신용해 전 법무부 교정본부장 등과 연달아 통화한 기록을 확보했다. 특검은 당시 전화 내용을 토대로 박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계엄 후속 조치를 계획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8월 25일 박 전 장관의 자택과 법무부, 대검찰청을 압수수색했고 지난달 24일엔 박 전 장관을 불러 조사했다.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은 10일 통일교 한학자 총재를 구속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특검은 한 총재가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조직적으로 통일교인들을 입당시켜 특정 후보를 밀어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앞서 특검은 2022년 11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구속 기소)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구속 기소)에게 “윤심은 정확히 무엇입니까”라고 문의하자 전 씨가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이라고 답한 문자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본부장이 한 총재의 지시를 받았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특검은 한 총재를 재판에 넘긴 후 윤 전 대통령이 통일교 당원 가입 등에 개입한 것은 아닌지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구민기 기자 ko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사건이 법원에 접수된 뒤 첫 재판을 시작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최근 5년간 한 달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21개 지방법원에 접수된 민사 사건이 최초 본안 심리에 착수하기까지의 평균 소요 기간이 5년 전에 비해 약 13일 증가했다. 형사 사건은 같은 기간 약 23일 늘어났다.전국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민사 사건이 접수된 뒤 첫 기일이 열리기까지 2020년 약 137.4일이 걸렸지만 올해(1~6월)는 157.1일로 약 20일이 증가했다. 서울북부지법은 지난해 118.1일에서 올해는 157.3일로 1년 만에 40일 가까이 늘었다. 이 밖에도 제주지법이 2020년 125.5일에서 올해 181일로 증가하는 등 대부분의 전국 지방법원에서 사건 접수 후 최초 본안 심리를 시작하는 기간이 증가세를 보였다.형사 사건도 첫 공판이 열리기까지 평균 소요 기간이 늘어나 재판 지연 문제가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은 2020년 사건 접수 후 최초 공판까지 평균 49.9일이 걸렸지만 현재는 77.2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67.3일)와 비교해도 1년 만에 10일 넘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울산지법은 지난해 108.9일에서 올해 135.8일로 약 26일 증가했다. 형사 재판은 피고인이 구속된 경우 신속한 재판이 요구되는데, 최초 본안 심리에 착수하기까지의 기간이 한 달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박 의원은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모토로 삼고 있는 조희대 사법부가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검이 기소하는 사건들까지 더해져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기 전에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제주지법은 지역 전담 재판부 설치를 선제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지방직 공무원 김민아(가명) 씨는 지난해 1월 중고차 거래 사기를 당했다. “해외로 나가야 해 급하게 차를 처분해야 한다”는 판매자 측 말만 믿고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인 600만 원에 차량을 샀다. 뒤늦게 자동차등록원부를 떼어 보니 압류·저당이 걸려 있었다. 결국 채권자인 금융사가 차량을 가져가면서 김 씨는 차량도 돈도 잃었다. ● ‘배보다 큰 배꼽’ 된 법률 비용 김 씨는 사기죄로 상대방을 고소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절박한 마음으로 찾아간 변호사 사무실에서 “고소대리는 부가세를 포함해 최소 550만 원부터 시작한다”고 안내받았다. 차량 가격에 맞먹는 변호사 비용이 부담스러웠던 김 씨는 어깨너머 배운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고소장을 작성했다. 역부족이었다. 올해 초 ‘증거 부족’으로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을 받은 것이다. 김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의신청 제기를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가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기존에 제시한 착수금보다 220만 원 오른 770만 원을 수임료로 제시한 것이다. 변호사 측은 “경찰 수사 종결 이후 이의신청 건은 원래 별도 절차로 분류돼 추가 비용이 든다”며 “검찰이 불기소할 경우 항고할 수 있는데 그땐 220만∼330만 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의신청을 낸 김 씨는 “사기당한 돈을 찾으려고 고소한 건데 결국 차량값보다 변호사 비용을 더 쓴 꼴”이라며 “피해자에게 ‘웬만한 사기는 그냥 참으라’고 강요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 그물망처럼 변한 사법 절차에 피해자 부담 범죄 피해자들이 감당해야 할 법률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건 한층 복잡해진 형사사법 절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개시부터 종결에 이르기까지 이의신청과 보완 수사 등 1, 2차 수사기관 사이에서 오가는 절차가 한층 복잡해졌다. 이에 범죄 피해자는 1, 2차 수사기관이 어떻게 사건을 처리하는지,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처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게 됐다. 형사 사건 전담 이민형 변호사는 “평생 수사기관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평범한 시민이 어느 날 갑자기 범죄에 연루됐을 때 혼자서 대응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개별 계약으로 진행되는 탓에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집계한 국가 통계는 없다. 하지만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민사 사건을 소송대리한 건수는 11만317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4% 늘었고, 소송가액은 7조9313억 원으로 40.5% 폭증했다. 형사사건 소송대리 건수 역시 1만4725건으로 5.5% 늘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매년 소송 건수와 규모가 커지고 있는 탓에 개별 사건의 평균 비용 역시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수사 지연으로 인해 법률 비용이 늘어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보완 수사 요구 사건은 지난해 10만 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검찰에 송치된 77만8294건 중 10만4674건(13.4%)이 보완 수사 요구 사건으로, 8건 중 1건이 다시 1차 수사기관으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조금이라도 나은 법률 서비스를 받으려면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도 늘어가고 있다. 사업 거래처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유철현(가명) 씨는 “보완 수사 요구 등으로 수사 기간이 늘어나면 변호사는 한 사건에 집중을 못 하게 돼 있다. 적절한 때에 격려금을 또 내야 한다”는 동료 사업가 말에 변호사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이로 인해 변호사 업계에선 수사기관끼리 사건을 주고받게 될 때 추가로 청구하는 비용을 뜻하는 ‘핑퐁 수당’ 같은 은어까지 생겨났다. 한 형사 사건 전문 변호사는 “변호사 사무장들 사이에선 사건 신속 처리 명목으로 ‘급행료’를 받거나, 피고인에게 사건을 유리하게 종결시켜 주는 ‘사건 꺾기’, 전관 변호사를 서류상으로만 이름에 올리는 ‘표지 갈이’ 비용을 암암리에 별도로 받고 있다”며 “최근 형사사법 체계가 복잡해지면서 기본 수임료에 추가되는 비용도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열린 ‘범죄 피해자가 바라는 검찰개혁 세미나’에서 안지희 변호사는 “현행 제도는 ‘검사의 사건 기록 재검토’를 법률 시장의 먹거리로 전락시켰고 그 피해는 범죄 피해자와 억울한 가해자(피고발인) 등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적은 비용으로 신속 구제 가능해야” 검찰청이 폐지되는 내년 10월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신설된다. 검찰청 한 곳에서 담당하던 업무가 2개 신설 부서로 쪼개지면서 각종 절차가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법률 비용도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을 지낸 김원용 변호사는 “사건 불복 절차가 늘어날수록 수임료만으로 일괄 처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계별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복잡해진 수사 절차 탓에 전관 비용만 늘어났다고 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예전엔 ‘검찰 전관 변호사’만 잘 만나면 됐는데, 수사권 조정 이후엔 ‘경찰 전관 변호사’ 시대가 됐다”며 “1차 수사기관 조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사에게 돈을 많이 써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법 서비스 이용자 관점에서 불필요한 법률 비용이 늘어나지 않도록 형사사법 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검사 출신 김은정 변호사는 “피해자 입장에서 절차를 이해하거나 접근하기 쉽고, 적은 비용으로도 신속히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형사사법 절차가 재편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3대 특검(내란 특검·김건희 특검·채상병 특검)이 추석 연휴를 전후로 수사 개시 100일을 맞이했다. 연장 가능한 수사 기간 3개월(내란·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의 경우 2개월)을 포함해 최대 6개월까지 특검이 진행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 막 반환점을 지난 셈이다. 3대 특검의 1차 수사 기간이 9월 일제히 만료되면서 각 특검은 최근 수사 기간을 30일씩 늘리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3개의 특검이 동시 출범한 뒤 연장전에 들어간 가운데, 그동안의 수사 성과 등을 숫자를 통해 살펴봤다.● 전직 대통령 부부 동반 구속 등 21명 수감돼3대 특검 수사로 인해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모두 구속 수감됐다. 전직 대통령뿐 아니라 영부인까지 함께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윤 전 대통령은 7월 10일 내란 특검에 의해, 김 여사는 8월 12일 김건희 특검에 의해 구속되면서 초유의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이 이뤄졌다. 전직 대통령 부인이 구속된 것 역시 최초다.윤 전 대통령은 한 차례 석방됐다가 다시 구속되기도 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올해 초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며 1월 19일 구속됐다. 이후 법원이 윤 전 대통령 측의 구속취소 청구를 받아들이며 석방됐지만,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하는 내란 특검은 6월 18일 수사를 개시한 지 22일 만인 7월 10일에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재구속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해 구속됐다가 석방된 지 124일 만에 다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것이다.윤 전 대통령은 내란 특검에 의해 7월 추가 구속기소된 뒤 재판에 나오지 않다가 최근 재판부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2일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보석 청구를 기각했다. 특검은 출범 이후 전직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수사 범위에 해당하는 사건 관련자들을 줄줄이 구속했다. 내란 특검이 6명, 김건희 특검이 15명으로 현재까지 특검 수사로 총 21명이 구속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 사건 등을 수사하는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구속했다. 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를 포함해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관련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통일교 한학자 총재,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구속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선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이사, 이기훈 부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도 구속됐다. 특검이 김 여사에게 이우환 작가의 그림을 선물한 것으로 의심하는 김상민 전 검사도 지난달 18일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뿐만 아니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혐의로 김 여사를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피고인(김 여사)이 권오수, 이종호 등과 공모하여 2010년 10월경부터 2012월 12월경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을 함으로써 8억1000여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하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에서 해당 의혹과 관련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는데, 이를 전면 뒤집은 것이다.채상병 특검은 현재까지 구속하거나 기소한 피의자는 없다. 이에 대해선 ‘채모 상병 사망 사건 및 수사 외압 의혹’이 2년도 지난 시기의 사건인 만큼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고, 관계자 진술과 자백에 의존해야 하는 수사 성격 등이 반영된 현실적인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VIP 격노설’의 실체에 대해 채상병 특검은 1차 수사 기간 주요 관련자들의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하며 실체를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견 검사만 110명, 예산도 역대 최대 205억 원특검이 이 같은 수사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검찰과 경찰 등으로부터 대규모 수사 인원을 파견받아 역대급 규모를 갖췄기 때문이다. 3대 특검은 출범 당시 파견 받을 수 있는 검사만 120명 규모였다. 다만 미충원 인원 등이 있어 현재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을 파견받아 운영 중이다. 김건희 특검에는 차·부장검사급 팀장 8명을 포함해 검사만 총 40명이 있다. 41명의 검사가 있는 청주지검 등과 비슷한 규모로 웬만한 일선 검찰청 크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내란 특검은 3대 특검 중 파견 검사가 59명으로 가장 많다. 채 상병 특검에는 14명의 검사가 파견 근무 중이다. 여기에 파견 공무원, 특별 수사관 등 까지 포함하면 내란 특검은 267명까지, 김건희 특검은 205명까지, 채상병 특검은 105명까지 인원을 둘 수 있다.수사 기간과 인력 규모를 늘리는 ‘더 센 특검법’ 개정안이 지난달 26일 공포되면서 3개 특검을 모두 합쳐 파견검사만 최대 170명 규모로 운영할 수 있다. 이는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수사 대상이 가장 많은 김건희 특검의 경우 지금보다 특검보 2명을 비롯해 검사 30명과 공무원 60명을 더 둘 수 있어 최대 297명을 투입할 수 있다. 내란 특검은 검사 10명과 공무원 40명을 증원할 수 있게 돼 300명 이상을 수사에 동원할 수 있게 됐다. 채 상병 특검은 검사와 특별수사관, 공무원을 합쳐 40명을 더 둘 수 있다. 실제로 채상병 특검은 1일 개정된 특검법에 따라 추가 수사 인력 13명을 각 소속 기관에 파견 요청했고 이들이 합류하면 120명 내외로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게 편성된 예산 역시 역대 특검과 비교해 가장 많은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각 특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총 205억6435만 원의 예산이 3대 특검에 배정됐다. 내란 특검이 87억 원, 김건희 특검이 78억 원, 채상병 특검이 40억 원이다. 특검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인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예산이 25억 원이었는데, 3대 특검 중 가장 적은 예산인 투입된 채상병 특검도 이를 한참 웃돈다. 각 특검에 배정된 예산 역시 특검법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검찰청 폐지’ 법안에 검사들 복귀 요청…남은 과제는연장전으로 돌입한 특검의 남은 수사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 사이에서는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검사 40명 전원은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원래 소속된 검찰청으로 복귀시켜달라고 요청하는 입장문을 민중기 특별검사에게 제출했다. 이들은 수사와 기소업무 분리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수사검사의 공소유지 원칙적 금지 지침 등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모순되게 파견 검사들이 직접수사·기소·공소유지가 결합한 특검 업무를 계속 담당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수사가 산적해 있고 기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 유지까지 맡아야 하는 특검 입장에선 파견 검사들의 ‘복귀 요청’이 달가울 수 없다. 특검법상 특검이 기소한 사건의 1심 재판부는 공소를 제기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특검 입장에선 6개월 이내에 사건 피고인들의 혐의를 재판에서까지 입증해 내야 하는 것이다. 파견 검사들의 복귀 요청이 사그라들지 않을 경우 수사와 재판에 모두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의 파견 검사들이 이 같은 입장문을 내면서 다른 특검팀에도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일 내란 특검 파견 검사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에 단체로 검은 넥타이를 매고 출석해 법정에서 검찰청 폐지 법안에 대한 ‘상복 시위’가 아니냐는 공방이 불거지도 했다. 이날 박지영 특검보는 정례브리핑에서 “공판 검사들을 상대로 확인해 보지 못했다”면서 “검사들의 의사를 추론해서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외환 의혹, 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의 금품 수수를 둘러싼 매관매직 의혹, 채 상병 특검은 구명로비 의혹과 이종섭 전 장관 주호주 대사 도피 의혹 등 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특검 수사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이들이 연장전을 시작하며 어떤 성과를 보일지 주목된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대법원이 ‘장애인 의무 고용’을 지키지 않아 최근 5년 동안 100억 원이 넘는 과태료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실이 3일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법원은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지키지 않아 지난해에만 약 31억 원에 달하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6월 기준 대법원의 공무원 정원은 1만7748명인데 이 중 463명만이 장애인 의무 고용 인원으로 고용됐다. 5년간 낸 과태료만 104억4084만 원이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장애인 의무 고용률이 미달한 사업장에 과태료 성격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해당 법령에서는 소속 공무원 정원의 3.2%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최근 5년간 대법원의 장애인 고용률은 2%대에 머물렀다. 박 의원은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장애인 의무 고용 등을 준수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대법원이 ‘장애인 의무 고용’을 지키지 않아 최근 5년 동안 100억 원이 넘는 과태료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실이 3일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법원은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지키지 않아 지난해에만 약 31억 원에 달하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장애인 의무 고용률이 미달한 사업장에 과태료 성격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해당 법령에서는 소속 공무원 정원의 3.8%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대법원은 최근 5년간 2%대 장애인 고용률을 보였다. 올해 6월 기준 대법원의 전체 공무원 정원은 1만7748명인데 이 중 463명만이 장애인 의무 고용 인원으로 고용됐다. 규정에 따라 중증장애인을 2배수로 계산하기 때문에 실제 인원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연도별 과태료는 △2021년 13억7438만 원 △2022년 14억5427만 원 △2023년 20억5407만 원 △2024년 24억5725만 원 △2025년 31억85만 원으로 매년 증가해 왔다. 5년간 낸 과태료만 104억4084만 원이다.그뿐만 아니라 의무 고용인원 대비 고용률 역시 매년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대법원의 2020년 의무 고용인원 대비 장애인 고용률 80.7%였지만 올해는 68.5%로 약 12%P 낮아진 수치를 보였다. 대법원의 3급 이상 고위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도 최근 5년간 10~20%대 비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박 의원은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아우르지 못하는 모습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사법개혁의 일환에서 장애인 의무 고용 등을 준수할 수 있는 대책을 적극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2020년 6월 경기 화성시 송라리 저수지. 한 부부가 탄 차량이 저수지 근처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남편은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아내는 사망했다. 사고로 언니를 잃은 최수정(가명) 씨는 언니가 평소 “남편이 바람을 피웠고, 나를 죽이려 한다”고 말했던 내용이 문득 떠올랐다. 경찰을 찾아가 이 내용을 진술했고, 남편 오진호(가명) 씨를 수사해야 한다고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고가 나기 전엔 내가 운전했지만 중간에 운전자를 바꿨고 아내가 운전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오 씨의 진술을 받아들여 당시 면허가 취소됐던 오 씨에 대해서만 무면허 운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최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검찰에 “오 씨를 수사해야 한다”며 여러 차례 전화했다. 검찰은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추가 수사에서 오 씨의 최초 진술과 달리 사고 당시 운전자가 오 씨였다는 사실만 밝혀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를 적용해 다시 검찰로 넘겼다. 검찰은 법의학감정서를 확인하고 차량 블랙박스를 복원해 분석하는 등 다시 직접 보완 수사를 한 끝에 오 씨를 살인죄로 기소했다. 지난해 12월 1심에서 법원은 오 씨에게 살인죄 등 혐의로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뀐 사건도 검찰개혁을 둘러싼 첨예한 쟁점 중 하나가 보완 수사권을 둘러싼 논의다. 범죄 피해자들은 1차 수사기관에서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억울함을 밝혀낼 수 있을지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차 수사기관에서 완벽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차 수사기관의 ‘크로스체크’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보완 수사 과정이 없다면 목소리가 약한 사회적 취약계층이 구제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적장애인 김정환(가명) 씨는 사채업자들에게 물고문을 당하고 7000만 원을 갈취당했다. 협박당하던 김 씨가 지인을 부르자 사채업자들은 김 씨의 지인에게서도 금품을 갈취했다. 1차 수사기관은 김 씨를 공갈방조 혐의로 송치했지만, 보완 수사 끝에 김 씨의 낮은 지능지수 등이 감안됐다. 김 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 사기, 횡령 등 전문성이 필요한 경제 분야에서 보완 수사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경찰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허위 판매로 48명을 상대로 3000만 원 상당을 가로챈 박규진(가명) 씨를 구속 송치했다. 여기에 더해 검찰은 계좌 거래 내역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등 기존 수사 노하우 등을 토대로 수사를 확대했고 공범까지 붙잡아 추가로 기소했다. 이처럼 수사기관이 서로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보완 수사권이 축소되며 사건 처리만 지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전후 사기 사건 처리에 6개월이 초과된 비율은 2020년 11.8%에서 2023년 28.0%로 늘었다. 횡령 사건도 같은 기간 8.8%에서 17.2%로 증가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리적으로 정교해야 하는 경제범죄 수사의 경우 노하우를 쌓아온 기관이 역량을 살려야 한다”며 “보완 수사가 없다면 해결 못 하는 과제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력 남용하는 檢 수사 왜곡 심해” 주장도 권력형 비리 사건이나 정치권 수사에 있어 보완 수사권을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19년 경찰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 비리 혐의로 그의 비서실장 등을 송치했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가 청와대 하명수사라며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당시 울산경찰청장)을 수사 대상으로 보완 수사에 착수해 기소했다. 하지만 올 8월 대법원에서 해당 사건의 무죄가 확정되자 정치권에선 “김 전 시장 수사를 빌미로 되레 황 의원을 표적 삼아 사건을 뒤집어 기소한 ‘조작 수사이자 표적 기소’”라는 지적이 나왔다. 보완 수사를 통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도 불거졌다. 대표적으로 2013년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특수강간 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은 김 전 차관을 보완 수사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밖에도 2012년 경찰이 송치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금품 수수 사건’도 검찰은 2015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윤 전 서장은 당시 검찰 내 영향력이 컸던 윤대진 전 검사장의 친형이었다. 이후 검찰이 “제보자 진술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만으로 불기소했던 사실이 밝혀졌고, 수사 개시 13년 만에 지난달 30일 1심에서 윤 전 서장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됐다. 검찰이 기록 검토를 잘못하거나 부당하게 보완 수사를 요구를 하는 사례도 있었다. 2017년 경남 거제시 덕포해수욕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창원해경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피의자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해경이 아닌 일선 경찰서에 보완 수사를 지휘하는 오류를 저지르기도 했다. ● 보완 수사, 존치-폐지 이분법보단 치밀 설계 필요 전문가들은 보완 수사권을 무작정 없애기보단 피해자 구제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치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완 수사권으로 인해 ‘수사 과잉’이 된 경우가 한두 번 있다고 해서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은 나머지 보완 수사가 필요한 모든 사건을 버려 피해자 구제 가능성을 없애자는 것”이라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완 수사권 남용이 걱정된다면 남용 가능성을 어떻게 없앨지,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구민기 기자 ko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의 기계적인 항소·상고 관행 개선 필요성을 밝힌 직후 더불어민주당이 상고제한법을 발의하면서 형사소송법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발의된 법안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차적으로는 대검 관련 사무 예규를 고쳐 항소·상고를 제한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여당과 정부 내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형사소송법 개정 움직임 본격화민주당 이정문 의원이 1일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상고의 제한’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2심 판결에 대해 불복이 있으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지만 “제1심 법원의 무죄, 면소, 공소기각의 판결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제2심 판결은 상고할 수 없다”는 내용을 신설하겠다는 것. 이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1심과 2심 법원에서 피고인에게 모두 무죄 판결이 선고된 사건의 경우 검찰의 상고권 행사의 적정성을 제고하고, 기소의 오류를 조기에 시정할 필요성이 크지만, 현행 형사상고심의위원회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선 상고 제한 조항이 검찰의 기계적인 상고 관행으로 인한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참 동안 돈 들이고 생고생해서 무죄를 받으면 (검찰이) 또 상고한다. 대법원까지 가서 돈을 엄청나게 들이고 나중에 무죄가 나도 집안이 망한다”며 “국가가 왜 이리 국민에게 잔인한가”라고 비판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2심서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뒤집힌 비율은 4.4%(1092명 중 48명)였다. 2심서 면소 및 형 면제를 받았는데 대법원에서 뒤집힌 사건은 8.1%(37명 중 3명)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1, 2심에서 모두 무죄 또는 면소를 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뒤집힌 피고인으로 좁히면 훨씬 적을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도 찬반 엇갈려 법조계 의견은 엇갈렸다. 수도권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우리 헌법이 3심제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1, 2심에서 일관되게 무죄로 판단한 사건을 확정해주는 것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는 검사의 이익을 위해 소송하는 게 아니라 범죄 피해자를 대신하는 것”이라며 “개정안(상고제한법)은 가해자는 상고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에게만 상고를 제한하기에 형평에 어긋나고 헌법적으론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피고인인 5개 사건 중 대법원이 파기 환송한 공직선거법 사건을 제외한 4개 재판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재명 구하기 법”이라고 반발했다. 상고제한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이 대통령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검찰이 항소한 위증교사 사건에 적용될 수 있다. 이 대통령 퇴임 후 2심 재판이 재개돼 또 무죄 판결이 난다면 3심 없이 종결되는 것.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 개인의 사법리스크를 덮기 위한 사법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사실상 이재명을 살리기 위해 법의 형평성과 가치를 다 훼손시킨 것”이라며 “당 차원에서 위헌성을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이 대통령 구하기가 아니라 오히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등 검찰의 기계적 항소와 상고에 당한 기업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에서 재판 청구권 침해 등 여러 논쟁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제한했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공범을 찾았습니다. 지금 구치소에 있다고 합니다.” 김민석(가명) 씨가 경찰관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알렸다. 수십억 원대 사기를 치고 달아난 5인조 일당 공범이 구치소에 수감돼 있으니 조사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사기를 당한 지 1년 만이었다. 김 씨는 2022년경 사업체를 운영 중이라는 이들에게 수억 원을 빌려줬다. 일당은 “동남아에 공장을 짓고 있는데 투자금이 부족하다. 이자 쳐서 갚겠다”고 했다. 알고 보니 사기범 일당은 계약서를 위조했고, 투자금을 받은 뒤 잠적해 버렸다. 은퇴 자금까지 털어 투자했던 피해자들은 이들을 고소했지만 수사는 진척이 없었다. 결국 김 씨는 사설탐정까지 동원해 일당을 쫓아다녔다. 공범의 소재를 확인한 뒤에도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애가 탄 김 씨는 직접 구치소로 찾아가 공범을 만났다. 설득 끝에 진술서를 받아냈고 경찰에 제출했다. 그제야 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진 일당은 사기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았다. 최근 사건 현장에선 김 씨처럼 직접 증거를 찾아다니는 사례가 적지 않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생겨난 현상이다. 내년 10월 검찰청을 폐지하는 내용의 검찰개혁으로 이보다 더 큰 형사사법 시스템 변화가 불가피하다. 법조계에선 “검찰개혁의 디테일이 잘못 설계되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죄 피해자 입장에서 검찰개혁의 세부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피해자가 자기 돈 쓰며 범인 찾아… “쉽고 빠른 수사 가능해져야”〈1〉 사건 핑퐁, 속타는 수사 지연“수사 개시 기다리다 증거 놓칠라”… CCTV 확보-범인 쫓는 변호사 등장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여파로, 최종처분까지 2배 길어져 312.7일“수사기관 한곳에 사건 쌓이면 안돼”“수사기관끼리 사건을 떠넘기는 ‘핑퐁’ 때문에 결국 피해자들만 발을 동동거리다 직접 돈 쓰고 시간 써서 증거를 찾아다니고 있죠.”최근 법원과 검찰청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일대 로펌에선 ‘증거조사와 수집을 위한 변호사’라는 광고가 등장했다. 폐쇄회로(CC)TV 확보부터 사라진 공범의 행적을 쫓는 것까지 변호사가 합법적으로 증거 수집을 할 수 있게 돕는다는 것이다. 형사 사건을 맡아 온 채다은 변호사는 “검사가 보완수사를 지시해서 사건을 경찰로 돌려보내면 새로운 사건번호가 붙어 별개의 새로운 사건이 돼 버린다”며 “검사가 추가 조사해서 끝낼 수 있는 사건을 경찰에 돌려보내고, 경찰은 사건을 접수해 다시 추가로 수사하는 상황이라 사건이 적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사 지연에 증거 찾아 나선 피해자들수사기관 사이에서 사건이 오가기만 하고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피해자들이 잠적해 버린 범인을 직접 찾으러 다니거나, 핵심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발품을 파는 일이 늘고 있다.지난해 지인에게 신용카드 도용 사기를 당한 한민영(가명) 씨는 억울한 마음에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하지만 가해자가 전화번호를 바꾸고 잠적하면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결국 한 씨는 증거 수집만 전문으로 담당하는 변호사를 선임했다. 가해자가 이용했던 와이파이 접속 기록을 분석하는 등 직접 찾아 나선 끝에 강원도 일대에서 와이파이에 접속했던 정황을 포착했다. 결국 한 씨는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대면 거래하자”며 가해자를 강원도의 한 빌라촌으로 불러냈고, 한 씨의 제보를 받은 경찰은 가해자를 긴급 체포했다.부동산 사기 피해를 당한 손명희(가명) 씨는 피의자를 상대로 민사 소송부터 냈다. 법원에 “피의자와 공범들의 통화 내역을 조회해 달라”고 신청한 뒤 자료를 확보했다. 그러고는 확보된 자료를 근거로 직접 공범들을 찾아 나섰다.이처럼 당사자들이 자력 구제에 나서는 건 검찰개혁 명목하에 이뤄진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1차 수사기관에 사건이 쏠린 상황과 무관치 않다. 검찰이 부패·경제범죄 등 주요 사건만 수사하고, 대다수 고소·고발 사건에 불송치 결정 업무까지 경찰로 쏠리면서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변호인들은 지적한다.특히 상대적으로 가난하거나 몸이 불편한 사회적 약자들은 범죄 피해에 노출되더라도 자력 구제에 나설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들의 사건 처리는 후순위로 밀릴 수도 있는 셈이다. 사건 지연뿐만 아니라 일선에선 더 이상 사건을 늘리지 않기 위해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으려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최근 이경아(가명) 씨는 아르바이트했던 가게 주인을 고소하려고 경찰서에 갔는데 경찰관으로부터 “사장한테 전화해 줄 테니 사과받고 고소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피해자가 바라는 건 쉽고 빠른 수사”형사 사건 한 건이 경찰과 검찰을 오가면서 최종 처분되는 데 걸린 기간은 지난해 312.7일이었다. 수사권 조정 전인 2020년 142.1일에서 두 배 넘게 길어진 것. 경찰이 송치한 사건과 검찰이 수사한 사건 모두 계산에 포함됐다.경찰은 올 8월 기준 사건 처리 기간이 54.4일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경찰이 사건을 접수해 검찰에 송치한 기간만 계산한 것이다. 경찰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아 사건을 다시 수사한 뒤 검찰에 넘기는 ‘사건 핑퐁’ 과정은 반영하지 않은 통계다.피해자들은 수사기관끼리 사건 처리 지연의 책임을 떠넘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신속하고 정확한 사건 해결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 사기 사건 피해자인 이모 씨는 “피해자가 바라는 건 신속한 수사와 쉬운 절차”라며 “내가 고소한 사건이 언제 처리될지 막막하게 기다리는 일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수사 지연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찰이 수사한 사건이 모두 내년에 신설될 공소청으로 넘겨질 수 있도록 전건 송치 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처럼 경찰이 불송치하고 종결한 일부 사건에 대해 피해자들이 일일이 이의신청을 하는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수사에 부족한 부분이나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불송치하더라도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면 될 문제다. 전건 송치는 오히려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사건이 특정 수사기관 한 곳에 적체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검사 출신 김은정 변호사는 “1차 수사기관이 2차 수사기관의 보완수사 요구에 의무적으로 응답해야 하는 기간을 법으로 정하고, 기간을 넘기면 기관끼리 협의해 수사 기간을 연장토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가 고소하면 수사부터 기소까지 자동으로 사건이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며 “1차 수사기관의 부담을 덜어주고 수사가 미진한 부분을 2차 수사기관이 책임감 있게 살펴보도록 하는 게 범죄 피해자에게 도움 되는 결과”라고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경찰, 검찰을 오가다 보니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이지연(가명) 씨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러곤 지난해 만취 상태로 택시를 탔다가 운전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수치심에 휩싸였지만 어쩔 수 없이 수사관 앞에서 끔찍했던 기억을 다시 떠올려야 했다. 이 씨는 최근 1년간 경찰과 검찰, 그리고 다시 경찰을 오갔다. 이번이 세 번째 수사기관 출석이었다. 이 씨는 지난해 늦은 밤 술에 취한 채 택시에 올랐다. 잠에서 깨니 주차장 맨 바닥에 누워 있었다.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운전사가 이 씨가 타고 있던 쪽 뒷좌석으로 들어온 뒤 한참 뒤에 내린 장면이 확인된 것이다. 감식 결과 이 씨의 신체에선 운전사의 유전자(DNA) 정보도 확인됐다.하지만 경찰은 운전사를 강간죄보다 낮은 형량이 선고되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납득할 수 없었던 이 씨는 변호인을 선임해야만 했다. 10쪽이 넘는 보완수사 요구서에 경찰의 법리 적용이 부당하다는 논리를 스스로 작성하기엔 불가능했다. 결국 변호인 도움을 받은 뒤에야 검찰은 보완수사 요구를 내렸고, 운전사는 준강간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씨가 2021년 1월 이전에 범죄 피해를 입었다면 별도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이의신청을 하지 않고도 검사의 판단을 구할 수 있었다.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이 검찰로 넘겨지는 ‘전건 송치’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1년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1차 수사기관인 경찰은 사건을 ‘불송치’하고 종결할 권한을 갖게 됐다. 경찰의 판단에 불복하는 당사자가 별도로 이의신청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피해자들은 “이의신청이라는 제도가 거대한 벽과 같다”고 입을 모은다. 1차 수사기관의 법리 적용 문제점과 부족한 수사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해야만 보완수사 요구가 가능해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들이 이의신청을 하지 않고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청각장애인인 문준영(가명) 씨는 2022년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알게 된 여성과 연인같이 지내며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이 여성의 부탁을 받아 주민등록증을 빌려줬다. 그러자 순식간에 휴대전화 소액결제가 문 씨 명의로 이뤄졌다. 감당하기 힘든 정도로 액수가 불어나자 문 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수어 통역사를 대동해 어렵사리 조사를 받았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그사이 수사관은 두 번이나 교체됐다.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1년 6개월이 지난 뒤에야 불송치 결정을 받은 문 씨는 “이제는 아무 얘기도 하고 싶지 않다”며 이의신청을 포기했다. 내부 비리를 폭로한 공익신고자는 고발인 신분이기 때문에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더라도 법적으로 이의신청을 할 수 없다는 허점도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로 개정된 형사소송법상 고소인이 아닌 고발인은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할 권한이 없다. 김예원 변호사는 “이의신청 서류는 평범한 사람들이 생업에 종사하며 쓸 수 있는 서류가 아니다”라며 “결국 서민들이 자기 비용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발인이 피해자의 입장에 반해 이의신청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필요하다면 법 개정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검찰을 겨냥해 “검사들이 되(지)도 않는 것을 기소하고, 무죄가 나오면 면책하려고 항소·상고해서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청 폐지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검찰의 무분별한 항소·상고 관행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해 “(검찰이) 형사 처벌권을 남용해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지 않냐. 왜 이렇게 방치하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지 않나”면서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은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고,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무죄가 난 사건을 검찰이 기계적으로 항소·상고하는 관행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이 1심 무죄 사건을 항소하면 유죄로 바뀔 확률이 얼마나 되는가”라며 “(검찰의 항소에도 2심에서 무죄를 받는) 98.3%는 무죄를 받기 위해 돈을 들이고 고통을 받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왜 이리 국민에게 잔인한가”라고도 했다. 이에 정 장관은 “명백한 법리 관계를 다투는 경우나 아주 중대하고 예외적인 상황을 빼고는 항소나 상고를 금지하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할 것 같다”면서 “1차적으로는 대검 관련 사무 예규를 고쳐 항소·상고를 제한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항소·상고를 제한하는 형소법 개정 또는 검찰 예규 개정 등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이 대통령 한 사람을 구할 수 있으면 기존의 모든 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2심 무죄가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바뀌지 않았느냐”며 “나머지 4개 재판도 1심에서 운 좋게 무죄 나면 항소 못 하게 하고, 2심에서 무죄가 나면 상고를 못 하게 하고 삼중 ABS(긴급제동시스템)를 장착하고 뒤에 에어백도 장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박한 발상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검찰청은 1년 유예 기간을 거쳐 2026년 10월 2일 문을 닫게 됐다. 1948년 8월 정부 수립과 함께 설립된 검찰청이 78년 만에 간판을 내리는 것이다. 검찰의 범죄 수사 기능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될 중대범죄수사청으로, 기소권은 법무부 밑에 신설될 공소청으로 이관된다. 개정안 시행까지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이 보완수사권 등 세부 방안을 만들 예정이다.李 “국가가 왜 이리 잔인한가, 생고생해 무죄 받아도 상고” 檢비판[2차 검찰개혁 추진]檢의 무분별 항소-상고 제한 추진‘기소땐 인생 절단’ 尹발언 언급하며… “지금도 그러고 있다” 법개정 의지정성호 “기계적 상소 규정 고쳐야”… 李 “시스템적으로 개선 필요” 강조“한참 동안 돈 들이고 생고생해서 무죄를 받으면 (검찰이) 또 상고한다. 대법원까지 가서 돈을 엄청나게 들이고 나중에 무죄가 나도 집안이 망한다.”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검찰청 폐지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하면서 법원의 1, 2심 무죄 판결에도 검찰이 기계적으로 항소·상고하는 관행을 지적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에서 기소당하면 인생 절단 난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발언도 언급하면서 “지금도 그러고 있다”고 했다. 검찰청 폐지를 넘어 형사 사법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편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李 “국가가 국민에게 왜 이렇게 잔인한가”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문답을 주고받으며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판단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을, 그리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생각해 억울한 사람 만들면 안 된다”며 “도둑 하나 잡으려고 온 동네 사람 고통 주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 사람 유죄일까, 무죄일까’ 이러면 무죄 아닌가”라고 했다. 이에 정 장관은 “법원 판결의 기본 원칙”이라고 호응했다. 이 대통령은 “검사의 판단도 마찬가지”라며 “‘무죄일 수도 있는데, 무혐의일 수도 있는데’ 하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대통령은 검찰이 무죄가 난 사건을 기계적으로 대법원까지 끌고 갔다가 무죄가 확정되는 상황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1심에서 판사 3명이 무죄를 선고했는데도 (검찰이) 무조건 항소하고, 고등법원 항소심에서 판사들 생각이 ‘유죄네’ 하면서 바꾼다”라며 “3명 판사가 무죄라고 한 것을 3명의 판사가 뒤집어서 유죄로 바꾸는 게 타당한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인데 순서가 바뀌면 무죄다. 운수 아닙니까, 운수”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 단계에서부터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면서 “죄지은 사람이 빠져나가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해서 다 기소하는 것이) 법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라고 했다.이에 정 장관은 “명백한 법률관계를 다투는 것 외에는 항소를 못 하는 식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공소심의위원회가 있고 상고심의위원회가 있지만 내부 인사로만 돼 있어서 기계적인 항소나 상고를 그냥 방치했다”며 “이 규정을 고쳐야 된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상소권자에서 검사를 삭제하거나 대검찰청 예규나 법무부 훈령을 개정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정 장관은 “국민주권 정부 출범 이후 주요 사건에 대해서 (상소 남용을 하지 않도록) 직접 지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잘하고 있다니 다행이긴 한데, 시스템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훌륭한 법무부 장관이 바뀌면 (나중에) 또 바뀔 수 있지 않나”라고 하자, 정 장관은 “제도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법조계 의견은 엇갈려법조계에선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1심 판단에 대해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를 제기하고, 이후에 비슷한 판단이 나와도 또다시 상고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범죄에 있어서 중요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것이 없는데도 기계적으로 상급법원에 상소하다 보니 재판은 지연되고 행정력도 그만큼 낭비되고 있어 어느 정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1심의 판단이 2심에서 통째로 뒤집히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상소를 제한해 이런 판단을 받을 기회를 저버린다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으로 형벌하는 제도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죄를 지은 범죄자들만 환영할 법안”이라고 비판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한참 동안 돈 들이고 생고생해서 무죄를 받으면 (검찰이) 또 상고한다. 대법원까지 가서 돈을 엄청나게 들이고 나중에 무죄가 나도 집안이 망한다.”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검찰청 폐지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하면서 법원의 1, 2심 무죄 판결에도 검찰이 기계적으로 항소·상고하는 관행을 지적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에서 기소당하면 인생 절단 난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발언도 언급하면서 “지금도 그러고 있다”고 했다. 검찰청 폐지를 넘어 형사 사법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편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李 “국가가 국민에게 왜 이렇게 잔인한가”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문답을 주고받으며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판단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을, 그리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생각해 억울한 사람 만들면 안 된다”며 “도둑 하나 잡으려고 온 동네 사람 고통 주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 사람 유죄일까, 무죄일까’ 이러면 무죄 아닌가”라고 했다. 이에 정 장관은 “법원 판결의 기본 원칙”이라고 호응했다. 이 대통령은 “검사의 판단도 마찬가지”라며 “‘무죄일 수도 있는데, 무혐의일 수도 있는데’ 하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대통령은 검찰이 무죄가 난 사건을 기계적으로 대법원까지 끌고 갔다가 무죄가 확정되는 상황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1심에서 판사 3명이 무죄를 선고했는데도 (검찰이) 무조건 항소하고, 고등법원 항소심에서 판사들 생각이 ‘유죄네’ 하면서 바꾼다”라며 “3명 판사가 무죄라고 한 것을 3명의 판사가 뒤집어서 유죄로 바꾸는 게 타당한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인데 순서가 바뀌면 무죄다. 운수 아닙니까, 운수”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 단계에서부터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면서 “죄지은 사람이 빠져나가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해서 다 기소하는 것이) 법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라고 했다.이에 정 장관은 “명백한 법률관계를 다투는 것 외에는 항소를 못 하는 식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공소심의위원회가 있고 상고심의위원회가 있지만 내부 인사로만 돼 있어서 기계적인 항소나 상고를 그냥 방치했다”며 “이 규정을 고쳐야 된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상소권자에서 검사를 삭제하거나 대검찰청 예규나 법무부 훈령을 개정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정 장관은 “대통령님 취임한 이후에 검찰에서 주요 사건을 매일 보고받으며 구두로 검찰에 수사 지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잘하고 있다니 다행이긴 한데, 시스템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훌륭한 법무부 장관이 바뀌면 (나중에) 또 바뀔 수 있지 않나”라고 하자, 정 장관은 “제도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법조계 의견은 엇갈려법조계에선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1심 판단에 대해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를 제기하고, 이후에 비슷한 판단이 나와도 또다시 상고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범죄에 있어서 중요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것이 없는데도 기계적으로 상급법원에 상소하다 보니 재판은 지연되고 행정력도 그만큼 낭비되고 있어 어느 정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1심의 판단이 2심에서 통째로 뒤집히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상소를 제한해 이런 판단을 받을 기회를 저버린다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으로 형벌하는 제도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죄를 지은 범죄자들만 환영할 법안”이라고 비판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