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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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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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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4~20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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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3%
  • KAIST, 김재철AI대학원 제5기 CAIO과정 개설

    KAIST 김재철AI대학원은 기업의 AI 도입과 활용을 책임질 실력 있는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제5기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 과정을 개설한다. 챗GPT를 비롯해 AI에 대한 최신 내용과 각 산업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사례를 교육생의 눈높이에 맞춰 가르친다. 커리큘럼은 챗GPT, 컴퓨터 비전, 자연어처리(NLP), 생성모델, 강화학습, 시계열 데이터 예측, 설명가능한 인공지능(XAI), 차세대 AI 반도체, 모델 경량화, 그래프 뉴럴 네트워크, 지능형 로보틱스, 강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이 망라돼 있다. AiBB Lab 대표이자 카이스트 김재철AI 대학원 책임교수인 장동인 교수, 가우스랩스 김영한 대표, 구글연구소에서 5년간 근무한 전기 및 전자공학부 황의종 교수가 기업에서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활용하는 실제 사례를 강의에 반영해 교육 과정의 완성도를 높였다. KAIST 현직 교수진들이 수강생들에 대한 밀착 컨설팅을 진행한다. 강의와 별도로 그룹 토론, 조별 프로젝트, 기업 AI 도입에 대한 질의 응답 및 컨설팅이 이루어지는 그룹 스터디 세션을 마련해 실질적인 네트워킹과 산학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게 했다.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시작된 이 과정에 참여했던 아이티공간 이영규 대표는 “법인카드 결제 내역과 거래처 송금 내역 등을 AI에게 학습시키고 자동 분류해주는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AI가 수많은 카드 결제 내용을 분석해 부정한 사용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5기 과정은 8월 25일까지 참가자 모집을 하며 8월 31일 강의를 시작한다. 자세한 내용은 KAIST 김재철AI대학원 비학위프로그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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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익대 부설 미술평생교육원, 2학기 수강생 모집

    홍익대학교 부설 미술평생교육원은 문화 및 예술 분야의 질적 향상과 저변확대를 위해 8월 31일까지 인터넷 및 전화 접수를 통해 2023년 2학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개설과정은 △예술창작(동양화, 회화, 디자인·공예, 아동미술) △민간자격증(아동미술지도사, 미술심리지도사, 캘리그래피, 스테인드글라스지도사) △미술이론아카데미(미술이론, 미술치료) △주말반(동양화, 회화, 미술심리지도사, 스테인드글라스지도사) △학점은행제(학위취득과정_동양화, 회화, 아동미술학 전공) 등이다. 개설과정의 주요 커리큘럼은 다음과 같다.● 예술창작동양화, 회화 과정은 이론 및 실기 강의로 진행된다. 동양화(수묵화, 문인화, 사군자, 채색화, 민화 등) 및 회화(소묘, 유화, 수채화, 현대미술, 드로잉 등)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기초 실력 함양을 위해 다양한 실기 위주 강의로 구성된다. 디자인·공예 과정은 참신하고 체계적인 전문 교육을 통해 개성 있는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게 지도한다. 스테인드글라스를 비롯해 사진창작 연구(포토꼴라주), 캘리그래피, 천연염색과 패브릭아트 등의 강의로 구성된다. 아동미술 과정은 아동에게 적용할 수 있는 기초이론 및 실기 수업 위주로 진행한다. 평면기법을 통해 실기교수 능력을 기르고, 현장 자료 참관을 통해 수업 운영 능력 훈련 및 프로그램 구성 능력을 길러 아동미술교육자로서의 능력을 갖출 수 있게 지도한다.● 민간자격증민간자격증 준비 과정은 아동미술지도사, 미술심리지도사, 캘리그래피, 스테인드글라스지도사로 구분된다. 이론과 실기 교육을 병행한 체계적인 학습을 통해 수강생들의 전문 자격증 취득을 도울 예정이다.● 미술이론아카데미미술이론아카데미는 예술에 대한 심도 높은 이해와 인문학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강의로 진행된다. 미술이론은 다양한 미술 시장의 흐름 파악과 어려운 미학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지도한다. 미술치료는 예술 활동을 통해 심리적으로 내재된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에 관한 강의로 이뤄진다.● 주말반 평일 및 야간에 수강이 어려운 성인 학습자를 위한 주말반 강좌가 신설된다. 주말반은 예술창작과정(동양화, 회화), 민간자격증과정(미술심리지도사, 스테인드글라스지도사)으로 구성되며, 전문적인 실기 강의와 직장인을 위한 민간자격증 수업으로 진행된다. 실기 수업을 시작으로 주말 과정을 활성화시킬 예정이다. ● 학점은행제 학점은행제 과정은 동양화, 회화, 아동미술학 전공으로 구성된다. 정규 학교교육 기회를 놓친 이들은 일정 학점 이상 이수하고 학위수여 요건을 충족할 경우 전문학사학위 또는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수강생 모집과 관련해 자세한 정보는 홍익대 부설 미술평생교육원 홈페이지와 전화상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화상담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7시까지 가능하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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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국대 행정대학원, 부동산 경·공매 최고위 과정 모집

    동국대학교 부동산 경·공매 최고위 과정이 제5기 원우를 모집한다. 부동산 경·공매 입찰 참여를 위한 현장 학습과 입찰가격 산정, 낙찰 후 명도 및 부동산의 가치 증대 등 초급 경매부터 특수물건 경매까지 아우르는 교육과정이다. 본 과정은 제3기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 흐름에 맞춰 투자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입찰에 직접 참여케 하기 위해 실전 경매 중심의 교과과정으로 개편했다. 1학기에는 입찰물건의 현장학습, 부동산 개발, 입찰 참여 준비 등 실전 경매 중심의 현장 강의로 이뤄진다. 2학기에는 경·공매 및 부동산 시장현황, 권리분석 및 가치분석 이해, 경·공매의 투자전략, 부동산 공법 및 세법이해 등 이론과 실전이 연결되는 융합식 커리큘럼을 선보인다. 조득현 주임교수는 “본 과정은 경·공매의 안전한 투자와 고수익 창출 및 건전한 투자문화 함양에 중점을 둔다”면서 “부동산 경·공매의 이론과 실무를 전담하는 최고의 강사진이 개인의 이해도에 따라 1대 1 멘토링 맞춤 교육을 선보인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본 과정을 마친 원우들에게는 동국대 총장 명의의 수료증이 수여되고 행정대학원 동문 자격이 부여된다. 각종 세미나, 포럼 및 아카데미를 통한 파트너십 구축과 투자컨설팅도 제공 받을 수 있다. 교육 기간은 9월 13일부터 내년 6월 26일까지이며, 원서접수는 1차 7월 11일부터 8월 15일까지이며 2차는 8월 16일부터 9월 10일까지이다. 원서는 홈페이지에서 파일을 내려 받아 직접 방문이나 우편, 인터넷 등으로 접수하면 된다. 문의는 교육연구실로 하면 된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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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증권 2분기 퇴직연금사업자 중 DC형 수익률 1위

    삼성증권은 올해 2분기(4∼6월) 퇴직연금 원리금 비보장 기준 확정기여형(DC형) 수익률이 전 금융권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고 24일 밝혔다. 17일 공개된 금융감독원의 퇴직연금 사업자 수익률 비교공시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올해 2분기 퇴직연금 원리금 비보장 상품을 기준으로 최근 1년 수익률 부문에서 DC형은 8.54%, 개인형(IRP형)은 8.12%를 기록했다. 이는 증권사, 은행, 보험사를 포함한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각각 1위와 3위를 기록한 수치다. 삼성증권은 이 같은 성과의 배경으로 투자형 상품에 적합한 자산관리 역량을 꼽았다. 미국 테크 기업, 2차전지, 반도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성장주 중심의 주식형 펀드, 채권의 비중 확대를 언급한 삼성증권의 투자전략이 가입자의 퇴직연금 수익률에 플러스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밖에 연금 가입자 관리에 힘을 쏟은 것도 주효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연금 가입자의 자산관리를 밀착 지원하기 위해 연금본부 내 연금센터를 신설해 전국적인 연금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금 관련 각종 디지털 콘텐츠 제공 전략도 큰 몫을 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연금 가입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카드 뉴스나 유튜브 영상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로 제공하고 있다. 유정화 삼성증권 연금본부장은 “연금에서 중요한 퇴직연금의 수익률 관리를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 좋은 상품, 선진화된 시스템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연금 가입자의 최고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삼성증권은 31일까지 ‘It’s 삼성증권 DC타임 시즌3 이벤트’를 진행한다. 삼성증권에서 DC형 계좌를 신규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커피 2잔 기프티콘을 제공하는 이벤트다. 자세한 내용은 삼성증권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앱 ‘엠팝(mPOP)’을 참고하면 된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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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농산물 김치’ 수출길 넓히고, 과일은 구독 서비스로 소비 촉진

    농협중앙회는 변화하는 라이프 스타일과 소비 트렌드에 발 맞추기 위해 자체 생산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김치를 집에서 직접 만들기보다 사 먹는 것에 익숙한 이들을 위해 농협 브랜드 김치 품목을 다양화하고, 수입 과일에 위협당하고 있는 국산 과일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였다. 또한 범농협 상품의 공동 연구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농협김치’한국농협김치’는 지난해 4월 출범 이후 꾸준히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한국농협김치의 매출액은 202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7% 늘었다.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 실적도 38.9% 증가했다. 기존에는 공장별로 여러 종류의 김치를 중복 생산해 판매하고 있어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었다. 통합법인 설립 후에는 지역별로 특화된 제품을 선보여 중복 품목을 줄였다. 또한 어린이용 김치나 수출용 김치, 절임 배추, 묵은지, 남도김치 등 각 공장 별로 기능을 분담해 생산 경쟁력을 강화했다.지난 5월에는 통합 브랜드 출범 1주년을 맞아 지난 자체 개발한 캐릭터를 활용한 어린이김치 3종을 출시했다. 산지 농협에서 엄격하게 선별한 아삭오이고추를 사용해 매운맛을 줄였고, 배 퓨레와 매실청으로 건강한 단맛을 냈다. 또 캠핑 등에 가져갈 수 있는 볶음김치, 보관과 휴대가 편리해 휴가철 수요가 높은 용기 김치, 입맛을 돋우는 무말랭이와 깻잎 김치 등 다양한 김치를 출시했다. 특히 볶음김치는 손바닥 크기만한 작은 용량이라 혼자 사는 1인 가구 소비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농협중앙회는 여러 유통 경로를 통해 소비자와 만나기 위해 하나로마트뿐 아니라, 외부 유통매장이나 온라인몰 등 판매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치 브랜드 통합 이후 전국 홈플러스나 현대백화점, 초록마을, GS25 편의점 등 다양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확보했다.미국과 일본으로 수출을 늘리고, 유럽이나 동남아 시장으로 수출국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협력해 미국 뉴욕과 워싱턴 D.C에서 ‘김치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일본에서는 외식 프랜차이즈 전문기업 ‘더본코리아’와 협력해 온·오프라인 홍보를 통해 한국농협김치의 이름을 알렸다.베트남에서는 현지 유통업체를 통해 하노이의 한식당이나 정육점 등을 대상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2023 K푸드 파리 박람회’에 참가해 김치 담그기 행사 등을 진행했다. 추후 유럽인의 선호를 반영한 비건 스타일 김치를 개발하고, 현지 박람회 등을 통해 한국농협김치를 홍보할 계획이다. 농협 관계자는 “유관 기관과 협업해 한국농협김치를 세계에 홍보하고, 100% 우리 땅에서 자란 농산물로 만든 농협김치의 우수성을 알려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국내 과일 브랜드 ‘농협 과일 맛선’ 선보여우리 국민의 1인당 과일 소비량은 줄어들고 있으나, 오히려 수입 과일 소비는 증가하고 있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농협중앙회는 국산 과일 소비를 늘리기 위해 ‘농협과일맛선’ 브랜드를 선보였다. 과일 구독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손쉽게 국내 과일을 제공하고, 농가는 안정적인 판매처를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품질관리다. 매월 초 소비자 패널 5명과 농협의 과일 담당 MD 5명 등으로 구성된 상품 선정위원회를 개최해 과일 품목을 선정한다. 여기서 선정된 품목은 농협의 과일 전문 MD들이 직접 고른 510곳의 산지로부터 공급받아 철저한 품질관리와 포장을 소비자에게 전달된다.‘농협과일맛선’ 구성 품목은 백화점 납품 수준의 높은 당도와 품질을 자랑한다. 과일전문 MD가 산지에서 수확·선별·상품화 과정에서 높은 당도를 기준으로 과일을 선정하기 때문이다. 비파괴 당도 선별 과정을 통해 기존 특품 대비 1∼2브릭스 높은 기준으로 과일을 선별하고 있다. 또한 안성농식품물류센터에서 과일의 입고부터 출하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며, 각종 품질검사 실시 후 허용기준을 통과한 상품만을 출고한다.범농협 식품 공동 연구개발 박차농협중앙회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고,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식품 연구개발(R&D) 기반을 통합했다. 지금까지는 경제지주 산하 식품R&D연구소와 농협홍삼, 농협식품, 농협목우촌 등 식품 계열사가 연구개발 조직을 별도 운영하고 있어 기능이 중복돼 비효율적이었다. 향후 체계적 연구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농협은 식품 부문 계열사의 연구개발 인력 통합을 추진해 마침내 6월 농협 ‘식품R&D 통합오피스’를 열게 됐다.상품기획 담당자들이 통합 오피스에 함께 모여 우리 농축산물을 원료로 한 농식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또 연구소와 농협홍삼의 공동연구로 홍삼 건강기능식품을 연구하고 있고, 연구소와 농협목우촌도 공동연구를 통해 농축산물 혼합제품 개발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농협은 앞으로 통합오피스 참여 계열사와 공동연구를 활성화하고, 외부 연구기관과 연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우리 쌀을 활용한 차별화된 가공 밥 식품을 개발하고, 쌀 단백질 가공 기술 확보에 나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소비자를 위하고, 미래 지향적인 농식품 개발로 우리 농산물 소비를 확대하고, 농업인 실익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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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왜 자꾸만 불안할까” 피할 수 없는 불안과의 불편한 동행 [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법(1)해외여행을 앞둔 직장인 김평안 씨(38·가명)는 여행을 떠올리면 설렘보단 불안함이 앞선다. 영화에서 봤던 공항 택시 납치 살인 사건이나, 한국인 관광객 실종 사건 기사가 자꾸 생각나서다. 물론 평안 씨는 일반적으로 따지면 무사히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그의 눈에는 자꾸 안 좋은 정보만 보인다. 현지에서 원인 모를 풍토병에 걸린 사람, 신용카드 결제 사기를 당한 사람, 숙소에서 빈대에게 물려 고생한 사람 등 안 좋은 여행 후기만 눈에 띈다. 현실에서 일어나기 희박한 일들로 인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잠을 설치거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경험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갑자기 천장이 무너지거나, 엘리베이터에 혼자 갇히거나, 지나가던 차가 나를 향해 돌진하거나, 안고 있던 아기를 손에서 놓치는 등 상상만 해도 아찔한 생각들이 느닷없이 불안을 몰고 오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 내 험담을 하거나 가까운 사이에서 버림 받을 것 같은 걱정 등 대인관계 문제에서도 얼마든지 불안이 유발된다.그런데 불안감은 떨쳐버리려 노력해봐도 물에 젖은 옷처럼 잘 벗겨지지 않는다. 스스로 내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껴지면, 더 불안해지기도 한다. 내 마음인데 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걸까. 어떤 정서보다 강렬하고 친숙한 감정인 불안과 관련한 마음의 작동 원리를 2회에 걸쳐 알아보자. 불안하기에 생존할 수 있는 아이러니사실 불안은 우리 인생의 동반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안을 느끼지 않아야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인간의 삶과 불안은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이 아주 오래전부터 불안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본다. 과거 인간은 맹수나 자연재해와 같은 위협에서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주변을 경계해야만 했다. 환경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잠재적 위협에 잘 대비해야 살아남아서 다음 세대를 이어갈 수 있었다. 늘 긴장하고 있으니 평상시에도 마음 한 켠에 늘 불안이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불안은 불편한 감정이지만, 곧 생존의 원동력이기도 했다.과거보단 물리적으로 훨씬 안전한 현대사회에서는 어떨까. 맹수 등 생명을 위협하는 불안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사회적 생존을 위한 불안은 더해졌다. 우리는 대인관계에서 상처받을까 봐 불안하고,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할까 봐 불안하고, 남들만큼 성공하지 못할 것 같아 불안해한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불안을 원동력 삼아 이러한 위협에 잘 적응한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노력해 사회적 생존에 성공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불안한 사람이 더 많은 생존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이쯤 되면 불안이란 감정은 애써 이겨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왜 자꾸 안 좋은 방향으로 생각이 흐를까최악을 가정하고, 거기에 대비하며 생존해 오는데 익숙한 인간의 심리적 특성은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으로 나타난다. 이는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정보보다 부정적 정보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말한다. 위협이 될 수 있는 안 좋은 징후들에 특히 주의를 기울이고, 더 많이 대비하기 위한 심리적 기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불안을 일으키는 안 좋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뇌는 다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부정, 긍정, 중립적 정보를 각각 접했을 때 우리의 뇌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알아봤다. 실험참가자 21명에게 부정, 긍정, 중립적 정서가 담긴 사진을 여러 장 보여주면서 이들의 뇌파를 측정했다. 부정적 정서 사진에는 죽은 고양이, 썩어가는 소의 사체 등을 보여줬고, 긍정적 정서 사진에는 고급 스포츠카나 피자 등 맛있는 음식 사진을 보여줬다. 별 감정을 일으키지 않는 중립적인 사진으로는 접시나 헤어드라이어 같은 사물을 보여줬다.이들의 뇌파는 죽은 동물 등 부정적 정서를 일으키는 사진을 볼 때 가장 빠르고 크게 요동쳤다. 뇌파의 반응 시간이 가장 빨랐다는 것은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를 뇌에서 빠르게 받아들여 처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긍정적 정서 사진을 볼 때는 중립적인 사진을 볼 때보다 뇌파가 요동치긴 했지만, 부정적인 정서 사진을 볼 때만큼 강하지는 않았다. 안 좋은 정보를 가장 빨리, 강렬하게 받아들이기에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어떤 정서보다 빠르고 강하게 일어나는 것이다.부정적 뉴스가 눈에 더 잘 띄는 이유안 좋은 소식을 전하는 사건·사고 뉴스가 미담 같은 긍정적 내용의 뉴스보다 더 많이 소비되는 경우도 이런 차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위 연구 결과를 접목해보면, 부정적 정서를 일으키는 기사 제목을 봤을 때 뇌파가 더 빠르고 강렬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스튜어트 소로카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커뮤니케이션·정치학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부정적 정보를 접했을 때 뇌파 움직임뿐 아니라 심박수 증가 등 생리적 각성도 더 많이 일어났다. 연구팀은 영국, 일본, 중국, 캐나다, 브라질 등 17개국에서 115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에게 각 나라 언어로 자막이 달린 BBC 방송의 뉴스 영상 7편을 보여주면서 심박수와 피부 전도도를 기록했다. 뉴스 내용에 따라 생리적 각성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기사를 보는 동안 심박수가 증가하고, 피부 전도도 변화 반응이 가장 높아졌다. 부정적 정보에 더 높은 주의를 쏟으면서 생리적으로 각성 됐기 때문이다. 중립적인 뉴스나 긍정적인 뉴스를 보면서는 생리적으로 각성되지 않은 것과 비교된다. 연구팀은 “부정적 뉴스를 보면서 나타나는 생리적 반응은 국가 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불안해서 머리가 지끈지끈…범불안장애여기까지 살펴본 대로라면 인간이 살면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실제로 적정 수준의 불안은 생존을 돕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불안감이 너무 과해 일상생활에 방해받을 정도라면 치료가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불안장애는 우리 국민의 평생 유병률이 9.3% 정도로 꽤 흔한 마음의 병이다. 10명 중 1명은 평생에 한 번 불안장애 증상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우울증의 평생 유병률인 7.7%보다 높다. 해외 연구에서는 불안장애의 평생 유병률을 15% 정도로 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불안장애는 정신질환 가운데 가장 흔한 질병으로 꼽힌다.매번 걱정의 주제가 바뀌고, 온갖 상황에 대해 심각한 수준의 불안이 느껴진다면 불안장애 유형 가운데 하나인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를 의심해 봐야 한다. 사실 사람마다 불안을 견뎌내는 수준이 다르기에 ‘심각한 불안’이란 어느 정도인지 딱 잘라 말하긴 어렵다. 또 성격적으로 불안감을 잘 느껴 매사에 사소한 걱정을 끼고 사는 사람일지라도, 증상에 따라 불안장애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DSM-5)에 따르면 범불안장애는 △매우 고통스러운 정도로 불안이 크게 느껴지고 △여러 주제에 걸쳐 불안이 유발돼 일상생활이 어려우며 △이같은 느낌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아래 6가지 증상 중 3가지 이상 해당하면 범불안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범불안장애의 증상·초조함이나 긴장감 또는 안절부절못함·쉽게 지치는 경향이 있음·집중하기 어려움·과민성(짜증)·근육 긴장·수면 장애※출처: DSM-5심한 경우엔 심장이 쿵쿵 뛰거나,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들고, 근육이 경직돼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생긴다. 불안한 생각을 하는 동안은 마치 배터리가 방전되듯 빠르게 에너지가 소진돼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불안을 유발하는 주제는 직장이나 가족 구성원으로서 책임감, 경제적 문제, 건강, 안전 등 다양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제가 수시로 바뀐다. 교통사고가 날까 무서워 아예 운전하지 못하거나, 환경오염으로 곧 지구의 종말이 올 것 같다고 느끼는 등 실제 위협보다 훨씬 과한 불안을 느낀다. 한번 시작되면 6개월 이상에서 1년 가까이 진행되기도 한다. 보통 여성이 남성보다 발병률이 2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울증과 함께 오는 경우 고통은 더욱 커진다.여기까지 인간이 왜 이렇게 불안을 안고 살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불편한 감정과 조금이라도 덜 불편하게 동행할 수 있을까요? 다음주 기사에서는 △‘불안 스위치’ 끄는 방법 △강제로 좋은 생각을 하려할 때 부작용 △‘내 탓’할 때 더 커지는 불안 △불안이라는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 내리기 등에 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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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건 내가 잘 알지”…꼰대에게 부족한 치명적 한가지 ‘지적 겸손’[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직장인 박지윤 씨(30·가명)는 A팀장과 대화할 때 삶은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답답하다. 30대에 빠르게 승진해 사내 최연소 팀장 자리에 오른 A팀장은 후배들이 아무리 타당한 아이디어를 내도 자기가 아는 방식이 맞다고 끝까지 우긴다. 신입 시절 유통회사의 현장 실무 경험이 있는 박 씨는 “현장에선 상황이 다르다”며 팀장을 설득해보려 했지만, A팀장은 오히려 “내가 이 바닥에 더 오래 있었다”며 듣지 않는다. A팀장은 박 씨처럼 자신을 설득하려 드는 후배들을 자기 책상 옆에 앉혀 놓고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설교를 늘어놓는다. A팀장은 스스로 이를 ‘참교육’이라 부른다.꼰대는 더 이상 나이의 많고 적음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연장자가 옛날 얘기를 꺼내 충고를 늘어놓으며 ‘라떼는(나때는)’을 시전하지 않더라도, 요즘에는 2030세대 ‘젊꼰(젊은 꼰대)’에 대한 불만도 높다. 실제로 올해 1월 한 취업포털 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직장인 595명 중 71.4%가 “직장에 젊은 꼰대가 있다”고 답했다.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직장인들이 꼽은 최악의 젊은 꼰대 유형으로 ‘자신의 경험이 전부인 양 충고하며 가르치는 유형’이 1위를 차지했고, ‘본인의 답을 강요’하거나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유형이 뒤를 이었다. 물론 여기에 더해 ‘꼰대질’에는 공감 능력 부족, 안하무인 태도, 자기중심적 소통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사실 ‘젊꼰’이냐 ‘늙꼰’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들의 문제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수용하지 않고, ‘내가 옳다’고 여기는 등 사고가 경직됐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 수준과 관계없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심리학 용어인 ‘지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이라는 개념으로 살펴볼 수 있다.지적 겸손?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인정 지적 겸손이란, 내가 완벽하게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따라서 지적으로 겸손한 사람은 새로운 정보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자신의 지식을 과신하지 않는다. 또 다른 사람의 관점을 존중하고, 상대의 의견이 타당하다면 내 의견을 수정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내가 틀렸고, 다른 사람이 맞다’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면 지적 겸손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이들은 이런 상황 자체를 자신에 대한 도전이나 위협으로 간주한다.지적으로 겸손한 사람들의 특징-다른 사람의 관점을 존중한다.-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으면 실수를 인정한다.-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나의 관점을 바꿀 수 있다.-내가 모르는 영역이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한 인식이 있다.-특정 주제에 대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별할 줄 안다.-내가 모르는 지식이나 주장을 외면하지 않는다. 반면 사고가 경직된 사람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지적으로 겸손하지 못 한 사람들의 특징-나는 내가 항상 옳다고 생각한다.-“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을 종종 하곤 한다.-‘왕년에’ ‘예전에’ ‘그때는’ 등의 말을 하면서 내 주장을 펼칠 때가 많다.-사람들이 내 생각이나 가치관을 변화시키려고 할 때 매우 언짢아진다.(‘꼰대 척도의 개발 및 타당화’ 문항에서 일부 발췌)진짜로 똑똑해서 남을 가르치려 드는 걸까?자신이 정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드는 사람들은 진짜 능력이 훌륭한 사람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본인만의 착각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 할지라도, 실제보다 스스로 과대평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엘리자베스 크럼레이 멘쿠소 미국 페퍼다인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꼰대들이 스스로 인식하는 자기의 능력치와 실제 능력 사이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했다. 연구팀은 성인 120명을 대상으로 지적 겸손 수준을 측정하고, 어휘·산술·추론·공간지각 등을 측정하는 인지 능력 검사를 했다. 이어 자신이 얼마나 인지 능력 검사를 잘 수행했는지, 자신의 문제 해결 능력이 타인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에 있을지 자가 평가를 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지적 겸손 점수가 낮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실제 인지 능력보다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인지 능력 검사에서 받은 점수보다 자신이 더 잘했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또 이들은 자가 평가에서 ‘나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90% 정도 된다’ 등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할 것이라는 답을 더 많이 골랐다. ‘내가 모르는 것이 있다’는 메타인지 떨어져 지적 겸손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는 ‘메타인지’가 떨어진다. 메타인지란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고 통찰하는 능력이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파악하는 메타인지가 떨어지면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실제로 지적 겸손을 측정하는 검사 문항에 △나는 대부분의 주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나의 아이디어는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보다 우수하다 △다른 사람들도 내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인정한다 등이 포함돼 있다.이런 의식은 새로운 정보를 접해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태도로 이어진다. 배워야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기에 실제로 아는 지식의 양이 많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반대로 지적으로 겸손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실제로는 더 똑똑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정보 습득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갖고 있어서다. 이들은 자신이 잘 모를 수도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새로 접하게 되는 지식을 습득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런 경향은 학업 성적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심리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자기 능력을 과신하는 대학생일수록 더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들은 객관식 시험에서 오답을 찍어 놓고도 실제 점수보다 자신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자신감 있게 오답을 골라놓고 스스로는 잘했다고 여기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이들이 오답을 더 많이 고르는 또 다른 이유는 주어진 문제에 대해 천천히 생각하고 분석하기보다는 직관적으로 빠르게 답을 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성찰적 사고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야구 방망이와 공을 합친 가격은 1만1000원인데, 방망이는 공보다 1만 원이 비싸다. 공은 얼마일까?’라는 문제를 더 잘 틀린다. 성급하게 ‘1000원’이라고 답하는 것이다. (답은 방망이는 1만500원, 공은 500원이다.) 세상에 없는 단어인데… “이거 내가 잘 알지”지적 겸손이 부족한 사람들의 안 좋은 특징 가운데 또 하나는 몰라도 아는 척을 한다는 것이다. 미 페퍼다인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성인 604명을 대상으로 또 다른 연구를 했다. 연구팀은 ‘나폴레옹’ 같은 실존 인물과 ‘○○여왕’과 같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짜 이름을 섞은 고유 명사 25개를 실험 참가자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이 단어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물었다. 그 결과 지적 겸손 점수가 낮은 사람은 가짜 이름에 대해서도 ‘매우 친숙하며 잘 알고 있다’고 답을 했다. 게다가 여기에 ‘남을 가르치겠다’는 생각이 더해질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열등하기에 자신이 나서서 잔소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이와 반대로 지적으로 겸손한 사람일수록 다음과 같은 문장에 동의하지 않는 경향이 컸다.1. 다른 사람들을 계몽하는 것이 나의 의무다2. 나의 아이디어는 다른 사람을 교육하는 데 쓰여야 한다.3. 나는 내 의견을 말해야 할 사회적 의무를 느낀다.4.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에서 이겨야 한다.5. 지능이 높고, 정보가 많은 사람은 지능이 낮고, 정보가 부족한 사람을 교육할 책임이 있다.6. 나는 내가 결정을 내리는 권위 있는 자리에 있는 상상을 즐겨 한다.7. 내 말은 의미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8. 몇몇 사람들은 어리석은 것을 그냥 믿어버린다.9. 세상에는 멍청한 사람이 많다.10. 모든 사람이 나처럼 세상을 보면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다.(연구에 사용된 ‘사회적 자경주의(Social Vigilantism)’ 척도에서 발췌) 정치적 입장이 지나치게 확고한 것도 문제 자신이 틀렸다고 의심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정치적 입장은 누구보다 확고할 가능성이 크다.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도 받아들이지 않고, 의견을 바꾸지 않는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 합리적인 이유로 의견을 바꾸는 것조차 싫어한다. 마크 리어리 미 듀크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적 겸손이 정치적 입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성인 205명을 모집해 각 사람의 지지 정당을 체크하고,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보여줬다. 선거 후보자 A는 해당 사안에 대해 왜 의견이 바뀌었는지에 관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이 문제의 이면에 있는 사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고, 제가 갖고 있던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자 상대편 후보 B는 그에게 “이랬다, 저랬다 하는 갈대”라고 비난했다. 연구팀은 의견을 바꾼 정치인 A가 어떤 정당 소속이고, 어떤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바꿨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그런 뒤 이들에게 정치인 A를 지지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예측할 수 있듯, 지적 겸손 점수가 낮은 사람은 입장을 바꾼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지적 겸손 점수가 높은 사람은 해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한 경우가 더 많았다. 연구팀은 “생각이나 입장을 바꾼다는 것은 모호함이나 불확실성이 뒤따르는 일인데, 지적 겸손이 부족한 사람은 사고가 폐쇄적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싫어한다”며 “그렇게 되면 기존의 신념에 집착하게 되고, 입장을 바꾸는 정치인도 싫어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적으로 겸손한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이 잘못됐다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다른 사람 역시 사고의 개방성과 유연성을 보이면 이를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지적 겸손이 부족한 사람들의 대인 관계 특성에 대해 이와 같은 단어로 설명한다. ‘자만심’ ‘경직성’ ‘타인 무시’ ‘배타적’ ‘갈등 유발’ ‘공감 능력 결여’ 등. 혹시 나만 옳고, 다른 사람은 나보다 못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잠시 나에게서 한 발짝 떨어져 제3자의 시각으로 스스로를 바라보자. 내 주변에 제대로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는지,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사람인지 말이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가장 필요한 메타인지란 바로 이것이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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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가 시름 덜 수 있도록… 농진청 “사료 작물 국내 품종 연내 개발”

    농촌진흥청은 농가 사료 작물을 자급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사료 작물인 ‘알팔파’의 신품종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건초 생산 기반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농진청은 사료작물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추진 협의체를 최근 구성했다고 4일 밝혔다. 협의체의 ‘5대 핵심 임무’는 △사료작물 품종 개발과 초종(草種)의 다양화 △사료작물 종자생산 기반 구축과 종자 자급률 향상 △조사료 작부 체계 고도화와 생산 기반 확대 △배합사료 대체 사료비 절감과 품목 다양화 △가축 급여 효과 구명과 현장 보급 체계 강화 등이다. 농진청을 중심으로 한 사료작물 자급률 향상 추진 협의체는 농림축산식품부, 각 도(道) 농업기술원, 전국 시군 농업기술센터, 농협, 한국초지조사료학회, 한국조사료협회, 조사료 생산 경영체, 대학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조사료 생산 경영체는 농작물 종자를 채취하는 채종 단지를 조성하고 보급하는 일에 참여한다. 또 농협은 조사료 열풍 건조 및 생산과 유통에 참여해 조사료 개발 기술을 현장에 조기 보급하고 확산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농진청은 우선 알팔파 신품종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건초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것으로 올해 목표를 정했다. 이를 위해 알팔파 재배 농가의 수확과 건초 생산 연시회를 최근 개최했다. 또 품종보호 출원 후 민간 종자생산업체에 기술 이전도 곧 추진할 계획이다. 생산성, 영양성 측면에서 우수한 사료작물로 꼽히는 알팔파는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생산 기반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알팔파를 비롯한 각종 사료작물 종자는 미국 등 해외 의존도가 높고, 검역이나 운송 등 대내외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단점이 있다. 농진청은 80% 안팎에 머무르며 정체 상태에 있는 조사료 국내 자급 비율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조재호 농진청장(사진)은 “사료작물 자급률 향상은 축산 농가에서 염원하는 현안으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알팔파의 국내 생산 기반을 구축하겠다”며 “이를 위해 올해 안으로 국내 환경에 적응성이 우수한 품종을 출원하고, 농가 보급용 채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에서 농업 분야 각종 현안 해결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융복합 협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융복합을 강조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 기관, 지자체, 민간 등이 협업해 단시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기관 내부에서도 담당 분야 경계를 허물고 연계를 강화해 외부 조직과 연결 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존 농진청의 연구체계에서는 연구, 기술 보급, 정보화 사업이 각각 추진되고 있는 데다, 각 사업이 끝나면 다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래 걸렸다. ‘융복합 협업 프로젝트’는 각각의 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어 결과를 도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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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여워서’ 심쿵…그런데 왜 깨물깨물하고 싶지?”[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귀여움’의 힘(2) “귀여움에 ‘심쿵사(死)’ 당하는 게 가능한가요?”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엉뚱한 질문 글. 허나 답변은 상당히 진지했다. “진짜 조심하셔야 합니다” “마음 굳건히 먹으세요” “정말 죽을 수도 있습니다” 등등. 귀여움 때문에 심장에 무리가 와서 죽을 리 만무하지만, 그만큼 귀여움에 압도되는 감정은 상당히 강렬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귀여운 대상을 보면 뇌에서 즉각적으로 기분 좋은 반응이 일어난다. 귀엽다고 느끼는 정도가 강렬하다면 다소 공격적인 말이나 행동으로도 표현되기도 한다. 앙증맞고 귀여운 대상을 ‘깨물어주고 싶다’ ‘꼬집고 싶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말이다. 앞서 살펴본 기사(‘귀여움’의 힘 1부)에서는 ‘귀여움=보호본능 자극’의 원리를 살펴봤는데, 왜 이런 반대적인 현상도 일어나는 걸까.귀여움에는 공격성이 뒤따른다?귀엽다고 느끼는 정도가 강하면 돌봐주고 싶은 보호본능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격성도 함께 불러일으킨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귀여운 공격성(cute aggression)’이라고 한다. ‘귀여움’과 ‘공격성’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결합이 역설적인 것처럼, 뇌에서 역설적인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이때 나오는 공격성은 상대를 진짜로 해치려는 공격성이 아니라, 장난스러운 수준의 작은 공격성이다.이런 반응은 한 가지 감정에 압도되면, 뇌에서 반대 감정을 불러일으켜 몸을 평형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이뤄진다. 심장이 빨리 뛰어 심혈관에 자극을 주는 등 뇌에서 생리적 한계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을 보면 그 원리를 이해하기 쉽다. 메달을 딴 기쁨의 강도가 압도적으로 크면, 뇌에서는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반대의 감정표현인 눈물이 나도록 한다. 이와 반대로 너무 슬프거나 화가 날 때 웃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도 웃음으로 부정적 감정을 상쇄해 감정의 평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원리다. 이와 같은 원리로 귀여움에 압도됐을 때는 부정적 감정인 공격성이 나타난다. 기쁨의 반대 짝꿍이 눈물이라면, 귀여움의 반대 짝꿍은 공격성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연구진에 따르면, 귀여움을 강하게 느낄수록 공격성도 강하게 나타난다. 연구팀은 성인 299명에게 ‘덜 귀여운’ 아기와 ‘더 귀여운’ 아기 사진 8장을 각각 보여줬다. 아기 사진은 컴퓨터 보정 작업으로 ‘아기 스키마(Baby Schema)’의 특징을 덜 강조해 덜 귀엽게 보이도록 하거나, 아기 스키마 특징을 더 강조해 더 귀여워 보이도록 했다. ‘아기 스키마’란 동그란 얼굴, 통통한 볼, 오동통한 손과 발, 큰 눈, 작은 코와 입, 보들보들한 촉감 등 전형적인 아기의 신체적 특징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각각의 사진을 본 이들에게 ‘매우 귀엽다고 느낀다’ ‘보호해 주고 싶다’ ‘볼을 꼬집어 보고 싶다’ ‘깨물어 보고 싶다’ 등의 문장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그 결과 더 귀여워 보이도록 편집한 아기 사진을 본 이들일수록 더 과격한 표현인 ‘꼬집고 싶다’ ‘깨물고 싶다’ 등에 동의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귀여운 공격성과 관련한 표현은 여러 문화권에 걸쳐 있다. 한국처럼 ‘꼬집고 싶다’ ‘깨물고 싶다’와 비슷한 표현도 있고, 문화에 따라 너무 귀여워서 ‘쥐어짜고 싶다’거나 ‘먹어버리고 싶다’는 표현도 있다. 체코“muchlovat!” 짜고(squeeze) 싶다네덜란드“Hij/zij is (ziet eruit) om op te (v)reten” 먹고 싶다프랑스“mignon à croquer” 아삭아삭 먹고 싶다그리스“θα σε φάω!”먹고 싶다이탈리아“da strapazzare!” “Lo mangerei”짜고 싶다/먹고 싶다필리핀“gigil”이를 갈거나, 꼬집거나, 쥐어짜고 싶다베트남“Yêu quá, chỉ muốn cắn/cấu một cái!”깨물고 싶다인도네시아“gemas” 때리고 싶다 못생긴 동물은 빨리 멸종한다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능은 귀여운 동물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판다는 귀여워서 멸종위기를 모면한 대표적인 동물이다. 한때 판다는 멸종위기종에 속했으나, 세계적 관심 속에 관련 연구가 다방면으로 진행되면서 야생 개체 수가 늘었고, 2016년에 멸종취약종으로 격상됐다.이와 반대로 못생기고 귀엽지 않은 동물은 멸종위기에 놓여도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한다. 호주 머독대학의 트리시 플래밍 교수 연구팀이 2016년 ‘포유류 리뷰’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관심을 받지 못한 못생긴 동물은 빨리 멸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호주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이뤄진 포유류 관련 연구 1400여 개를 분석한 결과, 못생긴 동물은 관련 지원과 연구가 많지 않아 멸종위기에도 불구하고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대상에 포함된 331종 가운데 설치류 등 못생긴 동물로 분류된 개체 비율은 전체의 45%에 이르지만, 이들에 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못생긴 동물은 대중의 관심을 받기 어렵고, 관련 연구 지원도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들은 자연에서 (배설물 등을 통해) 식물의 씨앗을 퍼트리거나, 포식자의 먹이가 되어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멸종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못생긴 동물의 서식지, 번식, 먹이 등에 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영국 시민단체인 ‘못생긴 동물 보존 협회(Ugly Animal Preservation Society)’는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코미디언 사이먼 와트가 2013년 설립했다. 못생겨서 외면받는 동물들을 돌보자는 취지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동물 1위로 호주 심해에 사는 블로브피쉬를 뽑았다. 사이먼 와트는 “너무 오랫동안 귀엽고 꼭 안고 싶은 동물들이 보금자리를 지배했다”며 “방치된 동물들에 대한 사랑을 보여줄 때”라고 강조한다. 그가 펴낸 책 ‘못생긴 동물들’의 부제는 ‘모든 동물이 판다가 될 순 없다 ’였다.사랑받기 위해…머리가 점점 커진 미키 마우스인간의 선택을 받는 귀여운 개체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큰 동물의 세계처럼 캐릭터 산업도 마찬가지로 움직인다.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온 귀여운 캐릭터들은 하나 같이 큰 머리와 큰 눈, 짧고 통통한 팔다리, 오동통한 볼을 가지고 있다.미키 마우스의 시대별 변천사를 보면 이런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다. 미키 마우스는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지금보다 덜 귀여웠으나, 대중의 요구에 맞춰 점차 진화했다. 1928년 첫 등장한 미키 마우스는 진짜 ‘쥐’처럼 생겼었다. 주둥이가 좁고 뾰족하고, 머리와 눈이 작았고, 팔다리는 가늘고 길었다. 성격적으로는 장난이 심하고, 다른 동물을 괴롭히며 즐거워하는 가학적인 면도 있었다. 그러자 부드럽고 공격적이지 않은 성격으로 바꿔 달라는 디즈니 팬들의 요구가 빗발쳤고, 이에 맞춰 외모도 점차 수정됐다.미키 마우스는 점점 더 아기처럼 보이도록 외모가 변했다. 우선 머리와 눈 크기가 눈에 띄게 커졌고, 이마가 넓고 볼록해졌다. 주둥이는 둥글고, 통통하게 표현됐고, 가늘고 길었던 팔다리는 이전보다 오동통해졌다. 한 마디로 아기 스키마가 점점 더 강화된 것이다. 진화생물학자였던 스티븐 제이 굴드 미 하버드대 지질학과 및 동물학과 교수는 이를 일찌감치 눈치채고 1980년 ‘미키 마우스에 대한 생물학적 오마주’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이러한 미키 마우스의 변화야말로 진정한 진화적 변화”라고 했다. 점점 아기와 같은 특징을 더해가면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변해갔다는 것이다. 다른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테디베어의 처음 모습은 지금보다는 다리가 길고 뾰족한 주둥이와 코를 가지고 있었다. 이 역시도 시간이 갈수록 점차 팔다리는 짧아지고, 동글동글한 얼굴 모습으로 바뀌었다. 우리가 모바일 메신저에서 매일 사용하는 이모티콘 캐릭터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부 아기 스키마의 특징을 잘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귀여운 캐릭터 제품을 보고 갑자기 지름신이 내려 “어머, 이건 사야 해!”를 외치며 나도 모르게 결제를 한 적이 있다면, 당신은 유독 아기 스키마에 마음이 쉽게 흔들리는 사람인지 모른다. 큰 머리, 짧고 통통한 팔다리에 홀려 어느덧 사지 않아도 되는 물건을 사고 있지는 않은가? 아기 스키마에 취약한 인간의 본능을 노린 ‘귀요미’들이 호시탐탐 당신의 지갑을 노리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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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력이 필요할 땐…귀여운 ‘댕댕이’ 사진 보세요[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귀여움’의 힘(1)직장인 이재희 씨(39)는 회사에서 일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마트폰으로 ‘댕댕이(멍멍이)’를 검색해 본다. 귀여운 새끼 동물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근심이 사라지고 잠깐이라도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판다 동영상을 즐겨 보기 시작했다.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귀여운 사진을 발견하면 주변 지인에게 “힐링하라”며 전송해 주기도 한다.볼 통통·뒤뚱뒤뚱…‘아기다움’에서 찾는 귀여움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동물을 보면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 짓게 된다. 몸에 비해 큰 머리, 짧은 팔다리, 작은 코와 입, 보들보들할 것 같은 촉감…. 귀여운 새끼 동물은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는 마력이 있다.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실 이런 특징은 아기의 특징과 똑같다. 동그란 얼굴, 통통한 볼, 오동통한 손과 발, 큰 눈, 작은 코와 입, 보들보들한 촉감 등이 말이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동물학자인 콘라트 로렌츠는 이런 특징을 ‘아기 스키마(baby schema)’라고 개념화했다. 아기를 떠올리면 전형적으로 떠오르는 신체적 이미지를 말한다. 아기 스키마에 따르면, 아기는 성인과 비교해 두드러지는 신체적 특징을 갖는다. 우선 머리가 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크다. 생후 6개월 전까지는 머리둘레가 가슴둘레보다 크다. 또 이마가 성인보다 볼록하고, 얼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반대로 턱은 짧고 얼굴에서 낮은 비율을 차지한다. 또 짧은 팔다리는 살이 볼록볼록하게 튀어 나올 정도로 통통하고, 기거나 걸을 때 뒤뚱거리며 움직인다.인간은 아기 스키마의 전형적 특징이 도드라질 수록 귀여움을 강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아래 사진을 보자. 어떤 아기가 가장 귀여워 보이는가?위 사진은 독일 뮌스터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공동 연구팀이 아기 얼굴을 컴퓨터 그래픽 작업으로 보정해 연구에 사용한 것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아기 스키마의 특징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도록 편집했다. 가장 왼쪽에 있는 위, 아래 두 사진은 작은 눈, 긴 코, 긴 얼굴, 좁은 이마로 보이게끔 했다. 반면 오른쪽으로 갈수록 동그란 얼굴, 큰 눈, 작고 짧은 코, 볼록하고 넓은 이마로 사진을 보정해 아기 스키마에 더욱 가깝게 보이게끔 했다.연구팀은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 122명에게 어떤 사진이 가장 귀여운지 고르라고 했다. 예측 가능하듯 가장 오른쪽에 있는 사진을 고른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아기 사진에서 귀여움을 강하게 느낀 학생일수록 ‘보살펴 주고 싶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귀여운 것에 끌리는 건 본능아기 스키마 개념이 제시된 이후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많은 연구가 이어졌다. 수많은 후속 연구에 의하면, 귀여운 것을 보면 ‘보살펴 주고 싶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라고 볼 수 있다. 어느 생명체나 다음 세대를 잘 키워서 종족을 보존해야 한다는 본능이 있기 마련인데, 인간은 아기의 특징을 가진 대상을 보면 생존과 종족 보존의 본능이 자극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기다운’ 특징을 일부라도 가지고 있는 대상을 보면 ‘귀엽다’는 긍정적인 정서 반응이 나타나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귀여운 대상을 봤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작용을 보면, 귀여움에 대한 인간의 반응이 얼마나 즉각적이고 본능적인지 알 수 있다. 모튼 크링겔바흐 영국 옥스포드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성인 95명에게 아기 얼굴 13장과 성인 얼굴 13장을 각각 보여줬다. 이들이 사진을 보는 동안 자기뇌파검사(magnetoencephalography·MEG)를 통해 뇌에서 일어나는 작용을 기록했다.이들이 아기 사진을 보는 동안 뇌의 내측 안와전두엽(medial orbitofrontal cortex)이라는 부위가 0.13초 만에 반응했다. 이 부위는 보상받았다고 느낄 때 기분이 좋아지면서 활성화되는 영역이다. 이와 반대로 성인 얼굴 사진을 보는 동안 해당 영역은 활성화되지 않았다.아기를 보는 즉시 0.13초 만에 뇌에서 긍정적 반응이 나타난 것은 어떠한 판단이나 사고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기라는 대상은 합리성을 따져야 하는 주제가 아닌, 생존·번식이라는 본능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내측 안와전두엽은 아기의 얼굴을 특별하게 식별하고, 보살피도록 주의를 기울이도록 만든다”며 “또 긍정적인 정서를 유발해 아기와 감정적으로 유대하는 데에도 관여한다”고 설명했다.“귀여운 건 보호해야 해!” 높아지는 집중력이런 특징 때문에 귀여운 대상을 보면 보호본능이 발동하고, 주의 수준이 높아지게 된다. 경계 태세에 들어가면서 결과적으로 집중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미 버지니아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56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새끼 동물 사진을 보여주고, 다른 그룹에는 성체가 된 동물 사진을 보여줬다. 새끼 동물이 ‘매우 귀여운’ 자극이라면, 다 큰 동물은 ‘덜 귀여운’ 자극을 의미한다. 강아지, 고양이, 호랑이, 사자 등 다양한 동물이 사진에 포함됐다. 그런 다음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핀셋으로 작은 조각을 뽑아서 제거하는 섬세한 작업을 하도록 했다. 집중해서 힘의 강약을 잘 조절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어떤 사진을 본 그룹이 이 작업을 잘 해냈을까?귀여운 새끼 동물 사진을 본 그룹이었다. 아기 스키마 특징을 가진 새끼 동물을 보자, 보살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면서 아기를 다룰 때 필요한 조심성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작고 연약한 아기를 돌볼 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행동하기 때문에, 이때 뇌에서는 주의력을 끌어올려 행동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통제하게 된다”고 했다. 따라서 세심한 집중력이 필요할 때 귀여운 동물이나 아기 사진을 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무실 책상이나 공부방에 귀여운 인테리어 소품을 배치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기분도 좋아지고, 집중력도 얻을 수 있는 쉽고 간단한 방법이다. 다만 세심함을 필요로 하는 작업에 국한돼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굵직한 계획을 짜는 등 미시적인 ‘나무’보다 거시적인 ‘숲’을 봐야하는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다음주 기사에서는 ‘귀여움의 힘’ 2부로 △귀여운데 왜 깨물어 주고 싶을까 △귀여워야 멸종 당하지 않는다 △본능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 산업 등을 다룰 예정입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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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층-장애인도… “대한민국 국민이면 디지털 기술 소외 계층 없어야”

    “어르신은 창경궁에 언제 마지막으로 가보셨나요?”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하고 주변을 둘러 보니 창경궁의 연못 춘당지에서 스케이트 타는 어린이들이 나왔다. 흑백 영상 속 즐겁게 노는 아이들을 보니 시간 여행을 온 듯했다. 영상 중간마다 개인적인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질문이 안내 음성으로 흘러나왔다. 이 프로그램은 VR 기술로 어르신들의 추억 여행을 돕는 스타트업 세븐포인트원이 선보인 ‘센텐츠’라는 프로그램이다. 과거의 좋았던 기억을 불러일으켜 뇌를 활성화하고, 우울감이나 스트레스를 낮추는 것이 목표다. 이현준 세븐포인트원 대표는 “영상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어르신들도 많다”며 “옛 기억을 많이 회상하도록 도와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진행된 ‘제36회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 행사장에서는 이들 외에도 디지털 소외계층을 돕는 제품을 선보인 다양한 스타트업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주관한 이날 행사는 고령층이나 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기술 혜택을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디지털 포용의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마련됐다. ‘디지털 자유를 누리는 대한민국, 디지털 보편권과 포용으로’라는 슬로건도 공개됐다. 행사 부스에서 만난 난독증 검사 솔루션 개발 기업 ‘비주얼캠프’는 이날 행사에서 보호 기간이 종료돼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해 2억 원 상당의 제품을 기증했다. 이들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 ‘리드’는 사용자가 스마트 기기 화면으로 글을 읽는 동안 전면 카메라로 시선을 추적해 시선의 속도와 고정 시간 등을 측정한다. 독해력 수준을 진단하고 분석해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그동안 디지털 소외계층의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 이들에 대한 정부 포상도 이뤄졌다. 정보문화 유공훈장(국민훈장 동백장)은 김훈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업단장이 수상했다. 시각장애인인 김 단장은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모바일 앱, 키오스크,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기여해 왔다. 김 단장은 “장애인들은 디지털 기술 발전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한다”며 “장애인들이 비장애인 못지않게 살아갈 수 있는 디지털 접근 기술이 날로 더 발전해 가길 기대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정보문화 유공포장(근정포장)은 천병호 한국장애인교육문화협회장이 수상했다. 이 외에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장관 표창 등에 대한 수상도 이어졌다. 정부는 디지털 소외계층의 디지털 접근권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 의지를 다시 한번 밝혔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환영사에서 “디지털 접근성을 보장하고 디지털 보편권을 확립하기 위해 다양한 디지털 포용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은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디지털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자유와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디지털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공정이 함께 보장돼야 한다”며 “이러한 사회야말로 새로운 디지털 포용 국가의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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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했던 말 또 하는 ‘라떼’ 어르신… 행복 찾는 인생 ‘되새김질’ 중입니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대학생 이채영 씨(24)가 명절이나 생신 때 할머니를 찾아뵈면 항상 들어야 하는 똑같은 ‘레퍼토리’가 있다. 할머니 6·25전쟁 시기 피란 떠났을 때나 먼 길을 걸어 학교 다녔던 기억, 아이 낳고 바로 농사일하느라 힘들었던 시절 등 정해진 단골 소재를 처음인 것처럼 말씀하신다. 옛날이야기를 이미 외울 정도로 많이 들어온 이 씨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면, 할머니는 다른 가족을 붙잡고 꿋꿋하게 이야기를 이어 간다. 이 씨의 할머니뿐만이 아니다. 어르신들은 예전에 했던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심지어 수십 년 전 일을 어제 겪은 일처럼 생생하게 묘사하기도 한다. “내가 소싯적에는…”으로 시작하는 옛이야기부터 대기업 다니는 자식이나 유학 간 손자, 손녀 자랑까지 소재도 다양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상대가 듣고 싶은 말보단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많이 한다는 것. 듣다가 지친 젊은이들은 “한 번만 더 들으면 100번째예요!”라고 퉁명스럽게 반응하기 쉽다. 그러나 노인들이 했던 말을 또 반복하는 것은 주변 사람을 괴롭히려는 게 아니다.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뇌의 노화…말한 사실 자체를 잊는다 노인들이 했던 말을 반복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뇌의 노화와 관련 있다. 대략 60세 이후부터 정보를 조직화하고 정교화하는 인지 능력이 젊을 때보다 자연스럽게 감퇴한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오랫동안 머리에 남는 장기기억(long term memory) 형태로 저장하는 뇌의 해마(hippocampus)나, 주의 집중이나 정보 인출과 관련한 전두엽 등의 기능이 떨어진다. 특히 해마는 60세부터 크기가 감소하는데 미국 신경학회 의학저널 ‘뉴롤로지’에 발표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70세부터는 1년에 1%씩 줄면서 기능이 떨어진다.물론 개인차는 존재한다. 언어표현 능력이나 추상적 사고 능력은 변함이 없지만, 장기기억의 저장·인출 기능이 떨어지면 특정 사건을 잊어버리거나 세부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이때 최근 자신이 이야기했던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 채 처음처럼 말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과거에 장기기억으로 저장된 내용들은 여전히 잘 보존되고 있어 막힘없이 술술 말할 수 있다. 어제 먹은 점심 메뉴는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어렸을 때 동네에서 친구들과 뭘 하고 놀았고 그 친구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일본의 의사이자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16가지 방법’의 저자인 히라마쓰 루이는 “고령자는 ‘여러 번 말한 내용’은 장기기억이라서 정확히 기억하는데 그걸 ‘최근에 말했다는 사실’은 잊어버린다”고 설명했다. “나 소싯적엔…” 미화된 과거 반복 회상생물학적 노화 외에도 노인들이 했던 말을 반복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 노인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단골 주제를 떠올려 보자. “옛날이 좋았다”나 “나 소싯적엔 이랬다”는 등 좋았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이때 말하는 내용은 온전히 사실에 기반하기보다 일부분 미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기억이라는 것은 사실에 기초하긴 하지만 ‘나’의 주관적 입장에서 해석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옛날에 100% 다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닌데도, 당시 있었던 부정적인 일은 굳이 기억하지 않고 좋았던 내용만 부각해서 바라보는 것이다.노인들이 부정적 정서와 관련된 것은 피하고 긍정적 정서와 관련된 것에 더 집중하는 것을 두고 심리학에서는 ‘긍정성 효과(positivity effect)’라고 한다. 국내외 여러 연구에 따르면 노인들은 부정적 정보보다 긍정적 정보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뿐 아니라 더 잘 기억한다. 미화된 기억을 반복해서 회상하고 말하는 이유다.“행복에 집중…불행에 낭비할 시간 없어”30년 이상 노인의 정서를 연구해온 로라 카스텐슨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기와 중년기, 노년기에 해당하는 실험 참가자를 모집해 기억력과 관련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이들에게 놀이공원에서 노는 모습, 병든 배우자의 모습 등 다양한 ‘정서가 담긴’ 사진을 여러 장 보여줬다. 그리고 기억나는 대로 좀 전에 봤던 사진들을 회상해 보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청년이나 중년 참가자들은 부정적 정서와 긍정적 정서의 사진들을 비슷한 비율로 기억했다. 반면 노년 참가자들은 긍정적 정서가 담긴 사진을 훨씬 더 많이 기억해 냈다. 이와 비슷한 또 다른 실험들에서도 노인들은 옛날 일을 회상할 때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요소를 훨씬 더 많이 회상했으며, 찌푸리고 화난 얼굴보단 웃는 얼굴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카스텐슨 교수는 “노인들이 젊은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고 단언한다. 기분 좋은 일에 집중하면서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카스텐슨 교수는 “노인들은 삶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행복감을 인생의 우선순위에 둔다”며 “긍정적인 것을 더 많이 떠올리면서 불행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힘들었던 이야기 무한 반복? “과거와 화해 중” 그렇다면 노인들이 과거에 힘들었던 이야기를 반복해서 말하는 이유는 뭘까. 전쟁이나 가난, 시집살이, 배우자 외도 같은 불행한 과거를 떠올리는 건 당연히 행복감이라는 목표와는 동떨어져 보인다. 이 역시 역설적이게도 같은 맥락이다. 불행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핵심은 회고를 통해 왜곡된 기억을 재구성하고 의미를 다시 부여하는 데 있다. 세계적인 발달심리학자인 에릭 에릭슨은 “노년기의 발달 과업은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인생의 통합감을 얻는 데 있다”고 했다. 여기서 통합감이란 지나온 고통에서도 나름의 의미를 찾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어려움도 있었으나 이만하면 잘 살았다”고 느끼는 평안함을 일컫는다. 젊은 시절 사느라 바빠 미처 소화하지 못하고 흘려 보낸 일들을 곱씹으며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되새김질’과도 같은 것이다. 반대로 과거 사건의 회한에 압도됐을 경우엔 노년기라도 절망감을 느낄 수 있다.이런 통합감에 이르기 위해서 회한이 쌓인 사건에 대해 반복적으로 말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인생에서 꽃길만 걸어온 사람은 없듯, 태어나서 나쁜 일만 있었던 사람도 없다. 그러나 좋지 않은 기억에 압도돼 좋았던 일은 아예 없었던 것처럼 왜곡된 기억으로 저장될 수 있다. 때문에 이를 바로잡아야 억울한 회한의 감정도 점차 정리될 수 있다.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아무리 한 맺힌 사건이라도 반복해서 말하다 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긍정적인 면을 찾아 삶의 의미를 재해석할 수 있게 된다”며 “나를 힘들게 했던 대상을 용서하고, 과거와 화해함으로써 ‘한 맺힌 삶’에서 ‘여한 없는 삶’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과거를 회상하지 않는 노인, 우울해질 수 있다 실제로 자신이 기억하지 못했던 과거 기억을 떠올려 말하도록 하자 노인들의 우울감이 크게 줄고 삶의 만족도가 올라갔다. 스페인 카스티야라만차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우울 증상이 있는 65~94세 43명을 대상으로 인생회고치료(Life review therapy)를 8주 동안 실시했다. 치료 방법은 간단했다. 아동기와 청소년기, 성인기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게 했다. 그 결과 치료 전과 비교해 심각한 우울감을 느끼는 노인의 비율이 50%에서 25% 수준으로 떨어졌다. 평소 생각하지 않고 지냈던 기억에 대한 질문을 받자 잊고 있던 과거를 회상하게 됐다. 그리고 그 기억을 재구성해 의미를 재해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연구팀은 “우울감으로 인해 부정적으로만 기억됐던 과거가 회고하는 말하기를 통해 단기간에 새롭게 해석되고 수정됐다”고 설명했다.이와 반대로 인생을 회고하지 않는 노인은 우울할 가능성이 높다. 2014년 한국심리학회지에 소개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우울 증상이 있는 노인은 과거를 회상하는 양이 정상 노인에 비해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주제로 과거에 대해 질문했을 때 우울한 노인은 시간, 장소, 지각, 사고, 정서 등 모든 면에서 정상 노인에 비해 구체성이 떨어졌다. 연구팀은 “구체적 기억을 강화하는 것이 우울 위험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울증을) 방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대화 벗어나야이미 여러 번 들었던 말을 또다시 듣는 건 꽤 힘든 일이다. 매번 처음 듣는 것처럼 반응하자니 피곤하고, “그만하시라”고 말하면 죄책감이 든다.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나이 든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대화 수업’의 저자 데이비드 솔리는 우선 각자의 나이에 해결해야 하는 심리적 과제가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이 시작이라고 말한다. 성취를 이루기 위해 바삐 사는 청·장년 자녀들은 했던 이야기를 또 할 시간이 없다. 하지만 노년의 부모는 삶을 돌아보며 여생을 정리하는 것 자체가 이 시기에 해야 할 일이다. 솔리 박사는 “부모가 자녀를 키우며 양육방식을 배워가듯, 중년(자녀) 세대도 노년 세대의 심리적 발달 과제를 돕는다면 ‘어른의 경험’이라는 풍부한 원천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다음 스텝은 한 명은 일방적으로 말하고, 다른 이는 듣기만 하는 대화 방식을 벗어나는 것이다. 듣기 싫은 이야기를 억지로 참고 견딘다는 자세로 대화하면 어떤 상대라도 괴로울 수밖에 없다. 항상 반복되는 이야기라도 노인이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을 한다거나 아예 새로운 기억을 불러일으킬 주제를 제시하는 방법도 있다. 이와 반대로 “그 얘기 이러이러했다는 말씀이시죠?”하고 한마디로 요약해 버리거나 “저번에도 말씀하셨어요” 같은 말로 대화를 차단하는 것은 소통의 다리를 끊어버리는 것과 같다.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은 “억지로 참고 듣기만 하면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가 없다”며 “재미있는 부분을 찾아 능동적으로 질문하고, 때로는 반대로 내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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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소싯적엔” 했던 말 또 하는 어르신… 한숨 대신 경청해 보세요[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대학생 이채영 씨(24)가 명절이나 생신 때 할머니를 찾아뵈면 항상 들어야 하는 똑같은 ‘레퍼토리’가 있다. 6·25전쟁 시기 피란 떠났을 때나 먼 길을 걸어 학교 다녔던 기억, 아이 낳고 바로 농사일하느라 힘들었던 시절 등 정해진 단골 소재를 처음인 것처럼 말씀하신다. 이미 오래전부터 들어온 내용이라 가끔 딴청을 피워도 할머니는 꿋꿋하게 이야기를 이어 간다. 이 씨의 할머니뿐만이 아니다. 어르신들은 예전에 했던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심지어 수십 년 전 일을 어제 겪은 일처럼 생생하게 묘사하기도 한다. “나 때는…”으로 시작하는 옛이야기부터 대기업 다니는 자식이나 유학 간 손자, 손녀 자랑까지 소재도 다양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상대가 듣고 싶은 말보단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많이 한다는 것. 듣다가 지친 젊은이들은 “한 번만 더 들으면 100번째예요!”라고 퉁명스럽게 반응하기 쉽다. 그러나 노인들이 했던 말을 또 반복하는 것은 주변 사람을 괴롭히려는 게 아니다.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뇌의 노화… 말한 사실 자체를 잊는다노인들이 했던 말을 반복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뇌의 노화와 관련 있다. 대략 60세 이후부터 정보를 조직화하고 정교화하는 인지 능력이 젊을 때보다 자연스럽게 감퇴한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오랫동안 머리에 남는 장기기억(long term memory) 형태로 저장하는 뇌의 해마(hippocampus)나, 주의 집중이나 정보 인출과 관련한 전두엽 등의 기능이 떨어진다. 특히 해마는 60세부터 크기가 감소하는데 미국 신경학회 의학저널 ‘뉴롤로지’에 발표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70세부터는 1년에 1%씩 줄면서 기능이 떨어진다. 물론 개인차는 존재한다. 하지만 장기기억의 저장·인출 기능이 떨어지면 특정 사건을 잊어버리거나 세부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이때 최근 자신이 이야기했던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 채 처음처럼 말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과거에 장기기억으로 저장된 내용들은 여전히 잘 보존되고 있어 막힘없이 술술 말할 수 있다. 어제 먹은 점심 메뉴는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어렸을 때 일화는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일본의 의사이자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16가지 방법’의 저자인 히라마쓰 루이는 “고령자는 ‘여러 번 말한 내용’은 장기기억이라서 정확히 기억하는데 그걸 ‘최근에 말했다는 사실’은 잊어버린다”고 설명했다.●“좋은 것만 생각하기에도 짧고 유한한 삶”생물학적 노화 외에도 노인들이 했던 말을 반복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 노인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단골 주제를 떠올려 보자. “옛날이 좋았다” “내가 소싯적에 이랬다” 등 좋았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이때 말하는 내용은 온전히 사실에 기반하기보다 일부분 미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기억이라는 것은 사실에 기초하긴 하지만 ‘나’의 주관적 입장에서 해석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옛날에 100% 다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닌데도, 당시 있었던 부정적인 일은 굳이 기억하지 않고 좋았던 내용만 부각해서 바라보는 것이다. 노인들이 부정적 정서와 관련된 것은 피하고 긍정적 정서와 관련된 것에 더 집중하는 것을 두고 심리학에서는 ‘긍정성 효과(positivity effect)’라고 한다. 국내외 여러 연구에 따르면 노인들은 부정적 정보보다 긍정적 정보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뿐 아니라 더 잘 기억한다. 미화된 기억을 반복해서 회상하고 말하는 이유다. 30년 이상 노인의 정서를 연구해온 로라 카스텐슨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기와 중년기, 노년기에 해당하는 실험 참가자를 모집해 기억력과 관련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이들에게 놀이공원에서 노는 모습, 병든 배우자의 모습 등 다양한 ‘정서가 담긴’ 사진을 여러 장 보여줬다. 그리고 기억나는 대로 좀 전에 봤던 사진들을 회상해 보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청년이나 중년 참가자들은 부정적 정서와 긍정적 정서의 사진들을 비슷한 비율로 기억했다. 반면 노년 참가자들은 긍정적 정서가 담긴 사진을 훨씬 더 많이 기억해 냈다. 이와 비슷한 또 다른 실험에서도 노인들은 옛날 일을 회상할 때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요소를 훨씬 더 많이 회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카스텐슨 교수는 “노인들이 젊은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고 단언한다. 기분 좋은 일에 집중하면서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카스텐슨 교수는 “노인들은 삶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행복감을 인생의 우선순위에 둔다”며 “긍정적인 것을 더 많이 떠올리면서 불행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힘들었던 이야기 무한 반복? “과거와 화해 중”그렇다면 노인들이 과거에 힘들었던 이야기를 반복해서 말하는 이유는 뭘까. 전쟁이나 가난, 시집살이, 배우자 외도 같은 불행한 과거를 떠올리는 건 당연히 행복감이라는 목표와는 동떨어져 보인다. 이 역시 역설적이게도 같은 맥락이다. 불행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핵심은 회고를 통해 왜곡된 기억을 재구성하고 의미를 다시 부여하는 데 있다. 세계적인 발달심리학자인 에릭 에릭슨은 “노년기의 발달 과업은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인생의 통합감을 얻는 데 있다”고 했다. 여기서 통합감이란 지나온 고통에서도 나름의 의미를 찾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어려움도 있었으나 이만하면 잘 살았다”고 느끼는 평안함을 일컫는다. 반대로 과거 사건의 회한에 압도됐을 경우엔 노년기라도 절망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통합감에 이르기 위해서 회한이 쌓인 사건에 대해 반복적으로 말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인생에서 꽃길만 걸어온 사람은 없듯, 태어나서 나쁜 일만 있었던 사람도 없다. 그러나 좋지 않은 기억에 압도돼 좋았던 일은 아예 없었던 것처럼 왜곡된 기억으로 저장될 수 있다. 때문에 이를 바로잡아야 억울한 회한의 감정도 점차 정리될 수 있다.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아무리 한 맺힌 사건이라도 반복해서 말하다 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긍정적인 면을 찾아 삶의 의미를 재해석할 수 있게 된다”며 “나를 힘들게 했던 대상을 용서하고, 과거와 화해함으로써 ‘한 맺힌 삶’에서 ‘여한 없는 삶’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자신이 기억하지 못했던 과거 기억을 떠올려 말하도록 하자 노인들의 우울감이 크게 줄고 삶의 만족도가 올라갔다. 스페인 카스티야라만차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우울 증상이 있는 65∼94세 43명을 대상으로 인생회고치료(Life review therapy)를 8주 동안 실시했다. 치료 방법은 간단했다. 아동기와 청소년기, 성인기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게 했다. 그 결과 치료 전과 비교해 심각한 우울감을 느끼는 노인의 비율이 50%에서 25% 수준으로 떨어졌다. 평소 생각하지 않고 지냈던 기억에 대한 질문을 받자 잊고 있던 과거를 회상하게 됐다. 그리고 그 기억을 재구성해 의미를 재해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연구팀은 “우울감으로 인해 부정적으로만 기억됐던 과거가 회고하는 말하기를 통해 단기간에 새롭게 해석되고 수정됐다”고 설명했다. ●“또 시작” 한숨 대신 어떻게?이미 여러 번 들었던 말을 또다시 듣는 건 꽤 힘든 일이다. 매번 처음 듣는 것처럼 반응하자니 피곤하고, “그만하시라”고 말하면 죄책감이 든다.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최선의 방법은 한 명은 일방적으로 말하고, 다른 이는 듣기만 하는 대화 방식을 벗어나는 것이다. 듣기 싫은 이야기를 억지로 참고 견딘다는 자세로 대화하면 어떤 상대라도 괴로울 수밖에 없다. 항상 반복되는 이야기라도 노인이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을 한다거나 아예 새로운 기억을 불러일으킬 주제를 제시하는 방법도 있다.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은 “억지로 참고 들으려다 보면 ‘그 얘기 저번에 하셨어요’ 같은 대답으로 소통의 다리를 끊어버릴 수 있다”며 “능동적으로 질문하고 때로는 내 이야기를 반대로 들려드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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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Z세대도 반한 전통문화의 매력… 청년 창업 도전 해보실래요?

    ‘로제 맥주 향(을지로)’, ‘고소한 커피 향(성수)’, ‘그윽한 시나몬 향(서촌)’. 이름만 들어도 왠지 몸과 마음이 이완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들은 청년 스타트업 파운드코퍼레이션이 자체 제작한 인센스 스틱 제품의 이름이다. 파운드코퍼레이션은 우리말 ‘오롯이’에서 따온 ‘올롯(Ollot)’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흙, 식물 등을 주제로 하는 향(인센스 스틱)을 제작한다. 이들은 서울시와 협업해 서울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기업으로 선정돼 ‘서울브랜드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올롯: 서울의 향’ 시리즈로 을지로, 성수, 서촌을 콘셉트로 하는 향을 출시했다. 올롯의 제품들은 MZ세대들이 공감할 만한 문화 요소를 집어넣어 젊은층 사이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향은 원래 제(祭)의 목적으로 사용됐지만 자연의 향기를 더해 힐링과 휴식을 원하는 현대인을 위해 재해석한 것이다. 소나무, 향나무를 곱게 갈아 사용하는 등 자연에서 얻은 자료를 사용해 독자적인 아로마 향을 만들어 내는 것이 파운드코퍼레이션의 특징이다. 향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제작까지 수작업으로 만든다. 고급스러운 콘셉트를 인정받아 국내 유명 호텔과 리조트 12곳에 입점했다. 파운드코퍼레이션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진원)이 주관하는 전통문화 청년 창업육성 지원 사업의 우수초기창업기업 선정 기업이다. 문체부와 공진원은 우수초기창업기업을 선정하고 예비창업 공모전을 진행해 수상 기업에 사업비, 컨설팅 지원을 해오고 있다. 문체부는 2027년까지 예비창업팀 200곳과 초기 창업기업 100곳, 창업 4∼7년 이내 도약기에 있는 창업기업 30곳을 추가 발굴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올해에는 지원 대상으로 총 75곳의 청년 스타트업이 선정됐다. 그동안 지원 사업에 선정된 스타트업들은 유통 판로가 확대되고 매출이 오르는 등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뤘다. 한국화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는 청년 스타트업 댓타임비는 알려지지 않은 한국화 작품을 발굴해 복원하고, 응용 콘텐츠를 만들어 상품화하는 기업이다. 전문 영역인 만큼 상품 개발에는 한국화 작가, 한지 무형문화재, 한국화 전문 인쇄기업 등이 협력하여 참여한다. 댓타임비는 그동안 한국화가 전문용어와 어려운 한자 사용으로 인해 대중적 인기를 얻기 어려웠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화 시리즈 도서(1, 2권)를 펴냈다. 한국화를 디지털로 복원하고 쉬운 설명을 더해 한국화에 대한 기초 상식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댓타임비의 대표 상품인 ‘한국화 마이리틀갤러리(1∼4권)’는 디지털로 복원한 한국화를 한지에 큰 사이즈로 담아 미술관에서 한국화를 감상하는 것처럼 소장할 수 있도록 만든 포스터 책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상품 코너 등에서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오우르디자인하우스는 한국 전통문양 등에서 영감을 얻어 패턴을 디자인해 가방, 스카프, 옷 등을 만드는 기업이다. 단청, 돌담, 연꽃 등 한국적인 대상에서 디자인 요소를 발견해 이를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오우르디자인하우스의 특징이다. 이들이 디자인한 전통 문양 패턴을 기반으로 제작한 전통한복을 아이돌 가수 블랙핑크가 미국 음악 페스티벌인 ‘코첼라’에서 착용하기도 했다. 또 예비 창업 기업으로 선정됐던 치즈인더라이프는 차(茶) 문화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다루는 플랫폼 ‘다루’의 운영을 최근 시작했고, 아리당은 시니어 건강을 위한 현미떡을 개발해 판로를 넓혀 가고 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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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등짝 스매싱’ 없어도 방 청소 꼭 해야 하는 이유[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어지러운 방이 뇌를 피곤하게 한다본격적인 운동을 하기 전에 준비 운동을 하는 것처럼 공부 시작 전엔 책상 정리를 하곤 한다. 책상 정리로 약간의 시간을 벌면서 공부하기 싫은 마음을 다스리는 일종의 준비 의식인 것이다. 앞서 연재 기사()에서는 공부가 하기 싫어 책상만 치우고, 정작 해야 하는 공부는 계속 미루는 지연 행동(procrastination)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봤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책상 정리만 하고 ‘본격적인’ 공부를 안 한다는 데 있을 뿐, 책상 정리 자체가 잘못된 행동은 아니다.오히려 집중이 필요한 공부나 업무를 시작하기에 앞서 책상을 치우는 행동은 주의 집중 효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 대비 효율이 오르지 않는다면 주위를 둘러보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잡동사니들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지는 않은가? 신경 쓰지 않고 무시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모든 요소가 우리의 시선을 잡아끌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뇌를 피로하게 만든다. 청소하라는 잔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엄마의 ‘등짝 스매싱’도 피하고, 집중력도 높일 수 있는 청소의 효과에 대해 알아보자.잡동사니 분류하느라 지쳐가는 뇌잡동사니로 어지러운 공간에 있으면 뇌는 쉬지 못하고 끊임없이 일한다. 뇌에 시각 자극이 계속 들어오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이를 해석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빈 컵, 과자봉지, 스마트폰, 필기구, 각종 서류 등이 있는 너저분한 책상 앞에 앉아 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뇌에서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사물을 인식하고 범주화해 눈에 보이는 정보가 지금 필요한 정보인지 아닌지 걸러낸다. 별거 아닌 작업 같아도 이로 인해 뇌가 피곤해지고, 업무 처리 효율이 떨어진다.사빈 카스트너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신경과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시각적 자극과 주의력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도시의 거리 모습이나 자연 풍경이 담긴 사진 2056개 중 일부를 무작위로 보여 줬다. 그리고 이들에게 사진에 자동차나 사람이 있는 경우를 빠르게 분류하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사진을 보면서 △자동차는 있지만 사람은 없는 경우 △사람은 있지만 자동차는 없는 경우 △둘 다 없는 경우로 나누는 작업을 했다.연구팀은 이들이 분류 작업을 하는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 활동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했다. 그 결과 사람이나 자동차가 있는 사진을 볼 때는 물론, 사람이나 자동차와 상관없는 사진을 볼 때도 뇌에서 인지 제어, 작업 기억, 주의력과 감정적 반응을 담당하는 전두엽 부위가 활성화됐다. 분류 과제에 필요 없는 정보라도 뇌에선 일단 이를 해석하고 의사결정에 쓸지 말지를 정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연구팀은 우리의 뇌가 복잡한 시각 정보를 빠르게 감지해 범주화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쓸모없는 정보를 해석하느라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카스트너 교수는 “잡동사니는 시각적으로 우리를 압도하고, 간단한 작업에도 뇌가 더 많은 일을 하게 만들 수 있다”며 “상충하는 자극이 많을수록 뇌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걸러내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평소 한눈 잘 판다면…꼭 청소부터 해야이곳저곳에 자주 한눈을 파는 습관이 있다면 잡동사니 청소는 더욱더 필수적이다. 존 맥도날드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한눈을 잘 파는 사람일수록 시각적으로 정신없는 요소를 제거해야, 인지 부하를 줄이고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에는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시각 자극을 무시하는 메커니즘이 내장돼 있다. 이는 우리가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자극의 정도가 강하지 않으면 이 메커니즘이 잘 작동하지만, 자극이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이를 무시하기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평소 한눈을 잘 파는 사람이라면 강한 자극의 유혹에 더욱 취약하다.어수선한 책상에서는 여러 물건이 주의를 끌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이 된다. 강렬한 형광색 메모지나, 움직임이 있는 모빌 장식품 같은 물건이 책상 위에 있다면 더욱 시선을 빼앗는다. 이런 환경에선 자극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주의가 여러 곳으로 분산되기를 반복하게 된다. 또 주변이 잡동사니로 어수선한 상태에서는 필요한 물건을 찾을 때 재빨리 찾을 수 없고, 이를 찾으려고 물건을 뒤적이는 행동은 추가적인 인지 부하를 발생시킨다. 다만 연구팀에 따르면 주변 환경에 따른 집중력 저하 여부에는 개인차가 있다. 어떤 사람은 산만한 환경에서도 필요한 곳에 잘 집중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매우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선을 다른 곳에 잘 빼앗겨 집중에 방해받은 경험이 많다면, 최대한 말끔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집 치우니 뭐든지 할 수 있겠는걸?”신경생리학적 메커니즘 외에도 삶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청소를 해야 할 이유가 또 있다. 주변 공간을 정리하면, ‘이 공간을 내 뜻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공간뿐 아니라 상황에 대한 통제력도 생겼다고 느끼게 된다. 모든 물건이 내 뜻대로 지정된 위치에 놓이게 되면 이를 효율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원할 때 물건을 빠르게 찾을 수 있어 실제 효율도 높아지게 된다. 전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과 교수인 조던 피터슨은 자신에게 심리상담을 받으러 오는 이들에게 “방 청소부터 하라”고 권한다. 그는 저서 ‘질서 너머’ ‘12가지 인생의 법칙’ 등에서 방 청소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명상하듯 방에 앉아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뭘 해야 할지 생각하다 보면, 바로 잡아야 할 것들이 눈에 보이게 된다. 그러다 보면 가까이에 있는 서류 뭉치 정리, 모니터의 먼지 닦기 등 곧바로 손을 뻗어 할 수 있는 것들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 청소를 하다 보면 결국 거실, 주방, 집 전체로 점점 물리적 영역이 넓어지고, 정신적 영역까지도 개선할 수 있는 힘을 찾게 된다. ‘내 방의 질서를 잡아 보겠다’는 다짐이 ‘내 삶의 질서를 잡겠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심리학과 건축·환경설계를 접목해 ‘심리지리학(psychogeography)’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콜린 엘러드 캐나다 워털루대 심리학과 교수도 공간에 대한 통제력이 삶에 대한 통제력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는 저서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에서 집이라는 작은 공간에 대한 통제력을 얻음으로써 주변 환경 개선을 시도한 인도 뭄바이의 최대 빈민가 다라비에 주목했다. 다라비 주민들은 거주지를 정비해 나가면서 상업지구를 조성하게 됐고, 빈민가 탈출 노력을 하게 됐다. 열악한 집의 환경을 고치자 상황도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고, 삶을 개선하기 위한 실천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주변을 청소하면 뇌의 피로도를 개선해 집중력이 높아질 뿐 아니라, 다른 곳에 시선이 팔려 딴짓하며 보내는 에너지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더 나아가 내 공간, 내 정신세계, 내 삶까지 정리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힘도 얻게 된다. 자, 이제 방 청소의 이로움은 정확하게 알았으니 잡동사니를 치울 일만 남았다. 고개를 들어 우선 손에 닿는 물건부터 차근차근 정리해보자.최고야기자 best@donga.com}

    • 202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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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 차리니 수북한 과자 봉지…먹을 때 딴짓하면 ‘뱃살 부자’[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한참 집중해서 일하거나 공부하고 난 뒤 정신 차리고 책상을 보니 다 먹은 초콜릿, 사탕, 과자 봉지가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놀란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내가 이걸 언제 다 먹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식간에 많은 양을 먹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후회는 늦었다. 이미 수백 칼로리의 열량이 몸 안에 흡수되고 난 뒤다.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뱃살도 훅 늘어나고 만다. 딱히 배가 고픈 것도 아니었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집중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당이 떨어져서’일까? 아니면 스트레스받아 단 음식이 당겨서? 물론 뇌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요구한 것일 수 있지만 단지 그뿐만은 아니다. 우리의 인지, 감각, 욕구 등 폭식의 또 다른 이유가 되는 심리적 차원의 원인을 알아보자.멀티테스킹 하면 음식 맛이 덜 느껴진다정신이 딴 데 팔린 상황에서 음식을 먹으면 평소보다 더 많이 먹게 된다. 미각을 느끼는데 들어가야 할 에너지가 이미 다른 곳에 쓰이고 있어서 맛이 덜 느껴지는 탓이다. 맛에 대한 지각 정도가 떨어지면 덜 달고 덜 짜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충분히 달고 짜다고 느낄 수 있는 만큼 많이 먹게 된다.롯데 반 딜렌 네덜란드 라이덴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는 이런 특성을 잘 보여준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 그룹에는 어려운 암기 과제를, 두 번째 그룹에는 쉬운 암기 과제를 줬다. 그러고 나서 이들이 암기하는 동안 레몬주스(신맛), 시럽 음료(단맛), 소금버터 크래커(짠맛)를 주고 각각의 맛이 어느 정도로 강하게 느껴지는지 평가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어려운 암기 과제를 한 첫 번째 그룹이 세 가지 맛 모두에 대해 두 번째 그룹보다 ‘맛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정신적 에너지가 암기에 쏠리면서 미각이 둔해진 것이다. 특히 짠맛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졌다. 이들은 암기하는 동안 신맛, 단맛, 짠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각각의 음식을 양껏 먹어보라고 주문받았다. 그러자 어려운 암기를 하는 그룹은 쉬운 암기를 하는 그룹보다 소금버터 크래커를 훨씬 많이 먹었다. 연구팀은 “주의가 흩어지면 자기 조절 능력이 약화되고, 자극적인 맛의 정도를 구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과식하기 쉬워진다”고 했다. 뇌가 바쁠 땐… 나도 모르게 “더 달고 더 짜게”연구팀은 또 다른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암기 과제를 하는 동안 각자 기호에 맞게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보게 했다. 이번에도 실험참가자를 어려운 암기 과제 그룹과 쉬운 암기 과제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레모네이드를 다 만들고 나면 이 음료가 얼마나 달콤하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줬는지도 평가해 보라고 했다.앞서 소개한 실험 결과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번에도 어려운 암기 과제를 한 이들이 레모네이드에 시럽을 훨씬 더 많이 넣었다. 심지어 그렇게 시럽을 넣고도 이들은 쉬운 암기 과제 그룹에 비해 자신이 만든 레모네이드가 더 달다거나, 더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고 답하지 않았다. 뇌가 바빠지면 맛이 웬만큼 강렬하지 않고서야 음식 맛에 만족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TV를 보거나 운전하면서 음식을 먹으면 감각의 민감도가 떨어져 평소보다 많이 먹거나, 더 달고 짜게 먹는 등 부정적인 식습관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먹으면서 딴짓하면 미각뿐 아니라 후각도 둔해진다. 독일 아헨공과대 제시카 프라이헤르 교수 연구팀이 실시한 연구에서는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후각도 둔감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후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영역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관찰한 결과, 높은 집중력이 필요한 과제를 하는 이들은 쉬운 과제를 하는 이들보다 사과나 오렌지 등의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했다. 다른 일을 하면서 음식을 먹을 때 미각을 잘 못 느끼는 것과 유사한 결과다. ‘의식 vs 습관’ 싸움에서 이기려면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눈앞에 보이는 간식을 지속적으로 집어 먹는 습관이 있다면, 먹을 때 멀티테스킹을 하는 것은 다이어트에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평소에는 습관적으로 간식에 손이 가더라도, 말똥말똥한 의식체계는 간식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며 먹는 양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멀티테스킹을 시작하면, 의식체계는 다른 곳에 에너지를 쓰게 되고 습관을 관장하는 뇌 부위를 제어할 수 없게 된다. 한 마디로 습관 체계의 고삐가 풀리게 되는 것이다.엘리자베스 트리코미 미국 럿거스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fMRI를 통해 간식을 습관적으로 먹는 이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 활동을 관찰했다. 이들은 배가 고프건 배가 부르든 뇌에서 음식을 먹으라고 명령을 보내는 뇌 부위(복내측전전두엽피질)가 계속 활성화 됐다. 한마디로 아무때나 먹어온 잘못된 식습관 때문에 ‘배고프면→먹는다’라는 뇌의 보상회로가 고장이 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일, 공부, TV 시청, 운전, 수다 등 다른 곳에 주의를 집중하면 의식체계가 바쁘게 일하는 동안 습관 체계가 마음대로 돌아가게 된다. 뇌의 잘못된 명령을 알아차리고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의식체계가 바빠지는 순간 습관 체계의 뜻대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먹고 마실 땐 하던 일 멈추고 휴식해야 이 같은 연구 결과들이 말해주듯 음식을 먹을 때 다른 곳에 주의를 쏟으면 나도 모르게 과식하기 쉽다. 특히 혼자 밥 먹는 혼밥족들이 음식을 먹으면서 영상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하면, 차분하게 밥만 먹을 때 보다 더 많이 먹게 되고 비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바쁘다는 이유로 일하면서 동시에 밥을 먹을 때도 이와 마찬가지로 위험하다.미식가였던 세계적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생전에 “인생에서 가장 좋은 점은 뭘 하든지 정기적으로 하던 일을 멈추고 먹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잠깐이라도 하던 일을 멈추고 음식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지각 능력도 떨어질 뿐 아니라 생각하고 결정하는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 바쁜 하루 중 먹고 마실 때만이라도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뇌도 함께 쉬게 하는 것은 어떨까.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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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보다 무서운 마음의 고통…벼랑끝 내몰린 아이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위기의 청소년 정신건강…늘어 가는 극단 선택(2)“생중계 동영상 있으신 분? 2000원에 삽니다”최근 극단적 선택의 순간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생중계한 10대 여학생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해당 여학생을 포함해 닷새 만에 서울 강남 지역에서만 3명의 10대가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는 비보가 전해진 직후였다. 그만큼 온라인에서 아무렇지 않게 자극적인 정보를 찾아 소비하기 쉽고 모방 위험도 커진 것이다. 한국은 17년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36.6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의 자살 문제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스스로 생을 마감한 10대는 전년 대비 10.1% 증가했다. 전체 10대 사망률 가운데 43.7%에 달하는 높은 비율이다. 10대 사망 원인 2위인 악성신생물(암·14.2%)과 3위인 교통사고(11.4%)에 비해 매우 높은 비율이다. 학업 스트레스, 우울증, 학교 폭력, 가정불화 등이 원인이 돼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사망보다 더 많은 청소년이 짧은 생을 마감하고 있는 것이다.최근 유명 연예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를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어른들이 조기에 나서 아이들의 비극을 막을 수 있을까. 자해는 극단적 선택 전에 보내는 신호인가?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국내외 여러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자해 행동은 자살 의도 유무로 나뉜다. 청소년의 자해 행동을 목격했다면 먼저 그 의도를 파악해 별개의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서울시자살예방센터 운영위원장)는 “자해는 극단적 선택의 경고 징후이기는 하지만 모든 경우에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며 “자해의 80% 정도는 (극단적 선택의 의도 없이) 청소년기에 겪는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한 동기에 의해 이뤄진다”고 분석했다. 만약 청소년의 자해 행동을 목격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아마 대부분은 자해 행동 자체에 집중하고 일단 스스로 상처 내지 못하게 막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 중요한 것은 청소년이 자기 몸에 상처를 내는 행동은 표면적인 것일 뿐 학업 부담, 학교 폭력, 따돌림, 가정 불화, 학대, 우울증 등 근본적인 정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다가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힘들다는 마음을 먼저 알아주세요”고등학교 1학년인 Y양은 유튜브에 자신의 우울 증상과 자해 관련 영상을 만들어 올린다. 학업 때문에 스트레스와 긴장, 불안감이 심해지면 팔뚝에 스스로 상처를 내고 붕대를 감는 모습 등을 영상에 담는다. SNS의 일명 ‘자해계(익명으로 운영하는 자해 계정)’에는 일부러 피가 많이 나게 하는 사혈 등 아주 심각한 사례가 넘쳐난다.자해 청소년 가운데는 Y양처럼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 부정적 정서에 압도돼 어찌할 바를 몰라 정신적 고통을 신체적 고통으로 바꾸려는 경우가 많다. 신체적 고통을 느낄 때 뇌에서 진통제 역할을 하는 내인성 오피오이드(Opioid)가 분비되는데, 이 물질은 아편(Opium)에서 이름이 유래된 일종의 마약성 성분이다. 진통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진정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즉, 몸에 상처를 내 정신적인 고통을 잠시 잊는 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되는 느낌은 일시적이라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점차 자해 정도가 심해질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SNS에서 10대끼리 자해 사실을 공유하는 것이 또래 동질감을 유발하는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2018년 교육부가 실시한 ‘학생 정서·행동 특성 검사’에서 중학생의 7.9%, 고등학생의 6.4%가 ‘자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래끼리는 자해 사실을 비교적 자유롭게 공유하지만 가정이나 학교 등 어른들 앞에서는 수치심을 느끼고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 숫자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이 외에도 △죄책감을 느낄 때 자신을 처벌하려고 하거나 △죽을 만큼 힘들지만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려고 하거나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여길 때 주변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 등 청소년의 자해 행동에는 굉장히 다양한 이유가 있다.작은 신호에도 위험 알아채기자해를 오랜 기간 지속하거나, 동시에 여러 상처를 내거나, 부상 정도가 심각하다면 극단적 선택의 위험 신호로 볼 수 있다. 자해 이외에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징후는 성인의 경우와 유사하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아래와 같이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인다.●언어 변화·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극단적 선택에 대한 암시·계획을 언급한다·자기 비하의 말을 한다●행동 변화·약을 모으는 등 구체적 수단을 마련한다·중요한 것을 남에게 주는 등 주변 정리를 한다·식사나 수면에 큰 변화가 있다·혼자 있으려 하고 대화를 회피한다●정서 변화·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피한다·기존 관심이 있던 것에 흥미를 잃는다·‘우울하다’ 또는 ‘나 때문이다’와 같이 우울함과 죄책감을 표현한다 출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물어봐도 될까?언론 보도에서는 ‘극단적 선택’ 등 완곡한 표현을 쓰도록 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관계에서 극단적 선택의 위험 징후를 목격했을 땐 “자살을 생각하고 있니?”와 같은 직접적인 표현으로 물어야 한다. 보건복지부 지원 청소년 자해 행동 예방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김재원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직접 물어봐야 직접 대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청소년 입장에서는 직접적 언어로 물어볼 때 ‘이 사람에게는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라는 마음을 갖게 할 수 있다”며 “자살에 대해 직접 물어보는 것이 없던 자살 생각을 유발하거나 자살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다”고 밝혔다.아무런 희망이 없고, 도움 청할 곳이 없다고 느낄 때가 가장 위험하다. 주변 사람과 극단적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낮추는 환기 효과가 있다. 또 주변에 “죽고 싶다”고 말하는 이면에는 도움을 요청하는 마음과 살고 싶다는 마음이 동시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버텨 온 내면의 힘에 대해 인지시켜 주면서 “정말 힘들었을 텐데 그동안 버텨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 등의 메시지로 지지하고 공감해줘야 한다. 이밖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 기관을 소개해주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다. 극단적 선택에 대한 구체적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면 이를 당사자와 합의해 폐기하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자해 청소년의 경우 신체적 고통을 스스로 유발할 정도로 힘든 정서적 고통에 초점을 두고 다가가야 한다. “자해는 절대 안 돼”라며 무조건 멈추라는 태도 보다는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구나”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라고 청소년의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해주는 태도로 다가가야 한다. 자해를 언제, 어떻게, 왜 하는지 취조하듯 묻거나 충고하는 것도 금물이다. 자해 행동을 보고 놀라거나 불편한 감정을 억지로 감추고 괜찮은 척 다가갔다간 오히려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느낀 청소년이 마음의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진솔한 대화를 위해서라면 청소년에게 다가가기 전에 스스로 먼저 충분히 진정하고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이후에 자해를 또 했는지, 안 했는지에 집중하기보다는 근원적 스트레스가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다른 식으로 스트레스를 풀 방법은 없는지 등에 관심을 둬야 한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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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증나!” 이유없이 자꾸 화내는 아이의 진짜 신호는?[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위기의 10대 정신건강…청소년 우울증(1)이모 양(16)은 학교 보건실 단골손님이다. 시험이나 수행평가를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울감과 불안감이 심해져 수업을 듣기 힘든 날이 많다. 집에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뭘 위해 살아야 하지?”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지난해부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우울계(우울증 증상을 호소하는 익명 계정)’를 만들고 우울할 때마다 일기를 쓰고 있다. 이 양은 “작은 실수라도 하면 ‘나는 바보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며 “자괴감이 느껴질 때 도대체 어떻게 떨쳐 버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 반에 3, 4명은 심한 우울증우울증은 어른들만의 병이 아니다. 학업 스트레스, 학교 폭력, 대인관계 갈등 등 여러 심리적 문제를 겪는 많은 청소년이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면서 고립감이 심해진 영향도 크다. 2021년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조사에 따르면 만 13~18세 청소년 570명 가운데 치료가 필요한 중증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겪고 있는 청소년은 14.2%나 됐다. 한 학급에 3, 4명은 심한 우울증이란 얘기다. 남학생 12.5%, 여학생 15.9%로 여학생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그러나 청소년이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는 겨우 1%에 그쳤다. 학교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하는 경우도 1.9%뿐이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털어놓기 마땅치 않은 아이들은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 익명 계정을 만들어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글이나 그림, 영상을 올리기도 한다. 최근 문제가 된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우울증 갤러리도 온라인에서 증상을 공유하고 우울감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청소년 우울증의 원인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크게는 △학업 스트레스 △대인관계(따돌림, 학교 폭력) △가정불화 등으로 나뉜다. 우울증의 유전적 요인도 40% 정도이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다면 발병 가능성이 커진다. 부모와 친밀감이 낮고, 부모의 기대가 지나치거나, 돌봄이 부족한 경우에 우울 증상이 심한 경우가 많다.청소년 우울증, 성인과 뭐가 다를까?신체와 정신의 발달이 진행되고 있는 청소년은 성인과 똑같은 기준으로 우울증을 진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통상 떠올리는 우울증 증상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 주변에서 알아채기도 쉽지 않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활동을 하거나 온라인 게임을 할 때 일시적으로 활기가 돌기도 해 우울증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특별한 일이 있어 일시적으로 우울감을 느끼는 건 매우 정상적인 일이지만 만약 2주 이상 우울감이 지속된다면 눈여겨봐야 한다. 청소년 우울증의 가장 큰 특징은 성인 우울증처럼 “우울하다”는 표현보다는 짜증과 분노를 표현할 때가 많기 때문에 2주 이상 유독 짜증을 많이 낸다면 이 역시 잘 살펴봐야 한다. 또 피곤해하면서 갑자기 학교에 가기 싫어하거나 두통, 복통, 현기증 등 신체 증상을 자주 호소하기도 한다. 매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집중력이 약해져 갑자기 성적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불면증 또는 과수면 △술·담배·가출 등 비행 행동 △게임중독 △자해 등의 증상이 있다.또래 관계 등 타인의 시선을 굉장히 의식하는 나이이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도 청소년 우울증의 특징이다. 겉은 멀쩡한 척 웃지만 속으론 울고 있는 가면성 우울증(Masked depression)이 이에 해당한다. 이유 없이 평소보다 짜증이 늘고, 비행, 중독 문제가 생겼다면 내면에 우울감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청소년 우울증 신호·화를 잘 내고 짜증이 많아졌을 때·식사를 잘하지 않거나 잠을 못 잘 때·비행 문제가 생길 때(비행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술, 담배 등의 빈도가 증가할 때)·기분 변화가 심할 때·자기 비관적인 사고를 많이 할 때·만사 피곤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일 때·죽음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거나 간접적으로 표현할 때출처: 대한신경정신의학회학업으로 인한 번아웃과는 달라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학업 소진(Burn-out)이 오는 경우도 우울증과 비슷하게 피로감 호소, 집중력 저하 등이 생긴다. 번아웃은 심지가 다 타버려 재만 남은 것처럼 만성 스트레스로 인해 에너지가 전부 고갈된 상태를 말한다. 정신적 압박감을 이겨내면서 열심히 공부한 것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지 않거나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했을 때 여기저기 아픈 신체 증상과 함께 무기력감이 찾아올 수 있다.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에너지가 고갈됐기 때문에 성적이 눈에 띄게 떨어지기도 한다. 번아웃은 지쳐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증후군(syndrome)’으로 우울증처럼 치료가 필요한 질병은 아니다.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를 줄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과 번아웃이 함께 오거나 번아웃이 우울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 평소 만성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면 관리가 필요하다.자녀가 우울해 보일 때 어떻게 접근할까자녀가 우울 증상을 보일 때 부모의 대처가 상당히 중요하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정서적 문제를 겪는 청소년의 70%가 가족에게 도움을 구한다고 한다. 가족이 잘 대처하면 대다수 아이에게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충분한 대화 없이 섣불리 판단해 전문가 상담을 받자고 권유하면 반발심만 키울 수 있으므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다가가야 한다.김재원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소아정신과) 교수는 한 달 이상 충분히 자녀를 관찰한 뒤에 대화를 시도할 것을 권한다. “엄마(아빠)가 한두 달 전부터 지켜봤는데…”라고 대화를 시작하면 자녀는 부모가 자신에게 오랜 기간 관심을 가지고 상태를 지켜봐 줬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심리상담, 치료에 긍정적으로 응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자녀에게 사전 설명 없이 갑자기 병원에 데리고 오는 사례도 있는데, 이런 갑작스러운 접근은 거부감이 생겨 반항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또 사춘기적 반항, 일상적인 짜증을 청소년 우울증과 구별해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우울하거나 짜증 내는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되고 식사나 수면 문제, 기분 변화, 대인관계 기피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이밖에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번아웃이 온 경우라면 자신도 번아웃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불안하고 긴장된 상태라는 것을 알게 해줘야 한다. 갑자기 집중이 안 되고 성적이 떨어지면 “정신 차려야 한다”고 자신을 더 압박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운동, 휴식 등으로 어떻게 하면 몸과 마음을 이완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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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딱 보니 XX네ㅋㅋ” 말로 휘두른 주먹, 뇌에 흉터 남긴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악성 댓글 다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2)“경찰 앞에서 최대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초범이고 우발적으로 썼다는 점을 적극 어필해라”“댓글 쓸 땐 걸리지 않게 돌려 까라”일부 온라인 누리꾼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는 ‘악플로 고소당했을 때 대처법’이다. 연예인, 정치인, 일반인까지 하루가 멀다고 악플과 씨름하는 이들의 기사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악플러들은 지칠 줄 모른다. 오히려 “욕할만하니까 한다”며 비판을 넘어 외모 비하, 허위 사실 유포, 성희롱, 욕설 등 심각한 수위를 넘나든다. 악플 대응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 시장도 덩달아 커졌다. 악플에 시달리던 연예인들이 유명을 달리한 여러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악플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올까. 지난주 기사(“나는 조롱한다, 고로 존재한다” 악플러의 심리)에 이어 악플 쓰는 심리적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내가 누군지 모르잖아?”악플러를 잡고 보니 두 딸을 둔 40대 가장이었다거나 평범한 주부, 직장인, 학생이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누구라도 이름, 나이, 직업 등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는 ID 뒤에 숨으면 평소보다 일탈 행동에 자유로워진다. 온라인 댓글에선 누구도 나를 알아볼 염려가 없기에 규범을 덜 지켜도 되고 공격성이나 폭력성도 쉽게 드러난다.미국의 유명 심리학자인 필립 짐바르도는 익명성과 폭력성의 관계를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누고 한 집단에는 마스크를 쓰고 가운을 입게 해 신원을 알아보지 못하게 했다. 다른 집단에는 얼굴을 공개하고 이름표까지 붙였다. 그런 뒤 두 그룹 모두에게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이 과제를 잘못했을 때 정신 차리도록 전기 충격을 주라고 지시했다. 물론 전기 충격 장치는 가짜였다. 둘 중 어느 그룹이 전기 충격 버튼을 오랫동안 눌렀을까?신원을 가린 참가자들이 전기 충격 버튼을 훨씬 오래 눌렀다. 앞서 신원을 밝힌 집단은 실험 시작 전 서로 이름을 말하며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얼굴 보며 상호작용했던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기 꺼렸지만 서로가 누구인지 모르는 익명 집단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공격성이 드러난 것이다. 함께 할 때 강해진다…익명성 보다 강한 동조 현상견해가 일치하는 사람들끼리 다 같이 행동에 나서면 혼자 있을 때보다 더 파괴적이고 폭력적이다. 이 경우에는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군중심리에 의해 평소보다 공격적으로 행동하기 쉽다.실제로 지난 15일(현지 시각) 밤 미국 시카고에서 10대 청소년 1000여 명이 밀레니엄파크와 상가, 도로에 난입해 행인을 폭행하고 차를 부수는 폭력 사태가 일어났다. 시카고시에서 주말 야간 시간에 보호자 동반 없이 청소년의 밀레니엄파크 출입을 금지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청소년들이 자유를 달라며 반대 시위에 나선 것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틴 테이크오버(Teen Takeover·10대들의 도시 탈취)’라고 홍보가 되면서 순식간에 1000여 명이 거리로 나왔다. 총격 사고로 팔과 다리에 총상을 입은 이들도 있었다. 이 시위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았지만 같은 목표를 가진 이들이 한꺼번에 행동하면서 강한 폭력성이 표출된 것이다.같은 편이 악플 달면…참전 욕구↑온라인에서 같은 견해를 가진 이들끼리 집단으로 악성 댓글을 다는 행위도 이와 비슷하다. 처음에는 공격적인 댓글을 쓸 생각이 없었더라도 같은 편이 쓴 악플에 자극받아 쉽게 동조하는 것이다. 정치적 이념이나 응원하는 스포츠팀에 따라 훌리건처럼 극성팬들이 편을 가르고 악플로 싸우는 것은 이런 영향이 크다. 독일 보훔루르대 레오니 뢰스너 박사 연구팀의 연구는 이런 현상을 잘 보여준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는 기사에 익명으로 댓글을 달거나 자신의 이름과 사진이 노출된 페이스북 ID로 댓글을 달도록 했다. 댓글 동조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이들이 읽는 기사에 미리 댓글들을 달아놨다. 한 기사에는 이성적이고 차분한 표현의 댓글을, 다른 기사에는 공격적인 악플을 달았다.사람들이 공격적인 댓글을 가장 많이 단 경우는 앞서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는 악플이 이미 달려 있을 때였다. 이때 익명성 보장 여부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앞서 달린 댓글들이 공격적이지 않고 이성적인 내용일 때는 자신도 비슷한 수위를 지켜가며 댓글을 달았다. 연구팀은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악플에 영향을 받아 또 다른 악플을 쓸 수 있다”고 했다. 한눈에 보고 쉽게 판단…검열 없이 일단 배설많은 국내외 연구에서 공통으로 꼽는 악플러의 또 다른 심리적 특성은 충동성이다. 악플러들은 댓글을 쓰기 전에 생각을 정리하지 않고 바로 글로 옮겨 버린다. 실제로 악플러의 댓글 패턴을 분석해봤더니 부정적인 정서 표현을 순화하지 않고 급하게 쏟아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 악성 댓글과 일반 댓글의 언어적, 심리적 특성 비교 연구’ 논문에서 습관적 악플 작성자 25명의 댓글 약 1만 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악플러들은 온전한 문장보다 조사나 서술어가 빠진 짧은 비문을 많이 썼다. 또 ‘닭대가리’나 ‘꺽다리’처럼 대상의 특징을 잡아 비난하는 명사를 자주 썼다. 또 이들이 비난하는 주제는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는 외모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대상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댓글을 쓰는 게 아니라 한눈에 보이는 대로 빠르게 판단하고 낙인찍는 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인지 처리가 즉각적이라는 것은 자기 검열이 제대로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말로 휘두른 주먹, 뇌에 흉터 남긴다누군가는 별생각 없이 충동적으로 내지른 말일지라도 듣는 사람에게는 평생 상처로 남을 수 있다. 말로 준 상처는 신체를 때린 것보다 심각한 흉터를 남기는 경우도 있다. 정범석 카이스트 교수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 29명을 대상으로 그동안 거친 말을 얼마나 들었는지 조사하고 이들의 뇌를 MRI를 통해 살펴봤다. 살면서 거친 말을 많이 들은 아이들일수록 뇌에서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해마 크기가 작았고, 뇌의 회로 발달이 늦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언어폭력을 당한 그룹뿐 아니라 언어폭력을 한 그룹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말을 뱉으면서 동시에 자신도 거친 말을 듣기에 자신의 뇌도 망가진 것이다.언어폭력은 우울증 같은 정신적 고통까지 불러올 수 있다. 마틴 테이처 하버드 의대 정신과 교수는 18~25세 남녀 848명 가운데 어린 시절 다른 학대는 겪지 않았지만 또래나 부모 등에게 오직 언어적 학대만 겪었던 63명을 선정해 MRI(자기공명영상)로 뇌를 촬영했다. 이들에게 공통된 특징이 발견됐는데, 뇌량과 해마 부위가 위축돼 있었다. 뇌량은 우뇌와 좌뇌를 연결하는 부위이기 때문에 뇌량이 손상되면 뇌 양쪽의 교류가 불안정해져 감각 경험이나 기억을 저장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기억을 저장하고 감정을 담당하는 해마가 손상되면 쉽게 불안해지고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연구팀은 “언어폭력에 노출되면 정상보다 우울증 발병은 2배 이상, 불안증은 3~4배로 증가했다”며 “말로 조롱, 경멸, 굴욕을 겪는 것은 정서적으로 굉장히 유해하고,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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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잡한 연금 관리도 이제 PB 상담 받는다

    삼성증권은 전국 3곳에 연금센터를 새롭게 마련하고 전문적 연금 상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부터 서울, 수원, 대구에 연금센터를 신설하고 프라이빗뱅커(PB) 경력 10년 이상 전문 인력을 전면 배치했다. 연금 전담 PB들은 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연금제도, 상품, 세금 문제와 관련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금 계좌 운영 시 연소득 대비 세액공제 금액, 연금의 인출 방식, 세율, 투자 비율 제한 등 따져봐야 할 여러 가지 문제를 전문 PB들이 고객의 개인 사정에 맞게 컨설팅해 준다. 연금센터는 개인 가입 고객 대상 상담뿐 아니라 세미나 운영 등을 통해 연금 컨설팅 지원 활동도 하고 있다. 연금센터는 올해 1분기(1∼3월)에만 총 70회가 넘는 연금 컨설팅 행사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삼성증권은 퇴직연금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서류 작성이 필요 없는 ‘삼성증권 3분 DC(확정기여형)’를 구축해 특허를 출원했고, 자신의 투자 성향이나 소득, 연령 등을 입력하면 로보어드바이저(로봇과 투자전문가의 합성어)가 이를 55개 유형으로 세분해 각 유형에 맞는 펀드와 자산 비중을 제시해주는 ‘연금S톡’을 출시했다. 또 국내 최초로 개인형퇴직연금(IRP) 관리 수수료를 없앤 ‘다이렉트IRP’도 선보였다. 이를 통해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개인형 연금(DC, IRP, 개인연금) 잔액 8조 원을 기록하며 2021년 대비 22% 성장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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