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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 7주년인 26일 북한은 또다시 대남 협박으로 긴장을 고조시켰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산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25일(현지 시간)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북쪽 갱도 입구에서 핵실험 준비용 차량 또는 트레일러로 보이는 4, 5대의 물체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 북, 우리 식의 선제적 특수작전 위협 북한은 이날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경고에서 “미제와 괴뢰 군부 호전광들의 ‘특수작전’ 흉계가 명백해지고 위험천만한 ‘선제타격’ 기도가 드러난 이상 우리 식의 선제적 특수작전과 선제타격전으로 그 책동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미 양국이 사상 최대 규모의 미 특수부대를 연합 훈련에 참가시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 전쟁지휘부 제거 훈련을 실시한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을 건드리면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보복하겠다는 경고”라며 ”북한이 그만큼 한미 연합군의 대북 참수작전을 두려워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한미 군 당국은 ‘핵공격 명령’을 내리는 북 수뇌부의 타격 작전에 주력하고 있다. 이달 실시된 한미 연합 키리졸브(KR)와 독수리훈련(FE)에는 B-1B 초음속 전략폭격기와 F-35B 스텔스 전투기들이 잇달아 한국으로 날아와 김정은 등 지휘부가 숨은 지하 벙커를 정밀 타격하는 훈련을 했다. 올해 초 주일미군에 배치된 F-35B가 한국에서 폭격훈련을 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주한미군은 F-35B의 폭격 훈련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군 당국자는 “앞으로 더 많은 첨단 전력을 투입해 대북 참수작전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한미, 북 화학무기 제거 작전 잇달아 실시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VX 암살 이후 한미 군 당국은 북 화학무기 도발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한미 군 장병 400여 명은 21, 22일 경기 파주 인근 훈련장에서 유사시 사린 등 북한의 맹독성 화학무기를 제거하는 훈련을 실시했다고 주한미군이 이날 밝혔다. 장병들이 여러 대의 헬기에 나눠 타고 북 화학무기의 제조·비축 시설을 급습해 내부 인력을 체포하고 화학무기를 탐지,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양국군은 지난달 중순에도 경기 포천 훈련장에서 같은 훈련을 했다. 북한은 개전 초 화학탄두를 실은 미사일과 장사정포로 한국 내 주요 항구와 비행장을 오염시켜 미 증원전력 투입을 저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서해 5도를 겨냥해 국지적 화학전을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일부 대선 주자들 뒤늦은 참배 한편 앞서 24일 거행된 제2회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불참했던 일부 대선 주자는 이날 천안함 46용사의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26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희생 장병을 추모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날 박영선 의원멘토단장, 변재일, 김민기 의원 등과 함께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참배했다. 안 지사는 방명록에 “마흔여섯 분의 용사들이시여, 고이 잠드소서. 숭고한 희생과 애국심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썼다. 문재인 전 대표도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두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선 주자와 주요 정치인들은 24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경선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해 안보불감증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묘역을 참배하지 않고, 희생 장병과 유족을 위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길진균·주성하 기자}
북한이 금강산에서 카지노업을 전문으로 하는 여객선을 유치하겠다는 공고문을 내 눈길을 끌고 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돈줄이 마르자 내부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각종 아이디어를 총동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대외용 웹사이트 ‘금강산’에 올린 ‘관광 여객선 투자안내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관광 여객선을 이용해 세계의 명산 금강산에 대한 국제관광을 다각화, 다양화하려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내서에 따르면 북한 금강산국제관광특구개발총회사는 금강산 고성항을 모항(母港)으로, 2만~3만 톤급 관광 여객선을 운용할 계획이다. 카지노를 할 수 있는 이 관광선은 블라디보스토크-나선-원산-금강산 노선과, 동남아시아-금강산-원산 등의 노선을 운항하며 관광객들을 실어 나를 예정이다. 외국 단독기업이나 합영 기업이 10년간 미화 1000만~2000만 달러를 투자하면 운항권을 준다. 안내서는 “관광 여객선은 1000명의 여객들이 문화적이며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시설들이 갖춰져 있는 연회용으로 하려고 한다”면서 “여기에서는 카지노업도 할 수 있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계획이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투자에 나설 외국 기업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제재를 받지 않던 2000년대 중반에도 러시아·중국과의 국경을 끼고 있는 나선을 모항으로 금강산까지 운항하는 카지노선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관광객이 모여들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다. 정부는 북한이 금강산관광 여객선 유치 공고를 낸 데 대해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23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자신들은 개방된 곳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핵과 미사일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해 금강산관광 여객선 유치 공고를 낸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금강산관광을 다시 일으키고 싶은 생각과 금강산관광을 홍보하고 싶은 생각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대북 투자가 안 되는 핵심 이유는 예측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중국을 비롯한 해외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6년 전 10월 어느 초저녁. 평안북도의 한 어촌마을에서 나서 자란 누렁이가 온종일 실컷 뛰어놀고 집에 돌아와 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자기에게 ‘이리’란 이름을 붙여준 주인집 식구는 물론이고 얼굴을 알고 지내던 이웃집 식구들이 아이를 등에 업은 채 평소와 달리 살금살금 어디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일행은 무려 21명이나 됐다. “혹시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가는 것 아닐까?” 이리가 몰래 따라가 보니 주인 일행은 부두에 정착한 5t짜리 꽃게잡이 배에 올라타고 있었다. 두근두근 심장들이 뛰는 소리가 이리에게까지 전해졌다. 이리의 동물적 감각이 명령했다. “지금은 절대 버려지면 안 돼.” 이리는 무작정 주인을 따라 배에 올랐다. 시동을 걸기 전 주인이 이리를 발견했지만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아무 말도 없었다. 배는 사흘 동안 쉼 없이 항해했고, 이들이 한국 해경에 발견된 직후 이리는 ‘탈북 1호 견’이란 칭호를 얻었다. 남쪽에서의 이리의 ‘팔자’는 탈북해서 온 사람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이리에게 좋은 점을 설명하라고 하면 제일 먼저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된 것을 꼽지 않을까 싶다. 이리가 살던 북한에서 개는 집을 지키다가 언제든지 죽음을 맞을 수 있는 ‘보신탕용’ 운명이었다. 살이 올랐다는 이유로 밧줄에 목이 졸린 뒤 둔기로 머리를 맞아 피 흘리며 죽는 친구들을 이리는 수없이 보았다. 물론 남한에서도 개는 태어날 때부터 ‘식용견’과 ‘애완견’으로 신분이 갈려 극과 극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이리가 남한에서 마주친 개는 대부분 애완견이기 때문에 이리가 이런 사정을 알 리 만무하다. 이리의 초기 1년을 지켜본 목격자는 “처음엔 사람을 보면 겁에 질려 꼬리를 사타구니에 집어넣었는데 반년쯤 지나니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으르렁거리기 시작할 정도로 기가 살아났다”고 말했다. 또 하나 좋은 점은 식사의 질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사료란 것을 구경해 본 적이 없는 이리는 초기 1년 동안 하나원에서 나오는 잔반을 먹었다. 멀건 죽만 먹으며 허기를 채우는 데 급급했던 북한과 달리 여기선 기름진 식사가 꼬박꼬박 차려졌다. 처음 왔을 때 말라 있던 이리는 어느새 피둥피둥 살이 쪘다. 하지만 나쁜 점도 있다. 이리는 한국에 와서 가슴 아픈 생이별을 해야 했다. 고향에 두고 온 형제와 친구들 이야기가 아니다. 함께 살던 주인과 떨어져야 했던 것이다. 하나원 초기 석 달 동안은 주인이 밥도 가져다주고 자주 나타나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하지만 대도시에 임대주택을 받은 주인은 ‘아파트에서 개를 기를 수 없다’는 말에 자리 잡을 때까지 이리를 하나원에서 키워 달라고 부탁했다. 주인을 따라간다고 해도 10평 남짓한 임대 아파트에 여러 식구가 함께 살아야 하는 처지라 이리까지 함께 살 형편이 되지 못했다. 이리는 하나원에 남겨져 주인을 그리워하며 지냈다. 더 나쁜 점은 자유를 박탈당한 것이다. 이리는 하나원에서 사람을 물 수 있다는 의심을 받아 목에 쇠사슬을 차고 우리 반경 몇 m를 벗어날 수 없었다. 산이며 바다를 친구들과 천방지축으로 뛰어놀다 밥 먹을 때만 집에 가면 됐던 과거의 삶과는 영영 작별했다. 길을 가다 마주친 이성과 첫눈에 반하는 사랑 같은 건 영영 사라졌다. 이리가 처음 살던 하나원 양주 분원에서는 그래도 사람들이 이리가 외로울 것이라고 친구 하나를 데려와 옆에서 머물게 했다. 하지만 강원도 화천에 하나원 제2분원이 완공돼 이사 간 뒤에는 종일 홀로 외롭게 지내야 했다. 그러다 1년 뒤 드디어 주인이 이리를 데려가려고 나타났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반가웠다. 하지만 하나원을 나가서도 이리는 주인 가족과 함께 살 수 없었다. 일하고, 학교에 가는 등 모두가 밖에서 열심히 사느라 배변 훈련이 안 된 덩치 큰 개를 작은 집안에 가둬서 키우는 것은 무리였다. 이리는 다시 다른 곳에 맡겨졌다. 이리가 동네에서 마주친 남쪽 개들과 잘 소통하는지는 알 수 없다. 탈북민은 말투가 이상하다고 남쪽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만, 개들끼리 “너 짖는 투가 이상하네”라며 차별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북에선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친구들과 사귀면 됐는데, 남쪽에 오니 크기와 생김새가 천차만별인 친구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리는 진돗개처럼 고귀한 혈통을 타고난 것도 아닌, 그냥 평범한 잡종견일 뿐이다. 하지만 이리는 탈북 도중 조마조마한 주인의 마음을 헤아린 듯 한 번도 짖은 적이 없었던 영리한 개이다. 이리의 주인은 지인에게 “탈북하면서 개까지 데려온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지만, 배에까지 따라온 산 생명을 매정히 버릴 수 없어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한다. 목숨 건 사선도 함께 넘어왔지만 안타깝게도 남쪽엔 이리와 주인을 위한 마당은 없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4월 11일 평양에서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한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소집에 대한 공시’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5차 회의를 4월 11일 평양에서 소집함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에게 알린다”며 “대의원 등록은 4월 9일과 10일에 한다”고 밝혔다. 남한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는 북한의 헌법상 국가 최고 지도기관으로, 헌법 제정 및 개정, 국가직 최고 지도부 선출, 국가예산 심의·승인 등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김 씨 일가의 통치를 정당화시키는 거수기 역할을 한다. 북한은 1년에 1¤2차례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를 개최해 왔다. 직전 회의인 13기 4차 회의는 지난해 6월에 열렸다. 특히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 있는 매년 4월에 통상 회의를 열어 국가 예·결산과 조직개편, 내각 인사 문제 등을 심의·의결해 왔기 때문에 5차 회의 소집도 연례적인 행사라고 할 수 있다. 4월 최고인민회의 개최가 주목되는 이유는 북한이 이를 계기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태양절을 앞둔 4월 초에 여러 차례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진행해 왔다. 최근 북한이 대남, 대미 도발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 이번에도 최고인민회의 소집 전에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대규모 도발을 진행하고 이를 성과라고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11일은 김정은이 노동당 제1비서로 추대된 5주년이기도 해 도발의 가능성이 더욱 높다. 이번 회의에서 국무위원이던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최근 숙청된 데 따른 후속 인선 등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북한 매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일인 21일 촛불집회를 ‘인민항쟁’으로 추켜세우며 이를 결산하는 장문의 ‘상보’를 게재했다. 북한에서 상보는 특정 사안에 대해 상세하게 풀어쓴 보도를 의미한다.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 인민투쟁사에 뚜렷한 자욱을 새긴 전민항쟁에 관한 상보’라는 9000자가 넘는 장문의 기사를 통해 촛불집회의 발단과 진행과정, 투쟁방식 의의 등을 자신들의 시각에서 자세히 기록했다. 통신은 촛불집회에 대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민항쟁”이라고 규정하며 “반인민적 악정과 사대 매국, 동족 대결만을 일삼아온 독재의 원흉, 부정부패의 왕초 박근혜에 대한 남조선 인민들의 쌓이고 쌓인 원한과 분노의 폭발”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시위군중은 남조선 항쟁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100m앞까지 진격하여 반동의 아성을 촛불로 에워싸고 역적무리들과의 전면대결전을 벌리었다”식으로 북한식 과장 화법을 동원해 촛불집회를 찬양했다. 또 “지난해 10월말부터 올해의 3월 11일 박근혜 탄핵을 경축한 날까지 20차례나 전개된 대중적 촛불투쟁은 참가자수에서 연 1700만 명이라는 인민항쟁사상 최대의 규모를 기록하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통신은 “이번처럼 수백만 대중이 (중략) 반동통치의 괴수를 탄핵시키고 친미 보수 세력의 명줄을 끊어놓은 사변은 일찍이 있어 본 적이 없었다”면서 촛불집회가 반(反)보수 투쟁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선 “만고죄악이 가져온 응당한 결말”이라며 “인민의 머리 위에 군림해 민중의 지향과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부정의의 세력은 반드시 멸망하며 정의와 진리로 뭉친 인민의 힘은 그 무엇으로도 막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상보가 게재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주민이 볼 수 없는 대외용 매체다. 따라서 이번 상보가 주민이 접할 수 있는 노동신문에도 실릴지 주목된다. 북한은 그동안 내부적으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단 3문장으로 간단하게 주민에게 전했다. 인민의 힘으로 독재자를 몰아냈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 내부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촛불집회의 시작과 투쟁 방식 등이 자세히 소개된 상보가 노동신문 등에 실린다면 북한 주민은 모든 것을 북한과 비교하며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는 “북한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으며 남조선 인민들이 대단하다는 반응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인민들의 힘으로 남조선(한국)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표하는 주민들이 많았다”면서 “어려서부터 수령에 대한 절대 충성을 강요당해온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여기(북한)선 수령님의 말씀을 어기면 목숨을 잃어야 하는데, (한국은) 인민들이 시위를 통해 대통령을 끌어내렸다는 것 자체에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경북도 소식통도 “박근혜 탄핵 소식을 방송과 노동신문을 통해 접한 주민들은 처음엔 믿지 않았다. 중국과 한국에 살고 있는 친인척들과 통화하던 중 사실관계를 물을 정도”라면서 “이후 사실을 확인한 주민들 사이에서 ‘우리도 남조선(한국)처럼 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공장·기업소들에서 아침 조회시간에 ‘썩고 병든 남조선 사회의 실태가 이번에 낱낱이 밝혀졌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지만, 주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탄핵사건 이후 남조선을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 소식통은 “‘대통령을 탄핵시킨 남조선 인민들이 대단하다’ ‘살맛나는 세상이 바로 남쪽’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고 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8일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한 ‘천리마 민방위’라는 탈북 지원 단체가 온라인으로 모금한 지원금 전액을 일주일 만에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천리마 민방위는 동영상 공개와 함께 “탈북을 원하거나 정보를 나누고 싶은 분은 우리가 지켜 드리겠다. 재정적 지원을 하고 싶으면 익명으로도 가능하다”면서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거래되는 후원 계좌를 공개했다. 비트코인 거래 명세와 잔액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사이트(blockchain.info)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후원 계좌에는 14일까지 모두 28회에 걸쳐 2.7230654비트코인이 입금됐다. 기부자들은 많게는 1비트코인, 적게는 0.001비트코인까지 다양하게 입금했다. 천리마 민방위는 계좌 공개 1주일 만인 14일 오전 6시 20분 이 돈을 모두 찾아갔다. 당일 1비트코인 시세는 약 149만4000원으로, 지원금은 총 406만8300원가량 모인 셈이다. 14일 이후 입금된 후원금은 없어 현재 후원계좌 잔액은 0이다. 김한솔 가족을 구출했다는 천리마 민방위의 정체는 지금까지 오리무중이다. 다만 홈페이지에 공개한 e메일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암호화 기술을 사용하는 등 인터넷 전문가가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대응한 핵억제 조치를 연속으로 취할 것이라며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시사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0일 ‘조선반도 긴장 격화의 근원’이란 제목의 논설에서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한사코 고집하는 조건에서 우리 군대와 인민은 앞으로도 그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핵 억제 조치들을 연속적으로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력한 핵 보유가 북미 관계를 총결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이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절대적 담보”라며 북한의 핵 개발을 정당화했다. 신문은 3월 1일부터 시작된 ‘독수리’ 한미군사훈련을 맹비난하며 “공화국을 선제타격하기 위한 극히 무모한 핵공격 연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호전광들은 감히 우리의 최고 존엄을 해치기 위한 ‘참수작전’ ‘평양진격작전’과 같은 극악무도한 계획을 짜놓고 그와 관련한 모의훈련까지 벌이며 북침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날뛰어왔다”며 핵개발을 정당화했다. 또 최근 북한이 감행한 ‘북극성 2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전략군의 미사일 발사훈련이 미국의 항시적인 침략 위협에 대응한 조치라고 강변했다. 논설은 “만일 미국과 괴뢰 호전광들이 북침 전쟁의 불집을 터뜨린다면 우리는 무자비한 핵 불소나기(세례)로 원수들의 아성을 초토화해 버리고 조국통일 대전의 최후 승리를 이룩하고야 말 것”이란 위협으로 끝을 맺었다. 최근 북한은 연일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며 미국을 향해 위협 수위를 높여왔다. 특히 15일 한국의 언론에 유사시 지하갱도에 숨어 전쟁을 지휘하는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훈련을 하는 미군의 사진이 공개된 뒤로 협박 수위는 훨씬 더 높아지고 있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핵은 임박한 위협(imminent threat)인 만큼 (북핵) 상황 전개에 따라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허용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한국 방문을 마친 뒤 18일 중국으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아시아 순방을 수행하는 인디펜던트저널리뷰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의 정책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이지만 우리가 (한반도 주변의)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북한의 핵 위협이 미 본토 공격 가능성 등 임계점을 넘을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그야말로 모든 조치를 동원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미국이 1991년 한반도에서 철수한 전술핵 재배치를 넘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제를 위해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을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틸러슨 장관은 1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기간에 밝힌 ‘한일 핵무장 용인론’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틸러슨 장관은 19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지역 현안에서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는 한편으로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 사안을 존중해 양국 관계를 안정시켜 나가자”고 말해 다음 달 초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핵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격돌할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국방과학원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형 고출력 로켓’의 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참관했다고 19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시험 결과에 크게 만족해 “로케트(로켓)공업발전에서 대비약을 이룩한 ‘3·18혁명’이라고도 칭할 수 있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극찬했으며 “오늘 이룩한 거대한 승리가 어떤 사변적 의의를 가지는가를 온 세계가 곧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새 ICBM 시험 발사가 임박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주성하 기자}

북한 김정은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 다음날인 18일 평북 철산의 서해위성발사장을 찾아 로켓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참관했다. 북한 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새 형의 대 출력 발동기 제작 정형(상황)을 보고받으시고 이른 새벽 몸소 서해위성발사장에 나오시여 발동기의 기술적 특성과 지상분출시험 준비실태를 세심히 료해(이해)하시고 시험을 지도하시였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시험 결과에 크게 만족해 “로케트공업의 새로운 탄생을 선포한 역사적 의의를 가지는 대 사변”이라고 한데 이어 “로케트공업발전에서 대 비약을 이룩한 ‘3·18혁명’이라고도 칭할 수 있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극찬했다고 북한 언론이 보도했다. 이날 북한 언론 보도는 지난해 미사일 엔진 보도 행태와는 달리 애매모호하게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 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 등에서 놀랄 만큼 상세하고도 친절하게 제원을 설명하고 능력을 과장했는데 이번 엔진 실험 보도는 ‘3·18혁명’ ‘대 사변’이란 호들갑과는 달리 실제 정보 제공은 많이 생략해 모호하면서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지난해 3월 첫 미사일 엔진 실험을 했던 북한은 이를 고체엔진 실험이라고 친절하게 밝혔다. 또 지난해 4월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대 출력 발동기 실험을 했다고 설명했고, 9월에는 ‘새 형의 정지위성운반로케트용 대출력 발동기’라고 주장하며 출력 80tf에 연소시간이 200초라는 것까지 밝혔다. 하지만 이번 보도는 “지난 시기의 발동기들보다 비추진력이 높은 대출력발동기를 완전히 우리 식으로 새롭게 연구제작하고 첫 시험에서 단번에 성공함으로써 국방공업건설사에 특기할 또 하나의 사변적인 기적을 창조했다”고 하면서도 제원을 밝히지 않았다. 액체 로켓인지 고체로켓인지도 불분명하다. 실험 결과에 대해서도 “새 형의 대 출력 발동기의 시동 및 차단 특성, 발동기동작 전 과정에서 연소실의 추진력특성과 타빈뽐프장치, 조절계통들을 비롯한 모든 계통들의 기술적 지표들이 예정 값에 정확히 도달하여 안정하게 유지되였으며 구조적 믿음성도 충분히 보장된다는 것이 확증됐다”고만 보도했다. 새로 제작한 엔진이 어디에 쓸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북한은 이번 보도에서 “새 형의 대출력 발동기가 개발 완성됨으로써 우주개발분야에서도 세계적수준의 위성운반능력과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과학기술적토대가 더욱 튼튼히 마련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북한 중앙통신은 또 다른 대목에선 “우리 식의 전략무기개발사업, 자위적 국방력, 국방공업건설사에 특기할 또 하나의 사변적인 기적”이라는 표현과 함께 “세상에 둘도 없는 우리 식의 주체무기들을 더 많이 개발 완성”이라고 언급해 대륙간 탄도미사일 엔진임을 시사했다. 위성운반로켓이든 대륙간탄도미사일이든 엔진기술이 공유된다는 점에서 보면 북한의 보도가 부정확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틸러슨 국무장관의 한중일 방문 시기에 과거처럼 장황한 설명과 자랑을 생략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크게 의식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아직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이 공식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무리한 미사일 엔진 자랑을 통해 미국의 분노를 더 키우고 싶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북한이 트럼프의 미국을 상대함에 있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시절에 즐겨 쓰던 ‘과시성 눈길 끌기’ 전략을 버리고 2000년대 초반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에 쓰던 ‘전략적 모호성’ 전략으로 다시 회귀한 것은 아닌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7일 오전 10시 10분 전용기로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하자마자 블랙호크(UH-60) 헬기로 갈아탔다. 그가 향한 곳은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인 ‘캠프 보니파스’. DMZ에서 400m 떨어진 남북 대치의 최전선이다. 캠프에 도착한 틸러슨 장관은 먼저 경비대대 식당에서 장병들과 식사를 했다. 식당의 붉은 벽돌에 ‘우리 모두를 위한 여러분의 헌신에 감사한다(Thanks for your service to us all!)’라고 적었다. 판문점에 틸러슨 장관이 나타나자 북한군 병사들이 카메라로 그를 촬영했고, 북측 지역 관광객들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캠프 보니파스는 1976년 8월 18일 북한군의 ‘도끼 만행사건’이 발생한 곳이다. JSA 안에서 미루나무 가지치기를 두고 남북이 갈등을 빚던 중 북한군 30여 명이 미 2사단 아서 보니파스 대위와 마크 배럿 중위를 도끼로 공격해 살해했다. 이후 보니파스 대위를 기리기 위해 부대명을 바꿨다. 사건 직후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전면전까지 검토하자 다급해진 김일성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틸러슨 장관이 이런 장소를 한국의 첫 방문지로 선택한 것은 북한이 도발할 경우 압도적 군사력으로 응징에 나서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의미로 해석된다. 틸러슨 장관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인에게는 매일 매일이 쿠바 미사일 위기라는 걸 내 눈으로 확인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1962년 당시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려 하자 미국이 해상을 봉쇄해 양국이 핵전쟁 직전까지 갔던 사건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이 북한 석탄 운반선 10척의 입항을 전격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7일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민간 웹사이트 ‘머린트래픽’을 인용해 “16일 오전부터 오후 11시까지 새날3호와 부은호, 진흥호 등 총 10척의 북한 선박이 산둥(山東) 성 룽커우(龍口) 항에 입항했다”고 보도했다. 룽커우 항은 중국이 북한산 석탄을 수입할 때 이용하는 대표적인 항구이다. 이 선박들은 2월 중순부터 3월 초 사이 룽커우 항에서 약 10km 떨어진 공해상에 머물러 왔다. 중국 상무부가 지난달 19일 “올해 말까지 북한산 석탄을 수입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점으로 미뤄 볼 때 이 선박들은 석탄을 싣고 갔다가 입항을 거부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위성지도 서비스인 구글어스를 통해 보면 이 선박들이 기항했던 항구 근처에는 석탄으로 보이는 검은 물체가 가득하다고 VOA는 강조했다. 그러나 18일로 예정된 틸러슨 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이 북한 석탄 운반선을 받아들인 게 사실이라면 사드 한반도 배치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중국은 더 이상 미국의 대북 압박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은행들이 전 세계 금융기관 간 달러 결제를 주도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시스템에서 완전히 퇴출됐다. SWIFT 벨기에 본부는 16일 성명을 내고 “결제 네트워크에 남아 있던 4개의 북한 은행이 회원 기준을 더는 준수하지 않아 SWIFT의 금융 메시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SWIFT 시스템에서 퇴출된 북한 은행은 대외결제은행인 조선무역은행을 비롯해 금강은행, 고려신용개발은행, 동북아은행 등 4곳이다. 다른 은행들은 이미 시스템에서 퇴출돼 이번 조치로 북한의 해외 송금이 전면 차단된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 시험 발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SWIFT가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동참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인터넷에서 웹사이트 주소를 차단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국제 달러 금융거래 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서비스가 16일(현지 시간) 북한 은행을 완전히 시스템에서 퇴출시킨 것에 대해 북한 금융 전문가인 탈북자 출신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은 “국제 금융에서 북한의 신용도가 제로가 된 것으로 타격이 매우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SWIFT 퇴출은 국제 사회의 문제 국가들에 이미 효과가 검증된 제재 수단이다. 미국은 2012년 핵 개발에 매달리던 이란을 제재하기 위해 이란 중앙은행 등 30개 금융기관을 SWIFT에서 퇴출시켰다. 이란은 최대 돈줄인 석유 수출을 위한 달러 결제 수단이 막히자 결국 미국과의 대화에 나섰고 2015년 미국과의 핵협정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세계 유일의 달러 결제 시스템인 SWIFT에서 퇴출시켜 평양으로의 달러 유입을 어렵게 하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재원 마련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미국의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제재를 능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마카오 BDA 내 북한 계좌 2500만 달러(약 275억 원)를 동결하자 당시 북한 지도부에선 “고통스럽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미국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SWIFT에서 북한의 전면 퇴출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9월 미 하원이 발의한 ‘북한 국제금융망 차단 법안’이 대표적이다. SWIFT나 해당 관계자가 북한 조선중앙은행 등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바로 제재할 수 있는 처벌 조항도 명시했다. SWIFT는 과거 미얀마와 시리아 은행들을 퇴출시켜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했지만 이번에는 북핵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이란과 달리 폐쇄경제 체제인 데다 BDA 제재 후 미국의 금융 제재를 비켜가기 위해 비자금을 중국 위안화, 러시아 루블화 등으로 다변화한 만큼 제재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에 SWIFT에서 퇴출된 조선무역은행은 이미 2013년 북한 3차 핵실험 후 중국 주요 대형 은행들과 거래가 끊어지는 등 수년 전부터 정상적인 외화 거래를 못하고 있어 이번 조치로 인한 타격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북한이 각종 꼼수를 동원해 달러 결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등 우방국 은행들을 매수해 북한의 해외 결제 업무를 대신하도록 하거나 해외에 파견된 북한 대표부가 해당 국가 은행들마다 계좌를 만들게 해 직접 거래하게 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해외 관리들을 이용할 경우 돈을 갖고 탈북하는 등 배달 사고가 날 가능성도 있다. 또 소액의 경우 외교행낭을 더 적극 활용해 돈을 결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든 SWIFT를 직접 갖고 거래하는 것보다 매우 복잡하고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평양에 여명거리 건설 등 대규모 건설사업을 벌여놓고 자재 등을 수입해야 하는 북한엔 뼈아픈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주성하 / 세종=이상훈 기자●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1973년 유럽과 북미의 240개 금융사가 회원사 간 결제 업무를 위해 만든 폐쇄성 네트워크. 현재 세계 200여 개국 1만1000개 은행이 이 시스템을 통해 국제 금융거래를 할 정도로 확대. 현재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모든 시중은행이 SWIFT에 가입됨. 회원 금융사는 8∼11자리 숫자·알파벳으로 구성된 코드를 부여받아 다른 금융사와 SWIFT를 통해 자유롭게 거래. 반면 퇴출된 금융사는 SWIFT를 통한 달러 등 외화 거래 자체가 불가능해 국제 금융거래가 사실상 봉쇄됨.}
북한 주민이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나라가 지난해보다 2개국 줄어들면서 외국 여행 자유 수준이 세계 최하위급으로 평가됐다. 김정남 암살, 핵·미사일 실험 등 불법행위가 반복되면서 북한 국적자의 세계 여행문도 좁아지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국제교류와 관련한 법률회사인 ‘헨리앤드파트너스(Henley & Partners)’를 인용해 북한 주민이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는 나라가 3월 현재 39개 국가라고 14일 보도했다. 최근 1년 사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북한과 무비자 협정을 파기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헨리앤드파트너스는 전 세계 199개국의 여행자유를 평가한 ‘비자제한지수(Visa Restriction Index)’에서 북한을 가장 여행자유가 없는 20개국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이 단체의 사라 닉클린 대변인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한의 비자제한지수는 전체 평가국 중 하위 10%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 대다수 국가가 심사를 거치지 않은 북한 주민의 입국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이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평가가 반영돼 있다. 북한 주민이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국가는 2010년 36개국에서 2014년 39개국, 지난해 초 41개국으로 증가세였지만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북한에 대한 비자 혜택을 취소하면서 39개국으로 줄었다. 북한 주민이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는 나라는 3분의 2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에 집중돼 있다. 캄보디아 몽골 마카오 네팔 스리랑카 등 아시아 국가와 지부티 이집트 모잠비크 토고 탄자니아 우간다 등이 북한과 무비자 협정을 맺고 있다. 크리스티안 칼린 헨리앤드파트너스 대표는 RFA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폐쇄성이 비자제한지수에서도 잘 드러난다”며 “북한은 통제가 아주 심한 나라여서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는 나라도 적고, 비자를 받지 않고 북한에 입국하는 외국인도 별로 없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 국민은 170개국을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어서 전체 199개 조사 대상국 중 23번째로 많았고 비자제한지수 7위로 평가됐다. 매년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나라 수에 따라 국가의 순위를 집계해 온 헨리앤드파트너스는 2017년 1월 현재 독일 국민이 가장 많은 176개국을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다면서 가장 자유롭게 세계 여행을 할 수 있는 나라로 꼽았다. 이어 2위 스웨덴이 175개국을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있고 덴마크 핀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국민이 174개국으로 비자제한지수 공동 3위로 평가됐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의 대표적 맥주인 평양 대동강맥주가 처음으로 ‘떼기식 통맥주’(사진) 형태로 출시됐다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13일 보도했다. 떼기식 통맥주는 캔맥주를 뜻하는 북한 말이다. 신문은 “2002년 조업한 대동강맥주공장은 황해도 보리, 양강도 홉, 대동강 지하수로 맥주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한 뒤 “이번에 처음으로 떼기식 통맥주를 생산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은색으로 된 캔 겉면에는 병맥주와 같은 모양의 대동강 청류다리를 형상화한 녹색 상표와 함께 ‘시원하고 상쾌한 맛’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보관기일은 6개월이며 양은 500mL. 신문은 “부드럽고 연한 맛이 특징이며 상쾌함을 느끼게 하는 탄산도 병맥주의 맛 그대로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또 “대동강맥주의 종류는 현재 보리와 흰쌀의 배합 비율에 따라 5가지 맥주와 2가지 흑맥주로 나뉘며, 새로 만든 떼기식 통맥주의 배합 비율은 인민들의 수요가 높은 ‘2번 맥주’와 같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캔맥주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동강맥주의 라이벌인 만경대경흥식료공장의 경흥맥주는 지난해 4월 500mL 캔맥주를 처음 생산했고, 대동강맥주는 지난해 8월부터 캔맥주 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 안보 고위직 출신들이 현 정부의 통일 외교 안보 장관들을 향해 “외교 안보를 수렁에 빠뜨린 자들에 대해 엄중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단체 ‘한반도평화포럼’은 13일 ‘박근혜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적폐 청산 시급하다’는 제목의 긴급 논평을 발표했다. 이 포럼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공동이사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포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모든 정책의 탄핵을 의미한다”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즉각 중단 및 박근혜 정부 외교 안보 사령탑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책임을 물을 당사자로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실명을 거론했다. 포럼은 “각 부처 공무원들은 더 이상 부역행위를 저지르지 말라”며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외교 안보 관리들은 즉각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포럼에 참가한 전직 관료 및 학자들은 모두 햇볕정책 지지자로, 일부 인사들은 야당 대선 후보 캠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다. 전직 통일부 장관들이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로 후임 장관들을 향해 ‘엄중한 심판’을 운운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선 후보가 결정되기 전부터 벌써 ‘점령군 행세’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으로 최장 60일 동안 대통령 궐위의 비상시국을 이끌게 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10일 하루 종일 급박하게 움직였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을 TV를 통해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온 직후에는 외교 안보부터 점검했다. 황 권한대행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전군 비상경계태세 강화를 주문했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는 우리 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널리 알릴 것을 주문했다. 오후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다. 황 권한대행은 경제와 민심 안정을 위한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헌재 결정 직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시장 안정과 민생 경제 안정에 역점을 둘 것을 요구했다.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에게는 집회 관리와 주요 인사의 신변 보호 등에 각별히 유의하면서 허위 사실 유포나 유언비어를 적극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헌재 결정 수용 및 안정적인 정부 운영 의지도 밝혔다. 황 권한대행은 오후 2시 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며 헌정 초유의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내각의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새 정부의 원활한 출범을 위한 지원에 만전을 기해야 하고, 정권 인수인계 작업에도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오후 5시에는 결연한 표정으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황 권한대행은 “촛불과 태극기를 든 마음은 모두가 나라를 걱정하는 애국심이었다”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해 갈등과 대립을 마무리하자”고 호소했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9일 국회가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직후에도 국무위원 간담회와 임시 국무회의, NSC 등을 잇달아 열고 국정 공백 최소화 방안을 논의했다. 각 부처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한 국방부 장관은 헌재 결정 직후 전군 주요 지휘관 화상회의를 열어 대북 경계·감시 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군 당국은 국내 상황이 혼란한 틈을 타 북한이 추가로 탄도미사일을 쏘거나 핵실험을 하는 등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윤 외교부 장관도 황 권한대행의 지시에 따라 모든 재외 공관에 전문을 보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대응 등 외교 과제 해결을 위한 우방의 협조를 확보하고 재외 국민 보호와 대외 신인도 유지에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했다. 기재부는 이날 유 부총리 주재로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열었고 11일 최상목 1차관 주재로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12일에는 유 부총리 주재로 경제관계장관 간담회를 차례로 열어 시장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도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 대통령 사진 철거 한편 국방부는 박 전 대통령이 군 최고통수권자의 지위를 상실함에 따라 탄핵 선고 직후 각 군 지휘관실에 설치된 대통령 사진을 내리라는 내용의 공문을 하달했다. 임기 종료에 따라 초상화를 교체할 때에는 해당 부대 지휘관의 책임하에 소각 처리하도록 돼 있다. 외교부도 해외 공관에 걸려 있는 박 전 대통령 사진을 내리라는 지시를 내렸다.주성하 zsh75@donga.com·조숭호 / 세종=박민우 기자}
김한솔의 도피를 도왔다고 알려진 로디 엠브레흐츠 주한 네덜란드대사는 9일 서울 시내에서 일본 NHK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질문을 받고 “아무것도 얘기할 수 없다”며 사건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태도로 보아 그가 김 씨 도피를 도왔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북한 대사도 겸하고 있는 엠브레흐츠 대사는 “나와 네덜란드 정부도 (천리마 민방위) 홈페이지에 게재된 김한솔의 동영상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한솔이 어느 나라에 정착할지를 놓고 천리마 민방위 그룹 안에서 이견이 있을 때 엠브레흐츠 대사가 중재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역시 김한솔 도피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도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유관 상황을 모른다”고 답해 지원설을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한솔의 도피 과정과 현재 도피처는 오리무중 상태다. 마카오에 머물던 김한솔이 13일 아버지 김정남이 피살된 후 대만을 거쳐 네덜란드로 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확인된 것은 없다. 다만 대만 출입국 업무를 관장하는 허룽춘(何榮村) 이민서장이 9일 입법원 보고에서 김한솔이 대만에 입국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경유 가능성까지 배제하지는 않았다고 쯔유(自由)시보가 전했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9일 서울에서 열린 일본 특파원 대상 기자회견에서 “(김한솔 역시) 김정은 입장에서 보면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김한솔의 프랑스 유학 시절 친구 등을 통해 “김한솔이 자신의 모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닫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페이스북에서 찾지 못하도록 최근 친구들에게 태그 해제를 부탁했다”고 전했다. 대북 소식통은 “천리마 민방위란 이름은 김한솔 동영상 게시를 위해 급조한 것이긴 하지만 이들의 정체는 미국과 중국 등 여러 나라 국적자들로 이뤄진 세계적 커넥션”이라고 말했다. 2013년 12월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 처형 이후 북한에 관심 있는 유력 인사 중심으로 구성됐고, 여러 나라 대북 정책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비밀리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한솔 가족도 이들의 실체를 알고 도움을 요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황인찬 hic@donga.com·주성하 기자}
김한솔의 도피를 도왔다고 알려진 로디 엠브레흐츠 주한 네덜란드 대사는 9일 서울 시내에서 일본 NHK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질문을 받고 “아무것도 얘기할 수 없다”며 사건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태도로 보아 그가 김 씨 도피를 도왔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 북한 대사도 겸하고 있는 엠브레흐츠 대사는 “나와 네덜란드 정부도 (천리마 민방위)홈페이지에 게재된 김한솔의 동영상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말했다.한 대북 소식통은 “김한솔이 어느 나라에 정착할지를 놓고 천리마 민방위 그룹 안에서 이견이 있을 때 엠브레흐츠 대사가 중재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한솔의 도피 과정과 현재 도피처는 오리무중 상태다. 마카오에 머물던 김한솔이 13일 아버지 김정남이 피살된 후 대만을 거쳐 네덜란드로 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확인된 것은 없다. 다만 대만 출입국 업무를 관장하는 허룽춘(何榮村) 이민서장이 9일 입법원 보고에서 김한솔이 대만에 입국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경유 가능성까지 배제하지는 않았다고 자유시보가 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김한솔의 프랑스 유학시절 친구 등을 통해 “김한솔이 자신의 모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닫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페이스북에서 찾지 못하도록 최근 친구들에게 태그 해제를 부탁했다”고 전했다. 대북 소식통은 “천리마 민방위란 이름은 김한솔 동영상 게시를 위해 급조한 것이긴 하지만, 이들의 정체는 미국과 중국 등 여러 나라 국적자들로 이뤄진 세계적 커넥션”이라고 말했다. 2013년 12월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 처형 이후 북한에 관심 있는 유력 인사 중심으로 구성됐고, 여러 나라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비밀리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한솔 가족도 이들의 실체를 알고 도움을 요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22)이 8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갑자기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김한솔이 왜 동영상을 게재했고 누가 김한솔을 돕고 있는지, 김한솔은 어디에 있는지 등 의문점이 많다.○ 김한솔 “아버지는 살해됐다” 지난달 13일 김정남 피살 이후 행적이 묘연했던 김한솔은 이날 오전 ‘KHS Video’라는 제목의 40초 분량 영상에서 “내 이름은 김한솔이고 북한 김씨 가문의 일원”이라며 “내 아버지는 며칠 전에 살해됐다”고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 이어 “내 여권”이라며 여권을 들어 표지와 속지를 카메라에 펼쳐 보였다. 이름 등 신상이 적힌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돼 볼 수 없었지만 표지는 북한 외교관 등 공무여행자들이 발급받는 여권과 같았다. 김한솔은 “현재 어머니와 누이와 함께 있다”고 말한 뒤 “○○○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한솔이 인사를 전하는 대상을 말하는 부분은 무음으로 편집됐고, 입 모양까지 모자이크로 가렸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유튜브에 등장한 김한솔은 본인이 맞으며 직접 동영상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튜브에 공개된 김한솔 영상 한편에는 ‘천리마 민방위(Cheollima Civil Defense)’라는 단체의 로고가 떠 있었다. 이 단체의 홈페이지에는 “김정남 피살 이후 그의 가족의 요청으로 김한솔과 그의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직접 이동해 드렸다”는 글이 게시돼 있다. 이어 “긴급한 시기에 대피를 후원한 네덜란드, 중국, 미국 정부와 한 무명의 정부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단체는 “갑작스레 도움을 요청했을 때 우리에게 급속히 응답을 준 주조선-주한 네덜란드 엠브레흐츠 대사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로디 엠브레흐츠 대사는 2015년 2월 주한 네덜란드대사로 부임했고 현재 남북한을 함께 담당하고 있다. 주한 네덜란드대사관은 “김정은 관련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김한솔은 예전에 거주했던 마카오에서 이미 떠났을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는 역사적으로 피란민의 망명 요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국가이지만 이 단체가 ‘네덜란드의 도움’을 적시한 것으로 볼 때 김한솔이 네덜란드에 은신하진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무명의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오리무중 ‘천리마 민방위’의 정체 이 단체는 홈페이지에서 “탈출을 원하는 분은 우리가 가고 싶은 곳으로 안전히 보내 드리겠다”며 e메일 주소를 공개했다. 하지만 ‘천리마’라는 북한 단어와 ‘민방위’라는 한국 단어의 조합으로 이뤄진 이 단체에 대해 국내외 탈북자 단체들은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정보당국 역시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한솔이 원해서 찍은 것이 아니라 이 단체가 김한솔을 내세워 홍보와 후원자 모집을 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한솔은 옆에 누가 있는 듯 시선을 몇 차례 돌렸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 단체는 4일 홈페이지를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동영상을 공개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웹사이트 등록자와 관리자 국적은 모두 파나마로 써놓았다. 홈페이지에 공개한 e메일은 스위스의 암호화 e메일 서비스인 ‘프로톤메일’을 사용한 점으로 미뤄 컴퓨터 전문가가 관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홈페이지에 게재한 ‘북조선 고위 간부’가 보냈다는 편지에서는 이 단체가 “고급 승용차, 비행기까지” 동원해 탈북을 도왔다고 했다. 민간단체가 이 정도의 재정적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김한솔은 동영상을 찍어 올린 이유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검은 옷을 입은 채 김정남이 ‘살해’됐다고 분명히 밝힌 점으로 미뤄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전 세계에 알리려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일각에선 북한 국가보위성이 김한솔 등 가족을 납치한 뒤 동영상을 만들어 올렸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김정남 가족이 무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아버지 시신을 찾으러 가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다만 표정이 비교적 편안해 보여 납치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주성하 zsh75@donga.com·조숭호·황성호 기자}

김정은은 농구광으로 알려졌지만 11세 때엔 승마에 푹 빠졌던 적이 있다. 평양 미림승마구락부에 가면 김정은이 1990년부터 2013년까지 총 386차례나 승마를 했고, 특히 1995년 한 해 동안 149차례나 찾아와 집중적인 승마훈련을 했다고 해설사가 설명한다. 금수산태양궁전 건너편에 위치한 미림승마구락부 자리엔 원래 중대급인 북한군 ‘534 기마부대’가 있었다. 말이 기마부대이지 사실 김씨 일가 전용 승마장이다. 김정일도 이곳을 자주 찾았다. 북한에서는 황태자였지만 1990년대 말 스위스에 간 김정은이 현지에서 말과 전용 승마장을 구할 여력은 없었던 것 같다. 김정은은 말 대신 농구에 빠졌다. 당시 동창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여학생들에게 말도 못 걸 정도로 수줍음을 많이 탔다. 그러나 농구공만 잡으면 승부욕에 불타 ‘폭발적 플레이메이커’란 평가를 들었다. 미국프로농구(NBA)에 푹 빠져 있던 김정은의 방에는 어떻게 찍었는지는 몰라도 그가 LA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 시카고 불스의 토니 쿠코치 등 당대의 유명 농구 선수들과 찍은 사진도 있었다고 했다. 나중에 북한 ‘최고 존엄’이 된 김정은은 2012년 평양에 물놀이장과 롤러스케이트장을 만들고 마식령에 스키장을 짓는 등 놀이시설 건설에 집착했다. 김정일의 요리사를 지낸 후지모토 겐지 씨는 2008년 8월 김정은이 “우리는 여름이면 제트스키도 타고 승마도 하는데 일반 사람들은 뭘 하면서 놀까” 하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아마 김정은에겐 놀이시설 건설이 인민을 위한 나름의 배려였던 것 같다. 승마의 즐거움도 전하고 싶었던지 김정은은 2012년 11월 미림승마장을 찾았다가 “이곳에 인민을 위한 승마장을 지으라”고 지시했다.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지으라고 그림까지 그려가며 자세한 지시를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에게 내렸다. 마원춘은 다시 구체적 설계 지시를 북한군 설계연구소에 맡겼다. 설계소장이 기초 도안을 살펴보니 건물 정면 뾰족한 지붕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미림승마장은 대동강 바로 옆에 있는데, 겨울엔 강을 따라 강풍이 불어내려 온다. 설계소장이 마원춘에게 말했다. “강풍이 센 이곳에 이 설계대로 지으면 자칫 지붕이 날아갑니다. 지붕 방향을 강과 반대로 돌려 앉히면 될 것 같은데 이런 의견을 좀 보고해 주십시오.” 마원춘이 듣고 보니 합리적 의견인지라 “알았어. 내가 보고하지”라고 답변했다. 설계소장은 자기의 뜻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믿고 지붕을 반대로 돌려 앉힌 대로 건설을 시작했다. 건설이 한창이던 2013년 5월 김정은이 승마장 건설장을 찾아 둘러보다 갑자기 얼굴이 사색이 됐다. “뭐야, 지붕이 왜 저 방향이야.” 갑자기 당황한 마원춘은 자기가 직접 설명하는 대신 설계소장을 불렀다. “여긴 강바람이 너무 셉니다. 바람에 지붕이 날아갈까 봐 뒤로 돌려 앉혀서….” 설계소장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김정은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놈들이 누구 맘대로 설계를 뜯어고쳐. 이런 놈 필요 없어.” 그러고는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차를 타고 떠났다. 설계소장은 현장에서 호위사령부에 체포된 뒤 다음 날 처형됐다. 죄명은 ‘1호 행사 방해죄’였다. 마원춘의 비겁함에 애먼 설계소장이 처형되고 가족도 풍비박산 난 것이다. 당시 김정은이 승마구락부 건설장에서 화를 냈다는 것을 북한 매체가 이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마원춘 역시 이듬해 숙청됐다가 다행히 복권되긴 했지만 이후 승마장 사건과는 무관한 일로 처벌을 받았다. 김정은은 그해 10월 미림승마구락부가 완공될 때까지 무려 10여 차례 현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자기 뜻대로 건설되고 있지는 않은지 불안했던 것 같다. 김정은은 왜 승마구락부 지붕에 집착했을까. 비밀은 승마구락부 완공 직후 김정은이 했다는 말에서 풀렸다. “저 지붕은 내가 위대한 수령님들께 드리는 충성의 경례를 형상화한 것이오.” 지붕의 모양이 강 건너편 금수산태양궁전에 미라로 누워있는 김일성, 김정일에게 보고하는 모양새라는 뜻이다. 그러면 그렇다고 미리 말하면 될 것을, 김정은의 속심을 알 길이 없던 설계소장만 억울하게 죽었다. 이후에도 다른 건물 설계 때문에 여러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5년 2월 양각도 과학기술전당의 지붕 모양을 바꾸란 지시에 토를 달았다는 이유로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이 공개 처형된 것이 대표적이다. 역사에는 궁예가 독심술(讀心術)로 남의 생각을 꿰뚫어 본다며 죄 없는 신하들을 마구 죽였다고 기록돼 있다. 먼 훗날 후손들은 ‘21세기의 김정은은 궁예와는 반대로 자기 마음을 읽는 독심술이 없다고 사람을 마구 죽인 캐릭터 이상한 폭군’으로 배울지 모르겠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