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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이 개최되는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불과 7.5km 남짓 떨어진 대관령 일대의 삼양목장과 하늘목장.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연간 68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평창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하지만 ‘올림픽 특수’를 앞두고도 두 목장의 표정은 밝지 않다. 대관령 일대가 촘촘한 규제로 묶여 있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방문객들에게 컵라면만 제공할 뿐 음식을 조리해 판매할 수 없다는 게 대표적이다. 또 전망대와 트레킹코스 등은 운영할 수 있지만 캠핑 등 숙박과 연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스위스가 알프스 융프라우에 산악열차를 건설해 연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일본이 고야(高野) 산에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하늘목장 최재돈 목장장은 “산악열차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개발할 수 있는데도 규제에 묶여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관령을 ‘아시아의 융프라우’로” 강원도 대관령 지역은 백두대간보호법, 산지관리법, 산림휴양법, 국유림법, 초지법, 산림보호법, 환경영향평가법 등 무려 7개 법령에 의해 전체 산지(1만3786km²)의 86%가 규제에 묶여 있다. 예를 들어 ‘상수원 보호구역 내 음식조리 및 판매 불가’ 조항에 따라 음식을 조리해 판매할 수 없다. ‘백두대간 보호지역 내 민간궤도시설 설치 불가’ 조항에 따라 산악열차도 운영할 수 없다. 산장은 물론이고 화장실, 비 가림 시설도 짓기가 쉽지 않다. 규제를 풀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규제프리존 법안)에는 완충구역 내 산악열차, 숙박시설, 전망대, 휴게음식점, 클럽하우스 설치 등을 허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관령 일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되 일부 지역만 규제를 풀어 관광객을 유인할 시설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박용식 강원도청 균형발전과장은 “규제프리존 대상 면적은 30km²로 전체 산지면적의 0.2%에 불과하고, 자연 훼손의 우려도 크지 않다”며 “규제프리존 법안이 통과된다면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산악관광을 키워나가 대관령을 ‘아시아의 융프라우’로 충분히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대관령 일대를 눈여겨본 민간 업체들은 일찌감치 강원도와 협의해 대규모 투자계획을 세웠다. 삼양목장은 곤돌라 글램핑 등에 296억 원을, 하늘목장은 산악열차 등에 755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대명비발디파크도 1000억 원대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먼지만 쌓이는 ‘규제프리존 특별법’ 문제는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법안이 통과될 기미가 없어 이 같은 투자계획들이 무용지물로 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2016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규제프리존 계획을 공개했을 때만 해도 지방자치단체들과 기업들은 기대가 컸다.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려는 강원도만 아니라 해양관광을 앞세운 부산, 친환경자동차를 강조한 울산 등 전국 14개 시도는 특화된 미래 첨단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획기적인 규제 완화 정책에 지자체들은 반색했고, 야당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19대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했고, 20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사드 특별위원회 설치 등을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정치권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여야 간 이견이 없고, 정치적인 쟁점도 없는 법안마저 표류를 거듭하면서 한국 경제가 신성장동력을 찾을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산악열차 등 관광시설을 완공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규제프리존을 토대로 농생명 산업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4차 산업혁명 생태계를 육성하려던 정부 및 지자체의 계획도 타격을 입게 됐다. 조선업 등 한국의 전통 주력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는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8월 울산(4.0%), 경남(3.7%)의 실업률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1.2%포인트, 1.6%포인트씩 높아지는 등 제조업 불황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민규 일본 돗쿄(獨協)대 교수는 “일본이 ‘이대로 가면 망한다’는 위기감 속에 지자체, 민간기업, 중앙정부가 함께 뛰고 있는 반면 한국은 한쪽이 뛰려고 하면 다른 쪽이 발목을 잡고 있다”며 “관광, 의료, 농업과 농생명 과학 등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장재웅 기자·박민혁 인턴기자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우종현 인턴기자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4학년}
일본은 2020년까지 고속도로에 자율주행차 전용 차로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았다. 세계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관련 기술의 공동 개발에 나서자 일본 정부는 각종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일본뿐 아니다. 미국의 자동차산업 거점 도시인 디트로이트가 있는 미시간 주는 자동차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미시간주립대를 통해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고 기술을 완성하기 위한 공간인 ‘M시티’를 지난해 열었다. 또 소비자를 대상으로 무인자동차를 판매할 근거 법안도 마련 중이다. 미시간 주가 규제를 대폭 풀자 세계 자동차회사들도 디트로이트로 다시 몰려들고 있다. 한국은 올 2월 자율주행차 임시 운행을 허용했지만 운행 가능 지역이 많지 않다. 자율주행차를 임시 운행하려면 고장감지장치, 경고장치, 운행기록장치 등을 탑재해야 하는 등 허가 요건도 까다롭다. 핸들 없이 버튼으로만 작동하는 구글 버블카의 경우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한국에서 임시 주행조차 할 수 없다. 무인 자율주행차는 한국 도로에서 시험 운행도 하기 어렵다. 자율주행차가 임시 운행을 할 때도 운전자를 포함한 2인 이상이 탑승해야 한다는 규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회사가 무인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해도 임시운행 테스트를 하려면 미국 애리조나 주까지 가야 할 상황이다. 정부는 충남 서산에 자율주행차 시험장 등 첨단 자동차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가 10월 완공을 목표로 민간 주행시험장을 짓는 과정에서 규제의 벽에 부닥쳤다. 도시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짓는 가건물들에 일반 건축물과 동일한 소방시설 설치 등 규제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1936개. 한국 시몬스가 제품을 내기에 앞서 자체로 체크하는 항목의 숫자다. 가령 매트리스 내장재는 영하 20∼120도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제대로 기능을 유지하는지를 실험해 성능을 파악한다. 매트리스는 하루 평균 뒤척임 횟수(약 30회)를 기준으로 8년을 사용할 경우를 가정한 뒤 평균 10만 번 이상의 탄성 테스트를 실시한다. 성인 두 사람의 몸무게를 합한 120kg의 롤러를 팔각형으로 깎아 10만 번 이상을 굴려본 뒤 매트리스 표면에 흠집이 생기거나 쿠션감이 떨어지면 바로 폐기된다. 이 모든 까다로운 제품 테스트가 이뤄지는 곳은 2007년 세워진 경기 이천시 시몬스 수면연구 연구개발(R&D)센터다. 이현자 시몬스 수면연구 R&D센터장은 “총 1936개에 달하는 검사 항목을 적용해 스프링, 원단, 내장재 등을 꼼꼼히 따진다”며 “일일이 손으로 점검된 매트리스에는 최종 생산자의 이름이 적힌 라벨이 부착돼 팔린다”고 말했다. 매트리스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의 상징인 셈이다.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는 경기 침체인 상황에서도 얼마 전 최상위급 매트리스 컬렉션인 ‘뷰티레스트 블랙’을 한국에 론칭하고 럭셔리 브랜드 전략을 펴고 있다. 이런 공격적 행보의 배경에는 지속적인 R&D를 통해 품질 검증이 끝났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이미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매트리스는 글로벌 침대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한국 시몬스가 자체 생산한다.○ 6성급 호텔들도 한국 시몬스 선택 수면연구 R&D센터는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수면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시몬스의 의지가 집약된 현장이다. 국내 최초로 인체 특성과 매트리스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침대 박사’ 이현자 센터장을 비롯한 연구진이 이곳에서 제품 테스트는 물론이고 수면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사용자의 체형에 따라 포켓스프링을 다르게 배치하는 한국 시몬스의 차별화된 기술인 ‘조닝(zoning)’, 50여 종의 내장재를 다르게 조합하는 기술인 ‘레이어링(layering)’이 이 센터에서 탄생했다. 포켓스프링 속에 또 하나의 포켓스프링을 심어 몸을 이중으로 받쳐주는 ‘더블-포켓스프링’ 기술도 마찬가지다. 수면연구 R&D센터는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와 10개월여의 공동연구를 통해 피부에 1차적으로 접촉되는 침구 관리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올해 초 ‘침실 셀프케어 매뉴얼’을 선보였다. 이 매뉴얼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일어난 직후 침구를 바로 정리하지 말고 1시간 이후에 정리해야 한다. 땀 등 수분이 날아간 뒤 정리해야 세균 번식이 덜하기 때문이다. 또 3층 이하의 가정은 실내 오염 농도가 더 높으니 침구류 세탁 시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침실 위생과 관련한 실질적인 팁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시몬스는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시몬스는 침대 원자재에 대해서도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스프링은 포스코에서 공급받은 최고급 스프링 경강선만 사용한다. 또 직물 기술이 뛰어난 이탈리아 업체 이탈펠트로가 제작한 고밀도 특수 포켓 커버로 이 스프링을 씌운다. 매트리스뿐만 아니라 침대 프레임에도 국가가 권장하는 환경기준(E1)보다 한 단계 높은 E0 단계의 자재를 사용한다. 시몬스가 한국에서 자체 생산한 모든 매트리스가 이런 노력 덕분에 국가공인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유해물질 방출량이 친환경 기준을 충족시킬 만큼 건강한 수면에 적합한 상품이라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런 품질 경쟁력 덕분인지 국내 특급호텔 중 시몬스를 선택하는 곳이 많다. 포시즌스호텔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 입성하며 투숙객을 위한 맞춤형 침대 ‘포시즌스 베드’ 제작을 시몬스에 맡겼다. 내년 초에 오픈할 예정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내 6성급 호텔 ‘시그니엘’도 시몬스를 택했다. 이 밖에도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W서울 워커힐 등 서울 시내 대표적인 6성급 호텔과 프리미엄 호텔의 70% 이상이 시몬스 매트리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게 시몬스의 자랑이다.○ 제품에 ‘감성’을 입힌다 시몬스는 기술력만 아니라 소비자의 감성 만족도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심박수, 체압, 수면 습관 등을 센서로 측정해 매트리스를 추천했던 ‘슬립 맵’ 서비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수면에 대한 개개인의 감성과 취향까지 고려해 매트리스를 추천하겠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반응을 기본수치로 활용하되 매트리스에 눕는 순간 사용자가 느끼는 편안함까지 수치화했다. 기준은 크게 4가지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계량화한 ‘진동 방지값(Move free)’, 매트리스의 단단한 정도를 나타내는 경도(Firmness), 친환경 소재 적용률(Eco-friendly), 매트리스 원단 촉감의 부드러움 정도(Touch). 60여 종의 매트리스가 모두 이 4가지 기준으로 평가받은 점수가 매겨져 있어 소비자가 선호하는 편안한 느낌을 더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딱딱하지만 촉감은 부드러운 매트리스를 선호하는 소비자라면 뷰티레스트 ‘헨리’ 모델이 추천된다. 헨리의 진동 방지값은 9, 경도는 9, 친환경소재 적용률은 10, 터치는 10이다. 평소 땀을 많이 흘려서 부드럽기보다는 다소 까슬까슬한 감촉을 선호한다면 진동 방지값 7, 경도 8, 친환경 10, 터치 6인 ‘시트러스’가 추천된다. 시몬스 관계자는 “바쁜 일상에 지치다 보니 잠만큼은 편하게 자겠다며 침대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시몬스 침대가 수면의 질을 따지는 사람들에게 ‘머스트-해브(must have)’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116년 만에 정식종목으로 부활한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딴 ‘골프 여제’ 박인비(28) 덕분에 KB금융의 스포츠 마케팅이 다시금 눈길을 끌고 있다. 박인비와 KB의 인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인비는 2008년 만 19세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해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 수년간 슬럼프에 빠졌다가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 대회에서 우승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슬럼프에서 회복한 박인비를 후원할 회사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던 그때 손을 내민 곳이 바로 KB다. 2013년 5월 KB와 후원계약을 맺은 박인비는 그해 ‘시즌 6승’이라는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이후에도 상승세는 이어져 2014년 3승, 2015년 5승을 거머쥐었다. 올해는 손가락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리우 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골프 종목 최초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이 됐다.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올림픽 4위라는 눈부신 성적을 낸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도 2010년부터 KB의 후원을 받아왔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후원하는 선수들의 생일에 수제 케이크와 축하카드, 건강식품을 보내거나 평소 전화나 메신저로 수시로 소통한다. 윤 회장은 리우 올림픽 직전 올해 부상에 시달렸던 박인비에게 전화를 걸어 “경기를 즐겨라”고 응원하기도 했다. KB 관계자는 “선수들의 선전으로 KB가 스포츠 마케팅 ‘명가’의 위상을 더 공고히 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예와 비인기 종목 선수들을 발굴해 이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공유경제의 바람을 타고 ‘자동차=소유물’의 등식이 깨져가고 있다. 차량 소유자와 승차를 원하는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우버(Uber)’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 국내에도 차량 공유 업체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출퇴근 시간대에 카풀을 이용하려는 운전자와 고객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빠르게 연결해주는 업체 ‘풀러스’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 번도 어려운 창업을 두 번이나 해내며 이 같은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는 김지만 풀러스 대표(40)와의 인터뷰(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6호) 내용을 요약한다.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쏘카’에 이어 또 새로운 회사를 창업했는데…. “현재의 상태(status quo)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이렇게 하면 재밌지 않을까,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내가 차를 한 번 탈 때 비용이 얼마가 드는 것일까?’ ‘몇 명을 모아서 한 차를 타고 간다면 얼마만큼 이득을 보는 것일까?’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주차장에서 잠만 자고 있는 차와 운전자 혼자 타고 다니는 차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싶었다. 30분, 1시간 단위로 필요할 때만 차를 빌려 쓰게 해주는 쏘카로 첫 번째 문제를 풀었다면 풀러스를 창업해 이제 두 번째 문제를 해결해보려 한다.” ―풀러스 창업 후 서비스를 홍보하는 방식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단순히 홍보를 떠나 철학을 보여주고자 했다. 쏘카의 경우 대중이 참여해 투자 자금을 공급하는 크라우드 펀딩 업체 ‘8퍼센트’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여러 사람이 자동차를 공유함으로써 전체 자동차 대수를 줄이고 환경 보호에도 기여하려는 카 셰어링(공유) 업체 쏘카의 비전과 인터넷을 매개체로 개개인이 푼돈을 모아 투자금을 만들어내는 8퍼센트의 철학이 서로 통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go)’ 열풍이 분 가운데 풀러스가 7월 13일, 15일 라이더를 모집해 판교에서 속초를 다녀오는 이벤트를 진행한 것도 마찬가지다. 포켓몬에 대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속초를 함께 다녀옴으로써 택시를 타는 것과 전혀 다른 ‘카풀’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13일 직접 운전을 했는데 가는 내내 처음 보는 사람들이 포켓몬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세 ‘형, 동생’이 됐다.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택시와는 차별화되는 플러스 서비스의 가치라고 본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의 공유 서비스를 내놓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가. “나처럼 관련 규제를 열심히 공부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국내 실정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상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가용 자동차의 경우 운전자가 유상으로 승객을 태우면 불법이다. 쏘카의 경우에도 그 때문에 차량을 매입해서 카 셰어링 서비스를 한다. 아무리 놀고 있는 차량이라고 해도, 개인의 차를 이용해서 카 셰어링을 하는 게 법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풀러스의 경우 법에서 유상운송 금지의 예외 조항으로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어 서비스가 가능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느낀다. 해외에서는 우버 같은 서비스가 일반화되어 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정부에서도 많이 노력 중인데 다양한 공유 모델이 등장해야 한다.” ―무인 자동차가 현실화하고 있는데 카 셰어링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리라 보는가. “무인 자동차가 등장하면 자동차를 필요할 때만 빌려 타려는 수요가 더 커질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와 같은 정보기술(IT) 기반의 셰어링 업체들이 더욱 각광받을 수 있다. 무인 자동차가 운행을 해서 수익을 거두려면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내일 당장 무인 자동차가 운행된다고 하더라도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언제 어디에 차량을 배치해야 효율적으로 자동차를 운영할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반면 우리와 같은 회사들은 교통에 대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게 된다.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분리되어 있듯이, 무인차도 제조사와 차량운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달라질 수 있다.” ―최종적인 목표는…? “10년 후쯤 되면 우리 딸이 ‘옛날에는 차를 샀다면서?’라고 물어올 정도로 차를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를 만들고 싶다. 분명히 그런 세상이 올 것이며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그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믿는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폭우로 길이 막힙니다. 30분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시는 게 좋습니다.” “외출 중이시죠? 미세먼지 수치가 높으니 공기청정기 가동을 추천드립니다.” 똑똑한 비서의 조언이 아니다. 첨단 정보기술(IT)과 건축기술로 만들어질 ‘스마트홈’이 알려주는 정보다. 먼 외국의 얘기도 아니다. 스마트홈 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내년에 입주할 아파트부터 제공할 서비스 청사진이다. 》 LH는 교통 상황이나 날씨 등과 관련한 자료를 분석한 뒤 아파트 입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 정보를 자체적으로 만들고 실행하는 지능형 스마트홈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또 전력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스마트 에너지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이 같은 첨단 시스템 구축 기술을 무기로 삼아 한국형 신도시를 수출하는 ‘K(한국형)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LH는 2007년부터 분양주택에 가스, 조명, 난방 등을 통합 관리하는 홈 네트워크를 도입해 택배 도착 알림, 조명 온·오프, 에너지 사용량 조회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특히 임대주택의 경우 수도, 가스 등 에너지 사용량을 조회해 홀몸노인의 위급 상황이 우려되면 경보를 울리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LH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존 홈 네트워크와 통신사의 스마트홈 플랫폼을 연동시킬 계획이다. 홈 네트워크와 통신사의 플랫폼이 연동되면 입주민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조명, 난방은 물론이고 무선 센서가 내장된 냉장고, 세탁기, 공기청정기 등의 가전기기도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예컨대 미세먼지 경보 발령 시 집에 들어가기 전에 공기청정기를 가동하거나, 폭염이 한창일 때 미리 에어컨을 가동시킬 수 있다. 빅 데이터를 활용해 스마트홈이 먼저 맞춤형 서비스를 제안해 줄 수도 있다. 교통정보를 분석해 스마트폰 알람 시간을 당기거나, 외출한 입주민에게 동파 방지를 위한 보일러 가동을 추천하는 식이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조 원을 돌파했으며 2019년까지 21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LH는 스마트 에너지 시스템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 6월에는 LG전자와 업무협약을 맺고 LH 아파트에 LG전자의 태양광, 전력저장장치(ESS) 등의 통합 에너지 솔루션을 적용한 스마트 에너지 시스템 기본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ESS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시설이 만든 전력을 받아 저장해 뒀다가 전력이 부족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전력 저장고’다. LH 관계자는 “아파트 내 기존 비상발전기를 대체하는 ESS가 설치되면 공사비를 줄일 수 있고, 입주자의 전기요금 부담도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LH는 현재 건설 중인 평창 겨울올림픽 선수촌과 미디어촌에 지능형 스마트홈 등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곳을 이용할 해외 선수단과 미디어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홍보하고 신도시 수출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신도시 수출은 수주금액 규모가 크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는 분야다. 박상우 LH 사장은 “K스마트시티 사업은 LH의 미래생존 전략”이라며 “철저한 준비를 통해 스마트시티 수출시장을 발 빠르게 선도하겠다”고 밝혔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지금까지 많은 사회과학자들은 변호사, 의사 등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지위가 낮은 사람들에 비해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일한다고 생각했다. 소위 ‘전문직 엘리트’ 근로자들의 경우 업무 안정성이 높고 더 많은 자율성과 권위를 누릴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라 더마스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팀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스트레스 지수가 되레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스트레스 간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정규직 근로자 115명을 소득 및 교육 정도에 따라 2개의 집단(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집단과 높은 집단)으로 구분했다. 이후 각 집단의 사람들에게 손바닥 크기의 측정기기를 지급하고 3일 동안 하루에 6번씩 직장에서 신호음이 울릴 때마다 순간적인 기분, 일의 강도와 스트레스, 직장에 대한 인식 등을 평가하도록 했다. 이후 연구팀은 이들의 타액 샘플을 수집해 소위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코르티솔의 수준을 측정했다. 연구 결과, 의사 관리자 교수 등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집단군에 속한 사람들은 패스트푸드점 직원, 잡역부, 간병인 등 지위가 낮은 그룹의 사람들에 비해 업무 스트레스는 훨씬 더 많이 받고 행복감은 훨씬 덜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개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경우,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자원이나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할 때 이를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안으로만 계속 삭이다 보니 업무상 더 강한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심지어 이들은 실제로 스스로 성공했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행복을 느끼기보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자신의 일과 동료에 대한 감정 역시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에 비해 훨씬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어려운 일을 해내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고, 그 결과 행복이 희생될 수 있다. 조직의 리더라면 이 같은 연구결과를 참고해 고위직의 스트레스 수준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갈 필요가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쿠웨이트 시내에서 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사우스 사드 알 압둘라’. 총면적이 59km²로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3배에 이르는 데다 시내로의 우수한 접근성 등 입지 조건을 갖춰 쿠웨이트에서 개발되고 있는 여러 신도시 중 단연 주목받는 지역이다. 이곳은 분당 판교 같은 한국형 신도시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작업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맡았다. 올 상반기 2조5000억 원의 금융부채 감축에 성공한 LH가 건설 한류(韓流) 선봉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도시개발 노하우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K(한국형)스마트시티’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LH가 새로운 먹거리에 눈을 돌릴 수 있게 된 데에는 재무구조 개선 성공에 따른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 2013년 105조7000억 원에 달하던 LH의 금융부채는 2014년 말 98조5000억 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말 89조9000억 원으로 8.7% 감소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에도 공공임대리츠, LH-민간 공동 주택건설사업 등으로 7200억 원의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금융부채를 2조5000억 원 이상 줄였다. 경영 성과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21조2000억 원)보다 12% 급증한 23조7000억 원, 영업이익은 32% 급증한 1조4712억 원을 나타냈다. LH 관계자는 “아직 올해 상반기 실적이 집계되진 않았지만 전사적인 판매 노력과 사업비 절감 등으로 인해 ‘좋은 성적표’가 예측된다”고 밝혔다. LH는 이처럼 개선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신(新)성장동력 찾기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일단 한국형 신도시 수출이 승부수다. LH는 “다른 국가들이 30만 명 규모의 도시를 건설하는 데 있어 통상 20∼30년이 걸릴 때 LH는 5∼8년이면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상우 LH 사장은 “K스마트시티는 미래 생존을 위한 고부가가치 아이템”이라며 “이를 통해 민간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역할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품질 혁신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일단 지난해 7월 도입한 ‘LH 카카오톡 하자상담 서비스’의 경우 하루 평균 상담 건수가 161건에 이를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단순히 하자를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를 건립한 LH는 주택 기술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공기업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할 방침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산업 구조조정으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LH는 경제 살리기를 위해 이미 올해 7조3000억 원의 사업비를 집행했다. 지방 이전 2년차를 맞아 지역 어울림 프로젝트도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은 물론이고 주거, 일자리, 산업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LH가 경남 진주에 내려온 이상 지방 이전 공기업의 성공 사례가 되어야 한다”며 “지역사회와의 밀접한 소통을 통해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맑은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한 나머지 물에 빠져 죽음을 맞이한 그리스 신화 속 나르키소스의 이름을 딴 정신분석학 용어다. 자기도취자라고도 불리는 나르시시스트(narcissist)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 강하며 타인들의 칭송을 통해 본인들의 우월감을 입증하기를 원한다고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성공과 그 성공이 가져올 칭송에 대한 열망으로 보다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유타주립대와 애리조나대 공동연구팀은 위와 같은 특성을 지닌 ‘나르시시스트 경영자’가 그들이 경영하는 기업의 조세회피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해봤다.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고 법 위에 군림한다는 우월감을 가진 나르시시스트 경영자들의 경우, 법인세 납부로 그들이 애써 벌어들인 돈이 유출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조세회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연구팀은 사업보고서에 등장하는 경영자 사진의 크기와 동 기업 내 다른 임원들의 임금에 대비한 경영자의 상대적 보수를 기준으로 경영자들의 나르시시즘을 측정했다. 그리고 그 정도와 조세회피 성향을 비교했다. 그 결과, 나르시시스트 경영자들은 다른 경영자들에 비해 조세피난처를 통한 조세회피에 관여할 가능성이 3.86%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경영하는 기업의 유효세율(법인세 현금지출액을 세전이익으로 나눈 값)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3.4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 기업들의 평균 세전이익이 23억 달러임을 감안할 때 나르시시스트 경영자들이 평균적으로 7800만 달러(약 890억 원)의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이다. 이 연구는 경영자의 정신분석학적 특성이 그들이 경영하는 기업의 조세회피 전략에도 뚜렷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나르시시스트 경영자들이 기업의 평판이 훼손될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조세회피에 관여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각 기업마다 생애주기 및 자본구조가 다른 만큼 목표와 전략이 상이하고 위험 선호에 있어서도 최적점이 다르다. 투자자들은 경영자의 개인적인 성향을 이해함으로써 경영자의 위험선호도가 기업의 전략 및 위험선호도와 일치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감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금융감독원 자문교수 jinkim@konkuk.ac.kr}

윤종규 KB금융 회장(사진)은 현대증권의 자회사 편입을 계기로 ‘유니버설 뱅킹’ 모델에 도전하겠다고 3일 밝혔다. ‘한국판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를 KB금융그룹의 미래 비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유니버설 뱅킹은 은행의 전통 업무인 여수신을 포함해 신탁, 증권, 보험 등 모든 금융 업무를 수행하는 은행을 의미한다. BoA메릴린치는 이 시스템을 갖춘 대표적인 금융회사로 꼽힌다. BoA는 2009년 메릴린치 인수 이후 자산관리(WM), 기업투자금융(CIB)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해 ‘은행-증권-보험’ 업무를 성공적으로 융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은 유니버설 뱅킹이 수익성이 악화된 은행에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1.25%로 떨어지는 등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예·적금 등 전통적인 금융상품으로는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올해 1분기(1∼3월)에 1.55%로 내려앉았다. KB금융은 일단 현대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95개 점포를 기반으로 현재 17개인 은행-증권 복합 점포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복합 점포 등 은행과 증권의 협업 모델을 통해 KB증권은 은행에서 유입된 고객 자산 규모가 2016년 3월 말 기준 4조4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산업단지 내 기업들을 위한 CIB 복합 점포도 개설할 예정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대형증권사가 계열사로 추가된 만큼 고객들에게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영국이 43년 만에 유럽연합(EU)을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이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당장 시장의 돈이 엔화, 달러화, 금, 국채 등 안전자산에 쏠리기 시작하면서 신흥국 통화와 주식 등 위험자산은 폭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교역이 둔화되면서 수출의존도가 컸던 중국 등 신흥국 경제가 타격을 받았는데 이젠 브렉시트까지 터졌다”며 “신흥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이 국가들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등 금융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영국의 마이웨이에 된서리 맞은 신흥국 영국의 EU 잔류를 점치다가 브렉시트를 맞닥뜨린 금융시장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브렉시트와 다른 나라의 EU 도미노 탈퇴 가능성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시장의 돈은 안전자산의 우산 밑으로 몰려갔다. 24일(현지 시간) 대표적 안전자산인 엔화가치는 201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국제금값은 24일 4.7% 급등해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로 올랐고 일본과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머니 무브’에 신흥국 증시와 통화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러시아(―3.04%) 브라질(―2.82) 남아프리카공화국(―3.56%) 그리스(―13.42%) 헝가리(―4.45%) 등 대다수 신흥국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헝가리 포린트화, 멕시코 페소화가 3% 이상의 하락세를 보이는 등 통화가치도 추락했다.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신흥국을 위주로 상승했다. 브라질은 347bp(1bp는 0.01%포인트)로 25bp가 올랐고 러시아는 260bp로 23bp 상승했다. 인도네시아(18bp) 말레이시아(15bp) 중국(10bp) 한국(6.5bp)의 부도 가능성도 일제히 높아졌다. 브렉시트의 파장이 확산될 경우 신흥국의 충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공산이 크다. 한국 증시에서도 외국인 주식투자액의 8.4%(36조 원 규모)인 영국계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태풍의 눈’으로 꼽힌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유럽과 교역량이 많은 중국이 이번 사태로 타격을 입으면 중국 의존도가 큰 브라질 등 자원부국 경제가 잇달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브렉시트의 충격에 유가가 꺾인 것도 신흥국 경제에는 악재다. 24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4.93% 내린 배럴당 47.64달러로 주저앉았다. 올 상반기(1∼6월) 국제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숨통이 트였던 원자재 수출 신흥국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운 셈이다. ○ 글로벌 금융위기 재연되나 시장에서는 브렉시트의 여파가 장기화하며 또다시 금융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헤지펀드계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25일 기고전문 웹사이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올린 글에서 “많은 사람이 두려워했던 파국적 시나리오가 현실화했다”면서 “브렉시트 혼란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피해는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투표 결과보다는 도대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점이 문제”라며 “이 같은 불확실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4일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조치가 유럽의 분열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브렉시트 결정 이후 덴마크를 비롯해 네덜란드, 체코,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은 프랑스의 EU 탈퇴(프렉시트)를 촉구하고 나섰고, 네덜란드 극우정당인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네덜란드의 EU 탈퇴, 즉 넥시트(NExit)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EU의 보호무역주의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금융시장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세계 교역량 감소 등으로 일부 신흥국에는 금융 시스템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주애진 기자}

24일 오전 10시 반경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개표에서 영국의 EU 탈퇴가 우세하게 나타나기 시작하자 딜러들의 모니터에 표시된 환율 그래프가 일제히 ‘수직’에 가까운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브렉시트가 불발될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전날 미국과 유럽 증시가 상승했던 터라 충격은 더 컸다. 시장에서도 매수·매도 주문이 하루 종일 쏟아졌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국내 증시에서만 시가총액 47조 원이 증발하는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30원 가까이 급등했다. ○ ‘잔류’ 예측했던 금융시장 패닉 사실 이날 개표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영국이 EU에 잔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영국 국민들의 선택은 브렉시트였다. 아시아 증시는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61.47포인트(3.09%) 하락한 1,925.24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2.36포인트(4.76%) 하락한 647.16으로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이 장중 한때 7% 이상 하락하자 프로그램 매매 거래를 일시 정지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장중 8% 이상 폭락한 끝에 전날보다 7.92% 하락한 14,952.02엔으로 마감하며 약 4개월 만에 15,000엔 선을 내줬다. 유럽 주요 증시도 개장과 함께 수직 낙하를 시작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지수는 24일 장 초반(현지 시간) 10% 이상 떨어졌으며 영국의 FTSE 250지수 역시 한때 11.4% 급락하며 장중 기준으로 사상 최대 하락 폭 기록을 경신했다. 유럽의 주요 지수는 오후 10시 반 현재 3∼11%의 하락 폭을 보였다.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도 개장과 동시에 2% 이상 하락했다. 글로벌 외환시장 역시 대혼란에 빠졌다. 24일 외환시장에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한때 11%나 폭락해 1.32달러로 곤두박질쳤다. 파운드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1.35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85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9.7원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한 1179.9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의 하루 변동 폭은 33.2원으로 2011년 9월(46.0원) 이후 약 5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일본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이날 한때 100엔 선이 무너지며 급락(엔화 가치 급등)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엔화로 글로벌 자금이 쏠린 결과다. 안전자산인 국고채를 찾는 수요도 급증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88%포인트 내린 연 1.249%로 기준금리(1.25%) 밑으로 떨어졌다.○ 충격파 장기화되나 문제는 현재 상황에서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이 얼마나 지속될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브렉시트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실제로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며 “실물경제가 예상보다 크게 흔들릴 경우 금융시장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당장 영국계 투자자금 36조 원이 대거 이탈할 것으로 우려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의 자금 유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브렉시트 현실화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되며, 유럽에 수출하는 기업도 단기적인 타격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당분간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브렉시트 영향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카드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도했다. 연준은 브렉시트에 맞서 각국 중앙은행과 체결한 통화스와프를 통해 달러 유동성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24일(현지 시간) 밝혔다. 정부는 공매도 금지 등 글로벌 금융위기 때 시행한 비상 대책들을 검토 중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25, 26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국제결제은행(BIS) 연차총회에 참석해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브렉시트 후폭풍에 맞설 공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장윤정 yunjung@donga.com·이건혁·박희창 기자}
“오전 11시경 직감이 들더군요. 개표가 40%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점점 탈퇴 득표율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결국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되는구나 싶었죠.” 우리은행 딜링룸에서 외환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딜러 A씨. 영국의 EU 잔류를 예측하며 느긋한 마음으로 출근했던 그는 24일 11시경부터 긴장감에 진땀을 흘렸다. 실제로 시장에서 주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날 미국 및 유럽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개인 및 기관투자자 대부분 브렉시트가 불발될 것으로 여겼던 터라 그 충격은 더욱 컸다. 딜링룸은 피 말리는 전쟁을 치렀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고 원-달러 환율이 30원 가까이 오른 1179.9원까지 급등했다. 문제는 충격파가 얼마나 이어질 지 ‘시계(視界)제로’라는 점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일단 유럽, 뉴욕 증시를 살펴본 뒤 시장의 방향성이 정해질 것”이라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라 좀처럼 예측을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이날 개표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영국이 EU에 잔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영국 국민들의 선택은 브렉시트였다. 개표가 진행됨에 따라 ‘탈퇴’를 택한 유권자 비율이 점차 잔류 쪽과 격차를 벌려가자 아시아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61.47포인트(3.09%) 하락한 1,925.24로 마감했다. 장 초반 2,001.55로 시작했던 코스피는 브렉시트 우려에 한 때 1,892.75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2.36포인트(4.76%) 하락한 647.16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 때 5% 이상 하락하자 한국거래소는 프로그램 매매 거래를 정지시키는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장중 8% 이상 폭락한 끝에 전날보다 7.92% 하락한 1만4952.02로 마감하며 약 4개월 만에 1만5000엔 선을 내줬다. 대만 자취안지수도 2% 이상 하락 마감했다. 글로벌 외환시장 역시 대혼란에 빠졌다. 24일 외환시장에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장중 10% 가까이 폭락해 1.35달러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파운드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1.35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85년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이다. 하루 변동폭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8월의 6.5%를 깨고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파운드화 가치가 20% 이상 더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1.35달러 밑으로 주저앉은 파운드화가 1.15달러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9.7원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한 1179.9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장중에 최대 30.1원까지 폭등하며 2011년 9월 23일(46.0원) 이후 최대 수준의 변동 폭을 보였다. 이날 원화를 비롯해 신흥국 통화는 일제히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세계 금융시장 및 경제 불안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급등하고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신흥국 통화 가치는 떨어진 것이다. 반면 일본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이날 한때 100엔 선이 무너지며 급락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로 글로벌 자금이 쏠린 결과다. 향후 국제 금융시장 혼란이 얼마나 지속될 지는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날 국내 시장 거래가 마무리됐지만 뉴욕과 유럽 시장의 거래 결과에 따라 다음 주에도 혼란 상황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 다른 유로존 국가들이 영국을 뒤이어 EU 탈퇴를 시도하게 되면 불안 심리가 확대돼 시장의 출렁거림이 장기화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후폭풍이 짧게 끝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이번 주 들어 EU 잔류 쪽으로 무게가 기울며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온 만큼 반대급부로 하락세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그러나 다음주에는 영향력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장윤정기자 yunjung@donga.com·정임수기자 imsoo@donga.com}

《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대까지 떨어졌지만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은 여전히 20%대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금리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보증보험을 연계한 중금리 상품 ‘사잇돌 중금리대출’(사잇돌 대출)을 선보인다. 저축은행이나 카드론을 주로 이용해야만 했던 4∼7등급의 소비자들(2015년 말 기준 698만 명)도 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 Q. 사잇돌 대출과 기존 중금리 대출 상품이 다른 점은…. A. 7월 5일부터 9개 시중은행이 출시하는 사잇돌 대출은 보증보험이 연계된 상품이다. 은행이 대출을 할 때 서울보증보험에 보험료를 내는 대신에 서울보증보험은 대출금이 상환되지 않는 등 손실이 발생하면 은행에 보험금을 지급해 이를 메워준다. 다만 은행도 보험금이 보험료의 150%를 넘어서면 추가 보험료를 내야 한다. 쉽게 말해 서울보증보험과 은행이 리스크를 나눠 갖는 구조다. 그동안 은행권 중금리 상품이 적지 않았지만 대출 부실을 우려한 은행들이 몸을 사려 1∼3등급의 고신용자에게만 대출이 몰렸다. 금융당국은 손실 분담 구조를 갖춘 사잇돌 대출이 그동안 소외받던 소비자들의 ‘대출 갈증’을 해결해 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1인당 대출 한도는 최대 2000만 원이며 거치기간 없이 최대 60개월 동안 원리금을 균등 분할 상환해야 한다. 대출금리는 보증보험료(연 1.81∼5.32%)를 포함해 연 6∼10%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Q. ‘사잇돌 대출’을 받기 위한 소득 요건은…. A. 일정한 소득이 있는 중간 신용등급(4∼7등급) 수요자가 우선 타깃이다. 재직 기간 6개월 이상(동일 직장 기준이지만 90일 이내 이직한 경우 전 직장 재직 기간 포함) 근로소득자는 2000만 원, 1년 이상 사업 소득자와 1개월 이상 연금 수령자는 1200만 원 이상의 연소득이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다. 2개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이를 합산해서 소비자에게 유리한 기준을 적용한다. 예컨대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65세 A 씨가 근로소득 1000만 원, 연금 소득 500만 원이 있다면 둘을 합한 1500만 원을 기준으로 근로소득자(2000만 원)가 아닌 연금수령자(1200만 원)로 간주해 대출해 준다는 것이다. Q. 신용등급 8∼10등급의 저신용자는 어떻게 되나. A. 8등급 이하라고 해도 안정적인 소득이 있다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등급과는 별개로 서울보증보험이 구축한 ‘중신용자 전용 신용평가모형’으로 평가를 받은 뒤 대출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금융권 대출을 연체하고 있다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Q. 사잇돌 대출이 만들어진 배경은…. A. 중간 신용등급의 소비자들에게 10%대 중금리 대출을 해주는 금융회사가 없기 때문에 여전히 중·저신용자들은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개인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지난해 9월 현재 은행 4.4%, 캐피털 등 여신전문회사 18.1%, 저축은행 25.0%, 대부업체 30.2%에 이른다. 이에 금융당국은 10%대 중금리 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징검다리’ 개념의 사잇돌 대출을 만들었다. Q. 대출 절차와 구비 서류는…. A. 7월 5일부터 전국 9개 은행(NH, 신한, KB국민, KEB하나, IBK기업, 우리, 수협, 제주, 전북은행) 6018개 전 지점에서 이용할 수 있다. 재직증명서(또는 사업자등록증)와 소득증빙 서류가 필요하다. 연금소득자라면 연금 수급권자 확인서나 연금수령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이용하면 모바일 뱅킹을 통해 은행을 찾지 않아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Q. 다른 은행을 이용하면 안 되나. A. 9월부터는 대구, 부산, 경남, 광주 등 지방은행 4곳 역시 사잇돌 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다. 총 13개 시중·지방은행들이 일차적으로 5000억 원을 공급할 계획이며 수요를 지켜보며 추가 공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저축은행들도 9월에 서울보증보험과 연계해 사잇돌 대출과 유사한 중금리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대까지 떨어졌지만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은 여전히 20%대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금리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보증보험을 연계한 중금리 상품 ‘사잇돌 중금리대출(이하 사잇돌 대출)’을 선보인다. 저축은행이나 카드론을 주로 이용해야만 했던 4~7등급의 소비자들(2015년 말 기준 698만 명)도 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Q. 사잇돌 대출과 기존 중금리 대출 상품이 다른 점은. A. 7월 5일부터 9개 시중은행이 선보이는 사잇돌 대출은 보증보험이 연계된 상품이다. 은행이 대출을 할 때 서울보증보험에 보험료를 내는 대신 서울보증보험은 대출금이 상환되지 않는 등 손실이 발생하면 금융회사에 보험금을 지급해 이를 메워준다. 쉽게 말해 서울보증보험과 은행이 리스크를 나눠 갖는 구조다. 그동안 은행권 중금리 상품이 적지 않았지만 대출부실을 우려한 은행들이 몸을 사리면서 1~3등급의 고신용자에게만 대출이 몰렸다. 금융당국은 손실 분담구조를 갖춘 사잇돌 대출이 그동안 소외받던 소비자들의 ‘대출 갈증’을 해결해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1인당 대출한도는 최대 2000만 원이며 거치기간 없이 최대 60개월 동안 원리금을 균등 분할 상환해야 한다. 대출금리는 보증보험료(연 1.81~5.32%)를 포함해 연 6~10%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Q. ‘사잇돌 대출’을 받기 위한 소득요건은.A. 일정한 소득이 있는 중간 신용등급(4~7등급) 수요자가 우선 타깃이다. 재직 기간 6개월 이상(동일직장 기준이지만 90일 이내 이직한 경우 전 직장 재직 기간 포함) 근로소득자는 2000만 원, 1년 이상 사업 소득자와 1개월 이상 연금 수령자는 1200만 원 이상의 연소득이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다. 2개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이를 합산해서 소비자에게 유리한 기준을 적용한다. 예컨대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65세 A씨가 근로소득 1000만 원, 연금 소득 500만 원이 있다면 둘을 합한 1500만 원을 기준으로 근로소득자(2000만 원)가 아닌 연금수령자(1200만 원)로 간주해 대출해준다는 것이다. Q. 신용등급 8~10등급의 저신용자는 어떻게 되나.A. 8등급 이하라고 해도 안정적인 소득이 있다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서울보증보험이 구축한 ‘중신용자 전용 신용평가모형’으로 평가를 받은 뒤 대출여부가 결정된다. 만약 금융권 대출을 연체하고 있다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Q. 사잇돌 대출이 만들어진 배경은. A. 중간 신용등급의 소비자들에게 10%대 중금리 대출을 해주는 금융회사가 없기 때문에 여전히 중·저신용자들은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개인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지난해 9월 현재 은행 4.4%, 캐피털 등 여신전문회사 18.1%, 저축은행 25.0%, 대부업체 30.2%에 이른다. 이에 금융당국은 10%대 중금리 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징검다리’ 개념의 사잇돌 대출을 만들었다.Q. 대출 절차와 구비서류는?A. 7월 5일부터 전국 9개 은행(NH, 신한, KB, 하나, IBK, 우리, 수협, 제주, 전북은행) 6018개 지점에서 이용할 수 있다. 재직증명서(또는 사업자 등록증)와 소득증빙서류가 필요하다. 연금소득자라면 연금 수급권자 확인서나 연금 수령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이용하면 모바일 뱅킹을 통해 은행을 찾지 않아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Q. 다른 은행을 이용하면 안 되나. A. 9월부터는 대구, 부산, 경남, 광주 등 지방은행 4곳 역시 사잇돌 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다. 저축은행들도 9월중 서울보증보험과 연계해 사잇돌 대출과 유사한 중금리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장윤정기자 yunjung@donga.com}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건수가 1인당 2건 이하, 보증금액은 3억 원 이하로 제한된다. 정부 관계자는 22일 “분양시장의 과열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제한이 없었던 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건수와 금액을 주택금융공사 수준으로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HUG는 중도금 대출 보증을 무제한으로 공급해 집단대출의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잔액은 2013년 말 14조 원에서 올해 4월 말 66조4000억 원으로 3년 새 50조 원 이상 불어났다. 당초 정부는 올해 초부터 HUG의 보증건수와 금액을 제한하려 했지만 부동산 시장의 위축을 우려해 보류해왔다. 하지만 최근 분양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를 서두르기로 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분양권이 ‘로또’죠. 당첨만 됐다 하면 프리미엄이 수천만 원씩 붙으니까요.”(정부 관계자) 최근 인기 분양 아파트의 당첨자가 발표되는 날이면 어김없이 본보기집 앞에 분양권 ‘야(夜)시장’이 열린다. 당첨된 분양권을 사들이려는 ‘떴다방’ 중개업소들과 분양 당첨의 행운을 거머쥔 당첨자들이 분양권 직거래에 나서는 것이다. 이처럼 분양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중도금대출을 포함한 집단대출은 가계부채의 ‘최대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1∼5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19조 원)의 52.6%인 10조 원이 집단대출이다. 여기에 이달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갈 곳을 잃은 여유자금이 분양시장으로 몰려들면 집단대출이 더 부풀 공산이 크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구조조정으로 대기업 대출을 꺼리는 은행들마저 집중적으로 집단대출에 나서면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단대출은 2012∼2014년 매년 30만 채 안팎이던 분양 물량이 지난해 51만7000채로 증가하면서 폭발적으로 불어났다. 기존 주택을 사고팔 때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을 받아 대출이 까다롭지만 분양받을 때는 예외로 인정된다는 점도 집단대출 증가세를 키웠다. 여기에 대출 보증에 제한이 없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주택금융공사는 1인당 3억 원 이내, 최대 2회로 중도금대출 보증을 제한하고 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제약조건 없이 보증을 제공해 왔다. 올해 분양시장이 한풀 꺾이면서 집단대출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란 관측도 빗나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분양불량은 2월 9199채에 그쳤으나 4월 3만3968채로 늘었고 6월은 6만4964채로 추산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분양물량은 보통 5∼6개월의 시차를 두고 집단대출에 반영된다”며 “상반기 분양 추이를 지켜볼 때 하반기까지 집단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향후 대출금리가 오르거나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집단대출이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분양된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는 2, 3년 뒤에 집값이 떨어진다면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고 입주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2011년에도 일부 지역에서 입주 거부 사태가 이어지며 중도금대출 연체율이 3%대로 치솟았다. 집단대출 연체는 다른 가계대출의 연체나 주택보증기관, 건설사의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봐 집단대출의 급증세에 쉽게 손을 대지 못하던 정부도 이젠 칼을 빼들기로 했다. 일단 HUG의 중도금대출 보증에 1인당 보증액과 보증 건수의 제한을 두는 한편, 원리금상환비율(DSR)을 활용해 집단대출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DSR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금을 합산해 대출자의 연소득 대비 상환 부담을 따지는 지표다. 정부는 DSR가 과도하게 높은 대출자의 경우 대출액을 줄이도록 유도해 연체 확률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 집단대출 ::분양 아파트나 재건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에게 단체로 나가는 대출로, 분양 시점에서 받는 중도금대출과 입주 시점에 신청하는 잔금대출로 나뉜다. 대출 과정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통해 개개인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지 않고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조은아 기자}
정부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아파트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에 나선다. 정부는 집단대출에도 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해 가구소득에 맞게 대출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에 제한을 두기로 하고, 금융감독원을 동원해 보증 실태에 대한 검사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21일 “분양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임에 따라 집단대출도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며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이제는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은행권 집단대출 잔액은 120조3000억 원에 이른다. 올 들어 5개월 만에 10조 원이 증가하며 지난해 연간 증가액(8조8000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금융당국은 급증하는 집단대출이 향후 시장을 뒤흔드는 ‘폭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의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집단대출은 대부분이 변동금리이기 때문에 향후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 단번에 부실화될 수 있다. 또 아파트 입주 시점에 주택 가격이 분양가에 못 미칠 경우 입주 거부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출 연체율이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HUG의 1인당 보증 한도 및 이용 횟수 한도를 두고 보증 실태를 살펴볼 계획이다. 또 DSR 지표를 활용해 집단대출을 단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단 DSR가 일정 수치 이상인 대출자에 대해 은행의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DSR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추가 소득증빙을 요구하거나 대출액을 줄이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중도금 대출에서 잔금 대출로 전환될 때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갈아타도록 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한편 최근 분양권 불법거래가 급증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토교통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이날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은행 예금금리가 ‘제로(0)’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시중 여유자금이 여전히 은행으로만 몰리고 있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 잔액이 올해 1분기(1∼3월)에만 20조 원 넘게 증가했다. 1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평잔 기준)은 154조1170억 원으로 전 분기(133조3745억 원)보다 20조7425억 원이 늘어났다. 이 같은 증가액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9년 이후 17년 만의 최대 규모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지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으로 금리는 0.1% 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가계와 기업들은 이 같은 요구불예금에 계속 목돈을 묶어두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은행에만 돈을 묻어두는 ‘은행 파킹(parking)’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9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1.5%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하함에 따라 주요 대형은행들이 잇따라 수신 금리를 내렸지만 오히려 은행 수신액은 급증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원화예수금 잔액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9일 973조6249억 원에서 5영업일 만인 16일 984조401억 원으로 10조4152억 원이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데다 ‘브렉시트’ 등 글로벌 시장에 변수들이 있다 보니 투자자들이 이자는 적더라도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는 은행에 돈을 맡겨두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시중에 풀린 5만 원권 잔액은 7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화폐발행잔액(말잔) 91조2878억7000만 원 가운데 5만 원권 잔액은 76%인 69조3784억5000만 원이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9개 금융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마무리하면서 다음 타깃으로 시중은행이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중은행장들이 최근 받은 성과급 액수는 은행의 계량화한 실적과 큰 연관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성과보수 산정 체계를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본보가 주요 시중·지방은행 12곳의 2013∼2015년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은행장에게 지급된 상여금과 이들의 실제 성과지표를 분석한 결과 둘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는 은행의 당기순이익, 영업이익,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무수익여신(NPL) 비율 등 시중은행이 상여금 산정 기준으로 제시하는 여러 계량지표를 분석했다. 실제로 A은행의 경우 2013년 당기순손실이 났는데도 당시 은행장에게 약 1억8000만 원에 이르는 상여금을 지급했다. B은행도 2012년 당기순이익, 영업이익, 무수익여신 비율 등이 모두 2011년보다 악화됐는데도 2013년 13억 원이 넘는 상여금을 CEO에게 줬다. 이런 지적에 대해 각 은행들은 은행장 성과급에는 다양한 지표가 동시에 고려되기 때문이라고 해명하면서도 구체적인 산정 방식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실적지표 한두 개만 갖고 성과급의 적정성을 판단하면 안 된다”면서도 “은행과 당사자 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산정 시스템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CEO의 성과급 산정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실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계량지표가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비계량지표들이 은행장의 성과급을 지나치게 높이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13년 금융감독원이 금융사 CEO의 성과보수 체계를 점검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은행 CEO의 경우 주관적 평가가 가능한 비계량 평가지표의 비중이 전체의 31.5%를 차지했다. 은행들은 CEO의 비계량 평가점수로 100점 만점에 평균 94점을 줬다. 성과급 액수를 공개해야 하는 보수 한도를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는 보수가 5억 원을 넘지 않으면 사업보고서에 해당 임원의 보수가 공시되지 않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민간기업 CEO의 연봉에 대해 금융당국이 왈가왈부할 순 없다”면서도 “성과연봉제 확산 흐름에 맞춰 CEO의 성과보수 산정 시스템도 좀 더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성과주의 도입을 위한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초과이익배당금(PS) 도입 여부를 집중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도입하자마자 노조의 반대로 중단됐던 자가진단 서비스도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조속한 시일 내에 재개할 예정이다. 최근 실시한 사내 설문조사에서는 ‘자가진단 서비스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전체의 70%에 육박하기도 했다. KEB하나은행은 외부 경영컨설팅을 받아 검토한 바 있는 직무급제 도입방안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장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