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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로 가장한 정치인들과 대화하는 것 같았다!” 8일 오후 2시부터 9일 새벽까지 11시간 넘도록 이어진 내년 4월 총선 선거구획정위원회 전체회의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끝나자 한 획정위원이 자조적으로 던진 말이다. 또다시 결론에 이르지 못하자 국회 제출 법정시한(13일) 준수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많다. 획정위는 10, 11일 전체회의를 열지만 의견 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획정위원 A 씨는 “상대편에서 말이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접점 찾기는) 안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로 출범한 획정위는 ‘독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여야의 눈치만 살피는 ‘정치권 아바타(분신)’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9명의 획정위원 중 위원장인 중앙선관위 김대년 사무차장을 제외한 8명이 여야 성향으로 4명씩 갈리면서 사실상 정치 대리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의결정족수도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이어서 합의에 이르기 힘든 구조다. 획정위는 지역구 의석수를 포함해 농어촌지역 대표성 확보 방안 중 하나인 자치구시군 분할 금지 원칙의 예외 지역 확대 등과 관련해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의석수는 현행 246석 유지로 가닥은 잡았지만 영·호남 및 강원 지역 의석 배분을 놓고도 공방이 치열하다. 획정위원들은 농어촌지역의 대표성 확보를 위해 장고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여야가 텃밭으로 삼고 있는 영남과 호남 의석을 단 1석이라도 지켜내기 위한 사투라는 평가가 많다. 일부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를 지키기 위해 개별적으로 획정위원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획정위의 독립성이 이미 무너진 셈이다. 획정위원 B 씨는 “저쪽(야당 추천 획정위원)이 말을 안 들으니 호남 의원들이 우리에게 (압박) 전화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8일 획정위원들의 휴대전화가 수거된 것도 정치권과 ‘내통’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대년 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법정 시한인 13일까지 국회에 획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성호 sungho@donga.com·한상준 기자}
내년 4월 총선에서 농어촌 지역구를 살리기 위해 검토됐던 자치구시군 분할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선거구를 자의적으로 조정하는 ‘게리맨더링’ 지역이 최대 7곳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여야 모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본보 6일자 A1·6면 참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6일 라디오에서 “19대 국회에서도 불가피한 4곳에 자치구시군 분할을 했는데 더 확대하면 ‘예외가 확대’되는 비정상이 된다”고 반대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5조 1항에는 ‘자치구시군의 일부를 분할해 다른 국회의원 지역구에 속하게 하지 못 한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김태년 의원도 라디오에서 “분할 금지 원칙을 깨면 전국의 모든 선거구가 엉망이 된다”며 “게리맨더링을 허용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선거구획정위원회는 6일 전체회의에서 자치구시군 분할 방안 시행 여부 등과 관련해 갑론을박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에서 기본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정치권이 강력 반대하는 데다 지역 형평성 논란도 불거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획정위는 8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지역구 의석수와 시도별 의석 배분 규모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일단 획정위는 자치구시군 분할 방안 대신 적정 규모의 하한 인구를 우선 설정하고, 2배수 내에서 상한 인구를 산출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시뮬레이션 작업을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도 하한 미달 인구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먼저 하한 인구인 13만9473명보다 수천 명 적은 선거구를 선택해 기준선으로 정한 뒤 상한 인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의원 정수가 늘어날 가능성을 의식한 듯 김 의원은 “의원 정수는 경우에 따라서 약간 탄력적으로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당초 증가가 예상됐던 충청권의 의석이 현행 유지로 검토되면서 충청권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충남 ‘보령-서천’은 인구 하한 미달이 아닌데도 인근 선거구와의 통폐합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이 지역구의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2 대 1’ 결정에 따라 획정위는 농촌 지역은 1에 가깝게 하고 도시지역은 2에 가깝게 조정해야 한다. 멀쩡한 선거구는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라고 반발했다.고성호기자 sungho@donga.com길진균기자 leon@donga.com}

내년 4월 총선의 지역구를 현행 246개로 유지할 경우 자의적인 선거구 조정 대상이 최대 7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농어촌 지역구를 살리기 위해 현행 선거법상 규정된 자치구시군 분할 금지의 예외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치권 입김에 따라 선거구를 조정하는 게리맨더링이 벌어질 경우 해당 지역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한 선거구획정위원은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일 전체회의에서 자치구시군 분할 금지를 어기면서 분구 대상인 2곳을 분구하지 않고 (영호남 쪽으로) 돌리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게리맨더링 대상 지역과 관련해) 왜 2곳만 되느냐. 3개는 안 되느냐는 논란도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 편차 ‘2 대 1’ 결정에 따라 늘어나는 경기도 2곳의 의석수를 줄여 영남과 호남에 1석씩 배분하는 문제가 논의됐다고 한다. 현재 공직선거법 제25조 1항에는 ‘자치구시군의 일부를 분할해 다른 국회의원 지역구에 속하게 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다만 부칙에 19대 국회의 경우 △부산 북-강서을 △부산 해운대-기장을 △인천 서-강화을 △경북 포항남-울릉 등 4곳은 예외 지역으로 허용하고 있다. 선거구획정위 논의 결과 내년 총선에서 예외 지역이 7곳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 늘어난 경기 2곳 놓고 강원-영호남 배분 이견 ▼일단 19대 국회에서 명시된 4곳 중 ‘부산 해운대-기장을’ 선거구를 뺀 3곳이 여전히 예외 지역으로 남는다. 여기에 새롭게 인구 하한 미달 지역에 포함된 △서울 중 △광주 동 등 2곳이 추가된다. 경기도 2곳도 농어촌 지역구 대표성 확보 등의 이유로 분할 금지 예외 지역으로 편입될 수 있다. 2일 8시간 가까이 격론을 벌인 획정위원들은 경기도 선거구의 2곳을 영남과 호남에 배분하는 방식을 놓고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 획정위원은 “일부 위원이 법대로, 원칙대로 하면 되는데 공직선거법을 위반하려 했다”고 전했다.○ “선거법 위반” vs “농어촌 지역 발전” 반면 다른 획정위원은 “인구가 크게 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도 지역에서 분구하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였다”며 “농어촌 지역 발전과 미래 발전에 대해 일부 위원이 동의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선거구획정위가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인구편차 ‘2 대 1’ 기준으로 지역 의석수 246석을 맞추기 위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적정 선거구 수는 244석이 나왔다. 농어촌 선거구가 많은 경북과 강원 지역이 의석을 배려해 줘야 하는 대상으로 거론됐다. 특히 농어촌 지역 대표성 확대를 위해 경기도에서 선거구가 늘어나는 2곳을 어떻게 할지가 쟁점이 되었다. 이 늘어나는 2곳을 경기도가 아닌 경남과 전남에 1곳씩 더 할당하는 시나리오가 나왔다고 한다. 획정위원들은 6일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지역구 의석 규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직격탄 맞은 충청권 이번 획정 과정에서 충청권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선거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현행 의석(24석)이 유지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충북에서 1석이 줄지만 충남과 대전에서 각각 1석이 증가해 총 1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충남 의석수는 10석으로 동결하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분위기다. 특히 충남 지역의 선거구가 대폭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인구 상한 초과 지역인 ‘천안갑, 을’ 지역이 ‘천안갑, 을, 병’으로 분구되고 단일 선거구인 아산도 갑, 을로의 분구가 점쳐진다. 문제는 인구 하한 미달 지역인 ‘부여-청양’과 ‘공주’가 주요 변수다. 일단 두 지역을 합쳐 ‘공주-부여-청양’으로 조정한 뒤 인접한 ‘보령-서천’과 ‘홍성-예산’ ‘당진’ 등 3곳을 ‘보령-서천-홍성’ ‘당진-예산’ 등 2곳으로 통폐합하는 시나리오다. 일각에선 아예 ‘공주’ 및 ‘부여-청양’을 쪼개 5개 지역을 ‘공주-부여-서천’ ‘보령-홍성-청양’ ‘당진-예산’ 등 3개로 나누는 방식도 나오고 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선거구 획정 기준 등과 관련해 협상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만 앞으로 국회 정개특위에서 농어촌 지역구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야 간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고성호 sungho@donga.com·차길호 기자}

내년 4월 총선 룰 작업이 계속 표류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여야 정치권은 ‘의원정수 300명 유지’에만 겨우 합의했을 뿐이다. 선거구획정위원회도 2일 8시간 동안 격론을 벌였지만 지역구 의석수도 결정하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5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새누리당은 농어촌 선거구를 살리기 위해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지역구를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 축소에 반대하고 있다. 서로 벽에다 대고 소리만 높이는 형국이다. 정작 여야는 공천 룰을 놓고 계파 갈등에 몰입해 있다. 친박-비박, 친노-비노로 갈라져 매일같이 치고받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구획정안이 국회에 제출돼도 국회 처리 시한인 11월 13일을 넘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이 시작되는 12월 15일까지도 처리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대혼란은 불가피하다. 여야는 ‘시간 타령’을 할 자격도 없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 선거구 인구 편차를 ‘3 대 1’에서 ‘2 대 1’로 축소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선거구 대폭 조정은 예고된 일정이었다. 농어촌 지역구 문제를 푸는 해법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었는데도 서로 차일피일 미뤄 놓은 것이다. 여야가 사실상 직무 유기를 한 셈이다.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도 2일 전체회의를 산회하면서 다음 회의 일정도 정하지 못하는 무책임을 드러냈다. 획정위는 이 같은 비난을 의식한 듯 4일 보도자료를 내고 “13일로 예정된 획정안 제출 기한은 반드시 지키겠다. 이번 주초라도 임시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거법상 금지된 자치 시군구의 일부를 분할하는 방안 등 농어촌 지역 배려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여야가 추천한 획정위원들이 정치권의 눈치나 살피는 아바타(분신)가 됐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정치는 갈등 조정을 제도화한 무대다. 여야가 현안을 놓고 치열하게 싸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발 시급하게 할 일은 처리하면서 싸우라고 말하고 싶다. 그게 정치권이 허탈해하는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다.고성호·정치부 sungho@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2일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 총선 지역구 수를 논의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반드시 단일안에 합의할 것’이라고 했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되고 말았다. 여야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무언의 발표 연기 압박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구획정위는 7시간 40여 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마친 뒤 “지난 회의에서 제시했던 지역구 수 범위인 244∼249곳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인구기준을 준수하는 동시에 농어촌 지역 대표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편차 ‘2 대 1’ 결정에 따라 지역구 통폐합 위기에 처한 농어촌 의원들이 국회에서 농성을 벌이며 지역 대표성 확보를 강력히 요구하는 상황에서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얘기다. 획정위는 다음 전체회의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산회했다. 획정안의 국회 법정 제출시한(10월 13일)을 불과 11일 앞둔 상황인데도 지역구 의석수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선거구 획정작업 전반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대년 선거구획정위원장은 회의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나 “미안하다.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획정위원들은 지역 대표성 확보와 비례대표 의석수 유지 여부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수도권 의석과 농어촌 지역 의석수 배분 규모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 한다. 농어촌 지역 대표성 확보를 위해서는 수도권 의석수를 줄여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 앞서 여야 농어촌 의원들은 이날 선거구획정위를 강하게 압박했다. 새누리당 황영철(강원 홍천-횡성), 새정치민주연합 김승남 의원(전남 고흥-보성)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획정위의 지역구 의석수 결정 연기를 요구했다. 농어촌 출신 의원들은 전날부터 국회에서 농어촌 선거구 축소에 반대하며 ‘농어촌 특별선거구’ 설치를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도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제안한 뒤 새누리당 조원진,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가 만나 선거구 획정 문제를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새누리당 조 수석부대표는 “(농어촌) 지역을 대변할 수 있는 의원 수를 줄이는 것은 안 된다.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지역구를 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이 수석부대표는 “농어촌 지역대표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뜻에는 100% 동의하지만 비례대표 축소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여야는 12일 본회의를 열고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무소속 심학봉 의원 징계(제명)안과 이견이 없는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성호 sungho@donga.com·장택동 기자}
농어촌 지역 여야 의원들이 1일 국회 본관에서 선거구획정위의 선거구 획정 연기를 촉구하는 농성에 돌입했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편차 ‘2 대 1’ 결정에 따라 통폐합 위기에 처한 지역구를 지키기 위해서다. 선거구획정위는 2일 내년 총선의 지역구 의석수(현행 246석)를 244~249석 중에서 확정하면 농어촌 선거구의 대폭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어촌 지방 주권지키기 모임’ 소속 여야 의원 등 10명은 이날 성명서에서 △여야 대표의 조속한 지역대표성 확보 위한 원칙과 기준 합의 △‘농어촌·지방 특별선거구’ 설치 수용 △정치권의 원칙과 기준 합의 마련까지 선거구획정위의 획정 잠정 연기 등을 요구했다. 문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인 전남·북 농어촌지역이다. 헌재 판결대로 선거구가 획정되면 이 지역은 3석이 준다. 특별선거구 지정과 관련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새정치연합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검토를 해봤지만 위헌 시비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다만 지역구 의석을 기존의 246석에서 10여 석 늘리면 지역구 생존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인구 하한선이 낮아지기 때문에 ‘커트라인’을 넘어설 지역이 다수 생긴다는 의미다. 영남에서 7석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이미 “지역구를 259석으로 늘리되 비례대표를 줄이자”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비례대표 의석(현 56석)을 유지한 채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하자”고 밝혀 여야간 견해가 갈리고 있다. 여기서 문 대표의 ‘호남 딜레마’가 발생한다. 새정치연합 농어촌 의원들은 “문 대표가 호남 물갈이를 위해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고 볼 멘 소리다. 그러나 김 의원은 “지역구 10여 석을 늘려도 농어촌 군(郡) 단위 지역구까지 지켜주지는 못 한다”고 일축했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드라이브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7월 당 대표 취임 이후 간간이 불거진 당청 갈등 때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며 정면충돌을 피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의 협공에 대해 김 대표는 ‘기법상 문제’라며 “청와대와 상의할 일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것(안심번호 도입)은 정치 이슈와 전혀 관계없는 것”이라며 “휴대전화에 대한 개인정보 비밀을 보호해줘야 하기에 안심번호로 간다는 것은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야당 프레임에 걸려들었다는 친박계의 공세를 일축한 것이다. 그는 특히 의견 수렴 절차를 문제 삼는 친박의 공세와 관련해 사과를 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무엇을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느냐”고 발끈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을 ‘기법상의 문제’로 치부했지만 사실상 오픈프라이머리의 본질을 흔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여야가 동시에 직접투표에 나서 당의 후보를 선출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와 안심번호를 통한 전화 여론조사는 본질적으로 다른 제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 대표는 불과 40여 일 전인 8월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야당의 안심번호 공천에 대해 ‘반개혁적, 반혁신적’ 방안이라며 “정치생명을 걸고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관철하겠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현실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는 현재 불가능하다”고 물러섰다. 새정치연합이 지역구 20% 전략공천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로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한 만큼 약속 파기에 대한 친박계의 책임 공세를 피해 가야 한다. 야당 탓을 하면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실현하기 위한 ‘단순 기법’으로 희석해야만 여야 대표 간 협상의 후폭풍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다만 “전략공천은 없다”며 청와대와 친박계의 공천 압박에 대해선 제동을 걸었다. 공천 내전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이유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여야 대표가 추석 연휴 기간에 내년 4월 총선 룰에 대한 담판을 추진하고 있다. 추석 회동이 성사되면 공천 제도인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제)와 선거제도인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문제가 주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 제도 도입에 정치생명을 걸었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강조하고 있다. 이 현안에 대한 ‘빅 딜’ 논의가 오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표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선거 결과에 민의를 충실하게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며 “(오픈프라이머리와) 일괄 타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어 “석패율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함께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선거 연령(현행 만 19세 이상) 인하 문제, 투표 시간(현행 오전 6시∼오후 6시) 연장 문제 등을 두고 물밑에서 의견 접근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석패율제는 지역구에서 당선되지 못한 후보 가운데 득표율이 가장 높은 후보를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시키는 제도이며, 새누리당은 당론으로 채택했다. 새정치연합도 지역주의 완화 차원에서 석패율제 도입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지역구 20% 전략 공천을 당론으로 채택한 상태다. 모든 지역구에서 여야 동시 경선을 실시하자는 새누리당과 충돌하는 대목이다. 오픈프라이머리를 놓고 절충점을 찾기가 어려운 이유다.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석 규모도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통폐합이 예상되는 농어촌 선거구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현행 54석)을 줄여서라도 지역구 의석을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문 대표는 비례대표 의석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농어촌을 기반으로 한 야당 의원들은 농어촌특별선거구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문 대표가 호응하지 않으면 당내에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 4월 총선의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를 논의하려 했으나 여야 간 의견을 조율하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회의는 선거구 획정 기준과 관련해 지난번 양당 간사가 합의했던 안을 처리하는 것을 약속하고 개최하는 것”이라며 다른 의제 논의에 반대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지역구 의석 감소 내지 현행 유지로 농촌 지역 대표성이 크게 훼손되는 부분에 대한 대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농촌 지역구 문제를 논의하자고 맞섰다. 결국 여야는 전체회의에 이어 선거법심사소위를 열어 선거구 획정 기준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1시간여 만에 끝냈다. 여야는 계속 평행선을 달렸다. 새누리당은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지역구 의석안(244~249석)에 대해 “비현실적”이라며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농어촌 지역구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농어촌 특별선거구도 현 의원 정수(300명) 안에서 늘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획정위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비례대표 의석 축소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농촌 지역구가 많은 호남권에선 획정위 결정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244~249석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논의했다. 회의에 앞서 인구 하한미달로 통폐합 위기에 몰린 경북 영주지역 주민 40여 명은 선거구획정위 회의장이 있는 서울 관악구 남현동 중앙선관위 관악청사 앞에서 ‘영주와 문경-예천 선거구 통폐합 결사반대한다’ 등의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농어촌 선거구 조정 문제가 새정치민주연합 계파 갈등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선거구획정위원회와 달리 농어촌 지역구를 살리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은 내부 의견조차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농어촌 선거구에 대해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호남을 비롯한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22일 새누리당은 농어촌 선거구의 통폐합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이자고 주장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농촌 대표성을 소중히 생각해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향으로 하는 게 (선거구 인구 편차를 ‘2 대 1’로 조정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부합하는 국회의 태도”라고 강조했다. 인구 편차 기준의 예외로 하는 ‘농어촌 특별선거구’ 요구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도 “제주, 세종 사례와 마찬가지로 (경기를 제외한) 각 도에 1석 이상 특별선거구를 만들자는 예외 조항 신설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주와 세종은 ‘각 시도의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는 최소 3인으로 하며, 세종특별자치시의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는 1인으로 한다’는 공직선거법(21조) 규정에 따라 각각 3석과 1석이 배정돼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대표가 강조한 ‘비례대표 축소 불가’ 방침만 정했을 뿐, 농어촌 선거구에 대한 정리된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신임 갈등으로 당 지도부와 농어촌 지역 의원들이 만나는 자리도 만들지 못했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농어촌 지역 의석수가 줄어드는) 선거구획정위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호남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정훈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지도부가 비례대표 유지는 선(善)이고, 농어촌 지역구를 포함한 의원 정수 문제는 악(惡)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당 지도부가 이 문제에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전남북 의원 전원은 “농어촌 특별선거구를 도입하라”는 성명까지 낸 상태다. 이 같은 갈등은 계파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김 의원은 친노 핵심이고, 호남은 비노 성향이 강하다. 비노 일각에서는 “친노 측이 호남 물갈이를 염두에 두고 농어촌 지역구 문제를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당내에서는 문 대표가 농어촌 선거구 문제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친노-비노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농어촌 선거구가 많은 영호남에 더 많은 비례의석을 할당해 농어촌 선거구 감소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개특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구획정위가 발표한 선거구 획정 기준 등을 논의한다.한상준 alwaysj@donga.com·고성호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년 4월에 치러질 20대 총선의 지역구(현행 246석) 범위를 244∼249석으로 정하자 정치권에서는 후폭풍이 거세다. 지역구 의석수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농어촌 지역 의원들은 “지역 대표성이 보완되지 않았다”며 즉각적인 집단행동에 나섰다. 국회도 긴급하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집을 추진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벌써부터 정개특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직격탄을 맞게 된 ‘농어촌 지방 주권 지키기 모임’ 소속 의원들과 농어촌 여야 의원 등 18명은 21일 국회에서 긴급 대책회의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농어촌 지역 대표성 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농어촌·지방 특별선거구 즉각 설치 △지역구 의석수 확대 및 비례대표 축소 △선거구획정위의 지역구 의석수 결정 철회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에 앞서 선거구획정위는 19일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편차 ‘2 대 1’ 결정에 따라 20대 총선 지역구 의석수를 244∼249석 범위에서 정하도록 결정한 뒤 다음 달 13일까지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강원 홍천-횡성)은 대책회의에서 “현행 4개 자치단체를 합친 선거구도 지역구 의원이 유지하기 어려운데 선거구획정위안대로 하면 5, 6개 자치단체를 지역구로 둬야 하는 기형적인 선거구가 만들어지게 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농어촌 의원들은 단식농성이나 지역주민 상경 집회 등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국회 차원의 대응 방안도 거론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비현실적인 안(案)”이라고 지적한 뒤 “여야 간 (획정) 기준을 합의할 수 있도록 정개특위를 빨리 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르면 23일 야당과의 의사일정 협의를 통해 정개특위를 열어 관련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통일된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기본적으로 획정위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호남 지역 의원들은 선거구획정위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앞서 여야는 의원정수를 현행대로 300석을 유지하고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선거구획정위에 일임하기로 정개특위 간사 간에 잠정 합의했다. 새누리당은 농어촌 지역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이자고 주장하는 반면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의석을 줄일 수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 반발과 무관하게 선거구획정위는 23,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244∼249석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논의하기로 했다. 선거구 획정위가 다음 달 13일까지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정개특위는 ‘위법 요인’이 있을 경우 한 차례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선거구획정위가 열흘 내에 정개특위의 의견을 반영해 수정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정개특위를 거친 뒤 본회의에 상정해 최종 표결 절차를 밟는다. 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이다. 고성호 sungho@donga.com·차길호 기자}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내년 4월 총선의 지역구 규모를 244∼249석 범위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현 지역구 의석(246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현 의원정수(300석)를 유지할 경우 도시 지역의 의석수가 늘어나는 반면에 농어촌 지역의 의석수는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획정위는 18,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또 획정위는 자치 시군구의 분할과 통합을 논의할 ‘구역조정소위원회’와 선거구 내 읍면동 경계를 조정하는 ‘경계조정소위원회’ 등 2개 소위원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최종 획정안은 다음 달 13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246개인 현행 지역구를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 편차 ‘2 대 1’ 결정 기준에 따라 재산정(올해 8월 31일 인구 기준)하면 조정 대상은 모두 62곳이다. 지역구가 249석으로 늘어나면 일부 선거구는 기사회생할 수 있다. 지역구 수가 늘어나면 선거구 획정 기준이 되는 인구 상·하한선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남 장흥-강진-영암(13만8717명) 지역은 현재 지역구가 246석일 경우 인구 하한 미달선(13만9473명)에 미치지 못하지만 3석이 늘어날 경우 하한 미달선이 13만7792명으로 낮아져 살아나는 것이다. 반면 의석수가 늘면 분구 대상 지역구는 조금 늘어나게 된다. 249석일 경우 하한 미달 지역구 4곳은 살릴 수 있지만 △강원 춘천 △전북 군산 등 2개 지역구는 추가로 분구해야 한다. 지역구 규모를 244석으로 2석 줄일 경우 기존 246석 기준의 상한 초과 지역에서 1석이 제외되고, 하한 미달에서는 1석이 증가해 결국 조정 대상은 현재와 같은 62석이 된다. 다만 이럴 경우 경북 김천이 하한 미달 지역이 되면서 경북 지역 총 15곳 중 절반 정도인 7곳이 조정 대상이 된다. 획정위가 지역구 수를 대폭 늘리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통폐합 대상이 많아진 농어촌 지역 의원들의 반발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농어촌 지역 여야 의원들은 21일 국회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입법권을 갖고 있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도 20일 통화에서 “지금 획정안대로 하면 기형적인 선거구 출현이 불가피하다. 지역구를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독립기구인 획정위가 마련한 최종 획정안은 국회 정개특위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개특위는 위법 요소가 발견될 경우 1회에 한해 획정안의 수정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에서 성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무소속 심학봉 의원(54·경북 구미갑·사진)에 대한 의원직 제명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회의에는 재적의원 15명 중 14명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제명안을 가결시켰다. 심 의원 제명안은 다음 달 13일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제명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된 무소속 심학봉 의원에 대한 제명안은 국회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 두고 있다. 국회법은 국회의장이 지체 없이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윤리특위 전체회의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본회의는 다음 달 13일이다. 다만 새누리당은 다음 달 12일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 예정된 만큼 이날 본회의를 함께 열자고 주장하고 있어 하루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여야 모두 제명안이 가결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국민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리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홍일표 의원은 16일 “당내 일부에서 안타까워하거나 여론재판으로 흐르는 게 옳은 것이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체로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날 브리핑에서 “(심 의원 제명은) 당연한 일이다. 성폭행은 어떠한 말로도 두둔될 수 없으며 이미 의원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과 같은 국회의원 성추문은 9대 국회 당시 성낙현 의원 사건이 단연 압권이다. 당시 집권 공화당 소속이었던 성 의원은 여고생들과의 섹스 스캔들로 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는 1978년 검찰에 구속됐다. 지금까지 국회의원 징계를 결정하는 위원회에서 특정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가결한 경우는 모두 다섯 차례였다. 첫 사례는 3대 국회 때인 1957년 김수선 의원. 동료 의원 12명은 김 의원이 반국가적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제명안을 제출했고 징계자격위원회가 이를 가결했다. 그러나 김 의원 임기가 만료되면서 제명안은 폐기됐다. 6대 국회 때인 1966년에는 김두한 의원이 사카린 대량밀수 사건 대정부 질문 도중 인분이 섞인 오물을 투척했다가 징계 대상이 됐다. 김 의원은 같은 해 자진 사퇴했다. 9대 국회 당시(1975년)에는 김옥선 의원이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딕테이터(독재자) 박’이라고 부른 게 문제가 됐고 김 의원도 표결 전 스스로 물러났다. 최근 사례는 2011년 8월 여대생 성희롱 발언 파문의 장본인 강용석 전 의원이다. 하지만 본회의에서 반대 134표, 찬성 111표로 부결됐다. 국회는 곧바로 30일 국회 출석 정지라는 징계를 내렸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역사상 본회의에서 제명안이 가결된 사례는 1979년 10월 김영삼(YS) 당시 신민당 총재가 유일하다. 당시 YS가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박정희 정권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촉구하는 발언이 문제가 됐다. 심 의원 제명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성격은 달라도 36년 만이 되는 셈이다.고성호 sungho@donga.com·차길호 기자}

“안동시와 예천군 사이에 경북도청 신도시가 들어온다. 예천을 안동에 붙여 달라!”(진술인) “안동시는 선거구가 그대로 유지되는 지역이다. 왜 특정 지역을 거론하느냐!”(예천 주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주관한 지역 의견 수렴 첫날인 7일 오후 대구 엑스코 314호실. 획정위가 각 정당 등에 추천을 의뢰한 진술인들과 지역 방청객 간 의견이 충돌했다. 한 진술인이 “안동과 예천은 도청 신도시가 오면서 필연적으로 인구가 불어나고 생활권과 경제권이 일치한다”면서 선거구 통합 의견을 표명하자 예천군의 한 남성이 발언권을 신청해 “토론회에 특정 지역이 왜 들어가는지 의심스럽다. 예천군에 와서 직접 물어보라”며 강력 반발한 것이다. 현재 ‘문경-예천’은 선거구 인구편차를 ‘2 대 1’로 맞추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인구 하한 미달 지역구로 획정되면서 내년 4월 총선에서 단독 선거구 유지가 어렵게 됐다. 8월 31일 인구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헌재의 결정으로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한 지역은 전체 246개 지역구 중 62개(25.2%)나 된다. 인구 상한을 초과한 선거구가 36곳이며 인구 하한 미달로 통폐합 대상이 되는 선거구도 26곳이다. 경기 인천 등 인구 상한 초과 지역은 기본적으로 선거구가 늘지만 경북과 전남북, 강원 등은 선거구획정위가 어떤 기준으로 선거구를 조정하느냐에 따라 통폐합 규모가 달라진다. 선거구획정위는 7∼9일 경북과 강원, 전남, 전북 등 4곳을 순회하며 현장 의견 수렴에 나섰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의원 정수(현행 300명)와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석 비율 등을 제때 입법화하지 못하자 획정안 마련을 위해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나선 것. 획정위는 14일과 17일에도 각각 경남과 충남북 지역의 의견을 청취한다. 동아일보는 지역 순회에 나선 선거구획정위원들과 2박 3일간 동행 취재를 했다. ▼ 부산 김무성-유기준 지역구 살리자니 정의화 지역 나뉠 판 ▼총선 선거구획정 폭풍전야해법 복잡한 경북 북부 7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경북지역 의견 수렴은 개회 전부터 술렁였다. 이미 시작 15분 전 100여 석의 방청석은 꽉 찼고, 방청인들은 ‘농어촌 대표성과 면적이 고려된 선거구획정을 강력히 요구한다’ ‘선거구획정에 생활권과 지역정서, 주민의견을 꼭 반영해 주세요’ 등의 플래카드를 펼쳐 보였다. 회의 직전에는 선거구획정위원들의 눈에 잘 띌 수 있는 회의장 내부 뒷면과 옆면에 플래카드를 걸었다. 선거구획정위원들은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의원 정수가 늘어나면 대부분의 농어촌 선거구가 살아나지만 현행 300명으로 묶일 경우 인구 하한 미달 지역이 많은 지역의 의석 감소는 불가피하다. 이준한 선거구획정위원(인천대 교수)은 의견 수렴 현장에서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과 면적을 고려한 선거구획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의원 정수가 증가하지 않는 상태에서 경북지역 15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가능한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경북지역도 “의원마저 줄어들면 농어촌을 대변할 사람이 없다”며 줄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선거구획정 과정에서 이 같은 요구가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북지역 의견 수렴 회의장에서는 안동과 예천을 비롯해 영천시와 청도군, 영주시, 봉화군 등이 선거구 통합 지역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영주에 살고 있는 한 방청인은 “영주는 지역적 정서가 맞고 동일 생활권인 봉화군과 통합하면 인구 하한을 충족한다”면서 “안동은 단독(선거구)이지만 앞으로 신도청이 들어오면 미래를 생각해서 단일 선거구로 묶어주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봉화지역의 다른 방청인은 “영주와 봉화가 거리는 가깝지만 인구가 영주의 3분의 1에 불과한 봉화는 상대적으로 소외 받는 지역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인구가 완성돼 있는 ‘영양-영덕-봉화-울진’이 (봉화가 빠지면서) 흐트러진다면 지역민들에게 혼선이 오지 않을까 싶다”며 반대했다. 현재 새로 조정해야 하는 경북지역 선거구는 모두 6곳이다. ‘경산-청도’는 분구 대상이고 ‘영주’ ‘영천’ ‘상주’ ‘문경-예천’ ‘군위-의성-청송’이 인구 하한에 미달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문경-예천’과 ‘군위-의성-청송’ 유지를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문경-예천’을 인구수가 비슷한 인접 선거구인 ‘영주’와 묶고 ‘군위-의성-청송’도 인구가 10만2000여 명으로 비슷한 ‘상주’와 통합해 하한선을 넘기자는 것이다. 아울러 ‘영천’은 ‘경산-청도’ 선거구에서 인구 4만3000여 명인 청도를 떼어내 ‘영천-청도’로 새롭게 선거구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 안을 따를 경우 감소하는 의석수는 2석으로 막을 수 있게 있다. 강경태 선거구획정위원(신라대 교수)도 회의장에서 “자치 시군구는 분할할 수 없다는 원칙이 (공직선거법에) 있다”면서 “영천을 (청도와) 연결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진술인에게 질문하기도 했다. 다만 김천시가 변수다. 8월 31일 기준으로는 단일 선거구로 살아남았지만 여야가 인구산정기준일을 7월 31일로 결정할 경우 인구 하한 미달 지역이 되기 때문에 경북지역 선거구의 대대적 변화가 불가피하다.거물 정치인 맞붙은 부산 경남지역도 1석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경남 김해을은 인접한 김해갑과 경계 조정만 하고 경남 양산을 분구시킨 뒤 인구 하한 미달 지역인 ‘산청-함양-거창’이 인접 지역과 통폐합되면 의석수가 16석으로 유지되지만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영남과 호남의 의석 축소 규모를 기계적으로 맞출 경우 5석인 창원지역에서 1석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부산은 거물 정치인들의 지역구가 맞물린 영도와 서구, 중-동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지역구인 영도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의 지역구인 서구가 통폐합 대상인 상황에서 이들과 인접한 정의화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중-동도 8월 31일 기준으로 하한 미달에 걸렸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중구와 동구를 쪼개 중구를 영도구에, 동구를 서구와 붙이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반면 대구는 셈법이 간단하다. 인구 하한 미달 지역(동갑)과 상한 초과 지역(북을)이 각각 1곳이지만 인접 선거구인 동을과 북갑의 일부 구역을 주고받는 경계 조정을 통해 12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해답 안 나오는 강원 강원도는 좀처럼 묘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선거구 9곳 가운데 3분의 1인 3개 지역구가 하한 미달에 걸려 있다. 특히 북한과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동부전선 일대는 모두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된다. 7월 31일 기준으로는 ‘홍천-횡성’과 ‘철원-화천-양구-인제’ 2곳이 대상이었지만 8월 31일이 적용될 경우 ‘속초-고성-양양’이 인구 18명이 부족해 조정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인접한 춘천시와 강릉시 일부를 분할해 각각 ‘철원-화천-양구’와 ‘속초-고성-양양’에 떼어주는 재편 방식이 나온다. 아울러 선거구에 떨어져 나온 인제군은 ‘홍천-횡성’에 붙인다는 시나리오다. 이럴 경우 강원도 선거구는 현행대로 유지되지만 ‘자치 시군구의 일부를 분할해 다른 지역구에 속하게 하지 못한다’는 공직선거법 제25조 1항에 위배돼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은 시나리오다. 결국 조정 대상이 아닌 ‘태백-영월-평창-정선’과 ‘동해-삼척’ 지역구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각에선 ‘속초-고성-양양’에서 양양군을 아예 강릉으로 떼어준 뒤 ‘철원-화천-양구-인제’와 합쳐 동부전선을 모두 관할하는 6개 군이 하나의 선거구로 재편한다는 시나리오마저 나온다. 이 때문에 8일 오전 9시 반 춘천에서 진행된 강원지역 의견 수렴에서 진술인들은 △농어촌·지방특별선거구 신설 △농어촌 인구수 가중치 10∼30% 부여 등의 검토를 선거구획정위원들에게 주문했다. 김금옥 선거구획정위원(한국여성단체연합대표)은 이와 관련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농어촌과 산촌 지역들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공청회 등에서 지역구도 지키고 유권자의 표가 사라지지 않고 충분하게 반영되는 비례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것만이 답이라는 분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관심 받는 경기 북부-서울 중구 반면 경기는 헌재 결정의 최대 수혜자다. 현재도 52개 지역구로 전국 최다이지만 17개 선거구가 인구 상한 초과로 분류돼 있어 의석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경기도 의원들은 대체적으로 7석 정도의 의석수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우선 △수원 △용인 △남양주 △화성 △김포 △군포 △광주 등의 분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수원 인구는 117만여 명으로 현행 4개 선거구가 5개 선거구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갑-을-병-정’으로 나뉘어 있는데 분구가 이뤄지면 역대 선거 사상 최초로 선거구 이름에 ‘무’라는 낱말이 등장할 수도 있다. 현재 창원시도 5개 선거구가 있지만 행정구역과 선거구가 일치하면서 ‘창원 성산구’ 등 해당 구(區)의 명칭으로 구분돼 있다. 다만 경기 북부지역은 연쇄 조정이 점쳐진다. 인구 상한을 초과하는 ‘여주-양평-가평’에서 가평이 ‘포천-연천’에서 포천과 붙어 ‘포천-가평’이 되고, 연천은 생활권이 같은 동두천과 붙으면서 ‘동두천-연천’이 되는 방식이다. 서울은 중구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인구 하한에 미달하는 중구는 ‘자치 시군구 분할금지’ 예외조항을 통해 인접한 용산구와 종로구, 성동구와 어떤 조합으로든 합쳐져야 한다. 일단 가장 많이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중구에 용산구의 청파동 후암동 등을 떼어주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중구는 독립선거구를 유지할 수 있다. 종로구와의 합구도 거론되지만 종로구 자체가 하한 미달을 근소하게 넘었기 때문에 인구 구조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구가 성동구(갑-을)와 합쳐질 경우는 기존 3석이 2석으로 줄어들게 된다. 인천의 관심은 지역구가 얼마나 늘지 여부다. 연수구의 분구가 유력해 1석 증가는 확실시되는 가운데 강화군이 최대 관심사로 부상한 형국이다. 인구 상한을 초과하는 서-강화갑이 분구돼 ‘서-강화’ 지역이 기존 갑-을에서 갑-을-병 등 3개 지역으로 나눠질 경우 총 2석이 늘어나게 되지만 강화군이 ‘중-동-옹진’ 선거구로 편입되면 1석 증가에 그치게 된다는 시나리오다.고차방정식 전남·북 호남에선 인구 하한 미달 지역이 전남 전북 모두 각각 4곳에 달한다. 인접 선거구의 연쇄 조정이 불가피하며 전남은 최대 2석까지 의석수가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남의 인구 하한 미달 선거구는 여수갑, 고흥-보성, 장흥-강진-영암, 무안-신안 등 4곳이다. 일단 여수갑은 여수을과 경계 지역을 조정하면 해결된다. 문제는 나머지 3곳이다. 어느 지역을 움직이느냐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고흥-보성과 장흥-강진-영암의 경우 가장 단순하게 두 선거구를 하나로 묶는 방안이 있지만 5개 군이 한 지역으로 묶이게 된다. 이럴 경우 새정치민주연합 현역 의원들끼리 격돌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 전남 野 현역끼리 격돌… “너무 복잡해 아무도 말 못꺼내” ▼고흥-보성은 인접한 화순군을 편입시킬 경우 인구 하한 기준을 넘지만 인구 9만6000여 명의 나주시가 또 다른 지역구와 연계해야 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른 선거구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장흥-강진-영암 역시 장흥군이나 영암군을 다른 선거구로 편입시키고 완도군이나 해남군을 편입시키는 방안도 있지만 역시 전남 전역의 연쇄 이동을 낳는다. 이 과정에서 한 선거구가 완전히 ‘공중분해’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18대에는 단독 선거구였던 담양-곡성-구례는 19대에는 3개 지역이 뿔뿔이 인접 선거구로 편입되면서 아예 선거구가 사라진 바 있다. 새정치연합 김승남 의원(고흥-보성)은 “너무 복잡해 의원들끼리도 선거구 개편에 대해 말을 못하고 있다”며 “어찌됐든 통폐합이 불가능하고 전남지역 선거구 전체가 완전히 요동을 치게 된다”고 말했다. 전남 지역구 중 인구 상한선을 넘은 곳은 순천-곡성이 유일하다. 이 선거구는 인구 3만 명가량의 곡성이 떨어져나가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한 미달 선거구가 4곳인 전북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의석수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읍, 남원-순창, 진안-무주-장수-임실, 고창-부안을 둘러싸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하한 미달 지역 4곳에 독립선거구 유지가 가능한 김제-완주를 포함시켜 5개 선거구를 김제-부안, 정읍-고창, 남원-순창-임실, 완주-진안-무주-장수 등 4개 선거구로 개편하는 방식이다. 새정치연합 최규성 의원(김제-완주)은 “전북 의석수가 2석이 줄어드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지역 여론이 강하다”며 “전북 전체를 위해서 내 지역구를 건드려야 한다는데 무작정 반대할 수도 없어 특별히 내 목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만약 인구 하한 지역 4곳만 대상으로 통폐합을 진행하면 고창-부안-정읍-순창, 남원-진안-무주-장수-임실 등 2곳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통폐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멀쩡히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에 다른 지역 의원이 인사를 다니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한 의원은 “최근에 인접 선거구의 의원이 ‘○○군은 제 지역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큰데 그 지역에서 인사를 다녀도 되겠느냐’고 물어왔다”며 “매몰차게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었다”고 귀띔했다. 전북지역에서 유일하게 인구 상한선을 초과한 전주 덕진은 인접한 완산구(갑-을)와의 경계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군산도 분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8월 31일을 기준으로 인구 상한선을 넘지 못했다. 9일 오전과 오후로 나눠 진행된 전남 전북 의견 수렴에서도 진술인과 방청객들은 △농어촌·지방특별선거구 신설 △선거구 획정 기준을 ‘유권자수’로 변경 등을 주장했다. 조성대 선거구획정위원(한신대 교수)은 이와 관련해 “특별선거구를 만들거나 (인구) 가산점 부여 등은 사실 헌재 판결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차정인 선거구획정위원(부산대 교수)도 “헌재가 결정한 ‘2 대 1’의 0.1%도 어기지 않아야 한다”면서 “선거구획정위에 최대한 배려해달라고 해도 자치 시군구 분할금지 등 몇 가지 넘을 수 없는 선들이 있어 용의치 않다”고 토로했다.광주 ‘유지냐 감소냐’ 반면 광주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형편이다. 8개 선거구 중 동구는 인구 하한 미달 지역이고, 북을은 인구 상한선을 넘는다. 최대 핵심은 현행 8석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7석으로 줄어드느냐다. 우선 북을은 북갑 지역과 경계 조정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동구가 인접한 남구와 합쳐져 갑-을로 쪼개지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럴 경우 8석은 유지된다. 하지만 동구가 북갑-북을 지역으로 붙어 북동갑, 북동을 등 2개 지역으로 나눠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의석은 1석이 줄어든다. 광주지역의 한 의원은 “1석이 줄어들더라도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광주 의원들은 선거구 개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최소 의석수 유지하는 충청 충청권은 인구 하한 미달보다 인구 상한 초과 지역이 많아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충남(10석)과 충북(8석) 모두 현행 의석수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충남의 인구 상한 초과 지역은 천안갑, 천안을, 아산 등 3곳이다. 인구수만 고려한다면 천안이 갑-을-병으로 나뉘고 아산은 갑-을로 나뉘어 2석이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충남에서만 2석이 늘어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천안갑, 천안을, 아산 등 3개 선거구를 묶어 4개로 개편하는 방안도 나온다. 이 경우 의석은 1석 증가하는 데 그친다. 반면 인구 하한 미달 지역은 공주와 부여-청양 2곳이다. 두 지역이 서로 인접해 있어 공주-부여-청양으로 묶일 가능성이 크다. 충북의 경우는 인구 하한선에 못 미친 곳은 보은-옥천-영동 1곳이다. 지역에서는 인접한 증평-진천-괴산-음성에서 괴산군을 편입시키면 선거구 감소 없이 8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보은-옥천-영동)은 “괴산군과는 산이 있어 생활권이 다르고, 오히려 청주 청원구가 보은군과 같은 생활권이기 때문에 청원구와 같이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괴산이 고향인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증평-진천-괴산-음성)과 경쟁하는 것보다는 새정치연합 변재일 의원(청주 청원)과 경쟁하는 것이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전은 현행 6석에서 7석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전은 인구 하한 미달 지역은 없고, 인구 상한 초과 지역은 유성구 1곳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끼고 있는 유성은 꾸준히 인구가 늘어나고 있어 갑-을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대구·춘천·무안·전주=고성호 sungho@donga.com/한상준 기자}
내년 4월 총선에 적용되는 선거구 획정 문제는 1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슈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 편차 ‘2 대 1’ 결정에 대해 “헌재가 지역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면서 “2 대 1 구조로 (선거구를) 일률적으로 만들면 서울의 5배가 되는 선거구가 생긴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는 한 지역구인데 이는 서울 지역구 평균 면적의 325배이고 서울 전체 면적의 6.8배라는 것. 선거구획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대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은 “이번 선거구 획정의 키포인트는 ‘(인구 편차 2 대 1을 맞춰야 하는) 인구 비례성과 지역 대표성을 어떻게 잘 조화시킬 것이냐’이다”라며 “도시 지역은 2(인구 상한선)에 가깝게, 농촌 지역은 1(인구 하한선)에 가깝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도 “2 대 1로 비율이 바뀌었으면 그에 따라 (의원 정수가) 바뀌어야 하는데 300명으로 고정하고 비례대표를 54명으로 정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지역구를 줄이면) 민란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김용희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결론은 간단하지만 의원 정수를 늘리는 부분에 대해 국민 여론이 허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사무차장도 “현재 (지역구) 246석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서울 중구, 경북 울릉군 등 4곳이 시군구를 분할하지 않으면 선거구를 만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2 대 1’ 기준으로 인해 선거구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농어촌 지역 의원들의 반발이 크자 선거구획정위는 이날 오후 농어촌 지역 의원들과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황영철 장윤석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박민수 의원이 참석했다. 이 의원은 “농어촌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2 대 1’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농어촌 지역의 선거구는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필요하다면 게리맨더링(정략적인 선거구 조정) 등을 통해서라도 농어촌 지역구를 지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10월 13일까지 국회에 선거구획정안을 제출해야 하지만 국회 정개특위가 획정 기준 등을 입법화하지 않으면서 자칫 선거구 조정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은 헌재 결정과 관련해 인구 하한 미달 지역에 대한 예외 조항인 ‘농어촌·지방 특별선거구’를 신설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국회가 법정 처리 시한인 11월 13일까지 획정안을 처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성호 sungho@donga.com·차길호 기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선거구 획정기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지만 정치권은 개혁하는 시늉에 그쳤다. 일단 내년 4월 총선 룰을 정해야 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최대 인구 편차(2 대 1)를 벗어나는 60개 선거구를 조정할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국회에서 독립시켰다. 획정위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의 독립기구로 두면서 여야가 선거구 조정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란 점에서 개혁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여야 간사는 지난달 18일 의원정수를 현행(300명)대로 유지하는 한편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획정위에 일임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간사 합의는 공직선거법심사소위에서 의결되지 못했다.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한 탓이다. 정개특위는 활동기한(31일)이 끝났지만 당분간 명맥은 유지하게 됐다. 법사위에 제출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될 때까지 유지한다는 국회법 규정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상 힘은 빠졌다. 이제 공은 여야 대표의 담판으로 넘어가는 형국이다. 결국 남은 정치 일정은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개특위가 선거구 획정기준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이 기준으로 선거구 조정 작업을 해야 할 선거구획정위는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구획정위가 국회에 획정안을 제출해야 하는 법정시한(10월 13일)도 사실상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여야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비율 등을 놓고 또다시 옥신각신하는 동안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여야의 ‘벼랑 끝 대치’가 이어지면 졸속 협상은 불가피하다. 총선 직전까지 협상을 끌다가 내년 4월 13일로 이미 날짜가 잡힌 총선을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며 슬그머니 서로의 이해관계에 맞게 타협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개혁의 방향”(새정치민주연합), “자당의 이익을 위한 주장”(새누리당)을 외치며 벌이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논쟁에 깔린 속내도 훤히 들여다보인다. 정개특위의 초라한 모습에서 당리당략을 최우선시하는 정치권의 민낯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고성호·정치부 sungho@donga.com}
내년 4월 총선 룰을 정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정개특위가 선거구 획정을 위한 최소 기준안 마련에 실패하면서 여야 대표가 직접 나서는 모양새가 됐다. 정개특위는 31일 공직선거법 심사소위를 열기로 했지만 농어촌 지역 대표성 확보를 위한 대안 마련이 쉽지 않아 개회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정개특위는 내부적으로 의원 정수(현행 300명) 유지를 합의했지만 공식 의결도 하지 못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비율 결정은 엄두도 못 내고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에 떠넘기기로 했다. 그마저도 선거구 통폐합을 우려하는 농어촌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의결 절차를 못 밟고 있다. 결국 협상의 공은 여야 대표에게 넘어가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9일 “정개특위에서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결국 당 지도부들이 만나서 일괄 타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좋은 이야기”라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함께 논의하는 것이라면 환영”이라고 호응했다. 그러나 여야 대표의 담판이 성사되더라도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견해차가 크기 때문이다. 당장 김 대표는 “헌법재판소 판결로 지역구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선거구 인구편차를 ‘2 대 1’로 조정하라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현재 지역구 의석수(246명)를 늘리는 만큼 비례대표(현재 54명) 수를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문 대표는 “국민의 뜻은 의원 정수 증가는 안 된다는 것과 비례대표를 줄여서도 안 된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선거구 획정 기준 입법화가 계속 늦어질 경우 선거구획정위는 획정안을 국회 제출 법정시한(10월 13일) 안에 마련하기가 어려워진다. 여야는 정개특위를 가동하면서 국민 여론을 의식해 선거구획정위를 독립 기구로 만들었지만 사실상 ‘들러리’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내년 4월 총선 룰을 정해야 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표류하고 있다. 정개특위는 이미 18일 의원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 배분을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넘기기로 잠정 합의해 놓고서도 27일 이를 의결하지 못했다. 의결에 실패한 것은 20일과 25일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국회 정개특위는 이날 오전 9시 56분 공직선거법심사소위를 열었지만 개회 39분 만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산회했다. 뒤이어 예정됐던 정개특위 전체회의도 열리지 못했다. 이날 소위에 올라온 법안 심사 자료는 ‘선거구 획정 기준에 관한 사항’ 1건에 불과했지만 이마저도 처리하지 못했다. 선거구 인구 편차를 ‘2 대 1’로 조정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지역구 통폐합을 우려한 농촌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과 비례대표 감소를 우려하는 정의당의 반대가 또 걸림돌이 됐다. 정개특위 여야 간사는 서로 변명하기 바빴다. 새누리당 간사인 정문헌 의원은 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농촌지역의 대표성 담보가 문제”라며 “농촌 의석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28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내에서 깊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여당이 처리를 미뤄달라고 요청해 처리하지 못하게 됐다”고 여당 탓을 했다. 여야는 일단 31일 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잠정합의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지만 농촌 지역구를 살리기 위한 뚜렷한 대안이 나오지 못할 경우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정치권에선 정개특위가 고의적으로 ‘태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개특위가 선거구 획정기준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늦추면 선거구획정위의 활동이 파행을 빚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농촌 지역 의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시간 벌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파행이 9월에도 계속될 경우 ‘정개특위 무용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사진)이 25일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서 “총선 필승”이라고 건배사를 한 것을 두고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새누리당 연찬회에 참석해 의원들과 만찬을 하던 중 건배사를 했다. 정 장관이 “총선”을 외치면 의원들은 “필승”이라고 답하게 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26일 전했다. 이를 두고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주무부처 장관이 (여당 행사에서) ‘총선 필승’이라는 건배사를 한 건 본분을 망각한 망발이자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의 공정선거 의지를 심대하게 훼손한 정 장관을 즉각 해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요구했다. 행자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안전행정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도 성명서를 발표해 “정 장관은 즉각 사퇴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새정치연합은 정 장관이 ‘공무원의 중립의무와 선거 관여 등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9조와 85조를 위반했다’며 조만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정 장관은 일반 유권자를 상대로 특정 정당을 지지한 것도 아니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덕담 수준의 건배를 한 것”이라며 “새누리당이라는 구체적인 명칭도 말하지 않았는데 건배 구호까지 당리당략과 정치적으로 이해하는 건 지나친 처사”라고 반박했다. 행자부도 “당시 새누리당 만찬이 잔치 분위기였고 덕담 차원에서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최 부총리는 연찬회에서 ‘경제상황 및 정책방향’을 보고하던 중 “내년에는 잠재성장을 3%대 중반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해 총선 일정 등 당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돕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27일 최 부총리와 정 장관을 선관위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전문가들은 취임 후 2년 반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 분야에서 평균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10점 만점 기준 4.8점)했다. 국정 과제 등을 진정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인정하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정 과제 설정과 비전 제시 능력 평균 이상” 정치 분야 평가가 대체로 부진했지만 ‘국정 과제 설정 및 추진 능력’ 분야와 ‘메시지 관리 및 비전 제시 능력’ 분야에서는 평균 점수를 웃돌았다.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 회의 등을 통해 정부가 중점 추진하려는 과제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뚝심 있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후한 평가를 내린 셈.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소홀한 분야 없이 정상적으로 국정 과제 목표가 제대로 정립됐다”면서 “지금은 국민에게 희망을 가져다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2년 반 동안 열심히 추진하면 비전 제시에 걸맞은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당청 관계와 대야(對野) 관계 등에 대한 박 대통령의 정치적 조정 능력’은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 파동과 관련해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대통령이 살아 있는 권력이라는 점을 입증했을지는 몰라도 여권에 초래된 분란에 대해 최종적인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에는 마이너스가 된 것”이라고 봤다.○ “국민 통합 구체적 성과 없어” ‘대국민 소통 및 국민 통합 노력’과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평점은 4.2점으로 정치 관련 5개 분야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인 보수층에만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면서 “(2012년 12월) 당선 당시와 비교해 보면 국민은 더 갈라져 있고, 양극화됐다. 대통령으로서 직무 유기”라고 혹독한 평가를 했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도 “국정 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지나치게 원칙을 강조하면서 소통에서 경직됐다는 모습을 보여 주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안전이 강조됐지만 올 6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했을 때 초동 대응에 우왕좌왕하는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책임지지 않았고, 컨트롤타워도 불분명했다”며 “중심을 잡고 챙겨야 할 대통령은 반응이 느렸고,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도 문제였다”고 했다.○ “신바람 국정 운영 해야”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지금 국가가 대통령 혼자의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관료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자율성을 줌으로써 각자 책임감을 갖고 신바람 나게 국정 운영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권위주의적인 인치(人治)를 절제하고 민주국가 시스템에 의한 협치(協治)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독주가 아니라 관료들의 책임감과 시민의 자발적 동의 등 국민과 함께 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성호 sungho@donga.com·홍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