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이진한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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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몸신’처럼 건강하게 되는 날까지 열심히 소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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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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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R 시뮬레이터’ 수련… 백내장 수술 정확도 높인다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김안과병원. 이 병원의 백내장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가 있는 수련실을 찾았다. 백내장 수술을 직접 배우기 위해서였다. 백내장은 눈 속의 투명한 수정체에 혼탁이 생겨 시력이 저하되는 노인성 질환으로 근시가 심한 젊은층에게도 생긴다. 시력 저하가 주된 증상이다. 빛 번짐, 눈부심, 사물의 색감이 달라 보이는 등의 증상을 느낄 수도 있다. 백내장 술은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그 자리에 넣어주는 것이다. 백내장 VR 시뮬레이터는 안과 전공의들의 안전한 수술 연습을 위해 도입됐다. 국내 대학병원으로는 두 번째로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이 도입했다. 과거엔 돼지 눈을 도축시장에서 구해 백내장 수술 실습을 했기 때문에 제대로 배우기가 쉽지 않았다.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정종진 안과 교수(수련부 차장)는 “백내장 VR 시뮬레이터는 입문자용 단계부터 숙련자용 단계까지 다양한 수술 방법을 익힐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환자의 눈을 처음 접할 때 두려움을 줄일 수 있고 수술 정확도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백내장 수술, 입체 감각이 중요백내장 수술 입문자용 단계는 총 3가지. 기초조종훈련, 안구 내 손 떨림 방지를 위한 훈련, 수정체낭절개술이다. 우선 사람의 얼굴 모형 앞에 앉아서 현미경으로 안구 내부를 확대했다. 한쪽 손으로는 뾰족하고 긴 수술도구를 눈에 찔러 넣고 현미경을 보면서 수술도구를 움직이며 백내장이 생긴 수정체를 제거하기 위한 기초조종훈련을 했다. 현미경을 들여다보니 20여 개의 빨간 구슬이 있었다. 구슬의 깊이를 각각 파악해 수술도구로 빨간색 구슬을 찔러 초록색 구슬로 변하게 하는 것이었다. 구슬의 높낮이를 잘 파악해야지만 앞으로 환자를 상대로 수술할 때 본인이 수술하고 있는 부위가 어딘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이런 높낮이 훈련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 수술 중 각막을 손상시킬 수 있다. 훈련이 끝나자 바로 평가점수가 나왔다. 정 교수는 100점 만점에 89점, 기자는 51점을 받았다. 두 번째는 손 떨림 방지를 위한 훈련. 이는 기초조종훈련을 통해 깊이를 익힌 후 같은 깊이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훈련이다. 기구를 사용해 파란불로 깜빡이는 구슬을 터치한 뒤 초록색으로 변한 구슬을 색깔을 유지한 채 일직선으로 끌어당기는 훈련이다. 백내장 수술은 정적인 수술이 아닌 매우 동적인 수술로 원하는 위치에서 원하는 만큼 미세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훈련이 꼭 필요하다. 마지막 훈련이 수정체낭절개술이다. 실제 백내장 수술 시 수정체의 가장 겉 표면 껍질(수정체낭)을 적절한 크기로 동그랗게 도려내는 것이다. 수정체낭을 너무 작게 절개하면 이후 단계인 수정체 제거가 어렵고 너무 크게 절개하면 인공수정체를 고정시키는 것이 불안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정체낭을 적절한 크기로 절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수정체낭 절개 시 수정체를 세게 누르면 수정체가 눈 안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실제 안과 의사들도 수정체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수정체낭절개술에서 기자는 0점을 받았다. ○ 백내장 수술 언제 하는 게 좋을까?현재까지 백내장의 유일한 치료법은 혼탁한 수정체를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는 것이다. 백내장은 조기에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바로 수술하지 않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에 수술을 받는다. 반대로 백내장이 많이 진행됐다면 수술 난도가 높아 수술 후 회복 기간이 길어질 뿐 아니라 시력 회복도 어려울 수 있다. 정 교수는 “멀리서 버스가 오는데 번호판이 잘 보이지 않거나 다가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할 때 등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있는 경우 대개 수술을 권한다”면서 “하지만 백내장 외에 망막 이상이나 시신경 이상, 녹내장이 있으면 수술 후에도 노안 개선 효과는 크지 않기 때문에 수술 전에 세밀한 검사를 받고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쪽 눈을 수술하는 데 10∼30분 정도 걸린다. 절개 부위가 미세해 봉합이 필요 없어 수술 당일 퇴원할 수 있다. 백내장 초기에 수술을 받은 환자는 다음 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백내장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수술을 받았다면 시력을 회복하는 데 1주일 정도 걸린다. 양쪽 눈 모두 백내장 수술을 받아야 할 경우에는 병원과 의사에 따라 다르지만 수술 직후 발생할 수 있는 감염 우려 때문에 한 번에 한쪽 눈만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 정 교수는 “백내장은 노화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뚜렷한 예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야외 활동 시 선글라스와 모자 등을 착용해 자외선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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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에 푹 빠진 노년층, 목 디스크 적신호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보기 위해 장시간 고개를 숙인 자세로 있으면 목의 근력이 떨어지고 이른바 ‘일자목’ ‘거북목’ 등의 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바른세상병원 신경외과 이학선 척추센터장은 “노년층의 경우 추간판에 수분이 줄어 탄력이 떨어져 있고 근력도 약해져 있기 때문에 목 디스크에 더욱 취약한 편”이라며 “목 디스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스트레칭을 통해 수시로 근육과 관절, 인대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노년층을 위한 목 디스크 예방 운동법에 대해 알아본다. 첫 번째는 목의 가동성을 증진시켜 주는 목운동이다(사진 1). 편한 자세로 정면을 향해 선 뒤 고개를 옆으로 돌려준다. 반대쪽 손으로 눌러 목의 가동 범위를 조금씩 넓혀준다. 10회 반복하고 반대쪽도 같은 방법으로 동일하게 진행한다. 이런 동작을 3회 정도 반복한다. 두 번째는 C자형 커브를 만들어 주기 위한 목운동이다(사진 2). 정면을 응시한 상태에서 양손을 모아 턱밑으로 가져간 뒤 목을 최대한 뒤로 젖혀준다. 이 상태를 10초 동안 유지하면서 3차례 반복한다. 세 번째는 등의 가동성을 늘려주는 운동이다(사진 3). 양손으로 깍지를 낀 채 뒷목을 손으로 받친 뒤 팔꿈치가 하늘을 향하도록 젖혀준다. 이 자세를 10초간 유지하면서 3회 반복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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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딪혀서 빠진 치아는 휴지로 감싸지 마세요”

    아이가 뛰어놀다 넘어져 치아가 부러진 경우 많은 부모들이 당황해서 우왕좌왕하게 된다. 이가 갑자기 빠지거나 위치가 틀어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치아가 유치인지 영구치인지에 따라 조치법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치아 손상에 대처하는 방법을 현홍근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 교수에게 들어봤다. ―아이들에게 잘 생기는 치과 외상은…. “치아에 금이 가거나 깨지거나 통째로 빠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걷기 시작하면서 넘어지거나 부딪혀서 외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치아가 변색되거나 가라앉기도 한다. 입술 안쪽이나 혀가 찢어지는 경우도 이 시기에 종종 본다. 청소년기엔 스포츠 활동을 하다 외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치아 외상 시 응급관리나 치료법은…. “일단 최대한 빨리 치과나 소아치과에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아가 빠졌다면 뿌리에 해당하는 부위는 가능한 한 만지지 말아야 한다. 영구치가 완전히 빠진 경우 뿌리 표면의 살아 있는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빠진 치아의 머리 부분을 잡아야 한다. 일단 치아를 다시 심는 것이 가능한 정도라면 치아 머리 부분을 잡고 원위치에 넣은 뒤 치과를 방문한다. 만약 빠진 치아를 원위치시키기 힘들거나 깨진 조각이 있다면 빨리 흰 우유를 구해서 우유통 속에 치아나 치아 조각을 넣고 30분 이내에 치과에 가도록 한다. 우유는 뿌리에 있는 세포들이 살아남기에 좋은 환경이다. 우유 대신 생리식염수를 쓸 수도 있다. 치아가 깨진 상태로 오래 방치되면 내부 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 빠진 치아를 휴지로 감싸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면 수분이 빠져나간다. 치아가 건조해지면 뿌리 세포가 죽어서 다시 심더라도 기능을 살리지 못할 수 있다.” ―유치와 영구치의 치료는 어떻게 다른가. “치아가 깨진 경우 깨진 부분을 덮어 회복시키는 것은 같다. 즉 치아 색이 나는 재료를 이용해 원래의 형태로 만들어줄 수 있다. 깨진 부분이 작다면 복합레진처럼 때우는 재료를 쓸 수 있지만, 깨진 부분이 크면 신경치료를 한 뒤에 크라운으로 씌워야 한다. 치아가 원래 위치에서 벗어났다면 영구치의 경우 방사선 촬영 후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치료를 한다. 유치는 벗어난 각도와 정도에 따라 제자리로 회복시키기도 하고 아예 뽑기도 한다. 치아가 완전히 빠졌다면 영구치는 즉시 원래 위치에 다시 심어줘야 한다. 반면 유치는 다시 심지는 않는다. 유치든 영구치든 외상을 당했을 경우 골든타임인 30분 이내에 치과를 방문해야 한다.” ―유치는 어차피 영구치로 대체될 텐데 꼭 치료를 해야 하나. “유치의 뿌리는 잇몸뼈 속에서 자라는 영구치의 머리 부분과 인접해 있다. 따라서 유치의 외상으로 인한 충격은 영구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유치 속 치수라는 조직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유치의 뿌리 끝에 염증이 생겨 영구치의 발육에 악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유치가 다친 경우에도 치과에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영구치 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 팁은…. “청소년이나 청년들은 운동을 하다가 영구치에 손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위의 앞니가 돌출되어 있거나 치아가 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들이 얼굴 부위에 외상을 입으면 치아 손상 정도가 크다. 격투기나 접촉이 많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은 치과에서 정밀하게 제작된 맞춤형 마우스가드를 챙기는 것이 좋다. 맞춤형 마우스가드는 착용감이 좋고 구강 내 외상을 막는 기본적인 효과 외에 경기력 향상에도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뜨거운 물에 담가 치열에 맞춰서 쓰는 기성품 마우스가드는 입안에 상처를 내거나 턱관절에 불편감을 줄 수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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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디컬 이슈]면역항암제 급여 논의 제자리… 암 환자에겐 열리지 않는 ‘문케어’

    “싼 항암제를 맞으러 말레이시아를 돌아다녔어요. 그나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이제 나가지도 못해요.”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를 맞는 일부 환자들이 치료비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외 원정 치료를 받고 있다. 신경내분비종양은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걸려 사망한 질병. 루타레라는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긴급도입 의약품’으로 지정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루타테라 1회 치료 비용은 약 2600만 원. 1사이클 치료에 해당하는 4회 주사를 맞으려면 무려 1억400만 원을 내야 한다. 그래서 약은 있지만 실제 치료는 어려운 상황이다. 루타테라와 유사한 성분으로 가격은 훨씬 낮은(4회 3200만 원) 치료제를 구하기 위해 독일이나 말레이시아로 떠나는 환자들이 생겼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치료마저 불가능해진 상태다. 현실적으로 환자들의 높은 부담을 낮춰주려면 보험급여를 통한 방법 밖에는 없다. 그런데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만 이런 상황일까. 사실 항암 신약 중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약제는 면역항암제다. 면역항암제의 경우 임상시험을 통해 말기 폐암 1차 치료에서 생존 기간을 2배 이상 연장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삶의 질이나 장기생존율 개선 효과도 확인됐다. 하지만 급여신청 이후 현재까지 약 3년이 되도록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면역항암제도 있다. 말기 암 환자들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면역항암제 급여 논의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폐암 환자들은 30분에 1명꼴로 생사를 달리하고 있다. 오늘 하루만 해도 약 48명이 폐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첫 급여 신청 뒤 현재까지 폐암으로 사망한 국내 환자는 약 4만6080명(15일 기준)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와 보험체계가 비슷한 영국, 대만 등은 면역항암제 급여를 위해 별도의 재정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면역항암제 급여 논의는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기자는 3년 전 혁신 신약의 빠른 허가 속도와는 달리 급여 적용 기간은 너무 오래 걸린다는 문제점을 기사로 지적한 바 있다(본보 2017년 2월 30일자 A30면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는 약’). 당시 많은 암 환자들의 공감을 받았고 복지부로부터 개선책을 찾아보겠다는 답변도 들었다. 하지만 의료보장성을 강화하겠다던 ‘문 케어’는 암 환자들에게 여전히 열리지 않는 ‘문’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보건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프랭크 리텐버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에 따르면 신약 접근성 개선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약제비 지출액보다 6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신약 접근성은 31개국 중 고작 19위에 머물러 있다. 이에 대해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는 정부 약속만 기다리다 지쳐간다”며 “정부가 감당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에게 민간 암 보험에 가입하라고 하거나 공공 암 보험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이마저도 힘들면 건강보험료를 일부 올리는 데 합의하거나 제약사와 재정분담 논의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 이상의 ‘희망고문’을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루타테라를 9월 1일 건보급여로 고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판이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 면역항암제처럼 암질환심의위원회가 다시 연기될 수 있어서다. 암 환자들은 면역항암제의 다음 달 암질환심의위원회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3년간 굳게 닫혔던 급여 문이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정부는 환자의 간절함을 기억하고, 중증환자를 위한 혁신 신약의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건강보험 급여 우선순위를 점검하고, 혁신 신약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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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인 음료 마셨더니 안압이 쑥↑… 녹내장 환자는 커피 줄여야

    흔히 마시는 카페인 성분의 음료수는 안압(안구혈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또 평소 안압이 높거나 녹내장으로 진단받은 사람은 생활관리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카페인 음료수를 마시고 난 뒤 안압이 어느 정도 변하는지 메디컬체험을 해봤다. 녹내장 전문의 정종진 김안과병원 안과 교수도 참여했다.카페인성분 일반인도 안압 상승 기자와 정 교수는 각각 다른 양의 카페인 음료를 섭취한뒤 1시간 30분 후 안압을 측정했다. 평소 안압은 각각 18.9mmHg(본보 기자), 17.1mmHg(정 교수)로 정상 범위(10∼21mmHg)였다. 1시간 반 뒤 측정한 건 카페인 음료수가 인체에 흡수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한 것이다. 기자는 카페인 성분이 80mg 함유된 에너지 드링크류 250mL를 마셨다. 정 교수는 카페인 함량이 4배 정도 높은 카페인 성분 236mg의 커피 우유(500mL)를 선택했다. 1시간 30분 뒤 안압 측정 결과, 카페인을 비교적 많이 섭취한 정 교수의 안압이 4.8mmHg 상승한 21.9mmHg가 나왔다. 정상 범위보다 높게 나온 것이다. 기자는 15.7mmHg으로 여전히 정상 범위였다. 정 교수는 “정상인도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안압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평소 안압이 높거나 녹내장 환자라면 카페인 성분표를 확인하는 등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인 하루 카페인 권장 섭취량은 400mg 정도. 녹내장 환자는 하루에 커피 1, 2잔은 괜찮지만 가능하다면 디카페인으로 마시는 게 좋다. 평소 안압이 높거나 녹내장 환자는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수 대신 캐모마일차 등을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음주·흡연 안압 상승 일으켜 유산소 운동은 안압을 다소 낮춰줄 수 있기에 꾸준히 하는 게 좋다. 다만, 수영의 경우 너무 꽉 조이는 수경을 착용하면 안압이 상승할 수 있다. 알맞은 수경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물구나무서기나 요가 등 복압이 올라가는 운동은 안압을 상승시킬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관악기 연주도 복압을 상승시켜 안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취미로 잠깐씩 관악기를 연주하는 건 괜찮지만 장시간 연주를 해야 한다면 시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엎드려 자는 자세도 안압을 상승시킬 수 있다. 소량의 음주는 안압을 약간 낮출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1, 2잔 정도의 소량일 때 얘기다. 만약 과음하면 안압을 올릴 수 있다. 흡연은 단 한 개비라도 안압을 일시 상승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시신경에 손상을 줄 수 있다.녹내장 환자 챙겨야 할 약물 요법녹내장 치료의 기본은 안압을 낮추는 것이다. 정 교수는 “안압이 낮아지면 시신경의 손상을 늦출 수 있다”며 “녹내장 환자의 안압을 1mmHg 낮출수록 녹내장 진행 위험은 10% 감소한다”고 말했다. 특히 약물 점안은 녹내장 치료의 기본이기에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안약 점안은 규칙적이고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하루에 한 번 점안하는 안약은 24시간 효과가 지속된다. 따라서 일정한 시간에 점안하기 위해 취침 전 점안하는 게 좋다. 만약 취침시간이 불규칙하면 시간을 정해놓고 점안한다. 하루에 두 번 점안하는 안약은 12시간 효과가 지속된다. 따라서 아침과 점심에 각 한 번씩 점안하는 것보다 시간에 맞춰 간격을 두고 점안할 필요가 있다. 약물을 점안할 땐 눈 밑이나 주변 피부에 묻지 않도록 결막낭에 딱 한 방울만 넣는 게 좋다. 일부 환자들은 약을 많이 넣으면 안압이 빨리 떨어져 녹내장에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안약은 한 방울을 점안할 때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제조됐기 때문에 한 방울만 점안해야 한다. 만약 눈두덩이 들어가거나 가려움, 충혈 등 안약 부작용이 의심되면 내원해 약을 처방한 전문의와 상담한 뒤 약물을 교체해야 한다. 환자 임의로 안약 사용을 중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또 기존에 앓고 있는 질환이 있다면 병력을 전문의에게 알려야 자신에게 적합한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다. 이진한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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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얇고 가벼운 ‘비말차단 마스크’ 방수기능도 우수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요즘 두꺼운 마스크 대신 가볍고 숨쉬기 편한 ‘비말(침방울)차단 마스크(KF-AD)’가 인기다. 5일부터 판매되고 있지만 수요가 몰려 구입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비말차단 마스크로 허가를 신청한 4종의 특징과 효과를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함께 알아봤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도움을 받았다. ―비말차단 마스크란 어떤 것인가. “일상생활에서 비말을 통한 호흡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스크다. 입자 차단 성능은 KF 기준 55∼80% 정도 된다. 일반적으로 KF94 마스크는 입자를 94%까지 막아준다. 일반인에게는 비말 차단을 위해 KF55∼80 정도면 충분하다.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더울 때 KF80 이상의 마스크를 장시간 쓰면 숨쉬기가 불편해 자꾸 벗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감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스크 내부는 어떻게 돼 있나. “비말차단 마스크는 제작업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2겹이다. 보건용 마스크는 3∼4겹, 덴털 마스크는 3겹이다. 마스크 바깥쪽은 방수와 미생물 차단 기능을 갖춘 폴리프로필렌 필터로 이뤄져 있다. 안쪽도 방수 부직포로 돼 있다. 덴털 마스크와 비교하면 방수 기능 층과 폴리프로필렌 필터를 한 장으로 합치고, 두께를 얇게 제작해 무게를 줄이고 통기성을 높였다. 비말차단 마스크는 명칭 그대로 비말을 차단하는 목적이기에 방수 기능을 극대화했다.” ―실제로 비말차단 실험에서 효과는 어땠나. “비말차단 마스크 4종의 안쪽과 바깥쪽에 푸른색 잉크를 뿌려 1분가량 관찰했다. 1개 회사 제품을 제외하고는 양면 모두 수분이 흡수되지 않았다. 방수 기능이 어느 정도 입증된 것이다. 1개 회사 제품은 덴털 마스크처럼 안쪽 면에 물을 뿌리자마자 흡수됐다. 기침을 할 경우 침을 빨아들여 주변으로 새나가는 걸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스크를 올바르게 쓰는 방법은…. “먼저 마스크 겉면을 오염시키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마스크 끈을 잡은 상태로 턱과 코를 감싸도록 얼굴에 맞추고 끈을 귀에 걸어서 고정한다. 이후 코와 입 부분을 가릴 수 있도록 마스크를 위아래로 펼쳐 코와 입 부분을 가린다. 코 부분의 클립을 얼굴 굴곡에 맞춰 눌러서 최대한 밀착시킨다. 마스크가 들숨과 날숨에 따라 움직이면 마스크가 잘 착용된 것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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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아이도 양치 후 치실 사용하게 하세요”

    부모가 자녀의 치아 건강을 챙겨주지 않으면 충치로 이어지기 쉽다. 어린이 치아건강의 핵심은 올바른 칫솔질과 치약 및 치실 사용이다. 이를 위해선 부모 역할이 크다. 현홍근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 교수로부터 자녀의 올바른 치아 관리법을 들어봤다. ― 만 6세까지 아이의 치아관리는 어떻게 하면 되나. “출생 이후 한 돌까지는 하루 2, 3번 물에 적신 거즈수건으로 잇몸을 비롯해 잇몸과 뺨 사이, 혓바닥 등을 닦아준다. 자기 전 칫솔질을 한 뒤 모유나 분유, 주스, 간식을 먹었다면 다시 칫솔질을 해줘야 한다. 만 2∼6세의 경우 치약을 뱉어낼 수 있으면 가급적 불소가 함유된 일반 어린이용 치약이나 성인용 치약을 사용한다. 아이가 칫솔질 이후 치약을 제대로 뱉지 못하면 거즈수건으로 닦아준다.” ― 초등학생 정도면 칫솔질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옆으로 닦는 방법보다 칫솔을 치아 면에 수직으로 대고 앞, 뒤로 진동을 줘 닦는 게 좋다(사진1). 한 부위를 최소 10회 이상 닦아 준 뒤 옆으로 이동해 같은 방법으로 닦는다. 앞니의 안쪽 면은 칫솔이 가로 방향으로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칫솔을 세워서 쓸어내리듯 닦는다(사진2). 위와 아랫니를 다문 뒤 칫솔을 치아 면에 수직으로 대고 원을 그리듯 닦는 방법도 있다(사진3). 초등학교 고학년은 칫솔을 치아 면에 약 45도로 비스듬히 댄 뒤 윗니는 아래로 쓸어내리고 아랫니는 위로 쓸어 올리는 방법으로 닦아준다.” ― 올바른 치약 선택방법은…. “치약에는 깨끗이 닦을 수 있는 연마제, 치태를 씻어내는 세제성분(발포제), 결합제, 습윤제, 착향료 등이 들어 있다. 2, 3세까지는 자발적으로 뱉어내는 게 어려울 수 있어 어린이 치약을 사용하지만 성인용 치약을 조금 사용할 수도 있다. 어린이용 치약엔 삼킬 우려나 아이들 기호를 고려해 세제성분을 줄이거나, 입자가 굵고 까끌까끌한 느낌이 나는 연마제를 줄이고, 불소의 양을 줄인 게 많다. 하지만 삼킬 우려가 없는 연령이고, 성인용 치약 중 어린이가 선호하는 맛이 있으면 성인용 치약을 사용하는 걸 추천한다. 또 치약의 양이 많지 않아도 젖니를 다 닦을 수 있으므로 3세 이하면 쌀알 크기, 6세 이하면 완두콩 크기로 치약을 짜서 칫솔 속에 으깨 넣어 닦도록 한다.” ―가글(구강청결제) 사용은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되나. “가글은 구강 위생을 위한 필수품처럼 선전되지만, 사실은 일종의 기호품이다. 치아나 잇몸에 부착되지 않고 구강 안에 떠돌아다니는 균은 대부분 없앨 수 있지만 구강조직에 단단히 부착된 균은 칫솔질이나 치실을 통해 균을 제거할 수 있다. 따라서 가글의 경우 칫솔질 이후 사용하는 게 구강 위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성인용의 경우 가글 성분에 에탄올이 들어 있어 사용한 뒤 입안이 마르는 느낌이 있고, 치아 변색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입안의 좋은 균까지 죽이는 단점도 있다. 특히 가글 속 에탄올은 외국에선 어린이, 청소년기에 불필요한 알코올 섭취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어린이용 가글엔 에탄올이나 멘톨 등의 양을 줄이는 대신 충치 예방을 위한 불화나트륨이 들어 있는 제품이 많다. 따라서 잘 뱉어낼 수 있는 연령에 도달한 어린이에게는 어린이용 가글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필수적인 건 아니다.” ―소아도 치실이나 혀 관리가 필요한가. “치실 사용은 반드시 필요하다. 어린이 충치는 음식을 씹는 면뿐만 아니라 음식물이 박히게 되는 치아 사이에서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치아 사이에 발생하는 충치의 경우 성인기의 영구치에 비해 진행속도가 두 배나 빨라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어금니 사이사이의 음식물을 치실로 제거하는 게 좋다. 설태는 반드시 제거할 필요는 없으나 구취 원인이 될 경우 혀에 상처가 나지 않을 정도로 칫솔로 조심스레 제거할 수 있다. 나이가 어린 어린이의 경우 부모가 깨끗한 물을 묻힌 거즈 손수건으로 혀와 잇몸을 닦아주는 걸 권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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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치료제 넘어야 할 산 많다[이진한의 메디컬 리포트]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임상시험이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17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135개에 달하며, 이 중 10개가 인간을 대상으로 시험에 들어갔다. 치료제 후보물질은 더욱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선 14건의 임상시험이 승인됐다. 이 중 12건이 치료제 임상시험이고, 2건은 백신 임상시험이다.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치료제는 렘데시비르, 칼레트라, 시클레소니드, 나파모스타트와 국내 개발 신약인 레보비르, 피라맥스 등이다. 국내 개발 항암제인 슈펙트는 국내 임상시험 신청 없이 러시아 정부로부터 임상 3상 승인을 받았다. 마치 올해 안으로 치료제들이 쏟아질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이 치료제들은 코로나19 치료에 특화된 게 아닌, 다른 질환에 이미 사용되던 약물이다. 이미 안전성이 확보된 상황에서 코로나19 임상 2상으로는 빠르게 진입했다. 하지만 실제 코로나19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이 완료돼야 알 수 있다. 즉, 현 시점에서 이런 약물들이 세포단계나 동물시험에서 효과를 보였다고 해서 실제 코로나19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는 이르다는 얘기다. 또 이 약물들이 임상 2상과 3상을 거치는 과정에서 효과를 보이기 위해선 충분히 많은 환자에게 투여돼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임상에 포함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환자들을 확보하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현재 기대를 걸고 있는 치료제 후보물질은 에볼라 치료제인 렘데시비르다. 세포실험 단계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사멸 효과를 나타냈다. 또 현재까지 통계적 유의성을 보이지는 않지만, 렘데시비르 투여군의 사망률이 7.1%로 위약 투여군(11.9%)보다 낮았다. 항말라리아 약인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권장해 화제가 된 약이다. 하지만 최근 이 약물들은 임상시험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해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시험을 중단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최종 치료제로 개발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백신의 경우 미국에선 올 7월 모더나에 이어 8월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9월 존슨앤드존슨이 시험용 백신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식약처에서도 해외 업체 1건과 국내 바이오업체 1건의 백신 임상시험을 각각 승인했다. 하지만 이 백신들이 나오더라도 실제 인체에 일정 수준 이상의 효과가 있는 백신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 위해선 WHO 기준으로 임상 백신의 효능이 최소 50%를 넘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가령 코로나19 감염률이 5%라고 가정할 때 백신 투여 시 감염률을 2.5% 이하로 낮춰주면 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백신 효능을 고려할 때 백신 투여가 코로나19를 완전히 예방한다고 기대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낮은 효능으로 안전성이 우려될 경우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임상 3상 시험 통과도 쉽지 않아서다. 최근 국내에선 혈장치료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치료된 완치자로부터 얻은 혈장을 2명의 중증 환자에게 투여해 효과를 본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완치자로부터 혈장을 얻어 코로나19 감염성을 중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를 농축해 중증 환자에게 투여하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증자 모집이 쉽지 않고 환자의 중화항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드는 게 문제다. 또 젊은 사람들에겐 중화항체가 잘 생기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다른 치료제와 마찬가지로 혈장치료제도 국내 중증 환자 수가 적어 치료 효과를 알아보는 임상시험이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여러 현실적인 한계를 감안할 때 1, 2상 임상 승인만으로 치료제나 백신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을 갖는 건 자제할 필요가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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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아이 치아관리는 어떻게?…초등학교 저학년 칫솔질은

    부모가 자녀의 치아 건강을 챙겨주지 않으면 충치로 이어지기 쉽다. 어린이 치아건강에 핵심은 올바른 칫솔질과 치약 및 치실 사용이다. 이를 위해선 부모 역할이 크다. 현홍근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 교수로부터 자녀의 올바른 치아 관리법을 들어봤다. ―만 6세까지 아이의 치아관리는 어떻게 하면 되나. “출생 이후 만 한 돌까지는 하루 2~3번 물에 적신 거즈수건을 잇”을 비롯해 잇“과 뺨 사이, 혓바닥 등을 닦아준다. 자기 전 칫솔질을 한 뒤 모유나 분유, 주스, 간식을 먹었다면 다시 칫솔질을 해줘야 한다. 만 2~6세의 경우 치약을 뱉어낼 수 있으면 가급적 불소가 함유된 일반 어린이용 치약이나 성인용 치약을 사용한다. 아이가 칫솔질 이후 치약을 제대로 뱉지 못하면 거즈수건으로 닦아준다.” ―초등학교 때 칫솔질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옆으로 닦는 방법보다 칫솔을 치아 면에 수직으로 대고 앞, 뒤로 진동을 줘 닦는 게 좋다(사진 왼쪽). 한 부위를 최소 10회 이상 닦아 준 뒤 옆으로 이동해 같은 방법으로 닦는다. 앞니의 안쪽 면은 칫솔이 가로 방향으로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칫솔을 세워서 쓸어내리듯 닦는다(가운데). 위와 아랫니를 다문 뒤 칫솔을 치아 면에 수직으로 대고 원을 그리듯 닦는 방법도 있다(사진 오른쪽). 초등학교 고학년은 칫솔을 치아 면에 약 45도 정도로 비스듬히 댄 뒤 윗니는 아래로 쓸어내리고 아랫니는 위로 쓸어 올리는 방법으로 닦아준다.”―올바른 치약 선택방법은. “치약에는 깨끗이 닦을 수 있는 연마제, 치태를 씻어내는 세제성분(발포제), 결합제, 습윤제, 착향료 등이 들어있다. 2, 3세까지는 자발적으로 뱉어내는 게 어려울 수 있어 어린이 치약을 사용할 수 있지만 성인용 치약을 조금 사용할 수도 있다. 어린이용 치약엔 삼킬 우려나 아이들 기호를 고려해 세제성분을 줄이거나, 입자가 굵고 까끌까끌한 느낌이 나는 연마제를 줄이고, 불소 양을 줄인 게 많다. 하지만 삼킬 우려가 없는 연령이고, 성인용 치약 중 어린이가 선호하는 맛이 있으면 성인용 치약을 사용하는 걸 추천한다. 또 치약 양이 많지 않아도 젖니를 다 닦을 수 있으므로 3세 이하면 쌀알 크기, 6세 이하면 완두콩 크기로 치약을 짜서 칫솔 속에 으깨 넣어 닦도록 한다.” ―가글(구강청결제)은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되나. “가글은 구강위생을 위한 필수품처럼 선전되지만, 사실은 일종의 기호품이다. 치아나 잇”에 부착되지 않고 구강 안에 떠돌아다니는 균은 대부분 없앨 수 있지만 구강조직에 단단히 부착된 균은 칫솔질이나 치실을 통해 균을 제거할 수 있다. 따라서 가글의 경우 칫솔질 이후 사용하는 게 구강위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성인용의 경우 가글 성분에 에탄올이 들어있어 사용한 뒤 입안이 마르는 느낌이 있고, 치아변색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입안의 좋은 균까지 죽이는 단점도 있다. 특히 가글 속 에탄올은 외국에선 어린이, 청소년기에 불필요한 알코올 섭취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어린이용 가글엔 에탄올이나 멘톨 등의 양을 줄이는 대신 충치예방을 위한 불화나트륨이 들어있는 제품이 많다. 따라서 잘 뱉어낼 수 있는 연령에 도달한 어린이에게는 어린이용 가글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필수적인 건 아니다.“ ―소아도 치실이나 혀 관리가 필요한가. ”치실 사용은 반드시 필요하다. 어린이 충치는 음식을 씹는 면에서 뿐만 아니라 음식물이 박히게 되는 치아 사이에서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치아 사이에 발생하는 충치의 경우 성인기의 영구치에 비해 진행속도가 두 배나 빨라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어금니 사이사이의 음식물을 치실로 제거하는 게 좋다. 설태는 반드시 제거할 필요는 없으나 구취 원인이 될 경우 혀에 상처가 나지 않을 정도로 칫솔로 조심스레 제거할 수 있다. 나이가 어린 어린이의 경우 부모가 깨끗한 물을 묻힌 거즈 손수건으로 혀와 잇“을 닦아주는 걸 권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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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눈물은 한방울만 ‘똑’ 건조해도 많이 넣지 마세요

    눈물 분비가 줄거나 기능이 떨어진 눈물을 대신해 눈을 보호해주는 인공눈물은 안구건조증 환자들에게 흔히 처방되는 의약품이다. 약국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안구건조증은 눈물이 부족하거나 눈물 구성 성분의 변동으로 눈물 층에 이상이 생기는 질병이다. 눈 건조, 시림, 뻑뻑함, 이물감 등이 주된 증상이다.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와 건조한 날씨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정종진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안과 교수는 “인공눈물을 함부로 사용하면 증상을 도리어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인공눈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로부터 인공눈물의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안구건조증에 인공눈물 사용법은…. “인공눈물약은 불편할 때마다 넣는 것보다는 눈을 많이 쓰거나 미세먼지 혹은 건조 환경에 노출되기 전 미리 보충하는 방식이 좋다. 1회 한 방울씩 하루 4∼6회 정도를 권장한다. 최근에는 눈물 생성을 도와주는 약이나, 눈물 증발을 억제하는 약도 개발됐다. 건조증 원인에 따라 적당한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게 좋다.” ―인공눈물을 사용 때 챙겨야 할 게 있다면…. “유통기한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인공눈물이 담긴 상자엔 유효기간이 명시돼 있다. 일회용 인공눈물의 경우 보존제가 없기에 뚜껑을 따면 12∼24시간 내 소진하는 게 좋다. 지금은 뚜껑을 다시 닫을 수 없도록 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으나, 간혹 뚜껑을 다시 닫을 수 있는 제품도 있다. 다시 닫을 수 없는 제품을 억지로 구겨 넣어 닫는 경우가 있는데, 세균 감염 위험이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 뚜껑을 딴 뒤 하루가 지나면 인공눈물이 남아있더라도 사용하지 않는 걸 권장한다.” ―일회용이 아닌 병에 담긴 인공눈물은 어떤가. “병에 든 인공눈물의 권장 사용기간은 한 달이다. 보존제가 들어있어 일회용 인공눈물보다 사용기간이 길지만, 한 달이 지나면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냉장보관을 해도 세균 감염 위험성이 있다. 일회용 인공눈물이나 병에 든 인공눈물 모두 포장상자에 적힌 유효기간은 뚜껑을 따지 않았을 때 기준이다. 병을 따는 순간부터 세균 감염 위험에 노출되기에 최대한 빨리 쓰는 게 좋다.” ―인공눈물에 포비돈(빨간약)도 사용되나. “대개 포비돈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빨간약을 먼저 떠올린다. 빨간약의 성분은 포비돈 요오드로 소독 작용을 하고 빨간색을 띠게 한다. 인공눈물에 사용하는 포비돈과는 조금 다르다. 여기 사용되는 포비돈은 눈물의 점도를 높이고 수분이 증발하는 걸 막아준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인공눈물은 히알루론산 성분이다. 히알루론산은 수분을 머금기에 눈 표면을 촉촉하게 보호해 준다. 인공눈물을 구입하면 숫자가 적혀 있는데, 이 수치는 히알루론산의 농도다. 숫자가 커질수록 점도가 높은 인공눈물이다. 건조증 증상이 심할수록 농도가 높은 인공눈물을 사용하면 된다.” ―인공눈물을 함부로 사용하는 걸 피해야 되는 경우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사람들 가운데 인공눈물을 쓰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상태에서 보존제가 들어있는 인공눈물을 넣으면 보존제가 렌즈에 침착돼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병에 든 인공눈물은 몇 개의 일부 약제를 제외하고 거의 다 보존제가 들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콘택트렌즈 사용자는 착용 중인 렌즈를 빼고 인공눈물을 넣은 뒤 15분 정도 지나 렌즈를 써야 한다. 만약 렌즈를 제거하고 다시 사용하는 게 번거롭다면 보존제 성분이 없는 일회용 인공눈물을 써야 한다.” ―인공눈물 점안 시 주의할 점은…. “인공눈물을 넣을 때 팁 끝부분이 눈썹 같은 데 닿을 수 있다. 눈썹에도 세균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팁 끝이 눈썹에 닿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또 인공눈물은 많이 떨어뜨리는 것보다는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게 최적의 농도다. 건조한 증상이 느껴진다고 해서 인공눈물을 과도하게 넣는 건 금물이다. 과도한 사용은 결막낭이 머금을 수 있는 눈물의 양을 초과하기 때문에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인공눈물을 떨어뜨린 뒤 눈 깜빡임이 도움이 되나. “인공눈물을 넣고 눈을 계속 깜빡이면 인공눈물이 눈 바깥으로 흘러나갈 수 있다. 또 눈과 코를 연결하는 비루관을 통해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다. 인공눈물을 넣고 2∼3분가량 눈을 감아 눈물을 머금는 게 좋다. 과도한 눈 깜빡임은 피해야 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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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학생들로 폭력 없는 학교 구현되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교육부의 비대면 화상자문 사업인 ‘위(Wee) 닥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위닥터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위센터 혹은 위클래스의 상담교사 및 상담사들에게 화상으로 조언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위닥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사공 교수는 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이사장, 한국생명연대 공동대표, 한국자살예방협회 정책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위닥터 사업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지난해 시범사업 경험을 토대로 올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자문 서비스를 재개한다. 원래 3월부터 시작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로 연기됐다. 위센터나 위클래스의 상담교사와 상담사는 전반적인 정신의학적 문제에 대해 의사들에게 자문을 할 수 있다. 개별 학생 문제에 대한 정신의학적 자문도 가능하다. 학부모가 원하면 자녀와 함께 자문을 할 수 있다. 자문회의 결과에 따라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의 전문치료와 연계해 도움을 주려고 한다.” ―위닥터 자문을 한 상담교사나 상담사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참여 교사와 상담사 선생님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들은 ‘상담 전문가로부터 자문은 있었지만 전문의로부터 받은 조언은 처음이다’ ‘정신의학적인 이해 증진에 도움이 되었다’ ‘자문 후 학생 지도와 학부모 교육에 실제적인 도움이 됐다’ 등의 반응을 내놓았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을 찾기 힘든 지역에서 전문의들의 화상 자문을 통해 지역적 한계나 시간적인 부담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올해 위닥터 자문 활동 방향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학교 정신건강 자문도 비대면이 뉴 노멀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위센터나 위클래스에 90여 개 기관이 참여했는데, 올해는 630개 기관에서 신청이 들어왔다. 지난해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상담교사와 상담사들이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동영상도 제작해 홈페이지에 올렸다. 향후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자료를 모아 책으로도 발간할 예정이다. 또 ‘학생·학부모·교사를 위한 힐링 토크콘서트’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하려고 한다.” ―위닥터 사업의 의의는…. “행복한 학생을 낳는 학교·가정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정신을 구현했다. 이른바 새로운 마음교육 혁명이다. 실시간 통신(WebRTC) 기술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의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했다.” ―위닥터 자문의 대표로서 각오는…. “위닥터들은 전문 상담교사와 상담사 그리고 학부모 곁에서 든든한 동반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또 행복한 교사, 행복한 학부모, 궁극적으로는 행복한 학생들이 모여 학교 폭력 없는 학교가 구현되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 위닥터들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로서 시대적 소명과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 우리 모두가 열과 성을 다할 때 꿈은 이뤄진다는 걸 믿는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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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세 미만, 고열에 입술 빨개지면 ‘가와사키병’ 의심

    ‘어린이 괴질’로 불리는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MIS) 의심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 보고된 뒤 가와사키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두 질환의 초기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국내 가와사키병 환자는 매년 1만3000명가량 발생한다. 가와사키병은 5세 미만의 소아에게 주로 발생하는 급성 열성 혈관염이다. 피부, 점막 등 온몸에 염증이 생기는데 아직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가와사키병에 걸리면 38.5도 이상의 고열이 4, 5일간 지속되는 등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즉 △양쪽 눈에 눈곱이 끼지 않으면서 나타나는 결막 충혈 △입술이나 혀가 빨간 사탕을 먹은 것처럼 유난히 빨개지는 증상 △몸이나 BCG(결핵예방백신) 접종을 한 자리에 울긋불긋한 발진 △목에 있는 림프샘이 붓는 증상 △손발이 붓고 빨갛게 변하는 증상 등이다. 이 같은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손발이 부었다가 좋아지기도 하고, 몸에 발진이 올라왔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2, 3개 증상만 발현되는 경우에도 ‘불완전 가와사키병’을 의심할 수 있다. 증상 외에는 기본적인 피 검사와 심장 초음파 검사로 진단한다. 가와사키병이 발병한 경우 합병증으로 관상동맥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심장 초음파를 통해 관상동맥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경민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7일 “우리 아이가 항생제에도 반응 없는 고열이 지속될 경우 증상을 살펴보고 해당 증상이 있을 경우 이를 촬영해 소아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가와사키병이 확인되면 ‘정맥용 면역글로불린’과 ‘아스피린’으로 치료한다. 치료 뒤 대부분 열이 떨어지고 증상이 서서히 호전된다. 김 교수는 “치료 과정에서 증상이 좋아지고 합병증이 심하지 않다면 6∼8주가량 저용량 아스피린을 유지하고, 그 이후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다시 한번 관상동맥 합병증 유무를 확인한 뒤 약제 복용 중단을 고려한다”며 “이후에도 정기적인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가와사키병과 합병증 재발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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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릎 움직일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가 나요

    관절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는 관절의 건강 상태와 질환을 알려주는 경고 신호일 수 있다. 흔히 손가락 관절을 꺾을 때 ‘뚜둑’ 소리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관절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관절액과 연관돼 있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관절액이 기포를 만들고, 손가락 마디를 심하게 구부리거나 꺾으면 이 기포가 터지면서 소리를 낸다는 것이 여러 가설 중 하나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박지헌 교수는 “손가락 관절에서 나는 소리는 통증이나 운동제한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관절에서 흔히 관찰되는 것”이라면서 “반면 무릎, 어깨, 고관절 등에서 나는 소리는 대부분 관절 주변 힘줄 등의 연부조직과 뼈의 마찰로 발생하므로 통증 유무, 지속성 등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 무릎의 각종 소리, 특히 위험한 것은? 무릎에서 ‘드르륵’, ‘뿌드득’처럼 부서지는 듯한 강한 파열음이 나면 관절염 신호일 수 있다. 무릎 연골이 손상돼 연골 표면이 닳아 울퉁불퉁해지면 서로 마찰할 때 소리가 난다. 무릎이 시큰거리고 마찰이 되면서 나는 소리가 자주 반복되면 퇴행성관절염이 중기 이상일 수 있다. 무릎에 손을 대고 움직여 보면 손을 통해 이런 소리를 느낄 수 있다. 반면에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할 때 무릎에서 나는 ‘툭툭’ 소리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손가락을 구부릴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한 원리로, 대부분 관절 주위를 지나는 인대나 힘줄이 마찰을 일으켜 나는 소리다. 대개 소리가 나다가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소리가 나는 동작을 불필요하게 반복하지 않는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목동 힘찬병원 진호선 정형외과 원장은 “무릎에서 통증 없이 단순한 소리만 난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면서 “통증을 동반하거나, 소리의 빈도가 잦아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난다면 위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에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 할 때 뭔가 걸리는 느낌이나 ‘덜커덕’ 소리가 난다면 무릎 연골판 손상을 의심할 수 있다. 주로 운동을 하다가 무릎이 꺾이거나 뒤틀릴 때 손상되지만, 중장년층은 노화나 누적된 피로로 인해 일상 동작 중에도 쉽게 찢어지고 손상되는 경우가 있다. 찢어진 연골판이 관절면에 끼어 무릎이 펴지지 않기도 하고, 선천적 이상으로 두꺼워진 연골판이 덜컹거리는 염발음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무릎을 움직일 때마다 ‘사각사각’ 하며 눈 밟는 소리가 나면 박리성골연골염을 의심할 수 있다. 무릎에 지속적인 외상이 가해져 뼈가 부분적으로 괴사되면서 관절 연골이 떨어져 나가는 질환이다. 떨어져 나간 무릎뼈 조각이 관절 사이에 끼어 소리가 날 수 있다. 방치하면 지속적으로 연골 손상을 유발하므로 치료를 해야 한다. 치료는 연골을 제자리에 고정시키고 환부를 굳어지도록 하는데 결손 부위에 따라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다른 관절의 소리, 통증 확인해 관리해야 손가락이 잘 펴지거나 굽혀지지 않고,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펼 때 방아쇠 소리처럼 ‘딸깍’ 하는 마찰음이 들리면 방아쇠수지를 의심해볼 수 있다. 손의 과도한 사용이 원인. 손가락 힘줄에 염증이 생겨 두꺼워지면서 발생한다. 손가락이 자주 경직되거나 부종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증상 초기엔 충분한 휴식으로도 통증이 완화될 수 있으며, 손가락 스트레칭도 도움이 된다. 손을 많이 쓰는 반복적 동작은 가급적 피하고, 손에 통증이 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어깨를 움직일 때 ‘뚝’ 소리가 나면서 결리고 아프다면 어깨충돌증후군일 수 있다. 어깨 관절을 지붕처럼 덮고 있는 견봉과 위팔뼈 사이 간격이 좁아지면서 움직일 때마다 견봉이 어깨 힘줄과 마찰돼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노화로 인해 관절이 약해지거나 견봉이 자라면서 나타날 수 있다.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지만 주로 어깨를 움직일 때 뚝뚝 소리가 나며 통증이 동반된다. 약물치료, 주사치료,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좋아질 수 있다. 어깨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반면 골프나 야구 등 무리한 활동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뚝’ 소리가 난다면 어깨 힘줄이 파열된 것일 수 있으니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어깨 힘줄 파열을 방치하면 파열 정도가 커지거나 완전 파열로 진행될 수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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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톡투 건강 핫클릭]“100세까지 내 치아 사용하고 싶어”… 중장년층 교정환자 늘어

    “치아 교정할 때 통증이 있나요?”, “치아교정은 성장기 때 하나요?”, “치아 교정을 하면 치아나 잇몸이 약해지나요?” 치아 교정을 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궁금해하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좀처럼 속 시원한 답변을 듣기가 쉽지 않다. 이번 톡투 건강 핫클릭에선 이기준 연세대 치대 치과교정과 교수와 함께 ○× 퀴즈 형식으로 치아 교정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치아 교정은 통증은 유발한다? ▲ 통증이 있는 편이다. 단, 교정치료가 진행되는 1, 2년 내내 통증이 지속되는 게 아니라 치과에 가서 철사를 조이고 힘을 줬을 때 통증이 발생한다. 통증은 2, 3일 정도 지속될 수 있으며, 이후 치아가 실제로 움직이는 동안에는 통증이 별로 없다. ―성장기 청소년이 아니면 교정 치료를 할 수 없다? × 성인도 치아 교정이 가능하다. 물론 나이가 어릴 때, 치아 교정 관련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어릴 땐 시도할 수 있는 교정 치료 방법이 다양한 것도 맞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인 교정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성인 교정 환자의 비율은 약 25∼3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중장년층 치아 교정도 늘어나는 추세다. 100세 시대에 맞게 본인 치아를 100세까지 온전히 사용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따라서 치아 교정은 어린 환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치아가 있어야 할 곳에 제대로 자리 잡도록 하는 치료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치아 교정을 하면 치아나 잇몸이 약해진다? × 실제로 진료를 하다 보면 이 같은 질문을 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치아 교정의 원리를 알고 보면 당연한 과정이다. 치아 교정은 뼈를 만드는 세포(조골세포)와 뼈를 파괴하는 세포(파골세포)가 함께 작용하면서 새로운 잇몸 뼈를 만드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 과정에서 원래 고정돼 있던 치아에 유동성이 생겨 치아가 계획된 방향으로 이동한다. 이 때 생긴 유동성으로 인해 환자들은 ‘치아가 약해졌나 보다’ ‘치아가 빠지는 게 아닐까?’ 하고 걱정한다. 그러나 이렇게 일시적으로 약해진 것 같은 모습은 치료 이후 교정 장치를 제거하면 좋아진다. 따라서 치아나 잇몸이 약해진다고 볼 수 없다. 위험한 위치에 있던 치아가 나란히 배열됨으로써 안전한 위치로 옮겨가는 과정 중에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치아 교정을 하면 충치가 생길 확률이 더 높다? ▲ 충치가 생길 확률에 대해선 치료 중과 이후의 2가지 측면이 있다. 치료 중, 특히 고정식 장치를 이용한 치료 중에는 칫솔질을 잘해야 한다. 자연치만 있을 때에도 이를 잘 닦아주지 않으면 충치가 생기는데, 부착물이 있으면 닦기가 더 어렵다. 그렇다보니 충치가 생기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치료 기간이 끝나고 치아가 가지런히 배열되면 이전에 치아가 비뚤비뚤했을 때보다 칫솔질이 훨씬 수월하다. 따라서 치료 뒤에는 치아를 관리하기가 편해지기에 충치가 덜 생긴다. 치료 중의 상황과 이후의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하면 된다. ―치아 교정은 의사 손으로만 진행되는 아날로그적인 치료다? ▲ 치아 교정은 매순간 의사의 손길이 수반되기에 원래는 아날로그적인 치료가 맞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장비와 인공지능 발달로 교정 치료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디지털 장비를 이용해 투명교정 틀을 만들기도 한다. 시뮬레이션한 치료 결과를 이용해 교정 치료에 사용되는 장치를 만드는 기법이 도입돼 적용 중이다. 아직 인공지능으로 진단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치아 교정은 몇 년이 걸리는 장기 치료다? ▲ 성장기에 턱 교정을 동반한 치료를 하는 경우 몇 년이 걸리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치료가 진행되는 건 아니다. 치료하는 기간도 있지만 치료를 하지 않는 기간도 발생한다. 환자들이 느끼기는 오래 치료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실제 치료 기간은 2, 3년 정도다. 이 밖에도 중장년에서 잇몸 보존을 위한 교정치료, 치아 고정을 위한 교정치료의 경우에는 6개월에서 1년만 걸리는 경우도 있다. ―치아 교정 기간 중에는 못생겨질 수밖에 없다? ×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설측교정이나 투명교정은 장치가 보이지 않기에 교정을 하고 있는지 여부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정기를 보이기 싫어하는 마음은 성인이나 청소년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청소년기는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이기에 최근에는 심미성을 강조한 교정 장치를 청소년들에게 많이 적용하고 있다. 그리고 교정치료가 1, 2년 혹은 더 걸릴 수 있지만, 끝나고 나면 후회하지 않는다. 그래서 치아교정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을 주치의와 상담한 뒤 적절한 치료를 받는 걸 추천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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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암치료 땐 단백질 위주 식단 구성, 가족의 따뜻한 응원이 치료만큼 중요”

    최근 한국의 5년 암 생존율이 70%를 넘어 미국, 캐나다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암 발병률은 올라갔지만 다행히 암 환자들의 생존율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항암, 면역항암 등 새로운 항암치료제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암 진단과정과 치료 및 관리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이 적지 않다.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찬, 전홍재 교수와 함께 암 치료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라이나생명이 동영상 촬영을 맡았다. ―암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항암치료를 하면 많이 힘들지 않느냐다. 치료 부작용을 걱정하는 분이 많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좋은 약제가 많다. 과거에는 구역질, 구토 같은 부작용이 심했는데 요즘은 용량이나 스케줄을 잘 조절하면 부작용을 상당 부분 경감시킬 수 있다.”(전 교수) “암 치료 동안 뭘 먹어야 되느냐는 질문도 많이 하신다. 무엇을 먹는지보다 얼마나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체력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고단백을 섭취해 몸무게가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체중을 유지하거나 약간 살이 찌는 게 훨씬 좋다.(김 교수) ―구체적인 식단관리와 운동법을 소개해 달라. “일단 고기와 생선을 종류에 상관없이 충분하게 섭취하여 단백질을 통해 근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치료를 받다 보면 근육부터 빠진다. 근육이 빠지고 못 먹어서 기운이 없는 악순환이 생긴다. 단백질 보충을 잘하는 게 아주 중요하고 근력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데 너무 과격한 운동은 안 좋다. 과격한 운동은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항암치료를 하면 손이나 발바닥에 트러블이 생기는데 과한 운동은 껍질이 벗겨지게 하거나 발바닥 물집을 만든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숨이 약간 차고 땀이 조금 날 정도로 빠르게 걷는 운동을 일주일에 3, 4번 이상 규칙적으로 하는 걸 권한다.”(김 교수) ―가족 중 암 환자가 생겼을 때 어떻게 말해야 하나. “암 진단을 받으면 처음에 못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다. 가족의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다른 암 환자의 완치사례를 얘기하면서 응원해주면 힘이 된다. 우리 병원에서도 치료환자들이 다른 환우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적는 ‘희망 릴레이’ 행사를 벌이고 있다. 실제 치료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전 교수) “사실 암 진단 자체가 너무 큰 충격이기에 의료진이 어떻게 위로해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같은 처지의 환자들이 모이는 환우회 활동을 하면서 치료 경험을 공유하는 게 환자의 심리적인 부분에 상당한 위로가 된다.”(김 교수) ―항암치료 도중 환자나 보호자가 극심한 우울증이 올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항암치료는 오래하면 우울감이 오고 이것이 또 전파되기도 한다. 환자들은 가장으로서 도움이 못되고 오히려 가족에게 폐가 되지 않느냐는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는데 이 악순환을 끊는 게 중요하다. 가족의 지지와 더불어 ‘오늘 하루 잘 견뎌줘서 고맙다’ ‘옆에 있어줘서 감사하다’는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게 중요하다. 몸을 움직이다 보면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항상 유지하자. 미국에선 암 진단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에 치료 초기부터 심리적 지지를 위해 정신과 진료를 함께 본다. 나쁜 경우에는 자살로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심리 상담을 통해 지지를 받는 게 중요하다.”(전 교수) ―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생활습관은…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는데, 암 환자는 면역력이 더 취약하다. 단순 감기도 폐렴, 패혈증이 되는 경우도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손을 자주 씻는 게 중요한 습관이다.”(김 교수) ―마지막으로 암 환자에게 조언 한 말씀 해 달라. “사실 환자들이 암을 진단받으면 일단 머리 속에 ‘이건 죽는 병’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러나 암 치료는 발전하고 있다. 20년 전에 비해 치료 성적이 많이 좋아졌다.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와 같이 예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좋은 약들이 나와 암은 죽음과 동의어가 아닌 상황이 됐다. 암 진단을 받더라도 절망하지 말고 열심히 치료를 받아 완치되셨으면 한다.”(김 교수) “좋은 신약들이 많이 나오면서 의사도 예측하지 못하는 좋은 치료 경과가 많이 보인다. 그렇기에 암 진단을 받아도 절대 희망을 놓지 말고 주치의와 함께 끝까지 잘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전 교수)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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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계 코로나 치료제 700건 임상중… “속도보다 안전이 최우선”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누가 먼저 개발에 성공하느냐’도 코로나19 사태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24일(현지 시간) CBS에 출연해 “미국이 중국보다 더 나은 백신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워낙 시급하다 보니 기대만큼 혼란도 크다. 렘데시비르는 안전성 논란을 거듭하고 있고 긍정적으로 나온 미국 모더나의 백신 1차 임상시험 결과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집단면역 이후 확산 멈춘다”는 예측도 코로나19의 대유행을 막는 방법으로 집단면역을 올리는 방법이 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은 “코로나19 유행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종식시킬 수 없다”며 “인구의 60∼70%가 코로나19에 대한 무리 면역(집단 면역)을 가져야 확산이 멈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집단면역이란 일정 비율 이상의 인구가 면역을 갖게 돼 감염병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집단면역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두 가지다. 백신 주사를 맞거나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회복돼 자연 면역력을 갖는 것. 후자의 방법을 택한 스웨덴은 20일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3831명 발생했다. 이는 스웨덴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 376명으로 이웃 북유럽 국가들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특히 사망자들 대부분이 노년층이어서 비판을 받았다. 2월 말부터 3월까지 가장 많은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다는 대구의 경우도 243만 명의 인구 중 확진자는 6850여 명으로 대구 인구의 0.28%에 불과하다. 집단면역이 형성돼 추가 전파가 없으려면 국민의 70%가 감염되어야 하는데 현재 인구와 치명률을 고려하면 3500만 명이 감염돼 35만 명이 사망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집단면역을 위해서는 코로나19의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당장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집어넣거나 죽은 바이러스의 일부를 집어넣어서 우리 몸의 면역세포 활성화를 통해 균을 없애는 방법인데 이러한 백신은 무엇보다 안전성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임상시험에 돌입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은 총 8개다. 가장 먼저 임상에 돌입한 미국 생명공학사 모더나와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외에 미국 이노비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 독일 바이오엔테크, 중국 생명공학사 캔시노와 베이징생명공학연구소 등이 임상에 착수했다. 또 세계적인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은 자체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의 주요 후보물질을 선정해 올 9월 임상연구에 들어가기로 했다. 내년 초에는 응급 사용을 위해 백신 공급을 할 계획이다. 존슨앤드존슨은 이를 위해 제약부문인 얀센, 미국 생물의학첨단연구개발국(BARDA)과 공동으로 10억 달러를 출연해 전 세계에 10억 개의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임상 착수가 바로 백신 개발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여러 임상을 통해 탈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마디로 예측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는 변이가 잘 일어나기 때문에 백신이 개발된 시점에서 이미 소용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 전 세계 제약사-바이오기업 앞다퉈 임상중 미국국립보건원(NIH) 의학도서관이 운영 중인 임상시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관련해 전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임상시험은 최근까지 700여 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9건이 실제로 환자 모집을 하거나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새로운 후보물질을 찾기보다 기존 약이나 후보물질의 용도를 바꿔 코로나19용으로 다시 임상을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새로운 후보물질에서 신약을 찾으려면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현재 기대를 거는 치료제 후보물질로는 렘데시비르가 있다. 이 치료제는 바이러스의 RNA 유전자에 접근해서 바이러스 복제를 하는 유전자를 차단하는 방법이다. 세포 실험에서 적은 양을 투약해 코로나19를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다. 하지만 안전성 논란도 있다. 1일 FDA는 코로나19 중증환자에 대해 렘데시비르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일본 정부도 긴급 승인을 내리고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생산 범위를 넓히기 위해 각국과 협의 중이지만 미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시행한 임상시험에서 메스꺼움과 구토 등의 부작용이 발견됐다.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권장해 화제가 된 약이다. 바이러스 침투 시 세포막과의 융합을 차단하거나 바이러스 복제를 위한 세포 내부 막 형성 과정을 차단하는 원리다. 중국과 프랑스 연구팀이 이 약을 투약한 코로나19 환자에게서 증상 완화와 바이러스 감소 등을 확인해 발표했다. 하지만 투약 농도가 높아지면 부작용 우려도 있어 국내에서는 낮은 농도로 투약 중이다.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다 보니 기존 완치자의 혈액을 이용하는 혈장치료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완치자의 혈액 속에 코로나19를 퇴치하는 항체가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이러한 치료는 오래전부터 사용했던 방법이다. 메르스 때에도 시도한 적도 있다. 코로나 환자로부터 헌혈처럼 혈액을 받아서 항체가 많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혈장을 환자가 수혈을 받는 것이다. 최근 세브란스병원에서 2명의 환자를 이러한 혈장 치료를 통해 완치시켜 관심이 됐다. 환자의 혈액이 건강하고 다른 질환이 없으면 수혈을 받을 수 있다. 수혈 대상자는 장기부전이 있는 중증 환자들이다. 문제는 그 혈장에 효과적인 항체가 있고 충분한 양이 있는지 사전에 검사해서 투여하는 것은 아니다. 방어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효과 여부도 헌혈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약처럼 똑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제약사와 바이오업체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앞다퉈 이뤄지고 있지만 급하다고 섣불리 임상허가를 하는 순간 또 다른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임상허가 속도와는 별도로 안전성이 최우선돼야 한다. 또 현재 연구 중인 대부분의 약이 기존에 있던 약을 코로나19에 써보는 방식인 만큼 완벽한 효과를 못 볼 수도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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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문화를 바꾸는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의사 손동작 따라하는 관절 로봇수술 기기

    복강경 수술기구 ‘아티센셜’은 집게 부분이 의사의 손동작과 일치하는 다관절 구조를 갖고 있다. 기존 로봇수술 기기 이상의 성능을 갖췄지만 수술비용은 낮췄다. 이 기기를 개발한 리브스메드는 ‘라이나50+ 어워즈’의 제3회 창의혁신상 수상기업에 선정됐다. 리브스메드의 배동환 이사와 아티센셜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실제로 다뤄보니 로봇수술처럼 관절이 쉽게 꺾인다. “맞다. 그래서 다관절 다자유도 복강경 수술이 가능하다. 기구를 손으로 직접 들고 수술하기에 직관적이면서 손 떨림도 잡아주는 똑똑한 수술기기다. 더구나 의사가 조직을 잡을 때 터치감이 그대로 전달돼 수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일종의 복강경 수술인가. “그렇다. 복강경 수술이 가능한 모든 질환에 적용될 수 있다. 갑상선 질환, 위장관질환, 대장항문질환, 간담췌도질환 등 흉부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유방외과에서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개발기간은 어느 정도 걸렸나. “8년의 연구개발 끝에 나왔다. 그동안 관절이 없는 복강경 기구를 사용했을 땐 의사들이 제한적인 동작만 가능했다. 하지만 아티센셜은 손목과 똑같이 움직이는 관절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정밀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하기가 쉬워 보인다. “실제로 트레이닝 키트로 30분∼1시간 정도 연습을 하고 실제 임상에선 15케이스 정도 진행을 하면 충분히 사용이 가능하다.” ―도입된 병원은 어디인가. “미국, 유럽, 일본 등에 진출했다. 국내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대병원, 인천성모병원 등이 도입했다.” ―수술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이 수술기기는 건강보험 적용이 돼 기존 다빈치 로봇기기보다 저렴하다. 아티센셜 기구 하나에 65만 원인데 보험공단에서 50% 보조를 해주기 때문에 환자는 절반만 부담하면 된다.” ―일회용이라고 하는데. “맞다. 안전을 위해 재활용이 안 된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이제 의료기기는 일회용 추세로 가고 있다. 병원에선 기존에 사용하던 복강경 기구에 아티센셜을 추가하거나 아니면 복강경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아티센셜만 사용해도 되므로 비용 부담이 작다. 실제로 기존 복강경 기구를 사용할 때 비용과 비슷하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사실 지금까지 외과수술 분야가 사람의 생명을 직접 다루기에 가장 많이 발전됐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외과수술 분야에서 트렌드를 주도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제작해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로 도약하는 게 목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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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부상처 소독제, 코로나 치료 효과 없다

    최근 소독제인 ‘35% 과산화수소’를 비염, 당뇨병, 암에 예방 및 치료 효과가 있다고 광고한 판매제조사가 당국에 적발됐다. 마실 수 없는 소독제를 식용 가능한 제품인 것처럼 속였다. 병원에서 주로 사용되는 소독제는 과산화수소, 에탄올, 베타딘 등 3가지.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만나 소독제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과산화수소는 무엇인가. “과산화수소는 화학기호가 H2O2로 수소와 산소가 결합한 성분이다. 거품을 내면서 균의 막을 파괴시켜 세균을 죽인다. 소독할 땐 에탄올이 주로 쓰이지만, 수술 이후 창상에서 고름이 나오거나 상처가 많고 지저분할 때는 과산화수소를 사용한다. 과산화수소로 고름을 제거하거나 상처 부위를 깨끗하게 한다. 당뇨병과 암, 탈모 등 다른 질병의 치료 용도로 음용하는 건 절대 불가다.” ―일각에서 과산화수소를 음용해 특정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데…. “놀랄 만한 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불안한 심리와 공포를 이용하는 것 같다.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에탄올과 과산화수소로 환경 표면에 오염된 코로나19를 소독할 수 있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이를 마음대로 해석한 게 아닌가 싶다. 절대 과산화수소를 음용하면 안 된다.” ―에탄올은 어디에 사용되는가. “대부분의 손 소독제에 사용된다. 보통 에탄올 농도가 60% 이상이면 손 소독제로 충분하다. 병원에선 환자들의 피부 상처나 감염된 창상을 소독할 때 에탄올을 사용한다.” ―에탄올을 마시면 어떻게 되나. “고농도의 소독용 에탄올은 몸에 흡수되면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입안, 위 점막세포를 모두 손상시킬 수 있고, 혈액 내 흡수돼 급성알코올 중독을 일으키면 매우 위험하다. 이란에선 올 3월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했을 때 소독용으로 사용해야 할 에탄올을 마신 사람이 있었다. 특히 공업용 알코올인 메탄올을 마시고 눈이 멀거나 사망하기도 했다.” ―빨간약도 있던데…. “빨간약으로 불리는 베타딘은 집에 상비약으로 하나씩 갖고 있는 상처 소독제다. 빨간약 성분은 ‘포비돈 요오드’로 기존에 나온 요오드팅크에 비해 피부 자극을 낮춘 제품이다. 이런 이유로 인후염 치료제인 ‘베타딘 인후스프레이’가 나오기도 했다. '베타딘 인후스프레이’는 구강용 스프레이로, 올바르게 입안에 분사해 사용하면 안전상 문제가 없다. 베타딘 소독제는 앞서 사스 및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해 항바이러스 소독 효과를 입증했으며, 현재 코로나19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소독제 중에선 마무리용 또는 수술 전 단계에 사용하는 소독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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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자만 찾는 아이, 물 자주 마셔야 충치 막는다

    고3 학생들이 20일부터 등교 수업에 들어갔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게 된다. 상당수 어린이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보다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 이들이 집에 오래 머무는 이때가 올바른 구강 관리 습관을 형성하는 데 골든타임일 수 있다.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의 현홍근, 송지수 교수로부터 어린이들의 구강 관리를 위한 다양한 팁을 들어 봤다.○ 식사 중간 물 마셔야 충치 예방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실내에만 머물면 운동량과 수분 섭취가 부족해지기 쉽다. 체내 수분이 부족하면 침 분비량이 감소해 치아우식증(충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침은 세균이 생성하는 산을 중화시켜 충치 발생을 억제한다. 특히 칼슘과 불소, 인 등의 성분을 함유해 치아 표면을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따라서 침이 충분히 나올 수 있도록 식사 중간에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게 필요하다. 종종 물 대신 주스나 요구르트로 갈증을 채우는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주스나 요구르트는 당분이 많이 포함돼 오히려 충치를 유발할 수 있다. 우유는 주스와 달리 충치를 예방하는 식품이다. 칼슘과 인을 비롯한 무기질과 카세인 같은 단백질이 치아를 충치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모유나 분유에는 충치를 일으킬 수 있는 젖당이 우유보다 많아 조심해야 한다. 모유나 분유를 먹인 직후 거즈나 칫솔로 유분이 남지 않도록 치아를 깨끗이 닦아 주는 게 좋다. 현 교수는 “만일 젖병을 물어야만 잠을 잘 수 있다면 보리차나 맹물을 주는 게 가장 좋다. 차선으로 분유 대신 우유를 주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충치를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진 자일리톨의 경우 설탕류 등 다른 성분이 함께 들어 있다면 충치를 유발할 수 있다. 당분 함유량과 산도가 높은 탄산이나 스포츠 음료도 충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사탕이나 초콜릿 등 과자도 당류 함량이 높고, 점착성으로 인해 치아 표면에 오래 남아 있을 수 있어 치아 건강에 좋지 않다.○ 아동 양치질 부모가 도와줘야 양치 전 손을 깨끗하게 씻는 것과 불소가 함유된 치약으로 최소 하루 2회 이상 양치하는 걸 권한다. 특히 미취학 어린이는 소근육 발달이 미숙해 세밀한 손동작이 어렵다. 따라서 보호자가 양치를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 불소는 충치 유발 세균의 대사활성을 억제해 준다. 따라서 치과에서 불소도포 치료를 통해 불소를 치아 표면에 국소적으로 바르면 충치 치료에 도움이 된다. 치약에 함유된 불소 농도가 높을수록 충치 예방 효과도 높기 때문에 최소 1000ppm의 고농도 불소치약을 사용하는 게 좋다. 다만, 어린이들은 치약을 삼키는 경우가 많아 사용하는 치약의 양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만 3세 미만 어린이는 쌀알 크기의 치약을 아주 얇게 펴서 바르는 형태로 사용한다. 또 만 3∼6세 미만 어린이는 콩알 크기 정도로 치약을 발라 준다. 양치 이 외에 평소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도 중요하다. 가공되거나 조리되지 않은 신선한 야채류나 과일, 식이섬유를 다량 함유한 음식은 씹는 과정에서 치아 표면을 물리적으로 세정해 줘 청정식품으로 분류된다. 치아 구성 요소인 단백질과 칼슘을 포함하고 있는 육류, 생선, 콩류, 계란, 치즈 등의 음식은 치아 표면을 단단하게 해 주기 때문에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아이가 치아가 아프다고 말할 땐 이미 충치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치아가 아프지 않아도 돌 무렵부터는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 검진하고 구강질환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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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격진료의 해법[이진한의 메디컬 리포트]

    최근 정부가 원격의료에 대해 드라이브를 걸자, 대한의사협회가 ‘전화상담 처방 전면 중단’ 권고문을 발표했다. 원격의료 실행을 두고 의정 간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의협은 15일 발표한 성명서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현재 진행형 국가 재난을 악용한 것”이라며 “13만 의사가 결사항전으로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19를 통해 원격진료의 장점을 부각해 의료 산업화 차원에서 계속 밀어붙이는 분위기다. 정부가 원격진료에 적극적인 건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환자들의 만족도가 컸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성모병원이 환자 약 9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진료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가 만족을 표시했다. 또 서울대병원이 운영한 문경 생활치료센터 입소 환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화상담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6점이 나왔다. 은평성모병원의 경우 내원에 걸리는 시간이나 병원 대기시간 없이 진료를 받고 처방전까지 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더구나 환자로선 자신의 상황에 따라 대면진료를 받을지 원격진료를 받을지 진료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하지만 은평성모병원 조사에서 의료진의 만족도는 14.2%에 불과했다. 대면진료는 청진과 촉진을 하면서 환자의 안색과 걸음걸이를 살필 수 있다. 하지만 전화 상담은 그렇게 하지 못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편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청와대에 이어 국무총리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이 일제히 원격의료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원격진료는 어느 일방이 시행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다. 자칫 의사가 약을 처방하지도 않았는데 약을 먼저 팔겠다고 하는 것과 같을 수 있다. 그런데도 최근 정부가 의협 등 관련 단체에 사전에 충분한 협조를 구한 흔적은 없다. 원격진료에서 의사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건 오진 가능성이다. 오진으로 인한 의료사고는 결국 의사들의 책임으로 돌아간다. 일부에선 원격진료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피해를 보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공제보험을 만들자는 대안을 내놓기도 한다. 또 수술 전 부작용을 설명하는 것처럼 환자에게 원격의료 시 생길 수 있는 장단점을 모두 설명하게 해 책임을 경감시켜 주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대형병원의 원격진료는 환자 쏠림 현상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것도 개원 의사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렇지 않아도 환자가 줄어 고사 직전에 처한 의원들은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가장 적극적으로 전화 상담에 응한 곳은 대형병원들이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올 2월 24일부터 5월 10일까지 총 26만2121건의 전화 상담 중 절반 이상인 15만1126건을 병원급 이상이 처리했다. 이런 이유로 원격진료가 실시될 경우 동네병원에서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 심화가 우려된다. 정부가 의료전달 체계를 개편하면서 대형병원은 중증질환자를 주로 진료하도록 대안을 내놓기는 했다. 하지만 원격진료가 대형병원의 새로운 환자 쏠림 현상을 낳지 않도록 보다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원격진료를 통한 수가도 어느 정도 보장해줘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시행한 원격진료의 경우 기존 초진 재진 수가에 30% 정도 추가 지원을 받았다. 그런데 원격진료를 통해 의사들은 감염 우려를 최소화했지만, 약사는 그렇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국이나 일본, 중국처럼 의사가 전화 처방전을 받으면 집까지 약이 배달될 수 있도록 약사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원격진료가 제대로 실행되려면 의정 간의 신뢰를 쌓는 일이 중요하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될 당시 의료계가 앞장서 내놓은 대책들이 큰 효과를 봤고, ‘K방역’이 세계의 모범이 됐다. 특히 의협은 올 1월부터 중국 입국자 금지 필요성을 주장해 정부 정책에 변화를 줬고, 생활치료센터 아이디어도 제공했다. 원격의료는 K방역의 주역인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함께 참여하는 장을 만드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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