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영국 케임브리지대를 나온 엘리트인데, 왜 출가했나.” “서구적 전통은 기독교인데 집에서 반대하지 않았나.” 어느 순간, 수행자가 듣기에는 좀 발칙한 질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6일 서울에서 만난 세계적인 명상 스승 아잔 브람(64)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대학 때 여자 친구와 잠자리를 가진 며칠 뒤 명상할 기회가 있었다. 여러분도 섹스에 관해 잘 알겠지만(웃음). 섹스의 오르가슴보다 명상이 주는 쾌감과 고요한 평화가 100배 이상 강력했다.” 그는 또 “제2차 세계대전 중 런던에 살던 부모님은 매일 밤 폭격 속에 비명과 죽음을 경험하면서 자비로운 신앙(기독교)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며 “내가 출가한다고 하자 그들은 나의 선택을 믿고 따라줬다”고 덧붙였다. 이후 태국으로 건너간 그는 현지에서 ‘살아 있는 붓다’로 불리는 아잔차를 스승으로 9년간 수행했다. 현재 호주 퍼스 시 숲 속의 보디냐나 수도원을 이끌고 있는 아잔 브람은 불교를 서구 사회에 가장 효과적으로 전파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의 책 ‘성난 물소 놓아주기’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강연을 위해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을 자주 찾는 인기 강연자이기도 하다. 그의 세 번째 한국 방문도 5일 대전에서 열린 세계컴퓨터총회 기조연설 때문이다. ―컴퓨터총회와 불교, 잘 연결은 안 된다. 연설은 어떤 내용이었나. “6년 전 호주 회의에서 법문한 것이 인연이 됐다. ‘어떻게 하면 자신을 바꿀 수 있는가’, 이런 주제로 얘기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생각한 게 아니다. 다른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들 수 있다.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박람회 때 한 가게는 아이스크림, 그 옆에서는 와플을 팔았다. 누군가 둘을 합쳐 아이스크림콘을 만들었다. 그게 변화이고 혁신이다.” ―17세 때 불교 서적을 읽고 자신이 불교 신자임을 알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미리 알아보는, 일종의 시장조사(market research)랑 비슷했다. 하하. 한마디로 내가 사랑하는 과학적 진실과 불교 가르침은 화합했고, 상충되지 않았다.” ―지금은? “과거 서구 사회가 지구를 평평하다고 여길 때에도 둥글다고 믿는 중국인들이 있었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우주가 시작도 끝도 없고, 무한하다고 한다. 이는 불교가 오랫동안 얘기해 온 것이다.” ―서구에서는 불교를 종교보다는 명상 또는 요가 수련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호주에서는 불교가 이미 두 번째로 신도가 많은 종교가 됐다.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도 불교신자라고 한다. 구글에도 불교 신자 모임이 있다. 불교는 철학 종교 과학 정치….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다.” 아잔 브람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개최가 내년(2월 25∼28일)으로 미뤄진 세계명상대전(조직위원장 각산 스님)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조선무를 생긴 대로 서너 등분 굵직하게 잘라 들기름 듬뿍 두른 가마솥에 그득히 채워 넣고, 다시마 몇 조각 곁들여 ‘왁자지글’ 볶으면서 고춧물을 발갛게 들인 다음, 조선간장 짭짤하게 푼 양념물을 낙낙하게 둘러 두어 시간 은근하게 졸여….” 최근 출간된 이경애 북촌생활사박물관장(62)의 ‘이야기를 담은 사찰 밥상’(조계종출판사)에서 전남 영암군 망월사의 ‘무왁자지(무왁저지)’ 조리법을 묘사한 대목이다. 전통향토음식대전에 따르면 무왁자지는 무조림(전북), 왁대기(전남), 무왁자(경남), 무시왁저기(전북)로도 불린다. 경남 고성군 문수암에는 뺏대기죽이 있다. 고구마 말랭이의 경상도 사투리로 전라도에선 빼깽이라고 부른다. 무쇠 가마솥에 뺏대기와 울콩을 넣고 두 시간 넘게 푹 곤 뒤 차조나 찹쌀가루를 넣고 끓여 설탕과 소금 조금으로 맛을 맞춘다. 이 책에는 전국 사찰 22곳의 24가지 음식을 소개하면서 이에 얽힌 구구절절한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우거지빡빡된장(강원 영월군 금몽암), 쑥개떡과 비자강정(전남 고흥군 금탑사), 해초된장국(전남 해남군 미황사), 쩜장(충남 부여군 보리사), 상추불뚝이전과 상추불뚝이물김치(경남 합천군 해인사 백련암)…. 이름도 재밌거니와 도대체 정체가 무엇인지 아리송한 음식들이 적지 않다. 쩜장은 충청도식 쌈장으로 다른 지방 막장과 비슷하지만 보리 대신 참밀과 찹쌀을 쓴다. 끓이지 않고 생으로 먹는 것도 특이하다. 우거지빡빡된장은 다시마 국물을 조금 넣지만 국물보다는 우거지를 많이 넣고 빡빡하게 끓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저자인 이 관장은 불교방송의 드라마를 집필하는 등 불교계와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최근 서울 북촌로 박물관에서 만난 그는 “사라져가는 절집 음식을 중심으로 사람과 사연을 함께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에 나오는 사찰들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비구니 사찰이거나 수행 가풍이 잘 유지되고 있는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큰 사찰일수록 일반인 상대로 한 공양이 많아 절집 음식 자체가 세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귀동냥으로 솔깃한 얘기를 들은 뒤 발품 팔아 절을 찾았지만 문전박대를 당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게 그의 말이다. 금탑사의 쑥개떡과 비자강정 노하우는 노(老)스님의 불호령을 이겨내고 장작불을 때는 노력 끝에 얻어진 것이다. “스님 손가락 하나도 나가면 안 된다”는 단서 속에. 빈손으로 돌아온 사찰 음식은 해당 사찰의 공양주와 신도 등의 목소리를 참고해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이 관장이 박물관에서 재연했다. 책에 담긴 꼼꼼하고 흥미로운 레시피는 이런 노력의 결과다. 바깥세상의 영향으로 음식 재료가 넘쳐나면서 절집 음식의 전통이 사라지고 수행 규율도 약해지고 있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불교에서 추구해온 음식의 본질은 수행의 한 방편인데 ‘맛’에 대한 탐닉으로 바뀌고 있어 안타까워요. 수원 봉녕사는 200여 명이 식사를 해도 잔반 거르는 소쿠리에 한줌의 음식도 남지 않습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미국 방문에 앞서 쿠바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79)과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89)의 만남은 흥미로웠습니다. 둘의 만남은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이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제게는 ‘살아있는 고수(高手)’, 이 단어가 머리를 스쳤습니다. 카스트로는 1953년 체 게바라와 함께 쿠바의 변혁을 이끈 ‘혁명의 아이콘’이었죠. 반면 교황은 물이 새는 ‘노아의 방주’로 불려온 바티칸 개혁을 이끌고 있는 새로운 아이콘입니다. 한데 흥미로운 것은 두 거물의 ‘의상’입니다. 세 줄 무늬가 선명한 아디다스 체육복을 입은 카스트로나 흰색 수단에 어깨 망토의 일종인 에스클라비나(Esclavina)를 걸친 교황이나 만만치 않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만약 둘 중 누군가가 화려한 정장이나 특별히 다른 옷을 챙겨 입었다면, 그가 기 싸움에서 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군복을 즐겨 입던 카스트로 전 의장이 아디다스 운동복을 즐겨 입는 것은 장출혈 수술을 받은 2006년 이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아디다스 짝사랑’에 대한 이유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교황의 단출한 의상에도 화제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공항에서 머리에 쓴 주케토(이탈리아어로 작은 바가지)가 바람에 날아가는가 하면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는데 에스클라비나가 얼굴을 감싸버리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바람 잘 날’ 없습니다. 교황의 난처한 모습을 기가 막히게 찍은 사진을 모은 블로그들도 있습니다. 주케토가 하도 바람에 잘 날아다녀 가까운 신부님들께 머리에 고정할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답변이 엇갈리네요. 머리 뒤쪽에 작은 단추가 있어 고정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귀찮아서 하지 않는다는 분도 있고, 고정할 방법이 없다는 분도 있습니다. 에스클라비나는 노예 또는 종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에스클라보(Esclavo)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교황이 ‘하느님의 종들의 종’으로도 불리는 것을 감안하면 어깨에 실린 망토의 의미를 살필 수 있습니다. 에스클라비나와 비슷하지만 조금 긴 모제타도 있습니다. 모제타는 고위 성직자들이 입는 것으로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겨울용 붉은 모제타와 부활절용 하얀 모제타를 즐겨 입었습니다. 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제타를 귀족적이고 부유한 전통으로 여겨 거의 입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엉뚱한 상상도 해 봅니다. 두 고수들은 역사적인 만남에서 골치 아픈 얘기 말고 이런 얘기도 나누지 않았을까요. “피델, 아디다스 줄무늬 운동복 정말 잘 어울려요.” “작은 바가지, 한번 써 봅시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미국 방문에 앞서 쿠바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79)과 피델 카스트로 쿠바 전 국가평의회 의장(89)의 만남은 흥미로웠습니다. 둘의 만남은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시각에서의 분석이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제게는 ‘살아있는 고수(高手)’, 이 단어가 머리를 스쳤습니다. 카스트로는 1953년 체 게베라와 함께 쿠바의 변혁을 이끌었던 ‘혁명의 아이콘’이었죠. 반면 교황은 물이 새는 ‘노아의 방주’로 불려온 바티칸 개혁을 이끌고 있는 새로운 아이콘입니다. 한데 흥미로운 것은 두 거물의 ‘의상’입니다. 세줄 무늬가 선명한 아디다스 체육복을 입은 카스트로나 흰색 수단에 어깨 망토의 일종인 에스클라비나(Esclavina)를 걸친 교황이나 만만치 않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만약 둘 중 누군가 화려한 정장이나 특별히 다른 옷을 챙겨 입었다면, 그가 기 싸움에서 진 게 아닐까 생각도 해 봅니다. 군복을 즐겨 입던 카스트로 전 의장이 아디다스 운동복을 즐겨 입은 것은 장출혈 수술을 받은 2006년 이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아디다스 짝사랑’에 대한 이유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교황의 단출한 의상에도 화제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공항에서 머리에 쓴 주케토(이탈리아어로 작은 바가지)가 바람에 날아가는가 하면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는데 에스클라비나가 얼굴을 감싸버리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바람 잘 날’ 없습니다. 교황의 난처한 모습을 기가 막히게 찍은 사진을 모은 블로그들도 있습니다. 주케토가 하도 바람에 잘 날아다녀 가까운 신부님들께 머리에 고정할 수 없냐고 물었더니 답변이 엇갈리네요. 머리 뒤쪽에 작은 단추가 있어 고정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귀찮아서 하지 않는다는 분도 있고, 고정할 방법은 없다는 분도 있습니다. 에스클라비나는 노예 또는 종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에스클라보(Esclavo)라는 어원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교황이 ‘하느님의 종들의 종’으로도 불리는 것을 감안하면 어깨에 실린 망토의 의미를 살필 수 있습니다. 에스클라비나와 비슷하지만 조금 긴 모제타도 있습니다. 모제타는 고위 성직자들이 입는 것으로 전임 교황인 베네딕도 16세는 겨울용 붉은 모제타와 부활절용 하얀 모제타를 즐겨 입었습니다. 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제타를 귀족적이고 부유한 전통으로 여겨 거의 입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엉뚱한 상상도 해 봅니다. 두 고수들은 역사적인 만남에서 골치 아픈 얘기 말고 이런 얘기도 나누지 않았을까요. “피델, 아디다스 줄무늬 운동복 정말 잘 어울려요.” “작은 바가지, 한번 써 봅시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영화 ‘울지 마 톤즈’의 고 이태석 신부(1962∼2010)가 소속된 수도회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던 살레시오회가 최근 한국 진출 60주년을 기념하는 역사관을 개관했다. 60주년은 지난해였지만 설립자 성 요한 보스코(1815∼1888)가 탄생한 지 200주년이 된 지난달 16일 문을 열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살레시오회 관구관에서 관구장 양승국 신부(56)를 만났다. ―요한 보스코 성인에 대해 소개해 달라.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그분 어록 중에 ‘내게 마지막 빵 한 조각만 남아도 너희들과 나누겠다’는 말이 있다. 삶의 모든 에너지를 청소년 교육과 사랑에 바친 분이다. 청소년의 친구이자 스승, 아버지였다.” ―한국을 포함한 살레시오회 현황은 어떤가. “세계 130여 개국에서 회원 1만5000여 명이 청소년 교육과 복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는 약 120명의 회원이 있고, 광주 살레시오중고교를 비롯해 청소년을 위한 직업 교육과 대안학교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소년원과 관련한 사목활동처럼 공교육에서 손대기 힘든 부분에 주력하고 있다.” 양 신부와 함께 둘러본 역사관은 240m²(약 72.6평) 규모로 크지는 않지만 살레시오회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축복과 사랑, 젊음, 기도 등 9개 테마로 나뉘었다. 한쪽에는 수도원 시절 이 신부의 침실과 유품을 재현한 공간도 있다. ―이태석 신부의 삶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줬다. “신부님 선종 뒤 많은 분들이 관심과 도움을 주셔서 큰 힘을 얻고 있다. 3월 출국한 이해동 신부님이 톤즈에서 진료소와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에 교황 신드롬이 일고 있다. “교황님이야말로 세계 가톨릭교회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이다. 좋은 모범을 보여 주시고 있는데 우리가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가까이에서 본 교황의 매력은…? “지난해 3월 방한 전 로마에서 교황을 알현할 기회가 있었다. 회의 때문에 모두 지치고 힘들었는데 여든에 가까운 할아버지 한 분이 오시자마자 분위기가 바뀌더라. 오랜 성찰을 통해 얻은 직관과 따뜻한 인간미, 유머 감각이 어우러진 인간적 매력이 대단하다. 그냥 오시면 사람들을 ‘무장해제’시킨다.” ―향후 살레시오회 계획은…. “우선 청소년 교육 전문 수도회로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이 많다. 노동문제처럼 교육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도 필요한 것 같다. 한참 꽃피워 나가야 할 청소년들이 웃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국민독서문화진흥회(이하 진흥회)가 독서를 통한 기부문화 조성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기부 리딩(Reading), 기부 리더(Reader)’ 캠페인에 육군3사관학교도 동참했다. 육군3사관학교 생도대는 최근 ‘기부 리딩 기부 리더 캠페인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 캠페인은 책을 1페이지 읽을 때마다 10원씩을 기부하는 프로그램이다. 책도 읽고 남도 도와주는 ‘일석이조’ 캠페인이다. 육군3사관학교 생도들은 책을 읽고 분기마다 읽은 분량만큼의 돈을 진흥회에 기부한다. 진흥회는 이 돈으로 도서를 구매해 아동 복지시설과 요양원, 다문화가정 등에 다시 기부한다. 김을호 진흥회 회장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타인과의 공감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상대의 아픔과 슬픔, 기쁨과 즐거움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야 말로 독서의 진정한 의미이자 가치다. 기부 리딩 기부 리더는 이를 실천하는 캠페인이다”고 말했다. 진흥회는 기부 리딩 기부 리더 대상 도서를 선정해 해당 출판사로부터 매칭 펀드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독자가 해당 책을 읽고 기부하면 출판사가 같은 금액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선정 1호 서적은 ‘울보왕 하얀놀매 이야기(미래를소유한사람들)’이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삼랑성(정족산성) 역사문화축제가 10월 3∼11일 인천 강화 전등사에서 개최된다. 올해 15회째를 맞는 이 축제는 ‘천년의 기다림, 새로운 시작, 2015 통찰’이라는 주제로 열리며 산사음악회와 영산대재, 남사당놀이, 각종 전시회 등이 이어진다. 3일 오후 7시에는 가수 박상민 김현정 박학기,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 등이 출연하는 전등사 가을음악회가 열린다. 4일 오전 10시 반에는 전등사 역대 조사들을 기리는 다례재, 오후 1시에는 호국영령을 위한 영산대재가 이어진다. 축제 기간 중에는 통찰을 주제로 한 ‘현대미술 중견작가전’을 비롯해 문인화전, 그림전시 원융전, 고기와 그림전, 연꽃 사진전 등 다양한 전시가 준비돼 있다. 특히 중견작가전은 조선왕조실록이 보관됐던 정족사고 특별전시관에서 개최된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삼랑성(정족산성) 문화축제가 10월 2~11일 강화 전등사에서 개최된다. 올해 15회째를 맞는 이 축제는 ‘천년의 기다림, 새로운 시작. 2015 통찰’이라는 주제로 열리며 산사음악회와 영산대재, 남사당놀이, 각종 전시회 등이 이어진다. 2일 오후 7시에는 가수 박상민 김현정 박학기,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등이 출연하는 전등사 가을음악회가 열린다. 4일 오전 10시 반에는 전등사 역대조사들을 기리는 다례재, 오후 1시에는 호국영령을 위한 영산대재가 이어진다. 축제 기간 중에는 통찰을 주제로 한 ‘현대미술 중견작가전’을 비롯해 문인화전, 그림전시 원융전, 고기와 그림전, 연꽃 사진전 등 다양한 전시가 준비돼 있다. 특히 중견작가전은 조선왕조실록이 보관됐던 정족사고 특별전시관에서 개최된다. 10일과 11일에는 각각 문화한마당과 남사당놀이가 예정돼 있다. 문화한마당에는 강화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이 참여해 관악과 요들송, 전통무용, 민요 등 다채로운 공연을 펼친다. 남사당놀이에서는 풍물과 버나, 살판, 줄타기 등 아슬아슬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전등사 주지 범우 스님은 “삼랑성은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성으로 고려의 항몽 투쟁과 병인양요, 의병 전투 등 우리 역사의 숨결이 배어 있는 곳”이라며 “이번 축제가 어린이와 학생들에게는 배움과 체험,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쌓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10일 개봉한 영화 ‘사랑이 이긴다’는 묘한 인연이 담긴 작품이다. 영화는 여고생 수아와 딸의 성적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엄마 은아의 갈등 속에 무너져 가는 가정의 위기와 생명의 소중함을 그렸다. ‘벌이 날다’ ‘포도나무를 베어라’ ‘터치’의 민병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민 감독이 한 가톨릭 사제에게서 들은 여학생 자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저예산 영화로 현재 일부 극장과 서울 이화여대 내 아트하우스, 그리고 전국의 예술 전용 극장 등에서 상영 중이다. 17일 은아 역으로 영화에 처음 출연한 뮤지컬 배우 최정원(47)과 영화의 제작과 투자를 맡은 한국가톨릭문화원장 박유진 신부(53)를 만났다.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여학생 이름이 제 딸과 같은 거예요. 아, 운명인가 했지요.”(최정원) “민 감독이 1순위도 아니고 0순위로 정원 씨와 작업하려고 했어요. 인연이다 싶었죠. 민 감독은 영화 잘되면 우선 정원 씨에게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하는데….”(박 신부) “거의 재능기부죠. 호호”(최) 가톨릭 신자인 최정원은 1999년 수중 분만 1호로 딸을 출산해 큰 화제를 모았다. 그 딸이 벌써 성장해 음악을 지망하는 여고 1년생이 됐다. 조연은커녕 카메오로도 영화에 나서지 않은 그는 “가족과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영화라 개런티와 관계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신부가 가톨릭과 관련한 대사나 언급이 전혀 없는 영화 투자를 맡은 것도 이색적이다. 그는 사제 수품 25주년인 은경축을 맞은 동창 신부를 중심으로 선후배 신부 50여 명의 힘을 모아 제작비 3억 원을 모았다. “가톨릭 교리의 일관된 가르침은 사랑과 생명, 가정의 소중함이죠. 여고생의 자살 역시 우리 시대의 단면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교회의 몫이기도 합니다.” ‘엄마 최정원’을 위한 변명도 나왔다. “정원 씨가 공개적인 자리가 있을 때마다 ‘전, 영화 속 수아 엄마랑 다르다. 실제로는 딸이 하고 싶은 그대로 둔다’고 하더라. 하하.”(박 신부) “전, 여고 3학년 때 오디션에 참여했을 정도로 제 꿈이 확실했어요. 나중에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됐으니 행복한 삶이죠. 그래서인지 딸 역시 부모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해요.”(최정원) 뮤지컬 배우와 신부님의 영화 토크가 이어졌다. 47세 늦깎이로 영화에 데뷔한 최정원의 주름살도 화제였다. 그는 “주름살조차 없이 매끈한 요즘 배우 얼굴과 달리 눈가의 생생한 주름이 살아 있는 배우의 얼굴이라는 감독의 칭찬을 받았다”며 “무대와 달리 영화는 배우의 주름 하나까지 디테일하게 보여 줘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고 했다. 박 신부는 외할아버지가 극장을 운영해 어릴 적부터 그곳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한다. 그는 “프랑스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리는 반면 우리는 반대로 간다”며 “사람들이 힘들어질수록 정부와 교회가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개신교 장로교단 중 처음으로 목회자 납세를 결의했다. 기장은 16일 강원 원주시 영강교회에서 열린 제100회 총회에서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목회자의 근로소득세 납부가 타당하다”는 결의를 채택했다. 개신교 교단으로는 2012년 대한성공회에 이어 두 번째다. 기장 측은 “종교인 납세에 대한 신학적·실정법적인 검토 결과와 사회적 여론, 정부의 시행 의지를 고려할 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평하게 납세 의무를 다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결의를 채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장은 향후 소속 교회를 대상으로 납세에 대한 교육과 홍보 활동을 펼쳐 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결의가 목회자 개개인에 대해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 납세가 얼마나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편 기장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개신교 연합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한 관계자는 “기장은 종교인 납세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온 교단으로서 총회에서 현실화한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대형 교단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많아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최근 출간된 종교 서적 중 관심이 가는 책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근대 불교사 연구에 열정을 기울여 온 동국대 김광식 교수의 ‘우리 시대의 큰스님’입니다. 특히 ‘큰스님’이라는 세 글자에 눈길이 가더군요. 한국 불교는 물론이고 우리 정신사에 영향을 끼쳤다는 기준 속에 고승 31명의 삶이 조명됐습니다. 경허, 만공, 혜월, 한암, 탄허, 용성, 동산, 경봉, 효봉 스님…. 1800년대 중반부터 1900년대 중반까지 주로 활동한 분이 많습니다. 30년 안팎으로 거슬러 올라가 사람들에게 비교적 친숙한 분들로는 청담 성철 서암 광덕 스님이 꼽혀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의문이 생깁니다. 왜 현재와 가까워질수록 법명만 들어도 배움을 청하고 싶은 스님들이 드물어질까요? 이따금 절집에 가면 도처에서 큰스님 소리를 듣는데 말이죠. 현재의 인물이기에 그 평가가 불가피하게 냉정해진다는 이치를 감안해도 정말로 고개가 숙여지는 스님은 드문 게 요즘 현실입니다. 거의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불교계 뉴스를 보면 난장판이 따로 없습니다. 주지 자리부터 종단의 주요 소임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질 않습니다. 큰스님들은 큰스님들끼리 하루가 멀다 하고 다투고, 파당을 이뤄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정치판과 다를 게 없죠. ‘포난사음욕 기한발도심(飽煖思淫慾 飢寒發道心)’이란 구절이 이런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합니다. 배부르고 따뜻하면 음탕한 욕구가 떠오르고, 주리고 추우면 도심이 일어난다는 거죠. 큰스님들이 몰려 있는 서울과 달리 충북 청원에는 ‘작은 스님’도 있습니다. 가끔 전화를 걸어 스님에게 글을 부탁하면 “농사일 때문에 바쁜데. 나보다 잘 쓰는 스님 많은데…”라며 예의 고집을 피웁니다. 그러면 ‘이럴 수 있느냐’며 과거 인연을 들먹이고, 다시 ‘이번만’이라는 읍소로 원고 약속을 받아내곤 했습니다. 어쨌든 뻔한 제 ‘수’가 통하는 걸 보면 먼 사이는 아닌 듯하죠. 지난해에는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는 제목의 스님 책을 손에 쥐고 스님답다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 며칠 뒤 스님이 있는 마야사로 내려가 차담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현진 스님입니다. 그때 작은 스님을 주제로 이런 대화를 나눈 기억이 납니다. “원래 안 크신 줄 아는데, 새삼스럽게 작은 스님 타령이신지.” “그래 원래 작아요. 그런데 세상에 큰스님이 너무 많아서.”(스님) “좀 삐딱한 느낌이시다.” “글쎄, 그럴지도. 후후. 그런데 작게 사는 게 맞는 것 같아요.”(스님) 작은 것으로 치면 해인사 승가대학장으로 있는 원철 스님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것 같습니다. 조계종 총무원에서 여러 소임을 맡던 스님은 몇 해 전 홀연 모든 것을 버리고 해인사로 떠났습니다. 스님이 기거하던 작은 방이 기억에 선합니다. 책 몇 권을 빼면 장식이 거의 없는 소박한 거처였죠. “서울 일 다 버리고 왔는데 결국 승가대학장이네요?”라고 묻자 스님은 “다 내려놔야 하는데…. 그렇다고 공밥 먹을 순 없죠. 밥값이죠”라고 하더군요. 손수 원두를 갈아 내린 커피와 작은 스님의 향기가 가득했습니다. 작은 스님들이 보고 싶습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Sorry, I am nervous(미안합니다. 긴장돼서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 옆의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주최로 승가대와 동국대에 재학 중인 ‘학인(學人) 스님’을 대상으로 한 제1회 외국어스피치 대회 예선이다. 이 대회에는 개인 41명, 단체 12팀(121명)이 참여해 열기가 뜨거웠다. 참가자의 영어 스피치 방식은 마이크를 잡고 강연하는 법문형과 파워포인트와 동영상을 활용한 프레젠테이션형으로 크게 나뉘었다. 단체팀들은 노래와 연극 형식을 도입해 짧은 뮤지컬 같은 무대를 연출했다. 동학사 승가대에 재학 중인 진홍 스님은 2년 전 영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사연을 영어로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스님이 수행의 한 과정으로 사찰 내 청소 등 허드렛일을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한 여성이 어린 아들에게 하는 얘기가 귓전에 들어왔다. “If you don‘t study hard, you will become garbage and be thrown out just like her(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저 사람처럼 쓰레기가 되고 버려질 거야).” 그 순간, 스님은 영어를 제대로 배워 불교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국제 포교에도 힘쓰겠다고 결심했다.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온 스님은 기자에게 “대학도 법대에 진학해 영어 공부할 일이 별로 없었다”며 “생사(生死)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했는데 영어 공부를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쌍계사 승가대의 화원 스님은 ‘다도와 선’, 운문사 승가대의 현담 스님은 ‘사찰음식 시연’, 중앙승가대의 일원 스님은 ‘욕망’을 주제로 영어 스피치를 했다. 학인 스님들은 몇 개월 공들인 듯 4분 안팎의 시간 동안 대부분 유창하게 스피치를 진행했다. 전국노래자랑처럼 즉석 탈락을 알리는 ‘땡’ 소리는 없었다. 대신 시간이 경과하면 사회를 보는 스님이 ‘똑, 똑’ 하는 두 번의 목탁으로 예고했다. 이 소리에 마음이 급해진 일부 스님들은 말문이 막히자 머리를 긁적이며 “이런 무대는 처음이라” “영어, 정말 어렵죠” “결선에 올라 다시 이 무대에 꼭 서고 싶다” 등 즉석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이날 예선을 통과한 개인 9명, 단체 5개팀이 10월 14일 같은 장소에서 본선 무대를 갖는다. 조계종은 글로벌 시대에 맞춰 스님의 자질 향상과 국제화를 위해 승가대 4년 과정 중 2학기 동안 영어를 비롯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를 수강하도록 했다. 동학사 주지인 유곡 스님은 “시대가 바뀌어 영어 역시 출가자가 갖춰야 할 덕목의 하나가 됐다”며 “단순하게 영어만 배우는 게 아니라 경전과 불교 의식에 관한 내용을 담아 수행의 한 방편이 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오늘은 용주사 경내 공사로 인하여 참배가 불가능합니다’ ‘용주사 전강문도회 성월 스님 의혹 진상규명 지지’…. 지난달 31일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경기 화성시 용주사에 붙은 현수막 내용입니다. 이날 용주사에서는 주지 성월 스님의 범계(犯戒·계율을 어김) 의혹을 제기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이들과 사실무근이라는 측이 맞섰습니다. 이 와중에 산문(山門)은 봉쇄됐고, 스님들은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용주사와 관련해 불교계 인사와 통화하면 대부분 “한두 번도 아니고…. 부끄럽다. 할 말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용주사뿐 아니라 해인사 등 조계종의 크고 작은 사찰에서 주지 스님이 바뀔 무렵이면 법정 송사(訟事)는 물론이고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습니다. 개신교 역시 송사에 관한 한 뒤지지 않습니다. 보수적 성향의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선거를 치를 때마다 다양한 갈등이 불거졌고, 주요 교단장 선거 때면 십중팔구,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가처분소송이 벌어지곤 합니다. 성경은 형제들과 세상 법정에서 송사하지 말고 손해를 보더라도 화해하라고 가르칩니다. 불교는 지도자 선출과 구성원 징계 등 다양한 문제를 논의하는 ‘갈마’라는 대중공의제적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조계종이 올해 초부터 진행 중인 ‘대중공사(大衆公事)’를 요식 행위라며 비판하지만,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발언하고 뜻을 모아 대소사를 처리한다는 점에서 불교의 평등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종교계가 요즘 갈등을 처리하는 방식을 보면 교리의 가르침과는 반대로 ‘법정은 가깝고, 화해는 먼’ 실정입니다. 올해 2월 발표된 한국갤럽의 성직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2014년 기준의 이 조사에서 ‘우리 주변에 품위가 없거나 자격이 없는 성직자가 얼마나 많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87%가 ‘매우 많다’(22%), ‘어느 정도 있다’(65%)고 답했습니다. 반면 ‘별로 없다’(12%), ‘전혀 없다’(1%)고 답한 이는 13%에 그쳐 10명 중 9명은 성직자의 자격 또는 자질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종교를 가진 응답자들의 답변에도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불교인 88%, 개신교인 85%, 가톨릭 신자 89%가 품위나 자격이 없는 성직자가 많다고 답했습니다. 속사정을 세세히 들여다보면 잘잘못의 경중이 있겠지만 ‘닭 벼슬(볏)만도 못한 게 주지 벼슬’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종교인에 대한 싸늘한 시선을 보면 다툴 시간도 없습니다. 종교인들만 모르고 있는 걸까요?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낙태를 한 여성이 진심 어린 속죄와 함께 용서를 구한다면 모든 사제에게 이 낙태의 죄를 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한시적으로 낙태 여성을 용서할 수 있다는 1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서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교서의 핵심은 ‘자비의 희년(禧年)’을 맞아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인 올해 12월 8일부터 내년 ‘그리스도 왕 대축일’인 11월 20일까지 낙태의 죄를 사할 수 있는 권한을 교구의 최고 고해 사제인 교구장 주교에서 사제들까지로 확대한 것이다. 희년은 가톨릭교회에서 신자들에게 특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해로, 정기 희년은 25년마다 있다. 정기 희년은 2025년이지만 자비의 희년은 이와는 별도로 교황의 권한으로 특별 선포한 것이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협의체인 천주교주교회의(주교회의)가 교황 교서와 관련해 2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교회법상 낙태는 생명을 죽이는 행위로 도덕률의 중대한 위반이며 흉악한 죄악이다. 또 낙태와 관련한 죄는 교회법상 자동 파문으로 제재하도록 돼 있다. 가톨릭계는 이번 교서를 동성애자, 이혼자 등에 대한 교회의 포용을 강조해온 프란치스코 개혁의 연장선으로 여기고 있다. 주교회의 홍보국장인 이정주 신부는 교서와 관련해 “교회가 고통받는 이웃을 향해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의 한 성당에 다니는 40대 여성 신자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낙태하는 신자들이 있지만 이런 문제를 교회에서 쉽게 언급하기는 어렵다”며 “교황께서 신자들의 고민을 먼저 공식화하고, 마음의 짐을 덜어주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교서는 가톨릭 신자 비율과 역사, 문화 등을 감안해 선교지역 국가로 분류돼 있는 국내보다는 가톨릭 신앙이 보편화한 해외에서 논란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예외를 인정받아 이미 각 교구장들이 사제에게 낙태와 관련한 죄를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전교구 홍보국장인 한광석 신부는 “낙태에 대한 죄의식이 부족한 국내 분위기와 달리 가톨릭이 보편화한 국가에서는 생명윤리에 대한 의식이 철저하다”며 “한시적이지만 이번 교서가 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이 교서가 낙태에 대한 가톨릭의 입장 변화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낙태가 지닌 죄의 무게를 축소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자비의 영역을 한시적으로 넓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한 예수회 성직자는 “교황의 연민과 자비를 강조하는 정책은 가톨릭의 변화로 여겨진다”며 “전통주의자들은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평생 포교와 교육에 힘써 온 무진장 스님(1932∼2013·사진)의 입적 2주기(17일)를 추모하는 세미나와 유품 전시회가 개최된다. 1932년 제주에서 태어난 스님은 1956년 부산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고 범어사 강원과 동국대 불교대학원을 졸업한 후 방콕과 일본에서 공부했다. 스님은 조계종 제2, 4대 포교원장을 지냈고 2007년 원로의원으로 추대됐다. 서울 조계사와 무진장불교문화연구원은 11일 오후 1∼5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무진장 대종사의 생애와 사상’을 주제로 추모 세미나를 연다. 황정일 동국대 강의교수의 사회로 진행되며 동국대 명예교수인 법산 스님이 ‘금강경과 무진장 스님의 불교사상’, 차차석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가 ‘무진장 스님의 생애와 원력’을 각각 발제한다. 무진장 스님의 유품 전시회도 11∼1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나무갤러리에서 열린다. 17일 조계사 대웅전에서는 무진장 스님의 강의를 책으로 엮은 ‘육조해(解) 금강반야바라밀경’ 봉정식도 열린다. 02-734-8472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교회 일과 동네일은 다르지 않습니다. 교회 때문에 동네 땅값 올라 고맙다는 얘기도 한번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한남제일교회 오창우 담임목사(61)의 말이다. 최근 7년 만의 안식월 중 쉽지 않게 만난 그는 어느새 붙은 ‘동네목사’라는 수식어에 대해 “얼마나 근사하냐”고 되물었다. 》 교회는 신자 400명 정도로 정겨워 보이지만 좀 오래된 모습이다. 그가 동네목사로 불리기까지 사연이 있다. 우선, 1985년 첫 담임목사 생활을 시작한 것이 바로 현재의 교회다. 은퇴할 때까지 이곳을 지킨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자신이 개척하지 않은 교회에서 목회의 출발과 끝이 이뤄지는 것은 드물다. 지난 30년 동안 동네일이라면 발이 부르트도록 쫓아다닌 그의 발품도 또 다른 이유다. 그는 지역과 관련한 여러 직함을 갖고 있다. 용산구 공유위원장이 그중 하나다. “마을공동체 차원을 넘어 더 큰 지역의 복지를 위한 기구입니다. 지역의 누군가가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무엇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재능, 자원을 제대로 공유하며 서로 돕자는 취지죠.” 2012년 결성된 ‘꿈꾸는 오케스트라’ 단장도 그의 또 다른 직함이다. 넉넉하지 않은 환경의 지역 주민들을 위해 바이올린 교실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음악을 통해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까지 함께 모이게 됐고, 매년 한 차례 공연을 개최한다. 올해는 5일 오후 7시 용산구청 아트홀 미르에서 ‘제1회 용산구 푸드뱅크 사랑나눔 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개최한다. 다른 직함들도 있다. 용산구 푸드마켓&뱅크의 운영위원장과 구립 한남요양원 이사장, 한남어린이집 위탁기관장…. 교목(校牧)으로 일하던 젊은 시절 경험이 동네목회의 씨앗이 됐다. 교목은 가만히 있으면 하루 종일 외톨이가 될 수도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먼저 다가서는 순간, 교사와 학생들이 친구가 되고 조카가 됐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그는 동네목회도 다를 게 없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공무원과 회사 직원 모두 함께 사는 이웃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지역의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과 하얏트호텔 같은 곳에도 자주 찾아갔어요. 대부분 흔쾌히 음식을 나눠주고 일손을 빌려 주더군요. 하얏트호텔 주방팀은 몇 년째 요리 솜씨를 기부하고 있어요. 살 만한 세상 아닙니까?” 젊은 시절 ‘큰 교회, 큰 목회’에 대한 욕망은 없었을까. “30대 초반인데 대형교회로 가는 친구들을 보며 왜 그런 생각이 없었겠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당신은 동네목사가 아주 잘 어울리고 행복해 보인다’고 하더군요. 그 한마디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웃음)” 그가 추구하는 동네목회의 키워드는 친구였다. “목회자들이 ‘섬긴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쉽게 하면 안 돼요. 건물과 돈,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정말 섬기는 것은 친구가 되고 일손을 보태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거죠. 교회가 돈과 힘이 있어야만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정부나 기업과 다를 게 없죠.” 그는 보리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수천 명을 배부르게 한 예수의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언급했다. “그 기적 속에 담긴 예수님 마음은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려는 게 아닙니다. 배고픈 수많은 사람이 집으로 돌아갈 때 ‘저들이 얼마나 배고플까’ 하는 그 마음을 나누신 거죠. 예수 믿어 부자 되는 게 아니라 예수 믿어 같이 어울려 행복해지길 바랍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31일 인촌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29회째를 맞은 올해 인촌상은 교육, 언론·문화, 인문·사회, 과학·기술 등 4개 부문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학교와 재단, 개인 2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는 부문별로 권위 있는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 4명씩이 참여해 6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진행됐다. 수상자들의 소감과 공적을 소개한다. 》▼ 신입생 1대1 면담 전통… “학교는 인성교육의 요람” ▼교육) 광주 살레시오여고광주 살레시오여고는 ‘교육은 마음의 일’이라는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인성 교육에 최선을 다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교장선생님과 제대로 인사를 나누기가 쉽지 않지만 살레시오여고는 다르다. 류경희 살레시오여고 교장수녀는 올해 초 300명이 넘는 신입생을 모두 1 대 1로 면담했다. 류 교장수녀는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통”이라며 “짧은 순간이지만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살레시오여고는 담임교사들도 한 학기에 두 번씩 학생들과 개별 면담을 하면서 학생들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해주고 있다. 편부모나 조손가정 등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도 교사와 단둘이 있을 때면 비교적 자연스럽게 말문을 연다. 살레시오여고는 명상의 시간, 합창경연대회, 부모와 함께하는 봉사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인성교육을 함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버지와 딸이 함께하는 소록도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류 교장수녀는 “2학기에는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성교육은 일반 수업시간에도 배어 있다. 1학년은 ‘생활과 인성’, 2학년은 ‘생활과 종교’, 3학년은 ‘생활과 심리’ 과목을 전원 선택과목으로 이수하고 있다.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이 1년이 지나면 착해지고, 2년이 지나면 더욱 착해지고, 3년이 지나면 그보다 더욱 착해진다”는 말이 입버릇처럼 돌 정도다. 다른 학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끈끈한 유대관계의 밑바탕에는 이런 노력과 전통이 있다는 평가다. 류 교장수녀는 “홈커밍데이에는 연세가 지긋한 대선배들이 찾아와 학생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웃음꽃을 피운다”며 “학생들도 졸업생들의 이런 마음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인성교육을 국제화교육과 연계한 점도 특별하다. 살레시오여고는 네팔 지진 사건 등이 일어났을 때 학생들에게 국제사회에서 인류애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당 재난국가를 돕는 교내 행사를 열기도 했다. 미국, 캐나다, 일본에 있는 살레시오 자매학교들과의 교류를 통해 여러 나라의 다양성을 체득하고 포용하는 법도 배운다. 류 교장수녀는 “학생들이 학교를 집처럼 느끼고 선생님을 가족처럼 친밀하게 느끼도록 하는 게 올해 목표”라며 “학생들에게 학교는 또 하나의 집”이라고 말했다.공적살레시오여고는 1961년 1월 살레시오 수녀회가 세운 가톨릭 학교. 개교 당시 9학급이었으나 초대 교장인 안칠라 그릿디 수녀 취임이래 1970년 12학급, 1974년 24학급, 1994년 30학급으로 성장해 현재 총 1006명(29학급)이 재학 중이다. 2006년부터 몽골 해외봉사활동을 시작했고 같은 해 사학기관 경영평가에서 우수학교로 선정됐다. 2011년 일본 도쿄 세이비여고와 국제교류 자매결연을 했고 2012년에는 인성교육실천 우수학교에 선정됐다. 2013년엔 영어교육모델창의경영학교 성과 우수학교에 선정돼 표창을 받았다. 올해 2월 제52회 졸업식에서 338명이 졸업해 개교 이래 총 2만88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3월 현 류경희 마리아 제네로사 교장수녀가 취임했다. ▼ 국내 언론지원 반세기… “인촌선생이 성곡선생에게 준 상” ▼언론·문화) 성곡언론문화재단“이 상은 하늘나라에서 인촌(仁村) 김성수 선생이 제자였던 성곡(省谷) 김성곤 선생(1913∼1975)에게 준 상이라 생각합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성곡언론문화재단(성곡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한종우 이사장(83)은 “창립자인 성곡이 1930년대 말 보성전문학교에 재학할 당시, 교장이던 인촌을 모델로 삼아 인촌의 3대 과업인 산업, 교육, 언론 육성의 뜻을 이어받고자 노력했다”며 “인촌의 길을 따르고자 했던 성곡의 노력이 창립 반세기 만에 빛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성곡은 금성방직과 쌍용양회를 창업한 후 대구 현풍중고교와 국민대를 설립, 인수했으며 동양통신과 연합신문 등을 운영했다. 이를 통해 기업가·교육가·언론인이었던 인촌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한국 최초의 언론 지원 재단인 성곡재단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65년 박정희 정부가 언론 규제를 위한 ‘언론윤리위원회법’을 제정해 언론계와 갈등을 빚은 것이 재단의 창립 계기가 됐다. 당시 박 대통령과 언론인들의 ‘유성(儒城)회담’을 주선한 성곡은 이 법의 시행을 미루는 대신 언론사 각자가 자율적으로 윤리강령을 만들도록 했으며 언론인의 자질향상을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 성곡재단은 영국의 톰슨, 미국의 니먼 재단을 모델로 설립된 후 현역 기자들의 해외 유학 및 연수 사업을 통해 언론인의 소양을 기르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뒀다. 1966년 중견 기자 해외 연수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인터뷰 자리에 한 이사장과 함께한 박현태 전 KBS 사장은 당시 한국일보 기자로 일본 도쿄대로 1기 연수를 떠났다. 그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 수준으로 여권도 쉽게 나오지 않던 시절이었다”며 “당시 해외 연수를 통해 기자로서 국제적인 감각과 선각자적인 혜안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곡재단은 이후 삼성언론재단(1995년)과 LG상남언론재단(1995년) 등 민간언론재단이 설립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0% 독자적인 출자로 창립된 성곡재단은 쌍용양회의 주식배당금과 쌍용그룹의 지원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 왔다. 한 이사장은 “외환위기 등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도 언론계 지원을 멈추지 않았다”며 “언론이 양적으로 팽창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언론인의 자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공적국내 최초의 언론재단으로 1965년 9월 창립 이후 현역 언론인들이 해외 대학에서 유학하며 연구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해왔다. 재단은 지난 50년간 총 213명의 언론인이 미국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 일본 도쿄대, 영국 카디프대, 프랑스 파리대, 독일 베를린대 등에서 유학할 수 있도록 체재비와 학비 등을 지원했다. 재단은 또 기자 재교육 사업을 위해 1968∼1978년 서울대 신문대학원에 입학한 현직 언론인 150여 명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 바 있다. 1989년에는 한국언론학회에 ‘성곡언론학연구기금’을 창설했고 1993년 9월부터 학술계간지 ‘언론과 사회’를 발간하고 있다. 1994년 11월 미국 미주리대로부터 한국언론의 국제화에 기여한 공로로 ‘언론공로메달’을 받았다. ▼ 6·25 직후부터 60년 한우물… “중문학계 전체가 받는 것” ▼인문·사회) 김학주 서울대 명예교수“제가 중문학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이 분야를 이해하는 사람도, 관련 논문도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인문 분야에서 학생들이 몰리는 학과의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개인이 아니라 성장한 중문학계 전체가 받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28일 경기 성남시 수내로 자택에서 만난 김학주 서울대 명예교수(81)는 과거 펴냈던 번역서 ‘중용’의 개정판을 감수하고 있었다. 그가 중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교 시절 학도병으로 참전한 6·25전쟁에서 포로로 잡힌 황포군관학교 출신 중공군 장교를 만나면서부터다. ‘제대로 된 소총도 없이 꾸준히 전투를 벌이는 중국을 우리가 제대로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서울대 중문과에 입학했다. 당시는 중문학 교수진도 적었고, 그나마 일부가 월북하거나 납북당한 상황이었다. 김 교수는 1959년 국비 유학생으로 대만으로 유학해 중국 국민당과 함께 대만으로 건너온 베이징대 교수들에게서 배우며 관련 자료를 모았다. 귀국해 처음 쓴 중국의 탈놀이에 관한 논문이 일본과 대만 등지에서 번역돼 현지 학술지에 실리기도 했다. 1961년 그는 서울대에서 중문학 강의를 시작했지만 쓸 만한 교재가 없었다. 중문학 고전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일반인에게 보급하기 위해 이때부터 번역과 저술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였다. 현대적 시각으로 주석을 단 당시 번역서 중 일부는 최근까지도 개정판이 나온다. 김 교수는 “그때는 한자에 토를 달아 놓은 값싼 문고본, 이른바 ‘딱지본’이 전부여서 틀려도 나중에 고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단 책을 썼다”며 “전국에 고전 강연을 하러 다니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1980년대부터는 초기의 관심으로 돌아가 중국 전통 민간 연희 연구를 시작했다. 한중 수교 이전부터 정부 허가를 받아 중국 각지로 연희 탐사를 다녔다. 그때 수집한 중국 전통 탈 300여 점이 국립민속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김 교수는 “당시는 중국에 지방 연희에 관심을 가진 학자가 거의 없었고 1980년대 중반에 와서야 연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팔순이 넘은 지금도 북송 시대와 위진 남북조시대의 문학사에 관한 책을 각각 내기 위해 준비하는 등 왕성한 연구열을 드러내고 있다. “다른 데 곁눈질하지 않고 평생 중문학만 파 왔습니다. 이번 수상도 계속 중문학계를 위해 헌신하라는 뜻으로 생각하는데, 늙은 저의 힘이 어디까지 닿을지 걱정입니다.”공적학계에서 중문학의 입지가 협소하던 1950년대부터 연구를 시작해 중국문학 연구의 토대를 닦은 대표적 중문학자다. 서울대 중문학과 학사, 석사, 박사 과정과 국립대만대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줄곧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다. 1967년 국내 최초로 서경(書經)을 완역한 이래 유학의 핵심 경전과 제자백가의 주요 고전을 현대적 해석을 담아 펴냈고 동양 고전 읽기 운동을 벌여 대중화에 기여했다. 중국의 학자들이 민간 전통 연희에 주목하기 전인 1960년대부터 탈놀이 ‘나희(儺戱)’를 비롯한 전통 가무와 잡희에 관해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냈다. 국내외에서 현대 중문학 연구의 대표서로 꼽히는 ‘중국문학사’를 1986년 저술하는 등 연구서와 번역서 70여 권을 냈다. 학술원 회원이다. ▼ ‘화학적 암 예방’ 세계적 석학… “암 발생 줄이는 게 평생목표” ▼ 과학·기술) 서영준 서울대 약대 교수“훌륭한 은사님들과 헌신적인 연구원들 덕분에 이런 큰 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학문도 패션처럼 유행이 있기 마련이지만 유행 타지 않고 30년간 한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 온 끈기에 대한 격려로 생각하겠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만난 서영준 서울대 약대 교수(58)는 인촌상 수상의 영광을 스승과 제자들에게 돌렸다. 그는 “체내에 독성물질이 들어가면 간에서 해독 과정을 거치지만 발암물질은 오히려 독성이 강해져 ‘조물주의 실수’로 불린다”면서 “1985년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암 발생 연구를 시작한 게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화학적 암 예방(ChemoPrevention)’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힌다. 안전한 화학물질을 이용해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일탈’하는 과정을 막아 암 발생을 줄이는 게 서 교수의 목표다. 그동안의 연구 업적은 화려하다. 2003년 10월에는 암 분야 최고 저널로 꼽히는 ‘네이처 캔서 리뷰(Nature Cancer Review)’에 국내 학자로는 처음으로 단독 논문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매년 10편 이상, 총 28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인용 횟수는 1만4000회를 넘겼다. 미국 최대 온라인 의학 도서관인 ‘펍메드(PubMed)’ 검색창에 그의 영문 성인 ‘Surh(서)’를 치면 ‘Surh Young-joon’이라는 이름이 제일 먼저 뜬다. 서 교수는 2011년부터 서울대에서 ‘종양미세환경 글로벌 핵심연구센터’를 이끌며 정상세포가 고장을 일으켜 암세포로 바뀌는 과정을 밝혀냈다. 서 교수는 “암은 오랜 세월 인류와 역사를 같이한 질병인 만큼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 연구실은 ‘과학자 사관학교’로도 불린다. 2000년부터 9년 연속 ‘미국암학회’가 수여하는 ‘젊은 과학자상(Scholar-in-Training)’ 수상자를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도 중국 옌볜(延邊)대 출신 중국동포 연구원이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서 교수는 “학생들에게 예측과 다른 ‘네거티브 데이터’가 나오더라도 숨기거나 실망하지 말고 이걸 ‘반전’으로 삼아 새로운 논문을 쓰라고 조언한다”면서 “스스로 실수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율성을 갖춘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공적서울대 제약학과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쳤다. 발암물질이 정상세포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세포를 만드는 과정을 처음 밝혀낸 제임스 밀러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 교수의 논문을 읽고 감동을 받아 무작정 손 편지를 보냈다. 이것이 인연이 돼 2000년 작고한 밀러 교수가 논문지도를 한 ‘마지막 제자’로 유학 생활을 시작해 1990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원, 예일대 의대 조교수를 거쳐 1996년 서울대 약대 교수로 부임했다. 2011년에는 서 교수 연구실이 글로벌핵심선도연구센터(GCRC)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1년 지식창조대상, 2012년 보령암학술상, 2013년 한국 과학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2014년부터는 대한암예방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제29회 인촌상 심사위원∇교육 △위원장=권대봉 고려대 교수△위원=강상진 연세대 교수, 성기옥 세계화교육문화재단 회장, 정철영 서울대 교수∇언론·문화 △위원장=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위원=고승철 나남출판 사장, 김영나 국립박물관장, 김영석 연세대 교수∇인문·사회 △위원장=이태수 서울대 명예교수△위원=박찬욱 서울대 교수,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과학·기술 △위원장=김병윤 KAIST 교수△위원=강현배 인하대 교수, 김기문 포스텍 교수, 노정혜 서울대 교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정연합)은 30일 오전 9시 경기 가평군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창시자 문선명 총재의 3주기 기념식을 개최한다. 이 행사에는 고인의 부인 한학자 총재를 포함해 국내외에서 3만여 명이 참석한다. 이에 앞서 가정연합은 제1회 선학평화상 시상식을 28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연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벌여온 남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의 아노테 통 대통령과 물고기 양식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업적을 쌓은 인도 모다두구 굽타 박사가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상금은 100만 달러(약 11억9500만 원).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의 부인들이 부산 범어사를 방문했을 때 특별한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가로 5m, 세로 6m 종이 위에 큰 붓을 잡은 한 스님이 단숨에 달마도를 그렸다. 이어 스님이 손에 먹물을 묻혀 낙관을 꾹 찍자, 주변에서는 탄성의 박수가 나왔다. ‘달마도의 대가’로 알려진 범주 스님(72)이다. 참선(參禪)과 선묵화(禪墨畵)를 하나의 경지로 보는 ‘선묵일여(禪墨一如)’의 세계를 추구해온 스님이 29일∼9월 8일 서울 우정국로 조계사 나무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개최한다. 최근 간담회를 가진 범주 스님은 “1년 전 옻과 화공약품을 다루다 병이 생겨 생사의 경계를 헤맸다”며 “마지막 전시회 아닌가 생각하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지난해 여름 입원 당시 수술도 어려운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기력을 회복했고, 지난달 29일에는 종양 제거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마지막이라는 표현과 달리 스님의 말과 얼굴에는 기운이 넘쳤다. 이번 전시회에는 투병 중에도 꾸준히 작업한 300여 점이 출품됐다. 달마도와 포대화상, 산수만행도 등 선 수행의 경지를 담은 선묵화들이다. 전시회 수익금은 선원 수좌들의 복지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된다. 선묵화를 그리는 출가자는 적지 않지만 스님의 작품들은 다른 경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출가에 앞서 홍익대 미대에서 제대로 미술 수업을 받았다. 이후 4학년이던 1966년 당대의 선승 전강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그림을 선택한 것도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지만 못 찾았죠. 그래서 결국 출가를 결심했고 벌써 5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스님은 그 시간 동안 전시회 33회, 선 퍼포먼스 30회 등 예술의 길에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스님이 기억하는 은사는 무엇보다 참선 공부에 철저했다. “참선 공부 때는 너무 엄해 다른 것은 일절 할 수 없었죠. 근 10년간 붓은 잡을 수 없었고 불교 공부만 열심히 했죠. 하하.” 수행의 방편으로 다시 선묵화를 시작한 스님은 미국에 건너가 현지 포교에 앞장섰던 숭산 스님을 도와 로스앤젤레스 달마사 주지를 5년간 맡았다. 뉴욕에서도 선묵화 전시회와 교육을 통해 포교활동을 펼쳤다. 스님은 건강이 나빠지자 “혹시나” 해서 ‘나를 찾아 붓길을 따라서’(운주사)라는 회고록도 최근 출간했다. 출가와 이후 삶의 여정, 선에 바탕을 둔 선묵화의 세계를 담았다. 서울을 시작으로 울산과 부산, 대구,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도 전시회가 이어진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참석한 각국 정상의 영부인들이 부산 범어사를 방문했을 때 특별한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가로 5m, 세로 6m 종이 위에 큰 붓을 잡은 한 스님이 단숨에 달마도를 그렸다. 이어 스님이 손에 먹물을 묻혀 낙관을 꾹 찍자, 주변에서는 탄성의 박수가 나왔다. ‘달마도의 대가’로 알려진 범주 스님(72)이다. 참선(參禪)과 선묵화(禪墨畵)를 하나의 경지로 보는 ‘선묵일여(禪墨一如)’의 세계를 추구해온 스님이 29일~9월 8일 서울 우정국로 조계사 나무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개최한다. 최근 간담회를 가진 범주 스님은 “1년 전 옻과 화공약품을 다루다 병이 생겨 생사경계를 헤맸다”며 “마지막 전시회 아닌가 생각하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지난해 여름 입원 당시 수술도 어려운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기력을 회복했고, 지난달 29일에는 종양 제거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마지막이라는 표현과 달리 스님의 말과 얼굴에는 기운이 넘쳤다. 이번 전시회에는 투병 중에도 꾸준히 작업한 300여점이 출품됐다. 달마도와 포대화상, 산수만행도 등 선 수행의 경지를 담은 선묵화들이다. 전시회 수익금은 선원 수좌들의 복지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된다. 선묵화를 그리는 출가자들은 적지 않지만 스님의 작품들은 다른 경지라는 평가다. 출가에 앞서 홍익대 미대에서 제대로 미술 수업을 받았다. 이후 4학년이던 1966년 당대의 선승 전강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그림을 선택한 것도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지만 못 찾았죠. 그래서 결국 출가를 결심했고 벌써 5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스님은 그 시간동안 전시회 33회, 선 퍼포먼스 30회 등 예술의 길에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스님이 기억하는 은사는 무엇보다 참선 공부에 철저했다. “참선 공부 때는 너무 엄해 다른 것은 일절 할 수 없었죠. 근 10년 간 붓은 잡을 수 없었고 불교 공부만 열심히 했죠. 하하” 수행의 방편으로 다시 선묵화를 시작한 스님은 미국에 건너가 현지 포교에 앞장섰던 숭산 스님을 도와 로스앤젤레스 달마사 주지를 5년간 맡았다. 뉴욕에서도 선묵화 전시회와 교육을 통해 포교활동을 펼쳤다. 스님은 건강이 나빠지자 “혹시나” 해서 ‘나를 찾아 붓길을 따라서(운주사)’라는 회고록도 최근 출간했다. 출가와 이후 삶의 여정, 선에 바탕을 둔 선묵화의 세계를 담았다. 서울을 시작으로 울산과 부산, 대구, 경기 일산에서도 전시회가 이어진다.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