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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전북 정읍에서 부안 새만금까지 매일 1시간씩 버스 타고 와서 간이화장실 청소를 했는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70대 여성 김모 씨는 7일 각국 스카우트 대표단의 조기 철수 소식을 듣고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힘들어도 아이들 얼굴에 미소가 돌아오는 거 같아 힘이 났는데, 이렇게 끝난다니 너무 허탈하다”고 말했다. 조직위원회, 전북도, 자원봉사자 등 잼버리 대회 관계자들은 이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대회 초반 폭염과 운영 미비로 대회 중단 위기까지 갔지만 전북도민과 정부의 총력 대응으로 정상화 단계를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북도의 한 공무원은 “지역 망신, 나라 망신을 막겠다는 각오로 전 직원이 변기를 닦고 최선을 다했는데, 태풍의 영향으로 이렇게 사실상 대회가 끝난다니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전북도민의 안타까움도 크다. 전날(6일) 스카우트 대원들을 위한 얼음물 400개를 준비해 새만금을 찾았던 직장인 김기성 씨(43)는 “지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덜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전북은 잼버리 대원들의 조기 퇴영 여파로 지역 특수도 온전히 누릴 수 없게 됐다. 전북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전북도는 잼버리 대회 기간 최소 9만 명의 방문객이 방문하고, 약 755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영국과 미국의 조기 퇴영에 이어 전체 대원의 수도권 이동이 결정되면서 이 같은 특수를 누리기 어려워졌다. 야영지에서 활동을 이어가던 해외 참가자들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크로아티아 국적의 루나 두마니크 양은 “첫날에 비해 음식, 화장실 등 모든 것이 나아지고 있었는데 끝이라니 허무하다”고 말했다.부안=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의 피날레를 장식할 K팝 콘서트가 1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7일 오후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제6호 태풍 카눈의 한반도 관통 예보로 K팝 콘서트 공연도 비상 대피계획과 함께 정밀하게 재검토 중”이라며 “조기 철수 인원들의 체류 지역 등을 고려해 상암월드컵경기장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K팝 콘서트는 당초 6일 새만금 야영지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안전 우려 등에 따라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한 차례 미뤄진 바 있다. 이어 태풍 카눈의 여파로 참가자 전원이 수도권 등으로 조기 철수함에 따라 장소를 다시 한번 바뀌게 됐다. 당초 정부와 서울시 등은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유력 검토하면서 고척스카이돔을 제2의 대안으로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중 수용 능력과 음향 장비 등으로 고려해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후보지를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11일 서울에서 열릴 K팝 콘서트 출연진도 일부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과 공연업계에 따르면 걸그룹 뉴진스가 출연을 확정했고, 보이그룹 세븐틴 등에 대한 섭외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위 관계자는 “참가자들이 기대하는 방탄소년단은 군 입대 문제 등으로 출연이 불투명하다”며 “상암으로 무대가 커져 출연진 섭외 등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K팝 콘서트는 잼버리 참가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프로그램이다. 새만금 일대에서 만난 스카우트 대원들 역시 “K팝 콘서트 보기 위해 한국까지 왔다”, “미뤄지는 일이 있어도 취소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조직위 관계자는 “K팝 콘서트는 참석자들에게 가장 강렬한 추억을 선사하는 사실상의 ‘마지막 축제’가 될 것”이라며 “우여곡절 끝에 열리는 만큼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하지만 장소 변경에 일부 축구 팬들은 반발하고 있다. 프로축구 서울 팬인 송모 씨(27)는 “안그래도 상암의 잔디가 좋지 못했고 다음주 경기가 예정돼있는데, 4만여 명이 다녀가면 심각한 잔디 훼손이 우려된다”며 행사 개최를 반대했다.부안=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제6호 태풍 카눈이 당초 예상했던 진로를 바꿔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가운데 정부와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야영장을 아예 비우고 스카우트 대원들을 이동시키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7일 알려졌다.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7일 정부와 조직위원회는 태풍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이 불 것에 대비해 ‘야영장 소개(疏開)’도 검토 대상으로 놓고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조직위가 이처럼 태풍에 대비해 야영장을 아예 비우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은 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새만금 야영장 바닥이 뻘이어서 배수가 원활치 않기 때문이다.조직위와 전북도는 잼버리에 앞서 전문가 조언을 받아 야영장 곳곳에 400여 개 배수장을 만들어 펌프로 물을 빼낼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하지만 야영장 내 물을 빼내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설령 물을 빼내더라도 대원들이 원활하게 생활하기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조직위의 판단이다.실제 이날 전북 지역의 A 대학에는 “지금 바로 수용 가능 한 인원이 얼마나 되느냐”를 묻는 전화가 걸려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학 관계자는 “잼버리가 끝난 뒤 900여 명 학생들이 대학에 머물 예정이었다. 11일까지는 900여 명 수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특히 태풍이 새만금 지역을 강타할 경우 11일로 연기된 K팝 콘서트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태풍 북상과 관련한 대책은 오늘 오후 브리핑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부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부안=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각종 악재로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수습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전체 참가 인원(약 4만3000명)의 15%가량을 차지하는 영국과 미국 단원들이 조기 퇴영을 결정했고, ‘성범죄’ 발생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6일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이 5일과 6일 버스를 이용해 새만금 야영장을 떠나 서울과 경기도의 호텔로 이동했다. 미국 대표단은 6일 이른 오전부터 철수 준비를 시작해 2차례에 걸쳐 경기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철수했다. 루 폴슨 미국 스카우트 운영위원장은 “(새만금에서) 그동안 겪은 일들과 앞으로의 날씨, 캠프장의 역량을 고려했고, 우리의 대원들을 제대로 돌보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예정됐던 170여 개 영내·외 프로그램은 대부분 중단됐다. 대신 전북 등 인근 지역에서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이 실시됐다. 한 칠레인 참가자는 “영외 관광 등 프로그램이 즐겁기는 하지만, 세계인들과 문화를 교류하자는 원래 취지는 무색해진 감이 있다”고 말했다. 폭염이 꺾이지 않으면서 환자 발생도 줄지 않고 있다. 야영장 내 의료시설에는 매일 1000명 안팎의 환자들이 몰리는 실정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주최지인 전북 참가자들이 조기 퇴영을 결정하기도 했다. 한국스카우트 전북연맹은 “한 태국인 남성 지도자가 여자 샤워실에 몰래 들어오는 사건이 났지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퇴영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잼버리 조직위는 “성범죄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경미한 사안”이라고 해명했지만, 주최 측 참가자의 이탈에 대회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되기도 했다. 정부는 전 부처 차원의 잼버리 수습 총력전을 펼치며 완주 의지를 밝히고 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산업계와 종교계도 대회 지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서울시는 조기 퇴영한 영국 단원들에게 한강변을 숙영지로 제공하는 등 대회가 종료되는 12일까지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지원할 방침이다. 당초 6일 저녁 새만금 야영장 내에서 열릴 계획이던 K팝 콘서트는 11일로 연기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6일 사흘 연속 잼버리 대회장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마지막 한 사람의 참가자가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안전 관리와 원활한 대회 진행을 책임지겠다”며 정상화 의지를 밝혔다.英대표단 호텔로, 美는 미군기지로… “새만금, 물-얼음 부족 여전”철수-잔류 어수선한 잼버리 현장美 참가자 “이렇게 떠나게돼 슬퍼”, 英 숙박난… 호텔 연회장서 자기도새만금 잔류자 “물 한통밖에 못받아”정부 지원 늘었지만 체감효과 적어 “(새만금에서) 나가게 돼 슬픕니다. 이곳을 떠나게 돼 대원들 모두가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합니다.” 6일 전북 부안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지에서 만난 미국 스카우트 대원 윌리엄 레인 군(15)은 분주히 짐을 챙기며 이같이 말했다. 레인 군은 “전 세계 사람들과 문화를 교류할 생각에 큰 기대를 했는데, 갑자기 철수하게 돼 아쉽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美·英 속속 떠나며 어수선한 새만금 전날(5일) 조기 퇴영을 결정한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 1500여 명은 이날 오전 11시경부터 경기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철수했다. 우선 선발대 700∼800명이 버스 17대를 나눠 타고 출발했고, 오후에 나머지 인원이 새만금을 떠났다. 참가국 중 가장 많은 4500여 명을 파견한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은 5일 1000여 명이 서울로 이동한 데 이어 6일에도 1000여 명이 추가로 퇴영했다. 대규모 인원인 만큼 단계적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국적의 대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영국 대표단이 빠르게 조기 퇴영 결정을 내려줘서 고맙다”며 “며칠 만에 드디어 에어컨이 있는 곳에 와서 너무 좋다”고 적었다. 한편 다른 스카우트 대원은 “4년을 기다렸고, 엄청난 돈을 들여서 온 행사를 이렇게 빨리 끝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영국 단원들은 서울 용산구, 종로구 등의 호텔에 머물 계획이다. 다만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서울에서 머무를 숙소를 찾지 못해 숙박난을 겪기도 했다.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5일 서울에 도착한 영국 단원 5명이 한 방을 쓰고, 25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호텔 연회장에서 자기도 했다. 영국 단원의 한 부모는 영국 가디언에 “서울 내 비좁은 호텔에서 대원 상당수가 호텔 바닥에서 자야 하는 상황인데, 아직 다른 숙박시설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대표단은 5일 대전 유성구 수자원공사 인재개발원에 입소했다. 한 외국인 참가자는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은 수천 명의 단원을 이동시키고 재울 자금과 자원을 갖췄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원 늘었지만 약, 물 아직 부족해” 새만금 야영지 곳곳에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생수, 얼음, 쿨링버스(냉방용 대형버스) 등 폭염 대비 정부 지원이 늘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인도 대원 남라타 발라지 양(15)은 “친구 4, 5명이 폭염 때문에 쓰러져서 약을 먹고 숙소에서 쉬고 있다”며 “얼음과 물을 나눠 준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한 통밖에 못 받았다”고 말했다. 온열질환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일 개영식부터 누적된 영내 병원 내원 환자는 총 4455명에 달한다. 5일 하루에도 987명이 다녀갔다. 이 중 피부병변이 348명(35.2%)으로 가장 많고, 벌레물림 175명(17.7%), 온열손상 83명(8.4%), 일광화상 49명(5.0%)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독일에서 온 줄리안 군(15)은 해충에 물려 퉁퉁 부은 다리를 보여주며 “벌레에 물린 다리가 날씨가 너무 덥다 보니 악화되고 있다”며 “취소된 프로그램도 많아 생각만큼 즐겁지 않다”고 말했다.부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부안=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미국, 영국 등 해외 스카우트 대표단에 이어 국내 참가자 중에서도 조기 퇴소 단체가 나왔다. 한국스카우트 전북연맹은 영내에서 성범죄가 발생해 6일 일부 인원이 오전 조기 퇴소한다고 밝혔다. 김태연 전북연맹 제900단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일 여자 샤워실에서 30, 40대로 추정되는 태국인 남성 지도자가 발각됐다”며 “조직위에 강제 추방 등을 요청했는데, 아무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북연맹은 총 833명이 입소했는데, 85명이 퇴영 절차를 밟았다. 이에 전북 부안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3일 접수해 피해자와 태국인 남성 A 씨,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김효진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현재까지 관련자들의 진술과 샤워실 내 상황 등을 종합해 보면 성적 목적의 침입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건조물 침입 등 다른 범죄 혐의가 있는지 법률적 검토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해당 여자 샤워실에서 먼저 샤워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피해자가 샤워실에 들어온 뒤 A 씨를 발견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너무 더워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위 측은 해당 사건이 ‘문화적 차이’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스카우트연맹 제이컵 머리 사무국장은 “어떤 성추행 사실도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해명 과정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 장관은 “경미한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며 “만약 더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면 경찰과 함께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북연맹 관계자들이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이 상당해 병원에 있는데, 이게 어떻게 경미한 일이냐”며 “피해자 보호와 분리 조치도 없었다”고 반발했다. 전북연맹의 조기 퇴소에 대해 전북도 고위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우리 도에서 열리는 건데 어떻게 (전북연맹이) 나갈 수 있냐”며 안타까워했다.부안=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K팝 콘서트가 연기됐다고요?” 6일 오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지에서 만난 태국 출신의 아누앗 군(16)은 기자에게 이렇게 재차 되물었다.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프로그램 중 가장 큰 기대를 받았던 K팝 콘서트의 연기 소식에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뒤늦게 연기 소식을 접한 아누앗 군은 “행사가 많이 열악해도 콘서트 볼 생각으로 참고 기다렸는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잼버리조직위원회는 6일 저녁 예정된 잼버리 K팝 콘서트를 11일로 연기했다. 폭염 여파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인파가 몰리는 콘서트를 강행할 경우 안전사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장소에서 콘서트를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콘서트 연기 소식에 각국에서 온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들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공연에는 아이브, 엔믹스 등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누리는 K팝 아이돌들이 총출동할 예정이었다. 홍콩에서 온 웡춘호 군(18)은 “집에 돌아가면 K팝 콘서트를 본 걸 자랑하려고 했는데 연기돼서 아쉽다. 11일에는 꼭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11일 열릴 K팝 콘서트는 새만금 야영장이 아닌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기로 했다. 수용 인원이 4만6000명에 이르고 관중석의 88%에 지붕이 설치돼 있어 쾌적한 관람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출연진도 대폭 보강하기로 했다. 새만금에서 전주까지 50분가량의 이동시간이 있지만 버스 1000여 대를 동원해 이송할 계획이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11일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안방경기가 예정돼 있지만 잼버리의 성공을 위해 다른 장소로 옮겨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부안=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새만금에서) 나가게 돼 슬픕니다. 이곳을 떠나게 돼 대원들 모두가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합니다.”6일 전북 부안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지에서 만난 미국 스카우트 대원 윌리엄 레인 군(15)은 분주히 짐을 챙기며 이같이 말했다. 레인 군은 “전 세계 사람들과 문화를 교류할 생각에 큰 기대를 했는데, 갑자기 철수하게 돼 아쉽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美·英 속속들이 떠나며 어수선한 새만금 전날(5일) 조기 퇴영을 결정한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 1500여 명은 이날 오전 11시경부터 경기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철수했다. 우선 선발대 700~800명이 버스 17대를 나눠 타고 출발했고, 오후에 나머지 인원이 새만금을 떠났다.참가국 중 가장 많은 4500여 명을 파견한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은 5일 1000여 명이 서울로 이동한 데 이어 6일도 1000여 명이 추가로 퇴영했다. 대규모 인원인 만큼 단계적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국적의 대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영국 대표단이 빠르게 조기 퇴영 결정을 내려줘서 고맙다”며 “며칠 만에 드디어 에어컨이 있는 곳에 와서 너무 좋다”고 적었다. 한편 다른 스카우트 대원은 “4년을 기다렸고, 엄청난 돈을 들여서 온 행사를 이렇게 빨리 끝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영국 단원들은 서울 용산구, 종로구 등의 호텔에 머물 계획이다. 다만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서울에서 머무를 숙소를 찾지 못해 숙박난을 겪기도 했다.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5일 서울에 도착한 영국 단원 5명이 한 방을 쓰고, 25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호텔 연회장에서 자기도 했다. 영국 단원의 한 부모는 영국 가디언에 “서울 내 비좁은 호텔에서 대원 상당수가 호텔 바닥에서 자야하는 상황인데, 아직 다른 숙박시설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싱가포르 대표단은 5일 대전 유성구 수자원공사 인재개발원에 입소했다. 한 외국인 참가자는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은 수천명의 단원을 이동시키고 재울 자금과 자원을 갖췄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원 늘었지만 약, 물 아직 부족해” 새만금 야영지 곳곳에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생수, 얼음, 쿨링버스(냉방용 대형버스) 등 폭염 대비 정부 지원이 늘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인도 대원 남라타 발라지 양(15)은 “친구 4~5명이 폭염 때문에 쓰러져서 약을 먹고 숙소에서 쉬고 있다”며 “얼음과 물을 나눠 준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한 통밖에 못 받았다”고 말했다. 멕시코에서 온 자원봉사자 파올라 씨(22) 역시 “물 분수대도 거리가 멀고, 휴게실과 선풍기도 부족하다”며 “워낙 많은 사람이 야영지에서 지내다 보니 지원 확대가 잘 체감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온열질환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일 개영식부터 누적된 영내 병원 내원 환자는 총 4455명에 달한다. 5일 하루에도 987명이 다녀갔다. 이 중 피부병변이 348명(35.2%)으로 가장 많고, 벌레물림 175명(17.7%), 온열손상 83명(8.4%), 일괄화상 49명(5.0%) 등이 뒤를 잇고 있다.독일에서 온 줄리안 군(15)은 해충에 물려 퉁퉁 부은 다리를 보여주며 “벌레에 물린 다리가 날씨가 너무 덥다 보니 악화되고 있다”며 “취소된 프로그램도 많아 생각만큼 즐겁지 않다”고 말했다.부안=이채완기자 chaewani@donga.com최창환기자 oldbay77@donga.com}

“K팝 콘서트가 연기됐다고요?” 6일 오전 전북 새만금 야영지에서 만난 태국 출신의 아누앗 군(16)은 기자에게 이렇게 재차 되물었다.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프로그램 중 가장 큰 기대를 받았던 K팝 콘서트의 연기 소식에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뒤늦게 연기 소식을 접한 아누앗 군은 “행사가 많이 열악해도 콘서트 볼 생각으로 참고 기다렸는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잼버리조직위원회는 6일 저녁 예정된 잼버리 K팝 콘서트를 11일로 연기했다. 폭염 여파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인파가 몰리는 콘서트를 강행할 경우 안전사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장소에서 콘서트를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콘서트 연기 소식에 각국에서 온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들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공연에는 아이브, 엔믹스 등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인기를 누리는 K팝 아이돌들이 총출동할 예정이었다. 홍콩에서 온 웡춘호 군(18)은 “집에 돌아가면 K팝 콘서트를 본 걸 자랑하려고 했는데 연기되서 아쉽다. 11일에는 꼭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조직위는 11일 열릴 K팝 콘서트는 새만금 야영장이 아닌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기로 했다. 수용인원이 4만6000명에 이르고 관중석의 88%에 지붕이 설치돼있어 쾌적한 관람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출연진도 대폭 보강하기로 했다. 새만금에서 전주까지 약 50분가량의 이동시간이 있지만, 버스 1000여 대를 동원해 이송할 계획이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11일 프로축구 전북현대의 홈경기가 예정됐지만, 잼버리의 성공을 위해 다른 장소로 옮겨서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부안=이채완기자 chaewani@donga.com사지원기자 4g1@donga.com}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158개 참가국 가운데 가장 먼저 조기 퇴영을 결정한 영국 대표단의 철수 배경에 과거 대회에서의 잼버리 대원 사망이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정부가 잼버리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 4일 영국 BBC 방송은 폭염 속에 열린 새만금 잼버리 행사에 참여한 영국 스카우트가 행사장에서 철수한다고 보도했다.보도가 나온 이후 영국 대표단은 5일 오전부터 짐을 챙겨 이동할 채비를 마쳤다. 이후 낮 12시 30분경 잼버리 야영지를 출발해 서울로 향했다. 나머지 대원들도 서울 용산구, 강남구, 종로구, 중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여러 호텔로 시차를 두고 이동할 계획이다.대표단은 영지 내 집결지인 제1 주차장에 모여 3시간가량 대기한 뒤 준비한 버스 23대를 이용해 출발했다. 영국은 이번 잼버리 행사에 참가국 중 가장 많은 4500여 명의 청소년과 지도자를 파견했다.영국의 조기 퇴영 결정에 대한 사유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과거 국제잼버리 행사에서의 사망 사건이 철수의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가 됐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잼버리 조직위 고위 관계자는 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이) 과거에 인사 사고가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폭염이 계속되니까. 상당히 겁을 먹었고 걱정을 많이 했다는 말이 들렸었다”고 전했다.영국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2016년 7월 핀란드 남부에서 열린 잼버리 행사에서 영국 소년(12)이 돌연 쓰러져 숨졌다. 당시 영국 스카우트협회는 현장 의료팀과 지역 구급대원들을 급파했으나 “즉각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불행히도 그를 구할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잼버리에서 가장 많은 대원을 파견한 영국의 철수가 시작된 가운데 5일 오후 2시에는 60명의 대원을 파견한 싱가포르가 야영장을 떠날 예정이다. 철수를 결정한 미국도 이르면 이날 오후 프로그램이 종료된 이후 퇴영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이날 오전 9시부터 각국 대표단은 정례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영국과 미국, 싱가포르 등의 나라에서 조기 퇴영을 결정한 것과 관련해 향후 후속대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결과는 오후 3시로 예정된 브리핑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부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부안=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아이한테 간식이라도 전달해주려고 왔어요.”5일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일일 체험 프로그램 입구에서 만난 A 씨의 양손에는 과자를 비롯한 간식거리가 가득 들려 있었다.폭염에 고생하는 중학생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시원한 음료를 전달하기 위해 아이스박스도 3개나 준비했다.입구를 지나 아들을 만난 A 씨의 남편 표정은 급격히 굳었다. 남편 B 씨는 “아빠하고 돌아가자”며 아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검게 변한 얼굴에 지친 표정이 역력한 아들은 “버텨보겠다”고 했다.잼버리 일일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델타 구역으로 들어가려는 입구에는 행사가 시작되는 오전 9시 전부터 긴 줄이 만들어졌다. 잼버리에 참가한 자녀에게 간식을 전해주려는 가족과 체험객이 몰리면서 델타 구역은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해서 이어졌다.하지만 이미 30도를 넘어선 날씨와 높은 습도로 인해 사우나로 변해버린 현장은 방문객들을 힘겹게 했다. 체험을 위해 각국이 만든 전시관과 홍보관을 돌던 방문객들은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그늘로 발걸음을 옮기거나 서둘러 행사장을 벗어나기도 했다.두 딸과 함께 일일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모 씨(44)는 행사장에 들어간 지 1시간 만에 밖으로 나왔다. 행사장에 들어가서도 홍보관을 몇 곳 보지도 못하고 냉방 버스에서 휴식을 취했다.김 씨는 “너무 더워서 체험을 할 수가 없어 밖으로 나왔다”고 했다. 김 씨의 초등학생 딸은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부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부안=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너무 무섭습니다. 집 밖을 못 나가겠어요.”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지 13일 만인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또다시 흉기 난동이 발생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충격에 빠진 시민들의 반응이 다수 올라왔다. 불특정 다수를 의도적으로 노린 것으로 추정되는 범행 수법이 재현되자 시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했다. 현장을 지나던 한 시민은 이날 SNS에 “지금 막 차가 인도로 막 달려서 AK플라자로 돌진했다. 사람이 너무 많이 다쳤다”는 내용의 목격담을 올렸다. 다른 목격자는 “방금 눈앞에서 사고를 봤는데 너무 심장이 떨린다”고 전했다.● 시민들 “모방범죄 우려”특히 지난 신림역 사건 당시와 같이 목격담과 동영상이 SNS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컸다. 신림동에서 자취를 하며 서현역 인근에 본가를 둔 여성 이모 씨(25)는 “어떻게 내가 사는 곳마다 칼부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믿기지 않고 소름 돋는다”며 “이번 주말 (서현역) 본가에 내려가려 했던 계획을 취소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현역 인근에 사는 김모 씨(58) 역시 “(사건이 발생한 해당 백화점이) 평소에도 자주 가는 곳인데, 사건 현장 사진을 보고 너무 놀랐다”며 “이제 그곳을 어떻게 다시 갈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강력범죄가 반복될 우려가 크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하모 씨(33)는 “두 사건이 모두 의도된 범죄라면 용산역, 서울역 등 다른 주요 역에서 유사 범죄가 또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제 출퇴근길에 아주 작은 소란만 생겨도 군중이 패닉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 씨(33)는 “모방 범죄가 한 번 일어났는데, 두 번은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있나”라며 “호신용품을 구매해야겠다”고 말했다.● ‘4일 오리역’ 또 다른 살인 예고 등장 서현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3일 온라인에는 또 다른 살인 예고 글이 올라왔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후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11번째 글이다. 게시자는 “8월 4일 금요일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 사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 부근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며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이고 경찰도 죽이겠다”고 썼다. 이어 “오리역에서 칼부림을 하는 이유는 제 전 여자친구가 그 근처에 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살인 예고 글을 발견한 한 누리꾼은 “4일 혹시 모르니 오리역에 가지 말라”며 해당 글을 대중에게 알렸다. 이에 경찰은 인근 구미파출소 경찰관을 오리역 부근에 배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경찰은 살인 예고 글에 대한 조사에도 수사관들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경찰은 현재 11건 중 2건의 살인 예고 글 작성자를 검거하고 9건은 추적 중이다. ● 밀집지역에 경찰 추가 배치 이와 함께 경찰은 시민 불안을 줄이기 위해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경찰 배치를 늘리기로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신림역 등 인파가 밀집하는 다중시설에 대한 경찰 추가 투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청장도 사건 발생 직후 서현역을 찾아 이번 흉기난동 사건을 사실상 ‘테러’로 규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그는 이날 전국 시도경찰청장 긴급 화상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른바 묻지마 범죄,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이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 유사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 책임자로서 매우 엄중하고 위급하게 판단하고 있다”며 “구속 등 가능한 처벌 규정을 최대한 적용해 엄정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이런 더위는 태어나서 정말 처음이에요. 너무 힘드네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열린 3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장에서 만난 헝가리 출신 줄리아 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최고기온 35도가 넘는 폭염을 피해 그늘 쉼터로 대피한 줄리아 씨는 “시원한 물이라도 많이 제공해주면 버틸 수가 있겠는데, 너무 준비된 게 없다”고 지적했다. ● 폭염 피해, 에어컨·안개분수 밑으로이날 잼버리 야영장은 그야말로 폭염에 찌든 모습이었다. 야영장 안에 설치한 텐트 2만5000여 동도 땡볕 더위에 대부분 비어 있었다. 세계 각국의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각종 행사와 홍보 부스가 있는 델타 구역은 방문객이 거의 없었다. 반면 더위를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는 공간은 참가자들로 붐볐다. 잼버리조직위가 무더위를 피할 장소로 만든 넝쿨 터널에서는 폭염에 지친 대원들이 맨바닥에 몸을 누이고,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청했다. 국내 참가자 최모 군(14)은 “하루 종일 사우나에 있는 것 같은데, 저녁이면 모기까지 들끓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에어컨이 설치된 일부 실내 시설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각국에서 찾아온 대원들은 냉기를 품은 전시관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다. 잼버리 대회를 보기 위해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온 이성원 씨(50·여)는 “가족 4명이 왔는데 남편과 아들이 힘들다며 나가 버렸다. 우리나라를 전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인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야영장이 새만금 매립 당시부터 농어촌 용지로 지정된 곳이어서 물 빠짐이 용이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지난달 장마 때 생긴 물구덩이가 그대로 방치된 곳이 적지 않았고, 야영지 바닥이 질척거리는 구간도 많았다. 물기가 빠지지 않아 텐트 하단이 젖어 있는 곳도 보였다. 잼버리 야영지 내에 마련된 잼버리 병원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일반 병상뿐만 아니라 군대에서나 쓸 법한 야전 침상에도 환자들이 빼곡히 누워 있었다. 더위를 먹어 병원을 찾은 경증환자부터 119 구급대가 이송한 학생까지 뒤엉켜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소방당국은 2일 83명, 3일 101명을 이송하거나 응급처지했다. 15세 아이를 잼버리에 보낸 미국 거주 한인 A 씨는 “아이가 2일 개영식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미국 스카우트 대장이 119에 신고했는데, 구급차가 오는 데 45분이나 걸렸다”며 “아이들이 1년 이상 준비해서 참가한 잼버리인데 운영이 너무 허술하다”고 말했다. 탈진 실신 등 폭염 관련 환자들이 계속해서 나오면서 약품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전북도와 전북의사협회가 나서 제약회사 등에 치료약품 긴급 공수를 요청했고, 원광대병원에서도 약품을 지원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개영식 소방당국 중단 요청에도 행사 강행조직위의 준비 부족과 미숙한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폭염 속에서 강행된 전날(2일) 개영식 행사가 무리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시 소방당국은 조직위에 행사 중단을 요청했지만 조직위는 20여 분간 행사를 그대로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은 “중단 요청을 받았지만 갑자기 중단하고 대피 명령을 내리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행사를 계속 진행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참가자와 가족들의 비판글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올라오고 있다. 세계스카우트연맹, 잼버리 홈페이지에는 영어로 “준비 기간이 4년이나 됐는데 뭘 한 거냐” “난민촌을 생각나게 한다” “참석자들은 식수도 화장실도 제대로 없는 곳에 오기 위해 4000파운드(약 660만 원) 넘게 지불했다” 등의 비판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외국인은 “기본적인 안전 대처를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스웨덴인 마크 패리스 씨는 자신의 SNS에 “이런 상황이 어떻게 즐거울 수 있겠냐. 이미 거기 있는 사람들도 도망치고 싶어 하는데 24시간 후에 4만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도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대회 일정을 축소하거나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톨릭기후행동과 전북녹색연합 등 12개 시민단체는 잼버리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4만3000여 명의 청소년과 자원봉사자, 대회 관계자의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 대회 강행은 너무나도 무모한 일”이라며 대회 중단을 촉구했다. 한편 조직위는 폭염 피해 예방 차원에서 3일 진행 예정이었던 야영지 영내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또 폭염 상황에 따라 영내 과정을 줄이고, 영외 과정 활동을 확대하는 등 프로그램을 탄력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부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부안=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와 관련해 열악한 시설 문제에 미숙한 대응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조직위원회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주최 측이 ‘곰팡이 계란’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나 3일 정부가 조사에 나섰다. 잼버리 참가자에 따르면 조직위는 2일 아침식사로 40여 명의 대원에게 구운 계란 80개를 지급했다. 이 계란들 중 6개에서 곰팡이가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3일 “해당 계란을 전량 회수해 제조부터 유통 단계까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열악한 시설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한 참가자는 “야영장에 설치된 샤워시설이 천막으로 돼 있어 바로 옆이나 외부에서 쉽게 들여다보인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다른 참가자는 “화장실에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심지어 남녀 공용인 곳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또, 새만금 간척지에 야영지를 조성하다 보니 밤마다 모기 등 해충 등이 들끓고 있다고 했다. 의료시설 부족으로 온열질환자가 방치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참가자는 “두통이나 어지럼증 등을 겪은 환자들이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한 채 귀빈용 리셉션 홀 테이블에서 수액을 맞고 있었다”며 “일부 환자들은 바닥에서 담요를 덮고 있었는데 방치되다시피 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중학생 자녀를 행사장에 보냈다는 한 학부모는 “중3 아들이 참가하고 있는데 폭염에 모기까지 겹쳐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며 “소금이나 생수 같은 물품도 제대로 못 받고 있다고 하는데 답답하다. 국제적인 행사를 너무 미숙하게 운영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자녀를 참가자로 대회에 보낸 학부모들은 잼버리 조직위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대회를 당장 중단하라”며 “아이들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곳에서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은 살인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에서 개최된 잼버리의 열악한 환경이 온라인에서 확산되자 시민들은 이전 개최지였던 스웨덴과 일본, 미국 등의 상황과 비교하며 비판하고 있다. 특히 개최지로 6년 전에 선정돼 준비 기간이 충분했고 공사 관련 비용으로만 2000억 원 가까이 쓴 데 대해 “국제적 망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야영지 인근을 지나다가 행사 상황을 지켜봤다는 한 시민은 “이 땡볕 더위에 허허벌판에서 대회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나라 망신 제대로 시키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폭염에 사망자까지 나왔는데 준비가 부족해 보였다”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부안=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와 관련해 열악한 시설 문제에 미숙한 대응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조직위원회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주최 측이 ‘곰팡이 계란’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나 3일 정부가 조사에 나섰다. 잼버리 참가자에 따르면 조직위는 2일 아침식사로 40여 명의 대원들에게 구운 계란 80개를 지급했다. 이중에서 계란 6개에서 곰팡이가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3일 “해당 계란을 전량 회수해 제조부터 유통 단계까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열악한 시설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한 참가자는 “야영장에 설치된 샤워시설이 천막으로 돼 있어 바로 옆이나 외부에서 쉽게 들여다 보인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다른 참가자는 “화장실에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심지어 남녀공용인 곳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또, 새만금 간척지에 야영지를 조성하다보니 밤마다 각종 해충과 모기 등이 들끓고 있다고 했다. 의료시설 부족으로 온열질환자가 방치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참가자는 “두통이나 어지러움 등을 겪은 환자들이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한 채 귀빈용 리셉션 홀 테이블에서 수액을 맞고 있었다”며 “일부 환자들은 바닥에서 담요를 덮고 있었는데 방치되다시피 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중학교 자녀를 행사장에 보냈다는 한 학부모는 “중3 아들이 참가하고 있는데 폭염에 모기까지 겹쳐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며 “소금이나 생수 같은 물품도 제대로 못받고 있다고 하는데 답답하다. 국제적인 행사를 너무 미숙하게 운영하는게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자녀를 참가자로 대회에 보낸 학부모들은 잼버리 조직위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대회를 당장 중단하라”며 “아이들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곳에서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은 살인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국내에서 개최된 잼버리의 열악한 환경이 온라인에서 확산되자 시민들은 이전 개최지였던 스웨덴과 일본, 미국 등의 상황과 비교하며 비판하고 있다. 특히 개최지로 6년 전에 선정돼 준비 기간이 충분했고 공사 관련 비용으로만 2000억 원 가까이 비용을 쓴 데 대해 “국제적 망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야영지 인근을 지나다 행사 상황을 지켜봤다는 한 시민은 “이 땡볕 더위에 허허벌판에서 대회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나라 망신 제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폭염에 사망자까지 나왔는데 준비가 부족해보였다”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부안=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세상이 이래도 되나요?” “또 칼부림이 났다는 게 안 믿겨요.” “너무 무섭습니다. 집 밖을 못 나가겠어요.”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지 13일 만인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또다시 흉기 난동이 발생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충격에 빠진 시민들의 반응이 다수 올라왔다. 불특정 다수를 의도적으로 노린 것으로 추정되는 범행 수법이 재현되자 시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했다.현장을 지나던 한 시민은 이날 SNS에 “지금 막 차가 인도로 막 달려서 AK플라자로 돌진했다. 사람이 너무 많이 다쳤다”는 내용의 목격담을 올렸다. 다른 목격자는 “방금 눈앞에서 사고를 봤는데 너무 심장이 떨린다”고 전했다.특히 지난 신림역 사건 당시와 같이 목격담과 동영상이 SNS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컸다. 신림동에서 자취를 하며 서현역 인근에 본가를 둔 여성 이모 씨(25)는 “어떻게 내가 사는 곳마다 칼부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믿기지 않고 소름 돋는다”며 “이번 주말 (서현역) 본가에 내려가려 했던 계획을 취소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현역 인근에 사는 김모 씨(58) 역시 “(사건이 발생한 해당 백화점이) 평소에도 자주 가는 곳인데, 사건 현장 사진을 보고 너무 놀랐다”며 “이제 그곳을 다시 어떻게 갈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모방 범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명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 모방 사건이 늘어나는 베르테르 효과처럼, 강력범죄가 반복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하모 씨(33)는 “두 사건이 모두 의도된 범죄라면 용산역, 서울역 등 다른 주요 역에서 유사 범죄가 또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제 출퇴근길에 아주 작은 소란만 생겨도 군중이 패닉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 씨(33)는 “모방 범죄가 한 번 일어났는데, 두 번은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있나”라며 “호신용품을 구매해야겠다”고 말했다.송유근기자 big@donga.com최원영기자 o0@donga.com이채완기자 chaewani@donga.com}

지난달 18일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상태로 발견되며 ‘교권 침해’ 논란을 불러온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 교사가 사망 전 일주일 동안 학생 간 다툼 문제로 학부모와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른바 ‘연필 사건’이 발생한 날(지난달 12일)부터 교사 A 씨가 사망한 날까지 학부모 B 씨와의 통화가 수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유족과 학부모 입장을 고려해 정확한 연락 횟수 등은 유족 측에게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연필 사건은 A 씨 학급 내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과 실랑이를 벌이다 이마를 연필로 긁은 사건이다. A 씨는 부장교사와의 상담에서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해 놀랐고 소름이 끼쳤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24일 학부모 B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사망 경위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A 씨의 휴대전화와 교내전화 통화내역 등을 분석 중이다. 교내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외에 A 씨의 업무용 PC, 업무일지, 개인용 전자기기 등을 추가 확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가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가족이란 허위 사실이 각각 유포된 사건에 대해서도 고소인인 두 의원 측을 상대로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한편 숨진 A 씨의 부친이 딸에게 쓴 편지글이 31일 온라인을 통해 뒤늦게 퍼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아버지는 편지에서 “예쁜 딸내미와 함께한 지난 세월이 아빠는 행복했는데 딸내미는 많이 아팠구나. 지켜주지 못한 못난 아빠를 용서해 달라”고 썼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18일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상태로 발견되며 ‘교권 침해’ 논란을 불러 온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 교사가 사망 전 일주일 동안 학생 간 다툼 문제로 학부모와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른바 ‘연필 사건’이 발생한 날(12일)부터 교사 A 씨가 사망한 날까지 학부모 B 씨와의 통화가 수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유족과 학부모 입장을 고려해 정확한 연락 횟수 등은 유족 측에게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연필 사건은 A 씨 학급 내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과 실랑이를 벌이다 이마를 연필로 긁은 사건이다. A 씨는 부장교사와의 상담에서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차례 전화해 놀랐고 소름이 끼쳤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4일 학부모 B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사망 경위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A 씨의 휴대전화와 교내전화 통화내역 등을 분석 중이다. 교내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외에 A 씨의 업무용 PC, 업무일지, 개인용 전자기기 등을 추가확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악성민원을 제기한 학부모가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가족이란 허위사실이 각각 유포된 사건에 대해서도 고소인인 두 의원 측을 상대로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한편 숨진 A 씨의 부친이 딸에게 쓴 편지글이 31일 온라인을 통해 뒤늦게 퍼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아버지는 편지에서 “예쁜 딸내미와 함께한 지난 세월이 아빠는 행복했는데 딸내미는 많이 아팠구나. 지켜주지 못한 못난 아빠를 용서해달라”고 썼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동아일보 특별기획 [장애, 테크로 채우다] 시리즈가 7월 29일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기획의 에필로그는 각 회별 주인공들이 직접 말하는 ‘나의 삶, 나의 일상’입니다. 삶은 이렇게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펼쳐집니다. 지면 제약으로 미처 전하지 못했던 ‘손끝으로 세상을 보는 마케터’ 고미숙 씨의 이야기도 만나보세요.다양한 몸들의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김예솔 (스웨덴에서 활동하는 가구 디자이너·릴라 엘리펀트 창업)‘나는 이렇게 생각한다’의 힘은 커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그 주변을 바꾸기도 합니다.어렸을 때부터 장애를 갖고 살아오면서 밥을 먹고 자고 놀고 싶은 욕구는 친구나 저나 비슷했는데, 세상은 저를 다르게 대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좋을 텐데, 자꾸만 다른 게 마치 결점인 것처럼 인생의 성적표에 감점을 주는 것 같았어요. 그 성적의 기준은 대체 누가 정한 걸까요?스웨덴에는 ‘얀테의 법칙(Jantelagen)’이라는 오래된 사회적 규범이 있습니다. 당신이 남보다 특별하다거나, 똑똑하거나, 잘났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에요. 이 법칙이 현대에 와서는 개인주의와 상반되고 구시대적인 사상이라는 의견도 있긴 합니다.하지만 이런 규범 덕분인지 스웨덴에서는 저의 장애가 그렇게 신기한 일로 비쳐지지 않는 것 같아요. 저처럼 휠체어를 타며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그것이 가능한 것은 스웨덴 사회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라는 신념아래 만들어져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인식 때문인지 장애학생이 학교에 입학한 뒤에야 편의시설이 마련되는 게 아니라, 장애학생의 재학유무에 상관없이 모든 학교는 장애인이 접근가능하게 지어져야 합니다. 교육 시스템 역시 장애 학생 개별의 요구에 따라 모든 지원을 국가와 지자체가 무상으로 제공합니다.반면, 제가 성장기를 보냈던 한국에선 아빠가 저를 일반고에 보내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했어요. 저를 ‘받아준‘ 유일한 학교는 건물에 엘레베이터가 없었는데요. 학교 측은 기존 계단 위에 임시로 나무 경사로를 만드는 비용을 저희 부모님이 학교 발전기금 차원에서 부담한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부모님은 그 조건을 받아들인 뒤에야 저를 입학시킬 수 있었어요.저의 중고교 시기 6년 간의 통학 역시 부모님의 몫이었습니다. 당시에(현재도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는 아닙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는 휠체어로 탈 수 있는 대중교통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미술을 하겠다는 저를 위해 여름방학이면 엄마는 생업을 뒤로해야 했습니다. 엄마는 미대 입시를 위해 서울 홍대 앞 미술학원에 다니겠다는 저를 따라서 홍대 앞 월셋집에서 같이 살면서 활동 보조 겸 공부 뒷바라지를 하셨습니다.어쩌면 한국 사회는 개인의 노력과 열정으로 무언가 성취를 이루는 데에는 환호하지만, 그런 가시적인 성공의 대가로 치러야했던 보이지 않는 희생에 대해선 당연시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운영되는 장애인 활동 보조 서비스가 저의 성장기에도 있었다면, 엄마는 친구들도 만나고 취미 생활을 즐길 여유가 있었을 거예요. 또 지금처럼 장애인 이동 지원 차량이나 저상버스 같은 모두를 위한 대중교통 인프라가 있었더라면 아빠는 저의 ‘365일 운전기사’가 되지 않을 수 있었을 겁니다. 바꾸어 생각하면, 그런 희생을 기꺼이 감수해준 부모님이 없었다면 저에겐 배움의 기회가 애초부터 없었을지 모릅니다.2007년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을 때 디자인과 건물에 편의시설 개선을 요청했던 적이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학과 교수님들과 조교님들을 포함해 학교 구성원들이 한 마음으로 제 요구에 힘을 실어 주셨습니다. 그 요구가 대학 총장님께 전달되어 마침내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난 후, 학과 조교님이 제게 이렇게 말했어요. “당연히 있었어야 했던 편의시설이지만, 그럼에도 총장님께는 감사를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그 조교님의 말은 제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어요. 엘리베이터가 장애 학생 단 한명을 위해 1억원을 투자한 시설로 해석되는 게 아니라, 장애가 있든 없든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보편적인 접근성을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담긴 말이었기 때문입니다.스웨덴에서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배움의 기회를 갖습니다. 그 결과 장애인 역시 직업 능력을 갖추게 되고, 고용시장에서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세금을 내며 다시 사회에 환원합니다. 이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데 저의 장애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 자유를 저는 비로소 타국에서 누리고 있습니다.저는 이제 많은 에너지를 창작에 쏟고 있어요. 평소 휠체어를 타면서 필요했던 일상 도구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능적일 뿐만 아니라 집안 한 켠에 두고 보기에도 아름다운 물건들입니다. 집안의 다른 물건들과도 조화를 잘 이루는, 튀지 않는 미감을 추구합니다.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곁에 두고 싶은 가구이면 좋겠거든요. ‘릴라 엘리펀트’에서 만드는 저의 가구들이 세상에 나와 훈훈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길 바라봅니다. 얀테의 법칙처럼 말이죠. 겸손하게 자기 할일을 묵묵히 하는 ‘믿음직한 사람’같은 가구이면 좋겠어요. 그래서 다양한 몸을 가진 저와 우리가 여전히 아름다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 가구들이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나에게 걷는다는 것의 의미김승환 (‘입는 로봇’ 연구원·KAIST 기계공학과 웨어러블로봇 연구실)아침에 눈 뜬 뒤 침대에서 내려와 디디는 첫발, 은은하게 흙냄새가 나는 여유로운 산책길, 시끌벅적한 음식점의 문턱을 넘어 들어갈 때의 설렘… 일상 속에서 내딛는 수많은 걸음은 많은 이들에게 당연한 일상의 일부입니다. 제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하지만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된 뒤 ‘걷기’가 지니는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다시 걸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한때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서서히 ‘가능’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산책하고, 사람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를 나누고, 가고 싶은 곳을 아무런 걱정 없이 언제든 갈 수 있는, 한때는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꿈과 희망도 더 자유롭게 실현할 수 있을 것이고요. 웨어러블 로봇은 아직 완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일상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장애인들의 자립과 사회 참여를 증진시킬 통로가 될 것이며, 휠체어를 타던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에도 혁신을 가져올 것입니다. 장애인이 걸을 수 있게 된다면 장애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발전한 기술은 장애인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공경철 교수님을 필두로 한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엑소랩(Exoskeleton Laboratory)에서 저를 포함한 20명의 연구진들은 더 나은 로봇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저는 새로운 로봇이 만들어지고 발전하는 연구실 속 일상을 SNS 등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웨어러블 로봇이 우리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싶습니다.저희는 2024년에 열리는 로봇·장애인 융합 국제 올림픽인 사이배슬론(Cybathlon) 대회에서 다시 한 번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 나아가다보면, 언젠가 로봇이 휠체어를 대신할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내가 이래서 음악을 못 끊나보다임채섭(시력을 잃어가는 작곡가·뮤직프로듀싱팀 ‘티스푼’ 소속)30년 전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여름날, 매미의 강렬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마침 오늘도 30년 전 그런 강렬한 매미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소리를 매개로 과거를 회상해봅니다. 혼자서 뭔가를 가지고 놀고 관찰하기 좋았던 저는 그 때 리코더를 불고 있었습니다. 30년이 흐르며 그 리코더는 이제 건반과 컴퓨터로 바뀌어있습니다.음악을 시작하게 된 시점부터 음악을 연주하고, 만들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있습니다. 그 중 어느 것이 우선인지 알기 어렵지만 각각의 매력이 다르기 때문에 음악 안에서 직업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요즘은 아침이 되면 산책 때 메모 했던 음원 수정사항을 반영해 음악적인 스케치를 조금 더 구체화시킵니다. 이런 수정 작업은 시력이 남아있던 예전에도 했던 일이지만 이걸 보이스 오버(화면을 읽어주는 서비스) 기능으로 하려고 하니 새로운 훈련처럼 느껴집니다. 컴퓨터가 발전해도 아직은 가상 악기의 여러 가지 값을 정확하게 딱 일치시켜서 읽어주지는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에게 어떤 기술이 좀더 편하고 적응할 수 있는 대안인지를 계속 찾아가는 훈련을 하게 됩니다.컴퓨터로 음악 작업을 하다보면 화면 확대를 했을 때 건반 일부가 안 보이기도 합니다. 음의 높낮이가 구분이 안 될 때도 있죠. 강약 조절이 잘 되는지 보기 위해 화면 아래쪽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음표를 보기 위해 화면 위로 올라가다보면 커서가 엉뚱한 곳에 가 있기도 합니다. 다행히 요즘 저는 PC를 활용해 음악을 만들 때 ‘logic remote’라는 앱을 활용해 아이패드를 컨트롤러로 사용하는 대안을 발견해가고 있어요.예전에는 건반으로 음표를 입력했던 방법을 썼지만 지금은 시각장애인 음악인에 맞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죠. 작업 속도는 과거보다 조금 느릴 수 있지만 마우스로 음표를 일일이 찍고 강약을 수정하거나 가상 악기 등을 걸어줄 수 있어 할 수 있는 작업의 범위가 계속 넓어지고 있어요. 이런 방법을 쓰면 좀더 객관적인 모니터링이 되기도 하고, 특이한 화성이나 리듬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좋기도 합니다.제가 음악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은 이 순간에도 계속 새롭게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기술들을 가까운 분들의 도움을 통해서 익혀나가고 있어요. 그런 과정을 통해 저에게 맞는 멋진 기계나 프로그램들을 꼭 찾게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나중에 전맹이 오더라도 이런 기술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요즘은 틈틈이 점자 공부를 하고, ‘한소네’라는 점자 단말기를 익히고 있어요.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진행성 장애로 인한 분노들이 저에게는 젊은 날의 혈기였던 거 같기도 합니다. 이런 분노들은 어찌 보면 열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살고 싶은 열정, 음악을 하고 싶은 열정, 칭찬받거나 뽐내고 싶은 열정 같은 거 말이죠. 이런 것들이 가라앉고 있는 부표가 기적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듯, 저를 다시 떠오르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게임을 즐기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게임의 세계에선 ‘켠 김에 왕까지’라는 말이 있어요. 저는 어렸을 때 이 말을 듣고 ‘무조건 끝까지 가서 엔딩을 본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잘 살든 못 살든, 제게 주어진 지금 이대로의 인생을 끝까지 즐겨본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이런 의미에서 음악은 미우나 고우나 저의 친구입니다. 사람 속은 알 수 없고 언제든지 떠나갈 수 있지만, 음악은 노력의 영역이므로 저에게서 영원히 떠나가지 않을 것 같거든요. 아마도 그래서 제가 음악을 못 끊나봅니다.첫 발은 천근만근이지만… 내딛고 나면 어떻게든 나아가는 것이 삶이규환 (중증장애에 맞선 치과의사·분당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 치과클리닉 교수)다치고 나서 중환자실에 누워있을 때, 담당 의사는 제게 “더 좋아지지 않는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된다”고 했습니다. ‘전신마비가 된 몸으로 뭘 하다가 죽을까’ 만 번을 생각해도 치과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모두가 반대했고 미쳤냐고 욕했지만, 정말 0.1초라도 치과의사로 살아보고 싶었어요.그래서 재활원을 나와 1년 만에 치대에 복학했습니다. 재활을 오래 하면 할수록 겁쟁이가 되고, 사회로 나오는 게 더 두려워질 것 같아서요. 복학 후 처음엔 휠체어로 문턱을 못 넘어서, 문 앞에서 눈치 보며 하루 종일 계속 버텼습니다. 교수님들은 한숨만 쉬셨죠. 그러다 예방치과 교수님, 방사선과 교수님께서 처음으로 “들어와, 해보자”라고 하시더라고요. “내가 자료를 줄 테니까, 여기서 판독을 해”라면서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가장 힘든 건 첫 발이에요. 저는 강연을 할 기회가 있을 때면 “장애인은 비장애인만큼 노력해선 안 된다”고 늘 이야기합니다. 그냥 버티는 것도 힘들겠지만 거기서 한 발짝씩만 더 나아가라는 거죠. 그 과정에서 보조기기와 기술, 최신 장비를 활용하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더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인 거 같아요.사실 한 발 내미는 게 너무 힘듭니다. 그 한 발이 수만근의 무게입니다. 근데 그것만 내딛으면 어떻게든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아요. 삶이란 게 그런 것 같아요. 한 번뿐인 인생, 진짜 하고 싶은 거 하다가 죽어야죠. 최중증 장애인인 저도 이렇게 해냈잖아요.제가 살아가는 모습을 그래서 보여드리는 거예요. 0.1%의 희망만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마시라구요. 저도 중환자실에서 누워있을 때 어려움을 극복해낸 분들의 기사들을 읽고 희망을 많이 얻었습니다. 그때의 저처럼, 절망으로 삶을 포기하고 있는 분들께서 제 이야기를 보고 “그래, 까짓 거 나도 한번 해보자”라는 희망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색으로 그려진 하루하루지만 예쁜 꽃처럼 피어나게 가꿀 거예요고미숙 (손끝으로 세상을 보는 마케터·소셜벤처 ‘닷’ 커뮤니케이션 매니저)저의 하루는 한 가지 색으로 그려진 그림이에요. 하지만 사랑을 받는 날엔 몽글몽글해지고, 시선을 집중받는 날엔 스크래치가 생겨서 하루하루가 모이면 드라마처럼 다채로운 스케치북이 만들어진답니다. 그날을 떠올려볼까요. 살랑 부는 봄바람에 기분도 설렜던 날이었어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를 보러 흰 지팡이를 들고 집을 나섰는데요. 점자 블록이 없는 길을 ‘초집중’하며 걷다가 앞에 오던 사람과 부딪치면서 지팡이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만 거예요. 친절한 그분은 흰 지팡이를 손에 쥐여 주며 사과도 해 주셨죠.‘역시 세상엔 좋은 분들이 많아’ 흐뭇해하며 지하철역에 도착했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하며 걸었지만 주말이라 붐비는 통로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다 보니 방향을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소심한 저는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죠. “저… 제가 눈이 안 보여서요. 지하철 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해요?”돌아오는 건 대답 대신,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터벅터벅’ 하는 발소리뿐이었습니다. 혼자서라도 길을 찾으려 기억을 더듬고 이곳저곳을 헤맸지만 같은 곳만 빙빙 돌 뿐이어요. 시간이 흐르며 다급해진 마음에 다시 용기를 내 다른 사람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이쪽으로”라며 제 옷을 냅다 잡아당기는 거예요. 약속장소에서 만나 제 이야기를 들은 다른 시각장애인 친구는 말했습니다. “난 내 흰 지팡이에 걸린 사람이 오히려 나한테 눈 똑바로 뜨고 다니라고 하던걸?” 시각장애인으로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마음부터 더 단단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하루였죠. 제가 시력을 잃기 전에 좋아했던, 비 오는 날도 떠올려봅니다. 눈이 보일 땐 빗방울이 하늘에서 내려와 땅에 스며드는 모습이나 창문에 맺혀있는 빗방울을 보는 게 좋았죠. 우산을 쓰고 걸을 때면 들려오던 ‘토독토독’하고 떨어지던 빗방울의 소리도요. 그런데 지금은 비 내리는 날이면 걱정을 먼저 하게 돼요. 비 내리는 소리로 인해 주변 소리가 가려지고, 길 곳곳에 생긴 물웅덩이를 피하기도 힘들거든요. 사설제 인생의 책갈피는 이렇듯 행복하고 아름답지만은 않아요. 언제나 상처받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고, 좋아하던 것들도 즐기기를 망설이게 되죠. 저뿐 아니라 누구나 크기가 다른 고민과 걱정의 씨앗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씨앗이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건강하게 자라서 예쁜 꽃을 피우는 씨앗이 될 수 있도록 저는 긍정의 물과 사랑의 햇살로 잘 키워 보려고요.<특별취재팀>▽기획·취재: 신광영 neo@donga.com 홍정수 이채완 기자▽사진: 송은석 기자▽디자인: 김수진 기자※아래 주소에서 [장애, 테크로 채우다] 전체 시리즈와 디지털로 구현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교실로 찾아와 항의하는 화난 얼굴, 밤낮없는 폭언, 교장실에 쫓아가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하던 언행이 환각과 환청이 돼 저를 괴롭혔습니다. 결국 지난해 6월 21일 새벽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습니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일대. 3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경력 20년 차이던 지난해 일방적으로 반 친구를 때리는 학생의 문제행동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공포심과 모욕감을 줬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교사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달 17일에야 모든 민형사 소송이 기각됐다는 A 씨는 “싸우는 학생을 몸으로 제지하면 신체적 학대, 호통을 치면 정서적 학대, 세워놓거나 남겨서 훈계하는 것조차도 아동학대로 판정받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팔 잡으면 아동학대 신고, 그냥 맞는다”이날 집회에는 체감온도 35도 내외의 무더위에도 22일 보신각 집회(주최 측 추산 5000명)의 6배에 달하는 인원이 모였다. 이들은 ‘교사 교육권을 보장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된 20대 여교사를 추모했다. 집회에 참석한 전남의 9년 차 특수교사 B 씨는 “물리고, 꼬집히고, 긁히고, 찔리는 게 일상인데 팔을 붙들어 제지하면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까 봐 그냥 맞는다”며 “설리번 선생님이 요즘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면 이미 검찰에 넘어갔을 거고, 헬렌 켈러도 이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교사들의 자유 증언이 이어지면서 일부 참석자는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선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 교사는 “현행법 안에선 교사의 소명 기회와 진상조사 없이 단순 신고만으로도 직위해제를 당할 수 있다”며 “그 탓에 교사의 생활지도 범위가 점점 좁아지고 교사의 생활지도권과 교육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선 서울교대 교수 102명이 ‘교육 정상화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6년 동안 초중고 교원 100명 극단 선택”실제로 학교 현장에선 악성 교권 침해 행위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학부모 등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사례는 모두 202건으로 2019년(227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모욕·명예훼손’의 비중은 2019년 49.3%에서 지난해 37.1%로 줄어든 반면, ‘폭행·상해’ 등 심각한 침해는 같은 기간 3.5%에서 6.9%로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교권이 추락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 6월 말까지 전국 공립 초중고 교원 100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이 중 초등학교 교사가 57명으로 가장 많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권 보호의 필요성을 느낀 학생들을 중심으로 ‘교권 수호 확산 챌린지’도 시작됐다. “존경하는 선생님의 권리를 대한민국 ○○○이 존중합니다”라고 적힌 손글씨 인증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방식인데 사범대 진학을 꿈꾸는 고교 3학년생의 제안으로 시작돼 현재 900여 명이 동참했다. 캠페인을 기획한 조모 양(18)은 “학생과 교사 모두 존중되는 교실이어야 학생들도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존경하는 선생님의 권리를 대한민국 학생이 존중합니다.”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극단 선택을 한 사건 이후 학생들 사이에선 이 같은 문구를 손으로 쓴 뒤 인증샷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일명 ‘교권 보호 챌린지’가 확산되고 있다. 이 챌린지를 처음 제안한 고교 3학년생 조모 양(18)은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서부터 교사가 꿈이라 교권에 대한 또래들보다 관심이 많았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줄어든다면 다시는 교권 실태를 알릴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다 추모 챌린지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조 양은 이런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 가장 먼저 지인들만 볼 수 있던 자신의 SNS 계정을 공개로 전환했다. 챌린지 문구와 해시태그 ‘230718 #무너진 교권 #교권수호’도 직접 정했다. ‘230718’은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된 날짜다. 이렇게 조 양은 이달 23일 첫 챌린지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일주일이 지난 30일까지 약 900여 명이 챌린지에 동참했다. 대부분이 학생들로, 연령대는 고교생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했다. 교권 보호에 공감하며 챌린지에 참여한 학부모도 있었다. 조 양은 “한 학부모는 본인과 자녀분의 참여 인증샷을 찍은 뒤 격려 메시지를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보내줬다”며 “교권 추락 원인이 학부모에 있다고 하는데, 도 넘은 민원을 제기하는 일부 학부모가 전체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권 보호 챌린지는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전국 교사 3만여 명이 모여 개최한 집회에서도 소개됐다. 조 양은 “많은 선생님이 따뜻한 마음이 담긴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내주셨다”며 “얼굴 한 번 뵌 적 없지만 이 챌린지를 보고 왜 교사가 되고 싶었는지 다시 상기하게 됐다고, 고맙다고 말씀해 주시는 글들을 읽으며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조 양은 앞으로도 교사의 꿈을 이어갈 예정이다. 조 양은 “학생뿐 아니라 동료 교사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교육인이 되고 싶다”며 “서로의 권리가 존중되는 교실에서 학생들이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