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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손을 확실하게 들어준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에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들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안보 전문가들과 누리꾼들까지 나서 미국이 PCA 판결을 배후에서 조종했다며 미국에 화살을 돌렸다. 중국 외교부는 12일 밤(현지 시간) 루캉(陸慷) 대변인 명의의 발표문에서 “미국은 국제법을 이익에 맞으면 이용하고, 안 맞으면 버리는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며 “남에게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준수를 촉구하면서 정작 스스로는 가입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매체와 안보 전문가들의 비판 수위는 정부 발표보다 훨씬 높아졌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환추(環球)시보는 13일 사설에서 “어떤 국가든 판결을 이용해 중국에 군사·정치적 압력을 가한다면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이번 재판은 워싱턴의 조종에 의해 움직이는 희극”이라고 표현했고, 군 기관지 제팡(解放)군보는 “각종 위협과 도전에 대응할 능력이 있다”며 “우리 영토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판궈핑(潘國平) 서남정법대 국제법 교수는 유엔해양법협약 탈퇴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온라인에선 ‘전쟁도 불사하자’, ‘재판관들을 제재하자’며 선동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사사건건 중국의 발목을 잡는 미국과 이번 소송을 제기한 필리핀의 상품을 불매하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한국과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결정한 데 이어 PCA 판결까지 중국에 불리하게 나오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중 양국 공조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소원했던 북-중 관계가 다시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문가 고든 창 변호사는 13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PCA 판결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 중국 간 공조 체계에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의 완패를 선언한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12일(현지 시간) 남중국해 판결 이후 미국과 중국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사실상 미중 대리전 성격을 띤 이번 재판에서 참패한 중국은 판결 자체가 무효라고 반발했고, 미국은 ‘법의 지배’를 받아들이라고 중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중국 정부는 급기야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까지 언급했다. 중국이 국제법적으로 영유권을 인정받지 못한 남중국해에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경우엔 미중 간 군사충돌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게 된다. 대니얼 크리텐브링크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남중국해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이익이 걸린 남중국해에 눈을 감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이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 CSIS 특별좌담회에서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시작하면서 분란이 시작됐다. 미 정부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이 분쟁의 시작”이라며 미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베이징(北京)에선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나서 남중국해 ADIZ 선포 가능성을 흘리며 으름장을 놨다. 류 부부장은 “중국은 이미 동중국해 상공에 ADIZ를 설정한 바 있다. 만약 우리 안보가 위협받는다면 우리는 그런 구역을 설정할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PCA 판결에 불만을 품은 중국 해커들은 PCA 웹사이트와 필리핀 정부 당국의 웹사이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홍콩의 둥팡(東方)일보는 13일 “전날 오전 11시(네덜란드 시간)부터 오후까지 해외에서 PCA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Error 403’이란 표시가 뜬 채 접속되지 않았다”며 중국 해커의 공격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 해커들의 공격을 받은 일부 필리핀 정부 당국의 사이트도 마비됐거나 접속되더라도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뜨고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이 흘러나왔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한미 군 당국이 13일 경북 성주에 고고도미사일방어(TAHHD·사드) 체계를 배치한다고 공식 발표한 데 대해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 프로세스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중국은 단호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 대변인은 앞서 11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사드 배치는 중국의 전략적 안전을 엄중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중국은 분명히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스스로의 안전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서해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할 수 있다고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군사적 대응보다는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통관 검역을 까다롭게 하거나 한국으로 가는 자국 여행객을 축소하는 등 경제·문화 분야에서 제재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반도 대부분을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군 당국에 따르면 중국군은 산둥(山東) 성에 위치한 제822여단에 탐지거리 500km가 넘는 JY-26 레이더를 배치해 평택 및 오산 미군기지의 전투기 작전 상황 등을 집중 감시하고 있다. 중국은 또 북서쪽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지역 및 남동쪽 푸젠(福建) 성에 탐지 거리가 5500km에 달하는 초대형 장거리 조기경보 레이더도 설치해 한반도는 물론이고 일본과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서태평양 지역 미군 전력 등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사드의 AN/TPY-2 레이더는 유효거리 탐지거리가 600km 안팎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손효주 기자}

12일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은 필리핀의 핵심 주장을 대부분 수용해 중국에 완패를 안겨줬다.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필리핀이 대승(major victory)을 거뒀다”며 “중국의 반발이 상당히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한 법률 전문가도 이날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은 중국에 엄청난 법률적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성명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갖고 있는 영토 주권과 해양의 권리와 이해 등은 어떤 상황에서도 판결로 영향받지 않는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이번 판결에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갈등 해결보다는 오히려 문제가 더욱 증폭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을 양축으로 하는 두 진영 간 기세 싸움도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일본과 유럽연합(EU)을 끌어들여 중국의 판결 수용을 압박하고, 중국은 러시아 등과 손잡고 미국에 맞서는 미국·일본 대(對) 중국·러시아의 ‘신냉전’ 국면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간의 대립전선은 한반도와 일본, 대만, 동중국해에 이어 남중국해까지 서태평양을 위아래로 가로질러 형성되고 있는 형국이다. 주요 2개국(G2)의 마찰은 서태평양을 위아래로 가로지르며 길게 형성돼 있다. 한반도에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북핵 문제로 미중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사이 일본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고 군사대국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미국의 군사동맹국으로 인식하는 중국으로선 한반도와 일본에서 점점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또 대만에선 친미 성향의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정권이 들어서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미중이 남중국해 패권을 놓고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가면서 우발적인 군사 충돌 가능성도 높아졌다. 미중은 PCA 판결을 앞두고 남중국해에서 각각 항공모함과 구축함, 잠수함 등을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특히 필리핀 동쪽 해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 태평양함대 소속 존 C 스테니스와 로널드 레이건 등 항공모함 2척이 남중국해의 중국 인공섬 부근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일 경우 중국이 군사적으로 맞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중화권 매체인 보쉰(博迅)은 1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인민해방군에 전투준비 태세를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무력도발에 나설 경우 중국군에 일전불사할 각오를 다지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국제법정의 판결을 거부해 국제사회에서 대국으로서의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펑(朱鋒) 난징(南京)대 교수는 “국제사회의 이미지를 해칠 수 있지만 국가 이미지와 국가의 주권 및 해양권리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결에서 중국이 가장 아픈 대목은 PCA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근거인 9단선(九段線)이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명백히 한 대목이다. 중국은 2000년 전 고문헌에도 등장하고 줄곧 중국 정부의 관할 아래 있다가 제2차 세계대전 후 ‘9단선’ 설정으로 선포된 권리가 그 후에 나온 유엔해양법협약으로 제한될 수는 없다는 논리를 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중국이 무력대치 끝에 필리핀을 밀어내고 2012년 4월 8일부터 실효 점유 중인 곳으로 양국 영유권 분쟁의 핵심 대상인 스카버러 모래톱(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에 대해서도 완패했다. PCA는 “중국이 필리핀의 전통적인 어업권에 개입해 필리핀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스카버러가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더욱이 중국이 2014년부터 난사군도의 7개 암초를 매립해 항공기 활주로 등을 세우고 5곳에는 등대를 설치해 가동하는 등 ‘영토 주권화’ 작업을 가속화했으나 이번에 송두리째 법적 근거를 잃게 됐다. 한편 이번 판결로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이 올 1월 비행기를 타고 시찰하며 관할권을 주장했던 타이핑다오(太平島·영문명 이투 아바)에도 불통이 튀었다. 타이핑다오는 난사군도에서 가장 큰 섬으로 1952년부터 대만이 실효지배 중인 곳이지만 이번 판결에서 유엔해양법상의 섬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대만 총통부는 이날 저녁 PCA의 결정이 나온 직후 배포한 성명에서 중재 판결이 대만에 법률적 구속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밝혔다. :: 9단선(九段線)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형으로 그은 9개의 점선으로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다. 남중국해 전체 해역의 90%가 이 안에 들어간다. 국민당 정부가 1947년 남중국해에 ‘11단선’을 그었고, 신중국 수립 이후인 1953년 중국이 하이난(海南) 섬과 베트남 사이의 2개 선을 줄여 9단선으로 바꿨다. 중국은 공식 지도에 이 선을 포함시키고 있으나 남중국해 주변국들은 이 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12일(현지 시간)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중국이 암초를 매립해 만든 인공섬에 대해서도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확보할 수 있는 유엔 해양법상 ‘섬’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2013년 1월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기한 이번 재판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줘 중국은 사실상 완패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의 핵심 근거인 9단선(九段線)의 효력까지도 인정받지 못하자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판결 직후 성명을 내고 “판결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판결은 무효이며 구속력이 없다”고 반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2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 “남중국해 도서는 예로부터 중국의 영토”라며 “PCA가 내린 결정에 근거한 어떤 주장이나 행동도 수용할 수 없다”며 흥분했다. 미국과 일본은 PCA 판결 수용을 중국에 촉구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판결은 최종적이고 중국과 필리핀 양쪽 모두에 구속력이 있는 것”이라며 “양국 모두 의무를 준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성명에서 “중재 판결은 최종적이므로 분쟁 당사국을 법적으로 구속한다”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도 환영 성명을 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성격을 띤 이번 판결이 중국의 참패로 막을 내림에 따라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간 해상 패권 다툼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판결에 반발해 필리핀과 가까운 암초에 추가로 인공섬을 건설하는 등 영유권 강화를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2013년 동중국해에 선포했던 것처럼 남중국해에도 방공식별구역(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판결을 계기로 미국은 중국 인공섬 12해리 안으로 군함을 진입시켜 중국과 ‘신(新)냉전’ 태세를 갖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을 상대로 남중국해 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을 여러 차례 요구한 상태다. PCA 판결은 법적 구속력은 있지만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어 중국이 이를 무시하더라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도쿄=서영아 특파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이 12일 발표된다. 이번 재판은 필리핀(2013년 1월 제소)과 중국 사이에서 시작됐지만 PCA가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미중 간 남중국해 해상 패권 다툼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중국이 PCA 판결을 무시하고 인공섬 건설과 군사 시설 확충으로 남중국해 영유권 공고화에 나선다면 ‘남중국해판 신냉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필리핀을 지지하는 반면에 러시아와 아프리카 및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 등은 중국을 지지하고 있어 진영 싸움의 구도가 확실하게 형성돼 있다. 중국은 피소 이후 ‘PCA는 관할권이 없기 때문에 재판에 참여도 하지 않고, 결과를 받아들이지도 않는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판결 하루 전인 11일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 군도)의 4개 인공섬에 건설한 등대들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판결이 나오기 직전에 등대 가동 사실을 알린 것은 판결과는 상관없이 영유권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또 이날 중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직접 나서 재판의 중립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차관에 해당)은 이날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 최신호 기고문에서 일본의 주미 대사 출신인 야나이 슌지(柳井俊二) 전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소장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ITLOS 소장으로 재임할 때를 골라 필리핀이 중재 소송을 제기했으며 재판관 5명 중 4명이 우익 성향의 야나이 소장에 의해 지명됐다며 문제를 삼았다. 이어 5명의 재판관 중 아시아인이 한 명도 없고 고대 동아시아 역사와 국제 질서에 대한 지식을 갖춘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5∼11일 남중국해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西沙 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 등에서 벌이고 있는 대규모 군사 훈련에는 올해 출범한 중국의 ‘연합작전 지휘 체계’가 처음으로 적용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국방 개혁을 단행한 이후 진행된 최대 규모의 해상 훈련이자 새로운 군 지휘 체계 완성 이후 전개된 첫 적응 훈련이라는 것이다. 한편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교장관은 10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판결이 나오면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과 상의한 뒤 중국과 양자대화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미국과의 공동 노선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북한이 중국 내 접경 지역에 700∼800명의 특수 요원을 투입해 파견 근로자들의 이탈을 밀착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4월 중국 저장(浙江) 성 닝보(寧波)의 북한 식당 ‘류경식당’에서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한 뒤 해외 근로자에 대한 조직적인 감시망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린(吉林) 성 옌지(延吉) 투먼(圖們) 훈춘(琿春)과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 등 북-중 접경 지역에는 700∼800명의 북한 특수 공작 요원들이 파견돼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북한 국가보위부 및 정찰총국 소속으로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이나 변경 지역 공장 근로자들의 이탈을 방지하는 것이 임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 소식통은 “6월 초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 귀환 직후 800여 명이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단둥과 옌지 등지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최고 기술을 지닌 칼잡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옌지의 북한 식당에서 100명 가까운 종업원들이 북한으로 돌아간 것도 이들의 감시 활동 결과라는 얘기가 나온다. 북한에서 나온 특수 요원 가운데 일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식당 종업원 집단 탈출 보복 지시’에 따라 북한 종업원의 탈출이나 탈북을 돕는 한국인이나 조선족 등을 상대로 테러나 납치 등을 자행할 수도 있다고 소식통은 우려했다. 4월 30일 지린 성 창바이(長白) 현에서 탈북자를 돕던 조선족 한창렬 목사도 북한에서 파견된 공작 요원 3명에 의해 피살됐다고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대표가 현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주장했다. 중국 정보 당국은 북한 특수 요원들이 중국 영토에 들어올 때부터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이 최근 북-중 접경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활동가 수십 명을 추방한 것도 북한 특수 요원들에 의한 자국 내 테러를 우려해서라는 관측도 있다. 이들은 올 4월 10일 닝보 류경식당 탈출 사건 직후 파견되기 시작해 지난달 초 이수용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뒤 인원이 증강된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이들은 “올해 9월경까지 한시적으로 활동하다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북한이 중국에 파견한 노동자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5인 1조로 촘촘한 감시망을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주권적 자위 조치’냐, ‘전략적 균형 훼손’이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 설득에 고심하던 한국 정부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0일 사드 배치에 대해 “적의 위협으로부터 어떠한 대응을 할 것인가 하는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군사 주권적 사항”이라며 “관련국의 이해를 높여 나가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보고 우리의 입장을 당당하게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변국에 설명은 하겠지만 양해를 구할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형진 외교부 차관보는 8일(현지 시간) 모스크바에서 이고리 마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을 만나 “사드 배치는 북한 위협 아래에 놓인 국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마땅히 취해야 할 자위적 방어 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르굴로프 차관은 “러시아는 사드 배치를 미군의 전력 증대와 전략적 균형 훼손 행위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중국 역시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홍콩 밍(明)보는 10일 중국 국방부가 “친구가 오면 좋은 술을 내놓지만 표범과 늑대가 오면 사냥총으로 대응한다”는 태도로 사드 문제를 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6·25전쟁 때 북한을 도운 내용의 드라마 ‘상감령’ ‘38선’ ‘펑더화이(彭德懷)’를 연이어 방송하는 것도 ‘미국이 승리한 전쟁만 있는 게 아니다’란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국 관영 런민(人民)일보는 9일 “사드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제3국을 지향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9일 “그 어떤 변명도 무기력하다”며 사드가 ‘북한 위협 방어용’이라는 설명을 배격하고 “한국 친구들(朋友)이 사드 배치가 진정으로 한국의 안전,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를 냉정하게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국가의 전략적 이익과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이 동중국해에 이은 서해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 등 군사 행동에 돌입할지 주목된다. 예브게니 세레브렌니코프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 부위원장은 “러시아 동부지역에 한국 사드 체계를 파괴할 수 있는 미사일 부대를 추가 배치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대북제재에 관한 결속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는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한 4월 28일 한미 군사훈련과 사드 배치 논의를 문제 삼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비난 성명 채택을 가로막았다. 북-중 변경 도시인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 시는 9일 신의주에 대한 ‘반나절(半日) 무여권 무비자 관광’을 시작한다고 발표해 북한 ‘외화벌이 차단’ 정책을 일부 완화했음을 시사했다. 14일부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몽골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현장에서 만날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를 비롯해 러시아 측을 설득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중국에선 불법 단체로 인터넷 검색도 차단된 ‘파룬궁’이 홍콩에서는 합법적으로 활동한다. 매년 7월 1일 홍콩 섬 빅토리아 공원에서는 대규모 민주화시위가 벌어지고, 최근엔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는 정당도 홍콩에서 결성됐다. 1997년 7월 1일 홍콩이 중국에 반환됐지만 말 그대로 중국 속의 ‘특별행정구’이다. 중국과 영국 간 합의로 채택한 ‘홍콩기본법’에 따르면 홍콩은 일국양제(一國兩制)가 적용돼 2047년까지 50년간 외교와 국방을 제외하고 고도의 자치를 보장받는다. 중국 지도부의 권력 투쟁을 파헤치거나 인권 상황을 비판하는 책을 팔아온 홍콩 섬 ‘퉁뤄완(銅(나,라)灣·코즈웨이베이) 서점’ 관계자 5명의 실종 사건이 홍콩의 일국양제를 시험하고 있다. 태풍의 눈에는 서점 점장 린룽지(林榮基·람윙키·61) 씨가 있다. 린 씨와 서점 모회사의 주주이자 이사인 뤼보(呂波), 업무 담당 경리 장즈핑(張志平) 씨와 서점 직원 구이민하이(桂敏海) 씨 등 4명이 지난해 10월 광둥 성 선전과 태국 파타야 등에서 갑자기 ‘실종’된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어 지난해 12월 30일 서점 대주주인 리보(李波) 씨가 홍콩에서 사라지면서 ‘서점 관계자 실종 사건’은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이 중국 당국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은 올 2월 처음 확인됐다. 하지만 뤼보, 리보, 장즈핑 씨 등 3명은 올 3월 홍콩에 돌아온 뒤에도 자신들이 어떻게 실종돼 조사를 받았는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구이민하이 씨는 아직 중국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4일 실종 8개월 만에 홍콩으로 돌아온 린 씨가 그동안 자신이 어떻게 중국 당국에 억류됐고, 조사받았는지 폭로했다. 린 씨는 특히 리보 씨가 홍콩에서 중국 당국에 연행됐다고 밝혀 중국이 ‘홍콩기본법’을 위반했는지가 논란이 됐다. 홍콩에서는 항의 시위도 이어졌다. 린 씨는 자신의 여자친구를 만나러 중국 선전에 갔다가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연행돼 조사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점 고객 명단이 들어있는 하드디스크를 가지고 오는 조건으로 석방돼 홍콩으로 왔지만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했다면서 “홍콩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이자 일국양제 위반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말에 린 씨는 일약 일국양제 수호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린 씨를 연행해 조사했던 저장 성 닝보 시 공안당국은 급기야 5일 린 씨가 대륙으로 돌아와 조사받지 않으면 형사 처벌에 나설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린 씨는 며칠 전부터 누군가로부터 미행당하고 있다며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린 씨는 홍콩 반환일인 1일 열린 민주화 요구 행진에도 참여하지 않고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안이 대륙으로 돌아와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피의자’를 홍콩 경찰이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이 중국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도 린 씨를 계속 보호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중국 당국과 린 씨 개인 간 문제로 시작된 이번 사건에 홍콩 당국도 개입되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은 5일 앞으로 홍콩이나 중국에서 상대방 주민을 형사 조사하는 경우 14일 내로 통보해 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등의 불인 ‘린 씨 신병’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었다. 서점 관계자 실종 사건은 홍콩의 ‘특별행정구’ 지위가 법적으로는 31년 남았지만 일국양제가 이미 한 귀퉁이씩 무너져 ‘아시아의 진주’ 홍콩의 불빛이 조금씩 흐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12일 예정된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관련 판결을 앞두고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중국 관영 매체들이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특히 중국중앙(CC)TV의 뉴스전문채널(CCTV 13)은 이날 오후 6시 반 황금시간대에 3분 45초에 걸쳐 중국군이 남중국해에서 진행한 미사일과 함포 등의 실탄 사격 훈련 장면을 내보냈다. 제팡(解放)군보는 “공중통제, 해상전투, 대잠수함 작전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전했다. 소송 제기국인 필리핀의 주장을 상당 부분 수용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미국을 겨냥해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는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뿐만 아니라 전날 나온 한미 양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마카오의 군사전문가 황둥(黃東) 국제군사학회 회장은 “훈련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훈련은 하이난(海南) 섬과 시사(西沙) 군도 인근 남중국해 해역을 무대로 5일부터 PCA 판결 하루 전인 11일까지 진행된다.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남해 함대뿐 아니라 북해 함대와 동해 함대도 참가했다. 3개 함대의 최신 구축함과 순양함 등 100척 이상의 함정과 젠(殲)-11 등 전투기 수십 대가 홍군(紅軍)과 남군(藍軍)으로 나뉘어 실전을 방불케 하는 실탄 사격 훈련을 벌였다. 우성리(吳勝利·중앙군사위원) 해군사령원(참모총장) 등 중국군 최고 계급인 상장(한국의 대장에 해당) 4명이 현장에서 훈련을 지휘했다. 한편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9일 사설에서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판결이 나오면 중국이 유엔해양법협약에서 탈퇴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한국과 미국이 8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공식 결정하자 중국은 “강력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시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후 김장수 주중국 한국대사와 맥스 보커스 주중국 미국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한국이 중국을 포함한 관련 국가들의 명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선포했다”며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 실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한국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에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한중관계는 당분간 시련과 도전의 시기를 맞게 됐다. 중국 외교부가 8일 한미 양국의 결정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히자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기다렸다는 듯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보복 조치를 예시하고 나섰다. 환추시보는 이날 오후 ‘사드에 반대해 행동이 있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사실상 한국에 정치·경제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사드가 배치되는 행정구역이나 배치에 참여하는 기업 그리고 서비스 기관과 다시는 경제 관계 및 교류를 하지 말고 그들의 제품이 중국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드 배치를 적극 지지하는 한국 정계 인사의 중국 진입을 막고 가족의 기업도 제재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신문은 이어 “북한을 제재하는 것이 동북아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평가해 북한 제재와 사드 배치 후의 지역 균형을 다시 고려해야 한다”고 중국 정부에 제안했다. 한미의 사드 배치를 빌미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재재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특히 “앞으로 한국의 외교 및 전략적 독립성은 크게 줄어들어 ‘일본화’가 진행될 것이고 이는 완전히 중국이 바라지 않는 것”이라며 “이런 추세에 중국은 어쩔 수 없이 실사구시(實事求是)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밀월 관계를 바탕으로 순항했던 한중관계의 악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신문은 사설 머리에 “한미가 이날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것은 남중국해 관련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중국 외교력이 남중국해에 쏠려 있는 것을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사드가 미칠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민해방군은 사드에 대해 미사일을 조준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이에 앞서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전 11시 한국 국방부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공식 발표하자마자 미리 준비한 성명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움직였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의 안전과 전략적 이익에 손해를 주고 지역 정세를 복잡하게 만드는 사드 배치 절차를 즉시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 배치에 대응해 앞으로 대사 초치 이외에 한국에 대한 추가 조치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사드 배치 절차 진행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고만 대답했다.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고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추가 조치가 없을 것’이라고도 말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 당국은 일단 관영 매체를 통해 첫 단계의 ‘구두 협박’에 나선 뒤 한국 측의 반응을 떠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역시 정치·경제적으로 한국과의 관계 유지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데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막는 방어용 무기인 사드 배치에 마냥 반대할 수 없다는 주장이 중화권 학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이 대중(對中) 수출 의존도가 26%에 달하는 한국의 경제적 취약성을 약점으로 삼아 한국 수출품의 통관 및 검역을 강화하는 등 경제 제재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중국은 2000년 중국산 마늘 수입을 제한하자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대만에서 민진당 출신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집권한 뒤 본토 관광객이 30%가량 줄어든 것처럼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을 줄이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성명을 올려 “심각한 우려와 반대를 표명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 부장관은 “사드 배치로 양국 간 협력이 진전되는 것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사드 배치와 한미동맹 강화는 북한에 위협이지만 단기적으로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서 중국이 북한을 감싸 안을 수밖에 없고, 또 한국 내 찬반 논란도 커지는 상황은 북한에 크게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주성하 기자}
중국을 방문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7일 오후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만나 북한 핵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 기후변화 협약 등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반 총장은 회담 뒤 시 주석과 만찬을 함께하며 다양한 글로벌 이슈들을 논의했다. 반 총장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고 관영 중국중앙(CC)TV가 보도했다. 시 주석은 “다양성은 세계 전진의 동력이자 원천으로 각국은 반드시 국정 상황에 맞는 발전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CCTV는 전했다. 이는 반 총장이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중국 내 인권단체와 환경단체 관련 문제에 대해 지적한 것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반 총장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 앞서 이날 오전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가진 회담에서도 “시민사회에 더 큰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독립 미디어는 정치적 자유 확장에 주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왕 부장과의 회담 이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남북대화 재개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언제든 공헌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말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북한 방문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 총장은 또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반도의 긴장 고조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모든 대북제재 결의안은 전면적으로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이행 의지를 내비쳤다. 반 총장은 12일 나오는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관련 판결에 대해선 “대화를 통해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왕 부장은 이에 “대화를 통해 해결하지 않으려고 하는 측이 있다”며 재판을 제기한 필리핀이나 재판 결과 수용을 촉구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을 겨냥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과 일본 전투기들이 지난달 중순 동중국해 상공에서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가는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동중국해는 양국이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가 있는 바다로 중국이 2013년 11월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C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한 이후 긴장이 고조돼 왔다. 이번 사건은 중국의 CADIZ 선포 이후 발생한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양국 정부는 아찔했던 전투기 대치 상황이 언론에 공개되자 사태 책임을 서로 상대에게 돌리며 공방을 벌였다. 지난달 17일 중국 전투기가 센카쿠 열도 주변 상공으로 남하해 자위대 전투기가 긴급 발진했다는 일본 정부의 최근 발표와 관련해 중국 국방부는 4일 성명을 내고 “흑백(黑白)이 전도(顚倒)된 것”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중국 측은 성명에서 6월 17일 중국군 소속 수호이(SU)-30 전투기 2대가 동중국해 상공 CADIZ에서 일상적인 순찰 활동을 하던 중 일본 자위대 소속 F-15 전투기 2대가 고속으로 접근하며 도발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또 “일본 전투기들은 중국 전투기를 향해 ‘화력통제레이더(FCR·표적을 탐색 및 추적해 적절한 타격 지점을 산출하는 시스템)’까지 작동했다”며 “중국 전투기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전술 기동(機動)으로 ‘과감한 대응 조치’를 취하자 자위대기가 적외선 재밍(jamming·전파 교란)탄을 쏘며 도주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일 전투기 간에 대치 상황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중국기가 먼저 위험한 행동을 했다고 비난했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관방부장관은 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상대 기의 위치 등을 파악하기 위해 FCR를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사고 방지를 위해 필요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재밍탄 발사에 대해선 “사용했는지는 모른다”면서도 “예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상대 기로부터 위험한 행위가 없어도 사용하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최근 3개월간 일본 전투기가 중국 군용기를 상대로 긴급 발진한 횟수는 모두 200여 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4회에 비해 곱절가량으로 늘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으로 당 중앙판공청 주임(비서실장 격)을 지낸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이 거액의 뇌물수수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4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톈진(天津) 시 제1중급인민법원은 이날 링 전 부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뇌물수수, 국가기밀 절취, 직권남용 등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과 함께 정치권리 종신 박탈, 개인재산 전액 몰수형을 선고했다고 관영 중앙(CC)TV가 보도했다. 법원이 인정한 링 전 부장과 부인 구리핑(谷麗萍)의 뇌물액은 7078만 위안(121억 7천700만 원)에 달한다. 법원은 “통일전선공작부장,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을 지내면서 대량의 국가기밀 자료를 불법적으로 빼내 국가비밀보호 제도를 심각하게 파괴했다”고 지적했다. 또 직권을 남용해 특정 인사들의 직무이동, 부동산 구매, 승진인사 등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관영 신화통신은 링 전 부장이 최후 진술에서 기소 사실을 받아들이고 판결 내용을 뼈에 새기겠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상소를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2심제인 중국에서 링 전 부장에 대한 1심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원은 링 전 부장이 빼낸 국가기밀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쿠데타 기도 의혹 등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링 전 부장에 대한 판결로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무기징역)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 서기(무기징역) 그리고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병사) 등 시진핑(習近平) 체제에 도전해 온 ‘신 4인방’에 대한 처리가 일단락돼 시 주석의 권력은 더욱 견고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이 직경 500m로 세계 최대 크기의 우주 전파망원경 설치 공사를 3일 마무리해 우주 강국을 향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중국과학원 국가천문대는 이날 오전 10시 47분경 ‘톈녠(天眼·하늘의 눈)’으로 이름 붙여진 전파망원경 ‘FAST(Five hundred Aperture Spherical Telescope)’의 반사면을 구성하는 4450개의 소형 반사경 중 마지막 조각을 설치해 5년여의 건설 작업을 마쳤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건설 완공 기념식도 열렸다. FAST가 설치된 구이저우(貴州) 성 핑탕(平塘) 현 커두(克度) 진 진커(金科) 촌은 1994년 처음 망원경 설치 지역으로 선정될 때만 해도 움푹한 분지에 몇 채의 민가와 논밭이 있던 산골 오지였으나 우주의 신비를 탐색하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FAST의 면적은 축구장 30여 개에 해당하는 약 25만㎡에 이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푸에르토리코에 보유한 아레시보 망원경(직경 305m)보다 2배가량 크다. 건설비만 약 12억 위안(약 2060억 원)이 투입됐다. FAST는 9월 초부터 우주 전파 탐지활동을 시작한다. 천문대 측은 우주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우주의 유기 물질이 내보내는 독특한 전자파를 감지해 우주간 통신 신호나 외계 생명의 존재 여부에 대한 탐색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쟝샤오녠(張曉年) 중국과학원 국가천문대 부천문대장은 “앞으로 20년간 FAST는 세계 최고의 설비의 지위를 차지하면서 중국 과학자들이 많은 성과를 낼 것”이라며 “FAST는 앞으로 인류가 가장 멀리, 가장 뚜렷하게 보는 망원경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FAST는 이론상으로 우주 공간의 137억 광년 밖의 전파를 받을 수 있어 ‘우주 변두리’의 전파도 포착할 수 있다고 홍콩 다궁(大公)망은 4일 보도했다. 면적이 280㎟에서부터 1319㎟까지 각각 다른 16가지의 작은 반사경 4450개가 조립된 FAST는 관찰하는 천체의 움직임에 따라 직경 300m 크기의 반사면이 마치 물체를 주시하는 안구처럼 수시로 움직이면서 관찰하는 기능도 있다. 쟝샤오녠 부천문대장은 “FAST는 기존의 아레시보 망원경보다 종합 탐지 능력이 10배는 올라갈 것”이라며 “장차 달 표면에서 사람이 휴대전화 거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문 BBC 방송 인터넷판은 “2021년 우주 정거장 건설과 2036년 우주인 달 표면 착륙 등과 함께 중국의 우주 강국의 꿈을 실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FAST의 의미를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국의 우주 계획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우주굴기 포부 아래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내에서 알리바바에 이어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상청(京東商城·JD닷컴)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징둥의 성장 속도도 빠르다. 2004년 베이징 중관춘에서 한 달 매출이 불과 수백만 원의 작은 회사로 출발해 10년 만인 2014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다. 2015년 총거래액 4627억 위안(약 83조2860억 원), 영업이익은 1813억 위안(약 32조6340억 원)이다. 소비자들이 징둥에 호감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판매 제품에 가짜가 없고, 배달이 신속하다는 것이다. 창업자 류창둥(劉强東·42) 회장은 장쑤 성의 시골 출신으로 일본계 건강보조기구 ‘저팬라이프’에 다니며 모은 2만 위안(약 360만 원)으로 창업한 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자수성가형 벤처 기업인’이다.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과 비슷하다. ‘류창둥이 직접 말하는 나의 경영방식(劉强東 自述, 我的經營模式)’은 류 회장 본인이 직접 경영 철학과 인생관을 전하는 첫 번째 책이다. 류 회장은 책 첫머리를 “초심을 유지해 가짜를 팔지 않는다”고 시작한다. 2007년 경쟁이 치열해져 손해가 커지자 ‘눈 한 번 딱 감고’ 가짜 상품을 팔아 보라는 충고와 유혹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징둥은 가짜 제품을 ‘천적(天敵)’이자 ‘불구대천의 원수(死敵)’로 여기는 것을 영원한 가치관으로 삼았다고 류 회장은 소개한다. 그는 징둥의 핵심 가치관을 한 글자로 하면 ‘정(正)’이라고 했다.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 중에는 영수증을 좀 더 싸게 끊어서 세금을 줄여 줄 수 없느냐고 물을 때도 있었지만 “미안하지만 우리는 그런 서비스가 없다”고 말했다. 그가 징둥 창업 후 나스닥 상장까지 10년 동안 꼭 지켰다는 3가지가 있다. 그중 첫 번째도 앞서 소개한 ‘가짜를 팔지 않는다’였다. 둘째는 ‘최후 1km’ 중시다. 그는 물건 주문, 생산자로부터의 제품 공급, 배송 그리고 반품 처리 등 전자상거래는 34단계를 거치지만 그중 ‘소비자와 만나는 마지막 1km 배송’이 가장 핵심적인 단계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3개월에 한 번씩 최종 배송 센터장 훈련을 하고, 센터장이 되기 전에는 6개월가량 ‘센터장 보조’로 실습을 거친다. 셋째는 징둥만이 아닌 관련 업체 전체에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징둥은 6월 초 업계 처음으로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물건을 창고에서 최종 배송센터까지 옮겼다. 앞으로 교통 오지 등에 드론을 이용해 배송하는 등 전자상거래 혁신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이다. 류 회장은 앞으로 10년간의 징둥의 목표도 제시했다. 세계적 유통 기업이 되는 것, 좀 더 다양한 전자상거래 생태계 건설에 기여하고 공평 공정하게 창업자와 중소기업이 성장하게 하는 것,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 좀 더 선도적인 기술로 전자상거래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것이다. 알리바바에 가려 2위에 머물고 있는 징둥의 다짐도 있다. “징둥의 성장 과정은 경쟁 기업을 하나씩 추월해 온 과정이다. 조금도 과장 없이 얘기한다면 징둥의 역사는 부단히 ‘거인’을 추월하는 역사였다.” 그가 창업 이후 항상 품어 온 꿈은 “최고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알리바바를 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 준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12일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재 판결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 간 ‘강(强) 대 강(强)’의 기싸움이 고조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중국공산당 창립 95주년 기념식에서 영토주권 문제가 발생하면 무력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자 미군 쪽에선 남중국해에서 미중 군사 충돌 때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우선 투입 계획을 공개했다. 중국은 5일부터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시작해 판결 하루 전인 11일까지 무력시위를 벌인다. 2일 미 군사 전문매체 ‘디펜스 원’에 따르면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쟁이 발생하면 미국은 F-35, F-22 등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를 우선 투입해 항공력 우위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미 공군 고위 당국자들이 밝혔다. 제프 해리건 공군 소장과 맥스 마로스코 대령은 2026년 미중 간 가상전 상황을 토대로 미첼 항공우주연구소가 발행하는 ‘미첼포럼’ 6월호 기고문에서 “F-15, F-16 같은 4세대 전투기를 투입하면 중국군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며 “방어망을 은밀하게 뚫고 침투해 타격을 가하는 데는 F-35와 F-22 등 스텔스기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두 장교는 전쟁이 발생하면 중국군은 미군의 레이더망과 통신 교란에 주력할 것이라며 중국군의 대공망을 뚫고 목표 지역까지 안전하게 비행한 후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전투기는 F-35와 F-22, 폭격기는 B-2와 B-21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내용은 시 주석이 1일 중국공산당 창립 95주년 기념식에서 “중국 인민은 먼저 사달을 일으키지 않겠지만 사달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경고한 뒤 공개됐다. 중국은 남중국해 해상에서 대규모 군사훈련 계획을 발표하는 등 미국과 주변국을 향한 무력시위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국가해사국은 3일 홈페이지를 통해 “5일 오전 8시부터 11일 오전 8시까지 남중국해 일대 6개 해역에서 군사훈련이 진행된다. 일반 선박의 진입을 금지한다”고 통지했다. 훈련 해역에는 베트남과 영유권 분쟁 도서인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西沙 군도)도 포함된다. 이런 가운데 1일 오전 대만 펑후(澎湖) 해역의 대만 순시선에서 ‘항모 킬러’로 불리는 대만 자체 개발 미사일 슝펑(雄風)-3이 오발돼 대만 어선을 관통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선장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 미사일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중국 해역에는 도달하지 않았지만 미사일이 대륙 쪽을 향해 날아가다 떨어져 중국이 반발하는 등 양안 관계가 얼어붙고 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일 “냉전적 사고와 제로섬 게임 같은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반대하지만 정당한 권익에 대해서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립 95주년 기념식에서 가진 1시간 20여 분간의 ‘중요연설’에서 “중국 인민은 먼저 사달을 일으키지 않겠지만 사달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어떤 외국도 우리가 핵심 이익을 (다른 무엇과) 거래할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미국을 상대로 남중국해 등에서 영토 주권 문제가 발생한다면 무력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또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에도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또 “우리가 국가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스스로) 훼손하는 쓴 과실을 삼킬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누구든, 언제든, 어떤 형식으로든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대해서는 13억 중국 인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 이후의 대만 정체성 강화 움직임에도 경고했다. 그는 1921년 공산당 창립을 ‘천지개벽의 대사변’으로 묘사하면서도 “당내의 돌출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당은 머지않아 집권 자격을 잃고 도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이 돈 풀기에 나서 세계적인 ‘환율 전쟁’이 시작될 조짐이다. 진원지인 영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 주요국이 자국의 화폐 가치를 낮춰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면서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의 마크 카니 총재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당분간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 전망이 악화돼 올여름 일부 통화정책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제성장을 지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동을 할 것”이라며 “수주일 동안 통화와 금융 안정을 위한 수많은 다른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유럽발(發) 경기 침체를 우려한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1일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전날에 비해 0.28% 절하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런민은행이 조만간 위안화 가치를 추가 절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엔화 강세 행진에 고심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지난달 30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영국과 EU가 협력해 시장 불안을 해소할 분명한 메시지를 신속히 내달라”고 요구했다. 엔화 강세를 진정시키려는 긴급 조치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덴마크 크로네 일부를 팔았다. 스위스 중앙은행도 이날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반면 멕시코 중앙은행은 브렉시트로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자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3.75%에서 4.25%로 깜짝 인상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브렉시트 충격을 거의 회복한 분위기다. 1일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은 모두 브렉시트 이전(지난달 23일) 수준으로 돌아왔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시장은 혼란이 진정됐지만 브렉시트 후속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경기가 불안한 조짐을 보일 것”이라며 “환율 전쟁의 피해를 막으려면 다른 국가의 완화 기조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