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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에 있는 중소 종합병원인 혜민병원에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15명이 발생하자 한 병동이 코호트(동일 집단) 격리됐다. 이로 인해 함께 있던 환자와 보호자뿐 아니라 간호사들까지 격리되면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 부족했다. 격리가 결정될 당시 코호트 병동엔 의사가 1명도 없었다. 혜민병원 김병관 병원장(사진)은 의료진의 지원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고민하다가 코호트 격리가 풀리는 17일까지 자신이 직접 환자를 돌보며 함께 지내기로 했다. 코호트 격리된 병원에서는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자세히 알려진 적이 없다. 8일 김 병원장과의 전화 통화로 격리 병동의 상황을 들어봤다. ― 현재 상황은 어떤가. “본관 5층이 코호트 격리 병동으로 지정돼 환자 37명, 보호자 28명, 의료인 16명 등 총 81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본관 5층 외 의료진의 접근도 제한됐다. 일반 병동의 입원 환자까지 돌봐야 하는 의료진이 양쪽 병동을 번갈아 진료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격리 병동에 의사가 없으면 진료의 연속성과 응급상황 대처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격리 병동에서 직접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돌보고 있다.” ―의료진은 어떻게 일하고 있나. “격리 병동에 입원한 환자 중 3, 4명은 위중한 상태다. 이분들이 잘 견뎌주기를 바랄 뿐이다. 의사들도 격리 병동에 들어올 수 없어 병원장인 내가 직접 회진과 면담을 하고 있다. 81명에 대해 5일에 한 번씩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일반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격리 병동에도 환자가 있는 주치의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해당 주치의들은 환자들과 휴대전화 통화로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말로만 들었던 코호트 격리를 실제 경험해 보니 어떤가. “무엇보다 환자나 보호자들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는데 왜 격리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진도 답답해하고 힘들어했다. 어떤 환자는 코호트 격리 불과 하루 전에 5층으로 이동한 환자였고 어떤 환자는 당일 퇴원 예정인 상황이었다. 이런 나름의 억울한 사정을 갖고 격리 생활을 시작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한다. 첫 며칠은 준비물이 많지 않아 생수와 간단한 세면도구를 우리가 지원했다. 보호자들이 갈아입을 옷은 준비 못 했다. 지금은 좀 안정된 상황이다. 가장 불편해하는 부분은 보호자들도 같은 병실에 누워 있으니 좁고 답답하다는 거다. 5인실 병실에 10명이 있으니 많이 비좁다. 그렇다고 퇴원이 가능하다거나 보호자 교대도 불가능하니 다들 지쳐가는 것이 함께하는 의사로서 안타깝다.” ―가장 힘든 것은…. “정형외과 의사인 내가 다른 과 진료도 일차적으로 봐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심부전 환자에게 강심제 용량을 조절해주고, 말기 암 환자의 호흡곤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물론 실시간으로 주치의들과 상의하면서 인턴처럼 지시를 따르고 있지만 응급상황 발생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때 바깥 병동에 있는 의사를 부를 수 있을까? 정 필요하면 불러서 진료하고 난 뒤 같이 격리되는 방법이 있을 것인데 이런 것이 곤란한 상황이다.” ―언제 완전히 해제되나. “해제일은 17일이다. 중간에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17일 낮 12시에 나갈 수 있다. 그때까지는 버텨야 한다.”―병원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혜민병원은 지난 46년간 광진구 지역에서 나름대로 도움이 되는 병원이라 생각하고 지내왔다. 규모는 작지만 꼭 필요한 입원 치료를 적절히 제공해 왔다고 생각한다. 자부심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원내 확진자가 다수 나오면서 그동안의 긍정적 기능 수행이 물거품이 됐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다. 지금 코호트 격리 병동 입원 전담의라고 생각하고 일하고 있다. 일단 여기 있는 환자와 보호자를 잘 돌보는 것이 내 임무다. 이분들이 잘못되면 죄책감이 클 것 같다. 지금은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환자들이 완쾌돼 모두 퇴원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의과대학 정원 확대안 등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당정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안정 뒤 원점 재논의’에 합의하면서 봉합됐다. 아직 전국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하고 있어서 분쟁의 불씨는 남아 있다. 다만 의사면허는 운전면허 같은 일종의 자격증 시험이기 때문에 해결방법은 있을 것으로 본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의료문제에 대한 단기적 해법보다 의료정책의 장기적 해법을 찾아서 접근해야 된다는 것, 또 의료문제는 정치적으로 풀 게 아니라 당사자 대화와 협의를 통해 진정성 있게 풀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20년 전 필자가 당시 전공의로서 의약분업 반대 파업을 할 때에도 정치적 해법이 동원되는 바람에 오랜 기간 의사 약사 환자가 모두 피해를 봤다. 문전약국만 살아남는가 하면 병원의 인테리어를 대신하고 입점하는 약국도 있다. 의약분업도 시대와 현실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공의들이 20년 만에 다시 밖으로 뛰쳐나온 건 무엇 때문일까? 전공의협의회에서 활동한 한 전공의는 “저희는 월급 올려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근무시간 줄여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의료제도가 시간-비용 대비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할 뿐이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이번 의사 수 확대 결정과 첩약 지원이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 현재의 의료시스템에서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공공의료의 빈 공간을 메울 수 없다는 생각이다. 지금도 공공병원이라고 하면 돈 없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가는 병원으로 여기고 있는데 의사 수를 늘린다고 병원의 위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라리 기존 공공병원에 시설 투자, 인프라 투자를 통해 오히려 질적인 수준을 높이는 게 합리적인 선택은 아닐까? 전공의들은 말기 폐암 환자의 면역항암제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현재 의료시스템에서 생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생리통, 안면신경마비, 뇌중풍(뇌졸중)후유증 등의 첩약지원을 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에서 면역항암제는 대부분 비보험이다. 미국과 영국 일본 캐나다 등 해외 52개국에서 말기 폐암 1차 치료제로 보험급여를 해주는 면역항암제가 유독 우리나라에선 안 된다. 환자는 연간 1억 원이 넘는 약제비를 지출하면서 ‘메디컬 푸어’로 전락하고 있다. 폐암 환자 3명 중 1명은 사망하거나 치료를 포기한다. 이에 필요한 예산은 1000억∼1500억 원 정도다. 이번 집단휴진(파업) 때 전공의들이 필수의료까지 외면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적지 않은 전공의들이 병원을 지켰다.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은 매일 50명씩 당번을 정해서 코로나19 관련 선별진료소, 중환자실,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자발적 진료를 했다. 다른 한 병원의 전공의들은 공개적인 출근 시 정부와의 협상력이 떨어질 것을 걱정해 간호사복을 입고 몰래 일하기도 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서남대 의대 폐교를 대신할 공공의대 설립을 위해 부지 확보와 병원 신축, 인력 확보, 의료장비 구입 등에 수천억 원의 국민 세금을 새로 쓴다는 방안을 재고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있는 공공병원 중에서 전국적으로 균형 있게 운영 중인 곳을 잘 활용한다면 수천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 공공병원 중에 하나인 중앙보훈병원의 허재택 원장은 “전국에 보훈병원이 있고 교육시설과 의료진이 잘 갖춰져 있어 막대한 추가 예산 투입 없이도 당장 공공의대를 만들 수 있다”며 “의사들이 거의 지원하지 않는 경찰 군인 등의 특수공공의료 분야부터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공의대 설립이 추진돼도 눈치보기와 지역 이기주의, 정치적인 판단에 의존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전체적으로 파악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 대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야외활동이 어려워지면서 평소처럼 운동을 하지 못 하는 폐경기 여성이 특별히 주의해야 할 질환이 있다. 바로 골다공증이다. ‘소리 없는 뼈도둑’으로 불리는 골다공증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 하지만 골다공증 환자는 넘어져 다칠 경우 척추, 고관절, 손목 등이 쉽게 골절될 수 있다. 세란병원 정형외과 김준식 진료부원장의 도움말로 톡투건강 ‘골다공증이 무서운 이유와 해결법’에 대해 알아봤다. 최근 30% 급증한 골다공증 골다공증은 뼈가 약해지면서 구멍이 생기고 쉽게 골절되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노화 현상 중 하나이지만, 폐경기 여성에게 더욱 잘 나타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뼈 형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성호르몬이 줄어드는 폐경기에는 골밀도가 낮아지면서 골다공증이 빠르게 진행된다. 이와 달리 남성은 폐경이 없어 골다공증 발생 확률이 낮지만, 노화로 인해 칼슘 섭취가 적어지고 뼈 생성이 감소해 골다공증이 생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골다공증 환자는 2015년 82만1754명, 2017년 90만6631명, 2019년 107만9548명으로 4년 새 환자가 30% 이상 증가했다. 환자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2019년 전체 환자 107만9548명 중 여성 환자가 101만5810명으로 94%나 됐다. 사소한 충격에도 뚝 골다공증은 통증과 같은 증상은 없지만 아주 사소한 충격에도 뼈가 부러질 수 있어 위험한 질환이다.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내리는 가벼운 움직임에도 골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 중 척추와 고관절 골절은 치명적인데, 일어서는 것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골다공증 환자들이 자신이 골다공증인지를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골절이 발생한 뒤에 골다공증을 인식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골절 뒤 골다공증을 아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골다공증 환자는 골절이 발생한 후 재골절 확률이 2∼10배 증가한다. 골다공증은 무증상인 특징 때문에 소변검사, 혈액검사, 골밀도 검사 등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50세 이후 등 부위에 통증이 있거나 몇 년 사이 키가 줄었다면 골다공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골다공증으로 인해 척추뼈 높이가 낮아질 수 있고, 척추에 미세 골절 등이 발생해 키가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약물치료 주사치료 등 다양 골다공증 치료는 주로 약물치료와 주사치료를 진행한다. 약물치료에는 여성호르몬 대체제(선택적 에스트로젠 수용체 조절제제)와 골흡수억제제, 골형성촉진제 등이 있다. 여성호르몬 대체제는 여성에게만 사용하며, 부작용이 적어 장기간 복용이 가능하므로 폐경 후 여성의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골다공증 치료제로 여성호르몬 대체제를 복용할 경우에는 전문의와 상의한 뒤 결정하는 것이 좋다. 골흡수억제제는 흡수가 잘되지 않고 복용법이 까다로운 단점이 있지만, 종류도 많고 널리 사용되는 일반적인 약제다. 골다공증으로 골절을 겪은 고령 환자들은 골흡수억제제와 골형성촉진제를 동시에 복용하는 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주사 치료는 피하주사로 6개월에 한 번씩 접종하는 것으로 환자 부담이 적다.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결국 많이 움직여야 한다. 특히 뼈에 무게가 실리는 가벼운 근력운동이 좋다. 맨손체조, 걷기, 가볍게 달리기 등이 도움이 된다. 특히 폐경 전의 여성은 지속적인 운동이 골밀도를 높이고, 폐경 후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골다공증을 예방해준다. 운동은 하루 30분, 일주일 3회 이상 비교적 가벼운 강도로 하는 것이 좋다. 또 칼슘과 비타민D는 뼈 건강에 가장 중요한 영양소이므로 적절한 섭취로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50세 이상 성인은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하루 800∼1200mg의 칼슘과 하루 800∼1000IU의 비타민D를 복용해야 한다. 또한 햇볕을 많이 쬐고 하루 30분 이상 적절한 근력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노약자들은 골절 위험이 있는 낙상을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칼슘이 함유된 우유, 치즈, 단백질이 풍부한 연어, 참치 같은 생선류 섭취도 도움이 된다. 술, 담배,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뼈를 약하게 하므로 자제해야 한다. 김 부원장은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 감소로 골다공증 발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므로,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를 통해 예방해야 한다”며 “골다공증 위험군인 여성들을 검사해보면 비타민D 결핍인 경우가 많다. 음식물 섭취만으로는 칼슘과 비타민D의 필요량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사람들의 심리건강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뿐 아니라 역대 가장 길었던 장마 기간과 경기침체까지 겹치며 고립감과 경제적 압박이 심화돼 ‘코로나 우울’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탈리아에선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402명을 한 달간 추적 조사했더니 이 중 28%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는 우울 증세를 보였고 불안감을 호소한 경우도 42%나 됐다. ‘자살 예방의 날’(9월 10일)을 앞두고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인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의 도움말로 고위험 우울증 환자의 조기 발견과 대처 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사회적 재난으로 우울증 확산사회적 재난 상황에서의 우울증 확산 현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경제적 재난 상황이었던 1998년의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대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자살률이 높아졌다. 홍 교수는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사회 환경 변화는 인간의 정신과 신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에게 정신적 상처의 흔적이 남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 “코로나19 위기를 넘기더라도 그 상흔이 공포증이나 우울증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우울증이 심각한 상태로 지속되거나 심해지는 고위험 우울증 환자의 경우 우려해야 할 문제는 바로 자살 위험이다. 특히 우울 증상을 느끼고 상담치료나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우울장애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들이 고위험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기존에 항우울제를 복용하던 환자 3명 중 1명은 최소 2개 이상의 다른 치료제를 적정 용량, 적정 기간 동안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히 반응하지 않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로 분류된다. 해외논문에 따르면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의 자살률은 일반 우울증 환자에 비해 7배, 일반인에 비해서는 20배 높다. 홍 교수는 “대개 항우울제를 투여하고 효과가 있는지를 판정하기까지 보통 3∼4주를 기다려야 하는데 치료 저항성 우울증이나 자살 생각을 동반한 우울증 환자들은 이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할 우려가 있다”며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치료법도 있으니 널리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우울 증상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우울 증상이 만성화, 심화되면서 고위험 우울증으로 발전하지 않으려면 우울 증상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낮추는 노력이 중요하다. 백 교수는 “우울증도 다른 신체 질환처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할수록 결과가 좋지만 우울증 상태에서는 본인이 우울증인 것을 모르거나 알고도 편견이나 차별에 대한 우려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 교수는 “지금 내가 우울증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문의들은 고위험 상태의 우울증 환자를 돕기 위해서는 특히 가족과 보호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평소 건강하던 사람이 연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심한 우울증에 빠지게 되고 이후 자살까지 생각하게 되는 데는 보통 한 달이 채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우울증 환자는 절망감 때문에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거나 심지어 거부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잘못 접근하면 갈등만 커질 수 있으므로 자살의 경고신호가 있다고 판단되면 가족이나 동료가 먼저 정신건강상담전화 등을 통해 대처방법을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가족이나 보호자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어떤 치료가 필요한 상태이며 어떻게 마음을 열게 할지, 응급 입원이 필요한 상태는 아닌지에 대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31일부터 서울대병원 내과 진료가 전면 중단된다. 외래는 물론이고 신규 입원과 각종 검사 업무 실시도 불가능하다. 내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에 이어 교수도 집단휴진에 나서기 때문이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료계 단체행동에 교수들이 동참하는 건 처음이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내과 교수들은 27일 회의를 열어 집단휴진을 결정했다. 파업 중인 전공의와 전임의에 대한 정부 압박이 도를 넘었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8일 진료 중단을 검토했으나 혼란을 우려해 31일 시작하기로 했다. 호흡기내과와 순환기내과 등 9개 세부 진료과에서 일하는 100명가량의 교수 대부분이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일주일 후 기존 입원환자 진료도 중단하는 ‘셧다운’ 가능성도 있다. 서울대병원 전체에서는 내과의 진료업무 비중이 가장 크다. 하루 서울대병원 외래환자는 7000∼1만 명인데 40%가량이 내과를 찾는다.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전임의들이 다 나간 상황에서 내과 교수들이 외래를 볼 여력이 없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21일 전공의 파업으로 시작된 의료계 총파업 기간 정부와 의료계는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7일 서울대병원 내과가 파업을 예고하고, 각 의대 교수들이 파업 의료진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의료계의 전선은 결속하는 양상이다. 이날 오후 정부가 의료계 원로들과 만남을 갖고 당초 예정했던 의료진 고발 조치를 철회하면서 대립 국면이 어떻게 풀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눈길을 끄는 변수는 서울대병원 내과의 파업 동참이다. 서울대병원에서 내과가 갖는 비중이 높고, 이들의 행동이 다른 병원 및 의료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현재 서울대병원 내과에서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65명과 전임의(펠로) 70명 중 대다수가 파업에 참여해 교수 104명이 진료를 맡고 있다. 다른 대형병원보다 전공의, 전임의의 파업 비율이 높은 가운데 교수들이 파업에 동참한다는 것은 그만큼 파급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내과가 파업에 앞장선 데에는 이 병원 내과 출신인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신찬수 서울대 의과대학장 등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을 것이란 해석이 있다. 의료계에서 중량감 있는 인사들인 만큼 자연히 서울대병원 내 다른 진료과, 나아가 다른 대형병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번 결정은 나머지 빅4 병원(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신촌세브란스)을 비롯해 수도권의 대형병원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성균관대, 아주대, 부산대 등 대형병원 교수들이 이날 속속 의료계 파업에 힘을 싣는 성명을 냈다. 이에 더해 전임의들은 이날 오후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움직임은 미세하게 달라지고 있다. ‘법대로 강경하게 대응’을 천명했던 정부는 이날 오후 3시 50분경 파업 중인 전공의들에 대해 업무개시명령 위반으로 형사 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 시간여 만에 이를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앞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김영모 인하대의료원장,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 윤동섭 연세대의료원장 등 주요 대형병원 원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복지부는 “장관과 병원장 간담회 등 다양한 경로로 의료계 원로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상황”이라며 “고발장 제출 일정은 추후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파업 의료진들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의료계 원로들이 만류했고, 정부가 이에 따라 초강수를 일단 접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가 의사 국가고시라는 점도 변수다. 본과 4학년생들은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쳐야 한다. 하지만 접수자 3172명 중 2823명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안 등에 반대하며 응시를 취소했다. 정부는 자비 없이 시험자격을 취소하겠다며 강경 대응했다. 1년에 배출되는 평균 3000명의 의사가 나오지 않으면 당장 인턴, 공중보건의, 군의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한다. 의료계에서는 내년에 의사가 배출되지 않는 사태는 막아야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소속 전국 40대 의대학장, 원장들은 “이번 사태로 의사 양성이 중단되면 의료 공백과 의학교육 부실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국시 실기시험을 2주 이상 연기하라”고 촉구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處暑)가 지났다. 낮은 덥고 밤에 기온이 내려가는 환절기다. 이 시기엔 감기와 함께 이로 인한 비염 환자가 늘어난다. 비염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 의사와 한의사는 각각 어떻게 생각할까. 갑산한의원 이상곤 원장,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 조재훈 교수와 함께 비염에 대해 알아봤다. ―비염의 원인을 각각 어떻게 보나. “한의학에선 비염에 걸리면 대부분 감기의 후유증으로 온 것으로 본다. 감기가 걸리는 이유는 폐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냉하면서 왔다고 보기 때문에 폐를 따뜻하게 하는 치료법을 많이 쓰고 있다.”(이 원장) “의학적으로도 급성비염의 원인은 감기 바이러스와 세균이다. 바이러스가 가장 흔하다. 따라서 감기의 후유증으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물론 감기가 원인이 아닌 알레르기 비염도 있다. 이는 공기 중 떠다니는 이물질, 즉 꽃가루, 개털, 고양이털이나 곰팡이, 집먼지진드기 등이 호흡기 안으로 들어와 우리 몸이 과민 반응을 일으켜서 생기는 것이다.”(조 교수) ―만성비염의 경우 감기의 부작용으로 볼 수 있나. “만성비염은 주로 알레르기 비염 등이 원인이다. 만성비염은 대개 3개월을 기준으로 잡고 있다. 급성비염은 대부분 2주 안에 증상이 좋아진다.”(조 교수) “한의학에서는 외한속열이라고 한다. 즉, 찬 기운이 들어오면 그것에 저항하기 위해서 우리 몸이 열을 내는 등의 방어 작용을 해서 2차적으로 염증이 생기면서 만성비염으로 빠진다고 설명한다.”(이 원장) ―비염이 만성이 되면 코가 입안 뒤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는데…. “후비루라고 한다. 조선 선조 임금이 그 병을 굉장히 오랫동안 앓았다. 즉, 감기가 끝났는데 자꾸 코가 뒤로 넘어가면서 기침이 나고 목에 이물감이 생기면서 목이 쉰다는 증상을 호소했다. 현재의 후비루 증상과 비슷하다. 동의보감에선 청금강화탕이라는 처방을 내렸다. 또 귤껍질과 상백피도 함께 볶아서 먹었는데 효과가 좋았다.”(이 원장) “비염에 걸릴 경우 코가 막히고 콧물이 앞으로 흐르고 재채기하는 증상도 있지만 후비루를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불행하게도 의학적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약이 가장 안 듣는 증상이다.”(조 교수) “맞다. 후비루는 치료가 힘들다. 그래도 몇 가지 잘 듣는 처방이 조금씩은 있다. 하지만 제일 어려운 처방이고 제일 많이 호소하는 증상인 것에 동의한다.”(이 원장) ―비염 치료는 어떻게 하나. “과거엔 급성비염에 항생제를 많이 썼다. 그런데 이제 항생제가 감기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게 밝혀졌다. 지금은 열이 나고 아프면 해열진통제를 쓴다. 그 다음에 콧물을 줄이기 위해 혈관 수축제랑 항히스타민제와 같은 약을 쓴다.”(조 교수) “우린 환기하고 배설하는 개념이다. 코라는 것이 사실 열린 구멍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창문 열듯이 열어야 된다. 열어서 자연스럽게 습도, 온도를 잘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신이화라는 약을 처방한다. 신이화는 목련 꽃봉오리다. 꽃이 떨어지면서부터 봉오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해 그 다음 해에 이게 다시 꽃을 피운다. 오랫동안 피우고자 하는 힘, 이러한 농축했던 힘들을 빌려서 코에 약으로 쓰면 콧구멍을 뚫어주는 효과가 있다. 침도 사용한다”(이 원장) ―비염의 예방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처럼 똑같이 하면 된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안 가고 마스크를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손발 씻기 등 개인 위생관리도 중요하다.”(조 교수) “생강하고 대추를 집에서 끓여서 먹으라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생강은 맵기 때문에 폐를 따뜻하게 해주고, 대추는 안에 진액이 많이 들어 있는데 그 진액이 코안에 들어와서 점액을 보태주는 역할을 같이 한다. 대개 동전 크기 정도로 썰어서 차로 끓여 마시면 좋다.”(이 원장)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국에 걸쳐 2단계로 상향 조치된 가운데 코로나19 예방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백신 연구를 지원하는 라이트펀드 문창진 이사장을 만나 어떤 백신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봤다. 라이트펀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인 빌 게이츠와 부인 멀린다가 만든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이 한국정부, 기업과 함께 공동 출자해 2018년 7월 설립한 민관협력국제보건연구기금이다. 코로나19 백신 외에도 개발도상국의 감염병 문제 해결에 필요한 치료제, 백신, 디지털 헬스기술 연구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게이츠재단이 기금을 출연한 점이 눈에 띈다. 출연 배경은…. “세계 공중보건 증진과 빈곤 퇴치를 위해 활동해 온 게이츠재단은 한국 정부의 개도국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대한 기여, 한국의 뛰어난 바이오 분야 제형 개발, 제조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에 관심을 가지며 이런 강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국제보건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 ―라이트펀드 기금으로 어떤 코로나19 백신 연구가 진행되고 있나…. “3가지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먼저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기반 코로나19 백신’ 연구다. 바이러스 전달체 기술은 여러 바이러스 중 인체에 적용 가능한 바이러스에 항원을 발현하는 유전자를 삽입해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기존 백신의 안전성, 개발 속도, 효력, 생산성 등 측면에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로, 다른 유행성 바이러스 질환에도 쓰일 수 있다. 또 혀 밑으로 녹여 투여하는 나노겔 제형의 코로나19 백신 연구와 머리카락 굵기 1000분의 1 수준의 바늘을 다수 배열한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이용해 코로나19 DNA 백신을 투여하는 기술도 지원 중이다. 이 외 K방역의 핵심 역할을 한 코로나19 진단과 디지털 헬스기술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 ―라이트펀드가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는 이유는…. “감염병 문제 해결에 필수적인 백신과 치료제는 암, 고혈압, 당뇨병 등 비감염성 질환 치료제에 비해 수익성이 낮아 관련 연구가 활발하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감염병 문제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보건 문제다. 팬데믹 전염병뿐 아니라 풍토병, 인수공통 전염병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라이트펀드는 이런 감염병 연구에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연구 외에 지원하는 다른 백신 연구는…. “저개발국 아이들을 위한 주사제형 콜레라 백신과 소아마비 백신을 포함한 6가 백신 연구, 결핵 백신, A형 간염 백신연구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가격이 비싸 저개발국에 보급되지 않는 4가 수막구균성 수막염 백신을 저개발국에 공급할 수 있도록 저비용 공정으로 개발하는 연구를 지원 중이다. 라이트펀드는 설립 2년 만에 코로나19 백신 연구를 포함해 국제보건을 위한 22개 연구를 지원하게 됐다. 특히 결핵, 수막구균성 수막염, A형 간염 백신 3종은 국산 백신이 아직 없다. 이 3종의 백신 연구가 성공하면 국제보건 증진에 기여할 뿐 아니라 국내 백신 자급률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세계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감염병 연구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질환이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국민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이름은 비슷한데 고혈압과는 다르고 대부분이 잘 알지 못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폐동맥고혈압이다. 폐동맥고혈압은 평균 생존기간이 3년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예후가 안 좋은 치명적인 질환이다. 가천대 길병원 심부전폐고혈압센터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와 함께 ‘톡투건강 폐동맥고혈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고혈압과 폐동맥고혈압은 어떻게 다른가. “고혈압은 심장에서 혈액이 뿜어져 나가는 혈관의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폐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가는 혈관의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국내에 폐고혈압 환자가 25만 명에 이르는데 이들 중 2∼3%인 4500∼6000명이 폐동맥고혈압 환자로 추산된다. 폐동맥고혈압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빈혈, 폐질환, 심장질환 등과 비슷해 진단이 오래 걸린다. 이 때문에 늦은 확진으로 생존율은 불과 평균 2.8년밖에 되지 않는다.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질환이다.” ―폐동맥고혈압의 원인은 무엇인가? “폐동맥고혈압은 기관이나 조직 사이를 메우고 지지하는 결체조직에 문제가 생기는 결체조직 질환이나 선천성 심장질환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특별한 원인이 없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폐고혈압이나 폐동맥고혈압은 단순한 하나의 질환이 아닌 여러 질환이 모인 ‘질환군’으로 본다.” ―폐동맥고혈압 의심 증상은…. “대표 증상으로는 호흡곤란, 만성피로, 부종, 어지럼증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은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나므로 환자와 의료진이 의심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이 때문에 폐동맥고혈압은 진단이 쉽지 않아 첫 증상에서 정확한 확진까지 평균 1.5년이 걸린다. 만약 심장이나 폐질환, 빈혈 등 특별한 이유 없이 계단을 한 층만 올라가도 숨이 차거나 호흡이 가빠진다면 폐동맥고혈압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폐동맥고혈압이 잘 생기는 환자가 있다고 하는데…. “폐동맥고혈압은 40대 후반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또 폐동맥고혈압은 가족력도 중요하다. 유전성의 경우 가족의 60∼80%가 잠재적 환자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심초음파 검사 등을 받는 것이 좋다. 대개 폐동맥고혈압은 확진까지 네 단계를 거친다. 우선 증상, 병력 등을 바탕으로 임상적 의심을 한 뒤 심초음파검사를 하고 혈액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과 핵의학스캔 등으로 감별과 분류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우심도자검사로 확진한다. 우심도자검사는 부분 마취를 해 가느다란 도관을 다리 부위 정맥에 넣어 폐동맥의 압력을 측정하는 검사다.” ―늦게 발견하는 만큼 생존율도 낮은 것 같다. “그렇다. 최근 치료법이 나온 이후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산된 국내 폐동맥고혈압 5년 생존율이 55∼70% 정도다. 2명 중 1명은 확진 후 약 5년 정도에 사망한다. 사인의 절반은 돌연사로 나머지 절반은 심부전으로 사망하는 등 완치가 없어 매우 치명적인 질환이다.” ―폐동맥고혈압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다.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다. 실제로 폐동맥고혈압의 진단 시기는 생존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한폐고혈압연구회에서 가족의 행복을 위해 ‘폐(동맥고혈압)미리(찾기)’ 캠페인을 하고 있는 이유다. 국민들은 물론 일선 진료 의사들도 이 질환군들을 인지해 일단 의심을 해야 이 병을 찾아낼 수 있다. 두 번째는 치료제다. 25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한 폐동맥고혈압 전문치료제의 조기 병용요법에 따른 전문적 치료가 필요하다. 이 질환 자체가 암과 비슷해서 치료제 한 가지로는 안 된다. 두세 가지를 조기에 병용해야 장기 생존이 기대된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세계적으로 사용 중인 주요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3가지가 국내에 도입되지 않고 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금 도입 절차에 있는 ‘에포프로스테놀’ 주사제는 폐동맥고혈압의 가장 중요한 치료제인데 패스트 트랙 도입이 요청된다. B사의 ‘리오시구앗’과 L사의 ‘타다라필’의 도입은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코리아패싱 현상과 관련이 있다. 낮은 약가와 상대적으로 적은 환자 수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난치성질환 약제에 대한 식약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적극적인 도움이 절실하다.” ―이들 환자를 국가가 묶는 사업도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 생존율을 높이는 마지막 세 번째 가장 중요한 단추가 사회와 정부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이다. 2018년부터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진행 중인 폐고혈압 환자등록사업에 대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지원과 등록군 확대가 필요하다. 또 단순히 희귀질환의 하나가 아닌 이 질환의 전문적 치료를 위해 폐고혈압전문센터 지정을 통해 조기발견과 전문진료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영국, 일본 등 치료센터가 있는 나라의 예에서 보면 폐동맥고혈압 환자 생존율을 10년 이상으로 높이는 임상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폐동맥고혈압은 미리 발견하면 충분히 생존율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질환임을 인식했으면 좋겠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에서 오른쪽 유방 암수술을 받은 A 씨(48). 그는 5년 전에 왼쪽 유방에 암이 생겨 한 대학병원에서 완전 절제술을 받았는데 왼쪽 가슴팍부터 겨드랑이까지 상처가 남았다. 이번에 A 씨는 유방암센터 주치의의 권유에 따라 유륜 부위를 절개해 들어가 상처를 최소화하는 절개 수술을 선택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A 씨는 “5년 전 수술 때 남은 상처 때문에 스트레스가 커 이번에도 상처가 남을까 봐 걱정했는데 수술 전후로 달라진 게 없다”며 만족해했다. 유방암 수술 이후 환자 삶의 질까지 고려한 수술법이 각광받고 있다. 유방 전체를 제거하는 ‘유방전절제술’을 할 경우 환자들이 여성 정체성 상실은 물론 이에 따른 스트레스나 우울감, 상실감 등으로 힘들어하는 일이 많았다. 요즘엔 대부분의 유방암 환자들이 가슴 모양을 유지한 채 암 조직만 제거하는 ‘유방암 보존술’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암이 이미 많이 진행됐거나 다발성으로 나타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유방 전체를 절제한다. 이 경우 동시 유방성형을 해도 가슴 피부 위 10cm 정도 눈에 띄는 흉터가 남거나 가슴 모양이 비대칭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는 유두를 둘러싼 갈색 빛의 동그란 부분인 유륜 경계선을 잘라낸 뒤 그 속으로 수술 도구를 넣고 수술하는 ‘유륜 절개 수술법’을 고안해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수술법은 피부와 다른 조직인 유륜 위로 둘레 5cm 정도만 칼로 절개한 뒤 수술 도구를 이용해 유방 조직 전체를 제거하고 다시 절개 구멍(절개창)을 통해 성형 재건까지 마친다. 갈색 피부 위를 절개하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수술 비용이나 시간이 일반 유방암 수술과 다를 것이 없고 특수한 기구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합병증 위험도 적다. 임우성 유방암센터장은 “유륜 절개 수술법은 일반 유방암 수술에 비해 수술할 수 있는 공간이 절반 정도여서 고도로 숙련된 수술 기술이 필요하다”며 “유방 꼬리 부분의 지방 조직과 유방 밑 주름 조직 등을 잘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7년 9월 첫 수술에 성공한 임 센터장은 최근 초기 환자 30여 명의 임상 결과를 분석해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임 센터장은 “유륜 절개 수술법은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한 수술”이라고 강조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7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휴게실. 한 직원의 안내에 따라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착용했다. 갑자기 눈앞에 넓은 야외무대가 펼쳐졌다. 무대 앞 대형 스크린에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상훈 교수가 폐암 수술을 집도하는 장면이 나왔다. 실제 눈앞에서 이뤄지는 듯 생생했다. 화면을 조금 더 확대하자 수술장 이곳저곳이 보였다. 현장에서 직접 참관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니 수술하는 사람들의 긴장된 얼굴을 바로 옆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은 전 세계 어디에서든 가상의 강의실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교육 플랫폼 ‘XR CLASS’를 개발해 선보였다. 비대면 시대에 의료계와 제약계가 도입한 VR, 증강현실(AR) 및 이들을 포함한 확장현실(XR), 홀로그램 등에 대해 알아봤다.○ 언택트 시대, 시공간 초월한 VR와 AR구체적인 수술 방법이 궁금했던 기자는 바로 헤드셋을 통해 질문했다. 그러자 화면이 다시 전환되며 야외무대의 전 교수를 닮은 가상의 인물(아바타)이 답변했다. VR와 AR 등이 합쳐진 XR 기술을 기자가 직접 체험한 순간이다. 직접 현장을 가지 않아도 사무실에서 수술 장면을 바로 볼 수 있고 강의도 들을 수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untact)’ 활동이 늘면서 이처럼 의료계에선 새로운 디지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분당서울대병원은 수술실에서 이뤄진 폐암 수술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일본 싱가포르 태국 영국을 비롯한 8개 국가 간 최고 명의들의 강의 및 토론을 실시간으로 진행 중이다. 외과교육으로는 세계 최초로 XR 기술을 도입한 것. XR CLASS는 현재 최대 43명까지 동시 접속해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시각적으로는 물론이고 고급 사운드 기술을 통해 고품질의 음성 대화도 끊김 없이 현장감 있게 들을 수 있었다. 전 교수는 “국제학술대회 참가가 쉽지 않는 개발도상국 의료진뿐만 아니라 의대생 실습 때도 활용도가 높은 새로운 의료교육 방식이 될 것”이라며 “일반인들에게도 각종 수술과 관련된 내용을 보다 쉽게 설명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전 교수는 일반인, 의료인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강의 또는 수술실 체험 같은 영상도 제작할 예정이다.○ 치료 과정에 VR기기 투입간호사 교육과정에 VR시스템을 사용하는 병원도 있다.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은 간호사가 응급환자 조기 대응이나 인공호흡기 대처 등을 실제와 유사한 가상현실에서 반복해 체험할 수 있도록 VR교육 시스템을 최근 도입했다. 헤드셋을 끼고 화면을 보면 응급환자가 누워 있는 모습에서 응급조치가 가능한 교육시스템이다. 김건석 서울아산병원 아카데미소장(비뇨의학과 교수)은 “VR 기술을 활용해 시공간 제약을 극복하고 실제와 유사한 환자 경험을 반복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면, 의료진의 실무능력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환자 안전도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VR 기술을 이용한 방법은 이미 정신건강의학과에 도입돼 치료 과정에 사용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상현실클리닉에선 헤드셋을 끼고 마치 무대에서 발표하는 방법을 통해 발표공포증 및 고소공포증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 치료 효과 검증을 위해 프로그램에 참여한 82명의 사용자 중 80% 이상에서 프로그램 참여 후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불안감의 감소가 확인됐다. 인터넷중독, 도박중독 니코틴중독, 조현병 및 알코올중독 치료에도 사용 중이다. 또 보라매병원 최정석 교수 연구팀, 중앙대병원 한덕현 교수 연구팀에서는 공통적으로 중독이라는 정신건강 문제를 VR 기술로 치료하고 있다.○ 홀로그램 활용한 기자간담회최근 영국 제약사 GSK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전문기업인 비브 헬스케어는 차세대 HIV 치료제 관련 기자간담회를 업계 최초로 홀로그램 영상 생중계로 진행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방한이 어려웠던 해외 강연자는 영국 런던의 스튜디오에서 HIV 최신 치료 결과를 발표했다. 오프라인 현장에서는 강연자가 홀로그램 영상 기술을 통해 실제와 동일한 크기의 3차원(3D) 그래픽 영상으로 방송됐다. 사회자와 눈을 맞추고 악수를 하기도 했다. GSK 홍보대외협력부 김정식 상무는 “HIV 치료의 혁신을 이야기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업계에서 시도한 적 없는 새로운 방식의 행사를 기획했다”며 “코로나19로 소통에 제약이 많은 상황 속에서 최신의 지식과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은 서울시가 세웠지만 운영은 서울대병원이 맡고 있다. 김병관 보라매병원장(52)은 2016년 병원장이 됐다. 공공의료원장으로는 파격적인 나이였다. 게다가 보기 드물게 올해까지 3연임 중이다. 그가 병원장을 맡은 뒤 보라매병원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는 게 의료계 안팎의 평가다. 그가 병원장으로 있을 때 보라매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적정성 평가에서 14개 전 항목 1등급을 획득했다. 한 해 연구비 수주 규모도 100억 원을 돌파했다. 임상과 연구가 함께 뿌리내리는 병원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증했던 올 2월 공공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드라이브스루에 버금가는 워크스루를 국내 처음 도입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기여했다. 4차 산업혁명이 의료계 곳곳에 도입되는 가운데 최근 보라매병원은 최초로 모바일 문진시스템을 실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보라매병원 성장의 비결이 궁금해 최근 김 병원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 흔쾌히 허락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완곡하게 거절했다. ‘훌륭한 병원장의 자격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올해 보라매병원의 노사 문제였다. 노사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직접 병원 성과를 홍보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김 병원장 취임 후 지금까지 노사 관계에서 큰 갈등은 없었다고 한다. 가급적 대화를 이어가면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노사관계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최근 필자가 방문한 보라매병원에선 노조가 천막을 치고 80일 가까이 농성 중이었다. 노조는 사실상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약 250명이다. 처음에 정규직 전환을 위해 보라매병원 노사가 합의한 인원은 181명. 노조 측은 여기에 60여 명을 추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병원 측은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라고 주장한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결정적 이유는 정규직 전환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서울대병원 노사합의 내용이다. 지난해 11월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서울대병원은 비정규직 근로자 614명을 노사 합의에 따라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덕분에 매년 노사 갈등으로 시끄러웠던 서울대병원은 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도 큰 잡음이 나지 않았다. 노사 간의 화합을 통해 훌륭한 상생 관계를 이루게 됐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서울대병원의 정규직 전환은 보라매병원에도 영향을 미쳤다. 보라매병원은 노조가 기존 서울대병원의 노사합의서에 명시되지 않은 직종까지 정규직 전환을 추가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노조 측은 서울대병원 노사가 작년에 작성한 파견용역 정규직 전환 노사합의서에 추가 직종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서울대병원이나 보라매병원 등의 공공의료기관 행정직에 들어가려면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앞서 인천국제공항 사례에서도 봤지만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 늘 뜨거운 감자인 이유다. 병원의 경우 보통 인건비 비중이 매출의 50∼60%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병원은 효율성 및 전문성 제고와 시민 편의 증진을 위해 매번 필수인력을 제외한 일부 업무를 외부 인력에 맡기고 있다. 특히 공공의료기관의 경우 대부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투입된다. 지난해 보라매병원에도 140억 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그렇다 보니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양측의 주장이 워낙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극적 타결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의료계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보라매병원 노사 양측이 상생을 위한 타협점을 찾기를 바란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심장질환자들이 의사들에게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이 심장에 좋은 음식은 무엇인지와 피해야 음식은 무엇인지다. 대한심장학회 의료정보위원인 나진오 고려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임경숙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봤다.건강한 심장을 만드는 음식 전문가들이 뽑은 심장질환에 좋은 음식 5가지 부류는 △아몬드, 호두 등 견과류 △달걀 △쇠고기와 콩 △등 푸른 생선 △토마토와 올리브 오일 등이다. 아몬드나 호두엔 칼륨,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풍부해 심장근육이 규칙적으로 수축, 이완되는 것을 돕는다. 특히 심혈관계 독성물질인 호모시스테인을 줄여주는 엽산도 풍부하다. 심혈관질환 예방에 좋은 기름 올레인산도 풍부하다. 다만 칼로리가 높아 하루에 한 줌 정도 먹는 것이 권장된다. 달걀은 항산화 미네랄인 셀레늄이 풍부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호모시스테인을 줄여주는 비타민 B12도 많이 들어 있다. 달걀은 콜레스테롤 때문에 흰자만 먹는 사람도 많은데 영양분이 풍부한 노른자도 꼭 먹는 게 좋다. 노른자엔 콜레스테롤도 들어 있지만 지방대사를 도와주는 레시틴 성분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루 한두 알은 걱정 없이 먹어도 된다. 심장병을 진단받으면 일단 고기부터 끊는다. 하지만 밥을 조금 줄이고 기름기 적은 좋은 육류 등의 좋은 단백질을 끼니마다 잘 먹는 것이 오히려 심장 건강에 좋다. 심장병 예방에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려면 EPA, DHA 등 오메가3 지방산이 필요하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고등어나 꽁치, 삼치 등 등 푸른 생선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챙겨먹는 것이 좋다. 토마토와 올리브오일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올리브오일은 혈액 응고인자 활성을 낮춰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특히 첨가제나 열을 가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짜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이 좋다.피해야 될 음식 가장 대표적인 것이 △트랜스 지방 △소시지, 스팸 등 가공육 △콩류나 녹색채소인 청국장, 대두, 시금치, 케일, 양배추, 치즈 등이다. 트랜스 지방은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고 심장세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천연기름엔 거의 없고 마가린과 쇼트닝 등 가공 유지에 들어 있는 것으로 가공 과정에서 만들어진 지방이다.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춘다. 주로 빵이나 과자, 소스류, 튀김류 등에 들어 있다. 우리나라 기준치로는 하루 2g 이내 섭취를 권장한다. 가공육엔 지방부위가 많이 들어있어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고 오랫동안 상하지 않도록 하기위해 나트륨이 많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콜레스테롤과 나트륨은 혈압을 상승시키고 혈관에 찌꺼기가 끼게 해 협심증 뇌졸중과 같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음식엔 함유된 식품첨가물도 문제다. 발색제인 아질산나트륨, 산화방지제 등 다양한 첨가물이 들어가 있다. 이런 첨가물들은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혈당 수치도 올리며 혈관벽을 손상시켜 심장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콩류나 녹색채소는 특수한 심장병 환자들에게 해당된다. 즉 인공기계판막 수술을 받았거나 심방세동이 있어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이다. 보통 와파린, 쿠마딘이라고 불리는 이런 항응고제는 비타민K를 억제해 그 효과를 나타낸다. 이런 환자들은 비타민K가 많이 함유된 음식 때문에 항응고제의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 물론 최근에 개발된 항응고제의 경우 위와 같은 음식을 가릴 필요는 없다. 일주일에 1회 정도는 가능하나 가급적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지난달 23일 오후 분당차병원 암센터에 있는 다학제 통합진료센터를 찾았다. 이날 소화기내과, 혈액종양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 의료진 1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담도암 진단을 받은 환자 송모 씨(54)와 함께 치료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다학제 진료는 한 명의 환자를 위해 최소 5명 이상의 의사가 한자리에 모여 진료하며 주치의를 중심으로 어떤 치료가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지를 정하고 치료 순서에 따라서 진료하며 환자 상태를 살피는 것이다. 진료비는 환자 부담 5%로 암환자 일반 진료비와 거의 비슷하다.가족도 함께 참여해 궁금증 해결 이날 다학제 진료팀은 담도 침범 범위가 넓고 담도 주변의 임파선 전이 소견이 보여 수술 후 재발률을 줄이기 위한 항암치료를 먼저 한 다음 경과에 따라 수술하기로 결정했다. 송 씨는 “암 진단 뒤 궁금한 것도 많고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데 다른 병원에선 주치의가 바빠서 그런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면서 “이곳에선 소화기내과. 영상의학과 등 각 과의 교수가 직접 상세히 설명해줬을 뿐 아니라 저희 가족도 함께 들어가 궁금한 것을 다 물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 씨는 이날 40여 분간 다학제 진료를 받았다. 그는 이번이 두 번째 다학제 진료였다. 이날 수술방법과 날짜까지 모두 결정됐다. 진료가 끝난 뒤엔 고광현 암 다학제 진료위원장(소화기내과 교수)이 환자를 안으면서 “오늘도 힘내줘서 고맙습니다”라는 말로 응원했다. 다학제 통합진료 5년, 환자 맞춤형 치료 선도 차의과대 분당차병원 암센터는 다학제 진료 시작 5년 만에 월 100건 이상의 진료를 해 국내 암 다학제 진료를 선도하고 있다. 고 원장은 “예전에는 암 치료가 환자의 상태와 관계없이 수술 뒤 항암 치료를 하는 것이 보편적이었고 일률적인 방법이었다면 요즘은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다학제 진료는 여러 의사들이 모여 의논하고 고민해서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을 결정하기 때문에 생존율도 높아지고 어려운 암 치료도 자신 있게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최성훈 외과 교수는 “환자 생존율이 높아지다 보니 환자뿐 아니라 의사들 사이에서도 만족도가 높은 진료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학제 진료는 외래진료가 끝나는 오후 5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많은 의사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대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홍재 암센터장(혈액종양내과)은 “환자 한 명당 평균 30분 이상의 진료가 기본으로 진행되는 다학제 진료는 시간이 많이 들고 힘들지만 환자들이 의료진을 믿고 쾌차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껴 다양한 암 분야에 다학제 진료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5개 진료과 의료진이 한자리에서 췌담도암 맞춤치료 분당차병원 췌담도암 다학제팀은 발견이 어렵고 난치성으로 알려진 췌담도암에 다학제 진료를 적용해 500명 이상을 치료했다. 이는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많은 수치다. 췌담도암 다학제 진료는 소화기내과(고광현, 권창일 교수), 혈액종양내과(전홍재, 강버들 교수), 외과(최성훈 교수), 방사선종양학과(신현수 교수, 임정호 교수), 영상의학과(김대중 교수) 등 5개 과 전문의로 구성된 진료팀이 한자리에 모여 수술부터 면역항암치료, 신약치료까지 환자를 위한 최상의 치료법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재발암이나 전이암 같은 중증암의 경우에는 의사 한 명이 전체적인 치료 계획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아 여러 분야의 암 전문의가 논의해 최적의 치료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다. 분당차병원은 2016년 췌담도암 다학제 진료를 시작으로 대장암, 부인암, 두경부암, 유방암, 간암, 폐암 등 암센터뿐 아니라 기억력, 인지기능저하의 기억력센터와 난임센터에도 다학제 진료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한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데 평균 5개 진료과 7명의 교수들이 참여해 평균 진료시간이 30분으로 환자 만족도 조사에서 100% 만족도를 보이며 재발암이나 전이암 등 중증 및 희귀, 난치암의 치료 성공률을 높였다.이진한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날씨가 더워지면서 자외선도 함께 강해지고 있다. 자외선은 피부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심각성에 대해서는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자외선으로 인해 피부가 검게 타거나 기미, 주근깨가 생기는 것 외에도 광노화로 인해 백반증, 혹은 피부암까지 나타날 수 있다. 여름철 자외선이 만드는 3대 피부 질환인 광노화, 백반증, 피부암에 대해 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 서수홍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여름철 피부 노화 주범, 광노화광노화란 태양광선, 즉 자외선에 의해 피부 노화가 촉진되는 현상을 말한다. 광노화의 대표적 증상으로는 주름이나 주근깨, 기미, 잡티 등 색소 침착이 있다. 광노화는 미관상으로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부 상처능력 저하, 피부 면역 기능 감소 등 건강상으로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서 교수는 “광노화는 자외선에 오랜 시간 노출될수록 그 정도가 심해진다. 심지어 출퇴근 시간에 운전을 하는 것만으로도 창문 쪽 얼굴에 피부 손상을 받을 수 있다”면서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고, 선글라스와 모자, 자동차 창문용 햇빛 가리개 등으로 직사광선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빛에 노출되는 부분과 가려지는 부분 간의 주름, 색소 침착, 각질 등에서 차이가 있을 경우 광노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이 경우 가까운 피부과를 찾아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여름철 마음의 고통, 백반증피부에 하얀 반점이 생기기 시작하다가 점점 커지거나 심하면 전신으로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백반증은 생명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미용상으로 문제가 생기면서 환자에게 심리적, 사회적 고통을 줄 수 있다. 백반증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피부의 색을 만드는 멜라닌세포에 대한 면역체계 이상으로 인한 자가면역질환으로 설명하는 것이 우세하다. 실제로 갑상샘 질환이나 원형탈모 등 자가면역질환으로 알려진 다른 병들이 동반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또 여름철에는 자외선에 과다하게 노출되어 정상 피부가 검어지면서 백반증이 두드러진다. 백반증은 발병이 되면 육안으로 반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통증 같은 자각 증상이 없고 피부가 흰 사람들은 무심코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백반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전신으로 흰색 반점이 퍼져나갈 수 있고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치료에 반응을 안 하므로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백반증 피부는 피부 노화가 빨리 진행되고 일광화상도 일어나기 쉬우며, 피부암 발생에도 취약하다. 따라서 장시간 야외에서 활동을 한다면 자외선 차단제를 충분히 바르고 3, 4시간마다 덧발라주는 것이 좋다. 긴소매 옷을 입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내 얼굴에 특이한 점? 혹시 피부암?피부암은 그동안 서구에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졌다. 백인이 유색 인종에 비해 피부를 보호하는 멜라닌 색소가 적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캠핑과 등산, 여행 등 야외 레저활동 인구가 늘면서 피부암 환자 역시 느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피부암 발생률은 지난 10년 사이에 3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서양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피부암에 대한 인식은 아주 낮은 편이다. 피부암은 자외선이 아주 큰 역할을 한다. 일광 손상을 심하게 받거나, 오랜 시간 자외선에 의해 누적된 손상이 주된 요인이기 때문에 자외선을 많이 받는 노출 부위 중에서도 얼굴에 많이 생기며, 젊은 사람에 비해 고령자에게서 많이 생긴다. 피부암은 통증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증상이 별로 없어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암이 가지는 특성상 크기가 자라고 깊이 침투하는 양상을 보이며, 피가 나거나 상처가 잘 낫지 않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색소를 가진 피부 부위를 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만약 일반적인 점과 생김새가 다르거나 점점 커지는 경우, 그리고 피가 나거나 딱지가 앉아 낫지 않는 경우에는 피부암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피부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서 교수는 “대부분의 피부암은 피부 병변 제거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다”면서 “특히 흑색종은 진단 시기를 놓쳐 오랜 시간 방치하면 주요 장기에 전이되기 쉽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받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당뇨병 환자나 혈당이 높은 사람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바늘을 수시로 손가락에 찔러 혈당을 측정하는 것이다. 특히 소아당뇨병 환자들은 혈당 체크를 위해 하루에 8번 이상 찌르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따뜻한 의료기기인 프리스타일 리브레는 그럴 필요가 없다. 팔에 한번 부착하면 하루에 100번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다. 채혈 없이 혈당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의 남현기 PM(사진)과 함께 프리스타일 리브레에 대해 알아봤다. ―어떤 원리인가. “5mm 길이의 아주 가는 필라멘트를 피부 속으로 삽입시켜 혈당을 체크하는 원리다. 기존 연속혈당계와 달리 혈당 보정을 위해 따로 채혈할 필요가 없다. 한번 부착하면 2주간 사용할 수 있고 생활방수가 가능해 샤워, 운동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 2주간 사용할 수 있는 건 감염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당 측정에 쓰이는 센서 내 단백질 양이 2주간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감염 가능성이 더 줄고 사용기간은 점점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본인의 혈당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본인의 하루 혈당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혈당이 잘 조절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평소에 먹는 음식이 혈당을 얼마만큼 높이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식습관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바로 혈당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고 식사 후 10분이 지난 뒤에 먹은 음식으로 인해 올라간 혈당을 알 수 있다.” ―사용해보니 바늘 자국이 남던데…. “2주간 사용하다 보면 가는 바늘 자국이 남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다. 오른쪽 팔과 왼쪽 팔을 번갈아 가면서 2주씩 부착하게 되면 큰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어디서 구입할 수 있나. “평소 진료 받는 병원에서 전문가 상담이나 교육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또 가까운 약국이나 애보트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 혈당계를 통해 보다 많은 임상적 데이터를 모아 이런 데이터가 전문의들에 의해 분석되고 환자들의 혈당을 관리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이번 연속혈당계가 건강보험을 통해 국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절차를 밟아가겠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원인 불명의 감염병 재난을 다룬 영화 ‘컨테이젼’(2011년). 이 영화에서 전문가들은 어렵사리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 하지만 생산 물량이 한정돼 있어 정부가 공개 추첨을 통해 접종 대상자를 선정한다. 추첨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후 비슷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1, 2곳의 제약사가 백신을 개발해도 초기 물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초기에 ‘누구를 먼저 접종할 것인가’가 큰 숙제다. 일반적으로 백신의 우선접종 대상자는 질병관리본부(질본)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 의결을 통해 결정된다. 새로운 백신이 들어오면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해당 제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식약처가 인·허가를 내면 질본이 임상·역학적 정보를 토대로 해당 백신의 우선접종 대상 순위를 포함한 예방접종 방안을 만든다. 이를 여러 임상 전문가와 법률가, 소비자단체 등이 모인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심의해 결정한다. 코로나19 백신도 이 같은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관련 논의가 시작되진 않았지만 기존 백신과 외국의 선례를 통해 대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사이언스 등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자문위원회를 열고 코로나19 백신 우선접종 대상에 대한 대략적인 틀을 잡았다. 위원회는 독감 백신 접종 순위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CDC의 독감 백신 지침에 따르면 감염 위험에 노출된 의료진, 임신부 등이 1순위, 국가안보 관련 종사자, 요양시설 직원 등이 2순위, 어린이 등이 3순위, 65세 이상 고령자 등이 4순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내년 말까지 의료진, 노년층, 기저질환 환자 등 고위험군 20억 명에게 백신을 우선 공급하기 위한 공동 구매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일 울산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의 경우 사망률이 높은 노약자가 최우선 순위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보건부도 지난달 보건의료인, 기저질환자와 함께 50세 이상 중·노년층이 우선접종 대상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신부는 코로나19 백신 1순위에서는 빠질 가능성이 높다. 백신의 안전성이 완벽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질본 관계자는 “보건의료인,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아마도 최우선 순위에 들어갈 것”이라며 “한국적 상황에 맞춰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이진한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는 1200만 명을 넘어섰다. 30세 이상 성인 3명 중 한 명은 고혈압 환자다. 고혈압 환자 비율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크게 늘어 70대의 경우 10명 중 7명이 해당한다. 하지만 고혈압 환자 중 자신이 고혈압인 것을 모르고 지내는 사람이 3명 중 1명꼴이다. 고혈압 여부를 알려면 단순히 혈압 한 번 재는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편욱범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과 정욱진 대한심장학회 의료정보이사(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의 도움말로 혈압에 대해 알아봤다. ―고혈압 진단 기준은 어떻게 되나.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심장혈관 질환의 위험도가 가장 낮은 혈압 수치가 120/80mmHg가량이다. 즉, 수축기 혈압이 120mmHg, 이완기 혈압이 80mmHg 정도면 정상 수치다. 고혈압 기준인 140/90mmHg을 넘어가면 심장혈관과 뇌혈관 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이를 넘지 않도록 조절하면 심장질환 위험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왔다.” ―혈압이 잴 때마다 달라진다. “집에서 쟀을 때는 정상 수치인데 병원에서 재면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 이를 이른바 ‘백의(白衣)고혈압’이라고 한다. 의사들이 입고 있는 흰색 가운이 혈압을 높인다고 해서 붙은 표현이다. 이와 반대로 병원에서 쟀을 때는 정상 수치가 나왔는데 집 등 병원 밖에서는 혈압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이를 ‘가면(假面)고혈압’이라고 부른다. 백의고혈압은 실제는 정상 수치인데도 병원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아 약을 복용하기 때문에 혈압이 너무 낮아질 수 있다. 가면고혈압은 고혈압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가면고혈압 환자는 나중에 상황이 급격히 나빠질 수도 있다.” ―혈압 측정기는 어떤 게 있나. “오랫동안 사용된 수은혈압계, 팔 위쪽을 감아 재는 자동혈압계가 있고 최근엔 팔목형 혈압계까지 나왔다. 수은혈압계는 인체에 해로운 수은 성분 때문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팔목형 혈압계는 최근 개발됐기 때문에 아직까지 학회에서는 권고하지 않는다. 손목형 혈압계도 최근에 나왔지만 아직은 정확도를 말하기가 쉽지 않다. 빅데이터가 좀 더 쌓여야 한다. 현재 많이 사용되는 혈압계는 자동혈압계다. 병원에서는 혈압을 좀 더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24시간 계속 재는 ‘24시간 활동혈압계’를 사용한다. ” ―혈압을 정확하게 재는 방법을 알려 달라. “우선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측정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1시간 이내에 재는 것이 좋다. 화장실을 다녀왔다면 15분 뒤에 잰다. 혈압을 잴 때는 팔을 두른 커프의 높이와 심장 높이가 비슷해야 한다. 등받이 의자에 앉아 잴 경우엔 등을 등받이 끝까지 대야 한다. 1분 간격으로 두 번을 측정해 평균을 낸다. 측정하기 전에 커피를 마시거나 측정 도중에 대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잠을 자기 전에 한 번 더 잰다. 하루에 최소 두 번씩, 5일간 혈압을 측정하면 비교적 정확한 본인의 혈압을 알 수 있다.” ―혈압을 잴 때 팔 위치는 좌우 어느 쪽이라도 상관이 없나. “대개는 오른쪽 팔로 잰다. 양쪽 팔에서 모두 측정해서 혈압이 높게 나오는 쪽을 참고해도 된다.” ―혈압을 잴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하루 중에서는 아침에 혈압이 제일 낮고 활동량이 점차 늘어나면서 점심 무렵에 제일 높다. 운동을 한 직후라든지, 사우나를 한 뒤엔 혈압이 높게 나올 수 있다. 또 저녁식사를 하고 난 뒤에 좀 더 높아졌다가 잠자는 시간에 제일 낮아진다. 혈압을 쟀는데 높게 나왔다고 해서 놀라지 말고 안정 시의 혈압을 쟀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30세 이상은 1년에 한 번 이상 꼭 혈압을 재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고혈압 가족력이 있거나 심장혈관 질환의 위험성이 있는 경우엔 집에서 자동혈압계로 아침저녁으로 재는 것을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요즘은 혈압계 가격이 많이 낮아졌고 정확도는 높아졌다. 대한심장학회가 최근 개설한 유튜브 의료정보채널 ‘대한심장TV’ 영상을 통해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를 막지 못해 방역에 어려움을 겪다가 의료진의 헌신으로 현재는 ‘K방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 이겨 나가고 있다. 여기엔 진단검사의 역할도 컸다. 감염자를 빠르게 찾아내고 격리해서 확산 속도를 늦췄다. 감염자를 시의적절하게 치료해 사망률을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항체검사의 규모나 방식으로는 깜깜이 감염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최근 항체검사에 나선 이유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이른바 ‘깜깜이 감염자’ 규모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4월 “무증상이나 경증 감염자가 어느 정도 있는지, 면역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구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라며 항체검사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항체검사를 통해 전체 감염 규모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무증상 감염자가 일상생활에서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는 현 상황에서 ‘깜깜이 감염’, ‘n차 감염’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항체검사는 코로나19 유행이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의심환자를 대상으로 한 선별검사 위주의 ‘사후 추적관리’에서 ‘사전예방과 모니터링’으로의 전환이 항체검사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한국보다 먼저 항체검사에 나선 해외 사례를 보면 항체검사는 ‘숨은 감염자’를 찾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에 따르면 미국 뉴욕의 항체생성률은 47%, 프랑스 우아즈 25.9%, 중국 우한 10%, 스페인 5% 등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전체 감염 규모가 실제보다 10배가량 많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무증상이나 경증환자는 발열, 인후통, 오한 등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아 기존 검사법 시행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항체검사는 뚜껑을 열어보니 방역당국이 깜깜이 감염자의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에는 부족했다. 전체 항체가 아닌, ‘중화항체’만 확인했기 때문이다. ‘중화항체’는 항체 중에서도 코로나19에 대해 확실한 방어력이 있는 항체로 ‘집단면역’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당초 논의됐던 ‘깜깜이 감염’ 규모를 살펴보려면 다른 항체검사가 동반돼야 한다. 중화항체는 감염자 중 일부에게만 형성되고 생성되더라도 빠르게 소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앞서 항체검사를 한 해외에서도 대부분 ‘중화항체’뿐 아니라 전체 항체생성률을 함께 살펴 코로나19 감염 규모를 가늠하고 방역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K방역을 통해 코로나19의 급한 불을 끈 것처럼 보이지만 신규 확진자 중 감염경로가 분명치 않은 환자 비율은 여전히 1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항체생성률을 확인해 ‘깜깜이 감염자’를 찾지 못하면 무증상 감염에 따른 ‘조용한 전파’를 막기 힘들다. 다행히 그간 여러 기업이 앞다퉈 다양한 항체검사법을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하면서 최근엔 정확도가 99.9%에 이르는 항체검사법도 등장했다. 감기 등 유사 바이러스를 코로나19로 잘못 진단하지 않도록 검사법이 고도로 정교화됐다. 이에 영국 등 해외에서는 이런 항체검사법을 활용해 전체 항체생성률을 확인하고 검사 결과에 맞춰 방역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K방역을 이어가려면 정확한 감염 규모 파악이 급선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항체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중화항체뿐만 아니라 전체 항체생성률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가을, 겨울 2차 대유행이 올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서는 현실을 정확히 직시해야만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제대로 지킬 수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본격적인 여름철에 접어들면 더 기승을 부리는 질환들이 있다. 발톱이 두꺼워지는 발톱무좀과 발톱이 살로 파고들어 가는 내향성 발톱이 대표적이다. 여름에는 슬리퍼나 샌들처럼 발톱이 노출되는 신발을 많이 신다 보니 건강뿐만 아니라 외형적으로도 신경이 쓰이는 질환이다. 이에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원장, 최우석 김포 뉴고려병원 정형외과 과장과 함께 발톱 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발톱무좀은 왜 생기나. “곰팡이, 진균이 케라틴 조직으로 된 발톱까지 침투한 것이다. 발 무좀을 방치하다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발톱 자체는 물론 발톱 밑의 각질까지 두꺼워지므로 심해지면 통증이 생길 수도 있다. 발톱이 변형돼 살을 파고드는 내향성 발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발톱 질환은 일반 동네의원 중 피부과, 외과, 정형외과 등에서 많이 치료한다. 손톱이나 발톱 무좀은 발 무좀과 달리 바르는 약만으로는 치료하기 어려워 먹는 약을 병행해야 효과적이다. 먹는 약 종류에 따라 △3개월간 매일 먹는 방식 △3개월간 1주 복용하고 3주 휴약하는 방식 △주 1회 3개월 이상 복용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꾸준한 치료가 중요한데 젊은 사람들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질환이 있거나 복용 중인 약이 많아서 무좀약까지 먹기 어려운 경우에는 핀포인트라는 레이저 치료를 한다. 핀포인트 레이저는 피부 조직에는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발톱의 두꺼운 케라틴 조직에 침투해 열에너지를 전달하여 진균을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발톱무좀 예방법은…. “발, 특히 발가락 사이를 잘 씻고 습하지 않도록 물기를 잘 닦아줘야 한다. 수영장 등 공용시설에서 옮지 않도록 가급적 맨발로 다니는 것은 피하고, 평소에도 맨발로 신발을 신기보다는 양말을 신는 것이 좋다. 또한 네일 도구를 사용하거나 네일 숍에 다니는 경우 소독된 기구를 사용해야 하며 젤 네일 등 발톱에 수분을 머금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내향성 발톱은 어떤 질환인가. “발톱이 비정상적으로 발가락 외측 살에 파고들면서 살과 마찰돼 붓고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로 엄지발가락에 생긴다. 초기엔 환부 주변이 빨개지고 가벼운 통증이 느껴진다. 방치하면 염증으로 인해 발톱 주위의 부기가 심해지고 진물이 나고 곪는다. 원인은 발톱 모양 자체가 파고들기 쉽게 생긴 집게발톱이거나 발톱 깎는 방식이 잘못돼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발에 잘 맞지 않는 신발, 비만, 지속적인 외부 압력 등으로도 발생한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그 부위에 세균 감염이 진행되어 골수염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치료해야 한다.” ―치료와 예방법은…. “초기에는 발톱과 피부 사이에 알코올 솜을 끼우거나 주변 피부를 당겨주는 테이핑요법을 하기도 하며, 발톱 판을 펴주기 위해 발톱 끝 부위를 붙잡아 늘려주는 와이어나 오니코 클립 등의 발톱교정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휘어진 발톱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순 없다. 심하게 부어오르거나 고름이 생기면 발톱 귀퉁이 부위를 제거하는 치료와 항생제와 소염제 등의 약물치료가 함께 사용된다. 단순히 환부의 발톱만 제거할 경우 재발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꾸 재발한다면 발톱 귀퉁이 일부와 그 발톱이 얹히는 부분을 잘라낸 뒤 그 밑에 있는 발톱 뿌리의 일부를 제거하기도 한다. 이 경우 발톱의 크기가 줄게 된다. 발톱을 깎을 때 손톱처럼 짧고 둥글게 깎으면 걸을 때 받는 압력에 의해 살이 안으로 파고들기 때문에 반드시 양쪽 끝을 충분히 남기고 일자형으로 깎아야 한다. 요즘은 일자로 깎을 수 있는 일자발톱깎이가 따로 나온다. 또한 발볼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보다는 땀이 잘 배출되는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