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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 분야 내년도 정부 예산은 올해보다 14.2%(3조7976억 원) 증가한 30조5139억 원이다. 실업급여와 국민취업지원제도(한국형 실업부조) 등 고용안전망 예산이 급증한 결과다. 10일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에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예산 2771억 원이 처음으로 반영됐다. 국민취업지원제도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저소득층에게 매달 50만 원씩 최장 6개월까지 구직촉진수당을 주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에 약 20만 명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취업지원제도가 내년 7월 예정대로 시행되려면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비롯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법이 통과돼야 한다. 야당이 “내년 4월 총선용 선심 예산”이라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내년 총선 전까지 처리될 가능성이 낮아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실업급여 예산은 역대 가장 많은 9조5158억 원이 편성됐다. 올 10월부터 실업급여의 지급액(평균임금의 50%→60%)과 지급 기간(90∼240일→120∼270일)이 모두 확대된 데 따른 책정이다. 특히 최근 40대와 제조업의 고용이 회복되지 않고 있어 내년도 실업급여 지급액은 10조 원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업자와 재직자로 분리 운영했던 내일배움카드(직업훈련 지원제도)는 국민내일배움카드로 통폐합되면서 예산도 8777억 원으로 늘어났다. 직업훈련을 원하는 사람은 재직 여부와 상관없이 5년간 500만 원까지 훈련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액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은 2조1647억 원으로 올해보다 6541억 원 감액됐다. 지원 대상도 올해보다 8만 명 감소한 약 230만 명이다. 고용노동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시급 8590원)이 올해(8350원)보다 2.9% 오른 것을 감안해 일자리안정자금도 줄였다고 설명했다.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4대 보험료 지원 인원은 274만 명으로 올해보다 37만 명 늘어난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부가 11일 내놓은 주 52시간제 보완 대책은 근로기준법 시행규칙과 정부 지침만 개정하면 시행이 가능하다. 국회의 탄력근로제 확대를 비롯한 주 52시간제 보완 입법이 사실상 무산되자 국회 동의 없이 정부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종합한 셈이다.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후 기업 부담이 커지자 올 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대통령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의 노사정(勞使政) 대표들은 현재 3개월인 탄력근로제 운용 기간을 6개월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후 국회도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에 들어갔지만 여야는 줄곧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10일 끝난 정기국회에서도 탄력근로제 확대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처리되지 않았다. 여당은 탄력근로제 확대만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한 반면 야당은 탄력근로제와 함께 선택근로제의 정산기간(현재 1개월)도 확대해야 한다고 맞서 법안소위원회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립도 팽팽하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노사정 합의를 존중해 탄력근로제만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경영계는 선택근로제도 확대돼야 연구개발(R&D) 등에서 주 52시간제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근로기준법 개정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지난달 18일 특별연장근로 확대와 계도기간 부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11일 최종안을 내놓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기국회 이후 임시국회가 열리겠지만 내년 4월 총선을 목전에 두고 있어 법 개정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며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정기국회 종료 다음 날로 ‘D데이’를 잡았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내년 1월 말부터 업무량이 급증하거나 연구개발(R&D)에 필요하다면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게 된다. 50∼299인 사업장은 내년 1월 1일부터 1년간 계도 기간이 설정돼 주 52시간 근로제를 위반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시행이 사실상 1년 동안 유예되는 것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주 52시간제 보완 대책 확정안을 발표했다. 고용부는 특별연장근로의 도입 요건을 대폭 완화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내년 1월 말 시행할 방침이다. 특별연장근로란 특별한 사유에 한해 주 52시간 초과 근로를 최대 3개월까지 허용하는 제도로 현재는 재해나 재난, 이에 준하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만 근로자 동의와 고용부 승인을 거쳐 도입할 수 있다. 개정 시행규칙에는 △시설·장비의 장애나 고장 △업무량 급증 △R&D 등이 특별연장근로 도입 요건으로 추가된다. 이에 따라 대량 리콜이나 원청업체의 긴급한 주문, 소재·부품 개발 등의 사유가 생긴다면 주 52시간 초과 근로가 가능해진다. 다만 특별연장근로를 도입한 회사는 퇴근 후 11시간 휴식 보장 등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50∼299인 기업의 계도 기간은 1년으로 확정했다. 중소기업이 주 52시간제를 위반하더라도 1년 동안은 근로감독을 받거나 단속되지 않고, 이에 따른 처벌도 면제된다는 뜻이다. 계도 기간과는 별도로 근로자 개인이 노동청에 주 52시간제 위반 사실을 신고하는 경우 50∼299인 기업은 최대 6개월간 시정 기간이 부여돼 처벌이 면제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단 1년으로 계도 기간을 운영한 뒤 필요하다면 더 부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정부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들에 부분적으로나마 대응할 여지를 부여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기업들이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하기에는 제약이 큰 만큼 유연근무제 확대, 중소기업에 대한 시행 유예 등이 올해 안에 국회에서 입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유성열 ryu@donga.com·허동준 기자}

정부가 11일 내놓은 주 52시간제 보완 대책은 근로기준법 시행규칙과 정부 지침만 개정하면 시행이 가능하다. 국회의 탄력근로제 확대를 비롯한 주 52시간제 보완 입법이 사실상 무산되자 국회 동의 없이 정부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종합한 셈이다.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후 기업 부담이 커지자 올 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대통령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의 노사정(勞使政) 대표들은 현재 3개월인 탄력근로제 운용 기간을 6개월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후 국회도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에 들어갔지만 여야는 줄곧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10일 끝난 정기국회에서도 탄력근로제 확대 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처리되지 않았다. 여당은 탄력근로제 확대만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한 반면 야당은 탄력근로제와 함께 선택근로제의 정산기간(현재 1개월)도 확대해야 한다고 맞서 법안소위원회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립도 팽팽하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노사정 합의를 존중해 탄력근로제만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경영계는 선택근로제도 확대돼야 연구개발(R&D) 등에서 주 52시간제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근로기준법 개정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지난달 18일 특별연장근로 확대와 계도기간 부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11일 최종안을 내놓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기국회 이후 임시국회가 열리겠지만 내년 4월 총선을 목전에 두고 있어 법 개정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며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정기국회 종료 다음 날로 ‘D데이’를 잡았다”고 말했다. 유성열기자 ryu@donga.com}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 판매하는 ㈜메디포스트의 진혜진 연구부장(42)은 2003년 입사한 베테랑이자 두 아이를 둔 워킹맘이다. 줄기세포 치료제 등 각종 의약품 연구개발(R&D)에 참여해온 진 부장은 아이를 낳을 때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썼다. 일과 육아를 함께하며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진 부장은 현재 회사의 R&D를 총괄하고 있다. 그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을 알아봤다.○ 유연근로제로 일과 육아 병행 메디포스트는 출산휴가(최장 3개월)와 육아휴직(아이 1명당 최장 1년)을 법정 한도까지 쓰도록 했다. 진 부장은 “우리 회사는 오래전부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만큼은 눈치 보지 않고 쓰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끝나면 원직 복귀가 원칙이다. 다른 부서로 복귀하면 업무 적응에 힘이 들어서다. 여성 직원이 아이를 낳은 후에는 각종 유연근로제를 통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 진 부장은 시차출퇴근제를 활용해 오전 8시에 출근하고 오후 5시에 퇴근한다. 하루 8시간 근무는 지키되 가급적 일찍 퇴근해 아이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메디포스트는 지난달 1일부터 30분 단위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했다. 장기근속자에게 주어지는 안식휴가도 빼놓을 수 없다. 진 부장은 입사 10년에 받은 안식휴가 두 달간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입사 20년 때의 안식휴가 두 달은 때마침 초등학교에 입학할 첫아이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진 부장은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여성 임원들이 ‘1년은 짧은 시간이다. 업무보다는 출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해주셔서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감을 많이 없앨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산팀에서 일하는 조대희 과장(35·여)도 유연근로제를 활용해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다. 2017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고 복직한 뒤에는 일종의 단축근무제인 시간선택제를 활용하고 있다. 직원 스스로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조 과장은 오전 10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을 선택했다. 이 덕분에 조 과장은 아이를 오전 8시 반까지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성남으로 출근해서 퇴근 후에는 바로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온다. 조 과장은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전일제로 복귀할 생각”이라고 했다. 육아, 학업 등 자신의 필요에 따라 전일제와 시간선택제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다. 그는 “팀장님과 팀원들이 배려해줘서 눈치 보지 않고 단축근무를 하고 있다”며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니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초과근로 줄고 집중도 향상 메디포스트는 워라밸 수준을 높이는 여러 제도를 운영하는 동시에 업무 집중도를 높이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집중근무시간제와 ‘111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매일 오전 10시 반부터 11시 반까지인 집중근무시간에는 가급적 동료와의 잡담이나 흡연, 외출, 부서 내 자체 회의 등을 자제해야 한다. 111 캠페인은 회의를 할 때 1시간 전에 자료를 공유하고 1시간 이내로 회의하며 1시간 이내로 결과를 공유하자는 것이다. 스마트워크 시스템도 구축해 외부에서 스마트폰으로 결재 등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결과 메디포스트 직원들의 초과근로시간은 9.5% 감소했다. 직원 240명 중 3분의 1이 넘는 98명이 유연근로제를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메디포스트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로부터 근무혁신 우수기업 최고등급(SS)으로 선정됐다. 근무혁신 우수기업으로 뽑히면 정기 근로감독 면제를 비롯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양윤선 대표는 “나도 워킹맘이었기 때문에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돕는 제도에 관심이 많았다”며 “우수한 여성들이 결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서 다양한 제도들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이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현행 최장 3개월)을 연장하거나 일부 업무에만 국한된 재량근로제 도입 요건이 완화돼 유연근로제를 확대할 수 있다면 기업의 경쟁력은 더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성남=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 판매하는 ㈜메디포스트의 진혜진 연구부장(42)은 2003년 입사한 베테랑이자 두 아이를 둔 워킹맘이다. 줄기세포 치료제 등 각종 의약품 연구개발(R&D)에 참여해온 진 부장은 아이를 낳을 때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썼다. 일과 육아를 함께하며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진 부장은 현재 회사의 R&D를 총괄하고 있다. 그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을 알아봤다.● 유연근로제로 일과 육아 병행 메디포스트는 출산휴가(최장 3개월)와 육아휴직(아이 1명당 최장 1년)을 법정 한도까지 쓰도록 했다. 진 부장은 “우리 회사는 오래전부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만큼은 눈치 보지 않고 쓰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끝나면 원직 복귀가 원칙이다. 다른 부서로 복귀하면 업무 적응에 힘이 들어서다. 여성 직원이 아이를 낳은 후에는 각종 유연근로제를 통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 진 부장은 시차출퇴근제를 활용해 오전 8시에 출근하고 오후 5시에 퇴근한다. 하루 8시간 근무는 지키되 가급적 일찍 퇴근해 아이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메디포스트는 지난달 1일부터 30분 단위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했다. 장기근속자에게 주어지는 안식휴가도 빼놓을 수 없다. 진 부장은 입사 10년에 받은 안식휴가 두 달간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입사 20년 때의 안식휴가 두 달은 때마침 초등학교에 입학할 첫아이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진 부장은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여성 임원들이 ‘1년은 짧은 시간이다. 업무보다는 출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해주셔서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감을 많이 없앨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산팀에서 일하는 조대희 과장(35·여)도 유연근로제를 활용해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다. 2017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고 복직한 뒤에는 일종의 단축근무제인 시간선택제를 활용하고 있다. 직원 스스로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조 과장은 오전 10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을 선택했다. 이 덕분에 조 과장은 아이를 오전 8시 반까지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출근해서 퇴근 후에는 바로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온다. 조 과장은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전일제로 복귀할 생각”이라고 했다. 육아, 학업 등 자신의 필요에 따라 전일제와 시간선택제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다. 그는 “팀장님과 팀원들이 배려해줘서 눈치 보지 않고 단축근무를 하고 있다”며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니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초과근로 줄고 집중도 향상 메디포스트는 워라밸 수준을 높이는 여러 제도를 운영하는 동시에 업무 집중도를 높이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집중근무시간제와 ‘111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매일 오전 10시 반부터 11시 반까지인 집중근무시간에는 가급적 동료와의 잡담이나 흡연, 외출, 부서 내 자체 회의 등을 자제해야 한다. 111 캠페인은 회의를 할 때 1시간 전에 자료를 공유하고 1시간 이내로 회의하며 1시간 이내로 결과를 공유하자는 것이다. 스마트워크 시스템도 구축해 외부에서 스마트폰으로 결재 등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결과 메디포스트 직원들의 초과근로시간은 9.5% 감소했다. 직원 240명 중 3분의 1이 넘는 98명이 유연근로제를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메디포스트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로부터 근무혁신 우수기업 최고등급(SS)으로 선정됐다. 근무혁신 우수기업으로 뽑히면 정기 근로감독 면제를 비롯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양윤선 대표는 “나도 워킹맘이었기 때문에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돕는 제도에 관심이 많았다”며 “우수한 여성들이 결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서 다양한 제도들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이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현행 최장 3개월)을 연장하거나 일부 업무에만 국한된 재량근로제 도입 요건이 완화돼 유연근로제를 확대할 수 있다면 기업의 경쟁력은 더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남=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직원 20여 명이 근무하는 중소기업 A사는 올해 초 고용노동부의 불시 점검을 받았다. 고용부는 사내에서 일하는 하청 근로자 3명에 대해 직접고용을 하라고 명령했다. 원청인 A사가 하청근로자들을 사실상 지휘하고 감독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하청 근로자들이 직접고용을 거부했다. 20대 남성인 이들은 “한 달 간 잠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뿐이다. 우린 공무원 시험을 봐야 한다”며 일을 그만뒀다. A사는 이 사실을 그대로 고용부에 보고했고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당사자들이 직접고용을 원하지 않으면 고용부 명령과 상관없이 직접고용 의무가 사라진다. A사 관계자는 “아르바이트생들까지 직접고용을 하라는 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소송까지 불사하는 ‘직접고용 명령’ 대기업인 B사의 지방공장도 올 초 고용부로부터 “하청근로자 24명을 직접고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B사는 직무에 따라 정규직이나 기간제로 채용하겠다고 밝혔지만 24명 전원이 직접고용을 거부했다. 최저임금(올해 시급 8350원)이 2년간 29.1% 급등하면서 하청업체의 임금과 B사의 임금 차이가 크지 않다보니 하청업체의 정규직으로 남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B사 관계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이 줄어들다보니 직접고용의 이점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부는 2017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만6693명을 직접고용하라고 513개 기업에 명령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74.8%에 해당하는 1만2480명만 실제 직접고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4213명은 회사가 고용부 명령에 불복해 소송을 벌이거나 해당 근로자가 직접고용을 거부한 것이었다. 기업이 고용부로부터 직접고용 명령을 받으면 해당 근로자를 정규직이나 계약직으로 고용해야 한다. 하청근로자들이 원청업체에 직접고용되면 처우가 개선되고 고용이 안정되지만 기업은 퇴직금 등 인건비가 급증하고 정리해고 같은 긴박한 경영상 대처가 어려워 부담이 커진다. 특히 직접고용을 거부한 사업장은 근로자 1인당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고 파견법 위반으로 기소되면 사업주가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한국GM, 아사히글라스 등 일부 기업은 직접고용을 아예 거부하고 과태료까지 각오하며 정부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한국GM 측은 “고용부가 우리를 비정규직 우수사업장으로 선정해놓고, 갑자기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이 직접고용 거부” 특히 A사와 B사처럼 정작 해당 근로자들이 직접고용을 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유통회사인 C사도 올해 5명을 직접고용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당사자들이 거부했다. C사 관계자는 “고용부가 우리 업계에 정규직화하라고 하는 대표적인 직종은 특수고용직인데, 육아 등을 위해 정규직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분이 많다”며 “이런 분들에 대한 직접고용 명령은 현실과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측이 근로자에게 직접고용을 거부하라고 은밀히 강요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명령을 내리기 전에 근로자 의사를 일일이 다 확인할 수는 없다”며 “정부는 규정대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근로조건 개선, 양질의 일자리를 기치로 내걸고 (직접고용) 명령을 내리겠지만, 이런 조치로 얼마나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불필요한 갈등이나 사회적 비용이 많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신중히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송혜미 기자}

공공부문의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을 도입하는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됐다. 노동계가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공공부문의 노동이사제 도입 논의도 함께 시작됐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산하에 ‘공공기관위원회’를 설치하고 논의를 시작한다고 22일 밝혔다. 공공기관위원회는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핵심 쟁점인 임금체계 개편 문제와 노동이사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공공기관위원회 위원장에는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위촉됐다. 진보성향의 이 위원장은 고용노동부의 적폐청산위원회였던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장을 지냈다. 참여연대와 경실련에서도 활동했다. 위원회는 이 위원장을 포함해 노동계위원 3명, 정부위원 3명(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고용부 국장급), 공익위원 3명, 경사노위 전문위원 1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노동계위원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간부 3명이 위촉됐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불참했다. 민노총은 한국노총과 함께 만든 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논의 내용을 전달받고 자신들의 입장을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민간 경제단체도 공공기관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다. 사회적 대화는 노사정 3자의 참여가 필수지만 공공기관의 ‘사용자’는 정부인만큼 노정(勞政) 대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공공기관의 임금체계는 대부분 연공서열식 호봉제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늘리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직무의 성격과 난도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직무급이 도입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직무급 도입에 강하게 반대한다. 정부는 공공기관위원회를 통해 직무급 도입의 당위성 등을 설명하며 노동계를 설득할 계획이다. 노동이사제란 이사회에 근로자 대표를 참석시키는 것으로 근로자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다. 노동이사제가 의제로 포함된 것은 노동계의 요구다. 하지만 정부가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향후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고용부가 특별연장근로 확대 방안을 발표한 것에 한국노총이 반발하고 있는 점은 변수다. 한국노총은 고용부가 특별연장근로 확대를 밀어붙일 경우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겠다고 경고해왔다. 이 위원장은 “중요 의제를 어렵게 합의한 것만으로도 큰 기대를 갖게 한다”며 “공공기관이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제·사회 발전의 촉매제 역할을 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국순당은 ‘가족 불금데이’를 두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40분에 퇴근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는 취지다. 회의는 하루 전 공지하고 30분 이내 끝내는 ‘130 원칙’을 지켜야 한다. KDB생명보험은 ‘밀당 운동’을 한다. 사내의 부정적인 문화는 밀어내고 긍정적인 문화는 당기면서 집중근무제 등을 통해 업무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하나금융TI는 ‘우아한 카톡’ 제도를 통해 근무시간 외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으로 업무 연락을 못하게 한다. 고용노동부는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제4회 일·생활 균형 콘퍼런스를 열고 이 회사들을 비롯한 12개 업체를 일·생활 균형 공모전 수상 기업으로 선정했다. 국순당이 대상을 받았고, KDB생명보험과 하나금융TI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의약품 제조업체 메디포스트 등 21개사는 정기근로감독 3년 면제 등의 혜택을 받는 근무혁신 인센티브제 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여성 일자리 문제를 넘어 삶의 질과 국가경쟁력 문제인 일·생활 균형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양극화돼 있고 불평등이 심각하기 때문에 이대로 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반드시 우리가 포용적인 성장을 위해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인상)속도 면에서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최저임금(올해 시급 8350원) 인상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이) 대한민국 경제 전체로는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라 하더라도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분야에 따라서는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될 수 있고, 한계선상에 있는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고용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경우도 있다”고 정책의 일부 한계점을 인정했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은 국민패널로 참석한 고성일 한국가죽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의 질문에 답하면서 나왔다. 고 이사장은 “올해 최저임금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올려서 소상공인들이 매우 힘들다”며 “을(乙)과 을의 불신이 심해지고 서민들의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대비책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이미 2년간 최저임금 인상(29.1%)이 급격했다고 보기 때문에 내년(시급 8590원)에는 3% 이내로 속도 조절을 한 상태”라면서도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여러 제도들은 국회에서 입법이 돼야 하는데 (최저임금 인상과) 시차가 길어지기 때문에 어려움을 가중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주 52시간제에 대해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다 합의가 이뤄졌는데 탄력근로제가 아직까지 국회에서 입법이 되지 않고 있다”며 “정기국회에서 꼭 입법을 해주길 촉구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패널로 참석한 일용직 근로자가 “삶의 질이 어처구니가 없다”고 호소하자 “고용불안 해소하는 게 제가 취임할 때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약속 가운데 하나인데 아직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어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은 일용직을 전부 정규직으로 최대한 전환해서 비정규직을 줄여나가는 것이 큰 과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부는 18일 내놓은 주 52시간 근무제 보완 대책이 국회 입법 없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담았다고 평가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의 주 52시간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특별연장근로 요건 완화와 계도 기간 부여가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노동계가 정부 보완대책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사회적 대화가 순조롭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별연장근로는 근로자 동의와 고용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현재 자연재해나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가능한 특별연장근로의 승인 요건을 ‘경영상 필요’까지 확대시킨다고 하지만 기업이 원하는 수준까지 완화될지는 미지수다. 일례로 신상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은 허용하되 일반적인 R&D는 특별연장근로 승인 요건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업무량 급증’도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면 특별연장근로가 승인되지 않을 수 있다. 강성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근로자의 동의를 얻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계도 기간 역시 처벌만 유예할 뿐 주 52시간제 시행 자체가 유예되는 것은 아니어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계 관계자는 “계도 기간이 있더라도 신규 채용 여력이 없는 영세기업이 주 52시간제를 준비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勞政)관계는 앞으로 냉각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양대 노총은 이날 보완책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한목소리로 정부 비판에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시행 한 달을 앞두고 정부가 계도 기간을 꺼내 든 것은 스스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시인하는 것”이라며 “강력한 정책 추진 의지를 보이기보다 ‘보완’이라는 이름으로 애매모호한 시그널을 기업에 보내왔으니 어떤 기업이 최선을 다하겠는가”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특별연장근로 확대에 대해서도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와 경영상 사유는 사용자가 언제든지 주장할 수 있으며 자의적인 해석도 가능하다”며 “특별연장근로를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모든 사업장에 특별연장노동을 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노동절망’ 정책에 분노하며 좌시하지 않겠다. 총파업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참여 중인 한국노총은 정부가 특별연장근로 확대 등을 추진할 경우 경사노위에 불참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런 점에서 지난달 11일 새로운 진용으로 출범한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가 파행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내년 초 한국노총 집행부 선거가 예정돼 있는 점이 변수”라며 “각 후보들이 표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부가 내년 초부터 ‘경영상 필요’에 따라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것을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허용하기로 했다.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는 50∼299인 기업은 법정근로시간을 위반하더라도 최소 9개월간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경영계는 “일단 숨통이 트이는 대책”이라면서도 “기업이 직면한 애로와 우려를 해소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며 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현재 자연재해나 큰 사고가 났을 때만 허용되는 특별연장근로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특별연장근로는 근로자 동의와 고용부 승인을 받아 최장 3개월간 주 52시간을 넘겨 한도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고용부는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시행규칙을 개정해 기업이 “경영에 필요하다”고 요청할 때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기로 했다. 일시적 업무량 급증, 신상품 연구개발(R&D) 같은 세부 요건을 마련해 다음 달 초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개정 시행규칙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1월 초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국회가 그 전에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를 모두 확대하는 쪽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할 경우 특별연장근로는 현행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 정부는 50∼299인 기업에 최소 9개월의 계도 기간을 부여한다. 이 장관은 “(탄력근로제) 입법이 되더라도 계도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탄력근로제 확대 방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에는 계도 기간을 1년으로 늘리는 것도 검토 중이다. 산업계는 정부 대책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매번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하고 정부가 결정해 주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계도 기간 부여에 대해 “범법 상태로 형벌만 미루겠다는 것”이라며 “법으로 시행 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세종=송혜미 1am@donga.com / 유성열·허동준 기자}

정부가 내년 초부터 ‘경영상 필요’에 따라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것을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허용하기로 했다.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는 50~299인 기업은 법정근로시간을 위반하더라도 최소 9개월간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경영계는 “일단 숨통이 트이는 대책”이라면서도 “기업이 직면한 애로와 우려를 해소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며 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현재 자연재해나 큰 사고가 났을 때만 허용되는 특별연장근로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특별연장근로는 근로자 동의와 고용부 승인을 받아 최장 3개월간 주 52시간을 넘겨 한도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와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과 관련해 인가된 적이 있다. 고용부는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시행규칙을 개정해 기업이 “경영에 필요하다”고 요청할 때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기로 했다. 일시적 업무량 급증, 신상품 연구개발(R&D) 같은 세부 요건을 마련해 다음 달 초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모든 기업의 경영상 필요에 따라 사실상 주 52시간제에 예외를 두는 것이다. 개정 시행규칙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1월 초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국회가 그 전에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를 모두 확대하는 쪽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할 경우 특별연장근로는 현행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 정부는 또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덜어주기 위해 사업장별 외국인 고용 한도를 현행보다 20% 올리기로 했다. 정부는 50~299인 기업에 최소 9개월의 계도 기간을 부여한다. 이 장관은 “(탄력근로제) 입법이 되더라도 계도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논의와 상관없이 50~299인 기업이 주 52시간제를 어기더라도 최소한 9개월은 처벌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고용부는 탄력근로제 확대 방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에는 계도 기간을 1년으로 늘리는 것도 검토 중이다. 상황이 열악한 50~99인 기업에는 3~6개월의 계도 기간을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산업계는 정부 대책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매번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하고 정부가 결정해 주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계도 기간 부여에 대해 “범법 상태로 형벌만 미루겠다는 것”이라며 “법으로 시행 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송혜미기자 1am@donga.com유성열기자 ryu@donga.com}
내년 1월부터 300인 미만 중소기업으로 확대되는 주 52시간제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특별연장근로 도입 요건을 완화하는 등의 보완책을 18일 내놓기로 했다. 국회가 논의 중인 탄력근로제 확대안이 연말까지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9조에 규정된 특별연장근로는 자연재해나 큰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근로자 동의와 지방고용노동청장의 승인을 받아 최대 3개월까지 주 60시간씩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고용노동부는 기존 특별연장근로 승인 요건에 △일시적 업무량 급증 △신상품 연구개발(R&D)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시행 규칙은 국회 동의 없이도 정부가 개정할 수 있다. 고용부는 또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최소 6∼9개월의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방안도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언론사 논설위원 간담회를 열고 “(탄력근로제) 입법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해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보완방안을 18일 내놓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이날 배포한 자료집에서 “주 52시간제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하위 법령 개정과 준비(계도) 기간 부여 등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고용노동부가 ‘요기요 플러스’(요기요 자회사) 소속 배달대행기사 5명을 근로자로 인정하자 배달대행기사 노조가 “플랫폼업체의 위장도급 행태를 근절하는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6일 선언했다. 요기요뿐만 아니라 배민라이더스(배달의 민족 자회사) 같은 다른 플랫폼업체 소속 기사들도 근로자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법적 지위 논란이 다시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 5월 배달대행기사 100여 명이 결성한 법외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 운영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플랫폼업체는 철저하게 지휘·감독하면서도 라이더가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라며 4대 보험료, 수당, 퇴직금 등을 절감했다”며 “요기요에서 일하다 퇴직금이나 수당을 못 받은 라이더를 모아 고용부에 진정서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배달대행기사는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고 개인사업자로 일하는 일종의 특수고용직이다. 임금이 아닌 배달 건당 수수료를 받으며 자기 소유인 오토바이를 몰고 유류비도 자신이 부담한다. 앞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북부지청은 5일 요기요가 시급으로 임금을 지급했고 오토바이를 빌려주고 유류비를 지급했으며,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도 정한 점을 근거로 진정을 낸 기사 5명을 근로자로 판단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배달대행기사의 업무 실태와는 차이가 있다”며 “업계 전반에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요기요는 배달 수요가 적은 서울 북부를 개척하며 이런 방식을 일시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근로자 인정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진정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더유니온은 6일 “배민라이더스, 쿠팡잇츠 등에서도 라이더를 지휘·감독했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배달플랫폼 업계 전반으로 ‘근로자 인정 투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배달대행기사가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4대 보험 가입과 퇴직금, 주휴수당도 받을 수 있다. 플랫폼업체들은 현행 법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을 정부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반발한다. 개인사업자로 일하고 싶어 하는 배달대행기사도 많다. 기사 A 씨(37)는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가 되면 다른 플랫폼업체를 활용할 수 없고 근무시간도 고정돼 오히려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며 “음식점에 직접 고용됐다가 플랫폼업체로 넘어왔는데 대다수는 프리랜서 형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플랫폼 종사자 지위를 놓고 갈등이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갈등이 커지자 올 9월 우버 드라이버를 포함한 개인사업자 신분의 플랫폼 노동자를 피고용자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르면 플랫폼업체는 위탁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를 피고용인으로 인정하고 유급 병가, 실업보험 등을 제공해야 한다. 우버 등 플랫폼업체들은 드라이버에게 적정 임금과 건강보험을 보장하되 자영업자로 대우하겠다는 내용의 ‘앱 기반 운전자 및 서비스 보호법’을 주 정부에 제안했다.유성열 ryu@donga.com·김재형 기자}

고용노동부가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일정기간 고정급을 받은 배달대행기사를 개인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인정했다. 4차 산업혁명기에 급증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법적 지위 논란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북부치청은 5일 일부 배달대행기사가 배달 앱(애플리케이션) ‘요기요’ 측에 제기한 임금체불 및 계약변경 관련 진정을 기각처리 하는 공문을 내놓았다. 문제는 해당 공문에 “근로기준법상 고정급을 받아온 진정인을 근로자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이 문구로 인해 이번 판단은 배달 앱을 통해 일하는 개인사업자 신분의 배달대행기사가 정부로부터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첫 번째 사례가 됐다. 앞서 맛집 배달 서비스인 ‘요기요 플러스’의 운영사 플라이 앤 컴퍼니(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자회사)와 위탁 계약한 성북, 동대문 지역 배달대행기사 5명은 “지난해 말부터 요기요 측이 고정급(시급 1만1500원)을 주다가 6월부터 배달 건당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임금체계를 바꿨다”며 “이에 임금체불 및 계약위반 문제가 발생했다”고 8월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요기요 측은 “고정급은 진정서를 낸 기사들의 지역이 수요가 적어 서비스가 안착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마련해주고자 취했던 조치였다”고 맞서왔다. 요기요 측이 법적 책임은 면했지만, 배달대행업체들은 이번 사건을 놓고 “고정급을 받으면 근로자가 된다”는 인식이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등 배달대행기사는 엄연히 개인사업자로 봐야한다”며 “이번 판결이 오히려 이들의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플랫폼사가 고정급을 도입하는 것을 꺼리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원래 배달대행 기사들은 개인사업자로 건마다 수수료를 받고 일하는 방식이 많은데 진정을 제기한 기사들은 시급, 즉 임금을 받고 일했기 때문에 근로자성이 인정된 것”이라며 “근로자성 인정 여부는 개별 사건마다 달리 판단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김재형 monami@donga.com·유성열 기자}

“대한민국이 상생하는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대타협이 이뤄졌다. 앞으로 노사문제가 발전적으로 진보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올 2월 19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회의실에서 모처럼 훈훈한 광경이 연출됐다. 노사정 대표들은 이날 탄력근로제의 운용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기로 전격 합의했다. 근로시간 법제의 유연성을 넓혀 주 52시간 근로제의 부작용을 보완하고 기업의 대응 여력을 높이는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이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도 “국민께 희망이 되는 소식”이라며 “노사가 갈등만 벌이는 게 아니라 합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당장 법제화할 것 같던 탄력근로제 확대안은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야 의견 차로 올 안에 통과할지도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사회적 대타협이라며 자랑했던 탄력근로제 확대안이 표류하게 된 과정을 추적해봤다.○ 노사 한 발씩 양보한 합의 탄력근로제는 근로시간을 늘렸다 줄여서 주당 평균 근로시간만 주 52시간에 맞으면 합법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에어컨, 아이스크림 등 계절에 따라 수요가 요동치는 제조업이나 대학입시처럼 특정 시점에 업무가 폭증하는 분야는 주 52시간을 준수하기 어렵다. 이런 분야에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바쁠 때 바짝 일하고 한가할 때 푹 쉴 수 있게 된다. 문제는 현행법상 탄력근로제의 운용기간이 최장 3개월로 묶여있다는 점이다. 가령 한 달 반까지 주 52시간을 넘겨 일했다면 나머지 한 달 반은 초과한 만큼 줄여서 일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주 52시간제 시행에 맞춰 운용기간을 최장 1년으로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최장 6개월은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과로 가능성과 임금 감소를 우려해 탄력근로 확대에 강하게 반대했다. 탄력근로가 늘어나면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기간이 길어져 근로자의 건강권을 위협받을 수 있고 초과근로수당도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사노위는 양측의 요구를 절묘하게 절충했다. 일단 운용기간은 6개월로 넓혀 일이 많은 3개월은 주 64시간, 일이 적은 3개월은 주 40시간만 일하도록 허용했다. 다만 근무일 사이에 11시간 휴식을 의무화하는 과로방지 장치를 넣기로 했다. 예를 들어 탄력근로 기간 오후 11시에 퇴근했다면 이튿날에는 오전 10시 이후 출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탄력근로를 도입하려는 사용자는 임금 보전 방안을 마련해 고용부 장관에게 신고하게 했다. 신고하지 않은 사업주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탄력근로 확대에 대한 노사정 합의는 이처럼 노사 양측이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한 발씩 양보한 결과였다. 합의대로 국회가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 주 52시간제의 부작용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모았다.○ 8개월간 효력 못 낸 합의 노사정 합의는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경사노위법상 합의문이 효력을 가지려면 본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경사노위는 3월 7일 본위원회를 열고 합의문을 의결하기로 했다. 이 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근로자위원인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과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본위원회 하루 전인 6일 불참을 통보했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인 자신들이 탄력근로 확대 논의에서 배제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본위원회는 무산됐고 노사정 합의문도 의결되지 못했다. 경사노위법상 의결정족수를 채우려면 노사정 각 위원의 과반수가 출석해야 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근로자위원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등 4명뿐이었는데 이 중 3명이 빠지면 안건 의결이 불가능하다. 근로자위원 3명이 본위원회에 불참하는 ‘전략’을 통해 합의문의 의결 자체를 봉쇄해버린 셈이다. 문 위원장의 간곡한 설득에도 이들은 불참을 고수했다. 노동계에서는 근로자위원 3인의 불참 결정에 민노총과의 교감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민노총은 경사노위가 근로자위원을 위촉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이 때문에 탄력근로 확대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민노총이 장외에서 판을 깨버렸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주영 위원장은 “소외계층 대표들을 겁박하고 회유해 사회적 대화를 무산시킨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태”라며 민노총을 비난했다.○ 국회 탄력근로 확대 논의도 공전 노사정 합의가 효력을 내지 못하자 국회 논의도 공전을 거듭했다. 야당은 노사정 합의가 효력이 없는 만큼 경영계 상황을 최대한 고려해 탄력근로제 운용기간을 최장 1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경사노위에서 합의한 대로 처리하자고 맞섰다. 여야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시간만 흐르자 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대안을 냈다. 탄력근로제 운용기간은 여당의 주장(6개월)을 수용하는 대신 현행 1개월인 선택근로제의 정산기간을 3∼6개월로 확대하는 이른바 ‘패키지 딜’을 제안했다. 선택근로제도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늘렸다 줄여서 주 52시간에 맞추는 제도로 탄력근로제와 비슷하다. 다만 사전에 일할 시간을 정하는 탄력근로제와는 달리 선택근로제는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일하고 사후에 근로시간을 정산한다. 근로자가 재량껏 일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는 연구개발(R&D)이나 정보기술(IT) 분야 등은 탄력근로제보다 선택근로제가 주 52시간을 준수하는 데 유리하다. 경영계는 선택근로제도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는데 선택근로제까지 확대되면 과로가 일상화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여당 역시 “탄력근로제 확대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야당의 제안을 거절했다. 야당은 50∼299인 기업의 주 52시간제 시행(내년 1월 1일) 자체를 연기하거나 1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함께 펼치고 있다. 여야 모두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국회 논의는 8개월째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투 트랙 접근해야 실효성 확보” 경사노위가 식물 상태에 놓이자 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합의문 의결을 반대한 근로자위원 3명을 포함한 위원 11명을 해촉하고 새 위원들을 위촉했다. 문 대통령은 문 위원장을 유임시켜 2기 사회적 대화도 맡겼다. 경사노위는 11일 본위원회를 열고 탄력근로제 합의문을 의결했다. 노사정 합의 8개월 만에 합의문이 효력을 갖게 된 셈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여야의 이견을 좁힐 복안이 지금으로선 마땅하지 않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의 시행연기론에 대해 “근본적 처방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정부는 국회 논의가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계도기간 부여와 시행규칙상 특별연장근로 확대 등 법 개정 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 조치의 폭은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 조사 결과 50∼299인 기업 10곳 중 4곳 정도는 아직 주 52시간제를 준비하지 못한 터라 국회 입법이든 정부 행정조치든 보완책은 꼭 필요하다. 노동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투 트랙 방식’으로 접근해야 주 52시간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의 방향은 타당하지만 개별 업무의 속성이나 기업 상황을 감안할 수 없는 ‘규제의 획일성’이 문제”라며 “정부가 근로자 건강권을 법으로 보호하되 일본이나 독일처럼 노사의 자율적 합의와 판단 여지를 열어줘야 현장의 수용력과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어 “국회가 탄력근로제를 정치적 사안이 아닌 민생 문제로 보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며 “국회 입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정부가 시행규칙 개편으로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ryu@donga.com}
“대한민국이 서로 상생하는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대타협이 이뤄졌다. 앞으로 노사문제가 발전적으로 진보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올 2월 19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모처럼 훈훈한 광경이 연출됐다. 노사정 대표들은 이날 탄력근로제의 운용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기로 전격 합의했다. 근로시간 법제의 유연성을 넓혀 주 52시간 근로제의 부작용을 보완하고 기업의 대응여력을 높이는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이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도 “국민께 희망이 되는 소식”이라며 “노사가 갈등만 벌이는 게 아니라 합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당장 법제화할 것 같던 탄력근로제 확대안은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야 의견 차로 올 안에 통과할지도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사회적 대타협이라며 자랑했던 탄력근로제 확대안이 표류하게 된 과정을 추적해봤다.● 노사 한 발씩 양보한 합의 탄력근로제는 근로시간을 늘렸다 줄여서 주당 평균근로시간만 주 52시간에 맞으면 합법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에어컨, 아이스크림 등 계절에 따라 수요가 요동치는 제조업이나 대학입시처럼 특정 시점에 업무가 폭증하는 분야는 주 52시간을 준수하기 어렵다. 이런 분야에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바쁠 때 바짝 일하고 한가할 때 푹 쉴 수 있게 된다. 문제는 현행법상 탄력근로제의 운용기간이 최장 3개월로 묶여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한 달 반까지만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주 52시간제 시행에 맞춰 운용기간을 최장 1년으로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최장 6개월은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과로 가능성과 임금 감소를 우려해 탄력근로 확대에 강하게 반대했다. 탄력근로가 늘어나면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기간이 길어져 근로자의 건강권을 위협받을 수 있고 초과근로수당도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사노위는 양측의 요구를 절묘하게 절충했다. 일단 운용기간은 6개월로 넓혀 일이 많은 3개월은 주 64시간, 일이 적은 3개월은 주 40시간만 일하도록 허용했다. 다만 근무일 사이에 11시간 휴식을 의무화하는 과로방지 장치를 넣기로 했다. 예를 들어 탄력근로 기간 오후 11시에 퇴근했다면 이튿날에는 오전 10시 이후 출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탄력근로를 도입하려는 사용자는 임금 보전 방안을 마련해 고용부 장관에게 신고하게 했다. 신고하지 않은 사업주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탄력근로 확대에 대한 노사정 합의는 이처럼 노사 양측이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한 발씩 양보한 결과였다. 합의대로 국회가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 주 52시간제의 부작용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모았다.● 8개월간 효력 못 낸 합의 노사정 합의는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경사노위법상 합의문이 효력을 가지려면 본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경사노위는 3월 7일 본위원회를 열고 합의문을 의결하기로 했다. 이 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근로자위원인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과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본위원회 하루 전인 6일 불참을 통보했다.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인 자신들이 탄력근로 확대 논의에서 배제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본위원회는 무산됐고 노사정 합의문도 의결되지 못했다. 경사노위법상 의결정족수를 채우려면 노사정 각 위원의 과반수가 출석해야 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근로자위원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 등 4명뿐이었는데 이 중 3명이 빠지면 안건 의결이 불가능하다. 근로자위원 3명이 본위원회에 불참하는 ‘전략’을 통해 합의문의 의결 자체를 봉쇄해버린 셈이다. 문 위원장의 간곡한 설득에도 이들은 불참을 고수했다. 노동계에서는 근로자위원 3인의 불참 결정에 민노총과의 교감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민노총은 경사노위가 근로자위원을 위촉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이 때문에 탄력근로 확대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민노총이 장외에서 판을 깨버렸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 위원장은 “소외계층 대표들을 겁박하고 회유해 사회적 대화를 무산시킨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태”라며 민노총을 비난했다.● 국회 탄력근로 확대 논의도 공전 노사정 합의가 효력을 내지 못하자 국회 논의도 공전을 거듭했다. 야당은 노사정 합의가 효력이 없는 만큼 경영계 상황을 최대한 고려해 탄력근로제 운용기간을 최장 1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경사노위에서 합의한 대로 처리하자고 맞섰다. 여야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시간만 흐르자 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대안을 냈다. 탄력근로제 운용기간은 여당의 주장(6개월)을 수용하는 대신 현행 1개월인 선택근로제의 정산기간을 3~6개월로 확대하는 이른바 ‘패키지 딜’을 제안했다. 선택근로제도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늘렸다 줄여서 주 52시간에 맞추는 제도로 탄력근로제와 비슷하다. 다만 사전에 일할 시간을 정하는 탄력근로제와는 달리 선택근로제는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일하고 사후에 근로시간을 정산한다. 근로자가 재량껏 일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는 연구개발(R&D)이나 정보기술(IT) 분야 등은 탄력근로제보다 선택근로제가 주 52시간을 준수하는 데 유리하다. 경영계는 선택근로제도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는데 선택근로제까지 확대되면 과로가 일상화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여당 역시 “탄력근로제 확대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야당의 제안을 거절했다. 야당은 50~299인 기업의 주 52시간제 시행(내년 1월 1일) 자체를 연기하거나 1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함께 펼치고 있다. 여야 모두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국회 논의는 8개월째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투 트랙 접근해야 실효성 확보” 경사노위가 식물상태에 놓이자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합의문 의결을 반대한 근로자위원 3명을 포함한 위원 11명을 해촉하고 새 위원들을 위촉했다. 문 대통령은 문 위원장을 유임시켜 2기 사회적 대화도 맡겼다. 경사노위는 11일 본위원회를 열고 탄력근로제 합의문을 의결했다. 노사정 합의 8개월 만에 합의문이 효력을 갖게 된 셈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여야의 이견을 좁힐 복안이 지금으로선 마땅하지 않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의 시행연기론이나 특별연장근로 확대에 대해 “근본적 처방이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정부는 국회 논의가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계도기간 부여와 시행규칙상 특별연장근로 확대 등 법 개정 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 조치의 폭은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 조사 결과 50~299인 기업 10곳 중 4곳 정도는 아직 주 52시간제를 준비하지 못한 터라 국회 입법이든 정부 행정조치든 보완책은 꼭 필요하다. 노동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투 트랙 방식’으로 접근해야 주 52시간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의 방향은 타당하지만 개별 업무의 속성이나 기업 상황을 감안할 수 없는 ‘규제의 획일성’이 문제”라며 “정부가 근로자 건강권을 법으로 보호하되 일본이나 독일처럼 노사의 자율적 합의와 판단 여지를 열어줘야 현장의 수용력과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어 “국회가 탄력근로제를 정치적 사안이 아닌 민생문제로 보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며 “국회 입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정부가 시행규칙 개편으로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인천 동구의 한 병원에서 병동 지원 업무를 맡는 변나래 씨(24·지적장애)는 일하는 재미로 하루를 보낸다. 환자 침구를 정리하고 검체(檢體)를 진단실로 옮기는 일이 적성에 맞는 것이다. 활짝 웃는 얼굴의 변 씨는 올 3월 정규직으로 병원에 취업했다. 하지만 그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변 씨는 정반대의 처지였다. 구인사이트에 올라온 사업체에서 근무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비장애인 중심의 근무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웠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을 때도 있었다. 차근차근 업무를 배우며 일하고 싶었던 그는 지인의 소개로 인천시 중구 장애인종합복지관(이하 복지관)을 찾아 ‘현장중심 직업훈련(First Job)(이하 퍼스트잡)’에 참여하게 됐다. 변 씨는 퍼스트잡을 통해 현재 일하는 병원이 파견한 훈련지원인의 도움을 받은 뒤 3개월간 현장훈련하고 정식 채용됐다. 퍼스트잡은 미취업 중증장애인이 사업체 현장에서 직무 훈련에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직업재활프로그램이다.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추진하고 지역사회의 수행기관에서 제공한다. 현장 직무 훈련뿐만 아니라 대인관계 훈련도 병행한다. 3개월에서 6개월간 훈련한 뒤에는 사업체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퍼스트잡은 중증장애인의 직업상담부터 현장 훈련, 취업 후 적응까지 직업재활의 전 과정을 원 스톱으로 진행한다. 지역사회의 사업체와 복지관이 연계해 지역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6년 8월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퍼스트잡은 지난해 훈련생 360명 중 125명이 채용되는 성과를 거뒀다. 운영방법이 다양해 장애학생 대상 ‘현장중심 맞춤형 일자리사업’, 스타벅스와 연계한 ‘현장중심 직업훈련’도 있다. 올해 중증장애인 취업률 40%를 목표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관계자는 “기존 중증장애인 직업재활프로그램은 현장이 아닌 장애인서비스 기관이나 시설에서 진행돼 취업으로 이어지기 어려웠고 취업이 되더라도 현장에서 적응하기가 어려웠다”며 “퍼스트잡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며 장애인 직업재활의 새로운 모형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한국고용정보원(원장 이재흥)의 워크넷은 채용부터 진로 및 직업 정보, 각종 정책까지 일자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취업정보사이트다. 워크넷은 지난해 12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더 워크 고용정보’ 서비스를 개시했다. 더 워크는 사용자가 로그인만 하면 채용부터 정책, 기업, 훈련, 자격, 심리검사 등을 추천해준다. 또 사용자의 이력서, 유사 사용자의 지원 현황, 정책 수혜 이력, 수강한 훈련, 보유 자격증 등을 바탕으로 족집게 고용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마케터를 지원하는 구직자가 경력 및 자격사항 등이 든 이력서를 등록하면 진행 중인 마케팅 직무 채용공고부터 관련 정책, 유용한 직업훈련, 연관성 높은 자격, 받을 수 있는 심리검사 등을 추천한다. 반응은 뜨겁다. 더 워크를 활용해 취업에 성공한 대전의 특성화고 졸업생 A 씨(19·여)는 “우리 나이로 갓 스무 살이어서 경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더 워크에서 지원할 만한 일자리를 많이 추천받아 희망하던 세무회계직무 일자리를 얻었다”고 말했다. 경남에 사는 경력단절여성 B 씨(36)는 “일본어 관련 경력과 자격을 입력하니 맞춤형 정보가 나와서 좋았다”고 말했다. B 씨는 무역회사에 취직했다. 중장년 재취업자에게도 더 워크는 호응이 높다. 서울의 한 빌딩 관리소장 C 씨(64)는 “추천해준 구인 공고가 내 관심 분야, 경력, 자격 등과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다음 달부터는 기업 인사담당자가 쉽고 빠르게 채용공고를 올릴 수 있도록 표준직무기술서 추천 서비스도 제공한다. 모집하는 직무에 요구되는 자격이나 업무 내용을 자동으로 제시해준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