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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대학생들이 호국 영령들의 애국정신을 배우기 위해 6·25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에 동참했다. 북한인권청년단체 나우(NAUH) 소속 탈북 대학생들은 18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강원 백석산과 수리봉 일대에서 유해 발굴에 돌입했다. 이곳은 6·25전쟁 당시 ‘백석산 지구 전투’와 ‘피의 능선 전투’가 벌어졌던 격전지다. 이 지역에서 지난해 유해 90구, 유품 약 9900점이 발견됐다. 이번 행사에는 탈북 대학생 23명과 이화여대 1기 학군사관후보생(ROTC) 등 남북 대학생 45명이 함께했다. 특히 국군포로의 가족인 탈북 대학생도 일행에 포함됐다. 지성호 나우 대표는 “호국 영령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전쟁의 비극과 평화의 소중함에 대해 배워 보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며 “탈북 대학생들은 오늘날의 풍요한 민주주의가 고귀한 피로 지켜진 것임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나우는 올해 탈북민 해병대 캠프 체험 등 탈북 청년들이 대한민국의 가치를 공유한 통일의 역군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한편 유해발굴사업은 2000년 6·25전쟁 50주년을 맞아 한시적 사업으로 시작됐으며, 2007년 국방부 직할 기관으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창설돼 지금까지 국군 전사자 유해 9500여 구를 발굴했다. 이 가운데 121구의 신원을 확인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15일 “새 총리는 의전 또는 방탄총리가 아니라 강한 책임의식을 갖고 업무에 임하는 총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후보자 신분이라) 지금은 법적으로 국무위원 제청권을 갖고 있지 않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일정한 협의를 하겠다고 하신다면 응하겠다”고 말했다. 국회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24, 25일 실시하기로 했다. 인사청문특위는 더불어민주당 5명, 자유한국당 5명, 국민의당 2명, 바른정당 1명으로 구성되고, 위원장은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맡는다. 총리 임명동의안은 29일 또는 31일 본회의에서 표결한다. 총리실 핵심 관계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입장 등 현안에 대한 답변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정부는 이날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서 후보자는 본인 및 배우자, 자녀 명의로 총 35억381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병역은 1975년 6월에 입대해 이듬해 1월 ‘가사 사정’을 이유로 일병으로 전역했다. 국정원은 “서 후보자에게 형이 한 명 있으나 신체에 장애가 있어서 서 후보자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주성하 기자}
북한 매체들이 11일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사실을 일제히 자세하게 보도했다. 문 대통령의 당선에 따른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이날 오후 ‘남조선에서 제19대 대통령선거 진행’이라는 제목하에 “남조선에서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진행됐고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재인이 41%의 득표율로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등 4개 문장으로 보도했다. 2012년 당시 북한 매체들이 “남조선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새누리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은 채 1개 문장으로만 보도한 것과 대비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첫 통화에서 일본군 위안부 합의 재협상 문제를 놓고 향후 양국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것임을 예고했다. 한일 관계에 위안부 문제가 최우선 해결 과제로 부각된다면 양국 관계는 다시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국민 정서’를 전면에 내세우며 결과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 한일관계와 관련해 ‘역사 문제의 진정한 반성과 실용적 우호 협력의 동시 추진’을 내걸었다. 특히 ‘12·28 위안부 합의 재협상 등을 통해 피해자들이 인정하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 도출’을 세부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2015년 12월 28일에 체결된 위안부 합의문에 “이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고 명시된 만큼 일본은 재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여당인 자민당과 일본 언론은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위안부 재협상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아베 총리도 이날 통화에서 “(위안부 합의를) 책임을 갖고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으로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그(과거사 문제)와 별개로 북핵 대응 등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노력을 병행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위안부 합의를 놓고 양국의 감정싸움이 고조된다면 지난해 11월 체결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등 한일 간의 다른 협력 관계도 연쇄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이 의장국을 맡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가능한 한 조기에 개최해 문 대통령을 일본에서 맞이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일본 방문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성사되면 위안부 합의 재협상 문제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다음날인 11일 북한 매체들이 문 대통령의 당선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문 대통령의 당선에 따른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이날 오후 ‘남조선에서 제19대 대통령선거 진행’이라는 제목 하에 “남조선에서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진행됐고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재인이 41%의 득표율로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전했다. 이들 매체는 “이번 선거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에 치러졌다”며 “선거에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재인, 국민의당 후보 안철수, 자유한국당 후보 홍준표, 바른정당 후보 유승민, 정의당 후보 심상정 등 13명의 후보들이 출마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북한 매체의 보도는 4개 문장으로 이뤄졌다. 2012년 당시에는 “남조선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새누리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은 채 1개 문장으로만 보도한 것과 대비된다. 앞서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10일 “남조선에서 진행된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재인이 당선되었다”며 “이로써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진 9년간의 보수정권에 종지부가 찍히었다”고 보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신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서훈 전 국정원 3차장을 지명하면서 대대적인 국정원 개혁을 예고했다. 10일 서 후보자는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일문일답에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근절하는 건 어제오늘의 숙제가 아니다”며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을 반드시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해외안보정보원 개편 등 국정원 개혁 속도 낼 듯 문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폐지하고 대북한 및 해외, 안보 및 테러를 담당하도록 해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고, 대공 수사권은 경찰 산하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이관하겠다고 공약했다. 2012년 대선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피해를 본 문 대통령이 국정원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서 후보자가 이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서 후보자에 대해 “국정원에 대한 애정이 크고 이론과 실무를 두루 경험한 만큼 합리적인 개혁을 할 것”이란 평가를 하면서도 국정원 조직의 대폭 축소, 인사 물갈이 등 칼바람이 불 것이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서 후보자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정치로부터 떼어놓을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서 후보자가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키맨’을 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 후보자는 2000년 6월, 2007년 10월 이뤄진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기획하고 실무 협상을 주도한 ‘대북통’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28년간 근무했던 국정원을 떠났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정원 수장으로 복귀하게 됐다. 이날 문 대통령은 서 후보자에 대해 “외교라인과 호흡을 맞춰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 후보자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 여부와 관련해 “남북 정상회담 이야기를 꺼내는 건 시기상조”라면서도 “북핵 문제를 해결할 물꼬를 틀 수 있고, 최소한 한반도에 군사적인 긴장을 매우 낮출 수 있는 등 조건이 성숙하면 평양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두 번의 대선 함께 치러 서 후보자는 2000년 6·15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특사 역할을 한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을 수행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측과 수차례 협상을 벌이는 등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간 비밀 접촉의 핵심 멤버였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만난 사람으로 꼽힐 정도로, 서 후보자는 햇볕정책 시기에 공식·비공식 대북 접촉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정원 3차장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을 역임하면서 2007년 10·4 남북 정상회담 사전 협상을 주도했다.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으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었던 문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 일했다.○ 외교안보라인 누가 거론되나 2012년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였던 문 대통령의 선대위 ‘미래캠프’ 산하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이번 대선에서는 선대위 국방안보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했다. 문 대통령이 외교안보라인과의 호흡을 강조한 만큼 외교부·국방부 장관,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등 후속 인사도 주목된다. 외교부 장관으로는 정의용 선대위 국민아그레망단장, 김기정 연세대 교수 등이 거론된다. 외교안보수석 후보로는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 박선원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 등이 거론된다. 국방부 장관으로는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백군기 전 3군사령관(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 등이 물망에 올랐다. 캠프에 합류하지 않은 인사 중에선 정승조 전 합참의장도 거론된다. △서울(63) △서울대 교육학과,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석사, 동국대 북한학 박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 국정원 대북전략실장, 국정원 3차장 △현 이화여대 북한학과 초빙교수우경임 woohaha@donga.com·주성하·손효주 기자}

이제 나의 중요 관심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언제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겨 올지다. 통일부 출입기자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일하는 처지에서 청와대가 이곳으로 옮겨 오면 당장 매일 출근길 검문검색부터 까다로워질 게 뻔하다. 대통령 교체로 내 삶에 변화가 있음을 직접 피부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청와대 이전은 오래전부터 대통령 후보의 단골 공약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광화문 정부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지만 끝내 옮기지는 못했다. 2002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은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를 만들어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모두 없던 일이 됐다. 경호와 교통체증, 민원인 불편, 예산 등 여러 이유에서였다. 경호나 교통체증 등의 문제에 더해 정부청사가 안보 측면에서도 약점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처음 정부청사에 와서 22층 옥상에 올라가 주변을 둘러볼 때 “북한 포탄 날아오기 딱 좋은 위치”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북한이 장사정포와 방사포 사거리를 기를 쓰고 60km로 늘린 것은 서울을 타격하기 위해서다. 개성 송악산 뒤에 숨은 북한 장사정포 부대가 서울을 향해 최대 사거리로 쏘면 대략 광화문까지 포탄이 도달한다. 정부청사는 중요도를 따지면 당연히 북한의 1차 집중 타격 대상에 포함된다. 더 문제는 정부청사가 하필이면 북한산과 북악산을 넘어온 북한 포탄의 예상 낙하지점의 맨 앞에 있는 고층 빌딩이라는 점이다. 따로 목표를 정하지 않고 서울 도심을 향해 포를 마구 쏘더라도 포탄을 맞을 가능성이 가장 큰 지점이란 뜻이다. 포탄은 요격도 할 수 없다. 나아가 포탄뿐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과 폭탄 공격에도 아주 취약하다. 반면 현 청와대는 북악산이 방패처럼 막고 있어 북한의 포·미사일 공격에 안전하다. 이 때문에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청사에 둔다는 것은 북한의 포문 앞에 대한민국의 운명을 내맡기는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혹시라도 북한이 어느 순간 이성을 잃고 서울을 공격하게 된다면 자칫 청와대 벙커(위기관리센터)에 들어가 비상대책회의를 열 틈조차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에 전쟁이 일어날 일이 없다고 확신할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믿고 있다. 그래서 정부청사 내에서도 북쪽 벽에 붙은 자리에 앉아 일을 하고 있지만 북한의 첫 타격에 당할 수 있다는 우려는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통령 집무실은 정말 만에 하나 일어날 만한 상황에도 충분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에선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도 100% 장담할 수는 없다. 한 번 옮겨 온 대통령 집무실은 문 대통령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정부에서도 계속 써야 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광화문 정부청사로 집무실 이전 공약을 내걸며 “365일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 취지엔 충분히 공감하고, 광화문으로 집무실을 옮기면 그 나름의 장점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광화문에서 14년 일한 경험에 비춰 볼 때 광장 옆에 살면 오히려 귀를 더 닫게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광화문광장에서 다양한 집회가 수시로 열리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지 들리지도 않고 귀만 어지러울 때가 잦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 매일 소음에 익숙해지다 보니 밖에서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귀를 꽉 닫고 내 일에 집중하는 습관이 저도 모르게 생겨났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려는 곳이 정부청사 본관일지, 그 옆 별관일진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청사에서 길 건너 빤히 내려다보이는 경복궁 안의 고궁박물관도 이전 후보지로 거론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경호를 하기에는 최악의 장소로 보인다. 정부청사 별관에 상주한 외교부 직원들은 대통령이 그곳으로 오면 건물을 통째로 빼서 이사 가야 한다는 소문에 벌써부터 뒤숭숭하다. 집무실이 본관으로 온다면 2개 층을 사용하고 있어서 방을 빼 봐야 집무실 만들 자리도 나지 않는 통일부보다는 정부청사의 반을 사용하는 행정자치부가 옮겨 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행자부는 종종 타 부서 공무원들의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부 부처 지방 이전 때 ‘칼자루를’ 잡고 다른 부처는 다 지방에 내려보내면서, 정작 굳이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는 자기들만 남았다는 것이다. 누가 방을 빼야 하든, 일단 광화문을 벗어날 공무원들은 지긋지긋한 소음과 출입 불편에서 해방됐음을 그나마 작은 위안으로 삼아야 할 듯하다. 북한의 제1순위 공격 목표에서 벗어난 것은 덤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최근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이 북-중 교역의 상징인 압록강철교(조중우의교)마저 잠정 폐쇄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9일 보도했다. 중국의 대북 압박 정책의 하나로 보인다. 방송은 중국의 한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압록강철교 폐쇄가 이르면 이달 중에도 진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폐쇄의 명분은 낡은 철교가 위험해 새로 보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丹東)을 잇는 압록강철교는 북-중 간 무역거래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다리다. 하지만 1943년 건설된 탓에 노후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철교에서 교통사고도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을 상대로 제재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은 최근 북한으로 들어가는 화물 검사도 기존 선택검사에서 전수검사 방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통관 절차에 걸리는 시간도 훨씬 길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단둥의 한 대북 소식통은 “(중국의 조치로) 중국의 북한 무역 주재원들과 단둥을 드나드는 북한 무역일꾼들이 감소하고 있다”고 RFA에 밝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관영매체가 “핵 무력 완성을 위한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고 주장해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9일 김정은의 노동당 위원장 추대 1주년을 맞아 그의 업적을 치켜세우는 9000자가 넘는 장문의 기사에서 “김정은 동지의 탁월한 선군 영도 밑에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우리 공화국의 군사적 위력은 백방으로 강화됐다”며 “핵 무력 완성을 위한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고 자평했다. 또 “핵탄두 폭발시험 대성공으로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보다 타격력이 높은 각종 핵탄두를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서는 “우리 식의 새로운 전략무기 체계인 지상대지상 중장거리전략탄도탄 ‘북극성-2형(KN-15)’을 불과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완성했다”며 “우리의 로케트(로켓) 공업은 액체 로케트 발동기로부터 대출력 고체 로케트 발동기에로 확고히 전환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겨냥해서는 “미제가 극악무도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 공갈을 철회하지 않는 한 우리의 핵 무력 고도화는 최고 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다발적, 연발적으로 진행돼 최후의 승전 포성을 반드시 울리게 될 것”이라고 협박을 이어갔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미주국장과 미국 민간 전문가들이 유럽에서 만나 핵과 미사일을 둘러싼 의견을 교환하는 등 최근 북-미 간에 핵·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접촉 움직임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탄두를 마음먹은 대로 생산할 수 있는 최종 관문을 통과했으며 로켓 연료의 고체화를 완성했다’고 주장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향후 주민을 상대로 “앞으로 더 이상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가 완성됐다’고 선언함으로써 추가 핵실험을 중단할 명분을 얻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정책에 따라 핵실험이 계속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도 함께 던져 미국 정부가 유화적인 방향으로 대북 정책을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7일 평양과학기술대에서 일하던 미국 국적자를 억류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공화국 해당 기관에서는 평양과기대 운영 관계자로 사업하던 미국 공민 김학송을 반공화국 적대 행위를 감행한 혐의로 공화국 법에 따라 6일 억류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현재 해당 기관에서 김학송의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포된 김 씨는 선교사 출신으로 평양과기대에 적을 두고 있으며 아내와 함께 북한에 유기질발효비료공장 설립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년 전 한 해외 교회에 “북조선은 땅이 살아야 식량 문제도 해결된다. 평양과기대 실험농장을 자연농업의 모델로 발전시키는 데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헌신하겠다”는 편지를 보낸 바 있다. 앞서 북한은 평양과기대에서 한 달간 초빙 교수로 강의를 마치고 출국하려던 한국계 미국인 김상덕 전 연변과기대 교수를 지난달 22일 억류했다.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 국적자는 김학송 김상덕 씨 외에도 한국계인 김동철 목사, 대학생 오토 웜비어 등 모두 4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미국 국적자를 잇달아 억류하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으로 벼랑 끝에 몰리자 이들을 인질로 삼아 향후 대미 협상의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인질외교를 시작할 경우 첫 희생양이 평양과기대에서 종사하는 미국계 한국인들이 될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북한은 미국과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자국민 보호를 중시하는 미국을 상대로 인질을 이용한 전례가 있다. 북한은 최근 김정남 피살 사건 처리를 두고 북한에 체류 중이던 말레이시아인들을 인질로 삼아 김정남 시신 및 암살 용의자들과 맞교환하기도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주한미군이 창설하는 대북 ‘휴민트(HUMINT·인적 정보)’ 전담 부대는 새로운 차원의 대북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원이 ‘북한정보증진법’을 통해 미 정부 내 북한 불법 활동 정보 수집을 위한 새 통합조직을 만들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에 대해 경제·외교적으로 ‘최고의 압박’을 하면서 촘촘한 정보 수집을 통해 대북 압박의 근거를 확보하고 북한이 빠져나갈 구멍을 모두 메우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北, 통신·영상 정보 교란 집중 그동안 주한미군은 정찰위성 및 U-2 고공정찰기 등 정찰기를 통해 수집한 영상정보(IMINT·이민트)나 북한군 통신을 감청한 통신(COMINT·코민트)·신호정보(SIGINT·시긴트) 등을 중심으로 북한의 도발 징후와 내부 동향을 파악해 왔다. 주한미군에선 미 8군 501 정보여단 예하 532 정보대대가 휴민트 관련 업무를 일부 하고 있지만 한미 정보당국에서 휴민트를 제공받아 분석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내 발사대를 은폐시설로 가리거나 거짓정보를 흘리는 등 각종 교란 작전을 펼치면서 안정적인 대북 정보 수집에 어려움이 있었다. 한미가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징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도 2015년 말 북한이 신호·통신체계를 전면 교체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종환 전 합참의장은 7일 “영상·통신·인간 정보 중 정보원에 대한 신뢰성만 확보된다면 가장 정확한 것이 인간정보”라며 “미측도 이 때문에 한미 간 휴민트 공유에 공을 많이 들인다”고 전했다. 우리 정보 당국의 휴민트 활동과의 연관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美, 대북 정보 ‘3대 축’ 완성 주한미군이 직접 휴민트 수집 활동에 나서게 되면 ‘영상, 통신·신호, 인적’ 정보로 구성되는 대북 정보의 ‘3대 축’을 미군이 모두 확보하게 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무기 관련 정보 등 북핵·미사일 정보의 정확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예비역 중장)은 “휴민트 전담 실무 조직을 주한미군에 만들어놓고 임무를 숙달해놔야 대량 탈북 등 북한 급변사태나 한반도 전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민트 수집·분석 임무는 국내외 탈북자와 북한 전문가들을 접촉해 북한 관련 정보를 축적하는 공개 활동, 북한에 조선족 등을 잠입시키거나 북한 정권 내부 협조자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비공개 활동으로 나뉜다. 새로 창설되는 524 정보대대가 수행할 임무에 비공개 활동이 포함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미 8군 예하에 휴민트 담당 실무 부대가 있고, 이로 인해 대북 정보의 공백이 점차 줄어든다는 것 자체가 북한에는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보다 정확한 대북 정보를 기반으로 한층 정밀한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게 되는 만큼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휴민트 전담 부대 창설 소식을 미 8군이 발간하는 ‘ROK Steady’를 통해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도 북한에 대한 공개적인 경고로 풀이된다.○ 정보력 동원 초강력 압박 휴민트 강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군사력에 이어 정보력으로도 중국과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적 차원으로도 볼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고려해 휴민트에 신중했다. 하지만 경제·통상을 내세워 중국의 북한문제 해결을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민감한 압박 수단 하나를 더 들고나온 셈이다. 미 하원이 4일(현지 시간)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을 처음으로 포함시킨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을 처리하며 초강력 대북 제재의 칼을 빼들기에 앞서 지난달 북한정보증진법을 발의한 것도 전략적 압박의 하나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 정부는 북한의 불법 활동을 증명할 정보 수집에 정부 내 정보역량을 총동원할 수 있게 된다”며 “이를 기반으로 한 대북 제재는 더 촘촘해지는 만큼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hjson@donga.com·주성하 기자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미국 하원이 4일(현지 시간) 북한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내용의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H.R.1644)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하원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을 찬성 419명, 반대 1명으로 처리했다. 상원도 조만간 이 법안을 표결할 예정이어서 빠르면 이달 내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정식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하원이 지난해 대북제재법을 통과시킨 지 1년여 만에 역대 최강의 대북 제재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북핵 위협에 초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법안은 그동안 국제사회가 요구했지만 중국 등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들어가지 못한 조치를 대부분 포함시켰다. 우선 북한에 원유 및 석유제품의 판매와 이전을 금지했다. 인도적 목적의 중유는 금지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재원 차단을 넘어 경제 기반을 뒤흔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제정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2270호는 항공유 수출만 금지했다. 또 북한의 해외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미국 관할권 내 자산 거래를 금지했다. 북한 노동자들이 평양으로 보내는 달러가 핵·미사일 개발의 주요 재원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외국 은행들이 북한 금융기관의 대리 계좌를 유지할 수 없도록 했다. 최근 북한 은행들이 글로벌 달러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됐지만 중국 위안화, 러시아 루블화 등으로 차명 계좌를 만들어 음성적으로 외국 은행과 거래하자 모든 금융 채널을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통과된 현행 대북제재법은 제재 대상을 ‘개인’ ‘기관’ 등으로 애매하게 규정했으나, 이번에는 ‘외국(foreign)’으로 명시해 제재의 실질적 대상이 북한 대외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임을 확실히 했다.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고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금융 거래를 허용한다는 이유로 중국 기업과 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시행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 법이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중국이 북한 붕괴를 가져올 원유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데, 미국이 중국 국영기업 등을 제재하면 이는 미중 간의 경제적 전면전을 의미한다. 북한 당국이 해외 노동자 송출로 연간 벌어들이는 금액은 3억 달러 미만이다. 중국 및 러시아와의 외교적 마찰을 감수하고 제재에 나서기에는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상황이다. 중국은 미 하원의 대북 제재 법안 통과에 대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어떤 국가든 자국의 법을 근거로 다른 국가를 단독으로 제재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4일 워싱턴에서 미-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 회의를 하고 북한에 대한 경제, 외교적 관계 축소를 공식적으로 촉구했다. 미 국방부는 이란-북한 간 군사적 커넥션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폭스뉴스가 이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이란이 2일 요노급 소형 잠수함에서 처음으로 순항 미사일 발사를 시도한 것을 계기로 이란-북한 간 커넥션이 긴밀해지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주성하 기자}

북한 국가보위성이 5일 한미 정보기관이 김정은에 대한 생화학 테러를 시도한 사건을 적발했다고 주장하며 “미제와 괴뢰도당의 정보 모략기구들을 소탕하기 위한 정의의 반테러 타격전을 벌이겠다”고 위협했다. 보위성은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과 괴뢰 국정원이 우리의 최고 수뇌부를 상대로 생화학물질에 의한 국가테러를 감행할 목적 밑에 암암리에 치밀하게 준비하여 우리 내부에 침투시켰던 극악무도한 테러 범죄 일당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북측은 CIA와 공모한 국가정보원이 2014년 6월 당시 러시아 하바롭스크에 주재하던 북한 임업 노동자 김모 씨를 매수해 ‘테러범’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기술적 지원을 받아 김정은에게 접근하지 않고도 6개월이나 1년 뒤에 치명적 결과가 나타날 방사성물질이나 나노 형태의 독성물질을 살포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정원이 모두 12만 달러의 자금과 위성 송수신 장비를 김 씨에게 넘겨줬다고 북측은 주장했다. 또 북측은 국정원이 지난해 11월 4일과 올해 4월 13, 17, 20일에 김 씨에게 “김정은 테러에 사용할 생화학물질과 장비의 유형을 확정하고 CIA에 의뢰했다”며 “국정원이 김 씨에게 준 살인지령은 무려 80여 차례에 달한다”고 비판했다. 보위성은 이 사건에 관련됐다는 국정원 직원과 협조자의 실명을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의 성명은 4일 미 하원의 대북제재 법안 통과 등 국제사회의 압박에 맞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조만간 ‘테러범’이라는 김 씨를 내세워 기자회견을 하며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주장에 대해 국정원 측은 “아는 바 없는 내용”이라고 일축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지난달 중순부터 북한 내륙 지역에서 한국과 직접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중국이 휴대전화 전파가 북한에 들어가지 않도록 막아주던 ‘전파 장벽’을 허물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대북 소식통은 지난달 중순 북한에 있는 지인이 북-중 국경으로부터 60km 이상 떨어진 북한 내 거주지에서 중국 휴대전화를 이용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고 3일 밝혔다. 이 소식통은 “지인은 휴대전화에 전파가 잡히자 (단속을 위한 북한 당국의) 함정이 아닌지 오랫동안 의심하다 서울에 전화를 했다”며 “실제로 연결이 되니 무척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대북제재 기조로 돌아서면서 휴대전화 전파와 관련된 북한과의 협조를 중단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주민들이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것을 극도로 제한해왔다. 북한의 체제 유지에 직접적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 당국의 요청을 받은 중국은 기술자들을 수시로 북한에 파견해 자국 전파가 들어가는 지역을 측정해가며 북한 주민들이 몰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협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국경에 사는 자국 국민들이 휴대전화가 잘 터지지 않아 정부에 항의를 해도 북한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았다. 이런 중국의 협조로 북한 주민들은 지금까지 북-중 국경에서 1∼5km 접근해야 몰래 외국과 통화가 가능했다. 북한은 이 지역에서 주민들의 이동을 철저히 통제하고 최신 전파탐지기를 운용하며 통화를 적극 막아왔다. 하지만 내륙에서까지 통화가 가능하게 되면 북한 당국이 외부 정보의 유입과 내부 정보의 반출을 막기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륙에서 외부 세계와 통화가 가능해진 시점은 지난달 12일 미중 정상이 통화를 갖고 북핵 폐기를 위한 대북 압박 방안을 논의한 직후다. 중국은 태양절(김일성 생일) 하루 전날인 14일 중국국제항공이 주 3회 운영하던 베이징∼평양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했고, 15일부터는 북한 단체관광도 중단시켰다. 하지만 북한 당국으로서는 일부 외화 획득 감소와 여행 불편을 초래하는 항공 노선·관광 중단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주민들의 외부 통화가 부담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전파 장벽 해제는 지금까지 경제적 제재로만 북한을 압박해 온 중국이 북한 체제의 안정에 직접적 위협을 초래하는 정치적 제재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탈북자 북송 중단 등 민감한 제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에 혈육을 둔 이산가족이 고령화로 급격히 줄어 생존자가 6만1000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3월 31일 현재 살아 있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수는 6만1322명으로 한 달 전보다 315명 줄었다. 한 달 새 321명이 사망했고 6명이 새로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상봉 신청자를 기준으로 이산가족 규모를 집계한다. 실제 이산가족 규모는 이보다 훨씬 많지만 정부가 따로 집계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산가족 신청이 시작된 1988년부터 올해 3월까지 북한 가족과의 상봉을 신청한 인원은 13만1172명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인 6만9850명이 사망한 것이다. 지난해에만 3378명이 세상을 떠났다. 생존자 6만1322명의 현재 연령대는 90세 이상이 19.4%(1만1863명), 80대 43.0%(2만6366명), 70대 22.7%(1만3944명), 60대 8.3%(5079명), 59세 이하 6.6%(4070명)다. 59세 이하의 신청자는 6·25전쟁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이산가족 2, 3세가 얼굴을 모르는 북측의 가족을 만나겠다고 신청한 경우다. 북한에 있는 가족의 유형은 부부·부모·자녀가 44.7%(2만7428명)로 가장 많고, 형제·자매 41.6%(2만5484명), 3촌 이상의 혈육 13.7%(8410명)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1985년 남북 첫 이산가족 상봉부터 마지막 상봉 행사가 열렸던 2015년 10월까지 가족과의 만남이 성사된 사례는 4185건에 1만9928명으로 나타났다. 또 3748명은 화상상봉을, 679명은 서신교환을 했다. 이 밖에 생사 확인에 성공한 사례는 7970건에 5만7567명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행정부가 대북 군사행동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또다시 보내면서 한국이 공격당할 경우 최우선 보호 대상은 한국 내 미국인이라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을 통해 (대북) 군사조치를 하기 전에 북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면서도 “북한에서 (수행할) 군사작전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서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답을 피한 뒤 재차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민의 생명은 부차적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CBS방송과의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 대북 군사 행동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모호성을 유지했다. CNN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제목으로 이날 인터뷰 발언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결국 김정은은 더 나은 핵운반 수단을 갖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이 핵실험을 하면 나는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고 존경받는 중국 국가주석(시진핑)도 기분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말이 군사행동을 의미하는 것이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모르겠다. 봅시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가 대북 압박이 통하지 않는 증거 아니냐’는 질문에도 트럼프는 “그저 얘기하고 싶지 않다. 단지 사람들이 내 생각을 몰랐으면 할 뿐”이라며 “우리가 (이라크) 모술에 들어간다고 발표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모든 행보를 발표할 수 없다. 이것은 체스게임”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서는 “꽤 영리한 녀석(pretty smart cookie)”이라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아버지(김정일) 사망으로 정권을 물려받을 때 26세 또는 27세의 젊은이였으며 특히 (군부) 장성 등 매우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다뤄야 했음에도 매우 어린 나이에 권력을 잡았다”며 “삼촌(고모부 장성택을 가리킨 것으로 추정) 등 많은 사람이 권력을 빼앗으려 했지만 권력을 잡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보수 매체인 ‘워싱턴 이그재미너’ 인터뷰에선 “북한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과 관련해) 최악을 대비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정은에 대해서는 “매우 위협적”이라며 “끔찍한 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30일 CNN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가 탑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능력을 보유하면 트럼프가 대북 선제공격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선제공격은 최후 수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이 북한과 가까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선제공격 때 일어날 대학살은 끔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새 대북정책을 발표한 이후 첫 공식반응을 내놓았다. 북한 외무성은 1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의 핵 무력 고도화 조치는 최고 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다발적으로, 연발적으로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우리의 강력한 전쟁 억제력에 의하여 조선반도 정세가 또 한 차례의 고비를 넘겼다”고 밝혀 향후 대화의 여지도 열어 놓았다는 관측도 나온다.윤완준 zeitung@donga.com·주성하 기자}
북한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26일 상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새 대북정책을 발표한 이후 첫 공식반응을 내놓았다. 북한 외무성은 1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새로 고안해낸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대조선 정책에 매여달리면서 우리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압박 소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조건에서 우리의 핵 억제력 강화조치도 최대의 속도로 다그쳐 질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우리의 핵 무력 고도화 조치는 최고 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다발적으로, 연발적으로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속하겠다는 강경 대응 의지도 재확인했다. 담화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최근 한반도 수역 진입을 거론하며 “(미국은) 그 무슨 군사적 선택에 대해 떠들면서 실제로 우리를 치려하였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어 “우리 혁명무력의 무자비한 보복의지와 무진막강한 위력을 힘있게 과시함으로써 미국의 전쟁도발흉계를 짓부셔버렸다”고 자평했다. 최근의 정세에 대해 대변인은 “조미사이의 대결이 반세기가 훨씬 넘도록 지속되어 왔지만 미국의 대조선 침략광기가 이처럼 극도에 이르고 그로 하여 조선반도정세가 이번처럼 핵전쟁발발의 접경에 치달아 올랐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이러한 반발은 트럼프 행정부가 새 대북정책을 통해 “북한의 핵은 긴급한 국가의 위협이자 외교의 최우선 순위에 있으며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벼랑끝 전술’을 계속해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의 담화문에는 미국과의 협상 여지도 적잖게 드러나고 있어 주목된다. 우선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대한 공식 답변을 외무성이나 군부의 공식 성명이 아닌 외무성 대변인 담화라는 격이 낮은 방식으로 내놓은 것이 눈길을 끈다. 기는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되 크게 판은 벌이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또 담화에 “우리의 강력한 전쟁 억제력에 의하여 조선반도 정세가 또 한 차례의 고비를 넘겼다”고 밝힌 것도 의미심장하다. 칼빈슨호가 동해에서 군사훈련을 개시한 상황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면서 “정세를 더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향후 대미관계에서 국면 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해임되어 북한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으로 이동됐다고 대북소식통이 전했다. 탈북시인이자 대북전문매체 뉴포커스를 운영하는 장진성 대표는 1일 “신뢰할 수 있는 대북 소식통이 김 보위상의 해임과 후임 임시 보위상의 임명 소식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김원홍은 2012년 보위상에 임명되기 전에 역임했던 직책인 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으로 되돌아갔다. 다만 총정치국 조직부국장도 권한이 상당히 높은 직위이기 때문에 김원홍이 처벌받았다고 보기보단 사실상 복귀수준의 직책이동으로 봐야 한다고 장 대표는 주장했다. 북한이 4월 15일 열병식에서 김원홍을 보위상이 아닌 북한군 당위원회 집행위원으로 소개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김원홍이 총정치국으로 돌아간 것은 비록 조직 관리를 잘못한 책임이 있지만 그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김원홍이 보위상에서 해임된 배경은 보위성이 올해 초 양강도 근로단체 비서를 고문해 도내에 반당반혁명 조직을 구축하고 우두머리 역할을 했다는 자백을 조작해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비서는 지난해 11월 김정은이 양강도 삼지연군 시찰시 치하한 여성동맹 예술공연 참가 배우들에게 행사장에서 실수했다고 호되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배우 중 일부가 김정은이 칭찬한 공연을 감히 일개 간부가 부정했다며 상부에 신소(신고)를 해버렸고 근로단체 비서는 수령 절대화 원칙을 어겼다는 죄명으로 당 간부회의에서 공개 체포되어 보위성의 조사를 받게 됐다. 문제는 보위성이 실적을 올리려고 근로단체 비서와 연관자들을 고문하여 강제로 간첩 자백까지 받아내어 위에 보고하면서 시작됐다. 나중에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해당 사건을 집중검열을 해 사건의 실체가 밝혀졌고, 사건을 주도한 보위성 부상 등 주요 간부 5명이 총살당했다. 특히 처형 간부 중 한 명은 “주민들의 불평불만을 이런 식으로 체제수호 기관인 국가보위성에 돌리면 누가 일을 하겠냐”고 반발한 죄로 즉석에서 끌려가 처형당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김원홍을 대신해 보위상을 임시로 맡은 인물은 이정록 보위성 부상으로 알려졌다. 이 부상은 보위성에서 성장한 인물이며, 1987년 지방시찰 중 밤나무 가스 중독으로 사망한 2대 보위상 이진수의 사위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정록은 장인의 뒷배경을 이용해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뇌물을 받았고, 한때는 외화장사(환전상)에 가담해 막대한 부를 축적해 악명이 자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엔 이정록의 자택에 강도가 들어 미화 20만 달러를 강탈하고 처를 칼로 찌르고 달아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이정록은 비리를 감추기 위해 김정일에게 보위성에 원한을 가진 자의 소행이라고 거짓보고 했다고 한다. 또 이정록은 중국 출장시마다 5성급 호텔인 ‘캠핀스키’에 장기 투숙하며 보위성 3처(해외 파견국) 요원들에게 온갖 접대를 요구해 원성이 높다고 한다. 이정록은 일본과 피랍 일본인 문제를 비밀 협상하는 북한 측 대표로 수시로 중국을 드나들었다. 이 때문에 보위성 내부에서는 이정록이 역대 보위상들보다 빨리 축출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2013년 겨울 어느 날, 북한에서 내로라하는 부친을 둔 20대 자녀들이 강원도 마식령스키장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갑자기 사복 입은 건장한 남성들이 우르르 들어와 사람들을 내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자란 ‘금수저’들이 순순히 응할 리 만무했다. 어렵게 평양에서 마식령까지 몇 시간 동안 달려와 겨우 좀 놀아보려 했는데 영문도 모르고 내쫓기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화가 난 한 젊은이가 나서 소리쳤다. “당신들 누구야. 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 중앙당 아무개야.” 요즘 남쪽에선 이런 짓이 항간의 분노를 자아낼 일이지만, 북한에선 아직도 이런 허세가 아주 진지하게 잘 먹힌다. 한 양복쟁이가 그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공주님 오셨습니다.” 젊은이가 목을 빼 살펴보니 저쪽에 검은 세단 몇 대가 서 있었다. 북한에서 권력자의 자녀로 살아가려면 눈치 또한 기막히게 빨라야 한다. 금수저들은 즉시 상황을 파악했다. 김여정이 친지들과 스키 타러 온 것이다. 그리고 이 사복 남성들은 김정은 가계를 호위하는 호위사령부 7국 소속일 터이다. 찍소리 못 내고 ‘공주님’에게 쫓겨나 자존심이 상한 금수저들은 원산의 한 호텔에서 밤새워 술을 퍼마셨다. 여정이 지금도 북한에서 공주님으로 불리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점점 오빠의 그늘 아래 무서운 권력자로 커가고 있다는 정황은 자주 목격된다. 이달 평양에서 진행된 태양절 관련 행사에서 여정은 여러 차례 모습을 드러냈다. 13일 열린 여명거리 준공식에선 여정이 경호담당으로 보이는 중장 계급 군인과 이야기하며 나란히 행사장으로 들어오다 갑자기 멈춰 서서 뭔가를 지시하는 듯한 모습이 TV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시를 받은 중장이 뒤돌아서 다시 부하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며 “공주님 지시야” 했을지는 알 수 없다. 여정은 15일 열병식이 거행된 김일성광장 주석단에서도 화제의 인물이었다. 그는 주석단 뒤쪽을 부지런히 오가며 행사를 챙겼고, 최룡해 등 고위 간부들에게 거리낌 없이 접근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 22세에 불과했던 천진난만했던 공주는 28세인 지금은 권력의 맛을 충분히 깨달은 무서운 공주로 변했을지 모른다. 국정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여정이 최근 간부의 사소한 실수도 수시로 처벌하는 등 권력남용 행태를 보인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쯤 되면 간부들도 자기들끼리 공주님이라고 함부로 부르기 어렵게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여정의 호칭은 공주님에서 ‘김여정 동지’로 바뀌게 될 것이다. 여정에 앞서 북한 고위급이 아는 공주는 두 명 더 있다. 김정일이 본처인 김영숙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자 여정의 이복언니 김설송도 한때 무서운 공주였던 시절이 있었다. 김정일은 2008년 8월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깨어난 뒤 거동이 불편해지자 설송에게 자신을 부축하게 했다. 당시 간부들 사이에선 “누가 설송의 눈에 잘못 보여 목이 날아갔다”는 소문이 자주 퍼졌다. 설송에게도 착했던 시절이 있다. 설송이 1989년 김일성대 생물학부에 입학해 처음 등교할 때 일화다. 당시 중앙당에서 근무했다가 은퇴한 남성이 대학 경비원이었는데, 그는 “대학총장 선생님께 전화해 달라”는 설송을 잡고 오지랖 넓게 굴었다. “아버지가 누군데 총장을 불러? 그냥 중앙당에서 일한다고? 과장급이냐, 부부장급이냐. 과장급이면 입학할 때 2000달러쯤 뇌물 줬을 것이고, 부부장급 정도면 그냥 붙었겠네….” 하지만 뒤늦게 총장과 당 비서가 달려와 설송을 황송하게 영접하는 모습을 본 경비원은 사태를 파악하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이때 설송이 “아저씨, 괜찮아요” 하고 싱긋 웃고 넘어갔고, 경비원도 처벌받지 않았다는 소문이 대학에서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 퍼졌다. 여담이지만 설송이 생물학부에 입학했단 사실이 알려지자, 생물학부에 자녀를 둔 고위 간부들은 자식을 다른 학부에 옮기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간부들은 “태양의 주변에 가면 타 죽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여정이 등장한 이후 설송이 어떻게 됐는지는 듣지 못했다. 김정일이 죽은 뒤 그를 챙겨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북한의 ‘원조공주’이자 여정의 고모인 김경희는 생사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조카의 손에 남편과 시댁 가문이 멸족되는 수모를 당한 경희의 생존 여부는 이제 와 사실 별 의미도 없다. 오빠와 부친이 죽자 비운의 공주로 전락한 고모와 이복언니와 달리 여정은 북한의 새 실세로 등극했다. 하지만 그의 미래 역시 오빠 김정은의 수명에 달렸을 뿐이다. 여정이 훗날 역사책에 ‘잔혹한 오누이’, ‘마녀공주’로 기록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군사 조치 가능성과 관련해 ‘기습’과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전술을 본격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했다. 17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관련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지켜보자. 나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내 조치들을 알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다.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을 한반도 인근으로 이동시키는 등 군사력을 평양에 정조준하면서도 군사행동의 시점과 조건,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당분간 함구하겠다는 것이다. 이틀 전만 해도 트위터에 “우리 무력은 증강되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급격히 강해지고 있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북한에 군사적 경고 메시지를 날린 트럼프가 대북 군사 조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겠다고 한 것은 대북, 대중 압박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북한과의 군사적, 외교적 기 싸움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인 군사 조치에 대해선 자신의 패를 보여 주지 않은 채 상대방을 압박하겠다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기간에도 이슬람국가(IS) 격퇴전과 관련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미리 공격하겠다고 공언하면 지도부들이 다 숨어서 군사 조치의 효과가 없다”고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 시절 몇 년간 (지금과는) 다른 일들을 봤다. (미국이) 북한의 이 양반(this gentleman·김정은)에게 압도(outplayed)됐다”고 주장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전략적 모호성 전술을 설파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대북 군사 조치가 시작되는 레드라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허하게) 모래밭에 어떤 레드라인을 그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절한 때 단호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되면 시리아 공습 때처럼 예고 없이 응징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북 군사 조치를 한다면) 아마도 (의회와의 협의 절차 없이) 헌법 2조의 대통령 권한을 활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8일 일본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오찬에서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끝났다.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며 필요한 경우 무력사용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어 “평화는 힘에 의해 달성된다”며 “미국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일본 한국 및 모든 동맹국, 그리고 중국과 긴밀히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잇따라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내놓자 북한도 고위급 외교 라인을 동원한 선전전을 펼치며 맞불을 놓았다. 한성렬 외무성 부상은 18일 평양에서 BBC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주 단위, 월 단위, 연 단위로 더 많은 미사일 시험을 수행할 것”이라며 “만약 미국이 우리를 향해 군사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방식과 수단으로 핵 선제 공격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군사적 수단을 동원할 만큼 무모하다면 그날 바로 전면전이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김인룡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1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해 미국의 시리아 공습에 대해 “깡패 비슷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주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