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30대 여교사 A 씨는 학기 초 학부모들과의 상담 과정에서 “올해 결혼 계획이 있으면 방학 때로 미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교사가 학기 중에 결혼할 경우 아이들의 수업 결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A 씨는 “개인사까지 막무가내로 개입하려는 학부모들의 민원에 교직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초등교사의 절반은 이 같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25일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초등교사 중 49.0%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는 7월 21∼24일 전국 초등교사 2390명을 대상으로 교권 침해 경험을 조사한 것이다. ‘교권 침해를 당한 적 있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99.2%(2370명)에 달했다. 악성 민원 다음으로는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불응(44.3%), 학부모의 폭언 및 폭행(40.6%), 학생의 폭언 및 폭행(34.6%) 등이 뒤를 이었다. 교사들은 정당한 학습 및 생활지도도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한 40대 여교사는 “한글 기초가 부족한 아이를 따로 지도했더니 ‘내 아들은 대통령감이니 추가 공부를 시켜 기죽이지 말라’는 학생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교사들은 학부모 민원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유치원 및 초중고 교사 1만45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달 22, 23일 진행한 설문에서 28.6%는 ‘학부모 민원 피해 발생 시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학부모 갑질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대책으로는 ‘교권 침해 사안의 교육감 고발 의무 법제화 등 가해자 처벌’을 원하는 응답이 63.9%로 가장 많았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초등 저학년일수록 학부모가 교사와 학교 운영 전반을 장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관련 고시와 학생인권조례 등을 개정해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권력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윤미숙 초등교사노조 대변인은 “교사들은 수업 시간에 방과후 학원 버스를 잘 탔는지 확인해 달라는 전화까지 받고 있다”며 “이런 민원이 교권뿐 아니라 내 아이와 반 전체의 학습권까지 침해한다는 사실을 알아 달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교육부는 25일 ‘제3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를 열고 사교육업체에서 고액을 받고 시험 문제를 파는 교사들을 강력히 처벌하기로 했다. 교사가 문항 제공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확인되면 청탁금지법 위반, 공무원 복무규정의 영리의무 금지 및 성실의무 위반 등을 적용해 엄중히 처벌한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 영리활동은 공익에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겸직 허가를 받고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 기준이나 처벌 기준이 모호했다”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교육부는 올 하반기(7∼12월) 교원 영리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된 사교육업체가 대체복무 요원을 활용해 모의고사 문제를 개발한다는 제보와 관련해선 과학기술과 무관한 업종은 병역지정업체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추진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교권 침해 원인으로 지목된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지시하면서 전국 7개 시도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 개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2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교권 강화를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인 교육부 고시를 신속히 마련하고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학생인권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불합리한 조례에 있는 독소 조항들을 정리할 수 있는 고시 제정을 서둘러 교권을 바로 세우고 교육 현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회에서 제정되는 조례는 헌법과 법률, 시행령 등의 하위 규정이다. 대통령실은 2010년부터 진보 성향 교육감이 도입을 주도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과 공교육 붕괴를 심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지시는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지도 권한이 학생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침해 혹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각 시도의 학생인권조례 개정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3개 교원단체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학생의 권리 외에 ‘책무성’ 조항을 조례에 넣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인권조례를 시행 중인 7개 시도(서울 경기 인천 광주 전북 충남 제주) 가운데 이미 경기 광주 충남 등이 조례 개정을 추진 또는 검토 중이다. 다만 조 교육감은 정부가 교원지위법 등 상위법 개정을 통해 조례 개정을 압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교육 이슈가 과도하게 정치적 쟁점이 되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며 경계했다. 조례 폐지나 전면 개정이 아닌 한계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교원 간담회에서 “중대한 교권 침해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해 가해 학생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계 일각에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근병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 위원장도 “소송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교사들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올 6월 여론조사에서 교사의 96%, 학부모의 88%가 중대 교권 침해는 학생부에 작성하는 데 찬성했다”며 추진 의지를 밝혔다. 교권 침해의 학생부 기재 등은 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 교육부는 법 개정에 앞서 행정규칙인 고시 개정을 통해 교권 회복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가령 사생활 침해를 금지한 현행 학생인권조례하에선 학생의 수업시간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할 명분이 부족했지만, 고시를 통해 ‘교원은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이 다른 학생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저해한다고 판단해 주의를 줬지만 불응한 경우 검사와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식이다. 교육부는 8월까지 이런 내용의 교사 생활지도권 관련 고시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실상 인권조례 개정에 나선 것이다. 학부모의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장치도 마련한다. 시도교육청과 함께 학부모 민원 응대 매뉴얼을 만들고, 담임 교사가 민원을 직접 응대하지 않도록 별도 창구를 만드는 것이다. 교육부는 서초구 초1 담임 교사 사망과 유사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실 내 녹음 전화기를 보급하고, 최근 초3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부산시교육청은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교사노조는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던 교사가 사망 2주 전에 “업무 폭탄+○○(학생 이름) 난리가 겹치면서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쓴 일기장을 24일 공개했다. 서울교사노조 측은 “유족 동의를 거쳐 일기장을 공개했다”며 “고인이 생전에 업무와 학생 생활지도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기존의 제보와 일맥상통한다. 무차별적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교장선생님께 상담했더니 ‘그런 거(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안 열리게 하는 선생님이 능력 있는 선생님’이라며 무안을 주더라고요.” 경기 지역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였던 김모 씨(32)는 학생이 지속적으로 욕설을 하고 수업을 방해하자 교장에게 “교보위를 열어주면 안 되느냐”고 요청했다. 하지만 교장은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용히 넘어가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교사들이 “교권 침해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교사들이 교권 침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교보위의 실효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학교장, 교보위 안 열고 교사 탓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설문조사(응답자 8655명)에 따르면 ‘교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교보위가 개최됐다’고 대답한 교사는 2.2%에 불과했다. 지난해 교권 침해는 3035건 발생했지만, 이는 교보위가 소집된 사안만 집계한 것이다. 교육부조차 “교보위에서 심의되지 않은 것을 반영하면 실제 건수는 훨씬 많다”고 설명하는 이유다. 교사들은 교권 침해에 대응할 유일한 장치인 교보위가 소극적으로 열린다고 지적한다. 한 교사는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등 사안이 중대할 경우에만 열리고, 교장이 해당 교사를 회유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도 “네가 스킬이 부족해서 아이를 제대로 못 잡아서 그렇다, 너만 희생하면 조직이 조용해진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교보위가 개최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처분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북의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학기 초부터 남학생으로부터 “선생님을 패고 싶다”, “××년” 등의 폭언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교보위에서 학생에게 내린 처분은 학급 변경이었다. A 씨는 “병가 3일을 보내고 와서 해당 학생을 매일 마주쳐야 했다”고 말했다.● 가해 학부모 처분도 고려 교보위가 적극 열릴 수 있게 교육부가 법을 개정하려는 건 “교단을 보호하겠다”는 메시지다. 교권 침해로 처벌받는 사례가 계속 나와야 학생과 학부모도 조심할 것이고, 피해 교사는 교권 침해 판정을 받아 심리 상담과 요양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교권 침해도 학교폭력과 유사하게 관련법에서 교보위 소집 요건과 학교장의 의무 조항을 손볼 계획이다. 먼저 피해 교사가 요청하면 교보위를 반드시 개최하도록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현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피해 학생 또는 그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도 소집하도록 돼 있다. 반면 교보위는 △학교장 △재적 위원 4분의 1 이상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소집할 수 있다. 교육부는 교보위를 소극적으로 운영하는 학교장을 징계 등 행정 조치하는 내용도 관련 법에 반영할 계획이다. 학교폭력예방법은 교육청에 보고하면서 사건의 내용 축소나 은폐를 시도한 학교장을 교육감이 징계위원회에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교권 침해의 경우 ‘교육청에 보고를 할 때 교권 침해 내용을 축소하거나 은폐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만 규정돼 있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현재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에서 ‘교권 침해 신고를 받은 경우 21일 이내에 교보위를 개최’하게 돼 있는 것을 14일 이내로 조정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교권 침해를 저지른 학부모를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교원지위법에는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는 교내 봉사부터 전학, 퇴학(고교만 해당)까지 7개로 정의돼 있다. 하지만 학부모는 학교 구성원이 아니라 관련 내용이 없다. 이에 학부모가 가해자인 경우 교보위는 사과 권고, 재발 방지 권유를 할 뿐이다. 다만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할 만큼의 사안이 아닌 이상 교권 침해를 저지른 학부모를 처벌한 전례가 없고 법적 근거가 필요하므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게 교육부 생각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기간제 교사로 배치돼 국어 교재를 안 가져온 학생에게 가져오라고 했다. 무시해서 다시 지시했는데 반 아이들이 ‘원래 저런 애’라며 그동안 당했던 학교폭력 얘기를 쏟아내더라. 진정시키고 교무실에 가니 첫날 1시간 만에 아동 학대로 신고당해 있었다.” 22일 오후 3시. 보신각 앞에서 열린 ‘교사 추모 및 진상규명 촉구 집회’에서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여교사가 마이크를 잡더니 “이번에 세상을 떠난 교사와 같은 25세 초등학교 교사”라며 자신이 겪은 교권 추락 사례를 소개했다. 이 교사는 “아이가 교실에서 자기 얘기가 나온 게 억울했던 것 같더라. 그런데 아버지는 저에게 손가락질하며 ‘아이에게 사과하면 봐 드리겠다’고 했다. 결국 경찰 조사를 받고 ‘혐의 없음’이 나오긴 했지만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이날 집회에는 검은 옷과 검은 마스크 차림의 전·현직 교사와 교대 및 사범대에 재학 중인 예비 교사 등 5000여 명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 여교사 A 씨(25)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학부모의 도 넘는 갑질을 규탄하며 “교사 생존권과 교육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9년 차 교사라고 밝힌 참가자는 “2년 전 원치 않게 1학년 담임을 맡은 뒤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새벽에 응급실을 전전하면서도 출근해 왔는데, 결국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터져버렸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2000여 명이 집회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5000여 명이 모였다. 오후 2시경 시작된 집회는 오후 4시경 별도의 행진 없이 마무리됐다. 교사 사회 내부에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교조가 진보 성향 교육감들과 함께 ‘학생 인권 강화’를 요구해 온 사이 교권이 힘을 잃었고 지금의 사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집회에서 대책위 측은 “특정 단체의 후원이나 연대가 없는 추모를 위해 개인 교사 자격으로 집회를 열고 참석한 것”이라며 전교조와의 관련성에 선을 그었다.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열린 전교조 집회에는 300여 명이 참석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이 “교사의 권리와 지위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교원지위법 등 관련 법률을 반드시 개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서울 서초구 초1 교사 사망사건 이후 교권이 무너졌다는 우려가 커지자 강력한 교권 보호 대책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날 이 부총리는 본보에 “무너진 교권의 회복 없이는 공교육 정상화도 어렵다는 인식을 교육부는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교권침해 학생 징계 조치사항을 학교생활부(학생부)에 기록하는 법 개정에 다소 유보적인 입장인 야당을 향해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권 회복의 중요성을 국민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전향적으로 법 개정 문제에 임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부에 교권 침해를 기록하는 방안이 이른 시일 내에 강력히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교권 침해를 학생부에 기록하는 교원지위법, 합법적인 학생 지도 활동에는 아동학대죄 적용을 배제하는 초중등교원법 개정안 등이 발의돼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의 권한과 면책 사유가 법에 명시되면 ‘학생인권조례’ 개정에도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조례 개정은 시도교육감과 광역의회에 권한이 있다. 이들이 개정을 거부하면 조례를 고칠 수 없다. 이에 교육부는 조례의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개정을 통해 조례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교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률이 바뀌면 이에 어긋나는 조례는 힘을 잃는다. 정부 여당은 26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교권보호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학생인권조례, 교육감이 개정 거부땐 상위법 고쳐 개선 추진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 진보 교육감들 “학생인권 보호” 제정교사의 정당한 학생지도까지 막혀… 교육부 “기울어진 운동장 고쳐야”野 “학생인권조례 탓 몰고가면 안돼” 올해 초 경기의 한 초교에서는 ‘칭찬 스티커’를 못 받은 학생의 학부모가 “아이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며 담임교사를 경찰에 신고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부모가 이런 ‘악성 민원’을 할 수 있는 배경으로 ‘학생인권조례’가 꼽힌다. 이 조례는 2010년부터 경기도를 시작으로 전국 6개 광역시도로 확대됐다. 진보 교육감들이 “학생 인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만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이나 최소한의 생활 지도마저 학생 인권 침해로 몰고 가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학생 인권-교권, 기울어진 운동장” 경기는 학생인권조례가 가장 강력한 지역으로 꼽힌다. 2021년 11월 신설된 조항에는 ‘상벌점제를 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기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규범을 배우는 곳인데, 학생들에게 어떤 훈육도 할 수 없게 손발을 묶어놨다”고 토로했다. 학생인권조례를 내세운 교권 침해 사례는 현장에서 잇따르고 있다. 조례에는 ‘휴식권’이 보장돼 있다. 지난해 10월 한 초교에서는 수업 중에 자는 학생을 교사가 깨우자 학생이 교사에게 교과서를 두 차례 집어던졌다. 이달 한 초교에서는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게 성희롱이 담긴 욕설을 하자 교사가 훈육했더니 학부모들이 교사 교체와 사과문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학생 인권 중심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진 교육 환경을 바로잡고 교권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인권조례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교육감들 스스로가 이를 개정하지 않으면 ‘상위법 개정’으로 조례 개정을 압박하겠다는 것이 교육 당국의 기류다.● 교사도 ‘방패’ 필요… 野 협조 관건 상위법이 개정되면 이와 충돌되는 학생인권조례도 수정될 수밖에 없다. 현재는 학생과 학부모가 교권을 침해한 뒤 학생인권조례에 있는 ‘휴식권’ ‘사생활의 자유’ 등을 법적 근거로 내세우면 교사는 딱히 대응할 방안이 없다. 현행 교원지위법 등에는 이를 방어할 만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해 학생 즉시 분리, 아동 학대 면책 등 교권 조항이 강화되면 교사에게도 ‘방패’가 생기는 셈이다. 법이 개정되면 교권 침해 상황이 소송으로 이어질 때도 변화가 생긴다. ‘상위 법률’인 교원지위법이 교사의 권한과 지위를 강력히 규정하면 ‘하위 조례’인 학생인권조례는 교원지위법에 배치되는 한 무효다. 이것이 대법원의 판례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교원권리법’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쫓아낼 권리, 학생 훈육에 학부모 참여를 요구할 권리, 교원이 경솔한 소송을 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보장하고 있다. 문제는 야당의 협조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3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교권 침해를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고 단순 접근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교권과 학생 인권을 서로 충돌하는 제로섬 관계가 아닌, 함께 지키고 신장해야 할 문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학생인권조례의 취지는 인정하지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뉴욕시의 ‘K-12 학생 권리 및 책임 장전’은 명예 훼손 및 타인의 학습권 침해 금지 등 24개 조항을 학생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권과 다른 학생의 학습권 역시 중요하고, 이를 침해하면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 조례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기간제 교사로 배치돼 국어 교재를 안 가져온 학생에게 가져오라고 했다. 무시해서 다시 지시했는데 반 아이들이 ‘원래 저런 애’라며 그동안 당했던 학교폭력 얘기를 쏟아내더라. 진정시키고 교무실에 가니 첫날 1시간 만에 아동 학대로 신고당해 있었다.” 22일 오후 3시. 보신각 앞에서 열린 ‘교사 추모 및 진상규명 촉구 집회’에서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여교사가 마이크를 잡더니 “이번에 세상을 떠난 교사와 같은 25세 초등학교 교사”라며 자신이 겪은 교권 추락 사례를 소개했다. 이 교사는 “아이가 교실에서 자기 얘기가 나온 게 억울했던 것 같더라. 그런데 아버지는 저에게 손가락질하며 ‘아이에게 사과하면 봐 드리겠다’고 했다. 결국 경찰 조사를 받고 ‘혐의 없음’이 나오긴 했지만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이날 집회에는 검은 옷과 검은 마스크 차림의 전·현직 교사와 교대 및 사범대에 재학 중인 예비 교사 등 5000여 명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 여교사 A 씨(25)가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학부모의 도 넘는 갑질을 규탄하며 “교사 생존권과 교육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9년 차 교사라고 밝힌 참가자는 “2년 전 원치 않게 1학년 담임을 맡은 뒤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새벽에 응급실을 전전하면서도 출근해 왔는데, 결국 이렇게 동시다발적 문제로 터져버렸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2000여 명이 집회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5000여 명이 모였다. 오후 2시경 시작된 집회는 오후 4시경 별도의 행진 없이 마무리됐다. 교사 사회 내부에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교조가 진보 교육감들과 함께 ‘학생 인권 강화’를 요구해온 사이 교권이 힘을 잃었고 지금의 사태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이날 집회에선 대책위 측은 “특정 단체의 후원이나 연대가 없는 추모를 위해 개인 교사 자격으로 집회를 열고 참석한 것”이라며 전교조와의 관련성에 선을 그었다.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열린 전교조 집회에는 300여 명이 참석했다.이상환기자 payback@donga.com최미송기자 cms@donga.com박성민기자 min@donga.com}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인 여교사 A 씨(23)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당 교사가 생전에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나오며 ‘교권 침해’(교육활동 침해) 의혹이 제기됐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교권 침해) 의혹이 사실이라면 우리 교육계에 중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의 다른 초교에서 6학년 남학생이 여교사를 폭행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교사가 사망하는 사건까지 벌어지자 교육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부모 악성 민원 탓”… 학교는 의혹 반박20일 해당 초교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 학교 1학년 담임교사였던 A 씨는 이틀 전(18일)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정확한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A 씨의 일기장에는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지난해 3월 임용된 새내기 교사였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동료 교사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며 “지난주에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긁었고 피해 학부모가 교무실에 와 고인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항의했다”는 성명을 냈다. 또 “A 교사가 ‘학부모가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해 수십 통 전화해 소름 끼친다. 학부모들 민원으로 힘들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강남 지역 맘카페에서도 ‘해당 교사가 맡은 반에 악성 민원을 일삼는 학부모가 있었다’는 글이 잇따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권 침해와 학부모 악성 민원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A 씨의 유족은 “젊은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원인이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며 “새내기 교사에게 초1 담임을 줬다는 것 자체가 업무 스트레스에 노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당 초교 교장은 입장문을 내고 “해당 학급에서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없었고, 1학년 담임도 본인이 희망했다”고 주장했다. A 씨가 3선 국회의원을 부모로 둔 학부모에게 시달렸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교장은 “거론되는 정치인의 가족은 해당 학급에 없다”고 밝혔다. 해당자로 지목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학교에 다니는 손자손녀가 없다”고 해명했다.● 교문에 추모 화환, 국화꽃… 애도 이어져사건이 발생한 초교 교문 앞에는 20일 교사, 학부모, 시민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전국에서 보내온 추모 화환 수백 개가 놓였고 벽에는 추모 메시지가 붙었다. 교사 유모 씨(31)는 “언제든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 같아 안타까웠다”며 울먹였다. 다른 초교 교사 조모 씨(29)는 “학부모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지켜주는 제도가 없어 힘들어하는 교사가 많다”고 전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오후 해당 학교를 찾았다가 교사들 항의를 받았다. 장 차관은 “학생 인권만 너무 강조하다 보니 교사들이 위축된다. 교권을 보호할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조희연 교육감의 지시에 따라 21∼23일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A 씨의 추모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부 학부모는 추모 분위기를 불편해했다. 온라인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는 한 초교 교사가 카카오톡 프로필을 추모 사진으로 바꿨더니 학부모가 “아이들이 상처받을 수 있으니 언급을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 교사들, 민원 스트레스로 정신과 찾기도경찰은 A 씨가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는 정황은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권 침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초6 학생에게 폭행당한 교사의 남편에 따르면, 가해 학생의 학부모는 교사에게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선생님이 차별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지난달 인천의 한 초교에서도 특수학급을 맡은 교사가 여학생에게 머리카락을 뜯기고 의자에서 넘어졌다. 이 교사는 구급차에 실려 갔지만 가해 학생의 학부모는 “학생이 선생님을 싫어해서 한 행동”이라며 교사를 탓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 520건 중 학부모에 의한 피해는 46%(241건)로 가장 많았다. 한 초교 교사는 친구들과 자주 싸우는 학생의 학부모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자 학부모는 “아무 잘못도 없는 애를 미워한다”며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 교사 보호 장치 없어… “공교육 붕괴”교육계에서는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려도 대처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한다. 교권 침해 가해자가 학생인 경우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출석 정지, 학급 교체, 전학, 퇴학 등으로 처분 종류가 규정돼 있지만 학부모는 관련 내용이 없다. 결국 학교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려도 사과를 권고하는 선에서 그치는 일이 많다. 교장이나 교감이 피해 교사 편에 서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에 따라 교권 침해 발생 시 교장은 피해 교사에게 특별휴가나 병가를 허용하고,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해줘야 한다. 하지만 학부모가 ‘학교가 문제를 은폐한다’며 교육청이나 국민신문고에까지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많아 학교장도 쉽사리 교사를 돕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양천구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하는 한 의사는 “학부모 민원에 의한 스트레스로 병원을 찾는 교사들이 정말 많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자식을 아끼는 마음은 알지만 무조건 교사 탓을 하는 부모들 때문에 학생지도에 몸을 사리게 된다. 결국 공교육이 무너진다”고 지적한다. 한 교사는 “수업 중에 돌아다니는 학생에게 ‘자리에 앉아’란 말 외엔 할 수가 없다. 잘못했다가는 신고당한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서울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교실에서 6학년 남학생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 교사는 입안이 찢어지고 손에 깁스를 하는 등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가해 학생 처분을 위한 학교 교권보호위원회가 거의 3주가 지나 열리는 등 학교와 교육 당국이 피해 교사의 즉각적인 보호와 지원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서울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의 한 공립초 6학년 담임교사 A 씨는 학급 제자 B 군에게 폭행을 당했다. 정서행동장애가 있는 B 군을 상담 수업에 보내려 하자, B 군이 물건을 집어던지고 욕설하며 A 교사를 위협한 것. A 교사는 교사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얼굴과 몸에 주먹질을 당하고, 넘어진 상태로 발길질당했다. (학생이) 가위와 탁상 거울도 던졌다”고 적었다. 교원단체들은 학교의 미온적 대처를 지적했다. 서울교사노조는 19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는 해당 사실을 소속 교육지원청에 즉시 보고하고, 긴급하면 112나 학교담당경찰관에게 신고해야 하지만 당시 어떤 조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날까지 학생의 엄벌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탄원서가 온·오프라인을 통해 1800장이 접수됐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됐다. 전임 이규민 원장은 지난달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발언, 이후 6월 모의평가 킬러문항 등 난도 조절 실패 등의 여파 끝에 지난달 19일 임기 도중 사임했다. 17일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차기 평가원장 후보 심사위원회를 열어 설현수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오승걸 전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 이인제 전 평가원 선임연구위원을 후보자로 선정해 이사회에 무순위로 추천하기로 했다. 교사 출신인 오 전 실장은 교육부 학교정책관 등을 지낸 뒤 지난해 8월부터는 학교혁신지원실장(현 책임교육정책실장)으로 근무했다. 최근까지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등을 추진했다. 오 전 실장은 평가원장 공모 마감일인 7일 교육부를 퇴직했다. 날짜를 감안하면 원장직에 도전하기 위해 사직한 것으로 보인다. 설 교수는 1999∼2002년 평가원 연구위원으로 일했다. 2002년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로 임용된 뒤 교육부 수능출제관리개선기획단 위원, 초등교사 임용시험 교육학 출제위원 등을 지냈다. 이 전 선임연구위원은 1982∼1997년 한국교육개발원(KEDI)을 거쳐 1998년부터 2013년까지 평가원에서 근무했다. 원장 직무대리, 기획조정실장, 감사실장 등을 역임했다. 지금까지 역대 원장에 교육부 관료나 평가원 출신은 없었다. 세 후보 중 누가 평가원장이 되든 역대 ‘첫 교육부 관료 출신’ 또는 ‘첫 평가원 출신’ 원장이 된다. 수능(11월 16일)이 약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연구회는 남은 절차를 서둘러 1, 2개월 내 평가원장을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 관계자는 “9월 모의평가와 수능을 차질 없이 준비하려면 새 평가원장이 빨리 선임돼 조직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됐다.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17일 평가원장 후보 심사위원회를 열어 설현수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오승걸 전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 이인제 전 평가원 선임연구위원을 후보자로 선정해 이사회에 무순위로 추천하기로 했다. 교사 출신인 오 전 실장은 교육부 학교정책관, 학생복지정책관 등을 역임한 뒤 지난해 8월부터는 학교혁신지원실장(현 책임교육정책실장)으로 부임했다. 최근까지 학교폭력 근절대책,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등을 추진해 왔다. 오 전 실장의 퇴직 처리일은 이달 7일로 이날은 평가원장 공모 마감일이다. 교육계에선 오 전 실장이 원장직에 도전하기 위해 사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설 교수는 1999~2002년 평가원 연구위원으로 일했다. 2002년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로 임용된 뒤, 2004학년도 교육부 수능출제관리개선기획단 위원, 2010∼2013년 초등교사 임용시험 교육학 출제위원·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이 전 선임연구위원은 1982~1997년 한국교육개발원(KEDI)을 거쳐 1998년부터 2013년까지 평가원에서 근무했다. 원장 직무대리, 기획조정실장, 교과서연구본부장, 감사실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달 사임한 이규민 전 원장까지 역대 원장 중 교육부 관료나 평가원 출신은 없었다. 세 후보 중 누가 평가원장이 되든 역대 첫 교육부 관료 또는 평가원 출신 원장이 된다. 수능(11월 16일)이 약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연구회는 후보자 면접 등 절차를 서둘러 1~2개월 내 평가원장을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 관계자는 “9월 6일 치러지는 모의평가와 수능을 차질 없이 준비하려면 새 평가원장이 빨리 선임돼 조직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유치원과 초중고 행정 업무에 활용되는 4세대 교육행정 정보 시스템 ‘나이스(NEIS)’의 시스템 오류가 개통 23일째인 13일까지도 해결되지 않으면서 학교 업무가 차질을 빚고 있다. 이날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가 폭증하는 학기 말에 나이스로 인한 ‘교육 재해’가 발생했다”며 교육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교사노조에 따르면 전날(12일)까지도 전국 각지에서 시스템 오류 신고가 접수됐다. 전입학생의 이전 학교 성적 조회가 안 되고, 질병 결석으로 인해 기말고사를 못 치른 학생의 점수가 조회되는 경우도 있었다. 경기의 한 고교 교사는 “성적 처리를 마감해야 하는데 계속 오류 표시가 떠서 같은 작업을 6번 반복했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12일 장상윤 차관 주재로 나이스 점검 회의를 열고 “시스템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지만 현장은 전혀 다른 상황인 것이다. 시스템 오류가 대입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교원단체들이 5∼12일 유초중고 교사 2만30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고교 교사의 72.6%가 ‘이번 오류로 인해 학생 성적 처리나 수시전형 등 대입 준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답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4세 고시’ ‘유치원 일타강사’ ‘닥수(닥치고 수학)’. 동아일보가 영유아 사교육 실태를 취재하며 만난 영유아 부모들은 하나같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 사교육을 시킨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에 들어가려 4세 때부터 레벨테스트를 받고, 합격 후에는 밤늦게까지 숙제를 하는 아이들의 ‘현재’는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사교육 대책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영유아 시설의 공교육을 강화하고, 영어유치원 편법 운영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대책이 ‘학부모 수요’만 고려했을 뿐, 아이의 ‘행복권’에 대한 고민은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11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에서 김대욱 경상국립대 유아교육과 교수, 김지현 인천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인천 능내초 병설유치원 교사), 맹진아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진흥원장,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와 함께 영유아 사교육 의존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짚어봤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취학 전 6세 아동의 88%가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느끼는 사교육 과열의 원인은 무엇일까. ▽정 공동대표=아이의 발달 단계에 따라 어떤 교육과 돌봄이 필요하고 중요한지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다. 결국 ‘내 아이만 사교육을 안 받으면 뒤처질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학원을 찾게 된다. 사교육 효과에 관한 선행 연구 등 부모를 안심시킬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정부가 줘야 한다. ▽김 부위원장=부모의 불안감을 아이도 느낀다. 내가 모르는 한글이나 숫자를 옆의 친구가 더 많이 알면 아이들도 경쟁을 의식한다. 아이들의 사고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게 느껴진다. ▽맹 원장=정부의 유아교육 과정이 부모들을 안심시키지 못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면서도 ‘무슨 교육을 받나’ 하는 의구심을 갖는 것 같다. ‘놀고만 오는 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사교육 효과에 대해선 부정적인 평가도 많다. ▽김 교수=많은 부모가 ‘공교육보다 사교육이 낫다’고 믿는다. 영유아 사교육 효과를 명확하게 수치화하긴 어렵다. 하지만 영어 단어나 문장을 조금 더 안다고 효과가 있다고 볼 순 없다. 단기간에 나타난 효과는 신기루와 같다. ‘영어 습득의 결정적 시기’ 등 사교육 업계의 주장도 검증되지 않았거나, 한국 현실에 맞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맹 원장=영유아 사교육의 부작용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최근 정신 건강 문제로 상담받는 아이들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진흥원에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접수 신청을 받으면 금세 마감된다. 그만큼 사교육이 아이들의 정서와 발달을 해치고 있다는 의미다. ―영유아 사교육은 최근 갑자기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왜 이제야 영유아 사교육비 실태조사 등 늑장 대응을 하게 된 걸까. ▽정 공동대표=과도한 학습 압박이 생기면 초등학생만 돼도 ‘나 힘들어요’라고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영유아들은 그렇게 표현하지 못하고 부모가 시키는 대로 사교육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괴로움이 부모들과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유아교육에 대한 정부의 이해와 관심이 부족했다. 유아교육을 초등 취학 전 준비 단계로만 여기면 선행학습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또 부모가 일하는 시간에 아이를 맡아주는 돌봄의 영역으로 생각해 사교육을 스며들게 하는 측면도 있다. ▽맹 원장=사립유치원 등 유아교육의 민간 의존도가 높으니 정부의 관심이 부족하다. 그런 빈틈을 사교육 시장이 파고들었는데, 정부도 적극적으로 손대지 않았던 것이다.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지니 그 이유를 들여다보다가, 이제서야 영유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문제를 직시한 것 같다. ―정부 영유아 사교육 대책의 핵심은 공교육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정 공동대표=유치원 등에서 방과 후 과정에 영어·예체능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취학 전 선행학습은 필수’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셈이다. 그동안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은 부모들도 이제는 ‘한글이나 영어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부모들은 지금보다 더 초등 과정을 잘 대비해주거나 특별활동 수가 많은 유치원을 고르려고 할 것이다. ▽김 부위원장=지금도 각 시도교육청에선 과도한 학습 중심 활동은 지양하고, 유아당 하루 한 개 프로그램을 1시간 이내로 진행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있다. 그런데 현장에선 10개, 20개씩 과목을 늘어놓고 쇼핑하듯 사실상의 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현 대책대로 방과 후 프로그램을 강화하면 학원에서 받던 사교육이 장소만 유치원으로 바뀌는 것일 뿐 아이들에겐 달라지는 게 없다. ―공교육 기관의 방과 후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일반 학원을 덜 찾게 해달라는 부모들도 많다. ▽맹 원장=아이를 기준으로 생각해야 한다. 유치원 등의 방과 후 과정을 학원처럼 국어 영어 수학 중심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방과 후 과정을 확충한다면 아이들이 즐거울 수 있는 활동 중심으로 특성화를 시켜야 한다. ▽김 교수=공교육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는 좋다. 다만 정부가 너무 급하게 대책을 내놓다 보니 고민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방과 후 과정에서 인지 위주의 학습을 안 하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 필요하다. ―이번 사교육 대책은 실효성이 있을까. ▽정 공동대표=입시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사교육 의존을 낮추긴 어렵다. 정부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 한 해 출생아가 25만 명 이하로 줄었는데, 이들을 계속 경쟁 구도로만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난해 추진하려다 실패한 ‘만 5세 취학’ 정책처럼 현 정부는 아이들을 인생의 주체가 아닌, 국가와 산업계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인재’나 ‘인력’이라는 틀로 바라본다. 교육에 대한 퇴행적인 관점이다. 아이들이 이런 교육 속에서 얼마나 행복한지를 살펴봐야 한다. ▽김 교수=교육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사교육 시장은 더 발 빠르게 반응한다. 가령 학원이 유치원, 학교, 스쿨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게 하니 독일어 ‘슐레(Schule)’를 쓰는 학원들이 생겼다. 영어 키즈카페처럼 다른 유형의 준사교육 시설이 생기는 등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일회성 정책은 장기적인 효과를 담보하지 못한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세부 계획을 촘촘히 세워야 한다. ―유아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할까. ▽맹 원장=국가에서 유아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부모들이 공교육 기관을 믿지 못해 사교육을 선택한다면, 더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신뢰를 높여야 한다. 시설 등 교육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좋은 환경에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창의성이 발달하고, 행복감도 커진다. 이런 투자가 지속돼야 부모가 믿고 아이를 보낼 수 있다. ▽김 부위원장=유아 교사들이 아이들과 더 깊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 수도 줄여야 한다. 맞벌이하거나 퇴근 시간이 너무 늦어 돌봄을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부모도 많다. 영유아기 자녀를 둔 부모의 출퇴근 시간 등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노력도 동반돼야 불필요한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서울 서초구의 초교 교사 A 씨는 학원에서 수학 선행학습을 받고 온 학생들에게 ‘분수’ 개념을 가르치다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그는 칠판에 동그란 피자를 그려서 ‘2분의 1×(곱하기) 3분의 1’을 설명한다. 피자를 반으로 나누고, 다시 각각 삼등분하면 ‘6분의 1’이 된다는 것을 시각화한 것. A 교사는 “이렇게 분수 개념을 익히면 ‘3분의 1’이 전체를 셋으로 나눈 것 중의 하나라는 것을 이해한다. 그런데 학원에서 분수의 곱셈법만 기계적으로 배워 온 학생은 ‘나눈다’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곤 한다”고 말했다. 초교 현장에서는 수학 선행학습을 하고 온 학생들이 ‘문제풀이 기술’만 습득하다 보니 ‘수 개념’이 부실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환규 경기 성남시 당촌초 교사는 “친구들보다 답은 빨리 찾는데, 왜 그게 답인지 이유와 과정을 설명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정미진 전북 전주시 전주오송초 교사는 “이해하지 못한 개념을 억지로 외워 온 학생들이 어느 순간 벽에 막히면 수학에 흥미를 읽고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되곤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21년 기초학습 실태조사에서 초1 학생의 19.0%가 수학에 흥미를 못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센터장은 “사교육에선 초등생에게도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에 집중하라고 압박한다. 수학적 사고를 즐길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행을 거쳐 명문대에 입학했는데 기초학력 부진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해 서울대 이공계 신입생 1624명을 대상으로 한 수학시험에서 679명(41.8%)이 ‘학력 미달’로 나타났다. “문제풀이 공부에 익숙해진 나머지 수학의 근본 원리나 개념은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수학 교육은 원리 위주로 이해력을 높인 뒤 대학 전공에 맞춰 정교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배영찬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고교까지 기본 개념을 탄탄히 배워 대학에선 이를 필요에 따라 활용할 줄 알면 된다. 킬러 문항만 파고들게 만드는 교육은 학생들을 수학에서 멀어지게 한다”고 지적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영유아 사교육 수요를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공교육에서 흡수하겠다는 정부의 사교육 대책이 부모들에게 ‘초등학교 입학 전 선행학습은 필수’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영유아의 발달 과정에 적합하지 않은 방과 후 특성화 프로그램이 유치원 등에 우후죽순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6일 서울 용산구 사걱세 대회의실에서 ‘영유아 사교육비 경감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26일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 대책이 영유아 교육 현장에 미칠 영향을 논의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였다.참석자들은 이번 대책의 초점이 유아의 전인적 성장 발달이 아닌 ‘부모의 수요’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유아 발달 과정에 맞춰 누리과정(3~5세 공통 교육과정)을 내실화하는 게 중요한데 오히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양한 사교육 프로그램을 끌어들여 ‘놀이 중심’의 유아 교육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취지다.교육부 영유아 사교육 대책의 핵심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영어와 예체능 등 학부모가 원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현장 교사들은 이로 인해 장시간 기관에 머무는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커지고 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지현 인천 능내초 병설유치원 교사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기관에 머물러야 하는 유아들에겐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이하고 관계 맺는 게 중요하다”며 “방과 후 과정이 각종 특성화 프로그램 중심으로 흐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유·초 연계 이음학기’가 초등 선행과정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음학기는 취학 전 6개월 동안 초1 교실 견학, 초등생과의 만남 등을 통해 초등학교 생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과정이다. 정부는 사교육 대책을 발표하며 이음학기를 내년까지 1000곳으로 확대해 놀이 중심 언어교육, 초1 통합교과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장지현 사걱세 공동대표는 “정부가 부모들에게 ‘미리 준비시키지 않아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충실한 수업이 이뤄지니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줘야 하는데 오히려 ‘이제 유치원에서부터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고 공식화한 셈”이라며 “영유아 부모들의 불안감을 더 키우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육 프로그램이 학부모 수요만 쫓아 ‘사교육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6세 자녀를 키우는 최현주 씨는 “학부모 수요를 이유로 방과 후에 조기 인지교육 프로그램을 내세우는 기관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정부 대책이 ‘사교육 불안 해소’에 초점을 맞맞추지 않고 ‘사교육 수요 흡수’만 강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참석자들은 정부의 대책이 영유아의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백소영 경기 이천시 육아종합지원센터장은 “부모들에게는 한글이나 영어 교육을 반드시 선행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돼 더 많은 아이를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임미령 사걱세 영유아사교육포럼 대표는 “정부 대책이 오락가락하면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져 사교육 시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영유아 기관에서 놀이 중심, 아이 중심 교육과정이 뿌리내리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경기 하남시에 사는 직장인 정모 씨(40)는 유아 영어학원(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아들(5)을 일반 유치원으로 옮길지를 두고 몇 주째 남편과 고민 중이다. 올 들어 숙제가 부쩍 늘고 아들이 짜증을 내며 등원을 거부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정 씨는 “한글도 못 뗀 아이한테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내년이면 과제가 더 많아진다는데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잃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부모들의 첫 마음은 비슷하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영어를 접해 부모 세대와 달리 영어를 편히 배우고 자연스럽게 구사하길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면 성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한 영어유치원 교사는 “천천히 즐겁게 가르치고 싶어도 한 달에 200만 원을 투자하는 부모들은 ‘퍼포먼스(성과)’를 원할 수밖에 없다”며 “선택받는 영유가 되려면 ‘A를 졸업하면 프리토킹이 되고 원서를 줄줄 읽는다’는 말이 나오게 끌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영어 학습 연령대가 너무 낮아진 것도 문제지만, ‘레벨’과 ‘입시’를 목표로 한 주입식 교육이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임동선 이화여대 언어병리학과 교수는 “유아기엔 가랑비에 옷 젖는 것처럼 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것이 중요한데, 대다수 영어유치원은 ‘학습’에 초점을 맞춘다”고 지적했다. 영유아 언어 교육은 ‘놀이’를 기반으로 해야 함에도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암기와 문제풀이, 과제에 교육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 아동학 박사인 권윤정 맘모스아동청소년상담센터 원장은 “5∼7세는 언어나 인지뿐 아니라 신체, 사회성 등 모든 측면의 전인적 발달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긴 학습 시간과 압박감은 아이의 정신 건강을 해친다. 잘 견디는 듯 보이는 아이들 중에서도 눈 깜박임과 같은 틱 증상, 손톱 물어뜯기, 잦은 분노 표현 등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아동심리상담센터 관계자는 “6세 여자아이가 스스로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르는 이상행동을 보여 상담을 받은 적도 있다”며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 친구를 멀리하는 등 정상적인 교우관계를 만들지 못하는 유아들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영유 성공담’에 가려져 아이들이 잃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천근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정서적 안정감이 중요한 유아기에 주입식 교육을 하게 되면 커서도 감정 조절이나 스트레스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뇌 발달의 균형이 무너져 조그마한 좌절도 견디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첫 학습 경험이 짜인 계획에 따라 시키는 대로 끌려 다니는 형태가 되면 자기주도식 학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길영 한국외국어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언어는 흥미가 중요하다”며 “초등학교 입학 후 영어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지방자치단체마다 대학을 지원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인적 자원, 역량의 차이가 너무 크다.”(정성택 전남대 총장) “수도권이지만 서울 소재가 아닌 대학들은 정부 정책에서 오히려 홀대받고 있다.”(박종태 인천대 총장) 지난달 29일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는 교육부를 향한 전국 134개 4년제 일반대 총장들의 ‘국민 신문고’나 다름없었다. 이날 세미나 주제가 ‘대학-지자체 협력의 전망과 과제’였던 만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향한 총장들의 질의도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대 정책에 집중됐다. 총장들은 대학 재정지원사업 예산의 절반과 집행 권한을 각 시도로 이양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및 과감한 혁신을 추진하는 대학 30곳에 5년간 한 곳당 총 1000억 원씩을 지원하는 ‘글로컬(Global+Local) 대학’ 사업을 기대하면서도 “정책 효과가 일부 지역이나 대학에 편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컬 탈락 대학들, 후유증 호소지난달 교육부는 포스텍, 부산대·부산교대 등 15곳을 글로컬대로 예비 지정했다. 교육부에 제출된 94건의 혁신기획서 중 16%만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이 중 10곳이 올 10월 최종 선정된다. 총장들은 탈락 대학들의 후유증을 우려했다. 장영수 대교협 부회장(부경대 총장)은 “내년에 재도전 기회가 있다지만 상당수 대학이 혁신기획서 작성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며 또 1년을 보내야 한다. 혁신안만 마련하다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제출된 혁신 과제를 실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금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숙명여대 총장)도 “탈락 대학은 부실 대학으로 낙인찍힐 우려가 있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글로컬대 사업이 탈락한 대학에도 혁신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컬대는 ‘밀물’과 같아서 몇 개의 배만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대학이 다 같이 올라가는 사업”이라며 “선정되지 않은 대학을 유형별로 묶어서 지원하는 방안 등 다양한 후속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총장들은 더 과감한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등록금과 기부금 등 낡은 규제를 풀어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높여 달라는 의미다. 전호환 동명대 총장은 “대학이 돈이 되는 사업을 더 하도록 해주고, 그 돈이 정확하게 쓰이는지만 감시하면 자립할 수 있는 대학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혁신안이 모두 실현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글로컬대 신청 과정에서 접수된 337개 규제 개선 요구 중 현장 요구가 많은 58개 과제는 즉시 개선하고, 140개 과제는 올 2학기 전까지 개선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인천 총장들 “우리는 역차별”정부는 출범 초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지자체와 대학의 협력을 강화해 지역 인재를 기르고, 지방 소멸도 막겠다는 취지다. 라이즈와 글로컬대학도 이런 배경에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대학 총장들이 겪고 있는 현실과는 온도 차가 크다. 산업, 주거, 복지 등 견고한 ‘수도권 1극 체제’를 깨지 않으면 ‘지방대 살리기’ 정책은 헛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총장들은 “수도권에 일자리가 집중되고, 지역에서 배출한 우수 인재를 빨아들이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지방과 지방대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지자체의 교육 분야에 대한 전문성 부족이다. 대학 예산권을 쥔 지자체장의 치적을 위한 사업 추진이나, 지역 대학 간 나눠 먹기 식 예산 배분도 우려된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대학 행정과 교육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전문성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지방대에만 집중되면서 수도권 대학 사이에선 “역차별받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특히 서울이 아닌 경기, 인천의 소규모 대학들은 글로컬대 사업에 지원도 못 하는 등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총장은 “수도권에 있지만 지방 거점국립대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도 많다”며 “수도권과 비수도권대가 아닌, 서울권과 비서울권 대학으로 나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2025년부터 라이즈 체제가 전국으로 확산되면 수도권 지자체들이 글로컬대와 유사한 사업을 추진할 토대가 마련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교협은 지난달 ‘소규모 대학 지원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고, 내년 1월까지 지원 방안을 만들어 정부와 국회에 건의할 계획이다.부산=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누리과정(3∼5세 공통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방과후 특별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영어, 한글, 예체능 등 ‘학원식 수업’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방식의 수업이 불법은 아니지만, 학부모에게 추가 수업료로 전가되는 비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특별활동 수업이 사설 학원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가져온 ‘준(準)사교육’에 가깝지만 교육부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1 자녀를 둔 학부모 응답자 1만1000명 중 4681명(43%)은 지난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후 특별활동에서 ‘영어 사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수학 사교육은 2760명(25%), 국어도 3446명(31%) 있었다. 실제 서울 지역 유치원에서 학부모들이 누리과정 정부 지원금을 제외하고 부담하는 금액은 월평균 20만 원가량이다. 유명 사립 유치원에서 자녀가 원어민 영어, 태권도 수업을 듣는 학부모 A 씨는 “강사, 교재비 등 50만 원 이상이 든다”고 말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방과후 특별활동 수업을 하는 업체들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어느 업체와 어떤 형식으로 특별활동 수업을 할지는 재량에 달려 있다”며 “관련 통계는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방과후 활동은 하루 1시간, 1과목 이내로 제한되지만 일과 중 특별활동(특색교육)에 대해서는 그런 기준마저도 없다. 전문가들은 사교육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으로까지 파고든 현실을 지적하며, 누리과정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부연 부산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기존 누리과정의 질을 학부모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강화해 학원식 사교육의 침투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서울 성동구에서 두 자녀를 키우는 김모 씨(36)의 6세 첫째 아들은 이른바 ‘영유(영어유치원)’로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을 다닌다. 월 기본 수업료는 약 170만 원. 방과 후 과정으로 코딩, 국어(논술) 수업 등을 추가하면 200만 원이 넘는다. ‘줄넘기 학원’도 일주일에 두 번 간다. 추가로 ‘미술학원’을 목요일마다 다닌다. 2년 전부터는 주 1회 방문교사가 일대일로 지도해주는 홈스쿨링 학습지도 받아보고 있다. 첫째 아들 사교육비로 매달 약 310만 원이 나간다. 동아일보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함께 초1 자녀를 둔 전국의 학부모 1만1000명을 대상으로 5월 16∼29일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88%(9679명)가 “초등학교 입학 직전(6세) 1년간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켰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9.2%(5408명)는 “1년간 3개 이상의 사교육을 시켰다”고 밝혔다. 올해 전국 4년제 대학의 한 학기(6개월 치) 평균 등록금은 약 339만 원이다. 김 씨가 첫째 아들 학원비로 매달 지출하는 310만 원보다 불과 29만 원 많다. 등하원 도우미 비용까지 포함하면 맞벌이인 김 씨가 버는 돈은 대부분 첫째 교육비, 돌봄비로 나간다. 김 씨는 “주변에서도 대부분 이 정도는 다 한다고 하니까 우리도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다. 초등학교 적응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무리인 걸 알지만 시킨다”고 말했다. 김 씨는 둘째 아들(3)도 ‘영유’에 보내는 것을 고민 중이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 맞벌이로 인한 돌봄 공백, 경쟁에서의 조바심에 직면한 부모 중 많은 이들이 고민 끝에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사교육의 문을 두드린다. 이번 조사에서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다”는 응답은 12%에 그쳤다. 총응답자의 26%는 연간 사교육비가 300만 원 이상이라고 했고, 9.7%는 ‘600만 원 이상’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국내 근로자의 월평균 실질임금은 327만4000원이었다. 최근 정부는 ‘사교육 이권 카르텔’과의 전쟁에 나섰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대비나 특수목적고(특목고) 대비 사교육에 치중해 있다. 취학 전 아동들이 처한 사교육의 실태는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비켜나 있었다. 매년 통계청이 발표하는 사교육비 조사도 초중고교생만 집계한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영유아기부터 사교육 굴레에 빠지면서 초중고 내내 학원에 의존하고 공교육은 제 기능을 못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홍민정 사걱세 대표는 “영유아 시기에는 무조건 빨리 달리는 게 아니라, 발달 단계에 맞는 교육과 지원이 중요하다. 이 시기를 놓치면 영원히 뒤처질 것처럼 불안감을 조장하는 사교육 업계의 공포 마케팅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3일 교육부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에 총 261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발표했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원 학생들에게 “내가 수능 출제 관계자와 만났다”며 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받은 학원강사는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내 아이만 뒤처질까 조바심”… 0~4세 15%가 국영수 사교육사교육계 “두뇌 완성기” 불안 자극석달에 200만원 영어 키즈카페도“무리한 선행학습, 스트레스 유발경쟁 부추기는 입시제도 바뀌어야”2년 전 아들(당시 7세)을 서울의 유명 사립초에 입학시킨 최모 씨는 당시 첫 담임교사에게서 “왜 아이를 미리 영어 유치원에 보내지 않았느냐”는 면박을 들었다. 같은 반 친구들 상당수는 영어 유치원을 졸업했고, 일반 유치원을 나온 아이들은 영어 실력 때문에 그 사이에서 주눅 들 수 있다는 것이 교사의 설명이었다. 최 씨는 “마치 내가 나쁜 엄마가 된 것 같아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며 “공교육이 이러니 부모들이 영어 유치원이나 한글 선행학습에 매달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사립초뿐만 아니라 대다수 공립초에서도 사교육을 통해 선행학습을 받고 입학한 사례가 흔하다. 한 공립초 1학년 담임교사는 “한글을 안 떼고 오는 학생은 반에 1, 2명뿐이고, 수학도 진도를 앞서가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재능개발-선행학습 위해” 사교육 택해 본보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전국 초1 학부모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8.0%(복수 응답)는 “자녀의 재능이나 소질 계발을 위해” 취학 전 사교육을 시켰다고 답했다. “선행학습을 위해서”는 41.4%, “내 아이만 뒤처질까 봐 하는 불안감 때문”이라는 응답은 23.5%였다. “부부가 모두 맞벌이로 보육이 필요해서”라는 답변은 23.2%였다. 사교육 업계가 ‘유아기 두뇌 완성’ 등 광고로 부모들의 불안을 자극하면서, 사교육 시작 연령도 내려가는 추세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15%가량은 “자녀가 다섯 살도 되기 전에 사교육을 시켰다”고 답했다. 0∼4세에 국어 사교육을 시작했다는 응답은 15.4%, 영어는 15.9%, 수학은 13.3%로 나타났다. 사교육의 형태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영어 키즈카페’도 성행 중이다. 주로 백화점에 입점하는 한 영어 키즈카페는 3개월(200만 원대)∼2년(1000만 원대) 단위로 회원을 모집한다. 원어민 교사와 일대일 학습이 가능하고, 독서와 미술 수업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일반 키즈카페와 달리 부모는 입장할 수 없다. 명칭만 키즈카페일 뿐 사실상 사교육 시설인 셈이다.● 전문가 “학습 취약해질 수도… 심리 문제까지” 3월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초등생 약 44만 원, 중학생 58만 원, 고교생 70만 원이었다. 하지만 실제 부모들이 체감하는 사교육비는 이보다 훨씬 많다. 전문가들은 영유아 사교육비가 제대로 집계되면 이에 못지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12월 육아정책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개인 및 그룹지도 영유아의 월평균 교습비는 21만5000원, 단시간 교습학원은 16만6000원, 학습지 수업은 9만∼10만 원 선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무시한 사교육이 장기적으로는 학습 동기나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스트레스로 심리 상담을 받는 유아도 적지 않다. 한유미 호서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당장은 영어로 인사하고 셈을 잘하는 게 성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고교나 대학까지 그 격차가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며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학생은 오히려 자기주도적 학습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초등생 때부터 대입에 ‘올인’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영유아 사교육 열풍을 억누르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쟁에서 이기는 아이를 키우겠다’는 부모들의 태도가 변하려면 입시제도와 초중고 공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교육의 출발선인 영유아 단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은 부모의 경제 수준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며 “한글도 못 뗀 아이들부터 시작되는 선행학습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정부가 최근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되는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 수능에서 ‘적정 난이도’를 갖춘 문항을 출제하겠다고 2일 밝혔다.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은 2024학년도 수능 시행 세부계획을 이날 공개했다. 평가원은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를 갖춘 문항을 출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수능 세부계획과 거의 같지만, ‘적정 난이도’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킬러 문항 배제’ 방침과 이로 인한 ‘물수능(쉬운 수능)’ 우려를 고려해 변별력 유지라는 평가의 기본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수능에서 EBS 교재 및 강의와의 연계율은 문항 수 기준 50%로 지난해와 같다. 교재의 도표, 그림, 지문 등을 되도록 변형하지 않고 출제해 학생들이 연계율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수능 출제 방향의 큰 틀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관심은 난이도 조절에 쏠린다. 특히 수학 영역의 난도가 얼마나 낮아질지가 관심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