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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 씨는 은행 대출 이자 부담이 1년 새 40% 가까이 늘었다. 피트니스 업계 특성상 고가 헬스 기구를 리스(임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리스 이자율도 함께 올랐다. 총금액의 30%를 먼저 내고 나머지 금액은 3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는 방식인데, 금리가 오르며 원리금도 늘게 됐다. 그는 “코로나19로 영업을 제대로 못 했는데 이제는 대출 금리가 올라 못 버티는 업체들이 속출한다”고 말했다. 고금리가 이어지며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중소기업이 늘면서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들이 역대 최대 실적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 은행권에 “대출 금리를 낮춰 고통을 분담하라”고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16개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들은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고금리 고통 분담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중소기업계 대표 9명은 “고금리 이자장사, 질식하는 소상공인” “은행권은 돈잔치, 중소기업은 빚잔치” “넘치는 은행 곳간, 돈줄 마른 중소기업” 등이 적힌 피켓을 직접 들고 나왔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달 15∼17일 중소기업·소상공인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응답 기업의 과반(59.0%)이 대출금리 상승에 대해 “대응 방안이 없다”고 답했다. “일부 대응하고 있으나 불충분하다”는 응답(31.3%)까지 합치면 90.3%에 달하는 기업이 사실상 무방비로 고금리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이날 금융권이 지난해 최대 실적을 내고 1조4000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한 것에 대해 특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폭등과 고물가 등 여러 난제로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는데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였다”며 “다른 세상 얘기처럼 느껴져 허탈한 심정”이라고 했다.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은 “인건비도 오르고 투자도 어려워진 마당에 은행의 성과급 잔치 같은 소리를 들으면 기업 할 마음도 안 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는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청했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 은행들이 대규모 공적자금으로 위기를 극복했던 전례를 들며 “금융권이 먼저 대출금리를 적극 인하해 상생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는 예대금리 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금융권이 지킬 수 있도록 감독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대기업 동반성장지수와 유사한 상생금융지수를 은행권 평가에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김 회장은 “매출이 떨어지면 신용등급을 낮춰 대출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올리는 등 ‘비올 때 우산을 뺏는’ 영업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계속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증기관 출연 등을 통해 자금난에 처한 중소기업을 돕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 지원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금융당국이 다음달부터 과중한 채무 부담을 지고 있는 금융 취약계층의 이자 감면 조치를 모든 연령대로 확대한다. 또 최대 100만 원 한도의 긴급 생계비 대출도 시작한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저신용 청년층(34세 이하)을 대상으로 기존에 약정된 이자를 30~50% 낮춰주는 ‘신속채무조정 특례 프로그램’을 다음달부터 전 연령층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가 운영 중인 신속채무조정(연체 전 채무조정)은 채무 연체 기간이 30일 이하이거나 아직 연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과중한 채무 부담을 지고 있는 대출자를 위해 최장 10년 한도로 상환 기간을 연장하거나 최대 3년 동안 상환을 유예해 주는 제도다. 특례 프로그램은 여기에 더해 저신용이나 실직, 장기 입원, 재난 피해 등으로 형편이 어려워진 취약 대출자를 위해 약정 이자를 기존 대비 30~50% 낮춰준다. 가령 연 10% 수준 금리의 대출을 받았다면 이를 연 5~7%로 조정하는 식이다. 금융사 동의를 얻어 이자율 감면이 집행되는 구조여서 정부 재정이 투입되진 않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청년층을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시행한 결과 선제적인 채무 조정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전 연령층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목적이 가장 크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도 이자율을 일부 조정해줌으로써 채권 부실화를 막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위는 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중증 장애인 등 객관적으로 상환 여력이 크게 부족한 경우 채무 연체 기간이 31~89일이라도 이자 전액과 원금(최대 30%)을 감면해 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원금 감면 신청의 경우 연체가 90일 이상일 경우에만 가능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다음달 최대 100만 원 한도의 긴급 생계비 대출도 시행한다. 금융 취약계층이 연 수백%에 이르는 불법 사금융에 노출되지 않도록 연체 이력을 따지지 않고 즉시 급전을 대출해주겠다는 것이다. 대출 금리는 연 15.9%를 적용하되 성실하게 대출을 갚을 경우 최저 9.4%까지 인하된다. 금융위는 긴급 생계비 대출 접수를 받을 때 채무조정이나 지방자치단체 복지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식도 시도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체 우려가 큰 금융 취약계층은 조금이라도 빨리 채무 조정을 시작해야 경제적 재기가 쉽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며 “고금리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특례보금자리론 신청 규모가 출시 약 20일 만에 전체 공급 목표의 3분의 1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7일까지 특례보금자리론 누적 신청 금액은 14조5011억 원(6만349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30일 출시 이후 19일 만에 올해 공급 목표인 39조6000억 원의 36.6%가 신청된 것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정부가 기존의 안심전환대출과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을 통합해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고정금리 주택금융상품이다. 연 4.15∼4.55%의 기본금리에 0.9%포인트 한도의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전체 신청 건수 6만3491건을 용도별로 살펴보면 기존대출 상환이 3만6786건으로 57.9%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특례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우대금리 신청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85.7%가 0.1%포인트 금리 우대가 가능한 인터넷을 통한 전자약정 방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0.2%포인트와 0.4%포인트를 우대하는 신혼가구와 사회적 배려층 조건의 경우 3.5%와 2.6%만 신청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분석됐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하며 은행의 과도한 수익성 문제를 강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지점 통폐합 속도 조절에 나선다. 고령층 등의 금융 접근성 문제를 고려해 점포 축소 규모를 예년보다 줄이겠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 매년 200곳을 넘겼던 시중은행의 지점 통폐합 규모가 올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총 211곳의 지점을 통폐합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한 72곳, KB국민 61곳, 우리 58곳, 하나 20곳 순이다. 시중은행은 2020년 238곳, 2021년 230곳의 점포를 각각 줄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중·지방·특수은행 점포 수는 2015년 말 7281개에서 2021년 말 6094곳으로 줄었는데 6년 새 줄어든 1187곳의 점포 가운데 998곳이 시중은행이었다. 이런 가운데 4대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의 금융 접근성 문제 지적을 고려해 올해 지점 통폐합 규모 축소에 나서는 모습이다. 올해 초 7곳의 지점을 줄인 우리은행은 현재 추가 통폐합 계획이 없고 향후 지점 축소 문제도 신중히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이 올해 10여 지점만 통폐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하나은행 역시 올해 지점 축소 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3월까지 66개 지점을 통폐합한다는 계획을 이미 확정한 KB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추가 통폐합은 없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현재 분위기라면 4대 시중은행의 지점 통폐합 규모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본부장급 관계자는 “은행들이 최근 수년간 적지 않은 지점을 통폐합한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의 지적을 감안해 추가적인 지점 감축에는 상당히 신중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중복 점포 해소와 비대면 전환 등을 이유로 지점 통폐합을 추진해 왔다. 그러면서 △은행 간 공동점포 운영 △화상으로 대면 창구 수준의 업무가 가능한 디지털라운지 운영 △지능형 자동화기기(STM) 운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점 축소가 은행의 비용 효율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금융 접근성은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은행의 구조조정 모습을 보면 금융 취약층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지점 수를 줄인다든가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금감원은 점포 폐쇄를 할 때 사전 영향평가 절차 등을 강화하면서 과도한 지점 감축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비대면 전환이라는 큰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급격한 고령화 같은 사회적 흐름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 접근성과 디지털 소외 같은 소비자 관점에서 지점 통폐합 문제를 계속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KT는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역에 발생한 지진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이재민을 위한 구호 성금 10억 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한다고 16일 밝혔다. KT는 제휴 협력 관계인 튀르키예 1위 통신사 ‘튀르크텔레콤’으로부터 현장에서 지원이 절실한 구호단체를 추천받아 이를 공동모금회 측에 공유할 예정이다. KT 관계자는 “기부금이 적절하고 신속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이달 28일까지 고객들에게 멤버십 포인트를 기부받고 그룹 자체 성금을 더해 총 4억 원을 기부한다고 이날 밝혔다. SPC그룹도 이날 성금 10만 달러(약 1억2850만 원)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기부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대한적십자사에 성금 1억 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도 지진피해 복구와 긴급 구호를 위해 5000만 원을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정각사(주지 정목 스님)는 15일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대한적십자사에 성금 3000만 원을 전달했다. 성금은 현지에서 사용할 겨울용 텐트, 긴급구호 세트를 지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과점 체제인 은행과 통신업계의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만들어 보고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른바 ‘경쟁 무풍지대’로 불리던 5대 은행과 3대 통신사의 과점 체제를 허물기 위해 신규 시장참여자의 시장 진입을 열어주는 방안까지 열어두고 경쟁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권과 통신 분야는 서비스의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정부의 특허에 의해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이같이 지시했다고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과점 체제에 따른 이윤이 기업들에 귀속되고 소비자 효용은 개선되지 않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하게 독려해왔다”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금융권을 향해 “은행 산업의 과점 폐해가 크다.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은행이 (소비자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예대마진을 축소하고, 또 취약 차주를 보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통신비 문제에 대해선 “통신요금 선택권 확대와 통신시장 경쟁 촉진을 강화하라”며 “통신요금 구간을 세분화해 국민의 통신요금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사실상 과점하고 있는 통신업계에서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 편익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깨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열어두고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실질적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개선책 마련이 안 될 경우엔 신규 시장 진입을 위한 새로운 은행을 만들도록 관련 길을 열어주는 방향이 추진될 수도 있다”고 했다. 통신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 제4이동통신사의 시장 진입을 유도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독과점 체제의 폐해를 해소하는 방안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尹 “경쟁시켜 금융-통신비 경감”… 신규은행-제4이통사 선정 추진 정부, 은행-통신 과점 손본다경쟁 촉진서 새 은행 인가까지 검토제 4이통 후보군은 게임사 등 거론투자 자본 댈 기업 나타날지가 변수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직접 은행·통신업계의 과점 폐해를 언급하며 경쟁시스템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은 최근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 이 같은 폐쇄적인 경쟁 체제가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담합 구조를 혁파하고 완전 경쟁을 유도해야 시중은행의 고금리나 높은 통신 요금 문제가 해소돼 그 편익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경쟁 촉진부터 새 은행 인가까지 모두 검토 윤 대통령은 특히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회의에서 금융·통신 비용 경감 필요성을 특히 강조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은행 지배구조 개선은 관료 출신 공무원들이 실행에 주저할 수 있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문제를 언급한 것”이라며 “과점 체제를 개선해 시장에 경쟁을 촉진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은행 과점 체제를 허무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예대마진 축소 외에도 예대금리 차 공시, 대환대출 및 예금 비교 추천 플랫폼 등을 통해 기존 금융사 간 경쟁을 강화하거나 금융-정보기술(IT) 간 장벽 완화를 통해 유효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 등을 언급했다. 이런 대통령실의 의지에 따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 15곳의 일반은행이 영업을 하고 있지만 예금과 대출은 일부 주요 은행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체 일반은행의 원화대출금 1429조7300억 원 가운데 4대 시중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79.8%에 이른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높은 수익을 내는 원인을 살펴보면서 결국 경쟁이 불충분한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고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다른 참여자들도 시장에 들어와 경쟁하는 방안을 검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은행의 인가부터 기존 은행 간 경쟁 강화, 금융 서비스 플랫폼 강화 등 방안을 두루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우선 인가 단위를 세분화하는 ‘스몰 라이선스’를 통해 중소형 은행을 만들어 금융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서민금융이나 소상공인 전문은행 등이 기존 은행과 경쟁하는 형태다. 다만 기존 판도를 뒤흔드는 규모의 은행이 새로 등장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업은 초기 투자 자본이 굉장히 큰 산업”이라며 “정부가 실제로 새로 허가를 내준다고 해도 신규 은행이 등장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제4 이통사 선정도 재추진 정부는 통신 분야에서도 20년 이상 굳어진 3사 중심의 시장을 개혁해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통신 서비스의 품질과 요금제 개선을 위한 건전한 경쟁이 촉진돼야 한다”면서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경쟁 촉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통신 3사가 5세대(5G) 서비스 투자나 중간 요금제 출시에 미온적이었다는 판단하에 “이번엔 제4 이동통신 사업자를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8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과거 통신 3사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땐 정부 지원을 많이 받았다”며 “국민 편익을 위해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업체에 여러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안팎에서선 국내 대형 플랫폼 업체와 게임사, 전자상거래 업체 등이 제4 이동통신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ICT 업계에선 중소 사업자가 도전했던 과거 사례와 달리 이번엔 재무 건전성을 갖춘 대기업이 뛰어들면 제4 이동통신사 선정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자금력을 갖춘 후보를 찾지 못해 새 통신사 선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앞서 정부가 주파수 할당을 통해 새로운 통신 사업자를 선정하려는 시도는 2010년부터 7차례 모두 무산됐다. 이에 정부는 새 사업자를 선정하는 대신 저가 요금제 중심의 알뜰폰(MVNO) 활성화로 정책을 선회했지만 이 시장에서도 통신 3사의 계열사가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과점 구조는 계속 유지됐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직접 은행·통신업계의 과점 영업을 언급하며 경쟁시스템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은 최근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 이 같은 폐쇄적인 경쟁 체제가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담합 구조를 혁파하고 완전 경쟁을 유도해야 시중은행의 고금리나 높은 통신 요금 문제가 해소돼 그 편익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경쟁 촉진부터 새 은행 인가까지 모두 검토 윤 대통령은 특히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회의에서 금융·통신 비용 경감 필요성을 특히 강조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은행 지배구조 개선은 관료 출신 공무원들이 실행에 주저할 수 있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문제를 언급한 것”이라며 “과점 체제를 개선해 시장에 경쟁을 촉진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예대마진 축소와 취약 대출자 보호의 필요성을 콕 집어 언급했다고 한다. 이런 대통령실의 의지에 따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 15곳의 일반은행이 영업을 하고 있지만 예금과 대출은 일부 주요 은행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체 일반은행의 원화대출금 1429조7300억 원 가운데 4대 시중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79.8%에 이른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높은 수익을 내는 원인을 살펴보면서 결국 경쟁이 불충분한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고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다른 참여자들도 시장에 들어와 경쟁하는 방안을 검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은행의 인가부터 기존 은행 간 경쟁 강화, 금융 서비스 플랫폼 강화 등 방안을 두루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우선 인가 단위를 세분화하는 ‘스몰 라이선스’를 통해 중소형 은행을 만들어 금융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서민금융이나 소상공인 전문은행 등이 기존 은행과 경쟁하는 형태다. 다만 기존 판도를 뒤흔드는 규모의 은행이 새로 등장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업은 초기 투자 자본이 굉장히 큰 산업”이라며 “정부가 실제로 새로 허가를 내준다고 해도 신규 은행이 등장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제4 이통사 선정도 재추진 정부는 통신 분야에서도 20년 이상 굳어진 3사 중심의 시장을 개혁해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통신 서비스의 품질과 요금제 개선을 위한 건전한 경쟁이 촉진돼야 한다”면서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경쟁 촉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통신 3사가 5세대(5G) 서비스 투자나 중간 요금제 출시에 미온적이었다는 판단하에 “이번엔 제4 이동통신 사업자를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8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과거 통신 3사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땐 정부 지원을 많이 받았다”며 “국민 편익을 위해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업체에 여러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안팎에서선 국내 대형 플랫폼 업체와 게임사, 전자상거래 업체 등이 제4 이동통신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ICT 업계에선 중소 사업자가 도전했던 과거 사례와 달리 이번엔 재무 건전성을 갖춘 대기업이 뛰어들면 제4 이동통신사 선정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자금력을 갖춘 후보를 찾지 못해 새 통신사 선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앞서 정부가 주파수 할당을 통해 새로운 통신 사업자를 선정하려는 시도는 2010년부터 7차례 모두 무산됐다. 이에 정부는 새 사업자를 선정하는 대신 저가 요금제 중심의 알뜰폰(MVNO) 활성화로 정책을 선회했지만 이 시장에서도 통신 3사의 계열사가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과점 구조는 계속 유지됐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들의 ‘돈 잔치’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가운데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1조4000억 원에 이르는 임직원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성과급을 포함한 은행의 성과보수 체계를 집중 점검하는 한편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은행 지원이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금융당국, 은행 성과급 ‘정조준’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 총액은 1조3823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1조193억 원보다 35.6%나 불어난 수치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은행이 6706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 2044억 원, 신한은행 1877억 원, 하나은행 1638억 원, 우리은행 1556억 원 순이었다. 이들 은행에서 지난해 최고 성과급을 받은 임직원은 KB국민은행의 전직 고위 임원 A 씨로 15억78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고위 임원은 2021년 말 퇴임에 따라 그동안 이월된 장·단기 성과급을 동시에 지급받으면서 성과급 규모가 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 1명의 평균 성과급을 따져보면 KB국민은행이 2억16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하나은행(1억6300만 원), 신한은행(1억7200만 원), 우리은행(1억400만 원), NH농협은행(4800만 원) 순이었다. 직원 1인당 평균 성과급은 NH농협은행(3900만 원)이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1300만 원), 신한은행(1300만 원), KB국민은행(1100만 원), 우리은행(1000만 원)도 모두 1000만 원을 넘었다. 다만 NH농협은행은 이에 대해 정기 상여금 등이 포함된 수치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5대 금융지주사의 순이익이 18조 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가운데 이들 은행은 지난 연말 예년보다 더 많은 기본급 300∼400% 수준의 성과급을 책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지급될 성과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성과급 체계를 점검해 은행들의 ‘돈 잔치’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은행의 성과보수 체계가 관련 법의 취지와 원칙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하겠다”며 “미래손실 가능성 및 건전성 등 중장기 지표를 충분히 고려하도록 하는 등 미흡한 부분은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성과급 규모가 단기 성과에 과도하게 연동돼 있지 않은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큰 수익이 날 때는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형편이 어려워지면 정부의 지원을 받는 식의 은행 경영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수억 원 받는 희망퇴직, ‘복지제도 아니냐’ 비판도매년 1인당 3억, 4억 원에 이르는 특별퇴직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은행들의 희망퇴직 관행 역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연말 연초 5대 시중은행은 2200여 명을 희망퇴직시키면서 1인당 평균 3억4000만∼4억4000만 원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했다. 여기에 법정퇴직금까지 합치면 6억∼7억 원씩 손에 쥔다는 계산이 나온다. 희망퇴직이 은행 구조조정과 경영 효율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지가 아니라 직원들을 위한 일종의 복지제도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원들이 받는 수억 원대의 퇴직금에 비하면 일반 직장인들의 퇴직금은 ‘쥐꼬리’ 수준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귀속 기준 직장인 평균 퇴직금은 1501만 원에 불과했다. 은행들은 정해진 규정에 따라 성과급,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일 뿐 막대한 이자수익에 따른 ‘돈 잔치’와는 거리가 있다고 해명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성과급 규모는 경영 성과 등과 연동이 돼 있고, 희망퇴직금은 비대면 전환과 지점 감축에 따라 강제성 없이 인력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작년 채권시장 경색 때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압박함에 따라 은행 예대 마진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은행의 ‘공공재 성격’을 강조하고 금융당국이 후속 작업에 나서면서 은행의 급여체계 개선과 각종 서민 지원에 대한 압박은 보다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서민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하지만 효과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며 “어떤 계층에 얼마나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지는지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공공재’적인 성격을 다시 강조하면서 고금리에 따른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은행들이 서민들의 대출이자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보다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 고통이 크다”며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며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15조8506억 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거액의 연말 성과급과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돈 잔치’를 벌였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고금리 상황에서 예대마진이 급증하면서 39조6735억 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30일에 이어 다시 한번 은행의 공공재적인 성격을 강조하면서 금융당국이 은행 금리 등에 개입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 속에서도 은행을 압박해 과도한 대출 금리 인상을 막아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의 상생 금융 활동과 손실 흡수 능력 확보에 집중하면서 서민들의 고통을 완화할 수 있는 추가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공공재’적인 성격을 다시 강조하면서 고금리에 따른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은행들이 서민들의 대출이자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보다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 고통이 크다”며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며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15조8506억 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거액의 연말 성과급과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돈 잔치’를 벌였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고금리 상황에서 예대 마진이 급증하면서 39조6735억 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30일에 이어 다시 한번 은행의 공공재적인 성격을 강조하면서 금융당국이 은행 금리 등에 개입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 속에서도 은행을 압박해 과도한 대출 금리 인상을 막아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의 상생 금융 활동과 손실 흡수 능력 확보에 집중하면서 서민들의 고통을 완화할 수 있는 추가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난해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적극적으로 높였던 인터넷 전문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0.49%로 1년 전보다 0.27%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율이 2021년 말 0.22%에서 지난해 3월 말 0.26%, 6월 말 0.33%, 9월 말 0.36%로 상승 곡선을 그리다 연말에는 0.13% 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아직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케이뱅크도 지난해 9월 말 기준 연체율이 0.67%로 2021년 말보다 0.26%포인트 상승한 상황이다. 3개월 이상 연체돼 떼일 우려가 있는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도 같은 기간 0.22%포인트 오른 0.76%로 나타났다. 지난해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금융당국에 제출한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목표치(25%) 달성에 집중했다. 그 결과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고금리 속에 연체율이 덩달아 상승한 것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추가로 높이면서도 손실 가능성이 낮은 담보부대출 취급 확대 등을 통해 건전성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고금리에 각종 대출 규제까지 맞물리면서 저신용자들이 새로 받아간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이 지난해 하반기(7∼12월) 들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돈줄이 막힌 일부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등으로 내몰릴 우려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 등 7개 카드사의 개인 신용평점 700점(KCB 신용점수 기준) 이하 저신용자 대상 카드론 신규 취급액은 지난해 1분기(1∼3월) 3조4525억 원에서 4분기(10∼12월) 1조9749억 원으로 줄었다. 저신용자 카드론은 2분기(4∼6월)에는 3조4646억 원으로 유지됐지만 3분기 2조8292억 원으로 감소했다가 4분기는 더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카드론은 금리가 비교적 높지만 신용카드 이용자가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어서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출 상품이다. 이런 카드론이 축소된 것은 대출 규제와 시중금리 상승 등의 요인이 복합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가계 부채 관리를 위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신규 대출을 막는 가운데 최근 급격히 오른 조달 금리 때문에 카드사들이 대출 금리를 높이고 카드론 규모 자체도 줄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 7개사 카드론의 평균 금리는 지난해 1분기 13.3∼17.4%에서 4분기 14.5∼19.0%까지 높아지며 법정 최고금리(20%) 수준에 근접했다. 최 의원은 “사실상 최후의 보루인 카드론 대출마저 막히면 저신용자들은 최악의 경우 불법 사금융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며 “당국이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국내 비상장 기업 대표를 지낸 A 씨(69)는 2013년 한 금융지주사의 제의로 사외이사를 맡았다. 그는 2년 동안 200건 가까운 금융지주사 이사회 안건을 의결했지만 한 번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고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A 씨는 2년 임기를 마친 뒤 해당 그룹의 자회사로 자리를 옮겨 2년을 더 일했고, 또다시 같은 금융지주의 은행에서 1년을 더 채웠다. 그렇게 5년을 동일한 금융그룹의 사외이사로 일하면서 A 씨는 매달 평균 430만 원을 받았다.‘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리는 주요 금융사의 이사회가 사실상 경영진을 위한 ‘거수기’로 전락하면서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최고경영자(CEO)의 ‘셀프 연임’을 막기 위해 이사회의 견제, 감시 기능 강화에 착수하고 나선 데도 이런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93건 의결할 때 반대표는 단 하나동아일보가 지난해 상반기(1∼6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총 93건의 안건 중 100%인 93건이 이사회에서 찬성 의결됐다. 또 6개월간 이사회 표결 과정에서 나온 반대표도 단 1표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적인 위치에서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이나 전횡을 막아야 되는 이사회의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돼 있다는 징표로 풀이된다. 금융사 사외이사들이 소신껏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이들 상당수가 ‘생계형’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억 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사외이사 자리가 사실상 하나의 직업과 다름 없이 인식되면서 연임이나 다른 기업 사외이사 자리 확보를 위해 굳이 경영진과 각을 세우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전직 사외이사는 “경영진에게 쓴소리를 많이 할 경우 ‘사외이사 업계’에서 기피 인물이 돼 도태될 수 있다”며 “억대 연봉에 가까운 자리가 은퇴 후 생계를 위한 일자리라면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 34명 사외이사 가운데 절반은 대학이나 공직, 금융사 등 현업에서 물러난 퇴직자로 1인당 평균 8000만 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전직 사외이사는 “어떤 금융사는 사외이사가 아무런 역할을 안 해주기를 원하는 곳도 있다”며 “말썽꾸러기로 소문 나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에 사외이사들이 회사에 ‘갑’이 아니라 순한 ‘을’이 돼 버린 상황”이라고 했다. 경영진과 이사회가 ‘서로가 서로를 임명하는’ 유착 관계에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EO가 사외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그로 인해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해당 CEO를 연임시키는 순환 구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경영진과 친밀한 관계를 쌓은 사외이사가 여러 차례 연임을 하거나 여러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돌아가면서 맡는 ‘돌려막기’로도 이어진다. 가령 현재 한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B 씨(60)는 처음 3년간은 이 금융지주의 계열사 사외이사를 지낸 뒤 다시 6년째 지주사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교수 출신의 한 전직 사외이사는 “자회사들을 십분 활용하면 최대 9년까지 한 그룹의 사외이사로 활동할 수 있다”며 “계속 자리를 유지하려면 경영진에게 다른 의견을 내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4명의 평균 재임기간은 3년 5개월로 조사됐다. 사외이사의 첫 임기가 보통 2년, 연임 임기는 1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2, 3연임이 관례화돼 있다는 의미다. 최근 금융지주 사외이사를 지내다가 이사회에서 이례적인 반대표를 던지고 자진 사퇴한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은 “회장 선임 과정 등에서 이사회가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자괴감이 들어 사임을 선택했다”며 “이사회가 경영진에게 책임을 적극적으로 물을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사회 논의 과정 투명히 공개해야”금융사들은 사외이사가 거수기라는 비판에는 일부 오해도 있다고 설명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사회는 사전에 이미 조율된 방안을 최종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라서 찬성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사외이사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 풀(pool)이 너무 제한적이라 연임이나 돌려막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금융사 이사회 구조와 운영 방식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 힘든 상황을 악용해 일부 경영진이 회사를 사유화하는 게 금융사 지배구조 문제의 본질”이라며 “회장 추천 같은 주요 사안은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사회 구성 단계에서도 금융당국이 적극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좁은 네트워크 안에서 쓴소리를 꺼리는 이사회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며 “이사들이 서로를 평가하는 등의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당국은 ‘거수기’ 비판을 받는 금융사 이사회의 기능을 복원하기 위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와 유착되는 것을 방지하고 경영진에 대한 견제 능력을 되찾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당국이 구상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의 일부 조치들은 정부의 ‘관치’ 논란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9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사 이사회와 연 1회 이상 회동을 정례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를 상시적으로 점검하면서 금융당국이 생각하는 바를 이사회와 직접 소통하겠다는 취지”라며 “경영진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과오와 연관된 문제 등은 이사진에게 소극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했다. 당국의 이런 계획은 금융지주나 은행 등의 이사회가 장기 집권하는 CEO에게 종속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이에 금융당국이 경영진을 거치지 않고 이사회와 직접 만나 당국의 의사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자리를 주기적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이런 당국의 구상이 새로운 관치 행위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 임원급 관계자는 “이사회의 구성과 운영, 그리고 이들의 의결 활동은 법률과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민간기업 고유의 영역”이라며 “정례 회동과 실태 점검 등이 이 영역을 침해한다면 자칫 관치를 정례화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당국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엔 이사회를 접촉하며 개별 현안에 대한 감독당국의 입장을 전달했다면, 이번엔 면담을 통해 감독 방향의 개괄적인 내용을 설명하겠다는 것”이라며 “관치 논란이 제기된 만큼 차라리 이를 공론화해서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금융당국은 해외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금융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거나 CEO 등 주요 임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선할 방법을 찾고 있다. 또 사외이사를 한꺼번에 교체하지 못하게 하고 감사 위원의 최소 임기를 보장하는 등 경영진을 추가로 견제할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해외 선진국들도 다양한 장치를 가동해 경영진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독일 등은 모범규준을 통해 임추위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영국, 싱가포르, 홍콩, 유럽연합(EU) 등에선 금융사 주요 임원에 대해 경험, 자질 등 ‘적극적 자격요건’을 기준으로 적격성심사(Fit and Proper)를 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가령 영국은 금융사 임원이 관할 업무와 관련한 적합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를 감독기관이 심사하고 승인하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특례보금자리론 신청 규모가 접수 9일 만에 10조 원을 넘겼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집을 새로 사거나 기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갈아타면서 고정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이다. 8일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7일 기준 특례보금자리론 누적 신청금액이 10조5008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올해 총 공급 목표인 39조6000억 원의 26.5%를 이미 채운 것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지난달 30일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주택 가격이 9억 원 이하면 소득 제한 없이 최대 5억 원까지 신청 가능하다. 기본 금리는 만기에 따라 연 4.25∼4.55%(일반형)로 사회적 배려층 등 우대금리 혜택을 받으면 3%대까지 낮아진다. 주금공 관계자는 “시중 주담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고정금리라는 점이 주목 받으며 실수요자에게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은행들의 과도한 수익성 확대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공공재’ 측면을 강조한 가운데 정부의 금융권 기강 잡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고금리에 고물가까지 겹쳐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힘든 상황에서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거둔 금융사를 압박해 민생경제 지원에 나서게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원장은 6일 올해 금감원 업무계획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은행의 영업이익이 10조 원 이상이지만 비이자 부문에서 발생한 손실을 고려하면 이자 이익은 수십조 원에 이른다”며 “상생과 연대의 정신으로 과실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소수의 은행이 과점(寡占) 형태로 영업을 하면서 거두는 이자 이익에는 특권적인 부분이 있다고 규정하고 과도한 배당이나 수익 추구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은행들의 공적 역할 확대를 위해 금융사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비교 평가한 뒤 공개하는 방안까지 내놨다. 그는 “사회 안정 공헌도가 높은 은행, 증권, 보험사를 국민들에게 알려드린다면 이미지 제고 등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일부 고위 임원 성과급이 수억 원 이상 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날 별도로 발표한 ‘주요 업무 추진방향’ 자료에서 “은행은 국민 경제 발전을 위해 공공성을 고려해야 함에도 최근 영업시간 정상화 지연처럼 서민과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제한하는 등 공공성을 간과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은행들이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사회적 역할은 소홀히 한 채 과도한 수익성만 추구한다면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이사회 구성과 운영 방식을 개선하면서 직접적인 소통에 나서기로 했다. 이 원장은 “이사회와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는 과정이 ‘블랙박스’(깜깜이) 안에서 이뤄지는 면이 있다”며 “관치 논란까지 제기된 만큼 금융사 지배구조를 공론화시켜 개선할 부분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금융사 이사회와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정례화해 이사회 운영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주요 선진국의 사례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경영진과의 친교 관계로 인한 이사회 장기 잔류 등의 문제도 있다”며 “복잡한 금융지주의 개별 이슈를 잘 이해하고 판단할 전문성이 준비된 분들이 이사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CEO가 장기집권을 위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로 사외이사를 꾸리고, 이사회는 경영진의 의견을 거의 그대로 수용하는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고려한 것이다. 윤 대통령에 이어 ‘실세’로 꼽히는 금융당국 수장의 강도 높은 압박이 이어지자 은행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은행이 금융시장 자금 공급이나 취약계층 지원 등에서 작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자 장사나 지배구조 문제 등을 통해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급 관계자는 “사회공헌 관련 지표를 구체화해서 공개하면 결국 은행들 ‘줄 세우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은행들의 과도한 수익성 확대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공공재’ 측면을 강조한 가운데 정부의 금융권 기강잡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고금리에 고물가까지 겹쳐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힘든 상황에서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거둔 금융사를 압박해 민생경제 지원에 나서게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원장은 6일 올해 금감원 업무계획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은행의 영업 이익이 10조 원 이상이지만 비이자 이익에서 발생한 손실을 고려하면 이자 이익은 수십 조 원에 이른다”며 “상생과 연대의 정신으로 과실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소수의 은행이 과점(寡占) 형태로 영업을 하면서 거두는 이자 이익에는 특권적인 부분이 있다고 규정하고 과도한 배당이나 수익 추구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은행들의 공적 역할 확대를 위해 금융사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비교, 평가한 뒤 공개하는 방안까지 내놨다. 그는 “사회 안정 공헌도가 높은 은행, 증권, 보험사를 국민들에게 알려드린다면 이미지 제고 등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일부 고위 임원 성과급이 수억 원 이상 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날 별도로 발표한 ‘주요 업무 추진방향’ 자료에서 “은행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공공성을 고려해야 함에도 최근 영업시간 정상화 지연처럼 서민과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제한하는 등 공공성을 간과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은행들이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사회적 역할은 소홀히 한 채 과도한 수익성만 추구한다면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이사회 구성과 운영 방식을 개선하면서 직접적인 소통에 나서기로 했다. 이 원장은 “이사회와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는 과정이 ‘블랙박스’(깜깜이) 안에서 이뤄지는 면이 있다”며 “관치 논란까지 제기된 만큼 금융사 지배구조를 공론화 시켜 개선할 부분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금융사 이사회와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정례화해 이사회 운영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주요 선진국의 사례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경영진과의 친교 관계로 인한 이사회 장기 잔류 등의 문제도 있다”며 “복잡한 금융지주의 개별 이슈를 잘 이해하고 판단할 전문성이 준비된 분들이 이사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CEO가 장기집권을 위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로 사외이사를 꾸리고, 이사회는 경영진의 의견을 거의 그대로 수용하는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고려한 것이다. 윤 대통령에 이어 ‘실세’로 꼽히는 금융당국 수장의 강도 높은 압박이 이어지자 은행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은행이 금융시장 자금 공급이나 취약계층 지원 등에서 작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자 장사나 지배구조 문제 등을 통해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급 관계자는 “사회공헌 관련 지표를 구체화해서 공개하면 결국 은행들 ‘줄 세우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자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64·사진)이 선정됐다. 우리금융지주는 3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임 전 위원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임 전 위원장은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임기 3년의 우리금융 회장직에 오르게 된다. 임추위는 “임종룡 후보자는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 전문가로서 우리금융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금융이 과감히 조직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직을 진단하고 주도적으로 쇄신을 이끌 수 있는 인사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임 전 위원장은 이번 우리금융 차기 회장 2차 후보에 오른 4명 중 유일한 외부 출신이다. 임 전 위원장은 행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장, 1차관 등을 지낸 정통 관료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내다가 금융위원장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퇴진 압박을 받아온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돌연 사퇴한 뒤 임 전 위원장이 선임되면서 관치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회장에 취임하면 조직 혁신과 기업 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그룹이 시장, 고객, 임직원에게 신뢰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데이터가 모든 산업의 화두다. 인간을 흉내 내는 인공지능(AI)을 구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축적된 기술에 기대왔던 전통 산업을 새롭게 하는 데도 방대한 데이터 활용은 기본이 됐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외치고 나선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차 산업의 새로운 엔진은 이제 데이터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차는 늘 다양한 데이터를 만들어내 왔다. 차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엔진 회전수나 속력, 누적 주행거리, 남은 연료량, 냉각수 온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 데이터는 계기판 속의 눈금 혹은 숫자로 머물다가 증발돼 왔다. 사고기록장치(EDR)에 일부 기록이 남지만 말 그대로 사고가 난 뒤에나 살펴보는 데이터였다. 상황을 바꿔 놓은 것은 통신으로 외부와 연결되는 ‘커넥티드카’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차량 내부 데이터는 물론이고 지도 데이터와 결합된 위치 정보도 즉시 전송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과거보다 훨씬 늘어난 각종 센서와 카메라까지 결합되면서 각각의 차는 명실상부한 ‘데이터 머신’이 됐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의 가장 우선적인 쓸모는 차마다 각기 다른 상태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주행거리를 통해 일률적으로 어림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비 시점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누적된 운행 데이터에 타당성 있는 알고리즘을 결합하면 겉보기에는 비슷한 중고차의 상태가 실제로는 얼마나 다른지도 알아낼 수 있겠다. 자동차 제조사에도 이런 데이터는 중요하다. 승용차와 영업용 차가 어떻게 다른 주행 패턴을 보이는지를 분석하면 용도에 따라 다른 스펙의 차를 설계할 수 있다. 앞으로 늘어날 차량 공유 서비스에 꼭 맞춘 차를 설계하는 작업이 데이터 분석에 달려 있는 셈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도 데이터 확보와 분석이 가장 중요한 열쇠다. 차량 데이터는 운전자나 제조사를 뛰어넘어 전혀 다른 서비스에도 활용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차를 타고 이동하고 또 어딘가에 머무르는 흐름을 분석한 정보는 쇼핑이나 레저, 숙박 같은 소비 활동과 연결될 수 있고 새로운 물류 서비스에 접목될 수도 있다. 이쯤 되면 차량 데이터는 돈이 되는 정보다.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는 차량 데이터의 권리에 대한 새로운 입법 움직임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차량의 위치와 부품 상태는 물론이고 주변 환경 등에 대한 데이터는 그동안 자동차 제조사가 독점해 왔다. 이를 차량 소유자와 수리·정비업자, 보험사 등에도 공유하게 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런 데이터 공유는 차 산업의 판도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 ‘데이터 놀이터’에서 가장 잘 뛰어놀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차 산업의 새로운 강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CES에서 아마존은 표준화된 전기차 데이터 수집 체계로 ‘EVD’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글로벌 빅테크까지 뛰어드는 차량 데이터 전쟁은 벌써 그 막이 올랐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다음 달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입지 않은 자영업자·소상공인도 정부의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대출자별 대환 한도도 개인 1억 원, 법인 2억 원으로 기존의 2배로 커진다. 1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개편 계획을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연 7% 이상의 금리로 받은 사업자 대출을 최대 5.5% 금리의 대출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9월부터 운영 중이다. 하지만 지난달 말까지 실행 실적이 2700억 원으로 기대에 못 미치자 대상자와 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상환 방식도 2년 거치 3년 분할 상환에서 3년 거치 7년 분할 상환으로 바꿔서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은 총 9조5000억 원 규모로 내년 말까지 신청을 받는다. 주요 시중은행들도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대출자 지원에 나선다. 이날 KB국민은행은 제2금융권 대출을 이용한 고객이 더 낮은 금리의 은행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지원하는 ‘KB국민희망대출’을 다음 달 출시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정책서민 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 대출의 신규 금리를 이날부터 1%포인트 내렸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