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경

김하경 기자

동아일보 산업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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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fact)의 조각들을 차분히 모아 통찰력 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whatsup@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산업46%
경제일반14%
인공지능7%
기업7%
사회일반7%
모바일4%
인사일반4%
사고4%
유통4%
모바일/인터넷3%
  • “낮에 장사하고 새벽엔 택배기사”… ‘투잡’ 자영업자 역대 최다

    경기 시흥에서 코다리조림 식당을 운영하는 안모 씨(29·여) 부부는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적용되던 이달 초 ‘투잡(two job)’을 시작했다. 오후 9시 가게 문을 닫으면 다음 날 오전 1시부터 5시까지 부부가 함께 택배기사가 된다. 장사가 유난히 안되는 날에는 안 씨 남편이 오후 5시부터 퇴근해 택배를 배달하기도 한다. 이들은 잠시 눈을 붙인 뒤 오전 10시 다시 식당 문을 열고 있다. 안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에는 하루 매출이 100만 원 안팎이었는데 요즘에는 50만 원도 안 나온다”며 “월세와 거래처 미수금을 내기 어려워 투잡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7월 투잡 자영업자 ‘사상 최대’안 씨 부부처럼 투잡에 나선 자영업자 수가 7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로 늘어났다. 22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실이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 영세 자영업자 가운데 투잡에 나선 사람이 7월에 15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7월 기준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13만2000명)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7.4% 증가했다. 이에 대해 추 의원은 “소상공인 희생을 강요하는 획일적인 거리 두기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의정부에서 파티룸 등 공간대여업을 하는 진성현 씨(50)도 수도권 코로나19 4차 유행이 시작되던 6월부터 투잡에 나섰다. 낮에 가게를 지키다가 오후 6시 거리로 나선다. 오전 2시까지 대리운전을 한다. 진 씨는 “집합금지 이후 월매출이 30만 원 수준이라 올 초 대출받은 3000만 원으로 버티고 있다”며 “우울해서 잠이 오지 않아 차라리 새벽일을 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대거 투잡에 나선 데는 폐업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1월 소상공인연합회가 폐업한 소상공인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4.7%가 “폐업하는 데 1000만 원 이상 들었다”고 답했다. 폐업 비용이 3000만 원 이상 들었다는 응답도 전체의 9%였다. 갈비탕집을 운영하면서 마트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김모 씨(42)는 “현실적으로 폐업을 하는 게 맞지만 이미 들어간 돈이 있어 투잡을 하면서 버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연체된 소상공인 정책 자금이 2016년 통계 집계 이후 최다인 2204억 원(6143건)에 달했다. 그만큼 자영업자들의 경영 상황이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뜻이다.○ 검은 옷 입고 집회 나온 자영업자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21일 낮 12시부터 2시간 반 동안 수도권 자영업자 200여 명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걷기 운동’에 나섰다. 정부가 23일부터 카페, 음식점 등의 내부 영업시간을 기존 10시에서 오후 9시로 제한하는 등 4단계 거리 두기 조치를 강화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장대비가 쏟아진 이날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 나선 자영업자 이승현 씨는 비를 맞으며 “1년 반 동안 정부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켰는데 돌아온 건 불어난 빚뿐”이라며 “어떻게든 먹고살려고 가게 문을 여는데 영업시간을 더 줄이면 무슨 수로 빚을 갚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먹고살 길이 막막해 눈물만 흐른다”고 덧붙였다. 행진에 나선 자영업자들은 항의의 표시로 검은 옷을 입고, 검은 우산을 들었다. 식당을 운영한다는 김재승 씨는 “자영업자는 일을 안 하면 수입이 0원이 아니라 마이너스가 된다”며 “대출받은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자식들에게 빚을 물려주게 생겼다”고 울먹였다. 수도권 소상공인 걷기 운동 측은 “앞으로 매주 주말 자발적인 거리 행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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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키트 대중화 날개 삼아… 식품 스타트업 고공비행

    1인 가구 가구주인 직장인 박수현(가명·30) 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진 뒤로 주말에 한 번 이상 밀키트(재료가 손질돼 있어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로 끼니를 해결한다. 박 씨는 “밀키트 메뉴가 워낙 다양해 선택지가 넓고, 조리 과정에서 직접 소스의 양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거리 두기에도 좋고 배달음식을 먹는 것보다 건강에 좋을 것이라 생각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밀키트 수요가 늘면서 국내 밀키트·가정간편식(HMR) 관련 국내 스타트업들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획일적 제품보다는 품질, 건강, 다양성 등이 고려된 차별화된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개성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약진하고 있다. 밀키트 업계 점유율 1위 업체인 프레시지는 국내 유명 외식 브랜드나 소상공인의 레시피를 제품화하는 간편식 퍼블리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색적이면서도 양질의 제품을 추구하는 MZ세대 취향을 잘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 제품으로는 지역 노포들과 협업한 HMR ‘백년가게 밀키트’ 등이 있다. 프레시지 매출은 2019년 712억 원에서 지난해 1271억 원으로 크게 뛰었다. 올해는 2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트업 쿠캣이 운영하는 HMR 전문 온라인몰 ‘쿠캣마켓’도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다. 딸기우유찹쌀떡 등 독특한 식품과 다양한 종류의 간편요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와 협업해 곰표 떡볶이 밀키트 2종을 출시하기도 했다. 젊은 세대가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인 떡볶이에 레트로 감성을 더해 MZ세대의 눈길을 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캣의 지난해 매출은 390억 원으로 전년도 185억 원 대비 111% 늘었다. 국내 최초의 밀키트 전문기업인 마이셰프는 쿠팡 등 유통채널 60여 곳에 월평균 20만 개의 밀키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1% 증가한 276억 원을 나타냈다.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7년 100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000억 원으로 커진 데 이어 올해는 30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산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자 대기업들도 관련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는 추세다. CJ제일제당은 식품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프론티어 랩스’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기업에 최대 1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팀에 1년간 급여를 포함한 운영비 등을 지원한다. 이용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밀키트는 ‘한 끼 때우는’ 식의 시장과는 차원이 다르게 전문화 맞춤화되고 있다”며 “크라우드펀딩, 전문 벤처캐피털의 투자 등 스타트업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유망한 신생 업체들이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21-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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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뉴도 다양하고 양도 조절 가능”…밀키트 스타트업 몸집 키운다

    직장인 박모(30·)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진 뒤로 주말이면 한 번 이상은 밀키트로 끼니를 해결한다. 1인 가구인 박 씨가 직접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기에는 번거롭고 재료도 많이 남는다. 배달 음식은 일정 액수 이상을 주문해야 하기 때문에 A 씨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지 않다. 박 씨는 “밀키트 메뉴가 워낙 다양해져 선택지가 넓고, 조리 과정에서 덜 짜거나 덜 맵게 내가 직접 소스의 양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외식을 하는 것보다 건강에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해 자주 찾게 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와 맞물려 MZ세대 중심의 1~2인 가구가 밀키트와 가정간편식(HMR)을 즐겨 찾으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소비자 27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발생 후 식품 구매량 변화를 조사한 결과 HMR의 증가율이 64.7%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7년 100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000억 원으로 커진 데 이어 올해는 3000억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HMR 기업들은 앞다퉈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밀키트 업계 점유율 1위 업체인 프레시지는 국내 유명 외식 브랜드나 소상공인의 레시피를 제품화하는 간편식 퍼블리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지역 노포들과 협업해 이들 가게의 메뉴를 그대로 가져온 HMR ‘백년가게 밀키트’가 꼽힌다. 이외에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63빌딩의 주요 레스토랑들과도 협업해 프리미엄 밀키트 제품을 선보였다. 이색적이면서도 양질의 제품을 추구하는 MZ세대 취향을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타트업 쿠캣이 운영하는 HMR 전문 온라인몰 ‘쿠캣마켓’도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다. 딸기우유찹쌀떡 등 독특한 식품과 다양한 종류의 간편요리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와 협업해 곰표 떡볶이 밀키트 2종을 출시하기도 했다. 젊은 세대가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인 떡볶이에 레트로 감성을 더해 MZ세대의 눈길을 끌었다. 쿠캣의 지난해 매출은 390억 원으로 전년도 185억 원 대비 111% 늘었다. 국내 첫 번째 밀키트 전문기업인 마이셰프는 쿠팡 등 유통 채널 60여 곳에 월평균 20만 개의 밀키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1% 증가한 276억 원을 기록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2018년 투자금을 유치한 식품 관련 스타트업은 41개였지만 지난해에는 53개사로 30%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42개사로 2018년 전체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 산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자 대기업들도 식품 관련 스타트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식품 관련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프론티어 랩스’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기업에 최대 1억 원을 투자한다. 롯데칠성음료는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팀에 1년간 급여를 포함한 운영비 등을 지원해 어려움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독립법인으로 분사할 수 있고, 분사 후 사업이 실패하면 5년 내 재취업 할 수 있다. 이용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HMR과 밀키트는 내년에도 주요 성장 예상 업종으로 꼽힌다”며 “이쪽 시장은 대기업 중심으로 발달된 게 아니라서 기업의 규모나 유명세보다는 품질과 건강, 다양성이 고려된 차별화된 상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2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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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보적 기술 개발… 반도체-스마트폰 분야 두각

    엔젯은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강소기업 100에 선정된 인쇄전자 기술 기업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회로를 만든다. 작은 공간에 전자회로를 새기려는 수요가 늘면서 얇은 전자회로를 제작하는 기술을 가진 엔젯은 더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엔젯이 생산하는 나노젯 프린터는 1μm(마이크로미터)급 선폭과 100nm(나노미터) 이상 두께를 가진 나노잉크를 정밀하게 나오게 전극을 형성한다. 이는 엔젯이 iEHD 프린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iEHD 프린팅 기술은 유도정전기장을 이용해 잉크 및 약액을 토출시키기 때문에 미세하게 용액을 떨어뜨릴 수 있다. 엔젯은 유도정전기장을 이용하는 원천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엔젯은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OLED 디스플레이의 공정 가운데 중요한 기술로 꼽히는 TFT 배선 수리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는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공정에 요구되는 LED칩 본더 장비도 개발했다. 엔젯처럼 국내 소부장 기업들은 독보적 기술 개발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노6는 작은 마이크로 매뉴얼 스테이지부터 정밀 모션 플랫폼, 광학 장비까지 생산하는 설비·부품 전문 기업이다. 모션플랫폼이란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과정에서 기계가 움직이며 공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이노6의 모션플랫폼은 위치 오차를 최소화하고 고해상도를 구현한다. 이노6가 생산하는 시스템과 부품은 수입 대체 효과가 있는 한편 해외로도 수출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 장비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리니어 모터 등의 정밀 모션 부품은 기존 일본, 독일, 미국 등의 제품을 대체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기존 디스플레이향 마이크로미터급 정밀 모션 시스템에서 한 단계 발전한 반도체향 나노미터급 초정밀 고속 모션 시스템은 미국에 수출한다. 지난해 중기부 소부장 강소기업 100에 선정된 대호테크는 정밀 유리 열성형 장비와 공장자동화 장비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특히 2013년 개발한 3D 곡면유리 열성형기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돼 세계 시장의 90%를 점유했다. 곡면 스마트폰 커버글라스의 상당수가 이 장비로 생산된다. 현재 대호테크의 매출액 70% 이상은 수출을 통해 달성되고 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2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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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장 앞둔 롯데렌탈, 2분기 실적 역대 최대

    롯데렌탈이 19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올 2분기(4∼6월)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롯데렌탈은 2분기 누적 매출 1조1971억 원, 영업이익 1103억 원, 당기순이익 463억 원의 실적을 냈다고 18일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영업이익은 64.9%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173.8% 늘어난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전 분기 대비 3.1%포인트 늘어난 9.2%에 이르렀다. 올 2분기 롯데렌탈은 렌터카, 중고차 판매, 그린카 등 전 사업 부문에서 골고루 성장했다. 국내 1위 브랜드인 롯데렌터카를 기반으로 장·단기렌터카와 중고차 사업 매출 실적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친환경 트렌드에 따라 전기차 장기렌터카 계약도 늘었다. 올 6월까지 전기차 계약건수는 2100여 대로 반기 기준 역대 최다 수준이었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그린카는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7% 상승했다. 그린카는 모회사인 롯데렌탈이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기업공개(IPO)에 따른 공모자금 일부를 활용해 자율주행과 전기차를 차별화 포인트로 모빌리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2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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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장 앞둔 롯데렌탈, 올 2분기 역대 최대 실적

    롯데렌탈이 19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올 2분기(4~6월) 역대 최대 실적을 나타냈다. 롯데렌탈은 2분기 누적 매출 1조1971억 원, 영업이익 1103억 원, 당기순이익 463억 원의 실적을 냈다고 18일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영업이익은 64.9%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173.8% 늘어난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전분기 대비 3.1% 포인트 늘어난 9.2%에 이르렀다. 올 2분기 롯데렌탈은 렌터카, 중고차 판매, 그린카 등 전 사업부문에서 골고루 성장했다. 국내 1위 브랜드인 롯데렌터카를 기반으로 장·단기렌터카와 중고차 사업 매출 실적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친환경 트렌드에 따라 전기차 장기렌터카 계약도 늘었다. 올 6월까지 전기차 계약건수는 2100여 대로 반기 기준 역대 최다 수준이었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그린카는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7% 상승했다. 그린카는 모회사인 롯데렌탈이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는데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기업공개(IPO)에 따른 공모자금 일부를 활용해 자율주행과 전기차를 차별화 포인트로 모빌리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

    • 202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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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 상가계약 못채우고 폐업해도 월세 안내

    경기 고양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 씨는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카페는 여름이 연중 최대 성수기이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로 영업시간 등에 제약이 생겨 겨우 적자만 면하고 있다. 문제는 임대차 계약 기간이 아직 1년 이상 남아있다는 점이다. 권리금을 종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내리고 새 임차인을 구하고 있지만 장사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새 임차인을 구하지 않고 폐업하면 남은 계약 기간만큼 매달 700만 원씩 월세를 내야 한다. 그는 “폐업하면 대출을 바로 상환해야 하는데 남은 월세까지 감당하기는 벅차다”고 말했다. 앞으로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의 월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코로나19 여파로 폐업하는 경우 임대차 계약을 중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 폐업 망설이는 자영업자에 퇴로 마련 현재 상가 임차인이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채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고 폐업하면 상가를 비워놔도 남은 기간 월세를 모두 내야 한다. 다만 기존 계약 기간을 채우고 묵시적으로 계약을 갱신한 상태라면 월세를 내지 않고 바로 폐업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계약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코로나19 방역지침상 영업 제한을 3개월 이상 받았고, 이 때문에 매출이 줄었다는 점만 입증하면 새 임차인을 구하지 않고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해지 시점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해지 통보한 날로부터 3개월 이후다. 정부가 법 개정에 나선 건 코로나19 장기화로 매출 피해가 극심한 자영업자에게 퇴로를 열어 주려는 것이다. 전국 자영업자 80만여 명의 매출 데이터를 보유한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매출 규모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44%에 불과했다. 반면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지난해 4분기(10∼12월) 임대료 수준은 1년 전보다 13.8% 내리는 데 그쳤다. 매출이 대폭 감소한 데 비해 임대료 감소폭은 크지 않아 자영업자의 실질적 부담이 커진 셈이다.○ “임대인-임차인 분쟁 생길 수도”상가업계에서는 정부가 임대인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상가전문 중개업체 관계자는 “대출이 많거나 월세 수입에 의존하는 생계형 임대인들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정부가 임대인과 임차인 편 가르기를 한다”고 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정부가 임차인과 임대인을 갑을 관계로만 보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개정안이 임차인에게 당장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임차인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대인들이 중도 계약 해지를 염두에 두고 임대료를 미리 높이거나 각종 특약을 임차인에게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사정의 중대한 변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판례가 쌓일 때까지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이 발생하는 등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임대인들의 불만을 의식해 “이번 개정안으로 임대인에게 손해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제도를 실행하며 보완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개정안을 이번주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사회적 논란과 야당 반대 등을 감안할 때 이달 임시국회에서 밀어붙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2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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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기업·소상공인 안전망 ‘노란우산’ 가입자 150만 돌파

    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폐업하거나 은퇴한 이후를 대비하는 공적 공제제도인 ‘노란우산’ 가입자 수가 150만 명을 넘어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노란우산 가입자가 올 7월말 기준 15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출범 이후 14년만에 이룬 성과다. 노란우산은 정부 감독 하에 중기중앙회가 운영하는 소기업·소상공인 지원제도다. 이 제도에 가입한 사람은 납입 부금에 대해 연간 최대 500만 원까지 소득공제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납입부금은 생활안정 및 사업재기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는 노란우산 가입자에게 월 2만 원씩 1년 동안 희망장려금을 지원한다. 노란우산은 출범 첫해인 2007년만 해도 가입자수가 4000명에 불과했지만 2011년 하나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가입자수가 10만명으로 증가했다. 이후 가입자 수가 2015년 50만 명, 2018년 100만명 등으로 늘었다. 현재 15개 금융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2030년 300만 명 가입을 목표로 소기업·소상공인 대상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앞으로도 노란우산이 소기업·소상공인의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으로 자리매김하도록 가입자 확대와 안정적인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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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상공인 133만명 대상 ‘희망회복자금’ 지급 시작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한 네 번째 지원금인 ‘희망회복자금’을 17일부터 1차 신속지급 대상자에게 지급하기 시작했다. 지원 신청을 한 소상공인은 빠르면 2~3시간 안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1차 신속지급 대상자는 △집합금지 13만4000명 △영업제한 56만7000명 △경영위기업종 63만3000명 등 133만4000명이다. 이는 전체 지원대상자(178만 명)의 74.9% 수준이다. 신청 첫날(17일)과 이튿날(18일)에는 홀짝제가 적용된다. 사업자 번호 끝자리가 홀수인 경우 17일, 짝수인 경우 18일에 신청하는 방식이다. 다만 19일부터는 홀짝 구분 없이 모두 신청할 수 있다. 신청 첫날인 이날 오후 4시 기준 희망회복자금을 신청한 소상공인은 44만2604명으로 집계됐다. 첫 주(17~20일)에는 오후 6시 이전에 신청하면 당일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당초 지급개시 시점을 다음달 초로 고려했으나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2주 앞당겨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1차 신속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원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는 이달 말 시작되는 2차 신속지급을 통해 희망회복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2차 신속지급 대상에 포함된 사업체 및 신청방법 등에 대해서는 이달 중 별도로 안내가 이뤄질 예정이다. 공동대표 위임장 등 서류확인이 필요한 사업체를 위한 확인지급은 다음달 말부터 시작된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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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입의존 바이오소재 국산화로 신시장 개척

    국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기업들은 자체 기술 개발로 신시장을 개척하고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해외 시장으로도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소부장 강소기업 100에 선정된 원료의약품 제조업체인 애니젠은 국내에서 펩타이드 원료의약품을 제조하는 유일한 업체다. 펩타이드는 아미노산의 결합체로,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용 소재나 의약 소재, 화장품용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되는 고부가가치 핵심 바이오 소재다. 생체친화성과 안정성이 높아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니젠이 펩타이드를 생산하기 전까지 국내 의약품, 화장품 업체들은 펩타이드를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 수입해 왔다. 펩타이드는 합성할 때 순도 높은 물질을 도출하고 대량으로 생산하기가 어려워 기술 진입 장벽이 높다. 하지만 애니젠은 펩타이드 바이오 소재 공정 개발 및 품질 관리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냈고 펩타이드 합성에 최적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수입에 의존하던 펩타이드 바이오 소재를 국산화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현재 국내뿐 아니라 미국 인도 일본 등 해외 주요 제약사들과도 개발 협력을 하고 있다. 애니젠은 펩타이드 임상 신약 개발 서비스를 통해 국내 펩타이드 신약 개발에 많은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올해는 충북 오송에 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해 펩타이드 원료의약품 제2공장인 ‘펩타이드 팜’을 구축하고 70명의 신규 직원도 채용했다. 전자통신기기 개발 및 제조업체인 이노피아테크도 대표적인 소부장 기업으로 꼽힌다. 2019년 중기부 소부장 강소기업 100에 선정된 이노피아테크는 인공지능(AI) 음성인식 기술, 차세대 방송 수신 장비와 스마트 홈 서비스용 사물인터넷(IoT) 게이트웨이 단말기를 국내외 방송통신 사업자에 공급하고 있다. 인터넷TV(IPTV) 방송 수신 단말기의 핵심 칩셋과 서비스 운영체제 등 소프트웨어를 국산화해 기존 20%에 불과했던 국산화율을 80%로 끌어올렸다. 특히 국내 최초로 저전력, 초소형, 무선 셋톱박스 단말기를 상용화했다는 점은 이노피아테크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노피아테크의 셋톱박스 크기는 기존 방송 수신 셋톱박스 대비 3분의 1 이하로 소형화돼 명함 크기에 불과하고, 소모 전력도 기존 대비 60% 수준이다. 덕분에 별도의 전원 어댑터 없이 TV의 USB 단자만으로 동작할 수 있다. 무선 네트워크 기반으로 고용량 4K 초고화질(UHD)급 IPTV 방송 수신도 가능하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국내 강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애니젠에 연구개발(R&D) 명목으로 16억 원, 이노피아테크에는 2023년까지 6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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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보관기간 늘린 ‘소비기한제’ 도입…“낭비 줄여” vs “안전 우려”[인사이드&인사이트]

    《식품 유통기한제도가 내년 말까지 시행된 뒤 2023년 1월부터 ‘소비기한제’로 대체된다. 우유 등 일부 품목은 소비기한제 적용이 최장 8년 동안 유예되지만 기본적으로 먹거리 기한 표기의 기준이 바뀌는 셈이다. 소비기한(use-by date)이란 표시된 보관 조건을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소비자가 식품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고 보는 최종 날짜를 의미한다. 현재의 유통기한(sell-by date)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식품을 유통 판매할 수 있는 날짜다. 유통기한이 식품의 품질 변화 시점을 기준으로 60∼70%가량 앞선 시한을 설정하는 반면, 소비기한은 80∼90% 앞선 수준에서 설정하는 차이가 있다.》○ 환경 위한 소비기한제 도입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는 식품 폐기물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 같은 명분에 공감하면서도 제품 보관 기간이 길어지면 음식이 변질돼 식품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통기한제는 1985년 도입됐다. 당시 국내 유통환경이 열악해 식품이 쉽게 변질되곤 했다. 이 때문에 ‘유통기한이 곧 소비기한’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이후 35년여 동안 식품 제조기술과 냉장 체계 등 식품 제조 유통기술이 발달했지만 유통기한을 우선시하는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57%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폐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기한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식품을 폐기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은 막대하다.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각 가정이 섭취 가능한 식품을 폐기함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은 연간 8조1419억 원에 이른다. 식품제조업체의 경우 연간 5308억 원의 식품 폐기 비용이 발생한다. 식품안전정보원 관계자는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변경하면 가정 내 가공식품 폐기와 식품업체 제품의 반품 및 폐기가 감소해 각각 8860억 원, 260억 원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2018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6%는 식품생산이 원인이고, 6%는 음식쓰레기로 인해 발생한다. 외국에서는 소비기한제 표기를 많이 사용한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영국 등은 소비기한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유통기한을 표시할 수 있지만 강제조항이 아닌 자율조항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냉장보관을 잘할 경우 계란은 유통기한 경과 후 25일, 우유는 45일까지 소비해도 된다. 슬라이스치즈는 70일, 두부는 유통기한 경과 후 90일까지도 섭취 가능하다. 다만 식약처 관계자는 “섭씨 0∼5도 냉장 등 통제된 조건에서 진행한 실험이기 때문에 현실보다 품질이 유지되는 기간이 다소 길게 나타난 측면이 있다”며 “실제로 소비기한제가 도입될 경우 과학적인 판단을 거쳐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보수적으로 날짜가 설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기한제 적용을 유예할 구체적인 품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식약처는 냉장온도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품목들을 위주로 선정해 하위 규정에서 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들 품목도 최장 8년이 지나면 소비기한제가 적용된다.○ “재고부담 줄고 환경도 보호” vs “안전문제 생길 우려” 편의점이나 마트 등 유통업계는 소비기한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유통기한을 표기할 때보다 제품을 더 오래 판매할 수 있어 재고부담이 줄고,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내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유통기한이 경과된 음식이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버려야 해 불필요한 낭비가 발생했다”며 “소비기한이 도입되면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니 점주 입장에서는 상품을 관리할 때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공식품 업계도 소비기한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과자류를 생산하는 A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충분히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인데도 폐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손실로 이어져왔다”며 “제품별로 안전성을 정확하게 담보하는 방향으로 기간을 늘리면 자원 낭비도 막는 일석이조 대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품 관리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매장은 냉장관리를 잘할 뿐 아니라 상품 회전율이 높아 재고가 장기간 쌓일 가능성이 낮다. 반면 회전율이 낮은 편인 중소형 매장은 소비기한이 다 될 때까지 팔리지 않는 상품이 상대적으로 많이 생길 수 있다. 제품의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기한이 하루 이틀 남아있다 하더라도 냉장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낙농가와 유업계는 소비기한 도입을 우려하고 있다. 신선식품인 유제품은 다른 식품보다 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유 재고량이 늘어나면 수요와 공급의 순환이 느려져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윤성식 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젖소의 99%는 ‘홀스타인’이라는 품종으로, 한 마리당 하루 우유생산량이 평균 30kg에 달할 정도로 많은 편”이라며 “소비기한 도입으로 가공과 판매가 느려지면 낙농 및 유가공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유통, 소비기한 병기하는 대안 검토해야” 소비기한제 도입까지 1년 반도 채 안 남은 가운데 식품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려면 식품 제조 유통업체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관리체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통 시 보관 방법, 판매 환경, 소비자 구입 후 보관 방법에 따라 제품의 신선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아직 소비기한이라는 개념을 생소하게 여기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올 2월 국내 외식업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소비기한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44%가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도입 초기 혼선 방지를 위해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병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식품회사들은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을 병기하려면 관련 설비를 교체해야 해 비용부담이 커지고 결국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먹거리 안전을 위해 기한을 병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은희 교수는 “특히 냉장식품의 경우에는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을 병기할 필요가 있다”며 “소비기한이 임박한 상품이 시장에서 대거 유통될 수 있는 만큼 기한 병기를 통해 매장에서는 유통기한까지 판매하고, 소비자들은 소비기한까지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김하경 산업2부 기자 whatsup@donga.com}

    • 202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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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년 ‘소비기한제’ 도입…“재고 줄고 환경 보호” vs “안전문제 우려”

    식품 유통기한제도가 내년 말까지 시행된 뒤 2023년 1월부터 ‘소비기한제’로 대체된다. 우유 등 일부 품목은 소비기한제 적용이 최장 8년 동안 유예되지만 기본적으로 먹거리 기한 표기의 기준이 바뀌는 셈이다. 소비기한(use-by date)이란 표시된 보관 조건을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소비자가 식품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고 보는 최종 날짜를 의미한다. 현재의 유통기한(sell-by date)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식품을 유통 판매할 수 있는 날짜다. 유통기한이 식품의 품질 변화 시점을 기준으로 60~70% 가량 앞선 시한을 설정하는 반면, 소비기한은 80~90% 앞선 수준에서 설정하는 차이가 있다. ● 환경 위한 소비기한제 도입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는 식품 폐기물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 같은 명분에 공감하면서도 제품 보관 기간이 길어지면 음식이 변질돼 식품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통기한제는 1985년 도입됐다. 당시 국내 유통환경이 열악해 식품이 쉽게 변질되곤 했다. 이 때문에 ‘유통기한이 곧 소비기한’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이후 35여 년 동안 식품 제조기술과 냉장 체계 등 식품 제주 유통기술이 발달했지만 유통기한을 우선시하는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57%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폐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기한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식품을 폐기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은 막대하다.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각 가정이 섭취 가능한 식품을 폐기함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은 연간 8조1419억 원에 이른다. 식품제조업체의 경우 연간 5308억 원의 식품 폐기 비용이 발생한다. 식품안전정보원 관계자는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변경하면 가정 내 가공식품 폐기와 식품업체 제품의 반품 및 폐기가 감소해 각각 8860억 원, 260억 원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2018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6%는 식품생산이 원인이고, 6%는 음식쓰레기로 인해 발생한다. 외국에서는 소비기한제 표기를 많이 사용한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영국 등은 소비기한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유통기한을 표시할 수 있지만 강제조항이 아닌 자율조항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냉장보관을 잘 할 경우 계란은 유통기한 경과 후 25일, 우유는 45일까지 소비해도 된다. 슬라이스치즈는 70일, 두부는 유통기한 경과 후 90일까지도 섭취 가능하다. 다만 식약처 관계자는 “섭씨 0~5도 냉장 등 통제된 조건에서 진행한 실험이기 때문에 현실보다 품질이 유지되는 기간이 다소 길게 나타난 측면이 있다”며 “실제로 소비기한제가 도입될 경우 과학적인 판단을 거쳐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보수적으로 날짜가 설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기한제 적용을 유예할 구체적인 품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식약처는 냉장온도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품목들을 위주로 선정해 하위 규정에서 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들 품목들도 최장 8년이 지나면 소비기한제가 적용된다.● “매출 줄고 환경도 보호” vs “안전문제 생길 우려” 편의점이나 마트 등 유통업계는 소비기한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유통기한을 표기할 때보다 제품을 더 오래 판매할 수 있어 재고부담이 줄고,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내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유통기한이 경과된 음식이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낭비가 발생했다”며 “소비기한이 도입되면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니 점주 입장에서는 상품을 관리할 때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공식품 업계도 소비기한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과자류를 생산하는 A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충분히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인데도 폐기해야하는 경우가 많았고 손실로 이어져왔다”며 “제품별로 안전성을 정확하게 담보하는 방향으로 기간을 늘리면 자원 낭비도 막는 일석이조 대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품 관리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매장은 냉장관리를 잘 할 뿐 아니라 상품 회전율이 높아 재고가 장기간 쌓일 가능성이 낮다. 반면 회전율이 낮은 편인 중소형 매장은 소비기한이 다 될 때까지 팔리지 않는 상품이 상대적으로 많이 생길 수 있다. 제품의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기한이 하루 이틀 남아있다 하더라도 냉장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낙농가와 유업계는 소비기한 도입을 우려하고 있다. 신선식품인 유제품은 다른 식품보다 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유 재고량이 늘어나면 수요와 공급의 순환이 느려져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윤성식 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젖소의 99%는 ‘홀스타인’이라는 품종으로, 한 마리당 하루 우유생산량이 평균 30kg에 달할 정도로 많은 편”이라며 “소비기한 도입으로 가공과 판매가 느려지면 낙농 및 유가공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유통, 소비기한 병기하는 대안 검토해야”소비기한제 도입까지 1년 반도 채 안 남은 가운데 식품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려면 식품 제조 유통업체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관리체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통 시 보관방법, 판매환경, 소비자 구입 후 보관방법에 따라 제품의 신선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아직 소비기한이라는 개념을 생소하게 여기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올 2월 국내 외식업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소비기한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44%가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정보 격차가 큰 고령층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식품을 잘못 섭취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60대 주부 B 씨는 “여러 매체를 통해 유통기한이 조금 지난 가공식품을 먹어도 괜찮다는 정보를 접해왔지만 정작 제도가 바뀌면 한동안 헷갈릴 것 같다”고 말했다. 도입 초기 혼선 방지를 위해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병기해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식품회사들은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을 병기하려면 관련 설비를 교체해야 해 비용부담이 커지고 결국 물가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먹거리 안전을 위해 기한을 병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은희 교수는 “특히 냉장식품의 경우에는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을 병기할 필요가 있다”며 “소비기한이 임박한 상품이 시장에서 대거 유통될 수 있는 만큼 기한 병기를 통해 매장에서는 유통기한까지 판매하고, 소비자들은 소비기한까지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

    • 2021-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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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주 이상 집합금지 소상공인에 최대 2000만원

    소상공인 대상 재난지원금인 ‘희망회복자금’의 지급 세부기준이 결정됐다. 12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희망회복자금은 17일부터 소기업·소상공인 178만 개 사업체에 4조2000억 원이 지급된다. 방역조치 수준과 기간, 연 매출 규모, 업종 등에 따라 업체별 피해 정도를 반영해 32개 유형으로 세분화해 지원한다. 최고 2000만 원까지 지급한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8월 16일부터 올해 7월 6일 사이 6주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이행한 사업체에 400만∼2000만 원이 지급된다. 6주 미만인 경우에는 300만∼14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같은 기간 영업제한 조치를 이행하고 매출이 감소한 사업체는 영업제한 기간이 13주 이상이면 250만∼900만 원, 13주 미만이면 200만∼400만 원을 지원받는다. 자세한 내용은 중기부 홈페이지(www.mss.go.kr)의 희망회복자금 공고문을 참조하면 된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2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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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심 부품 개발로 수입의존 탈피 ‘기술 독립’[소부장 기업 수출규제 2년]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을 국산화해 기술 독립에 기여한 국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기업들이 늘고 있다. 반도체 부품 제조 기업인 미코세라믹스가 대표적이다. 미코세라믹스는 질화알루미늄(AIN), 산화이트륨(Y₂O₃) 등 반도체 장비용 특수 세라믹 소재 부품을 생산한다. 이들 소재는 각각 열전도성이 뛰어나고 내플라스마 특성이 우수해 반도체 생산 수율을 향상시킨다. 소재 개발을 바탕으로 미코세라믹스는 일본 업체가 독점하고 있던 세라믹 히터를 2000년대 초 국내에서 처음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업체들이 과점하고 있던 세라믹 ESC(정전척)도 국산화했다. 세라믹 히터는 플라스마 화학기상증착장비에 장착돼 체임버 내 온도를 조절하는 부품이다. 세라믹 ESC는 정전기를 통해 웨이퍼를 고정시켜 기존 물리적 방법으로 웨이퍼를 고정시킬 때보다 손실을 줄이고 공정에 도움을 준다. 미코세라믹스는 국내외 장비 업체와 반도체 제조 업체 등을 고객사로 확보해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소부장 기술 독립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아 중소벤처기업부 소부장 강소기업 100에 선정됐다. 미코세라믹스 관계자는 “세라믹 분야에 무게를 두고 ‘글로벌 넘버원’ 세라믹 소재 부품 전문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자부품 제조 업체인 쓰리에이로직스도 대표적인 소부장 기업으로 꼽힌다. 쓰리에이로직스는 사물인터넷(IoT)용 반도체칩과 모듈을 만든다. 매출액의 70% 이상이 국내 대기업 등 고객사를 통한 간접 수출 방식으로 발생한다. 쓰리에이로직스는 2004년 설립 후 2년여 만인 200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근거리무선통신(NFC) 리더 칩 개발에 성공했다. NFC는 10cm 이내의 거리에서 13.56MHz 대역의 주파수를 이용해 데이터를 교환하는 무선 통신 기술이다. 디지털 도어록 등 현관 출입 통제, 교통카드 등 전자식 결제 등에 적용된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부품을 쓰리에이로직스가 개발하자 수입 대체 효과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 기업이 중기부 소부장 강소기업 100에 선정된 배경이다. 쓰리에이로직스는 이 칩을 대기업 등에 공급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가고 있다. 2016년에는 NFC 다이내믹 태그를 개발해 ESL(Electronic Shelf Label)을 비롯한 다양한 응용 분야에 적용시켰다. 한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2025년까지 미코세라믹스와 쓰리에이로직스에 연구개발(R&D) 명목으로 각각 16억 원, 24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21-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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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로 연명하던 中企… 이자 낼 돈도 이젠 바닥

    충남의 A조선업체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업이익이 종전의 절반인 1억 원 정도로 줄었다. 150억 원에 이르는 은행 대출 때문에 연간 이자는 4억5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이익으로 대출이자도 못 낼 판이다. 최근 조선 경기가 회복세지만 A사의 위기는 그대로다. 실적 부진으로 금융회사들이 ‘선수금 환급보증(RG)’을 꺼리기 때문이다. RG는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했을 때 금융회사가 선주(船主)에게 선수금을 대신 돌려주는 보험이다. 발주처와 수주처 간 안전장치 격인 RG가 없어 A사는 수주를 눈앞에서 놓치고 있다. 수도권에 있는 중소 건설업체인 B사는 최근 철근, 레미콘, 시멘트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현장 공사를 중단했다. 대형사는 원자재 수급 계약을 연간 단위로 맺기 때문에 충격을 줄일 수 있지만 중소 건설사는 원자재 가격 급등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B사에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대출을 해준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적자 우려가 커져 대출 연장을 해줘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금융회사 여신과 정부 지원금 등 이른바 ‘대출 백신’으로 연명해 오던 중소기업들이 한계에 몰리고 있다. 실적 부진, 대출 증가, 재무 건전성 악화, 취약 기업 증가의 악순환이 이어진 결과 더는 버티기 힘들게 된 것이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1244개 중소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취약기업’은 633곳(50.9%)이었다. 한은 분석 결과 취약 중소기업 비중은 2016년 처음 40% 선을 넘어선 뒤 2017년 43.2%, 2018년 46%, 2019년 49.7%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계 중소기업에 대출이 몰리면서 일부 여신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7월 말 기준 531조2000억 원이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해 1월 말(448조 원)보다 83조 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중기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조치는 일단 다음 달 말이 시한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금융 지원을 중단하고 시중은행이 대출을 제한하면 취약 중소기업들은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금융지주회사 여신담당 임원도 “이자도 내기 어려운 기업의 부채는 금융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자산이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영업 악화→대출→이익 감소→또 대출… ‘빚 폭탄’ 위태로운 中企 中企 절반이상 이자도 감당 못해폴리염화비닐(PVC) 플라스틱을 만드는 A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생한 해운 물류 대란으로 납기일을 자주 어겼다. 글로벌 파트너사들이 거래를 끊으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매출의 90%를 수출에 의존하는 A사의 영업이익은 2019년 10억 원대에서 지난해 2억 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실적이 악화되자 코로나19 이전 공장 증설을 위해 받아둔 대출금에 대한 이자비용 5억 원을 내기도 버거워졌다. A사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 정부 지원금 10억여 원을 3%대 금리로 받았다. 일단 이 지원금으로 은행 대출 원금을 조금 갚았지만 불씨는 그대로다. 이 회사 대표는 “돈 빌릴 때까지만 해도 ‘금방 갚으면 된다’는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 했다. ○ ‘실적 악화, 대출 증가, 자산 매각’ 악순환 본보 취재 결과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작은 ‘취약기업’들은 사업 부진의 돌파구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실적이 급락한 상태에서 대출 이자에 짓눌리고 자산 매각으로 외형을 줄이다 보니 성장동력은 더 쪼그라드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도저히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2018년 10월부터 9개월 동안 기업회생 절차를 밟은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B사도 그런 예다. B사는 회생 절차에 있는 기업에 대한 대출인 ‘DIP파이낸싱’으로 27억 원을 연 11% 금리로 빌렸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연 3%대 금리로 11억 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런 지원과 대출금에 대한 이자비용이 한 해 4억여 원에 이른다. 2019년 적자를 낸 B사는 지난해 업황이 좋아지면서 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회생 이력으로 신용등급이 낮다 보니 시중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워서다. B사 대표는 “최근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신용등급이 최하위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공장 증설 등 생산시설을 추가로 확보해야 매출을 늘릴 수 있지만 돈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유람선을 만드는 C사는 지난해 일감이 전년보다 70%가량 줄었다. 영업이익은 2019년 50억 원에서 지난해 18억 원으로 급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업이 부진에 빠진 데다 철강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었다. 이 회사 대표는 “지난해 경영안정자금으로 5억 원을 대출받았는데 원재료 확보에 상당 부분을 썼다”며 “그나마 들어온 주문 납기를 맞추려면 비싼 원자재라도 사야 하지만 사업을 할수록 손실이 늘어나는 덫에 빠졌다”고 말했다. ○ 자금난, 인력난 겹쳐 사업 포기 늘어 자금난에다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인력난이 겹친 중소기업이 사업 포기를 결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남의 금속가공업체 D사 대표는 최근 회사를 팔기로 했다. 고질적인 인력난 때문에 돌리지 못하게 된 기계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내린 결정이다. 지난달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근무시간이 제한되면서 수당이 줄어들자 직원 40여 명 중 5명이 사표를 냈다. 그는 “인력난은 내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빚에 허덕이다 고사하기보다 헐값을 받더라도 회사를 파는 게 낫다”고 했다. 외부 자금 의존도가 높은 취약기업 수가 크게 늘면서 금융 부실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각종 금융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의 재무 상황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4년 이상 장기존속 취약기업들이 ‘매출 감소→영업손실 확대→자기자본 축소’의 과정을 반복하며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회사들은 대출 상환 및 연체가 지속되다가 부도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한다. 은행들은 대체로 중소기업 여신 자체가 대거 부실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다만 일부 ‘좀비기업’이 무리한 대출을 받아 연명하고 있고 이 때문에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본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최근 가계 대출 증가의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실상은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훨씬 크다”며 “가계 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으로 관리가 되지만 중소기업 대출에는 그런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시 구조조정 체계를 복원해 중소기업의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취약기업이 됐다면 코로나 변수로 회사가 어려워진 것이니 지원할 여지가 충분하다”면서도 “반면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기업 자체 문제라면 정리 수순을 밟을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부가 사업 전환 지원 등 업종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 202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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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用 2차전지 기술도 강소기업 두각[소부장 기업 수출규제 2년]

    전기차 확산으로 2차전지 분야가 급성장하면서 국내 소재·부품·장비 등 ‘소부장’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기차용 2차전지의 조립공정 자동화 장비를 제작하는 엠플러스가 대표적이다. 엠플러스는 ‘파우치형 2차전지’ 조립장비 전체를 일괄 제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소부장 강소기업 100’에 선정됐다. 파우치형 2차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형태를 쉽게 바꿔 맞춤 제작을 할 수 있어 다수의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채택하고 있다. 엠플러스는 2010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전기차용 파우치형 2차전지 조립장비를 개발해 미국 나스닥 상장사에 납품한 이력이 있다. 이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기술력을 쌓아 국내 장비시장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과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현재 매출액의 90% 이상이 수출을 통해 발생할 정도다. 엠플러스는 최근 전기차용 플랫폼이 광폭화되는 추세에 맞춰 2차전지도 광폭화하고 고속 생산할 수 있는 장비도 개발하고 있다. 또 파우치형 2차전지뿐 아니라 각형 2차전지 조립생산 장비로도 사업을 확대했다. 각형 배터리는 과거에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소형 기기에 주로 쓰였지만 배터리 외관의 두께가 얇고 외부 충격에 강해서 최근에는 전기차에도 쓰이는 추세다. 엠플러스 관계자는 “파우치형 2차전지 장비 납품 실적을 토대로 각형 2차전지 조립장비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가 되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실리콘 음극재를 생산하는 대주전자재료도 대표적인 소부장 기업으로 꼽힌다. 대주전자재료는 2019년 중기부 소부장 강소기업 100에 선정됐다. 음극재는 2차전지의 핵심 소재로 충전을 할 때 리튬이온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음극재에는 주로 흑연이 사용됐는데, 이를 실리콘으로 바꾸게 되면 리튬 용량이 월등히 높아지고 급속 충전 속도가 빨라진다. 대주전자재료가 개발한 실리콘계 음극재료는 흑연 음극활물질보다 4배 이상의 용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전자재료는 실리콘계 음극재료를 2019년부터 양산, 공급하면서 시장을 선점했다. 매출액의 70% 이상은 수출에서 나온다. 대주전자재료는 자동차용 헤드램프와 실내조명 발광다이오드(LED)에 쓰이는 PiG(Phosphor in Glass)를 개발해 국내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2010년에 개발한 태양전지용 소재는 지난해 국내시장 100%를 점유했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2023년까지 대주전자재료에 R&D 예산 1억600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2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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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 차장님도 반바지네… 남자들의 ‘짧아진 출근길’

    국내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민성 씨(32)는 3년째 여름마다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다. 2018년 입사할 때만 해도 차마 하지 못했던 행동이다. 회사에서 자유로운 복장을 허용하고 있었지만 예의에 어긋나는 차림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40대 남성 직장 상사가 반바지를 입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 김 씨는 “입사 2년 차 들어 반바지에 처음 도전할 때도 주변 눈치를 많이 봤는데 우려와 달리 주변에서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이후론 여름마다 즐겨 입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철 출근 복장을 간소화하자는 논의는 10여 년 전부터 이뤄졌다. ‘쿨비즈룩’이라는 이름의 반팔셔츠와 노타이 등 간편한 옷차림이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반바지만큼은 쉽사리 정착되지 못했다. ‘반바지는 격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그런데 그 흐름이 최근 빠르게 바뀌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35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남성 반바지 판매량이 급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 폭염 속 ‘젠더리스 붐’ 타고 남성 반바지 인기 6일 G마켓에 따르면 올 6, 7월 남성 반바지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반바지의 인기는 운동이나 여가생활을 할 때뿐 아니라 출근 복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따르면 뉴욕 컨템포러리 브랜드 ‘띠어리’와 네덜란드 남성복 브랜드 ‘수트서플라이’의 올해 남성 반바지 신상품 매출은 지난달 1∼25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6%, 20% 신장했다. 최근 남성 반바지 판매량 증가에는 무더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재택근무 활성화 등과 함께 ‘젠더리스(Genderless) 패션’ 트렌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젠더리스 패션이란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패션을 추구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넓게는 국경, 인종, 나이의 경계까지 허무는 것도 포함된다. 이미 패션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젠더리스 패션이 대세로 자리 잡아 왔다. 프라다는 2022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에서 짧은 길이의 바지(shorts)에 미니스커트(skirt)를 덧댄 ‘스코트(Skort)’를 선보이기도 했다. 펜디 2022 봄여름 남성 컬렉션에서는 여성복으로 여겨져 왔던 크롭톱, 일명 배꼽티까지 등장했다. 젠더리스 패션을 즐기는 스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6월 공개된 방탄소년단 ‘Butter’의 싱글 앨범 콘셉트 포토에서 지민은 짧은 반바지 위에 킬트(스코틀랜드 전통의상으로 남성이 입는 스커트)를 입고 페이크 퍼 부츠를 신은 스타일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젠더리스 트렌드가 문화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남성 반바지 패션 역시 자연스럽게 정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디자이너인 간호섭 홍익대 미술대 교수는 “바로크 시대에는 남성이 반바지를, 여성이 긴 치마를 입었다가 산업화가 되면서 오히려 남성이 긴바지를 입고 여성이 종아리를 드러냈다”라며 “남성 전유물이었던 반바지가 여성의 전유물이 됐다가 성과 나이 구분이 없어진 시대가 되면서 이제는 같이 입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3인치 쇼츠 등 갈수록 짧고 과감하게 젠더리스 패션 확산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남성 반바지는 갈수록 더 과감해지고 있다. 기존에는 7인치 기장의 반바지가 인기였다면, 올해는 5인치의 짧은 기장이 유행이다. 짧은 반바지는 시원할 뿐 아니라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해 체형을 보완해 주는 효과가 있다. 색상도 검은색이나 네이비, 베이지 등 무난한 색상에서 다채로워지고 있다. 예컨대 수트서플라이는 무릎 위 짧은 기장과 원턱, 밑단 턴업을 적용한 ‘베닝턴 쇼츠’를 선보였다. ‘슬로웨어’는 팬츠라인 인코텍스를 통해 화이트, 베이지, 레드, 옐로 등의 다채로운 컬러의 반바지 상품을 내놨다. 특히 운동하는 남성들 사이에서는 남성용 쇼츠라 불리는 3인치의 짧은 반바지도 인기다. 각종 스포츠 브랜드뿐 아니라 요가복 브랜드 ‘젝시믹스’도 남성용 3인치 쇼츠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러닝 쇼츠를 비롯해 스포츠 쇼츠가 대중화되면서 일상복으로 입는 반바지 길이도 짧아졌다”라며 “오랜 집콕 생활로 편안함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재택근무로 근무복과 일상복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과감하게 짧아진 남성 반바지 수요도 늘었다”라고 말했다.○ 단순한 복장코드 넘어 ‘자율성’의 상징 반바지 위상이 재평가되고 있다 해도 근무복으로 반바지를 택하는 것을 망설이는 이들은 여전히 있다. 대기업 직원 A 씨(41)는 “사내 규정에는 ‘미풍양속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복장 자율화’라고 돼있지만 외부 미팅에 나가면 반바지를 입은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자유로운 복장을 달가워하는 임원도 별로 없을 거란 생각에 늘 긴바지를 입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성 반바지에 ‘자유로움’이라는 의미가 내재돼 있는 만큼 반바지 착용에 얼마나 개방적인지에 따라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지기도 한다. 국내 한 대기업 직원인 박승연(가명·31) 씨는 매년 여름 출근할 때마다 반바지를 입고 있다. 이 회사에서는 20대, 30대 초반의 젊은 직원뿐 아니라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과장과 차장급까지도 반바지를 입고 일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박 씨는 반바지 착용의 장점으로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가장 먼저 꼽았다. “다른 회사 다니는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또래들 중 반바지 입고 출근하는 비율이 30% 정도도 안 되는 것 같아요. 반바지를 입고 출근할 수 있는 회사가 좀 더 수평적이고 깨어있는 조직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전문가들도 사내 반바지 문화 확산이 기업 이미지나 조직 문화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반바지 허용은 단순히 복장 코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사내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상징적인 지표”라며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실용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 1990년대 이후 생들에게 의미 있게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1-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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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바지 입고 출근하는 남성들…코로나·무더위에 ‘젠더리스 패션’

    국내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민성 씨(32)는 3년째 여름마다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다. 2018년 입사할 때만해도 차마 하지 못했던 행동이다. 회사에서 자유로운 복장을 허용하고 있었지만 예의에 어긋나는 차림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40대 남성 직장 상사가 반바지를 입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 김 씨는 “입사 2년차 들어 반바지에 처음 도전할 때도 주변 눈치를 많이 봤는데 우려와 달리 주변에서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이후론 여름마다 즐겨 입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철 출근 복장을 간소화하자는 논의는 10여 년 전부터 이뤄졌다. ‘쿨비즈룩’이라는 이름의 반팔셔츠와 노타이 등 간편한 옷차림이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반바지만큼은 쉽사리 정착되지 못했다. ‘반바지는 격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그런데 그 흐름이 최근 빠르게 바뀌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35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남성 반바지 판매량이 급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 폭염 속 ‘젠더리스 붐’ 타고 남성 반바지 인기6일 G마켓에 따르면 올 6~7월 남성 반바지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반바지의 인기는 운동이나 여가생활을 할 때 뿐 아니라 출근 복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따르면 뉴욕 컨템포러리 브랜드 ‘띠어리’와 네덜란드 남성복 브랜드 ‘수트서플라이’의 올해 남성 반바지 신상품 매출은 지난달 1~25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6%, 20% 신장했다. 최근 남성 반바지 판매량 증가에는 무더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활성화 등과 함께 ‘젠더리스 패션’ 트렌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젠더리스(Genderless) 패션이란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패션을 추구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넓게는 국경, 인종, 나이의 경계까지 허무는 것도 젠더리스 의미에 포함된다. 이미 패션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젠더리스 패션이 대세로 자리잡아왔다. 프라다는 2022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에서 짧은 길이의 바지(shorts)에 미니 스커트(skirt)를 덧댄 ‘스코트(Skort)’를 선보이기도 했다. 펜디 2022 봄·여름 남성 컬렉션에서는 여성복으로 여겨져 왔던 크롭 톱, 일명 배꼽티까지 등장했다. 젠더리스 패션을 즐기는 스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6월 공개된 방탄소년단 ‘Butter’의 싱글 앨범 콘셉트 포토에서 지민은 짧은 반바지 위에 킬트(스코틀랜드 전통의상으로 남성이 입는 스커트)를 입고 페이크 퍼 부츠를 신은 스타일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젠더리스 트렌드가 문화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남성 반바지 패션 역시 자연스럽게 정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디자이너인 간호섭 홍익대 미술대 교수는 “바로크시대에는 남성이 반바지를, 여성이 긴 치마를 입었다가 산업화가 되면서 오히려 남성이 긴바지를 입고 여성이 종아리를 드러냈다”라며 “남성 전유물이었던 반바지가 여성의 전유물이 됐다가 성과 나이구분이 없어진 시대가 되면서 이제는 같이 입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3인치 쇼츠 등 갈수록 짧고 과감하게젠더리스 패션 확산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남성 반바지는 갈수록 더 과감해지고 있다. 기존에는 7인치 기장의 반바지가 인기였다면, 올해는 5인치의 짧은 기장이 유행이다. 짧은 반바지는 시원할 뿐 아니라 다리를 길어보이게 해 체형을 보완해주는 효과가 있다. 색상도 검정색이나 네이비, 베이지 등 무난한 색상에서 다채로워지고 있다. 예컨대 수트서플라이는 무릎 위 짧은 기장과 원턱, 밑단 턴업을 적용한 ‘베닝턴 쇼츠’를 선보였다. 슬로웨어는 팬츠라인 인코텍스를 통해 화이트, 베이지, 레드, 옐로우 등의 다채로운 컬러의 반바지 상품을 내놨다. 특히 운동하는 남성들 사이에서는 남성용 쇼츠라 불리는 3인치의 짧은 반바지도 인기다. 각종 스포츠 브랜드뿐 아니라 요가복 브랜드 젝시믹스도 남성용 3인치 쇼츠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러닝 쇼츠를 비롯해 스포츠 쇼츠가 대중화되면서 일상복으로 입는 반바지 길이도 짧아졌다”라며 “오랜 집콕생활로 편안함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재택근무로 근무복과 일상복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과감하게 짧아진 남성 반바지 수요도 늘었다”라고 말했다.● 단순한 복장코드 넘어 ‘자율성’의 상징 반바지 위상이 재평가 되고 있다 해도 근무복으로 반바지를 택하는 것을 망설이는 이들은 여전히 있다. 대기업 직원 A 씨(41)는 “사내 규정에는 ‘미풍양속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복장 자율화’라고 돼있지만 외부 미팅에 나가면 반바지를 입은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되는게 사실”이라며 “자유로운 복장을 달가워하는 임원도 별로 없을 거란 생각에 늘 긴바지를 입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성 반바지에 ‘자유로움’이라는 의미가 내재돼 있는 만큼 반바지 착용에 얼마나 개방적인지에 따라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지기도 한다. 국내 한 대기업 직원인 박승연(31·가명) 씨는 매년 여름 출근할 때마다 반바지를 입고 있다. 이 회사에서는 20대, 30대 초반의 젊은 직원 뿐 아니라 30대 말~40대 초반의 과장과 차장급까지도 반바지를 입고 일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박 씨는 반바지 착용의 장점으로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가장 먼저 꼽았다. “다른 회사 다니는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또래들 중 반바지 입고 출근하는 비율이 30% 정도도 안 되는 것 같아요. 반바지를 입고 출근할 수 있는 회사가 좀 더 수평적이고 깨어있는 조직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보니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전문가들도 사내 반바지 문화 확산이 기업 이미지나 조직 문화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반바지 허용은 단순히 복장 코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사내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상징적인 지표”라며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실용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 1990년대 이후 생들에게 의미 있게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1-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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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닭고기-과자-햄… 식품물가 줄인상

    폭염으로 인한 폐사 피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원가 상승 요인이 더해지며 채소값뿐 아니라 육류 가격도 뛰고 있다. 라면과 햄에 이어 과자 등 다른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체감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닭고기(도계·중품) 평균 소매가격은 1kg당 5991원으로 1년 전(4905원)에 비해 22.1% 상승했다. 한 달 전(5315원)과 비교해도 12.7% 올랐다. 돼지고기 값도 오름세다. 국산 냉장 돼지고기 삼겹살(중품)의 평균 소매가격(지난달 30일 기준)은 100g당 2514원으로 1년 전(2378원)에 비해 5.7% 올랐다. 평년(최근 5년간 해당 일에서 최고·최소 값을 제외한 3년 평균값) 가격에 비해서는 15.4% 뛰었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돼지고기, 닭고기 가격이 오르는 데는 최근 폭염이 영향을 미쳤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폭염으로 닭 27만1949마리, 돼지 7184마리, 오리 2510마리 등이 폐사한 것으로 신고됐다. 국내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닭은 폭염으로 폐사율이 높아진 데다 중복과 말복이 이어지며 수요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채소와 육류뿐 아니라 주요 가공식품 가격도 연이어 뛰고 있다. 오뚜기, 농심이 최근 라면 가격 인상을 결정한 데 이어 다른 식품회사들도 원재료 값과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과자, 햄 등 육가공 제품 가격을 함께 올리고 나섰다. 해태제과는 1일부터 홈런볼 맛동산 버터링 등 대표적인 과자 5종의 가격을 평균 10.8% 인상했다. CJ제일제당도 대표 제품인 스팸을 비롯한 20여 종의 육가공 제품 가격을 평균 9.5% 올렸다. 전문가들은 필수재에 가까운 식품의 가격 상승이 체감물가와 소비심리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최근 가격이 오른 가공식품들은 국민들이 두루 먹는 품목이라 사회 전반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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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핵심소재 수출제한에 “위기를 기회로”… 강소기업들 ‘국산화’ 나서고 점유율 높여[소부장 기업 수출규제 2년]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핵심 소재 수출을 규제한 이후 국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기업들은 소재 국산화를 위해 애써 왔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연구개발(R&D) 전문기관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을 통해 강소기업 전용 기술개발 등 혁신 사업을 패키지로 지원해왔다. 다수의 강소기업이 ‘소부장 국산화’에 성과를 내고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DCT머티리얼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정에 사용되는 재료를 생산한다. 이 회사는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 업체들로부터 대부분 수입해 사용해 왔던 ‘스핀코팅 하드마스크’를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기술 개발해 양산했다. 스핀코팅 하드마스크는 반도체를 제조할 때 미세 패터닝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DCT머티리얼이 생산하는 스핀코팅 하드마스크는 지난해 국내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12%까지 높였다. 일본 등에서 수입한 제품보다 품질이 뛰어나면서도 가격은 저렴하다고 알려지면서 국내외 고객사가 늘었다. DCT머티리얼 관계자는 “반도체가 미세화되고 있는데 이에 부합하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 국산화함으로써 한국 반도체 산업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며 “2024년에는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CT머티리얼은 스핀코팅 하드마스크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재료인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필름 소재 기판에 적용되는 고기능성 코팅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다. 다른 소부장 기업인 아이에스시는 반도체 테스트소켓을 생산한다. 테스트소켓은 반도체 칩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검사하는 핵심 부품이다. 특히 아이에스시는 일본 기업의 R&D 단계에 있던 실리콘러버소켓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글로벌 반도체 및 정보기술(IT)기업 330여 곳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선점하는 성과를 거뒀다. 실리콘러버소켓은 연성 소재로 돼있어 반도체 칩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기존 테스트소켓보다 반도체 칩에 손상을 적게 미친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에스시는 일본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5세대(5G) 이동통신 산업의 핵심 소재 ‘5G 안테나용 연성동박적층판(FCCL)’ 양산도 준비하고 있다. 아이에스시 관계자는 “5G 안테나용 FCCL과 관련해 국내 주요 고객사 샘플테스트 통과는 다 마쳤고 양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단계”라며 “5년 이내에 해당 소재만으로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2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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