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이세형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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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세형 국제부장입니다. 카이로특파원, 카타르 아랍센터 방문연구원을 지냈습니다.

turtle@donga.com

취재분야

2025-11-20~2025-12-20
중동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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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7%
국제일반7%
국제정치2%
  • [@뉴스룸/이세형]馬聯과 印尼

    중동 국가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수쿠크(Sukuk·이슬람 채권)’를 발행·운용해 글로벌 이슬람 금융의 중심지로 꼽히는 곳.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 중 소국(小國)인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를 빼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높고, 국제적 수준의 도시, 공항, 철도 등을 구축하는 나라. 세계적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나스를 보유한 자원대국…. 이처럼 말레이시아는 경쟁력과 잠재력이 뛰어난 나라다. 이웃 인도네시아도 그렇다. 이 나라는 2억6000만 명이 사는 세계 5위의 ‘인구 대국’이다. 인구로 볼 때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이며 세계 시장에서 미래 핵심 성장지역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역시 석유를 포함해 다양하고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과 함께 주요 20개국(G20)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수도 자카르타에는 아세안의 본부가 자리 잡고 있다. 동남아 국가 중에는 뛰어난 ‘스펙’을 갖췄고 성장세도 돋보이지만, 최근까지 두 나라는 한국인에게 관심 국가가 아니었다. 말레이시아는 ‘김정남 암살 사건’이 발생한 곳으로, 인도네시아는 암살 작전을 실행한 여성 용의자 중 한 명인 시티 아이샤의 출신 국가로 오랜만에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는 대형 사고, 그것도 우리와 관련 있는 사건이 터져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같은 아세안 국가들에 관심을 가진다. 이는 한국 사회가 그동안 강조해 온 ‘글로벌 시각’이 여전히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와 대학같이 글로벌화를 앞장서서 외쳐온 공공 영역에서도 아세안 국가에 대한 관심은 크게 부족하다. 해외 공관에서 경제·금융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재정경제금융관(재경관)만 봐도 그렇다. 재경관은 올해 초 기준 15개국에 총 17명이 배치돼 있다. 그러나 아세안 국가 중에는 태국이 유일하다. 미국과 중국 각각 3명, 유럽 지역 8명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다. 대학에서도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연구와 전문 인력 양성은 관심 밖이다. 10개 주요 서울 사립대와 10개 주요 국·공립대 중 관련 전공이 개설돼 있는 곳은 한국외국어대 한 곳뿐이다. 국제기구와 해외 유명 대학에서 활약하는 한국 인사 중에는 “한국이 같은 아시아권이며, 교역도 활발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에 특별한 관심이 없고, 연구도 활발하지 않은 것을 북미나 유럽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넓게는 동남아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외교 및 정보 활동을 펼쳐 왔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이 동남아 국가들과의 우호 관계를 더욱 증진하고, 나아가 이 지역에서 더 많은 기회를 발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

    • 20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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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오 텔랑가나 “인도의 실리콘밸리… 구글 애플도 찾아와”

    “텔랑가나 주는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우주항공기술(ST) 등 미래 최첨단 산업을 모두 갖추고 있어 아시아 최고의 과학기술 허브로 도약할 것입니다.” 한국 기업들과의 투자 유치와 협력을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타라카 라마 라오 인도 텔랑가나 주 정부 정보기술부 장관(41·사진)은 서울 중구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텔랑가나 주처럼 IT, BT, ST 산업이 고르게 발달한 곳은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강조했다. 텔랑가나 주는 2014년 6월 인도에서 29번째 주로 승격한 지역이다. 주도(州都)이며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하이데라바드를 중심으로 BT와 ST까지 빠르게 발달하고 있어 국제적 관심을 받고 있다. 라오 장관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최고 IT 기업들이 2, 3년 전부터 자사의 가장 큰 해외지역본부를 하이데라바드에 세우고 있다”며 “연구개발(R&D), 제품 기획, 디자인 등 핵심 업무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BT와 ST에서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하이데라바드 인근에 글로벌 제약사들의 R&D와 생산 시설을 대거 유치해 ‘제약 도시’ 건설을 구상 중이다. 라오 장관은 “이미 200여 개의 제약 관련 기업이 텔랑가나 주에서 R&D와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에 수출되는 의약품의 30%가 텔랑가나 주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정치인 중 한 명인 그는 한국과 일본 기업의 R&D센터와 생산시설 유치에 특히 관심이 많다. “인도 국민들이 선호하는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LG 같은 기업이 인도에서 더욱 미래지향적인 활동을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중견·중소기업이 대거 진출하면 이들을 위한 산업단지 구축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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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부부 자서전, 판권료가 무려 734억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사진)의 8년간 백악관 생활을 담은 자서전 판권이 6500만 달러(약 734억5000만 원)에 팔릴 것으로 보인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판권료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이다. 1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여사는 각각 집필하는 두 권의 자서전에 대한 판권을 경매에 부치는 방식으로 출판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 주변과 출판업계에서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출판사인 ‘펭귄 랜덤 하우스’가 판권 취득에 가장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펭귄 랜덤 하우스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낸 저서 3권의 제작을 담당해 이미 ‘오바마 스토리’에 익숙한 회사다. ‘6500만 달러’란 수치도 펭귄 랜덤 하우스가 제시했다는 소문이 출판업계에서 돌면서 알려졌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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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이 만난 리길성 “한반도 정세 깊은 소통 원해”

    중국을 방문 중인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이 왕이(王毅) 외교부장에게 “북한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에 대해 중국과 깊은 소통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리 부상은 1일 왕 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중 우호는 양국 공동의 재산”이라며 “북한은 중국과 함께 노력해 북-중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 당국이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한 중국에 원색적 비난을 쏟아낸 것과 다른 태도다. 리 부상은 중국의 석탄 수입 중단 해제 등을 전제로 북핵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밝혔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백악관에서 5∼7분 정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북한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CNN이 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윤완준 기자}

    • 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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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發 경기부양 기대… 美증시 ‘사상최고’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번째 상·하원 의회 합동 연설을 앞두고 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경기 부양 정책들을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증시에 반영된 것이다. 지난달 27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5.68포인트(0.08%) 오른 20,837.4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39포인트(0.1%) 오른 2,369.73으로 마감했다. 두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특히 다우지수의 경우 12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증권가와 산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파격적인 경기부양책을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큰 폭의 변화를 담은 세제개편안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백악관에서 열린 항공사 경영진과의 간담회에서 “기업들의 세금 부담을 낮춰줄 계획”이라며 “앞으로 2, 3주 안에 세금 측면에서 경이로운(phenomenal) 무엇인가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산업 분야 중 에너지 업종의 증시지수가 0.8%(지난달 27일 기준) 정도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폭을 나타낸 것도 ‘트럼프식 경제·산업정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환경보호보다는 개발, 첨단·미래산업보다는 제조업에 관심 많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증시가 반영했다는 것이다. 에너지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가장 반기는 산업 분야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가 환경 보호를 이유로 중단시켰던 대형 송유관 사업을 재개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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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용의자들 임대 콘도서 화학물질 나와… VX 제조 가능성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암살 사건을 주도한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임차한 콘도 건물 내에서 다량의 화학물질을 찾아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정남을 사망시킨 맹독성 신경 독가스인 ‘VX’가 이곳에서 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인 ‘더스타’와 싱가포르의 ‘스트레이트타임스’ 등에 따르면 압둘 사마 맛 말레이시아 슬랑오르 주 지방경찰청장은 23일 진행된 압수수색에서 화학물질이 발견된 콘도가 도주한 4명의 북한 국적 용의자(리재남 오종길 홍송학 리지현) 명의로 임차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마 청장은 “어떤 물질이 발견됐는지 알려줄 수 없지만 화학, 법의학, 방사능 관련 팀들이 분석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 콘도에서 화학물질 샘플과 화학물질을 다루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주사기, 장갑, 신발 등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시내 잘란클랑라마 지역에 있는 ‘베르브 스위트’란 이름의 이 콘도는 24층 규모로, 고급 주거 및 사무 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현지 경찰에 체포된 북한 국적 화학 전문가 리정철이 살던 아파트와도 약 2km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김정남의 사망 원인이 ‘VX’ 중독이라는 부검 결과를 공식 확인했다. 사타시밤 수브라마니암 말레이시아 보건장관은 26일 “(김정남이) 노출된 VX의 양은 매우 다량이어서 심장과 폐에 빠르게 심각한 악영향을 줬다”며 “(김정남은 공격당한 뒤) 15∼20분에 아주 고통스럽게 사망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경찰과 보건부가 김정남 암살 사건의 ‘북한 기획 증거’를 속속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 나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대북 발언도 강경해지고 있다. 일부 장관들은 ‘말레이시아가 한국과 결탁했다’, ‘말레이시아 경찰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 등 외교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표현을 써가며 자국을 비난한 북한과의 단교를 주장하고 있다. 현지 영자 매체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나즈리 압둘 아지즈 관광문화장관이 25일 “북한과 외교관계를 단절해도 상관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과 관계에서 어떤 이득도 없다”고 꼬집었다. 무스타파 모하멧 국제통상산업장관도 이날 “북한대사가 내정에 간섭했다”고 비판했다. 국방부, 교육부, 청소년체육부 장관들도 잇따라 북한과의 외교관계 재검토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맛 자힛 하미디 부총리는 24일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후지TV는 26일 미국 전문가와 함께 김정남 암살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도주한 북한인 용의자 4명 중 리재남 등 3명이 범행 현장 인근에서 김정남을 포위하듯 움직였다고 전했다. 김정남을 직접 공격한 여성 용의자 도안티흐엉(베트남)과 시티 아이샤(인도네시아)가 ‘작전’에 실패했을 때 후속 공격을 하려는 포석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후지TV는 보도했다. 당초 이들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카페에서 두 여성의 범행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세형 turtle@donga.com·윤완준 기자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7-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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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탄 수출 막힌 北, 中겨냥 “줏대없이 美장단에 춤” 원색비난

    북한이 23일 하루 동안 중국과 말레이시아, 한국을 동시에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김정남 테러 이후 조성된 수세적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중국을 향해 “북한을 붕괴시키려 한다”며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통신은 이날 ‘너절한 처사, 유치한 셈법’이란 제목의 글에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2형’의 시험발사 성공을 과시한 뒤 “그런데 유독 말끝마다 ‘친선적인 이웃’이라는 주변 나라에서는 우리의 이번 발사의 의의를 깎아내리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법률적 근거도 없는 유엔 제재 결의를 구실로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되는 대외무역도 완전히 막아치우는 비인도주의적인 조치들도 서슴없이 취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중국이란 국명만 거명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글이다. 통신은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은 사실상 우리 제도를 붕괴시키려는 적들의 책동과 다를 바 없다”며 “명색이 대국이라고 자처하는 나라가 주대(줏대)도 없이 미국의 장단에 춤을 추고 있다”고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중국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동참할 때 북한이 ‘일부 대국’이란 표현을 쓰며 에둘러 비판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대놓고 이웃나라라고 지칭하며 비난한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중국이 최근 석탄 수입 전면중단 조치를 취한 것에 북한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조성될 대북 압박 국면에 중국마저 동참할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협박 전술을 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비공개 방문설이 나돌던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3주 만에 나타난 날에 맞춰 중국을 비난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최 부위원장이 중국에서 수모를 당하고 왔을 가능성도 있다. 또 김정남 피살 이후 열흘 동안 침묵하던 북한은 이날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말레이시아를 겨냥해 “우리 공민이 말레이시아 땅에서 사망한 것만큼 그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말레이시아 정부에 있다”고 적반하장식 주장을 폈다. 김정남 부검 및 시신 이관 문제와 관련해서는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고 인권에 대한 난폭한 유린이며 인륜도덕에도 어긋나는 반인륜적인 행위”라며 “말레이시아의 앞으로의 태도를 보겠다”고 위협했다. 말레이시아도 북한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맞대응했다. 모하멧 나즈리 압둘 아지즈 말레이시아 문화관광부 장관은 이날 현지 매체인 말레이메일에 “이 나라(북한)는 예측 불가능한 나라고 어떤 불가능한 짓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인들은 그곳에 가지 말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를 추방하거나 북한 대사관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레이시아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은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이번 사건은 우리 공화국의 영상(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 박근혜 역도의 숨통을 열어주며 국제사회의 이목을 딴 데로 돌려보려는 데 있다는 것은 불을 보듯 명백하다”고 억지 주장을 폈다. 심지어 북한은 “남조선 당국이 이번 사건을 이미 전부터 예견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태도는) 이미 예상했던 내용이고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했다.주성하 zsh75@donga.com·이세형 기자}

    • 2017-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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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리정철, 1999년 김책공대 나온 사이버戰士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로 검거된 리정철(47)이 북한의 ‘사이버 전사’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상자료가 확인됐다. 23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리정철의 북한 김책공업종합대(김책공대) 졸업증명서(사진)를 입수했다. 김책공대는 북한의 명문 공과대학이다. 증명서에 따르면 리정철은 김책공대의 ‘프로그람공학과’를 1993년 9월 1일 입학해 1999년 2월 1일 졸업했다. 프로그람공학과는 한국의 컴퓨터공학과로 보인다. 리정철은 대학을 졸업하며 ‘프로그람공학기사’ 자격증도 받았다. 증명서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배려로 대학 전 과정을 마쳤다’는 취지의 글도 있다. 국내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사이버전을 노동당 산하 통일전선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40대 중후반인 리정철의 나이를 감안하면 그는 말레이시아에서 통일전선부의 중간간부급으로 각종 사이버전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리정철은 지난해 8월 건강보조식품업체 ‘톰보 엔터프라이즈’ 근무를 위해 말레이시아에 입국했으나 실제로 근무하지는 않았다. 대신 현지에서 불법 도박·음란 사이트 등을 운영하며 번 돈을 북한으로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은 김정남 사망 열흘 만에 내놓은 첫 공식 반응에서 부검을 실시한 말레이시아를 비난하고 이번 사건이 “남조선의 각본에 따른 모략”이라며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성명에 대해 “억지주장이자 궤변”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말레이시아 장관이 북한을 ‘깡패국가(rogue nation)’라고 맹비난하는 등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쿠알라룸푸르=황성호 hsh0330@donga.com / 이세형 기자}

    • 2017-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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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NA 제공’ 소식없는 김한솔… 죽은 아버지냐 외가 보호냐

    말레이시아 당국이 사건 초기부터 김정남과 유전자(DNA)가 일치하는 사람에게 시신을 인도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유가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한솔(사진)이 끝내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기자회견 때마다 “김철이라는 이름의 북한 국적자가 사망했다고만 알고 있다”고 주장하며 피살자가 김정남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있다. 북한은 23일 김정남 사망 관련 첫 공식 반응에서도 실명을 언급하지 않은 채 ‘공화국 공민’이라고만 표현했다. 이런 상황에서 숨진 사람이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란 점이 가족의 DNA 검사를 통해 밝혀지면, 북한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는 점이 증명된다. 북한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되고, 이번 사건에 왜 8명의 북한 요원이 동원됐는지도 명확하게 설명된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가족의 DNA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20일 김한솔이 몰래 말레이시아에 왔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23일에는 일부 현지 매체가 ‘김한솔의 DNA 채취를 위해 마카오에 경찰 3명을 파견했다’고 보도했지만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부인했다. 김정남의 가족 중 DNA를 제출할 수 있는 사람은 김한솔과 그의 여동생 김솔희, 김정남과 첫째 부인 사이에 태어난 김금솔 등이 있다. 가족이 끝내 나타나지 않으면 김정남의 시신은 북한이 인수할 수도 있다. 김한솔이 나타나지 못하는 것은 다른 가족을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탈북 인사는 “유가족 DNA가 나타나는 순간 큰 타격을 입을 북한은 김정남의 부인이자 김한솔의 모친인 리혜경에게 필사적으로 전방위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DNA를 제공하는 순간 북한에 있는 리 씨의 가족 전부를 국가 반역자 가족으로 몰아 처형하거나 수용소로 보낸다고 위협했을 수 있다. 이런 협박이 이뤄졌다면 김한솔로서는 어머니를 외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해 유가족 DNA 확보에 협조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주성하 zsh75@donga.com·이세형 기자}

    • 2017-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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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남조선 각본” 전면 부인에…말레이 장관 “북한은 깡패국가” 맹비난

    북한이 23일 김정남 사망 열흘 만에 내놓은 첫 공식 반응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독살 사건과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이에 말레이시아 장관이 북한을 ‘깡패국가’(rogue nation)라고 맹비난하는 등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번 사건이 “남조선의 각본에 따른 것”이라고 강변했다. 담화는 김정남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공화국 공민’으로 지칭했다. 담화는 특히 “13일 말레이시아에서 외교 여권 소지자인 우리 공화국 공민이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갑자기 쇼크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되던 도중 사망한 것은 뜻밖의 불상사가 아닐 수 없다”며 자신들이 독살한 것이 아니라 자연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망자가 외교여권 소지자로서 빈 협약에 따라 치외법권 대상이므로 절대로 부검을 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말레이시아 측은 부검을 강행했다”며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고 인권에 대한 난폭한 유린이며 인륜도덕에도 어긋나는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말레이시아를 비난했다. 말레이시아도 북한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현지 매체인 말레이메일에 따르면 나스리 아지즈 말레이시아 문화관광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나는 북한이 국제법을 존중하지 않는 깡패국가로 생각한다”며 “이 나라(북한)는 예측 불가능한 나라고 어떤 불가능한 짓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인들에게 그곳(북한)에 가지 말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를 추방하거나 북한 대사관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3일 말레이시아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강철 대사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말레이시아 정부를 비난했었다. 다툭 세리 히사무딘 후세인 말레이시아 국방장관도 이날 “어떤 범죄든 발생한 국가의 법에 따라 조사돼야 한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한 대사가 도를 넘어섰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남 암살 사건의 핵심 용의자로 지목된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이 사건 당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을 배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싱가포르 방송인 ‘채널뉴스아시아’는 말레이시아 경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현광성의 배웅 장면이 공항 폐쇄회로(CC)TV에 잡혔다며 또 다른 용의자인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도 함께 있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현광성과 김욱일이 치외법권 지역인 북한대사관 안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고, 북한 측에 이들을 넘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 외교관인 현광성은 김정남 암살을 현장에서 지휘 감독하고 이를 북한대사에게 보고하는 등 핵심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은 말레이시아 수사의 신뢰성을 부정하며 일절 협조하지 않고 있다. 현광성의 경우 북한이 외교관 면책특권을 내세울 경우 말레이시아 당국이 조사할 방법도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면책특권을 지닌 현광성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하지만 면책특권이 없는 김욱일에 대해선 “법적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해 체포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내비쳤다.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 201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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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김한솔… 말레이 경찰 “시신인도 요구한 유족 없어”

    “김한솔이 온다.” 21일 오전 1시 반경(현지 시간)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병원 부검센터 앞에 있던 국내외 기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곧바로 말레이시아 사복 경찰관이 승용차와 오토바이를 타고 부검센터에 도착했다. 취재진이 경찰을 따라 내부로 들어가려 하자 경비 경찰이 막아섰다. 기자들의 가슴팍을 밀치며 “물러서라”고 저지했다. 도착한 사복 경찰들은 축구 유니폼 상의를 입은 현장 책임자의 지휘 아래 부검센터 주변을 살폈다. 잠시 후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4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차량에선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실탄이 장착된 기관총을 든 10여 명이 내렸다. 말레이시아 경찰의 조직범죄특수부대원이었다. 키 180cm가 넘는 건장한 체격의 특수부대원들은 매서운 눈초리로 부검센터 밖 취재진을 노려봤다. 이때 의료진으로 보이는 현지 여성 2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부검센터에 도착했다. 이제 남은 건 김한솔 도착뿐이었다. 그러나 이날 아침까지 김한솔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부검센터를 나서는 차량마다 불빛을 비췄지만 김한솔의 얼굴은 없었다. 오전 5시 반에는 특수부대원들도 속속 부검센터를 떠났다. 김한솔이 왔다 갔는지, 시신 인도 절차가 시작됐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현장 경찰관은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거나 “아이 돈트 노(나는 모른다)”만 반복했다. 현지 중국어 매체인 ‘중국보(中國報)’는 이날 김한솔이 말레이시아 경찰의 도움을 받아 특수경찰로 변장해 쿠알라룸푸르병원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김한솔이 김정남의 시신을 확인하고 유전자(DNA)를 추출한 뒤 병원에서 특수부대가 철수할 때 같이 떠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경찰 고위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특수부대원을 집중적으로 배치한 건 김한솔의 방문과 상관없다”며 “대중적으로 관심이 높은 사건이라 경비를 강화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김한솔의 말레이시아 입국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앞서 말레이시아 정부는 19일 유족에게 시신 인도 우선권이 있다고 밝혔다. 이후 김한솔 등 김정남 가족이 말레이시아를 찾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20일에는 현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김정남 아들이 오후 7시 50분경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같은 날 오후 로이터와 현지 언론 ‘더스타’ 등은 김한솔이 거주지인 마카오에서 에어아시아 AK8321편을 통해 말레이시아에 들어왔다고 전했지만 탑승객 중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입국장에서 김한솔 또래의 동양계 남성이 마스크를 쓰고 빠져나가자 기자 100여 명이 일제히 그를 쫓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유족이 시신 인도를 요구한 것이 없다”며 김한솔 입국을 부인하고 있다. 암살 사건 배후가 북한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김한솔이 위험을 무릅쓰고 말레이시아를 찾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일본 TV아사히는 “김한솔이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의 시신을 확인한 뒤 다시 출국했다는 정보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김한솔은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 졸업 후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마카오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솔이 중국 당국의 보호 아래 어머니 이혜경 씨와 동생 솔희와 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많은 언론이 마카오 현지를 수소문했지만 김정남 피살 사건 후 김한솔을 직접 목격했다는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김한솔에 대한 가장 최근 목격담은 피살 사건 일주일 전이다. 김한솔과 함께 롄궈(聯國)학교에 다녔던 현지 교민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김한솔이 동생 김솔희와 함께 롄궈학교에 친구를 보러 왔었다”고 말했다.쿠알라룸푸르=박훈상 기자·황성호 hsh0330@donga.com / 이세형 기자}

    • 20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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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한솔, 아버지 시신 찾으러 말레이 도착”

    북한 당국에 암살된 김정남의 장남 김한솔(22·사진)이 20일 오후 7시 30분경(현지 시간) 사건 현장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현지 언론인 ‘더스타’와 ‘중국보(中國報)’ 등에 따르면 김한솔은 이날 거주지인 마카오에서 에어아시아 AK8321편을 통해 말레이시아에 입국했다. 로이터통신은 김한솔이 아버지의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병원 영안실에 나타났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가족이 직접 와서 시신을 인수하라”고 요구하자 이에 응하는 모양새지만 그를 보호하고 있는 중국 당국이 이동을 허락해 이번 사건에 개입하는 것으로 해석돼 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김한솔은 2012년 핀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촌인 김정은을 독재자로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의 개입은 김정남 암살 사건 뒤 ‘단교 위기’까지 치닫고 있는 말레이시아와 북한 간 갈등에서도 북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이름은 김철’이라며 암살 대상자가 김정남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북한에 ‘무리한 주장을 그만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말레이시아가 북한의 시신 인도 요구를 거절하면서 시작된 갈등은 19일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폭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나집 라작 총리는 20일 오후 5시 기자들과 만나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과 의사들은 아주 객관적이며, (결과를) 절대적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 이유가 없고, 말레이시아 법이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이 이해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북한 평양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키로 했으며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를 이날 초치(招致)해 북한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전달했다. 강 대사도 말레이시아 외교부에 초치됐다 돌아온 오후 3시경 북한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이미지를 실추하는 많은 루머가 떠돌고 있다”며 “이 사건으로 이익을 얻은 쪽은 커다란 정치적 혼란에 직면한 남한 당국이다. 동시에 미국이 힘을 합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전략에 이용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보건부는 김정남 시신 부검 결과를 이르면 22일 발표할 예정이다.쿠알라룸푸르=박훈상 tigermask@donga.com·이세형 기자}

    • 2017-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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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남성들 ‘암살 설계-여성 포섭-후방 지원’ 역할 분담한 듯

    ‘결국 배후는 북한이다.’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해 온 말레이시아 경찰은 18일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배후라고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이 내놓은 다양한 ‘증거’들은 북한 당국이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임을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선 사건 관련자 11명 가운데 8명이 북한 국적자였다. 누르 라싯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부경찰청장은 기자회견 내내 “용의자들이 모두 북한 국적”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정찰총국 소속 등으로 추정되는 리재남(57), 오종길(55), 홍송학(34), 리지현(33)은 모두 사건 직전인 올해 1월 31일∼2월 7일 말레이시아로 입국했고, 김정남이 사망한 날 동시에 출국했다. ‘작전’ 개시 시점 약 1, 2주 전에 현지에 입국해 작전이 마무리된 직후 자취를 감추는 것도 전형적인 공작원들의 수법이다. 말레이시아 내 중국어 매체인 중국보에 따르면 이들 4명은 공항에서 김정남 피습 상황을 지켜본 뒤 옷을 갈아입고 출국했다.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 등은 이들이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17일 북한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직접 북한으로 안 가고, 3개국을 거친 건 수사망을 따돌리려는 시도였다. 이에 따라 도주한 용의자 4명이 사건의 기획과 준비 및 지휘를 맡았고 검거된 리정철(47)은 이들의 숙박과 이동, 통신 등을 지원하는 현지 후방 지원, 베트남 국적 여성 도안티흐엉(29),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 시티 아이샤(25) 등은 실행의 역할을 맡은 것으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도주한 북한 남성 용의자 4명이 30대 초반 2명과 50대 중후반 2명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이들의 역할을 파악하는 단서가 된다. 한 탈북 인사는 “30대 남성 두 명은 외국인 여성들을 유인해 테러에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김정남을 공격한 것은 흐엉과 아이샤였다. 현지 언론들은 동양인 남성이 흐엉을 3개월 전에, 아이샤를 1개월 전 포섭해 해외를 돌아다니며 범행 예행연습을 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해왔다. 두 여성을 ‘현장 작업조’로 선정한 배경으로는 젊은 한국 남성들이 ‘한류 문화’ 등의 여파로 동남아시아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것을 이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외국어에 능숙하고, 호감을 살 수 있는 외모를 갖춘 젊은 남성들이 동원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30대 초반인 리지현과 홍송학이 여성 1명씩을 맡아 암살 작전에 끌어들였을 수 있다. 리재남과 오종길로 알려진 50대 남성 2명은 북한의 테러 베테랑일 가능성이 높다. 김정남 암살이란 대형 작전에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젊은 남성 공작원 2명만 투입하는 게 북한 당국으로서도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1987년 발생한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 때도 북한은 당시 20대였던 김현희와 70대 김승일을 한 팀으로 구성해 파견했다. 리재남과 오종길은 여성들과 직접 접촉하는 대신 뒤에서 동선을 치밀하게 짜는 등 테러 계획 및 설계자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리정철이 현지에서 독약 제조 등을 담당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 행방이 파악되지 않고 있는 리지우(30)와 북한 남성 2명의 역할도 현재로선 추정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달아난 4명이 외교관 여권이 아닌 일반 여권을 소지했다는 것만 확인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들을 전 세계에 지명 수배했으며 인터폴 등과 공조해 추적 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거듭되는 북한 당국의 김정남 시신 인도 요구를 거절한 것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북한 배후 관련 증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에 쏠릴 책임 추궁과 비판을 최대한 막아보려는 ‘증거인멸’ 의도가 명백한 상황에서 시신을 ‘가해자’ 측에 넘겨주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김정남의 시신은) 가족이나 친지들이 먼저 확인해야 하며 현지에 와서 인수해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윤완준·주성하 기자}

    •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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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국적 암살용의자 4명 이미 평양 도착”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해 온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번 사건의 배후로 사실상 북한을 지목했다. 19일 오후 3시(현지 시간) 수도 쿠알라룸푸르 경찰청에서 열린 사건 관련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신원이 확인된 남성 용의자 5명이 모두 북한 국적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리정철(47)은 검거됐으나 리재남(57), 오종길(55), 리지현(33), 홍송학(34)은 사건 당일(13일) 모두 국외로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리지우(30)와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남성 2명을 포함해 이 사건과 관련된 북한 국적자는 모두 8명으로 드러났다. 참고인을 포함한 전체 관련자도 11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붙잡힌 리정철과 베트남인 도안티흐엉(29),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 말레이시아인 무하맛 파릿 빈 잘랄루딘(26), 참고인 리지우 등을 상대로 사건 전모를 추적 중이다. 이번 사건은 북한 정찰총국 소속 전문요원으로 추정되는 리재남 등 4명이 치밀하게 계획해 지난해 8월 근로자 자격으로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현지 정보기술(IT) 회사 직원 리정철과 동남아 여성 2명 등을 포섭해 실행한 암살 사건으로 보인다. 하지만 리재남 등 4명이 출국한 상태여서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까지 이번 사건에 침묵하고 있는 북한은 리재남 등이 북한인이라는 사실까지 부인하며 ‘모략 책동’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일본 교도통신은 싱가포르TV 방송을 인용해 리재남 등 4명이 러시아 등 3개국을 거쳐 17일 북한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누르 라싯 이브라힘 부경찰청장은 김정남 사망 원인과 관련해 “현재 독성 검사가 진행 중이며 부검 보고서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검이 진행된 지 4일이나 됐지만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아 범인들이 청산가리 같은 기존의 독성 물질 대신 인체에 남지 않는 신종 독성 물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받을 우선권이 ‘유가족’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단, 시신을 받으려면 가족이 직접 현지로 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를 대표해 발표한 논평에서 “용의자 5명이 북한 국적자임을 볼 때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그동안 반인륜적 범죄와 테러 행위를 자행해 왔다는 점을 볼 때 우리와 국제사회는 무모하고 잔학한 이번 사건을 심각한 우려와 함께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뮌헨 안보회의 참석차 독일에 머물고 있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주요 20개국 외교장관회의 과정에서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관심 갖고 질문하는 참석자들이 꽤 많았다”며 “(이런 일을 저지르는) 북한 지도자의 스타일이 한반도 정세에 어떤 함의를 미치는지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말했다. 고위 당국자는 “다음 달 초 예정된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이번 사건의 인권 문제, 주권 침해 문제,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처벌 문제 등이 포괄적으로 공론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쿠알라룸푸르=박훈상 기자·이세형 turtle@donga.com·주성하 기자 /뮌헨=동정민 특파원}

    •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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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女공작원, 타깃 접근 쉽다”… 北, 암살-납치테러에 주로 활용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곁에는 여성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김정남의 머리를 뒤에서 붙잡았다. 다른 한 명은 그의 얼굴에 극약 성분이 든 스프레이를 뿌렸다. 처음 두 여성을 북한 공작원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일단 지금까지 수사 내용을 보면 두 여성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여권을 소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공작원이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 짓기도 어렵다. 북한 출신이 아니라면 적어도 북한 공작원에 의해 포섭된 전문 암살단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세계를 뒤흔든 테러와 암살 등 어두운 작전의 현장에는 늘 여성이 빠지지 않았다.○ 미인계는 가장 치명적 ‘무기’ 여성을 이용한 러시아의 ‘미인계’는 유명하다. 2010년 6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러시아 대외첩보부(SVR) 소속 공작원 10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이 중 ‘안나 차프만’(당시 28세)이란 여성이 있었다. 그는 모델을 연상케 하는 외모를 앞세워 뉴욕을 무대로 활동했다. 정계와 학계 금융계 유력 인사들이 즐겨 찾는 클럽인 ‘줄리엣’과 ‘그린하우스’를 드나들며 각종 정보를 수집했다. 차프만은 FBI에 체포된 지 한 달여 만에 러시아로 추방됐다. 서방에서 여성 공작원을 적극 활용하는 곳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 ‘모사드’ 내 암살과 납치 전담 부서인 ‘키돈’은 ‘중요한 업무’에 여성 공작원을 투입한다. 모사드의 여성 공작원이 명성(?)을 떨친 대표적인 작전은 2010년 1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고위 간부인 마흐무드 알마브후흐 암살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부스탄 호텔을 무대로 펼쳐진 이 작전에서 ‘게일 폴리어드’(당시 26세)란 여성 공작원이 핵심 역할을 했다. 아일랜드 위조여권을 소지했던 폴리어드는 알마브후흐가 묵었던 객실을 파악하고 암살조 안내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폴리어드는 금발머리(사건 당일에는 검은색 가발을 썼음)에 전형적인 미인형 얼굴을 가졌다. ○ 암살 기술보다 적응 능력이 중요 북한 여성 공작원의 실체가 국내에 드러난 건 1987년 11월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의 범인 김현희다. 김현희는 1991년 회고록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를 통해 북한에서 거친 공작원 교육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실탄사격은 권총과 자동보총을 주로 다루었는데 권총은 실탄 40발씩 월 2회 사격하고 자동보총은 3개월에 한 번씩 15발을 사격했다. 사격은 90% 이상을 명중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적었다. 북한 전문가와 탈북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북한 공작원은 보통 출신성분이나 체격조건을 따져서 17세 전후 고급중학교 졸업 후 선발한다. 교육 기간은 최소 2, 3년. 여성도 예외 없이 특수전사령부처럼 사격과 독침술, 항공기 조종, 살인 무술인 격술 등 고도의 훈련을 받는다. 몇 년 전부터 북한은 여성 공작원의 현장작전 투입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사이버전은 100% 남자인 반면 암살 납치 테러에는 주로 여성을 활용한다”며 “이번에도 김정남에게 덩치 큰 사람들이 접근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직접적인 공격 기술 외에 사회 적응 능력도 중요해졌다. 자본주의 사회에 자리 잡기 위해 마사지 등 각종 직업 기술까지 배운다고 한다. 자력으로 돈을 벌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김정아 통일맘연합 대표는 “가족들은 자신의 딸이 공작원으로 뽑혀 외국에 가면 영원히 못 본다는 걸 잘 안다”며 “거부하면 반역이기 때문에 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정동연 call@donga.com·이세형 기자}

    • 2017-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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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지상군 시리아 파병 검토 등 중동정책 전환 시작”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정책 수정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시리아 전문가인 에얄 지세르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역사학과 교수(사진)는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저에서 기자와 만나 “최근 미국이 ‘이슬람국가(IS)’ 퇴치를 위해 시리아에 지상군 파병을 검토 중인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 정책을 바꾸고 있다는 뜻”이라며 “시리아는 물론이고 터키, 러시아, 이란 등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라 적잖은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병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해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미국이 IS 격퇴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난도 나왔다. 그는 “(미 지상군) 파병이 이뤄지면 이미 시리아에서 군사 활동 중인 러시아와 미국이 중동지역 영향력을 둘러싸고 협력하면서도 동시에 대립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란 핵 합의에는 트럼프가 원하는 수준의 구체적이고 분명한 핵 개발 억제 내용이 없다”며 “미국은 핵 합의를 수정하려 하고, 이란은 반발하는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친이스라엘’ 기조에 대해 지세르 교수는 “오바마 시절보단 양국 관계가 긴밀하지만 큰 변화(주이스라엘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등)가 얼마나 나타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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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다음 도발은 ICBM… 4월 발사 유력

    북한이 고체연료 추진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성공함에 따라 다음 차례로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정은은 이미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 준비가 마무리 단계라고 언급했고, 국가정보원도 14일 국회 정보보고에서 북한의 ICBM 발사 준비가 완료된 것으로 평가했다. 발사 시기는 IRBM 발사에 대한 미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응을 충분히 지켜본 뒤 3월 이후로 잡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3월 초에 열리는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키리졸브’를 계기로 ICBM을 쏠 수도 있지만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국에 전개돼 있는 상황에서 ICBM을 발사하면 미국이 미사일을 격추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4월 15일 김일성 105주년 생일을 맞아 ICBM이 발사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은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광명성 2호(2009년)와 광명성 3호(2012년) 모두 4월에 발사했다. 북한은 이번 IRBM도 김정일 생일(16일)을 앞두고 발사한 뒤 내부 결속을 위한 선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고체연료 추진 ICBM의 성공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북한이 ICBM의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 1호를 불과 반년 새 지대지미사일로 개량했기 때문에 북한의 기술력을 평가절하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미국 CNN방송 윌 리플리 도쿄특파원이 14일 북한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 측은 “북측이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이세형 기자}

    • 2017-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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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남, 2014년 파리서 동아일보 기자와 국내외 언론 마지막 인터뷰

    “김정남 선생님이시죠? 동아일보 기자입니다.” 2014년 9월 29일 오전 8시 반,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근처에 있는 르메르디앙 에투알 호텔 로비. 당일 오전 4시 반부터 4시간 동안 호텔 식당 앞에서 소위 말하는 ‘뻗치기’(현장 지키기)를 한 기자가 이렇게 물었을 때 동행했던 여성은 시선을 피하며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김정남(당시 43세·사진)은 달랐다. “여기(호텔)에 한국 사람들이 좀 보여서 누군가가 미디어(언론)에 이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은 했는데… 결국 왔군요.” 당시 그는 북한 사정을 묻는 기자에게 “잘 모르고, 솔직히 알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국가 운영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한동안 말없이 기자를 바라보다 “약속할 순 없지만 생각을 정리해 마음이 내키면 (기자 명함을 가리키며) 이쪽으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국내외 언론사 기자 가운데 마지막으로 기록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고(故) 김정남과의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됐다. 김정남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니라는 표정과 말투였다. 약간의 두려움도 느껴졌다. 자리를 피하려는 김정남에게 건강을 묻자 “아직 쓸 만해 보이지 않냐”며 웃으면서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비교적 담담하게 대화를 이어가던 김정남은 북한에서 후견인 역할을 했던 고모부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2013년 12월 숙청됨) 이야기를 꺼내자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고개를 돌리면서 푹 숙였고, 아랫입술도 살짝 깨물었다. 그리고 단호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할 말 없습니다. 이제 그만 좀 하시죠.” 기자는 ‘사진을 찍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김정남은 “절대 안 된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기자는 김정남이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뒷모습을 몰래 촬영했다. 또 식당에 들어가 그가 식사하는 모습을 찍으려 했다. 당시 기자의 모습을 본 김정남은 빠르게 얼굴을 돌리며 손으로 가렸다. 그리고 기자에게 뛰어와 “지금 뭐 하는 거야?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고 외쳤다. 호텔 직원들에게는 유창한 영어로 “이 사람이 나를 사진 찍었다. 이건 사생활 침해니 경찰을 부르라”고 외쳤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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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중남미로 번지는 ‘反이민’

    자국민을 미국과 유럽으로 대거 이민을 보내는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이 자국 내 이민자와 소수민족을 심하게 차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외에서 역풍을 맞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反)이민 행정명령’만큼 주목받지 못했을 뿐 이들 국가의 이민자와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과 견제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인도, 파키스탄, 멕시코가 대표적이다. 동남아시아 최대 국가이자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최근 이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국민의 약 90%가 무슬림이지만 온건주의 이슬람과 다민족·다문화 사회를 지향해 왔다. 하지만 기독교를 믿는 중국계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 자카르타 주지사가 지난해 9월 연설에서 “‘유대인과 기독교도를 지도자로 삼지 말라’는 꾸란 구절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이들에게 속지 말라”는 발언을 해 신성모독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이슬람수호전선(FPI)을 중심으로 한 보수 이슬람 단체들은 중국계가 인도네시아 경제를 장악하고 있고, 정치적으로도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중국계를 겨냥한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계는 바수키 주지사가 향후 선거와 신성모독 재판에서 어떤 결과를 얻을지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올해 설을 평소보다 조용히 보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중국이 화교들과 단합해 나라를 점령할 것’이라는 가짜 뉴스도 퍼지고 있다. 인도도 이민자를 심하게 차별하는 나라 중 하나다.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인도는 자국으로 넘어오는 이민자를 막기 위해 방글라데시와의 국경(약 3326km)에 철조망을 치고 있다. 2019년 완공이 목표다. 또 최근 4년 사이 국경선을 넘으려던 방글라데시인 68명을 사살했다. 종교에 따라 시민권 취득 기간을 다르게 정한 것도 논란거리다. 인도 정부는 힌두교, 시크교, 불교, 기독교 등 ‘비(非)이슬람교’를 믿는 이민자는 6년, 무슬림 이민자는 11년을 거주해야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이민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지식인들은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이 벌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피해 넘어온 난민 출신 이민자 수천 명을 최근 추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상당수는 파키스탄에 거주한 기간이 10년 이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타깃’인 멕시코도 다른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인신매매나 마약 밀매 단체에 납치되거나 범죄에 희생되는 것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민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표적인 이민 국가이자 국제사회에 영향력이 큰 미국에서 반이민 정서가 지속되면 다른 국가들에서도 이민자와 소수민족 배척 움직임이 더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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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파리서 김정남과 마지막 인터뷰, 장성택 얘기 꺼내자…

    “김정남 선생님이시죠? 동아일보 기자입니다.” 2014년 9월 29일 오전 8시 반,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근처에 있는 르메르디앙 에투알 호텔 로비. 당일 오전 4시 반부터 4시간 동안 호텔 식당 앞에서 소위 말하는 ‘뻗치기’(현장 지키기)를 한 기자가 이렇게 물었을 때 동행했던 여성은 시선을 피하며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김정남(당시 43세·사진)은 달랐다. “여기(호텔)에 한국 사람들이 좀 보여서 누군가가 미디어(언론)에 이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은 했는데… 결국 왔군요.” 당시 그는 북한 사정을 묻는 기자에게 “잘 모르고, 솔직히 알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국가 운영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한동안 말없이 기자를 바라보다 “약속할 순 없지만 생각을 정리해 마음이 내키면 (기자 명함을 가리키며) 이쪽으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국내외 언론사 기자 가운데 마지막으로 기록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고(故) 김정남과의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됐다. 김정남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니라는 표정과 말투였다. 약간의 두려움도 느껴졌다. 자리를 피하려는 김정남에게 건강을 묻자 “아직 쓸만해 보이지 않냐”며 웃으면서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거주지, 망명 계획, 파리 방문 이유에 대해선 “프라이버시라 절대 말 못한다”고 답했다. 같이 온 여성에 대해서도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다. 하여튼 같이 온 사람이고, 프라이버시니 더 묻지 말라”고 말했다. 비교적 담담하게 대화를 이어가던 김정남은 북한에서 후견인 역할을 했던 고모부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2013년 12월 숙청됨) 이야기를 꺼내자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고개를 돌리면서 푹 숙였고, 아랫입술도 살짝 깨물었다. 그리고 단호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할말 없습니다. 이제 그만 좀 하시죠.” 기자는 ‘사진을 찍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김정남은 “절대 안 된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기자는 김정남이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뒷모습을 몰래 촬영했다. 또 식당에 들어가 그가 식사하는 모습을 찍으려 했다. 당시 기자의 모습을 본 김정남은 빠르게 얼굴을 돌리며 손으로 가렸다. 그리고 기자에게 뛰어와 “지금 뭐 하는 거야?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고 외쳤다. 호텔 직원들에게는 유창한 영어로 “이 사람이 나를 사진 찍었다. 이건 사생활 침해니 경찰을 부르라”고 외쳤다. 기자도 “이 사람은 북한의 유명 정치인이고, 나는 한국 메이저 신문의 기자다. 보도를 위해 찍은 것뿐이다”고 반박한 뒤 자리를 피했다. 이렇게 본보 기사(2014년 9월 30일자 A1·6면)가 보도된 뒤, 김정남이 묵었던 호텔은 파리 주재 한국 언론사 특파원은 물론이고 전 세계 주요 매체 기자들로 붐볐다. 그러나 김정남은 이미 호텔을 떠난 뒤였다. 그리고 오늘(2017년 2월 14일) 오후 7시 반경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공항에서 김정남이 피살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를 파리에서 괴롭혔던(?) 생각이 떠올라 조금 미안했다. 또 가뜩이나 예측 불가능한 북한과 김정은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떤 혼란을 일으킬지 걱정이 밀려온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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