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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마스터는 지난해 초에 온라인에서 프로기사들을 상대로 60연승을 거뒀다. 이후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 9단을 3-0으로 이겼고, 인간과의 승부는 그만하겠다며 은퇴했다. 마스터 이후 인간의 기보를 학습하지 않은 알파고 제로가 등장했다. 앞으로 제로가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마스터와 둔 대국을 소개한다. 제로는 마스터를 상대로 100전 89승 11패를 기록했다. 흑 5로 걸치고 흑 7로 3·3 침입하는 것은 이젠 흔한 포석. 백 8로 참고 1도처럼 두는 것도 최근 유행하는 정석이다. 흑 17은 ‘이 한 수’라고 할 정도로 모든 인공지능(AI) 바둑프로그램이 선호한다. 백 20의 높은 협공과 흑 21로 붙이는 것 역시 알파고 정석이라 할 만하다. 특히 지금은 참고 2도로 두면 6까지 백이 만족스러운 모양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인간의 기보를 학습하지 않은 ‘알파고제로 40’끼리의 대결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매우 견실하게 둔다는 것이다. 탄탄한 계산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 무리하거나 모험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초반에 서로 견실한 포석으로 진행돼 팽팽한 형세였는데 잠깐 사이에 백이 한발 앞서게 된다. 참고도를 보자. 백은 우상을 깨끗이 정리한 뒤 하변에서 9로 밀어 올렸다. 이때 흑이 갑자기 10으로 좌상 백 한 점을 잡았다. 물론 큰 곳이긴 한데 백 11, 13으로 젖혀 잇자 전체적으로 백이 두터운 모습이다. 이후 백은 A(실전 106)를 차지할 수 있어서 확실한 우세를 확립했다. 참고도 흑 10은 계산 오류였을까. 193·199·205·211·217·223=177, 196·202·208·214·220=22, 218=212, 219=206, 239=231, 242=236. 244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은 패싸움 와중에 강수를 연발한다. 팻감이 많기 때문. 실전 백 4도 끈질기게 버티는 수다. 만약 참고 1도 백 1로 패를 그냥 해소하면 흑 2로 좌상 백 대마가 곤경에 빠진다. 패를 만들 순 있지만 이 패는 백이 부담스럽다. 백 6은 한 집 손해지만 팻감 하나를 더 만들 수 있다. 흑 7로 패를 해소하면 어떻게 될까. 참고 2도인데 백 8까지 다시 패가 난다. 이건 흑이 팻감 부족으로 도저히 이길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패가 계속 이어지는데 흑은 손해를 가리지 않고 팻감을 쓰고 있다. 이 패를 지면 사실상 바둑이 끝나기 때문. 결국 팻감을 짜내고 짜낸 흑이 25로 패를 이겼다. 하지만 그 과정에 중앙 흑 대마가 연결이 끊겼다. 백 26의 급소에 숨이 턱 막히는 상황. 흑의 악전고투는 끝나지 않았다. 8·14·20=◎, 11·17·23=5, 18=12, 19=6.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78은 선수. 하지만 백 80은 확실한 선수가 아니다. 이 수로는 우변을 보강해 두면 이후 진행이 쉬웠을 것이다. 백 80에 대해 흑이 응수하지 않고 83으로 젖혀가면서 국면이 소란스러워졌다. 백은 유리한 형세에도 불구하고 84의 최강수로 응수한다. 여기서 흑은 무난하게 두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참고 1도 흑 1이 눈에 들어오는데 백 8까지 흑이 얻은 게 없다. 흑 85가 가장 까다로운 수. 우상 백이 완생이 아니라는 점을 노리고 있다. 백이 그냥 참고 2도 1로 이으면 흑 6과 12의 독수로 우상 백 대마가 잡힌다. 역시 백 86이 강수이자 최선. 그렇다면 백 92까지 패가 나는 건 필연. 백은 팻감이 풍부하기 때문에 패를 내는 것이 국면을 정리하기가 오히려 쉽다고 계산한 것 같다. 백 102 때 흑은 팻감 부족을 자인하고 103으로 물러섰다. 93·99=●, 96·102=◎.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60은 단순한 끝내기가 아니다. 백 62처럼 패를 들어가려는 것. 불리한 형세인 흑은 61로 버텼고 즉각 패가 시작됐다. 꽃놀이패 수준은 아니지만 부담은 백이 흑보다 훨씬 적다. 그래서 흑은 패를 더 하지 못하고 65로 해소했다. 만약 백 64의 팻감을 참고 1도 흑 1로 받는다면? 백 2로 패를 따낼 때 마땅한 팻감이 없다. 흑 3으로 잇는 자체팻감은 위험하다. 백 10까지 패의 크기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백은 좌변에 절대팻감을 갖고 있어 흑이 감당할 수 없다. 패싸움으로 알토란 같던 상변 흑 집이 쑥대밭이 됐다. 흑은 65, 67을 얻었으나 상변 피해를 만회할 만큼은 되지 않는다. 흑 69 대신 참고 2도 흑 1로 잇는 수도 있다. 그러나 흑 5까지 후수인 데다 흑 ‘가’의 선수도 없어져 이득이 없다. 흑은 77로 붙여 중앙에 집을 만들려고 한다. 흑의 유일한 희망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변 흑 대마는 끈끈한 생명력을 갖고 있어 쉽게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흑이 살 수 있는 길은 매우 적어 정확한 길을 찾아야 한다. 백 48까지 외부와의 연결은 완전히 차단됐다. 흑 49는 눈 모양을 확보하는 최선의 수. 그래도 50, 52로 두자 옥집 형태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다음 수가 흑의 생사를 가르는 상황인데 흑 53이 대마의 길을 밝혀준 수다. 참고 1도를 보자. 흑 대마를 잡으러 가려면 백 1이 필수. 그런데 53의 효과로 흑 2로 끼우는 맥이 있다. 흑 6까지 패가 되는데 흑 ‘가’로 패를 하는 수단도 있어 양패의 모양이다. 백으로선 참고 2도 백 1로 두는 것도 있다. 흑 6까지 대마가 굴욕적으로 살아야 한다. 백은 56으로 흑 두 점을 잡는 걸로 만족했고 흑은 59로 살았다. 흑이 사는 과정에서 이득을 본 백의 우세는 점점 굳어지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중앙의 주도권은 흑에게 넘어갔다. 대신 좌변 흑 말이 백에게 꽤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백 26 이하는 응수타진인데 30이 교묘한 치중. 덥석 참고 1도 흑 1로 백 한 점을 잡다가는 큰코다친다. 백 12까지 크게 수가 나 바둑이 끝나버린다. 흑 31로 자중하는 것이 정수. 백 32로 차단해 좌변 흑의 생사가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공격 와중에도 백 34로 침착하게 이득을 보는 알파고. 이때 흑이 참고 2도 흑 1처럼 반격에 나설 수는 없는 걸까. 결론은 백 14까지 흑에게 탈출로가 없다는 것. 따라서 흑 35로 곱게 사는 것 역시 정수다. 백 36으로 흑 대마를 공격하자 흑 37, 39로 연결하려는 액션을 취한다. 하지만 백 40으로 외부와의 통로는 차단됐다. 그렇다면 안에서 살아야 하는데 좁은 좌변에서 흑이 두 집을 낼 수 있을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는 마치 전투 중에 고지를 차지한 것과 같이 좋은 자리. 흑은 7로 좌상 백 대마를 공격하면서 우하 백 세력을 삭감하려 한다. 하지만 백은 12까지 쉽게 수습 완료. 백 14 때 흑이 17의 곳을 받지 못하고 15로 중앙을 보강한 것이 지금의 형세를 웅변한다. 흑 15를 생략하면 참고 1도 백 4로 끊는 수가 있어 하변과 우하 백 세력이 크게 부풀어 오른다. 흑은 15를 뒀다가 다시 17로 돌아오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백이 느긋하게 18, 20을 둔다. 유리한 백은 급할 게 없다. 백 22에 흑은 손을 빼고 23을 뒀다. 이로써 하변과 우변으로 이어지는 백 세력은 사실상 소멸됐다. 흑 23으로 참고 2도처럼 두는 건 안 된다. 백 6까지 좌변 흑이 위험해진다. 흑이 중앙을 견제하는 사이 백은 좌변 흑 집을 줄였고 좌변 흑 말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상에서 수모를 겪은 백은 우하에서 ◎로 붙여 보복에 나섰다. 흑은 96의 곳에 내려뻗어 차단하고 싶지만 흑 ● 두 점이 선수로 잡힌다. 그건 흑이 견디기 어려운 진행. 흑은 95로 후퇴한 뒤 97로 붙여 응수를 묻는다. 흑 97 대신 참고 1도 흑 1에 두고 손을 빼는 진행은 택할 수 없다. 백 4, 6을 선수하고 8로 두면 흑 대마가 잡히기 때문이다. 실전처럼 105까지 두는 것이 최선. 흑 105도 두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손을 빼면 참고 2도 백 1로 재차 붙이는 수가 있다. 흑 6까지 백이 선수로 흑 넉 점을 잡게 되는데 흑으로선 너무 아픈 결과. 우하에서 뽑아먹을 만큼 뽑아먹은 백은 유유히 106으로 손을 돌린다. 이른바 ‘대세점’이다. 백은 좌상에서의 피해를 다 만회했을 뿐 아니라 중앙의 주도권마저 쥐게 됐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하에서 흑이 ●로 끊으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백 80으로 물러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흑 81은 응수타진. 참고 1도 백 1로 흑 한 점을 잡으면 흑 2, 4를 선수하겠다는 뜻. 이어 흑 6으로 뛰면 좌변 흑 모양이 그럴듯하다. 그래서 백은 82로 잇고 흑 83을 허용한 것. 좌상 백 대마는 86으로 두면 수습할 수 있다. 흑 87은 기분 좋은 곳. 실리를 벌면서 백 대마를 미생으로 만드는 수다. 백 88이 정확한 수습책. 만약 흑이 참고 2도 1로 받으면 백 2로 건너붙이는 수가 있다. 백 6까지 경쾌하게 중앙에 진출할 수 있다. 백 대마를 공격하고 싶은 흑으로선 택할 수 없는 그림. 흑 93까지 좌상에서 흑이 톡톡히 재미를 봤다. 그러나 바둑은 혼자만 좋을 수는 없는 법. 백은 좌상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백 94로 붙여 보복에 나섰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63은 이 한 수. 백은 64부터 두텁게 정비한다. 흑 69로 웅크린 것은 정수. 참고 1도 흑 1로 쭉 뻗고 싶지만 백 2, 4로 끊을 때 대책이 없다. 백 10까지 참화가 벌어진다. 백 70에 흑 71로 좌상 백 한 점을 잡은 것은 의외의 행마. 좌상이 큰 곳이긴 하지만 끝내기에 불과하지 않을까. 인간이라면 당연히 참고 2도 흑 1, 3으로 둘 것이다. 이것이 좌상 귀를 두는 것보다 커 보인다. 알파고가 분명 계산을 하고 흑 71을 뒀을 터인데 인간의 지력으로는 알파고가 왜 71을 더 큰 곳으로 봤는지 알 수 없다. 물론 흑은 71을 둔 뒤 75로 재차 한 점을 잡는 수가 남아 있다. 사실상 선수가 되는 곳인데 백도 후수로 보강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인간끼리 대국이라면 백 78은 기세의 한 수이자 당연한 곳이다. 흑 79도 기세. 알파고가 인간다운 바둑을 두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의 붙임이 날카로운 수. 백이 응수하기가 만만치 않다. 가장 쉬운 응수는 참고 1도 백 1인데 흑 2, 4로 넘어가면 실리를 너무 많이 빼앗긴다. 그렇다고 중앙 흑 2점을 확실히 잡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백 48로 반발하고 나섰고 흑 55까지는 외길 수순. 백은 흑 2점을 잡으며 안정을 취했고, 흑은 백을 가르고 나와 두터움을 얻었다. 백 56은 뜬금없는 수처럼 보인다. 갑자기 좌상귀 2선에 젖힌 것은 너무 한가한 건 아닐까. 하지만 참고 2도를 보면 백 56의 의미가 보인다. 흑 2로 젖히고 4로 끊는 기발한 수가 있다. 흑 8까지 한 점을 내줘야 하는데 실리 피해가 크다. 그렇다면 흑 2로 젖힐 때 물러서야 하는데 그 역시 손해. 흑 57로 상변 백 3점이 거의 잡혔지만 백도 58, 60을 선수할 수 있어서 불만은 없다. 백 62는 삭감용.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에 대해 백은 고분고분 잇지 않고 38로 반발했다. 잇는 것은 안전하지만 우형인 데다 백 전체가 무거워진다. 백의 반발로 인해 그동안 지켜오던 반상의 평화는 깨지고 말았다. 흑도 당장 끊는 것은 힘겹기 때문에 흑 39로 우군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어 흑 41의 어깨짚음이 알파고다운 행마. 알파고는 인간이 간과하고 있던 5선의 어깨짚음이 얼마나 유용한지 보여줬다. 참고 1도를 보자. 어깨짚음에는 백 1, 3으로 밀어가는 게 보통인데 흑 4까지 중앙이 두터워지고 좌변과도 잘 호응한다. 이것은 흑의 주문이다. 백은 아예 손을 빼고 42로 붙여간다. 흑 43은 선수를 잡기 위한 긴급처방. 참고 2도 흑 1이면 후수를 잡게 된다. 흑은 45로 끊어 반상은 점점 험악해지고 있다. 흑 47 역시 생각하기 어려운 좋은 수. 흑 알파고가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알파고끼리의 대국에서 오랜만에 보는 평온한 초반 진행이다. 백 20에 흑 21의 응수는 소극적인 듯하지만 정수라 할 수 있다. 참고 1도 흑 1로 두는 것은 백 6까지 뛰어나오면 흑이 공격당하는 형국이 된다. 그렇다고 집으로 특별히 소득이 있는 것도 아니다. 흑 25의 3·3 침입에 대해 백 28이 선택의 기로. A로 막는 수를 생각해볼 수 있으나 좌변 흑 ●가 있어 세력을 쌓는 것이 여의치 않다. 백 28로 실리를 확보하는 것이 지금은 더 낫다. 백 32의 응수타진에 참고 2도 흑 1로 젖히는 것은 득이 없다. 백 4까지 백이 흐름을 타게 된다. 흑 37로 들여다본 수는 알파고가 좋아하는 수. 백이 순순히 잇는 건 뭔가 당한 것 같은 느낌이다. 알파고도 그냥 잇는 건 싫어한다. 백이 반발한다면 평온하던 초반의 분위기는 일거에 사라진다. 백은 어떻게 응수할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5의 굳힘은 조금 생소하다. 소목 굳힘이 화점 굳힘보다 크다고 여겨 왔기 때문이다. 흑 5의 화점 굳힘은 ‘이른 3·3 침입’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백 6으로 낮게 걸칠 때, 흑 7로 받거나 마늘모로 받는 것은 알파고가 선호하는 수법. 이전까지 참고 1도 흑 1로 협공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알파고는 백 2, 4로 누르는 형태가 좋다고 판단한다. 사실 이것이 올바른지 판단할 능력이 인간에겐 없다. 과거엔 참고 1도의 모양은 백이 실속도 없고 세력도 확실하지 않아 좋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보다 고수인 알파고가 두기에 인정할 수밖에 없다. 흑 13에 대해 참고 2도 백 1로 젖히면 큰 싸움이 되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흑 12가 알파고의 신수. 여기서 파생된 신(新)정석이 계속 탄생하고 있다. 실전 백 14, 16은 가장 온건한 대응. 흑도 17로 갈라 쳐 아직까진 평온하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승부가 갈린 곳은 바로 하변. 참고도를 보자. 흑 ●로 중앙 백의 약점을 노릴 때 백 1(실전 132)로 하변을 둔 것이 이상했다. 흑이 2로 응급조치를 한 뒤 4로 나온 것이 백 1의 실수를 제대로 응징하는 수였다. 백은 하변 흑을 잡기 위해 백 17까지 뒀으나 이 모양은 나중에 흑 ‘가’로 패를 내는 수단이 있다. 반면 흑 18이 놓이자 상변 백은 그냥 잡혀버렸다. 이 바꿔치기에서 입은 손해가 백에게 치명상이 됐다. 나중에 백 198로 우상변에 패를 냈다. 패싸움은 ‘꿀잼’이었지만 팻감이 많은 흑을 당할 수 없었다. 80=13, 176=24, 179=121, 201·207·213·219·225·231·237=125, 204·210·216·222·228·234·240=124, 226=20, 227=4, 244=214. 245수 끝 흑 불계승.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29의 팻감까지는 서로 손해팻감 없이 패를 다퉜다. 백 32가 한 집 손해. 백 두 점을 살렸을 때 손해인 것이다. 백 38은 꼭 패를 이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팻감. 39의 곳에 잇는 팻감을 쓰면 손해가 없지만 실전처럼 둬야 42로 단수하는 팻감이 하나 더 나온다. 백 42 때 참고 1도 흑 1로 이으면 어떻게 될까. 백 2로 두어 패의 가치가 더욱 커진다. 백이 패를 이기면 ‘가’로 끊는 수가 생기기 때문이다(6=○). 그래서 흑은 43으로 상변 패를 정리하고 우변 패로 갈아탄다. 부담이 덜한 패로 바꾼 것이다. 흑 45의 팻감을 보고는 백이 돌을 거두었다. 참고 2도 백 1로 패를 해소하면 좌변에서 또 패가 난다. 결국 흑 10, 12로 우하 흑 대마가 부활하는데 이런 흥정으론 도저히 백이 이길 수 없다(8=◎, 9=3). 28·34·40=○, 31·37=25.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상에서 패가 났다. 불리한 백으로선 마지막 돌격대의 심정으로 결행한 것이다. 형태상으로 백의 ‘꽃놀이패’다. 하지만 흑의 팻감이 워낙 많아 백이 이기기가 쉽지 않다. 우선 손해 안 보는 팻감부터 먼저 써야 한다. 백 102, 108은 팻감이 되는 곳. 참고 1도 백 1로 이으면 흑이 잡힌다. 흑은 우하 귀에 확실한 팻감이 널려 있다. 언뜻 봐도 대여섯 개는 되는 모양이다. 흑 117의 팻감에 만약 참고 2도 백 1로 패를 해소하면 어떻게 될까. 백 3까지 바꿔치기가 되는데, 자체로는 백의 이득이 맞는데 흑 4로 붙이는 끝내기 맥이 있어 결국은 흑이 큰 이득이다. 백 122까지 패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제 손해 보지 않는 팻감은 거의 소진됐다. 앞뒤 가리지 않고 패를 이기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107 113 119=101, 104 110 116 122=○.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70으로 따낸 것은 패를 노리는 수. 하지만 중앙 백이 약하고 팻감이 부족해 당장 결행할 수는 없다. 백은 우선 큰 끝내기부터 하고 본다. 백 72, 74로 석 점을 살린 것이 가장 큰 곳. 팻감에 자신 있는 흑은 75로 서슴없이 단수한다. 결국 백은 80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는데 흑 81이 놓이자 좌변 백도 보강해야 한다. 백 84를 두지 않으면 참고 1도 흑 1의 공격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우여곡절 끝에 백 14로 넘어 살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흑에게 요리조리 끝내기를 당하는 게 너무 아프다. 흑 85에 대해서도 손을 뺄 수 있지만 참고 2도처럼 선수 끝내기를 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흑은 맛좋은 끝내기를 한 뒤에도 97까지 끝내기를 멈추지 않는다. 더 이상 집 대결은 백이 안 되는 상황. 백은 98로 젖혀 최후의 항전을 시작한다. 76=○, 79=●.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하 흑과 좌상 백을 서로 바꿔치기한 형국. 하지만 우하 흑은 아직 패의 여지가 남아있는 반면 좌상 백은 99% 죽은 모양이어서 이 바꿔치기는 백의 손해다. 백 50에 참고 1도 흑 1, 3으로 나와 끊는 것은 무리. 백 4가 선수가 돼 6까지 흑 두 점이 움직이기 어려워진다. 바꿔치기에서 이득을 본 흑은 순한 양처럼 백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고 있다. 그러나 답답한 건 백이다. 흑 57 때도 중앙에서 응수하고 싶지만 우하에서 패가 나면 승부가 안 되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백 60으로 가일수했다. 이곳을 두지 않으면 참고 2도 흑 1로 패를 유도한다. 패를 피하기 위해 백 2로 받으면 흑 11까지 알뜰하게 두 집 내고 살아간다. 흑 61이 아픈 곳. 백 62로 보강하지 않을 수 없다. 백 64가 큰 곳이지만 바꿔치기의 실패를 만회할 정도는 되지 않는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