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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간의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 회담은 주요 현안에 대한 양 측의 입장차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미국과 중국이 예상보다 훨씬 강한 수위로 충돌하면서 양국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은 선택의 고민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19일(현지 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국과의 전날 두 차례 회담에 이어 이날 오전 세 번째 회담까지 모두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심각한 우려를 중국과 공유하기를 원했고 우리의 정책과 우선순위, 전 세계의 시각에 대해 매우 분명하게 알리기를 원했다”며 “우리는 이 두 가지 모두를 했다”고 했다. 당초 목표했던 대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바라보는 관점과 문제 삼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는 것. 중국과 특정 사안에 합의하거나 협력할 공통 분야를 확인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공동성명이나 언론 발표문도 나오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회담 내용이 검토가 진행 중인 대중국 정책에 반영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중국과의 관계는 △경쟁적 △협력적 △적대적이라는 3가지로 나눌 수 있다는 게 블링컨 장관의 설명이었지만, 이번 회담으로 적대적인 분야에서의 충돌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양 측의 공개 충돌이 보도된 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애틀랜타로 가는 길에 관련 질문을 받고 “국무장관이 아주 자랑스럽다”며 힘을 실어줬다. 미국의 대중 강경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임을 확인하는 발언이었다. 양제츠(楊潔지)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솔직하고 건설적이며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며 “차이점도 여전히 있지만 양 측은 ‘무갈등’ 정책에 따라야 한다”며 향후 추가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중국은 막상 이번 회담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외교 ‘투톱’인 양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미국에 맞서 자국의 핵심이익을 지키는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언론 환추시보 20일 사설에서 “이번 회담은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한 장면이다. 세계인들은 중국이 미국과 공개적으로 맞대결한 한 장면으로 기억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생각을 바꾸는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것”고 했다. 환추시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몰락하는 미국이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강한 척 하려 했던 회담”이라며 “중국을 막겠다는 것은 환상이고, 중국을 궁지로 몰아넣겠다는 것은 몽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들도 예상 외로 강하게 나온 중국 측 태도를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회담은 전 세계의 가장 큰 두 경제, 기술 대국이 향후 글로벌 지형을 결정하게 될 현안들에 대해 점점 벌어지는 불신과 의견 불일치에 직면해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중국 측이 보인 태도에 대해서는 “미국의 외교적 압력에 굽히지 않는 전투적인 중국을 보여준 이례적 적의”라고 했다. 중국은 미국이 더 이상 기존의 글로벌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판단 속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를 처음으로 제대로 맛본 것 같다”고 평가했다. WP는 “양 측의 극적인 대치는 ‘포스트 트럼프’ 시대에 워싱턴이 추진하는 대중 정책 방향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외교 무대에서 예측 불가능하고 때로 혼란스러운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내놨다. 양 측의 충돌은 미중 양국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비핵화 문제를 놓고 중국과 협력 전망도 밝지 않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 문제 등에 대해 “우리(미중)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외교 이슈”라고 했지만 뉴욕타임스는 “기후변화와 북한의 핵무기 등 협력할 여지가 있는 분야에서조차 협력할 의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미국 국무부는 연례 글로벌 인권 보고서에서 통일부가 대북전단금지법을 이유로 탈북단체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을 언급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국무부가 작성한 ‘2020 국가별 인권 연례 보고서’ 중 한국 부분에서는 통일부가 지난해 7월 탈북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의 설립 허가를 취소한 사실이 거론됐다. 보고서는 “일부 인권 활동가들은 정부가 북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특정 NGO들의 활동을 제한했다고 말했다”며 이를 사례로 언급했다. 통일부는 당시 이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법인설립 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보고서는 북한 인권 관련 단체 25곳이 통일부의 감사를 받았고, 탈북 단체들은 대북전단금지법이 비정부기구의 자유를 통일부가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판문점 선언과 국민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도 함께 설명했다. 국무부 인권 보고서는 북한 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에 따른 북한의 국경봉쇄 조치로 북한의 인권과 인도주의적 상황을 감시하는 북한 내 외국인들의 능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북한 정부의 국경봉쇄로 북한 주민들이 비공식적 거래조차 극도로 하기 힘들어졌고, 북한 주민들의 이동이 금지되면서 탈북자의 수도 크게 감소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북한에서 벌어지는 불법 또는 자의적 살해와 강제실종, 고문, 임의 구금, 정치범 수용 등 23개 사항을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북중 국경지역에서 납치된 탈북자와 납북 한국 국군 포로, 일본인 납북자 문제도 포함됐다. 2017년 보고서에 포함됐던 ‘지독한(egregious) 인권침해’라는 표현은 2019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포함되지 않았고, 그 대신 ‘중대한(significant)’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보고서는 북한 정부가 인권 유린을 자행한 관리들을 기소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했고, 지난해 3월 북한이 실시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자유롭지도 않고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북한 인권 문제가 핵과 미사일 협상을 위해 희생되는 것을 봐 왔지만, 인권보고서 발간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HRNK의 자료들은 이번 국무부 보고서에서 모두 27차례 인용되거나 언급됐다. 국무부는 아직 의회 보고를 비롯한 절차가 다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고서를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젤리나 포터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보고서와 관련된 질문에 “아직 인권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논평은 피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은 국제 정책의 일환으로 인권 보호와 근본적인 자유를 옹호하고 있다”며 “북한과 관련해서는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위한 캠페인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향후 4년간 미중 관계의 기준점이 될 양국 고위급 회담이 18일(현지 시간) 미 수도 워싱턴에서 약 5400km 떨어진 북극권의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막을 올렸다. 두 나라는 ‘국제질서 위협’ ‘흑인 학살’ 같은 거친 표현으로 날 선 비방전을 이어갔다. 영하 16도를 오가는 추운 날씨였지만 회담 후에도 “화약 냄새가 진동했다” “팩스 회담이 낫다”며 불꽃 튀는 공방을 벌여 양국 관계가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 주석과 악수한 후 50여 년 만에 최악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 카메라 앞 난타전… 방어만 하던 中 인권 공세 양측은 이날 사진촬영 등을 위해 취재진에 공개하는 모두(冒頭)발언에서부터 불꽃 튀는 반박과 재반박을 벌이며 1시간 넘게 설전을 이어갔다. 양국 대표단을 이끄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지)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카메라 앞이라는 것도 잊은 듯 ‘말의 전쟁’을 벌였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미국의 인권 압박에 수세적이고 방어적 태도를 취하던 중국의 변화다. 블링컨 장관이 “중국이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며 신장위구르, 홍콩, 대만 문제 등을 거론하자 양 정치국원은 즉각 “중국 인권에 대해 함부로 지껄이지 말라. 미국의 인권은 최저 수준” “미 흑인들이 학살 당하고 있다”는 거친 표현을 써가며 미국이 중국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부터 중국의 인권 탄압을 비판했고 올해 2월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향해 “인권 침해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내정간섭을 멈추라’는 등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던 중국이 이날 회담에서는 지난해 5월 백인 경관의 목 조르기로 숨진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 16일 인종혐오 범죄로 추정되는 백인 남성 용의자의 연쇄 총격으로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8명이 숨진 사건 등을 거론하며 미국을 비판한 셈이다. 장외 공방도 후끈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알래스카의 추운 날씨만큼 미국의 손님 접대가 차가웠다”며 회담이 시작부터 화약 냄새로 가득했고 미국 측이 먼저 도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루 전에도 미국 내 ‘백인우월주의’를 언급하며 “흑인 등 미 유색인종이 끊임없는 차별 위험에 직면했다”고 맹비난했다. 미 정부 관계자 또한 “중국이 기선제압식 연출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자극적인 행동을 했다”고 맞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관계자들은 회담 전부터 “이번 회담에서 진전을 이룰 것이 없으며 양측이 각자의 요점을 팩스로 보내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말을 나눴다. 결국 이 예측이 맞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9일 회담서도 견해차 클 듯 회담 전부터 양국의 간극은 넓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최고 위협으로 규정하며 압박을 이어 왔다. 12일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 외교안보 협의체 ‘쿼드’의 첫 화상 정상회담을 가졌고 15∼18일에는 블링컨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한국과 일본을 연달아 방문해 중국 포위 전략을 논의했다. 중국 또한 ‘모든 의제를 논의하되 핵심 이익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수차례 천명했다. 중국은 22일 베이징을 찾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도 미국 대응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양국은 이날 오후 1시간가량의 치열했던 1차 회담을 마친 후 오후 7시 45분부터 오후 10시까지 2차 회담을 가졌다. 두 번의 만남에서 양측이 팽팽한 견해차만 확인함에 따라 19일 오전 9시에서 9시 30분(한국 시간 20일 오전 2시∼2시 30분)경으로 예상되는 세 번째 만남에서도 합의에 이르거나 공동성명 발표 등을 단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번 회담 이후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열리는 세계 기후변화 화상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회동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역시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양시위(楊希雨)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관영 환추시보에 “마오쩌둥과 닉슨의 악수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며 양국 관계가 수교 이전으로 되돌아가거나 전쟁이라는 두 가지 기로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양국 갈등이 격화할수록 한국의 입지 또한 갈수록 좁아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새로운 대중, 대북관계 설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쿼드, D-10 등 미국 주도의 다양한 중국 견제 연합체에 대한 참여 압박이 심해질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최대 관심사인 북핵 문제를 어떻게 협력할지 전략을 세울 때”라고 진단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미국이 이번 회담 결과를 우리 측에 공유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 최지선 기자}

미국과 중국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가진 고위급 회담에서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격렬하게 충돌했다. 양측이 인권 등 핵심 쟁점에 대해 한 치 양보도 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함에 따라 주요 2개국(G2)의 패권 전쟁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8일(현지 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양제츠(楊潔지)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이끄는 양국 대표단은 이날 오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고위급 회담을 개최했다. 18일 두 차례, 19일 한 차례 등 총 3차례의 만남 대부분을 비공개로 하되 첫 만남의 일부만 언론에 공개했다. 양측은 한 사람당 2분으로 예정된 모두(冒頭)발언에서부터 불꽃 튀는 설전을 벌였다. 먼저 블링컨 장관이 “중국의 행동은 세계 안정성을 유지하는, 규칙에 기초한 질서를 위협한다”며 신장위구르, 홍콩, 대만, 대미 사이버 공격, 동맹을 향한 경제적 강압 등에 대한 우려를 논의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회담 직전에 방문한 한국, 일본 등에서 중국이 취하는 일부 조치에 관한 깊은 우려를 들었다며 “중국의 권위주의 등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과 연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 또한 “치열한 경쟁을 환영한다. 미 국민, 친구들을 위해 원칙을 옹호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양 정치국원은 즉각 “신장 홍콩 대만은 중국 영토이며 내정간섭을 반대한다”고 맞섰다. 특히 지난해 미 인종차별 항의 시위의 기폭제가 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을 거론하며 “미국에서 흑인이 학살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왕 외교부장 역시 미국이 회담 하루 전인 17일 홍콩 민주화 탄압을 이유로 중국 및 홍콩 고위 관리 24명을 금융 제재한 것을 두고 “손님을 초청한 뒤 환영하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양 정치국원의 발언이 최소 15분 이상 이어지자 블링컨 장관이 회담장을 떠나려는 취재진을 불러 세운 후 재반박했고 양 국원 또한 다시 발언하는 등 양측의 대립이 불을 뿜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양대 패권국의 대립이 격화함에 따라 소위 ‘전략적 모호성’ 기조를 유지하며 이 회담 직전에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 ‘2+2’ 회담에서 중국 대응을 두고 미국과 이견을 보였던 한국의 고민 또한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홍균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한국이 양측 모두로부터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미국의 동맹 중 한국이 가장 약한 고리라는 인식을 줘선 안 된다. ‘전략적 명료성’을 가져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최지선 기자}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 총격범이 성(性) 중독 문제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중처벌이 가능한 증오 범죄 혐의를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인종적 범행 동기를 철저히 파헤쳐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는 이번 연쇄 총격 사건이 미국 내 아시아계 사람들에게 명백하고 또렷한 공포심을 심었다고 전했다. 17일(현지 시간)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총격범 로버트 에런 롱(21)은 인종주의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 “유혹을 없애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마사지숍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도록 없애려 했다는 것이다. 이번 총격 사건은 애틀랜타시와 인근 체로키카운티에 있는 마사지숍 3곳에서 벌어졌다. 체로키카운티의 제이 베이커 보안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직은 수사 초기 단계”라며 “그는 명백히 성 중독이라고 생각하는 문제가 있어 보이고, 마사지숍을 자신이 없애 버리고 싶은 유혹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롱은 범행을 벌인 장소들에 과거 자주 갔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 마사지 가게에서 성적인 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베이커 보안관은 17일 기자회견에서 롱에 대해 “어제는 그에게 매우 나쁜 하루였다”며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소셜미디어에서 ‘보안관이 (총격범의) 변호인 역할을 하고 있다’ 등의 질타가 쏟아졌다. 베이커 보안관이 지난해 소셜미디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인종차별적 게시물을 올린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롱이 과거에 성 중독 치료를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타일러 베일리스라는 남성은 CNN 방송에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조지아주 로즈웰시에 있는 재활시설에서 롱과 함께 생활했다”고 밝혔다. 총격범에게 성 중독의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이를 근거로 이번 사건이 인종 증오 범죄가 아니라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키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은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8명을 살해한 사람의 말을 믿기는 어렵다”며 “많은 피해자가 아시아계이고 그가 아시아 마사지숍을 겨냥했다는 사실을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텀스 시장은 “피의자는 가장 극심하게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조지아에서는 증오 범죄로 기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지아주에서 지난해 여름 통과된 증오 범죄 가중처벌법은 인종이나 종교, 출신 국가, 성적 지향성, 성별, 지체장애를 이유로 차별적 행위를 했을 때 최소 2년의 징역형을 추가로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롱은 추가 범행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체포 당시 플로리다로 향하고 있었고, 붙잡힌 뒤 조사 과정에서 “(총격) 행동을 더 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베이커 보안관은 밝혔다. 경찰은 그의 검은색 투싼 차량에서 권총을 발견해 감식을 벌이고 있다. 롱의 어머니는 총격 사건 발생 직후 TV를 통해 폐쇄회로(CC)TV에 찍힌 롱을 알아보고 곧바로 체로키카운티 보안관실에 연락해 아들임을 신고했다.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은 “롱의 부모가 그의 차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설치돼 있다는 걸 알려 체포를 도왔다”고 보도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조유라 기자}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으로 미국 내에서 인종 증오 범죄에 대한 우려와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건 발생 하루 만인 17일 4건의 살인과 1건의 가중폭행 혐의로 기소된 총격범 로버트 에런 롱(21)은 조사 과정에서 “(성적인) 유혹을 없애버리고 싶었기 때문에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시아계를 포함한 미국 사회 전체는 인종 증오를 범행 동기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또 ‘StopAsianHate’(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라는 해시태그가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미국 내 한인 및 아시아계 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로 규정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이번 사건을 인종차별의 정점(culmination)으로 보고 있다”고 전하는 등 미국 언론도 아시아계 혐오 문제를 집중 보도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4명의 한국계 여성은 70대가 2명이고 50대와 60대가 각각 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건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연방 관공서와 군에 조기 게양을 명령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의 피의자가 성(性) 중독 문제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중처벌이 가능한 증오범죄 혐의를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인종적 동기를 철저히 파헤쳐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용의자인 로버트 에런 롱(21)은 인종주의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 “유혹을 없애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총격 사건의 타깃이었던 마사지샵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도록 없애려 했다는 것이다. 체로키 카운티의 제이 베이커 보안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직은 수사 초기 단계”라며 “그는 명백히 성 중독이라고 생각하는 문제가 있어 보이고, 마사지샵을 자신이 없애버리고 싶은 유혹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롱은 과거 범행을 벌인 장소들에 자주 갔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 마사지 가게에서 실제 성행위가 벌어졌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애틀랜타 업계에서 이런 문제로 피해업소에 대해 항의가 들어오거나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고 한다. 롱이 과거 재활원에서 성 중독 치료를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타일러 베일리스라는 남성은 CNN방송에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조지아주 로즈웰시에 있는 재활시설 매버릭 리커버리에서 롱과 함께 생활했다”고 밝혔다. 그는 “입소자 대부분이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이었지만 롱은 성 중독으로 치료를 받았다”며 “당시 롱은 ‘병이 다시 도져서 성행위를 하러 마사지 업소에 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것(성 중독)이 그를 괴롭혔을 것”이라고 했다. 성 중독은 일상생활에 지장 받을 정도로 성행위에 대한 충동을 느끼는 정신 질환이다. 피의자에게 성 중독의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이를 근거로 인종주의 증오범죄가 아니라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키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8명을 살해한 사람의 말을 믿기는 어렵다”며 “많은 피해자가 아시아계이고 그가 아시아 마사지 가게를 겨냥했다는 사실을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텀스 시장은 “피의자는 가장 극심하게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조지아에서는 증오범죄로 기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지아주에서 지난해 여름 통과된 증오범죄 가중처벌법은 인종이나 종교, 출신 국가, 성적 지향성, 성별, 지체 장애를 이유로 차별 행위를 했을 때 최소 2년의 추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롱은 추가 범행도 계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롱은 체포 당시 플로리다로 향하고 있었다. 붙잡힌 뒤 조사 과정에서 “(총격) 행동을 더 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베이커 보안관은 밝혔다. 경찰은 그의 차량에서 9mm 권총을 발견해 검식을 벌이고 있다. 차 안에서 발견된 무기는 이 총 한 자루가 유일했다. 롱은 범행 당일 아침 조지아주 캔턴에 있는 사냥총 가게에서 이 총을 샀고 구매는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롱은 2019년 1월 여자친구를 방문하기 위해 테네시주로 간다고 말한 이후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다”는 문자를 보낸 뒤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사건 발생 직후 TV를 통해 감시 카메라에 찍힌 롱을 알아보고 곧바로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에 연락해 아들임을 제보했다.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은 “롱의 부모가 아들의 차에 위치정보시스템(GPS) 추적기가 설치돼 있다는 점도 제보함으로써 신속한 체포를 도왔다”고 보도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무기 시험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을 미국 정보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는 시기에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북한의 대미, 대남 비난에도 대응을 자제하며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CNN방송은 이날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정보당국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으며, 외교안보 관련 부처들은 북한이 며칠 안에 무기 시험을 할 경우 대응을 놓고 기관별 협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정보당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로켓 발사 시설이 있는 평양 외곽 산음동 인근의 차량 움직임을 최근 며칠간 면밀하게 관찰해 왔다. 미 당국자들은 만약 북한이 미국 외교안보 수장들의 한일 순방 기간에 무기 시험을 실제 단행한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자신이 역내 주요 행위자임을 확인시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국, 일본 방문 결과를 보고 테스트를 실제로 단행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비행과 관련된 진전된 기술 시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글렌 밴허크 미국 북부사령관은 이날 상원에서 열린 정책 청문회 서면답변에서 “상당히 커지고 역량도 증강됐을 가능성이 있는 북한의 ICBM은 미국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다. 밴허크 사령관은 또 “김정은 정권은 핵으로 무장한 ICBM으로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하려는 시도에서 걱정스러운 성공(alarming success)을 거뒀다”는 평가도 내놨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16일(현지 시간)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의 연쇄 총격 사건으로 미국 내 아시아계를 노린 증오 범죄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사건이 발생한 것은 오후 5시경. 애틀랜타시 북쪽 체로키카운티의 도시 액워스에 있는 ‘영스 아시안 마사지’ 숍에서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렸다. 2명이 사망했고, 부상당한 3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 중 2명은 끝내 숨졌다. 47분 뒤 이번에는 애틀랜타시 북동부의 ‘아로마 세러피 스파’와 ‘골드 스파’에서도 잇따라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두 업소에서 모두 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뉴욕타임스와 CNN 방송 등에 따르면 8명의 사망자 중 6명은 아시아인, 2명은 백인이다. 사망자 중 남성은 1명이다. 외교부는 “사망자 중 4명은 한국계 여성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주(駐)애틀랜타 한국총영사관은 현장에 영사를 급파해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3시간 30분 만인 이날 오후 8시 반경 애틀랜타 남쪽 240km 거리인 크리스프카운티 고속도로에서 도주 중이던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을 체포했다. 경찰은 첫 번째 사건 현장 인근의 폐쇄회로(CC)TV에 찍힌 용의자의 모습과 그의 차량을 확인한 뒤 추적 끝에 붙잡았다. 경찰은 체로키카운티와 애틀랜타시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 3건 모두 그의 범행인 것으로 보고 있다. 롱은 2017년 조지아주 체로키카운티에 있는 한 고교를 졸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가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동급생은 미 인터넷 매체 데일리비스트에 “롱은 욕도 하지 못할 만큼 순진했다. 내가 기억하기로 그는 폭력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며 괴짜 같은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롱에 대해 “사냥꾼(hunter)이었으며 종교에 크게 심취해 있었다”고도 했다. 롱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총, 드럼, 음악, 가족, 그리고 하나님으로 내 인생의 대부분이 요약된다”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고 데일리비스트는 보도했다. 한인 매체 ‘애틀랜타K’는 지금은 삭제된 그의 인스타그램에 “중국의 우한연구소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렸다. 우한 바이러스로 미국인 50만 명이 살해됐다”는 글이 올랐던 적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 시대 최대의 악”이라는 글도 있었다고 한다. ‘애틀랜타 한국일보’는 골드 스파 한 종업원의 지인을 인용해 용의자가 범행 전 ‘아시아인을 다 죽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 관할 지역인 체로키카운티의 제이 베이커 보안관은 기자회견에서 “범행 동기를 찾고 있다. 그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인 그레고리 웰치 씨는 뉴욕타임스에 “보통 때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며 “이번 사건이 코로나19로 인한 반(反)아시아적 요소와 연관된 것이라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LA타임스는 “지난해부터 미국 전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범행 동기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건이 발생한) 마사지 업소들에서는 아시아계 직원들이 많이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아주 최초의 흑인 상원의원인 래피얼 워녹 의원(민주당)은 트위터에 “이런 무의미한 죽음을 야기한 증오를 몰아내기 위해 힘을 합치는 것을 멈출 수 없다”며 사망자들을 애도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김예윤 기자}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에서 16일(현지 시간) 연쇄 총격 사건이 일어나 8명이 사망했다. 이 중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가 6명이어서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범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붙잡힌 용의자(사진)는 21세의 백인 남성이다. 뉴욕타임스와 CNN방송 등은 이날 애틀랜타시와 애틀랜타시 북부 체로키카운티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으로 3곳의 마사지숍에서 모두 8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아시아계 사망자 6명은 모두 여성이다. 나머지 2명은 백인 여성과 남성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망자 가운데 4명이 한국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한국 국적자인지는 확인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지 업계 관계자와 종업원들의 말을 통해 신원이 파악된 한국계 사망자 2명은 같은 마사지숍에서 일하던 70대 박모 씨와 50대의 또 다른 박모 씨다. 범행 동기와 관련해 현지 경찰은 인종 증오를 포함해 그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고 미연방수사국(FBI)도 수사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뉴욕경찰 대테러국은 사건 발생 직후 지역 내 아시아 공동체에 충분한 경찰력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16일(현지 시간)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의 연쇄 총격 사건으로 미국 내 아시아계를 노린 증오 범죄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사건이 발생한 것은 오후 5시경. 애틀랜타시 북쪽 체로키카운티의 도시 액워스에 있는 ‘영스 아시안 마사지’ 숍에서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렸다. 2명이 사망했고, 부상당한 3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 중 2명은 끝내 숨졌다. 47분 뒤 이번에는 애틀랜타시 북동부의 ‘아로마 세러피 스파’와 ‘골드 스파’에서도 잇따라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두 업소에서 모두 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뉴욕타임스와 CNN 방송 등에 따르면 8명의 사망자 중 6명은 아시아인, 2명은 백인이다. 사망자 중 남성은 1명이다. 외교부는 “사망자 중 4명은 한국계 여성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주(駐)애틀랜타 한국총영사관은 현장에 영사를 급파해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3시간 30분 만인 이날 오후 8시 반경 애틀랜타 남쪽 240km 거리인 크리스프카운티 고속도로에서 도주 중이던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을 체포했다. 경찰은 첫 번째 사건 현장 인근의 폐쇄회로(CC)TV에 찍힌 용의자의 모습과 그의 차량을 확인한 뒤 추적 끝에 붙잡았다. 경찰은 체로키카운티와 애틀랜타시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 3건 모두 그의 범행인 것으로 보고 있다. 롱은 2017년 조지아주 체로키카운티에 있는 한 고교를 졸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가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동급생은 미 인터넷 매체 데일리비스트에 “롱은 욕도 하지 못할 만큼 순진했다. 내가 기억하기로 그는 폭력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며 괴짜 같은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롱에 대해 “사냥꾼(hunter)이었으며 종교에 크게 심취해 있었다”고도 했다. 롱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총, 드럼, 음악, 가족, 그리고 하나님으로 내 인생의 대부분이 요약된다”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고 데일리비스트는 보도했다. ‘애틀랜타K’는 지금은 삭제된 그의 인스타그램에 “중국의 우한연구소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렸다. 우한 바이러스로 미국인 50만 명이 살해됐다”는 글이 올랐던 적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 시대 최대의 악”이라는 글도 있었다고 한다. ‘애틀랜타 한국일보’는 골드스파 한 종업원의 지인을 인용해 용의자가 범행 전 ‘아시아인을 다 죽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 관할 지역인 체로키카운티의 제이 베이커 보안관은 기자회견에서 “범행 동기를 찾고 있다. 그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안관은 “용의자 롱은 지금까지 심문에서 인종(증오)적 동기로 범행했다는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면서 “그런 동기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물었지만 롱은 ‘No(아니다)’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인 그레고리 웰치 씨는 뉴욕타임스에 “보통 때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며 “이번 사건이 코로나19로 인한 반(反)아시아적 요소와 연관된 것이라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LA타임스는 “지난해부터 미국 전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범행 동기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건이 발생한) 마사지 업소들에서는 아시아계 직원들이 많이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아주 최초의 흑인 상원의원인 래피얼 워녹 의원(민주당)은 트위터에 “이런 무의미한 죽음을 야기한 증오를 몰아내기 위해 힘을 합치는 것을 멈출 수 없다”며 사망자들을 애도했다. 애틀랜타가 있는 조지아주는 19세기 미국 남북전쟁 때 노예제 폐지에 반대하는 남부연합 소속이었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남부 주들을 가리키는 ‘딥 사우스(Deep South)’의 대표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계 인구는 꾸준히 증가해 전체 1060만 명 중 4.4%가 아시아계다. 특히 애틀랜타가 있는 풀턴 카운티는 인구의 7.6%가 아시아계여서 주 전체 비율보다 훨씬 높다. 그만큼 인종 간 갈등 요소 또한 높은 셈이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북한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무기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가능성을 미국 정보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는 시기에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북한의 대미, 대남 비난에도 대응을 자제하며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CNN방송은 이날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정보당국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으며, 외교안보 관련 부처들은 북한이 며칠 안에 무기 시험을 할 경우 대응을 놓고 기관별 협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정보당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로켓 발사 시설이 있는 평양 외곽 산음동 인근의 차량 움직임을 최근 며칠간 면밀하게 관찰해 왔다. 미 당국자들은 만약 북한이 미국 외교안보 수장들의 한일 순방 기간에 무기 시험을 실제 단행한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자신이 역내 주요 행위자임을 확인시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한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국, 일본 방문 결과를 보고 테스트를 실제로 단행할 것인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보도에 대해 워싱턴의 소식통은 “현재까지 북한이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구체적인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다”며 “사소한 동향들이 실제 도발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움직임이 있다면 이는 미국 외교안보 수장들의 아시아 순방기간에 맞춰 긴장감을 고조시킴으로써 존재감을 높이고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비행과 관련된 진전된 기술 시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글렌 밴허크 미국 북부사령관은 이날 상원에서 열린 정책 청문회 서면답변에서 “상당히 커지고 역량도 증강됐을 가능성이 있는 북한의 ICBM은 미국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다. 밴허크 사령관은 이와 함께 “김정은 정권은 핵으로 무장한 ICBM으로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하려는 시도에서 걱정스러운 성공(alarming sucess)을 거뒀다”는 평가도 내놨다. 그는 청문회에 이어 이날 국방부에서 진행한 언론 브리핑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언급하며 “북한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미사일이 이제 3개”라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의 사망자를 낸 16일(현지 시간) 미국 애틀랜타 일대의 연쇄 총격 사건으로 미국 내 아시아계를 노린 증오범죄 공포가 커지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날 오후 5시경. 애틀랜타시 북쪽 콥 카운티의 도시 액워쓰에 위치한 ‘영스 아시안 마사지 팔러’라는 가게에서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2명이 사망했고, 부상당한 3명은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이중 2명이 끝내 숨졌다. 이후 47분 뒤, 이번에는 애틀랜타시 북동부의 ‘아로마테라피 스파’와 ‘골드 스파’에서도 순차적으로 총격사건이 발생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위치한 이 두 업소에서 모두 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뉴욕타임스와 CNN방송 등에 따르면 현장에서 확인된 8명의 사망자 중 6명은 아시아인이고 2명은 백인이며, 1명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이 모두 여성으로 파악됐다. 현지 한인 매체인 미주한국일보와 애틀랜타K는 현지 업계 관계자 및 종업원들의 증언을 통해 “사망자 4명은 한인 여성”이라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한국계 사망자 2명은 골드 스파에서 일하는 70대 박모 씨와 50대의 또 다른 박모 씨다. 외교부는 나머지 2명도 한인 여성인 것으로 확인했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은 현장에 사건사고 담당 영사를 급파해 재외국민의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경찰은 이날 첫 번째 사건 현장 인근의 감시 카메라에 포착된 용의자 및 그의 차량을 바탕으로 검거에 나섰다. 용의자인 로버트 에런 롱(21)이 도주하던 중 애틀랜타 남쪽 240㎞ 거리인 크리습 카운티의 고속도로에서 체포된 것은 첫 사건 발생 3시간 반이 지난 오후 8시30분. 수사 당국은 그가 체로키 카운티의 마사지샵 및 애탈랜타시의 스파 2곳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총격 사건의 동일 용의자라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번 총격이 강도 사건으로 보이며, 인종주의와 관련된 범죄인지 여부는 불명확하다는 입장이다. 사건발생 관할 지역인 체로키 카운티의 제이 베이커 보안관은 기자회견에서 “범행 동기를 찾고 있으며 그 어떤 가능성도 배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재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지원하고 있다. 아시아계와 태평양계(AAPI) 혐오 범죄를 다루는 시민단체 ‘스톱 AAPI 헤이트’는 “강도 높은 인종주의 공격으로 빚어진 이루 말할 수 없는 비극”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사건이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최근 늘어나는 가운데 벌어졌다는 점도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현지 주민인 그레고리 웰치 씨는 뉴욕타임스에 “보통 때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며 “이번 사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반(反)아시아적 요소와 연관된 것이라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애틀랜타시는 사건 발생지역 주변의 유사 업소들에 대한 경비 활동을 강화한 상태다. 조지아주가 지역구인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이런 무의미한 죽음을 야기한 증오를 몰아내기 위해 힘을 합치는 것을 멈출 수 없다”며 사망자들을 애도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도 트위터에 “끔찍한 폭력의 희생자들을 위해 온 가족이 기도하고 있다”고 썼다.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에 전사자 4만3000명의 이름이 새겨진다. 15일(현지 시간) 주미 한국대사관과 미 국립공원관리청(NPS)에 따르면 워싱턴 내셔널 몰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이 16일부터 새 단장 공사를 시작한다. 26년 만에 이뤄지는 작업으로 기존 공원 자리에 있는 연못을 중심으로 공원과 추모의 벽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화강암으로 된 추모의 벽에는 한국전에서 희생된 3만6574명의 미군 및 미군 부대에 배속된 한국군 카투사 전사자 7000여 명의 명단이 새겨진다. 약 18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2022년 가을 완공 예정이다. 현재 기념공원에 설치돼 있는 판초 우의를 입고 정찰하는 모습을 담은 19명의 미군 조각상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이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참전비와 달리 한국전쟁 기념비에 전사자 명단이 없는 것을 지적하면서 추진됐다. 2016년 10월 미 의회가 추모의 벽 건립 관련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한국 국회에서도 같은 해 11월 건립지원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다. 추모재단은 프로젝트를 위한 모금을 시작했고 한국 정부도 일부 예산을 지원하면서 모두 2200만 달러(약 249억 원) 규모의 기금이 마련됐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에 전사자 4만3000명의 이름이 새겨진다. 15일(현지 시간) 주미한국대사관과 미 국립공원관리청(NPS)에 따르면 워싱턴 내셔널 몰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이 16일부터 새단장 공사를 시작한다. 26년 만에 이뤄지는 작업으로 기존 공원 자리에 있는 연못을 중심으로 공원과 추모의 벽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화강암으로 된 추모의 벽에는 한국전에서 희생된 3만6574명의 미군 및 미군 부대에 배속된 한국군 카투사 전사자 7000여 명의 명단이 새겨진다. 약 18개월 간의 공사를 거쳐 2022년 가을 완공 예정이다. 현재 기념공원에 설치돼 있는 판초 우의를 입고 정찰하는 모습을 담은 19명의 미군 조각상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이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참전비와 달리 한국전쟁 기념비에 전사자 명단이 없는 것을 지적하면서 추진됐다. 2016년 10월 미 의회가 추모의 벽 건립 관련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한국 국회에서도 같은해 11월 건립지원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다. 추모재단은 이 프로젝트를 위한 모금을 시작했고 한국 정부도 일부 예산을 지원하면서 모두 2200만 달러(약 249억 원) 규모의 기금이 마련됐다. 제임스 피셔 추모재단 전무이사는 워싱턴포스트(WP)에 “현재 약 50만 명의 한국전쟁 참전용사가 생존해 있지만 이들은 지금 90대 초중반이고 매일 600명가량 숨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 일을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한미동맹 활성화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CSIS를 이끄는 존 햄리 회장과 원로 석학으로 CSIS 한반도위원회에 참여해온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공동 작성했다. 북핵 프로그램 동결로 시작하는 비핵화 로드맵 필요성 등이 보고서에 담겼다. 저자들은 보고서에서 “한미동맹은 최근 미중 경쟁이라는 지정학적 역학구도 등으로 최근 몇 년간 역풍에 직면했다”며 “이로 인해 중국, 북한과 관련한 주요 안보적 도전에 공동의 접근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한국이 강대국 미국과 동맹을 맺는 것은 터프한 이웃국가 옆에서 번영하는 데 결정적”이라고 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이들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장기적 목표로 유지하되 임시적으로는 북한 핵 프로그램의 추가 진행을 멈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영변지역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활동을 동결하는 데서 시작하는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로드맵에는 (북-미) 정치적 관계 변화, (핵과 미사일) 실험 금지, 위협을 줄이는 프로그램 및 핵 폐기를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평화 체제가 담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 정부의 섣부른 남북경협 시도 등을 경계했고 “북한 인권은 북-미 간 정치적 관계의 그 어떤 개선 과정에서도 필수적으로 문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서는 양국 관계의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도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협상이 타결된 방위비분담금협정(SMA)과 함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가 사례로 제시됐다. 특히 전작권에 대해 “그 어떤 정치적 시간표의 인질이 되지 않는, 조건에 기반해 전작권 전환 문제를 신중하게 조율해야 한다”며 정부의 시한 설정이 가져올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경고했다. 보고서는 한미 양국이 노골적인 ‘반중국’ 연대를 외치는 기존의 접근법에서 벗어나 미래에 초점을 맞추는 ‘탄력적인 아시아(resilient Asia)’의 관점에서 중국을 다뤄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북핵 대응 등 안보 협력에 집중해온 동맹의 초점도 이제는 더 넓혀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우주와 사이버, 공중보건, 환경문제, 제4차 산업혁명 같은 다양한 ‘뉴프런티어’ 분야로 협력 범위를 넓히라는 것이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핵심 연대로 삼고 있는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자 협의체)’ 정상들이 13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공동 기고문을 내고 쿼드의 개방성과 확장성을 강조했다. 전날 화상으로 진행된 첫 쿼드 정상회의 이후 하루 만에 4개국 정상들이 언론 공동기고문이라는 이례적 형식을 통해 쿼드와 역내 다른 국가들의 협력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낸 것이다. 쿼드 정상들은 ‘4개국은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안전하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전념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쿼드는 공동의 비전 증진과 평화, 번영 보장에 헌신하는, 생각이 같은 파트너들의 유연한 그룹”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이런 목표를 공유하는 모든 이와 협력할 기회를 환영하고 추구할 것”이라며 쿼드가 폐쇄적인 연합체가 아님을 강조했다. 이는 쿼드가 배타적인 안보 협력체로 인식되거나, 이 때문에 4개국에 포함되지 않은 나라들이 협력 반경에서 멀어지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 동참을 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촉구하는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 미국은 한국과 뉴질랜드, 베트남 등까지 포함한 이른바 ‘쿼드 플러스’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들은 쿼드가 2004년 인도네시아 지진해일(쓰나미) 사태 대응을 위해 만들어진 협력체였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제 인도태평양의 상호 연결과 기회가 열리는 새로운 시대에 우리는 역내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협력하도록 다시 소환됐다”고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 후 첫 국무, 국방장관의 한일 순방을 계기로 고위 당국자 발언, 언론 브리핑, 설명자료 등을 총동원해 한미일 삼각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두 장관의 순방과 맞물린 미국의 이런 강한 압박이 한국의 유화적 제스처를 외면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무부는 14일(현지 시간) 토니 블링컨 장관이 한일 순방길에 오르는 시점에 ‘깨질 수 없는 미일 동맹의 재확인’이라는 제목으로 미일 관계와 순방 취지 등을 설명하는 자료를 냈다. 국무부는 이 자료에서 미일 동맹, 일본과의 우정, 안보 및 경제 협력 등과 함께 ‘한미일 협력 강화’ 항목을 따로 넣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들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 관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포함하는 폭넓은 글로벌 이슈에서 삼각 협력 활성화는 물론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기후변화 등 분야에서 확대된 한미일 협력 증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국무부는 이어 “왕성하고 효과적인 삼각 협력은 인도태평양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리의 공동 안보 및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중요하다”며 “인권 수호, 여성 역량 강화, 기후변화, 역내 평화와 안보 및 법의 지배를 증진시키는 데에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미일 양국 관계를 설명하는 자료에 한미일 삼각협력을 함께 언급함으로써 한일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에둘러 강조한 것이다. 이에 앞서 성 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이달 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미일 안보를 주제로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한일 관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12일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은 한미, 미일 간 양자 동맹 강화뿐 아니라 (한미일) 삼각 협력에 미국이 부여하는 중요성을 알리는 데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뿐 아니라 국방부도 존 커비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로이드 오스틴 장관의 한일 순방과 관련해 “우리는 지역의 안보 도전을 다루기 위해 다 같이 협력할 수 있는 양자적 방안을 찾기를 고대한다”며 한일 관계 개선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한일 관계는 최근 정부가 계속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도 일본이 “말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보이라”며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물밑에서 양국을 동시에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본은 관계 개선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보다 자국에 더 많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국무부에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주 미 상원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관련 청문회에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양국의 국방 수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일들이 진행 중”이라며 군사적 측면에서의 물밑 시도도 이뤄지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블링컨, 오스틴 두 장관은 15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실은 공동 기고문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해외 순방인 이번 한일 방문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두 장관은 ‘기고문에서 “우리가 이 지역(한일)을 첫 순방지로 정한 이유는 인도태평양 지역이 점점 더 세계 지정학의 중심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 지역이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자유롭고 개방돼 있는 것이 우리의 강한 이익”이라고 했다. 두 장관은 “이것이 일본과 한국, 미국이 공유하는 목표이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우리는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한미일)가 힘을 모으면 중국의 공격과 위협에 훨씬 더 강력하게 대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5일 일본에 도착한 두 장관은 16일 일본 외상, 방위상과 2+2 회담을 갖고 17일 한국에 온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최지선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 후 첫 국무, 국방장관의 한일 순방을 계기로 고위 당국자 발언, 언론 브리핑, 설명자료 등을 총동원해 한미일 삼각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두 장관의 순방과 맞물린 미국의 이런 강한 압박이 한국의 유화적 제스처를 외면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무부는 14일(현지 시간) 토니 블링컨 장관이 한일 순방길에 오르는 시점에 ‘깨질 수 없는 미일 동맹의 재확인’이라는 제목으로 미일 관계와 순방 취지 등을 설명하는 자료를 냈다. 국무부는 이 자료에서 미일 동맹, 일본과의 우정, 안보 및 경제 협력 등과 함께 ‘한미일 협력 강화’ 항목을 따로 넣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들과의 관계 강화에 노력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 관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포함하는 폭넓은 글로벌 이슈에서 삼각 협력 활성화는 물론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기후변화 등 분야에서 확대된 한미일 협력 증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국무부는 이어 “왕성하고 효과적인 삼각 협력은 인도태평양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리의 공동 안보 및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중요하다”며 “인권 수호, 여성 역량 강화, 기후변화, 역내 평화와 안보 및 법의 지배를 증진시키는 데에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미일 양국 관계를 설명하는 자료에 한미일 삼각협력을 함께 언급함으로써 한일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에둘러 강조한 것이다. 이에 앞서 성 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이달 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미일 안보를 주제로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한일 관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12일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은 한미, 미일 간 양자 동맹 강화뿐 아니라 (한미일) 삼각 협력에 미국이 부여하는 중요성을 알리는 데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뿐 아니라 국방부도 존 커비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로이드 오스틴 장관의 한일 순방과 관련해 “우리는 지역의 안보 도전을 다루기 위해 다같이 협력할 수 있는 양자적 방안을 찾기를 고대한다”며 한일 관계 개선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한일 관계는 최근 정부가 계속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도 일본은 “말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보이라”며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물밑에서 양국을 동시에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본은 관계 개선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보다 자국에 더 많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국무부에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주 미 상원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관련 청문회에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양국의 국방 수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일들이 진행 중”이라며 군사적 측면에서의 물밑 시도도 이뤄지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블링컨, 오스틴 두 장관은 15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에 실은 공동 기고문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해외 순방인 이번 한일 방문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두 장관은 ‘기고문에서 “우리가 이 지역(한일)을 첫 순방지로 정한 이유는 인도 태평양 지역이 점점 더 세계 지정학의 중심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 지역이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자유롭고 개방돼 있는 것이 우리의 강한 이익”이라고 했다. 두 장관은 “이것이 일본과 한국, 미국이 공유하는 목표이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우리는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한미일)가 힘을 모으면 중국의 공격과 위협에 훨씬 더 강력하게 대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5일 일본에 도착한 두 장관은 16일 일본 외무 국방장관과 2+2 회담을 갖고 17일 한국에 온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

미국 국무, 국방장관의 한일 순방을 앞두고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한미동맹의 활성화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CSIS를 이끄는 존 햄리 회장과 원로 석학으로 CSIS 한반도위원회에 참여해온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공동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북핵 프로그램 동결로 시작하는 비핵화 로드맵 필요성 등을 주장해 눈길을 끈다. 저자들은 보고서에서 “한미 동맹은 최근 미중 경쟁이라는 지정학적 역학구도와 거래적인 동맹 이슈들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역풍에 직면했다”며 “이로 인해 중국과 북한 관련한 주요한 안보적 도전에 공동의 접근을 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한국이 영토에 대한 야심 없이 멀리 떨어져 있는 강대국 미국과 동맹을 맺는 것은 터프한 이웃국가 옆에서 번영하는 데 결정적”이라고 했다. 또 “미국에 있어서 한국은 역내 안보 도전에 함께 대응할 핵심 파트너”라며 동맹관계가 양국 모두에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북한 문제 관련, 이들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장기적 목표로 유지하되 임시적으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의 추가 진행을 멈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영변 지역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활동을 동결에서 시작하는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로드맵에는 (북-미) 정치적 관계 변화, (핵과 미사일) 실험 금지, 위협을 줄이는 프로그램 및 핵 폐기를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평화 체제가 담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과의 협상이 미국과의 동맹을 대가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한국 정부의 섣부른 남북경협 시도 등을 경계했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그 어떤 북-미 간 정치적 관계의 개선 과정에서도 필수적으로 문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서는 양국 관계의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도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협상이 타결된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와 함께 전시작전권 문제가 사례로 제시됐다. 특히 전작권에 대해 “그 어떤 정치적 시간표의 인질이 되지 않는,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 문제를 신중하게 조율해야 한다”며 정부의 시한 설정이 가져올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경고했다. 이밖에 미국의 확장억제 회복 및 강화, 고위급 군사교류 및 신뢰구축 활동 확대, 확장억제전략 고위급 회의(EDSCG) 같은 정례 회담의 활성화를 제안했다. 보고서는 한미 양국이 노골적인 ‘반중’ 연대를 외치는 기존의 접근법에서 탈피, 원칙에 기반해 미래에 초점을 맞추는 ‘회복탄력적인 아시아(resilient Asia)’의 관점에서 중국을 다뤄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기술 분야의 ‘클린 네트워크’와 공급망 확보 및 민주주의, 항행의 자유, 인권 등을 앞세워 보다 폭넓은 대중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북핵 대응 등 안보 협력에 집중해온 동맹의 초점도 이제는 더 넓혀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우주와 사이버, 공중 보건, 환경 문제, 제4차 산업혁명 같은 다양한 ‘뉴 프런티어’ 분야로 협력 분야를 넓히라는 것이다. 이런 동맹의 ‘현대화’는 양국 모두에 젊은 세대의 고급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