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성

김태성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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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법조팀 김태성입니다.

kts5710@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검찰-법원판결54%
정치일반27%
사회일반10%
사건·범죄3%
국방3%
기업3%
  • “산사태 났을땐 토사 흘러오는 옆방향 높은 곳으로 피하세요”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는 9일 오후 기준 최소 42명이 목숨을 잃고 15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유독 심각하다. 이런 천재지변은 인력으로 감당하기 어렵지만, 특히 위험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들은 위기에 대처하는 행동요령을 숙지해 만일에 대비해야 한다.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상황별로 행동요령을 정리해 봤다.○ 농촌에서 논둑이나 물꼬 점검 자제 올해 집중호우 인명 피해는 전국에서 개울가나 하천, 해안 등 침수 위험 지역에서 급류에 휩쓸려 참변을 당하는 경우가 잇따랐다. 7일 오후 경기 평택시 안성천에서도 낚시를 하다 물에 빠진 친구(29)를 구하려고 뛰어든 태국인 2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피해를 막으려면 당연히 물가에 최대한 가까이 가지 않아야 한다. 건설 관계자는 “공사장 근처도 폭우로 인해 공사 자재가 무너지면 다칠 수 있어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농촌에서는 농사일과 직결된 논둑이나 물꼬를 점검하러 나갔다가 사고를 입는 경우가 잦아 주의가 필요하다. 8일 전남 화순에선 논의 배수 상태를 확인하려던 6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으며, 3일 경기 가평에 살던 70대 여성도 밭을 둘러보려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뒤 4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문현철 행정안전부 재난대비 매뉴얼 심의위원은 “폭우가 내리면 습관적으로 물꼬를 트러 나가는 농민들이 많은데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며 “비가 시간당 30∼50mm 이상 내릴 땐 논두렁을 터줘도 물이 빠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홍수로 인해 저지대 주택이 침수될 경우엔 가스 누출이나 감전도 조심해야 한다. 8일 오전 부산 연제구에선 한 철물점에서 불이 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당시 비가 내리고 있었던 만큼 빗물이 내부로 유입되며 전기 합선이 발생해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물 피해가 예상될 땐 사전에 전기차단기를 내리고 가스밸브도 잠가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침수됐던 집에 다시 들어갈 때도 먼저 환기를 시키고 가전제품은 이용하기 전에 안전 점검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안전벨트 버클로 차 유리 깨고 탈출 올해 집중호우 피해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차량 침수가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3일 강원 홍천군 서면과 충북 진천군 문백면에선 각각 차량에 타고 있던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일단 차 주변에 물이 차오르면 타이어 높이 3분의 2 이상 잠기기 전에 차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 불가능한 상황일 땐 미리 창문이나 선루프를 열어두는 게 좋다. 만약 차를 타고 있다가 급류에 갇혔다면, 급류가 밀려오는 방향의 반대쪽 문을 열고 탈출해야 한다. 물에 많이 잠겨 차문이 열리지 않을 땐 단단한 물체로 창문 모서리를 깨고 빠져나오는 방법도 있다. 평소 차에 비상탈출 망치를 마련해 두거나 망치가 없으면 운전석 머리 받침대의 지지 봉이나 안전벨트 버클 등을 쓸 수 있다. 창문을 깨기 어렵다면 당황하지 말고 차 내부에 물이 찰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처음에는 수압 때문에 문이 열리지 않지만, 물이 차올라 차량 안팎의 수압 차가 줄어들면 문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보통 차량 내·외부의 수위 차이가 30cm 이하로 줄어들면 문을 비교적 쉽게 열 수 있다고 한다. 침수 도로와 지하차도, 급류 하천 옆 도로 등은 절대 들어서지 말고 돌아가야 한다. 지하차도에서 차가 침수됐다면 당장 차에서 나와 차 지붕 등 수면보다 높은 곳이나 몸을 지탱할 곳을 찾은 뒤 119에 연락해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물에 잠겨가는 지하주차장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물이 불어날 수 있으니 꼭 피해야 한다.○ 산사태로 토사가 내려오는 ‘옆 방향’으로 피해야 이번 집중호우는 전국적으로 산사태를 일으켰고 이로 인한 인명 피해가 적지 않다. 산사태 대피 명령이 발령되면 산지에서 떨어진 마을회관이나 학교로 대피해야 한다. 산사태를 마주했을 땐 본능적으로 토사가 내려오는 반대쪽으로 도망가기 쉽다. 하지만 오히려 좌우 옆 방향으로 이동해 높은 지대를 찾아보는 게 올바른 대피 요령이다. 산사태 취약 지역에 사는 주민이라면 행정기관 등에서 안내하는 대피 장소를 사전에 알아두고 간단한 생필품 등도 미리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잠을 자다가 산사태 등이 발생하면 피할 길이 없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평소 산사태 전조 현상을 알아두는 것도 요긴하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나무가 흔들리거나 조용한 밤에 땅이 쿵쿵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산사태의 전조 현상”이라 설명했다.김소영 ksy@donga.com·김태성 기자}

    • 20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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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흘전 겨우 건진 세간 또 진흙 속에…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24년 전에 물난리 겪고 겨우 다시 일으켜 세운 살림살이인데….” 안영순 씨(72·여)는 6일 오후 강원 철원군 갈말읍 동막리에 있는 집 앞에 멍하니 서서 말을 잇지 못했다. 폭우를 피해 대피소로 피신했다가 마을에 물이 빠지자마자 집으로 돌아온 안 씨는 쑥대밭이 된 눈앞의 풍경에 말을 잃었다. 집 안 가구는 방 안쪽까지 파고든 흙에 범벅이 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마당에는 장독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안 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사흘 전 잠긴 집 복구해 놨더니 또…” 강원 지역에 내린 폭우로 5일 오후 한탄천이 범람하며 침수됐던 철원군의 4개 마을에는 6일 오전 물이 빠지긴 했지만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흔적이 역력했다. 진흙으로 뒤덮여 버린 마을은 거대한 개펄을 방불케 했다. 도로 곳곳이 걸을 때마다 발이 푹푹 빠졌다. 무너진 비닐하우스 내부에는 묘목판이 완전히 뒤엉켜 어떤 작물을 키우던 곳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다. 옥수수와 벼는 허리가 꺾인 채 논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인근 대피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주민들은 막막함을 토로했다. 팔을 걷어붙이고 복구 작업에 나섰지만 비가 계속 내려 속도가 붙지 않았다. 마당마다 물에 젖은 살림살이들과 쓰레기들이 수북이 쌓였다. 혼자 사는 고령의 주민들은 치울 엄두도 못 낸 채 마당에 주저앉아 한숨만 내쉬었다. 사흘 전에도 폭우로 마을 일부가 물에 잠겼던 김화읍 생창리 주민들은 또다시 펼쳐진 처참한 광경에 체념한 듯 보였다. 주민 유순덕 씨(77·여)는 사흘 전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 물에 젖은 물건들을 겨우 말려 놓았는데 다시 침수되면서 겨울에 보일러를 때려고 사 뒀던 나무와 마당에 뒀던 전동휠체어가 물에 젖어 못쓰게 됐다. 유 씨는 “한 달에 20만 원 나오는 기초연금이 유일한 수입인데 자식들에게 무한정 기댈 수도 없어 생계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 이학규 씨(81)는 “집으로 가는 길이 완전히 진흙탕이 돼 가 보지도 못하고 있다. 사흘 전에 잠겼던 물이 좀 빠지나 했는데 또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철원군과 인근 군부대에서는 굴착기와 산악용 소방차 등까지 동원해 복구 작업에 나섰다. 불어난 물에 지뢰가 휩쓸려 내려왔을 가능성이 있어 지뢰 탐지 작업도 병행했다. 하지만 오전 내내 비가 계속돼 좀처럼 작업에 속도가 붙지 않았다. 철원군 관계자는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복구 작업을 돕고 있지만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비교적 피해를 덜 입은 주민들은 피해가 심한 이웃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갈말읍 동막리 주민 안승준 씨(74)는 침수된 자신의 토마토 밭을 뒤로하고 혼자 사는 고령의 이웃집을 찾아 집안 정리를 도왔다. 안 씨는 “밭은 나중이고 사람이 먼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비교적 젊은 40, 50대들이 홀로 사는 노인의 집 정리를 돕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파주에선 장독과 벽돌이 물에 둥둥 떠다녀 5일 오후부터 내린 폭우로 마을 일부가 침수된 경기 파주시 파평면도 주민 2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등 아수라장이었다. 5일 오후 6시부터 6일 오전 7시 사이에 평균 100mm의 비가 내린 파주시 파평면 율곡1리는 저지대인 마을 한가운데가 완전히 물에 잠겨 있었다. 마을 입구도 허벅지까지 물이 차올랐다. 물 위로는 장독과 나무판자가 둥둥 떠다녔고, 빈 버스 운전석에도 물이 넘실댔다. 파주시는 5일 임진강 비룡대교 수위가 상승하자 오후 3시경 이 마을 저지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덕분에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밤사이 내린 비로 일부 농경지가 고스란히 물에 잠겼다. 집에 남은 물건을 챙기기 위해 마을에 있었던 김현수 씨(47)는 “혹시 물이 더 높이 들이찰까 봐 걱정돼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렸다. 호수로 변한 논밭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 주민은 “벼는 이삭이 막 생길 시기고, 고추는 이제 막 빨개져서 딸 때가 됐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파주시 관계자는 “마을에 찬 물이 빠지는 대로 복구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철원=김태성 kts5710@donga.com / 춘천=박종민 기자}

    • 20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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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원 4개 마을 삼킨 670mm 물폭탄… 주민 780명 긴급대피

    강원 지역 등에서 최대 670mm의 폭우가 닷새째 이어지며 5일 오후 한탄천이 범람해 주민 78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한강 홍수를 조절하는 최후의 보루로 불리는 소양강댐을 포함한 한강 수계 14개 댐이 모두 방류했다. 경기 연천과 파주 등에는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강원 철원군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반경 한탄강 지류인 한탄천이 범람해 갈말읍 정연리와 동송읍 이길리 등 4개 마을이 물에 잠기며 300여 가구가 피신했다. 주민 20여 명은 미처 피하지 못했다가 모터보트를 탄 119소방대원에게 구조되기도 했다. 한탄천이 범람한 건 1999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지사는 이날 오후 3시경 소양강댐 수문 5개를 개방하고 초당 810t의 물을 방류했다. 1973년 10월 완공된 소양강댐은 2017년 8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수문을 개방했다. 한강홍수통제소는 “소양강댐에서 방류한 물이 한강대교에 도달하려면 약 16시간이 걸린다. 한강 수위가 1∼2m 정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댐 방류량 증가로 이날 오후 9시 25분부터 올림픽대로 동작대교와 염창 나들목 구간이 통제됐다. 경기 연천과 파주 등도 집중호우에 북한의 황강댐까지 통보 없이 방류해 빨간불이 켜졌다. 이날 오후 7시 반 기준 임진강에 있는 필승교는 수위가 13.12m로 올라갔으며, 군남댐도 39.99m로 수위가 상승했다. 모두 2009년과 2013년 기록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치다. 임진강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며 인근 주민들도 긴급 대피에 나섰다. 연천군 측은 “하류에 있는 군남면 백학면 등에 거주하는 주민 3000여 명에게 지역대피소로 이동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파주시 역시 오후 4시 반경 비룡대교 일대에 홍수경보가 발령된 뒤 인근 주민들의 대피를 서두르고 있다. 6일부터는 다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7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경기 내륙과 강원 영서에 최대 300mm 이상, 서울과 경기 충청지방에 100∼200mm가량이다.철원=김태성 kts5710@donga.com /김소영·강은지 기자}

    • 202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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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폭탄에 한탄천 범람, 민통선 마을 사라져…철원 21년 만에 또 물난리

    “한탄천이 넘치는 건 1999년 이후 처음입니다. 일부 주민은 고무보트를 타고 겨우 구조됐어요.” 강원 철원지역에 닷새째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5일 오후 한탄강의 지류인 한탄천이 범람했다. 한탄천 범람은 1999년 이후 처음으로, 민간인통제선 북쪽 마을들이 물에 잠기며 주민 7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철원 지역은 지난달 31일부터 최대 670㎜의 폭우가 쏟아진데다, 북한에서 흘러내린 물이 유입되며 마을이 침수된 것으로 추정된다.● 물 폭탄 맞은 한탄천…주민들 시름한탄천이 범람한 시점은 5일 오후 2시반경. 주민들에 따르면 침수된 마을은 범람 이전부터 다량의 물이 밀려들어왔다고 한다. 김화읍에 사는 권상렬 씨(52)는 “철원에 산지 20년이 넘었지만 한탄천이 넘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며 “침수되지 않은 마을들도 모두 불안해 대피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침수된 마을은 갈말읍 정연리와 동막리, 동송읍 이길리, 김화읍 생창리 등이다. 철원군 관계자는 “앞서 해당 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로 긴급대피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300여 세대에 거주하는 주민 700여 명이 인근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하지만 일부는 집에 남아있었다가 큰 변을 당할 뻔했다. 몇몇 주민들은 황급히 고지대로 피신했고, 고무보트를 동원한 119 대원들에게 구조되기도 있다. 해당 지역은 5일 낮부터 빗줄기가 약해졌지만 북한에 비가 많이 내리며 한탄천으로 많은 물이 유입돼 범람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철원군 관계자는 “한탄천 상류인 철원읍 대마리와 율이리 주민들도 초등학교 등으로 대피하도록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이길리와 정연리는 1996년에도 약 141가구가 침수되며 170억 원 이상 재산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1999년에도 한탄천 주변 마을이 물에 잠겨 100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배수펌프장을 건립하고 교량 정비, 하천개수 연장 등에 힘썼으나 이번 집중호우로 다시 수해를 겪게 됐다. 물 폭탄을 맞은 강원 지역에선 3일 실종됐던 남성(50)이 5일 홍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오전 9시 반경 홍천에서 한 주민(67)이 실종돼 경찰 등이 수색을 벌이고 있다.● 폭우 또 올 수도…추가 피해 우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5일 오전 10시 반 기준 올해 7, 8월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34명에 이른다. 23명이 목숨을 잃었고 11명이 실종됐다. 최근 10년 간 태풍이나 호우로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건 2011년이다. 7월 25~28일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리며 78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하지만 2013년부터 2018년까지는 1년 평균 약 4.1명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태풍도 오기 전에 이런 인명 피해가 난 건 극히 이례적”이라 했다. 재난방지 전문가들은 수해로 인한 피해 양상이 과거와 달라진 만큼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장마는 장기간 이어지는데다 한번 내리면 집중호우가 쏟아 붓기 때문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올해 들어 기상변화 요인 등으로 장마 기간에도 집중호우 발생 횟수가 많아졌고 강우량도 평년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다”고 했다. 소방당국 등은 인명 피해가 추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5일 새벽 중국 상하이(上海) 근처에서 소멸한 제4호 태풍 하구핏(HAGUPIT)이 많은 양의 수증기를 공급해 6일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장마 종료 시점은 10일 이후부터나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2일까지 비가 내릴 경우 올해 장마 기간은 50일로 2013년(49일) 기록을 뛰어넘게 된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는 꼼꼼하게 정보를 챙겨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철원=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 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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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마에 수마까지 겹친 농민들[현장에서/김태성]

    “밭을 잘 가꿔놓아서 조만간 열매가 열리는데… (폭우에) 싹 쓸려가 버렸어.” 3일 경기 이천시 율면 산양리. 마을이장 박종진 씨는 ‘쑥대밭’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토사와 쓰레기가 뒤엉켜버린 땅. 그나마 형태가 남은 작물지지대가 이곳이 포도밭이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이곳엔 2일 새벽부터 약 7시간 동안 193mm의 비가 내렸다. 포도밭뿐만이 아니다. 마을 저수지도 버텨내질 못했다. 둑이 터지고 개천이 넘쳐버렸다. 다행히 이 마을에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아픔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 이장이 애지중지 키운 복숭아나무도 물난리를 피하지 못했다. 바닥에 수북이 떨어진 복숭아는 둘째 문제다. 물에 한번 잠긴 나무는 곧 뿌리가 썩어 생명을 다한다. 박 이장은 “5년 동안 정성껏 키워 지난해 처음 수확했다. 나무를 다시 심어 열매를 맺으려면 또 5년을 고생해야 한다”고 했다. 도시처럼 주목받진 못했지만, 시골도 올해 길고 힘든 시기를 겪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일손이 부족한 농촌의 인력난을 한층 가중시켰다. 외국인 노동자는 자취를 감췄고, 한국인도 구할 수가 없다. 역시 복숭아를 재배하는 이마리 씨(58)는 “주말이면 아르바이트 오던 학생들도 코로나19 탓에 오질 않는다”고 했다. 이 씨는 수해를 입은 집과 밭은 치울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이번 비 피해는 말 그대로 수마(水魔)였다. 충남 금산에서 깻잎을 재배하는 양인호 씨(57)는 부족한 인력을 사돈에 팔촌까지 동원해서 어렵사리 꾸려왔다고 한다. 하지만 뚫려버린 하늘은 잔인했다. 폭우를 헤치고 밭을 지켰지만 절반 이상 내버리게 생겼다. 양 씨는 “파종부터 다시 하려면 적어도 3개월은 또 벌이가 없어진다”며 “이젠 누가 도와준다고 해도 일당을 줄 형편이 못 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충남 아산에서 친환경 채소를 재배하는 안복규 씨도 올해 상반기를 정말 ‘깡으로’ 버텼다. 지난해 대비 매출이 5분의 1로 떨어졌지만 어떻게든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아 왔다. “이번 비로 비닐하우스 17개가 물에 잠겼다. 건질 게 있는지 나가봤지만….” 최근 학교 급식 공급망이 다시 열려 숨통이 트이나 했건만 떨리는 목소리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비는 언젠가 그친다. 초토화된 농가도 어떻게든 살아간다. 하지만 농촌은 지금 겉으로 보이는 피해가 전부가 아니다. 이제 좀 나아지려나 싶었던 기대가 무너지며 겨우겨우 버티던 발목이 꺾여 버렸다. 이제 수해 현장엔 국무총리를 비롯해 많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손잡고 위로를 전할 때 한 가지는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발 딛고 일어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들은 지금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다.김태성 사회부 기자 kts5710@donga.com}

    • 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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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 “폭우 특별재난지역 신속 선포 노력”

    중부 지역에 집중된 호우로 인해 4일에도 피해가 잇따랐다. 실종됐던 3명은 숨진 채로 발견됐고 경기 가평군의 한 마을에서는 마을 주민 등이 3일 오후부터 약 21시간 동안 고립됐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4일 오후 9시 기준 15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됐다. 3일 급류에 휩쓸려 가평군 청평면과 충북 진천군 문백면에서 각각 실종됐던 김모 씨(75)와 한모 씨(62)는 4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서 실종됐던 박모 씨(55)도 같은 날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관계자는 “어린이집 직원인 박 씨가 어린이집 침수를 막기 위해 근처 맨홀 뚜껑을 열었다가 맨홀에 빠져 변을 당했다”고 전했다. 가평군 상면 임초리에선 진입로에 있는 다리 위로 축대가 무너지면서 진입로가 막혀 마을이 고립되기도 했다. 가평군에 따르면 폭우가 쏟아지던 3일 오후 7시 반경 가로 18m, 세로 10m 크기의 돌로 만든 축대가 마을과 도로를 연결하는 다리 위로 무너졌다. 마을 주민과 피서객 등 80여 명은 4일 오후 4시 반경 도로가 다시 뚫릴 때까지 약 21시간 동안 발이 묶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집중호우대처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갖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예방 점검과 선제적인 사전조치를 주문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사전통보 없이 황강댐을 무단 방류한 것과 관련해 환경부와 경기도에 “임진강 수계도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특별재난지역을 빠르게 선포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피해조사 외에 중앙부처도 합동피해조사를 신속히 취해달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김소영 ksy@donga.com / 가평=김태성 / 박효목 기자}

    • 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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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부지방 집중 호우’ 14명 사망·12명 실종…丁총리 “특별재난지역 선포 검토”

    중부 지역에 집중된 호우로 인해 4일에도 피해가 잇따랐다. 실종됐던 2명은 숨진 채로 발견됐고 경기 가평군의 한 마을에서는 마을 주민 등이 3일 오후부터 약 21시간 동안 고립됐다가 4일 오후에 풀렸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지금까지 14명이 숨지고 12명이 실종됐다. 3일 가평군 청평면에서 밭일을 하러 나갔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던 김모 씨(75)는 4일 오전 숨진 채로 발견됐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서 실종됐던 박모 씨(55)도 같은 날 숨진 채로 발견됐다. 현장 관계자는 “어린이집 직원인 박 씨는 어린이집 침수를 막기 위해 근처 맨홀 뚜껑을 열었다가 맨홀에 빠져 변을 당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발행한 이재민은 총 629세대, 1025명으로 집계됐다. 가평군 상면 임초리에선 마을 진입로에 있는 다리 위로 축대가 무너지면서 진입로가 막혀 마을주민 등이 하루 가까이 고립되기도 했다. 가평군 등에 따르면 폭우가 쏟아지던 3일 오후 7시 반경 가로 18m, 세로 10m 크기의 돌로 만든 축대가 마을과 도로를 연결하는 다리 위로 무너졌다. 마을 주민과 마을 내 펜션을 찾은 피서객 등 80여 명은 4일 오후 4시반경 도로가 다시 뚫릴 때까지 약 21시간 동안 발이 묶였다. 토사와 바위가 쏟아지면서 전신주가 하천으로 쓰러져 3일 오후 한때 마을 전체가 정전이 되기도 했다. 나갈 길이 막히자 주민과 피서객들은 복구 작업이 완료되기를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굴렀다고 한다. 특히 자녀들과 함께 마을을 찾았던 피서객들이 큰 불안감을 호소했다. 윤대영 임초리 이장은 “간이상수도 물탱크에 흙이 차면서 흙이 섞인 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가평군은 굴착기 2대를 동원해 복구 작업을 벌였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특히 피해가 큰 지역에 대해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중심으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포함한 신속한 지원방안을 검토하라”며 “뭣보다 인명피해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고 피해 최소화를 위해 긴장감을 갖고 철저히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김소영기자 ksy@donga.com이천=김태성기자 kts5710@donga.com}

    • 202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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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쿵쿵 소리 나더니 펜션 사라져”… 할머니-딸-손자 함께 참변

    “쿵쿵 소리에 내다봤더니 펜션이 아예 사라져버렸어요.” 3일 오전 10시 37분경 경기 가평군 가평읍. 빗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야산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2층 높이의 펜션을 덮쳤다. 1층 기둥이 무너진 건물은 마당에 있던 차량 위로 폭삭 주저앉았다. 테라스에 파라솔을 펴고 휴가철 분위기를 냈던 펜션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주말부터 많게는 시간당 최대 100mm에 이르는 기록적인 폭우로 수도권과 중부지방 곳곳에서 산사태가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발생한 산사태는 3일 오후 7시 반 기준 200건. 가평과 평택에서 산사태로 최소 6명이 매몰돼 숨졌으며, 충남 아산 등에선 6명이 급류나 토사에 휩쓸려 실종됐다. ○ 할머니와 두 살 손자 등이 참변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가평 펜션에 머무르던 숙박객 30여 명은 대피했으나 펜션을 운영하는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했다. 소방대는 사고 현장을 수습해 매몰됐던 할머니(65)와 딸(37), 손자(2)의 신원을 파악했다. 소방대 관계자는 “당초 펜션 직원 1명도 매몰됐다고 알려졌으나, 오후 8시경 완료된 현장 수색에 나오지 않아 해당 직원은 사고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무너진 건물은 카페 등 부대시설이 있는 관리동이라 이곳에 머물던 운영자 가족만 피해를 입었다. 경기 평택의 한 반도체 부품 제조 공장에도 흙더미가 덮쳤다. 오전 10시 49분경 6명이 작업하던 천막으로 지어진 가건물에서 산사태로 4명이 매몰됐다. 소방 당국은 약 1시간 반 만에 매몰자들을 구출했지만 3명은 결국 사망했다. 1명은 골절 등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 “산사태, 부처 협업 체계화해야” 폭우로 산사태가 잇따르자 전문가들은 “산사태의 취약 지역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현재 산 위쪽은 산림청, 산 중턱 도로는 국토교통부, 아래쪽은 행정안전부 관할인데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각 부처에서 선정한 위험 지역이 총 6만여 곳인데 실제 사고 지역을 보면 취약 지역으로 관리되지 않는 곳이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사고가 난 평택과 가평도 취약 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폭우로 인한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시설 점검도 중요하다. 평택 산사태는 가건물과 인접한 야산에 설치된 약 3m 높이의 옹벽이 무너져 내리며 발생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특히 장마가 발생하는 7∼9월이 위험한 시기다. 콘크리트로 지은 옹벽이라도 내부 철근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식되며 강도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집중호우로 실종자도 6명 산사태로 흘러내려온 토사로 인해 물에 빠진 실종자도 나왔다. 3일 오후 2시 3분경 충남 아산시 송악면에선 70대 주민 2명이 흙더미에 휩쓸려 온양천에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돼 구조팀이 행방을 찾고 있다. 오전 1시경 경기 포천시 관인면의 한 저수지 낚시터에선 수문을 살펴보려고 보트를 타고 나간 관리인(55)이 물살에 휩쓸려 실종됐다. 오전 10시 27분경 가평군 청평면 대성리 계곡에서도 한 남성(75)이 급류에 떠내려갔다는 신고가 접수돼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의 한 승마장 인근에선 폭우로 떠내려 온 부유물을 걷어내는 작업을 하던 남성(55)이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맨홀에 빠져 사라졌다. 오후 7시 54분경 충북 진천군 문백면에 있는 봉죽교에선 1t 트럭이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 운전자 한모 씨(62)가 실종됐다. 산림청은 3일 산사태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했다. 경계는 4단계 위기경보에서 최고인 ‘심각’ 아래 단계다. 가평=김태언 beborn@donga.com / 평택=김태성 / 이청아 기자}

    • 202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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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비대화 우려 속 ‘자치경찰제’ 지지부진

    30일 ‘권력기관 개혁 방안’이 발표되자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옮겨오는 등 경찰의 권한이 과도하게 커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날 당정청의 발표에 따르면 대공수사권은 국정원 직무에서 삭제되며 경찰이 맡게 됐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수사협력 관계로 전환해 경찰의 수사권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경찰 관련 개혁안의 핵심은 ‘자치경찰제’다. 그간 논의돼 왔던 자치경찰 조직을 신설하는 방식 대신 현 조직 내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분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대로라면 경찰은 업무별로 △경찰청장이 지휘하는 행정(정보·보안·외사·경비) △국가수사본부장이 지휘하는 수사 △시도경찰위원회가 지휘하는 자치경찰(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 등 3가지로 나눠진다. 이런 형태가 본래의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휘 감독 권한은 나눠졌지만 인사나 감찰의 주체 등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기존 조직체계를 그대로 두면 한 경찰서에서 사안별로 서로 다른 상급기관의 지휘를 받는 혼선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외부 감시기구가 부재하고 정보경찰 기능이 유지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이 참여한 경찰개혁네트워크도 개혁안 발표 직후 논평에서 “경찰 조직체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권한 분산과 자치 실현을 위해 국가경찰이 담당하던 행정경찰의 기능을 전면적으로 자치경찰로 이관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세부 사안들은 논의 중이어서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 법안이 통과되면 우려하는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강승현 byhuman@donga.com·김태성 기자}

    • 20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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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민 보호경찰이 탈북여성 10여차례 성폭행”

    탈북민의 신변보호 업무를 맡아 온 현직 경찰이 탈북민 여성을 1년 넘도록 10여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됐다. 피해자의 법률대리를 맡은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는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근무하던 A 씨를 강간과 유사강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의 혐의로 28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A 씨는 2015년 북한과 관련된 정보 수집 등을 핑계로 피해자에게 처음 접근했다. A 씨는 이듬해 5월부터 약 1년 7개월 동안 10여 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성폭행했다고 한다. A 씨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탈북자를 관리하는 신변보호담당관으로 일했다. 이 기간 동안 피해자를 직접 담당하지는 않았다. A 씨는 장기간 탈북민 업무를 담당해와 탈북민 사이에서 평판이 매우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측은 “이런 이유에다 A 씨가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회유해와 줄곧 신고를 주저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A 씨는 피해자에게 “신고를 하면 탈북민 커뮤니티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한다. 피해자 측은 “올해 1월 서초서 청문감사실에도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경찰이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며 “경찰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고도 주장했다. 서초서 측은 “당시 피해자 측에 사건 처리 절차에 대해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A 씨는 지난달 30일 대기발령 조치된 뒤 현재 서울지방경찰청의 감찰을 받고 있다.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 202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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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시청시간이 곧 돈”… 조작방송 판친다

    “태국 마사지 받을 때 이것 하는 법 알려드립니다.” 유튜브에서 15일 기준 조회수 200만 회를 넘긴 한 영상에 달려 있는 제목이다. 이 영상에서 말하는 ‘이것’은 바로 유사성행위를 일컫는다. 태국 마사지 업소에서 실장으로 근무했다는 이 유튜버는 안마사에게 이를 요청하는 방법을 세세하게 일러준다. 이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 건 지난해 8월. 불법행위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1년 가까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심지어 청소년 시청을 막는 ‘연령 제한 콘텐츠’로도 지정되지 않았다. 실제로 댓글을 보면 10대로 짐작되는 이들의 시청 후기가 적지 않다. 유튜브가 우리 사회에서 일상화된 건 오래된 일이다. 유명 유튜버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인기가 높다. 그들이 평범한 직장인 연봉의 수십 배를 벌어들이는 것도 낯설지 않다. 특히 큰돈을 벌 수 있다 보니 위 사례와 같은 황당한 영상도 범람한다. 자극적인 소재는 물론이고 조작 방송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엔 유튜브 생태계에서도 이런 문제점들이 지적되며 자정 노력이 필요하단 의견이 지배적이다. ○“배달원이 음식 먹었다” 조작 영상11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 A 씨(27). 그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배달업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것이다. 실상은 이렇다. A 씨는 당시 집에서 피자와 치킨을 주문해 먹는 ‘먹방’을 촬영했다. 그런데 포장 박스 속 음식을 보여주며 “배달원이 음식을 몰래 빼먹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치킨은 베어 먹은 흔적이 남아 있고, 피자는 2조각이 모자랐다. 그는 매장에 전화를 걸어 환불을 요구했지만, 해당 지점은 사과를 하면서도 환불은 어렵다고 반응했다. 당연히 시청자들 사이에선 큰 공분이 일어났다. 특히 업체 브랜드를 짐작할 수 있는 장면도 나와 댓글에서 해당 브랜드명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프랜차이즈 본사는 1일 “전국 매장에서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강력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결국 A 씨는 당일 “생방송 중에 지인과 즉석으로 진행한 몰래카메라였으나 제 욕심으로 영상을 올렸다. 이로 인해 해당 브랜드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실토하고 사과했다. 업체는 3일 A 씨를 서울송파경찰서에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한때 구독자 50만 명을 넘기며 화제를 모았던 ‘동물 양육’ 유튜버도 조작이 들통 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버려진 고양이들을 입양해 예쁘게 키우는 것으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5월경 주변의 폭로로 펫숍에서 분양받은 반려동물이란 사실이 알려졌다. 심지어 고양이들을 굶기고 학대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수의학과 학생이던 운영자는 현재 동물보호법 위반과 사기,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운영자는 이후 자신의 채널에서 “욕먹어 마땅하지만 고양이들을 때리거나 굶기거나 방치한 적은 없다”며 학대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황당한 몰래카메라로 기소된 유튜버도 있다. 한 유튜브 채널은 올해 초 동대구역 인근에서 방역복 차림의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린 환자를 추적하는 내용의 영상을 촬영했다. 인근 시민의 신고로 경찰까지 출동했던 이 사건으로 채널 운영자와 촬영감독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여섯 살 여아가 출산 연기까지아동 권리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은 2017년 한 키즈 유튜브 채널의 운영자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6세였던 채널 주인공 여아가 출산을 연기하는 영상과 아버지 지갑에서 돈을 훔치도록 연출한 영상 등이 문제였다. 서울가정법원은 운영자인 부모의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을 받으라는 보호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 채널은 지금도 구독자가 2000만 명을 넘을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또 다른 키즈 유튜브도 아동 학대 논란이 일었다. 해당 부모가 어린 쌍둥이에게 10kg짜리 문어를 통째로 먹게 하는 영상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성인도 먹기 힘든 대형 문어를 두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시청자들은 “너무 가학적”이라며 비난했다. 최근엔 정부가 운영하는 채널의 한 유튜브 영상도 청소년 성희롱 비난을 받았다. 진행을 맡은 한 여성 방송인(29)이 중학생에게 “에너지가 많은 시기인데 그 에너지를 어디에 푸느냐”며 ‘자위행위’를 연상케 하는 선정적인 질문을 했다. 중학생이 웃어넘기려 하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까지 말했다. 정부 채널 측은 논란이 커지자 해당 영상을 삭제한 뒤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 앞으로 유튜브 동영상 제작 시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유튜브와 방송을 넘나들며 인기를 끌고 있던 해당 방송인도 “자숙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조회수 유혹 떨치기 어려워…”사실 유튜브는 조회수와 시청 시간이 광고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유튜버에게 ‘자극성’과 ‘화제성’은 쉽게 떨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한 현직 유튜버 B 씨는 “유튜브를 보는 인원과 시간은 제한돼 있는데, 점점 영상은 늘어나고 있다”며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도 순식간에 이를 모방하는 이들이 쏟아질 정도다. 그렇다 보니 점점 수위를 벗어나는 쪽으로 빠져들게 된다”고 털어놨다. 유튜브 채널을 기획하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의 한 관계자도 “이미 유튜브 세상은 치열한 경쟁을 넘어 포화 상태다. 시장 진입 문턱이 갈수록 높아져 채널 개설 뒤 수익이 나질 않으면 불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콘텐츠를 만들려는 유튜버들이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에 따르면 현재 유튜브엔 전 세계에서 1분마다 약 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새로 올라온다. 불법 소지가 있거나 저작권을 위반하는 등 유튜브 자체 가이드라인을 어기는 영상은 자동 알고리즘으로 업로드 즉시 삭제된다고 한다. 하지만 조작 방송 등 교묘하게 이를 피해 가는 영상은 제재가 쉽지 않다. 직관적으로 유해성을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국내에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이런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불법, 유해성이 명백하면 올해 1월 출범한 국제공조점검단을 통해 유튜브에 삭제 요청을 한다”며 “하지만 올라오는 콘텐츠의 양이 방대해 일일이 모니터링을 하기가 불가능한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게다가 불법이나 유해성 여부가 확실하지 않거나 가치판단이 필요한 경우 삭제 요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김태성 kts5710@donga.com·조응형 기자}

    • 2020-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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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섯 살 여아가 출산 연기까지…조회수 올리려 아슬아슬 유튜버들

    “태국 마사지 받을 때 이것 하는 법 알려드립니다.” 유튜브에서 15일 기준 조회수 200만 회를 넘긴 한 영상에 달려있는 제목이다. 이 영상에서 말하는 ‘이것’은 바로 유사성행위를 일컫는다. 태국마사지 업소에서 실장으로 근무했다는 이 유튜버는 안마사에게 이를 요청하는 방법을 세세하게 일러준다. 이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 건 지난해 8월. 불법행위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1년 가까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심지어 청소년 시청을 막는 ‘연랑 제한 컨텐츠’로도 지정되지 않았다. 실제로 댓글을 보면 10대로 짐작되는 이들의 시청 후기가 적지 않다. 유튜브가 우리 사회에서 일상화된 건 오래된 일이다. 유명 유튜버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인기가 높다. 그들이 평범한 직장인 연봉의 수십 배를 벌어들이는 것도 낯설지 않다. 특히 큰 돈을 벌 수 있다보니 위 사례와 같은 황당한 영상도 범람한다. 자극적인 소재는 물론 조작 방송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엔 유튜브 생태계에서도 이런 문제점들이 지적되며 자정 노력이 필요하단 의견이 지배적이다. ● “배달원이 음식 먹었다” 조작 영상 115만 명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 A 씨(27). 그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배달업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것이다. 실상은 이렇다. A 씨는 당시 집에서 피자와 치킨을 주문해먹는 ‘먹방’을 촬영했다. 그런데 포장 박스 속 음식을 보여주며 “배달원이 음식을 몰래 빼먹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치킨은 베어 먹은 흔적이 남아있고, 피자는 2조각이 모자랐다. 그는 매장에 전화를 걸어 환불을 요구했지만, 해당 지점은 사과를 하면서도 환불은 어렵다고 반응했다. 당연히 시청자들 사이에선 큰 공분이 일어났다. 특히 업체 브랜드를 짐작할 수 있는 장면도 나와 댓글에서 해당 브랜드명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프랜차이즈 본사는 1일 “전국 매장에서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강력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결국 A 씨는 당일 “생방송 중에 지인과 즉석으로 진행한 몰래카메라였으나 제 욕심으로 영상을 올렸다. 이로 인해 해당 브랜드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실토하고 사과했다. 업체는 3일 A 씨를 서울송파경찰서에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한때 구독자 50만 명을 넘기며 화제를 모았던 ‘동물 양육’ 유튜버도 조작이 들통 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버려진 고양이들을 입양해 예쁘게 키우는 것으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5월경 주변의 폭로로 펫샵에서 분양받은 반려동물이란 사실이 알려졌다. 심지어 고양이들을 굶기고 학대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수의학과 학생이던 운영자는 현재 동물보호법 위반과 사기,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운영자는 이후 자신의 채널에서 “욕먹어 마땅하지만 고양이들을 때리거나 굶기거나 방치한 적은 없다”며 학대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황당한 몰래카메라로 기소된 유튜버도 있다. 한 유튜브 채널은 올해 초 동대구역 인근에서 방역복 차림의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린 환자를 추적하는 내용의 영상을 촬영했다. 인근 시민의 신고로 경찰까지 출동했던 이 사건으로 채널 운영자와 촬영감독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여섯 살 여아가 출산 연기까지 아동 권리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구호개발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은 2017년 한 키즈 유튜브 채널의 운영자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6세였던 채널 주인공 여아가 출산을 연기하는 영상과 아버지 지갑에서 돈을 훔치도록 연출한 영상 등이 문제였다. 서울가정법원은 운영자인 부모의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을 받으라는 보호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 채널은 지금도 구독자가 2000만 명을 넘을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또 다른 키즈 유튜브도 아동 학대 논란이 일었다. 해당 부모가 어린 쌍둥이에게 10㎏짜리 문어를 통째로 먹게 하는 영상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성인도 먹기 힘든 대형 문어를 두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시청자들은 “너무 가학적”이라며 비난했다. 최근엔 정부가 운영하는 채널의 한 유튜브 영상도 청소년 성희롱 비난을 받았다. 진행을 맡은 한 여성방송인(29)이 중학생에게 “에너지가 많은 시기인데 그 에너지를 어디에 푸느냐”며 ‘자위행위’를 연상케 하는 선정적인 질문을 했다. 중학생이 웃어넘기려 하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까지 말했다. 정부 채널 측은 논란이 커지자 해당 영상을 삭제한 뒤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 앞으로 유튜브 동양상 제작 시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유튜브와 방송을 넘나들며 인기를 끌고 있던 해당 방송인도 “자숙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조회수 유혹 떨치기 어려워…” 사실 유튜브는 조회수와 시청 시간이 광고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유튜버에게 ‘자극성’과 ‘화제성’은 쉽게 떨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한 현직 유튜버 B 씨는 “유튜브를 보는 인원과 시간은 제한돼 있는데, 점점 영상은 늘어나고 있다”며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순식간에 이를 모방하는 이들이 쏟아질 정도다. 그렇다보니 점점 수위를 벗어나는 쪽으로 빠져들게 된다”고 털어놨다. 유튜브 채널을 기획하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의 한 관계자도 “이미 유튜브 세상은 치열한 경쟁을 넘어 포화 상태다. 시장 진입 문턱이 갈수록 높아져 채널 개설 뒤 수익이 나질 않으면 불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콘텐츠를 만들려는 유튜버들이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에 따르면 현재 유튜브엔 전 세계에서 1분마다 약 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새로 올라온다. 불법 소지가 있거나 저작권을 위반하는 등 유튜브 자체 가이드라인을 어기는 영상은 자동 알고리즘으로 업로드 즉시 삭제된다고 한다. 하지만 조작 방송 등 교묘하게 이를 피해가는 영상은 제재가 쉽지 않다. 직관적으로 유해성을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국내에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이런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불법, 유해성이 명백하면 올해 1월 출범한 국제공조점검단을 통해 유튜브에 삭제 요청을 한다”며 “하지만 올라오는 컨텐츠의 양이 방대해 일일이 모니터링이 불가능한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게다가 불법이나 유해성 여부가 확실하지 않거나 가치판단이 필요한 경우 삭제 요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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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망 전날 ‘성추행 피소’ 보고받아… 공관 나선 뒤 지인들과 통화

    10일 공개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64)의 다섯 문장짜리 유서에는 박 전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가 드러나 있지 않다. 박 전 시장은 본인 특유의 필체를 살려 붓펜으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심경에 대해서만 간략히 적었다. 박 전 시장이 서울시 직원의 성추행 고소 직후 비극적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성추문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뚜렷한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박 전 시장, 성추행 고소 건 보고받은 듯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전 시장은 8일 보좌진에게서 서울시 직원 A 씨로부터 성추행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을 보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은 이 자리에서 해당 사안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 전현직 구청장과의 친목 성격의 저녁 자리에는 정상적으로 참석했다. A 씨의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지방경찰청은 박 전 시장과 서울시에 고소 관련 사항을 통보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마친 뒤 서울시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방안만 우선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박 전 시장 측에 고소된 사실을 통보하지도 않았고 조사 일정 등도 정해진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동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단서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서 박 전 시장의 애플 아이폰 휴대전화를 발견해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에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어 해제 작업에만 몇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장애물이 적지 않다. 경찰은 일단 박 전 시장이 9일 오후 3시 49분 서울 성북구 핀란드대사관저 부근에서 휴대전화 신호가 끊기기 전까지 딸을 포함해 여러 지인과 통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인물들을 조사할 계획이다. ○ 택시 운전사 “더운데 산 왜 가느냐” 물어경찰은 사건 당일 박 전 시장이 보였던 행적도 추적하고 있다. 우선 박 전 시장은 9일 오전 10시 44분 서울 종로구 가회동 공관을 나섰다. 박 전 시장이 공관에서 나올 당시 집 안에는 딸이 머물고 있었다. 공관 주변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박 전 시장은 재동초등학교를 지나 북촌로 큰길에서 다급하게 택시를 잡는 모습도 포착됐다. 박 전 시장 앞에 택시 한 대가 멈춰선 뒤 운전사가 잠시 내려 편의점으로 들어가자 박 전 시장은 길가에서 여러 차례 손짓을 하며 다른 택시를 잡으려 했다. 당시 박 전 시장은 청색 모자를 눌러쓰고 하얀색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검은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박 전 시장은 운전사가 2분 뒤 편의점에서 돌아오자 택시를 타고 와룡공원 쪽으로 향했다. 택시 운전사는 뒷좌석에 탄 박 전 시장을 알아보지 못하고 “날이 더운데 산(와룡공원)은 왜 가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박 전 시장의 딸은 공관 서재에 남겨진 박 전 시장의 유서를 뒤늦게 발견하고 오후 5시 17분경 서울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약 7시간 뒤인 10일 0시 1분경 박 전 시장은 산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상황, 유족 및 관계자 진술, 유서 내용 등을 종합하면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박 전 시장의 시신은 부검하지 않고 유족에게 인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신지환 jhshin93@donga.com·김태성·김태언 기자}

    • 202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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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주운전 차에… 새벽 도로변 달리던 마라토너 3명 참변

    경기 이천에서 9일 야간에 국토 종단 울트라마라톤을 뛰던 남성 3명이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시속 100km로 달린 것으로 추정되는 음주 차량은 차도 위를 이동하던 마라토너들을 뒤에서 들이받았다. 경찰은 마라톤 주최 측이 안전 관리에 소홀했는지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경기 이천경찰서는 “이날 오전 3시 30분경 이천시 신둔면 수광리 신둔파출소 인근 경충대로 편도 2차로에서 A 씨(30)가 경기 광주 방면으로 몰고 가던 차량이 마라톤대회 참가자 전모 씨(59)와 백모 씨(65), 손모 씨(61)를 추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을 거뒀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운전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A 씨는 사고 지점에서 약 3km 떨어진 이천 시내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앞에 사람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현재 A 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해 조사하고 있으며,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진술과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씨 등은 5일부터 열린 ‘2020 대한민국 종단 537km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마라토너들이었다. 주최 기관은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이다. 경찰 측은 “부산 태종대에서 출발해 파주 임진각까지 가는 코스였다고 한다”며 “참가자들은 10일 오후 1시쯤 임진각 종점에 도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참가자 75명 가운데 중간 그룹이었던 이들은 등에 짊어진 배낭에 20cm 정도 되는 막대 모양의 유도등을 매달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대회는 50km마다 설치된 체크포인트에서 안전장비 등을 점검하고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고가 난 지점은 코스상 400km 체크포인트인 소정사거리에서 500m가량 떨어져 있다. 대회 참가자들은 오전 3시 반경까지 이 체크포인트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당한 마라토너들은 2차로인 사고 지점에서 인도 쪽 차로를 횡대로 나란히 걷고 있었다고 한다. 대회 운영규정에 따르면 마라톤 참가자들은 기본적으로 인도로 달려야 하지만 인도가 없는 상황에서는 차도 가장자리에서 달리게 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인도가 아닌 곳으로 갈 때는 주최 측에서 참가자들 뒤편에서 차량 등을 동원해 안전조치를 해줘야 하는데 그런 조치가 없었다”고 했다. 연맹 관계자는 “마라톤 전체 코스에 참가자 보호용 차량 5대가 배치됐는데, 사고 당시 피해자들 근처에 차량이 없었다”고 했다. 경찰은 연맹 측도 안전 과실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사고 당시 주변에는 가로등이 있긴 했지만 매우 어두웠으며, 3명 외에는 다른 참가자나 행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도 인근을 지나던 다른 차량 운전자가 119에 오전 3시 34분경 신고했다. 연맹 관계자는 “대회 도중 갑작스러운 사고로 참가자들이 사망해 매우 안타깝다”며 “경찰이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인 만큼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다. 2008년 ‘한반도횡단 울트라 마라톤’에서도 참가자가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에서 온 승용차에 부딪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이천=김태성 kts5710@donga.com / 이경진·김소영 기자}

    • 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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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 종단 울트라마라톤’ 참가자 3명,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

    경기 이천에서 9일 야간에 국토 종단 울트라마라톤을 뛰던 남성 3명이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시속 100㎞로 달린 것으로 추정되는 음주 차량은 차도 위를 이동하던 마라토너들을 뒤에서 들이받았다. 경찰은 마라톤 주최 측이 안전 관리에 소홀했는지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경기 이천경찰서는 “이날 오전 3시 30분경 이천시 신둔면 수광리 신둔파출소 인근 경충대로 편도2차선 도로에서 A 씨(30)가 경기 광주 방면으로 몰고 가던 차량이 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인 전모 씨(59)와 백모 씨(65), 손모 씨(61)를 추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을 거뒀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운전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A 씨는 사고지점에서 약 3㎞ 떨어진 이천 시내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앞에 사람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현재 A 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해 조사하고 있으며,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진술과 주변 폐쇄회로(CC)TV 등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씨 등은 5일부터 열린 ‘2020 대한민국 종단 537㎞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마라토너들이었다. 주최 기관은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이다. 경찰 측은 “부산 태종대에서 출발해 파주 임진각까지 가는 코스였다고 한다”며 “참가자들은 10일 오후 1시쯤 임진각 종점에 도착할 계획”이라 전했다. 참가자 75명 가운데 중간 그룹이었던 이들은 등에 짊어진 배낭에 20㎝ 정도 되는 막대 모양의 유도등을 매달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대회는 50㎞마다 설치된 체크포인트에서 안전장비 등을 점검하고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고가 난 지점은 코스 상 400㎞ 체크포인트인 소정 사거리에서 500m가량 떨어져 있다. 대회 참가자들은 오전 3시 반경까지 이 체크포인트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당한 마라토너들은 2차로인 사고지점에서 인도 쪽 차로를 횡대로 나란히 걷고 있었다고 한다. 대회 운영규정에 따르면 마라톤 참가자들은 기본적으로 인도로 달려야 하지만 인도가 없는 상황에서는 차도 가장자리에서 달리게 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인도가 아닌 곳으로 갈 때는 주최 측에서 참가자들 뒤편에서 차량 등을 동원해 안전조치를 해줘야 하는데 그런 조치가 없었다”고 했다. 연맹 관계자는 “마라톤 전체 코스에 참가자 보호용 차량 5대가 배치됐는데, 사고 당시 피해자들 근처에 차량이 없었다”고 했다. 경찰은 연맹 측도 안전 과실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사고 당시 주변에는 가로등이 있긴 했지만 매우 어두웠으며, 3명 외에는 다른 참가자나 행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도 인근을 지나던 다른 차량의 운전자가 119에 3시 34분경 신고했다. 연맹 관계자는 “대회 도중 갑작스러운 사고로 참가자들이 사망해 매우 안타깝다”며 “경찰이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인 만큼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다. 2008년 ‘한반도횡단 울트라 마라톤’에서도 참가자가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에서 온 승용차와 부딪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김소영기자 ksy@donga.com이천=김태성기자 kts5710@donga.com이경진기자 lkj@donga.com}

    • 20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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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급차에 실린 ‘사회적 신뢰’[현장에서/김태성]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던 거예요….” 지난달 벌어진 ‘구급차 막아선 택시 기사’ 사건은 파장이 무척 거세다. 이송이 지연된 뒤 세상을 떠난 어머니(79)의 아들 김모 씨(46)는 서러운 마음에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고 한다. 이 청원은 6일 기준 동의가 58만 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성토 일색이지만 어머니를 잃은 자식의 마음만큼 애끊진 않을 터. 김 씨는 병원 이송을 15분가량 늦춘 택시 기사 A 씨를 처음에 업무방해죄로만 처벌할 수 있단 얘기에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어머니를 위해 최소한 뭐라도 해야겠단 맘에 청와대 문을 두드렸다. 사회적 관심이 크다 보니 경찰 수사도 적극적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6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혹은 업무방해 등 형사법 위반 혐의를 전반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 했다. 강력계 팀을 추가 투입한 데 이어, 고인의 사망과 사고의 연관성을 파악할 수도 있는 의무기록 사본과 병원 의료진 진술을 확보했다. 도심을 누비는 구급차를 보며 진짜 응급환자가 탔을까 의심해 본 경험은 아주 흔하다. 실제로 일부 사설 구급차가 ‘가짜 사이렌’을 울린다는 폭로도 있었다. 꽉 막힌 도로에서 길을 비켜줄 땐 짜증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운전자들은 기꺼이 차로를 양보한다. 어찌 됐건 환자가 탔을 거라 믿고 본다. ‘언젠가 저 앰뷸런스에 탄 생사가 걸린 환자가 나 혹은 내 가족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는 양보하고 인내한다. 이번 사건에 예상보다 훨씬 거대한 사회적 분노가 인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구급차 블랙박스 영상 등에 따르면 A 씨는 “명함을 주고 가겠다”는 구급차 기사에게 “사고 처리가 먼저”라며 길을 가로막았다. 심지어 자신이 ‘사설 구급차’를 몰았던 경험을 거론하며 “응급환자가 탄 게 맞느냐” “구청에 신고하면 다 걸린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환자 탑승을 확인한 뒤에도 A 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가야 할 병원은 겨우 100m 남짓 떨어져 있었다. 어쩌면 A 씨는 자신이 “운이 나빴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물론 A 씨가 막아선 약 15분의 지체가 고인의 사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일고 있는 공분은 법적인 혹은 과학적인 근거를 두고 벌어진 게 아니다.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신뢰’가 어그러졌기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아들 김 씨는 전화 통화에서 바람이 있다고 했다. “다시는 이 땅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번 사건이 철저히 수사돼야 하는 이유는 유족들의 설움을 풀어주는 데만 있지 않다. 이 사회를 지탱하는 신뢰가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절대 가벼이 넘어갈 수 없다.  김태성 사회부 기자 kts5710@donga.com}

    • 202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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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견에 물린 80대 치료중 끝내 숨져

    배우 김민교 씨의 반려견에게 물려 치료를 받아 왔던 80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경기광주경찰서에 따르면 5월 4일 광주에서 김 씨의 반려견 두 마리에게 허벅지 등을 물려 입원해 있던 A 씨가 4일 오전 1시경 숨을 거뒀다. 사고 발생 61일 만이다. A 씨의 사망 원인은 ‘폐색전증’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같은 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김 씨의 반려견은 ‘벨지언 시프도그’라는 품종이다. 사고 당시 개들은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채 마당에 있다가 고라니를 보고 울타리를 뛰어넘어 A 씨를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0월 한 50대 여성이 가수 최시원 씨의 반려견에게 물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동물보호법엔 기르던 개가 사람을 물어 숨지게 한 경우 견주의 처벌에 관한 규정이 신설됐다. 기존에는 형법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해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이 일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리는 특별규정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법은 맹견이 아닌 일반 견종의 경우 외출 시 목줄을 제대로 채우지 않아 발생한 사고에만 적용된다. 경찰은 김 씨가 반려견의 관리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는지, A 씨의 사망과 개 물림 사고의 연관성이 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두 가지 요건이 성립해야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김태성 kts5710@donga.com / 광주=이경진 기자}

    • 20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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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래방 ‘QR코드 벌금’ 첫날… 업주들 “그런거 할 줄 몰라”

    “QR코드? 그런 거 할 줄 모르는데….” 1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노래방. 60대 사장은 고객이 들어서자 체온을 체크한 뒤 수기 명부를 내밀었다. 체온과 연락처를 적었지만 따로 확인하진 않았다. 카운터에는 최근 정부에서 의무화한 전자출입명부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었지만 “정확히 뭔지는 모른다”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노래방과 유흥주점 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이 계속해서 늘어나자 지난달 정부는 해당 고위험시설의 전자출입명부 사용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3주간의 계도 기간이 끝났지만 1일 돌아본 해당 시설들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업소가 많았다. 인근에 있는 다른 노래연습장은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이 설치돼 있긴 했다. 하지만 한 고객이 QR코드 인증을 다소 꺼리는 기색을 보이자 곧장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반응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전자출입명부 사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300만 원의 벌금이나 사실상 영업금지인 집합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현장에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15일 계도 기간이 끝나는 또 다른 고위험시설인 대형 학원이나 뷔페 등도 전자출입명부가 없는 업소가 적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대형 뷔페식당은 주변 직장인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지만 QR코드는커녕 수기 명부 작성도 하지 않았다. 식사를 하거나 음식을 떠 오는 고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벗거나 턱에까지 내린 채였다. 식당의 한 직원은 “점심때는 사람이 엄청 붐벼 명부를 내밀면 손님들이 싫어한다. 그걸 일일이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며 “구청 등에서 별다른 지적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1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둘러본 일시 수용인원 300명 이상의 대형 학원 10여 곳도 마찬가지였다. 딱 1곳만이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발열 체크와 손소독제 권유 정도 외엔 별다른 과정 없이 출입이 가능했다. 한 대형 외국어 전문 학원은 수기 명부를 비치했으나 기록하지 않아도 출입을 제지하지 않았다. 수강생 정모 씨(23)는 “인근 학원을 몇 군데 다니는데 제각각이다. QR코드를 사용하는 학원은 한 곳도 못 봤다”고 전했다. 물론 꼼꼼하게 체크하는 학원도 없진 않았다. ‘종로학원 강남 본원’은 전자출입명부도 갖춰 놓고 감독자가 상주하며 손소독과 발열 체크 등 6단계에 걸쳐 체크했다. 입장까지 몇 분씩 걸렸지만 학생들 역시 안전을 위해 수긍하는 기색이었다. 한 수강생도 “괜히 불안하고 찜찜한 것보단 훨씬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확진자 1명만 들어와도 집단 감염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출입 관리에 철저하게 신경 쓴다”며 “스마트폰이 없는 수강생은 전화번호를 받아 본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했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1일 계도 기간이 끝난 업소를 중심으로 집중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신지환 jhshin93@donga.com·김태성·강승현 기자}

    •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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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 거 할 줄 모르는데…” 노래방 등 ‘QR코드 의무시설’ 가보니

    “QR코드? 그런 거 할 줄 모르는데….” 1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노래방. 60대 사장은 고객이 들어서자 체온을 체크한 뒤 수기 명부를 내밀었다. 체온과 연락처를 적었지만 따로 확인하진 않았다. 최근 정부에서 의무화환 전자출입명부 QR코드에 대해 물어보자 “뭔지 모른다”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노래방과 유흥주점 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이 계속해서 늘어나자 지난달 정부는 해당 고위험시설의 전자출입명부 사용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3주 간의 계도 기간이 끝났지만 1일 돌아본 해당 시설들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업소가 많았다. 인근에 있는 다른 노래연습장은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이 설치돼 있긴 했다. 하지만 한 고객들이 업소에 들어서서 QR코드 발급을 다소 꺼려하는 기색을 보였더니 곧장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반응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전자출입명부 사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300만 원의 벌금이나 사실상 영업금지인 집합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현장에선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15일 계도 기간이 끝나는 또 다른 고위험시설인 대형학원이나 뷔페도 전자출입명부가 없는 업소가 적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대형뷔페식당은 주변 직장인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지만, QR코드는커녕 수기 명부 작성도 하지 않았다. 식사를 하거나 음식을 떠오는 고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벗거나 턱까지 내린 채였다. 식당의 한 직원은 “점심 때는 사람이 엄청 붐벼 명부를 내밀면 손님들이 싫어한다. 그걸 일일이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며 “구청 등에서 별다른 지적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1일 오전 강남역 인근에서 둘러본 일시 수용인원 300명 이상의 대형학원 10여 곳도 마찬가지였다. 딱 1곳만이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발열 체크와 손 소독제 권유 정도 외엔 별 다른 과정 없이 출입이 가능했다. 한 대형 외국어전문학원은 수기 명부를 갖다놓고도 딱히 기록하지 않아도 별도의 제지를 가하지 않았다. 수강생 정모 씨(23)는 “인근 학원을 몇 군데 다니는데 다 제각각이다. QR코드 사용하는 학원은 한 곳도 못 봤다”고 전했다. 물론 꼼꼼하게 체크하는 학원도 없진 않았다. ‘종로학원 강남 본원’은 전자출입명부도 갖춰놓고 감독자가 상주하며 손 소독과 발열 체크 등 6단계에 걸쳐 체크했다. 입장까지 몇 분 씩 걸렸지만 학생들 역시 안전을 위해 수긍하는 기색이었다. 한 수강생도 “괜히 불안하고 찜찜한 것보단 훨씬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확진자 1명만 들어와도 집단감염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출입 관리에 철저하게 신경 쓴다”며 “스마트폰이 없는 수강생은 전화번호를 받아 본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했다. 서울시와 각 구청은 1일 계도 기간이 끝난 업소를 중심으로 집중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포천=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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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중독 늑장 신고 처벌 강화해야[현장에서/김태성]

    “왜 제때 알리지 않았는지…. 많이 아쉽고 화가 납니다.” 수화기 너머 김모 씨(41)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의 6세 아들은 식중독의 일종인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이 집단 발병한 경기 안산시 A유치원에 다녔다. 아이는 지난달 13일 밤부터 설사를 했다고 한다. 체온도 39도까지 올랐다. 처음엔 감기인 줄 알았다. 다음 날 밤에도 증세가 심해 응급실에 갔지만 해열제와 지사제를 처방받고 돌아왔다. 김 씨가 A유치원에서 식중독이 집단 발병했다는 걸 안 건 16일 오후. 당일 아침 심한 복통으로 다시 응급실로 간 아이는 뒤늦게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HUS) 의심 진단을 받았다. 그 작은 몸에 커다란 바늘을 꽂고 이틀간 투석 치료를 받았다. 지금은 병세가 호전돼 퇴원했지만, 아이는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1년 이상 병원에 지속적으로 방문해 검사도 받아야 한다. 이번 식중독 사태는 A유치원 측의 보존식 관리 소홀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하지만 해당 학부모들은 A유치원의 ‘늑장 보고’가 화를 키웠다고 입을 모았다. A유치원에서 식중독 의심 증상자가 처음 나타난 건 12일. 하지만 박모 원장은 나흘 뒤인 16일 보건소가 사태를 인지하기 전까지 보건당국에 전혀 보고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15일 A유치원은 상태가 나빠져 결석한 원아가 34명이나 됐다. 여러 학부모들이 “아이가 혈뇨를 본다”며 심상치 않은 상황도 알렸다. 그런데도 A유치원의 대응은 굼뜨기 그지없었다. 16일에도 유치원 문을 열었고 급식도 계속됐다. 결국 아이들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고, 가족 간 감염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현행법상 늑장 보고에 대한 처벌은 과태료가 전부다. 식품위생법 86조는 ‘식중독으로 의심되는 증세를 보이는 자를 발견한 집단급식소의 설치·운영자는 지체 없이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고 의무를 위반해도 처벌은 과태료 200만 원(1차 적발 기준)에 불과하다. 그것도 2007년 정부가 처벌을 강화한다며 100만 원 올린 액수다. 30일 안산시도 A유치원의 보고 의무 소홀에 대해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처벌 기준이 턱없이 낮다 보니 이런 늑장 보고가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다. 그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다. 하일수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은 일반 항생제나 지사제를 사용할 경우 이른바 ‘햄버거병’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가 있다”고 했다. 부모들은 오늘도 당연히 유치원을 믿고 자녀를 보내고 있다. 그런 아이의 평생을 늑장 보고와 같은 안일한 대처는 한순간 망가뜨릴 수 있다. 당국은 과태료 인상 등 처벌 강화를 통해 교육현장에서 확실한 책임감을 가지도록 이끌어야 한다.김태성 사회부 기자 kts5710@donga.com}

    •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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