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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습관이 중요하다. 주기적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운동을 시작할 때 ‘7330’이란 말을 많이 듣는다. 운동으로 몸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1주일(7)에 세 번(3) 이상, 매번 30분(30) 이상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7330’은 1978년 미국스포츠의학회(ACSM·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가 제시한 운동 가이드라인에 맞춰 발전시킨 건강유지 운동법이다. ACSM은 당시 나온 운동생리학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건강하게 살기 위해 꼭 지켜야할 운동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당시의 운동생리 연구는 운동능력 향상과 강한 체력을 기르는 것이 주목적이어서 주로 심폐지구력 향상에 초점이 맞춰졌다. ACSM은 비교적 강도가 높은 운동을 최소 20~60분 연속적으로 해야 하며 1주일에 3일 이상 운동해야 한다고 했다. 30년 전 유행하던 스포츠과학에 따르면 우리 몸은 운동한 뒤 그 효과가 48시간 지속된다. 따라서 1주일 내내 운동한 효과를 계속 누리려면 최소 3일 이상 운동해야 한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다. 또 30분이 지나야 몸 안의 지방이 연소되며 운동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운동할 때는 30분 이상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교적 높은 운동 강도로 최소 20분 이상 연속으로 운동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은 부담이 따른다. 이 때문에 7330으로 운동을 실천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운동 마니아를 제외하면 7330에 따라 운동을 시작했다가 그만두는 사람들의 비율이 의외로 높다. 이에 따라 새롭게 주목받는 이론이 7530+다. 7530+는 7330이론이 잘못됐다는 반론이 아니다. 일반적인 체력을 가진 사람의 건강을 끌어올리기에는 7330이 다소 무리가 있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7530+란 새로운 개념이 나오게 된 것이다. 7530+는 ‘1주일에 5일 이상, 하루 30분 이상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하루 30분의 개념이 7330과 같이 한꺼번에 운동을 30분 이상 하는 게 아니다. 10분이든 15분이든 몇 차례로 나눠서 운동을 하고, 그것이 하루 30분 이상이면 각종 성인병도 예방하고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신개념이다. 7330이론이 일반인들이 따라 하기에는 다소 힘들어 기준을 낮춘 것이다. 이 개념은 역시 ACSM과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가 1995년 건강을 위한 운동 가이드라인으로 공동 발표한 것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강한 체력을 기르기보다는 일반인의 건강증진을 주목적으로 한 것으로 운동 강도를 낮추고 빈도를 늘린 것이 특징이다. 지속시간도 최소 10분으로 낮춰 하루 10분 이상의 운동을 누적해서 총 30분을 채우는 기준으로 바꿨다. 운동 강도를 낮추고 운동 지속시간을 줄이면 운동실천율이 높아진다는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과거 30분 이상 연속해서 운동하는 기준에 비하면 크게 완화된 것이다. 7530+가 나온 배경은 다음과 같다. 로버트 F. 데부스크 스탠포드대 교수 등 스포츠과학자들이 다양한 연구를 한 결과 하루 10분씩 3회 운동하는 것이 30분 연속 운동하는 것에 비해 운동 효과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 세 번 운동한 그룹에서 몸에 좋은 HDLP(High-Density Lipo Protein·고밀도지방단백질)가 많이 나왔다. 즉, 중간 강도의 운동(빠르게 걷기)만으로도 몸을 현격하게 변화시킬 수 있고 특히 8분에서 10분 씩 하루 세 차례 하는 운동만으로도 체력과 건강을 유지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세계 스포츠의학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몰고 왔다. 강한 운동을 할 필요 없이 빠르게 걷는 정도만으로 체력을 현격하게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결과에 맞춰 다양한 방법에 제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이뤄지는 가벼운 신체활동을 통해서도 운동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계단 오르기, 가까운 거리 걸어 다니기, 가벼운 맨손체조, 자전거 타기, 정원 가꾸기, 집안 청소,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생활 속에서 하는 신체활동도 일정한 시간(8~10분)만 지속되면 우리 몸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결국 스포츠 마니아들의 경우는 보다 강인한 체력을 원한다면 7330운동법을 하면 되고,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나 힘겨운 운동에 싫증을 내는 사람이라면 7530+ 운동방법론을 따라 일상 속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7530+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힘들지 않게 운동의 효과를 볼 수 있느냐를 연구하다가 나온 이론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운동은 주기적 지속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 참고로 ACSM과 CDC는 청소년에게는 하루 60분을 권장하며, 비만인의 체중감소를 위해서는 하루 90분 이상 운동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도 제시하고 있다. 한창 성장하는 청소년에게 운동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살찐 사람이 살 빼는 데도 더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올해 환갑을 맞은 박정순 씨(60)는 우연히 시작한 운동으로 ‘제2의 인생’을 활기차게 살고 있다. 30대 후반 나른한 삶을 탈피하고 건강을 챙기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직업’도 찾아주고 ‘100세 인생’에 가장 중요한 건강도 지켜줬다. “38세쯤 됐나. 결혼한 뒤 애들 키우기에 정신이 없는데 몸에 이상이 왔다.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여성 질환이 찾아왔다. 친구가 운동을 같이 하자고 해 주변 에어로빅학원에 등록했다. 그런데 에어로빅은 내 스타일에 맞지 않았다. 한 2년 뒤 수영을 시작했다. 그 때부터 내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 운동이라곤 해보지 않았는데 수영은 몸에 딱 맞는 옷 같았다. 수영 자체가 재미있었고 하는 대로 실력이 향상됐다. “스포츠센터에서 각종 생활체육 수영대회에 출전했는데 상위권에 입상했다. 어느 순간 매번 나갈 때마다 우승을 했다. 기록이 남자들보다도 좋았다. 그 때 주변에서 수영 자격증을 따보는 것을 권했다. 그래서 라이프가드(수영 안전요원),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획득했고 48세에 수영 사회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그리고 스포츠센터에서 수영강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수영 강사를 하면서도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매일 피트니스와 수영을 하고 있던 2009년 마라톤이 찾아왔다. 그해 인천대교가 개통했고 그를 기념해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친구가 하프코스 참가등록을 해 놓고 일이 있어 못 뛴다고 하며 ‘혹 한번 도전해볼 생각 있느냐’고 했다. 그래서 운동 삼아 달렸는데 주변에서 ‘마라톤 선수해도 되겠다’고 칭찬을 해줬다. 그 때부터 마라톤에도 빠져들었다.” 하프코스 첫 도전에 1시간 41분에 완주. 헬스와 수영으로 다져진 몸이지만 한번도 긴 거리를 달려보지 않은 상태에서 세운 기록으론 수준급이었다. 이듬해 새롭게 막이 오른 인천송도국제마라톤에서 처음 풀코스에 도전했다. “3시간36분대 기록으로 상위권에 올라 상금 20만 원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한 턱 내라’는 주변 사람들의 요청에 더 많은 돈을 썼지만 아주 기분 좋은 추억이었다.” 이 때부터 각 종 마라톤대회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풀코스 최고 기록은 3시간20분대. 1위는 아니지만 2~5위 상위권엔 항상 올랐다. 그 무렵 함께 시작한 트레일러닝(Trail-running)에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트레일러닝은 산과 들, 숲길을 달리는 것이다. ‘트레일(Trail)’의 사전적 정의는 길이지만 특히 산길처럼 포장되지 않은 곳을 주로 말한다. 우리말로는 보통 ‘산악 마라톤’으로 통용 된다. 올해의 경우 5월 2018 불수사도북 45km에서 8시간54분으로 여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불수사도복은 강북 5산(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종주 트레일러닝으로 수도권에서 가장 유명하고 권위 있는 대회다. 6월에는 제16회 경수대간 청광종주(청계산에서 광교산 종주) 36km에서 5시간 44분으로 우승했고, 8월 제22회 지리산 화대종주 48km에서 9시간 57분으로 2위를 차지했다. 강원도 100km, 천진암 100km, 강화 100km, 거제지맥 트레일러닝…. 전국의 산악마라톤은 거의 다 우승해봤단다. 박 씨는 2010년 국내 트레일러닝 우승으로 해외 유명대회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너무 많이 우승해 꼭 집어서 말하기 힘들다. 수영 마라톤 트레일러닝으로 딴 상이 많은데 지금까지 큰 쌀가마니로 2가마니 반은 버렸다.” 국내 울트라 및 극지 마라톤 1세대로 각종 해외 울트라 극지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며 국내에서 대회도 개최하는 유지성 런엑스런 대표(47)는 “박정순 씨는 환갑의 나이에도 여자부 울트라마라톤의 최강자라고 보면 된다. 울트라마라톤과 트레일러닝에서 그를 따라올 자가 없다. 뛰었다하면 우승이다”고 평가했다. 박 씨는 “성격이 소심한 A형이었다. 하지만 뭘 시작하면 끝을 보는 스타일이다. 시작하기 전에 많이 생각하지만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뿌리를 뽑는다. 운동의 시작은 친구랑 같이했지만 그 친구는 벌써 그만 뒀다. 난 운동을 하며 ‘내가 잘하는 것도 있구나’하며 매진했다. 이젠 ‘내 한계가 어디인가’를 느끼기 위해 달린다”고 말했다. 특히 산을 달리는 것이 좋단다. “산을 달리면 기분이 좋다. 도로를 달리면 지루한데 산에서는 각종 나무와 꽃, 바위, 돌, 개울 등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구경하면서 달리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힘들진 않을까.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달리며 참고 인내하는 것을 배운다. 포기하면 삶에서 오는 어려움도 못 이기고 단념할 수도 있다. 극한 상황을 이겨내면 자신감도 생긴다. 산 고개를 오를 땐 힘들지만 정상에 오르고 내려갈 땐 기분이 좋지 않나. 인생도 그런 것 아닌가. 어려움이 있으면 좋을 때도 있고….” 박 씨는 40대 후반 갑작스럽게 닥친 경제적 어려움을 운동으로 극복했다. “아이들 키우며 큰 빚도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 때 우울증까지 왔다. 신경안정제까지 먹었다. 하지만 극한의 상황을 극복하는 마라톤과 트레일러닝을 통해서 내 자신을 찾았다. 운동은 구렁텅이로 빠질 뻔한 나를 구해줬다.” 걱정하던 가족들이 이젠 응원군이 됐단다. “우리 딸들이 처음에 엄마가 대회에 나가서 상과 상품을 받아오니 좋아하다 2015년 거제 산악마라톤 때 미끄러져 다리를 다치자 걱정스런 눈으로 봤다. 큰 딸이 ‘몸 다쳐가면서 힘든 운동 하지 말라’고 까지 했다. 그런데 요즘은 ‘엄마가 운동하기 정말 잘했다. 정말 고맙다. 친구 엄마들 보면 다리가 아파 관절 수술도 하고 다른 병으로 입원하는데 엄마는 그런 게 없어서 너무 감사하다. 다만 조심해서 하라’고 한다. ‘엄마가 밝게 사는 것도 좋다’고 한다.” 박 씨는 매일 아침 인천 계양에 있는 계산국민체육센터를 찾아 수영과 헬스를 한 뒤 ‘직장’ 스포츠센터로 향한다. 쉬는 시간이 있으면 계양산을 달린다. “운동이 삶이 되다보니 운동을 안 하면 몸이 근질거린다. 난 주로 집 근처에서 운동을 한다. 트레일런을 하기 위해 지리산 등으로 훈련가는 사람도 있는데 난 계양산을 달린다.” 박 씨는 물장구마라톤클럽과 불수사도클럽에 가입해 마라톤과 트레일러닝을 즐긴다. “클럽에 가입은 했지만 훈련은 따로 한다. 회원들 집이 전국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모이고 헤어지는 데만 시간이 많이 든다. 대회 때 만나서 함께 하는 게 클럽 회원과 함께 하는 훈련이다. 회식도 대회를 마친 뒤 한다.” 아직 ‘최강’이지만 이젠 ‘100세’를 준비한다. 박 씨는 수영계에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린보이’ 박태환에 견주어 ‘박태순’으로 불렸고, 마라톤 및 트레일러닝계에서는 ‘인간이 아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여자’로 알려졌다. “주위에서 나의 운동 능력을 칭찬하며 ‘어떻게 계속 젊어지느냐’고 한다. 하지만 이젠 즐기면서 달리려고 노력한다. 2015년 다리를 다친 뒤에는 힘들면 천천히 한다. 사실 난 처음부터 뭐든 천천히 했다. 운동을 늦게 시작했으니 천천히 오래 달리는 것에 집중했고 그게 장거리 및 울트라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 같다. 계속 달릴 수 있을 때까지 천천히 달릴 것이다.” 박 씨는 나이 들면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취미가 운동이란다. “집에서 멍하니 있거나 자식 며느리와 아웅다웅하느니 집 근처 국민체육센터나 공원에 가서 운동하고 친구들과 점심도 먹고 하는 게 좋다. 주변에 그런 분들 많은데 참 보기 좋다. 거의 하루종일 체육센터에서 시간 보내다 간다. 다들 건강하다. 100세 시대, 건강이 최고 아닌가.”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이번 주 발레와 필라테스를 함께 해 6개월 만에 12kg을 넘게 감량한 우진미 씨 스토리를 쓰면서 발레의 운동량과 에너지 소비량을 알아봤다. 사실 필자 둘째 아들도 무용으로 살을 많이 뺐다. 지금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고도 비만으로 친구들로부터 놀림까지 받을 정도였다. 살을 빼기 위해 축구를 비롯해 권투, 태권도 등도 시켜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이를 지켜보던 발레학원 원장인 아들 엄마가 “야 너 내일부터 발레 시작해”라고 했고 1년여 만에 보기 좋은 몸이 됐다. 지금은 177cm에 63kg의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아들은 현재 현대무용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며 매일 춤을 추고 있다. 축구와 권투, 태권도가 살을 빼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 아들의 경우 발레에 더 관심을 보이고 집중해서 했기 때문(엄마의 강압도 있었음)에 좋은 결과가 나온 측면도 있다. 그냥 한 사례로 봐주길 바란다. 2014년 임정미 중앙대 강사가 대한무용학회논문집 제72권 1호에 투고한 ‘여자대학생 발레작품 수준에 따른 운동 강도 및 에너지소모량 연구’에 따르면 발레의 에너지 소모량이 달리기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 3막 중 오로라공주 바리에이션(1번 작품), 라 바야데르 2막 중 감자티바리에이션(2번 작품), 탈리스만 중 여자 솔로(3번 작품) 등 3개 작품을 8명의 무용수가 1분20초 수행하는 동안 에너지 소모량의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2번 작품의 경우 1분에 최대 심박수가 평균 169.8회로 가장 높았다. 1번 작품 155.35회, 3번 작품 162.29회. 이는 최대운동부하검사(최고 강도로 운동했을 경우 신체 반응 검사) 때 나오는 심박수 분당 187.1회보다는 낮은 것이지만 강도 면에서는 100%를 기준으로 85%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이다. 논문에서 테스트한 작품들이 초기 시작부터 점프를 하고 회전을 하는 등 빠른 템포와 격렬한 동작위주로 구성된 측면을 감안해도 운동량이 아주 높은 것이다. 에너지 소모량에서도 2번 작품은 1분에 12.12 kcal로 나타났다. 이는 체중 50kg인 사람이 1분에 200m를 달리는 것(10.8kcal)보다 높은 것이다. 발레리나들의 몸무게가 40kg 후반대에서 50kg 초반대인 점을 감안해 몸무게 50kg을 기준으로 비교했다. 200m를 1분에 달리는 것은 보통사람들의 경우 거의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 수준이다. 고상하고 멋진 것으로만 여겨졌던 발레가 ‘운동’의 측면에선 고강도 운동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물론 이것은 단순비교일 뿐이다. 김용권 전주대 운동처방학과 객원 교수(전주 본병원 본스포츠재활센터 대표)는 “발레는 잔 근육을 많이 쓰기 때문에 장시간 지속하기 어렵다. 예를 들자면 발끝을 세워 춤을 추는 동작은 몇 분 이상 지속하기 힘들다. 달리기는 1~2시간 계속할 수 있다. 운동으로 단순비교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순간적일지라도 발레의 운동량이 높은 점은 이번 논문을 통해서 증명됐다. 발레가 왜 이렇게 운동 강도가 높을까. 전문가들은 “우리 몸에 있는 큰 근육을 다 쓰면서도 일반인들은 쓰지 않는 근육까지 동원해 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발레는 속칭 코어근육(대퇴 복근 등배 흉부 등)을 쓰면서도 박근, 장내전근(이상 허벅지), 골반저근육(엉덩이), 광배근(등) 등 일반적으로 잘 쓰지 않는 근육들을 많이 사용한다. 지난번 웨이트트레이닝에서 얘기했듯 우리 몸은 근육이 발달하면 에너지 소비량이 높아져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장시간 할 수 없어 중간 중간 쉬면서 하더라도 발레 동작을 1시간 정도 한다면 그 운동량은 달리기를 1시간 하는 것과 맞먹을 수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발레는 무산소 및 유산소 운동이 결합돼 있는 격렬한 ‘운동’이다. 발레에서 자주 하는 점프나 회전 동작은 육상 100m에서 쓰는 순발력과 파워를 필요로 하는 무산소성 ‘운동’이다. 무대 곳곳을 뛰어 다니며 하는 동작과 팔로 우아하게 하는 동작은 유산소 운동이다. 전문 무용수가 아닌 일반인도 발레 동작을 따라 하면 ‘운동’으로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가정주부 우진미 씨(56·경기 파주시 교하)는 친구 따라 발레학원에 갔다 약 6개월 만에 12kg을 감량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올 4월쯤 발레를 취미로 하는 친구가 발레를 해보라고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그 친구는 허리가 아파서 시작했는데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 친구는 발레를 8년 이상했다. 계속 꾸준히 하지 못하고 중간에 빠지기도 했지만 발레를 끊지 않았다. 발레를 하면 허리가 안 아프니 계속 한 것이다. 그 친구는 ‘발레는 너무 좋은 운동이다. 국민운동으로 해야 한다’고 까지 말하고 다닌다. 나도 거북목에 어깨가 안쪽으로 굽어 있던 터라 솔깃했다. 우리 딸도 발레를 하고 있었는데 좋다고 했다. 그래서 발레학원에 등록했다.” 우 씨는 평소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학창시절 체육시간이 제일 싫었던 그였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감기가 걸리면 잘 낫지 않았고 딸이 날씬한 엄마가 보고 싶다고 해서 헬스클럽에 등록해 운동을 하기도 했었다. “참 신기했다. 운동을 그렇게 싫어했는데 발레는 재밌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동작들이 원장님의 설명에 따라 할 때 되는 게 신기했다. 예전에는 몸이 아파서 파스도 많이 붙였는데 발레를 하면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6월초 필라테스를 함께 하면서 몸이 두드러지게 좋아졌다. 매월 초 인바디 체크를 하는데 체중 감량과 함께 체지방도 줄었고 모든 지수가 좋게 나왔다. 6월에 69.8kg 이었는데 2일 아침에 재보니 57kg이었단다. 필라테스는 발레리나들이 보강운동이나 재활운동으로 활용하는 근육강화 프로그램이다. “발레 시작 후 4개월 만에 한의원에 들렀는데 ‘나이 들면 살을 잘 빼지 못하는데 이렇게 많이 뺀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솔직히 나도 이렇게 많이 빠질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혈압약까지 끊었단다. “발레 하기 전에 약으로도 혈압이 조절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오죽 했으면 의사가 혈압을 매일 체크해서 결과를 가져오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약을 안 먹어도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우 씨는 주당 발레 2회, 필라테스 2회 수업을 받는다. “솔직히 발레하면서 땀이 날 줄은 몰랐다. 헬스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받을 때도 흘리지 않았던 땀을 발레하면서 흘렸다. 지금 와서 보니 발레와 필라테스는 근육운동도 되고 유산소 운동도 되는 것 같다.”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헬스클럽에서 개인 PT까지 받아봤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그다. “솔직히 헬스 개인 PT 40회 정도로 2kg 정도 뺐었는데 그 정도는 인스턴트 음식, 믹스커피 안 먹고 조금만 조절해도 빠진다.” 헬스를 할 땐 근육을 어떻게 쓸지 잘 몰랐단다. 발레는 호흡을 하면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쓰고 싶은 근육을 제대로 쓸 수 있었단다. “발레 원장님이 설명한대로 하니 동작이 잘됐다. 예를 들면 ‘팔을 올렸다 다시 내릴 때는 경갑골에 힘을 줘 견고하게 한 뒤 내려라’는 등 구체적으로 하는 설명을 따라 하는 게 재미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헬스 할 때도 자세히 설명해줘 근육을 잘 쑬 줄 알았다면 더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발레를 하면서 근육 쓰는 재미를 알게 된 것이다. 솔직히 재미없으면 이렇게 오래 발레학원에 다릴 수 없다. 헬스 할 땐 몸이 피곤하면 안가기도 했는데 발레하면서는 한번도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해보 적이 없다.” 우 씨는 본격적으로 발레와 필라테스를 하면서 7월부터 10월 초까지 한 달에 3kg 씩 빠졌다. 너무 살이 많이 빠져 ‘혹 병에 걸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원래 춤을 전혀 못 춘다. 몸치에 가깝다. 발레를 해본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시작은 체형 교정이었지만 살이 빠지니 더 매진하게 됐다. 시작 당시 체형이 보기 안 좋을 정도라 꽉 끼는 발레복은 엄두도 못 내 헐렁한 옷을 입고 했다. 이젠 그나마 볼만하게 됐다.” 발레를 시작하면서 운동의 맛도 알게 됐다. “사실 난 자동차와 한 몸이었다. 가까운 곳도 늘 차를 타고 다녔다. 하지만 한 달 전부터는 어딜 가든 걸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 하루 평균 1만보 이상을 걷는다. 한 번은 파주 헤이리에서 교하 집까지 약 13km를 걸어왔다. 과거 같으면 힘들어서 엄두도 못 낼 거리다. 이젠 거뜬히 걸을 수 있다.” 삶에 자신감도 생겼다. “아무리 좋은 옷을 입어도 자세가 안 나왔다. 그래서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하게 됐다. 아직 더 만들어야 하지만 이젠 친구들과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어디 가서 불친철한 대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그냥 참고 말지’라고 목소리를 못 냈는데 이젠 잘 따지게 됐다. 몸이 달라지니 정신적으로도 자신감이 넘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하는 말이 ‘자세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거북목과 굽은 어깨는 완전히 정상이 됐고 구부정하게 앉던 버릇도 발레를 하면서 없어졌다. 친구들이 ‘너무 멋있어졌다’고 한다.” 우 씨의 ‘발레 배우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올해 말까지 체중을 더 빼야 한다. 아직 완성된 게 아니다. 49kg까진 빼고 싶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발레 무대에 서고 싶다. 요즘 생활체육의 개념으로 나이든 분들도 발레 공연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 씨의 변신에 그를 따라 발레학원에 등록한 사람도 생겼단다. 우 씨의 다이어트 성공은 발레 필라테스를 운동으로 한 게 주된 원동력이었지만 먹는 것을 조절한 측면도 있다. 그는 발레를 시작하면서 먹는 양을 줄였다. “사실 난 먹는 것을 가리진 않는다. 배가 고픈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면 머리가 핑 돌기도 한다. 과거 헬스 하다 머리가 어지러워 김밥을 사먹고 다시 운동한 적도 있다. 하지만 먹는 양은 줄였다. 간헐적 단식의 개념으로 아침은 건너뛴다. 대신 점심을 푸짐하게 먹는다. 고기와 튀김, 밥 가리지 않는다. 디저트까지 양껏 먹는다. 저녁엔 나또와 야채, 과일을 먹는다.” 우 씨는 100살까지 발레와 필라테스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노인들 근육 손실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것을 봤다. 실제로 친정어머니가 88세인데 하체 근육이 없어 잘 걷지 못한다. 뼈만 남았다. 운동을 하라고 해도 힘들어서 못한다. 늦었지만 발레와 필라테스를 시작해 운동의 맛을 알게 된 게 내겐 정말 큰 행운이다. 발레와 필라테스를 평생 스포츠로 생각하고 계속 하겠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좋다기보다는 현실을 생각하니 좀 서글픕니다.” 프로축구 K리그1 최강희 전북 감독(59)은 ‘우승을 눈앞에 둔 소감’을 묻자 이런 말을 먼저 꺼냈다. 선두 전북은 7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승점 73(23승 4무 4패)으로 2위 경남(승점 55·15승 10무 6패)을 18점 차로 크게 따돌리고 있다. 7일 울산과의 방문경기에서 우승을 확정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전북이 울산을 꺾고 경남이 같은 날 제주에 비기거나 지면 우승이다. 전북이 비기고 경남이 져도 우승 확정이다. 만일 전북이 이날 우승을 확정하면 상하위 스플릿라운드(마지막 5경기·2012년 도입)에 들어가기도 전에 정상에 오른 첫 팀이 된다. 전북은 지난해 2경기를 남겨두고 정상에 올랐다. 최 감독으로선 이렇게 전북이 잘나가고 있는 것에 대해 즐거울 수만은 없었다. “상위 팀들이 치고받고 싸워야 팬들이 즐거울 텐데 너무 싱겁게 끝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과거 우승 경쟁을 했던 명문 FC 서울과 수원 등이 치고 올라왔어야 하는데 너무 뒤로 처져 K리그1이 팬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질 것 같아 두렵단다. 수원은 승점 43으로 6위, 서울은 승점 35로 9위다. “우리 선수들이 희생하고 헌신해 우승을 눈앞에 둔 것은 만족스럽다. 하지만 우리의 대항마들이 부진하고 있어 우리가 예년보다 일찍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팀은 한번 무너지면 금세 망가진다. 분위기를 빨리 추슬러 내년엔 예년의 모습을 찾길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K리그1의 수준 자체도 낮아질 수 있다.” 최 감독은 주위에서 전북을 ‘절대 1강’으로 표현하는 원인으로 ‘좋은 선수가 많기 때문’으로만 꼽는 것에 거북한 반응을 보인다. 그는 “우리 경기를 지켜본 사람은 다 안다. ‘노장’ 이동국부터 모든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고 죽기 살기로 뛴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홈에서 우승하는 게 팬들을 위해선 좋은데…”라며 20일 인천과의 안방경기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시나리오가 되길 바랐다. 울산과의 경기에서 패하겠다는 게 아니라 경남도 이겨서 자연스럽게 ‘전주성(城)’에서 우승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최 감독은 “전주에서 우승할 수 있다면 더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그럼 최고의 팬 서비스를 할 기회가 된다”며 활짝 웃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1일 열리는 동아일보 2018경주국제마라톤에서는 아프리카 케냐 출신으로 특별 귀화한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한국명 오주한·30·청양군청)가 어떤 성적을 낼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귀화한 뒤 첫 레이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루페는 이번엔 ‘국내 선수’가 아닌 ‘외국인 초청선수’로 출전한다. 귀화한 뒤 훈련 등 일정 탓에 한국 주민등록 신청과 대한육상연맹 선수등록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엔 2000년 이봉주가 세운 한국 최고기록(2시간7분20초)을 경신해도 인정받지 못한다. 에루페를 발굴해 지도하고 있는 오창석 백석대 교수(56)는 “개인훈련 일정 등의 사정 때문에 아직 선수등록을 하지 못했다. 경주대회를 마치고 바로 주민등록과 선수등록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루페의 최고기록은 2016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5분13초. 당시 대회 최고기록이자 국내 개최 대회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에루페는 올 서울국제마라톤에서도 2시간6분57초로 우승하는 등 꾸준한 활약을 보이고 있어 이번 대회에서 4번째 정상에 오르는 것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루페는 2011경주국제마라톤에서 국내 대회 데뷔 우승했고 2012년, 2015년에도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에루페는 서울국제마라톤에서도 4회 우승했다. 2012서울국제마라톤에서는 2시간5분37초로 국내 대회를 통틀어 첫 2시간5분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오 교수는 “에루페가 귀화한 뒤 첫 레이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해발 1900m 고지인 케냐의 엘도레트에서 맹훈련했다”고 말했다. 에루페와 경쟁할 후보는 2015년 파리 마라톤에서 2시간5분49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운 마크 코리르(30·케냐)와 2016년 암스테르담 마라톤에서 2시간6분07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운 에제키엘 체비(27·케냐)다. 코리르는 올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7분03초로 에루페에 이어 2위, 2017서울국제마라톤에선 2시간6분05초로 3위를 하는 등 아쉽게 우승을 놓친 한을 이번엔 꼭 풀겠다는 각오다. 체비는 개인 최고기록을 세운 뒤 2017년 일본 비와코 마라톤에서 2시간9분06초로 우승했지만 올 비와코에서 2시간11분00초를 기록하는 등 최근 기록은 다소 저조하다. 하지만 체비도 언제든 2시간6, 7분대를 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레이스 상황에 따라 충분히 우승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경주국제마라톤 마스터스 부문 참가 신청이 5일로 끝난다. ‘천년 고도’ 신라 경주의 천마총과 첨성대, 안압지 등 유적을 보며 달리는 ‘역사 탐방 마라톤’에 참가하고 싶은 달림이들은 신청을 서둘러야 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축구나 농구를 오랫동안 하지 않다가 갑자기 하면 어떤 증상이 있나? 물론 힘들 것이고 끝난 뒤 온몸이 쑤시고 아플 것이다. 그동안 쓰지 않던 근육과 관절 등을 과하게 썼으니 아픈 게 당연하다. 축구를 해도 안 쑤시게 하는 법은? 계속 축구를 해 몸을 단련 시키는 것이다. ^^ 2008년 ‘스트레스 제로 운동법’이란 책을 썼다. 좋은 스트레스인 운동을 통해 나쁜 ‘스트레스’를 없앤다는 뜻으로 제목을 달았다. 다 알다시피 우리 몸은 쓰지 않으면 퇴화된다. 나이가 먹으면서 각종 퇴행성 질환이 나오는 이유다. 라마르크의 ‘용불용설(用不用說·Theory of Use and Disuse·생물에는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있어 자주 사용하는 기관은 발달하고 그렇지 않은 기관은 퇴화 한다)’이 우리 몸엔 딱 들어맞는다. 우리 몸은 자주 써야 모든 기관이 건강해진다. 발이나 팔이 부러져 깁스를 했을 경우 단 몇 달 만에 양쪽 근육의 힘에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용불용설에 맞는다. 우리 몸은 적당한 스트레스를 줘야 제대로 발달한다.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일종의 스트레스다. 걷고 달리는 것, 무엇을 들어 올리는 것, 던지는 것 등 모든 동작은 우리 신체 근육과 관절, 인대 등에 스트레스를 준다. 운동생리학적으론 부하(負荷·Load)라고 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의 경우 40kg의 벤치프레스를 한다면 40kg의 스트레스를 팔근육과 흉부 근육, 그리고 각 움직이는 관절에 가하는 것이다. 우리 신체는 움직이면 혈액이 빨리 돌아야 하니 심장도 빨리 뛴다. 산소를 많이 소비하니 폐활량도 올라간다. 움직임은 우리 몸 전체에 스트레스를 주는 셈이다. 그런데 운동 스트레스는 우리 몸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일찌감치 나왔다. 스트레스(Stress)는 사실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캐나다의 내분비학자 한스 셀리에(Hans Selye) 박사가 처음 명명한 말이다. 해로운 인자나 자극을 ‘스트레서’(Stressor)라 하고, 이때의 긴장 상태를 스트레스라고 한다. 그는 스트레서를 가했을 때 스트레스가 일어나는 단계를 3단계로 나누고 이 증후군을 ‘일반적응증후군’이라고 했다. 1단계는 경고반응기로 인체가 스트레서에 대해 적극적으로 저항을 나타내는 시기로 1~48시간 안에 나타난다. 처음에는 체온 및 혈압 저하, 저혈당, 혈액농축 등 쇼크가 나타나고 다음에는 그것에 대한 저항이 일어난다. 2단계는 저항기로 경고반응기를 지나고도 계속 스트레서에 노출되면 저항기로 이행된다. 3단계는 피폐기로 스트레서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생체에 여러 증상이 나타나며 결국 죽게 되는 단계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무조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신체와 정신에 활력을 준다. 스트레스는 자극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나 다른 호르몬이 혈중 내로 분비돼 우리 몸을 보호하려는 반응, 위험에 대처해 싸우거나 그 상황을 피할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2004년 미국 켄터키대학의 수잰 세이거스톰 박사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그레고리 밀러 박사는 1만9000명이 관련된 300편의 스트레스 관련 의학 논문을 검토한 결과 시험을 치르는 등 짧은 스트레스는 오히려 신체 면역체계를 강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스트레스가 인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었으나 ‘좋은 스트레스’도 있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에 의해 공식적으로 제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밀러 박사는 “아주 짧은 시간 잠시 지속되는 스트레스는 초기 인류가 포식자를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인체를 ‘전투 또는 도주태세’로 전환시켜 일시적으로 저항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체는 사자와 맞닥뜨리는 것 등과 같은 비상사태를 만나면 일시적으로 상처 등으로 인한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하는 면역체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란 용어를 처음 쓴 셀리에 박사는 실험을 통해 운동이란 양성 스트레스가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악성 스트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줬다. 셀리에 박사는 10마리 쥐에게 환한 빛과 큰 소음, 전기 충격 등의 스트레스를 한 달 동안 계속 가했는데 놀랍게도 10마리 쥐 모두 불안과 공포에 떨면서 병들어 죽고 말았다. 그런데 또 다른 10마리 쥐들에게 똑같은 악성 스트레스 환경을 가하면서 앞의 쥐들과 달리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게 했다. 한 달 후 쥐들은 한 마리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이 실험을 통해 셀리에 박사는 신체 운동이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파괴의 완충 역할을 한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달리기는 침울한 기분을 몰아내고 기쁨을 유발시키는 것은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달리기(마라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땀에 젖은 몸에서 불현듯 전신에 퍼지는 행복감을 경험한다. 뇌에서 나온 엔도르핀 때문이다. 마라토너들이 체험하는 ‘러너스 하이’(달릴 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힘든 줄 모르고 공중에 붕 뜬 듯 한 느낌)도 엔도르핀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신체적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던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인 충만함을 만끽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달리게 된다. 특정 사람들의 경우 운동에 ‘마약’처럼 빠져 드는 이유다. 세계적인 건강 잡지인 ‘러너스 월드(Runner’s world)‘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체적 균형과 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지만 그 중 대부분이 정신적인 건강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게 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천고인주(天高人走·하늘은 높고 인간은 달린다).’ 짜증나게 했던 무더운 여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청명한 하늘에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 돌아왔다. 여름 내내 무기력하게 있던 달림이들도 기지개를 켜고 아침저녁 집 주변 공원을 누비기 시작했다. 달리기에 딱 맞는 계절이다. 가을인 10월엔 다양한 마라톤축제가 예정돼 있다. ‘마라톤 온라인’에 따르면 10월에 열리는 마라톤 레이스는 60여 개. 하지만 올라오지 않은 크고 작은 지역 대회까지 감안하면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10월의 마라톤’을 소개한다. 10월에 열리는 대회는 크게 이색, 기부, 울트라(산악) 마라톤으로 나눌 수 있다. 이색마라톤으론 개천절인 3일 경기 동두천 일대에서 열리는 천사데이기념 천사마라톤이 있다. 1004데이(10월 4일)를 맞아 휴일인 3일에 대회를 개최한다. 4개 코스(하프, 10km, 5km, 2.5km)에서 열리며 달림이 모두에게 천사 날개를 달아준다. 수익금은 전액 천사의 이름으로 기부한다. 13일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열리는 2018 계란마라톤대회도 눈에 띈다. 세계 계란의 날을 기념해 계란 생산 농가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레이스다. 3개 코스(하프, 10km, 5km)에서 열린다. 10km 단체와 무료로 달릴 수 있는 2km 부문도 있다. 같은 날 충북 영동군 민주지산휴양림에서는 민주지산 원시림 달리기가 있다. 충북 영동군과 전북 무주군, 경북 김천시의 경계에 위치해 3도를 모두 아우르는 민주지산은 최고 높이가 해발 1242m다. 전반적으로 해발 700m의 쾌적한 코스를 달린다. 같은 날 밤 경남 진주에서는 나이트레이스가 열린다. 오후 6시 30분 진주 남강 일대에서 5km만 달리는 레이스다. 기록증은 주지 않는다. 레이스가 끝난 뒤 참가자들을 위한 파티를 열어준다. 기부마라톤은 천사마라톤을 포함해 소외계층돕기 행복한가게마라톤(20일), 이봉주와 함께 뛰는 환경마라톤(27일·소년소녀가장 돕기) 등이 있다. 이 중 행복한가게마라톤은 올해로 9회째이며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서 4개 코스(하프, 10km, 5km, 5km 걷기)로 열린다. 이번 레이스에서는 디딤씨앗 통장 만들어 주기 홍보 활동을 한다. 디딤씨앗 통장은 저소득층 아동(보호자, 후원자)이 매월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국가(지자체)에서 일대일 정부매칭 지원금으로 월 4만 원까지 같은 금액을 적립해 줌으로써 아동이 준비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동자립 프로젝트다. 울트라(산악) 마라톤으론 제2회 천안삼거리 흥타령울트라마라톤(6일)과 영남알프스 산악대회(7일), 정읍 내장산트레일런(14일), 트랜스 제주 울트라 트레일(20일) 등이 예정돼 있다. 최근 달림이들이 익스트림스포츠에 빠져들면서 울트라와 산악 마라톤 대회가 많이 생기고 있다. 동아일보 주최 ‘3색 마라톤’도 3주 연속으로 열린다. 서울달리기(14일)와 경주국제마라톤(21일), 공주백제마라톤(28일)이 차례로 개최된다. 서울달리기에서는 최근 1년 내 10km 50분 이내 완주 기록을 보유한 달리기 고수라면 엘리트 선수들과 나란히 질주할 수 있다. 10km 국제오픈 부문인 ‘골드러시’ 부문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레이스를 할 수 있다. 시상 역시 마스터스가 아닌 국제오픈 엘리트 부문으로 한다. 10km 마스터스와 하프코스 마스터스에서는 서울을 만끽하며 달릴 수 있다. 경주와 공주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느끼며 달릴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경주의 천마총과 첨성대, 안압지, 공주의 무령왕릉과 공산성 등 삼국시대의 유적을 보며 달리는 ‘역사 탐방 마라톤’이다. 경주와 공주에서는 풀코스와 하프코스에 더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10km와 5km 단축마라톤까지 4개 코스에서 열린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동윤 이동윤외과의원 원장(66)은 거의 매일 서울 옥수동 자택에서 잠원동 병원까지 편도 7.5km를 달리거나 걸어 출퇴근한다. 부산 동래고 1학년 때부터 달리기를 생활화해 근 50년 가까이 지키고 있다. “인문계고등학교의 특성이 다 그렇듯 새벽에 나가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오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이었다. 너무 재미없었다. 나만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고민을 했는데 운동이었고 선택은 달리기였다. 우리 시대 때는 할 수 있는 운동이 제한 돼 있었다. 기껏해야 달리고 자전거 타고 등산하는 것이었다. 운동회 때 축구나 배구를 하기도 했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으론 달리기가 최고였다.” 매일 새벽 일어나 집 뒷동산을 뛰어 오르내렸다. 나중에는 토끼뜀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그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고 나만의 도전이었기에 힘들어도 참을 수 있었다. 힘들면 걸어가면 됐다. 제약이 없었다. 나만 누리는 자유였다. 운동하고 아침 먹은 뒤 학교로 갔다. 아주 즐거웠던 시절이었다”고 했다. 의과대학에 들어가서도 시간이 없었지만 틈나는 대로 달렸다. 단기간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데는 달리기가 최고였다. 가끔 암벽 등반을 하기도 했다. 떨어지지 않게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을 키우기에 그만이었다. 의대를 졸업 한 뒤에도 달리기는 생활의 시작이었다. 역시 바쁜 생활 속에서 아침 달리기는 그 무엇도 줄 수 없는 행복이었다. “1990년 대 중반이었다. 동아마라톤을 시작으로 마라톤대회에서 일반인에게도 참가 기회를 줬다. 그 전에는 국위선양을 위해 엘리트 육성 차원에서 선수들만 달리게 했는데 경제도 활성화 되고 사람들이 건강에 관심을 가지며 달리자 대회를 개방한 것이다. 1997년 친구가 ‘마라톤 대회에 한번 나가보자’고 해서 춘천마라톤에 출전했다.” 한 500명 정도가 함께 달렸다. 마라톤은 ‘신세계’였다. 풀코스를 한 번도 달려보지 않아 ‘마의 30km’ 이후엔 걷다 뛰다시피 해 완주했다. 3시간40분55초. 성공적으로 완주한 것이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치과에 가서 보철하면 보철 소독제를 준다. 저녁에 보철을 빼서 컵에 물하고 담궈 놓으면 거품이 계속 올라온다. 마라톤 완주의 즐거움이 그 거품 끓어오르듯 계속 올라왔다. 풀코스 한 번 완주에 ‘해냈다’는 만족감과 희열에 몇 개월은 취해 있었다. 그래서 계속 출전했다. 달리기는 내가 내적으로 더욱 강인해질 수 있게 해준 계기를 만들어주었고 달리기를 통해 내 인생과 성공을 통제할 능력이 있다는 믿음이 더욱 커질 수 있었다.” 이 원장은 그냥 달리지 않았다. 2000년 달리는의사들(현 사단법인 한국달리는의사들)이란 동호회를 만들었다. “대회 참가자가 많아지면서 안전문제가 등한시 됐다. 주최측에서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린 잔치판을 폈으니 알아서 달려라. 죽든지 살든지’ 그런 분위기였다. 그래서 의사들이 함께 달리면서 아픈 사람이 있으면 보살피는 레이스 패트롤(Race Patrol)을 2001년 동아마라톤부터 시작했다.” 달리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무턱대고 달리다 사망하는 사고가 계고 일어났다. 그래서 달림이들 교육을 시키기로 했다. 분기에 한번씩 무료 워크숍을 했다. 당시 인터넷이 뜰 때라 서울마라톤클럽 게시판 등에 ‘안전하게 달리는 법’ ‘부상 예방법’ ‘마라톤 에티켓’ 등을 계속 올렸다. 현재 ‘달리는의사들’ 홈페이지에도 즐겁고 건강하게 달리는 법을 계속 올리고 있다. “달리는 사람 스스로가 어떤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알고만 있어도 무리를 안 한다. 본인이 조금만 신경 쓰면 되는 데…. 거의 대회 때마다 사망 사고가 났다. 참 안타까웠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2002년부터는 소아암환우돕기 마라톤대회를 시작했다. 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에 열린다. “1998년 국제통화금융(IMF) 구제 금융위기가 터졌다. 맞벌이 둘 중 하나는 회사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다. 문제는 소아암 환자의 부모가 젊다는 것이다. 경제적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애가 아픈데 일자리까지 잃으면 가정이 제대로 유지될 수가 없다. 이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소아암환자는 회복율이 70~80%된다. 거의 다 낫는다고 보면 된다. 환자가 완치 됐을 때 가정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아이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고 마라톤대회를 통해 소액기부를 받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다 도와줄 수는 없었다. “젊은 사람들의 특징이 뭐든 쉽게 시작하고 쉽게 포기한다. 아무리 큰 것이라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보고 있고 관심이 있다는 것만 보여줘도 이혼하려다 참고 가정을 유지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힘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시작했다. 효과도 좋았다.” 올 5월까지 대회를 15회째 열었다. 중간에 2년을 쉬었다. 모든 대회 운영비는 협찬을 받고 참가비는 환자를 돕는데 썼는데 경제 상황이 나빠지자 협찬을 받을 수 없었다. 주위에서 ‘왜 안 하느냐’는 성화와 ‘우리가 돕겠다’는 사람들이 있어 다시 시작했는데 빚만 2,3 억 원을 지는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회원들이 잘 도와줘서 이젠 잘 운영된다. 지금까지 6억 원 정도를 모아서 소아암 환자들 치료비로 지원했다. 1년에 3명에서 10명까지 도와주고 있다. 우린 그 애들이 잘 자라기만을 바란다.” 환자 선발과 치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과 삼성 서울병원 사회사업팀에 전권을 준다. “사실 좋은 일이지만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이 대회를 운영하면서 일반 주자들에게 소액기부 문화의 개념을 친숙하게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달리기 나 혼자하면 그만인데 뭘 남을 도와주고 자시고 하느냐’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우리 대회 충성파들이 많이 생겼다.” 2010년부터는 행복트레일런대회도 개최했다. 당연히 수익금 전액은 소아암환자 돕기로 쓰인다. 매년 11월 셋째 주 일요일에 열린다. “산악연맹 주최로 1993년 산악마라톤이 생겼다 2년 만에 없어졌다. ‘미친 새끼들 왜 산에서 뛰어’라고 반발하는 등산객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라톤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결국 울트라마라톤, 사막마라톤, 산악마라톤, 철인3종 경기 등 익스트림 스포츠로 가기 때문에 산악마라톤이 인기를 끌 것으로 봤다. 우린 산을 달릴 경우 어떻게 의료지원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위해 대회를 만들었다.” 달리는의사들은 친목단체이지만 항상 ‘건강한 사회’ 만들기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 회원수만 700명 가까이 된다. 의사라고 다 회원으로 받아주지 않는다. ‘하프코스’이상 완주해야만 자격을 준다. 전국 지방별로 한달에 한번 씩 모여 훈련하고 대회 때 만나서 달리면서 ‘우의’를 다진다. 이 원장은 풀코스는 200번 가까이 완주했다. “이젠 풀코스를 1년에 서너 번만 완주한다. 2007년 100회 완주한 뒤 횟수를 세지 않는다. 100회 이후엔 의미가 없다. 그저 숫자 일 뿐이다. 최고기록은 3시간6분대인데 그저 이동윤 역사의 한 페이지일 뿐이다. 즐겁게 재밌게 달리는 게 의미가 있다.” 50년 가까이 달렸는데 그동안 부상은 없었을까. “전혀 없다. 다치는 사람은 테크니컬 에러 때문이다. 먼저 몸을 만들고 그에 맞는 강도로 달려야 하는데 몸은 안 만들고 마음만 따라가니 무리를 하고 다치는 것이다. 사망사고도 그래서 발생한다.” 이 원장은 ‘운동 전도사’이기도 하다. “우리 몸 자체가 안 쓰면 퇴화된다. 도태되는 것이다. 근육도 안 쓰면 몸 자체적으로 없애버린다. 그게 우리 몸의 생존 본능이다.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마음도 살아 있지 않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짜증을 내는데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몸에서 받아줄 자신이 없으니 짜증으로 회피하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 어떤 스트레스도 받아 줄 수 있는 몸이 된다.” 이 원장은 ‘100세 시대 건강법’으로 “내가 100세가 됐을 때 어떤 상태로 있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항상 그런 이미지를 그리며 살아야 한다. 남은 생을 앓다 죽으면 얼마나 억울한가. 내가 자주 쓰는 말이 ‘9988234’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다 죽는다는 의미다. 죽기 전까지 건강해야 한다는 이미지를 매일 그리면 스스로 몸을 관리하게 된다.” 이 원장은 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막연하게 건강해야지라는 생각은 안 된다. 그럼 운동을 하지 않는다. 요즘 젊은이들 삶이 어렵고 힘들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어떻게 열심히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려면 건강해야 한다. 그럼 결론은 운동밖에 없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생활화하기 위해선 부모 삶의 방식이 중요하다. 부모가 솔선수범하면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따라서 한다.” 이 원장은 ‘국민 전체가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리며 ‘달리기의 중요성’ 사람들에게 알리겠단다. ‘달리기의 모범’ 되고 싶단다. “장수에 따른 건강수명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미국에서 1970년대 조깅문화를 만든 제임스 픽스라는 교수가 쓴 책에 보면 심폐지구력, 근력, 유연성, 체중조절, 근육강화, 소화, 수면 등의 건강 문제에 가장 도움을 주는 운동이 달리기라는 내용이 나온다. 미국의 대통령건강관리위원회가 연구한 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요약하면 질병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성 질환을 줄이고, 심폐기능과 면역력을 강화하는데 달리기가 가장 효과적인 운동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전 국민이 달리기를 좋아하는 그날까지 달릴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목표는 ‘소아암환우를 돕는 재단’을 만드는 것이다. 그의 삶은 언제나 달리며 남을 돕는 것에 맞춰져 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의사’였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dongA.com에 100세 시대 건강법 연재를 시작하고 운동을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대부분 운동을 시작한 지 오래됐다는 점이다. 첫 번째 주인공인 ‘자전거 마니아’ 김건수 씨(61)는 1987년부터 운동의 중요성을 알고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고 자전거를 탔으니 본격 운동인생 20년이 넘는다. ‘보디피트니스’로 20년 젊게 사는 이현아 씨(55)는 12년, 사막 마라톤 김무웅 씨(75)도 20년이 넘었다. 마라톤에 빠진 스테파니 오 씨(59)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수영을 시작한 뒤로 지금까지 명문 보스턴마라톤 완주를 꿈꾸고 있으니 40년 넘게 운동과 사랑에 빠져 지내고 있다. ‘산악인’ 심룡보 씨(80)는 30년 가까이, ‘로보캅’ 서영갑 영어 선생님(82)도 40년 넘게 운동을 하고 있다. 이번 주 소개하는 ‘달리는의사들’ 이동윤 이동윤외과의원 원장(66)은 50년 가까이 달리고 있다. 물론 공교롭게도 기자의 네트워크를 통해 섭외된 인물들이 오래전부터 운동을 시작한 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주위에 이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는 어르신들 중 최근에 시작한 분들은 드물었다. 그래서 대학 선배이자 운동생리학 박사인 김용권 전주대 운동처방학과 객원 교수(전주본병원 본스포츠재활병원 대표이사)에게 물었다. 답이 걸작이었다. “당연하지. 옛말에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건강을 잃어버린 뒤에는 지킬 수가 없다.” 운동생리학자와 스포츠심리학자들에게 의견을 물어 ‘운동을 빨리 시작해야 하는 이유’를 알아봤다. 운동생리학적으로 인간은 20대 초에 체력을 최고점을 찍고 이후 서서히 약화된다. 순발력 지구력 등 체력은 물론 근육도 빠져 나간다. 의학적으로 30대 중반 이후에는 새로 생기는 세포보다 죽는 세포가 더 많다. 노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체력 저하는 30대, 40대, 50대, 60대…. 10년 단위로 떨어지는 폭이 더 크다. 그럼 운동은 아무 때나 시작하면 우리 몸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20대 초반을 지난 뒤에는 개인 ‘최고 체력’은 아무리 노력해도 만들어낼 수가 없다. 김용권 교수는 “20대 최고점을 찍을 때 개인적으로 최고의 체력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점점 약해지는 체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물론 계속 운동을 한다는 전제 하에서다”고 말했다. 10대에 잘 관리해 20대 최고점을 찍어 놓고 계속 관리하면 체력이 떨어지는 속도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물론 30대, 40대, 50대, 60대에 운동을 시작해도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때라도 운동을 시작해야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이 느끼기에 ‘과거엔 이러지 않았는데’에 걸 맞는 체력으로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뒤늦은 나이에 운동을 시작해 꾸준히 관리하면 그 나이 때 운동하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건강하게는 살 수 있다. 결국 더 일찍 시작해서 관리해야 더 오래 체력적으로 강건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심리학자들은 마라톤마니아 스테파니 오 씨처럼 어렸을 때 운동을 시작한다면 평생을 건강하게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스포츠 천국’에서 생활하는 미국사람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달리는 등 운동과 스포츠를 즐기는 이유란다. 스포츠심리학 박사인 김병준 인하대 교수는 “인간의 행동은 방해요인에 좌우된다. 어떤 행동을 할 때 혜택이 많으면 그 행동을 많이 하게 되고 손실이 많으면 덜하게 된다. 나이는 운동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젊었을 때 운동을 해도 힘들지도 않고 즐거움을 느껴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반면 나이 들어 시작하면 힘들어서 오래 지속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운동을 해도 힘들지 않고 힘도 생기고 즐거움도 찾으려면 더 투자를 하게 되는 반면 운동을 해 힘들면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운동을 가급적 어린 나이에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몸은 나이가 들어 사용하지 않으면 노화에 의한 퇴행으로 잘 쓰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근육이 왜소해지고 각종 뼈의 관절이 가만히 있어도 아프다. 여기에 운동을 하면 더 아프니 나이 들어 운동을 시작하기 힘든 것이다. 김병준 교수는 “신은 공평하다. ‘신이 준 선물’ 운동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나이 들면 훨씬 운동에 투자를 많이 해야 건강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윤 이동윤외과의원 원장은 “어떤 운동을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이 규칙성과 지속성이다. 아기가 태어나서 걷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핵심은 체중을 지탱하기 위한 근력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걸을 수 없는 사람이 달릴 수 없듯이 특정 운동에 필요한 근력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운동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도전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달리기의 경우 처음에는 걷다가 뛰다가 하면서 달리는 거리를 점차 늘려나가면 된다. 자신이 5분밖에 뛰지 못하는 체력을 가졌다면 일단은 5분만 뛰면 된다. 어떤 운동을 하든 운동의 강도를 자기 몸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몸은 안 쓰면 녹슨다. 지금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는다.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기 어렵지만 습관이 되면 운동은 어느 순간 즐거움이 된다.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려면 지금 바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10월 14일 열리는 2018 서울달리기대회가 ‘2030세대’에게 한걸음 다가가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20, 30대 참가 비율이 70%에 이르는 만큼 함께 즐겁게 달릴 수 있도록 사회자와 완주축하 공연 출연진을 구성했다. 먼저 대회의 시작과 끝을 활기차게 이끌어줄 사회자로는 에너지 넘치는 사회로 젊은 러너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MC 프라임과 국내 프로야구장의 장내 아나운서 중 유일한 홍일점인 KT 위즈의 박수미가 나선다. 올해는 축하공연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힙합 듀오 배치기와 트로트계의 떠오르는 샛별 소유미가 등장해 완주자들에게 축하 공연을 할 예정이다. 서울 도심을 달리는 서울달리기대회는 10km와 하프코스 부문으로 나뉘어 열린다. 대회 당일에는 안전한 레이스를 위해 테이핑 서비스와 완주 후 스포츠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스, 그리고 개성 넘치는 달림이를 위한 페이스페인팅 부스가 마련된다. 행사장 곳곳에는 완주 기념을 위한 포토존이 마련돼 친구나 동료들과 사진 및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번 대회는 28일까지 선착순 1만 명을 모집 중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젠 통일 올림픽의 꿈을 꾸어야 합니다.”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68)은 1988 서울 올림픽 개최 30주년을 맞아 “남한과 북한이 하나 될 수 있는 통일 올림픽 개최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2012년 런던 올림픽과 향후 개최될 2020년 도쿄, 2024년 파리, 2028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를 잘 살펴보면 하나의 특징이 있다. 과거 올림픽을 개최했던 도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제 올림픽 개최를 도시 재생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새로운 도시에서 올림픽을 열기보다는 과거 올림픽을 개최했던 도시의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해 쓰면서 그 도시를 재탄생시키는 개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2032년 서울에서 다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서울 올림픽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란 최고의 유산 및 기존 시설을 남겼다. 서울 올림픽이 남긴 시설은 훌륭히 재활용되고 있다. 서울은 훌륭한 개최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이사장은 “최근 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경제 사회적으로 남과 북의 차이가 크다. 우리가 올림픽을 유치해 북한과 함께 치르는 게 현실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을 제재하고 있지만 스포츠 교류에 대해선 아무런 태클을 걸지 않는다. 스포츠에선 통일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서울 올림픽 시설을 최대한 리모델링해 활용하고 북한에서 치를 수 있는 경기는 과감하게 북한에서 열면 된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릴 즈음 개최된 포럼에서 외국의 한 학자가 ‘근대 올림픽의 이념인 화합과 평화를 완성시킨 나라는 한국’이라고 평가했다. 1988 서울 올림픽 때는 동서로 나뉜 세계가 화합했고 2018 평창 올림픽 때는 일촉즉발의 한반도 전쟁 위기가 북한의 참가로 사라졌다는 분석이었다. 충분히 스포츠의 남북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공단은 서울 올림픽 이후 지금까지 국내 스포츠에 10조 원 이상을 지원했다. 현재 체육재정의 92%를 공단이 책임지고 있다. 체육재정의 완전한 자립을 이루고 통일 올림픽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도 국가대표 출신으로 서울 올림픽 때 유도담당관으로 활약한 조 이사장은 “서울 올림픽 전까지는 선수들이 그냥 열심히 땀 흘려 이기는 것이 스포츠라 여겼는데 국민들이 그런 선수들을 지켜보고 응원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줄 알게 됐다. 그리고 직접 해보고 싶은 욕구도 가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이 통합된 최근 한국 스포츠 현실에 대해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은 한 몸이다. 그동안 둘을 구분하면서 이중적인 구조가 됐다. 이제 하나가 됐으니 생활 체육 활성화를 통한 엘리트 체육 발전을 위해서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선수들이 좀 나태할 땐 ‘베트남 정신을 상실한 것 아니냐’라고 하면 눈빛이 바뀌었다.” ‘베트남의 축구영웅’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59·사진)이 17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국회의원축구연맹·미래혁신포럼 공동 주최 세미나에서 베트남 선수들을 변화시킨 비밀을 밝혔다. 박 감독은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고인 준우승을 일궜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선 사상 최초로 ‘4강 신화’를 주도했다. 박 감독은 변화의 원동력에 대해 “특별하게 큰 변화를 줬다고 생각은 안 한다. 다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려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갔을 때 선수들이 ‘우린 체력이 부족하다’는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잘 살펴보니 체격하고 체력을 동일시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좀 왜소해 그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다. 하지만 작지만 좋은 장점도 있었다. 민첩하면서도 지구력이 뛰어났다. 그 부분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AFC 23세 이하 대회 때 연장전을 3번이나 하고 준우승한 뒤 선수들에게 ‘왜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했느냐’고 했더니 ‘과거부터 지도자와 선배들에게 들어와서 당연히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했다’는 다소 어이없는 답을 들었단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뒤 결코 체력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며 자신감이 크게 상승했다. 박 감독은 “준우승하고 돌아가자 어느 순간 베트남 고위 관계자들이 ‘이제야 베트남 정신이 살아나고 있다’며 좋아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베트남 정신이 뭐냐’고 물었더니 단결, 자존심, 영리함, 불굴의 투지 등 4가지를 얘기하더라. 그런데 내가 볼 땐 베트남 사람들은 목표의식도 투철했다. 목표를 설정하고 끌고 가면 죽기 살기로 따라왔다. 그래서 목표의식까지 포함해 5가지를 베트남 정신으로 보고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수들이 좀 나태해질 때마다 ‘베트남 정신’을 꺼내들면 바로 바뀌었다”며 씩 웃었다. 박 감독은 ‘포용의 리더십’이 성공 비결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리더십이라고 말하긴 그렇다. 그저 선수들에게 진정성 있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통역이 없을 때는 말이 안 통해 제 마음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악수와 포옹 등 스킨십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쓴 거스 히딩크 감독이 중국 21세 이하 대표팀을 맡으면서 맞대결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질문엔 “저를 변화시킨 분이지만 경기에선 절대 물러설 수 없다”고 답했다. 박 감독은 2002년 수석코치로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다. 쌀의 주산지인 베트남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는 그 인연으로 ‘쌀딩크’로 불리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남자 마라톤에서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34·사진)가 사상 최초로 2시간1분대 기록에 진입하며 ‘2시간 벽’이 무너질 날도 머지않았음을 보여줬다. 킵초게는 1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8 베를린 국제마라톤 42.195km 풀코스 레이스에서 2시간1분39초를 기록했다. 2014년 같은 대회에서 데니스 키메토(34·케냐)가 세운 2시간2분57초를 1분 18초 앞당긴 세계 최고기록이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킵초게가 페이스메이커 조스팟 보이트(미국)와 함께 달리며 반환점을 1시간1분6초에 돌아 세계 최고기록 달성 가능성을 높였다. 17km를 독주해 세계 최고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킵초게는 경쟁자 없이 혼자 달리면서도 4년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세계 최고기록을 1분 이상 단축했다. 2위 에이머스 키프루토(케냐)는 2시간6분23초로 킵초게보다 5분 가까이 늦게 들어왔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16일 열린 2018 베를린 마라톤에서 사상 최초로 2시간1분대 기록을 세운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34)는 현재 ‘2시간 벽’을 깰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그 가능성을 보고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이유다. 나이키는 2016년 12월 마라톤 1시간대 주파를 목표로 내세우며 ‘브레이킹(Breaking) 2’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나이키는 킵초게를 ‘서브 2(2시간 이내 기록)를 달성할 후보 1순위’로 꼽으며 막대한 지원을 했다. 킵초게에게 맞춤 신발과 유니폼 등을 제공했고 훈련 프로그램도 지원했다. 킵초게를 2017년 5월 이탈리아 몬차의 포뮬러원(자동차경주) 서킷에서 42.195km를 달리게 하기도 했다. ‘구간별 페이스메이커’까지 활용한 킵초게는 이때 2시간25초에 42.195km를 완주했다. 당시 도로가 아닌 포뮬러원 서킷에서 경기를 펼치고 페이스메이커의 국제 기준도 어겨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적합한 환경’을 마련하면 인간이 2시간 이내에 레이스를 마칠 수 있다는 희망을 키웠다. 세계 남자 마라톤은 1999년 모로코의 칼리드 카누치(미국으로 귀화)가 2시간6분 벽을 깼고 2003년 폴 터갓(케냐)이 2시간5분 벽, 2008년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가 2시간4분 벽을 허물었다. 그리고 2014년 데니스 키메토(케냐)가 2시간2분대 기록을 세우며 ‘1시간대 기록 진입의 꿈’을 키웠다. 킵초게는 2003년 파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5000m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동메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을 따내며 장거리 강자로 군림하던 킵초게는 2012년 마라톤에 입문했다. 2013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2시간4분5초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국제 마라톤 무대에 등장한 킵초게는 2016년 2시간3분5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우며 ‘마라톤 강자’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2시간8분44초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킵초게는 “오늘 이 기분을 설명할 단어가 부족하다. 힘들었다. 하지만 나만의 레이스를 펼칠 준비가 돼 있었다. 한순간도 나 자신을 믿지 않은 적이 없었기에 최고기록을 세웠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환갑을 눈앞에 둔 송선순 씨(58)는 테니스를 치며 ‘2030세대’ 못지않은 활기찬 인생을 즐기고 있다. 주 3회에서 5회 코트를 누비며 공을 치다보면 온갖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나이를 거꾸로 먹는 기분이다. 그의 테니스 인생은 올해로 32년째로 접어들었다. “매번 가족 모임 때면 시누이가 테니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1987년이었다. 마침 새로 이사 간 아파트 바로 앞에 테니스장이 있었는데 새벽 다섯 시부터 레슨 하는 코치의 목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다. 매일 새벽 선잠 깨 10층 베란다에서 레슨 하는 모습을 바라보니 똑같은 스윙으로 스트로크하고 발리 하는 모습이 무척 흥미로워 보였다. 그래서 내친김에 ‘나도 한번 해볼까’해서 시작하게 됐다.” 태어나 처음해보는 운동이었다. 그런데 너무 재밌었다. 무엇보다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다. “테니스를 치며 내 이름을 찾았다. 어느 주부나 결혼 후에는 삶의 양상이 달라진다. 본인의 이름보다는 누구의 아내, 누구엄마, 누구의 며느리로 불린다. 하지만 테니스를 시작하고각종 대회 출전하면서부터 ‘송선순’이라는 내 이름 석자로 불리게 됐다.” 테니스가 그에게 가져다 준 혜택은 한둘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었다. “테니스로 인해 나를 찾았고 내 기질을 알게 됐다. 결혼 후 집안의 대소사는 거의 시어른이나 남편에 의해 결정이 됐다. 라켓을 든 후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위안을 받았다. 테니스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었다. 후련했다. 또 내가 그렇게 테니스를 잘 하리라고 생각도 못했다.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내 모습에 나 스스로 놀랐다. 시어른 모시는 상황이라 남들처럼 충분히 테니스할 여건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그 반대급부의 위력은 대단했다. 시어른 세끼 식사를 차려 드려야 하는 상황인지라 작은 시간에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한 연습 방법과 게임 방법을 연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송 씨는 20년 넘게 대회에 출전했고 40회가 넘게 우승했다. 여자 동호인대회는 단식보다는 복식이나 혼합복식을 많이 한다. 송 씨도 복식과 혼합복식에서 주로 우승했다. 마지막으로 대회에 출전한 2008년 연말 랭킹 ‘톱10’을 유지했다. 그는 “10년 넘게 톱10을 유지했다”고 했다. 국내 아마추어 테니스에는 대회가 수백 개가 넘는다. (사)한국테니스진흥협회(KATA·http://www.ikata.org/), (사)한국테니스발전협의회(KATO·http://kato.or.kr/), 국민생활체육테니스(대한테니스협회·http://tennis.sportal.or.kr/) 3개 단체에서 개최하는 전국대회는 물론 각종 지방 자치단체에서 여는 대회까지 엄청나게 많다. 송 씨는 KATA와 KATO, 국민생활체육테니스 3대 리그에서 연말 랭킹 톱10에 들 정도로 기량이 뛰어났다. “동호인테니스도 세계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처럼 각종 대회 결과 점수를 합산해 연말에 랭킹을 발표한다. 우승에서 각 등위별 점수, 예선 통과 등까지 세세하게 점수를 준다.”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자신감은 계속 상승했다. “뭐든 목표를 세우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물론 체력이 강해져 건강을 얻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1990년대 컴퓨터도 독학으로 공부했다. 지금은 일반화 됐지만 그 당시 낯설었던 컴퓨터를 공부해 네띠앙에 HTML로 내가 가입한 화곡어머니테니스클럽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네띠앙이 없어지는 바람에 홈페이지 자료가 다 날아갔지만 그때 컴퓨터 공부한 덕분에 지금까지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테니스를 시작해 얻은 성취감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컸다. “이길 때의 기쁨은 뭐라 형용할 수 없다.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지만 전략을 짜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다. 어떻게 이길 것인가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 땡볕에서 퇴역한 장교와 3시간 씩 단식을 치며 체력을 기르기도 했다. 그렇게 연구하고 훈련해서 우승컵을 거머쥘 땐 이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했다.” 테니스로 인해 다양한 인적네트워크도 형성했다. “테니스를 하면서 각양각색의 직업을 가진 전국의 많은 분들과 교류 할 수 있었다. 테니스도 웬만큼 하니 각종 행사에 많이 참여하게 되고 그로 인해 더욱 풍성한 인맥을 맺게 됐다.” 송 씨는 테니스를 시작할 때부터 가입한 화곡어머니테니스클럽을 비롯해 금천구직장어머니모임, 서울시의사회, 비트로팀 등을 오가며 테니스를 치고 있다. 특히 화곡어머니테니스클럽에서는 제35회를 시작으로 36, 37, 40, 41회까지 5회나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왕성한 활약을 펼쳤다. 1975년 창단된 화곡어머니테니스클럽은 1976년 서울시어머니테니스대회 개최를 시작해 1990년부터 전국 어머니들이 참가할 수 있는 전국대회로 확대해 개최하는 등 ‘어머니 테니스 활성화’에 힘쓰고 기여한 단체다. 회원 63명으로 최고령 82세부터 최연소 37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확보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서울 목동테니스장에서 함께 모여 테니스를 친다. 송 씨는 초창기에는 거의 매일 테니스를 쳤지만 지금은 주 3~5회를 친다. “2008년까지 대회 출전을 하다 2009년부터는 출전하지 않았다. 2008년부터 월간지인 테니스코리아 객원기자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승부가 걸려 있는 미묘한 상황에서 동호인 기자로 쓸데없는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어서다. 코트에 서면 즐거울 때도 많으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음이 사막 같을 때가 많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듯 최정상에서 내려놓았다.” 테니스코리아 객원기자도 테니스를 즐기다 송 씨를 눈여겨본 편집장의 권유로 하게 됐다. 테니스 인적네트워크의 산물인 셈이다. 송 씨는 각종 아마투어 대회를 쫓아다니며 테니스를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썼다. 해외여행 중에는 세계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호주오픈을 취재하기도 했다. 테니스코리아에 글을 쓰면서 그의 표현에 따르면 ‘사회적 생명’도 얻었다. “유명 동호인들을 인터뷰해 기사화하면서 재능 기부도 할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세상을 의미 있게 사는 법을 고민하며 사회에 재능을 기부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시작했다. 한 7년 됐다. 처음엔 중학생들에게 테니스를 지도했는데 학생들 얼굴은 안보이고 엉덩이만 보였다. 장난치느라 테니스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학생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서울 경기 지역에 거부하지 않는 대학은 다 가서 지도했다.” 대학생들은 잘 따라했다. 명문 서울대만 3번 갔다. 그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며 테니스를 치고 있어 기쁘단다. 그렇게 테니스를 치며 테니스활성화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22년째 화곡어머니테니스클럽을 후원하고 있는 (주)학산 비트로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비트로는 국내 순수 토종 스포츠 브랜드다. 송 씨는 비트로의 협찬을 받아 재능기부 때 학생들에게 각종 물품을 제공하고 대회도 공짜로 열어주고 있다. 재능 기부는 12명으로 구성된 ‘비트로팀’이란 이름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테니스를 함께 치던 남편을 갑자기 잃은 우한도 있었다. “2008년 독립문배 한마음 가족 테니스대외에서 남편과 함께 출전해 우승했다. 사실 우리는 예선 탈락했는데 패자조에서 우승을 하게 됐다. 패자조는 패한 사람끼리 다시 조를 짜서 하는 경기인데 남편과 호흡을 맞췄다. 힘들긴 했지만 40여개 우승 트로피 중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귀하게 모셔두고 있다. 그 대회 얼마 뒤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그 추억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테니스가 있어 아픔을 줄일 수 있었고 새로운 도전도 계속 할 수 있게 됐다. 2008년부터 친구와 매년 배낭을 메고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 최근엔 당구도 배우기 시작했다. “당구가 생활체육이 되면서 당구장이 건전해졌다. 당구는 여성 시니어들 사이에 치매예방으로 각광받는 스포츠가 됐다. 그런데 배우기가 만만치 않다. 테니스 보다 더 섬세한 운동이어서 애를 먹고 있다. 목표가 당구(4구) 300인데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구 400을 치는 아들이 듣더니 웃더라. 노안(시력) 때문에 아마도 힘들 거라고. 그러나 꾸준히 도전해 볼 생각이다. 테니스를 통해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배웠다. 맨 처음 아파트 동호회에서 최고, 구에서 최고, 서울에서 최고, 전국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결국 그렇게 됐다. 스포츠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면 결실을 가져다준다.” 송 씨는 요즘 손자 보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하지만 테니스를 절대 빼놓을 순 없다. “과거에는 우승을 위해 테니스를 쳤다면 지금은 건강을 위해 친다. 그 땐 모든 게 우승을 위해 스케줄을 짰다. 몸 관리도 철저하게 했다. 모든 것을 대회 출전에 맞췄다. 하지만 지금은 건강만을 위해 테니스를 친다. 건강해야 100세까지 즐겁게 살 수 있지 않나.” 테니스 라켓을 들고 코트로 들어서는 그의 얼굴에선 행복이란 두 글자를 느낄 수 있었다.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 발리, 스매싱…. 활기찬 그의 플레이 모습에서 환갑을 앞둔 나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한국빙상 사상 처음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피겨여왕’ 김연아는 선수생활 내내 고관절 부상으로 고생했다. 한 쪽으로만 점프를 하다보니 고관절이 틀어져 나타난 증상이었다. 그래서 균형을 잡기 위한 훈련에도 투자를 많이 했다. 골프를 비롯해 배드민턴, 테니스, 탁구를 즐기다 어깨나 허리, 팔 등이 아픈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한쪽을 많이 쓰는 편측운동(Unilateral Exercises)을 할 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문용어로 ‘편측운동에 의한 신체 부정렬’의 결과다. 한쪽을 많이 쓰다보니 한쪽만 발달하고 반대쪽이 부실해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우리 몸은 운동할 때 지면에서 90도로 서 있는 것을 기준으로 좌우로 대칭이 돼 있다. 운동역학적으로 이 대칭이 깨지면 한 쪽이 더 발달하고 한 쪽은 부실해지게 돼 부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매일 격하게 운동하지 않고 가끔 가볍게 하는 편측운동이라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마니아 수준으로 매일 한다면 통증을 동반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허리 측만, 어깨처짐 등 균형 읽은 신체가 될 수도 있다. 테니스의 경우 오른손잡이라면 공을 치기 위해 허리가 왼쪽으로 돌아야 하며 오른쪽 다리에 큰 힘이 들어가게 된다. 이를 계속 반복하게 되면 오른팔, 왼쪽 허리, 오른쪽 다리에 힘이 들어가게 되고 결과적으로 반대쪽인 왼팔과 오른쪽 허리, 왼 다리엔 힘이 덜 들어가게 된다. 결국 한쪽은 강해지고 한쪽은 약해지게 된다. 우리 몸은 움직일 때 한 부분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뼈와 관절 연결 고리로 움직인다. 이를 운동역학에선 ‘클로즈드 키네틱 체인(Closed Kinetic Chain)’이라고 한다. 풀어 쓰자면 폐쇄적 운동 사슬고리라고 할 수 있다. 다시 테니스로 돌아가면 오른팔로 포핸드 스트로크를 하려면 오른다리를 굴러주는 동작부터 시작해 왼쪽 허리는 돌려주는 동작, 그리고 어깨, 팔, 손목으로 힘이 이어지는 동작이 사슬처럼 함께 이어지는 것이다. 특정 운동을 잘하기 위해선 그 동작에 필요한 키네틱 체인이 조화롭게 움직여야 한다. 강력한 스트로크를 하기 위해서도 키네틱 체인이 중요하다. 보통 폼이 좋다는 표현은 키네틱 체인이 조화롭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빙상여제’ 이상화는 스타트에서 절대적인 ‘푸시오프(추진력을 얻기 위해 힘차게 박차고 나가는 힘)’를 극대화하기 위해 무릎과 히프, 발목으로 이어지는 키네틱 체인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최대의 힘을 낼 수 있는 훈련을 많이 한다. 선수마다 키네틱 체인의 최대 각도는 다르지만 무릎-히프-발목의 최대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한 번에 최고점에 이를 때 역학적 효율을 높여 폭발적 파워를 낼 수 있다. 무릎과 히프, 발목의 순서가 어긋난다든지, 불필요한 움직임이 나올 경우 파워가 떨어진다는 게 운동역학자들의 설명이다. 잘 되던 스트로크가 갑자기 안 되는 경우 키네틱 체인이 조화가 되지 않아서다. 키네틱 체인을 조화시키려면 다리, 허리, 팔이 따로 놀아선 안 된다. 물론 한쪽만 발달시켜도 안 된다. 김용권 교수(전주본병원 본스포츠재활센터 대표이사·전주대학교 운동처방학과 객원교수)는 “우리 몸은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편측운동의 경우 밸런스 운동으로 자주 쓰는 반대쪽도 사용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코어 운동을 하면 몸의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밸런스(Balance) 운동은 말 그대로 신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운동이다. 오른손잡이라면 왼손으로도 스윙을 하는 훈련을 해줘야 한다. 사선 운동도 필요하다. 복근운동을 할 때 한 번은 왼쪽 팔꿈치를 무릎에, 한 번은 오른쪽 팔꿈치를 무릎에 대는 식으로 번갈아 하는 것을 사선운동이라고 한다. 요즘 줄을 가지고 하는 사선 운동법이 많이 나와 있다. 현실적으로 오른쪽으로 스윙하는 골프선수가 왼쪽으로 스윙하는 훈련을 자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코어(Core·무릎부터 어깨까지·일명 파워존이라고 함)를 발달시키는 운동을 해줘야 한다. 코어가 안정이 되면 편측운동을 해도 몸의 균형이 크게 깨지지 않는다. 코어 운동은 대퇴부, 엉덩이, 흉부, 복부, 등배근 등 우리 몸의 ‘핵심이 되는 근육’인 코어 근육을 키워주는 운동이다. 코어 근육은 척추를 중심으로 허리와 골반 및 엉덩이와 허벅지 부위의 몸 깊숙한 곳에 자리한 ‘심부근육’을 말한다. 이러한 코어 근육을 강화시키면 우리 몸의 중심이 바로잡히고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코어 운동은 스쿼트와 벤치프레스, 복근 운동, 등배 운동 등이다. 플랭크(Plank) 운동도 코어 근육 향상에 좋다. 전면 플랭크, 교대 삼점 접촉 플랭크(Rotating Three-Point Plank), 교대 이점 접촉 플랭크(Rotating Two-Point Plank), 측면 플랭크 등 많다. 요즘 건강 운동법으로 뜨고 있는 필라테스에도 코어 근육을 키우는 방법이 많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오래전 유명 종합병원 스포츠재활센터 교수에게 들은 얘기다. 모 정형외과 교수가 허리가 아파서 고생하기에 ‘운동 요법을 활용해보라’고 했더니 ‘내가 정형외과 교수다. 내가 더 잘 안다’고 했단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재활센터에 왔단다. 의학적으로 큰 이상이 없는데 통증이 계속 됐기 때문이다. 정밀 진단을 해 특정 부위 근육을 키워주는 처방을 한 적이 있단다. 정형외과 교수는 운동요법으로 허리 통증이 가신 뒤 운동 마니아가 됐다고 한다. 물론 의학적으로 고쳐야 하는 게 있고 굳이 의학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게 있다. 그게 운동 요법이다. 물론 운동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증상과 그렇지 못한 증상은 있다. 운동요법은 한마디로 설명하면 특정 관절 주위의 근육을 강화시켜 통증의 원인을 없애는 것이다. 운동요법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리 몸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우리 몸은 크게 골격(뼈)과 관절, 근육으로 이뤄져 있다. 골격은 근육의 틀이다. 골격은 206개의 뼈로 이뤄져 있다. 골격에 붙어 있는 골격근은 골격과 함께 움직이면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것부터 공을 차고, 던지고, 라켓을 휘두르는 것까지 모든 동작을 가능케 한다. 또한 골격근은 몸을 지탱하고 자세를 유지해준다. 우리 몸의 골격근 수는 434개로 체중의 약 40~60%를 차지한다. 크고 작은 뼈는 움직일 때 지렛대 역할을 한다. 두 개의 뼈가 만나는 곳이 관절이다. 우리 몸엔 250개의 관절이 있다. 관절은 윤활제 구실을 하는 연골로 덮여있어 부드럽게 움직인다. 무릎은 가장 큰 관절이다. 팔꿈치와 마찬가지로 경첩관절로, 그 움직임이 경첩이 달린 문의 원리와 같이 한쪽 방향으로만 구부릴 수 있다. 근육은 힘줄에 의해 뼈에 붙어 있다. 중요한 것은 근육이 관절을 지나서 뼈에 붙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현수교(懸垂橋)의 케이블 구조와 같은 원리다. 만일 현수교의 한쪽 케이블이 다른 쪽에 비해 더 강하게 연결돼 있으면 현수교는 구부러져 결함이 생길 것이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다. 한쪽 근육과 다른 쪽 근육이 같은 힘을 가지고 균형을 이뤄야 한다. 한쪽의 근육이 다른 한쪽에 비해 더 강하다면 관절에 문제가 생긴다. 관절부위 통증이 오는 이유다. 허리 통증의 경우 대부분 퇴행성디스크에 의한 것이다. 급성과 만성이 있는데 급성은 운동하면 안 된다. 6개월 넘게 통증이 나타났다 없어졌다를 반복하는 만성인 경우엔 운동치료가 가능하다. 허리근육이 약화돼 퇴행성디스크가 된 경우다. 나이를 먹으면서 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럴 경우 운동으로 허리근육을 강화시켜주면 긴장해 있는 근육을 풀어주면서 동시에 그 근육을 강화시키게 된다. 근육이 힘을 얻으니 뼈와 뼈 사이를 탄탄하게 잡아줘 디스크가 더 이상 돌출되지 못하게 막아준다. 통증이 없어지는 이유다. 하지만 디스크가 40%이상 돌출된 경우에는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퇴행성관절염의 경우도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보면 된다. 특히 운동을 하면 근육에 있는 고유감각수용기(proprioceptive sensory nerve·근육 신경근방추와 힘줄에 있는 감각기관)가 활성화돼 그 주변 근육의 조화로운 운동을 가능하게 해준다. 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 근육도 쇠퇴하지만 고유감각수용기의 기능도 떨어져 주변 근육이 조화롭지 못해 관절 연골이 부딪히는 등 엇박자를 내기도 한다. 통증의 원인이다. 김용권 교수(전주본병원 본스포츠재활센터 대표이사·전주대학교 운동처방학과 객원교수)는 “운동을 하면 고유감각수용기가 활성화돼 주변 근육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조화롭게 발달하게 한다. 꼭 근육 운동이 아니라 가볍게 달리는 것만으로도 관절 주변 근육을 활성화시켜 통증을 줄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하면 관절 주위 근육을 강화시켜 각종 퇴행성 질환을 예방할 수도 있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사고 등 외부 충격 혹은 무리한 사용을 제외하고는 퇴행성 질환에서 자유롭다고 보면 된다. 운동을 하면 통증도 예방할 수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근육은 나이가 없습니다.” 최고령 아마추어 보디빌더 서영갑 씨에게 인터뷰 요청을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온 첫 인사였다. 호적엔 1937년 생으로 돼 있지만 실제론 1936년에 태어나 올해 만나이로 82세인 그는 “근육은 내게 만병통치약이다”라며 매일 근육을 키우고 있다. 그가 근육 키우기에 천착하는 이유가 있었다. 약 40년 전.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대학입시를 지도할 때 일이었다. “고3 영어 교사였는데 학부형들 성화가 대단했다. 학생들 성적 올리기 위해 새벽 출근하고 야간 수업까지 하고…. 격무에 시달린 데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밤 12시 넘어 동료 교사들과 막걸리도 마시는 생활을 수 십 년 했더니 갑자기 40대 초반에 허리와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학생들 입시를 책임지고 있어 큰일이다 싶어 병원과 한의원 등을 알아보다 우연히 ‘아령 운동법’을 시작하게 됐다.” 모 신문에 1963년 제5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변영태 전 국무총리(1969년 작고)의 건강관리법이 소개된 것을 읽은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변 총리께서는 국내외 어디로 출장을 가든 아령을 들고 다니면서 근육 운동으로 건강을 지켰다고 했다. 그 때부터 ‘운동이 살길이다’고 생각하고 따라하기 시작했다.” 바로 3kg짜리 아령 2개를 샀다. 당시 사람들이 즐겨하던 배드민턴이나 탁구, 테니스 등은 파트너가 있어야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아령운동은 틈나는 대로 혼자 하면 된다는 생각에 결정한 것이다. 학교에 매어 있으니 따로 시간을 내기도 어려웠다. “시간만 나면 아령을 들고 근육을 키웠다. 아령으로 못하는 운동이 없었다. 팔, 어깨, 등 등 상체 근육은 물론 아령을 들고 스쿼트와 런지 등을 해 하체 근육도 강화할 수 있었다. 한 2년을 했을까…. 거짓말같이 허리와 무릎의 통증이 사라졌다. ‘야! 이제야 살았다. 이게 특효약이구나’ 하고 운동에 더 매진했다. 그 아령으로 아직도 운동하고 있다. 그 아령은 우리 집의 가보다.” 그렇게 20여년을 혼자 훈련했다. 대구 달성고, 경북고, 경북여고, 대구고, 대구과학영재고를 거쳐 덕화여중 교장을 끝으로 1999년 8월 31일 정년퇴직하면서 본격적인 아마추어 보디빌더의 길로 접어들었다. “책을 보기는 했지만 나 혼자서만 했던 운동이었다. 어떻게 보면 비전문가로서 운동한 것이다. 정년퇴직으로 자유의 몸이 됐으니 체계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공부하면서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정년퇴직하고 4일 뒤 집 근처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하게 됐다. 관장에게 ‘60세 넘어서도 근육을 키울 수 있냐?’고 했더니 ‘잘 오셨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해 바로 등록했다.” 제대로 배우며 운동했더니 근육도 제대로 붙었다.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던 중 약 2개월 뒤 미스터대구 선발대회가 열린다는 공고를 보고 도전하게 됐다. “관장에게 이제 시작인데 대회에 출전해도 되겠느냐고 했더니 ‘옷 좀 벗어보세요’하고 하더라. 내 몸을 보더니 ‘운동을 열심히 하셔서 다른 데는 괜찮은데 배가 좀 나왔네요. 보디빌딩은 근육미를 자랑해야 하기 때문에 지방이 많으면 점수를 많이 받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래도 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했더니 경상도 말로 ‘바짝 쪼아봅시다’하며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켜줬다.” 그해 10월 대구시민회관에서 열린 미스터대구 선발 대회에 출전해 50세부에서 당당하게 우승했다. “50세부 이상은 없어 출전했는데 우승까지 하게 됐다. 그게 기폭제가 돼 19년째 운동을 하고 있다.” 최근까지 각종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해 무려 120회가 넘게 입상(3위 이내) 했다. 그는 피트니스센터에서 딱 4년 배우고 주로 혼자 운동하고 있다. 평생 살고 있는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단독주택을 그의 ‘헬스클럽’으로 꾸며 놓은 이유다. 2층은 각종 대회에 출전해 획득한 우승컵과 메달, 상장, 사진 등으로 꾸며놨고 지하는 각종 운동기구를 설치해 피트니스클럽처럼 만들었다. “집사람이 편한 아파트로 가자는 것을 내가 막았다. 틈나는 대로 훈련해야 하는데 아파트로 가면 아래 위 층에 소음이 들릴 수 있어 운동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근육 운동을 하면서 허리 무릎 통증도 사라졌지만 어느 순간 자신감도 얻었다. “난 다소 왜소한 체격이었다. 그런데 근육을 키우면서 자세도 좋아지고 힘이 세어지니까 당당해졌다. 내 또래 동기들을 보면 벌써 하늘나라로 간 친구도 있고, 누워 있는 친구도 있다. 모임에서 만나더라도 대부분 허리가 굽고 힘이 없어 지팡이를 짚고 있다. 자 봐라. 난 아직 아령을 쉽게 들어올리며 운동할 수 있지 않나. 하하하.” 서 씨에게 근육운동은 생활이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 약속 등 갑자기 일정이 생기면 움직이면서 운동을 한다. 먼저 2kg짜리 모래주머니를 양 발목에 찬다. 모래주머니를 차고 걸으면 하체근육은 물론 상체의 등 근육과 복근까지 키워준다. 집을 나갈 때가 있으면 항상 모래주머니를 찬다. 팔공산 등 등산 갈 때도 차고 다닌다. “모래주머니를 안 차고 나가면 몸이 붕붕 뜨는 느낌이 있어 더 불편하다”고 할 정도가 됐다. 모래주머니는 1995년부터 차고 다닌다. 하루 수십 km를 걸어도 전혀 힘들지 않단다. 운동을 못하는 날은 자전거 튜브를 들고 다니면서 상체 근육을 키운다. 그는 “튜브로 못하는 상체 운동은 없다”며 다양한 운동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난 지하철과 버스에서 앉아본 적이 없다. 칼프레이스(뒤꿈치 들기)를 하며 목적지까지 간다. 나이 들었다고 자리를 양보하면 ‘전 서서 가는 게 편합니다’고 정중하게 사양한다.” 그에게는 운동이 생활이고 생활이 운동이다. “운동은 생활이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다”고 말한다. 꼭 피트니스센터 등 특별한 장소에 가서 해야 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평상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 안 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 기구도 없다고 얘기한다. 핑계에 불과하다. 요즘 자기 체중으로 하는 운동법도 많이 나와 있다. 몸이 기구다. 방법만 알면 언제 어디서든 근육 운동을 즐길 수 있다.” 그는 최고령 보디빌더로 알려지면서 방송 출연도 많이 하는 등 ‘인기 스타’가 됐다. 정년퇴직하면서 각종 사석 모임에서 아령을 사서 돌리며 ‘근육 운동 홍보’에 힘썼던 서 씨는 ‘근육운동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체육과학연구원(현 스포츠정책개발원)에서 주최하는 지도자 교육 때 강사로 서는 등 각종 복지관과 노인정 등에서 ‘근육 운동의 장점’을 직접 보여주고 운동법도 알려주고 있다. 요즘에도 월 2~3회의 특별 강연 요청에 강사로 나서고 있다. 운동법을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 보디빌딩 강사 자격증도 땄다. 서 씨가 9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스파이더 얼티밋 챌린지에 도전했던 것도 ‘나도 하는데 여러분도 할 수 있다’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스파이더 얼티밋 챌린지는 허들 달리기부터 턱걸이, 팔굽혀펴기, 토스투바(Toes-to-bar·바를 두 손으로 잡은 채 두 발끝을 동시에 바에 닿게 하는 동작), 바터치버피(Bar-touch-burpee·두 손이 바에 닿도록 점프한 뒤 푸시업) 등 종목을 순서대로 실시하는 대회. 유산소 및 무산소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아주 힘든 경기다. 2분에서 3분간 하지만 젊은 선수들도 경기를 마친 뒤 오랫동안 숨을 몰아 쉴 정도로 강도가 세다. “대회 주최 측에서 참가하라고 했을 때 ‘내가 그걸 어떻게 하느냐’며 거절했다. 그랬더니 ‘다른 분들이 보고 희망을 주기 위해 꼭 나오셔야 합니다’고 끈질기게 부탁하기에 참가하게 됐다.” 서 씨는 이날 50대 이상 선수들이 겨루는 스페셜 매치에 최고령으로 참가했다. 7명 중 5위. “80세 넘어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만족한다. 우리 아이들도 ‘일부 종목에선 아버지가 가장 잘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부러워하면서도 따라 하는 사람은 적어 아쉽단다. 그러면서도 서 씨를 보면서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단다. “요즘 모임에 가면 그때 안 따라 한 것을 후회한다고 하는 친구들이 많다. 내가 근육운동을 권유한 사람 10명중 1, 2명만 따라했다. 그래도 그 1, 2명은 지금 건강하게 노년을 즐기고 있다.” 서 씨는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킨다.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했을 때부터 하루 한 시간 안팎 근육 운동을 하면 2일은 쉬었다. “과욕은 없다는 게 내 생활신조다. 주위에서 무거운 것을 들며 운동하면 더 무거운 것을 들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심리다. 하지만 그러다 잘 못될 수 있다. 난 근육 키우는 것을 즐기지 힘자랑하려고 근육을 키우는 것은 아니다.” 각종 책을 보면서 운동을 했는데 근육 형성은 ‘파괴의 메커니즘’이라고 설명돼 있었다. 근육 운동을 하면 근육이 미세하게 찢어지고 그 근육이 다시 회복하면서 굵어진다는 것이다. 피로하면 근육 형성에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해 꼭 하루 운동하면 2일은 휴식을 취하며 가볍게 걷기 등을 즐겼다. “난 먹는 것은 가리지 않는다. 엘리트 보디빌딩 선수들은 단백질 위주로 식사하기도 하지만 난 하루 밥 3공기 꼬박꼬박 먹고 제철 과일, 견과류, 각종 고기도 먹는다. 운동 열심히 하는데 못 먹으면 얼마나 불행한가. 건강과 행복이 목표다. 운동은 수단일 뿐이다. 운동이 목표가 되면 불행해진다.” 서 씨는 요즘도 각종 친목 모임에 참석해 막걸리 2병이나 맥주 3,4병까지 마실 정도로 활력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 서 씨는 외관상으로 20년은 젊게 보인다. 3년 전 모 방송사에 출연하게 돼 병원에서 신체나이를 알아봤는데 ‘40대의 신체’라는 결과가 나왔단다. “나이 들면서 병으로 방에 누워만 있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살아 있는 동안 건강해야 행복하지 않겠나? 난 아령을 들기 시작하면서 아파서 병원에 간 적이 없다. 비타민 등 영양제도 먹어본 적이 없다. 2년에 한번 국민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만 받고 있다.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난 현재 아주 건강하다. 근육이 있어 행복하다.” ‘로보캅’처럼 근육으로 무장한 탄탄한 그의 몸매에서는 보기만 해도 건강미가 물씬 풍긴다.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 앞에서 나이 듦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서 씨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아프리카 케냐 출신으로 최근 특별 귀화한 ‘한국인’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한국명 오주한·30·청양군청)가 풀뿌리 마라톤 발전을 위해 나선다. 에루페는 10월 28일 열리는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의 축제’ 2018 동아일보 공주백제마라톤에 출전할 계획이다. 에루페는 당초 10월 21일 열리는 2018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에서 귀화 후 첫 레이스만 펼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마라톤 열기를 더욱 되살리기 위해 ‘제2의 고향’ 충남 청양 근처에서 열리는 공주백제마라톤에도 출전할 것을 검토하게 됐다. 에루페는 자신을 발굴해 지도하고 있는 오창석 백석대 교수(56)의 성을 따 한국 이름을 지었고 오 교수의 고향인 청양을 본적으로 삼았다. 오 교수는 “최근 자전거 등 다양한 스포츠가 활성화되면서 마라톤 참여 인구가 줄고 있다는 얘기를 했더니 에루페가 ‘그럼 청양 근처 마라톤대회에 출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에루페는 오 교수의 도움으로 2015년 청양군청에 입단해 국내 실업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에루페는 경주에서 세계적인 건각들과 기록 단축 레이스를 펼치고 일주일 뒤 공주에서는 전국에서 온 마스터스 마라토너들과 함께 몸을 풀 듯 즐겁게 달릴 예정이다. 엘리트 선수의 경우 풀코스를 달린 뒤 최소 3개월은 풀코스 레이스를 쉬어야 한다. 그래서 에루페는 공주백제마라톤에서는 마스터스 마라토너들과 10km 코스를 달린다. 엘리트 선수들은 풀코스를 달린 뒤 천천히 산야를 달리는 크로스컨트리 등으로 회복 훈련을 한다. 해발 1900m 고지인 케냐의 엘도레트에서 맹훈련하고 있는 에루페는 10월 중순 입국해 대회 출전을 준비한다. 에루페는 유독 동아일보 주최 마라톤과 인연이 깊다. 서울국제마라톤에서만 4회 우승했다. 에루페는 2012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5분37초로 국내 대회를 통틀어 첫 2시간5분대 기록을 세웠고 2016년엔 대회 최고 기록이자 역시 국내 개최 대회 최고 기록인 2시간5분13초로 정상에 올랐다.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도 2011년 국내 대회 데뷔 우승한 것을 비롯해 2012년, 2015년 등 3회 정상에 올랐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