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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도사'가 삼성그룹 멘토들에게 강조하는 것은?한국 청년문제의 종착역은 취업이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취업준비를 한다. 취업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청년들이 취업 말고도 행복하고 편한 마음으로 다른 것에도 몰두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더 성장할까. 청년문제 전문가로 손꼽히는 신익태 씨(42)를 만났다. 신 씨는 '청년멘토' 단장으로 일하면서 페이스북 '신대장의 대학생활 노하우', 가입자 17만 명의 네이버 대학생 커뮤니티 '아웃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청년관련 강의도 하고 있다. -왜 청년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하는가?"청년들은 작은 관심과 조언으로도 큰 변화를 일으킨다. 투자효과가 크다. 그들의 엄청난 변화가 멘토링의 보람이다."-계기가 있다면…."10년 전 대학후배가 찾아와서 고민을 털어놓기에 잠자코 듣기만 했다. 해준 말도 없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후배가 '들어줘서 고맙다.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돈을 벌지 않더라도 청년들과 대화하고 힘을 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다니던 직장을 접고 국제YMCA의 대학생 프로그램 책임자로 옮겨 본격적으로 청년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신단장은 연세대 신방과를 졸업하고 LG애드에서 4년 간 근무했다.-'청년멘토'란 무엇이고 왜 만들었나?"대학생들이 중심이 된 재능 및 지식 나눔 NGO다. 올 3월에 발족했다. 현재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두 가지 이유로 만들었다. 첫째, 대학생들이 가진 재능과 지식을 무료로, 그것을 필요로 하는 같은 또래의 대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것은 청년멘토의 큰 특징이기도 하다. 대학은 대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본연의 임무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원하는 대부분의 정보는 높은 수준의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팀플(몇 명이 짝을 이뤄 공동의 과제를 수행하는 것)을 하는데 원하는 정보를 어디서 찾지? 교환학생을 가려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내게 유용한 대외활동은 무엇이지? 등등 소소한 정보에 대학생들은 목말라 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것들을 배우러 밖으로 나간다. 다른 데도 돈 쓸 때가 많은 대학생들이 사교육에 돈을 쓰게 해서는 안 된다. 28일 부산대에서 개최하는 마이크 솔류션이 한 예다.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강의를 한다. 강사는 전부 대학생들이고 150명이 참가 신청을 했는데 참가비는 상징적으로 1000원만 받는다. 참석자들은 전문가 뺨치는 대학생 프로츄어들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어갈 것이다. 둘째, 진로 및 취업교육을 대학생 스스로 해보자는데 목적이 있다. 청년멘토는 대학생 20명과 사회인 멘토들로 구성돼 있다. 대학생들은 강의 기획을 하고 사회인 멘토들은 실제 업무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멘티들에게 전달한다. 멘토 한명은 5명 정도의 멘티들에게 집중적인 멘토링을 한다. 각 대학은 취업센터나 취업 캠프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진로 및 취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다. 강사들의 수준이 높지 않다. 기업에서 대학에 가는 강사들의 경우 인사팀이 아닌 경우도 많고 실무자들은 거의 가지 않는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지방대학에는 가지도 않는다. 청년멘토는 기업의 실무 담당자들과 학생들을 소규모 맨토링을 통해 매칭시키고 있다. 효과가 클 것이다. 일례로 삼성 계열사의 마케팅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한 신입사원은 밖에 나가 활발히 마케팅 활동을 할줄 알고 입사했는데 하는 일은 하루 종일 엑셀만 돌리는 것이라며 입사 전에 알았다면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 현대차 SK 등 내로라하는 기업에 들어갔지만 업무 적성이 맞지 않아 퇴사하는 신입사원 비율이 엄청나다. 소규모 멘토링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다."-학생들에게 필요한 멘토링을 해준다는데 공감이 간다. 2011년부터 삼성그룹 멘토링 멘토 6000명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들에게 무엇을 강조하나?"멘토링의 시작은 듣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20대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얘기만 들어줘도 맨토링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공감해야 한다. 다음으론 지속적인 관계가 중요하다. 밥 한 번 먹고 가는 것은 간담회다. 30분을 만나더라도 자주 만나야 한다. 그래야 멘티의 성장과정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멘티와의 공감을 이룬 후 지식과 경험을 전달해야 한다. 처음 만났을 때 얘기하면 멘토가 아니라 강사다. 멘토들의 얘기는 인터넷에 다 있는 것들이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먼저 갔던 사람들이 애정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멘티들이 안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까지 '삼성멘토링'을 통해 11만명의 멘토와 멘티가 끈끈한 관계를 맺었다고 한다.-취업시즌이다. 그간의 경험으로 봤을 때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을 것도 같은데…."지원 분야에 대한 이해와 열정은 학교와 스펙을 이긴다. 하루라도 빨리, 가고자 하는 분야를 선택해서 지식과 경험을 쌓고 그것을 증명했을 때 기업은 그 사람을 뽑는다. 해당 분야의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은 지원한 분야에 열의와 지향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다."-기업들은 대학은 차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상위권 대학 출신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취업 시 고려해야 할 팁이 있다면?"상위권 대학 출신들은 주변의 기대에 부응한 취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 'SKY를 나왔으니 당연히 00기업은 가야지'란 말에 따랐다가 중간에 퇴사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경총 자료에 따르면 1년 내 신입사원 퇴사율이 25.6%에 이른다. 자기가 진짜 원하는 일과 직장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적어라. 그 리스트를 일정주기로 업데이트 하라'. 이 두 가지를 권하고 싶다. 중하위권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스펙을 갖추고 직무 전문성을 쌓는 일이다. 스펙이 다는 아니지만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스펙'을 갖춰야 한다. 이 스펙은 전공에 대한 전문성과 연관된다. 이공계의 경우 산학프로그램 참여, 전문연구소 커리어가 자신을 증명할 수 있지만 인문계의 경우는 또 다르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경험을 쌓아야 한다. 대학에서 제공하는 해외 대학과의 교류 프로그램과 글로벌 인턴 프로그램을 이용해 바깥세상을 경험하고 해외봉사 활동에도 참여하라고 권하고 싶다. 시야가 넓어질 것이다. 세상에 많은 기회가 있음을 아는 게 중요하다. 다수의 학생들이 약간의 패배감을 갖고 있지만 시야가 넓어짐으로써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학생들이 취업에 매달리고 그것도 안정적인 직업에만 몰린다. 취업 말고 다른 길도 있을 것 같은데…."창업을 권하고 싶다. 지금처럼 창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때가 없었다.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미래창조과학부 등등 많은 부처에서 청년창업을 뒷받침하는 제도를 운영중이다. 창업지원금도 쏠쏠해 500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1억원까지 있다. 어린 나이에 창업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고, 설사 실패했더라도 그 경험은 기업에 지원할 때 높은 평가를 받는다."신익태 씨는 '청년멘토'를 통해 대학생들이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그는 학생들을 조금만 도와주면 학벌이 좋지 않아도, 많은 돈을 쓰지 않아도 원하는 일을 이룰 것이라 믿는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청년들을 후원해주고 격려해주는 문화는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여긴다. 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수능시험 과목 중 수학만큼이나 호불호가 갈리는 과목도 없을 것이다. 수학이 대학의 당락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비중도 크다. 수학자 대부분은 '수학은 알고 보면 참 재미있는 학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수학은 골치 아프고 어려운 과목'이라고 말한다. 둘 사이에 괴리가 크다. 우리는 수학 덕에 편리하게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층 빌딩도 자동차도 비행기도 그 탄생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것은 수학이었다. 가로 세로 비율이 1:1.414인 금강비는 a4용지에 적용됐고 석굴암과 그 안에 모셔진 본존 부처와 부석사 무량수전의 바닥 면적이 금강비에 맞춰진 것도 어찌 보면 '수학적 산물'이다. 수학을 포기한 '수포자'의 속출은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한 입시용 수학 달인만 양산하고 자칫하면 계층을 가르는 과목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수학을 친근하게 느끼도록 해야 할 절실한 이유다. 아무리 수학이 재미있다고 주장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렵게 생각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르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세계수학자 대회의 주제는 '나눔으로 희망이 되는 축제'였다. 수학자들이 말하는 나눔이란 무엇일까? 수학의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이 알려주고자 하는 마음은 아니었을까. 긍정적인 것은 대학에서도 이런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7월 말 우석대 수학교육과가 진천캠퍼스에서 개최한 '보재 이상설 선생 숭모 수학캠프'도 학과가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왔던 '재미있는 수학' 알리기 중의 하나였다. 수학교육과 안승철 교수는 "중학생 대상의 수학캠프였는데, 놀이와 게임을 통해 수학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체득하는데 목적을 뒀다. 그동안 수학은 변별력이 좋다는 이유로 아이들 등수 매기는 과목으로만 여겨져 수학의 진면목이 가려져 있었다. 참가했던 아이들이 '수학이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다' '수학자가 되고 싶다'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고 했다. 1박 2일간의 캠프를 이끈 강사들은 전부 수학교육과 학생들이었다. 안 교수를 도와 강사로 참가했던 수학교육과 4학년 나찬열 씨(25)의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수열의 개념이 들어간 보드게임을 했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원리를 몰라 번번이 졌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수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난 뒤에는 강사들을 이겼다. 만약 교실에서 칠판에 수학공식을 적어놓고 설명했더라면 수학을 이렇게 즐겁게 배우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 씨는 교육봉사 동아리 '수학여행' 대표도 맡아 재미있는 수학 알리기에 열심이다. '수학여행' 멤버들은 수학재능기부를 더 잘하기 위해 각종 수학체험단 행사에 틈나는 대로 참석해 새로운 트렌드를 익히고, 교보재도 직접 만든다. '수학여행'은 그간의 체험활동과 교육기부에 대한 평가를 인정받아 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부터 우수 동아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2학년 과목인 '수학교육론'은 수학을 쉽게 전파하기 위한 수학교육과 교수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사례. 보통 대학 수학 강의실에서 교구재를 사용하는 일은 드물지만, 과목 담당인 안승철 교수는 "학생들이 나중에 수학교사가 됐을 때 중·고등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르치는 게 좋다고 생각해 다양한 교구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학과의 또 다른 교육봉사 동아리인 '트리비얼'의 대표인 3학년 최현기 씨(27)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수학교사가 되면 '수포자'가 늘어나는 걸 막고 싶다. 수학이 모든 아이들에게 놀이로 다가갈 수 있도록 교수님들이 신경을 쓰시는 게 느껴진다. 그것을 바탕으로 동아리 멤버들끼리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수학을 가르칠 수 있을지 연구한다." '교육약자를 위한 교사 양성'이 우석대 수학교육과의 최종 목표다. 쉬운 수학에 대한 고민이 교육약자를 위한 것이라면 교사 양성은 임용고시 합격을 위한 학과의 노력이다. 두 가지 목표를 이루려는 전략의 핵심은 평준화와 집중화다. 평준화 일환으로 교수들은 수학교육과에 입학한 문과 출신 학생들을 위해 이과 수학을 강의한다. 입학 첫 학기에 일주일에 두 번 방과 후 저녁시간에 '기초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2학기 수업을 받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 미적분학 F학점 비율이 50% 이상 감소한다고 한다. 교수들은 또 학생들이 스스로 구성한 스터디 모임도 지도하고 있다.집중화의 대표적인 예는 학교의 장수군 소재 연수원에서 실시하는 '9박 10일간의 집중 세미나'. 1997년부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교수와 학생들이 한데 어울려 특강과 세미나로 하루를 보낸다. 임용시험을 앞둔 4학년 학생들과 임용고시 재수생들이 공부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에 수학교육과 임용고시 합격자 대부분은 이 프로그램 출신들이라고.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의 임용고시 합격률이 평균 합격률보다 배 정도 높은 35~40%에 달해 더 많은 합격생을 낼 방안을 강구 중이다. 만약 우석대 수학교육과의 임용고시 합격률이 40% 수준에 이른다면 수도권의 대학들과 견줘도 손색없는 성적이다. 또 3.5년 정도 되는 임용고시 합격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우석대 수학교육과의 바람처럼 쉬운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교단에 많이 선다면 '수포자'란 단어는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수포자였던 한 사람으로서 수학교육과의 도전을 응원하고 싶다.전주=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한 학과에서 80쌍의 부부가 탄생한 연유는?현재 한 돈짜리 금반지 공임은 8000원으로 20년 전에 비해 오히려 2000원이 싸졌다. 다른 물가는 몇 배나 올랐는데 금반지 공임은 거꾸로 내려갔다. 한국 귀금속 디자인의 현주소다. 일반인들에게 금과 다이아몬드는 무게와 크기만이 관심이지 디자인은 뒷전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한국의 귀금속 디자인은 '단순 작업'으로 평가절하돼 몇 십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소품종 대량생산 위주의 한국의 귀금속 산업을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바꾸는데 꼭 필요한 전제 조건은 디자인이다. 디자인이 변하지 않으면 한국의 귀금속은 '가락지'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귀금속과 보석에도 '한류디자인'이 나올 때가 됐다. 원광대 귀금속보석공예학과의 변신을 주목하는 이유다.원광대 귀금속보석공예학과는 1978년 학과가 생긴 이래 요즘 가장 의미 있는 도전을 시도 중이다. 기능위주의 수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디자인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바꾸는 게 골자.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시대흐름을 반영한 결과다. 창의적 디자인의 귀금속만이 시장에서 통하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상식에 속한다. 학과가 갖추고 있는 인프라는 전국 최고 수준. 미대에 속해 있는데도 5층짜리 단독 건물을 학과 단독으로 사용 중이다. 이 안에는 각 학년이 쓸 수 있는 다양한 실습실과 모든 귀금속을 가공하고 디자인할 수 있는 기자재들이 완벽하게 구비돼 있다. 좋은 시설은 부부의 인연을 맺어주는 산실이기도 하다. 실습실에서 오랜 시간 함께 과제에 몰두하다보니 부부의 연을 맺은 커플이 이 학과에서만 무려 80쌍이나 나왔다. 학과가 변화에 나선 이유는 기능 위주의 기존 교육으로는 창의적인 디자인이 가능한 인재를 공급할 수 없다고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학과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곳은 이탈리아 리치몬드 그룹의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Creative Academy)'다. 리치몬드 그룹은 까르띠에, 피아제, 몽블랑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20여 개를 거느리고 있다. 이 그룹은 2004년 디자인 사관학교인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를 설립해 디자이너들에게 독창적인 교육을 시킨 뒤 계열사로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원광대 귀금속보석공예학과의 변신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고승근 교수는 "귀금속보석공예학과가 지향하고 있는 디자인 중심 교육은 인문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즉 지성 감성 인성의 가치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재발견하고 이를 창의적 사고의 자양분으로 삼아 인간중심의 주얼리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기르겠다는 것. 한마디로 '인문융합 창의 디자인'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학과의 새로운 시도는 최근 교육부 선정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에 선정됨으로써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5년간 매년 3억 원씩 받는 지원금을 더 좋은 시설을 만들고 더 우수한 교원을 채용하는 데 쓸 예정이다.학과는 2014학년도 2학기부터 교과과정의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다. 개설된 38개 학과목 중 내년까지 18개를 개편하고 그 과목들 전부를 디자인 실기와 연관시킬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스토리텔링 디자인, 인포그래픽 디자인, 리테일링 디자인, 상상과 표현, 상상과 발상 등의 교과목을 정식 커리큘럼 안에 포함시켜 학생들의 창의성을 자극하겠다는 것이다. 학과에는 이미 변화를 상징하는 과목이 일부 개설돼 있기도 하다. 1학년 학생들이 듣는 기본전공 과목인 '기초조형'이 바로 그것. 담당인 장진희 외래교수는 "'디자이너는 왜 이런 디자인을 했는가?'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만의 '디자인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상상력을 디자인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예를 들자면 움직이는 고양이를 보고도 학생마다 감정이 다를 것이다. 그 다른 감정을 디자인으로 표현하도록 학생들을 유도한다. 신문기사를 가져와 디자인하라는 과제도 내주는데 처음에는 학생들이 따라오기 힘들어하다가 나중에는 자신들의 독창성에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학과의 최종 목표는 디자인을 징검다리 삼아 창업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학생들을 카피 위주의 주얼리산업에 취직시키는 것보다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학생과 산업발전에 모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학과 4학년인 최연철 씨(26)는 이렇게 말한다. "과에 들어와 귀금속 디자인과 가공 감별 등 기초부터 심화과정까지 주얼리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다. 정교수들뿐 아니라 15명의 외래교수들도 실력파여서 현장 실무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디자인 중심의 교육이 좋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사극에서 쓰는 주얼리를 만드는 방송국 미술팀에 들어가고 싶다. 창업도 물론 고려 중이다."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시장에 나간다면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가. 주얼리 시장의 부가가치가 높아지면서 그 과실을 누릴 수 있고, 시장 규모도 키울 수 있다고 고승근 교수는 지적한다.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 원석 값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1000만 원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세팅, 즉 디자인이 끝난 후 그 차이는 배로 벌어진다. 티파니에서 디자인한 반지는 2000만 원인데, 한국에서 디자인한 것은 1100만 원에 불과하다. 디자인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디자인 수준에 따라 같은 재료를 사용한 귀금속 가격이 15배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이 학과 출신으로 주얼리 중견 업체인 '듀봉주얼리'를 운영하며 패션 주얼리 과목을 강의하는 김두봉 외래교수는 "2010년부터 보석 소비자들이 디자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개인별 맞춤형 보석디자인이 필요한 시대로까지 왔다. 귀금속보석공예학과의 디자인 중심 교육을 받고 나온 학생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디자인을 중심으로 변신하려는 학과의 시도를 지지했다. 원광대 귀금속보석공예학과의 도전은 '누에의 허물벗기'에 비견할 만하다. 아직도 몇 번이나 변신을 꾀해야 할 것이다.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고 교수는 말한다. "학과 경쟁력을 갖추면 좋은 학생이 지원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좋은 교수들을 확보할 수 있고, 좋은 교수들에게 좋은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구축하고 싶은 '선순환 사이클'이다." 익산=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전북대 공공인재학부는 2013년 자율전공학부에서 이름을 바꿔달았다. 이 학부를 전북대의 간판으로 육성하겠다는 서거석 총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공공인재학부는 삼정(三鼎)을 연상케 할만한 튼튼한 세 기둥이 떠받치고 있다. 첫째는 대학본부의 전폭적인 지원이고, 둘째는 특화한 교육 시스템, 셋째는 정부의 지방대학 육성 의지이다. 공공인재학부는 여느 대학과는 달리 대학본부 직속이다. 본부 직속의 혜택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장학금. 다른 단과대학은 장학금 수혜대상이 단위별 모집 인원의 5%로 제한돼 있지만 공공인재학부만큼은 예외다. 장학금 수혜 기준만 충족하면 인원제한 없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수능 성적 반영영역 중 세 과목 이상이 1등급이면 4년간 등록금 면제, 학기당 200만 원 지급, 생활관(기숙사) 8학기 무료인 1종 장학금을 준다. 2종 장학금은 반영영역 3과목 중 2개가 1등급 이상으로 등록금 면제, 매학기 100만 원 지급, 생활관 1년 무료 혜택을 받는다. 3종 장학금은 2과목이 2등급 이상으로 8학기 등록금을 면제해준다. 세 종류의 장학금은 매학기 A0학점을 유지하면 받을 수 있다. 또 학교 발전지원재단은 학기당 90만~100만 원씩 지급하는 1, 2개의 장학금을 이 학부에 배정한다. 2014년 현재 9명이 다양한 장학금을 받고 있다. 대학관계자들은 공공인재학부의 풍부한 장학금이 수능시험에서 3과목 이상 1등급을 받은 상위권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 특징으로 공공인재학부생은 로스쿨과 행정고시에 유리하도록 짜여진 특화된 커리큘럼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허강무 교수(공공인재학부 학부장)는 "기초 교양과정에 강점이 있는 전북대의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1학년 때는 영어를 중점적으로 배우고, 2학년 이후부터는 로스쿨과 행정고시 관련 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법학은 로스쿨 교수, 행정학은 행정학과 교수, 경제학은 경제학과 교수가 공공인재학부생들을 위해 강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졸업학점 130학점 중 24학점 이내에서 계열 구분 없이 모든 교과목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시스템은 고시가 적성에 맞지 않는 학생들과 의학전문대학원 등 다른 진로를 찾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라고 설명한다. 학부생들은 1학년 때부터 로스쿨과 국가고시 준비생을 위한 '우림인재등용관'의 개별좌석도 365일 이용할 수 있다. 14학번 신입생 50명 전원은 지난 여름방학 때 내년 2월의 행정고시 1차 시험 응시자격인 토익 700점, 한국사 능력시험 2급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 '행정고시 무한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의 특징은 목표 공유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 주승현 씨(20)는 "대학에서 처음 맞는 여름방학이었지만 행정고시라는 꿈의 실현을 위해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허 학부장은 1학년 때부터 행정고시를 목표로 다양한 커리큘럼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고3 때 열심히 공부하던 습관을 대학에서도 그대로 유지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의 지방대학 육성의지 또한 공공인재학부의 미래에 플러스요인이다.7월 29일 공포 시행된 '지방대학육성법'은 공무원 채용 시 국가와 지자체는 일정비율 이상은 지역인재로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은 로스쿨 입학과 행정고시 합격을 목표로 하는 공공인재학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7급 공무원 시험도 지방대학출신 합격자가 20% 미만일 경우 일정점수 이하의 인원에서 추가로 합격시켜야 하며, 지방대학 로스쿨도 약 20% 정도를 해당 지역대학 출신 학생들로 선발해야 한다. 이 같은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는 공공인재학부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허 학부장은 "정부의 지방대학 육성의지가 각종 제도로 뒷받침되면서 '수도권은 고시, 지방은 9급 공무원'이란 이분법을 깰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며 공공인재학부의 선전을 다짐했다. 교수들의 각오는 학생들에게 이미 충분히 전해진 듯했다. 유보은 씨(공공인재학부 1년)는 "고교시절부터 행시합격을 꿈꿨다. 비록 입학한 지 채 1년이 안됐지만 학부의 체계적인 지원으로 막연하게 느껴졌던 행시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준비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친구들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대학평가 담당자들은 지난 20년간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대학 중 하나로 전북대를 꼽는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매번 열정적인 도전을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도전의 역사를 이번에는 공공인재학부가 이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전주=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법의학은 사회적 건강을 평가한다. 한 사람이 죽음에 이르렀다면 그 죽음이 자기 의사에 반한 것인지, 사회구조적으로 예방 가능했는지, 인권 침해를 받았는지를 규명해 사회구조를 개선하고 억울한 죽음의 재발방지에 기여한다." 이호 전북대 의학전문대학원 법의학교실 교수는 법의학은 사인 규명을 넘어 사회발전과 인권 향상에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이 교수는 서구의 의과대학 해부학 교실에 써 있는 '망자가 산자를 가르친다(mortui vivos docent·모투이 비보스 도슨트)'란 말을 법의학 강의실에 붙여놓고 싶어 한다. 법의학의 사회 기여가 크기 때문이다. "법의학은 죽음으로부터 배우는 학문이다. 제대로 된 법의학은 죽음의 원인을 찾아내기도 하지만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가를 규명하는데 더 비중을 둔다. 개인적인 실수로 인한 죽음도 사회적 시스템의 미비 탓에 발생한 것일 수도 있기에 철저하게 '어떻게' 죽었는가를 밝혀내 더이상의 억울한 죽음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한다." 이 교수는 호주에서 쓰레기차가 후진기어를 넣을 때 소리가 나도록 법을 제정한 것을 예로 들었다. "쓰레기차가 후진하면서 차에 깔리는 사망사고가 빈번히 일어났다. 처음에는 운전자의 개인적인 실수라고 생각했지만 계속 같은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에 쓰레기차가 후진할 때는 큰 소리가 나도록 법을 만들어 운전자와 주위 사람들에게 주의를 환기시켜 같은 죽음을 막았다."이 교수는 한국처럼 죽음을 범죄 연관성에서만 바라보면 죽음 뒤에 가려진 더 큰 것을 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공사장에서 목격자가 있는 가운데 인부가 발을 헛디뎌 추락사한 사건이 일어났다면 한국에서는 범죄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부검을 하지 않는다. 건축주만 안전관리 미비로 형사입건하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영국이나 미국 등은 왜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에 대한 자세한 조사를 한다. 개인적인 병력, 습관, 작업환경 등등을 세밀히 조사해서 작업자가 현장에 근무할 때 최적의 몸 상태로 근무할 수 있게 해 부주의나 피로로 인한 사고까지도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드는데 법의학이 역할을 한다."즉 한국에서는 범죄 연관성이 의심될 경우만 부검을 하는데 비해 영미법 체계를 적용하는 나라에서는 어떤 사망이든 검시관이 검시와 부검을 통해 '어떻게' 사망에 이르렀는가를 체계적으로 조사해 사회시스템 보완의 기초로 삼는다는 것. 또 이들 나라에서는 '죽음의 과정'을 주목하는 법의학이 사법시스템 안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기에 만약 그 나라에서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다면 사망의 원인은 물론이고 사망에 이르게 된 사회적인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몇 년이 걸리더라도 계속했을 것이라고. 이 교수는 2007년 호주 연수 당시 경비행기가 추락해 2명이 숨진 사건을 4년째 검시법원에서 다루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한다. 청문회처럼 열리는 법정에서 판사가 사망원인 확증을 위해 비행기 제작사와 운항사를 참석시켜 그들의 논리를 세세히 따지고, 결국에는 사망원인에 관계된 시스템의 개선을 위한 입법을 제안하는 것으로 심리를 마치는 걸 보고 부러움을 느꼈다는 것. 미국의 경우 2006년 CDC(질병종합센터) 통계에 따르면 51개 주 중 22개주에서 법의관 제도(Medical Examine)를, 11개주에서는 검시관(Coroner)제도를, 18개주에서는 이 두 제도를 혼용해 쓰고 있다고 한다. 법의관은 사망의 원인뿐 아니라 사망의 종류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데 법의관은 선출위원회에서 엄격한 자격기준에 의해 선출돼 주지사가 임명한다. 변사 사건의 경우 반드시 법의관에게 통보하고 법의관은 독자적으로 사후검사를 실시해 범죄와 관련된 경우는 경찰에 통보한다(문국진, 죽은 자의 권리를 말하다, 글로세움, 43p). 영국 역시 1887년 검시관 관계법(Coroner's Act)을 만들어 검시란 '사회적 이익을 위해 사망을 조사하는 것'(같은 책 39p)이라고 명문화하고, 여기서 얻게 되는 자료를 사회발전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길을 텄다. 이 교수는 우리보다 못 사는 파키스탄, 인도 등도 영국 사법체계의 영향을 받아 한국보다 나은 검시 시스템을 갖고 있다며 한국은 '법의학 후진국'이라고 말한다.한국 법의학의 후진성은 법의학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시스템과 인프라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법의학자들은 죽음을 통해서 얻는 각종 정보가 사회시스템의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정치권과 국민 정서 때문에 선진적인 검시제도를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제도의 부재는 의대교육에서 법의학 교육의 미비를 불러오고 이것은 법의학 전문의의 절대 부족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마디로 한국의 법의학은 인프라가 없는 실정. 41개 의대 중에서 법의학 교실을 개설한 대학은 12개에 불과하다(같은 책, 32P). 또 의사국가고시에 법의학 과목이 없기 때문에 관심 있는 의대생만 과목을 수강할 뿐이다. 이러다 보니 12만 명의 현역의사(의대생, 의전원생 포함. 2014년 기준) 중 법의학자의 비율은 0.004%인 48명뿐이다. 이 안에는 6명의 은퇴 법의학자도 포함돼 있는데 이들이 한해 평균 3500~4000구의 범죄 연관성 시신을 부검한다. 일반 의사도 검시에 참여하기는 하지만 유병언 변사 사건에서 보듯 정밀한 검시는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만약 미국 영국 등과 같이 변사자를 무조건 부검해야 한다면 한국의 법의학자들은 1년 내내 하루 종일 부검에 매달린다 해도 전부 끝내지 못할 판이다. 그래서 한국 최초의 법의학자 문국진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이렇게 주장한다. "한국은 의료분쟁, 교통사고, 대량재해, 보험관련 사건, 뇌사자로부터 장기이식, 독거고령자의 이상사체 증가 등 그 사인을 정확히 구명해야할 시체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범죄수사를 위한 사법검시만으로는 사회 환경의 변화나 국민의 권리 옹호를 위한 사인구명은 묵과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사법 및 행정검시 모두가 가능한 검시만을 전담하는 전문직 검시체계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 교수를 비롯한 법의학자들은 사명감 하나로 시신과 씨름하고 일반의사에 비해 낮은 보수를 견디며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호 교수는 전남대 조선대 법의학자들 4명과 함께 올 4월 22일부터 5월 초까지 팽목항에 내려가 국과수 법의학자들과 세월호 희생자들의 검시를 맡았다. 이들이 약 2주 동안 검시한 시체 190구는 대부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었다. 이 교수는 팽목항에 내려간 이유를 "어느 시점이 되면 시신이 다량으로 올라올 텐데 법의학자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신들이 대기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 침몰 후 정부가 한 명도 구조를 못해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국과수의 검시도 시비의 대상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스스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사망자 294명 실종자 10명(9월 11일 현재)의 대량 인명손실을 불러왔던 세월호 침몰과 같은 대형 사고를 피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개선해야 할까? 모든 국민들이 다시는 세월호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지만 누구하나 무엇을 어떻게 하자고 나서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시스템이 변하지 않으면 누구든지 다시 억울한 죽음을 맞을 수 있다. 50년 넘게 지속된 적폐의 해소를 통한 국가개조도 중요하지만 그 첫 단추는 무엇인가. 제대로 된 법의학 시스템이 처음이 되면 안 될까. 전주=이종승 전문기자 (동아일보 대학세상.www.daese.cc)}

소크라테스가 철학자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학을 나온 사람이라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 더해 칸트, 데카르트가 서양철학사에 큰 획을 그은 철학자라는 것, 공자 맹자 노자 장자의 사상이 동양철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것쯤은 안다. 대학에 들어가면 누구나 듣게 돼 있는 '철학개론' 덕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철학에 대한 인식은 거기까지다. 기자를 포함해 대부분은 철학이 삶에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한데, 너무 어려운 것 같아 포기했다고 말한다. 한국에는 지금 '문사철'로 대표되는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지만 이것 역시 지금껏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게 해주고,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게 해주지 않으면 한때의 바람에 그치고 말 가능성이 높다. 철학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요즘 마음이 더 무겁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철학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면서 철학을 외면하면 뭔가 유행에 뒤처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사회 분위기와는 달리 대학에서 철학과의 인기는 그리 높지 않다. 철학과를 나오면 취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강대의 경우는 다르다. 철학 강의는 학생들에게 인기도 높고 재미도 있다. 1학기 서강대 국제인문학부 철학과가 개설한 철학전공 과목 중에서 논리학 개론을 들은 학생은 타 전공 수강자가 철학전공 학생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철학전공 학생은 38명이었는데 비전공 학생은 138명이나 됐다. 뿐만 아니다. 14개 철학전공 과목 중 플라톤철학, 선진·한철학사 등도 비전공학생이 철학전공 학생보다 더 많이 수강했다. 그 어렵다는 미학개론 수강생도 비전공 학생이 23명(전공 30명)이나 됐다.취업에 도움이 안 된다고 외면 받으며 구조조정 1순위에 꼽히는 철학과목이 왜 서강대에서는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일까. 서강대만의 현상인가, 아니면 '철학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신호인가.철학과 학과장인 최진석 교수는 유독 논리학에 학생들이 몰린 것은 로스쿨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철학은 언어와 논리를 다루는 학문이기에 로스쿨 입학할 때도 도움이 되고 입학해서도 법을 배우는데 유리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몰렸고 특히 LEET(법학적성시험)에 논술 과목이 들어있는 것이 타 전공 학생이 철학과의 논리학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는 것.논리학이 아닌 다른 철학 전공과목에 타 전공 학생들이 몰린 것은 '철학적 관심' 때문이라고 최 교수는 말한다. "현대의 특징은 자기주도성이다. 박제된 지식과 경험으로는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없다는 걸 학생들이 느끼기 시작했다.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는 자신만의 정체성 확립 여부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 미학에 대한 관심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무엇을 만드는가가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 만든 것의 아름다움을 따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집단이 주도권을 갖는 시대는 정형화된 틀을 요구하지만 개별이 주도권을 가질 때는 나의 삶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삶에 관심을 두게 된다."학생들이 철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서강대의 독특한 다전공 제도와 철학과의 변화도 영향을 줬다. 서강대는 3학년 이상부터 다전공이 가능한데 철학과 139명 중 106명이 다전공을 하고 있고, 그중 15명은 3개를 전공하고 있다. 2013학년도 기준으로 철학과 학생의 89%가 다전공 중이며 최근 5년 평균 82% 이상이 다전공을 이수했다. 철학과 학생들은 주로 경영, 경제, 신문방송, 심리 등을 다전공하고 있는데 취업도 고려하면서 철학을 바탕 삼아 관심 있는 다른 학문을 심층적으로 공부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경영학을 복수전공 중인 철학과 4학년 정혜린 씨의 말. "철학은 따지고 가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데 어떤 기획이 아이디어만 늘어놓은 것인지, 아니면 확실한 논리에 근거한 것인지를 판별하는데 철학적 훈련이 도움이 된다." 정 씨는 또 "철학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생각보다는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물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고 덧붙인다. 다전공 제도는 수능 성적기준 최고수준의 학생이 입학하는 국제인문학부에서 철학을 전공으로 선택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철학전공 재적생은 2014년 현재 200명에 달한다. 이는 40명의 학과 정원 때보다 오히려 많은 숫자다. 철학과의 변화는 서강대 학풍을 바탕으로 삼으면서도 새로움을 추구한 교수들의 노력의 산물이다. 강영안 교수는 학생들이 철학에 대해 호의를 갖게 된 이유를 "2005, 2006년을 기점으로 철학과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원어로 철학을 공부한 실력 있는 교수들이 대거 임용됐는데 이들의 합류로 서양철학 동양철학 종교철학 미학 등 철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커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서강대가 예수회 전통의 형이상학적 실재를 추구하면서도 가톨릭 철학만을 고집하지 않고 철학적 다양성을 허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교수들이 공부한 지역도 세계에 골고루 분포돼 있어 상이한 문화적 배경에서 나온 철학을 제대로 전할 수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교수들이 철학하는 방법과 그 필요성을 설명했지 철학 지식을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강 교수는 "칸트 데카르트 공자 노자 등 유명 철학자의 말을 다른 사람이 해석한 책으로 철학적 지식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어떤 문제든 막다른 골목에 이를 때까지 질문하고 답할 수 있도록 철학적 훈련기회를 제공하는 게 올바른 철학교육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철학을 학생들에게 '통조림'이 아닌 '생으로' 느끼게 하기 위해 언어적 능력을 요구하는 것도 철학과의 특징이다. 최 교수는 노장철학 강의 시간에 중국말로 텍스트를 읽고 강 교수 또한 일년에 한 번 정도 철학원서를 텍스트로 삼는 강의를 개설하고 있다.최진석 교수는 철학과의 미래비전이 "철학을 이해, 연구, 공부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철학적 시선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절어있는' 상태로 들어오기 때문에 아직 여건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는 철학교육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투영되기 위해서는 철학교육도 교육이지만 '철학적 사유'가 통용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한데 우리사회가 아직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다음에 계속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6:4 vs 2:8.어떤 비율일까? 6:4는 한국대학의 인문계 대 자연계 재학생 비율이고 2:8은 2013년 삼성그룹이 채용한 대졸 신입사원의 인문계 대 자연계 출신 비율이다. 이 수치는 대학과 기업간의 미스매치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대학이 인문 사회계 중심의 교육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미스매치는 점점 심화할 것이다. 대학이 기업의 요구에 따라 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초 학문도 필요하다. 그러나 기업이 시대의 흐름을 가장 빨리 반영하고 있는 집단임을 고려한다면 대학도 기업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기술 한국을 이끌어왔던 반도체, 조선 등의 블루오션은 후발국의 맹추격으로 1등자리가 위태롭다. 현재 많은 한국기업들이 매달리고 있는 단순 조립의 저부가치 산업구조로는 한국경제를 지탱하기 힘들다. 기업은 기업대로, 대학은 대학대로 절체절명의 변화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미래는 고부가가치 유발사업과 하이테크 산업에 꼭 필요한 신소재를 개발하는 기업만이 살아남고, 그런 첨단기업들에게 인재를 공급하는 학과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대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과 대학이 미래를 선점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동국대 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과의 개설과 성장은 그런 점에서 한국 대학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국대 역시 6:4의 인문사회계 대 자연계 학생의 비율을 2008년부터 5:5로 맞추기 위해 구조조정에 시동을 걸었다. 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과도 그래서 만들었고 이 학과의 성패는 시대흐름을 수용한 교육이 대학에서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 같다.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과는 2013년 40명의 신입생으로 문을 열었다. 교수진은 전임교수 5명과 외국인 겸임교원 2명. 교수의 평균 연령은 38.8세로 신설학과임을 감안하더라도 전국 대학 중 가장 젊다고 할 수 있다. 학과장 노용영 교수는 "미래 산업에 필수이자 신소재 산업의 기초가 되는 '나노 소재' '에너지 소재' '전자 정보 소재'의 필요성을 지원자들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학과 출범이 순조로웠다"고 말한다. 노 교수는 "에너지 관련 전자신소재를 개발해 친환경 에너지원 개발의 저변을 만들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현재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산업이 계속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그 기초 및 응용학문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한다. 학과가 다루는 영역이 나노, 에너지, 전기전자 등 첨단 분야이기에 각 분야 소재에 대한 특성과 제조 공정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산업계 변화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공학기술 내에서의 융합 교육에 더해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미학, 의학 등 인문사회 및 자연계를 아우르는 하이브리드형 커리큘럼을 마련 중이다. 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과의 입학생 수준은 평균 1.7등급. 동국대 공대 평균 입학성적을 웃돈다. 학교는 에너지융합신소재공학과를 지원하기 위해 신입생 전원에게 100만원의 장학금을 줬고, 과 수석에게는 등록금 전액을, 차석에게는 등록금 반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현재 2학년 학생들이 3학년으로 올라갈 때는 기업과 연계한 프로젝트에 연구실 당 2명의 학부 연구원을 채용하고 매월 30~50만원의 연구 장학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이학과 교수 전원은 한국 굴지의 전자회사들과 산학협력을 하고 있으며 일부 연구결과는 곧 상용화할 예정이다. 학교는 지금까지 10억원을 들여 연구실습자재를 구비해 줬는데 5년 안에 10억원을 더 투자할 계획이다. 동국대 공대를 대표하는 학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재호 씨(23)의 말. "신설학과인지 모르고 들어왔지만 반도체나 그리핀 등 전자 및 에너지 분야의 신소재를 만드는데 융합학문이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는 걸 알았다. 소위 SKY라는 상위권 대학에 비해 손색없는 교수님들 밑에서 에너지 전자재료분야의 유능한 과학자가 되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이 씨의 말처럼 현재 교수 7명의 연구역량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2013년 현재 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과 교수들의 SCI 논문게재 수는 2.54편(대학정보공시기준)으로 카이스트, 포스텍, 서울대 등 3강을 제치고 전국 1위권 수준이다. 재료관련 논문저널에 게재된 논문 당 영향지수(IF:최근 2년 동안 저널에 게재된 모든 논문 인용 횟수를 논문 수로 나눈 값. 수치가 높을수록 좋은 학술지라는 뜻이다)가 평균 2에 불과한데 비해 이 학과 교수들은 5.8로 전국 최고다. 교원 당 외부 연구비 수혜실적도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연세대에 이어 전국 5위에 올라 있다.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고 공부하는 교수 밑에 공부 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은 당연. 우수한 교수진과 양질의 학생들 덕에 이학과는 2학년 과목인 '유기재료' '신소재공학개론' 등 일부 수업은 영어로 진행한 바 있다. 노교수는 앞으로 "전공과목의 50%는 영어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그는 탄탄한 공학적 기초와 인문학을 비롯한 융합 학문으로 무장한 인재들이 연구에 몰두하면 우리만의 원천 기술을 점점 더 많이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원천기술이 부족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OLED TV를 예로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42인치 OLED TV의 핵심 기술은 국산화율이 40~5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원천기술을 가진 외국기업은 만들어 파는 우리보다 앉아서 더 쉽게, 더 많이 돈을 번다. 우리 기업들은 핵심기술의 국산화율을 5년 안에 100%로 끌어올릴 작정이다. 융합에너지신소재학과도 이에 힘을 보태겠다." 이 학과의 특징은 학과 개설과 동시에 대학원도 개설 한 점이다. 현재 석사과정에 7명, 박사 과정에 13명이 있다. 그중 석사과정 2명과 박사과정 6명이 외국인이다. 대학원 개설과 동시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입학 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 차원의 홍보와 지원에다 학과의 미래성장능력을 인정한 결과라고 노교수는 분석한다. 베트남 최고 수준의 대학인 하노이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렁 덩 씨는 "베트남에는 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과 같은 첨단 학과가 없어 관심은 있어도 공부할 기회가 없었는데 교수님의 추천으로 유학을 왔다. 반도체 분야의 신소재 개발에 관심이 있는데 열심히 공부해 베트남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그는 석사 2년차임에도 불구하고 노 교수의 지도하에 최근 재료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제1저자로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우리 과는 시대적인 요청의 산물이다. 한국은 앞서가는 선진국과 따라오는 개발도상국 사이에 끼어 잘못하면 설 땅을 잃을 수도 있다. 인류는 에너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첨단 소재를 만들어 에너지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 교수와 학생들이 서로 도우며 공부하고 연구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게 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과의 미래비전이고 또한 우리 과학자들의 사명이기도 하다." 노 교수의 각오는 단단했다.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기술 없는 미디어는 상상할 수 없다. 미디어는 기술의 변화와 같이 간다. 새로운 기술은 바로 바로 신문, 방송에 적용돼 독자나 시청자들과 만난다. 기자, PD, 미디어 기획자들이 최첨단 제작 기술에 익숙해야 독자나 시청자 수준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펜으로 원고지에 기사를 써야 '손맛'을 느끼는 기자들, 마이크만 잡으면 되는 줄 아는 기자들은 이제 설자리가 없다. 그런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종이신문의 약세와 온라인 미디어의 약진으로 요약되는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는 미디어 관련 학과에게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변신의 몸부림은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라고 예외가 아니다.SOW(Spiders On the Web)는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의 13개 '소학회' 중 하나다. 소학회란 교수와 학생이 자발적으로 만든 실습 위주의 '공부 동아리'다. 11명의 교수 전원이 1개 이상의 소학회를 지도하고 있으며 520여명의 학생 중 50%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SOW는 2011년 "미디어 종사자는 소통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디지틀 언어능력'이 필요하며, 그것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웹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만들어졌다. 정규학과 과정에도 '웹 디자인 실습', '웹 퍼블리싱', '웹 포트폴리오' 등이 있긴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디어관련 학과들은 이론에 치우치거나 실습을 한다 해도 방송 제작 위주여서 웹 기반을 바탕으로 한 이론과 실습에 무게를 두고 있는 학과는 드물다. 학회를 이끌고 있는 정낙원 교수는 "한국 대학 현실에서 사회과학분야에 속하는 언론영상학부가 실습을 위주로 하는 게 생소할지 모르지만 미국의 미디어관련 학과에서는 3학점짜리 과목도 3시간의 이론교육과 3시간의 실습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실무에서 바로 써 먹을 수 있는 능력을 방과 후 교육을 통해 가르치는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의 도전은 예가 드물다"고 말한다.SOW학회장을 역임한 양희정 씨(4학년)는 "방송제작에 관심이 있었는데 마침 학회가 생겨서 주저 없이 가입했다. 방송은 웹과 관련이 많은데 웹 관련 언어와 제작 실무를 배우면서 방송을 보는 시각도 넓어졌다. 융복합이라는 시대흐름에 맞는 학회인 것 같다"며 "소학회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분야의 진출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언론영상학부의 소학회는 교수들의 의식변화가 가져온 산물이다. 학부장인 임정수 교수는 "11명의 교수 전원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미디어 환경은 급변하고 있는데 기존 신문, 방송 플랫폼에 맞춰진 교육으로는 현실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왕 변할 바에야 선도적으로 변하자는 공감대를 갖게 됐다. 교수 평균연령이 40대 초반이어서 젊은 교수들이 앞장서 급변하는 미디어 패러다임에 적합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진로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학부는 기존의 신문, 방송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저널리즘 과목은 물론이고, 광고. 홍보, 문화기획, 웹 모바일기획, 엔터테인먼트 기획 등의 분야에 필요한 과목들도 개설하고 있다. 개설된 교과목으로만 본다면 미디어와 콘텐츠 전반을 아우르는 '문화컨텐츠학과'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이 중시되는 시대인 만큼, 학생들에게 다양한 인문학 과정을 수강하도록 권장하고 있는 것도 이 학부의 특징 중 하나. 2009년부터 32개 창의적 표현영역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이 소트프파워와 하드파워를 두루 몸에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교육체계를 완성했다. 최근 이 대학의 '미디어 비오톱 사업단'이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특성화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단은 자생력과 상생력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단 선정으로 졸업생을 중소 미디어와 웹 관련 기업으로 보낼 수 있는 '알짜배기 학부'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바탕이 마련됐다. 국가로부터 연간 3억 원 씩 5년간 지원받는 자금을 올 2학기부터 교과과정 개편과 비교과과정의 시스템화에 투입할 예정이다. 교과과정 개편은 지금도 하고 있지만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며 필요한 교수진도 충원할 계획. 비교과과정의 핵심인 '창의성 기획캠프'는 중소 미디어 기업과 연계해 기업에서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서울시와 연계, 캠퍼스가 있는 노원구와의 협조를 통해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사회공헌 활동도 할 예정이다. '우리는 혁신을 이야기 합니다'란 모토를 갖고 있는 'I'm(Innovation in media)' 소학회는 서울여대 영상학부의 미래를 설명해준다. I'm에는 소학회 중 가장 많은 3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다루는 주제가 현재의 트렌드를 즉시 반영하고 있고,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인 형태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 이 학회를 지도하고 있는 장윤재 교수의 말. "학생들은 새로운 미디어를 사용하는 당사자들이다. 누구보다도 뉴 미디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 간의 토론은 그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으로 관심을 확장하는데 도움을 준다. '구글의 플랫폼 전략' '새롭게 선보이는 SNS 전략' 등 세미나 주제도 학생들 스스로 정한다. 나는 방향만 제시해 줄 뿐이다." 교과과정을 보충하는 소학회가 학생들이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갖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I'm을 만드는데 산파역을 하고 지금은 어플리케이션 회사에서 모바일 앱 기획을 하고 있는 영상학부 졸업생 이수영 씨(25)는 "내가 받은 교육 덕에 미디어에 대한 관심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고, 관련 기업에도 취업할 수 있었다"며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영상학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세상에 이로움을 주는 일은 조용히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사건 사고가 한순간에 널리 퍼지는 것과는 정반대로…. 또 좋은 일은 시간이 흐를수록 시작한 사람과 혜택을 보는 사람 모두가 그 일의 일부가 되지만, 나쁜 일은 시간이 흐를수록 모두에게 잊혀져 간다.취약계층 영유아를 대상으로 '발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석대 아동발달지원센터'는 전자의 경우가 아닐까. 센터는 전공이 다른 교수 5명이 힘을 합쳐 새로운 형태의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 바탕에 교수들의 전문성과 의지가 깔려 있다.센터가 하는 일은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영유아들을 사회의 관심 속으로 불러내는 것이다. 인성발달의 골든타임은 만 3~5세. 이 시기에 보통 가정의 아이들보다 환경자극을 덜 받게 되는 영유아들은 나중에 더 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교수들은 이들을 내버려 둘 수 없다며 초기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기투합했다.교수들은 전라북도가 전국에서 인구수 대비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장애인부모 비율이 가장 높고 그 부정적 영향이 영유아에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이 연구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이유다.김환중 아동발달지원센터장 겸 작업치료학과 교수는 "전라북도가 더 좋은 사회적 환경이 되고, 제자들이 더 많이 취업을 하고, 우석대가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망'만으로는 일은 시작되지 않는다. 문제의식과 그를 풀 방법, 그리고 행동이 필요하다. 교수로서 사회에 무엇인가 돌려줘야 한다는 사회공헌의식도 한몫했음에 틀림없다.이들은 어떤 식으로 문제에 도전하고 있을까. 표준화된 도구가 포함된 독창적인 시스템을 서비스 하는 '중재'가 키워드다. 중재(intervention)란 특수교육학에서 쓰는 용어로 목표 달성을 위해 대상자들을 돕는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 중재 대상 아이들을 선별하기 위해서는 먼저 언어, 초기인지, 정서와 사회성, 운동 등 4개 영역에 대한 발달검사를 실시한다. 그 결과 1개 이상에서 유의미한 지체를 보이는 영유아에게는 규격화된 프로그램인 SIT(Self-Imagery Training Program 심상훈련프로그램)를 주 2회씩 6개월간(48회) 제공한다. SIT란 아동들의 인지자극용 각종 카드와 그림책들로 정교하게 구성한 도구. 구효진 유아특수교육학과 교수가 주축이 돼 만들어 현재 특허 출원 중이다. SIT는 1970년대 초 영국에서 시작한 빈곤계층 지원프로그램인 SURE START와 미국의 HEAD START 프로그램의 단점을 보완했다. 가장 큰 특징은 전문교육을 받은 연구원이 표준화된 도구를 이용해 아동에게 맞는 중재방법을 그때그때 적용한다는데 있다. 연구원들의 전문성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센터는 27명의 연구원에게 한 달에 두 번씩 SIT 적용방법을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중재의 효과는 고무적이다. 2012년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영유아 4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언어이해력은 30%, 인지관련 점수는 60% 정도 올라갔다. 공격행동과 과잉행동은 중재 12회가 지나면서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6개월간 전북 장수군 K 유치원에 다니던 6살 난 딸을 중재에 맡겼던 동남아 출신 주부 김모 씨는 "아이의 말투와 행동이 전보다 좋아져 자신감을 갖고 친구들과 놀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 교수는 "SIT 프로그램은 일반 가정의 아이들에게도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극성스러운 부모들의 '편식교육' 탓에 영리하게 보이는 아이들도 발달검사를 하면 의외의 결과가 나오는데 그런 아이들에게도 SIT를 이용해 중재해보면 효과가 있다는 것. 센터에 참여하고 있는 작업치료학과 김환중 교수, 심리학과 신행우 박영주 교수, 간호학과 이윤정 교수, 유아특수교육학과 구효진 교수들 모두는 SIT프로그램을 경험한 아이들의 전두엽은 경험하기 전에 비해 유의미한 활성화가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약 이 추정이 과학적으로 입증된다면 SIT의 활용범위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센터의 서비스를 경험한 부모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더 많이 신경을 쓰게 된다고 한다. 계량화할 수 없는 소득이다. 그런 소득은 또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교수들과 학생들도 '왜 공부를 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학자들은 사회 문화 교육적으로 소외된 집단의 영유아는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지나며 니트(NEET)족이라 불리는 사회부적응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래서 나중이 아니라 바로 영유아기에 집중적으로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와 사회는 선천적 장애는 없지만 날로 늘어나는 사회부적응자들을 치유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데 우석대 아동발달지원센터의 서비스는 국가가 써야할 비용을 줄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최근 우석대 유아특수교육학과, 심리학과, 아동복지학과로 구성된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사회환경취약 영유아 발달지원사업단'이 교육부 선정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으로 선정됐다. 센터가 좀더 체계적으로 아동발달지원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김 교수는 "관련 학과 학생들이 '영유아 발달지도사', '영유아 심상발달지도사', '영유아 발달평가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 서비스 전문가와 서비스 수혜자가 모두 늘어나 매우 고무적"이라고 사업단의 특성화 선정을 반겼다. 센터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바람은 중재가 필요한 모든 아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걸림돌은 뜻밖에도 정부의 서비스 대상 확산 정책이다. 이 정책의 핵심은 한정된 비용으로 많은 아동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 그러다보니 중재를 경험한 부모들은 최소 1년 이상 서비스를 원하지만 재정 형편상 그들의 요구를 들어 주기가 어렵다. 센터는 2009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4300명의 아동들에게 중재서비스를 했지만, 서비스가 필요한 아이들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의 특징은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한다는 것이다. 비록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뜻을 이어받아 줄 것으로 믿는다. 우석대 아동발달지원센터를 만든 사람들의 선의와 열정이 민들레 홀씨처럼 조금씩 조금씩 세상에 퍼져나가길 기대해본다.동아일보 대학세상(www.daese.cc)전주=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여러분이 대학로(익산 원광대 부근에 있는 상가 밀집 지역)에 치킨 집을 열겠다고 마음먹었으면 꼭 상권분석을 해야 합니다."40여명에 달하는 수강생들은 이병학 원광대 정보전자 상거래학과 겸임교수의 '창업성공전략' 강의에 귀를 쫑긋 세운다. 이 교수는 '소상공인 상권정보 시스템'을 능숙하게 다루며 "반경 500m이내에 치킨집이 몇 개 있죠? 3개 정도 있네요. 협의의 상권에는 3개인데 광의의 상권에는 몇 개가 있을까요? 범위를 넓히면 됩니다. 자, 범위를 넓혔습니다. 아까보다 더 많죠?" 학생들은 인터넷에 창업 준비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가 많은 것에 놀라며 "저런 것도 있었네"라고 중얼거렸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현장을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됐는지 "인터넷만 의존하면 안 됩니다. 최소 1주일 정도는 저 가게 앞에 서서 언제 손님이 많이 오는지, 어떤 종류의 치킨이 잘 팔리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상권 분석입니다"라며 발품의 중요성도 강조했다.'창업성공전략'은 원광대 경영학부가 여름 계절학기에 개설한 과목 중 하나다. 2014년도 1학기 내내 학생들로부터 반응이 좋자 계절학기에 다시 연 것이다. 강의는 16주 과정을 4주로 압축한 속성코스. 기자가 강의실을 찾은 오후 3시경 학생들은 오후 내내 수업을 듣는 강행군이었지만 몰입도는 여전히 높았다.취업이 전쟁이라는 불리는 시대에 대학생 창업은 드물지 않은 일이 됐다. 패기와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청년들의 창업성공사례가 늘어나면서 취업에만 목을 맬 것이 아니라 창업으로 자신의 꿈을 펼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창업의 성공률은 1%의 미만. 따라서 낙관적으로 접근했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이 교수의 '창업성공전략'처럼 창업의 'A TO Z'를 알려주는 과목이 필요한 이유다. 수강생인 위다지 씨(경영학부 4년·24)는 "취업과 창업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취업을 선택하겠어요. 가장 큰 이유는 창업 후 3개월을 버틸 수 있는 여유 자금이 없으면 안 된다는 교수님 말씀을 듣고 창업이 보통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위씨의 반응에서 보듯 이 강좌는 창업에 대해 막연하게 동경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창업은 환상이 아니며, 냉혹한 현실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역할도 한다. 이 교수는 '자기만의 컨텐츠'와 '전문지식'이 있을 때만 창업이 가능하다고 못 박는다. 남들과 차별성이 없는 아이템으로 창업해서는 실패하기 쉬우며, 자기만의 독특함과 전문지식으로 무장했을 됐을 때 비로소 창업할 수 있다는 것. 힘들게 창업을 한 이후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SNS활용을 든다. "인터넷의 블로그와 카페, 모바일의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으로 대표되는 SNS 활용은 자기 브랜드화에 매우 유용한 도구들입니다. 창업주들은 SNS기반에서 고객들과 소통을 해야만 저렴한 비용으로 단시일 내에 홍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SNS 활용은 매출 증대로도 이어진다고 이 교수는 강조한다. 네티즌들은 검색을 통해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찾기 때문에 블로그나 카페활동을 활발히 하면 검색에 걸릴 확률이 높아 매출 신장에 도움을 준다는 것. 그러면서 자신이 최근 컨설팅 중인 '성근 양봉원'의 블로그 마켓팅을 예로 들었다. 블로그를 개설하고 나서 개설 전보다 매출이 30~40% 늘어났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란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20,30대 청년 창업자를 강사로 초빙한다고. 4번의 특강 중에서 강범구 강사의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의 비전 만들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는 강현성 씨(생명과학부 4년·25)는 그 이유로 "교수님이 긍정의 마인드가 창업 후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중요하다고 했지만, 잘 와 닿지 않았는데 온갖 어려움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겨낸 실제의 사례를 자세히 들으며 '나도 할 수 있다'란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강범구 씨는 강사를 양성하는 1인 기업의 창업주다. 외부 강사의 강연 못지않게 이 교수의 경험담 또한 학생들에게는 산지식이다. 위다지 씨는 "대학에서 보는 세상과 교수님이 경험한 세상이 너무 달라 '세상이 녹녹치 않음'을 배우는 것도 큰 소득"이라고 말한다. 80%가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진학률 속에는 200만 명이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졸 실업이라는 그늘도 숨어있다. 좋은 일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넘쳐나는 대학 졸업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방학 중 화장품 회사에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젤 타입 오토 아이라이너'를 들고 창업에 나서는 배문혁 씨(원광대 국문과4년·27)는 "창업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창업에 겁먹는 게 문제입니다. 성공은 힘들겠지만 도전해 볼만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를 가르쳤던 이병학 교수는 강의 시간에 "여러분의 창업 아이템이 좋으면 나도 투자할 테니 열심히 찾아보세요" 라고 학생들의 도전의식을 북돋운다. 대학과 교수는 제자들을 아무준비 없이 '사회의 정글'로 내보내지 않는다. 준비하고, 도전하라! 이 교수나 배 씨의 말 속에 대졸 실업을 푸는 열쇠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 그 전에 어딘가에 반드시 열쇠가 있을 것을 희망해 본다.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익산=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대학도 변하지 않으면 존립이 힘든 시대다. 여러 대학들이 입학정원이 응시인원보다 많아지는 2018년을 코앞에 두고 '시장'에 자신들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공감을 얻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변화의 큰 틀은 융복합이다. 서로의 장점을 합쳐 시스템화하고 다른 것의 장점을 과감히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융복합의 요체다.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의 변화는 그런 점에서 시대흐름과 닿아 있다. 진명호 중문과 교수의 "2013년부터 중문과 전공필수과목을 없앴다"는 말 속에 변화의지가 들어있었다. 전국의 중문과 중에서 처음으로 전공필수를 없앤 것은 아니지만, 지방 거점 국립대 중에서 전공필수를 없앤 것은 전북대 중문과가 처음이다. 왜 그랬을까? "학생들은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관심이 있지 중국문학, 철학 등에는 솔직히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수업을 들으라고 하면 재미없어합니다. 효과도 없고요." 그럼 학생들은 전공필수 대신 무엇을 들을까? "사회대에서 중국정치를 공부한 교수님께 중국정치를 듣고 상대에서 중국 경제와 무역실무를 공부합니다." 즉 중문과 학생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중국관련 학문과 지식을 '중어중문학과'에서만 찾는 게 아니라 중국과 관련 있는 '모든 과'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1000명이 넘는 전북대의 모든 교수가 중문과 교수인 셈이다.권위적인 교수사회에서 자기 과목이 폐강될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학생들의 희망을 수용한 결과는 교수들에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한다. 문학, 철학, 비평 등 전공필수로 묶어놨던 과목들을 없애버리니 오히려 수강생이 늘어나고 강의 분위기도 더 진지해졌다고 한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열기를 연구로 보답했다. 중문과는 전북대 인문대 최고인 1인당 1.7편에 달하는 연구논문을 학술진흥재단에서 인정하는 학술지에 게재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전공필수 부담이 없으므로 학생들이 편하게 학교를 다니겠다는 기자의 질문에 진 교수는 "전공 필수가 없어졌다고 해서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어 공인 시험인 HSK 5급 이상, 한자공인성적 2급 이상, 영어 토익 700점 이상의 성적이 있어야 졸업이 가능하기에 공부를 안 할 수 없습니다." 일반 기업에서 중국관련 신입사원을 뽑을 때 보통 HSK 5급 자격증을 요구한다. 중국이나 중국관련 기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자격요건이어서 학교 측은 엄격하게 학사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은 졸업 전에 전부 HSK 5급 이상의 실력을 갖추는데 이는 전북대의 풍부한 시스템을 활용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중문과 학생들은 대학본부가 2008년부터 시작한 GLP(GLOBAL LEADERSHIP PROGRAM 글로벌리더십 프로그램) 덕분으로 자매결연한 중국과 대만의 54개 대학에서 길면 2년까지 공부할 수 있다. 학생들은 원어로 강의를 받으며 18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원하는 학생 모두가 중국이나 대만으로 나가 공부할 수 있다. 학생들은 생활비만 부담한다. 중국 하얼빈의 동북공업대학에 교환 학생으로 가면 월 600위안의 생활비도 받을 수 있다.2012년부터 1년간 광둥성 소관(韶關)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갔던 강민수 씨(중문과4년·26)는 "중국에 가기 전에는 중국어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1년간 말하기 듣기 쓰기 위주로 공부한 결과 신HSK 최고등급 자격증을 땄다. 중국어에 자신감을 바탕으로 금융권에 진출해 중국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중국문학만 해서는 경쟁력이 없지만 전공필수를 없애고 다양한 관심학문을 듣게 만든 학과의 결단과 새로운 시도를 뒷받침한 전북대의 우수한 시스템 덕분에 꿈을 이룰 수 있었다"며 "중국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꼭 전북대 중문과로 오라"고 말한다. 강씨처럼 중국 현지에 갔다온 중문과 학생들은 연평균 40명. 입학정원이 47명임을 감안하면 거의 전부가 중국을 다녀온 셈이다. 대학 어문학과의 애로점은 가르치는 교과목의 대부분이 언어와 언어관련 과목이라는 점이다. 시대흐름은 언어라는 틀을 넘어 해당 국가 전체에 대한 지식을 요구하고 있지만 방향전환이 쉽지 않다. 어문학과의 교수들 중 일부는 그 나라 언어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 나라를 가르쳐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언어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기에 당연한 말이다. 이에 적응하지 못하면 학과의 존립도 위태로워진다. 문을 닫는 어문학과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교수는 대학 변화의 중심이다. 기자는 열정적인 교수들이 진취적으로 변할 때 어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많이 목격했다. 학생들의 요구에 전공필수를 없앤 전북대 중문학과 교수들도 처음에는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에서 그들은 낭떠러지에서 손을 놓듯이 마음을 비웠다. 현애철수장부아(縣厓撤手丈夫兒 낭떠러지에서 손을 놓아 버리는 게 대장부)란 말이 떠오른다. 진명호 교수는 말한다. "눈치 보지 않고 뚜벅뚜벅 우리의 길을 갈 것입니다." 동아일보 대학세상(www.daese.cc)전주=컨텐츠기획본부 이종승전문기자}

돈을 위해 유명인의 사생활을 몰래 찍는 프리랜서 사진가를 파파라치(paparazzi)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한국에서 그들과 닮은 듯도 하고 그렇지 않은 듯도 한 ‘한국형 파파라치 사진가’가 뜨고 있다. 그들의 촬영 방식은 몰래 찍는다는 점에서는 파파라치와 같지만, 미리 돈을 받고 찍어준다는 점에서는 파파라치가 아니다. 무슨 얘기인가. 사진관에서 폼 잡고 찍는 사진보다 ‘파파라치 스냅’이 인기를 끌면서 ‘파파라치’를 고용해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어달라고 의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 파파라치’들이 찍은 스냅 사진은 ‘자신도 모르는 자신을 발견하는’ 재미를 준다. 한국만의 새로운 사진 촬영 풍속도는 현재 진행형이다. 6월 29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 최초로 파파라치 스냅 사진을 시도한 ‘더 파파라찌’의 권흥성 대표가 부부인 황윤택(42) 박상희 씨(37)에게 “지금부터 찍겠습니다”라고 말을 건넸다. 황 씨 부부는 이번이 3번째 촬영. 처음은 결혼 직후인 2010년이었다. 당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파파라치 사진에 대한 호기심에 촬영을 의뢰했는데 마음에 들어 파파라치 사진을 좋아하게 됐다. “저도 사진을 좀 찍는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고 놀랐습니다. 정형화된 스튜디오 사진의 딱딱함은 사라지고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배경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우리 모습과 제가 아내를 배려하는 마음이 사진 속에 들어 있었습니다.” 황 씨 부부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권 대표도 인파 속으로 들어가 ‘파파라치 촬영’을 시작했다. 부부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스킨십을 하기도 하고 좌판에 눈길을 주기도 했다. 골목 중간에서는 부부가 가방을 열고 말을 주고받으며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지만 권 대표에게 ‘찍어보세요’란 의미가 담긴 행동이었다. ‘타타타타타….’ 모터드라이브가 달린 카메라가 경쾌한 셔터 음을 내기 시작했다. 10초가량의 ‘선글라스 연출’을 마치고 부부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마추어에게는 힘들겠지만 권 대표에게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부부보다 앞서 가던 권 대표는 수시로 뒤를 돌아보다가 부부가 안 보이면 황급히 전에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넘치는 인파 속에서 부부의 모습을 제대로 찍기란 복잡한 상황에서도 핵심을 잡아내는 사진기자 경험을 갖지 않은 사람에게는 힘든 일로 보였다. 5분쯤 지나자 권 대표의 몸에서는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더운 날씨도 날씨였지만 단골의 모습을 제대로 잡아내야 하는 부담감이 땀으로 변했으리라. 권 대표는 한 시간 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배경이 좋고 사람이 없을 때는 “키스 한 번 하실래요” “손을 잡으면 좋겠는데요” 등의 요구를 하기도 했다. 그는 “파파라치 데이트 스냅 사진 중 70%는 연출이 없고 나머지는 연출 샷”이라고 했다. 파파라치 스냅은 언제 어떻게 시작했을까. 2010년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하던 권 대표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우연히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는 커플의 모습을 목격했다. 그때 무심코 “저들도 자신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게 된다면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 대표는 곧바로 ‘파파라찌’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고 무료로 찍은 세 커플의 ‘파파라치 스냅’을 올렸다. 즉각 반응이 왔다. 누리꾼들은 ‘딱딱한 스튜디오 사진과 다르다’ ‘사진관 사진보다 싸다’고 호평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모 케이블 TV에 연예인을 파파라치 스냅으로 찍는 과정이 방영되면서부터. 파파라치의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피사체가 원치도 않는데 마음대로 사생활을 찍어 돈을 받고 팔기 때문. 파파라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비명횡사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파파라치의 특징은 피사체를 몰래 촬영하기 위해 망원렌즈를 사용한다는 것. 최소 500mm 이상의 초망원렌즈와 렌즈의 배율을 두세 배로 늘려주는 컨버터를 사용해 2, 3km나 떨어진 곳에서도 촬영을 시도한다. 그래서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들은 선명한 경우가 드물고 흐릿하면서 거칠다. 국내에서 파파라치 스냅을 찍는 상업 사진가들은 대부분 70∼200mm 줌 렌즈를 사용한다. 이 렌즈로 인물을 찍을 경우 유효 촬영 거리는 30m 정도. 그 정도 거리에서 몰래 찍기란 힘들다. 따라서 권 대표가 찍는 파파라치 스냅은 본래의 파파라치 사진과는 거리가 멀다. 오승환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는 권 대표의 촬영 사진은 ‘캔디드 포토’라고 말한다. 캔디드 포토란 피사체가 촬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채 찍힌 사진을 말한다. 권 대표도 ‘파파라찌’ 사이트를 개설할 때 파파라치 사진과 캔디드 사진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파파라찌’란 이름을 쓴 것은 “일반인들에게 쉽고 확실하게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라며 마케팅을 의식한 작명임을 인정했다. 권 대표가 찍는 사진의 의도도 파파라치의 그것과는 정반대다. 불쾌감과 당혹감이 아니라 피사체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도 권 대표의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주요한 요인은 디지털 카메라족 1000만 명이라는 ‘시장’이 있기 때문. 웬만한 프로사진가 못지않은 장비로 무장한 디카족은 사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황 씨 부부도 사내 동호회에서 매주 출사를 나간 디카족의 일원이다. 파파라치 스냅 시장은 사진을 모르는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사진을 잘 아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번성하고 있는 셈이다. 파파라치 스냅 사진의 장점은 역시 자연스러움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카메라 앞에 서는 것조차 쑥스러워한다. 거기다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이러저러한 포즈를 취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파파라치 스냅은 최소 20m 이상 떨어져 찍기 때문에 3, 4m 앞에서 찍는 스튜디오 사진과는 표정이나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촬영 장소도 딱딱하고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 서울 삼청동과 올림픽공원 등 살아 움직이는 곳이기에 피사체는 자연스럽게 주위에 녹아들 수 있다. 인파 속에서 찍기 때문에 아무리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나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네’라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사진에서까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은 정신의학적인 면에서도, 패션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정일 박사는 “사람이 자연스러움을 확인할 때 자신에 대한 신뢰와 안정감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라캉이라는 심리학자가 거울을 보며 자신의 객관성을 깨닫게 할 수 있다고 한 게 거울 효과(mirror effect)라는 것인데, 자연스러운 사진은 이와 비슷한 경험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패션 전문가인 액티브코칭 연구소 김경화 이사는 “최고의 패션은 자연스러움에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신경 쓰지 않은 것처럼 옷을 입는 연예인들의 공항패션. 김 이사는 “연예인들의 자연스러움을 동경하는 대중이 파파라치 사진에 연예인처럼 나온 자신들의 모습에 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파파라치 데이트 스냅은 ‘사진을 통한 연예인 따라하기’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파파라치 스냅은 연인을 대상으로 한 파파라치 스냅에서 몰래 찍은 듯한 부분을 배제하고 감성적인 장면 위주로 담는 ‘데이트 스냅’, 드레스와 정장을 입지 않고 간편한 복장으로 결혼식 전에 촬영하는 ‘세미 웨딩’, 돌 또는 유아 사진을 야외에서 찍는 ‘유아 스냅’ 등으로 분화하고 있다. 요즘은 결혼식 사진을 찍을 때 아무리 어두워도 플래시를 쓰지 않는 ‘노 플래시 결혼식 샷’까지 등장했다. 데이트 스냅과 세미 웨딩을 주로 찍는 천준형 두근거림 닷컴 대표는 “고객들은 데이트 스냅에 대해 트렌드에 맞으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들어 좋아한다”면서 스냅 사진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북 포항에 사는 옥구슬 씨(28)는 일부러 서울로 와서 결혼사진을 찍었다. “스튜디오 사진은 특히 신랑들이 의무감으로 찍기 때문에 힘들어한다. 그런데 올림픽공원과 청담동 일대에서 찍은 세미 웨딩과 데이트 사진들은 우리가 함께 추억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고 좋았다. 그때 찍은 사진들을 결혼식장에 전시했는데 호평을 받았다.” 그래서 옥 씨는 요즘 “주위의 예비 커플들에게도 데이트 스냅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희 이룸스냅 대표는 주부라는 강점을 이용해 200∼400일 사이의 유아를 촬영하는 ‘유아 스냅’ 분야의 강자다. 서 대표는 “연인은 물론이고 친구, 가족들의 기념사진도 요즘에는 풍광 좋은 곳에서 찍는 파파라치 스냅이 늘고 있다”면서 “이런 트렌드는 ‘사진 찍기도 이제는 자연스러운 생활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30대 초반으로 둘째를 임신한 만삭의 주부 장유진 씨는 지난달 26일 올림픽공원에서 남편, 네 살 난 딸과 함께 파파라치 스냅으로 가족사진을 찍었다. 장 씨는 “둘째를 출산하면 넷이 모인 가족사진도 파파라치 스냅으로 찍고 싶다”고 할 정도로 파파라치 사진 예찬론자가 됐다. 파파라치 스냅의 대중성은 2013년 초 권흥성 대표가 한 소셜 커머스 업체에서 ‘파파라치 스냅 촬영권’을 보름 동안 440장이나 팔았던 것으로 증명된다. 파파라치 스냅이 외국인들에게도 인기를 끄는 것은 의외다. 파파라치라고 하면 거부감을 보이는 외국인들도 이름과는 달리 서울의 명소에서 자연스럽게 찍힌 자신들의 모습을 보면 크게 만족한다고 한다. 파파라치 스냅의 인기는 ‘좋은 사진’에 대한 열망을 나타낸다. 사진기자 출신인 필자는 좋은 사진이란 생명력이 긴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진을 찍기 위한 조건은 ‘피사체와의 교감’이다. 세 명의 사진가들도 하나같이 “피사체와 소통하는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나를 표현하는 유력한 방법 중의 하나가 사진이다. 우리는 ‘붕어빵처럼 똑같은 기념사진은 가라’고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몸에서 ‘힘’을 빼고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대중과 ‘소통’을 무기로 그들에게 다가가려는 거리의 사진가들, 그들이 만나는 어디쯤에 ‘파파라치 사진’은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듯하다. 그들이 찍은 사진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30분만 대통령과 얘기했으면 좋겠습니다."이은방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 교수가 세월호 침몰에 따른 해난 구조 개선책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던 도중 한 말이다. "해경을 해체하면 해양에 대한 몰이해가 심해지고 바다의 가치를 모르게 되는 상황이 올까봐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바다 없이 살 수 없습니다. 바다를 통해 많은 물동량이 오가고 바다가 수산과 광물 자원의 보고임을 감안하면, 바다에 가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는 바다의 가치를 더 인식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바다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면 해양안전을 강화해야 하는데 해양안전은 시간을 투자해야 되는 일이지 말로 하는 게 아닙니다." 이 교수는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바다의 가치를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바다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다를 활용하는 정책을 수립할 것이고, 그를 통해 국민들은 '바다는 준비하면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그간 우리 해경은 주로 '경찰' 역할에 치중해 왔습니다. 경찰 역할도 중요하지만 코스트 가드(COAST GUARD) 관점에서 보면 경찰 역할은 부분에 불과합니다. 바다가 있는 나라 중 에 '연안경비대'로 불리는 '코스트 가드'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코스트 가드는 경찰 역할뿐 아니라 해상안전, 해상교통관리, 해양환경, 해양주권수호 등의 5가지 임무를 수행합니다. 다만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코스트 가드'가 되는 사람은 '바다를 이해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만이 바다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경의 충원 방식을 보십시오. 학생들은 바다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저 '공무원'이 되기 위해 해경이 됐습니다. 미국의 코스트 가드는 '코스트 가드 아카데미'를 졸업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필기시험으로 뽑지도 않습니다. 바다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시험을 통한 충원보다 바다를 이해하고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을 특채했으면 좋았는데 형식적인 기준만 채우는데 급급했지요. 해경의 해체를 오히려 코스트 가드로 나아가는 환골탈태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세월호 침몰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고치고 새로운 시스템을 갖추는 노력을 하는 게 매우 중요한데, 그중 하나가 제대로 된 코스트 가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교수 주장의 요체는 해경의 해체는 안타깝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해경을 넘어 코스트 가드처럼 제대로 된 해양 관리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해양대 해양경찰학과는 1994년 해양경찰청으로부터 학과 개설을 요청받고 만들었다. 교육목표는 코스트 가드 아카데미의 전단계 역할에 맞췄다. 그래서 교과목은 모두 바다와 배를 이해하고 바다에서 생존하는데 필요한 것들이다. 커리큘럼의 반은 선박 운항과 항해 기술을 함양하는 데 맞춰져 있고 반은 해상안전, 해상보안, 해상교통관리, 해양환경, 해양주권수호 등과 관련된 과목들로 구성돼 있다. 선박 관련 과목을 제외하고 학과가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분야는 해상안전. 바다의 가치를 제대로 향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다. 해상안전, 수색구조, 재난통신과 상하급안전교육, 해상교통안전 등은 모두 전공필수과목이다. 3등항해사와 3등기관사 자격증을 따야 졸업할 수 있고, 남학생들은 3년 이상 상선(商船)근무로 군복무를 대체한 후에 사회로 진출한다.해경학과 학생들은 세월호 침몰에도 전혀 동요가 없다고 한다. "신입생 중 매년 5명 정도 가 자퇴를 하는데, 올해는 오히려 한 명도 없었습니다. '바다가 없어지지 않는 한 코스트 가드가 없는 나라는 없다. 해경이 없어진다는 것은 진정한 코스트 가드로 나아간다는 의미이므로 여러분이 진출할 분야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해 왔는데 학생들이 이에 동의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코스트 가드 역할에 충실한 교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학과명을 찾고 있습니다." 이 교수의 말에서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떠올랐다."지금처럼 국민과 여론이 해양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졌더라면 세월호 같은 사고는 나지 않았을 겁니다. 사건이 주는 교훈을 새기고 해양의 안전도를 올리는 기회로 활용했으면 합니다. 지금도 빨간색 계열의 넥타이는 매지 않을 정도로 해양인으로서 자숙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대학세상(www.daese.cc)부산=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One day let's have a soju party(언제 소주 한 잔 하자구.)" "Yes, Professor(예, 교수님.)" 강경태 신라대 국제학부 교수가 7월 초 1학기말 마지막 수업을 끝내고 돌아가는 베트남 유학생들과 나눈 말이다. 기자에게 한 말도 아닌데 기분이 좋아졌다. 왜 그랬을까. 기자는 강 교수에게 신라대 국제학부가 서울의 주요대학에 비해 어떤 비교 우위가 있는지를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돌아온 대답은 "학생들은 교수와의 일대일 대면 접촉을 자주한다. 이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다"라는 것이었다. 가슴에 잘 와 닿지 않았는데 이 대화를 듣고 비로소 그 의미를 알았다. 강 교수와 학생들이 마치 고향 선후배처럼 자연스럽게 술 약속을 하는 장면을 보고 한국학의 요체는 한국에 대한 지식전달도 중요하지만 한국적인 정서를 나누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신설된 신라대 국제학부에는 한국학과와 국제관계학과가 들어있다. 국제관계학과라는 게 특이하다. 강 교수는 "한국의 '모든 걸' 묶어놓은 게 한국학이고, 한국은 아시아의 중요한 나라이기에 한국학은 국제관계학과 연관성이 있다고 봤다"고 답한다. 한국학과는 외국인 학생만 받는다. 현재 5명의 베트남 학생이 3학년으로 편입해 공부 중이고, 태국 송콜라 왕립대학교생 9명이 교환 학생으로 와 있다. 학부는 한국을 알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다. 2009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 홍보 프로젝트사업에 선정된 강 교수는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목표로 삼았다. 일본이나 중국, 유럽에는 이미 한국이 널리 알려져 있다는 판단에 따라 상대적으로 한국이 덜 소개된 동남아 국가를 타겟으로 잡은 것. 강 교수는 2009년 캄보디아 빠나쌋스뜨라대학(PUC)에 한국학센터(KSC)를 세워 한국 알리기를 시작했다. 신라대에 온 동남아 학생들은 대학 내의 신라한국어교육원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한국학을 교육시켰다. 신라한국어교육연구원은 한국어와 문화교육에 좋은 실적을 쌓아온 기관. 1년간 수학 후 고국으로 돌아간 유학생들은 신라대에서 받은 교육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더 많은 교육기회를 원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국제학부 한국학 전공이다. 한국학과 수업은 전부 영어로 한다. 1학기 마지막 강의는 강 교수의 "What is your point?(요점이 뭐지?)"란 질문에 베트남 학생이 "Well…, my view is that…(에, 제 생각은…)"이라고 답하며 시작됐다. 모두의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학생들은 집중했다. 베트남 학생들이 영어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미심쩍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베트남 상위권 대학을 졸업했거나 재학 중에 유학 온 인재들이라 영어 구사에 어려움이 없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강 교수의 유창한 영어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강 교수의 '국제학부를 통한 동남아 지역의 한류 구축'은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성장 플랜은 이미 확고히 서있다. 요체는 부산의 국제적 지역적 산업적 특성을 이용하는 것. "외국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부산이 서울보다 국제화가 더 된 도시입니다. 일본과 가깝고 외국인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물가 역시 싸 '저비용 고효율'의 공부를 할 수 있지요. 또 부산 경남의 풍부한 산업기반을 이용해 자기나라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에서 실습경험을 쌓는다면 고국에 돌아갔을 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유학 중인 베트남 학생들도 "신라대에 외국인 학생들이 많아 다양한 외국문화와 국제적 감각을 익히는데 도움을 받고 있고, 한국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걸 보고 자극도 많이 받는다"고 말한다. 수업을 마치고 나가는 드양 티늉 씨(24)에게 '꿈이 무어냐'고 물었다. "삼...성...전...자에 들어가고 싶어요." 유창한 하지는 않았지만 또박또박 한국어로 말했다. 대답을 듣고 있던 강 교수는 "이들은 10년 후쯤이면 베트남의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리더로 성장해 있을 겁니다. 이런 학생들이 많아질수록 한국의 영향력도 점점 커질 것이고,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한류'입니다. 가요, 드라마 같은 한류도 좋지만 한국을 잘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게 장기적으로 한국에 유리하다고 봅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묵묵히 걸어 갈 겁니다." 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부산=이종승 컨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드론(drone)이 자유자재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내는 프로펠러 소리가 상쾌하다. 비행체가 지면에 가까워지자 낙엽이 흩날린다. 드론은 땅에 거의 붙을 정도인 20cm 높이로 날다가 20m 이상 상공으로 훌쩍 날아오르기도 했다. 7월 초 부산 경성대 교정에서 오승환 사진학과 교수와 차태호 드론 프레스 기술이사가 드론을 조종하는 모습이다. 드론이란 사람이 타지 않고 무선 주파수를 이용해 조종하는 비행체. 무인폭격기로 널리 알려졌지만 지금은 그 활용범위가 넓어져 UFO모양의 드론에 카메라를 탑재해 동영상과 정지영상을 촬영하는 '항공 촬영기'로도 활용하고 있다. 오 교수는 드론을 이용해 영상을 촬영하고 촬영한 이미지를 판매하는 '드론 프레스'의 대표다. 드론 프레스는 올 4월 1일 법인 설립을 끝내고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다. "미주리대학교에는 '드론 저널리즘'이란 과목까지 개설돼 있습니다. 드론을 이용해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미디어에 노출됨으로써 포토저널리즘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된 거지요. 앞으로 경성대 사진학과는 '드론 저널리즘'을 2015년쯤 대학원에 개설해 학문적 연구부터 상업적 가능성까지를 두루 포괄하는 교육을 할 예정입니다." 드론 저널리즘의 골자는 비행체의 조종 기술과 촬영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사진학과 졸업생 중 상당수가 신문사나 방송사의 영상 관련 분야로 진출하기 때문에 미디어가 필요로 하는 항공사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비행체 조종법을 가르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오 교수의 얘기다. 오 교수는 벌써 신문사에서 드론 숙련자를 요청하는 걸 보면 '드론 저널리스트'들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드론이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2월 17일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참사 현장을 드론으로 찍은 사진과 영상이 방송과 신문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눈이 날렸지만 드론을 50m 상공에 띄워 현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사진과 영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드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헬기를 띄우거나 높은 곳까지 올라가 사건 현장을 찍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드론은 날씨만 괜찮으면 언제나 상공에 띄울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촬영한 좋은 이미지는 미디어에 팔 수 있다. 언론사의 입장에서도 큰돈 들이지 않고 좋은 항공 영상을 구입할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드론을 활용한 마케팅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오 교수는 내다본다. "드론 프레스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여기저기서 비행체 제작과 드론을 이용한 영상물 제작에 대한 의뢰가 들어오는 걸 보면서 드론의 가능성을 더 확신하게 됐습니다." 제작 의뢰를 받은 비행체는 해운대 산불감시용, 4차선 이상의 규모를 가진 다리의 구조 점검용, 해수욕장의 안전 감시용 등 다양하다. "해운대를 촬영한 영상을 중국 업체에서 1초에 100만 원을 주고 사갔습니다. 모 수입차 업체 동영상 광고를 드론을 이용해 찍기도 했고요. 또 방송사가 현재 보유 중인 항공 촬영물은 UHD급이 아닌 것이 많은데 방송 송출 방식이 UHD급으로 바뀌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에도 대비 중입니다." 오 교수는 드론이 가진 학문적 상업적 기능에만 관심을 두고 회사를 만든 것은 아니다. "대학은 시대 흐름을 읽고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사람을 기르는 역할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학교수들이 중요합니다. 과거에 배웠던 지식을 가르치기보다는 지금 세상에서 써먹을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배워서라도 가르쳐야 하지요. 드론을 이용한 촬영은 이제 막 시작된 신기술입니다. 상업화의 전망도 밝으니 사진학과 교수로서 드론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또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대학은 지금 거센 변화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2018년도가 되면 대학정원이 입학정원보다 많아진다. 오 교수의 '드론 프레스' 창업은 대학의 변화에 걸맞은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국 30여 개의 사진학과 중 기업을 창업한 사례는 경성대 사진학과가 유일하다.동아일보 대학세상(www.daese.cc)부산=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봉이 김선달은 사기꾼인가, 장사꾼인가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 김선달은 '희대의 사기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안다면 '유능한 장사꾼'으로 바뀔 수도 있다. 자본주의를 구가하는 요즘에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김선달을 평가하려는 시도도 없지 않다. 김선달은 왜 이처럼 극단적인 평가를 받고 있을까.평양은 풍수지리에서 보면 행주(行舟)형이다. 곧 배가 떠 있는 지세. 대동강도 배의 일부를 이루는 데, 떠다니는 배에 구멍이 나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연히 문제가 많이 생길 것이다. 행주형인 땅은 모래가 많아 우물을 파면 오수나 생활하수가 그 구멍을 통해 스며들기 쉽고, 그렇게 되면 식수인 지하수가 오염되기 때문에 나라에서는 함부로 우물 파는 것을 금했다. 자연히 식수 얻기가 곤란해진 일반 백성들은 김선달에게서 대동강물을 살 수밖에 없었다. "풍수지리를 이용해 삶을 윤택하게 하고 화를 예방했던 예는 우리 역사를 통해 무수히 찾을 수 있다. 풍수지리 또한 우리가 계승하고 발전시켜야할 우리 문화이기에 그것을 아는 것은 '나를 아는 것'이고 이것은 주체적인 삶을 살게 해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전주우석대 김두규 교수(55)의 말이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인문학'을 주장한다. 김 교수가 말하는 '우리인문학'은 무엇인가.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해서 쓸 수도 없는 지식을 마냥 쌓아둬 봐야 소용없다. 실용적인 부분에 도움을 주는 우리인문학이 필요하다. 우리문화와 전통을 통해 지혜를 얻고 세상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우리식 실용인문학'이 바로 '우리인문학'이다." 실용적인 '우리인문학'에 관심 가져야우석대는 전국 대학에서 유일하게 풍수와 관상 사주 작명 궁합을 가르치는 '민속학의 이해' '문화유산의 이해와 답사' '풍수지리와 전통문화'라는 과목을 개설해 놓고 있다. 세 과목 모두 교양 선택 과목이지만 인기가 높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을 가르쳐주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 공통의 관심사, 그건 바로 '미래를 알고 싶고, 예측하고 싶다'는 것이다. "호기심 때문에 강의를 개설한 것은 아닙니다. 실체를 알아야 휘둘리지 않고 시시비비를 가려 행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지요." 김 교수가 대학에서 이들 과목을 개설한 이유다. "풍수지리 사주 관상 궁합을 보는 방법은 무수히 많습니다. 시중의 술사들은 그중의 한 가지 방법을 통해 본 걸 놓고 그게 전부인 양 '좋다' '나쁘다'고 합니다. 아무리 좋은 사주 관상을 가졌더라도 방심하면 실패할 수 있고, 설사 나쁘더라도 해결책이 있기에 최선을 다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비판적인 생각을 갖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중요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사주 관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성인이 갖춰야할 자세를 빗대어 알려주는 것이지요. 그래야만 '나'를 바로 서게 해 당당하게 살 수 있습니다." 김 교수의 설명은 상쾌하다. 많은 대학생을 열광케 했던 몇몇 인문학서적들이 과연 얼마나 그들에게 영향을 줬을지 회의했던 적이 있다. 김 교수의 말처럼 '우리문화 알기'를 통해 '나답게' 살 수 있다면 '문사철(文史哲)'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우리는 '문사철'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얼마나 아는 척을 해왔는가. 대학 밖에서 인문학은 '상한가'를 기록 중이지만 안에서는 정반대인 이유를 김 교수는 교수들 탓으로 돌린다. "교재를 통한 지식 쌓기에 몰두해 시대정신을 끄집어내 대학생들이 뭘 해야 할지 자극하고 시대와 치열하게 대결했던 사람들의 정신을 학생들 가슴에 이식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것. "시대정신과는 관계없어 보이는 풍수, 사주, 관상, 궁합도 실제는 시대의 흐름에 부합해 새로운 정신을 일으키는데 나름대로 역할을 해 왔다"며 "돈의 기준으로만 보면 이것들의 진수를 찾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작명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봐야'김 교수의 생각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궁금해 13일 강의를 직접 들어봤다. 교양관 6206호에서 열린 '민속학의 이해' 1학기 마지막 수업 주제는 작명. 학생들 이름을 음양오행과 수리작법을 통해 설명했는데 학생들은 너무 재미있어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한자 획수를 더해 이름을 짓고 평가하는 것은 일본인 구마사키 겐오(熊崎健翁)가 20세기 초 오성각(五星閣)이란 작명회사를 만들어 사용하던 '수리조작법'에서 온 것이다. 일본식 작명을 따르는 게 옳은가"라고 반문한다. "그것보다는 지금까지 배운 항렬, 사주 등을 참고하고 음양오행을 따져 비판적인 견지에서 이름을 바라보고, 결혼해 아기를 낳으면 남에게 부탁하지 말고 직접 지어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한다. 즉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주체가 돼 그것들을 이용해보라'는 충고였다. 수강생 홍대건 씨(제약공학2)는 "호기심 충족도 충족이지만 민속학에서 배웠던 사주를 '예방의학'에 대입할 수 있어 공부의 시야가 넓어졌고, 잘될 경우와 잘못될 경우를 항상 설명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든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풍수는 '또 다른 한류'1994년 독문학 전공으로 우석대에 발을 디딘 김 교수는 지금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실전풍수의 대가'로 꼽힌다. 2000년 우연히 '동양사상의 이해' 강의를 맡으면서 대학가에 풍수를 통한 '우리인문학' 전파에 나섰다. 그는 '풍수를 통한 한류'의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어떤 전공이든 풍수를 비롯한 우리 전통문화와 융복합을 해 색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면 부가가치가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일례로 그는 "최근 중국과 일본에서 거부(巨富)들이 풍수를 접목한 건축물을 선호하고 있는데 건축 전공 학생들이 풍수를 배워 설계를 한다면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식품영양학과 학생들이 사주와 오행을 응용해 음식을 만든다면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올라갈 것"이라며 "'실전풍수'는 우리문화의 가능성을 확장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전주=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철학, 쉽게 설명하면 '친구'가 된다.철학을 '쉽게 설명하는 것'과 '어렵게 설명하는 것'의 차이가 무얼까. 철학이 쉬워지면 나를 지탱해 주는 '피와 살'이 되지만 어려우면 '그림 속 사과'가 아닐까. 두 얼굴의 철학이 인문학 열풍이라는 마차를 타고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철학이 무엇이고 왜 철학을 알아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철학은 '친구'가 된다. 요즘 철학을 '손에 잡히게 해주는' 철학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중의 한 명인 최진석 서강대 교수를 만나봤다. 강의가 울림이 되다. 기자는 지난 5월 말 서강대 장하상관 118호에서 최진석 철학과 교수의 '철학산책' 강의를 들었다. 최 교수를 인터뷰하기 위한, 목적이 분명한 공부였는데 철학에 몰두하는 학생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철학은 이미 그들에게 친숙한 듯했고 '철학의 시작은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의심에서 시작된다'라는 '기초'가 이미 닦여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큰 개념을 이해하면 작은 개념의 이해가 어렵지 않듯 "포스트모던의 특징은 이상과 기준이 설정될 수 없는 가치관에 있다"라는 설명도, "부처님의 말씀을 혁명적으로 보는 이유는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다'라는 연기(緣起) 때문"이라는 말에도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강생 김초윤 씨(신방 4)에게 물었다. 최 교수의 강의는 왜 귀에 쏙쏙 들어오는가. "평이한 말로 설명하기에 초보자도 이해하기 쉽고, 강의를 들으면서 울림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울림이라고? 울림 때문에 학생들이 몰두하고 마니아층까지 생겼단 말인가. 그러나 김 씨의 해석은 약간 달랐다. 그는 "교수님이 강조하시는 건 '욕망'이에요. 자기만을 위한 게 아니라 나와 남을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욕망을 찾으라고 말씀하시죠. 제대로 된 욕망을 찾으려면 남의 기준보다는 나의 기준으로 세상을 더 넓게 봐야 된다고 항상 말씀하신다"고 했다. 알 듯 모를 듯하다. 김 씨는 "한 학기 동안 철학산책의 가장 큰 수확은 '나를 위해 살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라고도 했다. 기자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욕망'조차 남을 위해 살 수 있는 '울림'을 만들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30여 년 전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 기자는 철학에 덴 적이 있다. 200명이 넘는 수강생들이 교양필수인 '철학개론'을 들었지만 몇 명만이 강의에 열중했다. 도대체 교수님이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흥미가 있을 리 없었다. '너희들이 앉아있는 책상이 실제는 책상이 아니다'라는 '오묘한 명제'를 나만 이해하지 못한 것인가. '죽을 쑨' 성적표를 받은 건 당연했다. 만약 기자에게 '왜 철학을 배워야 하는지'를 말해 준 후 개념들을 설명했더라면 달라졌을지 모른다. 대학시절 배웠던 철학에 대한 느낌은 '달'도,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도 이해 못하고 헤매기만 했다는 기억뿐이다. 기자가 옛 경험을 들춘 것은 아쉬움 때문이다. 최 교수는 인문학을 '인간이 그리는 무늬'라고 풀어 설명한다. 기자도 20대 때부터 인간이 그려왔던 무늬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풍성한 삶을 살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철학을 공부하면 장르를 만들 수 있다. "철학을 알면 물건이 아닌 '장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최 교수의 주장이다. '철학은 인간 사고의 큰 흐름을 알게 해주는 통찰력을 제공하기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문화를 창조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를 흔든 최고경영자(CEO)들은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았다"며 "흐름을 꿰뚫고 있으면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데, 그게 바로 창조"라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껏 철학의 진수를 느끼지 못했던 것은 외국 철학자들의 말만 해석한 '훈고 철학'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라며 "제대로 철학을 할 때라야 우리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독특한 분석도 내놓는다. 김승수 씨(신방 3)는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은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응용학문들만 각광을 받아왔다. 선진국들은 인문학 바탕 위에 경제학 경영학 등을 발전시켜 새로운 흐름을 계속 만들어 왔지만 우리는 인문학의 기초가 너무 빈약해 토대조차 쌓지 못하고 선진국 뒤만 따라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철학 같은 인문학에 관심을 두면 우리도 달라질 수 있다"며 최 교수의 말에 공감을 표시했다. '철학산책'의 수강정원은 80명. 한때는 150명이 넘었지만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폭 줄였다고 한다. 교수와 학생이 서로 눈 맞추며 공감하는 게 중요하지 수강생 숫자로 인기를 가늠하는 게 싫었다고 한다. 참관하고 있던 수업 중에 질문과 대답이 오가다 간혹 학생들의 대답이 뜸하면 "멍청이들과는 같이 공부하기 싫다"라는 말도 나오고, 그때마다 어떤 대답이 나오곤 했다. 강의가 활발발(活潑潑)하다는 증거다. 기자는 최 교수의 강의가 학생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주고 있음을 황준수 씨(영미문학 1)를 인터뷰하면서 새삼 확인했다. 이제 갓 대학에 들어온 황 씨가 "신념을 고수하는 건 좋지만 갇히면 안 된다. 딱 그만큼만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영미문학을 전공하는 인문학도의 자세가 아니다"라는 말을 하는 순간 '옹골차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최 교수에게 강의를 듣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도 왜 철학을 배워야 하는가를 한마디로 표현해달라고 했더니 "자기 안의 어떤 힘이 '툭 드러나게' 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공부하기가 만만찮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정도 선생님 밑이라면 철학 공부, 할 만하지 않은가. 글.사진 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

공무원은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다. 공무원 시험은 매년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자랑'한다. 국민을 위한 공복(公僕)이 되기도 힘들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제대로 된 공무원을 찾기도 힘든 시대다. '왜 공무원이 되어야 하고 어떤 공무원이 되어야 하는가'를 강조해 많은 공무원을 배출하고 있는 원광대학교 소방행정학과를 취재했다. "비결은 열정입니다."정기성 공공정책대학 소방행정학과 교수에게 2013년 한 해만 40명의 학생을 공무원시험에 합격시킨 비결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교수의 열정이 학생을 공무원으로 만든다.' 납득하기 힘든 답이어서 꼬치고치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과에 들어 온 학생 대부분은 공무원을 목표로 합니다. 1학년 신입생 때부터 공무원에 대해 자부심을 갖도록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얘기해 주지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공무원이 어떤 일을 하는가는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최소 1주일에 한 번 신입생들은 2,3학년이 될 때 까지 '언제나' 교수를 찾아옵니다. 교수실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그래서 또 물었다. "교수님들은 수업 때만 학교에 나오지 않나요. 그리고 서울서 출퇴근 하지 않습니까." 정 교수는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희 교수들은 전부 이곳에 살고 있고 수업이 있든 없든 항상 교수실에서 학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교수의 말을 들으면서 뉴욕 FIT 박진배 교수를 취재할 때 FIT의 경쟁력 중의 하나가 '자식 대하듯 학생을 대하는 것'이란 말이 떠올랐다. 원광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들도 다르지 않았다. 2014년 서울과 전라북도 소방행정9급 필기시험에 합격해 지금 면접시험을 기다리고 있는 박이란 씨(소방행정4)는 "일주일에 1번 이상 20~30분간의 면접 시간을 통해 '넌 할 수 있다' '넌 될 거야'라는 응원의 말씀을 해주는 교수님들을 통해 좋은 기운을 많이 받은 것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또 2013년 소방공무원이 돼 지금 익산소방서에서 지방소방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순관 씨(25)도 "입학 후 부모님처럼 대해주는 교수님들의 '따뜻한 손길' 덕분에 공무원 시험이 어렵지 않았다"며 교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김씨는 일주일에 두세번 '하나부터 열까지 학생들을 어루만져주는' 교수들을 찾아가 귀찮게 했다고.교수들의 열정만 있는 게 아니었다. 공무원 시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특화된 커리큘럼을 짰고 영어교육과의 도움을 받아 맞춤 강의를 하는 등 '허용 될 수 있는 범위'를 최대한 이용했다. 영어에 대한 이같은 체계적인 '관리'는 학생들이 2학년을 마칠 때쯤이면 서울 상위권 대학의 학생들과 비슷한 영어실력을 갖추는데 도움을 줬다. 학과는 또 소방공무원 시험에 체력 시험이 있는 걸 감안해 2학점인 보건학 강의에는 체력실기를 넣어 학생들이 따로 시간을 내 체력시험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도록 배려했다. 학생들 역시 배드민턴, 축구 동아리 등을 만들어 학교에 있는 동안 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우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2004년 개설된 '젊은' 원광대 소방행정학과는 전국 65개 소방학과 중 최다 공무원 합격자를 자랑한다. 2012년 33명, 2011년 14명, 2010년 28명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는데, 이중에는 최연소 소방간부후보생, 경찰, 여군사관후보생들이 포함돼 있다. 2012년 소방행정학과는 이 공로로 정세현 원광대학교 총장으로부터 '공무원 진출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기자가 소방행정학과를 찾았을 때 학생들은 보건학 강의를 들으면서 열심히 체력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 큰 불이 났지만 다른 사람의 부모를 구하기 위해 정작 본인의 아버지는 구하지 못했던 홍모 소방관이 떠올랐다.[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난, 재밌게 들었어…, 성난 고양이가 도시를 파괴한다는 발상도 기발하고…" 4월 17일 세종대 군자관 만화애니메이션학과(Secan:SEJONG UNIVERSITY, DEPT. OF COMICS & ANIMATION)의 이현세 교수가 한 학생의 시놉시스를 듣고 한 평이다. 이날 강의는 학생들이 졸업작품으로 준비한 만화 혹은 애니메이션 시놉시스를 프레젠테이션 하는 자리. 이 교수는 길게는 10여 분, 짧게는 5분 정도 학생들의 작품 설명을 주의 깊게 듣고 난 후 부드러운 화법으로 '솔직하게' 자신의 느낌을 말했고 학생들은 몰입했다. 몰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고양이를 주제로 한 작품 '롤링 캣츠 어택'의 시놉시스를 발표한 4학년 박준호 씨(29)는 "이 교수님이 만화의 대가이시지만 권위의식 없이 학생들이 만든 어떤 작품도 진지하게 평을 해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교수가 토론을 자주하고 작가로서 가져야할 태도 등을 조언해 주는 것도 많은 학생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이날 둘러본 2학년 전공필수인 김지훈 강사의 '내러티브 워크숍'과 3학년 전공필수인 곽성조 강사의 '3D 애니메이션 제작고급' 수업시간에서도 학생들은 열심이었다. 한창완 세종대 Secan학과장(47)은 "우리 과에 들어오는 학생들 전부는 만화를 좋아하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이룰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확고해 수업 하나 하나를 중요시한다"며 그 이유를 설명한다. Secan의 비전은 만화가를 넘어 '디지털 콘텐츠 프로듀서'를 길러내는 것. 96년 국내 4년제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만든 만화관련 학과인 '영상만화학과'의 이름을 2000년에 지금의 Secan으로 개명한 이유도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스타작가를 비롯해 애니메이션, 연출, 기획, 마케팅을 전공한 16명의 교수진(강사 10명 포함)은 만화 플랫폼의 변화에 탄력적인 대응을 가능케 할뿐 아니라 졸업생들을 게임 및 애니메이션 산업으로 진출시키는 동력이 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5년 국내 만화 시장의 규모가 1조 원을 상회하고 그중 30% 정도를 웹툰이 차지할 것으로 예측한다. 웹툰의 성장은 Secan에도 엄청난 기회다. Secan 졸업생과 재학생들은 이미 2008년부터 시작된 웹툰의 전성기를 마음껏 활용하고 있다. 20여명에 달하는 Secan 출신 웹툰 작가들이 네이버, 다음, 네이트, 레진 코믹스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중 2000년도 학번인 하일권 씨는 웹툰인 '목욕의 신' '방과후 전쟁활동'의 성공으로 '웹툰작가'로서 정착해 남부럽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재학생들도 선배들에 뒤지지 않아 2012, 2013년 '네이버대학만화 최강전'에서 2년 연속 우승해 Secan의 성과를 높인 바 있다. 2013 최강전 우승자인 4학년 강지영 현예지 학생은 네이버 웹툰에 'Oh my God'을 연재해 누리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향후 전 세계 프린트 만화 시장은 해마다 마이너스 성장에 그치는 반면 디지털만화는 연평균 10% 이상씩 성장해 2017년에는 시장규모가 18억96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10여 년 전부터 웹툰 플랫폼을 개척한 '한국 만화'는 웹툰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및 게임과 융복합된 '스마튠'으로 발전해 세계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측한다. 세계시장을 흔들 다음 한류는 '만화'라는 얘기다. Secan의 비전은 '한류의 미래'에 맞닿아 있다.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우석대학교가 지방대학 특성화의 전범을 태권도학과의 '태권도 아트 퍼포먼스'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우석대학교 태권도학과는 8일 충북 진천읍 우석대 진천캠퍼스에서 '파랑새의 꿈, 안중근'의 공연을 통해 태권도의 새로운 가능성을 스토리텔링을 입힌 퍼포먼스에서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날 우석대학교 진천캠퍼스 준공식에 초청된 진천군민들은 우석대학교 태권도 공연단의 한 동작 한 동작을 숨죽인 채 지켜봤다. 극중 안중근 의사가 칼을 들고 하늘 높이 뛰어올라 내려오며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가를 때는 박수와 함께 환호를 터뜨렸고,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역서 저격한 후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쓰러질 때는 나라 잃은 슬픔을 그대로 공감하며 숙연해하기도 했다. 30여 명의 우석대학교 태권도학과 학생들이 출연하는 '파랑새의 꿈, 안중근'의 특별한 점은 지금까지 흔히 봤던 격파위주의 태권도 시범에서 벗어나 창작 품새들로 '태권도 뮤지컬'을 한다는 것. 공연은 일제강점기 때 우리민족이 일제에 얼마나 심한 억압을 받았는지를 생생히 묘사하며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이 왜 대한독립의 밑거름이 됐는지를 감동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파랑새의 꿈, 안중근'은 우석대학교 태권도학과 구성원들의 역사인식에 대한 발로를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 구현한 창작물이다. 작품을 기획 제작한 최상진 우석대 태권도학과 학과장(50)은 "우석대 창립자인 고 서정상 박사가 우석대 건학이념으로 내세웠던 '황금백만이불여일교자(黃金百萬而不如一敎子: 황금 백만 냥도 자식 한 명 가르치는 것만 못하다)'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과도 일치한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분들의 뜻을 시대흐름에 맞는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일본의 '역사도발'에 대응하려면 국민들도 '역사인식'을 새로이 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껴 안중근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공연물을 기획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극중 안중근 의사를 연기한 문지운 학생이 연습 도중 일제강점기를 상상하며 우는 걸 보고 공연자의 느낌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연기지도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우석대학교 태권도학과가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한(韓) 브랜드형 인재육성'은 태권도의 변화를 가져오고 한류를 통한 창조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과는 지난 2007년부터 꾸준히 태권 창작물을 공연하며 목표에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2010년부터는 정기적으로 전주 한옥마을에서 '사랑아 사랑아2'를 선보여 한옥마을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지역경제에도 공헌하고 있다. 최 교수는 "태권도의 확장 가능성은 겨루기나 품새 등 시합에 있는 것이 아니고 생활체육을 통해 국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객 참여형' 태권도 시범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 그는 "지금까지 생활체육으로서의 태권도는 어린이들이 도장에서 배우는 것만을 전부로 여겼지만 앞으로는 중국의 기체조처럼 모든 한국인들이 태권 품새를 편안하게 익히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며 대학에서의 태권도 교육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랑새의 꿈, 안중근' 공연단은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미국 뉴욕태권도협회의 초청을 받아 노스캐롤라이나, 뉴욕, 워싱턴을 순회하는 공연에 나설 예정. 최 교수는 공연에 담겨진 창의성과 역사성이 교포들의 애국심을 고취할 수 있다는 점이 평가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문화라는 '세련된 무기'를 통해 '한일 역사전쟁'의 격전지가 된 미국의 한복판에서 한국의 입장을 전파할 우석대학교 태권도 공연단의 공연은 관람료 가격이 최저 100달러나 되는 고가임에도 예매가 순조로워 태권도 아트 퍼포먼스의 열풍을 예고하고 있다. 한(韓) 브랜드형 인재양성을 목표로 한 우석대 태권도학과의 도전은 재단과 학교의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전국 태권도학과 중 최고인 교수확보율 63%, 층마다 연습실이 있는 태권도학과 전용건물은 우석대 태권도학과가 자랑하는 인프라다. 학교는 이번 학기부터 원어민 영어교수를 태권도학과로 배치해 태권도 국제화에 필수적인 영어교육을 강화했으며 특성화 맞춤 교육을 위해 체육심리를 전공한 교수도 배속시켰다. 학과는 또 학생들의 퍼포먼스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관련분야의 전문가를 교수로 영입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김응권 우석대 총장은 "'파랑새의 꿈, 안중근'을 만들어낸 창작과 창의성은 지방대학이 수도권 대학과 겨뤄 비교우위를 지켜낼 수 있는 특성화의 한 예"라며 "태권도학과 같은 '도전'은 지방대가 살기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태권도학과 1층 연습실 천장에는 시범단 학생들의 '공중 격파' 연습이 만든 구멍이 여기저기 뚫려있다. 도전은 생각만으로는 되지 않으며 땀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징표다.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