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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 등 사회 문제를 겪은 나라다. 특히 그 과정에서 정년 연장을 추진하는 등 모범 답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정년 연장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일본의 정년 연장 모델도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사례는 임금 체계도 함께 손보면서 기업의 부담을 크게 줄이는 방식이다.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가파르게 줄고 경기가 살아나면서 정년 연장으로 인한 세대 간 갈등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일본이 자국 상황에 맞는 모델을 만든 것처럼, 한국도 ‘한국형 정년 연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 정부는 2013년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해 종업원이 희망하면 만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①정년 연장 ②정년 폐지 ③계약사원 재고용 등 3가지 선택지를 기업에 제시했다. 모든 선택지의 공통점은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을 깎는 일종의 ‘임금 피크제’를 활용한다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기업들은 종업원을 퇴직시킨 뒤 계약사원으로 재고용하는 형식을 취했다. 재고용 후 받는 임금은 퇴직 전의 25~75%였다. 기업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사실상 종업원 스스로 낮은 임금을 받고 더 일할지, 60세에 그만둘지 선택해야 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일본 정부는 최근 만 70세로 정년을 더 늘리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여기에서도 기업을 배려했다. 기존 ①~③방법뿐 아니라 ④창업 지원 ⑤다른 기업으로 재취업 지원 ⑥프리랜서로 일하도록 지원 ⑦비영리단체(NPO) 활동 지원 등 4가지 선택지를 추가로 제시했다. 더구나 정부는 65세 정년 연장을 기업에 ‘의무’로 지웠지만, 70세 정년 연장은 기업에 ‘노력’하게끔 했다. 2013년 당시 일본 산업계에서도 지금 한국에서처럼 ‘고용 연장 조치가 청년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 경단련(經團連)이 2013년 실시한 조사에서 기업의 40%는 ‘앞으로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청년 일자리 감소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두 가지 요인 덕분이었다. 첫째, 생산연령 인구가 가파르게 줄었다. 지난해 생산연령인구는 2017년 대비 51만2000명 줄어든 7545만1000명이다.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9.7%로 1950년 이후 가장 낮았다. 일본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일할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둘째로 2012년 말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경제가 살아나면서 기업의 신입사원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었다. 올해 3월 대학 졸업생 중 취업 희망자 97.6%가 일자리를 구했다. 고교 졸업생의 경우는 98.2%로 더 높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희망하면 거의 전원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선 정년을 연장한 고령층과 신입사원인 젊은층이 세대 간 갈등을 벌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른 국가도 자국 상황에 맞춘 정년 연장을 선택하고 있다. 독일은 현재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한다. 숙련공 부족이 워낙 심각해 시니어들의 노하우를 계속 활용하겠다는 목적이 가장 크다. 미국이나 영국은 아예 정년이 없다. 미국 의회는 연령에 따른 고용 차별을 막기 위해 1986년 65세로 규정된 법적 의무 정년을 없앴다. 영국도 같은 이유로 ‘65세 정년’을 2011년에 없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북한 제재문제와 관련해 최근 국제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난제는 금융거래가 아니라 해상 불법 환적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 규정을 피해 가면서 각종 품목의 불법 환적을 시도하는 것은 ‘해적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북한 해상 당국이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휴 그리피스 전 대표(사진)는 최근 미국이 압류해 몰수 조치에 나선 북한 선적 와이즈 어니스트호와 관련해 북한의 제재 위반 시도를 차단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위반하는 불법 행위를 했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북한이 이런 식으로 석탄을 운송하려는 시도를 계속한다면 앞으로 더 많은 북한의 선박이 압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평가의 근거에 대해선 “지난해 9월부터 5개월간 작업한 대북제재 관련 연례보고서에서 꼼꼼하게 조사, 검토한 결과”라고 했다. 그리피스 전 대표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수장으로 5년간 패널 활동을 이끌어온 제재 전문가. 4월에 임기를 마치고 유엔을 떠난 그는 지난달 31일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 응했다. 그리피스 전 대표는 “북한은 제재를 회피하기로 작심한 나라”라며 “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체계와 글로벌 조직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 중동, 남미에 설치한 45개의 공관을 거점으로 사실상 전 세계 제재망을 피해 외화벌이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 그는 “각 지역의 공관에 파견된 북한 관계자들이 (외교관 면책특권을 규정한) 빈협약을 남용하며 외교관 여권으로 조사를 빠져나가고 있다”며 “북한의 정보기관 요원, 상당한 수의 무역거래상, 무기 밀매업자, 은행가들도 여기에 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북한은 지도자가 제재 회피를 절대적인 우선순위로 삼고 (대북제재위원회가 설립된 2006년 이후) 13년이나 이를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도 했다.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2월에 내놓은 연례보고서는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비롯한 북한 선박들의 불법 석탄 운송은 물론이고 해상에서 이뤄지는 불법 유류 환적의 생생한 장면들을 공개해 크게 주목받았다. 배와 배를 연결한 호스의 모양이나 갑판 위 사람들의 움직임까지 그대로 포착된 사진들도 실렸다. 이에 대해 그리피스 전 대표는 “유엔 회원국들의 협조를 통해 얻은 조사 정보들을 바탕으로 모든 문장, 모든 단어 하나하나까지 모두 검증을 거쳤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한국 선박과 기업이 석탄의 불법 환적에 관여해 조사를 받았던 사건과 관련해 그는 “국적과 상관없이 제재를 회피해 이익을 얻으려는 상인들은 어디에나 있다”며 정부가 아닌 사적 ‘기업’들의 회피 사례임을 강조했다. 북한의 불법 환적에는 한국뿐 아니라 최소 8개 유엔 회원국이 관여돼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제재 회피는 국경을 넘나들며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국경 없는(sans-frontier) 제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북한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해제를 요구한 제재들에 대해서는 “2017년 채택된 일련의 제재들은 북한의 외화 수입을 막는 차원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들”이라고 단언했다. 석탄 철강 광물질 해산물 등 수출이 차단된 품목들은 북한의 중요한 수입원인 데다 인공위성과 해상추적 기술을 이용한 감시의 눈을 피해 반출, 운송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 그리피스 전 대표는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탄도미사일 발사이므로 제재 위반이 맞다”면서도 “(징계에 대한) 권고 여부는 패널들이 속한 회원국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최근의 발사는 과거 북한(도발)의 불편한 메아리이며 제재가 더 강하게 이행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영국 국적의 그리피스 전 대표는 유엔을 떠난 이후 기존에 활동했던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는 “아프리카나 이란의 제재 관련 업무도 해봤지만 북한은 제재 관련 업무 중에서도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집중적인 조사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매우 어렵고도 고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중국이 미국의 대표적인 물류기업 페덱스(FedEx)에 대한 조사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맞보복전’으로 번지고 있다. 앞서 중국은 신뢰할 수 없는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겠다고 발표해 페덱스가 여기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1일 “페덱스가 택배법 관련 법률을 위반했다”며 “고객의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한 혐의에 대해 국가 관련 부서가 정식 조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CCTV는 “페덱스는 조사 기관에 협조할 의무가 있고 중국 당국은 조사 결과에 따라 기업을 처벌할 권한이 있다”며 “다른 외국 기업과 기관, 개인에게 경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기업에 대한 첫 조사”라고 전했다. 페덱스는 지난달 28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소수의 화웨이 소포 관련 주소 오류에 대해 사과한다”며 “이렇게 배송을 하도록 요구한 외부자가 없다는 것도 확인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중국의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는 페덱스가 소포를 도착지인 중국이 아니라 미국으로 보냈고 다른 2개 소포도 다른 곳으로 보내려고 시도했다고 고발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에는 “페덱스가 화웨이 제재에 나선 미국 정부를 도왔다”는 주장이 나돌았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페덱스 조사에 착수하며 맞불을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미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경제 규모가 작기 때문에 관세가 아니라 ‘기업에 대한 보복’이라는 새로운 카드로 맞서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WSJ는 “페덱스 조사는 중국의 보복 전략 변화를 보여준다”며 “중국은 특정 국가를 압박하기 위해 해당 국가의 기업을 조사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5년 전 윈도와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묶어 판매한 것과 관련해 중국의 반독점 조사를 받았고, 2017년 한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때문에 롯데그룹이 불매 운동과 각종 조사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달 31일 ‘신뢰할 수 없는 외국 기업 리스트’를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이 화웨이가 허가를 받지 않고 미국 기업과 기술, 부품을 거래하지 못하도록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과 유사한 조치다. 중국 상무부는 1일 블랙리스트 기준이 △중국 기업에 차별적인 조치 △비상업적 목적으로 시장 규칙과 계약 정신 위배 △중국 기업과 산업에 손해 △국가 안전에 위협 등 4가지 요소라고 공개했다. 페덱스는 물론이고 미국의 제재 방침에 따라 화웨이에 부품, 소프트웨어 공급을 중단하는 기업들은 모두 중국의 제재 대상에 해당된다. 중국이 미국 기업을 직접 겨냥하면서 애플, 테슬라 등 실리콘밸리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양국 경제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기술 냉전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해외 자본 유치와 경제 개방에 악영향을 끼칠 조치를 시작한 만큼 경고 수준이 아니라 치명타에 해당할 징벌성 조치를 미국 기업에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은 남중국해, 대만 등 안보에서도 충돌했다.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본회의 연설에서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은 아시아 안정을 파괴하는 행위와 활동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은 미국을 겨냥해 “누군가 감히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분열시킨다면 중국군은 다른 선택이 없다. 전쟁을 불사하고 모든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조국의 통일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2∼4일 남중국해 군사 훈련을 발표했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퀸스에서 한국계 택시기사 A 씨(58)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커피 인심’이 후했던 동료의 사망에 택시기사들과 주변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뉴욕에서 최근 1년간 8번째로 목숨을 끊은 택시기사”라며 고인의 사연을 전했다. 한국 출신 이민자로 택시를 몰던 A 씨는 2017년 ‘택시 오너’가 됐다. 1만3000개밖에 없는 뉴욕 택시면허(머댈리언)를 57만8000달러(약 6억8800만 원)에 매입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듯했다. 그런 그가 왜 끔찍한 선택을 했을까. A 씨의 동료는 NYT 인터뷰에서 “금융 문제 외엔 다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뉴욕시와 시 의회는 택시기사들을 죽음으로 내몬 주범으로 우버, 리프트 등 승차공유 회사를 지목했다. 이들이 택시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기사들의 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시 의회는 지난해 승차공유 서비스 기사의 수를 제한하는 법안으로 대응했다. 그것만으로 잇단 죽음을 설명할 수 있을까. NYT는 지난달 19일(현지 시간) 뉴욕 택시업계 관계자 450명을 취재한 분석 기사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이 신문은 “우버가 진출한 2011년 이후 뉴욕 택시 수입이 10% 감소했지만 머댈리언 가격은 96% 떨어졌다”며 뉴욕 택시면허의 ‘거품 붕괴’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1937년 도입된 택시 면허제도의 허점, 택시업계와 브로커들의 ‘약탈적 대출’ 관행을 파헤쳤다. NYT에 따르면 머댈리언 가격은 2002년 20만 달러에서 2014년 100만 달러로 뛰었다. 뉴욕시는 2004년 머댈리언 경매제도까지 도입하고 ‘일생일대의 기회’, ‘주식보다 나은 투자상품’이라며 광고까지 했다. 머댈리언이 비싼 값에 낙찰될수록 뉴욕시 세수는 불어났다. 대출은 느슨해졌다. 과거엔 머댈리언 매입 금액의 40%는 갖고 있어야 나머지 머댈리언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택시업계 신용협동조합은 단돈 1달러가 없어도 전액을 대출해주고 3년 내에 상환하게 하는 상품을 내놓았다. 택시업계 브로커들은 대출 중개로 돈을 벌었다. 90%가 이민자인 뉴욕 택시기사들은 모아둔 돈이 없어도 ‘택시 오너’가 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 거품이 빠지면서 ‘아메리칸 드림의 보증수표’는 ‘죽음의 초대장’으로 바뀌었다. 우버와 리프트에 밀려 수입이 준 택시기사들은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면허값은 20만 달러 밑으로 추락했다. 금융사는 대출을 회수하고 집과 소득을 압류했다. 머댈리언은 경매로 넘어갔다. 2016년 이후 택시기사 950명이 파산했다. NYT는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인 주택대출 거품과 비슷하다”며 “머댈리언 거품에 대한 경고가 여러 번 있었지만 당국이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예일대 저널을 인용해 “(뉴욕 머댈리언은) 강력한 이익집단의 압력에 취약한 정치적 의사결정에 따라 유지되는 비효율적 사적 소유권의 사례”라며 “왜 사회가 이 산업을 보호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NYT의 보도 이후 뉴욕주 검찰과 뉴욕시는 약탈적 대출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섰다. 뉴욕 택시업계가 “택시 수입은 10%가 아니라 36%가 줄었다. 우버 등의 책임이 크다”고 NYT 보도를 반박하면서 논란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이에 앞서 정부의 인위적인 택시 공급과 가격 통제, 택시업계와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 약탈적 대출에 대한 감시 소홀 등 구조적 문제에 귀 기울이고 피해자 구제에 나서는 노력들이 있었다면 적어도 극단적 선택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모든 문제를 신기술과 경쟁자 탓으로 돌리는 건 진실을 외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일 뿐이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10일부터 모든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해 5%의 관세를 물리겠다. 또 7월부터 관세를 더 올려 10월 1일 25%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현실화하면 멕시코에 있는 한국 기업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KOTRA 등에 따르면 현재 멕시코에는 삼성전자, LG전자, 기아자동차, 포스코 등 약 200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미 백악관은 이날 대통령 명의의 성명 발표로 ‘관세 폭탄’을 공식화했다. 무역이 아닌 이민 문제로 관세 카드를 꺼내든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북미 수출 시 무관세’란 멕시코의 입지 조건을 이유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국내 기업 중 가장 예민한 분야는 완성자동차 업체다. 기아차는 누에보레온주(州) 생산 공장에서 K3 등 승용차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이 공장에서 생산한 30만 대 중 12만 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관세가 5%만 올라도 멕시코 법인의 순이익은 매년 10억 원 이상 감소한다. 멕시코 현지에서 TV, 냉장고, 건조기 등 가전제품을 만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미국에서 판매되는 두 회사의 TV는 모두 멕시코에서 만들기 때문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포스코, GS칼텍스 등 멕시코 법인을 운영하는 대기업들도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만큼 더 부담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1일부터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5∼25% 관세를 부과했다. 관세가 25%로 인상된 품목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중서부 농업 지역을 겨냥한 쇠고기 벌꿀 완두콩 시금치 등 농축산물이 대거 포함됐다. 중국은 또 미국산 대두(콩) 수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지민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6월10일부터 모든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해 5~25% 관세를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물론 반(反)이민에도 ‘관세’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현실화하면 멕시코에 있는 한국 기업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KOTRA 등에 따르면 현재 멕시코에는 삼성전자, LG전자, 기아자동차, 포스코 등 약 200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 경제 아닌 사회 문제에도 관세 압박 미 백악관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이 같은 내용의 트럼프 대통령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서도 “미국은 멕시코를 통해 불법 이민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이 중단될 때까지 6월 10일부터 모든 멕시코산 물품에 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 중남미 국가 이민자(캐러밴)이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경 장벽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를 근거로 6월 10일부터 모든 멕시코산 수입품에 5%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멕시코가 불법 이민 완화 조치를 했다고 판단한다면 관세를 철회할 수 있다. 멕시코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관세는 7월부터 10월까지 매달 5%씩 올라간다. 최악의 경우 ‘불법 이민 관세’가 25% 영구적으로 적용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 문제를 관세로 해결하겠다고 발표하자 각국 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하루에만 미 달러에 대한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2% 넘게 떨어졌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일본 엔화 가치는 상승했다. ○ “무관세 믿고 멕시코 왔는데…” 국내 업체 날벼락 ‘북미 수출 시 무관세’란 멕시코의 입지 조건을 이유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초비상이 걸렸다. 국내 기업 중 가장 예민한 분야는 완성자동차 업체다. 기아차는 멕시코 누에보 레온주(州)에 생산 공장을 가동해 K3 등의 승용차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 30만 대 중 12만 대를 미국에 수출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관세가 5% 오른다고 가정하면 멕시코 법인의 순이익은 매년 10억 원 이상 감소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비상이다. 두 업체는 멕시코 현지에서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만들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TV는 모두 멕시코에서 만들어졌으며, 현지 시장에서 냉장고는 30%가량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포스코 등 철강업계도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있기 때문에 타격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체제에서 관세 이슈는 항상 터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안을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결국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만큼 더 부담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가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6월10일부터 모든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해 5~25% 관세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30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트럼프 대통령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서도 “미국은 멕시코를 통해 불법 이민자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것이 중단될 때까지 6월10일부터 모든 멕시코산 물품에 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 중남미 국가에서 온 캐러밴(대규모 이민자 행렬)이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비판하고 국경 장벽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를 근거로 6월10일부터 모든 멕시코산 수입품에 5% 관세 를 적용하기로 했다. 멕시코가 불법 이민 완화 조치를 했다고 판단한다면 관세를 철회할 수 있다. 멕시코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관세는 7월부터 10월까지 매달 5%씩 올라간다. 최악의 경우 ‘불법 이민 관세’가 25% 영구적으로 적용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 문제를 관세로 해결하겠다고 발표하자 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장중 2% 넘게 떨어졌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 가치는 상승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중국이 미국산 대두(콩) 수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대두 수입을 중단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미국 농가가 직접 타격을 입는다. 중국이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진 희토류 미국 수출 제한에 앞서 대두 카드부터 꺼내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국영 곡물수입 업체들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미국산 대두를 계속 수입하라는 어떤 지시도 받지 못했다며 (앞으로) 대두 수입 주문 지시가 있을 것이라고 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은 기존에 구매한 대두의 수입을 취소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대두 수입국이다. 미국산 대두의 주요 생산지인 중서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기여한 텃밭이다. 이 때문에 대두 수입 중단은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국이 처음 검토한 카드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전쟁의 일시 휴전에 합의한 뒤 중국은 선의의 표시로 미국산 대두 1300만 t을 수입했다. 올해 2월에는 중국이 미국산 대두 1000만 t을 추가로 수입하기로 약속했다고 소니 퍼듀 미국 농무장관이 밝혔다. 하지만 이 주문은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또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이 상황 악화에 대비해 희토류의 미국 수출을 제한하는 계획의 준비를 마쳤으며 중국 정부가 결정만 내리면 즉시 실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희토류는 첨단기술 제품과 군사 장비에 필수적인 원료다. 미국은 현재 희토류 수입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웨이젠궈(魏建國)전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30일 베이징(北京)에서 중국 정부가 미중 무역전쟁 관련 입장을 밝히기 위해 연 세미나에서 동아일보 등 일부 외신 취재진과 만나 중국이 희토류를 무역전쟁의 무기로 사용할지에 대해 “(중국 정부가 쓸 수 수 있는 옵션이다. 사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1일부터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5~25%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지난달 13일 이달 1일 0시부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관세가 25%로 인상되는 품목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중서부 농업 지역을 겨냥해 소고기 벌꿀 완두 시금치 등 농축산물이 대거 포함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멕시코가 미국으로 향하는 중미의 이민자들을 막지 않으면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상품 전체에 대해 과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10일부터 멕시코를 통한 불법 이민자 유입이 중단될 때까지 멕시코산 모든 상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백악관이 발표한 성명에서 “(이민 관련) 위기가 계속되면 다음달 1일부터는 관세를 10%로 인상할 것이고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 수를 크게 줄이거나 없애지 않으면 8월 1일부터는 관세가 15%, 9월 1일부터는 20%, 10월 1일부터는 25%로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해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중국 최대 통신기업 화웨이를 배제할 것을 직접 요구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신문은 미국과 영국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보좌관들이 영국 정부 설득에 실패한 뒤에 6월 3일(현지시간)부터 2박3일간 영국 방문 기간 화웨이 문제를 직접 제기하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의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유럽 동맹국들에게 5G 이동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 것을 요구했다. 영국 정부는 자국 5G 이동통신망 장비 입찰에 화웨이의 참여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FT는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가 어젠다에 분명히 올라올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정부가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정보 공유 제한 카드를 다시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미국과 중요 정보를 공유하는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이슬람 급진세력의 테러 정보 등를 이들 국가와 공유하고 있다. 미국이 정보 공유를 제한하면 이들 동맹국의 테러 대응능력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다른 소식통은 FT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5G 참여가 미국과 영국의 정보 공동작전에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반복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이 문제에 강경하게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메시지를 전달해 영국 내의 대중 강경파를 결집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화웨이를 둘러싼 두 나라의 간극이 적지 않아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것들은 한 번의 회의로 해결할 수 없는 종류의 일들”이라며 “대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퀸즈에서 한국계 택시기사 A씨(58)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커피 인심’이 후했던 그의 사망에 동료 기사들과 주변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뉴욕에서 최근 1년간 8번째로 목숨을 끊은 택시 기사”라며 고인의 사연을 전했다. 한국 출신 이민자로 택시를 몰던 A 씨는 2017년 ‘택시 오너’가 됐다. 1만3000개 밖에 없는 뉴욕택시 면허(메달리온)를 57만8000달러(약 6억8800만 원)에 매입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듯했다. 그런 그는 왜 끔찍한 선택을 했을까. A씨의 동료는 NYT 인터뷰에서 “금융 문제 외엔 다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뉴욕 시와 의회는 택시기사들을 죽음으로 내몬 주범으로 우버, 리프트 등 승차공유 회사를 지목했다. 이들이 택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기사들의 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시 의회는 지난해 승차공유 서비스 기사의 수를 제한하는 법안으로 대응했다. 그것만으로 잇단 죽음을 설명할 수 있을까. NYT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450명의 뉴욕 택시업계 관계자를 취재한 분석 기사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이 신문은 “우버가 진출한 2011년 이후 뉴욕 택시 수입이 10% 감소했지만 메달리온 가격은 96% 떨어졌다”며 뉴욕 택시면허의 ‘거품 붕괴’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1937년 도입된 택시면허 제도의 허점, 택시업계와 브로커들의 ‘약탈적 대출’ 관행을 파헤쳤다. NYT에 따르면 메달리온 가격은 2002년 20만 달러에서 2014년 100만 달러로 뛰었다. 뉴욕 시는 2004년 메달리온 경매 제도까지 도입하고 ‘일생일대의 기회’, ‘주식보다 나은 투자상품’이라며 투자광고까지 했다. 메달리온이 비싼 값에 낙착될수록 뉴욕 시 세수는 불어났다. 대출은 느슨해졌다. 과거엔 메달리온 매입 금액의 40%는 갖고 있어야 나머지 메달리온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택시업계 신용협동조합은 단돈 1달러가 없어도 전액 대출을 해주고 3년 내에 상환하게 하는 상품을 내놓았다. 택시업계 브로커들은 대출 중개로 돈을 벌었다. 90%가 이민자인 뉴욕 택시기사들은 모아둔 돈이 없어도 ‘택시 오너’가 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 거품이 빠지면서 ‘아메리칸 드림의 보증수표’는 ‘죽음의 초대장’으로 바뀌었다. 우버와 리프트에 밀려 수입이 준 택시기사들은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면허 값은 추락했다. 금융사는 대출을 회수하고 집과 소득을 압류했다. 메달리온은 경매로 넘어갔다. 2016년 이후 950명의 택시기사들이 파산했다. NYT는 “2008년 금융위기 원인인 주택대출 거품과 비슷하다”며 “메달리온 거품에 대한 경고가 여러 번 있었지만 당국이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예일대 저널을 인용해 “(뉴욕 메달리언)은 강력한 이익집단의 압력에 취약한 정치적 의사결정에 의해 유지되는 비효율적 사적 소유권의 사례”라며 “왜 사회가 이 산업을 보호해야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NYT의 보도 이후 뉴욕 주 검찰과 시는 약탈적 대출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섰다. 뉴욕 택시업계가 “택시 수입은 10%가 아니라 36%가 줄었다”며 NYT 보도를 반박하면서 논란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이에 앞서 정부의 인위적인 택시 공급과 가격 통제, 택시업계와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 약탈적 대출에 대한 감시 소홀 등 구조적 문제에 귀 기울이고 피해자 구제에 나서는 노력들이 있었다면 적어도 극단적 선택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모든 문제를 신기술과 경쟁자 탓으로 돌리는 건 진실을 외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일 뿐이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29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중남부 테네시주 클라크스빌 도심. 인근 켄터키주 경계를 따라 건설된 ‘LG하이웨이’를 달리자 축구장 160개 규모(약 125만 m²)의 터에 연면적 7만7000m²인 LG전자 세탁기 공장이 나타났다. 이 공장 1층에서는 거대한 ‘로봇 팔’이 세탁기 몸체용 금속 패널을 끊임없이 날랐다. 바닥에는 150대 이상의 무인운반로봇(AGV)이 각 공정에 필요한 부품을 싣고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취재진을 만난 AGV는 자동으로 멈췄다. 공장 직원 약 600명은 로봇이 하기 어려운 전선 연결, 모터 조립, 품질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었다. 지역 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올해 1월 취임한 빌 리 테네시 주지사(60·공화)도 이날 준공식에 참석했다. 그는 “지금까지 가 본 공장 중 가장 인상적”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 시설을 극찬했다.○ ‘10초에 1대’ 한미 양국서 동시 생산 LG전자는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서 처음으로 가전공장을 지었다. 이제 미국에서 판매되는 LG 세탁기는 클라크스빌 및 경남 창원 공장에서 절반씩 생산된다. 창사 후 ‘한미 양국 생산체제’가 가동된 것도 최초다. 클라크스빌 공장에는 두 개의 생산 라인이 있다. 드럼세탁기와 ‘통돌이 세탁기’를 합해 연간 120만 대를 만든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 부사장은 “창원 공장의 생산 라인 자동화 비율은 40%지만 이곳은 60%다. 전통 공장 인력의 3분의 1로도 가동할 수 있는 ‘지능형 자율공장’ 체제를 갖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 핵심은 부품 공급 및 포장 등을 로봇 설비로 자동화하는 것이다. 생산부터 제품 포장까지 전 공정을 ‘원스톱’으로 관리하는 자동 통합생산체계도 적용했다. LG 측은 현재 50%인 공장 가동률을 연말경 100%에 가깝게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면 창원 공장처럼 ‘10초에 1대’ 세탁기 생산이 가능해진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현지 생산하면 재고 부담 없이 일주일이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의 생산을 늘릴 수 있다.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풀 발(發) 세이프가드에 4300억 투자로 맞불 이 공장은 2017년 8월 공사를 시작했다. LG는 약 3억6000만 달러(약 4300억 원)를 투자했다. 그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후 한국 기업의 첫 대규모 대미 투자였다. 취임 직후부터 보호무역과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해 온 트럼프 행정부는 미 세탁기 제조업체 월풀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2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한국산 세탁기에도 20% 관세를 물렸다. LG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공장 가동 시기를 예정보다 6개월 앞당겨 지난해 12월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송 사장은 “월풀이 LG를 불러들였다. 설사 관세가 없어져도 미국에서 생산하는 게 더 유리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올해 세탁기 수입량은 관세할당물량(TRQ)인 120만 대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세탁기 관세도 18%에서 45%로 오른다. 그만큼 현지 생산이 더 중요해졌다. 클라크스빌 공장은 격화되는 미중 무역전쟁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국산 모터 등의 부품 공급처도 다른 곳으로 바꿨다. 조주완 LG전자 북미지역대표(부사장)는 “현지 생산을 하면 물류비, 관세, 배송시간 등이 줄어 생산비 상승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클라크스빌=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열심히 일하는 선량한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이 불공정한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무역전쟁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리틀 나바로’로 불리는 이란 태생 여성 관료가 급부상하고 있다. 나작 니카타 미 상무부 산업분석 담당 차관보(46·사진)다. 그는 대중 최고의 강경파로 유명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국장에 버금가는 강경파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그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민감한 국제경제 사안을 이행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고 평했다. 2017년 말 워싱턴 의회에 출석했던 니카타 차관보는 “미국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며 ‘무역 매파’의 발톱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올해 2월에도 ‘수입 자동차가 미 국가안보에 위협’이란 결론을 내리고 유럽연합(EU) 일본 등 동맹국에 대한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를 제공한 상무부 기밀 보고서 작업에 중추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그를 미중 무역전쟁의 최일선 부서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국장에 지명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니카타 차관보가 BIS 수장으로서 중국과의 무역전쟁 최전방에 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 달 후 BIS는 중국 최대 통신사 화웨이를 미 기업과 거래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하는 ‘무역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렸다. 1973년 이란에서 태어난 니카타 차관보는 1979년 여섯 살 때 이슬람혁명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프랑스어와 정치과학을 전공했고, 시러큐스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법학박사(JD) 학위를 땄다. 조지타운대 부교수, 로펌 캐시디 레비 켄트 파트너 변호사로 일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하기 전에 미 메기 양식어민을 대리해 베트남 수입업자에 대한 징벌적 관세도 이끌어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변호사 시절 삼성전자, 현대제철이 그의 고객사였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지난해 중국이 국영기업에 사상 최대인 1538억 위안(약 26조430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협상에서 미국은 중국의 보조금이 미국 기업의 이익을 해친다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보조금 문제가 양국 갈등을 확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금융 데이터업체인 윈드가 중국의 상장 국영기업 3545곳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보조금이 2017년에 비해 14% 증가한 1538억 위안(약 223억 달러)이었다고 보도했다. 최대 석유화학 기업 중국석유화공집단유한공사(SINOPEC·시노펙)가 국영기업 중 가장 많은 75억 위안의 보조금을 받았다. 30년 만에 판매량이 줄어든 중국의 자동차 불황에서 상하이자동차그룹은 36억 위안을 받았다. 윈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은 상장 국영기업의 전체 순이익(3조7000억 위안) 가운데 4% 이상에 달했다. FT는 민간 기업까지 합치면 2017년 정부 보조금은 약 4300억 위안(약 73조78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지기반인 팜벨트(중서부 농업지대) 표심을 의식해 보조금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일자리, 식량 안보 등이 걸려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일본 도쿄 기자회견에서도 “보조금 따위를 원하지 않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길 바라는 미국인들의 요구를 등한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당초 순조롭게 합의될 것으로 여겨졌던 미중 무역협상이 중단된 핵심 원인 중 하나는 중국이 미국의 보조금 지급 금지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도 반격 움직임을 보였다. 27일 로이터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미국 운송업체 페덱스가 화웨이 화물의 도착지를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꿨다고 주장하면서 페덱스와의 거래를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최고경영자(CEO)의 책상에선 프랑스 에너지·기관차 기업 알스톰의 전직 간부인 프레데리크 피에루치가 미국을 비난하며 쓴 책이 포착됐다. 이 때문에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공동으로 미국에 반격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동안 런정페이는 화웨이가 공산당과 관계없다고 반박했지만 중국 외교부와 관영 매체들은 최근 이 책을 내세워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 최근 런정페이를 인터뷰한 블룸버그 기자는 런정페이의 책상에 놓인 이 책을 촬영해 27일 트위터에 공개했다. 피에루치는 2013년 인도네시아 사업 관련 뇌물 혐의로 미국 공항에서 체포돼 지난해 석방됐다. 미국은 그에게 ‘반(反)해외부패법’을 적용했고 중국은 이 사건을 ‘프랑스판 화웨이 사건’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한편 미중 양국이 모든 무역에 관세를 부과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2년 뒤 세계 경제에 6000억 달러(약 713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 “무역전쟁이 위험한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현 시점에서 무역전쟁이 장기화하고, 혼란스러워지고, 손실이 커질 가능성이 더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자체 분석을 통해 미중 무역 전체에 25% 관세가 적용되고 주가가 하락할 경우 2021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6000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양국이 예고한 추가 관세 위협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중 양국이 모든 무역에 관세를 부과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2년 뒤 세계 경제에 6000억 달러(약 713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시간) “무역전쟁이 위험한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현 시점에서 무역전쟁이 장기화하고, 혼란스럽고, 손실이 커질 가능성이 더 있다”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만나 갈등을 신속히 봉합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관세 위협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자체 분석을 통해 미중 무역 전체에 25% 관세가 적용되고 주가가 하락할 경우 2021년 세계 국내총생산(GDP)가 6000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이달 10일 이후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25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5~25% 관세를 부과하는 맞보복을 예고했다. 다음달까지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다면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이 경우 중국과 미국의 GDP가 무역전쟁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에 비해 2021년 각각 0.5%, 0.2% 하락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다. 미중 정상이 G20 회의에서 만나기 전까지 갈등을 봉합하는 돌파구를 열리지 못한다면 ‘관세 전면전’에 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 미국, 세계 GDP가 2021년 각각 0.8%, 0.5%, 0.5%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중의 ‘관세 전면전’의 충격의 여파로 주식시장이 10% 하락하는 경우다. 2021년 중국, 미국, 세계 GDP는 각각 0.9%, 0.7%, 0.6%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금융시장의 불안은 소비, 투자 위축 등으로 이어지면서 충격을 더 키울 가능성이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낙진’이 중국의 대미 수출에 노출이 큰 대만, 한국, 말레이시아 등의 아시아 국가나 미국의 대중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캐나다, 멕시코 경제로 파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 무역흐름, 성장 및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에 대한 변화 등의 다양한 경로로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무역전쟁의 잠재적인 최대 패자는 중국”이라며 “위안화는 태국 바트, 캐나다 달러와 함께 이미 과대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냉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타깃이 된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의 런정페이(任正非·75) 회장이 “미국에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런 회장은 26일(현지 시간) 방영된 중국중앙(CC)TV 인터뷰에서 “단기 돌격전이 아닌 장기 지구전을 준비하고 있다. 싸울수록 더 강해질 것”이라며 “언젠가 미국과 산꼭대기에서 만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화웨이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승리는 우리의 것이며 ‘불사의 화웨이’를 새긴 메달만 2만 개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건다면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가 무역전쟁의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아주 웃기는 얘기(big joke)다. 화웨이가 어떻게 미중 무역과 관련이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그의 잇따른 발언은 미국이 17일 화웨이를 미 기업과의 거래 금지 기업 명단에 올리자 중국 또한 애플 등 미 기업을 대상으로 보복에 나설 것이란 우려 속에서 나왔다. 27일 대만 중앙통신은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을 조립·생산하는 세계 최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인 대만 훙하이정밀공업이 애플을 상대로 한 중국 정부의 맞보복, 무역전쟁 격화 등을 우려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은 중국 철도차량 기업 중궈중처(中國中車·CRRC) 등 중국 주요 제조업 기업을 대상으로도 제재를 확대할 태세다. 2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미 워싱턴 수도권 교통국 지하철의 신형 철도차량 수주 경쟁에서 CRRC가 탈락 위기라고 전하며 미국의 규제가 ‘중국 제조 2025’의 10대 산업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제조 2025는 2025년까지 중국의 첨단제조업 기술력을 세계 선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중국의 계획으로 미국이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크 워너 상원의원(민주·버지니아) 등 4명은 CRRC를 겨냥해 정부 보조금을 받는 해외 기업의 철도 차량 입찰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현재 애플은 중국에서 14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애플에 대해 맞보복에 나서면 대규모 일자리가 위협받을 뿐 아니라 애플 주가도 급락해 미국과 중국 모두 더 큰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양국의 기싸움이 워낙 팽팽해 무역전쟁 확전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중국 정부가 애플 제품에 제재를 가하면 애플 수익이 29% 감소할 것”으로 점쳤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이탈리아-미국 자동차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성사되면 독일 폭스바겐, 일본 도요타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회사가 탄생한다. FCA는 27일 성명을 통해 “르노에 합병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합병 후 주주들에게 25억 유로의 특별배당금을 지급하고 두 회사가 각각 상대 지분을 50%씩 소유하는 방안이다. 합병 과정에 약 1년이 걸릴 것으로도 예상했다. 르노도 별도의 성명을 내고 합병 논의 계획을 밝혔다. 프랑스 경제지 르푸앵은 ‘르노 이사회가 우선 합병 수락 결정 대신 합병 제안을 계속 논의할지를 먼저 의논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양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신차 수요 둔화, 친(親)환경 및 정보기술(IT) 융합 등 미래자동차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란 이중고를 안고 있다. 두 회사의 간판 브랜드인 피아트와 르노도 ‘안방’ 유럽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에 밀리고 있다. 전기자동차 투자에서 뒤처진 피아트는 르노의 도움이 필요하고 르노는 북미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다. FCA는 “르노와 합병하면 연간 55억 유로의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시너지 효과의 40%는 구매력 증가에 따른 비용 절감, 30%는 연구개발(R&D) 효율성 증대, 20%는 제조 효율 증가로부터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FCA와 르노는 전 세계에서 약 870만 대를 팔았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폭스바겐(1083만 대), 도요타(1059만 대)에 이어 세계 3위다. 여기에다 르노와 제휴 관계에 있는 닛산-미쓰비시 연합의 판매량까지 합하면 약 1500만 대로 압도적 1위가 된다. 기존 3위 미국 제너럴모터스(GM), 기존 4위 현대·기아차(739만 대)의 순위도 한 계단씩 밀린다. 다만 지난해 11월 일본 정부가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을 탈세 혐의 등으로 기소한 뒤 르노-닛산 관계가 틀어진 점이 변수다. 닛산은 이번 합병 논의 과정에서도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르노가 닛산과의 제휴가 깨질 가능성에 대비해 ‘보험’을 든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장 도미니크 세나르 르노 회장이 24일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을 만나 합병 계획을 설명했고, 이후 프랑스 정부가 이를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르노 지분 15%를 소유한 프랑스 정부는 일단 찬성 의사를 보였지만 합병에 따른 공장 폐쇄 및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도 감원과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김현수 기자}
미국 국가안보국(NSA)에서 유출돼 북한 러시아 중국 해커들이 악용하고 있는 사이버무기 ‘이터널블루(EternalBlue)’가 7일 발생한 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 정부 해킹 사건에 동원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 시간) 전했다. 볼티모어시는 가상통화인 비트코인으로 10만 달러를 요구하는 해커의 ‘랜섬웨어’ 공격으로 수천 대의 시 정부 컴퓨터가 마비됐다고 밝혔다. 이후 시의 e메일 시스템이 다운되고 부동산 거래, 수도요금 고지서 발부, 의료정보 알림 등 행정 서비스의 장애가 지속되고 있다. NYT는 “메릴랜드주에 본부가 있는 NSA에서 유출된 사이버무기인 이터널블루가 세계적으로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며 “최근 NSA의 뒷마당인 볼티모어에서 공격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과 9월에는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과 텍사스주 샌안토니오가 각각 이터널블루를 이용한 해킹 공격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터널블루는 시스템의 취약점을 찾아내고 네트워크상에서 악성소프트웨어를 신속하게 확산시키는 사이버무기다. 2017년 4월 ‘섀도브로커(Shadow Brokers)’라는 정체불명의 해커 집단이 이터널블루를 온라인에서 처음 공개하면서 유출 사실이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북한은 2017년 영국 독일 등 세계 20만 개 기관을 마비시킨 워너크라이(WannaCry) 공격에 이터널블루를 처음 활용했고 러시아 중국 해커그룹도 유사한 해킹 공격을 시도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이탈리아 피아트와 미국 크라이슬러가 합병한 피아트크라이슬러가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와 사업 제휴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전했다. WSJ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피아트크라이슬러와 르노가 자동차 플랫폼과 엔지니어링 자원을 공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 협상이 최근 몇 주 동안 탄력을 받았다”고 전했다. 두 회사가 제휴를 모색하는 배경은 최근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신차 수요가 둔화되고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 투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 현상과 무관치 않다. 올해 1분기(1∼3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멕시코 등 세계 주요 지역의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7% 줄었다. BMW 닛산 혼다 도요타 다임러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의 영업이익도 하락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생존을 위해 ‘국가대표 선수’라는 명분보다 세계 단위의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서면서 세계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과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북미 생산라인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GM에 이어 미국 2위 자동차 회사인 포드도 최근 7000명을 감원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피아트는 프랑스의 다른 자동차 회사인 PSA그룹과도 합병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CNBC는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프랑스의 르노가 손을 잡고 세계 자동차 업계의 대대적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다”며 “이 협력을 통해 피아트크라이슬러가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에 합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자동차 1080만 대를 판매한 폭스바겐을 누르고 연간 1560만 대를 판매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 연합이 등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피아트크라이슬러와 르노의 제휴는 지난해 11월 카를로스 곤 전 르노 회장이 일본에서 체포된 이후 ‘르노-닛산’ 간 고조된 긴장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피아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크라이슬러 지분을 인수했으며 2014년 합병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최대 주주는 아녤리-엘칸 가문의 지주회사인 엑소르(지분 29% 보유)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북한이 유엔에서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에 압류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반환을 요구하는 여론전에 나섰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4분간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불법적으로 우리 화물선을 점유해 미국령 사모아로 끌고 갔다”며 “미국의 일방적 제재와 영토 밖에서의 국내법 적용은 국제법에 따라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미국은 앞으로 전개될 국면에 미칠 결과를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우리 화물선을 지체 없이 반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6분여간 준비된 모두 발언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지만 즉답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날 김 대사는 2004년 비준 요건에 미달돼 채택되지 않은 ‘국가와 국유재산 관할권 면제에 대한 유엔협약’을 들어 미국의 국제법 위반을 제기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에리 가네코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해당 조약은 아직 발효되지 않았다”며 김 대사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미국은 대북제재 유지를 강조하며 북한의 선박 반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기자회견에 대한 본보의 질의에 “유엔 안보리가 결정한 대로 국제사회의 제재는 유지돼야 하고 모든 유엔 회원국에 의해 이행돼야 한다”고 밝혔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북한이 유엔에서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에 압류된 북한 화물선 ‘와이즈어니스트호’의 반환을 요구하는 여론전에 나섰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4분간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불법적으로 우리 화물선을 점유해 미국령 사모아로 끌고 갔다”며 “미국의 일방적 제재와 영토 밖에서의 국내법 적용은 국제법에 따라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미국은 앞으로 전개될 국면에 미칠 결과를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우리 화물선을 지체 없이 반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6분여간 준비된 모두발언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지만 즉답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날 김 대사는 2004년 비준 요건에 미달돼 채택되지 않은 ‘국가와 국유재산 관할권 면제에 대한 유엔협약’을 들어 미국의 국제법 위반을 제기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에리 가네코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해당 조약은 아직 발효되지 않았다”며 김 대사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14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의 화물선 압류를 비난했다. 18일에는 김 대사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유엔 차원의 긴급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무총장이 취할 별도의 입장이나 행동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주장한 국제법 위반에 대해서는 “유엔헌장 39조(평화 파괴 침략 행위)를 이야기한 것으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판단할 일”이라며 “현재 안보리에서 관련 검토나 회의 일정이 잡힌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대북 제재 유지를 강조하며 북한의 선박 반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기자회견에 대한 본보의 질의에 “유엔 안보리가 결정한 대로 국제사회의 제재는 유지돼야 하고 모든 유엔 회원국에 의해 이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워싱턴=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