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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토는 누구도 한 뼘도 침범해서는 안 된다. 누구라도 우리를 건드리려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추석(15일)을 맞아 개봉한 6·25전쟁 영화 ‘나의 전쟁(我的戰爭)’의 홍보 영상에 등장한 한 출연자의 이런 외침은 당시 전쟁에 대한 중국인들의 왜곡된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다. 6·25전쟁은 중국이 침범당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남한을 침공해 일어났고, 중국은 그런 북한을 돕기 위해 참전했다는 역사적 사실과도 맞지 않는다. 6·25전쟁에 참여한 중국 문화선전공작단 단원들 간의 전우애와 사랑을 다룬 120분짜리 영화의 홍보 영상이 중국인들의 ‘과도한 애국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5분 분량으로 중국판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쿠(優酷) 등에 올라온 몇 건의 홍보 영상은 문화선전공작단 출신의 한 할머니가 서울에 관광을 와 자신이 과거 “홍기(紅旗)를 들고 여기에 왔다” “여권이 필요 없었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또 다른 홍보 영상에서 참전 군인들은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돕는다’는 중국의 6·25전쟁 명칭) 전쟁에서 우리 모두 혈서를 쓰고 참여해 손에 든 무기도 없이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이겼다”고 외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애국주의 전파에 마지노선이 없는 것 같다”는 하얼빈사범대 역사학과 린치 교수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비판을 소개했다. 린 교수는 “일본인 노인단체 관광객이 난징(南京)에 와서 자신들이 70여 년 전 난징대학살 때 욱일기를 들고 왔었다고 말하면 어떤 생각이 들겠느냐”고 지적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대북 제재를 강화하기는커녕 4차 핵실험 뒤에 나온 유엔 안보리 제재 2270호의 이행조차 흐지부지하고 있다는 징후가 잇따르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접경도시로 북-중 교역의 70% 이상이 이뤄지는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의 교포사업가 A 씨는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북한의 핵실험 직후에는 세관이 통관검사를 깐깐하게 하기도 했지만 잠시뿐이었다”며 “5차 핵실험 이후에도 과거와 비교하면 별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멀리 중앙정부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등 거창한 명분으로 제재한다고 하지만 압록강 다리를 오가는 트럭 한 대가 가고, 못 가고, 늦어지고 할 때마다 많은 이익이 달려 있기 때문에 북-중 무역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은행에서 북한인 계좌를 폐쇄하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현금을 주고받는 거래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린(吉林) 성 훈춘(琿春)의 북-중 접경지역 사정에 밝은 B 씨도 “훈춘의 한 공장은 북한 근로자 400∼500명을 곧 데려와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4차 핵실험 후 핵개발 자금 차단을 위해 북한 해외 근로자 파견 단속도 논의됐지만 중국에서는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근로자들까지 쓸 수 있어 임금이 월 300달러 선에서 더 내려가 북한 근로자 고용 환경이 과거보다 더 좋아졌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7일 “단둥 세관은 5차 핵실험 후에도 통관을 기다리는 트럭으로 큰 혼잡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 무역상들은 “지난해보다 왕래가 빈번해졌다. 핵실험의 영향은 없다”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최근에도 매일 농업기계와 시멘트 등을 실은 트럭 약 400대가 중국에서 북한으로 출발하고 북한에서도 약 100대의 트럭이 중국으로 건너온다고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단둥 외곽 지역의 압록강 변에는 밀수를 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어선 수십 척이 정박해 있다”고 전했다. 석탄의 경우 세관을 거치지 않고 밤에 서해상에서 짐을 옮겨 싣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특히 신의주 당일치기 여행이 인기여서 하루 790위안(약 13만4000원) 여행 상품은 하루 400여 명이 이용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주 러시아(12일) 한국(13일) 일본(14일) 외교장관과 차례로 전화 회담을 갖고 5차 핵실험(9일)을 한 북한에 ‘더욱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반대한다는 기존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베트남 응우옌쑤언푹 총리(사진)가 12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만나 “남중국해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양국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남중국해 문제에 매달리기보다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에 리 총리는 “남중국해 문제는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에 연관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양국이 함께 노력해 대립을 관리해서 상호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화답했다. 양국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남중국해 갈등을 옆으로 미뤄둔 채 인프라 건설, 메콩 강 개발, 무역투자, 금융 등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회담에 대해 “중국과 베트남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첨예화하지 않고 관계 발전에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많은 합의를 낳은 이날 회담은 자칫 논쟁으로 흐를 위험을 안고 있었다. 중-베트남 회담이 열리던 날 공교롭게도 중국과 러시아 해군은 남중국해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해상 연합 2016’ 훈련을 시작했다. 영유권 분쟁 당사국 정상이 중국을 방문하는 시기에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보기에 따라선 외교적 결례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중국의 군사훈련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베트남은 총서기,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 등 권력 1∼4위 이른바 ‘빅 4’의 권력자가 외교에도 관여한다. 이 중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친미 성향으로 분류된다. 반면 응우옌푸쫑 총서기는 친중 성향이다. 하지만 강대국 사이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측면에서는 이 지도자들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올해 5월 22∼25일 베트남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전 이래 지속돼 온 무기 금수를 해제해 양국 관계에 큰 전환기를 맞았다. 응우옌푸쫑 총서기는 2월 12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재선에 성공하자마자 첫 해외 특사를 베이징에 보냈다. 미국과의 대형 이벤트 발표에 앞서 중국을 배려함으로써 미중 간 균형 잡기를 시도한 것이다. 당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양당과 양국은 운명공동체”라며 베트남과의 우의를 강조했다. 베트남은 미국과 함께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는 일본, 인도와도 접촉의 폭을 넓히고 있다. 5월 응우옌쑤언푹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해 냉전 시대 이래 전통적인 양국 관계를 강조하는 등 베트남은 ‘전방위 강대국 실리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미국과 한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5차 핵실험을 저지른 북한을 두둔하고 나섰다. 국제사회에서는 광란의 북한 핵 질주를 막는 데 중국의 역할이 핵심적이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중국은 역주행하는 듯한 모습이다. “북한이 중국의 국가 이익에 엄중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꾸짖었던 4차 핵실험 직후와는 다른 양태여서 향후 대북 제재 과정에서 중국의 협력을 얻는 데 험로가 예상된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핵 개발 문제의 핵심은 중국이 아닌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북 제재만으로는 북한 핵 개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대북 제재라는 일방적 조치가 사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도 이날 1면 기사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해 중국이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9일 발언을 거론하며 “본말이 전도된 것이자 중국에 구정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신문은 “북한 핵 문제의 근원은 미국과 북한의 오랜 대립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분명히 아는 것”이라며 역시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북한 외무성의 11일 대미 비난 성명은 “카터 장관의 뺨을 직접 때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환추시보는 이날 사설에서는 “지금 문제는 한국이 미국에 세뇌를 당해 대북 제재 강화만이 해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평양을 지도에서 없애겠다, 지도부 머리를 제거하겠다고 하니 북한의 6차 핵실험도 머지않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저주를 퍼붓기도 했다. 사설은 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중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자 북한을 담판의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추시보는 발행 부수가 240여만 부로 정부 정책을 대변하지는 않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암시하고 중국 내부와 국제사회에 유리한 여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 랴오닝(遼寧) 사회과학원 뤼차오(呂超) 연구원은 환추시보 인터뷰에서 “미국과 한국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석유 등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고 무역을 단절할 것을 희망하지만 중국은 그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12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은 강도 높은 제재가 이뤄져 북한이 붕괴하는 것보다는 북한이 핵무기로 무장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유엔 총회 참석 등을 위해 12일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北京)에 도착했다. 김성남 북한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이 5차 핵실험을 하루 앞둔 8일 베이징을 방문해 핵실험을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이 외무상이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와 관련해 중국 고위층과 의견을 교환할지 주목된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의 문화대혁명 기간인 1971년 9월 린뱌오(林彪·1907∼1971)의 비행기 추락사 원인은 연료 부족이나 미사일 격추가 아니라 조종사의 실수라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의 후계자로 불리던 그의 죽음은 중국 현대사의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몽골 정보기관이 당시 소련군의 지원을 받아 작성한 러시아어 사고 보고서 사본을 입수해 보도했다. 사고 2개월 후인 1971년 11월 20일 작성된 이 보고서는 홍콩 신세기출판사의 바오푸(鮑樸) 대표가 올해 초 미국 하버드대 페어뱅크센터 문서고에서 발견했다. 바오푸는 “아직 어떤 학자도 이렇게 중요한 보고서를 열람하지 않았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비행기를 겨냥한 미사일 발사 등 ‘적대적인 사격’은 없었다. 비행기는 시속 500∼600km의 속도로 지상에 부딪힌 뒤 오랜 시간 폭발과 화재가 이어졌는데 이는 기체에 충분한 연료가 있었음을 뜻한다. 중국 당국은 사고 후 3주가량이 지난 뒤에야 “린뱌오가 마오 주석 암살을 기도하다 실패하고 소련으로 도망가다 비행기 연료 부족으로 추락사했다”고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비행기가 격추됐다는 음모론도 제기했다. 중국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자료를 근거로 린뱌오가 마오 암살 계획인 ‘571 공정(工程)’을 세웠다가 사전에 발각됐다고 밝혔다. 작전명 ‘571’의 발음은 무장 폭동을 뜻하는 ‘우치이(武起義)’와 같다. 이 문건에 대해서는 조작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린뱌오는 중국 공산당의 항일전쟁과 대장정에 참여했던 혁명가다. 6·25전쟁 당시에도 인민해방군 총사령으로 임명됐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대신 펑더화이(彭德懷)가 참전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마오 주석의 대약진정책과 문화대혁명을 지지하고 개인 숭배를 주도했다. 1969년 공산당 당장(黨章)에 마오 주석의 후계자로 실명이 기록될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마오 주석 암살 음모에 휘말린 린뱌오는 부인 예췬(葉群)과 아들 린리궈(林立果), 수행원 6명 등과 ‘트라이던트1E’ 비행기를 타고 소련으로 망명하려다 1971년 9월 13일 오전 2시 25분 몽골 고비사막 근처에서 추락사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 동맹’은 아니지만 밀접한 군사 협력을 위한 ‘군사 연맹’ 구축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양국 간 경제 밀월이 군사협력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중-러가 군사 연맹을 맺을 경우 중국은 신중국 성립 이후 견지해 온 ‘비동맹’ 원칙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군사 연맹 구상에 대한 중국 측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중국은 시베리아 가스 석유 공동 개발과 공급을 위해 러시아와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군사 방면에서는 연례 해상 군사훈련과 상하이협력기구를 통한 훈련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일본과의 갈등 격화가 중-러 군사 협력 수준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고등경제대 동방학원(단과대학)의 알렉세이 마슬로프 원장은 “양국 간 군사 협력의 발전 추세는 경제 협력을 넘어서고 있다”며 “양국은 현재 ‘군사정치 연맹’ 형식의 협력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고 홍콩 밍(明)보가 12일 전했다. 그는 다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상설 조직이나 법률상의 기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슬로프 원장은 12~19일 남중국해에서 진행 중인 중-러 연례 연합 해상훈련인 ‘해상연합 2016년’도 앞으로 이 해역에서의 상호협력 확대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중-러 양국은 2012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해군 연합 훈련을 서해와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 등에서 실시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5월에는 중국 해군이 흑해와 지중해까지 진출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신냉전 중인 러시아를 지원했다. 올해 러시아가 처음 남중국해에 ‘품앗이 출연’한 것은 미일의 견제에 공동 대응하고자 하는 중국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러시아 타스통신사의 군사전문가 빅토르 리토프킨 씨는 러시아 언론 인터뷰에서 “말라카 해협이나 남중국해가 중국의 관할로 들어오고 미국이나 다른 미 동맹국의 지배를 받지 않는 상황은 러시아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고 밍보는 전했다. 그는 “남중국해에 중국이 군사시설을 건설하면 미 군함의 출현을 저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는 지지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정부는 10일 북한의 5차 핵실험과 관련해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또 같은 날 한국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간 통화를 한 후 북한 핵실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중국 관영 언론들은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 병행’을 다시 거론하고, “사드가 북한을 자극했다”며 북 핵실험의 책임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돌렸다. 이처럼 모순되는 움직임이 동시에 감지되면서 중국이 북한의 추가 핵실험 도발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중 외교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장예쑤이(張業遂)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지 대사를 불러들여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고 공개했다. 이날 저녁 우다웨이(武大偉) 중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차관급)과 전화 협의를 하고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날 관영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는 “관련국은 제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중국이 제안한 제재와 평화협정 동시 진행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중국사회과학원 왕쥔성(王俊生) 연구원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왕 연구원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생각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환추(環球)시보도 이날 사설에서 “한미는 사드 배치에 대해 딴생각 말라”고 경고했다. 북한 핵실험 직후 열린 뉴욕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 측 대표가 대북 규탄 대열에 동참했지만 ‘모든 당사국의 자제’와 6자회담 재개 추진의 여지를 남기는 기존 입장은 바꾸지 않았다. 한 소식통은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 협의 때 중국 측 발언 내용에 비해 어조가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180도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5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생각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실망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저장 성 항저우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중국 관영 언론의 발표를 지켜본 베이징 교민 A 씨는 “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제 한숨 돌렸다”며 안도했다. 시 주석의 메시지에는 사드 반대도 있지만 항저우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3년이 있었던 인연 등 한중 우호를 지키자는 의지도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어그러지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자 “북한이 5차 핵실험이라도 하면 중국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급기야 북한이 9일 5차 핵실험을 했다. 북한이 중국의 뜻을 거슬러 또다시 핵실험을 했으니 북한이 괘씸해서라도 중국이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이해하려 하거나 사드 반대 태도를 누그러뜨릴까. 그래서 한중 간 사드 갈등은 줄어들까. 우리는 한국이 처한 생존의 위기를 중국이 공감해 주길 바라지만 중국의 생각은 다르다. 관영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는 북한 핵실험 다음 날인 10일 ‘사드 배치가 북한을 자극했다’는 전문가 의견을 실었다. 북핵 때문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한국의 설명에 귀를 닫고 주객전도의 논리를 펴는 것이다. 관영 환추시보도 “북한 핵실험으로 사드 한반도 배치에 동의할 수 있는 합당한 이유를 찾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북한 핵실험을 비판하고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도 초치했다. 앞으로 추가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참여할 것이다. 하지만 사드 문제에 대해선 우리와 출발점부터 다르다. 사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한반도에 설치하는 미사일방어체계의 일부분이라는 것이 중국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시 주석은 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전략적 안전이익을 존중하라”며 사드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5차 핵실험 직후에도 “미국은 북한 핵실험을 아시아 재균형의 명분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우호’도 있었지만 “사드 문제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갈등 격화’가 불가피하다”는 경고도 있었다. 시 주석의 발언은 사드 배치가 현실화하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두고 보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앞으로 사드 미사일이나 레이더가 미국에서 출발해 한반도에 들어와 배치되는 여러 과정에서 중국의 사드 반대와 경고는 점차 거칠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인공섬 건설을 가속화하고, 미국은 이에 맞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재개하는 등 미중 간 기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12일부터 이곳에서 러시아와 연합 해상훈련을 시작한다.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신냉전’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미중 갈등이 커지면 동북아에서 ‘한미일 중국 견제 동맹’의 일원이 되어 가는 한국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도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는 추석 연휴가 끝나면 사드 배치 지역을 확정해 발표한다. 한중 정상회담과 북한 5차 핵실험으로 잠시 주춤했던 한중 사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한중 정상회담 후 희망을 가졌던 교민 A 씨가 다시 실망하는 모습을 볼지도 모른다.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이 톈안먼 성루에 올랐을 때 ‘중국은 북한이 아닌 우리 편’이라는 착각이 있었다.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따른 의도와 행동을 보지 않고 일희일비하거나 우리의 희망 사항을 현실로 여기려고 하면 중국을 잘못 이해하는 오류를 범하고 한중 관계 설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부패 척결 과정에서 황싱궈(黃興國·62·사진) 톈진(天津) 시 대리 당서기 겸 시장이 10일 4대 직할시의 최고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낙마했다. 황 시장은 시 주석의 측근으로 알려진 데다 지금까지 승승장구했고 하루 전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해 비리 혐의로 갑자기 낙마하게 된 배경이 주목된다. 11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10일 황 시장을 엄중한 기율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엄중한 기율위반’은 통상적으로 부패를 뜻한다. 중국의 직할시는 베이징(北京), 톈진, 상하이(上海), 충칭(重慶) 등 4곳이다. 앞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 시 서기가 직권남용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낙마 시기는 시 주석 집권 전이다. 황 시장에 대한 조사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는 9일 오전 ‘교사절’(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톈진 시 우퉁(梧桐)중학교 교사와 학생을 만났으며 오후에는 후즈창(胡志强) 대만 국민당 부주석 등을 접견했다. 황 시장은 시 주석이 2002년 저장(浙江) 성 서기로 재직할 때 부성장을 맡아 시 주석의 측근으로 불렸다. 시 주석과 함께 근무한 기간은 1년가량으로 짧지만 저장 성의 시 주석 인맥을 지칭하는 ‘즈장신쥔(之江新軍)’의 일원으로 꼽힌다. 내년 제19차 당 대회에서 새로 선출되는 25명의 당 정치국원 후보로도 거론돼 왔다. 올해 1월에는 “시진핑 총서기라는 핵심을 지켜야 한다”며 지방정부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시 주석에 대한 충성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황 시장은 2007년 톈진 시 대리 시장에 이어 2008년 1월 이후 8년 8개월가량 톈진 시장을 맡아 왔다. 2014년 12월 쑨춘란(孫春蘭) 서기가 중앙통전부장으로 승진한 후 대리 당서기도 맡고 있다. 시 주석의 측근인 황 시장이 중앙기율위의 조사를 받게 된 것은 지난해 8월 12일 톈진 시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보관창고 폭발로 104명의 소방관을 포함해 173명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이 있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이 사고 후 그동안 톈진 시에서는 양둥량(楊棟梁) 상무부시장 겸 국가안전감독총국 국장을 포함해 30명 이상의 간부가 조사를 받았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실시와 관련해 “권력 유지를 위해 국제사회와 주변국의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 불능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며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자세로 북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라오스 순방 일정 중 긴급 귀국한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외교·국방·통일부 장관과 합참의장, 대통령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등이 참석한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소집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이제 우리와 국제사회의 대응도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며 “끊임없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와 같이 대안 없는 정치공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정치권에 주문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라오스에서 북 핵실험을 보고받은 뒤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박 대통령은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메시지에서 “국제사회의 단합된 북핵 불용 의지를 철저히 무시하고 핵 개발에 매달리는 김정은 정권의 광적인 무모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15분간 긴급 통화를 하는 등 긴밀하게 대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가진 박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 억제’ 등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입각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도 통화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국제사회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0일 새벽(한국 시간·현지 시간 9일 오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한국 미국 일본 3국의 요구로 소집된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들에 대한 심각한 위반’임을 규탄하고 북한에 대한 더욱 강력하고 실질적인 제재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시 핵실험을 강행했다”며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독자 제재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뉴욕=부형권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올해 7월 8일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발표한 이후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등 북-중 동맹관계 강화를 암시해온 중국은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난처한 처지가 됐다. 북한이 직접 미사일에 장착할 소형 핵탄두 폭발실험을 했다고 밝힌 마당에 이를 막기 위한 한국과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을 번복하라고 요구할 명분이 그만큼 약해졌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은 이달 5일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면 사드 배치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자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처리가 제대로 안 되면 각 측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발언한 지 불과 4일 만에 북한은 중국의 배려를 무색하게 만들면서 또다시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은 중국 내부에서 확산돼 온 ‘사드 한반도 배치의 북한 원인 제공론’을 더 확대시킬 것이 분명하다. 최근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자칭궈(賈慶國) 원장은 중국에서 열린 공개 세미나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때문”이라며 한국의 입장을 옹호했다. 중국의 한 누리꾼은 9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중국 정부는 사드에 반대한다고 미국과 한국에 압박을 가하더니 북한에 대해서는 한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은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정도로 제재를 이행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다시 시달리게 됐다. 4차 핵실험에 대한 올해 3월 안보리 제재 결의가 나온 뒤 북-중 교역은 전년 동기 대비 4, 5월에는 줄어들었지만 6월에는 늘어나는 등 중국의 대북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미 거센 상황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북한의 5차 핵실험 확인 직후 비교적 신속하게 강도 높은 외교적 비난 조치를 내놓았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후 3시 정례브리핑이 시작되기 두 시간 전 외교부 홈페이지에 “오늘 북한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시 핵실험을 강행했다”면서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4차 핵실험 때는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질문을 받기 전에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이번에는 홈페이지에 미리 성명을 올렸다.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조선(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를 준수하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그 어떤 행동도 중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해 발표한 외교부 성명에서 안보리 관련 결의 준수를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 대변인은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의 초치 방침도 밝혔다. 브리핑에선 “주중 북한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엄정한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브리핑 문답 후 스탠딩 문답에서 지 대사를 부르느냐는 보충 질문에 “당연히 대사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중국이 안보리 대북 제재에 동참할 것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에는 “중국은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의 관련 결의를 전면적이고 충실하게 이행해 오고 있다”고 대답해 동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도 매 시간 주요 뉴스로 북한의 핵실험과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를 촉구한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내보냈다. 한편 중국 당국은 북한의 5차 핵실험 단행 5분 후 제2급(주황색) 긴급 대응체계를 발동해 지린(吉林) 성 등 북-중 접경 지역에서 방사성물질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9일 오전 접경 지역인 지린 성 옌지(延吉)에서는 진동이 뚜렷하게 감지됐다고 현지 주민이 전했다. 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흔들리는 교실에서 나와 운동장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북한은 5차 핵실험 하루 전인 8일 김성남 북한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을 중국 베이징(北京)에 보내 사전 통보했다고 한 소식통이 9일 말했다. 이 소식통은 “김 부부장의 방중은 사전 통보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졌으며 중국에 대한 (5차 핵실험) 상의나 협의가 아닌 일방적인 통보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사전 통보를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제공할 만한 정보가 없다”고 말해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올해 1월 6일 4차 핵실험 정례 브리핑에서는 “통보받지 못했다”고 했었다. 북한은 3차 핵실험까지는 중국에 미리 통보했었다. 3차 실험 때는 30분 전에 알렸다. 화 대변인이 모호하게 답변한 것은 사전 통보 사실을 밝힐 경우 통보받은 후 핵실험이 이뤄질 때까지 최소 15시간가량을 중국과 북한만이 알고 있는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중국으로부터 어떤 관련 정보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소식통은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하루 전 통보받고도 막지 못해 북한 핵 개발에 대해 중국도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중국에만 사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이는 북한이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중국에 사전 양해를 구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북한 6자회담 차석 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52·사진)이 6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7일 “최 부국장이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을 통해 중국에 입국했다”며 “아직까지 중국 당국과 접촉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으며 8일 돌아갈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규탄 성명을 발표한 날 중국을 방문한 최 부국장과 (중국 당국이) 별도의 면담을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중국 내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국장의 방중에 대해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을 계기로 한중 간 틈 벌리기를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5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다음 날 유엔 안보리의 언론 규탄 성명 채택에 중국이 선뜻 참여한 것처럼 사드와 대북 제재 완화를 연결시키는 구체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최 부국장의 방중을 사드 반발로 인한 중국의 태도 변화와 연결시키는 것은 너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치열하게 벌였던 물밑 외교전에서 중국이 판정승을 거뒀다. 중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남중국해 핫라인 설치를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중국에 불리한 헤이그 국제 중재재판소의 중재 내용 또한 성명서에서 빼는 데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과 아세안은 남중국해 해상에서 긴급 사태가 발생할 경우 외교 당국 간에 대처 방안을 서로 협의하는 핫라인을 개설하기로 했다. 특히 각국 해군 군함이 해상 돌발 사태에 대처하는 등의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행동 강령(CUES)’에도 합의하고 올해 중 법적 구속력 있는 강령을 제정하기로 했다. 이 같은 합의는 이날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국-아세안 정상회의’가 끝난 후 발표됐다. 6∼8일 일정의 아세안 정상회의는 국제 중재재판소가 7월 12일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을 내린 뒤 중국과 아세안 각국이 처음 만난 자리다. 중국과 아세안 양측은 ‘중-아세안 대화 관계 구축 25주년 기념 공동성명’과 ‘중-아세안 생산합작 공동성명’도 발표하는 등 남중국해 갈등 속에서도 협력 필요성이 높다는 점에 뜻을 같이했다. 리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양측의 관계는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이번 회의 개최국인 라오스를 방문하는 등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외교 공세를 강화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분냥 보라치트 라오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라오스에 투하한 사상 최대 폭격의 불발탄 제거를 위해 향후 3년간 9000만 달러(약 995억 원)를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또 미-라오스 관계를 전면적 파트너십으로 격상하고 주기적으로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내년 퇴임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레임덕’이 결국 아세안 국가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남중국해 외교전은 기민하고, 한발 빨랐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올해 4월 캄보디아 라오스 브루나이 3개국을 찾아 이들로부터 남중국해 분쟁은 중국과 아세안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일부 당사국 간 문제란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번 회의에서 발표된 남중국해 핫라인 설치와 충돌방지 행동강령 마련도 이미 지난달 몽골에서 열린 중-아세안 고위급 회담에서 관련 합의가 끝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돌발변수도 있었다. 필리핀 국방부가 7일 아세안 정상과 리커창 중국 총리의 회담이 열리기 몇 시간 전 남중국해에 출몰하는 중국어선 사진 10장을 아세안 정상회담 취재진에게 전격 배포한 것이다. 이를 보도한 로이터통신은 “국제 중재재판소에서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어민들은 해당 해역에서 어로 활동을 못 하고 있다”면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에 대한 중국의 의향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필리핀 국방부 관료의 발언을 함께 전했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권재현 기자}

항저우(杭州)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남중국해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은 6일 개막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라오스 비엔티안에 집결했다. 이번 회의는 올 7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부정하는 국제 중재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후 아세안과 중국이 처음 만나는 자리다. 따라서 아세안 회원국과 중국이 당사자인 남중국해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G20 정상회의 때는 주최국 중국이 껄끄러운 남중국해 문제 등 안보 이슈를 최대한 억누르고 경제 이슈를 집중 부각했지만 라오스 회의에선 중국이 그만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상대로 ‘판정 수용’을 집중 압박할 방침이다. 이에 맞서 아세안의 제1 교역 파트너인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국제 중재재판소의 판결 문제가 논의되지 않도록 회의 준비 단계부터 압력을 넣었다. 라오스는 캄보디아와 더불어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친중 성향 국가로 분류된다. 중국은 또 신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에 아세안 회원국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해 이들을 미일의 대중(對中) 견제 전선에서 떼어놓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번 라오스 회의에 참석하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경제 협력을 통한 동반 성장 계획을 제시하고 11∼14일 중국 난닝(南寧)에서 열리는 중-아세안 엑스포와 비즈니스 투자 정상회의에 아세안 정상들을 초청했다. 따라서 이번 라오스 회의에선 미일과 중국이 두 편으로 나뉘어 아세안 회원국을 상대로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며 충돌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세안 정상회의 이후 채택할 의장 성명 초안에 남중국해 관련 조항이 8개가 포함됐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필리핀 변수가 등장했다. 원래 필리핀은 강대국 중국에 맞서 남중국해 분쟁을 국제 중재재판소까지 끌고 가 승소한 당사자다. 올 6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중국에 유화적인 자세를 보여왔지만 최근 양국 간 영유권 분쟁 도서인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주변에 중국 해상경비국 소속 선박 4척과 준설선 등 10여 척이 집결하면서 다시 발끈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유화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도발한 것에 격분해 이번 회담에서 외교적 충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망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 인권 문제를 제기한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도 막말을 퍼부어 미-필리핀 정상회담이 갑자기 취소되는 등 이번 라오스 회의의 향방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이 항저우 G20 정상회의를 원만하게 치르기 위해 중단했던 남중국해 난사(南沙)군도의 인공섬 건설 및 군사화를 재개할 경우 남중국해 갈등은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은 군함과 전투기 등을 동원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재개할 것이고, 중국이 남중국해 일대에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강수를 둔다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유럽의 신냉전에 이어 ‘남중국해 신냉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홍콩 입법회 의원(한국의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홍콩의 독립이 제도권 정치의 주류에 합류했음을 보여준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자 기사에서 홍콩 입법회 의원 선거 결과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4일 치러진 선거에서 지역구(35석)와 직능대표(35석)를 합친 총 70석 중 친(親)중국파는 모두 40석으로 4년 전보다 3석이 줄었다. 반면 최연소 당선 기록을 깨뜨린 네이선 로 데모시스토당 대표(23)를 포함해 2014년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의 주역 6명이 입법회에 진출했다. 이들은 반중(反中) 성향으로 중국 당국이 ‘극단주의자’로 분류했던 사람들이다. 아울러 야권인 자치파도 30석을 차지하며 3석을 늘렸다. 자치파는 전체 의석 3분의 1(24석) 선을 확보해 법안 의결 때 비토권을 유지했다. 중국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우산혁명 주역들의 출마를 저지하는 등 선거에 적극 개입했다. 이들이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은행 계좌 개설을 막고 출마자 선거 팸플릿을 검열해 ‘자치’라는 단어를 지우기도 했다. FT는 “이 같은 중국 당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직선으로 뽑는 40석 중 3분의 1은 (홍콩 독립파들이) 차지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홍콩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1997년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면서 중-영 양국이 체결한 ‘홍콩 기본법’에 따라 홍콩의 자치는 2037년 끝난다. FT는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에 대해 중국이 강경하고 비타협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홍콩의 독립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의원이 됐다”고 전했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중국은 홍콩 입법회 안에서든 밖에서든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는 모든 행위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대만에서 독립 성향의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올해 5월 취임하고, 홍콩 입법원에 독립파 의원이 대거 입성한 두 사건은 대만과 홍콩 양쪽 모두에서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가 도전받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다만 두 정상은 “한중 관계 발전이 역사적 대세”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북핵 문제에 대한 공조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사드에 대한 이견을 부각하기보다는 우호적 한중 관계 지속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7월 8일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뒤 처음 열린 회담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사드는 오직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배치돼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제3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며 “북핵 및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면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규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우리 국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 측이 느끼는 위협의 정도와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중 간 소통과 함께) 한미중 간 소통을 통해서도 건설적이고 포괄적 논의를 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중 협의’를 사드 이견 해소 방식의 하나로 제안한 것이다. 아울러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과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내세워 중국 측에 이해를 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 주석의 사드에 대한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시 주석은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이 문제 처리를 잘하지 못하면 지역의 전략적 안정에 불리하고 각 측의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다만 시 주석은 “중국과 한국이 양국 관계를 안정된 발전을 위한 올바른 궤도에 놓고, 현재의 협력 기초를 소중히 여기고 어려움과 도전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드 문제가 한중 관계 발전의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이 비공개 회의에서 사드 반대를 언급한 것도 한국에 대한 배려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이 사드 문제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상호 이해를 증진한 것이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최국의 부담감을 덜어낸 이후엔 한미의 사드 배치 추진 단계별로 보다 강경한 목소리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항저우=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양 정상은 기본 입장에 따라 의견을 교환했고 여러 가지 후속 소통을 계속하기로 했다.” 5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김규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김 수석이 외교관 출신답게 은유적으로 설명했지만 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한 한중의 입장 차를 재확인했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다만 싸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앞으로 대화는 계속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 장관회담과 다른 중국의 태도 시 주석은 이날 시후 국빈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 대한민국임시정부와 항저우의 인연을 설명하며 한중의 친근함을 강조했다. 7월 24일 라오스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의 최근 조치(사드 배치 결정)는 양국 신뢰의 기초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과 대비된다. 시 주석은 기자들이 나간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야 “사드 시스템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드 문제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處理不好) 지역의 안정에 불리하며 당사국 간 갈등은 격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본인의) 넓지 않은 어깨에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밤잠을 자지 못하면서 걱정하고 있다. 북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어떻게 보호할지 고심하고 있다”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정상회담의 발언 수위가 이 정도나마 관리된 것은 중국통인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지난달 31일 중국을 방문하는 등 막판까지 줄다리기한 결과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지금까지 나온 반응 가운데 중국이 가장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사드에 대한 한중 인식 차 해소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에도 숙제로 남게 됐다. ○ ‘사드 조건부 배치론’의 효과 박 대통령은 6일 항저우를 떠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가 열리는 라오스로 향한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라오스로 간다. 한중 정상은 9일까지 나란히 라오스에 머물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공식방문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리 총리는 경제담당이어서 박 대통령과 사드 문제를 협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박 대통령은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야 시 주석을 다시 볼 수 있다. 그때까지 북핵 위협이 해소되면 사드를 철수한다는 ‘조건부 배치론’으로 중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느냐가 사드 갈등 해결의 관건이다. 내년 12월 배치 완료라는 시간표에 맞춰 한미가 배치 지역 확정, 미국에서 사드 미사일과 레이더 시스템 발송, 한반도 도착 등 단계를 밟을 때마다 중국과 사드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사드를 미사일방어체계(MD)로 생각하는 중국, 러시아에 조건부 배치론은 ‘MD는 이란 핵위협 대응용’이라는 설명으로 유럽에서 이미 들어본 논리”라고 말했다. 이란 핵타결 이후에도 미국이 MD를 철수하지 않듯이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중견 외교관은 “상대방이 밀린다는 판단이 들면 코너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중국 외교의 특징”이라며 “한국은 사드에 대해 ‘북핵 위협 대응용 자위적 조치’라는 당당한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의 틀을 견지하면서 각국의 우려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 북한과의 회담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지금은 대화를 거론할 때가 아니다. 대북 압박외교로 북한의 핵개발 셈법을 바꿔놓아야 한다’는 한미일의 접근법과 사뭇 다른 것이다.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5일 중국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이 다양한 수준에서 대화해 나간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중국해 영토 분쟁과 과거사 문제 등으로 경색됐던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지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폐회식 후 시 주석과 만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웃 국가는 여러 문제가 있고 의견이 다를 때도 있다. 곤란한 과제가 있어 대화하는 것”이라며 “동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해공 연락 메커니즘’ 협의를 가속화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소개했다. 시 주석도 “중일 관계가 복잡한 요소에 방해받고, 취약한 면도 있다”며 “방해를 배제하고 정상적 궤도로 되돌리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과 협의해 긴밀히 연대해 나가기로 했다”며 “일중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연대를 강하게 요구했다”고 소개했다. 또 “시 주석에게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솔직히 전달했다. 남중국해 문제는 국제법에 근거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혀 이 문제에 대해 양국이 이견을 확인했음을 시사했다. 2015년 4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열린 두 정상의 회담은 약 30분간 진행됐다. 중국은 4일 저녁 늦게야 회담 성사를 통보했으며 회담 시간도 G20 정상회의 폐막식 이후로 최대한 미뤘다. 일본과 아베 총리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일본 언론은 보고 있다. 시 주석이 아베 총리와 ‘막차를 타듯’ 만난 것은 세계경제 회복을 주제로 한 회의를 주재하면서 세계 3위 경제 대국인 일본 총리를 만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중국이 항저우(杭州)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의 신경을 계속 건드리고 있다. 개막 하루 전인 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항저우 공항 도착 당시 중국 당국이 레드카펫이 깔린 이동식 계단을 제공하지 않아 ‘의전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5일에는 영유권 분쟁도서인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에 중국 함정들을 대거 집결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틀 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패소한) 남중국해 국제상설중재재판소 판정 수용을 강하게 촉구했음에도 중국 측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주권’ 수호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5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신문들에 따르면 델핀 로렌차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전날 스카버러 암초 주변에 중국 해경국 소속 선박 4척과 준설선 등 10여 척이 모여 있는 장면을 공군이 촬영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필리핀 당국은 특히 토사를 굴착하는 준설선이 투입된 점으로 미뤄 중국이 이 일대에 인공섬과 기지를 건설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필리핀은 또 7일로 예정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라오스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필리핀 북부 루손 섬에서 약 200km 거리인 스카버러 암초는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하지만 중국이 2012년부터 실효 지배 중이다. 미군 군사거점인 필리핀 수비크 항에서 약 220km에 떨어진 전략적 요충지다. 올해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스카버러 암초 일대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전면 부정한 결정을 내렸음에도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중국이 6일부터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막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 같은 행동에 나선 이유는 상설중재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하고 힘에 의한 암초 지배를 이어가겠다는 자세를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DIA)은 트위터에 ‘중국은 언제나 그렇듯 고급스러워(Classy as always China)’라며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외교적 결례를 비꼬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가 곧바로 삭제하고 사과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전용기의 앞쪽 문이 아닌 레드카펫이 깔리지 않은 중간 부분 문을 통해 내려온 것은 “미국 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며 미국 언론들이 논란을 키웠다고 비난했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