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미투 운동’에 따른 파장은 여성의 생명을 짓밟아 온 천년 빙설이 깨지는 소리입니다. 한국의 딸들이 깨어난 것이죠.” 밟히고 스러져간 여성들을 위무하는 작품을 담은 새 시집 ‘작가의 사랑’(민음사)을 출간한 문정희 시인(71·사진)은 ‘미투 운동’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지난달 29일 그를 만났다. 일찍이 페미니즘에 눈을 뜬 그는 작품을 통해 때론 비명처럼, 때론 거침없이 여성의 목소리를 내왔다. 열네 번째 시집인 ‘작가…’에는 성폭행을 당한 후 유명 남성 문인들에게 조롱받으며 사회적으로 매장당한 한국 최초의 근대 소설가 김명순의 혼을 달래는 ‘곡시(哭詩)’가 실렸다. ‘…꿈 많고 재능 많은 그녀의 육체는 성폭행으로/그녀의 작품은 편견과 모욕의 스캔들로 유폐되었다/이제, 이 땅이 모진 식민지를 벗어난 지도 70여년/아직도 여자라는 식민지에는/비명과 피눈물 멈추지 않는다./…’(‘곡시’ 중) 해방 공간에서 간첩으로 몰려 총살당한 김수임을 그린 ‘애인’, 성폭행 신고를 했지만 도리어 경찰에게 2차 피해를 입고 한국을 떠난 이방인 여성을 다룬 ‘딸아’ 역시 여성에게 닥치는 잔인한 현실을 고발한다. 그는 작품을 쓰기 위해 관련 논문과 각종 자료를 일일이 찾아보며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가장 아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다 보니 이런 진혼가가 나왔어요. 우리 사회가 욕망을 너무 부추긴 결과 공격적 남성성을 강조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미투 운동’이 혈투에 그치지 말고 생명을 있는 그대로 소중하게 여기는 궁극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남성과 여성 모두 페미니즘을 공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페미니즘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건 생명입니다. 생명을 짓누르는 야만적인 세상에서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고통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집에는 어릴 적 가족을 잃은 상처, 살기 위해 웃음과 눈물 사이에서 버둥거리는 코미디언, 호기심을 안고 세계 곳곳을 누빈 그의 궤적도 담겼다. “가장 생생한 생명성이 있는 작품을 골랐습니다. 기교를 부리지 않았어요. 말 그대로 내 피와 살에서 나왔다고 확신합니다.” 그는 내년이면 등단 50주년을 맞는다. “죽는 순간에 ‘아, 실컷 썼어’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탐스러운 꽃처럼 시를 마음껏 발현해낸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스물 한 살 된 아들이 죽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살던 하숙집에 머물며 아들의 흔적을 더듬는다. 아들의 냄새가 희미하게 밴 양복에 얼굴을 묻자 아픔이 밀려온다. 한데 이런 고통의 순간을 어떤 글로 남길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지독한 직업병임을 스스로도 인정하지만 멈출 수 없다. 아버지는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1821∼1881)다. 저자는 도스토옙스키가 ‘악령’을 쓰게 된 과정을 상상하며 한 편의 흥미로운 소설을 완성했다. ‘악령’은 혁명가 네차예프가 비밀결사조직을 만들어 활동하던 중 탈퇴하려던 친구 이바노프를 살해한 ‘네차예프 사건’에 영향을 받아 쓴 작품. 저자는 도스토옙스키를 아버지로 내세웠다. 도스토옙스키는 아들이 급진적 혁명 모임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자 자살이 아닌 타살 가능성을 의심하며 파고들기 시작한다. 1869년 러시아를 배경으로 아들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가 이야기의 큰 축을 이루는 가운데 아버지가 느끼는 분노와 죄의식, 욕망을 촘촘하게 비춘다. 후반부로 갈수록 뜻밖의 반전이 일어나며 혁명의 딜레마와 함께 인간 내면에 도사린 추악함과 비겁함, 모순이 터져 나온다. 창작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도구화할 수 있는 인간의 행위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비뚤어진 혁명 정신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에 대한 예리하고 서늘한 고찰이기도 하다. 원제는 ‘The Master of Petersburg’.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시는 인간의 깊이 있는 경험과 지혜의 결정체입니다. 시를 통해 삶에 대해 배우고 깨치게 되죠.”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79·사진)는 비평집 ‘한국 현대시의 전통과 변혁’을 출간한 이유에 대해 29일 이렇게 말했다. 한용운에서 문태준까지 현대시를 분석한 책으로, 김소월 유치환 서정주 이상을 비롯해 정현종 김승희 황지우 등 29명의 작품을 다각도로 해석했다. 이 교수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님’을 그리움의 대상이자 에로스로 구체화된 생명력으로도 봤다. 배경이 가을인 건 이별의 계절이지만 남겨둔 씨앗들과 함께 미래의 만남을 약속하는 시간임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김수영이 ‘풀’이라는 탁월한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건 그 자신이 모더니즘의 선구자였음에도 모더니즘의 억압에서 벗어나 집단적인 사랑의 결속과 끈질긴 생명력에 대해 남다른 애정의 눈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은 이 교수가 10년 이상 퇴고를 거듭하며 공들여 쓴 원고를 모아 엮은 것이다. “제 나름대로 정수만 모았다고 생각합니다. 독자와 명작 사이에 놓인 장벽을 허무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거든요.” 최근 몇 년 사이 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문단을 둘러싼 성 추문으로 열기가 주춤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차츰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시는 없어질 수가 없어요. 삶과 음악, 얼이 담겨 있으니까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해도 사람들 마음 깊은 곳에는 문학에 대한 갈망과 관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네 인생살이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겠지만, 시 역시 생명을 꾸준히 이어갈 겁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신문을 유료로 보는 독자들을 9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연구가 나왔다. 28일 한국신문협회에 따르면 미국언론연구소(API)는 지난해 종이·디지털 신문 유료 구독을 시작한 독자 4100명을 대상으로 뉴스 구독 동기에 관한 연구를 했다. 신문 구독 유형을 보면 특정 저널리즘을 지지하거나 특정 주제를 검색하다가 신문을 보게 됐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어 △디지털 뉴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모바일을 통하거나 △지역 사회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생활 방식의 변화나 종이신문 구독 경험이 좋았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친구 및 가족과 대화하고, 신문 쿠폰을 얻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연구소는 특정 주제를 검색하다가 신문을 구독한 독자들의 경우 관심 영역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관심 주제를 쉽게 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 사회에 대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독자를 위해서는 언론사와 지역 기관이 협약을 맺는 방안을 추천했다. 이사, 졸업, 취업 등 개인적 환경의 변화로 신문을 보기 시작한 사람에게는 맞춤형 구독안내 서비스가 중요하다. 대화를 위해 신문을 보게 된 독자에게는 ‘친구 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자신의 존재 자체만으로 외면당해 본 일이 있는가. 그렇다면 어떤 삶을 선택하겠는가. 노벨문학상, 퓰리처상(‘빌러비드’)을 수상한 흑인 여성 소설가인 저자(87)는 이 시대 흑인이 겪는 변화와 아픔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신작을 통해 이런 질문을 던진다. 1990년대, 타르처럼 짙은 검은색 피부를 가진 소녀 룰라 앤은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싸늘한 시선을 받는다. 흑인 치고는 피부색이 밝은 어머니는 ‘엄마’라는 호칭 대신 ‘스위트니스’라고 부르게 하고 목욕을 시킬 때조차 딸의 몸에 손을 대지 않으려 한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외도를 했다고 의심하며 떠나버린다. 소녀는 어머니의 손결을 느끼고 싶어 차라리 때려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어머니는 초경을 시작한 딸이 침대 시트를 얼룩지게 만들자 따귀를 때리고 냉수가 가득한 욕조로 밀어 넣는다. 소녀는 충격 속에서도 어머니가 자신을 만졌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낄 정도다. 소녀가 어른이 되자 짙은 검은색 피부는 강렬한 매력으로 인식되며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이름도 ‘브라이드’로 바꿨다. 화장품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주요 브랜드를 총지휘하는 임원이 됐다. 남자친구 부커와는 서로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는 쿨한 관계다. 삶에 균열이 생기는 건 한순간이었다. 부커가 갑자기 떠나버린 것. 브라이드는 부커를 찾아다니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히피 가족이 사는 산골 마을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브라이드, 스위트니스, 부커 등의 1인칭 시점이 교차하며 이야기는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브라이드와 부커의 과거가 차례로 드러나며 의문의 베일이 한 겹씩 벗겨진다. 피해만 입고 살았을 것 같은 브라이드가 한 사람(백인이다)의 삶을 짓이긴 가해자였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도 될 수 있는 양면적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백인 소년들이 노는 곳을 가로질러갔다는 이유만으로 흑인 소녀가 집단 구타를 당하고 백인 부모를 위협하기 위해 브라이드를 여자 친구로 소개하는 의대생 등 피부색에 따른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현실도 꼬집는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과 살인이 등장하고, 상처를 다루지만 소설의 분위기는 어둡지 않다. 당돌하고 때로 엉뚱한 브라이드를 보노라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브라이드가 상처를 끄집어내 정면으로 응시하기 시작하자 음모와 겨드랑이 털은 물론 풍성했던 가슴이 완전히 사라지며 소녀의 몸이 되고, 이를 치유한 후 어른의 몸으로 돌아오는 설정은 우화적이다. 저자는 영원히 아물지 않을 것 같은 상처에도 딱지가 앉게 하는 방법은 있다고 속삭이는 듯하다. 아픈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깨를 토닥여주며 일어설 힘을 주는 존재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고. 상처의 진물은 그렇게 닦아내는 것이리라. 원제는 ‘God Help The Child’.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장편소설 ‘백만장자들을 위한 공짜 음식’(2008년)으로 주목받았던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50)이 재일교포들의 굴곡진 생을 그린 2권짜리 장편소설 ‘파친코’(문학사상·사진)를 출간했다. 작가는 대학생 시절 일본에서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으로 신음하는 재일교포의 현실을 목격했다.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를 배경으로 하는 ‘파친코’는 부산 영도에 사는 장애인 훈이, 그의 딸 순자, 순자가 일본에서 낳은 아들 노아와 모자수, 모자수의 아들인 솔로몬으로 이어지는 4대를 통해 가혹한 역사에 짓눌리면서도 강인하게 생을 이어가는 모습을 그렸다. 미국 이민자로서 작가가 느꼈던 복잡다단한 감정과 성공을 위한 몸부림은 작품 속 인물들에게도 투영됐다. 이들이 조선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도 각종 차별과 장벽에 맞서며 하나하나 성취해 가는 과정은 현실적이면서도 흡입력 있게 펼쳐진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소설 ‘경마장 가는 길’로 유명한 하일지(본명 임종주·63·사진)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미투 운동 비하 논란 등이 일자 강단을 떠나겠다고 19일 밝혔다. 하 씨는 최근 ‘소설이란 무엇인가’ 수업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김지은 씨에 대해 2차 가해에 해당하는 말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대해 설명하다 미투 운동을 비하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동덕여대 재학생 A 씨가 2016년 하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하 씨는 이날 동덕여대 백주념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례하고 비이성적인 고발로 인격 살해를 당해 문학 교수로서 깊이 상처를 입었고 학생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며 “강단을 떠나 작가의 길로 되돌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덕여대는 이날 윤리위원회를 열어 향후 진행절차를 논의했다. 대학 관계자는 “윤리위에서는 벌어진 사안의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라며 “징계위원회를 열어 하 교수를 회부할지는 추후에 검토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손효림 aryssong@donga.com·권기범 기자}

사람과 동물, 식물, 그리고 세상을 향한 깊고도 방대한 지적 여정이 펼쳐진다. 2015년 82세로 눈을 감기 전, 저자가 직접 선별한 10편의 에세이를 묶은 이 책은 호기심으로 한없이 반짝이는 눈빛과 마주한 기분이다. 신경과 전문의이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등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는 어릴 적부터 새로운 사실을 접할 때면 환호했다. 만개한 목련꽃을 보며 어머니가 “거의 1억 년 전에 나타난 식물”이라고 설명하자 경외감을 느낀다. 진화가 지금과 다르게 진행됐다면 공룡이 지구를 배회할 수도 있고, 인간이 지금과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혼란스러웠지만 삶이 고정되거나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기에 그는 변화와 새로운 경험에 늘 예민한 촉수를 내밀었다. 마약을 한 사람이나 신경증 환자들이 일반인과는 다른 속도로 시간을 느끼는 점도 유심히 살피며 시간의 상대성에 대해 생각한다. 다윈이 ‘비글호 항해기’에서 문어가 경계심을 갖다 차츰 호기심을 느끼고 심지어 장난을 치기도 했다는 기록을 떠올리며 사육자들이 문어와 정신적, 감정적 친근감을 느끼는 점을 주목한다. 그리고 반문한다. 두족류에게 의식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문어의 의식을 인정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그의 호기심이 편견 없이 열린 사고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간이 기억에 얼마나 오류가 많은지도 깨닫는다. 그는 어릴 적 독일의 ‘런던 대공습’ 때 소이탄(특정 시설을 불태우기 위해 발사하는 탄환)이 집 뒤뜰에 떨어져 엄청난 열을 내며 타올랐던 광경이 생생하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형이 목격한 장면을 편지에 실감나게 써서 보냈는데, 그는 이를 읽고 이미지를 떠올린 후 자신이 직접 봤다고 믿게 된 것이다.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인간의 기억에 대한 학설과 각종 연구 사례에 탐닉한다. 저자는 의학, 식물학, 심리학, 문학, 음악을 비롯해 존경했던 찰스 다윈, 지크문트 프로이트 등의 연구, 수전 손태그의 창의적인 글쓰기까지 쉼 없이 내달린다. 끊임없이 도전하며 열정으로 꽉 채운 그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채널A의 디지털 콘텐츠 전용 채널인 ‘AYO(에이요)’가 16일 주요 영상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시작한다. ‘보아요 놀아요 에이요’라는 슬로건을 내건 AYO는 1030세대가 즐길 수 있는 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참신한 내용과 형식의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를 중심으로 채널A의 기존 프로그램을 재가공한 스핀 오프 콘텐츠, 국내 최고의 경영 전문 매거진인 동아비즈니스리뷰(DBR)의 프리미엄 강연 등을 새로운 형식으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채널A 홈페이지()와 유튜브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데일리모션을 통해 볼 수 있다. 첫 콘텐츠는 아이돌 팬들이 출연해 해당 아이돌을 향한 악성 댓글에 반박하는 ‘댓변인들’이다. 첫 회는 ‘워너원’의 팬들이 멤버들의 외모, 실력에 대한 악성 댓글을 보며 적극 변호하는 모습을 담았다. 방탄소년단 동방신기 트와이스 등 인기 그룹의 팬들이 사랑하는 스타 지키기에 나서는 영상이 매주 금요일에 한 편씩 공개된다. 채널A의 인기 프로그램도 디지털 콘텐츠로 재탄생한다. 러브라인 추리게임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하트시그널’, 건강 프로그램인 ‘나는 몸신이다’, 21일 시작하는 음악여행 예능 ‘우주를 줄게’ 등을 TV 방송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만날 수 있다. DBR가 만든 케이스 스터디 강연 동영상도 볼 수 있다. DBR의 석·박사 기자, 경영학과 교수, 컨설턴트 등이 최신 트렌드와 경영 이론을 수준 높게 풀어낸 강연은 유명 MBA와 대기업에서 교육용으로 인기가 많다. AYO는 힙합과 언플러그드 형식의 결합,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등 신선한 형식과 내용의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국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48·사진)이 신작 ‘흰’으로 2년 만에 같은 상 후보에 또 이름을 올렸다.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한 씨와 함께 상을 받은 데버러 스미스(31)가 ‘흰’도 번역했다. 맨부커상 운영위원회는 12일(현지 시간) 홈페이지에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로 한강의 ‘흰(The White Book)’을 포함해 1차 후보 13명의 작품을 발표했다. ‘흰’은 2016년 국내에서 출간됐으며 지난해에는 영국에서도 출간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강보, 배내옷, 달, 쌀, 수의 등 세상의 흰 것들에 대해 쓴 짧은 글 65편을 엮었다. 맨부커상 최종 수상자는 5월 22일 발표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젊을 때는 수필을 잡문이라고 여겼지만 살아보니 그렇지 않습디다. 산문은 맨살과 맨몸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가장 솔직한 언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문집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불광출판사)를 출간한 한승원 소설가(79)는 산문에 대한 애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 산문집은 유년기, 젊은 날의 추억과 함께 1996년 고향인 전남 장흥군의 바닷가로 내려가 자연과 호흡하며 글을 쓰는 과정, 노쇠해 가는 육체를 마주하며 어떻게 살 것인지 성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13일 열린 간담회에서 한 씨는 “의지가 약한 남자 아이가 늙음에 이르기까지, 운명이라는 바위를 짊어지고 시시포스처럼 산 정상으로 올라가려 애써 온 과정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젊어서부터 서재에 ‘광기(狂氣)’를 한자로 써 붙여 놓고 지내왔다고 했다.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성취하지 못하거든요. 예술가는 미쳐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습니다.” 지난겨울 독감으로 입원하며 호되게 고생한 그는 책 뒤에 ‘병상일기―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주는 편지’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정리했다. 슬픈 눈빛을 강조한 이유에 대해 “슬퍼졌을 때 비로소 차갑고 냉엄하게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정확하게 뚫어보라고 당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딸인 소설가 한강(48)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이 환해졌다. 마침 이날 ‘흰’으로 딸이 또다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흰’을 보니 강이의 생각과 제 생각이 일치하더라고요. 이번 산문집에도 ‘흰, 그게 시이다’는 글이 있는데 하얀 존재들에 대해 썼거든요.” 그는 딸의 문학작품에 대해 “환상적이고 리얼리즘이면서도 신화적인 데 뿌리를 두고 있어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세계다. 강이의 작품을 읽으며 공부를 더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가장 큰 효도는 부모를 뛰어넘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저는 ‘진짜 효도’를 받았어요. 진작 강이가 나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웃음) 그는 우리 나이로 올해 팔순이다. 잔치를 하고 싶지만 아내가 여행을 가자고 해 그에 따르기로 했단다. 쉬지 않고 꾸준히 글을 써 온 그는 올해 가을 장편소설도 출간할 예정이다. 내용을 묻자 장난스레 웃으며 “비밀이다”라고 했다. 원고는 다 썼지만 고치는 작업을 거듭하고 있다. “돌아보니 저는 늘 길을 잃었고 다시 찾기를 반복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중요한 건 계속 길을 찾으려는 노력이죠. 글을 쓰는 한 살아 있는 것이고, 살아있는 한 글을 쓸 겁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수업 목적으로 사용하는 저작물에 대한 보상금을 둘러싸고 출판계와 저작권단체가 맞서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출판계 10개 단체는 13일 서울 용산구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사무소 앞에서 저작권법 개정과 출판 적폐 청산을 촉구하는 범출판인대회를 열었다. 출판단체들은 윤태용 한국저작권보호원장의 퇴임과 함께 출판권자에게 수업목적이용저작물 보상금을 인정하지 않는 저작권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수업목적보상금은 대학 이상의 학교나 공공 교육기관에서 수업 목적으로 저작물의 일부를 저작권자 허락 없이 이용하고 보상금 수령단체를 통해 비용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 보상금은 매년 수십억 원 규모로,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에서 문체부의 신탁을 받아 분배한다. 그동안 분배가 진행되지 않아 수년간 보상금이 쌓여 있었고 최근 분배가 추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출판단체들은 “도서관복제보상금은 출판권자와 저작권자에게 모두 지급하면서 수업목적보상금에서 출판권자를 배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는 “수업목적보상금은 대부분 저작물의 일부를 이용하기 때문에 교육의 공익적 성격을 고려해 저작권자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세상을 떠나기 전 남아 있는 시간을 알고 있다면, 육체가 스러져 가는 모습을 하루하루 확인해야 한다면 어떻게 살게 될까. 호주 소설가인 저자는 암과 투병하며 보낸 과정을 찬찬히 기록해 나갔다. 죽음을 향해 한 발씩 다가가는 이가 겪는 의식의 흐름을 솔직하게 담았다. 50세 생일을 앞둔 2005년 암 선고(흑색종·멜라닌 세포의 악성화로 생기는 암)를 받은 저자는 수술을 받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며 일상을 이어갔다. 10대인 두 아들이 슬퍼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싶어 남편과 가까운 이들 외에는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말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지자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됐다. 마지막을 준비하며 저자가 떠올린 건 가까운 이들의 죽음이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요양원에서 간호사에게 쭈글쭈글한 엉덩이를 내맡긴 채 세면대를 간신히 붙들고 있는 모습과 눈빛은 학대로 고통 받는 동물을 연상시켰다. 저자는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며 눈을 감고 싶다는 생각에 중국의 한 사이트에서 안락사 약을 산다. 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고통을 끝내 줄 수 있는 수단이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됐다고 털어놓는다. 버킷리스트는 작성하지 않았다. 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로한 건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기억이었단다. 비행기 조종사로 방랑벽이 있는 아버지, 자존심 강한 교사인 어머니, 언니, 오빠와 호주 각지는 물론 피지까지 숱하게 이사를 다니며 겪었던 소소한 일상을 복기한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이 ‘자신이 견딜 만한 죽음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은 좋아하는 일인 글쓰기를 학창시절 일찍 발견한 일이라고 확신한다. 삶은 때로 아이러니하다. 시한부 환자의 일생을 전기로 써 책을 증정하는 자원봉사자 수잔과의 만남이 그랬다. 아들을 잃고도 꿋꿋이 견딘 수잔과 마음을 나누던 때, 수잔이 뇌중풍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은 것. 저자를 위로해 주던 수잔은 먼저 세상을 떠났다.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을 뻔한 일도 있다. 그로부터 3년 뒤 오른쪽 무릎 뒤에서 흑색종이 발견됐다. 만약 두 다리를 잃었다면 이렇게 죽어가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그는 “인간은 죽음으로부터 불과 1mm 떨어져 있다. 단지 알지 못할 뿐이다”고 말한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몇 걸음이 하루의 가장 고된 일과가 돼버리고 자신이 속한 세계가 침실과 거실로 줄어들면서 아기가 되어 간다. 그가 소망한 건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던 때의 몸을 다시 느껴 보는 것이었다. 2016년 저자는 61세로 눈을 감았다. 그의 고백은 누구나 맞이하는 마지막 순간을 미리 경험하고 지금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달리고 자전거를 타고, 허겁지겁 출근 버스에 오르는 평범한 순간순간이 모두 빛나는 생의 한 조각임을. 원제는 ‘Dying: A Memoir by Cory Taylor’.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세상을 떠나기 전 남아 있는 시간을 알고 있다면, 육체가 스러져 가는 모습을 하루하루 확인해야 한다면 어떻게 살게 될까. 호주 소설가인 저자는 암으로 투병하며 보낸 과정을 찬찬히 기록해 나갔다. 죽음을 향해 한발씩 다가가는 이가 겪는 의식의 흐름을 솔직하게 담았다. 50세 생일을 앞둔 2005년 암 선고(흑색종 4기)를 받은 저자는 수술을 받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며 일상을 이어갔다. 10대인 두 아들이 슬퍼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싶어 남편과 가까운 이들 외에는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말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됐다. 마지막을 준비하며 저자가 떠올린 건 가까운 이들의 죽음이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요양원에서 간호사에게 쭈글쭈글한 엉덩이를 내맡긴 채 세면대를 간신히 붙들고 있는 모습과 눈빛은 학대로 고통 받는 동물을 연상시켰다. 저자는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며 눈을 감고 싶다는 생각에 중국의 한 사이트에서 안락사 약을 산다. 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고통을 끝내줄 수 있는 수단이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됐다고 털어놓는다. 버킷리스트는 작성하지 않았다. 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로한 건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기억이었단다. 비행기 조종사로 방랑벽이 있는 아버지, 자존심 강한 교사인 어머니, 언니, 오빠와 호주 각지는 물론 피지까지 숱하게 이사를 다니며 겪었던 소소한 일상을 복기한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이 ‘자신이 견딜만한 죽음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은 좋아하는 일인 글쓰기를 학창시절 일찍 발견한 일이라고 확신한다. 삶은 때로 아이러니하다. 시한부 환자의 일생을 전기로 써 책을 증정하는 자원봉사자 수잔과의 만남이 그랬다. 아들을 잃고도 꿋꿋이 견딘 수잔과 마음을 나누던 때, 수잔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은 것. 저자를 위로해주던 수잔은 먼저 세상을 떠났다.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을 뻔한 일도 있다. 그로부터 3년 뒤 오른쪽 무릎 뒤에서 흑색종이 발견됐다. 만약 두 다리를 잃었다면 이렇게 죽어가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그는 “인간은 죽음으로부터 불과 1㎜ 떨어져 있다. 단지 알지 못할 뿐이다”고 말한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몇 걸음이 하루의 가장 고된 일과가 돼버리고 자신이 속한 세계가 침실과 거실로 줄어들면서 아기가 되어간다. 그가 소망한 건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던 때의 몸을 다시 느껴보는 것이었다. 2016년 저자는 61세로 눈을 감았다. 그의 고백은 누구나 맞이하는 마지막 순간을 미리 경험하고 지금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달리고 뛰고 자전거를 타고, 허겁지겁 출근 버스에 오르는 평범한 순간순간이 모두 빛나는 생의 한 조각임을. 원제는 ‘Dying: A Memoir by Cory Taylor’.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영웅이 아니라 ‘인간 이순신’을 조명한 7권짜리 대하역사소설 ‘이순신의 7년’(작가정신)이 완간됐다. 정찬주 소설가(65·사진)가 이순신(1545∼1598)이 전라 좌수사로 1591년 부임한 후 노량해전에서 눈을 감기까지의 삶을 새롭게 그린 작품이다. 정 씨는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어머니상이 신사임당이라면 이순신 장군은 대표적인 아버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설 속 이순신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고 백성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한다.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는 변방의 장수로서 회한에 잠기고 뛰어난 전략과 용맹함을 지녔지만 때때로 불안과 두려움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순신 장군은 부하들과 허심탄회하게 막걸리를 마시고, 아주 낮은 계급의 부하가 상을 당해도 직접 문상을 갔어요. 당시 벼슬아치들은 사투리를 쓰지 않았지만 이순신 장군은 유년기를 보낸 충남 아산의 사투리를 썼습니다. 백성과 함께하려는 마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정 씨는 10년간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고 역사서뿐 아니라 문중 족보까지 확인하는 등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작품을 썼다. 조정 대신들의 당파 싸움과 명나라와의 역학관계는 물론 당시 군 체계, 화살의 종류와 쓰임새, 거북선 건조 과정을 비롯해 의식주 문화도 세밀하게 묘사했다. 그는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몸을 사리지 않은 백성들도 주목했다. 선비와 의병, 승려, 이름 없는 민초들의 자취를 하나하나 발굴해 이들의 활약상을 써 내려갔다. “군사력의 절대적인 열세에도 조선 수군의 승리로 막을 내린 임진왜란은 열강들의 다툼에서 자유롭지 못한 오늘날,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당시 백성들의 충의는 넘쳤지만 이를 담아낼 임금이 없었다는 점도 깊이 생각해야 할 부분입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를 새롭게 조명한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카프카의 오랜 친구 막스 브로트가 쓴 카프카의 생애와 문학을 국내 처음으로 완역한 ‘나의 카프카’(솔), 몽상가가 아니라 권력에 저항하는 카프카의 면모를 파헤친 ‘카프카, 권력과 싸우다’(박홍규 지음·푸른들녘)가 나왔다. 카프카 연구자인 편영수 전주대 명예교수가 번역한 ‘나의…’는 카프카의 생애를 상세히 기록하는 한편 그의 작품이 허무주의적이기는 하지만 구원에 대한 희망도 담고 있다고 서술했다. 장편소설 ‘성’, ‘실종자’, ‘소송’에는 희망과 구원을 향한 길이 발견된다는 것. 브로트는 카프카를 ‘파괴할 수 없는 신성에 대한 믿음을 지닌 인간’이라고 여겼다. 각종 사진과 삽화, 편지도 수록했다. ‘카프카…’는 카프카의 작품에 대해 불안과 고독에 찬 인간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근대 관료주의 체제와 산업주의 사회를 해부하며 기존 권위에 도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변신’에서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를 통해 기능적인 측면으로만 평가받는 인간을 그렸고 ‘소송’에서는 거대한 법체계에 짓눌리는 약자를 담았다고 분석했다. 이는 몽상이나 망상이 아니라 부당한 정치사회적 권력을 가시화한 것이라고 저자는 평가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열세 살 최동린은 동학교도 간에 서신을 전달하며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하게 된다. 농민군은 전라도 장령성, 병영성을 점령하지만 일본군의 개입으로 후퇴를 거듭한다. 어리지만 침착한 동린은 잔류 농민군의 대장이 돼 싸우다가 총상을 입는다. 동린의 활약과 불꽃 튀는 전투가 생생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조선이 처한 엄혹한 현실도 사실적으로 그렸다. 다만, 동학농민혁명의 개요와 접주(동학교도들의 지역 책임자), 집강소(동학군이 지역별로 설치한 자치행정기구), 술시(오후 7∼9시) 등 어린이에게 다소 낯선 단어에 대한 설명을 넣으면 이해도가 높아질 듯하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양성평등, 사교육, 저출산 문제 등이 불거질 때마다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곳이 있다. 바로 북유럽이다. 덴마크는 1973년부터 행복지수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스웨덴은 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 핀란드는 삶의 질, 노르웨이는 유엔 인간개발지수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한다. 이쯤 되면 지구상에서 유토피아에 가장 근접한 곳은 북유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북유럽도 엄연히 사람이 사는 곳인데 장밋빛으로만 채색돼 있을까. 영국인인 저자는 10년간 북유럽에 거주한 경험을 포함해 다양한 계층과 실시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북유럽 속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알고 보면 북유럽은 의외의 모습이 많다. 술에 관대하고 흡연율이 높은 덴마크는 암 발병률이 10만 명당 326명으로 세계 1위다. 덴마크에 살 때 저자는 아들의 눈에 갑자기 이상이 생겨 응급실을 찾았지만 예약을 하지 않아(!) 진료를 받지 못한다. 비용 절감 정책 때문이란다. 저자는 “다음부터는 누가 다치기 전에 예약을 하고 올게요”라며 혀를 찬다. 핀란드는 서유럽에서 살인율이 가장 높고 총기 소지율은 미국 예멘에 이어 세계 3위다. 폭음을 일삼으며 자살하는 이도 많다고 한다.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은 향정신제, 인슐린, 항우울제다. 석유로 부를 확보한 노르웨이는 생산인구의 3분의 1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간다. 아이들의 독해력, 수학, 과학 실력은 유럽 평균을 밑돌고 이는 지난 10년간 더욱 악화돼 왔다. 책장을 넘길수록 어느 사회나 그림자는 있기 마련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럼에도 북유럽인은 삶의 자율성이 높고 탄탄한 사회안전망 덕분에 안심하고 만족하며 사는 것만은 분명했다. 저자가 겪은 에피소드가 생생함을 더하는 한편 북유럽 각국의 역사와 사회적 특징도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다. 북유럽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민얼굴을 마주한 기분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올해 50주기를 맞은 김수영 시인(1921∼1968)의 전집이 재출간됐다. 29세에 세상을 떠난 기형도 시인(1960∼1989)의 29주기(3월 7일)를 앞두고 그의 삶을 사실적으로 쓴 소설 ‘기형도를 잃고 나는 쓰네’도 나왔다. 두 권으로 구성된 ‘김수영 전집’(민음사)은 김수영 연구 권위자인 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이 엮었다. ‘음악’, ‘태백산맥’ 등 2003년 개정판 이후 발굴한 시 4편을 비롯해 미발표 시 3편, 작품 세계의 태동기를 보여주는 미완성 초고 시 15편이 새로 수록됐다. 산문 22편과 일기 21편, 편지 1편도 추가됐다. 1981년 초판이 나온 김수영 전집은 시 부문은 5만 권, 산문 부문은 3만 권 넘게 판매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 교수는 “김수영은 참여시인이 분명하지만 당대 정치 상황뿐 아니라 문화 전체를 문제 삼았으며 종교적인 측면도 작품에 담았다. ‘풀’은 세상에서 풀로 살아가는 이들의 몸짓을 영성적으로 바라본 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시인의 대표 시를 ‘꽃잎’으로 꼽았다. 그는 “격렬하고 투쟁적이면서도 종교적 의미까지 담은 시로, 참여시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의 압력이나 검열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시인의 높은 기개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이번에 많이 발굴됐다”고 평가했다. ‘기형도를…’(휴먼앤북스)은 시인의 대학 친구인 김태연 소설가가 서로 주고받은 편지와 여러 기록을 토대로 시인의 삶을 복원한 작품이다. 저자는 연세대 문학 동아리인 ‘연세문학회’에서 1학년 때 시인을 만났다. 남유럽 소년을 연상시키는 외모, 다정다감한 성격에 철학에 심취했고 하이네 시에 슈만이 곡을 붙인 가곡 ‘2인의 척탄병’을 기가 막히게 부르던 시인의 푸른 청춘을 생생하게 그렸다. 20대에 고혈압을 앓았고 스스로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 여겼던 시인의 아픔과 절망도 담았다. 시인은 동성애자가 아니었다고 한다. 김 소설가는 “몇몇 소설적 장치 외에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