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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는 산골 외가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지낸다. 엄마가 교통사고로 입원한 아빠를 돌보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 생각이 날 때마다 꾹꾹 참는 준우. 진돗개 머루를 데리고 할아버지와 산에 간 어느 날, 머루가 아기 고라니를 물어버렸다! 할아버지가 고라니를 치료해 데려오자 준우는 ‘눈꽃’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어미와 떨어진 ‘눈꽃’을 보며 함께 아파하는 준우가 ‘눈꽃’과 교감하는 과정이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회복된 ‘눈꽃’을 산으로 보내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섭리를 익히고 만남과 이별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맑게 그렸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3·1운동의 모든 것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고 고종 황제마저 서거하자 우리 민족의 분노와 독립에 대한 열망은 3·1운동으로 터져 나왔다. 함경도, 경상도, 제주도 등 전국 곳곳은 물론이고 간도와 연해주, 일본, 미국으로 확대된 3·1운동의 면면을 세밀하게 비춘다. 비폭력 평화 투쟁이었던 3·1운동은 무장 투쟁의 필요성도 깨닫게 만들었다. 열강이 좌우하던 국제 상황도 담아 당시 역사를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3·1운동이 이어진 지역을 그린 지도들은 독립을 향한 염원을 또렷이 확인시켜 준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고려 말, 명나라가 원나라를 무너뜨리고 세력을 떨치던 1374년 제주에 피바람이 분다. 명이 제주말 2000마리를 바치라고 고려에 요구하지만 제주 지배층은 거부한다. 군사 2만5600명을 이끌고 제주로 간 최영 장군은 항복 권유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토벌에 나선다. 당시 원은 제주를 100년간 직접 통치했고, 제주에 뿌리 내린 몽골인을 ‘목호’라 불렀다. 고려에 무릎 꿇지 않은 ‘목호의 난’으로 제주 인구의 절반이 목숨을 잃는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과 민초들의 이야기를 함께 배치해 잊혀진 비극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만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꽤애애애액∼!” 농장에서 매일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숲속 동물들은 이유를 찾아 나선다. 이들이 만난 건 트럭에 실려 떠난 엄마 생각에 꼬리가 축 처진 아기 돼지. 그때 농장 아저씨가 아기 돼지를 데려가고, 바로 그 소리가 들린다. 꼬리가 사라지고 엉덩이에 푸른 점이 생긴 아기 돼지는 아파서 눈물을 흘리는데…. 돼지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서로 꼬리를 물어뜯는다는 이유로 꼬리를 자른 뒤 푸른색 항생제 스프레이를 뿌리는 공장식 축산의 문제를 꼬집는다. 아기 돼지의 두려움, 슬픔을 실감나게 표현한 그림은 자연스럽게 동물의 입장을 헤아리게 만든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도입을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문체부는 14일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을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한국신문협회 등 여러 단체에서 지상파 중간 광고 도입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도 중간광고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방통위가 이런 의견들을 충분히 고려해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전체회의에서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지난해 12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방통위는 당초 2월 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처리한 뒤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 방통위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여러 의견이 들어와 현재 검토하고 있다”며 “전체회의에 안건을 언제 상정할지는 아직 미정이며, 문체부 등 부처 간 협의를 충분히 한 뒤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신문협회는 지난달 4일 방통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은 언론과 광고산업뿐 아니라 국민들의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저널리즘 및 미디어 정책의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문체부가 적극 나서 이번 개정안을 폐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의견서에서 지상파 중간 광고가 도입되면 매체 간 균형 발전이 저해된다고 지적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에 따르면 중간광고가 도입될 경우 2021년 지상파 광고비는 1177억 원이 증가한다. 반면 신문 광고비는 216억 원, 케이블TV는 114억 원, 잡지는 50억 원이 줄어든다. 국민들도 중간광고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60.9%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반대해 찬성(30.1%)의 두 배가 넘었다. 또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은 시청률 경쟁과 상업화를 심화시키고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해 국민의 시청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미국 일본 영국 등 해외에서는 공공성을 이유로 지상파 공영방송은 중간광고는 물론이고 광고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간광고를 도입하기 전에 지상파의 방만한 경영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KBS는 지난해 상반기 441억 원, MBC는 53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KBS 임직원 가운데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비중이 60%를 넘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손효림 aryssong@donga.com·신규진 기자}

흑인 빈민가에 사는 제이드는 전액 장학금을 받고 명문 사립고등학교에 다닌다. 백인이 대부분인 학교에서 ‘가난하지만 똑똑한 흑인 소녀’라는 시선에 제이드는 이질감을 느끼고, 멘토 프로그램에서 부유한 흑인 여성 맥신을 만나면서 불편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 제이드가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와 관계에 대한 고민, 인종 차별에 대한 분노를 세밀하고 깊이 있게 그렸다. 콜라주를 좋아하는 제이드가 조각들을 이어 붙여 작품을 완성하듯,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가며 삶이라는 작품을 찬찬히 만들어가는 모습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은따’였던 적이 있는 중학생 다현은 ‘다섯 손가락’의 멤버가 된 것이 기쁘기만 하다. 한데 ‘다섯 손가락’ 친구들이 싫어하는 노은유와 짝이 되고 수행과제를 함께 하는 모둠까지 되자 긴장한다. 솔직한 은유의 모습에 끌리지만 이런 마음을 꾹꾹 누르려 애쓴다. 친구가 세상의 중심인 중학생의 심리를 실감나게 그렸다. ‘진지충’이라 불릴까봐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친구에게 잘 보이려 심부름도 마다하지 않는 다현이 조금씩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해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가만히 속삭이는 듯하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크로스컨트리 주(州) 대회를 앞두고 한껏 들뜬 제이크. 대회 지역으로 떠나기 이틀 전날 밤, 코치 선생님은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전한다. 스펜서가 경기에 나갈 수 없다고 말해 팀이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 도저히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제이크는 스펜서를 찾아가 이유를 묻고 마음을 바꿔 달라며 설득한다. 험난한 경기에 참가한 소년들이 육체적 한계를 버텨내고 넘어진 친구를 부축하며 함께 뛰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그렸다. 서로를 다독이며 이끌어 주는 과정 하나하나가 싱그럽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아이들은 그렇게 또 한 뼘 성장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우주여행을 하고 싶고 바다를 보면 설레는 이유가 뭘까. 먼 옛날, 우주를 날아다녔거나 바다 생물이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우리 몸을 이루는 수많은 작은 알갱이인 원자를 통해 우주와 지구, 인류의 역사를 쉽게 풀어냈다. 원자는 138억 년 동안 여행하며 조금씩 모습이 바뀌었다. 우리 몸속 원자에는 오랜 여행의 기억이 남아있다. 깜깜한 우주와 갓 태어난 지구, 생명체의 탄생과 진화가 앙증맞은 그림과 함께 시간대별로 정리돼 있다. 나와 우주, 지구 그리고 생명체들이 연결돼 있음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공공도서관의 책 추천 서비스를 확대하고 유아, 임산부, 노인이 편리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도 개선한다.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위원장 신기남)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서관 이용을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은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19∼2023년)’을 23일 발표했다. 공공도서관은 인문·예술 체험 프로그램과 토론형 독서 프로그램을 늘리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이용자에게 적합한 책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확대할 예정이다. 환자, 장애인, 노인, 임산부, 영유아가 도서관을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시설을 변경한다. 2017년 말 기준으로 1042개인 공공도서관 수를 2023년까지 1468개로, 작은도서관도 같은 기간 6058개에서 6820개로 늘릴 계획이다. 국민 1인당 장서 수도 2.03권에서 2.5권으로 확대한다. 도서관에 직접 오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디지털 정보 서비스도 강화한다. 휴식공간과 카페를 늘리고 지진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도서관이 안전 공간의 역할을 할 예정이다. 국립중앙도서관과 지역대표도서관을 연결하는 협력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외국인은 80%가 한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 비해 우리 국민은 54%만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은 16개국 8000명을 대상으로 2018 대한민국 국가 이미지를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멕시코 러시아는 한국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90%를 넘었지만 일본은 20%에 그쳤다. 미국은 73%, 중국은 66%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는 한식(40%)을 가장 많이 떠올렸고 이어 K팝(22.8%), 한국 문화(19.1%), K뷰티(14.2%) 순이었다. 한국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K팝 영화 등 현대 문화(35.3%), 경제 수준(17.5%), 역사 문화재 등 문화유산(12.3%), 한국제품 및 브랜드(12%) 등이 꼽혔다.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은 북핵 문제(23.3%), 정치 상황(19.6%), 외교력 등 국제적 위상(13.0%)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남북문제의 평화적 해결’(40.8%)을 꼽았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목소리가 작고 부끄럼을 잘 타는 ‘나’는 우습게 보일까 봐 걱정이다. 소심함을 극복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도 나눠보지만 잘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누군가 말한다. 소심함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힘을 얻은 ‘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사람의 성격은 다양하며 제각각 개성과 장점을 지니고 있음을 찬찬히 보여주는 그림책. 사람들 앞에서 두 손을 모으거나 차렷 자세로 서 있던 주인공이 자신감을 얻은 뒤 뛰고 구르며 활기차게 움직이는 모습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매일 술을 마시고 엄마와 ‘나’를 때리는 아빠. 외할머니댁을 다녀온다던 엄마는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아빠보다 힘이 세진 ‘나’는 술을 마시지 않고 주먹도 휘두르지 않는다. 술의 유혹은 계속되지만….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의 두려움과 외로움, 아빠를 닮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아프게 그렸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며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존재하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눠 보길 권하는 그림책이다. 무거운 주제지만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주길 당부하는 마음이 전해져온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주인이 방치해 배고프고 목마르던 검은색 강아지가 새 가족이 됐다. 두 아이 ‘산’, ‘바다’는 강아지에게 ‘강’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이제 강이는 배고프지도 목마르지도 않다. 강이는 ‘산’, ‘바다’와 공놀이를 하고 눈밭도 구른다. 어느 날 ‘산’과 ‘바다’가 멀리 떠난다. “오래 걸리지 않아”라는 말을 남긴 채. 강이는 아이들을 기다린다. 몸이 아파도 기다림을 멈추지 않는다. 아이들과 함께 맞았던 눈이 펑펑 내리는 날, 강이는 눈 속으로 달려가는데…. 검은 오일파스텔로 그린 그림이 포근하다. 마음을 나눈 후 긴 기다림을 이어가는 강이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어린 도로봉에게 어느 날 물건의 목소리가 들린다. 리모컨, 선인장, 쿠키통…. 이들의 공통점은 주인이 존재 자체를 잊었다는 것. 도로봉은 자신을 데려가 달라는 물건들의 호소에 결국 하나씩 훔치기 시작한다. 어른이 된 도로봉은 주인에게 학대받는 강아지를 구하기 위해 처음으로 생명이 있는 존재를 훔치기로 결심한다. 잊혀진 물건들을 통해 홀로 남겨지는 쓸쓸함을 애잔하게 보여준다. 새 인연을 만나는 물건들은 가만히 웅변한다.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고.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 점점 속도를 내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미중 무역전쟁보다 인공지능(AI) 기술개발 경쟁이 더 걱정된다. 두 나라는 AI 기술을 선점한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여기고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 ‘호모데우스’‘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43·사진)는 동아일보와의 신년 e메일 인터뷰에서 “19세기 산업화를 먼저 이룬 국가가 다른 나라를 착취했던 역사가 21세기에 AI를 통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라리는 민족주의의 부상도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민족주의자들은 요새 안에서 도개교를 들어올리면 밖은 지옥으로 변해도 자신들은 안락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며 “핵 위협, 기후 변화 등 다른 국가와의 협력 없이는 자국민을 보호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이런 믿음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보공학과 생명공학의 융합은 인간을 ‘해킹하는 동물’로 만들었다”며 “생물학적 지식과 기술을 지닌 이는 다른 사람을 해킹해 타인의 선택을 예측하고 욕망을 조작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생물학적 특성에 의해 인간의 계급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개개인은 여러 번 훈련하고 스스로를 재창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자국 이기주의가 맹렬하게 충돌하고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세상이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등을 통해 거시적인 안목으로 인류 역사와 현재, 미래를 조망하고 통찰한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43)와 이야기를 나눴다.》 ―미중 무역 전쟁이 벌어지고 세계적으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미국과 중국이 무역보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기술개발 경쟁을 하는 것이 더 걱정된다. 두 나라는 AI를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여기고 있다.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영국, 프랑스, 일본처럼 산업화를 먼저 이룬 나라들이 다른 나라를 착취하고 지배했던 역사가 21세기에 AI를 두고 반복될 수 있다. AI 경쟁에서 이긴 나라는 세계는 물론 생명체의 미래를 통째로 지배할 것이다. AI와 생명공학은 개발 단계에서 윤리적 문제에 세밀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규제해야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 모든 규제는 무너질 것이다. 가령 사람을 죽이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율 무기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생각해보자. 각국은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경쟁 국가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서로 먼저 개발하려 할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국가 간 더 큰 신뢰를 쌓아야 한다. 불행히도 미국과 중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 ―자국 이기주의가 심화되고 있다. 유엔 같은 기존 기구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을까. “민족주의의 부상은 인류가 현재 직면한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다. 민족주의는 한 국가를 운영하는 데는 긍정적인 점이 많지만 세계적 난제를 함께 푸는 데는 걸림돌이 된다. 과거 국경을 명확히 하려는 시도들은 전쟁으로 이어졌다. 핵전쟁, 기후 변화에서 정부는 다른 국가와의 협력 없이 자국민을 보호할 수 없다. 전 지구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애국주의는 동포의 안녕과 번영을 지키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타국인들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좋은 애국주의자들은 이제 세계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세계 정부를 수립하라는 것은 아니다.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가 또는 도시가 세계적인 문제에 중점을 두고 이를 풀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선거 때 정치인에게 질문하라. △핵전쟁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할 것인가 △기후 변화 위기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AI, 생명공학 기술로 인한 위험을 어떤 방식으로 규제할 것인가 △2040년 세계의 모습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와 최고의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이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미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인에게는 표를 던지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기술과 그에 따른 사회 현상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기술의 진보는 정보공학과 생명공학의 융합이다. 충분한 생물학적 지식과 데이터, 컴퓨터 기술을 지닌 사람은 다른 사람을 해킹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타인의 선택을 예측하고 욕망을 조작할 수 있다. 최악은 생물학적 특성에 의해 인간의 계급이 나눠지는 것이다. 생명공학은 소수의 엘리트를 초인으로 만들 수 있고, 생체인식센서로 정부가 개인의 말과 행동, 생각과 감정까지 직접 감시할 수 있다. 광기에 사로잡힌 종교집단이 이들 기술을 사용하면 끔찍한 디스토피아가 펼쳐질 수 있다. 물론 기술이 인간을 질병과 과도한 노동에서 자유롭게 하고, 사람들은 각자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계발할 수 있다. 한데 현재의 움직임은 부정적 시나리오를 향해 가고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국가들이 신생아에게 유전공학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금지하지만 만약 중국만 이를 허락한다면 뒤처지고 싶지 않은 국가들은 이를 앞다퉈 사용할 것이다.” ―급변하는 세계에서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2050년의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지만 낡은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것은 분명하다. 새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스스로를 재창조하고 무언가를 배우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교육이 석조주택처럼 단단하게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면 이제는 쉽게 접었다 펼 수 있고 이동 가능한 텐트처럼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저서들이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사피엔스’는 국내에서 65만 권, ‘호모데우스’는 25만 권,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10만 권이 판매됐다. 뜨거운 반응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는가.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정 국가나 문화의 지엽적인 역사만 알아서는 안 된다. 유럽 지도자의 정치적 판단, 샌프란시스코 엔지니어의 기술 혁명, 인도 공장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개개인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책을 통해 세계 역사와 인류가 처한 위기를 이해하려 애쓴 것이 독자들의 마음을 파고든 것 같다. 내 책은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책으로 읽어줬으면 좋겠다. 나 역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동반자로 여겨주길 바란다.” ―글쓰기와 인생에 영향을 준 작가, 예술가가 있는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은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다. 그는 어떻게 과학자가 역사의 큰 질문을 탐구하고, 글을 이해하기 쉽게 쓸 수 있는지 보여줬다. 내가 ‘사피엔스’를 쓸 용기를 줬다. 나의 멘토인 베냐민 케다르 히브리대 교수도 있다. 철학자 찰스 테일러,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심리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 수학자 캐시 오닐,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의 글에서도 깊은 영향을 받았다. 한국인도 있다. 숭산 스님과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이다. 숭산 스님의 가르침인 ‘오직 모를 뿐’은 내 연구에도 큰 영향을 줬다. 당신이 무언가를 모른다면 상상의 이론을 만들어내서는 안 되며 모르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해주셨다.” ―최근 인상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 “저널리스트 마이클 폴런의 ‘How to Change Your Mind’, 구글차이나 사장을 지낸 리카이푸의 ‘AI Superpowers’, 스티븐 핑커의 ‘Enlightenment Now: The Case for Reason, Science, Humanism and Progress’,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의 ‘The Road to Unfreedom’이 좋았다.”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습관이 있는가. “2월까지 두 달 동안 명상 수행을 한다. 명상을 통해 얻은 집중력과 통찰이 없었다면 아무 책도 못 썼을 것이다. 무엇을 할지는 계획이 없다. 그냥 열린 채로 두는 것을 선호한다. 독자들에게는 명상을 권하고 싶다. 마음의 평화와 함께 자신을 잘 알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정부, 기업이 우리를 더 잘 알게 되면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팔거나 선거에서 표를 얻어내려 할 것이다. 스포츠, 예술 등 다른 방법도 많지만, 무엇이든 하루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고리즘이 우리를 산산조각 내기까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보드라운 머리카락을 묶어주고 52개월 만에 기저귀를 뗀 딸을 보면서 기적 같은 일이라며 감사하는 이가 있다. 둘째 딸 인영이가 세 살 때 백혈병 판정을 받은 후 963일간 병마와 싸운 과정을 기록한 저자가 그렇다. 현직 기자이자 두 딸의 아빠인 저자는 굵은 척수 주사를 맞으며 아파하고 고열에 의식을 잃은 채 구급차에 실려 가는 인영이를 보며 가슴을 친다. 사이사이 행복한 순간도 찾아온다. 태권도를 하고 놀이공원에서 회전목마도 타며 인영이가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에 터질 것 같은 기쁨을 느낀다. 백혈병과 싸우는 인영이와 가족의 고군분투를 생생하게 정리하는 한편 항암치료 날짜와 무균 병동 병상이 나오는 날이 열흘이나 차이 나는 등 공급자 위주로 돌아가는 의료 현실도 조목조목 지적한다. 일이 먼저였던 아빠가 가족의 소중함과 나중이 아닌 현재에 집중하는 삶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깨달았음을 고백한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에 깊이 와 닿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블랙리스트 사태가 촉발된 문화계의 주요 기관장에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더불어민주당 및 대선캠프 출신이 대거 포진했다. 본보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문화계 기관장 24명을 분석한 결과 13명(54%)이 민예총, 민주당, 문재인 대선캠프 출신으로 나타났다. 문화계에서는 편중 인사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전문성보다 코드 예술인에게 연간 2000여억 원을 지원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박종관 위원장(59)은 민예총 충북지회 이사장을 지냈다. 민예총 부회장이었던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같은 충북 출신이다. 박 위원장은 예술위 1기 위원,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김철호 국립극장장(66)은 민예총 산하 한국민족음악인협회 이사장,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62)도 민예총 산하 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 사무국장을 지냈다. 정희섭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60)는 민예총 정책실장을 맡았다.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56)은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SNS본부 부본부장을 지냈고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45)과 방송인 김제동이 소속됐던 다음기획(현 디컴퍼니)의 대표였다. 이승열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국제방송) 사장(60)은 민주당 문재인 대표 방송분야 미디어특보, 양현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54)은 민주당 문화예술정책위원회 상임정책위원을 각각 지냈다. 김도일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56)는 민주당 권리당원이었다. 이미연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55)은 이전 정부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57)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하고 지지 활동을 이어갔다. 이현웅 한국문화정보원장(49)은 충북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충북지구대학생협의회(충북대협) 제5기 의장이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66)은 경남고 25회로 문재인 대통령과 동기다. 배기동 중앙박물관장, 김철호 국립극장장 등 일부를 제외하면 인지도가 낮은 인물이 대부분이다. 한 기관의 경우 대표 임명 소식이 전해지자 직원들이 “처음 듣는 이름이다. 프로필을 봐도 어떤 인물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대표와 관련된 정보를 수소문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문성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인물이 많다는 의견이다.○ “예술 발전시킬 인물 찾아야” 청와대 행사에도 코드가 맞는 연예인이 자주 출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우병 사태 때 청산가리 발언을 한 배우 김규리에게 한-프랑스 우정콘서트의 사회를 맡긴 것이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의 대선 출마 영상 음악감독을 했던 김형석 작곡가는 남북 정상회담 공연에 참여했고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 공연도 연출했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찬장에서 울려 퍼진 문 대통령 행진곡 ‘미스터 프레지던트’도 김 씨의 작품이다. 디컴퍼니 소속인 윤도현도 남북 정상회담 만찬 공연에 참석했다. 한 문화계 인사는 “톱 연예인은 청와대 행사에 참여해도 달라지는 게 별로 없지만 톱이 아닌 연예인은 청와대 행사 후 몸값이 크게 치솟는다”며 “탁현민 행정관이 철저히 이너서클에 기회를 몰아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계에서는 인사에 정치적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현 정부는 치우침이 너무 심하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공연계 관계자는 “코드 인사도 정도껏 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그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현장에서 예술인들과 밀접하게 교류하는 문화기관의 수장을 전문성에 대한 고려 없이 정치 성향으로만 인선하는 건 예술계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황의철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은 “블랙리스트로 상처받은 예술계를 치유할 역량 있는 인사를 발탁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임에도, 편파적 인사로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능력 있는 인물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인선 과정에서 현장 예술인들과 폭넓게 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재엽 연극 연출가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인물을 검증하고 선발하는지 예술인들과 일정 부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든 진보든 정치적 보은 인사에서 벗어나 실력 있는 인물이 긴 안목으로 예술행정을 펼쳐야 예술이 발전하고 공공성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수염은 길게 빼고 상투를 꽉 조여∼. 눈썹은 여덟팔자 우아한 팔자걸음∼.” 20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홍릉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창작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의 대표 넘버인 ‘이것이 양반놀음’이 울려 퍼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통해 탄생한 이 작품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시조와 랩, 힙합을 접목해 호평을 이끌어냈고 내년 6월경 정식 공연될 예정이다. 이날 콘텐츠진흥원이 신진 창작자들을 위해 마련한 ‘2018 크리에이터 런웨이’에서는 개성 있는 드라마, 뮤지컬, 게임이 제작자와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에 올린 개인적인 내용을 삭제해 주는 디지털 장의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 ‘팔로우 미’, 젊은 작곡가가 영감을 얻으려 애쓰다 16세기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되는 내용의 뮤지컬 ‘카를로’가 소개됐다. 연예인 파파라치가 우연히 살인 현장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파파라치’도 선보였다. 전작 게임 ‘프리원’에서 악역 스토리를 집중 조명한 게임 ‘레보(REVO)’를 비롯해 ‘Sunless City’, ‘리듬퀘스트’도 공개됐다. 배정훈 빅픽쳐스 대표는 “투자하고 싶은 참신한 소재의 작품이 많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토크콘서트 ‘은밀하고 위대한 멘토의 TMI’에서는 영화 ‘완벽한 타인’의 이재규 감독, tvN 드라마 ‘남자친구’의 유영아 작가, 걸그룹 ‘마마무’의 프로듀서인 김도훈 작곡가, 뮤지컬 ‘레드북’의 한정석 작가가 자기만의 창작 노하우를 전수했다. 콘텐츠진흥원은 2012년부터 운영해 온 창의인재 양성 사업을 통해 영화, 드라마, 게임, 뮤지컬, 웹툰,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를 육성하고 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해당 분야에 진출하려는 이들에게 멘토링을 해주는 ‘창의인재 동반 사업’, 신예 창작자와 콘텐츠 기업을 연결해 주는 ‘우수 크리에이터 발굴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는 지금까지 멘토 790명, 신진 창작자 1609명이 참여했다. 영화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 ‘치외법권’ ‘대결’의 민경근 작가를 비롯해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한정석 작가, ‘거위의 꿈’의 김연희 작가 등을 배출했다. 김정욱 콘텐츠진흥원 기업인재양성본부장은 “신진 창작자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탄탄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선도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