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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석포제련소는 공장 내부의 오염된 지하수가 낙동강 수계로 침출되는 것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지하수차집시설 공사에 착수한다고 23일 밝혔다. 이 사업은 공장과 하천 사이에 지하 수십m 아래 암반층까지 땅을 판 뒤 차수벽과 차집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공장 내 지하 차수막과 오염방지공으로 막지 못한 오염 지하수를 차단하는 ‘최후 저지선’ 역할이다. 우선 총사업비 430억 원을 투입해 올해 제1공장 외곽 하천변을 따라 1.1㎞ 구간에 설치한 뒤 제2공장 외곽 1㎞ 구간에도 순차적으로 시공할 계획이다. 공사는 하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각 구간을 세분해 지하설비가 완성되면 즉시 지상을 원래 상태로 복구한 뒤 다음 구간을 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사업은 최근 완성된 ‘공정사용수 무방류설비’와 함께 석포제련소가 추진하고 있는 ‘낙동강 수질오염 제로(0)’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사업이다. 환경부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았고, 현재 공사 착수를 위한 인허가 사안이 진행 중이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수년간 낙동강 수질오염을 막기 위한 환경개선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19년에는 69억 원을 들여 오염지하수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12공장 내부 바닥에 10m 깊이로 차수막(총연장 1.5㎞)과 오염방지공을 설치했다. 지난해는 빗물 등 비점오염원이 지하수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234억 원을 투입해 습식조업공장 바닥(연면적 5만6000㎡)을 내산벽돌 등으로 전면 교체했다. 공정에 사용된 물을 증발농축 등의 과정을 거쳐 공정에 재사용하는 무방류설비‘는 320억 원을 들여 지난해 12월 완공했다. 시스템 점검 및 시험가동을 거쳐 오는 5월경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장은 “무방류설비가 본격 가동되고 지하수 차단시설의 1차 사업이 끝나는 올해 말이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낙동강 수질오염 제로 프로젝트‘가 주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지난 15일 타계한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2002년 대한민국을 한일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히딩크 감독이 귀국할 때 인천공항에서 백 선생과 포옹하는 장면을 보고, 두 사람의 뜻 밖의 인연에 대해 사람들은 놀라워했다. 1980년대 민중운동가, 통일운동가로 알려졌던 백기완 선생이 2000년대 들어 문화운동, 축구, 월드컵으로도 젊은이들에게 다가왔던 과정을 백 선생과 동아일보, 개인적인 추억으로 회고해본다. 백기완 선생은 검은색 도포자락과 흰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연설솜씨를 뽐내시던 타고난 선동가였다. 대학시절 집회에서 먼 발치에서 봤을 뿐 개인적인 인연은 없었다. 그런데 1999년 1월 문화부 기자 시절 백 선생이 무슨 책을 쓰고 있다는 소식을 지인으로부터 들었다. 이후 우연히 대학로를 지나가다가 통일문제연구소가 눈에 띄었다. 허름한 단층집이었던 통일문제연구소 대문에는 ‘한 발자욱만 더’라는 시가 걸려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싸늘하게 추운 방 안에서 백 선생이 누비 옷을 입고 뭔가를 쓰고 계셨다. 방이 왜 이렇게 추운가 했더니 백 선생은 재정난으로 1년 전 통일문제연구소 문을 닫았다고 했다. 이름도 ‘통일마당집’으로 바꾼 상태였다. 그는 얼마 전 인천에서 문학강좌에 갔다가 온 이야기를 꺼냈다. 강좌를 마치고 사례금 20만원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 전철을 탔는데, 백 선생을 알아보고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는 한 명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혼잡한 지하철에서 호주머니에 있던 사례금까지 소매치기를 당하고 말았다. 그것도 모르고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지인과 부천에서 술을 한잔 마시고, 계산을 하려고 했다가 주머니를 뒤져보니 돈이 없었다. 결국 술집 주인 아주머니에게 욕을 진탕 먹고 크게 낙심한채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당시 백 선생은 내게 “군부독재 보다 세상의 냉대가 더 무섭다”고 했다.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YS) 대통령이, 1997년 김대중(DJ)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로 사람들은 민주화가 다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1987년, 1992년 대선에서 민중후보로 출마했던 백기완의 존재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백 선생은 “YS도, DJ도, 386세대 운동권 정치인들도 집권 후에 한번도 나를 찾아온 일이 없다”며 “박정희 때도 청와대로 초청된 적이 있었는데, 민주화 정권에서는 한번도 나를 청와대로 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 선생은 주저 앉지 않았다. 통일문제연구소 문 밖에 ‘한 발자욱만 더’라는 벽시를 내걸고 마지막 희망으로 책을 썼다. 당장 책을 출판할 돈이 없으니, 선주문 형태로 책을 출판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먼저 책 값(5000원)을 송금해주면, 원고가 완성된 후 책으로 보내주는 방식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크라우드 펀딩’의 시초였던 셈이다. 이런 사연을 있는 그대로 동아일보 문화면에 박스 기사로 실었다. 다음날 기사에 함께 안내됐던 통일문제연구소 전화가 하루종일 울려댔다고 한다. 통일문제연구소 간사인 채원희 씨는 “거의 1분도 쉬지 않고 전화가 울려댔다”고 했다. 사람들은 “백 선생이 그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그동안 연락 못해 죄송하다” “용기를 잃지 말라”는 말과 함께 책값을 보냈다. “고기값을 보내니까 고기 좀 드시라”는 할머니도 있었고 “내가 타고 다니던 그랜저를 보내 드리겠다”고 말한 중년 남자도 있었다. 며칠 만에 약 3000여 부의 책이 사전예매됐다. 백 선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통일운동가 재야운동가 만으로 알고 있던 선입견이 깨졌다. 당시 백 선생이 그 때 펴낸 책 제목은 ‘벼랑을 거머쥔 솔뿌리여’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우리 말과 우리 춤, 설화, 그림, 문학을 사랑해 온 문화운동가였다. ‘새내기’(신입생), ‘동아리’(써클), ‘모꼬지’(엠티), ‘달동네’(산동네)와 같은 지금은 널리 쓰는 우리말을 만들어낸 것이 백기완 선생이었다. 또한 ‘땅별’(지구), ‘한 살매’(인생), ‘덧이름’(별명), ‘새뜸’(뉴스), ‘몰개’(파도)와 같은 아름다운 말도 백 선생에게 배웠다. 책에는 백 선생이 어릴 적 황해도 해주에서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했던 꿈과 좌절했던 이야기, 한국인의 미(美) 의식과 대륙성에 관한 다양한 옛이야기도 담겼다.당시 문화면 편집의 책임자였던 한진수 문화부장은 사회부, 정치부에서도 오랜 경력을 가지신 분이었다. 한 부장은 백기완 선생과는 정치적 이념은 달랐지만, 한 시대를 풍미하신 분인데 그렇게 대접하면 안된다며 메이저 언론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던 백 선생 인터뷰를 처음으로 실어주었다. 한 부장을 비롯한 문화부 데스크들과 나는 당시 동아일보 본사가 있던 충정로 사옥 뒷 골목에 있는 식당에서 여러차례 백기완 선생을 모셔서 민물매운탕에 소주잔을 기울이곤 했다. 이듬해 5월. 백 선생에게 전화가 왔다. 상기된 목소리였다. “전 기자, 내가 대학교수가 됐어!” 그는 “평생 공식 직함이나 월급 한번 받아본 일 없이 제도권 밖에서만 살아온 내게 교수 자리라니…”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한양대 안산캠퍼스 경제학부에서 백 선생을 1년 임기의 ‘겸임교수’로 초빙한 것이었다. 백 선생의 학력은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친 것이 전부. 황해도에서 독립운동가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머슴보다도 가난하게 살았던 그는 독학으로 배움을 얻을 수 밖에 없었다. 한양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일평생 그를 지켜온 사상은 무엇이냐고 물으니까 백 선생은 “나는 ‘노나메기’주의자”라고 대답했다.“마르크스와 레닌은 ‘사회주의 인간형’을 최고의 인간형으로 이야기했지만, 그 실험은 공산권 몰락으로 실패했지. 나는 우리의 전통적 공동체 사상인 ‘노나메기’야말로 인간 발전형태의 최고봉으로 꼽고 있지. ‘노나메기’는 ‘너와 내가 모두 다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세상’이야. 미국이나 일본이 잘 산다고 하지만 올바로 잘 살지는 않지. 빈부격차와 환경오염없이 모두 함께 올바로 잘사는 세상이 ‘노나메기’의 세상이야.” 이듬해 동아일보 문화면에 ‘충돌! 두 文化’ 코너에 백기완 선생이 걸그룹 ‘핑클’의 공연을 보고 한국의 미(美)와 춤에 대해 평한 글이 실렸다. 흰 머리가 성성한 백 선생과 이효리, 옥주현, 성유리, 이진으로 구성된 4인조 걸그룹 핑클의 만남은 파격이었다. “그들의 공연을 보고 나서 나 역시 고개를 끄떡였다. 그들의 미적 돌파력의 교묘성과 여성적 공격력의 대담성이다. 그러나 그러면서 긴 한숨을 거둘 수가 없었다. 우리의 전통적 미녀상이라고 하면 ‘나네’를 친다. 여기서 ‘나네’란 말 그대로 언 땅을 지고 일어서는 봄의 새싹, 그러니까 비록 가냘프지만 쌓인 가랑잎과 두엄더미까지 박차고 일어서는 거룩하고 엄숙한 생명력이다.” 이 기고에 대해 ‘핑클’ 멤버들은 “백기완 선생님이 우리 노래를 듣고 춤을 보셨다고 해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선생님이 누구인지 몰라 주위에 물어봤더니 ‘외곬수 재야 운동가’라고 해서요”라는 소감문을 보내왔다. 재야운동가 백기완과 걸그룹 ‘핑클’이 주고 받았던 문화적 충돌은, 그야말로 예상을 깼던 충격이었다. 그런데 한번도 상상조차 못했던 더 한 충격이 왔다. 바로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백기완 선생과 대담을 한다는 스포츠부의 발제였다. 재벌그룹 회장과 평생을 노동운동, 빈민운동을 해 온 백 선생이 만나 대화를 나눈다니…. 아마도 대선에 뜻이 있던 정 회장이 진보 진영을 포용하는 이미지를 위한 포석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릴 적 축구선수를 꿈꿨던 백 선생은 “‘공차기’(축구)를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면 흔쾌히 하겠다”고 수락하면서도, “내가 하는 말은 토씨도 바꿔서 실으면 안된다”며 정 회장과의 대담 기사에 조건을 달았다. 그래서일까. 당시 신문에 실린 두 사람의 대담은 마치 오디오가 지원되는 듯 생생하면서도 아슬아슬했다. ▽정몽준〓(앞 부분 생략)그러려면 우선 각국이 긴밀히 협조해 안전한 월드컵을 치르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백기완〓좋은 말씀을 하셨는데 이번 공차기큰잔치(월드컵)를 평화스럽게 치르기 위해 우리 민족 내부에서 한번 평화를 가져오는 방법을 모색해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휴전선에 있는 초소를 남쪽이건 북쪽이건 공차기큰잔치 동안만 없애자는 얘깁니다.▽정〓좋은 말씀 같은데요. 그런데 초소를 없애자…. 하여튼 그런 식으로 해서 우리끼리 군사적으로 대치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바깥에 보여주자는 말씀 아니에요.“월드컵 기간 동안에 남북이 휴전선에 있는 초소를 없애자”는 백 선생의 파격적인 제안에 정 회장은 “그런데 초소를 없애자…”며 말끝을 흐렸다. 기사에 ‘점점점’으로 표시된 말줄임표에서 정 회장의 당혹스러움이 느껴진다. 월드컵 100일을 앞두고 실린 이 흥미로운 대담은 장안의 화제를 낳았다. 두달 뒤인 4월. 정몽준 회장은 다시 한번 백기완 소장을 경기 파주에 있는 축구국가대표훈련원(NFC)으로 초청했다.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 선수들에게 강연을 부탁한 것이다. 당시 백 선생은 선수들에게 “구라파가 주도하는 세계 축구에 기죽지 마라! 피구, 지단의 몸 값이 500억, 700억? 말이 안 된다. 상업화에 물들지 않은 우리는 서양의 덩치 큰 애들과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16강이 뭐냐, 할 거면 으뜸이 돼야지!”라고 쇳소리가 섞인 격정적인 목소리로 강연을 펼쳤다. 이 강연에 가장 크게 감동한 것은 거스 히딩크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다. 히딩크는 “진정한 한국인을 만난 것 같다”며 백 소장을 붙잡고 저녁식사를 대접했다. 이후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4강 신화를 쓰고 난 후 인천공항을 떠나면서까지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백기완 소장을 꼽았다. 결국 두 사람은 공항에서 재회해 감격스러운 포옹을 나눴다. 당시 백 선생은 히딩크 감독에게 “사람은 만났다 헤어지지만 뜻과 뜻은 헤어지는 게 아니라 역사와 함께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백 선생과는 개인적인 인연도 있다. 새해를 맞아 아내와 함게 은평구 기자촌에 있는 선생 댁으로 가서 사모님이 부쳐주신 전에 막걸리를 마신 적도 있다. 또 백 선생은 경희궁에서 열린 대학 친구의 전통 결혼식 주례를 서주기도 하셨다. 결혼식에서 나는 축문을 읽었다. 백 선생에게 축문은 어떻게 쓰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닭의 옛 이름인 ‘질라라비’에 관한 설화를 말씀해주셨다. 수천년 동안 인류에 의해 가축으로 길들여져 살던 닭이 옛살라비(고향)으로 돌아가 ‘질라라비’의 본성(本性)을 되찾고 송아지 만한 크기로 커졌다는 것이다. 한반도에 매여 살던 우리 민족이 대륙인으로서의 본성을 되찾고 훨훨 날아보자는 뜻이 담긴 이야기라고 한다. 그래서 결혼식 축문의 마지막 구절에선 새 신랑과 신부가 세상에 나아가 잘 살라고 ‘질라라비, 훨훨~’하고 축원을 한다는 것이다. 내가 축문을 다 읽고 태우는 순간, 경북 예천에서 온 신랑 가족들은 준비해 온 살아있는 장닭을 높이 허공에 날렸다. 시골에서 살다가 고속버스를 타고 온 닭은 예상외로 잘 날았다. 경희궁 뒷쪽 산 속으로 날아간 닭은 결국 찾지 못했다. “질라라비, 훨훨~!”백기완 선생이 히딩크를 만나서 포옹하게 되는 인연을 맺게 되는 데에 반드시 나의 역할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수많은 우연들이 쌓이고 쌓여서 그렇게 된 것일 뿐이다. 내가 백 선생과 만나 나눴던 인연은 사회, 정치적 이슈는 아니었고, 문화면과 관련된 분야였다. 18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백 선생의 영정에 조문했다. 빈소에서 백 선생을 투병생활 끝까지 보좌했던 채원희 통일문제연구소 간사를 만났다. “왜 이제 오셨어요! 백 선생님이 얼마나 외로워하셨는데요.” 해외 특파원 근무를 하면서 최근 몇 년간 찾아뵙지 못했는데 이 말이 가슴에 콕 박혔다. “대학로 통일문제연구소는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늘 그랬듯이 어떻게든 헤쳐나가봐야죠. 백 선생님이 늘 하셨던 ‘아리아리~!’라는 응원의 말처럼 힘내서 넘어가야죠.”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아취(雅趣)는 ‘고아한 정취, 취미’라는 뜻이다. 100세까지 살아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세가지 꼽으라면 건강과 친구, 그리고 취미다. 사람은 빵 만으로는 살 수 없다. 딴 짓도 하면서 살아야 한다. 더구나 100세까지 살아야 하는 시대라면. 평생 즐길 수 있는 한가지 취미는 삶의 훌륭한 동반자다. 현재의 나이와 상관없이 평생 가져갈 ‘백년의 취미’를 키워가고 있는 사람들을 취재한다. 》 ‘지즐대는 파도 소리 파도로써 돌리운/먼 또는 가까운/알맞은 어디쯤의 시인들의 나라/공화국의 시민들은 시인들이다.(중략) 시인이자 원정, 시인이자 목축가, 시인이자 어부들이/고기 잡고 마소 치고, 꽃도 심고, 길도 닦고…’ (박두진의 ‘시인 공화국’) 신세계문학회 대표이자 문학 계간지 ‘운율마실’을 펴내고 있는 임인호 씨(51)는 재정전문컨설팅 회사인 아이앰플래닝 대표다. 월급쟁이 시절이나 자기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꾸준히 시(詩)를 써온 그는 “박두진 시인의 ‘시인 공화국’이 우리 문학회가 꿈꾸는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박두진의 ‘시인 공화국’에는 목수도, 운전사도, 주부도 모두가 시인이다. ‘크다란 걸 마음하여 적은 것에 주저하고/이글이글/분화처럼 끓으면서 호소처럼 잠잠한’ ‘비수처럼 차면서도 꽃잎처럼 보드라운’ ‘미(美)를 잡은 사제면서 미의 구도자’ ‘사랑과 아름다움 자유와 평화와의/영원한 성취에의 타오르는 갈모자’인 시인들이 사는 공화국이다. 임 대표는 “문학이 더이상 특수한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진솔한 삶을 담아내야 한다”며 ‘운율마실’ 창간의 변을 밝혔다. 더 이상 어려운 암호해독과 같은 난해한 시가 아니라 ‘일상성’과 ‘생활 속의 문학, 문학의 생활화’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그의 말처럼 신세계문학회에는 기성 문단에서 활동하는 시인도 있지만 주부, 건축가, 논술학원 강사, 택배기사, 중소기업체 CEO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문학을 사랑하는 모임이다. 신세계문학회는 2018년 초 학연과 지연 등 온갖 연줄로 꽉 짜여진 기성 문단과 문학회에 염증을 느낀 3명의 시인들이 모여서 결성했다. 그리고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1년 뒤인 2019년 봄에 ‘운율마실’이라는 문학 계간지를 창간했다. ‘운율마실’ 최근호(2020년 12월)에서는 강릉에 사는 시인 박용녀의 시 15편을 특집으로 조명했다. 강릉에서 우리식당을 운영하며 다섯자녀를 키운 박 시인은 운율마실을 통해 등단했다. 그의 시 중 한 편인 ‘쌀을 씻다가’는 막걸리와 같은 쌀뜨물을 보면서 막걸리를 좋아하는 엄마를 생각한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엄마/수화기 너머로/혀 꼬부라진 발음에/반가움보다/앙칼진 말 한마디로/엄마의 가슴을/후벼 팠던 나//막걸리 때문이 아니었는데/엄마의 입 속엔/세 살짜리 아이가 있었는데//세월이 나를 철들게 해도/다시 오지 않는/시간들/엄마의 술빵이고 싶다.’ “박용녀 시인은 학력도 변변찮고 맞춤법이 틀릴 때도 있다. 물론 신춘문예와 같은 기성문단에서 심사한다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는 누구보다 시인이다. 식당을 운영하면서도 매일 열정적으로 시를 쓰고, 시를 사랑한다. 누가 이 사람을 시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글만 잘 쓴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가 통과했던 삶의 영역, 굴곡, 일상 속에서 증명된 시가 우리가 추구하는 정체성이다.” ―‘운율마실’이란 뜻은 무엇인가. “역사소설 ‘금강’(총 10권)의 저자인 김홍정 작가가 만들어 준 제호다. 운율은 말 그대로 음과 리듬이 있다는 뜻이고, 마실은 ‘이웃에 놀러 나간다’는 뜻이다. 부담없이 마실을 다니는 것처럼 편안하게 서로 운율을 나눈다는 뜻이다. 문학을 어떤 사조나 학문으로 할 생각은 없다.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를 적는 것이다. 읽어주는 사람이 우리끼리라도, 자화자찬하는 격이라도. 우리 삶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면, 진솔하게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 ―기성의 문학 출판사들도 어려운 형편에 새롭게 문학잡지를 창간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일텐데. “김홍정 작가도 ‘희안하다. 쉬운게 아닌데’라고 하셨다. 당분간은 저를 비롯해 운영위원들이 십시일반으로 펑크나는 예산을 충당하면서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문학회 정회원을 늘려가는 대중화를 통해 해결할 생각이다. 지금 신세계문학의 전체회원이 427명이고, 이 중 회비(연 10만원)를 내는 정회원은 42명이다. 만약 정회원 100명이 돼서 최소 일인당 5권의 책을 서로 구입하는 구조가 된다면 500권은 소모가 되고, 정회원이 1000명이 되면 1권씩만 사도 1000권이 된다. 이는 시집 출판시 1쇄에서 2쇄로 넘어가는 분기점을 마련해 준다. 다양한 후원회원 덕분에 필력은 있지만 책을 못내던 작가들의 출판비용의 부담을 덜 수 있고, 마음 놓고 발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운율마실’은 지난 2년간 기아자동차 후원으로 ‘청소년 문학상’을 시상했다. 앞으로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운율마실 문학상’도 신설할 계획이다. “문학도들에게는 원고료든, 상금이든 돈을 지불해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게 내 평소 지론이다. 문학잡지에 글이 실리면 원고료를 준다니까 처음엔 다들 놀라는 모습이었다. 기성작가들이나 원고료를 받지, 대부분의 문학잡지들이 신인이나 아마추어들에겐 원고료를 안주는 게 관행이다. 신인들은 ‘실어만 줘도 영광입니다’하는 분위기다. 운율마실은 아마추어 작가의 시는 2편에 3만원(편당 1만5000원), 기성작가의 시는 2편에 10만원(편당 5만원), 소설은 30만원 정도 원고료를 드린다. 물론 현재는 보잘 것없는 액수이지만, 앞으로 더 늘려나갈 생각이다.” ―시인들도 글을 써서 먹고 살 수 있는 ‘시인 공화국’이 가능할까. “우리 문학회에 사무국장을 하고 계신 분이 이상주 시인이다. 사업을 하다가 망해서 현재는 택배기사를 하고 있다. 택배를 하는 와중에도 정말 열정적으로 시를 쓴다. 옆에서 보기에 참 짠하다. ‘당신 같은 사람은 그냥 글만 써야 하는데’하고 말해주고 싶다. 시인으로 등단하더라도 꾸준히 시를 써 자기 시집을 내는 사람은 거의 없어지고 있다. 이들이 왜 글을 지속적으로 쓰지 못할까? 원고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이 안되니까 결국은 시인으로서의 삶을 끝내게 되는 것이다. 문인들이 가난해야 한다는 등식은 더 이상 성립할 수 없다. 작가들이 맘놓고 글을 쓸 수 있는 공간, 글을 써서도 먹고 살 수 있는 플랫폼을 발전시키고 싶다. 이를 위해 수많은 아마추어들이 일상에서 시를 쓰는 문학회의 대중화가 필요하다. 문학상을 시상할 때 웹시, 웹소설 분야도 개방할 예정이다. 운율마실이 다양한 작가들의 문운(文運)을 열어주고, 프로모션과 매니지먼트를 해주는 기획사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 임 대표는 은행에 다니다 ING생명에서 신화적 인물로 불렸던 스타 재정전문상담사(FC)였다. 2004년에 그가 펴낸 ‘세계 최고의 보험 전문가를 꿈꾼다’(도서출판 삶과 꿈)는 8쇄까지 발행될 정도의 베스트셀러였다. 고교시절 문예반이었던 그는 영업으로 바쁜 가운데도 꾸준히 시를 써왔다. ―시인으로 등단하게 된 계기는. “고객관리를 위해 우연하게 문복희 시인(가천대 교수)을 만났는데, FC였던 내게 시집 한 권을 선물하셨다. 나도 시를 쓴다고 하니까, 문 교수님께서 운영하시는 시 창작 교실에 오라고 초청해주셨다. 직장생활로 바쁜 나를 위해 대학로에서 저녁시간에 강좌를 만들어주셨다. 45세의 나이에 문학잡지인 ‘화백문학’과 ‘서정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신입사원들에게 재무설계나 영업에 대한 교육을 할 때, 기업체에서 강연을 할 때 끝날 때 즈음에 ‘제가 사실 문학도였는데 지금도 가슴 속에서 꿈틀거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쓴 시를 한 편 읽어드리겠습니다’고 말하면 반응이 너무 좋았다. 고객을 만날 때도 책을 한 권 선물하면 느낌이 달랐다. 특히 문학을 좋아하는 고객들은 더욱 감동했다.” ―45세면 늦은 나이는 아닌가. “45세에 등단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준비한 연금이 개시되는 해였기 때문이다. 45세까지 은퇴 후 삶에 대한 준비를 끝내놓고, 이후부터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는 것이 내 인생의 플랜이었다. 29세부터 45세까지 약 15년간 연금을 계속 부었다. 내가 재무설계사로서 한창 잘 나갈 때, 영업을 잘해서 내 연봉이 2~3억 대였다. 그 돈을 함부로 쓰지 않고, 월 1200만원 씩 연금을 부었다. 45세부터는 죽을 때까지 연금이 월 평균 450만원씩 나오도록 준비했다. 지금도 회사는 운영하며 돈을 벌고 있으니, 인생 후반기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에 본격적으로 시를 쓰고, 문학회 일을 맡게 됐다.” ―인공지능(AI)의 시대 21세기에도 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 같은 것이다. 세상의 변화와는 반대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인간의 본성과 정체성에 대한 회귀본능이 꿈틀거리고 있다. 인생의 어느 순간이든지,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해보는 시간이 온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더욱 그런 욕구들이 강렬하게 드러나는 것을 발견한다. 요즘에는 목욕을 하면서도, 칼국수를 먹으면서도, 커피를 마시면서도 머릿 속에서 떠오르는 시상을 재빨리 메모해 둔다. 퇴근 후 저녁에 천천히 살을 붙여가면서 시를 쓴다.” ―현대 시는 너무 어렵지 않은가. “요즘 문학잡지나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를 읽어보면 그런 것이 사실이다. 마치 암호해독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성리학적 양반사상에 근간을 둔 관습이 문학판에도 만연됐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들만의 암호놀이에 빠지는 것이다. 그들에게 배운 사람이 그런 글을 쓰면 시인으로 뽑아준다. 신춘문예도 누가 심사하느냐에 따라서 풍이 달라진다. 그래서 사실 독학해서 맨땅에 헤딩하듯 글을 써서 당선되기란 쉽지 않다. 해체와 상징으로 가득한 난해한 암호가 학계에서 시를 가르치는 교수들의 사조가 되다보니, 두 번 세 번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시가 범람한다. 그들만의 잔치가 벌어진다. 자기들은 암호를 해독하면서 ‘신선하네’하면서 즐거워하지만, 대중성에서는 공감을 받을 수가 없다. 우리 문학회는 그 방향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시인들도 무시하지 않는다.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일 뿐이니까 인정한다.” ―문학회에는 어떤 시인들이 있나. “삶 속에서 생활시를 쓰는 분도 있고, 프로 시인에 도전하며 신춘문예를 준비하고 계신 분도 있다. 문예창작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는 공부벌레도 있다. 그런가 하면 부산에서 사업을 하는 CEO인데, ‘와인’과 ‘사랑’이란 두 가지 주제로만 시집을 3권씩이나 낸 분도 있다. 누구는 너무 가벼운 시가 아니냐는 비판을 할 수 있지만,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은 언제 시집을 3권이나 내 보았느냐고. 그 분은 나름대로 기여한 것이다. 어느 출판사 대표는 그 분의 시집 때문에 먹고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분이 시집 한 권을 거래처에 선물할 때 주고받은 기쁨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문학은 머리로 하는 학문이 아니다.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문학이 대중들의 외면을 받고 사라질지도 모른다. 삶에 체화된 문학만이 이 시대의 뜨거움과 차가움을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부산 해운대는 대표적인 여름휴양지다. 그러나 겨울에도 따뜻한 해변을 호젓하게 걷고, 해외여행이 어려운 시기에 이국적 야경을 감상하는 경험은 특별하다. 녹슨 폐선 철로와 원자력발전소가 보이는 풍경, 옛 공장을 재생한 카페와 현대 건축물 투어도 눈길을 끈다. 자연적으로 형성되고, 사람들이 걸어 온 길에는 예술이 쌓인다. 여행지에서 문화의 향기를 찾아가는 ‘아트로드’를 부산 해운대 해변 길에서 시작한다.》 바다열차는 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국내에서 해변과 가장 가까운 열차로는 강릉~정동진~삼척을 잇는 바다열차가 으뜸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 동해와 남해의 해변풍광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해변열차가 등장했다. 부산 해운대 미포와 청사포, 송정에 이르는 4.8km에 조성된 ‘블루라인 파크’. 동해남부선 옛 철로를 재생한 해변열차다. 바다가 보이는 통창을 향해 극장처럼 가로로 길게 2열로 만든 좌석에 앉으면 와이드스크린 영화를 보는 듯한 스펙터클이 쏟아진다. 해운대의 엘시티 고층빌딩부터 해송 숲, 청사포의 횟집과 송정해수욕장의 서핑족…. 날씨 좋은 날에는 멀리 쓰시마섬이 보이기도 한다. 전기 배터리 충전으로 시속 15km로 운행되는 이 열차(왕복 1시간)는 마치 유럽 도시에서 운행되는 트램 같은 분위기다. 1935년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동해남부선(부산진~울산~경주)은 오랜 시간 동안 해운대, 경주 등의 관광지를 찾는 추억의 철길로 각광을 받았다. 이른 봄에 조선 쪽파(실파)로 향긋한 봄 향기를 전해주었던 ‘동래파전’이 유명해진 것도 동해남부선 덕택이다. 넓은 파밭으로 유명한 기장에서 난 쪽파를 상인들이 기차를 타고 동래역으로 실어 날랐고, 각종 해물과 쪽파가 어우러진 동래파전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바닷가 절벽을 굽이굽이 달리던 동해남부선의 옛 철길은 2013년 장산 내 터널을 통과하는 복선전철이 뚫리면서 폐선됐다. 이후 영화 ‘건축학개론’처럼 철로 위를 걷는 연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그로부터 7년 후. 이곳엔 다시 바다열차가 들어섰다. 강원도 탄광지역이나 북한강 지역에선 폐선 철도에 레일바이크를 주로 놓았지만, 이곳에는 해변열차, 스카이캡슐, 덱로드 산책로 등 3차원으로 해안절경을 즐길 수 있는 철길공원이 조성됐다. 이 길은 바다열차만 타고 감상하기엔 아쉽다. 이곳의 해안 숲길은 갈맷길, 해파랑길, 문탠로드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걷기 명소이기 때문이다. 바다열차와 산책로를 구간별로 오가며 다양하게 감상하는 것이 좋다. 영화 ‘해운대’에서 하지원이 횟집을 운영하던 미포는 ‘누워있는 소’ 형상인 와우산의 꼬리(尾)에 위치한 포구다. 이곳에서 달맞이고개 방향으로 언덕을 오른다. 해송이 울창한 숲길의 이름은 문탠로드다. ‘선탠’이 아니라 은은한 달빛에 젖는 길이라는 뜻이다. 이 길에 있는 해월정은 동해와 남해를 가르는 경계선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바다와 해송 숲 사이로 달리는 해변열차와 4인승 캡슐이 마치 스위스의 산 속 풍경을 연상케 했다. 달맞이고개 터널에서 광안대교 방향의 풍경을 즐기고, 청사포에서 몽돌해변의 ‘와르르’하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어간다. 바다 위로 70m 정도 길게 나와 있는 청사포의 다릿돌 전망대는 바닥이 투명한 유리창으로 돼 있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끝까지 가기 힘들다. ‘푸른 뱀(靑蛇)의 전설’이 이어져오는 청사포 다릿돌은 원래 용왕제를 지내던 곳. 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다릿돌 전망대는 휘어진 뱀 모양으로 금방이라도 바다에 뛰어들 듯하다. 청사포의 감성 넘치는 버스정류장과 빨간색, 흰색 등대는 인스타그램의 사진 찍기 명소다. 해변열차의 종착역인 송정역은 동해남부선의 간이역이었다. 경쾌하고 소박한 모양의 송정역(1941년 건축)은 출입문을 박공지붕 중심선에 맞추지 않고 왼쪽으로 치우치게 배치했다. 세 쪽의 작은 창도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 이를 보고 어느 건축가는 “사람으로 치면 입 한쪽을 씩 올리며 반갑게 웃는 형상”이라고 했다. 철길 옆에 있는 노천대합실(1967년 건축)도 눈길을 끈다. 천장의 삼각 트러스와 기둥 윗부분의 장식이 특히 매력적이다. 아르누보 스타일 철제 장식으로 고품격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송정역 이후로도 바닷길은 기장군 방향으로 계속 이어진다. ‘갈맷길 1코스’로 불리는 기장 해안 길은 요즘 가장 핫한 카페 명소로 뜨고 있다. 유현준, 곽희수 등 전국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스타건축가들이 디자인한 ‘로쏘’ ‘웨이브온’ ‘메르데쿠르’ 등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카페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2018년 한국 건축대상 본상을 수상한 ‘웨이브온’은 두개의 박스형 공간이 엇갈리게 교차하면서, 임랑해수욕장의 해암(海巖)과 절벽,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바다풍경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카페다. 옥상에 올라가보니 고리원자력 발전소가 보이는 뷰에도 젊은 연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커피를 마시고 있다. 세련된 건축물이 기피시설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지역의 분위기를 하루아침에 바꿔놓았다. 기장 해안 길을 걷다보면 힐튼호텔 아난티코브 리조트도 만난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콘도이지만 최근 문을 연 미디어아트 갤러리 ‘캐비네 드 쁘아쏭’(Cabinet de Poisson)은 예약을 통해 일반인도 관람할 수 있다(성인 1만5000원). 프랑스어로 ‘물고기 연구실’이란 뜻의 이 갤러리에 들어서면 꽃이 그려진 흰색 가운을 입은 두 명의 연구원이 안내를 해준다. 미디어 아트를 통해 관람객이 터치를 하면 빛과 물, 불, 바람이 번져나가고, 꽃과 폭포가 쏟아지는 환상의 세계를 걷다보면 마치 영화 ‘아바타’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 도시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부산 해운대는 산과 바다, 강이 어우러진 천혜의 절경이지만, 미래도시를 방불케 할 만큼 초고층 빌딩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군용 비행장이 있었던 수영만 일대에 조성된 센텀시티는 그야말로 현대 건축의 경연장이다. 영화의전당, 신세계백화점, 벡스코, 부산시립미술관까지 건축물과 미술품을 감상하는 것도 해운대 여행의 묘미다. 정성식 해운대문화관광해설사와 정규섭 부산건축문화해설사와 함께 2시간 가량 센텀시티를 답사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개·폐막식이 열리는 영화의전당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처럼 해운대 예술의 랜드마크적인 건물이다. 독일 뮌헨의 BMW센터를 지은 쿱 힘멜브라우가 설계한 해체주의 건축물인 영화의전당은 바닥부터 건물 전체가 현무암으로 장식돼 있다. ‘비프힐’ ‘시네 마운틴’이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건물 전체가 땅에서 솟아난 화산처럼 보인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캔틸레버(외팔보)’ 지붕을 버티고 서 있는 ‘더블콘’ 건물은 아이스크림 콘 2개를 엎어놓은 듯한 모양이다. 더블콘과 시네마운틴은 우아한 곡선의 통로로 공중에서 이어지는데, 원래는 유리로 만들어 부산영화제 참석배우들이 관객들 앞에서 걷는 용도로 설계했지만 건축법상 불가능해 알루미늄판을 씌워놓았다고 한다. 영화의전당 앞에 서 있는 커다란 조각품은 앞에서 보면 여인 형상인데, 옆에서 보면 부산을 상징하는 갈매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드니오페라 하우스처럼 해변에 홀로 서 있으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을 이 건축물은 주변에 워낙 고층빌딩이 많이 들어서는 바람에 생각보다 잘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웠다. 방추성 영화의전당 대표는 “영화의전당과 수영강변의 APEC나루공원 사이가 자동차 도로로 단절돼 있다”며 “도로를 지하화하고 연결시킨다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에게 영화의 감동을 더욱 느끼게 할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의전당을 나오면 세계 최대의 매장면적을 가진 백화점이라는 기네스북 인정을 받은 신세계백화점 건물이 나온다. 내외부가 소라의 형상처럼 부드럽게 말려올라가는 독특한 형태다. 특히 내부에도 1층부터 9층까지 비어있는 ‘보이드(Void) 공간’이 동그랗게 말아 올라가며 모습은 운율을 느끼게 한다. 신세계백화점을 개발하면서 온천수가 터져 조성한 스파랜드를 비롯해 내부에는 미술전시를 하는 갤러리와 극장, 영화관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처럼 부산의 건축물에는 소라, 갈매기, 새, 파도, 산과 같은 부산의 자연환경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 많다. 센텀시티의 대표적 건축물인 벡스코(BEXCO) 전시장은 날아가는 새의 날개를 형상화한 모양이다. 또한 벡스코 오디토리움 건물은 앞에서 보면 배에 물이 튀는 형상의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거대한 상선이 파도를 헤치고 운항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부산시립미술관과 벡스코 전시장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공간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지어진 현대미술작가 이우환의 개인미술관이 있다. 이름은 ‘이우환의 공간’이다. 검은색 유리와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 뿐 아니라 잔디밭에 지어진 야외 전시장까지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공간이다. 이 곳에는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등 13점의 회화 작품과 돌과 금속으로 된 조각까지 현대미술 작가 이우환의 예술을 총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부산 해운대의 주요 건축물을 탐방할 때는 해운대구청이나 부산건축제사무국에 요청을 하면 전문적인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밤이 되자 해운대에는 엘시티 건물 위로 보름달이 떠올랐다. 해변에서 바라보는 고층빌딩의 야경은 이방인에게 낯선 외로움을 더욱 부채질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핫한 야경명소는 동백섬 입구에 있는 ‘더베이101’이다. 광안대교의 보랏빛 조명과 마린시티의 형형색색 불빛이 바닷물에 거울처럼 비치는 모습은 휴대전화 카메라로도 충분히 멋지게 담긴다. ◆ 맛집 ◆◇ F1963=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있는 옛 고려제강 수영공장을 재생한 복합 문화공간. 테라로싸 커피숍, YES24서점, 복순도가, 수제맥주 프라하 등 전시장과 공연장, 대나무숲길, 달빛정원 등이 옛 공장시설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에그라상=촉촉한 크로아상 빵에 부드러운 계란, 햄과 블루베리가 어우러진 샌드위치가 맛있는 집. 부산 동래구 충렬사로 68.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부산 해운대는 대표적인 여름휴양지다. 그러나 겨울에도 따뜻한 해변을 호젓하게 걷고, 해외여행이 어려운 시기에 이국적 야경을 감상하는 경험은 특별하다. 녹슨 폐선 철로와 원자력발전소가 보이는 풍경, 옛 공장을 재생한 카페와 현대 건축물 투어도 눈길을 끈다. 자연적으로 형성되고, 사람들이 걸어 온 길에는 예술이 쌓인다. 여행지에서 문화의 향기를 찾아가는 ‘아트로드’를 부산 해운대 해변 길에서 시작한다.》 ○ 동해남부선 철로에 등장한 해변열차 바다열차는 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국내에서 해변과 가장 가까운 열차로는 강릉∼정동진∼삼척을 잇는 바다열차가 으뜸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 동해와 남해의 해변 풍광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해변열차가 등장했다. 부산 해운대 미포와 청사포, 송정에 이르는 4.8km에 조성된 ‘블루라인 파크’. 동해남부선 옛 철로를 재생한 해변열차다. 바다가 보이는 통창을 향해 극장처럼 가로로 길게 2열로 만든 좌석에 앉으면 와이드스크린 영화를 보는 듯한 스펙터클이 쏟아진다. 해운대의 엘시티 고층빌딩부터 해송 숲, 청사포의 횟집과 송정해수욕장의 서핑족…. 날씨 좋은 날에는 멀리 쓰시마섬(對馬島)이 보이기도 한다. 전기 배터리 충전으로 시속 15km로 운행되는 이 열차(왕복 1시간)는 마치 유럽 도시에서 운행되는 트램 같은 분위기다. 1935년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동해남부선(부산진∼울산∼경주)은 오랜 시간 동안 해운대, 경주 등의 관광지를 찾는 추억의 철길로 각광을 받았다. 이른 봄에 조선 쪽파(실파)로 향긋한 봄 향기를 전해주었던 ‘동래파전’이 유명해진 것도 동해남부선 덕택이다. 넓은 파밭으로 유명한 기장에서 난 쪽파를 상인들이 기차를 타고 동래역으로 실어 날랐고, 각종 해물과 쪽파가 어우러진 동래파전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바닷가 절벽을 굽이굽이 달리던 동해남부선의 옛 철길은 2013년 장산 내 터널을 통과하는 복선전철이 뚫리면서 폐선됐다. 이후 영화 ‘건축학개론’처럼 철로 위를 걷는 연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그로부터 7년 후. 이곳엔 다시 바다열차가 들어섰다. 강원도 탄광지역이나 북한강 지역에선 폐선 철도에 레일바이크를 주로 놓았지만, 이곳에는 해변열차, 스카이캡슐, 덱로드 산책로 등 3차원으로 해안절경을 즐길 수 있는 철길공원이 조성됐다. 이 길은 바다열차만 타고 감상하기엔 아쉽다. 이곳의 해안 숲길은 갈맷길, 해파랑길, 문탠로드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걷기 명소이기 때문이다. 바다열차와 산책로를 구간별로 오가며 다양하게 감상하는 것이 좋다. 영화 ‘해운대’에서 하지원이 횟집을 운영하던 미포는 ‘누워있는 소’ 형상인 와우산의 꼬리(尾)에 위치한 포구다. 이곳에서 달맞이고개 방향으로 언덕을 오른다. 해송이 울창한 숲길의 이름은 문탠로드다. ‘선탠’이 아니라 은은한 달빛에 젖는 길이라는 뜻이다. 이 길에 있는 해월정은 동해와 남해를 가르는 경계선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바다와 해송 숲 사이로 달리는 해변열차와 4인승 캡슐이 마치 스위스의 산속 풍경을 연상케 했다. 달맞이고개 터널에서 광안대교 방향의 풍경을 즐기고, 청사포에서 몽돌해변의 ‘와르르’ 하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어간다. 바다 위로 70m 정도 길게 나와 있는 청사포의 다릿돌 전망대는 바닥이 투명한 유리창으로 돼 있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끝까지 가기 힘들다. ‘푸른 뱀(靑蛇)의 전설’이 이어져오는 청사포 다릿돌은 원래 용왕제를 지내던 곳. 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다릿돌 전망대는 휘어진 뱀 모양으로 금방이라도 바다에 뛰어들 듯하다. 청사포의 감성 넘치는 버스정류장과 빨간색, 흰색 등대는 인스타그램의 사진 찍기 명소다. 해변열차의 종착역인 송정역은 동해남부선의 간이역이었다. 경쾌하고 소박한 모양의 송정역(1941년 건축)은 출입문을 박공지붕 중심선에 맞추지 않고 왼쪽으로 치우치게 배치했다. 세 쪽의 작은 창도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 이를 보고 어느 건축가는 “사람으로 치면 입 한쪽을 씩 올리며 반갑게 웃는 형상”이라고 했다. 철길 옆에 있는 노천대합실(1967년 건축)도 눈길을 끈다. 천장의 삼각 트러스와 기둥 윗부분의 장식이 특히 매력적이다. 아르누보 스타일 철제 장식으로 고품격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송정역 이후로도 바닷길은 기장군 방향으로 계속 이어진다. ‘갈맷길 1코스’로 불리는 기장 해안 길은 요즘 가장 핫한 카페 명소로 뜨고 있다. 유현준, 곽희수 등 전국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스타건축가들이 디자인한 ‘로쏘’ ‘웨이브온’ ‘메르데쿠르’ 등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카페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2018년 한국 건축대상 본상을 수상한 ‘웨이브온’은 두 개의 박스형 공간이 엇갈리게 교차하면서, 임랑해수욕장의 해암(海巖)과 절벽,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바다풍경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카페다. 옥상에 올라가보니 고리 원자력발전소가 보이는 뷰에도 젊은 연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커피를 마시고 있다. 세련된 건축물이 기피시설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지역의 분위기를 하루아침에 바꿔놓았다. 기장 해안 길을 걷다보면 힐튼호텔 아난티코브 리조트도 만난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콘도이지만 최근 문을 연 미디어아트 갤러리 ‘캐비네 드 쁘아송(Cabinet de Poisson)’은 예약을 통해 일반인도 관람할 수 있다(성인 1만5000원). 프랑스어로 ‘물고기 연구실’이란 뜻의 이 갤러리에 들어서면 꽃이 그려진 흰색 가운을 입은 두 명의 연구원이 안내를 해준다. 미디어아트를 통해 관람객이 터치를 하면 빛과 물, 불, 바람이 번져나가고, 꽃과 폭포가 쏟아지는 환상의 세계를 걷다보면 마치 영화 ‘아바타’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도시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부산 해운대는 산과 바다, 강이 어우러진 천혜의 절경이지만, 미래도시를 방불케 할 만큼 초고층 빌딩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군용 비행장이 있었던 수영만 일대에 조성된 센텀시티는 그야말로 현대 건축의 경연장이다. 영화의전당, 신세계백화점, 벡스코, 부산시립미술관까지 2시간 정도 걸으며 건축물과 미술품을 감상하는 것도 해운대 여행의 묘미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개·폐막식이 열리는 영화의전당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처럼 해운대 예술의 랜드마크적인 건물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캔틸레버(외팔보)’ 지붕 밑으로 영화제 참석 배우들이 걷는 통로가 우아한 곡선으로 이어진다. 벡스코 전시장의 오디토리움 건물은 앞에서 보면 배에 물이 튀는 형상의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에 있는 ‘이우환의 공간’은 일본 나오시마에 이은 세계 두 번째의 이우환 개인미술관으로, 검은색 유리와 콘크리트 건물뿐 아니라 잔디밭 야외 전시장까지 작가가 직접 디자인했다.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등 13점의 회화 작품과 돌과 금속으로 된 조각까지 현대미술 작가 이우환의 예술을 총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밤이 되자 해운대에는 엘시티 건물 위로 보름달이 떠올랐다. 해변에서 바라보는 고층빌딩의 야경은 이방인에게 낯선 외로움을 더욱 부채질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핫한 야경명소는 동백섬 ‘더베이101’이다. 광안대교의 보랏빛 조명과 마린시티의 형형색색 불빛이 바닷물에 거울처럼 비치는 모습은 휴대전화 카메라로도 충분히 멋지게 담긴다. 글·사진 부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맛집◆ ◇F1963=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있는 옛 고려제강 수영공장을 재생한 복합 문화공간. 테라로사 커피숍, YES24서점, 복순도가, 수제맥주 프라하 등 전시장과 공연장, 대나무숲길, 달빛정원 등이 옛 공장시설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에그라상=촉촉한 크루아상 빵에 부드러운 계란, 햄과 블루베리가 어우러진 샌드위치가 맛있는 집. 부산 동래구 충렬사로 68.}

네트워크마케팅 전문기업 교원더오름이 지난해 말 베트남 현지 사업권을 획득하며 침체된 시장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7년 9월 국내 시장에 공식 론칭한 교원더오름은 암웨이, 뉴스킨 등 글로벌 기업보다 늦은 후발 주자임에도 출범 후 2년 남짓한 기간에 국내 130여 개 회사 중 19위로 껑충 뛰어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장동하 대표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협업, 트렌드 리딩 상품 발굴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다가섰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집합금지명령 등으로 인한 영업 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교원더오름은 우량 상품 발굴, 해외 시장 확대 전략을 통해 발 빠른 대응을 해왔다. 트렌드 리딩 상품의 신속한 발굴은 교원더오름의 강점으로 꼽힌다. 출범 당시 40여 개에 불과하던 운영 상품은 지난해 기준 3배가량으로 늘어났다. 헬스케어 상품을 비롯해 화장품 및 보디용품, 세제 등 생활용품으로 구성돼 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사용 빈도가 커진 탈모 예방, 홈카페, 반려동물 관련 용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속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 증가를 먼저 읽고 ‘DNA 키트’, 손소독제 등 헬스리빙케어 상품군을 빠르게 확대하기도 했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더오름 서비스’는 개인형 유전자 검사를 원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유전체 분석기업 마크로젠 DNA 키트를 활용해 영양소, 운동, 피부 모발, 식습관, 개인 특성, 건강관리 등 6개 카테고리 내 29가지 웰니스 유전자 항목을 분석한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한 개인 맞춤형 제품을 비롯해 효과적인 운동, 생활 팁 등 맞춤형 온라인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원더오름은 한 발 더 나아가 올해부터는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와 연동 가능한 건강기능식품 확대에 나선다. 현재 교원더오름이 운영 중인 헬스케어 상품은 20여 종으로 프로폴리스, 오메가3 등 건강기능식품 ‘웰씨드’를 비롯해 홍삼 제품군 ‘효소홍삼’, 다이어트 라인 ‘라이트핏’이 있으며 그 외 지구력 증진을 위한 ‘황제자현단’, 갱년기 여성을 위한 ‘백수오온’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교원더오름은 지난해 12월 베트남 사업권을 획득해 글로벌 사업 확장에도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연평균 7%가량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베트남은 한국의 2배에 달하는 9700만 명의 인구를 바탕으로 높은 소비력을 갖춘 신시장으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론칭 초기부터 해외 진출을 준비해 온 교원더오름은 브랜드 론칭과 함께 현지 선호도가 높은 K뷰티, K헬스 제품을 앞세워 시장점유율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교원더오름은 2분기 중 온라인 브랜드 론칭 행사를 열고 현지인 대상 사업 운영 방향과 회원 혜택 등 자세한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교원그룹은 빨간펜, 구몬 등 업계 1위의 교육사업을 중심으로 생활문화 사업 전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교원그룹이 2년 넘게 준비해 시작한 사업인 만큼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바탕이 되고 있다. 교원그룹 장평순 회장은 2017년 교원더오름 출범식에서 ‘평생 인연’이라는 그룹 가치를 기반으로 모든 회원과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원더오름은 출범 2년여 만에 매출 469억 원을 달성하며 업계 19위로 도약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만들어 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업계 전반에 어려움이 이어졌던 지난해에도 비대면 영업 활동을 통해 누적 회원 12만 명을 돌파했다. 장 대표는 “맞춤형 구매 지원서비스, 비대면 영업 지원 플랫폼 개발, 베트남 시장 본격화 등을 앞세워 인프라 확장에 아낌없이 투자해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비대면 소비의 확산은 우리 가정의 식탁을 변화시켰다. 가정간편식 시장이 급성장했고, 누구나 10여 분이면 집밥을 차릴 수 있게 됐다. 빵과 케이크로 유명한 브랜드인 파리바게뜨가 ‘셰프가 만든 한 끼 식사’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외식 메뉴에 베이커리 역량을 접목한 다양한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을 선보였다. 지난해 10월 파리바게트가 론칭한 자체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브랜드인 ‘퍼스트 클래스 키친’이다. 이 회사는 ‘퍼스트 클래스 키친’의 론칭에 맞춰 기존 가정간편식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편의성도 강화했다. 용량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기존 간편식 제품보다 1.5배가량 늘렸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리 시간을 줄여 간편하게 제품을 즐길 수 있도록 편의성도 높였다. 파리바게뜨 ‘퍼스트 클래스 키친’은 주요 요리에 해당하는 ‘홈다이닝’ 제품과 에어프라이어로 즐길 수 있는 ‘홈베이커리’ 제품으로 구성됐다. ‘홈다이닝’ 제품으로 레스토랑에서 조리한 듯한 뛰어난 맛과 시각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메뉴를 선보인다. 조리 방법이 간단해 풍미가 좋은 소스와 고명을 활용한 리소토, 파스타 등을 쉽게 즐길 수 있다. 대표 제품은 △육즙이 풍부하고 두툼한 햄버그스테이크, 부드러운 스크램블드에그, 각종 채소를 더한 ‘함박스테이크 라이스’ △부드럽고 고소한 로제 파스타에 로스트 치킨과 새우, 치즈 등을 넣어 조화로운 ‘치킨&쉬림프 로제 파스타’ △감칠맛이 살아 있는 토마토 파스타에 깊은 풍미의 소시지를 듬뿍 넣은 ‘나폴리탄 토마토 파스타’ △부드러운 식감과 깊은 풍미의 햄버그스테이크를 통으로 넣은 미트소스 파스타 ‘함박스테이크 파스타’ △노릇하게 구워낸 로스트 치킨과 굴소스 라이스, 로제 소스가 어우러진 ‘치킨 로제 도리아’ △송로버섯 기름, 진한 크림소스로 만든 ‘트러플오일 까르보나라’ △톡톡 씹히는 쌀알과 탱탱한 새우가 어우러지는 ‘쉬림프 로제 리조또’ 등이다. 이와 함께 실내에서 베이커리를 만들어 먹는 홈베이킹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에어프라이어 전용 ‘홈베이커리’도 내놓았다. △토종 유산균 4종과 토종 효모를 혼합 발효시킨 ‘상미종(上味種)’을 사용해 쫄깃한 사워도 수프볼에 생양송이를 다져 넣어 고소한 풍미가 가득한 밀키트 ‘양송이스프&브레드볼 키트’ △우리 자연에서 얻은 토종 효모로 발효시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미니 토종효모 바게뜨’ △바삭한 페이스트리 안에 5가지 베리류를 넣은 ‘믹스베리 페스츄리’를 선보였다. 이 외에도 아이들의 간편간식과 브런치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한입 크기의 제품을 소용량 포장으로 판매한다. △고소한 버터의 풍미가 가득한 바삭한 식감의 ‘미니 크라상’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식감의 빵에 진한 풍미의 모차렐라 치즈를 넣은 ‘바삭 치즈볼’을 내놓았다. 와플팬을 이용하면 ‘미니 크라상’으로 크로플(크루아상+와플)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가정간편식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35년간 축적한 제과제빵 노하우와 고유 기술을 적용해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시장조사를 통해 믿고 먹을 수 있는 식사용 제품군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식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미 문을 닫았거나 폐업 위기에 몰린 가게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무한리필 숯불돼지갈비 브랜드인 명륜진사갈비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가맹점 2차 지원책을 밝혀 주목받고 있다. 전국에 550개 가맹점을 둔 명륜진사갈비 본사는 지난해 2월 가맹점에 대한 월세 지원과 휴업보상금을 위해 약 30억 원을 1차 지원한 데 이어, 12월에는 그 2배가 넘는 약 75억 원 규모의 2차 지원책을 공개했다. 명륜진사갈비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가맹점 지원금으로 100억 원이 넘는 재원을 투입한 배경은 무엇일까. 서울 송파구에 있는 명륜진사갈비 프랜차이즈 본사인 ㈜명륜당에서 이종근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1차 지원 이후에도 코로나19 장기화로 가맹점주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됐고, 코로나19 종식 이후 매장 정상화를 위한 본사 차원의 선제적 대응 과정입니다. 본사와 가맹점이 힘을 합쳐 이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는다면, 정상화된 후 더 확실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번 지원책으로 명륜진사갈비 본사는 전국 550개 가맹점에 각각 현금 380만 원을 지원하고 마스크 약 1700만 장을 무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또 35억 원의 재원을 추가로 마련해 가맹점 매출을 올리기 위한 마케팅 지원에 나선다. 특히 이달부터는 배우 성동일을 전속 모델로 발탁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이 외에도 약 10억 원의 재원을 마련하여 코로나19 사태로 일시적 자금 경색을 겪고 있는 가맹점에 무이자 대출도 지원한다. 명륜진사갈비는 지난해에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착한 프랜차이즈 인증을 받았다. 이 회장은 2017년 브랜드 론칭 때부터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전국 매장을 돌면서 점주들과 간담회를 열고 현장 지원에 나서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하루에 40∼50통의 전화나 메시지를 직접 받으며 현장 점주들과 소통한다. “550개 전국 가맹점을 방문한 횟수가 1500회 정도 됩니다. 가맹점마다 최소 2번, 많이 간 곳은 20번 이상 갔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환경에서 장사하는 분들은 무척 외롭습니다. 매출과 세금 관리, 최저임금, 마케팅 문제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어디 가서 의논할 데도 없지요. 직접 현장에 찾아가 함께 소통하면서 용기를 북돋워드리는 것입니다.” ―‘명륜진사갈비’라는 브랜드 명칭은 어디서 유래한 것인가. “조선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인 성균관 명륜당 옆에 진사식당이 있었다고 합니다. 성균관 유생들의 전용 식당이었죠. 임금님도 성균관에 행차하실 때 이곳에서 고기와 갈비를 드셨다고 합니다. 명륜당과 진사식당의 첫 두 글자를 각각 따서 지은 이름이죠.” ―2017년에 론칭해 빠르게 성장한 비결은…. “명륜진사갈비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외식 비용 걱정 없이 맛있는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4, 5인 가족이 10만 원 정도에 만족할 만한 품질의 외식을 즐길 수 있어 매출이 빠르게 늘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도 높은 품질을 유지하고, 새로운 메뉴를 끊임없이 개발해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나가는 것이 비결입니다. 곧 무한리필 메뉴에 숯불닭갈비와 삼겹살도 추가할 예정입니다.” 또 이 회장은 명륜진사갈비 성장세의 중심에 “가맹점과의 상생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명륜진사갈비가 가맹점주협의회를 인정하고 상생 협약을 맺었습니다. 국내 수천 개의 프랜차이즈가 있지만, 실제 가맹점주협의회가 있는 곳은 50여 개에 불과합니다. 가맹점주협의회에서 개진된 의견 중에 매장 내 포인트 적립 제도, 수저 살균소독기 등 실제로 본사가 지원해 시행되고 있는 사례가 많습니다.” 음식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정(情)’을 브랜드 콘셉트로 내세우는 명륜진사갈비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금을 전달하고 지역사회 소외계층을 돕는 일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앞으로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 농산물 팔아주기, 아동 보육원과 자매결연을 맺고 사회 진출에 도움 주기, 폐업하는 영세 창업자를 위한 새로운 사업 전환 지원 등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장기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국단청의 현대적 해석과 새로운 변화를 담은 기획전 ‘단청(丹靑)’이 20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무우수갤러리에서 열린다. 청색·적색·황색·백색·흑색의 다섯 가지 색을 기본으로 하는 단청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목조 건축물에 다양한 무늬와 그림으로 그려졌다. 한국의 단청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부터 그 기원과 역사를 찾아볼 수 있으며 주변국의 단청과는 차별화된 한국만의 특색을 갖고 발전·변모했다. 다양한 문양의 조합과 오방색이라는 강한 색으로 이루어진 단청은 다양한 목적을 갖고 건축에 행해졌는데, 그 가운데 장엄적 기능은 여러 분야로 활용됐다. 독특한 색의 조합과 다양한 문양으로 이루어진 한국의 단청은 우리나라 관공서에서는 물론 각종 국제 행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사용되며, 한국 문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표상돼 왔다. 그러나 단청의 예술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절하되어 있고, 일상에서 활용도 잘 되지 않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통 미술의 현대화를 내건 무우수갤러리의 오픈 기념 첫 전시회. 전통 단청의 현대화에 앞장서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인다. 전시는 단청의 역사, 재료, 제작방법에 대해 먼저 간략하게 소개한다. 문활람 작가의 고구려 강서중묘 고분벽화 주작 모사도는 단청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문 작가는 일본 동경예술대학 대학원 문화재보존수복학과에서 석사, 박사과정을 공부했으며, 작가만의 특수기법으로 고구려 고분벽화에 대한 모사연구를 오랫동안 해왔다. 노재학 작가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오랜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전통 단청의 아름다움을 예술적으로 끌어낸다. 그는 한 장의 제대로 된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 같은 장소를 수십 번 찾아가고, 수백 번의 셔터를 눌러 한 장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노 작가는 사진과 미학을 독학하며 궁궐과 전통사찰, 서원 향교의 유가건축 등에 현존하는 단청문양을 20여 년 간 집요하게 촬영해 왔다. 작가는 고색창연한 단청문양을 자연 빛으로 담으면서 전통단청의 세계를 대칭과 비대칭, 자기 유사성의 반복 등 수학의 프랙탈 원리와 테셀레이션 기법으로 재해석한다. 최문정 작가는 중요무형문화재 48호 단청장 전수교육조교이자 경상북도 문화재위원회 문화재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단청 문화재에 지금까지 여러 방면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어왔던 작가다. 실제로 단청 채색 현장에서 단청을 하며 전통단청은 물론 전통 단청의 현대화에 노력을 기울여오기도 했다. 이양선 작가는 단청에서 잘 나타나는 오방색을 활용해 한국의 철새, 무궁화 등을 작품 주제로 활발하게 작업해온 작가다. 황두현 작가는 문화재수리기능자, 기술자(단청)로 청년 단청미술계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젊은 작가이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전통문화우수상품전에 대상 수상자이기도 한 황두현 작가는 전통 단청을 레고라는 장난감과 곤충, 운동화에 대입시키며 작가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최경준 작가는 미디어아트와 문화유산을 연결짓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단청 전시에서는 단청이 갖는 예술적 가치를 영상으로 표현한다. 정금률 작가는 다양한 소리를 이용하여 공간을 표현하고, 재생되는 음향으로 공간의 재현, 확장, 변형을 추구하는 작가이다. 단청의 이미지를 소리의 패턴인 리듬과 화성으로 표현하여 스피커가 장치된 천장에서 그 소리들을 재생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선보인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우리가 이렇게 마스크를 오래 쓰고 다닐지 누가 알았겠어요? 마스크 착용이 장기화하면서 눈썹 디자인은 사람의 인상(印象)에 가장 본질적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메이크업 전문점 엘크레(LCREER)의 수석디자이너 이유정 씨(48). 그는 가수 아이유, 배우 송혜교, 이나영, 이요원 등 유명 여성 연예인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28년간 활약해온 베테랑. 그가 ‘눈썹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 ‘My First Eyebrows’(지오미디어)를 펴냈다. 일반인들도 자신의 얼굴형에 어울리는 맞춤형 눈썹 디자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그는 “눈썹은 컬러풀한 립스틱이나 볼터치 화장과 달리 한 사람의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본질적인 요소”라며 “성형도 얼굴의 본질을 바꾸는 것이지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하이리스크인 반면, 눈썹 디자인은 트렌드나 계절, 취향에 따라서 약간의 수정을 통해 세련되게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메이크업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연예인들을 보면 데뷔할 때는 촌스러운 것 같은데 갈수록 계속 예뻐집니다. 일명 ‘카메라 마사지’죠. 전문가가 화면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며 단점을 보완하고, 예쁜 점을 살려주는 메이크업을 하는 거예요. 얼굴에서 내추럴하게 근본적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눈썹과 피부입니다. 그런데 피부는 바로 시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나타난다 하더라도 시간과 돈이 많이 들죠. 반면 눈썹 디자인은 한 번만 해도 확 바뀔 수 있어요. 연예인 중에도 눈썹 모양을 바꿔서 이미지가 바뀌는 경우가 많아요. 대표적인 배우가 서예지예요. 서예지는 원래 남자처럼 도톰하고 두꺼운 눈썹이었는데, 약간 입체감을 주고 가벼운 느낌으로 바꾸고 나서 얼굴이 훨씬 예뻐졌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합니다.”그는 가수 아이유를 고등학생 때부터 만나 데뷔 초기 메이크업을 전담해왔다. 그는 ‘국민여동생’ 아이유의 메이크업의 비밀은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이라고 설명했다. “고등학생 때 교복을 입은 아이유를 처음 만났어요. 아이유는 성형을 하지 않고 메이크업만으로 세련되게 이미지를 점차 바꿔온 케이스입니다. 우선 약간 까무잡잡했던 피부톤을 바꾸었고, 눈썹은 전체적으로 편안한 느낌이 어울리기 때문에 둥근형 눈썹과 갈매기형을 혼합한 형태의 디자인을 찾아갔습니다. 자연모를 최대한 살리고, 부족한 부분만 살짝 채워넣어 인위적으로 그린 것 같지 않은 느낌의 자연스러운 눈썹입니다. 아이유는 과한 화장을 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고수하면서 점진적으로 세련되고 고급스럽고 여성스럽게 변화해가고 있어요.”그는 여배우의 메이크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대중들이 낯설어 하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워지기”라고 강조했다. “여성 연예인은 원래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예뻐지길 원합니다. 성형을 통해 갑자기 이미지를 바꾼다면, 대중들에게 내가 아닌 ‘다른 낯선 사람’으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연예인들은 성형을 하기 전에 우선 메이크업으로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 세련된 이미지로 변신을 시도합니다. 아이유가 만일 성형을 통해서 갑자기 변신을 했다면 ‘국민여동생’ 같은 이미지는 얻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국민여동생이란 말은 동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편안함이 있다는 말입니다. 어색하지 않다는 말이죠.” 그는 이 책에서 ‘뷰티는 사치가 아니라 가치’라고 강조한다. tVN 드라마 ‘여신강림’의 주인공처럼 요즘은 연예인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유튜브를 통해 메이크업을 배워 전략적으로 이미지를 바꾸는 데 활용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연예인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직접 자신의 얼굴을 메이크업 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실습하고, 컨설팅해주고 있다. 20~30대 여성 뿐 아니라 면접시험을 앞둔 20대 남성, 40~50대 정치인, 기업 CEO 들도 중요한 대외행사를하기 전에 눈썹 디자인 컨설팅을 받기 위해 찾는다고 한다. “동양의 관상학에서도 눈썹은 한 사람의 인품과 자신감, 조화를 나타내는 부분이라고 중요시합니다. 정치인이나 기업의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감입니다. 무조건 강해보이는 것보다 호감도가 있어야하죠. 눈썹이 아래로 향하는 것보다는 눈썹산(눈썹의 3분의2 지점 높은 부분)이 약간 올라간 것이 좋아요. 눈썹의 흐린 부분을 채워주고, 눈썹 끝부분을 부드럽게 정리해서 온화하면서도 힘이 있는 이미지를 연출합니다.” 그의 눈썹 디자인의 제1원칙은 ‘균형’이다. 그는 “얼굴 메이크업은 독주가 아니라 합주”라며 전체적인 밸런스를 중요시한다. “얼굴을 집이라 하고 눈, 코, 입은 가구나 가전제품에 비유해보죠. 10평 남짓의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데 100인치가 넘는 TV를 갖고 싶다면 어떨까요? 자신의 일부 단점을 가리기 위한 메이크업에 치중한 나머지 전체 이미지의 균형을 깨뜨리면 안됩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보다는 숲 전체의 아름다움을 생각해야 하지요.”―‘눈썹 디자인’이란 개념은 생소한데. “이제는 ‘셀프 시대’입니다. 요즘엔 세차도, 주유도 셀프로 하잖아요. 메이크업도 평생 신부화장, 돌잔치 때나 한번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디자인해서 매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관상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게 눈썹과 코예요.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느라 얼굴에서 ‘아이존(Eye Zone)’이 무척 중요해졌어요. 요즘 검색어를 조사해보면 눈썹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눈성형, 눈화장, 쌍커풀 수술은 많이 대중화됐고, 어느 병원에 찾아가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눈썹 디자인은 어디서 배울 수 있는지 알지 못해요. 단순하게 눈썹을 정리하고, 채워넣는 것이 아니라 얼굴형과 눈매를 보완해서 나에게 맞는 눈썹을 찾아주고 직접 메이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눈썹 디자인입니다.” ―두껍고 진한 눈썹이 좋은 것인가. “무게감이 너무 강하면 얼굴 이목구비 전체 밸런스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눈썹에서 일부분만 숱이 너무 많은 경우에는, 눈썹의 숱을 줄여 무게감을 빼줘야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초보운전자들은 보통 앞만 보고 운전하지만, 베테랑 운전자들은 방어운전도 할 줄 압니다. 얼굴형과 계절, 트렌드, 취향에 맞게 눈썹도 변화해서 디자인하면 좋죠. 동양인들은 유럽인들보다 눈썹의 모양이 얼굴 인상에 더 큰 영향을 끼칩니다. 유럽인들은 얼굴의 중앙 부분인 코, 이마에 볼륨감이 있는 형태인 반면, 동양인들은 중앙이 밋밋하고 외곽이 발달해 있지요. 그래서 동양인들에겐 살짝 입체감 있는 눈썹이 좋습니다. 밋밋한 얼굴에 눈썹도 일자일 경우에는 더 밋밋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죠. 나에게 맞는 옷을 찾는 것처럼, 나에게 맞는 눈썹을 찾게 된다면 다른 이미지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미지 변신하는 데 성형과 메이크업을 비교한다면. “어떤 연예인의 눈, 코, 입술이 예쁘다고 해서, 특정 부분만 그렇게 바꿔달라는 것은 불가능한 욕심입니다. 성형에 대해서는 해야 한다, 할 필요 없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우선 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부분을 가지고 최대한 디자인으로 얼굴의 밸런스를 조금씩 맞추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성형을 하더라도 일단 메이크업으로 시뮬레이션을 하는 과정을 통해 나만의 퍼스털한 이미지를 찾은 다음에 하다보면 훨씬 자연스럽게 될 수 있습니다. 기획사에서도 소속 연예인들을 처음부터 성형외과로 데려가지 않아요. 메이크업 전문가가 계속 이런 스타일, 저런 스타일로 시도해보면서, 메이크업으로 고칠 수 있을 때까지 업그레이드를 시켜놓고,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바꿔나가죠. 그런데 일반인들은 그런 과정을 빼고 그냥 병원에 가서 성형수술을 합니다. 그래서 맘에 안 들면 또 하고, 또 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합니다. 성형 전에 본인이 자신의 얼굴형에 맞는 보정을 고민하고, 준비한다면 훨씬 더 자연스러운 얼굴로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메이크업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무용공연을 하는데 분장하시는 분의 작업 광경을 봤어요. 남자 분이었는데 전문적인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대학 졸업하고 미용학원을 다니고 방송, 영화계에서 연기자들의 메이크업을 해주는 아티스트로 활동했죠. 영어도 학원에서 배우고, 운전도 하려면 면허를 따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초중고 학생들도 화장을 하는데 친구들 화장 따라하다 보니까 모두 똑같은 스타일이예요. 일반인들의 경우에 평생 결혼할 때 정도 한번 전문 메이크업을 받을 뿐 메이크업을 배울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일반인도 직접 배워서 할 수 있는 내 얼굴에 맞는 눈썹 디자인에 대한 책을 내게 됐습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우리가 이렇게 마스크를 오래 쓰고 다닐지 누가 알았겠어요? 마스크 착용이 장기화하면서 눈썹 디자인은 사람의 인상(印象)에 가장 본질적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메이크업 전문점 엘크레(LCREER)의 수석디자이너 이유정 씨(48·사진). 그가 ‘눈썹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 ‘My First Eyebrows’(지오미디어)를 펴냈다. 이 씨는 가수 아이유, 배우 송혜교, 이나영, 이요원 등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한 28년 경력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그는 “눈썹은 립스틱이나 볼터치 화장과 달리 한 사람의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요소”라며 “성형도 얼굴의 본질을 바꾸는 것이지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하이리스크인 반면 눈썹 디자인은 트렌드나 계절, 취향에 따라서 약간의 수정을 통해 세련되게 바꿀 수 있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연예인들을 보면 처음엔 촌스러운 것 같은데 갈수록 예뻐집니다. 일명 ‘카메라 마사지’죠. 전문가가 화면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며 단점을 보완하고 예쁜 점을 살려주는 메이크업을 하는 거예요. 고등학생 때부터 만났던 가수 아이유는 피부와 눈썹 메이크업을 통해 촌스러움을 벗고 훨씬 세련되고, 여성스럽게 변신했어요. 만일 성형을 통해서 갑자기 변신을 했다면 ‘국민 여동생’ 같은 이미지는 얻을 수 없었죠. 국민 여동생은 동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어색함이 없어야 해요. 바로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에서 나오죠.” 요즘엔 연예인뿐 아니라 20, 30대 여성과 정치인,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40, 50대 남성들도 눈썹 디자인 컨설팅을 받으러 오기도 한다고 한다. “관상에서도 눈썹은 한 사람의 인품과 자신감, 조화를 상징해요. 정치인이나 기업의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감입니다. 무조건 강해 보이는 것보다 호감도가 있어야 하죠. 눈썹이 아래로 향하는 것보다는 눈썹산(눈썹의 3분의 2 지점 높은 부분)이 약간 올라간 것이 좋아요. 눈썹의 흐린 부분을 채워주고, 눈썹 끝부분을 부드럽게 정리해서 온화하면서도 힘이 있는 이미지를 연출합니다.” 그의 눈썹 디자인의 제1원칙은 ‘균형’이다. 그는 책에서 길고, 짧고, 둥그렇고, 네모난 얼굴 모양에 따라 어울리는 맞춤형 눈썹 디자인을 찾아준다. 그는 “얼굴 메이크업은 독주가 아니라 합주”라며 전체적인 밸런스를 중요시한다. “얼굴을 집이라 하고 눈, 코, 입은 가구나 가전제품에 비유해 보죠. 10평 남짓의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데 100인치가 넘는 TV를 갖고 싶다면 어떨까요? 자신의 일부 단점을 가리기 위한 메이크업에 치중한 나머지 전체 이미지의 균형을 깨뜨리면 안 됩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첨단 디지털 기술로 복원된 조선시대 거장의 명화(名畵)와 춤이 함께 어우러진 이색적인 컬래버레이션 공연이 펼쳐진다. (사)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회장 남상민)은 31일 안견, 정선, 김홍도 등 조선시대 3대 거장의 작품을 디지털로 복원해 재탄생한 디지털아트와 춤의 콜래버레이션 공연 ‘화첩기행(畵帖紀行), 춘천이 담다’을 공개한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거리두기로 인해 춘천시 후원으로 비대면 ‘언택트’ 행사로 진행됐으며, 연말연시에 집콕해야 하는 이들에게 안방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컬래버레이션 공연에서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3대 화가의 작품이 선보인다. 안평대군의 꿈을 그린 조선 산수화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비롯해 정선의 사직노송도, 김홍도의 소림모정도가 디지털로 재탄생해 관람객을 찾아간다. 디지털로 재탄생한 거장의 작품들은 도슨트가 관객에게 설명할 내용들을 3D, AI, AR, VR 등 첨단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디지털명화로 제작,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객들이 원화보다도 더욱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조선시대 명화가 상영되는 대형LED의 앞 무대에서는 작품의 콘셉트에 따라 현대무용, 팝핀, 고전무용이 펼쳐진다. 소림모장도는 현대무용과 함께 어우러지며, 사직노송도는 팝핀, 그리고 몽유도원도는 고전무용과 각각 어우러진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선보이며,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각 작품별로 디지털 명화와 춤에 대한 관람 포인트를 설명해 주고, 관람객이 궁금할만한 점에 대한 해결도 곁들여져 컬래버레이션 공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번 공연에 등장하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일본에 유출돼 텐리대학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김홍도의 소림모정도는 미국의 LACMA에 소장중인 유출 문화재다. 공연을 기획한 (사)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는 지난 2015년부터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를 디지털로 복원하는 ‘디지털 귀향’ 캠페인을 활발하게 전개해 오고 있다. 조선시대 3대 거장의 디지털명화 작품과 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컬래버레이션 공연은 31일부터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홈페이지(www.hedico.kr)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남상민 회장은 “앞으로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에 대한 디지털 복원 작업을 꾸준히 지속해 가는 것은 물론, 디지털명화와 공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새로운 예술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여 대한민국의 신한류를 이끌 새로운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제9회 ‘고교패션컬렉션 with 디자이너 카루소 장광효’의 시상식이 19일 세종대 미래교육원 대양AI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고교패션컬렉션은 섬유, 패션계의 진학과 취업을 꿈꾸는 섬유패션계열 특성화고 학생, 진로직업센터와 위탁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일반고 학생들과 모델연기,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 실용음악가 등을 꿈꾸고 있는 학생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 내는 “패션복합문화컨텐츠”다. 이번 컬렉션에 심사위원장을 맡은 디자이너 카루소 장광효 위원장은 각 분야에 지원한 학생들에게 “꿈을 꾸는 패션쇼가 아닌 꿈을 이루는 패션쇼가 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믿고 정진하라.”라고 당부했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손세란 교수(고교패션컬렉션 운영위원장)과 모델 분야에서는 세종대학교 미래교육원 모델학전공 김진아, 이지원 교수님등 전문가의 지도로 진행됐다. 2018년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의 제안으로 모델상, 디자이너상, 스텝 기획·홍보상 등이 신설돼 패션, 섬유기관단체상과 전국대학생패션연합회(OFF)상 등과 더불어 학생들에게 수여된다. 제9회 고교패션컬렉션은 고교패션컬렉션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신용화 서울디자인고 교장)와 에듀컴(대표 김정호)이 공동주최했다. 심사위원장에는 디자이너 카루소 장광효가 맡았으며,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종관),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성기학), 한국섬유수출입협회(이사장 민은기), 한국패션소재협회(회장 이영규), 한국아웃도어스포츠산업협회(회장 강태선), 한국패션산업협회(회장 한준석), LS네트웍스의 프로스펙스가 후원했다. 장소 협찬은 세종대학교 미래교육원이 함께했다. 올해 고교패션컬렉션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패션쇼 없이 사전 심사 에 의한 시상식만 진행됐다. 아래는 수상자 명단.◆고교패션컬렉션 심사위원장상 △디자이너 부문 채다운(서울공업고) △모델 부문 윤준영(반여고) ◆서울시 교육감상 △베스트 디자인 김상수(서울디자인고) △베스트크리에이티브 조태환(서울광명고) △남자모델 부분 정성윤(마산고) △SNS홍보크리에이터부문 손수영(충북고교) △여자모델부문 송진아(풍무고) △기획부문 이윤정(동덕여고) ◆패션섬유 기관장상 △섬유산업연합회장상 백지연(서울디자인고) △아웃도어스포츠산업회장상 김연서/서정우(서울공업고) △패션소재협회장상 금승은(서울디자인고) △섬유패션수출입협회장상 문경혜(성동글로벌경영고) △패션산업협회장상 서유빈(성동글로벌경영고) ◆LS그룹 프로스펙스상 △디자인 우수상 김윤정(동남고) △남자모델상 신승관(형석고) △여자모델상 이보민(대명여고)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중요무형문화재 ‘갓일’ 정춘모 장인 투명하면서도 가볍다. 바람은 숭숭 통한다. 넓은 챙은 은근한 곡선으로 휘어져 있고, 둥근 원기둥 모양은 위로갈수록 살짝 좁아진다. 빼어난 맵시다. 한국의 전통사극이 전세계에 방영되면서 의외의 인기를 얻은 아이템이 조선의 선비들이 즐겨썼던 모자인 ‘갓’이다. “한국은 모자의 왕국이다. 세계 어디서도 이렇게 다양한 모자를 지니고 있는 나라를 본 적이 없다. 공기와 빛이 알맞게 통하고 여러 용도에 따라 제작되는 한국의 모자 패션은 파리인들이 꼭 알아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를르 비리, ‘뚜르 드 몽드’, 1892) 넷플릭스에서 인기였던 ‘킹덤’을 본 외국인들은 좀비 보다 모자에 더 꽂혔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다 색다른 모자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 뮤직비디오에서 무용수들은 츄리닝 바지를 입었지만 머리에는 화려한 조선의 전통모자를 쓰고 힙(hip)한 춤을 춰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다. 조선의 사람들은 왜 모자를 그렇게 많이 썼을까. 가장 큰 이유는 ‘효경’에 나오는 공자의 가르침인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에 따라 남성들도 머리카락을 길러 상투를 틀었기 때문이다. 상투 튼 머리를 가리기 위해 망건을 쓰고, 외출할 때는 갓을 썼다. 신분에 따라 다양한 모자로 상투를 덮었다. 선비들은 흑립(黑笠)을 썼고, 고위층 관료들은 산(山)모양의 단을 덧대 2겹, 3겹의 층을 이루는 정자관(程子冠)을 썼다. 장군들은 가죽으로 만든 전립(戰笠)을, 관례를 치른 소년들은 대나무나 풀을 엮어 만든 초립(草笠), 장돌뱅이 보부상들은 패랭이 모자를 썼다. 왕과 왕세자는 매미날개 모양장식이 달린 익선관(翼善冠)을 썼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전통 모자가 근대에 들어 사라졌다. 그것은 1894년 단발령의 영향이 컸다. 단발령으로 상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갓 쓰고 오토바이탄다’는 말이 있듯이 상투 없이도 단발에 갓을 쓰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점차 서양식 중절모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라져간 전통 갓이 요즘 다시 대중문화 속에서 부활하고 있다. ● 조선 남성들의 최대의 사치, 갓“조선의 선비들이 즐겨썼던 갓은 서양은 물론, 중국이나 일본에도 없는 한국의 독특한 모자입니다.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어요. 추위를 막기 위한 것도, 비를 피하게 해주는 용도도 아니죠. 갓은 순전히 인간의 존엄성과 예의, 가치관을 나타내기 위한 상징입니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예올 북촌가’에서 만난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4호 ‘갓일’ 보유자인 정춘모 장인(80). 통영갓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한국의 공예산업을 후원하는 재단법인 예올이 선정하는 ‘2020 올해의 장인’으로 뽑혔다. 그가 만든 전통 통영갓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현대화한 ‘2020 예올프로젝트전 결/겹’ 전시회가 내년 1월29일까지 예올 북촌가에 열리고 있다. 갓은 고려 공민왕 6년인 1357년에 문무백관에게 관모로 제정하면서부터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남이 보지 않는 빈 방안에 혼자 앉아 있을 때도 갓을 벗지 않고 단좌를 했다. 몸가짐을 바르게 갖는 것을 마음 닦는 공부로 삼았던 것이다. 용모를 단정히하고, 옷을 바로입는다는 뜻을 말할 때는 항상 ‘의관(衣冠)’을 정제한다고 말해왔다. 옷에는 옷(衣) 뿐 아니라, 갓(冠)이 꼭 포함돼 있는 법이다. 정춘모 장인은 “갓은 서양에서도,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동양에서도 볼 수 없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는 모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교의 인간적인 가치관을 담아 백성들에게 사람답게 사는 데 필요한 예의와 품위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그가 갓을 만들 때 쓰이는 각종 도구와 함께 최고의 갓으로 꼽히는 ‘진사립(眞絲笠)’이 벽에 걸려 있다. 진사립은 대우와 양태 위에 명주실을 총총히 늘어 입혀 제작하는 갓으로서, 왕을 비롯하여 신분이 높은 사대부가 착용하는 최상품의 갓이다. “진사립은 하나 엮으려면 1년이 넘게 걸립니다. 촉살실 수천가닥을 똑같은 간격으로 하나씩 손으로 붙여나가야 해요. 때문에 한 개 완성하고 나면 온 몸에 기력이 빠져나가고, 시력도 망가집니다. 가격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부르는게 값일 정도예요. 조선시대 남자들의 갓에 대한 사치는 요즘 부인들이 하는 명품 사치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좋은 갓을 쓰고 싶어하는 생각에 갓을 만드는 기술은 어마어마하게 복잡하고 세련되게 발전했지요.”갓을 만드는 과정은 3가지로 분류된다. 대나무를 0.1~0.3mm 두께로 잘게 쪼개 만든 실인 죽사(竹絲)로 갓의 둥근 테를 짜는 ‘양태일’, 말총(말꼬리털)으로 원통형 모자 머리를 만드는 ‘총모자일’, 양태와 총모자를 맞추어 갓을 완성시키는 ‘입자일’ 등 크게 3가지 공정을 거친다. 양태일 24과정, 총모자일 17과정, 입자일 10과정 등 총 51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한 개의 갓이 완성된다. 수백번의 인두질과 어교칠, 먹칠, 옻칠을 반복해야 하는 힘든 과정이다. 요즘엔 갓의 투명한 망사같은 부분을 플라스틱 재료로 만들지만, 전통 갓은 대나무를 잘게 쪼개만든 죽사를 이용해 일일이 손으로 짠 것이니 그 노력과 솜씨가 놀라울 뿐이다. 이처럼 갓을 만들 때는 세가지 과정에 전문가 장인이 분업형태로 일을 한다. 때문에 1964년 정부에서 갓 장인을 인간문화재로 지정할 때 양태장, 총모자장, 입자장 등 세분야 장인을 동시에 지정했다. ●사라져가는 전통갓, 현대적 디자인과 접목 1957년부터 대구에서 갓 만드는 일을 시작한 정춘모 장인은 이후 통영으로 이주해 본격적으로 통영갓의 명맥을 잇는 일에 뛰어들었다. 그는 입자장 보유자인 김봉주 선생의 전수생으로, 총모자장 보유자인 고재구 선생의 전수생으로 배웠다. 또한 거제도의 소문도 선생을 통영으로 모셔 양태를 제작하는 기능까지 익혔다. 그는 세 명이 분업형태로 하던 갓 만드는 일을 모두 익혀 맥이 끊어질 뻔했던 통영갓을 계속 만들어왔다. “1964년도에 통영갓이 인간문화재로 지정됐을 때 세 분이 전부 70대였어요. 그런데 그 분들에겐 제자가 없었어요. 자식도, 손자도 아무도 배우지 않았지요. 갓일을 배우려면 10~20년 희생해야 하기 때문이예요. 갓 수요도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해 함께 일하던 동료들도 하나둘씩 떠나갔어요. 할 수 없이 홀로 남은 제가 선생님들로부터 모든 기술을 다 익힐 수 밖에 없었죠.” 그의 작업장이 있는 통영12공방은 이순신 장군의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에서 직접 경영했던 공방이었다. 충청, 전라, 경상도의 수군의 지휘권을 가지고 다스리는 통제영 관아에서 필요한 각종 물품을 제작하고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 통영12공방. 갓, 부채, 옻칠, 나전칠기, 목가구, 자개, 가죽, 철물 등을 만들어내는 장인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던 곳이다. 그 중에서도 통영갓과 나전칠기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60여년 간 평생 갓을 만들어 온 정춘모 장인의 곁을 지킨 것은 아내였다. 올해로 31년 경력을 맞는 도국희 양태장은 전수자 과정을 끝내고 이수자로 등록된 상태다. 정춘모 장인은 “갓을 나혼자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아내에게 함께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가르쳤는데 이제는 갓일을 함께 걸어가는 도반(道伴)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1년에 만들 수 있는 갓은 채 10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에서 1년에 2개 정도의 갓을 구입해주는 것 외에는 판로가 별로 없다. 역사적 고증에 신경쓰는 사극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진짜 갓을 쓰는 경우는 없다. 그는 “사극에서 쓰는 갓은 모두 PVC나 나일론으로 만든 가짜 갓”이라며 “제작비 때문에 이해가 가지만, 진짜 갓을 대여해서라도 찍지 않는 세태가 아쉽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평생 전통 그대로의 갓을 만들어온 정춘모 장인은 이번 ‘2020 예올 프로젝트 결/겹’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공예품과 접목한 작품을 선보였다. 디자이너 조규형, 최정유가 설립한 스튜디오 워드(Studio Word)의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갓이다. 전통 갓의 기능과 조형성에 현대의 미감을 접목해서, 일상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조명을 선보였다. 2010년부터 진행된 ‘예올이 뽑은 올해의 장인’ 프로젝트는 아름다운 전통 공예품을 현대인들의 생활에 유용하게 쓰여질 수 있는 물건으로 만들기 위한 공예장인 후원사업이다. 2011년 옹기장 이현배, 2013년 소목장 (故)조석진, 2014년 유기장 김수영, 2015년 화혜장 안해표, 2016년 우산장 윤규상, 2017년 두석장 허대춘·안이환, 2018년 주물장 김종훈, 2019년에는 다회·망수장 임금희 장인과 함께 진행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찬바람 부는 겨울에는 여럿이 둘러앉아 끓여 먹는 전골 요리의 진한 국물이 더욱 간절해진다. 전골이 맛있으려면 국물이 맛있어야 하는 법!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인 곰탕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오뚜기는 지난해 출시한 보양 간편식 2종 ‘서울식 쇠고기 보양탕’, ‘부산식 돼지국밥 곰탕’에 이어 전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국물 요리를 가정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지역식 국, 탕, 찌개 신제품 6종을 출시했다. ‘서울식 쇠고기 보양탕’은 사골과 양지를 진하게 우린 국물에 된장과 청양고추를 넣어 깊으면서도 칼칼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부산식 돼지국밥 곰탕’은 돼지 뼈를 진하게 끓여 깊은 맛을 내는 국물에 돼지고기가 푸짐하게 들어 있는 제품이다. 김치 국물에 햄과 소시지, 두부가 듬뿍 들어 있는 ‘의정부식 부대찌개’는 월계수 잎, 생강 등 각종 재료가 잘 어우러져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이 외에 진한 사골육수에 쫄깃한 도가니를 듬뿍 넣은 ‘종로식 도가니탕’, 푹 곤 쇠고기 국물에 양지머리 고기, 얼갈이배추, 무, 콩나물, 대파를 아낌없이 넣은 ‘안동식 쇠고기 국밥’, 소갈비, 얼갈이배추, 무 등 풍부한 재료가 들어 있는 ‘수원식 우거지갈비탕’,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완도산 쫄쫄이 미역을 넣은 ‘남도식 한우미역국’ 등도 출시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2000년대 후반부터 서울 외곽 지역에 들어서기 시작한 프리미엄 아웃렛은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이월 상품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곳이다. 주말용 가족 나들이 공간으로 인기가 있던 교외형 아웃렛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도 각광받고 있다. 교외에 있는 데다 부지가 넓어 쇼핑객 간에 동선이 비교적 덜 겹치기 때문에 도심을 탈출하고 싶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일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문을 연 현대백화점의 4번째 프리미엄 아웃렛 스페이스원(SPACE1)은 ‘갤러리형 아웃렛’을 표방하고 나섰다. 아웃도어와 인도어 쇼핑시설에 내부정원을 꾸미고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등 문화·예술적 요소를 결합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원의 문화·예술 관련 시설 면적은 총 3만6859m²(약 1만1150평)로 전체 매장 면적의 70% 수준에 이른다. 이곳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간은 A관 3층에 들어선 ‘모카(MOKA·Hyundai Museum of Kids‘ Books and Art) 가든’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있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기획하고,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이 컬래버레이션(콜라보)한 스토리텔링형 문화·예술 공간이다. 모카가든은 총 1653m²(약 500평) 규모로 ‘하이메 아욘 가든’과 아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놀이터 ‘모카 플레이’, 자연 주제 그림책과 교육 공간 에듀랩이 있는 ‘모카 라이브러리’ 등 세 가지 시설로 구성돼 있다. 하이메 아욘 가든에는 디자이너의 상상에서 탄생한 7개의 조각상이 전시돼 있다. 황금빛 귀를 가진 라마, 한 손에 공을 든 원숭이, 소시지를 얹은 듯한 모자를 쓰고 있는 강아지 등 현실에서는 보기 어려운 익살스러운 모습의 조각상들이 보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모카 플레이’와 ‘모카 라이브러리’에는 파랑 노랑 빨강 초록 등 네 가지 강렬한 색상을 사용해 그린 벽화와 코끼리 도마뱀 모양의 놀이기구, 책장 등 아욘의 개성적인 감성이 녹아 있는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아욘은 2013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이 ‘가장 창의적인 아이콘’으로 선정한 세계적인 디자이너다. 2018년에는 ‘가장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 100인’에 뽑히기도 했다. 그는 주로 해외 유명 미술관 및 기업들과 협업을 해 왔는데, 국내 기업과 공간 작업을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모카가든은 이미 관람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개장한 지 한 달여 만에 스페이스원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고객뿐 아니라 10, 20대 젊은 고객들에게 사진 찍기 좋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명소로 화제를 낳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시간대별 입장객 수를 제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장 한 달간 모카가든을 찾은 고객만 약 12만 명에 달한다. 인스타그램에 모카가든을 해시태그(#)한 게시물도 한 달간 1200여 개에 이른다. 현대백화점은 코로나19로 모카카든을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고객들에게 온라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모카가든 오디오 가상현실(VR) 투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360도로 회전하며 모카가든을 둘러보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최근에는 모카가든에서 가수 자이언티와 헤이즈가 출연한 언택트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모카가든을 기획한 노정민 현대어린이책미술관 관장은 “(모카가든에 구현된 스타일은) 다채로운 색상과 개성 있는 화풍을 강조하는 하이메 아욘 특유의 디자인 스타일”이라며 “고객들에게 새로운 공간을 선보이려는 스페이스원의 기획 의도와 가장 잘 맞아 디자인 콜라보를 제안했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재창궐하는 요즘. 관공서나 은행은 물론 식당에 들어갈 때도 어김없이 체온계 앞에 서야 한다. 행여나 미열이 있어 37.5도 이상이 나오면 출입금지를 당하고, 확진자가 된다면 사회적 격리를 당해야 한다. 바야흐로 1~2도의 체온 상승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실감하는 시대다. “아이가 어렸을 때 열이 39도까지 오른 적이 있어요. 해열제로도 열이 내리지 않아서 한밤 중에 아이를 업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죠. 사람은 체온이 조금만 올라도 위급상황이 닥치는데, 마찬가지로 거대한 생명체인 지구의 평균온도가 3도에서 6도 이상 오른다면 우리의 환경과 생태계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9일 충남 공주시 연미산 자연미술공원 정상에 세워진 ‘노아의 방주’ 앞에 선 설치미술가 이경호 씨(53)는 “코로나 위기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닥치게 될지, 이렇게 길게 위력을 발휘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기후위기도 어느날 갑자기 우리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아의 방주-오래된 미래, 서기 2200년 연미산에서’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2150년 인류가 기후위기를 잘 못 대처해 남극, 북극의 만년설이 녹아내려 지구의 해수면이 70m 상승한 상황을 설정했다. 다시한번 지구에 ‘대홍수’가 발생해 노아의 방주가 지어지고, 이 방주는 그로부터 50년 후인 2200년 연미산자연미술공원 산꼭대기에서 거꾸로 처박힌채 발견된다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열린 ‘2020 금강자연미술비엔레(총감독 임수미)’ 참가작 중 관람객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끌어 모은 작품이다. 이 작가는 지난 여름 목공 전문가인 장태산, 조상철 작가, 디자이너 엘라와 함께 프로젝트그룹 UStudio를 결성했다. 이들은 산 속에 71일간 방주를 만들기 위해 무더위와 장마와 태풍과 싸웠다. 장맛비로 질척이는 땅 때문에 트럭이 못 올라가 참가자들이 목재를 일일이 손으로 날랐다. 막판에는 태풍 마이삭이 불어닥쳐 지어놓은 방주가 한꺼번에 날아갈 위험에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결국 계획보다 한달 이상 늦어진 후 높이 11m, 길이 11m, 폭 16m의 방주가 완성됐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 나무가 썩어 사라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모든 걸 손으로 직접 만들다보니 노아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1987년 프랑스 디종미술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2000년까지 프랑스에서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조형예술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1989년에는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파격적인 퍼포먼스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고, 1999년에는 프랑스 살롱드존팽트르 50주년 기념전에서 'Espace Paul Ricard' 상을 받았다. 그는 “젊었을 때는 제 안의 에너지를 분출하기 위한 퍼포먼스를 했는데, 결혼 후 아이를 낳게 되면서 자녀가 살게 될 미래를 생각하는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기후위기에 본격적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9년 생태 사상가 토머스 베리(1914~2009) 연구 모임인 ‘지구와 사람’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 학계, 법조계, 기업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환경을 생각하고 공부하는 모임인데 그는 예술분야에서 기후변화 위기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드는 역할을 맡았다. 창원, 울산, 광주 등 각종 비엔날레와 전시회에서 녹아내리는 빙산을 형상화한 설치작품을 발표했고, 밀라노, 서울, 베이징, 파리 등 전세계를 여행하며 하늘에 떠다니는 검은색 석유덩어리인 플라스틱 봉지들을 드론으로 촬영해 환경오염을 경고하는 미디어아트 시리즈를 발표하기도 했다. “어느날 꿈에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에 녹아내린 거대한 빙산이 거꾸로 서 있는 모습을 봤어요. 현재의 추세라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3.7도 상승할 것이라 합니다. 2℃이상 상승하면 지구가 생태복원력을 잃어버려요. 우선 바다에서 거대한 산소공급원인 산호, 플랑크톤이 모두 멸종됩니다. 지구 인구의 3분1이 몰려 사는 해안 도시들이 물에 잠기면 수십억명의 난민이 발생해 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을 겁니다.” 공주 연미산에 설치된 노아의 방주 내부로 들어가면 ‘데드라인 1.5’라는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동영상이 상영된다. 지구의 평균기온 변화를 1.5℃ 이내로 제한하지 못한다면 해수면 상승으로 서울 광화문, 파리 에펠탑, 인도 타지마할, 뉴욕 자유의여신상 등이 물에 잠기는 장면을 형상화한 미디어아트다. 또한 방주 내부에서 노아가 비둘기를 날렸던 창문에는 무지개빛 패널과 조명이 설치됐다. ‘희망’을 상징하는 무지개다. 지금이라도 인류가 노력한다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적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다. 그는 이를 위해 우선 자기 자신부터 5년 전부터 디젤차를 버리고 전기차로 이동수단을 바꿨고, 사는 아파트에도 태양열 전기를 도입하며 탄소제로 활동을 동참해왔다. “학자나 교수들의 1,2시간 강의보다는 예술가의 작품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세계에 어마어마한 팬클럽을 가진 BTS와 블랙핑크와 같은 K팝스타,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회사인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 이우환, 아이웨이웨이와 같은 유명 미술작가들에게 호소하고 싶습니다. 1%의 기업인과 예술인들이 먼저 탄소제로 활동을 실천하고, 대중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게 한다면 우리는 기적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은 이경호 작가와의 일문일답. ―산 속에 방주를 만드는 데 어떤 어려움을 겪었나. “처음엔 바닷가에 난파된 배를 주워다가 사흘만에 연결시켜서 지으려했다. 그런데 목공전문가인 장태산, 조상철 작가의 도움으로 원래 계획대로 목재로 짓게 됐다. 4명의 프로젝트 참가자와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관계자들까지 모두 도와 작업을 완성했다. 비가 와서 트럭이 산으로 올라갈 수가 없었다. 목재들을 참가자들이 손에 들고 개미처럼 일렬로 서서 20m씩 전달하면서 산으로 다 올렸다. 말 그대로 노아가 한 방식처럼 일했다. 비엔날레 측에서 4명의 팀원들에게 약속한 인건비는 총 260만원이었다. 일인당 65만원 씩 나눠가졌다. 작업기간이 71일 걸린 걸로 치면 하루 1만원도 안되는 일당이다. 전문 목수에게는 말도 안되는 돈이었지만,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열정적으로 작업해주신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린다.” ―2150년에 왜 대홍수가 난다는 설정을 했는가. “2014년에 발표된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5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추세대로라면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해 지구평균 기온이 3.7℃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3.7℃ 상승은 엄청난 것이다. 지구 평균 기온변화는 2℃ 이상이 되면 자체 회복력이 불가능해 변화가 가속화한다고 한다. 그래서 ‘데드라인 1.5’라는 제목이 붙은 것이다. 평균온도가 2℃만 올라가도 해양이 산성화돼 플랭크톤이 다 죽는다. 그러면 조개는 물론이고 어류의 먹이사슬이 끊어져 바다생물이 멸종하게 된다. 아무 대책이 없다면 2150년에는 5~6℃까지 상승할 수 있다. 남극과 북극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고, 바닷물의 온도가 뜨거워지면 부피가 늘어난다. 그래서 해수면이 최대 70m까지 상승한다. 2150년에 대홍수가 날 수 있다는 경고다.” ―기후위기가 발생할 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난민문제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태평양과 인도양의 군소 섬나라들은 물에 잠긴다. 또한 식수가 염수로 변해 물을 마실 수 없게 된다. 섬나라 주민들은 대부분 육지로 탈출해야 한다. 이어 지구 인구의 3분의 1이 살고 있는 해안가 도시들도 물에 잠겨 대규모 난민이 발생한다. 시리아 전쟁도 가뭄으로 인한 식량난과 러시아의 밀수출 중단이라는 기후위기가 배경이다. 시리아라는 한 국가의 난민들이 유럽으로 탈출하면서 엄청난 문제를 야기했다. 이 와중에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통해 들어오는 난민을 거부했고, 결국 브렉시트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들어왔을 때 난리가 났다. 이에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기후위기 난민이 발생할 때 전쟁과 테러, 폭동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호주에서는 기후위기로 아시아의 35억 인구 중 약 10억 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들이 호주로 몰려올 것에 대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최근 나왔다.” ―코로나와 기후위기는 무슨 관계가 있나.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열대우림이 파괴되면서, 야생동물이 서식해야 하는 장소에 인간이 침범하고 있다. 그래서 박쥐를 비롯한 수많은 야생동물을 숙주로 하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으로 전해질 위기가 커진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도 어떻게 보면 기후난민인 셈이다. 야생에서 살아야 하는 데 인간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올해 코로나 사태 때문에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에 관람객들이 더 많이 몰린 것은 아이러니다. 야외에서 하는 전시라 답답한 마음을 달래러 나온 사람도 있었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진 탓일 것이다.”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유럽에서는 2030년 이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파리의 이달고 시장은 2025년 도심 디젤차 운행금지를 선언했고, 시내 외곽에 주차장을 마련하고 대중교통을 늘리고 있다. 지하철에서 괴한을 만났을 때 ‘살려주세요!’하면 사람들이 눈치를 보면서 서로 피한다. 그런데 ‘거기 파란색 옷 입은 분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꼭 찍어서 도움을 청하면 그 사람이 바로 달려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1%의 셀럽들에게 먼저 부탁하고 싶다. BTS의 RM은 전세계 팬클럽 아미(ARMY)에게 전해달라. BTS가 먼저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를 타면서, 아미팬들에게 기후변화에 대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해주세요.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인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님! 로봇회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를 축하합니다. 불이익이 있겠지만 앞으로 내연기관차 생산보다는 세계적인 명품 전기차와 수소차 생산에 최선을 다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를 늘려 짓는 것을 당장 멈춰주시고,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세계4대 ‘기후 깡패국가’(Climate Villain)로 불리는 현실에서 탈출하게 해주시길 바랍니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창궐하는 요즘. 관공서나 은행은 물론 식당에 들어갈 때도 어김없이 체온계 앞에 서야 한다. 행여나 미열이 있어 37.5도 이상이 나오면 출입금지를 당하고, 확진자가 된다면 사회적 격리까지 감수해야 한다. 바야흐로 1∼2도의 체온 상승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실감하는 시대다. “아이가 어렸을 때 열이 39도까지 오른 적이 있어요. 해열제로도 열이 내리지 않아서 한밤중에 아이를 업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죠. 사람은 체온이 조금만 올라도 위급 상황이 닥치는데, 생명체인 지구의 평균 온도가 3도에서 6도 이상 오른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9일 충남 공주시 연미산 자연미술공원 정상에 세워진 ‘노아의 방주’ 앞에 선 설치미술가 이경호 씨(53·사진)는 “코로나19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닥치게 될지, 이렇게 길게 위력을 발휘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기후위기도 어느 날 갑자기 우리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아의 방주―오래된 미래, 서기 2200년 연미산에서’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2150년 인류가 기후위기에 잘못 대처해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70m 상승한 대홍수 상황을 설정했다. 좌초된 방주는 2200년 연미산에서 거꾸로 처박힌 채 발견된다. 코로나19 속에 열린 올해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참가작 중 관람객에게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그는 지난여름 71일간 산속에 방주를 만들기 위해 무더위, 장마, 태풍과 싸웠다. 장맛비로 질척이는 땅 때문에 트럭이 못 올라가 작품제작자들이 목재를 일일이 손으로 날랐다. 막판에는 태풍 마이삭이 불어닥쳐 지어놓은 방주가 한꺼번에 날아갈 위험에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그는 장태산, 조상철 목공예 작가, 디자이너 엘라와 함께 프로젝트 그룹 UStudio를 결성해 높이 11m, 길이 11m, 폭 16m의 방주를 완성했다. 그는 “구약시대에 모든 걸 손으로 직접 만들었던 노아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1987년 프랑스 디종미술학교에서 유학한 이후로 2000년까지 프랑스에서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조형예술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1989년에는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파격적인 퍼포먼스 작품을 선보였고 프랑스 현대미술계에서 주는 여러 상을 받았다. 그는 “젊었을 때는 제 안의 에너지를 분출하기 위한 퍼포먼스를 했는데, 결혼 후 아이를 낳게 되면서 아이가 살게 될 미래를 생각하는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기후위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9년 생태 사상가 토머스 베리(1914∼2009) 연구 모임인 ‘지구와 사람’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다. 창원, 울산, 광주 등 각종 비엔날레와 전시회에서 녹아내리는 빙산을 형상화한 작업을 선보였고, 밀라노, 서울, 베이징, 파리 등 전 세계 하늘에 떠다니는 검은색 석유 덩어리인 플라스틱 봉지들을 드론으로 촬영해 환경오염을 경고하는 미디어아트 시리즈를 발표하기도 했다. “어느 날 꿈에서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녹아내린 거대한 빙산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봤어요. 현재의 추세라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3.7도 상승할 것이라 합니다. 2도 이상 상승하면 지구가 생태복원력을 잃어버려요. 바다의 거대한 산소공급원인 산호, 플랑크톤이 제일 먼저 멸종돼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끊어집니다. 인구의 3분의 1이 몰려 사는 해안 도시들이 물에 잠기면 수십억 명의 난민이 발생해 전쟁과 테러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죠.” 연미산에 설치된 방주 내부로 들어가면 ‘데드라인 1.5’라는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동영상이 상영된다. 노아가 비둘기를 날렸던 창문에는 무지갯빛 조명이 설치됐다. 지금이라도 인류가 노력해 지구 기온 변화를 1.5도 이내로 막는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상징하는 무지개다. 그는 5년 전부터 디젤차를 버리고 전기차로 바꿨고, 사는 아파트에도 태양열 전기를 도입하는 등 ‘탄소 제로’ 활동에 동참했다. “학자나 교수들의 1시간 강의보다는 예술가의 작품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에 어마어마한 팬클럽을 가진 BTS, 블랙핑크 같은 K팝 스타,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과 이우환, 아이웨이웨이 같은 유명 미술작가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1%의 기업인과 예술인들이 먼저 내연기관 차량과 플라스틱 소비 줄이기를 실천하고, 대중의 동참을 호소한다면 우리는 기적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공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민병헌의 ‘새’ 사진전을 보고구름 한 점 없이 날씨가 맑은 날. 스마트폰 카메라로 하늘을 찍으면 새파랗게, 단풍을 찍으면 타오르는 듯 붉게 나온다. 명암의 대비가 뚜렷한 원색(原色)의 향연! 누구나 폰카만 있으면 웬만한 프로 사진작가 못지 않게 찍어낼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 서울 강남구 언주로 갤러리나우에서 만난 사진작가 민병헌의 사진은 달랐다. 다음달 2일까지 전시되는 민병헌의 ‘새’ 연작은 온통 희뿌연 사진들이다. 짙은 안개가 낀 바다 위, 구름이 잔뜩 낀 하늘, 눈인지 비인지 알 수 없는 진눈깨비가 내리는 호수에 새들이 날거나 앉아 있다. “보통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햇볕이 쨍한 날 오후 2시에 전봇대를 찍잖아요. 파란 하늘과 흰구름, 그림자의 밝고 어둠의 콘트라스트(대비)가 강렬하죠. 그런데 현실은 늘 그런가요?” 민 작가는 일상에서는 오히려 흐릿한 빛이 더 많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가령 침대에 누워서 밤에 불을 끄고 있으면 빛이 희미하게 비친다. 그는 70년대 말에 사진을 처음 찍기 시작할 때부터 ‘사진은 거짓말을 못한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빛이 강한 것만 리얼리티가 있는 것일까요. 사진이란 결국 광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빛이 강하냐, 약하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새벽 안개가 꼈든, 눈과 비가 오는 날이든 어떤 날씨에서도 빛은 결국 사실입니다. 단지 광선이 굉장히 어두울 뿐이죠.” 그는 요즘도 철저히 필름카메라로 찍고 암실에서 인화하는 아날로그 작업만 한다. 디지털 기술로 새 한 마리쯤 넣고 빼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인 시대. 그는 컴퓨터 대신에 구름과 안개와 같은 날씨가 자연적으로 연출해주는 것만 이용할 뿐이다. 그래서 민 작가는 주로 비와 눈이 내리는 날에 카메라를 들고 나선다. 흐릿한 풍경을 찍느라 그의 카메라는 늘 습기에 젖어 있다. 그래서 몇 년 쓰지 못하고 고장이 난다. “제가 중형카메라로는 ‘롤라이플렉스(Rolleiflex) 6008’을 씁니다. 옛날엔 핫셀블라드를 썼는데 암실작업을 해보면 콘트라스트가 너무 강하게 나왔어요. 제가 추구하는 사진과 달라 바꿨어요. 롤라이플렉스가 단종되기 전에 미리 3대를 사놨어요. 그런데 이미 다 고장이 났어요. 카메라는 비맞고 눈맞으면 습기 때문에 고장이 잘 나기 때문이죠.” 그의 작업실은 17년간 경기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에 있었다. 그는 양수리에서 새벽에 동트기 전에 안개가 진하게 꼈을 때 사진을 찍었다. 그는 5년 전부터는 전북 군산의 100년 된 고택으로 이사했다. 군산 인근의 서해 바다의 섬과 호수에서 새들을 찍는다. 그의 새가 있는 흐릿한 풍경 사진은 프랑스 출판사(Atelier EXB)에서 ‘DES OISEAUX’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다. “저는 조류 연구가나 생태사진가가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어떤 대상을 보든지 화인 아트(Fine Art·순수 미술) 개념으로 보는 사람입니다. 하늘에서 새가 날아다니는 사진을 찍지만, 그것들이 이 화면 안에서 어떻게 아름답게 구성되는지에 관심이 있죠. 제 사진은 흐려서 가까이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오히려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모든 것이 잘 보입니다.” 그래서일가. 어둑어둑하고 습기가 찬 듯한 그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깊은 명상에 빠져든다. “갈매기 한 마리가 제게 상당히 가까이 날아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저녁이라 어두운 톤이어서 잘 안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까 새의 가슴에 털도 보이고, 새의 눈을 보니까 생각이 느껴지더라고요. 그게 누구의 생각일까. 갈매기의 생각일까. 내 생각일까. 필름을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면 암실에서 빛의 강약을 조절하면서, 어떤 부분은 더 흐리게, 더 어둡게 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거죠.” 그는 암실에서 작업을 할 때면 웬만하면 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루, 이틀 넘게 밤을 지새우는 날도 많다. 그럴 때면 밥도 암실에서 먹고, 심지어 용변도 암실에서 본다고 한다. 그는 암실 밖으로 나와버리면 광선이 바뀌고, 감정과 정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사진 작품은 뒤늦게 똑같은 버전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인화지랑 각종 약품이 달라졌을 뿐 아니라, 암실에서 느꼈던 감정을 다시 찾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암실에서 작업할 땐 어떤 기분인가요. “암실에 들어가면 마음이 너무너무 편했습니다. 청소년기에 열등감이 반항심으로 이어졌고, 대학 때도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사진에 빠지기 시작하니까 헤어나지 못하겠더군요. 열등감, 소외감 같은 것이 나를 암실이라는 공간으로 몰아넣었던 것 같아요. 암실은 내게 도피처였습니다. 어두운 그 공간이 너무 좋았어요. 물론 공부 열심히 한다고 1등하는 건 아닌데, 전세계 누구도 나만큼 암실에서 오래 있던 사람은 없을꺼예요. 정말 무식한 이야기죠. 그 정도로 암실 안에 있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젊었을 때는 식음을 전폐하고 암실에 있었죠.” ―군산으로 이사하신 이유는. “원래 고향은 서울입니다. 5년 전에 촬영을 갔다가 마음에 드는 적산가옥을 발견했죠. 3년 동안 비어서 폐허처럼 돼 있던 집이었습니다. 군산의 구시가지가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제가 어릴적 종로5가 효제국민학교를 다녔는데, 서울이 대도시지만 당시만 해도 저녁 때가 되면 골목의 조용한 분위기가 있었어요. 낮은 건물 뒤로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아이들끼리 뛰어놀다보면 할머니가 욕을 하시면서 ‘밥차려 놨으니 빨리 들어와라’하고 소리치시죠. 군산의 도심지에 그런 분위기가 남아 있더군요. 시골에 전원주택 짓고 살 곳은 많아요. 그런데 도심인데도 그런 골목 분위기가 남아 있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더 늙기 전에 한번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앞으로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다니면서 보는 풍경도 찍을 계획입니다.” ● 맺는 말민병헌 작가의 사진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스마트폰으로 찍은 인물 인터뷰 사진이나 풍경사진을 되돌아보았다. 신문에는 늘 명확한 초점과 밝은 조명 아래에서 선명하게 찍힌 사진만 실린다. 초점이 나가거나, 안개가 낀 흐릿한 사진은 실릴 수가 없다. 인터뷰 사진은 가급적 야외의 태양광 아래서 클로즈업 해야 하고, 풍경사진도 맑은 날 총천연색으로 찍힌 사진을 쓰게 마련이다. 그런데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날. 집으로 가는 아스팔트 길에 가로등 불빛이 비춰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마치 검은색 아스팔트에 작은 별들이 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순간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어둡고도 흐릿하게 번지는 빛이 때로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우리글진흥원(원장 손수호)은 24일 ‘2020년 공공문장 바로 쓰기 자치단체장’ 대상 수상자로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소통 부분)과 이재준 고양시장(교육 부분)을 선정했다. 이 상은 바르고 쉬운 공공 문장을 일선 행정에 구현한 자치단체장에게 주는 상으로 2013년 제정됐다. 이들 자치단체장은 시민이 읽는 각종 안내문등을 알기 쉽고 정확한 글로 선보이고 공직자 국어 능력 향상에 애쓰는 등 공공문장 바로 쓰기에 모범을 보인 공적을 인정받았다. 우리글진흥원은 또 이날 ‘공공문장 바로 쓰기 시민운동상’ 수상자로 석준서 군(휘문고 2년)을 선정했다. 석 군은 올 한해 자치단체에서 잘못 쓴 공공문장을 33회에 걸쳐 바로잡아 우리글진흥원 홈페이지에 올렸다. 케첩통·러닝머신·헤어드라이어를 케찹통·런닝머신·헤어드라이기로 잘못 쓴 환경부의 재활용품 배출 안내문, 송림이 울창하게 ‘둘러싸여’를 ‘둘러 쌓여’로 적은 고성 화진포 안내문 등이다. 우리글진흥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공기관의 잘못된 문장은 올 한해 830여 건에 달한다. 올해 시상식은 당초 26일 서울 관훈클럽 신영기금회관에서 열린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해당 자치단체로 ‘찾아가는 시상식’으로 대체됐다. 이 상은 ‘공공문장 바로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공익법인 (사)우리글진흥원에서 바르고 쉬운 공공언어 사용으로 소통을 촉진하고 국어 진흥에 애쓰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응원하기 위해 2013년 제정해 해마다 시상하는 상이다. ‘공공문장 바로쓰기 운동’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우리말글이 훼손되고 있는 가운데, 영향력이 큰 공공기관부터 우선적으로 공공언어 사용에서 전 국민의 모범이 되게 하자는 운동이다. 공공기관이 만드는 공문서 등을 사전 감수하고, 공직자 국어 능력 향상 교육을 실시하며, 잘못된 공공문장을 시민들이 바로잡고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