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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만 주시면 방문한 업소 위치와 시간대까지 알려드려요.” ‘유흥탐정’을 자처하는 A 씨는 4일 동아일보 기자가 텔레그램 메신저로 접촉하자 “5만 원을 내면 원하는 대상의 성매매 업소 방문 이력을 조회해 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흥탐정은 특정인이 유흥업소에 방문한 기록이 있는지 확인해 주는 사설업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유흥탐정은 2018년경 동명의 인터넷 사이트가 생겨 화제를 모았다가 운영자가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받으며 사이트가 폐쇄됐다. 하지만 최근 유흥탐정을 자처하는 이들이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통해 모바일로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근거 없이 타인의 개인정보를 수집·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다. 또 이들 때문에 “거짓 정보로 피해를 봤다”고 하소연하는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다.○ 돌아온 ‘유흥탐정’…모바일 중심으로 활동유흥탐정을 자처하는 이들은 대부분 유흥업소 운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흥업소들이 공유하는 고객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돈벌이에 나선다는 것이다. 취재진이 접촉한 유흥탐정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통해 “(대상자의) 직업과 인상착의, ‘진상(악성)’ 손님이었는지 등을 DB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공된 업소 방문 정보가 부정확하다는 지적도 많다. 유흥탐정은 2018년 등장했을 때부터 DB 정보의 신뢰도를 두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유흥업소가 실제 수집한 손님 정보와 함께 고객 유인 등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전화번호 목록 등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금도 유흥업소들이 공유하는 DB에는 해킹으로 입수한 개인정보나 업소 주변에 주차된 차량의 전화번호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사실과 다른 정보로 파혼까지”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3년 만난 남자친구가 유흥업소를 13번이나 간 것으로 나왔다”며 “헤어져야 할지 고민”이라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이처럼 온라인에는 “조회했더니 남자친구의 업소 출입 기록이 나왔다”는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반면 “유흥탐정 탓에 성매매를 했다고 여자친구가 오해하고 있다. 억울하다”는 피해 사례도 적지 않다. 심지어 파혼을 당한 경우도 있다. 30대 남성 B 씨는 6월 약혼녀가 유흥탐정에 그의 정보를 조회한 결과 사실과 달리 수십 건의 성매매 업소 방문 내역이 나와 파혼을 당했다며 한 유흥탐정을 경찰에 고소했다. B 씨는 4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최소한 15년 동안 유흥업소를 이용한 적이 없는데 왜 이력이 조회됐는지 모르겠다”며 “두 달째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30만 원 내면 기록 지워준다” 광고도한편 업소 방문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는 이들을 겨냥해 “30만 원을 내면 유흥탐정이 조회하는 DB에서 방문 기록을 지워주겠다”는 광고도 나돌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선 ‘사기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DB 버전도 여러 가지인 데다 누가 삭제 권한이 있는지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흥탐정 운영자는 물론이고 조회를 요청한 의뢰자도 개인정보보호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법무법인 디케의 김보라미 변호사는 “법적 근거 없이 개인정보 조회를 의뢰한 사람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이렇게 사람이 많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취업준비생 김모 씨(27·서울)는 지난달 28일 기분전환차 강원 강릉시를 찾아 경포대 인근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다. 이 게스트하우스는 숙박비를 포함해 한 사람당 8만 원만 내면 일부 주류가 무제한 제공되는 파티에 참가할 수 있다. 3층 실내에서 진행된 파티는 오후 7시 반부터 시작됐는데 20, 30대로 보이는 남녀 60여 명이 참석했다. 장소는 4인용 테이블 10여 개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좁은 공간이었다. 참가자들은 몸이 닿을 정도로 붙어 앉아 술을 마시며 게임을 했고, 자리를 옮겨 다니며 술을 권하기도 했다.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주말에는 100명이 넘는 여행객이 해당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파티를 즐긴다고 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상황에서 휴양지를 찾은 젊은층이 파티 등에서 마스크 없이 단체로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며 ‘방역 불감증’이 감염증 재확산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티장 ‘노마스크’…“방역 이젠 유명무실”파티로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오후 10시가 되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술에 취한 참가자들은 게스트하우스 지하에 마련된 공간으로 이동했다. ‘클럽’으로 불리는 이곳에선 다들 음악에 맞춰 춤을 췄고 일부는 15만 원을 더 내고 양주를 시킨 뒤 자리를 잡고 합석을 유도했다. 클럽은 밤 12시 넘어서까지 문을 열었다. 이처럼 피서지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성행하는 파티는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 방역 수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 송모 씨(29·서울)는 휴가를 내고 친구들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았다. 송 씨는 술도 마시고 잠도 잘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파티장을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했다. 그가 지난달 29일 파티장에 들어서자 이미 30여 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게임을 하며 마스크를 벗은 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송 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은 됐지만 여름에 집에만 있긴 아쉬웠다”며 “사람들이 방역 수칙을 신경 쓰지 않고 이렇게 많이 모인 걸 보면 이제 코로나19 방역은 유명무실해진 것 같다”고 했다.○ 자율방역 유지 방침, 재확산 고리 될 수도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없이 자율방역 기조를 유지하되 이용객이 많은 대형 해수욕장 상위 50곳을 정해 ‘혼잡도 신호등’ 서비스를 제공해 피서객을 분산시키는 등 방역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피서지에서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전국에서 몰린 이들이 뒤섞일 경우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재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피서지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건 정부가 내세운 자율방역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라며 “휴가철 이후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위중증 환자 수가 급증할 수 있는 만큼 휴가지에서도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은 지키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강릉=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통일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27일 압수수색했다. 산업부뿐 아니라 다른 부처에서도 산하기관에 대한 사직 강요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지난 정부 청와대 관계자 등 ‘윗선’ 관여 여부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현욱)는 이날 오전 9시 반부터 통일부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 과기정통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등 4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기관장 인사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앞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2019년 3월 손광주 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과 임기철 전 KISTEP 원장 등에 대한 사직 강요가 있었다며 유영민 전 과기정통부 장관(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등 1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지난달 13일 직권남용 혐의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조계에선 백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으로 ‘윗선’ 수사에 제동이 걸리자 검찰이 수사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여러 부처를 들여다보면서 당시 청와대와의 연결고리를 파악해 수사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별개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박혁수)도 2017∼2018년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등 10여 명이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 인사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들로부터 사표를 받거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통일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27일 압수수색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뿐 아니라 다른 부처에서도 산하기관에 대한 사직 강요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지난 정부 청와대 관계자 등 ‘윗선’ 관여 여부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현욱)는 이날 9시 반부터 통일부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 과기정통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등 4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기관장 인사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앞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2019년 3월 손광주 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과 임기철 전 KISTEP 원장 등에 대한 사직 강요가 있었다며 유영민 전 과기정통부 장관(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등 1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지난달 13일 직권남용 혐의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조계에선 백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으로 ‘윗선’ 수사에 제동이 걸리자 검찰이 수사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여러 부처를 들여다보면서 당시 청와대와의 연결고리를 파악해 수사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별개로 서울중앙지검 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박혁수)도 2017~2018년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등 10여명이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 인사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들로부터 사표를 받거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거제=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파업이 끝나 큰 걱정거리를 하나 덜었어요.” 23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에서 동생과 함께 아귀찜 가게를 지키던 박모 씨(64)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박 씨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이후 약 50일 동안 손님 발길이 끊겨 매출이 반 토막 났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번 달에는 월세 200만 원도 내지 못했다. 그는 “손님이 없으니 전기료라도 아끼려고 찜통더위에도 에어컨을 안 켰다”며 “파업이 길어지나 싶었는데 타결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했다. 장기화되던 대우조선 하청업체 노사 협상이 타결되면서 지역 상인들은 안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파업 기간 피해가 최대 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 경제가 동반 침체됐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에 따르면 협력업체와 그 가족을 포함해 거제시 인구(약 24만 명)의 약 25%인 6만여 명이 대우조선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생활한다. 대우조선 본사가 위치한 아주동에서 식당 2곳을 운영하는 임모 씨(63)는 “파업이 더 길어지면 가게 1곳을 접어야 하나 고민했다”며 “물리적 충돌 없이 파업이 끝났으니 회식 자리도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23일 전국 71개 시민단체 회원 25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버스를 타고 거제를 찾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전날 협상 타결에 따라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지역에선 다가올 여름 휴가철에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거제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지세포항 수변공원에서는 29∼31일 ‘바다로 세계로’ 축제 등이 예정돼 있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하는 신모 씨(39)는 “파업이 타결된 뒤 밤에 맥주를 사러 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축제를 찾는 관광객까지 더해지면 상권이 곧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 등 조합원 9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23일 기각했다. 유 부지회장 등 9명은 옥포조선소 1독(dock·선박건조대)에서 건조 중인 원유운반선을 불법 점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점거 농성이 해제됐고 조합원들이 경찰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병원 치료 경과 등을 지켜본 뒤 출석일자를 조율해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거제=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거제=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파업이 끝나 큰 걱정거리를 하나 덜었어요.” 23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에서 동생과 함께 아귀찜 가게를 지키던 박모 씨(64)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박 씨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이후 약 50일 동안 손님 발길이 끊겨 매출이 반토막났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번 달에는 월세 200만 원도 내지 못했다. 그는 “손님이 없으니 전기료라도 아끼려고 찜통더위에도 에어컨을 안 켰다”며 “파업이 길어지나 싶었는데 타결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했다. 장기화되던 대우조선 하청업체 노사 협상이 타결되면서 지역 상인들은 안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파업 기간 피해가 최대 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 경제가 동반 침체됐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에 따르면 협력업체와 그 가족을 포함해 거제시 인구(약 24만 명)의 약 25%인 6만여 명이 대우조선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생활한다. 대우조선 본사가 위치한 아주동에서 식당 2곳을 운영하는 임모 씨(63)는 “파업이 더 길어지면 가게 1곳을 접어야 하나 고민했다”며 “물리적 충돌 없이 파업이 끝났으니 회식 자리도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23일 전국 71개 시민단체 회원 25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버스를 타고 거제를 찾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전날 협상 타결에 따라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지역에선 다가올 여름 휴가철에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거제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지세포항 수변공원에서는 29∼31일 ‘바다로 세계로’ 축제 등이 예정돼 있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하는 신모 씨(39)는 “파업이 타결된 뒤 밤에 맥주를 사러 온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축제를 찾는 관광객까지 더해지면 상권이 곧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 등 조합원 9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23일 기각했다. 유 부지회장 등 9명은 옥포조선소 1독(dock·선박건조대)에서 건조 중인 원유 운반선을 불법 점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점거 농성이 해제됐고 조합원들이 경찰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병원 치료 경과 등을 지켜본 뒤 출석일자를 조율해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제=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거제=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와 근로자 간 협상이 파업 51일째인 22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대우조선 추산 8000억 원대의 피해를 남기고 경찰 공권력 행사 직전까지 가면서 노정(勞政)갈등 양상으로 비화될 뻔한 거제 옥포조선소 1독의 선박점거 농성 사태도 일단락됐다. 이날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와 대우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협력업체 측)는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경까지 교섭 재개와 정회를 거듭하며 막바지 협상을 진행한 끝에 ‘임금 4.5% 인상’을 골자로 하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서에는 폐업 하청업체 4곳의 근로자들을 다른 하청업체가 고용승계하도록 노사가 최대한 노력한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교섭 막바지 핵심 쟁점이 된 민형사상 손해배상을 제소하지 않기로 한 부분은 공개 합의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양측은 이 부분에 대한 ‘비공개 합의서’를 작성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여기엔 이미 진행 중인 고용노동부 진정 및 형사소송 건은 유지하되 추가 민형사 소송은 제기하지 않기로 한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노조는 합의 이후 발생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민사책임을 지기로 했다. 피해를 입은 원청 대우조선과 하청지회 간 합의가 진행됐는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우조선은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손배소 제기가 불가피하지만 소 제기 대상을 집행부 5명으로만 한정한다는 내용을 하청지회 측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과천청사에서 발표한 정부 입장문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노사분규를 해결한 중요한 선례를 만들었다”며 “불법 점거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형사 사건은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하청지회 집행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고용부 관계자는 “교섭 타결과 별개로 현재 경찰과 고용부에 접수된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 형사사건은 원칙대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관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타결에 대해 “정부는 노사관계 개혁의 첫걸음이 산업현장의 법치주의 확립에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파업 투쟁은 사회적 승리를 거둔 것”이라며 “하청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범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한다”고 했다.‘추가 손배소 않겠다’는 조항 비공개… 노사갈등 불씨 남아[대우조선 하청노사 협상 타결]승자 없이 패자만 남은 파업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파업사태가 대우조선, 하청업체, 근로자, 지역사회 모두에 피해를 남기고 22일 마무리됐다. 재계와 노동계 모두에서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양측이 끝까지 대립했던 ‘민형사상 소송 면책 여부’는 여전히 갈등의 불씨를 살려두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비노조원 평균 인상률 못 미치는 4.5%에 합의대우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와 하청지회는 올해 임금인상률을 4.5%로 최종 합의했다. 하청지회는 지난달 2일 파업에 들어갈 당시만 하더라도 ‘임금인상률 30%’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선박 점거 농성에 따른 대우조선과 지역사회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요구안이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파업에 참가한 하청지회 소속 근로자는 21개 협력업체의 120여 명이다. 대우조선 협력업체 직원 전체 1만2000여 명 중 98%는 파업 전 이미 개별 임금 협상을 끝낸 상태였다. 이들의 임금 인상 수준은 대부분 4∼8%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하청지회 측은 51일간 파업을 하고도 비노조원들의 평균 인상률에 못 미치는 결과물을 받아든 셈이다. 폐업 협력업체에 소속된 하청지회 조합원들의 고용승계에 대해선 ‘계약종료회사 노동자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고용하기 위해 노사는 최대한 노력한다’는 문구를 별도 합의서에 명시했다. 공개된 ‘노사 합의서’에는 내년 설부터 명절과 하계휴가 때 각각 50만 원, 4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과 ‘성과금은 대우조선해양 노사협상 결과에 따른다’ ‘근로계약 기간은 1년을 기본으로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별도 합의서’에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와 노동자 임금체계 개편 등 노사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제반 후속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가칭’ 상생협력 TF팀을 구성 운영한다”고 넣었다.○ 8000억 원대 피해, 손배소로 갈등 이어질 수도51일간의 파업으로 인해 대우조선은 총 8165억 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매출 감소 6468억 원, 고정비 지출 1426억 원, 지체보상금 271억 원 등이다. 여기에 조선소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독이 마비되는 것을 본 해외 선사들이 선뜻 대우조선에 건조 물량을 발주할지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또 선박 인도 지연에 따른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 하락도 우려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된 후 새로운 인수 후보자를 찾는 데도 이번 파업이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달 하청지회 집행부 5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형사고발했다. 파업이 끝난 만큼 지금까지의 피해를 산정한 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경영진이 명백한 피해를 입고도 이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 조치될 가능성이 커서다. 대우조선이 하청지회가 요구 조건으로 내건 ‘부제소’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다. 협상에 관여한 인사에 따르면 협력업체들과 하청지회는 추가 손배소 등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비공개 합의서를 만들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 인사는 “업체별로 비공개 합의서에 서명을 받는 중”이라고 했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판단으로 (손배소 문제는) 과제로 남겼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합의에 대해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권수오 대우조선 협력사협의회장(녹산기업 대표)은 협상 타결 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나오니까 하청지회 측도 불법적인 행위가 계속되는 게 불리하다고 느끼면서 결국 합의가 이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1독을 점거했던 하청지회 조합원 7명은 모두 점거를 풀었다. 대우조선은 하청지회의 점거 농성이 풀리자마자 곧바로 완성된 선박의 진수 작업에 돌입했다. 하계휴가 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 8일부터는 건조 작업이 정상화될 예정이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거제=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거제=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사는 교섭이 극적으로 타결되기까지 21, 22일 협상과 정회를 11차례 반복하며 마라톤협상을 이어왔다. 21일에만 노사가 7차례 교섭과 정회를 이어가며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경남경찰청은 공권력 투입을 준비했다. 경찰은 21일 옥포조선소 1독(dock·선박건조대) 바닥에서 1m³ 구조물에 스스로를 감금한 채 농성을 이어오던 유최안 하청지회 부지회장 등을 현행범 체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독 내부 경찰력 진입 시 소방당국의 구조장비를 총동원하는 등 인명피해 방지 대책도 마련했으나 막판에 후폭풍을 우려해 공권력 투입을 미뤘다. 22일도 전날에 이어 경찰력이 농성장 인근에 속속 추가 배치됐다. 또 경찰 헬기가 조선소 상공을 비행하는 등 삼엄한 분위기에서 노사는 오전 8시경 교섭을 재개했다. 교섭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금융동에서 기자 접근도 차단한 가운데 정회와 속개를 거듭했다. 오전 9시 협상이 정회되자 노조 측 관계자는 “의견을 많이 좁혔다”면서도 “자칫하면 교섭이 틀어질 수 있다”라며 말을 아꼈다. 협상은 오전 11시에 재개됐다가 낮 12시 반경 다시 정회됐다. 오후 1시 40분 협상이 재개되자 ‘타결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날 협상장을 방문한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은 기자들에게 “고용승계 부분에 대해서 문구 조정만 남았고, 손해배상 소송 문제도 거의 다 됐다”고 했다. 양성필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도 협상장을 찾았다. 노사 양측은 마침내 오후 4시 15분경 협상장 옆 교통안전교육장 건물에서 잠정합의안을 발표하고 손을 맞잡았다. 유 부지회장 등의 점거 농성도 해제됐다. 51일간 지속된 파업이 종료되면서 경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남 거제경찰서는 유 부지회장 등 9명에 대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장기간 농성으로 건강상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선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스스로 경찰에 출석하면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집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거제=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거제=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대우조선해양 정규직 노조(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22일 금속노조 탈퇴를 결정할 조합원 찬반투표를 마친 뒤 개표를 진행했으나 부정투표 의혹이 제기되며 개표를 중단시켰다. 대우조선지회는 21, 22일 이틀간 대우조선지회 전 조합원을 상대로 금속노조 탈퇴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대우조선 정직원 약 8600명 중 4726명이 투표권을 갖고 있는데 이 중 4225명(89.4%)이 투표를 마쳤다. 투표 참여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대우조선지회는 금속노조를 탈퇴할 수 있다. 1차 개표 기준으로는 674표가 탈퇴에 찬성하고 689표가 탈퇴에 반대해 반대쪽 득표가 더 많았다. 그러나 이후 개표 과정에서 용지의 일련번호가 맞지 않는 표가 다수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우조선지회 측은 즉시 개표를 멈추고 투표함 보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의견이 다른 조합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조선지회는 “개표 과정을 담은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 개표가 재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투표를 무효로 처리한 뒤 대우조선의 하계휴가가 끝나는 다음 달 7일 이후 재투표를 시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거제=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대우조선해양 정규직 노조(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22일 금속노조 탈퇴를 결정할 조합원 찬반투표를 마친 뒤 개표를 진행했으나 부정투표 의혹이 제기되며 개표를 중단 시켰다. 대우조선지회는 21, 22일 이틀간 대우조선지회 전 조합원들을 상대로 금속노조 탈퇴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대우조선 정 직원 약 8600명 중 4726명이 투표권을 갖고 있는데 이 중 4225명(89.4%)이 투표를 마쳤다. 투표 참여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대우조선지회는 금속노조를 탈퇴할 수 있다. 1차 개표 기준으로는 674표가 탈퇴에 찬성하고 689표가 탈퇴에 반대해 반대 쪽 득표가 더 많았다. 그러나 이후 개표 과정에서 용지의 일련번호가 맞지 않는 표들이 다수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우조선지회 측은 즉시 개표를 멈추고 투표함 보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의견이 다른 조합원들 간 고성이 오가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조선지회는 “개표 과정을 담은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 개표가 재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투표를 무효로 처리한 뒤 대우조선의 하계휴가가 끝나는 다음달 7일 이후 재투표를 시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거제=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다른 지역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살 만해졌다는데, 우리는 더 힘들어졌어요.” 21일 오전 경남 거제 옥포중앙시장. 과일가게 사장 신모 씨(52)는 한산한 시장 거리를 바라보다 “어제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이 50일째 이어지면서 지역 경기가 급격히 냉각됐다는 것. 신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보다도 매출이 10% 넘게 줄었다”고 했다.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거제 인근 지역 상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파업에 따른 피해가 최대 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 경제가 동반 침체되는 모습이다.○ “코로나19보다 파업이 더 힘들다”대우조선 본사가 위치한 거제시 아주동에서 10년째 족발집을 운영하는 박진규 씨(61)는 최근 대출을 받아야 할지 고민 중이다. 하청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지난달 2일 이후 회식 등이 줄면서 매출이 절반 가까이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이미 코로나19 때문에 1억 원 넘게 대출을 받았는데, 월세 내기도 힘들어 1000만 원 정도 대출을 받을지 고민”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조선소 점거 농성으로 잔업 근무가 크게 줄어든 대우조선 및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이 감소한 것도 상인들의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대우조선에 따르면 정규직 근로자와 협력업체 직원 및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거제시 인구(약 24만 명)의 약 25%인 6만여 명이 대우조선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의 씀씀이가 줄면 거제 상권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의 한 직원은 “파업 때문에 2주 전부터 아예 잔업을 못 하게 됐다”며 “이달 월급은 평소보다 100만 원 가까이 줄어들 것 같다”고 했다. 이 때문에 거제 지역 상인과 주민들은 ‘조선소 파업 장기화는 거제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해 독 게이트를 열어 주세요’ 등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시내 곳곳에 설치하고 파업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휴가철 대목 놓칠까 걱정”장기화된 파업으로 ‘휴가철 대목’을 놓칠까 싶어 우려하는 상인들도 적지 않다. 거제 지세포항 수변공원에선 29∼31일 ‘바다로 세계로’ 축제가 예정돼 있지만, 벌써부터 예년과 같은 특수를 누리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61)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관광객도 줄어든다는데, 파업이 길어지면 인근 지역에서도 안 올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다만 일부 상인들 사이에선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야 지역 경제도 산다”며 파업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다. 옥포중앙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A 씨는 “요즘 청년 중에 누가 비정규직으로 푼돈을 받으며 조선소에 남아있겠느냐”며 “거제에 젊은 층이 유입되려면 고생하는 만큼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고 했다.거제=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정부가 공권력 행사로 파국을 만들면 즉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윤장혁 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대우조선 망치는 금속노조 물러나라. 불법 파업 공권력으로 정리하라.”(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및 회사 임직원)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이 49일째 이어지면서 노동계 내부의 ‘노노(勞勞)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는 20일 오후 2시 반부터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서 조합원 5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영호남권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지금은 투쟁해야 할 때’ 등의 팻말을 들고 정문에서 서문까지 1.9km 구간을 행진했다. 이에 맞서 대우조선 거제 공장 안에선 정규직 임직원 등 4000여 명(경찰 추산)이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우조선 직원들은 ‘낄 때 안 낄 때 구분 못 하는 금속노조 물러가라’며 상급 교섭단체인 금속노조를 비판했다. 또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옥포조선소 1독(dock·선박건조대) 농성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대편에서 행진한 양측은 공장 서문에서 만났고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 욕설이 오갔지만 경찰과 회사 측이 양측을 분리해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20일 오전에는 대우조선 사무직 직원이 1독 농성 현장 바로 옆에서 ‘맞불 농성’도 시작했다. 한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파업 현장을 방문해 하청업체 노사 협상을 중재했다. 양측은 임금인상률 등에 대해선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하청업체 노조 측이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협상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오후 7시 반부터 늦은 밤까지 협상을 이어갔다. 이 장관은 ‘사태 해결을 돕겠다’며 거제 인근 호텔에서 늦은 시간까지 대기했다. 정부는 엄격한 법적 대응을 재차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제주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행사에 참석해 “거대 노조의 불법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날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은 공권력 투입 가능성에 대해 “더 답변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거제 옥포조선소앞 勞勞 갈등 현장금속노조 조합원 ‘총파업 결의’ 집결… “노조 목소리 외면하는 尹정부 심판”대우조선 지회 “불법점거 중단하라”… 사무직 직원, 25m 선반 올라가 농성경찰 8개중대 배치해 돌발상황 대비… 현수막 훼손-직원 폭행도 발생대우조선, 오늘 금속노조 탈퇴 투표 20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정문. 오후 2시가 가까워오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 5000여 명(경찰 추산)이 ‘영호남권 총파업 결의대회’를 위해 속속 집결했다. 비슷한 시간 옥포조선소 내부에선 대우조선 정규직 노조(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와 사무직 직원 4000여 명이 모였다.○ “윤석열 정부 심판” vs “불법 점거 중단”이날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이 49일째 이어지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안팎에선 노노(勞勞) 갈등으로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금속노조는 이날 대우조선 하청업체 노조(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와 연대투쟁을 벌이겠다며 서울과 거제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윤장혁 위원장은 거제 결의대회에서 ‘지금이 투쟁해야 할 때’라는 문구가 걸린 단상에 올라 “윤석열 정부에 대해 심판 투쟁할 것을 이 자리에서 결의한다”고 선언했다. 서울 등 수도권 금속노조 조합원 약 5000명(주최 측 추산)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용산구 삼각지역까지 행진한 뒤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은 (하청업체 노조의) 주장을 들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불법 집회로 낙인을 찍고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며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대우조선 정규직 노조와 사무직 직원들은 조선소 안에서 파업 중단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하청지회가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는 1독(dock·선박건조대)은 대우조선의 심장”이라며 “대우조선 2만 구성원의 심장에 비수를 꽂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금속노조가 결의대회 후 조선소 서문 앞으로 행진하고, 대우조선 임직원들도 조선소 내에서 서문 쪽으로 이동하면서 양측 간 거리는 20m까지 줄었다. 다만 경찰과 대우조선 측이 서문을 봉쇄하면서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일부 조합원이 서로를 향해 욕설을 주고받고 사진을 찍으면서 한때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경찰은 양측이 모두 해산한 오후 5시 20분까지 8개 중대 670여 명을 배치해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대우조선 사무직 직원 ‘맞불 농성’하청업체 노조 파업을 둘러싼 노노 갈등은 폭행 사건이 발생하는 등 임계점을 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19일 오후 9시 36분경 대우조선 직원 A 씨는 술에 취해 금속노조 등이 조선소 내에 설치한 현수막 17개를 커터로 훼손했다. 그러자 이를 목격한 하청지회 조합원 B 씨가 A 씨를 폭행해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A 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B 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다. 29일째 하청업체 노조원들의 농성이 이어지는 옥포조선소 1독에선 20일 오전 7시 20분경부터 대우조선 사무직 직원의 ‘맞불 농성’이 시작됐다. 사무직 직원 C 씨는 하청업체 노조원이 고공농성 중인 현장과 격벽을 사이에 두고 25m 높이의 철제 선반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C 씨가 농성 중인 하청업체 조합원들을 향해 “물 들어온다, 배 띄우자, 하청노조 물러나라”고 외치자 한때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대우조선지회는 21∼22일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금속노조 탈퇴 여부를 결정한다. 조합원 절반 이상이 투표해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대우조선 정규직 노조는 금속노조에 가입한 지 4년 만에 다시 탈퇴하게 된다. 경찰은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공권력 투입 수순으로 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전담 수사팀 수사 인력을 보강하고 안전진단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진입로가 좁고 현장에 시너 통이 여럿 반입되는 등 대형 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진입 방법 등을 두고 여러 시나리오를 짜며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거제=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거제=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거제=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선박건조대(독·dock)를 점거하고 파업을 벌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노조원과 대우조선지회(대우조선해양 정규직 노조) 노조원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등 ‘노노(勞勞) 갈등’이 커지고 있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36분경 대우조선 직원 A 씨(42)는 술에 취해 대우조선 회사 내에 설치된 금속노조 등의 현수막 17개를 칼을 이용해 찢었다. 지회노조가 50일 가까이 파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근무에 차질이 생기자 불만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목격한 하청지회 조합원 B 씨가 이에 항의하다가 A 씨를 폭행했다. B 씨는 실랑이 도중 넘어진 A 씨를 발로 가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며 더 큰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자 간 갈등은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20일 오전 7시경 대우조선해양 근로자 1명이 하청지회의 파업 철회를 요구하며 맞불 농성에 들어갔다. 해당 근로자는 하청지회 노조원이 점거한 대우조선해양 1독 농성장 인근 다른 블록에서 농성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거제=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술자리를 마친 뒤 집 방향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함께 귀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잘 모르는 남학생과는 절대 그러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18일 서울의 한 사립대 캠퍼스에서 만난 여학생 김모 씨(21)는 최근 인천 인하대 캠퍼스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망 사건 이후 남학생들과의 술자리를 경계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같이 술을 마신 동기생이 혹시 이상한 짓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어 불안하다”라고 했다. 15일 인하대 캠퍼스에선 이 대학 1학년 학생이 같은 동아리 1학년생으로부터 성폭행당한 후 3층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거리 두기 해제 후 대학가 성범죄 잇따라4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후 대면수업이 재개되면서 최근 대학 캠퍼스 내 성범죄도 이어지고 있다. 4일 서울 연세대에선 의대생 A 씨(21)가 교내 여자화장실에서 휴대전화로 옆 칸 학생을 촬영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지난달 고려대에서는 축제 기간 30대 남성 B 씨가 캠코더 등으로 다수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붙잡혔다. 5월에도 성균관대 축제에서 성추행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면수업과 함께 3년 만에 대학 축제가 부활하고 동아리 모임 등으로 술자리가 늘어난 것도 성범죄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장모 씨(22)는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술자리가 잦아졌는데, 동기나 선후배 학생이 술에 취해 스킨십을 해 불쾌할 때가 종종 있다”고 했다.○ “캠퍼스 내 CCTV 늘릴 것”대학 및 교육 당국은 캠퍼스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하대 측은 18일 회의를 열고 캠퍼스 보안 강화 방안을 검토했다. 학교 측은 교내 건물에 사전 승인받은 학생만 출입할 수 있도록 하거나, 출입 시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내 폐쇄회로(CC)TV를 추가 설치하고 보안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인하대 관계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 특별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가해자는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학칙에 따라 퇴학 등 조치하겠다”라고 했다. 다른 대학들도 고심 중이다. 한 서울 소재 대학본부 관계자는 “우리 학교에서 (인하대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야간 캠퍼스 내 순찰 강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인하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앞으로 대학 캠퍼스 내 야간 출입 관리를 강화하고 방범시설을 늘리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이와 함께 현재 운영 중인 대학생 대상 성폭력 예방교육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별도의 특별교육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인하대에선 연일 학생과 시민들의 피해자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요구로 캠퍼스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 함준우 씨(25)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 피해자가 너무 안타깝다”라며 “성범죄 처벌이 강화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인하대 측은 유족 요청에 따라 추모공간 운영을 이날 오후 중단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술자리를 마친 뒤 집 방향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함께 귀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잘 모르는 남학생과는 절대 그러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18일 서울의 한 사립대 캠퍼스에서 만난 여학생 김모 씨(21)는 최근 인천 인하대 캠퍼스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망 사건 이후 남학생들과의 술자리를 경계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같이 술을 마신 동기생이 혹시 이상한 짓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어 불안하다”라고 했다. 15일 인하대 캠퍼스에선 이 대학 1학년 학생이 같은 동아리 1학년생으로부터 성폭행 당한 후 3층에서 추락해 사망했다.●거리두기 해제 후 대학가 성범죄 잇따라4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후 대면수업이 재개되면서 최근 대학 캠퍼스 내 성범죄도 이어지고 있다. 4일 서울 연세대에선 의대생 A 씨(21)가 교내 여자화장실에서 휴대전화로 옆 칸 학생을 촬영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지난달 고려대에서는 축제가 벌어지던 중 30대 남성 B 씨가 캠코더 등으로 다수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붙잡혔다. 5월에도 성균관대 축제에서 성추행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면수업과 함께 3년 만에 대학 축제가 부활하고 동아리 모임 등으로 술자리가 늘어난 것도 성범죄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소재 대학 재학 중인 장모 씨(22)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 술자리가 잦아졌는데, 동기나 선후배 학생이 술에 취해 스킨십을 해 불쾌할 때가 종종 있다”고 했다.●“캠퍼스 내 폐쇄회로(CC)TV 늘릴 것”대학 및 교육 당국은 캠퍼스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하대 측은 18일 회의를 열고 캠퍼스 보안 강화 방안을 검토했다. 학교 측은 교내 건물에 사전 승인받은 학생만 출입할 수 있도록 하거나, 출입 시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내 폐쇄회로(CC)TV를 추가 설치하고 보안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인하대 관계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 특별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가해자는 수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학칙에 따라 퇴학 등 조치하겠다”라고 했다. 다른 대학들도 고심 중이다. 한 서울 소재 대학본부 관계자는 “우리 학교에서 (인하대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야간 캠퍼스 내 순찰 강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인하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 앞으로 대학 캠퍼스 내 야간 출입 관리를 강화하고 방범시설을 늘리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이와 함께 현재 운영 중인 대학생 대상 성폭력 예방교육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별도의 특별교육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인하대에선 연일 학생과 시민들의 피해자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요구로 캠퍼스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 함준우 씨(25)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 피해자가 너무 안타깝다”라며 “성범죄 처벌이 강화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인하대 측은 유족 요청에 따라 추모공간 운영을 이날 오후 중단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경기 화성시에 사는 정모 씨(19)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올 5월부터 대학가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 매주 15시간 일하는 정 씨의 시급은 800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9160원)보다 1160원(약 13%) 적다. 그런데 편의점 점주는 최근 “이달 말부터 시급 5000원에 일해 달라”라고 제안했다. 여름방학이라 대학생 손님이 적어지니 시급도 깎겠다는 것이었다. 정 씨는 10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돈은 필요한데, 근처에 일할 곳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한 달만 시간당 5000원을 받고 일하기로 했다”고 하소연했다.○ 셋 중 한 명은 최저임금 못 받아13일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이 최저임금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4세 이하 근로자 중 최저임금(시급 8720원)을 받지 못한 비율은 33.7%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연령층 평균(15.3%)의 두 배 이상이다. 24세 이하 근로자의 최저임금 미달 비율은 2017년 28.2%에서 2018년 32.3%로 급상승한 이후 해마다 30%대 중반을 오가고 있다. 김 의원 측은 “최저임금위원회가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 부가조사’를 분석한 추정치”라며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경기 부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지자 빠르게 오른 최저임금 수준을 지급할 여력을 갖춘 사업장이 줄어들었다. 고용 시장이 위축된 영향을 청년층이 받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고용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지만 실제로 신고와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에 줄어든 ‘알바’젊은이들이 최저임금 미만의 시급을 감수하는 것은 더 좋은 조건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충북 청주시의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김모 씨(19)는 시급으로 최저임금보다 660원 적은 8500원을 받고 있다. 김 씨는 “사장이 ‘장사가 안 된다’며 임금을 깎았다. 부당한 건 알지만 근처에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 항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이중고’ 때문에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최저임금을 줄 수 없다고 항변한다. 최저임금은 2017년 시간당 6470원에서 5년 동안 41.6%나 올랐다. 일부 영세 자영업자는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가족 등을 동원하거나 직접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있다. ‘아르바이트생 또는 직원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는 자영업자’는 2017년 5월 411만6000명에서 올해 5월 431만6000명으로 20만 명가량 늘었다.○ 최저임금 올라도…‘그림의 떡’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올해 대비 5.0% 올랐지만 ‘그림의 떡’이라고 푸념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대전의 한 고깃집에서 시급 9160원에 주 25시간가량을 일하는 대학생 박모 씨(21)는 “주휴수당이나 야간수당 등을 못 받다 보니 실제로는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셈”이라면서도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근무조건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이어지고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일자리가 부족해지면 고용시장의 취약한 고리인 젊은층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이라고 지적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최근 ‘BA.5’ 변이 유행과 함께 다시 거세지면서 시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에 걸린 적 없는 이른바 ‘네버 코비드(Never COVID)족’ 가운데는 ‘이제 내 차례일 수 있다’는 심정으로 불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국내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는 1852만여 명(11일 0시 기준)으로 아직 코로나19에 안 걸린 사람이 더 많다.○ ‘이제 내 차례인가’ 불안 증폭두 아이와 남편 등 일가족이 모두 코로나19에 걸린 적 없다는 서울의 주부 김모 씨(29)는 요즘 뉴스를 보며 4세 아들을 어린이집에 안 보내기로 했다. 김 씨는 “어린이집에서 같이 놀던 친구가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당분간 낮에도 아이를 집에서 돌보려고 한다”고 했다. 여름휴가 계획을 바꾸는 이들도 적지 않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적 없는 전남 목포의 공무원 김모 씨(36)는 휴가 장소를 남해 해수욕장에서 독채 펜션으로 바꿨다. 이 씨는 “사람이 몰리는 해수욕장에 갔다가 이제 와 코로나19에 걸리면 억울할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 용인시의 직장인 이모 씨(25)도 지인 중에 속속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다음 달 워터파크에 놀러가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이 씨는 “3년 만에 워터파크에 갈 생각에 들떴는데, 확산세가 더 심해질 것 같아 포기했다”고 했다. 11일 방역당국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까지 국내 신규 확진자는 3만3000명을 넘었다. ○ ‘매출 이제 간신히 회복 중인데…’자영업자들은 매출 걱정에 울상이다. 서울 중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 씨(54)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제야 좀 살 만해졌는데, 재유행으로 다시 손님 발길이 끊기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정 씨의 식당은 코로나19 사태 기간 매출이 반 토막 났다가 올 4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간신히 회복하는 중이다. 서울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윤모 씨(62)도 “재료값이 올라 걱정인데 코로나19까지 재유행한다니 마음 편할 날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42) 역시 “최근 직원을 새로 뽑았는데,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 다시 내보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했다.○ 방역 물품 찾는 이도 늘어미리 자가검사키트와 마스크를 사두는 이들도 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모 씨(41)는 “1, 2주 전까지만 해도 한번 자가검사키트를 주문하면 일주일은 팔았는데, 지난 주말에는 이틀 만에 모두 팔려 추가 주문했다”고 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10일 마스크와 자가검사키트 매출은 한 달 전과 비교해 각각 245%, 93% 늘었다. 서울의 직장인 조모 씨(45)는 “방역 물품이 다시 품귀 현상을 빚을까 싶어 미리 조금씩 여유 있게 사서 집에 모아두고 있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BA.5’는 이미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도 재감염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의심 증상이 있으면 가능한 한 서둘러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만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은 선별진료소에서 무료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있고, 만 60세 미만은 병원에서 유료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면 된다. 동거인이 확진된 경우 동거인 검사일로부터 3일 내 선별진료소에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주식에서 수천만 원을 잃으니, 정신적 충격에 한동안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3년간 대기업에서 일하며 모은 결혼 비용으로 주식에 투자했던 20대 A 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하소연했다. 그는 대출까지 받아 약 1억 원을 투자했는데 최근 주가가 고꾸라지면서 수천만 원의 손실을 봤다. A 씨는 계획했던 결혼을 미뤘고, 스트레스 탓에 회사 업무도 못 할 지경이 되자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표를 냈다. 폭식으로 건강도 악화된 채로 지금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 채 주식창을 들여다보기가 일쑤라고 했다. 최근 주식과 가상화폐 등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속칭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섰다가 큰 손실을 보고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20, 30대가 늘고 있다. 허탈감 속에 관련 상담센터를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폭락장 직격탄 맞은 2030세대11일 한국예탁결제원과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30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의 41%, 가상자산시장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하락장에서 손실을 본 이들 중에도 2030세대가 많다는 뜻이다. 영어학원 강사였던 30대 직장인 B 씨는 2019년 한때 주식 투자에서 매일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수익이 나자 직장을 그만두고 갖고 있던 자금을 모두 털어 전업 투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코스피가 최근 1년 동안 약 30% 하락하는 바람에 1억 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충격을 받은 B 씨는 심리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B 씨는 “남편에게 돈을 잃었다는 말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가상자산에 투자했던 젊은층에서도 피해가 심각하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에서 일하는 30대 C 씨는 가상자산 투자로 재미를 보다가 최근 ‘루나 사태’가 터지면서 투자 원금을 대부분 날렸다. C 씨는 “공들인 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며 “허탈한 심정을 달래기 위해 술을 너무 자주 마시는 것 같아 스스로도 걱정”이라고 했다.○ 정신적 충격에 중독 증상까지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주식 중독’ 치료를 위해 센터를 찾는 상담자는 2019년 591명에서 지난해 1627명으로 약 2.8배가 됐다. 센터 관계자는 “특히 가상자산 등 투자 중독에 빠져 센터를 찾는 젊은 세대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며 “전세금까지 빼 투자하면서도 본인은 중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가족의 권유로 센터를 찾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빼앗겼다는 박탈감 속에서 투기에 가까운 투자에 나섰다가 손해를 보고 우울감에 빠진 20, 30대가 적지 않다”며 “중독 증상이 있거나 우울감이 심하면 상담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청년층 회생 돕겠다” 지원 방안 논란도투자 실패로 인한 청년층의 고통이 커지자 서울회생법원은 1일부터 실무준칙을 바꾸면서 주식·가상자산 투자로 생긴 손실은 개인회생을 위한 변제금을 산정할 때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개인회생은 채무자가 일정 기간 빚 일부를 갚으면 나머지 빚이 탕감되는 제도다. 예를 들면 1억 원을 빌려서 투자했다가 7000만 원의 손실이 난 경우 기존에는 1억 원에 나머지 재산을 더한 금액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변제율)을 갚아야 회생이 가능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손실을 입은 7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3000만 원만 재산에 더해 갚을 금액을 산정하겠다는 것이다. 서울회생법원은 “20, 30대 채무자들의 경제 활동 복귀가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가상자산 투자자는 “과도한 투자에 대해 당국이 면책권을 주는 것 같다”며 “다른 지역 법원 채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해마다 ‘몸짱 경찰 달력’을 만들고 수익금을 학대 피해 아동 등에게 기부해 온 경찰관 박성용 경위(42)가 올해는 건강상의 문제로 달력을 만들지 못한다고 밝혔다. 박 경위는 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해 미스터폴리스 (대회 개최) 및 경찰 달력 제작은 어려울 것 같다”라며 “지난 4년간 쉼 없이 달려왔는데 건강상의 이유로 올해는 제작이 불가능하게 됐다”라는 글을 남겼다. 박 경위는 “두통과 어지러움증으로 실신해 대학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고, 정밀검사 결과 뇌동맥협착 진단 소견을 받았다”라며 “현재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진통제가 없으면 생활이 힘들 정도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박 경위는 2018년부터 ‘미스터폴리스’ 대회를 열어 경찰관 모델을 선발한 뒤 이들의 사진을 담은 달력을 제작 판매했다. 지난해까지 달력 판매 수익금 총 7250만 원을 학대 피해 아동과 산불 피해 주민 등을 돕는 데 기부했다. 박 경위는 기부 배경에 대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국가보조금으로 유년시절을 보냈다. 성인이 되면 (사회에) 은혜를 갚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헬스트레이너로 활동하다 2008년 경찰이 된 박 경위는 ‘몸짱’ 경찰로 유명해졌다. 운동으로 다져진 팔뚝 등의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한국의 드웨인 존슨(미국의 프로레슬러 출신 배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09~2012년 4년 연속 지역 경찰 전국 범인 검거율 1위를 기록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최근 치러진 국가공무원 5급 행정직 공채(행정고시) 2차 시험 문제 중 정치학 과목 2문항이 서울 소재 A대가 운영하는 고시준비반 자체 모의고사 문제와 유사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행정직 공채 2차 시험 정치학 과목(100점 만점)은 논술형 문제가 출제된다. 지난달 28일 치러진 시험에선 제1문 2번 문항(20점)으로 ‘뉴 미디어의 확산이 여론과 정치성향의 양극화에 미치는 영향을 논하시오’라는 문제가, 제2문 1번 문항(10점)으로 ‘립셋과 로칸의 사회 균열 개념을 설명하고 그에 기초한 정당과 유권자 간 관계의 형성 및 변화에 대해 논하시오’가 출제됐다. 최근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이 두 문항이 행정직 공채 시험보다 19일 앞선 지난달 9일 치러진 A대 고시반 모의고사 문제와 거의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모의고사에서 ‘소셜미디어/SNS와 인터넷 등 새로운 언론 및 정보 환경 등이 정서적 양극화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하시오’ ‘정당체계의 생성과 발전에 대한 립셋과 로칸의 모델을 간단히 설명하고, 위에서 제시한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정당 체계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지 논하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됐다는 것이다. 일부 수험생은 “공채 시험 문제가 사전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시험에 응시한 정모 씨(27)는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데 (두 문항 배점을 더한) 30점은 비중이 엄청나다”라며 “시험 주관기관이 의혹을 명백하게 밝히길 바란다”라고 했다. A대 고시반 문제를 출제한 것으로 전해진 B 교수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모의고사 문제를 출제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은 말도 안 된다고 부인했다. 그는 “최근 유행하는 주제이다 보니 출제위원도 관심을 갖고 같은 주제로 문제를 낸 것 같다”라고 했다. 인사혁신처 역시 본보에 서면 답변을 보내 “이번 공채 시험 정치학 과목 출제위원 6명 가운데 A대 교수는 없다. 시의성 있는 주제로, 일반적으로 출제될 수 있는 문제였다”고 해명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