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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 항공기에 탑승했던 제주 지역 초중등 육상 선수단이 26일 울산으로 이동해 단체 트라우마 치료를 받았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아시아나항공 OZ8124편 항공기에 탑승한 제주 지역 초중등 육상 선수단 38명과 인솔자 10여 명은 이날 밤 울산 인근에서 트라우마 치료를 받았다. 비행 중 출입문이 열리는 사고를 경험한 충격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194명을 태우고 오전 11시 40분경 제주공항을 출발한 해당 항공기에서는 착륙을 앞둔 낮 12시 35분경 지상 250m 상공에서 출입문이 갑자기 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항공기 출입문 개방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승객 9명은 과호흡 증세를 보여 착륙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밤 퇴원했다. 입원했던 9명은 대부분 제주 지역 초중등 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에 탑승한 육상 선수단은 다음날인 27일부터 28일까지 울산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퇴원한 선수들은 울산 지역으로 이동했지만 이날 사고로 다수의 선수가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 이에 제주교육청은 육상 선수단 전원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를 울산 현지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지도자 A 씨는 “28일 제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아이들이 비행기를 다시 타는 게 두렵다고 얘기하고 있다. 대회는 차치하고라도 돌아가는 과정이 걱정”이라고 했다. 선수단 일부는 대회 출전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30대 남성 탑승객 이모 씨가 고의로 항공기 출입문 연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이모 씨를 착륙 직후 체포해 범행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제주에서 혼자 탑승한 이 씨는 체포 후 범행 동기 등에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상적인 대화를 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한 뒤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구민기 기자 k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안내받은 대로 물을 뿌려도 금방 다시 날아와 달라붙어요.” 서울 송파구 잠실 한강공원 인근 편의점에서 일하는 한호택 씨(59)는 21일 저녁 편의점 간판에 빼곡하게 붙은 동양하루살이들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서울과 경기 지역 일대에 일명 ‘팅커벨’로 불리는 동양하루살이가 무더기로 출몰하면서 인근 시민과 상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1일 저녁 약 3시간 동안 서울 강동·성동·송파구와 경기 남양주시 일대를 돌아본 결과 상점 벽면이나 간판 주위에 동양하루살이가 수백 마리씩 모여 있는 곳이 쉽게 눈에 띄었다. 지자체에선 물을 뿌리면 날개가 젖어 쉽게 떨어진다고 안내했지만 취재팀이 직접 분무기로 물을 뿌려도 크기가 큰 경우 잘 떨어지지 않았고, 떼어낸 후에도 불과 10분 만에 다시 빼곡하게 벽면에 들러붙었다. 동양하루살이들은 빛이 나오는 쪽에 달라붙는 습성이 있다. 암사역 인근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유옥란 씨(50)는 “가게 내부 조명이 새어나가 벌레가 몰려들까 봐 마감 3시간 전부터 창문 블라인드를 내려놓는다”며 “포장된 빵 위에도 벌레가 올라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빗자루로 쓸어내린다”고 했다. 동양하루살이들은 사람에게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지만 징그럽다는 민원이 폭주하면서 지자체도 대책을 고심 중이다. 한편 서울 강남구에선 외래종 흰개미가 발생해 환경부가 긴급 대처에 나섰다. 환경부는 전날(17일) 강남구 논현동 주택에서 발견된 흰개미와 관련해 18, 19일 현장조사와 긴급 방제를 실시한 데 이어 22일 농림축산검역본부, 산림청 등 유관 기관과 합동 역학조사를 벌였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안내 받은대로 물을 뿌려도 금방 다시 날아와 달라붙어요.” 서울 송파구 잠실 한강공원 인근 편의점에서 일하는 한호택 씨(59)는 21일 저녁 편의점 간판에 빼곡하게 붙은 동양하루살이들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한 씨는 “이달 초부터 너무 많이 날아들어오기 시작했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손님들이 많아 지방자치단체에서 안내해준대로 물을 뿌려봤지만 효과는 일시적”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최근 서울과 경기 지역 일대에 일명 ‘팅커벨’로 불리는 동양하루살이가 무더기로 출몰하면서 인근 시민과 상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1일 저녁 약 3시간 동안 서울 강동·성동·송파구와 경기 남양주시 일대를 돌아본 결과 상점 벽면이나 간판 주위에 동양하루살이 수백 마리씩 모여 있는 곳이 쉽게 눈에 띄였다. 지자체에선 물을 뿌리면 날개가 젖어 쉽게 떨어진다고 안내했지만 취재팀이 직접 분무기로 물을 뿌려도 크기가 큰 경우 잘 떨어지지 않았고, 떼어낸 후에도 불과 10분 만에 다시 빼곡하게 벽면에 들러붙었다. 동양하루살이들은 빛이 나오는 쪽에 달라붙는 습성이 있다. 암사역 인근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유옥란 씨(50)는 “가게 내부 조명이 새어나가 벌레가 몰려들까봐 마감 3시간 전부터 창문 블라인드를 내려놓는다”며 “포장된 빵 위에도 벌레가 올라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빗자루로 쓸어내린다”고 했다. 동양하루살이들은 사람에게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지만 징그럽다는 민원이 폭주하면서 지자체도 대책을 고심 중이다. 성동구는 홈페이지를 통해 동양하루살이 대처 요령을 안내하고 있고, 경기 남양주시는 동양하루살이의 천적으로 알려진 붕어 수십만 마리를 방류했다고 밝혔다. 배연재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급증한 수온이 동양하루살이의 서식 환경과 잘 맞아 개체 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남구에선 외래종 흰개미가 발생해 환경부가 긴급 대처에 나섰다. 환경부는 전날(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주택에서 발견된 흰개미와 관련해 18, 19일 현장조사와 긴급 방제를 실시한 데 이어 22일 농림축산검역본부, 산림청 등 유관 기관과 합동 역학조사를 벌였다. 이 흰개미는 나무 속에 서식하면서 목조건물 붕괴 사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아무리 배달이 급해도 그렇지 너무하네요!” 20일 오후 2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주말 나들이를 나온 시민 10여 명이 배달음식을 픽업하는 ‘배달존’에 모여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토바이 한 대가 시속 30km가량의 속도로 배달존 앞 도로를 달리다가 보행자와 부딪히기 직전 멈췄다. 간신히 사고를 피한 직장인 김모 씨는 “휴대전화로 친구 전화를 받으며 길을 건너다가 미처 오토바이를 보지 못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마무리되고 날이 풀리면서 최근 한강 나들이객과 함께 한강공원으로 음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도 덩달아 늘었다. 그런데 배달 오토바이들이 역주행과 과속을 일삼으며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불안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역주행에 인도 질주까지 무법천지이날 오후 5시경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 배달존에도 시민 30여 명이 배달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인파가 몰리면서 주차장에 진입하려는 차들로 긴 줄이 생겼고 배달존으로 진입하는 회전교차로 정체가 심해졌다. 그러자 배달 오토바이 대부분은 빠른 배달을 위해 반대편 차로로 역주행을 감행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0분가량 지켜본 결과 배달 오토바이 20대 중 18대가 역주행을 했고, 그중 3대는 막히는 차로를 피해 인도로 질주했다. 불법 유턴을 시도하던 택시와 역주행하던 오토바이 3대가 부딪힐 뻔한 위험한 상황도 연출됐다. 역주행한 경우 범칙금 4만 원과 벌점 30점 처분 대상이지만 단속된 오토바이는 한 대도 없었다. 직장인 최모 씨(31)는 “한강공원에서 인도를 달리는 오토바이를 보게 될 줄 몰랐다”며 고개를 저었다. 배달존이 붐비자 인근 자전거 도로를 질주하며 음식을 직접 손님들에게 배달하는 오토바이도 눈에 띄었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 도로에서 오토바이 운행은 금지돼 있다. 자전거를 타고 있던 회사원 박현기 씨(43)는 “휴일이라 자전거를 타는 시민도 많은데 한강을 관리하는 측에서 오토바이가 진입하는 걸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관계자는 “오토바이가 자전거 도로에서 운행할 경우 범칙금 3만 원을 부과할 수 있지만 인원 부족 등의 문제로 한강공원 자전거 도로까진 단속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시속 40km ‘자전거 폭주족’도 행인 위협배달 오토바이 외에 시속 4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 폭주족’도 행인들에게는 위협의 대상이었다. 서울시는 한강공원 내 자전거 주행 속도를 시속 20km 이하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취재팀이 19일 오후 7시경 서울 반포 한강공원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의 속도를 측정한 결과 5분 동안 달린 20명 중 12명이 권고를 어기고 시속 20km 이상으로 달리고 있었다. 시속 30km 이상으로 달리는 자전거도 5대에 달했다. 한 자전거는 좁은 구간에서 시속 4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앞 자전거를 추월하려다가 보행자와 충돌할 뻔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자전거 속도 제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지난해 서울시가 사고 위험이 큰 지역에서 자전거 속도를 시속 20km 이내로 제한하고 어길 경우 처벌하는 방향으로 도로교통법 개정을 요구했지만 아직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8세 딸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김아랑 씨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 때문에 가슴이 철렁했던 적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2024년까지 한강공원 내 저속 자전거 도로를 지정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검찰이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수감 중) 등 주가조작 세력의 투자수수료 창구로 지목된 갤러리를 19일 압수수색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이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갤러리와 갤러리 대표의 자택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회계장부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라 대표 일당이 이 갤러리를 투자자들에게 소개해 그림을 사게 한 뒤 그림은 보내지 않는 수법으로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라 씨에게 맡긴 투자금이 손실을 보자 라 씨로부터 고가의 외제차량과 시계 등을 받은 투자자 진모 씨의 주거지와 사무실도 이날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라 씨가 진 씨에게 금품을 준 행위도 범죄수익을 은닉할 목적이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라 씨의 주변 인물에 대한 구속영장을 추가로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라 대표 일당이 주가를 띄워 약 2642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고, 이 중 1321억 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이들이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투자자 계좌 116개를 이용해 1200여 회에 걸쳐 474억 원어치 주식을 통정매매한 정황도 파악했다. 통정매매란 매수자와 매도자가 미리 짜고 특정 가격에 거래하는 행위로 대표적인 주가조작 수법이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고교생 2명이 무면허로 전동 킥보드 1대를 함께 타고 가다 택시와 충돌해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18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택시 기사 A 씨(62)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택시를 몰던 A 씨는 16일 오전 1시 24분경 서울 서초구 반포동 지하철 9호선 사평역 인근 횡단보도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있던 B 양(17)과 C 양(17)을 치어 C 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 양은 뒤에 친구 C 양을 태우고 보행자 신호등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택시와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교생들은 면허가 없어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있다고 체크하면 빌릴 수 있다는 허점을 이용해 전동 킥보드를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모도 쓰지 않았다. 두 고교생은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C 양은 16일 오전 9시 50분경 사망했다. B 양은 골절상 등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경찰은 B 양을 도로교통법상 횡단 등의 금지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고교생 2명이 무면허로 전동 킥보드 1대를 함께 타고 가다 택시와 충돌해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18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택시기사 A 씨(62)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택시를 몰던 A 씨는 16일 오전 1시 24분경 서울 서초구 반포동 지하철 9호선 사평역 인근 횡단보도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있던 B 양(17)과 C 양(17)을 치어 C 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 양은 뒤에 친구 C 양을 태우고 보행자 신호등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택시와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교생들은 면허가 없어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있다고 체크하면 빌릴 수 있다는 허점을 이용해 전동 킥보드를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모도 쓰지 않았다. 두 고교생은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C 양은 16일 오전 9시 50분경 사망했다. B 양은 골절상 등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경찰은 B 양을 도로교통법상 횡단 등의 금지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택시기사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고교생들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와 B 양은 모두 음주 상태는 아니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챗GPT가 바꾼 대학 중간고사 지난해 말 선보인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대학가 중간고사 풍경을 바꾸고 있다. 일부 대학은 무조건 사용을 막는 대신에 챗GPT를 적극 활용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사고 능력을 테스트하는 방식으로 시험 방식을 바꿔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챗GPT 답변 중 중 틀린 내용을 지적하고 근거를 제시하시오.’ 9일 서울대의 한 이공대 수업에서 출제된 중간고사 문제다. 앞서 진행된 강의에서 배운 생명과학 전공 지식에 대해 아는 대로 서술하는 대신 반드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를 활용하도록 했다. 또 챗GPT의 답변 중 틀린 내용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도록 했다. 해당 문제를 출제한 교수는 “시험에 챗GPT를 활용한다는 공지를 사전에 안 해서 학생들이 많이 당황한 것 같더라”며 “챗GPT가 내놓은 답안을 검증하는 과정이 학생들의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험에 챗GPT 활용 나선 대학들 지난해 말 선보인 챗GPT가 대학가 중간고사 풍경을 바꾸고 있다. 상당수의 대학은 챗GPT 사용을 금지하는 대신 오히려 적극 활용해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사고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대학 교육이 변화하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고려대 미디어학부에서도 챗GPT를 활용한 중간고사 시험이 진행됐다. 해당 강의에선 ‘가상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문자 시대는 사라지고 있는지 혹은 더 큰 힘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영문 에세이 작문 시험이 진행됐다. 전공책과 인터넷, 챗GPT 등을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오픈북 시험 직후 진행한 익명 설문조사에서 학생 102명 중 90% 가까이가 “챗GPT를 활용해 에세이를 작성했다”고 답했다. 해당 과목 교수는 “챗GPT가 작성한 답변을 복사해 붙여 넣으면 바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며 “신기술의 도움을 받는 대신 자신만의 생각에 기초해 글을 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챗GPT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수강생 100여 명이 듣는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 수업에서도 챗GPT 등을 자유롭게 참고할 수 있도록 허용한 오픈북 중간고사가 진행됐다.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강의다 보니 AI와 딥러닝 등의 개념에 대해 객관식으로 묻는 문제와 AI의 구조 등을 이해하기 위한 미적분 풀이 주관식 문제가 출제됐다. 해당 과목 교수는 “챗GPT 활용을 허용하는 대신 단순히 문제를 AI에 입력해선 답을 구할 수 없도록 여러 공식을 활용해야 하는 문제를 출제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 “신선”, “당황” 반응챗GPT 활용 시험을 치른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고려대 미디어학부 2학년 고승현 씨(20)는 “에세이 작문 시험에서 챗GPT를 사용할 수 있어서 신선하게 느껴졌다”며 “개념이나 정의 등 단순 암기해야 할 내용이 줄어 오히려 작문 내용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 학생 A 씨는 “중간고사에서 챗GPT를 활용해도 된다는 말을 듣고 수학 문제를 입력했는데 매번 답이 달라져 황당했다. 챗GPT의 한계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여전히 시험에서 챗GPT 활용을 금지하는 대학도 적지 않다. 지난달 22일 연세대의 한 교양강의에서 진행한 온라인 중간고사에선 문제를 복사해 챗GPT에 붙여넣을 수 없도록 이미지 형태로 문제를 바꿔 출제했다. 서강대 컴퓨터공학과의 B 교수도 “챗GPT를 사용할 수 없는 퀴즈와 시험을 통해 학생들을 평가했다”고 밝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저는 어린이 아닌가요.”직장인 박상용 씨(29)는 5일 “어린이날 기념으로 부모님께 용돈 20만 원을 받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씨는 이날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친구들과 부산 여행을 떠났다. 부모님이 어린이날 선물로 여행 경비를 지원해 줬다고 한다. 박 씨는 “매년 5월 5일 용돈을 받고 있다”며 “어버이날엔 동생과 함께 돈을 모아 부모님께 식사를 대접하고 선물로 용돈도 드리는데 조삼모사 같기도 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을 위한 5월 5일 어린이날을 ‘어른이(어른+어린이)날’로 부르며 부모에게 용돈이나 선물을 받는 20, 30대가 늘어나고 있다. 성인이 됐지만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기 위해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나 자녀 없는 맞벌이 부부 ‘딩크족’ 등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어린이날 신풍속도가 생겨난 것이다. 딩크족인 김모 씨(37) 부부도 이날 집 근처에 사는 부모님 댁에 들렀다 용돈으로 20만 원을 받았다. 김 씨는 “결혼 7년차지만 아이가 없다 보니 여전히 우리 부부를 아이처럼 보시는 것 같다”고 했다. 젊은 부부나 연인들은 어른이날을 기념해 서로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올 3월 결혼한 직장인 황모 씨(31)는 전날 퇴근길 백화점에 들러 아내에게 선물할 꽃다발과 가방을 샀다. 황 씨는 “아내가 최근 일이 바빠 힘들어하는 것 같아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며 “아이가 생기기 전까진 어린이날을 부부 기념일로 즐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스스로 선물을 주기도 한다. 직장인 최모 씨(27)는 “3년 전부터 어린이날이면 나만을 위한 선물을 사왔는데 올해는 립스틱을 샀다”며 “어른을 위한 기념일이 없어서 1년간 고생한 나를 스스로 토닥이는 의미”라고 했다. ‘어른이’를 겨냥한 마케팅도 늘고 있다. 토스는 올해 ‘어른이날 선물’ 기프티콘 행사 코너를 준비했고, 하이마트 등 가전제품업체는 ‘닌텐도 스위치’ 등 어른이 좋아하는 게임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어른이 붙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전문가들은 성인이 어른이날을 즐기는 문화는 경제적 독립과 출산 등이 늦어지면서 생긴 사회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우리나라에는 성인이 된 후에도 독립을 하지 않는 캥거루족이 많은 편이라 부모들이 함께 사는 자녀를 여전히 어린이로 인식하고 용돈을 주는 문화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출산이 늦어지고, 딩크족이 늘어나면서 공휴일인 어린이날을 부부끼리 기념하는 문화가 생겨났다”며 “저출산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이런 문화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10년 전 어린이날에 비하면 올해 어린이날 매출은 사실상 반토막 났죠.”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아동복 거리 매장에서 만난 상인 김모 씨(61)는 손님이 없는 가게 안을 둘러보다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남대문시장에서 34년간 아동복 매장을 운영해왔다는 김 씨는 “10년 전에는 5월 초만 되면 아동복 거리 골목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많았다”며 “이제는 직원들 월급 줄 돈도 없어 지난해 12월말 직원 2명을 모두 해고하고 나 혼자서 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5월 5일 어린이날’은 1년 중 아동 관련 용품 수요가 가장 많아지는 시기였다. 하지만 남대문시장 아동복 상인들과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 거리 상인들은 “어린이날 특수가 예전 같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저출산으로 아동 관련 용품 수요 자체가 줄어든데다, 그나마 남은 수요마저 온라인 쇼핑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아동복 상가 4곳 중 1곳은 텅 비어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남대문시장 아동복 거리를 지나는 행인 중에서 매장에 들러 옷을 구매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남대문에서 25년 넘게 아동복 매장을 운영해온 박모 씨(65)는 “10년 전에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하루에 100명 씩 손님이 왔는데 요즘은 대목은 커녕 어제는 손님이 10명도 안 왔다”며 “그마저도 외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아동복 상가 건물 곳곳엔 ‘입점 준비 중’, ‘임대’ 안내판이 붙은 빈 점포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아동복 상가 관리인은 “상가 185여 개 점포 중 50개 정도는 공실 상태”라며 “공실률이 10%를 넘긴 적이 없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출산율까지 계속 낮아지면서 지난해 6월부터 줄폐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실제로 유아복을 다루는 사업체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212개였던 전국 유아복 사업체는 △2014년 141개 △2020년 70개로 감소했다. 10년 만에 절반 넘게 줄어든 것.국내 최대 규모의 문구·완구 전문시장으로 손꼽혔던 ‘창신동 거리’도 남대문시장 아동복 거리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문구·완구 거리 매장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창신동에서 10여 년간 완구점을 운영한 정모 씨(59)는 “손님들이 구경만하고 사지는 않으니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상인 김모 씨(55)는 “10년간 어린이날 때마다 물건을 납품하던 어린이집이 있는데 10여 년 전엔 물품 100여 개를 납품했다면 올해는 30개만 납품했다”며 “저출산이 얼마나 심각한지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저출산·온라인 쇼핑 ‘이중고’ 겪는 아동산업상인들은 저출산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몰리면서 매출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창신동 문구·완구거리 상인 A 씨(41·여)는 “같은 장난감을 사더라도 온라인 쇼핑몰에선 30% 가량 싸게 파는데 누가 와서 직접 사겠느냐”며 “가뜩이나 저출산 때문에 장사도 안 되는데 온라인 쇼핑으로 손님이 다 몰려서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구 거리에서 만난 주부 김연경 씨(37)는 “온라인 쇼핑으로 주문하면 (장난감) 가격도 싸고 하루 만에 배송되는데 굳이 직접 매장까지 와서 살 이유가 없다”며 “오늘도 가족들과 나들이 나왔다가 구경하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남대문시장 아동복 상인들도 온라인으로 몰리는 쇼핑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동복 매장 직원 이서윤 씨(39)는 “최근 젊은 엄마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도 하고 유튜브 등에서 ‘라방’(라이브 방송)도 하면서 홍보하고 있다”며 “요즘엔 온라인 쇼핑몰 매출이 더 높게 나온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올 7월부터 음주운전으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경우 최대 징역 26년형을 선고받게 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 전 대법관)는 24일 회의를 열고 교통범죄 양형기준을 심의 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양형위는 이날 회의에서 스쿨존 교통사고와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했다. 양형기준은 판사가 형을 정할 때 참고해야 하는 기준이다. 새 기준에 따르면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숨지게 하는 교통사고를 낼 경우 최대 징역 8년이,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했을 때는 최대 징역 5년이 선고된다.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대한 양형기준도 신설돼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인 상태에서 운전을 하거나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 최대 징역 4년에 처해질 수 있다. 범행이 결합돼 술에 취한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치고 시신을 유기한 뒤 달아난 경우에는 최대 징역 26년의 중형에 처해진다. ‘승아양 참사’ 다시 나면 최대 15년刑… 스쿨존 음주운전 일벌백계 대법, 새 양형기준 신설 스쿨존사고 음주운전 안해도 처벌… 어린이 사망사고땐 최대 징역 8년음주운전 새 양형기준도 7월 적용… 알코올농도 0.2%, 최대 징역 4년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우리 승아 얼굴이 떠올랐어요. 사고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달라진 제도가 없는지 확인했는데 이제 변화가 생긴 것 같아 승아도 하늘에서 기뻐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 배승아 양(10)의 오빠 송승준 씨(25)는 25일 발표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스쿨존 교통사고 및 음주운전 양형기준 신설에 대해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배 양은 8일 대전 서구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만취 상태로 차를 몰던 방모 씨(65)의 승용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스쿨존 교통사고 관련 양형기준 신설 그동안 스쿨존 발생 교통사고에 대해선 별도 양형기준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담당 판사가 일반적인 교통사고 치사상 양형기준과 법령에 정해진 형량을 고려해 임의로 형량을 정했고,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6월 충남 보령시 스쿨존에서 A 양(당시 9세)을 치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힌 운전자는 자동차종합보험 가입과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구호 조치 등의 정상이 참작돼 올 2월 1심 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판결문에서 스쿨존 발생 치상 사건에 대한 양형기준이 별도로 설정돼 있지 않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이번 양형기준 신설에 따라 올 7월부터는 별도의 판결 기준이 적용된다. 먼저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내 어린이를 숨지게 하면 징역 1년 6개월∼8년의 형이 선고된다.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징역형의 경우 6개월∼5년을 선고받게 된다. 음주운전에 대한 양형기준이 생기면서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이거나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 최대 징역 4년이 선고된다. 배 양 사고와 같이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내 어린이가 사망한 경우에는 범행이 결합돼 최대 징역 15년이 선고된다. 다만 배 양을 숨지게 한 방 씨의 경우 양형기준이 바뀌는 7월 전 기소될 것으로 보여 해당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범선윤 양형위 운영지원단장은 “판사들이 그동안 내렸던 판결보다 높은 형량으로 양형기준을 설정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고무줄 형량’ 논란 가능성도 양형기준 신설은 재판 과정 전반에 큰 영향을 준다. 수도권의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판사들에게 양형기준 신설은 재판 과정에서 어떤 요소를 중심에 두고 진행할지가 정해진다는 의미”라며 “7월 이후에는 심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양형기준에서 설정한 형량이 선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형기준이 강화되면서 스쿨존 교통사고 및 음주운전 등이 중대범죄란 인식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충만 법률사무소 광현 변호사는 “이번 양형기준 신설을 통해 스쿨존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 최저 형량이 사실상 6∼7년부터 시작된다. 스쿨존 교통사고 등이 중대범죄로 인식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제시된 양형기준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교통범죄 관련 책을 발간한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변호사)은 “양형기준의 상한선은 많이 올랐는데 하한선이 비교적 낮아 중간대역이 넓어진 상태”라며 “재판부의 재량이 커져 자칫 고무줄 양형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경기 구리시 등 수도권 일대에서 전세사기를 저질러 경찰에 붙잡힌 이른바 ‘빌라왕’ 고모 씨 사건에 공인중개사 40여 명이 추가로 입건된 것으로 전해졌다.25일 경기 구리경찰서는 고 씨 일당으로부터 법정 수수료율보다 많은 중개수수료를 챙긴 공인중개사 40여 명을 사기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고 씨 일당이 범행 과정에서 공인중개사 300여 명에게 뒷돈을 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추가 입건자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경찰은 고 씨 일당이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신축 건물의 분양 비용과 매매 비용을 치르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전세사기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앞서 경찰은 올 2월 “전세 만기가 다 됐는데 전세보증금을 못 받고 있다”는 진정이 여러 건 접수되자 관련 수사에 나섰다. 이후 고 씨와 공인중개사 20여 명을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사기)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날 40여 명이 추가로 조사를 받게 되면서 입건자는 60여 명으로 늘어났다.경찰 조사 결과 고 씨 일당은 구리 오피스텔 11채뿐만 아니라 서울, 인천 등 수도권 일대에 940여 채의 주택을 임대 중인 이른바 ‘빌라왕’이었다.범행 과정에서 고 씨 일당은 “법정 수수료율보다 많은 중개비를 주겠다”며 공인중개사를 대거 포섭한 것으로 조사됐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올 7월부터 음주운전으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우 최대 징역 26년형을 선고받게 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 전 대법관)는 24일 회의를 열고 교통범죄 양형기준을 심의 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에 의결된 양형기준은 7월 이후 기소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양형위는 이날 회의에서 엄벌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감안해 스쿨존 교통사고와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했다. 양형기준은 판사가 형을 정할 때 참고해야 하는 기준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양형기준과 다른 형을 선고하려면 판결문에 이유를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통상 양형기준 내에서 선고가 이뤄진다. 새 기준에 따르면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사망한 교통사고를 낼 경우 최대 징역 8년이,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했을 때는 최대 징역 5년이 선고된다.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대한 양형기준도 신설돼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인 상태에서 운전을 하거나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 최대 징역 4년에 처해질 수 있다. 범행이 결합될 경우 양형기준은 더 높아진다. 술에 취한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최대 징역 10년 6개월이 선고되고 어린이가 사망하면 최대 징역 15년, 사망한 어린이를 두고 도주하면 최대 징역 23년까지 선고될 수 있다. 어린이를 치고 시신을 유기한 뒤 달아난 경우에는 최대 징역 26년의 중형에 처해진다. 교통범죄 양형기준이 강화되면서 스쿨존 음주운전 등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스쿨존 음주운전 가중처벌…알코올농도 0.2%, 최대 징영 4년形“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우리 승아 얼굴이 떠올랐어요. 사고 이후 하루도 빠짐 없이 달라진 제도가 없는지 확인했는데 이제 변화가 생긴 것 같아 승아도 하늘에서 기뻐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 배승아 양(10)의 오빠 송승준 씨(25)는 25일 발표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스쿨존 교통사고 및 음주운전 양형기준 신설에 대해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배 양은 8일 대전 서구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만취 상태로 차를 몰던 방모 씨(65)의 승용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스쿨존 교통사고 관련 양형기준 신설 그 동안 스쿨존 발생 교통사고에 대해선 별도 양형기준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담당 판사가 일반적인 교통사고 치사상 양형기준과 법령에 정해진 형량을 고려해 임의로 형량을 정했고,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6월 충남 보령시 스쿨존에서 A 양(당시 9세)을 치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한 운전자는 자동차종합보험 가입과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구호조치 등의 정상이 참작돼 올 2월 1심 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판결문에서 스쿨존 발생 치상사건에 대한 양형기준이 별도로 설정돼있지 않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이번 양형기준 신설에 따라 올 7월부터는 별도의 판결 기준이 적용된다. 먼저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내 어린이를 숨지게 하면 징역 1년 6개월~8년의 형이 선고된다.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최소 징역 6개월 또는 벌금 300만 원, 최대 5년을 선고받게 된다.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이면 징역 2년 6개월~4년,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 징역 1년 6개월~4년이 선고된다. 배 양 사고와 같이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내 어린이가 사망한 경우에는 범행이 결합돼 최대 징역 15년이 선고된다. 다만 배 양을 숨지게 한 방 씨의 경우 양형기준이 바뀌는 7월 전 기소될 것으로 보여 해당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범선윤 양형위 운영지원단장은 “판사들이 그 동안 내렸던 판결보다 높은 형량으로 양형기준을 설정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고무줄 형량’ 논란 가능성도 양형기준 신설은 재판 과정 전반에 큰 영향을 준다. 수도권의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판사들에게 양형기준 신설은 재판 과정에서 어떤 요소를 중심에 두고 진행할지가 정해진다는 의미”라며 “7월 이후에는 심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양형기준에서 설정한 형량이 선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형기준이 강화되면서 스쿨존 교통사고 및 음주운전 등이 중대범죄란 인식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충만 법무법인 광현 변호사는 “이번 양형기준 신설을 통해 스쿨존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 최저 형량이 사실상 6~7년부터 시작된다. 스쿨존 교통사고 등이 중대 범죄로 인식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제시된 양형기준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교통범죄 관련 책을 발간한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변호사)은 “양형기준의 상한선은 많이 올랐는데 하한선이 비교적 낮아 중간대역이 넓어진 상태”라며 “재판부의 재량이 커져 자칫 고무줄 양형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피눈물 흘리고 있는데, 저 혼자만 잘 먹고 잘살자고 경매를 그대로 진행시킬 순 없죠.” 이달 3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경매에서 전세사기 아파트를 낙찰받았다 철회 의사를 밝힌 ‘선한 낙찰자’ A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A 씨가 낙찰받은 매물은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에 연루된 미추홀구 숭의동의 아파트 중 한 채다. A 씨는 경매에서 해당 아파트를 1억3000만 원에 낙찰받았다. 이후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법원에 ‘매수보증금’ 2300만 원을 경매 당일에 납부했다. 현행법상 경매를 통해 매물을 낙찰받을 경우 최저 매각가격의 일부를 보증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 씨는 경매 다음 날 해당 아파트를 방문한 뒤 깜짝 놀랐다. 아파트 곳곳에 붙은 전세사기 관련 공지를 보고 그제야 해당 아파트가 전세사기에 연루된 아파트임을 알았던 것이다. A 씨는 “지금 사는 집 전세가 두 달 뒤 만기돼 경매에서 저렴하게 아파트를 구매하고자 한 것인데, 전세사기를 당한 매물인지 전혀 몰랐다”며 “아직 잔금을 치르지 않아 보증금만 돌려받을 수 있다면 낙찰을 철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 씨가 철회 의사를 밝혔음에도 경매 철회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법상 경매 당일에 낸 매수보증금은 다시 돌려받을 수 없어 A 씨가 경매 입찰을 철회할 경우 보증금 2300만 원을 고스란히 날려야 하기 때문이다. A 씨는 “전세사기 피해자인 세입자를 어떻게든 돕고 싶어도 지금으로선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에 대해 인천지법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낙찰자가 이미 낸 매수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경매 낙찰 취소 허용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사기는 피해가 막심한 만큼 법을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사연은 안타깝지만 일시적으로 매수보증금을 반환하면 법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으니, 현행 규정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 제도를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사들인 뒤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당초 공공매입에 선을 그어왔지만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되자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오후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긴급회의에서 “LH에 이미 예산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매입임대 제도를 확대 적용해 전세사기 피해 물건을 최우선 매입 대상으로 지정하겠다”며 “이를 범정부 회의에서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LH는 올해 2만6000채의 주택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는데 이를 최대한 피해주택 매입에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지방공사의 매입임대주택 예정 물량 9000채까지 하면 총 3만5000채를 매입할 수 있다. 매입임대주택 평균 가격이 채당 2억 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최대 7조 원가량을 피해 주택 매입에 투입하게 된다. 단,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모두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이 우선매수권을 포기할 경우에만 LH가 대신 매입한다. 집을 낙찰받지 않더라도 피해 임차인이 원할 경우 주거권을 보장해주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LH 등 지방공사가 임차인으로부터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경매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집을 낙찰받으면 해당 임차인에게 시세의 30∼50% 수준으로 임대한다. 원 장관은 “올해 매입임대주택 사업 물량을 피해 주택 매입에 배정하면 피해 주택을 상당 부분 매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래도 부족하다면 추가 물량을 배정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23일 고위 당정협의를 통해 최종안을 발표하기로 했다.LH, 전세사기 집 매입해 시세 30~50% 임대… 선정기준 논란일듯 전세사기 주택 매입임대제도 활용“제3자 낙찰받아 쫓겨나는일 없게”… 정부, 임차인이 보유한 우선매수권LH 양도 받을수 있게 법개정 나서… 기존 피해자와 형평성 논란 가능성 공공매입에 부정적이었던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 주택 매입을 검토하고 나선 건 당장 주거를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임차인의 주거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임차인의 거주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란 반응이 나오지만 전세 사기 대상 주택 범위 산정이나 이전에 전세보증금 피해를 입었던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될 우려도 나온다. ● LH가 피해 주택 매입해 시세 최저 30%에 임대 원래 LH의 매입임대주택은 공공이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빌라나 아파트 등 기존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제도다. 임대료가 시세 대비 30∼50% 수준으로 저렴하다. 정부는 올해 예정된 매입임대주택 물량을 피해 주택 매수에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LH가 매입에 나서는 주택은 경매 절차에 들어간 전세사기 피해 주택 중 임차인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은 주택이다. 임차인 중에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경락 대출 이자가 부담스럽거나 자기 자본이 없어 우선매수권을 쓰지 못하는 경우 LH에 공공매입을 요청할 수 있다. 정부가 ‘공공매입’ 카드를 꺼내 들긴 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공공매입특별법’과는 다르다. 공공매입특별법은 공공매입을 통해 정부가 피해자의 보증금을 대신 반환하는 것이지만 LH 매입임대는 보증금을 반환해 주지는 않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후순위 임차인 등 당장 집에서 나가야 할 상황이 생기는 임차인들의 주거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라며 “보증금을 대신 반환해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했다. ● 전세사기 주택 대상 모호 등 우려도 정부는 임차인이 보유한 우선매수권을 LH가 양도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선다. 국토부는 2007년 ‘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신설해 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이 원할 경우 우선매수권을 LH나 지방공사에 양도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법 적용 주택은 공공임대주택으로 현재 전세사기 피해 주택과 다르지만 LH의 역할은 같다. LH가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낙찰을 받으면 세입자에게 임대를 내주게 된다. LH는 올해 매입임대 사업 예산으로 5조5000억 원을 확보한 상태여서 사업 추진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입임대 방식으로 피해 주택을 매입하면 재원을 따로 쓰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부 임대기간과 임대료는 23일 당정협의 등 추가 논의를 거쳐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피해자들은 일단 환영했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임대 대상 등이 까다로워 피해 보는 경우가 없도록 정책을 세심히 설계해달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할지 등이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주거권 차원에서 도움이 되겠지만 어떤 주택을 먼저 매입할지 가려내는 것 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장관은 “피해자 개인이 처한 상황과 희망 사항을 고려해 입법 과정에서 균형 있게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 저금리 대환대출 등 금융·법률 지원 시작 한편 국토부는 24일부터 우리은행을 통해 주택도시기금의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연 1.2∼2.1% 수준의 저리로 대환 대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사를 가지 않고 피해 주택에 그대로 살아도 대상이 된다. 금융권과 법조계의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신한은행은 대한법률구조공단에 15억 원을 기부했다.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는 긴급대책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상담 변호사단을 구성해 거의 무제한으로 (법률상담) 서비스를 해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확실히 어제보다 매물이 줄었네요.” 20일 오전 10시경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경매법정. 경매장을 찾은 한 여성(63)이 법정 앞에 걸린 경매 물건 명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명단 물건 상당수에 빨간 밑줄과 함께 ‘경매 기일이 변경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61)에게 전세사기 피해를 당해 경매에 넘겨진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20채의 경매가 유예된 것이다. 하지만 대부·추심업체가 채권자인 전세사기 피해 주택 4채는 이날도 경매가 진행됐다. 피해자들은 “전날(19일) 정부가 ‘20일부터 경매가 전면 중단된다’고 했는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보여주기식 발표에 불과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각지대에 놓인 주택 551채 정부는 전날 “현재 경매가 진행 중인 미추홀구 피해 주택 채권은 은행,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모두 금융회사들이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회사들에 6개월 동안 경매 절차를 유예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 주택 1787채 중 551채는 채권자가 대부·추심업체(440채)이거나 개인(111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들이 채권을 넘긴 것이다. 정부는 전날 “금융회사들이 추심업체에 채권을 넘긴 경우 협조를 구하겠다”고 했지만 해당 업체들이 이를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없다 보니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이다. 통상 금융회사들은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면 부실률이 높아지는 걸 막기 위해 부실 채권을 대부·추심업체에 넘긴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우 ‘부실 채권’으로 분류돼 이미 금융권에서 대거 대부·추심업체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인천지법 경매에선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 30채에 대해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 중 26채는 정부 발표대로 채권자가 법원에 경매 기일 변경을 요청했지만 나머지 4채는 채권자가 경매 개시 시점까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 그대로 경매가 진행됐다. 경매가 진행된 4채의 채권자는 모두 대부·추심업체였다.● “우리 손해는 누가 보상해 주나” 현행법상 경매 일자를 미루는 건 채권자만 가능하다. 그런데 부실 채권을 처분해 수익을 내는 대부·추심업체들은 “우리가 왜 손해를 감수하며 경매를 중단해야 하느냐”는 입장이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 여러 채의 채권을 갖고 있다는 한 대부·추심업체 대표는 “우리도 돈을 빌려서 부실 채권을 사들인다. 그러다 보니 매물을 처분하지 못하면 대출 이자로만 매달 1억 원이 나간다”며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상황은 안타깝지만 경매를 유예했을 때 우리 손해는 누가 보상해 주느냐”고 항변했다. 다른 대부업체 관계자도 “무작정 경매를 미루라는 건 피해자 대신 우리에게 길거리에 나앉으라는 것”이라며 “경매를 유예한 업체들에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경매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이모 씨(35)는 “살고 있는 집 채권자가 은행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대부업체에 넘어갔다”며 “정부가 금융회사들에 대부·추심업체로 채권을 넘기지 못하게 하거나, 대부·추심업체들도 경매를 유예하게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인천=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20일 정부와 국회가 전세사기 피해 지원 대책을 전방위적으로 쏟아낸 건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알려진 서울 강서구나 인천 미추홀구 외에도 경기 구리시 등 곳곳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랴부랴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우선매수권 부여, 경매 유예, 대출 지원, 채무 조정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당정이 대책의 핵심으로 추진하는 우선매수권 부여는 피해자 부담이 적지 않아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 우선매수권, 세입자 자금 부담 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전세사기 빌라(전용면적 50㎡)가 지난달 24일 법원 경매에서 1억2010만 원에 낙찰됐다. 우선 집주인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선순위 채권자로서 8980만 원을 배당받았다. 세입자는 후순위 채권자로 전세 보증금 7500만 원으로 소액임차인으로 인정받아 2700만 원을 최우선변제받았다. 보증금 4800만 원을 잃은 것. 만약 이 집을 세입자가 우선매수권으로 같은 금액(1억2010만 원)에 낙찰받았다면, 세입자는 자신이 받아야 할 2700만 원을 제외한 9310만 원을 대출 받거나 스스로 마련해서 법원에 내야 한다. 이 경우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4800만 원에 9310만 원을 합한 1억4110만 원에 해당 집을 매수하는 셈이다. 집의 소유권은 가져갈 수 있지만, 경매 낙찰가보다 자기 부담액이 커지는 데다 향후 시세가 떨어질 경우 손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우선변제도 못 받는다면 우선매수권 행사 시 부담은 더 커진다. 당정이 경매 자금에 대한 장기 저리대출을 추진하는 것도 세입자가 당장 목돈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낙찰대금(경락자금)이 필요한 경우 특례보금자리론을 기존보다 낮은 금리로 지원하기로 했다. ● 재원 마련 방안-도입 시기 등 불확실해하지만 이 같은 대출 재원 마련 방안을 협의하는 데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채무 조정도 검토 중이지만, 이 역시 공공재원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어떤 기금에서 대출 재원을 마련할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사가 손실을 입고 공적 재원이 소진된다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미 전세금을 떼인 세입자가 대출을 추가로 받아 원치 않는 집을 낙찰받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2005년에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공임대주택을 지은 민간 건설사 부도가 나자 옛 임대주택법(현 민간임대주택법)을 개정해 세입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했지만 실적은 저조했다. 당시 준공 후 부도가 난 임대주택이 7만254채로, 이 중 3만7211채가 경매를 진행했지만 세입자 호응은 낮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낙찰가가 감정가의 80∼90% 선에서 형성돼 600채가량만 우선매수권을 활용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경매에 부쳐진 주택 세입자의 약 1.6%만 우선매수권을 행사한 셈이다. 강은현 EH경매 대표는 “시세 상승이 어렵다고 판단한 세입자가 많다면 우선매수권 활용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우선매수권을 도입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데, 그때까지 현재 진행 중인 경매를 유예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이날부터 금융권에 경매 유예에 관한 협조를 구하고 행정안전부도 전세사기 피해자 거주 주택이 경매나 공매에 넘어가면 지방세보다 전세금을 먼저 돌려주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채권자가 개인이나 채권추심업체일 경우까지 경매 유예 협조를 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피해자들 “반쪽 대책” 정치권 일각에서는 피해 주택을 공공이 직접 매입하거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날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정부가 싼값에 (피해 주택을) 매입해 세입자들이 (기존 거주지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무슨 돈을 가지고 어느 금액에요?”라고 되물으며 “피해자들에게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막대한 재원이 드는 데다 채권 할인 비율도 사례마다 달라 결국 피해자 기대보다 적은 돈을 보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발표된 정부 해결책에 대해 “반쪽짜리 대책”이라고 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A 씨는 “당장 피해자들이 우선매수권을 받으려면 법을 바꿔야 하는데 이른 시일 내에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세금을 활용해 지원을 하려면 갈등이 커질 수 있어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장애인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꿈을 이루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그렸습니다.” ‘브릿지온 아르떼’ 예술단에 소속된 발달장애인 김승현 작가(25·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19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같이 말했다. 밀알복지재단은 이 예술단 소속 작가 4명이 제43회 장애인의 날(20일)을 맞아 ‘내가 바라는 장애인의 날’을 주제로 그린 그림을 이날 공개했다. 김 작가의 그림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등산도 하고, 자전거도 타는 모습이 담겨있다. 김 작가는 “장애인도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목표로 하루에 8시간씩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작가가 소속된 브릿지온 아르떼는 2020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지원으로 창단한 밀알복지재단의 예술단이다. 예술단에 소속된 작가들은 모두 발달장애나 지적장애가 있다. 이들은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필요한 기업이나 관공서를 찾아가 작품을 전시하거나 강의를 진행하며 장애인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브릿지온 아르떼’라는 팀명에는 미술을 통해 장애에 대한 편견을 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다리(Bridge)가 되겠다는 작가들의 포부가 담겨 있다. 같은 예술단에 소속된 발달장애인 최석원 작가(23·왼쪽에서 첫 번째)는 자신의 그림인 ‘동물들의 ET’를 설명하며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자유롭게 작품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림 그리는 게 가장 큰 행복이라는 최 작가는 앞으로 그림을 열심히 그려 전시회를 여는 게 목표다. 작가들에게 4년째 미술 수업을 가르치고 있는 강사 노재림 씨(47)는 “장애인들의 그림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올해 예정했던 결혼식을 무기한 연기했어요.” 전세사기 피해자 직장인 승모 씨(34)는 18일 “모아 놓은 돈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더 이상 미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막막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승 씨는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등 수도권 일대에 주택 1139채를 소유하고 약 170억 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40대 빌라왕 김모 씨 사건 피해자다.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라에 거주하는 승 씨는 가해자 김 씨가 지난해 10월 숨진 채 발견되면서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요원해졌다. 김 씨의 유족들이 상속을 거부하면서 보증금을 돌려줄 주체가 사라진 것. 상속자가 없을 경우 법원에서 관리인을 선정해 경매에 넘기는데, 선순위 채권이 있다 보니 승 씨는 전세보증금 2억3000만 원 중 대부분을 날릴 가능성이 높다. 승 씨는 “전세보증금을 날리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 경매에 참여해 살던 집을 낙찰받는 거라고 해서 입찰에 참여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최근 인천 미추홀구뿐 아니라 수도권 곳곳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전세보증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이들이 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월에만 전국에서 1121건, 2542억 원의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접수됐다. 이 중 60%에 육박하는 655건이 서울과 인천에서 접수된 것이었다. 인천에선 부평구가 104건(사고액 195억7500만 원)으로 가장 많아 인천 전체(356건)의 29.2%에 달했다. 서울에선 강서구가 102건(256억4750만 원)으로 서울 전체(299건)의 34.1%를 차지했다. 이 같은 피해 현황은 HUG 전세금 보증보험에 가입한 뒤 보증금 반환 신청을 한 경우만을 대상으로 집계한 것이어서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통상 전체 전세 세입자의 10%가량이 전세금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최근 6개월간 접수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보증 사고는 전국에서 5516건에 달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연금을 계속 받기 위해 백골 상태인 어머니의 시신을 2년 넘게 집에 방치한 40대 여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4단독 이은주 판사는 14일 선고 공판에서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47)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머니의 사망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채 부정한 방법으로 국민연금 급여를 받아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A 씨가 피해자인 어머니 B 씨(사망 당시 76세)를 사망 시점으로 추정되는 2020년 8월까지 혼자 보살핀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16년부터 피해자와 둘이 살았고 다른 자녀들은 피고인이나 피해자와 만나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살아 있을 때 사이가 좋았고 당뇨병 처방 기록도 메모하며 보살폈다”고 했다. A 씨는 2020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인천 남동구 간석동의 한 빌라에 어머니 시신을 약 2년 5개월간 백골 상태로 방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노인복지법상 방임, 기초연금법 및 국민연금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