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김갑식 부국장

동아일보 지식서비스센터

구독 24

추천

안녕하세요. 김갑식 부국장입니다.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종교37%
사회일반27%
문학/출판17%
역사7%
문화 일반3%
대통령3%
연극3%
기타3%
  • 천주교주교회의, 성폭력 방지 특위 신설…피해접수 창구도 마련

    천주교주교회의(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교회 내 성폭력 방지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교구청에는 성폭력 피해접수 창구가 마련된다. 주교회의는 9일 춘계총회를 마친 뒤 “사제들의 성범죄와 성추문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주교회의에 ‘교회 내 성폭력 방지 특별위원회’(가칭)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회는 주교회의 의장을 위원장으로 주교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여성 포함) 전문가 등 10명 내외로 구성한다. 주교회의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사제의 성범죄(성폭력)에 대처하기 위한 공동 연구 △교회 내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 간의 성폭력과 성차별의 원인을 규명하고, 교회 쇄신을 위한 제도 개선의 연구 및 제안 △성범죄 사제에 대한 법적 처리 및 사제 양성과 신학생 교육 방안 연구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 보호와 지원 방안 연구 등을 담당한다. 주교회의는 이와 별도로 각 교구별로 교회 내 성폭력 피해를 접수할 수 있는 단일 창구를 교구청에 설치하기로 했다. 또 성폭력 발생 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교회법적, 사회법적 처벌에 관한 교회 지침과 규정들을 사제들에게 적극적으로 교육할 예정이다. 교구장 주교들은 사제성화의 날, 사제 연수와 피정 등의 기회를 이용해 사제들의 쇄신을 호소하며, 양심 성찰과 고해성사의 정기적 실시, 사제 직무와 생활에 대한 교회의 제반 규정들을 강조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 내용이 주로 연구와 교육 강화 등 선언적 내용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교회의 측은 “구체적 내용을 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라며 “추후 지속적으로 대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 교계는 최근 수원교구와 대전교구 소속 신부의 성폭행 시도가 피해 여성에 의해 잇따라 폭로되면서 김 대주교가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두 신부는 현재 교구로부터 정직 처분을 받은 상태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3-09
    • 좋아요
    • 코멘트
  • [김갑식 기자의 뫔길]성범죄 1위… 종교인들 ‘쿠오바디스 도미네’

    아침 무렵 문득 열어본 페이스북에서 한 지인이 띄운 글에 시선이 멈췄습니다. ‘서지현 검사의 손을 떠난 스톤, 한국 사회 어디까지….’ 이 표현처럼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스톤이 어디로, 어디까지 갈지 예측 불허입니다. 최근 천주교 수원교구 한모 신부의 성추문과 관련해 한국 가톨릭교회를 대표하는 주교회의 의장이 세 차례 머리를 숙여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2, 3일 경북 칠곡군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하룻밤을 묵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른 새벽에 ‘기도하고 일하라’는 베네딕도 성인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 수도원의 경건한 미사를 지켜봤습니다. 수도원장인 박현동 아빠스를 비롯해 회원으로 공동체에서 생활하는 신부, 수사와 껄끄럽지만 궁금했던 성(性)과 관련한 대화도 나눴습니다. “사제와 수도자들은 관 뚜껑 닫힐 때까지 조심하고 경건하게 살아야 한다.” 주교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 고위 성직자인 박 아빠스에게서 이 말이 나오는 순간 내심 충격이 느껴졌습니다. 더구나 이 말은 그가 처음 하는 것도 아니고 사제와 수도자들의 오래된 경구(警句) 같은 얘기라는 겁니다. “농담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이어졌습니다. 종교계 성추문의 심각성은 드러난 것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데 있습니다. 미투 운동이 시작될 때부터 “대중적으로 유명인사가 아니라서 그렇지, 종교권력의 속성상 그 행태는 더 은밀하고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습니다. 개신교에서는 몇 해 전부터 목회자들을 둘러싼 추문들이 이어져 이미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심지어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종교인에게 가중처벌 및 공소시효 적용 배제를 내용으로 성폭력처벌법을 개정하자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경우 총무원장 선거나 큰 사찰 주지 선출을 둘러싼 잡음이 있을 때마다 입으로 옮기기 어려운 여러 성추문이 나돕니다. 2010년부터 5년간 전문직군별 강간 및 강제추행범죄 건수에 대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종교인이 442건으로 가장 많습니다. 그 다음으로 의사(371건)와 예술인(212건), 교수(110건) 순이었죠. 인구 분포를 감안하지 않았고 이름도 알 수 없는 교단까지 포함돼 있다지만, 누구보다 앞장서 법을 지켜야 할 종교인의 비중이 높은 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가 종교인들에게 유독 관대한 이유는 뭘까요? 종교가 없는 이들과 신앙인들의 ‘우리 신부님, 스님, 목사님’에 대한 신뢰와 존경은 확연히 구분됩니다. 과거 불교와 개신교, 가톨릭 등 3대 종교 신자 수를 합치면 전체 인구를 훨씬 넘어선다는 우스개가 있었지만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종교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특히 종교를 통해 뭔가를 이루려는 기복(祈福)적 신앙관은 종교인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습니다. 특정 종교인의 카리스마가 강할수록 공동체 내 권력 관계는 더 강화되기 마련입니다. 남성 성직자 중심의 수직적 관계는 성추문의 쉬운 연결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눈여겨봐야 할 것이 종단 내 여성의 존엄성과 그 역할입니다. 불행하게도 예외적인 몇 교단을 빼면 주요 종단에서 성 평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종교계의 유리천장은 교리와 오랜 관습에 따라 그 어느 영역보다 높고 두껍습니다. 최근 발간된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산하의 한 여성 월간지는 수녀들이 고위 성직자들과 지역 교구를 위해 허드렛일로 착취당하고 있다고 고발했습니다. 한 수녀는 “예수님의 눈에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이지만 수녀들의 삶은 그렇지 않아 큰 혼란을 겪는다”고 했습니다. 불교시민단체들이 지난해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정책 제안은 성 평등의 길이 얼마나 멀고 험한지를 한눈에 보여줍니다. 이들은 종단 산하에 ‘성평등위원회’와 ‘젠더폭력예방센터’를 설치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조계종에서 비구니는 전체 승려의 절반을 웃돌지만 권리는 극히 제한돼 있습니다. 국회 격인 중앙종회의 경우 전체 320석 중 10석만 할당돼 있고, 행정기관인 총무원에서도 일부 역할만 맡을 수 있습니다. 조계종 종헌이 주요 보직의 자격 조건을 ‘비구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처염상정(處染常淨)’, 진흙 속에서도 청결함을 잃지 않고 관 뚜껑이 닫힐 때까지 경건하게 살아가는 종교인이 많기를 바랍니다. 종교인들이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김갑식 문화부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3-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서릿발 같던 그 회초리와 고함, 따뜻한 손결임을 이제야 알겠네

    입적 8주기를 맞는 법정 스님의 미공개 사진들과 육필 원고가 발견됐다. 7일 광주 무각사에서 주지 청학 스님(65)은 법정 스님의 손때 묻은 육필 원고와 유럽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서울 성북구 길상사 초대 주지이기도 한 청학 스님은 법정 스님과 스승은 다르지만 송광사 문중의 사형, 사제지간으로 오랜 교분을 나눴다. 청학 스님은 이날 “8주기를 앞두고 법정 스님 생각이 더욱 간절해 옛날 짐을 정리하던 중 육필 원고와 사진들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 원고는 1992년 법정 스님이 청학 스님의 은사 향봉 스님(1901∼1983)의 비문(碑文)을 위해 쓴 것이다. 평소 글에 까다로운 법정 스님이 비에 들어갈 글을 쓴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청학 스님에 따르면 법정 스님이 인연이 적지 않은 사숙 향봉 스님을 위해 글을 쓸 것을 자청했다. 이 원고는 200자 원고지 9장 분량으로 법정 스님은 향봉 스님의 삶을 기린 뒤 “선사(禪師) 가신 지 10년 문도들이 그리는 간절한 뜻에서 부질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돌을 깎고 글을 새겨 선사의 자취를 뒷날에 전하고자 한다”라고 썼다. 무소유의 삶으로 잘 알려진 법정 스님 특유의 성정이 드러나는 구절이다. 그럼에도 ‘선사 가신 지 어느덧 십년/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시는고/서릿발 같던 그 회초리와 고함/따뜻한 손결임을 이제야 알겠네’라는 시를 남겨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진은 1990∼1991년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과 법정 스님과 청학 스님이 1991년 10월부터 2개월여 동안 함께한 유럽여행에서 찍은 20여 장이다. 유럽 사진에서는 여유롭게 기차역에 앉아 있거나 거리에서 빵을 먹는 법정 스님의 소탈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시기 법정 스님은 영국에서 명상가 크리슈나무르티와 관련된 시설을 방문하는 등 수도원과 공동체 운영에 큰 관심을 가졌다. 청학 스님은 “법정 스님은 수행과 절제에 관한 한 누구보다 철저했기 때문에 그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라며 “특유의 죽비를 치는 듯한 스님의 쓴소리와 혜안이 그립다”고 말했다. 길상사는 11일 설법전에서 ‘법정 스님을 그리는 맑고 향기로운 음악회’를 연다. 음력 기일인 13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추모법회를 봉행한다. 이 법회에서는 길상사 주지 덕일 스님의 인사 말씀에 이어 법정 스님의 영상 법문을 상영할 예정이다. 광주=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3-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천주교 대전교구도 소속 신부 성추행 사과

    천주교 수원교구에 이어 대전교구도 소속 신부의 성추행에 대해 7일 공개 사과했다. 종교 교육을 하던 신부가 여학생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폭로가 나왔기 때문이다.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은 이날 특별 사목 서한을 통해 “성추문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참회하는 마음으로 용서를 청한다”고 밝혔다. 유 교구장은 “이는 일회적인 문제로만 볼 수 없고 수직적인 교회 구조와 관리체계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며 “이번 사건을 포함해 이후에라도 교회에 접수되는 모든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교회법과 사회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제에 대한 교육과 관리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8일 한 여성은 고등학생이던 2001년, 학교에서 종교교육 활동을 담당했던 대전교구 신부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한 언론을 통해 폭로했다. 대전교구는 자체 조사를 실시해 성폭행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자 해당 신부를 정직 처분했다. 하지만 일정 기간 업무를 정지하는 정직은 징계 수위가 너무 낮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회법에 따른 조치지만 사회적 통념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벌이 가볍다는 의견이 많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3-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돌보던 죄수들이 만든 십자가 들고 ‘하늘로 이사’

    생전자신의 죽음에 대해 ‘천국으로 이주하는 것’이라고 했던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지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묘비에는 꼭 들어가야 할 문구가 있었다. ‘Preacher of the Gospel of the Lord Jesus Christ(주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전도자).’ 평소 그의 바람이 담긴 것이다. 소나무로 짠 관 위에는 고인이 전도 활동을 했던 루이지애나 주립 교도소의 수감자들이 만든 작은 십자가가 돋을새김돼 있었다. 100세를 일기로 타계한 그레이엄 목사 장례식이 2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빌리 그레이엄 도서관 밖에 설치된 2만8000평방피트(약 2600m²) 크기의 흰색 천막에서 진행됐다. 1949년 그레이엄 목사가 로스앤젤레스에서 천막을 치고 열었던 부흥 집회를 기억하기 위함이었다. 20세기 최고의 복음전도자로 불려온 고인은 이날 도서관 옆 추도정원의 부인 루스 그레이엄 묘 옆에 영면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내외와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벤 카슨 주택개발장관 등 정계 인사 등 2000여 명의 조문객이 찾았다.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으나 지난주 초 그레이엄 목사의 유가족을 따로 찾아 조의를 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살아있을 때처럼 그레이엄은 마지막 인사를 나누려는 수천 명의 대규모 군중을 모이게 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복음주의 계열의 유명 목사인 릭 워런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기독교인이었다. 가장 위대한 것은 목회생활 동안 어떠한 스캔들도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장례식은 정치색을 배제한 순수한 추도행사로 진행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추도사를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식 후 고인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칭하며 “평화롭게 잠드소서”라는 트윗을 띄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인 2014년 생일 축하연 때 그레이엄 목사를 만난 인연이 있다. 지난달 28일 그레이엄 목사의 유해는 미 국회의사당에 7시간 동안 안치돼 조문객을 받았다. 종교 지도자의 유해를 미 의사당에서 안치한 채 추모식을 거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CNN 방송은 고인의 복음주의 전도활동이 ‘십자군운동’으로 명명됐던 것에 빗대어 이날 장례식을 “20세기 최고의 복음전도사로 불린 빌리 그레이엄의 마지막 십자군운동”이라고 칭했다. 아들 프랭클린 목사와 딸 루스의 회고는 평범하고 따뜻한 아버지 그레이엄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프랭클린 목사는 추도사에서 “세상은 빌리 그레이엄이라는 목사를 TV 혹은 스타디움에서 봤고, 우리는 집에서 그를 봤지만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았던 사람”이라며 “며칠 전 아버지는 예수를 따라 하늘로 가셨다”고 말했다. 루스는 두 번째 남편과의 결혼생활 파탄 뒤를 회고하며 “아버지는 집에 돌아온 걸 환영한다며 나를 감싸 안았다. 거기에는 어떠한 책망도 없고 조건 없는 사랑만 있었다”고 했다. 이날 장례식에서는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가 외국인 목회자를 대표해 추도사를 낭독했다. 김 목사는 “목사님 설교를 통해 구원을 받은 수많은 그리스도인들과 마음을 모아 이 말을 전해 드린다”라며 “목사님,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의인의 열매는 생명나무라 지혜로운 자는 사람을 얻느니라’(잠언 11장 30절)는 구절을 인용하며 “빌리 그레이엄은 일생 동안 그렇게 살았다”고 추모했다. 100만 명 이상이 모였던 서울 여의도 행사와 관련해 과거 김종필 전 총리가 “전무후무한 청중이나 그 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빌리 그레이엄의 설교를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변화하고, 마음에 각인됐다는 게 진정한 의미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고인의 청력과 시력이 극도로 나빠졌던 마지막 만남도 회고했다. 가족이 “한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목사가 왔다고 전하니 그레이엄은 ‘장난치지 말라’고 했다. 나중에 나를 확인하더니 ‘김 목사, 한국에서 집회 한 번 더 하자’고 했다.”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한기재 기자}

    • 2018-03-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하루 5차례 기도… 나머지 시간엔 ‘작업’

    3일 오전 6시 반 경북 칠곡의 왜관수도원 대성전. 파이프오르간의 장중한 소리와 함께 신부와 수도자 등 70여 명이 차례로 들어섰다. 꽤 이른 시간이지만 수도원 내 손님의집에서 하룻밤을 지낸 방문객과 일반 신자 70여 명도 미사에 참석했다. 이에 앞서 오전 5시 20분 아침기도에 이어 30분의 묵상 시간이 있었다. 제대(祭臺) 주변을 빼면 모든 조명이 꺼진 상태의 묵상은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깊은 침묵의 순간이다. 어둠 속의 경건함에 기침 소리조차도 부담스럽다. ‘기도하고 일하라’라는 베네딕도 성인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 왜관수도원은 1909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남성 수도공동체다. 1920년대 활동 중심지를 함경남도 원산 부근의 덕원으로 옮겼다 6·25전쟁 이후 1952년 왜관에 정착했다. 수도원 내 이정표는 금속 공예실, 유리화 공예실, 분도출판사, 분도가구공예사 등이 표시돼 있어 베네딕도회가 추구해온 영성과 노동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수도원 회원들은 하루 5차례 한곳에 모여 기도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정해진 작업장에서 일을 한다. 외부인들이 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고, 손님의집은 주말에 방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명소가 됐다. 한 방문객은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종교적 영성이 가득한 수도원 미사를 볼 수 있어 느낌이 특별했다”고 말했다. 칠곡=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3-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톨릭 성추문 가슴 아파… 사제는 관 뚜껑 닫힐 때까지 조심해야”

    “농담이 아니다. 사제와 수도자(수사)들은 관 뚜껑 닫히기 전까지 누구보다 더 경건하고 조심스럽게 살아야 한다.” 2일 경북 칠곡군의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만난 박현동 아빠스(48)는 최근 불거진 천주교 수원교구의 한모 신부와 관련한 성추문에 대해 단호하게 말했다. 교계에서 드문 울릉도 출신인 그는 2013년 43세로 국내 최연소 아빠스이자 왜관수도원장으로 선출됐다. 아빠스는 ‘베네딕도회 규칙서’를 따르는 수도회 수장에 대한 칭호이자 직함으로 동방 수도원에서 수도자들이 지도자이자 영적 스승을 ‘아빠(abba)’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교회법상 주교와 동등한 지위에 있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멤버다. ―주교회의 사과 발표가 있었지만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동안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한국 가톨릭을 믿고 신뢰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번 사건으로 ‘가톨릭도 어쩔 수 없네’라는 비판이 많아 가슴 아프다. 각 교구와 수도원은 사제와 수도자들의 영성을 강화하는 교육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위한 조치도 제대로 취해야 한다. 앞으로 교회 공동체가 제대로 쇄신해 하느님을 향해 경건하게 나아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는 5∼9일 열리는 주교회의 춘계총회에서 “뼈저린 반성과 함께 여러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반성할 부분이라면….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한국 교회가 가난한 사람보다는 중상층 이상을 위한 모습을 많이 갖고 있다. 힘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도움과 노력을 더 많이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가톨릭이 지난 80년 동안 급성장하고 사회적인 목소리도 많이 냈지만 얼마나 어려운 이들에게 실제로 다가섰느냐는 반성이 필요하다.” ―성추문, 외부에서만 몰랐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는 가톨릭교회가 직면한 오랜 숙제다. 미국과 유럽 교회는 성과 관련해 여러 문제를 겪었거나 겪고 있는 중이다. 정말로 사제, 수도자들은 관 뚜껑 닫히기 전까지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 교회 내에서 여성의 존엄성과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올바르게 반응해야 한다.” ―수도원 차원에서는 어떤 과정이 이뤄지고 있나. “무엇보다 ‘영적(靈的) 균형’이 중요하다. ‘기도하고 일하라’는 베네딕도회의 전통이다. 그런데 기도는 빠진 채 일만 하면 문제가 생기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한국 교회가 이제는 내적, 영적 부분의 부족한 점을 돌아보고, 강화해야 한다.” ―왜관수도원장은 북한 지역의 덕원자치수도원구 자치구장 대리이기도 하다. “우리 수도원은 1949년까지 원산 부근 덕원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옛 시설은 원산농업대학 건물로 쓰고 있다고 한다. 덕원 수도원으로 입회해 생존해 있는 이석철 수사님은 지금 104세로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본 산증인이다. 미래에 통일된다면 그 땅에 가서도 우리가 복음을 전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6·25전쟁 전후 희생된 38위에 대한 시복은 어떻게 되고 있나. “지난해 10년간의 예비조사가 마무리됐다. 교황청 시성성에 제출한 자료만 24개 박스, A4용지로 1만4000쪽 분량이다.” 박 아빠스는 1950년 12월 흥남철수작전 당시 피란민 1만4000명을 기적적으로 구출한 ‘크리스마스의 기적’의 주역 마리너스(Marinus) 수사의 일화도 언급했다. 피란민을 실은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레너드 라루 선장은 전쟁 뒤인 1954년 베네딕도회에 입회해 미국 뉴저지주 뉴턴 수도원에서 마리너스 수사로 살다 2001년 선종했다. 왜관수도원은 경영이 어려워진 이 수도원을 2001년 인수했다. ―최근 시복이 추진되고 있는 마리너스 수사는 어떤 과정을 통해 수도자가 됐나. “빅토리아호는 기적적으로 귀환하고, 5명의 새로운 생명까지 탄생했다. 나중 회고를 보면, 그분은 배의 키를 잡고 있는 게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의 손길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이후 47년간 수도원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은 채 평생 성물방 매장에서 일하며 기도하는 삶을 살았다. 오늘날의 사제, 수도자들이 본받아야 할 삶이다.” 칠곡=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3-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사제와 수도자들은 관 뚜껑 닫힐 때까지 조심해야…성추문 가슴 아파”

    “농담이 아니다. 사제와 수도자(수사)들은 관 뚜껑 닫히기 전까지 누구보다 더 경건하고 조심스럽게 살아야 한다.” 2일 경북 칠곡군의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만난 박현동 아빠스(48)는 최근 불거진 천주교수원교구의 한 모 신부와 관련한 성추문에 대해 단호하게 말했다. 교계에서 드문 울릉도 출신인 그는 2013년 43세로 국내 최연소 아빠스이자 왜관수도원장으로 선출됐다. 아빠스는 ‘베네딕도회 규칙서’를 따르는 수도회 수장에 대한 칭호이자 직함으로 동방 수도원에서 수도자들이 지도자이자 영적 스승을 ‘아빠(abba)’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교회법상 주교와 동등한 지위에 있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멤버다. -주교회의 사과 발표가 있었지만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동안 신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한국 가톨릭을 믿고 신뢰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번 사건으로 ‘가톨릭도 어쩔 수 없네’라는 비판이 많아 가슴 아프다. 각 교구와 수도원은 사제와 수도자들의 영성을 강화하는 교육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위한 조치도 제대로 취해야 한다. 앞으로 교회 공동체가 제대로 쇄신해 하느님을 향해 경건하게 나아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는 5~9일 열리는 주교회의 춘계총회에서 “뼈저린 반성과 함께 여러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반성할 부분이라면.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한국 교회가 가난한 사람보다는 중상층 이상을 위한 모습을 많이 갖고 있다. 힘들고 가난한 사람들 위한 도움과 노력을 더 많이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가톨릭이 지난 80년 동안 급성장하고 사회적인 목소리도 많이 냈지만 얼마나 어려운 이들에게 실제로 다가섰냐는 반성이 필요하다.” -성추문, 외부에서만 몰랐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는 가톨릭교회가 직면한 오랜 숙제다. 미국과 유럽 교회는 성과 관련해 여러 문제를 겪었거나 겪고 있는 중이다. 정말로 사제, 수도자들은 관 뚜껑 닫히기 전까지는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 교회 내에서 여성의 존엄성과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올바르게 반응해야 한다.” -수도원 차원에서는 어떤 과정이 이뤄지고 있나. “무엇보다 ‘영적(靈的) 균형’이 중요하다. ‘기도하고 일하라’는 베네딕도회의 전통이다. 그런데 기도는 빠진 채 일만 하면 문제가 생기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한국 교회가 이제는 내적, 영적 부분의 부족한 점을 돌아보고, 강화해야 한다.” -왜관수도원장은 북한 지역의 덕원자치수도원구 자치구장 대리이기도 하다. “우리 수도원은 1949년까지 원산 부근 덕원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옛 시설은 원산농업대학 건물로 쓰고 있다고 한다. 덕원 수도원으로 입회해 생존해 있는 이석철 수사님은 지금 104세로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본 산증인이다. 미래에 통일된다면 그 땅에 가서도 우리가 복음을 전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6·25 전후 희생된 38위에 대한 시복은 어떻게 되고 있나. “지난해 10년간의 예비조사가 마무리됐다. 교황청 시성성에 제출한 자료만 24개 박스, A4용지로 1만 4000쪽 분량이다.” 박 아빠스는 1950년 12월 흥남철수작전 당시 피란민 1만4000명을 기적적으로 구출한 ‘크리스마스의 기적’의 주역 마리너스 수사의 일화도 언급했다. 피란민을 실은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레너드 라루 선장은 전쟁 뒤인 1954년 베네딕도회에 입회해 미국 뉴저지주 뉴튼수도원에서 마리너스(Marinus) 수사로 살다 2001년 선종했다. 왜관수도원은 경영이 어려워진 이 수도원을 2001년 인수했다. -최근 시복이 추진되고 있는 마리너스 수사는 어떤 과정을 통해 수도자가 됐나. “빅토리아 호는 기적적으로 귀환하고, 5명의 새로운 생명까지 탄생했다. 나중 회고를 보면, 그 분은 배의 키를 잡고 있는 게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의 손길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이후 47년 간 수도원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은 채 평생 성물방 매장에서 일하며 기도하는 삶을 살았다. 오늘날의 사제, 수도자들이 본 받아야 할 삶이다.”칠곡=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3일 오전 6시반 경북 칠곡의 왜관수도원 대성전. 파이프 오르간의 장중한 소리와 함께 신부와 수도자 등 70여명이 차례로 들어섰다. 꽤 이른 시간이지만 수도원 내 손님의 집에서 하룻밤을 지낸 방문객과 일반 신자 70여명도 미사에 참석했다. 이에 앞서 오전 5시20분 아침기도에 이어 30분의 묵상 시간이 있었다. 제대(祭臺) 주변을 빼면 모든 조명이 꺼진 상태의 묵상은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깊은 침묵의 순간이다. 어둠 속의 경건함에 기침 소리조차도 부담스럽다. ‘기도하고 일하라’라는 베네딕도 성인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 왜관수도원은 1909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남성 수도공동체다. 1920년대 활동 중심지를 함경남도 원산 부근의 덕원으로 옮겼다 6·25전쟁 이후 1952년 왜관에 정착했다. 수도원 내 이정표는 금속공예실, 유리화 공예실, 분도출판사, 분도가구공예사 등이 표시돼 있어 베네딕도회가 추구해온 영성과 노동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수도원 회원들은 하루 5차례 한 곳에 모여 기도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정해진 작업장에서 일을 한다. 외부인들이 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고, 손님의집은 주말에 방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명소가 됐다. 한 방문객은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종교적 영성이 가득한 수도원 미사를 볼 수 있어 느낌이 특별했다”고 말했다.칠곡=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3-04
    • 좋아요
    • 코멘트
  • “교파-국적 떠나 하나되는 도량… 고립된 청춘들 위로”

    프랑스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곳에 있는 테제공동체는 기도와 명상, 수도를 위한 초교파공동체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해 10만 명에 이르는 영성의 순례 행렬이 이어진다. 30년 전 이곳을 찾은 신한열 수사(56)는 현지에서 활동 중인 유일한 한국인이다. 8월 청년대회 준비를 위해 홍콩에 머물고 있는 그를 최근 전화로 인터뷰했다. ―테제공동체를 간단히 소개하면…. “한마디로 그리스도교의 여러 교파 형제들이 참여해 활동하는 독신 수도공동체다. 가톨릭 성공회 루터교 장로교 침례교…. 세어보지 않았지만 정말 다양하다. 요즘에는 복음주의교회도 참여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나. “수도공동체이자 불교식으로 말씀드리면 연중무휴로 청년들과 대화하며, 그들이 신앙과 삶의 길을 찾도록 돕는 도량(道場)이다.” ―7년 전 테제에서 만났을 때 유일한 한국인 수사였는데 지금도 그런가. “아직도 그렇다. 그래도 영국 출신으로 테제에서 활동하다 서울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브러더’ 안토니(한국명 안선재·76)를 빼면 그가 섭섭해할 것이다. 안토니는 단국대 석좌교수인데 한국문학 번역에 오랫동안 힘써왔다.” ―브러더가 수사들 사이의 호칭인가. “브러더는 공식적인 느낌이고, 평소에는 그냥 안토니 하며 이름만 부른다. 브러더가 한국식으로는 형님인데 ‘조폭’ 사이의 호칭같이 들릴지도 모르겠다.(웃음) 다양한 국적의 수사 90명이 활동 중이다. 사실 공동체에서는 어느 교파냐, 수사의 국적이 어디냐는 따지지 않는다. 세상과 교회 모두 분열돼 있다. 공동체 목표의 하나가 그리스도교의 일치를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왜 테제를 찾나. “한국을 포함한 세계 젊은이들은 공통된 고민을 안고 있다. 어려움은 어느 시기에도 있지만, 지금 특히 힘든 것은 고립됐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가족과 지역 공동체의 유대감이 훨씬 약화돼 더 힘들어졌다. 테제에서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공통의 고민을 나누면서 위안을 얻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청년들을 자주 본다.” ―기독교가 배경이지만 그 색깔이 옅고 배타적이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끼치나. “그렇다. 하루 세 차례 기도 시간이 있지만 기타 반주 정도의 노래에 침묵과 묵상적인 기도가 중심이다.” ―지난달 16일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9주기 무렵 페이스북에 올린 테제 설립자 로제 수사(1915∼2005)와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1977년 아시아주교회의 참석차 홍콩을 찾은 김 추기경과 로제 수사가 만나는 장면이다. 당시 로제 수사는 형제들 몇 사람과 함께 빈민들이 사는 그곳에서 한 달가량 묵고 있었다. 김 추기경이 로제 수사가 가난한 어부들이 사는 수상가옥에 머문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온 것이다. 김 추기경은 대화를 나누다 테제 수사들을 서울에 파견해 달라고 초청했고, 그 약속은 1979년 지켜졌다.” ―테제를 떠나 홍콩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8월 홍콩에서 열리는 ‘테제의 국제 젊은이’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많이 참여하기를 바란다.” ―신앙인이 아니라도 참가할 수 있나. “신앙 여부에 관계없이 열린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다. 테제는 편협한 분위기가 아니다. 홈페이지(www.taize.fr/ko)를 통해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신청할 수도 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3-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백담사 검인당서 동안거 해제 법회… 자승-오현 스님이 던진 화두는?

    1일 오전 강원 인제군 백담사. 봄을 재촉하는 비는 강원도 일대에서는 모처럼 맞이하는 반가운 눈 손님으로 바뀌었다. 새벽까지 내린 눈이 백담사 주변을 하얗게 덮었다. 이날 백담사 검인당(劍刃堂)에서는 동안거(冬安居·외부와 접촉을 끊은 채 90일 동안 진행하는 집중 수행기간) 해제 법회가 열렸다. 신흥사 조실인 오현 스님은 선종의 초조(初祖)인 달마대사와 이조(二祖) 혜가가 나눈 법문의 한 자락으로 해제 법어를 대신했다. 그 유명한 ‘안심법문(安心法門)’이다. “혜가가 스승에게 어떻게 해야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지를 물었다. 달마대사는 ‘너의 마음을 가지고 오너라. 그러면 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겠다’고 했다. 혜가는 달마에게 ‘마음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달마대사는 ‘내가 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노라’라고 하였다.” 이 법회에는 백담사 선원 등에서 수행하던 스님들을 비롯해 7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 기간 백담사 무문관(無門關)에서 수행한 조계종 자승 전 총무원장이 법회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무문관은 3평 남짓한 독방에 들어서면 문 밖에서 자물쇠가 채워지는 결연한 수행 공간이다. 하루 한 번 오전 11시에 작은 구멍으로 식사 한 끼만 들어온다. 법회 뒤 마주친 자승 스님은 “무문관에 입방한 초기에는 총무원장 임기를 마친 뒤 은퇴 이후 계획을 생각했지만 그것마저도 부질없다는 걸 깨닫고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스님은 여러 질문에도 불구하고 “8년간 인터뷰한 적이 없다. 유구무언(有口無言), 입 떼면 그것이 곧 허물 아니냐. 오래 묵언(默言)해 혀가 꼬인다”며 말 대신 웃음으로 화답했다. 주변에 따르면 자승 스님은 하루 한 끼의 식사마저 줄여 체중이 16kg이나 줄었다. 자승 스님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말로만 은퇴가 아니라 제대로 된 은퇴, 아름다운 은퇴를 생각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한편 조계종 홍보팀은 동안거 기간 중 수행자 2000여 명이 전국 사찰에서 용맹정진했다고 밝혔다. 동안거 해제일은 2일이지만 백담사는 전통적으로 하루 빠르게 법회를 개최해왔다. 인제=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3-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천주교 주교회의 “사제 성폭력 사죄” 3차례 고개숙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28일 고 이태석 신부의 수단 선교지에서 발생한 여신자 성폭행 시도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주교회의는 국내 16개 교구의 협의체로 대내외적으로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한다. 주교회의가 사과문 형식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 대주교는 ‘한국 천주교 사제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사죄하며’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주교들은 한마음으로 성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물론 이번 사태로 인해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교회는 사제들의 성범죄에 대한 제보의 사실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 교회법과 사회법 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대주교는 “사제들의 성적 일탈과 위선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교우와 국민에게 용서를 청한다”며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30여 분 동안 3차례나 허리 굽혀 인사하며 사죄의 뜻을 밝혔다. 김 대주교는 한모 신부에 대한 정직 징계가 가볍다는 지적에 대해 “이후 추가 절차가 있을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피해자가 요구한 사제 성폭력 전수조사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천주교는 각 교구가 각자 활동하는 ‘교구 독립제’라 교구별로는 파악하고 있지만 전체 통계를 구하기 어렵다. 김 대주교는 “5일에 열리는 춘계총회에서 정보를 공유하면 공동 대책이 나올 수 있다”며 “오이밭에서 신발끈을 매지 말라고 했다. 총회에서 원칙은 물론 구체적 내용까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가톨릭대 총장인 김유정 신부는 한 신부를 두둔하는 뉘앙스의 글을 온라인에 써 눈총을 받았다. 김 신부는 “그가 사회 정의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한 까닭이 죄에 대한 보속(속죄)의 의미”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현재는 ‘2차 가해’라는 항의를 받고 삭제했다.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3-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신부 성폭행 시도’ 미투 폭로에…“곧 잠잠해져” 해당 성당, 신자들에 문자 논란

    성폭행 시도가 폭로된 한 모 신부 사건과 관련해 천주교수원교구가 교구장 명의의 사과 입장을 밝혔으나 정직은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한 모 신부가 주임 신부로 있는 해당 성당 신자들에게는 “사흘 정도만 보도거리가 없으면 잠잠해진다”는 문자가 보내진 것으로 드러나 또 다른 논란도 일고 있다. 25일 미사가 있는 일요일임에도 수원의 이 성당은 “본당 사정으로 2월 25일부터 3월 2일까지 미사가 없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출입문에 붙여놓고 문을 닫았다. 하지만 KBS에 따르면 신자들이 받은 문자 메시지에는 “3일 정도만 보도거리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이슈가 사라져 잠잠해진다니 따라주셨으면 한다”며 “언론의 왜곡 및 증폭 보도를 막기 위한 결정이다. 언론에서는 어떻게든 영상을 찍고 인터뷰를 하려 혈안이 되어있고 어느 한 방송사에서만이라도 영상이나 인터뷰를 따 가면 확대, 왜곡, 증폭 보도가 가능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 신부가 활동했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25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한 모 신부가 7년 전 남수단에서 행한 비참한 일에 대해 깊이 참회한다”며 “인간의 영혼을 어둡고 슬프게 만든 그의 폭력은 저희 사제단이 함께 매 맞고 벌 받을 일임을 인정하고, 기나긴 세월 남모르는 고통을 겪으신 피해여성께 삼가 용서를 청한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이어 “한 모 신부는 엄연히 사제단의 일원이며 형제이기에 그의 죄는 고스란히 우리의 죄”라며 “소식을 접하던 당시 정확한 사실과 피해자의 심정을 미처 다 헤아리지 못한 점도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 신부는 사제단을 자진탈퇴한 상태다. 26일 종교계 등에 따르면 한 신부는 쌍용차 사태와 세월호 참사 등 주요 사회 이슈마다 정의와 양심을 내세우며 진보 진영을 대변하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왔다. 한 신부는 지난해 12월에도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비롯한 양심수들을 성탄절 특사로 석방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다음달 5일 열리는 천주교주교회의 봄철 총회에서 한 신부 사건과 성직자의 자정을 위한 입장 표명이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 교구들의 협의기구인 주교회의는 봄과 가을에 교구장 주교들이 참석하는 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현재 수원교구는 정직이 내려진 한 모 신부에 대한 면직(免職·사제직 박탈) 등 추가 징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적으로 사제에 대한 인사와 징계 등은 해당 교구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교구장의 권한이다. 주교회의의 한 관계자는 “한 신부에 대한 조치는 수원교구 차원에서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건의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번 총회에서 성추문에 관한 입장과 대책도 나오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한편 개신교계의 교회개혁실천연대는 다음달 2일 ‘교회 내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연다. 7월 ‘기독교 반(反)성폭력센터’ 개소를 앞두고 준비한 행사다. 온라인으로 사례 접수를 받고 비공개로 행사를 진행하는데 미투 바람을 타고 제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2-26
    • 좋아요
    • 코멘트
  • ‘민족통일 기독교회 선언’ 30주년, 3월 5∼7일 국제협의회 개최

    진보적 성향의 개신교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88선언’ 3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협의회를 다음 달 5∼7일 서울에서 개최한다. 88선언은 1988년 발표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이 공식 명칭으로, 민간 부문에서 나온 최초의 통일 선언이다. NCCK는 이 선언에서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 민의 참여, 인도주의를 통일의 5대 원칙으로 제시했고, 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통일 정책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이 행사에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총무 올라브 퓍세 트베이트 목사,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총무 매슈스 조지 추나카라 박사, 세계개혁교회연맹(WCRC) 총무 크리스 퍼거슨 목사 등 진보적 개신교계 인사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교 자문위원인 조니 무어 목사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을 포함해 해외 교회 지도자 40여 명과 국내 개신교 지도자 80명 등 총 120명이 참가한다. 5일 첫날 회의는 지난 30주년을 성찰하는 세대 간 대담으로 시작하며 제주도4·3사건 생존자, 간첩 누명을 썼던 탈북자 등이 분단의 아픔을 증언한다. 트베이트 WCC 총무는 강연을 통해 세계교회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노력과 발자취를 짚어본다. 6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를 향하여―평화와 통일을 향한 한반도 지정학’을 주제로 한 강연과 토론에 이어 7일 종합토론과 선언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겸손하고 아름다웠던 성직자 가셨다”

    21일(현지 시간) 타계한 빌리 그레이엄 목사에 대한 추모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장례식은 다음 달 2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있는 빌리그레이엄 도서관에서 거행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살아 있는 전직 미국 대통령 5명이 모두 초청됐다. 그레이엄 목사의 유해는 2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이틀간 미 국회의사당에 안치되며 일반인의 조문도 받는다. AP통신은 “대통령과 같은 고위 공직자가 아닌 일반인이 이런 특별예우를 받는 것은 2005년 별세한 미국 흑인 민권운동 영웅 로자 파크스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고인에 대한 전·현직 미 대통령들의 애도 메시지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레이엄이 ‘하나님의 대사’라는 사실은 그가 남긴 삶의 족적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트위터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미국인들에게 희망과 안내자 역할을 한 겸손한 목회자였다”라고 애도했다. 유족들이 전하는 생전 그레이엄 목사의 말과 행동은 대중적인 카리스마보다는 겸손하려 노력했던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언젠가 당신은 빌리 그레이엄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날 나는 이전보다 더욱 살아날 것입니다. 방금 ‘이사’를 완료했기 때문입니다.” 손자 윌 그레이엄 목사가 전한 고인의 소신이다. 고인은 “천국에서 가장 가슴 뛸 일은 예수 그리스도가 그곳에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삶의 여행 끝나는 날에 예수는 우리를 만나줄 겁니다”라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프랭클린 목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라는 문구가 들어간 갈라디아서 6장 14절을 고인이 가장 좋아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이 성경 구절을 침실과 주방, 욕실 등 집 안 곳곳에 배치했다고 한다. 국내 개신교계도 그의 발자취를 기억하며 추모하는 분위기다. 1973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전도 집회 통역을 계기로 오랜 교분을 쌓아온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는 고인을 누구보다 겸손한 성직자로 기억했다. 한국 정부에서 내어준 캐딜락 차량을 보고 몹시 놀라며 “이 차는 굉장히 크군요. 전도하러 온 나라에서 이렇게 큰 차를 타고 다닐 수는 없지요. 내게 좀 더 작은 차를 줄 수는 없나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그레이엄 목사가 세계적인 복음 전도자임에도 언제나 집회 전에는 “마음이 많이 떨린다. 함께 손을 잡고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에 체류하는 김 목사는 생전 고인의 요청에 따라 장례식에서 외국인 목회자들을 대표해 조사를 낭독할 예정이다. 여의도 집회 당시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사무총장이었던 교계 원로 홍정길 목사는 “그레이엄 목사는 20세기 최고의 복음 전도자였고, 목회자들이면 누구나 꿈꾸는 아름다운 생애를 살았다”고 말했다. 또 홍 목사는 “그레이엄 목사를 계기로 미국 복음주의 시대가 열렸다”며 “그 씨앗이 미국 중남부 여러 주의 바이블벨트를 낳았고,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지역의 복음주의 열풍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교계에서는 그레이엄 목사가 한국 교회의 부흥에 기여한 것은 물론 북한을 두 차례 방문하는 등 남북 화해에 기여한 것도 큰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몇 해 전 북한을 방문했을 때 묘향산의 김일성주석기념관에서 그레이엄 목사가 선물한 비둘기상을 마주하고 큰 기쁨과 충격을 받았다”며 “교회 부흥이라는 큰 업적에 가려져 덜 조명되고 있지만 고인은 남북 화해와 통일을 위해 헌신적으로 기도하고 노력한 인물이다. 아들 프랭클린 목사도 ‘사마리아인의 지갑’이란 단체를 통해 아버지의 뜻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한기재 기자}

    • 2018-02-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국민 위한 길, 진보와 보수가 어디 따로 있나요”

    강원 양양 낙산사 가는 길, 그날따라 바람이 몹시 불었다. 최근 낙산사에서 만난 주지 금곡(金谷) 스님은 범종루에 들어서자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동종을 쓰다듬었다. 자식을 바라보는 그것과 닮았다. 이 종은 스님이 2005년 주지 부임 보름 만에 겪은 화재로 녹아내렸던 동종(옛 보물 제479호)을 복원한 것이다. “이 일대가 워낙 바람이 거센 지역이라 항상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제천과 밀양 참사로 정말 소중한 인명들이 희생됐습니다. 불 없이 살 수는 없지만 장점만 취하고 단점은 피하도록 노력해야죠.” 스님은 3000일 복원 불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2009년 주지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올해 초 다시 복귀했다. 낙산사와 금곡 스님, 이쯤 되면 헷갈린다. 금곡 스님이 총무원 사회부장과 중앙종회 의원 등 종단의 주요 소임을 두루 맡아온 정념 스님이다. 금곡은 신흥사 조실인 오현 스님이 지어준 법호(法號)다. “잊혀지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 지난해부터 큰스님이 내려준 법호를 쓰고 있습니다. 그래도 낙산사와는 뗄 수 없는 인연인 모양입니다.” 9년 만의 복귀인데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낙산사는 종단뿐 아니라 불자와 국민들 도움으로 다시 태어난 곳입니다. 그 고마운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낙산사에 가면 치유가 된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해지고 힘든 번뇌도 사라지는 도량이 됐으면 합니다. 낙산사의 왼쪽은 동해, 오른쪽은 백두대간이 펼쳐지죠.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자연과 사람, 문화가 어우러지는 사찰로 가꾸겠습니다.” 스님은 종단 안팎에서 소통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행보 때문에 정동영 주호영 의원과 이인제 전 의원 등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진다.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낙산사를 찾아 올림픽 성공을 기원했다. 2016년 4월 총선 직후에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부부가 스님이 회주로 있는 서울 흥천사의 어린이집을 찾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스님은 “글쎄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스님은 “문 대통령은 젊은 시절 해남 대흥사의 일지암에서 공부한 걸로 알고 있다”라며 “가톨릭 신자이지만 좋은 일이라면 종교의 차이에 구애받지 않는 분 아니냐”라고 했다. 2007년에는 대선 주자였던 손학규 전 국민의당 상임고문이 잠행 중 낙산사를 찾았다. “그분들이 저한테 길을 물으러 오는 것은 아니니, 드릴 말도 없죠. 오시면 편하게 차 한잔 대접하는 거죠. 나중에 보면 제가 권해서 그런 게 아니라 알아서 길을 잘 가시더라.”(금곡 스님) 김종수 신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종사모’는 스님이 맺어온 인연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는 사례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종교계에서 남북 교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스님과 원불교 정인성 교무 등이 그 멤버다. “김 신부님이 워낙 깨어 있는 분이고 활달해 그분 핑계로 모였죠. 이번 올림픽이 남북이 함께 평화를 추구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랍니다.” 스님은 우리 사회의 소통과 화해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진보도 중요하지만 보수의 기(氣)도 받아서 국민을 위한 길을 가야 합니다. 허물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허물마저 사랑과 자비로 포용한다면 불필요한 반목이 사라지죠. 함께 길을 가고, 함께 길을 찾아나서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양양=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2-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갑식 기자의 뫔길]자진해 물러난 전임 교황은 뭘 하시나

    2014년 8월 프란치스교 교황(82)의 한국 방문을 취재할 무렵 화제가 됐던 사진이 있다. ‘신(神)은 누구의 기도를 들어줄까’라는 제목이 붙은 패러디였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함께 기도하는 모습에 말풍선을 띄우고, 각각 출신 국가인 아르헨티나와 독일 국기를 그려 넣어 승리를 염원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 달 전쯤 열린 두 나라의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은 ‘바티칸 더비’ ‘교황 대결’로 불리기도 했다. 다시 살펴보니, 원래 사진은 2013년 3월경 교황의 여름 별장이 있는 이탈리아 남부 카스텔간돌포에서 기도하는 장면으로 추정된다. 선종(善終·죽음을 의미하는 가톨릭 용어) 때까지 직분을 수행하는 교황의 자진 사임은 1415년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무려 598년 만이었다. 살아 있는 전·현직 교황의 만남은 이미 가톨릭사의 중요한 사건이 됐다. 이후 그 의미가 어느 정도로 커질지는 실로 가늠하기 어렵다. 그해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베네딕토 16세를 방문해 함께 기도했다. 교황이 “메리 크리스마스, 교황님!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고 부탁하자, 베네딕토 16세는 “언제나 기도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런 운명적인 교차점 이후 교황은 세상의 한가운데로, 베네딕토 16세는 기도와 명상, 은둔의 세계로 향했다.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가톨릭 교계가 발굴한 최대의 ‘슈퍼스타’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뉴스 메이커다. 무엇보다 추문으로 얼룩진 바티칸에 대한 개혁과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낮은 행보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쳇말로 ‘맞짱’ 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구인 아닐까? 13억 가톨릭 신자에 대한 영향력은 물론이고 트위터 팔로어만 40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종교를 뛰어넘은 파파 신드롬이 그 힘의 원천이다. 실제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협약에서 탈퇴하자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자연환경이 공동의 이익, 모든 인류의 유산, 모든 사람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가 바티칸을 방문하는 각국 대표들과 이탈리아어로 대화를 나누는 관례를 깨고 모국어 스페인어를 쓴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적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교황은 트럼프의 장벽 건설 공약에 대해서도 “다리를 만들지 않고 벽만 세우려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어디에 있건 간에 그리스도인이 아니다”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반면 퇴임 이후 드러나지 않았던 베네딕토 16세의 길은 최근 보도된 뉴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7일(현지 시간) 발행된 이탈리아의 한 매체에 따르면 올해 91세인 그는 “육체적 힘이 서서히 쇠퇴함에 따라 주님의 집을 향한 내적인 순례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퇴위한 교황의 건강과 일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는 요청에 응해 편지 형식으로 근황을 전한 것이다. 그는 “때로는 조금 힘들기도 한 이 마지막 시기에, 결코 상상하지 못한 이렇게 큰 사랑과 선의에 둘러싸여 있는 것은 엄청난 영광”이라고 했다. 어쩌면 지난해 10월 선종과 관련한 가짜 뉴스가 없었다면 잊혀졌던 교황의 삶은 훨씬 나중에 알려질 수도 있었다. 당시 그의 위독설이 퍼져 나가자 교황청 대변인이 두 수녀의 예방을 받고 숙소 앞에서 찍은 베네딕토 16세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나서야 선종설은 잠잠해졌다. 베네딕토 16세는 현재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과 정원 사이에 있는 교회의 한 수도원에 거주하고 있다. 일부 혹독한 교회 비평가들은 바티칸을 물이 새는 ‘노아의 방주’로 불러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의 이미지를 바꾸고 있지만 그가 진 십자가의 무게가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5년 전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언제나 기도하겠다”는 짧은 대화는 그래서 다르게 읽힌다. 그 기도는 세상에서 오직 두 ‘고수(高手)’만 알 수 있는 절대고독과 연민의 그것이기 때문이다. 자유의지에 의한 베네딕토 16세의 사임은 50년, 100년 뒤 지금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 이전에 압도적 사건을 만날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20여 년 동안 인연을 맺은 문한림 주교의 말이다. “내가 아는 그분은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절대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김갑식 문화부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2-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극동PK장학재단, 사랑·비전장학생 62명에 장학금 전달

    극동PK장학재단(이사장 김요한 목사)이 13일 극동방송 채플실에서 12기 장학증서 수여식을 열었다. 장학생은 사랑장학생과 비전장학생으로 나뉘어 최종 62명이 선발됐다. 사랑장학생은 국내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소외계층과 북한 이탈주민, 장애우, 미자립교회 목회자, 선교사 자녀 등이 우선적으로 뽑혔다. 비전장학생은 세계적인 크리스천 리더를 꿈꾸며 공부하고 있는 해외 대학생 및 대학원생 18명에게 주어졌다. 특히 제천 참사의 희생자 중 한명이었던 고 박재용 목사의 자녀 박지은 씨(감리교 신학대학원 2년)와 동국대 정치학 석사 과정에 있는 지성호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대표가 장학생에 포함됐다. 김요한 목사는 격려사를 통해 “장학금 수여식으로만 이 자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학생들이 있음으로 인해 우리 사회와 우리나라, 한국의 교회들이 더 아름다워지는 놀라운 열매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2-13
    • 좋아요
    • 코멘트
  • [종이비행기]탁발순례 도법 스님, 이번엔 평화의 행진

    실상사 회주 도법 스님은 탁발순례의 달인이다. 그는 2004년 ‘생명평화 탁발순례’를 시작한다. 그해 3월 1일부터 2008년 12월 12일까지 장장 1748일 동안 3만 리를 걷고 8만 명을 만났다. 최근 실상사에서 ‘한반도 평화 만들기 1000인 은빛순례단’에 관한 e메일이 왔다. 60세 이상은 정회원, 60세 미만은 명예회원이다. 이 단체는 서약운동과 더불어 걷고 대화하는 국토순례를 계획 중이다. 스님은 ‘은빛순례자의 편지’에서 “불은 반드시 물로 꺼야 하듯이 전쟁은 오로지 인내와 대화와 평화로만 해결된다”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은빛들이 마중물 되어 아이들에게 줄 선물 ‘평화의 한반도’ ‘자유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년간 조계종 화쟁위원장을 맡아 사회적 분쟁의 조정자 역할을 자임했다. 성과도 있었지만 “변했다” “결국 한쪽 편만 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그의 귀환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남쪽뿐 아니라 북쪽에도 할 말은 하는 평화 만들기의 순례길이 되기를 바란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2-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주민과 호흡하는 풀뿌리 동네교회가 기독교의 반석”

    건물 입구 머릿돌은 대개 건축과 관련한 날짜와 사연이 있다. 하지만 6일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 성락성결교회의 그것은 달랐다. 흙냄새가 느껴지는 화강석에 반석(磐石)이란 한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2010년 새 교회가 들어서자 남한산성 행궁에 있는 비의 글자를 탁본해 새긴 것이다. “그 역사의 물길을 남한산성부터 이곳까지 끌어오고 싶다고 생각했죠. 기독교(개신교)에서 반석은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지형은 담임목사(58)는 “그 글자에서 병자호란으로 우리 민족이 겪은 고난과 반석처럼 튼튼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느꼈다”며 “교회는 뿌리내린 지역과 사람들, 삶의 역사에서 분리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독일 보쿰대에서 교회·교리사를 전공해 신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교회 일치와 갱신을 위해 노력해온 목회자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신학위원장을 맡고 있다. 20일에는 교계 원로 홍정길 목사의 뒤를 이어 ‘남북나눔운동’ 이사장으로 취임한다. ―지난해 종교개혁 500주년이 교회 갱신의 계기가 못 됐다는 비판이 많다. “홍 목사님 말을 빌리면 이렇다. ‘500주년 얘기는 많이 했지만 우리 삶은 변화하지 않았다’고. 깊이 공감한다.” ―어떤 변화인가. “중요한 것은 우리 삶이 변화하는 것이다. 일상이 바뀌고, 또 인격이 바뀌어야 진짜 변화다. 그것은 성찰과 내면으로의 침잠이 필요하고, 성경 말씀과 가르침대로 살아가야 한다.” ―좋은 기회를 왜 그냥 보냈는가. “솔직히 500주년이라고 해서 한국 교회가 하루아침에 개혁되겠나. 근본적 개혁이 어렵지만 그 정신을 기념이라도 해야 한다는 게 교계 분위기였다. 그 와중에 그 정신마저 흔들어버린 명성교회 세습 사태가 터졌다.” ―교회 내부에서는 세습과 관련해 찬성 의견이 훨씬 많다고 한다. “종교의 메커니즘을 볼 때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종교는 진리에 대한 믿음인데, 그 과정에서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에 대한 믿음도 같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교회가 소속된 예장 통합의 교단 재판이 진행 중이라 끝난 문제가 아닐 것이다. 통합이 어떤 교단인가. 개신교의 바로미터 같은 교단이다. 교단법상 제재를 받기보다는 명성이 교단에서 탈퇴해 교단 체면을 살려주는 방식으로 정리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종교의 위기라는 말도 나온다. “종교의 위기가 아니라 종교집단의 위기라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1960년대 종교의 종말이라는 단어가 시대적 키워드가 됐지만 또 다른 전기를 맞지 않았나. 사람들은 항상 위로와 희망이 필요하고, 그 리더는 언제든지 있었다. 우리나라가 어렵던 시절, 조용기 목사는 많은 비판을 받지만 종교 분야의 ‘천재’였다.” ―한국 교회의 미래는 무엇에서 찾아야 하나. “교회는 근본적으로 지역에 뿌리내리는 동네교회여야 한다. 대형 교회나 이른바 여기저기 지교회가 있는 ‘전국구 교회’는 성서적 교회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대형 교회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서로 손잡고 같이 살아야 한다. 작은 교회들이 문을 닫으면 중형, 대형 교회도 흔들린다.” ―성결교단에서 가장 진보적 성향 아닌가. “(웃음) 내 생각엔 중도적 진보다. 우리 사회는 보수, 진보로 나눈 뒤 ‘내 편, 네 편’ 하는 의식이 강하다. 보수면 어떻고, 진보면 어떠냐. 역사를 공부해서 그런지, 사회는 보수가 끌어가는 게 맞고, 그 과정에서 진보가 균형을 잡으면 된다. 수레는 두 바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2-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평양 조용기심장병원 공사 빨리 재개됐으면”

    “남북 관계 악화로 중단된 평양 조용기심장전문병원의 공사가 곧 재개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미 건물의 골조는 완성돼 있어 6개월이면 완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64·사진)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좋은 일이니 적극 협조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라며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에도 남과 북, 미국 간에 평화 분위기가 잘 조성돼 인도주의적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여의도순복음교회와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은 2007년 평양에 연면적 2만여 m²에 지하 1층, 지상 7층 등 총 260병상 규모의 병원 건립에 합의한 뒤 건설해왔으나 2010년 이후 공사가 중단됐다. 교회에 따르면 북한 측이 전문적인 심장병원 건립에 관심을 보여 원로목사인 조용기 목사의 이름을 쓰는 것도 문제 삼지 않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또 “5월 18일 창립 60주년에 맞춰 콘퍼런스와 기도대성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기도대성회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복음주의자문위원장인 폴라 화이트 목사와 2013년 타임지 선정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힌 윌프레도 초코 데 헤수스 목사 등이 설교자로 참여한다. 이 목사는 “60주년을 맞아 여러 행사들이 많지만 무엇보다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일에 가장 힘쓰겠다”라며 “전체 예산의 3분의 1을 구제와 선교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 2018-02-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