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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적인 사회적 주제보다는 팍팍한 현실을 반영한 개인적 서사에 집중한 작품들이 많았다.” 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25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올해 응모작들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올해 9개 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총 7384편으로 지난해(7337편)보다 47편 늘었다. 부문별로는 중편소설 358편, 단편소설 684편, 시 5404편, 시조 452편, 희곡 75편, 동화 258편, 시나리오 66편, 문학평론 26편, 영화평론 61편이었다. 예심 심사위원은 △중편소설 손홍규 정한아 소설가, 정여울 문학평론가 △단편소설 김성중 손보미 안보윤 소설가, 강동호 문학평론가 △시 김상혁 서효인 시인 △시나리오 정윤수 영화감독, 조정준 영화사 불 대표가 맡았다. 중편소설 응모작은 세태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았다. 정여울 문학평론가는 “외롭고 불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드게임’ 같은 독특한 취미에 의존하는 작품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재가 재미있는 반면에 문학 작품으로서의 스토리텔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작품들도 있어서 아쉬웠다”고 했다. 손홍규 소설가는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인해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보다 다양한 문학적 재능과 열정을 가진 이들이 더 많이 응모한 것 같다”고 했다. 정한아 소설가는 “인공지능(AI)이나 마약처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 문제들을 다룬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단편소설에선 간병이나 반려동물 등 ‘돌봄’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았다. 김성중 소설가는 “자신이나 가족의 병을 돌보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노인이 화자로 등장하는 작품도 많았다”고 했다. 강동호 문학평론가는 “지난해에 이어 반려동물이 등장한 작품이 꽤 있었다. 힘든 현실을 잊고 다정하고 무해한 존재와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심정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안보윤 소설가는 “조손 가정에서 자라 자신의 부모를 적대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등 ‘가족의 해체’를 전제로 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손보미 소설가는 “전체적으로 거대 담론보다는 개인에 기반한 볼륨이 작은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시 부문에도 예년과 달리 ‘나’의 존재를 고찰한 응모작이 많았다. 서효인 시인은 “최근에는 젠더 의식이나 보편적 윤리 등 사회 문제를 시로 표현한 경향이 두드러졌는데, 올해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한 시들이 더 많았다. 삶이 어려워질수록 ‘나’라는 존재에 대해 본질적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상혁 시인은 “화분을 의인화하는 등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설정을 적용해 쓴 시도 돋보였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부문에서는 공상과학(SF)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정윤수 영화감독은 “예전의 SF 시나리오가 외계인의 침입 같은 뻔한 소재가 주를 이뤘다면, 이번에는 ‘안티 에이징’, AI와 인간의 공존 등 구체적 고민을 담은 작품들이 많았다”고 했다. 조정준 영화사 불 대표는 “재벌과의 관계가 배경이 되는 등 발칙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작품도 눈에 띄었다”고 했다. 이날 예심 결과 △중편소설 10편(10명) △단편소설 13편(13명) △시 60편(12명) △시나리오 10편(10명)이 본심에 올랐다. 시조, 희곡, 동화, 문학평론, 영화평론은 예심 없이 본심에서 당선작을 정한다. 당선자에게는 이달 말 개별 통보하며, 당선작은 동아일보 내년 1월 1일자 지면에 소개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I’ll never forgive you for one thing my dear, You wasted my prettiest years.(자기야, 절대 용서 못할 한 가지는 네가 내 가장 예쁜 시절을 낭비했다는 거야)”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6일 발매한 정규 앨범 ‘Rosie’의 타이틀곡 ‘Toxic Till The End’의 가사 일부다. 전 연인과 해로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겪은 감정 소모를 표현한 곡이다. 슬픈 가사와 반대되는 경쾌한 멜로디가 로제의 애절한 목소리와 어우러져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로제는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미국 드라마 ‘가십걸’에 나온 배우 에번 모크와 함께 연인을 연기해 화제가 됐다.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만든 싱글 ‘APT.(아파트)’로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로제가 정규 앨범을 선보였다. 이번 앨범은 ‘아파트’를 비롯해 선공개곡 ‘Number One Girl’ ‘Toxic Till The End’ 등 전곡(12곡)이 로제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곡들로 구성돼 있다. 로제의 경험에 기반해 20대가 겪을 법한 진솔한 고민을 담아낸 게 특징. 로제는 “앨범명 ‘Rosie’는 가까운 지인들이 나를 부르는 애칭”이라며 “이번 앨범을 통해 많은 이들이 나를 가깝게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술게임에서 착안해 K팝만의 독특한 감성을 담은 ‘아파트’를 제외한 나머지 앨범 수록곡들은 일반적인 팝 느낌을 물씬 풍긴다. 가사도 대부분 영어로 쓰여 글로벌 팬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신과의 연애를 게임처럼 여겨 상처받은 심정을 노래한 ‘Gameboy’는 어쿠스틱 기타와 얼어붙은 심정을 표현하는 듯한 어두운 멜로디가 잘 조화된다. 새벽에 느껴지는 연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호소한 ‘3am’은 강렬한 그루브가 느껴지는 반주와 알앤비 감성이 돋보인다. 추상적인 사랑이나 우정보단 진솔한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놓은 가사가 마음을 울린다. 다만 차분한 멜로디로 이뤄진 곡들이 대부분이라 아파트만큼 강렬한 느낌을 받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로제는 이번 앨범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을 노리고 있다. 앞서 블랙핑크와 뉴진스 등이 빌보드 200에서 1위에 오른 바 있다. 로제는 ‘아파트’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100’에서 역대 K팝 여가수 중 최고인 8위에 올랐다. 단순한 핑크색 세트장에서 촬영해 “B급 감성으로 키치하다”는 평을 받은 ‘아파트’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 5억2000만 회(8일 기준)를 넘겼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영국 소설가 메리 셸리의 SF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부제목은 ‘현대판 프로메테우스’다.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전파하려다가 제우스에게 들켜 독수리에게 매일 간을 쪼아먹히는 형벌을 받게 된다. 소설 주인공 프랑켄슈타인도 과학으로 생명체를 만들려 하다가 괴물을 낳게 되고, 평생을 고통에 시달리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프로메테우스 신화가 SF 문학의 효시로 불리는 소설을 낳은 것처럼, 현 시대의 예술 작품들 다수가 그리스 신화를 기반으로 한다. 신간은 영국의 저명한 신화학자인 저자가 그리스 신화 속 인물 8명을 골라 집중적으로 다룬다. 프로메테우스, 메데이아,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아마조네스, 오이디푸스, 파리스의 심판, 헤라클레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모두 독특한 캐릭터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신화 속 인물들이다. 저자는 캐릭터 집중 분석을 통해 고대, 중세, 르네상스를 거쳐 현대까지 신화가 사회·문화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떻게 영향력을 끼쳤는지 짚어본다.“비즈니스 프로젝트와 광고, 마케팅에 있어서 그리스 신화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보물상자”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 실제로 책에는 현대까지 영향을 미치는 신화 속 인물들의 흥미로운 사례가 여럿 등장한다. 추리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단편집 ‘헤라클레스의 모험’에서는 전설적 탐정 에르퀼 푸아로의 사건에도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이 차용된다. 마초적 전사의 모습을 상징하는 헤라클레스의 흔적은 ‘어벤저스’ 같은 히어로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리라 연주자 오르페우스가 연인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지옥에 내려갔다가 결국 실패하는 이야기는 매혹적이면서도 가슴을 저릿하게 하는 로맨스의 원형이다. 특유의 음악성 때문에 산문 형식으로 기록된 다른 신화와 달리 오르페우스 이야기는 시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주제였다. 작사가 시모니데스를 비롯해 많은 고대 그리스 시인들이 연인 에우리디케를 잃은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를 달콤한 시로 읊었다. 그런데 2∼3세기 신학자인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는 오르페우스를 ‘사기꾼’으로 여기는 등, 중세로 갈수록 보다 다양한 캐릭터 해석이 등장한다. 헤라와 아프로디테, 아테나 중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를 판단해야 했던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 이야기는 후대에 보다 심오하게 해석된다. 북아프리카 태생으로 추정되는 작가 파비우스 플란시아데스 풀젠티우스는 5세기 후반 저술한 ‘신화론’에서 세 여신의 욕망을 평가했다. 아테나는 지식을 추구하기 위해 명상하는 우아한 욕망을 드러내지만, 헤라는 탐욕스럽게 소유물에 집착하는 삶이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욕망으로 가득 찬 쾌락적 삶은 이 중 최하위다. 이 평가에는 의견이 갈릴 수 있겠으나, 신화에 투영되는 인간의 욕망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온다. 신간은 고대인들의 삶에 뿌리내린 신화들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왜 여전히 유효한지 알려준다. 풍부한 지식이 녹아 있지만, 현대인들의 관심사와 엮어 어렵지 않게 설명하는 점이 매력적. 또 현대뿐 아니라 고대, 중세 등 신화 속 인물들의 변천사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한 점도 흥미롭다. 가족, 다름의 개념, 기원, 정치 등 인간의 근원적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를 풍성히 다뤄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킨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콩을 발효해 된장, 간장 등을 담가 먹는 우리의 ‘장(醬)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됐다. 유네스코 무형유산 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는 3일 오후(현지 시간)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제19차 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Knowledge, beliefs and practices related to jang-making in the Republic of Korea)’를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올렸다. 위원회는 “한국의 장 담그기는 주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성별과 연령, 각기 다른 사회 계층의 가족 구성원에 의해 수행된다”며 “이는 가족의 정체성을 반영하며 가족 구성원 간의 연대를 촉진한다”고 등재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의 장 담그기’는 발효된 콩으로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을 담가 먹는 문화로, 음식뿐 아니라 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과 신념, 기술을 모두 포함한다. 장 담그기는 2018년 한국의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뒤 2019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신청대상으로 선정됐다. 지난달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가 사전 심사 결과 ‘등재 권고’ 판정을 내리면서 등재가 확실시됐다. 장 문화의 연원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신문왕(재위 681∼692년) 때 왕비를 맞으면서 보내는 폐백 품목에 ‘장’과 ‘시(䜻·장의 일종)’가 포함돼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 시대 왕실에서는 장을 보관하는 창고인 장고(醬庫)를 관리하는 상궁인 ‘장고마마’를 따로 둘 정도로 장을 중시했다. 장 만들기는 콩 재배와 메주 만들기, 장 만들기와 가르기, 숙성, 발효의 과정을 아우른다. 특히 메주를 띄운 후 된장과 간장을 만들고, 한 해 전 사용하고 남은 씨간장에 새로운 장을 더하는 한국의 전통 방식은 중국, 일본과 다른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이날 위원회에는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35호(진장) 기순도 명인이 참석해 10대째 지켜온 370년 된 씨간장으로 담근 고추장과 된장을 참석자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이번 등재 결정에 따라 한국이 보유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은 총 23건이 됐다. 앞서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년)이 처음 등재된 후 ‘탈춤’(2022년)까지 모두 22건이 등재된 데 이어 하나를 추가하게 된 것. 한국은 2026년에 ‘한지 제작의 전통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의 등재도 시도할 예정이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장은 한국인의 음식 문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음에도 보편적 일상 음식이란 인식 때문에 그 가치가 소홀히 여겨져 왔다”며 “이번 등재를 통해 국민들이 우리 음식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여성영화인모임은 4일 배우 라미란(사진)을 올해 여성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여성영화인모임 측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 범죄와 싸우고 스스로를 지키는 영화 ‘시민덕희’의 ‘덕희’ 역할을 통해 한국 영화의 한 자리를 굳건히 지켜낸 공을 인정한다”고 시상 배경을 밝혔다. 공로상은 주진숙 중앙대 명예교수(첨단영상대학원), 강수연상은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에 각각 돌아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발효된 콩으로 각종 양념류를 담가먹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이 됐다. 이로써 한국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23건을 보유하게 됐다. 유네스코 무형유산 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는 3일 오후(현지 시간)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제19차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는 발효된 콩으로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을 담가 먹는 문화로, 장 담그는 과정의 지식과 신념, 기술을 모두 포함한다. 장 담그기는 2018년 한국의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뒤 2019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신청대상으로 선정됐다. 2022년 등재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한 뒤 지난달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가 사전 심사 결과 ‘등재 권고’ 판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등재가 확실시돼왔다. 위원회는 장 담그기가 공동체 평화 조성에 기여한다고 봤다. 위원회는 “한국의 장 담그기는 주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성별과 연령, 각기 다른 사회 계층의 가족 구성원에 의해 수행된다”며 “이는 가족의 정체성을 반영하며 가족 구성원 간의 연대를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게기로 보편적이라 오히려 간과될 수 있는 생활 관습 분야의 무형유산이 지닌 사회적, 공동체적, 문화적 기능과 중요성을 환기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헀다. 기본 양념인 장은 오랜 기간 한민족의 밥상을 책임져 왔다. 그 연원이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삼국사기에는 신라 신문왕(재위 681∼692년) 때 왕비를 맞으면서 보내는 폐백 품목에 ‘장’과 ‘시(䜻·장의 일종)’가 포함돼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 시대 왕실에서는 장을 보관하는 창고인 장고(醬庫)를 관리하는 상궁인 ‘장고마마’를 따로 둘 정도로 장을 중시했다. 한국의 장 만들기는 콩 재배와 메주 만들기, 장 만들기와 가르기, 숙성, 발효의 과정을 아우른다. 특히 메주를 띄운 후 된장과 간장을 만들고, 한 해 전 사용하고 남은 씨간장에 새로운 장을 더하는 한국의 전통 방식은 중국, 일본과도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평가받아 왔다. 또 장은 낮은 온도에서 발효를 시작해 점차 온도가 올라가는데, 이 과정에서 재료들이 가진 맛이 서로 어우러져 단맛, 쓴맛, 신맛, 짠맛을 모두 갖추게 된다. 이번 등재 결정에 따라 한국이 보유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은 총 23건이 됐다. 우리나라는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년)이 처음 등재된 후 △판소리 △강릉 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 △가곡 △대목장 △매사냥(여러 나라 공동 등재) △택견 △줄타기 △한산모시짜기 △아리랑 △김장문화 △농악 △줄다리기(여러 나라 공동 등재) △제주해녀문화 △씨름(남북 공동 등재) △연등회 △탈춤 등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장 담그기는 가족 내에서 전승되어온 집안의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으며, 한국인의 일상 문화에 뿌리를 이루고 있다”며 “이번 등재를 통해 국민들이 우리 음식문화에 자부심을 갖고 소중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젊은 나이의 다산은 대단했습니다. ‘돌격대장’이었고 다혈질이었지요.” 정민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64·사진)가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성인 같은 모습의 다산과 젊은 시절의 그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2006년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처음 출간한 뒤 20년 가까이 다산 연구에 매달린 한국의 대표적 인문학자 중 한 명. 신간 ‘다산의 일기장’(김영사)을 펴낸 그가 3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나섰다. 이번에는 ‘30대의 다산’을 재조명했다고 한다. ‘다산의 일기장’은 다산이 33∼35세이던 1795∼1797년 작성한 일기 4종을 다룬다. ‘금정일록(金井日錄)’ ‘죽란일기(竹欄日記)’ ‘규영일기(奎瀛日記)’ ‘함주일록(含珠日錄)’을 국내 최초로 한글 번역한 것을 담았다. 다산이 청나라 출신 천주교 신부인 주문모 검거 실패 사건에 연루돼 ‘사학삼흉(三凶)’으로 몰려 충청도 금정찰방으로 좌천됐다 간신히 한양으로 상경했지만, 다시 외직으로 밀려난 ‘고초의 시기’다. 신간에는 온화한 실학자로만 알고 있던 다산의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 이야기가 담겼다. 1795년 다산의 정치적 후견인이었던 채제공(1720∼1799)은 천주교와 계속해서 연관되는 다산 등에게 벌주기를 청하는 상소를 올리기 위해 초고를 써뒀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다산이 채제공의 아들 채홍원을 찾아가 “자네는 사람을 물에 빠뜨릴 때 빠지는 사람이 반드시 손으로 끌어당겨 함께 들어간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던가?”라고 따진다. 아들로부터 다산의 ‘협박’을 전해 들은 채제공은 불쾌해하면서도 초고를 태워버린다. 공식적으로는 천주교 ‘배교’를 택했지만 끝까지 종교를 버리지 못한 다산의 이중적인 면모도 잘 드러난다. 대표적인 것이 천주교 지도자인 이존창 검거 사건이다. 다산은 금정찰방으로 좌천된 후 정조의 명령으로 포졸과 장교 한 명을 대동해 충청도 관찰사도 못 잡던 이존창을 잡는 데 성공한다. 당시 다산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정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수년 동안 잡으려 해도 잡지 못한 천주교 지도자를 아무 저항 없이 붙잡아 온 것은 이미 다산이 천주교 쪽과 사전 교감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다산은 이후 이존창에게 천주교 활동을 안 하겠다는 ‘다짐장’을 받고 풀어줬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국학계는 다산이 천주교에 미쳤지만 자기 손으로 털고 나왔으니 더 연관시키면 불순하다고 하고, 천주교계에서는 다산이 ‘배교자’이니 관심 없어 한다”고 덧붙였다.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기 부담스러웠던 다산이 ‘중간자적인 입장’을 취하며 어려운 상황을 넘겼다는 것이다. 책은 정 교수가 다산일기를 번역하면서 든 궁금증 100가지에 대한 자문자답 형식으로 구성됐다. 일기와 기존 다산의 시문집과 다른 역사서들의 기록을 대조해 길지 않은 다산의 일기를 자세히 해설한 점이 눈에 띈다. 정 교수는 “일기 자체는 무미건조한 팩트만 나열했지만, 행간을 면밀히 읽어야 다산의 진심에 다가갈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다산 정약용과 연암 박지원 연구에 집중해 왔다. 최근에도 다산이 특정 집안에 보낸 편지 24통을 새로 입수했다고 한다. 정 교수는 간담회에서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연암 박지원”이란 농담을 던지면서도 “다산과 불교의 관련성 등 앞으로도 다산의 다양한 면모를 다뤄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만일 제가 다산을 만난다면 (그가) 묘한 표정을 지을 것 같아요. ‘내가 너 때문에 참 성가셨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네가 내 속을 좀 알아주니 고맙다’라는 두 가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950년 6·25전쟁은 2차 세계대전과 비슷한 전략과 전술에 맞춰 작전이 진행됐지만, 장비는 새로웠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도입된 제트기가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주력 항공기가 됐던 것이다. 또 1945년 이전에는 걸음마 단계로 사용됐던 헬기가 6·25전쟁에서 부상자들을 후송하기 위해 적극 사용됐다. 이후 헬기는 대규모 병력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운송하는 전쟁술의 핵심 요소가 됐다. 신간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가자 전쟁까지 약 80년에 이르는 현대전 28개를 분석한 책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미 중부사령관을 지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와 영국의 군사사학자 앤드루 로버츠가 함께 썼다. 퍼트레이어스는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 주도의 연합군을 지휘한 스타 장군이기도 하다. 책은 전장에서 어떤 전략이 성공하고 실패하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새로운 군사 기술과 무기의 등장, 군사 훈련 등 ‘전쟁의 진화’를 가져온 요소에 집중한다. 그렇기에 모든 전쟁에 대한 포괄적 역사를 다룬 책은 아니다. 대전차 무기의 정확도가 높아진 아랍과 이스라엘 간의 욤키푸르 전쟁, 대규모 탱크 공격 전술을 사용한 미국과 이라크 간의 걸프 전쟁 등은 다뤄도, 동일한 교훈을 주는 전쟁이나 소규모 게릴라전은 다루지 않았다. 책은 전쟁의 경과와 평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을 함께 제시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중국 국공내전은 마오쩌둥의 소규모 게릴라 부대가 서방이 지원하는 정부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도시에 병력을 집중시키고 철로를 따라 분산 배치하는 장제스의 전략은 기동성이 뛰어난 공산당 게릴라의 공격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또 6·25전쟁은 핵무기 개발 후 ‘상호 확증파괴’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에도 제한전이 수행될 수 있었음을 보여준 전쟁이라고 평가한다. 필사의 의지를 가진 시민군이 5개국의 연합군을 이긴 이스라엘 독립전쟁, 고전적 기습 전쟁인 6일 전쟁 등이 등장한다.저자들은 2022년 2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푸틴의 오판’이라고 비판한다. 우크라이나를 열흘에 걸쳐 침공해 6개월 만에 완전히 합병하려는 계획을 세울 정도로 우크라이나를 우습게 본 것이 ‘전술적 실패’였다는 것. 러시아는 키이우 점령을 위해 군사력을 집중하지 않고, 7개 이상의 축선으로 분산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대전차 유도 미사일 체계, 자살 드론 등 정밀 화력을 집요하게 투입해 러시아의 보급선을 파괴했다. 또 생각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에 기반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저항도 강했다. 절대적으로 물자와 군사력이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경제·문화적 제재 등 비폭력적 전쟁의 중요성도 커졌다.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이를 “20세기식 침공이 21세기식 방어로 저지됐다”고 평가했다. 전쟁의 성공과 실패 사례에서 군사 전략가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 또 사이버 전쟁과 드론 등 최신 전쟁 전술에 대한 지식도 풍부히 들어 있어 흥미롭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올해 4~10월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역에서 실시한 수중 발굴조사에서 유물 220여점을 새로 발견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에 발굴된 유물에는 청자 등 도자기 유물 190여 점과 청동숟가락, 상평통보 등 금속 유물 20여 점이 포함돼 있다. 특히 분청사기, 백자, 곰방대 같은 조선시대 유물이 같은 형태로 여러 점 나왔다. 이는 선원들이 사용하던 것이 아니라 배로 운반했던 화물로 추정된다. 연구소는 “그동안 충남 태안군에서 발굴된 조선 전기 조운선(세곡과 공물을 운반하던 화물선)인 ‘마도4호선’을 제외하고 발견된 조선시대 유물 대부분이 선원들이 사용했거니 유실된 유물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발견은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또 발굴 해역에서는 목제 닻가지(닻이 고정되도록 해저에 박히는 갈고리 부분) 몇 점이 개흙에 묻힌 채 확인됐다. 연구소 측은 “조선시대 말기 그려진 ‘만경현 고군산진 지도’에 군산 해역을 ‘조운선을 비롯해 바람을 피하거나 바람을 기다리는 선박들이 머무는 곳’이라고 기록된 점을 실증하는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선유도 해역 조사는 해저에서 유물을 목격한 잠수사의 신고를 계기로 2021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선사시대 간돌검을 비롯해 고려청자,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백자 등 유물 660여 점을 발굴했다. 현재까지 고선박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연구소 측은 화물로 실렸던 청자다발과 선박에서 사용한 노, 닻도 확인된 점을 볼 때 이곳에 난파선이 매장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연구소는 지금까지 진행된 선유도 해역의 발굴조사 결과를 정리해 내년에 발굴조사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이례적인 11월 폭설이 한반도를 강타한 가운데 쌓인 눈의 무게를 못 이기고 지붕 등이 무너지면서 5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수증기를 많이 포함해 무거운 ‘습설’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높아 올겨울에는 습설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28일 경찰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경 경기 용인시의 단독주택 앞 도로에서 가로수가 60대 남성을 덮쳤다. 머리를 다친 남성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이날 오전 9시경에는 강원 횡성군의 축사 비닐하우스 지붕이 무너져 안에 있던 주민(78)이 깔려 숨졌고, 오전 11시 59분경에는 경기 안성시의 자동차부품 제조 공장에서 캐노피(지붕 덮개)가 무너지며 70대 근로자를 덮치는 사망 사고가 났다. 전날에도 경기 평택시와 양평군에서 지붕 등이 무너지며 30대, 80대 남성이 사망했다. 그 밖에도 수도권에선 전통시장 지붕이 무너지는 등 붕괴 사고가 이어졌고, 눈 무게 때문에 쓰러진 나무로 고압전선이 끊어지며 정전도 발생했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학과 교수는 “습설의 무게는 가벼운 건설의 3배가량이고 5배 이상 잘 쌓인다. 아래에 깔린 눈이 압축되면서 무게가 더해지는 형태여서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에 이어 밤사이 눈폭탄이 쏟아져 28일 오전 경기 수원시에는 역대 가장 많은 43cm의 눈이 쌓였다. 서울은 종로구 기상관측소 기준 28.6cm로 역대 3번째 적설량을 기록했다.습설 무게 못이겨 지붕 붕괴… 쓰러진 나무, 고압선 덮쳐 곳곳 정전‘눈 참사’ 일으키는 습설100㎡에 5㎝ 쌓이면 무게 600㎏… 습기 많아 잘 뭉쳐져 피해 키워“올 겨울 습설 대비하세요”‘이상고온-한파’ 폭설 반복 예고… 시설물 미리 보강-수시로 제설을27, 28일 폭설로 인한 사망자는 총 5명 발생했다. 모두 습설의 무게를 못 이긴 지붕이나 캐노피(지붕 덮개), 나무 등이 무너지거나 쓰러지는 바람에 사고를 당했다. 그 밖에도 경기 안양시에서 농수산물도매시장 지붕이 무너졌고, 의왕시에서 전통시장 천장이 내려앉는 등 구조물 붕괴 사고가 이어졌다.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가 쓰러지면서 고압전선을 덮쳐 정전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지붕 무너지고, 나무 쓰러지며 피해28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에만 3명이 습설로 인해 지붕 등이 무너지며 목숨을 잃었다.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59분경 경기 안성시의 자동차부품 제조 공장에서 눈이 쌓인 캐노피가 붕괴되며 인근을 지나던 70대 근로자를 덮쳤다. 이 근로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캐노피가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원소방본부에 따르면 같은 날 오전 9시경 강원 횡성군에선 비닐하우스형 축사 지붕이 폭설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70대 농민이 깔려 숨졌다. 오전 5시경에도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서 쓰러진 나무에 60대 남성이 깔려 숨졌다.건물 붕괴 사고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 6시 38분경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의 공장 내 인테리어필름 보관 창고 천장(4900㎡)이 폭설로 무너졌다. 이날 오전 3시경에는 경기 의왕시 의왕도깨비시장 지붕이 무너졌고, 낮 12시 5분경에는 안양시 동안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동 지붕이 붕괴하며 60대 1명이 다쳤다.정전과 단수 피해도 잇따랐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52분경 서울 마포구에서 습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가 쓰러지며 고압전선을 끊어 750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27일 밤에도 충남 천안시에서 같은 원인으로 정전이 발생해 3000여 가구가 불편을 겪었다.국가유산도 피해를 입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담장 내 천연기념물 ‘재동 백송’ 가지 5개가 눈의 무게를 못 견디고 부러졌다.● 더 무겁고, 잘 쌓이는 습설수증기를 머금은 습설은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을 때, 그리고 바다에서 눈구름이 형성될 때 잘 만들어진다. 이번 폭설의 경우 평년보다 온도가 2도가량 높은 서해상에서 눈구름대가 발달하면서 습설의 형태를 띠게 됐다.내부에 수증기를 함유한 습설은 무게가 가벼운 건설의 2, 3배가량이다. 100㎡에 5cm가량 눈이 쌓일 경우 습설은 무게가 약 600kg이지만 건설은 200, 300kg에 불과하다. 또 물기가 적어 잘 흩어지는 건설과 달리 습기가 많아 잘 뭉쳐지는 탓에 더 잘 쌓인다는 특징이 있다.습설로 인한 피해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4년 2월 10명이 숨진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때 전문가들은 부실공사와 함께 습설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당시 동해안에서 발달한 습설이 7일 연속 내리면서 적설량 34.8cm를 기록했는데 조립식 건물 지붕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며 참사가 발생했다.문제는 올겨울 습설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라니냐가 발달하면 해수면 온도를 낮출 수 있을 텐데 아직 미약한 상태”라며 “해수면 온도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서 수증기를 계속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반복되는 습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올겨울은 이상 고온과 극한 한파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습 폭설도 자주 내릴 것”이라고도 했다.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과 전문가에 따르면 습설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선 비닐하우스 등에 미리 보강조치를 하고 30cm 이상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일 경우 수시로 눈을 치우는 게 좋다. 다만 눈을 치운다고 지붕 위로 올라가면 붕괴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넉가래 등 눈을 제거할 도구를 미리 마련해 놓는 게 좋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용인=이경진 기자 lkj@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횡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먹과 붓을 사용해 한글로 글을 쓰는 ‘한글 서예’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다. 국가유산청은 한글서예를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26일 밝혔다. 한글서예는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을 먹과 붓을 사용해 글로 쓰는 행위와 그에 담긴 전통지식’으로 규정했다. 한글서예는 훈민정음이 반포된 15세기부터 한지, 금석(金石), 섬유 등 다양한 재질에 구현돼 왔다. 조선 왕실에서 민간에 이르기까지 한글 문학작품의 필사본이나 편지글에서도 활용됐다. 국가유산청은 “한글서예는 우리 고유 문자 체계인 한글을 표현하면서도 특유의 서체와 필법 등이 한국 전통문화로서의 대표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지정 가치로 △한글 창제 이후 오랜 역사 △다양한 기록물에 사용돼 민속사, 국어사 등의 연구에 기여한 점 △이웃 나라와 구별되는 독특한 필법과 정제미 △캘리그래피 등 다양한 예술 분야로 확장 등을 들었다. 다만 한글 서예는 특정 보유자나 보유 단체를 인정하지 않는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판소리나 가야금처럼 도제식 교육에 의해 전달되는 무형유산은 보유자와 단체를 지정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공동체적 성격이 강한 경우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2015년 ‘아리랑’을 시작으로 씨름, 해녀 등을 국가무형유산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해 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개항 후 전기를 도입하는 등 근대 국가의 면모를 갖추려고 한 대한제국의 노력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가유산청 덕수궁관리소는 27일부터 덕수궁 돈덕전에서 특별전 ‘모던라이트, 대한제국 황실 조명’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개항 후 덕수궁 내 서양식 건축물을 비롯한 궁궐 내외에 설치됐던 장식등, 서양식 촛대, 석유등, 유리 등갓 등 근대 조명기구 100여 점을 선보인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조명은 1887년 경복궁 건청궁에 설치됐다. 1898년에는 전기회사가 조선에 처음 설립되면서 덕수궁에도 전등이 켜졌다. 특히 미국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제조한 ‘이화문 장식등’이 눈길을 끈다.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문양인 이화문을 넣어 만든 샹들리에로, 황금색 안료와 전구를 끼우는 소켓에 새겨진 상표 등을 봤을 때 1904년 돈덕전 접견실 회랑을 꾸미기 위해 주문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이오니아식 장식 기둥과 고전적 무늬로 꾸며져 접견 공간에 놓였던 ‘화로형 스탠드’, 석조전 내부 장식을 만든 영국 회사 메이플의 가구들도 감상할 수 있다. 창덕궁 대조전 욕실에 달렸던 ‘트로자리에 등갓’과 대청의 샹들리에 중앙등을 밝히던 ‘마쓰다 램프’ 등 현재 1점씩만 남은 조명기구도 선보인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물고기의 몸과 용의 머리가 합쳐진 어룡(魚龍)이 눈을 부릅뜬 채 연꽃 위에 앉아 있다. 머리를 꼿꼿이 들고 꼬리는 치켜세운 어룡의 은은한 푸른빛이 신비롭다. 비늘은 입체감이 살도록 섬세하게 표현됐고, 철 안료로 점을 찍은 용의 눈은 번뜩인다. 물을 자유롭게 다루는 능력이 있다고 전하는 상상의 동물 어룡을 표현한 국보 ‘청자 어룡모양 주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2∼13세기 고려 상형청자(象形靑瓷·인물이나 동식물의 형상을 본떠 만든 청자)를 다룬 특별전을 26일부터 연다. 국내 25개 기관과 개인 소장자, 미국·일본·중국의 4개 기관 소장품 274건(국보 11건, 보물 9건)을 선보인다. 고려청자 중에서도 상형청자만 집중적으로 다룬 특별전은 처음이다. 전시를 기획한 서유리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상형청자는 아름다운 비색과 섬세한 상감 기법을 아우른다는 점에서 청자 문화의 중심”이라며 “중국의 자기 문화를 받아들여 독창적으로 발전시킨 고려 사람들의 창조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총 4부로 구성된 전시 중 1부 ‘그릇에 형상을 더하여’에선 고려 상형청자가 등장하기 전 3∼6세기 신라와 가야에서 만든 상형토기와 토우(土偶·흙으로 만든 사람이나 동물상) 장식 토기를 선보인다. 경북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배모양 토기’, 경주 덕천리 무덤에서 출토된 ‘새모양 토기’ 등 다양한 토기를 모았다. 2부 ‘제작에서 향유까지’는 화려한 문화를 꽃피운 고려 개경의 왕실과 상류층이 발전시킨 도자를 전시한다. 이 중 국보 ‘청자 사자모양 향로’는 몸체에서 향을 피우면 이를 입으로 뿜도록 설계됐는데, 사자의 귀와 코는 물론이고 가지런한 이빨이 드러난 입까지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고려 청자의 독특한 매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중국 북송시대(960∼1127년) 황실 자기를 생산했던 허난성 청량사 여요(汝窯) 출토품과 고려 청자를 비교 전시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청자 원앙모양 향로뚜껑’은 중국의 ‘청자 원앙모양 향로뚜껑 조각’에 비해 은은한 비색(翡色)이 감돌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3부 ‘생명력 넘치는 형상들’에선 용과 기린, 사자 등을 표현한 각종 청자를 각각 단독 유리장에 진열해 눈길을 끈다. 국보 ‘청자 귀룡모양 주자’는 연꽃 위에 용이 앉아 있는 모습을 표현했는데 비늘과 갈기, 뿔, 발톱 등을 세밀하게 음각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틀에 찍어낸 꽃잎 하나하나를 몸체에 붙여 장식한 국보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는 고려 상형청자의 독창성을 잘 보여준다. 4부 ‘신앙으로 확장된 세상’에서는 도교, 불교 등 신앙적 바람을 담아낸 상형청자를 소개한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이며, 관람료는 성인 5000원.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밀양 박씨 헤리티지 브라더. 레이디스 앤드 젠틀맨. 앤더슨 팩!” 21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시어터.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가수 박진영이 케이블 채널 엠넷의 연말 시상식 ‘2024 마마 어워즈(MAMA AWARDS)’ 무대에서 한국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인 앤더슨 팩을 이렇게 직접 소개했다. 앤드슨 팩은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어머니가 밀양 박씨다. 세계 음반 시장 1위인 미국 본토에서 한국 음반 시상식이 열리고, ‘밀양 박씨’들의 축하 무대가 펼쳐진 것. 박진영의 신곡 ‘이지 러버(Easy Lover)’에 맞춰 앤더슨 팩이 드럼을 치자 3000여 명이 꽉 들어찬 대극장이 함성으로 가득 찼다. 한국의 대표적인 연말 케이팝(K-POP) 시상식인 MAMA가 올해 처음으로 미국에서 개최됐다. 1999년 엠넷의 ‘영상음악대상’으로 출발한 MAMA는 2009년 이후 마카오, 싱가포르, 홍콩 등 각지에서 공연을 열어 왔다. 이제는 아시아의 연말 축제를 넘어 개최 25년 만에 ‘음반 대륙’ 아메리카에 입성한 것. 특히 시상식이 열린 로스앤젤레스 돌비시어터는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가 매년 열리는 장소다. 시상식 전인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찬욱 CJ ENM 컨벤션사업부장은 “로스앤젤레스 돌비시어터는 2020년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한 곳”이라며 “MAMA의 첫 미국 개최지로 이곳을 선택한 것은 MAMA가 케이팝을 대표하는 글로벌 시상식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공연에선 K팝 아티스트들의 화려한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남자 신인상과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남자 그룹’ 2관왕을 차지한 투어스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하이틴 영화와 같은 무대를 선보였다. 여자 신인상을 수상한 아일릿은 트와이스의 ‘하트 셰이커’로 사랑스러운 오프닝 무대를 꾸민 데 이어 히트곡 ‘마그네틱’, ‘체리시’를 연이어 선보였다. 또한 원로 할리우드 배우 더스틴 호프먼, 그룹 엔싱크 출신 랜스 베이스,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 등이 깜짝 시상자로 등장해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22, 2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이어진 MAMA 무대 역시 함성으로 가득 찼다. 22일 시상식에서 로제와 브루노 마스는 ‘아파트’(APT.)로 글로벌 센세이션을 받았다. 로제는 “가장 좋아하는 술 게임으로 시작했다가 재밌는 곡을 쓰게 됐다”며 “많은 사랑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했다. 마스는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관객석을 향해 손키스를 날렸다. 이들은 ‘아파트’의 라이브 무대를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23일에는 빅뱅 지드래곤이 솔로로 신곡 ‘파워’ 무대를 최초로 공개한 데 이어 태양과 대성이 합류해 완전체 빅뱅으로 ‘뱅뱅뱅’, ‘판타스틱 베이비’ 등 히트곡을 불러 객석을 달궜다. 이 밖에도 ‘올해의 가수상’과 ‘올해의 앨범상’ 2관왕을 거머쥔 세븐틴, ‘올해의 노래상’을 수상한 에스파와 아이브, 제로베이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인기 가수들이 총출동했다. 세계 음반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과 시장 2위인 일본에서 사흘에 걸쳐 진행된 MAMA에는 모두 9만3000여 관객이 공연장을 메웠다. 지구촌의 200여 개국에서 생중계됐고, 42개국의 X(옛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진입하는 등 온라인 열기도 뜨거웠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등 미국 언론은 이번 MAMA가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며 “미국의 케이팝 팬들은 한국 특유의 공연 퀄리티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축제의 밤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960년대까지만 해도 연평도에는 조기 떼가 몰렸다. 해마다 4, 5월이면 연평도 바다엔 조기가 넘쳐났고, 거대한 조기 떼의 “꾸욱꾸욱” 울음소리에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였다. 작은 섬에 만선의 꿈을 쫓아온 선원 수만 명이 몰렸다. 조기 판 돈이 섬에 흘러넘쳐 상점과 유흥주점은 활황을 맞았다. 서울 명동 부럽지 않았다는 추억담까지. “연평도 어업조합 일일출납액이 한국은행 출납액보다 많았다” “연평도 어업조합 전무를 하지 황해도 도지사 안 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황금 시기’였다. 하지만 조기 어업량이 줄면서 호황의 불빛은 꺼졌다. 꽃게잡이가 조기를 대신하긴 했지만 과거만큼의 활력을 찾아보긴 어렵다.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연평도는 분단의 긴장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됐다. 연평도에 관찰 조사를 나가는 저자는 그 변화를 이렇게 말한다. “연평도는 하나의 군사 요새다. 주민의 절반은 군인과 그 가족들이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가 바다에 사는 물고기와 그 바다를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의 얘기를 담은 ‘물고기 인문학’이자 ‘어촌 인문학’ 저서. 동해, 서해, 남해, 제주를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 전역의 바다를 발로 뛰며 조사한 내용과 지역 주민의 인터뷰가 생생하게 담겼다. 잡히는 어종의 변화에 따라 어촌의 모습도 시나브로 바뀐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싸인 만큼 어종이 다양하고, 그에 따른 어촌 사람들의 희로애락도 다채롭고 풍성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2022년 9월 26일. 발트해 해저에서 거대한 물거품이 일었다. 지름이 200m에서 1km에 달하는 거대한 메탄 거품들이 나온 곳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1과 2.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러시아에서 독일로 곧장 천연가스를 수송하기 위해 독일과 러시아가 주도적으로 기획해 건설한 파이프라인이 폭발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진 지 7개월 만의 폭발로, 누구의 소행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르몽드 출신 프랑스 언론인이 쓴 신간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유럽에 심어놓은 트로이 목마 ‘노르트스트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그려낸 논픽션이다. 저자는 어떻게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으로 유럽을 장악하려 했는지, 유럽 강대국들의 정책 결정권자들이 어떻게 이 과정에 공모했는지를 추적한다. 노르트스트림은 사업비만 200억 유로에 연간 수송력이 1100억 ㎥에 달할 만큼 엄청난 규모의 사업이었다. 그러나 사실 구상 단계부터 반대 목소리가 거셌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가 심화돼 푸틴이 에너지를 전략 무기로 휘두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런 우려를 이겨내고 푸틴은 노르트스트림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동안 러시아가 해마다 수출하는 천연가스의 60∼80%가 우크라이나의 육로를 지났는데, 푸틴은 가스관 사용료를 우크라이나에 지급하기 싫었던 것. 그렇게 2011년 노르트스트림 1이, 2021년 노르트스트림 2가 완공됐다. 책은 푸틴이 노르트스트림을 만들기 위해 독일 유력 정치인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과정을 치밀히 묘사했다. 대표적인 것이 독일 전임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다. 푸틴은 자신보다 8세 많은 슈뢰더와 친해지기 위해 수많은 공통점을 활용한다. 두 사람은 전쟁 피해를 본 가정에서 자랐고, 둘 다 가난을 겪었으며, 스포츠를 좋아했다. 슈뢰더는 러시아와의 노르트스트림 계약 체결에 큰 역할을 했고, 퇴임 직후에는 노르트스트림AG 이사에 취임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뒤에도 대놓고 러시아와 푸틴을 옹호하는 언행을 해 서방 국가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독일 역시 에너지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했기에 러시아의 가스관 건설 제안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탈원전 흐름이 강했던 독일은 환경 오염이 덜하고 가격이 석유에 비해 저렴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눈길이 꽂힐 수밖에 없었다. “우크라이나 등을 침범하기 위한 푸틴의 야욕을 알면서도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택하면서 눈을 감았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 우크라이나전이 발생해 서방의 제재가 이어지자 실제로 러시아는 노르트스트림을 통한 가스 공급을 멈췄다. 이에 따라 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등 독일을 비롯한 유럽 곳곳이 인플레이션과 연료난에 시달려야 했다. 전체적으로 푸틴의 덫이 유럽을 옥죄는 과정을 스릴러처럼 묘사해 읽을 때 긴장감이 넘친다.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 100여 명이 넘는 인물을 취재한 결과물을 탐사 르포 형식으로 풀어내 몰입감을 높였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990년대를 풍미한 영국 브릿팝 밴드 오아시스(Oasis)가 1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22일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코리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내년 10월 2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콘서트를 연다. 오아시스 역시 이날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민국 우리의 새로운 절친들. 조금만 기다려”라며 내한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1991년 결성된 오아시스는 정규 앨범 7장이 모두 영국 앨범 차트 1위에 오를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린 영국의 록 밴드다.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 ‘리브 포에버’(Live Forever) 등 히트곡을 다수 발매했다. 전세계 음반 판매량은 9000만 장에 이른다. 이들은 2009년 노엘·리암 갤러거 형제의 불화로 해체하고 활동을 중단했으나 올 8월 공식 SNS에 “긴 기다림은 끝났다(The great wait is over)”라는 메시지를 올리면서 재결합을 발표했다. 이후 영국과 아일랜드 투어 예매에 158개국 1000만여 명이 몰리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앞서 20일 오아시스는 SNS에 ‘말이 씨가 된다’는 메시지가 적혀있는 전광판 사진을 올려 내한 공연을 암시한 바 있다. 오아시스는 2006년 첫 내한 공연을 연 뒤 한국 팬에 대한 강한 애정을 표현해 왔다. 2009년 단독공연과 페스티벌 공연으로 한국을 두 번 찾았고, 투어에서 잘 선보이지 않던 ‘리브 포에버’를 특별히 연주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 티켓은 이달 29일 낮 12시부터 공식 예매처인 인터파크에서 구매할 수 있다. 앞서 28일에는 팬클럽 선예매가 진행된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올해 가요계는 ‘밴드 붐’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밴드들이 사랑을 받았다. 과거에는 마니아들만의 음악이라고 여겨졌던 밴드 음악이 대중화되면서 아이돌 음악, 트로트가 주를 이루던 K팝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밴드들은 여름과 가을 크고 작은 페스티벌에 등장해 관객들을 즐겁게 한 데 이어 연말에는 풍성한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뜨겁고 감미롭게 우리의 귀를 녹일 ‘K밴드’들의 연말 공연들을 소개한다.음원차트 역주행을 일으키며 밴드 열풍을 이끈 데이식스는 다음 달 20, 21일 이틀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단독 콘서트 ‘2024 데이식스 스페셜 콘서트 더 프레젠트(The Present)’를 연다. 콘서트를 한 달 앞둔 이달 19, 20일 열린 티켓 예매에서 2회 공연분의 3만8000여 석이 매진됐다. 국내 밴드가 고척돔에서 콘서트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고척돔에선 방탄소년단(BTS)과 NCT127, 임영웅처럼 팬덤이 많은 가수들이 주로 공연을 펼쳐 왔다는 점을 볼 때, 데이식스의 고척돔 입성은 매우 상징적이다. JYP 관계자는 “국내 밴드 최초로 고척돔에 서는 만큼 그에 맞는 스케일로 무대를 준비 중”이라며 “연말에 많은 관객들이 한 해를 멋지게 마무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청춘을 응원하는 사운드인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물론 ‘예뻤어’, ‘해피(Happy)’ 등 데이식스의 다양한 히트곡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밴드 붐의 시초 격인 넬도 다음 달 20∼22일 사흘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크리스마스 인 넬스룸 2024’를 연다. 넬스룸은 넬이 2003년부터 해마다 개최해 온 대표 연말 콘서트 브랜드로, 넬의 여러 공연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뛰어난 영상미와 완성도 높은 구성은 물론 공연장을 가득 채운 향기 등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공연으로 유명하다. 소속사 스페이스 보헤미안 관계자는 “사용되는 발광다이오드(LED)의 수 등 무대 규모 측면에서 역대 최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올해로 데뷔 27주년을 맞은 자우림도 다음 달 27∼29일 사흘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 ‘미드나잇 익스프레스(MIDNIGHT EXPRESS)’를 연다. 자우림 공식 인스타그램은 “2024년과 2025년을 잇는 자우림의 특급 열차가 다시 출발한다”며 “한 해의 기쁨과 슬픔, 절망과 희망을 담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공연”이라고 이번 연말 공연을 소개했다. 페스티벌계의 황제로 불리는 밴드 데이브레이크도 다음 달 새 미니 앨범 ‘세미콜론(SEMICOLON)’을 발매한 후 같은 이름의 콘서트를 개최한다. 다음 달 28, 29일 이틀간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진행되는 콘서트는 데이브레이크가 미스틱스토리로 이적한 뒤 처음 가지는 콘서트라 팬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미니앨범에는 ‘세미콜론’과 ‘올드&와이즈(Old&Wise)’, ‘리듬, 이 밤은’, ‘영원하라’ 등 데이브레이크의 감성을 보여줄 수 있는 4곡이 담겨 있다. 경연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드러낸 인디 밴드들도 연말 공연에 가세하고 있다. 2022년 엠넷의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에 출연해 3위를 차지한 유다빈밴드는 다음 달 30, 31일 서울 명화라이브홀에서 단독 콘서트 ‘우리는 밤―오늘은 잠에 들 거예요’를 연다. 벌써 5번 연속 단독 콘서트 매진이다. 지난해 강변가요제 대상을 탄 밴드 ‘엔분의일’도 다음 달 14일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2024 엔분의일’을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직원과 학생들은 송현동 구교사에서 고별식을 하고 교기(校旗)와 ‘보성전문학교’라는 간판을 앞세우고 열을 지어 신교사로 향했다.” 1934년 9월 29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의 일부다. 지금으로부터 90년 전 고려대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이 안암동에 지어진 새 교사(현 고려대 본관)로 이전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당시 인촌 김성수 선생(1891∼1955)은 세계인에게 내세울 우리 민족의 민립대학을 세우겠다는 포부로 1932년 보성전문학교를 인수했다. 건축가 박동진(1899∼1981)에게 의뢰해 1934년 안암동 신교사(현 고려대 본관)를 준공했다. “1934년 고려대의 안암동 시대 개막은 1920년대 좌절됐던 민립대학 설립의 꿈이 인촌 선생에 의해 다시 빛을 보게 된 역사적 사건입니다.” 19일 전화로 만난 한용진 고려대 근대교육연구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근대교육연구소는 최근 고려대의 안암동 이전 90주년을 기념해 ‘안암 90주년: 1920∼30년대의 보성전문학교’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보성전문학교는 1905년 대한제국의 황실 예산을 담당한 내장원경(內藏院卿)을 맡았던 이용익이 세운 황립 학교에서 시작됐다. 이후 이용익이 일제의 탄압을 피해 러시아로 망명해 사망한 뒤 이용익의 손주 이종호를 거쳐 3·1운동 민족대표였던 천도교 교주 손병희에게 학교가 넘어갔다. 이후 구미 각국의 대학을 둘러보며 민립대학 구상을 다듬던 인촌이 1932년 보성전문학교를 인수했고, 안암동 일대에 새 캠퍼스를 마련했다. 고려대 캠퍼스 건물 중 가장 먼저 지어진 본관은 당시 흔하던 일제의 목조 건축과 달리 화강암이 사용됐다. 한 소장은 “건축가 박동진의 말처럼 일본 목조 건축의 유약성과 대비되는 화강암의 강인한 면모를 생각하면, 이는 민족 독립의 굳건한 의지를 표상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미국 듀크대의 배치와 건축 양식이 본관 건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고려대 본관은 1937년 준공된 옛 중앙도서관과 함께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1년 사적으로도 지정됐다. 1938년 본관과 정문 사이에 트랙 필드 400m와 3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탠드를 갖춘 대운동장도 만들어졌다. 이는 1936년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 금메달을 딴 베를린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을 모델로 한 것으로, 동양 최대 규모였다. 한 소장은 “대운동장이 존재함으로써 대학이 단지 지성뿐 아니라 야성을 겸비할 수 있었다”며 “오늘날 고려대 캠퍼스의 근원이 되는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단순 복고(復古)가 아니라 창신(創新)을 위한 원동력”이라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이 ‘알기(+), 덜기(― ÷) 잇기(×), 문화유산 속 마음’을 주제로 일부 공간을 새롭게 단장해 19일 재개관한다. 올해 8월 전시 개편을 위해 휴관한 지 약 석 달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약 377㎡(약 114평) 규모로 조성된 전시 공간은 어린이들이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갖가지 체험형 콘텐츠로 채워졌다. 대표적으로 ‘요리조리, 마음 들여다보기’ 코너를 통해 의례를 표현한 풍속화인 ‘평생도(平生圖)’와 흙으로 만들어진 인형인 ‘토우(土偶)’ 등 우리 문화유산을 여러 각도에서 엿볼 수 있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마음’ 코너에서는 스스로의 마음을 문화유산의 색과 모양을 활용해 표현해 볼 수 있다. 인터랙티브 공간으로 조성된 ‘마음의 숲’은 풍성한 숲에 숨어 있는 문화유산을 찾으면 ‘마음’ 캐릭터들과 함께 춤을 출 수 있도록 꾸며졌다. 마음 캐릭터들은 어린이박물관에 방문한 어린이 약 1000명이 ‘행복’ ‘분노’ ‘슬픔’ ‘공포’ ‘놀람’ ‘부끄러움’ 등 6가지 감정에 어울린다고 응답한 색을 활용해 개발됐다. 국립중앙박물관 김재홍 관장은 “‘문화유산’을 ‘마음’이라는 추상적 주제와 연결해 어린이의 정서 발달을 돕는 융합적 체험 전시”라며 “전시 관람을 통해 언어와 비언어적 소통 능력 모두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어린이박물관은 관람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5번에 걸쳐 예약제로 운영된다. 회당 정원은 260명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