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 동물과 가족처럼 지내는 ‘펫팸족’ 1000만 시대. 나만 바라보고 늘 웃어주는 반려동물은 때론 사람보다 더 큰 위안을 줍니다. 하지만 ‘반려’라는 말이 무색하게 버려지는 동물도 적지 않은데요. 진정한 반려를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 본인에겐 가족, 남에겐 공포“얼마 전 대형 쇼핑몰에 갔다가 집채만 한 개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사람 허리까지 오는 개였는데 주인이 개에게 끌려다니더군요. 구경하려던 매장 앞에 그 개가 계속 서 있는 바람에 무서워서 매장은 들어가지도 못했죠.”―이현주 씨(64·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안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데 작고 흰 강아지가 갑자기 제게 뛰어들었어요. 어둑한 저녁인 데다 개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화들짝 놀라서 발로 차며 저리 가라고 외쳤죠. 한데 주인이 오더니 왜 그러냐며 삿대질하면서 욕설을 하더군요.”―손지향 씨(37·서울 마포구) “집 근처 공원에 거의 매일 나가는데 새벽이든 저녁이든 대형견이 정말 많아졌어요. 하도 개가 많아 저는 경찰에 위협을 느낀다며 몰래 신고해요. 저는 정말로 두렵고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않습니다. 동물권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우선시하자는 겁니다.”―최모 씨(34·자영업) “로트바일러를 키운 적이 있는데 흥분해서 난동을 부리면 성인 남성도 제어하기 힘들어요. 제 키가 178cm에 몸무게가 80kg인데도 힘이 부치거든요. 한데 체구가 작은 여성이 헐겁게 목줄 하고 두세 마리씩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자주 봐요.”―목성훈 씨(30·부산 거주) “수년 전부터 아기와 반려견이 같이 잠을 자고 뒹굴며 장난치고 목욕하는 영상이 널리 퍼졌잖아요. 이런 영상이 반려동물에 대한 환상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우리나라가 진돗개에 특히 관대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죠.”―박미라 씨(37·교사) “파충류나 양서류도 감정 표현을 하고 동물과 교감을 할 수 있습니다. 징그럽다는 분들이 많은데 파충류나 양서류는 병도 잘 안 걸리고 활동 반경이 넓지 않은 동물이 많아 우리나 실내에서 가둬 놓고 기르기 좋습니다.”―최진원 씨(33·파충류 사육사·희귀동물 분양전문점 ‘비비펫’ 운영) 사람 무는 개, why?“대형견들의 사냥 본능을 다스리려면 어릴 때부터 다양한 소리, 장소, 사람에게 노출을 시켜야 해요. 그래야 사회성을 키울 수 있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낯선 환경에서 반사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공격을 하게 됩니다.”―이웅종 씨(47·연암대 동물보호계열학과 교수) “얼마 전 이촌한강공원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골든레트리버 2마리가 동시에 제 반려견을 물어뜯어 피투성이가 된 채 숨을 거뒀습니다. 해당 견주 이야기를 건너 들었는데, 개들을 목줄로 학대한다고 하더라고요. 주인이 반려견을 학대하고, 그 반려견이 제 반려견을 학대하고….”―박현선 씨(39·몰티즈 주인) “저희 개가 애견카페에 갔다가 대형견에게 얼굴을 물려 구멍이 났어요. 대형견과 소형견 공간이 분리돼 있지 않아 돌아갈까 하다가 들어갔는데 결국 사달이 났죠. 상대 개가 관절염 약물을 복용 중인 골든레트리버였는데, 치료 중인 개는 예민해져서 애견카페에 오면 안 되거든요. 애견 카페는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대형견 소형견 분리 등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문혜영 씨(37·영어학원장) 펫티켓 장착합시다“영국은 공공장소에서 모든 개가 견주의 신상정보가 적힌 목줄을 착용해야 합니다. 주인이 개를 통제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면 50∼1000파운드의 벌금을 내야 하죠. 미국은 1000달러의 벌금이나 6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고요.”―박모 씨(공무원) “개 키우는 것도 등록제로 하고 세금을 납부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휴가철에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1만5000건이라니, 너무하지 않나요? 외국에서 생활할 때 보니 아파트에선 동물 종류와 무게 등에 제한을 두거나 맹견은 등록비를 늘리는 등 제도가 다양하던데 우리나라는 여러모로 과도기인 것 같아요.”―김진명 씨(29·닥스훈트 주인) “하도 호텔에 반려동물을 버리고 가서 결제방식을 선불제로 바꾸고 신분증 주소까지 철저히 확인하고 있습니다. 선불이니 처음엔 일주일 정도 계약했다가 차츰 기간을 연장하는데 이제는 그 속이 빤히 보이죠. 더 악질은 동물을 맡긴 뒤 보상을 노리고 피부병이 생겼다, 상처가 생겼다며 시비를 거는 경우예요. 수의사 뺨치는 지식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사기꾼들에게 당하기 쉽습니다.”―김모 씨(40대·애견호텔 운영) 펫팸족도 할 말 있다“명절에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반려동물 이야기가 나왔어요. 키우던 시추를 얼마 전 떠나보낸 상태였는데 이모 한 분이 동물 가둬놓고 키우는 건 이기적이다, 동물에게 쏟을 정성을 차라리 고아들에게 쏟아라 등 악담을 퍼부으셨어요. 잠깐 키웠다 해도 내 자식이라서 아픈 건데 쉽게 얘기하면 마음이 무너져요.”―박지현 씨(27·시추 주인) “아파트 뒤에 공터가 있는데 오후 10시만 되면 견주들이 강아지 풀어놓고 노는 곳이 있어요. 한데 요즘 사건이 많이 터진 이후 그곳에서 견주와 행인이 싸우는 상황이 잦아졌어요. 흡연구역처럼 강아지프리존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배자운 씨(23·유기견 입양) “1년 만에 키우던 강아지를 분양숍에 되돌려준 적이 있어요. 처음엔 집안의 귀염둥이였는데 저는 재수하게 되고 동생은 고 3에 아빠는 한창 바쁘셨어요. 강아지와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엄마도 아프셨고요. 또 훈육이 제대로 안 되니 온 가족을 물고 힘들게 해서 고민하다가 그렇게 결정한 거죠.”―김누리 씨(25·대학생·푸들 주인) 갈 길 먼 ‘펫팸 사회’“현행법상 반려동물 사체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거나 동물 장묘시설에서 처리해야 합니다. 전국에 화장시설이 25곳 정도 있는데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도 님비현상 때문에 시설 건립 계획이 꺾이는 경우가 많죠. 비용은 보통 무게 5kg에 20만 원 정도로, 개 고양이뿐 아니라 햄스터 등 작은 동물도 화장할 수 있습니다.”―구화철 씨(59·반려동물업계 관계자) “지난해에만 승객 2만5000명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저희 비행기를 탔어요. 동물 여행이 늘면서 저희 항공사에서는 동물에게도 마일리지를 주는 ‘스카이페츠(Sky Pets)’ 서비스를 5월부터 시작했습니다. 다만 여행할 수 있는 동물은 개, 고양이, 새로 제한됩니다.”―박은혜 씨(대한항공 국내홍보1팀 과장)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시끄럽게 짖고, 털 날리고, 이웃들과 갈등도 생기죠. 그러면 슬그머니 버릴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현재로선 등록제를 손보자는 의견도 있고 우수한 보호센터에 지원을 확대하는 사업도 추진 중입니다. 견주들 자격을 제한하자는 의견은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어 현재로선 계획이 없습니다.”―이승환 씨(38·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환경복지과 사무관) “동생이 분양받은 고양이를 제가 키우고 있는데 강아지보다는 돈이 덜 드는 편이에요. 그래도 이런저런 검사까지 하다 보면 20만 원 이상 드는 것 같아요. 미용비는 무마취는 대략 10만 원, 마취는 15만 원 정도입니다. 그래도 강아지보다 배변도 잘 가리고 외로움도 덜 타니 1인 가구나 맞벌이 가정에서 고양이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이효리 씨(25·헤어디자이너·페르시안 친칠라 고양이 주인) “요즘 사회적으로 대인관계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졌잖아요. 반려동물은 대가 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감정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찾는 것 같아요.”―정지은 씨(36·문화평론가) 이설 기자 snow@donga.com·손유경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 한국 축구 팬들이 뿔났습니다. 최근 국가대표팀의 부진과 비매너에 위태롭던 팬심마저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국내 스포츠 종목 가운데 가장 큰 사랑과 지원을 받고도 정신 못 차리는 한국 축구는 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요. 팬들이 ‘사랑의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 졸전의 연속“이란-우즈베키스탄으로 이어지는 월드컵 예선 2연전은 최악이었습니다. 선수들 간 호흡이 엉망인데도 감독은 어떠한 전술 변화도 주지 않은 채 넋 놓고 있었죠. 추석 황금연휴 때 러시아와 친선경기를 한다는데 볼지 말지 고민이에요. 경기를 보다가 화가 치밀어 친척들이랑 싸울까 봐요.”―김지용 씨(45·개인사업) “대표팀 훈련 기간이 짧다지만 그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예요.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 국가대표팀도 해외파와 국내파 선수들이 모여 짧은 기간 발을 맞추고 출전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전술 이해도가 높고 개인기가 좋아 수준 높은 경기를 할 수 있는 거죠. 한국 대표팀은 실력도 들쭉날쭉하고 정신력도 낮아 이도저도 아닌 겁니다.”―정모 씨(32·조기축구회 회장) “예선전을 통해 한국 축구가 뒷걸음질 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2년 9개월간 대표팀을 맡으면서 한국 축구 특유의 ‘투지, 속공, 빠른 역습, 압박’ 등 특징마저 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본선 진출은 그간 쌓아온 저력 때문에 운 좋게 성공했지만요.”―김대길 씨(KBSN 축구 해설위원) “가족들이 모두 함께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전을 관람했어요. 6만 관중이 2시간 동안 목이 터져라 응원했죠. 그런데 김영권 선수가 ‘홈 관중의 함성 때문에 소통이 어려웠다’라고 말하다니 이게 선수가 할 얘기인가요? 팬들이 열 받는 부분은 선수들의 태도예요. 이제 대표팀 경기는 안 볼 겁니다.”―이모 씨(40·회계사) “흔히들 ‘공이 와야 뛴다’며 선수들의 불성실성을 비난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선수로서 그런 시각은 반대합니다. 선수들이 90분 경기에 평균 9∼11km를 뛰는데 메시는 6km를 뛰어요. 쉼 없이 뛰는 체력을 강조할 게 아니라 창의력과 기술 등 실력적인 부분을 강화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손오영 씨(25·독일 ‘본SC’ 4부 리그 선수) 흔들리는 팬심 “요즘엔 대표팀 경기는 월드컵 본선 정도만 챙겨봐요. 그 대신 해외 리그 경기를 즐겨보죠. 박진감 넘치고 시간대(오후 10시 이후)도 맥주 한잔 마시며 즐기기 좋죠. 국가대표팀은 해외파, K리거 등이 섞여 있어 실력 차도 크고 손발이 안 맞아 경기가 밋밋하고 재미가 없어요.”―김정후 씨(27·PD 지망생) “어린 선수일수록 경기를 무슨 연예인이 콘테스트에 참가한 것처럼 자신을 드러내는 데만 관심을 쏟는 것 같아요. 슛을 쐈다가 실패하면 죄인이 되어 버릴까 봐 주어진 기회까지 피하는 모습도 자주 보이고요. 계산 없이 경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아쉽습니다.”―오모 씨(25·대학생)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코뼈가 부러진 채 타이거마스크를 쓰고 뛰던 김태영 선수, 2006년 독일 월드컵 스위스전에서 피를 흘리면서 경기장을 누비던 최진철 선수 등을 볼 때 정말 축구가 매력 있는 경기라는 걸 느꼈죠. 부상도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하는 모습이랄까…. 요즘은 돈벌이에만 급급한 것인지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모습이 아쉽습니다.”―김모 씨(26·학생) 정신 좀 차려야“유럽의 3대 리그와 비교해 K리그는 플레잉타임(볼이 굴러다니는 시간)이 3, 4분 정도 짧습니다. 볼 터치 횟수는 프리미어리그는 550∼600개, 한국 팀은 350∼400개 정도죠. 그래서 우리 축구가 긴박감이 떨어지는 겁니다.”―신문선 씨(59·명지대 스포츠기록분석학과 교수)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선수와 팬들 모두 한국 축구를 과대포장하기 시작했어요. 2005년 박지성과 이영표 등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선수들 사이에선 원하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덩달아 팬들도 눈이 높아졌죠.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 리그에서 뛰는 해외파가 많아진 건 큰 의미가 없어요.”―양모 씨(40대·축구 관계자) “의리 중심의 선수 선발 방식은 대표팀을 망치는 길입니다. 예전에 모 감독이 학교 후배들 경기 실적 채워주려고 실력 안 되는 선수들 뛰게 해서 비난을 받았잖아요?”―정민배 씨(40대·자영업자) “축구협회 등 행정가들이 돌려 막기 식으로 직책을 맡고 있어요. 협회가 뽑은 감독이 사임한 뒤 또 협회 직원으로 들어가고…. 제자리걸음인 셈이죠. 고인 물이 썩어간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주형서 씨(29·회사원, 조기축구회 회장) 툭하면 ‘외국인 감독’?“상당수 국가대표팀 선수가 해외파인데 해외 명장 정도 돼야 이들을 통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쨌든 감독에 대한 불신으로 기강이 엉망이라는 의혹이 있으니까요. 거스 히딩크 감독처럼 기 싸움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심판에게 대차게 영어로 항의하는 감독과 함께해야 해외 무대에서 자신감 있게 뛸 것 같습니다.”―김한솔 씨(39·직장인) “우리 축구 역사가 길지 않은데, 자국 감독이 팀을 이끌어야 한국다운 국가대표팀이 꾸려질 거라고 봐요. 독일은 요아힘 뢰프 감독이 10년 이상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는데 사명감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거든요. 축구협회도 신태용 감독 선임에 대해 책임감 있는 입장을 보여줬어야 했어요. 늑장 대응이 히딩크 감독의 재기용설을 부채질한 셈입니다.”―김윤기 씨(26·백제예술대 2학년) “한국은 감독에게 너무 인색해요. 히딩크 감독도 처음엔 ‘오대영’(5 대 0)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잖아요. 슈틸리케 감독은 ‘갓틸리케’라며 치켜세우더니 나중엔 ‘나갈리케’라고 하고…. 신태용 감독이 쓰러져가는 초가집을 겨우 일으켰는데 지금 감독을 바꾸는 건 말이 안 되죠. 숟가락 얹겠다는 건데….”―김창균 씨(23· 축구 블로그 운영자) 묻지마식 잔소리 이제 그만“일부 축구팬은 히딩크를 대표팀 사령탑으로 모셔 달라며 청와대 청원에까지 올렸더군요. 일부 청원 글은 ‘베스트 청원’에까지 올랐고요. 좀 지나친 것 아닌가요? 예전에는 축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활동했는데 이젠 접었어요. 깡패 커뮤니티라 불릴 정도로 욕 일색이라 거북한 곳이 많아요.”―김진환 씨(30·서울 중랑구) “축구는 좋아하는 팀과 선수 편을 들며 싸우는 것도 재미예요. 그러니 팬들의 간섭을 마냥 비판할 순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선수 선발 방식을 두고 억측을 하는 등의 관심은 자제해야겠죠. 선수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그날의 컨디션과 기분까지 파악하는 건 감독이니까요.”―이후민 씨(32·직장인) “프로팀 선수로 활동할 때 ‘○○야, 공 ○○한테 패스해’, ‘빨리 주라니까 왜 못 해’라는 야유가 가장 얄미웠어요. 누군 패스하기 싫어서 안 하나요? 높은 관중석에서는 선수 움직임이 한눈에 보이니 다들 ‘입으로 국가대표’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아요.”―유창균 씨(26·전 울산현대FC 선수) “편파 판정이나 잘못된 전술 등에 대한 비판은 팬으로서 얼마든지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묻지 마 식 꼰대 지적’은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컨대 ‘잔디 탓’을 하는 손흥민 선수에게 ‘그 옛날 황선홍 선수는 물에 잠긴 공을 발리슛으로 띄워 골을 넣었는데, 너는 웬 잔디 탓이냐’라는 반응 같은 것들요.”―정모 씨(32·조기축구회 회장)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거나 거칠게 응원하는 팬들의 관람을 막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어요. 최근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나치 제스처를 취한 외국인 팬들에게 경기장 출입을 영구적으로 금지한 것처럼요. 더 강력한 처벌책을 마련해 폭력적인 응원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봅니다.”―김민율 씨(20대·회사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손유경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난민촌 아이들은 일곱 빛깔 무지개 위를 검은색으로 박박 다시 칠했어요. 전쟁과 폐허, 난민촌의 어려움 등이 어린 마음을 그렇게 만든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지요. 그런 마음을 담아 만들었습니다.” 시리아·파키스탄·이라크 난민들이 수용된 그리스의 레스보스섬 난민촌에서 약 한 달간 봉사활동을 한 청년들이 난민촌 어린이들의 아픔을 담은 동화책을 펴낸다. 책 제목은 ‘9월 2일’(가제). 2015년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알란 쿠르디가 해안에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된 날이다. 저자는 한국외국어대 아랍어통번역과 김준형(27) 김유한 씨(24)와 같은 대학 철학과에 재학 중인 주기환 씨(26). 이들은 올 1학기 ‘이슬람 사상의 이해’라는 수업을 듣던 중 서로 ‘난민’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봉사활동을 해보기로 계획했다. 비용은 일단 한국장학재단이 주최하는 ‘제6기 세계를 향한 꿈도전단’에 선발된 것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난민촌에서의 봉사활동을 허가받는 것. 일단 목적지는 난민들이 서유럽으로 가는 관문인 그리스로 정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국내에는 도움을 줄 만한 구호단체도 없는 상황. 통상은 우리나라 국방부와 그리스 정부의 허가를 거쳐 가야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 때문에 이들은 현지에서 해법을 찾기로 결심했다. 난민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외국 구호단체의 초청을 받으면 국가의 허가 없이도 출입이 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국 전까지 그리스의 구호단체들과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현지에서 부딪혀 보자며 무작정 오른 비행기. 행운은 그리스 현지에서 찾아왔다. “아테네에서 무작정 구호단체, 문화단체를 찾아 명함을 돌리고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러다 만난 한 60대 여성이 고민해 보겠다더군요. 두 번째 만남에서 그를 통해 구호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을 소개받고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됐죠.” 이들은 6월 27일∼7월 20일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모리아 난민촌과 카라테페 난민촌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들은 특히 무너진 아이들의 일상이 가장 마음 아팠다고 했다. “아이들이 산을 그렸길래 자세히 보니 산이 아니라 무덤촌이더라고요. 돈을 가장 많이 그렸는데, 그 그림을 보여주며 구걸을 하고 있었습니다. 먼 미래에 대한 꿈은 고사하고 다음 끼니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며 가슴이 먹먹했죠.”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들은 어떻게 하면 난민촌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 동화책을 만들기로 했다. 자신의 생일조차 잘 모르는 난민촌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의 생일을 비교하는 내용이다. 이번에 함께 가려고 했으나 못 간 친구 김민찬 씨(27)가 삽화를 맡았다. 김준형 씨는 “책 수익금은 난민 아이들을 위해 쓸 계획”이라며 “모두 장래의 꿈은 다르지만 앞으로 난민 관련 협동조합을 설립해 해외 난민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팹랩(Fab-Lab·제작실험실)은 ‘지산지소(地産地消·현지생산 현지소비)’와 ‘자산자소(自産自消·스스로 생산 스스로 소비)’가 실현되는 공간입니다.” 생경한 공간에서 낯선 단어들이 쏟아졌다. 최근 찾은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5층의 ‘팹랩서울’. 용도를 짐작하기 힘든 크고 작은 기계들과 벽면을 가득 메운 공구들 사이로 남녀노소 20여 명이 각자의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무선 스피커가 필요한데 아무리 뒤져도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이 없어요. 이때 까다로운 소비자라면 직접 만들고 싶겠죠. ‘재료는 어디서 사고 가공은 어떻게 하나….’ 팹랩은 이런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주는 공간입니다.” 김윤호 서울과학기술대 강사(53)가 설명을 덧붙였다. 김 강사는 자타 공인 재야 팹랩 전도사다. 경영정보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3년 전부터 팹랩에 꽂혀 관련 논문과 저서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팹랩과 팹시티’를 펴낸 뒤 ‘서울 팹랩 가이드’(가제)를 집필 중이다. 2000년 미국 보스턴에서 탄생한 팹랩은 3D프린터, 레이저 커터 등 각종 디지털 기계를 갖춘 디지털 공방이다. 2013년 국내에 도입된 뒤 서울에만 20여 곳이 문을 열었다. 약간의 사용료만 내면 누구나 방문해 기계를 사용할 수 있다. 팹랩이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올해 초 4차 산업혁명 행보와 연결해 팹랩서울 사무실을 방문하면서부터. 팹랩이 제조 스타트업의 요람이 될 거라 기대한 것이다. 실제 오트웍스, 올리브유니언 등 적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팹랩에서 기반을 닦았다. 하지만 김 강사는 “팹랩 정신의 핵심은 내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쓰는 풀뿌리 제작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 쓴다는 점에서 팹랩은 ‘개인 존중’이 실현되는 공간이에요. 좋아하는 아이언맨 의상도, 엄마의 발걸음 소리를 미리 알려주는 알람도 만들 수 있죠. 개인 제작이 활발해지면 산업은 자연히 뒤따라올 거예요.” 팹랩은 환경 측면에서도 고무적이다. 김 강사는 “팹랩은 고쳐 쓰기와 지산지소, 자산자소를 독려한다”며 “버려진 플라스틱과 현지 생산 섬유를 결합해 새로운 직물을 개발한 필리핀 보홀섬 팹랩이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학자로서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는 타고난 호기심 탓에 현장을 떠나지 못한다. “팹랩을 알리기 위해 무작정 사람을 찾아갈 일이 늘었는데, 그때마다 꼭 제가 쓴 책과 논문을 들고 갑니다. 그러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인 줄 알거든요.(웃음)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주인인 팹랩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팹랩 하나하나가 모여 팹랩 마을이, 팹랩 마을이 모여 팹랩 사회가 되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그럼 살 만할 거예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

《 올여름 냉면 전쟁이 뜨겁습니다. “평양냉면 맛을 모르면 ‘초딩’ 입맛”이라는 평양냉면파의 자신감에 비(非)평양냉면파들은 “입맛에는 귀천이 없다”고 맞섭니다. 평양냉면은 고기 육수에 메밀면을 말아 먹는 물냉면을, 함흥냉면은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면에 매운 양념장을 얹은 비빔냉면을 뜻합니다. 냉면계의 독보적 1인자인 평양냉면을 둘러싼 미식 설전(舌戰)을 취재했습니다. 》 망향음식→미식관문→SNS스타 올해는 특히 유별났다. ‘평뽕’(평양냉면의 중독성을 빗댄 표현) ‘평부심’(평양냉면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 등 각종 신조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도배한 ‘완냉샷’에 ‘굿즈’(goods·관련 상품)까지. 평양냉면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인스타그램에 수시로 냉면 사진을 올리는 연예인 ‘평양냉면러’를 따라 입문한 뒤 ‘도장깨기’(냉면가게를 차례로 모두 방문)를 다니고 있어요. 면의 메밀 비율과 육수 내용물을 논하다 보면 입맛이 한 차원 높아진 듯 뿌듯합니다.”―박재인 씨(35·디자이너) “평양냉면을 먹기 전후 그릇 사진을 비교한 완냉샷(냉면을 다 먹었다는 의미)을 SNS에 자주 올리는데, 이걸 따라하는 팬이 많아요. 살고 있는 부산에는 마땅한 평양냉면 가게가 없어 서울로 이사 가야 하나 싶습니다.”―조아련 씨(25·한화 이글스 치어리더) “SNS에 떠도는 사진은 하나같이 간결한 디자인의 놋그릇에 둥그렇게 말린 면발, 흰색과 녹색 고명이 어우러져 아름답죠. 그런 이미지와 슴슴한 맛이 더해져 ‘유행을 선도하려면 이 정도는 즐겨야 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김현정 씨(31·회사원) “1세대 실향민들에게 평양냉면은 ‘망향(望鄕)의 음식’이었고, 1980년대엔 성공한 실향민 2세들을 통해 ‘평양냉면=미식의 관문’이라는 인식이 퍼졌죠. 최근엔 음식 예능 프로그램이 평양냉면을 자주 다루면서 마니아가 많아졌습니다.”―박찬일 씨(52·요리연구가) “계보를 알아가는 재미도 큽니다. 서울 중구 을지면옥과 필동면옥은 부모가 운영하는 의정부 평양면옥의 두 자매가 독립한 가게인데, 이들 ‘의정부계열’은 밍밍한 육수 위에 고춧가루를 친 냉면을 선보여요. ‘우래옥계열’은 진한 육수가 특징이고 ‘장충동계열’은 의정부와 우래옥의 중간 맛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이용재 씨(42·음식평론가) ‘평부심’ 절대 사절 일부 마니아의 지나친 평부심과 ‘면스플레인’(면+explain·평양냉면을 가르치려 드는 것)에 불쾌해하는 사람도 많다. “평양냉면 가게에 데려간 직장 상사들이 가위로 면을 자르면 메밀의 기가 빠져나간다는 둥 일장 연설을 하더라고요. 학원에서 배운 것처럼 평부심 레퍼토리가 똑같았죠.”―강아름 씨(35·직장인) “평양냉면의 첫인상은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는 맛’이었어요. 한마디로 맛이 없었죠. 가게 사장님은 적어도 다섯 번은 먹어야 맛을 알 수 있다는데, 왜 다섯 번이나 맛없게 먹어야 하나요?”―조아원 씨(21·학생) “40년 단골 가게에서 최근 젊은 사람들이 메밀향 어쩌고 하는 광경을 종종 봐요. 하지만 대부분의 가게가 묵은 메밀을 쓰기 때문에 향이 나지 않아요. 또 쇠젓가락이나 가위를 쓰면 안 된다고 하던데, 면 압출기 자체가 금속이거든요.”―김모 씨(60대 후반·전직 군인) “평양냉면러들을 보면 아는 척 현대미술론을 펼치는 이들의 모습이 겹쳐요. 알쏭달쏭한 대상을 굳이 해석하려 드는 거죠. 그런 억지스러움이 우습게 느껴집니다.”―이호정 씨(33·회사원) 어려운 음식 이런 지나친 평부심 논쟁에 대해 대를 이어 평양냉면을 해온 주인들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평양냉면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사골이 아닌 살코기를 오랜 시간 우려낸 우리 육수는 최고예요. 한 번 맛보면 발길을 끊지 못하죠. 한때 2000그릇 이상 팔린 이유가 있습니다. 정통 평양식으로 동치미 국물을 쓰다가 동치미가 너무 금방 상해서 고기 육수를 쓰기 시작했어요.”―김모 씨(70대·우래옥 관계자) “육수의 수십 가지 재료를 계절별로 파악해야 하고 메밀면도 그날그날 습도에 따라 반죽을 달리해야 하고 좋은 소를 구하러 전국을 돌아다니고…. 평양냉면은 단순하지만 수십 년 공부해도 어려운 음식이에요. 집에서는 잘 해먹기 힘든 음식인데 자부심을 가질 만하죠.”―김영길 씨(55·마포 을밀대 사장) “차갑게 식힌 진한 고기 육수는 감칠맛이 뛰어납니다. 게다가 언제고 먹을 수 있는 배달음식이 아니라 중독성이 폭발하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설레는 기분으로 30분 넘게 줄 서 기다리는 음식이 냉면 말고 또 있을까요?”-임만출 씨(43·‘평가옥’ 광화문점 지배인) 나도 있다, 함흥냉면 평양냉면의 라이벌은 함흥냉면이다. “평양냉면은 조미료를 넣지 않은 ‘웰빙’ 음식이라고 알려졌지만 대다수 가게가 조금씩 쓰고 있어요. 둘 다 조미료가 들어갔다면 매콤달콤 맛있는 음식을 먹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김정현 씨(51·포목점 운영) “양념을 육수에 풀어 먹기 때문에 함흥냉면도 그리 자극적이지 않아요. 유행은 돌고 도는 건데, 언젠가 함흥냉면 시대가 올 거예요. 특히 매운맛은 실패가 없거든요.”―김태경 씨(52·식육(食肉)마케터) 각각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의 원조로 꼽히는 서울 중구 ‘오장동 흥남집’과 ‘우래옥’은 서로를 어떻게 평가할까. “평양냉면은 그냥 시원한 맛이죠. 땀 뻘뻘 흘리고 난 뒤 얼음물 마시듯 후루룩 하면 땀이 쏙 들어가는 맛! 함흥냉면이야말로 중독성이 강해요. 한 번 드셔 보면 알싸한 양념장과 회의 쫀쫀한 식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 겁니다.”―권이학 씨(59·오장동 흥남집 이사) “옛날엔 가게에 와서 ‘냉면 달라’고 하면 그건 곧 ‘평양냉면’을 뜻했어요. 냉면은 자고로 면인데, 씹히지 않는 질긴 면이 뭐가 맛있나요?(웃음)”―김지억 씨(84·우래옥 전무) 냉면의 진화는 무죄 냉면은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오랜 세월 한반도에서 사랑받아 왔다. 9세기 중엽의 ‘동국세시기’는 ‘싱거운 무김칫국에 국수를 말아 먹는다’고 했고, 19세기 말 ‘시의전서’에는 ‘나박김치나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는다’란 내용이 나온다. 구한 말 고종과 순종, 백범 김구 등이 냉면광(狂)이었다. 진주의 진주냉면, 부산의 밀면 등도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조선시대 한량들이 권번에서 술을 마신 뒤 입가심하던 음식이 진주냉면으로 발전했습니다. 냉면집이 몰려 있던 진주시장에 불이 난 뒤로 정통 가게의 맥이 거의 끊겼습니다.”―예종석 씨(64·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음식 칼럼니스트) “증조할머니께서 고향인 함경도 흥남에서 ‘동춘면옥’을 운영하셨는데 부산에 피란을 내려오셨어요. 메밀 대신 배급받은 밀가루로 냉면을 만들어 파신 게 밀면으로 발전했습니다. 남쪽 사람들은 면이 부드러워졌다며 반응이 좋았다고 해요.”―유재우 씨(41·부산 내호냉면 사장) 대중화 바람을 타고 최근 신흥 평양냉면 가게가 여럿 등장했다. 2세대 아우들은 1세대 형님들과 다른 당돌한 매력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의정부계열이나 장충동계열 가게들이 전부였는데 최근 냉면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저변이 넓어지는 건 좋은데 어설픈 시도로 전통 있는 가게의 명예까지 먹칠하지 않았으면 합니다.”―임모 씨(48·요식업계 종사자) “냉면 가게가 많아지더니 올해 손님이 확 줄었어요. 간혹 단골손님들이 냉면 맛이 변했다고 하시는데 조리법대로 만들거든요. 세월이 흐르면서 미각이 바뀐 탓 아닐까요?(웃음).”―윤민정 씨(51·을밀대 마포본점 지배인) “정통 냉면 명가에서 일하던 분들이 독립해서 가게를 차려도 절대 기존 냉면 맛이 안 나요. 재료 구매처와 반죽 등이 미세한 차이를 낳는 거겠죠.”―장수경 씨(68·전 금융인) 이설 기자 snow@donga.com}

글로벌 패션 회사인 구치와 갭이 부적절한 광고 논란에 휘말렸다. 미국의 중저가 브랜드인 갭은 최근 방송인 엘런 디제너러스와 협업해 만든 어린이 의류 광고가 “인종차별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제의 광고에는 백인 소녀 3명과 흑인 소녀 1명이 등장한다. 양 끝에 선 백인 소녀 2명은 자유로운 동작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중간에 선 키 작은 흑인 소녀는 키 큰 백인 소녀에게 머리가 눌린 채 다소 어두운 표정이다. 영국 BBC는 “흑인 머리가 백인 팔걸이냐”며 이 광고를 비난하는 소셜미디어의 글들을 소개한 뒤 “의도적인 인종차별이 아니라도 이 광고에서 모욕감을 느끼는 이가 적지 않다. 갭이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보도했다. 흑인 문화잡지 루트는 “문제의 광고는 흑인이 백인보다 신체적으로 열등하고 백인을 위해 존재한다는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흑인 영화감독인 매슈 체리는 갭의 과거 광고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과민 반응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광고 사진에는 반대로 키 큰 흑인 소녀가 키 작은 백인 소녀의 머리 위에 팔을 얹고 있다. 하지만 백인 소녀의 표정과 자세는 아주 당당하게 연출돼 있다. 갭은 성명을 내고 “갭은 46년 동안 다양성과 포용성을 추구해 왔다. 이번 광고로 상처 받은 이들에게 사과한다”며 “광고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브랜드 구치는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썼다는 이유로 광고 금지 처분을 받았다. 6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광고심의기구인 광고표준위원회(ASA)는 지난해 말 영국 더타임스에 실린 동영상과 사진 광고 속 모델이 아파 보일 만큼 말랐다는 이유로 광고를 내리라고 결정했다. 문제가 된 광고에서 모델은 기하학 무늬의 긴 드레스를 입고 화장기 없는 모습으로 벽면에 기대 서 있다. ASA는 “상체를 살짝 숙인 자세 때문에 모델의 허리가 지나치게 가늘어 보인다. 또 어두침침한 눈 화장으로 마치 아픈 것처럼 침울하고 수척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구치는 “이 광고는 성인을 대상으로 했으며, 건강하지 않아 보일 정도로 말랐다는 기준은 주관적이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ASA는 “불균형한 신체를 무책임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들의 주장을 기각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전 세계 엘리트들의 세금회피 자료 1150만 건을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 사태로 역외탈세를 부추기는 현 자본주의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시사 잡지 타임은 4일 “상위 1% 부자만 사람 상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세계화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이로 인해 양극화가 가속화하고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세계 경제는 더 나빠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타임은 이번 파나마 페이퍼스 사태가 세계화의 ‘구멍’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자유로운 무역과 금융 이동을 보장하는 제도를 악용해 부자들이 손쉽게 탈세를 저지르는 동안 나머지 99%의 서민이 조세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타임은 “역외탈세, 노동력 과잉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 등 세계화의 폐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갔다”고 꼬집었다. 역외탈세로 세계 경제가 더 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최근 국제금융청렴조사위원회(GFI)에 따르면 2004∼2013년 개발도상국에서 역외탈세로 유출된 자금은 7조8000억 달러(약 9021조 원)에 이른다. 역외탈세 규모는 연평균 6.5%씩 늘었다. 타임은 “각국이 모여 반(反)역외탈세 운동을 포함해 어느 선까지 자유무역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대선 경선주자인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아웃사이더로서 돌풍을 일으킨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미 행동경제학자 피터 앳워터는 “유권자들은 엘리트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시스템에 점점 큰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트럼프와 샌더스는 이런 시대정신을 잘 포착해 선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전 세계 엘리트들의 세금회피 자료 1150만 건을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 사태로 역외 탈세를 부추기는 현 자본주의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시사 잡지 타임은 4일 “상위 1% 부자만 사람 상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세계화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이로 인해 양극화가 가속화하고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세계경제는 더 나빠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타임은 이번 파나마 페이퍼스 사태가 세계화의 ‘구멍’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자유로운 무역과 금융 이동을 보장하는 제도를 악용해 부자들이 손쉽게 탈세를 저지르는 동안 나머지 99% 서민이 조세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타임은 “역외탈세, 노동력 과잉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 등 세계화의 폐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갔다”고 꼬집었다. 역외탈세로 세계경제가 더 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최근 국제금융청렴조사위원회(GFI)에 따르면 2004~2013년 개발도상국에서 역외탈세로 유출된 자금은 7조8000억 달러(약 9021조 원)에 달한다. 역외탈세 규모는 연평균 6.5%씩 늘었다. 타임은 “각국이 모여 반(反)역외탈세 운동을 포함해 어느 선까지 자유무역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대선 경선주자인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아웃사이더로서 돌풍을 일으킨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미 행동경제학자 피터 에트와터는 “유권자들은 엘리트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시스템에 점점 큰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트럼프와 샌더스는 이런 시대정신을 잘 포착해 선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터키에서 정부군과 쿠르드족 반군 간 유혈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정부에 대한 쿠르드족 청소년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3일 “정부군의 집중 포격을 받은 쿠르드족 밀집 지역 청소년들이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에 빠졌다”며 “이들이 향후 거대한 반(反)정부 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터키 정부는 지난해 말 쿠르드족이 모여 사는 남동부 디야르바크르, 수루츠, 누사이빈, 시르나크 등에 통행금지 명령을 내리고 공습했다.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지난해 6월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뒤 보수세력 결집을 위해 벌인 쿠르드노동자당(PKK) 소탕작전의 일환이었다. 국제분쟁 연구기구인 국제위기그룹(ICG)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민간인 250여 명이 숨지고 3만5000여 명이 다쳤다. 정부군은 지난달 10일 작전 종료를 선언했지만 폐허로 변한 이곳의 청소년 상당수는 게릴라 전사를 롤 모델로 여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곳에 사는 아흐메트 씨(21)는 “아이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테러범으로 여긴다고 생각한다. 죽어가는 지인들을 보며 느낀 이들의 공포가 성장 과정에서 분노로 바뀔지 모른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 아누르 씨는 “아이들은 이제 의사나 엔지니어 대신 게릴라 전사를 꿈꾼다”며 “이곳이 급진주의 세력의 소굴로 전락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부모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세 아이의 엄마인 사키네 씨(35)는 “지난해 말 이후 청소년 수백 명이 PKK에 합류했다는 소문이 들리는데 아이들이 폭력의 길로 빠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공습 기간에 등교하는 학생 수가 3분의 2로 줄었다”며 “교육의 불평등으로 가뜩이나 높은 이 지역의 실업률이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보도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5월 16일 중국 현대사의 정치적 격변기인 문화대혁명(문혁·1966∼1976년) 발발 50주년을 앞두고 최근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사상 통제를 당시와 비교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평등이 만연하지 않았던 당시가 지금보다 나았다는 향수마저 퍼지면서 중국 당국이 단속에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 “그동안 문혁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뤄진 적이 없다”며 “최근 언론 통제 강화 등 시 주석의 행보가 문혁 때와 비슷하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당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시 주석의 지나친 언론 옥죄기는 문혁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시 주석은 “언론매체는 반드시 당을 따라야 한다”며 당을 비판하는 지식인을 잇달아 구금했다. 지난달 29일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웹사이트에 시 주석의 사임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이 올라오는 등 반발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문혁으로 100만 명 이상이 비정상적인 죽음을 맞았고 400만 명 이상이 감옥에 갔다”며 “최근 과도한 통제와 검열이 문혁 시대 홍위병 활동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상에서 부동산 블로거인 런즈창(任志强)을 집단 공격한 좌파 누리꾼도 홍위병과 비교된다. 런즈창은 2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관영 언론의 충성 맹세를 비판했다가 계정이 폐쇄 당했다. 시 주석의 개인 우상화와 1인 지배 체제도 마오쩌둥(毛澤東)과 닮은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시 주석의 배지가 등장하고 건물 철거에 저항해 시 주석의 얼굴 사진으로 건물 외벽을 도배한 사건을 두고 외신들은 ‘마오쩌둥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나아가 이념적 순수성과 경제적 평등, 지도부의 높은 도덕성을 따져보면 지금보다 오히려 문혁기가 나았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런민(人民)대 장훙량(張洪量) 교수는 “문혁 시대의 혼란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당시는 부패 관리가 거의 없었던 반면 지금은 중국의 부패 관리가 전 세계의 부패 관리 수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고 꼬집었다. 문혁 시기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말이다. FT는 “일부 시민은 오늘날 반(反)부패 캠페인을 당시 자본가 축출 운동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한다”고 전했다. 관영 언론은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느라 부심하다. 환추(環球)시보는 지난달 30일 사설에서 “일방적인 찬양론자와 비판론자 모두 문혁기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며 “문혁에 대한 평가는 당의 공식 결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문혁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하면 정계와 학계에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은 1981년 6월 제11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서 문혁을 “건국 이래 국가를 좌절과 손실로 몰아넣은 비극이며 혁명이나 사회적 진보가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재미 역사학자이자 문혁 전문가인 쑹융이(宋永毅) 작가는 SCMP에서 “‘1981년 결의’는 정치적 고려에 의한 타협의 산물”이라며 “당시 공산당은 경제개발에 집중하느라 진지한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왕멍(王蒙) 전 문화부 부장도 3월 초 출간한 책에서 “과거 10년의 혼란에 대한 회고가 필요하다”면서 “당과 지식인들은 그 사태(문혁)에 대해 더 설명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불을 지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22일 벨기에 브뤼셀 자벤템 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두 번째 자살폭탄을 터뜨린 범인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에 가담했던 ‘이슬람국가(IS)’ 폭탄 제조책 나짐 라크라위(25)인 것으로 드러났다. AP통신은 23일(현지 시간) 벨기에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폭발 현장 인근 시신들에서 채취한 DNA 일부가 라크라위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파리 테러의 주범인 살라 압데슬람(26)이 브뤼셀 테러 나흘 전인 18일 브뤼셀 근교 몰렌베이크 은신처에서 검거된 데 이어 공항 폭탄 테러범 중 한 명이 라크라위로 밝혀지자 벨기에 수사당국은 파리 테러와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살아남은 파리 테러범들이 다른 조직원들과 합세해 브뤼셀 테러를 저질렀을 정황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자벤템 공항과 지하철역에서 자폭한 테러범 3명이 모두 파리 테러 관련자들이라며 두 도시의 테러범들이 사실상 한 조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최근 브뤼셀을 방문해 파리 테러 관련자가 최소 30명이며 이 중 11명은 숨졌고 12명은 구금 중이라고 밝혔다. 브뤼셀 테러 가담자들은 파리 테러 주범 압데슬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압데슬람의 갑작스러운 체포로 테러 계획이 누설될 것을 우려한 잔당들이 브뤼셀 테러를 서둘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래 유럽 IS 조직의 정점은 파리 테러 총책인 압델하미드 아바우드(사망 당시 28세)였으나 지난해 11월 사살돼 압데슬람이 주요 인물이 된 것으로 보인다. 자벤템 공항 출국장에서 폭사한 라크라위는 압데슬람이 파리 테러 이후 4개월간 벨기에에서 숨어 지내는 동안 함께 생활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15일 경찰이 급습한 브뤼셀의 한 아파트에서 압데슬람의 지문과 라크라위의 DNA가 모두 나왔다. 말베이크 지하철역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한 칼리드 엘 바크라위(27)는 압데슬람에게 브뤼셀 포레 지역에 은신처를 구해줬다. 그는 자벤템 공항에서 자폭한 형 이브라힘과 함께 파리 테러 당시 무기 공급책의 역할도 했다고 벨기에 방송 RTBF가 보도했다. 압데슬람은 그동안 거부해 온 프랑스 송환 조사에 동의했다고 그의 변호인이 24일 밝혔다. 유럽공동 경찰기구 유로폴은 24일 유럽에서 테러를 감행할 수 있는 IS의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최소 5000명에 이른다고 경고했다. 유럽 내에서 스스로 급진화한 경우도 포함한 수다. 롭 웨인라이트 국장은 이날 BBC 인터뷰에서 “이들은 프랑스와 벨기에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유럽국을 위협하고 있다”며 “최근 10년 이래 우리가 직면했던 것 중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AP통신도 이날 유럽 보안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IS가 최소 400명의 테러전사를 훈련해 유럽에 침투시켰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유럽은 이제 테러가 새로운 일상(뉴 노멀)이 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발스 프랑스 총리는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유럽 시민은 오랫동안 테러 위험과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허진석 jameshuh@donga.com·이설 기자}

세계를 덮친 저성장과 살인적 취업난에 ‘미친 집값’이 전 세계 ‘2030 청년들’의 시름을 키우고 있다. 소득이 치솟는 집값을 따라가지 못해 내 집 마련은커녕 결혼과 출산의 꿈도 포기하는 ‘삼포 세대’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기생독신(일본)’ ‘키퍼스(영국)’ ‘습노족(중국)’ 같은 신조어가 넘쳐나는 가운데 아예 집에서 살기를 포기하는 젊은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10년간(2005∼2015년) 세계 주요 22개국 주택 가격이 평균 48.4% 올랐다고 4일 밝혔다. 가장 많이 오른 나라는 홍콩으로 2005년 3분기(7∼9월) 93.4(1999년=100 기준)였던 주택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305.0으로 226.6% 상승했다. 홍콩 중심부의 39.94m²(약 12평)짜리 아파트 값은 434만 홍콩달러(약 6억8000만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스웨덴(91.8%), 노르웨이(82.6%), 영국(42.2%)의 집값도 가파르게 올랐다. 한국은 39.2% 상승했고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 집값이 폭락한 탓에 예외적으로 4.7% 내렸다. 반면 경기침체로 개인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해 지난해 세계 102개국 가운데 가처분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10배가 넘는 국가가 59곳에 이른다고 세계 비교 통계 사이트인 넘베오(numbeo)가 24일 밝혔다.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 이상 꼬박 모아야 집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역시 1위를 기록한 홍콩은 가구 가처분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37.57로 내 집 마련에 37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34.09) 2위, 중국(24.98) 6위, 싱가포르(23.17) 9위, 일본(20.17) 13위로 아시아 국가들이 대체적으로 집값 부담이 컸다. 한국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은 14.87로 32위였다. 집을 살 능력이 없는 젊은이들은 우선 부모의 집에 기거할 수밖에 없다. 1980∼1995년에 태어난 영국의 Y세대는 부모의 연금에 기대 산다는 뜻으로 스스로를 키퍼스(KIPPERS·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라 부른다. 키퍼스의 절반 이상은 평생 집을 사기 힘들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부메랑 키즈’는 직장 없이 떠돌다 집으로 돌아오는 캐나다 청년들을 뜻하는 말이다. 중국의 ‘습노족’은 부모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뜻이고 일본의 ‘기생독신’은 부모에게 기생한다는 신조어다. 독일 여대생 레오니 뮐러 씨는 지난 10개월간 비싼 월세를 내는 대신 아예 기차에서 생활해 화제를 모았다. 기차에서 씻고 자고 역에서 피자를 시켜 먹으며 필요할 때마다 베를린, 쾰른 등지의 지인 집에 들른다. 영국에서는 1월 보트에서 생활하는 한 초선 의원의 사연이 화제를 모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어 개조한 트럭에서 사는 구글 사원의 사연이 보도되기도 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지난해 1월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서 이틀 간격으로 총기 난사 테러가 일어나자 전 세계는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풍자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과 유대인 식료품 가게를 공격한 범인들은 모두 이슬람 극단주의자였다. 1년 2개월여가 지난 뒤인 22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터진 동시다발 테러에 대한 반응은 달랐다. 언론과 대중은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슬람국가(IS)’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저지른 ‘소프트타깃’ 테러임을 기정사실화했다. CNN은 22일 “칼리프국가를 선포한 2014년 6월 이후 IS는 근거지인 이라크·시리아 이외의 20개국에서 75건의 테러를 저질러 1280명이 사망하고 1770명이 다쳤다”며 “글로벌 테러는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IS가 직접 저지르거나 IS에 영향을 받은 ‘외로운 늑대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으키는 테러는 이제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일상)이 됐다는 설명이다. 지역별로 유럽에서 13건, 미국에서 7건의 테러가 발생했다. 유럽에서 일어난 굵직한 테러는 IS 본부가 직접 개입한 반면 미국 테러의 범인은 대부분 극단주의 이념에 빠져 단독으로 공격에 나선 외로운 늑대였다. 이라크·시리아 이외의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일어난 테러 46건은 모두 IS의 연계단체가 저질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서방 연합국의 대대적 공습으로 IS는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 점령지 20% 이상을 잃는 등 세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IS가 외국인 조직원이나 외로운 늑대를 활용한 글로벌 테러로 존재감을 과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흰 양말은 운동할 때만 신으세요. 가운과 슬리퍼는 바깥에선 신지 않습니다.” 중국 베이징에 사는 49세 여성 수팅 씨는 최근 매너 교육기관인 ‘사리타 학원’에서 ‘뷰티 앤드 그루밍’이란 수업을 들었다. 강사는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과 화장법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줬다. 10일 과정의 수업료는 약 8만 위안(약 1436만 원). 그는 “옷차림, 화법, 식사 예절 등 다양한 주제의 강의를 골라 들을 수 있다”며 “최근 상류층 부인과 2세들 사이에서 사리타 학원이 큰 인기”라고 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9일 “세계로 활동 무대를 넓힌 중국의 신흥 부자들이 세련된 매너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중국 상류층 사이에서 최근 고가의 매너 배우기 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중국의 부자 연구소인 후룬(胡潤)연구원에 따르면 베이징에서 자산 규모가 10억 달러를 넘는 부호는 100명으로 뉴욕(95명)을 앞질렀다. 베이징에서는 신사 숙녀 교육, 식사 매너, 국제 비즈니스 매너, 어린이 예절 교육 등을 하는 기관들이 성업 중이다. 영국에서 운영하는 ‘시애턴’도 유명하다. 과정마다 차이가 있지만 영국 왕세손빈인 캐서린처럼 모자 쓰는 법, 칼과 포크로 오렌지 자르는 법, 케첩과 타바스코(매운맛 소스)의 차이, 푸아그라 펴 바르는 법, 양복 명칭 등 사교활동에서 필요한 내용을 아우른다. 수강생 대부분은 1세대 신흥 부자와 그 자녀들이다. 시애턴의 제임스 시애턴 대표는 “1세대 신흥 부자들은 해외에 부동산을 사러 다니고 자녀들을 해외 기숙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에서 적절하게 행동하는 법을 배우려는 게 당연하다”고 전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분쟁 지역에서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온 팔레스타인 여교사 하난 알 흐룹 씨(43·사진)가 13일 제2회 ‘세계의 선생님 상(Global Teacher Prize)’을 받았다. 이 상은 ‘교육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흐룹 씨는 “교사는 평화와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며 “모든 교사, 특히 팔레스타인 교사들을 위해 이 상을 받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상을 통해 수상자를 발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쟁 지역에서 놀이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수업 방식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은 “좋은 선생님은 아이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열쇠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교사의 업적은 영웅이나 다름없다”며 축하 영상을 보냈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초등학교 교사인 흐룹 씨는 ‘폭력 반대(No to Violence)’ 캠페인을 이끌며 놀이를 통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치료 등에 대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전쟁터에서도 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언어와 수학 등을 가르치는 방법을 담은 저서 ‘우리는 논다, 우리는 배운다’를 펴내기도 했다. 그는 저서에서 “분쟁 지역 난민촌에서 성장한 탓에 폭력이 어떻게 아이들을 망가뜨리는지 잘 알고 있다”며 “자녀들이 총격 사건을 목격한 뒤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소개했다. 국경 지역의 유혈 충돌로 지난 5개월 동안만 이스라엘인 28명과 팔레스타인인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계의 선생님 상은 매년 세계의 훌륭한 교사를 추천받아 한 명에게 100만 달러(약 11억8700만 원)를 수여하고 있다. 두바이 수장이 세운 바르키재단이 수상자를 선정한다. 올해 경쟁률은 8000 대 1이었다. 1년 동안 바르키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된 흐룹 씨는 “상금을 전 세계 학생과 교사를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분쟁 지역에서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온 팔레스타인 여교사 하난 알 흐룹이 13일 제2회 ‘세계의 선생님 상(Global Teacher Prize)’을 받았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하난은 “교사는 평화와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며 “모든 교사, 특히 팔레스타인 교사들을 위해 이 상을 받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상을 통해 수상자를 발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쟁 지역에서 놀이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수업 방식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은 “좋은 선생님은 아이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열쇠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교사의 업적은 영웅에 다름없다”며 축하 영상을 보냈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초등학교 교사인 하난은 ‘폭력 반대(No to violence)’ 캠페인을 이끌며 놀이를 통한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치료 등에 대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전쟁터에서도 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언어와 수학 등을 가르치는 방법을 담은 저서 ‘우리는 논다, 우리는 배운다’를 펴내기도 했다. 그는 저서에서 “분쟁 지역 난민촌에서 성장한 탓에 폭력이 어떻게 아이들을 망가뜨리는지 잘 알고 있다”며 “자녀들이 총격 사건을 목격한 뒤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소개했다. 국경 지역의 유혈 충돌로 지난 5개월 동안만 이스라엘인 28명과 팔레스타인인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바이 국왕이 세운 바르키재단이 선정하는 이 상은 ‘교육계의 노벨상’을 표방한다. 매년 세계의 훌륭한 교사를 추천 받아 한 명에게 100만 달러(약 11억 8700만 원)를 수여한다. 올해 경쟁률은 8000대 1이었다. 1년 동안 바르키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된 하난은 “상금을 전 세계 학생과 교사를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에서 한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예산을 투입해 정상적인 여성의 난자 냉동 시술을 지원하기로 했다. 불임이나 병, 직장생활 등으로 당장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성들에게 난자 동결이 대안이지만 건강한 여성이 출산 연기를 위해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일본 의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본 지바(千葉) 현 우라야스(浦安) 시의 준텐도대 우라야스병원은 10일 내부 윤리위원회를 열고 20∼34세 여성 4명의 난자 동결을 승인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시 예산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일본 내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 난자 동결을 지원한 첫 사례다. 우라야스 시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난자 동결을 저출산 해법으로 들고나온 것은 여성 1인당 출산율이 2014년 기준 1.09명으로 전국 평균(1.42명)은 물론이고 도쿄(1.15명)보다도 낮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우라야스를 포함해 수도권 베드타운의 공통된 고민이다. 병원은 여성들의 난자를 채취한 뒤 액체질소로 영하 200도 가깝게 순간 냉각해 보관할 예정이다. 난자를 보관한 여성은 45세까지 원하는 시점에 해동해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동결보다 해동이 어렵지만 기술 발전으로 점차 성공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실제로 일본에선 지난달 오사카(大阪)의 44세 간호사가 해동한 난자로 딸을 낳는 데 성공했다. 우라야스 시는 난자 동결 보관비 56만 엔(약 590만 원) 가운데 본인 부담금 10만 엔(약 11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지원한다. 예산은 총 9000만 엔(약 9억5000만 원)으로 20여 명을 지원하기로 했다. 난자 동결 기술은 불임이나 암 치료 등으로 당분간 임신 및 출산이 힘든 여성을 위해 개발됐다. 지난해 2월 일본산부인과학회는 신체에 미칠 부작용을 고려해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생식의학회는 2013년 이를 용인하는 지침을 공표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이설 기자}

독일 연방 16개 주 가운데 바덴뷔르템베르크, 라인란트팔츠, 작센안할트 3곳의 의회를 새로 구성하는 주 의회 선거가 13일 일제히 치러졌다. 이번 선거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사진)의 난민 개방 정책에 대한 독일 국민의 첫 심판대로 부를 만하다. 지난 한 해에만 110만 명의 난민이 몰려든 독일은 지난해 말 쾰른 집단 성추행 사건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을 둘러싼 국론 분열을 빚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4연임 여부를 결정할 시험대인 이번 선거를 앞두고 메르켈이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당(CDU)과 연정 파트너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10일 공영방송 ZDF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민당은 텃밭인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지지율이 10%포인트 떨어진 29%에 머물렀다. 이는 녹색당에 처음으로 뒤지는 수치다. 라인란트팔츠에서는 35%로 사민당(36%)에 뒤졌고, 작센안할트에서는 안정적인 지지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비해 2013년 창당한 뒤 반(反)난민 정서를 파고든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무섭게 약진했다. 작센안할트 주에선 반년 만에 지지율이 5%에서 20%로 뛰었고, 나머지 2개 주에서도 두 자릿수로 지지율이 치솟았다. 전국 평균 지지율도 12%로 CDU와 SPD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히틀러 키드(Hitler kid)’라 불리는 40대 여성 당대표인 프라우케 페트리(42)는 과격한 우파 민족주의 노선으로 세력의 결집을 이끌었다. 올 초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으려는 난민들에게는 국경 관리 요원들이 총을 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는 극단적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또 나치의 전쟁범죄와 관련해서도 “독일인 특유의 죄책감이 너무 자주 부각돼 우리(독일) 역사의 긍정적인 부분까지 왜곡되게 하고 있다”며 민족주의 감정을 부추겼다. 여성 기업인 출신인 페트리는 2014년 7월 베른트 뤼케를 꺾고 신임 당수에 올랐다. 동독 출신에 이공계 박사학위가 있고 루터교와 밀접한 관계라는 점에서 메르켈 총리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한스요아힘 푼케 베를린자유대 정치학과 교수는 “그는 냉정하고 지적이며 집권 의지가 아주 강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민당 소속의 ‘메르켈 키즈’가 메르켈 총리와 거리 두기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르켈 총리가 선거를 앞두고도 난민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홍보하는 입장을 고수하자 라인란트팔츠 주 후보로 나선 율리아 클뢰크너 기민당 부대표는 그를 비판하는 ‘배신의 정치’를 시작했다”며 “메르켈도 이를 알지만 묵인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우베 바크샬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정치학과 교수는 “AfD의 약진을 애써 무시하던 메르켈 총리가 최근 AfD와 페트리 당수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그가 얼마나 조급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난민 포용 정책에 반감을 가진 유권자들이 대거 AfD에 투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는 외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면초가에 몰린 메르켈 총리가 안팎에서 정치력을 잃고 있다”고 전했다.이설 snow@donga.com·이세형 기자}

한때 ‘월가의 제왕’으로 불리던 전설적인 미국 투자가 존 굿프렌드 전 살로먼브러더스 최고경영자(CEO·사진)가 9일 별세했다. 향년 86세. 굿프렌드는 1980년대 월가를 주름잡던 살로먼브러더스에서 38년 동안 일했다. 1953년 수습사원으로 입사해 1978년 대표에 오른 뒤 국채시장을 이끌며 회사를 키웠다. 1985년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그를 표지에 싣고 ‘월스트리트의 왕’이라고 칭했다. 하지만 1991년 2년 만기 국채를 낙찰받으며 허가 없이 고객들의 이름으로 경매에 참여했다는 혐의로 불명예 퇴진했다. 이후 투자은행인 C E 운터버그와 토빈에서 일했다. 작가 마이클 루이스가 저서 ‘라이어스 포크’에서 자신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자 “내 커리어는 망치고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하이오 주 오벌린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6·25전쟁에도 참전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세계 영화계 거장인 올리버 스톤 감독(69·사진)이 ‘할리우드 악동’과 ‘멕시코 마약왕’ 간에 인터뷰를 주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9일 미국 연예매체 더랩의 다큐멘터리를 인용해 “스톤 감독은 멕시코의 마약왕으로 불리는 호아킨 구스만을 주인공으로 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계획하고 있었다”며 “그가 배우의 사실적인 연기를 위해 주인공으로 점찍은 숀 펜과 구스만의 만남을 주선했다”고 보도했다. 샤론 왁스먼 더랩 관계자는 “인터뷰를 진행한 7시간은 한 사람의 말투와 행동을 연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며 “펜의 주목적은 인터뷰가 아닌 ‘구스만 배우기’였다”고 말했다. 스톤 감독은 또 구스만 인생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대가로 600만 달러(약 72억 원)를 제시했다. 펜, 멕시코 여배우 케이트 델 카스티요와 인터뷰에 동행한 신원 미상의 두 남성은 스톤 감독의 측근인 아르헨티나 출신 영화 제작자로 파악됐다. 구스만은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미국 드라마 ‘나르코스’에 자극받아 그보다 더 멋진 자전 영화 제작을 원했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데일리메일은 “인터뷰 이후 도덕성 논란이 일자 펜은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내세워 스스로를 변호해 왔다”며 “만남의 목적이 인터뷰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펜의 입장이 곤란해졌다”고 전했다. 펜은 지난해 10월 멕시코 정글에 은신해 있던 구스만과 비밀 인터뷰를 진행한 뒤 올 1월 9일 미 대중문화지 ‘롤링스톤’에 내용을 공개했다. 구스만은 이 과정에서 꼬리가 잡혀 1월 8일 미국 마약단속국(DEA)에 붙잡혔다. 당시 구스만은 카스티요와 영화 제작에 대한 인터뷰에 응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구체적인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1974년 ‘강탈’로 데뷔한 스톤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로 전향했다가 1986년 ‘살바도르’로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1986년), 아카데미 감독상(1987년, 1990년)을 수상하며 거장 반열에 올랐다. 펜과는 1977년부터 알고 지낸 막역한 사이다.이설 기자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