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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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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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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3~202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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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 6월 ‘목소리의 마술’에 흠뻑 빠져보세요

    목소리만으로 합창하는 ‘아카펠라’는 이탈리아어로 ‘성당 안의 기도실’을 뜻한다. 16세기 작은 기도실에서는 파이프오르간을 사용할 수 없어 무반주 합창곡을 작곡하던 것이 아카펠라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세계적 아카펠라 그룹인 영국의 ‘킹스싱어즈(King‘s Singers)’와 스페인의 ‘비보컬(B vocal)’이 잇따라 한국을 찾는다. ‘아카펠라계 비틀스’인 킹스싱어즈는 16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50주년 기념 내한 공연을 갖는다. 대중적인 팝송부터 현대음악가 다케미쓰 도루의 곡까지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그간 내한 무대에서 ‘아리랑’ ‘마법의 성’ 등 한국 노래를 선보인 이들은 이번에도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는 귀띔이다. 킹스싱어즈는 1968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킹스칼리지의 합창 장학생 6명이 창단했다. 이후 50년간 카운터테너 2명과 테너 1명, 바리톤 2명, 베이스 1명 등 같은 파트 구성으로 26명이 거쳐 갔다. 이들의 가장 큰 매력은 투명한 사운드와 장르를 넘나드는 선곡, 그리고 유머 넘치는 퍼포먼스. 현재 가장 오래 활동한 멤버인 크리스토퍼 게비타스(2004년 합류)는 “킹스싱어즈의 ‘롱런’ 비결은 팀을 떠나는 선배가 자신을 대신하는 신입에게 모든 걸 전해주고 떠나는 전통이다. 클래식, 로맨틱, 팝, 포크 등을 소화하는 다채로움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5만∼11만 원. 02-541-3173 스페인 출신 5인조 아카펠라 그룹 비보컬은 다음 달 9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인천 남동소래아트홀, 경북 경산 등에서 순회공연을 펼친다. 비보컬은 스페인 국왕 후안 카를로스 1세가 “전 세계를 누비며 아카펠라로 스페인을 알려 달라”고 요청할 만큼 스페인이 아끼는 그룹이다. 이들의 공연은 눈과 귀와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정장을 입고 자리를 지키는 공연이 아니라 박력 있는 연출로 관객들의 흥을 돋운다. 변호사, 소믈리에, 물리학자, 플라멩코 강사 등 다채로운 직업을 지닌 멤버들이 머리를 맞대 늘 뭔가 다른 무대를 고민한다고 한다. 이번 공연에는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등 오페라 대표곡뿐 아니라 레너드 코언의 팝송, 케이팝 등을 들려준다. 3만3000∼11만 원. 02-597-9870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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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햄버거 회동?… “잘 풀리면 평양에 맥도널드매장 전격 상륙”

    #1 “불은 냉면이라도 먹겠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달 초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이 쐐기를 박았다. 당초 청와대 내에서는 “냉면 사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칫 불을 수가 있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평양냉면’이라는 상징성에 문 대통령이 힘을 주면서 메뉴 논의는 사실상 끝이 났다. #2 “북한이 주는 음식은 먹지 않겠다.” 2002년 9월 북-일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북한 평양을 방문했던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부장관은 일본에서 직접 도시락을 공수해갔다. 당시 두 나라는 일본인 납북 피해자 진상 규명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납북 일본인 13명 중 8명이 이미 사망했다는 소식이 정상회담 직전 전해져 일본 측은 경악했다. 일본이 준비해간 도시락은 북한에 대한 불쾌감과 강경함을 보여주는 아이템이었다. 4·27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푸드 디플로머시(Food Diplomacy·음식외교란 뜻)’가 화제다. ‘세기의 만남’이 될 북-미 정상회담은 회담 일자, 장소, 배석자 등이 모두 베일에 싸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주앉아 식사를 할지, 한다면 무슨 메뉴를 올릴지 자체가 회담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상징적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두 사람이 함께 햄버거를 먹는 장면이 연출될 것인가. ○ 음식은 메시지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평양냉면이 갑작스레 남북 화해의 상징으로 부상하자 유사한 사례로 미국과 프랑스 간 ‘감자튀김’ 사건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2005년 2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미-프랑스 정상회담이 끝난 뒤 양국 정부는 “정상들(미국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프랑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만찬 때 감자튀김을 즐겼다”고 강조했다. 물론 만찬에선 바닷가재가 들어간 리조토와 안심 스테이크 등이 메인 요리였고, 감자튀김은 사이드 요리에 불과했다. 미국과 프랑스가 유독 감자튀김을 강조한 데는 배경이 있다. 당시 프랑스는 사담 후세인이 이끌던 이라크 공격을 결정한 미국에 사사건건 반대했고, 약이 오른 미 정계에서는 노골적인 프랑스 거부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미 의회 식당에선 감자튀김의 통상적 명칭인 ‘프렌치 프라이즈’ 대신 ‘프리덤 프라이즈’로 바꿔 불러 국제적인 화제가 됐다. 프랑스 측은 ‘엉뚱한 화풀이를 하지 말라’며 미국을 비꼬기도 했다. 미-프랑스 정상회담 만찬에서 제공된 감자튀김은 두 나라 정상 간의 화해 의지를 담은 메시지였던 것이다. 유대교, 이슬람교 등 종교와 상대국 정상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한 ‘배려음식’은 실타래처럼 꼬인 의제를 푸는 마스터키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신경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2014년 미국은 ‘캐비아 좌파’라는 비난에 시달리던 프랑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게 캐비아 요리를 대접해 분위기가 싸늘해지기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햄버거’가 북핵 해법의 아이콘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할지, 식사를 함께할지, 한다면 누가 호스트가 돼 어떤 형식으로 진행할지 등 전혀 알려진 게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6월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 유세 때 “내가 김정은을 만나러 북한에 갈 생각은 없지만 (그가) 온다면 만나겠다. 국빈만찬이 아니라 회의 탁자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며 더 나은 핵협상을 하겠다”고 밝힌 게 두고두고 회자되면서 ‘햄버거 회동’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 햄버거 외교, 평양에 맥도널드 매장 오픈으로? 햄버거가 북-미 정상회담 음식으로 결정될 경우 전문가들은 ‘햄버거의 포지션’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한다. 두 정상이 간단히 식사를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국빈만찬 대신 회의 탁자에서 햄버거를 먹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일반적인 정상회담처럼 식사가 진행된다면 코스 요리 중 한 부분에서 햄버거가 특별 출연하는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다. 2008년 3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청와대에서 양식 요리를 담당했던 ENA호텔 한상훈 총주방장은 “정상회담 식사는 격식과 대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주 파격적인 형식 파괴는 이뤄지기 어렵다”며 “만약 북-미 정상회담에서 햄버거가 식사 때 제공된다면 코스 요리 중 하나로 햄버거가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햄버거가 북-미 정상회담에 등장한다면 △쇠고기 패티의 크기와 익힘 정도 △야채 종류 △치즈의 양과 종류 △빵 등이 어떤 스타일일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맥도널드의 ‘빅맥’이나 ‘쿼터파운더’와 비슷한 햄버거일지 아니면 이와는 다른 스타일의 햄버거일지에 시선이 집중된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는 햄버거광인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이 최대한 반영된 햄버거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북-미 정상회담이 파격적이고 특별한 만남인 만큼 기념의 의미를 담은 햄버거를 선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기홍 우석대 외식산업조리학과 교수(2002년 4월∼2008년 8월 청와대 양식담당 요리사)는 “회담 결과가 좋아 정상회담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면 특별한 재료나 소스 등을 첨가하고, ‘판문점 버거’ ‘평양 버거’ ‘코리아 버거’ 같은 이름이 붙는 햄버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먹는 햄버거를 누가 만들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정상회담 시에는 초청국이 모든 음식을 담당한다. 제3국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은 양측이 협의해 어느 나라가 담당할지를 결정한다. 최근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부각되는 판문점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방문하는 모습이니 북한이 음식을 준비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식 햄버거’를 내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햄버거는 난도가 낮은 음식이고, 정상회담 전에는 양측 의전 관계자들이 실제 제공될 음식의 맛과 모양을 세밀하게 체크하는 과정이 있다”며 “북한 측에서 큰 어려움 없이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햄버거를 먹어본 적이 있는지는 전혀 알려진 게 없다. 스위스 유학 시절 햄버거의 존재를 경험했을 가능성은 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미 정상회담이 잘 풀릴 경우 조만간 평양에 맥도널드 매장이 들어서는 모습을 상상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이설 기자}

    • 201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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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과 절망의 변주… 내 삶이 한 편의 오페라”

    “바쁜 스케줄에서도 틈틈이 축구 경기를 챙겨 봤죠. 마치 저글링을 하듯요.” 대한민국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든 2002년 여름.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55)도 관중석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당시 아내였던 안젤라 게오르기우와 함께한 공연은 전원 기립박수를 받으며 화려한 후일담을 남겼다. 2002년 이후 그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오랜 지기인 소프라노 조수미(56)와 함께 31일 오후 7시 반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의 ‘디바&디보 콘서트’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e메일로 미리 만난 그는 16년 전 한국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한국 관객들이 보내준 뜨거운 지지가 눈에 선하다”며 “이번 한국 공연도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수컷미를 물씬 풍긴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외모, 눈빛, 연기가 어우러진 마성으로 관객을 휘어잡는다. 인생도 드라마틱하다. 파리의 피자 가게에서 팁을 받고 노래하다 음악 관계자의 눈에 띄었다. 1988년 루치아노 파바로티 국제성악콩쿠르 우승을 거쳐 데뷔하자마자 세계 3대 테너의 뒤를 잇는 ‘제4의 테너’로 떠올랐다. 여기에 무대 거부 논란, 디바 안젤라 게오르기우와의 ‘세기의 결혼-이혼-재결합-이혼’, 소프라노 알렉산드라 쿠자크와의 재혼으로 할리우드 악동 같은 이미지를 얻었다. 그는 지난 26년을 어떻게 추억할까. “행복, 실망, 후회, 절망 스릴…. 정말 많은 일을 겪었어요. 실제 인생과 배역이 뒤섞여 서로를 이끌었죠. 죽은 아내를 돌려 달라고 부르짖는 오르페우스는 곧 저 자신이었고(첫 아내가 뇌종양으로 사망), ‘사랑의 묘약’에서 공연한 쿠자크와 실제 사랑에 빠졌죠. 제 인생이 한 편의 오페라 같아요.” 알라냐와 조수미는 인연이 깊다. 한 살 차이인 데다 1992년 영국 코번트가든 무대에서 동시에 데뷔했다. 1998년 오펜바흐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로 호흡을 맞춘 뒤에는 음반도 발매했다. 얼마 전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투란도트’를 공연한 뒤에도 분장실에서 조수미를 만났다. 그는 “수미는 눈부신 음악적 감성적 재능을 타고난 성악가이자 좋은 친구”라며 “수미와 함께 선물 같은 무대를 준비 중인데, 김이 샐까 봐 자세히 알려줄 순 없다”고 했다. 그는 오랜 기간 정상의 테너로 주요 무대에 올랐다. 오페라 주역도 대부분 경험했다. 그럼에도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처음처럼 설렌다고 한다. 무대는 노래라는 기도가 울려 퍼지는 성전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무대에서 노래에 몰입할 때면 성스러운 기분에 빠진다”며 “여전히 모든 무대가 꿈의 무대이고, 커튼이 올라갈 때면 마법에 걸린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워라밸’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새 음반 발매와 생상스의 ‘삼손과 델릴라’, 베르디의 ‘루이자 밀러’ 등이 예정돼 있어요. 이미 2022년 스케줄을 준비하고 있죠. 여전히 노래와 일을 사랑하지만 지금 소원은 휴가입니다!” 8만∼20만 원. 02-399-1000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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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와 함께 "신데렐라", 부모님 모시고 "흥부와 놀부", 부부끼리 "고택브런치"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부부의날(21일)….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벤트를 어떻게 꾸릴지 고민이 깊어진다. 각 관계지수를 높이기 좋은 맞춤형 클래식 공연을 소개한다. △키즈 클래식=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어린이날 스페셜 롯데콘서트홀 키즈 콘서트’가 열린다. 각 악기의 특성을 소개하는 ‘오케스트라 게임’, 동화 신데렐라를 소재로 한 ‘신데렐라’ 등을 애니메이션과 함께 들려준다. 오전 11시 반, 오후 4시. 2만∼5만 원. 1544-7744. 2015년생 이상만 입장 가능하다. 19, 2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2018 디즈니 인 콘서트: 리브 유어 드림’이 열린다.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라이언 킹’ 등 애니메이션의 고전의 수록 곡을 영화 장면과 함께 연주한다. 2부는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겨울왕국’ 특집으로 꾸몄다. 디즈니 콘서트 전문 가수들과 디토 오케스트라가 협연한다. 3만∼10만 원. 1577-5266. 48개월 이상 입장 가능. △효도 클래식=4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홀에서는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실내악 공연이 열린다. ‘2018 KBS교향악단 실내악 시리즈Ⅱ-더 프리미어’다.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말러 피아노 4중주 a단조,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등을 해설과 함께 들려준다. 4만∼6만 원. 02-580-1300 지난달 27일 막을 올린 ‘제9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도 27일까지 이어진다. 누오바오페라단의 ‘여우뎐’(11∼13일), 코리아아르츠그룹의 ‘흥부와 놀부’(25∼27일),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갈라’(25∼27일) 등을 효도 티켓으로 추천한다. △부부 클래식=남편과 아내가 오붓하게 즐기기 좋은 공연도 풍성하다. 15∼27일에는 ‘제13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등에서 열린다. 특히 19일 서울 북촌 안동교회와 윤보선 고택에서 열리는 고택브런치콘서트(전석 15만 원)는 로맨틱한 기분을 돋우기에 좋다. 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그랜드 오페라 갈라’는 개관 연도인 1978년생 400명을 무료 초청한다. 고택브런치콘서트는 오전 11시. 전석 15만 원. 02-712-4879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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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며 쉬며 일하며 너… 착하다!

    정해진 사무실 없이 노트북컴퓨터만 들고 다니며 일하는 ‘노마드(Nomad·유목민)족’ A 씨. 그는 와이파이, 콘센트, 널찍한 테이블을 갖춘 카페에서 주로 서식한다. 출퇴근이 자유롭지만 이따금 업무 환경이 불만족스럽다. 괜스레 직원 눈치가 보여 음료를 자꾸 주문하게 되고, 동네 노마드족이 한꺼번에 몰리는 날엔 숨이 막힌다. 그가 돈 걱정 없이 ‘놀멍쉬멍’ 일할 쾌적한 공간은 없을까.‘생각의자’ 앉으면 창의력이 쑥∼서울 지하철 5, 6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중앙선 등 4개 노선이 지나는 공덕역 2번 출구에서 나와 5분 정도 언덕을 오르면 우뚝 솟은 흰색 건물이 나온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창업허브’다. 과거 산업인력공단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올해 1월엔 별관도 만들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환하고 널찍한 공간이 펼쳐진다. 채광도 좋지만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등 원색을 써서 실내를 밝게 꾸몄다. 창업가와 예비 창업가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본관 1∼3층 전체와 10층 테라스, 별관 옥상, 외부 운동 공간 등 일부는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예비 창업가와 직장인이 주로 이용하지만 주말이면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1∼3층은 모두 ‘계단형 극장’으로 연결돼 있다. 2층과 3층은 어른 미끄럼틀로도 이동할 수 있다. 1층의 ‘코워킹 공간’에는 좌석 104석이 마련돼 있다. 25일 오전 10시, 20여 명이 노트북, 스케치북, 메모장, 책 등을 펼쳐 놓고 제각각 자기 일에 빠져 있었다. 코워킹 지역 옆에는 화이트보드와 좌석이 일체형으로 붙은 ‘생각의자’가 자리 잡고 있다. 건물 한가운데 자리한 계단형 극장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 봤다. 2층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독립형 사무공간’. 비행기 1등석 좌석처럼 칸막이가 쳐져 있어 일에 몰입하기 좋다. 바로 옆에는 달걀 의자와 털썩 누울 수 있는 놀이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낮잠을 자거나 미끄럼을 타도 어느 누구도 눈치를 주거나 간섭하지 않는다”고 서울창업허브 관계자는 귀띔했다. 3층에 위치한 ‘키친 인큐베이팅’에서는 외식업 예비 창업자들이 정성껏 만든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3개월 단위로 업체가 바뀐다. 가격은 7000∼8000원 선. 도시락이나 1층 편의점에서 구입한 간편식을 3층에서 먹는 이들도 많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1층 카페의 아메리카노는 2500원, 주차는 1시간에 3000원이다. 구글 뺨치는 플레이그라운드신분당선 판교역 인근에 위치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9층에 위치한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 문을 열고 들어서자 놀이터와 사무실을 합친 듯한 공간이 나타났다. 1200m² 규모의 1층 전체가 뻥 뚫려 있고, 입구엔 간단히 전자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거실처럼 자리 잡고 있다. 그 뒤로 기다란 도서관 책상이 놓인 ‘코워킹 공간’과 소파와 화이트보드가 놓여 있는 ‘미팅 공간’이 펼쳐졌다. 사무실 한 구석에선 3, 4명이 대형 모니터와 노트북을 펼쳐 놓고 열심히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에선 모니터 등 일부 기기는 대여도 가능하다. 미팅룸은 홈페이지에서 당일 예약해 4시간까지 이용 가능하다. 교육 공간인 세미나실도 예약하면 사용할 수 있다. 거실 옆에는 키친이 마련돼 있다. 건물에 편의점이 없는 대신 냉장고를 마련해 필요한 것들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냉장고 속엔 이름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은 오렌지주스와 커피, 케이크 등 먹을거리가 가득했다. 커피머신과 정수기가 있어 텀블러를 갖고 다니면 편할 것 같았다. 점심은 자장면 등 배달 음식을 시키거나 도시락을 가져와 키친에서 해결하면 된다. 10층 식당도 4000원짜리 식권을 구입하면 이용할 수 있다. 주차는 3시간까지 무료. 이후엔 10분당 500원, 하루 최대 2만 원에 사용할 수 있다. 사무실 왼편 창가에는 ‘리프레시룸’이 자리하고 있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 잠시 몸을 뉠 수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전망은 좋다. 통유리창을 통해 올려다본 하늘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졌다. 장기 대여가 가능한 사물함과 조용하게 통화를 할 수 있는 전화 부스도 마련돼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말에도 운영한다. 경기도는 문화창조허브공간을 수원 광교와 의정부, 시흥 등지에서도 운영 중이고, 조만간 고양시 일산신도시에도 마련할 예정이다. 7층의 ‘경기콘텐츠코리아랩’도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9층과 비슷하지만 분위기는 도서관에 가까웠다. 명사들이 기부한 책이 꽤 많이 비치돼 있었다. 이곳에는 회의실은 물론이고 녹음실, 맥 컴퓨터가 구비된 디자인실, 전문 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 등 다양한 공간이 들어서 있다.럭셔리 분위기에 업무효율 Up! 서울 용산구 청파로에 위치한 서울글로벌창업센터 4층도 노마드족이 찾아볼 만한 곳이다. 서울시가 지원하며 ㈜르호봇 비즈니스 인큐베이팅이 위탁 운영한다. 470m² 규모로 최대 70명 이상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여러 명이 같이 앉아 얘기할 수 있는 테이블과 10인실, 4인실, 세미나실 등이 있다. 세미나실은 이메일이나 전화로 예약하면 월 10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물, 커피머신, 차 등 음료가 비치돼 있다. 식사 반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비즈니스호텔처럼 차분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프린터 복합기와 빔 프로젝터 등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언어 수업과 스타트업 관련 세미나가 종종 열려 아이디어를 구하기 좋은 환경이다. 이 밖에 서울 은평구 통일로의 서울혁신파크 혁신동 1, 2층에는 올 6월쯤 시민 개방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또 서울 강남구 개포로 개포디지털혁신파크 운동장에는 올해 안에 컨테이너박스를 이용한 시민 코워킹스페이스가 꾸며질 것으로 알려졌다. 찾아보면 쏠쏠한 뜻밖의 공간 많아 코워킹 스페이스는 아니지만 서점과 도서관 중에서도 놀멍쉬멍 일하기 좋은 곳이 적잖다. 이태원의 복합문화시설 블루스퀘어의 북파크가 대표적으로 책이 우거진 숲 같은 공간이다. 서점에 들어서면 1층부터 3층까지 수천 권의 책이 꽂힌 높이 24m 서가에 압도된다. 미로같이 구분된 공간 구석구석에 의자가 놓여 있어 책을 읽으며 일하기에 좋다. 테이블 50여 개와 의자 200여 개,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계단 등이 마련돼 있다. 일반 서적과 중고 서적-팬시 용품 등을 구경하며 머리를 식힐 수 있다. 화창한 날엔 3층 테라스에 나가 볕을 쬐며 일할 수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 인근에 위치한 ‘이진아기념도서관’의 3, 4층 공간은 탁 트인 창이 업무 욕구를 자극한다. 국내 공공도서관 중 개인의 이름을 딴 첫 도서관으로, 미국 유학 중 사고로 사망한 고(故) 이진아 씨의 아버지 이상철 씨가 책을 좋아하던 딸을 기리기 위해 50억 원을 기부해 세웠다. 인왕산을 품은 듯한 디자인으로 2006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뒤편으로 안산자락길이 이어져 있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일대 세운전자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갖고 있다. 청계동 304호의 ‘세운테크북라운지’에선 최신 과학기술 서적과 DIY(Do It Yourself) 관련 책 5500여 권이 구비돼 있다. 세운상가 2층의 ‘세운인라운지’는 제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슈팅스튜디오’, 휴식 공간인 ‘주민사랑방’, 사무 공간인 ‘세운워크룸’ 등이 있다. 운영 시간은 매주 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 일하기 좋은 마트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롯데마트 양평점 1층의 ‘어반포레스트(urban4rest)’. 주말과 평일 오후엔 아이들로 붐비지만 평일 오전엔 노트북을 켜고 업무 삼매경에 빠진 이들을 적잖게 볼 수 있다. 도서관에서나 볼 만한 테이블 의자, 소파, 계단 등이 놓여 있다. 다만 음식점, 디저트 카페와 같은 층에 있어 간식을 자꾸 찾게 된다는 게 단점. 방문객이 많은 주말에는 다소 시끄럽다. 서울 은평구 롯데마트 은평점 4층에도 북한산을 바라보며 일하기 좋은 공간이 마련돼 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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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문 악단 한국인 악장, 이젠 놀랄 일도 아니지

    누군가가 무대 위로 걸어 나오자 단원들이 기립한다. 지휘자인가 했더니 바이올린을 들고선 지휘자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는다. 알쏭달쏭한 그의 정체는 제1바이올린 파트 리더인 ‘악장’. 오케스트라의 반장이자 심장이라 불리는 자리다. 최근 한국인 연주자들이 해외 오케스트라 악장 자리를 휩쓸고 있다. 박지윤(33)은 올해 초 프랑스 명문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선임돼 9월 취임한다. 김수연(31)은 올 1월부터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서, 이지윤(26)은 지난해 9월부터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에서 악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위스 바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에서 악장으로 뛰는 윤소영(34)과 이지혜(32)도 있다. 오스트리아 빈 국립 폴크스오퍼 심포니의 유희승, 미국 뉴욕필의 권수현 등은 부악장으로 일한다.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인 악장은 오케스트라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리더다. 지휘자의 곡 해석에 따라 단원들을 통솔해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다. 김유나 서울시향 홍보마케팅 팀장은 “악장은 지휘자와 100명 가까이 되는 단원 모두를 상대해야 한다. 음악성은 물론 탁월한 리더십이 필요한 자리”라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 악장 열풍이 부는 이유는 뭘까. 2011년부터 프랑스 페이드라루아르 국립오케스트라에서 악장으로 일해 온 박지윤은 ‘순발력’과 ‘소통능력’을 악장의 자질로 꼽았다. 그는 “맨 앞에서 지휘자의 의도를 빠르게 파악해 연주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멀리 떨어진 팀파니나 목관 파트 수석들과도 눈짓으로 교감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뭣보다 중요한 건 음악적 자질이다. 이정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악장(53)은 “지휘자와 단원에게서 신뢰를 얻으려면 음악을 잘 이해해야 한다. 해외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은 특히 솔로 연주를 할 일이 많아 음악성이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한 음악계 관계자는 “악장이 솔로 파트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단원들이 못 미더워 한다. 지휘자는 지휘를, 악장은 솔로 파트를 잘해야 뒷말을 듣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인 악장이 대거 탄생한 배경은 클래식계의 성장과 관련이 깊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세계적 기량을 갖춘 국내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솔리스트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수석과 악장 등의 장점에 눈을 뜬 것 같다”고 했다. 솔리스트로서 한계를 느낀 이들이 단독 활동을 병행하기 좋은 오케스트라 악장 자리를 선호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지윤은 “해외 오케스트라는 보통 악장을 2, 3명 두고 있어 개인 활동을 하기 좋다. ‘트리오 제이드’ 멤버로 활동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했다. 악장도 오디션으로 선발하지만 보통 지휘자와 합을 맞추는 과정이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나도 해당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궁합이 맞지 않으면 합격하기 힘들다. 해외 오케스트라 악장의 연봉은 단원들의 3∼5배 수준. 미국에선 악장이 후원자 관리까지 도맡기도 한다. 악장의 스타일은 제각각이지만 시대적 흐름은 있다. 한 해외 오케스트라 악장은 “예전엔 ‘왜 동양 여성을 굳이 악장으로 뽑느냐’는 문의 전화가 오곤 했다. 지금은 그런 일이 드물다”며 “악장은 나이와 관계없이 음악성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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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민 상임지휘자 “부천필만의 소리 들려줄 전용홀 기대하세요”

    “부천에서 아시아 오케스트라 축제를 여는 게 꿈입니다.” 1988년 4월 창단된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서울 광화문에서 23일 만난 박영민 상임지휘자(53)는 “경기 부천은 문화도시로서 저력이 상당하다”며 “일본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오케스트라가 모여 실력을 겨루는 축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부천필은 국내 최초로 말러와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며 한국 클래식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2015년 부임한 박 지휘자는 말러 시리즈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시리즈 등을 시도해 주목받아 왔다. 그는 “해외 오케스트라와의 교류가 주는 자극이 있다. 국내 오케스트라는 실력에 비해 아직 국제적 명성이 부족한데, 아시아 주요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축제가 명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부천필은 2021년까지 부천시청 내 6500m²(약 1970평) 부지에 전용홀을 짓는다. 최근 세계적인 음향공학자 나카지마 다테오 씨 등과 부천필 단원들이 부천필만의 공간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나카지마 씨가 어떤 소리를 원하냐고 묻더군요. 부천필의 캐릭터에 맞는 홀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집에서 듣는 음악과 차별화되는 사운드를 내는 공간을 만들려고 해요. 가장 최근에 만든 공연장이 최고의 공연장이라는 업계 이야기가 있는데,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는 추계예대 교수와 지휘자 일을 겸하고 있다. 지휘자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에 대해 “음악으로 소통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케스트라도 사기 진작이 중요해요. 그러려면 음악적 목표 외에 다른 요소가 개입되면 안 되죠. 저희 단원들은 음악적 욕심이 커서 제가 쉬자고 해도 더 연습하자고 합니다. 고마운 일이지요.”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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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분이면 ‘베스트 공감 댓글’ 만들어… 여론조작 얼마든지 가능”

    온라인에선 누구나 겸양을 벗고 제 목소리를 낸다. 특히 기사의 댓글난에선 목소리들의 정면 승부가 펼쳐진다. 잘만 돌아가면 숙의(熟議)가 가능한 공간이다. 댓글 기능도 이런 기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댓글난은 문제아로 자랐다. 성숙한 토론보다 흑색선전이 난무했다. 정직하게 의견을 개진하기보다 ‘좌표’를 찍고 ‘화력’을 집중하며 여론 몰이를 해댔다. 댓글의 대표성이 짙어지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세력도 등장했다. 십알단, 국가정보원 댓글 개입,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은 모두 이 연장선에서 탄생한 괴물들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 한국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이 검색이나 뉴스 수집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 전 세계 평균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여기에 포털 댓글에 영향을 받는 동조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이 사실상 특정 포털의 손아귀에 놓인 것이다. ‘포털 댓글=여론’이라는 착시(錯視) 현상 속에 댓글 전쟁도 과격해졌다. 여야를 지지하는 정치 팬덤들이 민감한 사안마다 몰려다니며 여론전을 벌였다. 온라인 정치 브로커도 등장했다. 선거철이면 정치권에는 댓글 블로그 카페 등으로 불리한 여론을 뒤집어 주겠다는 어둠의 제안이 판친다고 한다. 드루킹 사건은 숱한 댓글 조작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뿐 아니다. 전문가들은 “거의 모든 온라인 세계는 연출됐다. 청정 구역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언더마케팅은 10여 년 전 본격화됐다. 시작은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퍼뜨리는 ‘바이럴(viral) 마케팅’. 후기를 가장해 제품을 홍보하는 바이럴 마케팅이 콘텐츠를 조작하는 언더마케팅으로 변질됐다.단순한 홍보를 넘어 여론 조작의 장이 돼버린 포털을 이대로 둬도 되는 걸까. 언더마케팅은 누가 어떻게 하며 어디까지 가능할까. 현장에서 활동하는 언더마케터의 도움을 받아 블로그와 기사 댓글을 직접 조작해 봤다.○ “순위를 다 만들어 드립니다” 두 사람이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글을 블로그에 쓴다. 그런 다음 동일한 키워드로 검색을 한다. 결과가 어떨까? 상식적으로 검색 순위가 비슷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며느리도 모르는’ 네이버의 알고리즘에 따라 검색 순서가 뒤죽박죽 섞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극구 부인하지만 언더마케터들 사이에서 ‘아이디(ID) 등급설’은 정설로 통한다. 일정 기간 활발히 글을 올린 이들은 검색 시 상단에 노출되도록 설계됐다는 거다. 검색에 쉽게 노출되는 아이디는 ‘최적화 아이디’, 이 아이디에 딸린 블로그는 ‘최적화 블로그’다. 4, 5년 전만 해도 언더마케팅 시장에서 최적화 아이디는 개당 150만∼200만 원에 거래됐다. 최근엔 가격이 1000만 원 선으로 껑충 뛰었다. 2년 전 최적화 알고리즘을 네이버가 무력화하면서 최적화 아이디의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기존의 아이디는 살아 있다. 누군가가 ‘최적화 아이디’로 검색하면 언더마케팅 광고가 쭉 뜰 거라는 ‘팁’을 줬다. 직접 댓글 조작을 해보기 전에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싶었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최적화 아이디를 치자 관련 글이 떴다. 한데 검색된 질문에 달린 답변은 1, 2명의 네임카드로 도배가 돼 있었다. 언더마케팅을 하는 업자들이었다. 그중 한 곳에 전화해 “병원 광고를 하고 싶다”고 했다. A 씨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블로그 카페 지식인 상위 노출’이라고 소개했다. 원하는 키워드로 검색할 시 상단에 글이 노출되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부산의 피부과를 홍보하고 싶다고 하자 그가 청산유수로 말했다. “병원 키워드는 제일 ‘잡기’ 힘들어요. 경쟁이 ‘어마무시’하거든요. 네이버 단속도 특히 심하고요. 한데 저는 다 잡아 드립니다. 그냥 ‘피부과’보다 ‘부산 여드름’ ‘부산 피부과’ ‘부산 대상포진’ 등으로 세분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가격은 노출 보장 기간과 건수에 따라 다르다. 한 달간 1∼5위 노출 조건에 건당 40만∼120만 원. 5건이면 매달 200만∼600만 원이 드는 셈이다. “가짜 콘텐츠라 좀 께름칙하다. 불법적 요소는 없느냐”고 하자 그는 “법률적으로 문제 될 게 0.000001%도 없다”고 단언했다. 중국에서 파는 해킹 아이디가 아니라 진짜 존재하는 아이디로 작업하기 때문에 위법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댓글 조작이 제일 쉬웠어요” “컴맹도 문제없습니다.” 댓글 조작법을 알려주기로 한 언더마케터 B 씨가 자신했다. 컴퓨터 실력이 형편없어도 걱정 말라고 했다. 그는 “프로그램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대중적인 프로그램을 쓰면 누구나 댓글 조작을 할 수 있다”며 “만나는 건 부담스럽고 원격으로 도와주겠다”고 했다. 19일 오전 10시, B 씨가 기자의 노트북에 들어왔다. 도전 과제는 ‘블로그 댓글 조작’과 ‘기사 댓글 조작’. 먼저 ‘난도 하’인 블로그 댓글부터 달아보기로 했다. B 씨는 Z프로그램(가칭)을 추천했다. 유치원생도 작업할 만큼 간편한 데다 걸릴 염려도 적다고 했다. Z프로그램을 클릭하자 견적이 떴다. 1만 원에 300명의 아이디로 댓글 300개와 공감 100개, 스크랩 100번을 제공한다고 했다. 50만 원으론 검색 2만1750번, 댓글 2만1750번, 공감 7250개가 가능했다. 한데 프로그램이 실행되지 않았다. B 씨는 “(드루킹 사건으로) 시기가 흉흉해 내려받지 못하도록 막아둔 것 같다”며 본인의 Z프로그램을 불러왔다. Z프로그램 원리는 악성코드를 심은 ‘좀비PC’를 활용하는 것과 같다. 악성코드 대신 프로그램을 사용 중인 이들의 아이디를 사용해 댓글을 달고 공감 수를 올린다. B 씨는 “사용자가 많을수록 작동이 잘된다. 기자의 아이디도 모르는 사이 어딘가에서 댓글을 달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B 씨가 기자의 블로그에 ‘나는 나다’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Z프로그램에선 글의 인터넷접속주소(URL)를 입력한 뒤 검색 키워드난에 ‘나는’이라고 적었다. 검색은 20회, 댓글은 10개, 스크랩은 2회로 잡았다. 그런 다음 원하는 댓글 10개를 적었다. “다 됐습니다. 이제 기다리면 됩니다.” 10분쯤 지나자 블로그 글에 댓글 8개가 달려 있었다. 빈칸 채우기 몇 번으로 댓글 조작을 마친 것이다. 이렇게 하루 수십 개의 댓글과 공감을 받으면 며칠 후 해당 글은 포털사이트 상단에 노출된다. Z프로그램 외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좋아요’ 달기, 인스타그램 조회 수 높이기 등 다양한 용도의 프로그램이 있다. 전문 업자들은 보통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쓴다. 네이버 방어막 최대치에 접근한 프로그램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B 씨는 “네이버가 Z프로그램의 원리를 파악해 페널티를 가하면 연루 계정이 모두 저품질 계정이 된다. 그러면 관련 블로그가 모두 검색창에서 사라지는 ‘블로그 학살’이 일어난다”며 “그런 위험을 피하려 자체 프로그램을 쓴다”고 설명했다. 개발자에게 프로그램을 주문하기도 한다. 아이디와 인터넷주소(IP주소) 변경, 스크랩, 스팸 문자, 매크로 속도 등 기능이 추가될 때마다 단가가 높아진다. 전직 언더마케터 C 씨는 “장판이냐, 대리석이냐에 따라 인테리어 비용이 달라지듯 프로그램 견적도 제각각이다. 속도와 성능이 뛰어난 프로그램은 억대를 호가한다”고 귀띔했다.○ 매크로 잘못은 아니지만… 한 공공기관에 근무 중인 장모 씨(34). 지난달 한 포털에서 기관 관련 기사를 읽던 그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듯한 내용의 댓글 100여 개가 순식간에 달린 것. 기사를 지지한다는 뜻의 ‘공감’ 수도 갑자기 늘어났다. 그는 “당시 댓글을 훑으면서 기관과 소송 중인 누군가가 떠올랐다. 지금 생각하니 댓글 조작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민주당원들의 댓글 조작 파문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크로는 반복되는 작업을 자동으로 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단순 노동의 수고를 덜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각종 언더마케팅과 여론 조작에 악용되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B 씨는 “매크로는 초등학생들이 게임할 때 흔히 쓰는 쉬운 프로그램이다. 공개된 스크립트에 따라 쉽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온라인 거래 가격은 10만∼100만 원이다. 기사 댓글 조작을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 X(가칭)를 깔았다. 컴퓨터가 사람의 행동을 반복하게 만드는 녹화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네이버 기사를 골라 ‘테스트’라는 댓글을 단 뒤 내용을 복사해 같은 댓글을 또 달았다. 공감도 눌렀다. 이 동작을 마친 뒤 X를 실행하고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잠시 후 커서가 저절로 댓글을 달고 공감을 눌렀다. 댓글 조작은 아이디와 IP주소만 충분히 확보하면 식은 죽 먹기다. 매크로 없이 10명이서 수작업으로도 댓글 1000개쯤은 후딱 만든다고 했다. B 씨는 “댓글 하나를 복사하는 데 10초 남짓이다. 컴퓨터 수십 대를 연결해 계속 클릭만 하면 5∼10분 만에 ‘베스트 공감 댓글’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아이디는 개당 300∼1000원에 얼마든지 구한다. 전문 업자들은 컴퓨터나 대포폰 수십 대를 연결한 작업방에서 일한다. IP주소를 우회하면 되는데 굳이 작업방을 두는 이유는 뭘까. C 씨는 “포털에서 불법으로 개인 PC 정보를 읽어간다는 의혹이 있다. 한 컴퓨터에서 여러 아이디와 IP주소를 사용하면 꼬리를 밟힐 우려가 있어 작업방에서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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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론조작 막으려면 네이버 독과점 무너뜨려야”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글을 다른 미담글로 도배해서 후순위로 미뤄요. 부정적 연관검색어를 긍정적으로 바꾸기도 하죠. 경쟁사 제품의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일도 비일비재해요. 대기업도 비공식적으로 언더마케팅 업체를 이용합니다.” B 씨는 언더마케팅은 일종의 ‘온라인 흥신소’라고 했다. 시장은 은밀히 굴러간다.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에 관련 사무실이 몰려 있다고 알려졌지만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보안 유지를 위해 메일, 카페, 지식인, 블로그 등 분야별로 팀을 짜 활동한다. 보통 마케팅업체가 점조직으로 활동하는 실행업체에 하청을 준다. 의뢰인은 다양하다. 병원 법률사무소 쇼핑몰 뷰티업계 학원 렌털업체 뷰티숍 등이 ‘티 나지 않는 홍보’를 의뢰한다. 이 중 큰손은 강남에 위치한 병원. 한 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신모 씨는 “언더마케팅을 한 뒤 병원 매출이 2억 원에서 4억 원으로 뛰었다. 병원 의료인이 30명인데 광고 인력이 40명이었다”고 했다. 연예기획사나 기업은 종종 소속 연예인과 재벌가의 평판관리를 의뢰한다. C 씨는 “방송 중 갑자기 실시간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는 건 100% 작업 결과다. 불리한 소문이 연관검색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것도 업체의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정치 관련 여론조작은 특히 보안이 생명이다. 정치공작은 언더마케터들 사이에서도 넘어선 안 될 선으로 통한다. 10년 차 언더마케터 김모 씨(41)는 “정치 관련 공작은 위험 부담이 커서 응하지 않는다. 가늘고 길게 가는 게 좋다”며 “선거철에 정치권에서 뛰는 이들은 대목을 노리거나 친분이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언더마케팅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대부분 기업이 마케팅을 이유로 여론을 관리한다. 공공연하게 댓글당 100원을 지급하는 아르바이트도 성행하고 있다. 특정 카페에 침투 작업을 의뢰하는 글도 마케팅 사이트에 하루 수십 건씩 올라온다. 하지만 지난해 자동 댓글 조작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가를 챙긴 이들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올해 초 수년간 검색어 순위를 조작해 30억 원이 넘는 이익을 챙긴 일당에게 법원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언더마케팅 기술은 네이버와 ‘창과 방패’처럼 발전했다.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바꾸면 테스트를 통해 알고리즘을 찾아낸다. 다시 광고글이 물을 흐리면 네이버는 알고리즘을 바꾸고 마케터들은 새로운 공격법을 고민하는 식이다. 속이기 위한 전쟁을 멈출 방법은 없을까. 정보보안전문가인 김태봉 KTB솔루션 대표는 “포털의 독과점 시장을 흔들어야 한다. 또 포털이 이상징후 시스템에 더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전직 언더마케터는 “여론조작 없는 투명한 사회를 만들 뾰족한 방법은 없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국민들이 원하는 정보를 온라인에서 얻으려면 네이버 독과점 시장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네이버가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네요. 네이트와 다음은 검색 결과가 비슷한데 네이버는 달라요. 누구나 원리를 안다면 굳이 기를 쓰고 작업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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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필하모닉 종신수석 조성호 “깊은 사유 필요한 브람스 전곡 도전”

    “예상보다 더 만족스럽습니다. 오케스트라 시스템은 독일과 놀랍도록 닮았고 클래식 시장도 성숙했어요. 가까워서 딸을 보러 자주 한국에 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하하.” 클라리네티스트 조성호(33·사진)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지난해 초 일본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입단한 뒤 12월 투표를 거쳐 종신수석으로 확정됐다. 서울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22일 독주회를 여는 그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그룹 사옥에서 16일 만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유학을 마친 뒤 그가 선택한 곳은 일본이었다. “왜 일본이냐”는 질문에 그는 “운명처럼 자리가 났고 운명처럼 선택받았다”고 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트라이얼(수습) 기간을 마친 뒤 도쿄필에 자리가 났어요. 국내외를 통틀어 목관악기는 자리가 거의 나지 않거든요. 뽑히면 거의 ‘로또’인 셈인데 시기도 딱 맞고 아시아 해외 오케스트라에서 일하고 싶다는 계획에도 들어맞았죠.” 경쟁률은 200 대 1. 바늘구멍을 뚫은 비결에 대해 그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한국과 독일”이라고 답했다. 한국에서는 여느 전공생과 마찬가지로 ‘콩쿠르 기계’처럼 살았다. 학교 가는 날보다 콩쿠르를 준비하는 날이 많았고, 연주를 즐기기보다 틀리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 그에게 유학 시절 스승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수석 벤첼 푹스는 “마음을 느껴라. 틀려도 된다. 감정을 마음껏 드러내라”고 독려했다. 조 씨는 “수석은 잘 어우러지면서도 솔리스트적인 기질도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정확한 테크닉을 익혔고 독일에서 나만의 색을 찾아서 오디션에서 합격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적 피아노 바이올린 등 여러 악기를 배웠지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처럼 목관악기를 만났다. “13세에 리코더를 부는데 숨결을 불어넣어 손가락을 움직여 소리를 내는 게 마치 노래하는 듯했어요. 그 길로 목관악기 가운데 리코더처럼 세워서 부는 클라리넷을 시작했죠.” 이번 독주회에서는 브람스 전곡에 도전한다. 20대에는 격정적인 프랑스 음악에 이끌렸지만 최근 브람스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그는 “브람스 소나타는 연습만으로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아니라 깊은 사유가 바탕이 돼야 한다”며 “쉬운 곡은 아니지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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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연출? 8할이 배우와의 소통이죠”

    “연출은 한 끗이에요. 미세한 차이로 막장이 되기도, 명품 드라마가 되기도 하죠.” 27일 제9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시작된다. 개막작은 라벨라오페라단(단장 이강호)이 선보이는 베르디의 대표작 ‘가면무도회’. 연출을 맡은 이회수 씨(44)는 “연출을 할 때 대본 해석에 가장 무게를 둔다. 가면무도회는 섬세한 감정 연출이 극의 분위기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고 했다. 가면무도회 줄거리는 얼핏 막장 드라마를 닮았다. 총독 리카르도는 둘도 없는 충신인 레나토의 아내 아멜리아를 남몰래 사랑한다. 아멜리아도 리카르도에게 마음이 이끌린다. 서로의 감정을 우연히 알게 된 둘은 연정을 주고받고, 리카르도는 결국 이 사실을 알게 된 레나토의 손에 죽는다. “주역을 맡은 배우들과 감정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눠요. 아멜리아의 경우 리카르도 쪽으로 감정이 치우치면 악녀가 되고, 둘의 관계가 너무 무덤덤하면 리카르도의 죽음에 수긍하기 힘들거든요. 연출의 의도는 배우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돼요. 좋은 연출의 8할은 소통이라고 봅니다.” 이 씨는 정확하고 섬세한 연출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각본, 대사, 의상, 무대디자인…. 관객이 최대한 몰입할 수 있도록 장면 하나하나를 새롭게 다듬는다. 한데 가면무도회는 손을 거의 대지 않았다. 그는 “작품이 완벽에 가까워 변화를 거의 주지 않았다. 무대 구조만 조금씩 틀어서 인물들 간의 긴장감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성악가 출신인 그는 이탈리아 로마 국립예술원을 무대 디자인과 연출 논문으로 수석 졸업한 뒤 유럽 무대에서 활약했다. 2008년 귀국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며 2013년 제6회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창작 부문에서 ‘손양원’으로 작품대상 연출대상을 받았다. 그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참가는 올해로 4번째인데, 올해는 여성 연출가가 4명이나 포함돼 깜짝 놀랐다. 섬세한 감각이 여성 연출의 장점”이라며 “관람하기 전 리플릿과 검색으로 간단한 ‘공부’를 하고 오면 재미지수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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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린 걸음으로 엿본 ‘통영의 속살’

    어느 날 아내가 쓰러졌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 퍼뜩 ‘일-야근-외식’의 쳇바퀴에 몸이 시위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길로 경남 통영으로 내려왔다. 딱 1년만 속없이 놀고먹으며 건강을 다스리자는 심산이었다. 1년이 2년이 되고… 2018년 봄 어쩌다 9년 차 통영 주민이 됐다. 이따금 극한의 도시 생활이 그립지만 통영을 만나 행운이다 싶다. 이곳에선 도시와 시골을 반반 섞은 ‘어반추리 라이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영의 봄… 특별한 뭔가가 있다“… 뒤돌아서면 그리워 끙끙대는 ‘통영앓이’를 하게 된다.” 얼마나 대단하기에 ‘통비어천가(통영+용비어천가)’가 이리 요란할까. 통영의 봄날엔 정말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걸까. 아침 공기마저 훈훈해진 7일 아침 통영으로 향했다. 차로 4시간을 달리자 통영 입성을 알리는 간판이 보였다. 창밖으로 시리게 푸른 바다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벚꽃은 만개했고 땅에는 핏빛 동백꽃잎이 수북했다. 날은 좋지 않았다. 미세먼지에 황사가 겹쳤고 바람도 거셌다. 활짝 핀 벚나무 꽃잎이 바람에 실려 어지럽게 흩날렸다. 꿈인가 싶은 꽃비 사이로 패딩 조끼를 걸친 남자가 걷는 듯 뛰는 듯 다가왔다. 경남 통영시 봉수1길에서 ‘봄날의 책방’을 운영하는 강용상 씨(49)다. “통영은 봄이 유명하지만 사실 가을이 가장 예뻐요. 바다는 시리게 푸르고 산은 ‘초록초록’하고. 모든 게 제 색을 힘껏 보여주거든요. 먹는 건 1, 2월이 제철이죠.” 서울 토박이인 강 씨는 2010년 아내와 함께 통영에 정착했다. 최근 그의 집과 사무실이 있는 봉수1길에는 슬로 라이프를 꿈꾸며 둥지를 튼 외지인이 늘었다. 5, 6월은 일본 홋카이도에서, 겨울은 태국 치앙마이에서 보내던 이웃도 있고, 국내외에서 스노보드 사진을 찍던 이웃도 있다. 통영이 제주에 이어 느리게 살기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왜 통영일까. 바로 답을 듣기보단 일단 함께 걷기로 했다. 이곳저곳 장소를 넘나들다 보면 통영에 얽힌 그의 이야기도 스르륵 봉인 해제될 것 같았다. 바다와 나란히 걷다통영에 내려온 후로 강 씨는 자주 걷는다. 서울에선 아니었다. 각각 건축과 홍보 일을 하던 남편과 아내는 일중독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주말에나 겨우 한강변을 산책할 짬이 났다. 이곳에선 걷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 걷는다. 시공간의 밀도가 높지 않고 어디를 향하든 기가 막힌 풍경에 걷고 또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부가 운영하는 출판사와 서점은 통영의 대표 명소인 전혁림미술관과 이웃해 있다. 그는 올해 봉숫길골목상인회 회장을 맡았다. 통영 생활 9년 차, 반쯤 통영 사람이 된 셈이다. 통영의 매력을 묻자 강 씨는 잠시 정색하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곤 멋쩍게 입을 열었다. “예전엔 통영의 모든 게 신선했어요. ‘통영을 잘 아는 이방인’이라는 점이 저의 비교우위였죠. 한데 오늘은 ‘통영에 특별한 게 있나’ 싶어요. 이곳이 익숙해졌나 봐요.” ‘초심’을 떠올리려 애쓰던 그가 기억을 꺼냈다.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은 부부는 바다가 잘 보이는 아파트를 찾아달라고 했다. 중개업소 대표는 “나가면 천지가 바다인데 굳이 흐릿한 창문 너머로 거실에서 바다를 봐야 하느냐”며 말렸다. 끝내 ‘바다 전망’을 고집한 부부는 바닷가 아파트에 입성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 코빼기도 안 보이는 곳으로 이사했다. 기를 쓰고 피해도 바다를 볼 수밖에 없는 곳이란 걸 그때는 몰랐다. 그의 단골 산책로는 책방에서 충무교를 건너 강구안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느린 걸음으로 딱 1시간이 걸린다. 통영에서 가장 큰 섬인 미륵도에서 뭍으로 가려면 충무교 통영대교 해저터널 중 한 곳을 통해야 한다. 강 씨는 앞장서서 충무교를 건넌 다음 오른편 골목으로 빠졌다. 냉큼 뒤를 쫓아가니 실핏줄 같은 골목이 뻗어 있었다. 간신히 지날 만큼 좁다랗다. 시간이 멈춘 듯한 뒷골목 풍경에 감탄하다 보니 슬그머니 드는 생각. “이런 골목은 다른 도시에서도 볼 수 있지 않나요?” 기자의 질문에 그가 기다렸다는 듯 맞받아쳤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와 만났다 헤어졌다 하잖아요. 그게 포인트죠.” 정말 그랬다. 미로 같은 골목을 지나 해안길로 나가자 다시 바다가 나왔다. 해안길 이면도로에서 적산가옥과 나전칠기공방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또 바다가 인사했다. 그런데 바다가 다르다. 청록색 파란색 남색 노란색…. 황홀한 색의 축제가 펼쳐졌다. “처음 통영 바다를 은빛 금빛으로 그린 그림을 보고 의아했는데 이젠 압니다. 진짜 은빛바다 황금빛바다가 있다는 걸요. 햇빛의 각도와 수온에 따라 바다색이 달리 보이는 겁니다.” 바다 위 반짝이는 물고기 비늘 같은 걸 ‘윤슬’이라고 한다. 눈이 부셨다. 강 씨가 가장 좋아하는 건 해뜰 무렵의 윤슬. 다홍 보라 노랑이 섞인 오묘한 빛깔이 예술이란다. “눈으로 봐야 자연이 자아내는 신비로운 색을 이해할 수 있어요. 해뜰 무렵에 꼭 바다에 나가 보세요.” 예술의 DNA 흐르는 통영사람들걷다 보니 반듯하고 소담한 공원이 나왔다. 통영 출신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 선생(1917∼1995)을 기리기 위한 윤이상기념공원이다. 지난해까지 이곳은 도천테마파크로 불렸다. 이름이 바뀐 사정은 아프고 복잡하다. 올해 통영은 ‘윤이상 이슈’로 속을 끓였다. 독일에 묻힌 그의 유해 이장을 놓고 전국적으로 여론이 갈린 것. 유해는 우여곡절 끝에 올 2월 고향땅을 밟았고, 지금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안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 보세요. 죄다 윤이상, 유치환이지요? 통영의 웬만한 교가는 모두 선생들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강 씨가 이끄는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닥엔 음표 그림이, 벽면엔 교가가 가득했다. 대부분 교가가 ‘유치환 작사, 윤이상 작곡’이었다. 두 거장이 어깨동무를 하고 골목 귀퉁이에서 걸어 나올 것만 같았다. 이들뿐 아니다.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사랑하는 여인 이영도와 20년간 편지를 주고받은 청마 유치환, 그의 형인 극작가 유치진, 한국의 피카소 전혁림, 미국에서 더 유명한 소설가 김용익 등이 통영 출신이다. 백석 이중섭 등 이곳에서 영감을 받은 예인도 적지 않다. 조선시대 통영은 삼도수군통제영이라는 특별자치구였다. 군수품 제작을 위해 8도 각지에서 12공방 장인들이 모여 살았다. 통영의 ‘컨추리’가 하늘이 내린 자연환경이라면, ‘어반’은 예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예부터 통영 장인의 나전칠기와 소반은 바라만 봐도 마음에 바람이 이는 명품이었다. 추영호 소반장의 공방엔 과거 장인들의 숨결이 그대로 깃들어 있다. 2평 남짓한 그의 공방은 박효자길의 윤이상 생가와 나란히 붙어 있다. 한데 공방 앞뒤로 길이 뚝 끊겼다. 강 씨는 “새 길을 내기 위해 시에서 공방을 허물려고 한다. 최근 토목행정으로 후퇴하는 시의 행보가 안타깝다”고 했다. 특히 문학계 큰 별들은 통영 문화력의 주춧돌이다. 최근 이들의 흔적을 찾아 성지 순례하듯 통영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별은 졌지만 통영에 대한 애달픈 그리움은 주옥같은 문장으로 남았다.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이다. …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다빛은 맑고 푸르다.’(박경리 ‘김약국의 딸들’ 에서) ‘통영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 … 위로 보릿빛 아래로 물빛 아울리기 이야말로 금수강산 중에서도 모란꽃 한 송이다. 햇빛 바르기 눈이 부시고 공기가 향기롭기 모세관마다 스미어든다.’(정지용 ‘통영5’ 에서) 조선업이 쇠락한 이후 통영은 관광지로 이름을 알렸다. 버스를 대절해 단체로 다니던 관광객들은 이제 뒷골목을 누비며 작은 이야기를 찾는다. 어느새 다다른 강구안 뒷골목 카페거리는 이야기의 성지 격이다. 과거 유치환 박경리 전혁림 윤이상 김상옥이 새벽까지 이 골목에서 시대와 예술을 논했다. 요즘 통영 문화인들의 아지트인 ‘커피로스터스 수다’의 윤덕현 대표(42)는 “통영은 다시 한번 도약할 준비를 하는 중이다. 조선소 자리에 문화·관광·레저를 결합한 복합시설을 공모하고 있다”고 했다. 수줍은 ‘통영의 속살’통영 여행의 화룡점정은 발개로의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다. 강풍에 창밖의 바다가 뒤뚱거렸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미륵산 정상에 올랐다. 올록볼록 여성스러운 통영의 지형, 아기자기한 어항들, 구도심, 크고 작은 섬이 한눈에 들어왔다. “통영은 자연과 도심을 동시에 품고 있어요. 섬에선 자연의 원시미를, 강구안 도심에선 도회적인 기운을, 통영국제음악당에서는 정갈한 문화의 기운을 느낄 수 있죠.” 오후 9시 반, 큰발개1길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리는 ‘2018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일본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가 눈을 감은 채 윤이상의 ‘바라’를 연주했다. 외국인, 외지인, 통영 주민이 객석에서 가만히 귀를 열었다. 윤이상이 그린 음표들이 미도리의 활 끝에서 조용하고도 격렬하게 뛰놀았다. 어느새 통영의 달뜬 밤이 저물었다. “통영에는 통영만의 분위기가 있어요. 평온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소박한 듯 화려하죠. 저도 아직 통영의 속살을 다 보진 못했어요. 보여줄 듯 말 듯한 신비함도 통영의 매력입니다.” 통영=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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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페라, 지루하고 어렵다고요? 예습 좀 하면 격렬한 감동 선사”

    ‘오페라(Opera)’는 꼭 문화생활의 핸디캡 같다. 친숙한 듯 낯설고, ‘한번 볼까’ 하다가도 이내 마음을 접게 된다. 때마침 오페라의 계절이다. “오페라는 꼭 한번 경험해볼 만한 인류 문화사의 정수”라고 말하는 이경재 서울시오페라단 단장(45)으로부터 오페라를 쉽게 즐기는 법을 들어보았다. △초급반 ―오페라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이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가 등장하기 전 서양 사람들은 오페라를 보고 즐겼습니다. 1900년 초반까지 오페라 스타를 두고 팬끼리 다투기도 했죠. 마치 아이돌 스타에 대한 팬덤처럼요. 오페라도 즐기기 위한 장르입니다.” ―지루한 장르 아닌가요. “일단 그 매력에 빠지면 오페라만큼 격렬한 예술적 감동을 주는 장르가 없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오페라 400년 역사상 레퍼토리 2만여 개 가운데 200여 개가 살아남았다면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그 매력에 빠질 수 있을까요. “최근 우연히 스킨스쿠버를 했는데, 처음 본 심해에 전율이 일더군요. 그 풍경은 바다가 탄생한 태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오페라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경이로운 순간을 위해 바다에 풍덩 빠지듯 마음을 열어볼 만하지 않을까요?” △중급반 ―오페라를 보기 전에 준비할 것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죠. 관련 정보를 수집하세요. 검색도 좋고 원작소설을 읽거나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봐도 좋습니다. 국내에선 ‘투란도트’ ‘라 트라비아타’ 등이 잘 알려졌죠. 의상 음악 배우 등 뒤지다 보면 관심 분야가 생길 거예요.” ―자리에 앉았는데 벌써 졸음이 밀려옵니다. “편견입니다. 마음과 귀와 눈을 활짝 열어젖히세요. 오페라는 4차원(4D) 예술이에요. 첫째, 발성을 통해 수백 석 홀에 음색이 울려 퍼지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둘째, 오케스트라 음악이 나를 향해 돌진합니다. 귀를 열고 아는 악기의 소리를 찾아보세요. 셋째, 무대장치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죠.” ―외국어로 부르는 노래가 생소한데요. “알고 보면 당신이 아는 오페라 곡이 상당할 겁니다. ‘카르멘’의 투우사의 노래, 하바네라, 서곡은 휴대전화 단골 벨소리예요. 영화 ‘쇼생크의 탈출’에서 주인공이 죄수들에게 들려주는 아리아는 ‘피가로의 결혼’ 속 편지의 이중창이죠. 정 답답하면 자막을 보세요.” △고급반 ―최근 극의 시대 배경 등을 바꿔 연출하는 레지테아터(Regie-Theater)가 두드러집니다. “기호의 시대예요. 오페라도 다양한 장르로 변해야 한다고 봐요. 서울시오페라단이 4월 26∼29일 선보이는 ‘투란도트’의 배경은 중국이 아닌 폐허로 변한 미래예요. 제9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 오르는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도 ‘피가로의 결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한국에서 오페라가 더 인기를 얻을까요. “한국 오페라 역사는 이제 70년입니다.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왔다면 이제 바로 설 차례라고 생각해요. 최근 국내 연출가들의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클래식의 깊이와 전율이 갖는 힘은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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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탕… 바인쌔오… 해외여행 가서 맛 본 그 맛!

    요즘 서울에서 즐길 수 있는 다국적 맛은 더 넓고 깊어졌다.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지역을 넓히는 동시에 마라탕(중국) 바인쌔오(베트남) 그린커리(태국)처럼 더 민속적인 맛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에스닉(Ethnic) 푸드’의 약진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에 따르면 중식, 일식, 서양식을 제외한 기타 외국식 음식점의 3분기(7∼9월) 경기전망지수는 96.39로 외식업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외식업 전체 경기전망지수가 68.91인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성과다. 에스닉 푸드를 배우거나 직접 요리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요리가 취미인 김세나 씨(37)는 “인스타그램의 ‘요리그램’ 영상을 보고 솜땀, 그린커리, 훔무스 등을 만들었다. 쿠킹클래스에서 에스닉 푸드를 가르치는 곳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입맛의 세계화.’ 에스닉 푸드가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는 “한동안 세계화에 맞서 ‘우리의 맛’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 물건 문화가 쉽게 국경을 넘나들면서 세계화의 흐름 안에 우리의 입맛이 정면으로 들어왔다. 한마디로 입맛이 세계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경험에 지갑을 여는 ‘경험소비’의 영향이라는 의견도 있다. 음악 그릇 인테리어 종업원까지 현지 느낌을 살린 외국 음식점이 일종의 문화체험의 공간이란 것이다. 다만 민속적인 맛이 ‘핫’해 보이는 건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종석 한양대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으로 최근 에스닉 푸드 바람이 부는 것 같지만 아직 일부만 즐기는 정도다. 어쨌거나 지구 반대편의 음식이 한국까지 온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중화에 성공한 중국 마라탕, 베트남 바인쌔오, 분짜와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요르단과 모로코의 음식 세계를 소개한다.  ● 짬뽕같은… 라면같은… 중국의 매운맛자장면 비켜! “나도 있다” 마라탕“라면 같기도 하고 짬뽕 맛도 나고 매운 칼국수 같기도 하고. 먹어도 모를 맛이 마라탕의 매력 같아요.” 5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손오공마라탕’. 인근 회사 직장인 김미리 씨(39)가 손으로 연신 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식사 시간을 피해서 방문했는데도 가게 안 테이블 3분의 2가 차 있었다. 마라탕은 중국에서 가장 매운 요리다. 향만 맡아도 코가 얼얼해지는 마라향유에 육수를 부은 다음 각종 식재료를 넣고 끓여 만든다. 쓰촨성 전통 요리로, 지금은 중국 배달음식 1위에 오를 만큼 보편화됐다. 서울 영등포구 디지털로의 ‘마부 마라탕’에서 만난 청진 씨(31)는 “마라탕은 한국의 떡볶이 자장면쯤 되는 요리다. 중국 전역에서 맛볼 수 있다”고 했다. 대부분 가게에선 원하는 식재료를 골라 담은 뒤 매운맛 정도를 선택해야 한다. 청경채 시금치 숙주 건두부 흰버섯 문어볼 새우 창자 등 식재료 30, 40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손오공마라탕을 운영하는 진하이난 씨(34)는 “중국 현지 마라탕 가게의 재료는 60, 70가지가 넘는다”고 귀띔했다. 4단계 매운맛 중 가장 매운 맛을 선택하자 진 사장이 “혀가 얼얼해 말을 못할 것”이라고 말려 2단계를 택했다. 국물 맛은 곰탕 라면 짬뽕 국물을 섞은 것 같았다. 얼얼한 고추기름의 뒷맛이 그릇을 비운 뒤에도 자꾸 생각났다. 볶음요리인 마라샹궈를 먹던 20대 한국 여성은 “매운맛은 오직 음식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했다. 영등포구 대림동과 건국대 일대에 즐비하던 마라탕 전문점은 1, 2년 사이 광화문 여의도 강남은 물론이고 동네 상권으로까지 진출했다. 중국 유학생인 왕인시 씨(25)는 “유명한 마라탕집 육수 레시피는 1급 비밀이다. 육수를 만들기 힘들어 중국인들도 보통 밖에서 사먹는다”고 했다. ● 채소-해산물 넣은 베트남식 부침개꿈에도 못 잊을 바인쌔오·분짜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베트남 음식 전문점 ‘랑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국적이지만 익숙한 디자인의 의자들이 눈에 띄었다. 베트남 여행에서 본 의자였다. 랑만의 사장 이길우 씨(41)는 “베트남인들은 길가에 자그마한 접이식 의자를 놓고 커피 마시길 즐긴다”며 “의자는 물론이고 그릇 식기 탁자 등 모든 인테리어 용품을 베트남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랑만의 콘셉트는 프랑스 식민지 시대 막바지인 1940년대 베트남의 분위기. 그는 “베트남이라면 후진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 프랑스의 영향으로 식문화가 고급스럽고 와인 커피도 훌륭하다”며 “요리뿐 아니라 베트남 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었다”고 했다. 2000년대 쌀국수가 세상을 호령한 뒤 잠시 주춤하던 베트남 음식은 최근 날개를 달았다. 신부흥을 이끄는 건 바인쌔오와 분짜. 바인쌔오는 채소 해산물을 넣어 쌀가루에 부쳐낸 베트남식 부침개이고, 하노이 지방 대표 음식인 분짜는 차가운 소스에 돼지고기와 쌀국수 채소 등을 적셔 먹는 요리다. 바인쌔오와 분짜는 최근 다낭 등 베트남 여행 붐을 타고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대학원에 다니는 최은형 씨(26)는 “다낭 여행에서 맛본 바인쌔오가 자꾸 생각나 국내에서도 즐겨 먹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생소한 요리였는데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남미 음식도 여행의 영향으로 최근 찾는 이가 부쩍 늘었다. 서울 마포구 동교로에서 남미 음식점 ‘까를로스’를 운영하는 민재웅 씨(46)는 “남미 여행을 다녀와 치차론, 로모살타도가 그리워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쇠고기 감자튀김 등을 간장소스와 볶은 로모살타도는 특히 한국인 입맛에 잘 맞아 인기가 많다”며 “과거 중국인이 많이 살아서 페루 음식은 중국 음식과 비슷하다”고 했다. ● 양고기 얹혀진 찜밥… 원조 중동음식요르단 대표 요리 ‘만사프’ 한번 맛볼까“중동에 가면 밥 위에 양고기가 얹혀 나오는 이른바 ‘양고기 밥’을 많이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지역에 따라 요리법과 맛이 다 달라요. 지역마다 자기네 양고기 밥이 최고라고 주장하죠.” 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서 중동 음식점 ‘아라베스크’를 운영하는 피라스 알코파히 씨는 요르단의 대표 요리인 ‘만사프’를 주방에서 내오며 이렇게 강조했다. 만사프는 요르단식 ‘양고기 찜밥’. 어린 양의 어깨살을 염소치즈와 함께 끓인 뒤 향신료를 넣어 찐 밥 위에 얹는다. 그리고 크림수프같이 생긴 ‘자미드’라는 양젖 요구르트를 소스처럼 고기와 밥에 뿌려서 먹는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중동에서 밥 위에 양고기가 놓여 나오는 음식을 경험해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이 원조로 알려진 ‘캅사’와도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한중일 모두 쇠고기찜 요리가 있지만 재료, 요리법, 맛에서 차이가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요르단 사람들은 캅사보다 만사프가 더 유명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지정학적으로 중동의 중앙에 위치해 있고, 사우디와 예멘보다 개방적인 요르단의 사회 분위기와 문화가 있다. 중동 외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요르단을 방문했기 때문에 만사프가 캅사보다 알려지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는 것. 다음 달 15일부터 시작돼 6월 14일로 예정된(달의 모양에 따라 약간 변경 가능) ‘라마단(이슬람 성월·해가 떠 있는 시간 중에는 금식과 금욕을 해야 함)’ 기간은 중동 음식과 문화를 즐기기 가장 좋은 시기다. 이 무렵 이태원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중심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중동 음식점은 저녁 음식을 즐기는 무슬림(이슬람 교인)들로 평소보다 더욱 북적이고,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 닭고기-새우로 만든 ‘할랄 샌드위치’성큼 다가온 아프리카 음식모로코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음식 문화가 발달한 나라로 꼽힌다. 아랍 국가답게 중동 음식을 기본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음식이 공존해 왔다. 중동, 유럽, 아프리카의 문화가 혼합된 음식들도 탄생했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의 후손으로 인정받는 왕가의 고급스러운 ‘궁중요리’부터 일반인들이 언제든지 쉽게 즐길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도 모로코의 탄탄한 음식 문화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서울 용산구 신흥로(해방촌)의 모로코 음식점인 ‘카사블랑카 샌드위치’에서는 다양한 모로코식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다. 캐주얼한 모로코 음식을 편하게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모로코식 샌드위치는 프랑스의 바게트 빵을 쓰지만 내용물은 다르다. 미국과 유럽식 샌드위치와 달리 돼지고기를 이용해 만든 햄, 소시지, 베이컨은 전혀 안 들어간다. 그 대신 닭고기, 양고기, 새우 등이 주인공이다. 소스는 모로코식 토마토소스가 핵심이다. 가장 인기 있는 샌드위치는 ‘모로코식 치킨 샌드위치’와 ‘매운 양념 새우 샌드위치’. 모로코 출신으로 7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와히드 나시리 씨는 “과거에는 한국 고객 중 고수를 빼달라고 하거나 소스를 약하게 쳐달라는 이들도 있었지만 요즘은 고수와 소스를 더 달라고 하는 이들도 많다”며 웃었다.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경리단길)에는 세네갈과 감비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J.A.K 졸로프 아프리카 코리아’가 있다. 한국에선 맛보기 힘든 ‘블랙 아프리카’(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을 의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땅콩버터와 토마토로 만든 소스에 쇠고기와 양고기를 넣고 끓여 밥과 함께 먹는 ‘도모다’가 대표 메뉴다. 식당 측은 도모다를 ‘세네갈과 감비아식 스튜’라고 설명한다. 한국인들 눈에는 카레와도 비슷하게 보인다.이설 snow@donga.com·이세형 기자사진=김재명 base@donga.com·김동주 기자}

    • 2018-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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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바나나 멸종, 결코 먼 미래가 아닌 까닭

    첫인상은 불친절했다. ‘바나나 제국의 몰락’이라는 제목에서 갸우뚱. 해골을 새긴 바나나 그림 표지에서 또 한번 갸우뚱. 한데 첫 문장에 바로 마음이 눈 녹듯 풀렸다. ‘털벌레의 허기가 잎의 모양을 바꾸듯 우리의 허기는 지구의 모양을 바꿨다.’ 식량, 탐욕, 자연, 생태계 등을 솜씨 좋게 요리한 책일 거란 예감이 들었다. 기대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응용생태학자인 저자는 바나나 감자 초콜릿 등 친근한 먹거리를 주제로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짚어 나간다. 책은 바나나로 시작된다. 1950년 중앙아메리카의 한 바나나 농장주는 맛과 크기가 똑같은 단일 품종 바나나를 재배했다. 품질이 예측 가능해지자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경제적으로 천재적인 이 발상은 그러나 생물학적으론 낙제점이었다. 1890년 바나나덩굴쪼김병균이 일으키는 파나마병이 한 농장을 덮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일대 농장 바나나 전부가 검게 변했다. 단일 품종의 비극은 1950년 전 세계로 퍼졌고, 한때 바나나계를 호령하던 그로미셸 품종은 결국 식탁에서 사라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파나마병을 해결하지 못하면 5∼10년 후에는 바나나가 멸종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1845년 아일랜드에서도 비슷한 참사가 벌어졌다. 1843년 난균류로 감염되는 감자 역병으로 아일랜드에서만 1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거리에는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했고, 엉겨 붙은 시체를 떼어내는 기술이 개발됐다. ‘가난뱅이의 반찬은 큰 감자에 곁들인 작은 감자’였다고 할 정도로 감자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탓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실수를 반복했다. 파나마병에 저항력이 있는 유일한 바나나라는 이유로 또 다시 단일 품종인 캐번디시를 경작해 이윤을 쌓았다. 그러나 새로운 바나나덩굴쪼김병균의 확산이 계속되고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 인간의 탐욕은 멈출 줄 몰랐고, 지금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모양 좋고 맛난 먹거리를 위해 자연 질서를 해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끔찍한 식탁 잔혹사에 숙연해질 즈음 저자는 넌지시 말한다. ‘야생의 자연이 주는 혜택은 야생의 땅을 보전할 때에만 누릴 수 있다. 문제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종이 어느 야생의 땅에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일찍이 종의 중요성을 눈치 챈 이들도 있다. 러시아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와 연구진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적군과 굶주린 아군으로부터 목숨을 걸고 17만 종의 작물 품종을 지켜냈다. 연구원 30여 명이 종자를 먹지 않기로 결심하고 쌀, 땅콩, 감자 옆에서 굶어 죽는 길을 선택한 것. 이들의 고귀한 사명감으로 러시아 작물 재배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는 핵폭탄이 터져도, 전기가 끊겨도 끄떡없다. 생물학을 쉽게 풀어내고 바람직한 생명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물과 무생물 사이’ 등을 펴낸 후쿠오카 신이치의 팬이라면 만족도가 높을 듯하다. 단단한 번역도 책의 품격을 높였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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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레드벨벳과 악수하며 “같은 동포인데 왜 모르겠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에서 공연한 남측 예술단과의 만남에서 걸그룹 레드벨벳을 평소 알고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북단에 함께한 밴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 씨는 4일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1일 레드벨벳 멤버들과 악수를 하면서 ‘제가 같은 동포인데 레드벨벳을 왜 모르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25년째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이자 리더로 활약 중인 최 씨는 이번 공연에서 윤상 예술감독이 이끈 남측 예술단의 사실상 악단장 역할을 했다. 그는 가수 조용필과 함께 다니면서 북측 예술단으로부터 높은 관심의 대상이 됐다. 최 씨는 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도 ‘가왕’ 조용필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전했다. 그는 “리설주 씨는 ‘우리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도 남조선에 가서 감기에 걸렸는데 이번엔 조용필 선생이 감기에 걸리셔서 안타깝다. 그런데도 어떻게 그렇게 노래를 잘하시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현 단장은 조용필에게 사인도 받았다. 최 씨는 “준비해간 제 기타 솔로 앨범 CD를 건넸는데 현 단장이 거기에 조용필 사인을 받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 음악인 출신이어서인지 전기기타 연주에도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물었다”고 말했다. 3일 저녁 공연 뒤풀이에서는 현 단장이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술병을 들고 다니며 남측 가수들에게 일일이 술을 따라줬다고 한다. 가수 최진희 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술을 못하는데 30도짜리 ‘평양주’를 현 단장이 계속해 따라줘 혼났다”면서 “가수들과 일일이 ‘인증 샷’까지 찍는 현 단장의 붙임성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최진희 씨의 평양 방문은 2002년 이후 16년 만이다. 그는 “‘사랑의 미로’ 등 한국 노래가 나올 때마다 관객들이 함성을 질렀는데, 단순히 박수만 길게 치던 예전과는 눈에 띄게 달라진 태도”라면서 “시차를 두고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아들인 김정은 위원장을 모두 만난 셈이 됐다. 세월의 흐름을 느꼈다”고 했다. 이번이 네 번째 방북이었던 최 씨는 평양의 달라진 면모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최 씨는 “평양 순안공항에서 고려호텔로 이동하면서 70층짜리 아파트들이 늘어선 것을 봤다. 평양의 스카이라인이 달라졌다. 전기 사정도 훨씬 좋아졌는지 어딜 가든 훤했고 야경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부모가 함경도 출신 실향민인 가수 강산에 씨는 “만찬 참석자 가운데 함경도 출신들이 계셨는데, 그들과 함경도 특산물을 다룬 제 노래 ‘명태’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그분들이 명태에 등장하는 함경도 사투리 내레이션 부분을 ‘랩’이라고 표현하더라. 서로 술을 권하며 노래 ‘라구요’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임희윤 imi@donga.com·이설 기자}

    •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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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돌 대한민국 오페라, 대중곁에 더 가까이”

    “70년 전 대한민국 오페라가 허름한 무대에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오늘날 세계무대에서 국내 성악가, 연출가가 대한민국의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정찬희 ‘2018년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은 서울 중구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에서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행사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은 27일부터 5월 2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내 오페라극장, 자유소극장,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 등에서 펼쳐진다. 조직위원회와 서울 예술의전당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후원한다. 국내 첫 오페라는 1948년 명동 시공관에서 공연된 베르디 오페라 ‘춘희’였다. 현재 국내 오페라단은 110여 개. 정 위원장은 “힘든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한 예술가들의 노력으로 한국 오페라의 토양이 풍부해졌다”며 “오페라는 소수의 문화라는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대중과 더 가까워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티켓 가격도 지난해보다 3만 원가량 낮췄다. 오페라극장 공연은 1만∼15만 원 선.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는 페스티벌석은 2만5000∼3만 원이다. 올해 9회에 접어든 축제에는 6개 단체가 참여한다. 라벨라오페라단 ‘가면무도회’, 서울오페라앙상블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누오바오페라단 ‘여우뎐’, 국립오페라단 ‘오페라갈라’가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자유소극장에서는 울산싱어즈오페라단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 코리아아르츠그룹 ‘판오페라 흥부와 놀부’가 관객과 만난다. 개막작인 ‘가면무도회’는 베르디의 대표작으로 남성 주인공이 극을 이끈다. 바로크 오페라 걸작인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서울 광화문 지하철역을 배경으로 각색했다. 창작극도 다수다. ‘여우뎐’은 한국 전래설화 ‘구미호’를 현대로 소환해 사랑을 주제로 연출했다.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는 모차르트의 대표작 ‘피가로의 결혼’을 현대 무대로 옮겼다. ‘흥부와 놀부’는 구전동화에 판소리와 오페라 형식을 섞어 만들었다. 02-580-1300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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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맨틱 선율 싣고 ‘프랑스의 바람’이 온다

    “‘레 방 프랑세(Les Vents Fran¤ais·LVF)’는 한마디로 상호 존중과 배움이죠.”(플루티스트 에마누엘 파후드) “믿을 수 없는 실력의 친구들과 함께하는 환상적 순간입니다.”(클라리네티스트 폴 메이어) 1990년대 중·후반 야심만만한 프랑스 목관 연주자 다섯은 파리 곳곳에서 자주 어울렸다. 자주 모여 공연을 하던 이들은 어느 날 머리를 맞댔다. “만나면 이렇게 즐거운데 아예 팀을 꾸리면 어떨까?” 이렇게 탄생한 목관 앙상블 LVF는 2002년 일본에서 데뷔한 뒤 줄곧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프랑스의 바람’이란 뜻의 LVF가 17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을 한다. 팀원은 1992년부터 베를린필하모닉 수석으로 활동해 온 파후드(48)와 2007∼2008년 서울시향에서 부지휘자 겸 목관 트레이너로 활동한 메이어(53)를 비롯해 프랑수아 를뢰(오보에), 질베르 오댕(바순), 라도반 블라트코비치(호른)로 구성돼 있다. 파후드와 메이어를 이메일로 만났다. “베를린필 외에 고정 멤버로 활동하는 앙상블은 LVF가 유일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롤모델이에요. LVF 활동을 하면서 독주나 오케스트라 활동에 필요한 영감을 얻기도 하죠.”(파후드) “테크닉적인 면에서 하나로 맞춰가기란 고강도의 훈련을 필요로 합니다. 결국 LVF를 해내면 다른 모든 걸 잘 해낼 수 있다는 뜻이죠.”(메이어) LVF는 이번 공연에서 글린카의 ‘클라리넷, 바순, 피아노를 위한 3중주 라단조 ‘비창’, 투일레의 ‘피아노와 목관 5중주를 위한 6중주 내림 나장조, 작품번호 6’, 풀랑크의 ‘피아노와 목관 5중주를 위한 6중주’ 등을 선보인다. 피아니스트 에리크 르 사주가 함께한다. “글린카와 투일레 등 로맨틱한 곡이 많아요. 강렬하고 흥미로운 음악 여행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파후드) “풀랑크의 6중주는 LVF의 ‘국가’와 같은 곡입니다. 귀담아 감상해 주세요.”(메이어)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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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역사서가 빠뜨린 여성의 기록을 찾아서

    혁명, 전쟁, 화합….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이끈 인물들을 떠올려 보자. 그는 여성인가 남성인가. 머릿속을 헤집어 여성을 찾으려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당연하다. 역사서에 기록된 인물 대부분이 남성이니까! 이번엔 아는 이들을 남녀 그룹으로 나눈 뒤 따져보자. 남성이 여성보다 뛰어난가? 여성은 남성만큼의 업적을 이루지 못할 열등한 동물인가? 역사에 관심이 많은 작가 케르스틴 뤼커와 교사 우테 댄셸은 이 지점에 의문을 품었다. ‘여성과 남성은 결코 다르지 않은데 역사서에는 왜 여성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걸까.’ 그리고 세계사를 다시 써내려가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는 역사 속 여성의 자리를 치열하게 복원한 ‘역사 바로잡기’다. 책은 지각 있는 인류가 탄생한 시점부터 최근까지 역사 속 여성들의 행적을 되짚어낸다. 구석기시대 전시 대부분은 ‘사냥하는 남성과 밥 짓는 여성’을 전제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책에 따르면 진주와 남성이, 무기와 여성이 함께 출토된 사례가 적지 않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비범한 인물도 늘 존재해 왔다. 뛰어난 치적으로 ‘대제’ 칭호를 받은 비잔틴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1세. 하지만 그를 설득해 콘스탄티노플을 지킬 것을 관철한 이는 황후 테오도라였다. 허나 역사는 테오도라를 ‘무희 출신 신데렐라’로 그렸다. 아예 여성을 남성으로 둔갑한 사례도 있다. 초기 기독교 시절 이베리아 왕국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인 니노가 대표적이다. “여성이 비범한 일을 하면 올바르지 않다”는 편견과 혐오가 여성을 역사에서 통째로 들어냈다. 책을 덮고 ‘말 잘 듣는 여자아이’에 대한 강박에 대해 생각해 봤다. 그간 절름발이 역사에 길들여져 탐욕스럽고 불손한 여성이 되지 않으려 알게 모르게 애썼는지 모르겠다. 미투 운동에 더해 페미니즘 독서로 예전보다 마음이 당당해졌다. 역사와 여성에 관심이 있다면 편하게 읽기에 좋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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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극단 떠나 홀로서기… 아직 무대에 목말라요”

    “일부러 편한 옷으로 골라 입었어요. 늘 드레스 차림만 보여 드려서요.” 27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의 커피숍.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불렀던 소프라노 황수미 씨(32)를 만났다. 가죽 재킷에 청바지 차림이 경쾌했다. 지난달 9일 개막식 무대를 마치고 곧장 독일행 비행기에 오른 그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31일과 다음 달 1일, 7일 통영국제음악제 무대에 오른 뒤 바로 독일로 돌아가는 빠듯한 일정이다. 올림픽의 힘일까. 그는 소프라노계 샛별에서 단박에 유명 스타가 됐다. 대중은 새로운 소프라노의 출현에 목말라했고, 적절한 타이밍에 실력과 스타성을 갖춘 황수미가 등장했다. 그는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개막식 공연을 마치고 독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들이 사진 요청을 해왔어요. 현지 교민들도 자주 알아봐 주시고요. 감사한 일이지만 변한 건 없습니다. 여전히 더 많은 무대를 경험하고 싶은 욕심뿐입니다.” 덤덤하던 목소리가 본업 얘기를 꺼내자 한 톤 높아졌다. 독일 본 오페라극장 단원인 그는 7월에 극단 생활을 마무리한다. 지난해 11월 결정한 일이다. 그는 “소속 가수로 일하면 정기적으로 공연할 수 있고 안정적인 수입도 보장된다. 하지만 스스로 다시 흔들고 싶어서 과감하게 둥지를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남편이 말하길 ‘넌 참 싫증을 잘 내는 것 같다. 나는 지겹지 않냐’라고 해요. 대학교 1학년 때 만나 2016년에 결혼했거든요. 한데 저는 정체된 상태가 싫을 뿐입니다. 다양한 무대에서 노래하며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는 소프라노로서 풍부한 감정 표현이 강점으로 꼽힌다. 공연마다 표정과 음색에 기쁨 슬픔 고독 등이 절절이 묻어난다는 평. 하지만 본인은 “이성적이고 계획적인 편”이라고 자평했다. 서울예고 시절부터 고향 경북 안동시를 떠나 혼자 자취할 정도로 독립적인 성격. 유학 자금도 콩쿠르 상금, 서울시립합창단 근무, 동요 레슨 아르바이트 등으로 스스로 마련했다. 황수미는 “2년 안에 길이 보이지 않으면 귀국한다는 마음으로 유학을 떠났다. 한데 운이 따라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좋은 극단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후배들도 진지하게 꿈꾸되 마냥 ‘무대 위’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올해 국내 팬과 자주 만난다. 다음 달 27, 28일 서울시향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8월 롯데콘서트홀 개관 2주년 기념 공연 무대에도 오른다. 연말엔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와 데뷔 앨범을 녹음한다. 리스트의 ‘페트라르카의 3개 소네트’,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 브리튼의 가곡 등이 수록된다. 내년엔 기념 리사이틀을 한국에서 연다. 인터뷰 말미 그가 ‘가화만사성’이란 말을 꺼냈다. 마음이 평온해야 좋은 음악이 나오는데, 평온하려면 가까운 이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 17세 때부터 인생의 반 이상을 가족과 떨어져 살아서 소소한 기쁨을 곁에서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개막식 공연 당일이 남편 생일이라 공연을 생일 선물이라고 생각하라고 했죠. 둘 다 성악을 해서 의지도 하고 자극도 받습니다. 음악가는 평생 평가받는 ‘무대 서바이벌’의 삶을 살아요.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할 수 있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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