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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시는 호반의 도시다. 그만큼 춘천 시내를 휘감고 있는 의암호와 춘천호 그리고 육지 속의 바다라 부르는 소양호가 있다. 춘천의 물 위에는 고구마섬, 고슴도치섬, 남이섬, 중도 등 경치가 빼어난 섬도 많다. 물 위로 해가 지는 모습은 언제나 장관이다. 호수와 섬 인근에는 30년 넘은 전통의 춘천인형극제, 춘천마임축제를 비롯해 춘천연극제, 춘천아트페스티벌 같은 유서 깊은 공연예술축제가 열린다.》●문화도시 춘천, 인형극의 메카 꿈꾼다 춘천의 섬과 호반, 실내외 공연장에서 만나는 인형극은 어린이들만 보는 유치한 무대예술이라는 선입견을 단번에 깨뜨린다. 예술적 모양의 인형을 움직이는 첨단 기술과 정교한 빛으로 조절하는 조명, 환상적인 무대장치와 어우러지는 음악을 감상하다 보면 어른들도 인형극의 매력에 쏘옥 빨려든다. 올해 1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의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된 춘천시는 세계적인 인형극의 메카로 발돋움하기 위해 해외 교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벤치마킹 대상은 국제인형극학교가 있는 프랑스 샤를빌. 국제인형극연맹(유니마·UNIMA) 본부가 있는 샤를빌은 인구가 겨우 5만도 안 되는 작은 도시이지만, 매년 열리는 인형극 축제에 전 세계 인형 극단 400여 개가 찾아오고 열흘간의 축제를 위해 온 마을이 1년 동안 준비를 한다. 춘천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인형극연맹 한국지부(유니마 코리아)는 올해 33회째를 맞은 춘천인형극제를 지역의 축제를 넘어 세계적인 명물로 만들기 위한 국제교류에 나서고 있다. 춘천에서는 2022년 세계인형극도시연합(AVIAMA) 총회와 축제가 열린다. 또한 2025년에는 4년에 한 번 열리는 유니마 총회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 행사는 전 세계에서 70개국의 인형극 관계자 약 800명을 비롯해 국내외 예술가 1800여 명이 참여해 컨벤션과 전시, 인형극 공연이 펼쳐지는 지구촌 최대의 인형극 축제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2014년 춘천인형극제와 유니마 코리아 이사장을 직접 맡을 정도로 인형극에 관심이 많다. 그는 “인형극을 통해 춘천을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키우겠다”는 비전으로 국제인형극학교 설립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5년 전부터 프랑스 국립인형극학교(ESNAM) 등 세계적인 인형극 전문가 교수진을 초빙해 시범교육사업을 벌여 왔고 내년 4월 춘천인형극장 옆에 학교가 건립될 예정이다. 이 학교에는 아티스트들이 인형을 직접 제작하는 공방도 만들어져 관광 명소로 기대되고 있다. ●국제 인형극 네트워크와 유니마 코리아 유니마 총회 유치와 해외 교류 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제인형극연맹 한국지부(유니마 코리아)는 최근 온라인으로 ‘국제 인형극비디오 캠페인’을 벌였다. 전 세계 인형극인들에게 우리나라의 전통 한지를 보내주고 인형극 동영상을 보내 달라는 아이디어였는데 30개국 58개 팀이 수준 높은 작품을 보내오면서 동영상 조회수가 대박을 터뜨렸다. 코로나19로 무대를 잃은 아티스트들로부터 “팬데믹 봉쇄 속에서 창작과 소통의 기회를 마련해줘 고맙다”는 메일도 전 세계에서 쏟아졌다. 이번 공모전 캠페인을 위해 유니마 코리아 측은 강원 원주한지개발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다양한 색상의 한국 전통 한지와 훈민정음이 적힌 한지, 한지 공예품을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에게 보냈다. 유럽과 아프리카, 미주, 아시아 각국의 인형극 아티스트들은 한지를 뭉쳐 인형과 해와 달, 무지개와 바위, 나무 같은 무대장치를 만들어냈다. 또한 한지의 반투명한 질감을 이용해 빛의 농도를 변화시키는 그림자극을 창작해 내기도 했다. 독일 팀의 ‘한지 판타지’는 베토벤의 피아노곡 ‘엘리제를 위하여’를 배경으로 실에 매달린 한지들이 춤을 춘다. 인도네시아 팀이 만든 인형극에서는 ‘한지 왕(King Hanji)’이 등장해 “뉴노멀 시대에, 집에 머물더라도 예술은 계속돼야 한다”고 외친다. 스위스 참가자는 요들송이 울려 퍼지는 깊은 산속 모습을 한지로 표현해 냈고, 아이슬란드 작가는 빙산과 흰 눈, 바다와 고래, 갈매기와 화물선 같은 아름다운 장면을 한지로 연출해 냈다. 음악과 인형, 자연이 어우러지는 인형극 동영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느낌이다. 그리스 아네모두르 인형극단 대표 바비스 코스티다키스 씨는 “한국의 전통 한지는 활용성이 좋고 질감이 너무 좋아서 작업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며 “한지를 그림자극장 스크린으로 사용해 모든 조명 효과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번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은 코로나19에도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예술가들의 메시지가 담겨 있어 감동을 더한다. “침묵이 찾아올 때, 그 순간 치유가 시작된다” “공연은 계속돼야 한다”는 메시지다. 한지로 연을 만들어 날리는 일본 팀이 “오겐키 데스카(건강하세요)”라고 외치는 장면도 콧등을 시큰하게 한다. 폴란드 팀의 알렉산드로스 모노칸딜로스 씨는 “12개월 동안이나 고립된 생활에서 불안감을 느꼈는데, 유니마 코리아의 인형극 동영상 캠페인 제안을 받았을 때 새로운 창작과 소통, 치유의 기회를 얻은 듯해 흥분됐다”고 말했다. 국제인형극연맹 한국지부 임정미 이사장은 “이번 공모전은 팬데믹과 봉쇄로 무대를 잃은 예술가들에게 창작과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줘 국제적 호응을 얻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 한지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렸다는 데서도 큰 의의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공모전은 4월 19∼23일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세계 유니마 총회에서 2025년 차기 총회 개최 후보지인 춘천을 세계에 알리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이메일과 동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비대면 상시 접속을 통해 세계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공모전에 참여해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유니마 코리아는 지난해 1년 동안 유네스코가 주최하는 ‘예술회복력(레질리아트)’ 캠페인에도 적극 참여하고, 회원국 13개국에 마스크를 1000장씩 보내며 홍보 활동을 펼쳤다. 마스크를 지원받은 유니마 회원국들은 유니마 코리아 로고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거리 공연을 펼치는 사진을 감사의 편지와 함께 보내왔다. 유니마 코리아는 국내에서도 인형극 영상공모전을 개최했는데 총 17개 팀이 참가해 ‘세계 인형극의 중심도시 춘천’의 면모를 세계에 알렸다. ●가볼 만한 곳=올해 33회째를 맞은 춘천인형극제는 1989년 1세대 문화기획자인 고 강준혁선생(1948∼2014)이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기획한 축제다. 2001년 개관한 춘천인형극장은 국내 유일의 인형극 전용극장이다. 특히 북한강이 흐르고 있는 춘천인형극장 뒤편 야외극장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히 덱(deck)이 딸린 야외 카페가 오픈하면서 밤에도 명소가 되고 있다. 춘천인형극박물관에는 국내외 200여 점의 인형극 인형이 전시돼 있고 막대인형극, 손인형극, 줄인형극, 그림자인형극 등 다양한 인형의 작동 원리를 가르쳐주는 체험 공간도 마련돼 있다. 춘천인형극장 근처에 있는 육림랜드는 소나무 숲속에서 일일 캠핑을 즐기고, 놀이공원과 동물원이 있어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로 적합하다. ‘춘천애니메이션 박물관―토이로봇전시관’에는 아이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로봇태권브이를 비롯해 추억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가득하다.춘천=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국무역보험공사는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본점에서 한국수출입은행과 K뉴딜의 글로벌화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국내 대표 수출지원 금융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우리 기업의 글로벌 그린·디지털 시장 선점과 ESG 경영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맺어졌다. 협약에 따라 양 기관은 K뉴딜과 ESG 분야의 수출·해외투자 정보를 공유해 관련 기업과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이들에 대한 마케팅, 금융주선, 금융제공 등 금융 지원 전 과정에서 힘을 모으기로 했다. 신재생에너지, 첨단 모빌리티, 이차전지, 무선통신, 반도체, 헬스케어 등 신성장 동력을 주도하는 품목이 우선 지원 대상으로 검토된다. 우수한 ESG 경영을 인정받은 기업과 프로젝트에는 금융 우대도 제공된다. 특히 지원 대상 분야의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에 협력하고 민간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의 참여를 적극 주선해 그린·디지털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도 힘쓰기로 했다. 이인호 무역보험공사 사장은 “K뉴딜 산업의 글로벌화와 ESG 경영 확산을 위한 정책금융을 신속히 제공하고,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더욱 힘써 국내 산업 기반을 공고히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는 스웨덴 말뫼의 랜드마크 건물이다. 정육면체 9개를 비틀어 쌓아올린 모양이 스크루바 아이스크림처럼 보인다. 높이가 190m(54층)로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말뫼의 상징은 세계 최대 크기의 코쿰스 크레인이었다. 조선업 침체로 2002년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매각되면서 ‘말뫼의 눈물’로 불렸다. 터닝 토르소는 새로운 도시의 상징으로 탄생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농업정책보험금융원(원장 민연태)은 올해 1150억 원 규모의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는 농림수산식품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2010년에 출범한 이후 매년 신규 출자를 거듭해왔다.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와 민간자금을 합작하여 조성된 농림수산식품펀드의 규모는 2021년 2월 기준 총 1조3448억 원에 이른다. 82개 자조합에서 농식품경영체 및 수산경영체 476개사(투자 건수 685건)에 대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농식품펀드 운용전문기관인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올해 조성하는 농식품펀드는 정부 출자금 737억 원을 포함해 총 1150억 원 규모. 농식품 일반펀드는 360억 원, 농식품벤처·세컨더리·영파머스 분야 등 특수목적펀드는 790억 원 규모다. 특히 올해는 농림축산식품부 전략육성산업인 그린바이오 산업과 그린·디지털 뉴딜에 대응한 스마트팜, 탄소중립 분야에 대한 전략 투자를 위해 ‘그린바이오펀드’와 ‘스마트농업펀드’(스마트팜+탄소중립)를 각각 150억 원 규모로 신규 조성한다. 그린바이오펀드와 스마트농업펀드는 주목적 투자대상에 6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무와 함께 분야별 투자금액 조건도 추가됐다. 그린바이오펀드의 주요 투자대상은 마이크로바이옴, 대체식품·메디푸드, 종자산업, 동물용의약품, 기타 생명소재 등 5대 산업으로 구분되며, 산업별로 최소 10억 원을 의무로 투자해야 한다. 스마트농업펀드는 빅데이터·AI·데이터 솔루션과 탄소중립 분야에 해당하는 기업에 각각 최소 10억 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또한 올해 처음으로 농식품 일반펀드에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농식품 일반펀드를 통해 그린바이오·스마트농업 대상 기업에 투자할 경우 투자금액의 1%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도록 설계하여 해당 분야에 대한 민간투자 촉진 기반을 마련했다. 농금원은 4월 16일까지 출자신청서를 접수하며, 선정절차를 거쳐 5월 중 신규 운용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출자사업 계획 공고 및 펀드별 세부 출자사업조건 관련 사항은 농금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공동기획: 농업정책보험금융원}

재 프랑스 서양화가 한홍수 화백(63)의 개인전 ‘결’이 서울 종로구 관훈동 토포하우스 제3전시실에서 31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열린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작업하는 한홍수는 은은한 빛을 발하는 추상적 풍경을 그린다. 풍경은 깊은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이나 파도가 치는 바다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인체의 굴곡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캔버스 위에 두께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여러 겹이 겹쳐져 ‘결’을 이룬다. 그의 풍경화는 유화 물감 특유의 두터운 마티에르(질감)가 아니라 투명하고, 맨질맨질한 느낌이 마치 TV 평면 화면처럼 보인다. 부드러운 붓으로 수십 번의 붓질을 하며 화면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작가가 맑고 투명하고 깨끗한 화면을 만들고 싶어 오랫동안 작업한 결과물이다. ‘결’은 때로는 나뭇결처럼 시공간의 미세한 순서가 드러날 때도 있고, 물결처럼 파도가 높아질 때도 있지만 금세 다시 가라앉기를 무한히 반복한다. 유화인데도 동양화의 화선지처럼 결을 따라 번져 나간다. 한 작가는 캔버스 위에 유화물감으로 수회에 걸쳐 레이어(층)을 만들며 작업하지만, 그의 독특한 테크닉 덕분에 캔버스 위에 안료의 두께가 쌓여 ‘층’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아래(처음)의 레이어도 보이는 ‘결’의 느낌을 가능하게 한다. 그의 풍경화에서는 근경에 있는 사람의 신체가 중경에서 산과 계곡으로 변형되어 가다가, 원경에서 사라지곤 한다. ‘몽유도원도’를 좋아한다는 그의 작업은 ‘원근법’적인 접근이라기 보다는 ‘산점투시법(散點透視法)’ 또는 ‘자연 투시법’으로 설명된다. 즉 인간에서 자연을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나 사물에서 인간을 보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심은록 미술평론가(동국대 겸임교수)는 “‘숯의 화가’ 이배가 흔하디 흔한 청도의 숯을 파리에서 재발견했듯이, ‘결’은 한홍수 작가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실험하여 재발견해낸 한국의 고유한 개념이자 실천양식”이라며 “미술사적, 문화적, 사상적으로 ‘층’과 비교할 수 있는 ‘결’의 재발견은 디지털 개념이나 물질과도 잘 어울려, 디지털 원주민들에게도 반가운 소재”라고 평했다. 한편 한홍수 화백은 이시형 사회정신전문의와 함께 강원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 효천 갤러리(겨울동)에서도 2인전 ‘카오스의 세 딸과 썸타는 두뇌’를 개최한다. 4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산으로 둘러 쌓인 힐리언스의 효천갤러리는 숲의 ‘자연치유력’을 느끼며 힐링아트 미래아트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장이다. 전시장인 효천갤러리에 들어서면 이시형 박사가 그린 문인화가 가장 먼저 보인다. 한 줄로, 때로는 선 위에 굵은 선을 더하면서 일필휘지로 하려고 애쓰지도 않으며, 덤덤하고 간략하게 산의 윤곽이 이어지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이시형 박사의 힐링 철학을 요약하는 화제인 ‘나물먹고 물마시고/이보다 좋은 병원이 또 어디 있던가’가라는 말이 두 줄로 적혀 있다. 이어서 한홍수 작가의 ‘결’ 연작이 길고 긴 화랑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이시형의 산의 윤곽은, 한홍수의 작업으로 이어지며 색을 입고 입체적인 형체를 띠게 된다. 공(空)에 색(色)이 입혀지고, 색이 다시 공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처럼. 이시형 박사가 던지는 화두에 한홍수 작가가 대답하고, 이번에는 관람객들에게 또다른 화두를 던지며 그렇게 산의 선 혹은 결이 이어진다. 이 전시는 ‘힐링아트, 미래아트’라는 주제로 이후 개최될 행사(국제포럼, 국제전 등)의 서막이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힐링아트’와 ‘미래아트’를 함께 고민하며 대화하기를 청하는 것이다. 이 전시는, 그래서 두뇌(정신의학)과 카오스(예술)가 썸을 타며, 수많은 현대의 디지털 신화가 탄생될 것을 예고한다. 이 전시의 제목에 나오는 ‘카오스의 세 딸’은 들뢰즈의 개념에서 착안된 것으로 ‘예술, 과학, 철학’ 세분야의 대화를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인 이시형 박사는 사단법인 세로토닌문화원장,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장으로서 뇌과학과 정신의학을 활용한 자연치유력 증강법을 전파해왔다. 실체가 없다고 여겨지던 화병을 세계적 정신의학용어로 만든 정신의학계의 권위자이다. ‘결’의 화가 한홍수는 1992년 파리로 유학을 떠난 이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신표현주의 거장 A.R. 펭크를 사사했으며, 프랑스를 거점으로 유럽, 미국, 한국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전시를 기획한 아트플러스갤러리 에스더김 대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반성과 함께 자연의 ‘치유’와 ‘힐링’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며 “이시형 박사-한홍수 화백의 ‘힐링아트 미래아트’전을 계기로 매년 혹은 2년에 한번씩 다른 분야에서의 전문가들이 한 명씩 전시 참여해 힐링아트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심포지엄과 전시 등의 행사를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회장 구로문화재단 허정숙 대표)는 25일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에서 2021년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총회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각종 공연, 전시, 축제 등의 취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열렸다. 공연이 어려움에 처하자 문화 예술인의 설 자리는 점점 없어지고 예술계의 생태계는 파괴됐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각 지역의 재단 임직원들은 예술 강사비 선지급 같은 실질적인 지원에서부터 철저한 공연장 방역으로 소규모의 공연을 유지하거나 비대면 콘텐츠를 개발하고 베란다 콘서트, 자동차 극장의 활용 등 기존의 시설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총회의 표창장 수여식은 이러한 노력에 대한 감사와 2021년 아직 끝나지 않은 재난 상황을 이겨내자는 각오를 다지고 서로를 응원을 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총회에서는 지난해의 지역문화재단 종사자들의 노고를 응원하는 취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한국예술위원회 위원장상,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상임이사상,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상 등의 푸짐한 표창장 수여식이 열렸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이승정 회장은 축사를 통해 지역문화재단의 자율성과 보장과 협력관계 증진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으며 총회에서는 지역 문화예술생태계, 지역 예술인 일자리, 지역 생활예술 네크워크 구축이라는 키워드로 2021년 혁신 과제를 발표했다. 전국의 지역문화재단은 지역 문화예술 진흥이라는 목표를 위해 문화예술계의 현장에서 노력해 왔다. 현재는 생활문화의 진흥, 예술인 복지, 국가균형 발전이라는 과제를 가지고 2020년 한해에만 20여개의 지역문화재단이 탄생했고 전국 총 105개의 지역 문화재단이 설립돼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이날 총회는 비록 사회적 거리두리 방역방침에 의해 대표자 위주로 참석하는 등의 참석자의 제한이 있었지만 전국의 다양한 지역의 참석과 뜨거운 관심으로 이어졌다.다음은 수상자 명단. ◆문화체육부장관상=단체 김해문화재단. 춘천문화재단, 개인 박경현(담양군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장상=윤영주(성남문화재단) 정기진(종로문화재단) 김안나(은평문화재단) 권종철(안양문화예술재단) 이주행(포항문화재단) ◆한국예술인 복지재단 상임이사상=단체 양천문화재단. 제천문화재단, 노원문화재단, 개인 이혜진(광명문화재단), 나유미(전주문화재단), 김인성(구로문화재단) ◆전국문화재단연합회 회장상 특별상=나기석(구로문화재단) 홍기선(안양문화예술재단) 손경은(전주문화재단) 이찬(은평문화재단) 민병일(종로문화재단) 서유선(광명문화재단) 정희숙(부천문화재단) 박태영(금정문화재단) 조준필(천안문화재단) 안윤진(강릉문화재단)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로마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은 스위스 근위대가 지킨다. 바티칸시국의 유일한 군사조직이다. 스위스 근위대의 공식 제복은 전형적인 르네상스풍의 파란색,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에로 복장처럼 보이는 이 제복은 미켈란젤로가 디자인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푸른색과 노란색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집안(델라 로베레 가문)을 나타내며, 붉은색은 교황 레오 10세의 집안(메디치 가문)을 상징하는 것이라 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DMZ에도 봄이 왔다.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인 강원도 양구 해안면 ‘DMZ 펀치볼 둘레길’에는 아직도 곳곳에 눈과 얼음이 쌓여 있다. 그러나 얼음장 밑으로 녹아서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봄을 깨우는 ASMR(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자연음향)처럼 경쾌하게 숲 속에 울려퍼진다. 양구에 오면 10년이 젊어진다고 한다. 이제 막 눈이 녹고, 야생화가 피어나는 청정자연을 느끼며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DMZ 펀치볼 둘레길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펀치볼(Punch Bowl)’은 여의도 면적의 6배의 광활한 대지다.펀치볼 둘레길의 ‘부부 소나무’ 전망대에 오르면 어떤 광각 카메라로도 한 번에 담기 어려운 광경에 가슴이 시원해진다. 가칠봉, 대암산, 도솔산, 대우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산봉우리들이 왕관처럼 둘러싸고 있는 분지다. 6.25당시 외국의 종군기자가 “핑크빛 칵테일 화채 그릇처럼 생겼다”고 해서 ‘펀치볼’이란 애칭이 생겼다고 한다. 펀치볼 둘레길은 총 72.2km. 오유밭길, 만대벌판길, 먼멧재길, 평화의숲길 등 4개의 구간으로 이어진다. 해발 1200m의 대암산에는 국내 1호 람사르 습지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습지인 ‘용늪’이 있다. 본격적으로 둘레길을 걷기 전에 몸을 푸는 준비운동을 마친 후 숲길체험지도사가 DMZ로 들어가는 철조망 문을 열었다. 둘레길 탐방로 양쪽엔 빨간 바탕에 노란글씨로 ‘지뢰’라고 씌여진 경고판이 선명하다. 탐방로를 벗어난 숲 속에는 아직도 지뢰가 곳곳에 묻혀 있기 때문에 이 길은 방문자센터에서 사전예약 후 전문해설사와 함께 걸어야 한다. DMZ 생태탐방로는 동자꽃, 하늘말라리, 금강초롱, 앵초 등 희귀식물과 산양, 독수리, 하늘다람쥐 등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해설사가 들려주는 야생화 설명과 6.25전쟁사 이야기에 빠져서 숲길을 걷다가 쪽동백나무와 단풍나무가 붙어서 자라는 ‘연리지(連理枝)’또는 ‘혼인목(婚姻木)’이라 부르는 나무를 만났다. 신기하게도 두 나무가 붙은 밑에서 어린 나무가 하나 자라고 있다. 박진용 숲길체험지도사는 “단풍나무와 쪽동백나무가 혼인했는데 전혀 다른 제3의 종의 나무가 태어났다”며 “이 나무 이름은 참회목”이라고 설명하자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펀치볼 둘레길을 단체로 방문할 경우 계곡에서 먹는 ‘숲밥’이 인기다. 펀치볼 특산물인 시래기, 인삼뿐 아니라 곰취, 더덕, 두릅 등 10여개의 나물반찬이 나오는 뷔페다. 탐방 일주일 전 신청하면, 주민들이 시간을 맞춰 준비해준다. ●화가 박수근의 ‘나목(裸木)’ DMZ의 어느 소나무 밑에는 양구출신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의 작품이 아직도 묻혀 있다는 이야기도 흥미를 끈다. 박수근은 아내의 친정인 북한 땅 금성에서 살다가 6.25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월남했다. 아내 김복순 씨는 월남 도중 남편의 작품 수십점을 갖고 올 수 없어 항아리에 담아 강원도 철원군 DMZ 한가운데 묻었다고 한다. 박수근의 ‘빨래터’는 2007년 당시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45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남북관계가 회복돼 언젠가 그림을 찾게 된다면 수백억원 대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수근이 태어나 스물한 살까지 살았던 양구에는 화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박수근은 나목(裸木)을 즐겨 그렸다. 1932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한 ‘봄이 오다’부터 1950~60년대 ‘나무와 여인’ 시리즈까지 박수근이 그린 나무는 이파리 하나 없이 가지만 앙상하다. 봄이 왔건만 최북단 접경지대인 양구는 아직도 벌거벗은 나목의 천국이다. 지금도 양구교육지원청 뒷동산엔 ‘박수근 나무’라고 이름 붙여진 수령 300년 된 느릅나무가 남아 있다. 박 화백은 양구보통학교에 다니던 시절, 이 나무 아래서 친구들과 놀며 그림을 그렸다. 이 나무를 찾았을 때 박수근의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 양구의 초등학생 형제가 나무 밑에서 놀고 있는 모습이 애틋했다. 앙구읍에 있는 박수근미술관은 지난 2002년 박수근 생가터에 건립됐다. 건축가 고 이종호가 설계한 미술관은 화강암으로 지어졌다. 박수근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돌처럼 투박하고 까칠까칠한 질감(마티에르)을 건물로 형상화한 것이다. ‘나무와 여인’ ‘빈 수레’ ‘굴비’ ‘두 남자’ 등 박수근의 유화 5점이 소장돼 있고, 건물 뒷편에는 박수근 묘소와 빨래터, 자작나무 숲도 있다. 유명한 빨래터 그림 밑에는 박수근이 아내에게 보냈다는 연애편지가 적혀 있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빨래터에 가서 당신을 자세히 보고 아내로 맞아들이기로 마음으로 결정했습니다.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입니다. 재산이라곤 붓과 파레트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만일 승낙하셔서 나와 결혼해 주신다면 물질적으로는 고생이 되겠으나 정신적으로는 당신을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해 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화가의 아내가 되어주시지 않겠습니까?” 미술관에서는 현재 박수근과 소설가 박완서(1931~2011)가 인연을 맺게 된 ‘나목’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두 사람은 1952년 당시 동화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 내에 있던 미8군 기념품 판매점 내 초상화부에서 함께 일한 바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화가의 작업실에서 우연히 본 그림을 ‘고목(枯木)’이라고 생각했으나 세월이 흘러서 황량해 보이기만 하던 그 그림이 시든 ‘고목’이 아니라 언젠가 싹을 틔울 봄날의 믿음 속에 의연하게 기다리는 ‘나목’이었음을 깨닫는다는 이야기다. ●양구백토의 600년 전통, 백자박물관첩첩산중 최북단 양구가 조선백자 600년의 고향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곳에서 백자를 제작하는 질좋은 원료인 ‘양구 백토’가 생산됐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왕실 관요인 분원에 공급하는 양구 백토를 캐느라 백성들이 심한 노역에 시달려 상소를 올리는 일도 있을 정도였다. 금강산 월출봉 석함에서 발견된 이성계의 발원 사리구 백자발은 양구에서 생산된 대표적인 도자기로 유명하다. 방산에 있는 양구 백자박물관에 가면 양구 백자의 600년 역사를 감상할 수 있다. 조선백자의 마지막 꽃인 청화 백자는 물론 현대 백자도 전시하고 있다. 백자박물관 뒤편에 있는 수입천에는 높이 15m의 직연폭포의 물줄기가 떨어지는 직연폭포의 모습이 장관이다. 겨우내 얼었던 수입천이 녹아 파로호로 흘러드는 폭포 주위로 높이 약 20m 규모의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어 경관이 아름답다. 백자박물관에는 서울대 석박사출신 연구원이 양구백토를 연구하는 양구백자연구소도있다. 이 연구소 출신인 도예가 김덕호-이인화 부부는 아예 양구에 정착해서 백자를 만들고 있다. 그들의 작업실에 살고 있는 순백색의 고양이가 유리창 밑에 전시된 하얀 백자 사이를 어슬렁 거리면서도 작품을 하나도 건드리거나 깨뜨리지 않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가볼만한 곳=양구 국토정중앙천문대 앞에 있는 ‘까미노 사이더리’는 모양이 예쁘지 않아서 버려지는 사과, 딸기 등 지역농산물을 이용해 주스, 식초 등의 가공식품을 만든다. 카페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한 양구사과콤부차, 사과워터케피어 등의 음료와 애플케¤을 맛볼 수 있다. 철학자 김형석, 안병욱, 시인 이해인 수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양구 인문학박물관’, 파로호 호수 위에 조성된 한반도섬 둘레길도 찾아가볼 만하다. 두타연 계곡과 을지전망대, 대암산 ‘용늪’은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현재 공개를 하지 않는다. ●맛집=일교차가 심한 펀치볼에서는 고랭지 배추, 무 뿐 아니라 사과, 포도, 복숭아 등 당도가 높고 맛있는 과일이 생산된다. 양구의 특산물인 ‘시래기 정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은 ‘시래정’과 ‘시래원’이 있다. 토종닭, 고등어, 코다리에 시래기를 넣은 찜과 시래기 된장국이 입맛을 당긴다. ‘만대리 농가레스토랑’의 ‘두부 정식’에도 시래기 반찬이 일품이다.글 사진 양구=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비무장지대(DMZ)에도 봄이 왔다.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인 강원 양구군 해안면 ‘DMZ 펀치볼 둘레길’에는 아직도 곳곳에 눈과 얼음이 쌓여 있다. 그러나 얼음장 밑으로 녹아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봄을 깨우는 ASMR(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자연음향)처럼 경쾌하게 숲속에 울려 퍼진다. 양구에 오면 10년이 젊어진다고 한다. 이제 막 눈이 녹고, 야생화가 피어나는 청정 자연을 느끼며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 DMZ 펀치볼 둘레길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던 ‘펀치볼(Punch Bowl)’은 여의도 면적 6배의 광활한 대지다. 펀치볼 둘레길의 ‘부부 소나무’ 전망대에 오르면 어떤 광각 카메라로도 한 번에 담기 어려운 광경에 가슴이 시원해진다. 가칠봉 대암산 도솔산 대우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산봉우리들이 왕관처럼 둘러싸고 있는 분지다. 6·25전쟁 당시 외국의 종군기자가 “핑크빛 칵테일 화채 그릇처럼 생겼다”고 해서 ‘펀치볼’이란 애칭이 생겼다고 한다. 펀치볼 둘레길은 총 72.2km. 오유밭길 만대벌판길 먼멧재길 평화의숲길 등 4개의 구간으로 이어진다. 해발 1200m의 대암산에는 국내 1호 람사르 습지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습지인 ‘용늪’이 있다. 본격적으로 둘레길을 걷기 전에 몸을 푸는 준비운동을 마친 후 숲길체험지도사가 DMZ로 들어가는 철조망 문을 열었다. 둘레길 탐방로 양쪽엔 빨간 바탕에 노란 글씨로 ‘지뢰’라고 쓰인 경고판이 선명하다. 탐방로를 벗어난 숲속에는 아직도 지뢰가 곳곳에 묻혀 있기 때문에 이 길은 방문자센터에서 사전 예약 후 해설사와 함께 걸어야 한다. DMZ 생태탐방로는 동자꽃 하늘말나리 금강초롱 앵초 등 희귀식물과 산양 독수리 하늘다람쥐 등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해설사가 들려주는 야생화 설명과 6·25전쟁사 이야기에 빠져 숲길을 걷다가 쪽동백나무와 단풍나무가 붙어서 자라는 ‘연리지(連理枝)’ 또는 ‘혼인목(婚姻木)’이라 불리는 나무를 만났다. 신기하게도 두 나무가 붙은 밑에서 어린 나무가 하나 자라고 있다. 박진용 숲길체험지도사는 “단풍나무와 쪽동백나무가 혼인했는데 전혀 다른 제3종의 나무가 태어났다”며 “이 나무 이름은 참회목”이라고 설명하자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펀치볼 둘레길을 단체로 방문할 경우 계곡에서 먹는 ‘숲밥’이 인기다. 펀치볼 특산물인 시래기 인삼뿐 아니라 곰취 더덕 두릅 등 10여 가지의 나물반찬이 나오는 뷔페다. 탐방 일주일 전 신청하면 주민들이 시간을 맞춰 준비해 준다. ○화가 박수근의 ‘나목’ DMZ의 어느 소나무 밑에는 양구 출신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의 작품이 아직도 묻혀 있다는 이야기도 흥미를 끈다. 박수근은 아내의 친정인 북한 땅 금성에서 살다가 6·25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월남했다. 아내 김복순 씨는 월남 도중 남편의 작품 수십 점을 항아리에 담아 강원 철원군 DMZ 한가운데 묻었다고 한다. 박수근의 ‘빨래터’는 2007년 당시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45억2000만 원에 낙찰됐다. 남북관계가 회복돼 언젠가 그림을 찾게 된다면 수백억 원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수근이 태어나 스물한 살까지 살았던 양구에는 화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박수근은 나목(裸木)을 즐겨 그렸다. 1932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한 ‘봄이 오다’부터 1950, 60년대 ‘나무와 여인’ 시리즈까지 박수근이 그린 나무는 이파리 하나 없이 가지만 앙상하다. 봄이 늦게 오는 양구는 아직도 벌거벗은 나목의 천국이다. 양구교육지원청 뒷동산엔 ‘박수근 나무’라고 이름 붙여진 수령 300년 된 느릅나무가 남아 있다. 박수근은 양구보통학교에 다니던 시절, 이 나무 아래서 친구들과 놀며 그림을 그렸다. 이 나무를 찾았을 때 박수근의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한 아이들이 나무 밑에서 놀고 있는 모습이 애틋했다. 앙구읍에 있는 박수근미술관은 2002년 박수근 생가터에 건립됐다. 건축가 고 이종호가 설계한 미술관은 화강암으로 지어졌다. 박수근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돌처럼 투박하고 까칠까칠한 질감을 건물로 형상화한 것이다. 미술관에는 ‘나무와 여인’ ‘빈 수레’ ‘굴비’ 등 박수근의 유화 5점이 소장돼 있고 뒤편에는 박수근 묘소와 빨래터, 자작나무 숲도 있다. 빨래터 그림 밑에는 박수근이 아내에게 보낸 연애편지가 적혀 있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빨래터에 가서 당신을 보고 아내로 맞아들이기로 마음으로 결정했습니다.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입니다. 재산이라곤 붓과 팔레트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만일 승낙하셔서 나와 결혼해 주신다면 물질적으로는 고생이 되겠으나 정신적으로는 당신을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해 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화가의 아내가 되어주시지 않겠습니까?” 미술관에서는 현재 박수근과 소설가 박완서(1931∼2011)가 인연을 맺게 된 ‘나목’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두 사람은 1952년 당시 동화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 내에 있던 미8군 기념품 판매점 내 초상화부에서 함께 일한 바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화가의 작업실에서 우연히 본 그림을 ‘고목(枯木)’이라고 생각했으나 세월이 흘러 황량해 보이기만 하던 그 그림이 시든 ‘고목’이 아니라 언젠가 싹을 틔울 봄날의 믿음 속에 의연하게 기다리는 ‘나목’이었음을 깨닫는다는 이야기다. ○양구 백토의 600년 전통, 백자박물관 첩첩산중 최북단 양구가 조선백자 600년의 고향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곳에서 백자를 제작하는 질 좋은 원료인 ‘양구 백토’가 생산됐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왕실 관요인 분원에 공급하는 양구 백토를 캐느라 백성들이 심한 노역에 시달려 상소를 올리는 일도 있을 정도였다. 금강산 월출봉 석함에서 발견된 이성계의 발원 사리구 백자발은 양구에서 생산된 대표적인 도자기로 유명하다. 방산면에 있는 양구 백자박물관에 가면 양구 백자의 600년 역사를 감상할 수 있다. 백자박물관 뒤편에 있는 수입천에는 높이 15m의 물줄기가 떨어지는 직연폭포의 모습이 장관이다. 백자박물관에는 서울대 석·박사 출신 연구원이 양구 백토를 연구하는 양구백자연구소도 있다. 이 연구소 출신인 도예가 김덕호 이인화 씨 부부는 아예 양구에 정착해 백자를 만들고 있다. 그들의 작업실에 살고 있는 순백색의 고양이가 하얀 백자 사이를 어슬렁거리면서도 작품을 하나도 건드리거나 깨뜨리지 않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글·사진 양구=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가볼 만한 곳 양구 국토정중앙천문대 앞에 있는 ‘까미노 사이더리’는 모양이 예쁘지 않아 버려지는 사과 딸기 등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 주스 식초 등의 가공식품을 만든다. 카페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한 음료와 애플케이크를 맛볼 수 있다. 철학자 김형석 안병욱, 시인 이해인 수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양구 인문학박물관’, 파로호 호수 위에 조성된 한반도섬 둘레길도 찾아가볼 만하다. 두타연 계곡과 을지전망대, 대암산 ‘용늪’은 현재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 맛집 양구의 특산물인 ‘시래기 정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은 ‘시래정과 ‘시래원’이 있다. 토종닭 고등어 코다리에 시래기를 넣은 찜과 시래기 된장국이 입맛을 당긴다. ‘만대리 농가레스토랑’의 ‘두부 정식’에도 시래기 반찬이 일품이다.}

종합 홈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대표이사 강승수)이 2021년 봄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23일 발표했다. 주제인 ‘올웨이즈 홈’은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한 중의적 표현이다. 첫 번째는 ‘항상 집’이라는 뜻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했고, 합성어인 ‘All+ways Home’은 ‘모든 길은 집으로’라는 뜻으로 집이 생활의 중심이 되고 있는 현상을 담았다. 한샘은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일상 속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과 집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모색했다.● 라이프스타일 핵심 키워드 5가지 선정 한샘의 라이프스타일 키워드 5가지는 집을 뜻하는 영어 ‘House’의 앞글자에서 따왔다. △홈루덴스(Home-Ludens) △오픈키친(Open Kitchen) △언택트 라이프(Untact Life) △스마트홈(Smart-Home) △맞춤수납(Efficient Storage)이다. 최근 유행하는 ‘홈루덴스족’이라는 신조어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루덴스’에서 파생된 신조어다. 밖에서 활동하지 않고 주로 집에서 놀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한샘도 이러한 현상을 반영해 집을 홈시네마, 가족살롱, 홈트레이닝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으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집에서 직접 요리하는 ‘홈쿡’ 트렌드가 떠오름에 따라 거실과 부엌의 경계를 허문 ‘오픈키친’ 인테리어도 주목받고 있다. 가족과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는 넓은 부엌과 다이닝 공간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비대면으로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을 하는 ‘언택트 라이프’가 활성화되면서 홈오피스, 자녀 방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가구, 가전이 조화를 이루는 ‘스마트 홈’도 선보였다. 다양한 가전제품들을 전체적인 디자인 조화와 사용자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효율적인 동선으로 배치했다. 또 음성 명령만으로 TV의 전원을 껐다 켜고, 조명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편리한 공간을 구현했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한 ‘맞춤 수납’ 솔루션도 제공한다. 자전거 등 부피가 큰 취미용품을 수납하는 ‘팬트리 공간’과 거실, 침실, 자녀 방, 드레스룸 등에는 빌트인 맞춤수납장을 설치했다.●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2가지 신규 모델하우스 한샘은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초등 자녀가 있는 집 99m² △중등 자녀가 있는 집 120m² 등 2가지 모델하우스를 선보인다. ‘초등 자녀가 있는 집 99m²’는 부모의 재택근무와 아이의 온라인 수업을 위한 각각의 독립 공간과 가족이 함께 취미를 공유하는 거실이 공존한다. 스마트폰 GPS를 활용해 가족이 집에 도착하기 전에 환기 시스템을 작동하거나 침대 온열패드를 작동시키는 홈 IoT 기술도 돋보인다. 이 모델하우스는 한샘리하우스 스타일패키지 ‘모던베이지 내추럴’로 꾸몄다. ‘중등 자녀가 있는 집 120m²’는 가족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요리와 식사를 즐기는 공간으로 꾸몄다. 거실에는 라운지형 소파를 배치했고, 대형 아일랜드 부엌을 배치해 함께 마주 보고 요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음악, 독서, 꽃꽂이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위한 공간도 돋보인다. 스타일패키지 ‘모던클래식 크림’으로 공간을 꾸몄는데 벽이나 방문에 프레임 형태의 장식패널을 덧댄 ‘웨인스코팅’을 활용했다. ‘2021년 봄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는 언택트 시대에 맞춰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 ‘한샘 닷컴’에 접속하면 발표회 영상 콘텐츠 및 가상현실(VR) 모델하우스를 확인할 수 있고 개별 제품 정보도 찾아볼 수 있다. 리모델링을 위한 다양한 건자재 신제품도 선보였다. 벽장재로는 대리석, 타일 등 다양한 패턴을 프린팅해 시공하는 대형 벽패널 ‘와이드 월플러스’와 ‘한샘 M보드’를 출시했다. 욕실은 지난달 출시한 프리미엄 ‘바스바흐(BATHBACH)’를 모델하우스에 처음으로 적용해 더욱 고급스러운 공간으로 꾸몄다. 창호는 단열 성능이 우수하고 친환경 인증을 받은 신제품 ‘유로700NEW’를 출시했다. 한샘 디자인본부 김윤희 상무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 스마트홈의 발전, 재택근무 확대 등 사회 변화에 맞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 인테리어의 역할”이라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가 코로나 종식 이후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2021 K-POP 슈퍼콘서트 in K-오리지널 전남’의 개최지로 순천시를 최종 선정했다. ‘K-POP 슈퍼콘서트’는 코로나19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올 4분기에 메가 한류 이벤트를 개최해 전남형 신한류 콘텐츠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19일 순천시가 최종 선정됐다. K-POP 콘서트는 10월 말 순천만국가정원 동문 잔디마당(사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시는 국도비 포함 총사업비 10억 원을 들여 K-POP 콘서트를 개최하며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한국관광공사, 전남관광재단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K-POP 콘서트가 전통과 생태, 정원이 어우러진 순천에서 개최되는데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사전홍보와 전남 외래 관광객 유치 기반 확립을 위해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쿠바 올드 아바나 시내의 골목에서는 평범한 카페나 바에서도 수준급 밴드의 연주가 끊이지 않는다. 봉고(작은 손북)와 마라카스(야자나무 열매로 만든 악기), 구이로(호리병박 모양의 악기)는 물론이고 기타, 색소폰, 바이올린, 플루트 등 악기 구성도 다양하다. 열대과즙처럼 쏟아져 나오는 흥겨운 댄스리듬에 한 여성이 한바탕 춤을 추면, 큰 박수가 뒤따라온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스위스 루체른 절벽 바위를 깎아 만든 ‘빈사의 사자상’. 죽어가는 사자의 등에는 부러진 창이 꽂혀 있다. 프랑스 혁명에서 루이 16세를 지키다 1792년 전멸한 스위스 용병 786명을 기리기 위한 작품이다. 그들은 빈국(貧國) 스위스의 생계수단인 용병 일자리를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스위스 용병은 의리와 충성심의 상징이 됐다. 마크 트웨인은 사자상이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도 감동적인 바위’라고 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경남 통영의 미륵산 정상에 올라서면 한려수도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햇살이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 윤슬!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불어오는 포근한 바람에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아니 나폴리보다 훨씬 멋진 강구항(통영항). 아침 해장국 손님들로 분주한 서호시장에는 식당마다 ‘도다리쑥국 개시’라는 글씨가 나붙었다. 해풍을 맞고 자란 어린 해쑥이 나올 즈음 도다리도 겨우내 영양분을 축적하고 포동포동 살이 올라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둘을 함께 넣고 끓인 도다리쑥국은 담백한 맛과 향이 입안 가득히 봄을 선사한다. 통영의 봄 미각(味覺) 여행엔 멍게비빔밥도 빼놓을 수 없다. 싱그럽게 톡톡 터지는 꽃멍게만큼 바다의 향을 감미롭게 표현하는 해산물은 세상에 없을 것 같다. ● 이중섭의 ‘흰소’와 청마의 ‘편지’ 통영항의 등대는 끝이 뾰족한 연필 모양이다. 수많은 문필가들이 활동한 도시를 상징하는 모양의 등대다. 대하소설 ‘토지’의 소설가 박경리를 비롯해 시인 유치환 김춘수 백석, 극작가 유치진, 화가 이중섭과 전혁림 등 수많은 소설가, 시인, 음악가, 화가들이 통영에서 태어나고 활동했다. 또한 나전칠기, 옻칠, 갓, 부채, 누비, 통영오광대놀이 등 가장 많은 무형문화재를 보유한 도시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통영 기행은 골목골목을 걸어야 제맛이다. 걷다 보면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니라’고 노래했던 시인 유치환이 편지를 5000여 통이나 보냈던 청마우체국이 나타나고, 박경리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 나오는 서문고개를 넘기도 한다. 또한 윤이상 기념관에서는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며 베를린에 살았던 작곡가가 타고 다녔던 벤츠 자동차도 만난다. 강구항의 쪽빛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동피랑 언덕에는 그리스 산토리니를 방불케 하는 감성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작가들이 2년마다 한 번씩 새롭게 그려 넣는 벽화는 바다의 풍경과 어우러져 여행객들의 카메라 셔터를 쉬지 않게 만든다. 바닷가 작은 도시인 통영에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예술가가 태어날 수 있었을까. 그 실마리는 통영의 가장 중심부에 있는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 12공방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경상, 전라, 충청의 해군을 총지휘하는 삼도수군통제영이 자리 잡았던 통영은 조선시대 500여 척의 전함과 수군 3만 명 이상이 주둔한 최고의 군사도시였다. 이순신 장군이 군수품을 조달하는 ‘12공방’을 만들면서 8도에서 가장 뛰어난 장인들이 모여들었다. 무기뿐 아니라 옷, 모자, 가구, 부채 등을 직접 생산했고, 화폐를 발행하는 주전소까지 있었다. 나전칠기와 통영갓 등의 공예품은 임금님께도 진상되면서 조선의 명품으로 등극했다. 통제영에 방문하면 ‘세병관’ ‘운주당’과 함께 ‘12공방’과 공예품을 전시하는 매장을 볼 수 있다. “이순신은 덕장이면서 예술가다. 임진왜란 당시 통영은 한촌(閑村)이었다. 해군본부(우수영)가 들어서면서 8도의 기술자(예술가)들이 모였다. 통영은 기후, 먹거리, 풍광이 아름다워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눌러앉아 소목장, 입자장, 선지장, 주석장이 되었다. 이들이 통영 예술의 토양이었다.”(박경리 ‘토지’ 완간 10주년 특별 대담) 통제영은 300년간 지속된 후 1895년 폐영됐지만, 많은 통영 사람들이 나전칠기, 소목, 화공 등 12공방의 일을 계속 가업으로 이어오면서 그들의 몸속에는 예술적 유전자가 형성됐다. 음악가 윤이상의 아버지도 유명한 소목장이었다. 화가 이중섭도 1952년 통영 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에서 학생들에게 데생을 가르치는 강사로 취직하면서 통영과 인연을 맺었다. 부산에서 부두노동자로 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이중섭은 1952년 통영 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 주임강사로 있던 유강렬(훗날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장)의 도움으로 통영에 왔다. 이중섭은 이곳에서 약 2년간 머무르며 ‘흰소’ ‘황소’ 등 자신의 대표작을 그렸다. 통영 시절 이중섭은 전혁림, 유강렬 등과 함께 호심다방과 성림다방에서 단체전과 개인전을 3차례 열어 작품을 팔았다. 통영 시절에 그린 그의 소 그림은 가장 힘이 넘친다. 이중섭이 머물렀던 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 건물은 ‘시드니 카페’라는 간판이 걸린 채 현재는 비어 있는데, 통영시에서 매입해 기념관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중도 시인(윤이상기념관 팀장)은 “통영에서 가장 행복했던 이중섭은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작업에 열중해 그가 머물렀던 도시 중 가장 많은 작품을 남겼다”며 “통영은 바다만 보고 있어도 시가 써지고, 그림이 그려지는 마법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 매화 동백 절정, 바다에도 붉은 꽃이 통영대교 너머에 있는 미륵도는 수려한 산세와 숲, 바다가 어우러진 비대면 여행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산양일주도로를 드라이브하거나 삼칭이해안길과 미래사 편백숲길을 걷는 사람도 많다. 달아공원 전망대에서 보는, 섬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도 장관이다. ‘삼칭이해안길’은 통영 마리나리조트에서 영운리까지 이어지는 4km의 해변길이다. 해안침식을 막기 위해 쌓은 제방에서 바라보는 푸른 청보석 바다의 경치가 그만이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라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에 좋다. 이곳을 걷다가 양식 꽃멍게를 수확하는 작업장을 만났다. 푸른 바닷물 속에서 줄줄이 매달려 올라오는 멍게는 그야말로 붉은 꽃이었다. 미래사 편백숲길은 100년 가까이 되는 편백나무 숲이 5만 평이나 펼쳐져 있다. 편백나무는 다른 침엽수보다 세 배 이상의 피톤치드를 뿜어내 암 환자에게도 좋다고 한다. 숲길을 걷다 보면 하늘을 찌를 듯이 빽빽한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미륵도의 가로수는 동백이다. 도로 양쪽에 동백과 흰매화, 홍매화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동백은 이순신 장군을 모신 사당인 충렬사에서 만났다. 고즈넉한 사당 앞마당에 동백꽃은 나뭇가지에도, 나무 밑에도 뚝뚝 떨어져 붉게 피어 있었다. 충렬사 돌계단은 시인 백석이 사랑했던 통영의 한 소녀를 생각하며 울듯울듯한 마음으로 ‘¤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 앉아서/나는 이 저녁 울 듯 울 듯…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는 시를 썼던 곳이다. 통영은 ‘동피랑 벽화마을’이 조성된 후부터 젊은 예술가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로컬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통영의 바다 색채를 가장 잘 표현한 화가인 전혁림 화백의 그림을 볼 수 있는 봉수골 ‘전혁림 미술관’ 근처가 대표적이다. 미술관 바로 앞에 있는 ‘봄날의 책방’은 너무 예뻐 하루 종일 머무르고 싶은 서점이다. 2010년부터 통영에 내려가 로컬 콘텐츠를 책으로 만들어내는 ‘남해의 봄날’ 출판사 정은영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골목길 옆에는 2016년부터 통영에 내려와 살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이 운영하는 문화공간 카페 ‘내성적싸롱호심’도 있다. 통제영 근처의 ‘삼문당 커피컴퍼니’는 아버지가 50년 동안 운영하던 표구점을 아들이 새롭게 인테리어해서 만든 카페. 한 달에 한 번씩 지역 예술인들이 모여 인디밴드 공연과 인문학 강연, 남해안 별신굿 배우기 등이 펼쳐지는 이곳은 통영 로컬 힙스터들의 아지트다. 삼문당 윤덕현 대표(45)는 “박경리, 윤이상, 김춘수가 활동하던 시절처럼 젊은 예술가들이 다시 돌아오는 통영을 꿈꾼다”고 말했다. ●가볼 만한 곳=26일~다음 달 4일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에서는 바이올린의 여제 정경화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연주에 나선다. 퓨전 국악팝 ‘범 내려온다’로 화제를 일으킨 이날치밴드도 무대에 선다. ●맛집=통영의 싱싱한 제철 해산물을 먹기 위해서는 ‘통영 다찌집’을 찾아야 한다. 술을 시키면 안주는 멍게, 해삼, 생선회, 생선구이, 굴전 등 주인이 주는 대로 먹는다. 그날그날 시장에 나온 식재료에 따라 메뉴가 바뀌고 계절마다 제철 음식이 나온다. 통영 다찌는 ‘대추나무’, 도다리 쑥국은 서호시장의 ‘분소식당’, 멍게비빔밥은 중앙시장 앞 ‘동광식당’. ●통영 시인 이중도 “통영은 시와 그림, 서정의 고향입니다.” 통영 출신인 이중도 시인(52)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1993년 계간 ‘시와 시학’을 통해 문단에 등단했다. 통영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시를 쓰고 있다. 시집으로 ‘통영’ ‘섬사람’ ‘사라졌던 길들이 붕장어 떼 되어 몰려온다’ 등 5권의 시집을 낸 그는 통영의 살아 숨쉬는 자연을 배경으로 한 토속적 언어로 시를 쓴다. 윤이상 기념관에서 근무하고 있기도 하다. ―통영의 바다는 왜 잔잔하고 아름다운가. “통영 앞 바다에는 570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다. 그 중 유인도는 44개이고 나머지는 무인도다. 한산도 비진도 연화도 등이 파도를 막아주고 있는 내해는 정말 호수처럼 잔잔하다.” ―바닷가 항구도시 통영에서 근대 문화예술이 꽃피우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통영에는 세가지의 큰 뿌리가 있다. 가장 근원적인 것은 잔잔한 바다와 따뜻한 기후와 같은 자연 환경이다. 그것은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300여년간의 통제영 전통에서 12공방이라는 장인들의 기술이 피어난 것이다. 통제사는 상당히 높은 계급이기 때문에 귀임할 때 상당히 많은 고급 진상품이 필요했다. 그런 목적으로 명품 나전칠기, 갓 등이 발전하게 됐다. 세 번째는 근현대의 문화예술 전통이다. 청마 유치환, 윤이상, 김춘수, 김상옥 같은 분들은 전부 일본 유학파다. 일본에서 근대의 신문물 세례를 받은 분들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불어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돈이다. 여수에서 돈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었는데, 통영에 비교하면 게임이 안됐다. 바다에서 나오는 해산물이 엄청났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풍족했다. 일제강점기 때 야마하 같은 악기점이 통영에 있었다. 야마하 피아노 악기점은 전국에서 서울하고 통영에만 있었다고 한다. 자연환경, 통제영 12공방 전통, 항구를 통한 근대 신문물의 세례, 재력이 합쳐진 결과라고 본다. 미술시장이 굉장히 어렵지만 통영에서는 요즘에도 그림이 팔린다. 통영에서는 새로 집을 이사갈 때는 그림을 사서 꾸미는 풍습이 있다. 전혁림 선생 그림이나 아는 화가의 그림 2000~3000만원 짜리 하나 사서 걸어두는 것이다.” ―화가 이중섭의 통영생활은 어떠했나. “이중섭 선생은 통영에서 굉장히 행복했다. 통영에서 ‘흰소’와 ‘달과 까마귀’와 같은 대표적인 중요한 작품을 그렸다. 통영의 다방에서 4인 단체전 한번, 개인전 한번 전시회를 했는데 그림이 다 팔리고, 수금도 다 됐다. 통영은 6.25전쟁 피해를 받지 않은 도시라 살림살이가 괜찮았다. 그림도 팔리고 돈이 생기니까 일본에 있는 부인과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가 부인에게 쓴 편지에 보면 ‘여보,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밤 10시까지 그린다. 술도 마시지 않고 하루종일 그리다보니 그림이 산더미처럼 쌓여간다’는 구절이 있다. 가장 열정적으로 그린 시기였다. 2016년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를 갔더니 그림을 작가가 머물렀던 장소에 따라 분류해서 원산관, 부산관, 서귀포관, 통영관이란 이름으로 전시실을 꾸몄더라. 그런데 이중섭의 전체 작품 중 80%가 통영에서 그린 그림이었다. 특히 유화는 통영이 절대적이었다. 왜냐하면 서귀포나 부산에서는 너무 생활고를 겪었기 때문에 유화 물감이나 그림 도구를 구하지 못해 작은 종이에 스케치한 것들이 많다. 이중섭 선생은 통영에서 청마 선생과도 교류했고, 김춘수 선생도 이중섭에 대한 연작시가 있다. 통영의 문인들과 많은 교감이 있었던 것 같다.” ―통영 이후의 이중섭의 생활은 어땠나. “통영에서 2차례 전시회에서 그림을 다 팔고 돈까지 정산받았던 이중섭 선생은 자신감을 얻어 진주, 대구를 거쳐서 서울로 올라가면서 개인전을 했다. 런데 그림은 대부분 팔렸지만 실제로 수금이 안됐다. 서울에서는 일본 유학시절부터 절친했던 김환기 선생이 집도 없이 가난하게 살고 있는 이중섭 선생을 위해 발벗고 나서서 수금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런데도 수금률이 5% 정도 밖에 안됐다고 한다. 그래서 절망했다. 통영에서 그린 소는 힘이 넘쳤다. 이중섭을 대표하는 소다. 그런데 서울에서 그린 소는 병색이 짙은 잿빛 소다. 소는 이중섭의 자화상이었다. 소를 따라가다 보면 이중섭 선생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통영의 자연이 예술에 미치는 영향은. “통영은 시인과 화가의 도시다. 잔잔한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 에머랄드빛 바다와 항구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시가 써지고, 그림이 그려진다. 그런데 선이 굵은 대하소설이나 교향곡 같은 서사적 장르는 잘 나오지 않는다. 박경리 선생도 통영에만 계속 살았다면 ‘김약국의 딸들’ 같은 작품에 멈췄을 것이다. 그런데 박경리 선생은 쫓기듯 고향을 떠나 태백산맥 자락의 원주에 정착했다. 박 선생은 이후 수많은 작품에서 통영을 그렸지만, 50년간 한번도 통영을 찾지 않았다. 통영은 그에게 애증의 도시였다. 고향을 떠난 것은 가혹한 운명이었지만, 오히려 박 선생이 대하소설 ‘토지’를 쓸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이병주의 ‘지리산’, 조정래의 ‘태백산맥’, 박경리의 ‘토지’ 등 국내 대하소설이 대부분 태백산맥에서 살면서 쓴 소설이다. 통영에서는 중단편적인 소재만 있지, 대형서사가 나오기 힘들다. 대형 서사를 쓰려면 태백산맥으로 가야 한다. 윤이상 선생도 통영에서는 교가나 동요, 가곡 정도만 썼다. 독일 유학 후에 본격적인 대형서사를 갖춘 교향곡이 나온다. 통영은 서정의 고향이다. 시와 그림은 그냥 있어도 저절로 튀어나온다.”● 서울에서 즐기는 ‘통영의 맛’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통영 바다풍경’은 서울에서 통영 음식의 진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박병기(70)·이복자(69) 부부가 운영하는 이 식당에서는 요즘 봄내음 가득한 도다리쑥국이 제철이다. 매일 새벽 통영에서 직송돼 올라오는 싱싱한 해산물로 정통 통영식 밥상을 차려낸다. 이 가게에서는 물메기탕, 멍게비빔밥 같은 통영 계절음식과 나물비빔밥, 멸치쌈밥, 충무김밥, 방아전 같은 통영의 바다향 물씬나는 음식이 가득하다. KBS TV ‘김영철의 동네한바퀴’에서도 ‘서울 속의 통영’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소개되기도 했다.부부는 통영 중앙시장에 있는 작은 건물에서 식당을 하며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지난 2018년에 강석주 시장으로부터 ‘통영시 관광홍보 대사’ 위촉을 받기도 한 박병기 대표는 현재 재경통영시향우회 간사와 재경경남도민회 이사로 봉사하고 있다. 박 대표는 통영을 알리는 ‘홍보대사’로 평생을 살아왔다.“통영의 홍보대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서울 속 통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진짜 통영의 맛 홍보대사가 되기 위해 매일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해초가 사람의 몸에 좋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됐지만, 통영의 해초가 얼마나 특별한가도 과학적으로 공부하고 있어요.”그는 “통영의 해초는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특별한 풍미를 지녔다”며 “도서관에서 연구한 결과 적당한 염분의 바닷속에서 침잠을 반복하며 자라는 해초에 더 많은 영양과 맛이 있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경남 통영의 미륵산 정상에 올라서면 한려수도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햇살이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 윤슬!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불어오는 포근한 바람에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아니 나폴리보다 훨씬 멋진 통영항. 아침 해장국 손님들로 분주한 서호시장에는 식당마다 ‘도다리쑥국 개시’라는 글씨가 나붙었다. 해풍을 맞고 자란 어린 해쑥이 나올 즈음 도다리도 겨우내 영양분을 축적하고 포동포동 살이 올라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둘을 함께 넣고 끓인 도다리쑥국은 담백한 맛과 향이 입안 가득히 봄을 선사한다. 통영의 봄 미각(味覺) 여행엔 멍게비빔밥도 빼놓을 수 없다. 싱그럽게 톡톡 터지는 꽃멍게만큼 바다의 향을 감미롭게 표현하는 해산물은 세상에 없을 것 같다.》 ○ 이중섭의 ‘흰소’와 청마의 ‘편지’ 통영항의 등대는 끝이 뾰족한 연필 모양이다. 수많은 문필가들이 활동한 도시를 상징하는 모양의 등대다. 대하소설 ‘토지’의 소설가 박경리를 비롯해 시인 유치환 김춘수 백석, 극작가 유치진, 화가 이중섭과 전혁림 등 수많은 소설가, 시인, 음악가, 화가들이 통영에서 태어나고 활동했다. 또한 나전칠기, 옻칠, 갓, 부채, 누비, 통영오광대놀이 등 가장 많은 무형문화재를 보유한 도시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통영 기행은 골목골목을 걸어야 제맛이다. 걷다 보면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니라’고 노래했던 시인 유치환이 편지를 5000여 통이나 보냈던 청마우체국이 나타나고, 박경리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 나오는 서문고개를 넘기도 한다. 또한 윤이상기념관에서는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며 베를린에 살았던 작곡가가 타고 다녔던 벤츠 자동차도 만난다. 강구항의 쪽빛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동피랑 언덕에는 그리스 산토리니를 방불케 하는 감성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작가들이 2년마다 한 번씩 새롭게 그려 넣는 벽화는 바다의 풍경과 어우러져 여행객들의 카메라 셔터를 쉬지 않게 만든다. 바닷가 작은 도시인 통영에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예술가가 태어날 수 있었을까. 그 실마리는 통영의 가장 중심부에 있는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 12공방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경상, 전라, 충청의 해군을 총지휘하는 삼도수군통제영이 자리 잡았던 통영은 조선시대 500여 척의 전함과 수군 3만 명 이상이 주둔한 최고의 군사도시였다. 이순신 장군이 군수품을 조달하는 ‘12공방’을 만들면서 8도에서 가장 뛰어난 장인들이 모여들었다. 무기뿐 아니라 옷, 모자, 가구, 부채 등을 직접 생산했고, 화폐를 발행하는 주전소까지 있었다. 나전칠기와 통영갓 등의 공예품은 임금님께도 진상되면서 조선의 명품으로 등극했다. 통제영을 방문하면 ‘세병관’ ‘운주당’과 함께 ‘12공방’과 공예품을 전시하는 매장을 볼 수 있다. “이순신은 덕장이면서 예술가다. 임진왜란 당시 통영은 한촌(閑村)이었다. 해군본부(우수영)가 들어서면서 8도의 기술자(예술가)들이 모였다. 통영은 기후, 먹거리, 풍광이 아름다워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눌러앉아 소목장, 입자장, 선지장, 주석장이 되었다. 이들이 통영 예술의 토양이었다.”(박경리 ‘토지’ 완간 10주년 특별 대담) 통제영은 300년간 지속된 후 1895년 폐영됐지만 많은 통영 사람들이 나전칠기, 소목, 화공 등 12공방의 일을 계속 가업으로 이어오면서 그들의 몸속에는 예술적 유전자가 형성됐다. 음악가 윤이상의 아버지도 유명한 소목장이었다. 화가 이중섭도 1952년 통영 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에서 학생들에게 데생을 가르치는 강사로 취직하면서 통영과 인연을 맺었다. 부산에서 부두노동자로 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이중섭은 1952년 통영 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 주임강사로 있던 유강렬(훗날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장)의 도움으로 통영에 왔다. 이중섭은 이곳에서 약 2년간 머무르며 ‘흰소’ ‘황소’ 등 자신의 대표작을 그렸다. 통영 시절 이중섭은 전혁림 유강렬 등과 함께 호심다방과 성림다방에서 단체전과 개인전을 3차례 열어 작품을 팔았다. 통영 시절에 그린 그의 소 그림은 가장 힘이 넘친다. 현재 이중섭이 머물렀던 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 건물은 비어 있는데, 통영시에서 매입해 기념관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중도 시인(윤이상기념관 팀장)은 “통영에서 가장 행복했던 이중섭은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작업에 열중해 그가 머물렀던 도시 중 가장 많은 작품을 남겼다”며 “통영은 바다만 보고 있어도 시가 써지고, 그림이 그려지는 마법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매화 동백 절정, 바다에도 붉은 꽃이 통영대교 너머에 있는 미륵도는 수려한 산세와 숲, 바다가 어우러진 비대면 여행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산양일주도로를 드라이브하거나 삼칭이해안길과 미래사 편백숲길을 걷는 사람도 많다. 달아공원 전망대에서 보는, 섬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도 장관이다. ‘삼칭이해안길’은 통영 마리나리조트에서 영운리까지 이어지는 4km의 해변길이다. 해안침식을 막기 위해 쌓은 제방에서 바라보는 푸른 청보석 바다의 경치가 그만이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라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에 좋다. 이곳을 걷다가 양식 꽃멍게를 수확하는 작업장을 만났다. 푸른 바닷물 속에서 줄줄이 매달려 올라오는 멍게는 그야말로 붉은 꽃이었다. 미래사 편백숲길은 100년 가까이 되는 편백나무 숲이 5만 평이나 펼쳐져 있다. 편백나무는 다른 침엽수보다 세 배 이상의 피톤치드를 뿜어내 암 환자에게도 좋다고 한다. 숲길을 걷다 보면 하늘을 찌를 듯이 빽빽한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통영의 가로수는 동백이다. 도로 양쪽에 동백과 흰매화, 홍매화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동백은 이순신 장군을 모신 사당인 충렬사에서 만났다. 고즈넉한 사당 앞마당에 동백꽃은 나뭇가지에도, 나무 밑에도 뚝뚝 떨어져 붉게 피어 있었다. 충렬사 돌계단은 시인 백석이 사랑했던 통영의 한 소녀를 생각하며 울듯울듯한 마음으로 ‘녯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아서’라는 시를 썼던 곳이다. 통영은 10여년 전 ‘동피랑 벽화마을’이 조성된 후부터 젊은 예술가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로컬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통영의 바다 색채를 가장 잘 표현한 화가인 전혁림 화백의 그림을 볼 수 있는 봉수골 ‘전혁림미술관’ 근처가 대표적이다. 미술관 바로 앞에 있는 ‘봄날의 책방’은 너무 예뻐 하루 종일 머무르고 싶은 서점이다. 2010년부터 통영에 내려가 로컬 콘텐츠를 책으로 만들어내는 ‘남해의 봄날’ 출판사 정은영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골목길 옆에는 2016년부터 통영에 내려와 살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이 운영하는 문화공간 카페 ‘내성적싸롱호심’도 있다. 통제영 근처의 ‘삼문당 커피컴퍼니’는 아버지가 50년 동안 운영하던 표구점을 아들이 새롭게 인테리어해서 만든 카페. 한 달에 한 번씩 지역 예술인들이 모여 인디밴드 공연과 인문학 강연, 남해안 별신굿 배우기 등이 펼쳐지는 이곳은 통영 로컬 힙스터들의 아지트다. 삼문당커피 윤덕현 대표(45)는 “박경리, 윤이상, 김춘수가 활동하던 시절처럼 젊은 예술가들이 다시 돌아오는 통영을 꿈꾼다”고 말했다.글·사진 통영=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가볼 만한 곳 26일∼다음 달 4일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에서는 바이올린의 여제 정경화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연주에 나선다. 퓨전 국악팝 ‘범 내려온다’로 화제를 일으킨 이날치밴드도 무대에 선다. ●맛집 통영의 싱싱한 제철 해산물을 먹기 위해서는 ‘통영 다찌집’을 찾아야 한다. 술을 시키면 안주는 멍게, 해삼, 생선회, 생선구이, 굴전 등 주인이 주는 대로 먹는다. 그날그날 시장에 나온 식재료에 따라 메뉴가 바뀌고 계절마다 제철 음식이 나온다. 통영 다찌는 ‘대추나무’, 도다리 쑥국은 서호시장의 ‘분소식당’, 멍게비빔밥은 중앙시장 앞 ‘동광식당’.}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성당도, 미술관도, 광장도 아닌 서점이다. 1894년 유행하던 아르누보 양식으로 지어진 ‘렐루서점’이다. 작가 J K 롤링은 1991년 영어학원 교사로 포르투에 왔을 때 틈이 나면 들렀다고 한다. 서점의 붉은색 구불구불한 계단은 영화 해리포터에서 마법학교 호그와트의 ‘움직이는 계단’ 모티브가 돼 유명해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로 꼽히면서 5유로의 입장료도 받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전북 부안의 곰소만에 있는 곰소염전은 단맛이 나는 소금으로 유명하다. 5월에 청정 자연인 변산반도 국립공원에서 곰소 쪽으로 날아오는 송홧가루가 염전에 내려앉을 때 만들어지는 송화소금은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곰소염전에 거울처럼 비친 노을의 고즈넉한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슬지제빵소’는 요즘 부안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지역에서 나는 팥으로 만든 찐빵과 소금커피가 입소문이 났다. 부안읍내에서 20년 넘게 찐빵가게를 해온 아버지 김갑철 씨와 딸 슬지 씨가 함께 운영하는 제빵소다. 김슬지 대표(37)의 아버지가 부안읍내에 ‘슬지네찐빵’을 연 것은 2000년이었다. 공기업에서 일하다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사태를 겪으며 회사를 퇴직한 김 씨는 퇴직금으로 대규모 양계장 사업을 하다가 망했다. 이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부안읍내에서 5평짜리 찐빵가게를 열었다. 아버지는 딸의 이름을 간판에 내걸었다. ‘슬지’는 슬기롭고 지혜롭게 크라는 뜻에서 지어준 이름이다. 김 대표는 “자식의 이름을 걸고 정직하게 장사하겠다는 뜻에서 가게 이름을 정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처음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수입 밀과 수입 팥을 썼다. 그런데 점차 국산 밀과 팥 등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찐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2004년쯤 부안에 핵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지역 주민들이 일제히 반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가 먹거리도 건강하고 안전한 것으로 만들 수 없을까 고민했다고 해요.” 국산 농산물은 수입에 비해 재료비가 2~3배 비쌌다. 또한 기술적인 문제도 안고 있었다. 국산 밀은 수입 밀보다 글루텐이 부족해 모양을 만들거나 부드러운 식감을 내기 어려웠던 것이다. 아버지는 화학첨가물 대신 2007년 발효종과 발효액, 누룩 등을 사용하는 제조 방법을 개발했다. 이듬해엔 또 다른 핵심 재료인 팥도 국산화했다. 팥 앙금을 만들 때 부안의 특산물인 뽕잎을 삶은 물로 잡내를 없앴다. 김 대표는 가난한 집안 형편에 고교 졸업 후 바로 서울로 올라가 주얼리숍 등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25세가 돼서야 금속공예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2013년 무렵 가게를 함께 꾸리던 어머니가 갑상샘암에 걸려 큰 수술을 하자 김 대표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결국 눌러앉은 그는 2015년 농업기술원의 농식품 가공 아이디어 경연대회에서 ‘참뽕을 이용한 팥 가공 제품’으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때 받은 상금 1억 원을 종잣돈으로 곰소염전 앞에 팥 가공을 위한 반자동화 기기 시설을 갖춘 슬지제빵소 공사를 시작했다. 돈이 마련되면 공사를 진행하고, 또 멈추기를 반복하면서 2017년에 제빵소 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우선 20, 30대를 타깃으로 한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아버지가 만들던 전통 찐빵만으로는 젊은 세대의 입맛을 맞출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새롭게 선보인 생크림 찐빵, 크림치즈 찐빵, 오색 찐빵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입소문이 나면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슬지제빵소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팥앙금은 전국의 호텔, 제과점을 비롯해 여름철 팥빙수를 파는 카페 등에 대량으로 납품된다. 2017년 오픈 당시 슬지제빵소의 매출액은 3억3000만 원. 지난해에는 15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김 대표는 바쁜 일과 속에서도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그가 지켜온 가장 큰 원칙은 ‘모든 재료를 지역에서 공수한다’는 로컬 푸드 전략이다. 지난해 슬지제빵소에서 사용한 국산 팥은 20t이 넘는다. 가격 변동이 심한 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인근 농민들로 팥 생산자단체를 조직해 계약 재배를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빵가게에서 곰소염전의 발효소금을 팔고, 곰소염전 창고에서 쓰던 나무를 가져와 카페 카운터 인테리어를 하기도 했다. 슬지제빵소의 명물인 ‘곰소 소금커피’는 아이스라테 커피에 흑당과 발효소금 시럽을 섞어 ‘단짠단짠’한 맛이 일품이다. 김 대표는 “우리가 형편이 어려울 때 지역 주민들이 아버지의 찐빵 집을 찾아주셔서 다시 일어났듯이 지역 주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으로 상생의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농촌융복합산업인으로 선정됐다. 그는 “2대를 넘어 100년 가업(家業)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역에 뿌리를 박고 조심스럽게, 천천히, 원칙을 지키며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부안=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봄은/출발선이 없다는 것을/아는 꽃이 있다/발이 얼어붙어/떨어지지 않는다고/다들 호들갑 떨 때/봄내음보다 먼저/달려 나오는 꽃’(강민숙 ‘변산바람꽃’) 봄은 전북 부안 변산반도에서 시작됐다. 새해 첫 출항을 알리는 ‘위도 띠뱃놀이’의 띠배가 힘차게 돛을 올렸고, ‘변산바람꽃’은 한겨울 찬바람 속에서 꽃을 피워냈다. ●봄을 알리는 야생화, 변산바람꽃서해바다의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던 날이었다. 변산반도 내변산의 깊은 숲 속에 들어갔는데도 바람은 그치지 않았다. 문화관광해설사를 따라 걷다보니 나뭇가지와 낙엽만 앙상한 어두운 숲에서 갑자기 찬란한 조명을 밝힌 듯 야생화 몇 송이가 환하게 빛난다. 봄보다 먼저 피어난 작은 생명. 찬 바람에 흔들려서 금방이라도 꺾일 듯하다.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된 변산바람꽃은 엄동설한인 2월 초부터 피어나 복수초, 노루귀와 함께 봄을 부르는 야생화 3총사다. 특히 가장 먼저 피어나는 변산바람꽃은 한겨울 야생화를 찍은 사람들이 찾아 헤매는 꽃이다. 3~4cm의 키에 하얀색 꽃받침엔 은은한 핑크색이 감돌고, 노란색 암술을 둘러싸고 있는 수술 끝은 보라색으로 우물가의 새악시처럼 청초하다. 수줍게 고개 숙인 얼굴 한번 보고 싶어 축축히 젖은 땅에 배를 깔고 누웠다. 떨림을 최소화하려고 숨을 참고 있는데, 카메라 렌즈 안에서 확대된 꽃이 바람에 더욱 흔들린다. 아직 잔설이 남은 엄동설한인 2월 초부터 피어나는 이 꽃은 여수 돌산 향일암 부근, 무등산에서도 피어나지만 이름은 어디서나 변산바람꽃이다. 동백과 매화, 산수유 나무도 이른 봄에 꽃이 피지만, 엄동설한에 땅을 뚫고 나오는 키 작은 야생화는 더욱 애처롭다. 어둡고 힘겨운 시대, 어김없이 피어난 새하얀 꽃잎에서 희망을 얻는다. 대견하고 고맙다. ‘급하기도 하셔라/누가 그리 재촉했나요/반겨줄 임도 없고/차가운 눈, 비, 바람 저리 거세거늘/행여/그 고운 자태 상하시면 어쩌시려고요/살가운 봄바람은, 아직/저만큼 비켜서서 눈치만 보고 있는데/어쩌자고 이리 불쑥 오셨는지요’ (이승철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은 변산반도국립공원의 ‘깃대종’이다. 깃대종은 특정 지역의 생태, 지리,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야생생물로 그 지역의 생태계를 회복하는 개척자라는 이미지를 깃발의 이미지로 형상화한 용어다. 현재 남아있는 변산바람꽃의 주요 서식지는 탐방로에서 멀리 떨어진 계곡 주변 구역이라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대신 변산국립공원사무소는 2011년부터 탐방객들이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내변산 탐방로 주변에 인공적으로 꽃씨를 뿌려 키운 변산바람꽃 대체서식지(약 300㎡ 크기)를 조성해 개방하고 있다. 2월5일부터 3월 15일까지 개방하며 탐방객은 변산반도국립공원 내변산 분소를 방문해 신청 후 출입이 가능하다. ●새 봄 첫 출항, 위도 띠뱃놀이전북 부안 격포항에서 14.5km 떨어져 있는 위도. 낚시꾼들에게는 소문난 낚시 포인트이고 8월에는 흰색 상사화가 피어나 ‘위도 상사화 달빛걷기 축제’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섬이다. 설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4일. 부안군 위도면 대리마을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82-3호 ‘위도 띠뱃놀이’ 행사가 열렸다. 해마다 정월 초사흗날에 열리는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풍어제 중 하나다. 새해 첫 출항, 새 봄을 준비하는 행사에 예년에는 수많은 외부 손님으로 떠들썩했을 풍어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최소한의 지역민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그러나 섬 주민들의 마음만은 어느 해보다도 간절했다. 위도는 칠산앞바다의 조기잡이 황금어장으로 손꼽히던 곳이다. 1963년까지 위도는 전남 영광군 소속이었다. 위도 앞바다에서 잡힌 조기가 영광 법성포에서 해풍에 말리면 임금님께 진상되던 영광굴비로 전국적인 명성을 날렸다. 조기잡이 철이 되면 전국에서 5000여 척의 어선과 1만 명 이상의 뱃사람들이 몰려드는 파시(波市)가 형성돼 섬 전체가 흥청거릴 정도로 잘 사는 섬이었다. 위도의 가장 큰 항구인 ‘파장금(波長金)항’은 ‘파도가 높아지면 금이 쏟아진다’는 뜻에서 유래된 말이라 한다. 항구의 뒷골목엔 아직도 쓰러져가는 건물 앞에는 화강암 돌에 ‘인천관’이라고 간판이 여전히 남아 있어 놓여져 있어 뱃사람들로 들썩였던 위도의 황금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격포항에서 위도로 가는 뱃길은 험하기로 소문난 바닷길이다. 위도 가까운 곳에 있는 임수도 부근 해상은 세가지 조류가 합쳐지는 곳. 심청전의 ‘인당수’가 이곳이라는 전설도 있고, 1993년 서해훼리호 사건 때는 292명의 승객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래서 위도 사람들은 매년 정월 초사흗날에 띠뱃놀이를 수백년간 한해도 빼먹지 않고 해왔다. 새 봄 첫 출항을 앞두고 허수아비 선원과 떡, 과일이 실린 띠배에 묵은 재액(災厄)을 띄워 멀리 보내고 만선을 기원하는 뜻이다. 이날 아침 위도 대리마을 주민들은 각자 배의 이름이 적힌 깃발을 들고 마을 뒷산 원당에 모였다. 산에 오르지 않은 남자들은 바닷가에서 ‘띠배’를 만들었다. ‘띠풀(茅草)’은 물기가 잘 스며들지 않아 옛 사람들의 비옷이었던 ‘도롱이’를 만들던 풀. 띠풀로 새끼를 꼬아 배를 만들면 먼 바다까지도 홀로 떠갈 수 있다고 믿었다. 아침부터 계속된 원당굿과 용왕제를 마친 후 항구에 밀물이 가득차자 농악대의 풍물소리에 맞춰 허수아비 선원과 과일, 떡이 실린 띠배를 띄우기 시작했다. “미끄런 조기야 코코에 걸려라/에이야 술배야~/껄끄런 박대야 코코에 걸려라/에이야 술배야~/나오신다 나오신다/에이야 술배야~ 술배로구나!” 주민들은 용왕밥(고수레용 허드레밥)을 선창가 바닷에 뿌리며 흥겹게 춤을 추며 올해도 고기를 많이 잡고, 마을사람 모두 안녕하기를 빌었다. 띠배가 오색기를 단 어선에 끌려 항구를 벗어나 한 20분 나아갔을까. 모선과 연결된 줄을 끊자, 작은 띠배는 썰물 조류를 타고 먼 바다로 떠내려갔다. 길이가 불과 1미터 남짓한 띠배는 파도가 잔잔하면 황해바다 한가운데까지 떠내려 간다고 한다. 마을주민들은 “지난해 온 세상을 괴롭혀 온 코로나 액운도 저 띠배에 실려 멀리멀리 떠내려가면 좋겠다”고 간절한 소망을 빌었다. ●영화와 문학, 그리고 소금커피부안은 천혜의 땅이다. 바다로 툭 튀어나간 해발 509m의 변산은 깊은 산세와 함께 바다를 품어 임산물, 수산물, 농산물이 모두 풍족하다. 변산반도는 또한 영화감독 이준익(62)이 사랑하는 무대다. 그는 ‘왕의 남자’(2005), ‘구름을 버서난 달처럼’(2010), ‘사도’(2014), ‘변산’(2018)까지 4편을 부안에서 찍었다. 영화 ‘변산’에서 주인공인 래퍼 심뻑(박정민)은 고교시절 변산 앞바다의 노을을 바라보며 이런 시를 쓴다. “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 밖에 없네.” 그러나 부안은 원래 가난한 동네가 아니었다. 폐항된 줄포항은 일제강점기 목포나 군산보다 먼저 개항했고, 조기가 많이 잡히는 칠산어장을 끼고 있으니 번영했던 항구였다. 인근 김제, 만경평야의 쌀을 수탈해서 일본으로 가져가는 창구역할도 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토사가 쌓이면서 차츰 항구의 기능을 잃었다. 항구는 인근 곰소항으로 옮겨가고 1990년대에 줄포는 완전히 폐항됐다. 북적대던 항구는 현재 줄포생태공원으로 변해 있다. 영화 ‘놈놈놈’,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곰소만에서 들어가는 변산 우반동 골짜기는 조선시대 인문학의 산실이다. 허균은 우반동 정사암에서 최초의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을 썼다. 허균이 꿈꾸던 신분타파의 이상향 율도국의 모델은 바로 변산 앞바다에 있는 섬 ‘위도’였다. 실학자인 반계 유형원(1622~1673)도 이곳에서 ‘반계수록’을 완성했다. ‘이화우 흩날릴제’로 유명한 조선시대 여류시인 매창(1573~1610)과 일제강점기 때 ‘그 먼나라를 아십니까’하고 외쳤던 신석정 시인(1907-1974)의 문학의 고향이기도 하다. 반계서당과 우물, 묘터를 볼 수 있는 ‘반계 유형원 선생 유적지’, 매창의 무덤과 시비가 있는 ‘매창공원’, 신석정의 집필실이 보존돼 있는 ‘신석정 문학관’은 부안 인문학 여행 코스다. 부안은 고려시대 청자의 산지로 유명했다. 변산에서 자라는 질좋은 목재 소나무, 최고급 품질의 고령토, 숙련된 청자 도공과 줄포항에서 개경까지 청자를 해상으로 운송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 때문이다. 전남 강진군, 해남군과 함께 부안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고려청자 도요지’를 등재하기 위해 함께 노력 중이다. 상감청자를 최초로 대량생산했던 부안의 고려청자 기술은 2011년 개관한 부안군 보안면 ‘부안청자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상감(象嵌)’는 반 건조된 그릇 표면에 무늬를 음각한 후, 그 안을 백토나 흑토로 메우고 초벌구이로 구워 낸 다음, 청자 유약을 발라 재벌구이를 하는 제작기법이다. 중국에서는 도자기 표면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반면에 흙표면에 음각으로 그림을 그려넣는 고려만의 독창적인 청자제작 방식이었다. 부안에서는 ‘상감청자’를 최초이자 대량생산해 고려청자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가마터가 다수 출토됐다. 특히 사적 제69호로 지정된 부안군 보안면 유천리 고려청자 요지에서는 약 100㎝ 높이의 대형 상감파룡문초벌매병편이 출토됐다. 왕실에서만 사용되는 용문양이 상감기법으로 새겨진 매병의 조각으로, 이 곳이 일반수준의 평범한 자기생산지가 아님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고려중기 부안의 상감청자는 줄포만을 출발해 바닷길을 통해(조운제도) 수도 개경과 강화도로 유통됐다. 고려 황궁인 개성 만월대, 강화도에 소재하고 있는 고려 왕과 왕비의 능에서 부안의 상감청자가 많이 출토되고 있다. ●가볼만한 곳=변산반도 채석강의 해식동굴은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인스타그램 명소다. 퇴적암층이 수만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한 절벽에 바닷물이 침식해 만든 동굴로, 안쪽에서 역광으로 촬영하면 각도에 따라 동굴이 유니콘 모양, 한반도 모양으로 찍힌다.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커플이 찍으면 최고의 장면이 나온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아 길게 줄을 선다. 밀물 때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물때표를 잘 보고 찾아가야 한다. ●맛집=곰소염전 앞에 있는 ‘슬지 제빵소’는 소금커피로 유명하다. 부안에서 찐빵으로 유명했던 아버지 김갑철 씨와 함께 딸 슬지 씨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춘 다양한 찐빵을 맛볼 수 있다. 또한 곰소염전의 특산품인 발효소금과 흑당이 어우러진 ‘단짠단짠’한 맛이 일품인 소금커피도 대표 메뉴다. 카페 2층에서 바라보는 곰소염전의 풍경이 고즈넉하다. QR코드를 스캔하면 부안 변산반도의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글·사진 부안=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종합 홈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이 초고가 욕실 시장을 겨냥한 프리미엄 욕실 브랜드 ‘바스바흐(BATHBACH)’를 론칭했다. 한샘은 가장 개인적인 공간인 ‘욕실’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기능적인 역할을 넘어 부엌, 거실처럼 인테리어 스타일링을 하는 공간으로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프리미엄 욕실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였다. ‘바스바흐’는 한샘이 2006년 출시한 부엌가구 브랜드 ‘키친바흐(KITCHENBACH)’에 이은 두 번째 프리미엄 브랜드다. 프리미엄 부엌에 대한 노하우를 욕실 공간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한샘은 국내외에서 엄선한 고급 자재와 한샘의 차별화된 3차원(3D) 상담설계 서비스를 바탕으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욕실 공간을 제안한다는 전략이다. 먼저 ‘바스바흐’는 대형 이탈리아 수입 타일 등을 적용한 욕실 공간을 선보인다. 기존 한샘 욕실 대비 시공이 까다롭지만 더욱 다양한 디자인의 타일로 고급스러운 욕실을 구현하고 수전, 도기, 수납장도 프리미엄 제품을 적용했다. 수전과 도기는 미국 콜러사, 이탈리아 스카라베오사 등의 제품을, 수납장의 힌지 등 하드웨어는 오스트리아 블룸사 제품 등을 제안한다.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다양한 욕실 공간도 구현한다. ‘샤워부스형’ ‘홈스파형’과 전실을 활용한 ‘파우더룸형’ 등 대형 주택과 아파트에 맞는 공간을 제안한다. 매장에서는 3D 설계 프로그램을 활용한 맞춤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바스바흐’ 브랜드 론칭과 함께 첫 번째 신제품으로는 ‘바흐 5 프리모 화이트’를 출시했다. 신제품 ‘프리모 화이트’는 최근 부엌, 거실에서 최신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고전적 인테리어에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뉴클래식’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적용했다. 리얼 마블 패턴 타일과 함께 도장 도어를 활용한 수납장, 골드로즈 컬러의 수전 등으로 밝고 세련된 공간을 연출한다. ‘바흐 5 프리모 화이트’는 한샘디자인파크 목동점을 시작으로 전국 한샘디자인파크, 한샘리하우스, 한샘키친&바스 등으로 전시를 확대할 계획이다. 평형과 옵션에 따라 1000만∼300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한샘 건재상품부 장우순 이사는 “욕실은 가정에서 가장 사적인 공간으로 최근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힐링의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스타일링하는 공간으로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샘 ‘바스바흐’ 출시로 차별화된 욕실 공간뿐만 아니라 욕실 부엌 거실 침실 등을 합친 전체 공간에서 프리미엄 리하우스 스타일 패키지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농심 짜파게티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최고의 인기 라면으로 등극했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게시물 수가 가장 많은 라면 브랜드는 짜파게티인 것으로 나타났다. 짜파게티의 해시태그 게시물 수는 22만1000개를 웃도는데 이는 불닭볶음면(19만6000개)과 신라면(14만7000개), 진라면(7만 개) 등 라면시장 대표 브랜드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지난해 새로 등록된 짜파게티 해시태그 게시물은 약 5만 개에 달한다. 전체 22만1000여 개 중 약 4분의 1이 지난해 새로 올라온 것이다. 2020년 유난히 뜨거웠던 짜파게티 인기의 시작점은 2월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이었다. 이에 연초부터 온라인에서는 ‘짜파구리’ 인증 열풍이 불었고, 일부 유통점에서는 짜파게티가 품절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집에서 요리해 먹는 ‘홈쿡’ 트렌드가 생겨나며,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리는 짜파게티의 인기가 연중 계속 이어지게 됐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짜파게티는 지난해에만 약 3억4000만 개가 판매됐다. 또한 짜파게티는 지난해 2190억 원의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라면 시장에서 세 번째로 2000억 원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