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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한 달 생활비 절반을 보태주신 격이죠. 감사할 뿐입니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고려대 3학년 서모 씨(25)는 ‘KU PRIDE CLUB(고려대 프라이드 클럽)’ 장학생이다. 두 달 전 학교 홈페이지에서 본 모집공고는 가뭄의 단비처럼 다가왔다. 한 달 생활비 40만 원으로는 학교 식당에서 밥 먹고 공부하며 휴대전화 요금까지 내기에는 벅찼다. 내년 나머지 두 과목만 합격하면 꿈꾸던 회계사가 되는데 ‘막판 스퍼트’를 할 여력이 달렸다. 그런 서 씨에게 꼭 필요한 장학금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집안이 기울었다. 최근까지 부모님은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군에 가기 전에는 인형탈 쓰기나 택배 아르바이트도 했다. 이제 장학생이 된 서 씨는 다음 달부터 한 달에 20만 원을 지원받는다. 서 씨는 “많지는 않지만 목표에 한 발짝 다가가기에는 충분하다. 사회에서 자리를 잡으면 큰돈이 아니더라도 후배들을 꼭 돕겠다”며 웃었다. 고려대 프라이드클럽은 소액 정기 기부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고려대가 2015년 5월 시작했다. 작은 돈이라도 꾸준히 내면 필요한 학생을 도울 수 있다는 뜻이었다. 월 1만 원씩 기부하는 회원이 약 3500명이다. 대부분 교직원과 졸업한 동문들이지만 학교 주변 소상공인이나 일반 시민도 동참했다. 누적 기부금이 33억 원을 넘었다. 올 1학기까지는 형편이 되지 않아 교환학생으로 가지 못하는 학생에게 1000만 원을 지원하는 교환학생 장학금으로 주로 썼다. 2학기부터는 월 20만 원씩 6개월간 지급하는 ‘생활비 장학금’을 도입했다. 학생 450여 명이 혜택을 받았다. 내년부터는 성적 제한을 없애고 인원도 약 550명으로 늘린다. 학교의 취지에 공감한 동문 유명인사들도 기부 행렬에 함께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평생회원으로 가입했고, 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도 기부금을 내고 있다. 고려대 73학번인 박모 씨(64)는 파산한 뒤에도 자신의 연금 계좌에서 매달 1만 원을 보내고 있다. 고려대는 21일 오후 6시 반 학교 인촌기념관 대강당에서 이들 기부자와 장학생이 서로 처음 만나는 ‘감사의 밤’ 행사를 열었다. 유병현 고려대 기금기획본부장은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불편한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염재호 고려대 총장, 이학수 교우회장, 기부자와 장학생 등 350여 명이 참석했다. 장학증서를 받은 생활비 장학생 1기 대표 2명이 ‘나눔에 동참하겠다는 약속으로 보답하겠다’는 서약이 담긴 현판을 염 총장 등에게 전달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장학생 공동 대표 정모 씨(21·영어영문과)는 “수천 명의 마음이 모인 장학금을 받게 돼 더 벅차다”고 말했다. 염 총장은 “방학마다 편의점이나 공사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학생들 사연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학생들이 언젠가 다른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모 재벌 기업 회장의 아들 A 씨가 변호사들과의 술자리에서 난동을 피우고 일부 동석자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A 씨는 과거 폭행으로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20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A 씨는 9월 말 서울 종로구의 한 술집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20대 여성 변호사 B 씨의 동료 10여 명과 만났다. B 씨는 국내 유명 로펌 소속이며 술자리의 동료들도 B 씨와 같은 로펌에 근무하는 젊은 변호사들로 알려졌다. A 씨는 몇 시간가량 술을 마신 뒤 변호사들에게 “똑바로 앉아라” “너희 부모님은 뭐 하냐”는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고 한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일부 변호사는 자리를 떴다. A 씨는 한 남성 변호사의 뺨을 때렸고 또 다른 여성 변호사의 머리채를 잡고 흔든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나중에 술이 깬 뒤 변호사들에게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수년 전 한 호텔 직원을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또 올 초 술에 취해 종업원을 때리고 술병을 휘두르는 등 난동을 부려 구속 기소된 뒤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경찰은 “피해자 측의 고소 등 명확한 처벌 의사가 없어 내사나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역대급’ 지진과 초유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 사태 속에서 가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경북 포항시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15일 오후 일부 인터넷 매체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목격된 지진운(地震雲)’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기사에는 얇고 긴 모양의 구름이 밭고랑 모양으로 층층이 떠 있는 사진과 함께 ‘지진운은 지진이 나기 전 생기는 구름’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달았다. 하지만 지진 발생을 미리 알리는 지진운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지진운 논란은 한 누리꾼이 13일 경남 창원에서 촬영한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뒤 ‘이거 혹시 지진운 아닌가’라고 적은 글에서 시작됐다. 이틀 뒤 지진이 나자 ‘지진 예언’이라며 화제가 됐고 일부 매체가 이를 그대로 받아 썼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때도 지진운 뉴스가 쏟아졌다. 하지만 기상청과 전문가들은 “지진은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진운의 존재를 일축했다. 정부가 수능 연기를 결정한 직후 회원 10만 명가량인 한 온라인 수능 커뮤니티에 ‘지구가 준 선물, 마지막 일주일을 불사르는 직전특강’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대치동 특강상품’이라는 설명이 더해졌다. 하지만 이 광고는 허위였다. 해당 커뮤니티 측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글은 SNS를 타고 확산됐고 일부 인터넷 매체는 ‘지진을 상품화한다’며 비판 기사까지 보도했다. ‘EBS에서 지진특강 일주일 단기 완성 강좌를 마련했다’ ‘수능이 일주일 연기가 아니고 20일로 바뀌었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16일 내내 온라인에 퍼졌다. 지진을 둘러싼 진영 갈등 양상도 나타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해 경주 지진 때와 달리 긴급재난문자가 신속히 전달되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대통령 잘 뽑아서 문자도 빨리 온다”는 게시물과 댓글이 이어졌다. 그러자 “긴급재난문자 발송 시스템은 박근혜 정부 때 바뀐 것”이라는 반박성 글도 잇따랐다. 긴급재난문자는 경주 지진을 계기로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를 거치지 않고 기상청이 직접 보내도록 개편됐다. 경찰청은 온·오프라인에서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인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위법행위에 강력히 대처하기로 했다.조동주 djc@donga.com·권기범 기자}

한반도가 또 흔들렸다. 9·12 경북 경주 지진 후 429일 만이다. 경주 지진보다 규모는 작았다. 하지만 규모 5.0 이상 지진이 인구 50만 명 넘는 대도시를 강타한 건 처음이다. 포항시내 곳곳에서 지진 피해가 발생했다. 충격은 대구 경북은 물론이고 서울과 경기 북부에서까지 느껴졌다. 그만큼 경주 지진 때보다 불안과 공포도 컸다.○ 무너지고 갈라지고…아수라장 포항 “어? 지진 아냐?” 15일 오후 2시 22분 경북 포항시 북구 한동대 기숙사 생활관. 친구들과 팀 모임을 하던 최모 씨(24)는 건물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 불안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7분 뒤 이번에는 방 안이 크게 흔들렸다. 꽂아놓은 책과 책상 위 연필꽂이가 떨어졌다. 최 씨는 친구들과 함께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운동장으로 나서자 맞은편 강의동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4층 외벽이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떨어졌다. 벽돌은 화단으로 떨어졌다. 그 왼쪽으로 황급히 뛰쳐나가는 학생들이 보였다. 뒤처진 친구들을 향해 빨리 오라는 듯 손짓하고 있었다. 다행히 2명이 찰과상을 입었을 뿐 인명 피해는 없었다. 최 씨는 “경주 지진 이후 대피 훈련을 몇 번 한 데다 강의동에 사람이 별로 없는 날이라 다친 사람이 적은 것 같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진앙에서 불과 3km 떨어진 한동대는 이날 아수라장이 됐다. 강의동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외벽이 떨어져 나갔다. 글로벌레이저기술연구소가 입주한 건물 1층 내벽은 엑스(X)자 모양으로 갈라졌다. 학교는 일요일까지 휴교하기로 결정하고 안전점검을 시작했다. 재학생 4000여 명 중 80%가량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어 버스 10여 대를 동원해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외국인 학생 등 거처가 불분명한 학생들은 인근 교회에 임시 숙소를 마련했다. 진앙에서 4km 떨어진 선린대에서도 기숙사 건물 천장이 무너졌다. 지진은 포항 곳곳에 상처를 남겼다. 마트 건물 2층 벽면 일부가 무너져 아래 주차한 차량을 덮쳤다. 다른 상가 1층 카페 통유리는 산산조각 났다. 고속철도(KTX) 포항역은 천장 패널 2개가 떨어지고 스프링클러가 고장 났다. 지진 직후 포스텍 건물 등을 비롯해 1057가구가 일시 정전됐다. 북구 흥해읍 영일만항 컨테이너 부두 일부 바닥은 갈라지거나 틈이 생겼다. 대형 유통업체 홈플러스는 포항의 전 점포가 임시 휴점에 들어갔다. 롯데백화점 포항점은 손님과 직원을 대피시키고 오후 5시에 영업을 마쳤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청사 일부 시설이 부서져 재판 10여 건이 연기됐다. 또 문화재청과 조계종에 따르면 포항 보경사 적광전(보물 제1868호)과 경주 기림사 대적광전(보물 제833호) 등 문화재 17건(국가지정문화재 8건 포함)이 피해를 입었다. ○ 롯데월드타워에서도 작은 흔들림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지진 신고 8300건이 접수됐다. 피해 신고는 143건, 인명 구조 121건이었다. 대부분 경북지역에서 들어왔다. 포항에서는 길을 걷던 A 씨(70·여)가 무너진 담벼락에 깔려 발목이 부러지는 등 15명이 다쳤다. 흔들림은 전국에서 느껴졌다. 진앙에서 약 280km 떨어진 경기 북부에서까지 “땅과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여진 피해가 우려되자 시민들에게 공원 등지로 대피하라고 방송했다. 전라도에서도 지진이 감지됐다. 서울에서는 1200여 건, 광주에서는 310여 건의 지진 관련 문의가 쏟아졌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555m)에서도 경미한 진동이 감지됐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김모 씨(45·회사원)는 “긴급재난문자를 보는 순간 곧바로 사무실 바닥이 2, 3초간 흔들렸다. 경주 때보다 진동이 심한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지진 직후 음성통화와 모바일 메신저도 장애를 빚었다. 포항에 있는 가족과 일시적으로 연락이 닿지 않은 시민들은 마음을 졸였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손모 씨(32)는 “포항 북구에 사는 홀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벨도 울리지 않고 연결도 안 됐다. 10분 뒤에 겨우 통화가 됐는데 그 사이 별 생각이 다 들었다”고 말했다. 지진이 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규모 5.0 이상 지진 발생 시 매뉴얼에 따라 전국 송유관을 약 2시간 동안 차단했다. 고속철도도 만일에 대비해 속도를 낮췄다. 경부고속선과 경부선 등은 포항 인근 일부 구간에서 열차 속도를 시속 90km로 조정했다.권기범 kaki@donga.com·김동혁·김상운 기자}
경찰은 13일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73)의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김 전 회장은 신병 치료를 이유로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2, 12일과 이달 9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김 전 회장 측에 출석을 요구했다. 7월 말경 치료 목적으로 미국에 간 김 전 회장은 의료진 이름으로 “사건 전부터 치료를 받기 위해 미국에 와 있다. 빨라야 내년 2월에 귀국할 수 있다”는 의견서를 보냈다. 경찰은 “영장이 발부되면 귀국 즉시 공항에서 체포할 수도 있다. 현지 파견 조사 또는 인터폴 공조를 통해 구인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DB그룹은 “건강 문제임을 계속 소명했는데 영장이 신청돼 유감이다. 의료진의 허락이 떨어지면 바로 귀국해 조사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 출국 직후 여비서 A 씨(29)가 회사를 그만뒀다. 얼마 뒤 A 씨는 “올해 2∼7월 회장 집무실에서 상습적으로 추행당했다”며 김 전 회장을 고소했다. A 씨는 3년간 김 전 회장의 비서로 일했다. A 씨가 증거로 제출한 영상에는 김 전 회장이 A 씨 몸을 만지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피소 사실이 알려지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한편 A 씨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 B 씨가 증거 영상을 DB그룹 측에 제공한 혐의로 피소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A 씨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 담당 변호사를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168cm 키 때문에 고민하던 윤모 씨(28)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올라온 광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광고영상 속 20대 여성은 “160cm도 안 돼 고민했는데 ○○을 먹고 운동했더니 놀랄 만큼 커졌다”며 해맑게 웃었다. “6개월 만에 인생이 달라졌다”는 글과 ‘구매좌표(인터넷 주소)’가 적혀 있었다. 윤 씨는 한 달 치(10만 원)를 사서 꾸준히 먹었지만 키는 그대로였다. 윤 씨는 ‘누가 이런 거짓말을 하나’ 싶어 광고영상을 올린 페이지에 들어갔지만 이미 삭제됐다. 이 광고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허위·과대광고 판정을 받았다. 쌀 보리 옥수수 등을 갈아 섞은 곡류가공품인데 효과를 너무 과장한 것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허위·과장광고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 SNS 허위·과장광고는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체험기와 리뷰 형태로 돼 있다. 광고와 실제 체험기나 후기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다. 광고사기를 별로 당해 보지 않은 10, 20대가 주요 타깃이다. 10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는 이 같은 허위·과장 광고로 보이는 게시물(스폰서 게시물)이 여럿 등장했다. ‘동그란 링을 몇 주간 끼웠더니 생식기 길이가 5cm나 늘어났다’는 등 비상식적인 것들이 많았다. ‘복부 패치를 2주간 꾸준히 붙였더니 허리둘레가 5인치 줄었다’는 동영상과 연결된 쇼핑몰에는 ‘2주 넘게 썼는데 1인치도 줄지 않았다’는 댓글이 남아 있다. 수면유도제인 것처럼 홍보한 제품 광고도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제품은 라벤더 오일 등을 혼합해 만든 방향제로 관련 사이트에 등록돼 있다. 현행법상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제외하면 이들 광고는 사전 심의를 받지 않는다. 광고 내용에 문제가 있으면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심위, 소관 부처의 사후 심의 등을 거쳐 제재를 받는다. 문제는 SNS를 훑으며 광고를 일일이 모니터링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타깃 계층이 주로 쓰는 SNS는 모두 외국기업 소유라 협조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방심위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를 통해 해당 계정과 게시물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시정 조치를 내린다. 그것 말고는 별다른 조치를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SNS 계정에 게시물 접속을 막아도 다른 계정에 같은 광고를 또 올리면 그만이다. 방송사 광고는 사후 심의에서 문제가 생기면 해당 방송사에 책임을 물어 주의나 경고 조치 등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방송사는 자발적으로 사전 심의를 받는다. 하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SNS 업체에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체 기준에 따라 문제가 있어 보이는 광고는 걸러내지만 허위·과장광고처럼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관계자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가 먼저 광고의 사전 심의 여부를 확인하거나 심의를 의뢰한 적이 없다. 해외 SNS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위·과장광고는 일부 ‘바이럴(입소문) 마케팅’ 업체가 부추긴다. 스타트업 창업주인 박모 씨(30)는 “건당 20만∼30만 원만 주면 광고영상을 만들어준다는 업체 제안서가 하루에 몇 건씩 e메일로 온다. 이런 과장광고 때문에 정직하게 만든 리뷰가 외면당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전체 전자상거래 사기피해 신고 중 SNS 관련 피해는 10% 안팎이지만 꾸준히 증가세다. 온라인 광고 시장은 지난해 기준 3조7000억 원 규모로 전체 광고시장의 32%를 차지한다.신규진 newjin@donga.com·권기범 기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인식이 적지 않게 바뀌었다.”(정부 경제부처 국장) “그에 대한 선입견을 날려 버렸다.”(금융당국 관계자) “연설문을 북한 관련 강의교재에 넣고 싶다.”(정영태 동양대 통일군사연구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일 국회 연설이 한국 사회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보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파격적이고 거친 언사 대신 정제되고 준비된 용어와 사례가 종횡무진 펼쳐진 연설이 한국인을 사로잡았다. “너는 해고야!(You‘re fired!)”를 외치던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가위 ‘트럼프 현상’이다. ○ ‘명문 중의 명문’ 연설문에 대한 찬사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의 눈에 띄는 판매대에 트럼프 대통령 관련 서적 11권이 늘어서 있었다. 1일부터 진열해뒀지만 이날 더 많은 사람이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쓴 ‘거래의 기술’을 집어든 직장인 A 씨(28)는 “연설을 보니 ‘막말꾼’이라기보다는 노련한 정치인이었다. 적어도 3년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사람이니 제대로 알아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설문에 대한 극찬도 터져 나왔다. 정 소장은 “표현은 정제됐지만 내용의 깊이가 놀랄 만한 수준이다. 북핵 관련 강의할 때 교재에 넣고 싶다”고 말했다. 언론사 워싱턴특파원을 지낸 최형두 경남대 초빙교수(전 국회의장 대변인)는 “한국현대사를 압축해 교과서처럼 잘 정리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내 책 ‘아메리카 트라우마’ 증보판에 연설문을 그대로 인용해 해설해 놓겠다”고 말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대회를 석권한 박성현 등 여성 골프선수, 63빌딩 롯데월드타워 같은 건물 이름, 1997년 외환위기의 금 모으기 운동 등 구체적이고 생생한 사례는 연설을 더욱 인상 깊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표현이 쉬우면서도 문장이 명확하고 간결해 “영어 학습교재 수준이다”라는 말도 나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날 저녁 모임에서 다들 ‘명문 중의 명문’이라고 칭찬했다. 앞으로 연설문을 쓰는 데 두고두고 참고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연설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직접 들은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내용은 물론이고 표정 억양 제스처 등에서 강한 느낌을 받았다. TV 화면에서 보던 그와는 매우 달랐다”라고 했다.○ 여야,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화제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문을 준비하며 보인 사려 깊은 태도가 회자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전날인 7일 오후 청와대 경내를 거닐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물었다.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와 코리아 가운데 어떤 표현을 선호합니까?” 문 대통령은 “코리아가 좋지만 공식 명칭은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the Republic of Korea)”라고 답했다. 실제 연설에서 코리아는 26번 언급된 반면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와 사우스 코리아는 각 4번만 나왔다. 그는 7일 정상회담 막바지에 문 대통령에게 “내일 연설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혹시나 돌출 발언이 나올까 우려하던 청와대 참모진은 “연설문은 기대 이상이었다. 대단히 준비를 많이 했고 한국에 대한 이해도 깊었다”며 이구동성이었다. 여야 정치권이나 친정부, 보수 진영에서도 각자 나름대로 긍정적 의미를 부여했다. 미 다트머스대 교수 출신인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북한 실상을 모르고 한국 경제발전을 폄하하려는 일부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 누리꾼들은 연설문 원본을 번역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전파했다. 친정부 진영에서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 등 진보세력의 성과도 정당한 평가를 했다는 점에서 높게 본다”는 반응이 있었다. 문 대통령 인터넷 팬카페 ‘문팬’ 등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연설 내용을 물어본 것은 한국을 존중한다는 뜻”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7일 국빈만찬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가볍게 포옹하는 장면도 작은 감동을 이끌어냈다. 이 할머니는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가 먼저 (악수를 청하는 의미로) 손을 들자 와서 안아주는데 아주 반가웠다”고 말했다. 국빈만찬 식탁에 올랐던 만찬주(酒) ‘풍정사계 춘’은 이날 주문이 폭주해 예약을 비롯해 모든 술이 품절됐다.권기범 kaki@donga.com·한상준 / 세종=박재명 기자}

9월 11일 서울에서 일어난 ‘240번 시내버스 사건’은 가짜 뉴스 바이러스의 발생과 유포, 그리고 결과를 반면교사처럼 보여줬다. ‘아이만 내렸다고 엄마가 울부짖었지만 운전사는 묵살하고 버스를 몰았다’는 거짓 정보를 무책임한 누리꾼이 온라인에 올렸다. 성급한 누리꾼들이 운전사에 대한 악의적 댓글을 달고 무차별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 날랐다. 속보 경쟁에 몰두한 인터넷 매체들은 확인도 없이 포털 사이트에 경쟁적으로 기사를 올렸다. 버스 운전사는 며칠간 ‘지옥 같은 고통’을 맛봐야 했다. 저널리즘 윤리에 취약한 일부 인터넷 매체와 포털 사이트가 ‘만들어낸’ 이 가짜 뉴스 사건. 우리보다 오랜 저널리즘 전통과 20, 30년의 팩트체크 경험이 있는 미국 언론 전문가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동아일보는 9월 18∼22일 미 3대 팩트체크 매체인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팩트체커’, 탬파베이타임스 ‘폴리티팩트(Politifact)’, 펜실베이니아대 아넨버그공공정책센터 ‘팩트체크.org’ 담당자를 만났다.○ “사랑한다는 엄마 말도 검증하는 게 언론” “언론사 기사도 팩트체크가 필요한 시대인데 익명의 글을 그대로 기사화했다고요? 굉장히 불행한 일이네요.” 19일 오전(현지 시간) 워싱턴 WP 본사 회의실. 팩트체커 기자 글렌 케슬러(58)는 ‘240번 버스 사건’ 설명을 듣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케슬러 기자는 “미국 언론계에는 ‘어머니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했다면 그것도 팩트체크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국 미디어는 성급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케슬러 기자는 2011년부터 팩트체커에서 주요 정치인 발언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일을 하고 있다. 검증이 끝나면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로 점수를 매긴다. 피노키오가 4개면 완전히 거짓말이라는 뜻이다. 22일 필라델피아에서 만난 ‘팩트체크.org’의 유진 킬리 이사도 “사건 일체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언론사(기자)는 자신이 확인한 내용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가 불충분해 팩트를 100% 확인하지 못했다면 기사가 의도와 상관없이 대중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우려를 차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폴리티팩트 루이스 제이컵슨 기자(47)도 “익명으로 올라온 글을 그대로 옮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기사를 인터넷에 올리기 전 사건 당사자나 관련 기관을 통한 사실관계 확인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것이다.○ “수익만을 위한 무차별 속보가 문제” “정보 전달 속도가 중요해졌지만 정작 사실이냐 아니냐는 뒷전이다. 그게 문제다.” 같은 날 WP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폴리티팩트 사무실에서 만난 제이컵슨 기자가 무릎을 치며 말했다. 그는 ‘240번 버스 사건’은 수익을 위해 클릭 수에만 목을 맨 나머지 가짜 뉴스를 쏟아내는 미 사이비 언론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케슬러 기자도 온라인 속보 시대의 고충을 토로했다. “팩트체크 매체의 노력으로 정치인들도 ‘거짓말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그러나 예전보다 거짓말이 더욱 빨리 퍼지는 시대라 사실 해결책이 뭔지 잘 모르겠다.” 제이컵슨 기자가 8년째 일하는 폴리티팩트는 나름의 진실 등급 시스템이 있다. ‘진실 측정도구(Truth-O-Meter·‘진실이 문제’라는 중의적 의미)’라고 불리는데 기사 하나에 에디터 3명이 반나절 동안 달라붙어 검증하고 등급을 매긴다. 이처럼 팩트체크에 진력하는 미국도 최근 사이비 언론 웹사이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한다. 사이비 인터넷 매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 3개 팩트체크 매체는 페이스북과 손을 잡았다. 가짜 뉴스로 추정되는 글이 다수에게 공유되고 있다는 점을 감지하면 페이스북은 이들 매체에 팩트체크를 의뢰한다. 이들은 취재와 확인을 거쳐 검증을 끝낸 뒤 이를 회신해준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기사 링크 아래 ‘이 기사는 팩트체크를 거쳤습니다’라는 알림 메시지를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 사회와 정치의 양극화가 더 심화되는 것도 건강한 사실 검증 문화를 가로막는 벽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제이컵슨 기자는 “비슷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끼리 소통하는 SNS로 정보를 접하는 시대다. 반대 의견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검증’을 해줘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킬리 이사도 “우리는 나름의 판단을 전달할 뿐이고, 판단은 결국 독자의 몫”이라고 말했다.워싱턴·필라델피아=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가짜 뉴스가 사람 잡는다? 농담 같지만 현실이다. 가짜 뉴스는 ‘온라인 유머’의 영역을 넘어선 지 오래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기업을 망하게 하고, 사회를 분열시킨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숙주(宿主) 삼아 기생하던 가짜 뉴스 바이러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매개체를 통해 무섭게 퍼지고 있다. 한 번의 터치와 클릭만으로 감염되는 무서운 ‘소셜 전염병’이다. 과연 우리는 가짜 뉴스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 PC 수십 대가 있는 어두컴컴한 사무실을 생각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검은색 선글라스도 끼고 있을 줄 알았다. 기자가 상상한 ‘언더 마케팅’ 업자의 모습이다. 언더 마케팅은 광고나 홍보라는 걸 드러내지 않는다. 주로 온라인에서 소감과 평가, 후기 등의 이름으로 진행된다. 포털사이트 영향력이 커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언더 마케팅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또 갈수록 공격적이다. 이 과정에서 조작이나 다름없는 정보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가짜 뉴스 생산의 전초기지로 변질되고 있다. ○ 가짜 뉴스의 시작… 검색 조작 다이어트 용품을 파는 A사는 7월 제품 출시에 맞춰 언더 마케팅 업체를 찾았다. 의뢰 내용은 다이어트 정보를 올리며 자연스럽게 상품을 알리는 것. 업체는 즉시 ‘작업’에 들어갔다. 검색에 잘 노출되는 블로그에 글을 올린 뒤 자동 프로그램을 이용해 하루에 수십 개의 ‘공감’과 ‘공유’를 얻도록 설정했다. 불과 4, 5일 후 포털사이트에서 ‘○○ 다이어트’를 검색하면 이들이 작업한 글이 첫 페이지에 올라왔다. ‘작업’의 흔적은 없었다. 취재팀이 만난 이모 씨(35)는 수년째 이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를 만난 건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한쪽에는 큼지막한 동네 지도가, 반대편에는 부동산 관련 서류가 가득했다. 캐주얼 정장을 입은 이 씨는 밝은 표정으로 기자를 맞았다. 평범한 부동산 중개업자와 다를 바 없었다. 기자의 상상과 거리가 멀었다. 이 씨는 “모든 업무는 원격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댓글 1만 개를 달아도 위치정보만 조작하면 된다. 경찰은 아무리 찾으려 해도 허탕이다”라고 말했다. ‘의뢰인’은 다양하다. 동네 식당부터 병원 옷가게 대부업체 등 각양각색이다. 우선 원청 격인 ‘종합대행사’라고 불리는 업체를 거친다. 종합대행사는 분야별로 작업을 나눠 ‘실행사’로 불리는 업체에 맡긴다. 실행사가 바로 여론 조작의 ‘원천 기술’ 보유 업체다. 이들은 아르바이트생을 모아 댓글을 달게 하거나, 유명 맘카페 등에서 회원으로 위장해 활동하면서 긍정적 또는 부정적 후기를 남긴다. 이를 ‘침투 작업’이라고 한다.○ 공공기관, 정치권까지 은밀한 의뢰 언더 마케팅의 위력이 확인되면서 요즘은 공공기관 의뢰도 온다. 물론 이런 곳은 직접 접촉하지 않는다. 이 씨가 소개한 댓글 알바 사이트에는 ‘작업’ 의뢰 글로 가득했다. ‘정책 홍보 영상에 응원 댓글을 남겨 달라’ ‘공공기관 게시물을 공유해 달라’ ‘지역 축제의 SNS 흥생 수준을 높여 달라’는 글이 눈에 띄었다. 이를 통해 공감 댓글과 공유 1건을 달성하면 보통 100원을 지급받는다고 한다. 이 씨는 “사업 발주 기관은 이런 작업이 의뢰된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해당 기관에는 실제 홍보·마케팅이 성공한 것으로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작업 중 일부는 ‘자동’으로 실행된다. 이른바 ‘품앗이 프로그램’이다. 작업을 원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 자동으로 공감 버튼을 눌러주거나 댓글을 달아주도록 하는 것이다. 이 씨는 “‘선거 마케팅’이라며 ‘냄새가 나는’ 제안이 가끔 시장에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열이면 열 모두 계약서를 쓰지 않는 등 은밀한 조건이 붙는다. 이 씨는 “적발되더라도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털·SNS로 몰리는 가짜 정보 언더 마케팅 업계가 가짜 정보를 생산하면 이 정보가 퍼지고 가짜 뉴스로 가공되는 곳이 포털사이트다. 유통 및 2차 생산 기지인 셈이다. 포털의 이런 상황은 특히 한국에서 심하다. 그만큼 포털의 영향력이 큰 탓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보고서 2017’에 따르면 한국인의 절반 이상(60%)이 뉴스를 접할 때 포털·검색 사이트를 선호했다. 조사 대상 국가 중 3번째로 높다. 가짜 정보는 영향력이 더 큰 포털을 찾아 몰릴 수밖에 없다. 포털의 막강한 파급력에 비해 가짜 정보 유통 관리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올 4월 치킨 프랜차이즈 B사는 “포털 블로그에 비방 게시물이 조직적으로 올라오고 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결과 주동자 격인 C 씨(36)는 “사회 정의를 구현할 정보성 게시물이 필요하다”며 블로거를 모집했다. 하지만 내용은 ‘B사가 외국계 기업이 된 뒤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을 지적해 달라’는 것이었다. 블로거 10여 명이 참여했다. 게시물에는 ‘충격’ 등 자극적인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경찰은 최근 이들에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경쟁 업체 의뢰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행히 이 내용은 가짜 뉴스로 퍼지지 않아 B사는 큰 손해를 면했다. 이 씨는 “회사를 성공하게 만드는 마케팅은 어렵지만 망하게 하는 마케팅은 순식간”이라며 “사실을 교묘하게 편집한 다음 일반인이 올린 것처럼 하면 조회 수가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일반인의 온라인 활동은 포털사이트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좋아요 조작’의 주 타깃이 바뀐 것이다. SNS가 가짜 뉴스의 유통 경로뿐 아니라 생산기지 역할까지 맡게 된 셈이다. SNS에서 ‘가짜 좋아요’를 찍어내는 프로그램도 이미 유통 중이다. 본보 취재팀은 가입만 하면 누구나 구할 수 있는 SNS 자동프로그램 2개를 내려받았다. 우선 업계 선호도 1위로 꼽히는 Y프로그램. 여러 기능이 있지만 이 프로그램의 ‘특장점’은 페이스북에 자동으로 글을 올려주는 글쓰기 기능이다. 기자가 먼저 구글의 지메일에 ‘최기봉 씨(33)’라는 가공인물의 계정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페이스북에 가입했다. 이른바 ‘가계정’(정확하지 않은 개인정보를 입력한 계정)이다. 실제 업자들은 가계정뿐 아니라 해킹 등으로 입수한 타인의 계정을 악용하기도 한다. 최기봉 씨 계정을 통해 특정 게시물 내용을 입력했다. ‘강남역에서 몰래카메라를 찍는 사람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1분 단위로 이 글이 올라가게 설정했다. 관련 기사 이미지도 덧붙이게 했다. ‘등록 시작’ 버튼을 클릭했다. 18초 만에 ‘글 등록에 성공했다’는 알림이 떴다. 이어 설정대로 1분에 한 차례씩 성공 메시지가 올라왔다. 두 번째는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된 B프로그램. 눈에 보이지 않는 사용자들끼리 서로 자동으로 ‘좋아요’를 클릭하게 해주는 일종의 중개 프로그램이다. 서로 도움을 준다고 해 ‘품앗이 프로그램’으로도 불린다. 우선 가상의 최 씨 이름으로 된 ‘가짜 뉴스 주식회사’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품앗이 프로그램을 하루 3, 4시간씩 실행했다. 마치 유령처럼 최 씨는 자동으로 다른 페이지를 돌아다녔다. 일주일 동안 최 씨의 이름으로 클릭한 ‘좋아요’는 380개가 넘었다. 같은 기간 최 씨의 ‘가짜 뉴스 주식회사’ 페이지도 좋아요 107개를 얻었다. 이 역시 대부분 유령계정으로 추정됐다. Y프로그램은 한 달에 9만9000∼99만9000원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 B프로그램은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지만 해당 사이트에서는 구매 후기 작성프로그램 등을 개당 5만∼8만 원에 판매 중이다. 가짜 정보를 만들고 유통시켜 온라인 사회를 어지럽히면서 돈까지 챙기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NS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온라인 마케팅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달에 50억 원을 번 회사가 있다는 소문이 있다”라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반미단체들이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 당일 국회 건물 내부까지 진입할 계획이라는 첩보가 입수돼 국회와 경찰이 긴급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2일 알려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야 의원들에 따르면 8일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 장소인 국회 본청에 시위대가 한두 명씩 몰래 진입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정보를 경찰이 입수했다. 국회 본청 1층 안내실에선 국회 상임위원장실 등을 방문한다며 승인을 받아 개별 진입한 뒤 불시에 함께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회 사무처 자료에 따르면 국회 본청 내 시위는 최근 5년 동안 14건이 발생했다. 대부분 본청에 위치한 의원 사무실 등에 면담 또는 민원을 목적으로 방문증을 받아 진입한 경우다. 지난해 새누리당 원내대표실 앞에서 벌어진 가습기살균제 관련 국정조사 연장 요구 피켓시위나 지난달 13일 과학기술정보방통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벌어진 공영방송 정상화 촉구 시위 등이 최근 사례다. 1일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 연설 당일에도 외부인이 각 사무실의 승인을 받아 국회 본청을 드나들었다. 국회 측은 의원회관 세미나실 등에서 열리는 포럼, 토론회에 참석한다며 외부인이 무수히 국회 경내로 진입하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 연설 당일인 8일엔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주최하는 부마항쟁 관련 정책 토론회와 로비에서 열리는 전시회 등 무려 32개의 국회 내·외부 행사가 예정돼 있다. 국회 관계자는 “토론회에 참석한다며 경내로 진입한 사람들이 국회 곳곳에서 갑자기 시위대로 돌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반미단체들은 7일 입국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동 경로를 따라다니며 시위를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8일 경찰에 신고된 국회 주변의 집회만 해도 4000명 규모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 4개 장소에서 연다고 신고한 ‘트럼프 방한 반대 집회’가 가장 규모가 크다. 경찰은 7, 8일 청와대 인근에서 열릴 예정이던 20여 건의 집회와 행진에 대해선 금지 또는 제한 통고를 내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청와대 인근에서 열리는 집회·시위가 제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경찰은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반대 또는 찬성하는 집회를 하나씩은 허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반전평화국민행동이 참여하는 ‘노(NO) 트럼프 공동행동’은 7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서 집회를 연다. 보수단체들이 주최하는 트럼프 대통령 환영대회는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열린다. 한편 2일 낮 12시 30분에는 ‘청년레지스탕스’ 소속 회원 2명이 주한 미대사관 정문을 향해 기습 시위를 시도하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최우열 dnsp@donga.com·권기범 기자}
1일 오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A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이날 “전날 저녁 평소처럼 잠드신 A 할머니가 오늘 오전에 확인해 보니 운명하셨다”고 밝혔다. 정대협과 여성가족부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A 할머니 나이와 이름, 빈소, 장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정대협에 따르면 A 할머니는 17세 때 혼자 집에 있다가 “무조건 따라오라”는 일본 순사를 따라 태국 싱가포르 등으로 끌려 다녔다. 광복 후 위안부 생활로 받은 충격과 부끄러움에 사실을 감추고 혼자 힘들게 살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A 할머니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9명 가운데 생존자는 34명으로 줄었다. 올해 A 할머니까지 6명이 숨졌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맺어준 송중기(32), 송혜교(35)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중국에서도 한중관계 회복에 관한 양국 발표와 함께 결혼식 소식이 크게 화제가 됐다. 이날 결혼식은 하객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초대장이 있어야만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고 결혼식 전 기자회견이나 포토타임도 진행하지 않았다. 결혼식에서는 주례사 대신 배우 유아인, 이광수가 축하 편지를 낭독했다. 송중기와 같은 소속사인 배우 박보검이 피아노 연주를, 송혜교와 오랜 우정을 맺어온 가수 옥주현이 축가를 불렀다. 하객으로는 중국 배우 장쯔이를 비롯해 배우 유동근, 전인화 부부와 황정민 최지우, 가수 김종국 등이 참석했다. 특히 장쯔이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장 아름다운 사랑, 가장 아름다운 모습. 송중기 송혜교 축하해요”란 글과 함께 결혼식 사진을 공개했다. 장쯔이는 송혜교의 초대로 결혼식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인터넷에서도 한류스타 커플 송중기-송혜교의 결혼식이 큰 화제가 됐다. 오후 8시를 기점으로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화제 분야 실시간 검색 순위에서 송중기-송혜교의 결혼식은 조회수 1억9000만 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 등에서 중국 매체들이 몰래 생중계로 보도한 채팅방에는 약 597만 명이 접속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중국 매체는 물론이고 인터넷에서도 한류 스타에 대한 보도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중 화해무드’가 대중문화 분야에서부터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확산 제한 정책)’ 조치가 조만간 풀릴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날 결혼식장 앞에는 중국과 일본, 태국 등에서 온 200여 명의 해외 팬이 몰렸다. 하객과 인파가 몰리면서 호텔 입구에서 영빈관으로 올라오는 길 양쪽에 하객 등이 타고 온 차량 50여 대가 임시로 주차했다. 전날 태국에서 입국한 부파 타코시 씨(40·여)는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인 송중기의 결혼식을 눈앞에서 축하해주고 싶었다”며 밝게 웃었다. 일부 해외 팬과 취재진들은 아예 영빈관이 내려다보이는 신라호텔 객실에 투숙했다. 영빈관이 보이는 객실은 1박에 30만 원이 넘지만 만실이 됐다. 이들은 리허설, 입장 장면, 두 사람이 손을 꼭 잡은 모습을 포착해 SNS에 올리거나 실시간으로 온라인 생중계를 하기도 했다.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웨딩화보를 촬영한 두 사람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마련한 단독주택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할 예정이다. 신혼여행은 당장 떠나지 않기로 했다. 조윤경 yunique@donga.com·권기범·위은지 기자}
30일 오후 7시경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30분 전 프로야구 기아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 시작됐지만 야구장 밖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 일찌감치 예매에 성공해 입장한 사람과 현장 구입마저 실패한 사람의 희비가 엇갈렸다. ‘제발 두 자리 부탁합니다’라고 적은 손팻말을 들고 울상 짓는 사람이 곳곳에 있었다. “표 구하세요? 좋은 자리 있는데….” 입장권을 예매하지 못한 채 무작정 야구장으로 온 A 군(16)에게 송모 씨(60)가 말을 걸었다. 송 씨는 블루석 입장권 4장을 팔겠다고 했다. 장당 5만5000원이니 4장이면 22만 원이다. 송 씨는 이걸 100만 원에 팔겠다고 했다. A 군은 일행과 의논하겠다고 한 뒤 근처 ‘암표 방지 공익신고센터(공익신고센터)’로 향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바로 현장으로 출동해 송 씨를 적발했다. 송 씨는 부산 지역의 유명한 암표상이었다. 경찰은 암표상에게서 입장권을 압수했다. 입장권은 재발매 절차를 거친 뒤 신고자인 A 군에게 전달됐다. 잔뜩 긴장했던 A 군의 표정이 환해졌다. “신고하느라 늦었는데 서둘러 들어가야겠다”며 자리를 떴다. 암표를 팔던 송 씨는 울상이 됐다. 가을 야구 때마다 극성이던 잠실야구장 암표 판매가 올해는 신통찮다. 올해 처음 선보인 공익신고제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공익신고제는 올 4월 서울 송파경찰서가 전국 처음으로 시작했다. 시민들이 암표 거래 현장을 포착해 결정적 제보를 하면 해당 입장권을 신고자에게 최대 4장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일종의 신고포상금인 셈이다. 단, 암표상이 입장권 종류를 밝히고 웃돈을 달라는 모습을 영상이나 녹취로 남겨야 제보가 성립된다. 정규시즌 때는 공익신고제가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매진 경기가 많지 않아서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시작과 함께 분위기가 바뀌었다. 잠실야구장 첫 한국시리즈(3차전)가 열린 28일 하루에만 공익신고 20건이 접수됐다.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 때 접수된 공익신고(65건)의 3분의 1가량이 이날 하루에 이뤄졌다. 진짜 효과는 다음 날 나타났다. 4차전 경기가 열린 29일 공익신고는 6건에 그쳤다. 5차전 때는 13건이었다. 야구팬이 공익신고자로 나서자 암표상이 대거 판매를 포기한 것이다. 한 암표상은 “어제도 딱지(즉결심판)를 떼서 오늘 아주 비싸게 팔지 못하면 손에 남는 게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준석 송파서 생활질서계 경장은 “암표상들이 쉽게 거래에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동안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아 단속이 여의치 않았는데 시민들이 직접 신고하면서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대목을 놓친 암표상 중 일부는 공익신고센터 앞으로 몰려와 행패를 부렸다. 28일 낮에는 “왜 암표를 팔지 못하게 하느냐”며 경찰에게 행패를 부리던 윤모 씨(59)가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30일 윤 씨를 구속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촛불집회 1주년 행사를 앞두고 ‘청와대 방향 행진 논란’이 계속되자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측이 “공식 행진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퇴진운동 기록기념위원회는 26일 “적폐청산과 사회 대개혁을 당부하는 의미를 (청와대 행진에) 반영하고자 했으나 시민들의 반대 의견이 있었다. 더 이상 논란이 확대돼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냈다”며 이렇게 밝혔다. 퇴진행동 측은 28일 행사 중 오후 6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1주년 촛불집회만 주관하기로 했다. 다만 이후 소속 단체들이 개별적으로 청와대 행진을 한다면 막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퇴진행동 측은 일부 대학생 단체가 ‘문재인은 촛불의 경고를 들으라’는 제목의 사전행사를 마련해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비난을 산 것과 관련해 “촛불집회 1주년 각종 행사를 알리는 역할을 할 뿐이지 그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퇴진행동 측은 당초 28일 오후 광화문광장 촛불집회 1주년 행사에서 ‘청와대 방향 행진’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명분 없는 행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 행진 철회 소식을 접한 친문 진영 누리꾼들은 대체로 “늦었지만 잘한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모 씨(53·여) 사망과 관련해 서울 백병원은 25일 ‘2차 감염’ 가능성을 부인했다. 김 씨는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 씨 가족이 키우던 프렌치불도그에게 물린 뒤 형부가 의사로 있는 백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김 씨 유족은 “(최 씨 가족을) 용서한 것이 아니라 사과를 받은 것”이라면서도 “소송은 애도가 아니다”라며 원만한 해결의 뜻을 분명히 했다. 백병원은 이날 “김 씨의 병원 내 2차 감염 가능성은 없고 치료 과정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13분 병원 응급실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개에게 물린 지 약 1시간 후다. 이틀 후 다시 병원을 다녀간 뒤 상태가 나빠져 6일 오전 8시 21분 응급실을 찾았다. 10시 15분 인공호흡이 시작됐고 1시간 뒤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으나 오후 5시 10분 숨을 거뒀다. 11일 김 씨의 혈액 등에서 녹농균이 발견됐다. 병원 측은 “통상 병원 감염을 일으키는 ‘다제내성 녹농균’(일종의 슈퍼박테리아)이 아닌 일반 녹농균이다. 병원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 냈다. 또 “진료 시간이 각각 37분, 27분으로 짧아 2차 감염 가능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최 씨 측은 24일 ‘개에게서 녹농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검사 결과를 강남구에 제출했다. 강남구는 최 씨 부친에게 동물보호법 위반(목줄 등 안전조치 미비)으로 과태료 5만 원 처분을 내렸다. 정확한 감염 경로는 여전히 미궁이다. 수사 가능성은 낮다. 김 씨의 시신을 화장해 사실상 규명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김 씨 유족은 여전히 조용한 해결을 원하고 있다. 숨진 김 씨의 아들 A 씨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송은 애도가 아닌 싸움일 뿐”이라며 “돌아가신 어머니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처음에 법적 대응을 생각했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돌아오는 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한다. A 씨는 “나는 성인군자가 아니다. (최 씨 가족이) 여러 차례 사과했고 그것을 받은 것일 뿐”이라며 “악감정을 지우고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용서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최 씨와 싸우고 싶지 않다”며 “개인 간 싸움이 아닌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씨의 형부 B 씨(60)도 이런 뜻을 다시 확인했다. B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향을 바꾸고 싶지 않다. 최 씨 측이 고통받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최 씨가 ‘녹농균 미검출 소견서’를 낸 후에도 양측은 서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집회를 적극 주도했던 시민단체가 집회 1주년을 맞아 청와대 행진을 추진하자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지지자들은 이 단체에 포함된 참여연대에 “강행하면 후원 자체를 취소하겠다”며 강하게 경고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퇴진행동)는 28일 오후 6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첫 집회를 기념하는 ‘촛불 1주년 대회’를 연다. 하지만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퇴진행동의 청와대 행진 자체를 반대했다. 23일 ‘청와대와 시내 방향으로 행진하고 1주년 대회를 마무리한다’는 행사 계획이 알려진 뒤 문 대통령 팬카페인 ‘문팬’에는 “행사 참석을 거부해야 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잇달았다. 행사를 주도한 참여연대 홈페이지, 페이스북에도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워선 안 된다. 청와대 행진을 제외하라”고 요구하는 댓글이 170여 개 올라왔다. 댓글에는 “시민이 일군 촛불의 성과를 마음대로 재단한다” “차라리 여당 당사로 가는 게 맞는 것이 아니냐” “우리끼리 갈등하면 보수 세력에 비판당할 꼬투리를 줄 수 있다” 등의 비난 문구가 주를 이뤘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과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민대협)가 준비한 ‘촛불 1주년 대회’ 사전 행사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대련과 민대협의 행사 제목에는 ‘문재인은 촛불의 경고를 들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문팬’ 회원들은 “문 대통령을 광장에 초대하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저런 문구를 앞세울 수 있느냐”며 “예의도 버릇도 존중도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청와대 행진은 항의 목적이 아니다. 촛불집회로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한 ‘승리의 경험’을 재현하는 의미”라며 “일부 반발을 고려해 행진 경로를 바꿀지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퇴진행동의 ‘청와대 행진’ 계획이 알려지면서 진보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는 “퇴진행동 집회에 가지 말고 국회, 자유한국당이 있는 여의도에서 별도로 축하 집회를 열자”는 제안도 나왔다. 일부 회원들은 28일 오후 6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촛불 1주년 기념 촛불파티’를 열기로 하고 행사 포스터까지 제작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노동 적폐 5적 청산 집중투쟁’ 행사를 27일까지 이어가는 상황을 두고도 여권에서 결의대회 자제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오고있다. ‘청와대 앞 결의대회’는 문 대통령에게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23일 트위터에 “(청와대 앞 결의대회는) 시민 참석이 어렵고 촛불 1주년과도 맞지 않는다”며 “차라리 이명박 전 대통령 집 앞에서 시위하는 것이 민심 아니냐”고 썼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강아지를 하고 싶은 대로, 공격적인 채로 놔두는 건 반려견을 진짜 아끼는 게 아닙니다. 내 자녀가 하루 종일 불량식품만 먹고 공공장소에서 뛰어다닌다면 가만히 두시겠어요?” 23일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서 만난 강형욱 훈련사(보듬컴퍼니 대표·사진)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18년 차 훈련사인 강 훈련사는 문제 행동을 하는 반려견을 교정하는 모습이 TV를 타며 ‘개통령(개+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달 30일 유명 식당 ‘한일관’ 대표 김모 씨(53·여)가 개에게 물린 뒤 패혈증으로 엿새 만에 숨진 사건을 두고 그는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며 “재발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보호자(주인)의 책임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장소에서 반려견이 주위에 피해를 줘도 교정하지 않는 건 방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강아지를 마구잡이로 풀어 놓거나 대변을 치우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반려견 문화를 해치는 ‘지능적 안티(반대자)’라는 얘기다. 강 훈련사는 “반려견은 맹견이든 일반견이든 상관없이 누구나 사람을 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화를 내듯 개가 무는 행위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다. 강 훈련사는 “산책 때는 목줄이 필요하다. 또 전문가 상담에서 입마개를 추천받았다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적절한 시기에 반려견의 사회성을 길러줘야 한다고 했다. 생후 3∼15주에 행인이나 자동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일이다. 그러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여 공격적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앉아야 하면 앉고, 따라와야 하면 따라오도록 매너도 가르쳐야 한다. 그는 “교육할 수 없을 만큼 행동이 악화된 반려견은 ‘회생이 불가능한 불치병 환자’를 고쳐 달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개를 입양할 때부터 신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강 훈련사는 “소극적인 사람이 너무 활동적인 반려견을 입양하면 적절한 활동 시간을 보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강아지는 결혼 상대를 고른다는 생각으로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반려동물로 인한 사건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이달 초 경기 시흥에선 진돗개가 집 거실에서 주인의 한 살배기 딸을 물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전남 무안군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선 60대 남성이 개 주인에게 “왜 목줄을 채우지 않느냐”고 나무라다 개 주인에게 밀려 넘어져 중상을 입었다. 급기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목줄이 없는 프렌치불도그에게 물린 유명 음식점 ‘한일관’ 대표가 패혈증으로 숨지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2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에게 직접 물린 사건은 1019건. 올 1∼8월엔 이보다 많은 1046건이 발생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우지만 ‘펫티켓’(애완동물·펫+에티켓·반려동물을 키울 때 필요한 예절)이 부족한 게 주원인이다.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는 안이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 몸무게가 10kg쯤 되는 프렌치불도그가 아파트 엘리베이터로 쑥 들어온 건 지난달 30일 오전 9시경이었다. 유명 음식점 ‘한일관’ 주인 김모 씨(53·여)가 해외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아들과 14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같은 아파트 11층에 사는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 씨 어머니는 엘리베이터 하강 버튼을 누르고는 깜박 두고 온 휴대전화를 가지러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사건은 최 씨 어머니가 현관문을 열어놓고 집에 들어간 직후 11층에서 멈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 벌어졌다. 최 씨 집에 있던 불도그가 문틈으로 나와 엘리베이터로 순식간에 들어갔다. 목줄을 매지 않은 불도그는 당황한 김 씨가 몸을 돌리자 달려들어 왼쪽 종아리를 물었다. 폐쇄회로(CC)TV를 보면 불도그가 김 씨를 물고, 황급히 뒤따라 온 최 씨 어머니에게 끌려 나가기까지 단 4초가 걸렸다.○ 물린 지 엿새 뒤 갑자기 악화 김 씨는 사고 직후 14층 집으로 올라왔다. 개 이빨이 바지를 뚫고 들어와 피가 났다. 김 씨는 상처를 소독한 뒤 바지를 갈아입고 다시 나왔다. 형부와 약속을 해놓은 터였다. 서울 백병원 교수인 형부는 본보 기자에게 “그날 처제가 개에 물렸다기에 응급실에서 치료받으라고 했다”며 “상처가 꽤 깊어 피가 흐를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개에게 물린 지 한두 시간 뒤인 이날 오전 백병원에서 파상풍과 항생제 주사를 맞았다. 병원 측 확인 결과 이 불도그는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은 상태였다. 김 씨는 이틀 뒤인 이달 2일 병원을 다시 찾았다. 병원 측은 “상처가 깨끗하고 상태가 좋다”며 소독 후 항생제 연고 처방만 했다. 이때만 해도 김 씨는 치명적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사흘 뒤인 5일, 추석 연휴에도 식당에 나온 김 씨는 “몸이 으슬으슬한 게 좋지 않다”며 조퇴했다. 심상치 않다고 느낀 김 씨는 6일 오전 8시 15분경 백병원 응급실에 갔다. 김 씨는 X선 촬영 등 각종 검사를 받는 2∼3시간 동안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김 씨 측은 “호흡이 곤란해지고 기침할 때마다 피가 쏟아져 나왔다. 급기야 의식을 잃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정오경 중환자실로 실려 간 김 씨는 불과 5시간 만인 오후 5시에 숨졌다. 백병원은 김 씨 혈액에서 다량의 균이 발견된 점 등을 근거로 급성 패혈증에 의한 쇼크사로 판정했다.○ 최 씨 가족, 사건 뒤에도 목줄 없이 개 산책 최 씨 측은 21일 “책임감을 느끼며 반성한다. 유족들에게 사죄드렸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과했다. 하지만 최 씨 측의 반려견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씨가 개에게 물린 지 닷새 만인 5일 최 씨 가족 인스타그램에는 목줄을 하지 않은 불도그가 산책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3일에는 불도그 생일을 축하한다며 케이크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반성하지 않고 공공장소에 개를 풀어놨다는 비난이 일자 최 씨 측은 21일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불도그도 지인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 가족은 앞서 8월 26일 SNS에 불도그 사진과 함께 ‘사람을 물기 때문에 주 1회, 1시간씩 교육시킨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슈퍼주니어 멤버인 이특 씨도 이 개에게 물렸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 씨 가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졌다. 김 씨 유족은 최 씨 가족에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가족은 같은 아파트에 10년 넘게 살며 알고 지낸 이웃이다. 유족 측은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소송으로 회복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원만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며 “최 씨 가족이 김 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참석해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밝혔다.권기범 kaki@donga.com·최지선·김예윤 기자}
78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명 식당 한일관의 대표인 김모 씨(53·여)가 개에 물린 지 며칠 만에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김 씨를 문 개의 주인은 유명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최시원(30)의 부친이자 전 보령메디앙스 대표를 지낸 최모 씨(65)였다. 21일 경찰과 최 씨 측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달 30일 자신이 사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최 씨의 애완견에게 정강이 부분을 물렸다. 김 씨는 당시 서울 백병원 응급실로 이동해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김 씨는 10월 2일 다시 병원을 찾았고, 하루 뒤인 3일 숨졌다. 사인은 패혈성 쇼크와 폐포출혈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인에 대한 의사 소견이 있었고 유족도 부검을 원치 않아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의 죽음이 알려지자 최 씨는 21일 오전 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최 씨는 “항상 조심하고 철저히 관리했어야 하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애도의 뜻을 전하기 위해 조문을 다녀왔고 유가족에게도 머리 숙여 사죄를 드렸다”고 썼다. 아들 최시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반려견을 키우는 가족의 한 사람으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씨의 죽음이 최 씨의 개에 물린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씨를 문 개는 ‘프렌치 불독’ 품종으로 사고 당시 목줄을 하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반려견을 키우는 주인은 외출할 때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 이런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반려견이 사람을 공격해 숨지게 만들면 주인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최 씨 측은 “우리 집 문이 잠시 열린 사이에 (문으로 빠져 나간) 반려견에 (김 씨가) 물렸고 사망한 것은 사실이나, 치료 과정의 문제나 2차 감염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정확한 사인을 단정짓기 어려운 상태라고 들었다”고 주장했다.권기범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