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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 빌려준 1000여만 원을 돌려받기 위해 지난해 12월 소송을 제기한 A 씨는 이달 6일에야 첫 재판을 받았다. 이날 열린 첫 재판에 걸린 시간은 불과 5분. A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제 사건은 복잡하지도 않고 소장도 1장에 불과하다. 그런데 소송을 낸 지 9개월 만에,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때가 돼서야 첫 재판이 열렸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법원과 변호사 업계 등에서 최근 재판 지연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딘 재판 진행으로 헌법 27조 3항에 보장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도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재판이 늦어진다는 지적은 저희(법원)가 뼈저리게 반성해야 될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재판 지연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선 법원 안팎의 온도 차가 여전한 상황이다.》○ 형사 1심 기간, 4년 만에 1.4배로 늘어지난해 기준으로 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한 뒤 첫 재판을 받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137일이다. 최소 넉 달은 지나야 판사 얼굴을 처음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민사 항소심의 경우는 항소 제기 이후 첫 재판까지 190일이 걸려 1심보다 더 길었다. 2017년과 비교해 보면 1심은 20일, 항소심은 63일 늘었다. 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137일 걸린다는) 법원 통계는 단순한 소액 사건까지 포함된 것”이라며 “실제로 맡고 있는 사건 중에는 첫 재판까지 1년 넘게 걸린 사건이 수두룩하다. 2020년 초에 접수해 (2년 넘게 지난) 올봄에야 첫 재판이 열린 사건도 있다”고 밝혔다. 재판을 통해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민사 1심 합의 사건은 평균 364일, 단독 사건은 226일이 소요됐다. 4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71일, 22일 늘었다. 형사 재판도 마찬가지다. 형사 1심 기간은 2017년 평균 127일이 걸렸지만 지난해에는 176일로 늘었다. 4년 만에 재판 기간이 4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지연된 분쟁 해결은 소송 당사자들에게 고통으로 돌아온다. 한 중소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몇 년 동안 소송을 하다 보면 당사자들끼리 감정은 상할 대로 상하고 피해 회복도 더 어려워진다”며 “특히 민사 소송의 경우 소송이 길어지면서 채무 원금보다 지연손해금(이자)이 더 나와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동기부여 약화되고 판단 어려운 사건 늘어”대한변호사협회가 최근 소속 변호사들을 상대로 ‘재판 지연’ 경험을 물은 결과 응답자 666명 중 592명(89.0%)이 ‘최근 5년간 재판 지연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주관식으로 물은 재판 지연의 원인으로는 ‘법원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이 꼽혔다. 일부 변호사는 ‘판사 의지 부족, 불성실’ ‘판사 사기 저하’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한편 법원의 경우 ‘인력 부족’이 재판 지연의 주된 이유라는 입장이다. 법관 수와 사건 수는 비슷한데 인력이 부족해 재판 기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사건의 복잡화·다양화’가 한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사법정책연구원의 ‘법관 업무 부담 및 그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재판부에서 사건당 평균 자료 분량은 2014년 176.6쪽(A4용지 기준)에서 2019년 377.0쪽으로 늘었다. 5년 만에 검토할 자료가 2.1배로 늘어난 것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기업 사건의 경우 갈수록 복잡해지고 전문성을 요하는 사건이 많아지는 추세”라며 “사건이 양적으로 늘지 않아도 질적으로 난이도가 올라가면 심리가 길어질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증거 자료 분량이 늘면 재판 횟수와 소요 시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법조계 일각에선 판사들의 업무 동기부여 약화 및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중시 경향도 원인으로 꼽는다. 판사들이 과거처럼 야근을 불사하며 사건 처리에 매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20년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가 폐지되면서 업무 유인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고법 부장 승진제가 있을 때는 승진을 앞둔 판사들이 경쟁적으로 사건을 빨리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판사 증원’ 논의는 제자리걸음법원은 사건 적체가 심한 민사 합의부의 사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 3월부터 합의부 사무 관할을 소송금액 기준 ‘2억 원 초과’에서 ‘5억 원 초과’로 올렸다.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 사건을 줄이고 판사 1명인 단독 재판부를 늘려 재판 진행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인사 이동으로 재판부가 바뀌면 새 사건 파악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사무 분담 장기화, 전문 법관 확대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직 판사 상당수는 ‘판사 증원’이라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이 인구수 대비 판사 수는 적은 반면 판사 1인당 사건 수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법원의 법관 증원 요구가 국회와 정부로부터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공무원 감축 기조가 강한 상황인데 법원만 조직을 키우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에선 왜 판사 증원이 필요한지 공감대조차 형성되지 않은 단계”라고 했다. 판사 증원에 앞서 ‘판사 정원’ 문제를 국회에서 먼저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판사 정원은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판사정원법)’에 규정돼 있는데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포함해 3228명, 현재 인원은 3040명이다. 지난달 대법원이 발표한 신임 법관 임용 대상자 136명이 전부 임용될 경우 남은 정원은 52명에 불과하다. 판사 정원이 이대로 유지되고 내년에 법원 내 사직자가 없다고 가정하면 내년에는 신임 법관을 52명밖에 못 뽑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판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최기상 의원 등이 판사 정원을 2026년까지 1000명 증원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논의는 답보 상태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에 필요한 적정한 판사 규모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면서 “법원 내부적으로도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한 자정 노력을 선행해야 국회와 여론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3·9 대선에 출마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법원 판결이 언제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지면 1년 내 재판이 마무리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법원의 유·무죄 판단은 물론 판결 선고 시점도 정치권을 뒤흔들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선거법은 1심은 공소 제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 항소심과 상고심은 직전 판결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강제성은 없어 사건에 따라 지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해 5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은 이상직 전 의원의 경우 기소부터 1심 선고까지 8개월, 항소심 접수부터 선고까지 7개월, 상고심 접수부터 선고까지 3개월 등 재판에 총 18개월이 걸렸다. 또 지난해 10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박형준 부산시장은 약 10개월 만인 지난달에야 1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대표 사건의 경우 현재 기소된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자체가 복잡하지는 않지만 이 대표 측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고 결과에 따른 정치적 여파가 큰 만큼 심리 과정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 검·경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추가 기소될 경우 선거법 위반 사건과 병합되면서 선고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선거법에 따라 선거사범의 재판은 지방법원 합의부가 맡는다. 이 대표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중 선거전담 재판부인 21부, 27부, 28부, 34부 중 한 곳에 배당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이르면 13일 컴퓨터 자동배당을 통해 이 대표 사건을 담당할 재판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전남 여수시 거문도 일대에서 간첩 활동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았던 일가족 5명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1977년 형이 확정된 지 45년 만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1일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고 김재민 씨, 고 이포례 씨와 이들의 자녀 3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가 폭력에 고통당하고 희생당하신 분들께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이자 사법부의 구성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도 했다. 1976년 당시 공안당국은 그해 9월 북한에서 거문도로 파견됐다가 동료 2명을 사살하고 경찰에 자수한 김용규 씨의 진술을 토대로 대남 공작원들의 간첩 활동을 지원한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이른바 ‘거문도 간첩단’으로 불렸던 김 씨 부부는 1977년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7년을, 자녀들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 부부가 사망한 후 자녀들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재판부는 김 씨 가족의 간첩 활동을 제보한 김용규 씨의 진술에 대해 “일관되지 않아 믿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수사기관에서 반복되고 집요한 신문을 통해 피고인들의 진술이 재구성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잔혹한 국가 폭력이 개입됐을 것이라는 강한 의심이 들었다”며 경찰의 고문 및 가혹행위가 있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전남 여수시 거문도 일대에서 간첩 활동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았던 일가족 5명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1977년 형이 확정된 지 45년 만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1일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고 김재민 씨, 고 이포례 씨와 이들의 자녀 3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가 폭력에 고통당하고 희생당하신 분들께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이자 사법부의 구성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도 했다. 1976년 당시 공안당국은 그해 9월 북한에서 거문도로 파견됐다가 동료 2명을 사살하고 경찰에 자수한 김용규 씨의 진술을 토대로 대남 공작원들의 간첩활동을 지원한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이른바 ‘거문도 간첩단’으로 불렸던 김 씨 부부는 1977년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7년을, 자녀들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 부부가 사망한 후 자녀들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재판부는 김 씨 가족의 간첩 활동을 제보한 김용규 씨의 진술에 대해 “일관되지 않아 믿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수사기관에서 반복되고 집요한 심문을 통해 피고인들의 진술이 재구성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잔혹한 국가 폭력이 개입됐을 것이라는 강한 의심이 들었다”며 경찰의 고문 및 가혹행위가 있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제대로 된 수사도 없이 압수수색과 긴급 체포, 구속까지 번갯불에 콩 볶듯 이뤄졌다. 군 사법기관의 고소사건 중 이 정도의 속전속결이 있었나 의심이 들 정도다.” 지난달 30일 서울고등법원 505호 법정. 군복 차림의 노모 준위(53)가 준비해온 종이를 보며 최후 진술을 읽어내려 갔다. 그는 부대 내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이예람 중사에게 ‘2차 가해’를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노 준위는 “1심 판결은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인용하고 증인의 추측도 (사실처럼) 인용했다”며 “(1심 판결이) 여론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겠느냐”고 1심 판결에 반발했다. 그러면서 그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 강요 및 보복 협박, 강제추행 등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노 준위는 “거짓은 제가 아니고 고소인(피해자 가족)이 말하고 있다”며 “피해자 가족의 아픔은 이해하나 제가 하지 않은 말이 사실로 받아들여지면 오히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난다”고 주장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와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강석민 변호사도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이재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을 방청석에서 지켜봤다. 재판장이 피해자 측에게 진술 기회를 주자 강 변호사는 “피고인의 행위와 망인(이 중사)의 사망 간의 인과관계는 특검 수사로 밝혀졌고, (성추행 가해자) 장모 중사에 대한 판결에서도 명확히 인정된다”며 “그럼에도 (노 준위는) 범죄를 부인하고 책임을 감추기 급급하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일부 무죄 판결한) 원심 파기해 유죄로 (판결)해주고 엄히 처벌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노 준위는 이 중사가 지난해 3월 2일 장 중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은 뒤 다음 날인 3일 피해사실을 보고받았으나 사건을 무마하려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노 준위가 이 중사에게 “장 중사를 (다른 부대에) 보내려면 다른 사람에 대한 처벌은 불가피하다. 공론화를 시켜야 분리랑 전속이 가능한데 공론화를 하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다 피해가 간다”고 말한 점 등을 들어 보복협박과 면담강요 혐의를 적용했다. 노 준위는 해당 발언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했으나 1심 재판부는 면담강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노 준위의 발언이 협박죄의 성립 요건인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보복협박 혐의는 무죄로 봤다.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출할 증거나 주장은 없다고 밝혀 공판은 하루 만에 마무리됐다. 이날 검찰은 노 준위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29일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등군사법원 폐지로 7월 1일부로 모든 군사재판 항소심을 민간 법원이 맡게 되면서 노 준위 사건도 서울고법으로 이관됐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저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그 중간도 아닙니다. 사법 적극주의와 사법 소극주의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하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김재형 대법관(57·사법연수원 18기)은 2일 오전 대법원에서 열린 본인의 퇴임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대법관은 “저는 여전히 법적 이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제가 한 판결이 여러 의견을 검토해 최선을 다해 내린 타당한 결론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김 대법관은 1992년 사법연수원을 마치고부터 서울서부지법, 서울민사지법에서 판사로 일했다. 이후 1995년 서울대 법대로 옮겨 21년 동안 민사법을 연구하고 강의했다. 학계를 대표해 민법 등 여러 입법 과정에 개정위원으로 참여했고, 민사판례연구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며 학계와 실무의 가교 역할도 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대법관으로 지명됐다. 취임 이후 김 대법관은 6년의 임기 동안 다른 대법관들과 마찬가지로 임명 시기나 그가 내놓은 판결을 놓고 진보냐 보수냐, 혹은 중도냐 하는 세간의 평가를 받았다. 김 대법관이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등에서 보인 면모를 두고서는 김 대법관은 ‘사법 적극주의자’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김 대법관은 이날 원고지 18장 분량의 퇴임사를 통해 6년 만에 이 같은 외부 평가에 응답했다. 하지만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다. 퇴임사 곳곳에는 김 대법관이 대법원 판결문의 다수의견 외에도 별개의견·보충의견 등 소수의견을 집필하며 여러 차례 직접 사용했던 표현이 그대로 옮겨져 있다. 김 대법관은 그동안 판결을 통해 “진보냐 보수냐”에 가둘 수 없는 법원과 판사의 역할에 대한 그의 고민과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법은 입법자보다 현명하다”김 대법관은 2018년 11월 양심적 병역거부를 비(非)범죄화하는 첫 대법원 판단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앞선 2004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뒤집고 진정한 양심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14년 전과 달라진 것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대한 해석이었다. 병역법 88조 1항은 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4년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니 처벌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2018년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가 맞다고 해석했다. 병역법 개정 등 입법 논의를 기다리지 않고 법원이 법률해석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로 만든 것이다. 당시 김소영 조희대 박상옥 이기택 대법관은 기존 판단을 뒤집어 정당한 사유의 범위를 확장해야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특히 김 대법관이 선 다수의견에 대해 “입법목적의 범위 내에서 문언·논리·체계에 입각해 이뤄져야 하는 법률해석의 원칙과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한 사유는 질병이나 재난 발생 등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법관은 권순일 조재형 민유숙 대법관과 함께 낸 보충의견에서 아래와 같이 밝혔다. “법을 해석할 때에 입법자의 의도를 고려해야 하지만 그에 구속될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구속돼야 할 것은 법 그 자체이다. 그런데 바로 그 법이 ‘정당한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법은 입법자보다 현명하다.”(2016도10912, 김재형 대법관의 보충의견 중)김 대법관에 따르면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라는 문구는 애초에 사회의 변화에 따라 여러 사유를 포함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둔 일종의 입법적 장치다. 따라서 법을 만든 이가 추상적 표현인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될 가능성을 예상했었는지 여부는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헌법에 맞게 법률을 해석해 구체적 해석과 판단을 내리는 일은 법원의 몫이라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중략)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을 포함한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할 경우 이들을 군대도 사회도 아닌 교도소로 보내는 조치를 계속한다면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을 함께 고려하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2016도10912, 김재형 대법관의 보충의견 중) 이 판결 이후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무죄 선고가 뒤따랐다. 정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보다 4개월 먼저 나왔던 헌법재판소의 병역법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020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병역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법원은 ‘법률’이 아닌 ‘법’을 선언해야 한다”2020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박근혜 정부 당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김 대법관은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해야 한다는 다수 의견과 같은 결론에 섰지만 그 근거에 있어서는 한발 더 나갔다. 당시 다수의견의 요지는 헌법상 노동3권에 중대한 제약을 가하는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규정한 것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돼 무효라는 것이었다. 법률유보원칙이란 행정작용이 행해짐에 있어서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법률이나 법률의 위임에 의한 법규명령 등 법적 근거가 요구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김 대법관은 별개의견에서 이 같은 다수의견에 대해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는 것이고 실질적 판단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법관이 볼 때 문제의 핵심은 노동조합법 시행령이 아니고 전교조가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김 대법관의 별개의견에 따르면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노동조합법과 ‘이 경우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통보한다’는 노동조합법 시행령은 명확하다. 문언에 따라 해석할 경우 당시 전체 조합원 약 6만 명 중 9명이 해직 교사인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적법하다는 결론이 당연하게 도출된다. 김 대법관은 “이러한 판단이 법령의 규정을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는 법률적 삼단논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 대법관이 볼 때 이 같은 결론은 “헌법상 노동3권의 충실한 보장을 위해 존재하는 노동조합법이 결사의 자유마저 침해하게 되는 결과”를 낳기에 헌법을 비롯한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부당한 것이었다. 김 대법관은 “이 사건의 어려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법령의 문언에 따른 해석과 그 적용이 과연 정당한 결론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별개의견에는 김 대법관이 이 ‘어려운 사건(hard case)’을 놓고 법의 문언을 넘어서지 않는 해석을 통해 부당함을 교정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시도한 과정이 상세히 기재돼 있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의 ‘정당한 사유’와 같은 장치가 이 사건에는 없었다. 김 대법관은 “해석론으로써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에 관해 다른 결론을 내릴 여지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김 대법관은 이어 아래와 같은 견해를 밝혔다.“법을 해석·적용할 때는 그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 만약 해석의 결과 심히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결론이 도출된다면 그러한 해석을 배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통상 이를 위해 (중략) 여러 해석방법이 동원된다.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불합리와 부당함이 교정되지 않는다면 법원은 법의 문언을 넘어서는 해석, 때로는 법의 문언에 반하는 정당한 해석을 해야 한다.”(2016두32992,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 중) 김 대법관에 따르면 법률은 문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법률의 명문 규정의 엄격한 적용만 고집한다면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대한 적응성이 떨어져 부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 경우 예외적으로 법원은 실질적인 법 형성적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즉 “헌법을 비롯한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 정당한 해석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법규범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안을 완벽하게 규율할 수는 없다. 법은 그 일반적·추상적 성격으로 말미암아 본질적으로 흠결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법률의 해석은 단순히 존재하는 법률을 인식·발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일정한 경우 유추나 목적론적 축소를 통해 법률의 적용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적극적으로 법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실질적 법치주의의 요청이다. 법원은 ‘법률’이 아닌 ‘법’을 선언해야 한다.”(2016두32992, 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 중) 당시 전교조는 교사가 아닌 사람의 가입을 허용하거나 모든 해직 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무제한 인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조합원으로 활동하다가 해직된 교사의 조합원 자격이 유지되도록 한 것 뿐이었다. 김 대법관은 “전교조의 이러한 행위는 헌법상 기본권의 보장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며 “노동조합법이 위와 같은 행위까지 금지한다고 보는 것은 헌법 규범에 반하는 해석”이란 견해를 밝혔다. 김 대법관의 결론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 ‘원래 조합원이었던 자가 해직되더라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도록 하는 경우’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 대법관이 볼 때 이것이 헌법에 부합하는 동시에 헌법의 원리와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의미를 선택한 해석이었다. 따라서 전교조는 애초에 법외노조가 아니고 법외노조 통보도 당연히 잘못이라는 것이다.● 군형법상 추행죄 사건 “법률해석은 현시대에 맞는 법률의 정당한 의미를 밝혀내는 것”김 대법관의 견해는 법원이 구체적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음대로 법률의 해석과 적용 권한을 휘둘러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법원의 법률해석 권한은 무제한이 아니다. 김 대법관은 올해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의 ‘군형법상 강제추행 사건’ 보충의견에서 “정치의 영역에서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모든 문제를 사법부가 나서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했다. 김 대법관은 퇴임사에서도 정확히 같은 말을 했다. 김 대법관은 법률을 해석할 때는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다른 법령과의 관계,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김 대법관은 “여기서 말하는 ‘법질서 전체’란 최고규범인 헌법을 중심으로 해 형성된 사회 일반의 법의식을 포함한다”고 했다. 법원은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해석은 제정 당시 입법자의 주관적 의사에 얽매여서는 안 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탐구해 최고규범인 헌법의 내용과 가치를 반영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현재의 법상황과 법의식의 변화를 고려해 현시대에 맞는 법률의 정당한 의미를 밝혀내는 것이 돼야 한다.”(2019도3047, 김재형 대법관의 보충의견 중) 하지만 이는 법원의 법률 해석과 적용 권한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까지 “국회 입법을 기다려야 할 문제”라며 미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김 대법관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률의 해석과 그 적용 범위를 정하는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이룬다”고 했다. 법원은 사법권 안에서 구체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최대한의 고민을 해야 한다. 근무시간이 끝난 뒤 부대 밖 독신자숙소에서 서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남성 군인들이 기소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최초로 ‘부대 밖 사적 공간’에서 ‘합의’에 따라 이뤄진 동성 군인 간의 성관계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남성 군인 간 항문성교를 포함한 성행위가 그 자체로 군형법상 ‘추행’이기에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의 2008년 대법원 판결을 뒤집은 것이었다. 군형법 제96조의 2항은 ‘군인 등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말 그대로 해석한다면 피고인들은 당연히 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규정을 ‘일방의 의사에 반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하는 다른 사정이 있어 실질적인 법익 침해가 있는 경우’에만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시대와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 따라 합의된 동성 간 성행위를 계속해서 처벌하기 어렵고 이것이 헌법 정신에도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수의견의 판단은 군형법상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엄격하게 해석해 적용 범위를 제한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조재연 이동원 대법관은 “현행 규정은 행위의 강제성이나 시간과 장소 등에 관한 제한 없이 남성 군인들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처벌하는 규정이라고 봐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다수의견과 같은 제한해석은 법원의 법률해석 권한을 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법관은 보충의견에서 “다수의견은 법원의 법률해석 권한 내에서 이뤄진 정당한 해석”이라며 “이는 헌법규범의 의미와 가치를 반영하고 지금 우리 사회의 법의식을 고려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언 그대로만 적용한다면 남녀 군인이 합의해 항문성교를 한 경우도 처벌할 수밖에 없다. 법원의 법률해석 권한은 무제한이 아니지만 법원은 그 한도 내에서는 구체적 타당성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김 대법관은 판단한 것이다. 김 대법관에 따르면 군형법 조항을 사적 공간에서 합의에 따라 이뤄진 동성 군인 간의 성관계에까지 적용해 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한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을 차별해 평등권을 침해한다. 이 사건에서 헌법정신에 어긋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기존 판례를 유지하는 소극적 자세를 취한다면 그것은 사법부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 것이 된다.“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이 문제는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법률의 해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 다수의견의 입장이다. (중략) 법률의 위헌성을 인식하고서도 만연히 법률 개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로 법원 앞에 있는 당사자를 구제할 수 있는 길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바로 국민이 사법부에 부여한 권한이자 임무이다.”(2019도3047, 김재형 대법관의 보충의견 중)● 6년 임기 마치며 “사법적 해결 힘닿는 데까지 고민했다”김 대법관은 이외에도 그동안 여성,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판결을 여러 건 내렸다. 또 그는 일관되게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고 아이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조부모의 입양도 가능하다거나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정자를 통해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자녀에게도 민법상 친생자추정원칙이 적용된다는 법리를 제시하는 등 법치주의 확립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퇴임 직전에는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금되거나 처벌받은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본인의 마지막 전원합의체 판단을 이끌었다. 대법관은 취임 당일에만 즐겁고 임기 내내 괴롭다는 말이 있다. 6년 내내 전국에서 밀려오는 사건기록을 읽고 판결문을 쓰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법관은 6년간의 임기를 마치는 퇴임사에서 “저는 재판을 하고 판결문을 쓰는 데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고자 했다”고 했다. 김 대법관은 퇴임사를 통해 자신이 6년 간 강조해온 생각과 고민을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밝혔다. 김 대법관은 “입법과 사법의 경계가 분명한 것은 아니다. 입법과 사법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 절대적인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입법과 사법은 정의라는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는 두 수레바퀴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법적 해결은 주로 장래에 일어날 일을 규율하기 위한 것이므로 당사자들이 법원에 가져온 바로 그 문제까지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물론 법률의 해석과 적용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법원이 해결할 수 없다고 당당하게 밝혀야 하겠지만 저는 너무 쉽게 문제를 넘기지 않고 사법적으로 해결할 수 잇는지에 관해 힘닿는 데까지 고민을 했다”고 했다. 김 대법관은 그 고민의 방식에 대해 “법관은 입법자가 선택한 법률 문언의 의미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입법목적을 비롯해 법해석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 비춰 올바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재형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주요 대법원 판결]△2017년 8월 대법원 3부(2015두3867)삼성전자에 입사해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에서 근무하다 희귀질환인 다발성 경화증에 걸린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단. 대법원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2017년 12월 대법원 3부(2016다202947)성희롱 사건의 피해자와 그를 도운 동료 직원에게 근무시간 위반 등을 이유로 불리한 인사조치를 한 르노삼성자동차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단. 대법원 “회사의 불리한 인사조치가 성희롱 사건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근접한 시기에 있었는지, 종전 관행이나 동종 사안과 비교해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 취급인지 등을 고려해 불법성을 따져야 한다.”△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2014다61564)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등이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회의원 등 공적 인물에게 종북, 주사파라는 표현을 쓴 것은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 대법원 “정치적 표현에 대하여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거나 그 경계가 모호해지면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공허하고 불안한 기본권이 될 수밖에 없다.”△2018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2016도10912)진정한 양심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 대법원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그 불이행을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2019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2016므2510)아내가 남편의 동의를 얻어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해 아이를 낳은 경우에도 민법상 친생자추정원칙을 적용해 남편의 친자식으로 추정해야 한다는 판단. 대법원 “인공수정 자녀를 둘러싼 가족관계도 다른 자녀와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 출생과 동시에 안정된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자 한 친생추정 규정의 취지는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도 유지되어야 한다.”△2021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2018스5)친부모가 생존해 있어도 조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이의 복리에 더 부합한다면 조부모가 손자·손녀를 자녀로 입양할 수 있다는 판단. 대법원 “가정법원이 미성년자의 입양을 허가할 것인지 판단할 때에는 ‘입양될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2022년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2019도3047)부대 밖 사적 공간에서 합의에 따라 이뤄진 동성 군인 간의 성관계는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 대법원 “현행 규정의 문언 변경과 함께 동성 간의 성행위에 대한 법규범적 평가가 달라진 점을 고려하면 동성 간의 성행위가 그 자체만으로 ‘추행’이 된다고 본 종래의 해석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2022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2018다212610)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5년 발령한 ‘긴급조치 9호’ 자체가 위헌이므로 당시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금되거나 처벌받은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단. 대법원 “긴급조치 9호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고 발령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강제 수사와 공소 제기, 유죄 판결 선고를 통해 현실화됐다.”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 매각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사법부의 현금화 결정 심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건 주심인 김재형 대법관(57·사법연수원 18기·사진)의 퇴임식이 2일 열리면서 해당 사건의 주심 교체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현금화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지연되면서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다만 조속한 현금화를 요구하는 피해자 측과 자국 기업에 대한 현금화 명령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일본 정부 간의 입장 차이는 여전한 상황이다.○ 주심 대법관 퇴임으로 심리 장기화 조짐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미쓰비시가 특허권 2건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에 불복해 낸 재항고 사건에 1일까지 결론을 내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결정 시기와 관련해 밝힐 입장은 없다”며 “김 대법관 퇴임 때까지 결론이 안 나면 주심을 다시 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법관은 4일 퇴임하지만 2일 오전 퇴임식을 갖기 때문에 사실상 1일이 결정의 마지노선이었다. 김 대법관 퇴임 전 결론이 안 난 것은 해당 사건에 대해 대법관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 소부 사건은 주심 대법관 1명과 다른 대법관 3명 간의 협의를 통해 결론을 내린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도 강제징용 사건이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대리 경험이 많은 임재성 변호사는 “압류명령에서 일본 기업 측 불복 사유를 모두 기각했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불복하는 매각명령 결정 판단이 늦어지는 것은 대법원이 소송 외적인 문제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2018년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미쓰비시중공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만큼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은 현금화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인 김성주 할머니(93)와 양금덕 할머니(93)는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2018년 11월 최종 승소했으나 압류·매각 명령과 항고 및 재항고가 반복되면서 4년 가까이 배상을 받지 못한 상태다.○ 한숨 돌린 정부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할 것”법조계에선 김 대법관 후임이 합류한 뒤 대법원 소부 구성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어 주심이 정해지기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는 김 대법관의 후임인 오석준 후보자에 대해 지난달 29일 인사청문회를 열었지만 임명동의안을 채택하진 않았다. 외교부는 대법원 심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부는 앞서 7월 대법원에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해결 의지를 강조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대리인 및 학계 법조계 인사 등이 포함된 민관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고, 일본 정부와도 협의를 이어가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한일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해 국내적인 노력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한일 간 소통 등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의견서 제출 자체가 “판결을 보류해 달라는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날도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대법원 의견서 제출을 즉각 철회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은 론스타가 제기한 소송 외에도 현재 6건이 진행 중이다. 31일 법무부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ISD 사건은 지금까지 총 10건이며 이 중 3건은 종료됐다. 남은 소송 중 론스타 소송을 제외하고 청구액 규모가 가장 큰 사건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이 제기한 소송이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승인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이 합병 투표 찬성 압력을 행사해 7억7000만 달러(약 1조300억 원)의 손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소송을 제기했다. 합병 당시 엘리엇은 지분 7.12%를 보유한 삼성물산의 주주였다. 다른 미국계 사모펀드 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입었다며 2억 달러(약 270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스위스 승강기 제조업체 신들러도 2018년 10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1억9000만 달러(약 2500억 원) 규모의 ISD를 제기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이란 다야니 가문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두 번째 ISD 소송을 제기했다. 다야니 가문은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과정에서 한국 채권단에 계약금 578억 원을 지급했다가 돌려받지 못하자 2015년 9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청구액이 6조 원대로 역대 최대였던 론스타 소송에서 한국 정부는 법무부 국제분쟁대응과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미국과 한국 로펌을 선임해 대응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가 국제 분쟁 관련 전문인력 양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희택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 의장은 “공무원이다 보니 2, 3년마다 인사 이동으로 계속 담당자가 바뀐다”며 “스포츠에 비유하면 1진을 양성해 내보내야 하는데 훈련돼 내보낼 만하면 1진을 빼고 2진을 내보내는 식이다. 이런 시스템이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법무부는 국제 분쟁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국제법무국 신설을 추진 중이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5년 선포한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해 구금되거나 처벌받은 피해자들이 국가 배상을 받게 됐다.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변경해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일 뿐 아니라 민사적 불법행위에 해당해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30일 A 씨 등 71명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2015년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이지만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라는 이유로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정할 수 없고, 국가의 배상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이날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고 발령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강제 수사와 공소 제기, 유죄 판결 선고를 통해 현실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긴급조치 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긴급조치 9호 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 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손배소를 제기한 피해자들은 1970년대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기소돼 복역한 이들이다. 1975년 5월 발령된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의 개정·폐지를 주장하는 집회·시위, 학생의 정치 관여 행위 등을 금지했고 어길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했다. 이들은 2013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이날 선고 직후 긴급조치 피해자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7년 5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 바로잡은 판결이란 점에서 만시지탄”이라며 “(과거에 패소가 확정된 이들을 위해 국회는) 재심 특례법 등 입법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해 달라”고 요구했다.긴급조치 9호박정희 정부 시절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1975년 5월 13일 선포한 긴급조치. 유신헌법을 부정하는 집회·시위를 일절 금지했으며, 대학생의 정치 관여 행위도 금지했다.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1979년 12월 해제될 때까지 4년 넘게 이어졌으며 이 기간 800여 명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됐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대법관 후보로 임명 제청된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60·사법연수원 19기)가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전화가 오더라도 제가 끊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에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당할 우려가 있지 않으냐는 질문이 나오자 “한 톨만큼의 오해도 생기지 않도록 독립적이고 객관적 판결을 하겠다”며 이같이 밝힌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은 오 후보자와 대학교 1년 선배인 윤 대통령 간의 친분관계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오 후보자는 사적 친분을 묻는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대학 다닐 때 (윤 대통령과) 식사하게 되면 술을 나누곤 했고, 이후 만남에서도 보통 저녁에 만날 때는 술을 곁들이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만남 횟수에 대해선 “최근 10년 동안 5번이 안 될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의 자택 인근 술집에서 윤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 기억으로는 2번 정도 (만났다)”고 했다. 오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결혼식과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사실도 인정했다. 청문회에선 오 후보자의 과거 판결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2011년 8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의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어떤 근거로 그렇게 판단했느냐”고 묻자 “결과적으로 그분(버스기사)이 저의 판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저도 마음이 무겁다”고 자세를 낮췄다.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당시 버스회사 측 법률대리인이 오 후보자의 연수원 동기이자 고등학교 후배라는 의혹을 언급했다. 이에 오 후보자는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재판에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고 맞섰다. 오 후보자는 또 청문회에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회복되지 못한 현 상황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에둘러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를 비판했다.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이뤄진 법원장 후보 추천제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여야는 이날 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다만 오 후보자 임명에 대한 여야 이견이 크지 않아 이번 주 내로 보고서 채택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법원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제동을 건 것을 두고 국민의힘에선 ‘정치의 사법화’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당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당 내부에서 결정한 ‘당 비상상황’에 대해 법원이 판단을 내리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유상범 의원은 법원의 결정이 나온 26일 “사법부가 절차적 하자가 아닌 상임전국위원회의 내부적 유권해석에 대한 의사결정을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다른 판단을 한 것은 정당정치의 자유라는 헌법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즘 법원은 정치적 판단도 하네요. 대단합니다”라고 에둘러 재판부를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비대위를 둘 정도의 비상상황은 아니다”라는 법원 판단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의 해석도 여전히 분분하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당 내 의사결정은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정당 안에서 정리가 되는 과정”이라며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사법부가 아닌) 정당 안에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정치의 사법화’가 이뤄질 경우 국민으로부터 통치 권력을 위임받지 않은 사법부로 권력이 이양된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이례적이긴 하지만 나올 수 있는 결정’이라는 반응이 많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당사자들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비대위 구성 과정에 하자가 없는지 실질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법원 판단에 반발하며 담당 재판부에 대한 정치적 편향성 공세까지 펼치는 것에 대해선 “도를 넘은 정치적 공세”라는 반응도 나왔다. 결국 개선되지 않는 정치권의 태도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차별 고소·고발로 결국 정치권이 사법부에 스스로 정국 주도권을 넘겨주고 있다는 비판이다.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대법관 후보로 임명 제청된 오석준 후보자(60·사법연수원 19기·사진)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29일 열린다. 청문회에선 오 후보자와 윤 대통령 간 친분관계, 과거 판결 논란 등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오 후보자와 윤 대통령 간 친분 관계에 질의를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오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 따르면 오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 대학교 1년 선후배 사이라 학교 다닐 때 알고 지낸 사이”라면서도 “재학 당시 함께 사법시험을 준비했다거나 스터디 모임, 사적 모임 등을 같이한 바 없다”고 밝혔다. “유달리 친분이 있지는 않다”고도 했다. 하지만 오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결혼식과 대통령 취임식에 대해선 “참석한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오 후보자가 과거 내린 판결에 대해서도 야당의 공격이 예상된다. 오 후보자는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 재판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 운송수입금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17년간 일한 운전사를 해임한 버스회사의 처분이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반면 2013년엔 변호사로부터 85만 원 상당의 접대를 받고 면직 처분을 받은 검사에 대해 징계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자는 “운송수입금 횡령은 금액의 크고 작음을 불문하고 해임 외에 다른 징계 처분의 여지가 없다는 노사 합의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사 징계 취소 판결에 대해선 “당시의 향응 수수가 직무와 관련됐는지 불명확했다”고 해명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법원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제동을 건 것을 두고 국민의힘에선 ‘정치의 사법화’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당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당 내부에서 결정한 ‘당 비상상황’에 대해 법원이 판단을 내리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유상범 의원은 법원의 결정이 나온 26일 “사법부가 절차적 하자가 아닌 상임전국위원회의 내부적 유권해석에 대한 의사결정을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다른 판단을 한 것은 정당정치의 자유라는 헌법 가치를 침해하는 것”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즘 법원은 정치적 판단도 하네요. 대단합니다”라고 에둘러 재판부를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비대위를 둘 정도의 비상상황은 아니다”라는 법원 판단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의 해석도 여전히 분분하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당 내 의사결정은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정당 안에서 정리가 되는 과정”이라며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사법부가 아닌) 정당 안에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정치의 사법화’가 이뤄질 경우 국민으로부터 통치 권력을 위임받지 않은 사법부로 권력이 이양된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이례적이긴 하지만 나올 수 있는 결정’이라는 반응이 많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당사자들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비대위 구성 과정에 하자가 없는지 실질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법원 판단에 반발하며 담당 재판부에 대한 정치적 편향성 공세까지 펼치는 것에 대해선 “도를 넘은 정치적 공세”라는 반응도 나왔다. 결국 개선되지 않는 정치권의 태도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차별 고소·고발로 결국 정치권이 사법부에 스스로 정국주도권을 넘겨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술에 취해 운전 중인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58)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부장판사 조승우)는 2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관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차관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기사를 폭행한 것은 교통사고를 유발해 제3자에게 중대한 위험을 야기할 수 있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형사처벌을 면하거나 감경받기 위해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등 죄질도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11월 술에 취해 잠든 자신을 깨운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으며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발생 이틀 뒤 택시기사에게 합의금으로 1000만 원을 건넨 뒤 차량 블랙박스 삭제와 ‘차 밖에서 폭행이 이뤄졌다’는 허위 진술을 요청한 혐의도 받았다.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이 전 차관은 집행유예 기간을 합쳐 4년간 변호사 자격을 잃게 된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월성 1호기 원전 폐쇄 결정 전 한국수력원자력이 요구한 조기 폐쇄에 따른 손실 보전 문제에 대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보고를 받았고 정부가 비용 보전을 해줄 수 있다는 취지의 회신 공문을 보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23일 대전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박헌행) 심리로 열린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및 조기 폐쇄’ 사건 공판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업무를 담당했던 문모 산자부 전 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이날 원전 조기 페쇄 관련 한수원이 비용 보전을 정부가 해달라는 요청 관련해 산자부가 한수원에 회신 공문을 보낸 과정에 대해 증언했다. 이날 증인 신문은 지난해 8월 1심 재판이 시작된 뒤 열린 첫 증인신문이다. 문 전 국장은 부하 직원들이 감사원의 감사를 하루 앞둔 2019년 12월 1일 오후 11시 24분부터 이튿날 오전 1시 16분까지 사무실 컴퓨터에서 ‘월성 1호기’ 관련 문건 530건을 지우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문 전 국장은 “한수원이 비용보전을 요구해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의결 하루 전인 2018년 6월 14일 달래기용으로 ‘비용보전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산자부 회신 공문을 백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며 “이 공문은 A 과장 전결인데 부담스러워해 내가 전결 처리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산자부의 회신 공문 내용은 “정부가 비용·손실 보전 문제를 모두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공문을 받은 다음 날인 2018년 6월 15일 이사회 의결로 월성 1호기의 즉시 가동 중단 및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그는 또 “2017년 당시 원전이 중요한 이슈였기 때문에 원전산업정책국에서 (월성 1호기 관련) 국정감사 자료를 만들어서 백 전 장관까지 보고했던 기억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5000여억 원을 들여 전면 수리한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에 따른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야 하는 문제를 놓고 산업부와 한수원의 실랑이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증언은 백 전 장관이 조기 폐쇄 시 비용보전 부분이 중요하고 한수원은 업무상 배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백 전 장관도 폐쇄에 따른 비용 보전 문제가 당시 중요한 쟁점이었고 한수원에서도 업무상 배임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문 전 국장의 증언은 백 전 장관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한수원이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을 알면서도 조기 폐쇄를 부당하게 지시한 배임교사 혐의를 입증할 단서로 보고 있다. 앞서 대전지검은 지난해 6월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한 직권남용 등 혐의로 백 전 장관을 기소했다. 다만 기소 당시 백 전 장관이 한수원의 1481억 원대의 손해를 입히도록 지시했다는 배임교사 혐의는 적용하지 못 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 측이 경기 성남시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해명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1년 동안 24차례나 공문을 보내 용도변경을 요구해 받아들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5월 감사원은 한국식품연구원 직원들이 2015년 11월~2016년 12월 민간사업자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67)를 대신해 성남시에 백현동 사업과 관련한 공문을 24차례 보내 영리활동을 부당 지원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속한 부지 매각과 청사 이전을 원했던 연구원이 “공공기관 명의로 일을 진행하면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는 정 대표 측 부탁을 받아 명의를 빌려줬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공개된 감사 결과와는 별개로 한국식품연구원의 부지 매각 과정과 관련해 4년 전 진행된 감사다. 지난해 이 의원 측은 이 감사 결과 등을 거론하며 용도변경 등은 “정부 시책에 협조해준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2일에는 “당시 박근혜 정부(국토교통부 및 한국식품연구원)는 1년에 24차례나 공문을 보내 연구원이 이전하는 백현동 해당 부지를 준주거지로 용도변경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4개 공문은 임대주택 비율을 100%에서 10%로 축소하는 결정 및 지구단위계획 수립 등과 관련된 것으로 용도변경과는 관련이 없었다. 또 2015년 9월 성남시가 이미 용도변경을 고시한 후 2개월 후부터 오고 간 것이라 용도변경을 할 때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은 성립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만 국토부와 연구원은 2014년 1월~2015년 1월 성남시에 용도변경 관련 공문을 총 6차례 보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는 이 의원 측이 언급한 횟수와 크게 다르고 감사보고서와도 관계가 없다. 국토부는 2014년 1~10월 총 3차례 성남시에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연구원은 정 대표 측을 대신해 2014년 4월~2015년 1월 용도변경 신청을 3차례 했다. 앞서 성남시는 2014년 연구원이 낸 정 대표 측 1·2차 용도변경 신청을 반려했다. 그러나 이듬해 1월 정 대표가 이 의원의 2006년 성남시장 선거 선대본부장을 지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69)를 영입한 뒤 낸 3차 용도변경 신청은 수용했다. 동아일보는 24개 공문과 관련된 이 의원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22일 이 의원 측에 해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STX조선해양의 분식회계로 인한 허위공시로 손해를 입은 소액주주들이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약 55억 원의 배상을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STX조선해양 소액주주 A 씨 등 307명이 강 전 회장과 삼정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STX조선해양은 선박 제조 진행률을 조작해 매출 총이익을 부풀리는 등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한 뒤 이를 사업보고서에 담아 2012, 2013년 공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정회계법인은 허위 작성된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를 한 뒤 ‘적정 의견’을 기재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 STX조선해양 주식은 분식회계와 수익성 악화로 2014년 거래정지 및 상장폐지됐고 이에 A 씨 등은 강 전 회장과 삼정회계법인에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강 전 회장이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 작성 관리자로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회계법인도 적법한 감사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해 주주들에게 49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허위 공시와 주주들이 입은 손실 간의 인과관계를 추가로 인정해 배상액을 55억여 원으로 올렸다. 대법원도 강 전 회장 등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주의 의무가 준수되었는지 등을 강 전 회장과 회계법인이 증명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특정 제도나 직위가 회사에 도입된 것만으로는 감시의무를 다했다고 인정할 수 없고 제도나 직위의 내용, 실질적 운영 여부 등을 살펴 판단해야 한다”는 대표의 감시의무 관련 기준도 제시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병원 당직근무 중 2시간 넘게 자리를 비워 응급환자의 사망 사고를 초래한 의사에 대한 해고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의사 A 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5월 경기 소재 한 병원에 입사했다. 그런데 수습 기간 중이었던 같은 달 말 야간 당직근무 중 자리를 비워 병원에 온 응급환자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환자는 간호사가 대처하던 중 사망했고, A 씨는 응급환자 발생 2시간 반이 지나서야 병동에 모습을 드러냈다. A 씨는 병원장의 허락 없이 약을 무단 반출하거나 진료실과 복도에서 병원 내부 시설과 직원을 동의 없이 촬영하는 등의 행위도 적발돼 같은 해 6월 ‘근무성적 불량, 중대 과실’ 등의 이유로 해고 조치됐다. 이에 A 씨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중앙노동위에 구제 신청을 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2020년 10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시간은 당직의사의 휴게시간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다른 의사가 부재한 시간에 발생하는 응급상황을 대비하려는 당직의사 제도의 취지상 당직의사에게 별도의 휴게시간이 주어진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설령 휴게시간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직무수행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주어지는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이어 “응급환자 처치나 이송 과정에서 실수가 있으면 환자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당직근무 중 응급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비위행위를 엄격히 제재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기 성남시장 시절 허가한 분당구 백현동 개발사업의 용도변경이 성남시의 의무는 아니라는 보고를 직접 받은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이 의원은 그동안 백현동 사업 특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용도변경은 박근혜 정부가 법에 따라 요구해 불가피하게 응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런 설명과 배치되는 문건이 확인된 것이다.○ 성남시 “용도변경 의무 아니다” 보고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4년 12월 12일 성남시 주거환경과는 당시 시장이던 이 의원에게 ‘식품연구원 용도변경 재신청에 대한 검토 보고’ 문건을 보고했다. 해당 문건은 민간사업자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67) 측이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자연녹지에서 2종 주거지역으로 바꿔달라며 낸 2차 용도변경 신청 관련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2014년 1월 식품연구원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백현동 사업에 뛰어든 정 대표는 같은 해 4월과 9월 각각 성남시에 용도변경 신청을 냈지만 모두 반려당했다. 그러자 정 대표는 이듬해 1월 이 의원의 성남시장 선거 선대본부장을 지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69)를 영입한 다음 준주거지로 용도변경을 해 달라고 다시 신청했다. 이에 성남시는 2015년 4월 이 의원의 결재를 거쳐 같은 해 9월 토지 용도를 준주거지로 바꿔줬다.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그거(용도변경)는 국토교통부가 요청해서 한 일이고, 공공기관이전특별법에 따라서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특별법에 국토부 장관이 요구하면 지자체장은 반영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공기관이전특별법(혁특법) 43조 6항은 국토부가 연구원 부지와 같은 ‘종전부동산’의 처리계획을 수립해 반영을 요구하면 지자체는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성남시 주거환경과는 이 의원에게 “국토부에서 협조요청(용도변경)한 문서는 혁특법에 의해 국토부 장관이 수립하는 종전부동산 처리계획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 당시 국토부의 용도변경 요청은 단순 협조 요청이었을 뿐, 혁특법 43조 6항에 따라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들어줘야 하는 요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문건에는 ‘우리 시 기본계획과 부합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겼다. 당초 성남시가 연구개발(R&D) 단지를 조성하기로 한 도시기본계획 등을 감안해 2종 주거지역이 아닌 준주거지역으로의 용도변경이 적합하다고 자체 판단했다는 것이다. ○ 감사원도 “용도변경 강제 아닌 것 확인”이 의원의 해명과 배치되는 정황은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감사결과에도 포함돼 있다. 이 시장이 문건을 보고받기 사흘 전인 2014년 12월 9일 성남시는 국토부에서 “해당 협조 요청은 혁특법 43조 6항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라는 질의 회신을 받았다. 감사원은 이를 근거로 “(당시 성남시가) 국토부의 요청으로 인해 용도변경이 강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준주거지로의 용도변경 역시 사업성 보전 등을 위해 성남시가 제안한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감사 결과 발표 직후인 지난달 22일 이 의원은 “성남시가 특혜라면 박근혜 정부는 특혜강요죄”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 의원 측은 이날 동아일보에도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만 했다.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회삿돈 3300억 원을 횡령하고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이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조용래)는 1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한 것과 같은 형량이다. 박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으나 이날 선고로 법정에서 구속됐다. 박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된 금호그룹 임원 3명도 검찰 구형과 같은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금호산업(현 금호건설)에는 벌금 2억 원이 부과됐다. 재판부는 “대규모 기업집단은 큰 경영 주체로서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법질서를 준수하고 역할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개인 회사를 위해 계열사를 이용하는 것은 기업 건전성과 투명성을 저해하고, 경제 주체들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뿐 아니라 손실을 다른 계열사들에 전가하는 등 영향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은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설립하고 2015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자금 조달을 위해 불법행위를 한 혐의로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 인수를 위해 계열사 자금 3300억 원을 횡령한 혐의, 금호터미널 주식을 금호기업에 2700억 원에 저가 매각한 혐의 등 기소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