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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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진영 논설위원입니다.

ecolee@donga.com

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칼럼100%
  • 흰종이 접어 산자락에 살포시… 장욱진화백 ‘호작도’가 꿈틀대는듯

    장욱진미술관은 ‘전통 미술의 현대화’를 이룬 1세대 서양화가 장욱진(1917∼1990) 그림을 닮았다. 경기 양주시 장흥면 석현리 계명산을 배경으로 개울물가에 자리한 미술관은 흰 종이를 이리저리 접어 산자락에 펼쳐 놓은 듯 미니멀한 디자인의 건물이다. “나는 심플하다”고 선언하며 단순한 선 몇 개로 소박한 풍경을 즐겨 그리던 고인의 작품 속 시골집 같다. 화가의 ‘호작도(虎鵲圖)’를 떠올리며 미술관을 보면 뒷산에서 목을 축이러 물가로 내려온 호랑이를 닮은 것도 같다. “장욱진의 그림에서 출발했어요. 그가 그린 집, 사람, 동물, 나무, 해 그림은 어린아이가 그린 것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조형적 구성이 치밀하죠. 저희도 단순한 선으로 공간감이 느껴지는 미술관을 설계하고 싶었어요.”(최성희 최-페레이라건축 소장) “(한국 전통 건축처럼) 이건 내 건물, 하고 선을 긋지 않고 풍경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디자인은 모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장욱진은 현대 화가잖아요. 그의 그림은 마르크 샤갈의 그림과 닮았어요.”(로랑 페레이라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미술관을 함께 설계한 부부 건축가인 최 소장과 페레이라 교수는 “‘이게 디자인이다’라고 과시하지 않는, 모뉴먼트(기념비)가 되지 않는 설계를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했다. 장욱진미술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총면적 1851.58m²) 규모로 양주시가 국비와 시비 76억 원을 들여 지은 시립 미술관이다. 양주시는 유족들이 고인의 작품 232점을 기증하면 내년 4월 개관할 예정이다. 최근 완공된 미술관을 부부 건축가와 함께 둘러봤다. 철근콘크리트에 흰색 폴리카보네이트 패널로 외벽을 마감한 미술관의 외관은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다 달라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전경을 보려면 인근 청련사에 올라 멀리 내려다봐야 한다. 직각을 찾기 어려울 정도의 부정형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예측 불가능한 공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펼쳐진다. 안쪽 벽면의 크기와 높이도 모두 다르다. 다양한 크기의 그림을 전시하기에 좋을 듯하다. 중정으로 낸 창 말고도 벽면 곳곳에 창을 크게 내어 주변의 풍광을 안으로 끌어들인 것도 여느 미술관과 다른 점이다. 1, 2층을 터놓은 공간에서 2층 계단으로 오르며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까와는 다른 눈높이에서 벽면이 눈에 들어온다. 2층에 오르면 뾰족지붕 아래 아늑한 다락방 같은 공간들이 숨어있다 모습을 드러낸다. 장욱진 화백의 동심적 상상력을 떠오르게 하는 공간 구성이다. 이 밖에 강의실 2개와 수장고, 카페, 사무실과 회의실이 있다. 공간을 잘게 쪼개놓아 건물의 덩치는 커 보이지 않지만 내부 공간이 좁지는 않다. 벨기에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의 장 누벨 설계사무소에 근무하던 페레이라 교수는 장 누벨의 서울 프로젝트에 합류하면서 2005년부터 서울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유학한 최 소장과는 2005년 서울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공모전을 함께 준비하면서 가까워졌고 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뒤 설계사무소 ‘최-페레이라 건축’을 세워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대학에선 ‘페 선생’으로 불리는 페레이라 교수는 국내 대학 교직 경력도 8년이 넘는다. 그는 “예전엔 학생들이 ‘copy, obey, memorize(베끼고, 복종하고, 외우기)’만 했는데 요즘은 많이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또 “한국엔 좋은 건축가가 많음에도 건축물이 못생긴(ugly) 것은 미스터리”라며 좋은 제도가 없기 때문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어쨌든 전 공공 미술관을 설계했어요. 그것으로 제 서울 생활은 이미 해피엔딩입니다.”양주=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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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기획총괄담당관 김정렬 △홍보협력담당관 성종원 △방송정책기획과장 양한열 △방송시장조사과장 김성규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 반상권 △방송기반총괄과장 김동철 △방송통신위원회 김영관 △국민대통합위원회 파견 박노익}

    • 201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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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진영]엄마 같은 팬덤

    월드스타 비의 전역식은 이름값에 비해 조촐했다. 그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홍보원 앞에 나타나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는 짧은 소감만 남기고 떠났다. 팬미팅도 인터뷰도 없었다. ‘LTE급 퇴장’이라는 말이 나왔다. 밤새 비를 맞으며 비를 기다리던 국내외 팬들 700여 명(경찰 집계·팬클럽 ‘구름’은 800명으로 추산)은 1분 남짓의 짧은 만남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비의 ‘조촐한 전역식’은 소속사와 팬카페 임원들의 회동 결과물이다. 이들은 전역을 앞두고 가진 상견례에서 그의 ‘부적절한’ 복무 태도로 여론이 좋지 않으니 전역식은 하되 조용히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요즘 케이팝 팬들은 스타를 따라다니기만 하는 게 아니다. 가수의 활동 방향을 정하는 데 관여하고 홍보에 참여하며 케이팝 산업을 지탱하는 힘으로 존중받는다. 그래서 ‘빠순이’가 아니라 ‘팬덤(팬 집단과 그 문화)’이라고 불린다. 팬덤은 더이상 10대의 일탈적 하위문화가 아니다. 소수의 ‘빠순이’ 출신 대학원생들이 연구했던 팬덤을 이제는 역량 있는 학자들이 파고들어 팬덤이 능동적인 문화 실천이자 중요한 문화 현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팬덤의 위상 변화는 ‘이모팬’ ‘삼촌팬’이라는 주류 세대가 팬덤에 합류하는 시기와 겹친다. 스타를 ‘오빠’가 아니라 ‘우래기(우리 아기)’라고 부르는, 경제력과 사회 경험이 있는 고령의 팬층이 합류하면서 팬덤도 달라졌다. 이들의 구매력은 “동방신기 팬클럽 회원이 80만인데, 앨범 판매량은 10만 장”이라는 식의 조롱을 허락하지 않는다. 법적 분쟁이 있을 땐 법률 자문에 응해주고, 스타와 관련된 온갖 소식을 영어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 스페인어로 번역해 인터넷에 올린다. 계층별로 소비하는 문화상품이 달라진다는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화이론으로는 아이돌에 열광하는 중산층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학자들은 고급문화 소비자가 저급문화도 고루 즐긴다는 ‘옴니보어(omnivore·잡식동물)’ 이론으로 이모·삼촌팬 현상을 설명한다. 흥미로운 점은 팬덤의 연령층이 확대되면서 ‘팬질’이 엄마를 닮아간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우래기의 노래가 음악 방송에서 1위를 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음원 사이트의 순위 집계 방식을 스터디한 뒤 음반을 공동으로 구매하고, 우래기 신곡을 주위에 휴대전화 벨소리로 선물한다. 복잡한 입시 정보를 꿰고 앉아 아이의 성적을 관리하는 엄마 같다. TV에 우래기가 ‘남의 애기’보다 밉게 나오면 항의의 뜻으로 인터넷 게시판을 초토화시키기도 한다. 우래기의 각종 기념일이면 선물을 준비하고, 아이 학교에 간식 돌리듯 드라마 촬영장에 밥차를 보낸다. 우래기 이름으로 자원봉사하고, 헌혈하고, 통 크게 우래기 이름을 딴 숲을 해외에 조성한다. 자녀의 봉사활동 스펙을 관리하는 엄마 같지 않은가.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팀은 논문 ‘스타를 관리하는 팬덤, 팬덤을 관리하는 산업’에서 팬덤의 문화 실천을 ‘가족 프로젝트’라고 했다. 스타를 생산하는 기획사는 ‘아빠’, 이를 육성 관리하는 팬덤은 아이의 교육을 책임지는 한국 중산층 ‘엄마’ 같다는 분석이다. 팬덤을 엄마로 놓고 보면 서태지가 불쑥 재혼 소식을 발표했을 때 “우리 생각은 안 해주나”라며 화내던 일부 팬들이 이해가 간다. 빠순이 시절보다 위상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팬덤은 자신들의 활동을 ‘팬질’이라 부르며 여전히 부끄럽게 여긴다. “그 열정을 생산적인 일에 쏟아보라” “극성스럽다” “배타적이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자녀를 일류 대학에 보내놓고도 내 아이만을 위한 이기적이고 맹목적인 치맛바람을 드러내놓고 자랑하지 못하는 엄마 같다. 케이팝 한류의 동력인 팬덤이 스스로도 떳떳한 문화행위가 되려면 한국 팬덤 특유의 ‘모성애’를 극복하는 데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 201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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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상한 독서캠페인’ 관련 반론보도

    본보는 6월 12일자 A13면 “수상한 독서캠페인…‘단 한 번의 연애’ 등 22권 변종 사재기 의혹” 제하의 기사에서 도서요약 전문업체 북코스모스가 올해 1월부터 진행 중인 ‘얼리버드 캠페인’에 대해 사재기 감시기구인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가 ‘변종 사재기’라고 판단하고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북코스모스(최종옥 대표)는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로부터 현재 얼리버드 캠페인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지 다른 문제는 없는지 검토 중이며, 센터는 과태료 부과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전달받았고, 본사는 얼리버드 캠페인이 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법적 검토를 받은 바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의한 것입니다.}

    • 201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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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건축디자인 교과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 르코르뷔지에, 헤릿 토마스 리트벨트, 알바르 알토, 장 프루베, 아르네 야콥센. 이들은 모두 20세기 근대 건축의 거장이자 인테리어 용품에서도 독특한 디자인을 남긴 건축가들이다. 신간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건축디자인 교과서’(다빈치)는 7인의 거장이 남긴 40여 개 건축물의 밖은 물론 실내 구석구석을 섬세하게 짚어 가며 거장의 디자인 노하우를 설명해 놓았다. 이들이 디자인한 인테리어 용품은 건축물만큼 파격적이다. 프랑스의 르코르뷔지에는 여성적인 로코코 양식이 유행하던 시기에 스틸파이프를 이용한 탁자나 긴 의자 등 기능을 중시한 단순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미국 건축가 라이트는 벽이 아닌 가구를 활용해 공간을 나누었다. 예를 들어 그가 디자인한 ‘하이백 체어’는 높은 등받이가 식탁을 칸막이처럼 둘러싸며 식사 장소를 만들어 낸다. 이 밖에 알루미늄 패널 벽에 동그란 구멍을 촘촘히 뚫어 사생활 침해를 받지 않으면서 빛은 받아들이는 장 프루베의 프랑스 낭시 주택, 직각으로 만나는 창을 모두 열면 방의 모서리가 사라져 시야가 탁 트이는 리트벨트의 슈뢰더 하우스 등 유용하고 재미난 아이디어들이 가득하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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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리듬과 폭력적 풍경 사이에서 방황하는 타팰이여!

    《 아파트는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 양식이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공동주택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삼우, SIA, SOM·2002년)가 최악의 건축물 9위로 ‘BEST & WORST 20’ 목록에 올랐다. “왜곡되고 폐쇄적인 주거 문화의 상징이다”(조준배 앤드건축) “그들만의 건축물로 한국 사회의 계층화를 심화하는 데 한몫했다”(이기옥 필립종합건축)는 혹평이 나왔다. 최악의 건축물로 아파트 자체를 꼽은 전문가들도 있었다. “몰개성과 미적인 조악함으로 전 국토를 망쳤다”(김범준 공간종합건축)는 것이다. 반면 재미 건축가 우규승의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1988년)는 최고의 건축물 공동 21위에 올랐다. “천편일률적인 공동주택의 환경 속에서 대안적 배치의 가능성을 보여준 혁신적 작품”(강병국 동우건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는 건축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로 유명한 건축가나 특별한 모양의 대형 건축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건축 담론 속에 일상을 담는 주거건축이 중심이 되는 예는 많지 않다. 그래서 올림픽선수촌아파트가 최고의 현대 건축 21위에 오른 것은 한국 공동주택의 역사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이 아파트는 부챗살 모양의 단지계획으로 동의 간격이 좁은 곳이 있고, 평면계획에서 복층을 도입해 동선이 길어지고 전용면적에 비해 주방이 작아 거주성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이다. 하지만 풍부한 녹지와 어우러져 도시와 자연의 축을 함께 고려한 단지계획은 도시 맥락과 소통하는 주택단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으며, 다양한 공간 구성으로 변화하는 도시 일상을 유연하게 담아내고 있다. 반면 10여 년의 시차를 두고 건설된 타워팰리스는 차별화된 고급 커뮤니티를 지향했으나 도시 맥락과의 괴리를 낳아 다소 폭력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그 단지만의 차별성을 단절이나 차단으로 오독(誤讀)해 가로(街路)의 흐름에 불편한 리듬을 주고 있다. 공동주택은 건축뿐만 아니라 도시사회학이나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여러 영역에서 중요한 주제이다. 이는 공동주택이 건축적 미학만으로 아우를 수 없는 사회 정치 행정적 요소를 포함하며, 다양한 이익집단들 간에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완성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공동주택 프로젝트를 이끄는 집단은 주로 상업적 성공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건축 분야에서 할 수 있는 거주성에 관한 의사결정의 범위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까다로운 법규와 각종 심의 과정을 포함해 요구 조건은 많지만 설계비는 적은 편이다. 그동안 많은 건축가들이 공동주택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발주처 요구사항에 맞는 주거설계 기술을 보유한 일부 설계회사들이 공동주택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해 왔다. 이들은 발주처가 요구하는 분양성에 중점을 두어 설계한다. 사람들은 분양 받을지를 판단할 때 광고물이나 본보기집의 상업적 이미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선분양 후시공으로 공급되는 한국 주택시장에서 입주 전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건축 요소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시간적 맥락은 고려되지 않는 것이다. 요즘 대두되는 층간 소음 문제를 보자. 주로 콘크리트로 지어지는 공동주택은 한 개의 동이 일체화된 구조다. 한 가구의 생활 진동이 다른 곳으로 전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위아래층 사이에는 시공비 절감을 위해 최소 두께의 슬래브가 있을 뿐이다. 대규모 단지의 긴 담장 때문에 가까운 거리를 돌아서 가야 하는 불편함도 생긴다. 도시는 다양한 기능의 세포들로 조직된 유기체와 같은데 모세혈관과 같은 골목길들이 거대세포에 의해 끊어지고 뭉개져 있는 격이다. 담장을 두른 주거단지에 사는 사람들이나 지척의 거리를 둘러 가야 하는 사람들이나 불필요한 긴장 속에 산다.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부분에서 시공비를 줄이고 대규모 단지 개발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동안 우리는 비대해진 도시세포로 균형을 잃은 환경 탓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모두 도시 일상의 크고 작은 공간적 맥락을 간과한 데서 비롯된 일들이다. 공동주택 건축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나 도시맥락에 대한 해석은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는 국가적 이벤트의 기념비적 요소와 참가 선수들의 거주성이, 타워팰리스는 고급 주거문화의 새로운 상징성과 차별성이 중요했을 것이다. 둘 다 계획 당시에는 시대를 내다본 혁신적인 주거단지를 지향했다. 두 공동주택 단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도시환경의 리듬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의지의 유무에 있다. 시대가 달라져도 공동주택의 특성상 일정한 밀도로 사람들이 함께 산다는 점은 달라질 수 없다. 사람들이 시대에 따라 다른 가치관을 가질지라도 그들의 일상은 공유된 도시맥락에서 펼쳐진다. 공동주택 건축에서 개별 단지의 거주 만족도를 넘어 도시 일상과 시공간적 맥락을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 한국의 현대건축 BEST & WORST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100인. (가나다순)가참희 강병국 강예린 강진구 강희성 고미석 곽희수 권문성 권영숙 김동일 김범준 김성우 김수미 김원식 김원영 김자영 김재관 김정동 김정임 김주원 김준성 김찬중 김태만 김태철 김혁준 김현섭 김형수 김호정 김회훈 김훈 남궁선 남호현 문훈 박길룡 박성진 박용성 박윤석 박인수 박제유 박창현 배병길 서현 손진 손택균 신성우 신창훈 신춘규 심영규 심재현 안우성 안창모 양수인 오신욱 오영욱 우대성 유이화 유주헌 윤승현 윤준환 윤창기 이광표 이기옥 이길임 이동훈 이민 이상림 이성관 이옥화 이우종 이은석 이정수 이정훈 이종환 이중원 이진오 이충기 임수영 임수현 임재용 임형남 장윤규 전봉희 전숙희 전진삼 정다영 정수진 정인하 정현아 정현화 조남호 조원용 조재모 조준배 최동규 최준석 한은주 함성호 황두진 황일인 황철호한은주 SPACE 편집장}

    • 201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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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세계인이 말하는 “내가 한류에 빠진 이유”

    한류 현상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것이 ‘의도하지 않은 성공’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을 위해 제작된 가요와 드라마가, 그것도 중화 문화권이라는 거대 시장이 받쳐주는 홍콩이나 탄탄한 국내 시장이 지원하는 일본 대중문화를 제치고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뭘까. 먼저 ‘어떻게’의 문제. 서구의 한류 현상을 연구해온 저자는 ‘세계화’와 ‘디지털’에서 그 답을 찾았다. 이는 한국에서 드라마의 본 방송이 끝난 후 48시간 내에 인터넷에 영어 자막이 올라오고, 3∼4일 후엔 20개 언어를 넘는 자막이 달려 유통되는 현상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계의 한류 팬들이 불법을 감수하고 재능 기부를 한 덕분이다. 다음은 ‘왜’에 답할 차례. 저자가 제시한 해석 중에는 △도도한 할리우드 스타와 달리 한류 스타는 스타와 ‘셀럽’(celebrity·명사)의 중간쯤 되는 친근한 존재들이고 △너무 완벽해서 식상한 미국 드라마에 비해 한국 드라마는 감정이입이 쉽도록 비어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학술서임에도 이 책이 술술 읽히는 이유는 서구 한류 팬들의 ‘간증’을 생생히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저자가 프랑스 보르도대학에서 13년간 교편을 잡으며 현지 팬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엔 멜로드라마가 사라진 지 오래여서 최루성 멜로에 대한 면역이 없다. 그래서 현지 팬들은 “한국 멜로를 보고 나면 며칠간 정상 활동이 불가능하다” “탈수의 위험이 있으니 물병을 준비하고 봐야 한다” 같은 경험담과 조언을 주고받는다고. 저자는 그동안 발표했던 논문에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여 노작을 내놓았다. 올해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로 부임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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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성 한옥촌 새단장… 제2의 북촌으로 만들면 어떨까요”

    건축가 황두진(50)은 현대 건축가지만 한옥과도 인연이 깊다. 서울 행당동 작은 한옥에서 태어났고 서울대 건축과 재학 시절엔 북촌 가회동 한옥마을을 실측했으며, 미국 예일대 유학 후 서울 서촌에 건축사사무소를 차린 뒤 10년간 북촌을 중심으로 한옥 11채를 짓거나 고쳤다. 한옥의 현대화를 고민해 오던 그는 2007년 동아일보 아파트 연재물에서 ‘한옥 아파트’를 제안했는데 이후 한옥 아파트 짓기가 붐을 이뤘다. 그런 그가 북한 관광객이 찍어 온 개성 구도심의 한옥촌 사진을 그냥 보아 넘길 리 없었다. 개성은 6·25전쟁의 폭격을 피해 갔고 이후 체제의 특성상 개발의 광풍도 비껴갔다. 그래서 쇠락했으되 살아남은 한반도 최대 한옥촌이 사진 속에 있었다. “제가 작업해 온 북촌과 다르지 않더군요. 개성 가서 고쳐 보라고 하면 북촌에서 일하던 방식으로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저만한 한옥촌이 남아 있으니 대목장 소목장 와공 목공 같은 한옥 건축 인력도 있을 것이다. 이 인력을 활용해 개성 공단에 치목(治木·재목을 다듬고 손질함)공장을 세우고 한옥 부품을 생산한다면, 그래서 육로로 전국에 조립식 한옥을 판매한다면…. 황 소장은 한옥의 현대화에 북한이라는 화두를 더해 수년간 고민해 온 끝에 개성에 한옥 생산기지를 만드는 대북 사업안을 완성했다. 남북한 전문가가 함께 개성 한옥촌을 개·보수해 서울 북촌처럼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 및 한옥 체험 시설로 조성하고, 개성공단에 치목공장을 세운 뒤 현지의 인적 인프라를 활용해 조립식 한옥을 생산한다는 내용. 한옥촌의 실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조만간 정부에 북한 방문과 대북사업 승인 신청도 낼 계획이다. “한옥을 짓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비용이 양옥의 1.5배나 됩니다. 건축 현장에서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데다 국산 육송을 벌목해 운반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죠. 인건비가 저렴한 개성 한옥 인력으로 공장에서 치목해 현장 작업을 최소화하고, 한국산 소나무와 비슷하면서도 벌판에서 자라 벌목과 수송이 쉬운 시베리아산 소나무를 쓴다면 가격을 낮출 수 있습니다.” 황 소장의 아이디어가 실현된다면 남한에서는 이런 한옥 짓기가 가능하다. 한옥 설계도를 그려 개성 치목공장으로 보내면 공장에서는 육로로 수송해 온 시베리아산 소나무를 도면대로 깎아 내려 보낸다. 남한의 건축 현장에서는 이 부품들을 조립해 마무리한다. “한옥을 싼 가격에 지으려면 한옥의 산업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를 위한 연구가 상당히 진척된 상황입니다. 이 사업이 승인을 얻는다면 남한의 한옥 전문가들이 현지 한옥촌의 실측 조사부터 해야겠지요. 개성공단에 한옥 건축 인력을 재교육하고 양성하는 교육기관을 두어야 하고요.” 시작이나 할 수 있을까. 시작하더라도 끝을 볼 수 있을까. 가늠하기 어려운 이 프로젝트를 위해 그는 수년 전부터 동료 건축가 및 전문가들과 북한의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구글어스로 북한의 시가지를 샅샅이 들여다보며 사업 계획을 다듬고 있다. “건축가로서 한반도로 시야를 넓혔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우선 북한 사회가 열리도록 돕고, 경제적인 동시에 정서적인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남북이 공유할 수 있는 프로젝트여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죠. 고려의 수도였던 천년고도 개성의 문화유산과 개성 공단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개성은 세계적인 목조건축의 전통을 자랑하는 생산기지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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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중재위가 직접 정정보도 청구땐 편집권 훼손”

    한국신문협회(회장 김재호)는 12일 피해 당사자가 아닌 언론중재위원회가 직접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신문협회는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개정안은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중재기관이 언론에 정정보도를 강제함으로써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3월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국회 교육문화위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명백한 오보’와 관련한 조항을 신설해 언론보도 피해자가 중재위에 오보 확인을 청구하고 중재위가 3일 이내에 오보 여부를 판단해 다음 날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언론사가 7일 이내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지 않으면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신문협회는 “개정안은 언론분쟁을 해결해야 할 언론중재위가 분쟁의 당사자가 돼 언론을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는 언론중재위의 설립취지와 목적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언론의 자율성과 편집권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또 “‘명백한 오보’는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도 보도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충분한 절차 없이 3일 만에 중재위가 독자적으로 오보를 판단하게 하고 있다”며 “이는 보도활동을 위축시켜 견제와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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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이던 화이트 “이 시대 저널리즘, 책임을 얘기할 때다”

    최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65회 세계신문협회 총회는 나라별 언론자유도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미얀마 언론인은 지난해 사전 검열제도가 폐지된 후 올해부터 민영 일간지를 발행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흥분해서 전했고, 마약 범죄가 횡행하는 멕시코 언론인은 “10분마다 한 번씩 ‘살아 있느냐’는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반면 언론 선진국에서 온 이들은 언론의 자유보다는 책임을 강조했다. 세계신문협회가 공개한 ‘2013 세계 언론 동향’에 따르면 언론자유가 억압된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의 종이 신문 발행부수는 증가하는 반면 서구의 수치는 떨어지는 ‘언론자유의 역설’이 두드러졌다. 영국 언론인 에이던 화이트 윤리적저널리즘네트워크(EJN) 소장(사진)도 “저널리즘은 자유로운 표현(free speech)이 아니다”는 발표로 주목을 끌었다. EJN은 책임 있는 언론 보도를 위해 지난해 결성된 세계 언론단체의 연합체다. 화이트 소장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저널리즘이란 절제된 표현(constrained expression)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증오 발언(hate speech)과 저널리즘을 구분해야 한다며 마호메트를 모욕하는 14분짜리 동영상 ‘이슬람의 무지’에 대한 언론 보도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은 속보 경쟁의 강박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맥락 속에서 사건을 보여주도록 애써야 합니다. 언론의 자유가 아니라 책임을 이야기할 때입니다.”방콕=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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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콘텐츠 유료화는 언론자유에 필수”

    “온라인 뉴스 콘텐츠 유료화는 자유로운 언론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스웨덴의 스탐펜 미디어그룹 사장인 토마스 브루네고르드 세계신문협회 신임 회장(51)은 5일 태국 방콕에서 폐막한 제65회 세계신문협회 총회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온라인 뉴스 유료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유로운 언론은 자유로운 시장이 전제돼야 하는데 시장이 자유로우려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며 “독자가 제값을 주고 콘텐츠를 사는 모델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나 특정 기관이 언론사를 지원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발행인과 편집인 등 14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사흘 동안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온라인 뉴스 유료화가 핫이슈였다. 협회가 공개한 ‘2013 세계 언론 동향’에 따르면 미국 신문사의 48%가 온라인 뉴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문사의 40%는 뉴스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받고, 17%는 모든 콘텐츠를 유료화하는 등 유료화 방식은 다양했다. 브루네고르드 회장이 17년째 경영하는 스탐펜 그룹의 경우 일간지 25개와 무가지 50개를 발행하고 있다. 그는 “일부는 요금제로 전환해 그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버, 구글 등 포털이 뉴스의 유료화에 걸림돌이 되는 추세에 대해 그는 “신문은 수십 년, 수백 년간 신뢰를 바탕으로 쌓아온 브랜드 파워가 있지만 포털은 그렇지 않다. 신문의 신뢰도와 브랜드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지켜 나가야 한다”며 “누구나 쓸 수 있는 뉴스는 무료가 될 수밖에 없다. 깊이 있고 독자적인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뉴스 미디어로 무섭게 부상하고 있는 모바일도 ‘모바일 매직’ ‘컴퓨터에서 모바일로’ 같은 표현과 함께 주목받았다. ‘2013 세계 언론 동향’에 따르면 미국 독일 프랑스의 경우 온라인 페이지뷰 가운데 15%가 모바일, 4%가 태블릿PC에서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블릿 신문을 새로 구독하는 독자의 수는 종이 신문의 신규 독자 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브루네고르드 회장은 모바일 시장의 성장세를 ‘토네이도급’이라고 표현하며 “인터넷이 출현했을 때는 (신문사들이) 불시에 허를 찔렸지만 모바일은 다르다. 뉴스 매체로서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라고 낙관했다. “변화를 막는 적(敵) 중 하나가 자신감 결여입니다. 때론 우리가 쥐라기 공원에서 일하는 것처럼 (겁을 잔뜩 먹은 모습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특히 언론사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의 태도는 매우 중요합니다.”방콕=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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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자로 잰듯이 꼼꼼한 건축-환경 에세이집

    자벌레는 손가락 뼘으로 길이를 재듯 기어 다니는 모습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서양에서도 인치웜(inchworm), 메저링웜(measuring worm)으로 불린다고.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명예교수인 저자가 자벌레처럼 열심히 ‘자질’해가며 건축과 환경에 대해 얻은 단상을 모아놓은 에세이집이다. 월간 ‘건설교통저널’에 실었던 칼럼 52편을 추리고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 60여 장을 더했다. 좌표와 위치, 마르기와 짜깁기, 땅 고르기와 땅 다지기 등 저자의 전문적인 지식에 독창적인 철학까지 녹아들어가 있어 읽기 쉽지 않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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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을 둘러보다… 북한 건축관련 학술행사 잇달아

    요즘 한국 건축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북한이다.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의 주제는 ‘현대성의 흡수’로 지난 100년간 남북한 전체의 건축적 진화를 짚어볼 계획이다. 29일과 30일에는 평양을 주제로 한 학술 행사가 열린다.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는 29일 오후 1시 반∼6시 서울대 환경대학원 306호에서 학술대회 ‘평양, ‘도시’로 읽다’를 개최한다. 평양의 도시계획(발표 임동우 미국 설계사무소 PRAUD 소장), 북한의 수도계획(조은희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 김미영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평양의 도시문화(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 평양의 도시교통(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등 4가지 주제에 대해 발표와 토론이 이어진다. 올해 1월부터 ‘북한의 도시와 건축’을 주제로 연중 강연회를 개최해 온 황두진건축사사무소의 ‘영추포럼’은 30일 오후 7시 사무소 지하 목련홀에서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효형출판·2011년)의 저자인 임동우 PRAUD 소장을 초청해 ‘변화하는 평양과 한국 건축가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한다. 참가비 3만 원. www.djharch.com, 02-725-9575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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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과 땅을 품은 56m²짜리 집

    “평당 300만 원에 작은 집 하나 지으려고요.” 요양원에서 일하는 김문숙 씨(58·여·간호사)가 내민 설계도면을 보고 서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걱정이 됐다. “이런 도면으론 못 지어요. 게다가 평당 300이라니….” 제대로 된 설계도 없이, 그것도 시세의 반값으로 56m²(약 17평)짜리 집을 지으려는 그를 서 교수는 돌려보낼 수가 없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전국은 물론 네팔,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의 요양원을 돌며 아픈 이들을 돌봐온 김 씨였다. “좋은 일 하며 사신 분이 노년을 보낼 곳인데 저도 좋은 일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서 교수의 작은 집 짓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집 한 채에 최소 2000만 원인 설계비는 받을 생각도 없었다. 집주인이 업 대신 덕을 쌓으며 살아온 덕분일까. ‘평당 300’에 집을 지어줄 시공사도 거짓말처럼 나타났다. 반값 공사비를 감안해 담도 대문도 없이 콘크리트를 치고 벽돌을 붙여 단순한 사각형 집을 짓기로 했다. 하지만 김 씨가 “벽지를 바르는 게 싫다”고 했다. 그래서 당초 계획을 뒤집어 실내 벽에 벽돌을 붙인 노출 콘크리트 집으로 가기로 했다. 공사 중간에 김 씨는 다시 “하늘이 보이도록 천장에 창을 내달라”고 주문했다. 서 교수는 원 설계를 바꾸어 천창과 동쪽 창문을 ‘ㄱ’자 모양으로 연결해 다시 그렸다. 시공이 까다로운 노출 콘크리트에 천창 뚫기까지 설계가 바뀔 때마다 시공사 사장은 투덜댔지만 결국 집주인이 원하는 대로 집은 완공됐다. 지난해 5월 20일 김 씨와 서 교수가 머리를 맞대고 설계한 지 1년 만이다. 16일 충북 충주시 엄정면 추평리 나지막한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남남동향으로 서 있는 김 씨 집을 찾았다. 문추헌(文秋軒). ‘문숙 씨가 인생의 가을을 보내는 집’이라는 뜻에서 형부가 지어준 당호(堂號)다. 집은 집주인을 닮는다던가. 문추헌은 작은 몸으로 주변 풍경을 넉넉히 안아낸다. 거실 남쪽으로 시원하게 낸 통유리 창 덕분이다. 동쪽 세로로 좁은 창문과 이어진 천창으로는 푸른 근경이 들어온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선명하게 보인다. 다락을 이고 있는 작은 침실에 앉으면 딱 그 눈높이로 낸 창을 통해 푸른 산을 감상할 수 있다. “아침에 천창으로 들어오는 햇빛, 저녁 무렵 통유리창 너머 감상하는 노을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김 씨) 문추헌은 서 교수가 설계한 작품 가운데 가장 작은 집이다. 서 교수에게 이날은 공교롭게도 9500채 규모의 서울 송파구 가락동 시영아파트 재건축 배치 계획을 마무리하는 날이었다. “큰 집은 집주인이 가진 것 중 극히 일부를 떼어내 짓기 때문에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집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짓기 때문에 벽돌 한 장 허투루 쓸 수 없어요. 그래서 작은 집엔 집주인의 모든 것이 담기게 되지요. 작은 집 지으면서 저도 얻은 것이 많습니다.”충주=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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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현대건축]‘좋은 빌딩’ 전형을 보여주는 12위 삼일빌딩, 13위 어반하이브

    《 건축 전문가 100인이 뽑은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 20’에는 업무용 시설 5개가 포함돼 있다. 공간사옥(1위) 스페이스닷원(8위) 웰콤시티(10위) 삼일빌딩(12위) 어반하이브(13위)다. 이 중 삼일빌딩과 어반하이브는 ‘좋은 빌딩’의 전형을 보여준다. 1세대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종로구 관철동 삼일빌딩(1970년)은 “1960년대까지의 근린상업시설 수준에서 진일보해 고층 오피스의 시대를 열었다”(조재모 경북대 교수)는 평가를 받았다. 여의도 63빌딩(1985년)이 세워지기 전까지는 국내 최고(最高) 빌딩이었다. 건축가 김인철이 벌집 모양으로 디자인한 강남구 논현동 어반하이브(2008년)는 2009년 서울시 건축대상작이다. “과감하고 절제된 건축조형의 순수성을 통해 과시적인 고층건물 위주의 주변 맥락과 차별화했다”(김주원 홍대 교수)는 평가가 나왔다. 》 옛 화신백화점 자리에 들어선 서울 종로타워는 괴물이다. 한국 최대의 자본권력이 당시 최고로 잘나가는 외국의 건축가에게 최고의 설계비를 지불한 이 건축물은 최악의 현대건축 3위를 기록했다. 같은 종로에 있는 삼일빌딩은 1970년대 청계천 위로 날렵하게 솟아오르던 삼일, 청계고가와 함께 근대 조국 발전의 상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건축가 김중업은 삼일빌딩의 설계비도 받지 못하고 엄청난 빚에 떠밀려 프랑스로 도망치듯 떠났다고 한다. 그런 빌딩이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물 중 하나로 꼽혔다. 삼일빌딩은 짝이 되었던 삼일, 청계고가를 잃고 어설프게 복원된 청계천의 한 옆에 초로의 노인처럼 서 있다. 그 모습은 ‘위용’보다는 ‘자태’라는 말이 적합할 듯하다. 단순한 반복의 미학, 폭과 높이의 적절한 비례감, 올바른 재료의 선택 등이 그 자태를 이룬다. ‘31층의 높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보를 뚫고 닥트를 배열하여 날씬하게 보이려고 무진 애를 썼다’는 김중업의 언급에서 알 수 있듯 가상한 노력과 고민이 배어 있는 건물이다. 지은 지 40년이 넘어서인지 모든 것이 노후화했지만 그 우아한 자태만큼은 여전하다. 어반하이브. 서울 강남 교보타워의 대각선 맞은편에 있는, ‘빵빵이’ 빌딩으로 불리는 건물이다. 교보타워가 먼저 생겼고 인지도가 높은 이유로 그곳은 교보생명 사거리로 불린다. 세계적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세계적인 수준의 설계비를 받고 디자인한 교보타워는 붉은 벽돌의 거대하고 견고한 덩어리로 버티고 있는 반면, 어반하이브는 그 특이한 구조적 접근법으로 인한 개성 있는 모습으로 모퉁이를 지키고 있다. 구멍이 숭숭 뚫린 어반하이브의 외관은 그저 튀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건물을 지탱해주는 구조적 역할을 담당해 형태에 진정성을 더해준다. 배타적이고 방어적인 모습으로 거대 자본의 공룡성을 보여주는 것이 교보타워라면 어반하이브는 ‘콘셉트’ 있는 접근으로 영리하게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어반하이브는 한국 최고의 현대 건축물로 평가받은 반면 교보타워는 목록에 오르지 못했다. 외국 스타 건축가와 국내 건축가를 비교하여 우열을 가리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도달점은 아니다. 단지 최고 건축의 반열에 오른 건물과 훨씬 더 많은 자본의 혜택을 입었으나 그렇지 못한 건물 사이에 존재하는 질적 간극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를 묻고 싶을 뿐이다. 업무시설은 규모가 크고 상업지구에 있으며 블록의 모퉁이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도시 경관의 가장 표상적이고 중요한 몫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한 시대의 건축적 아이콘이 되는 건물들 중에 업무시설이 많은 이유도, 업무시설이 욕망과 허영의 덩어리가 될 확률이 높은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주변 건물보다 돋보이고자 하는 욕망을 탓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허영으로 화장하는 순간 모두에게 비극이 된다. 건물은 시각적 공유물이니까. 특히 사옥의 용도로 설계될 때 한 회사의 정체성을 건물에 투사하고자 하기 때문에 튀려는 욕망이 커지기 쉽다. 삼일빌딩이 우리에게 소중한 이유는 튀지 않는 단아한 모습으로도 존재가 충분히 각인될 수 있음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업무시설의 현대적 원형으로 뉴욕의 시그램 빌딩을 꼽는데 삼일빌딩은 그 원형을 충실히 서울에 이식시켰다. 혹자는 표절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삼일빌딩은 시그램 빌딩의 외관을 베낀 것이 아니다. ‘도시와 관계를 맺는 형식에 천착한다’는 시그램 빌딩의 윤리를 존중하고 실행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삼일빌딩과 한 세대의 시간차를 두고 세워진 어반하이브는 고층 업무시설로서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튀려는 자본의 욕망과 윤리적이려는 건축가의 의지가 몇 가지 현명한 건축적 장치에 의해 절묘하게 한 몸이 된 듯하다. 현대 사회에서 튀려는 욕망을 억누르기만 할 수는 없는 법, 그 시대의 욕망을 영리하게 표출하는 지혜 또한 한 세대 이전과는 다른 윤리 아닐까. 삼일빌딩은 리모델링이 필요해 보인다. 리모델링이 삼일빌딩의 모습을 훼손하지 않기를 바란다. 서소문에 붉은색 커튼월로 단아하게 자리 잡고 있던 옛 효성빌딩이 하루아침에 리모델링의 이름하에 무참히 짓밟힌 것을 잊지 않는다. 시그램 빌딩의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의 제자 김종성이 설계한 건물이었다.손진 이손건축사사무소 소장        [바로잡습니다]◇15일자 A22면 ‘한국의 현대건축 BEST&WORST 좋은 빌딩 전형을 보여주는 12위 삼일빌딩, 13위 어반하이브’ 기사에서 삼일빌딩을 설계한 건축가 고 김중업 씨의 사진 대신 건축가 고 김수근 씨의 사진이 게재됐기에 바로잡습니다.}

    • 201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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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71명의 高手가 집대성한 ‘한국 건축의 모든 것’

    한국 건축학계의 역량을 결집해 7년 만에 내놓은 노작(勞作)이다. 김봉렬 우동선(이상 한국예술종합학교) 배형민(서울시립대) 전봉희 교수(서울대)와 이강민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국가한옥센터장이 기획위원을 맡아 80회가 넘는 회의를 하며 한국 건축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항목을 정하고 필자 71명을 물색해 글을 맡겼다. 건축과 관련한 270여 개 항목이 기록 기술 도시 이론 자연 제도 종교 주거 등 8가지 주제로 분류됐다. 항목의 사전적인 정의와 약사(略史) 소개에만 그치지 않은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구한말 도로 연변의 가건물들을 철거한 것이 박영효가 정치적으로 실추되는 이유가 됐다거나(개화파의 도시개조론), 한국 주둔 외국군을 대상으로 한 관광정책이 관광산업의 시발점이었다(관광 건축) 등 돋보기와 현미경을 번갈아가며 들이대 개괄적인 이해를 도우면서 깨알 같은 재미도 준다. 피상적으로만 알려진 항목의 이면을 짚어낸 깊이와 균형감도 돋보인다. ‘빌바오 효과와 스타키텍트’ 항목에서는 스타 건축가의 건축물 하나가 쇠락해가는 도시를 살린 것으로 알려진 ‘빌바오 효과’가 실은 종합적인 도시 재생 노력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는 서술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필자가 70명이 넘는데도 글에 통일성이 있고 문장도 쉽다. 이는 되풀이해 읽어봐도 뜻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건축사전류의 번역본을 읽어본 이들이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8개의 분류 주제를 정한 근거나 기준을 밝혀놓지 않아 아쉽다. 곳곳에 통계 수치가 나오는데 정확한 연도와 출처도 표기해 두어야 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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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본질은 강-산-언덕… 신청사, 주위 연결성 없어”

    “21세기 건축은 연결자가 돼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새것과 옛것을 이어주는.” 2004년 번역 출간된 저서 ‘약한 건축’에서 ‘지는(defeated) 건축’이라는 개념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일본 건축가 구마 겐고 도쿄대 교수(59). 최근 내놓은 신간에선 ‘연결하는 건축’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했다. ‘지는 건축’이란 건축가의 주관을 내세우기보다 건축주나 사회의 요구, 건물이 들어서는 지역의 환경을 포용하는 것을 뜻한다. 그럼 연결하는 건축이란 무엇일까. 강원 춘천시에 들어설 NHN 연수원 설계와 홍익대, 국립중앙박물관에서의 강연을 위해 7일 방한한 구마 교수에게 물었다. “지는 건축이란 건축이 모뉴먼트(기념비)가 되려 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후로 지는 건축이라는 수동적인 개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건축가는 적극적으로 공동체 형성을 유도해야 합니다.”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대지진 후 프리츠커 상 수상자인 이토 도요오, 세지마 가즈요를 비롯한 건축가들과 ‘귀심회(歸心會)’를 만들어 피해 지역에 구심점 역할을 하는 집회소인 ‘모두의 집’을 짓고 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건축물이다. 지난달 2일 도쿄 긴자에 들어선 5번째 가부키 공연장인 가부키자(歌舞伎座)는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를 잇는 건축물이다. “구마 겐고가 설계한 줄 몰라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기존 가부키자에 충실한 건축을 하고 싶었죠.” 3·11 대지진은 일본 사회에서 전환점이 됐다. “전후 일본인들은 인공이 자연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자연이란 어마어마하게 강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됐죠. 지진해일(쓰나미)에서 살아남은 건축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나무로 지은 작은 오두막이에요. 콘크리트 빌딩은 사라졌지만 자연에 대항하지 않고 어울리는 건축물은 견디어냈지요.” 그는 정권 교체와 대지진의 경험이 ‘부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전 정권을 부수고 정권 교체를 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지금은 부수는 것보다 다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을 수십 차례 방문했다는 구마 교수는 한국의 공공 건축물이 비판받는 이유도 연결자의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시 신청사와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모두 형태는 독특하지만 주위와 연결성이 없습니다. 사람들을 위한 모뉴먼트이면 좋을 텐데 대개는 건축가나 정치인들을 위한 모뉴먼트가 되는 경우가 많지요. 서울은 새로운 것에 왕성하게 탐닉합니다. 그건 장점입니다. 하지만 새것에 대한 욕망이 욕망에만 그칠 뿐 기존의 것과 어떻게 연결지을지에 대한 고민은 없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본질은 강과 산과 언덕인데 지금 서울의 모습은 본질을 지워버린 듯한 인상이에요. 본질을 살려내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1년의 3분의 2를 해외에서 보내는 스타 건축가에게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건축가와 젊은 건축학도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1990년 버블 경제가 끝나고 10년간 일감이 없었어요. 당시 위기를 극복하려고 애썼던 것이 지금 제 건축의 기반을 만들었지요. 젊은 시절 미국 뉴욕에 가니 일본 전통 건축이 보이고, 건물 하나 없이 뱀과 모래만 있는 사하라 사막에 머물면서 오히려 건축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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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훈 문학-학술상에 김영승-문석윤씨

    김영승 시인과 문석윤 경희대 철학과 교수가 제13회 지훈 문학상과 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상 운영위원회와 나남문화재단이 2일 밝혔다. 김 시인은 시집 ‘흐린 날 미사일’, 문 교수는 논문 ‘한국학 고전텍스트 정본 편성의 의의와 실제’ 등 2편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 201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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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촌’ 집들이… 한옥의 향기 몽실몽실

    예술인들의 아지트로 주목받는 서울 서촌(西村)이 봄맞이 집들이를 한다. 4∼12일 열리는 ‘오픈하우스 서촌’은 서울 경복궁 서쪽과 인왕산 동쪽 사이에 자리해 ‘서촌’으로 불리는 동네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이들이 집과 스튜디오를 공개하는 행사다. 홈페이지(ohseochon.com)에 올라온 프로그램은 20가지가 넘는다. 건축가 김원 광장건축환경연구소 대표는 옥인동 자택을 공개한다. 1987년 낡은 집을 고쳐 짓고, 수몰될 지역의 사랑채인 작은 한옥을 옮겨다 놓은 집이다. 서울대 국어교육과 첫 외국인 교수인 로버트 파우저 교수가 체부동 한옥 ‘어락당(語樂堂)’을,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김주원 하우스스타일 대표가 ‘살롱 드 에이’로 불리는 필운동 집을 공개한다. 몇몇 서촌인들은 집들이를 하면서 재미난 이벤트도 마련했다. 건축가 서승모 씨는 통의동 집에서 일본 교자 만들기를 한다. 건축가 황두진 씨는 통의동 스튜디오 ‘목련원’ 지하에서 노래방 가요제를 연다. 황 씨와 인디 뮤지션 구소연이 노래방 밴드 ‘황소’를 긴급 결성해 키보드와 기타 연주를 곁들일 예정이다. 건축가 조병수 씨의 창성동 스튜디오는 일제시대에 지은 낡은 적산가옥 지붕을 유리로 덮어놓은 건물이다. 지붕 골조의 틈새로 비치는 햇살이 아름다운 공간이다. 이 밖에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디자이너 그룹 프랙티스, 슬기와 민도 서촌 집들이에 합류했다. 건축사사무소 서가는 적은 예산으로 개성 있는 가구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가구 제작 설명서도 나눠줄 예정이다. 서정주 시인이 동인지 ‘시인부락’을 만들었던 통의동 보안여관에서는 4일 슬로마켓 ‘세모아’가 열린다. 이번 ‘오픈하우스 서촌’의 오프닝 행사 격으로 예술인들이 직접 만든 가방, 음반, 책, 그릇을 살 수 있다. 막걸리, 커피, 솜사탕, 부침개도 맛볼 수 있다. 재개발을 기다리며 3년 넘게 방치된 빈집을 개조해 만든 비영리 독립영화 극장 ‘옥인상영관’. 이곳에서는 유후용 감독의 ‘도깨비숲’(2012년)과 고정욱 감독의 ‘독개구리’(2011년)를 상영한다. 통의동 이상의 집에서는 ‘신사탕객잔 마작교실’이 열린다. ‘서촌방향’의 저자 설재우 씨는 ‘서촌 골목여행’을, 서촌 전문가 박민영 씨는 ‘서촌 어슬렁’을 준비했다. 올해 처음 열리는 서촌 집들이는 건축전문 칼럼니스트인 임진영 씨가 기획했다. 집과 스튜디오마다 선착순으로 한정된 인원만 집들이에 초대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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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현대건축] 베스트 7위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

    《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는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 7위로 선정돼 대학 캠퍼스 건물로는 유일하게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사진)의 설계로 2008년 완공된 ECC는 옛날 운동장이 있던 자리에 지하 6층(총면적 6만6000m²) 규모로 파고 들어가 지은 다목적 건물. 모든 시설물을 지하에 넣고 지상엔 산책 공간을 조성했다. “유서 깊은 여대 캠퍼스에 과감하게 개입해 옛 건물과 긴장감을 만들어내면서도 학교 건물의 현대적인 기능을 잘 수용하고 있다”(정다영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닫혀 있던 캠퍼스 공간을 공공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신성우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추천평이 나왔다. 반면 “회칼로 크게 썰어놓은 듯하다” “자본이 학교를 점령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총아다”라는 혹평도 제기됐다. 》학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이건 본관, 저건 강당, 여긴 운동장, 이런 식으로 시설의 위치와 형태만으로도 그 기능을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화여대 ECC는 학교 건물의 전형을 완전히 깼다. 2000년 이후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학들은 교육 시스템의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과 캠퍼스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옛날 대학이 기품과 독자성을 지닌 여유로운 환경을 선호했다면 이제는 연구나 교육 외에도 상업시설 같은 다원적 기능까지 공존하는 캠퍼스를 원하게 됐다. 품위와 욕망, 교육과 이윤의 불편한 공존을 위해 이질적인 공간들이 필요해지자 캠퍼스 건축은 더욱 중요해졌다. 새로운 건축은 학교의 역사와 공간에 대한 기억이 쌓여 만들어진 정체성을 좀더 선명하고 대중적인 방식으로 되살려야만 했다. 개교 이래 120년간 누적된 공간 부족을 해소하고 21세기 비전을 상징하는 건축물이 필요했던 이화여대는 국제현상설계를 통해 지금의 ECC를 지었다. 지하 6층 건물인 ECC에는 ‘남한 최대의 지하 캠퍼스’ ‘삼성동 현대백화점을 통째로 파묻은 규모’라는 설명이 따라 붙는다. 정문 광장과 기존 캠퍼스의 레벨 차를 잇느라 기울어진 지붕 아래 공간은 지하 1층부터 시작되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점점 넓어진다. 지하 공간엔 강의실과 도서관은 물론이고 영화관 레스토랑 카페 같은 상업시설이 혼재한다. 가운데 커다랗게 비워놓은 외부 광장과 대형 계단, 지붕 위의 정원은 캠퍼스 건물들을 서로 연결하는 동시에 모든 시설물의 지하화로 인한 건물의 부재로 진귀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기존 캠퍼스를 재해석하고 상업과 문화 기능을 추가해 구축해낸 이 결과물은 교묘한 건축인 동시에 거대한 조경이다. 이런 ‘풍경으로서의 건축’을 더이상 지배적인 스타일이 존재하지 않는 혼돈의 건축계가 찾아낸 새로운 개념으로 보기도 하고, 인테리어와 도시계획 사이에서 과거의 견고한 입지를 잃은 건축가들의 생존 전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은 진정성이 없는 불필요한 건축 개념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사실 건축은 태생적으로 공공적이지 않다. 누군가의 요구와 열망의 발현일 뿐이다. ECC 건축주의 요구는 경쟁력 있는 넉넉한 공간을 가지는 것이었고, 열망은 학교에 선도적인 이미지를 입히는 것이었다. 이화여대는 당시 많은 대학이 공간 확보를 위해 그려낸 마스터플랜처럼 지하에 캠퍼스를 만든다는 원칙을 미리 세워둔 상태에서 국내 건축가를 완전히 배제한 채 학교의 의도를 가장 강한 이미지로 표현해낼 해외 스타 건축가들을 물색했다. 그 결과 완성된 선명하고 낯선 공간은 충격적이고도 대담하여 다수의 이목을 끎으로써 학교 측의 요구와 열망을 충족시켰다. 반면 공모전의 폐쇄성에 대한 비난도 나왔는데, 이는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건축의 양면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건축에 공공성의 짐을 지우는 이유는 그 결과를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건물과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도 그것을 볼 수밖에 없다. ECC의 열린 공간에서 뛰노는 아이의 행복감, 친구와 나란히 걷거나 마주 앉기 좋은 정원과 계단에서의 설렘, 외벽 유리에 비친 나무와 하늘을 실제로 착각하여 부딪혀 죽은 새를 보는 황망함, 외국인이나 고등학생 관광객들의 낯섦, 이 모든 감정은 건물과 사람과 자연의 조합이 만든 예측 불가능한 감정의 화학작용이다. ECC처럼 낯설고 거대하며,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자연과 건축이 여기저기 서로 얽혀 있는 건축물일수록 좋거나 싫은 감정들은 더욱 대립할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ECC가 애초부터 소유를 초월한 열린 공간을 지향했다는 사실이다. ECC를 설명하는 건축가의 노트에는 ‘샹젤리제’라는 단어가 있다. 샹젤리제에선 부유하건 가난하건, 아이건 어른이건 모두 아름다운 도시에 감탄하고 행복해하며 ‘오, 샹젤리제! 해가 뜨든, 비가 오든, 낮이든, 밤이든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이 여기에 있어요’ 하며 찬가를 불렀다. 지금의 대학 캠퍼스는 학생들의 교육과 생활공간인 동시에 지역 커뮤니티의 연장이기도 하다. 샹젤리제가 그러하듯 ECC는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는 소통의 매개체로서의 운명을 인정해야 하는 이유다. 김현진 SPLK건축사사무소 대표}

    • 201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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