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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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상훈 기자입니다.

corekim@donga.com

취재분야

2026-04-10~202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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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가 미래, 4차산업 핵심 콘텐츠로 키워야”

     국내 스포츠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2016 대한민국 스포츠 비전 콘퍼런스’(동아일보 국민체육진흥공단 공동 주최)가 13일 서울 마포구 성암로 중소기업DMC타워 DMC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창섭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조영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김영기 한국농구연맹(KBL) 총재, 박영옥 한국스포츠개발원 원장, 박재영 프로스포츠협회 사무총장, 신원호 한국프로배구연맹 사무총장, 정희윤 스포츠산업경영연구소 소장을 비롯해 스포츠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주제 발표에 앞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나경원 의원(새누리당)은 축사에서 “이 콘퍼런스를 통해 다양한 스포츠 일자리를 모색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교문위 소속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스포츠계의 지도자들과 함께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는 △기조 발표 △제1세션(프로스포츠 시장 활성화) △제2세션(스포츠 신시장 진출)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기조 발표와 주제 발표 내용을 정리했다.○ 스포츠가 미래다(김영기 KBL 총재) 1960년대 시작된 정부 주도의 엘리트 스포츠는 프로스포츠 시대를 열었지만 구단이 팀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산업적 기반을 갖추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구단이 독립 법인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적 문제가 계속됐다. 구단의 자생력이 하락해 스포츠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의 구조를 갖게 됐다. 이를 해결하려면 스포츠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구단이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부와 각 연맹 및 협회는 국민 모두가 체육 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저변 확대에 나서야 한다.○ 프로스포츠의 미래 일자리(전용배 단국대 교수) 수익을 기준으로 세계 프로스포츠 순위를 매기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8위 수준이다. 프로스포츠의 미래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스포츠의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 또 프로축구를 제외하고 아직 도입되지 않은 에이전트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비용 절감과 수익 증대를 위해 모든 프로리그에 통합 마케팅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미래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프로리그가 수익을 내야 한다. 한국 프로스포츠를 비즈니스로 접근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을 찾아 개선해야 한다.○ 프로스포츠의 해외 일자리(조연상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국장) 선수와 지도자의 해외 시장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개인적이고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조직적이고 영속적으로 해외 진출을 하려면 국내 리그 경쟁력부터 키워야 한다. 해외 진출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해외 시장 진출은 다각도로 모색할 수 있다. 가령 유소년 축구 티칭 프로그램이나 아카데미 프로그램, 트레이닝 및 재활 시스템, 비디오 판정 시스템, 부정 방지 및 이상 징후 감지 시스템 등이 수출 대상이다.○ 참여 스포츠의 시장 확대(주형욱 게임원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스포츠 참여를 확대하려면 우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안전에 대한 보장, 승부에서 얻을 수 있는 쾌감, 개인의 기여도 강화 등을 통해 지속적인 참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참여 스포츠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확대하려면 관련 플랫폼을 준비하고 새로운 분야의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플랫폼과 콘텐츠를 잘 결합하면 트래픽이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도 커진다.○ 제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 신시장 (홍성욱 스포츠몬스터 대표) 스포츠가 4차 산업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스포츠로부터 시작되지만 스포츠를 넘어 액티비티,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 이어져야 한다. 스포츠 융복합은 큰 흐름이고 가야 할 길이지만 아직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가상현실(VR) 장비를 이용할 때 느끼는 멀미와 어지럼증 같은 것이 그 예다. 이와 함께 콘텐츠가 윤리적인지, 경제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등도 검토해야 한다.○ 스포츠 전문 인력의 해외 진출 (김중헌 태권도진흥재단 사무총장) 지도자, 은퇴 선수, 스포츠 전문 관리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3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20∼40세의 은퇴 선수가 매년 1만여 명씩 생겨난다. 이들에게는 해외 진출이 제2의 인생이 될 수 있다. 해외 취업에 성공하려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기존 시장을 확장해야 한다. 국제대회를 유치하고 해외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잘 키운 스포츠 인사 한 명은 해외에서 열 명의 외교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정윤철 기자}

    • 201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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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에 부는 “I ♥ KOREA”… 한국에 관심 갖고 찾게해야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일본은 처음으로 배드민턴에서 금메달을 땄다. 약체였던 일본 배드민턴팀을 최강자로 만든 일등공신은 ‘한국 셔틀콕의 전설’로 불리는 박주봉 감독이었다.  리우 올림픽 당시 베트남은 10m 공기권총에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베트남 사격팀의 사령탑도 한국인 박충건 감독이었다. 리우 올림픽에서는 이들을 포함해 한국인 지도자 18명이 16개국의 대표팀을 이끌었다.  드라마와 영화로 시작돼 케이팝, 화장품, 의료 등 여러 영역으로 확대된 한류 열풍이 스포츠에서도 강하게 불고 있다.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되지 않을 정도다. 스포츠용품 수출도 늘고 있다. ‘스포츠 한류’가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진출 러시-상품 수출도 호조 야구 선수들에게 메이저리그(MLB)가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10명이 넘는 한국인 선수가 MLB에서 활약하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이미 ‘태극 낭자’들이 휩쓸고 있다.  해외 진출이 가장 활발한 종목은 축구다. 1969년 홍콩 세미프로리그에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 300여 명이 유럽, 일본, 중국 등에서 활약했다. 지금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독일 분데스리가 등 유럽 리그에서 한국인 선수 20여 명이 뛰고 있다. 여자배구, 핸드볼, 빙상에서도 해외 진출이 이뤄지고 있다.  선수뿐만이 아니다.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에서는 최용수와 홍명보 감독 등 한국인 감독 5명이 활약하고 있다. 양궁은 10여 개국에 한국인 지도자가 진출해 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선수와 지도자는 스포츠 한류를 이끄는 주역이다. 그들의 활약이 두드러질수록 대한민국 스포츠 위상은 높아진다. 국제스포츠기구 등 해외 일자리의 문턱도 낮아진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3년 이상 선수 생활을 하다 은퇴한 20∼40세는 매년 1만 명 정도이며 이 중 절반가량이 새 직업을 얻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 한류가 더 활발해지면 이들이 새로운 해외 일자리를 얻을 기회도 늘어난다. 스포츠 한류는 스포츠용품과 장비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양궁 장비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 ‘윈앤윈’은 미국 호이트와 일본 야마하가 양분했던 시장에 뛰어들어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양궁 한류가 양궁 장비 한류로 이어진 것이다. 골프용품을 생산하는 볼빅도 세계 70여 개국에 골프공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에서 볼빅의 시장 점유율은 3%에 이른다. ○ 스포츠 한류 지속하려면 태권도는 스포츠 한류의 원조라는 평을 받는다. 1960년대 이후 세계 곳곳에 정착해 태권도를 가르친 1세대 이민자들의 공이 크다. 현재 전 세계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수련생은 8000만∼1억 명으로 추정된다. 한국인 사범 1만5000여 명이 전 세계 곳곳에서 수련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올 8월 재미(在美) 용인대 태권도동문회 회원 8명이 미국인 제자 80여 명과 함께 9박 10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인들은 전북 무주에 있는 태권도원에서 2박 3일간 머물면서 태권도 시범을 관람하고 수련도 했다. 그 다음 일정은 대부분 관광으로 제주도와 부산, 경북 경주를 둘러봤다. 서울 명동과 광화문 일대에서 쇼핑도 즐겼다. 외국인이 한글을 배우고, 한국 음식을 즐기며, 한국 제품을 사고, 한국에 관광을 오도록 하는 데 태권도가 매개가 된 것이다. 김중헌 태권도진흥재단 사무총장은 “매년 크고 작은 태권도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외국인 수천 명이 방한한다”며 “그들이 쇼핑하고 관광하는 것만으로도 경제적 효과는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스포츠 한류를 더 발전시키려면 이처럼 관광을 비롯해 문화 콘텐츠를 스포츠에 접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중국 야구산업 관계자를 초청한 KBO리그 팸투어도 그런 사례다. 중국 야구산업 관계자들은 서울 고척동 스카이돔을 둘러보고 구단 시설을 견학한 뒤 한국시리즈까지 관람하면서 한국 야구문화를 체험했다.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에 대한 스포츠 교류도 필요하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부탄에 추진 중인 ‘작은 체육관’ 프로젝트는 열악한 현지 스포츠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프로야구 KIA가 몽골에서 유소년 야구대회와 캠프를 개최하는 것도 스포츠 한류의 밑거름이 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6-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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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에 부는 “I ♥ KOREA”…‘스포츠 한류’ 지속하려면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일본은 처음으로 배드민턴에서 금메달을 땄다. 약체였던 일본 배드민턴 팀을 최강자로 만든 일등공신은 '한국 셔틀콕의 전설'로 불리는 박주봉 감독이었다. 리우 올림픽 당시 베트남은 10m 공기권총에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베트남 사격 팀의 사령탑도 한국인 박충건 감독이었다. 리우 올림픽에서는 이들을 포함해 18명의 한국인 지도자가 16개국의 대표팀을 이끌었다. 드라마와 영화로 시작돼 케이팝, 화장품, 의료 등 여러 영역으로 확대된 한류 열풍이 스포츠에서도 강하게 불고 있다.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되지 않을 정도다. 스포츠용품 수출도 늘고 있다. '스포츠 한류'가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 해외진출 러시-상품 수출도 호조 야구 선수들에게 메이저리그(MLB)가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10명 이상의 한국인 선수가 MLB에서 활약하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이미 '태극 낭자'들이 휩쓸고 있다. 해외진출이 가장 활발한 종목은 축구다. 1969년 홍콩 세미프로리그에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 300여 명의 한국 선수가 유럽, 일본, 중국 등에서 활약했다. 지금도 영국프리미어리그(EPL), 독일 분데스리가 등 유럽 리그에서 20여 명의 한국인 선수들이 뛰고 있다. 여자배구, 핸드볼, 빙상에서도 해외 진출이 이뤄지고 있다. 선수뿐만이 아니다.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에서는 최용수와 홍명보 감독 등 5명의 한국인 감독이 활약하고 있다. 양궁은 10여 개국에 한국인 지도자가 진출해 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선수와 지도자는 스포츠 한류를 이끄는 주역들이다. 그들의 활약이 두드러질수록 대한민국 스포츠 위상은 높아진다. 국제스포츠기구 등 해외 일자리의 문턱도 낮아진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3년 이상 선수 생활을 하다 은퇴한 20~40세는 매년 1만 명 정도이며 이 중 절반 정도가 새로운 직업을 얻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 한류가 더 활발해지면 이들이 새로운 해외 일자리를 얻을 기회도 커진다. 스포츠 한류는 스포츠 용품과 장비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양궁장비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 '윈앤윈'은 미국 호이트와 일본 야마하가 양분했던 시장에 뛰어들어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양궁 한류가 양궁장비 한류로 이어진 것이다. 골프용품을 생산하는 볼빅도 전 세계 70여 개국에 골프공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에서 볼빅의 점유율은 3%에 이른다. ● 스포츠 한류 지속하려면 태권도는 스포츠 한류의 원조라는 평을 받는다. 1960년대 이후 세계 곳곳에 정착해 태권도를 가르친 1세대 이민자들의 공이 크다. 현재 전 세계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수련생은 8000만~1억 명 정도로 추정된다. 1만 5000여 명의 한국인 사범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수련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올 8월 재미(在美) 용인대 태권도동문회 회원 8명이 미국인 제자 80여 명과 함께 9박10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인들은 전북 무주에 있는 태권도원에서 2박3일간 머물면서 태권도 시범을 관람하고 수련도 했다. 그 다음 일정은 대부분 관광으로 제주도와 부산, 경주를 둘러봤다. 서울 명동과 광화문 일대에서 쇼핑도 즐겼다. 외국인이 한글을 배우고, 한국 음식을 즐기며, 한국 제품을 사고, 한국에 관광을 오도록 하는 데 태권도가 매개가 된 것이다. 김중헌 태권도진흥재단 사무총장은 "매년 크고 작은 태권도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수천 명의 외국인이 방한한다"며 "그들이 쇼핑하고 관광하는 것만으로도 경제적 효과는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스포츠 한류를 더 발전시키려면 이처럼 관광을 비롯해 문화 콘텐츠를 스포츠에 접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중국 야구산업 관계자를 초청한 KBO리그 팸투어도 그런 사례다. 중국 야구산업 관계자들은 서울 고척동 스카이돔을 둘러보고 구단 시설을 견학한 뒤 한국시리즈까지 관람하면서 한국 야구문화를 체험했다.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에 대한 스포츠 교류도 필요하다. 국민체육공단이 부탄에 추진 중인 '작은체육관' 프로젝트는 열악한 현지 스포츠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프로야구 KIA가 몽골에서 유소년 야구대회와 캠프를 개최하는 것도 스포츠 한류의 밑거름이 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6-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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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팬에 사랑받는 구단, 프로스포츠 재정독립의 출발점

     내년이면 국내 프로스포츠 역사가 35년을 맞는다. 그동안 프로스포츠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08년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4대 프로스포츠 관중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했고, 올해는 프로야구에서만 800만 관중을 넘어섰다. 하지만 현재 국내 프로구단은 모두 적자 상태다.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한 프로야구에서도 각 구단의 적자는 매년 50억∼200억 원이다. 지금까지 국내 프로구단의 최고 과제는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었다. 경영 실적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적자는 모기업의 지원금으로 메웠다. 프로스포츠가 산업으로 출범한 미국, 일본과 달리 국내에서는 대기업들이 기업 홍보나 이윤의 사회 환원 목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기 침체 등 여러 이유로 모기업이 지원금을 줄이면 구단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프로스포츠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수익 창출까진 갈 길이 멀다 최근 프로스포츠 구단들의 자생 노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관중이 많은 프로야구 구단의 수익 구조가 개선되고 있다. 수익도 다변화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해 지상파 3사 컨소시엄과 체결한 TV 중계권료는 연평균 360억 원으로 종전의 2배로 뛰었다. 각 구단에 돌아가는 수익도 2배가 됐다. 히어로즈는 2010년 넥센타이어와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면서 구단 이름을 ‘넥센 히어로즈’로 바꿨다. 그 대가로 히어로즈는 50억 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금액은 지난해 재계약 때 2배로 뛰었다. 히어로즈는 야구 전문 기업이다. 모기업이 따로 없으니 여러 기업을 스폰서로 끌어들이기 수월하다. 다만 프로야구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에서는 여전히 모기업의 지원금에 의존하는 구조다. 농구와 배구는 모기업의 지원금이 없으면 구단 운영 자체가 힘들 것이란 말도 나온다.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이 프로축구 수원, 남자 프로농구 삼성, 여자 프로농구 삼성생명,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에 이어 프로야구 삼성을 인수한 것도 큰 주목을 받았다. 제일기획은 마케팅을 강화해 ‘수익을 내는 구단’으로 바꾼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모기업의 지원 없이 구단들이 스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관중이 더 늘어난다 해도 프로스포츠 산업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는 리그 사무국이 모든 구단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관리한다”며 “이를 벤치마킹해 국내에서도 티켓 구매부터 통합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고지 밀착 강화해야  올 시즌 K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전북은 1999년만 해도 경기당 6000여 명의 관중밖에 동원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경기당 1만6785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풀 스타디움 상을 받았다. 폭발적으로 관중이 증가한 데는 구단의 과감한 투자, 선수들의 기량 상승, 감독의 전술 변화 등 여러 이유가 있다. 연고지 밀착 마케팅의 덕도 컸다. 전북은 일본 J리그 제프 유나이티드의 연고지 밀착 마케팅인 ‘홈타운(Home Town)’을 벤치마킹해 지역 내 초등학생들과의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선수들의 사인회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내년 시즌부터 K리그 챌린지에 참가하는 안산 시민구단은 일본 J리그의 반포레 고후를 배우기 위해 연수 중이다. 반포레 고후도 연고지 밀착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반포레 고후는 2000년 시즌 J리그의 2부인 J2리그에서 26경기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평균 관중은 600명을 간신히 넘었고, 구단 해체가 거론됐다. 구단은 연고지 밀착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선수들은 지역 곳곳을 다니며 사회공헌 활동을 벌였다. 구단은 지역 기업들을 접촉해 후원을 약속받았다. 이 구단을 후원하는 500여 개의 지역 기업 가운데는 작은 식당도 포함돼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지금은 가족 단위의 팬이 경기장을 찾게 됐다. 이 사례는 연고지 밀착이 프로스포츠의 ‘시작’임을 알려준다. 연고지 밀착이 ‘팬 증가→TV 중계와 시청률 증가→방송사 광고 수입 증대→중계권료 상승→구단 수입 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조연상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국장은 “최근 국내 프로구단들도 연고지 밀착 활동을 늘리고 있지만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풀뿌리 체육’을 활성화하는 게 프로스포츠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독일과 일본처럼 유소년 스포츠 시스템을 강화하면 우수한 선수의 풀도 넓어지고, 연고지 팬들과의 교류도 많아진다는 것이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6-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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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 나는 스릴, 필드의 쾌감 눈앞에… 현실이 되는 VR

    《 스포츠 산업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스포츠 분야로 넘어오면서 시장 상황도 급변하고 있다. 프로스포츠의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스포츠 한류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 스포츠 산업의 미래를 모색하는 ‘2016 대한민국 스포츠 비전 콘퍼런스’가 13일 서울 마포구 성암로 중소기업 DMC타워에서 열린다. 》   직장인 이모 씨(34)는 스크린골프광이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필드에 자주 나가지 못하는 대신 매주 한 번 정도는 스크린골프장에 간다. 이곳에서나마 드라이버로 230m 이상 공을 날릴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 씨는 스크린골프의 진화를 학수고대한다.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착용하면 눈앞에 필드가 펼쳐지고, 간단한 장비를 몸에 붙이고 스윙하면 그립감이나 타격감을 고스란히 느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이 씨의 희망이 이뤄질 날도 머지않았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본격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발명으로 시작된 제1차 산업혁명, 대량생산으로 이어진 제2차 산업혁명, 디지털 기술과 함께 시작된 제3차 혁명을 잇는 다음 세대 혁명이다.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 로봇기술, 빅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되면서 나타난다.○ 스포츠 4차 산업혁명 시작됐다 4차 산업혁명을 처음 제시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변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마치 쓰나미가 몰려오듯이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 그대로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스포츠 분야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선수들의 움직임과 기량, 상대팀의 전술과 전략 등을 모두 담은 빅데이터를 통해 최적의 경기 전략을 도출해 내는 것도 그중 하나다. 모바일과 연동한 스포츠 용품 시장도 커지고 있다. 체온이나 운동량 등을 측정해 스스로 보온 기능을 작동하는 기능 또한 같은 사례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스포츠 콘텐츠에 이 기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미국프로농구협회(NBA)에서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실시간 중계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런 중계가 실제로 도입되면 굳이 경기장에 가지 않더라도 현장에 앉아 있는 느낌을 받으며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스포츠 분야에서 4차 산업 시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김도균 경희대 스포츠산업경영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공급이 못 따라가는 상황이다”라며 “기반이 갖춰지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가상현실 스포츠 산업도 주목  올 4월 독일 피트니스박람회(FIBO)에서 가상현실 기술을 도입한 스포츠 놀이기구 ‘이카루스’를 선보였다.  이카루스를 이용하려면 무릎을 살짝 굽히고 팔꿈치를 장비에 댄 상태로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 따로 방향을 조정하는 조이스틱은 없다. 몸 자체가 조이스틱인 셈이다. 가상현실 세계에서는 하늘을 날고 있다. 몸에 힘을 주고 평형을 유지해야 수평 비행이 가능하다. 머리 쪽에 힘을 주면 비행기는 하강한다. 엉덩이를 빼면 비행기는 상승한다. 왼팔에 힘을 주면 비행기는 왼쪽으로 돌고, 오른팔에 힘을 주면 오른쪽으로 돈다.  정경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웰니스융합기술개발단 단장은 “10분 정도 이용했는데 손에 땀이 흥건했고, 몸이 뻐근하게 느껴졌다. 진짜 비행하는 것처럼 두렵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정 단장은 “실제 신체 활동을 동반하는 VR 스포츠가 앞으로 상당한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비는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장비를 도입한 홍성욱 스포츠몬스터 대표는 “아직까지는 불편한 신체 반응을 비롯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라고 말했다. 3개월간 5만 명이 이 VR스포츠 장비를 이용했는데 실제 체험한 이용자의 25% 정도가 가벼운 멀미와 구토 증세를 느꼈다.  홍 대표는 VR 스포츠가 성공하려면 점검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체 활동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윤리적으로 타당한지,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VR 기술을 활용한 학교 체육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올 6월부터 4개월 동안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해 진행한 수업이 대표적이다. 학생들은 학교에 설치된 VR스포츠 교실에서 프리킥, 드로잉 등의 원리를 교육받았다. ETRI는 서울시교육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VR스포츠 체험 모델을 더 개발하고, 적용 학교도 늘리기로 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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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트 영화 시사회장, 축구 스타들 ‘북적’

      ‘번개’ 우사인 볼트(30)가 축구광답게 축구 스타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다. 28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오데온 레스터 스퀘어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볼트다(I AM BOLT)’ 시사회장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타들이 대거 참석했다. 아스널의 수비수 엑토르 베예린과 미드필더 산티 카소를라, 첼시의 미드필더 세스크 파브레가스, 맨체스터시티의 미드필더 라힘 스털링 등은 이날 시사회장 앞에 깔린 레드카펫에서 볼트와 기념 촬영을 했다. 평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광팬으로 맨유 입단 테스트를 받겠다고 밝혀 온 볼트는 이날도 조제 모리뉴 맨유 감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아직 아니다. 바라건대 모리뉴는 내게 연락할 것이다.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자.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축구에 전념했다면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장점을 혼합한 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장담했던 볼트는 내년 8월 런던에서 열리는 월드챔피언십을 끝으로 은퇴한 뒤 본격적으로 축구 선수에 도전할 계획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도르트문트 구단 최고경영자(CEO)인 한스요아힘 바츠케 단장은 이미 볼트가 분데스리가 클럽과 훈련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볼트의 일대기를 담은 ‘나는 볼트다’ 영화는 1990년대 맨유 선수 6명의 활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더 클래스 오브 92’를 감독했던 벤저민 터너와 게이브 터너가 메가폰을 잡았다. 볼트는 “사람들은 내가 육상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 심적 고통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는 육상 단거리 3관왕(100m, 200m, 400m계주) 3연패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커 훈련장에도 나가기 싫었을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볼트는 중압감을 이겨냈고 결국 올림픽 육상 단거리 3관왕 3연패를 달성해 ‘전설’로 우뚝 섰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1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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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상훈]‘혼족’ 전성시대

     “조조 영화를 봤어. 그 다음엔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고. 그렇게 혼자 보내는 휴가도 나쁘지 않더라.” 얼마 전 친구가 이틀짜리 휴가를 쓴 다음에 한 말이다. 아내는 약속이 있다고 나가 버리고, 아들은 학교에 가버리니 혼자 할 게 없더란다. 시간이 아까워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영화관이며 카페를 돌아다녔다. 친구는 “40대 후반에 혼자 놀기란 걸 해보니 의외로 괜찮던데…”라며 웃었다. 혼자 삶을 즐기는, 이른바 ‘혼족’ 문화가 많이 정착된 듯하다. 과거에 젊은층에서만 유행하던 것이 지금은 중장년층까지 꽤 확산됐다. 혼자 밥을 먹으면 혼밥, 혼자 술을 마시면 혼술, 혼자 여행 가면 혼행, 혼자 놀면 혼놀…. 혼족 문화와 관련된 신조어들은 이미 누구에게나 익숙한 보통명사가 됐다. 인터넷에는 혼밥족 레벨 테스트까지 돌아다닌다. 20, 30대는 오래전에 접했을지도 모르겠지만 40대 이후 세대에겐 낯설 수 있으니 한번 테스트해 보시라.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라면을 혼자 먹을 수 있다면 1레벨은 통과다. 푸드코트, 패스트푸드점, 분식집, 중국집 같은 일반음식점이 2∼5레벨이다.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그 다음부터는 망설이는 사람들이 나올 것 같다. 6레벨이 전문요리점, 7레벨이 패밀리레스토랑, 8레벨이 2인분이 기본인 음식점이다. 마지막 9레벨은 바로 술집이다. 술집에서 당당히 혼술을 할 수 있으면 최고의 경지에 오른 셈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힐끔힐끔 쳐다봤었다. 그 사람의 등짝만 봐도 외로움이 느껴지는 듯했다. 요즘에는 ‘혼자=외로움’이란 등식이 사라졌다. 혼족은 외롭지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도 않는다. 대인관계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도 없다. 혼족 문화는 자발적으로 편안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부정청탁금지법 때문에 혼족 문화가 확산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법 시행 이후에 빨리 귀가해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편의점이나 온라인쇼핑몰에서 술이나 안주, 술잔 같은 것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반면 숙취해소 음료 판매는 줄었다. 접대가 줄어드니 폭음이 줄어 숙취해소 음료를 덜 찾는다고 한다.  지난주 어느 날 저녁에 10년 넘게 이어져온 친목모임에 갔다. 1년에 서너 번 모여 안부를 묻고 술을 마신다. 나이가 한두 살이라도 많은 형이 1차 술값을 내면 기분 내키는 사람이 2차를 내는 식이었다. 이번 모임에 술값을 내지 않은 사람은 다음 모임에 술값을 냈다. 이랬던 ‘우리들의 문화’는 이번에 깨졌다. 얼마씩 내야 하느냐, 계산기를 두드려 봐라…. 이 모임에는 기자, 공무원이 들어있다. 모두 청탁금지법의 적용 대상. 술값은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나눠 내야 했다.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영 맘에 안 드네. 다음부터는 각자 집에서 먹자.” 청탁금지법이 오늘로 시행 한 달을 맞았다. ‘각자내기’만 하면 법을 위반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사람을 만날 수 있다지만 뒷맛은 개운하지 않다. 업무 연관성이 없는데도 직종과 신분 때문에 ‘호의’가 ‘부정청탁’으로 둔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 만남을 줄이게 된다.  물론 부정청탁을 없애려는 법의 취지에는 동의한다. 다만 정서적으로 낯선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질까. 나는 자발적으로 혼족이 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어울림을 피하다 의도치 않게 혼족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생각이 기우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상훈 소비자경제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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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상훈]공든 탑은 무너뜨리지 말자

     보건복지부에 출입하면서 의학, 제약 분야를 취재하던 10년도 훨씬 더 전의 일이다. 그때만 해도 한국 제약기업들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았다. 대단한 ‘혁신 신약’은 없었고, 매출 1조 원이 넘는 업체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내 제약사들은 대부분 복제약을 제조하거나 외국 약을 수입해 팔았다. 그래서 스스로를 ‘구멍가게’라 불렀다. 성장보다 생존을 더 걱정하는 제약업체가 많았다. 당시 한미약품과 관련해 한창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았다. “한미약품이 곧 망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이유를 묻자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코딱지만 한 제약사가 ‘오리지널 신약’을 개발하겠다며 연구개발(R&D)에 미친 듯이 투자하는 건 격에 맞지 않는다는 비아냥거림이었다. 이런 예측은 틀렸다. 한미약품은 꿋꿋하게 R&D에 투자해 왔고 지난해에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5조 원대의 당뇨병 치료제 기술을 글로벌 제약회사 사노피에 수출한 것을 비롯해 총 8조 원의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한미약품에 대한 뒷공론은 싹 사라졌다. “한미약품이야말로 제약업계의 삼성”이란 말까지 나왔다.  올해 1월 한미약품 임직원들은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았다. 임성기 회장이 1100억 원대의 개인 주식을 전 직원에게 무상으로 나눠준 것이다. 모든 제약사의 부러움을 산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한미약품은 기업 성장으로 주가가 오르고, 그 과실을 직원이 나눠 갖는 바람직한 모델로 여겨졌다. 그랬던 한미약품이 최근 위기에 빠졌다. 늑장 공시로 시작된 이른바 ‘한미 사태’의 여파가 심상찮다. 증시의 작전세력이 끼었고, 심지어 한미약품 내부자가 개입했을 것이란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충분히 이런 의심을 살 만하다. 지난달 30일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를 한미약품이 공시하기 전에 “곧 악재 공시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주가 하락을 예상한 10만4327주의 공매도가 나왔고, 이 중 절반가량인 5만471주는 개장 이후 악재가 공시된 오전 9시 29분까지 나왔다.  금융당국은 당장 조사에 착수했다. 만약 한미약품의 모럴해저드가 드러난다면 당연히 일벌백계해야 한다. 최근 과도할 정도로 주목받다 보니 제약업체 주변에 작전세력이 꾄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업계 전체가 모럴해저드에 빠질 우려가 작지 않았다. 실제로 “제약업체들이 배가 불러 ‘먹튀’하려고 한다”는 식의 음해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다 모처럼 기지개를 켠 바이오 제약 산업이 추락할까 봐 염려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제약업계는 혼란스럽다. 대박 신화의 주역인 한미약품의 수출계약 취소 자체가 충격이었다. 글로벌 신약을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는 분위기다. 벌써부터 R&D 투자를 계속 늘려야 하는지 고민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문제가 된 한미약품의 신약 올리타의 처방을 다시 허용하기로 한 점은 그동안의 신약 개발 노력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다른 치료제가 없는 말기 폐암 환자들을 위해서도 적절한 조치였다.  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 기업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우직하게 R&D에 몰두했기 때문이었다. 철저히 조사하되 격려도 잊지 말아야 한다. 10여 년 전의 암흑으로 돌아갈 순 없지 않은가. 그토록 공들여 쌓은 탑을 우리 스스로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김상훈 소비자경제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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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상훈]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롯데그룹의 2인자였던 이인원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온라인 공간에는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데 대한 억측이 난무했다. 다소 황당하게 보이는 음모론을 펴는 이들도 있었다.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니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광화문 주변의 식당에서 옆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들은 이 부회장의 죽음을 소재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롯데그룹의 앞날이나 검찰 수사의 향방 같은 것엔 관심이 없었다. 귀동냥으로 들은 그들의 대화 한 토막. “부회장도 결국엔 월급쟁이 아니냐. 월급이 우리의 수십 배라고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월급쟁이일 뿐이지, 뭐. 결국 월급쟁이만 안 된 거네.” 그들은 뜻밖에 재벌기업 부회장의 비극에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샐러리맨 신화’ 주역에 대한 부러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고인에 대한 애도인지, 자신들의 신세 한탄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넋두리가 이어졌다. 이런 넋두리의 종착역은 늘 같다. 정부에 대한 불만, 직장에 대한 불만, 가족에 대한 불만…. 썩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그들의 얼굴에서 그늘을 본 것은 착시였을까. 이 부회장의 죽음이 예기치 않게 ‘직장인의 행복론’으로 귀결된 셈이다. 갑자기 유학 중인 아들 녀석이 떠올랐다. ‘난 우리 가족에게 얼마나 잘하고 있나. 녀석에게 좀 더 살갑게 대해줄걸 그랬나.’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가슴 한 군데가 뻥 뚫린 것 같았다. 녀석과 티격태격하던 기억마저도 먹먹함으로 다가왔다. 언젠가 아들 녀석이 말다툼 도중에 “아빠. 자꾸 그러면 ‘꼰대’ 소리 들어요”라고 퉁명스럽게 내뱉은 적이 있다. 내 지적이 다 맞는데, 고리타분하고 자기들 세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단다. 내가 꼰대라니. 고백하자면, 살짝 충격을 받을 뻔했다. 회사에서는 못마땅한 상사를 부하직원들이 꼰대라 부른다. 꼰대를 감별하는 체크리스트도 인터넷 공간에 떠돈다.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이런 게 나돈다는 사실만으로도 직장인의 행복지수가 높지 않다는 점은 짐작할 수 있다. 다음 내용을 확인해 보시길. 첫째, 요즘 후배들이 노력은 하지 않고 남 탓만 하거나 조직에 대한 불평만 늘어놓는다고 생각하는가. 둘째, 회의나 사석에서 후배들에게 ‘자유롭게 말해’라고 했으면서 결국 해답을 자신이 제시하지는 않는가. 셋째, 후배들에게 ‘내가 너만 했을 때는’이란 말을 자주 하는가. 넷째, 후배들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조언을 많이 하려는 편인가. 다섯째, 내 성공담을 후배들에게 얘기해 주고 싶은가. 몇 가지 항목이 더 있지만 이만. 자신에게 해당하는 항목이 많을수록 후배들이 싫어하는 꼰대에 가깝다. 이 체크리스트에서 ‘후배’를 ‘자식’으로 바꾸면 ‘꼰대 부모’인지 확인할 수도 있다. 요즘 자식이 거칠게 반항하고 있다면 꼭 자신을 돌아보시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이 있다. 현실적으로 이 말은 진리에 가깝다. 조직이 구성원 개개인을 위해 스스로 변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 그러니 “요즘 같은 불경기에 월급 또박또박 나오는 직장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냐…”라는 말은 빈정거림이 아니라 위안에 가깝다. 지금 이 순간, 행복에 대한 그 많은 명언은 모두 공허하다. 현실은 한두 문장으로 요약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지금 여러분은 행복하신가. 그 답을 찾는 것은 영원한 숙제다. 숙제를 남기고 떠난 이 부회장의 영결식이 오늘 치러진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김상훈 소비자경제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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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상훈]사무실의 ‘진상’들

    며칠 전 친구가 휴대전화로 동영상 하나를 보내왔다. 그날 출근길에 찍은 거란다. 동영상을 열어보니 전철 안이었다. 셔츠 차림의 30대 후반, 혹은 40대 초반 남성이 골프 스윙 연습을 하고 있었다. 왜 이런 동영상을 찍었느냐고 묻자 친구가 킥킥대며 말했다. “하도 한심해서…. 혼잡한 출근길 지하철에서 뭐 하는 짓인지….” 요즘 어디를 가나 이런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 편하면 된다는 사람들. 이들의 안하무인을 ‘진상 짓’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며칠 전 휴가를 다녀온 후배도 진상 짓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불쾌한 경험을 했다. 경북 안동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 안이었다고 한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 8명이 탑승했다. 그들은 입석표를 끊은 것 같았다. 입석으로 열차를 탄 사람들은 맨 앞좌석과 벽 사이의 공간을 선호한다. 그 공간을 만들려면 앞좌석을 두 번째 좌석과 마주 보게 돌려놓아야 한다. 공교롭게 후배는 맨 앞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후배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좌석을 돌려놓았다. 후배는 졸지에 낯선 이들과 얼굴을 마주 보면서 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후배가 좌석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려 하자 그들이 허허거리면서 “한국인끼리 이러지 맙시다. 불편해도 좀 참고 가 주세요”라고 했단다. 기차가 출발하자 그들은 아예 통로에 간이 의자를 펼쳐놓고 술을 마셨다. 휴대전화로 올림픽 경기 방송을 보면서 괴성을 질러댔다. 후배는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들은 맥주를 바닥에 쏟고 닦지도 않았다. 이런 진상 인간들을 매일 접하지 않는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기분이 상해도 곧 잊혀진다. 하지만 이런 진상들을 매일 사무실에서 접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얼마 전 상사인 부장검사의 폭력에 시달리던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밝힌 부장검사의 진상 짓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폭언은 일상적이었고, 폭력도 동반됐다. 부하 직원들을 세워놓고 보고서가 맘에 들지 않는다며 구겨 던졌다. 예약한 식당과 메뉴가 성에 안 찬다며 모욕을 줬다. 누리꾼들은 “우리 상사와 똑같다”며 공분했다. 최근 건전한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며 정시 퇴근을 독려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정 요일을 정해서 야근을 금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만난 직장인의 상당수가 이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한밤의 사무실은 환하다. 일거리를 싸들고 퇴근하는 이도 많다. 혹시라도 상사의 전화를 제때 받지 못하면 불호령이 떨어질 테니 휴대전화는 항상 켜둬야 한다. 이런 직장인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이상일 뿐 현실이 아니다.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을 위한 여러 시스템을 만들었는데도 일터의 삶이 고통스럽다면 그 원인이 같은 조직원, 특히 상사에게 있을 확률이 높다. 부장검사가 조금만이라도 부하 직원을 배려했더라면 억울한 죽음은 피했으리라. 하지만 부장검사는 부하 직원의 고통을 무시했다. 어쩌면 부장검사는 자신이 진상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진상’은 원래 조선시대 때 임금에게 보내는 진귀한 특산품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최상품만이 진상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상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폐단이 나타났고, 급기야 부정적인 뜻으로 변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군들 처음부터 진상이었겠는가. 부하 직원들이 자신을 진상 인물로 지목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상사가 적지 않다고 한다. ‘진상 감별 체크리스트’ 같은 거라도 만들어야 할까. 우선 나부터 거울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지금 어떤 인간인가.김상훈 소비자경제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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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맥주 맛없다고? 해외선 잘나가요

    ‘한국 맥주는 맛이 없다’는 편견 등으로 국내에서 수입 맥주 소비가 늘고 있지만 정작 해외에서는 국산 맥주가 선전하고 있다. 31일 맥주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대형 쇼핑센터 ‘이온몰’에서 한국산 맥주 ‘그랑 라거 아로마’(알코올도수 5도)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라거 맥주 특유의 톡 쏘는 청량감과 독일산 홉의 은은한 향이 특징인 이 맥주는 하이트진로가 한국에서 생산한다. 이온그룹은 이 맥주에 자체 브랜드(PB)를 붙여 판매하고 있다. 2011년 7월 이온몰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이 맥주는 현재 이 쇼핑몰 판매량 2, 3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355mL 1병 가격은 세금을 포함해 181엔(약 1965원)으로 아사히, 산토리, 기린 등이 만드는 맥주보다 20∼30엔 싸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맛이 좋아 일본 애주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 하이트진로 측 설명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PB 제품 협력사 선정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이온그룹도 이 맥주의 품질에 만족했다”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일본 내 매출 중 60% 정도를 차지하는 맥주의 인기에 힘입어 연간 2000억 원의 매출을 일본에서 올리고 있다. 일본 전체 주류 업체 중 9위 수준이다. 이라크에서도 한국산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이라크에 맥주 수출을 시작한 2006년만 해도 연간 수출량이 1만6500상자(한 상자는 500mL 맥주 20병)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20만7000상자, 169만 달러(약 18억8600만 원)로 불어났다. 올 상반기 수출도 작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었다. 높은 도수의 주류를 선호하는 현지인의 입맛과 고온 건조한 기후를 고려해 중동지역 수출 전용 맥주로 개발한 ‘하이트 스트롱’(알코올도수 6.4도)이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 201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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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상훈]‘여행’은 가까운 곳에 있다

    휴가가 더 바쁠 때가 있다. 예상치 못하던 일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 휴가여행 계획이 틀어진다. 그럴 때면 기분부터 상한다. 설렘까지는 아니어도 날짜를 세며 기다리던 여행이 아닌가. “차라리 에어컨 쌩쌩 돌아가는 회사에 있는 게 낫겠다”는 넋두리가 나온다. 잠을 자야 뇌가 쉴 수 있듯이 심신도 휴식을 취해야 1년을 탈 없이 지낼 수 있다. 그래서 모처럼 맞는 휴가는 축복일 뿐 아니라 꼭 지켜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휴가를 재충전의 시간이라 부르는 게 빈말이 아니다. 휴가를 망치면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다. 지난주에 그런 휴가를 보냈다. 갑자기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겨버렸다. 내 자식의 일이니 누구한테 맡길 수도 없었다. 주민센터와 구청으로 뛰어다녔고, 서류를 들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 나도 모르게 “이게 무슨 휴가야”라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금요일 오후에 간신히 일을 마무리했다. 그제야 뒤늦게라도 휴가 분위기를 내보기로 했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서해안으로 결정했다. 해수욕장까지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해가 질 무렵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적었다. 더위를 걱정했지만 구름이 살짝 낀 데다 바닷바람까지 불어 의외로 선선했다. 일몰이 예쁘기로 소문난 바닷가로 자리를 옮겼다. 조개구이와 회를 파는 식당들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중 한 식당으로 무작정 들어가 조개구이를 시켰다. 주인아주머니는 네 가족이 먹고 남을 만큼 넉넉히 조개를 내어줬다. 물을 찍찍 뿜는 조개를 불판에 올려놓자 쩍 소리를 내며 입을 벌렸다. 아들 녀석이 재미있다며 활짝 웃었다. 밤이 되자 바로 코앞에서 철썩철썩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진 후에야 서울로 돌아왔다. 하루짜리 유쾌한 휴가였다. 다음 날 방송에서 인천공항 출국장의 풍경을 봤다.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언젠가 우리 가족도 저들처럼 긴 줄을 선 끝에 출국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휴가를 어디에서 보낼 것이냐는 각자가 결정할 일이다. 이국적인 추억을 만들려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국내 여행에 장점이 많다는 점은 꼭 강조하고 싶다. 경비가 적게 들고, 훌쩍 떠났다가 돌아오기도 수월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내 여행을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국내 경기를 살리는 데 보탬이 된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931만 명이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이들 중 10%만 국내에서 여행을 즐겼다면 4조2000억 원의 내수가 창출되고 5만4000여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세계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한 비율은 5.1%로, 세계 평균인 9.8%보다 낮다. WTTC 분석에 따르면 관광업의 고용창출 효과는 금융업의 1.5배, 화학제조업의 3배 정도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정부 기관은 물론 기업들도 국내로 여행 가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제 여름휴가 시즌이 절정기로 치닫고 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여행지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주변을 돌아보면 ‘힐링’할 수 있는 여행지가 수도 없이 많다. 아 참. 국내 여행의 또 다른 장점 하나. 넉넉한 인심은 덤이다. 바닷가 식당의 주인아주머니는 구워내기가 무섭게 먹어치우는 내 아이들을 보더니 신선한 조개로 빈 접시를 다시 채워줬다. 굳이 휴가가 아니더라도 조만간 또 그 식당을 찾아야겠다.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먹었던 조개구이 맛을 잊을 수가 없다.김상훈 소비자경제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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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상훈]장수하는 국산 신약을 보고 싶다

    지난주에 정부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약가(건강보험에서 인정해 주는 약의 가격) 제도 개편이 핵심이었다. 지금까지는 국내 제약업체가 신약을 개발하면 같은 효능의 다른 제품과 비슷한 수준에서 약가가 책정됐다. 대체로 선진국 약가의 40∼50% 수준이다. 제약업체들은 이 가격을 기준으로 수출 협상을 벌였다. 국내에서 500원짜리를 5000원에 수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국내의 낮은 약가가 수출에 걸림돌이 됐다. 제약업계가 신약 약가 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한 이유다. 이번에 정부가 국산 신약 약가를 우대하기로 하면서 제약업체의 숙원이 다소 풀렸다. 국산 신약이 개발되면 대체할 수 있는 약의 최고가에서 10%를 얹어준다. 대체약이 없다면 미국 독일 등 제약 선진국 7개국의 유사 약품 가격에 맞춰 약가를 정한다. 선진국 약가는 국내보다 높기 때문에 국내 신약 약가가 인상되는 효과가 난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약가도 오리지널 제품의 70%에서 80%로 오른다. 이 개편안은 10월부터 시행된다. 한국제약협회는 “국산 신약의 개발 의욕을 북돋는 정책적 격려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제약업체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급한 불을 껐다”거나 “이제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답변이 많았다. “신약 개발 붐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다소 흥분한 사람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환영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제약업체 임원 A 씨는 “약가가 인상되면 건강보험 재정의 불안정성은 커진다. 그러면 또다시 약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정부와 제약업계의 소통을 일상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려선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었다. 제약업체 임원 B 씨는 “이제 공은 업계로 넘어왔다. 지금까지 나온 국산 신약의 성과가 얼마나 되나. 제약업체도 더 치열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산 신약 1호는 1999년 7월 15일 시판허가를 받은 위암 치료제 ‘선플라’다. 안타깝게도 선플라는 10여 년 만에 생산이 중단됐다.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위암은 한국에선 발생률이 아주 높은 암이지만 서양에서는 그렇지 않다. 글로벌 시장이 작다는 뜻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농구균 예방 백신인 CJ헬스케어(당시 CJ제일제당)의 슈도박신은 희귀의약품으로 인정받아 임상 3상에 돌입하기 전에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회사는 임상시험에 응할 환자를 구하지 못해 스스로 신약을 철수했다. 세계 최초의 방사성의약품 간암 항암제로 허가를 받은 동화약품의 밀리칸도 비슷한 이유로 시판 허가를 반납했다. 이 밖에 많은 초기 국산 신약이 모습을 감췄거나 살아남았다 해도 매출은 부진하다. B 씨는 “당시에는 시장성을 치밀하게 검토하지 않았다. 신약 개발이 기업의 역량을 과시하는 이벤트였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고 말했다. B 씨는 “지금은 국내 제약기업들의 기술력도 선진국 못지않다. 이제 사활을 걸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10여 년 전 독일에 있는 글로벌 제약사 바이엘의 연구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연구개발(R&D) 책임자는 “회사의 사활을 걸고 신약 개발에 몰두한다. 신약 후보 중 0.7%만이 최종 제품으로 개발되며 평균 13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1897년 개발한 아스피린은 100년 이상 장수한 초베스트셀러가 됐다. 이런 약. 우리라고 못 만들까. 이제 제약업계가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다. 대한민국 상표를 단 장수(長壽) 신약을 기대한다.김상훈 소비자경제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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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진단]민심을 이길 순 없다

    아일랜드는 20세기 초반 독립할 때까지 700년 이상 영국 지배를 받았다. 영국 고관대작들은 아일랜드의 비옥한 지역에 관리인을 파견해 대농장을 운영토록 했다. 이 관리인은 영국 본국 고용주를 대신해 아일랜드 농민을 착취했다. 영국의 고관대작은 아일랜드 땅을 밟지도 않고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19세기 들어 아일랜드에 대흉작이 발생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다. 농민들은 토지동맹을 결성해 관리인이나 지주들을 상대로 소작료를 깎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다 한 농장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퇴역 군인인 관리인이 소작료를 내지 않는 농민을 쫓아내려 한 것이다. 아일랜드 농민과 가족들은 조직적으로 맞섰다. 추수철이 다가왔지만 아무도 그 농장에서 일을 하지 않았다. 관리인의 집에서 일하던 하인은 철수했다. 상인들은 그 관리인에게 물건을 팔지 않았다. 집배원도 투쟁에 동참해 관리인에게는 우편배달을 하지 않았다. 관리인의 신세가 처량하게 됐다. 다른 지방에서 인부를 조달해 가까스로 추수를 끝냈지만 인심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러니 그 지역에 머무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관리인은 아일랜드를 떠나야 했다. 당시 농민들은 사회적 약자였다. 영국 고관대작의 권력을 등에 업은 관리인과 투쟁하는 것은 맨주먹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하지만 농민들은 승리를 거뒀다. 전혀 폭력을 쓰지 않고도 말이다. 이 사건을 통해 약자도 뭉치면 강력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당시 관리인의 이름은 찰스 보이콧. 오늘날 불매 운동을 뜻하는 영어 단어 보이콧(Boycott)은 그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불매 운동은 20세기 초반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 지배에 저항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영국의 지배를 받던 인도는 광범위한 비폭력 투쟁을 하면서 영국 상품을 사지 말자는 보이콧 운동을 전개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벌였던 물산 장려 운동도 보이콧 운동이었다. 현대로 접어든 후에는 제3세계에서 인권을 유린하거나 환경을 오염시키는 다국적 기업이 종종 불매 운동의 타깃이 됐다. 국내에서도 기업들을 상대로 한 불매 운동이 종종 벌어졌다. 그때마다 해당 기업은 휘청거렸다. 매출은 급락하고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했다. 이른바 ‘갑질’을 했다가 호되게 당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3년 전 남양유업은 대리점에 제품을 떠넘기는, 이른바 ‘밀어내기 영업’을 하다 불매 운동의 표적이 됐다. 얼마 전에는 김만식 몽고식품 전 명예회장이 운전기사를 폭행했다가,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K그룹의 정우현 회장이 경비원을 폭행했다가 소비자의 분노를 샀다. 그래도 이런 불매 운동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잦아든다. 해당 기업이나 경영자가 사과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때문이다.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 대한 불매 운동이 심상치 않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음은 물론이고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이 “부도덕한 옥시를 시민의 힘으로 퇴출시키겠다”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불매 운동에 동참했다. 지금까지의 불매 운동과는 차원이 다른 분노가 느껴진다. 이는 옥시가 자초한 일이다.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독성물질을 가습기 살균제에 쓴 것부터가 부도덕하다. 정부가 인정한 가습기 살균제 1, 2등급 피해자 221명 중 178명이 옥시 제품을 썼다. 옥시가 불리한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의 사과 요구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옥시의 부도덕한 행태와 무성의한 태도가 지금의 불매 운동을 더욱 격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옥시 제품으로는 표백제(옥시크린과 옥시크린오투액션), 제습제(물먹는 하마), 탈취제(냄새먹는 하마), 세정제(데톨), 섬유유연제(쉐리) 등이 있다. 청소용품(이지오프뱅)과 세탁용품(파워크린) 외에 위장약(개비스콘)도 판매 중이다. 한때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던 이런 제품들이 잇따라 매장 판매대에서 사라지고 있다. 아예 시민단체들은 옥시 제품 125개의 리스트를 인터넷에 공개해 불매 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옥시가 처한 상황이 19세기 말의 보이콧과 흡사하다. 사회적 약자였던 농민들은 똘똘 뭉쳐 보이콧을 쫓아냈다. 지금 대한민국 사람들도 똘똘 뭉쳐 옥시와 싸우고 있다. 보이콧이 아일랜드를 떠나야 했듯이 옥시도 한국을 떠나야 할지 모른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분노를 옥시는 직시하길 바란다. 대한민국이 원하는 것은 옥시의 진정성이다.김상훈 소비자경제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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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진단]‘유커 러시’ 대처법

    15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과학과 문화 수준은 유럽을 능가했다. 종이, 나침반, 화약, 인쇄술 등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한 발명품은 모두 중국에서 나왔다. 그랬던 중국이 유럽 국가들에 밀리기 시작했다. 바다를 놓친 것이 큰 패인(敗因)이었다. 포르투갈 함대는 인도로 가는 뱃길을 개척했고, 스페인 함대는 지구를 일주했다. 마젤란은 항해 도중 발견한 아시아 섬나라를 스페인 왕 펠리페 2세의 이름을 따 필리핀이라 명명했다. 바다를 장악한 스페인은 가장 먼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다. 얼마 후 영국이 스페인을 꺾고 바다를 장악했다. 북아메리카에 도착한 영국 개척자들은 정착촌을 ‘처녀의 땅’이란 뜻의 버지니아라 불렀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를 기리기 위해서다. 영국은 동인도회사를 만들고 아시아와 아메리카 경영을 시작했다. 신대륙에서 획득한 자원은 산업혁명의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이처럼 유럽이 세계로 뻗어나갈 때 중국은 우물 안의 개구리가 돼 버렸다. 사실 중국은 포르투갈이 신항로를 개척하기 수십 년 전에 동남아시아, 인도, 서아시아를 지나 아프리카까지 항해했다. 정화(鄭和)가 진두지휘한 이 프로젝트가 남해원정이다. 오늘날 동남아시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화교는 이 남해원정 와중에 탄생했다. 시기만 앞선 게 아니다. 규모도 유럽을 압도했다. 유럽 함대는 기껏해야 4, 5척에 불과했지만 정화 함대는 60척이 넘었다. 유럽 함대의 기함 길이는 30m도 되지 않았지만 정화가 탄 함선은 120m에 이르렀다. 선원만 2만 명이 넘었다. 이랬으니 만약 중국이 아프리카를 넘어 유럽까지 항해했다면 그 후의 세계사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명나라의 유학자들은 바다보다 땅을 중요하게 여겼다. 결국 남해원정은 중단됐다. 중국은 세계를 호령할 기회를 걷어찼다. 500년도 더 된 15세기의 역사다. 아득한 옛날이야기로만 여겼는데, 요즘 전 세계 각지를 누비는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을 보면서 이 남해원정이 자꾸 떠오른다. 무슨 일을 벌여도 덩치 하나만큼은 최대를 지향하는 중국의 ‘전통’ 때문일까. 수천 명이 동시에 움직이고, 한번 쇼핑하면 싹쓸이를 해 버리는 모양새에서 남해원정의 기세가 느껴진다. 달라진 점이라면, 정화 함대가 환영받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모든 나라가 유커를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부터 6박 7일 일정으로 중국의 건강보조식품 유통 기업 아오란그룹의 직원 6000명이 국내 여행을 즐겼다. 여행 일정 중 인천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열린 치맥파티는 핫이슈가 됐다. 치킨 3000마리가 공수됐고 캔맥주 4500개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이들은 158편의 항공기에 나눠 탑승해 한국에 왔고, 관광버스 140대를 타고 여행을 다녔으며, 26개 호텔 1500개 객실에 머물렀다. 이번 유커들의 방한으로 인천시가 얻은 경제효과가 당초 예상치인 120억 원을 넘어 200억 원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유커들의 단체여행이 화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에는 프랑스 니스에서 중국 톈스그룹 직원 6500명이 여행을 즐겼다. 당시 니스에서 그들이 쓴 돈은 20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245억 원에 이른다. 유커가 세계 관광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2011년 한국을 찾은 유커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22%인 222만 명이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에는 외국인 관광객 1323만 명 중 45%인 598만 명으로 늘었다. 이러니 국내 관광산업의 성패를 유커가 좌우한다거나 관광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는 말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마침 문화체육관광부가 관광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관광정책실을 신설키로 했다. 환영할 만한 변화다. 다만 컨트롤타워의 유무를 떠나 관광 당국이 현장을 얼마나 살피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저가 저질 관광과 무자격 가이드가 문제이니 단속하겠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정부는 영세 업체가 난립할 수밖에 없는 산업 생태계의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 유커들이 좋은 관광지를 마다하고 제주도와 서울·수도권, 한류 드라마 촬영장만 가는 이유부터 찾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협력을 말로만 외칠 게 아니라 협력이 되지 않는 부분부터 찾아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유커 러시’에 대처하는 자세다. 당연한 이야기 아니냐고? 맞다. 그 당연한 기본을 지키지 않으니 해법도 희미해지는 것이다.김상훈 소비자경제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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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진단]글로벌 신약 개발의 골든타임

    몸은 추위를 기억하나 보다. 기록적 한파가 끝났지만 여전히 코끝이 시큰했던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로 한 식당에서 제약업계 종사자들과 늦은 점심을 했다. 최근 정부가 신약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후 제약업계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다. 제약업계가 정부에 말하고 싶었지만 꾹꾹 담아 뒀던 이야기들을 들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하나. 정말로 글로벌 신약 강국으로 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일까를,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확인하고 싶었다. 식당 지배인에게 빈방을 달라고 주문했다. 아무래도 난상토론 식의 대화가 오갈 것 같아서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제약업계가 처한 절박한 현실을 알아 달라는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특히 신약 개발에 대한 보상책이 너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수백억 원을 들여 신약을 개발해도 국내에서부터 제값을 못 받으니 글로벌 경쟁력이 생기겠느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신약 가격 업무를 담당한다는 A 씨의 이야기다. “외국 제약사들보다 신약 값을 후하게 달라는 게 아닙니다. 신약 개발에 투자한 시간과 비용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 달라는 것뿐입니다. 국내에서 낮은 약값을 받는데, 수출 단가가 높을 수 있겠습니까?” 최근 정부가 신약 연구개발비에 대한 세제 지원을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에 대해서도 A 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20년 전부터 귀가 닳도록 들은 얘기입니다. 세금 혜택은 상품을 제대로 팔고 난 후에 논의해도 됩니다. 팔아서 남아야 세금도 내고, 그래야 세금을 환급받든 말든 할 거 아닙니까. 신약 가격만 제대로 매겨 준다면 세금 혜택은 안 줘도 좋습니다.” 이들은 자신을 ‘을(乙)’이라 불렀다. 병원에 치이고 의사에게 치이고, 그것도 모자라 약값 책정 때 다시 치인다는 것이다. 그 때문이었을까. 정부에 대한 이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016년도 업무보고에서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허가받았거나 해외에 수출한 신약은 가격을 책정할 때 우대하겠다고 밝혔다. 신약 전략기획 업무를 한다는 B 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복지부가 발표한 대로 쉽게 바뀌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일반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1차 평가를 한다. 그 결과를 놓고 제약사들이 개별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가격 협상을 한다. B 씨는 “건강보험 재정을 책임지고 있으니 그들이 약값을 깎으려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지금의 약가 책정 절차를 고치지 않는다면 신약 우대 정책을 펴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C 씨는 “그동안 정부가 약가를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료비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면 제약사를 종용해 약의 가격부터 깎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민이 의료비에 쓴 전체 국민의료비 가운데 약 구입에 쓴 비용은 2000년 이후 증가하다 2008년 29.64%로 정점을 찍었으며 그 후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에는 26.21%까지 떨어졌다. C 씨는 “약제비 비중을 1%포인트 낮추는 데 제약사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해야 하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신약 가격을 높이 책정하면 정말로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될까.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신약 가격을 높이 책정하면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해야 할 약제비가 늘어나 결과적으로 건보 재정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종사자들도 이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했다. 다만 “신약 수출에서 얻는 이득 중 일부를 건강보험 재정으로 전환하거나, 또 다른 방법을 찾아 재정을 보충하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1시간 반 동안의 식사 시간이 끝날 무렵 음식은 모두 식어 있었다. 차가워진 국물을 뜨며 A 씨가 말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제약업계가 외치는 슬로건은 ‘제약 주권’이었지만 지금은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신약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입니다. 지금 기회를 놓쳐선 안 됩니다.” 이달 초 제약업계와 복지부가 신약 약가 책정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한다. 이번엔 해묵은 논의는 그만하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한다. 글로벌 신약 강국이 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어쩌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내부의 시스템일지도 모른다. 제약업계 종사자들과 다음에 만날 때는 따뜻한 만찬을 먹으며 유쾌한 잡담을 나누고 싶다.김상훈 소비자경제부 차장 corekim@donga.com}

    • 201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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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 시선]사회공헌으로 인생이모작 해보자

    퇴직했거나 은퇴한 분들은 추운 겨울이 더 허탈할 것이다. 지난 한 해도 수만 명이 경기 침체와 구조조정 여파로 정든 직장과 회사를 떠났다. 50대 전후의 베이비붐 세대는 최근 퇴직러시의 중심에 있다. 대부분 ‘명예’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들은 퇴직 후에도 뭔가 할 일을 찾아 나선다. 몸에 밴 경험과 기술이 아깝고 무엇보다 일할 수 있는 건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취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 대안으로 요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3년 전부터 보건복지부는 퇴직 베이비붐 세대를 대상으로 사회참여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퇴직 뒤 전직과 사회적응을 돕기 위한 ‘힐링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교육 이후 봉사할 기관을 연계해 퇴직자들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곧바로 사회활동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이다. 이는 만 50세 이상 퇴직자들이 사회적 기업, 비영리 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자신의 경험을 살리거나 전수할 수 있도록 돕는 재능기부형 일자리사업이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베이비붐 세대의 사회공헌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의 분야와 유형도 확장되는 추세다. 이에 일부 퇴직자는 사회공헌활동을 인생이모작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 일례로 퇴직 전 자신의 전문성과 경험을 살려 수출 중심 사회적 기업에 수출 노하우를 환원하는 상담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퇴직 뒤 본격적인 자원봉사에 대비해 현직에 있을 때 웃음치료사 등 다양한 자격증을 갖춰 복지관 등에서 레크리에이션 봉사활동을 하는 분들도 있다. 사회공헌활동을 주 15시간, 한 달 60시간 정도 한다면 약 8개월간 총 480시간까지 참여할 수 있다. 자신의 취미와 여가를 병행하면서 퇴직 뒤 단절되는 공백을 메우고 보람과 가치를 느끼며 봉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당장 생계보다는 사회공헌에 관심 있는 전문직 퇴직자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거나 반듯한 일자리를 꿰차는 사례도 많다. 물론 사회공헌활동에 따르는 수당과 실비를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 퇴직했다고 결코 낙담할 필요는 없다.이혁진 고령사회고용진흥원 수석전문위원}

    • 20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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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쟁론]비정규직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TV 드라마 ‘미생’ 속 주인공 ‘장그래’는 비정규직 사원이었습니다. 장그래는 입사 이후 좋은 성과를 내며 주목받았지만 계약기간 2년이 지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29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제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장그래법’이라고 불리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근로자 고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까지 늘리는 방안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는 ‘장그래 양산법’이라고 반발합니다. 비정규직을 더욱 늘리는 것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반면 정부는 4년간 해고 불안 없이 근무하면 업무숙련도가 높아져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합의 시한인 3월까지 노사정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그래법’을 둘러싼 양측의 주장을 소개합니다. <오피니언팀 종합> ▼ ‘바늘구멍’ 정규직 전환 늘릴 현실적 대안 ▼최근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의 하나로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까지 늘리는 방안에 노동계는 ‘정규직 시켜 달랬지 언제 비정규직을 연장해 달라고 했느냐’며 발끈하고 나섰다. 현행법상 2년이면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데 이를 4년으로 늘린다는 것은 비정규직 죽이기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말미암아 비정규직이 무분별하게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장그래법’에 대한 다양한 비판과 우려는 마땅히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향후 ‘최선’의 비정규직 대책이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단초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움도 있다. 이번 대책은 ‘최선책’으로 제안된 것이 아니다. 단숨에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수 없는 불가피한 현실을 감안해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차선책’인 셈이다. 따라서 장그래법을 평가할 때 중요한 것은 ‘현실적 대안’으로서의 실효성이다. 감성적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논의가 겉돌기만 할 수도 있다. 장그래법 논쟁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장그래법과 ‘노동 현실’의 관계다. 만약 기간제 근로자 대다수가 2년 넘게 일하고 그래서 고스란히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게 현실이라면 장그래법은 ‘장그래 죽이기법’이 맞다. 고단한 비정규직 생활을 2년 더 감내하라는 요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기간제 근로자가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기업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비율은 고작 20∼30%에 불과하다. 이런 통계수치를 들지 않더라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면 장그래법을 두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2년에서 4년으로 늦추는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지나치다. 장그래법의 핵심은 장그래들에게 본인이 원하는 한 직장을 더 다닐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다. 둘째, 장그래법과 ‘비정규직 규제공식’의 관계다. 비정규직에 대한 엄격한 노동법적 규제는 일정한 ‘공식’을 따르게 된다. 바로 ‘비례성원칙’이다. 우선 입법자는 고용의 기회가 주는 ‘이익’과 고용의 불안이 초래하는 ‘불이익’을 서로 견줘 봐야 한다. 고용에 따른 사회적 이익이 더 크다면 비정규직 규제는 그만큼 완화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이나 독일 등 외국의 입법 사례를 보면 특정 범위 비정규직의 기간제 상한기간을 4년 또는 그 이상으로 다양하게 설정하고 있다. 장그래법도 마찬가지다. 모든 청년 구직자에게 기간제 근로의 상한기간을 연장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취업적령기를 넘어선 35세 이상 비정규직에게, 그것도 본인이 원하는 때만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장그래법과 ‘정규직 전환 가능성’의 관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기간제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 중에서 1년 6개월 미만을 일한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은 7.4%이다. 하지만 2년 가까이 일한 근로자는 약 20%가 된다. 근무기간이 길수록 정규직 전환 비율이 높아지는 셈이다. 아무래도 근무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업무숙련도가 높아지고 무엇보다 사용자와 인간적 신뢰가 깊어질 공산이 크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나마 이런 방법을 통해서라도 정규직 전환의 가능성을 높여주겠다는 것이 장그래법의 취지다. 마지막으로 장그래법과 ‘노사정 대타협’의 관계도 중요한 요소다. 장그래법을 비롯한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은 국민의 밥상에 올라갈 ‘요리’가 아니라 ‘요리의 재료’다. 말 그대로 ‘현재진행형’ 논의로서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예컨대 비정규직 근로자의 구체적인 연령이나 실직기간의 장단에 따라 맞춤형으로 재설계될 필요도 있다. 요리 재료를 다듬어 훌륭한 맛을 내야 하는 것은 이제 노사정의 몫이다. 그런 노사정이 요리 재료를 앞에 두고 곧바로 먹을 수 없다고 내버린다면 국민은 굶을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대책을 세우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비정규직 대책은 철저하게 비정규직의 관점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장그래법에 대한 비판이나 보완도 그랬으면 한다.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고용 4년으로 늘리면 ‘장그래’만 더 양산 ▼최근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예상대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이번 비정규직 대책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는 개선 방안이라기보다 오히려 그들의 불안정 고용을 더욱 확산시키려는 개악의 술책을 담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노동시장 활력 제고 방안’이라는 부제를 달고 발표된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을 들여다보면 물론 여러 개선 방안이 포함된 것이 인정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3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의 퇴직급여 적용, 기간제 계약 갱신 횟수를 최대 3회로 제한, 생명·안전업무의 비정규직 사용 금지, 노조의 차별시정 신청대리권 등이 개선된 방안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번 대책 중에는 35세 이상의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한시적 계약기간의 제한을 현행법의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겠다는 방안과 55세 이상의 고령자와 전문직에 파견 허용을 전면 확대하겠다는 방안이 포함돼 정부의 진정성을 매우 의심케 하고 있다. 정부는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고용 형태별 맞춤형 대책으로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해소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고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외주화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파견규제 합리화의 하나로 고령자 및 전문직의 파견인력 활용을 적극 허용하겠다는 요지의 처방을 제시한 것이다. 결국 정부 대책은 비정규직의 남용 방지에 역점을 두겠다면서 기간제와 파견제의 비정규직 고용을 더욱 늘리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니 참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한 시민단체는 정부의 이번 대책을 비정규직 고용을 더욱 개악하는 것임에도 마치 개선하는 것처럼 내세우고 있다며 ‘지록위마’ 정책이라고 빗댈 정도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기간제는) 좀 더 길게 그리고 (파견제는) 확대해서 사용케 하면서 어떻게 남용 방지와 고용 안정을 이루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사용자들이 기간제법의 2년 고용기간 제한 때문에 많은 기간제 근로자를 해고하는 일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4년으로 그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이들의 고용 유지를 위해 필요한 대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시행된다면 기간제 근로자들은 4년의 계약 연장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한시직의 불안정한 일자리를 좀 더 유지할 뿐이고 4년 뒤 정규직 전환을 보장받는 것도 결코 아니다. 보다 중요하게는 그나마 현행법에 따라 2년 정도로 상시적 업무를 수행하던 기간제 비정규직들을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려는 사용자나 신규 정규직 인력을 채용하려던 업체들이 이번 대책으로 한시적 비정규 인력의 활용을 더욱 연장하거나 늘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최근 대거 정년퇴직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파견제 업종 제한을 풀겠다는 대책 역시 사용자들로 하여금 더 이상 정규직 종업원을 채용하기보다는 값싼 고령자 파견인력을 손쉽게 이용하게끔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다 보니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정부 대책이 오히려 기업들에 기간제와 파견제의 인력활용을 크게 권장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우리 노동시장에서 정규직 일자리를 더더욱 구하기 어렵게 만드는 ‘아주 고약스러운’ 개악 대책이라는 비판이 널리 공감을 얻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근거 없는 100만 실업대란설로 기간제의 사용기간을 연장하려던 당시 노동부의 음험한 속셈이 여론의 거센 반대에 막혀 좌절된 적이 있다. 그런데도 이번 대책으로 그 속셈이 유령처럼 되살아나고 있으니 비정규직을 위하는 척하면서 기업들의 고용유연화를 위해 편들기만 하는 정부의 친기업 노동정책이 형용모순의 괴물 같기만 하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을’이자 ‘미생’인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절박하게 바라는 것은 불안정한 고용 지위에서 벗어나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는 정규직 일자리라는 점을 고용노동부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곧 시작될 노사정 협상에서 그릇된 비정규 대책을 바로잡기를 간곡히 바란다.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201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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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 박인호의 전원생활 가이드]귀농-귀촌정책, 귀촌 주도 6차산업화로 방향 틀 때

    #사례 1: 2012년에 귀농한 G 씨(58)는 밭농사를 했으나 필요한 소득을 얻기 힘들었다. 그래서 최근 지역 귀농인과 함께 밭작물을 원료로 하는 가공식품 창업을 했다. #사례 2: 제법 큰 펜션을 운영해온 H 씨(49) 부부는 펜션 사업이 어려움을 겪자 2014년부터 새로운 수익모델로 펜션과 연계한 오미자·채소농장을 가꾸고 있다. #사례 3: 2013년 초 귀촌한 A 씨(40)는 일단 단기 일자리를 구해 생활비를 벌고 있다. 한편으론 장인 소유의 임야에 산야초 체험농장을 조금씩 조성하고 있다. #사례 4: 대기업 임원으로 은퇴한 K 씨(59)는 현재 귀촌 3년 차지만 1, 2년 안에 생산, 가공, 체험이 복합된 농장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갖고 이를 추진 중이다. 이들 귀농·귀촌인의 사례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뭘까. 바로 귀농과 귀촌의 융·복합 현상이다. 귀농은 농사를 주업으로 삼는 것이고 귀촌은 그냥 전원생활을 하거나 농사 외의 일이 주업이 된다. 귀농·귀촌의 융·복합은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건 농업, 농촌의 6차 산업화(1차 생산×2차 가공×3차 서비스)와도 일맥상통한다. 사례 1은 처음에 귀농했다가 이후 귀촌을 접목한 것이고 사례 2와 사례 3은 역으로 귀촌으로 시작해 나중에 농업(귀농)을 덧붙였다. 사례 4는 귀촌해서 귀농을 접목하기까지 적지 않은 준비기간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사례에서 보듯이 애초 각자 농촌생활의 출발은 귀농 또는 귀촌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정착 과정에서 귀농과 귀촌이 융·복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실은 이렇듯 귀농·귀촌의 융·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지금까지 정부와 지자체의 귀농·귀촌정책은 귀농 지원에만 치중해왔다. 그 결과 귀농인구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급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3년 들어서는 1만923가구로 2012년에 비해 약 3% 감소하며 주춤하고 있다. 반면 귀촌 인구는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에도 귀농은 소폭 줄었지만 귀촌은 36% 늘어난 2만1501가구를 기록했다. 귀농 인구보다 갑절가량 많다. 2014년 통계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귀농 약보합, 귀촌 강세’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에서 보듯 2009년부터 시작된 귀농·귀촌 열풍은 사실 귀촌이 주도하고 있다. 근래 들어선 귀농 선호지역인 전라도와 경상도에서도 귀촌인 증가세가 눈에 띈다. 정부가 농촌의 고령화·공동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귀농인 유치에 매달리고 있지만 현실은 귀촌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 강원, 충남북은 귀촌이 압도적이다. 주목할 점은 농촌 이주 후 정착 과정에서 나타나는 귀농·귀촌의 융·복합 흐름 또한 귀촌인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오로지 전원생활만을 즐기는 귀촌인은 그리 많지 않다. 상당수는 귀촌 창업이나 농업 접목을 통해 일도 하고 소득도 얻길 원한다. 강원도의 한 농업 전문가는 “귀촌인은 귀농인에 비해 보유 땅과 자산 등 경제력, 전문성, 그리고 마케팅에 필수적인 인적 네트워크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이들이 단순 귀촌에 머물지 않고 점진적으로 6차 산업화를 일궈내면 그 경제적 파급효과는 귀농보다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의 귀촌(인)에 대한 조사 및 분석은 미흡하다. 귀촌 가구의 소득 수준, 토지 등 자산 현황, 이전 직업 분포, 귀촌 창업 및 귀농 접목 현황 등을 파악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점진적인 농업(귀농) 접목을 통한 6차 산업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다각적인 교육 및 지원 체계를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 귀촌인의 6차 산업 역량을 살려 기존 원주민과 귀농인의 생산력을 결합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각종 농업·농촌사업들과 입체적으로 연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2015년은 2009년 신귀농·귀촌시대가 개막한 지 7년째 되는 해다.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전국의 누적 귀농·귀촌인구는 12만여 가구로, 전체 농가(2013년 기준 114만2000가구)의 1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때마침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해 2015년 하반기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젠 귀농·귀촌 정책이 양적 팽창과 귀농 중심에서 벗어나 질적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다. 그 길은 ‘귀촌 주도의 6차 산업화’라고 본다.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 201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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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임창덕]‘곡물 버킷 챌린지’ 운동을 시작하자

    지금 이 시각에도 기아와 영양실조로 하루에 수만 명이 죽어가고 있고 10억 명에 이르는 인구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해마다 버려지는 식량이 전체 생산의 3분의 1이라고 했다. 버려지는 식량의 4분의 1을 줄이면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으며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면 전 세계 식량 생산을 32%까지 늘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도 했다. 지구촌 전체적으로는 비만으로 인해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살을 빼려는 다이어트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은 2010년 기준 지구촌 인구의 15% 정도가 영양실조로 고통 받고 있는 반면 약 20%가 비만에 시달리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굶주리는 원인은 나라마다 다양하겠지만 국내로 좁혀보면 경제적인 문제다. 하지만 세계 전체로는 곡물의 수급 불균형에 따른 원인이 제일 크다. 사람이 먹어야 할 곡물이 고기 생산에 사용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영양학적으로 보면 1kg의 고기를 만드는 데 소는 12∼14kg, 돼지는 6∼8kg, 닭은 2∼4kg의 곡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가 먹는 1kg의 고기는 평균 곡물 7kg이 투입돼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소는 평생 먹는 것의 6.5%가 고기로, 양은 13%가 고기로, 돼지는 35%가 고기로 전환된다. 어쨌든 건강을 위해 몸무게를 줄이겠다고 하는데 누가 뭐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위에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국민도 있고 동포도 있고 지구촌 이웃도 있다. 이 시점에서 새로운 제안을 하고자 한다. 바로 ‘곡물 버킷 챌린지(Crops Bucket Challenge)’다. 살 1kg을 뺀다면 그 무게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곡물 7kg만큼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하는 것이다. 한때 루게릭병 환자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를 한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농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이웃도 도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 생각한다. 살을 빼려면 뺀 만큼의 일정 양(量)을 우리 농산물로 주위에 기부하는 문화가 확산되었으면 한다.임창덕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교수}

    • 201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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