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희

조건희 차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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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사건이 되는 지점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becom@donga.com

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칼럼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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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3%
  • 오거돈 사퇴문, 피해자측에 했던 약속과 달랐다

    성추행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72)이 피해자 측에게 ‘2차 피해 예방책’ 등이 포함된 사퇴문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23일 기자회견에서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오 전 시장 측은 이달 초 시장 집무실에서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한 뒤 피해자 측에 ‘4월 30일 이전에 시장에서 물러나겠다’며 사퇴문 초안을 작성해 보여줬다. 이 초안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행위에 엄중 대응하겠다’ 등을 포함해 네 가지 대책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이 발표한 사퇴문에는 “피해자분께서 또 다른 상처를 입지 않도록 보호해 달라”는 내용만 한 문장으로 짧게 언급됐을 뿐 초안에 있던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24일 입장문을 내고 “2차 피해 대책을 기자회견에서 밝히지 않아 심각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는 오 전 시장의 사퇴 발표 이후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소 측은 오 전 시장에 대한 형사고소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 전 시장 사건을 내사 중인 부산지방경찰청은 이날 부산시에 시장 집무실 앞 복도와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 녹화 파일 등을 요청했다. 경찰은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전문 보호팀을 꾸렸다. 오 전 시장은 자택 등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조건희 becom@donga.com / 부산=조용휘 기자}

    • 202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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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싸움 대비한듯한 ‘오거돈 사퇴문’… 피해자 보호 문구는 50자뿐

    성추행을 시인하고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피해 여성 측에 보여줬던 사퇴문 초안에는 모두 4가지 ‘대책’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추행 피해자의 2차 피해 예방 △2차 가해자에 대한 엄중 대처 △부산시 차원의 성폭력 대책 마련 △성폭력 예방을 위한 전담 기구 설립 등이다. 하지만 23일 오전 11시 부산시청에서 오 전 시장이 직접 발표한 사퇴문엔 이런 내용이 거의 담기지 않았고, 법정 싸움을 대비하는 듯한 표현으로 바뀌었다. ○ 대책 발표까지 24시간… “그새 2차 가해 범람” 이 4가지 대책은 오 전 시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 성추행 사건에 이목이 집중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피해자 측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사퇴문에서 2차 가해 관련 내용은 “피해자분께서 또 다른 상처를 입지 않도록 이 자리에 계신 언론인 여러분들을 포함해서 시민 여러분들께서 보호해 주십시오”란 50글자가 전부였다. 꼬박 하루가 지난 24일 오전 11시,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기자회견을 열고 2차 가해 차단 대책을 발표했다.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피해 사실을 반복해서 언급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 감찰을 벌이고 가해자를 중징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초 오 전 시장 측이 피해자에게 보여줬다는 초안에 담겼던 내용들이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오 전 시장의 사퇴와 대책 발표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은 탓에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며 심각한 2차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피해자를 대변하는 부산성폭력상담소는 24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부산시의 입장 발표가 늦어진 만 하루만큼의 시간은 언론과 정치권, 댓글 등을 통한 끝없는 2차 가해가 범람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며 “그러한 2차 가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퇴문 표현, 법정 싸움 대비한 듯” 오 전 시장의 사퇴문에는 피해자 측에 사전에 보여줬다는 4가지 대책 대신에 “5분 정도의 짧은 면담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 용서받을 수 없다” 등의 문구가 들어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표현이 피해자에 대한 고려보다는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사용한 전략적 발언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거나 ‘경중에 관계없이’라는 건 추행의 고의성과 중대성을 부인하려는 표현으로 읽힌다”고 했다. 상담소는 전날 오 전 시장의 사퇴 기자회견 뒤 “사퇴문의 관련 표현 탓에 피해자가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비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피해자 측은 오 전 시장이 사퇴 일시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던 점도 피해자에게 큰 고통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오 전 시장이 ‘4월 30일’로 시한을 못 박아 공증 서류를 작성하긴 했지만 사퇴 일정을 명확히 정하지 않아 피해자가 불안에 시달렸다는 뜻이다. 김예지 부산성폭력상담소 상담팀장은 “발표 시점을 미리 아는 건 피해자의 심적 대비에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오 전 시장 측이 이를 알리지 않아 매우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성폭력 2차 가해, 트라우마 초래할 수도 성폭력 상담 전문가들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가해는 ‘트라우마’라 불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적 문제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스트레스라고 지적했다. 장형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성폭력 피해자의 심리적 후유증을 추적 관찰해 보면 가해자의 미흡한 대응이 피해자에겐 치명적”이라고 했다. 부산여성단체협의회 등 6개 여성단체는 이날 긴급간담회를 열고 “권력형 성폭력 범죄를 더는 용납할 수 없다. 오 전 시장 사퇴 이후 부산시의 전면 쇄신과 책임감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며 피해자에 대한 가해 방지를 부산시에 요구했다.구특교 kootg@donga.com·조건희 / 부산=조용휘 기자}

    • 202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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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임 2인’ 김봉현-이종필, 은신처 서울 빌라서 경찰에 체포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라임)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스타모빌리티 김봉현 전 회장(46)과 라임의 이종필 전 부사장(42)이 23일 경찰에 전격 체포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후 9시경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 측근으로부터 은신처인 빌라 위치를 제보받은 경찰은 20명 가까운 전문 검거팀을 투입해 라임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을 모두 검거했다. 경찰은 한 명은 빌라 밖에서 체포했고, 또 다른 한 명은 빌라 내부에서 검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은 검거 과정에서 경찰에 강하게 저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버스 회사인 수원여객의 회삿돈 517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경찰의 수사를 받다가 지난해 1월 7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한 지 107일 만에 신병이 확보됐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15일 서울남부지검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불출석한 뒤 5개월 넘게 잠적해 왔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15일 서울남부지검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도피한 이 전 부사장을 도왔다. 라임의 펀드 운용 및 판매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사장의 도피에 필요한 은신처와 도피 자금, 차명 휴대전화 등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이 전 부사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전 회장 운전기사 A 씨가 현금 4억8000만 원이 든 가방을 이 전 부사장 수행비서로부터 전달받아 김 전 회장의 차량으로 옮겼다. 검찰은 이 돈이 김 전 회장의 내연녀 등을 거쳐 이 전 부사장에게 도피 자금으로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사장이 잠적하기 직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고급 오피스텔을 은신처로 마련해 뒀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의 운전기사 A 씨는 검찰에서 “김 전 회장 지시에 따라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고급 오피스텔을 월세 100만 원에 계약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김 전 회장 지시로 (이 전 부사장을 돕는) 김모 씨에게 차명 휴대전화를 건넸고 이후 김 전 회장 지시에 따라 차명 휴대전화 4대를 한강에 버렸다”고도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도피 중인 이 전 부사장의 스타모빌리티 주식 1만 주(30억 원어치)를 팔아 도피 자금으로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스타모빌리티 직원은 “김 전 회장 지시로 이 전 부사장 비밀번호를 이용해 지난해 11월부터 이 전 부사장의 주식 1만 주를 대신 팔았고 3만8000여 주를 다른 회사에 양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김 전 회장의 횡령 혐의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며, 서울남부지검은 이 전 부사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라임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의 신병을 모두 확보한 검찰 등은 금융당국 등에 대한 라임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본격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금융감독원의 라임 관련 검사 자료를 라임의 투자를 받은 기업에 유출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전직 청와대 파견 행정관 김모 씨(46)를 18일 구속 수감했다.고도예 yea@donga.com·조건희 / 수원=이경진 기자}

    • 202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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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거돈, ‘업무 가르쳐달라’ 근무시간중 불러 집무실서 성추행

    오거돈 부산시장의 사퇴를 부른 성추행 사건은 이달 초 부산시청 7층 집무실에서 일어났다. 평일인 이날 부산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분주한 상황이었다. 당일 해외에서 입국한 여러 시민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다 자가 격리 장소를 무단 이탈한 이들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오 시장도 이날 오전 8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코로나19 화상 회의에 참석한 뒤 집무실에 머무르고 있었다고 한다. ○ 코로나19 상황, 업무 시간 집무실에서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당일 오전 11시 40분경 수행 비서를 통해 부산시청 소속인 한 여성 공무원을 집무실로 불렀다. 피해 여성은 23일 입장문에서 “(오 시장 집무실에 불려간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근무 시간이었고 업무상 호출이란 말에 서둘러 집무실로 갔으나 그곳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집무실에서 ‘업무를 가르쳐 달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실제로는 성추행을 했고 피해 여성은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은 사건을 저지른 날 오후 3시 접견실에 사회복지법인 관계자들을 불러 성금 전달식을 열기도 했다. 오 시장은 사퇴하며 “피해 여성에게 사죄한다”고 밝혔지만 일부 표현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는데, 해서는 안 될 강제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했다. 피해 여성은 이에 대해 “그곳에서 발생한 일은 경중을 따질 수 없는 명백한 성추행이었고, 법적 처벌을 받는 성범죄였다”고 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이날 긴급회의를 연 뒤 오 시장 사건을 여성청소년수사팀에 배당해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 시장이 스스로) 사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에서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피해 여성이 이달 초 신고했던 부산성폭력상담소와 부산시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2주가 넘어, 총선 끝나고 사퇴 오 시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건 성추행 사건을 저지른 지 2주도 넘은 시점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피해 여성은 사건 직후 성추행 피해를 부산성폭력상담소에 신고한 뒤 “이달 안에 공개 사과하고 시장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오 시장은 이를 따르겠다며 부산의 한 법무법인에서 피해 여성 가족의 입회하에 사실관계를 공증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오 시장 측은 4·15총선을 앞둔 상황을 감안해 선거가 끝난 뒤 절차를 진행할 것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성도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것을 우려해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오 시장은 총선이 끝나고도 일주일이 넘도록 사퇴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이 시간을 끌다가 성추행 사실이 언론에 보도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어쩔 수 없이 사퇴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부산시 안팎에 따르면 오 시장 측이 관사에서 짐을 빼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인 시점이 22일 저녁이었다고 한다. 오 시장은 재임 동안 성 관련 이슈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지난해 9월엔 “성희롱과 성추행을 뿌리 뽑겠다”고 했다. 관내 일자리지원센터에서 센터장이 여직원들을 성희롱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향후 이런 문제가 일어나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최대한 엄벌하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지위가 낮은 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저지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지난달 8일 세계 여성의 날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의 행복이 곧 부산의 행복”이라고 올렸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23일 오 시장의 사퇴에 대해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오 시장이 2018년 11월 14일 한 회식 자리에서 양옆에 여성 직원들을 앉힌 사건을 거론하며 “낮은 성 인지 감수성과 이를 성찰하지 않는 태도는 언제든 성폭력 사건으로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한 유튜브 채널에서 ‘여성 공무원 성추행 사건을 은폐했다’는 취지로 의혹을 제기하자 오 시장은 “소가 웃을 일”이라며 해당 동영상 출연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다. 오 시장은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1995년 민선 자치단체장 선거가 실시된 뒤 보수 정당 소속이 아닌 부산시장은 그가 처음이었다. 부산시는 이날부터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체제에 들어갔다. 부산=조용휘 silent@donga.com·강성명 / 조건희 기자}

    • 202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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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유아 마스크도 정부기준 세워야[현장에서/조건희]

    “두 돌도 안 지난 아이에게 KF94 마스크를 씌워도 되나요?” 얼마 전 동아일보 독자 A 씨(37·여)는 이런 e메일을 보내왔다. “생후 20개월인 딸이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을 다니는데 하루 종일 마스크를 씌워 걱정”이란 내용이었다. 얼핏 뭐가 문제일까 싶지만 실상은 다르다. 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은 당연한 일이지만 아직 아이들에게는 고역이기 때문이다. 크기가 맞지 않아 자꾸만 흘러내리는 데다 다시 씌울 때마다 다그치는 것도 일이다. 뭣보다 어른보다 폐 기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보건용 마스크 착용이 과연 건강에 이로운가도 문제다. A 씨가 굳이 동아일보로 이런 e메일을 보낸 건 2년 전에 실린 한 기사 때문이었다. 보건용 마스크를 쓰면 호흡량이 23%나 줄어들어 영유아의 폐와 심장엔 오히려 해롭고 질식 위험까지 있다는 보도였다. 정부의 후속 조치를 주문하며 마무리했는데, 솔직히 챙겨 보질 못했던 터라 내심 뜨끔했다. 다행히 정부에서 관련 연구를 상당히 진행한 상태였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경북테크노파크에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6∼16세 아동 청소년의 분당 최대 호흡량은 283L로 어른(520L)의 54.4% 수준. 이에 연구팀은 똑같은 KF94 마스크라도 영유아용은 흡기저항(숨을 들이마실 때 생기는 저항)을 어른용의 65% 수준으로 낮추라고 제안했다. 다만 영유아 대상 임상시험은 연구윤리에 맞지 않아 3차원(3D) 가상 시험법을 추가로 개발한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어린아이들이 안심하고 쓸 마스크는 아직 없는 셈이다. 언제 나올지도 불명확하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의 지침은 제각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어린이는 호흡이 불편하면 마스크를 벗는 게 낫다”고 당부한 반면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아이들도 꼭 씌우라”고 어린이집 등에 지침을 내려보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감염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예방의학과 전문의들에게 물어보니 공통적으로 “어린이집 안에서 계속 KF94 마스크를 쓰는 건 득보다 실이 크다”고 했다. 사이즈도 잘 안 맞아 바이러스 차단 효과는 별로 없는데, 산소 부족 등 해로운 면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보육교사가 마스크를 쓰고, 교사나 아이 모두 철저하게 손을 씻는 게 나을 거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전문가와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고 이런 지침을 명확히 만들어 현장에 배포하면 어떨까. 물론 정부가 애매한 부분을 애매하게 두면 당장은 ‘어린이집에서 감염병이 번지면 책임은 누가 지느냐’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하지만 완화된 방역 지침인 ‘생활 속 거리 두기’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방역 수칙이 불명확하면 꼭 지켜야 할 수칙에 집중할 수 없고, 결국 지속 가능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조건희 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

    • 202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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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주단속 중단 틈탄 ‘취한 핸들’… 사망자 5년만에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제 검문식’ 음주운전 단속을 멈춘 틈을 타 ‘살인 시동’을 거는 음주운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1∼3월 음주사고 사망자도 5년 만에 증가했다. 경찰은 ‘비접촉식 감지기’를 동원해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나 감지기가 다소 부정확해 개선이 필요하다. 경찰청은 “올해 1∼3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전국에서 4101건 발생해 79명이 숨졌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음주사고는 3296건, 음주사고 사망자는 74명이었다. 각각 24.4%와 6.8% 늘어났다. 음주운전은 최근 몇 년 동안 시민들의 경각심도 높아지며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였다. 실제로 단속 기준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도 높인 ‘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2018년 12월과 지난해 6월 시행됐다. 이와 함께 정부당국이 관련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며 음주사고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1∼3월 음주사고 사망자는 2015년 162명을 기록한 뒤 2016년 119명, 2017년 118명, 2018년 93명 등으로 줄곧 감소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분위기가 꼬여버렸다. 경찰은 1월 27일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된 뒤 일제 검문식 음주단속을 멈춘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일제 검문식 음주단속은 길목을 막고 차량을 세워 운전자의 입에 음주측정기를 대고 숨을 불게 하는 방식이었다. 경찰은 “코로나19 같은 호흡기 감염병엔 이런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우려가 많아 모두 중단해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그 대신 선별적인 단속을 이어갔으나 효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도로에 러버콘(고깔 모양 안전장비)을 S자 형태로 배치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는 차를 잡는 ‘트랩(trap) 단속’을 실시했으나 운전이 미숙한 이들이 주로 걸렸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운전석에 앉는 이들을 잡아내는 ‘암행 단속’도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한다. 결국 경찰은 20일부터 일부 지역에서 일제 검문식 단속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그 대신 운전자가 측정기에 입을 대지 않아도 차량 안 공기에 떠다니는 알코올 입자를 감지하는 ‘비접촉식 감지기’를 이용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 경보가 울릴 경우엔 소독한 접촉식 측정기를 이용해 정식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잰다”고 했다. 문제는 비접촉식 감지기가 얼마나 정확한 성능을 발휘하느냐이다. 동아일보는 18일 오후 10시부터 2시간가량 경기 광주시 역동 삼거리에서 이뤄진 음주단속에 동행했다. 현장에서 이 감지기는 모두 4차례 경고음을 울렸는데, 실제 음주운전은 1차례뿐이었다. 2차례는 차 안에서 손 소독제의 알코올 성분을 감지했고, 1번은 운전자가 아닌 동승자가 술을 마신 경우였다. 경찰 관계자는 “비접촉식 감지기를 일주일간 시범 운영해본 뒤 전국으로 확대할지 결정할 예정”이라며 “어쨌든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되살리려면 일제 검문식 단속을 재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조건희 becom@donga.com / 광주=신지환 기자}

    • 20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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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출신 금배지 역대 최다… 임호선-김용판 등 9명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역대 최다인 9명의 경찰 출신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미래통합당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대구 달서병)과 서범수 전 경기북부경찰청장(울산 울주), 더불어민주당의 임호선 전 경찰청 차장(충북 증평-진천-음성)과 황운하 전 대전경찰청장(대전 중) 등 4명은 처음 금배지를 달았다. 통합당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김석기 의원(경북 경주)은 20대 국회에 이어 당선돼 재선 의원이 된다. 통합당 윤재옥(대구 달서을),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비례)은 3선 중진이 되면서 당직이나 상임위 등에서 주요 직책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체급이 높아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관련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데 이들이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조건희 기자}

    • 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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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크 쓰고 1m 간격 대기… 돋보인 시민의식

    15일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 씨(64·여)의 남편은 거의 두 달 만에 집 밖에 나왔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는 남편은 올 2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진 뒤 감염을 우려해 외출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고 힘든 걸음을 내디뎠다. 김 씨는 “솔직히 나도 남편도 찍은 정당이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그래도 투표를 포기하면 유권자를 우습게 여길까 봐 왔다”고 했다. 코로나19도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이기진 못했다. 투표 열기 속엔 전대미문의 고난을 바라보는 엄중한 민심이 생생하게 묻어났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윤모 씨(47)는 “지금까지 여당에 실망한 것도 많지만 코로나19에 대응을 잘해줘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했다. 자영업자 박모 씨(70·여)는 “코로나19로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번다. 서민을 내팽개친 정부가 너무 서운하다”고 토로했다. 투표로 민심을 보여주려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돋보였다. 전국 대부분의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은 질서 있고 차분하게 방역 지침을 따랐다. 오전에 찾아간 동작구 강남초등학교 투표소에선 시민 60여 명이 모두 마스크를 쓴 채 1m 간격으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손등에 도장을 찍지 말라”는 안내가 있었는데도, 소셜미디어에 도장을 찍고 ‘인증샷’을 올린 사진들이 올라왔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자가 격리자들의 투표는 ‘특별 작전’을 방불케 했다. 자가 격리자 5만9918명 가운데 1만3642명(22.8%)이 투표에 참여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자가 격리자 이주현 씨(26)는 자택에서 투표소까지 담당 공무원과 함께 걸어가며 타인과 접촉하지 않았다. 투표소 관계자는 방호복과 두꺼운 장갑, 고글로 중무장을 한 채 이 씨에게 투표용지와 봉투를 건네고 서명을 받았다. 이명박, 노태우 전 대통령은 선거 당일 각자 자택에서 거소 투표(우편투표)를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주에 이미 사전투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직 형기를 마치지 않아 선거권이 없다.조건희 becom@donga.com·홍석호·이호재 기자}

    • 202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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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사방은 유기적 결합체”… 檢, 범죄단체죄 적용 검토

    아동 성 착취 동영상 등을 만들어 텔레그램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조주빈(25)이 13일 재판에 넘겨졌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14개 혐의다. 검찰은 조주빈 일당을 ‘유기적 결합체’로 보고 범죄단체조직 혐의의 추가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박사방 공동 운영자로 알려진 강모 군(19·구속)은 국내에서 미성년 피의자로는 처음으로 신상공개를 심의한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조주빈을 14개 혐의로 기소하며 경쟁 조직 운영자에 대한 허위 고소(무고) 혐의를 추가했다. 조주빈은 지난해 10월 다른 비슷한 대화방의 피해자 신상을 알아낸 뒤 해당 대화방 운영자를 강제추행으로 허위 고소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경찰이 적용한 12개 혐의에 무고와 아동·청소년 강제추행을 추가했다. 검찰은 조주빈 일당을 “유기적 결합체”라고 표현했다. 역할을 분담해 범죄를 저지른 ‘범죄조직’의 성격이 짙다는 뜻이다. 형법상 징역 4년 이상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집단을 조직하거나 가입하면 범죄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조직원들도 같은 죄로 처벌될 수 있다. 이날 조주빈에게 적용된 혐의 가운데 청소년 강간미수와 음란물(성 착취물) 제조는 법정 최고형이 무기징역이다. 경찰은 17일 조주빈이 박사방을 함께 운영했다고 지목한 강 군(대화명 ‘부따’)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위원회는 강 군의 이름과 나이, 사진을 공개할지 심의한다. 강 군은 텔레그램 등에서 성 착취물을 구매하려는 유료회원을 모집하고 가상화폐로 모은 범죄 수익금을 조주빈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강 군은 서울에 있는 한 중학교에 재학할 당시 전교 부회장을 지냈다. 당시 교내 프로그래밍 경진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정보기술(IT) 관련 실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기업 멘토링 프로그램에선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강 군은 2001년 5월생으로 민법상 아직 만 18세다. 성폭력처벌법상 만 19세 미만 청소년은 신상공개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경찰은 “만 19세가 되는 해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청소년이 아니다”라는 청소년보호법 예외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010년 4월 15일 도입된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제도가 만 19세 미만에게 적용된 사례는 아직 없다”고 했다. 경찰은 박사방 유료회원 30여 명을 입건하고 관련 영상물 1000여 건을 차단하거나 삭제해줄 것을 당국에 요청했다. 유료회원은 20, 30대가 많았고 일부 미성년자도 있었다. 이들은 조주빈 일당에게 수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사회복무요원 강모 씨(24)에겐 “고교 담임교사의 딸을 살해해 달라”는 취지로 조주빈에게 400만 원을 준 혐의(살인예비)가 추가됐다. 조주빈은 돈을 받긴 했지만 실제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해 사기미수 혐의를 적용했다.조건희 becom@donga.com·황성호·박종민 기자}

    • 202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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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 부추기면 불법… “덫을 놓아야 뿌리 뽑는데…”

    《7일 오후 한 소셜미디어에 “스폰 알바, 서울 송파구, 여자만”이란 글이 올라왔다. 쪽지를 보내자 글을 쓴 A 씨는 “나는 당신에게 금전을, 당신은 나에게 위로 주는 관계 맺자”고 제안했다. ‘위로’가 뭔지 묻자, A 씨는 “성관계”라며 대놓고 말했다. A 씨는 이름 등 개인정보와 몸매가 드러나는 인증사진도 요구했다. 사진을 보내지 않자 A 씨는 대화를 끊고 사라졌다.》《미국에서 한 성인 남성이 16세 소녀와 소셜미디어에서 영상 채팅을 했다. 남성은 아랫도리를 벗어 보이곤 성관계를 제안했다. 소셜미디어 업체로부터 수상한 정황을 통보받은 연방수사국(FBI)은 그 순간 소녀의 접속을 차단했다. 이후 여성수사관이 10대 행세를 하며 채팅을 이어갔다. 까맣게 몰랐던 남성은 소녀를 만나러 버지니아주 한 공원에 나타났다. 해당 남성이 동일인인 걸 확인한 수사관은 곧장 다가가 수갑을 채웠다.》 최근 ‘박사방’과 ‘n번방’ 사건 등을 계기로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졌다. “미국처럼 위장수사를 폭넓게 허용하자”는 주장도 거세다. 성범죄자들이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와 가상화폐까지 이용하는데, 기존의 수사 방식만으론 검거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총선을 앞두고 ‘위장수사 허용’을 공약으로 건 정당도 등장했고, 관련 청와대 청원엔 수천 명이 동의했다. 첫 번째 크라임신(범죄현장)은 동아일보 취재팀이 법학자들의 자문을 거쳐 국내법상 적법한 범위에서 취재한 상황이다. 아동 성 착취물 등을 제작해 유포한 ‘박사’ 조주빈(25) 일당은 A 씨처럼 ‘스폰 알바’를 미끼로 여성을 유인했다. A 씨도 성매매 권유를 넘어 다른 범행까지 의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결국 A 씨의 정체는 알 수 없었다. 신뢰를 얻으려면 위조 신분증이나 신체 사진을 보내야 하는데, 국내에선 공문서위조 및 음란물 유통으로 관련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이는 수사기관도 마찬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단속 때 경찰관이 10대 소녀 행세를 하면 법원이 ‘위법한 증거 수집’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어 그런 위장수사 기법은 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반면 두 번째 크라임신은 박병식 동국대 법학과 교수가 2008년 12월 미 FBI 수사 참관 당시 직접 본 모습이다. 미국에선 수사관이 10대 소녀로 가장해 범인을 검거하는 위장수사가 10여 년 전부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위장수사, 애매모호한 합법과 위법의 경계 위장수사는 말 그대로 수사관이나 정보원이 가상의 신원을 사용하는 수사기법이다. 마약과 도박, 성매매, 아동 성 착취물 거래 등 은밀하게 이뤄지는 범죄를 밝혀내는 데 주로 쓴다. 학계에선 사기꾼에서 탐정으로 전향한 프랑스 범죄학자 외젠 비도크가 1812년 자국 경찰에 도입한 ‘안보분대(Security Brigade)’를 위장수사의 시초로 본다. 이들은 노숙인 등으로 변장한 뒤 빈집털이나 소매치기 등의 범행 계획을 캐내 붙잡았다. 이후 위장수사는 서구에서 통상적인 수사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위장수사에 법원이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던 건 1932년 12월 미 연방대법원의 ‘소럴스 사건’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살던 보노 소럴스는 1930년 7월 위장 수사관의 권유에 못 이겨 위스키 5달러어치를 팔다 금주법을 위반했다. 연방대법원은 ‘수사관이 끈질기게 요구한 탓에 벌어진 일’이란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 뒤 범의(犯意)가 없는 사람을 부추겨 범행하게 만든 ‘범의유발형’은 위법한 함정수사로 봐왔다. 범의가 있던 이에게 범행 기회를 주는 ‘기회제공형’만 적법하다는 해석이다. 국내에선 마약사범 검거에 위장수사가 가장 활발히 이용된다. 관련 대법원 판례는 1963년 9월에 처음 나왔다. 하지만 마약 수사도 ‘위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않다. 대법원은 2007년 7월 필로폰 소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씨에게 기소 자체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김 씨가 검찰이 포섭한 정보원의 꼬임에 넘어가 필로폰을 받았다는 이유다. 반면 2013년 3월엔 마약상의 제보로 필로폰 거래 현장에서 적발된 홍모 씨에게 대법원은 징역 2년형을 확정했다. 마약상이 홍 씨에게 필로폰을 건네기 전 검찰에 미리 제보했지만, 수사기관이 마약상과 직접 관련을 맺고 함정을 판 건 아니란 취지였다. 판례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아동·청소년 성매매나 성 착취물 거래는 수사관이 적극적으로 위장수사에 나서기가 더 어렵다. 한 일선 경찰은 “나중에 ‘위법수사’로 결론이 나면 징계까지 받는데 사명감으로 움직이기엔 위험 부담이 많다”고 했다. 한 경찰 간부도 “피고인이 ‘위법수사’를 주장하면 수사관이 수차례씩 법정에서 증언해야 한다. 책임자로서 일선 경찰에 이런 부담을 감수하라 권하긴 어렵다”고 했다.○ “면책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한국과 달리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은 아동 대상 성범죄에 위장수사 기법을 적극 활용한다. △정부가 명확한 지침을 만들어 배포하고 △전담기관에서 수사관들에게 적법한 위장수사의 범위를 컨설팅해주며 △법원이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위장수사의 허용 폭을 넓게 보기 때문이다. 미 국제미아착취아동보호센터(ICMEC)는 FBI 수사관과 검사, 민간 아동보호단체가 협력체계를 구축해 성 착취범을 추적한다. FBI는 아예 49쪽 분량의 ‘위장수사 가이드라인’을 홈페이지에 공개해뒀다. 영국 아동착취방지온라인보호센터(CEOP)는 수사관이 10대 소녀로 위장할 때 어떤 은어를 써야 상대가 의심하지 않을지 조언하는 전문가까지 있다. 호주 아동학대인터넷유닛(CEIU)은 상시적으로 위장수사를 벌여 아동 성범죄자를 색출한다. 네덜란드의 한 아동보호단체는 2013년 10대 소녀처럼 보이는 3차원(3D) 아바타 ‘스위티’를 이용해 전 세계에서 아동 성매수자 1000명을 적발했다. 2018년 4월 ‘어둠의 인터넷’ 다크웹에서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해 온 손정우(24)의 검거도 위장수사 덕이었다. 미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사이트 유료회원으로 위장해 손정우의 가상화폐 지갑에 돈을 입금한 뒤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기법을 썼다. 다크웹 전문보안업체 ‘S2W랩’의 서현민 수석연구원은 “한국 수사기관도 마음만 먹으면 이런 수준의 가상화폐 추적은 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선 2013년 3월 여성가족부가 “13세 미만 아동 성매매범 단속에 한해 위장수사를 허용하자”고 제안했다가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해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하면 위장수사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형법이나 청소년성보호법 등에 ‘아동 성범죄에 한해 수사 절차상 위법성 조각(불성립) 사유를 폭넓게 인정한다’는 등의 문구를 추가하자는 의견도 있다. 아동·청소년보호단체 ‘탁틴내일’의 최영희 이사장은 “위장수사를 도입하면 온라인 대화방을 ‘사냥터’ 삼아 아이들을 노리는 범죄자에게 경각심을 주고 사전 범죄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신중론도 없지 않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장수사 범위를 명문화하면 국가기관의 ‘속임수’를 공식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특히 정부가 직접 성 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해 접속자를 검거하는 식의 위장수사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조건희 becom@donga.com·이소연·김소민 기자}

    • 202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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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널A “기자 취재윤리 위반 송구… 檢과 유착의혹 확인된바 없어”

    채널A는 9일 이모 기자가 신라젠 사건 취재원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해 취재윤리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널A는 MBC가 보도한 이 기자와 검찰의 유착 의혹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며 MBC가 보도한 녹취록의 검찰 관계자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다고 했다. 채널A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 기자의 취재 과정과 보도본부의 의사 결정 과정을 정밀하게 조사하고 있다. 채널A 김재호 대표는 이날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해 “기자가 윤리강령을 거스르는 행동을 했지만 보도본부 간부들은 이를 사전에 확인하지 못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널A는 김 대표가 보도본부장으로부터 이 기자의 취재 경위를 보고받은 시점은 MBC가 이 사안을 처음 보도한 3월 31일이라고 밝혔다. 이 기자는 올해 2∼3월 신라젠의 최대 주주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55·수감 중)에게 편지를 보냈고,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한 지모 씨(55)를 만났다. 당시 보도본부 간부들은 이 기자가 지 씨에게 검찰 수사를 언급하며 이 전 대표가 선처를 받을 수 있다고 한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이를 인지한 3월 23일 취재를 중단시켰다고 채널A는 밝혔다. 법조팀장은 이 기자로부터 취재 착수를 보고받은 뒤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의 구체적인 내용 등은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다. 또 채널A는 지 씨가 제시한 녹취록을 근거로 MBC가 보도한 이 기자와 검사장의 유착 의혹에 대해 객관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기자가 진상조사위원회에 제출한 A4 용지 반쪽 분량의 녹취록이 MBC의 보도 내용과 일부 다르며, 현재로서는 녹취록의 상대방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채널A는 방통위에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마치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처럼 발표되면 법적인 책임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진상조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채널A 김차수 대표는 “현재까지 조사에서 검언 유착이라고 할 만한 점을 발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8일 대검찰청 인권부(부장 이수권 검사장)에 이 사안에 대한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는 3월 31일 보도본부와 심의실 등에서 이 사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6명을 선발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이 기자를 포함해 지 씨를 접촉한 기자 2명과, 사회부 데스크, 보도본부장 등 관련자의 진술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객관적인 물증을 토대로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널A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가 마무리 되는 대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진상조사위원장 김차수 대표는 “정확하게 사실을 조사하고 투명하게 밝히는 게 최우선 과제”라며 “재발방지 대책 또한 철저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채널A는 진상조사 후 방송 등에 출연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지 씨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다.정성택 neone@donga.com·조건희 기자}

    • 2020-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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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청년이 건넨 빈 종이[현장에서/조건희]

    동아일보가 1일 창간 100년을 맞아 선보인 ‘청년 100인의 두 번째 돌잡이’ 시리즈는 기획부터 취재까지 꽤나 유쾌했다. 취재팀과 만난 19∼34세 청년 100명이 자신의 미래를 상징하는 물건을 하나 골라 그 안에 담긴 사연과 다짐을 소개한다는 설정이었다. 세상모르는 한 살배기 땐 돌잔치 상에 오른 정해진 물건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 하지만 세상에 발을 딛는 청년들이 스스로 택한 두 번째 돌잡이 물건들은 백양백색(百樣百色)이었다. 인공지능(AI)이 일찍이 인간을 압도한 바둑계의 ‘인간 1인자’ 신진서 9단(20)은 ‘바둑돌’을 골랐다. AI가 2025년이면 사람의 업무 능력 70.6%를 대신할 거라는 전망(한국고용정보원)이 나오는 시대에도 인간이 두는 바둑의 의미를 탐구하겠다는 의지는 존경스러웠다. 공익변호사 이현서 씨(30)의 ‘복싱 글러브’도 멋졌다. 외국인고용법에 ‘인권’이란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현실과 싸우겠다는 의지다. 그는 국내 외국인이 생산가능인구의 10%가 넘기 전에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100명이나 인터뷰하다 보니 분량은 합쳐서 A4 용지로 153쪽이나 됐다. 하지만 읽고 또 읽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옥다혜 씨(29)는 시리즈가 나간 뒤 ‘추신’을 보내왔다. “통일 한국의 주역이 돼 동아일보 창간 130주년에 정식으로 인터뷰 제안을 받겠다”고 당당하게 포부를 남겼다. 세월호 생존 학생 김도연 씨(23)가 5년의 아픔을 담아낸 ‘일기장’ 앞에선 경건해졌다. 언젠가 에세이로 엮어 친구를 잃은 이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한다. 책이 나오면 꼭 읽어보고 싶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들을 돌보려 육아휴직을 중단한 간호사 구기연 씨(27)는 간호사의 상징인 ‘흰 양말’을 골랐다. 닳아서 구멍 난 흰 양말을 갈아 신을 때마다 ‘딸이 닮고 싶을 멋진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할 그를 응원한다. 그런데 한 명, 빈 종이를 내민 청년이 있다. 대학원생 윤민경 씨(32)는 “나는 꿈이 없다”며 끝내 아무런 아이템도 고르지 않았다. 그는 “어릴 적부터 꿈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말문이 막혀 계획도 희망도 없는 인간이 된 것 같아 ‘뭐라도 만들어 말해야 하나’ 고민했다”며 “그렇지만 없는 걸 어쩌나”라고 되물었다. 윤 씨의 이야기는 결국 기사에 담지 못했지만 그의 대답이 쉽게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어쩌면 ‘꿈이 없다’는 말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수많은 청년의 마음을 대변하는 건 아닐까. ‘N포 세대’라는 말까지 듣는 청년들에게 때로는 ‘꿈이 뭐냐’는 질문이 너무나 버거울지도 모르겠다. 윤 씨는 이렇게 덧붙였다. “먼 미래보다는 당장 주어진 하루하루를 어떻게 잘 살지 생각해요. 만족스러운 하루가 쌓여 한 달이 되고 한 해가 되는 게 아닐까요.” 윤 씨는 언젠가 빈 종이를 채울 수 있을까. 혹 채우지 않더라도 그 나름대로 소중한 하나의 길. 그가 건넨 말들을 자꾸만 곱씹게 된다. 조건희 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

    • 2020-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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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역군인이 박사방 공범… 부대 압수수색

    ‘박사’ 조주빈(25·수감 중)과 함께 아동 성 착취 동영상 등을 유포해온 ‘박사방’ 공동 운영자 가운데 1명은 군에 복무 중인 육군 일병인 것으로 3일 밝혀졌다. 육군 군사경찰은 A 씨를 긴급 체포하고 경찰과 함께 조주빈과의 공모 여부 등 추가 범행은 없는지 조사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이날 오전 경기 안양에 있는 한 육군 부대를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부대에 복무하고 있던 일병 A 씨의 스마트폰 등을 확보했다. A 씨는 조주빈이 박사방의 공동 운영자 3명 가운데 1명이라고 지목했던 인물이다. A 씨는 지난해 말 입대한 뒤 현 부대에서 향토예비군 관련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빈 일당과 함께 텔레그램 등에 성 착취물을 수백 차례에 걸쳐 유포하고 박사방을 외부에 홍보해 유료 회원을 모집한 혐의로 A 씨는 긴급 체포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씨는 박사방의 전신으로 꼽히는 이른바 ‘갓갓’이 만든 ‘n번방’에서부터 성 착취물 유포 등에 관여했다. 당시 ‘이기야’라는 대화명으로 활동하며 조주빈과 친분을 쌓았다. 지난해 7월경 n번방이 폐쇄된 뒤에는 당시 확보한 불법 사진이나 영상들을 또다시 유통시키는 ‘완장방’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A 씨는 조주빈 일당에 합류한 뒤에는 성 착취물 판매를 홍보하기 위해 자신의 기존 대화명에서 딴 ‘이기야방’을 운영하며 회원 2700여 명을 끌어 모았다. 이 방에만 성 착취 사진 743건과 동영상 675건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주빈 일당은 지난해 A 씨가 군에 입대한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경부터 “이기야가 군대에 갔다”는 얘기가 퍼졌다. 하지만 올해 2월경에도 ‘이기야’라는 대화명을 쓰는 인물이 또 다른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경찰은 박사방에서 활동한 인물이 A 씨 본인인지, 제3의 인물이 사칭을 한 것인지 확인하고 있다. 만약 본인이라면 군에 있으면서도 범행을 저지른 셈이다. 경찰은 서울 송파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며 조주빈에게 성 착취물 피해자 등의 신상정보를 제공한 최모 씨(26)를 3일 구속했다. 최 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정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피해자들의 피해가 극심하다”고 밝혔다. 최 씨는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주민등록등본 발급 보조 등을 담당하며 200여 명의 신상정보를 불법 조회해 17명의 정보를 조주빈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조주빈은 이런 정보들을 성 착취물 피해자나 박사방 유료 회원 협박에 악용했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는 당초 3일이었던 조주빈의 구속 시한을 13일로 연장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조건희 becom@donga.com·박종민·김정훈 기자}

    • 202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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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선거개입’ 의혹 밝힐 아이폰 비밀번호 풀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연루돼 검찰 출석 당일 숨진 이른바 ‘백원우팀’의 청와대 파견 검찰수사관 A 씨의 아이폰 비밀번호가 30일 풀렸다. 지난해 12월 2일 검찰이 아이폰에 대한 잠금해제를 시도한 지 119일 만이다.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는 30일 오전 이스라엘 정보보안업체 셀레브라이트의 포렌식 장비를 이용해 A 씨의 아이폰 비밀번호를 해제하는 데 성공했다. A 씨는 2017년 구입한 아이폰X 기종을 청와대 근무 때부터 숨지기 직전까지 사용했다. A 씨의 아이폰X는 알파벳이나 특수기호가 포함되지 않은 6자리 숫자 비밀번호로만 잠금을 풀게 설정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우의 수에 따라 최대 100만 가지 비밀번호를 입력해봐야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런데 통상 아이폰은 비밀번호를 5차례 잘못 입력하면 다음 입력까지 1분을 기다려야 하고, 9차례 틀린 뒤로부터는 1시간을 기다려야 하거나 데이터 자체가 초기화된다. 이론상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입력해보려면 114년이 걸릴 수도 있다. 대검은 셀레브라이트의 장비를 이용해 이 기간을 단축한 것으로 보인다.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해도 재입력 대기 시간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A 씨는 2018년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당시 백원우 대통령민정비서관실 소속으로 울산에 내려가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관련 경찰의 수사 상황을 점검했다는 의혹을 받다가 지난해 12월 1일 지인의 오피스텔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오피스텔에서 A 씨의 아이폰을 발견해 변사 사건의 사인 등을 수사했지만 검찰은 선거 개입 사건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A 씨의 아이폰을 확보했다. 이후 경찰이 ‘변사 사건 수사를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아이폰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앞으로 A 씨의 아이폰 저장 내용 등을 추가로 분석해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한 증거가 있는지를 파악할 예정이다. 아이폰에는 A 씨가 청와대 관계자와 나눈 대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을 가능성이 커 검찰이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수사를 재개할 선거 개입 사건의 스모킹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배석준 eulius@donga.com·조건희 기자}

    • 20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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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주빈, 박사방 운영하며 경찰 신고보상금 탔다

    아동 성착취 동영상 등을 제작해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조주빈(25)이 경찰에 보이스피싱과 마약거래를 신고해 신고보상금과 감사장(사진)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때도 조주빈은 ‘박사방’을 운영했으며, 온라인으로 마약 거래를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는 29일 “조주빈은 2018년 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인천 지역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마약사범을 신고해 범인 검거에 기여했다. 당시 규정과 절차에 따라 신고보상금은 5번 지급했으며 감사장도 한 차례 수여했다”고 밝혔다. 조주빈이 경찰에서 받은 신고보상금은 모두 140만 원이다. 경찰에 따르면 조주빈은 2018년 1∼3월 인천 미추홀경찰서에서 4차례에 걸쳐 모두 110만 원의 신고보상금을 받았다. 이 가운데 3번은 보이스피싱을 통해 피해자의 돈을 은행에서 꺼내는 데 관여한 조직원을 경찰에 신고한 공을 인정받았다. 이때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같은 해 1월에는 온라인에서 마약을 구하려고 하는 사람을 역시 미추홀경찰서에 신고했다. 이 신고로 10만 원의 보상금을 받았다고 한다. 조주빈은 지난해 4월 인천 연수경찰서에서도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신고한 공으로 보상금 3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마지막 경찰 신고를 했던 지난해 4월은 조주빈이 이미 박사방을 운영하고 있는 상태였다. 조주빈은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만든 뒤 2018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곳에 아동 성착취 동영상 등을 올렸다. 자신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마약거래를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동아일보가 한 트위터 계정이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올린 글을 확인하니, ‘#아이스’, ‘#얼음’ 등 마약과 관련된 은어로 해시태그를 달고 “재고 소진 시까지 이벤트가에 모신다. 텔레그램 ×××로 연락주세요”라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마약으로 보이는 결정체와 주사기, 텔레그램 계정 등이 나오는 사진도 게재됐다. 이 계정은 조주빈이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된 텔레그램 계정이다. 조주빈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찰에서 받은 감사장 사진과 함께 올린 게시글도 29일 인터넷에서 주목받았다. 해당 누리꾼은 “천인공노할 보이스피싱 범죄자 놈들 몇 명을 경찰분들과 공조해 검거했다. 형사분들 도와드렸으니 이제 내가 도움받을 차례다”라고 적었다.김소영 ksy@donga.com·조건희 / 인천=박희제 기자}

    •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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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조주빈 휴대전화 2대 잠금 풀고 분석중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박사’ 조주빈(25)은 대포폰을 포함해 휴대전화 5개를 번갈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디지털포렌식 기법을 통해 휴대전화 2대의 잠금을 풀고 박사방 운영진 및 유료회원과 관련한 단서를 분석하고 있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 수사팀은 16일 조주빈을 검거할 당시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서 휴대전화 5대를 발견해 압수했다. 일부 전화기는 다른 사람의 명의였다. 조주빈이 박사방을 운영해 온 기간에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든 중고폰, 분실폰 삽니다. 기종 상관없음”이란 글을 여러 차례 올린 걸 감안하면 온라인으로 구한 대포폰을 범행에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압수한 조주빈의 휴대전화는 갤럭시S9 등 안드로이드 계열뿐 아니라 iOS 계열인 아이폰 기종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는 올해 초 도입한 이스라엘 정보보안업체 ‘셀레브라이트’의 포렌식 장비를 이용해 휴대전화의 잠금 해제를 시도해 최근 2대의 잠금을 해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은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한 횟수가 늘어날수록 다시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데이터 자체가 초기화될 위험도 있다. 하지만 셀레브라이트의 장비를 사용하면 ‘데이터 초기화’ 코드가 작동하지 않으면서도 잠금 해제를 시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휴대전화 분석 과정에서 조주빈의 범행 단서가 추가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박사방 일당이 대화에 활용한 ‘텔레그램’과 ‘위커’ 등 보안 메신저는 해외에 서버를 둔 탓에 서버 압수 수색이 어렵지만, 휴대전화엔 대화 내용이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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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주빈 “손석희에 ‘김웅 배후에 삼성 있다’ 말했지만 사실은 아냐”

    손석희 JTBC 사장(64)이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박사’ 조주빈(25)의 금품 요구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까닭이 “(조주빈의) ‘김웅 씨(49) 배후에 삼성이 있다’는 말을 믿었기 때문”이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조주빈은 “손 사장에게 텔레그램에서 그런 메시지를 보낸 건 맞지만,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손 사장은 27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JTBC 사옥에서 몇몇 기자들과 만나 조주빈과 있었던 일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사장은 이 자리에서 “조주빈이 프리랜서기자 김 씨와 친분이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며 ‘김 씨 뒤에 삼성이 있다’는 식으로 위협을 했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손 사장은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이 자신을 뒷조사한 일이 있다”며 “(김 씨) 뒤에 삼성이 있다는 데 생각에 미치자 신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자리는 손 사장이 먼저 JTBC 기자들에게 자청해서 이뤄졌다고 한다. 손 사장은 25일 JTBC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금품 요구에 응한 것에 대해 “조주빈이 ‘김 씨가 손 사장의 가족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려 한다’는 증거가 있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약 1000만 원을 보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굳이 돈을 보낸 이유도, 수사기관에도 신고하지 않은 배경도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자 자사 기자들을 불러 모아 설명한 것이다. 삼성은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삼성 배후설 자체가 사실무근일 뿐만 아니라 손 사장이 ‘뒷조사’라 언급한 시점은 이미 미전실을 해체한 뒤였다는 설명이다. 삼성 관계자는 “진짜로 우리가 배후고 협박도 당했다면, 손 사장이 신고는 물론이고 보도까지 했을 것”이라며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에 사실과 무관하게 삼성이 언급돼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씨도 28일 오후 유튜브 방송을 통해 “삼성이 배후에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내가 삼성의 사주를 받았다면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도 (손 사장이) 신고를 안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김 씨는 이날 “지난해 12월 26일 조주빈과 나눈 대화 내용”이라며 텔레그램 메시지 일부도 공개했다. 그는 “조주빈이 ‘2017년 4월 과천 교회 옆 주차장에서 손 사장의 차 안에 젊은 여성과 아이가 있었다. 여성은 누구나 다 알 만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며 “나는 조주빈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했다. 김 씨는 손 사장에게 폭행과 차량 접촉 사고를 기사화하겠다며 금품 등을 요구한 혐의(공갈미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경은 조주빈이 텔레그램에서 유명인들을 거론하며 벌인 주장들 대다수가 허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조주빈의 텔레그램 메시지에는 “유력 정치인이 차명계좌로 한 기업인에게 3000만 원을 받은 증거가 있다” “유명 연예인 숙소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등의 주장이 들어있다. 하지만 검경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있다. 검경은 조주빈이 윤장현 전 광주시장(71)에게 재판 청탁 등을 언급하며 금품을 뜯어낸 사건도 수사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0-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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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주빈 일당, 어린이집 아동 청부살해 음모도 꾸며

    아동 성 착취물 등을 제작해 유통한 혐의로 구속된 ‘박사’ 조주빈(25)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을 청부살해할 음모도 꾸몄던 것으로 밝혀졌다. 24일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조주빈은 지난해 12월 박사방 공범인 사회복무요원 강모 씨(구속)로부터 30대 여성 A 씨의 주소와 휴대전화 번호, A 씨 딸 어린이집 주소 등을 넘겨받았다. 강 씨는 2017년 A 씨를 상습 협박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강 씨는 지난해 3월 출소한 뒤 자신을 신고한 A 씨를 보복해달라며 조주빈에게 청부했다. 경기 수원시의 한 구청에서 보육교사 경력 증명서 발급 업무를 담당했던 강 씨는 보육행정지원시스템을 통해 A 씨 가족의 정보를 알아냈다. 강 씨는 “A 씨의 집 문을 ‘빠루(노루발못뽑이)’로 뜯어내고 A 씨와 그 딸을 해칠 생각이니 도와 달라”고 하자, 조주빈은 강 씨에게 현금 400만 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조주빈은 강 씨에게 “A 씨 딸의 어린이집에 찾아가 (딸의) 얼굴에 염산을 붓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실제 범행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경찰은 조주빈과 강 씨에게 살인음모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조주빈은 보안메신저인 텔레그램에서 마약이나 총기뿐 아니라 콩팥 등 장기까지 매매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실제로는 돈만 받아 챙기는 사기 행각을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2월엔 개인방송을 하는 기자에게 접근해 특정 정당 정치인의 정보가 담긴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를 넘기겠다며 1500만 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도 받고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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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 “n번방 잔인… 회원 전원 조사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아동 성착취 동영상을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방에서 공유한 이른바 ‘n번방’ 사건과 관련해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아동, 청소년 16명을 포함한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을 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의 행위는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였다”며 “정부가 영상물 삭제뿐만 아니라 법률 의료 상담 등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n번방’ 운영자뿐만 아니라 이용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해 달라는 두 건의 청와대 청원은 이날까지 약 440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또 “이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히 수사해서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외에 특별조사팀이 강력하게 구축됐으면 한다”고 지시했다. ‘n번방’과 유사한 ‘박사방’이란 대화방에서 성착취 동영상 등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일명 ‘박사’는 2년 전 대학을 졸업한 조주빈 씨(25)로 밝혀졌다. 조 씨에 앞서 유사한 대화방을 운영한 일명 ‘와치맨’ 전모 씨(38)는 지난해 9월 구속돼 수감 중이다.한상준 alwaysj@donga.com·조건희 기자}

    • 20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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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란물 유포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 유력 인물 검거

    보안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이른바 ‘박사’라는 가명으로 아동 성 착취 동영상 등을 유포한 것으로 알려진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16일 ‘박사’가 확실시되는 A 씨 등 4명을 협박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17일 밝혔다. A 씨는 텔레그램에 ‘박사방’이란 익명 대화방을 개설하고 청소년을 포함한 여성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판매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 씨가 주변엔 “대학 입학을 준비한다”고 말하며 범죄를 숨긴 것으로 보고 있다. 박사는 소셜미디어에서 ‘고액 알바를 모집한다’며 여성들을 유인해 나체 사진과 주민등록증 등을 강제로 확보한 뒤 지속적으로 협박해 성 착취 동영상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박사 등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서자 경찰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난달까지 관련자 66명을 검거했다. 하지만 가장 악명 높은 박사는 그간 수사망을 피해 왔다. A 씨는 이날 경찰 조사를 받고 유치장에 입감되자 자해 소동을 벌여 병원에 옮겨졌다. 병원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였지만 음성 판정을 받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A 씨는 자신이 박사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동일 인물이 분명하다”고 했다. 경찰은 A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조건희 becom@donga.com·구특교 기자}

    • 20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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