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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똑바로 바라봐 줘서 너무 좋아.” 일본 요코하마에 사는 21세 여성 A 씨는 2년 전 호스트 클럽에서 만난 남성 접대부의 이 말에 머리가 멍해졌다. 2년 전 고3이던 A 씨는 “1000엔(약 8700원)으로 놀 수 있다”는 번화가 호객꾼 접근에 가벼운 마음으로 호스트 클럽에 갔다. 화려한 가게에서 미남 접대부가 특유의 화술로 접근하자 넘어가지 않을 재주가 없었다. 놀 때는 즐겁지만 끝나면 허무해지는 마음을 달래려 A 씨는 지난해부터 일본 최대 유흥가 도쿄 가부키초에 갔다. 자신이 지명한 접대부는 “좋아한다” “곧 일을 그만둘 테니 같이 식당을 하자”고 유혹했다. 1병에 30만 엔(260만 원) 넘는 샴페인을 주문해야 원하는 남성 접대부와 오래 있을 수 있어 씀씀이는 커져만 갔다. 이렇게 2년간 쓴 돈이 1000만 엔(약 8700만 원). 외상 술값은 그대로 빚이 됐다. A 씨는 결국 성매매에 나서게 됐다. 한국에서는 캐릭터 ‘다나카’(코미디언 김경욱 ‘부캐’)가 남성 접대부 흉내를 내며 재미있게 묘사되지만 일본에서는 최근 착취에 가까운 호스트 클럽 악성 상술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28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올 들어 26일까지 가부키초 인근 공원에서 성매매방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 여성은 131명으로 지난해 연간 체포자(51명)의 2배가 넘었다. 대부분 20대로 남성 접대부에게 쓰는 돈을 벌기 위한 경우가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완화로 호스트 클럽 영업이 활발해지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일본 경찰 수장 쓰유키 야스히로(露木康浩) 경찰청장이 27일 직접 호스트 클럽이 가득한 가부키초를 시찰하며 점검에 나섰다. 일본 경찰청은 전국에 호스트 클럽 악성 상술 단속 특별 지시를 내렸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는 30일로 개막일을 500일 앞두고 있다. 일본 주최 측은 입장권 판매를 개시하고 박람회장 건설 현장을 외부에 공개하는 등 엑스포 붐 조성을 위해 다양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2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엑스포 조직위원회 격인 일본국제박람회협회는 30일부터 예매를 받는다. 주최 측은 성인 1회 입장 기준 7500엔(약 6만5500원)인 입장권을 일찍 사면 6000엔으로 깎아주면서 판매 독려에 나섰다. 엑스포가 열리는 오사카시에서는 시에 거주하는 모든 4~17세 어린이 및 청소년에게 여름방학 기간 중 무제한 입장이 가능한 패스를 무료로 배포하기로 했다. 기업들도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일본항공(JAL)은 엑스포 공식 캐릭터인 ‘먀쿠먀쿠’가 그려진 비행기를 공개했다. 오사카에 본사를 둔 파나소닉은 입장권 15만 장 이상을 구입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2025년 4월 13일∼10월 13일, 184일간 열리는 오사카 엑스포에 방문객 2850만 명이 다녀가고 이 가운데 350만 명은 외국인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 효과도 2조 엔(약 17조4660억 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엑스포에 들어가는 일본 정부 부담액이 점점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박람회장 건설비 2350억 엔(2조520억 원)과 별도로 ‘일본관’ 건설과 경비비 등에 837억 엔(7310억 원)이 들어간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더 이상의 건설비 증액을 인정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지만, 현재 계획된 건설비 2350억 엔은 처음 전망치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오사카 엑스포 상징물로 행사장 중심을 원형으로 둘러싸는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 ‘링’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링’은 건설비로만 350억 엔(3050억 원)이 들어가는데 6개월간의 엑스포가 끝나면 철거할 예정이다. 주최 측은 엑스포 후 보전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목조 건축이라 관리가 어렵고 마땅한 활용안도 없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나만 똑바로 바라봐줘서 너무 좋아.”일본 요코하마에 사는 21세 여성 A 씨는 2년 전 호스트 클럽에서 만난 남성 접대부의 이 말에 머리가 멍해졌다. 2년 전 고3이던 A 씨는 “1000엔(약 8700원)으로 놀 수 있다”는 번화가 호객꾼 접근에 가벼운 마음으로 호스트 클럽에 갔다. 화려한 가게에서 미남 접대부가 특유의 화술로 접근하자 넘어가지 않을 재주가 없었다.놀 때는 즐겁지만 끝나면 허무해지는 마음을 달래려 A 씨는 지난해부터 일본 최대 유흥가 도쿄 가부키초에 갔다. 자신이 지명한 접대부는 “좋아한다” “곧 일을 그만둘테니 같이 식당을 하자”고 유혹했다. 1병에 30만 엔(260만 원) 넘는 샴페인을 주문해야 원하는 남성 접대부와 오래 있을 수 있어 씀씀이는 커져만 갔다. 이렇게 2년간 쓴 돈이 1000만 엔(약 8700만 원). 외상 술값은 그대로 빚이 됐다. A 씨는 결국 성매매에 나서게 됐다.한국에서는 캐릭터 ‘다나카’(코미디언 김경욱 ‘부캐’)가 남성 접대부 흉내를 내며 재미있게 묘사되지만 일본에서는 최근 착취에 가까운 호스트 클럽 악성 상술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28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올 들어 26일까지 가부키초 인근 공원에서 성매매방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 여성은 131명으로 지난해 연간 체포자(51명)보다 2배가 넘었다. 대부분 20대로 남성 접대부에게 쓰는 돈을 벌기 위한 경우가 많았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완화로 호스트 클럽 영업이 활발해지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일본 경찰 수장 쓰유키 야스히로(露木康浩) 경찰청장이 27일 직접 호스트 클럽이 가득한 가부키초를 시찰하며 점검에 나섰다. 일본 경찰청은 전국에 호스트 클럽 악성 상술 단속 특별 지시를 내렸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디지털상이 국회에서의 답변 도중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을 하다가 담당 상임위원장의 제지를 받았다. 일본에는 국회 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다. 27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고노 디지털상은 한 야당 의원으로부터 “2019년 3월 당시 외상은 누구였나”라는 질문을 받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고노 디지털상이 “잠깐 확인해 보겠다”며 검색을 하려는 순간 사회를 보던 위원장이 “스마트폰은 좀…”이라며 제지했다. 그러자 고노 디지털상은 “(스마트폰 사용이) 안 되는군요”라고 답하며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날 일화를 두고 일본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규정을 무시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과 “사실 확인을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게 뭐가 나쁘냐”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한국 국회와 달리 일본 국회에서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통화나 검색 등이 금지된다. 한국에선 정치인들이 본회의장 등에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스마트폰 검색을 하다 사진이 찍혀 물의를 빚곤 하지만 일본에선 이런 장면을 상상하기 어렵다. 고노 디지털상은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유력한 정치인이다. 2020년 행정개혁상 시절에 디지털 행정을 위해 일본 특유의 도장 찍기 문화를 없애자고 주장해 주목받았다.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팔로어도 263만 명에 이른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네이버의 일본 관계사인 일본 라인야후에서 약 40만 건의 이용자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27일 보도했다. 라인야후 측은 모회사 격인 네이버를 통해 사이버 공격을 받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라인야후에 따르면 이번 유출 사고는 관계사인 한국 네이버클라우드의 협력사 직원 PC가 악성코드에 감염되면서 시작됐다. 지난달 9일 외부의 누군가가 감염된 PC를 통해 라인야후의 내부 시스템에 무단으로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클라우드와 라인야후는 인사 정보를 포함한 사내 시스템과 인증 체계를 공유하고 있다. 라인야후 측은 이런 시스템 때문에 감염된 PC로 정보 접근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유출된 정보에는 이용자 연령, 성별, 라인 스탬프 구매 내역, 회사 직원 e메일 주소 등이 포함됐다. 다만 이용자 이름이나 은행 계좌, 신용카드 정보의 유출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라인야후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네이버와 계열사에서 2만938건의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인야후 한국 법인인 라인플러스 측은 “유출 우려가 있는 정보까지 모두 더한 수치로 실제 피해 규모와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암호화돼 저장된 국내 임직원과 이용자 정보는 유출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네이버의 일본 관계사인 일본 라인야후에서 약 40만 건의 이용자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27일 보도했다. 라인야후 측은 모회사 격인 네이버를 통해 사이버 공격을 받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라인야후에 따르면 이번 유출 사고는 관계사인 한국 네이버클라우드의 협력사 직원 PC가 악성코드에 감염되면서 시작됐다. 지난달 9일 외부의 누군가가 감염된 PC를 통해 라인야후의 내부 시스템에 무단으로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네이버클라우드와 라인야후는 인사 정보를 포함한 사내 시스템과 인증 체계를 공유하고 있다. 라인야후 측은 이런 시스템 때문에 감염된 PC로 정보 접근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유출된 정보에는 이용자 연령, 성별, 라인 스탬프 구매 내역, 회사 직원 e메일 주소 등이 포함됐다. 다만 이용자 이름이나 은행 계좌, 신용카드 정보의 유출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야후는 지분 63.36%를 가진 A홀딩스가 최대 주주다. A홀딩스는 한국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50%씩 보유한 한일 합작 법인이다. 라인야후는 중간지주사 형태로 운영된 Z홀딩스와 사업 회사 라인, 야후저팬 등 5개 회사가 통합돼 지난달 1일 설립됐다.라인야후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일본 뿐 아니라 한국 네이버와 계열사에서 2만938건의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인야후 한국 법인인 라인플러스 측은 “유출 가능성 우려가 있는 정보까지 모두 더한 수치로 실제 피해 규모와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암호화돼 저장된 국내 임직원과 이용자 정보는 유출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디지털상이 국회에서의 답변 도중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을 하다가 담당 상임위원장의 제지를 받았다. 일본에는 국회 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다. 27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고노 디지털상은 한 야당 의원으로부터 “2019년 3월 당시 외상은 누구였나”라는 질문을 받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고노 디지털상이 “잠깐 확인해 보겠다”며 검색을 하려는 순간 사회를 보던 위원장이 “스마트폰은 좀…”이라며 제지했다. 그러자 고노 디지털상은 “(스마트폰 사용이) 안 되는군요”라고 답하며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다.이날 일화를 두고 일본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규정을 무시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과 “사실 확인을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게 뭐가 나쁘냐”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한국 국회와 달리 일본 국회에서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통화나 검색 등이 금지된다. 한국에선 정치인들이 본회의장 등에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스마트폰 검색을 하다 사진이 찍혀 물의를 빚곤 하지만 일본에선 이런 장면을 상상하기 어렵다.고노 디지털상은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유력한 정치인이다. 2020년 행정개혁상 시절에 디지털 행정을 위해 일본 특유의 도장 찍기 문화를 없애자고 주장해 주목받았다.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팔로워도 263만 명에 이른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한국과 일본 경제학자들이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경제포럼에서 양국이 겪고 있는 저출산 해법을 논의했다. 한일 양국은 모두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로 전체 경제 규모가 뒷걸음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일 한국대사관, 한국경제학회, 일본경제학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에는 학계와 재계, 언론계에서 15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 측 강연자로 나선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추고,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지금의 시스템이 유지되는 경우 인구 변화로 인해 심각한 불균형이 야기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확인하고, 인구 변화 시나리오별로 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타오 사기리 도쿄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 측 강연자로 나서 저출산 대책을 수립하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미시적·거시적 흐름을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타오 교수는 여성이 경력이냐, 자녀냐 양자택일을 해야만 하는 환경을 개선하고,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정부는 24일 서울고법이 전날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일본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양국 협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해당 판결은) 국제법과 한일 정부 간 합의에 명백하게 반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 정상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를 적극적으로 움직여 왔다. 계속해서 여러 측면에서 노력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일본 측의 이런 반응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은 “(한국 사법부의 판결로) 일본 정부가 즉시 피해를 당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이 한국 법원의 판결에 협조할 가능성이 없는 데다 대사관 등 재외공관은 국제조약상 압류가 금지돼 있다. 보수 성향인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항소심 재판부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1심을 뒤집고 일본에 배상을 명령했다”면서 “지금까지 한일 양국 간 마찰 원인이었던 사법 리스크가 다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올해 5월 17일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 인근의 한 특급 호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이틀 앞두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수장을 맡은 집권 자민당의 ‘기시다파’ 파벌인 고치카이(宏池会)가 대규모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했다. 자민당 내 4위 파벌이지만 총리가 몸 담고 있는 파벌답게 행사는 화려하게 진행됐다. 기시다 총리의 라이벌이자 자민당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간사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는) 선거에 강하다. 지금 일본은 선진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정권 기반을 갖고 있다.” 인사말이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G7 정상회의 개최로 지지율이 반등한 기시다 총리에 대한 덕담이자 집권 여당의 지위는 영원할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6개월이 지난 이달 21일, 자민당 당사 기자회견장에는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당 회의를 마친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총무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섰다. “굉장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비리나 실언 등이 있으면 국민 실망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당력을 모아 총리를 지지하고 신뢰 회복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선진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정권’이라고 자부했던 일본에서 총리 퇴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언제 물러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기시다 비판이 유행이 됐다” “야당에 정권을 내준 2009년과 닮아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최근 일본 언론 조사 결과 지지율은 21%까지 곤두박질쳤다. 대체 반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기시다 총리는 퇴진 위기에 몰릴 정도로 지지율이 추락했을까. 올 상반기처럼 기시다 총리는 다시 한번 지지율 반등을 노릴 수 있을까.● 외교로 끌어올린 지지율, 내정으로 하락 2021년 10월 취임 당시 45% 안팎의 지지율로 시작한 기시다 정권은 지난해 7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피살되고 곧바로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지지율이 정점에 올랐다. 탄탄대로일 것 같던 기시다 정권은 지난해 가을 자민당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의 유착 의혹이 불거지면서 꺾이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별다른 여론 수렴 없이 아베 전 총리 국장(國葬) 실시를 전격 결정하면서 국민 반발도 커졌다. 각종 스캔들까지 겹쳐 각료 4명이 낙마하면서 기시다 총리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하락세를 보이던 기시다 정권의 지지율은 올 상반기에 반등했다. 한국 정부가 3월 대법원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책을 발표해 한일 관계가 개선된 것도 그 요인 중 하나였다. 우크라이나 방문, G7 정상회의 개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방일 등이 이어지며 ‘외교의 기시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G7 정상회의 때 세계 정상들을 불러모아 글로벌 외교를 이끌어가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 게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외교로 끌어올린 지지율은 내정(內政)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디지털 전환 핵심 과제로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유사한 ‘마이넘버 카드’ 보급을 추진해 왔는데 동명이인에게 엉뚱한 카드가 발급되거나 자신의 카드에 다른 사람 개인정보가 입력된 사례가 속속 나왔다. 50%를 넘겼던 지지율은 1개월 만에 30%대로 추락했다. 종이로 된 건강보험증을 내년 가을까지 폐지하고 마이넘버 카드에 통합하겠다고 하자 국민 불만은 더욱 커졌다. 한번 시작된 지지율 하락에는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 이달 초 국민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소득세 4만 엔(약 35만 원) 감세, 저소득층 7만 엔(약 61만 원) 지급을 발표했지만 되레 역풍이 불었다. 보궐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전격 발표된 감세 정책에 야당은 격렬하게 반발했고 국민도 어리둥절했다. 당내에서조차 “지금 감세를 생각하고 내년에 방위비 증세를 한다는 것은 국민이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1년 한정으로 세금을 국민에게 환원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상하다”(자민당 전직 장관) 등의 말이 나왔다. 아사히신문의 이달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6%는 감세 보조금 정책에 대해 “정권 인기 부양용”이라고 응답했다. 여기에 차관급 인사 3명의 낙마는 지지율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교육을 담당하는 문부과학성 정무관이 불륜으로, 법 집행을 담당하는 법무성 부대신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나라 살림을 총괄하는 재무성 부대신은 세금 체납으로 3주 새 차례로 사임했다. 특히 이들 차관이 직무와 관련된 문제로 퇴진하면서 기시다 총리가 말해온 ‘적재적소 인사’는 공수표가 됐다. 또한 자민당 주요 5개 파벌이 정치자금 보고서에 정치자금을 축소 신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도쿄지검 특수부가 수사에 나서면서 추가 악재로 부상했다.● 물가 인상 등 경제난에 비판 확산기시다 정권의 인기 하락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경제 문제가 가장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지마 야스히데(矢嶋康次)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는 이렇게 말한다. “성장률이 높아졌고 경기는 좋다지만 30년 만에 물가 상승을 체험하면서 이제까지 겪어 보지 못한 어려움이 커졌다. 특히 중소기업과 고령자, 저소득층의 생활이 힘들어졌다. 그 와중에 소득세 감세를 하겠다면서 방위비 증세, 연금보험료 인상도 함께 실시한다니 ‘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이냐’ ‘나라가 어디로 가는 것이냐’는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민주당 정권 때 총리를 지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기시다 정권의 ‘오락가락 경제정책’을 이렇게 혹평했다. “기시다 가게라는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메뉴판을 보니 가격은 없고 전부 ‘시가(時價)’라고만 쓰여 있다. 저출산 지원, 방위비 증액 등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재원 대책이 없으니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기시다 정권의 고유한 색깔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크다. 마쓰다 교헤이(松田京平) 아사히신문 정치부장은 “기시다 총리의 속내, 본심에 대해 국민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아베 전 총리는 우파의 강한 지지를 받으면서 관료를 강하게 통제했다. 이것이 개혁 이미지로 연결됐다. 북방영토 반환 추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골프 등도 비판은 있었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무슨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인지, 어떤 개혁을 지향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러시아, 중국, 북한에 대해 무엇을 할지, 기시다 총리가 중심이 돼 할 수 있는지가 안 보인다. 총리에 재선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는 계속 생각하는 것 같은데 국민들은 (그런 속내를) 꿰뚫어 보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몸담고 있는 고치카이는 자민당 내 ‘보수 본류’로 전통적으로 평화헌법 유지, 대미 협력외교, 경제 성장 중시 등을 추구한다. 기시다 총리 취임 당시 아베 전 총리가 중심이 된 보수 강경 일변의 정책 노선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소수 파벌의 한계로 이렇다 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다고 보수층의 염원인 헌법 개정 등을 강하게 추진했던 것도 아니다. 그러다가 최근 지지율이 떨어지자 기시다 총리는 개헌, 왕위 계승 방안 검토 등의 카드를 꺼냈다. 경제, 정치 모두 이런 뒷북 대응들이 누적되면서 ‘신념은 없고 권력 연장만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다음 총리 누구냐” 백가쟁명 논쟁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지만 정권 교체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입헌민주당, 일본유신회 등 일본 야당들의 지지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옛 민주당 정권 인사들이 주축인 입헌민주당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의 부실 대응으로 수권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인식이 지금도 강하다. 오사카를 기반으로 한 일본유신회는 극우적 색깔과 오사카 지역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정가와 국민들의 시선은 자민당 내에서 다음 총리가 누가 될지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후보군은 떠오르지 않고 있다. 주요 여론조사에서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담당상, 고노 다로(河野太郎) 디지털상,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은 뚜렷한 파벌 지지를 못 받고 있는 비주류이거나 지나치게 극단적인 노선으로 총리를 맡기에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최근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로 누가 좋겠느냐는 질문에 36%가 ‘없다’고 응답했다. 기시다 총리가 낮은 지지율로 정권을 이어가는 이른바 ‘저공 비행’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눈에 띄는 주자는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외상이다. 국민적 지명도가 아직 낮고 당내에서도 ‘실무형’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인기가 떨어진 자민당이 ‘일본 첫 여성 총리’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지지율을 부양하는 간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도쿄대-하버드대 출신의 학력, 당내에 적이 없는 원만한 인품, 법무상 시절 옴진리교 교주 사형 집행 결정을 내린 강단 등이 최근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다만 권력 투쟁 경험이 부족한 가미카와 외상이 치열한 당내 정치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자민당 최대 파벌로 보수 강경인 아베파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기시다 정권은 차기 선거에 불출마해 자연스럽게 물러났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 (기시다 총리는)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할 수 있다.” 일본의 정치 전문가인 시라토리 히로시(白鳥浩) 호세이대 대학원 교수(정치학·사진)는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지지율이 올라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이렇게 전망했다. 일본정치법률학회 이사장이자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의 정치 전문 해설가인 그에게 일본 정권 향방에 대해 들어봤다. ―기시다 정권의 향방을 전망한다면. “낮은 지지율로 가다가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가지 않는 식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일본 총리는 여당 총재가 맡기 때문에 자민당 총재 선거가 사실상의 총리 선거다.) 일본에서는 현직 총리가 총재 선거에서 진다는 건 명예를 구기는 일이다. 빠르면 내년 3월 정기국회 종료 후 퇴임할 수도 있다. 자민당 파벌의 정치자금 축소 신고 문제가 생각보다 커질 수 있다.” ―기시다 정권의 지지율 하락을 어떻게 보나. “근본적 문제는 리더십 결여다. 소수 파벌이다 보니 늘 눈치를 살피며 다른 사람이 싫어하지 않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 지향점이 보이지 않고 늘 두리번대니 국민들 사이에서 ‘이래도 괜찮나’라는 비판이 커졌다.” ―낮은 지지율이 일본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20%대 지지율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얼마 전 중일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기시다 총리의 요청에 아무 호응도 안 하지 않았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내정도, 외교도 안 된다.” ―야당은 왜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나. “동일본대지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금도 남아 있다. 무엇보다 당시 경제가 안 좋았다. 지금 닛케이평균주가가 3만 엔을 넘는데 민주당 정권 때 7000엔대까지 떨어졌다. 소비세를 두 배로 올리기로 한 것도 그때다. 정권교체 후 자민당은 아베노믹스로 경기를 살렸다는 평가가 있지 않나. 야당은 나라를 맡을 능력이 없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지금 지지율이라면 자민당은 위험한가. “당장 해산해 총선거를 치른다면 과반수도 잡기 어렵다고 본다. 이제까지 일본에 보수는 자민당뿐이었지만 지금은 일본유신회라는 대안이 생겼다. 최근 주요 선거 여론조사를 보면 자민당은 무당파 부동층 표를 전혀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증세, 사회보험료 인상 등은 장기적으로 필요한 정책이지 않나. “타이밍이 안 좋았다. 모든 물가가 오르는 상황인데 꼭 지금 올려야 했나. 한국은 어찌 됐든 대통령이 자기 이름을 걸고 책임을 지는 정치를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계속 보조금을 뿌리다 보면 빚만 늘어난다. 국민들도 이런 정책의 문제점을 다 알고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정부는 24일 서울고법이 전날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일본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양국 협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일본 정부 대변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해당 판결은) 국제법과 한일 정부 간 합의에 명백하게 반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 정상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를 적극적으로 움직여 왔다. 계속해서 여러 측면에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일본 측의 이런 반응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은 “(한국 사법부의 판결로) 일본 정부가 즉시 피해를 당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이 한국 법원 판결에 협조할 가능성이 없는데다 대사관 등 재외공관은 국제조약 상 압류가 금지돼 있다.보수 성향인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항소심 재판부가 소송 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1심을 뒤집고 일본에 배상을 명령했다면서 “지금까지 한일 양국 간 마찰 원인이었던 사법 리스크가 다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1심 각하 판결을 뒤집고 피해 할머니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두 번째 판결이다. 23일 서울고법 민사합의33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이용수 할머니(95)와 고 김복동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17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 금액을 전부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소송 비용도 모두 일본 정부가 부담하도록 했다.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은 2016년 12월 “1인당 2억 원을 배상하라”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지만 2021년 4월 서울중앙지법은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상 원칙인 ‘국가면제’를 적용해 본안 판단 없이 소송을 각하했다. 이는 같은 해 1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다른 재판의 판결과 엇갈린 것이어서 논란이 됐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국제관습법상 일본 정부에 대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하는 게 타당하다”며 1심 결론을 뒤집었다. 사망, 상해 등 불법행위에 대해선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게 최근의 흐름이란 이유였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피해자들은 최소한의 자유조차 억압당한 채 매일 수십 명의 일본 군인들과 원치 않는 성행위를 강요당했다”며 “당시 위안부 동원 과정에서 피고의 불법행위가 인정돼 합당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온 이 할머니는 선고 직후 법정을 나서며 “하늘에 계신 할머니들도 내가 모시고 감사를 드린다”며 눈물을 흘렸다.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상은 담화를 내고 “국제법상 주권 면제 원칙 적용을 부정하고 한일 양국 간 합의에 위배되는 것으로 극히 유감스럽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오카노 마사타카 외무성 사무차관은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판결은 극히 유감”이라며 항의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처음 김치를 담가보는데 재밌네요. 한국 김치 정말 좋아요.”일본 도쿄 중심지인 신주쿠 가부키초 광장에서 만난 20대 일본인 오타 씨는 배추에 빨간 고춧가루를 버무리며 연신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한류 팬이라는 그는 “한국 음식은 뭐든 맛있어서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김치의 날(11월 22일)을 맞아 23일 도쿄에서 ‘김치 축제’가 열렸다.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이날 일본인, 한국인 150명이 참여하는 김장 담그기 체험 및 시식 행사를 마련했다.참가자들은 유정임 김치 명인의 안내에 따라 서투르지만 진지하게 김치를 담갔다. 한국 업체들이 판매하는 김치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선 관람객도 많았다. 엄마 손을 잡고 온 초등학들은 “달고 맛있다”는 반응을 보였다.일본은 올해 1~10월 한국 김치를 5284만 달러(686억 원)어치 수입해 한국 김치 1위 수입국에 올랐다. aT는 올해 일본 기념일 협회에 ‘한국 김치의 날’을 공식 등록하며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북한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했다며 규탄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비판이나 옹호 없이 “(한반도) 이해 당사국들은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1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왓슨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국가안보팀은 동맹 및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해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며 “미국은 본토 안전과 동맹인 한국, 일본 방위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라이 래트너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고지 가노 일본 방위성 방위정책과장과 통화하고 미국의 확고한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발사는 명백히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일본 국민으로서는 안전과 관련된 중대한 사태”라고 강조했다. EU는 북한에 대해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즉각 준수하라고 촉구했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강력하게 규탄했다고 유엔이 밝혔다. 반면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관련 당사국들은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 등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중국은 주요한 모순(문제) 당사자가 아니며 문제 해결의 열쇠는 미국의 손에 있다”는 주장에서 한발 물러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위성 발사 기술 지원 가능성이 거론되는 러시아는 이날 아무런 반응을 내지 않았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산 위스키 가격이 크게 오른다. 위스키와 탄산수를 섞은 칵테일 ‘하이볼’의 일본 내 인기가 상당하고,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등이 경쟁적으로 일본산 위스키를 구매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음료·주류업체 산토리는 내년 4월 1일부터 프리미엄 위스키 소매가를 20∼125%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최고가 위스키인 ‘히비키(響·사진)’ 30년, ‘야마자키(山崎)’ 25년, ‘하쿠슈(白州)’ 25년 700mL는 각각 병당 기존 16만 엔(약 140만 원)에서 36만 엔(약 315만 원)으로 오른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야마자키’ 12년 등은 700mL 한 병이 1만 엔에서 1만5000엔으로 인상된다. 히비키 30년은 매장에 들어오는 즉시 팔려나가는 사례가 많아 상당한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소비자가격 정가로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저팬에서는 고급 상자에 포장된 선물용 한정판 히비키 30년 700mL가 무려 88만 엔(약 770만 원)에 팔리고 있다. 일본 위스키 시장은 하이볼 등의 인기에 힘입어 2008년부터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올 10월 오사카의 야마자키 공장이 가동 100년을 맞이할 정도로 위스키 산업의 역사 또한 깊다. 해외에서도 인기다. 지난해 일본 위스키 수출액은 560억 엔(약 4885억 원)으로 10년 전보다 22배 급증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야마자키 12년마저 국내 주류 판매점에서는 40만, 50만 원대에 팔리고 있다. 이에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위스키가 보이기만 하면 무조건 사는 게 이득”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에서 대마 유사 화합물이 들어간 젤리를 먹은 사람이 병원에 실려가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일본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21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합성 화합물 헥사히드로칸나비헥솔(HHCH)이 들어간 일명 ‘대마 젤리(사진)’를 만든 오사카의 공장을 찾아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후생노동성 마약 단속부는 현장 조사에서 공장 창고에 보관 중인 대마 젤리를 발견하고 판매 정지 명령을 내렸다.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의 창고에서도 100개 이상이 나와 회수에 들어갔다. 후생노동성은 22일 HHCH를 금지 물질로 지정하고 소지, 사용, 유통을 엄격히 막았다. HHCH는 대마에 들어 있는 환각성 천연물질을 인공적으로 만든 화합물이다. 최근 일본에서 HHCH가 함유된 대마 젤리를 먹고 환각이나 이상 증상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일이 보고되고 있다. 이달 초 도쿄 고가네이시 주변 공원에서 열린 축제에서 무료로 나눠 준 이 젤리를 먹고 5명이 응급실에 실려갔다. 삿포로, 센다이 등 일본 지방 대도시에서도 대마 젤리를 먹은 사람이 병원에 이송됐다. 사실상 마약에 가까운 물질이지만, 주성분이 최근에 만들어진 화합물이라 이제까지 정부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일본에서는 불법 대마 성분이 들어간 과자, 초콜릿 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은밀히 거래돼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수도권의 한 아파트 안에서 직접 재배한 대마를 버터에 반죽한 뒤 과자를 구워 2500여 명에게 몰래 판매한 10대, 20대 4명을 대마 단속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일본 정부는 문제가 되는 신종 화합물이 나오면 최대한 빨리 금지 물질로 지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개발 속도가 빨라 완벽한 단속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요즘 일본 초등학교 최대 화제는 단연 ‘오타니 글러브’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야구 글러브를 기증하기로 하면서다. 출신교나 고향에 운동용품을 기부하는 프로 선수는 많아도 전국 모든 학교에 기증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일본 2만여 초등학교에 기증하는 글러브는 총 6만 개다. 학교마다 오른손잡이용 2개, 왼손잡이용 1개 등 3개를 보낸다. 1개당 1만 엔으로 계산하면 모두 6억 엔, 우리 돈으로 52억 원이 넘는다. 시판되지 않는 특별 제작 글러브다. 일본 초등학교가 아니면 볼 수도, 구할 수도 없는 ‘레어템(희귀 물품)’이다. 글러브 준비, 제작, 배송 등을 고려하면 내년 3월에나 전달이 끝날 것으로 보이지만 아이들은 벌써 들떠 있다.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꼭 손에 껴 보고 싶어요” “오타니 글러브로 야구 하고 싶어요”. 일본 지역 언론이 소개하는 초등학생들의 생생한 목소리다. 학교마다 오타니 글러브를 어떻게 쓸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체육 수업 시간에 쓰겠다는 학교, 모든 학생에게 만져 볼 기회를 주겠다는 학교, 기부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도구로 쓰겠다는 학교 등 아이디어는 제각각이지만 두 번 다시 받기 힘든 선물인 만큼 어떻게든 최선의 방식으로 교육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은 다르지 않다. 일본은 한국보다 체육 수업이 많고 생활 스포츠도 활성화돼 있지만 최근에는 아이들이 체육에서 관심이 멀어져 고민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몸을 움직이는 습관을 잃어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스포츠청에 따르면 전체 학생 가운데 비만 학생 비율은 2013년 9.9%에서 지난해 14.5%로 급증했다. 10년 전 6분 35초 수준이던 중학생 1500m 달리기 평균 기록은 10년 새 20초가량 느려졌다. 저출산 장기화로 1980년 2만8000여 개에 달했던 초등학생 야구팀은 지난해 1만 개 밑으로 줄었다. 방에서 컴퓨터 게임에 빠진 아이들에게 운동에 대한 흥미를 붙여주기 위해 한국 일본 모두 고민하지만 딱 부러지는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효과도 뚜렷하지 않은 관성화된 대책을 반복하기 바쁘고 정치권은 ‘어린이 체력 향상’처럼 당장 표가 되지 않는 정책에는 별 관심이 없다. 언론은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문제점은 이따금 지적하지만 해결책 제시에는 약하다. 오타니는 달랐다. “너희들 왜 운동 안 해?” “게임만 하면 눈 나빠지고 뚱뚱해져” 같은 잔소리는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일본 야구와 스포츠계가 발전할지 거창한 담론을 얘기하지도 않았다. 그저 “야구 하자”고 외치며 초등학교에 글러브를 나눠주는 통 큰 실천을 했다. “다음 세대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고 싶다”는 소감이 빈말이 아니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줬다. 세계 최고 슈퍼스타가 야구를 권하며 글러브를 건네니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걸로 아이들 문제가 모두 해결될 순 없겠지만 10년 뒤 일본 청년 중 누군가는 “오타니 글러브로 야구를 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게 되지 않을까. 비판과 잔소리 대신 행동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만큼 어른스러움은 없다. 올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을 앞두고 “미국(선수들)을 동경하면 넘어설 수 없다. 오늘 하루만큼은 동경하는 마음을 버리자”며 상대에 대한 존경과 투쟁심을 함께 보여준 오타니다. 최고 자리에서 동료에게는 자신감을, 후배에게는 동기를 부여하는 모습을 한국 사회 지도층에게 기대하고 싶다.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에서 대마 유사 화합물이 들어간 젤리를 먹고 병원에 실려가는 사람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일본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21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합성 화합물 헥스히드로칸나비헥솔(HHCH)이 들어간 일명 ‘대마 젤리’를 만든 오사카의 공장을 찾아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후생노동성 마약 단속부는 현장조사에서 공장 창고에 보관 중인 대마 젤리를 발견하고 판매 정지 명령을 내렸다.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의 창고에서도 100개 이상이 나와 회수에 들어갔다. 후생노동성은 22일 HHCH를 금지 물질로 지정하고 소지, 사용, 유통을 엄격히 막았다. HHCH는 대마에 들어있는 환각성 천연물질을 인공적으로 만든 화합물이다. 최근 일본에서 HHCH가 함유된 대마 젤리를 먹고 환각이나 이상 증상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사람이 보고되고 있다. 이달 초 도쿄 고가네이시 주변 공원에서 열린 축제에서 무료로 나눠준 이 젤리를 먹은 5명이 응급실에 실려갔다. 삿포로, 센다이 등 일본 지방 대도시에서도 대마 젤리를 먹고 병원에 후송됐다. 사실상 마약에 가까운 물질이지만, 주성분이 최근에 만들어진 화합물이라 이제까지 정부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일본에서는 불법 대마 성분이 들어간 과자, 초콜릿 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은밀히 거래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수도권의 한 아파트 안에서 직접 재배한 대마를 버터에 반죽한 뒤 과자를 구워 2500여 명에게 몰래 판매한 10대, 20대 4명을 대마 단속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일본 정부는 문제가 되는 신종 화합물이 나오면 최대한 빨리 금지 물질로 지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개발 속도가 빨라 완벽한 단속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사진) 일본 총리의 지지율 하락세가 걷잡을 수 없다. 감세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 차관급 인사 3명의 잇단 퇴진 등 악재가 겹치며 지지율이 계속 추락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기시다 총리가 퇴진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25%로 1개월 전보다 4%포인트 떨어졌다. 2021년 10월 취임 후 최저 수준인 것은 물론 2012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집권 이래 11년 만에 가장 낮다. 이날 나온 요미우리신문(24%), 마이니치신문(21%)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지지율을 나타냈다. 일본에서 언론사 여론조사 지지율 20%대는 정권이 흔들리는 ‘위험 수준’으로 평가된다. 아베 전 총리가 사학법인 특혜 논란을 둘러싸고 최대 위기에 처한 2017년 7월 지지율이 33%(아사히신문 조사)였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기 직전인 2021년 8월 지지율이 28%였다. 일본에서는 내각과 여당 지지율을 합쳐 50% 밑으로 떨어지면 정권 수명이 다한 걸로 판단하는 이른바 ‘아오키의 법칙’이 있다. 자민당 지지율이 현재 20%대 중반인 것을 감안하면 수치로는 마지노선을 이미 넘었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지지율이 바닥을 (친 것도 모자라) 뚫은 이상한 수치” “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2009년 아소 내각 말기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 의원내각제 국가인 일본에서 현 집권 자민당 총재 임기는 3년이지만 임기와 상관없이 언제라도 물러난 뒤 당내 투표로 신임 총리를 선출할 수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