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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이 우리나라 무형유산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K-무형유산 페스티벌’을 13∼15일 전북 전주시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올해 처음 개최한다. 14, 15일 야외무대에서는 각종 무형유산 공연으로 구성된 ‘이판사판 스테이지’가 열린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공연―동고동락 스테이지, 이구동성 스테이지’도 13, 14일 진행한다. 동고동락 스테이지에서는 피리정악 및 대취타를, 이구동성 스테이지에서는 재한 외국인들이 가야금 연주, 판소리를 각각 선보인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진짜 못생겼네. 뭘 이런 걸 데려왔어!” 1976년 리메이크 영화 ‘킹콩’ 오디션 현장에 등장한 젊은 여배우를 보자마자 영화 제작자 디노 드 로렌티스가 이렇게 불평했다. 그 배우는 “기대만큼 예쁘지 않아서 죄송한데요, 어쩝니까? 보시는 게 다인데”라고 말하고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는 메릴 스트립이다. 킹콩 오디션 이후 그는 오늘날까지 40여 년간 60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하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두 번과 여우조연상 한 번을 받으며 할리우드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됐다. 버나즈 고등학교 학생이던 그가 ‘미(美)의 여왕’이 된 이야기로 시작해 가난한 연극배우 시절을 거쳐 ‘소피의 선택’ ‘철의 여인’ ‘더 포스트’ 등에 출연하며 현존 최고의 할리우드 배우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네 아이의 엄마이자 반핵운동 환경운동 여성운동 등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시민으로서의 삶도 그렸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한 남자의 사투.’ 얼핏 들어도 비슷한 줄거리의 영화들이 뇌리를 스친다. 아내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온 남자가 걷잡을 수 없는 살인의 늪에 빠지는 ‘황해’(2010년), 인질로 잡힌 옆집 소녀를 구하기 위해 다시 총을 잡는 전직 특수요원 이야기 ‘아저씨’(2010년) 등 한국 영화에서만도 두세 편은 어렵지 않게 떠오르는 단골 소재다. 5일 개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역시 출발점은 같았다. 10년 전 ‘납치된 아이를 찾는 남자’라는 소재를 제작사 대표에게서 들은 홍원찬 감독은 바로 시나리오 집필에 들어갔다. 홍 감독은 캐릭터의 힘과 눈앞에서 벌어지는 듯한 역동적인 액션으로 이 기시감 강한 소재를 정면 돌파했다.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된 딸을 구하려는 살인청부업자 인남(황정민)과 그의 조력자 유이(박정민), 자신의 형을 살해한 인남을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무자비하게 칼을 휘두르는 ‘백정’ 레이(이정재)의 삼각 추격전은 108분 동안 관객을 극한의 긴장상태로 몰아넣는다. 개봉 전날인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홍 감독은 시나리오 최종본이 나온 지난해 1월까지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며 입을 열었다.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아저씨’가 개봉했다. 결말을 지금과 아예 반대로 한 시나리오도 썼을 정도로 고민하다가 캐릭터의 힘으로 돌파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기존 시나리오는 인남이 딸을 구하는 플롯이 중심이었는데 시나리오를 손보면서 레이가 인남을 쫓는 구조를 강화했다. 유이 역시 원래는 중반까지만 등장하는 캐릭터에서 엔딩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로 바꿨다.” ‘황해’ ‘추격자’ ‘나는 살인범이다’의 각색을 맡은 필모그래피가 입증하듯 누아르 장르를 가장 좋아하는 홍 감독에게 인남은 늘 그려보고 싶던 캐릭터다. 프랑스 누아르 영화의 클래식 ‘사무라이’의 알랭 들롱, ‘드라이브’의 라이언 고슬링같이 “어둠의 일을 하는 남성 캐릭터의 계보를 잇고 싶었다”는 것. “인남 같은 캐릭터는 뿌리가 없다. 늘 쫓기고 있기에 언제든 떠날 수 있어야 한다. 인남의 일본 집이 한 신 나오는데 세간을 하나도 두지 않고 캐리어만 덩그러니 놓여 있도록 연출했다. ‘히트’에 나오는 로버트 드니로의 집에 가구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레이의 추격과 살인의 동력이 무엇인지 영화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불친절할 정도로 전사(前史)가 생략됐다. ‘의도를 알 수 없는 악인이 더 공포스럽다’는 홍 감독의 계산에 이정재도 동감했다. 의도는 중요치 않은 ‘살인광’ 레이는 철창살 틈으로 칼을 쑤셔 넣고,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문지른 얼음을 씹어 먹는다. 시나리오에 없던 이정재의 애드리브다. “전사가 없는 인물이기에 내가 생각하는 레이와 정재 선배님이 생각하는 레이를 하나씩 맞춰가는 과정이었다. 첫 미팅에서 정재 선배님이 레이의 전사가 없으니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A4용지 한 장에 정리해 달라고 했다. 그중 ‘뱀 같은 인간’이라는 묘사를 가장 좋아했다. 뱀 같은 레이의 표정과 눈빛을 정말 잘 살려줬다.” 영화 제목은 기독교 주기도문의 마지막 구절에서 따왔다. 청부살인에 몸담은 인남이 누군가를 구하려 함으로써 자신이 짊어진 원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미다. 인남은 과연 악에서 구원받았을까. 홍 감독은 관객에게 판단을 돌렸다. “마지막 장면에서 레이는 인남을 보며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잖아’라고 말한다. 인남도 자신을 추격하는 레이에게 ‘너 그러다 나한테 죽는다’고 경고한다. 인남과 레이는 어쩌면 자신들의 숙명을 이미 알고 있지 않았을까. 본인의 운명을 직감하지만 앞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이야기라고 봐 주셨으면 좋겠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스핀오프(spin off·인기 작품에서 파생한 새 작품)가 예능 프로그램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스핀오프 예능은 기존 TV 프로그램의 출연진 전원이나 일부가 출연해 다른 콘셉트의 콘텐츠를 유튜브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스핀오프 웹 예능은 기존 캐릭터와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TV에서 다루기에는 다소 ‘높은’ 수위의 개그도 편하게 선보이며 프로그램의 화제성과 인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간접광고(PPL)를 통한 수익 창구 역할도 톡톡히 해 방송사로서는 일석이조의 전략인 셈이다. 스핀오프 웹 예능 인기몰이의 선두주자는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이 선보인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이다. 올 1월 맛있는 녀석들 출연진 김민경 김준현 문세윤 유민상에게 운동을 시킨다는 취지로 유튜브에서 시작한 프로젝트 프로그램이다. 탁자에 놓인 4개 아령 중 고정된 것을 고른 사람이 운동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선택된 첫 번째 주자는 김민경이다. 양치승 트레이너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주어진 운동을 모두 해내는 의외의 운동신경을 보이고 있는 김민경은 ‘근수저’라는 별명도 생겼다. 김민경의 필라테스 프로젝트 동영상은 4일 현재 조회수 320만을 기록 중이다. ‘맛있는 녀석들보다 훨씬 재밌다. 정규 방송으로 편성해 달라’는 시청자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스핀오프 예능의 ‘원조’는 지난해 8월 tvN 나영석 PD가 선보인 ‘신서유기 외전―삼시세끼: 아이슬란드로 간 세끼’다. ‘신서유기6’에서 은지원 이수근 팀이 아이슬란드 여행 상품에 당첨되며 두 사람이 실제로 아이슬란드로 떠나게 되는 여정을 제작했다. 지난달 10일 시작한 ‘여성들의 은밀한 파티―여은파’는 MBC ‘나 혼자 산다’(나혼산)의 스핀오프 웹 예능이다. ‘나혼산’에 나오는 박나래 한혜진 화사가 각각 조지나 사만다 마리아라는 ‘부캐’(부·副캐릭터)로 등장해 벚꽃 여행을 떠나고 홈 파티를 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나는 안동 조씨”라는 조지나가 맹장 수술을 한 마리아의 집에 병문안 가서 곱창을 시켜 먹는 등 소소한 일상에 “여은파가 더 재밌다”는 반응이다. 예능뿐만 아니라 스핀오프 웹 드라마도 있다. tvN에서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스핀오프 ‘부릉부릉 천리마마트’는 지난해 12월 유튜브 채널인 ‘tvN D story’에서만 공개됐다. 드라마 출연 배우 이동휘 강홍석 최광제가 그대로 출연해 천리마마트를 지키기 위한 미션을 수행하는 ‘번외편’으로 인기를 끌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동북아역사재단이 위안부 강제동원 및 위안소 설치·관리에 일본군과 일본 정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입증하는 자료를 담은 학술서를 펴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일본군의 위안부 관련 공문서 70건의 원문과 그 번역문을 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자료집 1·2’를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 1권에는 일본군과 일본 정부가 위안부를 모집하고 이송한 자료를, 2권에는 위안소의 운영 실태와 전후 위안부 범죄 처벌에 관한 자료를 담았다. 새롭게 발견된 문서도 처음 공개됐다. 1938년 일본 외무성에서 내무성으로 보낸 ‘지나(중국) 도항 부녀의 단속에 관한 건’에서 ‘연령 관계 때문에 단속규칙에 의한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는 자는 여급, 여중 등의 신분증명서를 발급받아 지나에 들어온 후 추업(위안부)에 종사하는 자가 있다’고 적혀 있다. 재단 측은 “당시로서도 미성년자가 포함되었으나 나이가 어려 신분증명서가 발급되지 않자 직업을 속여 연령 제한을 피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이번 자료집은 동북아역사재단이 일제 식민 지배의 실상에 대한 연구 성과를 집대성하는 ‘일제 침탈사 편찬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재단 측은 “기존 위안부 관련 자료집들과 달리 2019년까지의 최신 자료를 원문과 함께 번역을 실어 총정리했다”고 설명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배우 매니지먼트사에는 숙명과 같은 책임이 따른다. 다름 아닌 신인 발굴이다. 연기력이 입증된 기성 배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체계적 시스템’의 영역이라면 신인의 잠재력을 읽어 스타로 키워내는 것은 ‘동물적 감각’의 영역이다.》 단편영화 한두 편의 필모그래피, 때로는 사뭇 평범해 보이는 얼굴에서 가능성을 발견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배우 매니지먼트사 ‘앤드마크’는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이다. 영화 ‘마녀’의 ‘자윤’,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조이서’를 연기한 김다미, ‘미성년’의 ‘주리’, 넷플릭스 ‘킹덤’의 중전을 연기한 김혜준은 앤드마크의 권오현 대표(39)가 발굴한 원석이기 때문. 김다미와 김혜준은 각각 마녀와 미성년으로 2018년과 2019년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한 소속사에서 2년 연속 신인여우상 수상자를 배출한 곳은 앤드마크가 유일하다. 현재 앤드마크에는 강렬한 존재감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드는 박진주 장영남 하연수 등 9명의 배우가 소속돼 있다. “매니지먼트사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신인 발굴은 외과의사와 비슷해요. 의사들 사이에서 진정한 의사로 인정받지만 가장 어려운 영역이라는 게 공통점이죠.” 서울 강남구 앤드마크 사무실에서 지난달 21일 만난 권 대표는 이렇게 입을 열었다. 2003년 이병헌의 소속사였던 플레이어 엔터테인먼트에 매니저로 입사한 그는 팬텀엔터테인먼트, BH엔터테인먼트를 거치며 김민희 한효주의 매니저를 맡았다. 매니저 13년 차에 접어든 2015년 ‘직접 신인을 키우고 싶다’는 갈증으로 ‘매니지먼트AND’를 세웠다. 그의 나이 서른넷이었다. “기존에 몸담은 곳들은 기성 배우들을 영입해 톱스타로 만드는 데 중점을 뒀어요. 신인 단계부터 제 색을 입히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죠. 매니지먼트사는 최종 결정권을 가진 사람의 색깔대로 가는 성격이 강하거든요.” 김다미와 김혜준을 발굴하며 2연타 홈런을 친 그가 배우를 볼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뭘까. 그는 주저 없이 눈빛이라고 답한다. “중요한 영화에 주연으로 발탁한 신인이 있는데 보러 오라”는 마녀의 박훈정 감독 소개로 김다미와 첫 미팅을 했을 때나, ‘SNL코리아’에 출연 중이던 김혜준을 이원석 감독 소개로 만났을 때 권 대표를 단번에 사로잡은 건 두 배우의 눈빛이었다. “다미가 2시간 동안의 미팅에서 한 말은 ‘좋아요’ ‘괜찮아요’ 정도가 다였어요. 한데 눈에서 뿜어내는 ‘룩(Look)’은 강렬했죠. 순식간에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는 배우는 정말 드물기에 만난 지 두 번째 만에 계약서를 썼어요. 혜준이도 끝이 살아있는 독특한 눈에 끌렸어요. 슬픈 얼굴과 사연 없는 건강한 얼굴이 모두 담겨 있었죠.” 다이아몬드가 아닌 원석을 고르기에 발굴만큼 ‘세공’도 중요하다. 계약 전 반드시 부모와 만나 회사에 대해 브리핑하고, 부모를 통해 배우의 치부부터 강점까지 파악한다. 분기마다 외모, 연기, 미디어 노출 범위, ‘스왓(SWOT·강점 약점 기회 위협 요인)’ 분석을 공유한다. 정성적 평가와 데이터를 통해 배우의 내면과 외면을 꿰뚫지만 권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최고로 키울 수 있다’는 본인의 확신이다. “제가 배우를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남들은 그 근처도 못 가요. 제가 자신 없어 하면 누가 이 배우를 신뢰할까요? 완벽한 배우는 없어요. 모두 결핍 덩어리죠. 그 결핍을 우리의 실력으로 채우겠다는 자신감이 중요해요.” 앤드마크에 2020년은 여러모로 분기점이다. 콘텐츠 제작으로 외연을 넓히기 위해 최근 ‘앤드마크스튜디오’ 콘텐츠 사업부를 신설했다. 200억 원 규모의 영화를 비롯해 지상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 웹 드라마 각 1편씩 기획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사명도 앤드마크로 바꿨다. 기존 AND(Artist And Different)에, ‘일류’를 뜻하는 프랑스어 ‘MARQ’를 붙였다. 톱스타 한두 명으로 대변되는 곳이 아닌, 회사 자체가 브랜드가 되겠다는 목표가 담겼다. 콘텐츠를 설명하다가도 권 대표가 가장 눈을 빛내던 순간이 있다. 새로 영입한 신인 배우 이야기가 나왔을 때다. “아직 대중에게 공개가 안 된 남녀 신인 배우가 1명씩 있어요. 엄청난 스타성을 가진 친구들이에요. 앤드마크의 본질은 배우 매니지먼트예요. 그걸 놓치면 끝이에요.”::권오현 앤드마크 대표는…::△ 1981년생△ 2003년 플레이어 엔터테인먼트 입사 △ 2005∼2007년 팬텀 엔터테인먼트 근무△ 2007년 BH엔터테인먼트 창립 멤버△ 2015년 매니지먼트AND 설립△ 2020년 앤드마크로 회사명 변경. 앤드마크스튜디오 콘텐츠 사업부 신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대한민국에서 이정재(48)만큼 명대사가 많은 배우가 또 있을까. ‘신세계’의 “중구 형, 이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관상’의 “어찌,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암살’의 “내 몸속에 일본 놈들의 총알이 여섯 개나 박혀 있습니다”까지. 영화를 안 봐도 그의 대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이정재가 연기한 캐릭터는 대중에게 늘 진한 여운을 남겼다. 단순히 대사의 힘만은 아니다.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과 살 떨리는 독기가 공존하는 눈빛, 걸걸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얹히면서 몇 글자 안 되는 대사는 비로소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텍스트를 깨고 나온다. 찍는 영화마다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는 이정재가 이번엔 살기(殺氣)만 남은 추격자 ‘레이’를 연기했다.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다. 레이는 살인청부업자 인남(황정민)이 자신의 형을 죽인 것을 계기로 인남을 둘러싼 모든 이들을 추격하고 무자비하게 칼을 휘두른다. 한국 누아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신세계’ 이후 두 배우의 7년 만의 재결합도 화제가 됐다.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재는 레이를 ‘사냥감을 쫓는 맹수’에 비유했다. “레이가 살인을 저지르는 목적에 과연 형을 위한 복수만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했다. 레이는 사냥감을 찾고 있던 맹수이고, 그런 그에게 살인을 저지를 아주 적절한 핑계가 생긴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잔인함이 느껴지는 인물로 레이를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레이의 첫 등장은 ‘관상’의 수양대군 등장 신(Scene)을 뛰어넘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푹 팬 볼, 목을 뒤덮은 문신, 발목까지 오는 흰색 코트를 걸친 채 유유히 형의 장례식장에 등장한 레이는 주검이 된 형을 온기라곤 없는 서늘한 눈으로 내려다본다. “첫 등장부터 캐릭터에 이입돼야 러닝타임 동안 관객이 캐릭터와 같이 호흡할 수 있다”는 그는 장례식장에서 입을 복장도 직접 골랐다. “장례식장에서 모두 검은색 옷을 입는다고 생각하지만 ‘맹목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레이가 과연 그런 걸 신경 쓸까?’를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답은 ‘아니다’였다. 그래서 일부러 흰 코트를 택했다. 최대한 피곤하고 감정이 소모된 레이의 얼굴이 필요해 전날부터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1000만 관객 돌파 영화 4편을 찍었지만 여전히 ‘해본 적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기존에 연기한 악역들은 생각이 과격했다면 레이는 행동이 과격하다는 점에서 다르다.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부터 ‘전에 했던 캐릭터와 뭐가 다르지?’를 본다. 비슷한 캐릭터를 또 연기하는 건 관객에게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대한민국에서 이정재(48) 만큼 명대사가 많은 배우가 또 있을까. ‘신세계’의 “중구 형,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요?”, ‘관상’의 “어찌,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암살’의 “내 몸에 일본 놈의 총알이 여섯 개나 박혀있습니다”까지. 영화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그의 대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이정재가 연기한 캐릭터는 대중에게 늘 진한 여운을 남겼다. 단순히 대사의 힘만은 아니다.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과 살 떨리는 독기가 공존하는 눈빛, 걸걸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얹히면서 몇 글자 안 되는 대사는 비로소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텍스트를 깨고 나온다. 찍는 작품마다 ‘인생 캐릭터’를 갱신하는 이정재가 이번엔 살기(殺氣)만 남은 추격자 ‘레이’를 연기했다. 다음달 5일 개봉하는 홍원찬 감독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다. 레이는 살인청부업자 인남(황정민)이 자신의 형을 죽인 것을 계기로 인남을 둘러싼 모든 이들을 추격하고 무자비하게 칼을 휘두른다. 한국 느와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신세계’ 이후 두 배우의 7년 만의 재결합으로도 화제가 됐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재는 레이를 ‘사냥감을 쫓는 맹수’에 비유했다. “인남과 그의 가족, 지인들을 쫓는 레이가 살인을 저지르는 목적에 과연 형을 위한 복수만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했다. 복수는 핑계일 뿐이다. 레이는 사냥감을 찾고 있던 맹수이고, 그런 그에게 살인을 저지를 아주 적절한 핑계가 생긴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잔인함이 느껴지는 인물로 레이를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레이의 첫 등장은 ‘관상’의 수양대군 등장 씬(Scene·장면)을 뛰어넘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푹 팬 볼, 목을 뒤덮은 문신, 발목까지 오는 흰색 코트를 걸친 채 유유히 형의 장례식장에 등장한 레이는 주검이 된 형을 온기라곤 없는 서늘한 눈으로 내려다본다. “첫 등장부터 캐릭터에 이입돼야 러닝타임동안 관객이 캐릭터와 같이 호흡할 수 있다”는 그는 장례식장에서 입을 복장도 직접 골랐다. “장례식장에서 모두 검정색 옷을 입는다고 생각하지만 ‘맹목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레이가 과연 그런 걸 신경 쓸까?’를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답은 ‘아니다’였다. 그래서 일부러 흰 코트를 택했다. 최대한 피곤하고 감정이 소모된 레이의 얼굴이 필요해 전날부터 물 한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20여 년 간 1000만 관객 돌파 영화 4편을 찍고, 주·조연을 넘나들며 캐릭터의 성을 쌓아온 그가 이제 조금은 내려놔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는 여전히 ‘해본 적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레이도 해본 적 없는 악역이기에 택했다. 기존에 연기한 악역들은 생각이 과격해 그 내면을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레이는 행동에서 과격함이 드러난다.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부터 ‘전에 했던 캐릭터와 뭐가 다르지?’를 본다. 비슷한 캐릭터를 또 연기하는 건 관객에게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데 있어 우리는 언젠가부터 표정을 잃었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정상회담)으로 3년 만에 돌아온 양우석 감독(51)의 말이다. 개봉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양 감독은 “30여 년에 걸친 화해와 긴장 모드의 반복에 지쳐 국민들이 더 이상 남북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 ‘강철비’의 시작”이라고 입을 열었다. 양 감독은 10여 년간의 데이터 수집을 토대로 분단 상황에 처한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네 가지 상황인 전쟁, 핵무장, 북한 정권 붕괴, 비핵화를 웹툰 ‘스틸레인’ 시리즈에 담았고, 이를 영화화했다. ‘강철비’(2017년)가 전쟁과 한국의 핵무장을 가정했다면, 정상회담은 북한 정권의 붕괴와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통한 평화적 비핵화를 그렸다. 핵무기 포기에 반발한 북 호위총국장 박진우(곽도원)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인질로 잡혀 핵 잠수함에 갇힌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 북한 위원장 조선사(유연석), 미국 대통령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의 ‘벼랑 끝’ 정상회담이 펼쳐진다. “한반도는 1993년 북핵 위기로 전쟁 직전까지 갔었다. 지금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한반도는 미중 대격돌의 한가운데에 껴 있다. 한국은 분단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 한국을 살릴 수 있는 건 상상력이다.” 양 감독은 한국 영화 중 최초로 ‘크로스캐스팅’을 시도했다. 강철비에 출연한 등장인물이 정상회담에 그대로 등장하는데, 남북 진영을 바꿨다. “북한 요원을 연기한 정우성은 남한 대통령으로, 남한 외교안보수석을 연기한 곽도원은 쿠데타의 중심에 선 북 호위총국장을 연기했다. 남북이 입장을 바꾼다 해도 한반도의 운명은 우리 의지로 해결될 수 없는 현실을 드러내고자 했다.” 양극단을 달리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는 한경재 대통령 역과 관련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링컨’(2012년)을 많이 참고했다. “한경재와 링컨은 비슷한 구석이 많다. 링컨은 노예해방법안의 통과를 위해, 한경재는 평화협정을 위해 인내한다. 한경재는 영화에서 그려진 대통령 중 가장 강인한 대통령이 아닐까 싶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애를 그린 ‘변호인’으로 데뷔한 양 감독은 차기작으로 삼양식품의 전중윤 회장의 삶을 그린 웹툰과 영화를 동시에 준비 중이다. 제목은 ‘면면면’(Era, Face and Noodle). 초고를 쓰는 데만 1년이 걸렸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을 일군 기업인들의 삶도 흥미로운 소재다. 인물을 프리즘으로 한국 현대사를 들여다보는 작업도 계속하고 싶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남북문제를 바라보는데 있어 우리는 언젠가부터 표정을 잃었다.” 영화 ‘강철비2:정상회담’(정상회담)으로 3년 만에 돌아온 양우석 감독(51)의 말이다. 개봉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양 감독은 “30여 년에 걸친 화해와 긴장 모드의 반복으로 지쳐버린 우리나라 국민들이 더 이상 남북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 ‘강철비’의 시작”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양 감독은 10여 년간의 데이터 수집을 토대로 분단 상황에 처한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네 가지 상황인 전쟁, 핵무장, 북한 정권 붕괴, 비핵화를 웹툰 ‘스틸레인’ 시리즈에 담았고, 이를 영화화했다. ‘강철비’(2017)는 전쟁과 한국의 핵무장을 가정했다면, 정상회담은 북한 정권의 붕괴와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통한 평화적 비핵화를 그렸다. 핵무기 포기에 반발한 북 호위총국장 박진우(곽도원)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인질로 잡혀 핵 잠수함에 갇힌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 북한 위원장 조선사(유연석), 미국 대통령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의 ‘벼랑 끝’ 정상회담이 펼쳐진다. “1993년 북핵 위기로 전쟁 직전까지 갔던 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한반도는 미중 대격돌의 한 가운데 껴있다. 한국은 세계 어느 국가보다 활발하게 분단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 한국을 살릴 수 있는 건 상상력이다.” ‘남북미 정상회담’을 소재로 정한 뒤 양 감독이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공간’이었다. ‘이들이 어디에 모여서 정상회담을 해야 가장 긴장감이 넘칠까’를 고민하던 양 감독은 ‘최종병기’라 불리는 잠수함을 택했다. 탈출 불가능한 극한의 상황에 놓여 비좁은 공간에서 총을 겨누는 잠수함 속 상황이 한반도가 처한 현실과 비슷하겠다는 판단도 있었다. “잠수함의 거주공간은 82㎡(25평) 남짓이다. 이 곳에 40여 명의 마초적인 사내들이 모여 사는 것이다. 장소가 쾌적하고 넓을수록 남성들의 회담 성공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잠수함이 남자에게는 가장 지옥 같은 회담 장소인 셈이다. 탈출이 가장 어렵고, 언제 풀려날지도 모르는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고 싶었다.” 양 감독은 한국 영화 중 최초로 ‘크로스캐스팅’을 시도했다. 강철비에 출연한 등장인물이 정상회담에 그대로 등장하는데, 남북 진영을 바꿨다. “북한 요원을 연기한 정우성은 남한 대통령으로, 남한 외교안보수석을 연기한 곽도원은 쿠데타의 중심에 선 북 호위총국장을 연기했다. 남북이 입장을 바꾼다 해도 한반도의 운명은 우리 의지로 해결될 수 없는 현실을 드러내고자 했다.” 양 극단을 달리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는 한경재 대통령 역의 정우성과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링컨’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한경재는 평화협정이라는 목표를 위해 목숨까지 내거는 희생과 용기를 보여준다. 침묵 속 강단을 제대로 드러내기 위해 정우성의 액션 신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한경재와 링컨은 비슷한 구석이 많다. 링컨은 노예해방법안의 통과를 위해, 한경재는 평화협정을 위해 양보하고 인내한다. 그래야 가장 큰 목표를 쟁취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가장 강한 지도자는 참고 인내하는 지도자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한경재는 영화에서 그려진 대통령 중 가장 강인한 대통령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애를 그린 ‘변호인’으로 입봉한 양 감독은 차기작으로 삼양식품의 전중윤 회장의 삶을 그린 웹툰과 영화를 동시에 준비 중이다. 제목은 ‘면면면’(Era, Face and Noodle). 초고를 쓰는 데만 1년이 걸렸다. 세계 어느 국가보다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의 인구절벽 문제를 소재로 한 시나리오도 준비 중이다. 데이터와 고증을 기반으로 한 상상력이 그가 만드는 이야기의 원천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만큼이나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을 일군 기업인들의 삶도 흥미로운 소재다. 인물을 프리즘으로 한국 현대사를 들여다보는 작업도 계속 하고 싶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그때 생각하니 얼굴이 또 빨개지네.”(박지현·24) “첫 데이트 신청을 할 때 왜 그렇게 우물쭈물했을까.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서민재·27) ‘시그널하우스’에서의 한 달을 회상하면 여전히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때 했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생각에 잠긴다. 6개월이 지났지만 감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달 15일 종방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3’의 여성 입주자 박지현 서민재 이가흔(24) 천안나(26)의 얘기다. “방송을 보니 다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라는 이들을 2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대학생과 직장인으로 평범하게 살아온 이들은 출연 후 마스크를 끼고 있어도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을 정도가 됐다. 박지현이 일주일 전 시작한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10만 명이 넘었다. 서민재 이가흔 천인우 등 일부 출연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팬 페이지도 생겼다. 하트시그널3은 TV 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조사에서 10주 연속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를 차지하며 시즌 1, 2에 이어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하트시그널이 시즌마다 큰 인기를 얻는 이유는 짜인 각본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는 입주자들의 오만 가지 감정에 시청자도 공감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좋아하는 마음을 솔직하고 당돌하게 표현하면서도 테이블 밑으로는 초조하게 손톱을 뜯는 이가흔이나, 마음이 돌아섰음을 담담하게 말하고 뒤돌아서서 오열하는 박지현의 모습에 시청자들도 울고 웃었다. “처음 출연을 결정했을 땐 호기심 정도였다. 지금 나에게 하트시그널은 감정 그 자체다. 설레기도, 불안하기도 했다. 즐거웠고 따뜻했고 화도 났다. 최근 방영되는 걸 보니 시그널하우스에 있는 것처럼 감정이 그대로 되살아났다.”(박지현) 입주자들의 데이트는 숱한 화제를 낳았다. 박지현과 김강열이 택시에서 핫팩을 사이에 두고 손깍지를 낀 장면은 ‘핫팩시그널’이라는 이름이 붙어 수많은 ‘짤’로 재탄생했다. “놀이공원 회전목마 앞에서 사진을 찍은 순간을 기점으로 강열 오빠를 향한 감정이 재미에서 설렘으로 바뀌었다. 그 후 택시 안에서는 오빠와 저의 감정이 전부로 느껴졌다. ‘시청자가 이걸 보고 있다’란 생각은 전혀 안 했다. 시그널하우스에서 가장 ‘심쿵’했던 순간이다.”(박지현) 첫눈에 호감을 가졌던 천인우에게 직진하는 이가흔의 말도 화제였다. 천인우에게 “성숙한 게 좋아? 난 뭐든지 될 수 있어”라거나, 자신에게 베푸는 호의가 “친절이냐, 의도냐”는 천인우의 질문에 “의도지. 난 아무에게나 친절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가흔의 과감함에 시청자들도 전율했다. “‘오빠를 무너뜨리겠어’, 이런 생각을 가지고 한 말은 아니었다. 평소 솔직하게 말하는 습관이 나왔다. 그렇게 솔직하고 대담하게 비칠 줄 전혀 몰랐다.”(이가흔) 입주자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시청자가 이들의 말과 행동에 재밌는 해석을 달기도 했다. 천안나는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 데이트에서 핫팩을 주려는 정의동에게 ‘손 어는 것도 추억이지’라며 핫팩을 받지 않아 ‘손어추’라는 별명도 얻었다. “의동 오빠에게 철벽을 친 것으로 화제가 됐더라(웃음). 오빠가 사전 답사까지 하며 코스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았던 데이트라 모든 게 추억이라는 뜻으로 한 이야기였는데…. 그날 오빠의 마음이 커진 게 눈빛에서 느껴져서 오히려 가장 설렜던 데이트였다.”(천안나) 사랑한 날보다 사랑할 날들이 더 많은 이들 네 명은 시그널하우스에서 보낸 시간을 토대로 더 용감하게 사랑하고 싶단다. “시그널하우스에 들어오기 전엔 이성에게서 내가 원하는 답을 찾았다. 답이 안 나오면 나와 맞지 않겠다고 속단했다. 나와 반대 성향의 사람도 충분히 좋아할 수 있고 연애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박지현) “‘직진녀’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평소의 저는 더 표현하고 용기를 내는 편이다. 처음 임한결 오빠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데 내가 너무 우물쭈물하더라. 좀 더 솔직하고 확실하게 마음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맘을 표현했을 때 상대방이 ‘무슨 뜻이지?’라고 헷갈리지 않게 말이다.”(서민재) “‘일단 넌 내 마음을 받아’ 식으로 불도저처럼 마음을 표현했다. 앞으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주위 환경,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서도 이해해줘야 한다는 걸 배웠다.”(이가흔) “내가 원하는 성격의 사람을 만나도 서로 노력을 통해 맞춰나가야 한다는 걸 느꼈다.”(천안나)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시즌4는 언제? 한여름의 하트시그널 담고 싶어”이진민 제작본부장-박철환PD“내년에는 여름을 배경으로 하는 하트시그널 시즌4를 제작하고 싶습니다.”하트시그널3의 제작을 맡은 박철환 제작팀장(PD)은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21일 열린 종영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스페셜 방송에서 박지현과 김강열의 여름 그림이 예뻤다. 계절의 변화는 계절보다 더 많은 것이 바뀌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시즌3 출연자 논란에 대해 박 팀장과 이진민 제작본부장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끝까지 응원해준 시청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하트시그널이 시즌3까지 거치면서 50, 60대까지 시청자 층이 넓어졌고 중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며 “연애의 ‘과정’에 주목하는 프로그램의 차별성과 함께 사랑은 보편적으로 세계에서 통하는 소재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그 때 생각하니 얼굴이 또 빨개지네.”(박지현) “첫 데이트 신청을 할 때 왜 그렇게 우물쭈물했을까.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서민재) ‘시그널하우스’에서의 한 달을 회상하면 여전히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 때 했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생각에 잠긴다. 6개월이 지났지만 감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달 15일 종방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3’의 여성 입주자 박지현(24) 서민재(27) 이가흔(24) 천안나(26)의 얘기다. “방송을 보니 다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라는 이들을 2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대학생과 직장인으로 평범하게 살아온 이들은 출연 후 마스크를 끼고 있어도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을 정도가 됐다. 박지현이 일주일 전 시작한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10만 명이 넘었다. 서민재 이가흔 천인우 등 일부 출연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팬 페이지도 생겼다. 하트시그널3은 TV 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조사에서 10주 연속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를 차지하며 시즌 1, 2에 이어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하트시그널이 매 시즌마다 큰 인기를 얻는 이유는 짜여진 각본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는 입주자들의 오만가지 감정에 시청자도 공감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좋아하는 마음을 솔직하고 당돌하게 표현하면서도 테이블 밑으로는 초조하게 손톱을 쥐어뜯는 이가흔이나, 마음이 돌아섰음을 담담하게 말하고 뒤돌아서서 오열하는 박지현의 모습에 시청자들도 울고 웃었다. “처음 출연을 결정했을 땐 호기심 정도였다. 지금 나에게 하트시그널은 감정 그 자체다. 설레기도, 불안하기도 했다. 즐거웠고 따뜻했고 화도 났다. 최근 방영되는 걸 보니 시그널하우스에 있는 것처럼 감정이 그대로 되살아났다.”(박지현) 입주자들의 데이트는 숱한 화제를 낳았다. 박지현과 김강열이 택시에서 핫팩을 사이에 두고 손깍지를 낀 장면은 ‘핫팩시그널’이라는 이름이 붙어 수많은 ‘짤’로 재탄생했다. “놀이공원 회전목마 앞에서 사진을 찍은 순간을 기점으로 강열 오빠를 향한 감정이 재미에서 설렘으로 바뀌었다. 그 후 택시 안에서는 오빠와 저의 감정이 전부로 느껴졌다. ‘시청자가 이걸 보고 있다’란 생각은 전혀 안했다. 시그널하우스에서 가장 ‘심쿵’했던 순간이다.”(박지현) 첫눈에 호감을 가졌던 천인우에게 직진하는 이가흔의 말도 화제였다. 천인우에게 “성숙한 게 좋아? 난 뭐든지 될 수 있어”라거나, 자신에게 베푸는 호의가 “친절이냐, 의도냐”는 천인우의 질문에 “의도지. 난 아무에게나 친절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가흔의 과감함에 시청자들도 전율했다. “‘오빠를 무너뜨리겠어’, 이런 생각을 가지고 한 말은 아니었다. 평소 솔직하게 말하는 습관이 나왔다. 그렇게 솔직하고 대담하게 비춰질 줄 전혀 몰랐다.”(이가흔) 입주자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시청자가 이들의 말과 행동에 재밌는 해석을 달기도 했다. 천안나는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 데이트에서 핫팩을 주려는 정의동에게 ‘손 어는 것도 추억이지’라며 핫팩을 받지 않아 ‘손어추’라는 별명도 얻었다. “의동 오빠에게 철벽을 친 것으로 화제가 됐더라.(웃음) 오빠가 사전답사까지 하며 코스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았던 데이트라 모든 게 추억이라는 뜻으로 한 이야기였는데…. 그날 오빠의 마음이 커진 게 눈빛에서 느껴져서 오히려 가장 설렜던 데이트였다.”(천안나) 사랑한 날보다 사랑할 날들이 더 많은 이들 네 명은 시그널하우스에서 보낸 시간을 토대로 더 용감하게 사랑하고 싶단다. “시그널하우스에 들어오기 전엔 이성에게서 내가 원하는 답을 찾았다. 답이 안나오면 나와 맞지 않겠다고 속단했다. 나와 반대 성향의 사람도 충분히 좋아할 수 있고 연애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박지현) “‘직진녀’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평소의 저는 더 표현하고 용기를 내는 편이다. 처음 임한결 오빠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데 내가 너무 우물쭈물하더라. 좀 더 솔직하고 확실하게 마음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맘을 표현했을 때 상대방이 ‘무슨 뜻이지?’라고 헷갈리지 않게 말이다.”(서민재) “‘일단 넌 내 마음을 받아’ 식으로 불도저처럼 마음을 표현했다. 앞으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주위 환경,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서도 이해해줘야 한다는 걸 배웠다.”(이가흔) “내가 원하는 성격의 사람을 만나도 서로 노력을 통해 맞춰나가야 한다는 걸 느꼈다.”(천안나)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스타일리스트들이 무대 의상을 구하러 해외까지 나가셨어요. 굉장히 비싼 명품입니다.” 그룹 ‘제국의아이들(ZE:A)’ 멤버 김동준이 이달 12일 네이버 ‘VLIVE’에서 2012년 발매곡 ‘후유증’에 달린 댓글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해당 댓글은 ‘다들 집에 있는 옷 입고 온 거야? 의상이 하나도 안 맞아’라는 내용이었다. ‘후유증’도 가수 비의 노래 ‘깡’처럼 ‘C급 정서’의 음악으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면서 많은 댓글이 달리고 있는데, 김동준이 댓글을 직접 읽고 팬들과 소통에 나선 것이다. ‘노래 끝을 ‘냐옹’이라고 부른 이유가 무엇이냐’ 등의 질문에는 “작곡가가 그렇게 불러야 느낌이 산다고 시켰다”고 답했다. 해당 영상을 편집해 팬이 올린 ‘김동준 후유증 댓글 읽기’ 유튜브 동영상은 48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튜브에서 가수들의 과거 뮤직비디오나 무대 동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모아 제공하는 채널이 다수 등장하면서 가수들이 해당 댓글을 읽고 반응하는 콘텐츠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가수 비의 2017년 발매곡 ‘깡’의 뮤직비디오에 달린 재밌는 댓글을 계기로 ‘C급 감성’ 노래들이 재조명되면서 해당 노래를 부른 가수들이 직접 댓글을 읽으며 팬들과의 소통에 나선 것. 할리우드 스타들이 미국 ABC방송의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에서 ‘못된 트윗(mean tweets)’을 직접 읽고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코너와 유사하다. ZE:A 노래 중 ‘후유증’만큼이나 난해한 가사, 노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의상과 춤 등을 지적하는 댓글이 많이 올라오는 곡은 ‘마젤토브’다. 유튜브 채널 ‘미누하’를 최근 개설한 ZE:A 멤버 하민우도 ‘[댓글읽어드립니다] 진짜가 나타났다!’라는 제목으로 ‘후유증’과 ‘마젤토브’에 달린 댓글을 읽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마젤토브에 대해 ‘힘을 내라는 노래인데 왜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는 안무가 들어갔느냐’는 댓글에 대해 “저도 이해가 가지 않는 안무”라며 박장대소했다. 이 영상을 본 팬들은 ‘우리가 웃긴 포인트에 당사자도 똑같이 웃으니 재밌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웃긴 댓글들을 모아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레전드댓’은 연예인이 자신과 관련된 댓글을 읽는 ‘본인등판!’ 코너를 신설했다. 해당 코너에는 아이돌 그룹 ‘뉴이스트’의 강동호, ZE:A의 임시완 등이 출연해 과거 발매곡에 달린 댓글을 읽으며 팬들과 소통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미쳤어? 거길 또 들어간다고?” 영화 ‘반도’의 주인공 정석(강동원)은 돈이 든 트럭을 빼내기 위해 반도에 들어가겠다는 매형 철민(김도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한 문장은 반도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를 함축한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좀비로 변한 땅. 4년 동안 방치돼 폐허가 된 땅. 발을 들이는 것조차 미친 짓으로 간주되지만 정작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공간을 이미지화하는 작업이 ‘반도’의 시작이었다.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반도는 개봉 7일 만인 21일까지 20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동시 개봉한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에서도 예매율 1위를 차지했다. 한국형 ‘포스트 아포칼립스’(대재앙으로 인류와 문명이 사라진 이후 상황)를 이미지로 구현한 이는 ‘부산행’ ‘염력’에 이어 세 번째로 연 감독과 호흡을 맞춘 이목원 미술감독(43·사진)이다. 한재림 감독의 차기작 ‘비상선언’에 합류해 대형 여객기 세트를 만드는 작업에 한창이라는 그를 서면으로 만났다. 반도의 시작은 상상이었다. 인류와 문명이 사라진 땅은 현존하지 않기에 ‘부산행 이후 4년간 방치된 서울은 어떻게 변했을까?’를 떠올렸다. 원전 사고로 사람이 살지 못하게 된 후쿠시마, 체르노빌 일대를 ‘구글어스’로 보며 아이디어를 얻었다. 흙으로 덮인 도로, 물에 잠긴 지하 주차장, 물 위를 떠다니는 한강 구조물들의 이미지는 그렇게 탄생했다. “반도를 시작할 때 운전을 하던 중 도심의 버스정류장에 풀꽃이 핀 걸 봤어요.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자연은 바로 자신의 강함을 보여줍니다. 반도에서도 인간의 통제가 사라져 완전히 ‘방치’된 서울을 자연이 변형한다는 원칙하에 디자인했어요. 태풍 폭우 등 자연재해가 그대로 휩쓸고 지나갔을 거라고 설정했죠.” 기존 장소를 사용할 수 있는 신(scene·장면)은 거의 없었다.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 신의 배경인 인천항 주차장, 자동차 추격신이 벌어지는 서울 도심의 도로 등은 모두 세트로 제작됐다. 대전의 1980m²(약 600평) 규모 세트장에 기본 도로를 깔고 장면마다 변화를 주며 촬영했다. “세트장에 아스팔트 도로를 시공한 뒤 방치됐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수작업으로 도로 균열을 하나하나 조각했습니다. 신이 바뀔 때마다 도로에 풀들이 자라고 있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미술팀이 농부들이 사용하는 엉덩이 받침 의자를 준비해 풀을 심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요.” 상상만큼 중요했던 건 ‘익숙함’이었다. 반도는 폐허가 됐지만 4년 전까지 사람이 살았던 곳이다. 익숙한 공간의 변형을 통해 몰입감을 높이려 했다. ‘버려진 쇼핑몰’은 익숙함을 구현해낼 최적의 공간이었다. 반도에서 살아남아 권력을 잡은 631부대는 폐허가 된 쇼핑몰을 아지트 삼아 생활한다. “부대 아지트를 쇼핑몰로 정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쇼핑몰 내에 가상의 상호가 아닌 실제 상호를 최대한 많이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제작사에 요청한 것이었어요. 커피빈, 반디앤루니스 등의 간판을 배치하고 그 공간이 방치된 모습을 의도적으로 노출했습니다.” 이 감독의 영화미술은 상상과 실재를 넘나든다. ‘신과 함께: 인과 연’ ‘신과 함께: 죄와 벌’에서는 사후 세계를 재현했고, ‘부산행’에서는 실제 KTX를 옮겨온 것 같은 세트를 만들어 냈다. 진짜를 더 진짜처럼, 가상도 실제처럼 그리는 이 감독이 안목을 키우기 위해 매일 하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일상 속 모든 순간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보관하는 것. “이미 존재하는 것을 색다르게 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고, 그 새로운 것이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영화미술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감정을 유치원 아이부터 노인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시킨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처럼요.”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미쳤어? 거길 또 들어간다고?” 영화 ‘반도’의 주인공 정석(강동원)은 돈이 든 트럭을 빼내기 위해 반도에 들어가겠다는 매형 철민(김도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한 문장은 반도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를 함축한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좀비로 변한 땅. 4년 동안 방치돼 폐허가 된 땅. 발을 들이는 것조차 미친 짓으로 간주되지만 정작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공간을 이미지화하는 작업이 ‘반도’의 시작이었다.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반도는 개봉 6일 만인 21일까지 19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동시개봉한 동남아시아 4개국에서도 예매율 1위를 차지했다. 한국형 ‘포스트 아포칼립스’(대재앙으로 인류와 문명이 사라진 이후 상황)를 이미지로 구현한 이는 ‘부산행’ ‘염력’에 이어 세 번째로 연 감독과 호흡을 맞춘 이목원 미술감독(43)이다. 한재림 감독의 차기작 ‘비상선언’에 합류해 대형 여객기 세트를 만드는 작업에 한창이라는 그를 서면으로 만났다. 반도의 시작은 상상이었다. 인류와 문명이 사라진 땅은 현존하지 않기에 ‘부산행 이후 4년 간 방치된 서울은 어떻게 변했을까?’를 떠올렸다. 원전 사고로 사람이 살지 못하게 된 후쿠시마, 체르노빌 일대를 ‘구글어스’로 보며 아이디어를 얻었다. 흙으로 덮인 도로, 물에 잠긴 지하 주차장, 물 위를 떠다니는 한강 구조물들의 이미지는 그렇게 탄생했다. “반도를 시작할 때 운전을 하던 중 도심의 버스정류장에 풀꽃이 핀 걸 봤어요. 잠시만 한 눈을 팔아도 자연은 바로 자신의 강함을 보여줍니다. 반도에서도 인간의 통제가 사라져 완전히 ‘방치’된 서울을 자연이 변형한다는 원칙 하에 디자인했어요. 태풍 폭우 등 자연재해가 그대로 휩쓸고 지나갔을 거라고 설정했죠” 기존 장소를 사용할 수 있는 신(Scene·장면)은 거의 없었다.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 신의 배경인 인천항 주차장, 자동차 추격신이 벌어지는 서울 도심의 도로 등은 모두 세트로 제작됐다. 대전의 1983㎡(600평) 규모 세트장에 기본 도로를 깔고 장면마다 변화를 주며 촬영했다. “세트장에 아스팔트 도로를 시공한 뒤 방치됐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수작업으로 도로 균열을 하나하나 조각했습니다. 신이 바뀔 때마다 도로에 풀들이 자라고 있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미술팀이 농부들이 사용하는 엉덩이 받침 의자를 준비해 풀을 심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요.” 상상만큼 중요했던 건 ‘익숙함’이었다. 반도는 폐허가 됐지만 4년 전까지 사람이 살았던 곳이다. 익숙한 공간의 변형을 통해 몰입감을 높이려 했다. ‘버려진 쇼핑몰’은 익숙함을 구현해낼 최적의 공간이었다. 반도에서 살아남아 권력을 잡은 631부대는 폐허가 된 쇼핑몰을 아지트 삼아 생활한다. “부대 아지트를 쇼핑몰로 정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쇼핑몰 내에 가상의 상호가 아닌 실제 상호를 최대한 많이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제작사에 요청한 것이었어요. 커피빈, 반디앤루니스 등의 간판을 배치하고 그 공간이 방치된 모습을 의도적으로 노출했습니다.” 이 감독의 영화미술은 상상과 실재를 넘나든다. ‘신과함께: 인과 연’ ‘신과함께: 죄와 벌’ 에서는 사후 세계를 재현했고, ‘부산행’에서는 실제 KTX를 옮겨온 것 같은 세트를 만들어냈다. 진짜를 더 진짜처럼, 가상도 실재처럼 그리는 이 감독이 안목을 키우기 위해 매일 하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일상 속 모든 순간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보관하는 것. “이미 존재하는 것을 색다르게 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고, 그 새로운 것이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영화미술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감정을 유치원 아이부터 노인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시킨 디즈니 ‘인사이드 아웃’처럼요.”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나영석 PD가 연출한 tvN 금요 예능 ‘여름방학’이 17일 첫 방송 이후 일본 게임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제작진은 “표절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게임과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내용이 비슷하다’는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름방학은 배우 정유미와 최우식이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매일 1시간 이상 운동하기’ ‘하루에 한 끼는 건강한 음식 만들어 먹기’ 등 방학숙제를 하고 그림일기를 쓰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시골마을에서 여름방학을 보내며 방학숙제를 하고 일기를 쓴다는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와 세세한 내용이 유사하다는 의혹이 나온 게임은 2000년 출시된 일본 소니엔터테인먼트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나의 여름방학’이다. 이 게임은 성인이 된 주인공 ‘보쿠’가 9세 때인 1975년 보낸 여름방학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보쿠는 교외의 고모 집에서 수영, 곤충채집, 낚시 등을 하며 매일 주어지는 미션을 하나씩 수행한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방에서 그림일기를 쓰고 잠이 든다. 제작진은 19일 자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해당 게임을 알지 못하며 전혀 참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20일에도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한 온라인 드라마 커뮤니티에는 여름방학과 나의 여름방학의 서로 비슷하게 보이는 장면을 캡처해 비교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날 오후 이 글에는 약 900개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 여름방학에 비판적이다. ‘게임 콘셉트를 차용하려다 보니 학생도 아닌 성인이 방학숙제를 하는 생뚱맞은 콘셉트가 탄생했다’ ‘그냥 일기도 아니고 그림일기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콘셉트는 게임과 똑같다’ 등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출연자가 머무는 집이 일본식이라는 왜색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붕과 창살 모양, 다락방 구조 등 전체적인 분위기가 일본 가옥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전체적인 가옥 분위기와 색감을 베껴 버린 수준’이라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의견을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해 2차 촬영이 들어가기 전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문과 창틀 등 집을 다시 손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제임스 코든, 존 레전드에 이어 루이스 폰시까지 숟가락을 얹었다. 글로벌 히트곡 ‘데스파시토(despacito)’를 부른 폰시가 숟가락을 얹은 밥상은 국내 콘텐츠 기업 ‘스마트스터디’가 차린 아기상어’다. 폰시는 “아기상어 노래를 리메이크하고 싶다”고 제안했고, 스마트스터디는 “뮤직비디오도 함께 만들자”고 화답했다. 데스파시토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68억 회로 전체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 1위다.》 그 폰시가 바이브레이션까지 넣어 아기상어 노래를 부르고, 그의 캐릭터와 아기상어 가족이 함께 나오는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가 제작됐다. 미국 시간 15일 오전 9시(한국 시간 15일 오후 10시)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폰시 버전의 아기상어 음원이 올라왔고, 스마트스터디의 유튜브 채널 ‘핑크퐁’에는 뮤직비디오가 업로드됐다. 아기상어 신드롬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스마트스터디 사무실에서 만난 이승규 스마트스터디 공동창업자 겸 부사장(46)은 “아기상어는 동요를 넘어 부모 세대까지 함께 즐기는 ‘패밀리 팝’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웃었다. 아이들이 아기상어 음악에 맞춰 율동하는 ‘베이비 샤크 댄스’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59억 회로 데스파시토에 이어 2위다. 유튜브 핑크퐁 채널에 오른 모든 동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310억 회, 핑크퐁 채널 총 구독자는 5900만 명이다. 스마트스터디는 지난해 매출 1055억 원, 영업이익 347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스마트스터디의 시작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한 학습 보조 애플리케이션(앱) 이었다. 게임업체 넥슨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던 이 부사장은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모바일이 가져올 변화를 직감하고 당시 팀원이던 김민석 스마트스터디 대표와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렸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10명 남짓한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하게 됐을 때 방향을 틀었다. 타깃 연령을 1∼6세로 낮췄다. “영·유아 교육은 보편성이 있어요. 국가 불문하고 1∼6세 아이들은 공룡을 좋아하고 도형과 색깔을 구분하는 방법을 배워요. 놀이가 곧 교육이 되는 이 연령층에 맞춰 캐릭터 개발을 시작했지요.” 기존 애니메이션이 잘 다루지 않는 여우(핑크퐁)와 상어를 택했다. 여기에 멜로디를 입혀 핑크퐁 앱에 올리자 수익이 났다. 그렇게 개발된 핑크퐁과 아기상어는 2012년 스마트스터디에 흑자 전환이라는 기쁨을 안겨줬다. 2015년 자체 앱에서 유튜브로 플랫폼을 확장한 것이 스마트스터디의 운명을 갈랐다. “글로벌 붐의 시발점은 인도네시아였어요. 2017년 배우 어맨다 서니가 TV프로그램에서 아기상어를 부른 걸 기점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아기상어 챌린지’가 시작됐죠. 이후 필리핀 영국 미국까지 인기가 번졌어요. 새로운 플랫폼에 빠르게 적응한 덕에 행운을 잡았죠.” 스마트스터디는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장르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자체 제작한 첫 애니메이션을 KBS에서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해외로 향한다. 스마트스터디와 미국 애니메이션 케이블 채널 니켈로디언이 공동 투자해 제작하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베이비샤크 빅 쇼’(가제)를 올해 12월 공개한다. 세계관 확장을 위해 핑크퐁과 아기상어를 잇는 새 캐릭터도 2년 내 만들 계획이다. “극장용 애니메이션 같은 호흡이 긴 이야기에서는 공감을 주는 스토리가 가장 중요해요. 어릴 적 장난감 갖고 놀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토이스토리’, 부모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초인적 힘을 발휘하는 ‘인크레더블’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공감 포인트를 찾는 게 숙제예요.” 숏폼(짧은 형식) 영상에 주력해온 탓에 긴 서사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 어려움도 있다. 지난달 넷플릭스 오리지널 ‘러브, 데스+로봇’의 유일한 아시아 제작사로 참여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독컬처하우스에 100억 원대를 투자한 것도 이 공백을 메우려는 것이다. “저희가 만들려는 콘텐츠는 숏폼 애니메이션보다 영화에 가까워요. 부족한 역량은 투자와 인수로 채울 겁니다. 픽사와 마블을 인수하면서 콘텐츠 라인업과 크리에이터를 강화한 디즈니처럼요.” 폰시가 아기상어 노래 리메이크를 결심한 배경에는 자신의 두 아이가 있었다. 아기상어 팬인 아이들과 함께 음원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 부사장이 그리는 스마트스터디의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세대를 아우르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스마트스터디가 세계 아이들의 유년시절에 지분을 갖게 됐습니다. 팬들이 나이 들어서도 스마트스터디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즐길 수 있고, 결혼해 낳은 아이와도 함께 우리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길 바랍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예술과 과학의 확산에 이것처럼 기여한 물건도 없으며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일상화되어 있고, 날마다 그 이름이 불리는 물건도 드물 것이다.’ 이것은 무엇일까. 연필이다. 독일의 한 연필회사의 광고 문구이긴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샤프펜슬과 각종 볼펜은 물론 스마트폰 스타일러스의 공격에 휘청대고는 있지만. 일상 사물의 공학적 의미와 디자인의 유래를 추적한 책을 다수 집필한 공학교수인 저자가 연필을 둘러싼 정보를 집대성했다. 인류의 필기 방법부터 시작해 흑연의 기원, 연필심을 어떻게 넣게 됐는지 등을 추적한다. 처음으로 연필 사업에 뛰어든 소로(‘월든’의 그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가문을 비롯해 지금까지도 친숙한 이름인 파버, 슈테틀러 가문의 등장으로 연필이 가내수공업에서 산업으로 성장하게 된 과정, 최고의 연필을 둘러싼 경쟁 등 연필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담았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YTN 라디오 진행자 이동형 씨(44)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고소한 직원 A 씨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말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씨는 15일 유튜브 ‘이동형TV’ 방송에서 A 씨가 박 전 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데 대해 “미투 사건은 내 신상을 드러내놓고 하는 것”이라며 “피고소인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근데 자기는 숨어가지고 말야”라고 말했다. 정원석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32)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 회의에서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여권의 대응을 비판하며 “섹스 스캔들 은폐 의혹”이라고 말했다. 2차 가해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 비대위원은 페이스북에 “배려가 부족했음을 인정한다. ‘권력형 성범죄’로 정정하겠다”고 밝혔다. 14일 ‘청정구역 팟캐스트 202회’에서 A 씨에 대해 “4년 동안 뭘 하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나서게 된 건지도 궁금하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박지희 프리랜서 아나운서(32·tbs 프로그램 진행)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김지은 씨에 대해서도 2차 가해성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씨는 지난해 9월 ‘청정구역 팟캐스트 160회’에서 “김지은 씨가 한 가정을 파탄 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재희 jetti@donga.com·최우열 기자}

제임스 코든, 존 레전드에 이어 루이스 폰시까지 숟가락을 얹었다. 글로벌 히트곡 ‘데스파시토(despacito)’를 부른 폰시가 숟가락을 얹은 밥상은 국내 콘텐츠 기업 ‘스마트스터디’가 차린 ‘아기상어’다. 폰시는 “아기상어 노래를 리메이크해 음원으로 내고 싶다”고 문의해왔고 스마트스터디는 “뮤직비디오도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다. 데스파시토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68억 회로 전체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 1위다. 그 폰시가 바이브레이션까지 넣어 아기상어 노래를 부르고, 그의 캐릭터가 나오는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가 제작됐다. 미국 시간 15일 오전 9시(한국 시간 15일 오후 10시)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유튜브뮤직 같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폰시 버전의 아기상어 음원이 올라왔고, 스마트스터디의 유튜브 채널 ‘핑크퐁’에는 뮤직비디오가 업로드 됐다. 아기상어 신드롬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스마트스터디 사무실에서 만난 이승규 스마트스터디 공동창업자 겸 부사장(46)은 “아기상어는 동요를 넘어 부모 세대까지 함께 즐기는 ‘패밀리 팝’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전 세계인이 각자 목소리와 콘셉트를 넣어 활용하는 플랫폼이 됐다”며 웃었다.●아기상어 신드롬의 끝은 어디인가 아이 두 명이 아기상어 음악에 맞춰 율동하는 ‘베이비 샤크 댄스(Baby Shark Dance)’ 영상은 조회수 59억 회로 데스파시토에 이어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 2위다. 유튜브 핑크퐁 채널에 오른 모든 동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310억 회. 핑크퐁 채널 총 구독자는 5900만 명이다. 스마트스터디는 지난해 매출 1055억 원, 영업이익 347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콘텐츠 업체의 시작은 모바일용 교육 콘텐츠였다. 게임업체 넥슨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던 이 부사장은 2009년 아이폰이 한국에 보급되자 모바일이 가져올 엄청난 변화를 직감했다. 팀원이던 김민석 스마트스터디 대표와 모바일 기반 교육 서비스를 시작했다. “ 2000년대 초반 게임회사에 있으면서 인터넷의 발전으로 ‘리니지’ ‘바람의 나라’ 같은 PC용 온라인 게임이 급성장하는 것을 목격했어요. 스마트폰이 또 다른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걸 느꼈죠. 1주일 내내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컴퓨터가 생긴 거잖아요. 당연히 새로운 사업 기회라고 봤어요.” 기회는 포착했지만 방향성이 잘못돼 위기를 맞기도 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한 학습 보조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지만 반응이 시큰둥했다. 학습용 앱은 성적 향상과 직결돼야 하는데 그 효과를 입증하기 어려웠던 게 패인이었다. 10명 남짓한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하게 됐을 때 방향을 틀었다. 교육이라는 틀은 유지하되 타깃 연령을 1~6세로 낮췄다. “영·유아 교육은 세계적 보편성이 있어요. 국가 불문하고 1~6세 아이들은 공룡을 좋아하고 도형과 색깔을 구분하는 방법을 배워요. 놀이가 곧 교육이 되는 이 연령층에 맞춰 캐릭터 개발을 시작했지요.” 그렇게 개발된 핑크퐁과 아기상어는 2012년 스마트스터디에 흑자 전환이라는 기쁨을 안겨줬다. 기존 애니메이션이 다루지 않는 희귀 동물로 눈을 돌려 여우(핑크퐁)와 상어를 택했다. 여기에 멜로디를 입혀 핑크퐁 앱에 올리자 수익이 났다. 2015년 자체 앱에서 유튜브로 플랫폼을 확장한 것이 스마트스터디의 운명을 갈랐다. “글로벌 붐의 시발점은 인도네시아였어요. 2017년 배우 아만다 써니가 TV프로그램에서 아기상어를 부른 걸 기점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아기상어 챌린지’가 시작됐죠. 이후 말레이시아 필리핀 영국 미국까지 순차적으로 인기가 번졌어요.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빠른 적응과 대담한 시도 덕에 행운이 온 것 같습니다.”●스토리 강화한 콘텐츠가 온다 스마트스터디는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TV애니메이션, 영화, 연극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자체 제작한 첫 애니메이션을 KBS에서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해외로 향한다. 미국 애니메이션 케이블채널 니켈로디언과 애니메이션을 기획, 개발하고 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제작한다. 세계관 확장을 위해 핑크퐁 아기상어를 잇는 새 캐릭터도 2년 내 선보일 계획이다. “극장용 애니메이션 같은 호흡이 긴 이야기에서는 공감을 주는 스토리가 가장 중요해요. 어릴 적 장난감 갖고 놀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토이스토리’, 부모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초인적 힘을 발휘하는 ‘인크레더블’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공감 포인트를 찾는 게 숙제에요.” 숏폼(짧은 형식) 위주의 기업이어서 긴 서사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 어려움도 있다. 지난달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독컬처하우스에 100억 원대를 투자한 것도 이 공백을 메우려는 것이다. 레드독컬처하우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러브, 데스+로봇’의 유일한 아시아 제작사로 참여한 2D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다. “지금까지 저희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가까웠어요. 이제 만들려는 콘텐츠는 광고보다는 영화에 가까워요. 부족한 역량은 투자와 인수로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픽사와 마블을 인수하면서 콘텐츠 라인업과 크리에이터를 강화한 디즈니처럼 말이죠.” 폰시가 아기상어 노래 리메이크를 결심한 배경에는 자신의 두 아이가 있었다. 아기상어 팬인 아이들과 함께 음원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제임스 코든도, 존 레전드도 그랬다. 세 아이 아빠인 고든이나 딸을 키우는 레전드나 아버지로서 아이들과 함께 아기상어를 불렀다. 이 부사장이 그리는 스마트스터디의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세대를 아우르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스마트스터디가 전 세계 아이들의 유년시절에 지분을 갖게 됐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어린 팬들이 나이 들어서도 스마트스터디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즐길 수 있고, 결혼해 낳은 아이와도 함께 우리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길 바랍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