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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너무 많은 사람이 물어보는데 ‘베지테리언(채식주의자)’은 없어요. 어제 다 나갔거든요.” 11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인기 서점 ‘스트랜드’의 직원은 아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책은 몇 년 전 이미 읽었다. “괜찮다”고 말하고 흐뭇하게 돌아섰다. 가만 보면 놀라운 일이었다. 이전에, 지구 반대편의 어떤 몰랐던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그날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서 책을 사 본 적이 있던가. 그런데 수상 당일 채식주의자는 아마존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했다. 아마존 앱을 열어볼 때마다 순위가 올라가더니 수상 발표 반나절 만에 그렇게 됐다.도서관 지원에 적극적인 지역사회 미국인은 책을 좋아한다. 어딜 가든 책 읽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공원에서, 카페에서, 지하철에서…. 그들은 여기저기서 책 또는 킨들(아마존의 전자책 전용 단말기)을 들고 있다. 미국 안에서도 책 읽는 사람이 예전만 못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성인이 연평균 4권 정도의 책을 읽는 것으로 조사되는 한국에 비하면 미국은 12권으로 여전히 세 배나 더 많다. 미국인이 책을 많이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지하철을 떠올려 본다.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 지하철에선 인터넷이 전혀 안 터진다. 놀랍지만 사실이다. 역에 설 땐 잠깐 터지지만 출발하면 다시 먹통이다. 그래서 책이 없으면 상당히 무료하다. 하지만 이런 1차원적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 인터넷이 잘 터지는 곳에서도 책을 든 사람들은 항상 있다. 휴가지인 해변가와 숲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미국 어딜 가든 동네마다 가까이에 있던 도서관, 그곳에서 두세 살 때부터 옹기종기 모여 앉아 책을 보던 어린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미국 지역 사회는 도서관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뮤니티 또한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올 초 뉴욕시가 늘어난 난민으로 재정이 부족하다며 도서관 관련 재정을 깎으려다 시민들이 연판장을 돌리는 등 거세게 반발해 결국 항복했을 정도다. 미국의 도서관 시스템은 아주 체계적이다. 각 연령층에 맞는 특별 활동과 북클럽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도서관마다 매일 짜여 돌아간다. 대출 규모도 한 번에 최대 50권을 3주간 빌려 주는 식으로 한국에 비하면 통이 크다. 아이를 둔 부모들은 아예 손수레를 끌고 와 수레 가득 책을 빌려 담고 사라지길 수시로 반복한다.초등생 필수 숙제가 ‘하루 20분 책 읽기’ 초등학교에서도 대부분 내주는 숙제가 ‘하루 20분 책 읽기’다. 독서일지에 어떤 책을 몇 분간 읽었는지 매일 적고, 부모의 사인과 함께 제출하면 선생님이 간단한 칭찬을 써서 되돌려 주는 식이다. 처음엔 20분을 목표로 시작하지만 나중엔 20분만 읽고 끝나는 경우는 없다. 그렇게 오랫동안 단단하게 책을 사랑하며 자라 온 사람들이 어른이 돼서도 책을 읽는 것으로 보인다. 서점을 나오며 계산대를 봤다. 오프라인 서점의 책 가격은 아마존에 비하면 두 배 정도 비싸다. 하지만 그곳에는 오늘도 요령 없는 미국인들이 책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어릴 때부터 서점과 도서관에 다니며 많은 책을 보고, 자신이 원하는 책을 고르는 습관이 배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오프라인 서점은 특별한 곳으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책을 샀다. 일부 신간을 비닐로 꽁꽁 싸 펴볼 수 없게 하는 한국의 대형 서점들과 달리, 모든 책을 마음껏 볼 수 있게 해준 서점에 대한 고마움이자 최소한의 예의였다.임우선 뉴욕 특파원 imsun@donga.com}

김의환 미국 뉴욕 총영사가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총영사관 국정감사에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위원들과 정면 충돌했다. 올 8월 열린 뉴욕한인회 광복절 행사에서의 발언을 따진 야당 의원에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서면서다. 당시 김 총영사는 광복회 뉴욕지회장이 대독한 이종찬 광복회장의 광복절 기념사를 듣고 “저런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나’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내부의 종북 좌파 세력들을 분쇄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당시 기념사에는 “‘건국절’ 제정 음모는 민족혼을 빼는 이적 행위”, “이런 악행을 저지른 자는 일제 시기 밀정 같은 존재로 용서할 수 없다” 등의 표현이 담겨 있었다.● “부적절 발언 동의 안해…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이날 맨하튼의 주 유엔 대한민국 대표부에서 세 시간 일정으로 열린 국정감사에 참석한 외통위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편한 지적을 좀 해야 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조 의원이 “총영사님 최근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이 있지 않았냐”고 묻자 김 총영사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진 않고 논란은 있었다”고 답해 시작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조 의원은 “총영사 언행은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 공무원인지 아니면 정치인이나 유튜버인지 분간이 안된다”며 “정치 편향적 발언들이 논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총영사는 “구체적으로 뭐가 정치편향이란 말씀이냐. 제가 미국에 감사를 표한 게 극단적 편향이냐”고 되물었다. 조 의원은 ‘김 총영사가 (대통령이 임명한) 특임 공관장이란 이유로 의도적으로 그런 발언을 한다’, ‘일반 공무원과는 다르다면서 외교부 공무원을 폄하했다’고도 꼬집었다. 김 총영사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 때 너무나 많이 훼손했다”며 “공무원들이 영혼이 없는게 아니라 영혼이 있으면 불이익을 당한다”고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조 의원이 “그런 언행에 대해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답했고, “제가 보기엔 물러나셔야 될 것 같다”는 말에 “저는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당당히 제일을 수행한다”고 받아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외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나서 “소신을 말하는 건 좋지만 답변 태도를 차분하게 해달라”고 주문하면서 질의가 일단락 됐다.● “파리는 파리채보다 꿀로 잡아야” 조언까지 등장 하지만 정회 이후 보충질의 시간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은 “서양 속담에 ‘파리채 보다 꿀로 파리를 훨씬 많이 잡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며 “여야를 떠나 감사를 하러 온 사람들인데 총영사님은 답변을 조심해서 우리를 설득해야한다”고 말했다.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18 민주화 운동과 제주 4·3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며 “지금 뉴욕총영사가 하시는 말씀은 일본 수상이 일본 역사관을 반영하기 위해서 만들었던 내러티브와 사실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함께 국정감사를 받기 위해 자리에 나와 있던 황준국 주 유엔 한국대사에게 “총영사는 본인의 역사 인식이 대통령 국정 철학이라고 하시는데 이게 대한민국 외교부의 공식 입장이냐”고 물었다.황 대사는 난처한 얼굴로 말을 고르다 “공식적인 외교부의 입장은 이렇다 하는 건 없다”고 답했다. 외교관 출신인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교라는 직종 자체가 예의와 규범이 많고 자유로운 자리가 아니다”라며 “총영사님은 분열되고 각양각색 시끄러운 나라에서 소신의 표현을 강하게 하지 않는 게 조직과 개인을 위해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제언했다.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중동 분쟁 및 북핵 우려에 대한 질의도 여러번 나왔다. 인 위원은 “현재 레바논에 우리 동명부대가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파병돼 있는데 철수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황 대사는 “원래 평화유지군은 공격을 받으면 안되는 게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어제 그제 4명이나 다쳐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다만 유엔사무국은 지금 철수를 위해 움직이는 게 더 위험하다는 입장이고 만약 지금 빠지면 평화유지군 의무 위반이자 레바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까지 말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황 대사는 “동명부대는 상대적으로 국경과 먼 안전한 지역에 있다”며 “시시각각 상황을 분석하며 대처하겠다”고 말했다.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존재하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종료된 것과 관련해 “15년 간 제재 이행을 모니터링하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폐지돼 버렸다”며 “대체 매커니즘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및 핵심 우방과 협의중으로 연내에 조만간 결과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처음 소식을 알려준 친구가 제게 ‘이제 너 명예시민이 될 수 있어!’라는 카톡을 보내줬어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하고 물음표를 보냈더니 바로 노벨문학상 링크를 보내줘 알게 됐습니다. 이 농담이 한국에게 이 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내년 1월 미국에서 출간되는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번역가인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 씨는 11일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나도 덩달아 셀 수 없는 축하 메시지와 인터뷰 요청을 받고 있다”며 기쁨의 순간을 전했다.모리스 씨는 브라운대(민족학 및 문예학 학사)와 럿거스대(문예창작 석사)를 거쳐 현재 한국에서 성균관대 비교문화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이자 강사이자 번역가이다. 스스로 소설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2016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한국어 공부를 위해 번역을 시작했다가 한국 문학에 빠져버렸다. 미국 문학 번역가 협회(ALTA)의 멘토십 프로그램에 지원해 합격한 뒤 여러 한국계 번역가들과 협업하며 한강 외에도 박경리, 장강명, 서장원 작가 등의 작품을 미국에 소개해 왔다.그는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번역할 때는 소설이지만 그 안에 ‘시’가 보이고 때로는 ‘그림’이나 ‘영화’도 보인다는 게 가장 인상적”이라며 “어두운 역사나 내면의 갈등을 다룰 때조차 아름다운 순간을 정교하게 담아내는 능력이 작가님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한강과 이메일로 소통해 왔다는 그는 “작가님은 굉장히 꼼꼼한 예술가”라며 “오해를 피하고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분”이라고 전했다.모리스 씨는 번역 과정에서 염두에 둔 점으로 ‘한글로 된 원문을 읽었을 때 느낀 감정을 영어권 독자들도 비슷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작품을 살리기 위해 글의 리듬과 깔끔함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며 “그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딱 맞는 영어 단어와 표현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썼다”고 전했다. 모리스 씨는 “처음 동료 번역가로부터 ‘함께 번역해보자’라고 연락이 와 수락했는데 나중에 그 작품이 ‘작별하지 않는다’인 걸 알고 깜짝 놀랐다”며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번역해야 한다는게 큰 부담이기도 했지만 이 중요한 소설을 영어로 잘 전달해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모리스 씨는 “앞으로 더 많고 다양한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번역돼 독자들에게 소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님의 시를 비롯해 다른 여러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세계의 독자들이 더 많이 읽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단편, 중편, 시, 수필, 희곡 등 모든 것이 출판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10일(현지시간) 미국 서점가에도 ‘한강 돌풍’이 불었다. 하루 만에 아마존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10위 서적 가운데 4개가 한강의 작품들로 채워지는가 하면, 미 대중의 관심을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틱톡’에는 해외 각지의 팬들이 올린 ‘한강 책 인증’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소설 ‘파친코’로 유명한 한국계 미국작가 이민진은 인스타그램에 뜨거운 축하를 전하는 게시물을 올렸다.11일(현지 시간) 현재 아마존 베스트셀러 문학분야는 1, 2, 4, 8위가 모두 한강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1위는 ‘채식주의자’의 종이책(페이퍼백), 2위는 ‘채식주의자’의 오디오북, 4위는 ‘소년이 간다’의 종이책, 8위는 ‘채식주의자’의 전자책이 차지하고 있다. 채식주의자는 종합 베스트셀러에서도 10위에 올라있다.아마존은 미 도서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특히 전자책 판매가 절반 이상인 미 책 시장에서 80% 이상의 전자책 점유율을 갖고 있다. 그만큼 미국 독자들의 관심을 실시간으로 가장 잘 반영한다. 이날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오후 들어 10위권에 진입했고, 오디오북 역시 시간이 다르게 순위가 올라 1, 2위 모두를 차지했다.미국에서 대중들의 관심사가 가장 빠르게 입소문 나는 소셜미디어인 ‘틱톡’에도 이날 하루 종일 한강을 향한 ‘팬심’을 인증하는 세계 각국 틱톡커들의 영상이 이어졌다. 영어 뿐 아니라 스페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다양한 언어의 이용자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강의 책 시리즈들을 ‘인증’하고 추천하며 수상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세계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는 소설 ‘파친코’ 및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의 작가인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이민진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강과 함께 했던 사진을 여러 장 올리며 뜨거운 축하를 보냈다. 사진 속에서 이민진과 한강은 뉴욕을 대표하는 독립서점 ‘스트란드 서점’에서 함께 웃고 있다. 지난해 스트란드 서점이 주최했던 펜 월드 보이스 페스티벌 행사에서 찍은 것으로 보인다. 이민진은 “한강은 용기와 상상력, 그리고 예리한 지성으로 우리의 현대 상황을 풀어내는 놀라운 소설가이다. 그는 이런 세계적인 인정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적었다. 이어 “나는 더 많은 독자들이 ‘소년이 온다(Human Acts)’를 발견하고 존중했으면 좋겠다”며 책 추천도 했다. 이날 스트란드 서점 역시 매장 중심에 한강의 작품들을 배치한 사진을 올리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미국 시장에 한강의 작품들을 선보여온 펭귄 랜덤하우스 산하 호가스 출판사는 “우리가 그의 미국 출판사라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호가스 출판사는 1917년 세계적인 영국의 여성작가 버지니아 울프와 남편 레너드 울프가 설립한 독립 출판사로 한 세기 넘게 현대주의 문학과 실험적 작가들의 출판 산실로 기능해왔다. 2011년부터는 ‘펭귄 로고’로 유명한 세계적 출판사 펭귄 랜덤하우스의 레이블 중 하나로 운영되고 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대선 승자를 가르는 단 하나의 주는 펜실베이니아주다.”(미국 정치매체 더힐)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를 차지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다. 대선 승자를 결정하는 538명의 선거인단 중 19명이 걸려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는 진보와 보수, 도시와 농촌 등이 섞여 있어 ‘미국의 스냅샷(축소판)’으로 불린다. 최근 12번의 대선 중 총 10번의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이긴 후보가 백악관 주인이 됐을 정도로 ‘민심 풍향계’ 역할을 한다.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 같은 주내 대도시에선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고, 백인 인구 비율이 높은 시골로 갈수록 공화당 지지세가 강해 판세를 점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펜실베이니아주와 함께 ‘러스트벨트’(북동부 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에 속하는 미시간주(선거인단 15명)와 위스콘신주(10명)에서 그간 해리스 후보에게 밀렸던 트럼프 후보가 지지율 역전에 성공했다는 퀴니피액대의 조사 결과가 9일 발표돼 민주당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해리스 후보가 앞섰지만 격차는 크게 줄었다. 러스트벨트 경합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해 ‘블루월’로 불려왔다. 다급해진 민주당은 대중적 인기가 높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선거운동에 나서는 등 막판 표심 공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바이든 고향 공략 vs 해리스, 오바마 투입 트럼프 후보는 9일 펜실베이니아주의 탄광촌 스크랜턴을 누볐다. 지난달 이후 그가 펜실베이니아주에서만 다섯 번째 유세를 벌인 데다 스크랜턴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는 스크랜턴의 노동자들 앞에서 “취임 첫날 ‘프래킹(fracking·셰일가스 수압파쇄 추출법)’을 허용하겠다”고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펜실베이니아주는 환경오염 논란에도 프래킹 지지 유권자가 많다. 해리스 후보는 2020년 대선에서 “프래킹을 금지하겠다”고 했다가 올 8월 “허용하겠다”고 밝혀 ‘말 바꾸기’ 논란을 빚었다.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가 당선된다면 펜실베이니아주의 에너지 산업을 파괴하고 여러분의 일자리와 급여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힐은 트럼프 후보가 스크랜턴 같은 펜실베이니아주 내 노동자 거주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고 필라델피아 같은 대도시 지역에서 해리스 후보와의 격차를 줄이려 한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후보의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조만간 트럼프 후보의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후보는 10일 미 철강 산업의 메카인 피츠버그에서 지원 유세에 나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민주당 최고 인기 정치인이란 점 때문에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 트럼프, 러스트벨트 경합주 3곳 중 2곳에서 지지율 역전한편 퀴니피액대가 3∼7일 러스트벨트 경합주 3곳의 유권자를 조사해 9일 발표한 지지율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미시간주, 위스콘신주에서 해리스 후보를 역전했다. 트럼프 후보는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에서 각각 50%, 48%를 얻어 각각 47%, 46%를 얻은 해리스 후보를 3%포인트, 2%포인트 차로 이겼다. 특히 미시간주는 지난달 조사 때 해리스 후보가 5%포인트 앞섰던 곳이지만 트럼프 후보가 맹렬히 추격해 판세가 뒤집혔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해리스 후보가 49%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 후보(46%)를 3%포인트 차로 앞섰다. 하지만 역시 지난달 조사의 6%포인트 격차보다 크게 좁혀진 상태.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민주당에 불길한 징조”라고 평가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 대선 승자를 가르는 단 하나의 주는 펜실베이니아주다.”(미국 정치매체 더힐)다음 달 5일 미국 대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를 차지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다.대선 승자를 결정하는 538명의 선거인단 중 19명이 걸려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는 진보와 보수, 도시와 농촌 등이 섞여 있어 ‘미국의 스냅샷(축소판)’으로 불린다. 최근 12번의 대선 중 총 10번의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이긴 후보가 백악관 주인이 됐을 정도로 ‘민심 풍향계’ 역할을 한다.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 같은 주내 대도시에선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고, 백인 인구 비율이 높은 시골로 갈수록 공화당 지지세가 강해 판세를 점치기 어렵다.이런 가운데 펜실베이니아주와 함께 ‘러스트벨트’(북동부 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에 속하는 미시간주(선거인단 15명)와 위스콘신주(10명)에서 그간 해리스 후보에 밀렸던 트럼프 후보가 지지율 역전에 성공했다는 퀴니피액대의 조사 결과가 9일 발표돼 민주당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해리스 후보가 앞섰지만 격차는 크게 줄었다. 러스트벨트 경합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해 ‘블루월’로 불려온 것. 다급해진 민주당은 대중적 인기가 높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선거운동에 나서는 등 막판 표심 공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바이든 고향 공략 vs 해리스, 오바마 투입트럼프 후보는 9일 펜실베이니아의 탄광촌 스크랜턴을 누볐다. 지난달 이후 그가 펜실베니아주에서만 다섯 번째 유세를 벌인 데다 스크랜턴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트럼프는 스크랜턴의 노동자들 앞에서 “취임 첫날 ‘프래킹(fracking·셰일가스 수압파쇄 추출법)’을 허용하겠다”고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펜실베이니아주는 환경오염 논란에도 프래킹 지지 유권자가 많다. 해리스 후보는 2020년 대선에서 “프래킹을 금지하겠다”고 했다가 올 8월 “허용하겠다”고 밝혀 ‘말 바꾸기’ 논란을 빚었다.트럼프 후보는 “해리스가 당선된다면 펜실베이니아주의 에너지 산업을 파괴하고 여러분의 일자리와 급여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팁과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세금을 폐지하겠다”며 ‘감세’를 강조했다.더힐은 트럼프 후보가 스크랜턴 같은 펜실베이니아주 내 노동자 거주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고 필라델피아 같은 대도시 지역에서 해리스 후보와의 격차를 줄이려 한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후보의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조만간 트럼프 후보의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해리스 후보는 10일 미 철강 산업의 메카인 피츠버그에서 지원 유세에 나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하고 있다. 민주당 최고 인기 정치인이란 점 때문에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 해리스 후보도 14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두 후보의 지지율이 초박빙인 이리 카운티를 직접 방문할 예정이다.● 트럼프, 러스트벨트 경합주 3곳 중 2곳에서 지지율 역전한편 퀴니피액대가 3~7일 러스트벨트 경합주 3곳의 유권자를 조사해 9일 발표한 지지율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미시간주, 위스콘신주에서 해리스 후보를 역전했다. 트럼프 후보는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에서 각각 50%, 48%를 얻어 각각 47%, 46%를 얻은 해리스 후보를 3%포인트, 2%포인트 차로 이겼다. 특히 미시간주는 지난달 조사 때 해리스 후보가 5%포인트 앞섰던 곳이지만 트럼프 후보가 맹렬히 추격해 판세가 뒤집혔다.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해리스 후보가 49%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 후보(46%)를 3%포인트 차로 앞섰다. 하지만 역시 지난달 조사의 6%포인트 격차보다 크게 좁혀진 상태.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민주당에 불길한 징조”라고 평가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한국이 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2025∼2027년 임기 이사국으로 당선됐다. 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에 뽑힌 건 여섯 번째다. 또 한국은 내년에 유엔 3대 주요 기구인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와 경제사회이사회, 인권이사회에서 모두 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됐다.올해 유엔 인권이사회 선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5개 이사국 공석을 두고 한국과 키프로스, 마셜제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등 6개국이 입후보했다. 투표에 참가한 190개 나라 가운데 가장 적은 111개국 지지를 얻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5개국이 이사국으로 선출됐다. 161개국의 지지를 얻어 4위로 당선된 한국은 2006~2008년 임기를 처음으로 2020~2022년까지 앞서 다섯 번 이사국으로 활동했다.유엔 인권이사회는 인권을 안보 및 개발과 함께 국제 사회의 3대 과제로 격상시키고자 2006년 유엔총회가 결의해 만든 조직이다. 국제사회의 인권과 자유를 증진하고, 중대하고 조직적인 인권 침해에 대처하고 권고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사국은 총 47개국으로 3년 임기이며, 해마다 3분의 1씩 교체한다. 투표를 통해 193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과반수(97표) 이상 득표한 나라 중 많이 득표한 순서대로 뽑는다.외교부는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출은 우리나라가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중시해 온 결과이자 적극적으로 전방위적인 외교교섭을 벌인 성과”라며 “앞으로 3년간 이사국으로서 북한 인권 문제를 포함해 국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해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을 사임하게 만들었던 유명 언론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81)의 새 책 ‘전쟁(War·15일 출간 예정·사진)’이 미 워싱턴 정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8일(현지 시간) WP,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 책에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밀착, 겉과 속이 다른 듯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의 모습, 폭주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분노 등이 담겼다. 미국 대선이 한 달이 채 안 남았고,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초접전인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칠 만한 내용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드워드는 ‘워터게이트 사건’과 ‘9·11테러’ 보도로 두 번의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 언론계의 ‘탐사보도 대가’로 여겨져 왔다. 수십 년간 백악관을 집요하게 취재하며 22권의 베스트셀러를 썼다. 특히 ‘공포(Fear·2018년)’ ‘분노(Rage·2020년)’ ‘위험(Peril·2021년)’ 등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던 시절 미 백악관과 행정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담은 책을 출간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우드워드는 최근 정기적으로 칼럼이나 기사를 쓰진 않지만 여전히 ‘현장’과 ‘사람’에 대한 심층 취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푸틴 ‘밀착’ 미국에선 책 내용 중 트럼프 후보와 푸틴 대통령의 밀착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대통령으로 집권 중이던 2020년 푸틴 대통령에게 코로나19 검사 장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라며 비밀리에 보냈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검사 장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에 상당한 호의를 베푼 것이다. 이에 푸틴 대통령조차 트럼프 후보에게 ‘나한테 이걸 보냈다는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사람들이 당신을 욕할 것’이라며 우려했다고 우드워드는 폭로했다. 트럼프 후보는 2021년 1일 퇴임 후에도 푸틴 대통령과 7번 통화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를 논의했다. 이에 우드워드는 “트럼프는 미 역사상 가장 무모하고 충동적인 대통령”이라며 “2024년 대선 후보로도 똑같은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화장지로나 써야 할 책”이라며 관련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이중적인’ 해리스, ‘욕쟁이’ 바이든 책에는 해리스 후보의 이중적인 모습도 담겼다. 그가 대중 앞에선 “팔레스타인의 고통에 침묵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실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났을 땐 우호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진보 유권자와 유대계 유권자를 모두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우드워드는 해리스 후보에 대해 ‘언제나 지원하는 역할로 정책을 직접 결정하지는 않았다’며 존재감이 없었다고 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을 막기 위해 분투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도 담겼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7개월 만인 2022년 9월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50%에 달한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겉으로는 “이스라엘 지지”를 밝혔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정책에 매우 분노했다. 우드워드는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빌어먹을 나쁜 놈(That f**king a**hole)’ ‘자신의 정치적 생존에만 관심 있는 거짓말쟁이’라고 불렀다고 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9·11테러로 희생된 분들에 대한 기억이 우리 모두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포함한 조계종 소속 스님 약 70명이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의 ‘9·11 메모리얼 파크’를 찾아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이곳은 2001년 9·11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자리에 조성된 기념 공원. 스님들은 한국인 희생자 이현준 씨의 이름이 새겨진 곳에 헌화했다. 진우 스님은 이날 추모사를 낭독하며 “이곳은 과거의 슬픔을 담고 있는 동시에 새로운 희망과 화합을 위한 길을 찾을 수 있는 장소”라며 “부처께서 말씀하셨듯 자비는 모든 생명의 기초”라고 말했다. 또 “서로의 손을 잡고, 차이를 넘어, 평화와 조화로운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진우 스님을 중심으로 한 조계종 미국 방문단은 선(禪) 명상 보급을 위해 뉴욕을 찾았다. 이날 맨해튼 유엔 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측에 ‘세계 명상의 날’을 제정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서한도 제출했다. 서한에는 “전 세계의 경제 격차, 환경 위기, 사회정치적 긴장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행복과 평화를 실현하려면 정신문명의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며 ‘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최근 조계종이 서울에서 개최한 국제선명상대회에 약 3만 명이 참여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명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유엔이 ‘세계 명상의 날’을 제정해 전 세계인이 명상을 향유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계종 미국 방문단은 13일까지 뉴욕 일대에서 ‘2024 한미 전통불교 문화교류’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통 수행법 ‘간화선’을 바탕으로 한 선 명상, 한국 불교문화 등을 알리는 자리다. 이 외에도 선 명상 특강, 연등회 체험 행사, 사찰음식 시연, 뉴욕의 불교 사찰 원각사 창건 50주년 기념 법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해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을 사임하게 만들었던 유명 언론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81)의 새 책 ‘전쟁(War·15일 출간 예정)’이 미 워싱턴 정계를 긴장시키고 있다.8일(현지 시간) WP,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 책에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밀착, 겉과 속이 다른 듯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의 모습, 폭주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분노 등이 담겼다. 미국 대선이 한 달이 채 안 남았고,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초접전인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칠 만한 내용이란 분석이 나온다.우드워드는 ‘워터게이트 사건’과 ‘9·11테러’ 보도로 두 번의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 언론계의 ‘탐사보도 대가’로 여겨져 왔다. 수십 년간 백악관을 집요하게 취재하며 22권의 베스트셀러를 썼다. 특히 ‘공포(Fear·2018년)’, ‘분노(Rage·2020년)’, ‘위험(Peril·2021년)’ 등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던 시절 미 백악관과 행정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담은 책을 출간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우드워드는 최근 정기적으로 칼럼이나 기사를 쓰진 않지만 여전히 ‘현장’과 ‘사람’에 대한 심층 취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트럼프-푸틴 ‘밀착’미국에선 책 내용 중 트럼프 후보와 푸틴 대통령의 밀착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대통령으로 집권 중이었던 2020년 푸틴 대통령에게 코로나19 검사 장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라며 비밀리에 보냈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검사 장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에 상당한 호의를 베푼 것이다. 이에 푸틴 대통령조차 트럼프 후보에게 ‘나한테 이걸 보냈다는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사람들이 당신을 욕할 것’이라며 우려했다고 우드워드는 폭로했다.트럼프 후보는 2021년 1일 퇴임 후에도 푸틴 대통령과 7번 통화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정세를 논의했다. 이에 우드워드는 “트럼프는 미 역사상 가장 무모하고 충동적인 대통령”이라며 “2024년 대선 후보로도 똑같은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트럼프 대선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화장지로나 써야할 책”이라며 관련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이중적인’ 해리스, ‘욕쟁이’ 바이든책에는 해리스 후보의 이중적인 모습도 담겼다. 그가 대중 앞에선 “팔레스타인의 고통에 침묵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실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났을 땐 우호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진보 유권자와 유대계 유권자를 모두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우드워드는 해리스 후보에 대해 ‘언제나 지원하는 역할로 정책을 직접 결정하지는 않았다’며 존재감이 없었다고 평했다.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을 막기 위해 분투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도 담겼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7개월 만인 2022년 9월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50%에 달한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또 바이든 대통령은 겉으로는 “이스라엘 지지”를 밝혔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정책에 매우 분노했다. 우드워드는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빌어먹을 나쁜 놈(That f**king a**hole)’, ‘자신의 정치적 생존에만 관심 있는 거짓말쟁이’라고 불렀다고 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9·11 테러로 희생된 분들에 대한 기억이 우리 모두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했다.”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포함한 조계종 소속 스님 약 70명이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의 ‘9·11 메모리얼 파크’를 찾아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이 곳은 2001년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자리에 조성된 기념 공원. 스님들은 한국인 희생자 이현준 씨의 이름이 새겨진 곳에 헌화했다.진우스님은 이날 추모사를 낭독하며 “이 곳은 과거의 슬픔을 담고 있는 동시에 새로운 희망과 화합을 위한 길을 찾을 수 있는 장소”라며 “부처께서 말씀하셨듯 자비는 모든 생명의 기초”라고 말했다. 또 “서로의 손을 잡고, 차이를 넘어, 평화와 조화로운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고 강조했다.진우스님을 중심으로 한 조계종 미국 방문단은 선(善) 명상 보급을 위해 뉴욕을 찾았다. 이날 맨해튼 유엔 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측에 ‘세계 명상의 날’을 제정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서한도 제출했다. 서한에는 “전세계의 경제 격차, 환경 위기, 사회정치적 긴장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행복과 평화를 실현하려면 정신문명의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며 ‘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최근 조계종이 서울에서 개최한 국제선명상대회에 약 3만 명이 참여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명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유엔이 ‘세계 명상의 날’을 제정해 전 세계인이 명상을 향유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조계종 미국 방문단은 13일까지 뉴욕 일대에서 ‘2024 한미 전통불교문화교류’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통 수행법 ‘간화선’을 바탕으로 한 선 명상, 한국 불교문화 등을 알리는 자리다. 이 외 선명상 특강, 연등회 체험 행사, 사찰음식 시연, 뉴욕의 불교 사찰 원각사 창건 50주년 기념 법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연방법원이 구글에 자사 앱스토어인 플레이스토어에서 다른 앱스토어를 허용하라고 명령했다. 또 법원은 앱 제작자들이 구글이 아닌 다른 결제 시스템을 통해서도 이용자들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시정하라고도 요구했다.미 캘리포니아주 북부 연방법원의 제임스 도네이토 판사는 7일 이 같은 내용의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이번 명령은 미국 내에서 다음 달 1일부터 발효되며 3년간 유지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도네이토 판사는 구글 측에 “앱스토어 및 결제 시스템 개방 외에도 공정한 경쟁을 위한 다양한 시정 사항”을 요구했다.특히 △플레이스토어에 독점 출시하는 대가로 앱 개발사에 돈을 주는 행위 △삼성전자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에 플레이스토어 사전 설치 대가로 돈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또 구글 외 앱스토어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있는 앱 목록(카탈로그)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했다.이번 법원 명령은 지난해 12월 판결의 후속 조치로 내려진 것이다. 2020년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제작사인 에픽게임스는 구글이 플레이스토어와 자사 결제 시스템만 이용하도록 하는 것에 반발해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에픽게임스는 구글이 자사 결제 시스템으로만 결제하도록 하고 수수료로 30%를 가져가는 것에 반발했다. 3년간 진행된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지난해 12월 만장일치로 에픽게임스의 손을 들어줬다.이번 명령이 시행되면 구글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최악의 경우 플레이스토어 매출은 약 500억 달러(약 67조4600억 원), 총이익은 10억∼15억 달러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구글 측은 즉각 법원에 이번 명령을 일시 중지해줄 것을 요청하고 항소의 뜻을 밝혔다. 구글은 “이번 판결은 구글이 애플과 경쟁 관계라는 명백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고 밝혔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미디어 총공세 펼치는 해리스와 경합주 현장 누비는 트럼프.’ 미국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의 막판 선거 전략이 확연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보다 우위를 보이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TV와 온라인 광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또 언론 인터뷰에 연이어 나서고 있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경합주에서 대규모 유세와 타운홀 미팅을 통해 유권자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 해리스, 라디오부터 토크쇼까지 미디어 공략6일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는 앞으로 일주일 동안 ‘미디어 총공세’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이날 해리스 후보는 미국의 ‘Z세대’ 여성 유권자들이 즐겨 듣는 팟캐스트 ‘콜 허 대디(Call Her Daddy)’에 출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현재 대선 핵심 이슈 중 하나인 낙태권 옹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신의 지지 기반인 젊은 여성 유권자를 결집시키기 위한 행보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7일엔 트럼프 후보가 출연을 거부한 CBS 방송사의 대표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할 예정이다. 8일에는 ABC 방송사의 유명 토크쇼 ‘더 뷰(The View)’에 출연해 배우 우피 골드버그 등 패널들과 함께 자신의 공약 등을 소개한다. CBS 방송사의 또 다른 토크쇼 ‘스티븐 콜베어의 레이트 쇼’와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도 출연 계획이 잡혀 있다. 해리스 후보는 대선 출마 뒤에도 언론 인터뷰에 소극적이란 평을 받았다. 또 공개적으로 검증받을 기회가 적었단 비판도 받았다. NYT는 “대선을 한 달 정도 남겨 두고 선거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여전히 공격적인 인터뷰는 피하고 대부분 그에게 우호적이고 친근한 매체에만 출연한다는 점에서는 트럼프와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러스트벨트 경합주 발품 팔며 표심 구애반면 트럼프 후보는 경합주 현장 방문 중심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0일 해리스 후보와 맞붙은 TV 토론 뒤 미디어와의 접촉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캠프가 ‘현장 중심’ 전략에 집중하는 건 그의 성향과 현재의 자금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후보는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를 제외한 대다수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라며 불신한다. 또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8월 선거자금 모금액이 해리스 캠프의 4분의 1 수준에 그쳐 광고 집행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 트럼프 후보는 6일 핵심 경합주인 위스콘신에서 대형 유세를 펼치며 ‘러스트벨트(미 북동부 쇠락한 공업지대)’ 표심 잡기에 나섰다. 그는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도 관세 부과에 예외를 두지 않겠다”며 “미국을 괴롭힌 나라들로부터 돈을 걷어 미국 시민에게 혜택을 주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달부터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러스트벨트 경합주를 3회 이상씩 방문했다. 대형 유세는 물론이고 소규모 타운홀 미팅에도 적극 나섰다. 그는 9일에도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과 레딩에서 유세를 펼칠 예정이다. 현지에선 유권자를 적극 만난다는 점에서 트럼프 캠프 전략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해리스 후보 일정을 보면 3분의 1 이상을 공개 행사 없이 보낸다”며 “트럼프는 어디에나 있는데 해리스는 왜 보이지 않는지 민주당도 불안해한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액설로드 전 백악관 선임고문도 “대선 후보는 전장을 폭풍처럼 달려야 한다”며 해리스 캠프의 부족한 현장 방문에 우려를 나타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을 한 달 앞두고 대선 주자들이 경합주 표심을 잡기 위한 막판 총력전에 돌입했다. 5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은 암살 시도 사건을 겪은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를 다시 찾아 대규모 유세를 가졌다. 같은 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은 초대형 허리케인 ‘헐린’으로 큰 피해를 입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을 찾았다. 두 지역 모두 대선 승리에 결정적 변수로 좌우할 수 있는 핵심 경합주로 꼽힌다.● 트럼프, ‘역사적 그곳’에 금의환향이날 트럼프 후보는 7월 13일 암살 시도 사건 뒤 정확히 석 달 만에 버틀러 팜쇼 행사장 유세 무대에 올랐다.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 내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는 2016년엔 트럼프 후보가, 2020년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겼을 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이른바 7개 경합주 중 선거인단도 19명으로 가장 많다. 이날 현장을 가득 메운 6만여 명 앞에서 트럼프 후보는 총격 사건 당시 외쳤던 “싸우자”를 연호했다. 또 “지난 8년간 우리 미래를 막으려는 이들이 날 비방하고, 탄핵하려 하고, 기소하고, 심지어 죽이려 했지만 여러분을 위해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며 “러시아, 중국, 북한 같은 외부의 적보다 더 위험한 건 내부의 적”이라고 했다. 이날 유세엔 ‘지원군’도 대거 함께했다. J D 밴스 부통령 후보를 비롯해 차남인 에릭과 며느리 라라가 무대에 올랐다. 헤지펀드계 억만장자인 존 폴슨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도 지원 연설을 펼쳤다. 머스크 CEO는 “사람의 진짜 모습은 위기에 드러난다”며 “트럼프는 총에 맞아 얼굴로 피가 흐를 때조차 ‘싸우자’를 외쳤다”고 강조했다. ● 해리스, ‘자금’으로 끌고 오바마로 쐐기 같은 날 해리스 후보는 남부 핵심 경합주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찾았다. 그는 샬럿 공항의 노스캐롤라이나 공군 방위군 기지에서 재해 복구 브리핑을 받고 피해 복구를 위해 힘쓰는 공무원과 주민들을 위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리스 후보 방문에 맞춰 노스캐롤라이나주에 1억 달러의 긴급 재해 복구 자금 지원을 결정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트럼프 후보는 전날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민자들에게 10억 달러를 주는 바람에 재난 대응에 쓸 돈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한 대응 성격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해리스 캠프는 10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원군으로 투입할 예정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 캠페인 중 유세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올해 대선, ‘두 개의 미국’ 간 싸움미 공영 방송사인 NPR과 PBS가 마리스트 칼리지와 함께 지난달 27일부터 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를 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성인 1628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투표 의사를 밝힌 적극투표층은 1294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50%는 해리스 후보를, 48%는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오차범위(±3.7%포인트) 내 격차로,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조사는 올해 대선이 성별과 인종 간 대결임을 극명하게 보여 줬다는 평가다. 남성 유권자는 트럼프 후보 지지율이 57%로 해리스 후보(41%)보다 16%포인트나 높았지만, 여성 유권자들은 해리스 후보를 58% 지지해 트럼프 후보(40%)보다 18%포인트 높았다. 백인 유권자는 해리스 후보(45%)보다 트럼프 후보(53%)에 대한 선호가 8%포인트 높았던 반면, 비백인 유권자들의 해리스 후보(60%)에 대한 지지는 트럼프 후보(39%)에 대한 지지보다 21%포인트나 높았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이란이 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본토의 군사기지 3곳에 극초음속미사일 ‘파타-1’을 포함해 180∼20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진실의 약속(True Promise) 2’ 작전을 단행했다. 올 4월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한 ‘진실의 약속 1’ 작전을 감행한 지 6개월 만이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2일 수도 테헤란에서 “미국과 몇몇 유럽 국가는 중동에서 나가라”고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에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미군에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하라”고 명령해 중동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우리 국민의 철수를 위해 현지에 “군 수송기를 즉각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주도한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을 지난달 27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숨진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와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 아바스 닐포루샨, 올 7월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숨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모두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이번 공격을 놓고 혁명수비대는 “미사일의 90%가 목표물에 성공적으로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 측은 대부분 요격됐다고 맞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 등에서 최소 4명이 부상당했고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선 1명이 숨졌다. 양측의 전면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융 및 원자재 시장도 요동쳤다. 2일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중 한때 전일 대비 3.5% 오르는 등 급등 출발했다. 1일에도 장중 한때 5% 올랐다가 2.44% 상승 마감했다. 다만 2일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소폭 하락 출발했다.‘저항의 축’ 붕괴위기에 이란 나서… 이스라엘 내부 “석유시설 보복”이란, 이스라엘에 미사일 200발 발사강경파, 하메네이 설득해 공격… 이스라엘, 다층 방어망으로 요격이란 “추가보복 안하면 공격 종료”… 이스라엘 “핵시설 등 파괴” 별러“이란이 강하게 보이는 방법은 이스라엘 직접 공격뿐이다.” 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본토에 180∼200여 발의 탄도미사일로 직접 공격을 가한 배후에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설득한 이란 내 강경파가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영국 더타임스 등이 분석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을 때부터 ‘강경 대응’을 주장했다. 경제난 해결과 서방과의 ‘핵 협상’ 재개 등을 강조하는 유화파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반대했지만 하메네이가 최종적으로 강경파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강경파들은 최근 이스라엘의 맹공으로 중동 내 친이란, 반(反)이스라엘·반미국 무장세력을 의미하는 ‘저항의 축’에서 핵심 격인 헤즈볼라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또 저항의 축 결집과 유지를 위해선 직접적이면서도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스라엘은 단거리미사일 방어체계 ‘아이언돔’, 중거리미사일 방어체계 ‘다윗의 돌팔매’,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애로’로 구성된 ‘다층 방공망’을 가동해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대부분을 요격했다. 중동에 배치된 미군 구축함 2척도 12기의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 방어를 도왔고, 영국도 이 작전에 동참했다. 다만 이란의 미사일이 이스라엘 서부 헤르츨리야의 글릴로트 기지 인근에 최소 2발이 떨어졌다. 이곳은 모사드 본부로부터 1k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에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양측 모두 ‘강 대 강’ 전략을 고수하면서 중동의 전운이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강경파, 하메네이 자택서 “이 공격” 주장 NYT 등에 따르면 나스랄라 사망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하메네이 자택에서는 강경파와 유화파의 격론이 벌어졌다. 사이드 잘릴리 전 외교차관,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이란 혁명수비대 수뇌부 등 강경파는 “이스라엘 즉각 공격”을 주장했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 등 온건파는 공격의 효과, 경제난 등을 우려해 반대했다. 온건파는 “네타냐후 총리가 광범위한 전쟁을 유발하기 위해 파놓은 함정에 말려드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격렬한 토론이 오가는 과정에서 일부 온건파조차 “나스랄라와 같은 장소에서 숨진 아바스 닐포루샨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 사망에 대응을 하지 않은 건 잘못”이라고 주장하자 결국 하메네이의 마음도 돌아섰다는 것이다. 하메네이는 4일 테헤란에서 예배도 직접 주관하기로 했다고 NYT는 전했다. 금요일인 이날은 이슬람의 안식일이다. 하메네이는 국가 안보에 관한 특별한 상황에서만 금요 예배를 집도한다. 다만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차관은 소셜미디어 X에 “이스라엘이 추가 보복을 자초하지 않는다면 이란의 보복도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이 ‘제한적 보복’이며 확전 의사는 없다는 점을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 “이란 석유시설 등 보복” 하지만 이스라엘은 강경 대응을 분명히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를 공격하면 누구라도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건파로 꼽히는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도 X에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도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 공격, 주요 인사 표적 암살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을 투입한 이스라엘군은 현지에서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2일 레바논 남부 오다이시 일대에서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의 교전이 벌어져 최소 2명의 이스라엘군이 숨졌다. 이날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도 이스라엘에 ‘쿠드스5’ 로켓을 발사하며 이란을 지원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란이 대량의 탄도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한 1일(현지 시간) 중동에서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국제 유가가 크게 올랐다. 유가는 2일에도 큰 폭의 오름세를 이어갔다. 안전자산인 금값도 1일 한때 사상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반면 증시와 가상화폐 시장은 크게 주저앉았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란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 장중 한때 5.5% 이상 치솟았다. 이란의 공격이 끝난 뒤에야 전장 대비 1.66달러(2.44%) 오른 배럴당 69.83달러에 장을 마쳤다. ICE 선물거래소의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장중 한때 5%까지 상승했다가 전장 대비 1.86달러(2.59%) 상승한 73.56달러에 마감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을 천명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란의 석유 인프라가 공격당할 경우 국제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입국 중 세 번째로 생산 규모가 큰 이란이 갈등 당사자가 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량의 최대 4%가 위험에 처하게 됐다”며 “공격을 받거나 더 큰 제재를 받으면 가격이 다시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WTI 가격은 2일에도 3% 이상 급등 출발했다. 중동 정세의 긴장 고조로 당분간 유가가 계속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리면서 금값은 크게 상승했다. 1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온스당 0.9% 오른 2690.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현물은 장중 사상 최고치인 2685.42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2일 시장에서는 소폭 하락했다. 국제 유가, 금값과 달리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식시장과 비트코인은 하락세를 보였다. 1일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2일 주요 지수 또한 소폭 하락 출발했다. 비트코인은 1일 시장에서 한때 전날보다 5% 가까이 급락해 6만1000달러 선이 무너졌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란이 대량의 탄도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한 1일(현지 시간) 중동에서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국제 유가가 크게 올랐다. 유가는 2일에도 큰 폭 오름세를 이어갔다. 안전자산인 금값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반면 증시와 가상화폐 시장은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란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 장 중 한때 5.5% 이상 치솟았다. 이란의 공격이 끝난 뒤에야 전장 대비 1.66달러(2.44%) 오른 배럴당 69.83달러에 장을 마쳤다. ICE 선물거래소의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장 중 한때 5%까지 상승했다가 전장 대비 1.86달러(2.59%) 상승한 73.56달러에 마감했다.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을 천명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란의 석유 인프라가 공격당할 경우 국제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입국 중 세 번째로 생산 규모가 큰 이란이 갈등 당사자가 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량의 최대 4%가 위험에 처하게 됐다”며 “공격을 받거나 더 큰 제재를 받으면 가격이 다시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WTI 가격은 2일 시장에서도 3% 이상 급등 출발했다. 중동 정세의 긴장 고조로 당분간 유가가 계속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리면서 금값은 크게 상승했다. 1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온스당 0.9% 오른 2690.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현물은 장중 사상 최고치인 2685.42달러를 기록했다.국제 유가와 금값과 달리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식시장과 비트코인은 하락세를 보였다. 1일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2일 주요 지수 또한 모두 하락 출발했다. 비트코인은 1일 시장에서 한때 전날보다 5% 가까이 급락해 6만1000달러 선이 무너졌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이 “미 경제는 전반적으로 견고한 상태”라며 “‘시간을 두고(over time)’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월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지난달과 같은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단행은 없으리란 점을 시사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설에서 “추가 금리 인하를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규모와 속도는 경제 상황을 지켜보며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연설 뒤 이어진 엘런 젠트너 NABE 회장과의 대담에서도 FOMC의 분위기를 전하며 “위원회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는 것 같지 않다”며 “만일 경제가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올해 두 번 더 인하가 돼 총 0.5%포인트가 인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남은 11, 12월 FOMC 회의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단 뜻이다. 이날 기준금리 빅컷이 이어질 가능성은 줄었지만 미 경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뉴욕증시는 3대 지수 모두 상승 마감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점점 더 심각해지는 위협에 대해 균형을 맞추고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올해 4월 25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모처에서는 일명 ‘MI5’로 불리는 영국 국내정보국 관계자들이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등 영국 주요 대학 부총장 24명을 앞에 앉혀놓고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영국 올리버 다우든 부총리는 이같이 말했다. 브리핑에는 펄리시티 오즈월드 국가사이버안보센터장, 켄 매캘럼 MI5 국장도 참석했다. 정보당국은 부총장들에게 “적대국이 영국의 국가 안보를 침해하려 영국 대학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경고하며 “앞으로 정부는 영국 대학에서 민감한 연구 결과를 훔치는 스파이를 막기 위해 심사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은 이 모임 소식을 전하며 “특히 베이징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며 “각 부처 장관들은 중국의 영향력을 막기 위해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는 압박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 美, 수사 강화하고 인재 확보에 1056조 원 투입‘첸런(千人·천인)계획’과 ‘치밍(啓明·계명)’ 등 중국의 해외 인재 포섭 정책에 각국이 경계를 강화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인재와 기술이 중국에 유출되는 사건이 이어지자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호주는 비자 제도 손질에 나섰다. 일본은 해외 유출을 반드시 막아야 할 핵심 기술 리스트를 만들었다. 한국도 이 사례들을 참고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과 기술 패권 경쟁 중인 미국에서는 2020년 5월 중국행 전세기에 타려던 중국인 정모 연구원(당시 오하이오주립대 소속)이 연방수사국(FBI)에 긴급 체포됐다. 면역학 전문가인 그는 첸런계획 참여 사실을 숨기고 미국 연구기관에서 410만 달러(약 53억 원)의 연구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 연구원은 2021년 5월 미국에서 징역 37개월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현재 중국 상하이교통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FBI는 이 사건에 대해 “미국 납세자의 세금으로 이뤄진 연구비를 받아서 중국을 위한 기술을 연구하는 지속적인 위협이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산하 스탠퍼드중국경제제도센터(SCCEI)가 올해 7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0∼2021년 미국에서 경력을 쌓고 중국 등으로 이주한 중국계 과학자는 1만9955명이다. 이 중 행선지가 중국, 홍콩인 경우는 2010년 48%에서 2021년엔 67%로 급증했다. 상황이 이러자 미국은 중국의 인재, 기술 탈취를 겨냥한 수사를 확대했다. 2020년 크리스토퍼 레이 당시 FBI 국장은 “전국적으로 중국의 ‘(기술) 절도’에 대한 1000건 이상의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중국은 해외 인재를 흡수하며 국가 과학기술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에 따르면 주요 과학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수준을 100%라고 가정했을 때 중국은 2014년 69.7%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82.6%로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중국에 기술 수준을 역전당했다. 미국은 기술 유출을 막는 한편으로 인재를 끌어모으기 위한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과학기술 분야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등에 약 8000억 달러(약 1056조 원) 예산을 배정했다. 이 돈은 미국 내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들에게 지원되고 있다.● 호주 EU도 대응… “한국도 모니터링 강화해야”미국 주도 안보협의체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소속 국가인 호주와 일본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호주는 올해 4월 중요한 국가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위험이 있을 땐 유학생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미국이 앞서 비자 관리를 강화해 ‘의심스러운 해외 유학생’의 입국을 차단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일본은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기업들에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할 핵심 기술 리스트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어 이 기술들을 사용하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기존 생산량을 늘릴 때도 정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6월 한 중국인 연구원이 중국에 첨단 기술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로 이어졌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0월 첨단기술 보호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중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와의 위험을 줄이고자 한다”며 중국을 겨냥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EU는 첨단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기술, 생명공학 등 4가지 영역을 보호해야 할 첨단 기술로 지목했다. 한국도 앞선 사례를 참고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은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나중에 산업 스파이가 되는 경우도 많다”며 “국가 핵심 기술 분야는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술 유출 범죄는 비록 붙잡혀 처벌되더라도 해당 기술만 확보할 수 있으면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벌어진다”며 “보안을 철저히 하고 유출을 스스로 막도록 관련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사진)가 지난달 29일 인공지능(AI)의 개발 및 운영에 강력한 안전 규정을 요구하는 ‘SB 1047’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실리콘밸리의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안도하는 분위기이나 ‘딥러닝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AI 안전론자’들은 “AI의 잠재적 피해가 너무 커서 규제를 연기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이날 “이 법안은 선의로 만들어졌지만 AI의 위험과 피해를 측정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결여돼 있다”며 “사람들을 기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최선의 접근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부권 행사 이유를 밝혔다. ‘SB 1047’은 뉴섬 주지사와 같은 민주당 소속 일부 주 상원의원들이 올해 초 발의했다. 미국 50개 주 중 최초로 AI 출시 시 대규모 사전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AI로 인해 사망 및 심각한 재산 피해 등이 발생할 때 주 법무장관이 해당 회사를 고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AI를 이용해 생화학 무기나 핵무기가 개발되거나 대량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자동적으로 AI 기능을 중단시키는 이른바 ‘킬 스위치’ 등을 의무화했다. 이에 오픈AI,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은 “다목적 기술의 모든 잠재적 해악을 테스트하는 건 불가능하다. AI 개발의 법적 위험이 너무 커져 혁신이 저해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법안이 시행되면 AI 연구개발이 위축돼 지역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고, AI 산업의 선도국이라는 미국의 지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주가 지역구였던 낸시 펠로시 전 연방 하원의장 등도 빅테크 기업들의 주장에 동의했다. 잇따른 논란 속에도 이 법안은 올 8월 주 상·하원을 모두 통과했고, 뉴섬 주지사의 최종 서명만 남겨둔 상태였지만 이날 거부권이 행사됐다. NYT는 이 법안을 추진했던 기술 전문가와 학자들로부터 강한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 당분간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