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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한국인의 정신건강에도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위험도를 나타내는 우울지수가 코로나19 유행 전에 비해 2.7배나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20대 남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우울하고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적인 전염병 확산으로 많은 이들이 정신건강 위기에 노출된 만큼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포괄적인 정신건강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19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심포지엄 첫 발표자로 나선 백종우 경희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이 우리 사회에 미친 정신건강 및 사회심리적 영향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2021년 상하반기 두 번에 걸쳐 2164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 인구 집단별, 시기별 사회심리적 차이를 관찰했다. 조사 결과 우울평균점수(PHQ-9)는 1차 조사에서 6.6점(총점 27점), 2차 조사에서는 6.1점이 나왔다. 이 수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실시된 지역사회 건강조사 결과인 2.3점에 비해 2.7배 늘어난 것이다. 우울위험군(10점 이상)은 1차 조사결과 전체 조사 대상 중 28%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비해 무려 7배나 늘었다. 특히 20대 조사군에서는 우울위험군의 비중이 40.2%를 기록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저소득층이 다른 소득층에 비해 우울위험군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백 교수는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부정적인 심리 반응은 질병 취약이나 세균 혐오가 아닌 경제적 어려움, 미래 불확실성 등에 기인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즉,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이 안정된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계층에게 더 큰 불안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코로나19는 다양한 부문에서 의료보건 위기를 불러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완 전남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시기의 조현병 환자지원’이란 주제 발표에서 “일반인에 비해 조현병 환자들의 코로나19 사망률이 3배나 높다”며 “코로나 이후 조현병 환자들의 입원이나 외래 방문율이 현저히 감소해 투약과 진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조현병 치료에서 약물유지가 재발 예방에 가장 중요한 치료법임을 고려하면 비대면 방식을 포함한 연속적인 정신건강 서비스와 응급대응체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산이 2020년 초 만성 정신질환자들이 입원치료 중이던 병원에서 집단발병으로 시작됐고 첫 사망자도 조현병 환자임을 감안하면 일반인에 비해 조현병 환자들이 더욱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상처는 말기 암환자와 가족들에게도 남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말기 암환자와 가족이 겪는 말기 돌봄 문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범석 서울대 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2019년 대비 2020년 응급실에서 사망한 암환자가 두 배가량 늘어났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말기 암환자가 사망에 이르러 준비되지 않은 채 다급하게 응급실을 찾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병원에 입원한 암환자 가족들도 면회 제한 등으로 환자의 임종기를 함께 보내지 못하면서 가족 간에 인간적 상처를 남기는 ‘트라우마성 사별’을 경험하는 사례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생애 말기 환자의 존엄성을 위해서는 감염병 유행 등 위기상황에서도 환자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재택의료를 통한 미충족 욕구의 해소 △가족의 독박간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광협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유행에서 만성질환자와 의료취약계층의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앞으로도 과학적 근거를 만들어 정부와 의료계, 소비자, 언론 등 다양한 사회적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에서 관찰된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weak link): 사회심리적 영향’을 주제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심포지엄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취약해진 의료취약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대응과 정책마련을 위해 진행됐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유행에 대비한 ‘감염병 의료기술 근거생성 연구사업’은 2020년부터 2년간 복지부 지원으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이 주관하는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으로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을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국내 의료현장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우리나라에서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질환을 말한다. 희귀 질환자가 워낙 극소수이다 보니 환자들은 최종 확진까지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는 ‘진단방랑’을 겪게 된다. 특히 치료제가 이미 개발돼 치료가 가능한 희귀질환도 진단을 받지 못해 사망이나 돌이킬 수 없는 장기 손상을 입게 되는 경우가 많다. 치료제가 개발돼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리소좀 축적 질환’도 마찬가지다. 리소좀 축적 질환은 5000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리소좀은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물질을 분해하는 다양한 종류의 효소가 들어 있는 세포 내 작은 기관이다. 유전자 변이로 특정 효소가 결핍되면 리소좀에 이상이 생기고 체내에 불순물이 쌓이면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부족한 효소의 종류에 따라 50여 종의 대사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폼페병, 파브리병, 뮤코다당증, 고셔병 등이 대표적이다. 치료제가 없어 손을 쓸 수 없는 다른 희귀질환과는 달리 일부 리소좀 축적 질환은 치료제가 개발돼 있어 조기에 질환을 발견하고 치료하면 장기간 질환 조절이 가능하다. 나타나는 증상은 질환마다 다르다. 폼페병은 근육이 약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발현 시기가 빠를수록 병의 증세가 심한데 태어난 지 2∼3개월 만에 증상이 나타나는 영아형 폼페병은 근력과 근긴장도가 감소해 적절한 시기에 목가누기, 뒤집기, 앉기, 걷기 등의 운동 발달이 이뤄지지 않는다. 심장 근육과 호흡기 근육에도 영향을 미쳐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의 75∼95%가 1세 이전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동기 혹은 성인이 돼서야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며 이때는 근육 약화와 호흡곤란 등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가 않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신체기관의 기능장애 및 비가역적인 손상이 발생해 수명 단축으로 이어지게 된다. 뮤코다당증 환자는 질환 특유의 독특한 얼굴 형태를 보이는데 눈썹 뼈와 이마가 튀어나오고 또래보다 머리둘레가 크다. 콧대가 낮고 넓으며 커다란 콧구멍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유전성 질환인 다운증후군 환자는 태어났을 때부터 특징적인 얼굴 모양을 가지고 태어나 진단이 빠르게 이뤄지지만 뮤코다당증의 경우 출생 당시에는 이상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만 2∼4세부터 관절이 굳어지면서 구부러지는 관절구축, 탈장, 중이염 등의 증상을 자주 겪는다. 특히 성장 지연이 나타나면서 환자의 70%가 저신장증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사춘기 시기에는 정상 또래 아이보다 평균 25cm까지 키 차이가 나기도 한다. 뮤코다당증 환자는 신체적 특징 외에도 집중력 저하와 과잉행동 등 발달 지연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파브리병은 일반적으로 청소년기에 시작된다. 손발의 통증이 증상의 90%를 차지한다. 고열이나 사지 통증이 나타나며 손과 발에 타는 듯한 갑작스러운 통증이 반복된다. 배꼽 주위나 엉덩이 주변에 검붉은 발진처럼 보이는 혈관 각화종이 생기고 시력과 상관없이 각막 혼탁이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다. 이렇게 첫 증상들이 발현되는 평균 연령은 남성 환자의 경우 약 6∼8세다. 여성 환자는 약 9세로 확인됐다. 파브리병은 태아 때부터 계속 진행되는 진행성 질환이다. 조기에 진단받지 않으면 신장, 심장 및 뇌 등의 장기 손상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고셔병은 유형에 따라 임상적 증상과 환자에게 나타나는 신체적 특징이 매우 다양하다. 주로 성장부전, 간과 비장의 비대로 복부팽만 증상을 보이며 뼈와 관련해 뼈 통증, 골절 등이 생기거나 혈액학적 이상 증상도 나타난다. 신경병증성 증상으로 사시 등 안구운동 이상, 근육 마비, 발작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리소좀 축적 질환은 공통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병세가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의 성격을 가진다. 적시에 진단되지 않아 치료하지 않으면 합병증으로 인한 조기사망 등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지은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경기 서북부 희귀질환 지역거점센터장)는 “리소좀 축적 질환은 유전 질환이기 때문에 출생 직후 또는 영유아기 때부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후기에 발병하는 경우도 있어 조기에 진단을 받지 못한 환자는 수년 동안 오진되는 경우도 많다”며 “환자에게 부족한 효소를 대체해 주는 효소대체요법으로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 지속적인 치료과 관리를 받으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미리 유전질환을 검사할 수도 있다. 리소좀 축적 질환은 신생아 선별검사로 조기진단이 가능하다. 신생아 선별검사란 조기에 진단할수록 더 좋은 치료효과를 보이는 질환에 대해 증상이 나타나기 전 정상 신생아를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미리 수행하는 진단 검사를 말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찬바람이 불 때 더 맛있는 채소인 무는 기온이 내려갈수록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진해지는 것은 물론 영양도 풍부해져 예부터 ‘동삼(冬參)’이라 불렸다. 무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가을무는 청수색(근수부의 푸른색)이 진하고 형질이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단맛이 돌고 톡 쏘는 청량감으로 김장에 빠질 수 없다. 아삭한 동치미, 총각무도 별미다. 껍질부터 시래기까지 영양성분 풍부 무에는 소화흡수를 촉진하는 디아스타제와 페루오키스타제라는 성분이 풍부해 몸속 노폐물 배출을 돕고 위의 통증, 위궤양 예방과 관리에 도움을 준다. 과식으로 속이 더부룩할 때 먹으면 위가 편안해진다. 무는 껍질째 먹는 것이 좋은데 껍질에는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만들어 혈압을 낮춰주는 작용이 탁월한 루틴(비타민P)이 들어 있다. 알타리무는 기침, 가래, 인후통에 좋으며 이뇨작용을 촉진하고 니코틴의 해독과 노폐물 제거에 효과가 있다. 무의 알싸한 맛을 내는 이소티오시아네이트 성분은 해독 작용을 돕고 혈전을 방지한다. 무를 썰거나 씹을 때 ‘미로시나제’라는 효소가 활성화 되는데 이 효소는 무에 들어있는 특정 성분을 분해해 알싸한 맛을 내는 유황화합물을 발생시킨다. 무를 식초에 담그면 이 효소가 불활성화 돼 알싸한 맛이 사라진다. 항암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글루코시놀레이트는 무 생장 단계 중 수확기인 파종 후 60일 이후부터 가장 많이 생성된다. 무의 잎에는 카로틴이 풍부하다. 100g당 열량이 13kcal에 불과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 훌륭한 녹황색채소로 베타카로틴과 칼슘, 비타민C 등이 뿌리의 몇 배나 들어 있다. 피부 미용과 감기 예방에 좋고 뼈를 튼튼하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제철엔 무청이 달린 재래종 초롱무를 구입해 먹는 것이 맛과 영양 면에서 좋다. 시래기는 가을철 무를 수확하고 잘라낸 무청을 겨우내 말린 것이다. 나이아신, 나트륨, 단백질, 당질, 레티놀과 각종 비타민,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잘 말린 시래기는 밥, 된장국 등으로 요리하면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다. 육수 재료로 ‘으뜸’… 갈아서 주스에 넣기도 김장 무는 보통 모양이 곧고 잔뿌리가 없으며 표면이 하얗고 매끄러운 것이 좋다. 들었을 때 묵직하고 살짝 눌렀을 때 단단함이 느껴져야 좋은 무다. 무의 윗부분에 나타나는 녹색이 전체 크기의 3분의 1 정도라면 잘 자라서 좋은 영양소가 듬뿍 담긴 무다. 휘거나 두세 갈래로 쪼개진 무는 재배할 때 미숙 퇴비를 사용했거나 뿌리의 생장점이 손상된 것이므로 고르지 말아야 한다. 알타리무는 모양이 예쁘고 잔뿌리가 많지 않아 표면이 깨끗하고 뿌리와 잎에 병충해나 생리장해가 없고 색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 최근에 육종된 소형 무는 일반 김장 무보다 작지만 조직이 치밀해 겨울철 별미인 동치미를 담그면 더 아삭하게 즐길 수 있다. 무를 손질할 때 무청을 잘라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바람에 말려두고 사용하는데, 말리면서 생긴 먼지나 이물질을 물을 갈아가며 불려서 제거하고 부드럽게 삶아 나물로 무치거나 볶아 먹는다. 들깻가루나 된장으로 양념을 한 뒤 다시마 물을 자작하게 부어 조려 먹어도 좋다. 또 고등어를 조릴 때 함께 넣어도 맛이 있다. ‘무로 만든 요리’ 하면 깍두기와 생채, 말린 무를 이용한 무말랭이무침, 잎을 말린 우거지로 끓인 해장국 등이 떠오른다. 어른들은 모두 좋아하는 메뉴지만 아이들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메뉴다. 늦가을 무는 물이 많아 주스를 만들기에 제격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사과와 함께 갈아서 레몬즙과 꿀을 넣어주면 맛도 좋고 영양 만점이다. 무의 뿌리에 들어 있는 소화효소 아밀라아제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소화촉진 효과를 얻고 싶을 때는 날것을 그대로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런 면에서 ‘무사과주스’는 식사 후 먹으면 더욱 좋다. 무즙은 시간이 지나면 매워지므로 먹기 직전에 가는 게 좋다. 무를 말린 무말랭이를 이용해 피자를 만들면 별미다. 무말랭이를 간장, 설탕, 참기름 등을 넣어 볶은 뒤 토르티야 위에 올리고 모차렐라치즈를 듬뿍 올려준다. 무는 생선이나 찌개에 넣어 먹기도 하지만 국물을 시원하게 하는 최고의 육수 재료다. 무를 국물 내기에 사용할 때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해물탕처럼 시원함이 강해야 할 때는 단맛이 강한 초록색 부분보다는 시원한 맛이 강한 흰색 부분이 좋다. 반면 된장찌개나 김치찌개같이 감칠맛이 돌아야 할 때는 초록색 부분을 사용하는 것이 맛있다. 요리를 하고 남는 자투리를 알뜰하게 모아두었다가 국물을 내도 좋다. 다시마나 마른 새우, 마른 멸치 등을 넣고 끓이면 감칠맛이 훨씬 깊어진다. 무가 맛이 없어지는 늦봄과 여름에는 제철에 말려두었던 무말랭이를 넣고 끓이면 훌륭한 육수가 된다. 무는 부위에 따라 맛이 다르므로 특성에 맞춰 조리법을 달리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윗부분으로 갈수록 단맛이 강하므로 샐러드나 무채, 동치미 등에 사용하면 좋고, 단단한 가운데 부분은 뭇국이나 전골, 조림 등에 활용한다. 무의 끝부분은 매운맛이 강하므로 열을 가하거나 발효시키는 볶음이나 무나물에 쓰면 좋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걷기나 달리기 운동을 하면서 나무에 등을 세게 부딪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자칫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때 혈액순환에 좋다며 유행했던, 팔을 몸 앞뒤로 흔들면서 손바닥을 치는 행위도 어깨가 앞으로 말려 있는 ‘라운드 숄더’인 사람은 어깨 인대를 다칠 수 있다. 무리하게 반복할 경우 만성 어깨 관절 통증과 운동 장애, 특히 운동 범위 감소 같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듯 평소 우리가 건강을 위해 즐겨하는 운동이 실은 운동효과가 전혀 없거나 오히려 몸을 상하게 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 전문가는 “노년층이 자주 이용하는 공원 운동기구는 운동 효과가 거의 없다”며 “반복적인 동작을 요구하는 운동은 자칫 잘못 사용하면 근육, 인대, 힘줄 등에 무리를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노인들에게는 무리한 걷기나 달리기도 좋지 않다. 김태영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골다공증 등으로 뼈가 약해지고 무릎 인대나 연골의 탄력이 떨어진 노년층에게 달리기는 오히려 연골손상이나 관절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무리한 걷기나 뛰기보다는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관절이나 발목, 무릎 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스트레칭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이수경 국립경상대 필라테스 강사가 알려주는 ‘노년층 근력 강화 스트레칭’복부 강화 운동은 몸통 안정의 기본이다. 고관절 주변 근육 운동은 허벅지 앞쪽 근육과 뒤쪽 근육을 강하게 만들어준다. 엉덩이 강화 운동은 걸을 때 골반의 균형을 잡아줘 고관절을 안정시키고 무릎 부상을 예방한다. 발가락 주변 근육이 발달해야 말초신경이 활성화된다.바로 누운 상태에서 1) 다리는 골반 너비만큼 벌리고 양쪽 무릎을 구부린다. 2) 두 팔과 손바닥은 바닥에 둔다. 3) 숨을 내쉬면서 복부에 힘을 주고 허리가 매트에 닿으면 엉덩이를 들어올린다. 이때 허벅지 뒤 근육에 힘을 주면서 발바닥 전체를 눌러주고 허리의 힘으로 들어올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4) 들이마시는 호흡에 자세를 유지하고 내쉬면서 시작 자세로 돌아온다.바로 누운 상태에서 숨을 내쉬면서 1)무릎을 90도 구부린 상태를 유지하면서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린다. 2)숨을 들이 마시면서 다리를 내리고 원래 위치에 둔다. 이를 8번 반복한다. 3)반대쪽도 동일한 방법으로 실시. 다리를 들어올리고 내릴 때 복부의 힘을 유지하고 목에 긴장을 주지 않는다.1)한쪽 다리를 바닥에 길게 뻗고 발목을 무릎 방향으로 구부린다. 2)다리를 길게 뻗어 반대편 무릎 높이 정도로 들어 올린다. 3)숨을 들이마시면서 내린다. 8회 반복한다. 4)반대쪽 다리도 같은 방법으로 실시한다.1)바로 누운 상태에서 두 발을 주먹 너비로 벌린다. 2)허벅지 사이 중앙에 공을 끼운다. 3)숨을 내쉬면서 공을 조인다. 4)다리를 조금 벌려서 공을 살짝 풀어준다. 공을 조이고 풀고를 반복한다. 10회 실시한다.1)두 발을 골반 너비로 벌려서 바로 선다. 2)한 손으로 벽이나 의자를 잡아 균형을 잡는다. 3) 발뒤꿈치를 들어서 앞꿈치로 지지한다. 4)숨을 마시면서 발뒤꿈치를 내린다.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1) 팔로 머리를 받쳐주고 다리는 무릎을 구부려 90도 각도를 만들어 준다. 위쪽 다리는 길게 뻗어서 바닥에 둔다. 시작 전 손으로 골반을 잡아서 양쪽 골반이 정면을 바라본다. 2) 다른 한 손은 가슴 앞에 둬 몸통이 흔들리지 않게 한다. 3) 다리를 엉덩이 높이 보다 조금 높이 들어 올린다. 이때 발목을 무릎 방향으로 구부린다. 4) 숨을 들이마시면서 엉덩이 높이까지 내린다. 5)다리를 든다. 4번, 5번 동작을 반복하면서 8회 실시한다.손으로 의자를 잡는다. 양다리를 의자에서 조금 떨어져 두 다리 골반 너비로 둔다. 엉덩이를 뒤꿈치보다 조금 뒤에 둔다. 1) 엉덩이를 뒤로 보내면서 무릎을 구부린다. 이때 무릎이 발보다 앞으로 나오지 않게 척추는 펴준다. 허리가 뒤로 둥글게 말리지 않게 복부의 힘을 풀지 않는다. 2) 숨을 들이마시면서 시작 자세로 돌아온다. 8회 반복한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해운대구의 A병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모더나 백신을 145명에게 접종해 해운대 보건소가 조사 중이다. 보건소는 병원이 해동일자를 기록해 놓은 상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며 백신 접종 위탁계약을 해지하고 오접종자들에게 백신 추가 접종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16∼17세 청소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날에 오접종 사례가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18세 이상에서만 접종이 허가된 모더나 백신을 일부 의료기관에서 16∼17세 청소년에게 접종했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19 백신을 2차 접종까지 완료한 70대 노인이 독감 백신을 맞으러 병원에 갔다가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맞은 사고도 발생했다. 해당 병원 의사는 오접종을 확인하고 당일 노인에게 독감 백신까지 접종했다. 투약오류는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발간한 2019년 환자안전 통계연보에 따르면 투약오류(3789건, 31.8%)는 환자 안전사고 가운데 낙상(5293건, 44.3%)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며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준과 절차를 만들어 의료 현장에 적용하고 있지만 투약오류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투약오류 발생률이 낙상 발생률보다 높아 의료진의 주의가 더욱 요구된다. 병원간호사회가 공개한 ‘환자안전사고 보고서를 통한 간호사 투약오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투약오류 사고는 반복적인 업무에 대한 의료진의 부주의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5 right’(정확한 환자 확인, 약물, 용량, 경로, 시간) 원칙 미준수, 과도한 업무, 불충분한 교육, 인력 부족, 의사소통 오류, 읽기 어려운 글씨체, 약물관리시스템 결함도 사고의 원인이다. 한 의료진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기본적인 5 right를 지키는 것이지만 환자를 보는 횟수가 곧 병원 수익으로 이어지는 일선 현장에서 일일이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일방적인 교육과 개선 활동보다는 병원 상황에 맞는 차별화된 프로그램 개발과 투약 바코드 시스템 개발 등 통합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공기가 감도는 요즘은 평소 수족냉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힘든 계절이다. 날이 추워지면 평소보다 증상이 심해지고 마치 손과 발이 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손발이 차고 시린 느낌을 받는 사람들은 무릎, 아랫배, 허리 등 다양한 부위에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심하면 손발이 저리거나 소화불량, 만성피로 등의 증상까지 나타난다. 갑자기 살이 찌거나 몸이 붓고 관절이 아픈 것도 체온이 낮아져서 생기는 증상일 수 있다. 수족냉증은 보통 혈액순환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생리, 출산, 폐경이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날이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돼 증상이 더 심해진다. 레이노병은 팔다리의 동맥에 간헐적 수축이 일어나서 혈액이 통하지 않아 손발 끝이 하얗게 창백해지면서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런 경우 실제 손발을 만지면 피부가 차다. 추운 환경에 갑작스럽게 손발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관확장제와 같은 약물을 이용할 수도 있다. 신경장애도 수족냉증의 원인이 된다. 우리 몸의 신경계는 중추신경과 말초신경계로 구분된다. 말초신경은 중추신경으로부터 신호를 받아 온몸 구석구석으로 이를 전달한다. 손과 발에도 말초신경이 있어서 감각을 느끼고 움직일 수 있다. 말초신경계에 문제가 생기는 원인은 당뇨병, 만성콩팥질환, 갑상샘 질환 등 전신질환이 있는 경우다. 말초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저림, 아림, 따끔따끔함, 얼얼함, 화끈함, 감전된 듯한 찌릿찌릿함 같은 신경병성 통증 증상이 발생한다. 또 신경의 기능이 떨어져서 ‘감각이 둔하다’는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손발이 차가운 느낌, 혹은 차가운 것에 유난히 민감한 시림 증상도 말초신경에 문제가 생겨 발생할 수 있다. 생활 속에서 수족냉증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반신욕이나 족욕, 근력·유산소 운동이 있다. 몸의 다른 부위가 차가우면 혈관과 신경이 위축돼 손과 발까지 온기가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40도 정도로 따뜻하게 물을 맞추고 20분 정도 족욕을 하거나 반신욕을 하면 도움이 된다.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은 체온과 기초대사량을 높여 주기 때문에 꾸준히 실천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외출 시에는 모자, 목도리, 장갑 등을 착용하고 내복을 챙겨 입도록 한다. 또한 찬 성질의 돼지고기, 커피, 탄산음료 등은 피하고 생강차, 유자차 등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차를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이택준 대전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손발 시림은 일상적으로 매우 성가시고 불편한 증상으로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 유산소운동이 권장되고 특히 당뇨환자의 경우 적절한 혈당관리와 금연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증상이 지속되고 심하면 신경과, 류마티스내과, 외과 등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대장을 비롯한 장기는 눈으로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질환이 발생해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발생 여부를 알지 못한다. 특히 대장암은 초기에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데다 설령 증상이 나타난다 해도 변비나 설사, 복통 등 일반적인 소화기 증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눈치를 채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장암은 발견 시기가 늦어지면 치료가 어렵고 예후가 좋지 않다. 대장내시경 등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질환을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해야한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암병원장)의 도움으로 ‘대장내시경과 대장암’에 대해 알아봤다.암 사망률 3위 대장암, 내시경 검사로 예방2018년 국내 주요 암종 발생 현황을 보면 대장암은 위암, 갑상샘암, 폐암에 이어 4번째로 많이 발병하는 암이다. 암 사망률도 3위다. 하지만 다행히도 대장암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암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대장내시경’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건강검진을 권고한다. 특히 국가암검진은 우리나라 국민이 취약한 주요 암을 선별해 진행하는데 대장암의 경우 만 50세 이상의 남녀를 대상으로 매년 분변잠혈검사를 진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 검사를 통해 특이 소견이 확인될 경우에는 추가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한다. 그런데 추가 검사를 권유 받고서도 대장내시경 검사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미리 식이조절과 장 청결 등을 통해 검사에 적합한 상태를 조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귀찮고 번거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전에 진행했던 대장내시경 검사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도 추가 검사를 꺼리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항문을 통해 내시경 도구를 삽입해 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이 불편하게 느껴졌거나 검사 후 복통이나 복부 팽만감을 느껴본 사람은 이러한 일이 또다시 발생할까 걱정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검사 전 준비 과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검사 자체가 쉽지 않아도 검사를 포기해선 안 된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환자가 자각하기 어려운 초기 대장암뿐만 아니라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대장선종, 용종 등 다양한 질환을 발견해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대장에 생기는 각종 염증이나 궤양 등 질환을 발견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선종’ 단계서 빠른 발견·제거 필수대장내시경의 목적은 선종 단계의 용종을 조기에 발견해 제거함으로써 대장암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다. 대장에 생기는 용종은 크게 종양성 용종(선종)과 비종양성 용종(염증성, 증식성)으로 구분한다. 대부분의 대장암은 선종이라는 전암 단계에서 변이 과정을 거치면서 서서히 암으로 변한다. 선종은 대장 점막 세포의 유전적 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이가 누적돼 암으로 변한다. 선종이 암이 되기까지는 약 5∼10년의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대장내시경의 검사 주기도 이에 맞춰 5∼10년 간격으로 받기를 권고한다. 하지만 대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유전성 장 질환을 진단 받은 고위험군의 경우 전문의와 상의해 검사 주기를 단축시킬 것을 권하고 있다. 선종이 발견되면 1cm 미만일 때는 절제 후 3년, 1cm 이상 혹은 다발성인 경우는 절제 후 1년째에 대장내시경 추적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한다.수술 기법·치료제 발달로 생존율 높아져대장암은 다른 장기로 전이가 없는 1, 2, 3기일 경우 수술을 통해 일차적으로 종양을 제거한다. 이후 최종 조직검사에서 림프샘 전이가 관찰되거나 위험인자가 있다면 약 6개월간 항암치료를 하게 된다. 전이나 재발이 발견된 4기 대장암 환자라면 필요에 따라 수술을 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항암제 치료를 진행한다.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는 부작용이 많고 반응률이 저조했다. 하지만 최근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의 개발로 대장암 치료 효과는 획기적으로 상승했다. 우리나라 대장암 생존율은 1기의 경우 약 95%, 2기는 85∼90%, 3기는 70∼75%, 4기는 30∼35% 수준으로 이는 미국암연합위원회(AJCC)에서 발표한 미국의 치료 성적과 비교해도 월등히 앞서는 수준이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는 “복강경수술 등 새로운 수술 기법과 대장암 치료제 도입으로 치료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적극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로 암을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장내시경 때 발생할 수 있다는 ‘천공’이란 위 내시경을 삽입하는 경로는 목구멍에서 식도를 지나 위에 도달할 때까지 대부분 직선 경로다. 하지만 대장내시경은 훨씬 복잡하게 여러 방향으로 꼬여 있는 긴 통로를 거친 뒤에야 종착지인 맹장에 도달할 수 있다. 심지어 대장의 일부 구간은 복강 내에 고정돼 있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내시경 삽입을 더욱 어렵게 한다. 대장이 꺾이는 부분이나 복강에 고정돼 있지 않은 구불구불한 결장을 지날 때 내시경을 무리하게 삽입해 직선 방향으로만 힘을 주거나 사각지대 관찰을 위해 과도하게 내시경 선단부를 구부리다가 천공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대장내시경은 위내시경보다 더 굵은 내시경을 사용하고 대장의 벽은 위벽보다 얇기 때문에 천공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대장내시경 검사 중 천공이 발생하면 응급수술을 하게 된다. 대부분은 장 내용물 유출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복강경 수술을 통해 일차 봉합을 시행하지만 장 청결 상태가 불량하거나 천공 부위가 큰 경우에는 드물게 장의 일부를 절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장내시경 검사 때 의사에게 꼭 해야 할 말은…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 대장내시경 전, 의사에게 알려주세요.[1] 내시경 전에 중단해야 할 약제 (아스피린 등 용종 절제 시 출혈 가능성을 높이는 약)[2] 복부 수술을 한 적이 있다. (복강 내 유착이 심한 경우 내시경이 어려울 수 있다.)[3] 대장내시경을 한 적이 있다면, 용종 절제 등 이상 소견 유무를 의사에게 알린다.대장내시경 후, 의사에게 물어보세요.[1] 이상 소견이 있나? (염증, 게실, 용종, 암 등)[2] 용종이 있었다면, 몇 개나 관찰 됐나?[3] 어떤 종류인가? 선종 등 암으로 변하는 용종은 아닌가?[4] 위치와 크기는?[5] 용종을 절제했다면 완전 절제가 됐는지, 아니면 조직 검사만 했나?[6] 다음 대장내시경은 언제 해야 하나?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뇌동정맥 기형은 선천적인 발달 이상으로 동맥이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정맥으로 연결되는 일종의 혈관 기형이다. 동맥과 정맥이 직접 연결되면서 그 주위에 비정상적인 혈관들의 네트워크가 형성돼 뇌동정맥 기형이 발생한다. 뇌동정맥 기형의 경우 치료 후에도 3∼5년에 걸쳐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추적·관찰이 중요하다. 최석근 경희의료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동정맥 기형에 감마나이프를 시행한다. 최 교수에게서 뇌동정맥 기형의 원인과 진단, 그리고 감마나이프 치료 기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정확한 원인 규명 ‘아직’… 합병증 위험 커 뇌혈관은 산소와 영양소가 풍부한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과, 동맥에서 공급된 혈액을 다시 심장으로 운반하는 정맥, 그리고 이 둘 사이를 연결하는 모세혈관으로 나뉜다. 혈액이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뇌동맥에서 뇌정맥으로 바로 연결되면 그 주위에 비정상적인 혈관들의 네트워크가 형성돼 문제가 발생한다. 뇌혈관 내에서 비정상적인 혈액 순환 과정이 지속되면 구불구불한 혈관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이 혈관 덩어리들이 주변 뇌를 압박하면 뇌압이 상승해 두통, 간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뇌동맥에서 뇌정맥으로 혈액이 순환하는 과정에서 정맥 내 압력을 상승시켜 혈류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에 뇌출혈 발생 위험성이 높아진다. 한마디로 머릿속에 시한폭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뇌동정맥 기형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대체로 가족력은 없으며 유전성을 갖지 않는다. 선천적인 뇌혈관 기형 구조가 점차 발달해 보통 20대 이후, 주로 20∼40대 젊은층에서 뇌동정맥 기형이 나타난다. 뇌동정맥 기형 환자의 2∼4%에서 뇌출혈이 발생하고 뇌출혈이 발생한 환자의 50∼80%는 심각한 합병증을 겪게 된다. 특히 발병자의 10명 중 1명은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특히 주의해야 한다. 뇌동정맥 기형은 시간이 갈수록 크기가 점점 커지는 등 모양이 변하거나 혈전(핏덩이)이 생겨 저절로 막히기도 한다. 그러나 크기 1cm 이상인 뇌동정맥 기형의 경우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뇌동정맥 기형 환자의 대부분은 자신의 질환을 모르고 있다가 두통, 경련발작, 뇌출혈로 병원을 찾았을 때 뇌동정맥 기형으로 진단받는다. 갑작스러운 극심한 두통, 사지 힘 빠짐, 사지 감각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뇌혈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최 교수는 “뇌동정맥 기형의 증상은 대체로 20∼40세 무렵에 처음 나타나는데 뇌출혈로 이어질 경우 생명까지 잃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뇌혈관조영술로 정확한 진단 후 맞춤 치료를 뇌동정맥 기형 진단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뇌혈관에 직접적인 문제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뇌혈관조영술이 필요하다. 뇌혈관조영술은 뇌동정맥 기형의 크기나 위치뿐만 아니라 혈류의 흐름도 알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검사다. 뇌동정맥 기형의 크기가 작고 모양이 단순할수록 완치 가능성이 크다. 반면 크고 복잡한 기형일수록 완치가 어려워진다. 치료는 뇌동정맥 기형 환자에 따라 맞춤형 치료가 진행되기 때문에 정형화된 치료법이 없다. 증상, 기형의 위치, 크기, 모양, 환자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뇌혈관 수술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는 것이 좋다. 치료 방법은 크게 미세 수술, 혈관 내 수술, 방사선 수술로 구분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세 수술로 주변 뇌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뇌동정맥 기형을 완전히 절제하는 것.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재출혈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지만 기형이 뇌의 심부나 좌뇌와 우뇌 사이 공간에 위치하면 수술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수술로 인한 정상 뇌조직 손상도 위험 요소다. 혈관 내 수술은 미세 수술이나 방사선 수술을 시행하기 전 보조 요법으로 주로 시행된다. 대퇴부를 조금 절개해 뇌혈관으로 향하는 동맥에 얇은 관을 삽입하는데 삽입한 색전 물질을 통해 뇌동정맥 기형으로 가는 혈류를 막는 방법이다. 혈관 내 수술로 혈류 덩어리 크기를 줄임으로써 수술적 제거나 방사선 수술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약 10% 정도를 차지하는 비교적 단순한 뇌동정맥 기형의 경우 완치를 목적으로 혈관 내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방사선 수술은 머리를 열지 않고 감마나이프와 같은 방사선 수술 장비를 이용한다. 충분한 방사선량을 한 번에 그리고 정확히 조사함으로써 주위 신경조직의 장애를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절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환자의 부담이 적고, 크기 3cm 이하의 뇌동정맥 기형에서는 완치율이 70% 정도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뇌동정맥 기형이 완전히 막혀 사라지는 데 2∼3년가량 소요된다. 완전히 없어지기 전까지는 출혈의 위험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감마나이프의 작동 원리는 돋보기를 이용해 종이를 태울 때 한 점에 초점을 맞춰 빛을 모으는 것과 같다. 환자가 201개의 작은 구멍이 뚫린 반구형 헬멧을 머리에 착용하면 마치 돋보기로 빛을 모으듯이 병변 부위에만 방사선을 집중해서 쏜다. 정상 조직은 적은 양의 방사선만 통과하기 때문에 방사선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최 교수는 “복잡하게 엉켜 있는 뇌동정맥 기형은 정상 혈관과 기형 혈관의 병변을 설정하는 것이 치료의 관건”이라며 “뇌혈관 전문의가 아니면 치료가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21일 클래식 무대와 독특한 콘셉트로 무장한 유튜브 채널 ‘비둘기 성악가’의 첫 콘텐츠가 공개됐다. 비둘기 성악가는 기존의 단순 클래식 소개 영상과 달리 ‘예능’과 ‘감성’이 결합된 콘텐츠로 EBS(한국교육방송공사)와 워너뮤직코리아, 제이제이글로벌그룹이 제작하는 프로젝트다. 19세기 중엽까지 우편배달부 역할을 해냈던 비둘기를 모티브로 ‘비둘기 성악가’ 바리톤 정경 교수가 의뢰인에게 사연을 받아 몰래 카메라 형식으로 진행된다. 결혼을 앞둔 커플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이 줄어든 자영업자, 장애인 부부, 대리기사, 주거취약계층, 보호종료 아동, 입양가족 등 우리 주변의 이웃들에게 각자의 사연에 맞는 클래식 음악을 라이브로 들려주며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이처럼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어도 선뜻 나서지지가 않는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만나 위로의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위로란 무엇일까. “위로는 아주 기본적인 삶의 기술이다. 위로는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해주고 삶이란 좋은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좋은 위로는 우리를 쓰러지지 않도록 받쳐주고 서로에게 힘을 불어넣어 준다. 몸이 불편하거나 지칠 때, 또는 슬플 때, 심지어 평범한 일상에서도 우리는 위로가 필요하다. 위로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조언이나 격려의 말이 아니다. 상대를 강하게 해주고 기운을 차리게 해줄 애정과 관심이다. 위로는 어려운 상황이나 상처를 쉽게 넘어설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언제 위로가 필요할까. “항상! 힘이 들 땐 사랑하는 이의 위로가 필요하다. 잘해 나가고 있을 때조차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위로는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누군가를 위로하기보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하는 데 더 능숙하다. ‘올바른 것’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타인의 행동을 지적하고 비판한다. 물론 적절한 지적은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비난과 지적이 아니라 위로와 응원이다. 나그네의 옷을 벗게 한 것은 추운 비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인 것처럼 말이다.” ―위로의 방법은 따로 있을까. “응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타인의 지지는 위로가 된다. 반면 문제점을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적절한 지적이 위로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관심이다. 애정 없는 비판과 무분별한 지적은 상대를 주눅 들게 할 뿐 위로와 응원의 방법이 아니다. 우리는 간혹 상대방을 위한다며 ‘옳은 것’을 알려주기 위해 애쓴다. 그러다 화를 내기도 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답답해한다. 심지어 악인, 사이코패스 등으로 상대를 몰아가기도 한다. 상대를 위로하는 방법이 타인을 바꾸려는 데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된다. 가장 흔한 위로의 수단은 ‘대화’다.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가 위로를 가장한 공격이다. 그럴 때 자주 사용되는 단어가 ‘그런데’이다. ‘힘든 거 잘 알아. 그런데…’ ‘잘하고 있어. 그런데…’ 등이다. 상대방이 진심으로 ‘위로를 받았다’고 느껴야 진정한 위로다.”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인색하다. 아마도 스스로를 칭찬하는 횟수보다 자책하는 일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위로가 필요한 날 스스로에게 ‘나는 잘하고 있다. 그런데…’가 아니라 ‘나는 잘 하고 있다. 그리고…’라고 말해보자.”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서남병원(병원장 장성희)이 20, 21일 서울 서남권역 의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독감 및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공공의료사업단은 매년 다문화가족 이주여성 건강관리를 위해 독감 무료 예방접종을 시행한다. 올해는 서울주택도시공사와 함께 서울 서남권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이용하는 이주여성 150여 명을 대상으로 독감 무료 예방접종 사업을 진행했다. 폐렴은 국내 사망 원인 3위에 달하는 질병으로 만성질환자와 면역력 저하자는 폐렴구균 질환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폐렴구균 예방접종 무료 대상자군은 만 65세 이상이다. 서남병원은 외래 환자 중 만 54∼63세 의료취약계층 110명에게 폐렴구군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접종은 서남병원 외부에 마련한 임시 예방접종 부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 문진표를 사전에 확인하고, 접종 당일에는 체온측정,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철저한 방역수칙을 지키며 진행했다. 장성희 서남병원 병원장은 “호흡기계 질환 증가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의료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의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며 “지역사회 건강 안전망 강화를 위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대한민국의학한림원(회장 임태환)이 전국 만 15∼18세 청소년 271명, 만 20∼69세 성인 10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디지털미디어 과사용 실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디지털미디어 과사용 그룹이 약 2배로 증가했다. 스마트폰 이용시간이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인 과사용 그룹이 코로나19 이전 38%에서 코로나 이후 63.6%로 늘어난 것이다. 또 스크린 타임(학습 목적 외 오락이나 여가 목적의 영상 이용)의 경우도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인 그룹의 경우 코로나 이전 22.5%에서 코로나 이후 46.8%로 현저히 증가했다. 동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임, 온라인도박, 포르노 등 모든 콘텐츠의 이용이 청소년과 성인 모두에서 많아졌고 온라인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활동 횟수와 시간도 크게 증가했다. 이 같은 실태는 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회장 김철중)가 20일 개최한 ‘디지털미디어 과사용과 건강포럼’에서 발표됐다. 이날 포럼은 디지털미디어 과사용 실태 및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배재현 고려대 의대 교수), 디지털미디어 과사용 관련 건강위험 예방 가이드(신윤미 아주대 의대 교수), 슬기로운 온택트 생활을 위한 전사회적 전략(이해국 가톨릭대 의대 교수)의 주제발표와 전문가 토론으로 진행됐다. 스마트폰 과의존, 인터넷 게임장애, SNS 중독 등의 고위험군은 안과 질환, 근골격계 질환, 우울증, 충동성 등 정신·신체건강 문제 발생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재현 교수는 “디지털미디어 사용이 일상화된 환경에서 과사용 관련 건강문제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체계적인 예방과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의학한림원 중독연구특별위원회가 국내외 문헌고찰 및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개발한 ‘디지털미디어 과사용 관련 건강문제 예방 가이드’가 소개됐다. 예방 가이드는 영유아 발달, 정신건강, 근골격계와 사고, 안 건강, 내분비(비만), 뇌 기능 등 분야별로 디지털미디어 과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분야별 건강문제와 문진 및 평가방법, 예방 가이드 등을 제시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한국중독정신의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안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등 관련 전문학회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무위원회가 영역별로 최근 10년 이상 기간 동안의 연구결과를 분석해 영역별 디지털미디어 과사용과 연관된 건강문제를 분석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간은 장기의 약 70∼80%가 손상돼도 정상적으로 기능을 한다. 신경세포가 매우 적어서 종양이 생겨도 통증을 느끼기가 어렵다. 간에 혹이 10cm 이상 자라날 동안 모르고 지내다가 뒤늦게 발견한 환자도 종종 보고될 정도다. 간암은 해마다 4050대 남성에서는 암 사망원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간암의 주요 증상은 오른쪽 윗배의 통증, 복부 팽만감, 체중 감소, 소화 불량 등 일상 속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증상이다. 방심하고 지나치기가 쉽다. 간경변증 환자에게 간암이 발생하면 눈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나 배에 물이 차는 복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은 주로 암이 많이 진행된 후에 발생한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은 간암 환자 절반 이상은 암이 이미 악화된 ‘3기 이상’을 진단받았다. 간암은 조기진단도 어렵지만 치료도 쉽지 않다. 간암 환자 90%는 진단 시점에 간경변증 또는 만성 B형간염을 동반하고 있다. 이에 수술이나 간 이식과 같이 완치를 바라볼 수 있는 치료는 약 30%의 환자에게만 시행되고 있다. 간암 치료를 받더라도 약 5∼10년 후에 간염, 간경변증 등 기저질환이 암 재발을 유발하는 경우도 많다. 간암은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불량한 편이다. 2020년 발표된 암 등록 통계자료에 따르면 간암 5년 상대생존율은 전체 암(70.3%)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준인 37%로 나타났다. 이뿐 아니라 다른 암종과 달리 5년이 지난 뒤에도 재발 위험도가 높아 10년 생존율이 20% 미만일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미국,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는 수술이 어려운 진행성 간암 환자에게 면역항암요법을 가장 우선적으로 권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아테졸리주맙과 표적항암제 베바시주맙을 함께 쓰는 면역항암요법은 기존 치료법 대비 사망 위험을 42%, 질병 진행을 41% 낮춰준다. 이는 현재 사용하는 치료옵션 중에서 생존기간을 가장 길게 연장해주는 것이다. 김강모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암은 자각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진행된 단계에서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으며 재발이 많아서 예후가 불량한 암으로 분류된다”며 “만성 B형과 C형 간염, 간경변증 등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고위험군은 6개월 간격으로 정기 검진을 받아 진단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10년간 진행성 간암 치료법에는 한계가 있었으나 최근 면역항암치료제 등 여러 치료제가 등장해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게 됐다”며 “진행성 간세포암 진단을 받았더라도 절망하지 말고 의료진 권고에 따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29일은 ‘세계 건선의 날’이다. 건선 환자가 겪는 신체적·심리적 고통, 사회적 차별 등이 조명되면서 환자의 장기적 예후를 고려한 치료가 이뤄지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최근 대한건선학회는 최용범 건국대병원 피부과 교수가 신임회장으로 취임했다. 최 회장을 만나 변화하고 있는 건선 치료 환경에 대한 최신 지견을 들어봤다.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소감은…. 대한건선학회는 1997년 창립 이래로 국내 건선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 교류, 환자와 의료진 교육 활성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창립 후 어느덧 2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짧고도 길었던 시간 동안 건선 치료 분야가 발전해 온 과정을 보면 새삼 놀랍다. 학회 임원과 구성원들의 노력이 쌓여 발전의 한 축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연장선에서 앞으로도 학회가 건선 분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현재 국내 건선 환자와 중증 건선 환자 유병률은 얼마나 되나. 2020년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국내 건선 환자는 16만 명 이상이다. 매년 남성 환자가 여성 환자보다 약 1.4배 많았다. 중증 건선 유병률은 전체 건선 환자의 10∼20% 정도로 국내에는 약 3만 명의 환자가 중증 건선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선을 치료할 때 주의사항은…. 건선은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닌 전신 질환이다. 다양한 동반 질환과 연관이 있다. 방치할 경우 염증이 전신에 퍼지면서 피부 증상뿐 아니라 다양한 이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건선 환자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피부 병변과 움직일 때마다 떨어지는 인설(하얀 각질)로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2019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건선을 앓고 있는 환자는 정상인보다 불안장애, 우울증, 신경증성 장애 등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선은 건선 자체로도 문제지만 다른 합병증이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건선은 치료가 어렵다고 알고 있다. 건선 치료 환경이 많이 발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질환이나 치료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 건선과 같은 만성질환의 주된 특성은 완치가 되지 않고 장기간 동반한 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잘 치료를 받다가도 조금만 호전되면 치료를 임의로 중단한다. 반대로 치료를 받다가도 나아지는 게 없으면 중간에 치료를 포기해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거나 민간요법, 대체의학에 의존하기도 한다. 건선은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장기간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치료, 관리해야 한다. 요즘은 치료제들의 효과도 매우 좋기 때문에 치료만 잘 받으면 완전히 깨끗한 피부를 기대할 수 있다. 또 깨끗해진 피부를 장기간 잘 관리하면 일반인과 똑같이 살아갈 수 있다. 다시 말해 건선은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인지와 제대로 된 치료가 동반되면 충분히 관리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질환이 됐다. ―국내 건선 치료 수준은 어디까지 왔나.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치료가 굉장히 까다로운 질환이었다. 다행히 최근에는 인터루킨-23, 인터루킨-17 억제제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가 등장하면서 건선 치료 분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게 됐다. 이들 치료제는 건선을 유발하는 면역작용을 억제하는 치료법으로 면역 질환인 건선을 보다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이러한 생물학적 제제들의 활약으로 현재 건선 치료 목표는 ‘거의 깨끗한 피부(PASI 90)’를 넘어 ‘완전히 깨끗한 피부(PASI 100)’로의 개선까지도 고려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생물학적 제제가 피부 개선 효과뿐 아니라 동반질환 감소 측면에서도 유효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건국대 연구팀과 진행한 ‘건선의 치료 방법에 따른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 영향’ 연구결과를 보면 건선 치료제 중 생물학적 제제 치료군이 다른 치료군과 다르게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을 줄인다는 점을 확인했다. 현재 중증 건선을 가진 환자들이라도 생물학적 제제로 깨끗해진 피부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게 됐고 빠르게 치료를 받고 관리만 잘하면 건선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단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건선 치료와 관리의 주의점은…. 건선 환자들도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청결을 유지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등 일상적인 예방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신 접종도 특별한 금기사항이나 백신 성분에 대한 알레르기가 없는 한 피부과 전문의와 보건기관 지침에 따라 코로나19 백신을 투여하도록 권장되고 있다. 현재까지 코로나19가 건선 환자의 치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명확하게 확인된 바는 없다.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환자들은 사용 중인 건선 생물학적 제제 혹은 경구용 제제 치료를 지속할 것을 권장한다. 다만 처방의와 환자 간의 의견 교류를 통해 치료의 잠재적 이점, 질환의 활성도와 이전 치료제에 대한 반응, 코로나19 감염이나 예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환자의 기저 요인 등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향후 학회 활동계획과 비전은…. 대한건선학회는 국내 건선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연구, 진료, 교육 등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연구 측면에서는 한국인의 건선 사례를 데이터화해 보다 맞춤화된 국내 건선 치료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진료 측면에서는 실질적인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치료 권고사항부터 준비해 나가려고 한다. 이를 통해 건선 치료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마지막으로 건선 환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건선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 건선은 치료의 발전이 두드러진 분야여서 계속해서 더욱 효과 높은 신약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건선의 특성상 완치는 아직 힘들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음식 등을 신경 쓰면 깨끗한 피부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 문제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이 70%를 넘어선 가운데,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 6일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질병관리청에서 받은 ‘코로나 백신 이상반응 및 보상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2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뒤 이상반응 신고 접수가 총 21만5501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약물 부작용 인과성 평가는 어떻게 일반적으로 의약품 부작용 모니터링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 부작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과관계를 조사·규명한다. 코로나19 백신 관련 이상반응 데이터는 질병청이 특별 관리한다. 의약품과 이상반응 사이의 인과성을 평가하는 방법 중 하나가 세계보건기구 웁살라모니터링센터(WHO-UMC)의 약물이상반응 인과성 평가기준을 활용하는 것이다. 점수를 매겨서 약과 부작용의 인과성을 평가하는데, 이 기준을 보완한 한국형 알고리즘도 있다. WHO UMC 알고리즘은 ‘확실함, 상당히 확실함, 가능함, 가능성 적음, 평가곤란, 평가불가’ 등 총 6개 항목으로 인과성을 평가한다. 통상적으로 약물 부작용 인과성 평가를 위해서는 ‘동일한 약’을 복용하다 중단했을 때의 증상 변화를 관찰한다. 약의 투약시간, 용량 등을 바꿨을 때 나타나는 증상을 관찰하면서 인과성 여부를 판단한다. 그렇다면 백신의 부작용 인과성 평가는 다를까.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김나영 약사는 “코로나19 백신을 평가하는 알고리즘도 현재 사용하는 평가기준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단기간에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약물을 투여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에 맞는 평가 알고리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 인과성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약으로 증상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19 백신은 바이러스 전달체인 아스트라제네카와 mRNA 백신인 화이자, 모더나 등을 교차 접종한다. 따라서 현재 사용하는 이상반응 평가 알고리즘으로는 관련성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층의 경우도 백신과의 인과성 규명이 어렵다. 여러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어떤 약에 의한 부작용인지 밝혀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작용 인과성은 이상반응 사례가 단 1건이라도 신고되면 부작용 인과성을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백신은 접종 후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과정으로, 개개인마다 나타나는 양상이 다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소수의 사람에게서 증상이 발견됐다고 백신에 의한 이상반응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부작용 데이터 모으고 지속 모니터링 안전성을 인정받아 활발히 사용하고 있는 의약품들도 허가사항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승인허가를 받아 시판된 약이라도 부작용 모니터링이 필요한 이유다. 임상 4상은 임상 3상을 거쳐 신약 승인 후에 시행된다. 이미 승인된 약물이지만 실제 시판된 뒤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돼 회수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시판 후 약물에 대한 조사는 임상시험만큼 중요하다. 고령층의 경우 백신 이상반응이 발생했을 때 고려해야 할 요인들은 너무 많다. 이상 증상이 백신 때문인지, 기저질환 때문인지, 혹은 면역력 저하가 원인인지 명확하게 밝히기가 어렵다. 젊은층도 마찬가지다. 면역력, 흡연, 음주, 건강기능식품 과량 복용 등 백신 접종 당시의 개개인의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김 약사는 백신의 부작용 인과성 평가기준의 한계를 언급했다. 그는 “WHO UMC 알고리즘을 보완하는 방법은 데이터를 수집해 통계적으로 이상이 발견되면 역학조사를 시행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심증적으로 백신 부작용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려해 보는 정도인데 당장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여태 제대로 된 백신 이상반응 인과성 연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 국내 현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해외 자료를 리뷰해 활용하는 정도다. mRNA백신, 부작용 가능성은?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의 이정민 약사는 “mRNA 백신은 기존의 독감 백신과는 달리 예상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상반응 신고를 보면 독감 백신 접종 후에도 보고 되는 발열, 통증, 두통, 근육통, 피로감, 구토·메스꺼움과 같은 비교적 가벼운 사례 외에 아나필락시스 쇼크, 길랭-바레증후군과 혈소판감소성혈전증, 심근염·심낭염, 월경장애, 탈모 등이 있다. 백신의 임상기간이 짧다는 건 부작용 모니터링 기간도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약사는 “이상반응은 사람마다 시기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며 “호전 양상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백신 부작용에 따른 피해 보상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현재 정부가 전문가들로 구성한 예방접종 피해 조사반은 백신 허가과정에서 발견되거나 우리나라보다 먼저 백신을 접종한 국가들이 인과성을 확인한 이상반응을 근거로 인과성 판정을 내리고 있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 이후 중증의 피해를 보고도 보상과 지원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코로나19 백신은 신규 백신이기 때문에 허가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부작용이나 새로운 조사 근거가 발표되고 있다”며 “신고 자료를 분석해 인과성 인정 범위가 확대되면 기준을 소급 적용해서 기존 신고자들, 또 신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적절한 지원과 보상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홍영균 의료전문 변호사는 “우리나라 감염병예방법은 감염 예방 조치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손해를 보상해주고 있다”며 “원칙적으로 피해 전부를 보상해줘야 하지만 문제는 손실보상 금액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백신 정책에 공감해 접종했는데 피해자가 백신과 부작용의 인과성까지 밝혀야 하는 현재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변호사는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거나 전환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현실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 국민 백신 접종 권고, 백신 정보제공 부족 등 정부의 백신 접종 정책에 대한 과실 책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화이자, ‘갑질 계약서’ 공개 논란 한편 최근 미국 소비자단체 퍼블릭시티즌이 입수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계약서가 공개돼 파장이 예상된다. 이 단체는 화이자가 전 세계 9개 나라와 맺은 계약서를 전수 분석했다. 계약서에 따라서 상대 국가는 어떤 것이든 발표를 하려면 화이자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는 이른바 ‘화이자 갑질 계약서’다. 작업을 진행했던 연구원은 자신들 이익은 극대화하고 상대방 국가는 주권까지 침해당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접종한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 제품이다. 정부는 비밀유지를 들어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조사에도 우리나라와 화이자의 계약서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화이자뿐 아니라 다른 해외 제약사와 맺은 코로나19 백신 관련 계약도 불리한 조항이 상당수 포함됐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각국이 백신을 선 구매하는 과정에서 백신 제약사들은 계약 내용에 ‘부작용이 발생해도 면책해 달라는 요구’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들이 구매 협상 과정에서 부작용 면책을 요구하는 데 대해 불공정한 부분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홍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제조사는 개발 위험의 항변으로 면책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키는데 코로나19 백신 계약서에 이런 내용이 없을 리 없다”며 “이 경우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제조업체에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돼지고기를 고를 때 봐야 하는 것은 세 가지다. △지방의 색이 희고 견고한지 △살코기가 연하고 분홍색인지 △고기의 결이 곧고 탄력이 있는지 등이다. 밝고 선명한 붉은색 띠어야 신선 돼지고기의 단단한 백색 지방에는 고소한 맛의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이는 수입산 돈육에 비해 국내산 돈육이 더 맛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겹살마다 지방의 색이 다르다. 어떤 삼겹살은 희게 보이는 반면에 어떤 것은 약간 노랗게 보이기도 한다. 지방을 구성하고 있는 지방산의 조성 차이 때문이다. 이는 곧 맛의 차이로 이어진다. 지방을 구성하는 지방산 중에는 올레산이 있다. 고기를 구웠을 때 우리의 코를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는 올레산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물질들 때문이다. 반면에 리놀레산과 리놀렌산이 많이 들어있는 지방산은 가열하면 산패취와 같은 좋지 않은 냄새를 낸다. 이런 지방산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색이다. 올레산이 많이 함유된 지방은 백색을 띠고 리놀레산과 리놀렌산 함량이 높은 지방은 노랗고 물컹거리는 연지방 형태가 된다. 돼지고기 본래의 맛을 그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잡냄새가 없어야 한다. 고기의 담백함, 고소함, 감칠맛은 돼지가 성장하면서 먹는 사료로 결정된다. 돼지는 대략 115kg 전후의 체중이 되면 농장에서 출하돼 도축 후 삼겹살, 목심, 등심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부분육으로 정형된다. 잡냄새가 없는 신선한 고기는 밝고 선명한 붉은색을 띤다. 흔히 선홍색이라고 부르는 고기색은 사전적 의미로 ‘매우 산뜻하고 밝은 느낌을 주는 붉은색’을 의미한다. 혹자는 ‘선홍색을 한돈의 신선한 육색을 정의하는 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홍색은 고기 안에 들어있는 미오글로빈이 산소와 반응해 만들어진다. 고기 색이 어둡고 탁한 갈색을 띠는 것은 미생물 때문이다. 미생물이 고기에 있는 산소를 사용해 성장하기 시작하면 산화가 일어나 색이 탁하고 갈색으로 바뀐다. 미생물은 여러 가지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물질들이 고기의 잡냄새를 만드는 원인이 된다. 백색의 단단한 지방을 포함한 선홍색의 돼지고기를 골랐다면 마지막으로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은 식감이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고기는 숙성 과정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고기 자체에 적색 근섬유의 비율이 높고 도축 과정, 유통 과정 중에 근육 단백질의 변성이 없어야 한다. 남원 지리산 흑돈, 우수한 육질 자랑 농업기술 축산 분야 명인 박화춘 박사는 육종 전문가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협중앙회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자신의 고향인 전북 남원에서 버크셔 종돈과 새끼 등 돼지를 기르고 있다. 박 명인은 외국에서 흑돼지 버크셔 품종을 도입해 한국형 버크셔 계통인 ‘버크셔K’를 개발했다. 버크셔K는 박 명인이 붙인 이름으로 ‘버크셔 Korea’를 뜻한다. 보통 흑돼지라고 하면 온몸이 까만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지만 순종인 버크셔 혈통은 네 개의 다리, 꼬리, 머리 등 총 6곳이 하얗다. 버크셔K는 우리나라 기후에 잘 적응하는 데다 육질이 부드럽다. 박 명인은 버크셔K에 5가지 맛의 비밀이 있다고 말한다. 우선 육질이 우수한 유전자원(종돈)이다. 남원 지리산 흑돈은 세계에서 육질이 가장 우수한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버크셔K는 단백질 조성이 달라 고기 맛이 부드럽고 쫄깃쫄깃하다. 버크셔 등심을 분석해 보면 근육은 작은 근섬유와 근섬유를 묶은 형태의 근속다발로 구성돼 있는데 버크셔의 작은 근섬유의 단면적은 81.1μmm(마이크로밀리미터)로 다른 품종보다 가늘다. 근속다발 내 작은 근섬유는 57.4개로 랜드레이스(47.2개), 두록(36.6개)보다 많다. 이는 고기를 부드럽게 하고 씹을 때 쫄깃한 맛을 좀 더 강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버크셔K 고기는 유독 단맛이 많이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고기 맛을 측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육즙을 추출해 성분을 비교하는 것이다. 고기를 70∼75도로 가열한 뒤 육즙을 농축시킨 후 성분을 분석한다. 버크셔 고기는 랜드레이스보다 포도당이 9%, 단맛을 내는 유리아미노산 성분인 카르노신이 8.5% 더 많다. 또 지방의 수분이 적어 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버크셔의 등 지방은 쫄깃한 맛을 내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수분이 7.0∼7.7%로 백돼지(9.0∼10.0%)보다 적은 대신 순수 지방은 91%로 타 품종(87%)보다 많기 때문이다. 지방산 조성도 다르다. 지리산 흑돈은 백돼지와 비교해 다가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고 오메가6, 오메가3 지방산도 많아 웰빙식품으로서 가치가 높다. 박 명인은 “직접 기르는 버크셔K로 남원 동편제마을 휴락에서 바비큐와 샤부샤부, 샤르퀴트리(가공육)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두드러기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20%가 평생 한 번쯤 걸린다고 알려진 비교적 흔한 피부질환이다. 피부 상층의 부분적인 부종으로 인해서 생긴 다양한 크기의 부종을 말하며 기간에 따라 6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는 급성 두드러기와 6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두드러기로 분류할 수 있다. 만성 두드러기는 식품 등 특정 요인으로 인해 나타났다가 호전되는 급성 두드러기와 달리 원인이 불명확한 질환이다.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며 피부가 부풀어 오르는 팽진, 혈관부종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두드러기 환자들은 대부분 낮보다 밤에 증상이 심해진다. 이 때문에 잠자리에 누워 편히 잘 수 없다. 심한 피부 가려움증 탓에 밤마다 긁기를 반복하고 수면이 부족해지고 두드러기가 심해지는 악순환을 겪는다. 두드러기는 주로 다양한 음식물 알레르기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우유, 계란, 과일, 생선, 땅콩, 새우 등을 섭취하고 겪을 확률이 높다. 또 압박, 진동, 태양 광선, 찬 온도(콜린성), 급격한 온도 변화, 운동, 국소적인 열, 물 등 물리적인 자극에 의해 나타나기도 한다. 때때로 항생제 등 약제나 식품 및 식품 첨가제 등도 두드러기의 원인이 된다. 특히 한국인은 유독 음주와 육류나 매운 음식의 섭취가 잦은 편이다. 이런 식습관은 두드러기 발병률을 높이고 기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두드러기 환자의 80∼90%가 음식 섭취나 격렬한 신체활동 후에 나타나는 열성 두드러기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어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관리를 병행하는 게 중요하다. 피부 간지러움이 나타나 피부를 긁느라 잠을 청하기가 어려운 상태에서는 불면증 극복은 물론이고 생활 속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가 피해야 할 것으로는 증상을 더 심해지게 만드는 매운 음식, 피로 누적, 수면 부족, 지나치게 뜨거운 물로 하는 목욕, 심하게 땀이 나게 만드는 과도한 운동, 고기 섭취, 음주, 스트레스 등이다. 이러한 요인은 피부 두드러기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만성 두드러기 치료는 증상의 호전 정도에 따라 항히스타민을 투여하거나 항히스타민 4배 증량, 항히스타민과 생물학적 제제 병용, 항히스타민과 면역억제제 병용을 단계별로 권고하고 있다. 예영민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생활수칙 실천과 더불어 약물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 교수는 “만성 두드러기는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증상이 악화됐다 좋아졌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된 약물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만성두드러기 잠재우기 수칙-스트레스, 피로 최소화하기 -맵고 뜨거운 음식 등 체온 올리는 요소 피하기-히스타민이 포함되거나 혹은 분비시키는 음식 피하기-진통제 등 약물 복용 전 성분 확인하기 -지연 압박, 건조한 환경 등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자극 최소화하기 -의료진이 권장하는 치료 계획을 따르기자료: 한국노바티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가을 모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원인은 따뜻하고 습한 날씨 때문으로 분석된다. 모기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온도는 25∼32도 사이로, 32도 이상 오르면 모기 개체 수는 감소한다. 더위 꺾이고 잦은 비로 가을 모기 기승 올여름은 32도가 훌쩍 넘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모기의 활동이 주춤했다. 하지만 최근 더위가 한풀 꺾인 데다 잦은 비로 물웅덩이가 생기는 등 모기가 활동하기 좋은 조건이 됐다. 당분간 27도 안팎의 기온이 지속될 것으로 예고돼 모기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9개 축사 등 모기가 많이 발생하는 장소에서 채집·집계하고 있는 모기 수 통계를 보면 올해는 7월 초 짧은 늦장마와 7월 중하순의 폭염, 건조했던 8월 중순까지는 평년과 비교해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너무 더워도, 너무 비가 안 와도 모기가 살기 힘든 환경인 것. 그러나 비가 오고 폭염이 꺾인 8월 말부터 서서히 모기 수가 늘었다. 전북도 보건환경연구원도 지난달 중순 이틀에 걸쳐 모기 채집에 나선 결과 5453마리가 채집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채집했던 모기(1710마리)보다 5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통상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8월 중순 이틀에 걸쳐 채집한 1540마리와 비교했을 때도 5배나 늘었다. 이번에 채집한 모기 중에는 ‘작은빨간집모기’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기는 일본뇌염의 매개 모기이며 영·유아에게 매우 위험한 모기군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작은빨간집모기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6월 1일 전북지역이다. 8월 중순 평균 5마리 정도 채집됐는데 8월 하순에는 평균 25마리로 늘었고 9월 들어서는 채집 주기인 이틀마다 평균 50마리 이상 잡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뇌염 매개 모기의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다.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일본뇌염은 감염자 중 95% 이상이 증상이 없기 때문에 열을 동반한 가벼운 증상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바이러스가 침범하면 급성뇌염, 무균성 수막염 등 열성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일본뇌염 백신을 접종하는 게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말했다.흰줄숲모기는 낮에, 빨간집모기는 밤에 활동 주삿바늘처럼 생긴 모기 주둥이는 피부에 꽂자마자 침이 흘러나오면서 혈관을 뚫는다. 이때 지방분을 녹이고 피의 응고를 막는 침 성분으로 피부가 염증을 일으켜 가렵다. 모기에게 물렸다고 느끼는 순간 탁 쳐서 죽여도 모기 침의 일부가 피부에 남아 있기 때문에 한동안 가렵다. 고온다습한 여름철 극성을 부리는 모기는 대개 암컷들이다. 암컷 모기들은 산란을 앞두고 충분한 영양분을 축적하기 위해 동물들의 피를 먹으려고 행동이 매우 민첩하다. 이러한 암컷 모기들이 산란 후 사라질 때쯤 수컷 모기들이 나타나는데 이게 가을 모기다. 가을 모기는 사람의 피보다는 과즙이나 수액을 좋아해 음식물 쓰레기 주변에 주로 기생한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모기들이 암수 구분 없이 장수하면서 10월에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모기는 낮과 밤에 활동하는 모기가 다르다. 몸길이 3.5mm의 흰줄숲모기는 낮에, 5mm가량으로 좀 더 큰 빨간집모기는 밤에 주로 활동한다. 만약 모기가 밤에 활발히 활동한다면 빨간집모기일 확률이 높다. 그러나 낮에 잘 물린다면 숲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가 집 안으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 주로 숲에 사는 흰줄숲모기라면 외부에서 모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충망 등을 확인해야 한다. 오래된 아파트라면 벽과 창틀 사이에 붙은 실리콘이 벌어지는 등 모기만 아는 길이 있을 수도 있다. 모기가 외부로 이동하기 곤란한 15층 이상인데도 집에 모기가 많다면 지하 정화조 등 고인 물이 있는 공간에 모기가 알을 낳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환풍구·배수관 등을 타고 가구 간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소독을 하는 게 좋다. 모기 매개 감염병 예방수칙○ 야외 활동 시 밝은 색의 긴 바지와 긴 소매 옷을 입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한다. ○ 노출된 피부나 옷, 신발 상단, 양말 등에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야외 활동 시 모기를 유인할 수 있는 진한 향수나 화장품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 가정 내에서는 방충망 또는 모기장을 사용하고 캠핑 등으로 야외 취침할 때도 텐트 안에 모기 기피제가 처리된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 매개 모기 유충의 서식지가 될 수 있는 집 주변의 웅덩이, 막힌 배수로 등의 고인 물을 없애 모기가 서식하지 못하게 한다. 모기 물려도 99%는 증상 없지만… 발생 땐 심하면 사망 이를 수도일본뇌염이란?회복돼도 신경계 합병증 가능성 커유충 방제 철저히… 연중 예방접종 일본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일본뇌염 매개 모기(작은빨간집모기)에 물렸을 때 감염될 수 있다. 혈액 안으로 전파되는 일본뇌염 바이러스가 급성으로 신경계 증상을 일으키는 감염병이다. 뇌염이 발생하면 사망률이 높고 회복되더라도 신경계 합병증 발생 비율이 높다. Q. 일본뇌염 증상은…. A. 일본뇌염 매개 모기에 물린 사람의 99% 이상이 증상이 없다. 일부에서 열을 동반하기도 한다. 극히 드물게 뇌염으로 진행하게 되는데 초기에는 고열, 두통, 구토, 복통, 지각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급성기에는 의식장애, 경련, 혼수, 사망에 이를 수 있고 회복기에는 언어장애, 판단능력 저하, 사지운동 저하 등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Q. 일본뇌염 매개 모기에 물리면 일본뇌염이 발생하나. A. 모든 일본뇌염 매개 모기가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에 물렸을 경우에도 극히 일부에서 일본뇌염이 발생한다. 질병관리청에서는 매년 일본뇌염 매개 모기 감시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일본뇌염 매개 모기에 일본뇌염 바이러스가 있는지에 관해 검사한다. Q. 일본뇌염 환자와 접촉하면 일본뇌염에 걸릴 수 있나. A. 사람 간에는 전파되지 않는다.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를 일본뇌염 모기가 흡혈한 후 사람을 물었을 경우에 전파된다. Q. 일본뇌염 매개 모기 유충은 어디에 사나. A. 일본뇌염 매개 모기는 주로 논과 연못, 관개수로, 빗물이 고인 웅덩이 등 비교적 깨끗한 물에서 서식한다. 모기 구제는 성충보다는 유충구제가 더욱 효과적이므로 거주지 주변 웅덩이 등 고인 물이 없도록 모기 방제를 철저히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Q. 일본뇌염 예방접종은 언제 받나. A. 매년 여름철에 받아야 하는 계절 접종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일본뇌염 예방접종은 권장 접종 시기에 맞춰 연중 어느 때나 접종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생후 12개월에서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표준예방접종 일정에 맞춰 접종을 완료한다. 성인의 경우 과거 일본뇌염 예방접종 경험이 없는 성인 중 모기 노출에 따른 감염 위험이 높은 대상자와 일본뇌염 유행 국가 여행자에 대해서 일본뇌염 예방접종이 권장된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소아에서 선천적으로 발생하는 담도폐쇄와 급성 간부전의 대표적인 치료 방법은 간이식이다. 특히 간경화로 진행된 상태에서는 수술 아니면 살려낼 방법이 없다. 소아 간이식은 성인보다 수술이 까다롭고 수술 부위가 상대적으로 작아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다. 간이식 후에는 소아 중환자실에서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관리가 뒷받침돼야 높은 생존율을 기대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 간이식팀이 1994년부터 시행한 총 287건의 소아 생체 간이식 수술에 대한 기간별 생존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최근 10년 동안 시행한 소아 생체 간이식 생존율이 99%로 확인됐다. 93건의 소아 생체 간이식에서 악성 간세포암 재발에 의한 사망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생존한 것이다. 국내 소아 생체 간이식 10년 누적 생존율은 평균적으로 약 85%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생체 간이식을 받은 총 287명의 10년 기간별 생존율을 살펴보면 1994∼2002년 80%(81건), 2003∼2011 92%(113건), 2012∼2021년 99%(93건)이다. 간이식 원인은 담도 폐쇄증(52%)이 가장 많았고 급성 간부전(26%), 기타 간 질환(11%) 순이었다. 수혜자와 기증자 사이의 혈액형 조합은 대부분 적합했고 4%(11명)에서 ABO 혈액형 부적합 이식을 받았다. 기증자는 부모가 약 90%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형제자매가 8%로 나타났다. 간이식 기증자 수술의 안전성이 입증된 만큼 전체 소아 생체 간이식에 대한 기증자 사망은 한 건도 없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지금까지 시행한 전체 뇌사자 기증 소아 간이식 수술은 총 113건이다. 소아 간이식 생존율은 간이식 시행 전 소아 환자의 면역과 영양 상태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이식 전후 소아과 전문의의 집중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간문맥이나 간동맥 등 특정 혈관 부위에 특화된 전문 집도의가 투입돼야 한다. 소아는 체중이 적게 나가기 때문에 기증자의 간 일부만 이식을 받더라도 수술 과정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이식 수술은 효과적이다. 하지만 영양 상태가 좋지 못하고 예방접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성인보다 감염에 취약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 소아 생체 간이식은 1994년 서울아산병원의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가 처음 시작했다. 이후 서울아산병원 소아간이식팀은 ABO 혈액형 부적합 생체 간이식과 2 대 1 생체 간이식 등 국내외 소아 간이식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김경모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 간이식팀의 협진 시스템은 소아 간이식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성적을 내고 있는 미국 신시내티 어린이병원과 영국의 킹스칼리지병원 등에서 적용하고 있는 방식”이라며 “국내 다른 센터에도 보급돼 소아 생체 간이식 생존율 100% 시대로 도약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는 간이식학회지에 최근 게재됐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백신 접종 완료율은 50.1%로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접종을 마쳤다. 그러나 아직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접종을 꺼리는 시민 또한 적지 않다. 특히 최근 정부가 ‘백신패스’ 등 접종 완료자에게 다중이용시설 사용 시 혜택을 주는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접종을 강요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코로나19 백신은 맞아야 할까, 안 맞아도 될까. 이와 관련해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와 이덕희 경북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에게 물었다.》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백신만으로 ‘집단면역’은 어렵지만 공동체 안전 위해선 접종률 높여야일상 회복하면 확진자 수 늘겠지만 과도하게 공포심 가질 필요는 없어정재훈 교수는 “백신만으로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하긴 어렵다. 하지만 백신을 주력으로 한 방역 조치와 감염을 통한 면역으로 집단면역 상태에 돌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백신 접종 후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돌파 감염자가 늘고 있다. 돌파 감염자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 수가 더 늘면 돌파 감염자 수는 미접종 감염자 수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접종자가 미접종자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돌파 감염의 비율이 오르는 것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지금 돌파 감염자의 연령을 살펴보면 60대, 70대, 80대로 갈수록 많아 ‘조기 접종자들의 백신 효과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은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접종 기간에 따른 돌파 감염 비율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 백신 도입 당시 국민 대다수가 기대했던 백신의 효과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백신의 효과가 적다기보다 델타 바이러스의 변이가 백신 개발보다 빠를 뿐이다. 백신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개인을 바이러스로부터 막아주고 중증으로 가는 확률을 낮춰주는 '감염예방'. 다른 하나는 타인에게로 전파를 막아주는 것이다.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부스터샷(추가 접종) 같은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 ‘위드 코로나’로 가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게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백신의 효과가 6개월 정도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6개월에 한 번씩 부스터샷을 맞아야 하나. 바이러스 전달체인 아스트라제네카는 항체 유효기간이 더 길다. 반면 mRNA 백신은 그보다 짧다. 부스터샷을 고위험군에서 접종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일반인에서는 데이터를 더 기다려봐야 한다. ▽ ‘백신 패스’ 관련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백신 패스를 ‘전체의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접종자에게는 편의를 제공하는 반면 미접종자에게는 감염을 막아주는 안전망의 역할을 한다. 실제로 미접종자 가운데는 부득이한 이유로 접종을 못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 심각 단계에서는 감염 가능성은 물론이고 치명률, 중증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백신 패스는 미접종자를 보호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여기는 게 좋겠다. 또 흔히 알고 있는 항체 검사는 백신 접종으로 생긴 항체의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가 아니다. 정밀한 검사에서 백신의 항체 형성은 99%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단지 항체의 질이 다를 뿐, 항체가 생성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 “백신 접종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백신 접종은 개인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공동체 안전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접종자의 신념과 걱정을 이해하지만 한편으로는 미접종자의 중증, 사망 가능성, 특히 고위험군에서 이런 부분이 우려된다. 전문가의 노력과 당국의 설득이 필요한 부분이고 ‘의무화’보다는 설명과 공감,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 소아청소년을 둔 부모들의 걱정은 좀 더 크다. 백신을 의무화할 경우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부모들도 있다. 우리나라 목표 백신 접종률은 전체의 80% 수준이다. 전 국민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아청소년 접종이 필요하다.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이 여러 면에서 이익이 크다는 것은 많은 전문가가 동의하나, 백신의 효과 감소, 지속 기간, 이상반응의 가능성 등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가 접종을 권고하는 기준은 아주 보수적이다. 개개인에게 백신이 얼마나 이익이 되느냐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집단 면역은 백신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 중 부가적인 부분일 뿐이다. 초기에 전문가들이 이런 부분을 강조한 건 소통의 실수였다. ▽ 위드 코로나 전환을 앞두고 있지만 매일 발표되는 확진자 수를 보면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불안하다. 백신 접종자가 늘어나면 K방역의 성패는 확진자 수보다 중환자 수, 사망자 수가 얼마나 감소 했는가에 있지 않겠나. 확진자 수, 중환자 수, 사망자 수 모두 중요하다. 위드 코로나로 가면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백신 접종으로 중환자와 사망자 비율은 줄어들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환자 집계는 해야 하는데, 이때 언론과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국민이 놀라지 않도록 전문가는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 언론도 공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단어 사용은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한다.이덕희 경북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생리 이상반응 등 부작용 검토해야 고위험군은 신속하게 백신 맞히고 건강한 사람은 일상생활 복귀필요교차면역 통한 투 트랙 전략 고려를 이덕희 교수는 “치사율이 높은 고위험군과 원하는 사람들은 신속하게 백신을 접종하고 건강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통해 교차면역과 자연감염으로 지나가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 임신부와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현재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이들에게도 백신 접종 이득이 위험보다 크다고 주장한다. 백신으로 집단 면역에 도달할 수 없다고 코로나19 초기부터 주장해 온 분으로 어떻게 보는가. 이익·위험 분석은 언뜻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백신 접종의 이익은 지금 아는 것이 전부지만 위험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코로나19 치사율 ‘0’에 수렴하는 건강한 소아청소년에 대한 백신 접종은 불필요하다. ▽ 백신 패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중증도를 낮추는 효과는 있으나 감염과 전파를 막는 효과는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빠르게 소실된다. 따라서 백신은 고위험군이나 원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맞아야 한다. 백신 패스와 같은 제도는 사회에 또 다른 갈등과 혼란만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백신 의무화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 미국이 백신과 생리 이상반응 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간 부정 출혈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았다. 그동안 미국에서 백신 접종 후 폐경 여성이 생리를 시작한다든지, 생리주기나 양이 달라지고 생리통이 극심해진다는 등의 다양한 증언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관련성이 없다는 입장이었다가 2명의 미국 여자 교수가 이상 생리현상을 경험한 약 14만 명의 여성들에 대한 보고서를 내면서 입장을 바꿨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우리나라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데 백신 부작용으로 생리 이상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백신이 인체 호르몬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인자, 즉 환경호르몬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호르몬은 아주 미량만으로도 태아, 영유아,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로 인한 문제는 즉각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서서히 드러난다. ▽ 많은 전문가가 위드 코로나로 가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게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전 국민 백신 접종 목표를 80%로 잡기도 했다. 전 국민 백신 접종률이 위드 코로나의 전제조건이 될 필요는 없다. 코로나19와 같이 지속적인 변이가 발생하는 호흡기계 바이러스는 자연감염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더욱 안전한 위드 코로나가 가능해진다. 최근 이스라엘에서 나온 대규모 연구결과에 따르면 델타변이가 우세종이 된 뒤 자연감염의 경험이 백신 접종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강력한 저항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호흡기계 감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경우 점막 면역계, 즉 1차 방어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 체내로 바로 주입돼 스파이크 단백질만 경험하는 백신 접종보다 호흡기 세포들이 바이러스를 통째로 경험하는 자연 감염의 경험이 더 중요하다. ‘백신 만능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치사율이 높은 고위험군과 원하는 사람들은 신속하게 백신접종을 하고 대부분 무증상과 경한 증상으로 지나가는 건강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교차면역 혹은 자연감염으로 지나가는 편이 낫다. 사실 훨씬 일찍부터 이러한 투 트랙 전략이 필요했다. 코로나19와 같은 특성을 가진 감염병을 상대로 무조건적인 확진자 수 최소화 전략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의료시스템을 확충하고 고위험군 보호 전략을 수립한 뒤 건강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해줘야만 장기적으로 감염병 유행 관리에도 유리하다. ▽ 그래도 매일 3000명이 넘는 확진자 수를 보면 불안하다. 우리에게 중요한 사례는 미국과 유럽이 아니라 일본이다. 일본은 유행초기부터 PCR검사 자체를 제한적으로 한 국가다. 무증상자가 많은 코로나19 특성상 광범위한 지역사회전파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의 코로나19 사망률은 서구권에 비해 매우 낮으며 2020년 총 사망률도 예전보다 높지 않았다. 동아시아권의 코로나19에 대한 저항력은 처음부터 매우 높았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그 이유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가설은 높은 교차면역 수준이다. 과거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사람들은 코로나19에도 저항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동아시아권은 다른 지역에 비해 평소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경험이 더 많았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그런데 현재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유보다 그러한 현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일은 중지하고 일본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적절하게 준비하면 된다. ▽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앞두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확진자 수 중심에서 진짜 환자 중심으로 시급히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 시스템 재정비가 핵심이다. 전체 국민 백신접종률보다 고위험군 백신접종률이 중요하다. 그리고 일부에서 역학조사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역학조사를 지금처럼 계속 하는 한 위드 코로나는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이 코로나19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고려대의료원은 바이러스와 감염병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갖고 있다. 1976년 신증후성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고 백신인 ‘한타박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고려대의료원이 서울 정릉에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고 백신과 신약 개발의 허브가 될 최첨단 연구기지 ‘메디사이언스 파크’를 세웠다. 의료원은 이곳에서 미래 먹거리 산업인 바이오 메디컬 분야를 이끌어갈 계획이다. 바이오메디컬 연구기지이자 신약 개발의 요람으로 고려대 메디사이언스 파크는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다. 약 2만4000m²(약 7270평)에 이르는 대지는 바이오 메디컬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 조건을 자랑한다. 고려대를 비롯한 9개 대학과 병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5개 연구기관이 인접해 있다. ‘홍릉 바이오 클러스터’라 불리는 이곳은 5200여 명의 박사급 연구 인력이 모여 있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지식단지다. 서울시는 이곳의 연구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바이오 스타트업 플랫폼인 ‘서울바이오허브’를 조성했다. 지난해에는 홍릉강소연구특구로 지정되면서 바이오메디컬 융복합 연구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고려대의료원은 메디사이언스 파크 조성을 통해 바이오메디컬 연구, 산업, 교육의 전진기지이자 신약 개발의 요람으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대표 시설로는 ‘정몽구 백신혁신센터’가 있다. 최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백신센터 건립에 보태라며 사재 100억 원을 의료원에 전달 했다. 백신혁신센터에서는 백신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와 후보물질 유효성 평가, 전임상 연구 플랫폼 등을 수행한다.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 감염병 관련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감염위험도가 높은 바이러스를 연구할 수 있는 ABSL3, BSL3 등의 연구시설도 구축된다.기업-대학-연구소-병원 협력도 이끌어 첨단기술융합학과와 대학원, 디지털헬스케어, 의료데이터 산업체 등이 입주하는 동화바이오관도 들어선다. 동화바이오관은 동화그룹(회장 승명호)이 30억 원을 기부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이곳에서 특수분야 국제 보건의료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기업, 대학, 연구소, 병원의 산·학·연·병 협력을 이끌 계획이다. 동시에 GMP(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시설을 유치해 협업한다. 최대 32개 기업이 입주할 수 있으며 현재 입주 기업을 모집 중이다. 새로 신설된 의료정보학교실과 관련 연구시설도 메디사이언스 파크로 자리를 옮겨 빅데이터 역량을 키워 나갈 계획이다. 정밀의료, 맞춤형 의료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면서 의료빅데이터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의료정보학교실은 의료정보를 관리하고 가공해 원격의료, 가상병원 등 새로운 형태의 의료 서비스를 창출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해 효율적인 의료 체계를 확립한다.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은 “고려대 메디사이언스 파크가 완공되면 가장 먼저 집행부를 포함한 의료원 헤드쿼터(본부 부서)가 이동 한다”면서 “고려대의 융합 연구 인프라와 연구 중심 임상테스트 베드인 안암·구로·안산병원 그리고 홍릉 바이오의료클러스터 등이 시너지를 내면 고려대 메디사이언스 파크는 세계 수준의 연구 단지가 될 것”이고 강조했다. 정릉과 청담을 포함해 고려대의료원 산하의 각 캠퍼스가 모두 자리 잡게 되면 국내 어떤 곳과도 차별화되는 의료기관으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고려대의료원은 현재 논의 중인 기존 안암, 구로, 안산의 뒤를 이을 제4병원의 입지가 가시화되면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미래형 병원으로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각계각층 기부금, 차세대 백신-치료제 개발에 사용 고려대의료원은 ‘Again, 65만의 기적’ 캠페인(65캠페인)을 통해 200억 원을 모금했다. 65캠페인은 고려대의료원 발전위원장인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의 기부로 시작해 100일 동안 국내외 다양한 지역에서 참여했다. 작년 코로나19 성금을 지원했던 고대경제인회(회장 승명호)는 이번 캠페인에도 적극 참여해 하루 만에 목표 모금을 달성했다. 캠페인에는 반평생을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거주하며 그저 고려대가 좋아서 기부했다는 한종섭 여사를 비롯해 고려대의료원에서 치료받고 코로나19 감염에서 회복했다는 환자, 임종한 환자를 대신해 기부한 보호자, 백신혁신센터에 100억 원을 기부한 정몽구 명예회장 등 다양한 사람이 동참했다. 고려대의료원 관계자는 “목표액을 훨씬 초과한 200억 원이 모금됐다”며 “지금도 많은 분들이 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모금된 기금은 정릉 메디사이언스 파크에서 진행될 차세대 백신과 치료제 개발, 국내외 보건의료인 교육 플랫폼 구축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고려대 인프라 총동원… 백신 연구개발에 총력”인터뷰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감염병이 출몰하면서 ‘우리는 왜 백신을 만들지 못하는가’에 대한 자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전문가뿐 아니라 국민들도 백신, 치료제 같은 신약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사진)은 백신 연구의 전초기지로 떠오른 ‘메디사이언스 파크’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고려대의료원은 백신 개발 및 연구 활동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고려대가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메디사이언스 파크 구축을 결정했다”며 메디사이언스 파크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많은 연구실, 기업이 뛰어들었지만 기대한 만큼 성과가 부진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아직 글로벌 제약사들처럼 신약 개발까지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나. 신약 개발이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바뀌면서 천연물 신약화가 가능해졌다. 이는 빅데이터 강국인 우리나라도 신약 개발 가능성에 한 발 다가섰다는 얘기다. 백신과 신약 개발은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대학의 실험실 연구자들이 중요하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실과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좋은 예다.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과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인재들이 모여들고 협업할 수 있는 바이오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다. 포스닥도 유치할 수 있다. 메디사이언스 파크는 체계적인 실험 공간에서 제대로 된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인프라, 플랫폼을 제공해 백신과 신약개발 전문가와 기업들에 방향과 길을 안내할 북극성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거다. 그러면 우리도 신약 개발이 가능하지 않겠는가.―의료원의 헤드쿼터까지 정릉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들었다. 집행부서의 이동은 의미가 있다. 혼을 담아 성공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것이다. 가치를 추구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의료원이 이 사업에 많은 준비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집행부서뿐 아니라 연구의 핵심인 백신개발팀, 신약개발팀이 간다. 빅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의료정보학교실이 이동하고, 그동안은 대학 내 연구소에 있던 임상의사들도 새로 만들어진 실험실에서 자유롭게 연구를 할 수 있다.―의지가 느껴진다. 메디사이언스 파크에 들어올 기업들 유치도 한창이라고 들었다. 어떤 기업들이 들어오나. 메디사이언스 파크는 백신과 신약, 투트랙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그에 맞는 바이오 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메디사이언스 파크의 가장 큰 장점은 인적 인프라다. 이번에 가는 백신전문가팀은 단백질 전문가, 바이러스 전문가, 유전체 전문가, 면역학 전문가, 세포학 전문가들이다. 어벤저스팀을 구성했다. 실험실의 연구자와 의료원의 인프라는 기업의 임상을 도와줄 수 있다. AI를 이용해 빅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것도 우리의 소프트 파워다. 데이터중심병원에 걸맞은 독자적인 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