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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가 2020 여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됨에 따라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63)의 주경기장 설계가 주목받고 있다. 8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매머드급 주경기장은 1964년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사용된 국립 가스미가오카 육상경기장 자리에 들어선다. 커다란 유선형 개폐식 지붕을 이고 있는 이 경기장은 하디드 특유의 유려한 곡선이 인상적이다. 2018년에 완공되면 2019년 럭비월드컵이 이곳에서 펼쳐진다. 2020 여름올림픽 때는 개·폐막식과 장애인올림픽이 이곳에서 열린다. 하디드는 1964년 도쿄 올림픽 당시 수영장으로 사용됐던 1만4000석 규모의 국립 요요기 경기장의 리모델링도 맡았다. 요요기 경기장은 1987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 건축가 단게 겐조(1913∼2005)의 대표작으로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개폐식 지붕을 갖춘 핸드볼 경기장으로 거듭난다. 이라크 출신 영국 건축가인 하디드는 2004년 여성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거머쥔 스타 건축가다. 국내에선 서울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설계자로 유명하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어린이집 인테리어, 텃밭 디자인, 광주 맛집 테이블 세팅…. 메뉴만 봐도 6일 개막한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목표를 알 수 있다. 5회째를 맞은 올해 행사는 철저히 상품성을 겨냥했다. ‘예술이 질문이면 디자인은 답이다’라는 이번 행사의 총감독인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이사의 평소 신념이기도 하다. ‘圖可圖非常圖(도가도비상도·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道可道非常道’를 패러디해 ‘디자인이 디자인이면 디자인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쓴 표현)’를 주제로 ‘제품 없는 디자인’을 추구했던 관념적인 2011년 행사와는 정반대다. 그래서 “쉽고 재밌다” “의미 있는 문제 제기 대신 대형마트를 전시장에 들여놓았다”는 엇갈리는 평가가 나온다. ‘거시기, 머시기(anything. something·以心傳心·이심전심)’를 주제로 11월 3일까지 열리는 올해 행사에서 가장 ‘머시기’한 볼거리 네 가지를 소개한다. ▽주제관 ‘Old & New’=짚으로 엮은 계란꾸러미, 대나무로 짠 소쿠리, 엿장수 가위 등 한국의 ‘옛것’에서 독창적인 미의식을 새롭게 읽어 내는 전시다. 예를 들어 짚으로 만든 계란꾸러미는 형태와 구조를 노출시킨 아름다움, 내용물을 보호하는 기능성, 내용물을 알려주는 정보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포장문화다. 64개 전통 사물을 다룬 이어령 씨의 저서 ‘우리문화박물지’를 바탕으로 했다. ‘거시기’한 일상에서 재발견한 ‘머시기’의 전형을 보여 준다. ▽예술이 된 의자=시각적으로 가장 호사스러운 전시다. 특히 입식 문화권인 중국 작가들의 의자가 인상적이다. 숟가락, 말안장, 치파오 등 전통적 요소를 활용한 작품과 스테인리스강을 소재로 도시의 빌딩과 시소 모양을 형상화한 모던 디자인이 공존한다. 한국 작가들이 대나무의 유연성을 활용해 만든 의자도 눈길을 끈다. 서구 작가들은 페트병의 플라스틱 뚜껑을 알뜰히 모아 엮거나 수평으로 얇게 자른 알루미늄을 켜켜이 쌓아 놓은 듯한 작품을 선보였다. ▽디자이너의 택시운전사 유니폼=장광효 우영미 간호섭 고태용 최지형 등 유명 남성복 디자이너 5명이 광주 택시운전사들의 계절별 유니폼을 제작했다. 우영미 솔리드옴므 대표는 바람이 잘 통하는 흰색 리넨 셔츠에 통 넓은 인디고 블루 반바지를 받쳐 입는 하복을 제안했다. 고태용 비욘드 클로젯 실장의 춘추복은 체크무늬 셔츠에 서스펜더(멜빵) 모양의 무늬를 넣어 클래식한 느낌이 난다. 광주시는 관람객들의 투표 결과 1위 작품을 정식 유니폼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쇼핑백 같은 쓰레기봉투=도심에 버려지는 쓰레기봉투는 도시 경관을 해치는 흉물. 하지만 조선대 유니버설패키지디자인센터가 광주의 5개 구를 위해 제작한 쓰레기봉투를 보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남구용 봉투는 흰색 나무 울타리에 초록이 무성하고, 광산구 디자인은 기차 승객들의 다양한 표정이 경쾌하다. 배트맨과 악동들의 험악한 얼굴 표정이 재미있는 동구 봉투, 봉투끼리 모아 놓으면 커다란 코끼리 모양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북구의 업소용 대용량 봉투도 있다.광주=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난 가끔 원한다 달아나길/난 가끔 원한다 소년이 되길/난 가끔 원한다 사람을 죽이길/난 가끔 원한다 포기하길’ 시 같긴 한데 누가 쓴 시인지 말하기가 난감하다. 구글 검색창에 ‘가끔 난 원한다(sometimes I want to)’를 쳐 넣으면 자동으로 완성되는 문장들을 모은 것이기 때문이다. 핀란드 디자이너인 라이사 오마헤이모와 삼프사 누오티오의 ‘구글 시학(Google poetics)’이 서울 문화역서울 284에서 진행 중인 서체 비엔날레 ‘타이포잔치 2013’에 전시돼 눈길을 끈다. 구글 시학은 구글의 검색어 자동 완성 기능을 이용한 작품으로 작가들은 지난해 10월부터 ‘구글 시’를 수집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작가들은 “개방적인 서구 사회에도 금지된 질문들은 여전히 있고, 사람들은 이런 질문에 부닥칠 때 집에 틀어박혀 구글에 호소한다”며 “구글의 검색어 자동 완성 기능은 전 세계 구글 사용자들이 과거에 입력한 검색어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현대인의 두려움과 편견, 비밀과 희망을 드러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 시 ‘왜 우린 할 수 없나(why can't we just)’에서도 현대인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왜 우린 되감기할 수 없나/왜 우린 돈을 더 벌 수 없나/왜 우린 돈을 찍어 낼 수 없나/왜 우린 잘 지낼 수 없나’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개봉 이틀 만인 7일 석연찮은 이유로 멀티플렉스 영화 체인 메가박스에서 상영이 중단된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재상영을 위한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 영화인 진상규명위원회’가 9일 발족했다. ‘천안함 프로젝트’ 제작진을 비롯해 영화인회의,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12개 영화단체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위 발족을 발표했다. 영화인들이 특정 사안을 두고 이처럼 많이 모인 것은 2006년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 이후 처음이다. 진상규명위는 성명을 통해 △메가박스는 (상영을 중단하라고) 협박한 보수단체의 이름을 밝히고 이들을 당국에 고발할 것 △수사 당국은 해당 보수단체를 신속히 수사할 것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사태가 한국 영화 발전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행정력을 즉각 발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메가박스 관계자는 9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으로서는 홈페이지에 공지된 내용 이상 더 말할 게 없다”고만 밝혔다. 앞서 메가박스는 “상영을 중단하라는 보수 단체의 협박이 일반 관객들에게 위협이 된다”며 5일부터 24개관에서 상영하던 이 영화를 내렸다.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명필름 대표)은 “헌법소원 등을 통해 많은 부분에서 표현의 자유를 이뤄 냈지만 영화가 상영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메가박스는) 정치적 압력인지 보수단체의 압력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익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는 “앞으로 영화를 기획하거나 찍을 때 스스로 검열해야 할지 모른다. 영화를 만들면서 자기 검열의 압박을 받는다면 이는 문화콘텐츠 발전을 가로막게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메가박스와 문체부 관계자를 만나 영화 상영 중단 사태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영화의 재상영을 요구할 계획이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는 천안함 폭침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의 발표에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으로 5일 개봉해 이틀간 관객 2312명을 모았다. ‘다양성 영화’ 부문 박스오피스 1위였다. 그러나 메가박스 상영 중단 후 주말 관객이 줄어 8일까지 5070명을 동원했다. 영화는 전국 4개 극장에서만 상영 중이다.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세부 전시 중 하나인 ‘2015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남북한 동시입장 기원 국기 디자인전’에서 인공기가 들어간 작품을 전시했다 철거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비엔날레 재단은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입장할 때 한반도기 대신 들 수 있는 단일기를 제안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이 전시에는 미국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외국인 5명을 포함해 90명의 디자이너가 90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이 중 프랑스 디자이너 마탈리 크라세를 포함해 11명은 인공기를 부분적으로 차용한 작품을 디자인했다. 비엔날레 재단은 개막 전날인 5일 내외신 기자와 전문가를 초청해 전시장에 설치된 90점의 단일기 작품을 보여주었고 작품이 수록된 도록도 배포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6시경 “민감한 시기에 인공기가 들어간 단일기를 전시하면 북한을 지지하는 듯한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며 슬그머니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재단 측의 철거 결정에 대해 작가들은 “남북한 동시 입장 때 쓰는 단일기라는 특성상 북한의 상징이 부분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며 의아해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강철 디자이너는 “국민의 일체감을 조성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국기를 디자인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고 싶었다”며 “우리 사회의 인식이 여기까지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국기 디자인전에는 태극문양과 4괘, 한글 철자, 삼족오(三足烏) 등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를 디자인한 김현 작가는 ‘천지인(天地人)’을 상징하는 삼태극을 주제로 무한대를 상징하는 단일기를 선보였다. 박금준 장동련 최예주 작가는 한글 자음인 ‘ㅎ’을 그려 넣은 단일기를 제작했다. 비엔날레 측은 이 작품들에 대한 일반 관람객들의 선호도를 조사해 1개 작품을 선정하고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남북한 선수 동시입장에 활용해 달라고 건의할 예정이다.광주=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지용은 탑이 아까와는 다르게 온화한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자 옥상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러고도 좀처럼 탑에게 다가가지 못하자 탑이 살짝 웃어주며 팔을 벌려 오라고 손짓했다. 지용은 조금씩 발을 떼며 탑의 품에 안겼다. …”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인 지드래곤(본명 권지용)과 탑(최승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팬픽 ‘어린 위안부’를 읽어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위안부를 성애(性愛)물의 소재로 택한 무딘 역사적 감수성이 딱하기도 했지만 이보다 더 놀라웠던 건 200자 원고지 1470장을 가득 메우는 온갖 변태적인 성행위였다. 팬픽(fanfic)이란 팬(fan)이 쓰는 픽션(fiction·소설)의 줄임말이다.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를 실명 그대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창작과 유통이 쉬웠던 1990년대 PC통신 시절부터만 따져도 역사가 20년이 넘는다. 포털 다음엔 1만6400개의 팬픽 카페가 있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신화 같은 인기 그룹은 팬픽 카페도 여럿이고, 회원 수도 카페마다 10만 명이 넘는다. 팬픽은 주로 10대 소녀들이 써서 돌려보는 콘텐츠로 99%가 동성애물이다. 가장 많이 제작되는 장르가 남자 동성애를 다루는 ‘야오이물’이다. 이 중에서도 ‘어린 위안부’처럼 수위가 높은 것은 ‘장미물’이라 따로 부른다. 여자 동성애를 남성적 시각에서 쓴 작품은 ‘레즈물’, 여성적 시각으로 쓰면 ‘백합물’이다. 장미물보다는 덜하다지만 야오이물의 수위도 만만치 않다. 일본어인 ‘야오이’가 ‘야마(山)’ ‘오치(落)’ ‘이미(意味)’가 없다는 뜻에서 세 단어의 앞 음절을 따 지은 어원으로 짐작할 수 있듯 작품성을 따지기보다 성애 묘사에 집중하는 것이 이 장르의 특징이다. 남자 커플은 성관계를 주도하는 공(攻)과 반대편의 수(守)의 역할을 나눠 맡는다. god에서 남성적인 윤계상이 ‘공’을, 섬세한 손호영이 ‘수’를 맡아 ‘호상’ 커플을 이루는 식이다. ‘어린 위안부’는 ‘탑뇽’ 커플의 사랑 얘기로 예쁘장한 지드래곤이 여장을 한 채 위안부로 끌려가는 ‘수’, 선이 굵은 탑은 일본군 장교인 ‘공’으로 나온다. 남남 커플이 팬픽의 주류를 이루는 이유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제기된다. 대개 팬픽의 주요 생산자이자 소비자들이 10대 소녀임을 전제로 한 설명들이다. 우선 ‘울 오빠’가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걸 보기 싫어서, 혹은 사회적 금기를 뛰어넘는 지고지순한 사랑이 더 극적이어서라는 것이다. 남자들만의 사랑 얘기는 여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할 필요 없이 관찰자 입장에서 관음 욕구를 채울 수 있어서, 남성적인 ‘공’부터 탈권력화된 ‘수’까지 다양한 남성성을 즐길 수 있어서라는 다소 어려운 해석도 있다. 라캉의 욕망이론에 기대어 소녀들의 성적 판타지가 갖는 ‘전복적인 힘’에 주목하는 여성학자들도 있다. 팬픽의 생산과 소비 동기야 어떻든 확실한 건 요즘 10대들의 성적 지능이 어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이다. 팬픽은 공부 못하는 ‘빠순이’들만의 문화가 아니다. 외고생도 쓰고 읽고, 팬픽 잘 써서 대학 가는 이들도 있다. 어른들이 일부 성행위 장면을 이유로 해외 명작들을 ‘청소년 유해물’로 분류하는 동안, 10대 청소년들은 입이 떡 벌어지는 성애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소년소녀들의 잇단 범죄를 계기로 형법상 죄를 지어도 책임을 묻지 않는 촉법소년(觸法少年)의 나이 기준을 낮추자는 주장이 나오듯, 일정 수위의 내용을 봐도 되는 성적인 촉법소년 연령도 낮춰 잡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는 소설 ‘젊은 느티나무’의 첫 문장에 밤잠을 설치던 성적 감수성으로는 ‘엄마용 포르노’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보다 더한 그림을 상상해내는 10대들을 따라잡기 어렵다.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가을을 맞아 국제적인 디자인 관련 행사가 줄줄이 열린다. 디자인의 기초인 글꼴을 다루는 타이포그래피 축제 ‘타이포잔치 2013’이 30일 서울 문화역서울 284에서 개막한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슈퍼텍스트’. 안삼열, 김기조, 이호, 카를 나브로, 존 모건 등 세계적인 글꼴 디자이너 58개 팀이 참가해 폐막일인 10월 11일까지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다음 달 14일과 28일 오후 2시에는 미술·디자인 비평가 임근준과 디자이너 김형진이 나와 관객과 함께 전시를 감상하고 대화를 나누는 행사를 갖는다. 한글날 전야인 10월 8일 오후 7시부터는 한글과 관련한 복합 예술공연이 펼쳐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행사다. 다음 달 11일∼10월 20일 충북 청주시 상당로 옛 연초제조창에서는 제8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열린다.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을 주제로 60개국 3000여 팀이 60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세계적인 도예가인 신상호와 영국의 루시 리,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해 주목받은 포르투갈의 조안나 바스콘셀로스, 동판을 두드리거나 용접해 독특한 작품을 선보여 온 일본의 하시모토 마사유키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 밖에 배우 하정우, 구혜선, 유준상, 최민수 등 스타들의 그림과 공예품을 전시하는 ‘스타 크래프트(star craft)’ 코너도 마련됐다. 제5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도 비슷한 시기인 다음 달 6일∼11월 3일 열린다. ‘거시기, 머시기’를 주제로 버스승강장, 광주 맛집의 식기, 택시운전사 유니폼, 농산품 관련 디자인 등 실용적이고 대중적인 전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건축가 구마 겐고와 디자이너 폴 스미스, 비비언 웨스트우드 등 20개국 358개 팀이 참여해 6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 지역 출신으로 명예홍보대사를 맡은 동방신기 멤버 유노윤호도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우진 씨와 협업해 무등산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전시한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서울 동작구 사당동 총신대 정문을 지나다 보면 발걸음이 절로 멎는다. 완만하게 휘어진 언덕길 오른편에 두루마리처럼 펼쳐지며 시선을 가득 메우는 건물. 올해 초 리모델링을 마친 신관이다. 남쪽 정문을 향해 버선코처럼 들린 외관에 마지못한 듯 불규칙한 창 몇 개를 낸 것이 르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을 닮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설계자가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한 이은석 경희대 건축학과 교수(코마건축사사무소 대표)다. 그의 스승 앙리 시리아니가 르코르뷔지에의 제자다. 원래 이 건물은 평범한 6층짜리 상자형 건물이었다. 이 교수는 기존 건물 기둥에 철골 캔틸레버(외팔보)를 설치한 뒤 베이지색 사비석으로 외피를 둘렀다. 학교 경사로의 커브와 일치하는 이 곡면 덕에 밋밋했던 학교엔 뚜렷한 표정이 생겼다. “곡선은 시공이 어렵고 기능적이지 못하다고들 여깁니다. 하지만 큰 공간의 로비나 홀과 같은 공용 공간에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도시의 풍경이 훨씬 풍요로워지죠.” 이 교수는 기존 건물에 나 있던 큰 창도 없앴다. 이른바 ‘무창(無窓) 건축’이다. 사무실이나 강의실이 몰려 있는 1, 2층의 입면은 빛을 가리지 않도록 외피를 씌우지 않았고, 3, 4층에도 채광이 필요한 부분에만 최소한으로 창을 냈다. 5, 6층은 기존의 음악당 2층 발코니를 막아 만든 연습실이어서 창이 필요하지 않다. “창은 흉터 같은 존재입니다. 창이 많으면 건물의 형태는 보이지 않고 창만 보이게 돼요. 곡면의 볼륨을 살리려면 창이 없어야죠. 창의 개수가 모두 66개로 성서를 뜻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정확한 숫자는 저도 모릅니다.” 입면에 뚫어놓은 네모 중 일부는 창이 아니라 조명이다. 밤이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낮과는 다른 밤 풍경을 그려낸다. 이 건물은 학교 건물이자 종교 건축이다. 버선코처럼 들린 곳의 아래는 ‘묵상의 공간’이다. 이곳에 서서 머리를 뒤로 젖히면 철골 십자가를 통해 하늘이 올려다보인다. 건물 입구의 파랑 노랑 빨강 기둥은 차례로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교리를 뜻한다. 북쪽 끝엔 새벽을 깨우는 종, 그리고 남쪽 꼭대기엔 십자가가 서 있다. 상자 속 십자가는 100개가 넘는 교회를 설계한 이 교수의 시그너처와 같은 것이다. 이 교수는 그동안 “왜 교회는 뾰족 첨탑 모양이어야 하느냐”며 모더니스트답게 절제된 상자 모양의 교회 건축을 선보여 왔다. 그래서 총신대 신관의 곡면 설계를 종교 건축가로서 이 교수의 전환점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 그의 당선작인 서울 광화문 새문안교회 설계안(2010년)도 움푹한 커브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폭풍을 피할 수 있는 포구처럼 한국 최초의 장로교회인 새문안교회가 어머니처럼 품어주는 교회가 됐으면 한다는 뜻을 담은 설계다. “건축이 오브제가 아니라 연극 무대 같은 배경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은 (곡선이든 직선이든) 조형적인 제스처를 절제하는 대신 다른 것들이 담길 수 있도록 최소한의 껍데기를 만드는 것이죠.” 이 교수는 총신대 신관 작업을 통해 리노베이션의 가치를 실감했다고 했다. 비용은 3.3m²당 300만 원 미만으로 신축 비용의 절반. 기간은 설계 2개월, 시공에 4개월이 걸렸다. “신축은 건축법규가 강화돼 불리한 점이 많아요. 리노베이션은 기존 면적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원 절약이라는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와도 부합하고요. 신축 수요가 줄어들면서 리노베이션의 가치는 더욱 주목받을 것입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고색창연한 붉은 벽돌 건물 옆에 뜬금없는 대형 욕조? 지난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 옆에 공중으로 붕 띄워 놓은 욕조 모양의 흰색 신관이 증축되자 세계 디자인계는 시끄러워졌다. 그 미학적 완성도에 대한 찬사와 함께 1895년 지어진 구관과 어울리지 않는 조형미라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해 유리벽의 서울시 신청사가 완공됐을 때 “석조 건물의 구청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영국 디자인 전문 잡지 ‘디진’은 증축된 이 미술관에 대해 “욕조를 닮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의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을 비롯해 네덜란드의 최신 건축과 디자인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네덜란드에서 온 새로운 메시지: 네덜란드 건축/디자인전’이 14일 개막한다. 한국국제교류재단 기획전으로 10월 30일까지 서울 중구 수하동의 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 10년간 완성된 건축물의 사진과 디자인 작품이 12점씩 나온다. 건축물 12점은 모두 증축하거나 리모델링한 작품들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가 최근 완공한 ‘크레머 미술관’은 창고로 쓰던 3층 벽돌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건물을 1.5m 밑으로 지하화하고 2층은 잘라 들어올린 뒤 철골구조의 유리로 마감하는 등 현란한 리모델링 기술을 보여준다. 유명 설계회사인 MVRDV는 특정 지역의 수십 년 된 농가들을 일일이 계측해 평균값으로 지은 유리농장, 3층 집 옥상에 파란색으로 지어 올린 네덜란드식 옥탑방을 선보인다. 디자인 작품 12점 중에는 ‘속삭이는 의자’가 인상적이다. 50m 길이의 두루마리 종이를 둥그렇게 휘도록 설치한 뒤 종이 양쪽 끝에 의자를 놓아두었다. 관람객들은 의자에 앉아 종이에 대고 서로 속삭여봄으로써 작은 소리로도 소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체험할 수 있다. 월∼금요일엔 오전 11시∼오후 8시(수요일은 오후 9시), 토요일은 오전 11시∼오후 6시 개관한다. 일요일은 휴관, 광복절과 개천절엔 개관한다. 무료.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서울 서초구 방배동 주택가에 25년 넘게 살아온 H 씨. 어느 해인가부터 동네 집들이 하나둘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바뀌더니 2006년엔 집 앞 관악산 조망을 가리는 15층짜리 아파트 5개동이 올라왔다. 이후 옆집엔 4층 빌라가 들어섰다. 이사를 가려고도 했지만 정든 집터를 떠나기는 싫었다. 그는 건축가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주변의 시선과 소란에 방해받지 않고 단독주택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H 씨의 고민은 아파트와 상업시설의 위협을 받는 주택가에 사는 이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문제였다. 조남호 솔토건축 대표(51)가 제시한 해결책은 집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집 주위로 2층 높이의 흰색 화강석 벽을 두르는 것이었다. 최근 찾아간 ‘방배큐브’는 말 그대로 네모난 요새처럼 보였다. 밖에서보다는 안에서 봤을 때 더 근사한 집이다. 연면적 590.81m²의 3층 규모로 동남향인데 주변에 고층 아파트와 빌라가 있음에도 혼자만 푹 꺼져 있는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비결은 주변 용지와의 레벨 차이와 건물 1층을 벽 없이 기둥만으로 구성한 필로티 방식에 있다. 원래 터가 경사진 곳에 있어 옆쪽 아파트와 8m의 높이 차가 있는 데다 1층 기둥으로 2, 3층을 들어올린 덕분에 고층 건물에 가리지 않아 볕이 잘 든다. 1층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맞은편 아파트 쪽으로 대지선까지 나무 덱을 덧대어 공간이 시원하게 확장돼 보인다. 2층 높이의 흰색 벽은 주위 시선과 소음을 차단하고, 군데군데 크고 작은 네모로 뚫어 놓은 개구부로는 집안의 중정과 이웃집의 정원이 이어져 그림처럼 시야로 들어온다. 특히 동쪽에 2개 층을 연결해 크게 뚫어 놓은 개구부가 큐브의 답답함을 시원하게 해소해 준다. 조 대표는 “여름 더위가 혹독해져 남쪽 창이 부담이 된다. 그래서 동쪽으로 큰 창을 냈다”고 했다. 집주인 H 씨는 “처음엔 벽을 쌓는다고 해서 참호 같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곳곳에 뚫어 놓은 공간으로 남의 정원을 내 것처럼 감상하고, 동쪽 창으로는 일출을 볼 수 있어 좋다. 화강석 벽도 햇볕이 내리쬘 때와 비 올 때 모두 표정이 달라 벽 자체가 조각품 같다”고 만족해했다. 실내 공간 구성도 여느 집과는 다르다. 대개는 거실이 중심이 되지만 방배큐브 2층엔 식당을 중심으로 방과 부엌, 거실이 배치돼 있다. 안주인이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 식탁인 점을 감안한 설계다. 점차 위태로워지는 주택가에서 큐브형 집이 보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안에 있을 땐 아늑하고 좋았지만 대문 밖을 나서니 이웃과 교류할 여지를 주지 않는 방배큐브의 흰 벽은 소통의 벽으로 느껴졌다. 그나마 도심에 남은 주택가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집주인인 H 씨 생각도 그랬다. 그는 “10년, 20년 후 여기가 어찌 될지 모르겠다. 상황에 따라 이 집을 카페나 갤러리로 바꿔 쓸 수 있도록 설계에 반영해 달라”고 주문했다. 조 대표는 나중에 용도에 따라 집을 쉽게 개조할 수 있도록 구조체와 사이 벽을 분리했다. 집을 크게 구획하는 주요 벽은 철근콘크리트로 쌓았지만, 사이의 세부 벽들은 목재를 활용한 건식 벽이어서 쉽게 해체할 수 있다. 1층도 기둥과 창고를 빼면 대부분 주차장과 덱으로 비워 놓았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정원 디자이너 황지해(37). 정원 디자이너라는 직업만큼이나 그의 이름은 국내에선 낯설다. 하지만 정원 문화가 발달한 영국에서 그는 ‘첼시의 여왕’으로 불린다. 무명의 유학 준비생이던 그는 세계 최고 권위의 정원박람회 ‘첼시 플라워 쇼’에서 2011, 2012년 연속 1등상을 받았다. 다음 달 24일 프랑스 동부 도시 롱르소니에에서는 그가 순천만을 테마로 설계한 정원 ‘뻘: 순천만, 어머니의 손바느질’이 800m² 규모로 개장한다. 지난해 네덜란드 국제원예박람회에 출품한 작품이다. 롱르소니에 시가 대지와 재시공 비용을 제공했고, 순천시와 아시아나항공이 일부 시공 비용을 부담했다.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 잠시 귀국한 황 작가는 “정원 디자이너로서 작품이 전시 후 버려지지 않고 영구 보존된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라고 했다.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에 가보세요. 가족들을 위해 어머니가 정성 들여 바느질하듯 자연이 한 땀 한 땀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한국 식재로 표현했죠. 질경이 쑥 오이풀 창포 엉겅퀴 뱀딸기 꼬리조팝나무….” 황 작가가 보여준 사진을 보니 순천만의 독특한 풍경이 정원에 그대로 담겼다. 바늘과 실 모양의 커다란 조형물, 그리고 동력을 사용해 서서히 열리고 닫히며 알에서 깨어나는 꽃을 상징하는 한국관도 인상적이다. 황 작가는 한국적인 주제를 들풀 같은 토종식물을 주로 써서 표현해낸다. 꾸밈없는 원시성이 돋보인다. 2011년 소형 정원(20m²) 부문 1등상 수상작인 ‘해우소: 마음 비우기’에 대한 작가의 설명은 이렇다. “화장실을 테마로 제출했더니 처음엔 다들 농담이냐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우리가 버리는 것이 흙을 살찌우고, 그 흙에서 자란 식물이 사람을 살찌우는, 생명의 순환이라는 우리 선조들의 철학이 세계인의 마음을 흔드는 큰 울림이 되더군요.” 이듬해엔 비무장지대를 주제로 한 ‘고요한 시간: DMZ 금지된 정원’을 출품해 대형 정원(200m²) 부문 1등상과 함께 800점이 넘는 전체 출품작 중 1등상을 차지했다. 현지 언론은 “올해 여왕이 만나게 될 가장 독창적인 정원이다” “잡초가 보물로 변신했다”며 놀라워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 DMZ예요. 60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적 감성에 자연의 재생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정원의 본질이 담겨 있는 곳이죠. 전쟁의 상처를 간직한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 탄생하는 그 역설의 공간을 그곳에서 자라는 희귀종과 군번줄, 이산가족들의 편지 등을 이용해 정원으로 꾸몄습니다.” ‘DMZ 금지된 정원’은 현재 런던 플레저가든으로 옮겨져 있다. 내년까지 전시된 후 영구 보존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황 작가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쌈지공원 조성, 가로디자인, 조경 등 환경미술을 10년 넘게 해오다 정원 디자인으로 활동 영역을 좁혔다. 작업의 스케일이 커진 만큼 노동의 강도도 세지고, 비용도 많이 든다. “정원은 시간예술이에요. 개화시기에 맞춰서 빨리 심어야 식재가 제자리를 잡고 물도 줄 수 있죠. 머리카락 심듯 맨손으로 몇만 개를 심는 일은 그야말로 중노동입니다. 매니큐어를 발라보는 게 소원일 정도예요.” ‘해우소: 마음 비우기’의 제작비 3억8000만 원은 자비로 충당했고, ‘DMZ 금지된 정원’의 제작비(8억 원) 절반은 후원을 받았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프로젝트의 후원자 찾기는 무척 버거운 일이다. “그래도 무생물로 작업할 때 느꼈던 한계나 갈증을 풀과 나무로 작업할 때는 못 느껴요. 어릴 적에도 어머니의 텃밭이 좋았어요. 제 영혼의 양식이죠. 번잡스럽던 마음이 정원 일을 할 땐 고요해지고 치유되는 느낌을 받아요. 사람의 손이 많이 가지 않는 게으른 정원을 좋아합니다. 바람에 날아온 씨앗이 멋대로 자라나 만들어진 표정, 의도하지 않은 우연의 효과, 이건 사람이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거죠.” 황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려면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에 가면 된다. 박람회장 동천 갯벌 공연장 주변에 그가 만들어놓은 정원 ‘갯지렁이 다니는 길’이 있다. 박람회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31일 ‘갯지렁이 다니는 길’ 주변 숲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텃새인 붉은머리 오목눈이가 둥지를 틀고 새끼 4마리를 키우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발표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국내외 디자이너 80명이 통일 한국의 국기를 디자인해 선보인다.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사무국은 9월 6일 개막하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2015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남북한 동시 입장 기원 국기 디자인’을 선보인다고 1일 발표했다. 외국인 디자이너 10명을 포함해 디자이너 80명이 통일 한국에 어울리는 국기를 디자인해 전시하면 관람객들이 마음에 드는 국기에 투표한다. 행사가 끝나면 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원회에 투표 결과와 함께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전달해 2015년 광주대회에서 남북한 대표단이 입장할 때 새 국기를 들도록 제안할 계획이다. 이영혜 총감독(디자인하우스 대표이사·발행인)은 “흰색 바탕에 푸른색으로 한반도를 그려 넣은 한반도기는 울릉도와 독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고, 디자인도 초라해 보인다”며 “국기 디자인전은 통일 한국에 걸맞은 국기에 대해 고민해보는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장광효 카루소 대표, 우영미 솔리드옴므 대표,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등 국내 유명 디자이너들이 광주 택시운전사들의 유니폼도 디자인해 전시한다. 사무국은 하복 춘추복 동복 유니폼을 디자인해 전시한 뒤 관람객들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디자인을 정식 유니폼으로 채택하도록 광주시에 건의할 예정이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한국 드라마(한드)는 세계적인 문화 상품이다. 한드의 본방송이 끝나면 48시간 내에 영어 자막이 있는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온다. 3, 4일 후엔 20여 개 언어의 자막이 달려 유통된다. 한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미국 사이트 ‘드라마피버’를 클릭해보라. ‘I hear your voice’(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Gu family book’(구가의 서) 같은 인기 드라마가 한국과 큰 시차 없이 올라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1년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82%(1억6700만 달러·약 1875억 원)가 드라마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드의 위상은 B급 상품이다. 강명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장이 중국 시장을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학력과 소득이 높은 사람은 미국과 일본 드라마, 중간쯤 되는 시청자는 중국과 홍콩 드라마, 낮은 이들이 한국과 대만 드라마를 좋아한다. 중국인들도 “막장이야 막장(狗血아狗血)”이라고 욕하면서 한드를 본단다. 유럽 시장을 연구한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너무 완벽한 미드와 달리 한드는 감정이입이 쉽도록 비어 있는 콘텐츠여서 인기”라고 분석했다. 유럽 팬들은 한드의 상투적인 설정을 찾아내 ‘한국 드라마의 십계명’을 만든다. 남주인공은 예외 없이 부자고 성격이 나쁘다, 주인공이 죽는 경우 꼭 암으로 죽는다, 어떤 복잡한 문제라도 한번 엉겨서 싸우고 나면 풀린다…. 요즘은 B급 드라마 시장에서도 살아남기가 만만치 않다. 한드는 글로벌 상품이지만 제작 과정은 동네 구멍가게 수준이다. 한드의 후진적 제작 관행은 신문의 사회면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두 자릿수 시청률의 드라마 주인공이 출연료를 받으려고 소송을 한다. ‘적도의 남자’는 막판에 편집 테이프를 제때 못 넘겨 방송 시간을 못 채우는 사고를 냈다. ‘스파이 명월’의 주인공 한예슬은 방송 펑크를 내놓고 피해 보상도 없이 넘어갔다. 김종학 PD가 ‘신의’를 남기고 자살하자 다들 “신의는 망한 드라마가 아닌데…”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어디서 펑크가 났는지 아무도 모른단다. 자본금이 1억 원도 안 되는 많은 신생 제작사가 기본 계약서도 없이 50억 원이 넘는 돈으로 ‘묻지 마’ 제작을 하면서 ‘드라마는 성공, 경영은 실패’라는 전례를 되풀이하고 있다. 시장 실패의 징후는 2004년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성공한 후부터 감지됐음에도 정부는 드라마의 거장이 죽고서야 대책을 내놨다. 표준계약서를 제정해 출연료 미지급 문제, 쪽대본 제작 관행, 수익배분을 둘러싼 제작사와 방송사의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핵심이 빠졌다. 제작비 급등의 직접적 원인인 배우와 작가의 몸값에 대한 언급이 없다. 10년 전 이영애가 ‘대장금’에서 받은 회당 출연료가 600만 원인데 지금은 10배를 줘야 한다. 전체 제작비에서 스타 출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이나 일본의 5배다. 특A급 작가의 회당 원고료도 2000년 1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뛰어올랐다. 정부는 연기자 및 작가 협회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도 하는데 출연료 합리화는 왜 못하나. 정부의 발표에는 드라마 제작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대책도 빠져 있다. 미국 드라마 제작자들은 일정표와 예산서 작성 소프트웨어로 제작 전반을 관리한다. 배우별로 언제 출연하고, 어떤 장비가 얼마나 사용되는지, 일별 촬영 분량과 연기된 분량은 얼마인지가 통계로 나온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에서 일정 및 예산 관리를 여전히 수작업으로 하고 있다는 건 믿기 힘든 얘기다. 제작 현장에서 일정과 예산 관리에 쓸 만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도 정부가 할 만한 일이다. 30일 발표한 표준계약서 제정에서 그친다면 ‘드라마는 대박 나고, 제작사는 쪽박 찬다’는 내용이 해외 팬들의 ‘한드 십계명’에 추가될지도 모른다.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

수수한 단발머리 여성 모양의 와인 오프너 ‘안나 G’로 친숙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82)가 포스코건설의 아파트 외관 디자인 개발과 조명회사 라문과의 회의를 위해 31일 한국을 찾는다. 밀라노 폴리테크니코대에서 건축을 전공한 그는 네덜란드 흐로닝어르 미술관, 일본 히로시마 파라다이스 타워 같은 건축물뿐만 아니라 가구와 인테리어 분야에서도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여온 거장이다. 2010년엔 라문에서 스탠드 조명 ‘아물레또’를 내놓았다. 외손자의 꿈이 이뤄지길 기원하며 만든 램프다. 세 개의 동그라미와 직선만으로 구성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아물레또 역시 디자인이 예사롭지 않다. 멘디니는 방한에 앞선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아이디어의 원천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동물과 식물, 물건, 도시, 가게, 예술작품 같은 눈에 보이는 것들은 물론이고 사랑이나 증오 같은 사람들의 다양한 심리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사람들이 가진 문제들, 욕망, 철학, 사랑과 미움, 의례 같은 것들에서도….” ―아물레또를 포함해 디자인 제품들의 색감이 독특하다. “직관적으로 색을 선택한다. 핑크, 엷은 파랑, 라벤더, 오렌지를 좋아한다. 이탈리아 회화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미래파에 이르기까지 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디자인 방법론에 대해 ‘기능이 아닌 이미지를 기반으로 디자인하라. 기능은 설명하기 모호하게 만들라’고 한 적이 있는데…. “좋은 디자인이 되려면 기능성과 유용성을 충족해야 한다. 내 삶에는 어떠한 디자인 허세도 허용하지 않는다. 좋은 디자인을 하려면 내가 지닌 것, 연구한 것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 ―디자인을 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나. “특별한 취미는 없다. 읽고 조금 걷고, 그리고 아무것도 안 하려고, 아무 생각도 안 하려고 애쓴다.” ―서울에 대한 인상은…. “에너지 가득한, 새것과 옛것이 공존하는 거대한 도시다. 삼성 리움 미술관과 고궁 건축물을 좋아한다. 이번에 한국에 가면 8월 6일 떠나기 전까지 한강변의 현대 건축물들을 둘러볼 생각이다.” ―한때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가 진행됐지만 성공적이진 않은 듯하다. “정부 주도의 문화 프로젝트는 관료주의가 큰 문제다.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도 공공기관이 주도해 그런 문제를 겪지 않았나 싶다. 정부나 경영자에겐 문화 역사 기술 등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조언자가 필요하다.” ―이탈리아가 아니라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지금처럼 거장이 됐을까. “이탈리아인으로서 내 나라의 논리와 전통을 따르는 데 항상 흥미를 느낀다.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면 한국의 위대한 역사와 전통에 충실했을 것이다.” ―좋은 디자이너가 되려면…. “디자이너를 직업이 아닌 소명(mission)으로 여겨야 한다. 돈이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겸손한 태도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실험하라. 내가 최고일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끝이다. 난 늘 완벽하지 않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그래서 학교에서 강의도 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잘못된 것을 전달할까 봐.”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건강한 현역이다. 비결은…. “매일 규칙적으로 정신 운동과 신체 운동을 한다. 요가도 하고. 채식주의자인데 적게 먹는다. 그리고 일찍 잔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서 즐거움을 찾으려 하지만 행복을 느끼기엔 세상이 너무 폭력적이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한국의 전통 정원은 꾸민 듯 꾸밈이 없고, 중국은 크고 화려하지요.” 동북아시아 조경 전문가인 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61)이 최근 중국 칭화대 출판사에서 ‘중한고전원림개람’을 냈다. 2010년 국내에서 출간했던 ‘조선시대 정원’과 ‘중국의 정원’을 엮은 책으로 박 원장이 중국어로 낸 다섯 번째 책이다. “동양의 전통 정원은 도교의 신선사상을 기본으로 하지만 스타일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뜰에 자연을 큰 규모로 재현하는 중국과 달리 한국의 정원은 정자를 중심으로 주변의 자연 풍경을 경관 구성의 일부로 차경(借景)하는 자연 순응형이지요. 일본은 (식물과 물이 없는) 고산수(枯山水) 정원처럼 자연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전통이 있고요.” 박 원장은 3국의 대표 정원으로 전남 담양군의 조선시대 정원인 명옥헌 원림, 중국 쑤저우(蘇州)의 류위안(留園), 일본 교토 시 석정(石庭)인 료안사 정원을 꼽았다. 명옥헌은 정자와 원림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지금은 빨간 배롱나무(목백일홍) 꽃이 한창 피어 있다. 담양군은 명옥헌, 소쇄원, 식영정 등 조선시대 가사문학이 낳은 누정(樓亭) 경관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 신청하기로 하고 박 원장에게 기초 연구를 맡긴 상태다. 또 박 원장은 내년에 경주시와 함께 포석정에서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을 복원해 개최하기로 했다. 흐르는 물에 띄운 술잔이 자기 앞에 오는 동안 시를 짓지 못하면 벌주를 마시는 신라시대의 놀이 문화다. “한국은 경주 안압지 같은 뛰어난 정원이 있음에도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없어 아쉽습니다. 서울 청계천이나 광화문광장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더라면 좋았을 겁니다. 광화문광장에 가면 온통 뙤약볕이라 머물고 싶은 생각이 나질 않잖아요.”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2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홍릉로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이색적인 시사회가 열렸다. 두 번 연속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아 국내 개봉이 불가능해진 김기덕 감독(53)의 ‘뫼비우스’에 대해 제작사인 김기덕필름이 영화 관계자들을 초청해 비공개 시사회 후 즉석에서 국내 상영 찬반을 묻는 투표를 진행한 것. 총 135석 규모의 시사회장에는 107명이 참석했으며 이 중 93명이 국내 개봉에 찬성했고, 11명이 반대, 3명은 기권했다. 이날 상영된 80여 분 분량의 필름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2차 심의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린 1차 삭제본이었다. 김기덕필름은 이 중 꿈속에서 모자(母子)가 성관계를 갖는 장면, 남자의 잘린 성기가 보이는 장면 등 2분이 넘는 분량을 삭제한 뒤 영등위에 세 번째 심의를 신청한 상태다. 결과는 다음 달 초 나올 예정이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2번 연속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아 국내 개봉이 불가능해진 김기덕 감독(53·사진)의 ‘뫼비우스’가 제70회 베니스영화제 공식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다음 달 28일 개막하는 베니스영화제의 사무국은 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김 감독의 19번째 영화 ‘뫼비우스’를 비롯해 이번 행사의 초청작들을 발표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피에타’로 이 영화제의 최고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2000년 ‘섬’으로 이 영화제에 처음 초청된 후 이듬해 ‘수취인불명’으로 두 번째 레드카펫을 밟았으며 2004년에는 ‘빈 집’으로 감독상을 받았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한국신문협회(회장 김재호)는 24일 인터넷 신문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 요청이 들어올 경우 이 사실을 해당 기사에 바로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해 “과잉 규제”라며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28일 국회에 제출한 이 개정안에 따르면 인터넷 신문이 정정·반론·추후보도 청구를 받거나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조정신청을 받은 경우 해당 기사 말미에 ‘정정보도 청구중’ 또는 ‘반론보도 조정중’의 표시를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협회는 이날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개정안은 언론보도의 사실관계를 다투는 절차 없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의 일방적 청구나 조정신청에 따라 알림표시를 강제하고 있다”며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신문의 정당한 보도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회는 또 “알림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진실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언론에 징벌을 내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학력과 소득 수준이 높은 중국인들은 미국과 일본 드라마를, 낮은 이들은 한국과 대만 드라마를 즐겨 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인 한국드라마(한드) 팬들은 한국 시청자들처럼 “막장이다”라고 욕하면서도 한드를 즐겨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명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연구팀은 KBS 방송문화연구 최신호에 논문 ‘중국 텔레비전 시청자의 드라마 소비 취향 지도’를 발표했다. 베이징에 사는 20∼50대 393명을 대상으로 중국 TV와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본 중국 미국 홍콩 한국 대만 일본 드라마 각 20편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하고 댓글 2만 개를 분석해 쓴 논문이다. 연구 결과 가장 좋아하는 수입 드라마로 응답자들의 47.6%가 미국드라마(미드)를 꼽았다. 이어 홍콩(31.8%) 한국(28.2%) 대만(15.8%) 일본(10.2%) 드라마 순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복수 응답) 연구팀은 이들의 드라마 소비 취향을 학력과 소득 수준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했다. 학력과 소득 수준이 모두 높은 이들은 ‘이성적이고 경쾌한 감성’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속하는 드라마는 미드인 ‘빅뱅이론’ ‘프렌즈’ ‘CSI’ ‘섹스앤드더시티’, 일드 ‘노다메 칸타빌레’ ‘호타루의 빛’ 등이다. 응답자들은 미드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스토리의 의외성, 빠른 전개와 긴장감을 들었다. 반대로 학력과 소득 수준이 낮은 시청자들은 ‘비논리적, 감정 과잉 분출의 감성’ 드라마 취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에 따르면 “비논리적 상황 속에 감정의 과잉 분출을 간접 체험하면서 대리만족을 얻는” 한드 시청자들이다. 한드에 대해 시청자들은 “막장이다”(‘천 번의 입맞춤’) “한국은 남편이 바람피우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느냐”(‘조강지처클럽’) “한드를 보는 데는 머리가 필요 없다. 머리를 쓴다 해도 이야기 전개 과정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청담동 앨리스’)는 댓글을 남겼다. 학력은 낮지만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에서는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감성’ 드라마 취향이 발견됐다. 이들은 한드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대해 “고부 간 갈등을 현실에서 해결할 수 있는 힌트를 얻었다”, 동성애를 다룬 가족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해선 “보통 가정의 희로애락을 보여준다. 평범하기 때문에 감동을 준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자신이 처한 현실과 드라마가 재현하는 현실 사이에서 공명하며 같이 슬퍼하고 기뻐하고 위로받는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소득은 적고 학력이 높은 사람들은 ‘로맨틱 트렌디 감성’의 드라마 취향으로 한드 ‘시티헌터’와 일드 ‘꽃보다 남자’ ‘고쿠센’ 등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에서 일어날 법하지 않으나 스토리의 개연성은 높아 시청자들이 ‘나에게 저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까’라고 상상하면서 본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중국인들의 전체 수입 드라마 소비에서 한드 소비가 차지하는 위상, 한류 드라마가 중국인들의 어떤 취향에 소구하는가를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장욱진미술관은 ‘전통 미술의 현대화’를 이룬 1세대 서양화가 장욱진(1917∼1990) 그림을 닮았다. 경기 양주시 장흥면 석현리 계명산을 배경으로 개울물가에 자리한 미술관은 흰 종이를 이리저리 접어 산자락에 펼쳐 놓은 듯 미니멀한 디자인의 건물이다. “나는 심플하다”고 선언하며 단순한 선 몇 개로 소박한 풍경을 즐겨 그리던 고인의 작품 속 시골집 같다. 화가의 ‘호작도(虎鵲圖)’를 떠올리며 미술관을 보면 뒷산에서 목을 축이러 물가로 내려온 호랑이를 닮은 것도 같다. “장욱진의 그림에서 출발했어요. 그가 그린 집, 사람, 동물, 나무, 해 그림은 어린아이가 그린 것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조형적 구성이 치밀하죠. 저희도 단순한 선으로 공간감이 느껴지는 미술관을 설계하고 싶었어요.”(최성희 최-페레이라건축 소장) “(한국 전통 건축처럼) 이건 내 건물, 하고 선을 긋지 않고 풍경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디자인은 모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장욱진은 현대 화가잖아요. 그의 그림은 마르크 샤갈의 그림과 닮았어요.”(로랑 페레이라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미술관을 함께 설계한 부부 건축가인 최 소장과 페레이라 교수는 “‘이게 디자인이다’라고 과시하지 않는, 모뉴먼트(기념비)가 되지 않는 설계를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했다. 장욱진미술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총면적 1851.58m²) 규모로 양주시가 국비와 시비 76억 원을 들여 지은 시립 미술관이다. 양주시는 유족들이 고인의 작품 232점을 기증하면 내년 4월 개관할 예정이다. 최근 완공된 미술관을 부부 건축가와 함께 둘러봤다. 철근콘크리트에 흰색 폴리카보네이트 패널로 외벽을 마감한 미술관의 외관은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다 달라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전경을 보려면 인근 청련사에 올라 멀리 내려다봐야 한다. 직각을 찾기 어려울 정도의 부정형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예측 불가능한 공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펼쳐진다. 안쪽 벽면의 크기와 높이도 모두 다르다. 다양한 크기의 그림을 전시하기에 좋을 듯하다. 중정으로 낸 창 말고도 벽면 곳곳에 창을 크게 내어 주변의 풍광을 안으로 끌어들인 것도 여느 미술관과 다른 점이다. 1, 2층을 터놓은 공간에서 2층 계단으로 오르며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까와는 다른 눈높이에서 벽면이 눈에 들어온다. 2층에 오르면 뾰족지붕 아래 아늑한 다락방 같은 공간들이 숨어있다 모습을 드러낸다. 장욱진 화백의 동심적 상상력을 떠오르게 하는 공간 구성이다. 이 밖에 강의실 2개와 수장고, 카페, 사무실과 회의실이 있다. 공간을 잘게 쪼개놓아 건물의 덩치는 커 보이지 않지만 내부 공간이 좁지는 않다. 벨기에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의 장 누벨 설계사무소에 근무하던 페레이라 교수는 장 누벨의 서울 프로젝트에 합류하면서 2005년부터 서울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유학한 최 소장과는 2005년 서울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공모전을 함께 준비하면서 가까워졌고 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뒤 설계사무소 ‘최-페레이라 건축’을 세워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대학에선 ‘페 선생’으로 불리는 페레이라 교수는 국내 대학 교직 경력도 8년이 넘는다. 그는 “예전엔 학생들이 ‘copy, obey, memorize(베끼고, 복종하고, 외우기)’만 했는데 요즘은 많이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또 “한국엔 좋은 건축가가 많음에도 건축물이 못생긴(ugly) 것은 미스터리”라며 좋은 제도가 없기 때문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어쨌든 전 공공 미술관을 설계했어요. 그것으로 제 서울 생활은 이미 해피엔딩입니다.”양주=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