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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종로구 KCDF갤러리. 이곳 전시장엔 전통 문양 장식품이 달린 안경부터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한복, 그리고 흙 모래 식물 등을 담은 오브제까지 참신한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2025 공예주간’을 맞아 열리는 개막전 ‘미래공예’가 관객들을 만날 준비가 한창이었다. 창작자 및 그룹 14팀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공예의 현대적 의미를 재해석하고, ‘공예의 미래 모습은 어떠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담았다고 한다. 창작자별 개성과 철학에 따라 선보인 다채로운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은 ‘공예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를 가늠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2025 공예주간’이 16일부터 25일까지 공예문화 거점도시 3곳을 비롯해 전국 17개 도시에서 펼쳐진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공예주간은 국내 최대의 공예 축제다. 올해는 ‘함께 살고, 함께 공예한다’는 뜻의 ‘공생공락(公生工樂 Living Together, Crafts Togerther)’을 주제로 삼았다. 공예 문화 확산과 공예품 소비 활성화 촉진을 위해 개막전 ‘미래공예’를 시작으로 전국에서 112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전시와 공예 마켓, 전문가 대담, 체험, 퍼포먼스 등 평소에 공예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보고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공예문화 거점도시로는 지난해에 이어 강원 고성과 전북 부안, 전주가 재선정됐다. ‘현대 공예’ 전시의 거점으로 평가받는 고성에서는 르네블루 바이 워커힐 호텔에서 도자, 유리, 금속 공예 작가 11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공예품과 함께 차와 국악, 클래식 공연을 즐기는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송지호 해변에선 설치작품 ‘고래낙하’가 공개되고, 업사이클링 공예 체험 행사도 열린다. 가죽, 금속 공예 수업도 개최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청자 공예’의 거점인 부안의 청자박물관에선 상설 및 기획 전시가 열린다. 유명 도예가들의 작품 전시를 관람할 수 있고, 청자를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전시, 체험, 마켓, 교육을 결합한 각종 행사들도 풍부하다. 청자 식기에 지역 전통 음식이나 전통 차 등을 담는 먹거리 행사도 마련됐다. 박물관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전주는 다양한 공예품을 살 수 있는 ‘공예 유람’의 거점이다. 중심 무대가 되는 한옥마을 곳곳에 전시 공간이 숨어 있으며, 스탬프 투어를 통해 유람하며 다양한 공예품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지역 공예인들과 전주 곳곳의 공방을 방문하는 ‘공방 투어’도 진행된다. 공예유람 마켓에선 작가들의 개성 있는 공예품이 전시 판매된다. 축제 기간 거점 도시를 포함한 17개 도시에선 21개 단체가 마련한 각종 프로그램이 시민들을 만난다. 각 지역 대표 공방이나 문화재단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시와 체험행사 등이 준비됐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관계자는 “공예주간을 통해 시민들이 공예를 더욱 가까운 곳에서 만나고, 축제 이후에도 생활 속에서 공예를 즐길 수 있도록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관련 플랫폼도 미디어 환경 개선을 위해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을 내야 한다는 학계의 지적이 나왔다. 2011년 방발기금 관련 법안이 제정됐을 때와 방송 생태계가 크게 달라진 만큼 이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14일 오전 서울 중구 스페이스에이드에서 개최된 기획 세미나 ‘지속 가능한 미디어 생태계를 위한 방송통신발전기금 제도의 합리적 운용 방안’에서 발제자로 나선 최우정 계명대 교수는 “미디어 생태계를 위한 특별부담금인 방발기금 징수 및 운용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내 방송통신 인프라를 통해 큰 수익을 내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나 글로벌 OTT 사업자 등도 방발기금을 분담해 생태계를 함께 키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연구자들에 따르면 해외에서도 미디어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비슷한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토론자로 참여한 이헌율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캐나다 정부는 글로벌 OTT 사업자들이 자국 방송통신 인프라를 사용하는 만큼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라며 “그렇게 해야 모든 미디어가 공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발기금 운용 및 관리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기금을 분담하는 사업자들에게 어떤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검토하고, 효율성도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도 “현재 국고로 지원해야 할 사항들을 특정 사업자들에게 (방발기금 징수를 통해) 전가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채정화 서강대 ICT 법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미디어의 공적 책임과 연계한 징수액 책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발기금 운용·심의 기관의 인적 구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최우정 교수는 “방발기금 운용심의회에 방송 사업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서 공생하기 위해서는 방송 사업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도 제언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국캘리그라피예술협회장을 맡고 있는 캘리그래퍼 임정수 작가의 네 번째 작품집 ‘캘리그라피를 요리하다’가 출간됐다.이번 작품집에는 임 작가가 지난 10년 동안 이어 온 전시회 가운데 100개의 타이틀과 대표 작품과 에세이가 수록됐다. 작품집의 제목 ‘캘리그라피를 요리하다’ 역시 2014년 첫 번째 전시의 타이틀이다. 작품집은 △만남의 설렘 △희망의 길 △열정의 꽃 △도전의 꿈 등 네 부분으로 구성됐으며 각 작품마다 다양한 기법과 소재를 기록해 독자들이 제작 기법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임 작가는 앞서 ‘손글씨 담긴 이야기’(2013), ‘캘리 인문학’(2017), ‘글꽃정원’(2021) 등 세 편의 작품집을 낸 바 있다. 캘리그리피와 관련된 다양한 글과 글꼴, 실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작 기법을 배우고 연구할 수 있도록 가이드해준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고하 송진우 선생(1890∼1945) 탄생 135주년 및 서거 80주기 추모식이 8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엄수됐다. 김창식 고하송진우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이날 현병철 사업회 이사가 대독한 추모사에서 “고하 선생은 국민의 곁을 지키며 일제에 맞선 독립투사였다”며 “해방정국에선 공산화를 막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분”이라고 말했다. 고하 선생은 일제강점기 중앙학교 교장을 지내며 국내외 지도자와 제휴해 3·1운동을 계획했고, 동아일보 3·6·8대 사장을 지냈다. 광복 뒤엔 국민대회준비위원장, 한국민주당 수석총무로 활동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고하 선생 등 애국선열의 헌신과 노력 덕에 독립한 이 나라는 80년간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고 했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도 염정림 서울남부보훈지청장이 대독한 추모사에서 “선생은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했다. 이택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념강연에서 “해방정국에서 좌우 진영이 협력하는 중용적인 정당정치와 자유민주주의 국가 건설을 꿈꿨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추모식은 재단법인 고하송진우선생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국가보훈부와 동아일보사가 후원했다. 독립운동가 후손 등 약 300명이 참석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피로사회’ ‘투명사회’ ‘불안사회’ 등을 쓴 한국계 독일인 철학자인 한병철 베를린예술대 교수(사진)가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공주상’ 커뮤니케이션 및 인문 부문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아스투리아스 공주 재단이 7일(현지시간) 밝혔다.아스투리아스 공주상 심사위원단은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선정 배경에서 기술사회에서의 도전을 해석하는 데 있어 탁월함을 보여줘 한 교수를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심사위원단은 한 교수의 분석이 “비인간화와 디지털화, 인간의 고립과 같은 문제들에 통찰을 제공한다”면서 “그의 지적 접근은 현대 사회의 복잡한 현상들에 빛을 비추며 다양한 세대의 독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울림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아스투리아스 공주상은 ‘스페인의 노벨상’으로도 불리며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꼽힌다. 매년 예술과 문학, 과학, 스포츠 등 8개 분야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2023년 문학 분야 수상자로는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받았다.한 교수는 독일에서 학문적 경력을 쌓았고 20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다. 대표작 ‘피로사회’(The Burnout Society)를 비롯한 그의 저서들은 세계 여러 언어로 번역됐다.스페인 레오노르 공주가 주재하는 시상식은 매년 가을 스페인 북부 도시 오비에도에서 열린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고(故) 김새론 배우의 유족 측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배우 김수현을 고소했다고 밝혔다.7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에서 김새론 배우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부유 대표변호사 부지석 등은 ‘김수현의 중대범죄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 변호사는 “유족 측은 본 법무법인을 통해 배우 김수현을 상대로 아동복지법 위반 및 무고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며 “유족 측은 김수현이 김새론이 미성년자인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교제한 사실을 확인해 고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부 변호사는 이어 입장문을 통해 “3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고인이 미성년자 시절부터 김수현과 사귀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논란을 끝내길 원했다”며 “유족 측은 김수현의 사과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김수현 측은 유족 등을 상대로 120억 원가량의 손해배상 소송 등을 제기한 상태다. 부 변호사는 “(김 배우는 기자회견에서) 고인이 미성년자 시절 사귄 적이 없다는 거짓말로 일관했으며 수사기관을 통해 진실을 입증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3월부터 가세연 등을 통해 ‘김새론이 만 15세였던 2016년부터 김수현과 6년간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해왔다.김 배우는 3월 31일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고인이 미성년자이던 시절 교제를 하지 않았다”며 “고인이 저의 외면으로 인해, 소속사가 고인의 채무를 압박했기 때문에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당시 기자회견 이후 김수현 배우 측은 의혹을 제기했던 가세연 관계자, 유족 등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한 바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지식이 많은 사람이 반드시 지혜롭다고 할 수 있을까. 지식은 시험 등을 통해 평가한다지만, 지혜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저자의 답은 명료하다. “지능이 답을 아는 것이라면 지혜는 그 답을 언제 말해야 할지 아는 것이다.” 지혜의 본질과 발달 과정을 뇌과학과 심리학,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짚은 책이다. 신경과학 전문의인 딜립 제스테와 과학 저널리스트인 스콧 라피는 지혜가 △친사회적 행동 △감정 조절 △결단력 △성찰 △관용 △사회적 통찰 △영성 등 일곱 가지 요소로 구성된 복합 능력이자 성격 특성이라고 규정했다. 공감 능력과 연민이 지혜의 출발점이 된다고도 분석했다. 책은 여러 연구 및 실험 결과, 각종 일화를 통해 지혜라는 개념을 풀어낸다. ‘마시멜로 실험’도 그중 하나다. 연구진은 4, 5세 아동을 방 안에 혼자 있게 한 뒤 ‘남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리면 이따가 2개를 주겠다’며 이들의 행동을 몰래 지켜봤다. 약속대로 어른이 돌아올 때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았던 아이들은 만족감을 뒤로 미룰 줄 아는 자제력이 뛰어났다. 이들의 이후 40년 인생을 추적한 결과, 약속을 지켰던 아이들의 대입 성적이 더 좋았다. 삶을 평가하는 여러 지표에서도 우수해 사회적으로 ‘지혜롭다’고 평가받는 이들의 비율이 더 높았다고 한다. 저자는 이에 “지혜가 자제력, 조절 능력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한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했다. 지혜롭게 행동하기 위해선 감정 조절 능력이 필수적이다. 도로 위 상대 운전자의 난폭 운전으로 위협을 받은 상황을 가정해 보자. 책은 ‘인지적 재평가’를 권한다. 화가 나는 상황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해 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상대 운전자는 차에 아픈 아이가 타고 있어 병원에 가는 급박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명확한 이유를 알아내기보단 상대가 공격적 행동을 의도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걸 되새겨 보라는 취지다. 저자의 추천 방식을 화가 날 때마다 떠올려 본다면 더 현명한 사람이 될지 모른다. ‘이름 붙이기’는 떠오른 감정을 입 밖으로 말하고, 그 이유도 말해 보는 심리치료 기법이다. 분노를 인정하고, 이를 자신의 방식대로 정의하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주의 돌리기’는 차량 라디오를 켜거나 나중에 있을 즐거운 일들을 생각하며 부정적 생각을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뇌의 다양한 영역 간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지혜는 선천적 유전 요인에도 불구하고 후천적 훈련과 경험을 통해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마치 근육처럼 훈련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내버려둔다고 저절로 자라나는 건 아니다. 나이가 든다고 무조건 더 지혜로워지는 게 아닌 이유다. 철학적이거나 추상적 개념인 지혜를 과학적이고 실용적 관점에서 바라본 점이 흥미롭다. 원제는 ‘더 현명하게’(Wiser).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도전에 무릎 꿇는 것은 저의 선택지가 아닙니다.” ‘웬 어 맨 러브스 어 우먼(When a Man Loves a Woman)’ 등 수많은 히트곡을 가진 팝스타이자 미국 그래미상 2회 수상자인 마이클 볼턴(72·사진)이 악성 뇌종양으로 투병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볼턴은 4월 30일(현지 시간) 미 연예매체 피플과의 인터뷰에서 “투병 생활을 혼자 겪고 있지 않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며 병마를 이겨내겠단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피플에 따르면 볼턴은 2023년 12월 악성 뇌종양을 진단받았으며, 지난해 1월 뇌수술을 받았다. 볼턴은 “매일 명상하고 골프를 즐기며, 개인 트레이너와 운동도 하고 있다”며 “건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암 투병을 하면서) 인생에 대한 더 큰 감사함을 느낀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도 했다. 볼턴은 지난해 10월 방사선 및 항암 치료를 마쳤으며, 주기적으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으며 재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나는 계속 싸울 것이고,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며 “(앞으로 만들) 노래 제목으로 ‘싸우지 않고 쓰러지진 않아(Ain‘t Going Down Without a Fight)’를 생각해 뒀다”고 말했다. 1970년대 메탈그룹 ‘블랙잭’의 멤버였던 볼턴은 솔로 싱어송라이터로 전향한 뒤 ‘How Am I Supposed to Live Without You’ ‘To Love Somebody’ 등을 히트시켰다. 1991년 7집 앨범 ‘Time, Love, Tenderness’가 1300만 장 이상 팔리는 등 지금까지 7500만 장이 넘는 음반 판매량을 올렸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도전에 무릎 꿇는 것은 선택지가 아닙니다.”‘웬 어 맨 러브스 어 우먼’(When a Man Loves a Woman) 등 수많은 세계적 히트곡을 낸 팝스타이자 그래미상 2회 수상자인 마이클 볼튼(72)이 악성 뇌종양 투병 후 언론과 가진 첫 인터뷰에서 이같은 심경을 밝혔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하며) 투병 생활을 혼자 겪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며 병마를 이겨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했다.30일(현지 시간) 미 연예매체 피플지에 따르면 마이클 볼튼은 2023년 12월 악성 뇌종양을 진단받고 가수 활동을 중단한 뒤 처음 언론에 근황을 전했다. 지난해 1월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뇌수술을 받았으며 미국 투어 공연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볼튼은 인터뷰에서 “두 딸과 손주들 6명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위안을 찾고 있다”며 “매일 명상하고 골프도 즐기며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도 하고 있다. 건강이 더 나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투병 생활을 통해) 인생에서 더 큰 감사함을 느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법을 배운다”고도 덧붙였다.볼튼은 또 역경을 겪으며 “내가 정의하는 훌륭한 유산의 의미가 변했다”며 “예전에는 내 커리어가 가장 중요했지만 지금은 딸들에게 인생의 교훈, 사랑 등 그들의 미래를 위한 것들을 잘 남겨주기 위해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피플지에 따르면 볼튼은 지난해 10월 방사선 및 항암 치료를 마쳤으며 주기적으로 MRI 검사를 받으며 종양 재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그는 “나는 계속 싸울 것이고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며 “관련 노래 제목으로 ‘싸움없이 무너지지 않아’(Ain‘t Going Down Without a Fight)를 생각해뒀다”고 답했다. 볼튼의 딸들은 아버지가 수술 후 깨어난 지 몇 분 만에 노래를 흥얼거렸다고도 전했다.볼튼은 록밴드에서 활동하다 솔로 싱어송라이터로 전향한 뒤 1980∼90년대에 록발라드 노래와 시원한 창법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약 50년 간 활동하며 7500만 장이 넘는 음반 판매고를 올렸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사진)이 25일 사의를 표명했다. 방심위에 따르면 류 위원장은 이날 오후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다. 방심위원장 사직 절차는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이뤄지게 된다. 류 위원장은 2023년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들을 심의해 달라는 민원을 방심위에 넣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아 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앞서 21일 민원 사주 의혹 신고 사건을 감사원에 이첩하기로 했다. 2023년 7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추천으로 방심위원이 된 류 위원장은 2023년 9월 방심위원장으로 취임했다. 민주당은 “사표를 냈다고 끝이 아니다”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위원들은 이날 긴급성명서를 내고 “류희림 방심위는 망가질대로 망가졌다”며 “방심위는 이제 정상 운영돼야 한다. 과방위는 다시는 이 같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청부 민원, 국회 위증, 국회 불출석 등을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시리즈의 황동혁 감독(사진)이 미국 TV 시리즈 시상식인 고섬 어워즈에서 공로상(Creator Tribute)을 수상한다. 24일(현지 시간) 고섬 어워즈를 주관하는 ‘고섬 필름 앤드 미디어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황 감독은 6월 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더 고섬 2025 TV 어워즈’의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공로상은 TV 시리즈의 지평을 넓히고 지대한 영향을 끼친 창작자와 아티스트 등에게 주어진다. 고섬 어워즈 측은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날카로운 문화적 해석을 결합해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오징어게임’ 시리즈를 탄생시킨 황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황 감독은 장르를 초월하고, 스릴과 문화적 정체성을 동시에 갖춘 시리즈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고 평했다. 앞서 2021년 ‘오징어게임’은 이 시상식에서 최우수 장편시리즈상을 받은 바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반도와 미국 사이에 태평양이 없이 육지로 이어져 있다고 상상해 보자. 한반도에서 미국까지 혹은 더 나아가 남아메리카까지 차를 타거나 걸어갈 수 있다면 어떨까. 말도 안 되는 공상 같지만 적어도 2억 년 전에는 지구 위 모든 땅덩어리는 하나의 ‘초대륙(Supercontinent)’으로 퍼즐처럼 붙어 있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축적된 지질학 연구와 판 구조론에 따르면 초대륙은 언젠가 다시 등장할 수도 있다.미국 출신의 중국과학원 지질 및 지구물리학 연구교수인 저자는 판 구조론의 역사와 대륙판의 이동 현상을 짚었다. 지구 땅덩어리의 미래도 예측했다. 앞으로 약 2억 년 뒤에는 아메리카 대륙이 북극 부근에서 아시아와 충돌하고, 호주 대륙은 유라시아와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초대륙을 그는 ‘아메리카’와 ‘아시아’를 더해 ‘아마시아’라고 부른다.우리는 발 딛고 서 있는 땅을 고정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땅은 액체 성질을 띤다. 끊임없이 꿈틀대는 맨틀 위에 떠 있다. 맨틀의 움직임으로 인한 지각판의 이동이 아주 느리기 때문에 체감하지 못할 뿐이다. 지구 내부의 열에너지가 전부 소모되지 않는 한 맨틀의 움직임과 판의 이동은 계속된다.책은 처음으로 초대륙 이론을 주창했던 독일 지질학자 알프레트 베게너의 ‘판게아’ 이론을 설명한다. 이어 판의 이동 과정을 보여주며 판게아 이전과 미래의 초대륙 모습까지 차례로 제시한다. 지질학자들은 지구가 생성된 이래로 판게아 이전까지 최소 두 차례의 또 다른 초대륙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실은 책에는 익숙지 않은 지질학 용어들이 꽤 등장한다. 솔직히 지질학에서 통상 언급하는 시간 단위가 수억에서 수천만 년이라 거리감도 느껴진다. 다음 초대륙이 탄생할 때 인류가 존재하리라는 보장도 없다.그럼에도 현재의 제한된 자료를 토대로 다음 수억 년을 내다보려는 지질학자들의 노력은 놀랍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더욱 큰 시각에서 조망하도록 돕는다. 판 구조론을 이해함으로써 지구적 기후 위기 해결의 열쇠를 발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시리즈의 황동혁 감독이 미국 TV 시리즈 시상식인 고섬 어워즈에서 공로상(Creator Tribute)을 수상한다.24일(현지 시간) 고섬어워즈를 주관하는 ‘고섬 필름 앤드 미디어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황 감독은 6월 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더 고섬 2025 TV 어워즈’의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공로상은 TV 시리즈의 지평을 넓히고 지대한 영향을 끼친 창작자와 아티스트 등에게 주어진다.고섬 어워즈 측은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날카로운 문화적 해석을 결합해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오징어게임’ 시리즈를 탄생시킨 황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황 감독은 장르를 초월하고, 스릴과 문화적 정체성을 동시에 갖춘 시리즈로 전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고 평했다. 앞서 2021년 ‘오징어게임’은 이 시상식에서 최우수장편시리즈 상을 받은 바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국신문협회가 인공지능(AI) 학습 등에 뉴스를 무단으로 이용한 네이버를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신문협회는 24일 “네이버가 자사의 대규모 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와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운영하는 과정에서 언론사의 핵심 자산인 뉴스 콘텐츠를 무단 학습했고, 관련 학습 데이터 내역 공개도 거부했다”며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에서도 뉴스 콘텐츠를 부당하게 사용함으로써 언론사의 저작권 및 권익을 침해해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신문협회는 네이버의 이러한 행위가 “국내 검색 시장 및 온라인 뉴스 유통 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와 언론사와의 뉴스 제휴 계약 관계에서 발생하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결과”라며 “공정거래법 제5조(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금지) 및 제45조(불공정 거래행위 금지)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행위는 개별 언론사의 피해를 넘어 정보를 제공해야 할 언론의 기능을 위축시키며, 여론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AI 발전의 토대가 되는 콘텐츠 생태계를 황폐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신문협회는 아울러 네이버 측에 이런 불공정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AI 학습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뉴스 콘텐츠 이용에 대해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 대가를 지급하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시장 질서 회복과 언론 및 AI 산업의 건전한 상생 발전을 위해 엄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세계적으로도 언론사와 AI 개발사 및 디지털 플랫폼 간의 공정한 관계 정립을 위해 당국의 조사나 관련 입법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만큼 공정위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산하 인문사회통합성과확산센터(HUSOP센터)가 인문사회 연구성과발표회 ‘향연’을 26일 개최한다고 밝혔다.서울 성북구 고려대 SK미래관에서 26일 진행되는 ‘향연’은 올해 ‘인문사회, 위기시대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전국 5대 권역 인문사회 연구소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학술컨퍼런스의 성과를 공유한다. 연구자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일반 시민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인문사회 연구 성과의 대중적 확산을 목표로 한다. 한국연구재단의 후원을 받아 기획됐다.행사는 총 3개의 세션과 부대행사로 구성된다. 최종현홀에서 열리는 1세션에서는 ‘위기대응 공동컨소시엄’을 주제로 기초학문, 재난, 지역, 국제관계, 공동체 등 다섯 분야에서 현재의 위기 양상을 진단하고 분야별 전략을 모색하는 발표와 토론이 진행된다.2세션에서는 전국 인문사회 연구소가 수행한 연구를 대중과 함께 토론하고 나누는 시간이 마련된다. 3세션에서는 청소년과 시민이 함께하는 ‘대중 강연’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주요 주제로는 ‘지구와 인간의 얽힘, 인류세’ ‘디지털 세대의 생존 전략, e스포츠’ 등이다.허은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장은 “각 지역의 인문사회적 특성을 반영한 실천적 연구와 협력의 가능성을 시민들과 함께 모색하는 소중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프란츠 카프카는 ‘실패의 귀재’였다. 20세기 대문호로 알려진 그가 실패의 달인이었다니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신간에 따르면 카프카는 차오르는 영감을 온전히 글로 풀어내고 싶었지만, 매일 일상과 번민에 치여 혹은 더 급한 일로 인해 온전히 글쓰기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한다. 카프카가 그의 원고 중 다수를 ‘미완결’ 상태로 둔 것도 자신의 기준에서 무수하게 반복됐던 실패와 무관하지 않다. 이후에 더 나은 완벽한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글을 완결 짓지 않고 남겨 뒀던 것이다.프랑스 출신 작가, 번역가이자 출판 교정자로 일했던 저자가 글쓰기의 어려움과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에 대한 생각을 철학적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토머스 핀천, 살만 루슈디 등의 작품을 프랑스어로 옮기면서 글쓰기와 언어의 문제에 골몰했다. 신간에선 특히 카프카를 비롯해 프랑스의 시인, 소설가인 장 콕토와 포르투갈의 유명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이야기에 공을 들인다.카프카는 스스로 만족할 만한 글을 쓰지는 못했지만, 그는 여전히 성공한 작가다. 저자는 대다수의 유명 작가들에게도 하루에 두 시간 이상 글을 쓰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며, 완벽한 글을 쓰는 건 쉽지 않음을 강조한다. 대신 그들은 공통적으로 “실패와 더불어 썼다”고 설명한다.위대한 작가들의 공통점은 실패를 긍정하거나 ‘더 나은 실패’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콕토는 “실패의 미학이야말로 유일하게 지속 가능한 미학”이라고 지적한다. 숱한 실패를 겪었던 거장들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실패를 사유할 수 있게 하는 점이 흥미롭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국 제작사가 만든 애니메이션 ‘예수의 생애’(미국 작품명 The King of Kings)가 북미에서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의 모팩 스튜디오가 만든 극장용 3차원(3D) 애니메이션인 이 작품이 11일(현지 시간) 북미의 극장 약 3200곳에서 개봉해 하루 만에 701만275달러(약 100억 원)의 티켓 매출을 올렸다고 미국 영화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는 전했다. 인기 동명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마인크래프트 무비’(박스오피스 1위)엔 뒤처졌지만 ‘아마추어’ 등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들의 신작을 제친 것이다. 할리우드 매체에 따르면 ‘예수의 생애’는 개봉 첫 주 약 1800만 달러(약 257억 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작품은 컴퓨터그래픽(CG), 시각효과(VFX) 분야에서 성과를 내 온 장성호 모팩 대표가 연출과 각본, 제작을 맡고 김우형 촬영감독이 제작했다.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The Life of Our Lord(우리 주님의 생애)’를 각색했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인 오스카 아이작, 피어스 브로스넌, 우마 서먼 등이 성우로 참여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국 제작사와 영화인들이 만든 애니메이션 ‘예수의 생애’(미국 작품명 The King of Kings)가 북미에서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12일(현지 시간) 미국의 영화 흥행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전날 북미 약 3200개 극장에서 개봉한 ‘예수의 생애’는 하루 만에 701만275달러(약 100억 원)의 티켓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할리우트 매체 버라이어티는 개봉 첫 주에 ‘예수의 생애’가 약 1800만달러(약 257억 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도 보도했다.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들의 신작 ‘아마추어’ ‘드롭’ 같은 영화 등을 제치고 한국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 흥행에 성공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도 전했다.이 작품은 한국의 모팩 스튜디오가 만든 극장용 3D 애니메이션이다. 장성호 모팩 대표가 연출과 각본, 제작을 맡고 김우형 촬영감독이 제작했다.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우리 주님의 생애’를 각색했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인 오스카 아이작, 피어스 브로스넌, 케니스 브레너, 우마 서먼, 마크 해밀 등이 ‘목소리 연기’로 참여했다.장 대표는 한국 컴퓨터그래픽(CG)·시각효과(VFX) 분야의 선구자로도 유명하다. 모팩 스튜디오는 앞서 영화 ‘해운대’와 ‘명량’을 비롯해 드라마 ‘태왕사신기’, ‘별에서 온 그대’, 미국 드라마 ‘스파르타쿠스’ 등의 제작에 참여한 바 있다.현재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동명의 비디오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영화 ‘마인크래프트 무비’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학급 회장 선거가 치러진다. 당신은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 선거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고 끝내 한 표를 행사하지 않았다. 당신은 선거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가? 저자에 따르면 이는 틀렸다. 저자는 이를 ‘기권 투표의 역설’이라고 명명한다.이유는 이렇다. 유권자 중 한 명의 표는 차이를 만들지 못할 수도 있으나, 다른 이들도 똑같이 생각한다면 이는 결과에도 분명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빙 선거로 꼽혔던 2000년 미국 대선은 물론이고 수많은 선거에서 기권표가 특정 후보자에게 행사됐을 경우 결과가 뒤집혔을 만한 사례는 숱하다. 기권표를 던진 이는 결과가 어떻든 상관없었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 선택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이 책은 평소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사소한 일상 속 문제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명제들에 의문을 품고 ‘당신이 알고 있는 사실이 진짜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난해한 수학 문제들을 대중에게 쉽게 풀어내는 데 탁월한 수학자로 유명하다. 주요 외신에서 수학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신간에선 여러 종류의 역설이 탄생하는 과정과 논리를 설명한다. 수학, 사회과학, 철학, 언어, 정치, 종교 등을 아우르는 60가지의 역설을 장마다 설명, 해제, 부언으로 나눠 설명했다.‘허구의 역설’ 사례도 흥미롭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눈물 흘렸을 때를 떠올려 보자. ‘소설, 드라마에 진심으로 감동한다’ ‘줄거리가 허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가 진짜라고 믿는 것에만 진심으로 감동한다’는 각각의 명제를 분리해 놓고 보면, 어디에나 대체로 동의할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하지만 이 세 명제는 서로 충돌한다. 두 번째, 세 번째 명제가 참이라면 첫 번째 명제는 참일 수가 없다.이에 학자들은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고 눈물 짓는 사람들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설을 내놨다. 작품에 몰입하는 순간만큼은 우리가 사건을 사실로 믿는다는 ‘착각 가설’, 허구가 현실에서도 재현된다는 믿음 때문에 감동한다는 ‘상상력 가설’ 등이다. 일상에서 당연하다고 여겼던 판단을 곱씹게 하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국신문협회(회장 임채청)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이태규),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현)가 공동 주최한 ‘제69회 신문의 날 기념대회’가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기념대회에서는 신문협회상 시상식도 함께 열려 전국 54개 신문사 사원 54명이 상을 받았다. 신문협회상은 각 회원사에서 추천한 우수 사원에게 수여한다. ‘2025 한국신문상’은 지난해 ‘트랩―돈의 덫에 걸리다’(김호경 김소영 김태언 서지원 위은지 홍진환 임상아 임희래 조건희 이승건 황준하 김충민)를 보도한 본보를 비롯해 강원도민일보, 한국일보, 경기일보 기자들이 수상했다. 임채청 한국신문협회장은 대회사에서 “소셜미디어와 거대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극단적 편가르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가운데, 최근 그 폐해를 경계하고 신문의 가치에 주목하는 희망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종이신문의 엄선된 콘텐츠를 읽으며 마음의 평안과 지적인 충족감을 얻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이어 “균형 잡힌 신문 콘텐츠를 통해 세상을 바로 보고 숙의의 기회를 가지려는 독자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희망이자 신문기업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권력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알리는 데 앞장선 언론인들의 용기와 열정, 신념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도 신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사실을 붙들고 맥락을 꿰는 건, 인공지능(AI)은 흉내 낼 수 없는 신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국가의 길잡이인 신문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