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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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문학/출판30%
인사일반22%
문화 일반11%
사회일반11%
음악7%
미술4%
교육4%
여행4%
만화4%
정당3%
  • BTS RM-뷔 전역… 21일 슈가 합류 ‘완전체’

    “팬들이 기다려주셔서 감사하고, 앨범 열심히 만들어서 빨리 무대로 복귀하겠습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RM(본명 김남준·31)은 군 복무를 마치고 10일 전역하며 이렇게 말했다. RM과 BTS 멤버 뷔(본명 김태형·30)는 2023년 12월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각각 15사단 군악대와 2군단 군사경찰 특수임무대에서 복무하고 이날 함께 제대했다. 두 사람은 강원 춘천시 신북읍체육공원에서 팬들과 만나 전역 인사를 했다. RM은 “군 생활을 통해 전방·후방에서 나라를 지켜줘서 (저희가)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뷔는 “몸과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보냈다”며 “하루빨리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진과 제이홉은 지난해 6월과 10월 군복을 벗었고, 지민과 정국은 11일 전역한다. 공익근무요원인 슈가까지 21일 소집해제되면 BTS의 ‘완전체’ 복귀가 가능해진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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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니상 박천휴 “멋부리지 말고 꾹꾹 써갈 것”

    “한 번도 상을 목표로 한 적은 없어요. 뮤지컬을 만든다는 건, 작가로서 긴 시간 혼자 외롭게 종이 위에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이에요.” 대학로에서 초연한 순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미국 공연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토니상을 거머쥔 박천휴 작가(42)는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소감을 전했다. 친구인 작사가 윌 애런슨과 각본상, 작사·작곡상을 공동 수상한 박 작가는 한국 국적자 최초로 토니상 수상자가 된 기록도 세웠다. 박 작가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뮤지컬 작가로서 지내온 그간의 삶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한 작업을 마치고 나면 마치 행성들이 일렬로 마주치는 희박한 기회를 기다리듯 또 아주 긴 시간의 제작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적었다. “그 긴 시간을 견디게 하는 건 ‘나중에 받게 될지도 모를’ 상 같은 게 아니에요. 그저 이 이야기와 음악을 쓰고 싶다는 충동, 그걸 꼭 무대 위에 구현하고 싶다는 의지, 그런 것들입니다. 만약 좀 더 빨리, 좀 더 쉽게 성공을 가져다 줄 무언가를 원한다면, 분명 이 일은 어울리지 않아요.” 제작진과 팬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박 작가는 “토니상을 비롯해 이번 ‘어워즈 시즌’을 열심히 즐길 수 있었던 건 저와 애런슨 외에도 오랜 시간 공연을 위해 일해 온 많은 분들 덕분”이라며 “수상을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고, 오히려 더 뿌듯해하는 그분들의 모습들을 보며 제 마음이 조용히 깊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고 했다. 토니상을 받은 뒤로 달라질 시선에 대한 걱정도 살짝 내비쳤다. 그는 “시상식 이후로 정말 많은 메시지를 받았고, 놀랍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기대가 훨씬 더 클 텐데 어쩌지’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그저 하던 대로 하겠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괜히 멋 부리지 말고, 진심을 다해 꾹꾹 눌러 적어보겠다”고 했다. 이어 “부디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연출상, 각본상, 작사·작곡상, 남우주연상, 무대디자인상 등을 받으며 6관왕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올 10월 여섯 번째 시즌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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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니상’ 박천휴 작가 “두렵지만 그저 하던대로, 하고픈 얘기 진심다해 쓸 것”

    “한 번도 상을 목표로 한 적은 없어요. 뮤지컬을 만든다는 건, 작가로서 긴 시간 혼자 외롭게 종이 위에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이에요.”대학로에서 초연한 순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미국 공연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토니상을 거머쥔 박천휴 작가(42)는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소감을 전했다. 친구인 작사가 윌 애런슨과 각본상, 작사·작곡상을 공동 수상한 박 작가는 한국 국적자 최초로 토니상 수상자가 된 기록도 세웠다.박 작가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뮤지컬 작가로서 지내온 그간의 삶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한 작업을 마치고 나면 마치 행성들이 일렬로 마주치는 희박한 기회를 기다리듯 또 아주 긴 시간의 제작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적었다. “그 긴 시간을 견디게 하는 건 ‘나중에 받게 될지도 모를’ 상 같은 게 아니에요. 그저 이 이야기와 음악을 쓰고 싶다는 충동, 그걸 꼭 무대 위에 구현하고 싶다는 의지, 그런 것들입니다. 만약 좀 더 빨리, 좀 더 쉽게 성공을 가져다줄 무언가를 원한다면, 분명 이 일은 어울리지 않아요.”제작진과 팬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박 작가는 “토니상을 비롯해 이번 ‘어워즈 시즌’을 열심히 즐길 수 있었던 건 저와 윌 외에도 오랜 시간 공연을 위해 일해 온 많은 분들 덕분”이라며 “수상을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고, 오히려 더 뿌듯해하는 그분들의 모습들을 보며 제 마음이 조용히 깊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고 했다.토니상을 받은 뒤로 달라질 시선에 대한 걱정도 살짝 내비쳤다. 그는 “시상식 이후로 정말 많은 메시지를 받았고, 놀랍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기대가 훨씬 더 클 텐데 어쩌지’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그저 하던 대로 하겠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괜히 멋 부리지 말고, 진심을 다해 꾹꾹 눌러 적어보겠다”고 했다. 이어 “부디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어쩌면 해피엔딩’은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연출상 각본상 작사·작곡상 남우주연상 무대디자인상 등을 받으며 6관왕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올 10월 여섯 번째 시즌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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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복무 마친 BTS RM·뷔 “기다려줘 감사…빨리 무대 복귀할 것”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RM(본명 김남준·31)과 뷔(본명 김태형·30)가 현역 군 복무를 마치고 10일 전역했다.RM과 뷔는 이날 각 부대에서 퇴소한 뒤 오전 9시 강원 춘천시 신북읍 율문리 신북읍체육공원 축구장에서 팬들과 만나 전역 인사를 했다. 두 사람이 각자 차에서 내린 뒤 서로 포옹하자 모여있던 팬들의 함성도 터져 나왔다. 이날 BTS의 팬덤인 ‘아미’ 수 백여명은 이곳을 찾아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두 사람의 전역을 축하했다.RM은 “괴롭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군 생활을 통해 전방·후방에서 나라를 지켜줘서 (저희가)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팬분들이 기다려줘서 감사하고 앨범 열심히 만들어서 빨리 무대로 복귀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뷔는 “군대에 오고 난 뒤 몸과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보냈다”며 “하루빨리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고 기다려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RM과 뷔는 2023년 12월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15사단 군악대와 2군단 군사경찰 특수임무대에서 각각 복무했다.진과 제이홉은 앞선 지난해 6월과 10월 군복을 벗었고, 지민과 정국은 11일 전역한다. 공익근무요원인 슈가는 21일 소집해제를 앞두고 있다.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는 멤버들의 전역을 기념해 전날 서울 용산구 사옥 외벽에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공식 로고와 ‘위 아 백(WE ARE BACK)’이라는 문구를 래핑했다. 이 문구는 방탄소년단의 데뷔일인 6월 13일을 기념해 29일까지 걸릴 예정이다. 하이브 측은 “곧 멤버 전원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다”며 “단체 활동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고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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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려진 로봇의 사랑… 한국적 기발함에 녹인 휴머니즘, 美서도 통해”

    한국의 순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미국 공연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을 석권했다.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에서 국내 초연의 토종 뮤지컬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어쩌면 해피엔딩’은 8일(현지 시간) 미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음악상 △무대디자인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올해 토니상 최다 수상작의 영예도 안았다. 각본과 작사를 맡은 박천휴 작가(42)는 한국 국적으로 토니상을 받은 첫 번째 수상자가 됐다. 이 작품은 21세기 후반 한국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들의 사랑과 우정을 통해 휴머니즘을 그렸다. 2016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처음 공연된 뒤, 지난해 11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적인 기발함(quirky)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인간애를 녹여낸 수작이 현지화 전략에 성공하며 토니상의 영광을 차지했다”고 평했다. 현지에선 2020년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2022년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등에 이어 K콘텐츠가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소셜미디어에서 “우리 문화예술인들이 흘린 땀과 열정, 창의적인 도전의 결실”이라며 “문화예술 지원을 강화해 세계에서 빛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축하를 전했다.[K뮤지컬 美토니상 6관왕] ‘어쩌면 해피엔딩’ 성공 비결은2016년 대학로 소극장 초연해 인기… 브로드웨이 진출후 초반 흥행 부진선율-대본-연기 호평에 점차 인기… 재즈풍 편곡 등 현지화 전략도 한몫“보편적 소재, 아름다운 음악에 담아”“메이비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 작품상(베스트 뮤지컬)으로 ‘어쩌면 해피엔딩’과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즈의 이름이 호명되자 관객은 일제히 기립해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제작진과 배우 30여 명은 무대로 올라 감격의 포옹을 나누며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외쳤다. 공연예술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미 최고 권위의 토니상은, 올해 6관왕에 오른 ‘어쩌면 해피엔딩’의 화려한 대관식으로 마무리됐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6년 당시 약 300석 규모인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된 국내 토종 창작 뮤지컬이다. 지난해 초연 9년 만에 뉴욕 벨라스코 극장에서 개막한 뒤 세계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현지에선 서울이 배경인 공상과학(SF) 뮤지컬이 “인간의 외로움과 유대관계의 힘이란 보편적 소재를 아름다운 음악에 담아내”(미 뉴욕타임스·NYT) 관객들을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적인 기발함(quirky)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인간애를 녹여낸 수작”이라고 평했다.● ‘인간보다 인간다운’ 로봇의 휴머니즘21세기 후반 서울. 무대엔 인간에게 버려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등장한다. 낡은 아파트에 남겨진 채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던 그들은, 어느 날 배터리가 방전돼 멈춰버린 클레어를 올리버가 구하며 가까워진다. 이후 올리버는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던 주인 제임스를 찾아 클레어와 제주도로 떠난다. 기나긴 여정 속에서 두 로봇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그리움과 사랑, 우정의 감정을 마주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국내에선 2016년 초연부터 97회 공연 중 70회 매진을 기록하며 고무적인 반응을 이끌었던 작품. 하지만 지난해 11월 브로드웨이 개막 전만 해도 해외에선 고전할 것이란 예상이 상당했다.이날 토니상에서 각본상, 작사·작곡상 등을 공동 수상한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는 브로드웨이에서 검증된 창작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지에서 익숙한 원작도 없었다. 실제로 프리뷰 공연 초반 4주간 주간 매출은 30만 달러(약 4억 원)를 밑돌았다. 하지만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넷째 주 주간 매출 100만 달러를 돌파하더니, 이젠 표를 구하기 힘든 인기작으로 올라섰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인기는 로봇이 주인공이지만 진정성 있는 휴머니즘을 담아냈기 때문이란 평가가 주를 이룬다. 배우 4명이 주도하는 소규모 작품이지만, 감정을 자극하는 선율과 밀도 있는 대본, 짜임새 있는 연기 및 연출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분석이다. 우란문화재단에서 해당 작품의 초기 개발을 담당했던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은 “브로드웨이의 쇼 뮤지컬과는 다르게, 눈물 흘리게 만드는 한국적 정서가 관객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호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식 발라드 삭제” 섬세한 현지화 과감한 현지화 전략도 흥행을 견인한 요소로 꼽힌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서 현지 기호에 맞춰 많은 편곡과 재구성 과정을 거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넘버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은 기억해도 돼’를 미국 공연에선 빼버린 것이다. 김 본부장은 “두 곡 모두 한국식 발라드 정서가 강해 미국 관객에겐 감정을 지나치게 밀어붙이는 인상을 줄 수 있단 판단이 들었다”며 “대신 브라스와 재즈풍의 편곡을 강화했다”고 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창작진을 대거 유입해 브로드웨이 감수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각색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과 세계에서 쌓아 올린 K콘텐츠의 ‘호감도’도 흥행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도 나온다. K팝과 드라마, 영화 등에서 검증을 거친 덕분에 뮤지컬에서도 쉽게 다가설 수 있었단 분석이다. 박병성 뮤지컬 평론가는 “자연스럽게 한국적 색채를 드러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반려 식물을 한국어로 ‘화분’이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현지 관객들이 오히려 반색했다고 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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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벽한 해피엔딩’ 된 K뮤지컬…“로봇이 전한 휴머니즘에 공감”

    “메이비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 작품상(베스트 뮤지컬)으로 ‘어쩌면 해피엔딩’과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즈의 이름이 호명되자 관객은 일제히 기립해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제작진과 배우 30여 명은 무대로 올라 감격의 포옹을 나누며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외쳤다. 공연예술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미 최고 권위의 토니상은, 올해 6관왕에 오른 ‘어쩌면 해피엔딩’의 화려한 대관식으로 마무리됐다.‘어쩌면 해피엔딩’은 2016년 당시 약 300석 규모인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된 국내 토종 창작 뮤지컬이다. 지난해 초연 9년 만에 뉴욕 벨라스코 극장에서 개막한 뒤 세계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현지에선 서울이 배경인 공상과학(SF) 뮤지컬이 “인간의 외로움과 유대관계의 힘이란 보편적 소재를 아름다운 음악에 담아내”(미 뉴욕타임스·NYT) 관객들을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적인 기발함(quirky)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인간애를 녹여낸 수작”이라고 평했다.● ‘인간보다 인간다운’ 로봇의 휴머니즘21세기 후반 서울. 무대엔 인간에게 버려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등장한다. 낡은 아파트에 남겨진 채 반복된 일상을 보내던 그들은, 어느 날 배터리가 방전돼 멈춰버린 클레어를 올리버가 구하며 가까워진다. 이후 올리버는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던 주인 제임스를 찾아 클레어와 제주도로 떠난다. 기나긴 여정 속에서 두 로봇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그리움과 사랑, 우정의 감정을 마주한다.‘어쩌면 해피엔딩’은 국내에선 2016년 초연부터 97회 공연 중 70회 매진을 기록하며 고무적인 반응을 이끌었던 작품. 하지만 지난해 11월 브로드웨이 개막 전만 해도 해외에선 고전할 것이란 예상이 상당했다.이날 토니상에서 각본상, 작사·작곡상 등을 공동 수상한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는 브로드웨이에서 검증된 창작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지에서 익숙한 원작도 없었다. 실제로 프리뷰 공연 초반 4주간 주간 매출은 30만 달러(약 4억 원)를 밑돌았다.하지만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넷째 주 주간 매출 100만 달러를 돌파하더니, 이젠 표를 구하기 힘든 인기작으로 올라섰다.‘어쩌면 해피엔딩’의 인기는 로봇이 주인공이지만 진정성 있는 휴머니즘을 담아냈기 때문이란 평가가 주를 이룬다. 배우 4명이 주도하는 소규모 작품이지만, 감정을 자극하는 선율과 밀도 있는 대본, 짜임새 있는 연기 및 연출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분석이다.우란문화재단에서 해당 작품의 초기 개발을 담당했던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은 “브로드웨이의 쇼 뮤지컬과는 다르게, 눈물 흘리게 만드는 한국적 정서가 관객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호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식 발라드 삭제” 섬세한 현지화과감한 현지화 전략도 흥행을 견인한 요소로 꼽힌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서 현지 기호에 맞춰 많은 편곡과 재구성 과정을 거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넘버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은 기억해도 돼’를 미국 공연에선 빼버린 것이다.김 본부장은 “두 곡 모두 한국식 발라드 정서가 강해 미국 관객에겐 감정을 지나치게 밀어붙이는 인상을 줄 수 있단 판단이 들었다”며 “대신 브라스와 재즈풍의 편곡을 강화했다”고 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창작진을 대거 유입해 브로드웨이 감수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각색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미국과 세계에서 쌓아 올린 K콘텐츠의 ‘호감도’도 흥행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도 나온다. K팝과 드라마, 영화 등에서 검증을 거친 덕분에 뮤지컬에서도 쉽게 다가설 수 있었단 분석이다. 박병성 뮤지컬 평론가는 “자연스럽게 한국적 색채를 드러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반려 식물을 한국어로 ‘화분’이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현지 관객들이 오히려 반색했다고 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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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로 뮤지컬’의 휴머니즘, 브로드웨이를 녹였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한국 토종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토니상 뮤지컬 부문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에서 상을 거머쥐었다. 1947년 시작된 토니상은 미국 연극·뮤지컬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공연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린다. 한국에서 초연된 창작 뮤지컬이 토니상을 수상한 건 최초다.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8일(현지 시간)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이 뮤지컬 부문 작품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극본상, 음악상(작사, 작곡), 무대디자인상 등 6관왕에 올랐다. 특히 작품상은 해당 시즌 가장 빼어난 뮤지컬에 주어지는 상이다. 지난해에는 국내 공연제작사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오디컴퍼티 대표가 브로드웨이에서 단독 프로듀서로 올린 창작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토니상에서 ‘의상 디자인상을 받은 바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돋보인 휴머니즘”2016년 서울 대학로의 300석 규모 소극장에서 조용히 막을 올린 작품은 초연 때만 해도 9년 만에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에 비견될 성과를 예측한 이는 많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개막한 후 뜨거운 현지 반응에 힘입어 공연 중이다. 10월 국내에서도 10주년 기념 공연이 예정됐다.이 작품은 ‘윌휴 콤비’로 불리는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공동 창작한 뮤지컬이다. 21세기 후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에게 버려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주인공이다. 낡은 아파트에서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던 둘은, 어느 날 올리버가 배터리가 방전돼 멈춰 선 클레어를 구하면서 가까워진다. 이후 올리버는 자신이 섬겼던 인간 제임스를 찾기 위해 클레어와 함께 제주도로 떠나고, 여정 속에서 두 로봇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브로드웨이 진출 초기에는 고전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윌휴 콤비’가 현지에서 검증된 창작진이 아니었고, 외국 원작에 기반한 작품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리뷰 공연 초반 4주간 주간 매출은 30만 달러(약 4억 원)를 밑돌았다. 그러나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호평이 퍼지며 분위기는 반전됐다. 지난해 12월 넷째 주 처음으로 주간 매출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돌파한 뒤로 안정적인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이 작품이 해외에서 주목받은 데는 브로드웨이와 차별화되는 정서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란문화재단에서 초기 개발을 담당했던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은 “2016년 리딩 공연 당시 브로드웨이의 일반적인 쇼뮤지컬과는 다른, 눈물 흘리게 만드는 정서가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당시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즈도 ‘오랫동안 방 안에만 머물렀던 고장난 로봇들이 세상 밖으로 나아간다는 설정이 좋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팬데믹 이후 브로드웨이에서도 뮤지컬 규모가 축소되면서 중소형 작품들의 수용 여지가 커졌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한국 버전에선 3명, 브로드웨이 버전에선 4명이 등장하는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 같은 흐름과 맞물리며 오히려 장점을 살릴 수 있었다.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이 정도 소규모 작품이 브로드웨이에 올라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지만, 코로나 이후 공연계가 전체적으로 힘을 빼는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작품성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고 말했다.최근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한류’의 영향도 흥행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드라마와 K팝, 영화 등에서 이미 검증된 한국 콘텐츠에 대한 호감도가 뮤지컬 장르로도 확장되면서, 한국적 배경을 갖춘 창작물이 더욱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병성 뮤지컬 평론가는 “서울을 배경으로 한 설정 등 이국적인 요소를 억지로 로컬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한국적 색채를 드러낸 점이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극 중에는 올리버가 반려 식물을 ‘화분’이라 부르는 장면처럼 한국어 표현이 직접 등장하기도 한다.● “한국식 발라드는 삭제”적절한 현지화 전략도 흥행을 견인한 요소로 꼽힌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단순 번역 이상으로 현지 관객의 정서에 맞춘 편곡과 재구성 과정을 거쳤다. 대표적으로 한국 공연에서 인기가 높았던 넘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은 기억해도 돼’는 브로드웨이 버전에서 삭제됐다. 김 본부장은 “두 곡 모두 한국식 발라드 정서가 강해, 미국 관객에게는 감정을 지나치게 밀어붙이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며 “대신 브라스와 재즈 풍의 편곡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한 창작진이기에 미국 시장의 감수성과 정서에 맞는 방향으로 각색할 수 있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품 자체의 힘이다. 배우 4명이 주도하는 소규모 뮤지컬이 토니상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작은 극이지만 감정을 자극하는 선율, 밀도 있는 대본, 짜임새 있는 연기와 연출이 관객과 심사위원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분석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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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전쟁이 오키나와에 남긴 흔적들

    세계에서 장수 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손꼽히는 일본 오키나와. 끼니마다 배의 80%만 채우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며, 식물성 전통 식단을 위주로 하는 문화 때문에 예로부터 일본에서도 오키나와 출신은 건강하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오키나와엔 ‘비만율 1위 지역’이라는 수식어가 함께 붙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엔 지역에 얽힌 슬픈 역사가 있다. 오랜 기간 평화로운 류큐 왕국을 건설해 일본 본토 지역과는 다른 독자 생태계를 구축했던 이곳은 20세기 일본에 강제 편입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파괴적인 지상전의 무대가 됐다가 전후 미군 주둔지도 됐다. 근대에 접어들며 전쟁의 상흔이 짙게 남은 땅으로 바뀐 셈이다. 미군이 주둔한 지 70년이 지나면서 오키나와 사람들의 식습관도 달라졌다. “걷지 않는 오키나와인” “가끔은 걸읍시다!”라는 슬로건이 나올 정도로 비만 문제가 지역 사회의 큰 고민거리가 됐다. 신간은 오키나와 출신의 그래픽 노블 작가가 이 같은 역사에서 비롯된 ‘진짜 오키나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기존에 발표됐던 ‘모래의 검’과 ‘마부이’라는 작품 두 편을 한 데 묶어 출간했다. 오카나와에 사는 평범한 주인공들의 감성엔 전쟁에 대한 공포가 짙게 묻어 있다. 외세의 물결로 돌이킬 수 없게 된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맘속 깊숙한 곳에 깔린 식민주의의 아픔도 담겼다. 다큐멘터리를 보듯 작가의 그림체와 주인공들이 전하는 전쟁 이야기들은 사실적이면서도 담담하다. 같은 일본 사람들마저도 오키나와를 마치 일본이 아닌 듯 대하는 시선, 미국도 일본도 아닌 이질적 세계에 살면서 표류하는 듯한 이들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지 않다. 나라를 잃거나 전쟁의 아픔을 겪었던 우리의 역사도 떠오르고, 지금도 지구촌 어딘가에서 핍박받는 이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외신들은 신간을 그래픽 노블의 명작으로 꼽히는 아트 슈피겔만의 ‘쥐’,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에 비견했다. 한국 독자들에겐 금빛 모래, 에메랄드빛 바다 이면에 드리운 오키나와의 애잔한 상처를 비추는 책이 될 것 같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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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제 ‘아파트’, 빌보드 핫100에 K팝 女가수 최장 32주째 진입

    걸그룹 블랙핑크 로제(사진)의 ‘아파트’(APT.)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32주 연속 진입했다. 3일(현지 시간) 공개된 빌보드 차트에 따르면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글로벌 히트곡 ‘아파트’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이전 주보다 여섯 계단 상승한 22위를 기록해 32주 연속 차트 진입을 이어갔다. K팝 여성 가수 중 최장기 기록이다.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핫 100’ 차트에 처음 진입한 뒤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해당 곡이 수록된 로제의 1집 ‘로지’(rosie)는 최신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68위를 기록했다. 한편 그룹 방탄소년단(BTS) 진의 두 번째 미니앨범 ‘에코’(Echo)도 같은 차트에서 122위를 차지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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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희림 방심위원장 사직서, 40일만에 대선 당일 재가

    4월에 사의를 표명했던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사진)의 사직서가 대선 당일인 3일 재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민원 사주’ 의혹 등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 왔던 류 위원장이 건강 문제를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한 지 40일 만이다. 류 위원장의 공식 임기는 2027년 7월까지였다. 방심위 등에 따르면 이주호 전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과 함께 류 위원장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인사혁신처는 4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에 류 위원장에 대한 해촉 인사 발령 공문을 보냈으며, 이후 방통위는 방심위에 해당 공문을 전달했다. 2023년 9월 취임한 류 위원장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 보도를 심의 의결하며 과도한 중징계를 이끌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임기 중에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특정 매체의 보도에 대한 심의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방심위 내부에서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류 위원장은 해당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으나, 국민권익위원회는 4월 21일 “류 위원장이 가족의 민원 신청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건을 감사원에 이첩했다. 류 위원장은 나흘 뒤에 사의를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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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제 ‘아파트’, 美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22위…32주 연속 진입

    걸그룹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APT.)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 32주 연속 진입했다. 3일(현지 시간) 공개된 빌보드 차트에 따르면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글로벌 히트곡 ‘아파트’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이전 주보다 여섯 계단 상승한 22위를 기록해 32주 연속 차트 진입을 이어갔다. K-팝 여성 가수 중 최장기 기록이다.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핫 100’ 차트에 처음 진입한 뒤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해당 곡이 수록된 로제의 1집 ‘로지’(rosie)는 최신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68위를 기록했다.한편 그룹 방탄소년단(BTS) 진의 두 번째 미니앨범 ‘에코’(Echo)도 같은 차트에서 122위를 차지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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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원 사주’ 의혹 류희림 방심위원장, 대선 당일 사표 수리

    4월에 사의를 표명했던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사진)의 사직서가 대선 당일인 3일 재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민원 사주’ 의혹 등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왔던 류 위원장이 건강 문제를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한지 40일 만이다. 류 위원장의 공식 임기는 2027년 7월까지였다.방심위 등에 따르면 이주호 전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과 함께 류 위원장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인사혁신처는 4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에 류 위원장에 대한 해촉 인사 발령 공문을 보냈으며, 이후 방통위는 방심위에 해당 공문을 전달했다.2023년 9월 취임했던 류 위원장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 보도를 심의 의결하며 과도한 중징계를 이끌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임기 중에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특정 매체의 보도에 대한 심의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방심위 내부에서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류 위원장은 해당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으나, 국민권익위원회는 4월 21일 “류 위원장이 가족의 민원 신청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건을 감사원에 이첩했다. 류 위원장은 나흘 뒤에 사의를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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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도파민 천국’ 플랫폼이 돈을 버는 법

    2022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440억 달러(약 60조7000억 원)에 X(옛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과도한 금액을 지불했다”는 비판과 “X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는 긍정이 부딪쳤다. 저자에 따르면 머스크는 인간의 관심을 붙잡아 플랫폼 안에 가둬 둘 수 있는 소셜미디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주의력 자본주의’의 속성을 간파한 인물이다. 머스크의 이러한 결단은 훗날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인간의 주의력을 노동력처럼 사고파는 현대 사회를 ‘주의력 시대(Attention Age)’로 명명한 저자는 글로벌 빅테크, 미디어 기업이 인간의 주의력을 어떻게 상품화하는지 분석했다. 미국 정치 평론가이자 MSNBC 뉴스 앵커인 저자는 “글로벌 기업이 정교한 기술로 우리의 주의력을 사고팔며 세계 경제, 정치, 미디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의 주의력은 오늘날 더없이 소중한 자원이 됐다. 돌이켜 보면, 19세기 산업혁명의 산물로 ‘지루함’ ‘무료함’이 탄생했다. 공장에서 반복된 단순작업에 인간이 점차 익숙해짐에 따라 마치 “심리적 죽음”과도 같은 지루함이 만들어졌다. 그 틈을 TV, 라디오가 파고들었는데 인간이 더 강하고 빠른 자극을 원하면서 주의력은 디지털 시장으로 넘어갔다. 스마트폰과 최첨단 방송 기술이 널리 퍼진 현대에는 주의력을 차지하려는 전쟁이 더욱 극대화되고 있다. 테크 기업은 사용자가 머무르는 시간에 값을 매겨 이를 광고주에게 판매하고, 인플루언서는 자신이 받은 타인의 관심(주의력)을 현금으로 전환해 부를 축적한다. 저자는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다. 주의력만 끌면 돈이 따라온다고 믿으면서 정작 모두가 꼭 챙겨야 할 가치, 정보에 대해선 무뎌진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주의력 사냥’에선 성공했을지 몰라도, 이를 교묘히 이용해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인물이라고 비판한다. 다수 매체에 무방비로 노출된 오늘날, 저자의 분석은 당연한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미 우리가 주의력 시대를 주도하는 플랫폼에 너무나 길들여진 탓일까. 저자는 “주의력에 통제권을 지켜야 한다”고 역설하지만, 그게 가능할지는 갸우뚱거려진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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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산업 종사자 무료 법률 상담… 문체부-콘진원 ‘고상한 상담소’ 운영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 산업 종사자의 권익 보호와 공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무·법률 통합 상담 프로그램인 ‘고상한 상담소’를 연중 상시 운영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고상한 상담소는 콘텐츠 산업 내 불공정 계약과 투자 피해 구제에 대한 법률 상담은 물론이고 임금 체불이나 직장 내 괴롭힘 등과 관련된 노무 상담도 제공한다. 누구나 온라인으로 손쉽게 신청할 수 있고 전문 상담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고상한 상담소는 지난해 155건의 상담을 지원했으며, 이 중 대면 심층 상담은 38건에 이른다. 아울러 업계 전반의 공정한 근로 환경 조성과 불공정 행위 예방을 위한 노무·법률·성평등 분야 교육도 제공한다. 상담 및 컨설팅 지원을 희망하는 콘텐츠 산업 종사자는 이메일 또는 전화로 신청할 수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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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수미, 佛 최고 문화훈장 ‘코망되르’ 받는다

    소프라노 조수미(63·사진)가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최고 등급인 ‘코망되르’를 받는다. 21일(현지 시간)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조수미는 26일 파리 오페라 코믹에서 열리는 수훈식에서 훈장을 받는다. 한국계인 플뢰르 펠르랭 전 문화장관이 시상을 맡는다. 1957년 프랑스 문화부가 제정한 문화예술공로훈장은 예술과 문학 분야에서 탁월한 창작 활동을 펼치거나 프랑스 문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한다. 최고 등급인 코망되르부터 오피시에, 슈발리에 등 세 등위로 나뉜다. 코망되르를 받은 한국인은 2011년 지휘자 정명훈에 이어 조수미가 두 번째다. 조수미는 1986년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데뷔한 뒤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프랑스와도 인연이 깊어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 오페라 바스티유 등에서 여러 차례 공연했다. 지난해 프랑스 루아르 지역의 고성(古城)인 라페르테앵보 성에서 ‘제1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를 개최하기도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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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영 시인 부인 김현경 여사 별세…향년 98세

    김수영 시인(1921∼1968)의 부인 김현경 여사(사진)가 22일 별세했다. 향년 98세. 고인은 이화여대 영문과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김수영 시인을 만나 1950년 결혼했다.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김 시인이 인민군에 끌려가 2년 6개월 만에 풀려났다. 이 일로 인해 떨어졌던 두 사람은 1954년 다시 만나 결혼 생활을 이어갔다.고인은 문학 비평가이자 김 시인과 문학적 동반자였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남긴 시 ‘풀’ 초고를 원고지에 옮겨 적었으며 시인의 작품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 고인은 2013년 김수영과의 기억을 풀어낸 산문집 ‘김수영의 연인’을 펴냈다. 지난해엔 고인의 김 시인의 삶에 대한 구술을 토대로 홍기원 김수영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산문집 ‘시인 김수영과 아방가르드 여인’도 출간됐다. 1960∼1970년대 의상실을 경영하고 디자이너로 활동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우 씨, 딸 김선주 씨가 있다. 빈소는 경기 성남 분당제생병원장례식장, 발인은 24일 오전 5시 반.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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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용부 “MBC 故오요안나 직장내 괴롭힘 당했다”

    고용노동부가 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MBC 직원 절반 가까이가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을 당했거나 주변에서 피해를 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고용부는 2월부터 MBC를 상대로 실시한 특별근로감독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19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선배 기상캐스터는 오 씨가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자 공개적인 장소에서 “네가 OOO에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어?”라고 비난했다. 고용부는 “단순히 지도 조언의 차원을 넘어 사회 통념에 비춰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행위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고용부는 기상캐스터 특성상 행정, 당직 등 다른 업무를 하지 않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 및 휴가 절차 등이 없다는 점을 들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보고 근로기준법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고용부는 특별근로감독 중 MBC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45.6%가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피해 사실을 직접 경험하거나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MBC 내 한 팀장급 직원이 공개적으로 폭언, 욕설을 했지만 직원들이 알면서 쉬쉬했다. 동료와 러브샷을 요구하거나 옷차림 및 외모를 지적한 뒤 비꼬는 말투로 신고하지 말라고도 했다. 입사 때 계약직이었다는 이유로 정규직인데도 신입사원보다 못한 처우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MBC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조직 문화 개선과 노동관계법 준수를 최우선 과제로 올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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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TT와 경쟁위해 방송 자율성 확대해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방송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방송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사업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학계의 지적이 나왔다. 1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전통미디어의 위기와 활성화 방안 및 방송산업 활성을 위한 제작 지원 및 규제완화 방향’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영주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OTT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OTT는 다양한 요금 정책을 통해 자유로운 사업 전략을 구사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혜선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도 발제에서 “경기 침체에 소비자들의 지출이 감소한 데 이어 콘텐츠의 과열 경쟁으로 인해 제작비까지 상승해 방송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방송 사업자는 매출 증대를 위해 제작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천 연구위원은 이어 “방송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규제부터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소유·겸영과 광고 규제부터 신속히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시대에 맞지 않는 방송 심의 규정을 개선하고 프로그램 의무 편성 및 광고금지품목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조언도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학계 및 산업 전문가들은 방송사가 자율적 전략을 수립하고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지은 법무법인 세종 연구위원은 “시장 현실에 맞게 규제를 순차적으로 완화하는 방향으로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모든 규제를 해소해 완전한 경쟁 상태가 되는 것이 답은 아닐 수 있지만, 글로벌 OTT에는 요구하지 않고 있는 규제를 국내 사업자에만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방송사들이 수익모델을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상규 강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방송사들이 창작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체 지식재산권(IP)을 적극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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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오 14세 즉위 “지금은 사랑을 위한 때” 분쟁종식 촉구

    “평화가 다스리는 새로운 세상을 위해 교회가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의 즉위 미사가 18일 오전(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공식 거행됐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등 세계 각국 주요 인사를 포함해 약 25만 명이 모여든 가운데, 교황은 “지금은 사랑을 위한 때”라며 세계 평화와 분쟁 종식을 촉구했다.바티칸뉴스 등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공식 미사에 앞서 교황 전용 의전 차량인 ‘포프모빌’을 타고 광장에 나타났다. 광장에 모인 인파는 “비바 일 파파(Viva il Papa·교황 만세)”를 외쳤으며, 교황은 미소를 지은 채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로이터통신은 “교황이 포프모빌을 두 번 멈춰 세운 뒤 아기 3명에게 축복을 내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레오 14세는 성 베드로 대성당에 도착한 뒤 중앙 제대 아래의 성 베드로 무덤에 경배를 올리며 미사를 시작했다. 추기경들을 따라 성 베드로 광장에 마련된 야외 제단에 올라 ‘팔리움’을 착용했다. 팔리움은 어깨에 걸치는 흰색 양털 띠로, 붉은 십자 문양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다섯 상처를 뜻한다. 이어 교황의 사도적 임무를 상징하는 ‘어부의 반지’도 착용했다. 예수가 베드로에게 “내가 너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레오 14세는 결연한 표정으로 의식을 치르고 두 손 모아 기도한 뒤 환한 미소를 지었다. 교황은 이날 미사 강론에서 “그리스도인이 인류의 화합을 위한 누룩이 되는 교회를 세우자”며 “불화와 증오, 폭력, 편견 등으로 인한 두려움, 지구 자원을 착취하고 가장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키는 경제 논리가 만든 상처를 우리는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에 애도를 표하며 “아무런 공로 없이 선출됐지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형제로서 여러분에게 다가가겠다”고 했다. 교황은 또 “모두 함께 걸어야 한다. 작은 울타리 안에 갇혀 있지 말고, 세상에 대한 우월감을 느끼지도 말자”며 “모든 민족의 사회·종교적 문화 가치를 존중하며 서로 사랑하자”고 당부했다. 미사 마지막 삼종 기도에서도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희생자들, 가난한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날 즉위 미사에는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과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인 에드워드 왕자 등이 참석했다. 레오 14세의 주요 사목지였던 페루에선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왔다. 미사 직전 밴스 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끄는 교황 즉위 경축 사절단이 미사에 참석했다.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무국장 송영민 신부도 참석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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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통풍이 ‘왕의 질병’? 佛에선 한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바람만 스쳐도 통증이 느껴질 정도라는 뜻의 질병 통풍(痛風). 잦은 ‘치맥’이나 과도한 육류 섭취로 혈액 내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 발생하는 질병이다. 통풍에 걸린 이들은 “누가 내 눈알을 밟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고통스러워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통풍을 ‘왕의 질병’이라며 부러워했단다. 육류 자체를 접하기 어려웠던 시절, 통풍을 앓는 게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프랑스 왕국의 왕 34명 중 20명이 통풍 환자였다는 기록도 있다. 당시 사람들이 통풍에 걸려 팔다리가 가늘어진 이를 매력적이라고 느꼈을 정도라고 한다. 의학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원작자이자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저자가 고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 질병과 의학의 사례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전염병, 병마와 싸웠던 인류, 인간의 중독, 의학의 발전 등 4개 카테고리로 나눠 사회와 역사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의학, 과학적 에피소드를 다룬다. 소아마비는 수많은 실패를 딛고 인류가 끝내 이겨낸 질병이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소아마비는 전쟁보다도 무서운 병으로 여겨졌다.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도 소아마비 환자였는데, 미국에선 그의 재임 기간에 관련 백신 연구가 활발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하버드대 연구팀이 1953년 처음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접종을 시작했다. 끝없는 전쟁으로 골절 환자가 넘쳐났던 고대, 중세에는 뼈에 대한 이해가 없어 부목을 대는 수준이 전부였다. 하지만 16세기 이후 해부학 연구와 전문 외과의가 성행하면서 뼈의 구조와 골절 치료법도 나아졌다고 한다. 오늘날 ‘아프면 병원에 간다’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가 됐다. 하지만 의술이 이처럼 발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오류와 실패, 도전이 있었는지를 배울 수 있다. 현재 관점에서 보자면 안타깝고 웃음이 나는 사례도 등장하지만, 이런 노력 덕분에 인류가 질병에서 이만큼 해방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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