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김현수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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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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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9~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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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소리 15초 들으면 복제 AI 공개… “딥페이크 망령 불러내”

    “힘이란 물체를 움직이고 방향을 바꾸게 하는 것인데….” 물리학 개념인 ‘힘’을 설명하는 15초 분량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를 들은 인공지능(AI)은 곧장 이 목소리로 생물, 영어 독해, 수학 등 각 분야 강의 샘플을 만들어 냈다. AI가 목소리를 복제한 뒤 그 목소리로 챗GPT가 만든 텍스트를 읽은 것이다. 이는 오픈AI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맛보기(프리뷰) 방식으로 공개한 음성 복제 모델 ‘보이스엔진’의 샘플 사례다. 오픈AI는 보이스엔진이 15초 분량의 사람 목소리만 있으면 거의 똑같게 음성을 복제해 낸다고 밝혔다. AI의 음성 복제 기술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이 음성 복제에 뛰어든 상태다. 하지만 챗GPT와 같은 강력한 언어 생성 AI 모델과 전 세계 1억80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오픈AI가 음성 복제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딥페이크(조작된 영상, 이미지, 음성)가 불러올 혼란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딥페이크의 망령을 불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챗GPT-15초 음성 복제술 결합의 ‘위력’ 챗GPT는 사용자의 질문을 받고 텍스트를 생성하며 이를 음성으로 변환해 읽어주는 ‘읽어주기’ 기능이 있다. 여기에 보이스엔진을 접목하면 챗GPT가 특정인의 목소리로 각종 콘텐츠를 생성해 낼 수 있다. 또 15초 목소리 샘플만으로도 해당 목소리로 각종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오픈AI는 우선 15초 목소리만으로도 정확한 음성 복제가 가능하다는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제프 해리스 오픈AI 제품 책임자는 미 정보기술(IT) 매체 테크 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오픈AI의 개발 방식이 더욱 강력하고 고품질의 음성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오픈AI가 음성 복제 기술에 뛰어든 이유는 기업 고객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성우 등 내레이터를 한 번만 고용하면 이를 바탕으로 각종 광고, 비디오게임, 공공장소 안내방송까지 AI가 대신할 수 있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테크 크런치에 따르면 보이스엔진 사용 비용이 일레븐렙스, 레플리카 스튜디오 등 다른 스타트업의 제품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파악된다. 오픈AI는 챗GPT와 음성 복제 기술력의 결합이 불러올 딥페이크 확산 우려를 감안한 듯 “‘선한’ 분야에서 음성 복제가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픈AI의 보이스엔진 개발 협력사 중 하나인 비영리 의료 시스템 라이프스팬의 노먼프린스신경과학연구소가 갑작스러운 뇌종양으로 목소리를 잃게 된 어린 환자에게 예전에 학교 프로젝트용으로 녹음한 음성을 토대로 원래 목소리를 복원해 줬다는 것이다. 이 환자는 AI를 통해 자신이 입력한 텍스트를 자신의 목소리로 읽게 할 수 있다.● ‘오용 우려’ 대규모 배포 일정은 미정 문제는 한층 진화된 음성 복제 기술이 딥페이크와 같은 부작용을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사칭한 AI 목소리로 유권자들에게 무작위 전화가 걸려 오는 사건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가짜 바이든’은 11월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둔 주민들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권유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다. 이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AI발 ‘로보콜’ 자체를 금지했다. 영상과 결합해 유명인을 사칭한 허위 광고, 투자 권유 사기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선 배우 톰 행크스가 자신을 사칭하는 광고에 속지 말라는 ‘주의보’를 내렸고, 배우 에마 왓슨은 혐오 메시지를 선동하는 영상에 무단 동원되는 피해를 겪었다. 국내에서도 유명인을 사칭한 온라인 피싱 범죄가 확산돼 금융감독원이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오픈AI도 이러한 혼란을 우려해 보이스엔진 기술의 대규모 배포는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픈AI 측은 “(11월 미 대선 등) 선거가 있는 해에 사람 목소리를 닮은 AI가 가져올 리스크를 잘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교육,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와 협력해 그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개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사회가 음성 복제 기능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대화를 시작해 달라”고 요청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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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S-오픈AI, 134조원 데이터센터 구축” … AI반도체 폭발적 수요증가 이어질듯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가 130조 원 이상을 투자해 초대형 슈퍼컴퓨터를 갖춘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비용의 100배가 넘는 규모로,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 정보기술(IT) 매체 더 인포메이션은 “MS와 오픈AI가 차세대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구동하기 위해 ‘스타게이트’라는 이름의 1000억 달러(약 134조 원) 규모 슈퍼컴퓨터 구축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사는 5단계에 걸쳐 슈퍼컴퓨터급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세웠고, 스타게이트는 마지막 퍼즐인 5단계 구축 계획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3단계로 중간단계에 와 있으며 다음 4, 5단계의 막대한 자금에는 상당 부분이 AI 칩 구입과 관련이 있다고 더 인포메이션은 밝혔다. AI전용 칩 수백만 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차세대 AI 개발을 위해 막대한 컴퓨팅자원이 필요하다면서 직접 AI칩 제조 기업을 세우기 위해 7조 달러가량 천문학적 투자를 모으고 있다. 올트먼 CEO가 1월 방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과 협력 논의를 한 것도 스타게이트라는 역대급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을 염두에 두고 협력 논의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빠르면 2028년 구축될 것을 보이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데는 최대 5기가와트 규모의 전력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MS와 오픈AI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등도 논의하고 있다고 더인포메이션은 전했다. 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SMR에 투자해 SMR 기업인 ‘테라파워’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MS와 오픈AI가 대규모 슈퍼컴퓨터에 사활을 것는 것은 오픈AI의 기술 혁신 속도를 컴퓨팅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오픈AI는 2023년에 ‘아라키스’라는 새로운 AI 프로젝트가 무산됐는데 개발에 맞는 컴퓨팅 속도가 나오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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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목소리 15초만 들어도 거의 똑같이 복제”

    “힘이란 물체를 움직이고 방향을 바꾸게 하는 것인데…”물리학 개념인 ‘힘’을 설명하는 15초 분량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를 들은 인공지능(AI)은 곧장 이 목소리로 생물, 영어 독해, 수학 등 각 분야 강의 샘플을 만들어 냈다. AI가 목소리를 복제한 뒤 그 목소리로 챗GPT가 만든 텍스트를 읽은 것이다.이는 오픈AI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맛보기(프리뷰) 방식으로 공개한 음성 복제 모델 ‘보이스엔진’의 샘플 사례다. 오픈AI는 보이스엔진이 15초 분량의 사람 목소리만 있으면 거의 똑같게 음성을 복제해 낸다고 밝혔다.AI의 음성 복제 기술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이 음성 복제에 뛰어든 상태다. 하지만 챗GPT와 같은 강력한 언어 생성AI 모델과 수억 명 사용자를 보유한 오픈AI가 음성 복제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딥페이크(조작된 영상, 이미지, 음성)가 불러올 혼란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오픈AI는 “위험성을 감안해 소수 개발자 그룹에만 보이스엔진 기술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AI발(發) 딥페이크 피해는 늘고 있다. 올 초 미국 대선 경선 과정에선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목소리를 사칭한 허위 전화가 돌아 파장이 일었다. 국내에서도 배우 조인성, 송혜교 등 유명인의 음성과 얼굴을 조작한 투자 권유 영상을 활용한 사기 범죄가 발생했다.챗GPT와 음성복제 기술의 만남…‘오용 우려’에 대규모 배포 미정“샘 올트먼 목소리인 줄 알았다.”오픈AI의 음성 복제 기술 ‘보이스엔진’ 시연에 참석한 블룸버그통신은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목소리로 제품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실제 목소리 같았지만 보이스엔진이 만들어낸 음성이었다.오픈AI가 2022년 말부터 개발해 왔다고 밝힌 이 음성 복제 기술은 ‘텍스트 음성 변환’과 챗GPT의 ‘읽어주기’ 기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챗GPT가 사용자의 질문을 받고 텍스트를 생성하며 이를 음성으로 변환해 읽어주는 기능이다. 여기에 ‘보이스엔진’을 접목하면 챗GPT가 특정인의 목소리로 각종 콘텐츠를 생성해 낼 수 있다. 또 챗GPT의 능력을 갖춘 음성 복제 기술이라 15초 목소리 샘플만으로도 해당 목소리로 각종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 챗GPT와 15초 음성 복제술의 결합음성 복제 기술은 오픈AI 뿐 아니라 일레븐렙스, 레플리카 스튜디오 등 다양한 스타트업이 뛰어든 분야다. 오용 사례도 상당수 확인될 만큼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 사용자 1억8000만 명을 둔 챗GPT와 음성 복제 기술이 만날 때의 위력에 대한 우려로 미 언론들도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딥페이크의 망령을 불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오픈AI는 우선 15초 목소리만으로도 정확한 음성 복제가 가능하다는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제프 해리스 오픈AI 제품 책임자는 미 정보기술(IT) 매체 테크 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오픈AI의 개발 방식이 더욱 강력하고 고품질의 음성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테크 크런치에 따르면 보이스엔진 사용 비용이 다른 스타트업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파악된다.음성 복제 기술에 많은 테크기업들이 뛰어드는 이유은 기업 고객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성우 등 나레이터를 한 번만 고용하면 이를 바탕으로 각종 광고, 비디오게임, 공공장소 안내방송까지 AI가 대신할 수 있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오픈AI는 오용 우려를 감안한 듯 “‘선한’ 분야에서 음성복제가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픈AI의 보이스엔진 개발 협력사 중 하나인 비영리 의료 시스템 라이프스팬의 노먼프린스신경과학연구소는 갑작스런 뇌종양으로 목소리를 잃게 된 어린 환자에게 예전에 학교 프로젝트용으로 녹음한 음성을 토대로 원래 목소리를 복원해줬다는 것이다. 이 환자는 자신이 입력한 텍스트를 자신의 목소리로 읽히게 할 수 있다.● ‘오용 우려’ 대규모 배포 일정은 미정문제는 음성 복제가 딥페이크와 같은 부작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사칭한 가짜 목소리로 11월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둔 주민들에게 무작위 전화가 걸려 오는 사건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가짜 바이든’은 주민들에게 “예비선거에 투표하지 말라”고 권유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다. 이에 따라 미 연방통신위(FCC)는 AI발 ‘로보콜’ 자체를 금지했다.영상과 결합해 유명인을 사칭한 허위 광고, 투자 권유 사기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선 배우 톰 행크스가 그를 사칭하는 광고에 이용됐고, 배우 엠마 왓슨은 혐오 메시지 선동에 동원됐다. 국내에서도 배우, 가수를 비롯한 유명인을 사칭한 온라인 피싱 범죄가 확산돼 금융감독원이 금융투자 사기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오픈AI도 이러한 혼란을 우려해 보이스엔진 기술의 대규모 배포는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11월 미 대선 등) 선거가 있는 해에 사람 목소리를 닮은 AI가 가져올 리스크를 잘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교육, 시민 사회 등 다양한 분야와 협력해 그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개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워터마크 기술을 활용해 AI와 실제 사람 목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대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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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오바마·클린턴·바이든 뭉친 날, 뉴욕 거리엔 ‘팔레스타인 지지’ 함성이 울렸다

    28일(현지시간) 미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라디오 시티 뮤직홀 앞. NBC 방송국과 락펠러센터가 위치한 관광과 상업 중심지인 이곳 주변의 5번가 6번가는 경찰이 오후부터 차량 통행을 막아놨다. 뮤직홀 간판에는 조 바이든,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이 적혀 있었다. 전직 대통령 2명이 트럼프를 이기겠다는 일념 하에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행사가 열린 것이다. 삼엄한 경비 속에 미리 신청한 참석자 5000여 명은 초청장을 보여야 경찰이 두 블록 앞에서 길을 열어줬다. 바이든 대통령 캠프 측은 “역사적 기금 행사”라고 평했다.실제로 이날 행사는 심야 토크쇼 진행자 스티븐 콜버트의 사회로 세 대통령의 대담, 퀸 라티파,리조, 벤 플랫, 신시아 에리보, 레아 미셸 등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하며 판을 키웠다. 참석하려면 최소 250달러(34만 원), 대통령과 사진을 찍으려면 10만 달러(1억3500만 원)를 내야하는 기금 행사였다. 대통령 부인인 질 여사가 500명을 대상으로 행사 뒤에 진행하는 파티에 참석하려면 추가로 더 기부를 해야 했다. 이날 오바마와 클린턴 대통령의 적극적 지원으로 총 2600만 달러(350억 원) 기록을 세웠다. 드레스를 차려 입고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축제 같은 분위기와 달리 행사장 밖에는 빗속에도 분노한 시위대 수 백명이 모여 경찰과 대치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바이든 행정부를 규탄하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였다. “얼굴이 알려지기 싫다면 마스크를 빌려주겠다”는 푯말도 보였다.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나온 사람도 보였지만 가자지구 휴전을 요구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였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美 2030세대들이 다수였다.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뉴욕에서도 팔레스타인 문제가 젊은 진보를 뭉치게 하는 것으로 보였다. 뉴욕에 거주하는 직장인 파두모 오스만 씨(28)는 “우리 세금으로 사람들이 죽고 있는 전쟁을 지원하면서 정작 내부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며 “뉴욕시만해도 여성에 대한 묻지마 폭행 범죄가 들끓고 있지만 방위군을 전철에 배치하는 흉내만 낼뿐이다. 그들은 서서 휴대전화만 보고 있다. 역시 세금만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만 씨는 직접 호신 용품을 가지고 다닌다며 보여주기도 했다. 그녀는 4년 전에 바이든 대통령을 찍었지만 다음 달 2일 예정된 뉴욕주 민주당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선 백지 투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민주당원을 중심으로 프라이머리 투표용지를 빈 칸으로 두는 ‘리브 잇 블랭크(Leave it blank)’ 운동이 일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옆에 있던 엘리자 마서 씨(31)도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을 뽑았지만 좌절감만 커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친 이스라엘 정책만 펴고 있고, 가자지구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다”며 “민주당 지지가 높은 뉴욕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듣게하는 것은 차라리 투표를 안하거나 제 3의 후보에 투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에서 투표를 안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것 아니냐’고 묻자 “트럼프가 된다 한들 둘 다 다를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가자지구 휴전을 요구하기 위해 나왔다는 손더스 엘부록 씨(35)도 중동 전쟁 뿐 아니라 범죄 문제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부록 씨는 “1980년대에도 범죄가 기승을 부렸다고 하지만 그땐 밤시간 특정 지역을 피하면 됐었다고 한다”며 “지금은 대낮에도, 어디에서도 묻지마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역대 대통령을 멀리서 볼 수 있을까 “신기한 이벤트”라 구경을 나왔다는 30대 남성 휴 씨(34)는“뉴욕은 대부분 민주당 지지하지만 점점 정치에 냉소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돈이 많으면 행사장 안에서 각종 쇼를 보겠지만, 행사장 밖에 있는 사람들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주거비, 범죄 뭐 하나 해결 된 게 없다”며 “뉴욕시장에 대한 불만도 높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휴전 요구 시위는 뮤직홀 안에서도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콜버트가 오바마와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솔직히 백악관에 살 때가 좋지 않았느냐, 그리운 게 무엇인가”를 묻자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살 던 것보다 스마트했던 우리 팀이 그립다”며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전 대통령을 치켜 세우던 중 고성을 질러 답변을 멈추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바이든만큼 도덕적 명확성이 높은 사람이 없다. 하지만 세상 일은 복잡하기 마련”이라며 적극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옹호했다.한편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뉴욕을 찾아 전현직 대통령 4명이 뉴욕에 출격한 셈이 됐다. 그는 맨해튼에서 차로 한시간 떨어진 롱아일랜드 마사페콰에서 불법 주정차 단속 중 마약 강도 전과자의 총격으로 숨진 조너선 딜러 경관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총을 쏜) 사람은 21번이나 체포된 불량배였고 동승자도 여러 번 체포됐지만 그들은 (그런 정도의 처벌로는) 배울 줄을 모른다. 존중감이 없기 때문”이라며 “유가족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는 (범죄를) 멈춰야 하고, 법질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최근 뉴욕 내 범죄 우려가 급증하는 가운데 범죄를 대선 이슈로 부각 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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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근원 PCE 물가지수 3년새 최저…인플레 상승 압박은 여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시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2월에 전년 대비 2.5% 상승했다. 근원 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2.8%로 최근 3년 동안 가장 낮았다. 29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발표한 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대비 2.5%, 전월 대비 0.3%로 나타났다. 전월대비 상승률은 시장 전망치(0.4%)를 소폭 하회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8%로 역시 시장 전망과 일치했다. 이는 최근 3년동안 가장 낮은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이다. 전월 대비로는 0.3% 올랐다. 전체적으로 ‘깜짝’ 뉴스는 없었지만 소비지출이 크게 늘어나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 가능성을 시사했다. 개인 소득은 0.3% 늘었지만 지출은 예상치 0.5%를 크게 웃도는 0.8%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최근 3개월 동안의 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3.5%로 기존 2%대에서 뛰어오른 점도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올해들어 인플레이션이 ‘끈적거리며’ 쉽게 내려오지 못하고 재상승 가능성까지 제기 돼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에 영향을 줄까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물가상승률이 내려가고 있다는 전체적 스토리는 변하지 않았다”며 뜨거운 물가 지표가 일회성인지, 지속적인지 지켜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주일 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만약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진다면 인하 폭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최근 데이터에 상응해 전체 인하폭을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뉴욕증시는 부활절 직전 금요일인 ‘성금요일’을 맞아 휴장한 상태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정책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2월 PCE 발표 직후 연준이 6월까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약 64%로 평가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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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클린턴, 바이든 지원 사격…하루만에 337억 모였다

    11월 미국 대선이 약 8개 월 남은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미 대통령 4명이 28일(현지 시간) 동시에 최대 도시 뉴욕 일대에 등장했다. 오마바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은 뉴욕 맨해튼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자금 모금을 지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 인근 마사페쿠아에서 열린 전직 뉴욕경찰(NYPD) 조너선 딜러의 장례식에 참석해 각자의 지지층에 호소했다.이날 맨해튼 미드타운의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는 유명 진행자 스티븐 콜버트의 사회로 집권 민주당 소속인 바이든, 오바마, 클린턴 등 세 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대담했다. 퀸 라티파, 레아 미셸 등 유명 가수와 뮤지컬 배우도 공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하려면 최소 225달러, 전현직 대통령과 사진을 찍으려면 최소 10만 달러를 내야했지만 최소 50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가 주관하는 별도 행사에 참석하는 데도 추가 비용이 들었지만 행사장이 꽉 찼다. 바이든 대선 캠프 측은 이날 2500만 달러(337억 원)가 모였다고 밝혔다. 특히 오마바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 8년 간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운동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그는 최근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했고 이날도 “함께 일했던 팀이 그립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추켜 세웠다. 클린턴 전 대통령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오바마 전 행정부의 경제회복 노력에 이득을 봤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날 행사장 인근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親)이스라엘 외교 정책을 비판하는 일부 시민도 항의 시위를 벌였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교통단속 도중 마약 범죄자의 총격으로 숨진 딜러 경관의 유족, NYPD 지도부 등과 만났다. 재집권하면 강력 범죄를 근절하겠다며 “범죄를 멈추고 법질서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쳤다.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뉴욕에서 각종 범죄가 발생하는 것은 공권력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에 호소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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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존, ‘오픈AI 라이벌’에 3.7조원 투자… ‘AI 쩐의 전쟁’ 격화

    “앤스로픽과 손잡고 전 세계 모든 조직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도록 하겠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부문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7일 오픈AI의 ‘라이벌’ AI 스타트업인 앤스로픽에 “27억5000만 달러(약 3조6977억 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며 야심을 드러냈다. 기존 투자금을 합치면 아마존은 총 40억 달러를 앤스로픽에 쏟아붓는 셈이다. 1994년 아마존이 창사한 지 30년 동안 이렇게 많은 외부 투자에 나선 건 처음이다. AI를 무대로 한 빅테크의 ‘쩐의 전쟁’이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오픈AI와 맹추격하는 앤스로픽, 미스트랄AI 등 AI 스타트업의 3파전이 테크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과 유럽 경쟁 당국이 빅테크들의 AI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반독점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고, 중동 국부펀드가 지분 매입에 나서며 안보 위협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빅테크의 AI 투자엔 이유가 있다 앤스로픽은 오픈AI의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스타트업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자, 오픈AI 출신인 다리오·다니엘라 아모데이 남매가 “지나치게 상업적인 AI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반기를 들고 만든 회사다. 아마존은 이날 투자를 발표하며 “앤스로픽의 거대언어모델(LLM)인 ‘클로드3 오푸스’가 오픈AI의 ‘GPT-4’보다 추론이나 수학, 코딩 면에서 훨씬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구글도 앤스로픽에 약 20억 달러를 투자한 상태다. MS는 오픈AI에 130억 달러(약 17조 원)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달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미스트랄은 미국 중심의 AI 개발에 대항해 유럽 투자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기업이다. 빅테크의 AI 스타트업 투자는 단순히 AI 분야를 선점하려는 목적에 그치지 않는다. 현지 매체들은 “이들의 계약엔 오픈AI나 앤스로픽이 AI를 개발할 때 필요한 컴퓨팅 자원으로 MS나 아마존 서비스를 사용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투자를 통해 직접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수익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톱3’인 MS와 구글, 아마존이 AI 스타트업 투자에 열을 올리는 직접적인 이유다. 브렌던 버크 AI 전문 애널리스트는 “매출을 늘림과 동시에 라이벌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엔비디아가 지배하고 있는 AI 칩 분야의 협력 가능성도 또 다른 투자 요인이다. 아마존은 이날 “앤스로픽은 미래 AI 모델을 구축하고 훈련할 때 AWS의 자체 AI 칩인 트라이니움 및 인페렌티아 칩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동펀드도 “지분 달라” 투자 경쟁 빅테크의 AI 스타트업 투자에 순풍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단 미국이나 유럽 규제 당국이 이들의 투자를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AI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으로 자사의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한 계약 조항은 불공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볼 여지가 적지 않다. MS와 미스트랄의 파트너십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레아 쥐버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양사의 거래를 분석하고 있다”며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식 조사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경쟁시장청도 양사의 관계를 합병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예비 자료 수집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국부펀드들이 AI 스타트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분위기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FTX는 파산 절차를 밟으며 자사가 보유하던 앤스로픽 지분 5억 달러어치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국부펀드 무바달라 계열 펀드에 넘긴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CNBC는 “사우디아라비아 계열 펀드도 앤스로픽 지분 인수에 뛰어들었지만, 앤스로픽 측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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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뉴욕 여성들 ‘묻지마 주먹질’에 잇단 피해

    “낮에 걸어가는데 어떤 남자가 머리를 때렸어요.” 핼리 케이트 맥구킨 씨(23)는 25일 오전 10시경 미국 뉴욕 맨해튼 16번가를 걸어가다 봉변을 당했다. 난데없이 커다란 남성이 나타나 이마를 주먹으로 내리치는 바람에 길에서 기절해 쓰러질 뻔했다. 인플루언서인 맥구킨 씨는 직후 틱톡에 혹이 난 이마를 공개하고 “그저 길을 걷고 있었을 뿐인데 공격당했다”며 울먹였다. 뉴욕 디자인스쿨에 다니는 미케일라 토니나토 씨(27)도 같은 날 14번가에서 신원 미상의 남성으로부터 얼굴을 맞았다. 토니나토 씨는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줄도 몰랐다”며 “(공격당한 뒤) 온몸이 공포로 얼어붙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뉴욕의 이유 모를 습격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의 사고가 알려지자 수십 명이 “나도 맞았다”며 피해 경험을 릴레이로 털어놓고 있다.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며, 대낮에 길을 걷다가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명 인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넷플릭스의 인기 리얼리티쇼 ‘리얼 하우스 와이프’로 유명한 영화배우 베서니 프랭클도 얼마전 스마트폰으로 빵집을 찍고 있다가 머리를 맞았다. 코미디언인 세라 하버드(30) 역시 19일 로어 맨해튼 쪽에서 뒤통수를 맞았다고 한다. 논란이 커지자 뉴욕경찰(NYPD)은 27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성명을 내고 “경찰은 길에서 ‘묻지 마 주먹질’을 당한 여성들의 폭로를 잘 인지하고 있다”며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용의자 스키보키 스토라(40)를 체포해 맥구킨 씨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했다. 또 타임스스퀘어 등지에서 여성을 공격한 남성에 대한 공개 수배도 내린 상태다. 최근 뉴욕은 지하철 범죄 급증으로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가 주방위군을 파견해 ‘과잉 치안’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무차별 여성 공격이 잇따르며 허점만 드러나자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NYPD 성명이 게재된 X에도 “체포해봤자 곧 풀려나 또 범죄를 저지를 것”이란 비난 댓글이 많다. 하버드는 NBC 인터뷰에서 “피해를 입은 뒤 제일 견딜 수 없는 건 어디서도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이라며 “낮에는 긴장해서 힘들고, 밤엔 쉽게 잠들지 못한다”고 털어놨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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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러 반대로 15년 만에 해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위반 사안을 조사 해 온 ‘전문가패널’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15년 만에 해산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예고된 가운데 러시아가 북-러 간 무기 거래를 은폐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8일(현지 시간)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임무 연장 결의안 채택을 위한 회의를 열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대북 제재 레짐의 일몰 조항을 비롯한 업데이트가 필요한데 미국이 우리 의견을 무시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 등이 “절차적인 임무 연장까지도 정치적 논란의 된 것은 불행한 일로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며 반발했지만 러시아의 거부와 중국의 기권으로 끝내 채택이 무산된 것이다. 안보리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위원회를 설치하고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전문가패널 구성을 결의한 바 있다. 매년 전문가 패널의 임기는 1년씩 안보리 이사국의 동의 하에 연장돼 왔지만 15년 만에 해산 수순을 밟게 됐다. 이에 따라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지원부터 북한의 사이버 범죄까지 광범위한 북한 관련 불법적 행위를 조사해 온 유엔의 공신력 있는 대북 제재보고서가 사라지게 됐다. 8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은 세계 각국 정부로부터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대북 제재 위반 사항과 북한의 불법적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보고서로 작성해 매년 2회 공개해 왔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도 자체 정보가 있지만 유엔 보고서의 공신력 때문에 미 재무부 제재의 판단 근거나 명분이 돼 왔다”며 “신냉전 구도 속에 북한에 대한 제재를 모니터링 하고 압박하는 수단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으로부터 대량 무기를 사들이며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을 위반하고 국제적 지탄을 받아 온 러시아가 자국의 위반 사항이 패널 보고서에 자세하게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황 대사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자국이 찬성해 온 대북 제재 결의를 스스로 위반하고 있다”며 지적해 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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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걷는데 얼굴 때렸다”…美뉴욕서 ‘묻지마 주먹질’ 피해 잇따라

    “낮에 걸어가는데 어떤 남자가 머리를 때렸어요.”헤일리 케이트 맥구킨 씨(23)는 25일 오전 10시경 미국 뉴욕 맨해튼 16번가를 걸어가다 봉변을 당했다. 난데없이 커다란 남성이 나타나 이마를 주먹으로 내리치는 바람에 길에서 기절해 쓰러질 뻔했다. 인플루언서인 맥구킨 씨는 직후 틱톡에 혹이 난 이마를 공개하고 “그저 길을 걷고 있었을 뿐인데 공격 당했다”라며 울먹였다. 뉴욕 디자인스쿨에 다니는 미카일라 토니나토 씨(27)도 같은 날 14번가에서 신원 미상의 남성으로부터 얼굴을 맞았다. 토니나토 씨는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줄도 몰랐다”며 “(공격 당한 뒤) 온몸이 공포로 얼어붙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뉴욕의 이유 모를 습격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의 사고가 알려지자 수십 명이 “나도 맞았다”며 피해 경험을 릴레이로 털어놓고 있다. 피해자는 모두 여성들이며, 백주대낮에 길을 걷다가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명인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넷플릭스의 인기 리얼리티쇼 ‘리얼 하우스 와이프’로 유명한 영화배우 베서티 프랭클린도 얼마전 스마트폰으로 빵집을 찍고 있다가 머리를 맞았다. 현지 코미디언인 사라 하버드(30) 역시 19일 로워 맨해튼 쪽에서 뒤통수를 맞았다고 한다.논란이 커지자 뉴욕경찰(NYPD)은 27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성명을 내고 “경찰은 길에서 ‘묻지마 주먹질’을 당한 여성들의 폭로를 잘 인지하고 있다”며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용의자 스키보키 스토라(40)를 체포해 맥구킨 씨를 공격한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또 타임스퀘어 등지에서 여성을 공격한 남성에 대한 공개 수배도 내린 상태다.최근 뉴욕은 지하철 범죄 급증으로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가 주방위군을 파견해 ‘과잉 치안’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무차별 여성 공격이 잇따르며 허점만 드러나자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NYPD 성명이 게재된 X에도 “체포해봤자 곧 풀려나 또 범죄를 저지를 것”이란 비난 댓글이 많다. 하버드는 NBC 인터뷰에서 “피해를 입은 뒤 제일 견딜 수 없는 건 어디서도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이라며 “낮에는 긴장해서 힘들고, 밤엔 쉽게 잠들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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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경원 굴리는 블랙록 CEO “65세 은퇴는 미친 짓”

    “평균수명이 늘어난 지금도 은퇴 연령 기준이 65세인 건 좀 미친 짓(a bit crazy)이다.” 10조 달러(약 1경3487조 원)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은퇴 시스템과 사회보험 고갈의 위기’를 경고하며 민관 모두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핑크 CEO는 26일(현지 시간) 주주 서한에서 “갈수록 현재의 은퇴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이미 블록버스터급 체중 감량 약물이 의료 환경을 크게 재편하기 시작해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65세 은퇴’ 관념은 1922년 사라진 오스만 제국 시기 때 생겨난 것이다. 당시엔 1910년대 일을 시작한 사람은 은퇴 시기인 1952년이 되면 절반가량이 세상을 떠났다. 이 때문에 65세를 기준으로 한 사회보장 시스템이 문제 없이 작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세계는 65세 이상 인구가 2019년 11명 중 1명에서 2050년 6명 중 1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핑크 CEO는 “우리는 사람들이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돕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쏟으면서도, 사람들이 그 세월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집중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정부와 기업이 근로자에게 효과적인 연금제도나 금융교육 등의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핑크 CEO는 앞으로 21세기 중반에 다가올 가장 큰 경제적 과제는 ‘안전한 은퇴’와 더불어 디지털화와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50년 동안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이렇게 커진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각 정부의 재정적자 누적이 심각하지만 “자본시장이 두 가지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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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금난 트럼프, ‘8만원짜리 성경’ 판매까지 나서

    각종 소송전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엔 ‘트럼프 보증 성경책’ 판매에 나섰다. 더불어 부활절을 앞두고 기독교적 가치를 강조하며 미 대선을 ‘기독교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성전’이라는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과 유튜브 등에 ‘신이여 미국에 축복을 성경(God Bless the USA Bible)’을 홍보하는 영상을 올렸다. 31일 부활절을 앞둔 고난주간을 잘 보내자는 메시지와 함께 “모든 미국인은 가정에 성경책이 필요하다. 미국이 다시 기도하게 하자”며 “성금요일과 부활절이 다가오는 만큼 ‘미국에 축복을 성경’을 구매하길 권한다”며 판매 웹사이트를 안내했다.트럼프판 성경책의 가격은 59.99달러(8만1000원). 자신이 유세현장에서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컨트리가수 리 그린우드의 노래 제목에서 성경책 이름을 지었다. 성경과 그린우드 노래 후렴구 자필 버전, 헌법 등도 포함돼 있다. 판매 웹사이트에 따르면 수익금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운동에 쓰이지 않는다고 나오지만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로 로열티가 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황금색 스니커즈를 비롯해 자신의 유명세를 활용한 각종 ‘굿즈’의 수익화를 노려왔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수의 민형사 소송으로 재정난이 심화되고 있다. 뉴욕 ‘자산 부풀리기’ 민사 사건 항소에 대한 공탁금이 1억7500만 달러(2357억 원)로 줄었지만 여전히 막대한 금액이다. 26일 뉴욕증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니셜 ‘DJT’ 종목명으로 첫 거래를 시작한 트루스소셜 주가가 16% 급등했지만 당장 현금화는 어렵다. 서류상으로는 46억 달러(6조2000억원) 주식 부자로 등극했지만 합병 등으로 6개월 동안 경영진의 주식 매각을 사실상 금지하는 ‘락업’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CBS 방송 등 미 언론은 “트럼프 측근으로 구성된 회사 이사회가 락업 기간을 면제하거나 단축할 수 있다”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하면 주가가 폭락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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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대형SUV 제네시스 ‘네오룬’ 美서 첫선… “럭셔리 시장 잡겠다”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브랜드 복합 문화공간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제네시스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보다 더 크지만 동글하고 반짝이는 조약돌 느낌에 우악스러워 보이지 않는 대형 SUV가 자리해 있었다. 차 문이 열리는 방식은 더욱 특이했다. 앞문과 뒷문이 마치 대문처럼 마주 보며 열렸고, 탁 트인 차량 실내가 그대로 드러났다. 국내외 기자 100여 명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콘셉트카 ‘네오룬(NEOLUN) 콘셉트’로, 현대차그룹은 뉴욕 오토쇼 개막에 앞서 이날 이 차량을 처음 공개했다. 전장이 5.25m에 달하는 초대형 전기차 SUV다. 네오룬은 ‘네오(Neo·새로운)’와 ‘루나(Luna·달)’의 합성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럭셔리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자신했다. ● “전기차, 느려도 가야 할 길” 이상엽 현대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네오룬의 차 문에 대해 “한국 고유의 환대 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디자인 철학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우리 고유의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형 차량의 인기가 높은 미국 시장을 한국적 디자인과 철학으로 공략하겠다는 의미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글로벌 디자인 본부장(CDO) 겸 최고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는 “한국은 럭셔리에 있어 굉장한 강자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이 전통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와 경쟁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K뷰티의 럭셔리를 차량에도 적용해 보자는 것이 제네시스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는 이날 네오룬 외에도 고성능 콘셉트카 ‘GV60 마그마’(사진)도 함께 처음으로 공개했다. 마그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AMG처럼 제네시스의 고성능 트림을 의미한다. 장 사장이 “제네시스의 미래 지향점”이라며 공개한 제네시스의 콘셉트카들은 모두 전기차(EV)였다. EV 럭셔리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장 사장은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전동화 전환 속도가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동화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은 맞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전체적인 라인업과 중장기 전략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당장은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2032년 이후에는 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향후 전체 차량의 68%가 BEV(배터리 전기차)가 차지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美 제네시스 생산 확대할 것” 최근 미국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자동차 관세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북미 생산 차량에만 7500달러가량의 세액공제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무뇨스 사장은 “IRA로 지원금을 리스 차량 외에는 받지 못해도 현대차그룹은 테슬라 다음으로 가장 높은 전기차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면서도 “(미국) 현지 생산이 중요해지고 있다. 조지아주 서배너의 새 전기차 공장이 가동하면 제네시스 전기차 현지 생산량을 늘려 미국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강력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 생산량 확대에 대해 단순히 정책적 대응일 뿐 아니라 “미국 내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미국 제네시스 차량 판매량은 6만5000대로 현대차그룹은 올해에도 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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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앤디 김, 한국계 첫 美연방상원에 한발 더

    앤디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사진)이 한국계 최초로 미 연방 상원의원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필 머피 뉴저지주 주지사의 부인으로 뉴저지주 상원의원에 도전하던 태미 머피 후보는 24일(현지 시간) X(옛 트위터)에 영상을 올려 “국가에 막중한 사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동료 민주당원과 싸우는 데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겠다”며 민주당 뉴저지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경쟁자가 사라진 김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면 민주당이 강세인 뉴저지주에서 상원의원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뉴저지주 현직 상원의원인 밥 메넨데스 의원은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뒤 출마를 포기했다. 이후 6월 4일 열릴 예정인 민주당 프라이머리는 일반 당원의 지지가 높은 김 의원과 당 지도부가 밀어주는 머피 후보의 양파전으로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머피 후보가 사퇴함에 따라 김 의원은 한국계 최초의 연방 상원의원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쓸 가능성이 높아졌다. 뉴저지주는 지난 50년 동안 민주당 소속 후보만 상원의원으로 당선돼왔다. 다만 민주당 프라이머리 출마를 포기했던 메넨데스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도 있어 변수는 남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김 의원이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압도적인 후보로 지명될 것”이라고 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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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보리, 가자 휴전 촉구 결의안 첫 채택…韓 등 비상임이사국 10개국 주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한국을 포함해 비상임 이사국 10곳이 작성한 결의안이다. 비상임이사국이 공동 발의해 채택된 것은 안보리 역사상 처음이다. 25일(현지시간) 오전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공식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및 러시아의 대치,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 등으로 안보리 문턱을 넘지 못했던 휴전 결의안이 처음으로 채택에 성공하자 현장에 있던 각국 외교인사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번에 통과된 결의안은 한국과 일본 등 비상임 이사국 10개국이 작성한 안으로 모잠비크 측이 제안한 안이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14개국이 찬성했고, 미국은 기권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라마단(3월 10일~4월 9일) 기간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안보리 결의안은 다른 유엔 결의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통과 이후 이날 회의에서 “비상임이사국 중 하나로 (결의안 작성에 참여한) 한국은 이번 채택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수없이 많은 휴전 결의안 채택 노력에도 채택이 불발돼 오다 처음으로 오늘 채택 됐다. 특히 비상임이사국 10개국의 첫 공동 발의안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그간 이스라엘을 지지해 온 미국의 거부권 행사, 미국의 휴전 안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등 유엔 안보리 냉전구도로 전쟁 발발 5개월 동안 휴전 결의안은 무산돼 왔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곳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보리 결의안은 채택되지 못한다.냉전 구도 속에 비상임이사국들이 모여 결의안을 공동발의하고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주말 내내 치열한 외교전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시아는 ‘영구적 휴전’을, 미국은 ‘지속적 휴전’ 등을 주장해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타협안에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한 것은 이스라엘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최근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작전 여부를 놓고 불화가 깊어져 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이 이날 안보리 결의안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미 백악관에 파견할 예정인 대표단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결의안 채택 직후 실제로 대표단 파견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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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김현수]엔비디아 현장에서 본 불붙은 AI 칩 전쟁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장 같지 않아요?” 옆에 앉은 미국 기자가 말을 걸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을 기다리던 터였다. 이곳은 18일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 개막을 알리는 기조연설이 열린 미 새너제이 SAP 센터.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지역 선수단의 안방 구장인 현장에는 1만1000여 석이 가득 차 있었다. 언론인, 금융 애널리스트, 산업 애널리스트, 전시 협력사 엔지니어 등 각각 수백 명씩 그룹별 구역을 나눌 정도였다. 테크 기업의 개발자 행사는 말 그대로 개발자 및 협력사들에 ‘우리 이런 기술을 내놓을 것이니 여기에 맞춰서 만들어 보자’는 취지의 행사다. 고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2007년 아이폰을 공개한 후 개발자 행사가 좀 더 대중적인 신제품 공개의 장으로 진화하는 계기가 됐지만 그래도 이번 엔비디아 행사 열기는 독특했다. 데이터센터 서버 속에 숨어 있어 소비자들은 만져볼 일도 없는 반도체 신제품 행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라니. 황 CEO가 차세대 AI 칩 ‘블랙웰’ 시리즈 실물을 들어 보이고, 1만1000여 명이 동시에 박수를 치는 걸 지켜보며 반도체가 AI의 슈퍼스타로 등극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 월가에서 이번 행사를 전설적 음악축제에 빗대 ‘AI의 우드스톡’이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일 것이다. ‘슈퍼스타 칩’의 시대가 돌아왔음은 다음 날 황 CEO의 기자간담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인공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였다. 무대 위에서 질문을 받던 황 CEO는 조명 때문에 기자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며 아래로 내려왔다. 대만계 미국인인 그는 대만 기자를 보고 반갑다며 인사를 나눴고, 여러 차례 대만 파운드리 TSMC와의 깊은 관계를 언급했다. 손 들고 순서를 기다릴 시간도 없어 보여 무작정 ‘삼성은요’라고 물었다. 그는 한국 기자들의 후속 질문도 일일이 받으며 HBM이 “세계 데이터센터 메모리 칩을 대체할 것”임을, “어마어마한 성장 사이클”이 올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발언 5시간 후 한국 증시가 개장하자 삼성전자의 주가가 5% 이상 뛰는 것을 보고 AI 칩 시장의 파급력에 놀랄 따름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시장의 패러다임이 급변할 때는 순위 변동을 노리는 무서운 후발 주자들이 있다. 엔비디아가 AI 칩 생태계의 주인공이 돼 시가총액이 5년 전의 20배가량 뛰어 한국 국내총생산 규모보다 높아질지 아무도 몰랐다. 메모리 칩 2위 이미지가 강했던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1위로 우뚝섰다. 1980년대 일본과 한국 반도체 기업의 성장을 막으려 반덤핑 소송전을 남발하고도 3위로 뒤처졌던 미 마이크론도 삼성보다 먼저 HBM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양산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슈퍼스타 칩 열풍은 순수하게 민간에서 나온 폭발적 성장이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여기에 보조금까지 얹겠다고 나서고 있다. 얼마 전 인텔에 대한 85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발표했고, 마이크론도 보조금을 기다리고 있다. 천문학적 보조금을 두고도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과 미 반도체 업계는 “일회성이라 불충분하다”며 ‘칩스법 2’와 같은 추가 지원 법안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한다. 반도체 국가전의 열기는 더욱더 뜨거워져 가고 있다.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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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애플, 문자-OS 폐쇄적 생태계에 고객 가둬” 독점 철퇴 예고

    《EU규제-美소송, 사면초가 애플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 또한 애플에 규제 칼날을 빼들었다. 미 법무부는 21일(현지 시간) 애플에 반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하며 “아이폰이 미 스마트폰 시장의 65%를 점유한 것은 ‘제품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불법적인 배제 행위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이 안드로이드 등 다른 운영체제(OS)의 사용을 어렵게 했고, 아이폰 앱스토어에서만 앱을 내려받도록 강제했다는 것이다. 그 여파로 LG전자 등이 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퇴출됐다고 지적했다.》 “아이폰 사용자와 앱 개발자에게 애플 결제 체제만 쓰도록 해야 한다.”2010년 애플의 고위 임원이 스티브 잡스 당시 최고경영자(CEO)에게 아마존 전자책 광고에 관한 이메일을 보냈다. 광고 속 주인공은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을 넘나들며 킨들 앱으로 책을 읽었다. 잡스 CEO는 스마트폰을 옮겨다니게 해선 안된다며 “사용자와 개발자를 애플 플랫폼에 가두라”고 지시했다.21일(현지 시간) 애플을 상대로 반(反)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한 미국 법무부는 88쪽에 달하는 소장에서 이 일화를 거론하며 “경쟁사를 막기 위한 애플의 (전형적)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애플이 제품과 서비스의 우수함 때문이 아니라 반독점법을 위반해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며 비싼 가격, 더 적은 선택권, 더 나쁜 사용자 경험을 제시한 애플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겠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법무부가 소송에서 이길 경우 애플 일부 사업부의 해체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폰서 삼성페이-갤럭시워치 왜 안 되나” 미 법무부는 이날 애플이 하드웨어 아이폰, iOS라는 독자 운영체제(OS)와 앱스토어, 애플페이 등을 결합해 사용자를 애플 생태계에 가두는 모든 종류의 행위를 ‘독점’이라고 봤다. 최근 유럽연합(EU) 또한 반독점법 위반으로 애플에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에 더해 디지털시장법(DMA) 위반을 이유로 애플을 주요 빅테크 기업 중 가장 먼저 조사할 뜻도 밝힌바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 독점 및 수수료 부과를 주로 문제 삼은 EU와 달리 미 법무부는 애플의 아이폰 운영방식 자체가 반경쟁적 행위라고 보고 가장 광범위한 기준을 들이댄 것이 특징이다.애플은 현재 미 스마트폰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OS 스마트폰으로의 전환을 막는 장벽을 높여 애플 기기를 한번 사용하면 애플 생태계 안에 갇히고, 타사 제품 또한 구매하기 어려워진다. 법무부는 이를 ‘경쟁 방해 전략’으로 보고 있다.구체적으로 애플의 기본 문자 앱 ‘아이메시지’가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메시지 전송 및 동영상 다운로드 속도를 떨어뜨리고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초록색, 아이폰 사용자는 파란색으로 구별하도록 한 점을 문제 삼았다.또 애플이 ‘위챗’처럼 메시지나 소셜미디어 등 여러 가지 기능이 통합돼 하나의 플랫폼 기능을 하는 ‘슈퍼앱’의 출현을 막고 MS ‘엑스박스’ 같은 클라우드 기반 게임의 아이폰 사용 장벽을 높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삼성 갤럭시워치 등 타사 스마트워치와 호환이 안 되는 점도 거론했다.2022년 한 행사에서 참석자가 팀 쿡 애플 CEO에게 “엄마가 안드로이드폰을 쓰는데 내 아이폰으로 엄마에게 동영상을 보내기 어렵다”고 하자 쿡 CEO가 “그냥 엄마에게 아이폰을 사 드리라”고 한 점 또한 소장에 적시했다.● LG, 美 스마트폰 시장 퇴출도 애플 탓 법무부는 애플의 이런 행보로 많은 회사가 미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려다 실패했다며 한국 LG전자, 대만 HTC, MS를 거론했다. 이로 인해 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의미 있는 경쟁자는 삼성과 구글만 남았다고 했다.특히 미 아이폰 사용자의 3분의 1이 1996년 이후 출생자들이며 젊은 소비자들에게 삼성 스마트폰 비중은 약 10%에 불과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에 애플의 독점적 지위가 향후 더 굳건해질 것으로 우려했다.이번 소송을 주도한 ‘빅테크 저승사자’ 조너선 캔터 법무부 반독점 국장(사진)은 독점 규제는 미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며 애플의 성장 또한 독점 규제에 기인한 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때 미 최대 에너지회사였던 ‘스탠더드오일’, 대형 통신사 ‘벨시스템스’ 모두 반 독점법 위반으로 해체됐다. 1990년대 당국이 MS의 독점에 제동을 건 덕에 당시 파산 직전이던 애플이 아이팟 출시 후 아이튠스를 윈도에 깔릴 수 있게 됐고, 이것으로 애플 또한 성장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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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정부, 애플에 反독점 소송…애플 방해로 각국 기업 美 스마트폰 시장서 퇴출

    “아이폰 사용자와 앱 개발자에게 애플 체제만 쓰도록 해야 한다.” 2010년 애플의 고위 임원이 스티브 잡스 당시 최고경영자(CEO)에게 아마존 전자책 광고에 관한 e메일을 보냈다. 광고 속 주인공은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을 넘나들며 킨들 앱으로 책을 읽었다. 잡스 CEO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며 “사용자와 개발자를 애플 플랫폼에 가두라”고 지시한 것이다. 21일(현지 시간) 애플을 상대로 반(反)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한 미국 법무부는 88쪽에 달하는 소장에서 이 일화를 거론하며 “경쟁사를 막기 위한 애플의 (전형적)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메릭 갤런드 법무장관은 “애플이 제품과 서비스의 우수함 때문이 아니라 반독점법을 위반해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며 비싼 가격, 더 적은 선택권, 더 나쁜 사용자 경험을 제시한 애플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겠다고 외쳤다. 뉴욕타임스(NYT)는 법무부가 소송에서 이길 경우 애플 일부 사업부의 해체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폰서 삼성페이-갤럭시워치 왜 안 되나”미 법무부는 이날 애플이 아이폰 및 아이패드 같은 자사 하드웨어, iOS라는 독자 운영체제(OS) 등을 결합해 사용자를 애플 생태계에 가두는 모든 종류의 행위를 ‘반독점’이라고 봤다. 최근 디지털시장법(DMA) 위반을 이유로 애플을 주요 빅테크 기업 중 가장 먼저 조사할 뜻을 밝힌 유럽연합(EU)이 주로 애플의 앱스토어 독점 및 수수료 부과를 문제삼은 것과 달리 애플의 반독점 행위가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애플은 현재 미 스마트폰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등 경쟁 OS로의 호환을 사실상 막았기에 애플 기기를 한 번 사용하면 애플 생태계 안에 갇히고, 타사 제품 또한 구매하기 어려워진다. 법무부는 이게 ‘경쟁 방해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구체적으로 애플의 기본 문자 앱 ‘아이메시지’가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메시지 전송 및 동영상 다운로드 속도를 떨어뜨리고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초록색, 아이폰 사용자는 파란색으로 구별하도록 한 점을 문제삼았다. 또 애플이 ‘위챗’처럼 메시지나 소셜미디어 등 여러가지 기능이 통합돼 하나의 플랫폼 기능을 하는 ‘슈퍼앱’의 출현을 막고 MS ‘엑스박스’ 같은 클라우드 기반 게임의 아이폰 사용 장벽을 높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삼성 갤럭시워치 등 타사 스마트워치와 호환이 안 되는 점도 거론했다.2022년 한 행사에서 참석자가 팀 쿡 애플 CEO에게 “엄마가 안드로이드폰을 쓰는데 내 아이폰으로 엄마에게 동영상을 보내기 어렵다”고 하자 쿡 CEO가 “그냥 엄마에게 아이폰을 사 드리라”고 한 점 또한 소장에 적시했다. ● 애플, 경쟁 방해에 각국 기업 고전법무부는 애플의 이런 행보로 많은 회사들이 미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려다 실패했다며 한국 LG전자, 대만 HTC, MS의 사례를 들었다. 이로 인해 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의미 있는 경쟁자는 삼성과 구글만 남았다고 했다.특히 미 아이폰 사용자의 3분의 1이 1996년 이후 출생자들이며 젊은 소비자들에게 삼성 스마트폰 비중은 약 10%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이를 감안할 때 애플의 독점적 지위가 향후 더 굳건해질 것으로 우려했다.이번 소송을 주도한 ‘빅테크 저승사자’ 조너선 캔터 법무부 반독점 국장(사진)은 반독점 규제는 미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며 애플의 성장 또한 반독점 규제에 기인한 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때 미 최대 에너지회사였던 ‘스탠더드오일’, 대형 통신사 ‘벨시스템스’ 모두 규제로 해체됐다. 1990년대 당국이 MS의 독점에 제동을 건 덕에 당시 파산 직전이던 애플 아이팟의 아이튠스가 윈도에 깔렸고 애플 또한 성장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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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6월 금리 인하론 재부상… 증시-금값-코인 등 ‘에브리싱 랠리’

    “미국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기적 같은 기술이다.”(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세계 경제와 인공지능(AI) 생태계를 좌우하는 두 거물의 입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황 최고경영자(CEO)가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주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자 미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20일(현지 시간) 나란히 역대 최고점을 경신했다. 2021년 11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한국과 일본 증시도 크게 반응했다. 코스피는 21일 2,754.86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으로 2022년 4월 이후 23개월 만에 2,750 선을 넘었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도 미 증시 훈풍으로 17일 만에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금값과 비트코인까지 모든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에브리싱 랠리’가 펼쳐졌다. 미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은 미국의 강력한 경제 속 금리 인하 기대감을, 황 CEO는 폭발적 AI발 신경제 도래를 예고해 시장의 낙관론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시장 ‘6월 인하 유력’으로 선회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하고, 분기별 연준의 경제 전망을 담은 ‘경제전망요약(SEP)’을 발표했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점도표상 연말 금리 중간값은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같은 4.6%(4.5∼4.75%)로, 연내 0.25%포인트씩 3차례 인하를 시사했다. 1, 2월 연달아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지만 연준은 기존 인하 폭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최근 지표에 대해 “2% 물가상승률 목표로 가기 위한 길에 있는 울퉁불퉁한 장애물”이라면서도 “전반적 스토리는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FOMC 이후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이 6월이 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며 세계 증시가 치솟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이날 0.89% 상승해 처음으로 5,200 선을 돌파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03%, 나스닥종합주가지수는 1.25% 올라 3대 지수가 나란히 최고점을 넘어섰다. 한국과 일본에도 미 증시의 영향이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대비 64.72포인트(2.41%) 오른 2,754.86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 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코스닥도 1.44% 오른 904.29에 장을 마감했다. 닛케이지수도 전날보다 2.03% 오른 4만815엔에 장을 마쳤다. 17년 만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엔화 환율이 상승(엔저)하는 추세다.● AI발(發) 봄바람에 반도체株 껑충 AI발 반도체 봄바람도 증시를 끌어올리는 주요 이유다. 황 CEO가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리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며 HBM의 성장성을 극찬하자 이틀 연속 해당 주가가 급등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5.63% 오른 데 이어 21일에도 3.12% 상승하며 7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전날 대비 8.63% 올랐다. 특히 삼성의 5세대 HBM인 ‘HBM3E’에 대해 “검증 중”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엔비디아의 개발자 행사 ‘GTC 2024’ 삼성 전시장을 직접 찾았다. 여기서 HBM3E 실물에 ‘젠슨이 승인했다(Jensen Approved)’라고 쓰고 사인을 남겼다. 미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자사 회계연도 2분기(2023년 11월∼2024년 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7% 뛰는 호실적에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무려 18.2% 급등했다. 미 연준이 예상보다 완화적인 태도를 보이자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 인하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미국이 예상대로 6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한은도 즉각 금리 인하 논의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뉴욕·새너제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 20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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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연준, 뜨거운 물가에도 금리 3차례 인하 유지…뉴욕증시 3대 지수 모두 신기록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일(현지시간) 시장 전망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연말 금리 전망치 중간 값은 4.6%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올해 말까지 약 0.75%포인트 인하를 시사한 것이다. 1, 2월 연속 미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게 나와 시장은 연준의 연말 금리 전망치가 오를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연준이 기존 전망을 유지함으로써 뉴욕 증시는 3대지수가 모두 최고치를 경신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특히 파월 의장의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 이후 기자회견 핵심 워딩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전반적인 스토리는 바뀌지 않았다”였다. 1, 2월 뜨거운 물가 지표가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를 흔들만한 일이 아니라며 오히려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다.●물가 뜨거워도 ‘인하 스토리’ 그대로연준이 이날 지난해 9월 이후 5연속 동결을 이어감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5.25~5.50%로 한국과 금리 격차를 최대 2.0%포인트로 유지했다. 이번 FOMC에서 가장 집중해서 봐야할 지표는 연준 경제전망요약(SEP)의 ‘점도표’였다. 점도표는 연준위원들이 각자의 금리 전망치를 각각 점을 찍어 만든 표를 말한다. 각 점들의 중간값을 살펴보면 연준의 향후 정책 금리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2%로 시장 전망치(3.1%)를 상회한데다 1월 CPI 상승률(3.1%)보다도 높아지는 등 미국 물가 경고음이 연준 위원들의 정책 경로에 영향을 미칠 지가 관심사였다.결론적으로 연준은 ‘최근의 물가 상승 우려를 괘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SEP에 남겼다. 중간값은 지난해 12월과 같은 4.6%(4.5~4.75%)로 현 금리보다 0.75%포인트 낮은 수치다. 0.25%포인트씩 약 3차례 인하를 시사한 것이다. 또 연말 경제성장률은 2.1%로 기존 전망치(1.4%)보다 올리고, 실업률은 4.0%로 기존 전망치(4.1%)보다 내렸는데도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2.4%로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성장률은 높이고, 실업률은 낮추는데도 물가는 2%대에 안착하는 이상적인 경제 전망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1, 2월 물가 데이터를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가는 길에 있는 ‘울퉁불퉁한(bumpy)’ 길”이라고 표현하며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전반적인 스토리는 바꾸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또 “1, 2월 두 달 동안의 데이터에 과하게 반응하지도, 무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다만 연준은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을 3.9%로 지난 전망치(3.6%) 보다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는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기존 4차례에서 3차례 줄인 것이다.●시장 6월 인하에 무게파월 의장은 이날 “경제가 잘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우리의 제한적인 통화 정책이 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플레이션의 진전을 보고 있다는 점도 여러차례 강조했다.또 연준이 보유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매입 하지 않는 식으로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긴축 정책의 또 다른 축인 ‘양적 긴축(QT)’도 “곧(fairly soon) 감속한다”고 밝혔다. 과거 양적 완화가 급작스럽게 진행됐을 때 시장이 받은 스트레스를 감안해 QT 도 속도 조절을 통해 부드러운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파월 의장은 설명했다.시장은 파월의 기자 회견과 연준 점도표가 ‘비둘기’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첫 금리 인하 시점을 6월과 7월 사이에서 저울질하던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6월 인상에 무게를 실었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직후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정책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약 75% 수준으로 평가했다.연준 점도표가 나오기 전까지 하락세를 보이든 뉴욕증시는 점도표에 이어 파월 의장의 ‘비둘기’ 발언에 상승장으로 전환됐다. S&P500지수는 이날에도 0.89% 상승해 이틀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5224.62에 거래를 마쳐 처음으로 5200선을 돌파했다. 다우지수는 1.03%오른 3만9512.13에, 나스닥지수는 1.25% 오른 1만6369.41에 거래를 마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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