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라

조유라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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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교육팀 기자입니다. 2017년 입사해 정책사회부와 국제부를 거쳐 교육으로 돌아왔습니다.

jyr0101@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사회일반47%
보건27%
건강10%
복지3%
정치일반3%
경제일반3%
기타7%
  • 내년부터 아이돌봄서비스 12만6000가구로 확대

    내년부터 아이돌봄서비스 기준이 완화돼 지원 가구가 12만6000가구로 확대되고, 한부모·조손 가구는 서비스 지원 시간이 늘어난다.26일 여성가족부는 내년도 아이돌봄서비스 대상 가구 수를 현행 12만 가구에서 12만6000가구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원 기준은 현재 기준 중위소득 200% 이하에서 250%로 완화된다. 올해 기준 기준 중위소득 200%는 3인 가구의 경우 월소득 830만5623원이다. 아이돌봄서비스는 맞벌이 등으로 양육 공백이 발생한 가정에 아이돌보미가 찾아가 12세 이하 아동에 대해 돌봄을 제공하는 제도다.한부모와 조손 가구는 아이돌봄 서비스의 정부 지원 시간이 현행 연간 960시간에서 내년부터는 연간 1080시간으로 120시간 늘어난다. 인구 감소지역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본인부담금의 10%를 추가 지원해 대상과 지역 특성에 따른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이와 함께 내년부터 인구감소 지역 등 보육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의 공동육아나눔터 20개소를 대상으로 운영시간을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까지로 연장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부모 등 보호자가 이웃과 함께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가족센터, 아파트 등에 돌봄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인 나눔터는 현재 전국에 435개소가 운영 중이다. 운영 시간을 연장하는 나눔터의 운영 인력은 기존 1명에서 3명으로 확대하고, 돌봄 프로그램을 상시 지원할 계획이다. 원민경 여가부 장관은 “여성가족부는 종사자, 이용자, 전문가 등 다양한 현장 관계자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경청해 실효성과 효율성을 높여가겠다”고 밝혔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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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병원·약국 개설에 명의 빌려준 의료인, 63%가 60대 이상

    제주 제주시의 한 40대 치위생사는 치과의사로부터 면허를 대여해 불법 의료기관(사무장 병원)을 열었다. 70대 치과의사는 나이가 들어 병원 운영이 어려워지자 매달 600여 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치위생사에게 면허를 대여해줬다. 치위생사는 30대 월급 의사를 고용해 진료를 보게 했다. 이 병원은 2020년 10월부터 2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으로부터 급여 6000여 만 원을 받다가 결국 2022년 적발됐다.이 병원처럼 최근 5년 간 이른바 ‘사무장 병원’ ‘면대(면허대여) 약국’으로 불리는 불법 의료기관에 면허를 빌려준 보건의료인 10명 중 6명이 60대 이상 고령자로 나타났다.●의료 면허 대여자 10명 중 3명 80대 이상26일 건보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적발된 의료인 면허 대여자 257명 중 162명(63.0%)이 60대 이상 의료인이었다. 80대 이상은 75명으로 29.2%를 차지했다. 고령으로 병의원이나 약국을 직접 운영하기 어려워 면허 대여를 통해 수익을 벌어들이려는 의료인들과 건보 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하며 적은 투자금으로 수익을 올리려는 불법 의료기관 개설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면허 대여자 직종별로는 약사가 257명 중 86명(33.5%)으로 가장 많았다. 치과의사(74명), 의사(71명), 한의사(26명)가 뒤를 이었다. 면허 대여를 통해 개설된 불법 의료기관은 약국이 89개소로 가장 많았으며, 치과(74개소), 병의원(72개소), 한의원(22개소), 요양병원(21개소), 한방병원(7개소) 등이었다.면허를 빌려 불법 의료기관을 개설한 이들은 대부분 의료인력이 아닌 일반인(368명)이었고, 물리치료사와 방사선사 등 단독으로는 의료기관 개설을 할 수 없는 보건의료인 27명이 포함됐다.●수익 극대화 위해 과잉진료, 건보재정 악화의료인의 면허를 대여해 개설된 불법 의료기관은 건보 재정 누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들은 운영자, 실제 진료하는 고용 의사, 면허 대여자 등이 수익을 나눠야 하기 때문에 환자를 상대로 과잉 진료 행위를 유도하거나, 불필요한 의약품을 과다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이들 불법 의료기관에서 환수한 금액은 총 9214억 원에 이른다. 이 중 불법 병의원 환수 금액은 4974억 원, 불법 약국 환수금액은 4240억 원으로 집계됐다.건보공단은 불법 의료기관을 적발하기 위해 수사권이 있는 특별사법경찰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는 불법 의료기관이 공단에 보험 급여를 청구하면서 적발되거나, 변호사, 보건의료 전문가, 전직 수사관 등 조사 인력을 두고 사무장 병원 등이 의심되는 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해 적발하고 있으나 강제 수사권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일각에서는 보다 근본적으로 면허 대여의 위험성 등에 대한 교육을 도입하는 등 보건의료인의 면허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사무장병원 개설 여부는 주변 병원 의사들이 더 잘 안다”라며 “전문가단체인 의협도 면허 대여와 처벌 등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해 불법 행위 근절에 협조 할 것”이라고 말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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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할머니 ‘유산 기부’로 아프리카 시골이 건강해졌다

    “이전에 집에서 출산했을 때는 극심한 고통과 두려움 속에 혼자 기절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빌라냐느 보건센터 의료진 덕분에 순조롭게 출산했습니다.” 아프리카 동남부 모잠비크 수도 마푸투에서 차로 8시간 떨어진 시골 마을 빌라냐느. 이 마을에 지난해 9월 마을의 첫 보건센터가 문을 열었다. 센터에서 지난해 10월 아이를 출산한 이스터 주스티누 씨(32)는 “보건센터에 얼마나 감사한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보건센터가 저뿐만 아니라 더 많은 여성들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빌라냐느 보건센터는 고 원영주 할머니 유산으로 설립됐다. 평생 간호사로 일하며 다른 이를 돕는 삶을 살았던 원 할머니는 생전 본인 소유의 부동산 등 재산을 사후 굿네이버스에 기부할 것을 약속했다. 원 할머니 유산으로 빌라냐느 지역 주민 6289명은 분만을 포함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세상 떠난 뒤에도 도움이 필요한 이 돕고파” 간호장교로 시작해 평생을 간호사로 환자를 돌본 원 할머니는 생전 “내가 떠난 뒤에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혀 왔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원 할머니는 이 뜻을 이루기 위해 유산 기부를 결심했다. 원 할머니 동생인 원영태 씨(83)는 “늦게 결혼해 자녀가 없었던 누님은 어려운 이웃에게 관심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유산 기부는 유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생전에 약정하거나, 사후에 유가족이 고인의 뜻을 기려 공익 목적을 위해 공익단체에 기부하는 것을 뜻한다. 유언 공증, 보험 수익자 변경, 조의금 기부, 기부신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기부신탁은 기부자가 금전, 부동산, 유가증권 등의 자산을 은행 및 공익단체에 맡겨 생전에는 운용 수익으로 생활하고, 사후 남은 자산을 공익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원 할머니는 영태 씨 부부가 굿네이버스를 통해 해외 아동을 일대일로 결연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2019년 12월 굿네이버스를 최종 기부처로 결정했다. 유산 기부 약정식은 자택에서 영태 씨와 변호사, 증인 2명이 입회한 가운데 유언 공증 형식으로 이뤄졌다. 그는 약정식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해외 아동들이 꿈을 잃지 않고, 밝은 내일을 준비하길 바라며 유산 기부에 동참하기를 약속한다”고 했다.● 생전 뜻 이어… 모잠비크에 보건센터 건립원 할머니가 2022년 2월 세상을 떠난 이후 굿네이버스에 기부된 유산은 약 9억4000만 원. 굿네이버스는 생전 간호사로 일한 원 할머니 뜻을 이어받아 모잠비크에서 보건의료 사업을 하기로 했다. 모잠비크는 열악한 보건 환경으로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이 2020년 기준 1000명당 61.4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한국의 영유아 사망률은 3.93명이었다. 굿네이버스는 2022년 10월부터 원 할머니의 유산 3억3000만 원을 들여 빌라냐느 지역에 보건센터 시설을 신축하고 보건 요원을 양성했다. 총 3개동으로 이뤄진 보건센터는 진료실, 입원실, 분만실, 의료 인력 숙소까지 갖춘 종합 보건 시설로 지어졌다. 주민들은 분만, 질병 검사 및 치료, 영유아 예방접종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보건센터에서는 올해 2월까지 신생아 21명이 태어났다. 보건센터 건립으로 빌라냐느 지역 주민의 삶은 개선됐다. 전에는 간단한 약을 구하기 위해 4시간 이상 걸어야 했지만, 보건센터가 생겨 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출산이 가까워 오면 집을 떠나 의료시설 인근의 임시 거처에서 기다리거나, 집에서 홀로 출산을 하던 임신부들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깨끗한 의료시설에서 안전히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됐다. 에드나 아르만두 발로이 씨(40)는 “예전에는 아이들이 자주 말라리아에 걸려 고생했는데 요즘은 아픈 아이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보건센터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우리 삶을 변화시킨 전환점”이라고 했다. 빌라냐느 보건센터에는 원 할머니의 유지를 기리는 현판이 설치됐다. 현판에는 “평생을 다른 사람을 돌본 헌신적인 간호사, 그녀의 나눔 덕분에 보건센터가 설립됐으며 그 유산은 앞으로도 몇 세대에 걸쳐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굿네이버스는 올해 2월 보건센터 운영을 지역정부에 양도했다. 원 할머니가 남긴 유산은 케냐와 잠비아에서도 보건센터로 탄생할 예정이다.● “유산 기부 활성화 위한 세제 혜택 필요” 굿네이버스는 원 할머니처럼 유산 기부를 이행하기로 서약한 이들을 더네이버스레거시클럽 회원으로 위촉한다. 이들에게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해 숭고한 뜻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19년 9월 발족한 이후 현재까지 총 60명이 회원으로 등재됐다. 회원이 되면 기부 약정 및 유언장 작성부터 유언 집행, 사업 수행과 결과 보고까지 유산 기부의 절차를 체계적으로 안내받을 수 있다. 유산 기부 관련 법률, 세무, 금융 등 자문도 제공된다. 한국에서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경우가 적고, 유산 기부에 대한 인식이 낮아 유산 기부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영국은 유가족이 유산의 10%를 기부하게 되면 상속세 10%를 면제받을 수 있다”며 “한국은 가족에게 상속하는 문화가 있는데, 세제 혜택 등을 통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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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아동학대 10명 중 8명이 친부모… 신고의무자에 가족 포함을”

    최근 6년간 발생한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은 친부모로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친부모는 아동학대 가해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현행법상 신고의무자에서 가족은 제외돼 있다. 친부모를 포함한 가족을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에 포함하는 등 정당한 훈육과 구분된 명백한 가정 내 학대 행위에 대한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2019∼2024년 아동학대 학대행위자 통계에 따르면 전체 학대행위자 중 친부모 비율은 2019년 72.3%, 2020년 79.0%, 2021년 80.6%, 2022년 79.9%, 2023년 82.9%, 지난해 81.3%로 증가했다.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신고가 접수돼 전담 공무원 등의 조사를 거쳐 학대로 최종 판단된 사례를 기준으로 했다. 전체 아동학대 행위자 수는 2019년 3만45명에서 지난해 2만4492명으로 18.4% 줄었다. 그러나 이 중 친부모는 2019년 2만1713명에서 지난해 1만9902명으로 8.3%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강지영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부모가 아닌 사람들이 아동을 학대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친밀하고 사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학대가 많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체벌이 전면 금지되는 등 사회적으로 아동 학대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가정 외부의 학대행위자가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아동학대 재판에서 한쪽 배우자가 가해자인 다른 배우자를 선처해달라는 탄원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022년 6월 경기 성남시에서는 친부가 6개월 된 딸이 울며 보챈다는 이유로 성인용 이불을 덮고 폭행한 뒤 1시간 동안 방치해 사망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아동 친모는 생계 유지와 다른 자녀 양육을 이유로 가해자인 남편에 대한 선처를 탄원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아동학대 범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사정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없다”며 친부에 대해 징역 7년을 확정했다. 가정 내 아동학대를 방지하고, 인식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친부모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행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신고의무자로 유치원 및 어린이집 종사자, 의료기관 종사자 등 업무를 통해 아동을 만나는 사람으로 한정했다. 여기에 친부모 등 가족을 포함해 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조기에 개입하자는 것이다. 아동학대 방임에 대한 처벌을 실효성 있게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이 학대를 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묵인한 경우 방임죄 처벌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을 신고의무자로 지정하기에 앞서 부모 교육 등을 통해 아동학대 예방 의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 의원은 “학대 피해 아동이 더 발생하기 전에 부모 및 가족 구성원에 의한 학대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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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아동학대 가해자 10명중 8명 친부모…“신고의무자에 가족 포함해야”

    최근 6년 간 발생한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은 친부모로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친부모는 아동학대 가해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현행법상 신고의무자에서 가족은 제외돼있다. 친부모를 포함한 가족을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에 포함하는 등 정당한 훈육과 구분된 명백한 가정 내 학대 행위에 대한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2019~2024년 아동학대 학대행위자 통계에 따르면 전체 학대행위자 중 친부모 비율은 2019년 72.3%, 2020년 79.0%, 2021년 80.6%, 2022년 79.9%, 2023년 82.9%, 지난해 81.3%로 증가했다.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신고가 접수돼 전담공무원 등의 조사를 거쳐 학대로 최종 판단된 사례를 기준으로 했다. 전체 아동학대 행위자 수는 2019년 3만45명에서 지난해 2만4492명으로 18.4% 줄었다. 그러나 이 중 친부모는 2019년 2만1713명에서 지난해 1만9902명으로 8.3% 감소하는데 그쳤다. 강지영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부모가 아닌 사람들이 아동을 학대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친밀하고 사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학대가 많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체벌이 전면 금지되는 등 사회적으로 아동 학대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가정 외부의 학대행위자가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가정 내 아동 학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아동학대 재판에서 한 쪽 배우자가 가해자인 다른 배우자를 선처해달라는 탄원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022년 6월 경기 성남시에서는 친부가 6개월 된 딸이 울며 보챈다는 이유로 성인용 이불을 덮고 폭행한 뒤 1시간 동안 방치해 사망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아동 친모는 생계 유지와 다른 자녀 양육을 이유로 가해자인 남편에 대한 선처를 탄원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아동학대 범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사정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없다”며 친부에 대해 징역 7년을 확정했다.가정 내 아동학대를 방지하고, 인식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친부모 등 가족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행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신고의무자로 유치원 및 어린이집 종사자, 의료기관 종사자 등 업무를 통해 아동을 만나는 사람으로 한정했다. 여기에 친부모 등 가족을 포함해 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조기에 개입하자는 것이다. 아동학대 방임에 대한 처벌을 실효성 있게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이 학대를 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묵인한 경우 방임죄 처벌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을 신고의무자로 지정하기에 앞서 부모교육 등을 통해 아동학대 예방 의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 의원은 “학대 피해 아동이 더 발생하기 전에 부모 및 가족 구성원에 의한 학대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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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호사 할머니의 유산 기부, 아프리카서 보건센터로 꽃피워

    “이전에 집에서 출산했을 때는 극심한 고통과 두려움 속에 혼자 기절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빌리하네 보건센터 의료진 덕분에 순조롭게 출산했습니다.”모잠비크 수도인 마푸투에서 자동차로 8시간 떨어진 시골 마을 빌리하네. 이 마을에 지난해 9월 마을 최초의 보건센터가 문을 열었다. 센터에서 지난해 10월 아이를 출산한 이스터 저스티노 씨(32)는 “보건센터에 얼마나 감사한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보건센터가 저뿐만 아니라 더 많은 여성들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빌리하네 보건센터는 고 원영주 할머니의 유산으로 설립됐다. 평생 간호사로 일하며 다른 이를 돕는 삶을 살았던 원 할머니는 생전 본인 소유의 부동산 등 재산을 사후 굿네이버스에 기부할 것을 약속했다. 원 할머니의 유산으로 빌리하네 지역 주민 6289명은 분만을 포함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세상 떠난 뒤에도 도움이 필요한 이 돕고파”간호장교로 시작해 평생을 간호사로 일한 원 할머니는 생전 “내가 떠난 뒤에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혀 왔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원 할머니는 이 뜻을 이루기 위해 유산 기부를 결심했다. 원 할머니의 동생인 원영태 씨(83)는 “늦게 결혼해 자녀가 없었던 누님은 원래 어려운 이웃에게 관심이 많았다”며 “어려운 사람들이 많으니 자신이 남기고 간 재산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기부하겠다고 했다”고 회상했다.유산 기부는 유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생전에 약정하거나, 사후에 유가족이 고인의 뜻을 기려 공익 목적을 위해 공익단체게 기부하는 것을 뜻한다. 유언 공증, 보험 수익자 변경, 조의금 기부, 기부신탁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기부신탁은 기부자가 금전, 부동산, 유가증권 등의 자산을 은행 및 공익단체에 맡겨 생전에는 운용 수익으로 생활하고, 사후 남은 자산을 공익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이다.원 할머니는 영태 씨 부부가 굿네이버스를 통해 해외 아동을 일대일로 결연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2019년 12월 굿네이버스를 최종 기부처로 결정했다. 유산 기부 약정식은 자택에서 영태 씨와 변호사, 증인 2명이 입회한 가운데 유언 공증 형식으로 이뤄졌다. 그는 약정식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해외 아동들이 꿈을 잃지 않고, 밝은 내일을 준비하기 바라며 유산기부에 동참하기를 약속한다”고 했다.●생전 뜻 이어…1만2000km 떨어진 모잠비크에 보건센터 건립원 할머니가 2022년 2월 세상을 떠난 이후 굿네이버스에 기부된 유산은 약 9억4000만 원이었다. 굿네이버스는 생전 간호사로 일한 원 할머니의 뜻을 이어받아 모잠비크에서 보건의료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프리카 동남부에 위치한 모잠비크는 열악한 보건 환경으로 인해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이 2020년 기준 1000명 당 61.4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한국은 3.93명이었다.굿네이버스는 2022년 10월부터 원 할머니의 유산 3억3000만 원을 들여 빌리하네 지역에 보건센터 시설을 신축하고, 마을보건요원을 양성했다. 총 3개동으로 이뤄진 보건센터는 진료실, 입원실, 분만실, 의료 인력 숙소까지 갖춘 종합 보건 시설로 지어졌다. 주민들은 분만, 질병 검사 및 치료, 영유아 예방접종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보건센터에서는 올해 2월까지 21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다.보건센터의 건립으로 빌리하네 지역 주민의 삶은 더 건강해졌다. 전에는 간단한 약을 구하기 위해 4시간 이상 걸어야 했지만, 보건센터가 생기면서 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출산이 가까워 오면 집을 떠나 의료시설 인근의 임시 거처에서 기다리거나, 집에서 홀로 출산을 하던 임산부들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깨끗한 의료시설에서 안전히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됐다. 에드나 알만도 발오이 씨(40)는 “예전에는 아이들이 자주 말라리아에 걸려 고생했는데 요즘은 아픈 아이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보건센터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우리 삶을 변화시킨 전환점”이라고 했다.빌리하네 보건센터에는 원 할머니의 유지를 기리는 현판이 설치됐다. 현판에는 “평생을 다른 사람을 돌봄 헌신적인 간호사, 그녀의 나눔 덕분에 보건센터가 설립됐으며 그 유산은 앞으로도 몇 세대에 걸쳐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문구가 써 있다. 굿네이버스는 올해 2월 사업 종료 이후 보건센터 운영을 지역정부에 양도했다. 원 할머니가 남긴 유산은 케냐와 잠비아에서도 보건센터로 재탄생할 예정이다.●“유산 기부 활성화 위한 세제 혜택 필요”굿네이버스는 원 할머니처럼 유산기부를 이행하기로 서약한 이들을 더네이버스레거시클럽 회원으로 칭하며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숭고한 나눔의 뜻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19년 9월 발족된 이후 현재까지 총 60명의 회원이 등재됐다. 회원이 되면 약정 및 유언장 작성부터 유언 집행, 사업 수행과 결과 보고까지 유산기부의 절차를 체계적으로 안내받을 수 있다. 유산기부 관련 법률, 세무, 금융 등의 자문도 제공된다.다만 한국에서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경우가 적고, 유산 기부에 대한 인식이 낮아 유산 기부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영국은 유가족이 유산의 10%를 기부하게 되면 상속세 10%를 면제받을 수 있다”며 “한국은 기본적으로 가족에게 상속하는 문화가 있는데, 세제 혜택 등을 통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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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은경 “공공의대 설립 법안 올해안 마련”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이 7월 취임 후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안으로 공공의료 사관학교(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법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일부를 지역 의사 전형으로 선발해 학비 등을 전액 지급하되, 의사 면허 취득 후 일정 기간을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제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22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공공의료 사관학교 설립에 대해 “공공의대와 같은 개념”이라며 “올해 가능한 한 법안 근거를 만드는 것이 목표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설계 예산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공공의대는 공공보건이나 공공의료에 필요한 의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학교로 전국 단위 인력 양성을 위한 학교이며, 의대 없는 지역에 국립의대를 신설하는 것과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입법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2028년 공공의대를 개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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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은경 복지장관 “올해 공공의대 설립 법안 마련”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7월 취임 후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안으로 공공의료 사관학교(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법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일부를 지역 의사 전형으로 선발해 학비 등을 전액 지급하되, 의사 면허 취득 후 일정 기간을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제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정 장관은 22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공공의료 사관학교 설립에 대해 “공공의대와 같은 개념”이라며 “올해 가능한 법안 근거를 만드는 것이 목표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설계 예산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공공의대는 공공보건이나 공공의료에 필요한 의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학교로 전국 단위 인력 양성을 위한 학교이며, 의대 없는 지역에 국립의대를 신설하는 것과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입법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2028년 공공의대를 개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새 정부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지역의사제에 대해서는 “(지역의사제는) 의무가 무엇인지 알고 지원하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거의 없다는 게 법률적 판단”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시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최근 지역의사 전형으로 의대생을 선발해 면허 취득 후 10년 간 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의무 복무하는 법안에 대해 “직업 선택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다만 기존 의대 정원 내에서 지역의사제 인원을 선발할지, 정원 외로 선발할지에 대해서는 “수급추계위의 검토에 따라 결정 할 수 있어 아직은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역 의대 신설에 대해서도 “수급추계위 정원 검토를 받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정 장관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방의료원 지원 확대와 신축 등에 대해서는 “병원을 만들어도 일할 의사가 없는 게 문제”라며 “지방의료원이 공공의료 사관학교 수련 병원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수련병원간 네트워킹을 통한 의사 배치,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시니어 의사제, 공공 임상교수 파견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정 장관은 응급의료 체계 개편, 의료사고 안전망, 저평가된 필수의료 수가에 대한 적정 보상을 단기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연금개혁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 기초연금 부부 감액 개선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초연금 부부감액은 한꺼번에 20% 감액을 해소하게 되면 재정 부담이 돼 단계적으로 비율을 완화하겠다”고 설명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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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은경 “응급의료 개편-의료사고 안전망 속도감 있게 추진”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7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응급의료 개편과 의료사고 안전망, 필수의료 보상 강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저소득 부부를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 부부 감액 제도를 우선 개선하겠다고 했다.22일 정 장관은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은 지역의료 격차 해소,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의 세 가지”라며 응급의료체계 개편, 의료사고 안전망, 저평가된 필수의료 수가에 대한 적정 보상을 단기 과제로 꼽았다.정 장관은 응급의료 체계 개편에 대해 “응급실의 문제가 아니라 중증 환자가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배후 중증치료 역량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응급의료기관 지정 기준을 중증 배후진료 역량으로 바꾸고, 흉부 대동맥 등 응급 중증질환에 대한 지역별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송 전원체계를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이송 전원체계는 소방과 역할을 분담해 환자에게 적절한 병원을 연계하는 제도를 갖출 계획이다. 의료사고 안전망에 대해서는 “최근 산부인과 교수와 전공의가 민사뿐만 아니라 형사 기소된 사례가 있었다”며 “환자와 의사가 만족할 수 있는, 합의할 수 있는 의료 사고에 대한 민형사 소송체계 개편을 시급히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2030년까지 저평가된 필수의료 수가에 대한 적정 보상을 진행하고, 비용 분석에 기반한 수가 상시 조정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정 장관은 저출산과 초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구조적으로 의료체계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고령화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넘는 의료비 부담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지속가능성과 효율성이라는 측면, 하지만 환자가 적정한 진료를 받아야 되는 부분, 낭비되고 있는 비급여나 실손에 대한 부분을 구조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중장기 과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다음 달 ‘국민 참여 의료혁신위원회’를 출범해 의료 혁신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새 정부에서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에 대해서는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가 가동이 되고 있고, 격주로 회의를 하고 있다”며 “정원 내에서 (지역의사제를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고, 정원 일부 증원이 필요하면 수급추계위 검토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어 아직은 열려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의대도 마찬가지로 수급추계위의 정원 검토를 받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공공의료 사관학교에 대해서는 “설립 준비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몇 년도 개교를 이야기하기는 힘들다”며 “올해 가능한 법안 근거를 만드는 것이 목표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설계 예산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방의료원 지원 확대, 신축 등에 대해서는 “병원을 만들어도 일할 의사가 없는 게 문제”라며 “지방의료원이 공공의료 사관학교 수련병원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지역의료원 수련 뒤 (의료원에) 의사를 배치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국립대병원의 관리 부처를 복지부로 이관하는 건에 대해서는 “국립대병원은 지역·필수의료에서 핵심적인 역할”이라며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국립대병원의 인력이나 인건비 확보 등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이관받기를 희망한다”고 했다.연금개혁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 기초연금 부부감액 개선에 대해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국회 연금개혁특위에서 진행되는 논의에 대해 추계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며 “기초연금 부부감액은 한꺼번에 20% 감액을 해소하게 되면 재정 부담이 돼 단계적으로 비율을 완화하겠다”고 설명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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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사·동료 존중 받지 못하는 직장인, 불면증 위험 최대 1.5배

    직장에서 상사와 동료로부터 존중받지 못하는 직장인은 불면증 위험이 최대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윤진하 세브란스병원 예방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직장에서의 사회적 지지와 불면증의 관계를 연구한 ‘근로자의 수면 장애: 직무 만족도와 사회적 지지의 상호작용 및 개입’ 보고서를 대한의학회지(JKMS)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근로자 1만939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제6차 근로환경조사’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상사와 동료가 응답자를 존중하는지, 이들이 응답에게 업무에 유용한 피드백을 주거나 돕는지, 업무 관련 고민을 경청해 주는지 등을 설문해 수치화 했다. 이후 평균을 기준으로 사회적 지지가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으로 나눠 비교 분석했다.분석 결과 직장에서의 사회적 지지 수준이 평균 이하로 낮은 근로자는 남성 1490명, 여성 1678명 등 3148명이었다. 이들 중 불면증 환자는 390명으로 12.3%를 차지했다. 반면 높은 사회적 지지를 받는 근로자 1만6224명 중 불면증 환자는 1001명(6.2%)에 그쳤다.연구팀은 낮은 사회적 지지가 낮은 직무 만족도와 맞물리면 불면증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지지가 낮을 때 불면증이 생기는 과정 중 30.3%는 직무 만족도가 중간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사나 동료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면 불면증 확률이 올라가지만, 반대로 사회적 지지가 낮아도 직무 만족도가 높다면 불면증을 겪을 가능성이 내려가는 것이다.연구팀은 공동체성과 위계적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 직장 문화를 고려할 때 한국에서는 낮은 사회적 지지가 불면증에 미치는 영향이 두드러진다고 했다. 이들은 “직장 내 사회적 지지와 직무 만족도 모두에 초점을 맞춘 지침을 개발해 근로자의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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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돌 맞은 자연임신 다섯둥이 “8kg로 건강하게 컸어요”

    지난해 9월 20일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다섯 쌍둥이가 돌을 앞두고 출산을 담당한 의사와 만났다. 19일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 이 병원에서 태어난 다섯 쌍둥이 김새힘 새찬 새강 새별 새봄 남매가 생후 1년을 앞두고 최근 정기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아 분만을 담당했던 홍수빈 산부인과 교수와 만났다고 밝혔다. 출생 직후 한동안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생활했던 다섯 쌍둥이는 건강한 모습의 ‘완전체’로 병원을 찾았다. 이들이 함께 병원을 다시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26주에 제왕절개로 태어난 다섯 쌍둥이는 출생 직후 몸무게가 신생아 평균 몸무게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700~900g이었다. 하지만 의료진과 부모의 노력으로 현재 쌍둥이들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첫째 새힘이는 8kg 정도로 자랐다. 홍 교수는 “다른 고위험·다태아 임신 산모도 국내 의료진의 수준 높은 역량을 믿고 꾸준히 산전 치료를 잘 받으시길 바란다”며 “건강히 자라고 있는 오둥이를 보면서 용기를 얻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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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자 진료비 급증-간병비 급여화… 의료-돌봄재정 비상 [품위 있는 죽음]

    지난해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의료비와 돌봄 비용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030년, 국민건강보험은 2033년 준비금이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비 지출을 효율화하고 별도 예산을 마련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1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건강보험은 2032년까지 보험료율이 법정 상한선(8%)에 도달한 뒤 동결한다고 가정할 때 내년 당기수지 적자로 전환되고, 2033년 준비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됐다. 장기요양보험은 건보료 대비 장기요양보험료율을 유지할 때 2030년 준비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됐다.전문가들은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재정 부담 증가는 불가피한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쓴 ‘초고령사회 대응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건강보험 진료비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44.1%에서 2030년 53.1%, 2040년 63.9%, 2050년 70.2%로 증가한다.간병비 급여화가 현실화되면 재정 악화는 더욱 가속화된다. 정부는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본인부담률을 30% 내외까지 낮출 계획을 갖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국내 요양병원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했을 때 소요되는 건강보험 재정을 최소 15조 원으로 추산했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핵가족화에 따라 가족이 간병하는 게 어려워진 상황에서 간병비 급여화는 피할 수 없는 방향”이라면서도 “재원 조달과 확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미래 세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지출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기관을 과도하게 이용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질병 발생을 예방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건강 관리 등으로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면 미래 세대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건강보험이나 장기요양보험 외에 생애 말기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별도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설탕세 등 일종의 ‘건강세’를 부과해 새로운 재원을 확보하고 호스피스 등 생애 말기 돌봄을 위한 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만성질환의 경우 간호사 등 의사 이외 의료 직군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선 재택의료나 방문진료를 할 때 진단이나 처방은 의사가 담당하고 예방과 관리는 간호사가 맡거나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기자}

    • 202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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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구 44% 노인인데 전문의 1명뿐 “생의 마지막 통합돌봄 막막” [품위 있는 죽음]

    10일 경북 영양군 영양병원 진료 대기실. 오후 진료가 시작되자 휠체어를 타고 지팡이를 쥔 고령 환자 30여 명이 몰렸다. 간호사는 “예약자가 많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환자들을 안내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치매를 앓는 80대 노모를 모시고 온 장유배 씨(65)는 “두 달에 한 번 관절약을 처방받고 혈압과 피 검사를 하는데, 의사가 부족하니 진료를 기다리다 하루가 다 간다”며 아쉬워했다.‘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선진국에서 가장 주력하는 정책이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AIP)’다.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늙고, 아름답게 생을 마무리한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도 내년 3월부터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대상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사업’이 시작된다. 핵심은 각 시군구 단위로 운영되는 재택 의료다. 그러나 영양 같은 의료 취약지는 방문 진료는커녕, 운영 중인 병원을 유지하는 것도 벅차다. 이 때문에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정부 정책이 자칫 현실의 벽에 막혀 겉돌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프면 대구·안동으로” 지역 의료 이용 29%서울 면적의 1.35배인 영양군엔 의사가 7명뿐이다. 그나마 보건소에 3명, 영양병원에 2명 배치된 공중보건의사 5명을 제외하면 자발적으로 이곳에 있는 의사는 2명에 불과하다. 공보의를 마치고 약 20년째 영양병원에서 근무 중인 이상현 원장(가정의학과)은 지역 내 유일한 전문의다. 진료실이 3개 있지만, 봉직의와 공보의가 떠난 뒤 의사를 못 구해 현재 하나만 운영 중이다. 병상 50개는 입원 환자를 돌볼 의료진이 없어 비었다. 이 원장은 “공보의 2명이 교대로 응급실 당직을 선다. 80세가 다 된 방사선사가 퇴직하면 엑스레이도 못 찍는다”고 했다.영양군 인구(1만5165명)는 전국 시군구 중 경북 울릉군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 주민의 43.9%(6659명)가 65세 이상이고, 70세 이상 홀몸노인은 2000명에 이른다.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주민이 상당수지만, 경북에서도 외진 곳인 영양에선 의사를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장여진 영양군 보건소장은 “독감 예방접종 의사가 부족해 일당을 주면서 2주 동안 근무할 의사를 겨우 구하곤 한다”고 전했다.주민은 영양군 밖 의료기관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2023년 기준 영양군 관내 의료 이용률(총입원·내원 일수 대비 관내 의료기관 이용률)은 28.6%. 섬 지역인 인천 옹진군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낮다. 영양병원에서 만난 채정희 씨(70)는 “작년에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치료할 의사가 없어서 1시간 이상 걸리는 안동병원까지 갔다”고 했다.진료할 수 있는 질환도 제한적이다. 박모 씨(73)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우울증이 왔는데, 여기선 약 처방이 안 된다. 4주마다 안동까지 가서 약을 처방받는다”고 했다. 우울증 치료제는 전문의약품이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처방이 필수다. 이날 수비면 보건지소에서 만난 3년 차 공보의는 “몸만큼 마음이 아픈 노인성 우울증 환자가 많은데, 돌봐줄 의사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영양군엔 의사 7명뿐… 통합돌봄 막막”통합돌봄 시행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영양군은 구체적인 의료·돌봄 대상과 내용을 정하지 못했다. 80세 이상 고령자, 혼자 살거나 장애가 있는 노인 등 대상자를 최대한 좁히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현 의료 자원으로는 이조차 역부족이다.민간병원 의사 2명으로 방문 진료는 엄두도 못 낸다. 공보의도 올해 2명이 줄었는데, 앞으로는 더 감소할 수도 있다. 인구 밀집도가 낮아 방문 진료에 시간도 많이 든다. 고나은 일월면 용화보건진료소장은 “의사, 간호사가 방문 진료를 가면 정작 다치거나 약 처방을 받으러 찾아오는 환자는 진료를 못 한다”며 “인력이 부족해 읍면 단위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를 통합 운영할 수밖에 없는데, 결국 또 다른 의료 공백이 생긴다”고 말했다.이런 여건을 고려해 호스피스·완화의료 등 임종기 돌봄에 집중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지난해 영양군 사망자는 296명. 이 병원장은 “독거노인이 많다 보니 한두 달에 한 번은 고독사가 발생한다. 마지막 길이 외롭지 않게 평안한 임종을 돕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장 소장은 “은퇴한 시니어 의사를 불러 영양병원 병상 10개만 호스피스 병상으로 운영해도 임종기 돌봄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영양군과 같은 의료 취약지에선 특화된 통합돌봄 모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새롬 인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전국 시군구 중 23곳은 인구 3만 명에 못 미친다”며 “생애 말기 돌봄을 자급자족하기 어려운 지역은 정부 지원을 늘리고, 간호사 등 의사 대체 인력의 재량과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국립대 병원과 상급종합병원 의사 파견이나 순회 진료 등 지역 내 의료 자원을 적극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혜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의료취약지 수가 가산 등 보상을 강화해 재택 의료 및 통합돌봄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기자}

    • 202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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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스피스병동서 23년째 봉사하는 60대, LG의인상 수상

    20년 넘게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다른 이들의 생의 마지막 순간을 도운 자원봉사자 예은주 씨(63)가 LG복지재단에서 수여하는 LG의인상을 수상했다고 17일 서울성모병원이 밝혔다.예 씨는 2001년 지역 사회복지관에서 장애인과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이동 목욕과 이·미용 봉사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2003년부터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에서 환자와 가족을 위해 미용, 목욕, 돌봄 등 봉사를 이어왔다. 성당 소식지에서 호스피스에 대한 내용을 접하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소식에 병원 문을 두드렸다.예 씨는 호스피스병동에서 1만1000시간 넘게 임종을 앞둔 환자들에게 돌봄과 위로를, 가족들에게 지지와 희망을 전해왔다. 2001년부터 누적된 자원봉사 시간은 총 2만6000시간이 넘는다. 이는 1년 중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 8시간을 봉사했다는 가정 하에 계산하면 9년에 달하는 시간이다.LG복지재단은 환자의 존엄하고 편안한 생애 말기를 위해 헌신해 온 공로로 예 씨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예 씨는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시간은 저에게도 큰 배움이었고, 환자와 가족께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봉사자의 마음을 잃지 않고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2015년 제정된 LG의인상의 누적수상자는 총 254명이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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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에서 임종’ 가정형 호스피스 작년 2245명, 전체의 9.2% 그쳐 [품위 있는 죽음]

    1일 오후 2시 인천 부평구 한 아파트. 의사와 간호사가 거실에 들어서자 대장암 말기 환자인 조모 씨(88)가 병상에 누워 환히 웃었다. 의료진은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식단, 수면 등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점검했다. 조 씨는 지난달 25일부터 인천성모병원의 가정형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기 시작했다. 아들 오승구 씨(61)는 “어머니는 죽어도 집에서 돌아가시겠다고 다짐하셨다”며 “막상 이용해 보니 가격도 저렴하고 생각보다 너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호스피스는 죽음을 앞둔 환자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완화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완화의료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와 시설을 가리킨다. 다만 국내에선 가정형 호스피스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았고 호스피스 병상 등 인프라도 부족해 대기하다 생을 마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전체 호스피스 이용자 중 재택 9.2% 그쳐15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호스피스 서비스 신규 이용자 2만4318명 중 가정형 호스피스 신규 이용자는 2245명(9.2%)에 불과했다. 가정형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기관도 2020년 38개에서 올해 40개로 크게 늘지 않았다. 경북과 경남, 전남에는 가정형 호스피스 운영 기관이 없다.국내 호스피스 서비스는 환자가 병원에 머무는 입원형과 전문 팀이 가정을 찾아가는 가정형, 일반 병동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전문 팀에 자문을 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문형으로 나뉜다.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호흡부전, 만성 간경화 등 5개 질환의 말기 또는 임종 과정에 놓인 환자가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입원형 호스피스는 암 환자만 이용할 수 있다.입원형 호스피스 병상도 2020년 1405개에서 지난해 1751개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5대 대형병원 중에서는 한 곳만 입원형 호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짧게는 2주에서 한 달, 길게는 2, 3개월 정도 대기한다”며 “병상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는 많아 대기 중 숨지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예산 투자도 아직 더딘 편이다. 영국은 지난해 말 호스피스 시설 및 서비스 개선에 1억 파운드(약 1889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반면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호스피스 관련 예산은 110억1000만 원에 그쳤다. 이 가운데 가정형 호스피스 사업 예산은 2022∼2025년 연간 17억 원 수준이다.암 이외 다른 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호스피스 이용률이 크게 떨어진다. 복지부에서 발간한 ‘2024 국가 호스피스·완화의료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암 이외 4개 질환의 사망자는 1만4150명이었는데 이 중 71명(0.5%)만 호스피스 서비스를 새로 이용했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다른 질환을 앓는 중환자들은 호스피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공급이 부족해 사실상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장에서는 완화의료에 대한 요구가 많은데 존엄하게 돌봄을 받다 돌아가실 수 있는 여건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선 대상 질환 늘어도 수용 쉽지 않아”정부는 지난해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 등을 바탕으로 대상 질환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대상을 치매, 신부전, 심부전 질환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다만 의료계 현장에서는 호스피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질환이 늘어도 환자들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가 낮아 의료기관이 관련 인프라를 확충할 이유가 적기 때문이다. 김철민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암을 제외한 나머지 질환은 기대여명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이들까지 모두 호스피스에 입원하기에는 사회적인 재원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호스피스 서비스 이용자가 늘면 불필요한 연명치료가 줄어들 수 있고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덜 사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호스피스가 전문적으로 개입되면 의료, 돌봄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사회적 합의를 통한 정부 차원의 생애 말기 돌봄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은 “체계적인 생애 말기 돌봄 전략을 통합 돌봄의 연장선에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기자}

    •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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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대이상 80% “고통 심한 말기 환자, 조력 존엄사 합법화 찬성” [품위 있는 죽음]

    40대 이상 10명 중 8명은 의료진이 처방한 약물을 고통이 심한 말기 환자에게 주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는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찬성 비율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호스피스, 생애 말기 돌봄 확대 등 임종기 삶의 질을 개선하지 않은 채 조력 존엄사를 합법화한다면 빈곤한 노인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죽음으로 내몰릴 수 있어 많은 대비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동아일보가 40대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생애 말기 돌봄과 임종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9.7%가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대해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대는 10.5%였다. 연령대별로는 60대 84.1%, 70세 이상 83.3% 등 고령층으로 갈수록 조력 존엄사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다. 또 남성(81.4%)이 여성(78.2%)보다 조력 존엄사 합법화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조력 존엄사 합법화를 찬성하는 이유는 ‘삶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29.3%)가 가장 많았다. 회생 가능성 없는 환자의 생존 연장은 무의미하기 때문(26.5%), 환자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일 수 있어서(21.5%), 가족이나 보호자의 부담 경감(16.9%) 등이 뒤를 이었다.반대하는 이유는 생명 경시 풍조가 확산될 수 있음(26.2%)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삶의 마지막은 스스로 결정할 수 없음(24.2%), 가족 부담을 이유로 원치 않는 죽음 선택 가능(20.0%), 조력 존엄사를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 증가(13.1%) 순으로 조사됐다.지난해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만큼 조력 존엄사를 포함해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극심한 고통을 피하고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다혜 한국존엄사협회장은 “죽음을 개인의 문제로 방치하지 말고 존엄한 삶의 마무리가 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하지만 현 상황에서 조력 존엄사가 합법화될 경우 노인이 자신의 의지에 반해 죽음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38.2%를 기록했다. 김율리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노인은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며 “이런 부분이 사회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력 존엄사가 허용된다면 악용될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간병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부 지원과 호스피스 시설, 생애 말기 돌봄 서비스 등을 먼저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누구나 생의 말기에 충분히 돌봄을 받고 온전히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을 때 존엄사 합법화가 의미 있게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조력 존엄사 합법화는 사전 생애말기 돌봄계획 수립과 호스피스 병상 확충 등의 문제와 병행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기자}

    •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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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절반 ‘재가 임종’ 원하지만 실제 16%뿐… “재택의료 확충을” [품위 있는 죽음]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의 한 주택. 3평 남짓한 방에 미동 없이 누운 윤화수 씨(91)의 몸을 의료진이 옆으로 돌리자 등에 주먹만 한 욕창이 보였다. 의료진 김주형 집으로의원 원장이 “오늘은 그래도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고 말하자 윤 씨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간호사는 간단한 연고를 바른 뒤 드레싱 처치를 했다. 치매와 당뇨를 앓고 있는 윤 씨는 방문진료를 받기 전엔 심장내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여러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았다. 딸 유관희 씨(69)는 “90kg이 넘었던 엄마를 휠체어에 태워 여러 병원에 다니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이젠 집에서 진료받으니 약 처방이 중복될 일도 없어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유 씨는 어머니를 임종까지 집에서 돌볼 계획이다. 그는 “엄마도 병원이나 요양원에 가는 걸 싫어한다. 원하는 곳에서 덜 아프다가 가셨으면 한다”고 했다.● “재가 임종 희망”… 현실은 병원이 75%동아일보가 40대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생애 말기 돌봄과 임종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0.1%는 희망하는 임종 장소로 ‘자택’을 꼽았다. 병원 임종은 25.4%, 요양시설은 17.1%였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2023년 기준 임종 장소는 의료기관이 75.4%였고, 주택은 15.5%에 그쳤다. 임종기 간병 부담이 큰 데다, 사망 시 경찰 신고와 검안부터 시신 이송까지 재가 임종 절차가 까다롭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 어디서 임종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도 20.8%만이 ‘자택’을 꼽았다. 병원 37.1%, 요양시설 30.3% 등 국민 3명 중 2명은 집이 아닌 곳에서 임종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재가 임종이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재택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가 임종 시 사망 진단 등을 위해 연락하는 재택의료센터는 전국 113개 시군구에만 지정돼 있다. 2019년부터 1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됐지만, 올 6월 기준 등록 기관은 986곳으로 전체 의원 3만7234곳 중 2.6%에 불과하다. 진료 환자는 2020년 1545명에서 올 1∼6월 1만7517명으로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 의료계에선 거동이 불편해 방문진료가 꼭 필요한 노인과 장애 인구가 1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박건우 대한재택의료학회 이사장(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은 “선진국일수록 아픈 노인을 찾아가는 재택의료가 발달해 있다. 생애 말기를 대형병원에 의존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망 진단 방문 수가 신설, 임종기 돌봄 가족 유급휴가 등 의료기관 참여를 늘리고, 가족의 부담을 덜어줄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형 집으로의원 원장은 “먼 거리 환자, 야간 환자를 봐도 수가는 똑같다. 방문진료가 활성화되려면 보상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다사 사회’ 진입에도 죽음 언급 꺼려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 한국은 2020년부터 출생보다 사망이 많은 다사(多死) 사회에 진입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문화 탓에 임종 계획을 세우고 생의 말기를 보내는 사례는 흔치 않다. ‘생애 말기 돌봄과 임종을 고민하거나 가족과 상의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38%가 ‘없다’고 답했다. 임종 계획을 세우지 않은 이유로는 ‘가족과 죽음을 얘기하는 것이 불편해서’라는 의견이 25.8%로 가장 많았고, ‘죽음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답변도 25.4%로 비슷한 응답률을 보였다. ‘호스피스 등 생애 말기 의료·돌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15.2%, ‘계획에 대한 필요를 못 느껴서’라는 답변은 14%를 나타냈다.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선 노인 가구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응답자들은 노년기 가장 큰 고민으로 ‘간병비 등 의료·돌봄 비용’(26.6%)을 꼽았다. 72.1%는 ‘의료비, 간병비, 주거비 등 노년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간병 부담을 덜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중증환자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38.4%)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월평균 간병비는 약 370만 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증환자의 요양병원 간병비 본인부담률을 3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간병비 급여화를 위해선 대상 환자 범위와 간병인 배치 기준 등에 따라 연간 최소 1조9770억 원에서 최대 7조3881억 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순둘 이화여대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장은 “재원 마련을 위해선 건강보험료 인상 등 국민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정부가 솔직히 밝혀야 한다”며 “호스피스와 재택의료 지원은 늘리고 요양병원의 불필요한 입원은 줄이는 등 지출 재구조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 (이상 정책사회부) 기자}

    • 20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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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품위 있는 죽음 위한 ‘엔딩플래너’ 필요, 정부가 적극 도와야” [품위 있는 죽음]

    “죽음은 삶을 빛내주는 마지막 장식 같아요.” 6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교회에서 열린 웰다잉 수업. 스크린에 띄운 영상에서 한 초등학생이 죽음을 이렇게 정의하자 몇몇 수강생이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죽음을 삶의 한 단계로 받아들이고, 아름다운 마지막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건 이날 교육의 핵심 메시지이기도 했다. 강사로 나선 대한웰다잉협회 이계상 대외협력팀장은 “입시, 취업, 결혼, 출산을 준비하듯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선 임종에도 계획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남은 삶의 가치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임종 계획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데서 시작한다. 웰다잉 교육에선 생의 행복과 불행을 그래프로 나타낸 ‘인생 곡선’ 그리기, 자기소개서 쓰기 등을 권한다. 경기도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일하는 권소진 씨(35)는 “방문하는 어르신들에게 인생 노트와 사전 장례 계획을 써 보길 권한다. 처음에는 죽음을 떠올리는 것에 두려움과 거부감이 크지만, 삶을 한번 돌아본 뒤 홀가분해졌다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수강생들은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미리 상상하면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했다. 대학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로 오래 일한 전소연 씨(49)는 최근 중학생 자녀에게 연명치료를 받지 않고,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전 씨는 “가족에게 부담되는 화려한 장례식보다는, 조촐한 ‘생전 이별식’으로 주위에 감사와 용서를 전한 뒤 떠나고 싶다”고 했다.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선 집과 지역 사회에서 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원미선 씨(54)는 “80세 어머니가 ‘집에 있다가 죽기 전 일주일만 병원에 있고 싶다’고 하더라. 가족들이 충분히 임종기 돌봄을 감당할 수 있도록 가정 호스피스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300만 명이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처럼 구체적인 사전돌봄계획(ACP) 수립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은 2018년부터 ‘인생회의’라는 이름으로 사전돌봄계획 수립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연명의료와 완화의료 중 무엇을 선택할지부터 생의 마지막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과 장소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윤영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가정의학과 교수)은 “임종 계획을 세우는 것은 누구나 막막하다. 정부가 존엄한 삶의 마지막이 가능하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며 “결혼의 웨딩플래너처럼 ‘엔딩플래너’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 (이상 정책사회부) 기자}

    • 20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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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연근무제 확산 등 일하는 방식 바뀌어야 일-가정 양립 가능”

    정부가 부산 아동 화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방안을 내놨지만, 실질적인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돌봄 서비스 확대뿐만 아니라 유연근무제 확산 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직장에서 일하는 임금 근로자이기 때문에, 직장 문화가 바뀌어야 실제적인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올 5월 발표한 25∼49세 남녀 26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가정 양립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육아지원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직장 문화’(55.6%)가 꼽혔다. 뒤이어 ‘기관 돌봄서비스 이용 기회 및 시간 보장’(39.8%), ‘육아시간 확보를 위한 제도 확대’(36.3%) 순이었다. ‘가정 내 돌봄인력 지원 확대’(23.5%)는 ‘배우자도 육아에 동참할 수 있는 제도 개선’(24.2%)보다 낮았다. 전문가들은 야간 돌봄기관 및 아이돌보미 지원 확대 등 ‘사회적 돌봄’을 강조하게 되면 노동 시간 조정을 통한 실질적인 일·가정 양립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는 “돌봄 시설 연장 운영은 늦게까지 일하는 부모의 숨통을 트이게 해주지만 일·가정 양립이라는 근본적 문제는 해결해 주지 못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단축근무,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확대해 ‘일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형태로 일을 집중적으로 하고, 나머지 시간을 가족과 활용할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전 통계청장)은 “한국은 저출산·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점점 줄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육아휴직 그 자체보다는 기업이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가정 양립에서 소외된 중소기업 맞춤형 지원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 제도의 사용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23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육아휴직을 실제로 사용한 비율은 55.1%였으나 5∼9인 기업은 7.8%, 10∼29인은 10.3%에 불과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거나, 육아휴직으로 인한 대체 근로자를 사용하는 등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에는 정부가 세제 혜택 등 비용 지원을 해 주고, 모범 사례 등을 통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 등을 위해 ‘부모보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이들은 육아휴직 제도 등 육아지원제도를 이용하기가 어렵다. 소득 기반으로 보험료를 내고, 아이를 돌보는 시간에 줄어든 소득을 보험을 통해 보전받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전 저고위 부위원장)는 “부모보험이 도입되면 플랫폼 노동자나 자영업자도 소득 감소 없이 육아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이를 돌보는 부모에게는 사회적으로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 2025-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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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야-주말에도 마음놓고 아이 맡겨… “육아 안전망이 저출생 해법”

    《‘온종일 아동 돌봄센터’ 가보니야간이나 주말 등 급박한 시간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발을 구르는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필요할 때 손을 내밀어 줄 돌봄 서비스가 절실하다. 온종일 돌봄 모델로 주목받는 경북도를 찾아가 봤다.》8일 오후 7시 반 경북 구미시 비산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구미24시 마을돌봄터. 8세 조윤성 군이 돌봄 교사와 학교 숙제인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조 군은 일주일에 세 번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오후 3∼8시 마을 돌봄터에서 시간을 보내며 저녁 식사도 한다. 학원에 가지 않는 날은 부모가 없어 집에 혼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을 돌봄터에는 조 군 말고도 초등학교 1∼3학년 7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각자 과제를 하거나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조 군은 “오늘 종이접기와 보드게임을 했다”며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돌봄터에 있으면 재미있다”고 말했다. 오후 8시경 아버지 조민석 씨(31)가 돌봄터에 들어왔다. 조 씨는 “아이 셋을 키우느라 회사 일이 끝난 뒤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다”며 “퇴근 시간이 늘 늦는데, 아이들을 늦게까지 맡길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안심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부모들이 직장에서 근무할 때 자녀들이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심야 시간대 ‘돌봄 사각지대’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올해 7월에는 부산 기장군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치킨집을 운영하는 부모가 외출한 사이 8세, 6세 자매가 숨졌다. 6월 부산진구에선 부모가 새벽 일을 나선 사이 10세, 7세 자매가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대통령실은 야간 방임 아동 실태를 파악하고 심야 시간 아이 돌봄을 확대할 수 있는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저출산 위기에 ‘야간 돌봄’… 이용자 2배로 경북도는 지난해 1월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조 군처럼 야간 시간대 돌봄 공백에 놓인 아이들을 돌보는 ‘K보듬6000’ 사업을 도입했다. ‘1년 365일 24시간 공동체가 아이를 돌보는 육아 천국’을 목표로 평일 밤 12시까지는 물론이고 주말, 공휴일에도 돌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북도는 전체 지역의 87%가 소멸 위험지역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저출산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다. 저출생 해결책에 대한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야간 돌봄 수요가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조상민 경북도 아이돌봄정책팀장은 “학부모 간담회에서 ‘평일 야간에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왔다”며 “맞벌이 부부의 고충을 해결하는 것이 출생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13개 시군 돌봄 시설 62곳을 평일 오전 7시 30분부터 밤 12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 공동육아나눔터, 어린이집 등 제각각이던 모든 유형의 돌봄 시설의 운영 시간을 일괄 연장했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야간에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이용자는 지난해 하반기 2만2700명에서 올해 상반기 5만6920명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이용자 중 2만1009명(36.9%)은 평일 오후 6시∼밤 12시 이용자였다. 야간 돌봄을 이용하는 학부모는 “직업 특성상 야근이 많은데 아이들끼리 있다가 발생한 사고를 접하고 불안했다.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 생겨 좋다”고 말했다. 돌봄 시간 연장을 위해 우수 돌봄 교사 156명을 새로 채용했다. 오후 6시 이후에도 시간제 돌봄 교사 2명씩은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인원을 충원했고, 센터장이나 상근 돌봄 교사가 상주하며 아이를 돌보게 했다. 야간 돌봄을 시행할 경우 돌봄 교사 등에 대한 인건비가 늘어나는데, 평일 야간과 주말, 공휴일에 일할 인력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 시간당 1만5000원씩 최대 30만 원을 추가 지급하고 있다.● 소방서에 돌봄 공간 설치, 의용대원이 돌봐기존 돌봄 시설 운영 시간을 연장하는 것 외에도 지역사회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내 22개 소방서 내부에 돌봄 공간을 설치했다. 긴급 돌봄이 필요한 생후 3개월∼12세 이하 아동이 해당 공간을 24시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여성의용소방대원 421명이 돌봄 전문 교육을 받고 이 공간을 찾는 아이들을 돌본다. 지난해 어린이 1만5889명이 이용했다. 맞벌이, 한부모, 다자녀 대상 가구 부모가 일을 하는 동안 자녀가 아플 경우엔 무료로 긴급 병원 동행 서비스도 지원한다. 돌봄 시간이 길어진 만큼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8일 오후 찾은 구미시 가족행복플라자 공동육아나눔터에서는 ‘생크림 케이크 만들기’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었다. 나눔터에서 돌봄을 받는 초등학생 12명이 케이크 시트를 자르고 생크림을 짜면서 케이크를 만들고 있었다. 야간 돌봄에 초등생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이혜정 씨(43)는 “학원을 갔다 집에 바로 오면 아이들이 할 일 없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나눔터에 오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줌바 댄스, 과학 수업, 외국인 강사와 함께하는 문화 수업 등이 오후 6시 이후 진행된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돌봄 사각지대를 막기 위한 틈새 돌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충남도는 6개월∼5세 영유아를 대상으로 365일 24시간 긴급보육을 운영한다. 소득에 따라 시간당 1000∼4000원을 부담하면 이용할 수 있다. 광주시는 ‘삼삼오오 이웃집 긴급 돌봄’을 통해 0세부터 초등 6학년까지 자녀를 둔 가족들이 서로 야간에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모임별로 활동비를 지원한다.● 야간 돌봄 전국 확대… 예산 확보-사업 중복은 과제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야간 돌봄에 대한 수요는 전국적으로 높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7월 전국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를 이용하는 초등생 부모 2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야간 돌봄 수요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64.4%가 “긴급 상황에 대비해 오후 8시 이후에도 아동을 맡길 수 있는 공적 서비스 체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4명 중 1명(25.1%)은 “현재 오후 8시 이후 발생한 긴급 돌봄 공백을 메울 별도의 대안이 없다”고 했다. 부모들은 야간 돌봄 공백을 메우는 방안으로 기존 돌봄센터 연장 운영을 선호했다. 41.8%는 “오후 10시까지 돌봄센터를 2시간 연장 운영하는 것을 원한다”고 답변했다. 돌보미가 집에서 돌봄을 진행하는 재가 방문(28%)과 친척·이웃 돌봄 강화(24.1%), 밤 12시까지 센터 연장 운영(14.8%)이 뒤를 이었다. 현재 복지부가 담당하는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는 오후 1∼8시 운영을 원칙으로 하며, 교육부가 담당하는 초등 늘봄학교는 방과 후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 중이다.정부도 부산 아파트 화재로 인한 아동 사망사고 이후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야간에 발생하는 돌봄 사각지대를 메우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를 오후 10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방과 후 마을돌봄시설 야간 연장 돌봄 운영’ 시범사업을 확대한다. 대상 기관을 기존 218곳에서 350곳으로 늘린다. 이 중 300곳은 오후 10시까지 운영하고, 50곳은 밤 12시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이용 대상도 늘려 애초 야간 돌봄은 기존 이용자에게만 제공됐으나, 내년부터는 누구나 긴급 상황 시 이용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는 내년부터 아이돌봄서비스 야간 긴급수당을 신설했다. 부모가 야간 시간대에 급하게 외출해야 하는 경우 이용할 수 있도록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는 긴급 돌봄을 신설하고, 중위소득 75% 이하 저소득 가구에는 이용자 본인부담금 중 야간 할증 요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이돌보미에게는 야간 특화 긴급돌봄 수당 하루 5000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학부모 “돌봄 서비스 부처별 달라 혼선도”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신이 일하는 시간에 맞춰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는 “플랫폼 노동자 등 정형화되지 않은 근로 시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은데, 이들도 누군가의 부모”라며 “수요조사를 통해 돌봄 수요를 파악하고, 교통 요충지에 야간에도 운영하는 돌봄 시설을 지정하거나 야간에 아이돌보미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촘촘한 대책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산 효율화를 위해 중복으로 제공되고 있는 돌봄 서비스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복지부는 방과 후 마을 돌봄시설 야간 연장 운영을 위해 약 31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여가부도 아이 돌봄 야간 긴급수당으로 22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돌봄 서비스를 이용한 부모들은 “돌봄 서비스가 지자체별로, 부처별로 산재하다 보니 어떤 서비스를 신청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경북도 관계자는 “K보듬6000 사업을 진행하려면 부처 세 곳과 협의를 거쳐 예산을 각각 받아야 한다”며 “돌봄 사업을 하나로 묶어 추진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별로 돌봄 시설 편차가 크다 보니 지자체별로 맞춤형 돌봄을 제공하는 형태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구미=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25-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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