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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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06-22~2025-07-22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바쁜 삶 속에서 숨 쉴 공간 주는 음악 드립니다”

    “에이나우디의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면, 아마도 그 음악이 그의 곡인 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영국 일간 가디언)이탈리아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70)는 ‘음원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되는 클래식 음악가’로 꼽힌다. 잔잔하고 명상적인 그의 작품은 해마다 90억 회 이상 스트리밍되고 있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선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작품보다 인기가 많다.에이나우디가 8년 만에 내한한다. 4월 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인스피리언스’ ‘우나 마티나’ 같은 인기곡과 1월 발매된 새 앨범 ‘더 서머 포트레이츠’의 신곡들을 연주한다.그는 13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나의 음악은 특별한 경험들에서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은 어릴 때 지중해에서 보낸 여름의 기억이 바탕이 됐습니다. ‘익스피리언스’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책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제가 처음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며 만든 곡이죠.”에이나우디는 “내 음악은 삶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선언이다”라고도 말한 바 있다.“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숨 쉴 공간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데 제 음악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2016년 북극의 빙하 위에서 연주한 ‘북극을 위한 비가’로 중요한 환경적 메시지를 던졌지만, 그는 ‘예술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고 했다. “예술의 아름다움은 연약함에 있습니다. 세계에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 비전은 잘 이루어지지 않기도 합니다.”서정적이며 때로 감상적으로 들리는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확고한 조성(Tonalty·자연음계에 기반한 전통적 음악 체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쇼팽, 바흐, 슈만과 비틀스, 에미넴 등 다양한 음악가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화음이나 조성이 없다면 음악은 너무 추상적이 되겠죠. 조성이 음악의 기본이라는 말에 동의합니다. 조성을 사용하지 말자거나 뚜렷한 리듬을 피하자는 등의 규칙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이번 내한 공연에선 에이나우디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바이올린 첼로 타악기 아코디언 등의 반주 세션이 동반될 예정이다. 1577-5266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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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심포니 예술감독 데이비드 이, 오늘 취임 연주회

    지난달 서울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데이비드 이(38·사진)가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취임연주회를 연다. 메인곡은 브람스 교향곡 1번이며 피아니스트 이진상(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한다. 11일 만난 이 감독은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 드리는 한편으로 해외 투어 등 활동을 확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감독은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성악을 전공한 부모 아래 댈러스에서 성장했다. 2020∼2025년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를 지냈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에서 지휘봉을 들었다. 그는 “바로크 음악이나 고전주의 초기 음악의 ‘역사주의적’ 연주에 관심이 많다”며 “옛 음색과 연주법을 반영하는 시도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는 연 6회의 정기연주회와 찾아가는 음악회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야심 차게 기획한 정기연주회가 12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모차르트 ‘레퀴엠(진혼미사곡)’ 공연이다. 합창곡을 비롯한 성악곡은 이 감독의 음악적 유전자에 깊이 각인돼 있다. 그의 부친은 노스텍사스대에서 합창지휘 박사를 받은 이충한 안양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다. 동생은 오보이스트 이주빈(캐나다 밴쿠버심포니오케스트라 오보에 수석)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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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클래식感]‘쇼생크 탈출’의 그 목소리, 마티스와의 고별

    은행 간부 앤디는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교도관들의 세금을 관리해 주며 도서관을 관리하게 된 앤디는 정부에 편지를 보내 몇 가지 물품을 기증받는다. 받은 물건 중에는 음반 몇 장이 있었다. 앤디는 방송실 문을 걸어 잠그고 받은 음반을 틀어놓는다. 간수들은 문을 열라며 협박하지만 아름다운 노래는 교도소 안에 울려 퍼진다. 앤디와 친한 죄수 레드는 이렇게 말한다. “그 목소리들은 회색 공간에 있는 그 누구도 감히 꿈꾸지 못할 만큼 높고 멀리 날아올랐다. 우리가 갇힌 새장으로 예쁜 새가 날아와 그 철창을 부순 것 같았다. 짧은 순간 동안 쇼생크의 모든 사람은 자유를 느꼈다.” 팀 로빈스(앤디 역)와 모건 프리먼(레드 역)이 출연한 1994년 영화 ‘쇼생크 탈출’의 내용 일부다. 영화에서 교도소 안에 울려 퍼진 두 여인의 노래는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3막에 나오는 이중창 ‘산들바람이 불고(Sull’aria)’다. 수산나 역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 백작 부인 역 소프라노 군둘라 야노비츠가 노래한 1968년 음반이다. 영화가 나오고 한참이나 지나서야 TV로 이 장면을 보았다. 암울한 영화 배경과 대조되는 이중창의 감동에 대해 여러 차례 들은 뒤였기 때문에 나만의 특별한 감흥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너무도 잘 부르는구나’라는 느낌과, ‘이 영화로 더 많은 사람이 성악적(오페라) 발성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일이 기억난다. 두 사람 중 먼저 나의 우상이 된 사람은 야노비츠였다. 베버 오페라 ‘마탄의 사수’와 오르프의 칸타타 ‘카르미나 부라나’ 음반을 통해 접한 청초한 목소리는 황홀할 정도였다. 마티스의 노래에 빠져든 것은 대학 시절 학생회관 음악감상실 부스에 있던 슈만 ‘여인의 사랑과 생애’ 음반 덕이었다. 그 목소리는 샘물처럼 맑았고, 차분하면서도 이지적인 해석이 이 가곡집 속 감정의 굴곡을 호소력 있게 그려 나갔다.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 소프라노인 그 에디트 마티스를 만난 것은 2010년의 일이었다. 이해 ‘LG와 함께하는 제6회 서울 국제음악콩쿠르’에는 성악 팬들이라면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전설적인 성악가가 세 사람이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탈리아 바리톤인 레나토 브루손과 이탈리아 메조소프라노 피오렌차 코소토, 그리고 마티스였다. 브루손이 코소토보다 한 살 아래, 마티스는 브루손보다 두 살 아래였다. 두 이탈리아인은 적극적으로 여러 얘기를 쏟아냈지만 마티스는 대체로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 두 사람의 얘기에 공감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스트리아 빈 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그에게 한국 학생들에 대한 인상을 묻자 ‘한국 학생들은 유학 생활 초반에 외국어 발음을 익히는 데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하지만 이 과정을 지나면 언제든지 최고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성악가로 살면서 겪은 기억나는 일을 묻자 브루손은 모나코에서 스태프로부터 욕을 들은 뒤 화가 나서 그를 경찰서에 끌고 갔고, 공연 날 모나코 군주인 레니에 3세 공과 부인 그레이스 켈리의 초대를 받고 사과를 들은 일을 떠올렸다. 코소토는 나폴리에서 오페라에 출연했을 때 금장식 대신 목에 건 초콜릿이 녹아 옷을 더럽힌 일을 웃음 섞어 회상했다. 마티스는 ‘그다지 떠오르는 일이 없는데…’라며 예의 미소만 보였다. 이지적인 해석과 순수한 목소리뿐 아니라 큰 눈망울과 짧은 머리로 ‘오페라의 오드리 헵번’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마티스는 2000년 임헌정 지휘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말러 교향곡 4번의 협연자로 한국 팬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가 이달 9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87세 생일을 이틀 앞두고였다. ‘이렇게 위대한 가수들의 시대가 저문다’며 비감에 젖을 생각은 없다. 작곡가 말러와 산책하던 브람스가 작곡계의 새 조류에 대해 불평하자 젊은 말러는 ‘선생님, 저기 냇물에 마지막 물결이 내려오네요’라는 말로 도발했다. 마지막 물결이 어디 있겠는가. 의욕이 충만하고 잘 준비된 새로운 세대가 계속해서 뒤를 이을 것이다. 브루손과 코소토가 멋진 만년을 보내기 바란다. 마티스의 명복을 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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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비드 이 “브람스 교향곡 1번으로 취임 인사 드립니다”

    지난달 서울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데이비드 이(38)가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취임연주회를 연다. 메인곡은 브람스 교향곡 1번이며 피아니스트 이진상(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한다. 11일 만난 이 감독은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는 한편으로 해외 투어 등 활동을 확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이 감독은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성악을 전공한 부모 아래 댈러스에서 성장했다. 2020~2025년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를 지냈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에서 지휘봉을 들었다. 그는 “바로크 음악이나 고전주의 초기 음악의 ‘역사주의적’ 연주에 관심이 많다”며 “옛 음색과 연주법을 반영하는 시도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는 연 6회의 정기연주회와 찾아가는 음악회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야심차게 기획한 정기연주회가 12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모차르트 ‘레퀴엠(진혼미사곡)’ 공연이다. 합창곡을 비롯한 성악곡은 이 감독의 음악적 유전자에 깊이 각인돼 있다. 그의 부친은 노스텍사스대에서 합창지휘 박사를 받은 이충한 안양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다. 동생은 오보이스트 이주빈(캐나다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 오보에 수석)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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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악가는 마음 여는 열쇠 쥔 사람… 잊을 수 없는 밤 선사”

    ‘현역 최고의 드라마티코(극적) 테너’로 불리는 요나스 카우프만(사진)이 10년 만의 내한 무대를 연다. 다음 달 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슈만, 리스트, 브람스 등의 가곡을 ‘가곡 반주의 모범’으로 불리는 헬무트 도이치의 피아노 반주로 노래한다. 7일에는 푸치니, 베르디 등의 오페라 아리아를 요헨 리더 지휘 수원시립교향악단 반주로 수놓는다. 독일 뮌헨 출신인 카우프만은 1994년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런던 로열 오페라, 밀라노 라 스칼라 등 세계 대표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 테너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성악가는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손에 쥔 사람”이라며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레퍼토리에 도전한다”고 말했다.―독일어가 모국어이니 독일 가곡의 가사를 더 생생히 이해할 듯합니다.“원어민인 저로서는 시가 주는 색채와 뉘앙스를 이해하고 노래로 ‘번역’하는 것이 더 수월합니다. 독일 가수가 그 노래와 시에 자동으로 더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갖게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독일 가곡을 사랑하고 훌륭하게 해석한 유명한 비독일어권 가수들도 많습니다. 제 경우에는 이번 공연의 반주자인 헬무트 도이치가 가곡에 대한 사랑을 일깨워줬습니다. 도이치는 뮌헨국립음대에서 제 가곡 스승이었습니다.”―오페라에 출연할 때와 리사이틀에 나설 때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가곡 리사이틀은 더 많은 색채와 뉘앙스, 미묘한 다이내믹(강약 대비)을 다루며 정교한 해석을 해야 합니다. 오페라는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밤을 선사하기 위해 세트, 조명, 무대 연출, 오케스트라, 지휘자, 동료 가수, 합창단 등 좋은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야 하죠.”―모차르트부터 바그너까지 매우 넓은 레퍼토리를 노래해 왔습니다. 끊임없이 다른 역할에 도전하는 동기는 무엇인가요.“다양한 레퍼토리를 탐구하는 것은 성악가가 유연성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가사 전달과 스타일 면에서도 그렇습니다. 5, 6개의 배역만 가지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하는 것은 지루한 일이겠죠. 가장 감미로운 자장가부터 베르디 ‘오텔로’의 광기 어린 절규까지 목소리를 여러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좋아합니다.”―오늘날에도 사람들이 오페라를 즐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오페라는 가장 정교한 예술 형식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죠. 오페라가 최고의 정점에 이르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집니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적은 사람도 오페라 선율을 듣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을 것입니다. 푸치니 ‘투란도트’의 아리아 ‘잠들지 말라’가 초연 100년이 돼 가는 지금도 여전히 강렬한 감동을 주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오페라 가수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손에 쥐고 있습니다.”―예술가로서의 철학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셰익스피어의 말을 인용하겠습니다. ‘항상 자신에게 충실하라’.”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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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너 카우프만 “성악가는 마음 여는 열쇠를 쥔 사람”

    현역 최고의 드라마티코(극적) 테너로 불리는 요나스 카우프만이 10년 만의 내한 무대를 연다. 3월 4일에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슈만, 리스트, 브람스 등의 가곡을 ‘가곡 반주의 모범’으로 불리는 헬무트 도이치의 피아노 반주로 노래하고, 3월 7일에는 푸치니, 베르디 등의 오페라 아리아를 요헨 리더 지휘 수원시립교향악단 반주로 수놓는다. 독일 뮌헨 출신인 카우프만은 1994년 오페라 무대에서 데뷔한 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런던 로열 오페라, 밀라노 라 스칼라 등 세계 대표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 테너로 인기몰이중이다.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성악가는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손에 쥔 사람’이라며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레퍼토리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독일어가 모국어이니 독일 가곡의 가사를 더 생생히 이해할 듯합니다.“원어민인 저로서는 시가 주는 색채와 뉘앙스를 이해하고 노래로 ‘번역’하는 것이 더 수월합니다. 독일 가수가 그 노래와 시에 자동으로 더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갖게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독일 가곡을 사랑하고 훌륭하게 해석한 유명한 비독일어권 가수들도 많습니다. 제 경우에는 이번 공연의 반주자인 헬무트 도이치가 가곡에 대한 사랑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도이치는 뮌헨 국립음대에서 제 가곡 스승이었습니다.”―오페라에 출연할 때와 리사이틀에 나설 때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가곡 리사이틀은 더 많은 색채와 뉘앙스, 미묘한 다이내믹(강약대비)를 다루며 정교한 해석을 해야 합니다. 오페라는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밤을 선사하기 위해 세트, 조명, 무대 연출, 오케스트라, 지휘자, 동료 가수, 합창단 등 좋은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야 하죠.”―모차르트부터 바그너까지 매우 넓은 레퍼토리를 노래해 왔습니다. 끊임없이 다른 역할에 도전하는 동기는 무엇인가요?“다양한 레퍼토리를 탐구하는 것은 성악가가 유연성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가사 전달과 스타일 면에서도 그렇습니다. 5~6개의 배역만 가지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하는 것은 지루한 일이겠죠. 가장 감미로운 자장가부터 베르디 ‘오텔로’의 광기 어린 절규까지 목소리를 여러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좋아합니다.”―오늘날에도 사람들이 오페라를 즐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오페라는 가장 정교한 예술 형식일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죠. 오페라가 최고의 정점에 이르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집니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적은 사람도 오페라 선율을 듣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을 것입니다. 푸치니 ‘투란도트’의 아리아 ‘잠들지 말라’가 초연 100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강렬한 감동을 주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오페라 가수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손에 쥐고 있습니다.”―예술가로서의 철학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셰익스피어의 말을 인용하겠습니다. ‘항상 자신에게 충실하라’.”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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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프라노 박성은 ‘네이플스 성악 콩쿠르’ 1등상

    소프라노 박성은(루나 박·사진)이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열린 ‘루치아노 파바로티 재단 오페라 네이플스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1등상을 수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대회에는 세계 성악가 약 400명이 지원했으며, 8명이 결선에 올랐다. 박성은과 함께 줌후르 고르군(터키·베이스), 류밍하오(중국·테너), 시모나 젱가(캐나다·메조소프라노) 등이 1등상을 받았다. 올해 처음 열린 네이플스 국제 성악 콩쿠르는 전설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가 1981년 필라델피아에서 창설했던 루치아노 파바로티 콩쿠르를 부활시킨 대회다. 박성은은 계원예고―연세대 성악과―뉴욕 매니스음대 석사 과정을 거쳐 줄리아드음악원 연주자 과정에 재학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퐁 콩쿠르 뉴욕 지부에서 우승했고, 뉴욕 커리어 브리지 국제 콩쿠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번 수상으로 오페라 네이플스, 이탈리아 모데나 파바로티 극장, 보카 예술 축제 등과 1만 달러(약 1450만 원) 이상의 공연 계약을 확보하는 특전을 얻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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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르웨이 멜로디 흐르는… 눈 내리는 밤 느껴보세요”

    “그리그의 음악에는 노르웨이의 풍경에서 나오는 환상적인 멜랑콜리가 있어, 우리 북쪽 사람들의 마음을 매혹시킨다.”(표트르 차이콥스키) 피아니스트 아이자와 지하루가 노르웨이 작곡 거장 에드바르 그리그의 피아노 소품집인 서정소곡집 전곡(66곡) 앨범(사진)을 최근 발매했다. 서정소곡집은 그리그가 21세 때부터 58세 때까지 37년 동안 쓴 피아노곡을 모은 작품집이며 ‘그리그 내면의 일기장’으로 불린다. 아이자와는 피아니스트 박종훈과 슬로바키아 음악축제에서 만나 사랑을 꽃피운 뒤 러시아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라자르 베르만 문하에서 함께 수학했다. 2001년 이탈리아 발티도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박종훈과 결혼한 뒤엔 한국과 유럽을 무대로 각자 활동하는 한편 부부 피아니스트 ‘듀오 비비드’로 공연과 음반 활동을 이어 왔다. 새 앨범은 유튜브와 애플뮤직을 비롯한 대부분 음원 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다. 남편 박종훈을 통해 이메일 인터뷰에 응한 아이자와는 “그리그 서정소곡집에는 아름답고 흥미로우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적인 작품들이 많이 있고 전통적인 노르웨이의 리듬과 멜로디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66곡 전부를 담은 앨범은 적어서 저는 전곡을 녹음해 보기로 했습니다.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이었지만 도전적인 일이기도 했죠.” 그는 전곡 녹음 작업이 “어렵지 않지만 어려웠다”고도 했다. “대부분의 작품이 짧고 기술적으로 높은 난도를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작품들의 핵심인 정신적 풍경과 민속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일이 늘 쉽지는 않았습니다.” 66곡 중 ‘트롤하우겐의 결혼식’은 노르웨이 풍경을 소개하는 여행 동영상 등에 단골로 삽입되는 친숙한 곡이다. ‘난쟁이 요정들의 춤’은 디즈니 초기 애니메이션 ‘실리 심포니’에 쓰이는 등 널리 알려졌다. 아이자와는 개인적으로 ‘멜로디 작품 47-3’을 좋아한다고 했다. “저는 일본 홋카이도 출신이에요. 눈 내리던 고요한 겨울밤에 거리를 걸어 내려가던 기억을 이 작품이 되살려 줍니다.” 66곡 중 마지막 곡인 작품 71-7에서는 첫 곡인 작품 12-1 ‘아리에타’에 들어있는 멜로디가 회상된다. “앨범을 죽 들으며 마지막 곡에서 첫 곡에 나온 멜로디를 느끼게 되면 마음속에 형언할 수 없는 따뜻함을 느끼게 될 겁니다.” 그는 “친구인 첼리스트 레오나르도 사페레가 트롤하우겐에 있는 그리그의 집에서 창문을 통해 풍경을 바라보면서 그의 음악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연주를 통해 느껴본 그곳에 곧 가보고자 한다”고 전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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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내리는 겨울밤 거리를 걷는 기분, 함께 느껴요”

    “그리그의 음악에는 노르웨이의 풍경에서 나오는 환상적인 멜랑콜리가 있어, 우리 북쪽 사람들의 마음을 매혹시킨다.”(표트르 차이콥스키)피아니스트 아이자와 치하루가 노르웨이 작곡 거장 에드바르드 그리그의 피아노 소품집인 서정소곡집 전곡(66곡) 앨범을 최근 발매했다. 서정소곡집은 그리그가 21세 때부터 58세 때까지 37년 동안 쓴 피아노곡을 모은 작품집이며 ‘그리그 내면의 일기장’으로 불린다.아이자와는 피아니스트 박종훈과 슬로바키아 음악축제에서 만나 사랑을 꽃피운 뒤 러시아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라자르 베르만 문하에서 함께 수학했다. 2001년 이탈리아 발 티도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박종훈과 결혼 뒤엔 한국과 유럽을 무대로 각자 활동하는 한편, 부부 피아니스트 ‘듀오 비비드’로 공연과 음반 활동을 이어 왔다. 새 앨범은 유튜브와 애플뮤직을 비롯한 대부분 음원 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다.남편 박종훈을 통해 이메일 인터뷰에 응한 아이자와는 “그리그 서정소곡집에는 아름답고 흥미로우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적인 작품들이 많이 있고 전통적인 노르웨이의 리듬과 멜로디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66곡 전부를 담은 앨범은 적어서 저는 전곡을 녹음해보기로 했습니다.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이었지만 도전적인 일이기도 했죠.”그는 전곡 녹음 작업이 “어렵지 않지만 어려웠다”고도 했다. “대부분의 작품이 짧고 기술적으로 높은 난도를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작품들의 핵심인 정신적 풍경과 민속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일이 늘 쉽지는 않았습니다.”66곡 중 ‘트롤하우겐의 결혼식’은 노르웨이 풍경을 소개하는 여행 동영상 등에 단골로 삽입되는 친숙한 곡이다. ‘난장이 요정들의 춤’은 디즈니 초기 애니메이션 ‘실리 심포니’에 쓰이는 등 널리 알려졌다. 아이자와는 개인적으로 ‘멜로디 작품 47-3’을 좋아한다고 했다.“저는 일본 홋카이도 출신이에요. 눈 내리던 고요한 겨울밤에 거리를 걸어 내려가던 기억을 이 작품이 되살려 줍니다.” 66곡 중 마지막 곡인 작품 71-7에는 첫 곡인 작품 12-1 ‘아리에타’에 들어있는 멜로디가 회상된다. “앨범을 죽 들으며 마지막 곡에서 첫 곡에 나온 멜로디를 느끼게 되면 마음속에 형언할 수 없는 따뜻함을 느끼게 될 겁니다.”그는 “친구인 첼리스트 레오나르도 사페레가 트롤하우겐에 있는 그리그의 집에서 창문을 통해 풍경을 바라보면서 그의 음악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연주를 통해 느껴본 그곳에 곧 가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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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 배동진 曲으로 9일 연주회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단장 이건용)이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제22회 정기연주회를 연다. ‘배동진의 합창음악’이란 제목으로 김홍수 상임지휘자(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 교수)가 지휘를, 정이와 상임반주자가 반주를 맡는다. 5부로 구성된 이번 연주회는 제목대로 작곡가 배동진(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합창곡들이 중심이 된다. 1부에서는 ‘신고산 타령’ 등 여러 지역의 민요를 노래한다. 2부에서는 도종환 시 ‘바람이 오면’ 등 배동진이 한국 현대시에 붙인 노래를, 3부에서는 ‘새야새야 파랑새야’ 등 한국 전통시에 붙인 노래들을 선보인다. 4부에선 배동진의 제자들 작품을, 5부에서는 ‘Lux Aeterna(영원한 빛)’ ‘O Magnum Mysterium(오 위대한 신비여)’ 등 배동진의 무반주 성가를 소개한다. 작곡가 배동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작곡과와 오스트리아 그라츠음대를 졸업했으며 화음챔버오케스트라와 서울챔버오케스트라 전속 작곡가를 지냈다.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은 1996년 고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총장이 창단했다. 정기연주회 외 일본 및 필리핀과의 교류 연주, 서울국제음악제 출연, 한국작곡가 초청 연주 시리즈 등을 펼치고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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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차르트 연주 인정받게 돼 행운… 내년부턴 브람스-베토벤 탐구”

    젊은 피아니스트에 대한 팬덤 경쟁이 유독 치열한 일본에서 최근 우뚝한 존재감을 과시해 온 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27·사진)가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후지타는 2023년 체코 필하모닉 내한연주회에서 드보르자크의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하며 처음 한국팬들 앞에 선 바 있다. 이번 첫 내한 단독 무대에선 스크랴빈의 전주곡 24곡 전곡과 환상곡 Op.28, 쇼팽의 전주곡 24곡 전곡을 연주한다. 후지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준우승했고, 2021년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과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일본 자본이 모체인 이 회사가 일본 피아니스트를 전속 아티스트로 영입한 것은 처음이었다. 후지타는 일반 중학교를 다닌 뒤 도쿄음악대학 부속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음악에 정진하게 됐다. 일본은 대학까지 일반 전공을 택하며 음악의 길을 병행하는 연주가가 적잖다. 그는 최근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에선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가 대체로 더 이르다고 들었다. 콩쿠르에서도 어릴 때부터 집중적인 음악 교육을 받은 연주자들을 많이 만났다”며 “조기 교육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콩쿠르 같은 경쟁에서 결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 메인 레퍼토리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후지타는 모차르트 연주로 정평이 나 ‘동양의 모차르트’라는 별명도 있다. “협주곡 공연을 할 때는 절반 이상 모차르트 협주곡을 연주해요. 그가 27곡이나 되는 협주곡을 남긴 게 다행이죠. ‘모차르트는 내가 잘하는 분야’라는 기준을 인정받게 됐으니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부터는 브람스, 베토벤 등 독일어권 작곡가들의 작품들에 집중하고 그 뒤 프랑스 작곡가들을 탐구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연주하는 쇼팽과 스크랴빈의 24개 전주곡은 일종의 ‘평행 세계’ 같은 느낌을 준다. “쇼팽은 바흐의 ‘전주곡과 푸가’에서 24개 조성(調性)의 순환에 대한 영감을 받았죠. 스크랴빈도 쇼팽의 음악에 영향을 받아 전주곡집을 작곡했습니다. 두 작품 사이에는 60년 가까운 차이가 있고 음악적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졌죠. 두 작곡가의 음색, 화성, 곡의 전개 방식 등 다양한 측면을 비교하며 들어 보시면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후지타는 “2019년 다른 부문 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자 3명과 함께 처음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콘서트를 가진 적이 있다”며 “한국 관객의 집중력이 높고 매우 열정적이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회상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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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기 집중 음악교육, 경쟁에 필수적인 건 아니죠”

    젊은 피아니스트에 대한 팬덤 경쟁이 유독 치열한 일본에서 최근 우뚝한 존재감을 과시해온 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27)가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후지타는 2023년 체코 필하모닉 내한연주회에서 드보르자크의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하며 처음 한국팬들 앞에 선 바 있다. 이번 첫 내한 단독 무대에선 스크랴빈의 전주곡 24곡 전곡과 환상곡 Op.28, 쇼팽의 전주곡 24곡 전곡을 연주한다.후지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분에서 준우승했고, 2021년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과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일본 자본이 모체인 이 회사가 일본 피아니스트를 전속 아티스트로 영입한 일은 처음이었다.후지타는 일반 중학교를 다닌 뒤 도쿄음악대학 부속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음악에 정진하게 됐다. 일본은 대학까지 일반 전공을 택하며 음악의 길을 병행하는 연주가들이 적잖다. 그는 최근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에선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가 대체로 더 이르다고 들었다. 콩쿠르에서도 어릴 때부터 집중적인 음악 교육을 받은 연주자들을 많이 만났다”며 “조기 교육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콩쿠르 같은 경쟁에서 결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이번 무대 메인 레퍼토리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후지타는 모차르트 연주로 정평이 나 ‘동양의 모차르트’라는 별명도 있다. “협주곡 공연을 할 때는 절반 이상 모차르트 협주곡을 연주해요. 그가 27곡이나 되는 협주곡을 남긴 게 다행이죠. ‘모차르트는 내가 잘하는 분야’라는 기준을 인정받게 됐으니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부터는 브람스, 베토벤 등 독일어권 작곡가들의 작품들에 집중하고 그 뒤 프랑스 작곡가들을 탐구할 예정입니다.”이번에 연주하는 쇼팽과 스크랴빈의 24개 전주곡은 일종의 ‘평행 세계’같은 느낌을 준다. “쇼팽은 바흐의 ‘전주곡과 푸가’에서 24개 조성(調性)의 순환에 대한 영감을 받았죠. 스크랴빈도 쇼팽의 음악에 영향을 받아 전주곡집을 작곡했습니다. 두 작품 사이에는 60년 가까운 차이가 있고 음악적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졌죠. 두 작곡가의 음색, 화성, 곡의 전개 방식 등 다양한 측면을 비교하며 들어보시면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후지타는 “2019년 다른 부문 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자 3명과 함께 처음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콘서트를 가진 적 있다”며 “한국 관객의 집중력이 높고 매우 열정적이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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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편견-차별 만연한 사회, ‘주류’의 삶은 안녕할까요

    최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력한 반(反)이민자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요즘 서울에서 벌어지는 극우 집회에 가면 중국인을 겨냥한 위협적인 구호들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세계는 다시 문을 닫아걸고, 나라마다 사회 속 ‘이질적’ 구성원들을 향한 따돌림이 난무한다. 인종에서도, 신분에서도, 성적 정체성에서도 이 사회의 주류인 ‘나’는 마냥 마음 편히 지내도 괜찮은 걸까. 재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앞서 제러미 리프킨, 재러드 다이아몬드 등에게 팬데믹 사태 이후 인류의 미래와 생존 전략을 질문한 책 ‘오늘부터의 세계’ ‘내일의 세계’ 등을 펴냈다. 이번 책에서는 20여 년 동안 이민자라는 소수자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 사회 곳곳에 스며든 ‘인간 차별’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경계인들이 느끼는 소외와 불합리를 전하고, 사회와 국가의 보호 책임을 묻는다. 저자에 따르면 차별이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주류사회의 일원도 행복할 수 없다. “나의 안녕은 타인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사다리를 건네며 보장되는 것이다.” 흑인 미군을 아빠로 두고 한국에서 태어난 한 여자아이는 미국에 건너가 한인 교회에서 ‘다른 나라 사람과 연애하면 하나님을 배반하는 것’이라는 설교를 듣는다. “섞인 사람은 죄인인가?” 어린 그에게 상처로 남은 질문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아나스타샤는 한국어를 잘해서 다른 중앙아시아 출신들에게 도움을 준다. “한국어를 잘하면 일단 대우가 바뀌어요. 그리고 내 이름을 들으면 어김없이 깜짝 놀라죠.” 그는 한국 사회에서 한국어 능력은 ‘황금 반지’라고 말한다. 어느 날 저자의 딸이 미국 학교 연극에서 인디언 역을 맡게 됐다며 환한 얼굴로 돌아왔다. 인디언이 입는 무대 의상은 마음대로 종이에 그림을 그려 장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또 인디언 역이냐고 물었더니 모두 아시아계 아이들이었다. 모두 비중이 큰 역할은 아니었다. 당시엔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저자는 “왜 나는 인디언 역을 딸의 마음가짐에 맞게 멋지게 꾸며줄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라고 회상한다. ‘단일민족’이라는 순혈성은 오랫동안 한국인에게 자부심의 일부였다. 저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에 온 고려인 피란민들에 대해 언급한다. 우크라이나 피란민 65만 명을 수용한 루마니아는 1인당 월 20만 원을 3개월 동안 지급하고, 의료와 교육 서비스를 지원하며 민간 시설도 개방해 살게 했다. 한국에 온 고려인 피란민 약 3000명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이렇다 할 지원을 하지 않았다. 2018년 내전으로 삶이 풍비박산 난 예멘인 484명이 난민 신청을 했지만 3명만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나머지는 불안정한 처지로 한국 사회의 밑바닥에서 힘겨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은 이주노동자만 약 130만 명, 주민등록인구의 약 4%가 외국인이다. 이들이 없으면 우리 사회는 멈춘다. 대한민국은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 열려 있는가.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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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사랑에 빠진 나무, 보신 적이 있나요

    “숲은 미생물, 곤충, 새, 포유류, 식물의 보금자리다. 벌 한 마리, 늑대 한 마리도 꿈꾸거나 죽을 권리가 있으며 경이로운 삶을, 나름의 독특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아일랜드 출신 식물학자인 저자는 숲을 중심으로 하는 지구 생태계 복원을 외치며 ‘나무의 제인 구달’로 불려 왔다. 이 책에는 숲의 생물다양성, 약용식물, 꽃, 기후변화, 나무의 성생활까지 40편의 에세이를 담았다. 연재물을 모은 느낌이지만 일관되고 탄탄한 주제의식으로 묶여 있으며 불필요한 중복은 거의 찾기 힘들다.제목 ‘세계숲’은 신화 세계에서 세상을 떠받치는 나무 ‘세계수(世界樹)’에 빗댄 표현이다. 지구가 하나의 유기체라는 ‘가이아’ 이론을 떠올리게 하지만, 책 전체에 있어서 의심스러운 신비주의적 관점이 불거지지는 않는다. 북아메리카 토착민이나 고대 켈트 전통의 숲에 대한 통찰이 인용되기도 하지만 상징적 차원에 그친다. 오히려 지질학부터 물리학, 화학, 의학, 영양학에 이르는 치밀하고 상세한 과학적 접근이 책을 풍요롭게 한다.동물의 색이 피의 붉은색이라면 나무의 색은 초록색이다. 동물의 혈색소와 나무의 엽록소는 쌍둥이 자매 분자로서 손을 맞잡고 지구 위의 생명들을 빚어낸다. 햇살이 주는 풍요로움은 식물의 빛 수용체에 의해 생명들에게 전달된다.숲은 은혜롭게 풍요롭다. 각각의 나무 종마다 40여 종의 곤충을 먹여 살린다. 나무의 수액은 달콤하다. 다람쥐가 껍질을 벗기고 수액을 맛본다. 벗겨낸 상처에는 굳은살이 박이지만 상처 입은 나무는 열매를 더 많이 맺는다. 다람쥐는 견과를 먹고, 그들의 상위 포식자인 몸집 큰 동물들도 찾아온다. 큰 짐승들은 씨앗을 멀리 퍼뜨리며 생태계에 기여한다.숲은 치유의 공간이기도 하다. 숲이 뿜어내는 성분은 유해 미생물을 막아주며 공기 오염으로 고통받는 인간을 지켜줄 최후의 방벽이 된다. 새들은 딱총나무 열매를 먹고 시력을 유지한다. 북아메리가 원주민은 산사나무 열매를 따먹고 심장 건강을 지켰다. 늑대와 코요테도 본능적으로 자기에게 필요한 약 성분을 숲에서 찾아낸다.저자는 나무들이 ‘얘기한다’거나 ‘환경을 의식한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식물들의 상호작용은 때로 동물들과 유사하다. 어떤 나무는 위기가 닥치면 초저음을 발하며 주변에 정보를 공유한다. 이성을 유혹하는 나무의 변화는 때로 황홀할 정도로 다채롭다.저자가 얘기하는 ‘세계숲’은 우리가 상상하는 빽빽한 삼림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초원과 사바나, 바다를 아우른다. 단세포 생물로 이뤄진 ‘바다의 숲’이 세계 산소의 절반을 만들어낸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숲에서도 벌과 나비, 이끼, 버섯까지 사소해 보이는 모든 생물들이 각각의 장에서 주인공이 된다.큰 숲이나 나무 한 그루를 온전히 표현한 도판은 의외로 이 책에 없다. 그러나 여러 나무와 풀의 줄기, 열매, 꽃을 상세히 묘사한 다양한 그림들이 친절하게 설명을 도우면서 잠시 쉬어갈 공간들까지 제공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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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세 ‘빨간 양말 첼리스트’ 한재민, 89세 지휘자 인발과 내일 무대에

    ‘89세 지휘자와 19세 첼리스트의 협연.’ KBS교향악단이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엘리아후 인발 지휘, 첼리스트 한재민 협연으로 올해 정기연주회의 막을 연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두 세대를 넘는 70세이다. 이스라엘 출신인 인발은 2005년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지휘했고 2014∼2017년에는 매년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를 지휘했다. 2017년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내한공연도 지휘하는 등 한국 청중과 친숙하다. KBS교향악단과는 2023년 이후 2년 만의 만남이다. 그는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명문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를 역임했다.‘빨간 양말 첼리스트’로 알려진 한재민은 2021년 열다섯 살 나이로 루마니아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이듬해 윤이상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등 여러 국제 콩쿠르 1위를 휩쓸며 첼로계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2024년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2022년 명문 음반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DG)의 ‘라이징 스타’로 선정됐고, 지난해 다비트 라일란트 지휘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윤이상 첼로 협주곡 음반을 데카 레이블로 발매했다. 이번 공연 협연곡은 올해 서거 50주년을 맞은 구소련 작곡계 대표 거장 쇼스타코비치의 첼로협주곡 1번이다.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풍자와 냉소가 깃든 곡으로 특히 자신의 이름에서 딴 ‘DSCH 주제’가 1악장에서 활용되며 작곡가의 강한 자의식을 드러낸다. 콘서트 첫곡은 영화 ‘아마데우스’의 비극적인 시작 부분으로 친숙한 모차르트 교향곡 25번, 메인곡은 버르토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한다. KBS교향악단은 올해 열두 번의 정기연주회를 준비한다. 피에타리 잉키넨 음악감독의 임기는 지난해 말로 끝났고, 2022년 계관지휘자로 임명된 정명훈을 올해 중 신임 음악감독으로 임명하는 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명훈은 2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연주를 시작으로 올해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를 네 번 지휘한다. 올해 KBS교향악단 객원지휘자로는 2014∼2019년 이 악단 음악감독을 지낸 요엘 레비(3월 21일), 루체른 심포니 수석지휘자인 미하엘 잔데를링(5월 2일), 이탈리아 RAI 국립교향악단 수석지휘자인 안드레스 오로스코에스트라다(5월 22일),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를 지낸 마르쿠스 슈텐츠(7월 18일), 뉴질랜드 심포니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여성지휘자 제마 뉴(9월 25일), 미국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지낸 레너드 슬랫킨(11월 21일) 등이 눈에 띈다. 협연자로는 피아니스트 손민수(3월 21일),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5월 2일), 선우예권(6월 12일), 드미트리 시시킨(7월 18일), 후지타 마오(8월 29일), 바이올리니스트 레일라 요세포비치(5월 22일), 랜들 구스비(10월 17일)가 함께할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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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9세 지휘자와 19세 첼리스트…세대 뛰어넘은 예술적 교감

    ‘89세 지휘자와 19세 첼리스트의 협연’.KBS교향악단이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엘리아후 인발 지휘, 첼리스트 한재민 협연으로 올해 정기연주회의 막을 연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두 세대를 넘는 70살이다. 이스라엘 출신인 인발은 2005년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지휘했고 2014~2017년에는 매년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를 지휘했다. 2017년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내한공연도 지휘하는 등 한국 청중과 친숙하다. KBS교향악단과는 2023년 이후 2년 만의 만남이다. 그는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명문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를 역임했다.‘빨간 양말 첼리스트’로 알려진 한재민은 2021년 열다섯 살 나이로 루마니아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이듬해 윤이상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등 여러 국제 콩쿠르 1위를 휩쓸며 첼로계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2024년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2022년 명문 음반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DG)의 ‘라이징 스타’로 선정됐고, 지난해 다비드 라일란트 지휘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윤이상 첼로 협주곡 음반을 데카 레이블로 발매했다.이번 공연 협연곡은 올해 서거 50주년을 맞은 구소련 작곡계 대표 거장 쇼스타코비치의 첼로협주곡 1번이다.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풍자와 냉소가 깃든 곡으로 특히 자신의 이름에서 딴 ‘DSCH 주제’가 1악장에서 활용되며 작곡가의 강한 자의식을 드러낸다. 콘서트 첫곡은 영화 ‘아마데우스’의 비극적인 시작 부분으로 친숙한 모차르트 교향곡 25번, 메인곡은 버르토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한다.KBS교향악단은 올해 열두 번의 정기연주회를 준비한다. 피에타리 잉키넨 음악감독의 임기는 지난해 말로 끝났고, 2022년 계관지휘자로 임명된 정명훈을 올해 중 신임 음악감독으로 임명하는 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명훈은 2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연주를 시작으로 올해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를 네 번 지휘한다.올해 KBS교향악단 객원지휘자로는 2014~2019년 이 악단 음악감독을 지낸 요엘 레비(3월 21일), 루체른 심포니 수석지휘자인 미하엘 잔데를링(5월 2일), 이탈리아 RAI 국립교향악단 수석지휘자인 안드레스 오로스코에스트라다(5월 22일),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를 지낸 마르쿠스 슈텐츠(7월 18일), 뉴질랜드 심포니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여성지휘자 젬마 뉴(9월 25일), 미국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지낸 레너드 슬래트킨(11월 21일) 등이 눈에 띈다.협연자로는 피아니스트 손민수(3월 21일),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5월 2일), 선우예권(6월 12일), 드미트리 시쉬킨(7월 18일), 후지타 마오(8월 29일), 바이올리니스트 레일라 요제포비치(5월 22일), 랜들 구스비(10월 17일)가 함께 할 예정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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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밀하고 몽상적인 라벨 전곡, 조성진 음반에 실었다

    “라벨은 가장 완벽한 스위스 시계공과 같다.”(이고리 스트라빈스키) 정밀하고 명료하지만 몽상적이며 다채로운 이미지로 가득하다.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1875∼1937)에 대한 평가다. 올해 라벨 탄생 150주년을 맞아 세계 음악계가 그를 기리는 연주와 행사로 분주하다. 음반계가 가장 먼저 주목한 건 올해 30세가 되는 조성진이 17일 DG(도이체 그라모폰) 레이블로 내놓은 라벨 피아노곡 전곡 음반(사진)이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 ‘물의 유희’ ‘거울’ ‘밤의 가스파르’ ‘쿠프랭의 무덤’ 등 라벨이 피아노를 위해 쓴 작품 모두를 연대순으로 실었다. 관현악곡을 라벨이 피아노용으로 편곡한 ‘라 발스’는 싣지 않았다. 19일 온라인 화상회의로 열린 간담회에서 조성진은 “라벨은 완벽주의자였다”고 말했다. “모든 음악이 잘 짜여 있죠. 오케스트라적으로 피아노곡을 쓰려고 한 것 같아요. 성부마다 오케스트라의 어떤 악기를 재현하려 한 게 느껴지고, 대위법(여러 선율이 독립적이면서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하는 기법)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내는 게 놀랍습니다.” 그는 라벨 음악을 열한 살쯤 처음 접했다. “‘거울’ 중 ‘어릿광대의 아침 노래’를 선생님이 추천하셨죠. 베토벤이나 쇼팽과 완전히 달라서 새로운 세상 같았어요. 파리 유학 초반에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를 배웠는데, 지금도 연주할 때마다 파리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조성진은 라벨과 함께 프랑스 인상주의 양대 거장으로 불리는 드뷔시의 피아노곡 앨범을 2017년 발매했다. “드뷔시와 라벨이 어떻게 다른지도 이번에 보여주고 싶었어요. 드뷔시는 자유롭고 더 로맨틱한 면이 있죠. 라벨은 드뷔시보다 지적이고, 완벽주의자로서 자신이 원하는 걸 분명히 알았던 것 같아요.” 조성진은 25일 오스트리아의 빈 콘체르트하우스를 시작으로 라벨 리사이틀을 연다. 빈에 이어 뉴욕 카네기홀을 비롯한 미국에서, 4월부터는 유럽, 한국에서는 6월과 7월에 투어를 한다. “리히텐슈타인에서 먼저 이 프로그램으로 해봤는데 세 시간이 걸리더군요. 마지막 곡을 연주할 때는 정신이 혼미했는데(웃음), 하고 나니 굉장히 뿌듯했어요.” 그는 4월 11일 안드리스 넬손스 지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라벨 피아노협주곡 음반(피아노협주곡 G장조, 왼손을 위한 피아노협주곡)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 연주로는 라벨 전국 투어 외에는 12월 11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김선욱 지휘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협연한다. 그는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이고 (더 평범한)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이란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가족과 친구들이 건강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음악을 많은 관객들과 공유하고 맛있는 걸 먹는 데서 행복을 느껴요. 천재 작곡가들이 쓴 곡을 연주하면서 그들의 정신세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으니 피아니스트라는 직업도 정말 행복하죠.” 이번 앨범에 대해 음반전문지 ‘프레스토 뮤직’은 “조성진은 라벨의 명료함과 기하학적이고 고전적인 특성을 매력적이고 섬세하게 표현하며 생명력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귀족적이고 감상적인 왈츠는 귀족적인 면모를 더 부각하며 점잖고 품격 있는 신사를 떠올리게 한다. 차갑거나 기계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감정 또한 풍부하다”고 프레스토 뮤직은 덧붙였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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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벨 탄생 150주년 음반 낸 조성진 “지적인 완벽주의자”

    “라벨은 가장 완벽한 스위스 시계공과 같다.”(이고르 스트라빈스키)정밀하고 명료하지만 몽상적이며 다채로운 이미지로 가득하다.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1875~1937)에 대한 평가다. 올해 라벨 탄생 150주년을 맞아 세계 음악계가 그를 기리는 연주와 행사로 분주하다. 음반계가 가장 먼저 주목한 건 올해 30세가 되는 조성진이 17일 DG(도이체 그라모폰) 레이블로 내놓은 라벨 피아노곡 전곡 음반이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 ‘물의 유희’ ‘거울’ ‘밤의 가스파르’ ‘쿠프랭의 무덤’ 등 라벨이 피아노를 위해 쓴 작품 모두를 연대순으로 실었다. 관현악곡을 라벨이 피아노용으로 편곡한 ‘라 발스’는 싣지 않았다.19일 온라인 화상회의로 열린 간담회에서 조성진은 “라벨은 완벽주의자였다”고 말했다. “모든 음악이 잘 짜여져 있죠. 오케스트라적으로 피아노곡을 쓰려고 한 것 같아요. 성부마다 오케스트라의 어떤 악기를 재현하려 한 게 느껴지고, 대위법(여러 선율이 독립적이면서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하는 기법)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내는 게 놀랍습니다.”그는 라벨 음악을 열한 살 쯤 처음 접했다. “‘거울’ 중 ‘어릿광대의 아침 노래’를 선생님이 추천하셨죠. 베토벤이나 쇼팽과 완전히 달라서 새로운 세상 같았어요. 파리 유학 초반에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를 배웠는데, 지금도 연주할 때마다 파리의 추억이 떠오릅니다.”조성진은 라벨과 함께 프랑스 인상주의 양대 거장으로 불리는 드뷔시의 피아노곡 앨범을 2017년 발매했다. “드뷔시와 라벨이 어떻게 다른지도 이번에 보여주고 싶었어요. 드뷔시는 자유롭고 더 로맨틱한 면이 있죠. 라벨은 드뷔시보다 지적이고, 완벽주의자로서 자신이 원하는걸 분명히 알았던 것 같아요.”조성진은 25일 오스트리아의 빈 콘체르트하우스를 시작으로 라벨 리사이틀을 연다. 빈에 이어 뉴욕 카네기홀을 비롯한 미국에서, 4월부터는 유럽, 한국에서는 6월과 7월에 투어를 한다. “리히텐슈타인에서 먼저 이 프로그램으로 해봤는데 세 시간이 걸리더군요. 마지막 곡을 연주할 때는 정신이 혼미했는데(웃음), 하고 나니 굉장히 뿌듯했어요.”그는 4월 11일 안드리스 넬손스 지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라벨 피아노협주곡 음반(피아노협주곡 G장조, 왼손을 위한 피아노협주곡)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 연주로는 라벨 전국 투어 외에는 12월 11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김선욱 지휘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협연한다.그는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이고 (더 평범한)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이란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가족과 친구들이 건강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음악을 많은 관객들과 공유하고 맛있는 걸 먹는 데서 행복을 느껴요. 천재 작곡가들이 쓴 곡을 연주하면서 그들의 정신세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으니 피아니스트라는 직업도 정말 행복하죠.”이번 앨범에 대해 음반전문지 ‘프레스토 뮤직’은 “조성진은 라벨의 명료함과 기하학적이고 고전적인 특성을 매력적이고 섬세하게 표현하며 생명력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귀족적이고 감상적인 왈츠는 귀족적인 면모를 더 부각하며 점잖고 품격 있는 심사를 떠올리게 한다. 차갑거나 기계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감정 또한 풍부하다”고 프레스토 뮤직은 덧붙였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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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러 ‘부활’로 시즌 여는 서울시향… “10년 뒤 베를린 필이 우리 상대”

    “서울시향에 과거의 유산과 찌꺼기는 없습니다. 현재와 미래만 보고 갈 겁니다.”(정재왈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올해 창립 80주년과 재단법인화 20주년을 맞이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16, 1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말러 교향곡 2번 ‘부활’로 올 시즌을 시작한다.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지휘봉을 들고 프랑스 국립교향악단 등에서 ‘부활’ 공연에 출연해온 독일 소프라노 하나엘리자베트 뮐러와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중심으로 활약해온 캐나다 메조소프라노 태머라 멈퍼드가 협연한다.서울시향은 올해 이 곡과 2월 20일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말러 교향곡 7번을 음원으로 발매할 예정이다. KBS교향악단도 2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명훈 계관지휘자 지휘로 소프라노 황수미, 메조소프라노 이단비가 협연하는 말러 ‘부활’ 공연을 가질 예정이라 연초부터 국내 양대 오케스트라가 ‘말러 대결’에 나서는 셈이 됐다.지난해 10월 취임한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이사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비전을 밝혔다. 그는 ‘10년 뒤 우리의 상대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는 다소 과감한 목표를 공개했다. “허황된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대단한 성과를 나타내는 한국 아티스트들의 자양분을 활용하면 10년 뒤에는 충분히 겨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한국 아티스트 활용은 올해 정기공연 협연자에서도 드러난다. 도이체 그라모폰(DG) 소속으로 활동을 펼쳐온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10월 1, 2일 멘델스존 바이올린협주곡으로 서울시향과 처음 협연한다. 2015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7월 4일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독주자로 나선다.2021년 부소니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박재홍은 9월 25일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협주곡’을 협연한다. 판 츠베덴 감독이 주목한 ‘오징어 게임’ 음악 작곡가 정재일의 신작도 같은 무대에서 공개된다. 2023년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한 윤한결은 2024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세계 초연한 자신의 작품 ‘그리움’을 9월 12일 직접 지휘한다.북미 투어도 13년 만에 열린다. 10월 27일 미 뉴욕 카네기홀을 비롯해 미시간주 앤아버, 오클라호마주 등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김봄소리와 박재홍이 협연하고 작곡가 신동훈의 작품도 선보인다. 지난해 교향곡 1번으로 음원 발매를 시작한 말러 교향곡은 판 츠베덴 감독 임기 내 전곡을 발매하고 실물 음반(CD) 발매도 모색할 계획이다.정 대표는 이날 “단원 정년제 도입을 통해 오케스트라를 활력 있는 조직으로 바꾸겠다”며 “노조와 꾸준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에 대한 무고 혐의로 기소된 뒤 직위해제됐다가 지난해 5월 무죄 판결이 확정된 직원들에 대해서는 “서울시향 대표로서 지난일들에 아쉬움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안타까운 과정이었다”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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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윤석, ‘세계 하모니카 대회’ 심사위원 위촉… 한국 최초

    하모니시스트 이윤석(32·사진)이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독일 트로싱겐에서 열리는 세계 하모니카 대회(WHFWorld Harmonica Festival)에서 한국 최초로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세계 하모니카 대회는 1989년 시작돼 4년마다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하모니카 대회로 ‘하모니카의 올림픽’으로 불린다. 세계적인 하모니카 브랜드인 호너가 주관하며 세계 35개국 이상의 참가자와 방문객들이 콘서트, 세미나, 경연, 박람회를 즐길 수 있는 축제다.이윤석은 서울대 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한 뒤 노르웨이 음악원 최초 하모니카 전공으로 입학해 하모니시스트 지그문트 그로븐을 사사했다.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금호아트홀 등에서 지휘자 금난새와의 협연을 비롯해 인천시립교향악단, 성남시립교향악단 등과 협연했으며, 미국, 일본, 노르웨이, 싱가포르, 튀니지 등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쳐 왔다.이윤석은 “세계적인 거장들과 함께 심사에 참여하게 되어 책임감과 기쁨을 느낀다”며 “세계 하모니카인들과 교류하고 다양한 연주를 접할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하며 대회의 의미를 빛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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