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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이동통신 사업을 해온 이집트 통신업체 오라스콤이 11월 초부터 북한에서 서비스를 중단하고 완전 철수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북한과의 철수 절차 문제로 사업 중단 결정을 공식 발표하진 않았다고 일본 정보소식통들이 전했다. 오라스콤은 유엔의 대북제재와 미국의 압력이 강화되자 철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오라스콤은 2008년 2억 달러를 투자해 북한에 ‘고려링크’라는 이동통신 합작회사를 설립해 운영해 왔다. 고려링크 지분 75%는 오라스콤이, 나머지는 북한 체신성이 소유했다. 고려링크는 확장을 거듭해 현재 가입자가 3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라스콤은 현지에서 번 이익을 반출하지 못해 경영위기에 봉착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해 12월 “오라스콤이 북한에서 약 7년간 거둬들인 현금 수익만 6억5300만 달러(약 7087억 원)”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몇 년 전부터 오라스콤의 철수를 대비해 ‘별’이란 이름의 경쟁 이동통신사를 만들었다. 이 통신사는 북한 체신성과 태국 록슬리 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스타조인트벤처’로 알려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역사적 세제 개편안 통과가 목전에 다가왔다.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경제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는 세제 개편안 통과 표결은 미 상하원에서 19, 20일 사이 진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 법안은 중산층에 굉장한 크리스마스 선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의 내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산층과 일자리에 유익할 것”이라며 “이미 기업들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경제성장률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3%를 기록했다”며 “앞으로 4%, 5%, 심지어 6%까지도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5일 공화당 상하원 지도부가 최종 결정한 세제 개편안은 2018년부터 현행 3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1%로 낮추고 개인소득세율도 최고 39.6%에서 37.0%로 낮추기로 했다. 애초 법인세율을 20%로 낮추려 했지만 세수 감소를 우려해 반대했던 공화당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밥 코커 상원의원(테네시)을 설득하기 위해 21%로 바꾸었다. 두 상원의원은 법인세 1%포인트 인상과 노동계층 부양자녀 세액 공제 확대 등의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자 찬성으로 돌아섰다. 세제 개편안 하원 표결은 19일에 진행된다.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선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가장 큰 관문인 상원 표결은 19일 밤 또는 20일 진행될 예정이며 과반수가 찬성하면 통과된다. 민주당은 전원 반대해도 현재 의석수가 48석으로 공화당의 52석에 4석 뒤진다. 변수는 있다. 공화당 수전 콜린스(메인),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마이크 리 상원의원(유타)이 여전히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들 중 2명이 반대표를 던지면 개편안은 부결된다. 민주당은 조세 감면이 부자만 혜택 받고 중산층에 대한 혜택은 거의 없으며 향후 10년간 1조5000억 달러(약 1635조 원)의 세수 손실이 예상된다며 반대한다. 미국의 파격적 세제 개편안이 통과되면 선진국 기업들이 법인세가 낮은 미국으로 대거 몰려가 세계 경제에 연쇄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인건비가 급상승하고 있는 중국은 급격히 세계의 공장으로서 매력을 잃고 경제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이미 중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각국이 기업 이탈과 자금 유출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초비상이 걸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이 법인세율을 15%포인트 인하하고 한국이 반대로 3%포인트 인상할 경우 국내 투자 감소가 연간 14.3%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5.4% 감소하며 고용 감소 규모도 38만2000명에 이른다. 이 시나리오가 내년부터 당장 현실화된다. 한국은 5일 국회에서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대기업에 대한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끌어올리는 인상안을 이미 통과시켰다. 한편 세제 개편안 통과가 유력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바닥을 기고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지지율이 32%로 역대 대통령의 취임 1년 때와 비교해 가장 낮다고 16일 보도했다. 응답자의 52%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미국 상황이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경쟁국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새 국가안보전략(NSS)을 18일(현지 시간) 공식 발표한다고 로이터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당국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새 NSS는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미국의 경쟁국으로 규정할 것”이라며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라 행정부 내 대다수가 (중국을) 위협(threat) 또는 적수(adversary)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대외 전략을 밝히는 NSS가 ‘중국=경쟁국’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처음이다.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발표한 NSS에는 중국과의 관계를 ‘협력과 경쟁’으로 표현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하려는 데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집권 2기를 시작하면서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선언한 현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17일 일본 도쿄 강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새 NSS 작성에 9개월간 몰두했다. 북한의 행동에 근본적 책임이 있는 것은 중국이라고 적힐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정권은 미 국민이 중국의 경제 확장에 희생되는 것을 허용해 왔으며, 그 결과 미국이 중국의 ‘속국’처럼 돼 버렸다”며 새 NSS가 이러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지침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강경 입장을 천명하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협력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중 간 무역 전쟁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높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동해를 표류하던 북한 어민 3명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부산으로 오던 러시아 상선에 극적으로 구조돼 블라디보스토크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 한국 당국이 이들의 부산항 입항을 거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본보는 13일 북한 어민들이 처해 있던 긴박한 상황과 이들의 구조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단독 입수했다. 러시아 상선이 11일 오후 4시경 촬영한 이 동영상 속 생존 어민 3명은 물에 완전히 잠긴 목선의 앞쪽에 앉아 하체가 바닷물에 다 잠긴 채 추위에 떨고 있었다. 러시아 상선이 밧줄이 달린 구조장비를 내려 보내자 어민들은 사망한 동료의 시신부터 배에 올려 보냈다. 당초 이 배에는 4명이 타고 있었지만 한 명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사망한 것이다. 러시아 상선은 생존자 3명과 목선을 견인한 뒤 입항 예정지인 부산에 구조 동영상을 전송하면서 “구조한 북한 어민을 부산에 태워 가도 괜찮나”라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상선 측이 한국 관계당국에 구조 동영상을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한 관계자는 “한국 관계당국이 부정적인 답변과 함께 ‘선사가 알아서 처리하라’고 대답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러시아 상선은 배를 돌려 블라디보스토크로 돌아가 북한 어민들을 내려놓고 13일 저녁 도착 예정으로 부산으로 출발했다는 것이다. 부산 해경은 “러시아 상선에 구조된 선원들이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고 북한 측과 연락이 닿지 않자 선주 측이 회항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어선이 표류하다 떠내려가는 일본 해상에선 올해 80건 이상의 목선이 발견돼 기존 기록을 경신했다. 표류 선박에서 발견된 시신도 60구가 넘는다. 특히 11월에는 같은 기간 역대 최다인 28건이 발견됐다. 올해 북한 어선 표류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나 역대 최대치를 나타내는 것은 대북 제재로 식량난 등에 직면한 북한 당국이 수산업을 크게 독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수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인민 생활 향상에서 더 큰 전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당국의 무리한 독려로 어민들은 구조장비나 통신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불과 5∼6m 길이의 목선을 타고 한겨울 먼바다에 나가 ‘죽음의 어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주성하 zsh75@donga.com / 부산=강성명 기자}

어제(13일)는 장성택 전 북한 노동당 행정부장 처형 소식이 전해진 지 4년째 되는 날이다. 세계가 경악했던 그날이 어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다. 김일성의 사위에서 “개만도 못한 만고의 역적”으로 낙인찍혀 돌봐줬던 조카의 손에 처형당한 장성택의 일생은 통일 후에도 이런저런 이야기 소재로 꽤 많이 활용될 듯싶다. 지난 4년간 장 씨에 대해 이런저런 정보를 적잖게 들었다. 그는 캘수록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1980년대 말에 벌써 김정일을 가리켜 “저런 난봉꾼이 권력을 잡았으니 우린 희망이 없다”며 극소수 친한 지인들과 통음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만큼 김정일을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장 씨는 김정일을 도와 손에 피도 많이 묻혔다. 그는 사위-매부-고모부의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했다. 특히 장성택과 그의 가문을 보면 ‘사위의 저주’란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장성택을 닮은 듯, 장씨 집안의 사위들은 누구도 비운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가문은 전생에 ‘사위’와 무슨 지독한 악연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김경희가 아버지 김일성을 비롯한 온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끝까지 장성택을 쟁취한 러브스토리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게 시작은 아름다웠으나 말로는 비참했다. 장성택의 형제들 역시 공교롭게도 모두 딸이 한 명씩 있었는데 사위들의 운명은 모두 비극으로 끝났다. 맏형 장성우의 외동딸은 숙모 김경희와 똑같은 방식으로 남자를 점찍고 쟁취했다. 그가 반한 남자는 1990년대 북한 최고 미남 배우로 뭇 여성의 선망의 대상이던 공훈배우 최웅철이었다. 당시 최 씨는 약혼녀가 있었다. 그러나 권세가 하늘을 찔렀던 장씨 집안의 장녀를 뿌리치지 못했다. 최 씨는 결혼 후 배우를 그만두고 평양에서 택시회사를 경영하는 사업가로 변신했다. 사업은 당연히 잘됐다. 하지만 그런 삶도 10년 남짓. 그는 장성택이 체포된 뒤 심상치 않은 눈치를 채고 처남인 말레이시아 대사 장용철의 도움으로 해외로 도망치려다 체포돼 비밀처형됐다. 누구나 다 아는 배우였던 그는 지금 북한에서 철저히 매장됐다. 그가 처형된 뒤 북한은 그가 출연한 영화 25편에 대해 시청 금지 및 비디오테이프 몰수령을 내렸다. 이 중엔 북한이 시대의 명작이라 선전했던 영화도 다수 포함됐다. 탈출 시도만 안 했어도 조카사위라는 것만으론 처형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형인 장성길의 외동딸은 평양외국어대를 다니다 동창에게 반해 결혼했다. 장성택은 둘째 조카사위를 자신이 수장인 행정부 산하 54부 통역원으로 받아 키워주었다. 54부는 북한의 ‘알짜’ 외화벌이 이권을 거머쥔 부서였다. 장성택 처형과 함께 행정부는 전원 숙청됐다. 장 씨의 최측근인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 겸 54부장은 장성택보다 20일쯤 먼저 처형됐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행정부의 부부장과 과장 15명이 총살당하고, 그 아래로는 전 가족이 정치범수용소로 갔다. 북한 역사상 한 부서 전체가 이렇게 당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증언했다. 장성택 조카사위의 운명이야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가 54부에만 들어가지 않았다면 큰 화는 면했을지 모른다. 장성택의 누나 장계순의 외동딸은 김일성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장씨 집안의 외동딸 중 제일 먼저 결혼했다. 김경희가 중매를 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상대가 하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외아들인 황경모였다. 1997년 2월 황 전 비서의 한국 망명으로 그는 가족과 함께 자택연금됐지만 그해 10월 말 보위부의 감시를 따돌리고 탈출했다. 당시 34세였던 황경모는 김일성대 철학부를 졸업한 수재에 태권도 7단 유단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북한을 벗어나지 못하고 보름 뒤 평북 용천군 어느 산골에서 체포돼 곧바로 처형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는 장씨 가문의 기세가 서슬 퍼럴 때라 장계순의 딸은 이혼 절차를 밟고 집에 돌아왔지만, 충격으로 오랫동안 독수공방했다. 장성택과 김경희 사이에도 외동딸 장금송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프랑스 파리 유학 중이던 2006년 자살했다. 한국에는 장금송이 1978년생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는 그보다 2∼3세 어리다. 그는 유학 중 만난 백인 남성을 사랑하게 됐지만, 부모가 강력히 반대하자 우울증에 걸려 목숨을 버렸다. 상대가 네덜란드 국적이란 말이 있지만 확실치는 않다. 어머니 김경희는 장성택이 아니면 자살하겠다고 했고, 그 피를 받은 딸은 진짜로 자살했다. 장성택은 사위를 볼 기회도 없었다. 장씨 집안의 여인들은 아직까진 생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부모 잃고, 남편 잃고, 기댈 곳도 없는 그 처지가 지금 알코올의존증에 빠져 치료 중인 김경희를 꼭 닮았다. 이 여인들의 덧없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이여.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올해 미국 각계각층을 뒤흔든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미투’의 순간이 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16명 가운데 3명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성추행 의혹에 대한 의회 공식 조사를 요청했다. 영화제작사 브레이브뉴필름스가 만든 ‘16명의 여성과 도널드 트럼프’라는 다큐멘터리 홍보를 겸한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여성은 제시카 리즈, 레이철 크룩스, 서맨사 홀비로 각자 자신이 당했던 경험을 설명했다. 리즈는 자신이 38세였던 1970년대에 우연히 여객기에서 트럼프 대통령 옆에 앉았다가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이혼녀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 갑자기 자신을 덮쳐 가슴과 치마 속에 손을 넣고 문어처럼 더듬었다고 주장했다. 크룩스는 트럼프타워에 입주한 개발회사에서 일하던 22세 때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러 번 강제 키스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미스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인 홀비는 2006년 미인대회 참가 당시 트럼프가 참가자들의 탈의실을 마음대로 드나들었고 자신을 아래위로 훑어봤다면서 “나를 고기처럼 취급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성추행 의혹 폭로가 처음은 아니다. 대선 한 달 전인 지난해 10월 “트럼프가 최소 16명의 여성을 성추행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지만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해당 이슈는 잊혀졌다. 하지만 올해는 미투 캠페인이 미국을 뒤흔들고 과거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여성들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는 등 각계의 지지를 얻으며 상황이 반전됐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성추행 의혹 제기에 “이들의 주장은 거짓이며 이들이 시작한 홍보 투어는 그 뒤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사실에 더욱 확신을 준다”고 반박 성명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12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민주당이 러시아 공모 혐의를 밝혀내지 못하자 이제는 내가 알지도, 만나본 적도 없는 여성들에 대한 가짜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다. 가짜 뉴스”라고 전면 부인했다.주성하 zsh75@donga.com·위은지 기자}
지난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하며 ‘도발 침묵’을 깬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가 도발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이후 SLBM을 발사하지 않고 있는데 SLBM 도발 휴지기 동안 대미 타격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7일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신형 SLBM ‘북극성-3형’의 발사 준비를 하는 듯한 모습이 연이어 포착된 건 사실”이라며 “시험발사가 임박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움직임이 활발해진 만큼 한미 연합 감시자산을 이용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 언론 중심으로도 SLBM 발사 임박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도쿄신문은 6일 북한이 ‘북극성-3형’ 시제품을 이미 5개 제작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북한 역시 8월 김정은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시찰한 사진을 공개할 당시 ‘수중전략탄도탄 북극성-3’이라고 적힌 설명판을 노출하며 SLBM 개량에 주력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북극성-3형’은 북한이 지난해 8월 발사해 500km를 비행시키는 데 성공한 기존 SLBM ‘북극성-1형’(최대 사거리 2500km 안팎)을 개량한 것이다. 최첨단 재료인 탄소섬유복합재를 이용해 미사일 무게를 대폭 줄이는 반면 미사일 길이는 늘려 고체연료를 더 많이 탑재하는 방식으로 사거리를 늘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북한은 최소 북극성-1형의 2배인 5000∼6000km까지 사거리를 늘리려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되면 동해에서도 괌과 미 알래스카 등을 기습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도발 D데이’로 미국인의 축제 기간인 크리스마스 연휴 전후를 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SLBM은 북한이 미국을 향해 ICBM을 실제로 발사한 후 미국이 대북 타격을 감행하더라도 끝까지 살아남아 대미 핵 타격을 감행할 수 있는 핵전쟁 반격 무기이자 ‘게임체인저’로 통한다. 이를 크리스마스 전후 기습 발사하면 미국인의 공포심을 배가할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미 공군의 B-1B 전략폭격기 2대는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괌 앤더슨 공군 기지에서 이륙해 한반도 상공에 전개됐다.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에 참가 중인 한미 공군 전투기 20여 대와 편대비행을 하며 서해 상공에서 가상 폭격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3년 동안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을 위반한 국가가 49개국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 CNN방송이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는 미국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유엔 자료를 토대로 2014년 3월∼올해 9월 대북제재 위반 사례를 분석한 결과다. 앙골라 쿠바 모잠비크 이란 시리아 등 13개국은 북한과 군사적 연결고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가 북한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군사 관련 장비들을 주고받았다는 것. 중국 일본 브라질 러시아 캄보디아 이집트 등 20개국은 북한 선박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국적을 세탁해 주는 방식으로 북한을 지원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주성하 기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로 힘 있는 자의 갑질 성추행을 폭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참여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선정했다(사진). 타임은 이들을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이라고 이름 붙였다. 또 표지에 영화계 거물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영화배우 애슐리 저드, 우버 엔지니어였던 수전 파울러,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등 5명의 얼굴을 대표로 선정해 실었다. 에드워드 펠즌설 타임 편집장은 “공공연한 비밀을 밖으로 표현하고, 속삭이는 네트워크를 사회적 네트워크로 이동시키고, 우리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것을 멈추도록 독려했기 때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표지에 실린 여성들과 다른 수백 명의 여성과 남성이 동참한 이번 ‘미투 캠페인’의 충격요법적인 행동이 1960년대 이후 우리 문화의 가장 빠른 변화 중 하나를 촉발했다”고 평가했다. 미투 캠페인은 10월 초 와인스틴의 성추문이 터진 이후 자신이 당한 성폭행, 성추행 등을 폭로하자는 움직임이 일며 시작된 캠페인으로 순식간에 각계각층으로 번졌다. 이후 정계와 연예계, 언론계 등에서 유명한 여러 인물이 성추행과 성희롱 혐의로 잇따라 명예를 잃고 퇴직했다. 타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직의 본질과 백악관이 기능하는 방식을 바꿨다”는 의미에서 강력한 올해의 인물 후보였지만 침묵을 깬 사람들에게 간발의 차로 밀려났다고 밝혔다. 최종 후보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이름을 올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일본 아오모리(靑森)현은 매년 여름 전통 등(燈) 축제인 ‘네부타 마쓰리(祭)’가 열리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지난달 한국인 남모 씨(38·회사원)가 일본 여행 중 아오모리를 찾아갔을 때는 이미 축제가 끝난 늦가을이었다. 하지만 이 축제를 주제로 설립된 현지 박물관에 들러 수십 점의 다양한 전통 등과 현장 사진들을 보면서 마치 축제에 참가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지역 대표 특산물인 사과 관련 상품을 파는 대형 상점 ‘에이 팩토리’엔 사과를 이용한 요리 레스토랑까지 마련돼 있어 젊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남 씨는 “일본에 오면 지역에 얽힌 역사와 전통 같은 ‘스토리’를 조금씩 알게 된다.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또 (일본에) 가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일본도 한한령(限韓令)과 같은 중국의 관광 보복을 겪었다. 2012년 9월 일본이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국유화하자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일본 관광을 금지시킨 것이다. 10월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34% 급감했다. 하지만 일본은 아오모리현처럼 특색 있는 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식 관광 상품과 마케팅으로 그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화장과 헤어스타일까지 체험할 수 있는 기모노 대여 서비스, 옛날식 극장인 메이지자(明治座)에서 공연하는 일본 전통 예능 관람 상품 등은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남 씨처럼 문화 체험을 통해 ‘일본만의 특색 있는 스토리’에 매력을 느낀 관광객들 덕분에 지난해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재방문율은 61.6%를 기록했다. 한국(38.6%)보다 23%포인트나 높다. 중국인 관광객조차도 결국 일본을 다시 찾았다. 2014년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83% 증가해 240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639만 명을 기록했다. 관광비즈니스 전문가 기쿠치 히데로(菊地秀朗) 일본종합연구소 조사부 연구원은 “특히 젊은 관광객들은 일본 문화를 어디에서 체험할 수 있는지 인터넷으로 정보를 모으고 친구들끼리 공유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대만이 ‘92공식(九二共識·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1992년의 합의)’ 수용을 거부하자 자국 관광객의 대만 방문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대만 방문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15% 이상 줄었고, 약 6개월간 관광산업이 받은 피해만 15억 달러(약 1조6000억 원)에 육박했다. 아직도 중국의 보복을 받고 있는 대만은 개별 관광객에 집중해 돌파구를 찾았다. 관광객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에게 맞는 관광 계획을 짤 수 있도록 한 정보 사이트 ‘Go2 Taiwan’이 대표적이다. 주요 관광지를 도는 셔틀버스와, 교통 티켓으로 사용할 수 있는 ‘iPASS’ 카드를 도입해 개별 관광객의 이동 편리성도 높였다. 특히 이 카드는 전통시장 야시장 등 특색 있는 관광지에서도 통용할 수 있게 했다. 주요 관광지 표지판에는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를 추가했다. 지난해 대만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069만 여명으로, 전년 대비 2.4% 늘어 사상 최대였다. 올해도 10월 기준 861만 명이 대만을 찾아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추추이정(邱垂正) 대륙위원회 부주임(차관)은 “정부의 발 빠른 대처로 관광객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전체 무역액도 작년 대비 18%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주성하·김범석 기자}

유엔 구호단체가 최근 내전이 격화된 예멘에서 철수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유엔이 수도 사나의 유엔 구호대원 약 140명에게 철수령을 내렸다고 3일 전했다. 그러나 공항 인근에서 교전이 이어져 이들을 태울 비행기는 인근 지부티에서 대기 중이다. 유엔마저 손을 떼면 예멘의 인도주의 위기는 더더욱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된다. 내전이 격화된 지난 2년 반 동안 예멘에선 1만여 명이 폭격과 교전 등 폭력 행위로 숨졌고, 올해 4월부터 창궐한 콜레라에 90만 명이 감염됐다. 인구의 70%인 2000만 명에게 긴급 식량 지원이 필요하고 700만 명이 당장 아사 위기에 몰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3일 성명을 발표해 “예멘 국민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인도주의적 위기에 휘말려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시리아와 이라크 등에 밀려 가려져 있던 예멘이 세계의 이슈 메이커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리전’으로 변질된 이 내전이 끝날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아라비아반도 남부의 예멘은 2세기 그리스 지리학자 프톨레마이오스가 ‘축복받은 아라비아’라고 칭송할 정도로 전략적 요지에 자리 잡고 있다. 원시림과 사막이 공존하는 자연 환경이 다채롭고, 인도양과 홍해를 끼고 있어 무역이 발달할 조건도 두루 갖추었다. 하지만 2800만 명의 인구가 수니파(56%)와 시아파(44%)로 나뉜 것이 불행의 결정적 씨앗이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자기 종파를 등에 업고 상대 종파를 억누르는 정책을 폈고 쿠데타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 이어진 내전으로 예멘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조직 ‘후티’ 장악 지역, 사우디 주도의 수니파 동맹군 장악 지역, 급진 수니파 과격단체 알카에다 추종세력 장악 지역으로 삼등분됐다. 하지만 어느 한쪽도 결정적 우위는 점하지 못했다. 내전이 정규전 양상이 아닌, 적과 시민을 구분하기 어려운 게릴라전이 됐기 때문이다.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이스라엘이 비정규 무장조직 헤즈볼라에 고전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역의 맹주 사우디가 지난 3년 동안 수없이 공습을 감행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민간인을 학살한다”는 비난뿐이었다. 사우디는 고육지책으로 후티가 점령한 지역을 봉쇄해 고사시키려 하고 있지만 민간인 피해는 더욱 급증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예멘은 어떻게 지구상에서 가장 비참한 곳이 되었나’라는 기사를 통해 “압도적인 세력이 나타나지 않는 한 예멘 국민의 불행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멘 내전에는 비단 사우디와 이란의 입김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사우디 뒤엔 다시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강대국이 있고, 이란 뒤에는 러시아가 있다. 강대국들은 사우디와 후티 반군에 무기를 파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5월 사우디를 방문해 후티 반군 소탕 작전에 지지를 보내고 1102억 달러(약 120조 원)어치의 무기를 팔았다. 유럽은 2016년 사우디에 대한 무기 판매를 무제한 허용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예멘 내전은 사우디에 대한 미사일, 폭탄 판매를 대폭 늘린 영국의 방위 산업에 내린 축복”이라고 비꼬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예멘 국민들은 누가 이기든 관심이 없고, 단지 전쟁이 끝나기만 원한다”며 예멘이 제2의 소말리아나 아프가니스탄이 되면 종국적 피해는 강대국에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BBC 등은 알리 압둘라 살레 전 예멘 대통령이 후티 반군에 살해당했다고 4일 전했다. 살레는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자 2012년 2월 대통령직에서 쫓겨났다. 살레 추종 세력은 후티 반군과 함께 현 예멘 정부와 맞섰지만, 최근 후티 반군과 갈라섰다.주성하 zsh75@donga.com·한기재 기자}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은 2일(현지 시간) “미국과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크고 시급한 위협은 장거리 핵 보유 능력을 개발하려는 김정은의 지속적인 노력”이라며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매일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날 캘리포니아의 레이건 국방포럼에서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가 전쟁 가능성을 고조시켰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매일 커지고 있다. 긴박한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같이 대답했다. 중국의 대북 경제 제재를 거론하며 “무력 충돌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들이 있지만 김정은이 점점 더 (전쟁에) 가까이 가고 있고 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다”고도 했다. 이날 같은 행사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김정은을 둘러싼 인물들은 그가 세계에서 얼마나 위험한 위치에 놓여 있는지에 대해 진실을 말해 주지 않는 것 같다”며 “아마 김정은한테 나쁜 소식을 전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규모와 범위, 미국을 상대로 한 타격 능력의 발전 수준에 대해 매우 잘 파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성공을 자축한 북한이 다음 도발 카드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정황도 드러났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1일 북한 남포 해군조선소에서 SLBM 발사대로 사용이 가능한 바지선이 완성 단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위성사진들을 공개했다. 지난달 11, 16, 24일에 촬영된 사진은 육상에서 건조된 바지선이 해상에 있는 ‘피팅 아웃 독’으로 이동했음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피팅 아웃 독은 선박 가동 전 펌프, 전기장치, 통신장비 등을 설치 및 수리하는 장소다. 미국의 불안을 반영한 듯 하와이는 1일 30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한 대피 훈련을 진행했다. 러시아와의 냉전 종식 이후 공격 경고 사이렌을 울린 것은 미국의 50개 주 중 하와이가 처음이다. 일본도 내년 1∼3월 도쿄(東京) 도심에서 북한 미사일에 의한 ‘무력공격사태’를 가정한 주민 대피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산케이신문이 3일 보도했다. 도쿄를 포함한 인구밀집지역에서의 미사일 대피훈련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북한이 지난달 29일 발사한 ‘화성-15형’ 미사일이 대기권 재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익명의 미국 관리가 2일 밝혔다. 이 관리는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하며 “북한은 재진입 기술에 문제를 갖고 있었다”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단행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병든 강아지(sick puppy)’라는 새 별명을 지어줬다. 이날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감세 정책 연설을 하던 도중 “감세는 미국 경제를 위한 로켓 연료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 뒤 갑자기 말을 멈췄다. ‘로켓 연료(rocket fuel)’라는 대목에서 갑자기 김정은이 생각난 듯 “리틀 로켓맨(little rocket man)”이라고 외치며 손가락을 흔들었다. 청중이 폭소를 터뜨리자 “그는 병든 강아지”라고 독백하듯 이야기했다. 강아지가 병들면 자기가 배출한 토사물을 먹는다는 데서 나온 미국 속어로 정신이상자나 타인의 관심을 끄는 데 목매는 사람 등을 지칭할 때 쓰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김정은을 ‘미치광이(maniac, madman, nutcase)’라고 비난했다. 올해 9월 19일 유엔 연설에선 ‘리틀 로켓맨’이라는 별명을 만들어 붙였다. 22일엔 다시 “김정은은 인민들을 굶주리게 하거나 죽이는 일을 개의치 않는 미치광이(madman)다”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30일에도 트위터에 “북한에서 막 돌아온 중국 특사는 리틀 로켓맨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이날 김정은을 “국제적인 왕따(international pariah)”라고 지칭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대북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조만간 교체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와 로이터통신 등이 동시에 보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해 세상을 경악시킨 지 어느덧 4년이 돼 간다. 2013년 12월 장성택 사형 판결문에는 그가 “개만도 못한 천하의 만고역적”으로 적시돼 있다. 이쯤 되면 그의 가문도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한다는 것은 북한 사람들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실제 한국에선 장성택 일가는 어린아이까지 포함해 3대가 멸족됐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그런데 얼마 전 뜻밖의 사진 하나를 보게 됐다. 북한을 방문한 한 해외 교포가 내게 평양에서 찍어온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애국열사릉에서 찍은 사진 중에 장성택의 두 형 묘비가 있는 것 아닌가. 물론 그 교포는 자기가 장성택 형들의 묘비를 찍은 줄도 전혀 몰랐다. 해당 사진은 장성택 처형 1년 반 뒤인 2015년 5월 말에 촬영된 것이다. 북한에서 ‘장성택 잔재 청산’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지 한참 뒤에도 이들이 여전히 애국열사릉에 안장돼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도 묘비는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양 형제산구역 신미동에 있는 ‘애국열사릉’은 북한 체제에 충성을 다하다 사망한 인물들 약 800명이 매장된 곳으로 우리의 현충원과 비교되는 곳이다. 수많은 사람이 참관하는 이런 곳에 ‘만고역적’의 두 형인 장성우와 장성길이 여전히 애국열사로 대접받으며 묻혀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탈북민들 역시 북한이 장성택의 두 형 묘를 애국열사릉에서 파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했다. 장성택의 맏형인 장성우는 ‘조선인민군 차수(대장과 원수 사이 직급)’로 소개돼 있으며 2009년 77세로 사망한 것으로 묘비에 적혀 있다. 장성우는 북한군 정찰국장, 노동당 민방위부장 등을 지냈다. 둘째 형인 장성길은 ‘조선인민군 장령’으로만 소개돼 있다. 장성길은 인민무력부 혁명사적관 관장(중장)을 지내다가 67세로 사망했다. 이들은 장성택이 처형되기 각각 4년, 7년 전에 사망했지만, 만고의 역적으로 처형된 동생을 둔 이상 연좌제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북한은 1997년 서관희 노동당 농업담당 비서를 처형한 뒤 그를 등용했던 김만금 농업위원장을 간첩으로 몰아 13년 전 사망해 애국열사릉에 묻혀 있던 김 위원장의 유골을 파내 부관참시하기도 했다. 장성택의 두 형이 여전히 애국열사로 인정받고 있다면 그의 가족들 역시 처형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다. 다시 말해 장씨 집안 3대 처형은 소문에 불과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한 대북 소식통은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당국이 관례대로 장성택 가문을 몰살시키려 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성택의 아내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가 김정은을 직접 찾아가 “내 남편을 죽였으면 됐지 시댁까지 몽땅 매장하려 하냐”며 펄펄 뛰었다고 한다. 평소 김경희는 시댁 식구들을 일일이 챙겨 그들에 대해 애정이 깊다. 김정은은 살아 있는 고모의 위세를 이기지 못해 이미 수용소에 끌고 갔던 이들까지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김정은이 “장성택 가족을 죽이지 않을 테니 고모는 죽은 듯 조용히 지내라”는 제안을 했을 가능성도 없진 않다. 현재로서는 장성택 집안에서 확실히 처형된 이는 장성택 맏형인 장성우의 차남 장용철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와 장성우의 사위로 외화벌이 업체 사장을 지낸 최웅철이다. 이들은 장성택이 처형된 2013년 12월 12일 이전에 먼저 처형됐다. 장성우 자식 중 막내 외동딸과 결혼한 최웅철은 인맥을 통해 장성택 사건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눈치챘다. 그는 말레이시아에 있는 처남 장용철에게 연락했다. “이번 일은 심상치 않아. 우리도 죽을 것 같아. 빨리 외국으로 튀어야겠다.” “응. 그래 매부, 그럼 빨리 여기로 빠져나와.” 하지만 이들의 대화는 이미 장성택 주변에 대한 철통같은 감시를 펴고 있던 보위부에 포착됐다. 보위부는 즉시 장용철을 현지에서 체포해 소환시켰고, 최웅철도 체포했다. 이들은 조국을 버리고 적들에게 도주하려 했다는 반역 혐의로 장성택 처형 전에 먼저 총살됐다. 이처럼 장성우는 동생만 대역죄인으로 죽임을 당한 것이 아니라 아들과 사위까지 반혁명분자로 총살된 것이다. 이런 그가 여전히 애국열사릉에 묻혀 있는 것은 미스터리한 일이다. 그러나 그의 묘가 언제까지 애국열사릉에 있을진 장담할 수 없다. 아직까지 김경희는 살아 있다. 국가정보원은 8월 29일 김경희가 평양 근교에서 은둔하면서 신병 치료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경희가 살아 있다면 그의 시댁 식구인 장성택의 가족은 아직 잡을 수 있는 동아줄이 남아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올해 71세인 김경희조차 사망한 뒤에도 김정은의 자비가 지속될 거라 보긴 어렵다. 시한부 인생을 살 장성택의 가족은 하루하루 어떤 심정일까.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대만에서 최근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어 배우기 바람이 거세다. 인구 대비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 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대만 대학 중 한국어 교육생이 가장 많은 국립정치대 한국어문학과를 22일 방문해 그 열기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늦은 오후 시간에도 20명이 넘는 학생이 칠판에 적힌 ‘자취’ ‘하숙’과 같은 단어를 따라 읽고 있었다. 이날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2학년으로 내년에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칭즈(陣慶智) 한국어학과 학과장은 “부전공을 포함해 우리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523명으로 대만 내에서 제일 많다”며 “대만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도 알려진 대만의 유명 배우 린이천(林依晨)도 이곳 한국어학과 졸업생인데, 학업 중 단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만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는 고등학생 수는 2013년 가을학기 전체의 5.3%에서 2016년 가을학기엔 7.5%까지 늘어났다. 외국어 교육 분야에선 증가세가 가장 가파르다. 한국어 열풍과 더불어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 수도 2014년 5316명에서 지난해 7210명으로 크게 늘었다. 대만 인구가 2350만 명임을 감안할 때 세계에서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가 가장 많은 국가다. 대만에서 한국어 열풍이 거센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대만 내에서 한류 열풍이 확산된 것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수도 타이베이(臺北)에서 만난 사람마다 한국 연예인 몇 명 이름은 당연한 듯 알고 있었다. 다른 이유는 대만에서 한국어를 배우면 취업이 매우 쉽다는 점이다. 전 학과장은 “대만에서 일본 관련 인재는 넘치지만 한국 관련 인재는 적어 기업들에서 한국어를 하는 사람을 보내 달라는 전화를 계속 받는다”고 말했다. 대만과 한국의 교역액은 연 300억 달러(약 30조2600억 원)가 넘는다. 일본의 절반 수준이지만, 일본어를 하는 사람은 한국어 사용 인구에 비해 10배가 넘는다고 한다. 최근 중국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대만 정부도 한국과 교류를 늘리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양국을 오간 관광객 수도 최근 매년 수십 %씩 늘어 어느새 200만 명을 넘었다. 주한대만대표부 추치(邱琪) 공보관은 “워낙 오가는 사람이 많아 대만∼한국 노선에 취항한 중화항공 비행기편이 만석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타이베이=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자유를 향한 목숨 건 질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귀순 북한 병사는 북한군 총참모부 직속 개성경무대 대좌(대령)급 간부의 운전병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경무대는 우리의 헌병대와 같은 조직이다. 개성경무대와 북한 판문점대표부 사정을 잘 아는, 최근 입국한 한 탈북 소식통은 2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어제 유엔사에서 공개한 영상을 보고 이 병사가 개성경무대의 대좌급 간부 3명인 참모장 보위부장 간부부장 중 한 명의 운전병임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그가 추정한 근거는 이렇다. 북한 병사가 타고 온 차량은 판문점에 들어오기 전 ‘자유의 다리’ 초소에서 첫 검문에 걸렸다. 앞선 검문에 걸리지 않고 여기까지 들어올 수 있는 차량은 판문점대표부 또는 상급 기관인 개성경무대 차량밖에 없다. 소식통은 “판문점 간부 중에는 대표와 부대표, 정치부장이 승용차를 타는데 이들의 차는 닛산 패트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천지붕이 달린 지프 차량을 몰고 온 귀순 병사가 판문점대표부 소속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한 판문점대표부 소속 군인들은 일반병사 복장으로 다니더라도 실제 정체는 최정예 장교들이다. 하지만 영상 속 귀순 병사는 머리를 박박 밀고 있어 장교가 아닌 하전사 모습이었다. 판문점대표부 차량과 비슷한 조건으로 큰 단속을 받지 않고 판문점 접근이 가능한 차량은 직속 상급 기관인 개성경무대 차량밖에 없다. 판문점대표부는 창설 이래 총참모부 직속으로 특별취급 받았지만 2000년대 후반 개성경무대에 소속됐다. 개성경무대도 원래 개성경무부였으나 개성공단 확대로 한국인과의 접촉이 늘고 통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2009년경 개성경무대로 승격됐다. 경무대 대장과 정치부장도 장성급이 맡는다. 북한은 장성급에겐 닛산 브랜드인 패트롤이나 팔라딘급을 제공한다. 소식통은 “귀순 병사가 몬 차량은 북한이 대좌급에게 지급한 중국산 지프 ‘신비’로 보이는데 개성경무대에서 이 차를 타는 사람은 참모장과 보위부장 간부부장뿐”이라며 “귀순 병사가 이들 중 한 명의 운전병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소식통의 증언대로 귀순 병사가 이들 중 한 명의 운전병이 맞을 경우 상당한 고급 정보를 갖고 남쪽에 넘어왔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 병사가 판문점대표부의 민경대대 소속일 가능성도 없진 않다. 민경 출신 한 탈북자는 민경대대엔 대대장과 우편물을 나르는 차량이 영상에 잡힌 지프와 비슷한 차량을 탄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아직 이 병사의 정확한 소속과 직책을 언론에 밝히지 않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16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귀순 병사의) 신분은 하사급으로 JSA 소속(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군부대)”이라고 보고했다고 여야 의원들이 전했다.주성하 zsh75@donga.com·최우열 기자}
중국 남성들이 여성의 마음을 훔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 보도했다. 중국에는 오랜 산아제한 정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3360만 명이나 더 많다. 일반적인 방법으론 이성의 관심을 얻기 힘들게 되자 남성들이 여성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문 교육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신문은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의 한 학원을 사례로 중국 전역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연애 코칭 학원을 소개했다. 이 학원 원장은 5년 전 사귀던 여성과 고통스러운 이별을 한 뒤 스스로 연애 방법을 집중 연구했다고 한다. 2014년에 문을 연 이 학원은 45달러(약 5만 원)짜리 온라인 상담부터 3000달러(약 330만 원)짜리 일대일 코칭까지 다양한 코스를 갖고 있다. 3년 만에 300여 명이 학원에 등록해 연애법을 배우고 있다. 학원 측은 등록 전에는 여성과 말도 걸어보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지만 졸업생 중 90%가 여성과 사귀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학원에서 가장 역점을 기울이는 분야는 청결. 수업 첫날에 쇼핑센터에 데려가 여성이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옷차림으로 꾸미고 머리를 손질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교육 내내 수강생들에게 머리를 늘 감고 다니고 옷을 자주 갈아입을 것을 끊임없이 주입한다. 학원 측은 “대다수 중국 남성들은 여성을 사귄 뒤 청결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바로 그래서 관계가 오래 이어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성을 어떻게 사귀는지도 중요하게 가르친다. 대표적으로 중국인 10억 명이 사용하는 메신저 프로그램인 ‘위챗’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을 경우 어떻게 연락처를 알아내고 대화를 유도해 낼지를 배운다. 백화점 앞과 같은 번화가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접근해 위챗 아이디를 받아내는 방법도 실전을 통해 배운다. NYT는 “처음에는 여성에게 다가갔다 실패했던 남성들이 저녁에 돌아올 때는 최소 한 명 이상의 아이디를 받아가지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런 학원들의 증가는 최근 청년 세대의 결혼에 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중국 정부의 정책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짝을 찾지 못한 남성이 많아지고 덩달아 성범죄와 인신매매도 늘어나자 최근 중국에서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미혼자 수천 명이 참가하는 단체 소개팅 행사도 자주 열리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의 중요한 무역통로인 싱가포르가 8일부터 북한과의 교역을 전면 중단했다. 싱가포르 관세청은 7일 자국 무역업체와 중개인들에게 회람을 보내 싱가포르와 북한 간 모든 상업적 상품 교역 금지를 통보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5일 보도했다. 직접적인 수출입은 물론이고 환적(換積)이나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화물 운송도 금지 대상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조치를 위반한 초범에게 10만 싱가포르달러(약 8100만 원) 또는 해당 물품 가격의 3배를 벌금으로 부과하고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재범은 20만 싱가포르달러(약 1억6200만 원) 또는 물품 가격의 4배에 해당하는 벌금과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이번 금지 조치에서 유엔이 정한 대북제재 물품 목록에 해당하지 않는 외교관 등의 개인용 물품, 사람의 시체와 유골 등은 예외로 허용됐다. KOTRA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지난해 북한에 약 1286만 달러(약 142억 원)어치를 수출하고 12만7000달러(약 1억4000만 원)어치를 수입한 북한의 7번째 교역 상대국이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으로 드러난 숫자일 뿐 숨겨진 거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으로 올해 7월 싱가포르의 한 무역회사가 화물세탁을 통해 평양에 각종 사치품을 파는 큰 규모의 상점 2곳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본보 보도로 드러났다. 싱가포르의 이번 조치에 미국 국무부는 15일 “북한의 불법 도발행위에 대응해 국제사회가 유례없는 수준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환영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은 과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정세가 악화될 때마다 대북 특사를 보내 국면 전환을 시도해 왔다.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는 척하며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 끌기에 활용하기도 했다. 2003년 1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며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다. 2차 북핵 위기의 시작이었다. 이에 중국은 그해 3월 첸치천(錢其琛) 부총리를 북한에 보냈고 그해 8월 베이징(北京)에서 6자회담을 여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최초 핵실험을 실시하자 열흘 만에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북한에 급파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설득에 나섰다. 김정일은 이 자리에서 체제 안전 보장이 확보될 경우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으며 6자회담이 북한을 압박하지 않겠다고 보장할 경우 6자회담에도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이듬해 2월 13일 6자 회담에서 영변 원자로 폐쇄 및 불능화 합의가 도출됐다. 이런 방문외교를 통해 중국은 2005년 ‘9·19 비핵화 공동성명’, 2007년 ‘2·13합의’와 ‘10·3합의’, 2012년 ‘2·29합의’ 등 북핵 협상의 중요 합의에 모두 개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 질주를 막지는 못했다. 북한은 도발→제재→협상→합의→지원→파기의 똑같은 행동을 10년 넘게 반복해오고 있다. 특히 김정은 체제 들어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약화됐다. 중국은 김정은 집권 첫해인 2012년 북한이 2·29합의 보름 만에 장거리 로켓 시험 계획을 발표하고 그해 4월 13일 이를 행동에 옮기자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평양에 보내 중재를 시도했다. 하지만 북한은 그해 12월과 2013년 2월 또다시 장거리 미사일 시험과 3차 핵실험으로 중국의 권고를 철저히 무시했다. 중국은 2013년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4월에 영변 원자로까지 재가동하자 그해 7월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을 평양에 보내 김정은을 면담하게 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몇 달 뒤 친중파로 알려진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처형하는 것으로 응답했고 핵 질주를 계속 이어나갔다. 2015년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으로 잠깐 화해 분위기를 타는 듯했던 북-중 관계는 그해 12월 모란봉악단이 베이징 공연을 전격 취소하고 철수한 뒤로 더 이상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이번에 방북하는 쑹타오(宋濤) 대외연락부장은 2015년 11월 왕자루이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17년간 근무했던 푸젠(福建)성에서 오래 근무하다 2001년부터 외교부로 옮겨와 2013년부터는 시 주석이 총괄하는 외교 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중앙외사공작지도소조 판공실 부주임을 맡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미인은 어디에 다 가 있죠?” 최근 몇 달 동안 탈북 예술인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질문을 던졌다. 묻게 된 계기를 설명하려면 작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사실 그때 중국의 북한 식당 여종업원 12명이 한국에 왔다는 통일부의 깜짝 발표에 난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들 속에 ‘북한 가요계의 여왕’ 최삼숙의 외동딸이 포함됐다는 소식에 나는 깜짝 놀랐다. 남쪽 사람들에겐 이 전설적 가수에 대한 설명이 좀 필요할 듯싶다. 최삼숙은 북한 예술의 전성기였던 1970, 80년대를 대표하는 가수다. 가수 남인수(본명 최창수)의 조카이기도 한 그는 북한이 ‘불후의 고전적 명작’이라고 내세우는 ‘꽃 파는 처녀’(1972년) 주제곡을 포함해 수백 편의 영화, 드라마 주제곡을 불렀다. 북한이 제작한 영화가 아무리 많아도 연간 수십 편에 그쳤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대를 주름잡은 것이다. 31세 때 예술인의 최고 명예인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고 40년 동안 가수로 활동하며 부른 독창곡은 2800곡이 넘는다. 아마 북에 한국 같은 노래방이 있다면 노래 목록 책자는 최삼숙이란 이름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그러니 최삼숙은 한마디로 “여러분이 한국 최고 가수로 누구를 꼽든, 북에서 그의 인지도는 그것 이상이다”쯤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가수의 외동딸이 탈북했다니…. 최삼숙이 딸을 돌려보내라며 만든 서류에 적은 주소를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평양시 동대원구역 신리동 64반?” 주체사상탑 뒤편 이 동네는 평양 중산층 거주지에도 속할까 말까 한 곳이다. 북한 최고의 여가수가 인기 없는 동네의 허름한 작은 아파트에 사는 것이다. 그때부터 사정을 좀 알 만한 탈북자를 만나면 “왜 최삼숙이 신리동에 사냐”고 물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더 놀라웠다. 돈 없는 가수가 거기 사는 게 뭐가 이상하냐는 것이다. 한 탈북 예술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경훈 알죠? 2000년대 초반 이경훈이 하도 초라한 행색으로 양동이를 들고 물 길으러 다니길래, 외화벌이 회사 다니는 지인이 돈을 좀 쥐여주었더니 덥석 받고 눈물 글썽이며 고맙다고 인사하더래요.” ‘남자 최삼숙’이라고 할 수 있는 이경훈이 몇 푼의 동정에 울먹였다니. 비록 출신성분이 나빠 인민배우 아래인 공훈배우에 머물렀지만 그만큼 많은 노래를 부른 남성 가수도 드물다. 탈북 예술인들은 말했다. “예술인이 가진 게 뭐가 있어요. 권력이 있나, 달러 만질 수 있나, 장사할 수 있나. 예술인끼리 눈 맞아 살면 배급에 목매달고 사는 거지가 되기 십상이죠.” 남쪽에서는 선전선동에 강한 북한에선 예술인이 큰 대우를 받는 줄 안다. 하지만 실상은 권력자의 눈에 든 일부 아이돌만 특혜를 받는다고 했다. 사정을 듣고 보니 온 나라가 다 아는 최고의 가수 어머니가 끼니 걱정하는 모습을 보았을지도 모를 최삼숙 딸의 심정이 이해됐다. 중국에 와서 바깥세상에선 스타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도 똑똑히 봤을 것이다. “그래, 나 같아도 열 받지. 가수는 그렇다 치고 영화, 드라마 배우는 좀 낫지 않나요. 제가 북에서 살 땐 동네에서 예쁜 여자애들을 보면 ‘배우감이다’ 이랬는데.” “에이, 뭘 만들어야 출연하든지 말든지 하죠.” 하긴 요즘 북에서 새 영화, 드라마가 거의 안 나오긴 한다. 아버지와 달리 김정은은 핵미사일에 미쳤지 영화엔 별 관심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유가 그것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뭘 찍어도 몰래 본 할리우드 영화, 한국 드라마에 눈 높아진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욕설을 퍼부으니 예술인들이 만들 의욕도 없어졌어요.” 6년 전 있었던 일이라 한다. 김정일이 한국 드라마가 부러웠던지 “우리도 역사물 드라마 제대로 한번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단다. 그래서 최고 배우들이 총출동해 찍은 것이 23부작 ‘계월향’이었다. 하지만 TV로 10부까지 방영했을 때 참고 참던 김정일이 “재미없다”고 화를 내며 “때려치우라”고 했단다. 드라마가 도중에 방영이 갑자기 중단됐다.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렵지만, 북한이니 가능한 일이다. 나도 유튜브로 계월향을 봤다. 여주인공은 낯선 신인이었다. 이후엔 사라진 것 같아 궁금해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아, 걔는 집에 돈 좀 있어 여주인공 됐죠. 요새 영화나 드라마나 주인공이 되려면 의상은 모두 자기 돈으로 해결해야 해요. 소속사나 매니저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집에 돈이 없음 배우 못 해요. 잘사는 집은 딸 한 번 띄워서 시집 잘 보내려고 해요.” 영화계나 가요계가 저 지경이면 도대체 북한의 미인과 가수 소질을 타고난 인재는 다 어디에 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어디겠어요. 달러가 도는 곳에 가 있죠. 예쁘면 외화를 쓰는 식당이나 상점의 접대원, 봉사원이 최고죠. 돈 있는 남자와 만나 결혼할 확률도 높고요.” 아하. 북한의 미인을 만나려면 평양의 외화식당과 외화상점에 가야 하는 것이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이란과 이라크 국경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해 그에 따른 사상자가 이틀 새 크게 늘었다. 집을 잃은 수만 명의 이재민은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혹독한 추위와 싸우고 있다. 14일 이란 관영 IRNA통신은 12일 밤 이란 북서부 케르만샤주와 이라크 북동부 술라이마니야주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최소 530명이 사망하고 746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은 진원지에서 가까운 이란 케르만샤주의 쿠르드족 마을 사르폴레자하브시로 알려졌다. 당국은 사망자의 대다수가 인구 3만여 명이 사는 이 도시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을 위해 지어진 아파트들이 완전히 붕괴돼 피해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지역 병원까지 크게 파손돼 부상자들이 필요한 응급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 피해 지역을 둘러본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이란 혁명수비대 소장은 “신축 건물들은 그나마 버텼지만 흙으로 지어진 오래된 집들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인구 밀도가 낮은 이라크 북동부의 쿠르드 자치지역에서는 10명 미만이 죽고 5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이라크 보건당국은 집계했다. 이란 적신월사(한국의 적십자사)는 이번 지진에 따른 이재민이 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당국은 가옥 3만여 채가 파손된 것으로 보고 텐트 2만2000여 개, 담요 5만2000개 등을 설치, 배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르폴레자하브시의 이재민들은 음식과 물, 의복, 텐트를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만수레 바게리 이란 적신월사 대변인은 “500개 이상의 마을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적신월사 30개 팀이 재난 지역에 파견됐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물과 전기 공급이 끊기고 도로마저 단절돼 구호물자를 보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조대원들도 변변한 손전등이나 횃불이 없어 야간에는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악지대인 케르만샤주는 밤 기온이 최저 영하 10도를 밑돌지만 이재민들은 여진에 대한 공포로 이틀째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노숙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최초 지진 발생 후 150회 이상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 주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