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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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사이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http://nambuk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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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남북한 관계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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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애국열사 대접 받는 장성택 형들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해 세상을 경악시킨 지 어느덧 4년이 돼 간다. 2013년 12월 장성택 사형 판결문에는 그가 “개만도 못한 천하의 만고역적”으로 적시돼 있다. 이쯤 되면 그의 가문도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한다는 것은 북한 사람들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실제 한국에선 장성택 일가는 어린아이까지 포함해 3대가 멸족됐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그런데 얼마 전 뜻밖의 사진 하나를 보게 됐다. 북한을 방문한 한 해외 교포가 내게 평양에서 찍어온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애국열사릉에서 찍은 사진 중에 장성택의 두 형 묘비가 있는 것 아닌가. 물론 그 교포는 자기가 장성택 형들의 묘비를 찍은 줄도 전혀 몰랐다. 해당 사진은 장성택 처형 1년 반 뒤인 2015년 5월 말에 촬영된 것이다. 북한에서 ‘장성택 잔재 청산’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지 한참 뒤에도 이들이 여전히 애국열사릉에 안장돼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도 묘비는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양 형제산구역 신미동에 있는 ‘애국열사릉’은 북한 체제에 충성을 다하다 사망한 인물들 약 800명이 매장된 곳으로 우리의 현충원과 비교되는 곳이다. 수많은 사람이 참관하는 이런 곳에 ‘만고역적’의 두 형인 장성우와 장성길이 여전히 애국열사로 대접받으며 묻혀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탈북민들 역시 북한이 장성택의 두 형 묘를 애국열사릉에서 파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했다. 장성택의 맏형인 장성우는 ‘조선인민군 차수(대장과 원수 사이 직급)’로 소개돼 있으며 2009년 77세로 사망한 것으로 묘비에 적혀 있다. 장성우는 북한군 정찰국장, 노동당 민방위부장 등을 지냈다. 둘째 형인 장성길은 ‘조선인민군 장령’으로만 소개돼 있다. 장성길은 인민무력부 혁명사적관 관장(중장)을 지내다가 67세로 사망했다. 이들은 장성택이 처형되기 각각 4년, 7년 전에 사망했지만, 만고의 역적으로 처형된 동생을 둔 이상 연좌제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북한은 1997년 서관희 노동당 농업담당 비서를 처형한 뒤 그를 등용했던 김만금 농업위원장을 간첩으로 몰아 13년 전 사망해 애국열사릉에 묻혀 있던 김 위원장의 유골을 파내 부관참시하기도 했다. 장성택의 두 형이 여전히 애국열사로 인정받고 있다면 그의 가족들 역시 처형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다. 다시 말해 장씨 집안 3대 처형은 소문에 불과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한 대북 소식통은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당국이 관례대로 장성택 가문을 몰살시키려 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성택의 아내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가 김정은을 직접 찾아가 “내 남편을 죽였으면 됐지 시댁까지 몽땅 매장하려 하냐”며 펄펄 뛰었다고 한다. 평소 김경희는 시댁 식구들을 일일이 챙겨 그들에 대해 애정이 깊다. 김정은은 살아 있는 고모의 위세를 이기지 못해 이미 수용소에 끌고 갔던 이들까지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김정은이 “장성택 가족을 죽이지 않을 테니 고모는 죽은 듯 조용히 지내라”는 제안을 했을 가능성도 없진 않다. 현재로서는 장성택 집안에서 확실히 처형된 이는 장성택 맏형인 장성우의 차남 장용철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와 장성우의 사위로 외화벌이 업체 사장을 지낸 최웅철이다. 이들은 장성택이 처형된 2013년 12월 12일 이전에 먼저 처형됐다. 장성우 자식 중 막내 외동딸과 결혼한 최웅철은 인맥을 통해 장성택 사건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눈치챘다. 그는 말레이시아에 있는 처남 장용철에게 연락했다. “이번 일은 심상치 않아. 우리도 죽을 것 같아. 빨리 외국으로 튀어야겠다.” “응. 그래 매부, 그럼 빨리 여기로 빠져나와.” 하지만 이들의 대화는 이미 장성택 주변에 대한 철통같은 감시를 펴고 있던 보위부에 포착됐다. 보위부는 즉시 장용철을 현지에서 체포해 소환시켰고, 최웅철도 체포했다. 이들은 조국을 버리고 적들에게 도주하려 했다는 반역 혐의로 장성택 처형 전에 먼저 총살됐다. 이처럼 장성우는 동생만 대역죄인으로 죽임을 당한 것이 아니라 아들과 사위까지 반혁명분자로 총살된 것이다. 이런 그가 여전히 애국열사릉에 묻혀 있는 것은 미스터리한 일이다. 그러나 그의 묘가 언제까지 애국열사릉에 있을진 장담할 수 없다. 아직까지 김경희는 살아 있다. 국가정보원은 8월 29일 김경희가 평양 근교에서 은둔하면서 신병 치료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경희가 살아 있다면 그의 시댁 식구인 장성택의 가족은 아직 잡을 수 있는 동아줄이 남아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올해 71세인 김경희조차 사망한 뒤에도 김정은의 자비가 지속될 거라 보긴 어렵다. 시한부 인생을 살 장성택의 가족은 하루하루 어떤 심정일까.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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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류 열풍 타고… 대만도 한국어 배우기 바람

    대만에서 최근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어 배우기 바람이 거세다. 인구 대비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 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대만 대학 중 한국어 교육생이 가장 많은 국립정치대 한국어문학과를 22일 방문해 그 열기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늦은 오후 시간에도 20명이 넘는 학생이 칠판에 적힌 ‘자취’ ‘하숙’과 같은 단어를 따라 읽고 있었다. 이날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2학년으로 내년에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칭즈(陣慶智) 한국어학과 학과장은 “부전공을 포함해 우리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523명으로 대만 내에서 제일 많다”며 “대만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도 알려진 대만의 유명 배우 린이천(林依晨)도 이곳 한국어학과 졸업생인데, 학업 중 단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만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는 고등학생 수는 2013년 가을학기 전체의 5.3%에서 2016년 가을학기엔 7.5%까지 늘어났다. 외국어 교육 분야에선 증가세가 가장 가파르다. 한국어 열풍과 더불어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 수도 2014년 5316명에서 지난해 7210명으로 크게 늘었다. 대만 인구가 2350만 명임을 감안할 때 세계에서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가 가장 많은 국가다. 대만에서 한국어 열풍이 거센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대만 내에서 한류 열풍이 확산된 것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수도 타이베이(臺北)에서 만난 사람마다 한국 연예인 몇 명 이름은 당연한 듯 알고 있었다. 다른 이유는 대만에서 한국어를 배우면 취업이 매우 쉽다는 점이다. 전 학과장은 “대만에서 일본 관련 인재는 넘치지만 한국 관련 인재는 적어 기업들에서 한국어를 하는 사람을 보내 달라는 전화를 계속 받는다”고 말했다. 대만과 한국의 교역액은 연 300억 달러(약 30조2600억 원)가 넘는다. 일본의 절반 수준이지만, 일본어를 하는 사람은 한국어 사용 인구에 비해 10배가 넘는다고 한다. 최근 중국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대만 정부도 한국과 교류를 늘리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양국을 오간 관광객 수도 최근 매년 수십 %씩 늘어 어느새 200만 명을 넘었다. 주한대만대표부 추치(邱琪) 공보관은 “워낙 오가는 사람이 많아 대만∼한국 노선에 취항한 중화항공 비행기편이 만석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타이베이=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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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귀순병, 총참모부 직속 개성경무대 간부의 운전병인듯”

    ‘자유를 향한 목숨 건 질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귀순 북한 병사는 북한군 총참모부 직속 개성경무대 대좌(대령)급 간부의 운전병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경무대는 우리의 헌병대와 같은 조직이다. 개성경무대와 북한 판문점대표부 사정을 잘 아는, 최근 입국한 한 탈북 소식통은 2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어제 유엔사에서 공개한 영상을 보고 이 병사가 개성경무대의 대좌급 간부 3명인 참모장 보위부장 간부부장 중 한 명의 운전병임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그가 추정한 근거는 이렇다. 북한 병사가 타고 온 차량은 판문점에 들어오기 전 ‘자유의 다리’ 초소에서 첫 검문에 걸렸다. 앞선 검문에 걸리지 않고 여기까지 들어올 수 있는 차량은 판문점대표부 또는 상급 기관인 개성경무대 차량밖에 없다. 소식통은 “판문점 간부 중에는 대표와 부대표, 정치부장이 승용차를 타는데 이들의 차는 닛산 패트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천지붕이 달린 지프 차량을 몰고 온 귀순 병사가 판문점대표부 소속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한 판문점대표부 소속 군인들은 일반병사 복장으로 다니더라도 실제 정체는 최정예 장교들이다. 하지만 영상 속 귀순 병사는 머리를 박박 밀고 있어 장교가 아닌 하전사 모습이었다. 판문점대표부 차량과 비슷한 조건으로 큰 단속을 받지 않고 판문점 접근이 가능한 차량은 직속 상급 기관인 개성경무대 차량밖에 없다. 판문점대표부는 창설 이래 총참모부 직속으로 특별취급 받았지만 2000년대 후반 개성경무대에 소속됐다. 개성경무대도 원래 개성경무부였으나 개성공단 확대로 한국인과의 접촉이 늘고 통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2009년경 개성경무대로 승격됐다. 경무대 대장과 정치부장도 장성급이 맡는다. 북한은 장성급에겐 닛산 브랜드인 패트롤이나 팔라딘급을 제공한다. 소식통은 “귀순 병사가 몬 차량은 북한이 대좌급에게 지급한 중국산 지프 ‘신비’로 보이는데 개성경무대에서 이 차를 타는 사람은 참모장과 보위부장 간부부장뿐”이라며 “귀순 병사가 이들 중 한 명의 운전병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소식통의 증언대로 귀순 병사가 이들 중 한 명의 운전병이 맞을 경우 상당한 고급 정보를 갖고 남쪽에 넘어왔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 병사가 판문점대표부의 민경대대 소속일 가능성도 없진 않다. 민경 출신 한 탈북자는 민경대대엔 대대장과 우편물을 나르는 차량이 영상에 잡힌 지프와 비슷한 차량을 탄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아직 이 병사의 정확한 소속과 직책을 언론에 밝히지 않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16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귀순 병사의) 신분은 하사급으로 JSA 소속(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군부대)”이라고 보고했다고 여야 의원들이 전했다.주성하 zsh75@donga.com·최우열 기자}

    • 2017-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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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애기술 배우자” 학원 가는 中 총각들

    중국 남성들이 여성의 마음을 훔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 보도했다. 중국에는 오랜 산아제한 정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3360만 명이나 더 많다. 일반적인 방법으론 이성의 관심을 얻기 힘들게 되자 남성들이 여성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문 교육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신문은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의 한 학원을 사례로 중국 전역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연애 코칭 학원을 소개했다. 이 학원 원장은 5년 전 사귀던 여성과 고통스러운 이별을 한 뒤 스스로 연애 방법을 집중 연구했다고 한다. 2014년에 문을 연 이 학원은 45달러(약 5만 원)짜리 온라인 상담부터 3000달러(약 330만 원)짜리 일대일 코칭까지 다양한 코스를 갖고 있다. 3년 만에 300여 명이 학원에 등록해 연애법을 배우고 있다. 학원 측은 등록 전에는 여성과 말도 걸어보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지만 졸업생 중 90%가 여성과 사귀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학원에서 가장 역점을 기울이는 분야는 청결. 수업 첫날에 쇼핑센터에 데려가 여성이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옷차림으로 꾸미고 머리를 손질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교육 내내 수강생들에게 머리를 늘 감고 다니고 옷을 자주 갈아입을 것을 끊임없이 주입한다. 학원 측은 “대다수 중국 남성들은 여성을 사귄 뒤 청결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바로 그래서 관계가 오래 이어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성을 어떻게 사귀는지도 중요하게 가르친다. 대표적으로 중국인 10억 명이 사용하는 메신저 프로그램인 ‘위챗’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을 경우 어떻게 연락처를 알아내고 대화를 유도해 낼지를 배운다. 백화점 앞과 같은 번화가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접근해 위챗 아이디를 받아내는 방법도 실전을 통해 배운다. NYT는 “처음에는 여성에게 다가갔다 실패했던 남성들이 저녁에 돌아올 때는 최소 한 명 이상의 아이디를 받아가지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런 학원들의 증가는 최근 청년 세대의 결혼에 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중국 정부의 정책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짝을 찾지 못한 남성이 많아지고 덩달아 성범죄와 인신매매도 늘어나자 최근 중국에서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미혼자 수천 명이 참가하는 단체 소개팅 행사도 자주 열리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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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가포르, 北과 교역 전면중단

    북한의 중요한 무역통로인 싱가포르가 8일부터 북한과의 교역을 전면 중단했다. 싱가포르 관세청은 7일 자국 무역업체와 중개인들에게 회람을 보내 싱가포르와 북한 간 모든 상업적 상품 교역 금지를 통보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5일 보도했다. 직접적인 수출입은 물론이고 환적(換積)이나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화물 운송도 금지 대상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조치를 위반한 초범에게 10만 싱가포르달러(약 8100만 원) 또는 해당 물품 가격의 3배를 벌금으로 부과하고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재범은 20만 싱가포르달러(약 1억6200만 원) 또는 물품 가격의 4배에 해당하는 벌금과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이번 금지 조치에서 유엔이 정한 대북제재 물품 목록에 해당하지 않는 외교관 등의 개인용 물품, 사람의 시체와 유골 등은 예외로 허용됐다. KOTRA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지난해 북한에 약 1286만 달러(약 142억 원)어치를 수출하고 12만7000달러(약 1억4000만 원)어치를 수입한 북한의 7번째 교역 상대국이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으로 드러난 숫자일 뿐 숨겨진 거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으로 올해 7월 싱가포르의 한 무역회사가 화물세탁을 통해 평양에 각종 사치품을 파는 큰 규모의 상점 2곳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본보 보도로 드러났다. 싱가포르의 이번 조치에 미국 국무부는 15일 “북한의 불법 도발행위에 대응해 국제사회가 유례없는 수준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환영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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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北도발때마다 특사보내 국면 전환… 北, 핵개발 위한 시간끌기에 이용하기도

    중국은 과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정세가 악화될 때마다 대북 특사를 보내 국면 전환을 시도해 왔다.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는 척하며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 끌기에 활용하기도 했다. 2003년 1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며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다. 2차 북핵 위기의 시작이었다. 이에 중국은 그해 3월 첸치천(錢其琛) 부총리를 북한에 보냈고 그해 8월 베이징(北京)에서 6자회담을 여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최초 핵실험을 실시하자 열흘 만에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북한에 급파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설득에 나섰다. 김정일은 이 자리에서 체제 안전 보장이 확보될 경우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으며 6자회담이 북한을 압박하지 않겠다고 보장할 경우 6자회담에도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이듬해 2월 13일 6자 회담에서 영변 원자로 폐쇄 및 불능화 합의가 도출됐다. 이런 방문외교를 통해 중국은 2005년 ‘9·19 비핵화 공동성명’, 2007년 ‘2·13합의’와 ‘10·3합의’, 2012년 ‘2·29합의’ 등 북핵 협상의 중요 합의에 모두 개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 질주를 막지는 못했다. 북한은 도발→제재→협상→합의→지원→파기의 똑같은 행동을 10년 넘게 반복해오고 있다. 특히 김정은 체제 들어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약화됐다. 중국은 김정은 집권 첫해인 2012년 북한이 2·29합의 보름 만에 장거리 로켓 시험 계획을 발표하고 그해 4월 13일 이를 행동에 옮기자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평양에 보내 중재를 시도했다. 하지만 북한은 그해 12월과 2013년 2월 또다시 장거리 미사일 시험과 3차 핵실험으로 중국의 권고를 철저히 무시했다. 중국은 2013년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4월에 영변 원자로까지 재가동하자 그해 7월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을 평양에 보내 김정은을 면담하게 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몇 달 뒤 친중파로 알려진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처형하는 것으로 응답했고 핵 질주를 계속 이어나갔다. 2015년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으로 잠깐 화해 분위기를 타는 듯했던 북-중 관계는 그해 12월 모란봉악단이 베이징 공연을 전격 취소하고 철수한 뒤로 더 이상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이번에 방북하는 쑹타오(宋濤) 대외연락부장은 2015년 11월 왕자루이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17년간 근무했던 푸젠(福建)성에서 오래 근무하다 2001년부터 외교부로 옮겨와 2013년부터는 시 주석이 총괄하는 외교 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중앙외사공작지도소조 판공실 부주임을 맡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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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평양의 미인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북한 미인은 어디에 다 가 있죠?” 최근 몇 달 동안 탈북 예술인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질문을 던졌다. 묻게 된 계기를 설명하려면 작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사실 그때 중국의 북한 식당 여종업원 12명이 한국에 왔다는 통일부의 깜짝 발표에 난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들 속에 ‘북한 가요계의 여왕’ 최삼숙의 외동딸이 포함됐다는 소식에 나는 깜짝 놀랐다. 남쪽 사람들에겐 이 전설적 가수에 대한 설명이 좀 필요할 듯싶다. 최삼숙은 북한 예술의 전성기였던 1970, 80년대를 대표하는 가수다. 가수 남인수(본명 최창수)의 조카이기도 한 그는 북한이 ‘불후의 고전적 명작’이라고 내세우는 ‘꽃 파는 처녀’(1972년) 주제곡을 포함해 수백 편의 영화, 드라마 주제곡을 불렀다. 북한이 제작한 영화가 아무리 많아도 연간 수십 편에 그쳤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대를 주름잡은 것이다. 31세 때 예술인의 최고 명예인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고 40년 동안 가수로 활동하며 부른 독창곡은 2800곡이 넘는다. 아마 북에 한국 같은 노래방이 있다면 노래 목록 책자는 최삼숙이란 이름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그러니 최삼숙은 한마디로 “여러분이 한국 최고 가수로 누구를 꼽든, 북에서 그의 인지도는 그것 이상이다”쯤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가수의 외동딸이 탈북했다니…. 최삼숙이 딸을 돌려보내라며 만든 서류에 적은 주소를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평양시 동대원구역 신리동 64반?” 주체사상탑 뒤편 이 동네는 평양 중산층 거주지에도 속할까 말까 한 곳이다. 북한 최고의 여가수가 인기 없는 동네의 허름한 작은 아파트에 사는 것이다. 그때부터 사정을 좀 알 만한 탈북자를 만나면 “왜 최삼숙이 신리동에 사냐”고 물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더 놀라웠다. 돈 없는 가수가 거기 사는 게 뭐가 이상하냐는 것이다. 한 탈북 예술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경훈 알죠? 2000년대 초반 이경훈이 하도 초라한 행색으로 양동이를 들고 물 길으러 다니길래, 외화벌이 회사 다니는 지인이 돈을 좀 쥐여주었더니 덥석 받고 눈물 글썽이며 고맙다고 인사하더래요.” ‘남자 최삼숙’이라고 할 수 있는 이경훈이 몇 푼의 동정에 울먹였다니. 비록 출신성분이 나빠 인민배우 아래인 공훈배우에 머물렀지만 그만큼 많은 노래를 부른 남성 가수도 드물다. 탈북 예술인들은 말했다. “예술인이 가진 게 뭐가 있어요. 권력이 있나, 달러 만질 수 있나, 장사할 수 있나. 예술인끼리 눈 맞아 살면 배급에 목매달고 사는 거지가 되기 십상이죠.” 남쪽에서는 선전선동에 강한 북한에선 예술인이 큰 대우를 받는 줄 안다. 하지만 실상은 권력자의 눈에 든 일부 아이돌만 특혜를 받는다고 했다. 사정을 듣고 보니 온 나라가 다 아는 최고의 가수 어머니가 끼니 걱정하는 모습을 보았을지도 모를 최삼숙 딸의 심정이 이해됐다. 중국에 와서 바깥세상에선 스타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도 똑똑히 봤을 것이다. “그래, 나 같아도 열 받지. 가수는 그렇다 치고 영화, 드라마 배우는 좀 낫지 않나요. 제가 북에서 살 땐 동네에서 예쁜 여자애들을 보면 ‘배우감이다’ 이랬는데.” “에이, 뭘 만들어야 출연하든지 말든지 하죠.” 하긴 요즘 북에서 새 영화, 드라마가 거의 안 나오긴 한다. 아버지와 달리 김정은은 핵미사일에 미쳤지 영화엔 별 관심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유가 그것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뭘 찍어도 몰래 본 할리우드 영화, 한국 드라마에 눈 높아진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욕설을 퍼부으니 예술인들이 만들 의욕도 없어졌어요.” 6년 전 있었던 일이라 한다. 김정일이 한국 드라마가 부러웠던지 “우리도 역사물 드라마 제대로 한번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단다. 그래서 최고 배우들이 총출동해 찍은 것이 23부작 ‘계월향’이었다. 하지만 TV로 10부까지 방영했을 때 참고 참던 김정일이 “재미없다”고 화를 내며 “때려치우라”고 했단다. 드라마가 도중에 방영이 갑자기 중단됐다.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렵지만, 북한이니 가능한 일이다. 나도 유튜브로 계월향을 봤다. 여주인공은 낯선 신인이었다. 이후엔 사라진 것 같아 궁금해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아, 걔는 집에 돈 좀 있어 여주인공 됐죠. 요새 영화나 드라마나 주인공이 되려면 의상은 모두 자기 돈으로 해결해야 해요. 소속사나 매니저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집에 돈이 없음 배우 못 해요. 잘사는 집은 딸 한 번 띄워서 시집 잘 보내려고 해요.” 영화계나 가요계가 저 지경이면 도대체 북한의 미인과 가수 소질을 타고난 인재는 다 어디에 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어디겠어요. 달러가 도는 곳에 가 있죠. 예쁘면 외화를 쓰는 식당이나 상점의 접대원, 봉사원이 최고죠. 돈 있는 남자와 만나 결혼할 확률도 높고요.” 아하. 북한의 미인을 만나려면 평양의 외화식당과 외화상점에 가야 하는 것이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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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0개 이상 마을 폐허로… 강추위속 맨손 구조

    이란과 이라크 국경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해 그에 따른 사상자가 이틀 새 크게 늘었다. 집을 잃은 수만 명의 이재민은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혹독한 추위와 싸우고 있다. 14일 이란 관영 IRNA통신은 12일 밤 이란 북서부 케르만샤주와 이라크 북동부 술라이마니야주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최소 530명이 사망하고 746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은 진원지에서 가까운 이란 케르만샤주의 쿠르드족 마을 사르폴레자하브시로 알려졌다. 당국은 사망자의 대다수가 인구 3만여 명이 사는 이 도시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을 위해 지어진 아파트들이 완전히 붕괴돼 피해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지역 병원까지 크게 파손돼 부상자들이 필요한 응급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 피해 지역을 둘러본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이란 혁명수비대 소장은 “신축 건물들은 그나마 버텼지만 흙으로 지어진 오래된 집들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인구 밀도가 낮은 이라크 북동부의 쿠르드 자치지역에서는 10명 미만이 죽고 5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이라크 보건당국은 집계했다. 이란 적신월사(한국의 적십자사)는 이번 지진에 따른 이재민이 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당국은 가옥 3만여 채가 파손된 것으로 보고 텐트 2만2000여 개, 담요 5만2000개 등을 설치, 배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르폴레자하브시의 이재민들은 음식과 물, 의복, 텐트를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만수레 바게리 이란 적신월사 대변인은 “500개 이상의 마을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적신월사 30개 팀이 재난 지역에 파견됐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물과 전기 공급이 끊기고 도로마저 단절돼 구호물자를 보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조대원들도 변변한 손전등이나 횃불이 없어 야간에는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악지대인 케르만샤주는 밤 기온이 최저 영하 10도를 밑돌지만 이재민들은 여진에 대한 공포로 이틀째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노숙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최초 지진 발생 후 150회 이상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 주성하 기자}

    •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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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한국이 우리에게 아주 잘해줬다”

    아시아 순방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귀국에 앞서 한국 방문을 호평했다. 그는 이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8일 국회 연설을 언급하며 “외국인은 의사당 안에서 좀처럼 연설할 기회가 없다고 알고 있다. 한국은 우리에게 아주 잘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과 무역, 그리고 많은 것들에 대해 대화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는 북한 문제를 가장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에 대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았던 12일이었고, 다수의 최고위급 친구들을 사귀었다”면서 “엄청나게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 및 무역과 관련해 15일 발표하겠다고 했던 중대 성명에 대해선 “수행 기자들의 피로를 참작해 15일 또는 16일에 발표할 수 있다”고 정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고 있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한-아세안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도 14일 폐막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AS에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발언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마닐라=문병기 weappon@donga.com / 주성하 기자}

    •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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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걱정이 심근경색 위험 13배 높인다…업무 스트레스는?

    돈 걱정하는 사람은 심근경색에 걸릴 위험이 13배나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업무 스트레스는 심근경색 위험을 5.6배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현지 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 데니샨 고벤더 박사가 이날 폐막한 남아공 심장협회 18차 연차총회에서 이런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고벤더 박사 연구팀은 요하네스버그의 공공 대형병원에서 심근경색으로 진단받은 환자 106명을 선정하고 이들과 같은 나이, 성, 인종으로 구성된 건강한 사람 106명을 선정해 비교 분석했다. 연구결과 심근경색을 실제 겪은 그룹의 96%가 일정 수준 이상 돈 걱정으로 스트레스를 느꼈으며, 40%는 ‘상당히 큰’ 수준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상당히 심한’ 돈 스트레스를 겪은 사람은 ‘전혀’ 또는 ‘약간만’ 느낀 사람에 비해 심근경색에 걸릴 위험이 13배나 컸다고 밝혔다. 또 심한 업무 관련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에 비해 심근경색 위험이 5.6배 높았다. 고벤더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심리적 측면이 급성 심근경색의 중요한 위험 인자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미국심리학회(APA)가 “금전 스트레스는 건강과 안녕에 중대한 영향을 주므로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APA는 “2007년 이래 줄곧 돈 걱정이 미국인의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조사됐다”며 “미국인 가운데 최근 1개월 사이 최소 1회 이상 돈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로 중압감을 받은 사람은 72%”라고 밝혔다. USA 투데이는 14일 “미국인의 60%가 지난 1년 동안 평균 2000달러 규모의 금전적 문제 때문에 고심한 적이 있지만 불행하게도 미국인의 거의 60%는 통장에 500달러도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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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화당, 미니 지방선거 완패… 트럼프, 씁쓸한 대선승리 1년

    한국 방문을 끝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씁쓸한 ‘비보’를 안고 중국으로 떠났다. 7일 미국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와 뉴욕 시장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공화당 후보들이 전패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시간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시간으로 오전 11시에 국회 연설을 하기 직전이었다. 미국 CNN방송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현직 부지사인 민주당 랠프 노샘 후보가 공화당의 에드 길레스피 후보를 누르고 당선이 확정적이라고 보도했다. 버지니아 선거 패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뉴저지와 뉴욕은 원래 민주당 강세 지역이어서 공화당의 패배가 예정됐지만, 버지니아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길레스피 후보가 노샘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하기도 했다. 버지니아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부 15개 주 중 유일하게 패배한 곳이다. 자존심을 만회하려는 듯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곳 선거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민주당도 지난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긴급 투입해 맞불을 놓으면서 버지니아 선거는 전국 선거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방한 일정 중에도 지지자들에게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를 맹비난하며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하라는 내용의 트윗을 여러 차례 올릴 정도로 이곳 선거에 신경을 써 왔다. 하지만 결과는 54% 대 45%로 큰 차이의 패배였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현 정권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크리스 크리스티가 8년간 버티고 있던 뉴저지 주지사 자리도 민주당에 내줬다. 크리스티 주지사의 임기가 끝나 치러진 이곳 선거에선 민주당의 필 머피 후보가 현직 부지사인 공화당의 킴 과다뇨 후보를 12%포인트 차로 이겼다. 뉴욕 시장 선거에선 민주당 소속 빌 더블라지오 현 시장이 공화당 후보를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눌렀다. 대선 승리 1주년(8일)을 하루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겐 더없이 쓸쓸한 결과다. 그러나 그는 책임을 인정하진 않았다. 버지니아 출구조사를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 연설 직전 “길레스피는 열심히 했지만 내 조언을 따르지 않았다. 기록적 경제지표와 더불어 우리는 앞으로 계속 이길 것이며, 전례 없는 승리를 거둘 것”이란 트윗을 올렸다. 이번 ‘미니 지방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민심을 가늠하는 첫 공식 평가이자 내년 11월 열리는 연방의회 중간선거의 전초전이라는 의미가 있다. CNN은 “이번 선거의 최대 패자는 트럼프 대통령이며 그의 낮은 지지율은 치명적”이라고 전제한 뒤 “유권자들이 그를 싫어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고 민주당은 반트럼프 정서를 투표소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취임 1주년을 맞아 치러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37∼38%에 그쳤다. CNN이 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36%로 나타난 반면 58%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가 5일 발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37%에 그쳤고 반대는 59%에 이르러 순수 지지율은 ―22%를 나타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1945∼1953년 재임) 이래 순수 지지율이 마이너스가 된 첫 대통령”이라며 “대선 승리 1주년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0년간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낮았다”고 분석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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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윈, 영화배우 이어 가수에 도전장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마윈(馬雲·53·사진) 회장이 영화배우에 이어 가수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마 회장은 3일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유명 가수 왕페이(王菲·48)와 함께 녹음한 듀엣 곡을 공개했다. 30년 넘게 태극권을 연마한 마 회장은 얼마 전 리롄제(李連杰) 전쯔단(甄子丹) 훙진바오(洪金寶)와 함께 찍은 단편 쿵푸 영화 ‘궁서우다오(攻守道·11일 개봉)’의 주인공으로 데뷔했는데 내친김에 영화 주제곡까지 부른 것. 주제곡 제목은 ‘펑칭양(風淸揚)’으로 홍콩 유명 작가 진융(金庸)의 무협소설 ‘소오강호(笑傲江湖)’에 등장하는 무림고수의 이름이다. 소오강호의 팬인 마 회장은 이 캐릭터를 제일 좋아해 회사 내 자기 별칭도 펑칭양으로 지었다. 마 회장은 노래 실력이 뛰어나지만 이번 주제곡에 특히 공을 많이 들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음악감독이 아무 불평하지 않을 때까지 노래를 부르겠다고 결의했고, 결국 술을 두 잔 마신 뒤 목에 힘을 빼고서야 만족할 만한 목소리를 냈다는 후문이다. 이번 노래는 특히 그가 평소에 좋아하던 왕페이와 함께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마 회장은 덩리쥔(鄧麗君) 이후 중화권 최고의 가수란 찬사를 받는 왕페이에게 두 차례나 함께 노래 부르자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 지난해엔 1억6000만 위안(약 270억 원)의 거금을 내놓으며 합동 콘서트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세 차례의 이혼 경력을 가진 왕페이의 둘째 남편 리야펑(李亞鵬)은 드라마 소오강호(2001년)의 주인공이다. 마 회장은 올해 9월 회사 창립 18주년 행사에선 마이클 잭슨의 노래에 맞춰 직원 4만 명 앞에서 수준급 댄스를 선보였다. 그가 미술가 쩡판즈(曾梵志)와 함께 그린 유화는 재작년 홍콩 경매에서 3300만 위안(약 55억 원)에 낙찰됐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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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세계적 명성 이슬람학자 성폭행 폭로

    여성 6명이 세계적 명성의 유명 이슬람 학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중 4명은 당시 미성년이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타리끄 라마단 영국 옥스퍼드대 이슬람학 석좌교수(55·사진). 그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이슬람 정치 조직인 ‘이슬람형제단’ 창시자 하산 알반나의 외손자다. 그는 2000년 영국 타임지의 ‘21세기 7인의 종교개혁가’로 선정됐고, 미국 잡지 포린폴리시가 뽑는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100인’에 10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이런 명성을 바탕으로 그는 유명 대학에서 이슬람 강의를 해왔고, 영국 정부가 과격 이슬람교도들을 대처하기 위해 창설한 조직의 초대 리더까지 지냈다. 프랑스 여성 이슬람 활동가 헨다 아야리(40)는 라마단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지난달 말 고발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성폭력 고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프랑스에 상륙하면서 아야리도 용기를 낸 것. 그는 “라마단이 2012년 파리의 한 호텔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낄 정도로 내 목을 조르고 성폭행을 했다”고 말했다. 며칠 뒤 또 다른 프랑스 45세 여성도 2009년 라마단에게 호텔에서 유사한 수법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라마단은 “이들의 폭로는 모두 거짓이며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4일엔 라마단이 1980, 90년대 스위스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때 사제 관계였던 여성 4명이 실명을 공개하며 “우리도 당했다”고 일제히 고발했다. 스위스 제네바트리뷴에 따르면 사드라라는 여성은 “선생님이었던 그가 ‘넌 특별하다’고 접근해 와 결국 15세 때 차 안에서 성관계를 가졌다”며 “그가 ‘이 일은 우리 둘만의 비밀이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18세였던 아가테는 “그에게 반해 차 안에서 여러 번 성관계를 가졌는데, 그는 온몸에 상처를 입힐 정도로 폭력적이었다”고 증언했다. 이외 당시 17세 여성도 라마단 교수의 꼬임에 넘어가 성관계를 가졌다고 말했으며 당시 14세였던 한 소녀는 “그가 매우 외설적인 문자를 내게 보냈다”고 폭로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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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북핵 압박 ‘3색 투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취임 이후 첫 아시아 순방길에 올랐다. 첫날 하와이에 들러 미군 태평양사령부 등을 둘러본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일본 방문을 시작으로 14일까지 한국 중국 베트남 필리핀 순으로 방문한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의 첫 번째 목표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결의 강화”라고 2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오전 일본에 입국한 뒤 사이타마(埼玉)현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으로 이동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프로골퍼 마쓰야마 히데키(松山英樹)와 라운딩을 한다. 프로선수 수준인 68타를 기록했던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아베 총리는 90타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찬은 골프장에서, 만찬은 도쿄의 와규(和牛·일본 고급 쇠고기) 철판구이 전문점에서 아베 총리와 함께 한다. 6일 오전에는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를 예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부터 “일본에 간다면 덴노(天皇)를 꼭 만나고 싶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아베 총리와 점심식사를 마친 뒤 오후에는 영빈관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한다. 7일 오전 일본을 출발해 이날 오전 한국에서는 경기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가장 먼저 찾는다. 이어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 확대 정상회담 및 공동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와 별도로 두 정상은 청와대 경내를 산책한다. 8일에는 미 대통령으로는 24년 만에 국회에서 연설한다. 백악관은 “아시아 순방에서 유일한 의회 연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8일에는 중국 베이징으로 이동해 10일까지 머물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도착하자마자 청나라 건륭제가 사용하던 쯔진청(紫禁城) 서재 싼시탕(三希堂)으로 가 함께 차를 마신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강경 발언을 쏟아내기 전에 ‘마음을 가라앉히라는 의미’로 차를 건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주성하 zsh75@donga.com·한상준 기자 / 도쿄=서영아 특파원}

    • 2017-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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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라덴 “서양은 도덕적 느슨” 일기에 기록

    9·11테러 주모자로 2011년 5월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미군 특수부대에 사살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소장 자료 47만여 건이 1일 공개됐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빈라덴의 자료를 2015년 5월부터 이번까지 네 차례 공개했는데, 이날 공개된 것이 가장 방대하다. 47만 건 중에는 이미지 및 음성 파일 7만9000개와 비디오 파일 1만여 개가 포함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은 이날 “오늘 공개된 알카에다의 편지, 영상, 음성 파일 및 기타 자료를 통해 미 국민들이 테러 조직의 계획과 활동에 대해 더 깊은 통찰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개된 자료 중에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228쪽짜리 빈라덴의 개인 일기장이다. 그러나 CIA가 자료에 대해 어떠한 번역이나 설명을 제공하지 않아 일기 전체 내용이 알려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CIA로부터 미리 몇 가지 서류를 건네받았다는 미국의 웹사이트 ‘롱워저널’에 따르면 일기 속에는 빈라덴이 14세 때 10주간 영국을 방문했던 소감이 포함돼 있다. 빈라덴은 일기에 “매주 일요일 셰익스피어 생가를 찾았다. 하지만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우리 사회와는 다른 사회라는 것을 봤다. 거기는 도덕적으로 느슨한 사회였다”고 서술했다. 빈라덴이 영국을 방문했다는 사실은 이날 공개된 일기를 통해 처음 확인된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빈라덴이 10대 때 여름 영국을 여행하면서 서양이 타락한 곳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빈라덴의 컴퓨터에는 미국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 유튜브의 세계적 화제 영상인 ‘찰리가 내 손가락을 물었어요’ 등의 영상물과 뜨개질 교육 영상 등이 들어 있었다. CIA는 저작권과 음란물 등의 이유로 아직 공개하지 않은 자료의 목록도 이날 함께 공개했다. 빈라덴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영화 ‘오사마 빈라덴을 찾아서’(2008년)와 CNN이 방영한 ‘세계 최악의 현상수배범’ 등 자신을 다룬 영상물을 가득 갖고 있었다. 이 밖에 비디오게임인 ‘레지던트 이블’ ‘파이널 판타지7’ 등과 다수의 음란 동영상도 이날 리스트만 공개됐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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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나를 낚아낸 북한 해킹 고수

    아뿔싸. 미끼가 매우 파격적이라 이번 낚시엔 제대로 걸려들었다. 난 평소 이메일 첨부파일은 거의 열지 않는다. 북한 해커들이 내 컴퓨터를 얼마나 엿보고 싶어 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하도 낚시 메일을 많이 받아서 이젠 척 보면 감이 온다. 그런데 이번엔 전날 과음이 문제였다.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아는 분의 이름으로 온 메일의 첨부파일을 무심코 클릭한 것이다. 동시에 ‘아차’ 싶어 화들짝 놀라 발송인에게 전화했더니 역시 메일 보낸 적이 없다고 했다. 전문가에게 분석 의뢰를 했더니 거의 100% 북한 소행이며, 보기 드물게 매우 잘 짜인 해킹 프로그램이라고 혀를 찼다. 클릭 한 번 잘못했다가 포맷하느라 한나절을 허비했다. 내가 실수를 한 건 꼭 숙취 탓만은 아니다. 해커는 내가 지난해 12월 칼럼으로 ‘김일성 평전’을 소개했다는 것도 파악해 적절히 활용했다. 첨부파일 제목도 ‘김일성의 실체’였다. 무엇보다 방심했던 이유는 “이런 메일을 설마 북한 해커가 보냈을까” 싶을 정도로 내용이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에선 이유 불문하고 ‘김씨 가문’을 욕보이는 ‘불경’을 했다간 무조건 사형이다. 그런데 이번 메일은 내 상식을 완전히 깼다. 내게 김일성 신화를 허무는 녹음파일을 만들어 북한에 살포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는데, 일부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 “김형직(김일성 부친)이 사망하고 강반석(김일성 모친)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살길이 어려워서 한족에게 재가를 하였다는 사실도 있고 하니 여러 자료들을 잘 배합하면 북한 주민들 머릿속에서 김일성 신화를 확실히 날려 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일성 가계에 대하여 환멸을 느낄 수 있도록 잘 체계화하고 녹음을 하여….” 이런. 북한 해커가 김일성 신화에 환멸을 느끼도록 하자고 꼬드긴다. “우리가 더 많은 일을 하여 북괴가 스스로 망하거나 또는 북한 주민들의 손에 의하여 죽임을 당하도록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더 파격이다. 누가 죽임을 당해야 할지 밝히진 않았지만, 북괴가 망하게 하잔다. 북한 독재를 무너뜨리자고 여러 번 되풀이했는데, 이건 찔렸는지 ‘독재’를 ‘독제’로 의도적으로 틀리게 썼다. 이런 파격적 내용으로 해커는 나의 클릭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걸 감히 승인할 간부는 없을 터이니 이건 분명 독자적 행위라고 판단한다. 나는 북한 해킹 수준을 언론의 부풀려진 내용이 아니라 있는 실체 그대로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다. 북한 사이버전 부대는 두 곳이다. 해킹 담당은 정찰총국으로 예전 노동당 작전부와 군 정찰국 해커부대가 통합돼 수백 명 규모인데 정찰국 출신들의 실력이 조금 더 높다. 인터넷 심리전은 몇 년 전 창설된 100명 규모의 군 총정치국 적군와해공작국(적공국) 소속의 사이버 부대가 담당한다. 해커들은 대개 금성학원 컴퓨터반을 졸업한 뒤 김일성대와 김책공대에서 2∼3년 추가 교육을 받는다. 예전엔 해킹하려면 중국에 나와야 했고, 팀원 중에서도 허가받은 몇 명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평양에 앉아 수백 명이 동시에 해킹이 가능할 정도로 인터넷 선이 많이 들어갔다. 물론 북에선 감시가 철저하기 때문에 나를 낚은 해커는 중국에 파견된 ‘고수’로 추정된다. 미국이 북한 해킹부대 수백 명이 평양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중국이 제공하고 있단 사실을 파악하고 있을까. 미국도 해킹 피해를 많이 받는다고 하니 이 칼럼 이후 미국의 대중 압박 항목에 인터넷 차단도 포함될지 모른다. 북한 해킹 역량을 키워준 일등 공신은 한국 언론이다. 하도 북한 사이버 역량을 과대 광고해주니 ‘해킹’이 뭔지 전혀 모르던 북한 늙은 간부들까지 “요새 대남공작원 파견하기도 어려운데 이런 노다지가 있는가 보군” 하고 큰 관심을 끌게 해줬다. 요즘 수시로 북한이 국방부 작전계획을 빼갔다, 이지스함 설계도를 빼갔다는 보도가 나온다. 그런데 이런 비밀은 북한만 군침을 흘릴까.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과 비교 불가한 수준의 최정예 해커들을 국가 차원에서 대거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십 년 넘게 해킹만 발생하면 무조건 북한 소행이란 뻔한 발표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선 “이번 해킹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 또는 러시아 소행으로 보인다”는 ‘획기적’ 발표가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단, 이건 분명히 하자. 정보가 털린 것은 해커의 수준이 높아서라기보단 우리의 보안이 허술했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 글을 읽을 북한 대남기관에도 한마디 한다. 누가 “주성하의 컴퓨터 해킹에 성공했다”고 보고하거들랑, 그가 보낸 메일 내용도 파악하길 바란다. 성과에 아무리 목을 매도 그렇지, 어떻게 북한 사이버 전사가 감히 ‘최고존엄’ 가문을 모욕하고, 북괴 멸망을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 이 해커 멸문지화를 당하고 싶어 환장했나 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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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아이비리그도 성추행… 교수 3명 조사

    미국 할리우드에서 촉발된 성추행 파문이 유구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적 명문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이비리그(동부 명문 8개 대학)에 속하는 뉴햄프셔주 다트머스대 교수 3명이 성추문 관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토드 헤더턴, 빌 켈리, 폴 웨일런 교수라고 알려진 이들은 자기통제·기억 등을 가르치는 저명한 심리학 및 뇌과학 전문가들이다. 이 중 헤더턴 교수와 켈리 교수는 음식과 섹스의 이미지가 뇌에 작용하는 영향을 연구한 논문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간통과 관련된 사건으로 조사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각각 개별적인 사건인지 연관된 사건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고든 맥도널드 뉴햄프셔주 검찰총장은 5개 사법기관이 공동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대학의 자체 조사에서도 “심각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검찰 측은 덧붙였다. 학교 측은 교수 3명이 유급 휴직 상태라고 이날 밝혔다. 용의선상에 오른 교수들은 전부 정년 보장을 받은 40, 50대 남성으로, 학생들은 명성 높았던 교수들의 일탈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아이비리그 명문인 뉴욕 컬럼비아대에선 그리스·로마사 분야의 세계적 역사학자인 윌리엄 해리스 명예교수(79)가 박사과정의 29세 여학생을 더듬고 강제로 키스한 혐의로 지난달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 생활 50년째인 해리스 교수는 오랫동안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컬럼비아대 역시 그의 부적절한 행위를 알고도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판에 직면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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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평양 표류 美여성 2명, 6개월만에 구조

    조난을 당해 6개월 가까이 태평양을 표류하던 미국 하와이 여성 2명이 구출돼 지난달 30일 육지에 도착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이 이날 전했다. 제니퍼 어펠(48)과 타샤 푸이아바는 반려견 두 마리를 데리고 5월 3일 하와이를 출발했다. 이들은 18일 뒤 남태평양 섬나라 타히티에 도착한 뒤 약 반년을 거기에 머물며 주변 섬들을 항해할 예정이었다. 선장인 어펠은 하와이 주변을 10년 동안 항해한 풍부한 경험이 있었고, 이번 여행도 2년이나 준비했다. 하지만 이들의 여행은 시작부터 불운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강력한 폭풍에 휩쓸렸고, 엔진과 돛대가 차례로 망가졌다. 통신 설비도 모두 고장 났다. 이들의 표류는 지난달 24일 일본에서 남동쪽 1450km 떨어진 해상에서 대만 어선에 발견될 때까지 계속됐다. 구조 요청을 받은 미 정부는 인근에 있던 해군 7함대 소속 강습상륙함 ‘애슐랜드’함을 현지에 보냈다. 25일 상륙함에 올라탄 여인들은 30일 드디어 오키나와 미 해군기지에 도착했다. 180일 만에 육지를 다시 밟은 것이다. 어펠은 “우리가 이때 구조되지 않았다면 하루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표류 기간 세 차례의 태풍을 만났고, 식인 상어의 공격을 2차례나 받았다고 말했다. 어펠은 충분한 식량을 갖고 있었던 것이 오랜 표류에서 살아남은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와이 어부들이 바다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한 달을 항행하려면 6개월 분량의 식량을 비축하라고 조언했고, 이를 따르지 않았다면 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배에 오트밀, 쌀, 파스타, 쇠고기 육포, 말린 과일과 견과류 등을 1년 치나 싣고 있었다. 하지만 애완견과 나눠 먹느라 구조됐을 때는 90%가량이 소비된 상황이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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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풍계리 핵실험장 붕괴로 200명 사망”

    북한의 핵실험 장소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지난달 지하갱도 붕괴 사고가 발생해 200여 명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 아사히TV가 31일 보도했다. 방송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9월 10일 풍계리에서 지하갱도를 만드는 공사 중에 붕괴 사고가 발생해 100여 명이 갇혔고 구조작업이 이뤄지는 사이에 추가 붕괴가 일어나 총 200여 명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붕괴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진 9월 10일은 북한이 풍계리에서 6차 핵실험(9월 3일)을 한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방송은 갱도 붕괴 원인에 대해 “이곳에서 실시된 6차 핵실험으로 주변 지반이 크게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의 6차 핵실험은 히로시마 원폭(15kt)의 10배 수준의 폭발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풍계리 만탑산 지하에 지름 60∼100m의 공동이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고, 지난주 제주도 포럼에 참석한 지질 분야 전문가들도 6차 핵실험 이후 풍계리 핵실험장 반경 1km 내 갱도가 붕괴돼 최대 지름 100m의 지하 공동이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기상청 위성사진 분석 결과에서도 여의도 면적 3배에 이르는 풍계리 지역 땅이 최대 3m 내려앉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과 군 당국은 “보도에 대한 사실 관계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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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공하고 싶다면 이들처럼…자수성가 백만장자 7가지 생활습관

    《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처럼 자수성가로 세계 최고 부자 반열에 올라선 부호들은 어떤 습관들을 갖고 있을까. 물론 성공에는 능력과 운이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이들을 성공으로 이끈 공통점이 적지 않다. 2009년 ‘부자습관: 부유한 개인들의 일상 성공 습관’을 펴내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토머스 콜리는 “부자들의 하루 습관에는 공통된 특정 패턴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공인회계사(CPA)이자 종합개인재무설계사(CFP)인 그는 자수성가형 백만장자 233명을 오랫동안 분석해 왔다. 》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가 소개한 7가지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습관은 독서다. 부자들의 무려 88%가 하루 30분 이상 책을 읽었다. 주로 읽는 책은 소설이나 오락물이 아닌 위인들의 전기나 역사, 자기계발 서적과 같은 논픽션 소재였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그냥 사무실에 앉아서 온종일 책을 읽는다”고 자신의 중요한 버릇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두 번째 습관은 머릿속을 정리하고 냉철함을 유지하기 위한 명상이다. 타임은 명상이 단순히 요가 애호가들의 취미가 아니라 기억력을 강화하는 등 육체적, 정신적으로 이익이 있는 활동이라고 소개했다. 트위터를 창업한 잭 도시는 매일 오전 5시에 깨어나 명상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세 번째 습관은 아침형 인간으로 사는 것. 콜리가 설문조사한 부호들 절반 이상이 하루 일을 시작하기 3시간 전에 일어났다. 일어난 뒤엔 보통 작업이나 운동, 하루 일을 계획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네 번째 습관은 충분한 수면시간을 갖는 것이다. 많이 자면서 아침형 인간이 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백만장자들의 89%가 하루에 7∼8시간, 그 이상도 잔다. 수면은 기억력과 창의력을 향상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콜리는 강조했다. ‘인류 최고의 천재’로 불리는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역시 “최선을 다하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는 10시간을 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섯 번째 습관은 매일 꾸준히 운동하는 것. 부자들의 76%가 하루 30분 이상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했다. 억만장자인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신체 컨디션이 좋을 때 생산성이 두 배라는 지론을 펼친다. 여섯 번째 습관은 소통하는 기술을 의식적으로 연마하는 것이었다. 브랜슨 회장은 “커뮤니케이션은 리더들의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성공한 부자들은 명확히 소통하는 법을 알고 있으며 또 이 분야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일곱 번째 습관은 자신과의 대화. 혼잣말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대화를 완성하는 데 더 집중하는 것이다. 자기계발 학자인 미첼 스태비키는 고도의 역량을 발휘하는 이들이 자신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콜리는 자신에게 말을 걸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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